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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교·신념따른 대체복무 허용] “집총 거부하다 주검으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를 허용하겠다는 소식이 어찌나 고마운지 몰라요. 앞으로 이들은 우리 사회에 보다 많은 기여를 하게 될 테니까요.” 18일 정부가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를 허용하겠다는 소식을 들은 자영업자 김윤태(54)씨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들었다.20여년 전 종교적 신념으로 집총을 거부하다 입대 뒤 하루만에 숨진 동생 선태(당시 22세)씨의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1981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장사를 시작한 선태씨는 갑작스레 군입대 통지서를 받고 같은 해 8월14일 서울 태릉의 모 사단 훈련소에 입소했다. 그러나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던 그는 군사훈련 일체를 거부했고, 다음날 부내 내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입대한 다음날 아침 동생이 죽었다는 전화를 받고 온 가족이 부대로 달려갔어요. 주검을 보니 온 몸에 타박상 흔적이 나 있고 특히 가슴과 엉덩이에 시커멓게 멍이 들어 있었어요. 유서도 없었는데 군 당국은 이렇다 할 해명 한 마디 없이 ‘자살했으니 확인서에 서명하라.’는 요구만 했어요.” 당시 군 당국은 “자살 확인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당신도 구속해 버리겠다.”며 선태씨와 같은 이유로 군 입대를 기피하던 김씨를 위협했다. 결국 확인서에 서명이 끝나자 동생은 곧바로 화장됐고, 김씨도 석달 뒤 병무청 직원들에게 이끌려 강제 입영된 뒤 병역 거부로 3년 1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다. “동생이 죽은 뒤로 집안은 완전히 풍비박산이 났어요. 억울한 사연을 알리고 싶었지만 당시는 군사정권이 들어서 ‘계엄상황’이다보니 함부로 말할 수도 없었어요. 어머니는 화병 때문에 8년 전 돌아가셨고요. 저 역시도 수감 후유증으로 몸도 가누기 어렵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등 괴로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어요. 취직도 안 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그동안 ‘먹고 사느라’ 정신이 없었던 김씨는 지난해에야 동생의 사인 규명을 위해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김씨는 이번 정부 방침이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전과자가 되지 않고 사회에 온전히 기여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종교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2009년부터 허용

    이르면 2009년부터 종교나 신념에 따라 군 입대를 거부하는 사람은 현역복무 대신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에서 병역의무를 수행하게 된다. 국방부는 18일 종교나 개인적 신념 등을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하는 사람은 중증 장애인 수발 등 사회복무 분야에서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병역법 등 관련 법령을 정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 제도가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을 치매노인이나 중증장애인, 한센병 환자 수발 등 근무 강도가 높은 분야에 배치하고 현역병 복무기간의 2배인 36개월 동안 합숙근무하도록 할 방침이다. 복무기관으로는 한센·결핵·정신병원 등 전국 특수병원 9곳과 국·공립 노인전문 요양시설 200여곳이 검토되고 있다. 권두환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병역거부에 따른 전과자를 양산하는 현 제도는 소수자 인권보호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 대체복무 허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법무부에 따르면 종교·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로 징역형 등 형사처벌을 받는 사람은 매년 750여명에 이른다. 정부는 종교·신념에 따른 대체복무자를 가리기 위한 방안으로 법조계와 학계, 사회단체, 정부 관계자 등으로 대체복무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체복무 희망자에 대해 서면·출석조사를 통해 대체복무 동기의 진실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후원모임인 ‘전쟁없는 세상’의 나동혁(30) 책임활동가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국방부의 전향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재향군인회는 “징병제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사안”이라며 방침의 철회를 요구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서울광장] 청와대의 생로병사/진경호 정치부 차장

    [서울광장] 청와대의 생로병사/진경호 정치부 차장

    회백색 담 탓일까. 출퇴근길 지나는 청와대는 늘 스산하다. 비라도 오면 내려앉을 듯 무겁고 적막하다.‘권부(權府)’임을 잊는다면, 서울 한복판 7만여평의 넓은 그 곳은 그저 도심 속 섬에 불과하다.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은 그제 일요일, 노무현 대통령이 그곳에서 예순한번째 생일을 맞았다. 진갑상에 미역국이 올랐는지는 모르지만 국무위원 등 부르려던 하객(賀客)은 모두 물렸다고 한다. 부인 권양숙 여사와 가까운 친지만이 그와 생일상을 마주했다. 그가 ‘본받을 공직자’라고 한 유능한 참모 변양균씨의 신정아 스캔들로 ‘할 말이 없게’된 지 일주일 뒤 일이다. 임기 마지막 해 대통령 부부만의 생일상은 처음이 아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퇴임을 한 달여 앞둔 2003년 1월 78회 생일을 부인과 둘이 보냈다. 작은 선물이라도 들고 왔어야 할 홍걸, 홍업 두 아들은 차가운 구치소에 갇혀 있었고, 다음 대통령이 드리운 권력 무상의 짙은 그늘에 노부부는 더 없는 한기(寒氣)를 느껴야 했다. 우울한 청와대는 낯설지 않다. 대통령이 있고부터 죽 있어 왔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까지 임기말 청와대는 우울하거나 불행했다. 한껏 어깨 펴고 들어섰다가도 모두 고개를 숙이고 나왔다. 임기말 증후군의 대표적 증세다. ‘거세된 대통령’(노 대통령의 표현이다)이 우울한 생일상을 받던 그제, 청와대 밖에서는 한때 그의 정치적 동지이자 자산이었던 옛 열린우리당 주역들이 ‘노무현 이후’를 놓고 또 한차례 일합을 겨뤘다.5년 전 종로 유세에서 노무현 후보가 “내 옆에 있다.”고 한 정동영은 ‘낫(not) 노’, 비노(非盧)를 외치며 선두를 달린다. 한나라당 이적생 손학규는 ‘노(no) 노’, 반노(反盧)로 살 길을 찾는다. 유일한 친노주자인 이해찬도 “대통령이 (특정후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거리를 둔다. 장외시장의 문국현은 아예 자신을 후보 단일화 무대에 올려 놓고는 노무현 정치와는 전혀 다른 프레임의 정치를 외친다. 노 대통령의 우군인 몇몇 인터넷 매체와 386세대들은 친노주자 대신 문국현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임기 마지막까지 할 일은 하고 가겠다는 노 대통령이다. 선거법이 대통령의 입을 틀어막는다며 헌법소원을 내고, 야당 대선후보를 거침없이 고소한 그가 이런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 내 무대인데, 불러야 할 노래가 많은데 정작 관객들은 고개를 돌리고 다음 가수가 마이크를 넘겨 받으려 드는 이 당혹스러운 현실을 승복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유령선거인단을 동원한 ‘날림 경선’을 불사하며 노무현 이후를 향해 눈에 불은 켠 그들이다. 대통령이 자신도 모르게 선거인단에 포함된 것은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이 얼마나 날림이냐의 문제를 넘는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는 야만적 무원칙과 빈곤한 정치신념, 누구든 가로막으면 부수고 가겠다는 전의가 담겨 있다. 그들에게 지지율 20%의 대통령은 더 이상 기댈 언덕이 아니다. 이명박이 끌어안지 못한 50%의 국민들 마음만 살 수 있다면 ‘노무현 밟고 가기’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권력의 생로병사다. 균형발전정책과 기자실 문에다 대못을 쾅쾅 박을지언정 ‘노무현 이후’에 대해서만은 한 발 물러서는 자세가 노 대통령에게 필요하다. 눈발 날리기 시작한 청와대의 겨울을 오롯이 관조했으면 싶다. 누구도 아닌 자신을 위해. 진경호 정치부 차장 jade@seoul.co.kr
  • 낡은 의자·빛바랜 전화기…시간의 흔적들

    낡은 의자·빛바랜 전화기…시간의 흔적들

    예전에는 ‘빈티’난다고 밀어냈던 오래된 빈티지(vintage), 그리고 빈티지처럼 보이는 스타일이 요즘 유행이다. 서울 강남의 압구정동에서 유럽의 빈티지 가구와 소품 컬렉션 등을 소개해 인기를 얻고 있는 홀 페이퍼가든의 대표 주은주씨는 요즘 선이 간결하고 디자인이 투박하지 않으며 색채감이 뛰어난 덴마크의 빈티지 가구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과 편안한 가족의 느낌을 주기 때문에 빈티지를 찾는다. 파리의 클리낭쿠, 방브 지역 등을 다니며 빈티지 가구들을 찾아내고 있다. 북적거리는 코엑스 몰의 스프링컴 레인폴, 저렴하면서도 멋스러운 빈티지 스타일의 가구와 소품들을 구입하려는 젊은 여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산 듯한 엽서, 오래된 듯 바랜 수첩, 나무와 스틸로 만들어 왠지 복고적인 느낌이 드는 가구들까지. 요즘 여성들이 좋아하는 빈티지 느낌을 잘 살린 곳이다. ●시대 생활양식·문화를 반영하는 빈티지 올 가을 인테리어에서는 낡고 오래된 빈티지 물건들이 멋진 공간을 꾸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빈티지 스타일은 한동안 아줌마들 사이에 유행했던 묵직하고 화려한 분위기의 앤티크(antique)나 쓰레기 더미에서 건져낸 듯한 정크 (junk)스타일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특정한 연대, 시기에 만들어진 어떤 것’을 뜻하는 빈티지는 돌고 도는 유행의 수레바퀴 속에서 자신이 흠모하는 시기와 당시의 스타일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사람들이 창조해내는 스타일의 한 장르다. 한 시대의 생활 양식과 문화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빈티지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최근 홍대 앞 골목에 문을 연 ‘aA디자인뮤지엄’의 경우 1900년대 유럽을 컨셉트로 낡고 빛 바랜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들을 한데 모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탈리안 카페를 운영하는 김명한씨가 20년에 걸쳐 유럽을 돌며 수집한 유명 작가의 작품 및 가구와 인테리어 오브제, 조명 등의 제품을 내 놓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책으로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즐길 때에 빈티지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 뮤지엄으로는 드물게 규모가 큰 이 곳의 등장은 요즘 빈티지에 대한 열풍이 뒷받침된 것이리라. 오래 전부터 빈티지 스타일이 인기를 끌었던 곳은 바로 일본이다. 다이칸야마, 지유가오카, 메구로 등지에서는 아예 빈티지 제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점들을 찾아볼 수 있다. 진품과 빈티지 스타일을 본딴 제품들을 철저하게 구별하는 그들은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모아온 엄청난 양의 빈티지 제품들을 소유하고 있다. 오리지널 빈티지뿐 아니라 빈티지 디자인과 양식을 그대로 이어 생산하고 있는 가구 회사도 있다. 국내에도 수입된 ‘비전 60’의 가구 ‘카리모크 60’이 바로 그것.1960년대 창업 당시부터 지금까지 ‘카리모크 60’의 가구 디자인은 그대로이다. 보편 타당한 디자인이면서 현대인의 요구에 맞는 부분만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겠다는 그들의 신념은 하나의 ‘빈티지 라이프스타일’로 보인다. ●손쉬운 빈티지 스타일링의 노하우 좀더 쉽게 빈티지 느낌을 연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복고풍의 빈티지 스타일을 좋아하는 스타일리스트 이정화씨는 “자신이 직접 체험한 문화적 경험을 충분히 되새기고 활용하라.”고 전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시대의 영화나 뮤지컬 등 영상물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이들 영상물 속에는 그 시대의 생활 양식을 반영한 다양한 세트가 존재한다. 그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며 특징이 될 만한 제품들을 모으는 것도 빈티지 스타일을 구사하는데 도움이 된다. ●요즘 유행하는 빈티지 스타일 따라잡기 단순하면서도 과감한 프린트의 벽지와 패브릭, 오래된 가전 제품, 약간 어두운 빈티지 컬러의 페인팅 중 하나의 포인트를 권하고 싶다. 어린 시절 갖고 놀았던 인형이나 책 등을 소품처럼 사용해도 좋다. 스프링컴 레인폴의 조수정씨는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감성적인 소품들, 낡고 투박하지만 장식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의 가구들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한다. 최은선 스타일칼럼니스트 aleph@nate.com ■ 사진 및 자료 제공:aA디자인뮤지엄, hall papergarden,spring come rain fall,vision60.
  • “판결 고민돼 물어본 사람만도 100명…”

    “비난 여론을 모두 감수하겠습니다. 이번 판결의 정당성에 확신이 있습니다.” 6일 정몽구 현대차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후 집무실에서 만난 서울고법 이재홍(51·사시19회) 수석부장판사의 얼굴엔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말해주듯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판결에 대해 묻자 “판결의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 있다.”며 미소를 띠었다. 이 부장판사는 “경제가 살아야 국민들이 살고 국민들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면서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밝혔다. 정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로 많은 비난을 받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는 “판결 선고 때까지 고민은 많았지만 모든 것은 재판부가 떠안고 갈 문제다. 판결에 후회는 없다.”고 굳은 신념을 보였다. 그는 정 회장 사건을 담당한 뒤 출퇴근 길에도 고민을 했단다.“어떻게 판결해야 할지를 물어본 사람이 100명도 넘는다. 택시기사, 식당 아주머니 등등.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정 회장 같은 경제인은 국익을 위해 풀어줘야 한다고 대답했다.”면서 그간 혼자만의 여론조사 결과를 털어놓았다. 그는 또 법원의 젊은 판사들은 정 회장에 대한 형량에 매우 센 의견을 냈다고 귀띔했다.“정 회장 사건을 물어보자 젊은 판사들은 6대4 비율로 실형의견이 많았다. 이유는 법원의 권위와 화이트칼라범죄 엄단이었다. 그래서 더 많은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그는 ‘실형만이 사법부의 권위를 세우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이번 판결로 나타났다는 뜻을 비쳤다. 이어 “국민들이 보게 될 8400억원 투자에 따른 이익과 정몽구 한 사람에 대한 단죄 중 국민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인 사회공헌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천사표’ 부장으로 통한다. 그러나 법정에 들어서면 누구보다 법리에 밝고 강단 있는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도 법조계에 정평이 나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최종찬기자의 시드니 뒤집어보기] (2) 아시아 이민자와 사교육

    [최종찬기자의 시드니 뒤집어보기] (2) 아시아 이민자와 사교육

    호주에서도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이민자들의 ‘자녀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백수를 경험할 정도로 일자리가 적은 나라에서 자녀들이 명문대학을 나와야 괜찮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봇물처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맹모삼천지교’형 부모들이 늘면서 명문 대학에 보내려면 명문 초등학교부터 나와야 한다는 신념으로 불법적인 일도 마다않는다. 위장전입도 불사하는 것이다. 명문 학교가 있는 지역은 수요가 늘면서 집값이 뛰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전업주부 황효진(42)씨는 “두 딸의 교육을 위해 교민들이 없는 곳으로 이사했다.”면서 “딸들은 호주교사로부터 영어 개인과외를 받는다.”고 말했다. 교육을 위해 교민사회에서 멀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 교민들도 다른 아시아 출신의 이민자들처럼 대부분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거나 개인과외를 시키고 있다. 한국의 사교육 광풍이 싫어 이민 온 교민들조차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모순된 일이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나라에서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마스든고교 부설 IEC(영어집중교육센터)의 강연희(56) 교사는 “교민 자녀들은 영어와 수학 과외를 많이 받는다.”며 “영어는 모자라는 것을 채우려고, 수학은 전략 과목으로 만들려고 시킨다.”고 설명했다. 교민들은 아이들이 유치원생이거나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는 예능과 스포츠 관련 과외와 학습지를 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초등 3∼4학년이 되면 5학년의 우수반 시험과 6학년 3월의 셀렉티브고교 시험에 대비해 사교육을 시킨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교민은 사립고교의 장학생 시험을 준비하기도 한다. 시드니 총영사관 한국교육원 박인순(52) 원장은 “유학생이나 최근 이민자 가운데 ‘맹모삼천지교형’이 많고 특히 젊은 엄마들은 친구들의 자녀와 비교해 경쟁하는 심리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불법 위장전입 성행… 고교 시험문제 유출도 사교육 비용은 학습지가 대체로 과목당 호주 돈으로 월 100달러(약7만 700원·이하 호주달러)선. 학원은 초등학교의 셀렉티브 준비반이 주중 1∼2회 또는 주말에 4∼5시간씩 집중반을 운영한다. 한 학기에 1000달러선 7학년(우리의 중1) 이상은 주로 영어, 수학, 과학을 배우며 과목당 350∼450달러. 수업은 90분씩 주 1회가 일반적이다. 예체능이나 학과목 개인 과외는 시간당 40∼100달러. 한국인 교사는 50달러선이 대부분이고 호주인 교사는 60∼70달러, 입시생은 100달러가 넘는다. 수영, 골프, 스케이트 등의 그룹과외는 시간당 20달러로 입장료는 따로 내야 한다. 승마의 경우 레슨 받는 동안에 말을 빌려야 하는데 그 비용은 최저 1000달러가 넘으며 돌보는 가격도 내야 한다. 교민 자녀들의 사교육 동선을 살펴보자.B자매의 경우. 초등학교 2학년인 동생은 학습지로 영어와 수학을 매달 95달러에 배운다. 또한 피아노는 시간당 50달러, 수영은 그룹과외로 시간당 20달러, 스피치와 기계체조는 교내 특별과외로 30분에 12달러에 각각 배운다. 매주 토요일에 한글학교에서 한국어(10주 140달러)교육도 받고 있다.10주동안 발레와 영어 개인과외도 받았다. 명문 사립고교 1학년생인 언니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동생과 같은 레슨들을 이미 받은 결과 6학년 때 사립고교 장학생이 되었다. 지금은 시간당 50달러에 영어 에세이 작문, 시간당 60달러에 수학, 시간당 50달러에 플루트, 시간당 40달러에 테니스를 각각 배운다. 매주 토요일엔 한 달 50달러에 네트볼도 배운다. 이 자매는 방학(1년에 네번) 때마다 학원의 종합반 특강에 다니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1주에 5일간,3시간 연속 수업해서 230∼250달러를 낸다. 다음은 C남매의 경우. 명문 사립고교 1학년인 누나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여 명문 사립고교 장학생이 됐다. 시간당 100달러에 바이올린을, 시간당 50달러에 영어와 수학 과외를 받는다. 집안이 넉넉지 못해 그녀는 다른 아이를 가르쳐서 과외비에 보탠다. 유치원생에게 시간당 20달러를 받고 바이올린을, 초등교 2학년생에게 시간당 30달러를 받고 영어를 가르친다. 공립초등교 6학년인 동생은 셀렉티브고교나 사립고교 장학생을 목표로 누나가 다녔던 학원을 거쳤다. 하지만 두 곳 시험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같은 사교육 열기로 학원들이 잘나가다 보니 권리금은 장난이 아니다. 평균 20만달러선. 학원의 위치나 명성에 따라 매출은 차이가 있지만 연간 30만∼50만달러가 보통이다.‘제임스 안 아카데미학원’과 ‘뉴칼리지’가 교민 운영학원 가운데 가장 많은 지점을 갖고 있으며 시드니 시내 20여곳에서 성업 중이다. 현재 호주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연 10억달러로 추정되며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영재반과 셀렉티브고교 시험문제가 사설 학원들에 불법 유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수백명이 유출된 시험문제를 똑같이 암기해 영재반 시험문제를 새로 낸 일도 있다. 작년 셀렉티브고교 입학시험에서 중국계 학생 10명의 표절이 적발됐다. ●백인 주민들 “아시아계가 교육풍토 망쳐” 성토 아시아계 이민자의 사교육 열풍에 대해 백인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현지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으며 많은 백인 부모들이 아시아계들이 교육풍토를 망친다고 성토했다. 토요일까지 학생들이 사교육에 매달리는 현상은 공교육이 살아 있는 호주에서는 ‘꼴불견’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럽계 중산층은 자녀들을 사립이나 가톨릭고교로 보낸다. 사립고교 학비가 버거운 계층은 일반 공립고교로 자녀들을 보낸다. 아시아계 학생들로 넘쳐나는 셀렉티브고교를 기피한 결과다. 이런 대결구도는 학력경쟁에서 뒤진 백인들의 고육책이기도 하지만 공부에만 매달리는 책벌레인 아시아계 학생들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다. 이런 백인들의 시샘은 어느 날 아시아계 이민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누려왔던 우월적 지위를 넘겨줄 수 없다는 백인들의 우려는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특별 조치’로 나타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부모는 자식의 길을 찾아주려고 노력하는 데 반해 호주 백인들은 자식이 길을 찾을 때까지 기다려준다.”는 어느 교민의 말을 깊이 되새겨야할 것 같다. siinjc@seoul.co.kr ■ “어중간한 대학의 학력보다 기술습득이 사회진출 유리” “과외는 학교에서 뒤처진 과목이 있을 때 필요하지만 학생 자신이 부족함을 깨닫고 지도를 요구할 때 시작해서 그 부분이 충족되면 그만두는 것이 좋다. 호주 학생들과 어울릴 수 있는 단체활동 등에 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교육전문가인 시드니 총영사관 한국교육원 박인순(52) 원장은 6일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조언했다. 박 원장은 교민들이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에 대해 “이민생활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호주 주류사회로 진입하기가 불가능함을 깨달은 이민 1세대들이 자식을 잘 키워 이민생활의 보람을 찾으려고 한다.”면서 “자식을 성공시키기 위해 우선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호주 수업방식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부모들이 인식한다. 학습방법이나 리포트 작성방식 등 숙제방법을 지도받으면 그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고 생각해 사교육을 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교민들은 관할지역 공립학교보다 셀렉티브와 명문 사립고를 선호한다.”며 “경제적 여유가 있는 교민들은 명문 사립고 입학 후보자 명단에 예약을 해두고 장학생 시험을 아울러서 준비한다.”고 밝혔다. 박 원장에 따르면 중국인과 동남아인, 인도인들의 교육열도 대단하다. 하지만 현지 백인들은 이민자의 특별한 삶으로 여기는 편이어서 3분의1은 무관심하고 3분의1은 백안시하며 나머지는 주시하다가 따라하기도 한다. 특히 소수의 극성파 호주사람들은 일대일 과외도 하고 이민자들이 추천하는 학원에 등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교민들처럼 계속하지는 않는다. 백인들은 특기교육과 예체능, 주말의 스포츠클럽 등에 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열광적이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사교육으로 인해 가족간의 갈등 사례가 있느냐는 질문에 “과외를 해보고 효력이 없으면 바로 끊기도 한다.”며 “과외를 못 시켜서가 아니라 과외를 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학교에 들어가지 못하면 불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박 원장은 “이민사회에서는 어중간한 대학의 학력보다는 확실한 기술 보유가 안정된 생활기반을 잡는 데 유용하다.”면서 “다양한 사회진출 방법이 있으므로 한국에서처럼 졸업장에 연연하거나 자녀에게 그런 방향으로 유도하기보다 자녀의 특기를 살펴 기술적으로 장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부모가 의식 전환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iinjc@seoul.co.kr
  • 장편 역사소설 추사 낸 한승원

    장편 역사소설 추사 낸 한승원

    일상 속의 우리 전통문화가 인지와 욕구에 의해 양육된 정신과 문명의 결정체라면 추사 김정희는 여기에 자양분을 제공하는 유장한 젖줄이다. 그는 사상적으로는 실학을 낳은 북학의 실천가였고, 문화적으로는 시·서화를 넘나든 대가였으며, 정치적으로는 세도정치에 온몸으로 맞선 신념의 선비였다. 그러나 이런 평가조차 기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듯 손끝을 붙잡고 그를 희롱하는 일인지 모른다. 윤곽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커서 마치 태허(太虛)와 같은 추사의 전모와 실체를 지금껏 누구도 명쾌하게 복원해내지 못한 까닭이다. ●관찰자 입장에서 예인의 삶 실체적 묘사 그런 추사의 불꽃 같은 삶이 문학으로 되살아났다. 문단의 중진인 소설가 한승원(68)의 근간 ‘추사’(열림원·전2권)가 그것. 작가는 추사에 매달려 산 세월을 이렇게 술회한다.‘잠자리에 들면서도, 산책을 하면서도, 여행을 하면서도 추사 생각을 했다. 추사의 귀로 들으면서, 추사의 머리로 사유했다. 그러다가 추사가 된 꿈을 꿨다.’ 이렇게 복원해낸 장편소설이다. 글밭으로 들어가 보자.‘그래, 나 이 겨울 한파 속에서 그대들의 온정이 있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뜨거운 감회를 주체할 수 없어 하늘을 향해 얼굴을 쳐들고 심호흡을 했다. 이상적에게 무엇으로 보은할까. 시방 나의 형편으로는 난을 쳐주거나 그림을 그려 보은하는 수밖에 없다.(중략)줄기가 없지만, 칼 같은 잎사귀와, 봉이나 코끼리의 눈 같은 꽃으로 기품을 드러내는 난이 도학자 풍이라면, 줄기가 튼실하고 헌걸찬 소나무는 유학자 풍이다.’ 이런 사유가 마침내 엄혹한 시한의 추위에 갇힌 그를 불꽃처럼 일렁이게 했을 것이고, 붓을 들어 독야청청한 노송으로 거침없이 화폭을 채워나갔으리라. ‘설 전후의 고추 맛보다 더 매운 찬바람이 몰아치자, 모든 짐승과 새들은 모습을 감추고, 푸나무들은 죽은 듯 말라 적막하건만 건장한 소나무만 푸른 가지를 뻗은 채 우뚝 서서 제 몸을 지탱하기 힘들어하는 늙은 소나무 한 그루를 부축하고 있다. 그 부축으로 말미암아 늙은 소나무는 간신히 푸른 잎사귀 몇 개를 내밀고 있다. 그 두 나무 옆에 집 한 채가 있는데, 그 집은 마음을 하얗게 비운 유마거사처럼 사는 한 외로운 사람의 집이다.’ 우리가 아는 ‘세한도(歲寒圖)’는 이렇게 그려졌다. 더 엄밀하게는 이 묘사가 추사의 그것이 아니라 한승원이 복원한 ‘세한도초(歲寒圖抄)’일 터이지만 시대와 불화했으면서도 이를 불행이라 여기지 않은, 한 꿋꿋한 예인의 삶을 관찰자 시점에서 이렇듯 실체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게 새삼 반가운 한승원의 저력이다. ●“역사가 어떻게 반복되는지 체험했으면…” 작가는 소설 추사의 집필이 운명적이었다고 말한다. 토굴에서 기거하던 그가 한낮 선잠 속에서 추사를 만나 일상의 담론을 주고받으며, 왜 내게 그렇게 집착하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추사와 그의 시대를 읽다 보면, 아주 슬프고 절망적인 현실과 광기어린 삶을 만나게 됩니다. 청나라로부터 근대문명을 받아들여 개혁하려는 북학파 추사를, 지긋지긋하게 탄핵해 죽이려는 세력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오늘날 이 땅의 어떤 거대한 보수집단하고 같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저는 ‘추사와 그 이야기’를 통해 그 반복되는 슬픈 일을 나 스스로 각성하고, 경계하고 싶었습니다.” 문단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이 소설이 어쭙잖은 무료의 소산과는 격이 다르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추사라는, 너무나 크고 넓어 어디서부터 모사(模寫)의 붓질을 해야 될지 아득하기만 한 주제에 이렇듯 치열하게 매몰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상찬이기도 하다. 작가는 소설 추사를 통해 누구나 한번쯤은 도대체 역사가 어떻게 되풀이되는지를, 그리고 그 역사의 반복이 왜 무서운지를 체험하라고 채근한다. 이 지점에서 한승원은 작가 이전에 험난한 세상을 치열하게 산 원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전2권 각95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민주신당 ‘한밭 표심잡기’

    대통합민주신당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이 30일 일제히 대전을 찾았다. 광주·대구에 이은 세번째 지역투어다. 민주신당 오충일 대표는 “대전, 충남이 중요한 고비, 특히 대선 때마다 향배를 가르는 중요한 일을 했다.”면서 “우리나라는 정치 문제 때문에 선거때만 되면 지역구도로 대립하는데 대전이 정치, 사회 등 모든 통합에 한가운데 서서 통합과 번영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영입 논란’에 대해 “문 전 사장은 나름대로의 캐릭터와 내용도 있고 또 우리와 상당 부분 비슷해 어느 시점에서는 같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전 사장이 민주신당은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유권층이 제한돼 있으니 각자가 지지층을 확보한 후에 통합을 논의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오 대표는 ‘경선 선거인단 유령 등록’파문에 대해서는 “경험이 많지 않고, 세계적으로 드문 규모로 국민경선을 추진하다 보니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현재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민 앞에 모두 공개하고, 드러난 것은 모두 바로잡겠다.”고 해명했다. 이날 대전시당 개편대회에 참석한 예비후보 5명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친북좌파’ 발언 등 최근 언행을 비판하며 ‘이명박 때리기’를 이어갔다.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천정배 후보는 개인 일정으로 불참했다. 손학규 후보는 축사에서 “이 후보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친북좌파 색깔논쟁으로 이번 대선을 이끌려 하느냐.”고 비판했다. 정동영 후보도 “이번 대선은 평화세력 대 전쟁불사 세력의 대결이라는 점이 명확해졌다.”면서 “이 후보는 건설공사에는 일가견이 있을지 모르나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한번도 고민해 본 흔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후보는 “불도저 대통령, 부동산 대통령하겠다는 건 이해되는데 그것보다 평화·안보에 대한 확고한 신념 철학부터 갖추라.”고 충고했다. 신기남 후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 한국이 어떻게 7% 경제성장을 하고 4만달러는 언제 하겠다는 거냐. 대운하를 비롯해 허황된 공약만 늘어놓는다.”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김재천 양천구의회 의장 “수혜자 범위 점차 넓힐 것”

    김재천 양천구의회 의장 “수혜자 범위 점차 넓힐 것”

    김재천(53) 양천구의회 의장은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차상위계층 노인의 의료보험료 지원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가난한 어르신들께 구의회가 드리는 작은 선물”이라고 풀이했다. 양천구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3만 2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6.3%. 이중 차상위계층은 5309가구이다. 김 의장은 “차상위계층 노인 가운데 실제 부양은 둘째 치고 부모와 연락조차 안 하는 자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의료비나 생활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차상위계층의 의료지원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신념을 내보였다. 그는 “월 1만원 이하의 건강보험료를 부담스러워하는 이들 역시 건강과 진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수혜대상자의 범위를 점차 확대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또 ▲구립 노인 전문 병원 ▲노인 요양시설의 건립 ▲노인 일자리 창출 등을 노인복지 현안으로 꼽았다.
  • [박찬구 기자의 정국 View] 범여권의 ‘동상이몽’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최근 범여권의 대선 행보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이 내놓은 우려 섞인 관전평이라고 한다. 후보보다는 구도와 정책 중심의 대선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일찌감치 이번 대선의 지향점이 ‘후보보다는 정당, 정당보다는 정체성’에 맞춰져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정체성도 상실하고 민심의 지지도 얻지 못하고 있는 대통합민주신당의 현주소에 노 대통령이 착잡함을 느꼈을 법하다. 대의(大義)도 잃고, 대세(大勢)도 놓친다면 대선은 물론 대선 이후를 도모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범여권 대선 주자들이 이명박 후보와 ‘잔펀치’로 싸우는 건 큰 의미가 없다.”면서 “정책 정당의 구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라도 구도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장(戰場)의 분위기는 다르다. 옛 열린우리당 당직자 110여명은 세력간 지분 조정의 틈바구니에서 민주신당에 몸을 담지 못하고 하루 아침에 ‘정치 미아(迷兒)’신세로 전락했다. 열린우리당의 가치와 신념을 지켜 왔다고 자부하는 한 고위 당직자는 “갈길은 먼데 갑갑하다.”면서 “민주신당이나 청와대나 모두 야당을 하기로 작정한 사람들 같다.”고 토로했다.민주신당은 정파간·주자간 권력 다툼과 세력확장에만 매몰돼 있고, 청와대는 시급하지도 않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 등으로 대선 지형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푸념을 덧붙였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민주신당 대선 후보들은 다음달 3∼5일 컷오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내공을 쏟아내고 있다. 친노(親盧)후보의 단일화, 민주개혁세력의 적자(嫡子)논쟁, 주자별 당내 경선 경험과 조직력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범여권의 분열로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 당시보다 흥행성과 시너지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텃밭’인 영남에서 이긴 후보가 이례적으로 경선에서 패배한 한나라당의 사례가 민주신당에서 재연될지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정치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민주신당에서도 광주에서 이긴 후보가 결과적으로 패배할 수 있다는 가설을 상정해 볼 수 있다.”면서 “한나라당에 이어 민주신당에서도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정당사상 의미 있는 변화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이후 새로운 정치판을 만들려는 노 대통령과 과거의 판을 복구하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상이몽과 대립 관계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김 전 대통령이 민주당 분당과 대북송금 특검 등을 언급하며 열린우리당 전 지도부를 질책한 것은 ‘대선 본선에 내가 원하는 후보를 내세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된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당내 경선 후보들에게 하나의 기준표를 제시하고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전 대통령의 직설법에 노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 주변 참모들 사이에서는 시간적·지형적 여유가 없는 현실에서 또다른 분화와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와 불만이 감지된다. 대선 전후의 지분 확장을 꾀하는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신경전이 범여권 경선 과정에서 숨가쁜 절정에 이르는 형국이다.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당심(黨心)과 민심(民心)의 향배가 결정할 것이다.ckpark@seoul.co.kr
  • [문화마당] 충정공과 매천이 그리운 이유/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장

    오늘 복마전 같은 정치판을 보노라니, 충정공(忠正公) 민영환과 매천(梅泉) 황현이 너무도 그립다. 민영환이 순국 직전 남긴 유서는 오늘 우리 위정자들의 가슴에 비수처럼 내리꽂힌다. “아, 국치(國恥)와 민욕(民辱)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우리 인민(人民)은 생존경쟁 가운데서 진멸(殄滅)할 수밖에 없겠구나.…영환은 죽음으로써 황은(皇恩)을 갚고 우리 이천만 동포에게 사죄하려 하노라.…다행히 우리 동포형제들이 천만 배 더욱 분려(奮勵)하여 지기(志氣)를 굳게 하고 학문에 힘쓰며 한마음으로 힘을 다하여 우리의 자유 독립을 회복하면, 죽은 몸도 저 세상에서 기뻐 웃으리라. 아, 조금도 실망하지 말지어다. 우리 대한제국 이천만 동포에게 이별을 고하노라.” 왕조의 몰락에 책임을 지고 자결로 속죄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민초들에게 자유 독립의 희망을 전하는 진솔한 한마디 한마디가, 당 간판만 갈아 붙이는 것으로 자신들이 범한 잘못을 감추려 하고 상대후보의 약점 들추기나 일삼는 여야 정객들의 후안무치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민영환은 한 세기 전 을사조약에 목숨을 바쳐 항거한 애국자로 우리 기억에 남아 있지만, 사실 그는 1894년 동학농민봉기를 이끈 전봉준이 “나라를 들어먹고 백성을 학대하는 자”로 지목한 명실상부한 민씨 척족정권의 실세로 국망(國亡)을 초래한 책임을 면키 어려운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이 그를 충의지사(忠義之士)로 기려 잘잘못을 따지려 하지 않는 이유는 그가 자기 정권이 저지른 과오를 죽음으로 속죄한, 우리 역사 속에서 찾아보기 힘든 책임 정치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삶과 정신은 당파적 이해만을 좇아 카멜레온처럼 당색을 바꾸고 도마뱀 꼬리 자르듯 과오를 감추려 하는 오늘의 정객들에게 진정한 정치가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거울로 빛난다. “나는 죽어야 할 의리는 없지만, 다만 국가가 선비를 기른 지 500년이 되어 나라가 망하는 날 한 사람도 난국에 죽지 않는다면 오히려 애통하지 않겠는가. 나는 위로 황천(皇天)이 내려준 아름다움을 저버리지 않고 아래로 평소에 독서한 바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길이 잠들고자 하니 진실로 통쾌한 줄 알겠다.” 초야에 묻혀 살며 벼슬길에 오른 적이 없던 유교 지식인 황현이 망국의 비보를 접하고 자결하며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글 역시 줄줄이 탈당 경쟁을 벌이더니 결국 도로우리당을 만든 여권인사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자신의 삶을 사적인 데 국한하지 않고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하여 임하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이 진정 무엇인지 보여주는 선비의 유훈은 읽는 이의 가슴을 저민다. 시각을 달리하면 황현도 망국에 책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한 세기 전 농민들의 빈곤과 피폐는 제국주의 열강의 침탈보다는 조선왕조의 양반 지배체제가 갖고 있던 모순에 기인하는 바 더 컸기 때문이다. 그를 비롯한 유교 지식인들은 그들만의 신념이 아닌, 나라와 백성 전체를 지켜내야 할 방법도 생각했어야 마땅하다. 그들이 과연 자신들의 형제이자 동포인 농민들과 같이 살려 했는지 의문이다. 허나 평생 닦은 학문과 신념을 죽음으로 지킨 황현의 삶과 정신은 권력을 향한 이전투구를 일삼는 우리 정객들의 이기심과 탐욕을 정화해줄 소금임에 분명하다. 희유(稀有)의 책임 정치가 민영환과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올곧은 선비 황현 두 선인(先人)의 삶은 한 세기를 건너 뛰어 정치인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자세를 가다듬게 만드는 귀감으로 다가선다. 시민사회를 운위하는 오늘 우리 정치의 난맥상은 위정자들만의 책임은 아닐 터. 마땅히 져야 할 자기 몫의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반궁자성(反躬自省)을 실천한 옛 사람의 정신이 몹시도 목마른 오늘이다. 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장
  • 데미안 허스트 명작 서울 ‘나들이’

    데미안 허스트 명작 서울 ‘나들이’

    현대미술의 총아 데미안 허스트(42). 영국의 젊은 작가 그룹, 이른바 ‘yBa(young British artists)’를 이끌고 있는 그는 ‘살아 있는 앤디 워홀’이라 불리는 현대미술의 슈퍼스타이자 이 시대 최고의 문제적 작가다. 서울 청담동 서미앤투스갤러리는 24일∼9월28일 1990년대 후반부터 2006년까지의 허스트 작품 19점을 전시한다. 삼성미술관 리움과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 상설 전시된 허스트의 작품을 통해 그동안 단편적으로만 접했던 그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자리다. 허스트의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주제는 인간의 유한한 삶과 죽음이 주는 아름다움. 이번 전시에는 약국을 그대로 옮겨온 듯 진열장에 가득 나열된 의약품과 약에 중독된 환각 상태를 다채로운 색점을 나열해 표현한 ‘점회화’를 비롯, 실제 나비를 캔버스에 붙여 표본처럼 만든 작품 등 그의 대표작들이 포함돼 있다. 허스트를 국제적으로 널리 알린 작품은 포름알데히드를 채운 수조 안에 상어를 넣은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1991년)’이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골드스미스대 재학 당시 ‘프리즈’란 전시를 기획한 것이 계기가 돼 세계적인 미술품 수집가 찰스 사치와 만나 일하게 된다. 둘은 yBa로 불리는 일군의 젊은 영국예술가들을 이끌며, 미국에 내주었던 현대미술의 주류적 위치를 되찾아온다. 지난달 7일까지 런던 화이트큐브 전시관에서 열린 허스트의 최신 개인전 ‘신념을 넘어서’ 역시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모았다. 실제 크기의 인간 해골에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박아넣은 작품은 제작비가 142억원이 넘어 미술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6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는 알약 6136개를 진열한 ‘자장가 봄’이 생존작가로는 가장 높은 가격인 178억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지난달 런던에서 선보인 막내아들의 제왕절개 수술장면을 사실적으로 그린 최신작 등은 소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02)511-7305.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아프간 사태 23일째] 아마디 “UCC 못봤다”

    아프간 현지 신문인 ‘아바디 위클리’의 무하메드 올린(29)기자는 9일 보낸 세 번째 편지에서 “이날 시작된 아프간과 파키스탄 부족 회의인 ‘평화 지르가(peace jirga)’에서는 한국인 피랍자 문제보다는 국경선으로 양분돼 살아가는 파슈툰족의 내부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아프간에서는 각 지역대표 350명이 모두 참석한 반면 파키스탄 대표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오늘 탈레반의 대변인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와의 통화는 한국인 피랍자의 가족들이 만들었다는 동영상을 보았냐는 질문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는 “그런 동영상을 본 적이 없다.”고 간결하게 답했습니다. 한국인 피랍자들에게 이슬람교로의 개종을 강요했다는 한 외신 보도에 대해서는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신념에 절대 관여하지 않는다.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아프간-미국 정상회담 이후 줄곧 말하는 것처럼 “미국과 아프간이 자신들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경고하더군요. 이에 대해 미국대사관에 입장을 물어보았지만 답변을 거부당했습니다. 평화 지르가에 대해서는 현지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했지만 한국 피랍자에 대한 소식은 없었습니다. 평화 지르가는 카르자이 대통령의 개식사로 현지시간 오전 11시10분(한국시간 오후 3시40분)에 시작됐습니다. 회의에는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을 포함한 대표단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샤우카트 아지즈 파키스탄 총리는 참석했습니다. 아프간 측에서는 각 지역대표 350명이 모두 참석한 데 반해 파키스탄 대표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더군요. 솔직히 현지에서 이번 지르가는 한국인 피랍자 문제 보다는 아프간-파키스탄 양국간의 첫 지르가라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아프간과 파키스탄의 국경선인 ‘두런드 선(Durand Line)’을 기준으로 국경 근처에 나뉘어 살고 있는 파슈툰 족이 서로 만나 내부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셈이죠. 하지만 탈레반이 미국이 주도한 지르가라면서 반대함에 따라 이번 지르가가 한국인 피랍자의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현지인들은 피랍당한 한국인들에 대해 이 곳에 봉사를 와 아프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인 만큼 순수하고 좋은 사람들일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인질 구출에 관심을 잃은 것은 아니냐고 말하더군요. 따라서 아프간 정부도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라구요.
  • 그녀의 ‘카메라 사랑’은 계속된다

    누가 조선희를 ‘연예인 전문 사진가’라 했던가. 그는 자신을 당당히 ‘대중문화기록자’라고 소개한다. 시대를 기록하는 자로서의 의식과 신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EBS ‘시대의 초상’은 7일 오후 10시50분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사진작가 조선희’를 방송한다. 독특하고 기괴하면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쌓아왔다는 평을 듣는 조선희의 솔직한 사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본다. 한국 광고사진의 스타 조선희는 김중만의 제자로 사진계에 입문했다. 그는 사진을 시작하던 때를 이렇게 설명한다.“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모든 게 출발한 거 같아요. 제가 5남매 가운데 중간이거든요. 내가 쟁취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는 위치였죠.” ‘사랑갈구증’이 힘을 얻고 탄력을 받은 것은 대학 시절. 연세대 사진동아리에서 첫 출사를 나간 날, 한 선배가 그에게 말했다.“한 발 더 다가서라.” 이 말은 그가 세상에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었다. 시련도 있었다. 유명해지기 시작하면서 그에게는 한때 ‘비주류’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특이했던 거죠. 사진과도 안 나왔고, 여자고, 사투리도 팍팍 쓰고….” 어렵사리 들어온 프로젝트 제의가 비주류라는 이유로 취소당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다짐했다.“더 이상 이렇게 누가 내 것을 빼앗아가게 하진 않겠다.”고. 이제 어느 누구도 그를 ‘비주류’라고 부르지 않지만, 조선희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이야기한다.‘조선희다움’은 늘 시작이라고, 카메라와의 질긴 운명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사진만큼이나 빛이 난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녹색공간] 한·EU FTA와 생태적 현대화/한면희 녹색대학 교수

    얼마전 숱한 사회적 논란 속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한·EU FTA 협상이 진행 중이다. 나라간 무역 장벽이 철폐되면 될수록 상품과 돈이 자유롭게 흐르기 때문에 기회를 잘 타면 경제성장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한 것처럼 경제성장은 그 이면에 짙은 환경문제를 드리우고 있다. 특히 내 나라 바깥에서 건너오는 상품을 많이 향유하면 할수록 그 나라 주민에게 환경적 고통을 주고 또 그곳 생태계가 파괴되더라도, 시·공간적으로 이를 인지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그만큼 자연에 무책임하게 된다. 물론 유엔과 각 나라가 환경정책을 통해 고삐를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지금의 환경정책은 대체로 배출구 해법(end-of-pipe solutions) 위주였다.(신)자유주의 기조 하의 경제는 거의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고 국가 역할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다만 환경재난이 발생하기 때문에 굴뚝과 하수구 바깥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행위를 기준을 정해 규제하는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다. 과학·기술 역시 오염을 정화하는 기능으로 머무르게 된다. 이런 소극적 접근은 한계에 봉착하기 때문에 경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자는 요구가 등장하는 것이다. 국가정책 담당자의 입장에서 보면 환경문제에 신경이 쓰일 법도 하다. 하지만 환경문제를 해결하자고 성장을 멈추거나 퇴보시키기는 더욱 어렵다. 다른 나라에 비해 국부가 왜소해짐으로써 국민이 불행해지는 것을 막는 것이 더 낫다는 신념을 갖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경제와 환경의 윈·윈전략이 떠오를 법하다. 이렇게 해서 서유럽 선진국에서, 무엇보다 독일을 필두로 생태적 현대화(ecological modernization) 정책이 입안되기 시작했다. 근대화(현대화)는 신분제로 점철된 봉건제의 폐해를 철폐하기 위해 출현했다. 그래서 자유경쟁이 이루어지는 현대사회가 이룩되었다. 이제 미완성의 생태문제까지 합리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그 목표는 정부가 환경단체의 요구를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되, 환경보호가 기업에도 적극적 이익이 되는 여건을 조성하여 기업을 능동적으로 전환시키자는 데 있다. 대표적으로 오염이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리고, 자연보호에 기여할 경우 세제 지원을 하는 제도를 갖춘다. 그리고 환경경영의 효율적 시스템을 도입하여 기업이 같은 제품을 만들더라도 자원을 훨씬 덜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그만큼 오염을 줄이면서 남는 것은 과학의 정화 기술로 처리하자는 것이다. 배출구 해법이 소극적이라면, 생태적 현대화 정책은 자원절약과 자연보호를 위한 예방의 성격이 강하다. 전자가 환경부 문제라면, 후자는 환경부와 경제 관련 모든 부서를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문제다. 신자유주의 발생과 동참이 이루어진 영어권 국가(영국·미국 등)가 대체로 배출구 해법에 머물러 있는 반면, 녹색당과 진보정당의 영향력이 강한 서유럽 환경선진국(독일·네덜란드·노르웨이 등)은 생태적 현대화를 도모하면서 이를 EU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EU가 금년 6월에 화학물질관리제도(REAC H)를 발효시켜 모든 수입 상품의 발암성·돌연변이성 등을 평가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EU와의 FTA 협상에서는 엄격한 환경조항이 논의될 수밖에 없다. 아니 한국인의 일반적 상식을 넘어선 것도 있다. 예컨대 낮은 수준의 동물복지를 꾀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이것을 단순히 한국의 보신탕 문화를 건드리자는 전략으로 치부하는 것은 단견일 뿐이다. 생태적 현대화 자체도 기본적 한계를 갖기 때문에 충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정책이 한발 나가는 시금석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차제에 외부 도전을 기회 삼아 정책 녹색화가 분명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 한면희 녹색대학 교수
  • [아프간 협상 중대국면] 육성공개 이후 어떻게…

    탈레반 대변인임을 자처하는 카리 유수프 아마디를 통해서만 언론과 소통을 하던 탈레반이 26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한국인 인질의 육성을 공개함에 따라 향후 협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육성 공개가 납치 사건의 조기 수습을 위한 제스처라는 의견과 사건의 장기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상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조기 수습 쪽에 무게를 두는 이들은 만약 여성 인질이 병사하거나 살해당했을 경우 민심의 지지를 얻어 정권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탈레반의 앞날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지금이라도 탈레반에게 큰 부담을 주는 여성 인질들은 한국과 아프간 정부에서 어느 정도 석방 명분만 제시한다면 조속히 풀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종화(46)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무슬림에게는 ‘여성보호론’이라는 교리가 매우 크게 작용한다.”며 “탈레반이 목표로 하고 있는 정권 탈환의 목적을 위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여성 인질의 빠른 석방을 위한 명분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성 인질은 아직 협상 카드로 활용 가치가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한 조직이 해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강력한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탈레반이 한국과 아프간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 최대한의 실리를 얻으려고 상황을 서두른다는 지적도 있다. 이원삼(49) 선문대 이슬람전공 교수는 “한국인을 분리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 기반의 온건파는 이슬람적 신념보다는 돈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훨씬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의외로 사태의 조속한 해결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사태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탈레반이 그동안 해왔던 대로 ‘미디어 충격 전술’과 ‘벼랑 끝 전술’ 등을 활용해 사태를 본인들의 상황에 유리하도록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탈레반은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경우 참수 위협 동영상이나 인질들의 인터뷰를 통해 해당국 여론을 자극하고 협상의 우위를 선점하려는 행태를 보여왔다. 때문에 탈레반이 벼랑끝 전술로 다양한 요구 조건을 내세워 한국과 아프간 정부의 협상 전술을 교란하고 협상의 주도권을 유지함으로써 한국군 철수와 포로교환, 돈 등의 실리를 취할 때까지 사태를 끌고 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신해철 “피랍자, 살아서 고개숙이고 오라”

    신해철 “피랍자, 살아서 고개숙이고 오라”

    신해철이 진행하는 MBC 라디오 ‘고스트네이션’(연출 이우용) 방송분 중 아프간 피랍사태에 관해 발언한 내용이 네티즌들에게 큰 호응을 받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신해철은 24일 방송에서 ”피랍자부터 살리고 보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고 전제한 뒤 “아프칸에서 철군을 하든 인질교환을 하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무조건 (피랍자를) 살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씨는 “다만 입국할 때 영웅처럼 화려하게 들어오지 말고 고개 숙이고 들어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신씨는 네티즌 의견으로 “철없는 자식이 제 신념을 고집하며 죽으러 간 것을 부모가 책임지느라 고생하는 형국”, “같은 상황이었다면 불교나 이슬람교였어도 당연히 비난했을 것이다.” 등의 글을 읽어 내려갔다. 이날 신씨는 다소 과격한 네티즌의 글을 소개하면서 “감정이 격앙되셨던 것 같다.”며 일부 내용은 밝히지 않는 등 신중한 자세로 방송을 진행했다. 또 “주류 언론들은 지금껏 인터넷에서 10명 중 1명만 시끄럽게 떠들어도 그 자극성을 이용해 기사화하더니 지금은 많은 네티즌들이 같은 생각을 표현하고 있는데 정식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 “이번일이 아무래도 기독교와 관련있기 때문에 기존 언론이 눈치 보는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언론의 보도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인질동영상 본 해외네티즌 “제발 무사하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하)최승호WTAA 집행위원장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하)최승호WTAA 집행위원장

    |무스카트(오만) 장세훈특파원|“국가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외교관보다 일반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더욱 중요합니다.” 최승호(61)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 조직위원회’(WTAA) 집행위원장은 “국제사회에서 우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정부간 외교의 역할은 일부분에 그치고 있으며, 국민들의 친밀도가 높아지면 정부간 외교도 쉬워진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16일부터 열흘 동안 이집트·케냐·카타르·오만 등 아프리카·중동지역에서 창립총회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는 최 위원장은 지난해 이집트 대사를 끝으로 35년의 외교관 생활을 접고, 화장실 홍보대사로 ‘제2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WTAA에는 각각 스웨덴 대사, 호주 대사를 지낸 금정호 집행위원, 신효헌 자문위원 등도 활동하고 있다. 또 외교통상부 구삼열 문화협력대사, 김경임 본부대사 등 현직 외교관들도 WTAA를 측면 지원한다. 이들 전·현직 외교관들은 전세계를 누비며 화장실 개선 운동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최 위원장은 “세계화장실협회를 만든다는 사실에 저는 물론, 아내도 의아하다는 반응을 먼저 보인 것이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지금은 화장실이 단순히 주거공간의 일부분이 아니라, 국가마다 서로 다른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환경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력에 따라 선진국과 후진국 등으로 나뉘듯이 화장실 수준에서도 엄연한 국가별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화장실 문화에서 앞서 있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국가 이미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민간 외교의 영역이 화장실”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위생적인 화장실은 자연환경과 인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은 물론, 한 국가의 경제적·문화적 가치도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창립총회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 결과, 대다수 국민이 화장실 없이 생활하고 있어 각종 전염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화장실을 국가 존립과 직결된 생존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여성의 노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이슬람 국가들 역시 공중화장실이 없다면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어려운 만큼 화장실 개선 운동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위원장은 “민간 외교에서 기업들의 활동이 가장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인도적 차원의 지원과 교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 국민들도 세계 시민으로서, 지구촌 구성원으로서 참여 의지를 높여나가야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이미지도 수혜국에서 기여국으로 바뀌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shjang@seoul.co.kr
  • [문화마당] 문학제와 지방자치단체/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이효석은 어두웠던 일제 강점기에 자유와 사랑과 예술의 가치를 깊이 인식한 작가였다. 그는 문학인들이 밀집해 있던 서울이 아니라 고도(古都)인 평양에서 자신의 문학적 신념을 소설과 산문에 실어 세상에 내보내곤 했다. 이 글들에서 그는 정치나 역사가 인간 본연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에 주목하면서 인간이 사회적 존재 이전에 자연적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올해는 그런 이효석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매년 대산문화재단과 민족문학작가회의가 주관하여 태어난 후 100년이 되는 작가들을 기념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하는데, 이 자리에서 필자는 이효석의 문학세계를 다시 한 번 음미해 볼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이 정치적, 사회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출생과 성장, 성숙, 죽음을 차례로 겪어나가는 자연적 존재이며 또 그러한 자연적 존재의 삶을 충만하게 영위해 나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흔히 ‘메밀꽃 필 무렵’의 작가로만 알려져 있는 이효석에 대해서 새로운 관심과 애착이 생기면서 최근에 필자는 이효석의 장녀인 이나미씨를 만나 뵐 수 있게 되었다. 이나미씨는 아드님과 함께 창미사(創美社)라는 출판사를 설립하여 두 번에 걸쳐 ‘이효석 전집’을 출판한 분이다. 출판사도 차리고 전집같이 일품이 많이 나가는 사업까지 펼쳤으니 만나 뵙기 전 생각으로는 아주 유족(裕足)하지는 않더라도 생활고에 시달리고 계실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막상 신촌에서 천호동까지 물어물어 찾아가 보았을 때 그분은 단칸 반지하방에서 척추 디스크를 앓으면서 외롭게 지내고 계셨다. 아드님은 중국으로 사업을 하러 가셨다는데 언제 돌아오실지 명확한 기약이 없는 것으로 보아 상황이 간단치만은 않은 눈치였다. 이나미씨는 한국현대소설 연구자의 한 사람에 불과한 필자에게 작가 이효석을 둘러싼 문제들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효석 문학제에 관한 것이었다. 이효석 문학제는 ‘메밀꽃 필 무렵’의 ‘고향’인 강원도 평창에서 해마다 개최하는 문화행사로 지방자치단체와 문학이 조화를 잘 이룬 사례로 손꼽히곤 한다. 그러나 이나미씨를 만나고 나서 생각하게 된 것은 이 연례행사가 외화내빈에 흐르지 않으려면 이효석 문학에 관련된 여러 문제들을 더 깊이 숙고해야 하리라는 것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작가나 작품을 매개로 해서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의 명예를 드높이는 일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경남 진해의 김달진 문학제, 경북 영양의 조지훈 문학제, 충북 옥천의 정지용 문학제 등은 문학이 사회적 ‘공익’을 창출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에서 결코 도외시해서는 안 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문제를 행정편의적으로 해결해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문학을 빌미 삼아 경제적인 이득만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본래 문학은 정치나 운동 같은 것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고 오히려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의 기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행정 쪽에서 보면 작가, 작품, 유족, 관련 문학인 등 어느 하나 순탄하게 처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또 요행히 ‘사업’이 잘 진척되어 정착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경제적 실적을 거두어 지역민의 지지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런 난제들로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보면 축제를 만들려던 것이 계륵으로 변해 버리는 일도 종종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효석은 정치적, 사회적인 문제들에 의해서 인간의 본질적인 측면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작가였다. 문학은 이 현대사회에서 환금적인 가치 이상의 것을 제공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것 가운데 하나다. 그런 것이 되어야 한다. 방민호 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 [피랍 한국인 석방협상] ‘피랍사태 해법’ 전문가 제언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피랍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슬람원리주의를 신봉하는 탈레반 무장 세력이 장악한 지역에 파병국인 한국 국민이 무리지어 들어간 것 자체가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외줄타기를 한 것과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피랍된 한국인들이 선교를 목적으로 아프간 땅을 밟은 것도 문제지만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최영길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23일 “미국 등 서방 세력에 의해 정권을 빼앗긴 탈레반 추종자들에게 피랍된 한국인들이 기독교인인지 불교신자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저 파병국이자 미국의 동맹국가인 한국 국민일 뿐”이라면서 “정부에선 우리 군이 아프간 재건을 돕기 위해 갔다고 말하지만 탈레반엔 위선적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반미국가선 한국도 美동맹국일 뿐” 최 교수는 “이 같은 사고를 막기 위해선 분쟁 국가나 국군이 파병된 곳, 특히 반미 국가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가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목적으로 가더라도 ‘친미국가’로 낙인찍힌 한국 국민이 아프간이나 소말리아, 이라크 등에 가는 것은 너무 큰 위험 부담을 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중동학회장 겸 한국외대 중동연구소장인 장병옥 교수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외국군의 철수, 아프간 정부에 붙잡힌 탈레반 동료들의 석방, 더 나아가 피랍자들의 모국과 이면 거래를 통한 투쟁자금 확보 등 정치적 행위”라고 못박았다. 장 교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공격적인 선교 방식에 대해서도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극히 일부이겠지만, 독실한 수준을 넘어선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이 의료사업 등을 구실로 이슬람 국가에 무리하게 선교를 하러 들어가는 것도 문제”라면서 “내 가족이 중요하면 남의 가족도 아껴야 하듯이, 내 종교가 존중받길 원하면 남의 종교도 존중하는 이성적 행동을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기독교인들도 외형에 치중하는 선교, 문명 충돌을 야기하는 선교 방식을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전준비 없는 분쟁국 여행은 위험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아프가니스탄 같은 분쟁지역에 대해 충분한 사전답사나 준비없이 종교적 신념 만으로 덤벼드는 행태를 꼬집었다. 이 교수는 “아프간의 경우 알라와 기독교는 형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무신론자보다는 기독교인에게 우호적”이라면서 “다만 선교는 이슬람 율법과 아프간 현행법에도 금지하는 범법 행위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 특히 가즈니, 칸다하르는 탈레반 거점 지역으로 정확한 정보에 의해 납치된 것으로 보이며 대규모 선교 자체가 위험한 곳이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군대를 파병하든 비정부기구(NGO)를 보내든 현지 문화나 언어에 소양을 가지고 보내야 한다. 충분한 사전 지식과 미묘한 사회적 갈등 구조를 알고 가야 한다.”면서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도 열정 만으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위험국가 문화·정치 소양교육 필요 장준희 한양대 세계지역문화연구소 연구원은 “국가가 나서서 소외된 지역에 대해 꾸준히 전문가를 양성해야 이런 일이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서 “아프간은 아직은 유목 사회이기 때문에 많은 결정이 연장자그룹(부족원로회의)의 영향을 받고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탈레반도 그들의 조언을 듣는다. 하지만 한국 정부나 학계에 연장자 그룹과의 채널은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장 연구원은 “90년대 중반까지 위험국가에 나가는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했던 것처럼 일부 국가에 한해서는 문화, 정치 등의 소양교육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일영 이경주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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