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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험과 도전-변신에 성공한 기업들] (2)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모험과 도전-변신에 성공한 기업들] (2) 아모레퍼시픽 ‘설화수’

    “끝에다 ‘수’를 붙이는 건 좀 이상하지 않아요? 생수 이름 같기도 하고.‘엑설런트’나 ‘어드밴스트’ 같은 건 어때요.” “용기가 촌스럽게 노란색이 뭡니까, 요즘 소비자들 안목이 얼마나 높은데.”1996년 가을 아모레퍼시픽 회의실은 날마다 진통의 연속이었다. 회사의 명예를 내건 프리미엄 화장품 출시 예정일(97년 3월)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사내의 갑론을박은 잦아들지 않았다. 설화수(秀)의 산고(産苦)는 아모레가 만들어낸 어떤 화장품보다도 길고 강했다. 지난해 설화수의 매출액은 4470억원.2위 회사의 화장품 전체 매출을 웃도는 규모로 국내 화장품시장 단일 브랜드 부동의 1위다. ●“한방기술을 화장품에 담아내자” 설화수의 개발이 시작된 건 94년이었다. 당시 87년부터 유지돼 온 ‘설화’란 한방화장품이 있었지만 서성환(2003년 별세) 회장은 성에 차지 않았다.“‘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우리만의 한방기술을 화장품에 담아내자.’고 그토록 노력했는데 결국 꿈은 이뤄질 수 없는 것인가.” 실제로 아모레의 한방화장품 개발은 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 회장의 개인적 신념도 작용했다. 인삼으로 유명한 황해도 개성 출신인 그는 인삼의 효능에 대해 종교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있었다.73년에 나온 ‘진생 삼미(蔘美)’는 노력의 첫 결실이었다. 진생 삼미는 세계 34개국에 ‘트루삼’(일본) 등 브랜드로 2000만달러어치를 수출했을 만큼 국내외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삼미’(75년),‘삼미진(眞)’(81년) 등 후속 리뉴얼 제품을 선보였지만 ‘인삼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과 겨룰 만큼의 시장규모를 형성하지 못했다. “인삼만으로는 안된다. 한방과학을 접목한 진짜를 개발하라. 내용물도, 용기도 모두 바꿔라.” 80년대 중반 아모레는 ‘삼미’의 한계를 뛰어넘을 신제품 개발에 착수한다. 하지만 한의대에서조차 피부와 한방을 접목한 연구는 거의 없던 시절, 최고의 참고서인 ‘동의보감’에도 피부만을 위한 처방은 나와 있지 않았다. 모든 연구원이 중국·일본의 책까지 뒤져가며 밤샘 공부를 한 끝에 500여종의 물질을 추려냈다. 여기에서 향이 나쁜 것, 색이 너무 진한 것, 쉽게 변질되는 것 등을 빼고 오랜 시간을 달여내 87년 피부에 아름다움의 눈꽃을 피운다는 뜻의 ‘설화(雪花)’라는 이름으로 첫 제품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출시 10년 뒤인 1996년의 매출액이 50억원 수준이었으니 극소수 마니아들만 찾았던 셈이다. ●최고급 한약성분·과학기술 접목 서 회장은 94년 2월 이옥섭(현 기술연구원장·부사장) 연구팀장 등 핵심 연구진을 한 자리에 불렀다.“국내 최고의 기술진을 구성하라. 비용은 얼마가 들어도 좋다. 우리만의 최고급 한방화장품을 개발해야 한다. 지금 못 만들면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을 랑콤, 에스티로더에 내주게 되고 만다.”이 원장 등 아모레 연구진은 경희대 한의대를 찾아갔다. 화장품업계의 최고와 한의학계의 최고가 만나 더 높은 시너지효과를 내자고 요청했다. 몇 차례의 회의에서 한방 ‘오행(五行·목화토금수) 이론’을 접목하기로 했다. 본초강목과 신농본초경 등 한방고전에서 3000여가지 성분을 1차로 선정했다. 이 중 163가지를 추출해낸 뒤 다시 30가지를 엄선했다. 실험실에서 오행의 특성별로 약재를 분류해 1차 실험을 한 뒤에는 직접 사람의 몸에 실험을 했다. 연구원들이 자발적으로 실험대에 앉았다. 피부를 찌르고 떼어내고 전기를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몇몇 연구원들은 부작용으로 병원 신세도 졌다. 결국 목(木·피부세포 보호)의 참작약을 비롯해 화(火·피지분비억제·연꽃), 토(土·피부항상성·옥죽), 금(金·백합·미백), 수(水·지황·재생 및 노화억제)에 해당하는 각각의 약재가 선택됐다. “약재 선택에 우리만의 철칙을 세웠습니다. 우리 농가에서 재배가 가능한 것만을 고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녹용·사향·주목·음양곽 등 구하기 힘든 것은 처음부터 배제했지요. 비싼 가격도 그렇지만 원료를 구하려다 자연을 파괴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었습니다.”(이옥섭 원장) 한약재를 강한불, 중간불, 약한불을 번갈아가며 18시간동안 달이는 노하우는 수천번의 시행착오 끝에 나왔다.1시간 달여보고 샘플을 채취하고 1시간10분을 달여보고 다시 채취하는, 원시적인 방법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달이는 시간이 18시간이 안 되면 효능이 떨어지고 그 이상이면 성분이 파괴된다는 결론을 얻어냈다. ●고품질·서비스로 승부 마케팅도 차별화했다. 사람을 모델로 쓰지 않고 TV광고도 하지 않기로 했다. 가격은 비싼 원료값 등을 반영해 기존 아모레 제품의 두배 수준으로 정했다. 출시에 임박해 생각못한 걸림돌이 생겼다. 몇몇 백화점에서 설화수를 들여놓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급 한방’이란 게 백화점과 어울리지 않고 용기가 촌스럽다는 등 사내 격론에서 나왔던 반론과 비슷한 이유들이었다. “품질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델료,TV광고료에 들어갈 비용으로 회사사보(향장)를 통해 샘플을 제공하기로 했지요. 문제는 샘플을 일일이 손으로 붙여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그 수량이 35만개였으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최백규 상무) 샘플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써 본 사람들의 주문이 밀려들면서 백화점마다 품절사태가 빚어졌다. 그들의 평가가 이어지면서 저절로 구전(口傳)마케팅이 이루어졌다. 설화수의 성공은 외국 화장품에 형편없이 밀리던 국산 화장품업계가 그들에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는 계기였다. 국내 화장품시장에 프리미엄급의 보편화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문화마당] 지조에 대하여/김명인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한 시대가 정신의 지표로 삼았던 말 중에 세대를 격(隔)하면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낱말이 있다면 ‘지조(志操)’도 거기에 해당할 것이다. 지조는 꿋꿋한 신념에 따른 바른 처신을 뜻하는 말이니, 개인의 올곧은 마음가짐을 가리키기도 한다. 한때의 유행어가 대를 이어 생명을 유지하는 경우가 드물다지만, 지조란 그런 범주에도 넣을 수 없어, 말의 변천사로는 급격한 몰락이라 할 만하다. 삶의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탓일까. 이제는 누구도 한결같은 인내가 요구되는 지조 따위는 들먹이지 않게 되었다. 일찍이 시인 윤동주는 식민지 지식인으로서의 자신에 대한 성찰과 고통 받는 동족에 대한 울분을 노래했다.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또 다른 고향’) 시대가 어두울수록, 삶의 간난신고가 더해질수록 스스로를 일깨우는 일의 소중함을 설파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조지훈 시인은 지조를 내세운 장문의 논설로 무기력해진 시대의 지성을 질타하였다. 그 글(조지훈,‘지조론’ 참조)에 의하면 지조란 “순일(純一)한 정신을 지키기 위한 불타는 신념이요, 눈물겨운 정성이며, 냉철한 확집(確執)이요, 고귀한 투쟁”이라 규정된다. 그는 교양인의 위의(威儀)를 지키고, 국민을 교화시키기 위한 덕목으로 지조를 강조하고, 모름지기 지도자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먼저 지조의 강도(强度)를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독재의 폭압을 뿌리친 의기의 글인 그의 ‘지조론’이 발표된 것은 1960년 2월이니, 자유당에 의해 3·15 부정선거가 획책되던 그 무렵이었다. 그런데 어느 결에 우리 세대에 지조라는 말조차 사라져 버렸는가. 지조는 한때 선비의 표상이나 지도자의 자격쯤으로 여겨져 숭앙되었지만, 오늘날 어느 지성인도 지도자도 지조를 들먹이지 않는다. 아니 입에 올리기는커녕 바른 규범을 좇아 꿋꿋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가 드물다. 최소한도의 명분도 저버린 채, 이 당 저 당 철새처럼 떠다니며 변절과 배신을 마다않는 정치가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원칙이나 원리에 엄정해야 할 학자들까지 표절과 사기로 연구의 순결을 지키려 들지 않으니, 이제 지조 따위는 개에게나 주어버린 것인가. 삼엄한 도덕적 기준이 요구되는 지조를 논한다는 것부터가 오늘에 와선 시세(時勢)를 거역하는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여겨질는지도 모르겠다. 자연인으로서의 본능고(本能苦)가 강조되고, 개인의 자유가 존중받는 시대에 초지일관하며 산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다. 정신의 자존과 자긍을 위해서라지만 자학과도 같은 생활을 견뎌내려는 의지가 없고서는 지조는 지켜지지 않는다. 따라서 지조라는 말에서는 엄동을 견디고 꽃피우는 매운 매화향기 같은 상서로운 기운이 느껴진다. 지조를 지키는 일이 곤고하다는 것을 아는 까닭에 우리는 의지의 정절을 시험받으며 유지해가는 사람들을 존경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우리가 바라는 지조란 이토록 삼엄한 기운이 감도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며 변절하지 말고 살아가자는 것이다. 특별히 우리는 우리의 지도자들이 한결같은 모습으로 스스로의 언행에 책임지려고 애쓰는 올곧은 사람이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이라면 믿고서 따르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마흔 해 저쪽 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조지훈 선생의 ‘지조론’을 읽고서 큰 감동을 받았었다. 그 분이 재직하시는 대학교라서 비록 원하던 전공이 아니었어도 한번 다녀볼 결심을 했었다. 그리고 그 분을 닮은 시인이 되고 싶었다. 지난해 가을, 조지훈 선생이 봉직했던 교정에 그를 기려 시비가 세워졌다. 제자들의 오랜 흠모가 그 학교 출신도 아닌 선생의 시비를 그들의 교정에 세우게 한 것이다. 김명인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 “교육사업 선택과 집중이 필요”

    “교육은 투자가 우선입니다. 또 투자 없이 변화는 불가능합니다.” 금천구의회 교육환경개선특위 강구덕 위원장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고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교육사업개선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면서 “이 과정에 주민 목소리에 귀를 열어놓는 것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낙후구 금천구를 교육으뜸구로 바꿀 수 있다는 신념에 따라 지난달 28일 서복성 의원과 함께 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강 위원장은 “결국 예산이 문제겠지만 교육환경 개선은 구민 다수의 숙원 사업인 만큼 구민들의 성원도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교육환경개선특위는 강 위원장을 비롯, 서복성·유은무·정순기·오봉수·김대영·김훈·조윤형·임부재 의원 등 9명으로 구성됐다.
  • [녹색공간] 멸종을 택한 호주 원주민/이기영 호서대 식품미생물학 교수

    말로 모건은 호주의 여의사이다. 그녀는 한 원주민 부족으로부터 초대받아 3개월간의 부족 성지여행을 마치고 ‘무탄트 메시지’라는 책을 펴내 호주 원주민들이 문명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이 원주민 부족은 지상에서 사라지기로, 즉 아기를 안 낳아 스스로 멸종하기로 결정하고 이러한 결정을 문명인들에게 전할 메신저로 그녀를 선택한 것이다. 사람들이 땅의 영혼을 배반한 결과, 더위는 날로 심해지고 비 내리는 방식도 달라져 동식물의 번식이 크게 줄어들어 식량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오는 22일은 지구의 날이다. 최근 유엔 산하 기후변화국가간위원회(IPCC)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앞으로 70여 년 뒤에는 대부분의 동식물이 멸종할 것으로 예보했다. 말로 모건은 의사로 병원에 근무하면서 한편으론 삶의 의욕을 잃고 약물에 취해 지내는 호주 원주민 혼혈 젊은이들에게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경제적 자립을 도와주는 일을 직접 지원해 왔다. 어느 날 그녀는 한 원주민 부족의 초청을 받아 4시간이나 사막을 달려서 원주민 마을에 도착했다. 그녀는 정화의식을 위해 원주민이 준 누더기 같은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으며 입었던 옷과 신발은 물론이고 운전면허증이나 현금, 반지, 다이아몬드, 시계 등은 모두 불속에 집어넣어야 했다. 그녀는 한참 뒤에야 이 의식이 물질과 고정된 신념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즉 존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을회의에서 원주민들은 그녀와 함께 대륙의 사막을 횡단하는 긴 여행을 결정했다. 모두 60여명이 참여한 여행의 목적지는 호주대륙 중앙에 있는 거대한 암석 근처의 지하동굴이었다. 이곳은 원주민들의 성지로 그들의 역사와 문화가 기록된 박물관이다. 원주민들은 긴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식량을 전혀 갖고 다니지 않았다. 그들은 걷다가 배가 고프면 음식을 생각하고 주위를 살피며 나타난 벌레나 뱀, 개미, 견과, 과일, 씨앗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간단히 조리해 먹었다. 말로 모건은 처음엔 이런 음식들을 절대 먹을 수 없다고 생각했으나 며칠 뒤 살아 움직이는 벌레만 보아도 입맛을 다시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들은 말수가 적었고 대부분 텔레파시로 서로의 마음을 읽어 말이 거의 필요 없었다. 십여㎞나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동족들과 텔레파시로 서로 정보를 교환했다. 또한 문자를 쓰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기억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은 아무리 사소한 말이라도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항상 서로 즐거운 놀이를 하며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았다. 문명인들이 즐기는 달리기 시합같은 대부분의 스포츠를 놀이라고 생각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한 사람만이 승자이고 나머진 다 패자여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주민들은 경쟁을 통해 패권만을 추구해온 문명인들을 ‘무탄트’ 즉 원래의 인간과 다른 변종이라고 불렀는데, 이제 변종들이 땅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땅을 배반해 동식물이 줄어들어 식량이 고갈되면서 더 이상 자손들에게 고통스럽게 살아가게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 멸종을 결정했던 것이다. 얼마 전 유엔이 전 세계 과학자 2500명과 함께 연구해 발표한 충격적인 지구온난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기온이 지금보다 1도 오르는 2020년엔 먼저 개구리, 도롱뇽 등 온도에 민감한 양서류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며 연쇄적인 생태계 붕괴가 시작된다. 바다 속 산호가 하얗게 말라 죽는 백화현상은 이미 호주에서 시작됐고 바닷물이 더워져 서식지를 잃는 어류의 멸종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2050년, 온도가 2도 이상 올라가면 지구상의 생물 가운데 20∼30%가 멸종되고 2080년이면 대부분의 생물종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기영 호서대 식품미생물학 교수
  • [이종현의 나이스 샷] 골프가 주는 감동

    며칠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골프장에서 올해 102세인 엘지 맥린 할머니가 홀인원을 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의 한 70대 골퍼는 필드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데 홀인원은 축복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노인은 자신도 102세까지 골프를 할 수 있을까라는 아련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골프는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과 도전을 준다. 사실 스포츠 가운데 102세 노인이 즐길 수 있는 종목이 몇 개나 될까. 단언하건대 골프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한쪽 팔로 골프채를 휘두르는 골퍼, 의족을 한 채 라운딩하는 골퍼, 휠체어를 타고 페어웨이와 그린을 누비는 골퍼 등이 모두 골프이기에 가능하다. 폴 에이징어는 끊임없는 도전 정신으로 암을 정복하고 지금도 필드에서 활약하고 있다. 존 댈리 역시 알코올 중독으로 손가락질 대상이 됐지만 골프를 통해 새 삶을 찾아 장타자들의 우상이 됐다. 얼마 전 미국에 사는 한 교포가 사진 한 장과 함께 메일을 보내왔다. 암투병 중인 아들이 함께 라운드를 도는 도중에 홀인원을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홀인원을 통해 “살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갖게 됐다.”며 장문의 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마치 소설 ‘마지막 잎새’를 읽는 듯한 진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렇듯 골프는 인간에게 안락한 초록색 행복을 주는가 하면 코스 곳곳의 핸디캡으로 시련을 안기기도 한다. 라운딩을 통해 행복과 시련, 희망과 감동, 심지어 기적까지 체험할 수 있는 게 골프다. 올해 마스터스골프대회에서 우승한 잭 존슨, 그리고 최경주는 모두 보잘 것 없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년들이었다. 하지만 잭슨은 신(神) 만이 챔피언을 점지한다는 꿈의 무대에서 우승했다. 최경주는 한국인 최초로 미국의 남자골프 정상에 올라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선사했다. 골프에는 항상 예기치 못한 일들이 숨어 있다. 반드시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며 위기와 시련도 함께 준다. 하지만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마지막 홀에서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도 골프다. 누구나 골프 만의 감동과 기적을 체험할 수 있다. 홀인원을 통해 강한 삶의 희망을 새로 다진 위의 두 사람처럼.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학부모·교사·학생 믿음 가정방문으로 키우세요”

    “학부모·교사·학생 믿음 가정방문으로 키우세요”

    “가정방문은 학부모와 교사, 학생간 믿음을 키워 나가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좋은교사운동 송인수(43) 대표는 가정방문에 대한 강한 신념을 이렇게 밝혔다. 교사 폭력과 집단따돌림, 가출 등 학교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요즘 교사와 학부모, 학생간 신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다. 송 대표는 “학교생활기록부를 비롯한 서류상으로 드러나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면서 “이처럼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개별 지도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가정방문을 통해 교사가 따뜻한 보호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가정방문은 교사들에겐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정해진 학사 업무를 소화하는 것만도 벅찬데 일을 더 보태는 것과 같으니까요. 그래도 가정방문을 한 번 경험한 교사들은 또 하겠다고 합니다. 이를 보고 다른 교사들도 ‘나도 하겠다.’며 나서기도 합니다.” 가장 안타까울 때는 학교에서 촌지 문제 등 불미스러운 일을 걱정해 가정방문을 못하게 할 때다. 좋은교사운동은 교장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을 권유한다. 송 대표는 “서울시교육청이 2003년 펴낸 가이드북에서도 가정방문을 필요한 사항이라고 권장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가정방문을 의무화할 필요는 없지만 교사가 자발적으로 나서는 것을 학교가 막을 이유는 없다. 교사들의 순수한 열정과 애정에 격려를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좋은교사운동은 2000년 신뢰를 얻는 교직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로 출범한 교육실천운동이다.1996년 전국에 흩어져 있던 14개 기독교 교사 모임이 연합모임을 결성한 것이 모태다. 현재 기독교 교사를 중심으로 교육대와 사범대 예비교사까지 합쳐 350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4대 캠페인으로 학부모 편지 보내기, 가정방문, 고통받는 학생 1대1 결연, 자발적 수업평가 받기 등을 펼치고 있다. 가정방문은 ‘학교 붕괴’와 ‘교육 이민’등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현실에서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신뢰를 쌓는 것이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2001년 시작했다. 좋은교사운동본부(www.goodteacher.org)는 교사들에게 가정방문 방법을 소개하고, 소감이나 후기를 공유하는 등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종교에 상관없이 교사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 [책꽂이]

    ●정신분석 시론(이승훈 지음, 문예출판사 펴냄) 정신분석을 매개로 한 자아해방의 글쓰기에 관한 성찰을 담은 시론집. 저자(한양대 국문학 교수)는 자아해방이란 자아를 의식의 감옥, 언어의 감옥, 현실의 감옥에서 풀어놓는 것이라고 말한다.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자신의 시를 자아찾기-자아소멸-자아불이(不二)라는 세 명제로 요약해 설명한다.2만 5000원.●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조지 엘리엇 지음, 한애경 등 옮김, 민음사 펴냄) 영국 여류소설가 조지 엘리엇(본명 메리 앤 에번스)의 장편소설. 전통사회에서 산업자본주의 사회로 변모해 가는 빅토리아시대 영국의 한 마을을 무대로 진취적 여성 매기와 가부장적인 인물 톰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그렸다. 빅토리아시대의 가부장적 질서를 비판한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악마는 우리를 유혹하지 않는다. 우리가 악마를 유혹하는 것이다.”라는 작가의 신념이 녹아 있다. 전2권 각 1만원.●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나가시마 유 지음, 이선희 옮김, 창해 펴냄) 소설 ‘맹스피드 엄마’로 일본 아쿠다가와상을 받은 작가의 소설집.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에 대한 성찰이 담겼다. 무대는 도쿄 옆의 도시 사이타마. 작가는 이곳을 “도쿄와 닮았지만 어딘가 개성이 부족한 도시”라고 말한다. 제목은 자메이카 가수 밥 말리의 노래 ‘No Woman No Cry’에서 따왔다.9000원.●오이디푸스의 숲(강유정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2000년대 새로운 한국 소설의 지형을 살핀 평론집. 어머니를 아내로 취하고 그 사이에서 형제이자 아들인 아이를 낳은 패륜아 오이디푸스. 오이디푸스가 저지른 패륜을 “호명 불가능한 양가적 존재를 양산해낸 것”으로 규정하는 저자는 2000년대 문학을 눈먼 오이디푸스와 같다고 말한다.‘용서라는 이상과 자기 구원의 서사-공지영’ ‘지극한 반복, 중독의 미학-성석제’ ‘냉소라는 서사적 생존전략-은희경’ 등의 글이 실렸다.1만 6000원.●아프리카 술집, 외상은 어림없지(알랭 마방쿠 지음, 이세진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아프리카 콩고 출신 환상문학 작가의 장편소설. 콩고의 ‘외상은 어림없지’라는 술집과 그 술집을 오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기이한 인생을 그렸다.1998년 첫소설 ‘파랑-하양-빨강’으로 ‘검은아프리카문학상’을 받은 작가는 철학적인 아프리카 우화를 통해 사회현실을 비판하는 작품을 발표해 왔다. 마르케스와 보르헤스의 마술적 리얼리즘을 연상시킨다는 평.9000원.
  • [옴부즈맨 칼럼] 포털·댓글·UCC, 신문의 역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신문이 사실보도, 아니 진실보도를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멀지 않은 과거에는 정치권력이 입을 막고 사실을 비틀었다. 요즘은 자본이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도 신문에 유언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권력과 자본은 정직한 편이다. 권력과 자본보다 훨씬 무섭게 신문의 귀와 입을 틀어막는 것은 바로 이데올로기이다. 이데올로기는 사실 여부를 증명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래야만 되는 것으로 믿어버리는 지배적인 신념이다. 수십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반공이데올로기는 무수한 사람의 인권과 생명을 앗아갔지만 신문은 이를 저지하기는커녕 이데올로기의 횡포에 완장을 차고 나서기까지 했다.‘황우석 논문조작’ 사태가 터지기까지 발동한 국익이데올로기를 보라.‘국익’이란 이데올로기에 압도당한 신문은 진실추구가 아니라 신화와 환상, 허위를 만드는 데 급급했다. 요즘 유행하는 ‘포털’ ‘댓글’ ‘UCC’에도 ‘민주주의 이데올로기’가 덧씌워져 우려스럽다. 이들 신매체는 시민이 적극 참여하는 쌍방향의 하의상달식이기 때문에 분명 ‘민주적’이다. 하지만 ‘민주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따라서 해야 하고, 또 ‘민주적’이기 때문에 비판을 가하면 자칫 몰매를 맞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매체가 종종 부화뇌동을 부르는 전체주의와 비판을 불허하는 독재를 만들어내고 있다. 포털은 국내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 등 대부분의 언론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언론공간을 창출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댓글과 토론광장 공간도 갖춘 포털은 제법 ‘민주적’이다. 하지만 인터넷공간에서 상업적 이해를 추구하는 포털은 뉴스사이트를 연예, 오락, 스포츠물 위주로 선정적으로 편집함으로써 사람들이 더 이상 공공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한다. 포털을 찾는 이들이 많은 경우 공공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민주적 시민이 아니라 선정과 흥미 위주의 포털뉴스의 소비자일 뿐이다(3월28일자 1면 ‘e권력 포털 대해부, 통제되지 않는 언론’). 엉겁결에 다수의 포털 뉴스공급자의 하나로 전락한 신문들은 독자들이 포털로 이탈하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스스로가 이탈의 원인을 계속해서 제공하는 진퇴양난의 함정에 빠져있다. 정치권도 포털의 영향력을 관찰하면서도 우려보다는 편승에 관심이 더 많다(3월30일자 1면 ‘e권력 포털 대해부, 대선 주무르는 제5권력’). 소위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댓글’이 가장 비민주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댓글이 남의 의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자기 말만 ‘지껄이고’ 공격과 비방, 욕설을 ‘내뱉는’ 악성 감정의 분출구가 된 지 오래다. 신문들은 저간의 사정을 잘 알면서도 댓글이 ‘민주적’ 공간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경쟁사들도 하고 있기 때문에 악성 댓글공간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의 인터넷판은 댓글제도가 없다. 여론마당(forum) 공간만 열고 그것도 욕설, 비방, 명예훼손 발언 등은 삭제·관리한다. 관리의 이유는 민주적 시민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제 이용자 창작 콘텐츠(UCC) 열풍이 불고 있다. 신문들은 또 ‘민주’의 꼬리를 달며 UCC를 선전하고 있다. 댓글 도입 때처럼 많은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UCC를 자사 서비스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과연 UCC는 민주적인 매체인가? 최소한 신문들의 UCC 보도는 민주적이지 않은 것 같다. 신문들은 UCC를 보도하기보다 선전하고 있고, 감시하기보다 옹호에 급급하다. 이러한 정황에 비춰볼 때 지난주 서울신문이 시작한 ‘e권력 포털 대해부’란 탐사보도 시리즈는 용기있고 의미있는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사설] 한·미 FTA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침내 어제 타결됐다. 한·미 양국이 미국의 무역촉진권한(TPA)에 맞춰 합의했던 시한을 최대한 연장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타결을 위해 총력전을 펼친 결과다. 쇠고기와 자동차, 농산물, 섬유, 무역구제 등 미타결 쟁점에 대해 상대의 마지노선을 존중해주는 선에서 ‘빅딜’함으로써 1년 2개월에 걸친 대장정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중국과 일본, 아세안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연간 1조 7000억달러에 이르는 세계 최대시장을 향한 접근로를 더욱 넓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외환위기 이후 정체의 늪에 빠졌던 한국경제가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확보한 것이다. 게다가 한·미 FTA 타결은 정치·외교·안보 측면에서도 양국간 동맹관계를 더욱 굳건히 다지는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한·미 FTA의 성패는 지금부터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정부는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보다 더 험난할지도 모를 국내 이해당사자와 정치권의 설득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이미 갈등과 대립의 골은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깊어졌다. 더구나 연말 대선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자면 법과 제도, 의식과 관행을 모두 바꿔야 한다. 보호의 타성에서 벗어나 구조개혁과 제도 선진화로 방향 전환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한·미 FTA 타결은 우리에게 주어진 절호의 기회다.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움츠러드느냐, 발전의 전기로 활용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한·미 FTA를 둘러싸고 ‘음모설’을 비롯해 각종 풍문이 난무하는 것은 정보의 미공개에 있다고 본다. 공과 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탓에 오해가 반목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협상 내용을 소상히 공개하고 정부가 산출한 손익계산서를 제시할 것을 제안한다. 정부가 한·미 FTA 협상의 원칙이라고 천명했던 ‘국익의 균형’을 얼마나 관철했는지를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특히 시장개방으로 얻게 될 이익만 강조할 게 아니라 피해 예상 업종과 규모도 밝히고 이들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보상책과 지원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농가의 손실이 수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 외에도 가격경쟁력 상실로 10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생산부문의 경쟁력 강화와 시장 확대로 수십만명의 일자리가 새로 생겨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치도 있지만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들에겐 위로가 되지 않는다. 이들이 한·미 FTA의 수혜층에 편입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직업훈련과 업종 전환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자면 지난해 제정한 ‘제조업 등 무역조정 지원에 관한 법률’만으로는 부족하다. 추가 비용투입과 함께 효율적인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한·미 FTA 반대론자들도 마찬가지다. 반대를 위한 반대의 투쟁단계는 지났다.‘졸속’‘퍼주기’‘경제식민지’ 등 반미정서를 자극하는 구호에 이어 ‘정권퇴진 운동’ 운운해서는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 국익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젠 타결내용을 놓고 반대논리를 펼쳐야 한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피해가 예상되는지를 철저히 따져본 뒤 정부가 내놓는 대책이 제대로 됐는지를 추궁해야 한다. 정치권도 단식과 같은 극단적인 투쟁방식을 접어야 한다. 미국처럼 고도의 전문성을 지닌 자문단을 구성해 정부 주장의 타당성 여부를 세심하게 검증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국가 이익에 부합되는지를 대차대조표를 통해 면밀히 분석한 뒤 비준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하라는 얘기다. 한·미 FTA의 성패는 궁극적으로는 우리 스스로에게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협상이 잘 됐어도 그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려운 게 FTA다. 한·미 FTA 타결은 개방의 파고를 헤쳐나가야 하는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이지 결과까지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 경제는 70% 이상을 대외에 의존하는 개방수혜형 구조다. 게다가 수출이 늘어날수록 일본의 배만 불려주는 ‘가마우지형 경제’에서 탈피하는 길은 개방 확대뿐이다. 따라서 한·미 FTA가 가져올 새로운 무역환경을 어떻게 활용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손익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협상에서 교육·의료·방송 등 고부가 서비스부문의 개방이 미뤄짐에 따라 당초 기대했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 목표치에 다소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재계는 개방이 생산성 증가와 국가경쟁력 향상으로 귀결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개방의 혜택이 내수 활성화와 고용 증대로 선순환할 수 있도록 내부 구조개혁의 고삐를 다잡아야 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대국민담화문에서도 확인했듯이 한·미 FTA 성사에 전례없는 강한 신념과 집착을 보여왔다. 협상의 최종적인 결정권자로서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노 대통령은 손익논쟁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한·미 FTA에 반대하는 정치인과 시민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이해당사자들과 국민들을 상대로 한·미 FTA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 대선주자들과의 공개토론도 한 방법일 것이다. 담화문에서 약속한 지원책은 차질없이 이행해야 한다. 앞으로 전개될 한·미 FTA 논쟁이 대립과 갈등을 넘어 생산적인 결론에 도달하길 기대한다.
  • [환경·생명] ‘수도권의 식수’ 팔당호서 경안천으로 올라가보니

    [환경·생명] ‘수도권의 식수’ 팔당호서 경안천으로 올라가보니

    전국 하천과 호소(湖沼)가 썩으면서 생명의 젖줄인 상수원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한강·낙동강·금강 유역 수질은 전년보다 되레 악화됐다. 극심한 가뭄, 집중호우 등 이상강우 현상과 지천 하천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 하수종말처리장이나 취수장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없다. 상류와 지천의 물을 철저하게 관리하지 않는 한 수질개선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다. 수도권 2300만 시민의 생명수를 공급하는 팔당댐과 오염이 심각한 경안천을 돌아봤다. 르포에는 경기도 팔당수질개선본부 엄진섭팀장,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 권혁진 사무국장, 수자원공사 팔당댐 취수순시선 김수동 선장이 동행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팔당호, 호숫가엔 음식점·러브호텔 즐비 수자원공사 수질조사선을 타고 팔당호 수질상태를 살폈다. 보트는 남양주 조안면 호숫가를 지나 팔당호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짙은 푸른색의 물에 쓰레기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늘 팔당호 물을 마시는 시민으로서 “이 정도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뱃머리를 경기 광주 퇴촌쪽으로 돌리자 상황은 바뀌었다. 경안천과 팔당호가 만나는 광동교 근처에 이르자 물 색깔이 확연히 달랐다. 물 색깔은 푸른색에 고동색이 더해졌다. 눈으로 보아도 탁도가 심했다. 김 선장은 “경안천에서 유입되는 물은 색깔과 냄새부터 다르다. 지금은 한결 나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광주 남종면, 양평 강하면 일대 호숫가에는 음식점과 러브호텔이 즐비했다. 임야와 농지를 파헤쳐 전원주택지로 만든 곳도 수두룩했다. 호수와 맞닿은 논밭에선 거름을 내고 있는 농부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경안천, 생활폐수에 폐기물까지 둥둥 용인 김량장동 마평교에서 경안천 하류를 따라 이동했다. 영동고속도로 용인인터체인지 아래까지는 눈으로 보아 오염이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심을 따라 내려갈수록 오염 정도는 더해갔다. 포곡읍 삼계리 한림제약 근처에 이르러서는 절정에 올랐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눈앞에 나타났다. 물색은 검붉게 변했고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스티로폼과 나무막대기, 폐타이어 등이 지저분하게 나뒹굴었다. 기름까지 둥둥 떠다녔다. 도심에서 경안천으로 흘러오는 하수구 주변에는 파리떼가 들끓었다. 광동교 근처 팔당호 물이 탁한 이유를 알게 됐다. 이곳은 지난해 환경부가 실시한 수질조사 결과 연평균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6.1으로 전년 5.8보다 더 나빠졌다. 갈수기에는 특히 오염이 심했다.2월에는 최고 19.3,3월엔 12을 기록했던 곳이다. 동행했던 권 국장은 “어떻게 저렇게 됐지.BOD가 30은 되겠다.”며 크게 놀랐다. 모현면 왕산교 아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갈담리·유운리에서는 가축 분뇨 냄새도 났다. 광주 구간에 들어서자 조금 달랐다. 하천이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다. 엄진섭 팀장은 “자연정화 덕분도 있겠지만 용인보다 하수관거 설치가 잘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하교∼광동교 강가에는 비닐하우스가 몰려있다. 한 농부는 “굳이 경안천을 더럽힐 이유는 없지만 나서서 깨끗하게 가꿀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며 상수원보호구역 규제에 따른 불만을 쏟아냈다. ■ 수질오염 개선하려면 팔당호로 들어오는 경안천 수량은 전체의 1.6%, 유역도 2.8%에 불과하다. 수량은 남한강물이 55%, 북한강물이 43.4%를 차지한다. 수량과 유역만 따진다면 경안천이 팔당호에 끼치는 영향은 매우 미미하다. 하지만 경안천의 팔당호 오염 부하량은 16%에 이른다. 수량이 적고 유역이 넓지 않으면서 오염은 집중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남·북한강 수량이 풍부하지 않다면 팔당호는 벌써 죽은 호수로 변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물과 섞이면서 그나마 정수해 마실 수 있는 물이 된 것이다. ●용인시 오염총량제 도입해야 팔당 수질 개선 오염이 심각한 가장 큰 원인은 용인시가 오염총량제도입을 늦추고 있는데다 하수관거 설치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오염총량제는 환경부와 지자체가 협의해 목표 수질을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는 범위에서 오염을 삭감한 부분만큼 개발을 허용하는 제도. 하천오염물질 총량을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단이지만 현재는 의무사항이 아닌 협의사항이다. 총량제가 도입되면 하수처리구역이 넓어져 정부가 하수종말처리장건설 비용 등을 지원해 하천오염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김법정 환경부 수질총량제도과장은 “용인시가 100여건의 개발계획이 잡혀있는데도 현행 수질(BOD 5ppm)보다 훨씬 낮은 12.5ppm을 제시하는 바람에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류지역이 더 맑아야 하는데 오염농도는 하류인 광주보다 용인이 더 높다. 광주는 환경부와 협의해 2004년부터 오염총량관리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한강수계에서는 광주만 도입했고 용인·이천·여주·남양주·가평·양평은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다. ●집중 투자하면 희망이 보인다 경안천은 연장이 50㎞에 불과하다. 뒤집어보면 오염원을 찾아 단기간에 집중 투자할 경우 의외로 쉽게 수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와 경기도는 경안천을 살리기 위해 해마다 수천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상류인 용인 일대와 146개 작은 하천을 맑게 만드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지자체들이 먹는 물은 경쟁적으로 끌어가면서 하수대책에 뒷짐지는 것도 문제다. 광주시 하수관거비율은 88%지만 용인시는 47%에 불과하다. 산업폐수나 가축 분뇨는 하수도를 통해 나가기 때문에 사실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는 생활폐수다. 가정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은 실개천-경안천-팔당댐으로 이어진다. 분리하수관을 설치, 철저한 처리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주민들의 의식개선도 요구된다. 팔당호 물은 수도권 주민의 생명수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댐이 건설되기 전에 살던 주민들에게 무조건 규제만 강요할 수는 없다. 수질개선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인센티브를 주어 스스로 수질개선에 나서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는 “경안천 수질은 우리가 지킨다.” 광주·용인지역 각종 사회단체와 주민들이 지난해 말 ‘경안천살리기운동본부’를 만들었다. 회원은 새마을운동지회·의용소방대·해병전우회·부녀회 등 이 지역의 대부분 단체와 주민들이다. 팔당호의 수질과 직결된 경안천의 정비와 불법행위 단속을 맡는다. 매달 하천 수계관리 대청소를 실시하고 주민환경교육과 오염원 단속도 이들의 활동이다. 경안천 수계 지천을 관리하기 위해 1마을 1하천 지킴이 운동도 펼치는 시민단체다. 수도권 2300만 식수원을 지키는 파수꾼인 셈이다. 경안천을 살리기 위해 민관 합동작전도 편다. 권혁진 사무국장은 “시민단체지만 한강유역환경청, 팔당수질개선본부, 경기도 등도 참여한다. 운영위원 회의에도 참석해 머리를 맞댄다.”고 말했다. 대안을 내놓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지자체도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 권 국장은 “경안천 오염 원인은 이 지역 주민들의 낮은 의식수준이 아니라 지난 10년 동안 이뤄진 도시개발의 폐해”라고 지적한다. 용인·광주 지역의 마구잡이 준농림지개발, 무분별한 도시확산, 하수기반시설 투자 미흡 등이 주범이라는 것이다. 현재는 비록 망가진 하천이지만 희망은 밝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경안천이 많이 오염됐지만 더이상 늦추면 그만이다. 회원 모두가 깨끗한 물을 만들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생각을 갖고있다.”고 설명했다.
  • 칼릴 지브란/알렉상드르 나자르 지음

    아랍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끈 레바논의 시인이자 화가 칼릴 지브란.‘제2의 성서’라 불리는 산문시집 ‘예언자’의 저자로 잘 알려진 그는 어떤 잣대로도 쉽게 재단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인물이다.‘칼릴 지브란’(알렉상드르 나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작가정신 펴냄)은 평생 독신으로 살며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예술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았던 지브란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다. 지브란에게는 두 명의 절대적인 후원자가 있었다. 사진작가 프레드 홀랜드 데이와 작품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메리 해스켈이다. 지브란은 해스켈의 승인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단 한 줄의 글도 출판사에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수호천사’들과 더불어 지브란의 마음 속에 영원한 등대가 된 것이 어머니 카믈레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위안과 희망, 힘과 애정은 그의 창작활동의 원천이 됐다. 저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지브란의 편지들을 포함한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유년시절에서 1931년 간경화로 사망하기까지, 지브란의 일생을 면밀히 추적한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혼자라고 느껴질 때

    [김형기의 영화, 99가지 모놀로그] 혼자라고 느껴질 때

    문득 외로움이 밀려 올 때가 있다. 세상에 혼자인 것 같고 아무에게도 말 못할 먹먹한 가슴으로 잦은 한숨을 쉬고 기운을 놓을 때가 있다. 얼마 전 이른 새벽. 담배만 푹푹 피워 물다 잠도 들지 못하고 뒤척이며 일어나 TV를 틀었는데, 부지불식간에 이런 제목의 단막극이 시작되고 있었다.‘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는다.’ 그 순간 가까스로 참고 있던 외로움이 봇물 터지 듯 순식간에 밀려들어 왔다. 쪽팔린 얘기로 차마 ‘울음이 터졌드랬어요.’라고는 못하겠고, 왜 그럴 때 있지 않나. 세상의 모든 슬픈 노래가 내 얘기 같고, 나만 뚝 떨어져 이렇게 아파하고 슬퍼하고 있다는 느낌말이다. 갑자기 우울증의 심각함이 대두되고 있는 요즘, 슬픔과 외로움을 홀로 견디고 있을 당신에게 이 영화를 선물한다. ‘타인의 삶(The Lives Of Others/Das Leben der Anderen,2006년)’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의 동독에서 시작한다. 나라와 자신의 신념을 맹목적으로 고수하던 차가운 인격의 소유자인 비밀경찰 비즐러는 동독 최고의 극작가 드라이만과 그의 애인이자 여배우 크리스타를 감시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드라이만을 체포할 만한 단서는 찾을 수 없고 오히려 그와 크리스타로 인해 감동받고 사랑을 느끼며 인간적으로 끌리기 시작한다. 이로 인해 비즐러의 삶에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파문이 일어나고 통일된 독일에서의 비즐러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된다. 한 남자가 감시하던 두 남녀를 통해 역으로 사랑과 인간애를 배우게 되면서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유럽 대륙을 넘어 세계적으로 그 감동을 나누고 뒤늦게 우리 곁에 찾아 왔다. 언제나 삶과 죽음, 꿈과 현실의 경계선이 주는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한 매력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감각을 지닌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의 영화 ‘씨 인사이드(The Sea Inside/ar Adentro,2004년)’ 역시 독특한 색깔을 불어넣어 감성을 뒤흔든다. 전신마비자의 억눌린 욕망을 마치 새가 훨훨 날아가는 것 같은 시점으로 보여주는 영화 도입부와 후반부, 꿈 장면과 함께 어우러지는 음악은 딱딱해 보일 것만 같았던 안락사를 소재로 한 영화에 신비감과 독창성을 부여한다. 그저 논란이 되었던 실화를 재연하는 것에 그치지 않은,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화로서 어둡고 고난한 환경 속에서도 항상 주위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던 라몬 삼페드로의 밝고 쾌활한 성격, 그가 던지는 유쾌한 유머들로 보는 이들의 마음에 다시는 맛볼 수 없는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삶은 자주 우리가 원하는 방향과 다른 곳으로 흐른다. 속도 또한 발맞추기 힘든 지경으로 쏜살같다. 좌절과 수시로 맞닥뜨리고, 불행은 결코 나만을 비켜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기도는 더 간절해지고, 노력은 불가피하다. 세상의 모든 이치를 알고 있는 현자를 아니꼽게 본 장사치가 곤란에 빠뜨리기 위해 새 한 마리를 손에 쥐고 찾아갔다. 그리고 물었다.“이 새가 살겠습니까, 죽겠습니까.” 살겠다 하면 힘을 주어 죽일 참이었고, 죽겠다 하면 날려 보낼 참이었다. 현자는 이렇게 말했다.“그 새는 네 손에 달렸다.” 삶은 ‘내’손에 달려 있다. 시나리오 작가
  • [사설] 한국의 영파워 자랑스럽다

    ‘국민 동생’ 남매로 불리는 박태환·김연아 선수가 또 한번 국민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박 선수는 호주 멜버른에서 진행 중인 세계 수영선수권 대회 자유형 400m에서 우승했다. 전통적으로 ‘수영 강국’을 자부해 온 일본인조차 달성하지 못한 자유형 종목 세계 제패의 꿈을, 아시아인으로서는 처음 이뤄낸 것이다. 김연아 선수도 일본 도쿄에서 끝난 세계선수권 대회 피겨 스케이팅 부문에서 조국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비록 부상 후유증으로 금메달은 놓쳤지만, 첫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사상 최고점을 기록한 것을 보면 ‘김연아 시대’가 곧바로 열리리라는 사실을 우리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박태환·김연아 선수뿐만 아니다. 세계를 무대로 눈부시게 성장하는 우리 젊은이가 적지 않다. 마리아 칼라스 국제콩쿠르 남자 성악 부문에서 한국 성악가 4명만이 최종 결선에 올라 1위 없는 2∼4위를 석권했으며, 로잔 국제발레 콩쿠르에서 박세은 양이 1위를 차지했다. 샤넬 패션쇼에도 이례적으로 동양인 모델 2명이 함께 무대에 섰는데, 둘 다 한국 여성이었다. 모두 이달에 일어난 쾌거이다. 성악·발레·패션모델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의 젊음이 정상을 코앞에 두고 힘찬 날갯짓을 하는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우리 사회는 온국민이 힘을 모아 ‘한강의 기적’을 실현했다. 그 바탕에는 ‘하면 된다.’라는 신념이 있었다. 그러다 ‘IMF 위기’를 맞은 뒤로 경제는 침체했고, 사회 분위기 또한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 10년새에도 우리 사회는 박태환·김연아·박세은 같은 젊은이들을 키워내지 않았는가. 아울러 재기에 성공한 37세의 마라토너 이봉주, 독일의 ‘인간문화재’가 된 40세 발레리나 강수진도 있다. 다시금 우리 스스로의 힘을 믿고, 청년이건 중·장년이건 모두 신발끈을 다시 졸라맬 때이다.
  • [내가 바로 으뜸 공무원] 15년간 법무실무서만 13권 펴낸 이수복 마포구 경영혁신팀장

    [내가 바로 으뜸 공무원] 15년간 법무실무서만 13권 펴낸 이수복 마포구 경영혁신팀장

    15년간 펴낸 법무관련 실무서가 13권. 서울시 본청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강의를 요청해 온다. 심지어 법무사도 그를 찾는다. 그의 저서는 담당분야 실무자들 사이에서 ‘바이블’로 여겨진다. 22일 마포구청 기획예산과에서 만난 이수복(54) 경영혁신팀장은 자치구 최고의 ‘법무행정 전문가’로 손꼽힌다. ●“한 분야에 미쳐라” 1981년 9급 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이 팀장은 1992년 마포구청 감사실 법제팀으로 발령받았다. 각종 행정·민사 소송을 직원 1명과 함께 처리했다. 이론서는 넘쳤지만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실무서는 전무했다. “법학을 전공한 나조차도 눈 앞이 캄캄했어요. 필요한 정보를 담은 책은 전국 어디에도 없었죠. 생소한 분야를 처음 다루는 다른 직원들은 어떡하나 싶더라고요.” 바로 두 팔을 걷어붙였다. 꼬박 2년을 매달려 1994년 실제 자치단체에서 처리한 소송 사례들을 중심으로 구성한 ‘알기 쉬운 법제 및 소송실무’를 내놓았다.‘알기 쉬운 법무도서’ 시리즈의 첫 책이다. 근무시간을 피해야 했기 때문에 야근, 휴일근무를 밥 먹듯했다. 겨울에 냉골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니 이가 맞부딪히며 약해져 생어금니 두 개를 빼기까지 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당시 그는 일에 ‘미쳐’ 있었다. 이후 2004년까지 12권을 더 펴냈다.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실제 사례와 처리 과정에서 느낀 점을 자세히 기술했다. 그 사이 처리한 행정소송은 무려 560건. 한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성격은 1999년 10억원짜리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승리를 이끌어 내면서 절정에 달했다. 지자체가 점유한 토지의 허점을 찾아내 고액 소송을 거는 전문브로커집단을 상대로 혈세 10억원을 지켜냈다. ●“질 소송은 져야 한다” 당시 소송 과정을 설명하며 눈빛을 번뜩이던 이 팀장은 “모든 소송에서 이기려고만 했지만, 곧 ‘이길 소송은 이기고 질 소송은 져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됐다.”고 고백했다. 딸아이 생일에 놀러온 아이들이 술을 꺼내 마신 것 때문에 미성년 주류판매 단속에 걸린 작은 주점 사장의 이야기다. 원칙만 적용해 2개월 영업정지 판결을 받았지만, 주점 주인의 호소를 듣고는 ‘법에도 정(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어떡해서든 의무를 피해 가려는 얄팍한 경우는 용서할 수 없지만, 주민을 상대로 하는 일에서는 져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신념이 된 계기다. 자신을 “조직에서 만든 전문가”라고 소개한 이 팀장은 “순환보직도 필요하지만 10년 이상을 한 자리에 배치해 전문가를 키우는 것이 ‘프로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요즘에는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난 조직이 만든 전문가” 이제는 기획예산과로 자리를 옮기고, 지난 6년간 자신과 함께 법무팀에서 일하면서 전문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후배에게 업무를 넘겼다. 하지만 여전히 업무를 처리하다 막히면 이 팀장을 찾는다. 법무 실무서 집필에도 열심이다. 곧 협약 체결 방법, 사업인가 조건, 위탁계약서 등 자주 쓰는 서식의 표준에 대한 책 출간을 기획하고 있다. “한 분야에 미쳐라. 자기가 말단이라도, 책무를 다하는 책임감을 가진 전문 공무원이 돼야 한다.” 오는 4월27일 인천공무원교육원에서 행할 강의에서 새내기 공무원들에게 해줄 금쪽 같은 경험담이다. <그가 펴낸 책들> ●알기 쉬운 법제 및 소송 실무(1994년) ●알기 쉬운 구정 판례집-행정소송편(1996년) ●알기 쉬운 행정처분과 소송(1996년) ●알기 쉬운 소송실무 교육교재 제1권(1999년) ●알기 쉬운 소송실무 교육교재 제2권(1999년) ●알기 쉬운 구정 판례집-민사소송편(2000년) ●알기 쉬운 법제실무 사례집(2000년) ●알기 쉬운 법률상담 사례집(2001년) ●알기 쉬운 소송실무 교육교재 제3권(2001년) ●알기 쉬운 행정절차법 관련 행정소송 및 질의응답 사례집(2002년) ●알기 쉬운 행정절차제도의 개요와 이해(2002년) ●알기 쉬운 소송실무 교육교재 제4권(2003년) ●알기 쉬운 구정 판례집-행정소송 편 증보판(2004년) 글 사진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28년만에 올리는 이 연극, 인혁당 피해자에 바친다

    “이 빚만 갚으면 연극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십년 넘게 걸렸습니다. 앞으로 매년 한편씩 남들이 쉽게 안하는 카프카의 ‘심판’과 같은 연극을 만들겠습니다.” 국내 유례가 드문 100만 관객을 동원한 뮤지컬 ‘명성황후’의 연출가 윤호진(59)씨가 15년 만에 연극을 만든다.현재 에이콤 대표와 단국대 연극영화과 교수직을 맡고 있는 윤씨는 ‘아일랜드’ ‘사람의 아들’ ‘신의 아그네스’ 등 한국 연극사에 획을 그은 작품을 만든 주인공이다. 하지만 1994년 ‘아가씨와 건달들’ 이래 뮤지컬 제작에 몰두해오다, 에이콤이 재정적 안정에 들어서자 다시 연극무대로 복귀했다.윤호진씨가 이번에 연출할 희곡은 아서 밀러가 쓴 ‘시련’으로 그에게는 각별한 사연이 있는 작품이다.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미국 최고의 희곡작가 밀러의 작품을 1970년대 유신말기에 접한 윤씨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당시 이정길, 최형인, 이낙훈 등 쟁쟁한 연기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극을 연습하던 도중 10·26사태가 일어나고, 제5공화국 군사정권이 집권하면서 결국 ‘시련’은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시련’은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실제로 있었던 전대미문의 마녀 재판을 토대로 한 작품이다.1950년대 공산주의자 색출에 혈안이 됐던 미국의 매카시즘 ‘광풍’을 비판하고 있다. 밀러의 희곡은 1996년 ‘크루서블’이란 제목으로 영화화된 바 있다. 영화에서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정의와 신념의 대변자 존 프락터 역은 드라마 ‘대조영’에서 검모잠으로 열연한 김명수가 맡았다. 위노나 라이더가 연기한 발칙한 소녀 에비게일은 이승비가 맡았다. 숲속에서 어린 소녀들이 발가벗고 춤을 추며 혼령을 불러내는 금기된 장난을 벌인다. 목사에게 발각된 소녀들은 처벌이 두려워 악마에 사로잡힌 듯 거짓 연극을 하고, 마을 주민들은 정말 악마가 있다고 믿어버린다. 마녀 색출이란 명목으로 고소, 재판, 교수형이 벌어지고 사람들의 이기심은 극에 달한다. 윤호진씨는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들과 판결자들을 연극에 모시고 싶다. 판·검사로 임용되기 전에 필수교양 과목으로 이 연극을 감상하면 앞으로 좋은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연극이 끝날 때 관객이 제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예술의전당이 ‘토월정통연극’ 시리즈로 제작하는 작품이며, 오는 4월11∼29일 토월극장에 오른다.1만 5000∼3만 5000원.(02)580-1300.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양심적 병역거부자 11명 유엔에 진정키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는 1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 1호인 오태양씨 등 병역을 거부했다가 복역한 11명이 ‘한국 정부의 병역 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은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 규약 18조가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 및 종교의 자유에 위반한다.’”며 유엔에 진정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유엔 인권위원회의 ‘재발방지 대책 및 구제조치’ 권고를 받아낸 병역거부자 윤여범씨와 최모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종교적 신념에 따른 경우다. 그러나 오씨 등 11명은 종교적 문제와 무관한 병역 거부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말 유엔 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이행 방법 등을 마련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권고 결정 이후 90일 안에 결과를 통보해야 하기 때문에 구제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윤씨 등이 이미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은 상태라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대체복무제 도입 등 재발방지책과 관련해선 “대체복무제 개선연구회의 논의 결과가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라면서 “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기초로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성규 이재훈기자 cool@seoul.co.kr
  • [CEO칼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효율성/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CEO칼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효율성/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배우를 꼽으라면 폴 뉴먼을 이야기한다.‘스팅’,‘내일을 향해 쏴라’ 등의 작품에서 위기의 순간에 웃을 줄 아는 여유를 가진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할까. 실생활에서 원칙과 신념을 중시하는 까다로운 사람으로 알려져 있기에 더욱 매력적인 배우로 기억하고 있다. 폴 뉴먼은 1982년 ‘뉴먼즈 오운’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기업가로도 활동 중이다. 뉴먼즈 오운은 인공조미료나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은 친환경 드레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이다. 그는 회사 창립 후 지금까지 세후이익의 100%를 자선기관에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까지 뉴먼이 자선단체에 기부한 금액은 2억 2000만달러(약 2200여억원)에 이른다. 그는 회사로부터 단 한푼의 월급도 받지 않으며, 심지어 회사비용으로 쓴 돈이라고는 고작 36달러짜리 점심이 전부라고 한다. 폴 뉴먼의 경영은 ‘기업 비즈니스의 목적은 이윤창출이다.’라고 말했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보면 깜짝 놀랄 일이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그 이윤을 100% 사회에 환원한다면 과연 존재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불과 20년 전만 해도 선뜻 대답할 수 없었던 질문이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최근 기업들이 앞 다퉈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회의 자원을 바탕으로 이윤을 얻었으니, 그 일부를 사회에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는 인식이 형성된 것이다. 경영학자 캐롤 교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네 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캐롤 교수에 따르면 기업은 경제·법·윤리·자선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및 법적 책임’은 합법적인 구조 내에서 사회를 윤택하게 하는 경제활동을 하는 것으로, 기업의 1차적인 의무다.‘윤리적 책임’은 법으로 규정하지 않더라도 사회가 기업에 기대하는 깨끗하고 공정한 활동을 의미한다.‘자선적 책임’은 기업이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성금을 기부하고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등 자발적 자선활동을 벌이는 것이다. 캐롤 교수는 이 네 가지 책임에 충실할 때라야 비로소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일반화하면서 단순히 얼마, 이윤의 몇 퍼센트를 사회에 환원했는가는 이제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 차원에서 해석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가장 많은 이윤을 추구하고, 가장 많은 돈을 환원하는 기업이 존경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정당하고 성실하게 이윤을 추구하고, 그것을 윤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회에 환원할 줄 아는 기업이 존경을 받게 됐다. 다행스럽게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기업 수는 날로 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나부터 솔선수범하자는 마음으로 봉사활동 현장을 찾고 있다.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돌아서는 발걸음은 무겁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한하며 이벤트성, 일회성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을 온몸으로 배우고 있다. 탈무드는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다. 그러나 당장 물고기가 필요한 우리 이웃도 있다. 더 많은 기업이 더 바람직한 형태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 [씨줄날줄] 고노 요헤이/황성기 논설위원

    일제의 군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사과한 ‘고노 담화’. 그 담화의 주인공으로 우리 귀에도 익숙해진 고노 요헤이 중의원 의장이 최근 일본 내 ‘꼴통보수’들에게 시달리고 있다.“바보”라는 인신공격성 비난에서부터 “의원직을 사퇴하라.”는 요구까지 다양하다. 인터넷에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찌질이’들의 댓글까지 오른다. 댓글의 요지는 한결같다. 강제성이 있었다는 증거도 없는데 사죄하는 바람에 일본이 담화의 덫에 걸렸다는 것이다. 말하는 형식은 다르지만 아베 신조 총리의 3·1망언과 맥을 같이하는 내용들이다. 고노 의장이 시끌시끌한 ‘고노 담화’에 대해 한마디했다. 그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담화는 신념을 갖고 발표했다.”면서 “그대로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고 못박았다. 위안부 진상을 재조사하고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는 자민당 내 일부 의원들의 움직임을 겨냥한 것이다. 돌아가는 판이 심상치 않다고 여긴 것인지 70세의 노정치가가 직접 나서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고노 의장은 일본 내 친중파의 계보를 잇고 있다.2000년 장쩌민 주석과 회담을 갖는가 하면 지난해 연말에는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주석을 만났다. 우호적인 중·일관계에 힘을 쏟는 그는, 그래서 ‘紅の傭兵’(일본 발음으로 고노 요헤이,紅은 중국 국기를 가리키는 말로 중국의 용병이라는 뜻)라는 야유도 받았다. 외상 시절 북한에 쌀 50만t 지원을 결정했다. 우파 진영에선 ‘퍼주기’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8월15일의 전몰자추도식에서는 “전쟁을 주도한 지도자들의 책임을 애매하게(처리) 해서는 안 된다.”고 전쟁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또한 비난의 소재가 됐다. 따지고 보면 일본의 침략을 받고 지배 당한 역사를 지닌 아시아에 잘못을 시인하고 사이좋게 지내자는 그인데도 일본 우파의 고노 흔들기는 멈추질 않는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절친한 지한파이다. 아들 고노 다로(44) 의원도 한국에 관심이 많다.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의원과 친분이 있다. 한국을 알기 위해 두었던 비서관이 이성권 한나라당 의원이다. 고노 의장의 피를 물려받은 차세대 주역으로서 다로 의원의 아시아 관심이 어떻게 일본 정치에 표출될지 기대된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DS를 뚫어라”

    ‘DS를 뚫어라.’ STX그룹이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다. 채용인원은 500명. 그룹이 출범한 이래 최대 규모다. 이번에도 강덕수(DS) 그룹 회장이 직접 면접에 나선다. 월급쟁이에서 그룹 오너로 ‘샐러리맨의 신화’를 창출한 강 회장이 우수인재 확보에 쏟는 애정은 남다르다. 사나흘씩 계속되는 신입사원 면접 강행군에 하루도 빠지는 법이 없다. 최종 관문인 셈이다. 강 회장이 거의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왜 지원했는가.”이다. 그룹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지도 꼼꼼히 살핀다. 그룹 역사가 길지 않은 까닭에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싫어하는 표현중의 하나는 ‘중견’이다.2등 기업들과 엮이면 평생 ‘2류’밖에 못 된다는 신념에서다. 사회적 유행어가 돼버린 “아직도 배고프다.”는 표현도 마뜩찮아한다. 신규투자를 통해 회사를 거의 새로 키우다시피 했는데 여전히 ‘인수 및 합병(M&A) 전문그룹’으로 보는 시각이 있어서다. 문제는 강 회장 앞에 서기까지도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그룹이 자체 개발한 인성·적성 검사와 외국인이 진행하는 영어회화 면접, 집단토론으로 이뤄지는 1차 면접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희망자는 26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그룹 홈페이지(www.yourstx.co.kr)를 통해 지원하면 된다. 합격자는 ㈜STX,STX팬오션,STX조선 등 8개 계열사에 배치된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서로주체성의 이념/김상봉 지음

    1987년 6월 항쟁 이후 20년, 진보진영에서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얘기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추종에 따른 양극화의 심화 등은 20년전 들고 일어난 민중들이 기대했던 사회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재야에서 주류 철학계를 강도높게 비판하다 2년전 강단에 복귀한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의 현실 진단도 마찬가지다. “인권변호사 출신의 대통령은 신념을 가지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밀어붙이고, 민청학련 사형수 출신의 철도공사 사장은 KTX 여승무원 문제에서 보듯, 그들이 비판했던 자본가들과 한치의 다름도 없이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다.” 이런 실태를 단순히 이들의 ‘변절’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 김 교수의 원인분석은 좀 다르다. 김 교수는 “이 모든 위기적 징후가 우리 모두의 정신의 빈곤에서 비롯됐다.”고 단언한다.‘투쟁과 쟁취 이후’의 세상을 미처 그려놓지 못했기 때문에 서구 등 남이 만들어 놓은 ‘지도’와 ‘설계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결국 지금 눈앞에 보이는 위기를 몰고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누구도 자기의 세계상을 스스로 정립하지 못한 채 자기가 사는 세상의 주인이 될 수는 없다.”면서 “정신의 빈곤은 남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마름이나 노예의 상태에 떨어질 위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자신이 형성한 세계관, 우리 자신의 역사적 삶에서 길어낸 ‘철학’만이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신간 ‘서로주체성의 이념’(김상봉 지음, 길 펴냄)에서 김 교수는 이런 독특한 신념과 철학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이미 5년여전 우리가 추종하고 있는 서양정신·서양철학을 ‘나르시시즘’으로 비판한 바 있다. 서양정신과 서양철학은 기본적으로 자기우월과 배타성이 특징인 ‘홀로주체성’이어서 다른 주체를 인정하지 않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김 교수가 대안으로 제시한 개념이 바로 ‘서로주체성’이다. 서로주체성은 기본적으로 다른 주체와의 만남과 연대를 통해 형성된다. 홀로주체성이 정복과 착취의 역사로 발현되는 반면 서로주체성은 연대와 나눔의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김 교수는 ‘철학의 혁신을 위한 서론’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을 통해 무비판적으로 몸에도 맞지 않는 서양철학을 앵무새처럼 되뇌었던 주류철학계에도 냉철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324쪽,2만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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