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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로 본 2005 문화계](4)출판계 양극화 현장과 명암

    [이슈로 본 2005 문화계](4)출판계 양극화 현장과 명암

    “방금 전화받은 사람이 제 처입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지난해까지는 직원 두 명을 두었는데, 올 핸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올해 낸 10여권의 책중 2쇄를 찍은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지난해 3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던데 올해는 400억원을 무난히 넘길 것 같습니다. 출판시장이 어렵다고 하는데 무척 선방한 셈이지요.” 출판시장이 극심한 불황이라지만 이를 느끼는 온도 차는 이렇게 다르다. 첫번째 답변을 한 사람은 인문·사회과학 책을 주로 내온 Y출판사 대표, 그 다음 답변의 주인공은 민음사의 박상준 기획실장이다. 출판시장의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출판시장 매출규모는 2조 4000억원 정도. 그중 학습참고서와 만화를 제외한 단행본 전체 매출액은 1조 5000억원 정도다. 이중 실질적으로 출판활동을 하고 있는 800여개 출판사의 4%인 상위 30개 출판사가 전체 매출의 3분의1을 장악하고 있다. 90년대 후반만 해도 연 매출이 100억원을 넘는 출판사가 드물었으나, 지난해엔 랜덤하우스중앙, 민음사, 김영사, 넥서스, 시공사 등이 3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으며,100억원을 넘긴 출판사도 21세기북스, 웅진닷컴, 문학동네, 창비 등 30개사가 넘는다. 눈에 띄는 점은 매출 상위로 올라갈수록 그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것.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500위 내 도서를 펴낸 출판사 중 상위 10개 출판사의 점유율이 2002년 기준으로 61%에 달했다. 상위 5개 출판사의 점유율도 50%를 넘는다. 아직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이같은 매출 쏠림 현상은 올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사의 문윤식 마케팅홍보팀장은 “올해는 책 발행 종수를 지난해 260종보다 대폭 줄인 160종만 냈는데도, 매출은 오히려 13억원 정도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랜덤하우스중앙의 권택규 실장도 “올해 80억원 정도 매출 신장이 이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200억원이 약간 넘는 매출을 올린 21세기북스는 지난해 수준에 머무를 전망. 반면 비교적 안정권이라는 3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출판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논픽션 및 어린이책을 주로 내는 바다출판사 김인호 대표는 “지난해보다 20% 정도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며 “전반적으로 신간 매출이 저조하다.”고 말했다. 올해 10여종의 책을 출판한 동아시아의 한성봉 대표도 “매출이 15% 정도 하락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도 이젠 마케팅 싸움 단행본 출판은 책 제작의 특성상 타산업 분야와 달리 ‘규모의 경제’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분야다. 그래서 적은 자본으로도 출판에 대한 애정과 노하우, 아이디어만을 가지고 뛰어들어 성공한 출판인도 적지 않다.‘1인출판’이 유행하는 것도 이같은 특성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인식은 곧 폐기돼야 할 것 같다. 앞서 예를 들었듯 작은 출판사일수록 어려움이 가중되고, 이젠 출판업 진입조차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원인의 핵심은 마케팅이다. 한성봉 대표는 “소위 대형출판사들 중 상당수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출혈 마케팅을 한다. 각종 이벤트와 할인경쟁, 홈쇼핑을 통한 무더기 판매, 대형서점의 매대 독점 등은 작은 출판사로선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마케팅력이다.”라고 말한다. 이와함께 스테디셀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대형출판사들은 기초 토양이 탄탄해 불황에도 견딜 수 있지만, 출판 종수가 작은 출판사나 신생출판사들은 견뎌내기 어려운 점도 있다. ●출판 다양성 해치는 양극화 요즘 흔히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라 있는 책들을 보면 대부분 소위 트렌드에 충실한 책들이다. 물론 그중엔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하고 내용도 충실한 책이 있기는 하지만, 상당수가 급조된 책들이 많다.TV 드라마에 잠깐 등장했거나, 잡학적 정보를 재미만 강조해 급조한 책들, 사회적 성공의 비결을 담은 처세서 등등. 이런 책들도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기초소양과 교양을 쌓는 데 기본이 되는 인문·사회과학서 등이 설 자리가 없는 게 문제다. 이같은 현상은 곧 마케팅력에 의한 베스트셀러 양산의 폐해라는 지적이 많다. 연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한 출판사 대표는 “사실 중소 출판사들 상당수가 인문·사회과학 책을 내고 있는데, 마케팅력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더구나 대형출판사들은 최근 들어 편집자에게 별도의 브랜드를 주고 모든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임프린트’ 시스템을 도입, 상업 마인드에만 충실한 책 출판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임프린트는 경영 합리화 차원에선 바람직하지만 일정 기간동안 최대한의 성과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책출판 자체에는 꼭 긍적적이지만은 않다. 김흥식 서해문집 대표는 “임프린트는 길어야 3년 앞을 내다본 기획밖에 할 수 없고, 이같은 시스템하에선 다양한 콘텐츠 생산이 불가능하다.”며 “대형 출판사들은 소형 출판사들이 하기 어려운 양질의 대형 기획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울릉도 찾아온 반가운 책손님

    울릉도 찾아온 반가운 책손님

    “와∼책이다. 내가 너무 읽고 싶었던 동화책도 있다.” 경상북도 포항에서 배를 타고 3시간 이상 들어간 아름다운 섬 울릉도.18일 오후 울릉도 울릉읍 도동에 위치한 ‘도동유치원’ 어린이들은 일제히 탄성을 터뜨렸다. 증산도 상생(相生)봉사단 관계자들이 두 팔에 책을 한아름씩 안고 유치원을 방문한 것. 신간 도서부터 만화책까지 전달된 200여권의 책은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책기증 활동을 벌여온 증산도가 지난달 백령도에 이어 이날 처음으로 울릉도 해군·육군부대와 유치원에서 책나눔 행사를 가졌다. 책 기증처를 소외지역 군대와 경찰, 교도소, 학교, 유치원 등으로 확대한 것은 2003년부터. 지난 3년간 180여개 군부대와 530여개 경찰서,20여개 교도소,400여개 학교 등에 기증한 책만 5만권이 넘는다. 이날 유치원 아이들 60여명은 난생 처음 서울에서 온 사람들로부터 책과 장난감, 축구공, 스케치북 등을 선물받고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유치원 관계자는 “울릉도에는 서점도 없고 그동안 외부에서 책이나 학용품을 받은 적도 없었는데 아이들에게 너무 큰 선물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증산도 상생봉사단이 찾은 곳은 울릉읍 사동리 해군 제118전대와 북면 나리분지 공군 제319방공관제대대. 해군부대에는 600여권, 공군부대에는 500여권을 전달했으며 독도경비대에도 100여권이 전해질 수 있도록 주선했다. 해군부대 관계자는 “이렇게 대규모로 기증받은 것은 처음”이라면서 “책을 읽으며 군복무생활의 위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증산도 경규오 부장은 “이날 울릉도 행사를 토대로 군부대에 대한 기증을 점차 늘려 장병들의 노고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찾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군부대측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 증산도 관계자들은 울릉읍 도동 ‘도동경로당’등 5곳 을 방문, 노인 60여명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봉사활동도 벌였다. 올해 상생봉사단 발족 10주년을 맞으면서 백령도·울릉도 등 외딴섬에도 기증의 손길을 펼치게 됐다. 특히 이번에 울릉도에 가져간 책 1300여권은 지난해 자이툰부대에 보낸 800권을 넘어서 규모 면에서 가장 많다. 군부대에 책을 기증하기까지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잘 모르는 종교단체에서 책을 준다는 것에 대한 편견도 있었고, 기증까지 절차도 까다로웠다. 그러나 설득해서 찾아가 책을 기증하면 모두 고마움을 표했다. 강원도 철원 한 부대에서는 감사의 표시로 인근에서 수확한 감자를 보내오기도 했다. 증산도는 특히 우리의 것을 알리고 민족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지난해 용산 미8군 도서관에 책을 기증했으며, 올들어 미 공군부대 도서관과 일본·미국·중국 교포들에게도 역사책과 증산도 관련 서적을 1000권 이상 보냈다. 증산도 관계자는 “650만 해외교포의 한국뿌리 찾기 일환으로 역사서 및 증산도 도전(道典) 등을 매년 기증할 예정”이라면서 “해외교포와 군부대·소년소녀가장·교도소 등 조금만 눈을 돌리면 책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 읽지 않고 쌓여 있는 책이라면 언제라도 환영한다.”며 일반인들의 기증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02)735-8192. 글 울릉도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디지털 도서관 ‘짱’ 주민들 눈 붙잡다

    디지털 도서관 ‘짱’ 주민들 눈 붙잡다

    ‘구 도서관 디지털로 진화하다.’ 디지털과 만나면서 가장 큰 발전을 한 분야는 도서관이다. 도서의 체계적인 분류가 쉬워지면서 방대한 지식의 정리가 가능해졌다. 사서가 책을 찾아서 가져다 주는 대신 독자가 직접 컴퓨터로 찾아 대출하는 방식이 도입된 지도 채 10년이 안 됐다. ‘디지털 진화’는 구 도서관에도 불고 있다. 특히 양천구(구청장 추재엽)는 최근 동 주민자치센터의 도서와 구청의 도서를 통합 관리·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젠 집에서 클릭 몇 번으로 도서 검색은 물론, 대출과 예약 등도 가능해졌다.‘내 집 도서관’이 등장한 셈이다. ●인터넷 검색, 대출 예약 ‘논스톱’ 양천구는 양천구청 홈페이지에서 ‘양천구 디지털 도서방’(lib.yangcheon.go.kr)이라는 이름의 도서방 통합관리 프로그램을 새롭게 설치, 운영한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양천구 도서방은 동 주민자치센터와 양천도서방 및 양천구청역, 신정네거리역, 목동역 등 현장민원실을 통해 구가 직접 운영하는 도서관을 말한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양천구도서관과 혼동을 막기 위해 ‘도서방’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양천구 도서방은 현재 20만여권의 보유 장서를 자랑한다. 특히 동화책과 소설책이 많이 구비돼 있다. 매년 1만여권의 신간 도서가 보급될 정도다. 도서방의 연 이용인원은 20만여명, 대여권수는 40만여권에 달한다. 올해 예산도 1억 3000만원으로 많은 편이다. 기존 도서방의 전산시스템은 어느 도서방에 어떤 책이 있는지 검색만 가능했다. 그러나 양천 도서방 통합관리 프로그램은 검색은 물론 대출예약 기능까지 가능해졌다. 디지털화가 가장 잘 된 서울시내 자치구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또한 신착도서, 많이 대출된 책 확인과 함께 비디오 등 영상 자료 대출도 할 수 있게 됐다. 읽고 싶지만 없는 책은 구매신청도 할 수 있다. 주민에 대한 도서방 서비스 질이 훨씬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내년 주민자치센터별로 특화 양천구 도서방 시스템의 진화는 내년에도 계속된다. 동 주민자치센터 도서방은 10개 분야로 특화돼 운영될 예정이다. 예를 들면 목2동은 소설, 신월3동은 자기개발서, 신정4동은 그림동화 책을 중심으로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젠 같은 책을 중복해서 살 필요가 없어 구 도서방 소장 책자의 종류가 훨씬 많아지게 된다. 양천구 주민이면 누구나 각 동 주민자치센터 도서방에서 한꺼번에 3∼5권씩 빌릴 수 있다. 다른 동 주민들 사이의 교류도 더욱 활발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양천구 관계자는 “이번 양천구 도서방이 업그레이드되면서 온라인 독서문화가 정착되고 도서방 이용주민이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독서인구의 저변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불교독서모임 이끄는 번역가 이미령씨

    “사람들에게 불교를 가르쳐 주려고 책 읽기 모임을 시작한 게 아닙니다. 어떻게 불교를 제대로 알 수 있는가 그 방향을 제시해 주고 싶어서였습니다. 불교 서적을 번역하면서 늘 고민하는 것도 바로 그런 점이에요.” 독서 모임 ‘붓다와 떠나는 책 여행’을 이끌고 있는 이미령(41)씨는 “강의나 설법식의 접근보다는 불교가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찾아가도록 이정표를 마련해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으로 10년 넘게 팔만대장경 번역작업을 해오고 있는 그는 경전 강의와 불교서적 번역, 방송활동 등으로 잘 알려진 프리랜서 작가. ‘대당서역기’‘일체경음의’‘본생경’‘대루탄경’‘밀린다왕문경’등 이름만 들어도 만만찮을 것 같은 불교책들을 우리말로 쉽게 옮겼다. “불교 독서모임을 시작한 지 지난달로 꼭 1년이 됐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30명 정도 모여 불교 서적을 읽는 모임이 입소문을 타 지금은 온라인 회원만 400명이 넘어요. 부산에는 지부도 생겼습니다.” 불교 서적에 대한 이씨의 애정은 BBS 불교방송 프로그램 ‘무명을 밝히고’의 ‘불서를 읽읍시다’ 코너를 맡아 진행하는 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양서를 소개하기 위해 신간은 물론 이미 나온 책들까지 일주일에 수십권씩 통독한다. 가장 좋아하는 경전은 석가모니의 언행록인 아함경. 스승인 불교학자 고(故) 고익진 박사를 통해 아함경의 세계를 알게 됐다는 그는 “아함경이야말로 부처님 가르침의 원형을 접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경전”이라고 힘줘 말한다. “불교는 결코 어려운 종교가 아닙니다. 단지 불교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들이 생소해 어렵게 느껴질 뿐입니다.‘선어록(禪語錄) 같은 것을 읽지 말라.’는 말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요.” “한국 불교계가 학문불교와 선불교로만 치닫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는 이씨는 일반 신도들에 대한 불교 교육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불교교양대학을 오래 다니고도 자기 입으로 불교를 한마디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죠. 예컨대 아함경을 먼저 공부한 뒤에 읽어야 할 게 금강경인데, 금강경의 막연하고 추상적인 이론부터 먼저 접하게 되니….” 불교대중화의 최전선에서 서 있는 그는 부처님 가르침을 일상의 미덕으로 끌어내기 위한 저술작업도 보다 활발히 할 작정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이색일터 엿보기] 인터넷쇼핑몰 카테고리 매니저

    누구나 자유로이 매매를 할 수 있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여타 인터넷쇼핑몰에 상품을 기획하고 구매하는 머천다이저(MD)가 있다면,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는 해당 상품군을 활성화시키는 카테고리 매니저(CM)가 있다. 담당 상품군의 전반적인 운영을 책임지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친다는 점에서 MD와 비슷하지만,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CM은 직접적인 구매활동을 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판매는 온라인 상인 개개인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품군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판매자들을 관리하고 이들의 소리에 귀기울여 사이트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CM의 주된 업무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카테고리는 중고차다. 중고차는 인터넷쇼핑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에게조차 낯선 거래품목이다. 때문에 온라인 중고차 장터를 널리 알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소유차량을 팔려는 사람과 중고차를 구매하려는 사람을 효율적으로 연결시켜주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초기에는 중고차 거래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직접 대규모 중고차 매매단지를 찾아다니며 전문 딜러들을 만났다. 온라인 중고차 장터에 대한 설명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차를 팔러온 사람으로 오해를 받아 난처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고생하며 하나둘 알게 된 중고차 거래 노하우를 사이트에 반영시켜 회원들로부터 차를 파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반응을 들을 때 나름대로 보람을 느낀다. 자동차는 정보를 얻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전문분야의 제품 중 하나지만, 온라인이라는 무한대 공간에서는 정보를 정리하고, 필요에 맞게 제공하는 것이 보다 쉽다. 이같은 온라인의 특성을살려 구매자가 쉽게 원하는 차를 찾고 충분한 정보를 얻게 함으로써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믿고 거래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현재 가장 큰 목표다. 또 수많은 온라인 중고차 사이트 중에서 옥션모터스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부각시킬 수 있는 마케팅 전략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온라인마케팅 관련 신간 서적을 꼼꼼히 살펴보고, 열린 마음으로 외부의 신선한 시각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임종일 옥션 차장
  • 자유주의자 언행불일치 책 출간

    ‘저명한 자유주의자들은 신념에 따라 살까.’‘아니, 절대로 그렇지 않다.’ 미국 후버연구소의 피터 슈바이처 연구원은 최근 자신의 신간에서 “자유주의란 그것을 믿는 추종자들을 위선자로 만든다.”며 “재산과 가족 등이 걸려 있을 경우 그들은 보수주의자들이 하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꼬집었다. 슈바이처의 새 책 제목은 ‘내 말대로 하시오(행동을 따르지는 말고):자유주의 위선자들의 프로파일’. 9일 랜덤하우스 신간안내에 따르면 이 책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정치인에서부터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반전운동가인 노엄 촘스키에 이르는 미국내 유명자유주의자들의 언행 불일치 사례들을 꼬집었다. 다음은 그가 지적한 대표적인 인사들의 사례. 마이클 무어 기업이 사악하다던 주장과는 달리 최근 5년 동안에만도 핼리버튼, 제너럴 일렉트릭, 머크, 파이저, 맥도널드 등 다양한 대기업 주식을 보유한 적이 있었다. 낸시 펠로시 노동조합의 든든한 후원자 중 한 명인 그녀는 최근 선거때 호텔과 레스토랑 노조로부터 의원 중 가장 많은 후원금을 받았다. 그런 그녀가 대주주로 있는 캘리포니아주 러더포드의 한 호텔에는 노조에 가입한 종업원이 한 명도 없다. 노엄 촘스키 미 국방부를 “지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기관”이라고 비난해온 그는 지난 40년간 국방부로부터 연구비 명목 등으로 수백만달러의 돈을 받아왔다. 알 프랑켄 에어 아메리카 라디오방송 진행자인 그는 보수주의자들을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해 왔으나 정작 자신이 지난 15년간 고용한 흑인 비율은 전체의 1%도 안됐다. 조지 소로스 부자가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자신은 버뮤다나 케이먼제도 같은 조세회피지역에 재산을 옮겨놓고 있다. 빌 클린턴 부부 재산세 제도를 선호한다고 말했으나 자신들이 사망한 뒤 상속세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는 약정 신탁을 설정해 놓았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생계비’ 확보를 위해 노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지만 그녀는 임금을 덜 줘도 되는 캐나다에서 영화 촬영이나 영화제작의 마무리 작업을 선호한다. 테드 케네디 재산세 제도를 옹호한 저명 정치인인 그는 세금 회피 수단의 존재에 반대의사를 표해 왔다. 그러나 그는 여러 번 복잡한 금전신탁과 개인재단을 세금 징수의 수단으로 삼으려 해왔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실크로드 동쪽 끝은 한반도”

    “실크로드 동쪽 끝은 한반도”

    지도를 펼쳐놓고 한국을 보면 동쪽 끝에 외따로 박혀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그래서인지 한국 하면 조용히 숨어있다는 이미지가 있다. 그러나 이는 서구중심적인 사고에 지나지 않을 뿐, 한국은 이미 오래전 세계화된 국가였다는 주장이 있다. 바로 실크로드를 통해서다. 이 문제를 짚기 위해 중앙아시아학회(회장 김호동 서울대 교수)는 4∼5일 이틀간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실크로드의 삶과 종교’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단순히 ‘비단 상인들의 길’이 아니라 ‘문명의 흐름’으로서 실크로드를 재조명해 보자는 것이다. 미리 배포된 발제문에서 고려대 정수일 초빙교수는 실크로드의 확대를 제안했다. 실크로드가 처음 드러난 것은 중국~인도간 교역로로서다.19세기말 탐험가들이 발견했다. 그 뒤 발굴과 탐험이 잇따랐고 이 길은 중국 시안에서 시리아의 팔미라에 이르는 기다란 길로 다시 태어났다. 이 길은 점처럼 흩어져 있는 오아시스를 잇는다 해서 흔히 ‘오아시스로’라고 불린다. 우리가 흔히 실크로드 하면 떠올리는, 모래바람부는 사막을 걸어가는 기다란 상인들의 행렬과 같은 이미지는 바로 이 오아시스로에서 온 것이다. 그러다 연구가 더 깊어지자 다시 북방초원지대를 통하는 ‘초원로’와 지중해에서 중국 동남해안에 이르는 ‘해로’ 개념도 등장했다. 이외에도 숱한 교역로가 확인되면서 이제 실크로드는 하나의 길이 아니라 숱한 길들이 됐다. 정 초빙교수는 여기에다 아예 전세계를 뒤덮는 길로 실크로드를 재조명하자고 제안했다. 실크로드는 아시아와 유럽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아메리카대륙까지 연결됐다는 것이다. 그는 16세기 ‘대범선 무역’을 그 증거로 삼았다. 필리핀을 기점으로 중남미의 백은과 중국의 비단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동시에 정 초빙교수는 실크로드의 동쪽 끝을 중국이 아니라 한국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조선과 고구려, 신라의 중국과의 교류를 보면 오아시스로와 잇대어 있다는 것이다. 해로 역시 유물로 증명된다. 백제왕릉에서는 동남아 특산 유리구슬이 나오고 중세 아랍문헌에서는 신라의 수출품목들이 나열되어 있을 정도다. 초원로는 아직 관련 연구가 부실해 명확한 증거만 없다뿐이지 활발하게 이용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 교수는 이런 증거들을 모아 실크로드가 한국까지 이어졌고 이것이 ‘세계 속의 한국’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소그드족을 가리키는 단어,胡 중국 왕조 가운데 국제적 교류가 가장 많았던 당나라에는 유독 ‘호(胡)’자가 들어간 것들이 많다. 호복(胡服)·호식(胡食)·호악(胡樂)·호선무(胡旋舞)·호희(胡姬)….‘오랑캐’라는 뜻에서 짐작할 수 있듯 중국이 북방 이민족을 부를 때 흔히 쓰이는 단어다. 그런데 일본 오사카대학 모리야스 다카오 교수는 당나라 때는 이 ‘호’가 바로 중국 서쪽에 있던 소그드족을 가리키는 단어였다고 주장한다. 소그드족은 중앙아시아 상인들로, 실크로드를 통해 교역을 주도한 사람들이다. 다카오 교수가 보기에 실크로드에 대한 당나라의 입장은 들쭉날쭉하지만 그래도 일관되게 소그드족을 가리키는 단어로 ‘호’를 썼다고 했다. 그는 이것을 바로 개국 초기 쇄국하고 있던 당나라가 시야를 넓혀 가고 있었다는 증거로 해석했다. 이외에도 이주형 서울대 교수, 우지용 신간문물고고연구소 연구원, 밸러리 핸슨 예일대 교수 등이 실크로드와 불교미술·복식·역사를 다룬 주제들을 발표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책 테마파크’ 새달 완공

    국대 최대규모의 번지점프장과 호수의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성남시 분당 율동공원에 ‘책 테마파크’가 조성돼 다음달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시는 11일 율동공원 내 1800여평에 조성되는 책 테마파크 건립공사가 현재 80%의 공정을 보이고 있어 11월말이면 완공돼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책 테마파크 조성사업은 2003년부터 경기문화재단과 사업협약을 체결, 추진됐다. 책 테마파크에는 인터넷으로 작품을 읽고 감상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시청각실과 신간 서적을 전시·대여하는 자료실, 이벤트 전시실을 갖춘 책 카페 등이 들어선다. 또 각국 문자와 대나무 숲으로 꾸민 진입로, 책의 역사를 그린 13면의 벽화와 미로 산책로, 반구형 야외공연장, 명상공간인 책 모양의 연못, 음악·글조각·시문이 있는 조형벤치 등 테마별 공간이 설치된다.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영등포구, 전자책 도서관 개관

    영등포구, 전자책 도서관 개관

    “도서관까지 갈 필요 있나요?” 영등포구는 지난 1일 인터넷에서 전자책(e-book)을 빌릴 수 있는 전자책 도서관을 개관했다. 전자책은 종이책을 디지털 형태로 바꾸어 컴퓨터나 PDA(개인휴대단말기) 등을 통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영등포구 전자책도서관은 어린이 전자책, 문학, 경제, 실용·취미, 학술, 외국어 등 1400여 종류의 전자책을 확보했다. 특히 어린이 책 부문을 특화해 ‘어린이 전자책 도서관’을 따로 만들었다. 취학전, 저학년, 고학년 등으로 연령별로 읽을 만한 책들이 세분화됐을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멀티미디어 기능도 추가됐다. 또 동요부르기, 색칠공부, 학습게임, 영어배우기 코너 등이 마련되어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도록 꾸며졌다. 영등포구 전자책도서관을 이용하려면 홈페이지(ebook.ydp.go.kr)를 통해 회원가입한 뒤 책을 대출받으면 된다. 최대 5권을 3일 동안 빌릴 수 있으며 비용은 무료다. 구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신간도서·구민 희망도서 등을 사들여 전자책도서관을 생생한 정보 광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홍대앞서 ‘책들의 축제’열린다

    홍대앞서 ‘책들의 축제’열린다

    ‘젊은이들의 해방구’쯤으로 여겨져온 홍대 앞 거리가 올 가을엔 책물결로 넘쳐날 것 같다. 인디밴드와 라이브카페로 상징되는 이곳에서 모처럼 의미 있는 책 축제가 열리는 것.30일부터 10월3일까지 홍대 주변 거리 곳곳에서 제1회 서울 와우 북 페스티벌(www.seoulbookfestival.com)이 한국출판인회의 주최로 진행된다. 책 관련 행사라고 해야 각종 도서전 정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번 행사는 꽤 흥미를 줄 듯싶다. 출판사들이 밀집해 있음에도 그동안 젊은이들의 소비문화에 묻혀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이 일대 출판인들이 의기투합해 눈에 띄는 행사들을 다채롭게 마련했다. 이곳뿐만 아니라 파주 출판단지와 다른 지역의 출판사들도 힘을 보탰다. 문학과 지성사, 열림원, 창비, 해냄출판사, 실천문학, 돌베개, 위즈덤하우스, 웅진지식하우스, 김영사, 이가서, 길벗어린이, 생각의나무, 사계절출판사, 파랑새어린이, 새물결, 문학세계사, 현암사 등 주요 단행본 출판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행사는 크게 ‘거리로 나온 책’,‘함께 읽는 책’,‘우리가 쓰는 책’ 등 3개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김영하의 소설집 ‘오빠가 돌아왔다’에 실린 작품중 ‘이사’라는 단편이 연극무대에 올려지며, 작가 이외수는 춘천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와 공연을 벌인다. 백창우와 함께하는 시·노래 콘서트도 열린다. 최근 신간 ‘외출’을 출간한 김형경과 소설 ‘유림’을 낸 최인호,‘칼의 노래’의 김훈, 신작 ‘호랑이는 왜 바다로 갔나’의 윤대녕 등 유명작가들이 독자와의 대화 자리를 갖는다.‘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영복 교수는 강연을 준비 중이다. 기존 홍대 지역의 프리마켓과 연계해 책 벼룩시장, 책 교환장터도 선다. 또 책 보물찾기, 보드 북카페, 돌발 퀴즈, 할머니가 읽어주는 동화책, 책 만드는 버스 등 독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이색적인 책 체험행사도 마련된다. 주최측은 행사기간 중 누구나 와서 편하게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도록,5000여권의 책과 간단한 음료를 비치한 야외 휴식 공간 ‘책 놀이터’를 조성, 독자와의 거리를 좁힐 계획이다.(02)323-4505.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30일부터 10월9일까지 파주 출판도시에서 열리는 ‘2005 파주 어린이책잔치’에 가보자. 주니어김영사, 파랑새 등 유명 어린이 출판사들이 책마을 집들이행사를 통해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놀라운 팝업북의 세계’(주니어김영사),‘내가 만약 고구려 장군이었다면’(청솔),‘작가와 함께하는 만들기’(돌베개어린이),‘만화작가 사인회’(파랑새) 등이 준비된다. 이밖에 출판도시에 있는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에선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그림책들을 선보이는 ‘그림책의 새벽’전,‘아랍의 어린이책’전, 그림책 역사를 통해서 보는 ‘신데렐라 캐릭터 변천사’전 등 어린이책 테마 전시회가 열린다.(031)955-0065.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儒林(426)-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2)

    儒林(426)-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2)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2) 그러나 맹자의 사상은 공자의 경우와는 달리 20년이 넘는 주유열국에 의해서 오히려 발전되고 심화될 수 있었다. 공자의 경우 주유열국이 좌절과 고통의 연속이어서 마치 ‘상갓집의 개’와 같은 처량하고 피곤한 여정이었다면 맹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좌절의 연속이었지만 그러나 맹자는 공자와 달리 당당하고 호연하였으며, 오히려 이러한 형극의 길로 인해 맹자의 철학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맹자의 주유열국이 공자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공자의 주유열국이 주로 각 제후국들의 군주와의 관계에서 소외되는 수직적 불화였다면 맹자는 군신간의 불화는 물론 전국시대 때 각지에 팽배하였던 제자백가들과의 싸움까지 감행해야 하는 이중고(二重苦)의 여정이었던 것이다. 맹자가 제나라의 선왕과 벌였던 수직적 불화는 다른 제후국에서도 연속적으로 벌어지던 비극적 상황이었다. 양나라의 혜왕(惠王), 등나라의 문공(文公) 등 각 제후국들과의 관계에서도 맹자는 겉으로는 예우를 받는 것처럼 보이고 심지어 경이나 대부와 같은 관직에 오르기도 했으나 실제로 맹자는 무시를 당하거나 늘 현실정치 무대의 변두리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제후들에게 맹자는 정치적 장식품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하관계의 수직적 대립보다 더 맹자를 괴롭힌 것은 제자백가들과 벌이는 수평적 혈전이었다. 이미 맹자와 동시대로 거친 베로 짠 옷을 입고, 멍석을 만들고, 자리를 짜는 일로 생업을 삼고, 자신이 먹을 음식은 반드시 스스로 지어서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농가(農家)’와 설전을 벌인 것을 필두로 ‘성은 선함도 없고 불선함도 없으니(性無善無不善也)’ 타고난 본성대로 사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음식을 좋아하고 색을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적인 본능이니, 본능대로 사는 것이 옳다는 고자(告子)의 인성론을 정면으로 비판한 설전. 또한 순우곤과 같은 전국시대 최고의 세객과 그리고 공손연과 장의와 같은 종횡가들을 꺼꾸러트린 맹자의 통렬한 설전 등은 맹자야말로 강호무림들을 찾아다니면서 꺼꾸러트리는 유가의 고수라는 사실을 연상시키는 장면인 것이다. 그뿐인가. 전국시대 때에는 맹자가 걱정하였던 대로 양주와 묵적의 언론이 천하에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양주와 묵적의 도가 없어지지 않으면 공자의 도는 드러나지 않으니, 맹자는 홀연히 이들 묵적과 양주의 요괴(?)들과도 한바탕 혈투를 벌이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이들 제자백가들과의 치열한 사투는 결국 맹자의 백전백승으로 판결이 났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들과의 생사가 걸린 사투를 통해 맹자의 사상이 점점 심화되고 완성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를테면 공자로부터 배우고 익힌 유가의 무술은 강호무림들과의 실전(實戰)을 통해 보다 더 강화되고 체계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고향으로 돌아올 때의 맹자는 대철학자로서의 기틀을 갖추고 있었던 동방불패(東方不敗)의 영웅이었던 것이다.
  • 새명소 燈火可親 북카페

    새명소 燈火可親 북카페

    “독서의 계절 가을, 책을 읽자.” 얼마전 영국의 BBC 인터넷판은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NOP월드’ 조사를 인용, 한국인이 책·신문·잡지 등 활자매체를 읽는 데 할애하는 시간이 1주일에 평균 3.1시간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조사대상 30개국 중 최하위였다. 그러나 인도(10.7시간)·태국(9.4시간)·중국(8.0시간)의 순으로 독서시간이 길었다. 같은 하위권이지만 미국(5.7시간·23위), 일본(4.1시간·29위) 등도 우리보다 1시간 이상 글을 많이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은 6.5시간이었다. 그래서일까. 일상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지하철 3호선이나 4호선을 타보면 승객들 대부분이 객차 내에 설치된 TV화면만을 멍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오히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어느덧 가을의 문턱이다. 한결 선선해진 출퇴근길에 책 한권 옆에 끼고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친구를 만날 때면 관성에 이끌려 찾아가던 시끄럽고 번잡한 카페 대신 호젓한 분위기의 북카페를 찾는 것은 또 어떨까.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더 없이 좋다. 차를 마시며 책도 읽을 수 있는 북카페가 우리 주변에도 여럿 생겼다. 구립도서관인 성북정보도서관이 운영하는 북카페 ‘문밸리’는 성북구민들 뿐만 아니라 동덕여대·고려대 등 인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높은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실 북카페에서 읽을 만한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다면 또 어떤가. 읽고 싶었던 책 한권 들고 찾아가면 되는 것을…. 북카페는 이미 수다만 떨다 시간 때우던 이전의 카페보다 진일보한 새로운 문화 코드로 우리 주변에 다가오고 있다. 글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독서문화 첨병 북카페 책 읽으며 가을 즐긴다 한낮 무더위는 여전하지만 어느덧 입추와 처서도 지나 가을로 가는 길목이다. 휴가니 방학이니 들떴던 마음이 아침저녁으로 부는 선선한 바람에 가라앉는 것이 못내 아쉽고도 허전하기만 하다. 이럴 때 책으로 마음 한 구석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다른 사람들보다 한박자 빨리 가을, 그 여유로운 독서의 계절을 준비할 수 있는 도서관이나 아늑한 분위기의 북카페들을 찾아 나서 보자. 서울 성북구 상월곡동 성북정보도서관 1층 로비에는 북카페 문밸리(Moon Valley)가 독서인들을 기다린다. 40여평 규모로 작고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문밸리는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공공도서관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세련된 북카페다.‘문밸리’란 이름은 ‘월곡’이라는 이 동네 지명을 영어로 풀이해 만든 것이다. 지난 2002년 3월 문을 연 문밸리는 여러 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좌석과 함께 연인끼리 앉을 수 있는 좌석이 창가를 따라 놓여있다. 도서관이 주택가 한가운데 있어 조용한데다 클래식·세미 클래식·재즈 등 부드럽고 귀에 친숙한 선율의 음악이 흘러 여유로운 기분이 절로 난다. 카페라테·녹차 등의 음료는 대개 2000원선으로 저렴하지만 맛은 커피전문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책을 읽다 배가 고프면 볶음밥·가락국수 등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도 있다. 벽면을 따라서는 다양한 주제의 잡지들이 일목요연하게 진열돼 있다. 예전에는 신간과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책도 함께 북카페에 진열해 두었지만 책을 훼손하거나 무단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 지금은 진열해두지 않는다. 조정화 도서관장은 “대신 도서관 장서에 진열된 책들을 가지고 내려와 이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곳 북카페의 특징은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점자도서·디지털토킹북·스크린리더·실물화상기 등을 카페 한쪽에 두어 일반인들과 시각장애인들이 한자리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뒀다. 조 관장은 “내년에는 책을 너무 빨리 읽거나 책을 잘 읽지 않는 등의 독서장애가 있는 어린이들을 위한 코너를 북카페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시끄럽고 번잡한 분위기의 카페 대신 북카페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고있다.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북카페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종로구 삼청동길에 있는 진선북카페가 대표적이다. 경복궁에서 삼청동으로 진입하는 초입에 눈에 띄는 통나무집이 바로 진선북카페다. 실내뿐만 아니라 테라스, 정원까지 테이블이 놓여진 모습이 마치 유럽의 어느 카페를 연상케 해 이미 유명세를 탄 서울의 대표적인 북카페다. 소설·에세이 등 약 3000여권이 책장에 진열돼있다. 어린이를 위한 책도 책꽂이 한쪽에 따로 마련돼있어 아이들을 데리고 와도 무난하다. 여자친구와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박정우씨는 “근처 미술관이나 삼청동에서 데이트를 즐긴 뒤 이곳에 들르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서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는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1번 출구로 나와 성산로 방면으로 10여분쯤 걷다보면 북카페 잔디와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출판사 ‘좋은생각’에서 운영하는 이 북카페의 장점은 족욕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따뜻한 물을 받아두고 족욕을 하며 책을 읽으면 어느새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친구들과 함께 온 대학생 정수현(24·여)씨는 “굽높은 신발을 신고 학교에 온 날이면 절로 이곳을 들르고 싶다.”면서 “족욕을 하면서 책을 보면 영어로 된 원서교재도 쉽게 읽히는 느낌이다.”며 웃었다. 또 무선인터넷이 가능해 진지한 표정을 짓고 노트북으로 과제를 하는 대학생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원목으로 매장을 꾸며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출판사에서 발간한 신간들도 서재에 진열돼있어 쉽게 읽을 수 있다. 문구류나 엽서, 책 등 출판사에서 만든 제품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분당 서현역 근처 서현문고 5층에 있는 북카페 라임은 흰색으로 칠해둔 실내공간에 작은 나무와 꽃 등을 배치해 마치 정원에 파라솔을 친 유럽식 주택에서 책을 읽는 느낌을 준다. 베스트셀러 위주로 2000여권이 비치돼있어 최근 발간된 책의 동향을 파악하기에 좋다. 박완서·조정래씨 등 유명작가와의 만남 등 크고작은 문화행사가 열려 지역주민들에게 사랑받는 곳 가운데 하나다. 출판단지가 있는 파주 헤이리마을에는 시인이자 전직 언론인 출신인 이종욱씨가 반디라는 북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씨가 읽고 모은 4000여권의 책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건물모양도 다소 특이한데다 해질 무렵의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유명세를 탔다. 서울에서 다소 멀어 발걸음하기가 좀 어려운 편이지만 북카페를 들른 뒤 근처 헤이리 아트밸리를 찾으면 이색적인 갤러리나 박물관에서 주말을 보낼 수 있다. 이화여대 후문 근처에 있는 프린스턴 스퀘어는 외국영화에나 나올 법한 서재의 모습을 하고있다. 책이 빼곡히 꽂혀있는 중후한 느낌의 책장과 넓은 테이블이 마치 외국대학의 도서관을 연상케 한다. 시집·신간·외국서적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고루 갖춰져 있는 데다 국내외에서 발행되는 신문·잡지류도 입구에 배치돼있다. 지하층에는 프레젠테이션 장비를 갖춘 세미나실이 있어 미리 예약하면 크고작은 모임을 열 수도 있다. 대전지법 판사로 재직했던 임동진 변호사가 미국 아이비리그식 카페에 착안해 문을 열었다. 규모는 다소 작지만 나름의 전문성을 갖춘 북카페도 많다. 프린스턴 스퀘어 근처에 있는 북카페 그림책정원 초방은 일반인들이 그림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림책 전문 카페다. 그림책 전문출판사인 초방책방에서 운영하고 있는 이 곳에는 특히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 책장 가득 채워져있다. 특히 매달 마지막주 일요일에는 어린이와 회원들이 함께 벼룩시장을 열고 있다. 스타벅스 인사동점 맞은편 건물에 있는 북스는 서울예대 김호근 교수가 모은 희귀한 그림·디자인책들을 볼 수 있는 북카페다. 김교수가 외국여행과 연구활동을 통해 수집한 1만여점의 도서 및 자료가 비치돼 있다. 특히 일반 대형서점이나 도서관 등에서도 찾기 어려운 자료들도 많아 미술전공자들이 즐겨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대학로 타셴은 예술서 출판사로 유명한 독일 타셴사와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아트북 카페다. 아직 국내에 발간되지 않았거나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예술관련 서적과 자료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진열된 책은 정가보다 20∼30%정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도 있다. 커피와 와인 등을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대학로의 분위기와 어울린다. 대학로와 인접한 명륜동 시가 있는 풍경은 시집 2만여권이 진열된 시집 전문 북카페로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한국관광공사 지하에도 여행전문 잡지들이 주로 비치돼 있는 북카페 베세토가 자리하고 있다. 이같은 북카페 열기는 백화점에까지 확산되고 있다.현대백화점 중동점은 아내의 손에 이끌려 쇼핑에 따라나선 남편들이 쉴 수 있는 북카페를 9층 갤러리에 만들어 뒀다. 30여평의 공간에 만화·잡지 등 3000여권의 책을 마련해뒀고 커피·생수 등 음료도 공짜로 제공한다. 덕분에 아내를 따라나선 남편들은 여유롭게 쉴 수 있어 좋고 쇼핑에 나선 아내들도 오히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는 평이다. 한편 북카페가 지역사회의 문화를 이끄는 첨병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대 공대 담벼락을 따라 올라가면 북카페 체화당이 있다. 연세대 이신행 교수가 학생과 지역주민과 함께 꾸려가는 체화당은 북카페라기 보다는 일종의 지역커뮤니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교수의 집 일부를 개방해 만든 이곳에는 사회과학서적 1600여권을 볼 수 있는데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토요일과 방학에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강좌나 크고작은 문화행사가 열려 동네의 사랑방 구실을 하고 있다. 현암사가 운영하는 북카페 세상으로 열린집도 아현동 지역에서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신간 300여권이 비치된 이곳은 근처에 마땅히 쉴 공간이 없어 주부와 어린이들이 책을 읽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옥상정원에서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별자리여행을 하는 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하 공간은 주민모임이나 세미나 등을 위해 공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성결대 지역사회개발학부 임형백 교수는 “보다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읽고 지성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은 현대인들의 심리에 의해 북카페가 많이 생겨나는 듯하다.”면서 “북카페는 일회적이고 소모적인 대화만을 나누던 카페에서 문화적 소양을 넓혀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의사소통의 장으로 확산되는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이런점이 ‘2%’ 부족합니다 북카페의 부족한 점도 더러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유명한 북카페라 하더라도 읽을 만한 책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북카페들이 신간을 사서 비치할 만큼의 성의와 여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지만 더큰 책임은 이용자에게 있다. 책 내용 가운데 일부를 찢거나 함부로 다뤄 훼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단으로 가져가는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때문에 성북정보도서관 ‘문밸리’는 북카페에 비치해뒀던 신간을 모두 도서관으로 옮겨버렸다.‘프린스턴 스퀘어’ 역시 개업 초기 손님들에게 책을 대여해주기도 했지만 되돌려주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대여는 그만뒀다. 또 북카페임에도 일반 카페에서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수다를 떠는 사람들 때문에 전체 분위기를 해치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일부 북카페는 흡연·금연석이 제대로 나눠지지 않아 쾌적한 분위기가 연출되지 않는 곳도 있다. 북카페끼리 연대를 하거나 서울시 등이 추진하는 독서 프로그램에 북카페에 대한 고려가 없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지적된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자치단체 책관련 행사 풍성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면서 서울시와 25개 자치단체에서 책과 관련된 각종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서울 광진구(구청장 정영섭)는 9∼12월 매주 수요일 광진정보도서관 3층 전산강의실에서 진행하는 ‘책만들기 교실’을 개최한다. 참가 대상은 초등학생 1학년 12명이며, 선착순 모집한다. 서울 중랑구(구청장 문병권)는 이달 30일까지 중랑구민을 대상으로 ‘독후감 경진대회’ 참가작을 모집한다. 초등부, 중·고등부, 대학·일반부로 나눠 모집하는데 수상작 상금이 5만∼30만원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책읽는서울’ 프로그램도 계속된다. 각 공공도서관별로 다양한 낭독·연극·독후감쓰기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이달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홍대 주변에는 제1회 서울 와우북 페스티벌이 열린다. 홍대 주변에 위치한 출판사를 중심으로 열리는 이 축제에는 거리부스 전시·저자와의 만남·각종 문화행사·강연·책 프리마켓 등이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역사 속 인물들과 시간여행 떠나볼까

    이번 여름휴가엔 역사소설의 매력에 빠져 보자. 유교사상을 다룬 최인호의 역사소설 ‘유림’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과거로의 시간여행 길잡이 노릇을 자처하는 신간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잠 못드는 여름밤, 한 권의 역사소설로 더위를 잊어보는 건 어떨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의 베스트셀러 작가 김진명이 내놓은 살수(전 2권, 랜덤하우스중앙)는 300만명의 수나라 대군을 16만명의 고구려 군대로 격파한 을지문덕 장군의 이야기다. 소설은 중원을 통일하고 황제가 된 양견이 ‘동방의 군자국’으로 불리던 동북아의 강국 고구려에 전쟁을 선포하는 데서 시작한다. 태자 양용은 황제의 뜻에 따라 30만 대군을 혹독하게 훈련시킨다. 이런 와중에 첩자를 통해 전쟁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게 된 을지문덕은 수나라가 보낸 사신의 목을 베어 전쟁을 촉발한다. 작가의 출사표가 장엄하다. 그는 “동북공정의 한 가운데에서 앞을 다퉈 ‘삼국지’를 편역해 내고, 사회에서도 삼국지를 읽지 않으면 이단아나 저능아 취급을 당하는 상황을 깨고자 이 소설을 썼다.”고 밝혔다. 1795년 정조의 명을 받들어 유득공 주도하에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에 실린 이순신의 ‘난중일기’전서본은 이순신이 직접 쓴 초고본과는 내용이 다르다. 초고본에서 볼 수 있던 이순신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전서본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김태훈의 소설 이순신의 비본(전 2권, 창해)은 이 점에 주목했다. 저자는 ‘이충무공전서’가 모종의 정치적 투쟁에 휘말려 서둘러 발간됐다는 가정하에 정조와 그의 뜻을 받든 지식인들이 ‘비본’을 숨겼다는 허구의 이야기를 역사적 사실과 접목시켜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올해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조두진의 도모유키(한겨레신문사)는 1597년 정유재란 시기에 전라도 순천 인근 산성에 주둔한 일본 하급 지휘관 다나카 도모유키와 조선 여인 명외의 사랑을 그린 작품. 매일 사람이 죽어나가는 극한 상황에서 적과의 사랑을 다뤘으며, 이런 모든 상황을 왜군 도모유키의 시선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선말을 열심히 배우려는 도모유키, 중요한 순간에 함께 하자고 용기를 낸 명외의 모습은 국경과 나이 등 모든 장애 요인을 뛰어넘는 사랑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현대사로 넘어오면 한국계 마피아 대부의 일생을 다룬 이원섭의 실명소설 제이슨 리(전 2권, 랜덤하우스중앙)가 눈에 띈다. 제이슨 리는 알 카포네, 벅스와 함께 마피아위원회 3대 보스 중의 한 명이었고, 해방후 도쿄 극우파 야쿠자를 평정했다. 또 도산 안창호 선생 등 독립운동가에게 거액의 자금을 지원했던 인물이자 톱스타 에바 가드너, 그레이스 켈리와 스캔들을 일으킨 할리우드의 큰 손이다. 베일에 가려진 그의 드라마틱한 삶을 소설의 형태로 복원시켰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10년 뒤 서울 - 걸작 서울, 추악한 서울

    10년 뒤 서울 - 걸작 서울, 추악한 서울

      <시장 김현옥(金玄玉)씨가 말하는, 걸작 서울> 10년 후의 서울은 인구 638만 3천명(서울시발행·4백만 우리의 기운)을 수용하는 거대한 국제도시가 되리란다. 다음은「돌격시장」김현옥씨가 말하는 10년 후의「걸작(傑作)서울」(본인의 표현) 청사진-. 당신이 만약 오류동에 살고 있는 중앙청의 평범한 5급 공무원이라 하자. 아침 7시 30분, 맛있고 영양가 있는 분식(粉食)의 아침을 마친 후 당신은「버스」정류장 아닌 전철(電鐵)정류장으로 향한다. 곧이어 닿은 전철「방사(放射)1호」를 타고 한 30분「선데이·서울」이나 뒤적거리다 보면 어느덧 세종로. 10여 년 전처럼「버스」차장에게 짐짝 밀리듯 하는 일 없이 상쾌한 기분으로 중앙청에 출근할 수 있다. 갑자기 시내 출장을 나갈 일이 있다 하자. 차를 타자마자 시속 40「마일」의 경쾌한「스피드」감이 피로한 머리를 식혀준다. 곳곳에 고가고속(高架高速)도로가 설치되어 있고 옛날이면 2, 3분씩「고스톱」에 걸려 멈춰 있어야 했던 번화가 거리는 모두 입체교차로. 그래서「논스톱」으로 목적지에 갔다가「논스톱」으로 돌아 올 수 있다. 그러니까 옛날처럼 시내 출장을 핑계로 두어 시간 영화구경을 즐길 여유(?)가 없다. 저녁 5시. 퇴근이다. 아침출근 때 아내가 부탁한「쇼핑」건을 해결하러 시청 앞 지하상가로 간다. 지하 1층에서 의류를, 지하 2층에서 식품을 사들고 자동판매기에서 신간주간지 서너 권을 첨가한 뒤 곧장 지하 3층으로 내려가면 바로 전철정류소. 정각 7시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목욕물이 더웠단다. 목욕을 마치고 나와「컬러·텔레비전」을 정신없이 보고 있는 아이녀석들을 식당으로 몰고 와 함께 닭고기 저녁요리를 즐긴다. 화려한 청사진의 세목(細目) 10년 후 서울의 변모 중 가장 뚜렷한 건 한강변. 여의도가 국회의사당의 이전으로 완전히 제2의 도심화하는 것은 물론, 강변엔 즐비한「아파트」가 늘어선다. 한강 남안(南岸)엔 강변 1, 2로에 이어 5, 7, 9로가 개통되어 마곡동(김포입구)부터 잠실동을 거쳐 광진교까지, 또한 북안은 압구정(행주산성입구)부터「워커힐」까지 유료고속도로가 개통되며 한강에는 6개의 다리가 놓이고 제1한강교와 보광동~잠원동 간에 2개의 하저(河底)「터널」이 뚫려 완전히 육속화(陸續化). 한편 용두동에서 3·1로를 거쳐 신촌「로터리」까지 고가고속도로가 놓여 붐비는 도심의 교통량을 풀어주고 있으며 산악「스카이웨이」와 고가도로, 강변「하이웨이」로 이어진 환상도로가 완성되어 서울의 외곽을 원형으로 이어준다. 한편 번화가 네거리엔 곳곳에 입체교차로가 가설되어「논스톱」으로 달릴 수 있고 연희동~세검정~정릉~고대앞~용두동~한양대~마포~망원동~연희동을 잇는 순환 전철과 오류동~화곡동~김포를 잇는 방사1호, 시흥~안산~과천~말죽거리를 잇는 방사2호, 구의동~망우동~창동~도봉동을 잇는 방사3호, 박석고개~삼송리~화전리를 잇는 방사4호가 개통되어 도심과 교외의 교통시간을 30분 이내로 단축시켜 준다. 또 시장도 현대화 되어 15층의 낙원시장과 13층의 남대문시장을 비롯해 모두 14개의 시장이 고층건물로 바뀌어 주부들은 질퍽한 쓰레기를 밟지 않고도 저녁 찬거리를 살 수 있게 될 것이며, 성동, 용산, 여의도, 영등포, 서교동, 서빙고 등 6개소에「가스」생산공장이 생겨 연료난을 풀어주게 된다. 한편 서울운동장~장충체육관을 연결하는「스포츠·센터」, 구마다 한 개씩 도서관, 112개소에 대소 공원이 마련되며 어린이 왕국이 건설되고, 벽제엔 24구(具)를 한꺼번에 화장할 수 있는 새 장제장(葬薺場)이 마련된다. 한편 한강 이남엔 인구 1백만을 수용할 수 있는 무궁화형의 제2서울이 건설되어 단핵적(單核的) 도심 기능을 분산하게 된다. 불량건물이 판을 치고 있는 현재의 낙산(駱山), 응봉(應奉), 정릉(貞陵), 영천(靈泉), 창전(倉前), 이태원, 신대방동 지구엔 69년 7월까지 모두 1백동의 서민「아파트」가 들어서 수도서울을 면목없게 하는 판잣집 촌은 자취를 감추게 되는데 이들「아파트」는 입주자와 합작해 세워지는 것. <건축가 김중업(金重業)씨가 말하는, 추악한 서울> 『즉흥과 환상, 창구분식적(窓口粉飾的)인 시위효과만을 노린 현재의 서울시 건설상으로 미루어 이대로 나간다면 10년 후의 서울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추악한 수도(羞都)가 되어 버릴 것입니다』라고 도시계획 전문가 김중업씨는 흥분한다. 『가령 당신이 고가도로 위를 달린다고 하자. 차들이 점점 밀려들어 고가도로의 수용능력을 넘쳐버리거나 그 중 한 차가 중간에서 고장이 난다 하자. 고가도로에선 차가 빠져나갈 기회란 거의 없다. 만약 지상에서라면 골목으로 우회한다든지 하는 방법이 가능하지만 고가도로에선 이런 편법이 통하지 않는다. 때에 따라선 하루종일 고가도로 위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라고 김중업씨는 도심 한복판을 뚫는 고가도로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고가도로란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것이라면 몰라도 번화가 한복판에 세운다는 건 큰 일이다. 수많은 차들이 분출하는 배기「가스」와 소음, 그리고 시민의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는 고속도로로 고가도로 주변은 자연히 땅값도 떨어져, 결국 고가도로 연변은 완전히「슬럼」가(빈민가)로 변해버린다. 가장 요긴히 써야 할 도심을「슬럼」가화 하려는 것이 김시장의 구상인가?』 결국 차의 움직임에 밀려 시민은 점점 도심주변에서 소외되어 버린다는 것. 『고층건물이 빽빽이 들어서는 건, 지면의 확장이란 면에서 권장할 만하다. 그러나 도시재개발에 있어서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녹지대의 형성, 태양광선의 조사(照射)를 무시한 고층화란 지옥이다. 도시의「스모그」를 제거해줄 녹지대가 무시되고, 멸균과 인체의 성장에 크게 영향을 주는 태양광선이 무질서하게 들어선 고층건물로 가려져버릴 때 시민들은 살균 안된 쓰레기가 잔뜩 쌓인 시가를 햇빛을 못 받아 창백한 얼굴로 걸어야 할 것이며 그나마 소정의 주차시설들을 갖추지 않은 때문에 좁은 거리에 차들이 빽빽이 들어차 보행은 골목만 골라 걸어야 할 판. 또 이미 완공된 낙원상가「아파트」의 경우 차의 통행을 위한 지면의 구조가 꺾여있어「콘크리트」기둥과 차가 충돌할 위험은 무척 크다』고. 한편 김씨는 전철화 계획엔 찬성하면서도『서울의 지반이 딱딱한 화강암으로 되어 있는데 이걸 파내고 지하로 전철을 넣는다는 건 시민들의 세금을 무책임하게 쓰는 것밖에 안 된다.「파리」의 도시계획자인「요나·프라이드맨」의 말처럼 서울 같은 저층도시 위에 또 하나의 도시를 이루는 게 가장 좋다. 그러니까 일광(日光)의 차단을 막는 범위 내에서 지하전철보단 오히려 고가전철이 싸게 먹히고 훨씬 유용하다. 이렇게 되면 지진과 태풍의 위험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지상에 널려있는 전깃줄, 전화줄, 상수도 등을 이 고가(高架)도시에 집어 넣을 수 있게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청계천 복개공사 때 미리 전화줄과 전깃줄을 지하로 넣을 줄 모르는 행정력으론 힘든 이야기』라고 날카롭게 꼬집는다. 『한강과 여의도의 개발은 환영할만한 일이나 그 근본 목표가 틀렸다. 강 양쪽에 고속도로가 나면 시민은 어떻게 한강에 접근할 수 있는가? 여의도를 제2의 도심화한다는 것도 착오. 오히려 한강과 여의도는 7백만(78년의 경우) 서울시민을 위한「레크리에이션·센터」로 하는 것이 시민을 위해 훨씬 좋을 것이다』라고 김씨는 밝히면서 현 서울시 도시계획의 즉흥성과 환상성은 무궁화형으로 만들겠다는 제2서울건설계획이 증명해주고 있다고. 일부러 무궁화형을 만듦으로써 도시 외곽선을 꾸불텅꾸불텅한 곡선화해 버린 건『거의 치기(稚氣)에 가깝다』는 것. 이렇게 끝없이 이어져 나가는 김중업씨의 결론은 보다 세계적이고 보다 훌륭한 수도를 건설하기 위해선「돌격」도 좋지만 우선 심사숙고,「플래이닝」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십분 참작하고 또 실행에 앞서 주먹구구식 아닌 정확한「데이터」가 필요하며 이렇게 치밀한 구상이 세워질 때 김시장의「돌격」은 환영할만한 것이라는 것. [ 선데이서울 68년 11/24 제1권 제10호 ]
  • 다른 자아 찾아서 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분주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느끼는 여유로움이다. 마음에 여유가 들어앉으면 그동안 미처 돌아보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에 한번쯤 마음의 돋보기를 갖다 대보게 된다. 요즘엔 아예 단순한 관광이나 휴식의 개념을 넘어 나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많다. 휴가, 방학을 앞두고 집을 떠나 차분히 삶에 대한 의미를 곱씹어보는 여행 이야기를 담은 신간 세 권을 소개한다.●걸어서 히말라야(김인자 지음, 눈빛 펴냄) 시인인 저자는 말한다.“히말라야를 걷고 난 이후 나는 예전의 나와 남이 되었다.”라고. 무엇이 그를 달라지게 했을까? 책은 저자가 지난 2001년 한 달간의 여정으로 베시샤하르를 출발해 마낭을 지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이르는, 총 350㎞의 길을 오직 두 다리에만 의지해 걸으며 일기를 쓰듯 써내려간 글이다. ‘장엄하고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평범한 인간으로서 겪어야 했던 심신의 아픔과 그 극복을 통해 스스로 낮아지는 겸허함을 체득했다. 그 여정에서 만난 자연에 닿아 있는 사람들과의 감정 공유를 통해 세상의 깊이를 이전보다 조금 더 알게 되지 않았을까?’이같은 경험이 있기에 필자는 자신있게 권한다.“가슴이 답답하고, 때로 정신을 가다듬지 않으면 눈깜짝할 사이에 생이 어느 변방으로 휩쓸려갈지 모른다는 조급증이 난다면 히말라야를 걸어보라.”고.1만 2000원.●나를 찾는 암자여행(정찬주 지음, 마음향기 펴냄) ‘산사는 내면의 접속부사다.’10년 넘게 암자를 순례해온, 저자의 사유가 응집된 말이다. 그는 이야기한다.‘산사의 기호는 침묵의 덩어리 같은 적막이다. 그 적막은 자기 자신의 내면을 향하게 하고, 자연과 가까이 하게 하는 접속부사다. 사람이 입을 닫으면 자연이 입을 연다는 금언을 잊지 말 일이다.’라고. 이미 ‘암자로 가는 길’ 등 세 권의 암자 기행서를 낸 저자는 이번 책이 아마 마지막 암자기행의 책이 될 것 같다고 한다. 무안 승달산 목우암, 영광 모악산 해불암, 장성 백암산 약사암, 양양 오봉산 홍련암, 김천 천덕산 삼성암 등 이번에 소개된 32곳의 암자들은 지친 자식을 보듬어주는 어머니처럼 포근한, 그리고 깊은 명상적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들이다.1만 2000원.●세계 성지여행 108선(브래드 올슨 지음, 최검열·전준호 옮김, 밀알 펴냄)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중 으뜸은 성지순례다. 존경심과 경외심을 품고, 맑은 의식으로 성지를 찾는다면, 훨씬 더 많이 이해하고 깨닫고 돌아올 것이라는 게 저자의 충고. 책은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등 주요 종교와 함께 모슬렘, 원시종교 등 동서양을 불문하고 인류가 성스럽게 여겨왔던 곳 108곳을 소개한다. 신전, 교회, 절, 사원 등 전통적 성지는 물론 동굴, 산, 호수 등 천연성지도 망라했다. 성지에 얽힌 역사와 지리, 과학, 전설 이야기 등 흥미로운 이야기를 풍부하게 실었다.1만 2000원.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사이버 논술강의 클릭!

    ●한우리북(www.hanuribook.com) 사단법인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에서 운영하는 사이트. 유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매월 학년별 필독도서와 더 읽으면 좋은 책, 경시대회 선정 도서, 신간 등을 소개한다. 부모가 자녀들의 독서를 지도할 수 있도록 참고자료를 모아놓은 ‘자녀 독서교육 체험’, 매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글을 올리면 지도사가 첨삭지도를 해주는 ‘실전 논술’, 사회적 이슈에 대해 온라인 토론을 할 수 있는 ‘찬반 토론’이 마련돼 있다.●유니드림(www.unidream.co.kr) 현직 교사와 학원 전·현직 강사들이 만든 무료 사이트다.‘수시모집 전문사이트’라는 문패가 달려 있지만 중·고등학생들이 활용할 만한 논술 및 독서자료들이 많다. 주제·고전·시사·영어 읽기 등 대입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자료를 자랑한다●리더스 가이드(www.readersguide.co.kr) 신간과 기관별 추천도서 등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는 무료 사이트. 간단한 책 소개와 함께 책 전문 칼럼니스트들의 칼럼을 읽어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한국교육학술정보원 디지털자료실 지원센터(dls.edunet.net) 초·중·고 학년별 도서목록과 각 교과 관련 도서자료를 한 데 모아놓은 원스톱 사이트다.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디지털 도서관과 연결돼 있어 검색어에 주제어를 치면 관련 도서 목록에 대한 정보를 한 눈에 알 수 있다.●한국독서지도연구회(www.readingclinic.or.kr) 독서와 논술, 구술지도, 독서상담, 독서치료 등을 주제로 독서 지도 전문교사들이 운영하는 사이트. 독서와 논술, 구술에 대한 전문 교사들의 자료를 참고할 수 있다. 생각이 크는 책, 마음이 크는 책, 세상을 배우는 책 등 세 분류로 나눠 초·중·고급 등 수준별 추천 독서목록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유료. 가입비 2만원, 연회비 5만원.●책따세(www.readread.co.kr)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네티즌들이 올리는 다양한 독후감상문과 책 관련 자료를 활용하기 편하다.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추리소설의 계절… 출판사마다 신작 봇물

    성큼 다가온 무더위 탓일까. 서가에 속속 쌓이는 신간 중에서 유독 추리소설에 자꾸 눈길이 간다. 일년 내내 꾸준히 작품이 나오고는 있지만 추리소설은 역시 여름에 읽어야 제맛. 본격적인 대목을 앞두고 출판사마다 신작 출시에 한창이다. 올해는 특히 지난해 대박을 터트린 ‘다빈치 코드’를 능가할 만한 베스트셀러가 나올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딱 1년전 출간된 ‘다빈치 코드’(전 2권)는 지금까지 총 220만부가 팔려 나갔으며, 여전히 베스트셀러 순위 5위 안에 드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성(聖)수의(壽衣)결사단´ 17개국에 판권 팔려 ‘다빈치 코드’류의 역사추리물, 이른바 팩션은 이제 추리소설의 대세로 자리잡은 듯하다. 스페인 작가 훌리아 나바로의 ‘성(聖)수의(壽衣)결사단’(전 2권, 랜덤하우스중앙)과 김탁환의 ‘열녀문의 비밀’(전 2권, 황금가지)은 추리소설 특유의 스릴러적 재미와 인문학적인 성취를 동시에 즐기려는 독자들을 위한 역사추리소설이다. ‘성 수의 결사단’은 지금도 진위 논란이 진행중인 성 수의를 소재로 하고 있다. 예수의 시신을 감싼 것으로 알려진 성 수의는 1357년 프랑스에서 처음 존재가 알려졌고 이후 과학자들에 의해 끊임없이 가짜 의혹이 제기돼 왔다. 어느날 성 수의가 보관된 이탈리아 토리노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잿더미 속에서 혀가 절단된 한 남자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중세 템플 기사단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성 수의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그에 얽힌 비밀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줄거리다. 소설은 지난해 4월 출간되자마자 스페인 현지에서 ‘다빈치 코드’를 제치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전세계 17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정조시대 실학자 활약그린 역사추리물 ‘열녀문의 비밀’은 소설가 김탁환이 ‘방각본 살인사건’에 이어 내놓은 정조시대 실학자들의 활약을 그린 역사추리소설 백탑파(白塔派)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열녀 종사 폐단을 한탄한 박지원의 글 ‘열녀함양박씨전’에서 모티프를 얻어 집필한 것으로, 거짓 열녀 적발을 위해 시작된 수사를 통해 사회를 앞서간 한 여인의 비참한 죽음에 맞닥뜨리는 과정을 그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작중 김아영과 기생 계목향이 공동창작하는 가상소설 ‘별투색전’이 소설안에서 서로 꼬리를 물고 얽히는 독특한 구조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역사추리물은 아니지만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의 초기작 ‘디지틀 포트리스’(대교베텔스만)도 관심을 모은다. 국가 안보와 테러 방지를 위해 감청과 암호화된 메시지를 해석하는 NSA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는 프로그래머 사이의 치열한 두뇌싸움을 다룬 작품이다. 색다른 소재의 추리소설을 찾는다면 미술추리소설을 표방한 ‘라파엘로의 유혹’(서해문집)을 권할 만하다. ●미술사 미스터리 독특한 색깔로 그려 저자 이언 피어스는 미술사를 전공한 전문가로서의 장점을 십분 살려 ‘미술사 미스터리’라는 독특한 색깔의 추리소설 시리즈를 내고 있는 작가.‘라파엘로의 유혹’은 라파엘로의 새로운 걸작을 두고 젊은 미술사가와 위작화가, 야심찬 박물관장이 벌이는 치밀한 두뇌싸움을 다루고 있다. 출판사의 한 관계자는 “‘다빈치 코드’의 대성공 이후 유사한 책들이 나왔지만 잘 안 됐다.”면서 “역사추리물 시장 자체는 커진 만큼 ‘다빈치 코드’와 차별되는 매력을 지닌 작품이 나온다면 얼마든지 대박을 터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미발간 ‘해리포터’ 도난 소동

    해리포터 6번째 시리즈 ‘해리포터와 혼혈왕자’가 다음달 16일 배포를 앞두고 도난과 총격사건에 휘말렸다. 새로 나온 책을 보관중인 창고에서 일하던 직원이 공식 배포에 앞서 책을 빼돌려 거액을 챙기려다 일을 저질렀다. 사건은 지난 3일(현지시간) 아침 런던에서 북쪽으로 80마일 떨어진 케터링에서 일어났다.37세의 남성이 타블로이드 신문 ‘선’ 기자 2명을 향해 총을 쐈다. 기자들이 훔친 책을 낚아채 떠나려 하자 총격이 가해졌다는 것인데 자세한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19세의 또 다른 용의자는 모형 총을 들고 있었으며 두 명 중 1명은 해리포터 신간을 보관중이던 창고에서 일하던 사람이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앞서 용의자들은 새 책 사본을 훔쳐 ‘선’과 ‘데일리 미러’ 두 곳과 접촉, 각각 9만달러를 요구했고 이날 ‘선’ 기자들과 만났다.‘책 도둑’과 접선한 기자들은 총알이 비껴 지나가 다치지는 않았다. 기자들은 용의자들과 만나기 전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현장에서 훔친 책 2권과 총을 압수했다. 해리포터 시리즈 출판사측은 용의자들이 법정에서 책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명령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냈다.37세 남성은 무기 소지와 장물 취득으로,19세 남성은 절도와 모조 화기 소지죄로 기소됐다. 이번 신작은 다음달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판을 앞두고 아마존닷컴에서 최고의 구매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앞서 작가 조앤 롤링이 해리포터가 아닌 주요 등장인물 가운데 한명이 살해된다고 예고하면서 궁금증이 더욱 증폭됐다.BBC는 살해되는 인물이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덤블도어 교장일 것으로 추측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인쇄되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포크 번게이 지역 주민들이 덤블도어의 죽음에 거액의 돈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인혁당사건’ 등 진실규명 길터

    과거사법 처리가 1년여의 여야간 줄다리기 끝에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두게 됐다. 극적 합의에 이르게 된데는 4·30 재·보선의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야 모두 선거후유증을 극복하고 국민에게 상생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작용했다. 물론 각기 실리도 챙겼다. 한나라당은 핵심 쟁점이었던 조사대상 범위에서 ‘동조세력’을 빼는 대신 ‘적대적 세력’을 추가했고, 조사위원에 국회 몫을 한명 늘려 입지를 강화했다. 열린우리당도 범위에서 ‘동조세력’을 삭제하고, 조사위원에 ‘성직자’를 삽입시켜 자신의 목소리를 어느정도 관철시켰다. 여야가 합의한 과거사법의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기간은 4년으로 하되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위원회는 조사대상자나 참고인이 3회 이상 출석 요구에 불응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과거사법은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사건 가운데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발생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 의혹 사건을 조사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뤄진 독립운동의 경우 신간회 사건 등 공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일제하 사회주의 독립운동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분류에 따른다면 북한 김일성 전 주석의 항일 빨치산 운동도 조사대상이 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광복 이후와 한국전 전후의 민간인 학살사건 등도 조사대상이다. 몽양 여운형과 고하 송진우 등 건국 이전의 요인 암살 사건도 조사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정권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인해 발생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 의혹사건의 경우 최근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경찰청 등 국가 기관들이 자체적으로 규명작업에 착수한 사건들과 겹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기관이 자체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하더라도 과거사정리위가 각 사건에 대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사정리위가 구성될 경우 자체적인 진상규명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은 사법부 관련 사건들에 대한 조사가 우선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피고인 8명이 대법원의 사형선고 하루 만에 형이 집행된 인혁당 사건의 경우 우선적으로 조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의 주장대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거나 적대적인 세력에 의한 테러·인권유린·폭력·학살·의문사’도 조사범위에 포함됨에 따라 북한에 의한 양민학살 사건과 좌익세력의 폭력사건도 조사대상이 될 전망이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90세노인이 14세 소녀를 사랑할때

    이번주 신간 대열에는 작가의 이름자만으로도 선뜻 손길이 가는 외국소설이 한 권 있다.‘백년의 고독’으로 198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의 추억’(송병선 옮김, 민음사 펴냄)이다. 이 작품에 유난히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명백하다. 마르케스가 지난해 출간한 최신작인데다 작가의 삶의 형질이 고스란히 녹아든, 반쯤은 자전소설이라는 점에서다. 마르케스의 나이 올해 77세. 지난해 10월 출간 직전에 교정본의 해적판이 나돌았을 만큼(이 때문에 저자는 정식 출판본의 마지막 단어를 급히 고치기도 했음) 화제였다는 외신은 책의 줄거리만으로도 수긍할 만하다.90세 노인이 14세 소녀와 사랑을 나눈다는 다분히 충격적인 소재가 우선 그렇다. ‘사랑과 다른 악마들’(1994년) 이후 10년만에 낸 소설은 사랑과 고독, 늙음과 섹스에 관한 이야기다. 죽음을 앞둔 늙은이를 통한 성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마르케스 자신의 체험에서 발아한 소설은 음습한 성애담과는 거리가 먼, 늙음과 생명에 관한 문학적 고찰 그것이다. 90세의 노인은 사창가 최고의 포주에게서 14세 가난한 소녀가장을 소개받는다. 난생 처음 남자를 맞을 준비를 끝내고 잠든 소녀를 그러나 노인은 깨우지 않는다. 이후로도 밤마다 만나게 되지만 노인은 소녀에게 노래를 불러주거나 땀을 닦아주며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그러면서 예전과 달리 늙음과 소멸이라는 생의 원리에 조금씩 순응해간다. 평생 결혼하지 않고 난봉꾼처럼 살아온 주인공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진정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늙고 외로운 나 자신이 사랑때문에 죽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와 정반대의 것도 사실임을 깨달았다. 내 고통의 달콤함을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으리라는 것이다.”(112∼113쪽) 소녀를 사랑하며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한 노인의 깨달음은 절규에 가깝다. 마술적 리얼리즘의 창시자답게 독창적인 서사기법은 이번에도 재현됐다. 노인은, 현실적 사랑이 이뤄지지 않은 소녀의 잠든 모습을 바라만 보고도 둘의 사랑을 환상을 통해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구체화시켜 나간다. 쉰살이 될 때까지 514명의 여자와 돈을 주고 잠을 잤다고 고백하는 노인. 허망한 세월을 지나와 죽음 앞에서 사랑의 의미를 알아차리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차라리 처연한 로맨스이다. 작품 출간 당시의 작가 나이가 76세였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그는 1950년대 콜롬비아 바랑키야에서의 기억을 글로 옮겼다고 한다. 이 작품이 ‘소설’과 ‘르포’의 경계 그 어디쯤에 있는지 가늠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9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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