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바이오 연료의 명암/이성형 이화여대 정치학 교수
유럽연합은 2010년까지 회원국들의 수송연료 가운데 바이오연료의 비중을 5.75%로 높인다고 한다.2020년까지 20%까지 높아진다. 우리에겐 ‘석유중독’에 빠진 미국과 대비되는 ‘그린 유럽’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미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에서 바이오디젤이 팔리고 있다. 독일에는 1000개가 넘는 바이오디젤 주유소가 있고, 네덜란드가 투자한 최초의 바이오연료정유소가 공사중이라고 한다. 인도네시아에서 수입될 43만t의 팜유로 4억ℓ의 바이오디젤을 생산한다고 한다. 네덜란드도 올해 40만t의 팜유가 에너지 생산에 투입될 것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25만t은 수입할 예정이다. 전력회사 비옥스 베베는 팜유로 가동하는 4개의 발전소를 지어서 주변국에 전력을 팔려고 한다. 유럽연합의 회원국들은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급, 최소한 혼합비율의 의무화 등의 조치를 취해 바이오 연료 보급을 독려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바이오연료가 환영받고 있다.2006년 신년사에서 부시 대통령은 2025년까지 바이오 연료 상용화 등의 시책을 통해 석유 수입량을 현재의 25%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바이오 연료로 ‘석유 중독’도 해소하고, 농가소득도 보전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대책인 듯이 보인다. 자국에 풍부한 옥수수와 콩을 이용한 연료 생산이 고유가 덕분에 점차 경제성을 띠는 듯 보인다.
선진국들이 2020년의 미래를 짜고 있을 때 제3세계의 상황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지구의 벗’ 등 세계 유수 환경단체들이 ‘바이오연료, 다가올 재앙’이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유럽연합에 당장 바이오 연료의 수입과 수출에 대한 모든 보조금과 지원책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유럽연합의 바이오 연료 대책은 제3세계에 대재앙이며,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거의 없다고 한다.‘수입하거나 수출된 바이오 연료는 녹색도 아니고, 전혀 지속가능한’ 에너지가 아니란다. 그것은 남측 국가들에 강요하는 ‘또 다른 형태의 식민주의’이며 ‘지구의 기후체계를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되는 팜유나 대두 플랜테이션이 확산되면서 삼림이 벌채되고, 토지집중이 가속화된다. 자연히 소농이나 원주민들은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미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지에서 토지를 둘러싼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둘째, 주곡 생산 농지에 환금작물을 심으면, 전 세계에 식량수급의 어려움이 발생한다. 급격한 가격등락으로 저소득층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에탄올 정제용 수요 때문에 옥수수의 국제가격이 급등하자 멕시코인들의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이 연초에 ㎏당 5페소에서 15페소로 폭등한 바 있다. 멕시코시티에는 12만명이 동원된 국내소요가 있었다. 셋째, 단작농업이 증가하면 인권 침해도 심각해진다. 이미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에는 노예제에 가까운 노동관행, 열악한 노동환경, 저임금, 폭력적 토지갈등, 농약 과다 살포에 따른 건강 피해 등이 보고된 바 있다.
넷째, 식량과 경합 관계에 있는 옥수수나 콩은 유전자 변형 종자로 생산한다. 바이오 연료 수요가 늘면 유전자 변형 종자의 확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를 비교적 엄격하게 금하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왜 제3세계에는 강요하는 것일까.
다섯째,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거의 없다고 한다. 삼림벌채를 포함한 토지의 용도 변경, 바이오 연료의 생산, 정제, 사용의 전 과정을 고려하여 온실가스 방출량을 계산하면 화석연료 사용 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생태학자들의 주장이다. 심각한 것은 동남아 팜유로 만든 바이오디젤은 화석연료의 이산화탄소 방출량보다 2배에서 8배나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그린 유럽’의 이미지는 갑자기 허망해진다. 유엔의 밀레니엄개발계획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선진국들은 자신의 입을 배반하고 있다.
이성형 이화여대 정치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