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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감 현장] 병무청-서울시교육청

    ■병무청 - 軍 가산점제 의원마다 찬반 갈려 9일 국회 국방위의 병무청 국정감사에서는 군 가산점제 도입 문제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병무청이 군 가산점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군 가산점제는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가 남녀 평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을 내린 사안이다. 의원들은 저마다 입장이 갈렸다. 군 출신 의원은 대부분 찬성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국방부장관 출신인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장관 재직 때 가산점제는 반드시 부활돼야 한다고 답변했다.”며 제도 부활을 지지했다. 육군 장성 출신인 자유선진당 이진삼 의원도 “병역자원의 수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의무복무자에 대한 가산점 제도는 하루 빨리 실시해야 한다.”면서 “미국에서는 시민권이 없는 영주권자가 군복무를 마치면 시민권을 취득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받는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병역자에 대한 우대조건으로 인센티브를 준다는 발상이 헌법에 맞지 않다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신념”이라며 반대했다. 한나라당 김동성 의원도 “여성과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소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서울시교육청 - “外高지정 해제를” 여야 한목소리 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외국어고등학교 지정을 해지하라는 주장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날 국감에서 한나라당 김선동 의원은 “현재 우리나라 유·초·중학교 사교육 과열의 주범은 외국어고”라며 “어학영재 양성이라는 설립 취지를 상실한 채 입시학원으로 전락한 외고를 지정 해제할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김 의원이 밝힌 2006~2009년 외고 진학결과 자료를 보면, 올해 외고 졸업생의 어문계 진학 비율은 25%에 불과한 반면 비어문계 진학 비율은 60.1%에 이르렀다. 같은 당 권영진 의원도 “외고 입시가 중학교 과정을 넘어서는 수준의 문제를 내면서 선행학습을 위해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도록 유도하고 있다.”면서 “외고를 외국어 인재 양성 학교로 키울 대책을 찾든지 자율고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야당 의원들도 거들었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수도권 외고 재학생의 84%가 특목고 입시전문학원에 다녔고 외고 입학 뒤에도 10명 중 9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교과부 장관과 구체적인 협의를 해보겠다.”고 답했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약탈한 고대유물로 장사하는 박물관들 그리고 끊이지 않는 반환요구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조선 전기 화가 안견이 안평대군의 꿈이야기를 듣고 그렸다는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해서였다. 임진왜란 때로 추측할 뿐, 언제 일본으로 유출됐는지 확실하지 않은 몽유도원도가 13년 만에 잠깐 고향 나들이를 한다는 소식에, 이 걸작을 소장하고 있는 일본 덴리대의 으름장에 밀려 국내에서는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람들은 3~4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1분 정도 구경했다.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에서는 몽유도원도 외에도 우리 것이지만, 해외에서 빌려와야 했던 문화재들이 수두룩했다. 빌려준 곳도 각양각색이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LA카운티 미술관, 보스턴 미술관, 컬럼비아대학 도서관, 일본 오쿠라 문화재단 등등. 최근 국정감사에서 문화재청은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의 규모가 7만 6000점에 달한다고 밝혔다.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 파악이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한 수치가 이렇다. 그런데 1955년 일본으로부터 처음 환수가 시작된 뒤 국내에 돌아온 문화재는 10개국 8154점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느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시킨 말이 떠오른다. “이거 왠지 씁쓸하구만.” 이집트 덴데라의 하토르 신전 천장에는 천궁도의 석고 복제품이 있다. 진본은 세계적인 박물관 가운데 하나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 가지고 있다. 골동품 수집가 세바스티앙 루이 솔니의 대리인들이 1821년 폭약을 터뜨리며 진품을 뜯어내 프랑스로 가져갔다. 솔니는 이를 프랑스 국왕 루이 18세에게 팔았다. 루브르는 관람객들에게 이집트 천문학에서 사용된 난해한 형상과 상징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설명하지만 이 장엄한 미술 작품의 약탈 과정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 역사와 유물, 문화재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박물관에게 부끄러운 과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입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할 때에 한해서다. 루브르의 3대 유물 가운데 하나인 승리의 여신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부영사 샤를 샹푸아소는 1863년 사모트라케 섬을 탐사하다가 산산조각난 이 조각상을 발견했다. 루브르는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이를 복원해 냈다. 루브르가 승리의 여신 입수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이를 발견하고 복원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고 유익한 역할을 했다고 거드름을 피우는 것에 다름 아닌 셈이다. 뉴욕타임스의 문화부 기자 및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샤론 왁스먼은 ‘약탈 그 역사와 진실’(오성환 옮김, 까치 펴냄)을 통해 약탈당한 고대 유물과 현재 그 유물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반환 전쟁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8개국 10여개 도시를 찾아가 수십 명을 인터뷰하고 취재했다. 상당수 고대 유물에 대한 입수 경위에 의문이 제기됐고, 반환을 요구받고 있는 루브르 박물관과 대영 박물관,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J 폴 게티 박물관 등 서양의 4대 박물관을 찾아가 관계자들을 만났다. 또 적극적으로 고대 유물 반환을 요구하고 추진하고 있는 이집트,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를 찾았다. 언론을 통해 압력을 가하는 이집트 고유물 최고위원장인 자히 하와스, 법적인 기소도 불사하는 이탈리아의 마우리치오 피오릴리 검사, 특종 보도로 유물 반환에 기여한 터키의 언론인 오르겐 아자르 등의 입장에서는 서양의 대형 박물관은 고대 유물의 약탈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전시장과 마찬가지다. 서양 박물관 쪽 입장은 다르다. “그리스 조각상이 그리스에 있었을 경우 누가 관심을 기울이겠는가? 이런 유물들이 위대한 것은 루브르에 있기 때문이다.”라는 루브르의 수석공보관 아지 르롤의 말이 이를 웅변한다. 박물관들은 고대 유물들이 원래 자리를 떠나 제대로 보관됨으로써 고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고고학이 탄생했고, 유물들이 파괴로부터 구제받았다고 항변한다. 반환 문제에 있어서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국가들에 무조건 유물을 반환하는 것은 유물의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한때 이집트 정부가 피라미드의 돌을 이용해 공장을 지으려고 했다는 사실 등을 살펴보면 이러한 주장에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문명 발전에 공헌한다는 신념보다는 유물 소유에 대한 탐욕이 출발점이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약탈된 유물의 반환을 요구하는 일부 국가들의 보존 역량을 믿을 수 없어 반환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고 하면서도 서양 박물관들이 유물 취득 경위를 선별적으로 왜곡해 유물을 빼앗긴 나라들의 자존심을 무시하는 것 또한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유네스코에 약탈 문화재 반환 규정이 있지만 1970년대 이후에 거래된 약탈 문화재에만 적용되며 여전히 도굴, 밀수입 등을 통한 약탈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저자는 “서양 박물관들은 유물 약탈 역사를 밝히고, 잘못을 시인해야 한다. 그런 뒤에야 출처 국가들과 대여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서양 박물관들은 출처가 의심스러운 유물의 구입을 근절하고 출처 국가들과 공조해 유물을 공동관리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심스레 의견을 제시한다. 2만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 기획-중산층 두껍게] 美 재정전문가 이자벨 서힐 브루킹스硏 선임연구원 인터뷰

    [서울신문 창간 105주년 기획-중산층 두껍게] 美 재정전문가 이자벨 서힐 브루킹스硏 선임연구원 인터뷰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의 대표적인 재정 전문가인 이자벨 서힐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산층을 강화해 기회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과 일자리, 안정된 가정 등 세 분야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힐 박사는 최근 펴낸 ‘기회의 사회를 향해’라는 책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서힐 박사를 지난달 28일 연구실에서 만나 중산층을 두껍게 하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미국에서 말하는 중산층의 정의는. -정해진 중산층의 정의는 없다. 연구자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나는 소득을 기준으로 5분위 중 가운데 20%를 대상으로 연구를 해 왔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답하고 있다. 연소득이 20만달러(약 2억 34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도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산층 추세에 변화가 있나. 이번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중산층도 타격을 많이 받았을 텐데. -앞서 말했듯이 기준에 따라 중산층 비중의 증감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특정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계층을 나누기보다 소득을 기준으로 중간 20%를 선정해 비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 30~40년간 미국인들의 소득 중간값에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 1979~2000년 소득 중간값은 미미한 증가를 보였고, 2000년 이후에는 오히려 악화됐다. 이번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 미국 중산층의 소득은 2000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1990년대 이후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높아졌고, 국내총생산(GDP)도 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경제성장의 결실이 부유층에 집중됐고, 중산층 이하에는 별로 돌아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부의 집중이나 경제적 불평등 심화가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친기업적·친시장적 경제정책의 결과라고 볼 수 있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사회 정책의 중심에는 부와 번영을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는 신념이 깔려 있다. 중산층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정책적 비전들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영향력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부시 행정부가 부의 불균형 심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덜 적극적이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정부 정책 때문에 부의 불균형이 심화됐다고 단언하는 것은 무리다. 부유층과 고학력층이 번성한 것은 경제발전의 속성에도 기인한다. 현대 사회는 산업기술이 발전하면서 고등교육 수준을 요구하는 일자리들은 늘었다. 그러나 제조업이 제3국으로 이전되면서 관련 일자리들이 줄었다. 미국 내 일자리 구조는 저임금의 서비스 단순직, 높은 교육수준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관리직으로 양분화됐다. 따라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이 좋은 일자리를 갖고 앞서가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이번 경제위기에서 전문기술이 없는 단순직 노동자와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 졸업장 없이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데, 20~30대에 접어든 고교 졸업자들이 뒤늦게 대학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은가. -미국에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성인을 위한 교육 시스템이 매우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2년제의 커뮤니티 대학이다. 최근 등록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 현재의 경제상황이 주요 요인이다. 고교 졸업자들이 더 이상 좋은 일자리를 찾기 힘들고, 전문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고 재교육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학비도 4년제 대학보다 싸고 다양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 있어 과정을 이수하면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기회있을 때마다 교육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은 모든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 대학, 커뮤니티 대학은 물론 직업교육까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직업 훈련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교육은 사회적 신분 상승의 열쇠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점점 역할이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교육은 사회적 사다리를 오르는 길이다. 40년 전에 비한다면 사회적 이동성이 떨어졌지만 저소득층 자녀들의 경우 제대로 교육만 받는다면 더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 고등교육이 성공을 가져오는지 아니면 성공한 사람들이 고등교육을 받는 것인지를 놓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교육의 긍정적인 측면에는 이견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산층 강화를 주요 국내정책 중 하나로 내걸고 백악관에 중산층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그럴 만큼 사정이 악화됐나. -중산층 문제는 정치적으로 파장이 큰 이슈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5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니즈(요구)를 겨냥한 정책을 중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 중산층 대책이 성공하기 위해 목표로 삼아야 할 핵심 분야는. -가장 중요한 분야는 역시 교육이다. 단기적·장기적 대책 측면에서 모두 그렇다. 단기적 전략의 관점에서 볼 때 교육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약간의 정부 지원만으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분야다. 장기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건강보험 개혁 문제는 최대 사회적 이슈이다. 대부분의 중산층 가정은 고용주를 통해 건강보험에 가입해 있다. 개혁 방향이 중산층에 당장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녹색 경제는 시작단계이다. 이는 에너지와 환경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부가 직접 녹색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는 관련 정책의 변화로 민간 기업들이 녹색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앞서 미국의 일자리는 저임금 서비스직과 전문·관리직으로 양분화됐다고 했다. 2년간의 커뮤니티 대학 교육 또는 직업 훈련만으로 전문직에서 일할 수 있는 자질을 습득할 수 있다고 보나. -숙련된 기술자들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숙련된 배관공과 전기기술자, 하이테크 생산기술자들이 필요하다. 고용주들은 요즘도 숙련된 기술자들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숙련 기술자들의 임금이 단순 육체 노동자들의 임금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근로자 개개인의 행태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특이하다. 기술수준과 교육 정도에 따라 임금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젊은 층, 특히 젊은 남성들의 대학진학률은 좀처럼 높아지지 않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여러 보고서는 중산층을 두껍게 하기 위해 교육과 질좋은 일자리, 금융교육, 효율적인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권고하고 있다. 정부에 단기적 및 장기적 정책 제언을 한다면. -교육에 대한 투자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제대로 된 금융교육과 저축 장려, 적절한 수준의 사회안전망 구축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회안전망의 경우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더욱 절실하다. 현재 미국에서는 적절한 사회안전망의 범위를 놓고 논란이 진행중이다. 일할 의욕과 교육을 받으려는 의욕을 고취시키고 안정된 가정을 지탱시킬 수 있는 수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같은 중산층 강화 정책들이나 제안들이 과연 현재와 같은 어려운 경제상황과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가. -현재처럼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재정적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업들과 개인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경제주체는 정부밖에 없다. 하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누적 재정적자는 매우 걱정된다. 결국 이들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과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노년층보다는 젊은 층, 경제적으로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계층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연령과 소득에 따라 지원을 차등화해야 한다. 글 사진 kmkim@seoul.co.kr
  • [李대통령 G20유치 회견] 국민통합 위한 영·호남 대립구도 근본 개선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특별기자회견에서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선거구제 및 행정구역 개편 필요성을 거듭 제기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여야를 초월한 초당적 접근을 당부했다. 지난 8·15 경축사에서 내놨던 ‘정치개혁’ 구상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며 확고한 의지를 내비쳤다. ●선거구제·행정개편 초당적 접근 당부 선거제도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호남에 가면 여당 의원 한 사람도 없다. 구의원도 없다. 시의원 한 사람 없다. 영남에 가면 야당 의원, 구의원, 시의원 없다”, “제도가 이렇게 돼 있는데 국민 소통 아무리 얘기해도 이대로 두면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소통이 안 된다.”고 말했다. 영·호남으로 갈라진 현 지역구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정치발전은 물론이고 국민통합이 어렵다는 확고한 신념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선거구제 개편 필요성을 거듭 역설함에 따라 정치권의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야 간 협의를 통한 선거구제 조기 개편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각 정파 간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민주당은 중· 대선거구제를 각각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거제도 개편은 자칫 개헌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야당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 이 대통령은 “1890년대 행정구역이 정해졌다고 한다. 벌써 120년 가까이 됐는데 그때는 완전 농경시대가 아니었느냐.”고 반문한 뒤 “모든 균형 발전이 행정구역에 따라 하게 됐는데 지역을 만들어줘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개편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재 행정구역 개편안에 대해선 시·도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통합해 전국을 광역단체 60∼70개로 재편하는 방안 등이 정치권 등에서 제시돼 있는 상태다. ●개헌은 정치권 논의 우선 입장 이 대통령은 개헌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바로 제시할 생각은 없다.”며 “더욱이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구제에 대한 원칙적인 제안을 한 것도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자칫 이 대통령이 개헌을 주도하는 모양새를 띨 경우 야당의 반발 등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불꽃나비’ 이희정 “나는 ‘액션배우’가 아니다” (인터뷰)

    ‘불꽃나비’ 이희정 “나는 ‘액션배우’가 아니다” (인터뷰)

    “저는 스턴트맨도 액션배우도 아닙니다.” 수줍은 듯 잔잔한 미소를 띠던 그의 입이 한 일자(一)로 굳게 다물린다. 의지와 확고한 신념을 담은 목소리로 확신을 전한다. ‘배우’ 이희정(28)과의 첫 대면이었다. 확실히 이희정은 스턴트맨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의 비, ‘주몽’의 송일국의 대역으로 액션을 소화했다. 그밖에도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고난이도의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일단 그렇게라도 빨리 연기를 배우고 싶었어요. 운동에 소질도 있었고 액션부터 시작해서 현장의 분위기도 알아가자고 생각했죠.” 스턴트맨으로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은 처음부터 없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희정은 언제나 배우가 되고 싶었다. 스스로 구상했던 미래에 무술감독이란 지위는 처음부터 없었다. “스턴트맨이었던 과거의 저를 무시하는 게 아닙니다. 그때 배웠던 촬영 경험에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그런 경험도 없이 현장에 나선다는 건 지나친 모험이니까요.” 이희정은 이제 진짜 연기자로 본격적인 행보를 하기 시작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가 올해만 3편이 개봉된다. 가장 먼저 뚜껑을 연 것은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이다. “솔직히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마음 아픈 작품이에요. 제 출연 부분이 많이 편집됐거든요.” 극중 이희정은 대원군의 호위무사 뇌전(최재웅 분) 측 심복으로 등장한다. 속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겨우 이 정도로?”하고 웃었다. “제 속내야 당연히 쓰리죠. 하지만 이것도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배역이 크거나 작거나 현제 제 역할에 충실하려고요.” 그렇다면 이희정이 출연한 나머지 2편의 영화는 어떨까.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이어 차승원 송윤아 주연의 영화 ‘시크릿’이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시크릿’에서는 경찰로 위장한 깡패 역할이에요. 제칼 역을 맡은 류승룡의 오른팔인데, 극중 차승원의 아내인 송윤아를 납치하는 역할을 함께 합니다.” ‘시크릿’의 촬영장은 유난히 화기애애했다고 이희정은 회상했다. 류승룡의 제안으로 모두 팔씨름 대결도 했는데 “‘몸짱’ 차승원 선배도 이겼다.”며 은근슬쩍 자랑을 늘여놓기도 했다. 또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김범 주연의 영화 ‘비상’에서는 싸움도 잘하고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도 많은 호스트로 출연한다. 스크린 속 이희정의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연기를 한다는 자체로 숨을 쉴 수 있었다고 이희정은 말한다. 친구 같고 친형 같은 장철한 팀장(DS엔터테인먼트) 등 주변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빼놓지 않았다. “전에는 단역의 아픔을 겪을 때마다 ‘두고 보자!’고 이를 갈았어요. 하지만 다 부질 없는 생각입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맡은 바를 열심히 해야죠. 관객들이 저를 발견할 수 있도록.”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사진=강정화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권력욕심 커지면 죄 짓기 마련”

    이희호 여사가 1970∼80년대 수감 중이던 남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책 ‘옥중서신 2’(시대의창 펴냄)가 29일 출간됐다. 이 책은 김 전 대통령이 교도소에 있을 때 이 여사에게 보낸 편지와 메모를 묶어 최근 증보·출간한 ‘옥중서신 1’에 이은 것으로, 이 여사의 미공개 편지들을 묶었다. 2권 1장에는 이 여사가 1972∼73년 미국과 일본에 망명 중이던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들이, 2장에는 1976년 3·1민주구국선언 사건으로 1977년 진주교도소에 갇힌 남편에게 보낸 내용들이 담겼다. 3장은 1980년 내란음모사건으로 청주교도소에 있던 김 전 대통령에게 보낸 1981년의 편지들이다. 1, 2장의 편지 대부분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것들이지만, 3장 편지들은 책으로 출간된 바 있다. 책에 실린 편지들에는 남편인 김 전 대통령이 용기를 잃지 않도록 가족 근황과 마당의 화초 이야기를 전하고, 국내외 정세 등 세상 돌아가는 소식도 담아 현실 정치인으로서 감각을 잃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또한 동지이자 후원자, 조언자로서 이 여사의 철학과 사상, 종교적 신념도 담겨 있다. 1973년 4월10일자 편지에서 이 여사는 “박정희 대통령은 요새도 술을 마시지 못하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합니다.”라며 “권력 욕심이 커지면 역시 죄를 짓게 마련이고 죄가 커지면 망한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과도 같아서 오늘의 권력자들이 불쌍해요.”라고 썼다. 2만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나이들면 욕심도 미움도 사라질줄 알았는데…

    정진홍(72)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나이를 먹으면, 그것도 일흔이 넘으면, 나는 내가 신선이 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온갖 욕심도 없어지고, 이런저런 가슴앓이도 사라지고, 남모르게 품곤 했던 미움도 다 가실 줄 알았다고 했다. 후회도, 안타까움도, 두려움도, 죽음의 절망도 아침 안개처럼 걷힐 줄 알았다고 했다. 종교학자이기도 한 그는 나이 일흔은 ‘드문나이’라고 해서 고희(古稀)라고 했는데, 성숙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자는 남자이길, 여자는 여자이길 그만두고, 잘난 사람과 못난 사람을 나누는 갈래짓기도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일흔이 되고 보니 욕심도 가시지 않고 가슴앓이도 삭지 않고, 미움도 여전하고 고집은 신념이란 이름으로 더 질겨지고, 과거의 보람은 고함처럼 커간다고 했다. 예순 때보다 쉰 때보다 더 철저하게 사람 구실을 하나도 놓지 않고 더 질기게 사람노릇하는 나 자신을 확인한단다. 그는 일흔에 자신의 스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그것이 민속지에 나오는 민담(民譚)과 다르지 않고, 다른 종의 생물이 인간의 언어로 여긴다고 증언한다. 일흔이 발언하면 일흔을 함께 사는 사람 말고는 아예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고안해 놓은 사회복지도, 종교도, 공동체와 혈연마저도 노인을 소외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오는 신념으로 승화하고, 갑자기 지사(志士)가 되기도 한다. 돈 문제로 치사스럽고,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조바심에 바짝 건강을 염려하는데, 옆에서 볼 때는 다 늙은 노인네가 주책스럽다고 여긴다고 속상해한다. ‘노년에 인생의 길을 묻다’(어사연 글, 궁리 펴냄)에서 정 교수가 70대를 대표해서 글을 쓴 것이 서문이 됐다. 이 책은 10대부터 80대까지 10년씩 잘라서 각 연령대마다 노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개인적 경험에 비춰 적어내려간 책이다. 어떤 은퇴한 부부가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들 부부를 불러 저녁식사를 하면서 “잘 다녀 오마.”하고 인사를 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까지 아들 부부를 배웅 나간 부모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힌 뒤 빨리 내려가지 않아서 듣지 않은 만 못한 소리를 듣게 된다. 아들은 “노인네들이 벌어놓은 것 다 쓰고 세상 뜰 모양이지.”라고 말한 것. 상심한 늙은 부부가 주변에 하소연했더니, 다른 집 자식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란다. 늙음과 젊음, 이렇게 서로의 형편과 처지가 다르다. 평소 공자의 말씀에 귀기울여왔던 동양인들은 최소한 40세가 되면 불혹, 50세 지천명, 60세 이순의 순으로 유혹을 떨쳐내고, 하늘의 뜻을 이해하며, 어떤 소리에도 희로애락하지 않는다고 알아왔는데 70세가 넘어서도 떨쳐왔다고 생각해 온 그 세계가 악귀처럼 달라붙어 있다니 실소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근력과 육체를 사랑하는 산업자본주의시대에 늙는 일은 서럽기 짝이 없다. 쏟아지는 과학문명에 자신들의 지혜는 설 자리를 내주고 폐기물로 돌아서야 하기 때문이다. 1만 2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백악관 “윌슨 발언은 인종차별과 무관”

    “내 피부색 얘기가 아니다!”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자신을 둘러싼 인종차별 논란에 제동을 걸었다. 전날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주 타운홀 미팅 도중 오바마에게 “거짓말한다.”고 소리친 조 윌슨 공화당 의원에 대해 “흑인은 이 위대한 나라를 이끌 자격이 없다고 여기는 일부 백인들의 신념이 표면화된 것”이라고 비판해 인종차별 논란에 불을 댕겼다.정책 싸움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변질, 보혁 갈등으로 치닫자 백악관은 16일 ‘싹’을 잘라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은 최근의 비판이 자신의 피부색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브스 대변인은 그러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의 결정과 견해가 다를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이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도 답변을 거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 보도했다. 이유는 다양하게 해석된다. 오바마로서는 카터의 발언에 자신의 의견이 개입되지 않았음을 알리는 동시에 인종차별이라는 주제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나타낸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카터의 발언과 거리를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 7월 오바마가 자택에 들어가려는 흑인 하버드대 교수를 체포한 경찰에 대해 “어리석은 행동이었다.”고 해 빈축을 샀던 것도 교훈이 됐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그러나 이미 지펴진 불씨는 꺼질 줄 모른다. 하원 흑인의원연맹도 카터의 발언에 가세해 “최근 (국민들의) 증오의 원동력은 인종”이라고 지목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보수파 의원들은 진보측이 자신들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며 부당하게 흠집내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공주형 미술세계] 조각가 권진규 회고전 日서 열린다는데…

    [공주형 미술세계] 조각가 권진규 회고전 日서 열린다는데…

    바다 건너 일본에서 낭보가 들려옵니다. 조각가 권진규(1922~1973년) 선생의 회고전이 다음 달 도쿄 국립근대미술관에서 석 달 간 열린다는 소식입니다. 회고전은 같은 기간 무사시노 미술대학 자료실에서 동시에 열립니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작가들도 전시가 쉽지 않다는 전시장에서 회고전이 열린다니 반갑습니다. 일본 미술 명문 무사시노 미술대학이 ‘가장 성공한 동문 예술가’로 선정해 개교 80년 기념전으로 성사된 전시라니 뜻깊습니다. 선생은 1953년 무사시노 미술대학 조각과 졸업생입니다. 소식을 접하며 선생의 아틀리에를 방문했던 2년 전 겨울을 떠올렸습니다. 미술 교과서에 실린 ‘지원의 얼굴’로 아득히 멀게 느껴졌던 분이었는데 선생의 아틀리에는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서울시 동선동 언덕배기에 선생의 아틀리에가 있습니다. 1959년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선생이 손수 설계하고 건축한 곳입니다. 숱한 작품들을 탄생시키고 선생은 이곳에서 쉰한 살에 목을 매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차 하나 들어가기 좁은 길, 숨차게 올라야 하는 가파른 골목을 지나 유난히 담이 낮고, 대문이 작은 집이 ‘한국적 사실주의를 이루었다.’고 평가되는 선생 예술의 산실입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작업실에 방을 덧붙인 ‘L’자형 아틀리에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작은 문, 좁은 복도를 지나 한 사람 겨우 누울 정도 크기의 방을 통과하면 작업 공간이 나옵니다. 천장 높이가 4.5m에 달하는 작업장에 들어서서 비로소 낮추었던 허리도, 비좁았던 시선도 자유를 찾습니다. 복층으로 나뉜 작업장 한가운데 목재 사다리가 걸려 있습니다. 시멘트 블록으로 쌓은 벽면에는‘범인(凡人)엔 침을, 바보엔 존경을, 천재엔 감사를’이라는 낙서가 쓰여 있습니다. 흙을 다져 마감한 바닥에 주인 잃은 책 더미들이 붉은 노끈에 묶여 놓여 있습니다. 수북한 먼지 사이로 남아 있는 선생의 흔적 때문이었을까요. “한국에 리얼리즘을 정립하고 싶다.”, “만물에는 구조가 있다. 한국 조각에는 그 구조에 대한 근본 탐구가 결여되어 있다.”, “인생은 공(空) 파멸(破滅)”. 생전에 선생의 신념과 좌절 그리고 최후가 번듯한 전시장에서와는 다르게 직접적으로 전해졌습니다. 선생의 예술과 철학이 녹아 있는 아틀리에는 2008년 5월1일 개소식을 거쳐 현재는 사전 예약을 통해 시민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2006년 유족이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 기금에 기증하여 1년의 보수와 복원을 거쳐 성사된 일입니다. 새롭게 세워야 커지는 가치가 있는가 하면 잘 지켜야 커지는 가치가 있습니다. 혼자 간직해야 커지는 가치가 있는가 하면 함께 나누어야 커지는 가치가 있습니다. 반갑고 뜻깊은 회고전 소식을 접하며 권진규 선생의 아틀리에도 잘 지키고 함께 나누어 더 키워나가야 할 가치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관람 문의 신청(02)3675-3401~2. www.nt-heritage.org <미술평론가>
  • [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 시흥 연꽃 테마파크] 연꽃에 대한 명상

    [길따라 바람따라 맛따라 | 시흥 연꽃 테마파크] 연꽃에 대한 명상

    연잎은 접시안테나처럼 잎을 펼친 채 태양을 읽는다.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햇살과 교신해온 연꽃 향기는 그야말로 청량한 기호들이다. 강렬한 한낮의 태양빛 아래 연꽃은 그래서 100만 년 전 상징을 간직하고 있다. 태양 중심부에서 문득, 하나의 생각이 에너지가 되어 이렇게 인연을 광합성하는 것이리라. 경기도 시흥시 관곡지에 위치한 연꽃 테마공원, 이곳에 오리라고 마음먹은 건 일종의 숙명이다. 이 초록의 집단 무의식에 연결되어 있는 원형은 100만 년을 산 사람의 기억과도 같다. 연꽃들은 깊은 차원에서 이미 하나의 정점에 맺혀 있다. 그러니 눈물을 믿는다는 건 나와 그리고 한때 나였던 것들에 대한 경배이다. 어쩌면 지금의 현실보다 연꽃의 자태가 더 우주적인 질서일지도 모른다. 시간이라는 너른 밭에 생명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덧 나도 접시안테나를 펼친 채 누대의 생을 받아내고 있다는 생각. 연꽃은 6월부터 9월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여느 정치의 허세처럼 소란스럽게 일제히 피지 않고 조금은 사소하게, 그러나 진지하게 시즌을 지난다. 연꽃 탐방 길을 걷노라면 이러한 연꽃들 개개의 성격과 마주한다. 마치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하나씩 만나게 되는 인연처럼, 꽃의 표정이 다양하다. 활짝 핀 채 제 안의 노오란 속내를 점점이 드러내는 꽃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시들어 너른 연잎 한가운데 떨어져 말라가는 꽃도 있다. 인생은 이렇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나를 만나게 한다. 수많은 가능성에 스스로를 의지하며 이날까지 살아왔으니, 연꽃의 생은 신념이 이뤄놓은 쓸쓸한 사건이다. 결국 나와 당신은 봉오리의, 만개된, 떨어진, 연꽃이 뒤섞인 지상의 시차를 견뎌야 한다. 후회는 내가 조금 더 누추해졌었길 바랄 뿐. 비망록 윤성택 시간을 겹겹 접으니 견고하게 뚫립니다 생생한 과거를 이제 펼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의 과거에 이르는 속성은 당신에 의해 결정된 것이니 내 청춘은 고백에 가깝습니다 이 불안하고 어리숙한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은 무모한 기대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많은 것이 사라졌다고 이해하겠습니다 한때의 결의도 사랑도 헌책에서 뜯겨져 나간 속지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곳의 공기에게 예감은 선물입니다 시간과 공간이 사라진 기억이란 운명을 은유하면서 일생을 떠돌게 마련이니까요 태연한 그 여백을 오늘이라고 적겠습니다 칠흑 같은 내 안의 추억은 악취뿐이었으나 당신은 그 악취에 뿌리 내린다. 나는 더욱더 썩길, 썩어가길 원했어야 했다. 그러나 온통 침전된 불행의 지층 사이로, 부끄러운 나를 휘저으며 더 깊은 곳까지 따뜻한 슬픔이 온다. 막막한 깊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혼탁한 내 안의 덩어리를 놓아주는 것. 그리하여 나는 살아가는 것이다. 무수한 입자들 속에 나를 분해하면서, 아니 용해되면서 가닥가닥의 촉감에 의지하면서. 그렇게 나에게로 다가오는 당신은 누구인가. 나를 흡수하고 지상의 높은 곳까지 끌어올리는 당신은 누구인가. 나를 꽃의 향기로 흩날리게 하는 당신은 누구인가. 흰색 사이로 번진 분홍의 홍련(紅蓮), 순수한 백옥빛 백련(白蓮), 연못이 막 피워낸 것 같은 수련(垂蓮)…. 연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왠지 경건해진다. 연꽃이 진흙 속에서 피어난다는 사실보다, 연꽃 씨가 오랜 세월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연꽃이 불성을 상징한다는 말보다 더 이끌리는 건 연꽃이 어쩐지 사람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고 색깔이 있다. 곁에만 있어도 은은한 이끌림으로 마음이 환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몇 마디 대화에도 지독한 이기심이 서려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어찌하랴. 우리는 어차피 이 지구의 시간 속에서 뿌리 내리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다만 일찍 피었다 질 뿐, 아니 늦게 피느라 아직 준비가 덜 되었을 뿐.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나에게 관곡지의 연꽃이 되어 그렇게 이 계절을 살다갈 것이므로.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난 뒤, 나는 그때 당신이 향기로웠다는 것을 첫 눈빛으로 기억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미안한 일이지만 나는 당신에게서 잊혀진 사람이다. 그리고 오늘 이 시간 속에서 막연한 타인이다. 나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바람이 불고 눈이 오고 비가 오고 그렇게 시간이 지났을 것이다. 오늘 당신이 읽는 건 선택이 아니라 선택되어진 것일지도 모른다. 한때 그토록 이루지 못했던 것들, 그리고 나로 인해 함께했던 것들이 우리를 관곡지에 머물게 했을 것이다. 그런 간절한 소망 하나가 관곡지의 바람이 되어 서성이는 건 아니었을까.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스치듯 지나간 마음이 얼마나 많은가. 헤어지지 말자고 죽어서도 잊지 말자고 했던 다짐이, 지금은 오후의 햇볕으로 고요하게 내려앉는다. 노란색 유치원복을 입은 아이가 되어, 양산을 든 자글자글한 할머니가 되어 인연이라는 테마파크에서 해후하는 것처럼. 이제 당신은 주위의 어둠에 물들지 않고 고고해지길, 연잎에서 그대로 굴러가는 빗방울처럼 악과 거리가 멀기를, 고인 물에서 향기를 길어내듯 훈훈한 사람이 되기를, 바닥이 아무리 더러워도 늘 청정하기를, 둥근 연꽃처럼 늘 온화하기를, 연의 줄기와 같이 부드럽고 융통성이 있기를, 연꽃 꿈처럼 길한 일이 함께하기를, 반드시 맺히는 연꽃 열매처럼 좋은 결실을 맺는 사람이기를, 활짝 핀 연꽃마냥 인품과 마음이 열려 있기를, 연꽃의 넓은 잎과 긴 대와 같이 기품이 늘 함께하기를……. 글·사진_ 윤성택 시인 TIP 시흥 연꽃 테마파크 경기도 시흥시 하중동 219번지 일원에 위치해 있다. 조선 중기 농학자인 강희맹(1412∼1483) 선생이 세조 9년 진헌부사가 되어 명나라 남경 전당지에서 연씨를 가지고 들어오면서 연 재배지가 되었다. 22㏊ 면적에 조성한 연근 생산단지로 시흥시 농가 소득 자원으로도 꼽힌다. 연꽃을 둘러보려면 햇볕을 가릴 양산이나 모자는 필수. 연못에 피는 연꽃이라 야외 천막 외에는 그늘이 없다. 자동차로 가려면 접이식 자전거를 싣고 가면 더없이 좋다. 인근 시흥갯골생태공원에서 물왕저수지까지 연결된 7.5km에 이르는 시흥시 그린웨이가 자전거 도로로 잘 꾸며져 있다. 같은 색을 맞춰 입은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꼬리를 물고 20여 대로 지나가는 것은 기본. 호젓한 시골길과 가을 풀숲의 정경이 자전거 페달보다 가볍고 경쾌하게 펼쳐진다.
  • “마음의 눈으로 가르쳤습니다”

    “1㎜ 오차도 허용 안 되는 기능, 마음의 눈으로 가르쳤습니다.” 지난 7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막을 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이태진(18) 선수를 금메달로 이끈 1급 시각장애인 지도교사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고 있다. 11일 선수단과 함께 귀국한 서울 용산공고 구만호(47) 교사는 망막세포가 퇴행하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눈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태진 선수가 금메달을 딴 조적 분야는 벽돌을 한치의 오차 없이 쌓아야 하는 것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하지만 그는 주말이면 수상 경험이 있는 학교에 찾아가 노하우를 배우는 등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겠다는 신념으로 부단한 노력을 했다. 돌아온 결과는 쓰디썼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그가 길러낸 제자들은 전국대회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08년 전근 발령이 나면서 끝내 꿈을 못이루는 듯 싶었다. 그는 학교에 유임을 요청했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컴퓨터 모니터의 글자를 주먹만하게 키워주는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 꼼꼼히 정보를 수집, 이태진 선수에 전수했다. 매일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이 선수와 함께 학교에 남아 재단, 벽돌마름질, 미장, 줄눈작업 등 조적분야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전수했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그는 한참을 이 선수와 부둥켜 안고 울었다. 2004년 조적을 가르치던 동료교사의 병가로 우연히 이 분야에 들어선 지 5년 만의 결실이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李대통령 “대기업 가격담합 책임 물어야”

    李대통령 “대기업 가격담합 책임 물어야”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았다. 추석을 앞두고 서민들의 장바구니물가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이 대통령은 시장내 새마을금고에서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전반적으로 물가가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다.”며 “전 부처가 힘을 모아 서민생활 안정과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서민들에게 직결되는 성수품의 물가관리를 위해 정부가 힘써 달라.”며 “추석을 앞두고 제수용품들은 농협이나 농수산물유통공사를 중심으로 비축물량을 풀고 수급조절에 나서 서민들이 시름을 덜 수 있도록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들이 공급하는 물품중에 액화석유가스(LPG)와 우유 등은 전형적으로 서민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품목”이라며 “대기업들이 주의하지 않으면 가격이 왜곡돼 서민들의 피해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장경제와 자유경쟁이라는 우리 정부의 근간과 친서민 정책에 역행하는 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정부가 철저히 감시 감독을 벌이고 담합사례가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시장행은 지난 4일 경기 구리시의 한 재래시장을 찾은 지 열흘도 안 돼 이뤄진 것이다. 최근 경제위기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서민경제를 챙긴다는 취지에서다. ‘현장에 정책의 답이 있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신념을 반영한 것으로 최근 들어 강력하게 추진하는 친서민 정책과 맞물린다. 이 대통령은 회의 후 시장을 둘러보면서 전통시장상품권(온누리상품권)으로 손녀에게 선물할 한복, 무화과, 꿀타래 등을 구입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내 식당에서 상인들과 설렁탕으로 점심식사를 하면서 “추석도 다가오고 해서 워낙 (경제가) 어려울 때라 어떻게 되고 있나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경호상의 문제로 사전에 방문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대통령이 방문한 직후 20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 시장골목은 한 발짝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사건 연구·검토… 결정문 초고 작성

    9명의 헌법재판관이 헌법재판소의 기둥이라면 61명의 헌법연구관은 이 기둥을 지탱하는 주춧돌이다. 헌재에 들어오는 사건은 모두 연구관의 연구·검토를 거쳐 재판관의 결정에 이르기 때문이다. 헌재에는 재판관마다 1명씩 전속 연구관이 있다. 이들은 주로 헌법소원심판사건의 사전심사를 돕는다. 사전심사를 통과한 본안사건을 연구, 검토하는 공동부에는 연구관 40명, 연구위원 3명, 연구원 8명, 조세조사관 1명 등 모두 52명이 있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영역에 따라 재산권(1부), 자유권(2부), 사회권(3부) 분야로 나뉘어 배치돼 있다. 수석연구부장이 본안사건의 성격에 따라 각 부에 사건을 배당하면 각 부장은 연구·검토를 전담할 연구관을 지정한다. 담당 연구관이 사실관계, 헌법적 쟁점, 외국 입법례 등 사건 전반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뒤 연구관들이 모여 이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벌인다. 담당 연구관은 이 결과를 정리해 재판관에게 보고한다. 재판관이 이 연구·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재판관 전원이 참석하는 평의를 거쳐 최종 결론이 도출되면 연구관은 다시 결정문의 초안을 작성한다. 성향에 따라 스스로 초고를 작성하는 재판관도 있지만 다수 재판관은 연구관에게 초고 작성을 지시한다. 사건의 접수부터 결정문이 나올 때까지 재판관과 연구관은 직접 대면하거나 이메일 등을 통해 수시로 의견을 교환한다. 연구관들이 이처럼 재판관의 분신이 돼 일하다 보니 가끔은 토로할 수 없는 어려움도 겪는다. 연구관들은 그 제일로 이른바 ‘벙커’라고 불리는 재판관을 꼽는다. 일을 같이 하게 되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벙커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연구관들은 벙커 재판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을 “집요할 정도의 꼼꼼함”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판관이 결정문이나 평의에 사용될 초안 및 보고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차례 수정을 요구할 때, 연구관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에 들어선 답답한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또 재판관과 담당 연구관의 사건에 대한 의견이 어긋날 때도 있다. 헌재 결정에는 사실관계에 대한 법적용뿐만 아니라 재판관의 헌법에 대한 해석과 세계관, 인간관, 신념 등이 투영된다. 그래서 재판관과 다른 입장과 의견을 가진 연구관이 사건을 담당할 경우 연구관은 보고서 및 초고 작성 등 연구·검토 과정에서 표현하기 힘든 괴로움을 겪는다. 재판관과 아무리 다른 입장이라고 해도 연구관은 헌법기관인 재판관의 견해에 따라야 한다. 그래서 담당 연구관이 다른 연구관에게 연구·검토를 넘기는 경우도 가끔 있다. 자신의 신념과 다른 결론에 대한 논거를 찾고 결정 도출의 논리적 과정을 충실히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헌법연구관은 이처럼 말 못 할 어려움 속에 빛도 이름도 없는 존재처럼 여겨지지만, 되레 연구관을 희망하는 법조인들이 늘고 있다. 헌재는 매년 100명에 가까운 사법연수원 수료생들이 1~2개의 빈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인다고 전했다. 헌법적으로 중요한 결단에 참여한다는 점이 법률가라면 누구나 품어볼 만한 ‘로망’을 자극하기 때문에 최근에는 현직 판사와 검사가 헌재로 전관하기도 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글로벌 시대] 변화된 중국의 무역협상 전략/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글로벌 시대] 변화된 중국의 무역협상 전략/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중국이 최근 호주와 철광석 무역협상서 보이는 협상전략이 주목을 끈다. 중국은 가격협상이 결렬되자 협상대상인 리오틴토사의 중국대표를 산업스파이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협상 상황서 상대회사 대표를 체포함은 이례적이다. 국가기밀을 유출한 범인에 대한 정당한 법집행이란 중국의 강변에도, 철강 가격협상 실패에 대한 보복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호주는 총리까지 나서 중국 행위에 불만을 제기하고 중국은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의 호주 방문을 취소해 외교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평론가들은 이 사건을 전형적인 중국 협상전략의 하나로 보고, 중국이 에너지시장서 새 게임규칙을 만들려 한다고 분석한다. 중국철강협회장도 철광석 협상서 ‘중국식 모델’을 구축할 것을 공언하면서 중국이 위상에 걸맞은 영향력을 행사해야 함을 숨기려하지 않는다. 중국은 올 상반기 세계 철광석시장의 67%를 수입했지만 가격결정권은 일본 등 몇개국이 쥐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일본과 함께 금년 호주산 철광석 수입가격을 33% 낮추기로 합의한 반면 중국은 이를 거부하고 최소 45%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주장은 외교분쟁 중에도 거의 받아들여져 수입 철강 가격을 50%까지 내리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분석가들은 외교마찰을 감수하고 경제실익을 앞세운 중국의 노련한 양면작전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중국 협상전략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즉 중국은 최근 대외무역 협상을 매우 공격적인 형태로 전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압박전략의 사용이 중국 강대국화 전략의 한 방법으로 추구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은 중국의 전통적인 협상 전략과 공산당 지도부의 협상에 대한 인식을 반영해 향후 외교협상과 무역협상의 경향성을 보여준다. 즉 중국은 패권 장악을 위해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이다(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라는 손자병법 원칙을 신봉하고 있다. 그러나 ‘싸우는 것을 겁내지 않아야 승리할 수 있다(敢于鬪爭, 善于勝利)’는 행동 원칙이 없다면 상대를 제압할 수 없다는 신념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행동원칙은 상대가 대화로 나오면 대화하고, 물리적 방해를 하면 보복하는(以談對談, 以打對打) ‘중국식 행동 대 행동’ 협상문화로 표출된다. 이번 호주와의 철광석 협상이 이런 중국의 협상문화를 보여주는 전형이다. 중국은 금년 초 220억달러를 투자해 호주 광산업체 지분을 사들이려 했으나 호주정부와 여론 반대로 무산되었다. 그리고 세계3대 광산업체인 리오틴토사와 가격협상이 결렬되자 그 회사직원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체포, 사실상 보복조치에 돌입했다. 일련의 조치로 결국 호주와의 철광석 가격협상서 중국이 주도권을 쥐게 되었고, 가격결정 구조까지도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결과로 매듭지어지고 있다.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중국의 압박전략이 관철된 사례이다. 우리는 이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중국 협상문화와 최근 협상패턴을 더욱 연구해야 한다. 우리도 중국의 협상문화와 중국 지도부의 의지를 모르고 협상에 임했다가 봉변당한 일이 있다. 바로 ‘한·중 마늘협상’이다. 또 무역협상과는 다른 차원이지만 북한이 2002년 신의주 행정특구를 만들려다 중국이 양빈 특구행정장관 임명자를 전격 구속하면서 북한의 신의주개방이 수포로 돌아간 경험도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중국과 FTA협상을 진행할 과제가 있다. 이 모두가 중국 협상문화와 전략을 이해하고 연구해야 할 당위를 말한다. 강대국과의 협상이 늘 어려운 법이다. 하지만 협상에는 국익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협상문화도 강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중국의 협상문화를 연구하면 우리의 협상력도 충분히 높일 수 있다. 다만 준비정도와 자신감의 문제이다. 민귀식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연구교수
  • 나의 전투력은 돈에서 나온다…국적·충성심 따윈 없는 어둠의 전사들 ‘용병’

    나의 전투력은 돈에서 나온다…국적·충성심 따윈 없는 어둠의 전사들 ‘용병’

    “나는 청부인이오. CIA는 수십년 동안 민간 청부인을 써 왔소. 우리들은 공식적으로 군인도 아니고, 공무원도 아니고, 정보요원도 아니오. 모든 건 베트남에서 시작됐소. 없다고 부인할 수 있는 요원들이 필요했으니까. 붙잡혀도 미국 정부에서 보낸 사람들이 아니라고 부인할 수 있는 사람들 말이오. 요즘은 CIA가 돈이 많아서, 사람들을 새로 뽑아 훈련시키느니 그냥 우리를 고용하는 게 편하다오.” 막후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미 중앙정보국(CIA)과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어떻게 조국도 없는 어둠의 전사들을 만들어 냈고, 또 활용했을까? 이런 상식 수준의 의문을 가졌다면 앞의 자술적 인용구가 상당 부분 답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이들을 ‘용병(mercenary)’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고용인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주저없이 살육을 감행하거나 한 국가를 전복시키는 어마어마한 일도 서슴없이 저지르지만 누구도 이들의 후사를 책임져 주지 않는다. 철저한 일회용 소모품일 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이들은 국가적 혹은 도덕적 신념의 집단이 아니라 달러가 필요한 개개인의 결집체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용병들에게 이데올로기나 조국, 신의 가호를 기대한다는 건 그들의 생존 방식에 대한 몰이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달러벌이’ 민간 군사기업 그렇다고 용병의 수요와 공급이 언제나 미국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것은 아니다. 로마제국은 기원전부터 누미디아, 갈리아 등 주변국에서 수많은 용병을 모아 전쟁을 치렀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의 제국들이 이런 전통을 이어받았고, 미국은 이를 기업형으로 전환시켰다. 현대 용병의 효시인 ‘이그제큐티브 아웃컴즈(Executive Outcomes)’나 ‘샌드라인 인터내셔널(Sandline International)’ 등의 ‘민간군사기업’이 그것이다. 옛날의 ‘건달’이 ‘조폭’으로 바뀌었듯 ‘용병’도 ‘청부인(Private Military Contractor)’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돈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한다.’는 이들의 직업관이 바뀐 건 아니다. 개개인이 주체이던 ‘달러벌이’가 집단화된 비즈니스로 바뀌었을 뿐이다.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며, 이윤 창출의 바탕에는 투자라는 경제 형식이 개입된다. 기업화된 현대의 용병집단은 돈 되는 일이라면 한 나라를 뒤집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그 나라의 실체와 지향이 악인지, 선인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사례가 있다. 2004년 2월 아프리카의 기니에서 음바소고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하려는 쿠데타 음모가 사전에 발각됐다. 이 쿠데타 음모는 전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의 아들 마크 대처가 핵심 투자자인 용병집단이 기니의 천연자원을 노리고 꾸민 일이었다. 이들은 ‘말이 통하는’ 통치자를 권좌에 앉혀 두고 기니의 석유와 천연가스 이권을 마음대로 주무를 생각이었다. 이를테면 ‘쿠데타 비즈니스’였던 셈이다. 이 사건에서도 용병의 가치가 거듭 확인된다. 돈만 주면 용병, 즉 사설 병력은 주문대로 움직여 준다.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평가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러면 이런 용병이 우리와는 무관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6월 철원 평화전망대에서 열린 ‘육군 토론회’에서 국방연구원 김종탁 박사는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육군은 2025년까지 제대군인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민간군사기업 설립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민간군사기업 관련 계획은 ‘2020국방개혁 기본계획’에도 포함돼 있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해외에서 빈발하는 한국인 피랍사태에 대비해 민간군사기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계획이나 주장의 이면에 기업적 의도가 개입돼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머잖아 용병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분쟁지역 누비며 용병실체 파헤쳐 우리에게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이런 용병의 문제를 CNN과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탐사보도 전문 저널리스트인 로버트 영 펠튼이 전쟁산업의 시각에서 파헤친 신간 ‘용병-Licensed to Kill’(윤길순 옮김, 교양인 펴냄)이 나왔다. 펠튼은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을 발로 누비며 반군과 테러조직, 비밀작전의 실체를 파헤쳤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이런 청부인들로 구성된 비밀작전팀을 운영한 사실도 그의 탐사보도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펠튼은 세계 도처에서 전쟁산업 종사자들을 만난다. 미국의 3대 민간군사기업인 ‘블랙워터’의 최고 경영자, 베트남전쟁에서 빈 라덴 체포작전까지 수십년 간 미국의 용병작전을 수행해 온 CIA 비밀요원, 기니에서 쿠데타를 일으키려다 잡힌 레바논 출신 용병대장과 이라크 바그다드의 전장에 몸을 던진 전쟁청부인 등을 통해 용병의 세계가 적나라하게 실체를 드러낸다. 전쟁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국적이나 충성심, 도덕적 명분에 얽매이지 않는 용병들이 곳곳에서 정규군 대신 총을 들고 있다. 가장 근접한 계기는 ‘9·11 테러’였다고 펠튼은 진단한다. 그는 이런 용병산업이 신자유주의시대 최고의 블루칩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의 전망에서 세기말적인 우울한 징후를 본다. 신자유주의적 가치인 ‘저비용 고효율’을 명분으로 삼아 국가가 공권력을 민영화했을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2만 3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그래픽 김송원기자 nuvo@seoul.co.kr
  • 케네디家 구심점 지다

    케네디家 구심점 지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정치의 ‘큰 별’이 졌다. 악성 뇌종양으로 1년 넘게 투병해온 에드워드 케네디 미국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주)이 25일(현지시간) 밤 사망했다. ●뇌종양 투병중 사망… 77세 케네디가(家)는 26일 새벽 성명을 통해 “케네디 의원이 25일 밤 하이니스포트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 케네디 가족 명의의 성명에서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가족의 구심점이자 삶의 빛을 잃었지만 그의 신념과 낙관주의, 인내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네디 의원의 별세로 1960년대 이래 반세기 가까이 미국 정치에 막강한 영향을 미쳐온 케네디 가문의 역사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테드’, ‘테디’로 불려온 케네디 상원의원은 1932년 2월22일 보스턴에서 아일랜드계 이민 3세 백만장자인 조지프·로즈 케네디 부부의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 형들과 마찬가지로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으나 친구에게 대리시험을 부탁했다 적발돼 퇴학당한 뒤 재입학해 졸업했다. 둘째 형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셋째 형인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의 그늘에 가려 있던 케네디 상원의원은 1962년 존 F 케네디의 대통령 당선으로 공석이 된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 보궐선거에 나서 30세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이어 1964년 6년 임기의 상원의원에 재선된 뒤 47년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해온 미 현대 의회 역사의 산 증인이다. 건강과 교육, 노동, 인권, 외교 등에서 괄목할 만한 족적을 남겼으며 ‘상원의 사자’로 불리며 진보 진영의 거목으로 미 정계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된 뒤 미 최고의 정치명문인 케네디가의 최고 어른으로 고비 때마다 집안을 이끌어왔다. ●민주당 거목… 오바마 당선 일등공신 지난 1980년 지미 카터 대통령에 맞서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섰으나 1969년 여비서의 익사사고와 관련된 사실이 불거지면서 패배했다. 4년 뒤 대선에 재도전할 계획을 세우다 결국 여비서 익사사고에 발목이 잡혀 대통령의 꿈을 접고 상원의원 활동에 전념하며 형들보다 더 큰 족적을 미 현대 정치사에 남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일찌감치 버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케네디 의원의 개인사는 비극으로 점철돼 있다. 맏형인 조지프는 스물아홉의 나이에 2차대전 중 전사했고, 둘째와 셋째 형은 모두 40대에 암살됐다. 누나들 중에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지거나 정신지체로 특수시설에서 평생을 보낸 이도 했다. 조카 세 명을 사고로 앞세우는 아픔도 겪었다. 케네디 의원도 1964년 비행기 추락사고로 죽음 문턱까지 갔다 기사회생했다. 아들이 골수암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했고, 1981년 첫 부인과 이혼한 뒤 1992년 현재의 부인과 재혼했다. 지난해 5월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수술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왔으나 결국 15개월만에 운명을 달리했다. 케네디 의원은 얼마 전 타계한 김대중 전 대통령 등 한국의 민주화 인사들과 친분을 쌓으며 1980년대 한국의 민주화와 인권문제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kmkim@seoul.co.kr
  • 서구 종교·정치 밀월관계 파헤쳐

    “미국에 신권(神權)정치가 부활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정치철학자인 마크 릴라 컬럼비아대 교수는 2007년 8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이처럼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자유와 합리주의를 신봉하는 미국이 기독교 근본주의자를 중심으로 신정국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주장은 학계를 뒤흔들었다. 그에 따르면 부시 정권의 탄생과 재선으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입지가 강화됐고, 그들의 신앙과 신념이 정책을 좌우하면서 정치가 종교적 열정에 휘둘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내 출간된 릴라 교수의 ‘사산된 신’(마이 오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은 “21세기의 국제정치 지형이 16세기식의 종교논쟁으로 돌변했다.”고 주장하는 저자가 서구 사회에서 종교와 정치가 어떻게 불온한 관계를 맺어왔고, 그 역사가 지금까지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를 파헤친 책이다. 1000년 넘게 이어져오던 정치와 종교의 밀월은 16세기 로크와 흄, 홉스 같은 계몽주의자들에 의해 회의의 대상이 됐고, 이로부터 정교분리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그러나 18세기 칸트는 종교가 바람직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 공헌할 수 있다고 봄으로써 종교를 다시 정치에 접목시켰고, 헤겔도 종교를 사회적 화합의 힘으로 치부했다. 이를 바탕으로 19세기 독일에선 종교가 이전처럼 정치를 위협하거나 광신주의를 불러일으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자유주의 신학’이 등장했다. 그러나 1차 세계대전의 재앙은 그들이 꿈꾸던 신이 ‘사산된 신’이었음을 드러냈다고 릴라 교수는 지적한다. ‘종교는 왜 정치를 욕망하는가’가 부제인 이 책은 2007년 뉴욕타임스와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뽑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시론] DJ 이후 시대의 리더십/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시론] DJ 이후 시대의 리더십/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다차원의 시대 선도자였다. 한국 정치사에 여러 번의 획을 그으며 여러 번 시대변화를 선도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국가건설이라는 큰 획을 긋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라는 큰 획을 그은 데 비해, 그는 민주화라는 획, 지역균형발전이라는 획, 남북화해라는 획 등 여러 차례 획을 그었다. 역대 대통령 중 누가 더 위대한지 비교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지만, 그가 수차례에 걸쳐 시대변화의 주인공이었다는 데 이의를 달 수 없다. 물론 그 명암이 분명히 있고 아직도 논란을 낳고 있다. 하지만 그는 다양한 족적을 남기며,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았지만 시대구분의 여러 계기를 제공했다. 민주화는 김 전 대통령이 선도한 시대변화 중 첫 번째이고 가장 널리 칭송받는 것이다. 권위주의적 탄압을 인동초(忍冬草)처럼 참으며 민주화를 견인한 공로는 참으로 크고 결정적이었다. 야당 지도자로서 추락한 국회의 권위를 지키고 꺼져 가는 정당정치의 불씨를 살리며 민주화를 향한 희망을 불어 넣은 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유신 시대와 제5공화국 시대에 이어 민주화 시대가 등장할 수 있었다. 그가 이끈 두 번째 시대변화인 지역주의 구도의 형성은 칭찬보다는 비판을 더 받는다. 1987년 민주 대 반민주 대립구도가 깨지자 김대중·김영삼·김종필 3인은 각기 지역주의 감정을 조장하며 지역주의 시대를 열었다. 물론 김 전 대통령은 오래 차별받아 소외된 호남을 살려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나름대로의 의도를 지녔을지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지역 간 반목과 갈등의 골을 깊게 했다. 민주화나 지역주의 시대가 평생의 경쟁자이자 동지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합작품인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도한 세 번째 시대변화인 남북화해는 그만의 결단에 의한 것이다. ‘햇볕정책’, 정상회담과 6·15선언, 금강산 관광 등으로 상징되는 남북화해 시대는 그의 오랜 신념 덕에 그 첫 걸음을 뗄 수 있었다. ‘일방적 퍼주기’였고 북핵 개발을 오히려 도왔다는 비난이 있지만, 남북 긴장은 적어도 한동안 크게 줄었다. 시대 선도자로서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이념의 사회적 분출에까지 이어졌다. 이념적 폐쇄성을 면치 못하던 우리 사회는 그의 당선 자체, 그리고 그의 적극적 시민사회 지원정책과 남북교류 노력으로 인해 이념적 다양성의 시대에 접어들 수 있었다. 이념의 분출이 지나쳐 남남갈등이 격화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쨌든 후임 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에 정립된 이념적 대립구도라는 시대추세의 기저에는 김 전 대통령의 원초적 역할이 있었다. 이처럼 여러 갈래의 시대흐름을 이끌며 그는 공과를 함께 남겼다. 우리의 과제는 이 중 공은 살리고 과는 줄이는 것이다. 민주화를 성숙시키되 방종과 아집으로 흐르지 않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루되 지역감정을 북돋우지 않고, 남북화해를 진행시키되 그 효과성을 따지고, 이념의 다양성을 중시하되 추상적 이념대립이 구체적 현안 중심의 대화를 막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제 누가 이런 방향으로 시대를 이끌까? 누구보다 김 전 대통령이 거쳤던 직(職)을 현재 맡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그의 공과를 헤아리며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그의 카리스마 넘치는 개인적 리더십이 작동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오늘의 사회상황은 개인보다 제도·시스템 중심의 새 시대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시대를 이끌어야 할 이유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방시혁, ‘박경림 주제가’ 선물 화제

    방시혁, ‘박경림 주제가’ 선물 화제

    작곡가 겸 프로듀서 방시혁이 ‘박경림 주제가’를 만들어 선물해 화제다. 방시혁은 최근 MBC ‘박경림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약 4주간 청취자들과 함께 만들어온 박경림 주제곡 ‘사람 사람 사람’을 오늘(25일) 전격 공개한다. ‘사람 사람 사람’은 방시혁이 지난 달 3일 ‘박경림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 초대손님으로 출연하면서 박경림에게 선물한 곡이다. 당시 이 곡의 후렴구 8마디 뿐이었으나, 방송 후 호평이 잇따르자 ‘사람 사람 사람’을 완성시키는 고정 코너가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에이트 백찬이 피처링으로 참여하게 됐으며 작곡가 피독이 랩 메이킹에 합류하면서 곡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또 청취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들도 문자로 전해져 가사에 담겼다. 방시혁은 “작곡에 관한 나의 신념 중 하나는 ‘그 가수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만들자’이다. ‘사람 사람 사람’의 가사는 박경림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언제나 절친들 얘기가 끊기지 않는 마당발 박경림의 이미지가 잘 나타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사람 사람 사람’은 25일 밤 10시 5분 MBC 표준 FM ‘박경림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서 방송된다.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사설] 김 전 대통령 가신 길 평화·화해로 기려야

    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떠나고 우리는 남았다. 이 땅의 민주화를 앞당기고, 인권을 살찌우고, 얼어붙은 한반도에 화해와 평화의 햇살을 안겨다 준 김 전 대통령이 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영면의 길에 들어섰다. 김대중, 그 이름 석자는 역사가 됐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그가 있어서 행복했다. 지금 우리가 대한민국의 국민임을 자부할 수 있는 토양을 갖추는 데 있어서 고인이 이룩한 업적은 실로 지대하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외침으로 암울한 군사정권 시절 민주주의의 불꽃을 지켜냈다. 혹독한 외환위기를 맞아 나라가 흔들릴 때 국민을 하나로 묶었고, 장롱 속 금붙이들마저 끌어내며 이룩한 경제 회복으로 다시금 세계를 놀라게 했다. 분단 한반도에 대화의 물꼬를 텄고, 남북이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공영의 대상임을 일깨웠으며, 인류는 그런 평화의 전령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하며 갈채를 보냈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권의 숭고한 가치와, 용서와 화해만이 모든 어려움을 뛰어넘을 힘이라는 가르침을 고인은 안겨주었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로 지난 엿새 이 땅엔 용서와 화해, 평화와 사랑의 물결이 넘쳐났다. 동서로는 평생 민주화 동지이자 정적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화해가 이뤄졌고,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손을 잡았다. 남북으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의를 받아든 북한 조문단이 빈소를 찾았고, 우리 정부와 막힌 대화의 실타래를 풀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분향소로 신분과 계층을 떠난 조문행렬이 꼬리를 물었지만, 거기에 이념과 지역 대립의 흔적은 찾기 힘들었다.고인의 자취가 크고 깊은 만큼 그의 빈자리를 메워야 할 우리의 과제 또한 막중하다. 지역과 이념, 계층의 대립이라는 이 나라 3대 갈등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데 사회 구성원 모두가 나서야 한다. 우선 고인이 평생을 바쳐 극복하려 했던 지역주의의 골을 메워야 한다. 이를 위해 정치권은 당파를 떠나 지역갈등 극복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데 머리를 맞대기 바란다. 말로만 지역주의 극복을 외칠 것이 아니라 이를 실천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행정구역 개편과 선거제도 개선 등을 논함에 있어서 이 나라 백년대계를 설계한다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이념 과잉의 대결구도 또한 극복해 내야 한다. 정치권뿐 아니라 학계와 언론, 시민사회단체 등 사회의 모든 주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식민통치와 남북 분단, 군부통치라는 현대사의 굴곡이 만든 이념의 덫에서 우리 스스로를 해방시켜야 한다. 나라가 이념의 굴레에 묶여 주춤거리기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너무도 멀다. 탈이념의 세계사적 조류에서 우리만 퇴행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엇보다 친서민 행보를 보다 강화, 빈부 격차에 따른 계층 갈등을 극복하는 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 기회의 균등과 정의로운 분배를 통해 우리 사회 전체가 하나가 되는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인동초가 피워 낸 평화와 화해의 꽃을 이제 우리가 가꿔야 한다. 삼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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