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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김정일 이후’의 통일 청사진/구본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김정일 이후’의 통일 청사진/구본영 논설위원

    북한 정권수립 60주년을 맞은 지난 9일 평양 김일성광장. 노농적위대 열병식장의 주석단은 썰렁해 보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병설 속에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슴에 훈장을 주렁주렁 단 조명록 총정치국장 등 노쇠한 인민군 고위간부들의 모습이 외려 안쓰러워 보였다. 그러나 기자는 곧 감상에서 화들짝 깨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열병식에 이어 열린 횃불행진에서 수만명의 인파가 ‘인간 전광판’인양 ‘김정일’과 ‘2012 강성대국’이란 글귀를 아로새기는 장면을 보면서다. 분단 60주년을 맞았건만, 남북간 체제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새삼 깨달아야 했다. 물론 오늘 북한의 초상화는 남루하기 짝이 없다. 세계 13위권 경제대국인 남한에 비해 지난해 북한의 국민총소득은 36분의 1에 불과하다. 만성적 식량난에 탈북 행렬도 꼬리를 물고 있다. 영양 결핍으로 북한의 일곱살 어린이의 키가 남한 아동보다 평균 20㎝나 작다는 게 뜬소문이 아닐 게다. 올해도 얼마전 유엔식량계획 (WFP)이 대북 긴급구호를 요청했다. 이런 판국에 절대권력자인 김 위원장의 건강마저 적신호라면 북한의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게다. 한 동안 잠잠했던 북한 붕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리처드 핼로란은 최근 기고에서 워싱턴의 피터슨 국제문제연구소 보고서를 인용,“광범한 사회적·정치적 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미 의회조사국도 “비참한 경제상황이 김정일 정권에 잠재적으로 반대할 가능성이 있는 불만세력을 키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하지만 합리적 인과관계에 기반을 둔 듯한 서방적 시각에도 맹점은 있기 마련이다.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에도 많은 관측통들이 세습체제가 짧으면 6개월, 길어도 3년 이내에 무너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그후 십수년이 흘렀지만, 김정일 체제는 여전히 건재했지 않은가. 까닭에 60년 부자 세습체제가 저물더라도 수년 안에 북한에서 과거 동구권의 ‘붕괴 도미노 현상’ 같은 사태를 예견하긴 어렵다는 게 현실적 판단일 듯싶다. 이를 막기 위해서 북한도 핵카드에 기대어 생존을 도모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두면서 주민을 살릴 본격적 개혁·개방을 주저해온 게 아닌가. 우리가 10년 넘게 ‘햇볕’을 쪼였건만,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낡은 외투를 벗기는커녕 선군(先軍)주의란 갑옷을 더 껴입고 있지 않은가. 이는 통독 과정과는 전혀 다른 상황 전개다. 월등한 국력의 서독이 꾸준히 동독과 교류협력에 나서자 동독의 지도부와 주민들은 마침내 체제를 버리고 서독에의 흡수통일을 선택했었다. 더구나 김정일 정권 이후 북한내 친중정권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은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한다. 분단 고착화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인 탓이다. 하지만 어쩌랴. 실패했지만,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듯한 북한체제와 더 오래 공존해야 하는 게 동족의 업보라면. 우리는 과거 서독이 그랬듯이 경제력뿐 아니라 복지와 인권 등 모든 면에서 내실을 다지면서 북한과 대화와 교류의 끈도 놓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북한정권의 개혁·개방을 돕는 일이 우리에게도 이롭다는 신념에 회의를 품을 이유는 없을 듯 싶다. 좋든 싫든 우리의 통일정책에 ‘김정일 이후’까지 내다보는, 창조적 상상력을 보태야 할 시점이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열린세상]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열린세상]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예수가 활동하던 시기 유대는 로마의 속국이었다. 유대인들의 숙원 가운데 하나는 로마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킬 메시아가 도래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예수는 신의 아들로 자처하였고, 많은 유대인들은 푸른 미래를 기약하면서 그를 추종하였다. 자신들이 그토록 바라던 자유와 독립을 가져다 줄 자가 바로 예수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유대의 상류층 역시 예수를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볼 때, 전통적 율법을 질타하고 기득권층을 비판하는 예수는 사회질서를 교란하는 불온한 선동가이자 권력의 야망을 가진 위험한 인물이었다. 예수는 정치적 성향의 존재로 인식되었고 그를 향한 유대사회의 기대와 우려 또한 다분히 정치적 색채를 띠었던 것이다. 유대인들의 생각은 섣부른 예단이었다. 예수는 현실정치와 거리가 멀었다. 원대한 포부를 품은 정치적 야심가로 오인되었던 예수는 오히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라는 불후의 메시지를 남겼다. 로마황제 즉 가이사(카이사르)의 영역과 신의 영역은 엄연히 구별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국가와 종교는 각각 고유의 관할범주를 갖고 있으며 이러한 분립구도는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는 다름 아닌 예수의 가르침이었다. 한동안 정부에 대한 불교계의 반발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표명이 있기까지 불교계는 결연한 의지를 보여 왔다. 지난달 말 수 만 명의 스님과 불자가 서울광장에 운집하여 정부의 종교차별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천명하였다. 그로부터 며칠 후 전국 1만여 사찰에서 같은 취지의 법회가 일제히 열렸다.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가정에 있는 어른이 차별을 두면 가족 모두가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대통령의 유감표명을 미온적으로 수용한 불교계가 차후 어떤 노선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태의 근본원인은 새 정부 들어와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의 원칙이 훼손되었다는 데 있다. 서울시장 재직 당시에도 종교 편향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을 고수해 왔다. 청와대와 내각 그리고 일선 공직자 사회 일각에서도 개신교에 우호적인 언행과 조치가 연이어 나타났다.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 산사의 불심이 편할 리 없었음은 자명하다. 모든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신앙을 현실사회에 구현하겠다는 소명의식 또한 개인적 차원에서는 탓할 바 없다. 그러나 개인의 신앙과 국가의 운영이 혼선을 빚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모든 정부 부처의 복음화가 나의 꿈”이라는 전 청와대 경호차장의 발언은 이러한 혼선을 극명히 보여 주는 사례다. 한 신앙인으로서 ‘모든 정부 부처의 복음화’를 바랄 수는 있지만,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이 뒤엉킨 형국이다. 이제 대통령도 자신의 공언처럼 종교 편향적 행보를 자제해야 한다. 기독교 장로로서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봉헌”하고 싶겠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재임할 동안은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기독교 공화국의 탄생이 아니라 온 국민의 화합과 상생이기 때문이다. 세월의 건너편으로 다시 가보자. 예수는 신의 섭리를 구현하기 위해 검을 들지 않고 차라리 십자가의 고난을 택했다.‘하나님의 것’을 이루기 위해 ‘가이사의 것’인 세속의 권력을 이용하지 않았던 것이다.‘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그의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
  • [데스크시각] ‘종교피로증’ 더이상 안된다/김종면 문화부장

    [데스크시각] ‘종교피로증’ 더이상 안된다/김종면 문화부장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는 “나는 종교인이기 때문에 정치에 무관심할 수 없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는 영국의 식민지배 아래서 신음하는 백성들의 고통을 결코 외면하지 않았다. 간디에게 정치란 고난받는 이들을 위한 자기희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현실을 외면하고 뜬구름 잡는 천상의 소리나 읊조렸다면 간디가 오늘날 ‘위대한 영혼’이 되었겠는가. 이 땅의 종교인들은 어떤 정치에 관심이 있을까. 종교의 정치관심, 우리는 그것이 빗나가지 않도록 눈을 부릅뜨고 지켜 봐야 한다. 그러나 여기선 일단 정치의 종교관심을 이야기해야겠다. 벌써 몇달째 정치에 의한 종교차별 문제로 온나라가 떠들썩하기 때문이다. 간디가 종교인으로서 확고한 정치적 신념을 지녔듯, 역으로 정치인이라면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는 종교를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나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종교에 무관심할 수 없다.”는 명제는 말 그대로 참이다. 그러나 지금 일부 정치인 혹은 고위 공직자들의 ‘종교몰입’이 논란을 낳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새삼 다시 들춰내기도 뭣하다.“모든 정부 부처의 복음화가 나의 꿈”이라고 공언한 청와대 공직자에, 특정 종교 홍보포스터에 모델처럼 자랑스레 얼굴을 내민 경찰총수까지 있으니,‘부처님 얼굴도 세 번’이라고 불교계의 심사가 뒤틀릴 만도 하다. 그들에게 공인의식이 있는 것일까. 내가 뭘 하는 사람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어도 그런 처신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90년대 초 걸프전 당시 미국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전장에서 기독교 병사들로부터 예배참석 부탁을 받았지만 “미국의 군대는 기독교 군대가 아니다. 다른 종교를 믿는 병사들의 사기는 어떻게 하느냐.”며 정중히 거절했다고 한다. 기독교 인구가 80%가 넘는,‘교회의 영혼’을 지닌 미국의 대통령이 이럴진대 그와는 전혀 종교적 토양과 문화적 배경이 다른 대한민국 지도자의 처신은 어떠해야 할까. 범불교도대회로 극에 달한 불심이 여전히 평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불교계는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밝힌 ‘깊은 유감’과 종교편향 시정조치를 “성의있는 자세”로 평가하면서도 진정한 치유책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종교편향 문제가 이토록 꼬인 것은 성난 불심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애써 외면했기 때문이다. 종교편향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은 ‘남의 일’인양 슬쩍 건드리는 식으로 다뤄온 측면이 없지 않다. 대통령 또한 종교편향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은데도 말이다.‘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칼로 내리쳐 단박에 풀어버린 알렉산더 같은 결단을 보여 줬어야 했다. 군더더기 없는 사과다운 사과 한마디면 족했다. 그게 바로 불교계가 바라는 것의 ‘모두’다. 그렇다면 불교계로서도 정신적으로 이미 존재하지 않는 특정 인사의 경질에 매달릴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무릇 불교는 뭘 달라고 요구하는 ‘탐욕의 종교’가 아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훌훌 털고 일어서는 ‘무욕의 종교’다. 불교계는 그간의 파란을 불교 성숙을 위한 역행보살의 공덕이라 여기고 대자대비의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분노의 불길을 잠재워야 한다. 정권을 담당한 인사들이 근본주의적 믿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종교편향 문제는 언제 또 불거질지 모른다. 이제 더이상 종교와 담쌓고 살아가는 애먼 국민까지 ‘종교피로증’을 겪게 해선 안된다. 정부는 다시 한번 종교편향 시정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공직자의 공직관부터 바로 세워라. 신앙은 자유다. 그러나 공직은 선교정치의 장이 아니다. 공직자의 신앙생활은 모름지기 골방에서 기도하듯 해야 한다.“순수한 흑이나 순수한 백은 진공 속에만 존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한번쯤 되새겨 보라. 김종면 문화부장
  • [2008 美 대선] 페일린 인기의 두 얼굴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세라 페일린의 인기가 오르면서 ‘페일린 인형’이 등장해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미 ABC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뿔테 안경과 검은색 정장 차림의 이 페일린 인형은 ‘히어로빌더스닷컴’이라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개당 27.95달러에 살 수 있다.‘스쿨걸’ 버전과 ‘액션 히어로’ 버전은 29.95 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액션 히어로 버전은 짧은 치마에 사냥용 총을 차고 있다. 이 사이트에는 페일린뿐 아니라 대통령 후보인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민주당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인형도 살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 6일 저녁 8시에 방영된 페일린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모두 270만명이 시청했다고 폭스TV가 밝혔다. 닐슨 조사에 따르면 이는 폭스TV 12년 역사상 가장 높은 숫자이다. 반면 페일린에 대한 악의적인 내용의 소문들도 인터넷을 물들이고 있다. 페일린이 알래스카 와실라시의 시장으로 있으면서 금서로 정한 가짜 책들 이름이 나돌고 있다. 여기에는 페일린이 와실라시를 떠난 뒤 출간된 책들도 포함돼 있다. 특히 페일린의 종교적 신념을 공격하는 글도 있다고 정치전문신문 폴리티코가 전했다. kmkim@seoul.co.kr
  •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새싹들 꿈의 힘으로 평화를 부른다

    [이주헌의 캔버스 세상] 새싹들 꿈의 힘으로 평화를 부른다

    꿈은 이루어진다. 이 사실을 우리는 한·일 월드컵 축구경기에서 생생히 확인했다. 물론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꿈을 현실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음속이든 종이 위든 부단히 꿈을 그려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가장 초보적인 형태의 노력이지만, 가장 중요한 형태의 노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미술관에 새로 설치되어 지난 6일 개막식을 가진 ‘5만의 창, 미래의 벽’은 어린이들의 꿈으로 이뤄진 벽화다. 이 작품을 기획하고 주도한 사람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강익중. 강익중이 국토의 남단 마라도에서 북단 대성동까지 전국의 어린이 5만명에게 자신의 꿈을 그리도록 격려해 그것을 모은 것으로 벽화를 제작했다. 어린이들이 그린 작품은 모두 가로 세로 3인치(7.62㎝) 크기. 그것을 대학생에서부터 군부대 장병, 외국인 노동자, 보호관찰 대상자, 지역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자원봉사자들이 나무틀에 붙이고 액체 플라스틱으로 코팅을 해 완성했다.5만점이나 되는 작품이다 보니 가로 72m, 세로 10m의 벽면을 가득 채웠다. 강익중이 3인치×3인치의 작품을 제작해 뉴욕 화단에서 각광을 받은 이야기는 미술계에서 이제 유명한 전설이 돼 있다. 가난한 유학생으로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느라 그림 그릴 시간이 없자 지하철에서라도 그리려고 그는 이 작은 작품을 제작했다. 꿈과 집념을 담은 이 시리즈는 마침내 그에게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을 안겨주었고,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등 여러 공공장소에 다투어 설치되는 인기 작품이 되었다. 강익중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1999년부터 한반도와 세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작은 그림을 수집해 이를 단기 혹은 영구 설치하는 작업을 병행해오고 있다.‘10만의 꿈’(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부지,1999),‘놀라운 세계’(유엔본부,2001),‘희망과 꿈’(알리센터,2005) 등이 그 대표작이다. 여기에 ‘5만의 창, 미래의 벽’이 새로 추가됐다. 꿈의 힘으로 세계무대에 우뚝 솟은 작가답게 새싹들의 꿈의 힘으로 지구촌에 평화와 행복의 바람이 불게 하겠다는 신념을 담았다. ‘5만의 창, 미래의 벽’을 보노라면 그 훈풍이 ‘나비 효과’처럼 언젠가 강력한 태풍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그 바람은 아마도 한반도에 제일 먼저 불어올 것이다. 강익중은 남북문제가 해결되면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념 대립의 마지막 얼음이 녹아내리고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이 이뤄지면, 그것이 세계 평화의 엔진이 되어 지구를 그만큼 행복한 곳으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기대다. “운전을 하면 자동차 범퍼나 사이드미러까지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부모의 부모, 자식의 자식이 나로 연결되고, 나는 우리로, 우리는 다시 세계로 이어진다.” 모자이크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그의 작은 그림들은 세계가 하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미술평론가
  • MB, 불교계에 사과? 유감?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예정된 TV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질문 있습니다’에서 불교계 문제에 대해 직접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추석 전 종교편향 논란과 관련해 입장을 밝힐 것이며, 시기상 ‘대통령과의 대화’가 될 것”이라면서 “표현 수위나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 대통령이 불교계와의 갈등과 종교편향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려다 몇 차례 시기를 놓친 적이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패널 질문을 통해 어떻게든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게 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유감표명을 하는 것으로도 알려졌으나 이날 국무회의는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답변 수위는 지난달 25일 밝혔던 “신앙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며 종교적 신념이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거나 국민화합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후, 이에 대한 유감표명 내지는 사과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7일 법장 전 조계종 총무원장 3주기를 맞아 강윤구 사회정책수석이 청와대 불자모임인 청불회 회장으로서 수덕사를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수덕사 주지인 옹산 스님은 이날 추모 다례식후 “이 대통령은 전혀 종교편향이 있는 분이 아니다. 일부 공무원 때문에 오해가 빚어진 것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굿모닝 닥터] 발기부전에도 아는것이 힘

    환율이 급등하면서 이른바 ‘9월 위기설’이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1998년 IMF의 악몽이 떠오르는 이때 중년사업가 A가 힘없이 필자의 비뇨기과 진료실을 찾아왔다.A는 작지만 건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물류비, 자재 원가의 상승을 감당할 수 없어 얼마 전 부도를 맞고 회사와 집을 모두 날렸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부도 나기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부부관계를 유지했는데 지금은 아무리 애를 써도 발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젠 부인에게도 쫓겨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나는 즉시 A의 발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야간 음경발기검사’를 시행했다. 건강한 성인 남성이 잠자리에 들면 ‘렘(REM) 수면’ 동안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발기 현상이 일어난다. 보통 하룻밤에 3∼5회 정도 발기가 나타나고, 시간은 회당 30분 정도가 정상이다. 깊이 잠들었을 때 나타나기 때문에 자신은 발기 유무를 알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야간 음경발기검사는 환자가 수면을 취하기 직전에 소형 컴퓨터를 성기에 장착해 무의식적인 발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분석하는 기법이다. 의료진은 발기가 몇 차례나 일어나는지, 딱딱해지는지, 발기가 얼마나 오래가는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검사 결과 A는 정상적으로 야간 음경발기가 나타났다. 쉽게 말하자면 몸에는 이상이 없다는 뜻이다. 부도로 인한 심리적 충격이 갑작스럽게 ‘심인성 발기부전’을 일으킨 것이다. 심인성 발기부전은 갑작스러운 정신적 충격이나 배우자의 육체적 매력 감소, 우울증, 불안감, 종교적 신념, 성적인 공포, 강박관념 등이 원인이다. 환자와 배우자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 증상을 쉽게 치료할 수 있다. 보조적인 방법으로 발기부전 치료제도 도움이 된다. 필자는 “용기를 갖고 심리적 억압에서 벗어나면 당신의 남성도 살아날 것”이라고 A에게 설명했다. 또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해 줬다.3개월 뒤 A씨 부부는 밝은 모습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는 “서서히 발기력이 회복되고 다시 사업을 시작할 용기도 생겼다.”면서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이형래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교수
  • “안철수연구소에 왜 안철수가 없을까요”

    “안철수연구소에 왜 안철수가 없을까요”

    “안철수 연구소에는 안철수가 없다.”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은 5일 ‘안철수가 없는 이유’에 대해 “한 사람의 영웅이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며 “한국의 산업이 몇 년째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이같은 산업구조를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기업가 구분 못해 반기업정서 생겨”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인 V3를 개발해 유명해진 그는 2005년 안철수연구소 최고경영자(CEO)에서 홀연히 물러났다. 현재 카이스트 교수로서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는 그는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CEO 대상 강연회에서 ‘벤처기업의 성장과정과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강연했다. 안 의장은 “미국은 힐튼 등 사람 이름으로 기업 이름을 만들지만 작동은 시스템으로 한다.”면서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한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기업과 기업가가 동일시돼 반기업 정서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가 정신은 위기관리” 기업가 정신의 의미와 관련, 그는 “기업가 정신은 위험 감수가 아니라 위기 관리”라며 “불확실한 여건에서도 냉철한 판단을 근거로 자기의 신념을 나타내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라고 정의했다. 또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잘될 때보다 안될 때를 어떻게 잘 보내느냐가 핵심”이라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분식회계 등의 유혹을 이겨내고, 조직의 문제를 재정비하면서 미래에 대한 믿음과 사기진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대표이사 연대보증 관행, 과다한 차입경영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중소기업의 중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안 의장은 “대·중소기업이 같이 존재해야 장기적으로 국가 리스크가 줄어든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대부분을 중소기업이 제공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이 잘돼야 고용문제는 물론 중산층이 잘될 수 있다.”고 짚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연금 정부요청으로 투자하는 일 없다”

    “연금 정부요청으로 투자하는 일 없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4일 최근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에 대해 “요청을 받아 투자가 되는 일은 이 정부에서 있을 수 없다.”고 일축했다. 전 장관은 이날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정부나 청와대의 요청을 받고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를 늘리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이같이 답변했다. 전 장관은 이어 “연금은 국민 자산”이라며 “안정성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올리기 위해 재무투자자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이지, 어떤 요청을 받아 그렇게 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전 장관은 또 “복지정책을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급속한 고령화 사회에 대처하지 않는다면 건보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자 하고, 국민연금도 재구조화 등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돼 온 기초연금 도입 문제에 대해 그는 “17대 국회에서 일하며 국민연금에 기초연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신념은 지금도 같다.”면서도 “그러나 장관은 자신의 소신만 갖고 일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러 시뮬레이션과 장단점을 연구해 국민에게 알려드리고 그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2008 美 대선-공화당 全大 셋째날] 페일린 ‘거침없는 입담’

    |세인트폴(미네소타주) 김균미특파원|세라 페일린(44) 알래스카 주지사가 미국 공화당 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 후보로 화려하게 중앙정치 무대에 데뷔했다. 페일린 후보는 3일 미네소타 세인트폴 엑셀에너지센터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지명 수락연설을 통해 탁월한 연설 능력과 호소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페일린 후보는 ‘생애 최대의 관객’을 앞에 두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연설을 거침없이 해내 엑셀에너지센터를 가득 메운 지지자들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입증된 개혁주의자’ 이미지 부각 페일린은 후보 수락 연설의 앞부분을 자신의 대가족과 자신의 인생사를 펼쳐보이는 데 할애했다. 알래스카의 소도시에서 성장해 다섯 자녀를 둔 일하는 엄마로, 고교 때 첫사랑과 결혼한 아내로, 알래스카의 소도시 시장과 알래스카 최연소·최초의 여성 주지사로서의 행정경험을 강조하며 ‘준비된 부통령 후보’임을 강조했다.10대 딸의 임신 사실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어느 가정이나 마찬가지로 좋은 일과 힘든 일들을 겪었다는 말로 대신했다. 페일린은 2년 남짓 알래스카 주지사로 있으면서 이뤄낸 성과들을 열거하며 경험 부족이라는 언론의 비판을 일축했다. 불필요한 예산 집행을 줄이고, 주지사 전용 제트기를 경매에 부치는가 하면 주지사 전용 요리사를 없앤 사례를 소개했다. 주지사로 성공시킨 최대의 파이프라인공사 계약 사례를 내세우며 에너지 정책에서의 강점을 강조했다. 인격과 선의, 확고한 신념,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워싱턴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열변을 토했다. ●‘리버럴´ 언론과의 일전도 불사 페일린 후보는 상대 당 대선 후보를 공격하는 전통적인 부통령 후보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오바마 저격수’로서 첫 공개시험을 통과했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페일린 후보는 시카고 지역사회 활동가로 일했던 오바마의 이력을 집중적으로 거론하며 그의 경험 부족을 공격했다.‘지역사회’와 ‘조직활동가’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오바마의 전무한 행정경험과 일천한 사회활동 경력을 부각시켰다. 페일린은 미국의 주류 언론들에도 공격의 화살을 날렸다. 미국의 주류언론을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는 배타적인 집단으로 묘사하며 각을 세웠다. 뉴욕타임스는 4일자에서 “페일린에게 가장 쉬운 도전은 (후보수락) 연설일 것”이라며 앞으로의 강도 높은 후보검증 작업을 예고했다. 뉴욕타임스는 그러면서 페일린 주지사의 예산삭감으로 청소년 미혼모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는 기사를 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페일린이 여동생의 전 남편을 해고하도록 경찰국장에게 압력을 가한 내용의 이메일을 폭로하는 등 검증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일단 합격점을 받은 페일린 후보가 앞으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언론들의 검증공세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은다. 미국 언론은 페일린을 두고 11월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새로운 ‘정치 샛별’의 출현을 예고했다. kmkim@seoul.co.kr
  • ‘불교계 격앙 원인과 해법 찾기’ 전문가 대담

    ‘불교계 격앙 원인과 해법 찾기’ 전문가 대담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잇따른 종교편향에 맞선 불교계의 반발이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집단행동으로 비등하고 있다. 스님의 할복 자해 사건에 이어 추석 이후 대구·경북 지역을 시작으로 대규모 범불교도대회가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종교편향과 관련한 불교계의 요구는 메아리없는 외침으로 떠있다. 이같은 불교계 움직임과 맞물려 사회 일각에선 종교분쟁이 시작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를 지낸 박광서 서강대 교수(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와 2004년 종교 교육 강요에 반발하다 퇴학당한 대광고 강의석씨 사태 때 학교 교목실장 자리를 내놓고 물러난 류상태 목사의 대담을 통해 불교계 격앙의 원인과 해법, 종교분쟁의 위험성, 종교계의 역할을 들어봤다. 사회 27개 종단이 한 자리에 모여 한 목소리를 낸, 한국불교사상 초유의 범불교도대회가 열리고 전국 사찰에선 일제히 규탄법회가 열리는 등 불교계의 집단행동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종교편향에 대한 누적된 반발에 몇몇 사안이 기름 부은 격 박광서 교수 최근 불교계의 움직임은 몇몇 결정적인 사안이 터지면서 집단행동으로 돌출된 것이다. 사실상 불교계에선 오래 전부터 종교편향에의 반발이 누적돼 왔다. 불교계는 수십년 동안 정화운동을 비롯, 혼돈을 정리해온 내부 사정상 대사회적인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못했다. 그런 사이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한 기독교계의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선교행위나 권력지향적 행태에도 문제제기를 못했었다. 기독교계의 이런 행태에 제대로 대처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기독교계의 독선과 공격성에 대한 불교도들이나 국민의 피로감과 불만이 누적된 반면 기독교계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자각이 없었고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잇따른 편향이 불교도들의 집단행동을 낳았다고 봐야 한다. 류상태 목사 자기를 돌아보고 내화시키는 속성이 강한 자비의 종교, 불교계가 최근 보이는 움직임은 충격적이다. 불교계가 참고참다가 결국 나선 측면이 크지만 많은 개신교 인사들은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근본주의 교리에 매몰된 일부 개신교계의 무리한 신앙행태에서 비롯된 무례한 사회적 행위가 최근 사태의 발단임에 틀림없다. 다른 종교와 문화를 무시한채 다른 종교인들을 기독교 신자로 개종시키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독선과 오만은 아주 위험하다. 학교측의 종교 수업 강요에 반발하다 퇴학당한 대광고 강의석 사건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해야 한다. 사회 정부는 불교계의 핵심 요구사항인 대통령 사과와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불교계는 이같은 태도에 반발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해법은 없는 것인가. 박 교수 대통령과 정부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추석 전까지 어떤 식으로든 있어야 한다. 특히 불교계가 요구하는 핵심사안인 ‘대통령의 공개사과’ 문제는 오는 9일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풀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 볼 때 불교계가 수용할 만한 수준의 사과 발언이 나올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촛불시위에 대한 사과에도 진정성이 담기지 않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사회의 불행이다. 류 목사 가장 먼저 대통령과 주변의 공직자들, 근본주의 개신교계가 자신들의 행동에 ‘틀림이 없다.’고 믿는 오만한 신앙관이 바뀌어야 한다.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소극적 처방은 결코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정치적 사과는 정치적 선택에 머물 뿐이지 이웃종교에 대한 진정한 사과 차원에선 멀다. 대통령과 공직자들의 독선적 신념이 당장 바뀔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출범 초기 선언했던 ‘국민들을 종처럼 섬기겠다.’는 초심의 자세로 돌아간다면 그동안 불교계와 국민들에 행했던 무례들에 대한 사과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수용할 만한 수준의 진정성 있는 사과 발언 나와야 사회 불교계의 움직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불교계의 입장만 내세운 집단행동이란 불평도 있고 스님의 자해 같은 극단 행동은 지나치다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불교계의 움직임을 어떻게 봐야 하나. 박 교수 불교계의 입장과 심경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불교의 교리적·원칙적 입장에서 볼 때 폭력적 행위의 과시는 불교적이지도 않고 사회에 대해서도 너무 자극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폭력성을 이해하지 못한다. 불교의 소신공양이나 소지공양은 분노의 표출이 아니라 잘못된 것에 대한 지적 차원에서 자비의 마음으로 꾸짖는 것이란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소수가 급격히 과격한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집단 깨달음, 즉 다수가 공동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끈기와 원력이 필요하다. 류 목사 불교계의 움직임은 일부 정치인과 편향적인 개신교계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최근 사태를 보는 개신교계와 불교계의 시각차 못지 않게 국민들의 온도차도 크다. 불교계가 국민들과 함께 공동의 생각을 모아가기 위해선 불자들에게만 이해될 수 있는 방식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자비의 종교인 불교가 이토록 격앙하고 집단행동에 나서게 한 데는 개신교인들이 원인제공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직접적인 원인제공자인 일부 개신교계 인사들은 이번 사태를 평가할 염치가 없다. 처절한 자기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개신교인들이 원인제공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사회 종교편향을 둘러싼 파란이 한국의 종교평화를 깰 수 있다는 우려와 경고가 사회 일각에서 높아지고 있다. 최근의 사태가 종교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박 교수 한국 사회의 종교분쟁 조짐은 이미 구석구석에서 감지되며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사태만 해도 정서적으로 상당히 균열된 종교계를 봉합해야 할 정치권이 오히려 불을 지른 성격이 짙다. 지금 제사와 가정의례 등에서 흔한 개인적 차원의 갈등이 교단적으로 발전하면 집단정서의 위험한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불교계의 집단 움직임은 최초의 교단 차원의 문제제기란 점에서 심상치 않다. 개신교 교단의 역공도 충분히 예상된다. 한국사회의 종교간 갈등과 분쟁 상황을 더이상 애써 감추거나 피하려 들것이 아니라 공개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먼저 공공영역에서의 종교적 무례와 차별, 폭력을 막는 법제화가 시급하다. 류 목사 지난해 분당샘물교회 아프간 피랍사태 때 기독교와 상관없는 국민 대다수가 동정심보다는 냉소적 반응을 보인 것은 기독교에 대한 거부감과 불편함을 그대로 입증하는 것이다. 안티기독교 집단은 기독교의 가치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시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특정종교 때문에 사이버상에서 만들어진 이 자생집단이 현실사회에서 조직화될 경우 종교분쟁의 큰 축이 될 수 있다. 근본주의 보수 개신교계가 지금처럼 다른 종교문화를 무시하는 길거리 선교와 신앙강요를 지속하고 기독교정신을 구현하겠다는 정치인들의 그릇된 신앙관이 바뀌지 않을 경우 종교분쟁은 급속하게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슬람교의 경우 지금 신도가 2만여명 이지만 향후 10년 이내에 다섯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이슬람은 초기에 비해 상당히 순화된 천주교나 불교와는 달라 개신교의 무례함을 용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종교를 인정·배려하고 자기반성 있어야 사회 종교편향과 이로 인해 우려되는 종교간 갈등 해소에 종교계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종교계, 특히 개신교의 역할이 있다면. 박 교수 힘 없이 자비의 관용만 외쳐선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교는 사회와 더욱 소통하고 불자들의 아픔뿐만 아니라 국민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자세가 필요하다. 물론 기독교도 역지사지의 입장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최근 불교계의 움직임을 먼산 바라보듯 해선 안 된다. 지금의 갈등이 가까운 가족과 친지간의 큰 분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종교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류 목사 근본주의 보수 기독교가 주류를 이루는 한국 개신교 형편상 진보 기독교인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의 진보 개신교는 환경과 평화 인권 등 사회운동엔 적극적이지만 정작 교회 내부의 환부엔 철저하게 눈을 감고있다.‘종교를 가짐으로 인해 받는 가장 큰 피해는 자주적으로 생각할 능력을 박탈당하는 것’이란 말대로 한국의 보수 기독교와 이 근본 보수신앙을 가진 정치인들도 어찌보면 독선적 교리의 피해자로 볼 수 있다. 진보 개신교계가 처절한 자기반성을 통해 교회 내부 비판뿐만 아니라 독선적인 교리 자체의 문제까지 심각하게 짚어야 할 때이다. 정리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이 대통령 “공직자 종교편향 안돼”

    이명박 대통령은 25일 “신앙의 자유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지만 본인의 종교적 신념이나 활동이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거나 국민화합에 저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7일로 예정된 범불교도대회를 앞두고 정부와 불교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과 관련해 이같이 말하고 “특히 공직자들은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종교문제와 관련해서 국민화합을 해치는 언동이나 업무처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같은 원칙은 내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던 것이며 앞으로도 철저히 지켜나갈 것”이라면서 법과 제도적인 개선책도 관련부처에서 강구해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불교계가 주장하는 종교 편향과 관련, 유감 표명이나 사과를 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럴 사안도 아니고 와전이 된 것 같다.”면서 “당쪽과 문화관광부 쪽에서 해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여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범불교도 대회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면서 “불교계가 내건 요구사항 가운데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모습을 취할 것이고, 종교편향 금지 입법이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불교계에 대한 공식 사과와 함께 불교계에서 요구하는 종교편향 금지법 등 관련 법안을 조속히 국회에서 처리키로 의견을 모았다. 한편 27일 범불교도대회에는 조계종을 비롯해 태고종·천태종 등 27개 불교 종단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범불교계 집회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는 집회에 동참하지 않고 대표자 1명이 집회에 참석해 연대의지를 밝힐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인권위원회와 원불교인권위원회는 25일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불교폄훼와 종교차별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민주권인 인권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유엔 인권위에 진정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진경호 김정은기자 jade@seoul.co.kr
  • 조강지처클럽 ‘모지란’역 김희정 “무명 17년 즐겼어요…요즘은 그저 고맙죠”

    조강지처클럽 ‘모지란’역 김희정 “무명 17년 즐겼어요…요즘은 그저 고맙죠”

    김희정(38)은 어찌 보면 참 ‘모자란’ 배우다.1991년 SBS 공채 1기 탤런트로 데뷔해 잠시 한눈도 팔고 다른 분야에 곁눈질도 할 만하건만 그녀는 17년 동안 우직하게 한길만을 걸어왔다. 베이징 올림픽 열기에도 꺾이지 않는 인기로 방송가를 놀라게 하고 있는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모지란’ 역으로 무명 설움을 훌훌 날린 그녀를 지난 21일 만났다. ●“연기는 해도해도 모자란 것” 김희정은 요즘 하루하루가 어리둥절하다. 지난 10여년간 일상처럼 해온 연기를 할 뿐인데, 곳곳에서 ‘열연’이라는 찬사가 들리고 인터뷰 제의도 쇄도한다. 매니저와 코디 한명 없이 나홀로 연기 생활을 해온 그녀에겐 적잖은 변화인 셈이다. “1년 동안 일이 끊어지면, 일단 먹고살 걱정이 없는 백반집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살았어요. 아직 그만두지 않았다는 것은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아서 그렇지 자그마한 역이라도 쉬지 않고 꾸준히 해왔다는 증거겠죠.” 고등학교 때 무작정 연극반 활동이 좋아 중앙대 연극학과에 진학한 그녀는 의외로 단 한번도 탤런트를 할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엔 연극 이외의 길은 예술을 저버리는 일종의 ‘외도’라고 생각했던 탓이다. 하지만 우연하게 본 탤런트 공채에 합격한 그녀는 수수한 대학생처럼 방송국을 오갔다. 극중 모지란처럼 ‘잘살지는 못해도 열심히는 살았다.’는 공통점을 지녔다는 김희정. 요즘 드라마속 지란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선택한 남자 한원수(안내상)에게 또다시 ‘용도폐기’를 당하는 운명에 처했고, 그녀의 온몸으로 절규하는 연기는 연일 화제를 모았다. “NG 한번 없이 시댁에서 오열하는 연기를 마쳤는데, 처음으로 함께 출연하는 김해숙 선배님이 박수를 치면서 ‘내가 너한테 가르친 것 이상 잘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냥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안쓰고 했던 것 뿐인데…. 연기는 해도해도 한계만 보일 뿐, 모자라는 것 같아요.” ●“남과 비교하고 불평할 시간에 더 노력했죠” 김희정이 17년 무명을 벗어날 수 있었던 데는 그녀가 ‘구세주’라고 말하는 문영남 작가와의 인연을 빼놓을 수 없다.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에 출연한 그녀를 눈여겨 본 문 작가가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와 ‘조강지처클럽’에 연이어 그녀를 캐스팅했기 때문이다. “처음 ‘사랑과 전쟁’에 출연했을 때 주변에서 “‘재연배우일 뿐인데, 그렇게도 연기가 하고 싶었냐.’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지만, 열심히 했어요. 배우는 대사가 한줄이든 열줄이든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최선을 다했죠. 그랬더니, 일면식도 없는 문 작가에게 연락이 온 거예요. 지금 상황이 어려운 분들에게 무슨 일을 하든지 신념을 갖고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바로 산증인이니까요.” 그녀는 최근 인터뷰를 하다가 화를 낸 적이 있다.‘긴 무명 시절이 얼마나 악에 받쳤길래 그토록 한맺힌 연기가 절로 나오냐.’는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분이 안 좋은 의도로 말씀하시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아요. 하지만 전 여배우로서 황금기에 해당하는 20대를 무명으로 보냈어도, 한번도 다른 배우를 시기하거나 질투한 적이 없어요. 나한테 자질이 없거나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했고, 내 자신을 갈고 닦을 시간도 부족했거든요. 때문에 저에겐 소중한 그 시간들을 그렇게 폄훼한 것에 대해 참을 수 없었던 거죠.” 남과 비교하고 불평할 시간에 경쟁상대인 자기 자신을 이기는 데 집중했다는 김희정. 때문에 그녀는 불혹을 앞두고 뜻하지 않게 찾아온 인기에도 쉽사리 흔들리지 않는다. “그동안 철저하게 선택받는 직업을 하면서 권력이든 사랑이든 자기 의지대로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주변에 수없이 포기하고 나가떨어지는 연기자들을 보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감사하는 법을 배운 거죠. 욕심은 나는 물론 남도 해할 수 있는 거잖아요.”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스승 로이터처럼 인간적 사운드 만들고파”

    “스승 로이터처럼 인간적 사운드 만들고파”

    국내 여성지휘자로 세계무대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성시연(32). 그가 새달 19일 서울시향의 ‘고전주의 협주곡 시리즈Ⅱ’(예술의전당 콘서트홀)로 다시 한국을 찾는다. 크로아티아 출신 피아니스트 데얀 라지치와 협연하는 이 무대에서 그는 무소륵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의 귀향’을 지휘한다. 스물다섯이라는 늦은 나이에 피아노에서 지휘로 전향한 그는 줄곧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2003년 독일 줄링엔 지휘콩쿠르 1위 입상에 이어 2006년 게오르그 솔티 지휘콩쿠르 1위, 지난해에는 말러 지휘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미국 5대 교향악단 중 하나인 보스턴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부지휘자로 발탁됐다. 심포니 137년 역사상 첫 여성지휘자다. 교향악단에 입성한 지 1년이 다 돼가는 그를 22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큰 그림만 갖고 음악을 해왔는데 세부적인 테크닉이나 음악외적인 부분까지 보게 됐다.”며 그간의 변화를 설명했다. 단원들과의 호흡도 더 밀접해졌다.“지난 7월 작곡가 존 엘리어트 카파 페스티벌에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이 아파서 제가 대신 나섰어요. 쉽지 않은 현대곡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끝나고 많은 단원들이 어려운 상황에 힘을 실어줘 고맙다고 하더군요.” 그에게 지휘는 ‘오케스트라와 청중이 함께 빚어내는 교감’이다. 그래서 화려하고 극적인 화법보다 깊숙이 메시지를 전하는 지휘법을 추구한다. 그에겐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첫째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빌헬름 푸르트뱅글러, 그리고 지난해 작고한 스승 롤프 로이터처럼 인간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지휘자가 되는 것.“지난해 9월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는데 떠나기 전날 선생님이 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아버지처럼 의지하던 분이라 힘든 상태였지만 선생님께 곡을 바치겠단 마음으로 연주회를 치렀죠. 그런데 연주하던 저도 감동하고 청중과 단원들도 한마음이었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죠.” 두 번째 목표는 후배들을 향한다. 후배들은 ‘여성지휘자로서 힘든 점이 뭐냐.’는 질문을 더이상 받지 않도록 지금 이 길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자신이 갖고 있는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속이지 마세요. 살아 남기 힘든 세계인 만큼 뚜렷한 자기 확신이 필요합니다. 저도 제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확고한 신념이 있어 주위의 비판과 편견에도 나아갈 수 있었어요.”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지구 살리기’ 나서다

    ‘지구 살리기’ 나서다

    지구 반대편. 어떤 이는 걷고 또 걸었다. 만신창이가 돼가는 지구환경을 구하겠노라 발길 닿는 데마다 나무를 심었다. 또 어떤 이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현대사회에서 자연과 좀 더 밀착할 수 있는, 이름하여 ‘친환경’ 생활방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구의 미래, 인간의 내일을 걱정하는 책 두권이 나란히 서가에 꽂혔다. ■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지구를 걷는 사람(earthwalker). 지구환경을 살리려 근 20년째 ‘발바닥 둘’로 고민해온 영국인 환경운동가 폴 콜먼(53)의 별명이다. 병든 지구의 심각성을 세상에 일깨우겠다는 신념에서 그는 1990년부터 세계 곳곳을 걷기로 했다.‘지구를 걸으며 나무를 심는 사람, 폴 콜먼’(마용운 옮김, 그물코 펴냄)은 지난 여정을 스스로 다큐멘처리처럼 생생히 복기한 현장기록이다. 콜먼은 2006년 방한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도보여행을 한 적도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숲과 자연이 너무 좋아” 15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상선해군에 입대해 허드렛일을 시작했던 일화부터 소개한다. 가진 게 없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고민하다 찾은 해답이 ‘걷기’. 거기에 황폐화된 생태계를 복원하는 실질적인 비책은 나무심기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1990년 7월. 캐나다에서 남미까지 2년 동안 걷겠다는 계획을 처음 세웠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유엔 지구정상회의의 관심을 이끌어 내자는 계산을 했던 거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지구 탐사’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 38개국 4만 3000㎞를 걸었다. 그동안 지구촌 곳곳에 그의 손으로 뿌릿발을 내리게 한 나무는 무려 100만 그루.2000년 콜먼의 의지는 다시 공고해졌다. 영국에서 중국까지 3만 3000㎞의 대장정에 올라 요소요소에 1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는 10년 계획을 세웠다. 지금, 그 계획이 한창 진행형이다. 환경에 관심있고 잔잔한 여행기록에 흥미있다면, 단숨에 읽어내릴 책이다. 긴 여정에서 저자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쉼없이 에피소드를 엮었다.1만 2000원. ■ 리빙 그린 생활에 밀착한 보다 즉효적인 처방은 ‘리빙 그린(Living Green)’(그레그 혼 지음, 조원범·조향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에 있다. 평범한 생활인인 지은이는 어느 날 빌딩증후군을 심각하게 앓으면서 친환경주의자가 됐다. 친환경 실천의 고민을 담은 책은 거실 한 쪽에 놔두고 짬짬이 펼쳐봄직한 생활가이드북이다. 미국에서 친환경 제품 전문인 ‘에코숍’을 운영하는 저자는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소한 친환경 지침들로 책을 메웠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널리 알려진 ‘친환경 명제’들을 강조하는 것은 기본. 농약과 제초제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유기농 식품을 더 많이 먹을 것, 탄소배출 줄이기, 일회용품을 거절하고 재활용하기, 천연 농약·세제 사용 등의 의미를 환기시킨다. 그러나 위기의식을 느끼게 하는 권고들이 줄을 잇는다. 예컨대 어류를 먹되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피하라는 귀띔. 지방이 풍부한 한류성 어종은 오메가3 지방산의 보고이나, 수은 등 환경독소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끼의 양식연어 요리에는 다이옥신과 PCB(폴리염화비페닐)가 세계보건기구 1일 허용기준치의 3∼6배 들어 있다는 것. 가공식품은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 조깅을 할 때는 화학물질 덩어리인 자외선 차단제를 챙겨 바르는 장면은 ‘충격적’이라고도 꼬집는다. 저자는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하는 옷은 당장 옷장에서 꺼내 버리라고 한다. 일반 세탁소의 드라이클리닝 과정에는 맹독성 용해제인 헥산이 사용된다. 어쩔 수 없이 드라이클리닝을 이용해야 한다면, 비닐커버를 벗겨 실외에 서너시간쯤 걸어뒀다가 집 안으로 들이라고 조언한다.1만 1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내 책을 말한다] 고종을 읽으면 촛불이 보인다

    [내 책을 말한다] 고종을 읽으면 촛불이 보인다

    우리가 아는 역사는 진실인가? 아니다. 역사는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변조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좀더 정확한 역사의 진실을 추구하고 그 안에서 가치있는 삶의 교훈을 끌어내려 애쓰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늘 언덕 너머에 있는 모양이다. 애써 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늘 강력한 장애물이 등장해 우리를 곤혹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중에 하나가 최근 뉴라이트 학자들이 출간한 역사교과서일 것이다. 그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근대화에 일제가 기여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을 적극적으로 다룸으로써 과거 한·일 양국 간에 분쟁을 야기한 후쇼사의 교과서보다 더 후쇼사스러운 양태를 보이고 있다. 저들은 우리 민족이 일제에 의해 겪었던 침탈의 만행을 희석시켜 마침내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뇌리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걸까. 우리가 과거 배웠던 조선 후기의 상황은 참담했다. 임금은 무능하고, 대신들은 당쟁에 날 새는 줄 몰랐으며, 관리들은 백성들의 고혈을 빨기에 바빴다. 그런 미개한 나라를 일본 같은 선진국이 개화시켜주고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해 주었으니 오죽 고마운 일인가. 내가 조선의 명군 시리즈로 이산 정조대왕, 이도 세종대왕에 이어 이경 고종황제를 선택한 것은 그런 조선망조론을 전제로 저들이 진흙구덩이에 밀어넣은 승부사 고종의 삶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함이다. 여태까지 고종은 대원군과 민비의 틈바구니에서 옴짝달싹 못했던 바보, 강대국에 나라의 이권을 다 팔아넘긴 암군, 망해가는 나라를 외면하고 제 잇속만 챙겼던 모리배였다. 그렇다면 어렸을 때 골목대장을 할 만큼 명랑한 성품, 신하들이 역사에 관해 자문을 받을 정도의 해박했던 학문, 재위 내내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던 개화에 대한 신념, 죽을 때까지 일본의 침탈에 항거했던 투지, 그와 같은 고종의 실체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다행히도 일본과 친일파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수많은 기록과 증언들이 남아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뜻있는 학자들에 의해 고종의 재평가 작업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그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나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고종의 모습을 재구성할 수 있었다. 고종을 읽으면 촛불이 보인다. 너무나 미약했기에 더 많은 빛을 모아 이 땅을 밝히려 했던 고종, 그 희망은 강포한 일본의 폭력으로 인해 좌절되고 말았지만 그가 이룩하고자 했던 완전한 독립국가의 꿈은 대한제국으로부터 오늘의 대한민국으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추수밭 펴냄. 이상각 작가
  • [열린세상] 李대통령이 처칠에게 꼭 배워야 할 것/김무곤 동국대 신방과 교수

    [열린세상] 李대통령이 처칠에게 꼭 배워야 할 것/김무곤 동국대 신방과 교수

    나라가 안팎으로 어렵다. 지금 국민들의 마음은 마치 IMF 위기 때를 연상케 할 정도로 어둡다. 글로벌 경제 불안, 수입쇠고기 문제, 유가앙등, 물가불안, 금강산 민간인 피격사건 등등 문제는 많고 시원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올림픽 승전보만이 그나마 국민들을 가끔씩 웃음짓게 할 뿐이다. 지금 한국 국민들이 따르고 지지하는 지도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아니라 수영 영웅 박태환과 여자 핸드볼 대표팀 선수들인 것 같다. 그러나 누군가 대한민국 60년사에 지금만큼 어렵지 않은 적이 언제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에 곧 궁해지고 만다. 그렇다. 사실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난제 중 어떤 것들은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고, 또 어떤 것들은 힘을 합쳐 해결하면 풀릴 수 있는 일이다. 정작 큰 문제는 현재 위기의 가장 핵심적 내용이 리더십의 위기라는 점에 있다. 정부도, 그 어떤 정치지도자도 이 어둡고 불안한 상황을 ‘규정’하지 않고,‘설명’하지 않고,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방향을 가리키지 못한다. 그러니 민심과 시장이 동시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돌파의 CEO 윈스턴 처칠’은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휴가 때 읽어 보라며 선물했다는 책이다. 제목부터 작금의 국정 위기를 극복해서 성공한 정권을 만들자는 의지가 전해져서 좋다. 또 ‘결코 실패하지 않겠다.’니 적이 안심이 된다. 어느 국민인들 자기 나라 정부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그럼에도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도대체 무엇을 시도해서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일까.’라는 점이다. 국민에게 말해준 적이 없으니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러니 제발 지금 어떤 상황인지, 지금부터 무얼 할 것인지 말 좀 해달라는 것이다. 노력하다가 실패해도 좋으니, 돌파하다가 막혀도 좋으니, 국가의 장단기 목표를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영국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처칠을 존경하는 이유는 위기 때 특히 빛을 발하는 그의 리더십 때문이다. 많은 역사가들에 의하면 처칠의 리더십은 ‘공동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 능력’과 함께 그것을 ‘말로서 표현하는 능력’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한다. 독일과의 전쟁이 일어났을 때, 처칠은 승리를 향한 신념은 있었으되, 이기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정직하게 말했다.“나는 피, 수고, 눈물, 그리고 땀밖에는 달리 드릴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께서 우리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승리입니다. 승리,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어떤 폭력을 무릅쓰고라도 승리, 거기에 이르는 길이 아무리 길고 험해도 승리, 승리 없이는 생존도 없기 때문에 오직 승리뿐입니다.” 또 처칠은 싸움의 목적을 명확히 밝혔다. 독일과의 전쟁이 악과 싸우는 전쟁임을 거듭 설명했다. 그는 말로서 사람들을 고무했을 뿐 아니라, 뚜렷한 의견을 제시하고 상황을 쉽게 설명했다. 공습하의 런던시민들은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그의 연설을 듣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영국의 싸움이 지금 시작되려 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문명의 생존은 이 싸움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 영국의 생존, 우리나라의 제도들, 우리 제국의 긴 역사가 이 싸움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이 말을 들은 영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가 역사의 주인공임을 자각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부디 이명박 정부가 ‘결코 실패하지 않고’, 오늘의 위기를 ‘돌파’하기 바란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이루고자 하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그 필요성을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처칠에게 가장 먼저 배워야 할 덕목은 바로 이 것이다. 김무곤 동국대 신방과 교수
  • “국민의 이름으로 우리땅 철통같이 지키겠다”

    “신고합니다. 경위 김태석 외 4명은 2008년 8월8일부로 울릉경비대 근무를 명 받았습니다.” 8일 오전 8시 경북경찰청장실에서는 진급, 전역 등 여느 신고 행사와 다른 신고식이 열렸다. 사상 첫 공모를 통해 선발된 독도경비대장들이 윤재옥 경북지방경찰청장에게 경북경찰청 울릉경비대 근무를 신고했다. 독도경비대장은 김태석(32·서울 김포공항경찰대)·양수영(34·인천 중부서)·강석경(40·전남경찰청 보안과)·박병언(33·전남경찰청 기동본부대대)·김병헌(41·경남 함양서) 경위 등 5명이다. 이 중 양 경위는 경찰대(14기) 출신이며 나머지 4명은 순경으로 경찰에 투신했다. 경찰 근무 경력 10년 이상 등 각종 조건을 갖춘 이들은 경찰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한 독도경비대장 공모에 참여해 3.6대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 이들은 이날 경북경찰청에서 교육을 받고 9일 울릉도로 들어가 20일까지 독도경비대 및 해안초소 근무체험을 한 뒤 21일부터 1년 동안 울릉경비대(4개 소대)에서 근무하면서 2∼3개월씩 번갈아 독도에 들어가 독도경비대장을 맡게 된다. 이들 중 ‘제1호 공모 독도경비대장’은 20일까지 실시될 독도 현지체험 근무 등을 평가해 탄생한다. 이들은 앞으로 독도경비대장 등의 근무를 마친 뒤 희망하는 시·도 지방경찰청에서 근무할 수 있는 혜택을 받는다. 이들이 독도경비대장 공모에 참여하게 된 데는 남다른 동기가 있었다. 나이가 가장 많은 김병헌 경위는 국가와 경찰을 대표해 독도를 지켜내는 것이 ‘가문의 영광’이 될 것이라는 아내(36)의 적극적인 성원이 힘이 됐다. 양 경위는 해양경찰 소속으로 울릉도에 근무한 적이 있는 장인(임명봉·55·인천해경 소속)의 적극적인 권유와 지원이 있었다. 박 경위는 공모를 통한 1호 경비대장이라는 명예는 영원할 것이라는 신념으로, 김태석 경위는 경찰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국 영토수호 책무를 다하기 위해 지원했다. 독도를 지키면서 대장부로서의 호연지기를 키우기 위해 지원했다는 강 경위는 “국민과 경찰을 대표해 명예와 긍지를 갖고 독도를 굳건히 지키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윤 청장은 이들에게 “국민들이 여러분에게 독도경비대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맡긴 만큼 어떤 경우에도 독도를 철통같이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최대 탄소펀드 회사 英 기후변화캐피털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최대 탄소펀드 회사 英 기후변화캐피털

    |런던(영국) 안동환특파원|“탄소배출권 시장이야말로 그동안 아무 가치 없다고 여기던 온실가스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 정도만 탄소 감축에 투자해도 기후변화를 막아낼 수 있죠.” 런던 템스강의 명물 ‘타워브리지’가 내려다보이는 세계 최대 민간 탄소펀드회사 기후변화캐피털(CCC:Climate Change Capital).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면 전세계 어디라도 찾아다닌다는 창업자 제임스 카메론 부회장은 시장경제 메커니즘만으로도 충분히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2003년 창업 뒤 고속성장 “지금이야 우리 회사가 미국, 중국, 스페인 등 세계 각국에 140여명의 펀드매니저를 두고 있지만 불과 5년 전 회사를 세울 때만 해도 사무실 하나에 직원이 5명에 불과한 조그만 회사였습니다. 기후변화라는 이슈가 우리에겐 커다란 기회였죠.” 디렉터 팀 모켓은 기적적인 회사 성장사를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2003년 세계 첫 민간 탄소펀드이자 CCC의 대표 상품인 ‘청정기술 사모펀드’(CPE:Clean tech Private Equity)를 출시해 목표 설정액 2억유로(약 3200억원)를 지난해 무난히 달성했다. 또 신재생에너지 전문 투자펀드 ‘벤투스’(VCTs)도 출시, 독일 태양광업체 설파셀과 미국 온실가스 컨설팅 업체인 퀄리티톤스 등 세계 주요 친환경 기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현재 CCC는 매달 5000만∼6000만파운드(약 1000억∼1200억원)의 펀드 판매고를 기록하며 총 투자액이 8억유로를 넘어섰다.2010년쯤에는 세계 탄소시장에서 8%가량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 ●온실가스도 줄이고 돈도 벌고 “우리의 사업 모델요? 간단합니다. 적은 비용으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나라에서 배출권을 가져와 유럽과 같은 지역에 내다 파는 거죠. 그러고는 차액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면 됩니다.” 제임스 부회장은 CCC의 수익 모델을 설명하며 자신들의 사업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실제 중국 저장성의 ‘저장쥐화’라는 에어컨 냉매 제조 회사의 경우 그동안 냉매 제조 과정에서 수소불화탄소(HFC-23)라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왔다.CCC는 2006년 이 회사에 온실가스를 분해할 수 있는 공장을 세웠고, 여기에서 2950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권(CER)을 확보했다. 구체적인 언급은 꺼리고 있지만 탄소펀드들이 통상 중국 CDM(개도국 투자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권 확보) 사업을 통해 얻는 배출권 원가는 t당 10달러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8월 현재 유럽기후거래소(ECX·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소재)에서 거래되는 이산화탄소 배출권 가격이 t당 25유로(약 4만원)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CCC는 이 사업만으로도 최소 3억달러(약 3050억원)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돈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기후변화 해법” “지난 20여년 동안 이 분야에서 일하면서 지구 온난화 문제의 정해진 해법이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끊임없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만이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죠. 결국 ‘돈’이 유일한 해법이 아닐까 합니다.” 자신을 전형적인 시장주의자로 설명하는 제임스 부회장은 온실가스 절감을 위한 시장메커니즘의 강화를 역설했다.“배출권 거래제가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문제를 돈으로 배출권을 사서 해결하게 만든다.”는 환경 단체들의 비난을 그 자신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떠한 위험도 무릅쓰고 혁신을 거듭하는 기업의 이윤추구 동기야말로 기후변화 극복을 위한 가장 현실적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는 게 오랜 경험을 통해 터득한 그와 기후변화캐피털사의 신념이다. “한국은 2012년 이후 포스트 교토체제에서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대대적인 사회·경제 구조 변화가 예상됩니다. 우리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현재 한국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상당량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필요로 하는 거대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sunstory@seoul.co.kr ■ 세계 탄소펀드 현황 - 40여종 70억弗 규모 운용 탄소 저감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조성되는 탄소펀드 시장은 선진국들이 싼 값에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탄소펀드의 효시는 세계은행이 2000년 4월 선보인 ‘PCF(Prototype Carbon Fund)’로 현재 규모는 약 1억 8000만달러(약 1830억원) 정도다. 세계은행은 PCF를 비롯해 10여종의 탄소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40여종의 탄소펀드가 있으며, 규모는 70억달러(약 7조 1200억원)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도 10여종의 탄소펀드가 판매되고 있다. 탄소펀드의 주요 투자자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닌 선진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들이다. 교토 의정서 체제가 시작되면서 탄소 거래 방식이 대단히 복잡해진 탓에 투자 자금의 운용은 대부분 세계은행, 전문 컨설팅 회사, 민간 금융기관 등이 대행하는 추세다. 미국·영국 뿐 아니라 일본·오스트리아·벨기에·독일·네덜란드·핀란드·덴마크 등도 자신들이 만든 탄소펀드를 직접 운용하고 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일본 탄소거래제의 교훈 - 정부가 탄소비즈니스 견인 |도쿄 박상숙특파원|1997년 교토 의정서가 채택됐을 때 일본 경제계는 사색이 됐다. 의장국으로서 모범을 보이기 위해 일본 정부가 배포 크게 공표한 온실가스 삭감량은 1990년 대비 6%. 당초 예상했던 2.5%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전력, 가스, 철강 등 이산화탄소(CO) 배출이 많은 기업들에는 그야말로 날벼락과 같았다. 세계 최고로 평가받던 에너지 절약 기술로도, 삼림 흡수로도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목표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마른 수건 쥐어짜기”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촉수 빠른 종합상사들은 탄소에서 ‘블루오션’을 봤다.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의 다가미 다카히코 수석연구원은 “국내에서의 온실가스 삭감 한계와 고비용 탓에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이는 일본 종합상사들이 CDM(개도국 투자를 통한 온실가스 배출권 확보)의 강자로 떠오를 수 있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미쓰비시나 마루베니 등은 CDM 프로젝트 발굴을 위해 광맥을 찾듯이 세계 각지를 뒤지고 다니며 탄소 비즈니스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일본의 탄소 산업은 ‘후쿠다 비전’을 통해 한층 탄력 받고 있다. 후쿠다 총리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60∼80% 삭감, 배출권 거래제의 연내 도입을 천명했다. 최대 지자체인 도쿄도 의회도 최근 도심의 오피스텔을 포함한 대형 업무용 빌딩 등에 이산화탄소 삭감 의무량을 부과하고,2010년 지자체 처음으로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환경 조례를 통과시켰다. 배출권 중개기업인 낫소스재팬의 다카하시 쓰네오 대표는 “결국 정부가 강제적으로 삭감 의무량을 정해줘야 (민간이) 따라오는 것이 아니냐.”며 관(官)쪽의 의지가 탄소 비즈니스를 견인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일본에서는 10월 출범을 앞둔 배출권 거래 시스템의 운용 방식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일본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유럽 배출권거래시장(EU­ETS)은 초기엔 배출권을 무상 배분했지만 점차 기업들이 경매를 통해 구입하는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풍력, 바이오매스 등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가 풍부해 상대적으로 싼 값에 배출권을 구입할 수 있는 유럽과는 상황이 다르다. 자원 빈국인 일본은 배출권을 얻기 위해 산업계 전체가 막대한 가격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다가미 연구원은 “산업 경쟁력의 저하는 물론 기업의 ‘카본 리키지(carbon leakage·온실가스 절감 비용이 적은 나라를 찾아 공장을 이전하는 현상)’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현재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를 산정할 때 생산단위 당 에너지효율개선지표를 활용하는 경제산업성의 방식이 가장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높이고 기업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한국으로서는 예의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alex@seoul.co.kr <특별취재팀> 미래생활부 박건승부장(팀장)·박상숙·오상도·류지영·박건형·정현용기자, 도쿄 박홍기 특파원, 사회부 홍지민기자, 국제부 안동환·이재연기자
  • [기고] 청소년 문화의 다양성 인정하자/조영아 청강문화산업대학 패션디자인과 교수

    [기고] 청소년 문화의 다양성 인정하자/조영아 청강문화산업대학 패션디자인과 교수

    오늘의 청소년들은 문화적 다양성에 노출된 세대다.2002년 월드컵과 그 무렵의 촛불집회에서 사회참여의 방법을 알았으며, 나아가 자기 의견을 논리적·집약적·창의적으로 표현하도록 논술을 통해 학습받은 세대이다. 최근의 광우병 촛불집회에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것 또한 이를 설명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자기 표현에 훨씬 대담해졌으며, 건전한 사회적 주체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청소년들이 즐기는 문화 중 하나로 ‘코스튬플레이’가 있다. 코스튬플레이는 ‘복장’을 뜻하는 ‘코스튬’과 ‘놀이’를 뜻하는 ‘플레이’의 합성어로, 영화, 만화, 게임 등에 등장하는 인물의 복장을 갖춰 입고 노는 놀이문화를 말한다.‘코스프레’라는 일본식 약어로 많이 알려졌다. 그러나 ‘코스튬플레이’를 왜색 문화로 치부하며 이에 열광하는 청소년들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아직까지 존재한다.‘코스튬플레이’는 청소년들이 평소의 자신과 전혀 다른 모습과 태도로 스트레스를 풀고 자기표출 욕구도 충족시키는 일종의 ‘역할극 놀이’이다. 또한 캐릭터와 콘텐츠를 스스로 만들고 즐기며, 사회와 소통하는 그들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실제로 코스튬플레이를 즐기는 청소년들은 자신만의 아이템을 표현하기 위해 의상과 소품 등을 직접 제작한다.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게 드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기쁨에 용돈을 절약하며 의상 제작비를 마련한다. 청강문화산업대학에서는 매년 코스튬플레이를 즐기고 싶지만, 의상 제작 노하우가 없는 청소년들을 위해 ‘코스튬캠프’를 열고 있다.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을 볼 때, 자기 표현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으며, 대단한 열정으로 활동하는 모습에 종종 놀라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의상을 제작하는 실력이 늘면서 코스튬플레이 마니아 중 무대나 드라마 의상제작 등으로 전공을 살려 진출하는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코스튬플레이가 점차 대중화되면서, 콘텐츠 자체도 일본 만화 주인공이나 캐릭터를 넘어 토종화되고 있는 것도 하나의 문화적 현상이다. 도입 초기에는 관련 상품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들어와 청소년들이 일본의 문화를 그대로 모방하는 수준에 그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한국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을 재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태왕사신기’,‘대장금’,‘왕의 남자’와 같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코스튬플레이로 재탄생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성세대가 코스튬플레이를 보다 긍정적인 청소년 놀이 문화로 받아들여 줄 것을 당부한다. 우리의 코스튬플레이는 이미 한국에 맞는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튬플레이를 즐기는 청소년들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확고한 신념과 기준을 가지고 참여한다. 유럽에서는 중세놀이가 유행이라고 한다. 주말이면 옛건물에 모여 갑옷 같은 걸 입고 당시 유럽에는 없던 커피를 마시지 않는 등 중세인처럼 산다는 것이다. 잠깐의 변신을 통해 불편한 현실을 이겨낼 힘을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청소년들이 보다 다양한 문화를 스스로 만들고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자. 그것이 결국 청소년들이 스스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다양성을 존중하며 배려할 줄 아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다. 조영아 청강문화산업대학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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