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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곤층 울린 ‘살인 더위’… 공범은 사회다

    빈곤층 울린 ‘살인 더위’… 공범은 사회다

    폭염사회/에릭 클라이넨버그 지음/홍경탁 옮김/글항아리/472쪽/2만 2000원심상치 않은 여름이다. 전국을 덮친 폭염이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 강원 홍천이 41.0도로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서울의 올해 폭염일수도 지난 8일까지 모두 24일로 역대 최고를 찍었다. 7월 한 달간 주민등록상 사망자 수 역시 역대 가장 많았다. 폭염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추정된다.시계를 돌려보자. 1995년 7월 14일부터 20일, 장소는 미국 시카고다. 41도가 넘는 날이 이어지며 일주일간 무려 739명이 사망한다. 구급차는 부족하고, 병원은 자리가 없어 환자를 거부한다. 시신 안치소는 꽉 차버렸다. 밀려오는 시신을 더 받지 못할 정도다. 사태의 주범은 물론 폭염이었다. 이틀 연속 46도가 넘는 고온에 도시 열섬 현상까지 동반했다. 그러나 폭염이 사태의 유일한 원인이었을까.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16주에 걸쳐 이 사태를 조사한다. 그리고 주범 외에 공범이 있었음을 밝혀냈다. 신간 ‘폭염사회’는 1995년 시카고 폭염 사태의 원인을 추적한 결과물이다. 저자는 단순 자연재해를 넘어 이 사태에 사회적 요인이 있었는지 살폈다. 우선 폭염으로 어떤 사람이 죽었는지부터 알아봤다. 몇 개의 키워드가 도출됐다. ‘1인 가구’, ‘노인’, ‘빈곤층’이다. 당시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 독거노인 수가 급증하던 터였다. 이들 대부분 노인 임대주택이나 원룸주거시설에 살았다. 냉방장치는 노후하거나 부실했다. 일부 원룸 호텔은 형편없는 시설 때문에 ‘인간 축사’로 불릴 정도였다. 독거노인은 몸이 불편해 외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남성 노인들은 인간관계가 매우 제한적이고, 사회적 접촉이 적었다. 가족과 교류도 끊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사망자들은 집이 불가마처럼 뜨거워져도 밖에 나가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나가지 ‘못했다’. 저자가 비교한 두 개의 마을 사례는 이를 잘 보여 준다. 시카고의 노스론데일과 리틀빌리지는 길 하나를 두고 인접한 마을이다. 독거노인, 빈곤층 노인 수가 비슷하다. 그러나 당시 폭염 사망자 수는 큰 차이를 보였다. 노스론데일은 19명이 사망했지만, 리틀빌리지는 2명뿐이었다. 노스론데일은 1950년대 이후 공업이 쇠퇴하면서 우범 지역으로 전락한 곳이다. 각종 폭력 범죄는 물론 동네에서 빈번하게 마약거래가 일어나기도 했다. 반면 리틀빌리지는 상업 활동이 왕성했다. 거리는 번화했고, 범죄율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노스론데일 주민들이 방에서 폭염을 홀로 견딜 때, 리틀빌리지 주민들은 폭염을 피해 거리로 나와 쇼핑을 즐기고 이웃과 교류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이 개인과 주변 환경만의 문제였을까. 당시 정부는 뭘 했을까. 시카고시 수석 검시관 에드먼드 도너휴가 폭염 초과 사망자 수를 보고하자 시 당국은 “과장하지 말라”며 늑장 대응했다. 폭염 기간에 응급 환자를 수송할 구급차와 구급대원이 부족했는데, 시 정부는 제때 인력과 차량을 지원하지 않았다. 폭염이 지나고 나서는 시는 책임을 회피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저자는 언론이 제 역할을 다 했는지도 조사했다. 폭염 초반 소화전을 고의로 터뜨려 물을 뿜어내게 하는 청년들의 장난을 다루다가 ‘시카고 트리뷴´과 같은 언론사 일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자 언론은 그제야 보도 방향을 바꾼다. 그러나 대부분 언론사는 시체 안치소에 카메라를 대놓고 자극적인 화면만 연방 보여 줬다. 저자는 언론사 대부분이 마감에 쫓겨 자극적인 뉴스만 내고, 심층 취재나 사회학적 요인을 분석한 뉴스는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장소를 취재한 결과 이 사태에 개인, 가족, 지역사회,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정부 기관, 근시안적인 보도를 일삼은 언론 매체가 복합적으로 얽혔다고 결론 내린다. 1995년 시카고 폭염은 자연재해이긴 하지만 사실상 사회적 재해이기도 했다는 뜻이다. 기후 관련 단체들은 앞으로 최고기온이 더 높아지고, 더운 날이 더 많아지며, 전 지구적으로 폭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99%에 이른다고 경고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995년 시카고와 지금의 우리가 처한 상황은 닮은 구석이 많다. 대부분 이 여름이 지나면 ‘2018년 여름은 참 더웠지’ 하며 넘길지 모른다. 그러나 책은 단호히 경고한다. 그래선 안 된다고.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씨줄날줄] 곰돌이 푸와 시진핑/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곰돌이 푸와 시진핑/이순녀 논설위원

    ‘곰돌이 푸’가 ‘워너원’보다 강했다.지난 5월 초 국내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소개하는 기사 제목이다. 월트디즈니 만화 캐릭터 ‘곰돌이 푸’의 삽화와 메시지를 담은 책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가 인기 정상의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포토에세이 신간을 누르고 베스트셀러 1위를 탈환했다는 내용이었다. 아이돌 그룹의 사진집은 사전 예매 단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 때문에 출간과 동시에 1위 등극은 떼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 그런데도 곰돌이 푸가 한 주 만에 워너원을 제쳤다는 건 그만큼 인기가 대단하다는 방증이다. 곰돌이 푸는 올 상반기 국내 출판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히트 상품이다. 지난 3월 출간된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는 6월 중순까지 두세 번을 제외하고 꾸준히 1위를 지켰다. 5월에 나온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7월 마지막 주 교보문고 순위에선 각각 4위, 17위다. 인기의 비결은 추억과 힐링이다. 영국 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이 1926년에 펴낸 동화 ‘위니 더 푸’를 바탕으로 1977년 디즈니가 만든 곰돌이 푸 캐릭터는 1990년대 들어 국내에 소개되면서 지금의 30~40대들에겐 추억 속 친구 같은 반가운 존재다. 책에서 교훈보다는 위로와 공감을 얻으려는 독서 트렌드도 곰돌이 푸가 사랑받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언제나 여유와 미소를 잃지 않는 ‘긍정의 아이콘’ 곰돌이 푸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잠시나마 팍팍한 현실을 잊고 위안을 얻는다. 최근 중국에서도 곰돌이 푸가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이유에서다. 곰돌이 푸 캐릭터가 등장하는 디즈니 영화 ‘크리스토퍼 로빈’이 중국에서 상영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당국의 검열과 통제 논란이 빚어졌다. 한국에선 오는 10월 ‘곰돌이 푸 다시 만나 행복해’라는 제목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리포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상영 불가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푸 캐릭터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풍자하는 소재로 사용되는 점을 의식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에서 곰돌이 푸의 수난은 구문이다. 2013년 시 주석이 방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나란히 걷는 모습을 푸와 그의 호랑이 친구 티거로 패러디한 콘텐츠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인기를 끌자 중국 정부는 검색어 차단에 나섰다. 지난 2월 시 황제 등극설이 나돌 때는 왕관을 쓰고, 빨간색 망토를 두른 푸의 그림이 유행했다. 지도자에 대한 풍자를 용납하지 못하는 경직된 문화를 고수하는 한 중국이 진정한 대국으로 존중받기는 어렵지 않을까. coral@seoul.co.kr
  • 게으르면 좀 어때! 원하는 대로 살아!

    게으르면 좀 어때! 원하는 대로 살아!

    #1. 날씨가 더우니 밖에 나가는 일도 고역이다. 이런 날은 그냥 집에서 아이스 커피나 마시며 뒹굴고 싶다. 하지만 뒹굴거리는 것도 잠시. 마음속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게으름 피우지 마. 얼른 일어나!’. #2. 친구 만나 저녁 먹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이번 주에 만나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자 했더니 “야, 요새 나 바쁘다”는 답이 돌아온다. 바쁜 게 벼슬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바쁜 게 자랑이냐, 인마!”라고 쏘아붙이려다 참는다. 게으름은 모든 죄악의 원흉이었다. 성공한 이들은 당신이 게을러서 실패하고, 게을러서 가난하고, 게을러서 발전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게으름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하다. 신간들 가운데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게으름’을 권하는 책이 눈길을 끈다. ‘게으르면 좀 어때서’(느낌이 있는 책), ‘꿈 따위는 없어도 됩니다’(동양북스), ‘걱정하지 마라. 90%는 일어나지 않는다’(미래북)’와 같은 책은 제목부터 게으름을 피우라 하고,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우릴 다독인다. ‘게으르면 좀 어때서’부터 보자. 평생 게으름과 함께한 ‘게으름 전략가’이자, 영국에서 조직심리를 공부한 저자 변금주씨가 심리학 위에 긍정적 게으름을 심리학 위에 펼쳐놓는다. 저자는 왜 게으름을 피워야 하는지, 왜 게으름이 좋은지를 각종 조사 등으로 설명한다. 다만, 목적이 없는 게으름은 나쁜 게으름으로 분류한다. 예컨대 저녁을 먹고 소파에 누워 TV를 보는 행위도 목적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좋은 게으름이 될 수도, 나쁜 게으름이 될 수도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게으름 테크닉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편안한 자세로 호흡을 내뱉는 일로 시작하는 명상과 같은 수련법, 부지런하게 일하고 부지런하게 자기, 그리고 재능보다는 재미를 추구하기, 여러 곳에 관심 기울이기 등이다. ‘꿈 따위는 없어도 됩니다’는 제목부터 강렬하다. 뒤통수를 탁! 때리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책이 담은 내용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저자 이태화 씨는 “어떻게 하면 더 열심히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자신의 경험을 소개한다. 더 치열하게 살고자 수천만원을 들여 강의를 듣고 책도 사들였다. 그러나 오히려 노력하면 할수록 잘 안 됐고, 더 열심히 하면 할수록 한계를 느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오히려 힘을 뺄수록 열정이 생기고 가벼울수록 일이 풀린다는 걸 깨달았다. 저자는 우리에게 ‘꿈이라는 게 직업이냐?’라고 묻는다. 그리고 원하는 직업을 꿈으로 삼지 말고, 원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꿈으로 삼으라 충고한다. 장대한 꿈을 이루려 지쳐 허덕이기보다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보고, 그 꿈을 잘게 쪼개보고,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차츰 내공을 쌓고 몸집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방법을 알려준다. 우선 종이 한 장 꺼내 무언가를 적을 수 있는 생각나는 대로 다 적어보고, 작은 일부터 시작하라고. ‘걱정하지 마라. 90%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제목부터 묘한 안도감을 준다. 이 제목은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말에서 따왔다. 그는 “모든 걱정을 되돌아보았을 때, 한 노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는 임종 전에 ‘나는 평생 많은 걱정거리를 안고 있었지만, 걱정한 일의 대부분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걱정과 이별을 고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걱정을 내려놓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 쉽지, 행동은 쉽질 않다. ’80후(1980년대 출생한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말) 세대’ 여성 작가로 유명한 저자 메이허는 이렇게 조언한다. ‘인정받으려는 욕구’와 ‘감정’을 통제하고, 타인의 생각에 끌려다니지 말 것. 근본적으로 걱정할 필요 없는 자신이 만들어낸 상상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 것. 현재를 열심히 사는 오늘은 바로 당신이 어제 걱정하던 내일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면 책을 읽어보는 게 좋겠다. 책 읽기조차 싫다고? 그 정도의 게으름 정도는 극복해보자.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엔터라이터’ 미에코, 하루키 베일 벗기다

    ‘엔터라이터’ 미에코, 하루키 베일 벗기다

    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무라카미 하루키·가와카미 미에코 지음/홍은주 옮김/문학동네/360쪽/1만 4000원신간을 낼 때마다 전 세계의 ‘하루키스트’들을 열광하게 하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69). 공식석상이나 대중매체에 좀처럼 나서지 않는 성향 때문에 그는 등단 40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자신의 소설처럼 캐도 캐도 모를 ‘수수께끼’ 같기만 하다. 그런 그가 이례적으로 적극 인터뷰 자리에 뛰어들었다. 소설 ‘젖과 알’로 2008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작가이자 배우, 방송인으로 전방위에서 재능을 펼치는 가수 출신의 가와카미 미에코의 질문을 받고서다. 유명 작가라면 누구나 그렇듯 그 역시 늘 전형적인 질문들을 도돌이표처럼 받아온 터다. 하지만 잡지 인터뷰로 만난 미에코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신선하고 날카로운(때로는 묘하게 절실한) 질문이 속속 날아오는 통에 무심결에 식은땀을 흘릴 때가 잦았다”며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 망설임 없이 여러 각도에서 던지는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하는 사이 지금까지 나 자신도 생각하지 못했던 의미와 풍경을 내 안에서 발견하게 되었다”고 털어놨다. 덕분에 한 회로 끝날 인터뷰는 네 차례로 이어져 소설 쓰기와 문체 다듬기, 일상생활, 노벨상,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 등 하루키의 내면과 사유를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한 권의 책이 됐다. 부담감을 떨치고 ‘묻고 싶은 걸 묻고 싶은 대로 물으면 된다’는 미에코의 질문 세례 속에서 하루키는 여느 때보다 깊은 속내를 꺼내 보인다. ‘작품 속 여성 캐릭터가 성적인 역할만을 완수하기 위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는 평에 대해 “나는 사상가도 평론가도 사회활동가도 아니고 일개 소설가일 뿐”이라며 “생각이 모자라다는 말에는 ‘미안합니다’라고 순순히 사과하는 수밖에 없다. 사과하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라고 답한 것에서는 실소가 터진다. ‘노벨상을 받고 싶다면 정치적인 부분을 명확히 쓸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내가 무슨 말을 한들 그 덕에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점점 나빠지는 느낌이고 남은 건 소설 쓰기뿐”이라며 “발전성 없고 지루한 논쟁에 말려들 바에야 혼자서 조용히 내 소설을, 이야기를 정면에서 부딪혀 가고 싶은 것”이라는 소신을 밝힌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그 판결의 보폭만큼… 역사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 판결의 보폭만큼… 역사는 앞으로 나아갔다

    재판으로 본 세계사/박형남 지음/휴머니스트/408쪽/2만원1894년 프랑스 파리 주재 독일대사관 쓰레기통에서 군사 기밀이 담긴 명세서 한 장이 발견된다. 서명자로 ‘무뢰한 D’가 적혀 있어 포병 대위 드레퓌스가 스파이로 몰린다. 그의 필적과 명세서의 필적이 닮지 않았음에도 군부는 그를 범인으로 몰아간다. 그해 12월 재판부는 유죄를 선고한다. 그러나 이후 실제 범인이 보병대 소령 에스트라지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1898년 1월 소설가 에밀 졸라가 신문 ‘로로르’에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 형식의 ‘나는 고발한다´를 내며 분위기가 급변한다. 유죄로 확정됐던 사건은 결국 1900년 11월 재심을 거쳐 1906년 무죄로 돌아선다. 드레퓌스가 스파이냐 아니냐를 두고 프랑스가 둘로 나뉜 채 12년 동안 대립한, 이른바 ‘드레퓌스 재판’이다. 이 재판은 프랑스가 봉건 잔재를 떨쳐버리고 20세기 초 공화주의적 민주 사회로 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관용을 뜻하는 ‘톨레랑스’라든가 사회 참여에 나서는 학자를 뜻하는 ‘지식인’이란 개념도 이때 생겨났다.시대의 변곡점에는 언제나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옳고 그르냐를 따진 재판이 있었다. 신간 ‘재판으로 본 세계사´는 이런 재판들을 다룬다. 30년간 재판을 해 온 서울고등법원 박형남 부장판사가 고대 아테네부터 현대 미국까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15개 재판을 가려 뽑았다. 정치적(카틸리나 재판, 찰스 1세 재판, 마버리 재판), 경제적(로크너 재판), 사회적(소크라테스 재판, 드레퓌스 재판, 아이히만 재판, 미란다 재판), 문화적(드레드 스콧 재판, 브라운 재판), 종교적(토머스 모어 재판, 갈릴레오 갈릴레이 재판, 세일럼의 마녀재판), 젠더적(마르탱 게르 재판, 팽크허스트 재판) 갈등과 분쟁을 두루 다룬다. 재판의 시작, 당시 사회 상황, 이후의 결과 등이 어떠했는지를 쉽게 풀어 썼다. 재판에 얽힌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예컨대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은 ‘드레퓌스 재판’과 많이 닮았다. 대학생 강경대씨가 시위 도중 사망하자 격분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김기설씨의 분신자살이 이어졌는데, 당시 서울지검 강력부는 유서 대필과 자살 방조 혐의로 김씨의 선배 강기훈씨를 기소한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필적 감정 결과를 근거로 1992년 강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다. 강씨는 2007년 재심을 청구했고, 2015년 무죄가 선고되면서 1심 선고 이후 23년 만에 진실이 바로 섰다.최고 권력자를 처단한 ‘찰스 1세 재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재판은 국가의 최고 권력이 왕에게 있는가, 국가와 인민에게 있는가를 묻는 주권의 문제를 다룬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다시금 확인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은 특히 최근 논란이 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계엄령 문건과 맞물려 사법부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가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기각했다면 어땠을까. 군대가 무력으로 반발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려 준비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섬뜩하다. 이 밖에 노동자의 최대 노동시간을 법으로 규제하는 법을 다룬 1905년 ‘로크너 재판’도 지금 상황에서 곱씹어볼 만하다. 이 재판은 뉴욕주 의회가 제과점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주당 60시간, 하루 10시간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면 업주를 형사처벌하는 ‘제과점법’을 미국 연방 대법원이 1905년 위헌 결정하면서 논란을 불렀다. 당시 대법원은 노동자보다 업주의 손을 들어줬지만, 판결이 내려지고 나서 40여년 후인 1938년 미국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했다. 재판 당시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눈감고 기업가의 이익을 옹호해선 안 된다”는 소수의견을 낸 홈스 대법관의 지적은 지금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돌이켜보면 역사는 사회적 대립과 갈등이 집약될 때, 혹은 그런 갈등이 폭발한 이후 크게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사법부가 올바르지 못한 결정을 내리기도 하지만, 역사라는 큰 흐름은 과거 잘못된 판단을 바꾸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역사는 꾸준히 앞으로 나아간다는 사실을 중요 재판 사례로 다시금 깨닫는다. 앞선 대통령 시절, 이런 흐름을 거스르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협잡과 공작을 일삼았던 법원행정처가 누구보다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할 것 같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책 좀 보세요” 외치는 책에 대하여

    다들 고개를 숙인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봅니다. 뉴스도 보고, 영화도 보고, 스마트폰으로 대화도 합니다. 매일 마주하는 지하철 속 출근 풍경은 항상 이렇습니다. 이런 때 “스마트폰 내려놓고 책 좀 보라”고 소리치는 책들이 있습니다. ‘독서 길잡이´ 책이라 할까요. 신간 ‘나는 매일 책을 읽기로 했다’(비즈니스북스), ‘백수의 1만권 독서법’(아템포)이 이런 부류의 책입니다. 제목부터 살벌합니다. 매일 책을 읽으라 합니다. 1만권이나 읽으라 합니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비슷합니다. ‘내가 책을 많이 읽어 보니 아주 좋더라. 그러니 당신도 책을 읽어라´는 내용입니다. 그냥 읽지 말고, 목표를 세우고 전략적으로 읽으라는 충고도 잊지 않습니다. 이런 책을 읽으면 ‘나도 책 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러나 몸이 잘 안 따라갑니다. 독서란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입니다. 책을 읽지 못하는 사정도 제각각입니다. 따라하다 오히려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다잡기 위한 정도 외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네요. 아예 책 목록까지 지정해 주고 책 읽기를 권하기도 합니다. 유시민 작가의 신간 ‘역사의 역사’(돌베개), 공병호 작가의 ‘무기가 되는 독서’(미래의창) 같은 책입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하고, 핵심도 짚어 줍니다. 유 작가는 역사서 18권을, 공 작가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실용서 43권을 소개합니다. 모두 중요한 책들이니 저자들의 조언대로 완독하는 게 낫습니다. 한데 정작 두 저자의 책은 안 읽었으면서도 읽은 척하길 원하는 분들에게나 꽤 ‘유용해’ 보이네요. ‘이런 좋은 책들이 있구나’ 참고만 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서점에 가서 직접 책을 고르는 거겠죠. 서가를 돌아다니며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책을 직접 꺼내보고 제목, 표지, 목차를 본 뒤 흥미로운 부분을 골라 읽어보면 좋은 책인지 아닌지 얼추 판단이 섭니다. 책골남이 책은 안 골라주고 서점으로 가라니, 좀 너무하긴 합니다. 그래도 할 말은 하고 끝내야겠습니다. “무더운 여름, 잠깐 시간 내 서점으로 독서 여행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gjkim@seoul.co.kr
  • [문화마당] 대통령의 독서/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대통령의 독서/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떠났다. 장소도, 일정도, 읽을 책도 공개하지 않는 ‘3무’(無) 휴가란다. 대통령이 일으킬 여름 독서 붐을 부지불식중에 기대했는데, 이건 전혀 상상도 못한 일이다. 휴가 때 읽을 책이 무슨 국가 기밀 사항도 아니고,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올해가 책의 해인데, 대통령이 책 없는 휴가라니….’ 문화체육관광부나 국립중앙도서관은 도대체 뭐 하나 싶다. ‘함께 읽는 책의 해’의 의미를 대통령에게 알리고, 여름휴가 도서를 골라 추천은 한 걸까. 잔치를 벌이다가 찬물을 뒤집어쓴 느낌으로,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중대한 현안일수록 지도자는 실무 페이퍼만 읽어선 안 된다. 반드시 관련한 책을 읽어 확장된 사유를 연습하고 새로운 생각을 일으키지 않으면, 그 나물에 그 밥인 보고서 언어에 전적으로 포획될 뿐이다. 작년에 국민 참여 방식으로 책 580권을 선별해 집무실 서재를 꾸민 것은 대통령이 틈나는 대로 서재를 가까이하면서 인간에 대한 식견을 넓히고 사회에 대한 통찰을 깊이 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사이 국민 마음이 잊힌 것일까. 혹시나 휴가를 다녀와 그동안 읽은 책을 공개하리라 기대해 보지만, ‘역시나…’ 하게 될까 두렵기만 하다. 450년 전 퇴계 이황은 선조한테 ‘성학십도’(한형조 독해,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를 지어 올리며 말했다. “군주의 마음은 만 가지 결정이 나오고 백 가지 책임이 모이는 곳이라서 (사방의) 온갖 욕구들이 다투어 치받고 온갖 사악이 번갈아 침투하니, 한 번 아차 태만 소홀하고 거기다 방종이 겹치면, 산이 무너지듯 바다가 들끓듯 할 것이니, 누가 이를 막을 수 있겠습니까.” 정치는 욕구를 다투는 이기적 인간들을 다스려 이타적 공동체를 이룩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도자의 마음은 사욕에 물들어 있으면 안 된다. 자기 생존만 소중히 하는 기(己)를 극복하고 반드시 타인을 사랑하는 상태(仁)로 관리돼야 한다. 타고난 인성을 뛰어넘어 더 나은 인간, 즉 군자나 성인의 상태로 도약해 있어야 하며, 한 차례에 그칠 것이 아니라 꾸준히 자신을 다스려 날로 새롭게 돼야 한다. 퇴계가 열 장 그림을 선조한테 올린 후 “병풍 한 폭을 지어 늘 거처하는 곳에 펼쳐 두고, 또 별도로 작은 크기의 노트 첩을 만들어 책상 위에 늘 비치해 두어” 항상 “성찰 경계”하라고 권한 뜻도, 국민이 집무실 서재를 마련한 후 대통령의 꾸준한 독서를 촉구한 뜻도 여기에 있다. 대통령의 독서는 개인 취향이 아니라 국정의 일부다. 대통령은 평소에 무슨 책을 읽을까. 집무실 책상이나 사저 침실 또는 응접실 테이블에는 도대체 무슨 책이 놓여 있을까. 대통령의 책은 누가, 어떤 원칙에 따라 고를까. 바쁜 일정을 쪼개 독서를 한다면 당연히 아무 책이나 읽어선 안 된다. 한 부분만 읽어도 영감을 줄 수 있는 지성의 정수를 담은 책이어야 하고, 또한 인간에 대한 공감을 길러 주는 문학작품도 있으면 좋겠다. 픽션과 논픽션의 균형을 갖추었던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독서는 이런 의미에서 모범적이다. 요즈음 지역의 도서관에 갈 때마다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지역 지도자들의 서가를 다시 꾸며 주고, 매달 두세 권씩 신간을 골라 책상에 올려 두어 새로운 생각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돕자고 하는 중이다. 대통령부터 시작하면 모범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책의 힘’을 부디 잊지 않도록 문체부 등에서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 [신간] 나무생각 ‘예민함이라는 무기’

    [신간] 나무생각 ‘예민함이라는 무기’

    타인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견해를 무조건 굽히고, 심지어 타인의 문제를 떠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관계의 심리학을 담았다. 저자 롤프 젤린은 예민한 사람에 대한 세상의 잘못된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숨기기 위해 예민함을 감춰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공감과 처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신간]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신간] ‘이파리를 흔드는 저녁바람이’

    책은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시리즈 중 6월편으로, 초여름에 어울리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윤동주, 백석, 김영랑, 정지용, 한용운 등 18명 시인의 초판본 시를 엮었다. 페이지마다 시와 그림이 심플하게 담겨 있다. 책 크기가 아담해 손안에 잘 들어온다. 저자는 “한때 우리가 교과서에서 만났던 시인들의 시를 다시 천천히 읽고 행간을 음미하다 보면 정신없는 일상에서 잠깐의 여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사랑으로 지은 작은 도서관… 책꽂이엔 희망 ‘차곡차곡’

    사랑으로 지은 작은 도서관… 책꽂이엔 희망 ‘차곡차곡’

    KB국민은행은 문화 소외지역 청소년·주민들에게 독서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고자 ‘KB국민은행 작은도서관’ 조성 사업을 하고 있다. 200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지방자치단체 유휴공간을 활용한 작은도서관 조성과 노후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을 통해 경북 칠곡군 동명작은도서관, 전북 군산 구암작은도서관 등 지난해까지 전국 69곳을 개관했다. 이렇게 문을 연 작은도서관의 책꽂이에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의 나눔으로 채워졌다. 지난해 5월에는 ‘사랑의 책 나눔-세번째이야기’ 캠페인을 통해 KB국민은행 임직원들이 기증한 도서와 신간 영문 아동도서 등 총 6600권의 도서가 서울 방화동 ‘해뜰 작은도서관’에 전달됐다. 2015년부터 진행된 ‘사랑의 책 나눔’ 캠페인을 통해 작은도서관에 기증된 도서는 총 1만 9281권에 달한다. 2015년부터는 국방부와 함께 ‘군인 가족을 위한 작은도서관 조성 사업’을 펼쳐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관사에 총 12개의 작은도서관을 만들었다.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작가 100명이 추천한 영화, 2000편 중 고른 영화,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영화

    작가 100명이 추천한 영화, 2000편 중 고른 영화, 누군가를 생각나게 하는 영화

    휴가철을 맞아 영화판은 치열하기 그지없다. 관객을 잡으려는 영화들의 싸움 열기가 불볕더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뜨겁다. 박진감 넘치는 블록버스터,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영화가 우선 눈에 띈다. 그러나 당신은 지쳤다. 그런 영화도 좋지만, 조금 편하게 볼 영화가 필요하다. 이런 당신을 위해 신간 3권을 소개한다. 아니, 영화가 아니라 책이라고? 걱정하지 마시라. 영화를 다룬 책이니까. 나름의 기준으로 최근, 혹은 지난 영화 가운데 최고의 영화를 고르고 고른 ‘BEST 영화’ 목록이다. 왜 이 영화를 봐야 할까 책을 읽다 ‘필(feel)’ 꽂히는 영화가 있으면 애써 찾아보길 권한다. 물론, 봤던 영화일지라도 글을 읽다 다시 보고 싶어질 수 있겠다. ◆작가 100명 추천 2017 최고 영화 ‘아이 캔 스피크’작가들이 추천한 영화부터 살펴보자. 신간 ‘2018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작가)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재밌게 본 영화가 무엇이었는지 영화평론가·문화예술인 100명에게 물어보고 정리했다. 강유정, 곽영진, 김남석, 김시무, 맹수진, 배혜화, 송경원, 신귀백, 임진모, 장석용, 황영미, 황진미 등이 설문에 응했다. 그리고 한국영화 10편, 외국영화 10편 모두 20편을 선정했다. 사실상 ‘2017 베스트 영화’인 셈이다. 응답자들은 한국영화로 ▲아이 캔 스피크 ▲군함도 ▲그 후 ▲꿈의 제인 ▲남한산성 ▲노무현입니다 ▲박열 ▲불한당 ▲1987 ▲택시운전사를 선정했다. 외국 영화로는 ▲덩케르크 ▲너의 이름은 ▲러빙 빈센트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문라이트 ▲블레이드 러너 2049 ▲ 사일런스 ▲원더우먼 ▲윈드 리버 ▲패터슨을 꼽았다. 화려한 볼거리를 강조한 영화가 아닌,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가 대부분이다. 20편 가운데 최고의 영화는 김현석 감독의 ‘아이 캔 스피크’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덩케르크’가 뽑혔다. 아이 캔 스피크는 8000건에 달하는 민원을 넣은 ‘옥분(나문희 분)’이 원칙주의 공무원 ‘민재(이제훈 분)’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민재에게 영어 과외를 받는 과정에서 옥분이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갔던 사실이 알려지고, 결국 국제청문회 발언대에 오르기까지를 그린다. 작가들은 “아픈 과거를 당당하게 고백하기까지 벌어지는 변화를 웃음과 눈물 속에서 풀어내면서 침묵 깨기와 연대의 힘의 소중함을 웅변한 좋은 영화”라고 평했다. 1940년 도버해협과 독일군 사이에 고립돼 발이 묶인 33만여 명의 연합군이 영국으로 귀환한 사실을 다룬 ‘덩케르크’에 관해서는 “전쟁영화의 장르적 관습을 위반하고 다른 관점에서 전쟁에 접근해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소비하게 했다”고 소개한다. ◆‘라라랜드’, ‘우리의 20세기’…영화는 우리 삶이다양유창 매일경제 기자가 쓴 신간 ‘스쳐가는 모든 것들 사이에서 버텨가는’(꿈꾼문고)은 제목만 보면 자칫 시집으로 오해할만한 책이다. 제목과 달리 책은 저자가 고르고 고른 영화 에세이 모음집이다. 2000편 이상 쓴 영화 에세이 가운데 추린 40편을 담았다. 4개의 카테고리로 10편씩을 소개한다. 무려 5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영화들이니 내용과 재미 모두 보증한다. ‘그래도 사랑’ 카테고리에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그녀 ▲화양연화 ▲튤립 피버 ▲쥴 앤 짐 ▲이터널 선샤인 ▲그 후 ▲인터스텔라를 소개한다. ‘모두가 서툰 삶’에서는 ▲우리의 20세기 ▲마가렛 ▲위아영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프랭크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셰임 ▲베테랑 ▲환상의 빛을 담았다. ‘혹시 꿈 있어▲’에는 ▲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 ▲뷰티 인사이드 ▲다가오는 것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멜랑콜리아 ▲인사이드 아웃 ▲라이언 ▲소공녀 ▲웬디와 루시 ▲다시 태어나도 우리를 꼽았다. ‘세상이라는 상자’는 ▲캡틴 판타스틱 ▲하늘을 걷는 남자 ▲서칭 포 슈가맨 ▲컨택트 ▲패터슨 ▲히든 피겨스 ▲마션 ▲아이 캔 스피크 ▲스포트라이트 ▲부산행을 묶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영화가 ‘위로’라고 말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절대 멈춰 있지 않으며, 문제를 해결하려고 무엇이든 시도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과정이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이야기다. 데이미언 서젤 감독의 ‘라라랜드’에서 꿈을 좇던 서배스천(라이언 고슬링), 마이크 밀스 감독의 ‘우리의 20세기’에서 힘겨운 삶을 보여준 싱글맘 도러시아(애넷 베닝 분), 안드레아 아놀드의 ‘아메리칸 허니’에서 꿈을 찾아 방황하는 스타(사샤 레인) 등 40편의 영화 주인공이 모두 그랬다. 저자는 영화 속 인물이 가만히 있지 않는 이유에 관해 “가만히 있으면 영화가 되지 않으니까”라는 답을 내놓는다. 우리의 인생도 가만이 있으면 흘러가지 않는다. “영화 속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기록들을 지켜보며 용기를 얻었다”고 밝힌 저자는 꼽은 영화들에 관해 “사랑에 상처받은 당신에게, 삶이라는 외줄타기를 하는 당신에게,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당신에게, 세상이라는 상자 안에서 용기를 얻고 싶은 당신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설명한다. ◆‘아가씨’를 보다 당신 생각이 나서 편지를 썼다신간 ‘영화를 보다 네 생각이 났어’(플로베르)는 편지 형식으로 영화를 소개한다. 출판사에 근무하는 이하영 작가가 잡지 ‘기획회의’에 2016~2017년 동안 연재했던 글 가운데 19편의 편지글을 추려 모았다. 편지 형식의 독특한 문체가 읽는 맛이 제법 있다. 한 사람에게 보내는 연애편지가 아닌, 상대방이 다른 편지들이다. 예컨대 N에게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소개하면서 “영화 아가씨를 보던 날, 가장 깊이 숨겨둔 비밀은 들킨 양 당혹스러웠던 건 아마도 너를 떠올렸기 때문이야”라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의 영화 ‘블랙’ 을 본 뒤에는 대학 시절 은사였던 T에게 편지를 썼다. “강의 평가나 제자들의 취업률 따위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으시고, 학자로서 본인의 학문에만 오롯이 열중하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라는 내용이다. 대상을 달리한 편지 글이 작가의 개인사와 엮이면서 재미를 돋운다. ‘어떻게 지내나요?’에서는 ▲라벤더의 연인들 ▲줄리아 ▲일 포스티노 ▲레이디 수잔을, ‘여전히 당신을 기억하고 있어요’에서는 ▲로즈 ▲오네긴 ▲그을린 사랑을 꼽았다. ‘나를 잊지 말아요’에서는 ▲아가씨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카드보드 복서 ▲맨체스터 바이 더 씨를 들었다. ‘영원히 함께한다는 말’에서는 ▲그녀 ▲스틸 앨리스 ▲병 속에 담긴 편지 ▲라빠르망을, ‘정말 고마웠어요’에서는 ▲블랙 ▲쇼생크 탈출 ▲맥베스 ▲남아 있는 나날을 소개한다. 저자는 19통의 편지에 관해 “영화에 등장하는 편지들에서 내 기억 속 영화 같은 한 장면을 떠올리고 거기 함께 있었던 누군가를 불러내어 그 사람과 함께한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보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사라진 옛길을 걷고, 뚜껑을 덮어놓은 우물을 열어 오래 고인 물을 길어올리는 것 같다“고 했다. 저자가 꼽은 영화 19편은 사라진 옛길을 걷는 정취를 느끼게 한다. 고인 물이지만, 예상외로 시원한 물을 마시는 느낌도 든다. 이런 좋은 영화들 덕분에, 이번 여름은 즐겁게 보낼 수 있을듯 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궁중 조형미 깃들었는데… 민화가 서민 그림?

    궁중 조형미 깃들었는데… 민화가 서민 그림?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민화’를 이렇게 정의한다.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 그리고 이렇게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민속에 얽힌 관습적인 그림이나 오랜 역사를 통해 사회 요구에 따라 같은 주제를 되풀이해 그린 생활화를 말한다. 비전문적인 화가나 일반 대중들의 치졸한 작품 등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서민 그림’은 오해… 조선 궁중 미술양식 담겨 ‘비전문적인 화가의 치졸한 작품’이란 표현에서 알 수 있듯, 민화는 순수미술보다 한 수 아래 그림으로 여겨진다. 전문 화가가 그린 그림이 아니어서 작품성이 떨어지고, 그저 서민들이 즐기는 수준밖에 안 되는 그림이라는 식의 설명이 일반적이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경주박물관장 등을 지내며 한국 미술을 40년 넘게 연구한 미술사학자 강우방은 신간 ‘민화´에서 이런 의견을 반박한다. 저자는 민화 가운데에는 화원이나 화승 출신 전문 화가가 그린 그림이 많고, 작품성 역시 순수 미술보다 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고구려 무덤 벽화, 고려·조선의 불화, 궁중 미술에 이어진 조형 양식과 상징 구조가 민화에 고스란히 담겼다는 것이다.저자는 작품의 구도라든가 채색의 대비가 어떻다, 혹은 여백의 미가 있느니 없느니 식의 이야기는 아예 하지 않는다. 오로지 민화 속 조형 언어에 귀 기울인다. 자신이 개발한 ‘채색분석법’을 통해 민화의 선을 옮겨 그리고 한 단계씩 다시 채색하며 화가의 창작 과정을 좇아간다. 그리고 자신만의 민화 이론인 ‘영기화생론’(靈氣化生論)을 내세운다. 우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신성한 기운인 ‘영기’가 가득 차 있는데, 민화가 이러한 영기를 선과 면으로 구체화한 영기문으로 표현했다는 주장이다. 영기문이 선과 면을 넘나들고 변주하면서 온갖 조형을 만들고, 이런 조형에서 다시 영기가 발산해 우주의 끊임없는 순환을 이룬다는 게 이 주장의 핵심이다. ●우주의 기운 ‘영기’ 일정한 패턴으로 배치 예컨대 호랑이를 가운데에 배치하고 주변에 까치가 울어대는 민화 ‘까치 호랑이’를 보자. 이 그림에 관해 호랑이의 줄무늬가 호랑이의 것인지, 표범의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자세히 보면 호랑이 무늬는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저자는 이런 무늬가 영기를 표현한 영기문을 면의 형태로 구현한 것이라 분석한다. 영기가 응집한 동심원 형태의 문양을 ‘무량보주’(無量寶珠)라 부르는데, 실제로 눈과 그 주변, 어깨, 꼬리 등에 둥그런 모양의 원이 촘촘히 박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권위적이고 부패한 위정자들을 비꼬며 조롱하는 까치(서민)와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러운 호랑이(양반)의 모습을 풍자했다’는 식의 세간의 주장에도 저자는 “근거 없다”고 반박한다. 이 그림이 새해를 맞아 대문에 붙이는 ‘세화’로 사용된 점, 고구려 삼실총의 백호와 비슷한 문양이 들어간 점, 용의 여의주와 같은 보주가 상당수 배치된 점을 들어 사실상 민화 속 호랑이가 4신 가운데 하나인 ‘백호’에 가깝다는 의견을 내놓는다.책에서는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까치 호랑이 그림을 비롯해 농촌에서 사용한 농기(農期), 화려한 꽃병을 그린 만병도, 책과 책상 등을 그린 책거리, 조상의 신주를 모신 사당을 담은 감모여재도, 글자에 그림을 그려 유교 윤리를 표현한 문자도 등을 다른 식으로 분석한다. 특히 그림의 배경 장식쯤으로 여겨지던 무늬와 각종 조형을 ‘중심 조형’으로 읽어내 민화 속의 꽃병과 그릇을 ‘만병’으로 본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이와 관련, 기원전 3000년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부터 나타나는 우주목(宇宙木), 생명의 나무 조형을 비교한다. ●일본인이 만들어 쓴 용어 ‘민화’ 민화에 이런 고차원의 상징 체계가 들어 있다는 저자의 설명은 정론으로 보기 어렵다. 민화에 관한 우리 연구가 턱없이 부족해 사실은 민화의 범위는 물론이거니와, 정론 역시 아예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화´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이는 부끄럽게도 우리가 아니라, 일본과 한국에서 민예 운동을 펼치던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였다. 그가 1959년 민화 두 점에 관한 글을 ‘민예’지 80호에 실으면서 민화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영기문이나 무량보주가 당시 유행하던 문양이었을 수도 있다. 화가에 관한 정보 자체가 거의 없어 전문 화가가 그렸는지, 일반인이 그렸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런 논란을 넘어 저자의 민화에 관한 상상력과 연구 결과는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민화에 관한 해석은 결국 독자의 몫이지만, 아예 연구조차 없었던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드러내고 민화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가도록 해준 저자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서양과 동양의 화음

    [그 책속 이미지] 서양과 동양의 화음

    피아노는 흑백 건반만으로 멋진 음악을 만든다. 신간 ‘오리엔탈 피아노’도 마찬가지다. 흑백 점·선·면만으로 기막힌 장면을 만든다. 유려하게 펼쳐진 피아노 건반 사이로 유명 연주자들의 손이 건반을 두드리고, 음표가 화면을 가득 메운 장면을 그린 이 컷은 마치 멋진 음악 같다. 책은 서양의 피아노로 동양의 음을 낼 수 있는 오리엔탈 피아노를 1960년대 발명한 실존 인물 압달라 카만자의 일대기를 그의 증손녀의 관점에서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카만자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피아노 조율사 겸 연주가로 활동하다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피아노를 선보인다. 페달을 밟으면 현을 빗겨 때려 서양 음계의 4분의1음까지 구현하도록 한 그의 피아노는 당대 최고 음악가와 연주가들의 찬사를 받는다. 여기에 어릴 때부터 레바논과 프랑스를 오가며 정체성을 고민하는 증손녀 젠젠의 이야기를 피아노 건반처럼 맞물렸다. 독특한 이야기 구성과 뚜렷한 캐릭터, 그리고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 제나 아비라셰드의 고대 중동 벽화를 연상케 하는 독창적인 그림이 멋진 화음을 만든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울광장] ‘전지적 문재인 시점’ 벗어나기/황수정 논설위원

    [서울광장] ‘전지적 문재인 시점’ 벗어나기/황수정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에서는 예전에 못 보던 장면들을 볼 줄 알았다. 참모들이 대낮에도 청와대 문을 여유 있게 들락거릴 줄 알았다. 걸으면 십분 거리의 삼청동 수제비집(청와대 아래 맛집)에 들러 수제비 한 그릇을 더러는 옆자리에서 땀 닦으며 먹게 될 줄 알았다. 그 덕분에 대통령의 ‘1호 인사’인 조국 민정수석이 ‘강남 좌파’라는 형용모순의 별명만은 털어낼 줄 알았다.문 대통령에게 걸었던 파격의 기대는 당연히 더 크고 야무졌다. 휴일 저녁이면 대통령이 광화문 교보문고쯤에 홀연 나타나 신간을 뒤적이곤 할 줄 알았다. 청와대 주변 마을로 불쑥 산책을 나서려는 통에 경호팀이 식은땀깨나 흘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낭만 청와대’는 애초에 현실에 존재할 근거가 없는 거였다. 나른한 백일몽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깨어나는 것 같다. 그 징후들을 본다. 청와대가 다급해졌다. 문 대통령은 26일 저녁 광화문의 호프집을 깜짝 방문했다. 퇴근길 시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던 공약을 취임 1년여 만에야 지켰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행간 깊은 작심 발언을 여럿 했다. 그중에서도 어렵게 꺼낸 본론은 “혁신성장 가속화”였다. 다만 소득주도성장과 병행해야 하는 것이지 선택의 문제는 아니라는 단서를 붙였다.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으로 청와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연일 난타를 당하니 방향을 좀 틀긴 하겠는데, 그렇다고 백기를 든 게 아니라는 완곡어법. 본론 중에 진짜 본론은 “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계와 직접 만나겠다”였다. 기업과 노동계는 직간접으로 그래도 소통했던 경제 주체들이다. 지금 구애 신호를 정조준해 쏴야 할 대상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최저임금 1만원, 그 선의의 공약 길목길목에 뇌관은 예상했으되 이렇게 허망하게 위협적으로 터질 줄은 미처 몰랐다. 발등의 불은 빨리 끄는 게 상책이다. 최저임금 수직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들은 불복종 운동에 들어갔다. 업종별 차등 적용에 반대 몰표를 던진 최저임금위원회가 현실을 완전히 외면했다고 반발한다.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을 무시하고 현장에서 알아서 정하는 불법투쟁을 진작에 선언했다. “최저시급을 감당 못해 망하나 범법자로 망하나 똑같다”며 광화문에 천막본부를 만들겠다고 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170년 전 목청 높였던 ‘시민 불복종’은 어쩌다 이 염천에 서울 광화문의 구호가 됐을까. 시민 헹가래로 탄생한 시민 대통령에게 시민 불복종만큼 속 쓰릴 일은 없다. “자꾸 덩치만 키워서 ‘청와대 정부’ 만들 일 있냐”는 십자포화에도 청와대는 결국 자영업 비서관을 신설했다. 뒷북 외통수다. 바닥 민심을 조금만 일찍 챙겼어도 영세 자영업자들의 분노를 덜 키울 수 있었다. 택시만 타도, 동네 분식집에만 가봐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불만들이 있다. 식당 아줌마 품귀 현상이 그런 거다. “같은 시급 받고 왜 종일 설거지하냐는 거죠. 면접들만 보고는 연락이 없어요.” 어쩌다 들른 식당의 안주인은 “그 아줌마들이 에어컨 빵빵한 병원 간병인으로 몰려 간다”며 식당에 사람 구하기가 하늘 별 따기라고 혀를 찼다. 나 같은 사람도 주워듣는 민심을 청와대는 못 듣는 게 아니라 안 듣고 있는 것이다. 대영제국의 ‘국민 작가’였던 찰스 디킨스는 한때 날마다 밤을 새워 도시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녔다. 불면증을 이기려는 처방이었지만, 런던 골목마다 생계로 밤을 새우는 시민 군상을 몸소 겪으며 문학의 방향을 틀었다. 노숙을 체험하고는 빈민 복지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새벽까지 파이나 뜨거운 감자를 팔던” 그때의 런던 서민들보다 한 집 건너 한 집인 손바닥만 한 편의점에서 인건비도 못 건져 헉헉대는 서울의 서민들이 나을 게 있겠나. 일자리가 씨가 마른 우리 사정이 해가 지지 않았던 빅토리아 여왕의 호시절보다 아무려면 더 낫겠나. 우리는 아무도 걷지 않는다. 청와대의 누가 골목 민심을 챙기려고 걸어 내려왔다는 소문을 들은 적 없다. 시급 몇십 원을 놓고 을과 병은 멱살 잡는데, 현실 정치가 불면증은커녕 문학보다 덜 치열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전이 된 디킨스의 산문 ‘밤 산책’에 현장의 고민들이 현재형으로 녹아 있다. 시민의 곁을 어떻게 걸어 현실을 기록해야 하는지, 대통령 참모들은 휴가길에 꼭 한번 읽어 보시라. 헛다리 짚지들 마시라. 현장에 깜깜한 ‘전지적 문재인 시점’을 벗어나야 이 현실은 수습된다. sjh@seoul.co.kr
  •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1945년 ‘소련 신탁통치 주장’ 가짜뉴스에 통일정부 수립 물거품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1945년 ‘소련 신탁통치 주장’ 가짜뉴스에 통일정부 수립 물거품

    “나는 지금 우리나라의 파쇼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인데 성명 석 자가 반파쇼의 위원장이 되고, 나는 총동원 조직을 마음에 합당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인데 성명 석 자가 위원회의 상무가 되어 있다. 이만 정도는 참을 수 있지만….”대하소설 ‘임꺽정’의 저자 벽초 홍명희는 1946년 1월 5일자 서울신문에 개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모스크바 3상회의가 결의한 신탁통치 문제를 놓고 극우와 극좌 진영이 벌인 헤게모니 싸움에서 양쪽이 그의 이름을 멋대로 도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하소연이었다. 홍명희는 당시 서울신문 고문이었다. 당시 한민당과 이승만이 주도하던 극우 진영은 김구의 임시정부를 앞세워 ‘반탁’ 대중운동에 총력전을 펴고 있었다. 임시정부는 1945년 12월 28일 신탁통치반대국민총동원위원회(이하 총동원)를 결성해 대중운동으로 미군정 권력을 이양받으려 했다. 공산당, 인민당 등 좌익도 30일 반파쇼공동투쟁위원회(이하 반파쇼)를 결성해 ‘반탁’의 주도권 다툼에 뛰어들었다. 양쪽에 일제 병탄기 항일 민족통일전선을 추구한 신간회를 주도했던 홍명희는 명분 확보와 외연 확장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해가 바뀌면서 반파쇼 측은 돌연 반탁의 기치를 ‘모스크바 3국 외상회의 결정 지지’(찬탁)로 바꿨다. 반파쇼는 1월 3일 개최한 ‘민족통일자주독립촉성시민대회’를 애초 공지한 것과 달리 외상회의 결정 지지 행사로 진행했다. 본의 아니게 ‘반탁’과 ‘찬탁’에 양다리를 걸치게 된 홍명희로서는 묵과할 수 없었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탁통치는 빵을 달라고 하는데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밝힌 바 있었다. 좌익의 시민대회 이후 국론은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의 길로 들어섰다. 정국 주도권은 극좌와 극우의 손으로 넘어갔다. 해방 후 가장 강력했던 여운형, 김규식 등 중도 혹은 좌우합작 추진 세력은 민주통일전선 기치를 꺼내기조차 힘들었다. 이들은 우선 통일된 임시정부를 세운 뒤 신탁통치를 거부해도 늦지 않다고 설득했지만, 흥분한 대중들에게 먹혀들 리 만무였다. 한민당의 공식 입장과 달리 ‘반탁 운동’에 회의적이었던 수석총무 송진우가 12월 30일 암살당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국론 분열에 이어 분단, 나아가 골육상잔의 길로 내몬 찬탁·반탁의 충돌은 어이없게도 한 토막 ‘가짜뉴스’에서 비롯됐다. 1945년 12월 27일 석간신문들은 합동통신을 받아 미국 번스 국무장관이 정부로부터 받았다는 훈령 한 토막을 보도했다. “번스가 (3국 외상회담) 출발 당시 소련의 신탁통치안에 반대하여 즉시 독립을 주장하도록 훈령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이것을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 소련의 구실은 38선 분할점령”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소련이 한반도 38도선 이북을 집어삼키기 위해 신탁통치를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조선의 자주독립은 어디로, 독립·신탁론 대립” “미국은 즉시 독립을 주장”, 서울신문은 “아(조선) 독립 문제 표면화” “미, 즉시 실현 주장”이라는 제목 아래 훈령 내용이라고 전해진 것만 간단히 보도했다. 출처도 애매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이 기사는 미군 태평양사령부가 발행하는 태평양판 성조지에 보도된 것을 합동통신이 전재한 것으로 취재원도 없었다. 훈령 내용 역시 그동안 미 국무부가 밝힌 입장과 전혀 달랐다. 소련이 신탁통치를 주장한다는 내용도 알려진 것과 정반대였다. 그러나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28일자에서 1면 전부를 ‘탁치’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채웠다. 29일 미 군정청에서 외상회의 결정문을 발표했다. ‘한국에 민주주의 임시정부를 수립하며, 최장 5년간 신탁통치를 하되 미국과 소련 대표로 구성되는 공동회의가 임시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신탁통치만 앞세워 간단히 처리했고, 나머지 지면은 ‘반탁 운동’으로 채웠다. “한국은 신탁통치를 받게 되겠지만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그 기간은 최장 5년”이라고 보도한 서울신문과 대조를 이뤘다. 신탁통치를 한사코 밀어붙인 것은 미국이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2년 전후 식민지 신탁통치 구상을 처음 밝힌 이래 1943년 영국의 앤서니 이든 총리와의 워싱턴 회담에 이어 11월 스탈린과의 테헤란 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신탁통치안을 공식화했다. 1945년 2월 얄타회담에선 ‘신탁통치 20년’ 안을 제시했다. 루스벨트에 이은 트루먼 행정부도 마찬가지였다. 10월 20일 존 카트 빈센트 미 국무부 극동국장은 외교정책협의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조선은 자치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미국은 따라서 우선 신탁관리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조선에서 반탁 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빈센트는 1월 16일 “조선 임시정부가 통일적인 통치와 치안의 능력을 보여 줄 때에는 탁치를 실현하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연합 3국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그날 동아일보는 소련이 조선을 속국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소련이 한국에서 ‘신탁통치의 원흉’으로 악마화되자 스탈린은 1월 23일 윌리엄 해리먼 주소련 미국대사를 불러 ‘회담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통보했다. 24일 관영 타스통신은 회담 과정을 소상히 보도했다. 그러자 동아일보는 다짜고짜 “근거 없는 타스통신 보도”라고 비난했다(1월 26일자). 27일 미 국무부는 “타스통신 보도가 맞다”고 확인했다. 가짜뉴스임이 드러났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뒤였다. 한민당을 중심으로 한 친일파들은 즉각 독립을 추구하는 민족세력의 일원이 됐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친일 매판의 과거를 세탁하고 ‘민족지’로 분식했다.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민족적 염원은 분단 정부 건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이승만과 한민당의 꿈은 성큼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대성공은 이후 가짜뉴스의 거대한 뿌리가 됐다. 그 대상이 소련과 좌익에서 북한과 민주세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북한 관련 뉴스는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 교수의 말마따나 “백지수표”처럼 이용됐다. 아무렇게나 쓰고 말해도 되는 대상이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때 조선일보 25일자 사설엔 이런 대목이 있다. “(남파 간첩들이) 민심을 흉흉케 함으로써 사태를 격화시켰으리라는 것도 십분 짐작이 가기도 한다….” 남파간첩 배후설이다. 1986년 11월 16일자엔 ‘세계적 특종’이라며 1면 톱으로 김일성 주석 암살 의혹을 보도했다. 김 주석은 다음날 조선중앙TV에 나타났다. 이후 성혜림 망명설, 김정일 국방위원장 정신병설, 평양 계엄령 선포설, 조명록 전 군총정치국장 쿠데타설 등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 기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는 북한의 인간어뢰설을 제기해 세계적인 비웃음을 사더니, 2012년엔 김정남이 일본 도쿄신문 고미 요지 편집위원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통해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필요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는 기사를 창작했다. 2018년 1월 북한 공연단을 이끌고 남쪽을 방문한 현송월은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음란물 제작 취급 혐의로 공개 총살’당한 인물이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할 때 방문 취재기자들에게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가짜뉴스에 청와대 대변인이 발끈했지만, 이런 전례를 생각하면 특별한 ‘가짜’도 아니었다. ‘해방일기’의 저자 김기협 교수의 1945년 12월 27일 ‘일기’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동아일보가 아직 살아 있는 신문이라면 해마다 12월 27일에는 1945년 12월 27일 내보낸 이 기사에 대한 사과문과 반성문을 실어야 한다. 언론이 사회에 해악을 끼친 사례로 이 기사는 한국 언론사에서 가장 극악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짜뉴스의 거대한 뿌리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한다. 가짜뉴스를 잘 활용해 최고의 영향력을 구가하는 매체가 달라졌을 뿐이다. 혹자는 법적 처벌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북한 관련 오보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눈 밝은 시민들의 양심과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논설고문
  • 무더위 날리는 조선 여성, 조선 무인, 조선 사람들 이야기

    무더위 날리는 조선 여성, 조선 무인, 조선 사람들 이야기

    조선시대를 다룬 신간이 잇따라 출간돼 눈길을 끈다. 조선시대 여성, 조선시대 무인, 그리고 조선시대 특이한 이들을 다룬 책들이다. 조선의 풍속, 행정, 문화, 사람 이야기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 시대상을 보여준다. 무더운 여름, 이들의 삶을 살펴보고 당시 시대에 관한 시야도 넓혀보는 것은 어떨까.30여 년간 한국 여성사 연구에 전념한 장병인 충남대 명예교수가 쓴 ‘조선 여성의 삶’(휴머니스트)은 조선시대 혼인, 이혼, 간통, 성폭행을 둘러싼 법과 풍속을 세세하게 살핀 책이다. 그동안 잘못 알려진 인식에 관해 자료로 이를 바로 잡는다. 예컨대 조선시대 이혼에 관해 일제강점기 한국학자 이능화는 ‘조선여속고’에서 “국법에 그 내용이 없다”면서 “사대부 집안 여성이 이혼하려면 왕에게 허락 받아야 한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저자는 ‘대명률’과 ‘경국대전’ 항목을 들어 반박한다. 이에 따르면 합법적인 이혼을 가리키는 ‘이이’를 비롯해 혼인관계가 사실상 파기된 상황을 가리키는 ‘출처’, ‘기별’, ‘거처’ 등 용어가 사용됐다. 오늘날처럼 부부 합의로 이혼하는 사례를 비롯해 부부 의사와 관계없이 국가가 강제로 부부를 갈라서게 하는 ‘강제 이혼’이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저자는 또 조선시대 성폭행의 실상을 들여다보고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출신 성분, 범죄 내용, 처벌 양상 등을 신분별로 조선 전·후기를 나눠 상세하게 분석한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일성록’과 재판기록인 ‘추관지’, ‘심리록’ 등을 근거로 113건의 관련 사건을 다룬다. 여기에 드러난 조선시대 강간 범죄의 양상이 생생하다. 저자는 이와 관련 “‘남존여비’ 통념이 형성된 배경에 서구중심주의적 사고, 그리고 아직도 불식되지 않은 식민사관이 자리 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가부장은 조선 사회에서만이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한 모든 전근대사회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현상이었으며,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고 식민사관과 결합하면서 잘못된 인식이 만연했다는 지적이 날카롭다.1600년부터 제도가 폐지된 1894년까지 무관을 뽑는 시험인 무과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조선 무인의 역사’(푸른역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임진왜란 이후 조정에서는 공로가 있는 백성을 위로하려고 이전과 달리 무과를 대규모로 시행했다. 무과에 서얼이나 노비까지 응시했고, 무과에 합격하더라도 무관이 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나름 알려졌다. 실제로 1609년부터 1894년 시행된 무과 가운데 254번의 무과를 치렀는데, 한 번에 100명이 넘는 합격자가 나오기도 했다. 이 중에서는 실제로 활을 쏘지 못하더라도 합격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그 의도 역시 순수하지만은 않았다. 저자는 그럼에도 왜 백성이 끊임없이 무과에 응시했는지에 의문을 던진다. 그리고 ‘실록’ ‘승정원일기’ ‘비변사등록’과 문·무과 합격자 명단을 가리키는 ‘방목’ 자료를 분석해 결론을 얻는다. 피지배층에게 조금씩 문호를 양보하며 체제불만이라는 충격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저자인 재미학자 유진 Y. 박 펜실베이니아대 교수가 미국에서 2007년 낸 책에 추가 자료를 보완해 국내에 출간했다. 조사를 위해 조선시대 전체 무과급제자 5분의 1에 해당하는 3만 2327명의 무과 급제자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연구했다. 방대한 자료로 촘촘히 분석한 책이라 가치 있다.안세현 강원대 한문교육과 교수가 낸 ‘傳, 불후로 남다’(한국고전번역원)는 조선 문인이 쓴 ‘전(傳)’ 가운데 교훈을 주거나 흥미있는 글을 뽑아 주제별로 엮은 책이다. ‘전’은 인물의 선행과 미덕을 담은 문체로, 지금으로 치면 ‘전기’에 해당한다. 조선 초반에는 모범이 되는 인물에 관한 전기가 많았으나, 후대로 갈수록 삶의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다룬다. 책은 문인들이 글로 남긴 33인의 삶을 풀어내고, 저자가 해설을 붙였다. 이 가운데 우리가 예상치 못한 독특한 삶을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는 자못 흥미롭다. 예컨대 전쟁 포로 조완벽은 정유재란 때 왜군에게 잡힌 뒤 포로가 돼 일본으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노비로 일하다 주인을 따라 지금의 베트남인 ‘안남국’을 가게 된다. 죽음을 무릅쓰고 간 그가 안남국으로 향하며 항해를 기록한 이야기라든가, 머리가 긴 안남국 사람들을 묘사하는 부분이 아주 흥미롭다. 그는 ‘긴 밧줄에 철추를 매달고 그 밑에 밥을 으깨 붙여서 바다 밑으로 내려 보냈는데, 더러는 곧장 3·4백발 정도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철추 아래 묻어 나오는 흙은 검거나 희었는데, 흙 색깔로 어느 지방인지 분별하였다’고 했다. 안남국 사람에 관해서는 ‘모두 머리를 풀어 늘어뜨리고 맨발로 다녔다. 겨울에도 봄처럼 따뜻해서 맨발로 다녀도 발에 상처가 나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특히 ‘조선에서 왔다’고 하자 ‘이지봉을 아느냐’면서 안남국 사람이 이지봉의 시를 줄줄 외는 모습도 나온다. 책은 충신, 효자와 같은 전형적인 인물부터 여군자, 기인, 은둔자, 협객, 과학자, 예술가, 골동품 수집가, 귀화인, 득음한 가수, 침술의 대가를 비롯해 다양한 인물을 다룬다.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재미에 더위가 날아갈 듯 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국인의 눈물 역사를 바꿨다

    한국인의 눈물 역사를 바꿨다

    한국인 식민지배·전쟁·배고픔 등 경험 독재 시절·경제 성장 땐 눈물의 전성기 권력자 위기감 선호 ‘신파적 눈물’ 이용 대중 동원하고 억압성 감추며 폭력정치 이산 상봉·세월호 참사·박근혜 퇴진 등 역사의 변곡점마다 ‘거대한 눈물’ 존재 우리는 이제 어떤 의미의 눈물 흘리나 한국인은 유독 눈물이 많다. 올림픽 시상대에 선 운동선수들은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흘러나오면 약속한 듯 눈물을 흘린다. ‘목포의 눈물’, ‘사랑은 눈물의 씨앗’, ‘난 바람 넌 눈물’ 등 ‘눈물’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대중가요가 차고 넘친다. 1983년 KBS 1TV가 기획한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당시에는 전국이 눈물바다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동체 구성원이 단기간에 이토록 많은 눈물을 함께 흘린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야말로 ‘눈물의 민족’이라 할 만하다.신간 ‘눈물과 정치´의 저자 이호걸은 한국인의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거대한 눈물의 파도’를 찾았다. 저자는 이를 ‘신파’(新派)라 명했다. 개화기에 상연됐던 신극 이전의 연극을 의미하는 ‘신파극’의 바로 그 ‘신파’다. 저자는 20세기 초반의 신파가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강한 흐름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독재 시절, 경제성장 때마다 큰 파도가 됐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196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 경제는 엄청난 속도로 성장했다. 이 시기는 그야말로 눈물이 철철 흘렀던 이른바 ‘눈물의 전성기’다. 이 시기를 담아낸 윤제균의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황정민 분)가 대표적인 사례다. 덕수는 일터에서는 근면 성실, 가족에게는 희생적인 존재다. 흥남에서 아버지와 헤어지고, 휴전으로 막내를 다시 볼 수 없어 파독 광부 지원을 결심한다. 그곳에서 간호사 영자를 만나고 갱도에 갇혀 생사의 기로를 오간다. 귀국해 가족과 상봉하고, 해양대 입학을 포기하고 베트남에 간다. 인생을 회고하고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면서 덕수는 말한다. “산다는 게 참 힘이 듭니다”라고. 저자는 우리가 눈물의 민족이 됐던 이유를 ‘결핍’에서 찾는다. 일제 식민 지배와 전쟁과 분단의 경험, 그리고 배고픔의 경험이다. 눈여겨볼 점은 저자가 눈물을 한국 정치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꼽은 사실이다. 한국인의 눈물을 쥐어짰던 신파가 언제, 어떻게 등장했는지 살펴보니 결과적으로 정치와 연결이 되더란 뜻이다. 권력을 행사하려는 자들은 위기감을 선호한다. 위기감으로 눈물을 흘리게 하면 대중을 선동하기 쉬워진다. 눈물이 한국인의 삶의 원동력이기도 했지만, 부적절한 정치적 실천을 유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박정희 시대 파시즘을 설명한 부분이 좋은 사례다. 5·16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군사정부는 신파적 눈물을 강력하게 환기하며 파시즘적인 민족주의를 내세웠다. 억압적이고 착취적인 폭력정치를 밀어붙이며, 한편으로는 대중을 동원하기 위해, 또 한편으로는 억압성을 감추고자 눈물을 이용했다. 국민은 ‘조국 근대화의 눈물’로 이에 응답했다. 수령을 ‘어버이’로 칭하고 압제를 정당화한 북한도 비슷한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눈물로 가득한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민족주의, 파시즘, 사회주의, 자유주의를 풀어낸 저자는 “1990년대 들면서 고생의 시대가 막을 내렸고, 눈물도 마르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최근 대중문화가 성공 강박증에 빠져 메마른 긴장감을 재현하는 이유다. 2007년 MBC 드라마 ‘하얀거탑’ 주인공 장준혁(김명민 분)이 그런 사례다. 유명 대학병원 외과의사인 그는 가난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최근 방영한 tvN의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는 바뀐 신파를 여실히 보여 준다. 어린 시절 뇌수술로 감정을 잃고 살아가는 황시목 검사(조승우 분)는 감정이 제거된 인물이다. 눈물보다는 공평무사한 법의 집행이 더 중요함을 역설한다. 한국의 근대를 눈물로 읽어낸 저자의 관점은 굉장히 신선하며, 사례로 든 대중문화도 적절하다. 저자는 ‘우리가 한(恨)의 민족이라서’라든가 ‘고생을 많이 해서’와 같은 이유 대신 정치에 따라 시대별로 나타났던 신파를 설명한다. 역사의 주요 변곡점마다 거대한 눈물의 파도가 있었다. 문득, 궁금해진다. 거대한 눈물을 불렀던 세월호 참사, 그리고 감정을 절제한 채 광장에서 외쳤던 박근혜 퇴진을 지나, 이제 우리에게 어떤 신파가 덮쳐올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재기해” “곰” 외치는 페미니즘은 틀렸다

    “재기해” “곰” 외치는 페미니즘은 틀렸다

    “메갈리아·워마드 때문에 여성운동이 오히려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하는 정치권과 언론인, 그리고 무엇보다 메갈리아·워마드가 옳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은 정신 차려야 합니다.” 자살하라는 의미의 ‘재기해’, ‘곰’과 같은 단어를 거리낌 없이 쓰고, 천주교 성체 훼손과 같은 일도 서슴지 않는 등 일부 급진 페미니스트의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여성운동가이자 사회연대노동포럼 공동대표 오세라비씨 (본명 이영희)가 신간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좁쌀한알) 로 이들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오씨는 13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메갈리아·워마드는 지금 한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면서 “여성만의 권익과 권한 강화에 주력하는 페미니스트 운동이 아니라 성평등을 중심부에 둔 여성운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쓰고자 책을 냈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책을 통해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최근 극단적 남성혐오를 중심으로 하는 메갈리아·워마드의 페미니즘에 관한 문제를 제기한다. 오씨는 1970년대 미국에서 가부장제 타파와 남성혐오를 외치는 페미니즘이 한국에서 최근 맹위를 떨치는 것과 관련 “여성의 희생자·남성의 가해자화, 남성 혐오와 미러링(남성의 여성혐오 행위를 그대로 돌려주는 일), 여성주의 문화 검열, 전용 시설 만능주의, 분리주의, 가부장제 철폐 집착과 같은 낡은 담론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오씨는 메갈리아·워마드와 같은 극단적 페미니즘 사이트가 맹위를 떨친 사건으로 2016년 5월 강남역 묻지 마 살인사건을 들었다. 그러면서 “남성 혐오 놀이를 일삼는 엽기 사이트로 시작한 메갈리아 사이트가 심각한 병리 현상으로 가는 과정에 굵직한 여성단체와 정치권, 그리고 문화 권력을 지닌 매스컴 식자층과 언론의 엄호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메갈리아·워마드의 주장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은 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들을 옹호하는데 급급하면서 급기야 최근과 같은 부작용을 낳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는 뜻이다. 오씨는 최근 촉발한 남성 누드모델 사진 유포 사태에 관해서도 “경찰과 검찰이 밝힌 ‘팩트’를 보면 진상이 명확히 드러나는데도 불구하고 자기들 주장만 하고 있다”면서 “이들의 주장 자체가 일종의 사회 병리 현상에 다름 아니다”고 강조했다.그는 이런 페미니즘 운동이 일부 엘리트 여성을 정치권에서 득세하게 하는 등 수혜자로 만들고, 반대로 여성 대다수의 삶은 오히려 나빠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의미한 혐오와 논쟁이 난무하는 무대 뒤쪽으로 여성의 남성폭력 혹은 사각지대에 내몰린 빈곤 여성의 척박한 삶이 밀려난다는 뜻이다. 오씨는 “여성민우회, 한국여성연합이 메갈리아·워마드와 손을 끊겠다는 선언을 우선 하라”면서 “앞으로 빈곤 여성, 여성 노인, 미혼모, 여성 노숙인 등에게 필요한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씨는 이와 관련 “남성의 문제, 여성의 문제가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상호연관성이 있다. 그래서 여성운동은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다”면서 “페미니즘이 휴머니즘에서 시작한 점을 다시 기억하길 바란다. 지금 여성은 페미니스트가 되기보다 휴머니스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서울공화국’ 지방대생으로 산다는 것은

    ‘서울공화국’ 지방대생으로 산다는 것은

    복학왕의 사회학/최종렬 지음/오월의봄/460쪽/2만 4000원대기업 입사시험 면접장. 면접관이 “기안대? 어디 있는 학교죠?”라고 묻더니 지원자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탈락”이라고 외친다. 중소기업 면접에서도 마찬가지다. 면접관은 “쓰레기 대학을 나왔군요”라며 지원서를 박박 찢어버린다. 패스트푸드점에도 지원서를 내 봤지만, 점장은 “이런 스펙으로 감자를 잘 튀기기 어렵다”며 탈락시킨다. 만화가 ‘기안84’가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에서 여주인공 봉지은이 졸업후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는 장면이다. 웹툰은 ‘지방의 잡 대학’을 일컫는, 이른바 ‘지잡대’인 기안대의 복학생 우기명이 신입생 봉지은을 환영회에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각종 엠티에서 벌어지는 술판, 복학생과 신입 여학생의 짝짓기,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며 시간만 보내는 지방대생의 모습이 다소 과장되지만 생생하게 담겼다. ●“쓰레기 대학 나와 감자도 잘 튀기기 어렵다” 전국 대학은 모두 189곳, 이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대학 70곳을 제외하면 지방대는 모두 119곳으로 전체의 63.0%에 이른다. 전체 재적 대학생 수 205만 619명 가운데 지방대생은 126만 6586명으로 61.8%를 차지한다. 전체 대학 10곳 가운데 6곳이 지방대,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지방대생인 셈이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이들이 서울·수도권 지역 대학생들에게 밀린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잘 안다. ‘공부를 좀 못해서’ 지방대에 갔을 뿐인데 사회는 이들에게 너무나도 가혹하다.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가 낸 신간 ‘복학왕의 사회학’은 지방대생을 통해 우리 사회를 들여다본다. 대구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최 교수는 “청년들이 신자유주의에 매몰돼 ‘몰정치적’이고 ‘자기계발’에만 힘쓰는 속물로 전락했다”는 다른 사회학자들의 청년 담론에 의문이 들었다. 그가 본 지방대생은 오히려 자신이 재밌게 봤던 웹툰 ‘복학왕’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졸업생·재학생·부모들 심층 인터뷰 최 교수는 이런 의문을 해결하고자 경북 지역 3개 대학 재학생 6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지난해 2월 한국사회학 저널에 ‘복학왕의 사회학: 지방대생의 이야기에 대한 서사 분석’이란 제목의 논문을 냈다. 지방대 재학생 6명에게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좋은 삶을 추구하는 방식은 무엇인가’, ‘좋은 삶을 추구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행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이들의 사고방식과 지향점을 살폈다. 지금의 청년이 몰정치적이고 자기계발에만 힘쓴다는 지적은 사실상 서울·수도권대생들에게나 적용될 뿐, 지방대생에게는 맞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논문은 지난해 7월 사회학분야 인용지수 1위를 기록하고 각종 언론에 소개되는 등 화제가 됐다. 최 교수는 한 발 더 나아가 지방대를 졸업한 학생 17명과 재학생 부모 6명까지 모두 29명을 심층 인터뷰해 책으로 묶었다. ●연줄 없고 가족주의 성향 부모… 경쟁력 떨어져 최 교수가 연구한 결과 지방대생들은 현재에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지방대생은 최고의 가치를 개인의 성취나 성공이 아닌 ‘가족의 행복’이라고 습관적으로 말한다. 실제 인터뷰에서 대부분이 “적당히 일하면서 가끔 여행이나 다니며 즐겁게 살고 싶다. 부모님이 그랬듯 나도 평범한 가족을 이뤄 살고 싶다”고 했다. 속마음으론 개인의 성취나 성공에도 관심이 있지만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성공해 본(공부를 잘했던) 경험이 많지 않다. 어렵다고 지레 포기하면서 이런 답변이 나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들이 쉽게 말하는 ‘가족의 행복’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 가능하다. 자의로 또는 간혹 부모님 등쌀에 못 이겨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지방대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간 이들은 어땠을까. 서울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낸 지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지방대 졸업생들은 여전히 적당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거나 실패해서 주거비가 싸고 생활비가 저렴한 지방으로 도망쳐 온다. ●지방대생을 통해 본 사회 문제 저자는 지방대생의 경쟁력이 약한 이유로 빈약한 자본을 꼽는다. 대학 졸업장은 삶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떼려야 뗄 수 없는 꼬리표가 된다. 지방대 출신으로 좁은 세계에서 살아온 이들에게 제대로 된 연줄도 부족하다. 게다가 이들의 뒤에는 보수주의적 가족주의 성향의 부모가 있다. 최 교수는 이런 구조와 지방대생의 순환 고리를 심각한 사회 문제로 진단한다. 가족 간 유대가 끝이 나면, 나아가 지방에도 경쟁 바람이 거세지면 지방대생의 미래는 어떻게 될 거냐고 묻는다. 이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지방대생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 교수는 지금처럼 국가가 천편일률적인 시험으로 학생을 점수 매기고 대학이 공무원 사관학교나 취업 준비 기관을 자처하는 한, 지방대생에게 희망은 없다고 말한다. 결국 책은 수도권 중심의 청년 담론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서 나아가 ‘서울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 사회의 문제까지 짚어 낸다. 한마디로 씁쓸한 ‘지방대 보고서’인 셈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신화로 살펴본 스포츠 선수들의 특별한 덕목... 신간 ‘스포츠 영웅의 비밀’

    신화로 살펴본 스포츠 선수들의 특별한 덕목... 신간 ‘스포츠 영웅의 비밀’

    불굴의 의지로 피겨 스케이팅의 새 역사를 개척한 김연아와 영화 ‘말아톤’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만에 완주한 자폐아 ‘초원’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스포츠 스타와 스포츠 영화 속 주인공들의 행적을 영웅 신화의 관점에서 살핀 책 ‘스포츠 영웅의 비밀’(태학사)이 출간됐다. 체육 기자 출신의 영화평론가인 저자 임정식씨는 스포츠 영웅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덕목을 고대 신화 속 영웅들과 비교·분석했다. 전체 3부 중 1부는 현실 세계의 영웅들을 다룬다. 미국의 비교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영웅 신화의 서사구조를 바탕으로 박찬호, 김연아, 박지성, 이승엽, 박세리 등 한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의 선수 시절 활동과 특징을 분석한다. 박지성은 ‘도전’, 이승엽은 ‘품성’, 박세리는 ‘개척 정신’을 키워드로 꼽았다. 2부는 스포츠 영화의 주인공을 다룬다. ‘말아톤’의 자폐 청년 초원은 ‘콩쥐 팥쥐’와 ‘신데렐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여자 핸드볼 선수 ‘한미숙’과 ‘김혜경’은 한국의 무속신화 ‘세경본풀이’에 등장하는 ‘농경의 여신’ 자청비와 비교한다. 3부에서는 국내외 영웅들의 여러 면모를 소개한다. 21세기 이전의 인물, 해외 선수, 영웅에서 추락한 인물들을 망라한다. 손기정 전 마라톤 선수, 차범근 전 축구감독, 백지선 아이스하키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 미국의 프로 야구선수 재키 로빈슨,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등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선수와 영화 속 인물들의 행적을 통해 스포츠 영웅의 비밀을 다양한 관점에서 탐색한다. 더불어 이들이 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탁월한 능력과 업적 때문이 아니라 도전과 모험 정신, 고난과 시련을 극복하려는 의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도덕성 덕분이었다고 주장한다. 시련을 극복하는 과정 자체가 영웅의 길이라는 것이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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