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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대통령 존재만으로 큰 변화 올 것”

    “여성 대통령 존재만으로 큰 변화 올 것”

    “한국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히 고무적입니다.” 세계 최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인 페이스북의 ‘2인자’ 셰릴 샌드버그(44)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박근혜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 등 여성 정치인들에 대해 찬사를 쏟아냈다. 샌드버그는 4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신간 ‘린 인’(LEAN IN·미래엔 펴냄) 출판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총리나 대통령 등 여성 최고지도자가 배출된 나라는 겨우 16개”라며 “여자 아이들이 자라면서 나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게 한 만큼 박 대통령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리더의 한 사람으로 하버드대와 세계은행, 매킨지 앤드 컴퍼니, 미 재무부 등을 거쳐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의 부회장 등을 지냈다. 페이스북의 수익 모델을 개발해 흑자로 전환시킨 일등 공신이기도 하다. 민주당 지지자로서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서도 “당분간 미국에서 그만한 대통령 후보감은 없고, 다른 후보와도 차별화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에 대한 기사들이 헤어스타일에 초점이 맞춰지는 게 안타깝다”면서 “이런 현상은 역설적으로 여성 리더의 가뭄 현상을 잘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샌드버그는 자신의 대통령 선거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인류학적으로 지배·피지배 계급이 처음 교체될 때 피지배 계급은 이전 지배계급의 행태를 답습한다”고 전제한 뒤 “초기 여성 리더가 남성처럼 군림하는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이는 여성 리더가 많지 않은 환경에서 비롯된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책을 쓴 동기에 대해서는 “딸아이가 미국의 역대 대통령 이름이 담긴 동요를 부르다가 ‘엄마, 왜 여자 대통령은 없어’라고 질문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성 리더십이 지배적인 사회는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 가정에서도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부정적”이라며 “남편들이 집에 꽃다발을 들고 가려 하지 말고 세탁기라도 한번 더 돌리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미국에서 지난 3월 출간된 책에서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자세로 업무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매우 놀라운 리더 기업이며, 페이스북과 협력할 분야가 많을 것”이라고 말한 그는 이날 심수옥 삼성전자 부사장 등 삼성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 분야를 논의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訪中후 朴대통령 관련 책 中서 인기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 이후 박 대통령의 중국어판 자서전이 중국에서 베스트셀러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2일 중국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에 따르면 지난 5월 출시된 박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킨다’가 방중 직후 신간 판매 서적 인기 순위 5위에 랭크됐다. 이린(譯林)출판사가 펴낸 책으로 중국에서 출판된 박 대통령의 자서전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 쓴 것으로 알려져 인기가 높다. 이린출판사 셰산칭(謝山靑) 사장 조리(비서실장)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출시 1개월여 만에 이미 5만~6만부가 팔렸으며 현재 추세로 볼 때 10만부가 넘게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전기 때와 비슷한 기록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온갖 시련을 딛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박 대통령의 드라마틱한 인생 이야기가 중국인들에게 감동과 용기를 주는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계약금과 추가 인쇄에 따른 인센티브 등 박 대통령에게 주는 인세 등은 기밀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박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판권에 대한 계약을 끝냈다”고 말해 인센티브는 지급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이날 런민(人民)출판사의 ‘절망은 희망을 창조한다-박근혜의 인생 전기’도 인기 인터넷 쇼핑몰 당당망 도서 부문 8위에 오르는 등 두 달째 상위 순위에 이름을 올리며 선전 중이다. 6월 말 현재 총 2만 3000부가 팔렸다. 두 권 이외에도 ‘박근혜-한국과 결혼한 여인’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 박근혜’ ‘나는 박근혜다’ ‘박근혜 일기’ ‘절망 속에서 걸어나온 불패의 여인: 박근혜’ 등 총 7권의 박 대통령 전기가 중국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데스크 시각] 도서전에 간 박 대통령/이순녀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도서전에 간 박 대통령/이순녀 문화부 차장

    박근혜 대통령이 엊그제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전시장에서 손수 책을 구입하자 출판계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올해 19회를 맞은 서울국제도서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도서전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47년 경기도 학무국이 주최한 교육전람회가 시초다. 1954년 도서전으로 이름을 바꿔 2회 행사를 치른 뒤 매년 전국도서전을 열어오다 1995년 국제도서전으로 외연을 넓혔다. 현직 대통령이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 1999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14년 만이니 출판계가 흥분할 만하다. 박 대통령도 1978년 청와대 시절 도서전을 찾은 이후 35년 만의 방문이니 감회가 남달랐을 듯싶다. 박 대통령은 축사에서 “책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구현하는 인프라”라면서 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출판산업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했다.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기는커녕 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출판업계로선 가뭄 끝에 단비나 다름없다. 책에 대한 애정과 지원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 못지않게 박 대통령은 이날 중요한 메시지 두 가지를 행동으로 보여줬다. 하나는 인문서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전시장에서 인문서 출판사 ‘책세상’ 부스에 들러 ‘정조와 홍대용, 생각을 겨루다’, ‘답성호원’, ‘철학과 마음의 치유’, ‘유럽의 교육’,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일러스트판 등 다섯 권의 책을 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인문서적에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에 출판계가 고무돼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986년 설립된 ‘책세상’은 사장까지 포함해 총 직원이 11명에 불과한 작은 출판사이지만 인문·사회과학, 문학, 예술 분야에서 양질의 책을 내는 것으로 평판이 높다. 벌써 ‘대통령이 산 책’이라는 후광 효과로 주문이 몰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른 하나는 정가로 책을 산 것이다. ‘책세상’의 이영희 부장은 “도서전 기간에는 할인 행사를 하지만 대통령께는 정가로 드려야겠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요즘 정가제가 문제 아니냐’고 관심을 보이면서 정가로 구입하셨다”고 전했다. 도서정가제는 출판계의 해묵은 현안이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출간 18개월 미만 도서만 최대 19%까지로 할인율을 제한하고, 그 이후의 책값 할인은 무제한이다. 하지만 갓 나온 신간마저도 온라인 서점의 온갖 편법과 마케팅 술책에 할인 규정이 유명무실해지면서 경영난을 못 견딘 출판사와 중소서점이 줄도산하는 등 출판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업계는 하소연한다. 이에 따라 기간에 상관없이 무조건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는 개정안이 입법 추진되고 있지만 온라인 서점의 반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가로 책을 구입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도서정가제 개정에 힘을 실어준 격이 됐다. 대통령이 도서전에서 이벤트성으로 ‘인문서’를, 그것도 ‘정가’로 구입한 것에 대해 과도하게 의미 부여를 한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인문서에 등 돌린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도서정가제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의 계기를 제공한다면 얼마든지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닐까. coral@seoul.co.kr
  • 대학출판부 부활의 꿈, 학술 서평으로 연다

    대학출판부 부활의 꿈, 학술 서평으로 연다

    미국에선 매년 11월 ‘대학출판주간’ 행사가 열린다. 1978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처음 대학출판주간을 선포한 이래 정례화된 행사로, 대학출판부의 한 해 성과를 대중에게 알리는 자리다. 대학출판부가 지성의 토대가 되는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로 설립 76년이 된 미국대학출판협회(AAUP)에는 133개 대학출판부가 속해있으며, 연간 1만 2000여종의 종이책과 전자책을 출판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대학출판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단법인 한국대학출판협회 소속 63개 대학출판부가 연간 출판하는 학술신간은 1000여종이다. 회원은 63개 대학이지만 실제 활발히 활동하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학당국으로부터 많은 재정지원을 받는 미국과 달리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국내 대학출판부의 처지를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대학출판부의 역할이 강의교재 출판, 연구실적 출판 등으로 한정지어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대학출판부의 위기를 타개하고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올해 창립 32년을 맞은 한국대학출판협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학술도서 서평집 ‘시선과 시각’을 창간하고, 1년간의 준비를 거쳐 최근 첫 호를 선보인 것. 신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서평이 더 나은 책 출판을 이끌어내는 밑거름이 된다는 신념이 바탕이 됐다. 권원순 한국대학출판협회장은 “좋은 책을 발굴해 평단과 연구자,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며 “아울러 출판계에 건전한 비평문화를 발전시켜 보자는 의도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248쪽 분량으로 발간한 창간호에는 대학별 대표도서 27편과 분야별 신간도서 58편 등 총 85편의 서평을 게재했다. 또한 ‘학술출판과 서평’을 주제로 표정훈 한양대 교수, 최익현 교수신문 편집국장, 신명아 경희대 교수의 글을 특집기사로 소개했다. 이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 대학출판부의 역할과 책임, 국내 학술출판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 등에 관한 기획 좌담을 실었다. 최익현 교수신문 편집국장은 “교수 업적평가에서 단행본 저작이나 번역은 논문이 대우받는 정도에 미치지 못하다보니 양질의 학술출판은 점점 힘겨워지게 된다”면서 “책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은 더 많은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게 가교역할을 하는 서평의 복원”이라고 지적했다. 표정훈 한양대 교수는 “교재 출판과 학술연구실적을 인쇄해서 단행본 형식으로 출판하는 ‘학술인쇄제작’을 학술출판과 동일시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학술콘텐츠를 출판콘텐츠로 바꾸어서 구체적인 출판 과정을 거쳐 하나의 출판물로 내놓는 것이 대학출판부의 학술출판 활동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관악구에 사는 김 과장 읽고 싶은 책 무료로 배달 받아

    ‘도서관 사업의 롤 모델’인 관악구가 통합 도서관 회원증 신규 발급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관악 주민은 물론 서울 시민의 도서관 이용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관악구에서는 통합 회원증이 도서관 프리 패스와 마찬가지다. 낙성대도서관 등 지역 내 공공도서관 18곳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기본적인 도서 대출은 물론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을 가까운 도서관으로 배달시켜 빌리는 상호 대차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상호 대차 서비스를 특화한 봉천·낙성대·서울대입구·신대방역 U도서관 4곳과 최신간 및 베스트셀러를 취급하는 신림역 스마트도서관까지 이용할 수 있다. 기존 신규 발급 수수료는 1000원이었으나 구는 최근 도서관 회원증 갖기 운동을 벌이며 조례를 바꿔 무료 발급으로 전환했다. 단, 과도한 발급을 막기 위해 분실 및 훼손으로 인한 재발급에 대해서는 종전대로 1000원을 받는다. 이와 함께 구는 전입자에게 도서관 종합 안내 책자를 배부하는 등 도서관 정보를 제공해 구가 추진하고 있는 ‘걸어서 10분 거리 도서관’을 적극 알릴 예정이다. 전입 신고 시 즉석에서 통합 회원증을 신청할 수 있다. 현재 약 10만명이 회원증을 발급받은 상태다. 회원증은 만 36개월 이상 서울 시민, 관악구 재학생 또는 재직자이면 발급받을 수 있다. 통합 도서관 회원 가입 뒤 가까운 도서관이나 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신청하면 된다. 유종필 구청장은 “보다 많은 구민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계기가 돼 책 읽는 문화가 확산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심장에 대한 연민… 삶에 대한 찬가

    심장에 대한 연민… 삶에 대한 찬가

    “시가 써지지 않는 기간은 삭막하고 목마른 시간이지요. 어느 때인가 그림자처럼 시가 잡히면 몇 달간 몇 편을 쓰게 되는데 젊을 땐 그게 반갑고 같은 키에서 손을 덥석 잡는 심정이었는데…. 이젠 노쇠에서 오는 고달픔에 시가 나의 초상화처럼 뼈마디 마디마다 아파와요.” 수화기 너머 시인의 입말은 그대로 시어(詩語)였다. 1953년 첫 시집 ‘목숨’을 낸 지 60주년. 첫 시집의 환력(還曆)을 맞은 김남조(86) 시인에게 왜 아직도 시 앞에 낮게 엎드리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하여 이번에도/나는 용서할 입장 그 아니고/용서받을 처지라고/기죽어 머리 끄득이느니/시여 한평생 나를/이기기만 하는 시여’(나의 시에게5) 최근 17번째 시집 ‘심장이 아프다’를 펴낸 시인은 6일 전화통화에서 “시에 대한 사념도 상처를 곁들이며 잡히는 것”이라며 “근래 나의 시는 진단서와 처방전을 붙여오는 듯하다”고 했다. 시가 나보다 더 상처 입고 아픈 것이라 깨달으니 시 앞에 겸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간의 제목과 표제시는 모두 ‘심장이 아프다’다. 시인은 모든 동물과 식물이 지닌, 생명의 시초에서부터 마지막 그 순간까지 간단없이 뛰어야 하는 심장에 대한 연민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것은 바꾸어 말하면 유한한 인생에 대한 찬가다. ‘심장이 이런 말도 한다/그리움과 회한과 궁핍 고통 등이/사람의 일상이며/이것이 바수어져 물 되고/증류수 되기까지/아프고 아프면서 삶의 예물로/바쳐진다고/그리고 삶은 진실로/이만한 가치라고’(심장이 아프다) “살아서 느끼는 궁핍, 목마름, 고통이 있더라도 사람들과 연분을 맺고 아름다운 과일의 껍질을 벗기고 안 가본 새로운 땅에 발을 딛는 한, 삶이라는 선물은 고통의 총합을 감하고도 남는 가치이지요. 나 역시 남은 날이 많지 않다는 오늘에 이르니 모든 게 절실하고 아까워요.” “종교적 경건함과 신성 탐구, 그것을 지상의 사랑으로 연결하고 결속하는 상상력”(유성호 문학평론가)은 그의 시 속에 녹아 있는 ‘인장’ 같은 테마다. 시인은 이번엔 오히려 신에게 기도를 해 달라고 간절히 의탁한다. 노 시인의 시선은 참으로 멀리까지 갔다.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휩쓸리고 할퀴어진 생명을 향한 구원과 치유의 메시지다. ‘이제는/신께서 기도해주십시오/기도를 받아오신 분의 영험한 첫 기도를/사람의 기도가 저물어가는 여기에/깃발 내리듯 드리워주십시오/(…중략) 어질어질, 가물가물한 저희에게/최소한 이 한 말씀의/천둥 울려주십시오/“내가 알고 있다 내가 참으로 알고 있다”고/오오 하느님’(신의 기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가장 귀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이 가장 귀합니다”

    팔다리 없이 태어난 ‘희망의 복음전도사’ 닉 부이치치(31)가 신간 ‘플라잉’ 국내 출간에 맞춰 방한했다. 호주 출신인 부이치치는 7일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의 한 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을 다시 찾아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돼 다행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세 번째 방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요즘 젊은 세대,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은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고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많이 힘들어한다”며 “저도 슈퍼히어로처럼 보이지만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을 고민할 정도로 힘든 시절도 겪었다”고 말했다. 팔다리가 없어도 서핑에 도전하고, 요리를 하고, 드럼을 연주하며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파해 온 그는 카나에라는 여성과 결혼해 지난 2월 아빠가 됐다. 그는 “너무나 힘든 시기를 가족의 조건 없는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2년 전 심신이 많이 지쳐 있을 때도 아내를 만나서 사랑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 얘기를 ‘플라잉’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부이치치는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내가 세상에서 유일하고 가장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 ‘소설로 벗긴’ 출판시장 갑을 관계

    ‘소설로 벗긴’ 출판시장 갑을 관계

    출판업계에 ‘별종’이 등장했다. 새움출판사 대표, 직원, 작가 등 6명이 돌아가며 직접 쓴 소설 ‘출판 24시’다. 심장을 졸게 하는 반전과 긴장감? 그런 건 없다. 대신 책 한 권을 내놓기까지 겪는 출판인들의 말 못할 고민을 날 것 그대로 발라내 보여준다. “좋은 책을 내면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것과 비슷하다”는 이 ‘장이’들의 진심에는 사재기 논란에서 비롯된 독자들의 불신을 사그라지게 하는 힘이 있다. 출판사들의 왜곡된 출혈 경쟁, 대형·온라인 서점과의 관계 맺기, 작가와의 밀고 당기기 등 책 한 권에 출판계의 ‘갑을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 편집장 해윤은 편집자 3년차 때 일을 때려치울 뻔했다. 편집자를 개인 비서처럼 부리면서도 모욕을 주는 유명 저자, A 교수 때문이다. 해윤의 실제 주인공인 김화영 기획편집1팀장은 “경험담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 유명 작가가 ‘갑질’을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단다. 인세만 봐도 차이는 극명하다. 대형작가는 통상 12~15%인 반면 신인작가는 5~7%. 인세를 아예 떼이기도 한다. 그러니 신인작가로서는 출판사와의 계약서에 쓰인 갑(작가)·을(출판사) 분류에 반기를 들 법하다. 새움출판사로 데뷔한 장현도 작가가 정리에 나섰다. “갑을 관계로 정의되는 관계는 아니에요. 신인으로선 누구라도 나를 받아주기만 하면 고마운 거니까요. 그래서 저는 계약서의 갑, 을이 거꾸로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물론 제가 대형작가가 되면 미묘한 신경전이 생기겠죠. 인세도 15% 요구하고요(일동 웃음).” # 온라인 서점 비브리온의 문학 MD 성미옥 대리는 악명이 높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그녀의 눈 밖에 나면 신간 노출은 꿈도 꿀 수 없다. 마케터 윤식이 담배를 달고 사는 이유다. “막상 쓰고 나니 제가 찌질해 보여서 고치고 싶었는데…(웃음). 온라인 서점에는 광고비를 내도 노출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도 홍보를 안 할 수가 없으니까 해야 하고, 안 나와도 뭐라고는 못하죠.” 윤식의 실제 인물인 윤여민 마케팅부 대리의 멋쩍은 웃음에서 고충이 읽힌다. 대형서점 직원에게도 잘 보여야 산다. 좁다란 매대 안에도 ‘명당’과 ‘흉당’이 있기 때문. 출판사 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안 팔리는 책은 매대에서 빠져 서가로 가고, 거기서도 밀리면 반품 신세가 된다. 최근 출판계는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의 선인세가 16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으로 떠들썩했다. 이처럼 해외 작품의 판권을 쥐고 있는 외국 출판사나 에이전시가 휘두르는 힘도 막강하다. “젊은 시절 에이전시의 (부당한) 행태를 많이 겪어서 외서는 더욱 하고 싶지 않아요. 출판사들이 출혈 경쟁을 하게 된 이번 하루키 ‘사태’는 이런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줬죠. 무리하게 판권을 사도 책이 안 팔려 사세가 기우는 출판사도 많아요. 앞으로는 외서 비중이 줄어들 거라 봅니다(이 대표).” 판을 벌여 봤자 번번이 밑지기 일쑤인 ‘갑을 게임’ 속에서도, 유사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현실에서도 이들이 출판인으로 밥 벌이를 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요즘 세상이 떠들어대는 갑을 논쟁도 이들에겐 무의미하다. 이들의 결론은 간단하다. “좋은 책을 내는 건, 좋은 사람으로 사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전문 직업인은 스펙보다 통합사고력이 중요”

    “전문 직업인은 스펙보다 통합사고력이 중요”

    “전문 직업인은 스펙보다는 통합형 사고를 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폴리텍대학 박종구(55) 이사장은 4일 열린 광주 지역 교육계·산업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 대학은 이런 시대의 요구에 맞춰 튼튼한 기술에 인문학적 사고까지 겸비한 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박 이사장은 “미국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 회장도 ‘창의적인 IT 제품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 있기에 가능하다’고 역설했듯이 기술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창조적 인재’를 키워 내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는 “우리 대학 학생들은 국내 및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같은 직무에 대해서는 최고의 기술을 자랑한다”며 “지금의 융복합 시대에는 개별 부문의 지식만으로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워 인문학 교육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2011년 8월 취임 이후 신간 베스트셀러와 동서고금의 양서들을 확보해 학생들의 꾸준한 독서를 유도했다. 또 인문 교과에 대한 비중도 취임 때 11%에서 현재 18%로 끌어올렸으며, 교양과목 학점도 20학점에서 31학점으로 확대했다. 박 이사장은 “학생들의 해외 취업과 진출을 위해 ‘영어’ 교육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교양영어·토익 등을 필수 과목으로 선정했다. 지난해부터는 자체 연수원을 활용, 원어민이 진행하는 몰입식 영어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무역협회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이 대학 학생들의 해외 취업을 지원한다. 한국폴리텍대학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책특수대학으로 2년 연속 취업률 80% 이상을 기록했다. 박 이사장은 이를 알리기 위해 전국의 고교 교장, 교감, 진로진학 담당교사는 물론 교육감과 지방자치단체장, 기업 대표이사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또 인성교육 중심 수업, 개인맞춤형 진로교육, 다문화가족 청소년 등을 위한 기술대안고교 등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박 이사장은 “이런 다양한 교과와 맞춤형 교육으로 졸업생은 ‘입사와 동시에 실무 투입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취업률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미국 시러큐스 대학원을 거쳐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다. 이어 기획예산처 공공관리단장, 국무조정실 정책차장, 아주대 총장 직무대행,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제2차관 등을 역임한 뒤 2011년 8월 한국폴리텍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日 학문의 시조’ 백제 왕인박사 집대성

    백제의 왕인박사는 5세기 초(서기 405년·백제 전지왕 2년) 일왕의 초청으로 ‘천자문’과 ‘논어’를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아스카문화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다. 일본에선 학문의 시조로 추앙받고 있다. 1995년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들이 선정한 ‘일본의 역사를 만든 101인’에 왕인박사를 앞세운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왕인박사에 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 때문에 실존 자체를 부정하는 일부 문헌사학자들도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왕인박사에 대한 기록이 새롭게 발견돼 주목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왕인박사를 언급한 최초의 우리 문헌은 한치윤의 ‘해동역사’(1814~1823)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이보다 앞선 기록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왕인박사 연구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박광순 전남대 명예교수는 신간 ‘왕인박사 연구’(주류성)에 실은 논문 ‘왕인박사 연구의 현대적 의의’에서 ‘해동역사’보다 약 2세기 앞서 작성된 조선통신사 종사관 남용익의 ‘부상록’ 중 ‘문견별록’(1655.6~1656.2)에서 왕인박사를 언급한 대목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효종 때 문신 남용익이 정사 조형의 종사관으로 일본을 다녀오면서 기록한 문헌에 ‘을사년에 백제가 왕자 왕인을 보냈다’고 적은 게 왕인이라는 인물이 등장한 최초의 기록이 아닌가 한다”고 했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추사 김정희의 시문집 ‘완당전집’(1868) 중 ‘잡지’에 등장하는 왕인에 대한 기록이다. “일본 문자의 연기(緣起)는 백제의 왕인으로부터 시작됐으며 그 나라 글은 그 나라의 일컫는 바에 의하면 황비씨(黃備氏)가 제정했다고 한다.”(24쪽) 박 교수는 “추사가 이 글에서 일본에 남아 있는 고경(古經) 가운데 특히 ‘상서’(尙書)의 검증을 통해 왕인이 실존 인물이라고 확실히 단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왕인박사 연구를 집대성한 ‘왕인박사 연구’는 왕인박사현창협회와 부설 왕인문화연구소가 창립 40주년을 맞아 지난 연말 회원 공부를 위해 한정판으로 출간한 논문집을 보완한 것이다. 고인이 된 김영원 전 조선대 교수, 다케스에 준이치 일본 후쿠오카대 교수 등 12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에누리 없는 책값, 동참해 주세요

    ‘책은 제값 주고 사면 안 된다는 편견은 버립시다!’ 최근 사재기 파문으로 독자들의 불신이 깊어진 가운데 다음 달 1~2일 대학로에서 특별한 도서전이 열린다. 돌베개, 후마니타스 등 인문사회과학출판인협의회(인사회) 소속 34개 출판사가 ‘지식+공감 도서문화제’를 기획했다. 이번 도서문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도서를 할인 없이 완전 정가에 판매한다는 것이다. 신간은 물론 구간도 모두 정가에 판다. 주최 측은 “사재기 사건으로 이런저런 말이 많고, 도서정가제가 사재기 근절의 한 대안으로 떠오르는 지금, 책으로부터 돌아선 독자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처음으로 할인 판매 없는 도서전을 기획했다”고 28일 밝혔다. 이어 “그동안 도서전은 ‘대형 출판사가 중심이 되어 도서를 할인 판매하는 행사’로 치부되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도서전은 일반적으로 퍼져 있던 도서전에 대한 이미지를 재고하고, 도서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매된 도서의 정가 10%는 기부금으로 적립된다. 기부금은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웃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저자들의 릴레이 강연 등 행사도 다채롭다. 시사만화가 박재동,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홍세화 전 진보신당 상임대표, 욤비 토나, IT 평론가 김국현, 임경선 작가, 사기 전문가 김영수, 야스다 고이치 작가, 김진호 목사 등이 독자들과 만난다. 출판사 에디터 등이 결성한 ‘마감중에 모인 출판장이 밴드-얼토당토’의 공연도 펼쳐진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동화 ‘모모’에 숨은 이야기가 ‘돈의 맛’이었다?

    동화 ‘모모’는 시간을 훔치는 도둑과 그 도둑이 훔쳐간 시간을 찾아주는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의 서평가들도 현대인이 여유 없는 생활에 쫓기며 시간을 잃어버렸다는 점을 환기시키는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정작 작가 미하엘 엔데는 “너무 외면적이고 표면적인 부분만 거론되는 것 같다”고 말해왔다. 화폐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하려 했는데 그것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엔데는 평소 현대사회가 돈이라는 질병에 걸려 있으며 자연파괴, 전쟁, 빈곤, 실업 등의 문제가 ‘화폐의 기괴한 자기 증식’과 ‘상품으로 매매되는 돈’에 관련돼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돈에 이자가 붙으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시간이 시간을 낳은 환상적인 모습’으로 묘사했으며 이자로 손쉽게 살아가는 이자 생활자를 회색 신사에 비유했다. 이처럼 엔데는 작가뿐만 아니라 문명 비판가이자 사상가로도 활동했다. 1980년쯤 취리히에서 열린 경영인 회의에 초대받은 엔데는 그 자리에서 “100년 뒤의 사회가 어떠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인간의 삶에서 경제활동과 무관한 것은 하나도 없으므로 모든 문제의 근본이 ‘돈’에 있다고 본 엔데는 경제를 움직이는 경영인들이 자식이나 손자를 위해 어떤 미래상을 그리고 있으며, 또한 어떤 경제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이때 들은 대답은 “연 3% 이상 성장하지 않으면 파멸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엔데는 이렇게 눈앞의 ‘성장’에만 사로잡힌 현대인의 경제관에 대해 이미 제3차 세계대전은 시작됐으며 특히 이 전쟁은 영토나 종교를 둘러싼 전쟁이 아니라 우리들 자손을 파멸로 몰고 갈 ‘시간의 전쟁’이라고 경고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화폐 시스템의 문제를 인식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없거니와 후손들이 지구에서 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간 ‘엔데의 유언’(가와무라 아쓰노리 외 지음, 김경인 옮김, 갈라파고스 펴냄)는 이러한 엔데의 대안적 경제사상을 깊이 다루고 있다. 아울러 엔데에게 많은 영감을 준 루돌프 슈타이너, 실비오 게젤 등 선구적 사상가들을 흥미롭게 추적한다. ‘모모’ 같은 판타지를 통해 현재의 돈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후손들에게 남겨 주고자 했던 엔데의 유언을 통해 다음 세대들을 위한 새로운 경제적 사조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엔데의 문명 비평가이자 사상가로서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1만 5000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넌 무슨 상상하니?(정옥 글, 정은희 그림, 샘터어린이 펴냄) 세상 모든 것들의 상상을 돕기 위해 마녀가 되려는 아홉살 소녀 송송. 좌충우돌 마녀 수업을 통해 자유롭게 상상하는 즐거움을 깨닫는다. 할머니의 품을 떠나 설문대 할망과 제주에서 마법 여행을 하면서 꿈을 이루고 싶어 하는 다양한 존재를 만나게 된다. 날개를 갖고 싶은 구름, 헤엄치는 꿈을 꾸는 바위 등이다. ‘사회’라는 무리에서 무시되기 쉬운 개성의 소중함을 다룬다. 꼬마 마녀 송송 시리즈의 두 번째 책. 1만원. 서울 방귀쟁이 시골 방귀쟁이(임정자 글, 최용호 그림, 별숲 펴냄) 10여년간 동화를 써온 임정자 작가가 아끼고 아껴온 옛이야기 5편을 골랐다. 저마다 재미가 가득하고 조상들의 귀한 삶의 철학을 담았다. ‘서울 방귀쟁이 시골 방귀쟁이’를 읽으면 실실 웃음이 나오고, ‘한뼘이의 호랑이 사냥’과 ‘삼두구미를 이긴 막내딸’에선 마음 맑고 씩씩한 주인공의 신나는 모험에 짜릿해진다. ‘논두렁으로 종가래 끌고 가는 자는?’과 ‘이야기 주머니’는 귀한 깨달음을 던진다. 9800원. 후와 하나와 소(이와무라 가즈오 지음, 김숙 옮김, 북뱅크 펴냄) 토끼 오누이인 후와 하나. 하루하루가 놀람과 발견의 연속이다. 처음 만난 소를 바라보며 기가 질리고, 그런 소가 얌전하게 풀을 뜯는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란다. 커다란 소와 작은 토끼가 엄마 젖을 먹고 자라는 것까지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후와 하나는 소의 뱃속에 있는 아기를 조심스럽게 부르며 생명의 신비도 배워간다. ‘생각하는 개구리’의 저자 이와무라 가즈오의 신간. 1만원.
  • 아이 구했다고 해고… 法의 판단은?

    아이 구했다고 해고… 法의 판단은?

    “아이를 구한 죄로 해고당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월마트에서 해고된 셜리 개스퍼의 일성이다. 개스퍼는 사진 현상소에서 일하다가 대마 잎사귀와 마리화나가 나뒹구는 곳에 아기가 기어다니는 사진을 현상했다. 직감적으로 아기의 위험을 감지하고 지역 경찰에 문제의 사진을 제공했다. 경찰이 찾아낸 아기는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아이는 구제됐다. 그런데 개스퍼는 월마트에서 해고됐다. 특정 사진을 경찰에 넘기기 전에 먼저 매장 매니저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재판에 선 두 당사자는 모두 ‘이유있는’ 항변을 했다. 개스퍼는 “분명히 아기가 위험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즉시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월마트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규정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직원이 문제가 없는 사진도 충동적으로 경찰에 신고할 우려가 있다”고 대응했다. 이런 복잡하고 난처한 사건을 해결하고 이해관계를 풀어내기 위해 마련된 장치가 사법체계이다. 그런데 바로 그 법 테두리 안에서 결국 개스퍼는 직장을 잃었다. 법원 배심원단이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월마트의 손을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명백한 선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딜레마를 웅변한 사례다. 미국의 법학자 스티븐 러벳 노스웨스턴 법학대 교수는 신간 ‘정의가 곧 법이라는 그럴듯한 착각’(조은경 옮김, 나무의철학 펴냄)에서 “정의의 실현과 법의 역할이 과연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진단한다. 러벳 교수는 ‘법과 정의의 딜레마’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으로 유명한 아일랜드의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적시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많다.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하며 젊은 시절 영재로 주목받았고,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투지를 보여주었다. 문화계 보수주의자들에게는 퇴폐적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성을 무분별하게 탐닉했다. 애정행각이 발각된다 해도 자신의 매력과 기지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믿었다. 또한 법정에서 상대보다 자신들이 한 수 위라고 생각했고 자신들이 한 거짓말을 변호사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폴라 존스는 클린턴이 아칸소 주지사로 일할 당시 자신을 성희롱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클린턴은 능력 있는 변호사 로버트 베넷에게 변호를 맡겨 공격적인 소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존스 측 변호인단도 만만찮았다. 그들은 의외의 인물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모니카 르윈스키다. 베넷은 르윈스키가 증인으로 나선 것에 대해 클린턴에게 물었으나 “모른다”는 답으로만 일관했다.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증언 선서를 한 클린턴은 모니카 르윈스키와 단둘이 있은 적도, 성관계를 맺은 적도 없다고 차분히 거짓말을 했다. TV에서도, 대배심 증언에서도 거짓말로 위기를 벗어나려고 했다. 결국 르윈스키와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클린턴은 1년간 정치적으로 추락했고,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된 대통령이 됐다. 오스카 와일드의 실수는 더 치명적이었다. 당시 금지됐던 동성애로 법정에 서게 된 그는 자신의 변호사에게서 남색과 관련해 “엄숙하게 맹세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오스카 와일드가 그런 거짓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재판도 없었고 중노동 2년형을 선고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2006년 10월 지나 무하마드는 미시간주 햄트랙 법정에 들어설 때만 해도 자신의 종교 때문에 소송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법원에서 진실 여부를 따져야 할 것은 엔터프라이즈 렌터카가 무하마드에게 2750달러 규모의 트럭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법원에서 핵심 문제는 보수적인 무슬림인 무하마드가 쓴 니캅이었다. 파룩 판사는 “배심원들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 니캅을 벗으라고 요구했지만, 무하마드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버텼다. 결국 사건은 기각됐다. 러벳 교수는 학교 교실과 법정을 떠들썩하게 만든 명왕성 논쟁, 작은 소란을 인종차별로 부풀린 하원의원 매키니, 사소한 오리사냥에서 에너지 정책 로비 의혹을 부른 딕 체니 부통령, 보스턴 대교구 성직자 성추행 사건 등 논쟁을 불러일으킨 역사적 재판들을 나열했다. 그리고는 “사법체계에서 주요 참여자로 활동하는 의뢰인, 변호사, 판사 등이 선의를 갖고 있다 해도 올바른 정의란 실현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정의한다. 어느 것이 선이며 악인지, 어떤 가치를 더 우선시해야 하는지 명쾌한 견해도 덧붙였다. 한편의 법정드라마를 보여주듯 화제 사건의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책의 갈피갈피에 ‘법과 정의의 딜레마’가 어떻게 줄타기를 하는지, 이를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숨겨져 있다. 1만 6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엄벌과 관용의 활용법

    ‘논어’의 ‘위정편’에 담긴 내용 한 토막을 들여다본다. ‘백성을 법령으로 이끌고 처벌로 다스리면 백성이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모르게 된다. 이와 반대로 백성을 덕으로 이끌고 예의로 다스린다면 백성이 부끄럽게 여겨 바르게 된다.’ 백성을 법으로 강제하고 잘못과 일탈을 처벌하는 데에만 골몰하면 백성은 그저 이를 피하려고 하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니, 도덕 교화를 통해 부끄러움을 알도록 한다면 저절로 착한 경지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조선 후기의 사회질서는 어떠했을까. 도덕정치가 더욱 강조되면서 엄형보다는 교화와 감형이 선호됐고 죄인을 심리하는 흠휼(欽恤·죄수를 신중하게 심의함)에서 관용이 남발됐다. 이에 다산 정약용은 ‘흠흠신서’를 지어 흠휼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고자 했다. 당시 법관들이 흠휼이라는 말에 홀려 사람의 죄를 무조건 너그럽게 용서해야 한다고만 생각하다가 법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음을 지적했다. 아울러 인명에 관한 일은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처리하라는 뜻에서 ‘흠흠신서’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신간 ‘정약용, 조선의 정의를 말하다’(김호 지음, 책문 펴냄)는 시대를 앞서간 위대한 선각자 다산의 ‘흠흠신서’를 들여다보면서 다산이 꿈꾼 정의로운 나라의 모형과 그가 말하고자 했던 정의에 대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흥미롭게 정리했다. 조선 후기에는 정치적 혼란으로 백성은 도탄에 빠졌고 계층 간의 갈등은 심화했다. 다산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어나가려면 중앙 관료들은 물론이고 지방의 관리들까지 솔선수범하고 도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의로운 사회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정의로운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아져야 가능한 일임을 강조했다. 이런 다산의 절절한 마음이 오늘날까지 울리는 이유는 우리 모두 공정한 사회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폭력과 불의에 고통받는 것을 보면 다산이 정의의 문제로 고민하던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름이 없는 듯하다. 정의가 흐릿하고, 금권이 판치는 요즘 세상을 보면 다시 한번 다산이 꿈꿨던 정의를 생각하게 한다. 백성이 소송을 통해 억울함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를 몇 가지로 정리했는데 그중 첫 번째가 주먹이 법보다 가까웠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정의로운 정치는 사건을 먼저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조사한 뒤 엄한 형벌을 적용하고, 관용을 적절하게 베풀 때 가능해진다는 대목 등에서 울림이 크다. 2만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 특허는 기술발전에 약인가 독인가

    리처드 스톨먼이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인공지능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이 청년은 1982년 ‘소스코드 공유’라는 생각에 불씨를 지폈다. 1970년대 대학가에서 무료로 배포되던 컴퓨터 운영체제인 ‘유닉스’를 대기업인 AT&T가 상용화하려 할 무렵이었다. 유닉스는 MIT와 AT&T 벨연구소의 합작품이었다. 스톨먼은 1983년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독점 추세에 반발,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을 설립한다. 카피레프트운동의 출발점이다. 이어 핀란드 청년인 리누스 토발즈가 합세했다. 1991년 ‘리눅스’를 개발한 뒤 3년 만에 누구나 무료로 사용하도록 개방했다. 1998년 11월, 독점금지 소송에 휘말린 마이크로소프트(MS)는 역설적이게도 ‘앙숙’인 리눅스를 언급해 변론에 나선다. 자사의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우’가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지 않다는 증거로 말이다. 신간 ‘지식 독점에 반대한다’(에코리브르 펴냄)는 최근 산업계 전반에 부는 특허권과 저작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애플과 삼성이 특허권을 둘러싼 소모적 소송전을 이어가며 기술시장이 시끌벅적한 탓에 관심이 더 간다. 저자인 미셸 볼드린과 데이비드 K 러바인은 “지적 재산권이 발명과 창의성이란 열매를 맛보기 위한 필요악이냐”는 질문에 단호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들은 증기기관을 발명한 제임스 와트의 신화까지 들먹인다.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한 최초의 사람은 아니다. 1712년 토머스 뉴커먼이 만든 증기기관을 참고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덧붙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뉴커먼의 증기기관을 수리하던 와트는 분리된 용기에서 스팀을 응축해 확장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1769년 1월 특허권을 획득한 와트는 이후 자신의 증기기관에 대한 특허권 연장과 강화에 몰두한다. 1790년대 성능이 한층 강화된 증기기관이 등장했지만 개량자인 혼블로워는 와트에 의해 고발당해 감옥에 갔다. 와트도 더 나은 성능의 증기기관을 만들려다가 특허권 제도의 방해를 받았다. 제임스 피커드의 크랭크와 플라이휠을 조합해 효율적인 회전축을 만들려 했으나, 이 같은 노력은 피커드의 특허가 만료된 1794년 이후에나 가능했다. 와트의 특허가 만료된 1800년 이후 30년동안 영국의 증기기관 수요는 5배 이상 늘어나며 봇물을 이뤘다. 저자들은 “와트가 더 나은 기술 개혁이 아닌 법률 제도를 악용해 선두를 지켰다”고 비판했다. 특허의 독점권을 없애야 경쟁이 치열해지고, 혁신과 창조가 가능하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한다. 예컨대 음악 저작권은 음악가들의 생계유지와 관련해 순기능이 더 강하지만, 에이즈 치료제의 특허 독점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서 에이즈 치료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역기능이 더 클 수도 있다. 저자들의 논리를 차분히 좇아가다 보면 ‘양날의 칼’로 알려진 지식 독점에 대해 다양성 시각을 꿰차게 될 것이다. 2만 30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트라우마 한국사회’ 펴낸 김태형씨

    [저자와의 차 한잔] ‘트라우마 한국사회’ 펴낸 김태형씨

    개인이건, 집단 공동체인 민족과 국가이건 크고 작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게 마련이다. 심리학에서 ‘정신적 외상’으로 정의하는 트라우마는 대개 과거의 큰 사건과 충격에서 비롯된다. 그렇다고 할 때 역사·정치적으로 격동의 변혁과 상처를 숱하게 겪었던 한국은 더 많은 트라우마를 갖고 있을 것이다. 독일 경제학자 홀거 하이데가 ‘상대적으로 한국사회의 집단 트라우마가 심하다’고 지목한 것도 우연은 아닐 성 싶다. 신간 ‘트라우마 한국사회’(김태형 지음, 서해문집 펴냄)는 깊은 ‘마음의 병’에 빠진 한국사회를 바로 그 트라우마라는 키워드로 진단한 책이다. “지금 한국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요. 문제는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 치료하기 어렵고 오래 걸린다는 것이지요.” 물론 저자 김태형(48)씨가 말하는 그 마음의 병은 트라우마다. “지금 돌풍이 일고 있는 힐링은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개인적인 몸부림에 불과해요. 아픔과 고통의 근본인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개인 치유와 회복이 근본적인 방법일까요.” ‘트라우마 한국사회’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프리랜서로 활약 중인 저자가 2010년 큰 반향을 일으켰던 ‘불안증폭사회’에 이어 낸 우리 사회 심리보고서 후속편. 그의 진단대로라면 한국 사회는 온갖 트라우마로 얽혀 있다. 그 대표적인 트라우마의 사슬은 세대, 계층, 중심과 변방의 분열이다. 이를테면 유년기부터 반복된 좌절을 경험한 1950년대생은 ‘좌절 트라우마’,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1960년대생은 포기할 수 없는 청년기의 꿈으로 인한 ‘미완성의 트라우마’, 세계관과 인생관의 혼란을 겪는 세계화 세대인 1970년대생은 ‘혼돈 트라우마’, 공부기계에서 이른바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세대’가 된 1980년대생은 누적된 공포감으로 인한 ‘공포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그 사슬처럼 얽힌 트라우마의 구조는 지난 대선 결과와도 무관치 않다고 한다. “유년기부터 중년기까지 지속적으로 좌절을 맛본 ‘좌절세대’인 50년생은 대세를 따라 움직였고, ‘변방 트라우마’로 대변되는 충청·강원 주민들이 여권에 표를 던졌지요. 부자 열망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월감 트라우마’에 빠진 자영업자와 보수세력 역시 여권으로 쏠린 셈이지요.” 결국 각 세대, 계층, 분단, 지역의 문제가 낳은 트라우마가 선거의 결과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갈라지고 흩어진 트라우마의 원인은 바로 왜곡된 역사가 낳은 아픔이다.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군부독재로 이어진 한국 현대사가 한국인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지요.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돈과 경제 중심의 신자유주의 광풍에 휩싸이면서 갈가리 쪼개진 게 아닐까요.” 김태형씨는 우리 사회의 트라우마가 이제 폭발 직전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이대로라면 과거 히틀러 같은 광적인 독재자를 광신적으로 추앙하는 비극을 부를 수도 있어요. 극단의 무감각과 혼돈에 휩싸이는 국민의 정신건강도 문제가 될 수 있죠.” 그래서 이번 정권이 그런 트라우마의 치유에 중요한 단초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고 거듭 말한다. 그 갈라지고 흩어진 마음의 병은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놀랍게도 그는 어찌 보면 평범한 해법이랄 수 있는 소통과 화합을 먼저 입에 올린다. 그 선결 과제는 모든 트라우마의 피해자들이 지금 상태에 매이지 않는 ‘냉철한 자기 보기’이다. “나 스스로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 있는 변화와 변혁의 주역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해요. 휘둘리고 의존하는 순응의 비굴함이야말로 악성 트라우마를 고착화하는 주범이지요. 생각을 바꿀 때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소통과 화합의 치유가 제대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 사진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디자인이 창조의 열쇠다”

    평소에는 스카프처럼 목에 걸쳐져 있다 사고가 나면 에어백처럼 부풀어 오르는 ‘에어백 헬멧’, 오지에 사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한 휴대용 정수기… 새로운 디자인이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 사례들이다. 정경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신간 ‘욕망을 디자인하라’(청림출판 펴냄)에서 “디자인은 단순히 겉을 아름답게 치장하는 화장술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혁신의 도구”라고 말한다. 저자는 세계 여러 기업과 도시들의 혁신적인 디자인 사례를 소개하고 디자인이 경영과 결합해 어떤 효과를 발휘하는지를 짚었다. 혁신에 필요한 것은 시장 조사나 뛰어난 기술을 넘어선 ‘디자인적 상상력’이라고 강조한다. 개별 기업의 제품과 로고에서 도시의 건축물, 크게는 국가 브랜드까지 기존의 것에 특별함과 가치를 더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의 힘이라는 것이다. 최근 ‘창조경제’가 국정기조로 제시된 가운데 저자는 디자인이 창조 산업의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일상 속에서 디자인적으로 사고를 하는 방법을 일반 독자가 알기 쉽게 소개했다. 1만 6000원.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는다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는다

    이번에도 700여쪽이다. 두 전작과 마찬가지로 쪽수 압박이 상당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76) 미국 UCLA 지리학 교수의 신간 ‘어제까지의 세계’(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 얘기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누군가. 대학생들이 소설보다 더 많이 대출해서 읽는다는 교양인문서 ‘총, 균, 쇠’의 저자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세계적인 문화인류학자다. 그가 10년 만에 돌아왔다. 50년에 걸친 문화인류학적 탐사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어제에서 내일의 답을 찾았다는 것이다. 전통사회와 현대사회를 아우르는 성찰의 깊이로 보나 대중성으로 보나, 책 두께가 만만치는 않지만 도전해볼 만하다. ‘어제까지의 세계’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문명대연구 3부작’의 완결판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전작들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1997년에 낸 ‘총, 균, 쇠’(2005년, 김진준 옮김, 문학사상 펴냄)에서 다이아몬드 교수는 인류 역사의 탄생과 진화에 천착했다. 인디언의 땅인 북아메리카는 미국과 캐나다로 바뀌고, 아스텍과 잉카 문명의 발상지 중남미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통치 아래 있었던 민족 변화사를 탐구하면서 질문을 던진다. ‘민족의 발달 속도 차이는 어디에서 생기는가.’, ‘어떻게 유라시아 민족이 다른 민족을 지배할 수 있었나.’ 1만 3000여년 동안 진행된 전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군사적 불균형을 군사력과 무기(총), 천연두와 인플루엔자(균), 기술(쇠)로써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질문의 답을 찾아간다. 1998년 미국 퓰리처상을 받고 세계적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총, 균, 쇠’에서 문명의 차이를 다루었다면 ‘문명의 붕괴’(2005년, 강주헌 옮김, 김영사 펴냄)에서는 문명의 몰락 과정을 심도 있게 파헤친다. 이번 질문은 “과거의 위대한 문명사회가 붕괴해서 몰락한 이유는 무엇이고 그들의 운명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이다. 로마 제국과 오스만튀르크 제국, 마야 문명, 르완다, 아이티, 중국 등 화려한 문명을 꽃피웠지만 완전히 몰락한 사회와 20세기 들어 붕괴 조짐을 보이는 곳을 조명했다. 책에서 꼽은 붕괴의 원인은 환경 훼손으로 인한 자연 재앙, 이웃 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사회문제에 대한 구성원의 위기 대처 능력 저하 등이다. 책은 암울한 미래를 말하는 듯하지만 희망과 생존의 해법도 함께 담았다. “과거의 성공사례를 통해 오늘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교수가 10년 만에 낸 ‘어제까지의 세계’는 필연적인 파생작이다. 전작에서 말한 ‘과거의 성공사례’를 ‘전통사회’에서 찾고, 600만 년의 지혜를 지키고 있는 전통사회를 세세하게 탐구한다. 뉴기니 원주민, 아프리카 !쿵족, 알래스카 이누피아크족, 아마존 야노마모족, 필리핀 아그타족 등 39개 부족사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통사회를 들여다보면서 ‘지속가능한 문명’보고서를 완성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전통사회가 우리의 관심을 끌고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조상들이 실질적으로 수만년 동안 살아온 특징들이 그 사회에 간직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그렇다고 마냥 낭만적인 면모만 조명하지는 않았다. 영아살해, 고려장, 굶주림, 환경훼손 등 현대사회에는 충격적일 수 있는 전통사회의 풍습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럼에도 저자가 전통사회에 주목하는 것은 “아이들을 키우고 노인을 대하는 방법, 건강을 유지하고 대화를 나누며 여가 시간을 활용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 등 전통적인 관습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상당한 이득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책에는 친구와 적, 평화와 전쟁, 어린아이와 노인, 종교와 언어 등 아홉 가지 주제로 나눠 설명한다. 이 중 ‘양육’과 ‘평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저자는 전통사회의 양육 방식이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두뇌발달에 더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쿵족을 예로 들어 서너 살 때까지 모유 수유를 하면서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소개한다. 전통사회의 육아는 노인 능력의 활용으로도 연결된다. 조부모가 육아에 관여하면서 아이의 부모가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전통사회에서 아이들은 진흙으로 가축 우리를 짓고 목축을 하며 장난감 그물과 작살을 만들어 논다. 성인의 삶과 아이들의 놀이가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형태다. “일부 현대 국가에서는 기초적인 삶까지도 노골적인 교육이 필요한 지경”이라고 지적한 저자는 “수렵채집인들의 양육법이 우리에게 색다르게 보이지만 해롭지는 않고, 그런 양육법이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인들의 사회를 만들어 내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들의 양육법은 삶을 즐기면서도 커다란 역경과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시민을 키워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분쟁 해결 과정에서도 전통사회는 당사자 간 협상이 먼저다. 평화적인 협상과 화해가 가능한 것은 이들 사회에서는 당사자가 어떤 형태로든 개인적인 관계로 연결되거나 평생 얼굴을 마주치며 살아야 하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잘잘못을 따지는 현대사회의 분쟁 해결 방법과 관계의 회복을 우선시하는 전통사회의 방식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식이 무엇인지 곱씹게 한다. 위기에 처한 현대문명에 대한 해법을 어제의 전통사회에서 찾는 것은 미개의 시대로 되돌아가 자연인으로 살라는 것이 아니라, 내 방식만이 유일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면 그 속에 길이 있다는 의미로 다가온다. 2만 9000원.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저자의 파란만장한 일대기 유럽 정치·문화사 증언록

    2010년 만 93세에 쓴 ‘분노하라’는 책은 프랑스에서 출간 7개월 만에 200만부를 포함, 지금까지 3500만부가 팔리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얇은 책 한 권으로 세상의 온갖 불의에 맞서 용감히 저항하고 연대할 것을 호소해 세계에 크나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 까닭은 뭐니뭐니해도 저자의 힘에 있다. 슈테판 에셀은 1917년 독일 베를린에서 태어나 2013년 2월 파리의 자택에서 한 세기 가까운 기나긴 삶을 마감했다. 유대계 작가인 아버지, 화가이자 예술애호가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에셀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로 활동하다 1944년 체포돼 사형선고까지 받았으나 사망자와 이름을 바꾸며 극적으로 탈출해 목숨을 건졌다. 종전 후 외교관의 길을 걸어 1948년 유엔 세계인권선언문 초안 작성에 참여하고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 유엔 인권위원회 프랑스 대표 등을 역임했다. 그는 생전에 ‘사랑을 사랑하기’를 외쳤고 국경 없는 시민, 헌법 없는 유럽인, 당파 없는 투사, 한계 없는 낙관주의자로 지냈다. 신간 ‘세기와 춤추다’(슈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김희진 옮김, 돌베개 펴냄)는 20세기 유럽을 온몸으로 살았던 저자의 파란만장한 일대기이자 유럽의 정치·외교·문화·지성사의 증언록이다. 나이 80대에 주변 지인들의 우정어린 압력(?)에 못 이겨 집필한 회고록이다. 20세기 식민지들의 연이은 독립, 끝없는 분쟁, 인종 갈등, 냉전 등의 다큐멘터리를 치열하게 다루고 있다. 여기에 독특한 개인사와 어우러진 것이 더욱 흥미롭다. 올랑드 대통령의 추도사와 에셀이 주로 활동했던 지역인 유럽, 아프리카 등의 지도를 곁들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1946년 외무부 시험에 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저자는 샤를 드골, 피에르 망데스 프랑스, 조르주 퐁피두, 지스카르 데스탱, 프랑수아 미테랑, 피에르 모루아, 미셸 로카르 등 당대 최고 권력자들 밑에서 국제사회 관련 일들을 맡아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다. 행동하는 유럽 지성의 전위로서 알제리 전쟁기간에는 알제리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한편 불법 이민자 문제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내용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2011년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선정한 세계의 대표적 사상가 명단에 올랐다. 2만원. 김문 선임기자 k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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