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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산하려면 임신 전 살을 빼라

    임신 전 체중이 급격하게 증가한 임산부는 제왕절개 수술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저체중아나 거대아를 출산할 확률도 덩달아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화여대 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원내에서 분만한 2311명의 산모를 대상으로 임신 전 체중 증가와 임신간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과체중 임산부는 자연분만율이 낮고 임신 결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제왕절개율은 과체중군에 속한 산모가 정상군보다 1.8배 높았다. 또 임신 전에는 정상체중군이었지만 임신 중 체중이 급격히 증가해 과체중이 된 산모도 제왕절개율이 1.5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체중군은 체질량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 이상인 상태를 말한다. 저체중아 출산 위험은 임신 전 정상 체중이었다가 과체중이 된 산모가 정상체중인 산모보다 2.8배 높았다. 임신 전 저체중군이었다가 과체중이 된 산모는 무려 3.5배나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임신 전 과체중군에 속했던 임산부는 정상 산모에 비해 거대아 출산 위험도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 전에는 정상이었다가 임신 후 과체중이 된 산모는 거대아 출산 위험이 2.7배로 높아졌다. 김 교수는 “임신을 계획하고 있는 여성 중에 비만도가 높은 여성은 적절한 다이어트 후에 임신을 하는 것이 좋다.”면서 “이미 임신 중인 여성도 급격한 체중증가는 거대아 및 저체중아 출산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적절한 체중 조절이 필수”라고 말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역사속 숨은 ‘삐딱이’들의 가려진 면모

    역사속 숨은 ‘삐딱이’들의 가려진 면모

    ‘삐딱이’라는 말이 있다. 주류사회의 동의를 거슬러 호기롭게 ‘No’를 외치는 몇몇 이름들이 머릿속에서 줄을 설 것이다. 매스미디어와 대중문화의 위력이 드센 시대에 그들은 힘없는 국외자가 아니다. 잽싸게 그들을 포섭해서 상품화하는 매스미디어의 위력을 우리는 이 순간에도 감지하고 있다. 무한경쟁 사회에서 손쉽게 입지를 확보하려는, 부정을 위한 부정이 쏟아지는 시대.‘인류의 역사를 진전시킨 신념과 용기의 외침 No!’(장 프랑수아 칸 지음, 이상빈 옮김, 이마고 펴냄)는 그래서 시선을 낚는 신간이다. 이 책은 기존 질서를 거부하며 역사의 흐름을 바꾸려 했던 시대적 반항아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책의 주장대로라면 인류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린 동력은 시대의 갈피갈피에서 ‘No’를 외친 그들에게서 나왔다. 프랑스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세상이 습관처럼 기억하는 전형적인 이름들은 솎아냈다. 레닌이나 트로츠키 같은, 이미 평가가 이뤄질 대로 이뤄진 ‘스타’ 대신 미처 조명받지 못한 숨은 영웅들의 가려진 면모를 펼쳐보이려 애썼다. 러시아 혁명이 고작 썩은 쇠고기 수프 때문에 빚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1905년 러시아의 한 전함에서 수프 재료인 쇠고기에 구더기가 우글거리자 수병들은 강력히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부함장이 수병 12명을 무작위로 골라 물탱크에 가둬 약식처형하자 분노한 수병들이 폭동을 일으켰다. 영화 ‘전함 포템킨’의 소재가 되기도 한 일련의 사건들은 훗날 제정러시아를 무너뜨린 러시아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썩은 쇠고기 수프에 맞선 작은 거부의 몸짓이 러시아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틀어버린 것이다. 이 책에서 부각된 주인공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편이 아닌 자기편에도 사안에 따라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빅토르 위고, 샤를 드골, 에밀 졸라가 대표적 사례로 호출됐다. 프랑스 비시 괴뢰정부가 독일과의 휴전을 모색하던 1940년. 영국 망명길에 오른 드골은 런던에서 라디오 방송을 통해 대(對)독일항전을 계속하자고 호소했다. 당시 비시정부는 그에게 사형을 언도했지만, 결국 프랑스는 기적적으로 부활한 전승국이 됐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도 독재에 외롭게 돌을 던진 이름으로 프랑스 역사의 한편을 장식하고 있다. 부와 명예 등 무엇 하나 아쉬울 것 없던 그는 1851년 쿠데타로 나폴레옹 3세가 이끄는 제2제정이 들어서자 섬으로 망명한다.1870년 공화정이 다시 들어서기까지 근 20년을 망명지에서 떠돌면서도 그는 결코 독재를 부정하는 펜을 내려놓지 않았다. 책갈피로 불려나온 ‘No의 영웅’은 250여명이다. 정치·이데올로기적 투쟁과정에만 초점을 두지 않았다. 사회, 문화, 예술, 과학, 여성 등 전방위로 촉수를 뻗친 노고가 읽힌다. 좌우 이데올로기에 쏠리지 않고 중립을 지키려 한 흔적도 신뢰도를 높인다. 하지만 프랑스를 축으로 한 유럽사에서 논의가 벗어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2만 2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쇼핑플러스]

    ●샘표는 프리미엄 간장 향신간장 국·전골용 소스와 향신간장 조림·찜·볶음용 소스 2종을 출시했다.100% 국산 천연재료로 만들었으며, 다른 양념없이 향신간장 하나만으로 제대로 된 요리 맛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림·찜·볶음용은 450g, 국·전골용은 400g 각각 5400원.●CJ제일제당은 CJ프레시안 생오이 물만두를 출시했다. 야채와 돼지고기에 국산 생오이가 들어 있는 물만두 제품이다. 할인점 기준 700g 7580원이다.●대상 청정원은 매운 미소 생라멘을 출시했다. 기존 정통 일본식 생라멘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맛을 첨가한 제품으로 중화두반장, 청양고추 등으로 국물 맛이 얼큰하면서도 개운하다는 설명이다.2인분 5000원.●한경희생활과학은 스팀청소기 슬림&라이트(SI-3500)를 출시했다.1.9㎝의 초슬림 헤드로 침대 밑, 가구 틈새까지 구석구석 청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소기 무게는 1.9㎏, 용량은 350㏄다.13일 CJ홈쇼핑을 통해 판매를 시작한다.11만 5000원●애경의 아토피 전문 브랜드 계열사인 네오팜은 아토팜 MLE 수딩젤을 출시했다. 여름철 햇빛과 땀 등으로 자극 받은 피부에 빠른 진정효과를 주고 수분 증발을 막는 보습막을 형성해준다는 설명이다.80㎖ 2만원.●뉴트로지나는 스킨클리어링 필링 트리트먼트를 출시했다. 피부 트러블 자국 등 전반적인 피부 상태 개선에 역점을 뒀다.50g 3만 500원●한국네슬레는 프리미엄 아이스 커피믹스인 테이스터스 초이스 웰빙 밀크커피 아이스 믹스를 출시했다. 일반 커피 대비 항산화 성분이 2배다. 개별 믹스 포장 60개들이 1만 6900원.
  • 프라이팬·압력밥솥은 마술사? 과자도 케이크도 ‘뚝딱’

    프라이팬·압력밥솥은 마술사? 과자도 케이크도 ‘뚝딱’

    하루에도 수십권씩 신문사로 날아드는 신간 서적 가운데 요리책이 눈길을 받기란 여간해서 어렵다. 이 문구만 아니었다면 ‘숨은 고수’를 몰라볼 뻔했다.‘과자는 프라이팬에 케이크는 밥솥에’. 평소 과자 좀 구워 봤다는 이들을 혹하게 할 만하다. ●‘특별한 레시피´ 160여가지 담고있어 책 제목은 ‘콩지의 착한 베이킹(멘토 프레스 펴냄)’. 책장을 넘겨 보면서 “이게 정말 돼?”라는 감탄이 나온다. 책은 ‘달콤한 보물’이다. 평범한 프라이팬과 압력 밭솥에 꼭 맞춘 아주 특별한 레시피 160여개가 담겨 있다. 오븐이 없다는 핑계도, 왕초보라는 두려움도 이 책 앞에서는 맥을 못춘다. 요즘같이 먹거리가 불안한 시대에 가족을 위한 간식거리를 직접, 쉽게 챙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딱이다. 베이킹을 만만하게 만든 이는 박현진(사진 왼쪽)씨,31살의 미혼 여성이다. 매인 몸도 아닌 그녀가 베이킹에 심취한 이유는 책 제목처럼 아주 ‘착하다’. 편찮은 할머니에게 맛나면서 해롭지 않은 간식거리를 해드리기 위해서였다.“할머니(오른쪽)가 몸이 좀 좋아지면서 빵을 찾으시더라고요. 우유, 버터, 첨가물 등 가려야 할 것이 많아서 내가 한번 해보자 했죠.” 처음엔 의외로 성공. 두 번째, 세 번째 번번이 떡이 되면서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밀가루, 계란, 버터와의 씨름이 시작됐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다 보니 서서히 눈이 떠졌다. 나중을 생각해 기록해둘 요량으로 2년 전 ‘콩지의 음식발기(blog.naver.com/ohmytotoro)’라는 블로그를 열었다. 그런데 이게 일을 냈다. 진한 체험에서 나온 그녀의 ‘생활 밀착형 레서피’에 이웃 블로거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책을 출판한 멘토 프레스 대표의 딸도 그녀의 열혈 팬으로 이번 책이 나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스펀지 케이크의 기본이 되는 머랭(계란 흰자를 거품 내어 생크림처럼 단단하게 만든 것)을 단 5분 만에 완성하는 방법이나 종이컵을 계량컵으로 활용하는 방법, 다 쓰고난 랩이나 위생비닐의 심을 밀대로, 케이크를 식히는 데는 전용 식힘망보다 둥근 체가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 등 그녀의 발견은 사소하지만 재치가 번뜩인다. 움푹 파인 밥솥에서 작은 냄비 뚜껑과 둥근 체만을 이용해 케이크를 흠집 없이 꺼내는 방법은 ‘히트 아이디어’다. 그녀의 좁은 부엌 한쪽에는 10인용,6인용 2개의 압력 밥솥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설문을 해봤더니 10인용 밥솥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더라고요. 그래서 10인용짜리를 하나 더 구입하고 모든 레서피를 여기에 맞췄어요.” 대각선 맞은편은 조리대 겸 촬영 공간이다. 책에 담긴 모든 사진과 글은 모두 그녀가 작업한 것이다. 뜨개질, 그림에도 재주가 있지만 베이킹처럼 가슴 뛰게 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녀의 발견은 사소하지만 재치가 번뜩 7분 만에 당근·아몬드 케이크 반죽을 만들어 압력 밭솥에 넣었다. 메뉴를 찜기능에 놓고 타이머를 50분에 맞춘다. 그러더니 눈 깜짝할 새 초코칩 쿠키 반죽을 빚어 프라이팬에 동그랗게 떠 7개를 놓았다. 가스레인지의 불꽃 모양으로 온도를 가늠한다.“점화 손잡이를 약불과 중간불 사이에 놓아야 해요.” 그녀가 말하는 ‘2분의1 약불’이다. 잠시 후 집안은 온통 고소한 냄새로 가득 찼다. 흐뭇해진 건 먹음직스런 결과물 때문만은 아니었다. 할머니와 함께 사는 방 두 칸짜리 좁은 집(서울 봉천동)도 궁전처럼 여기고, 자신이 만든 과자를 열심히 먹어줘 계속 연구를 할 수 있게 해준 동생, 직장 동료들이 오히려 고맙다고 말하는 그녀는 행복을 빚는 귀한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반죽을 빚다 말고 할머니 기저귀를 갈아 드렸고 일을 하면서 방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문득 ‘콩지’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대놓고 ‘콩쥐’라고 하기가 뭣해서였을까? 고향 광주에 어머니가 계신데도 7년 전 할머니가 쓰러졌을 때 모실 사람은 “바로 나”라며 손을 번쩍 들고 다니던 직장도 관둔 그녀다.“주변 분들이 제가 할머니를 너무 좋아한다고 무슨 콩깍지가 껴서 그러느냐고 해요. 거기서 가운데 글자만 뺀 거예요.” 한창 나이인 스물 다섯에 직장에서 나와 할머니 곁에 머무는 그녀를 보고 남들은 때론 걱정으로, 때론 한심하게 쳐다봤다. 이 책은 그러한 주변의 시선을 한번에 날려버리는 무기다.“할머니가 제 발목을 잡고 있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어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 책이 증명해 준 거죠. 할머니 때문에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은 거니까요. 제가 할머니를 도운 게 아니라 할머니가 저를 도왔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박목월시인 장남 박동규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박목월시인 장남 박동규 교수

    ‘구름에 달가듯이’ 청록파 시인 박목월(본명 영종)이 생전에 직접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연도미상)7월20일. 간밤에 쏟아지던 비와 소란스럽던 우레가 거짓말같이 개고, 맑은 날씨. “날이 개면 어쩐지 즐거워.” 노래와 같은 아내의 말이다. 큰아이들은 직장 나가고 어린 것들도 학교에 가버렸다.“여보, 커피 끓일까요.” 서재를 기웃거리는 아내도 이상하게 다정한 얼굴이다.30년의 결혼생활을 거쳐서 어린 것의 뒷바라지도 한 고비를 넘기고, 초로를 맞이한 내외의 조용하고 오붓한 시간이다. “한판 할까.” 나는 안방에 있는 화투모를 내오게 했다. 이번 여름방학에 아내에게 ‘육백’을 배운 것이다.“또 잃으면 어떡할려고 그래요.” 화투를 가져오면서 아내가 걱정했다. 한판에 500원을 걸었다.“칠띠를 해야지.” 나는 벼르기만 할 뿐 서툰 솜씨가 노상 돈을 잃게 마련이다.“이 ‘솔’을 먹어가지, 그것만 하면 ‘송·동·월’ 아니냐.” 나는 아내의 패를 기웃거리며 싱겁을 떠는 것이다. “당신이나 잘해요.” 그리고 ‘솔’을 뽑다 말고 “참, 동규, 얼굴이 말이 아니에요.” 엉뚱한 곳으로 아내는 화제를 돌린다.“왜-그럴까?” 나도 화투장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그럼 ‘솔’해요.” 아내는 ‘솔’을 잡아오면서 “글쎄요, 웬일인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어야지요. 장가 간 후로는 몸이 그릇되는 걸요.” 그러다가 아내는 “참!”하고 화투장을 덮어버린다. 내외는 벌써 맏이의 건강문제에 정신이 쏠려버렸다(후략). 여기에 나오는 ‘맏이’가 바로 문학평론가 박동규(69) 서울대 명예교수를 말한다. 이 일기는 박 교수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 그동안 소중히 간직해오다가 지난해 발간한 책 ‘아버지와 아들’(박목월·박동규 지음, 대산출판사)에 처음 실었다. 일기에는 정확한 연도가 없으며 내용으로 봤을 때 1970년 전후로 추측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목월은 1973년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창간,1978년 작고할 때까지 발행인으로 있으면서 우리나라 문학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장남인 박 교수가 ‘심상’을 꾸려왔다. 어머니가 그만둘 것을 여러번 권유했지만 박 교수는 고집스럽게 아버지의 뜻을 이어왔다. 그동안 흑자를 낸 적이 없을 만큼 어려웠지만 30년동안 단 한번도 발간을 거르지 않았다. 직접 서문을 쓰고 편집과 광고영업을 하면서…, 외부 강연 때 받는 강연료를 전부 투입하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박 교수는 지난 7일 저녁 오랜만에 TV에 출연했다.‘SBS-TV칼럼’에서 “인간은 서로 존경하고 살지는 못해도 존중하고 사는 방법이 토대가 된 교육정책과 목표를 통해서 근본적 해결에 넓은 길을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학에 몸담고 있을 때에도 구수한 말투와 따뜻한 언어구사로 ‘아침마당’‘사랑의 리퀘스트’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표적 에세이집 ‘내 생애의 가장 따뜻한 날’‘삶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처럼 평소에도 ‘따뜻한 글’을 주로 써왔다. 박 교수는 요즘 ‘심상’ 발간과 외부강연 외에 별도의 집필을 하느라 바삐 지낸다.2004년 정년으로 대학강단을 떠난 후 틈틈이 메모한 ‘강연노트’를 다시 정리·보완하고 있는 것.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겨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심상’ 편집실에서 박 교수를 만났다. ▶새로운 신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압니다. “그렇습니다.‘삶과 소설’이라는 일종의 평론집입니다. 소설을 해독하는 방식, 읽는 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시작했지요. 또 삶의 방식을 현실에 던지고 논리적으로 접근도 해보고…. 낡은 강의노트를 모아 가을쯤에는 책을 낼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재미가 있나요. “소설은 가상입니다. 현실과 가상의 차이가 무엇인지, 작가는 왜 거짓말(가상의 스토리)을 시켜가면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는 이어 “난 따뜻한 글밖에 못쓴다.”고 거듭 말했다. 남들은 문제를 파헤치고 들어가지만, 자신은 여러 사람을 아우르고 위로해주는 그런 글을 써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써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연 방식이나 주제도 이와 비슷하다고 부연했다. 살면서 돈이 많고 적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또 인간으로서 삶의 궤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 ▶시는 어떻게 써야 합니까. “시는 글로 쓰는 것입니다. 시대에 뒤떨어져도 괜찮습니다. 세속에 맞추지 않아도 되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글로 써서 만져보고 다듬어봐야 하는 것이지요.” ▶지난 30년동안 ‘심상’을 통해 시인이 어느 정도 배출됐는지요. “약 280명정도 됩니다. 이들은 ‘심상문학회’ 등을 통해 여러 활동을 합니다. 서울 서초동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시민을 위한 강의도 하고 ‘시낭송 평가’도 합니다. 또 매년 여름 강원도 동해 안쪽에서 해변 시인학교를 열고 있습니다. 폐교에서 다들 모여 밥도 해먹고 인간적인 교감도 나눕니다.” 그러면서 “세상을 살다가, 삶의 수련기를 겪은 30∼40대 이상의 여자들이 (시로)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보다 젊은 나이에 치열하게 시인이 되려고 했던 과거와 비교했다. 아울러 옛날의 시가 ‘은은한 돌’이었다면 요즘에는 ‘잘 닦여진 보석’에 비유했다. 다시 말하면 감동이 너무 만들어진다는 것. 시인 본령에 대해서는 “서정성과 진실 고백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심상’ 발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30년동안 적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살아계실 때 그만두라고 했지만 아버지가 했던 일인데 그럴 수는 없지요. 열심히 강의하고 외부 원고 쓰면서 근근이 이어나가고 있습니다.(책상에 앉아 있는 여직원을 가리키며)저 친구랑 나랑 단 둘이서 만들어가고 있지요.” 박 교수는 또 “대개가 그렇지만 시잡지는 광고도 잘 안 붙고 구독자도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가족 얘기가 나왔다. 박 교수는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두었다.39살된 큰아들은 아이 둘 데리고 미국에서 예술행정학 학위공부를 하고 있단다. 그는 “다 큰 아들이지만 공부를 계속 하겠다는데 말릴 수야 없지 않으냐.”며 아들 뒷바라지하랴 ‘심상’을 꾸려가랴 마음과 몸이 무척 바쁘다고 했다. ▶부친 기일 때는 가족들이 모이는지요. “지난 3월24일이 서른번째 기일이었습니다. 동생 셋이 미국에 이민 가 있어 기일 때 가족들이 다 모이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목월의 시비(詩碑)는 생전에 살았던 집 ‘원효로 4가’와 교수로 있던 ‘한양대’, 그리고 ‘목월문학관’이 있는 경주 중문단지 등 세 군데 세워져 있다. 황순원 선생의 아들도 ‘동규’라는 말을 꺼내자 “서울고, 서울대 동기동창으로 친하게 지낸다. 내 동생 남규도 서로 이름이 똑같다.”면서 “아버님도 황순원 선생과 술친구로 가깝게 지냈다.”며 웃는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돌아가시고 난 다음 그해 흰머리카락이 돋아났고 나는 이 머리카락을 만지며 어버지의 우산 안에 살았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가를 뼛속 깊이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또 “그때부터 아버지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이 생각의 골짜기를 타고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길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요즘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의미를 실었다. 박 교수는 현재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한국여장로연합회 회장인 부인 송영자(68) 여사와 단둘이 살고 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9년 경북 월성에서 박목월 시인의 장남으로 출생 ▲57년 서울고 졸업 ▲61년 서울대 국문과 졸업 ▲62년 현대문학 평론추천 데뷔 ▲68년 동대학 대학원 졸업 ▲69∼84년 서울대 교양과정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 ▲81년 서울대 문학박사 ▲84∼2004년 동대학 국문학과 교수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시전문지 ‘심상’ 편집고문, 문학평론가 # 수상 현대문학상 평론부문상, 황조근정훈장 # 주요 저서 한국현대소설의 비평적 분석, 전후대표작품 분석, 글쓰기를 두려워말라, 별을 밟고 오는 영혼, 당신이 고독할 때,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다, 삶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 외 논문집·수필집·문장집 등 다수
  • “당신도 이젠 책을 낼 수 있습니다”

    “당신도 이젠 책을 낼 수 있습니다”

    KBS 1TV ‘TV 책을 말하다’가 300회를 맞았다. 2001년 5월 첫 방송을 시작한 ‘TV’는 한때 경쟁적으로 등장한 엇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슬슬 자취를 감춘 가운데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대표적인 책 토론 프로그램. 이 장수 프로그램이 9일 오후 11시30분 300회 생일 특집으로 마련한 주제는 ‘대중저자’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봤을 책 출간의 꿈을 “더이상 꿈만이 아니다.”라고 귀띔한다. 당신도 저자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서점가에서는 전문저자가 아닌 ‘일반인 저자´의 저작물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일반 회사원이 취미를 넘어서는 전문서를 내는가 하면, 일반인 블로거의 글을 모아 펴낸 책이 당당히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르기도 한다. 로맨스, 추리물 등의 장르문학은 이미 인터넷을 통한 등단이 일반화되다시피 했다. 이제 전통적 의미의 경로를 통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내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같은 흐름을 짚어보는 것은 물론 왜 책을 쓰는지, 어떻게 써야할 것인지 등 폭넓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모색해본다.‘블로그 3년이면 책을 낸다!’‘소설, 아무나 쓴다?’등의 테마를 바탕으로 철학자 탁석산, 가수 호란, 경제평론가 박경철, 출판평론가 한미화씨 등이 출연해 자신의 저서 출간 경험 등을 소개한다. 또 신간 코너에서는 ‘여행을 떠나는 다섯 가지 방법’이라는 주제로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초승달도 눈부시다’ 등 여행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여행저서 5권을 함께 살펴본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1000원권 겸재 그림은 위작”

    신권 1000원 뒷면 도안인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가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제1호 서화감정 전문학자’인 이동천 박사는 19일 “지난해 1월 발행된 1000원 신권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보물585호)’는 필력과 준법이 겸재의 진작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지는 명백한 임본(臨本) 위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발간된 자신이 신간 ‘진상(眞相)-미술품 진위감정의 비밀’(동아일보사 간)에서였다. 신권 1000원권은 발행 당시 그림 속 정자가 도산서당이냐, 계상서당이냐를 가지고 논란을 빚은데 이어 이번엔 위작 주장까지 나와 화제의 화폐로 떠오르고 있다. 위작 논란에 대해 한국은행 장세근 발권국장은 “문화재청이 지정한 보물 585호를 지폐도안으로 채택한 것인 만큼 문화재청이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위작여부는 문화재청과 위작 의혹을 제기한 학계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할 일”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도 고미술사 전공자를 중심으로 탐문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진품이 확실하다.”고 밝혔다.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佛출판계 “메르시 사르코지”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 출판가가 ‘사르코지 특수’를 누리고 있다. 16일 취임 1주년을 맞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을 소재로 한 소설과 에세이 등 20여종이 잇따라 출간됐다. 이들 신간의 대부분은 저자가 좌파이든 우파이든, 또 장르를 막론하고 사르코지 대통령의 국정을 비난하거나 냉소적으로 바라본다. 하락세의 수렁에 빠진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지율을 반영한 듯하다. 최근 출간된 책 가운데 사회당 소속의 프랑수아 레오타르 전 총리가 낸 소설 ‘나쁘게 끝날 거야’(그라세 출간)는 서점가에 나온 지 한달 만에 12만여부가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일간 르 피가로가 12일(현지시간) “‘사르코지-푸념’도 판매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사르코지의 취임 1년에 대한 이런 조롱 일색의 출판 동향은 자크 시라크의 임기 마지막 해와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그라세 출판사의 편집장은 “엘리제궁을 소재로 한 소설만 불티나게 팔리고 다른 소설은 팔리지 않아 걱정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들 책은 제목부터 ‘과거와의 단절’을 주장한 사르코지 대통령의 국정 1년을 희화화하는 게 많다. 좌파 성향인 일간 리베라시옹의 로라 조프랭이 낸 책의 제목은 ‘벌거벗은 왕’(로베르 라퐁 출간)이다.또 사회당의 차기 당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피에르 모스코비치 의원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한 ‘68혁명 잔재 청산’ 발언을 빗대 ‘청산자’(아셰트 출간)라는 책을 냈다.이밖에 ‘곤두박질과 파산’(페이야드 출간) ‘사르코지와 돈의 왕’ 등 사르코지 대통령의 국정 1년에 대한 냉소적인 제목도 적지 않다.vielee@seoul.co.kr
  • 어수선한 행안부

    정부의 2차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행정안전부 직원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상당수 관리자들은 보직 ‘강등’이 불가피하고, 실무직원들도 상당수가 자리를 옮겨야 하기 때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행안부는 2차 조직개편에 따른 내부직제를 이르면 14일 확정하고, 주중 후속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라면서 “과장급 이상 간부들의 강등과 연쇄 이동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지난 2일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소속 국·과 가운데 3개국·40개과를 줄이는 대과 체제로의 전환을 발표한 바 있다.(서울신문 5월3일자 8면 보도) 이에 따라 우선 고위공무원단 소속 실·국장급 인사에 따른 연쇄 이동이 불가피해졌다. 김남석 기획조정실장(가급)이 국회 전문위원으로 내정된 데다, 안전기획관 등 국장급 자리 3개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과장들은 근무 연수에 상관없이 전략적 차원에서 근무지를 옮겨야 한다. 조직개편에 따라 과장급 자리는 전체의 25%에 해당하는 40개(본부 28, 산하·소속기관 12)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번에 보직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강등돼 과장 지휘를 받는 팀장 보직을 수행해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3·4급 과장 가운데는 3급이,4급 중에는 경력·실적·주위평가 우수자가 우선적으로 보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평가항목들이 분명하지 않은 데다 평가점수도 일절 공개되지 않아 강등된 과장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실무자급에선 옛 중앙인사위와 내무부, 국가비상기획위원회 출신간 ‘섞기’ 인사가 대대적으로 단행될 예정이다. 안부는 한 부서에서 3년 이상 근무자는 무조건 다른 부서로 전출시킬 계획이다. 또 2년 이상 근무자의 30%는 과에서 뽑아 서로 교환한다.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한국의 대표기업] (22) LG텔레콤

    [한국의 대표기업] (22) LG텔레콤

    “앞으로는 휴대인터넷 선두기업으로 불러 주세요.” 최근 LG텔레콤 직원들은 이런 ‘부탁’을 하고 다닌다. 그만큼 3세대(3G) 데이터서비스 ‘오즈(OZ)’에 대한 자부심과 기대감이 대단하다. 1997년 10월 LG텔레콤은 개인휴대통신(PCS)사업을 시작했다.PCS가 등장하면서 통화품질, 고객서비스, 단말기, 요금 등 이동통신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서비스는 좋아지고 요금과 단말기 가격은 내려갔다. 물론 휴대전화 이용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후발사업자로 이동통신 시장에 뛰어든 LG텔레콤은 힘겨운 싸움의 연속이었다. 경쟁업체의 인수·합병으로 이동통신 시장은 3개 사업자로 재편됐고 가입자수와 자금력에서 밀린 LG텔레콤은 3G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선택이 필요했다. ●월정액 무선인터넷 요금제 등 인기 이런 LG텔레콤의 해답은 3G 데이터서비스로 구현됐다. 자사의 휴대인터넷 방식으로만 접속할 수 있었던 폐쇄형 휴대인터넷에서 벗어나 개방형 모델을 선택했다. ‘힘이 되는 3G’를 표방하는 LG텔레콤의 오즈는 영상통화로 대표되던 기존의 3G서비스의 개념을 훌쩍 뛰어넘었다. 웹서핑이나 이메일 등 고객이 실생활에서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는 생활혁신적인 데이터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오즈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달 만인 지난 2일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했다. 인기의 비결은 월정액 6000원으로 무선인터넷을 1 기가바이트(1 GB)까지 이용할 수 있는 ‘오즈 무한자유 프로모션’ 등 싼 가격이다. 여기에 컴퓨터의 인터넷 화면 그대로를 휴대전화에서 볼 수 있는 ‘풀브라우징’방식을 적용한 LG전자의 ‘터치웹폰’ 등 전용단말기의 인기도 한몫했다. 오즈의 선풍적인 인기는 가입자들이 그동안 새 서비스의 대한 갈증과 무선인터넷 요금에 대한 불만이 높았음을 의미한다.LG텔레콤은 바로 이런 틈새를 파고 들었다.LG텔레콤의 관계자는 “LG텔레콤은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한다는 차별화된 전략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LG텔레콤은 지난달 28일 누적가입자 800만명을 돌파했다.LG텔레콤은 지난해 순증 가입자 80만명과 서비스 매출 3조 2491억원, 영업이익 3239억원을 기록했다. 보조금 경쟁 등으로 영업실적이 나빠진 경쟁사들에 비하면 양적·질적 성장에서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런 성적 배경에도 강력한 소매 유통 및 요금 경쟁력 등 고객 중심의 차별화된 전략에서 출발한다. 특히 항공마일리지, 주유 할인 프로그램 등 생활가치 혁신서비스로 고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또 가입자간 20시간 무료통화를 할 수 있는 ‘망내 무료 20시간 무료요금제’로 가입자간 무료 통화시대를 열기도 했다. ●오즈 전용 단말기 10종 이상 출시 계획 LG텔레콤 관계자는 “올해는 3G 시장의 확대, 보조금 규제 해제, 결합서비스 확대 등 그 어느 해보다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과 가치를 제공한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그것이 LG텔레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LG텔레콤은 올해 3G 데이터서비스의 대중화를 위해 보급형 단말기를 비롯한 10종 이상의 오즈 전용 단말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오즈의 서비스도 확대해 올 하반기에는 휴대전화 대기화면을 고객이 원하는 것으로 직접 꾸며 보다 편리하게 이용하는 ‘위젯(Widget)’서비스와 컴퓨터의 메신저처럼 휴대전화끼리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휴대전화용 메신저’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다양한 할인 프로그램 등 지금까지 유지한 LG텔레콤의 요금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일재 LG텔레콤 사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도 이를 알 수 있다. 정 사장은 가입자가 800만명을 돌파하자,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는 “800만이라는 숫자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에도 더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이동통신업계의 공격적인 보조금 경쟁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의 보조에 맞춰 사업을 이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서비스 경쟁력 강화에 필요한 기초체력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다. 긴장감도 불어 넣었다. 가입자 기반 확대보다 고객이 진정으로 좋아하고 신뢰하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佛 저명 철학자 앙드레 글뤽스만 父子 인터뷰

    佛 저명 철학자 앙드레 글뤽스만 父子 인터뷰

    |파리 이종수특파원|68혁명 40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되새기는 열기가 어느 해보다 뜨겁다. 최근 발간된 신간만 60여종에 이른다. 그 가운데 프랑스의 저명한 철학자 앙드레 글뤽스만 부자(父子)가 대담 형식으로 정리한 ‘사르코지에게 설명한 68혁명’(드노엘 출간)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 좌파 지식인이었던 글뤽스만은 지난해 사르코지 여당 후보를 공개 지원해 논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출간 직후인 지난달 초 파리 10구 포부르 푸아소니에르 62번지 글뤽스만의 자택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인터뷰는 1시간 30분여 진행됐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 43년의 터울을 둔 부자는 68혁명을 놓고 생각이 겹치기도 하고 달라지기도 했다. ●“사르코지가 68혁명을 왜곡…” 출간 배경이 궁금했다. 말문을 연 것은 아들 라파엘. 그는 “우리 집은 68혁명 뒤 권위주의가 없어진 가정이니까 내가 먼저 말하겠다.(웃음)”고 했다. 아들 (라파엘, 이하 아들) 지난해 여당 유세 현장에 참석했는데 사르코지 후보가 “68혁명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고 도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몹시 거북했다. 순간 68세대인 아버지를 쳐다 보았다. 예상과 달리 웃고 있었다. 유세장을 나온 뒤 “왜 아까 웃고 있었어요?”라고 물었다. 아버지가 “사르코지 말은 당시 대학생운동의 리더였던 다니엘 콘-벤디트가 자신을 공격하는 것과 같은 모순이어서 그랬다.”고 말했다. 그 뒤에도 질문이 이어져 아예 책으로 만들게 됐다. 아버지(앙드레, 이하 아버지) 책 제목 그대로 사르코지에게 68혁명을 설명해 주고 싶었다. 그가 68혁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68혁명 이후 상대주의가 난무하고 도덕의식이 무너졌다는 그의 진단은 맞다. 하지만 핵심을 비켜갔다.68세대의 본질적 실수는 ‘교조주의적 마르크시즘’에 빠진 것이다. 사르코지 후보는 이를 알고도 정략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나중에 한 대담에서 본인도 ‘정략적 이용’이라고 시인했다. ‘정치적 책략’이었다는 말에 담긴 의미를 물었다. 아버지 당시 사르코지가 지지율이 높았다. 그래서 좌파는 물론 중도·극좌파 후보들이 ‘반(反) 사르코지 전선’을 형성했다. 그러자 사르코지가 그들의 ‘정신적 공통분모’인 68혁명을 건드린 것이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사회당 세골렌 루아얄 후보가 처음엔 ‘무관심’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30분 뒤 사르코지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말려들었다. 처음처럼 대응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러자 아들이 끼어 들며 반론을 제기했다. 아들 전략적 연설이었다는 분석에는 동의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사르코지의 도발은 좌·우파 양 진영에 남아 있는 보수주의를 겨냥한 비판이었다. 그는 ‘프랑스 병’의 핵심을 정체성 상실로 본 뒤 그런 혼돈의 책임을 묻기 위해 68혁명이라는 ‘허수아비’를 세운 것이다. 이민자 출신에 이혼 경력이 있는 사르코지가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68혁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68혁명을 청산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자해행위’인데 이를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프랑스 68혁명만이 공산주의 비판” 고정된 이념에 얽매이기보다는 탄력적 사유를 강조한 두 사람에게 68혁명의 본질은 어떻게 비칠까? 아버지 두 가지 의미에서의 ‘단절’이다. 하나는 프랑스의 전통적 정서, 특히 농촌에 뿌리를 내렸던 평온함을 중시하는 전통과 단절한 게 68혁명이었다. 그래서 ‘68의 아이들’은 뿌리가 뽑히고, 불확실해하고 미래에 대해서 늘 걱정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하나는 200년 동안 이어온 노동자·공산주의 중심 사상과의 단절이다. 당시 좌파 가운데 최대 정당인 공산당은 노동자를 ‘대안 사회’ 혹은 혁명을 담보할 주역으로 껴안고 있었다. 소련을 추종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했다.68세대는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아들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68혁명은 권위주의에 대한 도전이면서 전체주의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 점이 프랑스의 독창성이다. 아버지인 앙드레 글뤽스만은 당시 프랑스를 대표하는 비판적 지식인으로, 혁명의 가운데에 있었다. 그만의 경험이 담긴 ‘육성’을 들려 달라고 했다. 아버지 소르본 광장에 학생들이 운집, 연좌 시위를 하면서 치열한 논쟁을 하고 있었다. 주위에는 경찰이 겹겹이 에워쌌다. 그곳에 레지스탕스이자 공산주의 시인 루이 아라공이 찾아 왔다. 그는 “나는 공산당과 노선을 달리한다. 여러분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콘-벤디트가 “당신이 왜 스탈린을 칭송했는지 대답할 수 있다면 당신 말에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대답을 못하고 돌아가는 아라공을 향해 콘-벤디트가 “당신의 흰 머리 위에 피가 묻어 있다.”고 확성기로 말했다. 이 장면은 당시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이뤄졌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라파엘이 말한)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이나 일본의 68혁명과 가장 다른 프랑스만의 특징이었다. ●68혁명 이후 달라진 것들 68혁명이 이후 프랑스에 가져온 구체적 변화와 그에 대한 해석에서 두 사람은 조금 입장이 달랐다. 특히 라파엘은 68세대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아들 68혁명은 ‘수직의 세계’를 수평으로 바꾸었다. 문화·관습은 물론 사람과의 관계가 완전히 바뀌었다. 낙태도 허용됐고 여성이 일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중·고교도 남녀 공학이 됐지. 아들 그러나 프랑스 정치는 여전히 수직의 잔재가 남아 있다. 정치에서는 68혁명의 정신이 스며들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나는 68세대를 비난한다. 프랑스는 여전히 중앙집권적이고 대통령에 집중돼 있다.. 이런 면에서 68세대라고 주장하려면 더 노력해야 한다. 아버지 그래도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된 뒤 이민자 출신을 장관으로 임명하고 좌파를 등용한 것이 얼마나 열린 변화인가? 아들 아직 시작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 정국은 엘리트를 중시하는 전통적 의미의 정치집단과 사르코지가 갈등하는 형국이다. 이윽고 화제가 ‘68혁명의 현대적 의미’로 넘어 왔다. 아버지 앙드레 글뤽스만은 좌·우를 떠나서 인권과 자기 성찰, 유럽공동체 정신 등을 통해 민주주의를 튼실히 하면서 68혁명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들은 ‘68혁명의 재해석’을 강조했다. 아버지 68정신의 요체는 ‘감히 교수와 다르게 생각하기’다. 좌·우파를 아울러 한 진영에 종속되기보다는 항상 자신과 주위를 돌아 보면서 비판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내가 58년 부다페스트 사태 때 소련을 비판했다가 공산당에서 출당을 당한 것이나 70년대에 ‘배신자’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소련의 재야 인사들을 지지한 것도 그런 이유다. 아들 그러면 지금은 “우리는 티베트인”이라고 말해야겠다. 아버지 그렇다. 중국이 강국이라고 눈치를 봐선 안 된다. 아들 그런 의미에서 68혁명 지도자 가운데 한 명도 제도권 정치의 핵심에 들어간 사람이 없는 것도 흥미롭다. 다니엘이 속한 녹색당도 68년 이후에 생긴 당이어서 제도권 정당으로 보기 어렵고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무장관도 사회당원이었지만 당 내에서는 늘 변방에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68정신은 늘 프랑스의 전통적 중심부와 거리를 두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두 부자는 68혁명 리더들이 각자의 길을 걷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았다. 아들 그건 다행아닌가. 혁명의 리더들이 한 길을 걷지 않은 것은 진영 구분짓기를 끝냈다는 의미다. 아버지 말대로 ‘스스로 운명 선택하기’를 실천했다는 거다. 꼭 좌파의 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틀지워진 고정관념이다. 또 68세대가 깨고 싶었던 ‘벽’이 아닐까? 다시 물었다. 좌파 지식인으로 알려진 앙드레 글뤽스만이 지난해 사르코지를 지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냐고? 아버지 그렇다. 대선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인권을 부활하겠다고 말한 이가 사르코지였다. 좌파의 비판이 예상됐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vielee@seoul.co.kr
  • 신간 ‘아메리카나이제이션’

    신간 ‘아메리카나이제이션’

    한국사회에서 미국은 단순히 특정 국가 하나를 의미하지 않는다. 해방 이후 미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핵심 변수이자 삶의 화두가 됐다. 이제 미국을 빼고는 한국의 평화도, 경제도, 문화도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토플대란과 영어몰입교육은 교육·문화의 미국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쇠고기 수입조치 논란은 ‘경제의 미국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다양한 제도와 가치가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 재편성과 (정보)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토대로 세계 각 지역에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그 결과 수용 지역에서 자발적이거나 강요에 의해 그런 것을 베끼고 따라잡는 현상과 과정.” 최근 출간된 ‘아메리카나이제이션―해방 이후 한국에서의 미국화’(김덕호·원용진 엮음, 푸른역사 펴냄)가 정의하는 ‘미국화’(Americanization)의 개념이다. 책은 미국이 한국사회에서 절대적 지위를 점하게 된 역사적 과정을 분석한다. 책을 집필한 한국아메리카학회 연구자들은 우리가 친미와 반미의 이항대립 구도에 갇혀 미국의 실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모두 8편의 논문은 ‘우리 안의 미국화’ 양상을 정치, 언론, 종교, 학문, 대중문화 등 다방면에서 분석한다. 유선영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대한제국 그리고 일제 식민지배 시기 미국화’)은 식민지 조선인들이 식민 지배국이 일본이었음에도 미국을 구원자이자 근대성의 시혜자로 받아들였다고 분석한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 대중문화, 미국과 함께 혹은 따로’)는 대중문화 전반에 드러나는 미국화 흔적을 일방적인 주입이 아닌 수용, 포섭, 저항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이진구 호남신학대 초빙교수(‘해방 이후 남한 개신교의 미국화’)는 한국의 미국화에 개신교가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살핀다. 최성희 경희대 영미어학부 교수는 한국전쟁 직후 미국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연극을 관람한 남녀의 입장차에 주목한다. 가부장적 사회에 저항하는 여성들은 여주인공의 ‘자유부인’적 캐릭터에 열광한 반면, 남성들은 여성관객들의 반응을 미국의 소비주의 및 물질주의와 동일시하며 비판했다. 성별에 따라 미국을 수용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佛 68혁명 40돌] (1) 계승과 단절

    [佛 68혁명 40돌] (1) 계승과 단절

    1968년 봄 지구촌을 뜨겁게 달궜던 68혁명이 40주년을 맞았다. 프랑스 낭테르 대학 교내시위로 첫 발을 뗀 혁명은 베트남전, 옛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물질 만능주의 등 국제적인 문제와 맞물려 독일, 미국, 일본을 비롯한 전세계에 문화적 충격을 줬다. ‘타는 목마름으로….’ 혁명은 멈추지 않는다.40년 전 세계를 뒤흔든 68혁명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적 의미로는 당대 시계에서 멈췄다. 그러나 당시 분출된 새 사회에 대한 열망은 이후 녹색당과 적군파, 시민운동, 성(性)혁명, 페미니즘, 전위적인 예술 실험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었다.40주년을 맞는 지구촌 표정과 당시 현장을 지켜본 석학들의 증언을 통해 ‘계승과 단절’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파리 이종수특파원|해마다 5월이면 프랑스 전역이 들끓는다. 세계를 뒤흔들었다고 평가받는 1968년 5월 혁명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열기 때문이다. 그만큼 프랑스인들의 정신사에 큰 자취를 남긴 대사건이었다. 특히 올해는 40돌이어서 열기가 더 뜨겁다.1400여곳에서 축제·전시회·토론회·영화제 등이 잇따른다. 최근 발행된 관련 신간만 60여종에 이를 정도다. 숫자의 의미만 아니라 올해 68혁명은 유달리 뜨거운 이슈로서 살아 숨쉬고 있다. 지난해 대통령선거 2차 국면에서 당시 여당 대중운동연합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가 “68혁명의 유산을 청산해야 한다.”고 도발적으로 주장하면서 뜨거운 논쟁으로 떠오른 것도 한 요인이다. 당시 사르코지 후보는 3만여명의 지지자가 모인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68혁명의 유산이 영원히 이어갈지 청산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선거”라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프랑스의 ‘정신적 터부’를 건드렸다. 68혁명이 끝나지 않았다는 구체적 정황은 지난달 시작한 고교생들의 시위에서도 확인된다. 일주일에 두 차례 진행된 고교생들의 시위는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파리 인근 고교생의 주도로 시작한 이번 시위가 교원 노조나 대학생 단체, 교육관련 노동조합이 가세하면서 3만여명에 이를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2주 전에는 시위 현장에서 “새로운 68혁명이 필요하다!!!”는 벽보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오는 15일과 24일에는 교육 관련 18개 단체들이 총궐기할 태세여서 앞으로 시위가 어떻게 확산·전개될지 주목된다. 일단 학생 시위에 노동조합이 가세한 양상은 68혁명과 비슷하다. 물론 이번 시위가 제2의 68혁명으로 확대된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68혁명은 프랑스인들의 ‘지금, 여기의’ 기억을 지배하고 있다.40년 전 그때 무슨 일이 있었기에 68혁명의 잔재가 이토록 깊고 오래 각인되고 있는 것일까? 출발은 단순했다. 진앙지인 파리 북서쪽 낭테르 대학.1964년 신설된 뒤 지나치게 많은 학생수, 비현실적 교육 내용, 가부장적 분위기 등에 반발한 사회학과 학생들이 67년 11월 수업을 거부하고 학장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면담이 거부되면서 대학개혁 이슈는 파리 모든 대학으로 번졌다. 전국대학생연합의 주도로 시작된 수업거부에 대학측은 공권력 진입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듬해 3월 베트남 반전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 8명이 체포되면서 학생운동은 조직적 양상을 띠었다. 다니엘 콘-벤디트가 결성한 ‘3·22운동’은 “오직 기존 체제의 파괴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투쟁 목표를 넓혔다.5월 들어 학생들은 소르본 대학 폐쇄에 맞서 10일 밤 인근 라탱지구 곳곳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위를 벌였다. 진압 과정에서 수백병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차츰 교원 노조, 고등학생 단체가 가세했고 13일에는 노동총동맹이 연대하면서 ‘성난 물결’은 걷잡을 수 없었다. 21일에는 전국적인 노동자 총파업으로 확산됐다. 이에 드골 정부는 경찰을 동원했고 의회를 해산한 뒤 6월 23·30일 실시한 총선에서 승리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급진적 좌파조직을 불법단체로 규정하며 시위 금지령을 내렸다. 노동자들의 총파업은 끝났고 좌파들은 ‘새로운 68투쟁’을 찾아 나섰다. 때마침 독일·스위스·벨기에 등 인근 나라에서도 68혁명의 불꽃이 타올랐다. 독일의 경우 명분없는 베트남전에 대한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학생운동 지도자 루디 두치케의 피습으로 시위가 확산됐다. 이에 정부가 긴급조치법 제정으로 강경 대응하면서 6만여명의 학생과 좌파 진영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노동계의 소극적 태도 탓에 대학생 시위로 분출되는 양상이었다. 대중과 유리된 운동 방식은 70년대 적군파 출현으로 이어졌다. 68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단순한 정치 혁명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문화 전반을 바꾸려는 문화혁명이었다. 프랑스의 대표적 철학자 앙드레 글뤽스만은 “삶의 모든 것을 변화시키려고 했던 게 68혁명이었고, 실제로 그 이후로 모든 생활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68혁명 당시 학생운동이 노동운동으로 확산된 기폭제 역할을 했던 르노 자동차 공장의 한 노동자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금과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한 데에는 혁명정신이 오롯이 녹아 있다. vielee@seoul.co.kr ■ 68혁명 프랑스-독일 연표 ▲1968년 1.31 프랑스 파리소재 대학 수업거부. ▲3.20 프랑스 소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폭파사건. ▲3.22 프랑스 낭테르 대학본부 점거. 학생조직 ‘3·22운동’ 탄생. ▲4.11 독일, 학생운동가 두치케 피습. ▲5.2 낭테르 대학 폐쇄. ▲5.3 프랑스 학생들, 소르본 대학 집결. 경찰 진입,527명 체포 뒤 소르본 대학 폐쇄. ▲5.6 파리 소재 대학들 폐쇄, 학생들 시위 격화,422명 체포. ▲5.11 독일, 긴급조치법 선포에 반대 시위. ▲5.13 프랑스 노동자들 총동맹 파업. 독일 경찰, 마르쿠제 강연 방해 및 강의실 진입. ▲5.21 프랑스 노동자들 전국적 총파업. ▲5.27 독일 학생들 프랑크푸르트 대학 점거. ▲5.30 드골 프랑스 대통령, 국회해산 선언. ▲6.12 프랑스 총파업 종결. 급진적 좌파조직 불법단체 규정. ▲6.13 프랑스 극좌파 계열 11개 학생조직 강제 해산. ▲9.22 독일 공산당 창당.
  • [Local] 경찰서 유치장에 미니 도서관

    경찰서 유치장에 ‘미니 도서관’이 설치돼 눈길을 끌고 있다. 경남 김해경찰서는 17일 유치인들의 인권 보호와 정서 함양을 위해 유치장에 200여권의 신간을 비치, 이동식 도서관을 최근 설치했다고 밝혔다. 인권 사각지대로 알려진 유치장에 도서관이 설치됨으로써 유치인들이 기호와 적성에 맞는 독서로 정신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으며, 쉽게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은 김해시와 협조해 미니 도서관의 도서를 3개월 단위로 교체, 유치인들의 정서 함양에 보탬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통합민주당 ‘全大 힘겨루기’

    통합민주당 ‘全大 힘겨루기’

    정체성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통합민주당에서 전당대회를 둘러싼 대통합민주신당과 구민주당 출신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주중 전당대회 준비 기구를 발족, 경선 룰과 당헌·당규 재정비 등 전대 준비에 돌입할 예정이다. 지난 2월 합당 당시에는 총선에 필요한 최소한의 절차만을 마쳤을 뿐 갈등의 소지가 있는 조직 및 당헌·당규 재정비 작업 등은 미뤄 놓았다. 가장 큰 쟁점이 될 부분은 당권 향배를 좌우할 만큼 대의원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위원장 선출이다. 통합신당 출신은 총선 공천자를 지역위원장이 선출하기를 원하지만 숫자에서 밀리는 구민주당계는 이를 반대한다. 대의원 구성도 신당계는 지역위원장 주도의 선출을 선호하지만 구민주당 출신들은 무작위 추첨을 주장한다. 정체성 논란도 더욱 가열되고 있다. 박상천 대표가 서울 참패 원인을 거론하며 노선 투쟁 논쟁에 불씨를 댕겼고 이는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손학규계인 김부겸 의원은 14일 “(박)대표께서 말씀하시는 민주당의 정체성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김근태 전 대표나 임종석 의원 같은 분이 정체성이 부족해서 떨어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구민주당계의 중도개혁주의를 표방한 ‘열린우리당 탈피’ 논리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손학규계는 “민주당 노선은 중도 진보·개혁이 옳다.”고 주장하는 천정배 의원 등 진보·개혁 그룹과는 궤를 달리한다.‘반 호남당’ 이미지를 내세우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확실히 해야 할 정체성은 평민당, 열린우리당의 그런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계파 갈등이 불거지자 양 대표는 진화에 나섰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오전 18대 총선 당선자대회에서 “소계파나 분파 이런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손 대표는 “우경화된다고 해도 진보적 가치를 실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은 결코 버릴 수 없는 책무”라면서 “그러나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천적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새로운 진보’를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서울 지역의 패인을 분석한 말을 갖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것처럼 (언론이) 썼는데 그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정체성 논란은 사실상 당권 장악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는 만큼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이통사 이메일서비스 3色 승부

    이통사 이메일서비스 3色 승부

    이동통신 업계가 고속 데이터 전송을 특징으로 하는 3세대(3G) 서비스에서 이메일 송·수신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무선 이메일은 대표적인 생활 밀착형 ‘유비쿼터스’ 서비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9일 “영상통화나 무선 인터넷 콘텐츠 이용이 보편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좀더 걸리겠지만 생활이나 업무에 필수적인 이메일을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는 데 대해서는 소비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언제 어디서나 이메일 보내고 받고 LG텔레콤은 지난 3일 3G 이동통신 ‘오즈(OZ)’를 출시하면서 무선 이메일 서비스 ‘오즈 메일’을 내놓았다. 웹메일은 물론 기업체 등의 일반계정(POP3)까지 등록시켜 자유자재로 이메일을 보내고 받을 수 있다. 받은 메일을 300개까지 저장할 수 있으며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 첨부파일도 바로 확인된다.30분,1시간,3시간 등으로 수신간격을 미리 정해 자동으로 받는 기능도 있다. KTF도 8일 휴대전화 대기화면을 이메일을 통합 관리하는 ‘팝업메일’서비스를 시작했다. 웹메일·POP3 메일 확인, 첨부파일 보기 등이 가능하다. 따로 시간을 설정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새 이메일을 받으면 대기화면을 통해 알려주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다. 주소록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다른 회사의 이메일 서비스가 특정 단말기에서만 가능한 데 비해 KTF 팝업메일은 거의 모든 3G 휴대전화에서 구현된다.KTF 관계자는 “100여개 휴대전화 기종에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이용가능 폭이 넓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이동통신업체 중 가장 먼저 이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휴대전화 기본 메뉴에 이메일 항목을 두어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도 문자메시지(SMS)처럼 편리하게 이메일을 받아볼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첨부파일 확인도 가능하다. 이메일을 받으면 즉시 알려주는 기능도 갖췄다. ●수신은 무료, 송신은 유료 업체들은 모두 이메일 이용료를 월정액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별도의 정보 이용료나 데이터 통화료 없이 통상 메일계정 하나당 월 1000원씩을 받는다. 이메일을 받는 것은 무제한 무료이지만 보내는 데에는 제한이 있다. SK텔레콤은 월정액 3000원(계정 3개)과 5000원(5개)짜리 두 가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각각 150건과 300건까지 이메일을 무료로 발신할 수 있다. 한달 무료 발신량을 초과하면 이후에는 한 건당 100원씩을 내야 한다. 수신은 무제한이다. KTF는 발신과 수신이 무제한이지만 첨부파일을 열어 내용을 확인하면 건당 200원이 부과된다. 한번 열어본 첨부파일은 1주일간 무료로 재확인할 수 있다.LG텔레콤은 수신은 무제한, 발신은 건당 50원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조직융합 ‘실패에서 배운다’

    정부부처 통폐합을 계기로, 과거 유사 사례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분석·정리한 매뉴얼이 제작돼 눈길을 끈다. 31일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조직융합관리(PMI) 매뉴얼’에 따르면 1994년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한 재정경제원,1997년 총무처와 내무부를 합친 행정자치부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과거 조직개편에서는 교차 인사와 사무실 재배치 등 물리적 통합에 중점을 둬 유기적 연계가 부족하고, 직원간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면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직문화 통합 등 장기적·체계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재경원은 조직 통합 이후 조직원을 맞바꾸는 대규모 ‘섞기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5년 경제정책국(옛 기획원)과 금융정책실(옛 재무부)이 금융시장 관련 정책자료를 공유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또 1997년에는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대응방안을 놓고 갈등과 이견이 반복돼 결국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로 이어졌다. 행자부 역시 조직 통합을 위한 ‘섞기 인사’가 옛 총무처·내무부 출신간 ‘밥그릇 싸움’,‘나눠 먹기식 인사’ 등으로 변질돼 충돌 양상으로 왜곡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민간기업에서도 인수·합병(M&A) 성공률이 낮은 주요 원인은 합병 후 조직간 융합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면서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차이 등을 인정해야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뉴얼에서는 또 실패 사례는 물론 LG그룹 계열사들의 전산실을 통합한 LG CNS, 기아자동차를 흡수한 현대자동차, 주(州)정부 조직을 대대적으로 축소한 미국 미시간주 등 국내외 성공 사례와 원인에 대해서도 꼼꼼히 적시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14개 통합 부처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한 뒤 매뉴얼과 수요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조직융합을 위한 진단 및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주말탐방]군대식 전투축구? 편견을 버려!

    [주말탐방]군대식 전투축구? 편견을 버려!

    ‘1%의 나약함도 허용하지 않는다.´ 국군체육부대(상무)의 모토에선 숨막히는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언뜻 금녀(禁女)의 구역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375명의 상무 전사들이 모두 구릿빛 피부에 파르라니 짧은 머리,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끓어넘치는 남자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일찌감치 여자 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사격, 태권도는 물론 지난해 부산 상무 축구팀이 창단되면서 모두 27명의 여전사들이 이곳에서 비지땀을 쏟고 있는 것. 경남 마산과 전남 순천에서 긴 동계훈련을 마치고 갓 복귀신고를 한 부산 상무 여자축구단의 뜨거운 훈련 현장을 살짝 들여다봤다. 3일 오전 성남시 창곡동 국군체육부대 보조축구장에 선수들이 하나, 둘 모습을 나타냈다. 따뜻한 남쪽에서 ‘빡센’ 전지훈련을 마치고 온 탓인지 선수들의 몸은 다소 무거워보였다. 하지만 웬걸,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하자 20대 초반의 또래들처럼 쉴 새 없이 ‘까르르’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조잘조잘 수다를 떨던 선수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이수철 감독과 이미연 코치가 나타나자 일사불란하게 오와 열을 맞춰 집합, 영락없는 군인의 모습이다. 구령에 맞춰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선수들은 이내 1m 간격으로 표지를 세워놓고 2인 1조로 엇갈리며 부지런히 잰걸음으로 뛰어다녔다. 잠시 쉴 틈도 없이 패스를 주고받는 훈련이 계속됐다. 아직 쌀쌀한 날씨였지만 이내 이마에선 땀이 송글송글 배어나왔고 입에선 단내가 풀풀 났다. 잠시 뒤 휴식시간.‘헉∼헉∼’ 가쁜 숨을 내뱉으며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중앙수비수 신귀영(25) 하사 옆으로 다가갔다. 경포여중 1학년 때부터 축구공을 찬 신 하사는 부산 상무에서 ‘제 2의 축구인생’을 시작했다. 강일여고를 졸업하고 실업팀 대교와 서울시청에서 뛰던 신 하사는 1년여 전만 해도 축구화를 벗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축구를 좋아했고 소속팀과 재계약도 했지만, 출전시간이 워낙 적은 데다 새로 온 감독과 궁합이 맞지 않았기 때문. 때마침 부산 상무의 창단 소식이 들렸고, 소속팀 감독도 상무행을 권유했다. 평범한 여자 축구선수가 군인으로, 그것도 부사관으로 변신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논산훈련소에서 평생 해 본 적 없는 유격훈련을 할 때나 부사관학교에서 정신교육과 공부를 하면서 보낸 14주는 정말 끔찍했어요. 오로지 축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간신히 참아냈죠. 다시 하라면 죽어도 못 할 걸요.”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신 하사는 “덕분에 좋아하는 축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됐어요. 또 이렇게 힘든 일도 버텨냈는데 앞으로 무슨 일은 못하겠느냐는 자신감도 얻었고요.”라며 이내 생글생글 웃었다. 새 둥지에서 축구화를 질끈 동여맨 지 채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주장 신 하사를 비롯, 동료들의 실력도 부쩍 늘었다.“여기 있는 친구들은 아픔을 가슴 한 쪽에 묻어두고 있어요. 대부분 전 팀에서 주인공은 아니었거든요. 저도 전에는 시합 때 공을 잡으면 허둥댔어요. 하지만 이젠 시야도 넓어지고 축구의 맛을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부산 상무 축구단이 창단된 것은 지난해 3월. 실업팀 4개로 근근이 운영되던 국내 여자축구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군(軍)이 소매를 걷어붙였지만 선수 수급이 쉽지 않았다. 테스트로 선수를 선발하고, 기존 4개 실업팀으로부터 선수 지원을 받았지만 이른바 ‘A급’은 없었다. 대학무대의 거미손으로 통했던 골키퍼 이청정(22)과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낸 미드필더 반영경(23)과 수비수 신귀영을 제외하면 무명에 가까웠다. 알짜배기 선수들을 내놓지 않으려는 실업팀들의 이해관계 탓에 태생적으로 ‘외인구단’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 논산훈련소(5주)와 부사관학교(9주)에서 14주 군사교육을 마치고 하사로 임관한 이들이 지난해 7월 국군체육부대로 전입하면서 비로소 팀의 구색을 갖췄다. 하지만 제대로 엔트리조차 꾸리기 힘들어 서울시청과 첫 연습경기에서 0-7로 졌다. 지난해 9월 첫 출전한 공식대회인 추계여자축구연맹전에서 3전전패.10월 전국체전에서도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해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이들은 첫 승에 조급해하지 않았다. 이수철 감독은 “꾸준히 선수 수급이 이뤄지고 제대로 조련한다면 3년 정도 후에는 아무도 우릴 만만하게 보지 못할 겁니다. 해마다 재계약에 실패할까 전전긍긍하던 선수들이 3년동안 부사관 신분이 보장되면서 정신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면 장기 복무가 가능하다는 것도 선수들에게는 큰 메리트죠.”라고 말했다. 부산 상무 축구단을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악으로, 깡으로 몸을 날리는 ‘군대(?)식 전투축구’ 수준으로 생각하면 큰 코 닥칠 일. 비록 실전은 아니지만 남자 선수들 못지 않은 강력한 태클을 서슴지 않았고,2㎞의 남한산성 크로스컨트리로 단련된 강철 심장을 뽐내면서도 섬세한 패스워크와 조직적인 전술로 무장한 ‘아트사커’를 꿈꾼다. 정식 경기가 아닌 훈련에서도 ‘불사조군단’ 상무의 트레이드 마크인 끈끈한 조직력과 정신력에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묻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이들은 오는 5월 말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세계군인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1년 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점검해 볼 계획이다. 국군체육부대 박상한 공보관은 “부산 상무 선수들 한 명, 한 명은 부사관 교육을 통해 분대장의 리더십과 희생정신, 책임감을 몸과 머리로 익혔다. 평생 기계적으로 운동만 한 선수들보다 조직력과 정신력에 관한한 나으면 낫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군대식 체력훈련으로 단련된 근육과 축구선수가 필요로 하는 근육이 다소 달라 초기에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고 박 공보관은 귀띔했다. 영외 거주지인 성남시 복정동 숙소에서 오전 6시10분에 출발, 부대에서 아침점호를 받고 오전·오후 훈련을 모두 마친 이들은 오후 7시쯤 파김치가 돼 보금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다. 주차장 한 쪽에는 남자축구팀인 광주 상무의 버스와 부산 상무의 버스가 사이좋게 서 있었다. 이동국(미들즈브러)이나 정경호(전북 현대)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이 뛰었던 광주 상무의 버스에는 ‘오빠∼ 사랑해’ 같은 소녀팬들의 낙서가 가득했다. 물론 부산 상무의 버스는 깨끗했다. 여자축구의 인기가 남자에 비할 바가 아닌 데다 아직까지 스포트라이트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선수들이 대부분인 까닭. 그렇다고 해서 버스에 올라타는 부산 상무 여전사들의 어깨마저 움츠러든 것은 아니다. 축구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작은 행복과 언젠가는 그녀들의 버스도 열혈팬의 낙서로 도배될 날이 올 것을 믿기 때문은 아닐까. 성남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상무 여자선수들 이것이 궁금해 ▶상무 여자 선수들은 몇 년 동안 복무하나요? -모든 여자선수들은 부사관 신분입니다. 부사관이 되기 위해 논산훈련소(5주)와 부사관학교(9주)에서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하사로 임관한 뒤 3년간 의무복무를 해야 하죠. 장기복무를 원할 땐 의무복무가 끝나기 전에 육군본부의 심사를 통과해야 합니다. ▶사병 신분인 남자 선수들이 여자 선수들에게 거수 경례를 하나요? -위계질서가 엄격한 조직사회인 만큼 원칙적으로 사병 남자 선수들이 상급자인 여자 선수들에게 거수경례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부산 상무 선수들은 임관한 지 1년도 안 됐고, 간부보다는 선수의 개념이 강해 실제로는 서로 존칭을 붙인다고 하네요. 물론 남자 선수들도 중사 이상 여 선수들에게는 확실하게 거수경례를 붙인답니다. ▶여자 선수들은 어디에서 생활하나요? -사격과 태권도 선수들은 부대 내 독신간부 숙소인 ‘화랑의 집’에서 잡니다. 하지만 부산 상무 선수들은 성남시 복정동에 4층짜리 빌라 한 동을 빌려 생활합니다. 이곳에는 식당과 체력단련실, 치료실까지 마련돼 있죠. 또 최근 ‘화랑의 집’ 1층에 부산 상무 선수들이 쉴 수 있도록 간이 침상이 갖춰진 휴게실이 만들어졌답니다. ▶주말에는 어떻게 하나요? -시즌 중에는 대회와 훈련이 끝없이 반복되기 때문에도 주말에도 쉴 수 없습니다. 다만 비시즌에는 2주에 한 번씩 주말에 외박을 나간답니다. ▶의무복무 기간에도 결혼을 할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14주의 훈련기간이 끝나고 부사관으로 임관하면 언제든 할 수 있습니다. 기혼자는 원한다면 영외에서 출퇴근을 할 수도 있답니다. 성남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세계 무대 호령하는 여전사들 각 군에 흩어져 있던 선수들이 국군체육부대(상무)의 이름으로 한 둥지를 튼 것은 지난 1984년 1월4일. 출범과 함께 사격의 최동실·양윤희·김혜영 준위 등 3명의 여전사가 상무에 합류했다. 국제무대에서 상무 여전사들의 활약은 주로 사격에서 도드라졌다. 아테네올림픽 더블트랩에서 깜짝 은메달과 트랩에서 동메달을 따낸 이보나(당시 중사·현 우리은행)가 가장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보나 이전에도 상무 여전사들은 국제무대에서 매운 맛을 유감없이 뽐내왔다.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곽유현 중사가 스키트 단체전 금메달을, 이미경 준위는 50m 소총복사에서 ‘골드’를 적중시켰다. 이 준위는 이 대회 50m 소총복사 개인전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준위는 92년 하사로 입대해 최장기 복무 중인 상무의 영원한 맏언니다. 도하아시안게임에서도 곽유현 중사가 스키트 단체전 동메달을, 이정아 준위가 트랩 단체전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걸었다. 태권도의 임효정 하사도 지난 2006년 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서 금빛 발차기를 뽐냈다. 중사 진급을 앞둔 임 하사는 “태릉에도 있어봤지만 여기가 더 타이트하다. 남자선수들과 훈련을 많이 하다보니 기량이 더 빨리 는다.”면서 “올해는 반드시 대표 1진이 돼 태극마크를 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남자들이 득실득실한 곳에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은 없을까. 임 하사는 “처음엔 남자선수들이 옷 갈아 입는 모습을 보고 깜짝깜짝 놀랐지만 이젠 익숙해졌다.”고 넉살을 떨었다. 성남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데스크시각] 책을 내동댕이치고 싶을 때/김규환 문화부 부장급

    [데스크시각] 책을 내동댕이치고 싶을 때/김규환 문화부 부장급

    문학·출판을 담당하다 보니 한 주일동안 수십권의 신간을 받아본다. 하지만 지면이 한정된 만큼 한두 문장의 짧은 책 소개를 포함해 기껏해야 10권 정도를 지면에 내보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나머지 여러 책들은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한 채 뒷전으로 밀어내야 하는 까닭에 마치 생떼 같은 자식을 밖으로 내돌리는 것처럼 안타깝기만 하다. 지난 한해동안 발간된 신간은 모두 1억 3250만 3119권. 하루 36만권꼴로 펴내 출판시장 규모로는 세계 9위권이다. 출판 대국이지만 책을 보면 허탈하게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어떤 책은 오·탈자가 많아 내동댕이치게 만들고, 어떤 책은 수많은 오역이 담겨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책은 한 문장이 수백자나 돼 절망 속으로 빠뜨린다. 한마디로 ‘악서(惡書)’가 춤을 추고 있는 셈이다. 먼저 책의 가장 기본인 오·탈자 문제를 짚어보자.‘킬리만자로의 눈꽃’(세계사 펴냄)은 1992년 ‘잃은 꿈 남은 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첫선을 보인 이후 부분 개작해 1997년에 개정판이 나왔고, 최근 또다시 손질을 해 재개정판으로 펴낸 작품이다. 그런데도 ‘생각’이 ‘행각’(14쪽),‘방송국’이 ‘방속국’(35쪽),‘미 달러’가 ‘미 달’(127쪽)로 오·탈자가 난무하고 있다. 책에 몰입하다 보면 웬만한 오·탈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슨 생각을 갖고 이 책을 만들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다음은 오역 문제.‘소설 십팔사략’(자음과모음 펴냄)’에서는 오역들을 너무 자주 만난다. 중국 중부 ‘섬서(陝西)성’을 ‘협서성’(1권,220쪽), 중국 전국시대 시인 굴원이 몸을 던져 죽은 곳인 ‘멱라(汨羅)수’를 ‘골라수’(1권,280쪽), 한비자의 ‘세난(說難)’을 ‘설난’(1권,291쪽),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수도 ‘한단(邯鄲)’(1권,300쪽)을 ‘감단’, 삼황오제의 ‘복희(伏羲)’를 ‘복의’(1권, 역자 서문)로 오역해 아연실색케 한다. 마지막으로 문장의 길이. 짧을수록 좋다는 게 기본임에도 문장이 너무 길어 요령부득인 경우가 많다.‘북한 외교정책’(서울프레스 펴냄)은 한 문장의 길이가 얼마나 긴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두번째의 어려움은…(중략)…전파될 수 있다.”(424쪽) 이 문장은 1개의 인용문을 포함해 6개의 쉼표가 들어 있는 등 무려 400자를 넘는 만큼 사실상 독해가 불가능하다. 무성의하고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책이 나오는 것은 ‘양서’를 펴내겠다는 책임감보다 출판을 ‘돈벌이’수단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겐 무엇보다 돈이 중요하지, 꿈을 키우고 재미를 주거나 교양을 쌓는 ‘양서’를 만든다는 것은 강 건너 남의 얘기인 것이다. 물론 모든 출판사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열악한 경영사정에도 좋은 책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노력한다.‘궁핍한 날의 벗’(박제가 지음) 등 태학사 산문선시리즈,‘말똥구슬’(유금 지음) 등 돌베개 고전 100선,‘슬픈 열대’(C 레비 스트로스 지음) 등 한길 그레이트북스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사기(史記)에는 ‘일자천금(一字千金)’이라는 고사성어가 나온다. 진나라 재상 여불위는 천지·만물·고금에 관한 모든 것을 망라한 ‘여씨춘추(呂氏春秋)’(26권,20만자)를 지었다. 그는 이 책을 수도 함양(咸陽)에 내걸고 “여기에 한 글자라도 덧붙이거나 줄이는 사람에게 상금으로 천금을 주겠다.”고 큰소리쳤다. 그 누구도 고치지 못해 그의 말은 괜한 허튼 소리가 아니었다. 무리한 주문인지는 몰라도, 책을 내는 이들은 모름지기 이 정도의 자신감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고전은 인류의 정신과 지식의 정수를 담고 있기에 수백년, 수천년이 흘러도 필독서로 남아 있다. 출판인들이 한번쯤 ‘일자천금’의 고사를 새겨봤으면 ‘악서’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는 ‘악서’가 추방되는 원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규환 문화부 부장급 khkim@seoul.co.kr
  • 간호과학회 회장 이광자씨

    한국간호과학회는 최근 열린 제37회 정기총회에서 이광자 이화여대 간호과학부 교수를 임기 2년의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 회장은 대한간호협회 임상간호사회장, 대한간호학회 정신간호학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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