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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中 ‘신냉전 전쟁터’로 변한 WHO 총회

    美中 ‘신냉전 전쟁터’로 변한 WHO 총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중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가운데 오는 18∼19일 화상회의 형태로 열리는 제73회 세계보건총회(WHA)가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행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거의 없었지만 올해는 다르다. 대만 참여 문제와 감염병 기원 조사요구 등을 두고 두 나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서다. 회의 내내 두 나라 대표들의 피 튀기는 설전이 예상된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중 정부의 전·현직 고문들은 ‘두 나라 관계가 수십년 만에 최악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이러스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연구실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중국 책임론’을 주장했다. 올해 1월 중국과 체결한 1단계 무역합의까지 폐기할 뜻을 내비쳤다.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이런 상황을 활용해 대만이 올해 WHA에 참여해 국제사회에 복귀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WHA는 유엔 전문기구인 WHO가 1년에 한 번씩 유엔 회원국들과 머리를 맞대고 보건 이슈에 대해 논의하고 표결하는 자리다. 대만은 1971년 중국에 유엔에 가입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WHO 등 모든 유엔 기구에서 회원 자격을 잃었다. 이후 WHO에 옵서버(정식 회원국은 아니지만 회의에 참석 가능한 회원) 자격을 타진했지만 중국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됐다. 그러다가 친중 성향 마잉주 전 총통(2009~2016)이 들어서자 중국의 협조로 2009~2015년 WHA에 옵서버로 참석했다. 하지만 반중 성향 차이잉원 총통이 취임한 2016년부터 옵서버 자격이 박탈됐다. 대만은 중국 본토와 인적 교류가 활발해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컸지만 이날 기준 확진환자 440명, 사망자 6명에 불과하다. 치사율도 1.36%로 ‘모범 방역국’인 한국(2.4%)보다 낮다. 감염병 발생 초기부터 중국과 WHO 발표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분석 결과를 근거로 신속하게 입출경 봉쇄와 정보 공개 등 조치를 취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대만은 마스크 등 의료 물자를 전 세계에 기증하는 등 ‘코로나 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도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대만의 경험을 공유하자”며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올해 WHA에 대만을 초청해야 한다”며 유럽을 포함한 모든 나라가 이를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알렉스 에이자 미 보건부 장관도 천스중 대만 위생복리부장(장관)과 통화해 “대만이 WHO 총회에 참가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예 미국은 워싱턴DC 중국 대사관이 위치한 거리명을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처음 경고하고 숨진 의사 리원량의 이름으로 바꾸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추진하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중국대사관의 주소는 ‘인터내셔널 플레이스 3505번지’에서 ‘리원량 플라자 1번지’로 바뀐다. 대만의 WHO 재참여를 지렛대삼아 ‘중국 때리기’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여기에 더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연합(EU)이 WHA가 코로나19의 기원과 확산에 대한 국제적이고 독립된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 초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과학계와 정보기관들의 회의적 반응에도 “감염병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며 조사 요구 주장을 굽히지 않자 미국을 대신해 EU가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스위스 제네바 주재 중국 대표부의 천쉬 대사는 “중국은 코로나19를 완전히 패배시킨 뒤 정확한 기원 조사를 위해 국제 전문가들을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총회에서는 안건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무원 고문인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중미는 사실상 신냉전기에 있다. 미소간 냉전과 달리 신냉전은 전면적 경쟁과 급속한 탈동조화가 특징“이라면서 “중미관계는 몇 년 전, 심지어 몇 달 전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센터의 위완리 학술위원도 미중관계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최악이라는 데 동의하면서 “과거에는 미 정치권에서 친중적인 의견을 들을 수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코로나19가 가중시킨 미중 신냉전 우려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코로나19로 가속화하고 있다. 신냉전이라 할 만큼 두 대국의 자존심과 체면을 건 대립은 심상치 않은 단계로 돌입한 양상이다. 촉매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까지 가세한 코로나19의 중국 우한바이러스연구소 발원설이다. 미국은 코로나19 발생과 피해의 책임을 들어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매듭지은 줄 알았던 중국과의 무역분쟁에 다시 불을 붙이려 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 등 각국은 중국에 대해 26조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해 놓은 상태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앉아서 당하지 않겠다며 결사항전의 태도로 맞서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가 폼페이오 장관의 코로나19의 중국 발원설 주장에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증거도 없이 미국이 거짓말을 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초래한 25만명 이상의 인명 피해와 세계 경제의 손실을 감안하면 중국으로선 사활을 걸고 미국의 중국 발원설을 방어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도 11월 대선을 앞두고 코로나 늑장 대응의 책임을 중국에 돌려 리더십을 회복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중국 카드를 휘두르고 있는 만큼 미중 갈등이 가라앉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이 출구 없는 고래싸움을 벌이면 코로나19로 올해 각국의 경제성장률이 큰 폭의 마이너스가 전망되는 가운데, 세계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힐 것은 자명하다. 미국은 코로나 중국 발원설을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확보한 증거를 공개해서 입증해야 한다. 중국도 코로나19 의료장비 수출 연기나 대미 관세 인상이라는 ‘이에는 이’식의 대항보다는 우한 발원설은 물론 최초 발병 시기 은폐 의혹 등을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세계로 번지는 반중국 정서를 막는 길이다. 코로나19의 발원 규명은 비슷한 바이러스의 출현을 저지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지도 않았고 WHO의 펜데믹(대유행) 선언도 유효하다. 양국의 협력이 불가능하다면 코로나 종식 전까지는 세계의 경제불안을 가중시키는 대결과 마찰은 중단해야 한다. 양국의 패권 다툼에 뿌리를 둔 소모적인 코로나 대결은 바이러스 이상의 공포를 안긴다. 주요 20개국(G20) 중 국제적인 백신·치료제 개발에서 빠진 미국은 중국 때리기에 동맹국까지 줄 세우려 한다. 심화하는 미중의 신냉전 속 거센 파장이 예상되는 이때 정부가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 시진핑 주석이 최측근 두 명을 잇따라 한국에 보내는 이유는?

    시진핑 주석이 최측근 두 명을 잇따라 한국에 보내는 이유는?

    류자이 산둥성 당서기·왕이 외교부장 이번 주 연쇄 방한미중 갈등 속 경제 회복·동북아 전략 우위 위해 관계 개선 포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류자이 산둥성 당서기와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번 주 한국을 방문한다. 한중 양국이 중국 핵심 인사의 연쇄 방한으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불거진 갈등을 봉합하고 관계를 복원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 중인 류 당서기는 2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했다. 류 당서기는 외교부의 중국 유력인사 초청사업의 일환으로 방한했다. 류 당서기는 방한 기간 중앙·지방정부와 재계 관계자를 두루 만나 한중 관계 증진과 교류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이날 류 당서기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면담하고 ‘한-산둥 경제·통상 협력 심화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앞서 전날에는 부산에 산둥성 경제사절단 50여명과 함께 방문해 누리마루에서 ‘부산·칭다오 경제협력 교류 행사’를 열고 ‘부산시·칭다오시 경제협력 확대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류 당서기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예방할 예정이다. 류 당서기는 30여년 간 감사 부문에 종사했으며, 시 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 국가부주석(당시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과 반부패 사정을 이끌다 시 주석의 눈에 띄어 2017년 국가심계서장(감사원장 격)에서 산둥성 당서기로 파격 발탁됐다. 류 당서기의 방한에 이어 오는 4~5일에는 왕 국무위원이 한국을 찾는다. 왕 국무위원은 2015년 10월 31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리커창 총리를 수행해 방문한 이후 사드 갈등이 불거지자 한국 방문을 피해왔다. 왕 국무위원은 4일 강 장관과 회담을 하고 다음 달 말 한중일 정상회의 의제와 시 주석의 방한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5일에는 문재인 대통령 예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한중 양국은 최근 사드 갈등으로 냉각됐던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이다. 중국이 사드 갈등 이후 한중 간 경제·문화 교류를 제한한 조치인 ‘한한령’으로 중국 관광객 수는 2016년 806만에서 2017년에는 417만으로 급감했지만 올해는 10월 현재까지 500만을 넘어섰다. 지난 10월에는 한중 국방당국이 사드 갈등으로 중단했던 차관급 국방전략대화를 5년 만에 재개해 국방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시 주석이 류 당서기와 왕 국무위원을 연이어 한국에 보낸 배경에는 미중 갈등 속 침체되는 중국 경제를 한중 교류협력 복원을 통해 되살리려는 구상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 10월 외국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고 리커창 총리는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하는 등 한국 기업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시사했다.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10월 17일 자 칼럼에서 “중국 산업화 초기에는 한중 경제가 서로 보완 역할을 했지만 중국이 완전한 산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고급 산업으로 확장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양국 경제발전은 경쟁을 어떻게 억제하느냐가 아니라 협력을 확대하느냐에 달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따라서 류 당서기와 왕 국무위원이 방한 기간 한중 관계 복원과 경제 교류협력 강화를 위한 시 주석의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울러 시 주석이 미중 갈등으로 인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중러와 미일이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가 자리잡히면서 한국과의 관계 복원을 통해 역내 전략적 우위를 점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문제로 벌어진 한미일 안보협력의 틈을 중국이 한국과의 국방협력을 통해 파고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韓, 한일 과거사 해결하고 북일 대화 ‘중재자’ 역할 적극 나서야”

    “韓, 한일 과거사 해결하고 북일 대화 ‘중재자’ 역할 적극 나서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전후 체제를 벗어난 새로운 전후 질서의 형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2012년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아베 총리는 현실주의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부상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있으며, 자신의 신념과 다르게 미국 주도의 전후 질서,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유지하려는 보통국가 노선을 추구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밝혔다. 신한반도 체제는 미중 대립 심화와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유지, 남북이 적대하는 분단 체제의 유지를 경계한다. 일본의 보통국가 움직임도 구질서와 신냉전 체제 유지의 한 요인으로 지목한다. 신한반도 체제에 따른 국제 질서 변화에 대한 한국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①일본의 보통국가화를 통한 군사대국화가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경쟁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과거와 같은 군국주의화는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②신한반도 체제와 일본의 보통국가화 흐름에서 한일 협력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③북일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신한반도 체제의 관건은 한일 관계의 회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이 북일 대화에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북일 대화와 관련해 남북 관계 개선과 한일 협력 사이에서 철저히 중립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일본은 북일 대화를 북일 국교정상화로까지 발전시키는 데 있어 배상금 문제 등에서 한일 국교정상화를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협상력 증대를 위해 한국과의 연대, 특히 위안부, 독도 문제 등에서 대일 역사 문제 공동전선 구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일 대화의 갈등 요소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고, 대북 지원 문제 등 협력 사안에만 적극 개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일본은 ①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우려 ②비핵화 대화 무용론 ③종전 선언에 따른 주한미군 철수 우려 ④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관계 진전 간 속도 조절 필요성 ⑤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유지 의지에 대한 의문 등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일본 역할 부재, 즉 ‘재팬 패싱’ 우려를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재팬 패싱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표명해야 한다. 또한 북미 대화 시 일본의 지원, 즉 아베 총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리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韓, 한일 과거사 해결하고 북일 대화 ‘중재자’ 역할 적극 나서야”

    “韓, 한일 과거사 해결하고 북일 대화 ‘중재자’ 역할 적극 나서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전후 체제를 벗어난 새로운 전후 질서의 형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2012년 제2차 아베 내각 출범 이후 아베 총리는 현실주의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부상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있으며, 자신의 신념과 다르게 미국 주도의 전후 질서, 샌프란시스코 체제를 유지하려는 보통국가 노선을 추구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3·1절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밝혔다. 신한반도 체제는 미중 대립 심화와 샌프란시스코 체제의 유지, 남북이 적대하는 분단 체제의 유지를 경계한다. 일본의 보통국가 움직임도 구질서와 신냉전 체제 유지의 한 요인으로 지목한다. 신한반도 체제에 따른 국제 질서 변화에 대한 한국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①일본의 보통국가화를 통한 군사대국화가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경쟁을 촉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과거와 같은 군국주의화는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②신한반도 체제와 일본의 보통국가화 흐름에서 한일 협력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③북일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신한반도 체제의 관건은 한일 관계의 회복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이 북일 대화에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북일 대화와 관련해 남북 관계 개선과 한일 협력 사이에서 철저히 중립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일본은 북일 대화를 북일 국교정상화로까지 발전시키는 데 있어 배상금 문제 등에서 한일 국교정상화를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협상력 증대를 위해 한국과의 연대, 특히 위안부, 독도 문제 등에서 대일 역사 문제 공동전선 구축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일 대화의 갈등 요소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고, 대북 지원 문제 등 협력 사안에만 적극 개입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일본은 ①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우려 ②비핵화 대화 무용론 ③종전 선언에 따른 주한미군 철수 우려 ④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관계 진전 간 속도 조절 필요성 ⑤한국 정부의 대북 제재 유지 의지에 대한 의문 등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일본 역할 부재, 즉 ‘재팬 패싱’ 우려를 갖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재팬 패싱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표명해야 한다. 또한 북미 대화 시 일본의 지원, 즉 아베 총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리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자국 중심주의 경쟁에 손 놓는 美·유럽…‘신냉전’만 남은 베를린 장벽 붕괴 30년

    텔레그래프 “러시아, 유럽인 행복 위협” 獨, 유럽 방어보다 러와 가스관 사업 관심 ‘中 견제’ 트럼프, 푸틴과 협력 가능성도 30년 전 11월 9일은 동서 냉전의 상징인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날이다. 베를린은 축제를 준비하고 있지만 냉전 시대를 끝냈던 강대국 정상들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6일 독일을 방문해 8일 출국할 뿐이다. 6일(현지시간) 영자매체 ‘더 로컬’ 등 유럽 주요 매체들은 자국 중심주의를 내세운 각국의 경쟁, 러시아 부상에 맞설 유럽의 단결력 약화 등으로 장벽이 무너진 이후의 민주주의가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주의 세계가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를 기념하는 것은 소련이 유럽의 삶을 통제하는 시대의 종말을 상징하는 중대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텔레그래프는 30년이 지난 오늘날 크렘린(러시아 정부)은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유럽인의 행복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며 모았던 권력을 본격적으로 이용한 해로 평가된다. 차세대 탄도미사일 개발 등 군비경쟁에 속도를 낸 것은 물론이며 사이버 공격 등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정보기관이 전 세계를 감시하고 위협한다. 중동과 아프리카 등 세계 전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지난 9월 체첸 반군 사령관이 대낮에 베를린 도심에서 살해당한 사건을 예로 들며 러시아는 부인하지만 아직도 냉전시대 방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과거 이런 소련에 승리했던 ‘서구’ 세력이 30년 전처럼 단결된 의견과 통일된 전선을 형성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거래로 인해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으며, 시리아 북동부 터키 국경지대에서 스스로 자리를 비워 줬다.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트럼프가 푸틴과 손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영국은 자국 ‘브렉시트’ 사태로 러시아를 견제할 여력이 없다. 덴마크는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러시아 ‘노르드스트림2’ 가스관 공사를 허가했다. 특히 이번 기념일의 주인공 독일도 유럽을 방어하기보다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사업인 노르드스트림 완공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여권 소지자가 자국 수도에서 체첸 반군 출신 인사를 살해했는데도 침묵했다. “당장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사자후를 토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동상을 베를린 시내에 세우려던 사업은 독일 내 반발 때문에 수년간 표류하다가 30주년을 맞은 8일 미 대사관에서 제막식이 열린다. 트럼프의 미국과 독일이 더는 과거의 맹방이 아니라는 걸 잘 보여 준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日 의원연맹 “한일관계 최대위기, 韓대법 판결·韓정부 대응 탓”

    日 의원연맹 “한일관계 최대위기, 韓대법 판결·韓정부 대응 탓”

    1일 열린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에서 일본 측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한국 측에 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라고 다시 촉구했다.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 회장은 이날 도쿄 일본 중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2차 합동총회 인사말에서 “현재 두 나라 관계가 최대의 위기라고 일컬어지는 이유는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인 이른바 ‘징용공’ 문제를 둘러싼 한국대법원 판결과 지금까지의 정부 대응이 청구권협정에 저촉되는 내용으로,일한 관계의 법적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누카가 회장은 이어 “과거 한국 역대 정권은 일한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을 준수했다”면서 “우리는 문재인 정권에서도 선인들의 경험과 교훈을 통해 배우고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을 지키며 양국이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자 대립이 아닌 협조 체제를 구축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두 나라 간 안전보장 및 경제 분야의 혼란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양국 발전과 국민 생활 안정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측 기조연설에 나선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도 “한국대법원의 징용 판결은 일한 관계의 법적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문제(개인배상)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것이다. 한국의 사법판단이 있었다고 해도 한국의 내정을 통해 해결했어야 한다”면서 “이대로 가면 국제조약을 위반한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 해법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가와무라 간사장의 발언은 지난 7월부터 일본 정부가 불화수소 등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 것이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임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은 “강제동원 배·보상 등 역사 문제를 해결하려면 꾸준히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며 “피해당사자들이 입은 상처와 결부된 민감한 사안인 만큼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대응했다. 강 회장은 “오해와 불신에서 비롯된 날 선 반응은 양국관계의 미래와 역사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화 테이블에서 역지사지의 지혜를 발휘해 양국 간 입장차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어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등 동북아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신냉전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는 지금 한일 양국 협력은 필수적”이라며 북한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일본이 건설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고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강 의장은 또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등 자유무역질서를 앞장서 흔드는 행위는 국제사회로부터 지지를 얻기 어렵다”며 이번 총회를 통해 우호 협력의 틀을 다지는 계기를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했다. 강 의장은 내년 7월 시작되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해 “인류의 화합과 세계평화 증진에 이바지하는 축제가 되기를 기원하고,이를 위해 이번 총회에서 양국 의원 사이의 긴밀한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문희상 국회 의장은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응원하는 축사를 보냈다. 이낙연 총리도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의 말을 인용하면서 “한일 양국 정부와 의원연맹이 이번에 가능성의 예술을 함께 창조하기를 기대한다‘는 축사를 보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축사를 보내지 않았다. 한일의원연맹과 일한의원연맹은 한국과 일본 국회의원들의 초당파적인 교류단체로,매년 양국에서 번갈아 합동총회를 열고 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서울광장] 신중국 70주년과 동북아 신냉전체제/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신중국 70주년과 동북아 신냉전체제/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중국의 건국 70주년 기념식은 동북아 신냉전(新冷戰) 체제가 엄습하고 있다는 상징적 행사였다.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은 패권국 미국과 맞짱 뜰 수 있다는 G2의 군사굴기 선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톈안먼 망루에 올라 70년 전 “중국인이 일어섰다”고 외친 마오쩌둥처럼 ‘중화민국의 위대한 부흥’을 선언했다. 아편전쟁 이후 100년간의 굴욕과 치욕을 딛고 1949년 10월 1일 신중국을 건설한 중국 공산당이 세계 최강 미국을 뛰어넘겠다는 일종의 출사표인 것이다. 시 주석이 밝힌 것처럼 신중국 70주년을 맞은 중국의 길은 명확하다. 중국식 사회주의, 즉 정치적으로 마오쩌둥 사상을 기반으로 하는 공산당 영도와 경제적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귀결되는 국가자본주의라는 양대 축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갈수록 증폭되는 미중 무역전쟁과 최근의 홍콩 사태,그리고 경제침체·빈부격차 등 대내외적 난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단합된 힘을 보여 주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에 열광하는 중국인들의 함성과 비례해 이웃 나라들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 이후 중국의 민족주의는 덩샤오핑의 유언(도광양회)을 받들어 은인자중하는 측면이 컸다. 때론 유연하고 때론 포용적인 측면이 강조되면서 주변 이웃 국들과 그리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2011년 미국의 아시아 회귀전략과 대중 포위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중국의 민족주의 역시 호전적인 성격으로 변해 갔다. 미중 무역전쟁 이후 중화민족주의는 더욱 거칠어졌다. 이 시기에 일어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대표적이다. 힘을 통해 주변 국가들을 복속시키려는 패권주의적 본질도 서슴없이 드러냈다. 작금의 호전적 중국 민족주의의 뿌리는 마오쩌둥에 맥이 닿는다. 미중 패권 전쟁 개시와 함께 중국인들은 미국과 소련에 맞서 당당하게 ‘노’라고 말한 마오를 그리워한다. ‘동풍이 서풍을 제압한다’(東風壓倒西風)는 1960년대의 문화대혁명 당시 슬로건이 2019년 지금 중국 곳곳에서 나부끼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가 새겨야 할 대목이 있다. 글로벌 세계에서 자유, 평화, 인권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고는 선진국으로 존경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대국으로 성공하고 군사대국으로 근육질을 자랑한다고 해서 ‘중국 모델’이 세계인들의 박수 갈채를 받을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 전후 경제적 성공 모델로 주목을 받았던 일본이었지만 그들의 추한 탐욕 때문에 ‘이코노믹 애니멀’(경제 동물)로 지탄을 받았지 않았던가. 세계의 리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경제와 군사 측면의 하드웨어 이외에 보다 매력적인 정치적 이념과 문화 등의 소프트 파워가 필수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경제·군사적 성공은 하루아침에 국제사회의 역풍을 잉태한 대국주의로 변질될 소지가 많다. 개인이나 국가를 막론하고 이웃이나 남의 나라를 무시하거나 교만해지면 결국 퇴락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최근 유혈사태로 번지고 있는 홍콩 사태를 보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패권경쟁으로 확대되면서 대한민국 역시 지정학적 딜레마에 처했다. 미중 간 패권 싸움은 단기에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향후 10년 이상 이어질 수도 있는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장치이지만, 중국을 포위하는 식으로 동맹을 확대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북한을 상대로 하는 한미동맹은 중국이 간섭할 수 없지만, 중국을 겨냥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중국의 거센 반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자 동북아 중견국으로서 숙명적인 지정학적 딜레마를 극복하려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역사적 경험에 비춰 우리의 국익 극대화 법칙은 자명하다.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 한반도는 미중 대립을 완화하는 완충·중립지대로 발전할 수 있다. 우리의 국익은 미국이나 일본과 다르다. 군사동맹국인 미국과 전략적 동반자이자 최대 경제협력국인 중국 사이에서 있는 만큼 편을 가르는 이분법적 시각은 위험하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쪽을 골라 잡는 식의 편승외교는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면서 영구 분단을 자초하는 길이다. oilman@seoul.co.kr
  • 다음달 미중 무역협상 초점은 농산물 관세 철회

    다음달 미중 무역협상 초점은 농산물 관세 철회

    1년 넘게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다음달 초 13차 무역 협상을 갖기에 앞서 19일(현지시간) 실무 협상에 나섰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랴오민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 겸 재정부 부부장(차관)은 약 30명의 실무진과 함께 오전 9시 백악관 인근 미 무역대표부(USTR)에서 협상에 들어갔다. 미국 측에서는 제프리 게리시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협상팀을 이끈다. 실무 협상은 이틀간 진행된다. 농업 문제와 중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중국 기업에 대한 기술 강제이전 문제 등을 다룰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급 협상은 다음달 초 워싱턴DC에서 열린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이, 중국에서는 류허 부총리 등이 참석한다. 이번 실무협상은 농업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는 협상에 대해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미국산 대두와 기타 농산물 구매를 늘려야 한다는 미국 측 요구를 포함해 농업 분야에 집중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 수출을 중단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요구도 반영될 것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중국이 농산물 보복 관세를 빠른 시일 안에 철회해 주기를 원한다. 자신의 주요 지지층이자 핵심 유권자인 농민들의 표를 지키기 위해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협상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농업부 관료가 다음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함께 대표적 곡창 지대인 중서부 네브래스카주와 몬태나주의 농가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중국 대표단에 농민들의 상황을 직접 보여줘 농산물 관세 철회를 설득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농산물 추가 구매 만으로 이번 협상을 마무리할 것 같지는 않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폭스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재의 무역 적자뿐만 아니라 큰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다. 단지 중국이 대두를 좀 더 사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은 “고위급 협상에 위안화 환율 문제가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이번 협상에서 소기의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을 확대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보수 성향 허드슨연구소 소속으로 대통령에게 통상 문제를 조언하는 마이클 필즈버리는 SCMP와 인터뷰에서 ”관세는 50%나 100%까지도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필즈버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목적이 미중 무역관계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무역적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는 데 있다. 그가 ‘신냉전’이나 ‘중국 봉쇄’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5월 양국 무역협상이 결렬된 데 대해 중국 내 강경파들에 책임을 돌리면서 “그들은 150페이지에 달하는 합의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이 당시 합의로 되돌아간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고위급 협상이 중국 경제의 구조개혁 내용을 담지 못한 채 ‘스몰딜’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적들이 퍼뜨린 가짜 뉴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큰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대면 회담에서 이뤄질 것이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30번 가까이 통화를 했다. 가끔은 1시간씩도 통화하는 친밀한 사이“라고 강조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광복절 경축사, 한일 관계의 새 변곡점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느 때보다 무겁고, 중요한’ 광복절 메시지를 준비한다고 한다.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맞는 해인 만큼 그 스스로 무게감이 더 크다. 문 대통령은 어제 광복절을 이틀 앞두고 독립유공자 및 유공자 후손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에서 “우리는 공존·상생·평화·번영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잊지 않는다”면서 “역사를 성찰하는 힘이 있는 한 오늘의 어려움은 우리가 남에게 휘둘리지 않는 나라로 발전해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복절 경축사의 예비적 메시지로 이해된다. 당일 더욱 국가적 에너지를 결집시키고, 국민에 위로와 희망을 주며, 미래를 확신할 만한 메시지를 기대한다. 그러려면 우선 분명한 현실 인식을 담아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녹록하지 않은 경제 상황과 불확실성의 확대에 따른 성장 모멘텀의 둔화를 짚으면서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중소기업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들의 고통은 경제의 ‘기초체력’과 관련 있는 문제다. 경제 현장의 눈높이로 현실이 진단돼야 하고, 메시지도 이에 근거한 것이 돼야 할 것이다. 실질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면 대내 메시지도 전달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경제 상황이 엄중할수록 정부는 민생을 꼼꼼히 챙기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국민의 삶을 챙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한 이날 언급은 시의적절하다 하겠다. 나라 밖 상황도 분명하게 짚어 외교안보의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국제사회는 신냉전이라 불릴 만큼 경직성이 날로 커져 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넘어 환율전쟁으로 확전했다.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 사재기 현상도 나타난다. 비핵화는 ‘협상을 통한 해결’이라는 뼈대를 지키고 있으나 냉온탕을 오가는 중이다. 한미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남북 관계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제때 이뤄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일본과는 경제전쟁을 진행 중이다. ‘다시는 지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언급에 힘을 얻지만, 관광을 비롯해 도소매업, 수입수출 업체 등은 상당한 희생을 치르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한일 경제전쟁을 윈스턴 처칠의 ‘좋은 기회를 낭비하지 말자’는 발언처럼 한국이 경제외교적으로 비약할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가 대내외적 갈등부터 자유무역 문제까지 우리가 위치한 좌표를 확인해 주며, 정부의 시각을 설명하고 방향성을 제시해 새로운 변곡점을 찍는 것이 되길 기대한다.
  • 美 오늘 INF 탈퇴 강행 전망…러, 핵미사일 이동 배치 맞불

    미국이 냉전 시절 군비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러시아(소련)와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를 2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도 미국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맞불’을 놓은 상태라 핵 군비 경쟁을 수반하는 신냉전 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美, 유럽에 러 겨냥 핵 미사일 배치 시사 31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 국방부 칼러 글리슨 대변인은 “러시아는 의무사항의 검증 가능한 준수로 되돌아가려는 어떤 의미 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조약이 오는 2일 종료되면 미국은 더이상 INF상 금지 조항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INF조약 탈퇴를 기정사실화했다. 유럽 지역에 러시아를 겨냥한 중·단거리 핵 미사일 배치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INF는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12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체결해 이듬해 6월 발효된 핵 군축 조약으로 미소 군비 경쟁을 종식하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국은 조약 발효 후 3년 내 사정거리 500~5500㎞ 중·단거리 핵 미사일을 폐기하기로 하고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미사일 2692기를 없앴다. ●나토, 러시아에 “협정 준수” 촉구 그러나 미 정부는 올 초 러시아가 지상 발사형 순항 미사일인 9M729(사거리 2000~5000㎞)를 개발·배치함으로써 INF 조약을 위반했다며 러시아의 조약 미준수를 이유로 2일 조약을 탈퇴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이 INF 조약을 탈퇴하면 러시아도 탈퇴하겠다고 맞서왔다. 이와 관련 오는 5일 러시아 측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가운데 세르게이 랴브코프 외무차관은 “미국이 유럽에 있는 지상 발사 (핵) 미사일을 이동시킨다면 그러한 상응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 이날 “우리는 INF 조약이 폐기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우리는 이 조약을 살리도록 러시아가 이를 준수할 것을 여전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집중 분석] ‘사면초가’ 한국 외교안보, 전략적 한미협력으로 돌파구 찾아야

    日 경제보복 이어 중러 영공 침범 도발 北 탄도미사일, 북미 대화 국면에 ‘찬물’ 美 호르무즈 파병 압박까지 곳곳 ‘지뢰밭’ 북미 협상 교착 땐 한반도 프로세스 위기 자칫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형성 우려 한국 외교가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지난 23일 중러 군용기의 한국 영공·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사태가 일어나고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3~24일 방한해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 북한이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지난달 판문점 남북미 정상회동으로 숨통이 트이는 듯했던 비핵화 대화 국면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구상과 한국 외교는 복잡다단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중러가 미국을 겨냥해 동해 상공에서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ADIZ)을 침범하며 연합훈련을 하면서 중러와 미국이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에 한국이 말려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반(反)이란 전선 구축의 일환으로 호르무즈 해협 호위 연합체를 구상하고 우방인 한국과 일본의 참여를 요구하는 반면 이란의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반이란 전선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볼턴 보좌관이 한국을 방문한 직후인 25일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우리 민간 선박들의 안전한 항해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했다”며 미국의 요구에 호응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러가 동해 상공에서 사상 첫 연합훈련을 한 것은 반이란 전선은 물론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세우며 중러를 압박하는 미국에 대응하고 한미일 공조를 견제하는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북한이 비핵화 실무 협상에 응하지 않고 남북·북미 접촉을 꺼리며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에 나서는 상황에서 자칫 ‘한미일 vs 북중러’의 구도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난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 필요성을 확인받았다. 지난달 30일 판문점 북미 정상회동 이후에도 좀처럼 실무 협상이 재개되지 않는 가운데 북미 협상 교착이 장기화된다면 북한이 체제 보장을 매개로 중러에 접근하면서 남북미가 추동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좌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대화와 협상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일 갈등과 중러 도발, 북한의 ‘통미봉남’식 행태를 돌파하려면 우선적으로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봤다. 물론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 중국과의 경제 파트너십, 북한에 대한 중러의 지렛대 역할 등을 배타적으로 한두 개 선택하기보다는 유연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일본의 강경 노선을 변화시키고, 북한을 협상장으로 유도하고, 중러의 도발을 방지·견제하는 문제에는 모두 미국이 걸려 있다”며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관리하고 개선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재로선 한일 갈등 해소를 전제로 한미일 협력을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예전처럼 미국을 추종하는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이 아니라 국익을 고려해 전통적 동맹과의 협력 관계도 조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글로벌 In&Out] 미중 갈등 앞에 선 한일/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글로벌 In&Out] 미중 갈등 앞에 선 한일/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

    기원전 5세기 고대 그리스에서 대두하던 아테네와 그를 억누르려던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그래서 기존의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 간 전쟁은 불가피하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패권국 미국과 강대국 중국의 신냉전은 불가피한가. 미중 무역 마찰이 경제에 그치지 않고 정치·군사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정권뿐 아니라 민주당을 포함해 중국과의 대립이 불가피하다는 초당적 시각이 미국에서 강해지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소 냉전과의 결정적 차이는 미중이 양측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 갈등은 미중 각각과 밀접한 정치경제 관계를 구축해 온 주변국들에 상상을 뛰어넘는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장 큰 피해자는 중국을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둔 한국일 것이다. 한국의 무역 중 중국은 전체의 4분의1을 차지하는데, 미일과의 무역액 합보다 크다. 게다가 북한의 군사적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주도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중국의 ‘승인’은 필수적이다. 한국에서는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 뒤 중국의 보복을 경험해 중국 의존을 줄여야 한다는 기운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경제나 대북정책에서 중국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다. 한국전쟁 때 미국은 유엔군을 조직하고 한국을 구했다. 한국의 안보상 미국이라는 존재는 다른 어떤 나라도 대체할 수 없다. 냉전기 남북은 팽팽히 대립했지만, 냉전 종식과 함께 남한의 대북 우위는 확고해졌다. 한국은 한미 동맹을 기본으로, 한중 관계도 튼튼히 함으로써 남한 주도로 남북 평화공존을 관리하고 통일에 대비한다는 방향을 잡아갔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그런 한국 외교를 방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삼아 남북경협을 통한 남한 주도의 평화공존 관리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 한국 외교가 쌓아 온 외교전략의 기초가 무너질 위험이 있다. 비핵화를 위해 이익을 공유하고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미중 협력이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기보다 완충국가로서 북한의 존재를 재평가할지도 모른다. 북한도 비핵화를 내세워 미국과 관계 개선을 이루고 그것을 바탕으로 경협 획득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지난해 포기했던 핵·경제건설의 병진노선으로 회귀해 버릴 수도 있다. 중국의 무조건적인 지지만 확보된다면 북한으로선 리스크를 질 필요가 없어진다. 한국은 한미 동맹에 입각해 북중과 대립하는 선택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일본에선 한국이 친중국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한국이 걸어온 길을 생각하면 그다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는 1948년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한국이 지속적 경제 발전과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해 선진 민주주의 국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분단을 해소하지 못하고 그러한 발전의 수확을 충분히 살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미중 관계 악화를 어떻게든 막고 싶지만, 한국의 영향력은 한정돼 있다. 일본은 미일 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봉쇄하는 것 말고는 선택사항이 없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 ‘미중 신냉전’이 미일 동맹을 강화하기에 더 낫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그러나 다른 선택지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묻고 싶다. 냉전으로 복귀하는 게 어떤 불이익을 가져올지도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문제는 한일 모두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듯 보이는 데 있다. 신냉전이 되지 않도록 한일이 미중을 설득하고, 고민을 공유하고, 지혜를 모을 수 있을까. 한일 공동 대처의 가능성을 흐리게 하는 장애물이 양국 간 역사 문제라고 한다면, 방치하지 말고 과감히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급해진 남·북·미 비핵화 성과… 6자회담 재개 땐 ‘新냉전’ 갈등

    급해진 남·북·미 비핵화 성과… 6자회담 재개 땐 ‘新냉전’ 갈등

    北, 러 손잡고 美에 제재 해제 메시지 비핵화 협상서 北 도울 힘 있다고 판단 북·중·러 vs 미·일 ‘북핵 대치’ 가능성 트럼프에게 상반기 중 성과 재촉해야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의 필요성’을 밝히면서 그간 큰 진전을 거뒀던 남·북·미 세 정상의 톱다운 구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 푸틴 대통령과 ‘공동 조정 연구’를 하겠다며 새로운 비핵화 논의 틀에 공감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신문 광화문라운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의 첫 번째 이유는 대미 메시지”라며 “미국보다 핵무기가 많고 군사적 강국인 러시아가 비핵화 대미 협상에서 북한을 도와줄 힘이 있다고 본 것 같다”고 밝혔다. 북한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과정에서 미국이 자신들을 업신여겼고 한국도 미국 편에 섰다고 평가해 왔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 자발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일부 대북 제재를 완화하자는 입장을 보여 왔다. 미중 무역 협상으로 중국이 미국에 발목을 잡힌 상황에서 러시아는 좋은 외교적 대안이었다. 하지만 정상이 아닌 차관보급이 참여하는 6자회담이 가시화되면 지난해 세 정상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만들었던 평화 프로세스의 속도감도 재현하기 힘들다. 한국의 중재자 및 촉진자 역할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란 핵협상과 달리 북핵에 대해 포괄적 합의를 만들어 냈다는 성과를 보여 주기 힘들다. 무엇보다 5년 이상 진행되다 2008년 말에 멈춘 6자회담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교부 관계자도 6자회담의 재개에 대해 “톱다운 방식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북핵을 둘러싼 6개국의 행보는 빨라질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주 중국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서 회담 결과를 시진핑 중국 주석 등 여러 나라와 공유하겠다고 한 만큼 북·중·러가 공히 6자회담을 지지할지가 관건이다. 반면 미국과 일본은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의 약화와 함께 중러의 영향력 확대 차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북·중·러와 미일이 북핵 해법을 두고 대치하는 신냉전 구도가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전 장관은 “정부도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며 “일이 커지기 전에 남·북·미 3자 구도로 상반기 중에 성과를 내자는 식으로 미국에 의사를 표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사설] 김정은 방러, 우군 만들기보다 비핵화 협상 우선해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2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다. 북한 매체는 일제히 북러 정상회담 소식과 함께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어제 공식 발표했다. 8년 만의 북러 정상회담은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별한 현안이 없는 북러 정상의 만남은 서로의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의 경쟁심을 자극하고 국제사회에 대러시아 관계 개선으로 제재를 이겨 낼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한국과 미국,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활용하려 들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푸틴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에 관여하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과의 회담은 동북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과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북러 정상회담이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러시아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비핵화를 바라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의 기틀이 될 비핵화를 조속히 이루라고 김 위원장에게 강력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러시아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방식을 지지하고 있는 점이 걸린다. 북미 간에 비핵화 정의조차 합의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계적 해결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 비핵화’를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 공산이 크다. 김정은, 푸틴 두 정상은 회담에서 비핵화의 확고한 의지를 국제사회에 밝혀야 한다. 김 위원장은 올해 말로 설정한 미국과의 협상 시한을 넘기고 자력갱생이란 ‘새로운 길’을 염두엔 둔 우군 만들기 일환으로 러시아를 찾겠지만, 비핵화 협상이란 최우선 과제를 잊지 않아야 한다. 또 하나,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동북아에서 한미, 한미일 대 북러, 북중,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를 만들어서는 곤란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초대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핵을 내려놓고 경제를 선택하는 게 국민을 위하는 길”인 점을 강조했다.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난 뒤 북한이 강경 모드로 나가는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장소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는’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까지 밝혔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무엇인지 김 위원장은 하루빨리 문 대통령을 통해 들어야 한다.
  • 南北美에 함몰된 시야를 틔워주는 책 ‘한반도 평화와 중국’

    南北美에 함몰된 시야를 틔워주는 책 ‘한반도 평화와 중국’

    어쩌면 우리는 지금 한미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만 정신이 팔려 그 아래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흐름과 힘들을 설핏 망각하는 척하는지 모른다. 바로 북한의 전통적인 동맹인 중국, 먼 듯하지만 최근에 북한과 한껏 가까워진 듯한 러시아, 그리고 미국을 대신해 동북아 안보를 대체 관리하는 일본의 강한 파장이다. 학계 일부에서도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에 일본의 집요한 로비가 있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달 지식공작소가 펴낸 ‘한반도 평화와 중국’의 서문 격에 해당하는 글 가운데 ‘오랜 상호 신뢰 적자(trust deficit)’란 말이 등장하는데 그 속뜻을 며칠째 되뇌이고 있다.책의 대표 편집자인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성균중국연구소 소장은 지난 2월 서울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신뢰란 말의 사전적 정의는 상대가 나의 존재를 인정해준다는 것을 내가 확신하는 것이다. 즉 내가 생각하는 바대로 상대가 행동해줄 때 신뢰가 형성된다. 그러나 북미관계에는 정직한 중개자가 없고 다자보장체제도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신뢰적자를 메우는 것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런 점에서 북미정상회담도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긴 과정의 한 단계로 볼 수 있다’고 적었다. 몇번이고 되읽게 만든다. 이 책은 한국과 중국의 학자 23명이 동북 지역과 베이징을 오가며 두 차례 심도있는 정책 토론회를 열어 주제 발표와 집중 토론을 통해 상호 이해를 높이는 한편 미래 과제를 도출해낸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편집자가 무리하게 하나의 일관된 틀을 갖게 해달라고 주문해 비교적 체계화된 성과물이 책 한권으로 묶여 나오게 됐다고 이희옥 소장은 적었다. 이 책이 갖고 있는 문제인식을 지금의 정세와 문제 인식에 맞춰 갈무리하자면 다음의 다섯 섹션으로 분류된다. 첫째 섹션은 한반도 정세를 신냉전 구도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미중 관계를 어떻게 볼까?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질서는 어떻게 연결지어야 할까? 둘째 섹션은 북한의 통일 방안은 어떻게 바뀌어왔나? 북한은 동북아와 어떤 경제협력의 틀을 갖춰 왔고, 북중 무역결제 시스템은 어떤 특징을 갔나 등이다. 셋째 섹션은 북핵 문제는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남북 관계의 변화에 중국의 역할은 어떻게 바뀌어왔나? 한반도 비핵화에 중국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등을 살펴본다. 넷째 섹션은 평화체제란 어떻게 구축되어야 하나? 주요 쟁점은? 등이다. 다섯째 섹션은 대북 제재와 남북의 경제협력, 남북중의 경제협력 접근방식이 어떻게 바뀌어왔나? 추진 전략은 어떻게? 한중 경제협력의 새로운 전개 방안 등이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이 바라보는 관점은 비핵화란 지난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손쉬운 이슈라고 갈파한다. 그를 넘어 동북아 번영과 안정, 공존의 틀을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를 조금 더 폭넓게 바라보자고 주문하고 있다. ‘중국이 줄곧 주장한 ‘쌍잠정(雙暫停)과 쌍궤병행(雙軌竝行)은 점차 현실화됐다’는 지적(39쪽)이나 ‘누가 먼저 양보할 것인가의 문제가 누가 더 급한가의 딜레마로 전환되고 있으며 누가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지가 북미 지도자의 진정한 역량을 검증하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71쪽)은 새길 만하다. 남북미에 함몰된 시야를 틔워주는 데 도움이 될 책이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미러, 30여년 INF 파기… 中까지 가세 ‘불붙는 핵군비 경쟁’

    미러, 30여년 INF 파기… 中까지 가세 ‘불붙는 핵군비 경쟁’

    “현재 우리는 아무도 위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유럽에 러시아를 위협하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우리는 즉각 대응할 것이다. 우리가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의 경우 잠수함에서 발사한 뒤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러시아 국영TV ‘로시야 1’ 방송 진행자 드미트리 키셸로프는 지난달 24일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지도를 보여주며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러시아가 타격할 수 있는 미국 내 여러 목표물을 제시했다. 목표물에는 미 국방부 건물(펜타곤)과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 등이 포함됐다. 지난달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만약 미국이 원한다면 과거 쿠바 미사일 위기 때와 같은 핵전쟁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미국과 러시아가 냉전 종식을 상징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잇달아 폐기하면서 핵전쟁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까지 가세한 전 세계 핵군비 경쟁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30여년간 유지돼온 INF가 운명을 다하게 된 것은 소련이 붕괴되고(1991년), 미국이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을 본격화한 순간(2001년)부터 이미 예고된 결말이었다는 평가다. ●“소련 붕괴·美 MD체계 구축 따른 예고된 결말”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일 INF에 대한 의무 중단을 공식 지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달 1일 러시아가 INF를 위반해 조약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INF는 1987년 미국과 옛 소련(러시아)이 사거리 500~5500㎞ 중단거리 지상발사 탄도순항미사일 생산과 시험, 실전 배치를 전면 금지한 조약이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누가 조약을 먼저 위반했느냐를 놓고 공방을 벌여 왔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부터 러시아가 개발한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9M729의 사거리가 2000㎞를 넘어 INF 위반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러시아는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480㎞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오히려 미국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배치한 미사일 발사대를 근거로 미국이 INF를 먼저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INF는 사실상 중국의 부상으로 더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INF가 체결될 때만 해도 미국과 소련이 양대 초강대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이 옛 소련 자리를 대신할 정도로 경제·군사력을 신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은 INF 당사자가 아니어서 아무 제약 없이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대거 개발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조약에 발목이 묶여 있는 사이 중국은 중거리 핵전력의 실전 배치를 마쳤고, 특히 둥펑(DF)21D 미사일은 사거리가 2700㎞에 달해 한반도는 물론 일본과 태평양 미 항공모함 전단까지 타격할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INF 대상이 되는 중거리미사일 없이도 사거리 1만㎞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서로를 공격할 수 있다. 사거리 500~5500㎞의 중거리 핵전력이 중요했던 이유는 이들 무기가 미러 양국의 유럽 내 동맹국들을 겨냥해 전진 배치된 무기였기 때문이다. 냉전 당시에는 실제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를 직접 타격하기보다 동맹국들에 대한 공격이 먼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고 판단했다. ●“美, 러보다 태평양서 中 견제 목적” 이에 따라 미국이 INF 파기를 선언한 것은 러시아를 공격하려는 의도보다는 주로 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동맹국이나 괌 등지에 중거리미사일을 전진 배치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다자간 군비 통제 조약을 제안한 배경에는 INF를 대체할 새 조약을 통해 중국의 중거리 핵전력을 묶어 놓겠다는 의도도 포함됐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INF 위반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끊임없이 다양한 신형 미사일 개발에 나섰을까. 이는 미국이 조지 W 부시 정부 때부터 추진해 왔던 MD 전략과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핵군비 전략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1987년 체결된 INF는 1972년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 조약과 함께 냉전 시대 핵전쟁의 위협을 막은 양대 조약이었다. ABM 제한 조약은 미국과 소련 양국이 신형 MD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금지해 서로 핵무기로 피격될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협정이었다. 하지만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 이후 거리낄 것이 없다고 여긴 조지 W 부시 정부는 2001년 12월 ABM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하고 글로벌 MD 체계 구축에 나섰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 옛 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이 하나둘 미국이 주도한 나토에 가입하고 미국 MD가 유럽 곳곳에 속속 배치되면서 러시아의 불안감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강한 러시아’를 장기 집권의 명분으로 삼아온 푸틴 정권은 MD를 뚫을 수 있는 미사일 공격 능력 배양에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푸틴으로서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유럽 곳곳에 배치된 미 MD 체계와 미군 기지를 무력화할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이 절실했다. 푸틴 정권은 이미 9M729 미사일 이외에도 미국이 요격하기 어려운 이스칸다르(SS26) 단거리 탄도미사일, 차세대 ICBM 사르마트(RS28) , 지르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킨잘 공대지 초고음속 탄도미사일,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등을 잇달아 개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달 사거리가 2500㎞에 이르는 해상발사 장거리 순항미사일 칼리브르의 지상용 버전 개발과 양산을 올해까지 마치고 지상발사형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中 10월 사거리 1만 2000㎞ DF41 공개 예정 미국과 러시아가 INF의 족쇄에 묶여 있는 동안 미사일 전력 개발에 진력해 온 중국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DF21D에 이어 2016년부터는 사거리가 3000㎞로 괌 미국기지를 겨냥한 DF26을 도입했다. 오는 10월에는 사거리 1만 2000㎞의 신형 ICBM DF41을 공개할 예정이며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 17일 우주 공간에 기반을 둔 새로운 미사일 방어 전략을 발표하는 등 MD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기존 MD가 지상발사 요격 미사일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적의 미사일을 더욱 신속히 탐지하고 요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주 공간에 센서층과 요격 무기를 설치해 MD를 증강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2월 핵태세 검토보고서를 통해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SLBM과 함정에서 발사되는 순항미사일을 활용한 저위력 핵탄두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공언했다. 일반적으로 핵무기는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자가 되는 대량살상무기이자 상대편의 핵보복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실제 사용하기는 부담스러운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한정된 지역과 목표를 대상으로 하는 저위력 핵무기를 개발하면 그만큼 민간인 살상에 따른 도덕적 부담감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더이상 핵무기를 재고로만 쌓아놓지는 않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의지를 엿볼수 있다. INF에 이어 미러 양국의 또 다른 협정인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도 조만간 폐기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INF가 폐기되면 미러 간 군비 통제 조약은 2010년 오바마 정부 시절 체결한 뉴스타트 협정만 남게 된다. 이 협정은 지난해까지 실전 배치된 핵탄두수를 1550기 미만으로, ICBM 발사장치를 800기 미만으로 감축하는 것이 골자인데 2021년 협정이 만료된다. 하지만 INF 파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 군비 증강을 이유로 뉴스타트 협정 연장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트럼프 “과이도 임시대통령 인정”… 마두로 “美와 관계 끊겠다”

    트럼프 “과이도 임시대통령 인정”… 마두로 “美와 관계 끊겠다”

    시민 수만명 “마두로 퇴진”… 7명 사상 과이도 “과도정부 수립 합법선거 시행” 폼페이오 “前대통령은 외교 권한 없다” 러·中 등 불간섭 내세워 “마두로 지지” 美 vs 中·러 ‘신냉전 격화’ 가능성도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과 재선거를 요구하는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주변 국가들이 마두로 대통령의 적법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베네수엘라 정국이 극도의 혼돈에 빠졌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남미의 우파 국가들이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35)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선언하자 좌파 국가들이 ‘마두로 지키기’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의 좌우 대립 구도도 심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3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시민 수만명이 마두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일부가 경찰과 충돌해 최소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날은 1958년 베네수엘라에서 마르코스 페레스 히메네스 독재정권이 대중 봉기로 무너진 날로, 마두로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13일 만에 퇴진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시위대의 선봉에 선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날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이라고 규정하며 “정권을 불법적으로 찬탈한 마두로를 끌어내고 과도정부를 수립해 합법적 선거를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야권 주요 후보가 수감되거나 가택연금 상태라 출마하지 못한 상황에서 열린 대선에서 당선돼 퇴진 요구를 지속적으로 받아 왔고, 경제난의 원흉으로도 지목돼 왔다.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으로 석유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는 국제 유가 하락과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자, 미국의 제재 등으로 지난해 100만%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5년간 살인적 인플레와 생필품 부족으로 고국을 떠난 사람만 330만명이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롯한 미주의 우파 국가들은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국회가 헌법을 발동해 마두로 대통령을 불법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에 대통령직은 공석”이라며 “과이도 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한다”고 밝혔다. 브라질, 칠레, 페루, 파라과이, 콜롬비아,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우파 정부들도 과이도 의장 지지 성명을 냈고, 유럽연합(EU)도 조속한 재선거를 촉구했다. 그러나 좌파가 집권한 쿠바와 볼리비아는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멕시코 또한 불간섭 원칙을 고수하며 간접적으로 마두로를 옹호했다. 베네수엘라의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도 외교부 차원에서 서방국가의 잇단 성명을 ‘내정 간섭’이라고 비난하며 마두로 정권을 지지했다. 베네수엘라를 놓고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신냉전이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미국과 정치·외교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전직 대통령인 마두로는 외교 관계를 단절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맞받아치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마두로 정권을 더 압박하기 위해 추가 제재를 내릴 예정이다. 마두로 정권을 사면초가로 몰아넣은 ‘정계의 샛별’ 과이도 의장은 베네수엘라 중산층 출신으로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친미 인사다. 2007년 우고 차베스 정권의 방송 장악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 지도자 출신으로 2011년 국회에 처음 입성했다. 지난 5일 국회의장이 된 그는 베네수엘라 야권에서 강경파로 꼽힌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서울광장] 개혁개방 설계사 꿈꾸는 ‘북한판 덩샤오핑’/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개혁개방 설계사 꿈꾸는 ‘북한판 덩샤오핑’/오일만 편집국 부국장

    북·중 관계는 늘 혼돈스럽다. 1930년대부터 시작된 항일투쟁과 6·25 전쟁 과정에서 피로 맺어진 혈맹이면서도 상호 불신의 뿌리도 깊다. 한마디로 애증이 교차하는 이중적 관계다.2011년 11월 대권을 거머쥔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3월 1차 북·중 정상회담 성사 전까지 6년 4개월 동안 핵개발에 몰두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이 시기는 친중파 거두인 장성택 처형(2013년 12월)과 네 차례 핵실험 등으로 촉발된, 북·중 수교 70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첨예한 갈등기였다. 이런 북·중 관계는 지난해 6월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급반전됐다. 불과 10개월 사이 ‘신밀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일견 혼란스러운 상황 전개지만 보다 긴 호흡으로 양국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7년간 북·중 간 갈등의 핵심은 국익 불일치 때문이었다. 올해로 개혁개방 40년을 맞는 중국은 서방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경제개발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했다. 반면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지 못한 북한은 국가의 존망을 걸고 핵 개발과 폐쇄 정책에 매달려야 했다. 혈맹이라도 국익 앞에서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냉혹한 국제정세를 여과 없이 보여 준 것이다. 1970년대 박정희 정권 말기, 주한미군 철수 문제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한·미 관계를 연상시킨다.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북한이 비핵화로 방향을 틀면서 양국의 국익 불일치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북·중 신밀월 시대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북·중이 지난해 5월 다롄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을 통한 공동운명체라는 점에 합의한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번 4차 북·중 회담 결과를 놓고 보수언론들을 중심으로 한·미·일 동맹 복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북·중·러-한·미·일 대결 구도’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한반도 평화체제 대신 신냉전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단견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안보와 외교 문제를 이용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하다. 우리가 직면한 한반도, 동북아 정세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니 우려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정상 국가화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는 북·미 간 적대적 관계 청산과 북·미 수교를 전제로 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의미한다.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미국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 주고 북한은 개발도상국으로 경제발전에 전념한다는 구상이다. 중국이 죽의 장막에서 나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 결정적 계기는 1979년 미·중 수교였다.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안보 위협를 걷어낸 중국은 자신감을 갖고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북한의 지도부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덩샤오핑’이 될 수 있다는 견해가 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의 ‘조선의 꿈(朝鮮夢)’은 덩샤오핑과 같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라는 의미다. 2018년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중지와 사회주의 경제 강국을 지향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덩샤오핑 주도로 중국의 개혁개방 노선을 확정한, 1978년 공산당 ‘제11기 3중전회’를 연상시킨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의 안보위기는 늘 삼각구도에서 발생했다. 임진왜란은 조선·명·일본 사이에서, 병자호란은 조선·명·후금(청나라)의 삼각 구도에서 사달이 났다. 현재의 안보위기 역시 6·25 전쟁의 연장선상에서 한반도·중국·해양세력(미국·일본)의 각축전에서 비롯됐다. 역사적 경험에 비춰 우리의 국익 극대화 법칙은 자명하다. 남북 관계 개선을 기반으로 자기 주도적 균형·실용 외교 전력이 우리의 살길이다. 남북 관계가 과거의 대결로 회귀할 경우 균형 외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쪽을 골라 잡는 식의 편승외교는 스스로 운신을 좁히면서 영구 분단을 자초하는 길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25년간 한국이 우리의 국익을 위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친 것처럼 북한 또한 친중과 친미를 병행하는 개방 국가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좀더 미국과 가깝게 되고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 한반도는 미·중 대립을 완화하는 완충·중립지대로 발전할 수 있다. oilman@seoul.co.kr
  • [신년 인터뷰] “김정은, 무수한 논란에도 핵포기·체제보장 맞교환 포기 않을 것”

    [신년 인터뷰] “김정은, 무수한 논란에도 핵포기·체제보장 맞교환 포기 않을 것”

    김대중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으로 2000년 6월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끈 박재규(74) 경남대학교 총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수한 논란에도 핵 포기와 체제 안전 보장을 맞바꾼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앞으로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와 종전선언, 적절한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가 맞물리게 하는 해결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박 총장은 북한 비핵화가 최소 10~15년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의하며 북·미 간 불신의 골이 여전히 깊어 비핵화와 체제 안전 보장 등이 단계적으로 협의되고 이행돼야 비핵화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세밑 서울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박 총장을 만났다. 다음은 박 총장과의 일문일답.→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와 비교했을 때 남북관계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했나.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은 분단 반세기 대결과 반목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패러다임으로 변화시켰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로 흡수통일에 대한 북한의 불안감은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북한은 식량·전력·의료난 등으로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측으로부터의 지원을 통해 경제난을 해소하려 했다. 오늘날 김정은 위원장은 선대의 비핵화 유훈에 따라 체제 보장·비핵화 등 미국과의 상호 조치를 이끌면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 테이블에 나온 이유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 시절 왜 핵을 만들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된다. 핵이 완성되면 비핵화와 체제 보장 문제를 해결하라는 유훈이 있었고, 핵을 개발한다는 1차적 목적도 달성한 상태이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고 대신 체제 보장을 받는다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북한도 지금 이 상태로 가면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의 계속되는 제재 때문에 한계에 봉착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번에는 1994년 제네바 합의 때와는 달리 선대의 유언에 따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 미국의 핵 전문가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최소 10년에서 15년 걸린다고 했는데 이에 동의한다. 시간이 다소 걸려도 가야 할 길이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본 김정은 위원장의 협상 스타일과 김정일 위원장을 비교한다면. -김정일 위원장이 노련하고 신중한 성격이었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오히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닮아 진지하고 호탕한 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포괄적으로 통 크게 결단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협상이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그런데 실무선으로 가면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북·미 간 불신의 골이 깊어서인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 →지난 9월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15만 관중 앞 연설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들에게 남북한의 번영과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한 동반자로 비쳤을 것이다. 분단을 초래한 냉전적 대결구도를 청산해야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할 수 있다. 냉전적 대결구도 청산은 남북 화해협력뿐 아니라 북·미관계 개선도 포함한다. 북한 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북·미 간에 긴장이 완화되고 신뢰가 구축돼 관계 정상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런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모든 냉전적 요소들을 한 바구니에 넣고 포괄적이고 단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최근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경협 논의가 활발한데 한·미간 엇박자 논란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목표로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합의한 경제협력과 교류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지난 정부 동안 후퇴한 측면도 있고, 이번이 좋은 기회니까 놓치지 않기 위해 속도를 내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미국과 우리가 잘 공조하고 있지만 오해가 생길 수 있는데, 이는 서로 간의 대화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를 나누며 이견을 잠재울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둘러싼 ‘남남갈등’ 등 한국 사회에 김정은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다. -2000년 역사적 첫 남북 정상회담 당시에도 남남갈등이 심했지만 최근 한반도 상황은 본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는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집중하는 노선으로 국가운영 전략을 수정하고, 대외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시범 철수 및 지뢰 제거 등이 이뤄져 남북 상호 간 신뢰가 구축되고 평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 긍정적 시각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합된 노력이 필요하다. →김 위원장이 남한 답방을 할 것으로 보는가.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일 위원장은 남한에 내려올 상황이 아니었다. 냉전 기류에 ‘서울 불바다’ 발언 여파도 있었다. 이후 우리가 개성공단을 조성할 때 북측에 “이 공단은 남북이 훗날 경제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득했다. 김 위원장도 선친 시절의 학습 효과로 남측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이해할 것이다. 북한이 경제 발전을 하려면 먼저 남북의 협력관계가 잘돼야 하는데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의 제재가 지속되면 아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북·미 정상의 결단이 중요하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질까. -북한의 여러 내부 사정과 중·러 등 관계 변화에 좌우되는데 지금 판단으로는 조금 늦어질 수 있다. 2001년 5차 남북 장관급회담 당일 회담 시작 몇 시간 전 북측으로부터 취소한다는 통보가 온 적도 있다. 남북 간 회담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남측에 내려왔을 때 평양에 간 문 대통령처럼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할 것이다. 북한에서도 한국 언론을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속도가 좀 더디다는 지적도 있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여러 차례 언급했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선제적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및 미사일 발사대 해체 등을 실행했으며, 미국의 상응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까지 공약했다. 비핵화 의지는 협상을 통해 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어서 아직 구체적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아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비핵화와 체제 보장 등 상응조치가 적절하고 단계적으로 협의·이행돼야만 비핵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장 큰 쟁점은. 미국의 ‘선 비핵화’와 북한의 ‘선 제재 해제’ 주장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나. -종전선언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비핵화와 종전선언, 적절한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가 단계적으로 맞물리게 하는 해결 로드맵이 필요하다. 북한은 단계적·동시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미국은 핵시설 리스트를 총체적으로 먼저 제시하고 사찰·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요구하는 등 견해 차이가 있다. 따라서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대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이것이 안 되면 결국 절충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2차 정상회담에서 로드맵 문제가 큰 틀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남북관계와 비핵화 간 속도조절을 주문한 상황에서 정부 대응에 대한 조언은. -남북 화해와 북·미 화해가 선순환해야만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체제 프로세스가 선순환할 수 있다는 점을 한·미 양측이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북한 비핵화 과정과 관련한 한·미 간 이견은 있을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견 조율 과정이 한·미 간 상호 신뢰 수준을 높이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양측은 투명하게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비핵화 및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공통 인식을 확대하고, 차이점에 관해서는 상호 협의를 통해 잘 조정해야 한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했다. 북·미 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 2년은 공화당이 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단점 정부’ 상태였다. 중간 선거 이후 ‘분점 정부’에서 트럼프 정부가 민주당으로부터 많은 견제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도 실행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단 비핵화 자체는 초당적 합의 쟁점이기 때문에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기존의 정책 방향성은 일정하게 유지되며 북·미 간 협의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문제는 민주당의 압박이 강해지고 ‘러시아 스캔들’ 등에 따른 탄핵 여론이 이어지면 2020년 재선을 준비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만들어져 미 정부 내 북한 비핵화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도 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을 비롯한 견제와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데 향후 전망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특히 미·중 간 경제적 충돌은 세계 경기를 둔화시키며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양쪽을 잘 살펴야 한다. 우리는 가치와 동맹에 기반해 수립하고 있는 안보 전략의 틀을 최대한 유지하고 이용하는 한편, 새로운 지역질서를 위해 이념·동맹·역사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 미·중의 시각은 북핵과 한반도를 넘어 세력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상황도 고려하면서 양측의 협조를 받아야 한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파기하는 등 신냉전 우려가 있는데. -미국의 INF 파기는 러시아를 겨냥하면서도 그동안 INF에 구속받지 않았던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중·러 모두를 포함하는 새로운 다자간 INF 체결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한다. INF 파기는 미·중 군사적 균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중·러 관계가 더 밀접해지면서 이 과정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한·일 관계는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악화일로인데 전망은.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7월 첫 정상회담에서 ‘전략적 이익 공유 관계’에 합의했다. 한·일은 정상회담이 늦어지면 서로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잘 풀리면 한·일 관계에도 긍정적일 것이다. 대담 김미경 국제부장 chaplin7@seoul.co.kr 정리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박재규 경남대 총장은 2000년 통일부 장관 시절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이바지 박재규(74) 경남대 총장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교육과 연구에 헌신해온 정치학자로, 1967년 미국 페얼레이디킨슨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시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경희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북한·통일문제 연구에 전념하기 위해 1972년 경남대 부설 통한문제연구소(현 극동문제연구소) 설립을 시작으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1973~1986년), 경남대 총장(1986~1999년, 2003~현재), 동북아대학총장협의회 이사장(2003~2010년), 제26대 통일부 장관(1999년 12월~2001년 3월) 등을 역임했다. 통일부 장관 시절인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추진위원장으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성공에 이바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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