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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간]

    [신간]

    7살 첫 수학, 20까지 수의 덧셈 뺄셈(징검다리 교육연구소·강난영 지음, 차세정 그림, 이지스에듀 펴냄) 책은 수직선을 이용한 ‘이어 세기’와 ‘거꾸로 세기’를 통해 덧셈 뺄셈 과정을 눈으로 직접 경험하게 해준다. 특히 동물 친구들과 함께 수직선 앞뒤로 화살표를 그리며 연산 과정을 머릿속에서 시각화할 수 있다. 또한 부모님을 위해 수학 지식뿐 아니라 국어 어휘, 자녀 교육에 필요한 칭찬법까지, 읽기만 하면 훌륭한 선생님이 되는 지도 꿀팁을 담았다. 96쪽. 8000원.딱 하나만 바꾸면 되는데(이주연 지음, 연인M&B 펴냄) 고객 만족 서비스의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해결책을 담았다.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에 착안해 그동안의 모든 교육컨설팅의 노하우를 하나로 집약했다. ‘고객 만족, 딱 하나 서비스 프로세스’라는 슬로건처럼 ‘딱 하나만 바꾸면 된다’는 논거에 바탕해 확실하게 고객 만족을 실현하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280쪽. 1만 5000원.오팔세대 정기룡, 오늘이 더 행복한 이유(정기룡 지음, 나무생각 펴냄) 사회 곳곳에서 인생 후반전을 더 치열하고 역동적으로 살아가는 세대를 대표하는 저자는 퇴직 전부터 인생 후반전을 위해 술 먹는 시간, 텔레비전 보는 시간, 친구 만나는 시간을 줄이고 불철주야 뛰어다녔다. 책은 하프타임을 넘어 인생 후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이후 다시 온몸으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배우는 인생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248쪽. 1만 3800원. 김태곤 객원기자 kim@seoul.co.kr
  • [씨줄날줄] 사재기/장세훈 논설위원

    [씨줄날줄] 사재기/장세훈 논설위원

    조선 후기 실학자인 연암 박지원이 쓴 소설 ‘허생전’의 주인공인 허생은 1만냥을 빌려 과일 매점매석을 통해 5년 만에 무려 100만냥으로 불렸다. “훗날 이런 방법을 쓰는 자가 생기면 나라를 병들게 할 것”이라는 허생의 입을 빌린 박지원의 경고는 그야말로 ‘촌철살인’이 됐다. 매점은 물건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행위, 매석은 물건을 제때 팔지 않고 쌓아 두는 행위를 일컫는다. 가격이 오르거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대비하려는 것인데, 일상생활에서는 사재기란 용어로 더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 이는 수요와 공급의 왜곡을 초래하거나 가격 급등을 불러오는 등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대표적인 행위다. 한때 출판사들이 자신들이 내놓은 신간 서적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서점에서 재구입하는 게 오래된 관행이었다. 마케팅 전략으로 간주됐으나 사재기와 다름없다. 최근에는 온라인 음원 사이트 순위를 조작했다는 ‘음원 사재기’ 의혹도 증폭됐다. 2015년 1월 담뱃값이 2000원 인상되기 직전에는 차익을 노린 담배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사재기 현상이 코로나19 사태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마스크 수급에 전혀 문제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일일 마스크 생산량이 1200만개로 충분하다는 점을 감안한 발언이었지만 사재기 현상을 간과했다.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마스크는 품절되기 일쑤고, 가격은 코로나19 확산 사태 이전보다 10배 이상 뛰었다. 마스크를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 앞에는 구매객들로 장사진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우선 구매하는 데다 중국으로의 수출물량이 급증하면서 시중에서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지속돼 또 다른 의미의 매점매석 효과를 내기도 한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큰 지금 안정적인 마스크 수급은 국민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지난 25일에야 마스크 수출 제한 등 긴급 조치를 발표해 뒷북 대응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재기 우려가 어찌 마스크뿐이겠나.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민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면 마스크는 물론 생활필수품 등 다른 물품으로도 사재기 현상이 번질 수 있다. 물론 ‘물가 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점매석 행위를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사후 처벌보다 사전 대비가 더욱 중요하다. 우리 국민들끼리 서로 삿대질하도록 놔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정부는 선제적 대비로 국민들의 불안과 고통을 덜어 줘야 한다. shjang@seoul.co.kr
  • 동네 서점은 한숨만 늘고 온라인 서점은 클릭 늘고

    동네 서점은 한숨만 늘고 온라인 서점은 클릭 늘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공연·영화·전시 분야의 가시적 피해가 두드러지지만, 출판계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찮다. 서점들의 오프라인 매출이 하락한 반면 온라인 매출이 상승했고, 이 때문에 오프라인 기반의 동네 서점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출판사들도 신간 홍보에 어려움을 겪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신간 제작·출간 계획이 미뤄질 전망이다.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발길이 뜸해지며 오프라인 판매는 줄고 온라인 책 배송, 전자책 구매는 늘었다. 국내 최대 오프라인 서점인 교보문고는 서점을 찾는 방문객이 사태 이전보다 30~40%가량 줄었다. 곽성준 교보문고 브랜드관리팀장은 “지난 설 이후 한 달간의 매출을 보면 전년 대비 오프라인(바로드림 서비스 포함)은 약 15% 감소하고, 전자책 등 온라인은 12%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점과 중고책을 파는 오프라인 서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알라딘도 사정이 비슷하다. 조선아 알라딘 마케팅팀 차장은 “매장 방문객이 감소한 한편 매장에 있는 중고 서적을 온라인으로 구매해 집으로 배송하는 ‘광활한우주점’과 전자책 주문이 늘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오프라인 기반의 동네 서점이다. 방문객이 급감한 한편으로, 작가와의 북토크, 낭독회 등도 줄줄이 연기·취소돼 매출에 더욱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진부책방’에서는 27일로 예정됐던 천희란 작가의 ‘자동 피아노’ 낭독회, 새달 5일 열릴 예정이던 김유림 시인의 ‘양방향씨는 말한다’ 낭독회를 잠정 연기했다. 각각 정원 35명으로 기획했던 행사였다. 진부책방 측은 “코로나19가 확산, 정부에서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격상한 데 따른 조치”라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책방 측은 “방문객들이 급감해 매출이 3분의1 이상 줄었다”며 “주변의 동네 책방들도 비슷한 사정”이라고 전했다. 출판사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일부 출판사들은 재택근무, 사람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을 피하는 탄력근무제 등을 적용하며 자구책을 찾고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신간 홍보다. 민음사는 최근 출간 기자간담회, 독자와의 만남 등 외부 행사는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했다. 이시윤 민음사 홍보팀장은 “언제 사태가 잠잠해질지 알 수가 없어 미리 준비하고 있던 책들은 예정대로 출간하고 있지만 대신 홍보 방안을 고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문인들을 기리는 굵직굵직한 문학 행사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형도 시인 30주기, 최인훈 작가 1주기 행사를 치렀던 문학과지성사는 올 4월 최하림 시인 10주기, 6월 김현 문학평론가 30주기 등을 앞두고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신간 제작·출간 일정을 미루는 일도 속출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인쇄소가 휴업에 들어거나 미리 제작한 책이 장기간 배본을 하지 않아 상하는 것을 염려해서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수석편집장은 “기획 단계에서의 저자·역자 미팅 등을 3월로 미루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출간 시기가 모두 늦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큰 작은 출판사들은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해외문학·에세이 등을 다루는 출판사를 운영하는 김요안 북레시피 대표는 “작은 출판사에 미치는 타격이 훨씬 크다”며 “오프라인쪽 매출이 확 꺾였고,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SNS 채널의 클릭 수도 많이 떨어져 (사태 이후) 전반적으로 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지금은 소유하지 않는 소비시대

    지금은 소유하지 않는 소비시대

    소비 수업/윤태영 지음/문예출판사/336쪽/1만 8000원 현대사회에서 소비는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다. ‘소비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소비와 관련한 연구는 별로 없었던 형편이다. 윤태영 연세대 교수는 신간 ‘소비 수업’을 통해 매일같이 하면서도 소홀했던 그 소비의 의미를 꿰뚫고 있다. 오래전 소비는 되도록 하지 않아야 절제의 대상이었다. 심지어 천박한 물질주의나 무분별한 쾌락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소비를 보는 인식은 크게 바뀌어 왔다. 저자는 그 소비 패턴의 변화와 의미를 유행, 공간, 장소, 문화, 사치를 포함한 11가지의 키워드로 파고든다. 우선 저자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원동력으로 유행을 꼽는다. 포화 상태에 도달한 소비시장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소비시장을 만들어 내는 역할이다. 그런가 하면 ‘구별짓기’는 현대사회의 소비 형태 분석에 아주 중요한 요인이라는 주장도 흥미롭다. 소비야말로 구별짓기를 위한 현대인의 욕망이 분출되는 통로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자기 과시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는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소비를 통해 타인과 자신을 구별짓기 위한 욕망의 표현이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점은 소비 대상의 변화와 ‘소유하지 않는’ 소비다. 물질적 소유보다는 공유와 경험을 더 중시하는 소비의 확산이다. 물질적 특색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공간 소비, 재미와 의미를 공유하는 경험 소비, 과시보다는 내면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문화 소비…. 결국 저자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과시적이고 중독적인 소비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하고 깨어 있는 소비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사랑하지만… 때론 숨막히는 이름, 가족

    사랑하지만… 때론 숨막히는 이름, 가족

    왜 가족이 힘들게 할까/우즈훙 지음/김희정 옮김/프런티어/432쪽/1만 8000원 남자는 아이가 생긴 뒤 어머니를 모셔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나쁘지 않았던 고부관계가 이후 급속히 악화했다. 남자가 아내와 산책하러 나가려면 어머니가 꼭 끼어들었다. 어머니와 아내는 작은 일에도 다투었다. 남자는 중간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의 어머니는 대가족에 시집 왔고, 가족 내 위치는 항상 맨 아래였다. 남편은 아내보다 그의 부모를 우선했다. 외로웠던 어머니는 남자를 낳고 살아갈 힘이 생겼다. 아들이 분가하자 상실감에 젖었고, 손주를 돌보러 아들과 살게 되면서 집착이 생겨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중국 남성 아충의 이야기다. 이런 얘기, 한국에도 있지 않나. 우리를 힘들고 지치게 하는 게 남이 아닌,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일 때가 의외로 많다. 사회에서라면 그 관계를 단호하게 끊으면 되지만, 평생 같이하는 가족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신간 ‘왜 가족이 힘들게 할까’는 중국 유명 심리상담가 우즈훙이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심리 상태를 파헤치고, 이와 관련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책이다.●고부 갈등의 해법은 건강한 부부관계 앞서 아충의 사례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그가 엄마와 아내의 관계를 해결하려는 데에 있었다. 아충은 아내가 시어머니를 공경하면 귀여움을 받게 되고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핵심이 본인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충을 상담한 저자는 “고부 갈등의 본질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리고 아들의 삼각관계”라면서 “건강한 가정의 제1법칙은 ‘건강한 부부관계가 가정의 최우선’이라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책의 미덕은 가족 간에 벌어질 법한 문제 사례를 다양하게 보여 준다는 점이다. 저자가 직접 했던 심리상담은 물론 중국 포털 사이트에서 화제가 됐던 사연 등이 이어진다. 평범한 여자와 결혼한 바람둥이 남자가 결국엔 헤어진 사례에서는 그들의 부모를 통해 그들이 서로 안 맞는 짝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이 밖에 자신의 행복 대신 부모의 기대에 미치고자 원하지도 않는 대입시험에 계속 도전하는 수험생, 심지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학생들, 그리고 자기만족을 위해 자녀를 과보호하는 ‘헬리콥터맘’ 등은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다. ●헬리콥터맘·목숨 끊는 수험생… 우리에게 익숙한 얘기 저자는 이런 문제들에 관해 “사랑 없는 가족의 순환 고리를 끊어 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상처를 주고, 가족이라서 상처를 감내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문제가 생기면 오히려 적정한 거리를 두고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낸 뒤 치유해야 다시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저자가 제시한 여섯 가지 거짓말,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어머니와 아내 문제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사랑하니까 질투도 하는 거야’, ‘사랑은 행복하고 즐겁기 위한 것’을 지금 하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볼 만하다. 책은 2007년 중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뒤 그동안 100만부 이상 팔렸다. 중국도 가족 문제로 고민이 많음을 쉬이 짐작할 수 있고, 사례 속 인물의 이름만 바꾸면 우리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상황에도 잘 들어맞는다. 문제의 원인을 가족만의 문제로 너무 단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단점도 있지만, 책을 읽으면 아마 자신의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책을 덮을 즈음엔 ‘좀더 일찍 읽었으면…´이라는 생각도 들 법하다. 그랬으면 덜 아파하고, 덜 잘못하고, 가족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러나 늦지 않았다는 생각도 함께 든다.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면 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책꽂이] 그림일기로 본 스님의 깨달음

    [책꽂이] 그림일기로 본 스님의 깨달음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진광 글·그림/조계종출판사/528쪽/2만 2000원 코끼리와 원숭이, 토끼와 새가 함께 무동을 탄 그림은 비율도 잘 안 맞고 색칠도 엉성하다.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이 그림은 조계종 진광 스님이 부탄 타시초종 왕궁에서 부탄 설화에 자주 나오는 소재로 그린 것이다. 스님은 그림에다 “부처와 보살과 선지식과 도반, 그리고 중생이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이 불국토이자 정토”라고 썼다. 신간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네’는 진광 스님이 20년 동안 여행하며 그린 500여점과 여기에 붙인 짧은 글들을 묶어 낸 책이다. 썩 훌륭하지 않은 그림이지만, 정감 가는 이유는 무얼까. 펜화가 김영백 화백은 “그림 실력이 20년 동안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면서 ‘그림치’라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괴발개발 그린 그림을 보노라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착각에 빠져든다”고 평했다. 맞는 말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료 속 우산도 오류 이해해야 독도가 보인다

    사료 속 우산도 오류 이해해야 독도가 보인다

    뉴라이트 “우리 땅 아냐” 공격 빌미 돼 저자 “안용복·정상기가 오류 바로잡아”우리나라 고지도 속 ‘독도’는 ‘우산도’로 표기됐다. 그래서 우리 모두 ‘독도=우산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고지도에는 우산도가 울릉도 서쪽에 있거나 울릉도 동쪽 가까이에 실제보다 크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을 비롯한 한국의 ‘뉴라이트’는 이를 빌미로 우산도는 독도가 아니라고 역공한다. 지난해 출간돼 사회적 논란을 부른 ‘반일종족주의´(미래사)도 “어떤 지도에서는 독도가 울릉도의 서쪽으로 나오고 어떤 지도에서는 북동쪽으로 나온다”며 독도는 우리 영토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신간 ‘우산도는 왜 독도인가’(소수출판사)는 고지도를 포함한 우산도 관련 문헌을 체계적으로 정리·분석해 우산도가 왜 독도인지 조목조목 밝힌다. 측량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의 지도 제작 방법, 하나의 섬이 어떻게 국가의 공식 인정을 받고 국가 표준지리지에 수록되는지도 살핀다. 예컨대 1463년 정척과 양성지가 제작한 ‘동국지도’에는 우산도가 울릉도 서쪽에 울릉도와 비슷한 크기로 그려졌다. 저자는 이와 관련, “동국지도는 당시 정설인 ‘신찬팔도지리지´를 따랐는데, 독도인 ‘우산(도)´, 울릉도인 ‘무릉(도)´ 순으로 기재해 우산도가 울릉도 서쪽에 위치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근대 이전에는 대개 현장을 직접 살피지 않고 기존 지리지나 지도 정보에 기초해 지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종종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제대로 잡힌 것은 1693년 안용복과 박어둔이 울릉도에 갔다가 일본에 납치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다. 일본은 그들이 ‘죽도’라고 부른 울릉도에서 조선 어민이 어로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조선은 ‘신증동국여지승람’을 통해 울릉도가 조선 땅임을 분명히 밝혔다. 안용복은 3년 뒤 일본에 직접 찾아가 이 문제를 따지는데, 조선은 이 과정에서 울릉도 동쪽에 ‘자산도’(子山島)가 있음을 새로이 알게 된다. 저자는 ‘자산도’의 ‘자’(子)는 ‘우산도’(于山島)의 ‘우’(于)의 오기라고 설명했다. 이후 실학자 정상기가 이익의 ‘성호사설’에서 이를 인지하고 1740년대 ‘동국대지도’를 제작하며 울릉도 서쪽에 그려졌던 우산도를 동쪽으로 바로잡은 것을 근거로 댔다.저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 연구자 일부가 당시 고지도 제작 과정을 모른 채 일부 사료만 인용하며 ‘독도=우산도’를 너무 쉽게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오히려 일본에 빌미를 주는 꼴”이라고 밝혔다. 그는 “책을 통해 쉬운 설명의 오류를 경계하고, ‘독도=우산도’라는 사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生의 막바지에서 민족 문화의 시작을 고민하다

    生의 막바지에서 민족 문화의 시작을 고민하다

    “생과 죽음이 등을 마주 댄 부조리한 삶. 이것이 내 평생의 화두였으며,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죽음 아닌 탄생의 이야기를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올해 여든여덟. 그의 말마따나 ‘생의 막바지´에 있는 한국의 지성 이어령 박사의 책이 새로 나왔다. 신간 ‘너 어디에서 왔니´(파람북)는 그의 삶의 대미를 장식할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주제는 ‘탄생’으로, 문화 유전자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을 지배하는 비밀을 담고 있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사실에 질문을 던지고서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동서양을 누비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다니며 답을 찾아낸다. 예컨대 태명에 관해 설명할 때, 과거 태명 ‘개똥이’와 요즘 태명 ‘쑥쑥이’ 등을 비교한다. 태명은 한국에만 있는 풍습인지 궁금증이 생긴 저자는 인터넷을 검색해 영국에서 거주하는 주부의 블로그에서 이야기를 가져오기도 한다. 서양 문화권에는 원래 태명이 없었지만, 초음파 촬영 기술이 발전하면서 ‘요다’나 ‘타이거’와 같은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태중 아이를 한 살로 보는 우리식 관점을 통해 우리가 태아에 유독 관심이 많고, 태명에도 집착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한국인 특유의 ‘연결’을 강조한다. 아기를 안고 자며, 포대기로 업고 다니는 등 최대한 엄마와 밀착함으로써 엄마 배 속의 환경과 일체가 되려 하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다.‘굶는 건 참아도 궁금한 건 못 참는다´는 저자는 자신을 ‘21세기의 패관(稗官)’이라 자청한다. 술청과 저잣거리, 사랑방을 드나들며 이야기 꾸러미를 기록으로 챙겨온 조선시대 패관처럼 온갖 텍스트와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를 채록해 재구성했다. ‘꼬부랑 할머니’ 동요를 시작으로 모두 12개 고개를 넘으며 이야기판이 벌어진다. ‘태명 고개’를 시작으로 ‘배내 고개’, ‘출산 고개’, ‘삼신 고개’, ‘기저귀 고개’, ‘어부바 고개’, ‘옹알이 고개’, ‘돌잡이 고개’, ‘세 살 고개’, ‘나들이 고개’, ‘호미 고개’, ‘이야기 고개’마다 3~5개 이야기(꼬부랑길), 모두 53개의 꼬부랑길로 구성했다. 첫 저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시작으로 지난 60년 동안 무려 100여권의 저서를 냈지만, 이번 책은 특히 힘들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지난 10년 동안 무리한 집필로 머리 수술을 받았고, 암 선고를 받은 뒤 두 차례 큰 수술을 겪은 후 나온 산고의 결과다. 한편, 저자는 후속으로 ‘알파고와 함께 춤을’, ‘젓가락의 문화 유전자’, ‘회색의 교실’(가제)을 올해 안에 출간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사인, 작가의 책에 받아야

    [김금숙의 만화경] 사인, 작가의 책에 받아야

    프랑스에는 크고 작은 만화페스티벌이 꽤 있다. 만화전문 책방도 파리뿐만 아니라 지방의 각 도시에 있다. 작가는 사인회에 초대받으면 정성을 다해 그림으로 사인을 해 준다. 독자의 태도도 볼만하다. 어린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한 시간, 때로는 오후 내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책을 이미 구입해 품안에 꼭 안고 있는 사람도 있고 그 자리에서 구입해서 사인을 받는 독자도 있다. 기다리는 동안 누구 한 명 불평을 하거나 새치기를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본인이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려고, 사인을 받으려고 오랜 시간을 기다린 만큼 본인의 차례가 됐을 때, 그의 얼굴에는 행복함이 가득하다. 작가는 설령 피곤하고 힘들어도 그런 독자의 마음과 태도에 보람을 느끼며 사인을 계속한다. 물론 모든 작가의 사인회가 비슷하지는 않다. 옆에 앉은 만화가는 줄이 빽빽한데 내 줄엔 한두 사람만 있을 때도 있고 아예 없기도 했다. 그럴 때엔 연습장에 그림을 그리며 독자를 기다린다. 마음은 초조하지만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 때로 드물게 만화사인만 받으려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나도 몇 번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그들은 사인북을 가지고 다니며 작가에게 그림을 부탁한다. 거절하지 못하는 마음 약한 만화가는 멋지게 그림을 그려 준다. 이름만 쓴 사인이 아니라 그림이기에 그 자체는 훌륭한 작품이며 사인북은 작품집이 된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떤 사람이 이탈리아의 어느 유명 작가가 그려 준 사인을 다음날 한 인터넷 사이트에 경매를 올렸다. 이탈리아 작가는 그에 대해 소셜미디어에서 분노와 실망을 표현했다. “몰상식하다”, “책이 아닌 다른 종이에 사인을 해서는 안 된다”, “고소해야 된다”, “우리는 작가를 지지한다”, “사인회를 주최한 페스티벌 측과 출판사는 이제 더이상 작가들을 사인회에 무료로 불러서는 안 된다” 등등 사람들은 댓글과 공유로 격렬하게 분노했다. 재판까지 갈 뻔했던 이 사건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경매광고를 내림으로써 끝을 맺었다. 작가가 책을 들고 오지 않은 독자에게 책 이외의 종이에 그림을 그려 준 성의를 완전히 배반한 경우였다. 수년 전 귀국한 후 나는 처음으로 국내 어느 만화 행사 사인회에 초대됐다. 사인회를 기획한 곳에서 당연히 책을 준비했으리라 생각했다. 도착해서 보니 책은 단 한 권도 없었다. 다른 만화가들의 책상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 이름이 적힌 테이블 앞에 앉았다. 책이 없으니 사인을 해 줄 수도 없고 난감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만화가들은 줄 선 사람들의 캐리커처를 그려 주고 있었다. 너무나 당연한 듯 보였다. 나는 무얼 해야 할지 몰라 잠시 어정쩡하니 앉아 있다가 내 앞에 선 초등학생에게 “꼬깽이” 캐릭터를 그려 주었다. “우리 아들하고 제 캐리커처 함께 그려 주세요.” 옆에 섰던 아이의 엄마가 내가 그려 준 그림을 보지도 않고 말했다. “아, 저는 캐리커처를 그리지 않는데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의 엄마는 아이를 데리고 다른 만화가의 줄로 달려갔다. 나는 캐리커처를 그리려고 그곳에 간 게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캐리커처를 그리며 사인회를 마감했다. 사람들은 다른 재밋거리를 찾아 흩어졌다.이후로도 나는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캐리커처 한 장 그려 주세요.” 마치 물 한 모금 달라는 듯이 사람들은 요구했다. 지금의 그림을 그리기까지 작가들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의 공을 들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책이 아닌 아무 종이나 내밀며 캐리커처를 그려 달라고 한다. 이런 ‘문화’는 어디서 와서 어떻게 정착하게 된 걸까. 최근 대한민국에는 동네책방이 엄청 늘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가는 신작을 내면 사인회할 기회가 거의 없다. 책을 내도 낸 것 같지가 않다. 책이 출간된 순간만 잠시 반짝하다가 다른 신간에 묻힌다. 북토크나 사인회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또한 이 기회는 홀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유일하게 자신의 작업실에서 나와 독자와 소통하는 시간이다. 강의에 나가지 않고 작업에만 집중하는 작가는 더 그러하다. 책방에서는 책에 사인을 한다. 하지만 행사를 할 때 아직도 구겨진 종이를 내미는 사람이 있다. 쉽게 얻은 그림은 휴지조각처럼 버려질 게 뻔하다.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출판계, 구독경제에 꽂히다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출판계, 구독경제에 꽂히다

    매주 회사로 오는 신간을 살펴보노라면 ‘아, 이제 이 분야가 열리는구나’ 혹은 ‘이 분야가 인기를 끌겠구나’, 가늠할 수 있습니다. 미묘하게나마 ‘흐름’을 읽을 수 있다고나 할까요. 사회에 주목할 만한 현상이 발생하면 이를 다룬 책이 늘어나는 게 당연할 겁니다. 예컨대 재작년에는 페미니즘이었고, 지난해는 밀레니얼 세대라든가, 유튜브를 주제로 한 책이 많이 나왔습니다. 흐름의 시작은 번역서입니다. 외국 우수 사례를 전반적으로 다룬 책이 나옵니다. 그리고 특정 사례를 깊이 연구한 책들이 나오고, 이어 국내 성공 사례를 담은 책이 이어집니다. 최근 눈에 띄는 분야는 구독경제입니다. 지난달에만 3권의 번역서가 나왔습니다.티엔 추오와 게이브 와이저트가 쓴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부키)은 ‘구독경제’라는 용어를 만든 티엔 추오가 구독사업에 관해 쓴 책입니다. 그는 공유경제를 지나 이제는 구독경제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구독경제 마케팅’(유엑스리뷰)도 비슷한 책입니다. 구독 기반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업가 존 워릴로가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합니다. 구독경제 모델을 9가지로 나눠 설명하는 게 특징입니다.구독경제를 재밌게 접해 보려면 ‘구독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한스미디어)를 추천합니다. 의식주는 물론 ‘동’(動), ‘락’(樂)까지 일본의 대표적인 구독경제 사례를 분석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파나소닉의 ‘더 로스트’ 사례가 흥미로웠습니다. 커피 볶는 기계를 사면 매달 200g의 원두를 보내 주는데,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봉지에 있는 QR 코드를 찍으면 기계가 원두를 최상의 상태로 볶아 준다고 합니다. 출판계에도 구독경제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빌려 볼 수 있는 월정액 구독 모델, 이슬아 작가를 비롯한 작가들도 좋은 사례입니다. 구독경제가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예컨대 전통적인 구독경제 모델인 일간지는 점차 힘을 잃고 있습니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구독경제는 성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구독경제 다음은 무엇일지. gjkim@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사진, 타인의 상처를 포착하다

    [그 책속 이미지] 사진, 타인의 상처를 포착하다

    당신 곁에 있습니다/임종진 글·사진/소동/368쪽/1만 6500원광주시 옛 국군통합병원 현관에 7명의 남자가 나란히 섰다. 깨진 유리창 사이로 1980년 5월 당시의 모진 고문과 구타의 기억이 스며든다. 아픔이 고이 서린 이곳에서 찍은 사진은 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진이란 무엇인가. 그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한 예술인가. 사진가 임종진은 고개를 젓는다. 북한과 이라크 현장을 취재하던 그는 어느 날 신문사를 그만두고 캄보디아에서 무료 사진관을 연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사람이 우선’인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신간 ‘당신 곁에 있습니다’는 자신을 ‘사진 치유가’라고 일컫는 그의 사진과 글을 묶은 사진 에세이집이다. 소외된 이들, 상처받은 이들을 향한 사진과 진솔한 글이 가슴을 두드린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님이여 사랑이여 아침볕의 첫 걸음이여 - 홍성 한용운 생가 기념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님이여 사랑이여 아침볕의 첫 걸음이여 - 홍성 한용운 생가 기념관

    #만해한용운 #님의침묵 #육당최남선 “육당? 그 사람은 내가 장례 지낸지 오랜 고인이오.” 만해(卍海) 한용운(1879-1944)은 일제 강점기 시절 반일 강골 중에서도 지독한 강골이었다. 1919년 3·1운동 때〈기미독립선언문>의 기초를 쓴 육당(六堂) 최남선(1890-1957)이 탑골공원 인근에서 만해를 만나자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넨다. 그러자 만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위와 같았다. 만해는 육당이 조선 총독부로부터 연구비와 생계 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조선사편수위원회에 참여한 것을 두고 변절하였다고 생각한 것이다.이렇듯 만해는 죽을 때까지도 일제에 저항하였다. 1940년 이후 폭압적인 일제의 전쟁 지원 상황에서도 창씨개명을 반대하였고 조선인 학병출정을 끝까지 막으려고 하였다. 그가 거주하던 집인 서울 성북동의 심우장(尋牛莊)조차 조선총독부가 꼴 보기 싫다하여 대문을 북향(北向)으로 텄을 정도였다. 죽을 때까지 오롯한 독립 정신을 지킨 만해 한용운선생의 생가(生家)로 가 보자. 만해(卍海) 한용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고향을 반드시 가 볼 일이다. 만해는 1879년 8월 29일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문은 충청도 홍성의 궁벽진 마을에서 터를 잡고 살던 몰락한 양반 사대부 집안이었다. 부친이 홍성군 관아의 하급 임시 관리로 생계를 겨우 꾸려나갈 정도였지만 양반이라는 가문의 자부심은 있었다. 만해는 이미 9살 때 한학의 문리(文理)를 통달한 신동으로 홍성 인근에서는 소문이 자자하였다. 그러나 1894년 동학 농민 운동에 참여한 이후 만해는 세계 정세나 우리 나라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이 시기부터 만해는 강원도 인제의 백담사 등지를 다니면서 불교 서적을 읽기 시작하였고 1896년 오세암에서 출가를 하게 된다.이후 그의 삶은 항일운동과 조선불교대중화라는 두 방향으로 매진하게 된다. 1911년 일본이 이른바 한일불교동맹을 내세우며 한국 불교를 사실상 일본에 귀속시키려하자 만해는 이에 격렬히 반대하였다. 결국 만해는 조선 총독부의 조선 사찰령을 피해 만주로 망명하게되고 여기서 독립운동의 정신의 터를 닦는 인연을 만난다. 바로 만주의 독립지사 이회영, 박은식, 김동삼 등이 그들이었다. 귀국 후 만해는 언론 활동을 통하여 3·1운동을 주도하였고,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서의 공약 3장을 추가 보완하기도 하였다. 또한 1926년에는 시집 “님의 침묵” 을 발간하기도 하였으며 그 후 일제강점기 최대 규모의 독립운동단체인 신간회를 주도 창설하였다. 이후 만해는 신간회의 서울 지회장으로서 학생 의거와 민족 운동을 지원하기도 하였다.홍성 만해 한용운 생가터에는 바로 이러한 선생의 어릴 적 삶의 원형을 만날 수 있다. 1992년부터 생가를 중심으로 한 주변지역을 사적화하기위해 복원하기 시작하여 생가인 초가 외에 사당, 삼문, 관리사, 화장실 등을 건립하였다. 또한 만해가 남긴 여러 문학 작품과 아울러 조선불교유신론, 불교대전 등과 같은 불교 서적도 만날 수 있는 2층 규모의 만해 문학 체험관도 이곳에서 방문할 수 있다. <홍성 만해 한용운 생가터에 대한 방문 10문답> 1. 방문 추천 정도는? - ★★(★ 5개 만점) 2. 누구와 함께? - 만해 한용운에 대한 기본 지식과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3. 가는 방법은? - 충남 홍성군 결성면 만해로 318-83 - 홍성터미널 → 광천 21번국도 2km → 결성시내버스 10km → 성곡리 (한용운선생 생가지) 3.5km 4. 만해 한용운 생가지의 특징은? - 만해의 흔적은 남긴 옛 초가집과 기념관이 있다. 만해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미 깊은 방문지가 될 수도 있다. 5. 방문 전 유의 사항은? - 규모가 그리 큰 편이 아니어서 짧은 시간 동안 다녀볼 정도. 6. 만해 한용운 생가터에서 꼭 볼 곳은? - 만해 문학 기념관 내의 여러 문학 작품들. 7. 토박이들로부터 확인한 추천 홍성 먹거리는? - 굴칼국수 ‘결성칼국수’, ‘홍북식당’, ‘70년소머리국밥’, 한우불고기 ‘한밭식당’, 갈비탕 ‘유진식당’ 8. 홈페이지 주소는? - http://history.hongseong.go.kr/history/sub04_04_01.do 9. 주변에 더 방문할 곳은? - 홍주성역사관, 홍성홍우의사총, 백야김좌진장군생가지, 결성농용농사박물관,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 조류탐사과학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홍성에 위치한 만해 한용운 생가터는 관광지라기보다는 만해를 알고자하는 사람들이 찾아가는 유적으로서의 의미가 깊은 곳이다. 생가지 내에 위치한 만해 문학 기념관에는 읽을거리가 많아서 텍스트를 좋아하는 방문객이라면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곳.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설렘 가득한 연애시와 감성 가득한 에세이 ‘우리 사랑은 매년…’

    설렘 가득한 연애시와 감성 가득한 에세이 ‘우리 사랑은 매년…’

    우리 사랑은 매년 다시 피어나는 봄꽃 같았으면 좋겠다/서동빈 지음/함주해 그림/허클베리북스 펴냄/240쪽/1만 4000원 작가 서동빈이 신간 ‘우리 사랑은 매년 다시 피어나는 봄꽃 같았으면 좋겠다’를 펴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뒤 작가는 문득 자신이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상대방에 대한 소유욕과 스스로의 상실감에 가득했던 자신이 이제 온 세상을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오히려 더 충만해져 버린 사랑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만든 책이다. 막스 자코브, 무하마드 루미, 릴케, 살로메, 브레히트 그리고 장경경과 다이라노 가네모리, 박미산과 김므즈에 이르기까지 유럽과 미국, 아시아, 중동,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사랑의 시 31편에 그 시들을 바탕으로 떠올린 작가의 추억이 에세이 형식으로 덧붙었다. 이 책에 실린 31편의 시 중에서 11편은 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소개됐거나 이 책을 위해 새로 쓴 시들이다. 작가는 시를 모으고 그 시들에 자신의 글을 덧붙이는 과정에서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냈다. 소유나 자기 연민으로서의 연애가 아니라 자기를 버리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연애를 할 때 비로소 사람들은 이성뿐만 아니라 세상을 더 사랑하게 되고, 스스로를 아끼며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내용뿐 아니라 ‘물성’으로서의 책 자체도 그 아름다움으로 큰 화제다.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 시인들과 편집자 그리고 번역자가 1년 6개월간 한 땀 한 땀 공들여서 만든 역작이다. 본문의 일러스트는 사람과 세상의 풍경을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세계관으로 그려내는 함주해 작가가 맡았다. 또 북디자인은 최근 우리나라 북디자인 풍경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고 있는 북디자인 스튜디오 ‘urbook’에서 담당했다. 시인 박미산과 가수 김므즈, 번역가 김유 등과의 컬래버레이션 또한 빛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열 번의 산책(에디스 홀 지음, 박세연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 주관적인 행복의 의미를 탐구한 최초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감정과 욕망의 억압을 강조하던 스토아 철학자들과 달리 ‘삶의 환희’에 주목했고, 일상의 사소한 일에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개입을 강조했다. 320쪽. 1만 8000원.시일야방성대학(고광률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한국 사회 최고 기득권층으로 지목된 교수 사회의 권력투쟁과 모략을 그린 장편소설. 작가가 대학에서 30년간 실제 강의하면서 느끼고 고민한 문제들을 사실적으로 짚어냈다. 사립대 총장 자리를 둘러싼 오너 일가와 전임 총장 간 대립, 그 과정에서 폭로되는 재단 비리 등 대학 내에서 벌어지는 진흙탕 싸움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384쪽. 1만 4000원.문래 금속가공 공장들의 문장 디자인(강수경 지음, 미메시스 펴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 단지의 오랜 역사를 시각디자인화한 책. 문래동 기계금속가공 공장들이 수십년간 다져 온 삶의 방식을 이곳에서 새 둥지를 틀게 된 시각예술가들이 심벌마크로 만들어 보여 준다. 408쪽. 1만 6800원.일곱개의 회의(이케이도 준 지음, 심정명 옮김, 비채 펴냄) 일본 TV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 원작자 이케이도 준의 신간 소설. 영업부의 만년 계장 야스미는 부서 에이스이자 직속 상사인 사카도의 폭언에 시달리다 그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발한다. 결과가 뻔해 보이는 싸움에서 예상을 뒤엎고 사카도에게 대기 발령 조치가 내려지는데, 뜻밖의 처절한 파워게임이 도사리고 있다. 496쪽. 1만 4500원.인간다움의 순간들(이진숙 지음, 돌베개 펴냄) 르네상스 시대부터 21세기 초까지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 101명의 걸작을 세 권에 나눠 선보이는 ‘더 갤러리 101’ 시리즈 첫 번째 책이다. 2013년부터 예술의전당 화요아카데미 강사로 활동한 저자는 미술사적 연대기와 지식에 바탕을 두는 한편 그림을 통한 에세이적 글쓰기를 시도했다. 456쪽. 2만 8000원.득음(배일동 지음, 시대의창 펴냄) 판소리 명창이 써 내려간 한민족 소리 개론. 소리의 근원인 숨부터 소리를 이루는 장단과 몸짓까지 평생 수련하면서 터득한 이치를 책에 담았다. 훈민정음의 원리와 음양오행 등 민족정신과 동양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을 바탕으로 소리의 이론적 실체를 적었다. 552쪽. 3만원.
  • 트럼프 탄핵 새 뇌관 ‘볼턴 회고록’

    트럼프 탄핵 새 뇌관 ‘볼턴 회고록’

    민주당 볼턴 증인 요구에 공화당 균열2018년 4월부터 17개월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자리를 지켰던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신간에 각종 스모킹 건이 담겨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워싱턴 정가가 흔들리고 있다. 평소 메모광으로 불리던 볼턴 전 보좌관이 자신을 경질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소위 ‘복수’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오는 3월 출간될 볼턴 전 보좌관의 신간 ‘상황이 벌어진 방: 백악관 회고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와 민주당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수사를 연계하기를 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일부에서도 현재 진행 중인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 심판에 볼턴 전 보좌관을 소환하자는 요구가 일고 있다. 또 볼턴 전 보좌관은 저서에서 지난해 자신이 윌리엄 바 법무장관과 터키·중국 등 ‘독재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호의를 우려했다는 점도 적시했다. 바 장관은 해당 대화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통신회사 ZTE에 대해 나눈 대화를 언급했다. ZTE는 북한, 이란 등과 사업을 해 2017년 거액의 과징금을 물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년 후 측근의 반대에도 ZTE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 바 장관은 2018년 터키 국유 은행인 할크방크에 대한 미 법무부의 조사와 관련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부탁도 언급했다. 할크방크는 대이란 제재 회피용 자금세탁을 도왔다는 혐의가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터키에서 기자들에게 할크방크에 대한 추가 제재 중단 지침을 약속했다는 것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에게 “나는 (볼턴 전 보좌관이 쓴 책의) 원고를 본 적이 없으며 볼턴에게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한 NYT 보도를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NYT의 해당 보도는 기밀유출 논란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전직 고위 관리로서 기밀 유출 방지를 위해 회고록 출간 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사전 검토를 받아야 하는데 그전에 초고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볼턴 전 보좌관과 NSC 양측 모두 NYT에 초고를 유출하지 않았다며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등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신간은 책이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NYT는 27일 오전 현재 예약 판매만 가능함에도 아마존 베스트셀러 목록 17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설날 맞아 이벤트 풍성한 서점가 놀러갈까

    설날 맞아 이벤트 풍성한 서점가 놀러갈까

    설날을 맞아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연휴 기간 가족, 친척들과 함께 잠시 짬을 내 방문해보는 것도 좋겠다. 인터넷 영풍문고는 27일까지 ‘새해 福 도서교환권’ 이벤트를 진행한다. 영풍문고 북클럽 회원이라면 온라인 주문 시 최대 8000원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배송을 하지 않는 설 연휴 기간 온라인 주문 후 매장에서 책을 받을 수 있는 ‘나우드림’ 서비스에도 쓸 수 있다. 이번 달 31일까지 영풍문고가 추천하는 문학 신간 10종에 관한 서평을 쓰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한다. 영풍문고 오프라인 지점도 행사를 진행한다. 지난 20일 신규 오픈한 사당역점에서는 구매 고객 대상 최대 3000원 도서교환권과 사은품을 증정한다. 31일까지 경품 추첨 행사도 연다. 개점 3주년을 맞은 분당 서현점에서는 3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어니스트 헤밍웨이’ 머그잔을 증정한다. 교보문고는 ‘설레는 선물 골라보쥐’ 행사를 열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2가지 상품 가운데 1개를 선택한 뒤 참여완료 버튼을 클릭하면 e-교환권, 도서 바로드림 e-교환권, 교보문고 eBook 등 1000원 교환권을 받을 수 있다. 이 기간 일부 사용자들에게는 ‘법정스님 인생응원가’ 등 무료 이북도 준다. 오프라인 서점 일부에서는 휴대전화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바로 받을 수 있는 바로드림 서비스도 그대로 제공한다.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는 ‘숨은 복을 찾아라’ 이벤트를 진행한다. 예스24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온 이미지에서 ‘복’이라는 글자가 몇 번 들어갔는지를 맞히면 된다. SNS를 팔로우 하고 정답을 보내면 모두 30명에게 예스24 굿즈(상품)를 제공한다. 당첨 발표는 다음 달 4일이다. 알라딘에서도 SNS 팔로우 이벤트를 진행한다. SNS 팔로우한 뒤 설 연휴기간에 읽고 싶은 책 제목을 댓글로 달면 된다. 당첨자에게는 새해 굿즈를 증정한다. 기존 팔로워라면 친구들을 태그하면 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책들의 대화를 허하라

    [이은혜의 책 사이로 달리다] 책들의 대화를 허하라

    모든 글은 다른 글에서 양분을 얻는다. 작가는 다른 말로 하면 가장 좋은 독자다. 베냐민은 브레히트의 가장 좋은 독자였고, 브레히트는 셰익스피어의 가장 좋은 독자였으며, 우구를리앙은 지라르의 가장 좋은 독자였다. 이들이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하는 것은 글쓰기의 중요한 수단이지 표절이 아니었다. 앞선 자의 정신을 딛고 선 자들은 우뚝한 산맥 하나씩을 만들어냈다. 순수한 내 생각만으로 된 글과 책은 없다. 반짝반짝 신간이 어느덧 뒤에 오는 책들의 재료로 그 쓰임새가 바뀐다. 많은 책이 운명처럼 ‘절판’되지만, 다행히 그 안의 어떤 문장과 단락은 다른 책에 인용됨으로써 목숨을 연장한다. 이것이 책과 책의 대화이자 책들의 연대기일 것이다. 하지만 표절이 악마처럼 등장하자 이를 막으려는 장치들이 촘촘히 생겨났다. (이전 세대의 어떤 이들은 지식재산권을 마치 들판에 난 꽃을 꺾듯이 제 글 속에 욱여넣었는데, 오늘날 작은 비극의 실마리가 여기서 생겨났다.) 이에 따라 편집자들은 모든 문장에 대해 법적 허가를 구하기 시작했고 작가들은 행여 있을지 모를 시비를 피하고자 몸을 사려 인용을 꺼리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 문장, 한 단락을 인용할 때조차 게재 허가를 얻고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것이 일상다반사가 돼 버렸다. 언뜻 저작권 개념이 튼튼히 뿌리 내리는 것 같지만, 글과 문장이 빈틈없이 ‘권리’와 ‘돈’으로 환산되는 것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편집자는 게재 요청을 하루에도 여러 건 받는다. 무료로 허가하거나 계산기를 두드려 비용을 받기도 하는데, 서로의 책을 참조하고 인용하는 것이 상식이었던 시절을 건너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 모든 일은 권리와 창작의 개념을 다시 곱씹게 만든다.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유리같이 투명한 절차이지만, 이것이 자유로운 사고를 가로막지나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자잘한 지식재산권을 모두 허가받는 일의 엄청난 소모에 대해 법학자 마이클 헬러는 심각한 현상으로 지적한 바 있으며, 쪼개진 권리들의 저작권을 해결하다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려는 의욕들이 꺾여 공동체 전체가 손해 보게 될 것을 우려했다. “점점 더 많은 가시철조망이 문화계의 오픈 필드를 에워싸고 있다.” 책에 남의 글을 인용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타자의 환대’다. 타자를 받아들이는 자만이 자아를 넓힐 수 있다. 그렇기에 책이라면 예외 없이 이전 책과 대화를 하는데, 그게 가장 형식화된 게 박사 논문이다. 기존 연구를 검토하며 그 두터운 업적을 등에 업은 순간 새 논문은 역사성을 띠게 되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사유는 고유한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선배 작가를 딛고 서려면 대화해야 하고, 잘못된 것이 있으면 조목조목 인용하며 비판해야 한다. 작가들이 타인의 텍스트를 인용하면서 자기 화두를 여는 것은 현대적 글쓰기의 한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 앞서 저작권이 하나의 굴레로 작용하고 있는 게 요즘 풍토다. 그러자 어떤 작가와 편집자들은 기이한 묘안을 내기 시작했다. 직접 인용을 줄이고, 리라이팅해서 출처를 숨긴 채 자기 글 속에 녹이는 것이다. 타인의 생각을 내 문장에 욱여넣어 그 타자성이 드러나지 않게 감추는 이런 일은 촘촘한 법을 피하려다 보니 생기는 윤리적 후퇴들이다. 원래부터 조심스러워했던 이들은 더 소심해지고, 도덕과 법망을 잘 빠져나갔던 이들은 더 과감하게 거의 표절처럼 자기 텍스트를 만들어 나간다. 우리가 뼛속까지 들여다보고, 점검하고, 방어하기 위해 하는 행동들은 때로는 약이 되지만,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아니, 문장이 돈과 권리로 환산되는 시대는 삭막하다. 시인이 시 해설서를 내면서 시를 하나도 인용하지 않는 일은 얼마나 가난한 풍경인가. 법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는 것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어느덧 방파제를 높이 쌓아 책과 책의 대화를 막는 불통의 문화가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 [문화마당] 시민 출판의 시대로/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문화마당] 시민 출판의 시대로/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오늘날 우리는 누구나 자기 삶을 스스로 기록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아카이브해서 후대에 남길 수 있다. 아카이브 방법은 점점 간단해져 블로그 등 디지털 콘텐츠만이 아니라 종이책이나 전자책 같은 형태로 출판하는 것도 이제는 별로 어렵지 않다. 도서관 등에서 이용자들을 상대로 책 쓰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전문 저자가 아닌 일반 시민들이 출판하려 할 때 독자들이 후원 등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소셜 펀딩 시스템이 이러한 흐름을 거세게 하는 중이다. 2018년 텀블벅 한 군데에서만 700여권의 신간이 탄생했다. 작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꽤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가 쓴 책 콘텐츠를 소비만 하는 출판 객체에 일반 시민들이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가치 있다 생각하는 일상의 어떤 것이든 기록해서 책으로 펴내는 출판 주체가 되는 것을 ‘출판의 민주화’라 한다. 최근 출판계에서는 어르신들의 진솔한 자기 기록이 책으로 나와 화제가 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출판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또 고령 사회를 맞이해 미래 가치가 높은 ‘시니어 출판’ 영역의 확산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를 쓴 전남 순천 할머니들은 순천 그림책 도서관에서 글과 그림을 배운 후 쓰고 그린 인생 기록을 한데 모아 책을 펴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이 압축적으로 담긴 이 감동적인 책은 출간 직후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요리는 감이여’를 함께 쓴 충청도 할매들 역시 충남 지역 도서관과 평생학습관에서 한글 문해 교육을 받고는, 평생 처음 글을 읽고 쓸 줄 알게 됐다. 사서와 편집자 등의 도움을 받아 기록한 이들의 인생 요리 책은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흔일곱 살 이옥남 할머니의 30년 일기에서 가려 뽑은 글을 엮은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은 소박한 어조로 인생을 긍정하는 내용이 독자들 마음을 파고들었다.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70대에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박막례 할머니의 인생 역정을 유쾌한 필치로 그려내 많은 호응을 받았다. 이 밖에 전국 한글학교에서 뒤늦게 한글을 배운 어르신들의 시와 산문을 모은 ‘보고 시픈 당신에게’ 등 시니어 출판의 한 갈래가 자리잡아 가는 느낌이다. 일기, 회고, 에세이, 자서전 등으로 표출되는, 특히 여성 어르신의 자기 기록은 여러 의미가 있다. 평생 자기표현이 억눌렸던 이들의 인생 기록은 남성 중심의 기울어진 역사를 바로잡고, 공공 기록이 빠뜨리곤 하는 시민들의 일상을 복원하며, 다채로운 지역 문화를 원형 그대로 보존한다. 또한 자기 삶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는 과정은 동시에 한 평범한 시민이 자기 삶의 의미를 깊게 성찰하고, 인생에서 받은 온갖 상처를 치유하며,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몽테뉴에 따르면 세상 사람은 ‘눈앞에 있는 것만 바라보는 사람’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람’으로 나뉜다.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은 독단의 돌부리에 걸려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 속으로 넘어진다. 눈을 안으로 돌려 자기 경험을 객관화하는 과정 없이 인간은 성숙할 수 없고, 더 나은 삶에 도달하지 못한다. 몽테뉴가 ‘에세’를 쓰면서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한없이 시도했듯, 자기 기록은 한 시민이 지나온 인생의 의미를 따져 보고 앞으로의 삶을 새롭게 만드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의 알을 품은 시민들이 많아지면 자신을 배려하고 타인을 관용하는 이들도 늘어나면서 공동체도 함께 부화한다. 좋은 사례들이 생겨난 만큼 도서관에서 시민들의 자기 기록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보존함으로써 미래의 자산으로 삼았으면 한다.
  • “전자책 보면 종이책 드려요”… 독자 마음 움직일까

    “전자책 보면 종이책 드려요”… 독자 마음 움직일까

    ‘밀리의 서재’ 격월로 종이책 제공…유명작가의 한정판 우선 만날 수 있어 교보문고 ‘sam’ 매월 종이책 한 권 배송…전자책으로 볼 수 없는 베스트셀러 위주 “전자책 독자 상당수 종이책 보는데 착안” “한정적인 독자 두고 출혈경쟁 될 수도”전자책 제공 업체들이 종이책을 결합한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매월 일정한 돈을 내면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볼 수 있는 월정액 구독자들이 돈을 조금 더 내면 종이책을 보내주는 형태다. 업계 1위인 ‘밀리의 서재’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 만인 이달 교보문고도 새롭게 뛰어들면서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다음달 김영하 작가의 신작 소설을 종이책으로 출간한다. ‘밀리 오리지널 종이책 정기구독’의 세 번째 책이다. 밀리의 서재는 지난해 10월 전자책과 종이책을 결합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9900원을 내고 월정액으로 책을 보는 독자가 매월 6000원을 더 내면 격월로 종이책을 보내준다. 첫 번째 책은 정용준, 김초엽 등 작가 7명이 참여한 테마소설집 ‘시티픽션’이었다. 지난달에는 김중혁 작가가 3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장편소설 ‘내일은 초인간’을 냈다. 이 책들은 밀리의 서재에서 우선 나온 뒤 2개월 이상 지나야 일반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예컨대 다음달 출간하는 김 작가 신간 소설은 일반서점에는 4월이 넘어야 나오고 표지도 바뀐다. 밀리의 서재 독자들은 한정판을 소장한다는 의미가 생긴다. 밀리의 서재 관계자는 “출판사와 협의해 출간 예정 유명 작가의 작품을 우선 밀리의 서재에서 만날 수 있도록 했다. 표지도 다르게 꾸민 한정판 서적들”이라면서 “김영하 작가 소설 이후로 이 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문고는 이번 달부터 ‘sam(샘) 그리고 책’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자책을 한 달에 9900원에 보는 sam 무제한 서비스에서 돈을 더 내면 교보문고가 고른 종이책 가운데 원하는 한 권을 매월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다. 전자책 5만권에 종이책을 주는 ‘sam 무제한’이 월 1만 6500원(연간 19만 8000원), 전자책 13만종에 종이책을 배송하는 ‘sam 패밀리’가 월 2만 2500원(연간 27만원)이다. 종이책은 전자책으로 볼 수 없는 신간들로, 주로 베스트셀러 위주로 구성했다. 이번 달에는 ‘트렌드 코리아 2020’(미래의챙),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놀), ‘90년대생이 온다’(웨일북) 등 9권이다. 원하는 책이 없다면 포인트 1만원을 준다.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빌려볼 수 있는 월정액 구독 모델은 2017년 밀리의 서재가 시작한 이후 점차 커지는 추세다. 리디북스, 예스24에 이어 교보문고가 지난해 3월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18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유통사의 판매 형태는 전자책 단권으로 파는 ‘일반 판매’가 93.3%로 가장 많았고, 최대 90일 이내 등으로 제한하는 ‘기간제 대여’가 46.7%였다. ‘정액제 구독 모델’은 33.3%였다. 향후 고려 중인 전자책 판매 방식을 묻는 질문에는 ‘일반 판매’가 66.7%로 26.6% 포인트 낮아지고, ‘정액제 구독’은 13.4% 포인트 높았다. 종이책 결합 상품 확대 현상에 대해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지난 10년이 아이패드와 같은 태블릿PC와 같은 하드웨어의 변화였다면,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의 변화가 활발하다”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될 전자책 제공 업체들이 전자책 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종이책도 읽는 점에 착안해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책·종이책 결합 상품이 과도한 할인 공세로 도서정가제 변질, 시장 교란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교보문고의 ‘sam 그리고 책’의 ‘sam 무제한’은 연 구독비가 원래 22만 8900원이지만 19만 8000원, ‘sam 패밀리’는 50만 4000원이지만 27만원으로 대폭 할인했다. 고를 수 있는 종이책 9권 가운데 정가가 2만원인 ‘이기적 유전자’(을유문화사)를 택하면 ‘sam 무제한’은 사실상 공짜인 셈이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장은 “전자책 월정액 구독자 대부분이 책을 많이 읽는 ‘헤비유저’이고, 종이책을 실제로도 많이 구입하고 있다. 결국 한정적인 독자를 두고 출혈 경쟁을 펼치며 나눠먹기 하는 식이 될 수 있다”면서 “전자책 시장 자체가 확장하지 않는 이상 종이책 연계 서비스도 한계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베스트셀러]‘트렌드 코리아’ 1위 수성… 자기계발서 상위권

    [베스트셀러]‘트렌드 코리아’ 1위 수성… 자기계발서 상위권

    ‘트렌드 코리아 2020’의 활약이 새해에도 여전하다. 교보문고가 10일 발표한 1월 첫째 주 온·오프라인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에 따르면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0’이 11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지난주에 이어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와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가 이어 2, 3위를 차지했다. 새로운 다짐과 목표를 세우는 연초를 맞이해 습관의 힘을 강조한 책들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의 자기계발 전문가인 제임스 클리어가 쓴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역주행 베스트셀러로 떠올랐고, 신간 ‘해빗’도 56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새로운 강좌 시작과 영어시험 준비로 인한 토익수험서의 인기도 눈에 띈다. ‘해커스 토익 기출 보카 TOEIC VOCA’가 종합 10위에 올랐고, ‘해커스 토익 RC 리딩’은 21계단이나 상승해 종합 24위에 올랐다. 새해를 맞아 취업준비를 위한 토익 시험 공부에 뛰어든 독자들의 영향이 돋보였다. 2010년대 정의 열풍을 불러온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TV 프로그램 추천으로 43위에 올랐다. 1. 트렌드 코리아 2020 (김난도·미래의창) 2.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데이비드 키더·위즈덤하우스) 3. 지쳤거나 좋아하는 게 없거나 (글배우·강한별) 4.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제로편 (채사장·웨일북) 5.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등·김영사) 6. 에이트 (이지성·차이정원) 7.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기욤 뮈소·밝은세상) 8. 흔한남매 1 (흔한남매·아이세움) 9. 데미안 (헤르만 헤세·더스토리) 10. 해커스 토익 기출 보카 (David Cho·해커스어학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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