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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금호아시아나그룹 임직원 이웃돕기 성금 40억·30억 기탁

    신격호(사진 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은 26일 연말 이웃돕기 성금으로 4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성금은 김병일 롯데호텔 사장이 서울 중구 정동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사무실에서 이세중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장에게 전달했다.박삼구(오른쪽)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임직원들도 이날 이세중 회장에게 성금 30억원을 전달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서울대공원 동물원에 가보았지] 국내 최장수 호랑이 ‘백두’

    맹수사 뒤쪽 내실에는 덩치 큰 호랑이 한 마리가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옛 영화가 그리운 듯 애처로운 눈으로 하늘만 바라보다가 이마저도 힘든지 곧 눈을 감아버리는 이 호랑이의 이름은 ‘백두(♂·89년생)’. 올 봄까지만 해도 무리의 서열 1위로 위세를 떨치던 녀석이다. 일제강점기 때 무분별한 포획이 자행된 이후 모습을 감췄던 한국 호랑이가 우리나라에 다시 자리를 잡은 것은 지난 1986년이다.‘88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이 미국 동물원에 건너가 있던 시베리아 호랑이 5마리를 서울대공원에 기증한 것. 이때 들여온 호랑이가 바로 올림픽 마스코트로 유명한 ‘호돌’과 ‘호순’이다. 백두는 이들과 함께 들어온 수컷 ‘고려’와 호순 사이에서 태어났다.‘역이민세대’에서 태어나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린 첫 한국 호랑이 1세대인 셈이다. 우두머리답게 지금까지 3마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해 7마리의 새끼를 봐 일가를 이뤘다. 한 번 울면 대공원 주차장까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기세가 대단했던 백두도 가는 세월을 잡을 수는 없었다. 올 초부터는 털갈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송곳니가 뭉뚝해지는 등 급격히 노쇠하더니 급기야 뒤쪽의 내실로 밀려나기에 이르렀다. 건강할 때는 닭 6∼7마리를 한번에 먹어치우고, 몸무게도 160㎏까지 나가던 풍채를 자랑하던 백두. 사육사들은 좋은 씨가 여기서 끝난다는 생각에 안타까워했다. 이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백두는 함께 내실로 온 부인 청주(♀·99년생)와 짝짓기에 성공해 지난 10월 암컷 2마리, 수컷 1마리 등 건강한 새끼 3마리를 낳았다. 약한 새끼는 비정하게 내치는 것이 정글의 법칙이지만, 청주도 녀석들이 백두의 마지막 후손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이례적으로 3마리를 모두 품었다. 지금 백두는 뒷다리가 마비돼 앞발만 이용해 몸을 질질 끌며 움직인다. 대부분의 시간은 누워서 보낸다. 호랑이의 평균 수명은 20년 정도. 백두는 우리나라에 있는 호랑이 중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생을 마감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백두가 고통없이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의 호랑이 마을에서 다시 무리를 호령할 수 있기를….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재계 3·4세 “경영수업 바빠요”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주요그룹 3·4세들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3·4세의 경영수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몇몇 3·4세는 경영능력과 명분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력과 자질을 겸비, 조직을 안정시키고 새 사업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히기도 한다. 반면 능력과 시장 검증을 거치지 않고 핏줄에 연연한 대물림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경영 능력 인정+실세 입지 굳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구광모씨는 두달 전부터 LG전자 대리로 근무중이다. 외부 벤처기업에서 근무했던 광모씨가 LG전자로 옮기면서 그룹 후계구도와 관련해 말들이 나오고 있다. 물론 LG그룹측은 “현 상태에서 경영승계와 연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광모씨는 구본무 회장의 바로 아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친아들이다. 지난 2004년말 구본무 회장의 양자가 됐다. 2세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영권을 이어받아 최고경영자(CEO)체제를 굳혔다. 젊은 최 회장이어서 SK그룹은 아직 3세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CJ그룹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체제를 갖췄다. 이 회장은 그룹의 외형과 내실을 확실히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오래 전부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정 사장은 경영수업 이수는 물론 임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등 그룹내 입지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있었던 기아차 수출 500만대 기념행사. 모든 임원들이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와 화제가 됐다. 행사 전날 저녁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즉석에서 “회사 로고가 빨간색이니 우리 모두 빨간 넥타이를 매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이뤄진, 일종의 깜짝쇼였다. 정 사장은 아이디어가 많으면서도 소탈하다. 해외출장때면 면세점에 직접 들어가 부인의 선물을 고르기도 한다. 재벌 3·4세 가운데 몇 안 되는 ‘사장’이기도 하다.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과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을 성공적으로 착공·완공해 CEO로서 일단은 합격점을 받았다. 독일 폴크스바겐 출신의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 영입을 성사시키는 협상력도 보여줬다.●아직은 발톱을 다듬는 중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아직은 전면에 나오지는 않고 있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삼성그룹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그룹의 3세들이 ‘사장’직함을 달은 것과 비교, 아직 상무 자리에 있다. 그러나 이 상무의 보폭은 사장급 이상이다.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 이건희 회장의 주요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등 최고경영자 수업의 ‘마지막 학기’를 밟고 있다. 그는 최근 이 회장의 해외 순방 일정에 모두 참석했다. 특히 삼성전자뿐 아니라 건설 현장까지 수행하는 등 그룹 총수에 오르기 위한 계단을 차례로 밟고 있다. 최근 7000억원대의 증여와 3500억원대의 증여세 납부 발표로 관심이 집중된 신세계가(家)의 외아들 정용진 부사장도 그룹 본사와 이마트로 번갈아 출근하면서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고 있다. 그는 업무보고에서 가끔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등 실무도 꼼꼼히 챙긴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식사하는 등 직원들과 스킨십도 늘려가고 있다.●여성 CEO 꿈꾸는 3세 맹활약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큰딸인 성이씨는 그룹 계열사 이노션(광고회사)의 고문을 맡고 있다. 전업주부로 10여년을 지내다 지난해 뒤늦게 경영에 뛰어들었다. 어머니(이정화 해비치리조트 대표)와 동행하는 일이 잦다.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맏딸 지이씨도 사촌언니 성이씨만큼이나 어머니(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를 그림자처럼 수행한다. 다니던 외국계 회사를 그만두고 2004년 1월 그룹에 합류했다. 재경 등 실무 부서를 두루 돈 뒤 지금은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현대U&I 기획실장(이사)을 맡고 있다. 성격이 좋아 사내 인기가 높다. 결혼 적령기라 재계의 관심도 남다르다. 신격호 롯데그룹의 회장의 외손녀(신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의 차녀)인 장선윤씨는 해외명품팀 이사 자리를 지키고 있다.19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해 그룹에 첫발을 내디딘 뒤 명품관 ‘에비뉴엘’의 책임을 맡아 백화점업계의 ‘명품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실무와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경영 밑바닥 훑는 중 신세계그룹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는 호텔실무를 배우는 중이다. 리노베이션과 인테리어에 참여, 호텔의 격식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차원의 미술품 구입과 캘린더 제작 등에서 정 상무의 역할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신세계는 정용진 부사장, 조선호텔은 정 상무로 후계구도가 점쳐지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도 3세 경영체제의 닻을 올렸다. 윤영달 회장의 장남 윤석빈 크라운베이커리 상무는 올해 초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격인 크라운제과의 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업계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중장기적 준비작업으로 보고 있다. 대림산업 이해욱 부사장도 본격적인 CEO 경영수업을 받는 중이다. 그룹의 양대 산맥인 유화와 건설을 오가면서 실무와 경영능력을 쌓고 있다. 그룹 안에서는 이준용 회장이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어 아직 ‘경영승계’용어를 꺼내지 않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경영권 이양이 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구본상 LIG손해보험 이사도 고난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LG그룹에서 분리된 후 사명을 바꾸는 등 그룹체제를 다시 짜는데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5.19%이던 지분율을 5.69%로 높였다. 건설업 진출 구상도 구 이사의 아이디어로 알려졌다. 그룹에서는 구 이사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재편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대신증권 창업주인 양재봉 명예회장의 손자인 양홍석씨가 올해 대신증권에 입사,3세 경영을 준비 중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홍석씨는 지난 6월 대신증권 공채로 입사해 서울 강남의 한 지점에 근무하는 등 밑바닥부터 훑고 있다. 대성그룹은 김영대 회장의 장남인 김정한씨가 대성산업 기계사업부 상무로 경영 일선에 참여하고 있다.3남 김신한씨는 최근 대성산업가스 이사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류찬희 이기철 안미현기자 chani@seoul.co.kr
  • 대기업 총수·CEO 월급 얼마 받을까

    대기업 총수·CEO 월급 얼마 받을까

    대기업 총수들과 유명 최고경영자(CEO)들은 월급을 얼마나 받을까. 샐러리맨들의 큰 궁금증 가운데 하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0억원,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8억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보다 월급이 더 많은 CEO도 물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표준보수월액 5000만원 이상 고소득자’ 자료를 본지가 입수해 19일 분석한 결과다. 표준보수월액이란 건강보험료를 산출하는 근거로, 식비·차량유지비 등 비과세 소득을 뺀 한달 소득 총계(수당과 성과급 등 포함)를 말한다. ●총수 월급도 그룹 서열순? 이건희 회장은 국내 1위 기업의 총수답게 월급도 1등이다. 삼성전자에서만 10억원을 받는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120억원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에서 2억 9000만원, 기아차에서 1억 6000만원을 받는다. 다른 계열사 두 곳에서도 각각 1억 8000만원,1억 4000만원을 받아, 드러난 한달 수입만 총 7억 7000만원이다. 정 회장은 이들 회사의 등기이사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월급은 약 5억원,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약 2억원이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롯데쇼핑에서만 5000만원을 받는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6000만원을 받는다. 물론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는 월소득 5000만원 이상만 명시돼 있어 다른 계열사에서 받는 5000만원 미만 소득까지 모두 합하면 이들 총수의 실제 월급봉투는 훨씬 두꺼워진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월급은 1억 8000만원으로 남편인 정재은 명예회장보다 1000만원 많다. 삼성가의 3세인 이재현 CJ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의 월급은 각각 1억 2000만원,8000만원이다. ●유명 CEO ‘이름값’ 톡톡 전문 CEO들의 월급봉투도 그룹 총수 못지않다. 삼성그룹 2인자로 불리는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은 8억 5000만원을 받는다. 눈에 띄는 것은 윤종용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월급. 무려 21억 1000만원이다. 지난해(7억 8000만원)보다 세배 가까이 뛰었다. 연봉으로 계산하면 250억원을 넘는다. 그동안 윤 부회장의 연봉은 100억원 미만으로 알려졌었다. ‘영원한 라이벌’로 꼽히는 삼성전자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사장과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은 각각 약 12억원,9억원을 받아 적어도 월급면에서는 이 사장이 ‘황의 법칙’을 눌렀다. 역시 삼성의 스타급 CEO인 최지성 사장과 최도석 사장도 10억원 안팎의 월급을 받는다. 삼성보다 상대적으로 월급이 짠 현대차그룹은 김동진 부회장, 설영흥 중국사업담당 부회장, 김재기 사장급 법무실장 등이 1억원대의 소득을 올렸다. 안미현 박홍환 박경호기자 hyun@seoul.co.kr
  • [주말탐구] 한국 호랑이 3대

    [주말탐구] 한국 호랑이 3대

    내 이름은 코아예요. 한국 호랑이 1세대 서열 1위인 백두가 기력이 쇠잔, “전시 불가 판정”받고 내실로 퇴장하자 후계자로 지목받고 있죠. 저희 족보를 보면 88올림픽때 신격호 롯데회장이 시베리아호랑이 5마리를 서울대공원에 기증하면서 시작됐다더군요. 역이민세대서 태어나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신 분이 바로 백두시죠. 저는 그때 같이 태어난 어머니 홍아와 北에선 건너온 라일이란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그야말로 통일둥이죠. 여동생 리아와 전 공모를 통해 이름이 지어져 매우 뜻깊죠. 지난 6월 제 새끼들이 3마리 태어났어요. 축하해 주세요. 그리고 빨리 통일이 되어 아버지 고향에도 가보고 싶은 게 꿈이에요. 29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맹수사 뒤쪽. 널따란 전시 우리와 분리된 내실에 힘없이 누워 있는 덩치 큰 수컷 호랑이의 모습이 보인다. 식사시간이 돼 닭고기가 나오자 먹이 쪽으로 다가가지만 함께 있는 암컷이 사납게 으르렁거리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선다. 조용히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컷은 암컷이 식사를 끝낸 뒤 겨우 먹이에 입을 댈 수 있었다. 약육강식의 법칙만이 통하는 맹수계에서 자기 몸집의 절반밖에 안 되는 암컷 호랑이에게 수모를 당하고 있는 이 호랑이는 놀랍게도 바로 몇달 전까지만 해도 무리의 서열 1위였던 ‘백두’이다. 민족얼을 상징하는 한국 호랑이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1세대 한국 호랑이의 대표주자였던 백두도 자식 세대에 왕좌를 물려주고 쓸쓸한 퇴장을 준비하고 있다. 백두를 끝으로 1세대 한국 호랑이들은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노환, 폐사…호돌이+호순이 낳은 한국 호랑이 1세대 퇴장 현재 서울대공원 맹수사에는 모두 19마리의 시베리아 호랑이가 무리를 이루고 있다. 동북아 지역에 서식하는 시베리아 호랑이가 바로 한국 호랑이. 북한과 중국에서 발견되는 백두산 호랑이 역시 시베리아 호랑이다. 한국 호랑이는 일제 강점기 무분별한 포획이 자행되면서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88 서울올림픽’을 2년 앞둔 1986년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이 미국 동물원에 건너가 있던 시베리아 호랑이 5마리를 서울대공원에 기증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때 들여온 호랑이가 바로 올림픽 마스코트로 유명한 ‘호돌이’ ‘호순이’이다. 함께 들여온 수컷 한 마리에게는 ‘고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조국에 돌아온 호랑이 5마리는 ‘역이민 세대’로 한국 호랑이 일가의 원조 역할을 했다. 고려와 호순이 사이에서 89년 태어난 수컷 호랑이가 바로 백두이다. 이어 호돌이와 호순이 사이에서는 홍아(♀·90년생)와 태백(♂·93년생)이 태어났다. 이 세 마리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한국 호랑이 1세대로 족보를 장식하게 된다. 백두는 무리의 우두머리로 3마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해 7마리의 자식을 봤다. 홍아도 2마리의 수컷과 4마리의 새끼를 낳았다.10만분의1 확률로 태어난다는 백호인 백운(♀·2000년생)도 홍아가 낳았다. 태백은 새끼 2마리를 낳은 뒤 남북 동물교류로 북한으로 건너갔다. 호랑이의 평균수명은 20살 정도. 올해 17살이던 홍아는 이달 초 노환으로 끝내 세상을 뜨고 말았다. 올해 18살로 국내 최장수 호랑이인 백두 역시 기력이 쇠해 석 달 전쯤 ‘전시 불가’ 판정을 받고 무리에서 떨어져 내실에서 쉬고 있다. 털갈이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해 듬성듬성한 옆구리는 백두의 시대가 끝났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백두의 퇴장으로 1세대 한국 호랑이의 시대는 이별을 고했다. ●통일둥이 ‘코아’ ‘리아’ 2세대 한국 호랑이 전면으로 대공원에 있는 19마리 가운데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2세대 한국 호랑이는 15마리다. 이중 전성기를 맞은 2000∼2002년생 호랑이와 2003∼2004년생 호랑이가 각각 5마리이다. 지난해에도 수컷 한 마리와 암컷 네 마리가 태어나 새 식구가 됐다. 백두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꼽히는 것은 홍아의 새끼인 코아(♂·2002년생)다. 코아와 리아(♀·2002년생)는 홍아와 북한에서 건너온 수컷 호랑이 라일(95년생) 사이에서 태어난 남매로 새끼 때부터 남·북 호랑이 사이에서 탄생한 ‘통일둥이’로 주목을 받았다. 코아와 리아도 ‘코리아’에서 두 자씩 따온 이름으로 공모를 거쳐 선정된 것이다. 백두가 없는 무리에서 단연 돋보이는 호순이의 외손자 코아는 지난 6월 청주(♀·99년생)와 건강한 새끼 3마리를 낳았다. 무리에 합류할 날만 기다리며 인공포육실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이 새끼 호랑이들이 바로 한국 호랑이의 첫 3세대인 셈이다. 하지만 아직 어린 백두의 새끼들도 그 위세가 만만치 않다. 지난해 태어난 한동(♂)이만 하더라도 또래보다 눈에 띄게 풍채가 좋다.150㎏까지 나갔던 백두의 피를 이어받은 데다 어미 품에서 자라 야생성도 두드러진다. 1세대 한국 호랑이의 빈자리를 메울 2세대 스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공원 관계자는 “역이민 세대로 시작된 한국 호랑이 일가가 3세대까지 안정되게 뿌리를 내리며 혈통이 견고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한국 호랑이 대부 엄기용 사육사 “나도 백두랑 홍아 따라 퇴장해야지. 유능한 후배들이 얼마나 많은데.” 서울대공원 맹수사의 호랑이 19마리의 아버지는 엄기용(53) 사육사다. 정년퇴임을 1년여 남겨둔 엄 사육사는 1986년부터 지금까지 호랑이만 돌본 ‘한국 호랑이의 대부’이다. 서울대공원의 호랑이는 물론 다른 동물원으로 교환된 호랑이들까지 치면 엄 사육사의 손을 거친 호랑이가 30여마리는 족히 된다. 지난 2004년 남한 호랑이를 평양 중앙동물원으로 보낼 때 자식과 떨어지기라도 하듯 서럽게 울어 보는 이들의 코끝을 찡하게 했던 반백의 사육사가 바로 엄 사육사다. 그 사나운 호랑이가 엄 사육사 옆에 가면 강아지처럼 얼굴을 비비며 좋아하니, 과연 대부라는 명성을 얻을 만하다. 엄 사육사는 “처음에는 무서운 마음부터 든 것이 사실이지만, 어미에게 버림받은 새끼들에게 직접 우유를 먹이면서 키우다 보니 담뿍 정이 들었다.”며 “드러누워 낮잠을 자던 녀석들도 내 목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고 얼굴도 알아본다.”고 웃었다. 호랑이들만 엄 사육사의 얼굴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다. 그냥 보기엔 다 매섭게 생긴 호랑이일 뿐인데 엄 사육사는 얼굴만 슬쩍 봐도 19마리를 모두 분간해 낸다. 그는 “같은 시베리아 호랑이라도 눈매, 입매, 얼굴형, 털길이가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새끼 때부터 기른 호랑이가 건강한 새끼를 낳을 때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는 엄 사육사. 그도 이제 뒤를 이을 젊은 후배들을 찾고 있다. “아직도 큰 호랑이 어디 갔냐고 백두를 찾는 관람객들이 있어. 기억해 주니 고마울 뿐이야. 나도 퇴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나 대신 이 녀석들을 잘 돌봐줄 부지런한 사람을 찾아야지.” 청춘을 바쳐 호랑이들에게 아낌 없는 사랑을 쏟아부은 엄 사육사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글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북에서 온 호랑이 어떻게… 남북 관계가 화해 모드로 접어들면서 ‘평화대사’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 바로 호랑이였다. 모두 2마리가 건너왔지만, 북한 호랑이들의 남한에서의 삶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1999년 1월 남한에 온 ‘낭림(♀)’은 새끼 때인 93년 낭림군에서 붙잡혀 평양 중앙동물원에서 지내며 백두산 호랑이로 주목을 받았다. 황우석 서울대 전 교수가 복제를 시도했던 백두산 호랑이가 바로 낭림이다. 하지만 낭림은 워낙 사납고 날카로운 성격 탓에 외롭게 지내야 했다. 발정기가 돼도 짝짓기를 위한 암컷 특유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번번이 실패했다. 백두산 호랑이인 낭림의 혈통을 이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호랑이에게 짝짓기 요령을 가르쳐 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사육사들이 속만 태웠다. 다른 수컷들에게는 쌀쌀맞게 굴면서도 무리의 우두머리인 백두(♂·89년생)와는 사이가 좋아 기대도 해봤지만 끝내 짝짓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낭림은 백두가 석 달 전 기력이 떨어져 내실로 이동한 지 얼마 안돼 백두의 뒤를 따랐다.93년생이면 아직 중년밖에 되지 않은 나이인데 벌써 송곳니가 뭉툭해지고 털이 윤기를 잃는 등 노쇠 기미를 보인 것이다. 사육사의 배려로 바로 옆 우리에서 지내고 있는 낭림이와 백두는 아직도 철창 사이로 서로 애정을 표현하곤 한다. 다른 한 마리는 호돌이와 호순이의 딸인 홍아(♀·90년생)와 연을 맺은 ‘라일(♂·95년생)’이다.2001년에 남한에 온 라일은 처음부터 낭림과 비교될 정도로 무던한 성격을 보였다. 이듬해에는 코아와 리아 남매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라일도 2004년 4월 질병으로 폐사하고 말았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앞발 하나는 내딛지도 못하고 고생하던 터였다. 이로써 1세대 남북 호랑이 결합의 산물은 코아와 리아에서 그치게 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롯데, 우리홈쇼핑 인수 ‘가시밭길’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 과정이 가시밭길이다.GS·CJ·현대·농수산 등 홈쇼핑업체들과 우리홈쇼핑의 최대 주주이자 ‘사돈기업’인 태광산업이 롯데의 홈쇼핑 진출에 딴죽을 걸고 있다. 태광 이호진 회장은 롯데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서스식품 회장의 사위이다. 롯데 관계자는 19일 이와 관련,“답답하다.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일 경방측으로부터 우리홈쇼핑 지분 53.08%를 4667억원에 인수한 롯데쇼핑은 최근 방송위에 최대 주주 변경 승인신청을 냈다. 동시에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서도 제출했다. 이르면 10월 말, 늦어도 연말쯤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최근엔 ‘장하성 펀드’의 타깃이자 우리홈쇼핑 최대 주주인 태광이 롯데에 직격탄을 날렸다. 태광은 18일 방송위에 낸 의견서에서 “방송위가 기존의 채널 정책을 유지해야 하며, 지난 1994년 탈락한 롯데가 우리홈쇼핑 인수를 통해 우회적으로 홈쇼핑업에 진출하는 건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인수 당사자인 우리홈쇼핑도 이 날 “우리홈쇼핑의 최대 주주는 46.96%의 지분을 보유한 태광”이라며 “롯데는 방송위의 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3.25%의 지분을 보유할 뿐이다.”라고 밝혔다. 새로울 것은 없지만 미묘한 시기에 ‘태광이 1대 주주’라고 밝힌 대목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롯데의 이같은 험로는 우리홈쇼핑의 인수 과정때부터 예고됐다. 지난 7월말 롯데쇼핑이 우리홈쇼핑 인수협상이 진행 중임을 공시하자 태광이 사실상 소유한 티브로드의 일부 지역에서 우리홈쇼핑의 방송 송출 중단 사고가 발생했다.3일만인 지난달 2일 송출 중단사고는 해결됐다. 이와 관련, 우리홈쇼핑은 지난달 17일 공정위에 티브로드를 제소했다. 롯데가 우리홈쇼핑 인수를 발표했을 때 롯데쇼핑의 주가는 곤두박칠쳤다.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이 일제히 영업이익률 등을 따져봤을 때 주당 11만원에 매입하는 것은 너무 비싸다고 분석했다. 또 경방이 2004년 4월 방송위로부터 방송사업 재승인을 받을 당시 ‘향후 3년간 우리홈쇼핑의 지분을 팔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GS 등 홈쇼핑 4사도 지난달 19일 롯데의 홈쇼핑 업계 진출에 반대했다. 이들은 “롯데측의 우리홈쇼핑 인수를 단순한 인수·합병(M&A)으로 보지 말고 방송사업자로서의 적합성 여부를 엄정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군’ 없이 사면초가에 빠진 롯데가 난관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지 주목된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재벌家 ‘법대로 증여·상속’ 속앓이

    재벌家 ‘법대로 증여·상속’ 속앓이

    재계에 신세계발(發) 비상이 걸렸다. 신세계그룹 총수 일가가 정공법으로 주식을 자녀에게 넘기고 엄청난 세금을 내겠다고 하자 다른 그룹들도 “우리도…”하며 일단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자세다. 하지만 세금이 문제다. 아무리 재벌이라도 몇천억원에서 심지어 1조원대에 이르는 증여세 내지 상속세는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해 편법 상속을 시도했다가는 자칫 여론의 몰매를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경영권 승계를 앞둔 그룹들이 신세계식 해법을 따를 경우 증여세는 얼마나 될까. 물론 증여시점의 주가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다. 8일의 상장사 종가와 증여세 최고 실효세율(각종 공제 등을 제외한 실제 적용세율) 35%를 기준으로 보자. ●삼성 세금만 1조원 이상 삼성그룹은 세금을 제대로 내고 승계토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건희 회장은 2조 6166억원, 홍라희 여사는 7029억원의 주식을 갖고 있다. 이를 자녀들에게 전부 넘겨준다면 1조 1100억원 정도를 내야한다.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등 5개사의 주식 2조 3797억원어치를 갖고 있다. 정 회장의 주식을 외아들인 의선씨(기아차 사장)에게 몰아줄 경우, 약 8300억원의 세금이 예상된다.LG그룹은 구자경 명예회장과 아들 구본무 회장 부부가 ㈜LG 등 총 7770억원 어치의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다. 현 시점에서 증여가 이뤄진다면 세금은 2700억원 가량이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롯데제과 등 3개 계열사 주식 5078억원 어치를 갖고 있어 1800억원선의 세금이 예상된다. 현대백화점그룹 정지선 부회장은 아버지 정몽근 회장에게서 지분을 몇차례에 걸쳐 넘겨받아 그동안 1100억원의 증여세를 냈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 시가총액은 2310억원. 장녀 현아(상무보)씨와 장남 원태(부장)씨가 조 회장의 지분을 받으면 증여세는 800억원선이다. 두산그룹 박용곤 회장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도 지분 이양을 앞두고 있다. 재벌그룹 오너들이 갖고 있는 비상장사의 주식을 포함하면 증여세나 상속세로 내야하는 것은 물론 더 늘어난다. ●재계 “상속·증여세율 낮춰야” 재계의 떳떳한 경영권 승계를 유도하려면 지나치게 높은 상속·증여세율을 낮춰야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에도 벅찬데 많은 세금을 낸다면 경영권 유지도 힘들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경제조사본부장은 “이번 기회에 증여세율과 상속세율의 구조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편법 상속을 막을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세율만 낮췄다가는 법의 허점만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않다. 이기철 안미현 김경두기자 hyun@seoul.co.kr
  • 계양산 개발 놓고 인천 ‘시끌’

    인천의 ‘진산’인 계양산 개발을 놓고 부지 소유주인 롯데와 시민단체 간에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1989년부터 시작됐으나 최근 절정을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는 개발을 추진한 업체들이 시민단체의 환경보전 논리에 밀려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해당 자치단체도 개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계양산 북쪽 자락인 목상·다남동 일대 74만평에 대한 개발제한구역 2차 관리계획안(2007∼2011년)을 지난 6월30일 인천 계양구에 제출했다.2900억원을 들여 27홀 규모의 골프장과 위락시설 등을 갖춘 수도권 최대의 테마파크를 건립한다는 내용이다. 해당 땅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1974년 사들였다. 롯데는 2003년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이 땅에 대한 개발을 시도했으나 시민단체의 반대로 무산됐다. 계양산 개발을 처음 떠올린 대양개발은 1989년 계양산내 9만평에 위락단지를 조성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1992년과 1999년에도 계속 개발을 시도했으나 역시 환경단체의 반발로 상처만 입은 채 물러났다. 계양구도 롯데측이 계획안을 제출하기 전인 지난 4월 독자적으로 테마파크 조성을 골자로 한 계획안을 마련해 인천시에 제출했으나 사전 환경영향평가 미비 등으로 반려됐다. 계양구로부터 롯데의 사업계획안을 제출받은 인천시는 건설교통부에 통보, 현재 사전협의 절차를 밟고 있다. 인천시는 건교부의 사전협의 결과를 토대로 관리계획안을 만든 뒤 주민의견 수렴, 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건교부에 최종 승인을 요청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건교부의 사전협의 결과에 따라 계양산 개발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개발제한구역 2차 관리계획이 내년부터 시작되는 만큼 올해 안에 개발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롯데로서는 개발제한구역 2차 관리계획에 개발안이 반영되지 못할 경우 향후 5년간 개발을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절박하기만 하다. 한편 인천환경운동연합과 인천녹색연합 등 인천지역 45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9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계양산 골프장 저지 인천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들은 인천의 주산인 계양산에 고라니, 너구리, 반딧불이, 버들치, 도롱뇽, 두꺼비 등의 동물은 물론 이삭귀개, 삼지구엽초, 서어나무 등 진귀한 식물이 서식해 개발이 이뤄질 경우 자연생태계의 질이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매일 1만명 이상이 찾고 있으며, 인천의 ‘허파’라 할 수 있는 계양산에 특정인들을 위한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은 시민 환경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우선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안에 롯데의 개발안이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계양산을 도시자연공원으로 조성하는 환경친화적인 관리계획을 수립할 것을 인천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 가운데서도 개발을 찬성하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계양 주민들로 구성된 ‘계양발전협의회’는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계양산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시민단체들이 주민 실익을 외면하고 골프장이 들어서면 계양산이 모두 파헤쳐지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롯데, ‘대어’ 우리홈쇼핑 낚았다

    롯데, ‘대어’ 우리홈쇼핑 낚았다

    롯데그룹이 홈쇼핑 사업에 진출했다. 롯데쇼핑은 2일 “우리홈쇼핑의 지분 53.1%를 주당 11만원씩 4667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인수 지분은 경방측 지분 30.2%, 우호지분 22.9%이다. 롯데그룹은 우리홈쇼핑을 인수함에 따라 ‘유통제국’을 확실하게 세우게 됐다. 롯데백화점을 정점으로 롯데마트-롯데슈퍼-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인터넷 쇼핑몰인 롯데닷컴으로 이어지는 유통부문의 계열화를 달성했다. ●유통황제, 벼랑 끝서 회생 롯데는 우리홈쇼핑 인수로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롯데는 지난 2월 롯데쇼핑을 상장하면서 공모자금 등 3조 4000억원을 확보했지만 한국까르푸와 월마트코리아의 인수·합병(M&A)에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실패했다. 라이벌 신세계와 신흥강자 이랜드에 ‘물’을 확실히 먹었다. 지난해 롯데의 유통부문 총 매출은 9조 8945억원으로 신세계(9조 3053억원)를 6000억원가량 따돌리며 정상을 지키기는 했다. 그러나 신세계가 지난 5월 월마트를 합병하면서 매출이 10조 382억원으로 늘면서 롯데를 앞질렀다. ‘유통황제’ 롯데로서는 자존심을 구겼다. 롯데가 우리홈쇼핑을 인수하려고 애를 썼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인수로 롯데의 매출액은 1위 자리를 되찾았다. ●긴박했던 막후협상 경방측이 극비리에 롯데에 지분 매각 제의를 한 것은 6월 초. 이를 검토하던 롯데는 지난달 초 장외에서 소액주주로부터 3.3%(26만주)를 286억원에 극비리에 매집했다. 이 지분이 롯데가 경영권을 확보하는 지렛대였다. 실질적인 제 2대주주인 태광산업측은 전혀 낌새를 차리지 못했다. 지난달 말 롯데와 경방의 접촉과 롯데의 주식매집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식인수에 3000억원을 투자했던 태광측은 흥분했다.‘먼 친척(사돈)’이니 ‘비우호적’이니 하는 말을 쏟아내면서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태광계열의 유선방송사업자(SO)는 우리홈쇼핑을 내보내지 않는 등 ‘실력행사’를 하며 시위를 했다.. ●그래도 가시밭길 롯데엔 여전히 상당한 걸림돌이 남아 있다. 롯데의 사돈기업인 태광산업의 반발이 예상외로 크다. 태광측은 방송 중단 등으로 좋지 않은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 이를 두고 롯데에 대한 태광측의 ‘시위’로 해석하기도 한다. 롯데는 “2대 주주와 상호 협력해 원만히 경영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또 롯데 관계자는 인수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반응과 관련,“오프라인 유통구조가 완비된 상황에서 홈쇼핑의 미래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우리홈쇼핑 인수작업을 지휘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 2004년 신 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부회장 체제가 출범한 뒤 해태제과와 진로, 한국까르푸 인수에 실패해 신 회장이 직접 우리홈쇼핑 인수를 지휘했다는 게 정설로 나돌고 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우리는 맞수 CEO] “유통지존은 나” 숙명의 백화점 대전

    [우리는 맞수 CEO] “유통지존은 나” 숙명의 백화점 대전

    화려한 미소 뒤에 감춰진 비수는 날카롭다. 조그마한 빈 틈만 보여도 결점을 ‘치고’ 들어온다. 유통업계를 양분하는 롯데와 신세계의 ‘백화점 대전’ 양상이다. 일촉즉발의 위기는 늘 따라 다닌다. 롯데와 신세계의 신경전은 손대면 터질 듯 팽팽하다. 정상을 수성하려는 롯데와 황제 자리를 엿보는 신세계다. 유명 브랜드의 독점적 유치, 상대에 대한 첩보전, 고소와 고발…. 유통에서 백화점은 중심 축이다. 온라인으로 쇼핑을 하는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유통의 핵심은 백화점이다. 백화점이 바탕이 돼야 할인점, 온라인 쇼핑몰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런 구매력 덕분에 유통이란 서비스가 제조업 위에 설 수 있다.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롯데쇼핑의 이인원(59) 백화점부문 대표와 신세계의 석강(57) 백화점 대표는 매일 매출로 승부를 결정한다. 하루살이 전쟁터의 최고 사령관이다. 이들의 전투는 상대 회사의 고객 빼앗기다. 최근 백화점 시장의 크기가 정체되면서 더욱 심해졌다. 상대방의 고객을 유혹하지만 ‘제로섬’ 게임이다. ●유통가의 산 증인들 격전을 독려하는 이 대표나 석 대표는 유통의 산증인이자 백화점 영업에서는 최고의 전문가다. 모두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1973년 호텔롯데로 입사한 이 대표는 87년 롯데쇼핑 관리담당 이사와 상품매입본부 전무,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49세인 97년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그의 경영스타일은 오너가인 신격호 회장과 비슷하다. 그는 현장 제일주의다. 롯데백화점 직원이 동대문시장을 둘러보다 이 대표를 만나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롯데 관계자는 “요즘도 이 대표는 틈만 나면 매장을 돌고 있다.”면서 “고객 동향과 현장 개선 아이디어 등도 먼저 제시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CEO들이 골프를 즐기지만 그는 등산으로 건강을 챙긴다. 석 대표 역시 75년 삼성그룹 공채로 입사, 신세계 영업총괄·마케팅실장·영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야전사령관 스타일의 석 대표는 최일선 사원이라도 대표를 어려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신세계 관계자는 “석 대표는 현장이나 사무실에서 직원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한달에 2∼3번 필드에 나간다. 롯데의 이 대표는 “윤리경영이 곧 기업가치를 결정한다.”며 직원들의 윤리의식을 강조한다. 협력업체와의 동등한 파트너십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반면 석 대표는 특유의 열정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을 바탕으로 영업에 활발하다. 강남점의 초대 점장을 역임하면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전국이 두 회사의 전쟁터 지난해 소매업에서 백화점 시장 크기가 1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가 전국 22개 매장에서 7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세계는 7개 매장에서 2조 20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의 승리다. 하지만 전투는 계속될 전망이다. 두 회사의 전선은 전국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격전지는 국내 상권의 대명사격인 서울 명동. 신세계는 내년에 본점 구관을 리뉴얼하고 롯데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 태세다. 이처럼 롯데와 신세계의 같은 상권 접전지는 서울 영등포, 인천 구월동, 광주 대인동 등 4곳에 이른다. 격전지는 더욱 늘 전망이다. 올 연말 롯데 미아점이 개관하면 미아상권을 양분하게 된다. 부산 센텀시티점은 롯데가 내년, 신세계가 2008년 각각 오픈할 예정이다. 부산 해운대 상권을 두고 또다시 격전을 치러야 한다. 숙명의 라이벌이다. ●유통 명가냐 월드 클래스냐 지난해 8월 서울 소공동에 명실상부한 롯데타운을 조성한 롯데는 세계 진출 전략을 달구고 있다. 올 연말 러시아를 비롯해 인도·중국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같은 달, 서울 충무로에 각국의 고급 백화점을 벤치마킹해 개관했던 신세계는 다분히 롯데를 겨냥,“기존과는 다른 진정한 세계 수준의 백화점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단순히 쇼핑만이 아니라 ‘꿈을 파는 백화점’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까르푸 놓친 신동빈 부회장 ‘장고’

    [재계 인사이드] 까르푸 놓친 신동빈 부회장 ‘장고’

    까르푸 인수가 무산된 이후 롯데 신동빈 부회장이 성장엔진을 찾기 위해 장고에 들어갔다. 실탄도 두둑하다. 지난 2월 롯데쇼핑의 기업 공개 이후 챙긴 공모자금이 3조 4000억원에 이른다. 내부 유보금 등을 합칠 경우 4조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는 “신 부회장이 당장은 할인점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신세계 이마트가 8조 2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7조 9000억원의 롯데백화점을 앞질렀다. 유통황제의 자존심에 흠집이 생겼다. 게다가 롯데마트의 매장 수는 경쟁사인 이마트의 85개에 비해 절반 수준인 43개에 불과하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매출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에 밀린 3조 300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마트와 관련,“올해 초에 세운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매장을 올해 12개, 내년에 16개씩 늘려가면서 2010년에는 100여개를 갖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1조 620억원, 내년 8500억원 등 모두 1조 9120억원을 투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내년 말쯤이면 매출이 8조원대로 2위인 홈플러스를 바짝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할인점에서의 압축성장을 위해서는 지방 할인점 업체의 인수 가능성도 열려있다. 푸르덴셜증권 홍성수 애널리스트는 “지방의 군소 할인점업체의 인수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롯데의 유통사업 수직계열화도 점쳐지고 있다. 백화점-할인점-슈퍼마켓-복합쇼핑몰-아웃렛-온라인쇼핑몰-TV홈쇼핑으로 이어지는 구도이다. 롯데가 없는 유통업태가 TV홈쇼핑. 홈쇼핑 진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가격과 조건이 맞으면 홈쇼핑 인수 태세가 돼 있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또 창업주 신격호 회장이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는 제2롯데월드, 교외형 쇼핑몰인 김포 스카이파크, 국내 최고층 예정인 부산 광복점 건설,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 등 해외진출에 자금을 쏟아 부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4조원대의 사용처를 설명하기에는 모자란다. 그래서 끊임없이 나도는 이야기가 대한통운이나 에쓰오일 인수건이다. 롯데는 유통과 함께 석유화학에 집중하고 있다. 때마침 에쓰오일측이 자사주 28.4% 매각 방침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신 부회장이 삼킬 만한 물건이 보기보다 많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우리는 맞수 CEO] “할인점 정상도전” 명예 건 유통대전

    [우리는 맞수 CEO] “할인점 정상도전” 명예 건 유통대전

    “승부는 지금부터다.” 할인점 업계 1위인 이마트를 공동의 적으로 삼고 있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압축성장’의 발판으로 한국까르푸 인수를 향해 뛰었다. 그러나 결과는 의외의 ‘복병’ 이랜드로 넘어갔다. 두 업체는 경쟁업체가 인수하지 않은 것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세계 2위 유통업체인 까르푸가 철수할 정도로 국내 소매 유통업은 치열하기가 전쟁터와 다름없다. 세계 1위인 월마트 역시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할 만큼 ‘레드오션’이 됐다. 까르푸 인수 무산 이후 두 업체 최고경영자(CEO)인 이승한(60)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사장과 이철우(63) 롯데마트 사장이 원점에서 다시 할인점 유통 대전을 지휘하고 있다. 그동안 까르푸 인수건에 매달리느라 다소 흩어졌던 분위기를 추스르고 있다. 국내 할인점 시장은 297개 매장에 연간 매출액만 23조 50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업계 2위인 홈플러스가 42개 매장에서 지난해 기준 4조 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롯데마트가 43개 매장에서 3조 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홈플러스를 바짝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두터운 신임의 삼성 출신 이들 CEO는 오너의 신뢰가 두텁다. 영국의 테스코가 지분의 89%를 보유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의 경우 영국인 직원이 단 5명에 불과하다. 이승한 사장 단독 경영체제를 굳혔다. 롯데마트 이철우 사장은 롯데쇼핑에 속했던 인사와 재무 관련 업무를 독립시켰다. 오너 신격호 회장의 오른팔 왼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안팎의 신임이 두텁다. 둘 다 삼성 출신인 것도 공통점. 롯데마트 이 사장이 세 살 위이지만 삼성 입사는 오히려 3년 늦다. 이 사장이 서울대를 마친 다음 병역과 경영학 석사를 마쳤기 때문이다. 지난 73년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을 거쳐 신세계백화점 과장을 지냈다. 유통에서 30년 이상 몸담으면서 산전수전을 겪은 백전노장이다. 반면 홈플러스 이 사장은 영남대를 마친 70년 제일모직으로 입사,74년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기획팀장을 거쳤다. 주로 건설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 부사장을 시작으로 유통에 발을 담갔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이 사장이 면밀한 전략가형 CEO라면 롯데마트 이 사장은 현장을 누비는 야전사령관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신바레이션’vs 현장제일 올해 매출을 6조원으로 늘려 잡은 홈플러스 이 사장의 경영이 상당히 창의적이다. 그는 이미 우리의 신바람 문화와 서구의 합리성(ration)을 합쳐 ‘신바레이션’ 경영을 들고 나올 정도로 적극적이다. 올해 이미 매장 2개를 추가했던 이 사장은 14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또 할인점의 식품을 압축한 형태의 슈퍼익스프레스도 18개를 낼 생각이다.3년 뒤인 2009년 99개의 매장으로 업계 1위에 올라선다는 야심찬 복안을 갖췄다. 이에 비해 롯데마트 이 사장은 현장 제일주의다. 회의가 없을 경우 1주일에 서너차례씩 매장을 둘러본다. 직원들의 월급 명세서에도 “귀하의 급여는 고객으로 인하여 지급됩니다.”는 문구를 인쇄하고 있다.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5% 늘린 4조원으로 잡았다. 올해 12개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미 37개의 부지를 확보,4년뒤인 2010년 100여개 점포를 운영, 백화점처럼 할인점도 업계 정상에 등극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블루오션 방법은 서로 달라 두 CEO는 블루오션 창출에는 한 목소리지만 방법이 다르다. 롯데마트 이 사장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신입사원을 세계 유통업체의 각축장인 중국으로 9일씩 연수를 보내고 있다. 글로벌 인재 양성차원이다. 직원들에게 역사와 중국어 시험을 치게 하는 것도 이런 사례다. 홈플러스 이 사장은 한국 내수에 집중하고 있다. 세계 5위 유통업체인 테스코가 이미 외국에 진출해 있는 상태이기 때문. 이 사장은 “성장률이 이마트보다 7∼8% 이상 앞서며 매출도 25%가량 높다.”며 다분히 이마트를 겨냥하고 있다. 할인점 명가를 위한 진검승부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이승한 홈플러스 사장 ▲46년 경북 칠곡생 ▲70년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70년 제일모직 입사 ▲94년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팀장 ▲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 부사장 ▲99년 삼성데스코 대표이사 사장 ● 이철우 롯데마트 사장 ▲43년 서울생 ▲65년 서울대 농경제학과 졸업 ▲70년 서울대 경영학 석사 ▲73년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 ▲76년 롯데쇼핑 입사 ▲03년 롯데마트 대표이사 사장
  • ‘정회장 압박’ 의미있는 단서 포착한듯

    ‘현대·기아차 비자금사건’을 향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던 지난 2일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돌연 미국으로 떠나자 ‘도피성 출국’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동안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던 재벌 총수들이 해외로 떠났다 수사가 흐지부지된 뒤 귀국하면서 ‘사과보따리’와 면죄부를 맞바꾼 사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안기부 불법도청사건에 연루됐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신병치료 등을 이유로 미국에서 6개월 동안 머물다 검찰이 자신에게 무혐의 처분을 하는 등 수사가 일단락되자 지난 2월 귀국했다. 이 회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8000억원을 사회로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도 2003년 10월에 출국해 일본에 머물다가 수사가 마무리되던 2004년 8월 귀국했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5년 8개월을 외국에서 떠돌다 귀국한 뒤 구속기소됐지만 대우가 이미 ‘사망한 기업’이라는 점이 현대차와는 다르다. 이번 정 회장의 출국전략도 ‘약발’이 통할까. 정 회장은 대선자금수사 때도 중국 등을 현지 시찰 명목으로 드나들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정 회장도 ‘삼성 8000억원 환원’에 준하는 모종의 ‘보따리’를 마련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표면적으로는 “봐주기 수사란 없다.”고 벼르고 있다. “재벌 앞에서 작아진다.”는 비판을 받던 검찰이 ‘초강수’를 두는 배경에는 지금까지 수사를 통해 정 회장 부자의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의미있는 단서’를 포착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롯데 ‘몸집불리기’ 나섰나

    ‘할인점은 강화, 정유는 글쎄?’ 롯데그룹의 ‘몸 불리기’가 유통·정유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까르푸 인수, 에쓰오일 자사주 매각 대상 0순위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롯데쇼핑에 이어 롯데건설을 추가 상장해 자금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점쳤지만 롯데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2일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는 에쓰오일이 자사주 매각을 위해 접촉했던 여러 업체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롯데건설 상장 계획은 현재로선 전혀 없으며 에쓰오일 주식 인수에도 진전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롯데건설 상장 얘기가 왜 나왔을까. 이 관계자는 “호남석유화학이 롯데건설의 대주주인데다, 올 초 증권거래소가 상장을 독려한 우량기업이었기 때문에 그런 소문이 나온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신동빈 부회장의 발빠른 행보도 ‘몸 불리기’ 가능성에 한몫을 하고 있다.10년 이상 끌어온 롯데쇼핑 상장을 주도한데다, 최근에는 ‘대표이사’라는 타이틀까지 단 신 부회장이 정유·석유화학 강화를 추진한다면 안 될 것도 없다는 것.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대표이사 선임은 롯데쇼핑 상장 때부터 검토해 이뤄진 것으로 자연스러운 절차”라면서 “신 부회장이 최근 에쓰오일 공장을 방문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딱 잘랐다. 그러나 그는 “에쓰오일이 경영권 양보등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면 롯데도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신 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주요 오너로서 지금까지도 경영권을 행사해왔지만 대표이사로서 책임 경영을 강화하고 계열사 경영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있다.”고 말해 실질적인 경영권이 신격호 회장에서 신 부회장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했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이건희 세계 82위 갑부… 빌 게이츠 12년째 톱

    이건희 세계 82위 갑부… 빌 게이츠 12년째 톱

    이건희(64) 삼성그룹 회장이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가 9일(현지시간) 발표한 재산 규모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의 전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82위를 차지,100위권에 처음 진입했다. 지구촌의 억만장자는 793명이다. 세계 최고 부자는 역시 빌 게이츠(50) 마이크로소프트 회장.12년째 1위를 지킨 게이츠 회장은 지난 한해 동안만 무려 35억달러(약 3조 5000억원)를 불렸다. 그의 재산은 500억달러(약 50조원)로 조사됐다. 지난해 122위였던 이 회장과 가족들의 재산은 한해 동안 22억달러(약 2조 2000억원)가 불어난 66억달러(약 6조 6000억원)였다. 신격호(83) 롯데그룹 회장과 가족은 지난해에는 17억달러(1조 7000억원)로 387위였으나 이번에는 45억달러(약 4조 5000억원)로 13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15억달러(약 1조 5000억원)로 437위에 머물렀던 정몽구(68) 현대기아차 회장 일가도 33억달러(3조 3000억원)의 재산으로 207위로 크게 뛰어올랐다. 재산 14억달러(약 1조 4000억원)의 이명희(62) 신세계그룹 회장과 가족은 562위였다. 게이츠와 나란히 12년째 2위를 수성하고 있는 워런 버핏(75)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지난해 오히려 20억달러(약 2조원)를 까먹었다. 재산은 420억달러로 줄어 게이츠 회장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번에 새로 이름을 올린 102명을 포함, 지난 3년 동안 억만장자는 300여명이 늘었다.793명의 재산 총액은 2조 6000억달러(약 2600조원)로 세계 3위의 경제대국 독일의 한해 국내총생산(GDP)을 웃돌았다. 게이츠 회장을 비롯, 억만장자들이 지난 한해 불린 돈은 4000억달러(약 400조원)로 조사됐다. ‘톱 10’에 새로 얼굴을 내민 이는 7위인 프랑스 명품업체 LVMH의 버나드 아놀트 회장,9위인 캐나다 미디어 재벌 케네스 톰슨 일가,10위인 홍콩의 리카싱(李嘉誠) 등이었다. 억만장자를 국가별로 보면 미국인이 371명으로 가장 많았다. 독일이 55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억만장자들이 많이 사는 도시는 뉴욕(40명)과 모스크바(25명), 런던(23명) 순이었다. 자수성가한 인물은 78명이었고 최연소자는 지난해 2월 폭탄테러로 숨진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의 딸 힌드(22세)였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신동빈 후계구도 고착화

    롯데그룹이 신격호 회장의 차남 신동빈 부회장의 후계 구도를 고착화시켜주는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10일 롯데제과 대표이사에 김상후 전 롯데리아 대표이사를 임명하고 채정병 호텔롯데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임원 126명에 대한 정기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는 “이번 인사는 지난해 그룹 매출이 30조원을 돌파하는 등 경영실적이 좋았다는 판단에 따라 김 대표 등 모두 111명의 임원 승진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같은 인사 규모는 창사이래 최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 부회장의 최측근 그룹인 정책본부 소속 인사들의 ‘승진 잔치’라고 의미를 폄하했다. 정책본부 지원실장을 맡았던 채정병 호텔롯데 전무가 부사장으로, 국제실장 황각규 상무와 홍보실장 장병수 상무가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이들은 그동안 경영권 승계 작업에 핵심역할을 맡은 인물로 거론됐다. 롯데는 이번 인사에서 부산호텔롯데 대표이사에 홍희표 부사장을 임명하는 등 11개사 대표이사를 바꿨다.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장(부사장)에 소진세, 롯데삼강 대표이사 전무에 김영준, 롯데리아 대표이사 전무에 이재혁, 롯데브랑제리 대표이사 상무에 유주하씨를 각각 새로 임명했다. 롯데햄·우유 대표이사 사장에는 이종규, 롯데칠성음료 대표이사 부사장에 이광훈, 롯데기공 대표이사 부사장에 신영재, 호텔롯데 롯데월드사업본부 대표이사 전무에 손재환씨를 각각 발령냈다. 오너가도 승진 잔치에서 빠지지 않았다. 신 회장의 5촌 조카인 신동립 호텔롯데 전무를 부사장으로, 지난해 이사대우로 승진한 신 회장 외손녀이자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의 차녀 장선윤 이사대우는 ‘대우’꼬리를 뗐다. 업계는 신 부회장의 최측근들의 승진잔치와 계열사 대표이사 대거 교체라는 인사를 통해 2세 경영체제를 강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관련 인사19면
  •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태광그룹-故 이임용 창업주家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태광그룹-故 이임용 창업주家

    태광그룹은 겉의 화려함보다 내실을 추구한다. 재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사옥도 초라하기 그지없다. 서울 중구 장충동 옛 동북고등학교 교사(校舍)를 30년여년 동안 그룹 사옥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타 재벌과 달리 초고층 호화 사옥에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재계 서열 30위권이면 서울 광화문 한복판이나 강남에 번듯한 빌딩을 사옥으로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룹 관계자는 “6층짜리 학교 건물이지만 아직 쓸 만하다.”고 말한다. 겉보다 속을 중시하는 태광의 사풍이 여실히 읽혀진다. 이같은 경영철학은 국내 재벌 가운데 재무구조가 가장 탄탄한 그룹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이는 창업주인 고(故) 이임용 회장 때부터 관통하는 ‘내실경영’이 면면히 이어진 결과다. ●대쪽 같은 선대 회장의 결혼과 창업, 그리고 성장 창업주인 고 이 회장은 지난 1921년 경북 영일군에서 중농이었던 부친 이우식씨와 모친 정막랑씨 사이의 3남1녀 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이 창업주는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간조(簡井)실업학교를 졸업한다. 그는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 등으로 일본의 정세가 혼란스러워지자 이듬 해인 42년 귀국길에 오른다. 이후 부친의 권유로 당시 22세 청년이던 그는 동네에 사는 이선애씨와 혼례를 올렸다. 신부 이씨는 이 창업주의 부친과 친분이 두터웠던 한동네 유지인 이송산씨의 맏딸이다. 민주당 총재를 지낸 이기택씨와 ‘창업 동지’ 이기화(태광그룹 회장까지 지냄)씨는 이씨의 남동생이다. 이기화씨는 부산고·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한 뒤 이 창업주와 오늘의 태광그룹을 일궜다. 이 창업주는 야당 거물이던 이기택씨와 처남매부지간이란 이유로 군사정권 시절 여러차례 세무조사를 받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처남이 유명한 정치인이었던 게 이 창업주에게는 결코 득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는 “기업은 절대 정치와 연결돼선 안 된다.”며 사업 외에는 한눈을 팔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찍히면 죽던 서슬퍼런 군사정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정경 분리를 평생의 신조로 삼았기 때문이다. 베테랑 세무조사 요원들을 투입, 몇 날 며칠을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 기업사에 전례없는 일이다. 이씨와 중매 결혼한 이 창업주는 공직(면사무소) 생활을 하며 단란한 가정을 꾸린다. 그러던 그에게 결정적인 전환점이 찾아왔다. 바로 6·25전쟁이다. 1951년 공직을 접은 이 창업주는 전쟁 이듬해인 1954년 부산 문현동에 모직 공장을 차리고 태광산업사를 설립한다. 이 회사가 바로 태광그룹의 모체다. 이후 1961년 전 삼호그룹 조봉구 회장과 동업을 시작했으나 동업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 창업주는 조 회장과 결별한 뒤 부산 가야동에 새로운 공장을 신설하며 태광산업사를 주식회사로 출범시킨다. 초기 태광은 이 창업주와 이선애씨가 함께 일궈냈다고 해도 결코 틀린 말이 아니다. 이선애씨가 부산에서 소규모 직물공장에 손을 댔고 기업이 커지면서 이 창업주는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기업경영에 합류했다. 이후 태광은 섬유를 기반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한다. 박정희 정권이 경제 개발과 수출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아크릴을 생산하던 태광은 눈부신 호황을 누렸다. 당시 아크릴은 양모 대체품으로 수요가 많았고 경쟁업체가 적어 태광의 고속 질주를 견인했다. 이 창업주는 스판덱스·나일론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했다. 섬유 호황기인 1970년대까지 내놓은 제품마다 시장의 돌풍을 일으켜 국내 최대의 섬유업체로 성장했다. 태광은 이 시기에 동양합섬, 고려상호신용금고, 흥국생명, 대한화섬, 천일사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 나갔다. 화섬·석유화학에 금융이 붙으면서 태광은 본격적인 성장과 함께 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도약기를 맞은 셈이다. ●휴일에도 은행 이자는 큰다 태광그룹은 은행돈을 거의 안 쓰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타계한 이 창업주의 근검절약과 소탈함은 재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타계하기 전까지 이 창업주가 살던 서울 장충동 2층 양옥집은 지금도 부인 이선애(78)씨가 지키고 있다. 이 집에는 30∼40년 된 옛 가구들이 그대로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 정주영 회장에 버금갈 정도로 검소했다.”고 이 창업주를 회고한다. 그는 해외이든 국내이든 출장길에는 새로 지은 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법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십년 동안 단골로 다닌 낡은 호텔을 고집했다는 것이다. 점심도 설렁탕 한 그릇으로 후다닥 끝낼 정도로 무척 소탈했다. 이 창업주는 “은행돈을 빌리면 토·일요일 등 은행이 쉬는 동안에도 이자는 불어난다.”며 무차입 경영을 추구했다. 돈을 빌려 문어발식으로 확장하지도 않았다. 번 만큼 투자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매출 규모 1조 3000억원인 모기업 태광산업의 부채 비율이 거의 제로인 것도 이같은 경영철학에서 비롯됐다. 절약 경영과 남의 돈을 빌려 쓰지 않고 수익만큼 투자하는 실속경영은 그룹을 더욱 튼튼하고 알차게 만들었다. 인수한 부실기업도 얼마 지나지 않아 건실한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창업주는 또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지 않고 공채 출신을 키워 경영진으로 기용했다. 기획력과 업무 추진력을 인정받은 그의 처남 이기화씨는 이 창업주의 사후 태광그룹 회장에까지 올랐다. 또 공채 출신인 류석기·강석명·최운형씨 등이 중용됐다. 그의 이런 원칙적이고 대쪽 같은 성품은 자녀들의 혼사로도 이어진다. ●화려한 혼맥…‘연애결혼은 없다´ 이 창업주는 생전에 모두 6명의 자녀를 뒀다. 그러나 그는 자녀들의 연애결혼을 절대 허용치 않았다. 그는 평소 사대부가의 유교적인 면을 강조해와 전통 관습을 무척 중시했다. 재벌가의 혼사가 연애결혼보다 중매에 무게를 두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3남3녀를 하나같이 중매결혼시켰다는 것은 가풍을 짐작케 한다. 이 창업주는 집안 어른이나 친지들이 지체 있는 가문의 훌륭한 배우자를 찾아내 중매를 넣어 혼사를 성사시키는 방식으로 자녀들의 혼사를 치러왔다. 이처럼 중매 일변도로 자녀 혼사를 치른 것은 중매야말로 좋은 가문의 좋은 배우자를 폭넓게 고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태광그룹 2세들의 혼맥은 서민의 가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울 정도로 격이 높고 화려하다. 태광의 사돈가가 사람들은 당시에 내로라 하는 정·관·재계의 유력 인사다. 하지만 이 창업주는 자녀들 혼사로 정·관·재계의 거물들과 사돈이 되었지만 이들을 경영에 끌어들이는 법은 결코 없었다. 지금도 모기업인 태광산업의 사장은 태광 신입사원 출신인 이화동(62)씨다. 이 창업주는 이선애씨와의 사이에 식진(사망)·영진(사망)·호진(44) 3형제와 경훈(52)·재훈(50)·봉훈(48) 세 자매를 뒀다. 이 창업주의 개혼(開婚)인 식진씨의 혼사는 비교적 평범한 집안과 이뤄졌다. 그러나 이후로는 모두 유력 인사와 사돈을 맺는다. 이 창업주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태광산업 영업과장으로 있던 장남 식진씨를 1975년 개인사업을 하던 진재홍씨의 맏딸 임순(54)씨와 결혼시켰다. 식진씨는 태광산업 부회장까지 역임했다. 식진씨의 장인 진씨는 면방업체인 경방에서 일하다 독립했다.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공대 동창회장을 맡기도 했다. 식진씨 부부는 정아·성아·원준 등 1남2녀를 뒀다. 장녀 정아(31)씨는 결혼했다. 연세대 상대를 나온 차남 영진씨는 어머니 이선애씨 친구의 중매로 장상준(전 동국제강 회장)가의 4남2녀 중 막내딸인 옥빈(54)씨와 1976년 결혼했다. 태광산업에 입사한 뒤 계열사인 대우파일, 흥국생명, 고려상호신용금고 등에서 중역으로 활동했다. 이들 사이에는 성준·성은 남매가 있다. 현재 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호진씨의 부인 신유나(42)씨는 롯데 신격호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71·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씨의 맏딸이다. 호진씨는 대원고·서울대 경제학과(81학번)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 경영학석사(MBA), 뉴욕대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슬하에 현준·현나 남매가 있다. 이 창업주의 세 딸은 모두 재원으로 꼽힌다. 그러나 특이한 것은 세자매 모두 이화여대 선후배이라는 점이다. 이는 유교적 관습을 중시하는 이 창업주의 독특한 자녀 교육관이 스며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태광의 혼맥은 이대 출신의 세 딸을 출가시키면서 보다 화려하게 뻗어 나간다. 장녀 경훈씨는 진주의 대지주이자 LG그룹의 창업 멤버인 허만정가의 막내 며느리가 됐다. 경훈씨의 남편은 유통전문기업 GS리테일 대표인 허승조(56)씨다. 이들의 결혼은 경훈씨 친척 할머니의 중매로 이루어졌다. 이임용가에서 허만정가로 이어가면 조홍제-송인상-신덕균가와 만난다. 이연두-박치현-김준성-김우중가와도 연결된다. 경훈씨는 남편 허승조씨와의 사이에 지안·민경 자매를 두고 있다. 이 창업주는 차녀 재훈씨를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장남 원용(56)씨와 결혼시켰다. 원용씨는 현재 경희대 의대 교수로 있다. 이 창업주는 재훈씨를 양택식가로 출가시키면서 정·관계 유력인사와 연결된다. 양택식가를 통해 홍진기-노신영-정주영가로 연이 닿는다. 김한수-김복동가로도 이어진다. 특히 이 창업주는 이 결혼을 통해 업계의 라이벌인 한일합섬의 창업주 김한수가와 한 다리 건너 사돈이 된다. 재훈씨 부부는 서윤·서정·서인·혁준 등 1남3녀를 두고 있다. 3녀 봉훈씨는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광호가의 외아들 태원(49·한국베링거인겔하임 회장)씨와 결혼했다. 이들 사이에는 동우·상우·정우 3형제가 있다. ●뉴미디어·금융으로 21세기를 준비 태광은 1996년 일대 전환기를 맞는다. 그 해 11월 창업주인 이 전 회장이 75세를 일기로 타계하면서 3남 호진씨가 경영 전면에 부상한다. 호진씨는 이 창업주가 그룹의 후계자로 일찍 점찍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 태광산업 사장에 이어 2004년 태광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호진 회장은 섬유가 주력인 태광의 업종에 메스를 댄다. 추진력에 관한 한 부친 못지않은 ‘신형 엔진’ 이 회장은 ‘조용한 기업’ 태광에 거센 변화의 바람을 불어 넣었다. 변화의 추동 세력은 MSO로 표현되는 종합유선방송과 금융 등 두 갈래다. 이 회장은 미래 태광의 신성장 동력이 여기에 있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1조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진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과감한 인수·합병(M&A)에 나서고 있다. 이는 섬유와 화학 중심에서 뉴미디어와 정보기술(IT), 금융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디어 기업으로의 급성장이다. 이 회장은 케이블TV 회사인 ‘태광 티브로드’를 세웠다. 티브로드는 태광, 미래, 통신 등의 앞글자 ‘T’와 브로드 캐스팅, 브로드 밴드의 ‘브로드’를 합성해 지은 이름이다. 티브로드는 지역 케이블TV 20개를 거느리고 있다. 가입자 300만명, 시장 점유율 24∼25%로 명실상부한 국내 1위다. 아직까지는 많은 수익을 내고 있진 못하지만 뉴미디어는 태광의 미래를 밝혀줄 한 축임에 틀림없다. 이 회장이 2003년 이후부터 미디어 부문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에서다. 뉴미디어는 진헌진 티브로드 사장과 이상윤 안양방송 및 수원방송 사장이 이끌고 있다. 진 사장은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이 회장의 대학교 동창이다. 2002년 이 회장이 직접 스카우트했을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다. 금융 쪽도 더욱 살을 붙여야겠다는 게 이 회장의 전략이다. 현재 흥국생명, 고려상호저축은행, 태광투자신탁운용으로는 아무래도 무게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쌍용화재와 예가람상호저축은행, 피데스증권 등의 인수작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달 쌍용화재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태광산업은 쌍용화재 지분의 50% 이상을 확보했다.‘흥국생명+쌍용화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의 근거는 생명보험·손해보험 상품의 교차 판매다. 태광은 쌍용화재 인수 열기가 식기가 무섭게 피데스증권 인수에 나섰다. 피데스증권은 현재 주식거래 업무만 하는 중소형 증권사지만 태광은 이 회사를 인수해 종합 증권사로 변신시킬 계획이다. 예가람상호저축은행은 서울·경남에 기반을 둔 저축은행이다. 이들 기업의 인수작업이 순조롭게 매듭지어지면 태광그룹은 생보, 손보, 증권, 투신운용, 저축은행까지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금융 쪽은 류석기 흥국생명 부회장과 김성태 흥국생명 사장의 투톱 체제다. 김 사장은 씨티은행 출신으로 LG증권 사장을 지냈다. 태광산업 출신인 오용일 흥국생명 전무도 눈여겨 볼 전문 경영인이다. 이호진호(號)의 태광은 대변신을 꿈꾼다. 현재의 청사진이 조만간 구체화되면 태광그룹은 화섬 석유화학, 금융, 미디어, 레저(태광관광개발), 육영재단(일주학술문화재단, 일주학원)으로 새 틀을 짜게 된다. ykchoi@seoul.co.kr ■ 정도·신의는 기업의 생명 ‘정도’와 ‘신의’.50여년 전 부산의 한 작은 시장에서 출발해 오늘의 태광그룹을 일군 창업주 고 이임용 회장이 금과옥조처럼 여긴 명제다. 이를 지키지 않는 거래처와는 두번 다시 거래를 이어가지 않았을 정도다. 정도와 신의를 기업의 목숨이자 기업의 자격이라고 늘 강조했던 이 전 회장은 한눈 팔지 않고 기업 경영에만 충실했던 기업인이다. 태광은 이 전 회장의 타계 10주년을 맞아 그의 기업·국가관 등을 조명하기 위한 자서전 출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어록 정리에 신경쓰는 눈치다. 그의 어록에서는 경영관이 그대로 묻어난다. 지난 1973년 단 닷새 만에 흥국생명을 인수한 이 전 회장은 첫 임원회의에서 “보험회사의 재산은 보험가입자의 재산”이라며 “흥국생명의 돈을 태광에서 가져다 쓰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 약속은 지켜졌다. 이 전 회장은 ‘오래된 만남’을 중시했다. 태광의 주거래 은행은 조흥은행. 양자의 관계는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오직 하나의 은행만을 고집한 이 전 회장은 1975년 대한화섬 인수 후 많은 임원들이 복수은행 거래를 건의했지만 “새 친구 열 명을 사귀기 위해 헌 친구 한 명을 안 버린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신용은 이임용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자신의 입으로 말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으며 계약서는 단지 둘 사이에서 오고 간 이야기를 정리해 놓은 종이에 불과했다. 타계 몇해 전 신입사원 특강에서 신용의 중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닷새 만에 서는 장에 못가는 사람이 장에 가는 친구에게 무엇 무엇을 사다 달라고 부탁을 한다. 부탁을 받은 사람은 혹 자기 물건 사는 것은 잊어버리더라도 결코 친구의 부탁을 잊어서는 안된다. 만일 그 물건이 제수용품이었다면 남의 집 제사를 망치는 격이 돼 옛날 말로는 사람 같지 않은 꼴이 된다. 그래서 약속은 무서운 것이고 지켜야 하는 것이다.” ykchoi@seoul.co.kr ■ 베일에 싸인 오너一家 재계에서 태광그룹만큼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오너 일가’도 없다. 창업주인 이임용 전 회장은 물론 후계자인 이호진 현 회장 역시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취재를 위해 이 회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불가하다.’는 단호한 한마디였다. 오너 일가가 이처럼 몸을 꽁꽁 숨기는 데에는 격동기를 헤쳐온 태광그룹의 기업사와 유교적 관습이 맞물려 있다. 태광에 있어 정치는 짐이었다. 창업주인 이 전 회장은 야당의 거목인 처남(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을 두면서 박정희·전두환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군사정권으로부터 강도 높은 세무사찰을 받았다. 고속성장을 질주한 태광이었지만 그럴수록 기업경영만큼은 살얼음판을 걷듯이 할 수밖에 없었다. 한눈 팔면 죽는다는 것을 절감한 이 전 회장은 정치는 물론이고 언론에도 자연히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유교적 관습을 중시하는 이 전 회장의 짙은 보수성도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태광 일가의 여성들에게서 쉽게 발견된다. 태광가(家)의 여성들에게서는 다른 재벌가와 달리 우먼파워를 찾아볼 수 없다. 여성으로서 적합한 문화계나 학술계에는 진출해 있을 법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구도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의 세 딸도 그렇고 며느리도 마찬가지다.3형제 못지않게 똑똑한 것으로 알려진 세 딸 중 남녀공학 대학을 나온 사람은 한 명도 없다. 큰딸 경훈과 둘째 재훈, 막내딸 봉훈씨 모두 이화여대를 졸업했다. 이들 모두 다른 대학은 생각지도 못한 게 아닐까. 경훈·봉훈씨는 남편이 재계의 실력자들이지만 외부활동 대신 살림을 하고 있다. 태광가의 며느리들도 전혀 노출돼 있지 않다. 삼성·현대가 등 재벌들의 며느리들이 문화·재계의 저명인사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40대 중반인 이 회장도 전경련 활동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외부 노출을 기피하고 있다. 선친 스타일을 빼닮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래서 ‘은둔의 경영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하지만 이 회장은 현장에 매우 충실한 CEO다. 캐주얼 차림으로 불쑥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놀라게 한다. 이 회장은 기업경영 못지않게 예술에 조예가 깊다.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 사옥도 사실상 이 회장 작품이다. 바닥재부터 인테리어, 사무실 소품 등에 이르기까지 이 회장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이 없다. 회사 관계자는 “CEO가 안됐으면 예술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ykchoi@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박건승 부장(반장) 정기홍·류찬희·최용규 차장 이기철·강충식·주현진·류길상·김경두·서재희 기자
  • 제2 롯데월드 건설·S 오일 인수?

    상장 초읽기에 들어간 롯데쇼핑의 최대주주 신동빈부회장의 보폭이 빨라지면서 공모자금의 사용처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롯데는 19일 직원들에게 우리사주조합 주식 배정안을 확정하는 등 상장에 가속도를 붙였다. 신 부회장도 지난 13일 출국, 영국 런던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해외 기업설명회에 나서는 등 해외 자금조달에 적극 나섰다.●최대 4조원 `실탄´ 확보롯데쇼핑이 공모에서 성공한다면 한꺼번에 최소한 3조원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주당 평가액이 34만원에서 43만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2조 9159억원에서 3조 6856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다 지난해의 예상 순익 4000억여원을 합하면 최소 3조 3000억원, 최대 4조원 규모의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이같은 금액의 쓰임새에 대해 유통업계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한 유통업계에서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거액이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유가증권신고서에서 조달된 공모자금 가운데 올해 할인점 12개 신규 출자에 4644억원과 운영자금 64억 5800만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또 대출금 상환에도 1000억원을 쓸 계획이다. 기타 비용 등을 합해서 5828억여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공개했다.●“신격호회장만 알것” 연막작전공모자금의 구체적인 사용처는 이것뿐이다. 앞으로 출점할 투자비와 2조원대의 부채 상환 등은 해외 공모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나머지 금액인 최소 2조 4000억원의 용처에 대해서는 모두 함구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신격호 회장만이 알 것”이라며 연막을 피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롯데가 추진해왔던 사업을 통해 공모자금의 사용처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잠실의 제2롯데월드에 1조 5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서울시 교통영향심의위원회에서 통과되면서 제2롯데월드 건설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다. 모스크바의 테마파크를 비롯해 러시아에 5억달러, 즉 5000억원 상당을 투자할 것으로 밝혔다.●`기업인수´등 소문 무성그래도 5000억원 이상이 남는다. 롯데가 그룹차원에서 석유화학을 강조하면서 에쓰오일 인수설이 나돌았다. 롯데 관계자는 그러나 “지난 2004년 에쓰오일 인수를 검토했으나 덩치가 너무 커 접었다.”고 말했다. 한때는 우리홈쇼핑 인수설도 나돌았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신동빈 롯데부회장 행보 빨라졌다

    신동빈(51) 롯데그룹 부회장이 롯데쇼핑 상장을 앞두고 해외 로드쇼를 직접 챙기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1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부회장은 지난 13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열리는 상장 관련 해외 기업 설명회에 롯데백화점 이인원 사장, 롯데마트 이철우 대표와 동행했다. 롯데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격려차 런던과 미국 지역을 방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1980년대 노무라증권 런던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신 부회장이 이번 롯데쇼핑 상장에 적극 개입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신 부회장이 제2롯데월드 건설 등을 앞두고 나라 안팎에서 충분한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기업공개에 부정적인 부친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 부회장이 이번 롯데쇼핑 상장을 계기로 그룹 내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마침 신 부회장은 전날 롯데쇼핑의 인터넷 포털 업체인 롯데닷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계열사 업무 등을 통해 경영수업을 받던 신 부회장이 그룹 주력사인 롯데쇼핑과 신사업에 매진하기 위해 계열사 관련 직함을 내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 회장이 지난달 적자 상태인 코리아 세븐과 롯데캐논 등기 이사에서 물러난 것도 신 부회장에게 무게가 실리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방송+금융 변신하는 ‘보수경영’

    방송+금융 변신하는 ‘보수경영’

    1990년대 초 대한민국 최고의 ‘황제주’였지만 PR나 IR에는 도통 관심이 없던 기업, 돌다리를 몇번씩 두들겨 보고 건너는 보수적인 풍토, 섬유업계의 소문난 ‘크렘린’, 남의 돈은 결코 쓰지 않는다는 무차입 경영, 내부유보율이 무려 2만 6000%나 되는 기업…. 국내 기업 가운데 ‘별종’으로 통하는 태광산업의 특징을 나열하면 대략 이렇다. 이런 기업이 요즘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보수적인 색채를 접은 것은 아니지만 경영만큼은 앞서가고 있다. 변신을 주도하는 이는 2세 경영인 이호진(44) 회장이다. 태광산업 창업주인 고 이임룡 회장의 3남인 이 회장은 2004년 1월 회장에 취임한 이후 ‘확장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양산업인 화섬업종의 돌파구로써 방송과 금융을 성장축으로 삼고, 이를 위해 쌍용화재 인수와 예가람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등 인수·합병(M&A)시장의 ‘큰 손’으로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1985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거쳐 뉴욕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95년 흥국생명 상무를 거쳐 97년 35세의 나이로 태광산업 및 대한화섬 사장에 올라 화제가 됐다. 그는 당시 재계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어렸다.2004년에는 외삼촌인 이기화 전 회장의 사퇴와 맏형인 이식진 전 부회장이 별세함에 따라 40대 초반에 태광산업 회장직을 승계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드러내기까지 난관이 적지 않았다.“은행 돈은 일요일과 토요일 오후에도 이자가 붙는다. 백만원 벌기는 힘들어도 백만원은 절약할 수 있다. 홍보가 왜 필요하냐, 우리만 잘하면 그만이지, 괜히 잘난 척할 필요가 없다.”로 대변되는 이임룡 선대 회장의 경영 방침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어렵게 사내의 낡은 철제 책상과 구닥다리 컴퓨터를 새 것으로 교체하고, 홍보실도 두는 등 일련의 조치들을 취했지만 외양의 변화가 있었을 뿐 뿌리깊은 기업 문화를 바꾸지 못했다. 특히 한때는 배타적인 ‘나홀로주의’로 동종업종 기업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했으며, 노조와의 관계 악화로 2001년에는 수천억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광산업 임직원들은 서서히 새 경영자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사내에선 이 회장이 취임한 이후 가장 달라진 점으로 정책 결정이 빨라진 점을 꼽는다. 관계자는 “경영진이 젊어진 만큼 내부 결정이 빨라졌다.”면서 스피드경영이 자리잡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회장이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는 방송과 금융. 갈수록 위축되는 사세를 키우기 위해 금융과 방송을 차세대 ‘먹을 거리’로 선택하고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태광산업의 현금동원 능력은 1조 5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광산업은 현재 금융계열사로 흥국생명과 태광투자신탁운용을 두고 있다. 또 전국 119개 케이블TV 방송국(SO) 가운데 27개사를 보유해 26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엔 우리홈쇼핑 지분 19%를 매입해 1대 주주인 경방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사내에선 이 회장을 다재다능하고 젠틀한 CEO로 평한다. 스포츠 마니아인 데다 음악과 미술 등에도 관심이 많다. 직원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릴 정도로 친화력이 뛰어나다. 이 회장은 롯데그룹 신씨가(家)의 사위다. 신격호 롯데 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의 맏딸인 유나씨와 결혼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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