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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만의 ‘호화밀실’ 충북교육청 수련원

    그들만의 ‘호화밀실’ 충북교육청 수련원

    80㎡ 규모… 일반 객실의 두배 TV·소파 등 인테리어도 고급 교육감 올해 15차례 무료 특혜 일부 도의원까지 무상으로 사용 충북도교육청이 교직원과 학생들의 수련 및 복지 향상을 위해 운영 중인 수련원에 특권층을 위한 ‘호화 밀실’을 운영해 왔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이종욱 충북도의원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직원들의 휴양시설인 괴산 쌍곡휴양소에 호화 비밀 객실이 있고, 김병우 교육감이 이 객실을 올해 들어서만 총 15번을 무료 이용했다”고 밝혔다. 이 객실은 6인실인 일반 객실(32.3㎡)보다 큰 48.6㎡ 규모며 일반 객실에 없는 최고급 침대와 원목식탁, 최고급 현관문, 음식들로 가득 찬 냉장고 등을 갖추고 있다. 이 의원은 앞서 지난 21일 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김 교육감이 지난 7월 29일부터 8월 5일까지 제주수련원 4층 비밀 객실을 이용료 없이 사용한 사실도 폭로했다. 이 객실 역시 교직원들이 이용하는 일반 객실보다 2배 가까이 큰 80.04㎡ 규모며 일반 객실에 없는 대형 TV와 소파, 침대, 2개의 방과 화장실 등으로 꾸며졌다. 이 의원은 “제주수련원 밀실은 장기지원 프로그램 외부강사나 출장공무원 등이 이용 대상으로 규정돼 있지만 숙박대장에는 김 교육감과 측근들이 이용한 자료만 남아 있다”며 “밀실을 교육가족과 도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쌍곡휴양소 밀실은 김 교육감이 도내 중북부지역 출장 시 관사로 써 왔다는 게 교육청의 주장인데, 관사 반납이 대세인 요즘 호화 밀실을 무료로 이용한 것은 비난받을 일”이라며 “김 교육감의 특혜 사용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수사당국과 국민권익위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도교육청은 수련시설 4곳에 운영 중인 비공개 객실 6곳의 실내사진과 비품 등을 공개하며 호화 밀실과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김동욱 교육국장은 “비공개 객실은 전임 교육감 때 만들어졌다”며 “다수 간부공무원도 이 객실을 사용 목적에 맞게 업무용으로 이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비공개 객실 6곳 가운데 3곳을 일반직원들에게 개방하고 나머지 3곳은 철저하게 업무용으로 사용하겠다”며 “기관장 사용 시에도 공사를 구분해 사용료를 납부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도의원들이 제주수련원 밀실과 일반 객실을 이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2014년부터 최근까지 도의원들이 총 17차례 일반 객실을 이용했다. 한 도의원은 1차례 밀실을 무상 사용했다. 밀실을 폭로한 이 의원도 최근 3년간 5차례 일반 객실을 이용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수련원은 교직원 복지와 공적 사용이 원칙인 만큼 도의원들이 사적으로 이용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월드피플+] 8쌍둥이 낳은 ‘옥토맘’ 부끄러운 과거 털고 새 삶

    지난 2009년 8쌍둥이를 출산해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나디아 슐먼(42)의 근황이 전해졌다. 최근 미국 피플 등 현지언론은 추수감사절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지역 체육대회에 나선 슐먼의 모습을 공개했다. 이제는 많은 아이들을 키우는 평범한 엄마로 보이는 슐먼은 사실 미국 내에서 비판과 논란을 동시에 부른 유명인사였다. 그녀가 큰 주목을 받게된 것은 무려 14명의 자식을 얻게되면서다. 2008년 당시 미혼모였던 슐먼은 이미 6명의 자녀가 있는 상태에서 또다시 체외수정으로 8쌍둥이를 출산, 총 14명의 자식을 가져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이에 현지언론이 그녀에게 붙인 별칭은 ‘옥토맘’(Octomom)이었다. 그러나 이후 그녀의 행보는 '엄마'라는 이름을 부끄럽게 했다. 유명세를 이용해 누드화보 촬영과 여러 성인영화에 출연하며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또한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언론의 고발까지 이어지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후 몇년이 훌쩍 지난 최근 그녀의 모습은 평범한 엄마였다. 이름도 나디아에서 나탈리로 개명한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게임을 하며 화목한 가정을 일구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다. 나탈리는 "옥토맘이라는 단어는 내가 아닌 미디어가 만든 말"이라면서 "이를통해 옷을 벗고 돈도 벌었지만 그같은 과거가 부끄럽다"고 후회했다. 이어 "아이들 식탁에 음식을 올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했다"면서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그녀는 가족 심리 카운셀러로 일하고 있으며 LA 외곽에 있는 집에서 아이들 모두와 함께 살고있다. 나탈리는 "아이들이 많아 재정적으로 힘들지만 진짜 문제는 돈이 아니었다"면서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집없이 자동차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김생민의 영수증’ 김생민 “정상훈 얼음정수기 사용, 스튜핏” 왜?

    ‘김생민의 영수증’ 김생민 “정상훈 얼음정수기 사용, 스튜핏” 왜?

    ‘김생민의 영수증’ 김생민이 정상훈의 집을 방문해 ‘스튜핏’(stupid)을 외쳤다.26일 첫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에서는 김생민, 김숙, 송은이가 정상훈의 집을 방문해 소비 패턴 분석을 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김생민은 정상훈의 집에 있는 얼음 정수기를 보고 ‘스튜핏’을 말했다. 그는 “얼음 정수기는 4만 5000원 정도 되고 냉수와 온수가 나오면 2만원 대, 직수 정수기는 1만원 대다. 정상훈은 미니시리즈 조연 급이다. 얼음 정수기는 미니시리즈 주연 급만이 쓸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생민은 “정상훈은 아직 냉, 온수 정수기를 써야 할 때”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스튜핏’을 받은 정상훈은 5인 가족이 쓰는 19만원짜리 식탁을 공개해 ‘그뤠잇’을 받았다. 사진=KBS2 ‘김생민의 영수증’ 방송 캡처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슈퍼 금수저’ 트럼프 아들 폭풍성장 화제

    ‘슈퍼 금수저’ 트럼프 아들 폭풍성장 화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이틀 앞둔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앞뜰 로즈가든에서 임기 첫 칠면조 사면식을 열었다. 칠면조 사면식은 1957년부터 실시된 백악관의 추수감사절 전통 행사로 사면이 된 칠면조는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르지 않는다. 이 행사에서 트럼프 막내아들 배런이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배런은 2006년 3월 20일생, 올해 만 11세지만 키가 175cm가 넘는다. 아빠인 트럼프가 188cm, 모델 출신인 엄마 멜라니아가 180cm에 가까운 키인 것을 감안하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지난해 11월만 하더라도 배런은 평범한 10살 소년 같은 모습이었다. 당시 만 10살이었던 배런은 아버지가 선거 승리 연설을 하는 동안 지루한 듯 하품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히기도 했다. 트럼프는 무려 60세에 세번째 부인 멜라니아와의 사이에서 배런을 낳았다. 배런은 귀공자스럽고 잘생긴 외모에 아버지 트럼프의 재산이 4조 3000억원에 이르며 ‘슈퍼 금수저’로 불리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첫 칠면조 사면식

    트럼프 첫 칠면조 사면식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 명절인 추수감사절을 이틀 앞둔 21일(현지시간) 백악관 앞뜰 로즈가든에서 ‘드럼스틱’이라는 이름의 칠면조가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사면을 선언하고 있다. 칠면조 사면식은 1957년부터 실시된 백악관의 추수감사절 전통 행사다. 워싱턴 EPA 연합뉴스
  • 기업상조용품의 ‘친환경 제작 원스톱서비스’ 눈길

    기업상조용품의 ‘친환경 제작 원스톱서비스’ 눈길

    기업상조용품이란 조사 발생 시 사용되는 밥그릇, 국그릇, 접시, 숟가락 등의 20여종의 일회용품에 기업로고를 인쇄하여 예상 조문객 수에 맞추어 제작하는 것으로 근래에는 일반적인 일회용 제품만을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점점 친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하고 있는 추세이다. 효성프라콘(주)에서는 2010년부터 옥수수 전분제를 이용한 접시, 숟가락 등을 제작할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하여 친환경인증을 획득한 제품(분해성 친환경접시와 친환경숟가락, 친환경식탁보등)을 사용한 ‘프리미엄 친환경 상조용품’ 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환경을 고려하는 현재의 트렌드와 일치해서 고객사에게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근래의 기업 조사 발생시에는 친환경 상조용품뿐만 아니라 근조화환과 이를 동시에 배송하는 배송서비스가 필수로 꼽힌다. 이에 전국 15개 지역본부와 92개 지점망을 갖춘 효성프라콘(주)은 365일 24시간 업무로 접수후 3~4시간 안에 배송이 가능하여 고객들에게 만족을 주고 있다. 또한 조사발생시 콜센터뿐만 아니라 모바일, PC에서도 접속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월별 사용내역, 상시 재고현황, 지역별 사용량은 일반적인 정산업무뿐만 아니라 각종 분석 자료도 동시에 조회 가능하다. 현재까지 기업상조용품 거래기업이 600여 업체에 달하여 대기업뿐만 아니라 각종 관공서, 공기업, 중소기업, 단체까지 고객사의 상황에 맞추어 상조용품의 제작, 플라워 서비스, 상조용품 당일 배송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재무의 오솔길] 죽음에 대한 예의

    [이재무의 오솔길] 죽음에 대한 예의

    김천의료원 5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엔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문태준, 시 ‘가재미’)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짧게 남은 나이를 살다 보니 건강을 화제로 올리는 일이 많아지고 부음을 알리는 소식도 잦게 날아온다. 그러다 보니 자연 죽음에 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밥을 짓기 위해 쌀 푸러 갈 때마다 눈에 띄게 줄어 있는 쌀자루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달에 한 번 비우는 자루처럼 삶과 죽음은 심상한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자동화된 의식 속에서 기계적 일상의 굴레에 갇혀 살다 보면 부지불식간 시간의 낱알이 한 알 두 알 시나브로 새어 나가 어느 날 불쑥 홀쭉해진 자루처럼 생이 바닥을 보일지 모른다. 운이 나쁘면 한꺼번에 낱알을 쏟아 버린 밑 터진 자루처럼 불시에 죽음이 찾아올는지 어찌 알겠는가. ‘생활은 촛불이다’라는 비유처럼 멀쩡하게 잘 타고 있는 생이 언제 꺼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 삶에는 전문가가 없다. 날마다 쌀알이 줄고, 빈 쌀자루가 늘어 가지만 아무도 신이 정해 놓은 길을 바꿀 수는 없다. 인간은 살기 위해 인간 외의 다른 생물들의 죽음을 편식(遍食)한다. 냉장고가 생겨난 이래 다국적 죽음들이 심심찮게 식탁에 올라오고 있다. 목소리에 과장을 실어 말하면 우리는 세계인으로서 다국적 죽음을 먹으며 살고 있는 셈이다. 예컨대 아침은 중국산으로 해장을 하고, 점심은 북유럽산으로 배를 채운 뒤 후식으로 동아시아산을 챙겨 먹고, 저녁에는 호주산 안주로 술을 마시고 내일은 일본산과 칠레산이 식탁에 오를 것이다. 다국적 죽음은 어느새 일용할 양식이 돼 버렸다. 이렇듯 남의 살(肉), 남의 죽음을 탐하여 ‘편식’(偏食)하지 않고 ‘편식’(遍食)하는 동안 사람들은 죽음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게 됐다. 죽음이 너무도 흔한 시대가 돼서인지 우리는 죽음에 대한 예의를 잊고 산 지 오래됐다. 무자비한 자본의 횡포는 어찌나 철면피하고 파렴치한지 죽음을 서열화하고 상품화할 뿐 아니라 신성시해야 할 죽음조차 추문화하는 경향이 있다. 죽음의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죽음은 때로 환금성의 가치로 돌변하기도 한다. 유명인이 유명을 달리할 때마다 언론에서 호들갑스런 과장의 논조를 보이곤 하는 태도 이면에는 추도를 넘어선 불순한 의도(상업성)가 깔려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죽음조차도 교환 가치 아래 놓여 있는 세상이라니.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물론 모든 죽음이 같은 층위에 놓일 수는 없다. 혈연이나 배우자의 경우와 생판 모르는 타인의 처지를 동일선상에 놓고 같은 이해를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어떤 경우나 처지라 하더라도 죽음에 대해서만큼은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이 인간적 도리가 아닐까 해서 하는 말이다. 위의 시는 시인의 큰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바탕이 되었다 한다. 시에서 가자미의 한쪽으로 몰린 눈은 죽음 바깥의 세상을 볼 수 없게 된, 말기 암 환자의 상태를 뜻하고 아들 가재미가 큰어머니 가재미 옆에 누워 있는 것은 같은 눈높이에서 서로를 사랑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적 화자는 그녀 옆에 나란히 누워 그녀가 살아온 파랑 같은 날들을 떠올린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 물속의 삶과 그녀의 오솔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국수를 삶던 저녁과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리고 있는데 시적 화자의 태도와 숨결이 가슴 먹먹하도록 절절하다.
  • [글로벌 인사이트] 대형 가구는 벽에 고정, 책상 밑에 숨어 머리 보호…피난소 내진 100% 목표

    “갑자기 집이 흔들리더니 무거운 책들이 꽉 채워진 책장이 무너지면서 침대를 덮쳤다. 침대는 순간 우지직 소리를 내면서 두 동강이 났다.” 1995년 1월 17일 새벽, 일본 고베시에 살고 있던 A는 6434명의 생명을 앗아간 한신대지진을 자취방의 책상에서 맞았다. 박사논문 작성에 쫓기던 그는 새벽에 일어나 책상에 앉아 논문을 쓰던 중이었다. 평소처럼 잠을 자고 있었더라면, 허리가 부러져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지진이 끝난 뒤 회자됐던 이야기지만, 당시 한신대지진은 새벽에 발생해 희생자가 많았다. 집에 있던 가구와 시설물 등에 깔리고 강타당해 목숨을 잃거나 다친 사람들이 많았다. 한신대지진의 부상자가 동일본 대지진보다 7배가량이나 많은 4만 3792명이나 됐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지진에서 자신을 보호하는 첫 번째 계명은 잠자는 곳에 자신과 가족을 덮칠 가구나 물건들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가피한 가구라면 고정해 놓아야 한다. 무거운 조명등도 흉기가 된다. 일본의 주요 기관이나 사무실의 대형 가구들은 대부분 벽에 고정돼 있다. 활성 단층의 바로 위에 자신의 집이나 회사 건물이 서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본 정부는 활성 단층 위에 공공 건물을 세우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관련 정보를 지진 관련 사이트에 공개해 놓고 있다. 일본인은 지진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책상이나 식탁 밑으로 몸을 숨기도록 훈련돼 있다. 우선적으로 머리를 보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그 뒤 출입구를 확보하고 가스 등 화재 여부를 확인하면서 미리 숙지한 피난지로 이동하도록 돼 있다. 임시 피난지로 이동하는 동선을 확인하고 지진이 날 경우 가족과의 비상연락망 등 안부를 확인할 수단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소 3일 이상 마실 수 있는 물과 비상식량을 확보하는 것도 상식이다. 일본 정부는 지진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 건조물의 내진 기준을 높이고 내진을 강화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81년 6월부터 진도 6의 강진에도 견디는 것을 목표로 한 ‘신내진 기준’을 적용했고 2000년 6월부터 기준을 개정했다. 총무성은 재해 시 대책본부나 피난소로 사용할 공공 시설 가운데 진도 6 이상의 강진에도 끄떡없는 내진화 건물이 92.2%지만 계속 늘려 내진화 100%를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커버스토리] 7.0 강진에 우리 집이 흔들…난 뭘 해야 할까

    [커버스토리] 7.0 강진에 우리 집이 흔들…난 뭘 해야 할까

    지난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지진이 발생하면서 안전에 대한 국민들 우려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안전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때마침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는 지진과 화재, 재난 등 국내 안전산업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한민국 안전산업박람회’(15~17일)가 열렸다. 행정안전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경기도가 주최하는 안전산업박람회는 안전산업 활성화를 위해 2015년부터 해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안전산업 종합 전시회다. 올해도 26개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민간기업 490곳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특히 이번에는 ‘국제도로교통박람회’와 ‘기상기후산업박람회’가 같은 장소에서 함께 열려 시너지를 더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공공기관 단체는 물론 학생과 일반인들이 박람회장을 가득 메웠다.# 지진 여파로 생존배낭 등 큰 인기 포항 지진 다음날로 전국이 어수선했던 지난 16일. 행사장 최고 인기 코너는 단연 지진체험이었다. 대한안전교육협회 부스에 마련된 ‘가상현실(VR) 지진체험’ 시뮬레이터에 사람들이 크게 몰렸다. 기자도 순서를 기다려 시뮬레이터에 올라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안전벨트를 맸다. 대한안전교육협회 관계자가 관람객들에게 “가상현실이 너무 어지러우면 눈을 감아 달라”고 당부했다. 곧바로 규모 7.0 수준의 대지진이 시작됐다. 바닥이 흔들리고 천장이 무너지더니 금세 집 안이 화염과 연기로 뒤덮였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시민도 가상현실에 등장하는 등 실제 지진 상황을 그대로 재현했다. 15일 지진 당시 포항 주민들이 느꼈을 공포와 혼란이 이런 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지진체험을 한 대학생 정성윤(23)씨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 수도 없이 본 동영상보다 이번 체험 한 번이 훨씬 더 크게 와닿았다”고 설명했다.경기도 재난안전본부와 영우산업 등이 설치한 지진체험 컨테이너에도 유치원생부터 노인 부부까지 다양한 이들이 찾아왔다. 컨테이너 내부를 실제 가정집으로 꾸민 뒤 이를 전후좌우로 흔들어 가상 지진 체험을 할 수 있게 설계됐다. 컨테이너에 들어간 관람객들은 지진이 나자 안내자의 지시에 따라 가스 밸브를 잠그고 전기를 차단했다. 방석으로 머리를 가리고 식탁 아래로 들어가 엎드렸다. 지진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자 주변에서 떨어지는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며 출입문 쪽으로 조심히 나갔다. 체험을 마치고 나온 주부 박정숙(49)씨는 “간단하고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간 연습을 하지 않아 익숙치 않았던 대피 요령을 몸으로 익히니 기분이 뿌듯했다”면서 “실제 지진이 오더라도 지금처럼 침착하게 대처하면 안전하게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지진 대피용 생존배낭’도 큰 관심을 모았다. 생존배낭은 지진 등 대형재난이 발생해 전기와 가스, 통신 등이 모두 끊어진 뒤 구조기관이 잔해를 치워 가며 생존자를 구하는 데 필요한 기간인 3일(72시간) 정도를 혼자 버틸 수 있게 비상식량과 물, 손전등, 건전지, 성냥 등이 들어 있는 가방을 말한다. 생존배낭을 개발한 국민샵 관계자는 “지난해 9·12 경주 지진 뒤로 우리나라에서도 생존배낭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소개했다.# 대한민국 안전산업은 4차 산업으로 진화 중 이날 박람회는 정보기술(IT)과 결합한 4차 산업혁명의 경연장이었다. 박람회 대표 슬로건인 ‘안전선진국 도약, 안전산업의 미래’답게 첨단 IT 기술을 도입한 안전 전문 기업들이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 등을 융합한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대거 선보였다.가상현실 전문업체 ‘엠라인스튜디오’ 부스를 찾아가 건설현장 추락사고를 경험했다. 머리에 가상현실용 헤드기어를 쓰니 기자는 어느새 서울의 한 고층건물 건설현장에 서 있었다. 가상현실 속에서 장갑을 끼고 건설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향했다. 그러다 갑자기 현장 가설물이 와르르 무너지며 몸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실제와 너무도 똑같다 보니 떨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정신을 추스른 뒤 용접 및 감전 체험에 도전했다. 용접 시간이 길어지자 용접봉을 들고 있던 손이 실제로 뜨거워졌다. 건설용 전기제품이 물에 닿자 손에 찌릿하게 전기 자극도 왔다. 김윤필 엠라인스튜디오 이사는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추락, 감전 등 안전사고 체험을 이제 IT의 도움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면서 “건설 관련 대기업을 중심으로 맞춤형 사고 체험 제품 개발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고 밝혔다.이 밖에도 쿠도커뮤니케이션은 차세대 지능형 영상감지 시스템 ‘인텔리빅스’를 선보였다. 카메라와 비디오에 입력된 영상에서 움직임이 있는 물체를 감지, 추적, 분류해 정체를 확인하는 장치다. 코너스의 ‘스마트 안전 에이전트 스테이션’은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해 안전사고 발생 시 최적의 대피 경로를 찾아 줘 호평받았다. 기기에 탑재된 온도·연기센서를 통해 대피 경로상 위험 여부를 감지하고 이를 무선 통신망으로 전송한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동시에 대피할 수 있는 경로와 이동 시간이 가장 빠른 경로 등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 # 세계 안전산업 10년 새 두 배 성장 예상 이번 박람회 현장에서도 알 수 있듯 안전산업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전 세계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안전도 돈이 되는’ 시대가 됐다. 최근 산업연구원이 내놓은 ‘안전산업의 경쟁력 평가와 과제’에 따르면 세계 안전산업 시장 규모는 연평균 6.7%씩 성장해 2013년 2809억 달러(약 309조원)에서 2023년 5300억 달러(약 58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 등으로 자연재해 인명피해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고 피해 범위도 커지고 있어 안전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연재해가 잦은 일본의 경우 지진과 해일 예방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재난예측과 내진설계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미국은 9·11 사태 뒤로 대테러 방지와 항공보안, 국토안보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 후발 주자들도 자체 산업화를 위해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안전산업 원천기술은 대부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이 갖고 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워 적정기술을 적용한 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현재 안전산업 시장 양대 강국은 서유럽과 중국이다. 두 곳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각각 25.2%와 19.5%로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특히 중국은 2018∼2023년 안전산업 성장률이 연평균 12%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중국의 임산부용 전자파 차단복 하나만 봐도 연간 1000만벌 이상이 팔리며 7억 달러(약 7700억원)가 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서둘러 경제 재도약에 나서야 하는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 정부 “산업재해 왕국 오명 씻어라” 우리나라도 ‘산업재해 왕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국가 성장의 신성장동력을 찾고자 안전산업 육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패션이나 대중문화뿐 아니라 안전산업 분야에서도 ‘한류’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우리나라 안전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인 IT와 결합해 충분한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15일 안전산업박람회 개막식에서 “안전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5년간 3조 7000억원을 투자하고 내년에는 첨단기술을 활용한 재난안전 핵심기술 개발에 힘쓰겠다”고 선언했다. 또 “국내 안전산업은 6.3%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9600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개막식 뒤 가진 토크콘서트에서 “안전산업은 블루오션(신성장시장)으로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면서 “청년들이 높은 성공 가능성을 품고 있는 안전 산업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박광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전한 대한민국은 문재인 정부의 4대 비전, 12대 약속 가운데 하나인 만큼 이를 달성하려면 안전산업 육성을 위한 체계적 조직과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물 없이 식사 해결·간이화장실 설치…日 초등생, 지진 피난생활까지 훈련

    물 없이 식사 해결·간이화장실 설치…日 초등생, 지진 피난생활까지 훈련

    따르릉~, 지진 사이렌이 울리자 수업 중이던 어린 초등학생들이 순식간에 책상 밑으로 몸을 감춘다. 학생들은 방석 같은 보호 도구로 머리를 감싼다.이처럼 일본 초등학생들은 조직적인 지진 대처 훈련을 지속적으로 받는다.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는 매달 한 번 이상 실제를 가상한 지진 대비 훈련을 실시한다. 지난 8~10일 무렵 일본 대부분의 초등학교들은 지진 훈련을 가졌다. 지진이 발생한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머리의 보호이고 책상, 식탁 밑으로 몸을 숨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린이들은 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지진 직후 왜 건물 내 전기 스위치를 켜면 안 되는지, 본진이 멈춘 뒤 낙하물을 주의하면서 어떻게 평소에 지정된 공터 등 피난소로 가야 하는지 등도 훈련에서 여러 차례 확인하고 점검한다. 지진으로 집을 잃었다는 가정 아래, 어린이들이 선생님 등과 학교 강당 등에서 하루 숙박을 하며 ‘지진 피난생활’을 체험하는 ‘지진피난 캠프’도 별도로 열린다. 훈련 때에는 각 지자체의 ‘지진차’가 학교에 와서 학생들을 태우고, 강도 7도까지의 지진 상황과 흔들림을 체험하게 한다. 강진이 발생하면 당장 어떻게 해야 할지, 그 직후 해야 할 일을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 ‘게무리(연기) 방’도 만들어 화재로 인한 연기로 한 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경험하게 한다. 도쿄 후타코타마가와 초등학교의 한 선생님은 “어린이 스스로가 지진 대처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보이스카우트에 가입하듯 소년소방단에 가입해 지역 소방서 및 지역 시민소방단과 함께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지진 등 재해 발생 시 대처 방법을 체득한다. 피난 캠프에서는 물 없는 상황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방법, 화장실이 없는 상황에서 맨홀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해 배설물을 해결하는 방법 등도 전수된다. 직장과 시설들은 물과 비상식량을 비축하고 있고, 지진으로 집에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수용할 비상 매뉴얼들도 갖고 있다. 공원 벤치는 비상시 나무 의자를 들어내면 바로 대형 솥을 걸고 밥을 지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는 곳이 많다. 공터 여기저기의 그물막 구조물은 비상시 천막을 걸어 각종 구조활동 및 숙소 등으로 쓸 수 있게 돼 있다. 일본인들은 대개 초등학교에서 지진 대처의 거의 모든 것을 익힌다. 이는 정부와 사회, 기업의 준비와 어우러져 개인과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차분하게 대응하게 하는 근간이 되고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公슐랭 가이드] 국물계 국대들…오늘 점심 너로 정했어!

    [公슐랭 가이드] 국물계 국대들…오늘 점심 너로 정했어!

    서울 강서구엔 숨은 ‘맛집’이 많다. 강서구청 인근만 해도 골목 곳곳에 ‘맛집 명소’가 숨어 있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맛집 가운데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한 구청 공무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을 소개한다. 언제 어느 때 찾아도 정말 후회 없는 곳이다.# 잡내·느끼함 쏙 뺀 ‘햇빛촌’ 순댓국 발산역 고층 빌딩 숲 사이에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곳이 있다. 순댓국 하나로 승부를 거는 ‘햇빛촌’이다. 허름한 간판과 낡고 오래된 탁자가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순댓국집은 부지기수다. 서울 어느 동네나 다 있다. 하지만 이 식당은 특별하다. 전날 회식으로 속이 쓰린 날 숙취 해소에 그만이다. 순댓국 특유의 냄새와 느끼함이 전혀 없는 시원한 국물이 쓰린 속을 화끈하게 달래 준다. 항정살, 뽈살 등 돼지 머리 고기를 살코기 위주로 푸짐하게 넣은 깔끔하고 개운한 국물은 전날 회식한 직장인들에게 단연 최고의 인기를 끈다. 점심시간이면 줄을 지어 기다려야 순댓국 한 그릇을 먹을 수 있지만, 그 맛은 기다린 보람을 느끼게 한다. 기본 반찬은 깍두기와 청양고추, 양파다. 식당 사장은 “다른 반찬이 있으면 오히려 순댓국의 진정한 맛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야근 후 머리 고기를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을 하며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날리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사장은 손님들에게 “노현송 강서구청장님도 자주 오셔서 순댓국 한 그릇을 가볍게 비우고 가신다”고 한다. ‘지역 내 맛집은 구청장이 자주 찾는 식당’이라는 게 통설인 만큼 그 맛은 먹어 본 사람만이 안다.# 맛·가격·양 완벽 ‘등촌동 버섯매운탕 칼국수’ 등촌동 복개도로에서 30m 정도 들어가면 ‘원조 등촌동 칼국수’ 집을 만날 수 있다. 이 식당도 대부분 원조식당과 마찬가지로 대로변에 있지 않고, 골목 안에 자리잡고 있다. 가게에 들어가면 1층 주방과 몇 개의 식탁만 보여 순간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넓은 공간에 수많은 식탁들이 가지런히 줄지어 있다.메뉴는 단 하나, ‘버섯매운탕 칼국수’다. 원조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인원수에 맞춰 칼국수를 주문하면 육수에 미나리와 버섯이 푸짐하게 담긴 냄비가 나온다. 버너에 올려놓고 끓이면 향긋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김이 모락모락 날 때쯤 국물을 떠 입에 넣으면, 정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의 맛을 느낀다. 미나리, 버섯을 다 먹으면 쫄깃쫄깃한 면발의 칼국수가 기다린다. 아직 끝이 아니다. 마무리는 볶음밥이다. 국물 한 국자를 넣고 볶음밥을 하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다. 식사 후 식당 문을 나서는 순간 다음 점심 날을 잡게 된다. 맛과 가격,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이들 맛집이 있어 행복하다. 김도헌 명예기자(강서구 공보전산과 주무관)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멸종된 강치, 일제 ‘독도 수탈’ 증언하다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멸종된 강치, 일제 ‘독도 수탈’ 증언하다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짧게, 별다른 돌출행동 없이, 한국을 다녀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명분을 얻고, 트럼프는 실리를 챙겼다’는 뉴스 사이로 일본 각료 몇이 한·미 양국 정상의 국빈만찬 메뉴를 트집 잡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가자미구이와 한우 갈비구이 등이 식탁에 올랐지만 그들이 트집 잡은 건 ‘독도 새우’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베트남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에서 강경화 외무장관에게 “독도 새우를 사용한 메뉴가 포함된 것”을 항의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외국 정부가 타국의 요인을 접대하는 것에 대해 코멘트하지는 않겠지만, 왜 그랬을까 싶다”며 독도 새우가 만찬에 오른 것을 불쾌해했다. 독도, 아니 다케시마가 엄연히 일본 땅이라는 ‘어필’을 그렇게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만찬에 초대된 것도 그네들로서는 못마땅했을 게다.일본은 요즘 부쩍 ‘독도’ 이야기만 나오면 발끈한다. 정치적 노림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어종은 물론 독도 인근에 산재하는 지하자원 등 경제적 잇속도 독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일본은 독도를 차지할 명분이 없다. 역사적으로도 그렇지만, 일제강점기 독도에서 처참하게 살육당한 동물들이 그들을 독도의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살육당한 동물들이란 ‘독도 강치’를 말한다. 해양문명사가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독도 강치 멸종사’에서 “집단학살극”이라는 원색적 단어를 써 가면서 독도에서 강치의 씨를 말린 일본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일본은 ‘다케시마 영토론’의 주요 근거로 독도에서의 강치잡이를 자랑스럽게 떠벌린다. 하지만 주 교수는 당시 일본의 강치잡이가, 그것을 통한 독도 경영이 사실상 “반문명적 범죄행위”라고 일갈한다. “적어도 수만 마리 이상 살아가던 환동해 최대의 강치 서식지를 피비린내 나는 집단학살의 장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강치는 값나가는 동물이었다. 가죽은 가죽대로, 짜낸 기름은 기름대로 비싼 값에 팔렸다. 기록에 따르면 강치 한 마리 값이 황소 열 마리 값에 버금갔다고 한다. 일본은 가죽과 기름을 일본으로 싣고 가 막대한 부를 형성했다. 한 줄 기록조차 없어 이제까지 얼마나 많은 강치가 집단학살되었는지 알 수 없다. 독도 경영이 아니라 사실상 독도 멸종, 즉 한반도 수탈의 일환일 뿐이었다. 주 교수에 따르면, 일본이 저지른 독도 강치 멸종사는 “생태사적 범죄이자 죄악”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독도는 “환동해의 생태적 보고”였고 강치는 “그 중심 중의 중심”이었다. 더구나 희귀종이었다. 그런 강치를 멸종시키고도 강치잡이를 근거로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몰염치를 넘어 인간이기를 포기한 처사라는 것이다. 놀라운 일은 독도와 가까운 시마네현 오키 제도의 일단의 어부들은 여전히 “독도 출어의 꿈”을 꾸고 있다는 점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일본법상 독도 어장에 관한 법적 권한을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독도강치를 끝장냈던 사람들이 여전히 호시탐탐 독도의 바다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그래서인지 주 교수는 해양영토 영유권만 들먹일 것이 아니라 “문명사적 차원”의 문제로 독도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밑에 잠긴 일제강점기의 감춰진 역사들은 드러날 때마다 아픔을 수반한다. 독도 강치도 그중 하나다. 독도 새우가 독도 강치를 떠올리게 하고, 오늘 우리 앞에 산적한 문제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사족처럼 덧붙인다. “독도 새우, 참 고소합디다”라고 말씀하신 이용수 할머니가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씨줄날줄] 블루칩 아세안/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블루칩 아세안/황성기 논설위원

    인도양에서 잡은 싱싱한 참치를 냉동하지 않고 공수해 다음날 도쿄 횟집에서 날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일본이 동남아에 뿌린 엔 차관 덕분이다. 거짓 같지만 진짜다. 일본은 1977년 인도네시아 정부와 엔 차관 계약을 맺고 ‘자카르타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개발계획을 돕는다. 일본에서 팔리는 참치의 상당수는 냉동된 것이지만, 자카르타 근해나 인도양에서 잡아 올린 참치는 엔 차관으로 개발된 자카르타항에서 하역된 뒤 자카르타공항을 거쳐 도쿄의 식탁에 냉장 상태로 오른다.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만큼 대한민국 외교에서 빠른 속도로 관계를 발전시켜 온 지역도 드물다. 일본(77년)보다는 늦지만 중국(96년)보다는 이른 1989년 아세안과 대화 관계를 수립하고 정치, 경제, 문화, 관광 교류의 폭을 넓혀 왔다. 1961년 공산주의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가 만든 동남아연합(ASA)이 아세안의 전신으로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에 이어 사회주의권인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가 합류해 10개국이 회원이다. 아세안과의 2015년 무역통계를 보면 수출입 1199억 달러(흑자 299억 달러), 투자 42억 달러, 건설수주 109억 달러로 모두 세계 제2의 규모다. 같은 해 한국에서 아세안 지역을 찾은 사람은 580만명으로 한국인 세계 제1의 방문지였으며, 아세안 국가에서는 160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아시아에서 일본의 뒤를 쫓는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4마리 용이 80~90년대 급성장하고,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가 2000년대 신흥공업국으로 부상했다면 아세안은 2010년 이후 세계의 블루칩으로 주목을 받으며 연 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커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아세안과의 교역을 20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4강 일변도인 우리 외교지만 아세안과의 협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문 대통령도 어제 “아세안 외교를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고 밝혔다. 식민통치, 동서 냉전의 피해자라는 공통점 외에도 베트남을 제외한 9개국과 적대 관계를 가져 본 적이 없고, 영토 분쟁이나 무력 충돌의 가능성이 없는 점이 아세안과의 유대감을 이루는 뿌리다. 이참에 아세안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신윤환(전 한국동남아학회장) 서강대 교수는 “동남아 나라들만 아세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생각은 낡은 것”이라면서 “우리가 당면한 한반도 평화 같은 난제들을 일거에 해결하는 방법으로 유엔에 이은 아세안 남북 동시 가입을 진지하게 논의해 볼 때”라고 말한다.
  • 궁바오지딩·지더우화…트럼프 방중 환영 만찬 ‘검소한 식단’

    궁바오지딩·지더우화…트럼프 방중 환영 만찬 ‘검소한 식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지 이틀째 되는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 진써다팅에서 국빈 환영 만찬이 열렸다. 만찬 식단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가정식 요리인 궁바오지딩이 올랐다.이 만찬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회사 ‘샤오미’의 최고경영자 레이쥔도 참석했다. 레이쥔이 웨이보에 공개한 식단에 따르면 이날 만찬에는 궁바오지딩을 비롯해 지더우화, 크림소스 해물 그라탕, 토마토 소고기볶음, 고급 생선찜, 채소 요리 등이 제공됐다. 건배주는 중국 허베이산 ‘창청 화이트 와인 2011’가 선정됐고, 그 외에 ‘창청 레드 와인 2009’가 추가로 제공됐다. 중국 측이 준비한 만찬 식단은 가정식 쓰촨 요리가 두 개 포함되는 등 전체적으로 검소한 메뉴로 구성됐다. 닭고기를 볶아 만든 궁바오지딩은 달짝지근하면서 매콤한 맛이 나 외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가정식 요리로 중국에서 널리 사랑받는 요리 중 하나다. 지더우화 역시 가정식 쓰촨 요리로 닭 육수에 계란 흰자를 넣어 끓인 뒤 닭고기를 채 썰어 올린 요리다.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지더우화는 흰자가 부푼 모습이 연두부와 비슷해 중국어로 연두부를 뜻하는 ‘더우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번 만찬에 제공된 지더우화는 이름 앞에 ‘예샹’이 붙은 것으로 미뤄 코코넛향이 첨가된 것으로 보인다. 메인 메뉴로는 생선 요리인 무늬바리(바릿과의 바닷물고기)찜이 나왔다. 중국에서 ‘둥싱반’이라 불리는 무늬바리는 고급 생선으로 유명하다. 채소 요리는 기름에 채소를 볶아 국물을 자작하게 끓여 낸 탕 형식의 요리가 식탁에 올랐다. 이외에도 미국 측 방문단의 입맛을 고려해 크림소스 해물 그라탕과 토마토 소고기볶음이 제공됐다. 식전 메뉴는 중국식 냉채 요리였고, 후식으로는 과일 아이스크림과 커피, 차가 준비됐다.만찬 식단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중국 전통 요리인 ‘베이징덕’(베이징식 오리구이)은 이번 만찬 메뉴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자금성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찬을 했기 때문에 이때 베이징덕이 식탁에 올랐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공식적으로 식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레이 쥔이 공개한 식단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똑같이 제공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레이쥔이 공개한 실제 만찬 식단과 같다면, 반부패를 주창한 시 주석이 여론을 의식해 지나치게 호화스러운 요리를 만찬 메뉴에서 배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체적으로 가정식 요리가 포함된 검소한 메뉴를 선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독도새우 정식명칭은 도화새우…황교익 “귀한 맛, 아베도 먹어보길”

    독도새우 정식명칭은 도화새우…황교익 “귀한 맛, 아베도 먹어보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만찬에 올라온 독도새우가 화제가 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기념해 만찬을 준비했다.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 동국장 맑은 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 구이,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갈비구이와 함께 코스요리 중 하나로 독도새우를 곁들였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 장관은 “외국이 다른 나라 요인을 접대하는 것에 대해 코멘트하지는 않겠지만 왜 그랬는지 의문이 든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이와 관련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8일 CBS노컷뉴스에 “음식 하나를 내놓는 것으로 정치적인 의사를 에둘러 표현했다는 점이 몹시 흥미롭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거쳐서 왔기 때문에 독도새우가 더욱 부각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 측에서도 도화새우라는 정식 명칭을 두고 굳이 언론 등에 독도새우로 소개한 데는 일본을 의식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한국 정부의 의사 표현으로도 볼 수 있다”면서 “대통령이 독도에 직접 가는 것보다 더욱 센스 있는 대응으로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독도새우 만찬은 한국 정부가 국민들에게 ‘독도 문제 걱정 말라’고 보내는 사인인 동시에, 국제무대에서 공조를 이뤄낼 기반을 한국 정부가 갖고 있다는 점을 미국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라면서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독도새우 맛있게 먹겠다는데, 발끈한 일본을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에서 ‘다음에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면 그때도 독도새우를 내놓겠다’고 대응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일본 총리도 독도새우 한 번 드셔 보라. 참 맛있다’고 말해도 괜찮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독도 새우는 독도 주변에서 주로 잡히는 심해 새우들을 통칭해 부르는 말로 몸길이가 20cm가 넘고 언뜻 보면 가제인지 새우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는다. 독도 근해에서만 잡히며 독도 인근 수심 200~300m에 서식하는 심해 새우들로 주로 통발을 이용해 잡는 고급 어종이다. 도화새우(참새우), 가시배새우, 꽃새우 3종류가 있고 제철은 6월이다. 황교익은 “꽃새우 등으로도 불리우는 독도새우는 색깔이 옅은 붉은색으로 분홍빛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단단한 느낌이 아니라 부드럽다. 날것으로도 많이 먹는데 귀하다. 깜짝 놀랄 정도의 단맛이 있다”고 맛을 표현했다. 소설가 이외수 또한 SNS를 통해 “트럼프 식탁에 오른 독도새우를 보고 깜짝 놀란 일본. 이토록 기발하면서도 성공적인 외교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 외교도 이제는 머리가 아닌 가슴”이라고 평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강형욱 “15kg 이상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 말도 안 된다”

    강형욱 “15kg 이상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 말도 안 된다”

    반려견 행동교정전문가 강형욱 훈련사가 “모든 개들이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밝혔다.경기도는 지난 5일 15㎏ 이상인 반려견과 외출 시 입마개 착용 의무화, 목줄의 길이 2m 이내 제한 등의 대책이 담긴 도 조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에 전문가들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의 체중과 공격성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 보상책 등 현실적인 조치와 교육 의무화 등의 내용이 없기 때문이다. 강형욱 훈련사 역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몸무게로 반려견 성향이나 성질을 파악해선 안 된다. ‘15㎏ 이상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 조례 역시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훈련사는 “몸무게 15㎏은 우리 주변에 있는 코커스패니얼이나 조금 덩치가 큰 비글 정도인데 15㎏ 정도는 그렇게 큰 개도 아니고 그 몸무게로 모든 성향을 말해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행동 교정을 의뢰받는 견종은 아주 작은 견종이 훨씬 많았다”고 덧붙였다. 강 훈련사는 “모든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하라는 것은 강아지를 친구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한 게 아니라 우리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전혀 이들하고 살아본 적 없는 분들이 생각해 낸 정책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펫티켓(펫+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이들이 문제다. 사람들은 질서도 예절도 없이 개를 키우는 수많은 자들로 인해 힘들었고,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성숙한 문화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나가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책하는 반려견을 만났을 때 △보호자의 허락 없이 먹이를 주지 말고 △말을 걸지 않고 △만지지 않고 △소리치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라고 당부했다.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해야하는 반려견으로 △보호자 스스로가 본인의 반려견을 무서워한다 △가끔 보호자의 행동을 반려견이 몸으로 막으며, 낮은 소리로 으르렁거린다 △경고없이 위협한다 △자고 있을 때 만지면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 △보호자가 먹고 있는 식탁에 올라오거나, 손에 들려있는 음식을 낚아채간다 등을 꼽았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어느 구청장의 장애인 체험기] 손 안 닿는 손잡이…식당 문조차 열 수 없었다

    [어느 구청장의 장애인 체험기] 손 안 닿는 손잡이…식당 문조차 열 수 없었다

    “장애인의 아픔을 이해합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하나같이 내뱉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겪어보지 않은 자가 이해할 수 있을까.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서 제대로 된 장애인 정책을 펼 수 있을까. 서울신문은 평소 장애인 정책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진 김수영 서울 양천구청장에게 “직접 휠체어를 타고 거리로 나가 장애인의 삶을 잠시나마 살아보지 않겠느냐”고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그리 길지 않은 고심 끝에 김 구청장은 제안을 덜컥 받아들였다. 정치인들이 장애인 시설을 방문해 사진 촬영용으로 잠깐 휠체어에 앉아 보는 경우는 많았지만, 실제 장애인의 삶을 체험한 것은 김 구청장이 처음이다. 체험은 지난달 26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진행됐다. 김 구청장은 양천장애체험관에서 휠체어 작동법을 배운 뒤 밖으로 나갔다. 난생처음 두 다리 대신 휠체어로 횡단보도를 건넜고 버스를 오르내렸으며 빵가게와 식당, 마트 등 일상 생활 공간을 두루 출입했다. 취재진은 체험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먼발치서 사진 촬영을 하며 시종 동행했다. 3시간에 걸친 체험이 끝난 뒤 김 구청장으로부터 들은 생생한 체험담을 김 구청장의 수기(手記) 형식으로 싣는다.●평소엔 몰랐던 작은 경사가 급경사로 느껴져 두려움. 휠체어를 타고 거리로 나오니 잘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익숙하지 않은 휠체어를 몰려니 긴장되고 떨렸다. 휠체어 바퀴의 한기가 손에 생경하게 전해졌다. 150m 정도 떨어진 빵가게(유명 프랜차이즈)로 향했다. 걸을 땐 전혀 느끼지 못했던 완만한 경사가 급경사로 느껴졌다. 분명히 앞으로 밀었는데 휠체어는 자꾸 오른쪽으로만 갔다. 중심을 잡고 직진하는 게 쉽지 않았다. 보도도 울퉁불퉁했다. 충격이 고스란히 몸으로 전해졌다.겨우 횡단보도에 다다랐고, 파란불이 켜졌다. 신호가 바뀔까 봐 다급해졌다. 바퀴를 힘차게 굴렸지만 뜻대로 나아가지 않았다. 인도와 차도의 연결 지점에 높이 5㎝도 안 되는 아주 작은 턱이 있었는데, 엄청난 높이의 담처럼 다가왔다. 온 힘을 다해 가까스로 넘었더니 이번엔 휠체어가 자꾸만 옆으로 갔다. 평소 자각하지 못했던 미세한 경사가 큰 장애가 된다는 데 놀랐다. 차들이 횡단보도로 다가올 때마다 깜짝 놀라며 멈칫거렸다. ●겨우 들어 간 식당에선 시선에 쫓겨 나와 간신히 횡단보도를 건넜다. 빵가게가 코앞이었다. 다섯 걸음이면 충분한 거리가 멀고도 험했다. 가게 문까지 경사가 가팔랐다. 올라가는데도 계속 뒤로 굴러가는 것만 같아 겁이 났다. 양팔로 있는 힘을 다해 휠체어를 밀어 겨우 문 앞에 도착했다. 울고 싶어졌다. 여닫이문인 데다 문 손잡이도 너무 높게 붙어 있었다. 왼손으로 휠체어가 뒤로 굴러가지 않게 앞으로 힘껏 밀고, 오른손으로는 문 손잡이를 잡고 문을 밀었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가게 안에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문 앞에서 한참을 낑낑댔다. 마침 가게로 들어가려던 30대 남성이 보기가 딱했던지 도움을 줬다. 그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들어갈 수 없었을 것이다.가게 안에선 더 큰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공간이 협소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빵 진열대 사이가 너무 좁아 휠체어로 방향을 전환해 가며 지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뒤에 선 손님들이 나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거나 옆 통로로 비켜서 돌아갔다. 종업원이나 손님들이 싫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쪽 선반에 놓여 있는 빵들은 집어 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빵이 보여야 점원에게든 손님에게든 부탁할 수 있는데, 보이지를 않으니 고를 수조차 없었다. 하릴없이 아래 선반에 놓인 단팥빵, 슈크림빵 등을 샀다. 식당도 마찬가지로 선택의 폭이 좁았다. 불고기가 먹고 싶었지만 그 식당엔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가 없었고, 출입문은 계단으로 이어졌다. 먹고 싶은 곳을 골라서 가는 게 아니라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을 찾아야 했다. 먹는 것 하나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다는 현실에 좌절했다. 한참을 돌아다닌 끝에 출입문까지 경사로가 조성된 식당을 발견했다. 미닫이문이 열려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렸다. 못 올 데를 왔나 싶어 당황스러웠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지 못했다.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식탁 간격이 좁아 휠체어가 다닐 수 없었다. 혼자서 4인용 식탁을 다 차지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식탁과 휠체어 높이도 맞지 않았다. 식탁 의자보다 휠체어가 낮아 밥을 먹는 것도 힘들 것 같았다. 휠체어가 통로를 막아 다른 사람들이 식당을 이용하는 데 폐를 끼치는 듯했다. 식당 주인과 종업원들이 내가 나가줬으면 하는 시선으로 쏘아보는 듯해 불편했다. 결국 주문을 하지 못하고 쫓기듯 식당을 나왔다. ●버스 타기는 하늘의 별 따기 식당을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울퉁불퉁한 인도를 피해 자전거 도로로 가봤다. 너무나 매끄러웠다. 휠체어를 타고 가기엔 더없이 편했지만 속도가 빨라 제어하는 게 힘들었다. 큰 사고가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휠체어를 타고 20분 정도 가니 정류장이 보였다. 목적지인 대형마트로 가는 버스가 도착했지만 탈 수 없었다. 장애인용 버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난감해하는 나를 본 50대 여성이 장애인들은 일반버스가 아니라 저상버스를 타야 한다고 알려줬다.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버스가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고 있었다니 부끄러웠고 슬픔이 밀려왔다.여러 대의 일반버스를 보내며 15분쯤 기다리니 목적지로 가는 저상버스가 왔다. 하지만 멀찌감치 정차한 버스 앞문으로 휠체어를 끌고 달려가 기사에게 탑승을 도와달라고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고, 그만 버스는 떠나버렸다. 어쩔 수 없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동행한 구청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10분가량 기다린 뒤에야 저상버스가 왔고 직원이 기사에게 말을 해줘 탑승을 시도할 수 있었다. 버스 뒷문에서 휠체어가 오를 수 있는 철제 경사판이 내려왔다. 다른 승객들은 줄줄이 앞문으로 버스에 올랐다. 경사판이 내려오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듯해 승객들의 시선이 의식됐다. 다들 ‘저 사람 도대체 언제 타나’ 하는 식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 무서워졌다. 경사판이 내려왔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오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직원 도움을 받아 버스에 올랐다. 버스 내 휠체어를 세우는 장애인 구역으로 갔다. 의자를 올려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하려 했지만 의자가 접히지를 않았다. 고장이 나 있었다. 울분이 솟구쳤다. 장애인 정책과 실제 현장이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속절없이 버스 앞문 쪽 통로를 차지하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데는 휠체어를 세울 공간이 없었다. 다음 정류장에서 버스를 탄 승객들은 내 휠체어 옆의 비좁은 공간을 힘겹게 빠져나가 뒤쪽으로 이동해야 했다. 5개 정류장을 지나 목적지에 다다랐다. 다시 버스 뒷문에서 경사판이 펼쳐졌다. 경사판을 타고 내려오면서 버스노선도가 그려진 승강장 벽에 부딪힐 뻔했다. 경사판 끝 지점과 승하차장 벽이 너무 가까웠기 때문이다. 출퇴근 시간이나 사람들이 많을 땐 절대 버스를 탈 수 없을 것 같았다. ●카트도 못 쓰는 대형마트, 살 게 없다 정류장에서 15분 거리의 대형마트까지 다시 휠체어를 밀고 가려니 팔에 힘이 빠져 힘들었다. 겨우 마트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공간이 넓어 이동하는 건 한결 수월했지만 물건을 제대로 구입할 순 없었다. 카트를 이용할 수 없어 작은 바구니를 무릎에 올려놓고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물건의 무게를 고스란히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세제, 주스같이 무거운 상품은 집어 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우유, 견과류, 껌 등 가벼운 것들만 골라 바구니에 담았다. 반찬거리를 사고 싶었지만 야채·식품 코너엔 사람들이 많아 가지를 못했다. 인파를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었고, 사람들이 ‘여긴 왜 와서 방해하느냐’는 시선을 보낼 것 같아 두려웠다.판매대가 휠체어 앉은키보다 위쪽에 있어 물건을 집는 것도 불가능했다. 장애인들이 마트에서 혼자 장을 보는 건 사실상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마트에 갔을 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지 못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대형마트가 이 정도인데 공간이 협소한 동네 마트나 슈퍼 같은 곳은 도저히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았다. 바구니에 담겨 있는 것들을 계산대에 올렸다. 바코드 계산이 끝난 상품들을 봉투에 담는데 팔이 잘 닿지 않아 시간이 걸렸다. 뒷사람에게 폐가 될까 봐 최대한 서두르는 바람에 또다시 등줄기에 땀이 났다. ●세상은 장애 없는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해가 완전히 저물어 어두워져 있었다. 온몸이 쑤셔 왔다. 손바닥에 굳은살이 배려는 듯 화끈거렸다. 체험을 끝내고 휠체어에서 일어섰더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왠지 모르게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휠체어에 앉아 세상을 보니 모든 게 불편했다. 세상은 장애가 없는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었다. 내가 평소 무심코 던진 시선 하나가 장애인들에게 어떻게 꽂히는지를 알게 됐다. 직접 체험을 하지 않았다면 결코 깨닫지 못했을 것들이다. 그동안 “장애인과 더불어 살자”는 말을 너무 쉽게 하며 살았다. 부끄러웠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커버스토리] 稅 언급 안한 DJ→盧 종부세→MB 부자감세→朴 말로만 “증세없다”

    [커버스토리] 稅 언급 안한 DJ→盧 종부세→MB 부자감세→朴 말로만 “증세없다”

    박정희·노태우·노무현, 증세 카드 꺼내 김영삼·박근혜, 예산 절감 강조 감세 성향 전두환·이명박 “법인세 인하로 내수 진작” 노무현만 정권 후기에 직설적 증세 강조역대 대통령의 연설문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세금에 관한 한 전두환·이명박, 김영삼·박근혜,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이 닮은꼴이다. 노태우·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더불어 증세를 시도했다. 세 사람을 빼고는 모두 감세 성향이 명확했다. 이승만·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중에는 세금과 관련해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세금은 정권에 민감한 주제였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지출 구조조정’은 새로운 카드가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도 기회 있을 때마다 주문한 단골 레퍼토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4년 1월 연두 기자회견에서 “소비 절약에는 정부가 앞장을 서야 되겠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에 세출 예산서에 약 500억원을 절감하여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만성적으로 팽창되어 온 예산구조를 영점 기준에 의하여 재점검하겠다”(1982년 10월 4일)고 했다. 고통 분담과 근검절약을 가장 강조한 이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1993년 3월 19일 신경제 관련 특별담화문에서 김 전 대통령은 “모두 고통을 분담해 주십시오. 정부가 앞장서겠습니다. 청와대 예산을 먼저 줄이겠습니다. 각종 행사는 물론 청와대의 식탁까지도 낭비요소를 철저히 없애도록 하겠습니다. 작고 생산적인 정부가 되겠습니다. 올해는 공무원 봉급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정원도 늘리지 않겠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제11차 라디오연설에서 “10% 예산 절약을 목표로 정부 조직도 줄이고 씀씀이도 더 효율적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취임 초기에는 증세에 대해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27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공약재원 마련을 위해) 요즘 증세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국민세금을 거둘 것부터 생각하지 말라. 먼저 최대한 낭비를 줄이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등의 노력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50년에 걸친 ‘허리띠 졸라매기’는 돈 쓸 곳은 많은데 세금 인상은 피하려는 정권의 태도에서 나온 면피성 성격이 강하다”면서 “그러다 보니 정권이 바뀌어도 매번 세금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고 정신개혁운동 측면으로 접근하곤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6년 1월 18일 신년연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고 정 소장은 말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여론조사를 해 보아도 세금을 올리자는 사람은 없습니다. 아껴 쓰고 다른 예산을 깎아서 쓰라고 합니다. (중략) 그러나 이러한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안 됩니다”라며 증세 문제를 꺼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부터 감세를 국정 기조로 내세웠다. 다른 대통령들도 대부분 ‘세금 인하’를 약속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82년 10월 4일 시정연설에서 “법인세·소득세 감세와 긴축예산”을 강조했다.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분은 국채를 발행해 메우겠다고 했다. 국채 발행은 나랏빚 증가로 이어진다. 기업인 출신의 이명박 전 대통령도 26년 뒤 시정연설에서 “감세는 경기 진작의 일환으로 필요하다. 세계는 지금 ‘낮은 세율이 국가경쟁력’이라는 인식으로 세율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설문을 보면 마치 한 사람이 말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박근혜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담뱃값 인상, 금융소득종합과세 강화 등 다양한 증세 정책을 폈다. 하지만 정작 박 전 대통령 자신은 기회 있을 때마다 증세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해야 될 일을 안 하고 빚을 줄이는 노력을 외면하면서 국민한테 세금을 걷으려고 하는 것은 너무나 염치가 없는 일”(2015년 5월 12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이라고 질타했을 정도다. 임기 초반과 후반 조세정책의 큰 그림이 달라지는 것도 역대 정권에서 자주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는 금융실명제와 불로소득 환수를 강조했지만 후반으로 가면서 예산 절감과 정부인력 감축 등에 더 무게를 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반기엔 감세와 규제 완화에 각별히 힘을 쏟았지만 ‘부자 감세’ 논란을 의식한 듯 후반기엔 감세 언급을 눈에 띄게 자제했다. 대신 재정 건전성을 강조했다. 2011년 1월 3일 신년연설에서 “보편복지는 곧 부자복지이며 이는 재정위기를 초래한다”고 주장한 데서 보듯 재정 건전성을 강조함으로써 빗발치는 복지 확대 요구를 무마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일하게 세금에 대한 소신을 직설적으로 제시했다. 다른 대통령들이 대체로 임기 초반에는 공평과세와 재분배를 말하다가 후반기엔 조세 감면이나 예산 절감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은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임기 초 “기업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과감히 고쳐나가고 금융·세제 면에서도 적극 뒷받침해 나갈 것”(2003년 6월 30일)이라던 노 전 대통령은 오히려 후반기에 “탈세 방지와 예산 절감만으로는 일자리와 복지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증세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편지’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 등을 통해 국민적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던진 화두는 공론장에 제대로 오르지 못했고 반대층의 조롱과 반발만 샀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이 점을 무척 아쉬워했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유세미의 인생수업] 사랑이 뭐길래

    [유세미의 인생수업] 사랑이 뭐길래

    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였다. 작은 시골 초등학교 안으로 단정하게 투피스를 입은 젊은 여자가 걸어 들어온다. 스치면 금방 파란 물이 들 것 같은 가을 하늘 아래 그녀는 코스모스 들길을 따라 그렇게 그에게 왔다. 가르치는 초등생들과 별반 차이도 없을 듯이 앳된 신임 여교사, 그녀를 학교에서 맞은 당직 교사인 청년. 그렇게 그들은 동화처럼 아름다운 학교에서 만나 볼 빨갛게 서투른 연애를 시작했다.그녀는 체육 시간에 펄쩍 뛰어 시범을 보이기에 힘이 딸리고, 풍금도 서툴렀다. 그런 그녀를 위해 교실을 바꿔 그는 풍금을 치고 운동장을 보란 듯이 날아다녔다. 남자는 못하는 게 없었고 여자가 미처 부탁하기도 전에 그림자마냥 도왔다. 그녀라고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청년의 수줍은 뒷모습을 보며 색종이를 오리고 붙여 그림책에나 나올 법한 예쁜 교실을 만들어 놨다. 더 파랗게 하늘이 높아진 일 년 후 가을날에 그들은 결혼을 했고 연년생으로 딸 둘을 낳았다. 딸만 여섯 있는 집의 맏이였던 여자는 또 딸이라는 소리에 사흘 연달아 울었고, 아들만 넷인 집 둘째였던 남자는 또 딸이라는 소리에 헤벌쭉 창피한 줄도 모르고 몇날며칠 좋아 웃고 돌아다녔다. 어린 부부는 한 구멍짜리 연탄불에 밥도 하고 아기 기저귀도 삶아야 하는 단칸방에서 불편한 줄 모르고 살았다. 아기 엄마가 근처 두부 집에서 뜨끈한 두부를 사다 찌개를 끓이고 콩나물을 무칠 때면 아직 총각 같은 아빠가 두 아이를 안고 업고 좁은 방안을 돌아다니며 자장가를 불렀다. 세월이 강물처럼 흐른다. 그사이에 딸들이 자라고, 남자는 서울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큰물에서 놀아 큰 사람으로 성공할 거라는 말에 여자는 두말없이 따랐으나 그의 마음처럼 되진 않았다. 유산은 야금야금 줄었고 큰딸이 고등학교 때 교통사고로 죽다 살아나자 기다렸다는 듯 여자가 디스크 수술로 드러누웠다. 그 와중에 둘째딸은 내리 전교 1등만 하더니 그 후에도 쭉 엘리트코스를 밟아 나갔다. 남자의 사업은 경제뉴스마냥 이리저리 널을 뛰었다. 오랜 세월 그렇게 좋고 나쁜 일들이 교대로 흘러갔다. 그러나 부부는 타고난 초긍정 천성으로 그들 앞에 벌어진 인생사를 함께 품어 안으며 미소 지었다. 인생이라는 여행은 마치 골짜기를 오르내리듯 험난하다. 협곡을 건널 때면 함께 걷는 이를 원망하고 미워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손을 놓게 되면 그 험한 여정을 홀로 걸어야 한다. 이 부부는 발 디딜 데 없이 험한 곳을 지날 때조차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를 향한 사랑의 노래를 기꺼운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들려줬다. 그리고 50년 전 그때처럼 눈부시게 푸르른 날 그들은 드디어 금혼식(金婚式)을 올렸다. 기쁘게도 그 아름다운 부부는 바로 내 부모님이다. 정원이 예쁜 레스토랑을 빌려 신데렐라 스토리 같은 식탁이 차려졌다. 턱시도를 입은 백발의 아버지와 꽃분홍 한복을 날아갈 듯 맵시 나게 입은 엄마. 가족과 사랑하는 지인들이 모여 50년간 가꾸어 온, 또 앞으로 이어 갈 결혼의 역사를 온 마음으로 축복했다. 이혼은 흔해 터지고 졸혼이라는 수입 용어까지 당당하게 판을 치는 이 시대에 사랑의 완성은 과연 어떤 것일까. 햇살 아래 신부 화관을 쓴 엄마의 미소가 눈물겹게 아름답다. 그토록 곱던 그녀가 주름진 모습이 되기까지 사랑이 뭐길래 세월 속의 온갖 풍상을 견뎌 낼 수 있었을까. 사랑이란 누리는 기쁨보다 희생하고 인내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야 완성된다는 아주 클래식한 문구가 새삼스러운 날이다.
  • 울산 하우스텔 ‘우진 더 퍼스트클래스’에 1인가구 관심 집중

    울산 하우스텔 ‘우진 더 퍼스트클래스’에 1인가구 관심 집중

    지난 27일 모델하우스를 열고 본격 분양에 나선 울산 ‘우진 더 퍼스트클래스’가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우진 더 퍼스트클래스’는 남구 달동 일대에 지하 3층~지상 17층 352실(전용면적 24~31㎡) 규모로 들어서는 스몰 럭셔리 하우스텔이다. 특히 호텔급 풀 퍼니시드 시스템과 철저한 보안 시스템 등 1인 가구가 살기에 만족스러운 요건을 갖추고 있어 실 입주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인근의 현대차·석유화학 단지 등 무려 10만에 달하는 배후수요를 염두에 둔 투자자들의 계약 체결 및 상담도 성황리에 이뤄지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울산은 1인 가구가 가파르게 상승 중인 대표적인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1인 가구 입장에서는 필수 가전 및 가구를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는 우진 더 퍼스트클래스의 ‘풀 퍼니시드 시스템’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며 “거실과 침실 분리형 1.5룸, 2.5m에 달하는 높은 층고, 쾌적한 단지 내 시설 등이 직주근접 수요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 우진 더 퍼스트클래스는 1인 입주자들에게 필요한 LED TV 42“, 냉장고, 전자레인지, 전기쿡탑, 후드, 천정형 에어컨, 드럼세탁기, 디지털 도어락, 전자 비데, 홈 오토 시스템 등 필수 가전을 완비하며, 대형 붙박이장 시스템 주방가구 아일랜드 식탁(일부) 인출식 식탁, 빨래 건조대, 현관 신발장, 욕실장 등의 생활 가구까지 갖출 예정이다. 또한 우진 더 퍼스트클래스가 들어서는 남구 달동은 ‘울산의 강남’이라 불릴 정도로 인프라 조성이 잘 된 번화가로 꼽힌다. 먼저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도보 생활권으로 쇼핑이 자유로우며 업스퀘어(CGV), 아름공원, 울산도서관(예정) 등이 인근에 자리잡고 있어 퀄리티 높은 문화, 여가 생활을 제공한다. 더불어 이마트, 농수산물도매시장, 왕생로 먹거리 특화거리, 울산세무서 등 생활에 필요한 필수 인프라가 두루 조성되어 있다. 여기에 고속·시외 버스터미널 및 동해 남부선 복선전철 태화강역(예정), 울산공항 등 편리한 광역 교통 이용이 가능하다. 특히 부산과 울산을 잇는 쾌속 교통망인 동해 남부선 복선전철이 개통되고 나면 달동 일대 지역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관련 지역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한편 우진 더 퍼스트클래스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삼산동에 위치한 모델하우스에서 확인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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