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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언내언] ‘한국病’의 명암

    얼마전 미국 LA 타임스가 한국의 인터넷 열기를 보도한 적이 있다. 즉 “한국인들의 ‘조급성’과 ‘요행심리’가 속도와 위험부담이 요구되는 정보화시대에 잘 맞아떨어졌다”는 비아냥(?)이 섞인 분석기사였다. 당시 기사를 읽으면서 상당히 낯뜨거웠었다.단숨에 한몫 건지려고로스앤젤레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라스베이거스 도박판으로 몰려드는한국 졸부들이 먼저 떠올랐던 까닭이다. 그러나 필자는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의 신간 ‘나는 한국이 두렵다’를 읽고 생각을 달리 하게 됐다.“한국인의 ‘빨리빨리병’은 정보화시대의 원천”이라는 메시지를 접했기 때문이다. 그의 파격적 주장은 “빨리빨리병(病) 등 한국병은 IT(정보기술)혁명시대에는 외려 약이 된다”는 말로 요약된다.각종 정보가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는 세상에서는 5분만 앞서도 50년을 먼저 갈 수 있다는주장이다. 다른 나라는 1∼2세대에 걸리는 일을 한국이 1년만에 뚝딱 해치우기도 하지 않는가.존스 회장은 ‘속도전’에 강한 잠재력을 바탕으로한국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예언한다.2025년경엔 슈퍼파워 미국의 입지를 위협할 대표주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미국 국무부 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는 언젠가 21세기 국제체제는“6개의 열강과 다수의 중진국 및 소국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었다.미국,유럽,중국,러시아,일본과 아마도 인도라는 5개 강대국 중심으로 국제질서가 재편되리라는 논지였다.‘문명충돌론’을 편 헌팅턴도 여기에 이슬람문명권을 추가했지만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이들의 전망에서 한국은 통일이 되더라도 중간규모 국가에 머물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존스 회장의 예측이 위안은 될지언정 선뜻 믿겨지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해방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의 대장정을 숨가쁘게 달려왔건만 아직도 우리네 보통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허리를 펼 처지는 아니다.더욱이 의약분업파동에서 보듯 사회구성원 상당수가 제몫찾기에눈을 부라리고, 정치권은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다시피 하고 있는 형국임에랴. 하지만 인터넷 물결은 과거에는 없던 초유의 사태다.따라서 누구도그 파장을 섣불리 예측할 수는 없다.존스 회장의 예측도 어느 정도합당한 논리적 추론인지는 검증하기 어렵다. 다만 그의 추론은 현실이 아무리 고단하더라도 ‘엽전은 안돼…’라는 식의 패배주의나 자학에 빠지지 말아야 할 충분한 근거는 될 듯싶다.독(毒)도 제대로 쓰면 요긴한 약이 될 수가 있다.빨리빨리병으로요약되는 한국인의 기질중 강점은 살리고 단점은 줄이는 ‘전략적 마인드’가 기업이나 정부 내에서 강구돼야 할 때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
  • 신간 맛보기

    ■청사(淸史)(임계순 지음,신서원 펴냄)는 만주족이 통치한 중국이란부제와 함께 1616년부터 약 300년간 만주족의 흥기부터 멸망까지를저술한 단대사.한양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750여쪽에 걸쳐 청왕조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및 대외관계 변천을 세밀히 정리·분석하고 있다. 중국 25왕조중 마지막 왕조로서 동북지방에 거주하던 소수민족에 의해 건립된 청조가 다수 한족을 268년간이나 통치할 수 있었던 시스템설명이 관심을 끈다. 50여개의 소수민족에 대한 정책,19세기 중반이후의 몰락 등을 꼼꼼히 살피고 있으며 청대에 관한 중국과 일본의 자료와 함께 서양에서출판된 많은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3만2,000원■국제금융·외환정책론(이재웅 지음,다사랑 펴냄)은 대학이나 대학원에 재학중인 학생이 일차적 독자인 전문서적이지만 학생이 아닌 경영·무역 실무종사자와 일반인들도 관련 부문의 최근 흐름을 익히기위해 읽을만 할 것이라고 저자는 확신하고 있다. 환율 및 외환정책을 귀납적인 방법으로 일본, IMF위기의 동남아 및한국을 예를 삼아 분석한다.은감원 부원장보와 고려증권 부사장,고려종합경제연구소장을 거쳐 서강대 초빙교수로 있는 저자의 14편 논문을 싣고 있는데 국내외 금융정책,외환정책, 국제 재무전략과 기업 지배구조 분야순으로 정리했다.2만2,000원■논어의 문법적 이해(류종목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논어’에는노(魯)논어와 제(齊)논어,고(古)논어의 세 가지가 있다. 노논어는 지금의 ‘논어’와 마찬가지로 20편이고,제논어는 22편,고논어는 21편이었다고 전한다. 이 책은 ‘학이(學而)’에서 ‘요왈(堯曰)’에 이르는 20편의 내용을 문법적으로 분석,설명한 교양서다.사서오경을 읽을 때 번역문에만의존하거나 원문의 몇몇 중요한 어휘들을 통해 문장의 대의를 파악하는 데 그치는 한글세대들도 이해하기 쉽게 문장의 얼개를 밝혔다. 아울러 ‘논어’가 철저한 인간중심의 성경임을 일러주는 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2만5,000원■투덜이의 영화세상(이대현 지음,다할미디어 펴냄) 열에 아홉은 ‘영화마니아’를 자처하는 세상에 영화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다. 한국일보 문화부 차장으로 재직중인 이대현씨는 평면적 평론 대신영화담당기자로서 현장감 넘치는 영화가의 크고작은 이슈들을 글로정리했다. ‘우리 영화,우리 감독’ ‘시네마 천국을 꿈꾸는 사람들’‘시네마천국은 없다’ ‘이대현의 스크린파일’ 등 책은 크게 네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최근 한국영화의 작품성과 제작경향, 주요 영화인들의 현주소 등을두루 짚어보기에 좋은 책이다.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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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인들의 지리산 유람록(김종직 등 지음,최석기 등 옮김,돌베개 펴냄)이륙·김종직·남효온·김일손·조식·양대박·박여량·유몽인·성여신 등 조선시대 선비들이 지리산을 유람하고 남긴 수양론적 성찰의 기록.산수와 인간의 조화를 추구한 선조들의 시유와 미의식을 엿볼 수 있다.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지리산 유람은 대체로 두 가지 목적에 의해 이뤄졌다.하나는 천왕봉에 올라 공자의 ‘등태산소천하(登泰山小天下)의식을 맛보기 위함이요,또 하나는 청학동·삼신동 등의 신선세계를 노닐기 위해서다.이 책에는 부록으로 최치원의 ‘쌍계사 진감선사 대공탑비’ 등이 실려 있다.1만5,000원◆기독교 죄악사(조찬선 지음,평단문화사 펴냄)“나는 예수를 사랑한다.그러나 크리스천은 싫어한다.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를 닮지 않았기때문이다” 간디는 기독교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을 이렇게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이 책은 그런 심경에서 한 목사(전 이화여대 교목실장)가 쓴 기독교 죄악의 역사다.막강한 권력을 형성한 기독교가 인류의인권을 짓밟은 현장을 통시적인관점에서 살폈다.저자는 기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범죄사를 십자군전쟁,유럽에서의 종교재판과 마녀사냥,선교를 가장한 청교도들의 원주민 학살과 재산약탈 등으로 나눠 설명한다.전2권 상권 1만원,하권 8,000원◆노동과 페미니즘(조순경 엮음,이화여대출판부 펴냄)한국사회의 노동문제를 여성주의 시각에서 조명한 글 모음집.시장에서 교환가치를창출하는 활동만을 노동으로 보는 관점,여성은 생계책임자가 아니기때문에 우선 해고대상에 포함된다는 가족 임금 이데올로기 등에 대한비판이 담겼다. 노동에 대한 여성주의적 관점에서의 재개념화도 시도한다.그중 하나가 그동안 ‘여성 적 특질’로만 인식됐던 감정노동(emotion labor)은 이제 어엿한 노동유형으로 평가돼야 한다는 것.기회의 평등에서 나아가 ‘결과의 평등’을 이룰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를 펼 것도 제안한다.1만2,000원◆피어라 풀꽃(이남숙·여성희 지음,다른세상 펴냄)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로서 ‘우리’라는 공동체 속의 모습을 담고자 한 시리즈두번째 책. 이화여대에서 식물계통학으로 박사학위를 두 저자는 오랜 세월 함께 산과 들을 누볐다.우리 땅에서 자라는 풀꽃 220종의 생태와 문화적 의미를 쉬운 말로 캐본다.올컬러 사진.풀꽃의 진화,해부도,환경 적응 등을 알아본 뒤 산과 들,고산,연못과 늪,바닷가,건조지등 생장 영역별 그리고 가꾸면서 즐기는 풀꽃,아낌없이 베푸는 풀꽃,우리나라 고유종과 천연기념물,외국에서 들어온 풀꽃 등으로 나눠 더자세히 살펴보고 있다.1만3,000원
  • 日도 태풍 강타… 나고야 ‘수중도시’

    폭우를 동반한 제14호 태풍 ‘사오마이’가 일본 나고야(名古屋)시와 아이치(愛知)현 등 도카이(東海)지역을 강타,100년만에 최악의 비피해를 입혔다. 도카이 지역에는 11일부터 12일 새벽에 걸쳐 최고 600㎜의 집중 호우가 쏟아져 도로와 철도 곳곳이 유실돼 자동차 수백대가 고립되고초고속철도 신칸센(新幹線)운행이 중단됐다.나고야시는 강이 범람,순식간에 물바다로 변해 외부와 완전 고립됐다.나고야에 생산기지를 둔일본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와 미쓰비시가 생산을 일시 중단하는 등 인명 및 경제적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비는 14일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돼 피해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00년만의 최대의 호우 11일부터 12일까지 24시간동안 연간 총강수량(1,980㎜)의 3분의 1 가량인 582㎜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아이치현 도카이시와 나고야시의 시간당 강우량은 각각 114㎜,93㎜로 1891년 나고야 관측소가 설치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이밖에 대부분지역에도 400∼600㎜의 폭우가 쏟아졌다.일본기상청은 14일까지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있어앞으로 최대 200㎜ 가량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강수량은 나고야 534.5㎜,시즈오카가 617㎜를 기록했다. ■피해상황 일본 경찰은 13일 현재 이번 태풍으로 7명이 숨지고 41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가옥 6만1,000채가 침수됐고 건물 66채가 완파됐으며 38만명이 인근 초등학교로 긴급 대피했다.450여 군데에서산사태가 발생했으며 12개의 다리가 빗물에 유실됐고 강둑 18군데가무너졌다. 집중적인 폭우로 나고야 시의 신카와강과 쇼나이강 등 2개의 강이범람하면서 나고야 시에 있는 건물들 대부분이 1층까지 물이 차올랐고 일부 지역의 경우 수심이 1.5m나 됐다.아이치,나가노현의 3만3,400여 가구는 나고야의 전력회사가 침수되는 바람에 전기가 끊겼다.피해가 가장 심했던 아이치현의 니시비와지마에서는 8,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도카이도 신간센 열차 74편의 운행이 최고 22시간 이상 중단돼 승객5만2,000명이 추위속에 열차안이나 역 구내에서 밤을 새웠다. 도요타 자동차는 공장들이 침수돼 생산을 일시 중단했다가 하룻만인13일 오후부터다시 가동했다.미쓰비시 자동차도 나고야 지역에 있는생산공장 2곳의 생산을 중단한 지 하룻만인 이날 오전 조업을 재개했다. ■복구·구조작업 나고야 아이치현 등은 13일 제방이 무너진 곳에 흙주머니를 쌓아 올리고 펌프차를 동원,침수지역의 물을 뽑아내는 등철야 복구작업을 벌였다.12일까지 불통된 도카이도 신칸센은 이날 첫차부터 정상 운행에 들어갔지만 국철인 JR 도카이도선과 일부 사철은전면복구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운수성은 보고 있다. 자위대와 현청은 침수한 집에 남아 있는 주민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자위대원을 중심으로 침수지역에 보트를 띄어 구조활동을 벌였다. 나고야 시내에서도 약 5,500명의 주민들이 학교 등에서 이틀째 피난생활을 했다. 김균미기자 k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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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대(김태길 지음,샘터 펴냄)서울대 명예교수로 올해 팔순을 맞은김태길씨가 철학적 사색을 통해 길어올린 담백한 수필글들을 10년만에 다시 책으로 묶었다.1950년대부터 최근까지 꾸준히 써모은 글들을모은 책 갈피마다 세상을 보는 노(老)철학자의 웅숭깊은 안목이 엿보인다.득남을 기다리는 젊은 아빠의 심정,60년대 골목길 풍경,70∼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지켜보는 지식인으로서의 갈등,40대 중년 남성들의 이야기 등 글감은 다양하다.맨마지막 4장에서는 지은이의 철학자적 소견이 짙게 배어나기도 한다.7,000원◆우주의 수수께끼(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이민용 옮김,이끌리오 펴냄)우주의 경이와 이를 대하는 인간의 경외심을 다룬 천문학 교양서. 우주는 우리의 모든 ‘상식’을 초월한다.한점에서 시작된 태초의 소리없는 대폭발,티끌보다 작은 먼지에서 생겨난 은하와 별과 행성들,유한하지만 결코 경계가 없는 우주,존재하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블랙홀….또한 우주에는 수많은 ‘현재’가 존재하며 오직 비동시성만이 지배한다.우주의 어마어마한 크기로 인해 별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는 데 몇백년씩 걸리기도 한다.곧 우리가 보는 별은 모두 과거의것이다.우주에 대한 인문학적 상상력의 보고서다.1만원◆단순함의 원리(잭 트라우트·스티브 리브킨 지음,김유경 옮김,21세기북스 펴냄)현대는 과잉브랜드,과잉커뮤니케이션,과잉전략의 시대다.이 ‘과잉(over)’이란 말에는 몇가지 부정적인 의미가 담겼다. 첫째는 유사함,즉 시장내 마케팅 및 브랜드활동이 지나칠 경우 소비자들은 제품과 브랜드,메시지를 차별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복잡함,즉 마케팅 활동이 과잉공급으로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을 때 수용자인 소비주체는 의사결정의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이같은 시장구조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으로 단순함의 원리를 제시한다.1만원◆생명의 춤(에드워드 홀 지음,최효선 옮김,한길사)인류학의 영역에처음으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도입한 미국 인류학자의 저서.‘침묵의 언어’‘문화를 넘어서’에 이은 문화인류학 4부작중 하나다.그에따르면 언어는 고도로 맥락화한 체계이다.그것은 자동차 광고를 비교해 보면 쉽게 드러난다.독일제 벤츠광고는 잠재적 고객에게 풍부한정보를 제공하지만,영국제 롤스로이스 광고는 차의 정격마력에 대해조차 언급하지 않는다.이런 차이는 독일인들이 일에 대해 꼼꼼한 ‘저맥락의 문화’에 싸여있는 반면,영국인들에게는 ‘고맥락의 문화’가 보다 지배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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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의 과학(파코 언더힐 지음,신현승 옮김,세종서적 펴냄)“은행옆에서는 장사를 하지 마라.굳이 매장을 내고 싶다면 쇼윈도에다 거울을 한두개 설치하라” 말장난 같지만 일리가 있다.금융기간의 ‘딱딱하고 지루한’ 이미지로부터 영향을 덜 받으려면 거울이라도 둬야한다는 것.거울에 비친 활기찬 풍경은 고객의 시선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저자는 고객이 즐겁게 지갑을 열도록 하는 몇가지 법칙을 제시한다.동선(動線)에 맞게 배열된 상품만이 고객의 시선을 끈다.오감의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매장이 인터넷 쇼핑몰을 이긴다.고객은 시야1m안의 광고에만 눈길을 준다….1만2,000원◆자유와 날개(이세기 지음,이화여대출판부 펴냄)60,70년대 이화여대총장을 지낸 김옥길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평전. 그는 교육에서의 새로움을 추구하고 신앙의 보수적인 틀을 깨는 데 앞장섰다.기독교사상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학교에서 진오귀굿을 하도록 허락했으며,끼리끼리 문화를 싫어해 타대학 출신 교수들도 많이 채용했다.재임 18년째,그는 아집과 자만에 빠지는 것을경계해 총장직을 물러났다.젊었을 때 그의 꿈은 ‘상록수’의 채영신처럼 사는 것.만년에 그는 충북산골에서 살며 그 소박한 꿈을 이뤘다. 소설가 박경리는 만년의 그를“간디 같았다’고 평했다.1만3,000원◇퍼펙트 스톰(세바스찬 융거 지음,박지숙 옮김,승산 펴냄)1991년 미국 보스톤 부근의 그랜드 뱅크스 바다에서 폭풍에 휩쓸여 흔적없이사라진 황새치잡이 어선에 관한 넌픽션.영화로 만들어져 국내 상영중이나 이 책은 상황의 영화적 성격보다 폭풍,어선,고기잡이 등 기초적배경에 대해 과학적으로 접근한 뒤 인간적인 사정을 덧붙이고 있어상당한 차이가 있다.뉴욕타임스와 아마존에 장기간 인기도서로 올랐다.저자의 냉철하고 꼼꼼한 접근법이 사건 자체보다 더 인상적일 수있다.바다,자연 그리고 인간,어업 양쪽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게 된다.7,500원◇자신을 믿어라(볼프강 헤를레스 지음,장복희 옮김,생각의나무 펴냄)독일의 정치·경제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세계를 경영하는 욕망의 두뇌들’이 부제.자국 경제의 영역을 벗어난 글로벌 경영 그리고그 속에서 이기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때로는 무모하리 만치 저돌적이고 때로는 스스로 갈등을 겪기도 하는 자본가의 인간적인 모습을보여준다. 세계 주요 기업의 최고 경영인과 컨설턴트 18인에 대한 상세하고 격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모험심과 아이디어로 성공한 창업자로 나이키,마이크로소프트,보디숍,버진 그룹,CNN 등의 설립자를살피고 있고 이어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전문경영인과 이윤의 예언자컨설턴트 편이 뒤따른다.1만1,000원
  • 전남 완도 ‘빛나는 抗日의 섬’

    전남 완도 출신인사들은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신간회,광주학생의거는 물론 일본의 노동운동에도 깊이 관여했다.지역안에서도 수의위친계활동,일심단사건,고금학교의거,소안배달청년회 사건 등 주목할만한 항일활동을 펼쳤다. ‘완도군 항일운동사’는 바로 ‘군 단위로는 전국에서 가장 격렬한항일운동을 펼친 곳’이라는 이 고장 사람들의 자부심을 담은 기록이다.완도군항일운동기념사업회가 펴낸 이 책에는 완도의 항일운동과관련한 ▲사진기록 ▲지도자 ▲항일노래 ▲관련논문 ▲재판기록 ▲신문기사가 충실히 담겼다. 국토의 서남단에 자리잡은 고장에서 어떻게 이토록 활발한 항일운동이 펼쳐질 수 있었을까.박찬승 목포대 사학과교수는 “완도는 해태양식에서 비롯된 경제적 기반에,보수적인 양반계층이 적었고,해외와 물적·인적교류가 활발했던 목포항이 가까워 개화사상을 일찍부터 받아들였다”고 말한다.그 결과 다른 어느 지역보다 교육·계몽운동이 활발하여 사립학교들이 다수 설립됐고,이 학교들이 항일운동의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완도에는 1913년 사립소안중화학원을 시작으로 노화영흥학원·조약도 약산학교·신지학교·군외 교인학교·노화대성학교·금당학교·모도학원·완도대신학원·노화중통학원·노화충도학원,하도학원·방축리일신학원·횡간학원 사립학교들이 다투어 설립됐다.특히 1905년 토지조사사업이 실시됐을 때 일제가 소안도 등 여러 섬을 왕실에 넘겨주자 4명의 소안면민대표는 토지소유권 반환청구소송을 냈고,13년 동안의 법정투쟁끝에 1922년 승소했다.이른바 ‘소안면 토지계쟁사건’으로,이 때도 소안면민들은 재판에 이긴 것을 기념하여 1만 400원을 갹출,사립소안학교를 세우기도 했다.당시 사립학교의 설립자와 교사들은 당대의 지도자들이었고,그 명성은 함북지방과 서울·중국으로도퍼져 항일운동을 하던 명망가들이 자원해서 완도로 찾아들기도 했다. 완도의 자생적 항일운동은 1914년에는 소안에 본부를 둔 ‘수의위친계(守義爲親契)’로 이어진다.상부상조의 전통적 계로 포장했으나 실제로는 전남북과 경남북을 범위로 한 항일조직이었다.유능한 인재를뽑아 독립운동의 전초기지인 중국과 일본에 파견하고 군자금을 모금하여 중국의 독립군에게 전달하는 한편 중국에서 육혈포를 반입하여국내조직에 배포했다.1920년 100여명의 회원들로 조직된 배달청년회도 기억할만 하다.이들은 친일면장이나 일제경찰과는 어떤 말도 하지않는 이른바 ‘불언동맹’을 맺어 실천하기도 했다고 ‘완도군…’은기록하고 있다. 서동철기자
  • 朴문화, 컴퓨터게임·애니메이션 南北합작사업 추진 합의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은 21일 남북한이 컴퓨터 게임,애니메이션 분야에서 합작 사업을 벌이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일본을 방문중인 박장관은 이날 도쿄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북한의 온라인 게임,애니메이션은 국제적인 수준”이라면서 “지난번 북한 방문때 남북한이 이 분야에 대한 개발·투자협력을 통해 만화영화 등을 제작해 우선 중국 시장부터 진출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박장관은 또 “북한의 공예·자수도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어이 분야에 대한 협력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장관은 이밖에 남북한 언론 교류 사업이 잘될 것으로 본다면서 “특파원 상주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나 연합뉴스와 조선중앙통신간 통신사 교류는 이른 시일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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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비자가 나라를 살린다(최윤재 지음,청년사 펴냄)경제학교수가 펼치는 본격적인 한국사회개혁론.그 이론적 무기로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기원전 280?∼233?)의 지혜를 빌렸다. 엄격한 상벌의 시행을 주장한 한비자의 사상은 엄정한 법과 제도의확립을 통해 나라를 경영해야 한다는 현대경제학 특히 제도경제학의주장과 일맥상통한다는 게 저자(고려대 교수)의 견해. 인정과 의리에 얽매이는 ‘유교적’사고방식으론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어려우니 ‘법앞의 만인평등’을 주장한 한비자의 ‘법가적’사고로 21세기를 헤쳐나가자는 것이다.9,000원●간박사가 들려주는 간병 이야기(김정룡 지음,에디터 펴냄)유명한간 치료 전문의 김정룡 박사가 40여 년 봉직한 서울대 정년퇴임을 앞두고 썼다. 인체 장기 중에서 가장 큰 간은 마치 화학공장처럼 위와 장에서 소화되어 만들어진 영양소를 한데 모아 합성분해,피와 살 또는 에너지가 되게하며 독물을 걸러준다.저자는 간의 구조와 역할,간염에서 간암까지 각종 간질환의 종류와 치료법,술과 간과의 관계,한약·양약과 간,건강한 간을 위한 좋은 생활 습관 등을 진찰실에서 상담하듯 친절하게 말해준다.8,500원. ●마음의 풍경(이해인 외 지음,이레 펴냄)시인 소설가 등 문인 18명의 짧으나 여운있는 글 모음집.화가 박항률의 그림 19점이 중간중간들어있다. 이해인 안도현 박완서 최성각 등의 글은 자연의 이야기를 통해 얻은 깨달음을,곽재구 장석남 등은 삶의 소리를 담고 있으며 또 임의진이인환 권저앵 오정희 등의 글은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말한다. 이밖에 정채봉 정호승 강은교 김용택 재연 김하돈 김재일 긴훈 등의 감칠 맛나는 글들이 망각된 삶의 여러 자잘한 의미들을 깨우쳐준다. 8,000원. ●미국의 제국주의(권오신 지음,문학과지성사 펴냄) ‘필리핀들의 시련과 저항’이란 부제가 말해주듯 책은 미국이 필리핀을 식민지배하기 시작했던 1898년경부터 필리핀이 독립하던 1946년까지를 시점으로잡아 제국주의의 정책과 이념을 낱낱이 해부했다. 미국과 필리핀 역사에 해박한 지은이는 “미국 제국주의의 성격을파악하기 위해 미국이 실제로 제국주의 정책을 적용했던 필리핀 식민통치에 주목했다”고 밝힌다. 미국의 대(對)필리핀 식민지배 준비과정에서부터,식민지배 확립,독립 과도정부 지배,2차 대전기 정책 등을 두루 짚었다.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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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전후책임을 묻는다(다카하시 데쓰야 지음,이규수 옮김,역사비평사 펴냄)1990년대 후반 들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일본의 네오내셔널리즘은 역사를 자국 중심으로 해석하는 이른바 자유주의사관과 가토 노리히로가 주창한 ‘패전후론(敗戰後論)’을 두 축으로 삼고 있다.저자는 독일군 강제 매춘과 일본군 위안부를 비교하며 명백한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이 자유주의 사관과 전쟁 책임을 애매하게 만드는 패전후론의 허구성을 통렬히 비판한다.‘기억의 정치,망각의 윤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그는 직접 알지 못하는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책임을 추궁받을 때의 당혹스런 경험을 ‘망령’의 비유를 매개로 분석한다.또 반나치운동가 한나 아렌트의 사례를 인용하며 민감한 사안인 책임자 처벌 문제를 거론한다.9,000원◆미시사란 무엇인가(곽차섭 엮음,푸른역사 펴냄)마르크스주의 역사학,독일의 사회구조사,프랑스 아날학파의 전체사 등 역사적 거대구조를 탐색하고자 하는 것이 거시사적 방법론이다.반면 미시사는 구체적인 개인을 통해 역사적 리얼리티의 관계망을 이해하려 한다.거시사가 롱샷으로 본 것이라면 미시사는 줌으로 사물을 당겨보는 것이라고할 수 있다.이 책에선 민중문화의 뿌리찾기를 시도한 진즈부르그의‘치즈와 구더기’,갈릴레오 재판의 ‘진실’을 전복하려 한 레돈디의 ‘이단자 갈릴레오’,근대초 한 프랑스 농촌여인의 선택의 문제를 다룬 데이비스의 ‘마르탱 게르의 귀향’ 등의 저작을 통해 미시사가 ‘가능성의 역사’임을 보여준다.미시사는 1970년대 이후 서구 사학계에서 새로운 역사연구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다.1만9,500원◆위대한 세대(탐 브로코 지음,김경숙 옮김,문예당 펴냄)1930년대 경제공황으로 세계 최대 채무국이 됐던 미국을 2차 세계대전이란 국가적 위기를 통해 세계 최강의 채권국으로 도약시킨 미국 보통사람들의 이야기.항공모함 조종사였던 조지 부시,한쪽 팔이 불구가 된 산악사단의 젊은 소위 밥 돌 등 정계 인사와 노벨 의학상 수상자 트루디 엘리언,저널리스트 벤 브래들리·에드 굿맨 등 가장 위급한 상황에서책임감으로 조국을 구한 이들의 ‘평범속 비범’을 만날 수 있다.이책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조지 W 부시가 내세운 온정적 보수주의가왜 미국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그 이유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지난 83년부터 지금까지 NBC 저녁뉴스를 진행해온 톰 브로커의 다큐멘터리적 감각이 돋보인다.9,000원◆약산과 의열단(박태원 지음,깊은샘 펴냄)월북 소설가 박태원(1909∼1986)이 해방직후인 1947년 약산 김원봉의 증언을 토대로 약산의일제시대 항일 독립운동의 행적을 적은 전기형식의 글.약산이 경남밀양에서 태어나 서당에서 공부하던 어린시절부터 1919년 윤세주·곽경·강세우 등과 ‘의열단’을 조직한 일화,중국땅에서의 항일투쟁등이 소개됐다.약산은 해방후 좌우합작을 추진하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이 본격화되자 월북,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을 지냈다.‘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로 잘 알려진 박태원은 일제때 정지용,김기림 등과 함께 문학동인 ‘구인회’의 멤버로 활동했다.6.25때 월북한 뒤실명과 반신불수 속에서도 역사소설 ‘갑오농민전쟁’을 지어 북한최고의 역사소설가라는칭호를 얻기도 했다.7,000원
  • 광복55주년 학술행사

    광복 55주년을 맞아 각계에서 마련한 항일독립운동 관련 학술심포지엄이 눈길을 끈다.문화관광부가 ‘8월의 문화인물’로 선정한 백야 김좌진(金佐鎭)장군의 항일투쟁사를 재조명한 학술회의(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주최)를 비롯해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의 현장인 서대문형무소와 항일운동사 심포지엄(서대문구청 주최),그리고 개항 이후 ‘한국 민족주의의 변천과 향후 전망’주제의 학술행사(독립기념관 독립운동사연구소 주최)가 그것.앞의 두 행사는 10일,마지막 행사는 11일 각각 마련됐다.각 학술행사마다 4건 정도의 학술논문 주제발표와 토론이 마련돼 있다.여러 논문 가운데 일부를 발췌,소개한다. 金佐鎭장군의 항일운동 노선과 정치이념 ‘청산리전투의 영웅’ 백야 김좌진 장군은 대종교(大倧敎)적 민족주의와대종교적 공화주의를 정치적 이념으로 추구하였으며,구체적으로는 단군(檀君)을 정점으로 한 ‘민주적 이상국가 건설’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아울러 김좌진은 대종교인으로 민족주의를 강조하여 국제성을 강조한 사회주의에는 반대했으며,그의 피살은 양대 세력의 분열을 책동한 일본의 계책에 의한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환(수원대) 교수는 10일 개최된 김좌진장군기념사업회 주최 ‘김좌진 장군의 항일운동’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북만주에서의 김좌진의 항일독립운동-투쟁노선과 정치이념을 중심으로’제하의 논문에서 이같은 주장을 폈다. 박 교수에 따르면,백야는 철저한 대종교주의자였다.1925년 그가 신민부(新民府)를 조직한 북만주지역은 대종교 신자가 많이 사는 곳으로 그는 대종교를 바탕을 두고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는데 이같은 전통은 북로군정서 시절부터 계속 이어져온 것이었다.그러나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1926년 화요회파 중심의 조선공산당 만주총국이 북만지역 영안현(寧安縣)에 설치되자 민족주의 색채가 강했던 대종교 계열은 국제성을 강조한 공산주의 계열과 대결양상을 빚게 되었다. 한편 1925년 중국 군벌과 일본군간에 소위 ‘삼시(三矢)협정’이 체결된 후 대종교에 대한 포교금지령과 함께 대종교 세력이 약화되면서 이를 틈타 공산주의자들의 침투가 우려되자 대비책으로 무정부주의이념을 수용했다. 신민부의 후신으로 1929년 결성된 한족총연합회는 권력의 중앙집중을 부정하고 자주적 조직의 연합체를 지향하는 아나키즘 조직으로 공산주의를 반대했다.백야는 독립운동과 반공운동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무정부주의사회를 건설한 것이다.결국 그는 대종교적 민족주의에서 대종교적 무정부주의로 이념과 체제를 전환하였다.그의 죽음은 이같은 ‘노선변화’에서 이미에고된 것이었다. 구한말부터 1930년 그가 피살될 때까지 일생을 항일투쟁에 바친 그를 암살한 사람은 조선인 공산주의자 박상실(朴尙實)이었다.박 교수는 그의 피살은“하얼빈 일본 총영사관의 한족총연합화의 대종교적 민족주의 세력과 무정부주의 세력간의 분열 및 한족총연합회와 공산주의 세력 간의 분열책”이라고추정했다.즉 일제는 북만주지역 한인독립세력을 전멸시키기 위해 화요파의간부 김봉환(金鳳煥)을 사주,하수인 박상실을 이용해 백야를 살해했다는 것. 이를 두고 박 교수는 “일제는 화요파를 이용,백야를 처단함으로써 화요파와 한족총연합회를 이간시키고 아울러 한족총연합회의 무정부주의자와 대종교적 민족주의자의 분열도 촉진시키는 ‘이중효과’를 노린 계책을 꾸몄는데화요파 공산당이 바로 여기에 넘어간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운현기자 jwh59@. *국제화시대 한국 민족주의. 국제화·세계화시대에서 자칫 편협한 국수주의 정도로 몰리기 십상인 ‘민족주의’.근대이후 우리역사에서 민족주의는 어떻게 변전(變轉)돼 왔고,또앞날은 어떤 모습일까.독립기념관 독립운동사연구소는 11일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에서 ‘국제화시대 한국 민족주의의 성찰과 전망’이란 주제로 학술행사를 가진다. 이날 행사에서 첫 주제발표자인 김도형(연세대) 교수는 미리 배포한 논문(‘개항 이후 세계관의 변화와 민족문제’)에서 “우리 근대사에서 민족문제는 봉건체제를 극복하고 제국주의의 침략으로부터 나라의 자주권을 유지하는 과정,즉 한국근대사의 전개과정에서 싹텄다”고 밝혔다.김 교수는 민족문제 인식의 논리를 주로 대외적인 관점을 중심으로 검토하면서,지배층 내부에서 전개된 근대변혁론을 흔히 척사론(斥邪論),양무론(洋務論),문명개화론,변법론(變法論)으로 구분하였다. 김 교수는 이 가운데서 척사론자·개화론자는 민족문제 인식에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척사론자의 경우 세계화를 거부한 한계,개화론자의 경우 사회진화론의 패배주의에 흘러 외세 의존적인 형태를 띠거나 계몽운동에서 동양주의에 함몰되는 위험성을 가졌다고 지적했다.반면에 변법론적 민족주의는유교를 개혁하고 서양의 신학문을 수용,근대적 개혁을 추구한 점에서 가장바람직한 모델이었다고 주장하고 대표적 인물로 단재 신채호를 들었다. ‘일제 지배하 한국 민족주의의 형성과 분화’라는 논문에서 박찬승(목포대) 교수는 “한국 민족주의는 초기 사회진화론·근대주의 등과 결합,국권회복을 위한 실력양성론을 주된 담론으로 시작하였으며 1910년대 들어 민족평등주의 사상이 싹텄고,이는 3·1운동기 민족자결론과 연결돼 확산됐다”고 주장했다.이어 “20년대 자치운동론을 놓고 찬반론이 난무한 가운데 좌우로 분열된 후 결국은 제국주의의 식민주의 논리를 제대로 비판하지 못한채 변질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특히 박교수는 “식민지하의 한국의 근대민족주의는 자유주의·개인주의와 제대로 결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전체주의적 속성을강하게 띠었는데 이는 해방 이후 전제적인 정치권력에 의해 민족주의가 이용당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해방후 민족주의와 관련,서중석(성균관대)교수는 ‘냉전체제와 한국 민족주의의 위상’이란 논문에서 “일제하 민족주의의 과제가 반제민족해방이었다면,해방후 민족주의의 주된 과제는 민족국가 형성과 식민체제 청산,즉 탈식민화에 있었다”며 “국가주의라고도 불리는 분단국가 의식이나 냉전이데올로기에 매몰된 것은 민족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고 주장했다.따라서 미국의 군사력에 전적으로 의존한 이승만정권의 반통일적 ‘통일론’은 민족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아울러 서 교수는 “민족 고유문화의 강조는 민족주의 현상으로 이해될수 있으나 1970년대 이후 유행된 대단군주의는 민족주의에서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한편 김영한(서강대) 교수는 ‘국제화시대 한국 민주주의의 진로’라는 논문에서 “한국의 민족주의가 나아갈 진로·방향은 ‘통일지향의 민족주의’가 돼야 한다”며 “통일은 민족과 국가가 하나됨과 동시에 냉전체제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해방을 의미하기 때문에 민족주의에 내포된 통합과 해방의 논리를 모두 실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운현기자. *한민족의 독립운동과 서대문형무소.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 소재 구 서대문형무소(현 독립공원)는 한국감옥사의 대명사이자 한국 근현대사에서 우리 민족 수난사의 대명사이기도하다.일제 하에는 숱한 애국지사들이 이곳에서 옥고를 치렀으며,해방후에는반독재 민주투사들이 투혼을 삭여야했던 곳이기도 하다. 서대문구청(구청장 이정규)은 10일 오후 2시 독립공원내 독립관 지하강당에서 ‘한민족의 독립운동과 서대문형무소’라는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열었다.이번 학술행사는 서대문형무소의 역사적 의의에 대한 학술적 조명이 전무한 상황에서 처음 열린 행사로 의미있는 행사였다. 이날행사에서 남도영 동국대 명예교수는 ‘서대문형무소의 민족사적 의의’라는 기조발제 논문을 통해 “서대문형무소는 일제 식민지 지배에 대한 우리민족의 수난과 저항이 집약된 곳이자,일제의 잔학상을 세계만방에 고발한현장이며 민족정기를 보여준 성전,민족문화 수호의 생생한 현장”이라고 주장했다.남 교수는 1908년 서대문형무소가 이곳에 설치된 이후 1987년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되기까지 80년동안의 역사적 성격을 정리하면서 우리 근현대사에서 서대문형무소가 차지하는 의미를 재조명하였다. 순국선열유족회가 발행하는 월간지 ‘순국’에 ‘서대문형무소 근현대사를장기연재한 후 지난해 이를 단행본으로 묶어 출간한 바 있는 김삼웅 대한매일 주필은 ‘3·1독립운동과 서대문형무소’라는 논문에서 “3·1항쟁으로구속자만 1만8,000여명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서대문감옥에만 3,000여명이수감됐었다”고 밝혔다.김 주필은 3·1항쟁으로 체포돼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거나 이곳에서 순국한 애국선열들을 중심으로 살핀 뒤 “이곳이 일제하 항일운동의 성지”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김 주필은 3·1항쟁 직후 서대문감옥의 간수를 지낸 권영준의 회고록 ‘형정(刑政)반세기’를 비롯하여 손병희 등 수감 애국지사들의 자서전,서대문형무소 전옥(典獄,교도소장)을 지낸 일본인의 회고기 등을 참고로 당시 수형자들의 참담한 감옥생활을 생생히 복원하였다. 이어 성신여대 이현희 교수는 ‘임시정부 수립 이후의 독립투쟁과 서대문형무소’라는 논문을 통해 임시정부 이후 8·15 해방까지 이곳에 투옥돼 옥고를 치른 애국선열들을 집중 조명하였다.이 교수는 “임정요인을 비롯해 독립군,6·10만세의거 주동자,수원고농학생항일운동 주동자,신간회사건 관련자,수양동우회사건,조선어학회사건,단파방송사건 등 국내외에서 전개된 항일투쟁 관련인사들이 이곳에서 옥고를 치렀다”며 “서대문형무소는 비탄의 역사로 얼룩진 현장”이라고 말했다. 애국지사로서 이날 학술행사에 참가한 이규창 선생은 ‘나의 서대문형무소옥중체험기’를 통해 자신의 옥중체험을 생생히 증언하였다.우당 이회영 선생의 자제인 이 선생은 1935년 3월 상해에서 친일파 이용로를 총살,처단한뒤 일경에 피체,본국으로 압송돼 1936년 4월 징역 13년형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서 마포형무소로 이감돼 복역중 8·15해방으로 출옥했다.이 선생은미결수로 서대문형무소 복역중 벽을 사이에 두고 옆방의 애국지사와의 통방(通房)통신법 소개를 비롯해 감방내에서의 애국지사와의 교류,재판과정 등 수형생활 전반을 증언했다. 정운현기자
  • 베른하임 ‘잭나이프’등 주목 받는 신간 3권

    거의 비슷하게 출간된 프랑스 소설·산문집이 관심을 끈다. ‘새롭고 독특한 문체’의 작품에 수여한다는 프랑스 메디치상을 수상했던여성작가 엠마누엘 베른하임의 ‘잭나이프’와 ‘커플’(작가정신)은 그의무명시절 초기 작품.국내에 소개된 메디치상 수상작 ‘그의 여자’와 최신작 ‘금요일 저녁’과 마찬가지로 짧은 길이이며 현대 여성의 심리를 독특한소재로 그리고 있다.소재와 풍경이 우리와 다르고 군말없는 문체가 인상적이나 궁극적인 초점인 인물은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다. 십여년 전 공쿠르상을 수상한 모로코 출신 작가 벤 젤룬의 99년작 ‘감각의 미로’(프레스21)는 나폴리를 배경으로 남녀간의 독특한 관계를 그린 짧은소설.작가는 자신의 어느 작품과 달리 시정에 넘치는 아름다운 문체를 과시하고 있는데 옛 사랑을 잊지 못하는 한 남자가 인신매매단에 걸린 여인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실존주의 여성 작가이자 철학자인 시몬 드 보부아르의 기행문 ‘미국 여행기’(열림원)는 비록 1947년 저작이지만 많은 것을느끼게 하는 책이다.단4개월 머물면서 이 정도의 분량과 깊이로 미국을,인간의 삶을 문장화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압도된다. 김재영기자
  • 신간 맛보기

    ●동물의 사생활( 존 스파크스 지음,김동광·황현숙 옮김,까치 펴냄)번식에대한 강한 충동을 지니고 있는 동물들의 짝짓기 생태를 분석했다. 암컷 떼를 독점하기 위해 ‘판막음’할 때까지 사투를 벌이는 코끼리바다표범,열광적인 몸짓과 울음소리로 경연을 벌이는 목도리도요새,암컷의 빛깔로변신해 다른 수컷들의 눈을 속인 뒤 재빨리 정액을 방출하는 시크리드 피시,수컷에서 암컷으로 성전환을 거듭하는 돌조개,정원을 아름답게 꾸며 암컷을유혹하는 바우어새,주사기처럼 암컷의 피부를 찌른 뒤 정액을 주입하는 빈대,수컷이 뱃속에서 새끼를 기르는 해마 등이 장엄한 ‘짝짓기 쇼’의 주인공들이다.1만2,000원. ●다름을 위하여 같음을 향하여(유승삼 지음,창해 펴냄)‘다름’과 ‘같음’을 열쇠말 삼아 울림 있는 글들을 써온 중견 언론인의 칼럼집.저자는 자유주의 사회의 기반인 ‘다름’과 사회구성원들이 추구해야할 공동선으로서의 ‘같음’의 가치를 강조한다.그의 붓끝은 이합집산하는 정치인과 집권층에 휘둘리는 검찰을 질타하는가하면,양심의 자유에반한다며 준법서약서를 쓰지않은 최연소 장기수와 청렴을 몸으로 실천한 한 대법관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등 예지를 발휘한다.지난 10년에 걸쳐 발표해온 글들이지만 지금도 수긍할 만한 내용들이 적지 않다.저자는 중앙일보 출판법인 중앙M&B 대표.9,000원. ●자전거 여행(김훈 지음,생각의나무 펴냄) ‘문학 저널리스트’라는 지은이의 별칭에 어울리게 산야를 자전거로 돌며 훑은 풍경화같은 산문 31편이 실렸다.지은이가 지난해 가을부터 올 봄까지 ‘풍륜’(자전거에 붙인 이름)을타고 후미진 산골과 바닷가 마을까지 두루 돌아다닌 끝에 길어올린 기행문들.서정어린 지은이의 시선은 경주 감포를 ‘무기의 땅,악기의 바다’로,영일만을 ‘태양보다 밝은 노동의 등불’로 보았는가 하면,마암분교에서는 ‘꽃피는 아이들’을 봤다.미문이되 힘이 느껴지는 필치가 어느 산자락,바닷가한 귀퉁이를 돌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낸다.9,000원●투탕카몬(크리스티앙 자크 지음,김승욱 옮김,문학동네 펴냄) 소설 ‘람세스’로 필명을 날려온 프랑스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크리스티앙 자크의 새장편.3,000여년동안 잠자고 있던 이집트 파라오 투탕카몬의 무덤을 발굴한고고학자 하워드 카터(1874∼1939)와 카나번 백작(1866∼1923)을 주인공으로 한 실화소설이다.19세기말,20세기초의 이집트 룩소르,왕들의 계곡의 발굴터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별스럽다.고고학자이기도 한 지은이의 해박한 이집트관련 지식과 현대 물질문명에 대한 깊은 통찰이 돋보인다.전2권,각권 8,000원
  • ‘밥퍼 목사’ 의 사랑나눔 고백록

    ‘다일공동체’를 이끌며 빈민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최일도목사가 그동안 봉사활동과 목회과정에서 느낀 심경을 토로한 새 책 ‘이밥먹고 밥이되어’(도서출판 울림)를 펴냈다. 최 목사는 신간 ‘이밥먹고 밥이되어’에서 지난 6년동안의 자신의 모습을되돌아보면서 ‘참 사랑’을 통한 나눔과 섬김의 의미를 거듭 거듭 확인하고있다. 지난 95년 ‘밥짓는 시인 퍼주는 사랑’이란 책으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최 목사의 신간은 무엇보다 한국 목회의 현주소를 지적하면서 진정한 의미의사랑이 확산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게 특징이다. “매일 밥상에 올려지는 수많은 음식이 그 생명을 희생해서 우리에게 먹거리로 바쳐지듯이,예수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 스스로 인간의 ‘밥’이되어인간을 살리기위함이었듯이,나 또한 자신을 남김없이 바쳐 가난하고 소외된이웃을 살리는 삶을 살고 싶다”는 고백이 대표적인 글이다. 최목사는 특히 책에서 최근 일부 교회에서 불거진 대형교회의 담임목사직세습에 대해서도 ‘교회란 무엇이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면서 “교회가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평소 자신의 지론으로 타락한 교회를 날카롭게꼬집었다. 김성호기자 **
  • [외언내언] 인재경영

    세계 최대의 인터넷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사장 겸 최고영업책임자 조세프 갈리(41)가 지난달 25일 다른 회사로 가기 위해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뉴스가 알려지자 아마존 주가는 한때 10%나 폭락했다.‘지식=회사자산’이란 점에서 인재의 유출은 바로 기업가치하락으로 연결되는 풍토를 보여주는 에피소드이다. 인재가 중요하다는 발상이 요즘 집중 조명을 받고 있지만 새로운 것은 아니다.국내의 한 그룹은 수년전 경영이념의 첫째 항목으로 “우리 회사는 바로사람이다”고 내세웠을 정도이다.다만 경영의 아이러니는 인재중시의 경영방침 속에서도 감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기그룹인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최고경영자 잭 웰치는 대량 감원을 여러번 단행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그러면서도 그는 유능한 인재 발굴을 경영의 최대 성공요인으로 꼽았다.‘능력이 달리는’ 과잉인력을 정리하면서도고도의 집적된 지식을 가진 소수정예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다.따라서 경영자들간에는 “유능하지 못하면 교체하라”는 사고방식이 보편화되어 있다.유능한 인력을 채용해 교육과 훈련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것이다.그리고탈락자는 과감하게 정리한다는 경영방식이 국내에도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올들어 국내 대기업들에서 ‘붙들고 싶은’ 인재가 줄줄이 나와 벤처기업으로 향한다는 사실이다.벤처기업들간에는 또 우수인력 쟁탈전이 벌어졌다.인재의 유출방지와 스카우트가 기업들의 최대 과제가 됐다.기업들은 스톡옵션을 주고 월급도 올려주었지만 돈만이 인재를 잡아놓는 보상은 아니라는 것이 최근의 연구결과인 모양이다. LG경제연구원은 2일 미국 100대 기업의 분석을 통해 “종업원들이 분야별로역량을 발휘하는 인재경영의 시대가 오고 있다”며 인재 확보와 유지의 4가지 비결을 들었다.첫째 존경과 신뢰가 배어있는 조직운영,둘째 성과와 연계된 보상의 확대,셋째 일과 삶에 대한 균형있는 배려이다.마지막으로 통찰력과 부하직원을 다스릴 줄 아는 정서적 지능을 갖춘 상사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한 것은 인상적이다. 실제 유럽 소재 한 다국적 기업의 중간관리자 1만1,000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이직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가 리더에 대한 불만족 때문이라는 결과가 있다.인재경영은 바로 리더의 개혁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또 최근 경영학 신간을 출간한 존 미클스웨이트 등의 충고도 들을 만하다.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해왔던 고용주들은 인재 부족으로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될 것”이며 “회사는 이제 모든 형태의 근로자들을더 존경심을 갖고 대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대한광장] 홍범식, 아 홍범식

    충청남도 금산에는 장렬한 비석이 하나 서 있다.1910년 한일합방 당시 순절(殉節)한 금산군수 홍범식의 비문이다.그 기개와 충절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며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는 내용이기에 숙연하지 않을수 없다.비문의 내용은 생략하거니와 유사한 비문이 충청북도 괴산 시내에도세워져 있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한다. 1910년 8월 일제는 대한제국을 병탄하였다.1894년 동학농민전쟁 이후 군대를 주둔시켜 강점하다가 마침내 그 야욕을 드러내고야 말았던 것이다.조정은속수무책이었고 부패한 관리들은 일제의 강점과 병탄을 오히려 환영하였으니 통한하고 통탄할 일이 그 아니고 무엇이랴! 송병준 이완용과 같은 친일매국노들에 의하여 한일합방조약은 체결되었고 마침내 고종은 눈물어린 칙서(勅書)를 상하 관리들과 각 수령들에게 내렸다. 그 칙서가 도착하던 날,41세의 젊은 군수 홍범식은 의리와 충절을 지키고자결연히 목숨을 끊었으니 이 어찌 비분장렬하지 않은가! 1910년 한일합방 당시 나라가 망했다는 비보를 듣고목숨을 끊은 사람은 수십 명쯤 된다.그런데그 중에서 만조백관과 수령관리들은 거의 없었지만 이범진 공사와 홍범식 금산군수만이 결연히 자결했던 것이다. 봉건 유교의 근간이던 주자학의 덕목은 군신과 부자의 의리를 가장 소중하게 여겼는데 여기서 군신(君臣)의 덕목은 백성의 나라에 대한 충성을 말하는것이다. 그 덕목으로 수양을 하고 입신을 해서 관리로 재임하던 대다수의 지배계층들은 당연히 나라가 망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당시 재직하던 60% 이상의 관리들이 일제에 고개를 숙이고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이다.합방조인식 현장에서 목숨을 끊어야할 고관대작들은 기가 막히게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본천황이 하사하는 합방은사금과 작위를 받았고 중하급 관리들 역시 대부분 일제에 고개를 조아리고 구차한 목숨을 유지하며 일신의 영화를 쫓았다. 아,그러나 어찌 세상에 의인이 없었으랴! 여기 홍범식 의사가 있다.41세의장년,지조있는 현직 군수 홍범식은 한 치의 망설임이 없이 나라를 지키지 못한 책임을조금이라도 갚겠다는 뜻으로 목숨을 바쳤던 것이다.그러니 그의순절 앞에서 황제 고종이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500여년사직(社稷)을 보전해온 나라 조선이라면 나라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기개를가진 자가 많았어야 한다. 하물며 그 유교의 덕목이야말로 인간의 도리라고그토록 강조하는 지배계층의 태만과 배신에 이르러서 우리는 할 말을 잃어버린다. 그렇다면 8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된 홍범식은 누구인가?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의 부친이다.그리고 신간회의 맹장이자 저명한 국어학자였던홍기문의 조부이다.또한 그는 나라를 통치하던 사대부로 정승판서가 대를 끊지 않던 명문거족 출신이다.그런 그가 자신이 속한 계층의 이데올로기를 실천하고자 마지막 수단인 죽음을 택한 것이니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그러므로 그의 기개와 의리를 생각한다면 민족 전체의 스승으로 모셔야 할훌륭한 분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홍범식만한 의사가 있었다는 것은 아주 자랑스러운 일이지만,1948년북한으로 넘어가서 돌아오지 못한 홍명희 때문에 그 빛이 가려진다면 이는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충북 괴산에는 그의 생가가 있는데 수백년 풍상을 이고 서 있는 역사적 건축물이니 이를 보전하여 존경의 예를 표하는 것또한 우리 의무의 하나라고 믿는다.8월 한일합방이 있던 치욕의 달에 우리는고개숙여 홍범식 의사의 장렬한 죽음을 생각해야 하리라. 인간이 사는 도리를 배워야 하는 이 여름은 무척 덥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국문학]
  • 신간 맛보기

    ◆재담천년사(반재식 지음,백중당 펴냄)‘재담의 달인’ 박춘재(1883∼1950)의 일대기를 통해 본 한민족의 재담사.경기명창으로 잡가를 잘 불렀던 소리의 명인 박춘재는 전통재담으로 광무대,단성사 같은 실내극장에서 입장료를받고 공연했던 ‘최초의’ 연예인이다.천년사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고려 문종때 명신 박인량이 편찬한 ‘수이전’에 재담이 처음 기록돼 전해져 오기때문.그러나 실제로 재담은 민족의 기원과 역사를 같이 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재담이 있고,판소리가 있었다’‘역설과 독설,오광대재담’‘흥행성 짙은꼭두각시 놀이 재담’ 등이 주요내용이다.1만 7,000원. ◆생태기행(김재일 지음,당대 펴냄) “자연에는 미물(微物)이라는 것이 없고,지구상에 실수로 태어난 것은 없다” 생태기행을 생명의 가치를 배우는 수행이라고 주장하는 지은이(‘두레생태기행’회장)가 지난 6년동안 전국산야를 발로 뛰며 펴낸 ‘생태앨범’.1권은중부권을,2권은 남부권을 다루고 있는 책은 미덕이 많다. 각 지역의 생태환경을 돋보기를 들이댄 듯 선명하게 전달해주는 건 물론이고,감칠맛나는 기행글들은 당장에라도 배낭을 짊어지고 싶게 만든다. 천연색 현장사진들에서도 국토 구석구석을 훑은 지은이의 노고가 읽힌다.각권 1만2,000원◆미국의 경제 지배자들(히로세 다카시 지음·동방미디어 펴냄)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초강대국 미국을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지배자는 대통령이나 양대 정당이 아니라,록펠러·밴더빌트·모건·애스터 등과 같은 전통적인 재벌의 유산 상속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의 구제금융 당시 신문지상에 많이 오르내렸던 IMF총재나 헤지펀드의 거물들,미 재무장관,세계 유수의 경제 언론도 모두 이런 재벌들의 수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심지어 전 국방장관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조정관인 윌리엄 페리의 가계도를 상세히 늘어놓으면서 그의 ‘본심’을 의심한다.박승오 옮김8,000원. ◆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게일 에반스 지음·해냄 펴냄)오늘날노동인구의 절반이 여성이지만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CEO 가운데 여성은단 4명뿐이다.CNN 부사장인 이 책의 저자는 남성과는 달리 대부분의 여성이비지니스라는 게임을 풀어가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경쟁이 심한 미디어 업계에서 일한 저자는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위로 뻗어가지 못하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이 책을 썼다.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남성과 여성이 대응하는 행동 패턴을 대비시켜 여성이 무의식중에 저지르고 마는 행동의 문제점이 무엇인지,해결책은 무슨인지를 보여준다.공경희 옮김 8,500원.
  • 신간 맛 보기

    ●침대 밑의 인류학자(아서 니호프 지음,남경태 옮김,푸른숲 펴냄) 미국의저명 인류학자인 저자가 SF소설 형식을 빌려 쓴 ‘인류학 대중서’.남녀가사회적·계층적·문화적·시대적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다른 삶을 살아왔는지를 ‘짝짓기’(성생활)를 주요테마로 설명해보고자 했다. 전생 비디오테이프로 주인공 자신과 주변인들의 개인사를 되짚어보는 1권에서는 시대와 문화권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의 성생활을 흥미롭게 조명했다.2권에서는 인간의 섹스에서 학습과 본능이 차지하는 부분이 각각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봤다.1권 1만2,000원 2권 9,800원. ●탈형이상학적 사유(위르겐 하버마스 지음,이진우 옮김,문예출판사 펴냄)‘철학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독일 지성을 대표하는 하버마스의철학적 논문들이 연대기순으로 정리돼 있어 하버마스 철학의 골격을 파악해볼 수 있다. 잃어버린 철학의 권위를 되찾으려면 전통 형이상학으로 회귀해야 하는 것이아니라,형이상학이 다른 유형의 철학으로 대체돼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전통 형이상학으로 회귀하지않고서도 삶과 사회 전체에 규범적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철학이 가능하다는 논지다.특히 1장에서는 철학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자세히 설명돼 있어 철학적 지평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만2,000원. ●떠남과 만남(구본형 지음,생각의 나무 펴냄)변화경영 전문가로 ‘익숙한것과의 결별’ 등을 낸 구본형씨의 기행산문집으로 20년 동안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한 달 반 동안 떠난 휴가의 과정을 담고 있다.‘변화를 꿈꾸는 영혼의 게으른 남도 여행’이란 부제가 책의 내용을 잘 말해준다.우선 여행지가 남도인데 지리산 서쪽의 이 남도는 하동 쌍계사나 완도 보길도 등 익히알려진 곳도 있지만 화순,장흥 등 덜 알려진 곳도 많이 담겨 있다.무엇보다여행 코스를 안내하거나 문화재를 소개하는 내용이 아니다.뭔가 생의 ‘변화’를 원하는 적극성과 속도를 거부하는 차분한 ‘게으름’이 잘 조화되어 있다.9,000원.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김재철 지음,김영사 펴냄)우리가 보아온 지도 속의 한반도는 바다에 빠져 유라시아대륙을 머리에 이고매달려 있는 형상이었다.그러나 지도를 거꾸로 돌려 놓고 보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을 발판으로 태평양을 향해 솟구쳐 있는 위풍당당한 모습이다.지도를 거꾸로 보자는 것은 이렇듯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학사출신 선장 1호로 동원그룹을 일궈낸 저자는 여기서 바다를 중심으로한 새로운무역전략을 제시한다.개발시대 이후 고수해온 상품수출중심 전략에서 벗어나서비스중심의 복합무역을 일으키자는 게 그 요지다.9,900원.
  • 그림보다 재미있는 ‘그림이야기’

    ‘그림이 책으로 읽힌다?’최근 출판가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아이템을 꼽으라면 단연 대중미술서다.멀리갈 것도 없다.본격 출판 성수기를 맞은 여름 서점가의 신간목록이 그걸 그대로 입증해준다. ‘그림보다 아름다운 그림이야기’(혜윰),‘천국을 훔친 화가들’(사계절),‘야만인의 절규’(창해),‘폴 고갱,슬픈 열대’(예담),‘모나리자는 원래목욕탕에 걸려있었다’(동아일보사),‘루브르 계단에서 관음,미소짓다’(서해문집),‘평양미술기행’(옛오늘)….일일이 꼽기가 숨이 찰 정도인데,소설까지 가세했다.단 프랑크가 쓴 ‘보엠’시리즈(전3권·이끌리오)는 출판사가아예 ‘예술소설’이라고 이름붙여 내놨다.기다렸다는듯 한길사도 시스티나천장화의 비밀을 소재로 한 소설 ‘미켈란젤로의 복수’(한길사)를 출간했다. 시중 인문학 서가쪽에서 굵직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교양예술서들에는 공통점이 잡힌다.특정 독자층을 겨냥했던 딱딱하고 권위적인 종래의 예술서들과는 달리 화려한 천연색 외장에 술술 책장이 넘어가게 한 평이한 내용전개가 이들 책의매력포인트.너나없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느라 바짝 몸을 낮추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6월 ‘반 고흐,영혼의 편지’로 대중예술서를 내기 시작한 예담출판사의 오연조 주간은 “유명화가를 모티프로 한 기획 자체는 별반 새삼스러울게 없었다. 그러나 화가의 생전 편지글들을 평론을 거치지 않고 생생하게 전달한 점이 일반독자들의 구미를 끌었던 것같다”고 설명했다.이 책으로 출판사는 뜻밖의 재미를 봤다.초판 당시 6,000∼7,000부 판매를 예상했던 것이지금까지 3만부가 넘게 팔려나갔다.예술서로는 상당한 판매고다. 출판계에 이처럼 새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데는 그만한 배경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해석이다.무엇보다 독자들의 예술적 소양이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을 꼽는다.시중 갤러리들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는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풀이들이다. 이런 흐름을 일찌거니 읽어낸 창해출판사는 올초부터 아예 ‘위대한 예술가들의 초상’ 시리즈로 벤치마킹에 들어갔다.시리즈를 기획한 민점호 차장은“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인상주의화가들로 시작해 서서히 음악가나 문인쪽으로까지 범주를 넓혀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최근 고갱의 편지들과 그림들을엮은 ‘야만인의 절규’를 펴낸 출판사는 이달안에 다시 마네를 선보이고 이후 드가 들라크루아 르누아르 세잔 모네 르동 등 인상파들을 잇따라 소개한다. 현대 예술가들의 삶을 소설형식으로 소개해(‘보엠’시리즈) 호응을 확인한이끌리오 출판사도 스테디셀러를 노린 미술대중서들을 전략상품으로 기획했다.피카소와 파리생활을 함께 한 유명 사진작가 브라사이의 ‘피카소와의 대화’를 11월쯤 출간하고,올해안에 국내 처음으로 모네 전기도 내놓는다. 특히 서간문 형식의 예술대중서는 근년들어 유럽에서도 크게 유행중인 출판아이템.이끌리오 박재환 대표 같은 이는 “획일적 디지털문화에 대한 반감이회화 등 순수창작을 향수하려는 책읽기 경향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충분히 설득력 있는 얘기다. 황수정기자 sjh@
  • 구국의 뜻 되새기자/ 독립유공 이젠 이념의 굴레 벗어야

    일제하 항일독립운동을 벌인 애국지사 가운데는 명백한 독립운동 공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서훈을 받지못한 경우가 상당수 있다.그 이유는대개 두 가지로 압축된다.첫째,조선공산당 등에 가입해 좌익활동을 했거나또는 해방후 월북한 자 둘째,건국후 간첩죄 등의 죄명으로 실정법상 처벌을받은 자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당국의 미포상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우선 독립유공자 포상은 일제하 독립운동 공적에 대한 포상인만큼 해방 이후의 행적을 이유로 포상에서 배제한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것이다.또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인 경우 좌익활동이 독립운동의 방편이었을 경우 이를이념에 구애없이 포괄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최근 남북한 관계개선을 계기로 ‘이념의 굴레’에 묶인 독립유공자에 대해 적극적인 포상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1의거 10년 뒤인 1929년 11월 발생한 ‘광주학생의거’의 주역으로 의거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 그로 인해 최종선고에서 징역 4년의 최고형을받은 인물로 장재성(張載性)이란 인물이 있다.4·19후 민주당정부는 그의 독립운동 공적을 높이 평가하여 그에게 건국훈장을 주기로 결정했다.그러나 5·16후인 1962년 3월 1일 당시 독립유공자 공적심사 주무부처였던 내각사무처는 돌연 장씨에 대한 국민장(3등급·현 독립장)서훈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내각사무처는 서훈취소 이유로 신원조회 결과 장씨가 “해방후 조선공산당에 가입,활약하다가 1948년 2월 월북,공산당 대표자회의에 참석했다가 남파된 후 체포돼 7년형을 받고 복역중 6·25 후퇴시 피살된 사실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동일한 사안에 대해 정권마다 독립유공자 포상에 대한 잣대가달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장재성이 반공이데올로기의 희생자라면 죽산 조봉암(曺奉岩)은 정치적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일제 당시 3·1의거 참가 등으로 3차례에 걸쳐 8년여동안 옥살이를 했고,해방후 초대 농림부장관과 국회 부의장을 지낸 조봉암은 독립유공 공적은 물론 대한민국 정부수립에도 공이 적지않은 인물이다.그러나그에 대한 독립유공 포상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그는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유공자가 달고 있는 ‘빨갱이’ 꼬리표와는 또 다르다.죽산에게는‘간첩죄’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이승만정권 시절 진보당을 창당,급진적 정치노선을 표방했고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이승만을 위협하기도 했던 죽산은 ‘국가변란’을 기도한 간첩혐의로 59년 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그러나 그가 이승만의 정적으로 몰려 ‘정치재판’에서 억울하게 희생됐다는 사실은 여러가지 정황·증거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한편 죽산 사후 그의 동지 및 유족들은 그의 명예회복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왔으나 아직까지 그에 대한 사면·복권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그에 대한독립유공 포상 역시 한 발자국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보훈당국은 ‘국가안전에 관한 죄를 범한 자로서 형을 받은 자는 그 서훈을 취소한다’는상훈법에 의거,그에 대한 포상을 거부하고 있다. 보훈당국으로선 실정법에 의해 사형집행을 받은 자가 사면·복권이 안된 상태에서 포상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그러나 문제는 독립유공자 포상제도가 공적 자체보다는 이념의 굴레와 정치적 잣대에 휘둘려 왔다는 사실이다.현행 독립유공자 포상제도가 적잖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보훈처 관계자들 역시 일부 수긍하고 있다.통일시대를 맞아 독립유공자포상과 관련,일대 정책전환이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라고 하겠다.지난 95년광복 50주년을 맞아 그동안 이데올로기 문제로 포상에서 제외됐던 이동휘(李東輝)선생 등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에 대한 포상이 실시된 것이 그 첫걸음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달 분단후 첫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호전되면서 해방후 월북,북한정권에 참여한 독립운동가 출신 인사들에 대한 포상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임꺽정’의 저자이자 1927년 결성된 민족 단일조직인 신간회(新幹會) 부회장을 지낸 벽초 홍명희(洪命熹·내각 부수상 역임),국어학자 출신으로 1942년 ‘조선어학회사건’에 연루돼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른 이극로(李克魯·조국전선 의장 역임)선생 등이 대표적 인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한 정치학자는 “통일시대를 앞두고 민족사 차원에서 이들에 대한 독립유공포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남북간 역사적 동질성을 모색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현기자 jwh59@. *23년 黃鈺사건 주도 金始顯의사. 생전에 무려 일곱 차례에 걸쳐 24년간 감옥살이를 한 초인적인 애국지사가있다.감옥생활 가운데 16년은 일제하에서 였으니 독립유공 공적이 결코 적지 않다.의열단원 출신으로 1923년 소위 ‘황옥(黃鈺)경부사건’의 주모자로체포된 김시현(金始顯)의사가 그 주인공이다. 김 의사는 거듭된 거사-투옥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변절하지 않고 해방을 맞은,몇 안되는 지사형 애국지사다.그러나 김 의사에 대한 독립유공 포상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유족측은 “보훈처가 지나치게 신중을 기한 나머지 서훈이 지연되고 있다”며 보훈당국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김 의사에 대한 포상이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김 의사의 공적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해방후 김 의사와 관련된 정치사건의 ‘전과딱지’가 김 의사의 독립유공 포상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김 의사는 1954년 1월 이승만 대통령 암살미수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나중에 무기로 감형됨)를 받고 복역중 4·19혁명으로 풀려났다.평소 의협심이 강했던 김 의사는 이승만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짓밟고 독재정치를 펴자 동지유시태(柳時泰)와 함께 그를 처단하려다 미수에 그쳤다.이 일로 구속된 김의사는 4·19의거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진 후 석방되었으며,특별사면(1960.6.25)까지 받았다. 김 의사의 아들 김봉년(金峯年·78)씨는 “부친이 당국으로부터 특별사면을받은 만큼 그 사건과 관련해서는 원인무효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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