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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대광고 엿보기] 김두봉의 ‘깁더 조선말본’

    [근대광고 엿보기] 김두봉의 ‘깁더 조선말본’

    김두봉은 현대 한글 연구의 선구자 주시경의 여러 제자 가운데 수제자였다. 1889년 부산 기장에서 태어난 김두봉은 한학을 배우다 서울로 올라와 보성고등보통학교에 다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던 스승 주시경을 만났다. ‘히못’이라는 한글 호를 쓴 김두봉은 ‘한힌샘’ 주시경과 마찬가지로 순우리말주의자였다. 김두봉은 모교에서 교편을 잡는 한편 배재학당에 진학해 스승을 받들며 한글 연구에도 매진하고 조선어사전 말모이 편찬도 도왔다. 또한 대동청년단을 결성해 항일운동에도 참여했다. 1914년 주시경이 일제의 탄압을 피해 망명을 계획하다가 38세의 나이에 갑자기 사망하자 제자들은 스승이 못다 이룬 ‘조선말글본’ 연구를 계속했다. 1916년 김두봉이 맨조선말(순우리말)로 펴낸 ‘조선말본’은 그 산물이었다. 조선말본은 스승의 ‘국어문법’에 바탕을 두었지만, 세부적으로는 차이가 있는 한글 문법서였다. 김두봉은 3·1운동에 참가했다가 일제의 추적을 피해 중국 상하이로 망명했다. 상하이에서 김두봉은 임시의정원 의원과 신문사 편집위원 등의 일을 하며 한글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망명 3년 만에 김두봉은 조선말본의 수정·증보판인 ‘깁더 조선말본’을 출간했다. 당시에는 드물게 가로쓰기였다. 이 책은 국내 신문에 신간으로 소개되고 광고도 실렸다. ‘깁더’라는 말은 깁고 더했다는 뜻이다. 깁더 조선말본에서 김두봉은 주시경의 문법 학설을 발전시켜 품사를 ‘씨’라 하고 9품사로 나누었다. 문(文)을 ‘월’이라고 하고 성분으로 나눴다. 이 책은 낱자를 모아서 글자를 만드는 조립식 활자를 사용했다. 독일로 유학을 가서 1927년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이극로는 이 활자를 얻어 독일에서 ‘허생전’을 인쇄해 발표했다고 한다. 김두봉은 항일 투쟁노선에서 이견을 보여 화북으로 이동해 1942년 옌안에 도착했다. 광복 후에는 북한으로 들어가 김일성대학 초대 총장, 북한 정권의 형식적인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됐다. 그러나 옌안파 숙청을 피해 가지 못하고 평안남도의 산골 오지로 끌려가 중노동을 강요당하다 1961년 전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두봉을 만난 것이 계기가 돼 한글 연구에 뛰어든 이극로는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광복을 맞아 풀려났다. 1948년 4월 ‘남북 제정당·사회단체 연석회의’ 참석차 평양에 갔다가 북한에서 잔류했다. 이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고 1978년 사망했다. 두음법칙을 지키지 않는 등의 차이는 있지만, 북한의 언어와 표기법이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은 데는 김두봉과 이극로의 공이 크다고 할 것이다.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510일 1·2(유경순 지음, 봄날의박씨 펴냄) 2007년 여름부터 510일 동안 파업을 벌인 이랜드홈에버 여성 노동자들의 이야기. 회사 매각으로 진행된 구조조정과 비정규직보호법 통과로 고용 불안을 겪은 여성 노동자들이 긴 시간 파업을 이어 가며 목소리를 냈다. 책은 이들로 인해 현장 노동 조건과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도 변화됐다고 말한다. 각 576·568쪽. 각 2만 5000원.한형석 평전(장경준 지음, 산지니 펴냄) 음악과 연극으로 조국 광복을 노래한 독립운동가 한형석의 탄생 110주년을 맞아 출간됐다. 중국에서 예술구국활동으로 한국 독립운동의 사기를 드높였고, 한국청년전지공작대 예술부장, 한국광복군 제2지대 선전대장을 지냈다. ‘한유한’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해 그동안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업적을 정리했다. 256쪽. 2만원.우리 시대 고전 읽기(정승민 지음, 눌민 펴냄) 독서 팟캐스트를 운영하며 여러 신문과 잡지 지면을 통해 서평을 발표해 온 저자가 79권의 고전으로 독서의 재미를 일깨운다. 문학, 역사, 근대, 유토피아, 과학, 인간, 정치 등 7개의 카테고리로 나눠, 잘 알려지지 않은 책들과 신간을 섞어 균형감 있게 전달한다. 328쪽. 1만 6000원.부동산 대폭로(김헌동·안진이 지음, 시대의창 펴냄) 치솟는 집값, 전셋값에 대한 진단.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과 시민단체 더불어삶 대표의 대화로 구성했다. ‘대통령의 의지’를 강조한 저자들은 공기업에 주어진 3대 권한(토지수용권, 용도변경권, 독점개발권)을 국민에게 사용하고, 분양 개혁 제도를 활용하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280쪽. 1만 6000원.사랑은 왜 끝나나(에바 일루즈 지음, 김희상 옮김, 돌베개 펴냄) 현대사회에서 사랑이 끝나는 과정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했다. 감정사회학을 연구해 온 저자는 자본주의가 성적 자유를 점령해 이성애 관계에서 여성에 대한 남성 지배를 심화시켰고, 인간의 가장 내밀한 부분인 섹슈얼리티가 소비자본주의에 포섭됐다고 말한다. 531쪽. 2만 9000원.랭킹: 사회적 순위 매기기 게임의 비밀(피터 에르디 지음, 김동규 옮김, 라이팅하우스 펴냄) 평판과 순위를 둘러싼 비즈니스의 숨겨진 알고리즘을 찾는다. 자신과 상대를 비교해 서열을 정하는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에서 출발해 사회적 순위가 매겨지는 원리를 과학적 시각과 사회학적 관찰을 통해 설명했다. 364쪽. 1만 7500원.
  • 성매매도 편들어야 되니… 자본주의, 너 도대체 뭐니?

    성매매도 편들어야 되니… 자본주의, 너 도대체 뭐니?

    “저와 함께 쓸 수 있는 방이 있습니다. 침대는 한 개이고 내 거예요. 산수를 해 보면 답이 나오겠지요?”미국 온라인 벼룩시장인 크레이그리스트에 한 남성이 올린 광고다. 월세 임차인을 찾는 이 광고는 인간의 몸이 지불 수단으로 치환되는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으로도 해석된다. ●‘슈거’라는 이름의 성매매… 경제적 이성 찾아야 피터 플레밍 런던대 교수는 신간 ‘슈거 대디 자본주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를 자본주의의 속성으로 설명한다. 책 제목의 ‘슈거 대디’는 ‘슈거대디닷컴’이라는 데이트 주선 사이트에서 따왔다. 부유한 중년 남성이 생활비나 학비를 마련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젊은 여성인 ‘슈거 베이비’를 만날 수 있다고 하지만, 크레이그리스트의 광고와 마찬가지로 그럴듯한 수식어로 성매매를 포장한다. 저자는 지금 자본주의에서 민간 영역이 공공 영역까지 팽창하면서 ‘금전을 매개로 한 결합’이 경제를 지배하는 형태로 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노동의 기준, 법적인 노동자 보호 장치들이 사실상 이 새로운 경제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특히 최근 플랫폼 노동이 활성화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욱 강화됐다. 런던 배달 노동자가 정해진 노동 시간이 명시되지 않은 계약인 ‘제로 아워’ 형태로 일하다 사망한 2018년 사건을 예로 든다. 대체 인력을 찾지 않으면 회사가 매일 150파운드(약 22만원)의 벌금을 부과했고, 당뇨가 있는 그는 일자리가 사라질까 두려워 병원조차 가지 못하다 스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경제적 이성’을 다시 획득하는 일이다. 저자는 “이런 종류의 경제학을 역사의 쓰레받기에 버리고 덜 추잡한 이론과 모델을 개발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자본주의의 호혜성, 윤리 위에 다시 세우자 폴 콜리어 옥스퍼드대 교수의 신간 ‘자본주의의 미래’는 앞선 책이 주장한 ‘덜 추잡한 이론과 모델’의 사례로 ‘윤리적인 자본주의’를 내세운다. 그는 합리적 인간에 호소하면서 실패한 자본주의를 호혜성의 윤리 위에 다시 세워야 한다고 제시한다. 저자는 대학교수이자 IMF 자문, 기사 작위 수여 등 성공 가도를 달린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사촌의 삶을 비교하면서 양극화를 우려한다. 영화 ‘풀 몬티’(1998)에서 묘사했듯, 그의 고향인 셰필드는 철강산업 붕괴로 망가진 도시다. 여기에 사는 사촌은 열네 살 때 부친을 잃고 미혼모가 됐다. 저자는 가족은 물론 도시, 그리고 국가 간 양극화 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할 것이라 경고한다. 그는 정치로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데올로기만 내세우는 좌파, 인기에 호소하는 대중영합주의 정치가는 선전 구호만 반복하며 공허한 공수표만 날린다. 국가가 나서서 자본주의의 윤리적 토대를 설계하고, 나아가 육아 보조와 실업급여 제공, 고용 및 은퇴 안정성 보장, 대도시 과세, 기업 신뢰 회복 방안, 빈국과 부국 간 재분배 등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근간에는 현재 경제학이 내세우는 ‘합리적인 인간’, 즉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이기적인 존재가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인간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의무를 느끼며, 경제적인 이득보다 사람들 사이의 존중을 통해서 효용을 얻는 존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결국 두 책의 지향점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자본주의가 인간성을 회복해야 우리가 모두 인간답게 살 수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신간] 김이환 시인의 첫 시집,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

    [신간] 김이환 시인의 첫 시집,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지낸 김이환 시인이 19일 첫 시집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을 출간했다. 시집 ‘고추잠자리를 기다리는 백일홍’에는 김이환 시인이 그동안 쓴 100여편의 시 가운데 ‘구월의 메아리’, ‘물레방아 인생’, ‘고추잠자리’ 등 60여편의 작품을 4부에 걸쳐 담았다. 그는 시집에 실린 유수진 시인과의 인터뷰에서 “시집을 낼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2019년 1월 어느 아침에 아침 불연 듯 시상이 떠올라 시를 쓰기 시작했다”면서 “첫 작품은 ‘어디로 가고 있나’였다”고 말했다. 이어 “나태주 시인이 그리는 계절과 상황의 멋과 필치를 존경한다”면서 “소소한 일상을 담은 진솔한 시를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1942년 충남 서천에서 태어난 그는 대전 보문고와 중앙대 신문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신문대학원과 성균관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아남그룹 기조실장과 한국광고주협회 상근부회장을 거쳐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초대 위원장과 한국PR협회장을 지내는 등 지난 50년간 광고와 홍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광고업계의 산증인이다. 한국시인협회장인 나태주 시인은 서평을 통해 “시는 정제된 언어,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되어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데 김 시인의 시들이 그렇다”면서 “김 시인의 시에는 자연에 대한 살가운 눈길이 있고, 인생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있다”고 밝혔다. 도서출판 도훈. 128쪽. 1만원.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추미애 장관님, 쇼생크탈출 안 보셨나요

    추미애 장관님, 쇼생크탈출 안 보셨나요

    “교육용 책은 된다길래 영어 회화 도서를 가져갔는데 (반입이) 안 된다고 해서 그대로 가져왔어요.”(한 수용자 가족) 법무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인 ‘수용자 우송·차입 도서 합리화 방안’에 대해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시행 중단을 권고했지만 이렇다 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행정편의주의에 따라 반인권적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방안은 교도소 수용자에게 우편이나 차입 등으로 도서를 전달하는 방식을 불허하고 있다. 16일 수용자 가족 등이 이용하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교도소마다 서로 다른 도서 반입 규정으로 혼란스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눈에 띄었다. 도서는 수용자가 영치금으로 구매할 수 있을 뿐 반입이 안 된다는 글에서부터 프린트를 해서 등기로 붙이니 전달이 됐다는 글까지 올라와 있다. 방안에 대한 세부 지침이 없다 보니 교도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는 법무부가 해당 방안을 도입한 지난 1년간 계속되고 있다. 법무부는 당시 ‘제한 없이 외부 도서 반입을 허용하자 마약·담배 등 금지물품이 도서를 가장해 함께 들어왔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면서 당시 기준 최근 5년간 금지물품 반입건수가 194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도서·서신을 통한 반입 건수는 같은 기간 37건에 그친다. 일평균 수용자 규모가 2017년을 기준으로 5만 7298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러한 비판이 제기되자 법률도서나 시각장애인 수용자를 위한 도서 등 예외 범위를 넓혔지만 혼란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수용자들의 자유로운 도서 접근권을 침해해 교정·교화라는 교정시설의 목적 달성에도 장애가 되고 있다. 실제 지침 발표 직후 노동사회과학연구소가 미국 측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다 수감된 김모씨 등 3명에게 기관지 등을 우송했으나 구치소 측에서 지침을 이유로 반송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의정부교도소에서는 현재 절판돼 수용자가 구입할 수 없는 도서에 대해서도 반입이 불허되는 일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천주교 인권위원회 등은 법무부를 상대로 반입금지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과 헌법소원 등을 제기한 상태다.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방안을 내놨다”면서 “영치금으로 도서를 구입할 수 있다지만 경제적 사정에 크게 좌우되는 데다 신간 정보를 알 수 없기에 독서 기회가 크게 차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2주 전쯤 인권위의 권고가 전달돼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너도나도 아픈 시대 정신과 의사의 위로

    [김기중 기자의 책 골라주는 남자] 너도나도 아픈 시대 정신과 의사의 위로

    책은 시대를 반영합니다. 신간을 살펴보면 우리 시대의 관심과 고민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주에만 주식, 부동산 관련 책이 대여섯 권 이상 나왔습니다. 이자율이 바닥을 치는데 은행에 돈 넣어 봐야 별 이득이 없는 데다 정부 부동산 대책도 계속 헛발질을 이어 가기 때문이겠죠. 정신과 의사들이 쓴 에세이집도 매주 서너 권 나옵니다. 코로나19 탓에 정신적인 피로가 극에 달한 상황이기 때문일 겁니다. 돈 버는 방법을 알려 주겠다는 책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정신과 의사들이 낸 책은 다소 망설여집니다. ‘청춘이니까 아픈 거야’란 허망한 말을 늘어놓으면 어쩌지, 걱정부터 앞섭니다. 정독하면서 뭔가 의미를 찾기보단, 가볍게 읽으며 마음에 와닿는 문장 몇 개 챙기는 정도면 어떨까 싶습니다. ‘아파 봐야 세상이 제대로 보인다’(미문사)는 김정곤 의사가 쓴 수필집입니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제목이 읽힙니다. 일흔 살이 된 저자는 그동안 무려 16번이나 수술을 받았고, 하반신 마비까지 왔지만 이를 이겨 냈습니다. 책은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에서 경험한 것과 느낀 점, 시사적 단상 등을 엮었습니다. ‘고희를 맞아 산고 끝에 세상에 얼굴을 내미는 자화상 같은 작은 수필집’이라고 책을 소개한 저자는 ‘저 자신의 상흔을 건드리는 것처럼 많이 아팠고, 육신뿐 아니라 내 영혼까지도 드러내는 것 같아 많이 부끄러웠다’고 합니다. 어려운 과거를 오뚝이처럼 이겨 낸 저자의 인생에 고개가 숙여집니다.정신과 의사인 하지현 교수는 1년에 100권 이상 책을 읽고, 5년 동안 꾸준히 서평 칼럼을 연재한 성실한 서평가입니다. 이런 저자의 독서 에세이집이라면 믿을 만하지 않을까요. ‘정신과 의사의 서재’(인플루엔셜)에 하 교수는 책을 향한 애정을 듬뿍 담았습니다. 저자는 ‘왜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단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자아의 힘, 마음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과연 정신과 의사다운 답입니다. 저자의 서재에서 맘에 드는 다른 책을 골라 보는 일도 좋겠습니다. gjkim@seoul.co.kr
  •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101가지 흥미로운 질문…과학적으로 답해드려요

    [장동석 평론가의 뉴스 품은 책] 101가지 흥미로운 질문…과학적으로 답해드려요

    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배지은 옮김/반니/332쪽/1만 6900원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생활한 지 꼭 20년이 됐다. 2000년 11월 2일 미국 우주비행사 1명과 러시아 우주비행사 2명이 최초로 미완성 ISS에 도착했고 이후 2명 이상의 우주비행사가 항상 그곳을 지켰다. 태양광 시설을 포함해 축구장 크기의 ISS는 무게만도 500t 가까이 된다고 한다. 신간 ‘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는 ‘칼 세이건의 후계자’이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불리는 미국 천체물리학자 닐 타이슨의 우주와 종교, 철학과 삶에 대한 101가지 대답을 담았다. 유명인답게 그의 메일과 트위터에는 셀 수 없는 질문들이 쏟아진다. 과학에 관한 물음이 제일 많지만, 갖가지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질문도 제법 많다. 책은 이 가운데 101개 편지를 가렸다. 한때 타이슨은 전국 초등학생들의 공공의 적이었다. 명왕성이 2006년 태양계 행성의 지위에서 떨어져 나갔는데, 행성의 조건에 맞지 않다는 점을 조목조목 밝혀 소행성으로 분류하자고 국제천문연맹에 건의한 장본인이다. 다시 행성으로 돌려놓으라는 초등학생들의 편지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매들린은 “이제 명왕성을 뭐라고 불러요?”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며 “명왕성에도 사람이 살아요? 만일 거기에 사람이 살면 그 사람들은 사라지게 되잖아요”라고 따졌다. 타이슨은 “만일 누군가 명왕성에 살고 있다면 그 사람들은 명왕성이 왜소행성으로 바뀐 후에도 계속 거기 살 수 있답니다”라고 달랜다. 이어지는 말이 철학적이다. “명왕성이 누군가가 좋아하는 행성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누군가가 좋아하는 왜소행성이 되는 거예요. 해로울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과학자들이 권력을 얻으면 종교인들을 사자 먹이로 던질 거라는 공격적인 편지도 적잖다. 타이슨의 대답은 단호하다. “진화론이 없으면 생물학은 그 어떤 것도 전후 관계를 맞출 수 없고, 모든 인간이 특별하게 창조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현재 번성을 구가하는 생물공학산업 분야에 한 발도 들여놓을 수 없다.” 이 외에도 외계인의 존재, 테러와 음모론, 신과 사후세계 등 흥미로운 질문과 답변이 빼곡하다. 101가지 질문에 모두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구미 당기는 몇 가지 질문을 골라 보는 재미로 과학이라는 세계에 한 발 들어가 보는 것도 나름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 여성들 억울한 감정으로 풀어낸 조선의 사법제도

    여성들 억울한 감정으로 풀어낸 조선의 사법제도

    정의의 감정들/김지수 지음/김대홍 옮김/너머북스/308쪽/2만원 조선시대는 노비제와 유교문화 탓에 경직된 사회로 그려진다. 여성은 남성에 종속된 존재였고 신분이 낮은 여성은 옴짝달싹 못했으리라 생각할 터. 신간 ‘정의의 감정들’은 조선시대 여성들이 노비에서 양반까지 법적 주체로 인정받고, 독립된 목소리를 내면서 법정에 섰다고 주장한다. 저자 김지수 조지워싱턴대 역사학과 교수는 국가에 억울함을 제기한 소지(所志) 600건을 들여다봤다. 신분에 따라 소원 내용이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여성은 소지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당당하게 주장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조선시대의 법적 담론과 법적 서사의 핵심이 ‘억울함’이며, 국가가 이런 억울함을 풀도록 힘쓰는 게 당시 법적 관행의 근본이었다고 설명한다. 자비로운 통치자, 유교적 성군의 면모가 정치에서 필수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통해 조선 사법 제도의 핵심을 짚어낸다. 신분과 젠더를 차별하면서 동시에 차별을 최소화하는, 자기 모순적 작동이다. 조선시대 법정을 통해 시대상을 분석한 책이 종종 나오지만 여성들의 감정을 통해 풀어낸 책은 드물다. 독특한 방식으로 조선시대 사법 관행을 읽어낸 책은 팔레상을 받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코로나 언택트 시대의 교육…‘평범한 가정의 특별한 자녀교육 이야기’

    코로나 언택트 시대의 교육…‘평범한 가정의 특별한 자녀교육 이야기’

    어떻게 하면 자녀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일 것이다. 자녀가 명문학교에 다니고, 좋은 직장에서 돈을 잘 버는 것으로 잘 키웠다고 할 수는 없다. 목남희 단국대 교수는 신간 ‘평범한 가정의 특별한 자녀교육’에서 자녀 교육의 성공 출발점은 가정이라고 단언한다. 목 교수는 그런 사례로 자신을 포함한 7남매, 16명의 손주를 바르고 정직하게 키워낸 부모님의 일생을 추적하면서 시작한다. 그의 부모는 지리산 아래 산골인 경남 하동군에서 1925년도에 태어났다. 구순을 훌쩍 넘긴 저자의 모친은 아직도 가계부를 일기처럼 매일 쓰고 있다. 60여년간 기록한 가계부가 가문의 역사책이 됐다. 모친은 환갑 때 한문서예대회에 출전하고, 88세 판소리에 도전할 정도로 배우고자 하는 열성이 높았다. 스마트폰도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정도로 새로운 문물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물론 이런 것을 고스란히 보고 배웠던 7남매는 이를 다시 자녀들에게 실천하고 있다. 천금과 권력을 상속하는 것이 아니라 건실한 가정, 화목한 가정이 곧 가정교육의 기초임을 강조한다. 야단 한 번 치지 않고 늘 자식 편이 되어 주었던 아버지와 훈육 교사를 담당할 정도로 엄격하였지만, 미국에 사는 딸에게 600통 이상의 편지를 보낼 정도로 자식을 지극히 사랑한 어미니, 두 분의 역할이 적절하게 균형과 조화를 이루었기에 성공적인 자녀교육을 이루어냈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부모님은 서로 매우 사랑했다는 것이다. 부모 두 분이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삶을 개척해나간 과정을 지켜보며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대화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이러한 화목한 집안 분위기는 자식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게 이끌었을 것이다. 부모님은 단 한 번도 공부를 강요한 적이 없었고, 자식이 결정한 일은 전적으로 믿어주어 스스로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했다고 저자는 술회한다.이 책은 자식의 성공만을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정직하고 행복하게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고 싶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훌륭한 자녀를 키워내는 비결은 바로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자세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좋은 부모가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낸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전세계에 대유행 중인 코로나19로 언택트가 강조되는 시대, 손 닿는 거리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한다. 저자 목남희 교수는 경남 하동에서 태어났다. 이화여대 정치외교 학과를 졸업하고 도미, 미국 켄터키주립대학에서 회계과정을 이수한 후 클리블랜드주립대학에서 회계정보시스템 석사, 단국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공인회계사, 미국공인중개사 자격증이 획득했다.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 BP 미국본사에서 일반 회계를 담당했으며, 미국 제약사 셰링플라우의 한국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이후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로 10년간 재직했다. ‘경영학원론’(Management)을 공동 번역하면서 다수의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하기 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신간] 빗장을 열다/이정순 시인

    [신간] 빗장을 열다/이정순 시인

    문학은 어떤 말의 어떤 속성, 함축성, 감정 유발성, 경험 등 인간이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테두리로 형성된다. 즉 문학은 인간이 가진 정서의 표현이며, 사회구성원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글을 통해서 상호 가치를 공유한다고 할 수 있다. 글이라고 모두 문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함축적이고 정서를 유발하는 글, 서술한 자체로 충족된 의미 있는 세계를 이루는 작품들이 문학의 가치다. 이같은 문학의 한 장르인 시는 인간 내면의 세계를 경험과 융합하는 정신적인 활동이다. 문맥속에서 언어 조작에 대한 충실성을 도모하는 것이 기본적인 맥락 속에서 찾을 수 있는 ‘경험의 시학’에 대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시는 경험의 편차로 만들어진다. 한 편의 시는 기억의 근본으로 드러내기 기법과 감추기 기법의 편차를 시 속에 화자를 투영해 감각적인 표현을 사용해 마무리된다. 이정순 시인의 새 시집 ‘빗장을 열다’(그림과책)는 현대 시가 가진 맥락 속에서 경험 소재로 감각적인 형상을 다양하게 표현한 작품집이다. 표제 시 ‘빗장을 열다’는 화자의 경험적인 맥락을 통하여 시적인 전개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그득한 장독대 주인 손길 기다림에 지친 몰골 그제 내린 빗물인지 눈물인지 점점이 얼룩 흔적들 밀려드는 설움 눈 설레 마주한 날 자드락 비 몰아친 날 햇빛 짱짱한 날 분주하던 어머니 투명한 그리움 한바탕 쓸고 닦고 어머니 마중하고픈 오늘 -‘빗장을 열다’ 중에서 문학평론가 김환철 시인은 “문을 닫고 가로질러 잠그는 막대기인 ‘빗장’을 시의 소재로 도입해 추억의 경험을 독자들에게 인지시키는 동시에 그리움을 발현시키는 소통의 창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빗장’이라는 매개체로 어머니가 계실 것 같은 공간 속에 어머니의 손길이 닿은 화초, 대청마루, 장독대 등 추억의 사물들을 도입하여 어머니에 대한 간접적인 만남을 꿈꾼다. 지금은 화자의 곁에 없는 어머니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이 작품에 다양한 시어들을 통해 녹아있다. ‘한바탕 쓸고 닦고 어머니를 마중하고픈 오늘’에서는 어릴 때 집안 청소를 해 놓고 칭찬받고픈 아이의 마음이 투영돼 있으며 돌아가신 어머니가 오신다는 동화적이 판타지적 요소도 결합됐음을 알 수 있다. ‘빗장을 열다’는 시공을 초월한 장면과 교감을 통한 기발한 상상의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김 시인은 “이정순 시인의 작품세계는 시인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하여 시적 미학으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실존적인 체험을 통해 기억을 복원하고 재현해 시인의 특유한 시선으로 시를 전개하고 있다”며 “특유한 미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직관적인 표현을 초월해 상상력의 도입과 판타지적인 동화 요소를 결합해 이정순 시인만이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시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빗장을 열다’는 제17회 풀잎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 우수 시집으로 선정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권력에 취해 길 잃은 진보의 몰락” 반기 든 진보 논객들 따끔한 일침

    “권력에 취해 길 잃은 진보의 몰락” 반기 든 진보 논객들 따끔한 일침

    “文대통령은 ‘내 사람이 먼저’인 인물”“文정권 정치 프레임은 적대적 공생”진보 세력을 향한 진보 논객들의 따끔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권력을 잡은 진보가 독선에 빠진 채 특권을 누리고 반칙도 버젓이 저지른다는 지적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신간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천년의상상)에서 문재인 정부에 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책은 올해 1~7월에 일어난 일들을 소재 삼아 30편을 실었다. 진 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말에 그동안의 지지를 내려놨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사람이 먼저’가 아닌 ‘내 사람이 먼저’인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집합 개념을 이용해 “법이 작은 원이라면 윤리는 그것을 포함한 큰 원”이고 작은 원을 뺀 여집합인 윤리적 판단의 영역에서 “지도자의 도덕 역량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 전 장관 사태에서 보듯, 문재인 정권에선 이 부분이 증발했다고 지적했다. 윤미향 의원의 거취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범법만 없으면 문제없다”고 판단한 점을 비슷한 사례로 짚었다. 그는 과거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386세대가 기득권을 쥔 586세대가 됐고, “무능하나 순결했던 진보는 어느새 유능하나 부패한 보수로 변신했다”고 꼬집었다.진보 논객으로 꼽히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도 진보가 권력에 취해 갈 길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지난달 26일 출간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인물과사상사)에서 문재인 정권이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우고 ‘아예 DNA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기본적인 국정 운영과 정치 프레임을 가리켜 ‘적대적 공생’으로 설명했다. 강경한 독선과 오만을 저지름으로써 반대편의 강경한 극우보수 세력을 키워 주고, 이런 구도하에서 다수 대중이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 행태를 낡아빠진 극우보수 행태에 비해 사소한 것으로 보이게끔 해 다수의 지지를 얻어내는 셈법이라는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진보, 권력에 취해 몰락”…논객들의 따끔한 비판

    “진보, 권력에 취해 몰락”…논객들의 따끔한 비판

    진보 세력을 겨냥한 진보 논객들의 따끔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논객들은 권력을 잡은 진보 세력이 자신들만이 정의라는 독선에 빠져 특권을 누리고 반칙을 버젓이 저지른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진보 세력이 그간 비난하던 보수 세력의 모습마저 닮아간다고도 우려했다. 이는 진보 세력의 몰락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신간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천년의상상)에서 문재인 정부에 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책에는 올해 1~7월에 일어난 일들을 소재로 삼아 모두 30편의 글을 실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 등을 거론하고, 이를 두둔한 문재인 정권과 맹목적인 지지자인 ‘문빠’, 그리고 뒤에서 기생하는 정부와 의회 권력을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문 대통령에 관해 “작년까지만 해도 여전히 지지했다. 조국 사태 이후로도 한동안은 그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다. 못된 참모들이 착한 대통령 눈을 가려서 생긴 일이라 믿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말에 지지를 철회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사람이 먼저’가 아닌 ‘내 사람이 먼저’인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이를 윤리와 법의 문제로 풀어 설명했다. 그는 “법이 작은 원이라면 윤리는 그것을 포함한 큰 원인데, 큰 원에서 작은 원을 뺀 여집합이 법적 판단과 별도로 존재하는 윤리적 판단의 영역”이라며 “여기에서 지도자의 도덕 역량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서는 이 부분이 증발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이를 가리켜 “‘법=윤리’라는 ‘야쿠자 도덕’”이라면서 “사업을 합법적으로 한다고 야쿠자가 윤리적인가?”라고 되물었다. 정의기억연대 회계 비리 의혹이 불거진 윤 의원의 거취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범법만 없으면 문제없다”고 판단한 점도 비슷한 사례로 짚었다. 그러면서 “잘못을 해놓고 외려 적발한 이들에게 성을 낸다. 그냥 비리만 저지르는 게 아니라 그 행위가 잘못이라 말해주는 윤리 기준을 건드린다”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과거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386세대가 기득권을 쥔 586세대로 됐는데도, 여전히 착각하고 있어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전히 운동가’라는 이 착란은 나를 지키는 게 곧 운동의 대의를 지키는 것이라는 독선으로 이어진다”며 “무능하나 순결했던 진보는 어느새 유능하나 부패한 보수로 변신했다”고 꼬집었다.진보 논객으로 꼽히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도 진보가 권력에 취해 갈 길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지난달 26일 출간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인물과사상사)에서 ‘부패는 권력의 숙명’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개코원숭이를 대상으로 벌인 실험으로 권력의 중독성을 강조한 로버트슨의 실험을 예로 들었다. 로버트슨은 이 실험에서 “권력이 강할수록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고, 자신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는 성격이 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독단적 교리에 사로잡힌 사람들처럼 대화를 거부하면서 욕설과 모욕 중심의 언어를 구사한다. 그래야 열성 지지자들이 열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를 문재인 정권에 적용해 비판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권이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우고 ‘아예 DNA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권력에 취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은 ‘선한 DNA’를 앞세워 정권 권력을 옹호하며, 그 과정에서 비판자들에게 온갖 모멸적인 딱지를 붙여대는 ‘도덕적 폭력’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좌표 찍고, 벌떼 공격’으로 대변되는 일부 지지자들의 전투적 행태가 문재인 정권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기본적인 국정 운영과 정치 프레임을 가리켜 ‘적대적 공생’이라고도 했다. 강경한 독선과 오만을 저지름으로써 반대편의 강한 극우보수 세력을 키워주고, 이런 구도하에서 다수 대중이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 행태를 낡아빠진 극우보수 행태에 비해 사소한 것으로 보이게끔 해 다수 지지를 얻어내는 셈법이라는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경성에선 무리 속 고독을 걸었고 파리에선 자본주의 곁을 걸었다

    경성에선 무리 속 고독을 걸었고 파리에선 자본주의 곁을 걸었다

    파리 파사주는 자본, 베를린은 관료제·소비의 도시경성에선 선진 문물 동경과 식민지 우울 담긴 ‘산책’산책에 내재된 정주·유목… 우리 삶도 그와 닮은꼴“구보는 고독을 느끼고, 사람들 있는 곳으로, 약동하는 무리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생각한다. 그는 눈앞에 경성역을 본다. (…)그러나 오히려 고독은 그곳에 있었다. 인간 본래의 온정을 찾을 수 없었다.”(‘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중) ‘산책’은 그저 한가로운 단어 같다. 보고 즐길 것을 찾느라 분주한 여행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근육도 제대로 쓰지 않고, 땀도 나지 않으니 운동에 비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 느긋하고 쓸모없어 보이는 행위에서도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예컨대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경성이라는 공간, 군중의 무리에서 식민지 근대인의 고독을 묘사했다. 이창남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의 신간 ‘도시와 산책자´는 1920~1930년대 파리, 베를린, 경성, 도쿄와 같은 도시를 무대로 한 비평과 소설에서 산책의 의미를 찾는다. 산책은 부유한 이들 혹은 엘리트나 즐기는 행위였지만 근대 들어 대중에게까지 퍼졌다. 발터 베냐민은 ‘파사주 작품’을 통해 물신주의에 빠진 파리의 산책자를 포착했다. 나폴레옹 3세와 오스만 남작의 대대적인 재정비 사업으로 관통 대로가 뚫리고 기념비적 건축물과 거대 광장이 들어선다. 베냐민은 파사주(통행로)를 가리켜 ‘상품 자본의 신전’이라고 지칭한다. 대중은 사유하는 대신 파사주를 산책하며 새로운 물건을 보느라 여념이 없다.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는 ‘직장인’에서 베를린을 중심으로 관료화한 체제와 소비적 도취가 함께하는 대도시를 묘사한다. 체제 속에 붙잡힌 대중은 한편으로는 유목 생활을 꿈꾼다. 산책은 일상 탈출의 방식인 셈이다.일본 제국주의는 오스만 남작의 파리 재정비 사업을 도쿄에 그대로 적용했다. 저자는 이를 두고 도쿄는 파리의 아시아 버전이고, 식민지 조선에 그대로 이식한 경성은 식민지 로컬 버전이라고 봤다. 저자는 경성을 산책하던 이상, 박태원, 나혜석 같은 지식인들을 선진 문물에 대한 동경과 식민지인의 우울이라는 이중적 측면에서 조명한다. 이상은 ‘오감도’와 ‘날개’를 통해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뚫린 길을 내달리면서도 공포에 젖은 아해들, 창부 아내를 두고 경성 미쓰코시 백화점 위에서 자살하는 지식인의 모습은 근대인의 공포와 소외를 나타낸다. 1920년대와 1930년대 작품들을 살펴본 저자는 도쿄의 외국인 산책자 슈테판 바크비츠의 기록을 통해 국경을 넘나드는 현대의 산책자까지 돌아본다. 산책이 이방인과 타자에 대한 경계 짓기를 허무는 긍정적 계기도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저자의 주관석 분석, 특히 독일 작품을 주로 소재로 삼아 난해한 부분이 다소 있다. 1920년대와 1930년대 연구에서 1990년대로 바로 건너뛴 점도 다소 아쉽다. 그럼에도 느린 보행과 깊은 사색으로 상징되던 산책이 합리성과 효율성으로 점철된 도시 속 삶과 함께 종말을 고하진 않았다는 주장은 생각해 볼 만하다. 저자는 산책에 내재한 ‘정주’와 ‘유목’의 개념을 뽑아내고, 두 개념이 서로 대립하는 게 아니라 교차하는 변증법적 삶이 우리의 일상이라고 말한다. 대도시로 대표되는 자본과 체계의 압박에서 벗어나려 하면서도, 또 다른 정주의 장소를 희구하는 탈출과 회복의 과정이 바로 산책인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주민끼리 ‘다독다독’… 사랑방 열린 구로

    주민끼리 ‘다독다독’… 사랑방 열린 구로

    ‘책읽는 도시 구로’ 핵심 구정철학 반영해오류2동 빌라 1층 31㎡ ‘칙칙북북’ 등 탄생책 50권·가구·탕비실 갖춰 각종 모임 가능구민이면 오전 9시~오후 9시 무료 이용“그동안 관내 독서동아리 대부분이 도서관에서 활동했는데 이제 마을에서도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아파트단지를 신축할 때는 의무적으로 도서관, 어린이집 등 생활편의시설을 설립해야 하지만 연립주택이나 빌라 등 소규모 거주시설에는 그렇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이번 독서동아리방 개관을 시작으로 소규모 거주시설에도 다양한 주민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마련하도록 힘쓰겠습니다.” 지난 22일 오후 4시 서울 구로구 오류2동 항동철길 앞 빌라 1층 ‘칙칙북북’ 독서동아리방 개관식을 찾은 이성 구로구청장은 “독후감, 독서토론 등 책 중심의 활동에서 출발해 자녀교육, 동네 이야기까지 터놓고 할 수 있는 주민자치 사랑방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31.68㎡(약 9.5평) 규모로 마련된 이곳은 당초 거주공간이었으나 책 50여권이 꽂힌 책장, 책걸상, 탕비실 등을 갖춘 동아리방으로 탈바꿈했다. 이 구청장은 개관식에 이어 동아리방을 직접 돌아보며 필요한 사항을 점검했다. 현장을 찾은 구민들과 둘러앉아 즉석에서 운영 방안에 대한 토론도 했다. 한 구민이 “다양한 분야의 신간이 계속 채워질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자 이 구청장도 “양질의 서적을 지원할 방안을 찾겠다”고 화답했다. 구로구는 기부채납받은 오류동 빌라 두 곳에 독서동아리방을 조성했다. 서울문화재단 ‘2020 생활문화공간 지원사업’에 선정돼 사업비 약 2800만원도 확보했다. 같은 날 오후 5시 연달아 개관식을 개최한 ‘우리동네 독서동아리방’은 28㎡ 규모로 역시 거주공간을 개조해 마련됐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구로구는 ‘책 읽는 도시, 구로’를 민선 7기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삼고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구민들의 지식복지 및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독서문화 확립이 선결돼야 한다는 이 구청장의 구정 철학이 강력하게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그중 하나로 2018년부터 독서동아리 등록제를 실시해 현재 147개 동아리에 회원 1227명이 활동한다. 등록된 동아리에는 운영·토론 등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각종 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한다. 우수 동아리 40여곳에는 활동비 30만~50만원도 지급한다. 이 밖에도 지하철 신도림역, 천왕역, 개봉역 등 3곳에 책을 대출·반납할 수 있는 무인자동화기기 ‘스마트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구민들이 도서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매일 오가는 지하철역에서 쉽게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치매할머니 돌본 건 엄마랑 손녀인데… 왜 남성 상주가 당연하죠?”

    “치매할머니 돌본 건 엄마랑 손녀인데… 왜 남성 상주가 당연하죠?”

    스물넷 취준생 구순 할머니 간병기당연시한 며느리 돌봄노동에 불쾌남성 위주 장례문화에 항의하기도치매 돌봄체계 국가적 재정비해야“할머니 돌보면서 취업공부도 하고 중간중간 밥 차려 드리면 되겠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대학을 마치고 취업준비생으로 8년 만에 돌아간 고향집. 평생 농사와 집안일을 하며 자식과 손자들까지 키워낸 구순 할머니는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스물네 살이던 손녀 윤이재(필명)씨가 어머니를 대신해 할머니를 돌보기로 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느닷없이 사라지기도 했고, 시키지도 않은 밭의 잡초를 무작정 뽑기도 한다. 새벽에 일어나 집에 가야 한다고 난리도 쳤다. 방안에 용변을 봤을 때 이를 모두 치우고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나면 온몸에서 기운이 다 빠져나갔다. 신간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는 이재씨의 이런 2년간을 기록했다. “처음에는 할머니의 인생이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어요. 할머니가 가끔 혼잣말로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는데, 생각보다 재밌더라고요. 독립투사도, 대단한 분도 아니셨지만, 그 인생을 그저 흘려버리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이재씨는 텔레비전만 보시는 할머니에게 새로운 취미를 찾아 드리려 노력하고, 마카롱을 잘라 입에 넣어 드리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기뻐하기도 했다. 그러나 때론 아들만 챙기는 할머니의 모습에 화를 내고, 고된 돌봄노동으로 우울해진다. 특히 주변에서 “효녀”라는 칭찬을 듣는 일이 불쾌했다고 말했다. “제가 했던 일은 할머니께서 어린 시절 제게 똑같이 해줬던 일이죠. 그리고 저희 어머니께서 피 한 방울 안 섞인 시어머니를 위해 하던 일인데, 정작 며느리의 돌봄은 당연하게 여기더라고요.” 돌봄은 철저하게 여성의 몫이었지만, 할머니의 장례식에서는 정작 남성이 상주가 되어 진행하는 데에 항의한 부분이 특히 인상 깊다. 남동생보다 자신의 이름을 먼저 써달라고 하고, 며느리의 이름을 올려달라고 하며 다른 친척들과 다투기도 한다. 그는 “엄마 세대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우리 세대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치매 가족을 돌보는 일은 이재씨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닐 터다. 이재씨는 이와 관련, “국가적으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씨는 자신의 상황을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했다. 때마침 할머니 건강이 안 좋은 시점에 자신이 고향에 있었고, 대가족이어서 급한 일이 있을 때 다른 가족이 도와줄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는 할머니를 돌보기 위해 일을 쉬고 오롯이 희생해야 했을 터. “웰다잉, 가족돌봄, 장례식 등에서 사실 우린 선택지가 별로 없더라고요. 다양한 선택과 방식이 공존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사표 쓸 때, 돈 없을 때, 욕하고 싶을 때… 고전이 내린 처방전

    사표 쓸 때, 돈 없을 때, 욕하고 싶을 때… 고전이 내린 처방전

    고전이란 말만 들어도 고리타분하다고 느끼는 이도 있겠지만, 고전은 고전이다. 생각이 급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랜 세월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로 고전은 남다른 품을 자랑한다. 그만큼 많은 사람을 휘어잡는 한편으로, 공감의 힘 또한 강력하다. 고전에 나오는 명문 몇 마디에 기대 어떤 행동을 결심하거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듯이. 이수은 작가의 책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는 삶이 고달픈 이들을 위한 고전 처방전이다. 작가는 20여년 경력의 베테랑 외국문학 편집자로 오르한 파무크, 조너선 사프란 포어 등 세계적인 거장들을 국내에 소개해 왔다. 2018년에도 서양 고전 22편의 요약본인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스윙밴드)를 썼던 작가는 고전을 소개하는 일에 일가견이 있다. 신간은 전작과 달리 상황별 맞춤 처방이 내려져 있다. 사표 쓰기 전에는 ‘달과 6펜스’, ‘변신’, ‘레미제라블’을, 통장 잔고가 바닥이라면 ‘마담 보바리’와 ‘죄와 벌’을 읽으라는 식이다. 서양의 고전문학들이 주를 이루지만 ‘태평천하’와 ‘옥상에서 만나요’ 같은 한국문학이나 ‘수학의 확실성’ 같은 과학책도 함께 언급했다. 개중에 ‘남 욕이 하고 싶을 때’ 읽으라는 ‘인간 실격’과 ‘밀크맨’에 관한 소개는 섬뜩한 데가 있다. 두 작품의 공통점, 작은 악의들이 모여 타인을 철저히 파괴하는 양상을 적확하게 묘사하고 있어서다. 201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처럼 최신간 고전에 관한 평도 재밌다. 작가는 토카르추크의 수상 배경에 대해 “절묘한 영역본 출간 타이밍, 페미니즘 트렌드, 자국의 긴박한 정치 상황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한다. ‘방랑자들’은 그 두께나 종잡을 수 없는 내용 탓에 쉽게 접근할 만한 책이 아닌데, 작가의 맛깔나는 설명을 읽다 보면 다시 펼쳐도 될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하루키는 일흔이 돼서야 아버지 흔적을 좇았다

    하루키는 일흔이 돼서야 아버지 흔적을 좇았다

    세계가 사랑하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고양이를 버리다’(비채). 제목을 보면 하루키의 팬들은 단번에 갸우뚱할 것이다. 오랜 고양이 애호가인 그가 왜 저런 이야기를 할까. 책의 내용도 썩 하루키스럽지 않다. 그가 처음으로 밝힌 아버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버리다’는 하루키가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1917~2008) 개인의 역사를 되짚는 논픽션이다. 유년기의 입양과 파양, 청년기의 중일전쟁 참전, 중장년기의 교직 생활, 노년기의 투병 등이 100쪽도 안 되는 책에 간략하게 실려 있다. 하루키가 아버지를 그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화는, 함께 고양이를 버리러 갔던 유년의 기억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하루키는 집 마당에 눌러 살던 암고양이를 버리러 아버지와 해변에 간다. 2㎞ 거리의 해변까지 가서 고양이를 버리고 왔는데, 집에 와 보니 고양이가 먼저 당도해 있다. 아버지는 어리둥절해하다 감탄하고, 마침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집 마당에 지천이던 고양이를 굳이 왜 버리러 갔는지는 하루키 기억에 없다.아버지는 하루키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일의 원인이나 과거를 함부로 물을 수 없는 사람. 하루키는 일흔이 넘어서야, 아버지 사후가 한참 지나 그의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중일전쟁에 세 번 참전했던 아버지의 과거를 하루키가 쉽사리 들출 수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그가 속한 부대가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희생된 난징 공략전에 관여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사를 통해 하루키는 아버지의 부대는 난징전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중국의 우한 부근까지 진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코로나19 관련 뉴스에서) 우한(영상)을 봤을 때도 떠오르”(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듯, 아버지가 없는 지금도 하루키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재 진행형’ 역사다. 살아생전 하루키의 아버지는 국어 교사였고, 평생 하이쿠(일본의 단시) 창작에 열을 올렸다. ‘작가 하루키’의 삶과 연관성을 피할 수 없다. 하루키는 역사 수정주의가 만연한 세태 속에서 “일어난 일은 써 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 속, 하루키의 소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하루키가 일흔 넘어 털어놓은 아버지 이야기

    하루키가 일흔 넘어 털어놓은 아버지 이야기

    세계가 사랑하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고양이를 버리다’(비채). 제목을 보면 하루키의 팬들은 단번에 갸우뚱할 것이다. 오랜 고양이 애호가인 그가 왜 저런 이야기를 할까. 책의 내용도 썩 하루키스럽지 않다. 그가 처음으로 밝힌 아버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를 버리다’는 하루키가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1917~2008) 개인의 역사를 되짚는 논픽션이다. 유년기의 입양과 파양, 청년기의 중일전쟁 참전, 중장년기의 교직 생활, 노년기의 투병 등이 100쪽도 안 되는 책에 간략하게 실려 있다. 하루키가 아버지를 그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화는, 함께 고양이를 버리러 갔던 유년의 기억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하루키는 집 마당에 눌러 살던 암고양이를 버리러 아버지와 해변에 간다. 2㎞ 거리의 해변까지 가서 고양이를 버리고 왔는데, 집에 와 보니 고양이가 먼저 당도해 있다. 아버지는 어리둥절해하다 감탄하고, 마침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나 집 마당에 지천이던 고양이를 굳이 왜 버리러 갔는지는 하루키 기억에 없다. 아버지는 하루키에게 그런 사람이었다. 일의 원인이나 과거를 함부로 물을 수 없는 사람. 하루키는 일흔이 넘어서야, 아버지 사후가 한참 지나 그의 흔적을 좇기 시작한다. 중일전쟁에 세 번 참전했던 아버지의 과거를 하루키가 쉽사리 들출 수 없었던 이유는 따로 있다. 그가 속한 부대가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희생된 난징 공략전에 관여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러나 조사를 통해 하루키는 아버지의 부대는 난징전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중국의 우한 부근까지 진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는 “(코로나19 관련 뉴스에서) 우한(영상)을 봤을 때도 떠오르”(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듯, 아버지가 없는 지금도 하루키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재 진행형’ 역사다. 살아생전 하루키의 아버지는 국어 교사였고, 평생 하이쿠(일본의 단시) 창작에 열을 올렸다. ‘작가 하루키’의 삶과 연관성을 피할 수 없다. 하루키는 역사 수정주의가 만연한 세태 속에서 “일어난 일은 써 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건조하고 간결한 문체 속, 하루키의 소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인문학을 가볍지만 깊이있게’…생각의 밀도를 1cm 높이는 ‘1센티 인문학’

    ‘인문학을 가볍지만 깊이있게’…생각의 밀도를 1cm 높이는 ‘1센티 인문학’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면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적어진 요즘, 중심을 잡고 세상을 제대로 보는 인문학적 소양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자칫 가짜 뉴스나 정보의 파편을 사실이라 믿고 길을 잃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신간 ‘1센티 인문학’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생각의 방향을 제시하는 인문학 교양서다. 서울대에서 종교학과 서양철학을 전공하고 제주도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며 인문학 강의를 해온 저자 조이엘은 고전, 역사, 사회, 예술, 철학, 과학 등 일상에서 찾은 다양한 키워드를 100편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가볍지만 깊이있는, 쉽지만 경박하지 않은 인문학 책을 쓰고 싶었다”는 저자는 인문학적 시각으로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게, 때로는 까칠하게 바라본다. 다방면의 수만권의 책을 읽으며 쌓아온 작가의 해박한 지식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말라리아로, 최치원의 글에서 시작해 세습 자본주의를 넘나들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풍성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저자는 “독자들이 1cm씩이라도 생각의 밀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한 주제에 맞는 다양한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면서 “쉽지만 알맹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조이엘 작가는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낯설게 보는 능력, 심지어 기존 진리 주장까지도 회의하고 결국엔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 바로 교양 혹은 인문 교양의 힘”이라고 강조한다. 고전은 물론 사회 현상까지 삐딱하게, 한번 뒤집어보는 작가의 글은 인문학을 보는 새로운 재미에 빠지게 한다. 특히 이 책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인물이나 시대의 연결 고리들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 디지털 성범죄, 주취감형, 촉법 소년 등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며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제시한다. 짧지만, 쉽고 재미있는 문체로 교양을 쌓고 싶은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읽을 수 있게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우리 사회가 파편적인 지식이 많고 소통의 부재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인문학은 결국 타인에 대한 이해인데, 이 책이 세대와 진영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는 공감 능력을 높이고 대화를 이끌어 내는 화두를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40쪽. 1만 5800원.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트럼프, 신형 ICBM 나온 北열병식에 진심 화내…김정은에 실망”(종합)

    “트럼프, 신형 ICBM 나온 北열병식에 진심 화내…김정은에 실망”(종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공개한 북한의 열병식에 분노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vox.com) 소속으로, 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하는 알렉스 워드 기자는 1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가 신형 ICBM과 자체 제작한 트럭 발사대(이동식 발사대) 등이 공개된 (북한의) 미사일 퍼레이드에 ‘진짜로 화가 나 있다’(really angry)고 정통한 소식통이 내게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소식통이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정말로 실망했으며, 그러한 실망감을 다수의 백악관 당국자들에게 표출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사상 처음으로 심야 열병식을 진행하면서 신형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신무기를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이 신형 장비들이 북한의 최신 미사일 기술의 집약체라고 평가했다.특히 이번에 공개된 신형 ICBM은 세계 최장 길이로, 탄두부에 핵탄두 2~3개가 들어가는‘ 다탄두 미사일’ 형태여서 수도 워싱턴DC와 뉴욕을 동시에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등 미국 본토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행정부는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우선시하는 것은 실망스럽다고 평가하며 완전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열병식과 관련해 어떠한 언급도 내놓지 않고 있다. 만약 내부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는 전언이 사실이라면 우회적으로 북한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효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 등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 간 교류를 통해 ‘북한과의 전쟁을 막았다’며 외교 치적으로 내세워 왔다. 이에 대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협상이 1년 넘게 교착 국면에 갇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이 결국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신형 ICBM을 자랑스러운 듯이 공개한 것이다.가뜩이나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선거운동마저 제한을 받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만한 신형 무기를 공개해 트럼프 대통령의 ‘아픈 곳’을 찔렀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북한이 새롭게 개발했다는 ICBM을 시험 발사하는 등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은 것은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진 않으면서도 미국 대선 후 협상에서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역시 대내외적 상황 관리와 동시에 자신에게 불리한 사안을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 공개적인 반응을 자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개인적 친분에 기댄 ‘톱다운 외교’를 강조해 왔다. 특히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출신 원로 언론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를 통해 둘이 주고받은 친서 20여통이 공개되기도 했다.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발 빠르게 위로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북미 정상 간 전례 없는 일련의 회담 후에 북한의 핵무기 제거를 위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으며 그사이 김정은은 더 크고 더 치명적이고 한국과 일본, 아시아 내 주둔 미군, 그리고 미국 본토를 더 잘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만드는 데 분주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보여준 ‘성과물’들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더는 핵 위협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외교가 전쟁을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세 차례의 정상 간 만남이 의미 있는 돌파구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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