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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안하고 재미있는 박물관 만들겠다”

    “편안하고 재미있는 박물관 만들겠다”

    “서양미술사 전공자가 어떻게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됐냐고 안 물어보세요? 하하하.” ‘의외’라는 얘기를 지겹도록 들었던 모양이다. 14일 서울 용산동 한 식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김영나(60)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먼저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관장에 임명되면서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자리를 휴직한 그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서양미술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1945~1970년 초대 박물관장을 지낸 김재원(1909∼1990) 박사의 넷째 딸이기도 하다. 대를 이은 부녀(父女) 관장으로 큰 화제가 됐던 그녀의 얘기를 직접 들어봤다. →통보받았을 때 어땠나. -발표 전날 얘기를 들었다. 박물관장을 맡으리라 생각해본 적 없는 건 사실이다. 예전에 서울대박물관장을 할 때도 ‘난 미술관 쪽이지 박물관은 아니다.’라고 했었다. 그러나 하다 보니 나름대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고, 그래서 이번에도 받아들였다. →전공 질문을 안 할 수 없다. 신선하다는 평도 있지만, 발굴 같은 현장 경험이 없다는 우려도 있다.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한 바티칸전 자문위원을 맡았다. 그때 박물관에 서양미술 전공자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전시하다 보면 자연스레 이런저런 전공자들이 섞여 든다. 어느 분야 전문가인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만 해도 글렌 로리 관장은 이슬람 건축 전문가다. 영국에서는 국가가 부르면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 자체보다 박물관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신념과 확신이 더 중요하다. →그 신념과 확신 가운데 들려줄 부분이 있다면. -박물관이 그동안 바빴다. (서울 세종로에서) 용산으로 이사 왔고, ‘세계문명전’ 기획 전시 등을 통해 서양과의 접점도 찾았다. 지금 박물관이 세계 10위권이라지만, 질적으로 도약할 필요가 있다. 동·서양을 폭넓게 보면서 기여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일은 사실 시간도 걸리고 티도 안 난다. 그래도 질의 문제에 집중해 보겠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박물관) 첫인상이 딱딱해 뵌다. 넓은 장소인데 쉴 곳도 마땅찮고, 학생들이 소지품을 보관할 만한 곳도 없다.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하겠다. 그리고 재밌는 전시를 해야 한다. 학술적 깊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라는 문제도 중요하다. 어린이 교육도 활성화하겠다. 지금은 애들이 우르르 몰려 다니는 방식인데 이를 20~30명 정도 소규모 집단으로 만들어볼 생각이다. 이 작품이 왜 걸작인지 스스로 답을 찾도록 질문을 던지는 거다. 미술사와 고고학, 역사학을 합쳐 보이고 싶다. →아버지와 박물관의 인연이 남달라 화제다. -독일 유학 경험 때문에 아버지는 그 시절 흔치 않게 영어, 독어, 일어를 했고 프랑스어도 조금 했다. 박물관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한국전쟁 때 미술품을 미군 열차에 태워 안전한 곳에 옮기고, 미군이 막사를 치다 경복궁 훼손하는 것을 막으려다 견책 받은 적도 있다. 또 늘 전문가 타령을 하셨다. 그래서 내 기억 속 아버지는 오후만 되면 언제나 해외 대학이나 박물관 같은 곳에 편지를 쓰던 모습이다. 그렇게 유학 보낸 후학들이 300명쯤 된다고 매우 자랑스러워하셨다. →언니(김리나 홍익대 명예교수) 자리를 빼앗은 건 아닌지. -안 그래도 뭐라 할까 궁금했다. 그런데 일단 지금 스리랑카에 있다. 축하 문자는 받았는데 통화가 잘 안 돼서 자세한 말은 아직 못 들었다(웃음).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서울광장] 임기 2년짜리 감사원장?/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임기 2년짜리 감사원장?/최광숙 논설위원

    청와대가 감사원장 인선을 놓고 고심한다고 한다.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해서라는데, 그도 그럴 것이 낙마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웬만한 카드를 내밀어서는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누구는 이래서 안 되고, 누구는 어디에 걸린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걸 보니 4개월이 넘도록 공석인 감사원장감을 찾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선이 어려운 것은 ‘임기 2년짜리 감사원장’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단행된 인사가 번번이 실패한 것을 보면 현 정부가 감사원장 임기까지 멀리 내다보고 인사를 할 것 같지는 않지만 이 문제를 염두에 두고 인사하는 것이 훗날 시빗거리를 막을 수 있다. 감사원장은 임기가 4년이다. 그것도 헌법이 보장해 주는 임기다. 그런데 왜 이번 감사원장의 임기가 4년이 아닌 2년이란 말인가? 그 이유는 새 감사원장이 빠른 시일 내 임명절차를 거쳐 올해, 내년 열심히 일해도 2년 정도를 채우면 정권이 바뀌어 새 대통령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그가 감사원 위상에 걸맞은 도덕성과 자질을 갖추고 있다한들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을 ‘정치의 계절’이 온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든, 야당이 정권 교체를 하든 어떤 경우든 새 대통령은 감사원장 교체 카드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다행히 감사원의 독립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는 이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른다면 감사원장의 임기 4년은 보장될 것이다.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통령 임기 동안 자신과 국정철학을 같이하는 감사원장을 뽑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정권교체기의 감사원장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꼭 그랬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그는 2007년 11월 첫 임기가 끝난 뒤 중임됐다. 하지만 다음 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자 사퇴압력을 받았다. 다른 부처들의 업무보고는 받으면서 감사원의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는 돌연 연기시켰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장·차관 워크숍’과 같이 대통령과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교감을 나누는 자리에도 감사원장은 부르지 않았다. 그를 흔들고 있다고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결국 그는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지만 누가 봐도 권력의지에 밀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전 원장이 청와대 등 여러 채널의 여권 핵심인사로부터 사퇴권유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태우 대통령이 임명한 김영준 감사원장도 두번째 감사원장직을 수행할 때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되자 바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들의 경우 한번의 임기를 끝내고 두번째 감사원장에 임명됐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알아서 물러나라는 ‘정치적 묵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들이 정권교체기에 임기 도중 중도 하차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 직속기관이지만 행정부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부여된 감사원의 수장이 이처럼 정권교체기마다 흔들리는 것은 감사원 입장에서도, 법치주의의 관점에서도 옳지 않다. 전 감사원장이 사퇴할 당시 감사원 내 일부 소장파 감사관들이 “헌법에 정해진 임기를 지키지 못하고 권력에 밀려 물러나는 것은 감사원의 위상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사퇴를 강하게 만류했던 것도 다 이런 것들을 걱정해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감사원장 자리를 흔든다면 조직의 기강은 물러지고, 그 여파는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권력에 코드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권력과 팽팽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행정부와 권력을 견제하도록 하려면 감사원장의 임기는 어떤 경우든 지켜져야 한다. 이번에는 정치색을 배제하고, 대통령 측근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감사원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인사를 뽑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 정부 출범 후 감사원장의 거취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다. bori@seoul.co.kr
  • [열린세상] 위키리크스가 이끈 정보혁명/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열린세상] 위키리크스가 이끈 정보혁명/이민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

    위키리크스가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을 공개하면서 시작된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이어 이집트에서는 30년 무바라크 독재정권에 위협을 가하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앞으로 예멘, 알제리 등 이웃 중동 국가는 물론 전 세계로 민주화 열기는 확산될 전망이다. 이처럼 위키리크스가 우리 앞에 혜성처럼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인권과 규칙 위에 아직도 초법적으로 군림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점과 이런 문제를 신랄하게 지적해야 할 언론 같은 공공 조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디지털 환경에서 전자화된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된 사람들은 익명성이라는 보호 가면을 쓰고 자신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정의를 실천하는 새로운 방법을 터득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위키리크스는 변화된 환경에 최적화한 다른 형태의 ‘소통 도구’인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언론사가 아닌데도 최초로 2010년 퓰리처상 탐사보도 부문을 수상한 ‘프로 퍼블리카’나 조지 소로스가 투명사회 구현을 위해서 후원하는 ‘CPI’(미국공직청렴센터) 등이 정보 유통에서 변화의 선봉에 서 있다. 새롭게 탄생한 위키리크스의 활동도 눈부시다. 대표적인 폭로 매체이자 닉슨 대통령도 하야시킨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30년간 수행한 것보다 위키리크스에서 4년간 더 많은 특종거리를 전 세계 언론에 제공하였다. 폭로 저널리즘의 속성상 처음에는 유명인의 선정적인 이슈에 주목하지만 점차 사건의 배경이나 심층을 깊게 파고든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북한 문제만 보더라도 처음 폭로했을 때는 김정일의 주벽과 같은 기이한 행동에 주목했다가 그후 점차 북한 체제 붕괴 시나리오나 중국과의 외교 관계로 초점을 옮기고 있다. 주제 측면에서는 줄리언 어산지가 앞으로 비윤리적인 회사 이미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평판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와 같이, 위키리크스는 정치 이슈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비윤리적인 다국적 기업을 타깃으로 경제문제 폭로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격언과 같이, 지난 1971년 ‘뉴욕타임스’가 미 국방부 비밀문서를 폭로한 일명 ‘펜타곤 페이퍼’ 사건 이후로 잠잠했던 폭로 저널리즘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펜타콘 페이퍼와 위키리크스 모두 ‘국가기밀 보호’와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논란을 불렀다. 하지만 폭로의 주체는 주류 언론에서 시민기관으로 바뀌었다. 폭로 범위와 대상도 한 국가에서 세계로 지평을 넓혔다. 언론은 더 이상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40년 동안 언론의 역할이 그만큼 변화했다. 주류 언론도 충분한 반성과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마치 판도라 상자와 같이 위키리크스에서 쏟아내는 정보는 상당 기간 논란을 부를 것이다. 정보가 공개될 때마다 갑론을박이 쏟아져 나올 터이지만 정부나 기업은 ‘투명성 확보가 최선의 전략’이라는 점을 차츰 인식하게 될 것이다. 위키리크스와 같은 익명의 집단지성을 활용한 뉴미디어 기관의 부단한 노력으로 공정사회와 투명사회를 향한 민초들의 압력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키리크스가 어산지라는 기인의 단독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오히려 위키리크스는 세상을 민주화로 이끌 수 있는 가치 있는 정보를 폭로하려고 지난 수십년간 정보 민주화에 관심을 가졌던 익명의 집단지성이 꾸준하게 협력하고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보아야 한다. 비밀정보의 축적이야말로 죄악이라는 신념을 가졌던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위키리크스를 만들어 내었다. 어산지를 어떠한 방법으로 제거하더라도 위키리크스의 폭로전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다. 더 나아가 설사 위키리크스를 폐쇄할지라도 이와 같은 성격을 가진 새로운 사이트들이 계속적으로 나타나고 그 기능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혼돈의 10년이 지나고 또다른 밀레니엄을 맞는 지금 정보 유통의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 이재오 “4년중임·내각·분권형… 모두 논의”

    이재오 특임장관은 27일 권력 구조 개편과 관련, “대통령 4년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가 모두 가능하다고 보고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 내 ‘개헌 전도사’로 통하는 이 장관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개헌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개헌은 국회의원 3분의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정략이라고 한다면 공부를 덜 했거나 다른 나라에서 온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이 장관이 주장해 온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 주장을 놓고 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친이명박계의 정략적 개헌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대통령 4년중임제는 친박근혜계가 선호하는 개편안이다. 특히 토론회 주최자는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이었으나, 실제 주인공은 이 장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 이 장관은 작심한 듯 “오늘 제 진심을 말하고자 한다.”며 축사를 시작한 뒤 개헌 공론화 과정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20~30분 열변을 토했다. 이 장관은 “군인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한 헌법 29조2항은 1972년 유신헌법의 잔재”라면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방·납세·근로·교육 등 4대 의무에 청렴 의무를 추가해야 한다.”면서 개헌론에 힘을 실었다. 안상수 대표도 축사에서 “이 시대에 맞는 헌법을 만들어 내는 게 옳다는 게 제 기본 신념”이라면서 “다음 달 8∼10일 개헌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면 되고, 여기서 다 이루지 못하면 당내 특위나 정책위 산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검토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에는 박희태 국회의장과 안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해 20여명의 친이계 의원이 참석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이재오 장관 “4년 중임제도 좋다···지금이 헌법 전반 손질할때”

    이재오 장관 “4년 중임제도 좋다···지금이 헌법 전반 손질할때”

    이재오 특임장관은 27일 최근 논의되는 개헌과 관련 “대통령 4년 중임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등은 모두 시대정신에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이에 대한 논의는 지금 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여권내에서 대표적인 개헌론자이다.  이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낮 12시에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개헌토론회의 축사를 통해 “선거가 끝나고 통합되려면 대통령 4년 중임제도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놓고 당 일각에서 ‘친이(친이명박) 주류의 정략적 개헌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행사는 한나라당 이군현(원내 수석부대표) 의원과 동아시아비전포럼이 ‘동아시아 중심시대의 국가비전을 위한 개헌 토론회’란 주제로 공동주최했다. 토론회에는 박희태 국회의장,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군인의 국가배상 청구권 제한 규정 개정의 필요성도 언급, “지금의 헌법은 1987년에 개정된 이후 24년이 흘러 유신헌법의 잔상이 많이 남아 있다.”면서 “그 당시에는 이 말이 맞을 수 있지만 지금은 아니며 손질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이 있고 나서 희생 군인 등에게 보상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헌법 따라) 일반 공무원 보상 기준에 맞추다 보상이 형편 없었다.”고 전했다.  ‘국가배상 청구권 제한’은 월남전 직후 국가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월남전에 참전한 전사·희생자가 보상청구할때 다 보상할 수 없어 당시 헌법 개정때 제한을 두었다는 설명이다. 또 북한의 도발이 수시로 예상되고 소말리아 해적 소탕 등에서 부상당한 군인들을 감안할 때 지금의 ‘군인 기본권’에 따른 청구권 제한이라는 법 조항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이어 “헌법 개정을 통해 ‘국민의 4대 의무’에 ‘청렴의 의무’를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헌 주장이 정략적이란 논란에 대해서도 “2년이 지나면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데 무슨 정략이냐.정략이 되려면 현 대통령의 권한 강화와 임기 연장이 돼야 하는데 이는 원천적으로 안되는 것이며,개헌에는 기본적으로 정략이 안 통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몇 사람, 정파가 개헌을 주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그런데 정략이라고 하면 공부를 덜 했거나,다른 나라에서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행사에 함께 참석한 안상수 대표는 “이 시대에 맞는 헌법을 만들어내는 게 옳다는 게 제 기본 신념이며,18대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면서 “지금도 늦지 않았으며,여야 정당 대표들이 머리를 맞대 개헌을 논의하는 게 옳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음달 8∼10일 개헌 의원총회와 관련해서는 “각자 의견을 용광로처럼 녹여 결론을 내면 된다.”면서 “여기서 다 이루지 못하면 당내 특위나 정책위 산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검토해 나가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군현 의원도 “지금 헌법을 손질하지 못하면 20년 후에나 (개헌이) 가능하다.”며 국회 개헌특위를 통한 올 상반기 중 개헌을 주장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손학규 ‘증세 없는 복지’ 확고부동?

    손학규 ‘증세 없는 복지’ 확고부동?

    ‘복지’에 대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책 앞에 ‘무상’ 자를 붙일지 말지,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해야 할지 절충점을 찾아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손 대표의 ‘증세 반대’에 맞서 대다수 최고위원들이 ‘증세 불가피’로 입장을 밝히는 파열음까지 냈다. 손 대표는 회의에서 “재정지출 구조개혁과 부자감세 철회, 비과세 감면 등을 통해 충분히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며 ‘증세 없는 복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부유세 신설’을 내세운 정동영 최고위원은 “무엇보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며 “복지는 돈이고 성장기반”이라고 반박했다. 라디오 방송에도 출연해 손 대표의 ‘증세 반대’ 견해에 “보편적 복지에 대한 신념과 확신이 부족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사회복지세를 주장한 천정배 최고위원 역시 “보편적 복지를 증세 없이 할 수 있다는 건 곤란한 얘기”라고 가세했다. 조배숙 최고위원도 ‘쥐덫 위의 공짜 치즈’를 언급한 한나라당 오세훈 시장을 거론하며 “세금 문제를 들어 나쁜 복지라 하는 건 여권의 물타기”라고 증세에 동조했다. 정세균 최고위원만이 “부자감세 철회만으로도 재원을 상당부분 감당할 수 있다.”며 손 대표를 거들었다. 이렇게 되자 손 대표는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에도 “복지를 중장기적 담론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며 복지 재정정책 등을 위한 해결책 마련을 주문했다. 지도부 간 이견 속에 당내 ‘보편적 복지재원조달 기획단’은 30일 재원 규모·조달방향 등을 포함한 재정개혁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3(무상 급식·의료·보육)+1(대학 반값 등록금)’에서 일자리·주거 복지를 더한 ‘3+3’ 복지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안상수 한나라 원내대표 “死卽生 각오로 4월 재보선… 리더십 평가 받겠다”

    안상수 한나라 원내대표 “死卽生 각오로 4월 재보선… 리더십 평가 받겠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의 인터뷰는 ‘혹시 작년에 삼재(三災)가 아니었느냐’는 짓궂은 질문으로 시작했다. 보온병, 자연산…. 안 대표가 지난해 어떤 고생을 치렀는지는 세상이 다 아는 터. 그랬더니 “사주를 보지 않아 삼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너무나, 너무나 힘든 한 해를 보냈다.”고 토로했다. 그래서인지 안 대표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 내내 말을 극도로 조심하려 애썼다. 과하다 싶은 부분은 스스로 되짚으며 말을 고쳤다. 어떤 부분에는 “아예 질문을 하지 말아주기 바란다. 너무 민감하다.”며 먼저 말을 막고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곳곳에서 안 대표는 강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조기전대 요구에 대한 부분이 대표적이다. ‘주도권’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내비친 인터뷰였다고 요약할 만했다. →한나라당이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사퇴 요구에 대한 일처리를 꼭 그렇게 해야 했느냐는 지적이 있다. -사실 당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결정하려 했던 건 아니었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다른 최고위원들도 모두 정 후보자가 부적격하다고 답변을 했는데, 결정을 해놓고 바로 (청와대에) 통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용이 금방 외부로 알려질 수밖에 없고, 청와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청와대에 연락한 뒤 바로 브리핑을 한 것이다. →대통령이나 청와대 입장보다는 당을 더 생각한 결단이었나. -글쎄, 전달 과정에서 좀 매끄럽지 못했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그런데 너무 지체하면 당이 결정해 놓고 대표가 머뭇거린다는 게 모양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상적인 당청 관계의 힘의 균형은 ‘몇대몇’ 정도라 보나. -숫자로 계량화하기는 힘들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 지난 3년 동안 당이 많이 도와줬다고 생각한다. 집권 4년차 시점에서 당은 내년 총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민감한 문제나 정책에 대해 정부 입장 그대로 협조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민심과 직접 접하고 있는 당은 그 정책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과연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인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당이 정치의 중심에 서야 되지 않겠나. 당이 총선에서 승리를 해야만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 정권이 성공하는 것이다. →정 후보자 낙마로 청와대와 대통령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는데, 개인적으로 미안한 마음은 없나. -그동안 원내대표 두 번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정권을 탈환하는 데 힘을 모았고, 여당이 된 뒤에는 집권당으로서 미디어법이나 4대강 사업 등 정부 정책에 큰 도움을 줬다. 청와대에 큰 충격을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중에 충격이 컸다고 들으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간접적으로라도 사과의 뜻을 전달했나. -원희목 대표비서실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이 끊임없이 대화를 한다. 경위를 원 실장이 잘 설명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일로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지적도 있다.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우리는 (부적격 결정이) 당과 대통령을 모두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대통령의 뜻을 거슬러 공격하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내년 7월까지인 안 대표의 임기가 정권이 끝나는 시점과 비슷하게 간다. 레임덕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가 성공하지 않고는 한나라당도 성공할 수 없다. 정권 재창출도 어렵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당·청이 항상 소통을 원할하게 하고, 협력해야 한다. 다만 우리가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민심을 항상 가까이에서 느끼고 있고, 그 민심을 따라야 하는 점에서 정부와 입장이 조금 다르다. 입장이 다를 때는 우리가 청와대를 견제할 수밖에 없다. 견제가 당과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것이 레임덕을 초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민심에 부합하지 않는 일을 대통령이 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더 레임덕을 부추긴다. →당·청 관계의 핵심은 소통인데, 당이 수렴한 민심을 어떻게 전달할 생각인가. -대통령과 정례회동이 있지만,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는 직접 면담을 신청해 대화를 하겠다. →역대 대통령이 모두 임기 말에 탈당했다. 이 정권에서는 어떻게 될까. -절대 그런 불행한 일 있어서는 안 된다. →만약 탈당 요구의 목소리가 커진다면. -민심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사전에 당과 청와대가 잘해야 한다. 민심이 이반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당의 의무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 보수세력이 총단결해야 정권 재창출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어차피 진보와 보수가 한판 크게 혈전을 치를 수밖에 없다. 중도·보수 세력 간의 대연합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만이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 →적극 나서겠다는 뜻인가. -물론이다. 그것이 바로 승리의 길이고,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중도·보수 대통합이든 연합이든 힘을 합치는 데 기여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이해관계를 나눠야 하지 않나. 안 대표가 이회창 대표에게 개헌 협조를 위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충청권에 양보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과학벨트 문제를 가지고 선진당과 얘기를 나눈 것은 없다. 개헌 논의를 한 것은 사실이다. 저는 앞으로 선진당과 우리가 정책연대를 하든 통합을 하든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벨트 입지선정 문제는 어떻게 보나. -관련 법이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했다. 그 법이 정한 선정위원회에서 입지를 선정하면 된다. 선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지리라고 본다. →개헌의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개헌을 주도하는 주체들의 진정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된다. -국회가 항상 싸우는 것에 회의해 왔고, 제왕적 대통령제가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선거에서 이기면 모든 권력을 다 갖고, 지면 다 잃기 때문에 국회는 다음 정권을 가져오는 전쟁터가 돼 버렸다. 여건이 되지 않아서 논의가 미뤄졌지만, 이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에 대한 약속이기도 하다. 개헌이 18대에서 성사되든 19대에서 되든 논의는 18대 국회에서 해야 한다. →의무감인가, 아니면 정말로 절박한 시대적 요구인가. -1987년 헌법체제는 이 시대에 맞지 않다. 개헌이 꼭 필요하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청와대도 여전히 개헌을 원하고 있다고 보는가. -대통령도 몇차례 언급했다. 청와대는 지금도 개헌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해야 한다. 치열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정치권의 의무다. 시기가 늦었다거나 과연 가능하겠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여하튼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인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이 ‘이재오 장관이 나서니까 일이 더 어렵게 된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각자 소신이 있을 텐데, 이 장관은 지금 정부에 몸담고 있다. 개헌의 중심에 설 위치는 아니다. 개인적인 의견은 많겠지만, 당에서 논의해야 한다. →결국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지 않나. -크게 걱정할 수준의 갈등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이전에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도 격렬하게 토론했지만 평화적으로 해결했다. 개헌 논의도 마찬가지다. →야당과 물밑 대화 오가고 있나. -지금은 우선 우리당의 입장을 정하는 게 순서다. →개헌 성사 가능성은. -가능성이나 시기 문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고 옳은 일이다. 그래서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 방향을 정해 놓고 논의하자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선입견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이 시대에 맞는 헌법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론을 내자는 의미다.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이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같은 수도권 의원으로 동의하는가. -선거는 다 어렵다. 특히 집권당이 수도권에서 이기는 것은 더욱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의원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 수도권에서 네 번 당선됐는데 한 번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를 패배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다. 나는 한나라당이 패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선거가 쉽다고 판단할 때 오히려 패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은 무책임한 민주당보다는 그래도 조국의 현대화를 이끈 한나라당에 대한 믿음이 더 크다. →‘안상수 리더십’이 내년 총선을 이끌 최선인가? -재·보선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당이 나에 대한 판단을 할 것이다. 두 번의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거치면서 쌓은 경험과 경력으로 당을 원만하게 이끌어 온 것에 대해 당원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보선을 승리로 이끈 다음에는 총선까지 당을 이끌 것이라는 의지를 표출한 것인가. -물론 모든 것은 당원들의 뜻에 달려 있다. 그러나 전당대회에서 2년의 임기를 부여 받았다. 재·보선에서 대승을 거둔다면 당원들이 저를 계속 지지하지 않겠나. 사즉생의 각오로 이번 재·보선에 임할 것이다. 다만 걱정하는 것은 재·보선의 규모다. 현재 분당과 김해가 확정됐는데, 김해는 민주당이 의석을 차지했던 곳이다. 여기에 강원도지사 선거까지 하게 되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의원들의 최대 고민과 관심은 역시 공천이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국민참여경선이라는 공천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나. -당 대표가 개인적인 견해를 밝힐 수는 없다.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할 것이다. →현역의원 물갈이는 얼마쯤으로 예상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박근혜 대세론’이 거세다. 친이계가 힘을 모아 박근혜 전 대표와 맞설 후보를 내세워 치열한 경선을 치르는 게 중요한가, 아니면 대세론을 인정하고 협력해 정권재창출에 힘을 모으는 게 바람직한가. -당 대표로 계파의 입장에서 일하지 않는다. 반드시 정권 재창출을 이루는 게 내 사명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경선이 좀더 치열해져야 한다. 2002년 대선 당시 대세론을 누렸던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게 막판에 뒤집어진 아픈 경험이 생생하다. 그때 우리는 다 이긴 것으로 생각했는데, 저쪽은 치열한 경선과 단일화로 세를 불렸다. 치열한 경선을 거치는 게 국민에게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 →야권에서 가장 두려운 대권 경쟁자는 누구인가. -잘 모르겠다. →차기 대선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남북관계와 복지가 아닐까. →무상급식 반대가 당론인데, 서울시당 위원장을 지냈던 권영세 의원과 사무총장인 원희룡 의원 등이 찬성하고 있는데. -당론에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개인의 사상의 자유를 강제로 억압할 수도 없다. →대표의 지역구인 과천에서 무상급식이 가장 활발하다. -과천은 인구가 겨우 7만명이다. 정부청사가 있다보니 재정자립도도 높다. 초등학교도 몇개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무상급식이 가능했다. 그러나 전국 모든 학생을 상대로 무상급식을 하면 재원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 작은 도시인 과천을 예로 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려고 하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당 차원에서 지원할 것인가. -주민투표는 서울시의 문제다. 당론으로 무상급식을 반대하지만 주민투표는 지자체 문제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알아서 결정해야 한다. 당이 지원할지 여부도 서울시당이 판단할 문제이지, 중앙당이 개입할 일은 아니다. →스스로 대권주자의 반열에 오를 생각은 없나. -나는 정권재창출에 앞장서는 임무를 맡고 있다. →정치인 안상수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원칙을 지키고 정도의 정치를 한다는 게 장점이겠다. 단점은 대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중성 부족한 것 잘 알고 있다. →수첩에 ‘말조심’이라고 써 놓은 게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전에도 설화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이 있나. -정치인은 특히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 기자들과 격의 없이 편하게 얘기한 것도 엄청나게 크게 문제가 되는 게 현실이다. →아들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을 상대로 낸 고소를 취하할 생각은 없나. -허위 폭로를 하는 나쁜 풍조는 사라져야 한다. 그분들이 진실로 자신의 행위에 대해 반성을 한다면 그때 판단할 문제다. 지금까지는 전혀 반성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담 이지운 정치부 차장 정리 이창구·허백윤기자 window2@seoul.co.kr
  • [씨줄날줄] 51초의 침묵/박홍기 논설위원

    미국 제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지난 1933년 3월 4일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라며 입을 뗐다. 대공황 아래 신음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용기를 복돋워 주기 위해서였다. 또 “진정한 운명이란 그 운명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우리 동포들을 섬기는 것임을 가르쳐 준다면… 어두운 날들도 우리의 희생만큼이나 값질 것입니다.”라고 했다. 모임의 성격에 따라 어떻게 연설해야 할지, 언제 목소리를 높이고 낮춰야 할지, 언제 모든 사람의 할아버지처럼 또는 리더답게 활기차고 힘있게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책, ‘위대한 연설 100’에서). 말의 정수(精髓)는 연설이다. 한편의 연설로 주장·가치관, 신념을 드러낼 수 있는 데다 감동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로 사람을 움직이고, 말로 세상을 뒤흔든 ‘명연설’은 동서양을 떠나 짧게는 몇년 또는 수백년, 심지어 수천년의 세월도 건너뛴다. 마르쿠스 키케로, 링컨, 원스턴 처칠, 존 F 케네디를 비롯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치며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마틴 루터 킹에 이르기까지. 세상이 움직이는 순간, 그곳에 연설이 있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를 목소리 높이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명연설가로 인정받은 터다. 2008년 11월 4일 대선 승리 수락 연설에서는 “미국이 모든 것이 가능한 나라라는 점을…, 그리고 민주주의가 가진 힘을 여전히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늘 밤이 바로 그 답입니다.”라며 시대의 희망과 변화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오마바 대통령이 다시 국민을 단합시켰다. 지난 13일 애리조나 총기난사 사건의 현장인 투손을 방문, 30분이 넘는 추모연설에서 9살 난 최연소 희생자 크리스티나 그린을 언급하다 말이 아닌 ‘51초의 침묵’으로 독설이 판치던 정치판과 국민들의 삭막해진 마음을 녹여냈다. “우리 민주주의가 크리스티나가 상상한 것과 같이 좋았으면 한다.”고 말한 뒤 연설을 중단, 10초가 지나자 오른쪽을 봤다. 10초가 더 흐르자 심호흡, 30초가 되자 감정을 추스른 뒤 어금니를 깨물고 연설을 이어갔다. 뉴욕타임스는 14일 “국민과 소통한 극적 순간”, ‘오바마의 저격수’인 폭스뉴스 토크쇼 진행자 글렌 벡도 “연설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연설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기업은 왜 사회적 책임사업을 하는가

    자본주의를 지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역설적으로 사회주의적 가치다. 공공의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의 비판이 높아지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지며, 결과적으로 기업의 사적인 이윤 축적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형식적으로나마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사업에 역점을 두는 이유도 거기에 기인한다. 하지만 ‘책임혁명’(제프리 홀렌더·빌 브린 지음, 손정숙 옮김, 프리뷰 펴냄)은 개별 기업이 지속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안정적인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책임혁명(Responsibility Revolu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책임혁명’이라는 것은, 처음에는 대의명분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내린 결정일지 몰라도 궁극적으로는 이익을 더욱 넓히는 데도 이롭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라고 제프리 홀렌더는 주장한다.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책상머리 이론이 아닌 펄펄 살아 뛰는 구체적 사례를 예시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기업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책임 혁명을 위한 실천적 매뉴얼을 제시한다. 예컨대 영국의 대표적 소매기업인 막스&스펜서는 ‘지구의 친구들’이라는 환경단체로부터 그들 제품에 잔류 농약이 범벅돼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적 허용치 아래임을 입증하긴 했지만 그들이 택한 방식은 방어적 논리 개발이 아니라 환경단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그 사건 이후 아예 시민사회단체들과 정기적으로 대면 접촉을 계속하며 기업 정보를 공유했고, 그들의 비판에서 대안을 찾아 나갔다. 대표적 다국적 기업인 나이키 역시 마찬가지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저임금에 노동 착취, 미성년자 고용 등 세계에서 가장 탐욕스럽고 부도덕한 기업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1998년 기업책임부서를 신설해 80명이 넘는 전문가를 뒀다. 그럼에도 하청공장의 노동 환경은 쉬 개선되지 않았다. 얼굴이 화끈거리게 만드는 비판 보고서를 자체적으로 만들었고, 거기에 기반해 하청공장이 정부, 시민사회 등과 협력하는 모니터링 제도를 시스템화했다. 홀렌더는 21년 전 사회적 정의와 환경적 정의를 시장, 경영 혁신 등과 결합시키겠다는 신념으로 ‘세븐스 제너레이션’이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150명 남짓한 인력으로 구성된 세븐스 제너레이션은 재활용 종이타월과 티슈, 생분해성 세제 등 친환경 가정용 제품을 팔아 2008년 기준 약 1억 5000만 달러의 매출 성과를 올렸다. 그렇기에 홀렌더가 책 속에서 강조하는 울림의 폭과 깊이가 더욱 크다. 1만 3500원.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이사람] 한국철도시설공단 조현용 이사장

    [이사람] 한국철도시설공단 조현용 이사장

    “고위직 임기제를 비롯한 신(新) 인사제도는 공정한 조직, 임직원이 동반성장하기 위한 치열한 내부 노력입니다.” 조현용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은 11일 지속적인 인사실험에 대해 “간부가 안주하지 않고 능력을 발휘해 조직과 개인 발전을 쌍끌이할 수 있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이사장은 “철도공단은 기형적인 조직으로 출발하면서 간부가 많고 하위직이 적은 항아리형 구조가 심화됐다.”면서 “인력 선순환이 이뤄지지 못해 직원들의 사기 저하가 심각했다.”고 지적했다. 3년간 차장 승진이 사라지고, 2006년 이후 공채가 끊기는 등 인사 숨통이 꽉 막히면서 조직의 활력이 떨어졌다. 지난해 7월 도입한 직급상한제와 임금피크제가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면 하반기 내놓은 ‘고위직 임기제’는 간부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밝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고참 간부들이 옷을 벗었다. 조 이사장은 “실·단·원장·지역본부장 등 10개 핵심 자리에 대해 공모 및 임기제를 적용했다.”면서 “2년 임기에 1년 연임이 가능하고 상임이사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보직경로도 구축했다.”고 말했다. 3년 후면 성과가 나타날 것임을 자신했다. 타깃이 지나치게 간부에게 집중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성과 평가가 확실해 공정하고, 파급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임기가 오는 8월로 끝나는 조 이사장이 강력한 인사 개혁을 추진한 것은 ‘철도인’으로서 조직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때문이다. 2002년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부이사장으로 철도와 인연을 맺은 후 경부고속철도 1단계와 2단계 공사를 현장에서 지휘했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과 조직의 역량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수신제가(修身齊家)를 실천한 것이다. 사회적 화두인 공정 사회 구현 및 동반성장에도 적극 나섰다. 철도공단은 올해 사업예산(6조 1071억원)의 61%인 3조 7254억원을 조기 집행할 계획이다. 공정과제(15개)와 동반과제(22개)를 선정해 매월 점검키로 했다. 특히 조 이사장이 대·중소기업 동반성장협의회 위원장을 맡아 신뢰와 상호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을 진두지휘한다. 불법·불공정 하도급 퇴출을 위해 개선TF팀을 설치했고, 지역본부별로 상시점검반도 구성했다. 계약상대자가 선금 수령시 5일 이내 하도급자에 대해 수령 사실 통보를 의무화하도록 개선하는 한편 하도급자에게 미지급시 공단이 직접 지급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조 이사장은 “협력사의 애로 및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반드시 피드백해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철도 건설 참여로 얻은 자신감으로 글로벌 상생협력을 통한 블루오션 발굴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브라질 고속철도사업이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4월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국내외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건설, 몽골·오만·중국사업 등이 가시권에 있다. 철도공단이 ‘KR의 무대는 철도를 필요로 하는 ‘지구촌’ 곳곳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의지가 느껴진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 등 굵직한 철도사업을 마무리해 공단의 위상을 높였고 내부적으로는 환골탈태를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면서 “철도건설에 참여한 협력사와의 협력을 강화해 철도의 선진화 및 신성장동력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약력 ▲1945년 경남 함안생 ▲마산고, 경희대 행정대학원 ▲건교부 도시교통운영과장, 부산지방항공청장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부이사장 ▲한국철도시설공단 상임고문 ▲한국철도협회장
  •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내놓은 ‘통일’ 어젠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내놓은 ‘통일’ 어젠다

    대한민국의 ‘큰 정치’는 여의도가 아닌 곳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7일 오전 충무로의 한반도선진화재단 사무실에서 박세일 이사장을 인터뷰하면서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의도에서는 ‘복지’ 논쟁이 뜨겁지만, 박 이사장은 ‘통일’이라는 담대한 어젠다를 제시했다. 박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6일 한반도의 선진화와 통일을 논의하는 ‘한선국가전략포럼’을 창립한 데 이어 11월 23일에는 국민운동 단체인 ‘선진통일연합’을 발족하며 본격적인 통일 운동에 돌입했다. 대담:이도운 정치부장 →왜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나. -2008년 미국 스탠퍼드 대에 머무를 때 한 연구소에서 보고서가 나왔는데 북한을 중국에 넘기자는 내용이었다. 이걸 보고 깜짝 놀라 비공개 세미나에서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용납할 수 없고 실패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더 놀라운 것은 내 이야기를 들은 미국 전문가들이 “한국 정부와 국민이 통일을 원하느냐.”고 물은 것이었다. 1997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97%가 통일이 중요하고 지지한다고 답변했는데, 이제는 그것이 50%대까지 떨어졌고 26%는 통일을 안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런 통계를 그들이 다 알고 있다. 한국 정부가 분단관리에만 급급했지 북한과 파트너가 될 생각은 없다는 것을 다 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중요한 정책 책임자들을 만나면서 북한체제의 실패에 대한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정부 책임자들은 당위적으로만 받아들이고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더라. 좌파는 평화를 이야기하고 우파는 통일비용을 이야기하면서 둘 다 현상타파가 아니라 현상유지에만 집착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소극적으로 가면 북한이 체제실패로 갈 때 강대국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한반도의 역사를 재단할 것이다. ●“비용 과다 獨실패 교훈 삼아야” →통일의 당위성만 갖고는 부족하다. 통일을 하면 우리 국민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가. -통일을 안 할 때 어떤 손해가 있고, 얼마나 비용을 치러야 하는지 역으로 생각해보면 통일의 이득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앞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통일이고, 하나는 재분단의 길이다. 북한은 스스로의 잘못된 결정 때문에 빠른 속도로 체제 실패를 향해 가고 있다. 재분단의 길이란, 북한체제 실패 후 북한에 친중국·반통일 세력이 나타나 북에 중국의 변방종속정권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김정일 체제 실패 이후 북한에 재분단이 등장하면 이는 반영구적 분단이 된다. 또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분단 한반도 위에 동북아 신냉전체제가 등장, 한반도를 둘러싼 새 긴장과 갈등의 격화로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선진화에 실패하고 제3류 국가가 된다. 북한은 중국의 직접적인 종속국이 되고, 남한은 중국 눈치만 보며 사는 나라가 될 것이다. 반대로 통일의 길을 택한다면 이는 곧 한반도와 동북3성이라고 하는 만주, 시베리아, 극동지역 전체를 포함한 전 지역에 번영과 평화의 새로운 신동북아시대를 여는 디딤돌이 된다. 여기에 통일된 한반도가 그 중심국가가 된다. 골드만삭스가 예상한 대로 2050년에 세계 제2위의 선진경제국이 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요약하면 통일이 되면 21세기 대한민국의 꿈이 실현되는 것이고, 못하면 민족사적 재앙이 된다. →청와대에서 언급한 인수·합병(M&A) 방식의 통일은 어떻게 생각하나. -통일비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많은데, 이에 대한 걱정은 독일의 천문학적 통일비용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독일의 통일은 외교전에서는 승리일지 몰라도 경제전에서는 실패라고 봐야 한다. 서독의 정치가들이 동독의 표를 얻기 위해 통일 포퓰리즘을 선택, 과도하게 동독에 사회보장 비용을 줄 수밖에 없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통일 비용 가운데 생산적 투자 지출은 20%뿐이고, 80%가 소비적 사회보장 지출이었다. 크게 잘못된 결정이었다. 우리는 독일의 경우를 따라가면 안 된다. 우리는 통일비용지출의 80%는 투자로 연결시켜 놓아야 한다. →통일이 된다면 북한의 부동산과 광산 등 자원은 누가 소유하게 되나. -사유화 과정을 밟아야 한다. 특히 토지나 공장 등의 사유화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반드시 우선적 권리를 줘야 한다. 그래서 남한으로 이동하지 않고 자기가 살던 지역에서 경제활동을 할 유인책도 제공하여야 한다. 동유럽이 이미 겪은 과정이 있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사례가 많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실질적으로 통일 노력을 한 분은 누가 있을까.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때는 국력이 북한보다 약했기 때문에 통일에 방어적일 수밖에 없었고 통일보다는 국내 국가건설이 더 큰 문제였다.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가 북한 국력을 넘어선 80년대 이후에는 모든 대통령이 통일에 보다 적극적이었어야 했는데 현상유지 정책만 많고 현상타파 정책이 없었다. 잘못이었다. 방법은 온건과 강경을 복합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다차원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목표는 확실히 개혁과 개방을 통한 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한나라·‘선통련’ 통합 불가능” →여당 내에서 개헌을 이야기한다. 통일이 되면 통일헌법도 필요할 텐데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나. -개헌은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해야 할 일이 대외적으로는 통일이고, 국내적으로는 선진화다. 선진화로 가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것이 정치의 낙후이다. 가치와 이념, 국가비전과 국가전략 등에 대한 논의가 없이 밤낮으로 권력투쟁만 한다. 국가의 목표와 가치실현을 위해 선의의 정책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과 권력을 위해 무한투쟁을 벌이는 것이 한국 정치판이다. 또한 대한민국 정치는 이제 국가문제를 합리적으로 풀 능력을 잃었다. 대표적인 것이 세종시 이전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이다. 국가과제를 합리적으로 풀 생각은 하지 않고 선거 때가 다가오니 등장하고 있는 것이 복지 포퓰리즘이다.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을 통해 국민전체의 복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기영합적인 소득재분배정책을 통하여 우선 선거에 이기고 재미 보려고 하는 국민을 속이는 복지정책을 만들고 있다. 정치개혁 측면에서 헌법뿐 아니라 기타 정치관련법 개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개헌의 방향은 어떤 것이 좋을까. -정치권이 왜 이렇게 싸우는지 보면, 대통령에게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는 것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보니 한국 대통령은 과부하에 걸려 있다. 중요한 결정이 너무 집중되니 본인도 힘들고 국가경영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의 고위관계자가 야권의 통합 움직임에 맞서 선진통일연합과의 통합을 언급한 바 있다. 가능한 얘긴가. -통합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선통련의 꿈이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한나라당은 꿈이 없는 정당이다. 철학과 소신이 확실하지 않은 정당이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통합이란 이야기는 나올 수 없다. →세종시 이전 문제와 복지 포퓰리즘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관련해 이런 부분에서 우려할 부분이 있는 것인가. -나는 박 전 대표가 장점이 많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가까운 장래에 박 전 대표는 국민들에게 박 전 대표가 생각하는 한반도 통일정책, 정치개혁비전, 그리고 경제사회 선진화전략 등에 대한 자기 소신과 입장을 확실하게 표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통일외교의 중요성 등을 감안할 때 이번이나 다음 대선과정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나는 청와대에서 반 총장과 함께 일을 해본 사람인데, 그때 내가 본 것은 행정가로서 대단히 유능하고 인품이 참 좋은 분이란 것이다.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은 모르겠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보수주의자로 봐야 할까. -김 지사는 이전에는 대단한 좌파였다. 좌파적 철학과 신념을 갖고 행동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아는 김 지사는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노동자와 국민을 위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확실히 입장을 정리했다. 그것은 훌륭하다. 인간은 불완전하니까 잘못된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고치는 용기다. →큰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데 자금은 충분한가. -국민운동의 기본은 자력갱생이다. 참여하는 많은 분들이 소액다수로 돈을 모으기 시작할 것이다. 그 가운데 3분의1은 통일기금, 3분의1은 이웃돕기, 3분의1은 조직운영에 쓸 생각이다. 역사를 작게 바꿀 때는 정치운동이 필요하고, 역사를 크게 바꿀 때는 국민운동이 필요하다. 이제는 역사를 크게 바꿔야 할 때이다. 옛날 독립협회에서 한 운동이든, 국채보상운동이든 국민자력갱생을 기초로 한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정리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박세일 이사장 그는 누구 ▲1948년 서울생 ▲서울고, 서울대 법학과, 일본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과, 미국 코넬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서울대 법학과 교수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사회복지수석비서관 ▲한국개발연구원 정책경영대학원 초빙석좌교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 ▲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소장·정책위의장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선진통일연합 창립준비위원회 위원장
  • 작은 것부터 수정해야 공공계획 성공

    소련 정부는 1930년부터 1934년까지 강력한 집단 농장화를 추진했다. 농촌소비에트 당원들에게 식량 징발, 저항자 체포, 집단화에 대한 전권을 주고 2만 5000명의 도시 공산주의자와 노동자를 농촌에 급파했다. 그러나 농업집단화는 사회주의자들이 기대했던 능률적이고 혁신적인 농장을 실현하지 못했다. 60년간 지속된 집단 농업은 경기 침체, 낭비, 사기 저하, 생태적 실패 같은 막대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 탄자니아는 1973년부터 1976년까지 우자마아 촌락 캠페인을 펼쳤다. 인구의 대부분을 우자마아라는 마을에 영구 정착시키려는 시도로 정부 관료들이 공간 구획과 주거 설계, 지역경제를 계획했다. 소련의 집단 농장화 과정과 달리 탄자니아의 국가 원수 줄리어스 니에레레는 어떤 누구도 자기 의지에 반해 새로운 마을로 떠밀려 가서는 안 된다며 행정적 또는 군사적 강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자마아 캠페인은 성공하지 못했다. 20세기 역사에서 국가가 주도한 공공계획이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국가처럼 보기’(제임스 스콧 지음, 전상인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는 ‘인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선의로 시작한 국가 주도형 공공계획이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한 책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결정적인 패착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강압적 권력을 사용하는 권위주의적 국가다. 저자가 ‘하이 모더니즘’이라고 규정한 20세기 과학적·기술적 진보에 대한 국가의 신념은 권위주의와 맞물리면서 인간의 창의성을 억압하고, 지역적 다양성을 간과하며,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전통적 지식을 무시하는 결과를 낳았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국가계획에 저항할 능력을 상실한 허약한 시민사회다. 전쟁이나 혁명, 경제적 파탄은 시민사회를 극단적으로 약화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통치제도를 한결 쉽게 수용하게 만든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공공계획은 애초에 불필요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저자는 “현실적으로 필요하고 가능한 것은 하이 모더니즘의 역할을 축소하고 궤도를 수정함으로써 근대를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거시적 발상을 자제하고, 점진주의적인 접근을 취하는 한편 다양성과 자율성을 증진시키고 의사소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종시 건설, 4대강 사업 등으로 갈등을 겪은 우리나라 정부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3만 5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열린세상] 박근혜 싱크탱크의 출범을 바라보며/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열린세상] 박근혜 싱크탱크의 출범을 바라보며/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국가미래연구원이라는 싱크탱크의 출범이 정치권의 화제가 되고 있다. 참여인사들의 면면이 주목을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쏟아내는 국가미래연구원에 대한 언급들이 연일 기사화되고 있다. 부실하고 일관성 없는 정책의 폐해를 직접 경험한 국민들로서는 정책을 연구하겠다는 유력 대권주자의 싱크탱크 출범에 거는 기대가 크다. 국가미래연구원 출범 후 상승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은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를 반영한다. 싱크탱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한국 정치사에서 크고 작은 싱크탱크들이 있어 왔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 속에서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싱크탱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선진국의 싱크탱크와는 다르다. 먼저 한국의 싱크탱크는 사조직에 가깝다. 한국의 싱크탱크는 정책이나 이념중심이라기보다는 정치인 개인의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데 활용되어 온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한국의 전문가 집단은 유력한 개인을 중심으로 모였다가, 정치인 개인의 관심과 필요에 따라 사라져 왔다. 이것은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과 브루킹스 연구소가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대표하며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정책 방안을 제공해 왔다는 사실과는 대조적이다. 한국도 2004년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을 계기로 여의도연구소, 국가전략연구소 등 정당을 중심으로 한 싱크탱크가 설립되었으나 대통령·국회의원 선거용 정책개발 집단의 면모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또한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대부분 비영리법인으로 외부 기부금이나 설립자가 출연한 재단을 토대로 운영되어 특정 개인의 정책목적이나 이념적 편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이에 반해 한국의 싱크탱크는 정치인 개인의 지원에 의존하는 열악한 재정 상태를 가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싱크탱크가 건설적인 비판이나 합리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지적 독립성을 갖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싱크탱크의 역할을 얼마나 중시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그동안 싱크탱크는 정치인 개인의 세를 과시하거나 정치적 목적에 영합하는 논리를 개발하는 ‘장식용’으로 활용되어 온 점이 없지 않다. 일부 정치인들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치적 감이 떨어지거나 대중적 인기를 확보하는 데 부적합하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정치인 스스로 현안에 대해 올바른 입장을 취하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을 활용하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전문가들 스스로도 싱크탱크에 참여하는 동기를 되돌아 보아야 한다.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갈고 닦은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싱크탱크에 참여하는 것이 매력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학문의 현실정치 참여보다는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싱크탱크에 참여한다는 비판 역시 귀 기울여야 한다. 선거 때마다 뚜렷한 신념 없이 정당, 인물, 후보를 바꿔 가며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교수들이 이러한 비판을 부추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싱크탱크는 대화하고 협업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현대사회의 복잡한 문제들은 협업을 통한 문제해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소수 전문가들의 개별지식만으로는 제대로 된 정책을 개발하기 힘들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좋은 정책들은 개별 전문가의 정책개발이 아닌 전문가 간, 전문가와 대중 간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 역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경제수준과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고려하면 싱크탱크의 발전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싱크탱크 출범을 계기로 한국의 미래를 위한 좋은 정책들이 개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이것은 베버의 말대로 균형감각과 책임의식을 갖춘 전문가들이 특정 정치인과 개인적인 권력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정치적 이념과 국가의 비전을 구현하는 정책개발에 관심을 가질 때 가능하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싱크탱크 참여자들이 정권창출의 대가로 권력의 요직에 진출하려는 야망을 가져서는 곤란하다.
  • 부피 커진 한국교회 성경으로 돌아갈 때

    교회가 세상을 걱정해야 하는데 오히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고 있다. 이렇게 한국 교회가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은 언제부터일까.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에 대한 반성과 자성의 목소리는 교회 안에서도 끊임없이 나온다. 치유하기엔 병이 너무 깊다는 자조 섞인 진단도 나온다. 방법은 없는 것인가. ‘진정 회개할 곳은 교회다’(권영진 지음, 리북 펴냄)는 한국 개신교의 회개와 개혁을 바라는 현직 목사의 솔직한 진단과 간절한 호소가 담긴 책이다. 성경적 교회로의 끊임 없는 개혁을 신념으로 갖고 있다는 저자는 오늘날 한국 교회는 이미 ‘새로운 종교’로 변질됐다고 진단한다. 성경과 예수에서 멀어지고 세속주의와 번영신학에 기대어 자기증식을 하고 있는 희한한 변종이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교회가 확장돼 하나님의 나라를 넓혀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확장이 성경적인 것이 아닌 세속적인 것이라면 과연 하나님의 뜻인지를 돌이켜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저자는 ‘오늘날 교회는 지나치게 돈과 권력 같은 세상의 가치를 숭상하는 세속적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목회자들을 비롯한 교회의 지도자들은 자신을 하나님처럼 높이고, 성도들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고 지적한다. 이렇듯 저자는 책을 통해 한국 교회의 오늘을 말하고,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과거를 보여주며, 다음 세대 교회의 미래를 얘기하고 있다. 특히 신자들이 겪는 일상적 고민과 갈등에서 교회 문제를 진단하고, 목사제도 등 많은 사람들이 주저했던 금기에 대한 내용들도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제1부 ‘한국 교회의 슬픈 자화상’에서는 헌금과 교회 확장의 문제점, 교회 직분, 목사 제도의 현실 등을 상세히 다룬다. 제2부 ‘한국 교회 왜 이렇게 되었나’에서는 난립된 교단, 번영신학과 교회 마케팅 등의 문제점을 다룬다. 예수교 장로회 목사인 저자는 결론 부분에 이르러 다음 세대의 한국 교회를 위한 조언 등을 통해 다시금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강조한다. 1만 2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김연수 ‘7번국도 Revisited’ 작가 자신의 13년여정 개정판에 담고…

    김연수 ‘7번국도 Revisited’ 작가 자신의 13년여정 개정판에 담고…

    7번 국도.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닿을 듯 부산에서 시작해 포항~강릉~속초 너머로 이어지는 도로다. 생맥주와 말린 바다생물을 파는 카페 이름이며 물고기를 감염시킨 세균의 이름이기도하다. 또한 ‘비틀스의 108번째 싱글 앨범’의 제목이기도 하다. 때로는 짓다 만 건축현장에서 목매 숨진 ‘7번국도씨’이기도 하다. 물을 주지 않아 말라죽어 버린 나무, ‘뒈져버린 7번국도’이거나 아니면 이곳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차에 치인 ‘7번국도의 유령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니면 또…. 현재의 생애-혹은 죽음까지 포함해-를 공유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함께 부대끼고 있는 7번 국도는 김연수 작품의 원형 몫을 톡톡히 했다. 청춘은 결코 완성품이 아님을, 희망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고 사랑 역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달뜨게 만든 숱한 욕망도 부질없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연수의 향후 작품에서 목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개별의 삶과 세상 모든 신념에 대한 의심도 이곳에서 발견된다. 그리하여 7번 국도는 평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등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문장과 서사, 주제를 이미 품고 있었음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최근 펴낸 김연수(40)의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문학동네 펴냄)는 1997년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7번국도’의 개정판이다. 1997년판에서 뼈대만을 남겨두고 지난해부터 꼬박 1년 가까이 문장을 바꾸고, 13년의 시간적 공간을 오가며 새롭게 만들어낸 작품이다. 20대의 터널을 한창 내달리고 있는 두 남자와 한 여자 세희의 이야기다. 비틀스의 희귀 싱글앨범 ‘Route 7’ 레코드판 거래를 매개로 만난 두 남자, 이미 답답한 터널 속에서 ‘진짜 사랑’을 갈구하다 상처를 입었던 ‘나’와 재현이다. 역시 ‘Route 7’이 인연이 돼 세희를 만났고 함께 사랑한다. 나와 재현은 욕하고 싸우다가 7번 국도를 따라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7번 국도에서 죽은 유령들을 만나고, 동시에 세희와 이별한다. 1997년의 이 뼈대 속에 13년 뒤의 작가 김연수가 직접 등장해 7번 국도를 다시 찾고, 떠나간 세희가 다시 나와 그 뒷얘기를 들려준다. 실제와 허구가 뒤엉키고, 소설 속 인물과 실제의 김연수가 상념을 주고받는다. 김연수는 작품 속에서 ‘희망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줄까?’라고 물은 뒤 단호히 조언한다. ‘그건 바로 너희가 망각 속에 파묻어버린 기억들을 모두 되찾는 거야. 기억이 없는 곳에 희망은 없어.’ 삶에 회의를 품고 기억을 더듬어 가는 김연수의 여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모든 심상과 욕망, 희망의 집착이 엇갈리는 소설과 달리 우리네 지도 위 7번 국도는 한 줄로 이어진 도로다. 복잡하게 배배 돌리고 꼬이지 않았다. 시작 지점과 끝의 지점이 명백하고 명쾌하다. 복잡다단해 보이는 삶도 하나의 진리에 관통되듯 말이다. 1997년 김연수의 ‘7번국도’를 읽은 이라면 더욱, 읽지 않은 이라면 더더욱 7번 국도의 기억을 뒤따라가 볼 일이다. 참고로 비틀스의 같은 이름 싱글앨범을 찾는 수고로움은 가능하면 참아주기 바란다. 모르고 고생한 이로서 주는 정보다. 책 뒤편 작가의 말에 그 이유가 설명돼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서울신문 신년특집]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 세계속의 대구

    [서울신문 신년특집]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 세계속의 대구

    대구가 새해 아침부터 들떠 있다. 대구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인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올 8월 달구벌을 후끈 달굴 것이기 때문이다. 88 올림픽이 ‘세계 속의 서울’을 만들었다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세계 속의 대구’를 부각시킬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상승하는 분위기 속에 치러지는 지구촌 축제라서 의미도 크다. 대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를 계기로 발전 속도를 10년 이상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회 준비를 위해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있다. 상동 수성못오거리~중동네거리 1.6㎞가 폭 20m에서 30m로 확장된다. 또 대구스타디움 진출·입로가 폭 50m로 개설되고 마라톤코스 전 구간이 정비된다. 마라톤 코스는 이례적으로 대구의 한복판인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을 출발해 모두 도심의 중심에서 펼쳐진다. 137억원을 투입, 도심 가로간판을 정비하고 옥상녹화 작업을 하며 꽃길도 조성한다. 대구스타디움 서편에는 지상 4층 연면적 2만 1486㎡의 육상진흥센터가 건립된다. 대회 총회가 열리는 대구엑스코도 2배 규모로 확장하고 있다. 대구 시민의 선진의식을 한껏 뽐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참여 열기는 어느 국제대회 못지않게 뜨겁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가 두 차례 뽑은 자원봉사자는 6133명에 이른다. 2009년 독일 베를린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자원봉사자 3800명의 2배 가까이 되는 많은 수다. 자원봉사자 모집 때마다 평균 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금도 자원봉사를 할 기회가 없느냐고 물을 정도로 시민들의 참여가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의 우수한 문화를 세계 각국 손님에게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도 맞았다. 대회 기간 동안 다양한 문화행사가 함께 열린다. 경기장 주변과 선수촌, 도심에서는 전통문화 체험과 전시, 대회 홍보성 문화행사가 펼쳐진다. 특히 마라톤 경기 때 대구의 이미지와 시민들의 응원열기를 중계카메라로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마라톤 코스 주변에서 축제를 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컬러풀 대구 페스티벌’ ‘동성로 축제’ ‘국제보디페인팅 축제’ ‘수상 오페라 공연’ 등이 대회 기간 중 열린다. 대구 관광명소도 손님맞이 준비를 마쳤다. 대구시는 2011년을 ‘대구방문의 해’로 정하고 ‘국내외 관광객 200만명 유치’를 목표로 정했다. 대구시는 “대회를 계기로 ‘대구’란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관광산업을 21세기 대표 성장산업으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광명소로는 1907년 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도심 한가운데에 조성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동인동)과 조선시대에 축조된 대구읍성에 동서남북으로 설치됐던 4개 정문 중 하나인 영남제일관(효목동 망우공원)이 있다. 팔공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사찰 동화사와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귀순한 일본 장군 김충선의 뜻을 기려 건립한 녹동서원(달성군 가창면)도 볼거리다. 이 밖에 폭포, 분수, 조명, 꽃 등으로 장식한 유럽식 도시공원인 우방타워랜드(두류동)와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인 동성로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스타디움·부대시설 살펴보니 트랙·조명 더 밝게… 750가구 선수촌 ‘친환경 시공’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주 경기장인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역대 대회 중 최고의 경기 및 관람 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각종 시설 개·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2002 월드컵 대구 경기장으로 사용했던 시설이다. 앞을 내다보고 축구장 전용이 아닌 다목적 운동장으로 지었기 때문에 별도의 메인스타디움을 짓지 않아도 된다. 대신 시설을 육상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리모델링한다. 조직위는 조명·전광판·음향 등 대회에 필요한 시설을 차근차근 정비해 왔다. 조명등 수를 늘렸고 램프도 교체했다. 1250럭스에 불과했던 조도를 2250럭스로 밝게 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조명도 기준 1800럭스보다 훨씬 높다. 경기장 전광판 교체작업도 마무리했다. 대회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 전광판은 24.2m×9.6m, 보조 전광판은 17.04m×9.6m로 기존의 전광판보다 50%씩 커진 것으로 바꿨다. 화면은 4배 밝아졌다. 새 전광판은 화면 분할 등 다양한 기법으로 경기를 중계한다. 음향은 오디오 믹서 2대, 앰프 206대 교체, 스피커 242대 설치 등 대대적으로 손봤다. 명료도도 기존 0.49에서 0.66으로 좋아졌다. 트랙은 반발력이 좋고 인기가 높은 이탈리아 트랙 제조 전문업체 몬도사의 제품을 깔았다. 트랙 색깔도 파란색으로 바꿨다. TV 중계 때 세련된 느낌을 줄 수 있고 선수들도 이 색깔을 선호한다. 선수와 기자들이 묵을 선수촌·미디어촌, 경기장면을 생생하게 전해 줄 프레스센터 등 각종 부대시설도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대구 스타디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선수촌과 미디어촌은 4월 완공 예정이다. 3500명의 선수와 임원이 528가구, 650여명의 취재진이 223가구를 각각 사용하게 된다. 선수촌과 미디어촌에는 태양광을 이용해 발전하는 시스템이 도입된다. 냉·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단열재를 보강하고 3중창으로 시공한다. 단지는 연못과 정자가 어우러진 한국형 정원으로 꾸민다. 종합안내센터와 등록센터, 사우나, 종교시설, 휴게시설 등을 갖추고 객실마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선수촌 인근에는 체육시설이 설치된다. 3000㎡의 미디어센터는 대구스타디움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 마련된다. 스타디움 서편 주차장 지하에는 7000㎡의 국제방송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조해녕 조직위 공동위원장 “최저 비용으로 가장 완벽한 경기 치를 것” “역대 최고의 완벽한 대회로 치를 것입니다.” 조해녕(67)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은 “한치의 오차도 없는 대회를 치르겠다.”고 다짐했다. 조 위원장은 “경기시설, 운영 계획 등 대회 준비상황을 둘러본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며 “주 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 시설을 보완하고 선수촌을 건립하는 일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에 대한 정보 제공과 숙박시설도 문제가 없도록 점검하고 있다. 그는 “매주 도심을 도는 마라톤 코스인 ‘루프코스’를 돌아본다.”며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시민 참여도 높아 미세한 부분을 보완하는 과정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 의미와 관련, 조 위원장은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빅 스포츠 이벤트다. 이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3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게 된 7번째 나라가 된다.”고 말했다. 올림픽과 월드컵 경기를 개최함으로써 대한민국 국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듯이 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면 우리나라와 대구의 브랜드를 65억명 전 세계인에게 알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 육상 중흥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대구 대회만의 특징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친환경 대회를 표방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전기차·무선조종 배터리카·마라톤 경기 자전거 활용·천연가스버스와 전기버스를 이용한 선수 및 관람객 수송 등 경기 운영 전반에 친환경 수단과 제품을 사용하는 친환경대회로 치르기로 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대회가 열린다는 점에서 인류공영의 평화 메시지를 던지는 경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경제적인 대회도 조 위원장의 신념이다. 메인 스타디움도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선수촌도 경기를 치른 뒤 분양해 ‘알짜배기 대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조 위원장은 “대회의 성공은 뭐니 뭐니 해도 국민들의 관심에 달려 있다.”며 “비인기 종목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경기장을 적극적으로 찾아 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베를린 대회보다 입장권 가격을 대폭 낮춘 것도 국민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박수칠때 떠난다…룰라 브라질 대통령 오늘 ‘아름다운 퇴장’

    박수칠때 떠난다…룰라 브라질 대통령 오늘 ‘아름다운 퇴장’

    ‘민주주의의 롤모델’ ‘엘리트를 넘어선 노동자 대통령’ 남미독립의 아버지 시몬 볼리바르도, 아르헨티나 빈민의 어머니로 불렸던 ‘에비타’ 에바 페론도 그만한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진심을 보여준 정치인과, 정치인의 진심을 믿고 따른 국민. 8년간 그가 이끈 브라질에는 우파와 좌파의 경계도, 노동자와 부유층의 대립도 없었다. 모두를 위한 정치,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그의 포부는 비웃음을 샀지만 그가 만들어낸 브라질의 오늘은 민주주의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레임덕’이라는 용어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31일(현지시간) 퇴임을 앞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전세계의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센수스가 룰라 대통령의 퇴임을 사흘 앞둔 29일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 룰라 대통령의 개인 지지율은 87%를 기록했다.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83.4%로, 2003년 정부 출범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룰라 대통령은 국영 라디오의 주례 담화 ‘대통령과의 커피 한잔’의 고별방송에서 “지난 8년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지지해 준 국민에게 감사한다.”고 밝히고 눈물을 흘렸다. 2003년 그가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브라질은 300억 달러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라는 빚더미를 안고 있었다. “엘리트들이 해내지 못한 것을 선반공 출신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그의 외침은 공허했고, 오히려 그의 노동자 성향이 브라질 사회의 대립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우세했다.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구두닦이, 금속공장 노동자를 전전하던 강성 노동운동가의 대통령 당선은 노동자 계급이 일으킨 ‘깜짝 반란’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의 가능성을 현실로 바꿨다. 룰라 정부는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물류시설 확충, 에너지 개발 확대 등을 담은 경제성장촉진(PAC) 프로그램을 실시해 8년간 연평균 7.5%의 실질성장률을 기록했다. ‘빈곤 퇴치 프로그램’은 2900만명을 ‘먹을 고민’에서 구출했고, 중산층은 3000만명 이상 늘었다. 국제사회에서는 경제와 정치 모두에서 미국 중심의 구도에 맞서 ‘할 말은 하는’ 지도자로 평가되며 G7 시대를 다자외교 시대로 바꾼 주역으로 평가된다. 룰라 대통령의 성공에는 ‘실용’ ‘포용’ ‘상생’ ‘스킨십’ ‘협상’ 등 다섯 가지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그의 정책엔 좌도, 우도 없었다. ‘강한 추진력’을 제외한 모든 신념을, 실질적인 결과를 위해서는 과감히 버렸다.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노동운동 현장에서 40년 가까이 대립하던 대기업과 기존 정치 세력의 힘을 적극 활용했다. 10여개의 정당을 규합해 연립내각을 구성하고 기업인들도 적극 영입했다.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면서 브라질 경제를 지배하는 농축산 기업들에 대해서도 지원책을 펼쳐 상생을 모색했다. 8년간 이어진 국민들의 열광적인 지지는 ‘심장에서 우러나는 정치’를 내세운 스킨십의 결과다. 8년간 670일가량을 수도가 아닌 지방에서 보내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고, 현장에서는 경호원의 제지를 뿌리치고 국민 속으로 뛰어들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모든 과정에서 노동운동가 출신 특유의 협상력이 중요한 무기로 쓰였다고 평가한다. 모든 정치 활동을 협상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에 정당 간 대립, 기업인과 노동자의 대립, 국제사회의 역학 구도에서 룰라는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온건하게 목소리를 내며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90%에 가까운 국민의 성원 속에 시민으로 돌아가는 룰라 대통령의 향후 행보도 관심거리다. 그는 대선 재출마(3선) 가능성에 대해 “신은 한 사람에게 두 번 선물을 주지 않는다.”면서 “대통령직 복귀를 바라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잘라 말했다. 로이터통신 등 일부 외신들은 그가 브라질 국내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사회의 요직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룰라가 일궈낸 브라질은 이제 그의 정치적 양녀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로 이어진다. 호세프 신임 대통령은 ‘PAC의 어머니’로 불릴 정도로 룰라 대통령의 정책에 깊이 관여했다. 취임 이전이지만 그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70%에 육박하는 이유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룰라 약력 ▲1945년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코주에서 빈농의 아들로 출생 ▲1952년 상파울루주 산토스에서 초등학교 입학 ▲1958년 초등학교 중퇴/구두닦이 시작 ▲1960년 금속공장 취업 ▲1966년 노동조합 가입 ▲1975년 철강노조 위원장 당선 ▲1980년 노동자당 결성 ▲1986년 연방 하원의원 진출 ▲1989~1998년 세차례 대선 출마, 낙선 ▲2002년 대선 승리, 34대 대통령 취임 ▲2006년 재선 성공 ▲2009년 2016년 올림픽 유치
  •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쟁+내실경영’ 임원 인사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쟁+내실경영’ 임원 인사

    현대기아자동차가 이례적으로 연말 사장단과 부회장단 인사를 미뤘다. 현대건설 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내년으로 조직 개편과 인사를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28일 현대기아차는 현대차 106명, 기아차 53명, 계열사 150명 등 총 309명에 대한 임원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직급별로는 전무 31명, 상무 48명, 이사 91명, 이사대우 136명, 연구위원 3명으로 지난해 304명과 비슷한 규모다. 그룹 부회장이 14명인 데다가 세대 교체를 위한 용퇴가 점쳐지기도 했던 부사장급 이상 인사는 이번에 빠졌다. 부사장급 이상 인사는 매년 임원승진 인사와 동시에 이뤄졌던 것이어서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정기 인사보다는 수시 인사 형태로 인사를 하겠다는 방침”이라면서 “현대건설 인수 작업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로 축약된다. 올해 글로벌 판매 570만대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만큼 판매·마케팅 분야와 해외 주재원 승진이 눈에 띈다. 전체 승진자 가운데 판매·마케팅 분야는 올해 33%로 지난해 30%보다 늘었다. 해외 주재원의 승진 비율도 역대 최고인 16%를 차지했다. 연구·개발(R&D) 분야의 약진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됐다. 연구·개발 및 품질·생산 분야의 승진자는 전체의 44%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규 임원의 27%가 연구·개발 분야에 집중된 것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경쟁력 제고의 핵심이 연구·개발에 있다는 경영진의 신념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 대우 승진자의 비중도 크게 늘어 조직에 젊은 피를 수혈했다. 전체 승진자 가운데 이사대우 승진자의 비율이 46%로 최근 3년간 평균인 38%를 크게 웃돌았다. 조직에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기운을 넣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룹 관계자는 “안정적인 조직 운영과 내실 경영의 기반을 확보하면서 성과와 글로벌 경쟁 역량을 고려해 인재를 중용한 것이 이번 인사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사설] 학생이 교사 성희롱하는 학교를 어쩔 건가

    중학교 교실에서 학생들이 여교사를 성희롱하는 동영상을 본 사람이라면 오늘 우리 학교가 처한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려진 1분 37초짜리 이 동영상은 30대 여교사에게 한 남학생이 “선생님, 애 낳으셨어요?”라는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가세한 학생 서너 명이 번갈아 가며 첫 키스, 첫 경험, 초경을 반말로 조롱하듯 묻는다. 당황한 여교사가 주의를 주려고 다가가자 “가까이 보니 진짜 예쁘네.”라는 당치도 않은 말까지 내뱉는다. 이 학생들은 여교사를 사제지간이 아니라 이성으로 여기는 투다. 교권의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전국 각급 학교에서 여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80%에 이르는 상황에서 주로 여교사들이 수난의 대상이다. 점차 도가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한 남학생이 여교사의 어깨에 팔을 올려 충격을 준 동영상은 비할 바 아니다. 저잣거리에서도 보기 어려운 일들이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다. 학생이 여교사의 머리채나 멱살을 쥐고 흔들거나, 욕설을 퍼붓고 주먹을 휘둘러 얼굴을 구타하는 행동은 예삿일이 됐다.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폭행이나 폭언을 당한 사건이 지난해 108건이었다. 쉬쉬해 묻어 버린 사건이 몇 곱절 많을 것이다. 피해를 줄이려고 보험에 드는 교사가 늘어났다고 한다. 교총이 운영하는 교원배상책임보험 상품에 교사 7500명이 가입했다는 것이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와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옛말은 거론할 계제가 아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돼 학생들의 인권이 강화되고 체벌이 금지된 이후 매 맞는 교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본래 교권이란 교육자의 신념에 따라 정치나 행정 등 외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주적으로 교육할 권리를 말한다. 교권 확보를 통해 핍박받는 학생인권을 지켜 주려는 개념이 강했다. 이제 거꾸로 교사들이 학생들로부터 교사의 권리를 지키고자 교권보호법을 제정해 달라고 청원하는 세상이 됐다. 교총이 주도하는 이 법의 입법청원에 교사 20만명이 서명했다. 무너지고, 땅에 떨어진 교사의 권위를 일으켜 세울 방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본다.
  • 책임 없는 욕망 시장붕괴 촉발

    한스베르너 진 교수의 ‘카지노 자본주의’(이헌대 옮김, 에코피아 펴냄)는 첫인상과 달리 선정적인 책이 아니고 본격적 연구 결과물이다. 월스트리트의 왜곡된 논리에 대한 깊은 반성과, 월스트리트를 희생양 삼아 정책적 실수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미국 금융정책 당국에 대한 수준 높은 고발이 담겨 있다. 이 책은 2008년 10월에 장렬하게 폭발한 서브프라임 사태를 심층 분석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시각에서 분석한 점은 시니컬하기도 하다. 특히 오이켄의 질서자유주의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신념이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 시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독일 경제학자의 자부심이나 겸업주의 은행 제도에 익숙한 일상성의 발로로 보인다. 독일인의 숨겨진 우월주의까지 엿볼 수 있다고 한다면 편견일까. 자본주의의 장점이자 태생적 한계라고 할 수 있는 유한책임제도에 대한 성찰은 가히 괄목할 만하다. 우리는 흔히 자본주의를 꽃피운 제도적 발견으로 주식회사제도와 은행제도를 꼽는다. 출자금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면 그만인 유한책임의 주식회사제도는 확실히 근대 산업사회의 가장 중요한 보병이 되었다. 부분 지급 준비제도에 근거한 신용창조를 통해 문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은행제도는 보병을 지원하는 훌륭한 병참조직이었다. 이 두 제도에 힘입어 자본주의는 지구 전역을 빠르게 정복해 나갔던 것이다. 진 교수는 ‘욕망과 책임의 불일치’라는 자본주의의 근본적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는 진정 주목할 만한 시선이다.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 혹은 ‘재주는 곰이 넘고 실속은 왕서방이 챙기는’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욕망과 책임의 불일치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다각적으로 논증하고 있는 이 책은 서브프라임 사태에 관한 훌륭한 백과사전이며,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이유 있는 고발이다. 서브프라임 위기의 결과물인 주요 20개국(G20)을 두고 이런저런 평가가 한창이다. 금융감독 강화, 무역 불균형 해소, 적정 환율 유지 등의 의제는 그럴싸하다. 그러나 진 교수가 그토록 강조했던 ‘욕망과 책임의 불일치’를 시정하려는 노력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장본인인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G20의 주인공이고,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발표한 금융당국의 눈에서 ‘내 탓이오’ 같은 반성은 찾기 어렵다. ‘카지노 자본주의’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시간을 두고서라도 읽어 봐야 할 책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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