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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 서울대 19명·고대 7명↓… 민주, 이대 9명 ‘한명숙 파워’

    새누리, 서울대 19명·고대 7명↓… 민주, 이대 9명 ‘한명숙 파워’

    19대 국회에서는 이른바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대학 출신 비중이 18대에 비해 상당히 줄어들면서 정당별로 약진한 대학이 눈에 띈다. 민주통합당은 한명숙 전 대표 파워로 이화여대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새누리당은 서울대와 고려대 출신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18대 국회에서 서울대 출신은 59명(38.6%)이었지만 19대에선 40명(26.3%)으로 32.2%나 줄었다. 고려대 역시 18명(11.8%)에서 11명(7.2%)으로 38.9% 줄어 2위 자리를 연세대에 내주며 한 계단 순위가 내려앉았다. 연세대는 15명(9.8%)에서 12명(7.9%)으로 소폭 주는 데 그쳤다. ‘이명박 직계 학맥’으로 꼽히는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은 19대에서 윤진식(충북 충주) 당선자, 안덕수(인천 서·강화을) 당선자 등 2명이었다. 민주통합당은 서울대 비율이 18, 19대 국회에서 각각 30명, 33명으로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고려대가 6명(7.4%)에서 13명(10.2%)으로 117% 증가, 출신 대학에서 연세대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전남대는 18대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에 이어 5위였지만 19대에선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통합진보당은 서울대 3명, 고려대 2명, 한국외대 2명, 자유선진당은 서울대, 성균관대, 가톨릭대, 동의대 각 1명의 분포를 보였다. 대선주자별로 보면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같은 서강대 인맥은 새누리당 서병수(부산 해운대·기장갑) 의원 1명뿐이었다.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같은 중앙고-서울대 경제학과 라인은 심윤조(서울 강남갑) 당선자였다. 이재오 의원의 중앙대 경제학과 인맥은 이노근(서울 노원갑), 김학용(경기 평택갑) 당선자가 잇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유승민(대구 동을), 이한구(대구 수성갑) 의원과 경북고-서울대 경영학과 라인을 이뤘다. 민주통합당은 이화여대 바람이 거세다. 단순 수치로 비교해 보면 18대 총선 때보다 3명 늘어난 9명이지만 내용을 보면 입김이 더욱 세졌다. 18대에서 민주당 내 이대 출신은 6명이지만 이 중 5명이 비례대표였고 1명만 지역구였다. 반면 19대에서는 비례대표는 2명으로 줄어든 반면 지역구는 7명으로 대폭 늘었다. 치열한 지역구 공천에서 이화여대 출신들이 경선 또는 전략공천을 통해 다수가 공천권을 따낸 만큼 당선율도 덩달아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화여대 출신 의원 당선자로는 비례대표로 3선 의원이 된 한명숙 전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총선기획단장이었던 이미경 의원, 고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의 아내인 인재근 한반도재단이사장이 있다. 또 김상희 현역 의원, 박혜자, 유승희, 서영교, 전정희, 최민희 당선자 등도 포함됐다. 이대 출신인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이대 라인’들이 공천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18대에 이어 19대에서도 이화여대 출신으로 당선된 사람은 이미경, 김상희 의원 두 명이다. 반면 새누리당의 이화여대 인맥은 비례대표 3명뿐으로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과학계 몫으로 1번에 배정된 민병주 당선자와 민현주 경기대 대학원 직업학과 조교수, 신경림 이화여대 간호과학부 교수 정도다 19대 국회에선 정당별로 ‘비(非) SKY 대학’들이 약진했다. 새누리당에선 성균관대·중앙대의 진출이, 민주당에선 경희대·부산대 출신의 여의도 입성이 눈부시다. 18대 당선자 중 중앙대 출신은 새누리당에서 장제원, 이군현, 김학용 의원 등 3명밖에 안 됐지만 19대에선 7명으로 늘었다. 이재오, 노철래, 김을동 의원과 이노근 당선자 등이 수를 보탰다. 성균관대도 18대 6명(3.9%)에서 19대 10명(6.6%)으로 늘었다.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모교인 경희대 출신은 최고위원이었던 박영선 의원 등 5명이 이름을 올렸다. 김춘진(전북 고창·부안) 의원이 3선에 성공했고 김태년(경기 성남수정) 전 의원, 박홍근(서울 중랑을) 당선자도 경희대 출신이다. 5명에 불과하나 ‘실세 대학’이라는 말이 나돈다. 노풍(風)의 진원지인 ‘낙동강 라인’ 부산대 출신도 3선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 등 4명의 당선으로 학맥 확산을 예고했다. 민홍철(경남 김해갑), 배재정·한정애(비례대표) 당선자가 동문이다. 이재연·강주리·송수연기자 oscal@seoul.co.kr
  • 여의도 못간 폴리페서들 또 학교로

    여의도 못간 폴리페서들 또 학교로

    본업인 강의를 뒤로하고 금배지를 달기 위해 4·11 총선에 대거 출마한 ‘폴리페서’(정치참여 교수)들의 폐해가 선거 이후 또다시 나타났다. 교수들의 현실정치 관련 활동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들이 여의도행 티켓을 놓고 격전을 벌이는 동안 학생들의 수업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게 문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는 지역구에 출마한 현직교수 29명 중 20.6%인 6명이 당선됐고 비례대표는 9명이 국회에 입성했다. 이중 새누리당은 12명, 민주통합당 3명이고 나머지 군소정당 후보는 없었다. 낙마자는 23명으로 나타났다. 당선된 후보들은 장기 휴직에 들어갔고, 낙선한 교수들은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학교로 복귀하고 있다. 당선자 가운데 총선 이전 휴직계를 제출한 인사는 6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당선 여부를 저울질하며 낙선시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휴직계 제출을 미룬 것이다. 피해자는 애꿎은 학생들뿐이다.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다른 교수에게 수업을 맡기는 경우도 있어 학생들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교수가 낙선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휴강한 만큼 보강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의 수업권을 신경쓰는 ‘폴리페서’들은 많지 않다. 당선자 중 선거운동 이전에 휴직계를 제출한 사람은 새누리당 박인숙(서울 송파갑), 이종훈(성남 분당갑), 김현숙(비례대표), 이에리사(비례대표), 민주통합당 홍종학(비례대표), 새누리 신경림(비례대표) 교수 정도다. 휴직계를 냈다가 다시 복직한 경우도 있다. 새누리당 당선자인 박인숙 울산대 의대 교수는 3월 말 휴직계를 냈다가 총선이 끝난 12일 복직계를 냈다. 울산대 측은 “밀린 환자들이 많아 불가피하게 다시 복직계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대학들도 낙선한 뒤 학교로 돌아오는 폴리페서들의 처신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제도개선을 논의하는 곳은 많지 않다. 참여연대 이재근 팀장은 “국회의원으로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지만 우선 출마 전에 휴직을 해야 한다.”며 “4월이면 학생들이 수강신청도 해야 하는데, 수강신청은 받아놓고 떨어지면 수업하겠다고 하는 것은 학생들의 수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폴리페서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여야는 교수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경우 교수직을 자동 사퇴하거나 선거운동에 들어가기 전 휴직을 의무화하는 ‘폴리페서 방지법’을 만들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현정·이범수·최지숙기자 hjlee@seoul.co.kr
  • 신경림 시인이 들려주는 詩 이야기

    신경림 시인이 들려주는 詩 이야기

    성북구 정릉에서 오래 살아온 신경림(76) 시인이 구민들을 위한 특강에 나선다. 구에서 평생학습관 개관을 기념해 기획한 ‘성북인(人) 릴레이 특강’에서 첫 강연자로 나서는 그는 자신의 시와 인생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특강은 오는 19일 오후 2시부터 2시간 진행된다. 김영배 구청장은 “4월혁명 기념일이기도 한 이날 민족문학의 거장인 신경림 시인을 초청할 수 있게 돼 뜻깊다.”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중들에게 시인의 문학세계를 접하고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는 올가을 ‘신경림 시인이 들려주는 성북동 문학 이야기’라는 주제로 또 한 차례의 강연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역량을 갖춘 각계 구민들을 강연자로 초청하는 ‘성북人 릴레이 특강’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강의 내용들을 모아 ‘성북人 스토리텔링북’으로도 펴낼 계획이다. 성북구는 전화(920-3446)나 구청 인터넷 홈페이지(www.seongbuk.go.kr)를 통해 수강자 150명을 선착순 모집한다. 홈페이지 e-편리한 민원→온라인 예약신청→온라인 접수 순으로 접속하면 된다. 지난 2월 2일 문을 연 구 평생학습관은 주민들의 생애단계별 평생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강좌와 주민 학습동아리 운영, 스터디 모임을 위한 장소 제공 등을 통해 지역 평생학습의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서울시정 고문단 대표 한승헌 변호사

    서울시는 15일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각계 원로 15명으로 구성된 ‘시정 고문단’ 위촉식을 갖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박원순(왼쪽) 시장은 고문단 대표에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오른쪽·78) 법무법인 광장 고문변호사를 위촉했다. 고문단 구성원은 한 변호사를 비롯해 김영호(72) 한국사회책임 투자포럼 이사장, 김영희(76) 중앙일보 국제문제대기자, 남재희(78) 전 노동부장관, 박영숙(80) 미래포럼 이사장, 송보경(67) 소비자시민모임 이사, 신경림(77) 시인, 한완상(76)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등이다. 고문단에는 여성이 7명에 달해 양성평등 관점에서 시 정책을 펴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시는 기대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나무와 詩, 그리고 사람살이

    품 너른 나무 아래 서면 누구라도 시인이 되기 마련이다. 어줍은 솜씨로라도 글 한 자락 풀어내려 애를 쓴다. 시인 묵객들이야 더 말할 게 없다. ‘나무가 말하였네 1·2’(마음산책 펴냄)는 작가들이 나무 곁에서 쓴 시를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가 사람살이에 맞춰 풀어낸 책이다. 시를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터다. 하지만 나무가 가진 속성과 정한을 사람살이에 빗대 풀어내는 일 또한 나무에 관해 어지간한 내공이 쌓이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나무의 성품을 알고 나무가 사람 틈에 섞여 지내온 이력을 알아야 하며, 무엇보다 나무를 제 몸같이 사랑해야 한다. 저자의 나무에 대한 애정은 넓고 깊다. 서울신문 목요일 자에 꼬박꼬박 연재되고 있는 여행 에세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를 읽다 보면 단박에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단 한 줄도 자신의 현학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데 나무를 돋보이게 하는 일이라면 재거나 가리지 않는다. 불원천리, 풍찬노숙이 나무를 좇는 그의 행보를 설명하는 적절한 표현일 듯싶다. 책은 저자가 나무 여행을 떠나는 길에서 만난 시들에 자신의 감상을 덧대는 형식으로 이어진다. 예컨대 ‘무화과’를 통해 이은봉 시인과 저자는 중년의 삶을 본다. 시인이 “꽃 피우지 못해도 좋다/열매부터 맺는 저 중년의 生!”이라 노래하면 저자는 보다 쉬운 언어로 자분자분 설명을 보탠다. “무화과 나무에서도 꽃이 핀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무화과나무는 오월쯤 잎겨드랑이에 도톰한 돌기를 돋운다. 영락없는 열매지만 꽃이다./(중략)/꽃주머니는 그대로 열매가 된다. 무화과는 사람의 입 안에 달콤한 기억을 남긴다. 꽃 피우지 않고, 누가 알아보지 않아도 좋다. 비바람 몰아쳐도 수굿이 열매 맺는 중년의 삶이 그렇다.” 김영무의 ‘연잎’을 읽으면서는 연잎의 소수성(疏水性·물과 결합하기 어려운 성질)을 떠올린다. 잎자루의 보이지 않는 진동 때문에 물방울은 연잎을 적시지 않고 연잎은 물방울을 깨뜨리지 않는다. 사랑이란 이처럼 서로를 품으면서도 구속하거나 해치지 않는 것임을 저자는 연잎에 빗대 설명하고 있다. 1권은 정지용·윤동주에서 김춘수·신경림을 거쳐 나희덕·문태준까지, 나무를 곁에 두고 사랑한 우리 시인들의 절창 70편을 찾아간다. 2권은 폭을 넓혀 이백, 조운과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그리고 우리나라의 젊은 시인을 아우르는 81편의 시를 담았다. 1세트 2만 2500원, 각 권 1만 15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문화마당] 봄부터 가을까지/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봄부터 가을까지/신동호 시인

    봄-주목(朱木)은 고고하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그러나 주목의 잎사귀에는 독성이 있다. 잎이 진 자리에는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한다. 유전자적으로 혹은 기괴한 모양으로 인간의 호감을 얻는 데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애초에 공생을 배우지는 못했다. 봄의 꽃들은 가녀리다. 나비와 벌들이 꽃과 꽃 사이를 날며 꽃가루를 뿌릴 때 꽃들은 수줍게 자기들끼리 올망졸망 핀다. 고사떡을 돌리는 이웃들 같다.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신경림 시인의 시 구절 같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널 도와주진 못해도 망치겐 할 수 있어.”라고. ‘날치기’, ‘결사반대’, ‘두고 보자’, ‘폭행’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판친다. 정치적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고 싶지 않다. 다만 봄 햇살 같은 따뜻함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위로, 격려, 이타주의 같은 단어가 외면당하고 있다. 아니, 애초에 그런 단어밖에 쓸 줄 모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묻혀 버리고 있다. 모두 주목처럼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영생의 명예를 꿈꾼다면 봄꽃은 너무 초라하다. 그동안 우리에게 봄은 없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 부정의 시대를 견딜 만한 것일까. 여름-일제시대, 농지를 빼앗긴 농부들은 만주로 발길을 옮겼다. 짧은 여름 동안 뙤약볕 아래서 밭갈이를 거듭했다. 쌀에 대한 그리움은 어찌할 수 없어서 수많은 수경농사가 시도되었다. 안중근 의사의 두 동생, 정근과 공근은 총 대신 가래를 잡았다. 꼭 총을 잡아야 독립운동이 아니라는 걸 두 동생이 보여주었다. 북위 50도 흑룡강 찬바람 속에서 벼농사를 이뤄냈으니 그로부터 조선 사람의 이주는 거듭되었다. 땅을 갈고 씨를 뿌리며 그 땅의 주인이 되었다. 이 농민들을 강물 삼아 독립운동가들이 물고기처럼 헤엄쳤다. 불행한 식민지 시대였지만 한편 개척 정신이 충만한 시대이기도 했다. 어찌 한반도 남쪽, 복작거리는 곳에서 땅에 대한 애착만 키우고 거대한 농지를 꿈꾸지 못할까. 지금도 몇몇 선각자들과 기업들이 연해주에서 작물을 키운다. 알로에도 키우고 콩 경작에도 도가 텄다고 한다. 북한도 올해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에 20만㏊의 농지를 ㏊당 50루블, 우리 돈 1800원가량에 임대하기로 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나라가 들썩인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는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농민들의 꿈을 한반도 남쪽의 공간으로 축소시킨 것에 대해 반성해 보았으면 좋겠다. 러시아 극동의 여름에 남과 북의 농민들이 서울의 4배나 되는 땅을 경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가을-너그럽고 풍요롭다. 마음이 살찌는 소리가 아름답다. 억지로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마음속의 공간을 한껏 넓혀보자. 1933년 발표된 이광수의 ‘유정’ 첫 문단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는 바이칼 호수에 몸을 던져 버렸는가. 또는 시베리아의 어느 으슥한 곳에 숨어서 세상을 잊고 있는가. 또 최석의 뒤를 따라간다고 북으로 한정 없이 가버린 남정임도 어찌 되었는지(중략). 나는 이 두 사람의 일을 알아보려고 하르빈, 치치하르, 치타, 이르크트스크에 있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부쳐 탐문도 해보았으나 그 회답은 ‘모른다’는 것뿐이었다.” ‘유정’의 공간은 지금의 우리가 도무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넓다. 스무 살 정임은 만주와 러시아를 떠돈다. 지금 우리는 1933년 정임의 공간에 비해 너무나 쪼그라든 공간을 상상하며 산다. 황석영의 ‘심청’에서 16살 심청은 상하이에서 광저우로, 다시 저 멀리 남중국 싱가포르까지 간다. 그의 귀국길은 타이완과 일본을 거친 바닷길이다. 동남아는 16살 심청이 그야말로, 놀던 공간이다. ‘바리데기’의 탈북 소녀는 영국까지 간다. 공간적 상상력을 넓히라는 황석영의 목멘 픽션이다. 세계화를 꼭 FTA 문제로만 봐야 할까. 아니다, 진정 세계를 상상의 공간으로 구체적으로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 들뢰즈의 노마디즘(유목민적인 삶과 사유)이 젊은 지성인들에게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는 오히려 지구 전체를 삶과 사유의 공간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것들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물론 가을처럼 넓게, 풍요롭게.
  • 에드먼드 탄생 140주년 심포지엄

    1903년 서울 중구 정동 보구여관에 최초의 간호교육기관을 설립해 한국 간호교육의 효시가 된 캐나다인 마거릿 J 에드먼드 탄생 14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식과 학술 심포지엄이 24일 이화여대 건강과학대(학장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주관으로 이화여대 이화 역사관과 이화·삼성교육문화관에서 각각 열린다. 기념식에서는 김선욱 이대 총장이 가족대표에게 감사패를 수여하며, ‘마거릿 J 에드먼드 선생님의 소명과 한국 간호교육의 미래 비전’을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이 이어진다.
  • 정신 극한까지 치올라가 아프고 슬픈 희망을 노래

    ‘물 위에 씌어진’(천년의시작 펴냄)은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이다. 지난해 시집 ‘쓸쓸해서 머나먼’이 경북 포항의 한 정신병원을 오가며 쓴 작품들이었다면 이번 시집은 그가 첫머리에 밝혔듯 ‘정신과 병동에서 쓰여진 것들’이다. 왜 처음부터 엄포 놓듯 명토 박아둔 것일까. 그는 몸과 마음이 아프다. 시도 한없이 아프고 슬프다. 몸은 한없이 안으로 잦아들고, 마음은 자꾸 몸 바깥으로 벗어나려 한다. 문학과 철학, 심리학, 인류학 등에 걸쳐 광대무변하게 축적된 인문학적 사유들이 최승자의 시어(詩語) 바깥으로 툭툭 튀어 나가 저 스스로 생명 가진 양 행세하는 모양새가 최승자의 바뀐 시 세계다. 특유의 절제되고 압축된 언어는 여전하지만 절망의 극한을 보여주기보다는 초자연적이고 상징적인 주제로 내뻗쳐졌다. 이번 시집을 통해서는 그가 많이 단련되었음을, 그래서 자신을 객관적으로-한 걸음 떨어져서-바라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인 신경림이 “사람의 정신이 가닿을 수 있는 극한까지 치고 올라가 예사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우주와 사람의 때묻고 얼룩지지 않은 발가숭이 모습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평한 데는 이유가 있다. 최승자는 ‘나는 다시 돌아왔다/세상의 모든 나무 그림자들이/한없이 길어지는 오후/나는 다시 돌아왔다//사프란으로 떠난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나는 다시 돌아왔지만/사프란으로 떠난 그녀는/영영 돌아오지 않으려 한다’(‘나는 다시 돌아왔다’ 중)라고 노래한다. 그리고 시 ‘하룻밤 검은 밤’에서처럼 ‘그때 누가 자꾸 내 이름을 불러주더라/죽지 말라고/ 아직은 살 때라고’라는 희망도 넌지시 내비친다. 표사를 쓴 시인 김정환이 새삼스레 확인시켜준다. “네 이름이 승자 아니더냐.”라고. 병마와의 싸움에서도 승자(勝者)가 될 수 있다는 어렴풋한 자신감이 시집 앞머리에서 자신의 병력을 당당히 밝힐 수 있는 동력이 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제19회 공초문학상] 공초 & 공초문학상은

    [제19회 공초문학상] 공초 & 공초문학상은

    19년 역사의 공초문학상 역대 수상자 면면은 공초(空超) 오상순(1894~19 63)의 삶과 시를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1993년 이형기(1933~2005) 시인부터 신경림(1998년), 오세영(1999년), 김지하(2003년), 천양희(2005년), 신달자(2009년), 이성부(2010년) 시인 등에 이르기까지 예술 세계의 정점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시인들의 몫이었다. 공초가 소박하며 고졸한 시어와 폭풍처럼 몰아치는 광대한 격정의 시어가 자연스레 어울리는 시를 선보였듯 역대 수상자들 또한 시에 대한 열정을 삶에 대한 관조와 인간에 대한 탐구로 끌어올려온 이들이다. 1992년 제정돼 이듬해 첫 회 수상자를 낸 공초문학상은 등단 20년 차 이상의 중견 시인들이 최근 1년 이내에 발표한 작품 중에서 수상작을 고른다. 공초는 1920년대 ‘폐허’ 동인을 결성하며 서구의 폐허 의식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이는 공초의 시편 곳곳에 드러나는 허무와 동양적 운명주의의 든든한 뿌리가 됐다. 하루 스무 갑씩 담배를 피워 댄 일화로도 유명하다. 호에서도 ‘꽁초’가 연상된다. 일본에 유학해 루쉰 등과 교류하며 에스페란토어를 배우고 바하이교(세계 보편 종교를 지향하는 이슬람계열 종교)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등 세계 평등사상과 인간 해방의 꿈을 품은 피 뜨거운 지식인이기도 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창비 150호 원동력은 한국사회 저력”

    “창비 150호 원동력은 한국사회 저력”

    “창작과비평이 150호까지 온 것은 한국 사회의 저력입니다.” 1966년 1월 미국 유학에서 갓 돌아온 28살의 젊은 문학평론가는 ‘야심만만’하게 잡지 한 권을 세상에 디밀었다. 이문구, 송기영, 신경림, 김남주, 박현채, 리영희, 강만길 등 ‘필발’ 쟁쟁한 문인들과 평론가들을 배출한 계간 ‘창작과비평’(창비)의 시작이었다. ●“우리사회 활력 사라지지 않을 것” 유난히 하얀 낯빛의 그 젊은이가 어느새 고희를 넘긴 나이가 되어 24일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백낙청(72)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창비 편집인이다. 창간호를 낸 지 44년 만에 올 겨울 통권 150호를 찍었으니 감회가 남다를 만하다. “창비 같은 잡지가 어떻게 가능한지 외국에서 무척 궁금해하는데 그건 한국 사회가 외국 사회와 다르기 때문”이라는 백 편집인은 150호 돌파 원동력으로 ‘한국 사회의 저력과 활력’을 꼽았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정부 방침이 일반 시민들의 활력을 키우기보다는 죽이는 쪽으로 작용해 왔지만 활력이 죽지 않았다.”면서 “정치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한국 사회의 활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인쇄소도 직접 뛰어다니는 등 실무를 거의 혼자서 다했는데 지금은 ‘집단 지성’이 작용하는 잡지로 진화했다.”며 “창간호를 낼 때 품었던 기대와 포부가 실현돼 흐뭇하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1년에 네번 나오는 계간지가 150호를 찍는 데는 37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창비는 7년이 더 걸렸다. 군사정권 서슬이 퍼렇던 1980년 7월 폐간됐다가 1988년 봄에야 복간된 때문이다. 민족문학론이나 민족경제론 등 창비가 주도한 담론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하지만 암울했던 시절, 한국의 지성계를 이끌고 불모지나 다름없던 평론 문화를 개척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한국문학 아직도 빈곤한 게 현실” 백 편집인은 “(독재정권 시절) 압수수색 당하고 탄압 당할 때 오히려 판매 부수가 올라갔다.”면서 “예전에 민족문학을 강조했던 것은 우리(한국문학)가 빈곤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기죽지 말자고 그랬던 것”이라고 당시를 돌이켰다. “세계 문학의 시야에서 볼 때 한국 문학은 아직도 ‘빈곤한 문학’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국내에서나 통할 만한 작가를 세계적인 작가라고 치켜세우거나 억지로 띄우는 일이 많지만 빈곤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자.”면서 “분식회계를 하면 당장은 속일 수 있지만 재산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평론가들이 일부러 만들어내는 거품도 빈곤의 일부”라고 뼈 있는 말을 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해서는 “그 이유와 경위가 어떻든 북측이 우리 남측 영토에 대고 포격을 하고 민간에 피해를 입힌 것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잘라 말했다. 창비는 150호 발간을 기념해 ‘창비사회인문학평론상’을 신설하고, 창간호부터 150호까지 전권을 이동식 저장장치(USB메모리)에 담은 전자영인본을 출시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한자리에 모인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한자리에 모인 대산문학상 수상자들

    정신분열증을 앓다가 12년 만에 시집을 낸 시인, 중국에서 한국어 교사로 일하며 번 돈으로 태국에서 첫 장편소설을 완성한 소설가, 치과의사를 부업으로 삼아 희곡을 쓰는 극작가…. 제18회 대산문학상을 받은 수상자들의 다양한 이력이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주는 대산문학상은 올해 시 부문에 최승자(58) 시인의 시집 ‘쓸쓸해서 머나먼’, 소설 부문에 박형서(38)씨의 장편소설 ‘새벽의 나나’, 희곡 부문에 최진아(42)씨의 ‘1동 28번지, 차숙이네’를 각각 선정했다. 평론 부문에는 김치수(70)씨의 평론집 ‘상처와 치유’, 번역 부문에는 이인성 원작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을 공역한 ‘Interdit de folie’의 최애영(49)씨와 장 벨맹-노엘(79)이 뽑혔다. 지난 3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수상자들을 만났다. 경북 포항에서 올라온 최승자 시인은 “요즘 시들이 너무 다변화돼 언어만 날뛰는데, 말로 흘러가는 게 아니고 시적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말로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그는 “한번 생각에 사로잡히면 끝없이 물고 늘어져 밥도 잊어버리고 혼잣말을 하곤 해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며 “지난해부터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설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경림·신달자 시인 등 시 부문 심사위원단은 최 시인의 시에 대해 다변의 범람 속에 간결성과 간절함이 단연 돋보인다고 평했다. 신경림은 “시인이니까 시를 쓰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최승자 시인은 시를 써서 시인이 되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1980년대 “내가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할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일찌기 나는’ 중에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삼십 세’ 중에서)와 같은 시어로 젊은이를 열광시켰던 최 시인은 이제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참 우습다’ 중에서)라고 노래한다. 태국을 무대로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짚은 소설 ‘새벽’의 박형서씨는 “두껍고 끈적끈적한 책을 읽어주셔서 감사하다.”며 “소설을 위해 태국에서 1년 반가량 머물렀는데 항상 시간을 넉넉히 가지고 공을 들여서 작품을 쓰겠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연극연출가 겸 극작가로 변신한 최진아씨는 “희곡을 잘 쓴다는 게 너무 어렵지만 연극에 기대어 산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고 말했다. 평론 부문의 김치수씨는 “문학으로 상을 받는 것은 여분의 몫이라 생각한다. 외길로 평생을 걸어오니까 우연히 나에게도 상이 찾아왔다.”고, 번역 부문의 최애영씨는 “원작의 힘이 컸고, 공역을 하면서 정교한 교감이 필요했다.”고 각각 소감을 전했다. 상금은 소설 5000만원, 시·희곡·평론·번역이 각각 3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시와 소설 부문 수상작은 번역 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돼 외국에서도 출판될 예정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2집 낸 하이미스터메모리

    2집 낸 하이미스터메모리

    “노래 때문에 제 삶이 달라졌는데. 제 노래가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때 통기타로 대표되던 포크 음악이 국내 음악 시장에서 변방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하지만 모던, 네오, 누포크 등 그 명칭이 무엇이든 언제부터인가 서울 홍대 앞 언더그라운드 무대에 새로운 포크 바람이 일고 있다. 국내 포크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은 물론 수잔 베가, 앨리엇 스미스, 제이슨 므라즈, 잭 존슨 등 해외 네오 포크 뮤지션의 영향을 받아 깊이도 더욱 깊어졌다. 언더그라운드의 3대 목소리로 꼽히는 하이미스터메모리(35·본명 박기혁)가 새 앨범을 내놨다. 고(故) 김현식, 유재하, 김광석의 감성을 잇고 있다는 평을 듣는 이다. 2집 ‘내가 여기 있어요’다. 예명에서 따온 첫 앨범 ‘안녕, 기억씨’(하이, Mr. 메모리)를 낸 지 3년 8개월 만이다. 전작이 일기장에 내면의 이야기를 담는 형식이었다면, 이번 앨범에선 바깥으로 눈을 돌린다. 사람들에 대한 기억, 관계에 얽힌 기억을 노래한다. 소설에서 영감을 얻어 외모 지상주의를 꼬집기도 하고 위안부 할머니를 노래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이따금 사랑 낙서도 하잖아요. 사랑이 깨져 세월은 흘러가도 낙서는 남아 있죠. 그런 낙서가 조용히 말을 해요. 내가 여기 있다고.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지나치는 존재들을 따뜻한 시각으로 봐줬으면, 그리고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기본 바탕은 네오 포크이나, 그 안에서만 맴돌지 않고 재즈, 록, 블루스, 펑키 등 다양한 장르를 풀어 놓는다는 게 하이미스터메모리의 설명. 록 밴드 갤럭시익스프레스의 보컬 박종현, 모던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를 비롯해 옥상달빛,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김마스타 등 포크 쪽 싱어송라이터들이 대거 참여해 앨범의 감수성이 더욱 풍부해졌다. “한 장르를 고집하지는 않아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야기입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따라 거기에 걸맞은 장르를 선택하곤 하지요. 멜로디를 쓰는 시간보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아요.” 중학교 2학년 때 허영만의 만화 ‘고독한 기타맨’을 보고는 어머니를 졸라서 곧바로 기타를 샀다. 그때부터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디딤돌 삼아 습작을 하곤 했다. 하지만 빼어나게 노래를 잘 부르거나, 손가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타 연주를 잘하는 건 아니어서 음악을 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문예창작과를 다녔고, 한때 연극배우 생활을 했다. 호구지책으로 좌판을 깔고 머리핀을 팔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에 접어든 것은 1999년 제대 뒤. 무대는 특별히 없었다. 무작정 거리에서 심장병 어린이 돕기 공연을 이어갔다. 그리고 신경림, 신경숙, 은희경 등 문인들과의 북콘서트, 네오 포크 계열 뮤지션들과의 기획 콘서트 등 우직하게 라이브를 이어 왔다. 음악하는 외국인 친구가 ‘기혁’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자꾸 ‘기억’(메모리)이라고 불렀고, 농담 삼아 하던 인사말이 예명이 됐다는 하이미스터메모리.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다.”며 눈을 빛낸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연희창작촌으로 문학여행 오세요”

    “연희창작촌으로 문학여행 오세요”

    서울시 창작공간 중 유일한 문학전용 공간인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문학창작촌’은 문인들에게는 집필실로, 지역주민에게는 문화쉼터로 사랑받고 있다. 연희동 주택가 언덕배기에 자리한 창작촌은 소나무 숲과 감나무, 밤나무 등 과실수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시골 펜션을 연상시킬 만큼 소담하다. 원래 이곳은 서울의 역사를 연구·편찬·교육하는 기관인 시사편찬위원회가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사용하던 곳이었다. 전용주거지역이라 이후 활용도에 어려움을 겪던 차에 지난해 11월 문학 장르로 특화된 창작공간으로 거듭났다. 지난해부터 신달자, 이시영, 윤대녕, 전경린, 은희경, 김경주 등 내로라하는 작가 60여명이 이곳을 거쳐갔다. 정기공모를 통해 3개월간 입주할 수 있으며 4만~8만원 정도의 관리비만 내면 된다. 외국작가의 경우는 무료. 현재 독일작가 크리스티안 크라흐트, 프라우케 핀스터발더 부부가 이용하고 있다. 창작촌이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책으로만 만나던 유명 문인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안현미 연희문학창작촌 실장은 “10월 9~10일 문학대축제기간에는 영국사회운동의 하나인 ‘리빙 라이브러리(Living Library)’처럼 만나고 싶은 작가를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1대1로 작가와 만나는 시간이 주어진다.”고 말했다. 또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대학생 문학 동아리(명지대, 동국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대상으로 전문작가를 멘토로 지정하여 미래의 예술가들을 발굴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들을 위한 시·소설 창작교실도 있다. 10만원만 내면 13주 동안(매주 화요일) 작가수업을 받을 수 있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30분에는 솔향기와 어우러지는 이색 낭독극장 무대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입소문을 타 1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스탠드에 가족·연인들이 빼곡하게 차 항상 만원사례다. 한여름밤 공연이어서 시원한 냄새가 나는 모기퇴치 팔찌도 나눠준다. TV가 없던 시대에 듣던 라디오 극장 같기도 하고 시골동네를 순회하며 공연하던 유랑극단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의자 몇 개, 천 몇 조각, 조명불빛 뿐인 단순한 무대지만 작가들이 직접 나와 작품 설명을 하고 연극배우들이 독백처럼 내뱉는 대사들을 음미하다 보면 문학의 무한한 변주와 크로스오버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남자친구와 함께 온 윤소라(24·연희1동)씨는 “숲속 소극장에서 가족·연인들이 오순도순 모여 잔치하는 기분이었다.”면서 “공짜로 문학소녀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곳이 집 근처에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26일에는 소설가 박범신, 시인 신경림, 민요연구회 ‘연행패’회원 등이 소설과 함께 어우러지는 노래판을 펼친다. 글 사진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인사]

    ■지식경제부 ◇전보 △지역투자과장 임기성△광물자원팀장 황의덕△중부광산보안사무소장 이성천 ■기상청 △국립기상연구소장 권원태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소장 이재영△언어교육원장 김진완△기초교육원 부원장 이일하 ■고려대 △대학원장 김건△이과대학장 도성재△관리처장 강경인 ■성균관대 ◇보직 △약학부장(임상약학대학원장 겸임) 박은석△생활과학부장(생활과학대학원장 〃) 김순옥△사범대학장(교육대학원장 〃) 김현철△예술학부장(디자인대학원장 〃) 이경현△국정관리대학원장(행정대학원장 〃) 권기헌△정보통신대학원장 김응모△번역·테솔〃 이영옥△중국〃 장궈요우 ■이화여대 △학사부총장 이경숙△대학원장 이공주◇대학원장△통역번역 강태경△법학전문(법과대학장 겸임) 송덕수△신학 박경미△정책과학(정보과학대학원장·사회과학대학장 겸임) 양승태◇대학장△인문과학 이재돈△자연과학 김성진△건강과학 신경림◇원장△평생교육 주영주△국어문화 강진옥◇처장△교무 이인표△기획(감사실장 겸임) 오수근△학생 차미경△총무 조경원△재무(자금팀장 겸임) 신경식△연구(산학협력단장 〃) 최경희△국제교류 박찬길△정보통신 신형순△대외협력 박동숙◇부처장△교무처 김희진△기획처 이승욱(기획) 박성희(홍보)△입학처 최샛별(상담)△총무처 신하윤△재무처 이명휘(예산/회계/구매)△국제교류처 남영숙△대외협력처 백은미◇부원장△한국문화연구원 정병준△국제대학원(한국학과장 겸임) 김영훈◇연구소장△기초과학(기초과학연구소 방사성동위원소 안전관리실장 겸임) 이상기△영미학 전수용△의과학(의학전문대학원 연구부원장·의과대학연구부장 겸임) 오세관△젠더법학 석인선△사회과학 진승권◇부소장△의과학연구소 한기환 ■한국외대 △사회과학대학장 김유경△법과〃 박영복△서울 평생교육원장 장은수△입학사정관실장 홍원표△경력개발센터소장(용인) 최호성△국제지역연구센터장 정경원△일본연구소장 정상철△중국〃 오승렬△경제경영〃 이광은△정보산업공학〃 정동근△사회과학대학 부학장 권태형△상경대학 〃 권원순△글로벌경영대학 〃 김중화△인문대학 〃 김원명 ■한겨레신문 △편집국 지역부문 부편집장 이수범 ■한맥투자증권 ◇상무보 전보 △리테일사업본부장 직무대행(강남본부점 개설준비위원장 겸임) 이석배◇상무보 승진△명동본부점장 김경태 ■동양레저 ◇승진 △이사대우 권혁세
  • “미국이 아프간을 장악해야할까 말아야할까”

    “미국이 아프간을 장악해야할까 말아야할까”

    마이클 샌델(57)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24일 출간 이후 12일 현재 12만부가량 팔렸다. 인문서로는 2002년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 이후 8년 만에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종합1위 자리를 꿰찼다. 자기계발서가 장악한 출판계 현실에서 모처럼 진지한 주제의 책에 쏟아지는 열렬한 반응은 나쁘지 않은 현상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버드 샌델교수의 정치철학 강의서 김비환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완고한 공동체주의자(communitarianist)들은 개인적 자유와 권리를 부정적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현대 공동체주의자로 꼽히는 샌델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동체주의란 자유주의에 기초한 개인주의 성향 때문에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개인을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묶어보자는 것이다. 샌델 교수는 이 공동체주의자의 대표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 학계는 공동체주의에 뜨뜻미지근한 태도를 보인다. ‘박정희식 민주주의’라는 쓴 기억을 떨쳐내지 못해서다. 국가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던 박정희 정권의 잔재가 아직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한국적 풍토에서 공동체주의를 적극 환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학계의 얘기다. 대표적 우파 이론가로 꼽히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공동체주의에 긍정적이면서도 자신의 사상을 ‘자유주의적 공동체주의’ 대신 ‘공동체 자유주의’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동체주의적 요소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우리의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꺼려진다는 판단인 셈이다. 공동체주의의 세계적 이론가로 꼽히는 찰스 테일러가 몇 년 전 한국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공동체주의는 한국에서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얘기를 (한국학자들로부터) 귀가 따갑게 들었다.”고 농담했을 정도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무거운 주제를 툭툭 던지는 강의처럼 재미있게 접근한’ 인기비결을 감안하더라도 ‘정의란’의 돌풍은 무척 역설적이다. 출판사(김영사)조차 “의외”라는 반응이다. 공동체주의에 대한 논란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법학자이자 현대 자유주의 이론의 대가로 꼽히는 로널드 드워킨 미국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공동체주의를 두고 “필연적으로 보수주의로 빠지고, 심지어는 전체주의까지 옹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때문에 공동체주의라는 단어를 처음 만들어 썼던 샌델 교수마저도 최근 들어서는 공동체주의라는 표현을 피하는 실정이다. 이는 개인의 보편적 인권을 공동체에 종속된 것으로 보는 공동체주의 자체의 이론적 문제점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이라는 ‘단일 공동체’ 전제에서 출발한 것도 공동체주의의 결정적 한계다. 현실 속의 다양한 공동체 간 갈등에 대해서는 답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세종시·선거·지역 갈등에도 대비 예컨대 ‘정의란’에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미군이 비무장 민간인을 살려줬더니 반군에게 미군의 위치를 알려줘 결국 미군이 희생당한 얘기가 나온다. 샌델 교수는 이 딜레마를 들어 “미군은 민간인을 죽였어야 했을까, 그래도 살려줬어야 했을까.”라고 묻는다. 하지만 좀더 궁극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미국이라는 공동체가 아프가니스탄이라는 공동체를 군사적으로 장악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우리나라로 눈을 돌리면 세종시 논란에서 나타난 서울 공동체와 충남 공동체 갈등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나타난 강남3구 공동체와 그 외 공동체 간 갈등은? 등의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 ‘3차원적 권력’ 개념으로 유명한 스티븐 룩스 뉴욕대 교수는 “공동체주의는 새로운 관념이 아니며, 심지어는 오래된 관념의 새로운 변종도 아니다.”라며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어떻게 하면 연대를 이끌어낼 것인가라는, 아주 오래되고 일반적인 자유주의 딜레마에 답하기 위한 또 한번의 노력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개인을 절대시하는 자유주의 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체를 끌어왔지만, 갈등 단위를 개인에서 공동체로 바꿔치기한 데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는 “샌델은 애국심이나 가족 배려 등을 중시하는 우파 입장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좌파적으로 오독(誤讀)되고 있다.”는 한국 보수진영의 불평에도 일정 부분 답을 준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제18회 공초문학상] 공초&공초문학상

    공초(空超) 오상순(1894~1963)은 20세기 초반 한국 문단에서 고은, 김관식 등과 함께 기인(奇人)으로 꼽히는 대표 인물 중 한 사람이다. 하루 스무 갑씩 줄담배를 피웠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호에서도 자연스레 ‘꽁초’ 이미지가 떠오른다. 시 세계 역시 기행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곤 했다. 1920년대 ‘폐허’ 동인을 결성하며, 서구의 폐허 의식을 국내에 처음 설파한 이로 잘 알려져 있다. 허무와 동양적 운명주의를 담은 시 작품을 남겼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그가 일본으로 유학하며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신지식인이라는 점은 상대적으로 묻혀 있다. 그는 세계 평등사상과 상호이해의 정신을 기조로 한 세계공용어 에스페란토를 가장 먼저 배워 국내에 보급했다. 인류의 평화를 궁극적 목표로 삼아 세계적 보편 종교를 지향했던 바하이교(19세기 바하 알라가 창시한 이슬람 계열의 종교)를 국내 최초로 소개했다는 사실도 지난해 처음 밝혀졌다. 오상순은 루쉰, 저우줘런 등 당대 해외 지식인들과도 지적 교류를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2년 그의 삶과 문학세계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공초문학상이 18년의 역사를 거치는 동안 신경림(1998), 오세영(1999), 김지하(2004), 성찬경(2006), 신달자(2009) 등 넓은 스펙트럼의 수상자를 배출한 것도 이런 시인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제18회 공초문학상] 산 오르며 진폭 큰 삶의 성찰 담아

    [제18회 공초문학상] 산 오르며 진폭 큰 삶의 성찰 담아

    백비(白碑) 감악산 정수리에 서 있는 글자가 없는 비석 하나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지만 너무 크고 많은 생 담고 있는 나머지 점 하나 획 한 줄도 새길 수 없었던 것은 아닌지 차마 할 수 없었던 말씀을 지녀 입 다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것도 아니라면 세상일 다 부질없으므로 무량무위를 말하는 것은 아닌지 저리 덤덤하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을 저렇게 밋밋하게 그냥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도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산과 시, 그리고 삶은 따로 떨어질 수 없죠. 오르고 내리며 보는 세상, 만나는 사람에게 늘 감동하고 있습니다.” 제18회 공초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이성부(68)의 시력(詩歷)은 올해로 꼬박 50년째다. 까까머리 고등학생 때인 1960년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에도 ‘현대문학’에서 세 차례 추천받았다. 그것도 모자랐을까. 아니면 자신의 시재(詩才)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였을까. 피끓는 20대 중반, 또 다른 신춘문예까지 섭렵했다. 수상자를 발표한 지난달 28일 그를 만났다. 이성부는 2005년 간암에 걸려 몇 차례 수술을 받았고, 이제는 석 달마다 병원을 찾아 재발 여부를 검사받아야 한다. 기자(한국일보)로 살며, 시인으로 살며, 하루가 멀다하고 찾던 술자리는 이제 남의 일이 됐다. 하지만 그는 훨씬 행복하다. 산을 오르며 삶의 비의(秘意)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산을 오르며, 산을 내려오며 끊임없이 산에 대한 시를 썼다. 그러다 보니 시단(詩壇)은 이제 그를 ‘산의 시인’이라고 부른다. 한때 어느 누구보다 뜨거웠던 민중시인은 그렇게 ‘산 시인’이 됐다. 그는 “과거 현실과 충돌하며 썼던 시와 지금 산을 오르내리며 쓴 시는 다르다.”면서 “나는 산을 통해 성숙해졌고, 삶을 더 잘 보게 됐고, 깊이와 넓이를 키워냈다.”고 자신의 변화를 설명했다. 그는 1970~80년대 고은, 김지하, 신경림, 조태일 등과 함께 참여시의 한 영역을 굳건히 담당해 왔다. ‘벼’, ‘봄’ 등 시편들은 그의 시 세계가 낮은 곳에 대한 연민, 역사에 대한 굳건한 믿음,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담뿍 담고 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었다. 그러던 그가 1996년 ‘야간산행’을 시작으로 ‘지리산’,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그리고 최근 펴낸 ‘도둑 산길’에 이르기까지 산에 대한 시를 계속 써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그의 세계관 자체가 단절되거나 변했다는 것과는 다르다고 시인은 강조한다. 그는 “산이 갖고 있는 역사성, 산과 더불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서사는 큰 틀에서 하나의 맥락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예컨대 연작시로 풀어낸 ‘지리산’은 소박하지만 건강한 민중성과, 성찰하며 전진하는 역사성이 하나로 모여져 쓰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섬세한 서정, 예리한 비판, 웅숭깊은 성찰 등 이 모든 것이 산을 통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그는 “산은 다닐수록 새롭다. 욕망과 집착을 줄일 수 있음을 가르쳐주고, 삶과 인간에 대해 고민하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라며 ‘산 예찬론’을 이어갔다. 공초문학상 수상작인 ‘백비’가 들어 있는 아홉 번째 시집 ‘도둑 산길’ 역시 산은 성찰의 공간임을 확인시켜준다. 특히 ‘귀가 밝아진다’, ‘세이’(洗耳), ‘소리를 보다’, ‘산속에서라야’ 등은 성찰의 힘이, 더욱 깊어진 민중성이, 귀 밝은 경청에서 비롯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공초 오상순에 대한 느낌도 늘 간절하다. “공초 선생을 생각할 때면 늘 가난하고, 외로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시인이라면 본질적으로 그래야 하는 것이겠지요. 요즘 후배 시인들에게도 가난과 외로움의 가치를 얘기해 주고 싶어요.” 지금도 일주일에 서너 번은 서울 언저리 산을 찾는다. 더불어 산을 오르다 보면 백발 성성하게 산을 오르는 삶, 산을 오르는 시의 한 대목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글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사진 김태웅기자 tuu@seoul.co.kr 이성부 시인은… 1942년 전남 광주 출생 ▲광주고 졸업, 경희대 국문과 수학 ▲1960년 전남매일(현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61년 ‘현대문학’에 시 ‘소모’(消耗) 등 추천 등단 ▲196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백제행, 전야, 빈산 뒤에 두고, 야간산행, 지리산 등 ▲시선집: 깨끗한 나라, 저 바위도 입을 열어, 너를 보내고 등 ▲수상:현대문학상(1969), 한국문학작가상(1977), 대산문학상(2001)
  • [책꽂이]

    ●언니에게(이영주 지음, 민음사 펴냄) ‘108번째 사내’ 이후 5년 만에 나온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자기 안에 규정할 수 없는 은밀한 것들을 ‘언니’로 분리하고, 그와의 대화를 통해 원초적인 내면 풍경을 그려낸다. ‘어머니가 방바닥에 늘어놓은 축축한 냄새들. 언니라고 부르고 싶은 버섯들이 있었는데, 잠에서 깨면 어머니는 버섯 머리를 과도로 똑똑 따고 있었다.’(‘언니에게’ 중)처럼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전작과 닮았다. 8000원. ●문학집배원 나희덕의 유리병 편지(나희덕 글, 신철 그림, 나라말 펴냄) 문화에술위원회에서 연재했던 ‘문학집배원 나희덕의 시배달’에 실린 시와 해설을 모은 시선집. 나희덕 시인은 시인 도종환, 안도현의 뒤를 이어 2008년 5월~2009년 5월 동안 시를 배달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감을 각각 살려 시 52편을 모으고 자신의 감상을 붙였다. 김춘수 같은 작고 문인부터 신경림·정희성 등 원로 시인, 김행숙·박진성 같은 젊은 시인까지를 모두 아우른다. 9500원.
  • [객원칼럼]아버지의 이름으로/김동률 KDI 언론학 연구위원

    [객원칼럼]아버지의 이름으로/김동률 KDI 언론학 연구위원

    도스토옙스키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일그러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극명하게 그리고 있다. 타락한 아버지 표도르는 맏아들 드미트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막내 아들 알리샤만 싸고 돈다. 아버지 부재 속에서 자란 드미트리는 아버지를 증오하게 되고 죽이려는 마음까지 먹는다. 동생 이반의 사주를 받은 배다른 형제인 스레르자코프에게 아버지가 살해되지만 드미트리가 누명을 쓰고 투옥된다. 배심원들은 그간의 정황으로 미루어 그를 살해범으로 단정한다. 드미트리는 무죄를 호소했다가, 마음속에서 항상 아버지를 죽이고 싶어했던 것은 아버지를 죽인 것이나 매한가지라며, 자신에게 던져진 혐의를 인정해 버린다. 이처럼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 증오가 얽히는 경우는 드물지만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미움이 싹트는 경우는 허다하다. 굳이 오이디푸스·일렉트라 콤플렉스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아버지의 자리는 늘 무언가 허전하고 외롭고 쓸쓸하다. “오늘의 이 영광을 어머니께 돌리고 싶다.” 올림픽 등 세계적인 경기를 보다 보면 자주 듣는 소리다. 아버지도 분명 공로가 있을진대 아버지에 대해 언급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가끔 아버지에게 영광을 돌리기도 하지만 그럴 경우 대개 해당 선수의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다. 그래서 아버지는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라고 한다. 실제로 많은 아들들은 아버지를 멀리하고 싶어한다. 작가 신경림은 ‘아버지를 증오하면서 나는 자랐다/아버지가 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노라고/이것이 내 평생의 좌우명이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어머니의 사랑은 무조건적이지만 아버지의 사랑은 조건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아버지는 딸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지만, 아들은 자신이 기대하는 기준에 도달해야 만족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망하고 나중에는 이 실망이 미움으로까지 변하게 된다. 재벌이 아들이 여럿 있는 경우 맏아들이 아니라 아버지 말을 가장 잘 듣는 아들을 후계자로 선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들과 대화를 나누는 아버지는 드물다. 아들이 아버지와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누는 것은 살아 있을 때가 아니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의 성묘길이라고 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아버지와 아들이 단둘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일주일에 평균 7분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상당한 거리감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많은 아버지들은 자신의 아들에게 애정을 아예 가지지 못하거나 설사 가진다 하더라도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일생을 보낸다. 재미있는 것은 무뚝뚝한 아버지라도 아들의 아들인 손자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보인다는 것이다. 손자에게 보여주는 애정을 아들에게는 왜 진작 보여주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땅의 아들들에게 말하고 싶다. 비록 사커 맘, 헬리콥터 맘 같은 아버지는 없지만, 아버지의 이름으로 남몰래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던 사람들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세상이 시끄러우면 줄에 앉은 참새의 마음으로/어린 것들의 앞날을 생각한다/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보이지 않는 눈물이 절반이다/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폭탄을 만드는 사람도, 감옥을 지키던 사람도, 술 가게의 문을 닫는 사람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 김현승의 ‘아버지의 마음’이란 시다. 오월이다. 이 땅의 모든 아들들은 알아야 한다. 아버지의 이름이 얼마나 슬프고 고독하고 처절한 것임을. 아들아, 스스로 아버지가 되어 보기 전에 부디 미리 알아다오. 아버지는 이제 많이 늙어, ‘새끼들 사진 보며/한 푼이라도 더 벌고/눈물 먹고/목숨 걸고/힘들어도 털고/일어날 수 있는 슈퍼맨’ 이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을(싸이의 노래 ‘아버지’중에서).
  • 무명씨에서 법정스님까지 5600명

    누가 뭐래도 ‘만인보’의 주인공은 5600명에 이르는 등장인물들이다. 이름대로 만명은 안 된다 해도 이 정도면 한국 현대사 속에서 울고 웃었던 한국인의 만상(萬狀)을 골고루 다 담고 있다고 해야겠다. 30년 기나긴 걸음의 영광스러운 시작은 시인의 할아버지였다. “우선 내 어린 시절의 기초환경으로부터 나아간다.”(1권 ‘시인의 말’)는 말처럼, 시인은 서시에 바로 이어 시 ‘할아버지’에서 식민지를 살아가는 구한말 세대의 전형으로 자신의 할아버지를 등장시켰다. 그러고는 어린 시인에게 ‘가갸거겨’를 가르친 ‘머슴 대길이’로 걸음을 옮기고, 이어 가족은 물론 시인의 고향 마을을 거닐던 가난한 이웃들을 모두 훑으며 만인보의 7권까지를 채운다. 이후 만인보는 광복과 전쟁, 군사독재 등 격동의 시기를 살아낸 사람들을 23권까지 다룬다. 이때부터 만인보에는 이승만, 박정희 등 권력자부터 함석헌, 장준하 같은 재야 운동가들이 본격 등장한다. 문익환 목사,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등 종교지도자들은 물론 김지하, 신경림, 백낙청 등 시인과 함께 호흡했던 문인들도 빠뜨리지 않는다. 하지만 만인보는 역사의 흐름을 쥐고 흔든 유명인들보다는 역사의 격랑에 휩쓸린 민초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에 가깝다. 마지막 30권이 시간을 거슬러 다시 ‘1980년 광주’로 돌아간 것만 해도 그렇다. 여기서 시인은 인배, 윤숙자, 김중식처럼 누구여도 좋을 이름의 인물들과, 아예 이름자도 없는 무명씨, 뱃속 아기, 고아, 재수생, 택시기사 등 갑남을녀를 등장시킨다. 그리고 이들을 통해 현대사의 비극을 기억하고, 아무도 모르게 절명한 영혼들을 시 속에서나마 되살려낸다. 만인보의 긴 걸음은 마지막 ‘그 석굴 소년’에서 끝난다. 24~26권에서 고승들을 훑기도 했던 시인은 여기서, 마치 수행자처럼 석굴 안에서 돌책을 보는 소년을 등장시킨다. 그러면서 ‘오늘밤도 그대 따라가는 / 만인의 삶 이야기 삶과 죽음 이야기 그칠 줄 모르니’라고 했으니, 만인보의 인물행진이 5600여명으로 끝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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