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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진국 진입, 웃음이 필수죠”

    “선진국 진입, 웃음이 필수죠”

    “웃음과 자신감으로 무장하니 나를 막던 차별을 넘어설 수 있더군요.” ‘펀(fun) 경영’ 전도사이자 대중연설 전문가인 재미교포 진수 테리(49)가 한국에 왔다.SBS가 그를 초청,13일 마련한 펀경영 공개특강 ‘이제는 웃다가 성공한다!’에서 강의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달 SBS의 신년특집 스페셜 ‘웃음에 관한 특별보고서’에도 출연한 바 있다. 그는 이날 특강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계가 한국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는 상황에서, 펀 경영은 한국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이라면서 “이미 미국 등 선진국들은 펀 경영을 통해 기업과 개인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10년째 펀 경영과 대중연설력 등을 강조해온 그에게는 20년 전 미국에 건너간 뒤 겪은 뼈아픈 경험이 있다.“박사과정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던 중 세계일주를 하는 뉴질랜드인을 만나 인생관을 바꿨어요.‘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세계를 배우고자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첫 직장에서 밤을 새우며 일했지만 7년만에 해고를 당했어요. 일은 열심히 했지만 자기개발이 부족하고,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력과 웃음이 없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 해고 이유였지요.” 해고 후 1년간 피나게 자신을 반성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강의를 듣고, 멘토링(조언)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인간관계와 자신감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는 “자신감을 갖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만들려면 ‘펀’이 필요했다.”면서 “‘펀’은 삶을 독창적으로 만들고, 긍정적이면서 남을 배려하도록 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내친 김에 1998년 네트워크와 대중연설을 위한 사람들의 모임인 ‘라이노비즈니스클럽’을 창설했다. 지금까지 800여명이 클럽을 거치면서 활동 중이다. 매주 대중연설 교육과 함께 기업가 등에게 펀 경영의 중요성을 강의한다. 또 펀 경영·네트워크 과정을 운영하는 교육기관 ‘AGC’의 대표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흑인, 히스패닉계 등과 경험을 나누고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노래를 랩으로 만들어 부른다. 지금까지 ‘진수가 하면 당신도 할 수 있다!’ 등 자격지심과 패배의식을 없애주는 랩을 불러 인기를 끌고 있다.2001년 샌프란시스코시는 7월10일을 ‘진수 테리의 날’로 선포했으며,‘미국을 대표하는 100대 여성 기업인’,‘소수민족 사업가 대상’,‘올해의 아시아 지도자 11인’ 등에 선정됐다. 그의 이날 특강은 19일 오후 10시50분 SBS를 통해 방송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고뇌하는 한국의 서예

    고뇌하는 한국의 서예

    한국 서예의 활기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대변되는 요즘 문자환경에서 우리 서예는 좀처럼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여기에 중국식 서풍과, 일본발 현대서예, 서구미학까지 가미한 글씨들이 풍미하고 있는 게 한국 서단 현실이다. 정동경향갤러리가 신년 첫 기획전으로 준비한 ‘고뇌하는 한국서예가 100인의 모습’전은 이같은 한국 서단의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기울이는 고뇌의 일단을 살펴보기 위한 자리다. 참여 작가는 모두 92명.80대의 원로에서 중진,40대 초·중반 작가까지 망라하고 있다. 생존 작가 중 최고의 초서를 서사한다는 평을 받는 월정 정주상씨를 비롯해 예서의 구당 여원구, 행서의 설봉 정희채 등은 자기작품의 개성이 분명한 원로 서예가들이다.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중진 작가들의 작품이 가장 많다. 행서와 초서를 섞은 행초 글씨와 함께 서예평론가로 활약 중인 농산 정충락씨, 동북아시아 글씨의 궤를 정확히 꿰고 있다는 행초의 철견 곽노봉, 전통과 현대 서예를 겸비하면서 그림을 섞은 독특한 도판작업을 하고 있는 근원 김양동씨, 유럽에서 한국 서예의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소헌 정도준씨 등의 작품이 출품됐다. 미술적 조형성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현대적 작품들도 눈에 띈다. 산의 형상을 본뜬 ‘山’자의 조형미를 보여주기 위해 산풍경 속에 글자를 위치시킨 작업(이은혁의 ‘산’), 그림에 가까운 상형문자로 형태를 표현한 작업 등 독특한 작업들이 많다.20일까지.(02)6731-6751.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CEO칼럼] 건설경기 활성화로 일자리 부양을/노영인 동양시멘트 메이저 사장

    [CEO칼럼] 건설경기 활성화로 일자리 부양을/노영인 동양시멘트 메이저 사장

    서울신문 2월7일자에 ‘희망의 손놀림’이란 제목의 사진기사가 실렸다. 서울시가 ‘노숙자 일자리 갖기’의 하나로 공사 현장에 투입한 노숙자 600여명 가운데 일부가 강변북로 도로확장 공사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었다. 재활할 수 있는 일터를 마련해준 것이어서 인상 깊었다. 노숙자 문제는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매년 늘어나는 노숙자 문제의 본질은 사회 양극화와 실업, 고령화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도 더 이상 양극화, 실업, 고령화 문제를 방치할 수는 없게 됐다. 특히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정부도 올 들어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한 증세(增稅)를 검토했지만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논의 자체가 연기됐다. 사회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구성원들이 고통을 분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증세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 다각적이고 본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때마침 이뤄진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 내용은 시의적절했다.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양극화를 화두로 던지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사회복지는 다양한 사회 문제의 해소와 약자를 보호하는 안전망일 뿐 아니라 선진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그러나 근원적인 부분을 방치한 채 사회복지만을 강조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만 붓는’ 격이 된다. 우리 사회가 하향 평준화로 낙후될 여지도 있다. 그런 면에서 노 대통령이 제시한 일자리 창출은 양극화 해소의 본질적인 해결책 가운데 하나다. 정부는 35만∼40만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투자 활성화 및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서비스 산업의 성장동력화 등 민간부문 경제활동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산만 해도 1조 5000억원 이상이 투입된다고 들었다. 다수의 일자리 창출 이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조업의 일자리는 부침이 심한 서비스업보다 임금이 높고 안정적이다. 제조업의 일자리는 공장 신·증설을 통해 늘어난다. 이를 위해선 투자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즉 각종 규제가 개선돼야 한다. 공장 신설 절차를 간소화하고, 유연한 고용제를 도입하는 등 제조업 장려 정책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정부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의 부단한 노력과 경기 회복에 힘입어 투자가 늘고 있다. 때문에 각 기업들은 예년보다 신규 인력을 더 많이 채용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 관련 업종은 침체 일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든 지난해 12월에도 건설공사 계약액은 14조 7407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6.9%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전체 취업자는 2269만 9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20만 5000명(0.9%) 증가했으나 건설업 취업자는 176만 5000명으로 오히려 7만 8000명(-4.2%) 줄었다. 건설업은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을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고급 기술인력부터 단순 근로자까지 다양한 계층과 연령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종은 8·31 대책 발표 이후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다. 필자도 부동산 투기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단지 건설 경기를 염두에 둔 합리적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절실하다. 노숙자에게 처음으로 제공된 일자리가 공사 현장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노영인 동양시멘트 메이저 사장
  • 한화갑대표 “盧정권, 동교동 종자를 죽이고 있다”

    한화갑대표 “盧정권, 동교동 종자를 죽이고 있다”

    한화갑 대표의 ‘민주당호’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한 대표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8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형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 상실은 불가피하다. 당 안팎에서 ‘통합론’이 불거지고 있고, 당내에서는 ‘한화갑 퇴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의 총체적 위기인 셈이다. ●黨일부서 대표 퇴진론 고개 ‘사면초가´ 민주당은 9일 ‘대여 총공세’로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한 대표의 이날 신년 기자회견이 신호탄이다. 한 대표는 법원 선고를 ‘불평등한 판결’로 규정하고 “노무현 정권이 동교동 종자를 죽이고 있다.”고 반발했다. 한 대표는 “한화갑을 놔두고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통합할 수 없다는 말이 시중에 돌고 있다.”고 전제, 법원 판결이 ‘한화갑 죽이기 전략’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활을 걸고 ‘민주당 말살 음모’로 몰아치면서 서울과 광주·전남 지역에서 대규모 릴레이 항의, 규탄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의원직상실땐 ‘우리-민주통합´ 급부상 가능성 민주당의 대여 총공세는 다목적 카드로 보인다. 재판 결과로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민주당 통합론’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통합 반대론자’인 한 대표의 입지 약화를 사전에 막으면서 ‘호남 민심’을 결집하려는 전략으로 볼수 있다. 한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전당대회에서 전체 대의원 83%의 지지를 받았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는 통합론과 관련, 고건 전 총리가 자신의 회동 요청을 거절했다며 “통합론은 지금 당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통합을 위해서라도 당의 존재 부각에 우선 힘을 써야 한다.”고 일정한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한국 정치의 창조적 공존론’을 앞세워 중도실용 개혁 노선의 연대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당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 등에서 국민중심당 등과의 연합공천 가능성 등은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총체적 위기에 몰린 ‘한화갑호’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왕위계승’ 말많은 日왕실

    ‘왕위계승’ 말많은 日왕실

    일본 사회가 왕실 문제로 법석이다. 왕위 계승 문제에다 왕세자비에 대한 왕실내 따돌림 분위기와 잇단 ‘돌출행동’. 거기에 옛 왕족의 복권문제와 ‘천황제 존폐’주장까지 겹쳐 시끄럽기 그지없다. 아키히토 일왕의 둘째아들인 아키시노노미야 이후 40년간 일본 왕실에 남아 출산이 없는 것이 ‘소동’의 근본 원인이다. 왕위계승방안을 규정한 왕실 전범의 개정을 둘러싼 공방이 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왕세자의 힘겨운 결혼생활’이 입방아에 오르는 등 ‘왕실 소동’은 세간의 관심 속에 갈수록 복잡하게 엉켜들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인은 남성 왕을 원한다. 그렇지만 핵가족 시대에 안정적으로 왕위를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여계왕(여왕의 자녀 출신 왕) 인정 문제로 왕실 전범 개정 공방이 일고 있다.” 54년째 일본 왕실을 취재하고 있는 ‘왕실 저널리스트’ 가와하라 도시아키(85)는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왕실 소동’ 배경을 설명했다.(가와하라는 인터뷰에서 줄곧 왕은 천황 폐하, 왕세자는 황태자, 왕실은 황실이라고 불렀다.) ▶‘왕실 소동’의 해결 방안은. -둘째 아들 아키시노노미야의 부인인 기코 빈이 아들을 낳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기코 빈이 임신한 태아가 아들인지 딸인지는 몇달 안에 판명된다. 옛 왕족을 부활시킨 뒤 나루히토 왕세자의 외동딸 아이코 공주가 그들 중 한 명과 결혼, 아들을 낳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리노미야 전 공주가 아들을 낳아도 전범 개정이 쉬워진다. 개정을 늦추는 게 자연스럽다. ▶왕세자와 세자비 이혼설은. -그런 정도는 아니다. 이혼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 마사코 비가 아이코 공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도 변수다. 전례가 없는데도 외국 순방때 아이코 공주를 데려가려고 했을 정도였다. 왕족의 이혼 사례는 19세기말 단 한 번 있었는데 와병이 이유였다. 나루히토 왕세자가 이혼하고 새 장가를 들어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주장도 물론 있다. ▶왕세자의 마사코 비에 대한 사랑은. -오랫동안 애정이 각별했지만 최근 마사코 비가 왕실 신년 노래회에 몸이 아프다고 참석하지 않은 뒤 왕궁에서 승마를 하는 등 도리에 어긋난 행동이 이어지면서…. 세자는 이 결혼이 힘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루히토 왕세자의 처지가 어려울 것 같은데…. -술을 잘 마신다. 위스키, 포도주, 맥주, 청주도 마신다. 미치코 왕비도 술을 좋아한다. 왕비가 “세자는 나의 술 선생”이라고 말했다고도 한다. 왕은 술이나 담배를 전혀 안한다. 아키시노노미야는 술은 하지만 담배는 안한다. 한 왕족은 술을 많이 마셔 3차례 입원했었다. ▶마사코 비는 진짜 와병 중인가. -마음의 병이다. 그래서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주기가 있다. 의도적으로 아픈 척한다는 얘기도 있지만 우울증은 정말이다. ▶마사코 비가 왕실에서 ‘이지메’를 당하나. -이지메는 아니지만 이지메보다는 약간 기피를 당하는 분위기다. ▶왕세자 일가는 고전하고, 둘째 아들인 아키시노노미야 일가는 부상하고 있다는데. -그대로다. 마사코 세자비의 행동 등으로 왕이나 미치코 비와의 사이가 서먹하다. 그러나 기코빈은 매우 온화하고, 붙임성도 좋아 평판이 아주 좋다. 일본인들의 마사코 비에 대한 시각도 지난해보다 나빠지고 있다. ▶‘천황제’의 위기란 지적은. -지금 그 정도는 아니다. 왕은 국민의 상징이다.80% 이상의 국민이 천황제가 좋다고 한다. 왕족의 생활이 매우 건전하다. 적어도 수십년은 위기가 없을 것이다. ▶왕실에서 여성의 지위는. -차별은 남아 있지만 거의 사라지고 있다. ▶아이코 공주가 왕세자에게 파파라고 하던데, 왕실 용어는 안 써도 되나. -아버지를 지칭하는 오모사마라는 왕실 용어가 있지만 파파라 부른다. 예전에는 안 그랬다. 그래서 우익들이 비판한다. ▶소동이 언제까지 계속될까. -올 한해동안은 소동이 계속될 것이다. 왕위 계승을 규정한 전범 개정은 서두를 일이 아니다. 왕과 세자가 건강하기 때문에 최소 20∼30년은 큰 문제가 없다. ▶궁내청의 전범 개정에 대한 입장은. -개입하지 않는다. 총리가 왕의 의도를 이심전심으로 파악,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반대가 많은데도 고이즈미 총리가 3월 개정을 추진했던 것에 대해 ‘일왕의 뜻’이란 설이 있다. -왕의 뜻에 따라 밀어붙이는 것처럼 하면 국민들이 “왕을 정치에 이용한다.”며 비판한다. 정치권에는 “여계왕은 왕의 뜻”이란 풍문이 돌고 있다.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상황에서 남성 왕에 매달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를 반영하듯 여왕에는 반대가 거의 없다. 그러나 여계왕에는 반대가 적지 않다. ▶여왕은 되는데, 여계왕은 안 되는가. -지금까지 125대 일왕 중 여왕은 8명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혼, 미혼, 미망인 등으로 자식이 없어 후계 문제가 없었다. 다음 왕이 성인이 될 때까지만 여왕을 했다. 남계론자들은 여계를 인정하면 만세일계(萬世一系) 이어져온 일본 왕실의 남성 염색체가 전달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남성 염색체 XY와 여성 염색체 XX 중, 여계가 될 경우 이어져온 왕실의 남성 염색체 Y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1947년 11개 옛 왕족의 지위 박탈이 있었다. 그들에게 왕족의 지위를 부여하거나 양자로 입적, 남계를 잇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옛 왕족은 60년간 민간인 생활을 해, 그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본 방송과 신문들은 왕실 보도에 신중하다. 금기가 남아 있나. -금기는 아니다. 일간지는 영향력이 커 신중한 것이다. 주간지들은 영향력도 적어 민감한 문제도 거리낌 없이 보도한다. ▶50년간 왕실 취재중 변한 것은. -과거에는 불경죄가 있었다. 패전 후 사라졌다.‘천황’은 신적인 지위였다. 그러나 1946년 인간 선언과 함께 바뀌었다. 국가의 원수도 아니고, 상징적 지위만을 갖게 됐다. 취재 관행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왕실 취재단은 어떻게 구성됐나. -궁내청 안에 전국지와 지역지, 방송, 통신사 등으로 기자 클럽이 있다. 프리랜서·외신기자 등은 기자단에 못낀다. 예전엔 20∼30년씩 출입한 기자가 있었지만 요즘은 순환이 빨라졌다. ▶궁내청 출입기자에게도 제한되는 것이 많은가. -왕궁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없고 단체로 움직인다. 취재기자가 직접 왕을 보거나 개인적으로 인터뷰할 수도 없다. 연간 1∼3회 단체로 인터뷰하는 것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전범 개정안의 국회 처리는. -기코 빈의 임신으로 가을이나 내년 정도로 미뤄지지 않겠는가. ▶왕실 저널리스트는 어떻게 취재하나. -옛 왕족, 현 왕족의 주변, 남작·백작 등 옛 귀족의 주변을 취재한다. taein@seoul.co.kr ■ 왕실 저널리스트 가와하라 1921년 홋카이도 출신으로 메이지대학 중퇴 뒤 1952년부터 프리랜서로 전인미답의 일본 왕실을 취재한 ‘왕실저널리스트’ 1호. 다쿠쇼쿠대학 객원교수를 지냈다.1984년 당시 영국유학중이던 현 나루히토 왕세자와 2시간 단독 인터뷰를 하는 등 많은 특종을 건져낸 왕실 취재의 산증인이다.‘마사코비’‘마사코황후’‘마사코사마와 황족들’ 등 3권의 저서가 140만부 이상 팔리는 등 20권 이상의 저서가 있다. ■ 왕위계승 쟁점은 무엇 |도쿄 이춘규특파원|현행 왕실 전범은 ‘왕위 계승 자격은 왕통에 속하는 남자계 남자의 왕족으로 한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개정안의 골자는 ‘여왕·여계왕을 인정해 남녀를 불문하고 장자의 왕위 승계를 우선한다.’는 것이다. 임신 6주째인 것으로 7일 알려진 일왕의 둘째 며느리 기코 빈이 가을에 아들을 출산한다고 해도 남자 왕손은 한명뿐이고 공주 셋을 포함해도 왕손은 4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남자 왕손이 보태지더라도 승계를 둘러싼 불안감은 완전히 씻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여계왕을 인정하는 방향으로의 전범 개정은 필연적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다만 어떤 내용으로 어떤 시기에 개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뿐이라는 견해다. 일본 국민의 63%도 여계왕 허용에 찬성한다고 6일 니혼게이자이 여론조사 결과 밝혀졌다. 기코 빈이 아들을 낳으면 각각 1,2순위의 왕세자와 아키시노노미야는 변함 없지만, 그의 아들이 3위가 된다. 하지만 여계왕, 장자 우선으로 전범을 개정하면 승계 순위가 크게 달라져 왕세자를 이어 아이코 공주가 2위, 아키시노노미야가 3위, 마코 4위, 가코 5위, 기코 빈의 세번째 자녀가 성별에 관계없이 6위가 된다. 왕실 소동이 빚어지게 되는 원인이다. 아울러 마사코 비가 왕실 생활의 스트레스로 생긴 우울증을 이유로 생일 잔치나 신년 노래회 등에 자주 빠지면서 왕실을 둘러싼 입방아 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반면 여왕·여계왕을 인정하면 궁극적으로 ‘천황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는 보수파는 좌불안석이다. 왕실의 성역과 금기가 하나씩 무너지면 근본적인 변화가 일 수밖에 없고, 결국 ‘천황제 무용론’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서다. 그래서 명확한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남계왕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taein@seoul.co.kr
  • [술에 관한 2題] 러, 40일만에 보드카 생산재개

    올들어 보드카에 새로운 소비세 상표 부착을 의무화하는 법이 발효되면서 40일 가까이 중단됐던 러시아 보드카 생산이 8일부터 재개됐다고 일간 코메르산트가 보도했다. 러시아 주류업체들은 법이 발효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정부가 새로운 소비세 상표를 준비하지 못하는 바람에 지난 1월1일부터 보드카 생산을 중단해야만 했다. 이로 인해 식당이나 상점들이 내놓은 보드카는 모두 2005년에 생산된 물량이었고 보드카 품귀 소동이 일었다. 보드카를 ‘국민술’로 여기는 러시아에서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한 것은 국가두마(하원)가 지난해 12월 신년을 불과 10여일 앞두고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비롯됐다. 법안에 따르면 보드카 등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에 대해 옛날 소비세 상표를 없애는 대신 새로 도안한 소비세 상표를 부착하도록 했다. 하지만 소비세를 관장하는 세무당국은 갑작스레 법안이 통과되는 바람에 신년에 법이 발효되는 데 맞춰 새로운 상표를 제작하지 못했고, 신년 초 10여일간 휴무가 이어지면서 상표 제작은 계속 뒤로 미뤄졌다. 주류업계는 모든 사태가 ‘소비에트식’ 관류주의에 찌든 정부의 미숙한 행정 탓이라고 지적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성균언론인상’에 이충구·김관상씨

    성균관대 언론인 모임 성언회(회장 백낙천 전주방송 고문)는 오는 6일 오후 7시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에서 신년하례식을 연다. 이충구 유닉스전자 회장과 김관상 YTN 미디어국장이 ‘자랑스런 성균언론인상’을 받는다. 동문인 박영만 SBS 아나운서 부장과 이광연 YTN 앵커, 방송진행자 김미화씨 등이 진행할 행사에선 장학금 전달식, 친목도모 이벤트 등을 갖는다.
  • 盧대통령 “10년앞 내다보면 정치 달라져”

    盧대통령 “10년앞 내다보면 정치 달라져”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청와대에서 가진 열린우리당 원내지도부와의 만찬에서 새 지도부에 축하와 격려를 하면서도 간간이 정치와 언론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솔직히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에 대해 “10년을 내다본다는 생각으로 시기마다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정치를 해 나간다면 한결 여유가 생기고 정치도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이같은 언급을 하면서 안타까워했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께서 실제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현실에 곤혹스러워하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참석자는 또 “(대통령께서) 미래를 보며 정치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자괴감이 많다고 피력했다.”고도 말했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 문제를 제기한 신년연설과 관련,“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잘못 전달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측면이 있어 말 못할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덧붙였다.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불편함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올바른 의제 설정과 전망 수립을 위해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언론이 책임있게 보도하고 올바른 공론을 만들 수 있도록 언론의 품질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은 우리의 과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내가 언론과 타협 없이 하다 보니까 당이 불편해 하고, 손해보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홍기 박지연기자 hkpark@seoul.co.kr
  • [사설] 북한의 자유 언급한 부시 국정연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어제 북한의 자유에 대해 언급했다.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한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서다. 부시 대통령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시리아, 미얀마, 짐바브웨, 북한, 이란 같은 나머지 절반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 국가들 가운데 이란에 대해서는 ‘소수 엘리트 성직자들에 의해 인질로 잡힌 국가’로 지칭하면서 구체적으로 비판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추가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부시의 국정연설을 꼼꼼히 살펴 보면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의 리더십 유지와 경제 경쟁력 제고, 에너지 확보 대책, 사회보장 개혁의 필요성 등이 부문별 주제어로 해석된다. 미국의 리더십 유지를 빼곤 모두 내치(內治)와 관련된 것이다. 재선 대통령 중 최저 지지율로 오는 11월 상·하원 중간선거를 치러야 하는 만큼 내치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속내가 묻어난다. 따라서 북한문제는 ‘간단히 언급하고 지나가는’ 수준에 그친 셈이다.9·11테러 이후 북한문제에 적지 않은 비중을 둬온 지금까지의 국정연설과는 차이가 난다. 더욱이 최근에는 북한의 위조 달러화 및 돈 세탁 문제 등과 관련해, 금융제재와 함께 ‘북한은 범죄정권’이라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던 미국이다. 북핵 6자회담이 이달 중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까닭에 부시 대통령이 이 정도에서 북한 발언을 마무리한 것은 다행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아마도 미 당국은 괜히 북한을 정면 비판해 쓸데없는 갈등을 유발하고 6자회담 거부의 빌미를 주는 것은 피하겠다는 셈법을 한 것 같다.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 대북 강경론 유지로 해석할 여지는 있다. 북한의 반응이 주목되는 이유다.
  • “감세땐 부유층만 혜택”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장은 신년 기자회견문의 절반 이상을 양극화 해소 방안에 할애했다. 한나라당을 겨냥한 정치공세도 양극화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 대해 문제 해결의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하지 못한 채 선언적인 제안과 추상적인 대책에 머물렀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야당은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유 의장이 언급한 ‘국회 양극화 해소 특위’는 지난해 10월13일 문희상 전 의장이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안한 ‘국회 양극화 대책 특위’의 재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 의장은 “감세 주장으로 국민의 환심을 사려고 들면서, 다른 한편으로 증세가 뒤따르는 사회안전망 확충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면서 “감세 정책의 혜택은 대부분 부유층에 돌아갈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 의장은 당초 회견문에 한나라당의 사학법 장외투쟁을 강도높게 비판하는 문구를 실었다가 전날 여야 원내대표의 산상회담 직후 대폭 수정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등원 합의로 연설문 원본을 크게 고쳤다.”고 말했다. 야당의 평가는 인색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양극화가 무슨 유행어도 아니고, 필요하면 여야 정치인들 말잔치에 불려다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논평했다.박찬구 황장석기자 ckpark@seoul.co.kr
  • “양극화 해소 특위 구성하자”

    “양극화 해소 특위 구성하자”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장은 31일 “국회내에 양극화 해소를 위한 특위를 구성해 재원마련 방안과 정책, 입법 등 책임있는 사회 논의를 이끌어 나가자.”고 제안했다. 유 의장은 이날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2월 임시국회는 무엇보다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전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이끄는 출발점이 되어야만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유 의장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체계 정비 방안으로 세원 확대, 비합리적 조세감면 대상 재조정, 재정구조 혁신, 지출 효율성 제고 등을 우선 실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제기하는 설익은 감세논쟁은 국민과 정부를 이간질하고, 양극화 대책의 불신만 조장할 뿐”이라고 전제,“한나라당의 감세론이야말로 인기영합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장은 이어 5월 지방선거를 깨끗한 지방자치의 계기로 삼기 위해 여야가 ‘클린선거협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또 “올해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과 민주적이고 생산적인 정치구조 등의 논의를 본격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관련기사 5면
  • [시론] 의료개혁 논의 잘못됐다/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의료정책 교수

    [시론] 의료개혁 논의 잘못됐다/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의료정책 교수

    의료산업 발전, 의료시장 개방, 민간 의료보험, 의료 선진화, 규제완화 등…. 연초부터 의료관련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발신지가 주무 당국인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주로 경제 부처라는 점이 당혹스럽다. 그러나 감사원장까지 나서서 대기업이 의료분야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거드는 마당이니 마냥 담당 부처 타령만 할 일은 아닌 듯싶다. 의료산업 발전을 위해서 의료시장을 개방할 수 있다고 한 대통령의 신년연설도 예사롭진 않다. 정책의 상당수는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나름대로’ 주장하는 것이라 꼬집어 잘못을 지적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지만 어느 경우에나 빠지지 않는 두 가지,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과 민간 의료보험 문제는 그냥 넘기기 어렵다. 먼저 의료서비스 산업을 육성하자는 주장부터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생명공학이나 신약개발과 같은 과학기술 분야가 아닌 한 이런 정책목표는 크게 잘못되었다. 우리나라 의료서비스가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현재의 의료산업 육성론은 서비스 개선을 위한 의료개혁을 목표로 삼고 있지 않다. 대신 의료서비스가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성장동력이 된다는 것은 어림없는 낙관이거나 의도적인 부풀리기다. 의료서비스로 산업적인 부가가치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더 많이 또는 더 비싼 의료를 소비하게 한다는 뜻이다. 국민의 건강향상이나 편익을 위해 이래야 한다면 백번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어떤 잣대로 보더라도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 이용이 부족하다는 증거는 없다. 게다가 첨단 의료장비의 세계적인 전시장이라는 소리도 있듯 싸구려 의료는커녕 과잉 서비스를 걱정할 지경이다. 그렇다면 산업을 키워 봐야 국민의 불필요한 의료비 부담을 빼고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 없다. 혹은 싱가포르처럼 의료서비스의 수입을 대체하거나 수출을 목표로 할 수도 있다. 이 역시 실상이 부풀려져 있는데다, 국내에서도 대통령이나 정부부처의 핵심적인 정책의제가 될 만큼 비중이 크지 않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를 촉진한다거나 고용증대 효과가 있다는 것도 근거가 빈약한 주장에 그칠 뿐,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이 필요한 이유로는 충분치 못하다. 민간 의료보험을 활성화하자는 것도, 정책목표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국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이 여전히 부실한 마당에, 정부가 앞장서 민간보험을 확대하는 것이 과연 어떤 정당성이 있는가. 금융당국이나 정부부처가 보험산업의 육성이나 국민들의 의료비 마련을 위한 노력에 마냥 무심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이것이 국민의 기본적인 건강보호보다 더 중요한 정책목표가 될 수는 없다. 또 정말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걱정한다면 건강보험의 보장수준을 높이는 것이 더 빠른 길이다. 보건당국뿐 아니라 경제부처나 감사원의 임무도 이러한 목표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어야 마땅하다. 국가의 재정운용을 다루는 경제부처들은 민간보험을 확대하여 건강보험에 들어가는(또는 들어갈) 정부의 재정부담을 줄이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서 정부 재정이 더 튼튼해지는 반면 개인이나 기업이 그 부담을 대신 지는 것이라면 누구를 위한 재정건실화란 말인가.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쏟아지게 마련이다. 정작 고칠 것은 따로 있으니 대안이 없을 수 없다. 비록 구체적인 정책은 만만치 않지만 큰 원칙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민간보험 활성화 대신 건강보험을 더 튼튼하게 하고, 상업적 의료서비스 육성이 아닌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진정한 의료 개혁을 해야 한다. 이론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이 대안이 국민의 건강과 경제에 모두 이롭기 때문이다.
  • 김근태·정동영 ‘양극화정책’ 대결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화두인 양극화 해소 문제가 열린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정책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대 라이벌인 김근태·정동영 후보는 설 연휴 마지막날인 3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갖고 각각 ‘따뜻한 시장경제론’과 ‘실용적인 민생과제 실천’을 주요 해법으로 내세우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김 후보는 ‘4대 분야,12개 약속’을, 정 후보는 ‘6대 주요 발전전략,20대 민생과제’를 ‘정책 보따리’로 풀어놨다. 대선 전초전에 버금가는 공약의 성찬이었다. 그동안 ‘당권파 책임론’을 둘러싸고 감정을 섞어가며 티격태격하더니 이날은 ‘입’ 대신 ‘정책’으로 맞대결을 벌였다. 김 후보는 경제와 복지가 선순환하는 ‘따뜻한 시장경제론’을 역설하며, 패자부활전과 사회적 대타협에 무게를 뒀다. 김 후보는 부동산 투기 대책으로 “부동산 공개념 도입을 위해 개헌 논의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헌법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에 추가해서 토지 공개념이 가능한지, 어느 범위에서 가능한지 토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실용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정 후보는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와 어려움을 보살피기 위해 작지만 피부에 와닿는 민생과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 5세 아동의 전면 무상교육, 저소득층 지원을 위한 휴면예금의 기금화, 사채이용자 보호를 위한 민간채무 조정위원회 설치, 장애수당의 인상, 민간투자유치 사업에 중소지역건설업체 참여 지원, 노인 장기요양보장제도 도입 등이 과제에 포함됐다. 정 후보는 이날 당 복귀 이후 차분한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신 몽골기병론’을 펼치며 종전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그는 “창당초심을 회복하기 위해 ‘제2의 몽골기병론’을 주창한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김 후보의 공세적인 전략이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에 맞불을 놓기 위해 기존의 몽골기병론을 제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서울광장] 신년결심과 신년특별연설/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신년결심과 신년특별연설/임태순 논설위원

    해가 바뀌면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결심을 한다. 웰빙시대를 맞아 금연, 금주, 다이어트에서부터 외국어 및 컴퓨터 익히기 등 실용적인 목적까지 다양하다. 그래서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새로운 결심을 도와주는 ‘결심(決心)상품’이 많이 팔린다. 어학학습기, 금연파이프, 다이어트신발, 몸짱사이클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들 상품은 장수상품이 되지 못하고 대부분 단명하고 만다. 정초를 맞아 굳게 먹었던 마음이 오래가지 못하고 작심삼일로 끝나는 것이 십상이기 때문이다. 신년 결심중엔 담배를 끊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담배인삼공사에 따르면 1월에 급감했던 담배판매량은 몇개월 지나면 다시 원상회복한다고 한다. 새해를 맞아 마음을 다잡는 것은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누구나 다 1년을 새로 시작하는 전환점에서 분위기를 일신하고 새 출발하려는 심리가 있다. 그러나 마음먹는 것과 행동과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마음 먹은 대로 몸이 따라주면 좋으련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연초결심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전 신년특별연설을 했다. 매년 연두회견을 통해 국정운영방향을 밝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청와대는 연두회견 형식으로는 언론에 기자문답 내용만 부각돼 정작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특별회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견의 요지는 우리 사회에 팽배해있는 경제·사회부문의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갈수록 확대되는 상위층과 하위층의 소득격차를 예로 들면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저소득층과 소외층의 교육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면서 평소의 노 대통령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재원이 필요하고 재원확보 방안은 조세논쟁으로 이어질 텐데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별로 득될 것 없는 세금문제까지 과감히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재원확보 방안은 쟁점이 됐다. 무책임하게 어젠다만 던지면 어떻게 하느냐는 비판에서 시작돼 적자재정 편성, 증세 등 논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재원논쟁은 지난 25일 신년기자회견에도 반영됐다.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방안이 조세논쟁으로 번진 것을 의식한 듯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면서 대신 양극화 해소에 필요한 재원은 세출 구조조정과 예산효율화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1주일전 예산절감으로는 재원마련에 한계가 있다는 발언에서 물러선 것이다. 여당과 한배를 타고 있는 대통령으로선 5월 선거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20대80 사회가 10대90 사회로 변할 만큼 상위층과 하위층의 소득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의료, 주거, 교육 등 그 격차는 삶의 질 부분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이 어렵게 말을 꺼낸 만큼 양극화해소 의지는 작심삼일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5월 선거가 있어 부담스럽지만 세금도 손댈 것이 있으면 과감히 손대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 더더구나 증세, 감세 논쟁으로 희석돼서도 안 될 것이다. 언행이 일치하여 양극화 해소가 올 한해를 꿰뚫는 화두가 되기를 기대한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달라진 1면 기사들/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 교수

    신정이든 구정이든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변화를 시도한다. 과거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고 이전보다 더 나은 모습을 추구한다. 그래서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신문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도 마찬가지다. 새해가 시작되면 독자들은 이전과 다른 신문의 모습을 기대한다. 2006년이 시작 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서울신문은 독자들의 기대에 얼마나 부응하고 있을까. 서울신문은 몇 가지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다. 우선 1면의 지면배치가 기존의 틀을 깨고 있다. 특히 상단 좌측에는 매일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을 뉴스가치와 관계없이 배치하고 있다. 때로는 이 기사를 1면 상단에 가로로 배치하기도 하여 신선한 느낌을 준다. 기획기사 서두를 1면에 배치하는 것도 새로운 시도다.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는 ‘생각나눔’이라는 고정란 형식으로 요일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하게 게재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에는 ‘주말화제’라는 제목으로 장안의 화제를 게재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기획기사는 1월18일부터 23일까지 ‘도서관을 살리자’라는 주제로 연재하였다.‘꿈을 주는 신문, 미래를 보는 신문’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은 내용이다. 이 기사에 대한 각계의 의견과 제언을 종합하여 재정리하여 정책으로 연계한 후속보도도 돋보인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서울신문이 신년호에서 다뤘던 ‘계층간 양극화’ 문제를 새해 첫 기획기사로 보도했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이고 사회적 논란거리인 ‘분배와 성장’의 핵심 논의이기 때문이다. 기사의 논조를 살펴보면 중립성이 돋보인다. 최근 사학법 논쟁에서 대부분 신문이 일방적으로 ‘사학’이나 ‘전교조’를 매도하는 이른바 ‘린치 저널리즘’의 양상을 보이거나 혹은 그 반대의 ‘치어리더 저널리즘’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서울신문은 기사와 사설에서 형평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러한 노력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심층적 후속 보도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최근 국회 등원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행보와 박근혜 대표의 신년회견, 그리고 감사원의 사학 감사 등의 저변에는 사학법 논란이 자리잡고 있지만 이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 부족했다. 기사 제목에서도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했다. 축약형 용어들이 독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1월9일자 “귀차니즘이 ‘웬수’”,1월11일자 “난자 윤리 ‘난자’”,1월24일자 “노빠 아닌 배우로 서민 삶 읊는다”,1월26일자 “‘먹튀’서두르는 론스타”,1월27일자 “설 연휴 맞선 데이” 등이다. 그렇지만 일부 용어는 다소 생소하다. 귀차니즘, 노빠, 먹튀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단어의 의미를 아는 독자들이 얼마나 될까. 새로운 용어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바른 용어를 찾아 쓰는 것도 신문의 몫이다. 서울신문이 주말매거진으로 발행하는 ‘위(We)’는 설 연휴를 맞이하여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한해 운수, 설 행사, 귀성 교통안내 등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설 연휴 전날인 1월27일자는 별도의 매거진을 발행하였다. 유명작가 단면소설 5편으로 매거진을 구성하였다. 설 연휴 고향 길에서 혹은 집안에서 적적할 때 읽을거리로는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현대소설 일색이다. 누구나 읽어 볼 만한 고전 혹은 근대소설 몇 편과 함께 실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서울신문은 외양과 더불어 내용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독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지 않은 것 같다. 신문의 노력만큼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면에서 완벽한 만족을 바라는 독자들의 마음을 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부족한 점을 메워가며 변화를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 그 노력이 결실을 맺으리라 생각한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 교수
  • [클릭 이슈] 국방비로 양극화 재원 마련 논란

    [클릭 이슈] 국방비로 양극화 재원 마련 논란

    군인들이 긴장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부사관급 이상 직업군인들이 머지않은 장래에 혹시 구조조정이란 ‘폭격’이 현실화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22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상임고문의 “군 병력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면 양극화 해소를 위한 큰 재원이 될 것”이라는 발언에 충격을 받았다. 이어 25일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양극화 해소 방안과 관련,“세금을 올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히자, 국방비 감축 쪽으로 표적이 맞춰질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군 관계자들은 민간의 일로만 알았던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 바람이 남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제3자의 짐작보다는 훨씬 더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눈치다. 육군 야전부대의 A대위는 기자에게 “정 고문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으로 먼저 화제를 만들었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둔 일과성 정치적 발언으로 비현실적으로 본다.”며 짐짓 무시하는 인상을 표출하면서도 이내 “자꾸 이슈화되면 군인들에게 이로울 게 없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B소령은 나름대로 논리적인 이유를 들어 비현실론을 폈다. 인력을 줄이고 첨단화한다고 해서 국방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일반 국민들은 전투기나 전함을 한번 사면 그것으로 비용 부담이 끝나는 줄 아는데, 정작 돈은 이후 그 무기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예컨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항공모함 1대를 유지하는 하루 비용(연료비, 부품비 등)이 1억원에 이르는데, 이 돈이면 우리 군 1개 사단 병력(1200여명)을 1개월 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B소령은 “인력을 줄이면 그 부분만큼을 첨단무기로 대체해서 유지해야 한다.”면서 “군사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비전도 없이 단순히 병력을 줄이면 자동적으로 비용이 줄어들 것이란 생각은 현실에 맞지도 않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C소령은 “정 장관은 국방비 감축의 전제 조건으로 ‘남북간 평화체제 구축’을 들었지만, 자주국방을 하려면 북한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의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에 대한 대항 개념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첨단 전투기인 F15를 일본은 이미 200여대나 보유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2008년까지 40대를 도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을 뿐이다. 첨단 전함으로서 건조비용만 1조 2000여억원에 달하는 이지스함도 일본은 4척이나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는 한 척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국방부 일각에서는 정 고문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재임시 국방개혁안을 보고받고도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한다는 불평도 감지된다. 국방부가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국방개혁을 보고하는 자리에 정 고문도 배석했는데, 당시 국방개혁안은 한반도 평화구축 때 전체 병력을 50만명으로 줄이는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랬는데 정 고문이 22일 느닷없이 30만∼40만명 수준으로 감축을 주장했다는 것이다. 정 고문의 발언 직후 한나라당 소속 손학규 경기지사가 “정치 지도자로서 국가적 과제를 인기 영합주의적으로 풀어나가려 한 발상”이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등 대규모 병력감축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아직은 우세한 편이지만 군인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인상이다. 상당수 군인들은 당장의 병력감축 논란도 논란이지만, 갈수록 군의 사회적 위상이 축소될지도 모른다는 시대기류를 거론하며 근본적 위기감을 토로하기도 했다.D대위는 “이미 남북간 군사력 경쟁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정치권 인사들의 발언이 나올 때면 솔직히 착잡한 심경이 든다.”면서 “첨단 군사력면에서 우리가 북한에 비해 월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이 여전히 100만대군을 거느리고 있는 현실에서 최후의 보루인 군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해이하게 만드는 발언을 함부로 해서 되겠느냐.”고 말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DMZ의 사계] 겨울

    [DMZ의 사계] 겨울

    태봉국의 왕 궁예가 도읍을 정하면서부터 사람들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철원. 이곳은 겨울 철새들에게 낙원이다. 드넓은 평야에 지천으로 널린 낙곡은 겨울식량으로 넉넉하다. 불린 배를 꺼뜨리려는 듯 눈밭에서 펼치는 두루미떼의 군무(群舞)는 가히 장관이다. 눈도 못 뜰 정도의 매서운 칼바람 추위가 몰아치지만 몸놀림이 조금도 위축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경박하지도 않다. 우아한 날갯짓에서 느껴지는 고고한 기품과 자태는 여유로운 비행과 맞물려 신성해보일 정도다.‘근하신년’ 연하장에 그려지는 동양화에서 주연을 맡기에 부족함이 없다. “꾸루룩” 묵직한 울음 소리가 적막한 전방지역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철책 너머 북녘까지 메아리친다. 비무장지대의 동물 가족들에게 겨울은 정중동(靜中動)의 계절이다. 생명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먹이활동 탓인지 한여름의 활발했던 움직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군 부대의 초소 바로 아래 붉은 철사로 금을 그어 놓은 곳. 지뢰밭이니 들어오지 말라지만 일가족으로 보이는 멧돼지 떼가 줄지어 산을 내려온다. 무서운 폭발력을 가진 무기가 눈밭 밑 어딘가에 깔려 있다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인근 마을에서 날아온 꿩, 까치, 까마귀 등과 함께 병사들이 놓아준 잔반을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먹이를 찾아 도심까지 내려왔다가 포획되는 도심 주변의 멧돼지들에 비하면 무척이나 행복한 녀석들이다. 그런 행복을 시샘하는 듯 지축을 흔드는 전차의 케터필터 소리에 동물들은 일제히 자리를 떴다. 일순간 동물의 낙원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비정(非情)의 땅으로 변한다. 팽팽한 긴장감과 억눌려 있던 살기가 차갑게 느껴진다.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두 주먹을 다소 과장하듯 움켜쥐고 상대방을 쏘아보는 군인들의 차가운 눈초리에서 ‘아직은 남북대치의 냉엄한 현장’임을 깨닫게 된다. 해질녘 돌아오는 길에 마주친 민간인들은 야생동물의 밀렵을 감시하는 이들이었다.“정기적인 순찰만으로도 효과가 있지요.” 조류보호협회 김수호 사무국장의 말이다. 이야기를 나누기도 잠깐. 전방이라 불통이던 기자의 것과는 달리 그의 휴대전화가 연방 울려댄다. 인근 GOP지역에서 눈밭에서 먹이를 찾다가 덫에 걸려 다친 고라니가 발견됐다는 병사의 긴급 신고전화다. “눈을 가리고 아무것도 먹이지 마!” 응급조치를 알려주고 일행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간다. 긴장의 땅을 낙원으로 활용하는 야생동물에게 인간들은 불청객이다. “환경도 보존하고 관광의 이익을 본다는 게 가능합니까?” 지자체의 계획대로 DMZ 부근에 생태관광지가 생겨나면 조류보호협회 관계자들은 더 바빠질 것이다. 동물들이 먹을 것과 숨을 곳이 많아지는 새봄이 어서 오기를 그들은 바라고 있었다. 글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대통령 기자회견 외국어질문 금지?

    청와대는 앞으로 대통령 기자회견 때 우리 말로 질의하지 않는 외신 기자의 질문을 받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측은 26일 “외신 기자들이 해당 국가의 대통령에게 질문을 할 경우, 자국의 언어가 아닌 해당 국가의 언어를 사용하는 게 예의”라면서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런 움직임은 25일의 노무현 대통령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나타난 현상 때문이다.AP통신 버트 허트먼 기자는 ‘한국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시각 차이. 북한의 금융제재에 따른 6자 회담에 대한 견해’ 등을 영어로 질문했다. 때문에 배석한 청와대 선미라 해외언론 비서관이 통역, 노 대통령에게 질의 내용을 전달했다. 반면 TV 아사히의 아키라 히로세 기자는 종이에 ‘한·일 관계 및 한·일 양국 정상회담 용의’ 등에 대한 질문 내용을 적어 우리 말로 또박또박 읽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생방송에서 대통령이 통역을 기다리는 것도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면서 “외신 기자들이 대통령에게 해당 국가의 언어로 질문해야 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참여정부서 살찐곳 정부뿐”

    “참여정부서 살찐곳 정부뿐”

    “올해가 현 정권 4년차로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양극화가 심해진 것은 진단과 해법이 잘못됐고 실패한 것 아닌가. 그러니 한나라당이 하자는 대로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6일 신년 기자회견 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박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현 정권의 실정과 한나라당의 대안을 ‘대조’하면서 국민들에게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하루 전 신년기자회견, 지난 18일 신년연설에서 밝힌 내용과 대립각을 세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거의 ‘올인’하고 있는 사학법 투쟁의 정당성을 중간부분에서 다루고, 양극화 해소법과 경제 활성화 방안 등을 앞 순위에서 강조한 데서 읽혀진다. 그 틀에서 ‘큰 정부 vs 작은 정부’라는 총론 대비를 하고,‘재정확대 vs 감세정책’ 등의 각론을 내세웠다. ●“선동정치론 경제 못살려” 박 대표는 “현 정권 3년 동안 성장엔진은 꺼지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민생은 비참한 지경이 됐다.”며 경제 회복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장 증세 주장을 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을 겨냥해서는 “이런 말바꾸기가 경제와 사회 혼란의 근원이고, 선동정치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현 정권의 ‘큰 정부’ 정책에 대해 박 대표는 “세금을 더 거두고 국채를 발행해 젊은 세대에 막대한 빚을 떠넘길 것”이라고 지적한 뒤 ‘작은 정부론’을 처방전으로 내놓았다. 정부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불필요한 규제와 간섭 혁파 등은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사회안전망에 대해서도 “연·기금 고갈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예상하면서도 표를 의식해서 ‘저부담 고급여’ 문제를 개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정부 여당과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어 북한 인권문제 외면과 국군포로·강제납북자 송환을 ‘눈치보기’라고 질타한 뒤 “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한 분명한 태도를 취하라. 남북한 교류협력을 강화하면서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사학법 재개정으로 국회 정상화” 경색 정국의 핵심 사안인 사학법과 관련,“위헌 요소는 안된다.”고 ‘마지노선’을 쳤다. 이는 여야 원내대표간의 협상 무드가 조성됐지만 협상이 난항을 겪어 등원이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5·31지방선거까지 장기화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협상을 통한 정상화에 의욕을 보였다. 이에 대해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양극화를 바라보는 시각과 대책이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면서 “한나라당은 속히 국회로 돌아와 여야간의 대책 협의를 통해 국민의 걱정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증세·감세 국민선택 받자”

    “증세·감세 국민선택 받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26일 양극화 해법과 관련,“작은 정부와 큰 정부, 감세와 증세 중에서 과연 어느 길이 선진한국으로 가는 올바른 길인지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나와 한나라당은 노무현 정부의 재정확대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다.”면서 “한나라당은 집권을 통해 과감한 감세정책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특히 “현 정권 들어 살찐 곳이 있다면 정부 자신뿐으로 공무원이 4만명, 인건비가 4조원 늘었다.”며 “현 정권이 말하는 ‘큰 정부’는 이미 실패로 끝난 구시대 사회주의의 유물에 불과하다.”고 ‘작은 정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각 부처 예산을 삭감하고 장·차관 수를 대폭 줄이며 불필요한 위원회를 없애고 위원회나 산하단체의 직급을 낮춰야 한다.”고 정부기구의 구조조정을 요구한 뒤 한나라당이 제안한 국가건전재정법을 수용할 것을 주장했다. 사학법 파행 정국에 대해 그는 “우리의 역사를 부끄럽게 가르치고, 철 지난 이념을 가르치고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것이 현 정권의 사학법 개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일한 해결책은 사학법을 재개정하는 것뿐이며, 재개정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면서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재개정안을 만들어 여야 합의로 처리하고 국회도 정상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핵 및 외교안보정책과 관련, 박 대표는 “달러위조 문제는 명백한 국제적 범죄행위로 6자회담과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정부가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이 문제를 회담 거부의 핑계로 삼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대표는 또 “양극화의 주범은 현 정권이 3년 동안 만들어 놓은 경제불황”이라며 “각종 규제와 반시장·반기업정서등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지 않고는 그 어떤 정책을 써도 경제는 살아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초연금제 및 소득비례연금제 도입 ▲국민연금 자산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 등을 국민연금제도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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