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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휴먼 네트워크(매슈 O 잭슨 지음, 박선진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가 인간 네트워크의 고유한 특징들이 어떻게 일상의 생각과 사회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지 추적한다. 능력주의 허구를 파헤친 저자는 네트워크에서의 위치가 권력을 결정한다고 분석하고, 단순한 복지정책만으로는 계층 이동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밝힌다. 480쪽. 1만 9800원.서울 편지공화국(전경일 지음, 다빈치북스 펴냄)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이 18~19세기 조선 실학자·예술가 집단이 겪은 사건과 인적교류를 엮어 이들의 문화사적 관계망을 책으로 엮었다. 한백겸, 이수광, 김육, 유형원 등 당시 실학자들의 서신 교환, 여행 등을 살펴봄으로써 조선 후기 지식인·예술가 집단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400쪽. 1만 8500원.변신의 역사(존 B 카추바 지음, 이혜경 옮김, 미래의창 펴냄) 소설가의 시각으로 늑대인간부터 지킬 박사까지 전 세계 신화와 전설 속에 남아 있는 ‘셰이프 시프터’(모습을 바꾸는 존재)의 흔적을 탐구했다. 동굴벽화에 새겨진 선사시대 사냥꾼들의 비밀, 18세기 프랑스를 공포에 떨게 한 늑대인간 이야기의 유래 등을 살펴본다. 320쪽. 1만 6000원.휴먼카인드(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조현욱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인간의 감춰진 본성에 대해 집대성한 연구서. 저자는 ‘인간 본성이 과연 이기적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인간은 악마가 되기보다 선한 행위를 위해 필사적으로 애쓴다’고 결론짓는다. 588쪽. 2만 2000원.여권의 발명(존 토피 지음, 이충훈 외 2인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사회학자인 저자가 해외여행에 필수적인 여권의 변천사와 사회적 의미를 성찰한 책. 인간의 보편적 권리인 이동의 자유와 여권의 이면에 숨겨진 포섭과 배제의 논리를 연구했다. 국가는 어떻게 국민의 이동권을 규제하는지도 사회학적으로 탐구한다. 384쪽. 1만 8000원.진심의 꽃(오석륜 지음, 역락 펴냄) 일본어 학자이자 번역가인 오석륜 시인의 첫 산문집. 가난과 폐결핵, 부모님의 죽음, 두 번의 화재 사고를 겪어야 했던 저자가 포기하지 않고 삶을 영위해 나간 과정을 담은 자전적 이야기다. 우리 문화가 세계적인 유산으로 발전하려면 세계적인 것을 외치기 전에 우리 고유의 미적 세계에 천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252쪽. 1만 5000원.
  • 기후 변화 탓에 북극곰·일각고래 사라진다…먹이사슬에도 치명적 (연구)

    기후 변화 탓에 북극곰·일각고래 사라진다…먹이사슬에도 치명적 (연구)

    기후 변화 탓에 해빙이 사라지면서 북극곰과 일각고래가 멸종 위험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과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스캠퍼스 공동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해빙이 사라지면서 북극곰과 일각고래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해빙의 소실로 북극곰은 육지로 내몰려 주식인 물범을 사냥할 수 없어 아사 위기에 처한다. 반면 일각고래는 해빙의 소실로 포식자인 범고래가 늘면서 먹잇감으로 전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게다가 일각고래는 뿔처럼 생긴 긴 엄니를 노리는 인간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 또한 연구진은 이들 북극 동물의 감소가 북극해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급격한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북극의 급격한 환경 변화는 예측 가능한 해빙의 존재에 의존해온 해양 생물 종의 생존을 위협한다”면서 “북극 환경에 특화한 북극곰과 일각고래는 독특한 사냥 행동과 식성의 결과로 해빙이 소실하는 속도와 불규칙성에 특히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이 연구를 위해 연구진은 북극곰과 일각고래의 움직임으로 소비되는 에너지 값을 측정했다. 이들은 해빙의 소실로 해빙 면적이 정상일 때보다 2~4배 높은 에너지를 이들 동물이 소비하고 있는 것을 알아냈다. 북극곰의 경우 이런 에너지 소비량의 증가는 물범 사냥터인 해빙까지 접근할 수 없어 특히 굶주림에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북극곰과 일각고래를 먹잇감이 극단적으로 한정돼 있는 동물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이들 동물이 계절적으로 제한된 기간에만 연간 섭취량의 대부분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북극곰은 여름철, 일각고래는 겨울철이 본격적인 사냥 기간이다. 일각고래는 위장 속 먹이와 잠수 행동의 조사를 통해 주식인 검정가자미를 사냥하기 위해 깊은 곳까지 잠수함으로써 연간 에너지 섭취량의 대부분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북극곰은 해빙에서 숨을 쉬기 위해 올라온 물범을 사냥한다. 다른 대형 포식자와 같이 매복 사냥꾼인 북극곰은 숨 구멍 옆에서 기다렸다가 숨 쉬러 올라온 물범을 잡는다. 이처럼 고도로 전문화한 사냥 방식은 먹이를 쫓을 필요성을 줄이고 먹잇감을 찾는데 집중해야 하는 일반적인 사냥 방식보다 활동량과 에너지 소비량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해빙의 소실로 북극곰은 결국 물범 사냥터에 접근하지 못한 채 육지로 올라가야 한다. 북극곰은 헤엄을 잘 치긴 하지만 물범을 잡을 만큼 빠르지 못하다. 먼 거리를 헤엄칠 수 있지만 물범을 사냥하다가 익사한 북극곰 사례가 보고된 적도 있다. 게다가 북극곰의 서식지에는 물범을 대체할 만한 먹이가 거의 없다.일각고래의 경우 해빙의 위치를 예측해 숨 구멍에 접근해 매번 산소를 보충해야 한다. 하지만 이 종을 위한 숨 구멍의 존재와 안정성은 기후 변화로 인한 해빙의 변화 탓에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었다. 이는 일각고래가 얼음 밑에 갇히게 해 죽게 하는 것이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최신호(2월24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윤상기 하동군수,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

    윤상기 하동군수, 명예 경영학 박사학위

    윤상기(67) 경남 하동군수가 25일 경남과학기술대학교로부터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경남과학기술대학교는 현장중심·실천중심·사람중심·세계중심 행정철학을 군정 전 분야에 접목해 하동 100년 미래 경제를 창출하는데 기여한 공적을 인정해 윤 군수에게 명예 경영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고 밝혔다. 윤 군수는 민선 6·7기 하동군수로 재임하며 알프스 하동 100년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관광산업, 기업유치, 농업 육성 등에 힘을 쏟고 있다. 하동군 전역의 국제 슬로시티 인증, 하동 전통차 재배 농업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했다. 전통 어로방식인 섬진강 재첩잡이를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등재한데 이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2022년 하동세계차엑스포 국제 행사도 유치해 성공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윤 군수는 “하동 100년 먹거리 확보를 위해 일년간 지구 20바퀴를 발로 뛰며 열정을 쏟았던 것처럼 앞으로도 군민 행복과 튼튼한 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 군수는 하동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전신인 진주농림전문대학 축산학과를 졸업한 뒤 1975년 남해군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김해시 경제환경국장, 경남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진주부시장 등을 지내고 2014년 민선6기 하동군수에 당선된 뒤 재선에 성공했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주방의 재간꾼, 초리소의 매력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주방의 재간꾼, 초리소의 매력

    가끔 사랑에 빠지듯 어떤 식재료에 완전히 꽂히는 때가 있다. 머릿속에 온통 그 재료 생각뿐이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음식을 먹을 때도 ‘어라? 여기에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이 음식에 넣으면 어떨까’ 하는 상념이 떠나질 않는 것이다. 이 정도면 병원을 찾아야 할 것도 같지만 어찌 됐건 요즘은 스페인식 소시지의 일종인 초리소에 푹 빠져 버렸다.초리소는 돼지고기와 지방 그리고 훈제한 고춧가루인 피멘톤을 넣어 만든 소시지를 가리킨다. 고춧가루가 들어가 매콤한 향은 나지만 혀와 입안이 아파 올 정도로 맵지는 않다. 적당히 매콤한 맛이 소시지의 풍미를 한껏 살려 준다. 스페인이 본고장이지만 옆 나라 포르투갈도 한 초리소 하는 곳이다. 포르투갈에서는 초리소를 쇼리수라고 부른다. 16세기 신대륙 발견 이후 교황이 거대한 남미 대륙을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영토로 나눠 버리면서 양국 식문화도 남미에 함께 자리를 잡았는데 이때 초리소도 바다를 건너갔다. 멕시코와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도 초리소를 흔히 찾아볼 수 있는데 현지의 여러 가지 식재료가 더해지는 바람에 그 다양성은 본토를 뛰어넘는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도 동네마다 초리소를 만드는 방식이 다른데 바다 건너에서는 오죽했을까. 초리소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크게 건조 정도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와인 안주로 떠올리는 얇게 썰린 초리소는 딱딱하게 말린 것이다. 말라 있다는 건 씹을 때 턱 근육을 강화시켜 준다는 것 말고도 큰 장점을 갖고 있다.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대개 발효 과정을 거치므로 자꾸 맛보고 싶은 독특한 풍미를 가진다는 점이다.말린 초리소는 얇게 잘라 손으로 집어 스페인산 레드와인과 먹는 게 일반적인 용도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요리에 쓰임새가 많다. 슬라이스해서 각종 샐러드나 샌드위치 속으로 넣는 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말린 초리소와 열, 기름이 만나면 상당히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진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초리소를 다지거나 썰어 넣은 후 천천히 열을 가하면 초리소에 있던 돼지기름과 피멘톤이 서서히 빠져나온다. 중식당에서 고추기름을 내듯 피멘톤은 기름과 만나 붉고 아름다운 피멘톤 기름을 형성한다. 단지 색깔만 물들인 게 아니라 초리소에 사용된 돼지의 기름과 초리소 자체의 독특한 풍미가 더해지면서 맛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는 기름 소스가 탄생한다. 이렇게 만든 기름을 어디다 써야 할지는 이제부터 상상의 영역이다. 기름을 이용한 요리면 어디든 사용할 수 있다. 초리소 기름을 두르고 야채를 볶으면 초리소 야채볶음이, 파스타를 말면 초리소 파스타가 탄생한다. 짭조름하면서도 매콤한 고추와 발효 소시지의 미묘한 풍미는 음식을 한껏 먹음직스럽게 만들어 준다. 마치 마법처럼. 돼지고기를 이용한 식재료지만 해산물과도 궁합이 꽤 잘 맞는다. 초리소를 볶은 기름에 오징어나 주꾸미, 새우 같은 해산물을 볶으면 스페인풍의 해산물 요리가 뚝딱 만들어진다. 우리가 고춧가루를 음식에 많이 사용하듯 스페인에선 피멘톤 가루를 전가의 보도처럼 많이 쓰는데 피멘톤 가루 대신 초리소를 넣으면 음식에 훨씬 더 풍부한 맛을 불어넣을 수 있다.말린 초리소가 있다면 한편엔 말리지 않은 생초리소가 있다. 자체만으로 완전한 음식인 말린 초리소와 달리 생초리소는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발상의 전환을 거치면 재미있는 식재료로 무궁무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생초리소를 보통 구워 먹거나 국물요리에 넣어 먹는다. 국물요리로는 스페인 북부 아스투리아스 지방의 ‘파바다’ 요리가 대표적이다. 흰 콩과 초리소, 염장 삼겹살과 훈제한 피순대인 모르시야를 넣고 푹 끓여 낸 겨울 음식이다. 따로 피멘톤을 첨가하긴 하지만 초리소에서 나오는 특유의 맛이 국물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려 준다. 생초리소를 활용하는 또 다른 방법은 한계를 깨부수는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겉을 감싸고 있는 케이싱을 벗겨 내 보자는 이야기다. 껍질로 감싼 초리소는 그 형태대로만 이용할 수 있지만 껍질이 없는 초리소는 매콤하게 조미된 다진 돼지고기로 활용할 수 있다. 만두 속 안에 넣어 초리소 만두를 만든다든지 프라이팬에 볶아 더 보슬보슬한 식감의 볶음 재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두드려 얇게 편 다음 삶은 달걀을 감싸 빵가루를 묻혀 튀기면 스페인식 스카치 에그 요리가 될 수도 있다. 스페인 식재료로 꼭 스페인 요리만 해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보자.
  • 고래랑 전복이랑, 인생 찐맛 볼까

    고래랑 전복이랑, 인생 찐맛 볼까

    지역색이 강한 음식에는 주민들의 오랜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기 마련이다. 경북 포항의 구룡포항에도 이 지역 주민들의 ‘소울 푸드’로 통하는 음식들이 있다. 투박한 모리국수, 전복 숭숭 썰어 끓여낸 전복죽 한 그릇 먹는다는 건 잡은 이의 인생을 맛보는 것과 같다. 해녀 하면 제주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한데 경북에 속한 동해안에도 해녀들이 있다. 특히 구룡포에 많다. 권선희 시인이 펴낸 산문집 ‘숨과 숨 사이 해녀가 산다’에 따르면 경북의 해녀는 지난해 기준으로 모두 1493명이다. 이 가운데 포항에만 1068명이 있다. 제주(3820명, 2019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이들이 숨을 참고, 추위를 견디며 건져 올린 갯것들을 내는 맛집들이 몇 곳 있다. 포항과학고 가기 전 구룡포 읍내 북쪽 끝자락에 몰려 있다. 해녀전복, 구룡포전복 등의 상호에서 보듯, 대부분이 전복 요리를 앞세우고 있다. 해녀 사이에서 ‘저승 앞에 욕심 있다’는 경구가 흔히 적용되는 해산물이 전복인데, 해녀와 전복은 천생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모양이다.전복은 회, 물회, 구이 등으로 먹지만 값싸고 보편적인 건 죽이다. 사실 전복죽의 맛이야 어디나 비슷하다. 한데 죽에 넣는 전복의 양은 차이가 있는 듯하다. 이 일대 해녀 집에선 전복을 가로 썰기로 낸다. 그것도 아주 굵은 편이다. 잘게 깍둑 썰어 넣는 여느 전복죽과는 결이 다르다. 그 덕에 씹을 때 식감이 좋고, 맛도 달고 부드럽다. 값은 1만 5000원. 자연산 전복을 쓰다 보니 다른 전복 요리들의 값도 비싼 편이다.요즘 구룡포를 대표하는 토속 음식은 모리국수다. 뱃사람들이 팔고 남은 생선으로 끓여 먹던 일종의 잡어 칼국수다. 여러 사람이 ‘모디가(모여) 먹은 국수’란 사투리가 변해 모리국수가 됐다는 것이 어원의 정설이다. 쓰고 남은 여러 재료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충남 서산의 게국지와 비슷하다. 워낙 유명세를 타다 보니 상호에 ‘원조’를 내세우는 씁쓸한 장면도 드러난다.모리국수는 국수에 아귀나 물메기, 대게 다리 등 각종 해산물을 넣고 칼칼하게 끓여낸다. 다소 비릿하면서도 입에 착착 감긴다. 보통은 아귀를 많이 쓰는데 ‘민속동동주’처럼 장치를 주재료로 쓰는 집도 있다. ‘민속동동주’는 주인 할머니가 직접 제조하는 동동주로도 알려졌다. 까꾸네집, 모정식당, 유림식당 등의 모리국수가 유명하다. 저마다 수십년 내공을 자랑하는 집이다. 모리국수는 식당 대부분에서 2인분 이상만 끓여 준다. 값은 1인분에 7000원. 말봉국수는 유일하게 1인분도 판다. 1만원이다.구룡포에서 맛봐야 할 또 하나의 추억의 음식이 고래국밥이다. 포경업이 금지된 1986년 이전만 해도 구룡포항은 고래고기 유통이 활발하게 이뤄지던 곳이었다. 동해에서 잡아올린 고래는 구룡포항에서 해체된 뒤 포항 죽도시장을 거쳐 부산 자갈치 시장 등 대처로 팔려나갔다. 집채만 한 고래가 해체되고 나면 당연히 ‘떡고물’이 남게 마련이다. 국밥 끓여내랴, 술추렴하랴, 선원들이 건네준 고래 살코기 몇 점 덕에 항구마을 집집마다 떠들썩하게 잔치판이 벌어지곤 했다. 그때의 기억이 담긴 음식이 바로 고래국밥이다.모양새는 소고기국밥과 별반 차이가 없다. 붉은 국물 속에 콩나물과 무, 어슷하게 썬 대파가 보인다. 그 위에 고래고기 몇 점이 얹혀져 있다. 국물 맛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하다. 무엇보다 비릿하면서도 짙은 풍미가 일품이다. 고래고기는 쫀득하고 기름지다. 그 탓에 입에 맞지 않거나, 배탈이 나는 이도 있다. 한데 몇 번 먹다 보면 묘하게 잡아끄는 맛에 ‘중독’되기 십상이다. 값은 2만원이다. 같은 양의 소고기국밥에 견줘 거의 곱절이나 비싸다. 모모식당, 삼오식당 등이 오랜 내공의 맛집으로 통한다. 구룡포항 뒤 작은 골목을 사이에 둔 채 마주하고 있다.꽁치다대기국도 쉽게 맛볼 수 없는 소울 푸드다. 경북 동해안 일대의 토속음식인 꽁치느리미의 ‘구룡포 버전’인 듯하다. 현지에선 ‘시락국’이란 표현이 같은 의미로 더 자주 쓰인다. 시락국은 시래기로 끓인 국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시락국의 핵심은 꽁치완자다. 꽁치를 부추, 두부, 찹쌀가루 등과 섞어 다진 것이다. 예전엔 시장에서 꽁치완자만 다져 파는 할머니들이 있을 정도로 흔히 먹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물론 찾는 이가 없는 요즘엔 맛보기가 쉽지 않다. 구룡포초등학교 옆 ‘시락국수’에서 시락국을 판다. 시락국은 5000원, 시락국수는 4000원이다. 시락국을 주문하면 적은 양의 국수가 딸려 나온다. 가게 벽엔 ‘맛있게 먹는 비법’ 안내문이 붙어 있다. 우선 국에 들어 있는 꽁치완자를 으깬다. 딸려 나온 청양고추는 기호에 맞게, 산초가루는 두 번 톡톡 두드려 넣는다. 산초 향을 꺼리는 이는 굳이 넣지 않아도 괜찮을 듯하다. 국물 맛은 이미 충분히 강하다. 싱거우면 소금을 넣으라는데, 역시 간이 충분해 필요 없을 듯하다. 맛은 ‘서울식’ 추어탕과 비슷하다. 경상도 음식답게 다소 맵고 짠 편이다. 여기에 꽁치완자가 곁들여져 다소 비릿한 향이 난다. 외지인이라면 추억을 먹어본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글 사진 포항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이미래의 ‘프로즌’이 승부의 물줄기 돌렸다 - TS·JDX 팀리그 원년 챔피언 오른 날

    이미래의 ‘프로즌’이 승부의 물줄기 돌렸다 - TS·JDX 팀리그 원년 챔피언 오른 날

    TS·JDX의 22일 프로당구(PBA) 팀리그 파이널 최종 7차전 승부는 이미래(25)의 ‘프로즌’이 물줄기를 바꿨다.웰뱅은 비롤 위마즈(터키)와 호흡을 맞춘 프레데릭 쿠드롱(벨기에)의 3연속 득점으로 최종전 첫 세트인 남자복식을 사뿐하게 시작했다. TS·JDX 김남수와 짝을 이룬 ‘6세트의 사나이’ 정경섭도 뱅크샷 1개와 옆돌리기 2개로 4점을 거둬들여 4-4로 균형을 맞추는 등 승부는 초반부터 열전으로 치달았다. 그러나 위마즈는 TS를 6점에 묶어두고 6점짜리 하이런으로 마무리, 1세트를 먼저 가져갔다. TS·JDX의 반격은 포문은 올 시즌 차유람과 여자단식에서 5차례 만나 3승2패의 우세를 보인 이미래가 열었다. 초반 4연속 득점으로 리드를 잡은 이미래는 이후 후속타를 날리지 못하고 차유람에게 역전응을 허용했다. 그러나 행운의 여신이 손을 들었다. 7-9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이미래가 뱅크샷 득점 뒤에 세 개 공이 한 줄로 나란히 붙는 ‘프로즌’ 상태가 됐다.규정에 따라 자신의 공을 테이블 한 가운데인 5번 위치에 놓자 뱅크샷 기회가 만들어졌고, 이미래는 이를 놓치지 않고 성공시켜 두 점을 한꺼번에 얻으면서 차유람을 11-9로 돌려세웠다. 이미래의 두 번째 세트 승리로 TS·JDX의 어깨가 힘을 얻었다. 1-1로 균형을 맞춘 뒤 TS·JDX 세 번째 주자로 나선 김남수는 위마즈를 상대로 8점짜리 하이런과 7점짜리 하이런으로 몸 풀듯 단숨에 점수를 쌓아 단 15분 만에 15-1로 제압했다.이어 혼합복식에 나선 이미래-로빈슨 모랄레스 조가 최강의 전력을 과시하며 웰뱅의 김예은-서현민 조를 15-13으로 격파했다. 이미래-모랄레스 조는 올 시즌 13승(2패)째를 기록하며 PBA 혼합복식의 최강으로 거듭났다. 이미래와 혼합복식에서 금쪽같은 1승을 보탠 모랄레스는 마지막 챔피언십 포인트를 마무리하는 주인공이 됐다. 서현민 상대로 두 번째 남자단식인 5세트에 나선 모랄레스는 첫 이닝째 8점 하이런 등을 쌓아 2-12로 밀린 상황에서 차곡차곡 점수를 보탠 뒤 만든 13-14 상황에서 걸어치기로 14-14의 챔피언십 포인트를 만든 뒤 회심의 옆돌리기로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DFS 기술 탑재 공기살균기 ‘에어제로’, 울산과학기술원(UNIST) 테스트 검증

    DFS 기술 탑재 공기살균기 ‘에어제로’, 울산과학기술원(UNIST) 테스트 검증

    헬스웨이 공식인증 한국서비스센터인 퓨어웨이(대표 이요셉)의 ‘에어제로’가 높은 바이러스 제거 효과를 검증 받았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장재성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에서 진행한 이번 실험은 전기장을 이용해 공기 중 1㎛(마이크로미터, 0.001mm) 이하의 바이러스까지도 99% 이상 정확하고 신속하게 채집하고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한 결과이다. 장 교수는 “‘에어제로’의 공기 중 바이러스 제거 효율성 실험은 지난해 10월 의뢰를 받아 올 2월 초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바이러스229E(알파)를 사용했다”며 “그 결과 평균 99%이상의 물리적 제거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한편 ‘에어제로’는 미 국방부가 세균전에 대비해 실내공기살균청정기술업체인 미국 헬스웨이사와 1991년 공동 연구해 개발한 공기정화기술(DFS: Disinfecting Filtration System)을 핵심필터로 접목한 가정용 공기살균청정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자치광장] 국가 경쟁력 높이는 지방정부/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자치광장] 국가 경쟁력 높이는 지방정부/성장현 서울 용산구청장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지난 한 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한국의 우수성을 알린 것은 ‘K방역’만이 아니다. 영화와 음악, 다양한 문화 콘텐츠도 한 축을 담당했다. 지방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화와 지방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글로컬리제이션 시대에 서울 용산구의 노력도 빛났다. 외교권이 없는 지방정부라고 할지라도 진심을 다하면 못할 것이 없음을 증명했다. 지난해 11월 용산구는 전북대와 ‘한옥 세계화를 위한 건축 한류 공동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다. 또 베트남 퀴논시에 한옥 건축물도 세우기로 했다. 우리나라 건축 양식인 한옥의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에서다. 앞서 용산구와 퀴논시의 25년 우정은 많은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용산구가 연결고리가 돼 베트남에 19만㎡ 규모의 아시아우호재단 교육공무원 연수 부지를 무상 제공받았으며 기초 지방정부 수장으로서 베트남 주석의 우호 훈장을 받은 최초의 역사를 쓰기도 했다. 굵직한 국가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역할은 중요하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나 영국 런던 하이드파크와 견주며 용산 지도를 바꿀 용산공원만 해도 부지오염 정화작업, 공원 내 잔류시설 최소화 등 온전한 국가공원으로 조성되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관할 자치구로서 용산구는 이미 많은 것을 준비해 왔다. 특히 지난 10년간 이 땅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찾고 기록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용산의 역사를 찾아서:AD 97~1953’에 이어 최근에 발간한 ‘6·25전쟁과 용산기지’까지 총 3권의 책에 용산기지 역사를 담았다. 한미 외교 차원의 민감한 문제인 공원 내 잔류시설 이전을 위해 모든 상황을 고려한 방안을 강구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우리의 끈질긴 노력으로 2019년 한미연합사의 평택 이전이 결정됐고 미대사관 직원 숙소 150가구도 공원 밖 아세아아파트 특별계획구역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지역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방정부이기에 가능했던 발상의 전환, 중앙정부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기면서 지역을 넘어 국가경쟁력을 높여 왔다. 지방 분권이 보다 더 강화돼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이미래·모랄레스 PBA 첫 ‘퍼펙트 큐’ 합작‥ TS·JDX, PBA 플레이오프 먼저 1승

    이미래·모랄레스 PBA 첫 ‘퍼펙트 큐’ 합작‥ TS·JDX, PBA 플레이오프 먼저 1승

    프로당구(PBA) TS·JDX가 팀리그 사상 첫 승부치기 끝에 SK렌터카를 제압하고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먼저 가져갔다.정규리그를 3위로 마친 뒤 전날 준PO(3전2선승제)에서 4위 크라운해태를 2-0으로 제치고 PO에 나선 TS·JDX는 18일 경기 고양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열린 PBA 팀리그 플레이오프(6전4선승제) 1차전에서 세트 3-3으로 비긴 뒤 처음 열린 승부치기에서 8-7로 SK렌터카를 따돌렸다. 그러나 ‘상위팀 1승 어드밴티지’ 규정에 따라 두 팀간 전적은 1-1이 됐다. 6세트로 이루어진 팀 경기에서 TS의 정경섭은 김병호와 함께 나선 1세트 남자복식에서 에디 레펜스·강동궁을 상대로 막판 5점 하이런을 몰아쳐 1세트를 15-13으로 먼저 따냈다. 그러나 여자단식에서 이미래가 임정숙에게 2점짜리 뱅크샷을 얻어맞고 6-11으로 져 승부는 원점을 돌아갔다. 이어진 첫 남자단식인 3세트에서 SK 레펜스는 올 시즌 세 번째 맞대결을 벌인 카시도코스타스에게 15-12로 세 번째 패배를 안기며 ‘천적’임을 확인시키면서 승부의 균형을 깼다.스카치더블 방식으로 펼쳐진 혼합복식에서는 PBA 사상 첫 ‘퍼펙트 큐(한 이닝 연속 15득점 영봉승)’가 나왔다. TS·JDX의 이미래는 모랄레스와 호흡을 맞춰 두 이닝째에 고상운·김보미 조를 0점에 묶어놓고 10분만에 15점을 몰아쳐 대기록의 첫 주인공이 됐다. 개인전인 PBA 투어와는 달리 1000만원의 시상금은 없었지만 15-0으로 다시 2-2의 균형을 맞춘 TS·JDX는 남은 남자복식 두 세트에서 SK렌터카와 모랄레스와 강동궁이 한 세트씩을 주고 받으며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해 팀리그 첫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SK렌터카 김형곤이 선공에 나서 공타로 돌아선 뒤 모랄레스가 4점을 한꺼번에 내면서 사실상 승부는 갈렸다. 두 번째 주자 레펜스가 5연속 득점으로 잠시 리드를 잡았지만 이미래가 2득점으로 리드를 빼앗았다. TS·JDX는 상대 고상운과 강동궁이 잇달아 공타로 돌아선 뒤 김남수와 카시도코스타스가 각 1점을 보태 8-5로 승리에 한 발만을 남겼다. SK렌터카의 마지막 주자 김보미가 2점으로 분전했지만 석 점째를 노리고 크게 테이블을 돌아온 흰색 공이 회전을 멈추지 않은 채 빨간공 앞에서 멈춰서면서 8-7로 TS·JDX의 승리가 그대로 확정됐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1987년, 단일화 간절함에 부르르” …‘나와 백기완’ 정치인들의 추모법

    “1987년, 단일화 간절함에 부르르” …‘나와 백기완’ 정치인들의 추모법

    민중운동과 통일운동의 살아있는 역사였던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15일 별세한 후 역사의 일부를 함께한 정치인들의 추모가 쏟아지고 있다. 그들의 사연 있는 추모에는 과거의 백 소장이 뚜렷했지만 마지막 백 소장의 모습은 희미했다. 백 소장이 1980~90년대 반독재 민주화 투쟁과 통일운동의 전면에 서고 학생들과 노동자들의 요구로 대선후보로도 나섰기 때문에 당시 학생운동을 이끌던 정치인들의 추모에는 그때의 이야기가 주로 담겼다.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민주당 한 의원은 16일 통화에서 “선생님은 대학을 돌아다니시면서 대중강연을 정말 많이하셨다”며 “그때 강연을 듣고 나면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대학생으로서 정의로운 길을 어떻게 갈 것인지 한 줄기 빛을 보는 심정이었다. 그때의 경험이 있던 많은 의원들이 추모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인영 “1987년 전대협 출범 때 강연 잊지 못해” 실제 86그룹의 리더이자 1기 전대협 초대 의장을 지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전날 빈소를 직접 조문한 뒤 “1987년 전대협이 출범할 때 그 자리에 오셔서 강연해 주셨는데,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게 들린다”며 “선생님 영전에 마음속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장산곶매로 부활하셔서 평화와 통일로 가는 우리 겨레의 앞날에 길잡이가 되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추모했다.백 소장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열린 13대 대통령 선거에 학생·노동자·민중의 요구를 받아 독자 민중후보로 출마한 후 김영삼·김대중 후보의 단일화를 호소하며 사퇴했다. ●‘···옥색치마 휘날리며’ 읽고 편지 부친 송영길 고등학교 3학년 때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라는 책을 읽고 편지를 백 소장께 부쳤다는 송영길 의원은 “1987년 겨울, 대학로에서 뵈었던 선생님의 모습은 35년의 시간을 훌쩍 건넌 지금도 여전히 생생하다. 대통령 직선제를 되찾은 후 맞는 첫 선거에서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선생님은 양김의 단일화를 목이 쉬도록 주장하셨다”며 “노여움과 간절함, 절박감에 부르르 떨리던 사자후를 기억한다. 그러다 목이 메이면 한동안 침묵으로 청중들의 소름을 돋게하던 그 절망스런 표정을…. 저는 잊을 수 없다”고 적었다. 김원이 의원도 1987년 대학교 1학년 시절 백 소장을 댁에서 직접 만난 이야기를 꺼내며 “1987년 대통령 선거. 열정과 건강한 몸 하나만으로 백기완 선생님을 도와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결국 불출마를 선언하셨지만...”이라며 고인을 기렸다.백 소장은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에도 민중후보로 추대된 바 있다. 1991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지낸 허영 의원은 “온몸으로 민중해방의 길을 걸어오셨다”며 “제가 뽑은 제 생애 첫 대통령이셨다”고 했다. 1994년 성균관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박용진 의원은 “오늘 아침 그분의 선거운동원으로 뛰었던 92년 대선의 겨울과 노동자 민중의 정치적 각성을 호소하던 명연설들의 장면이 떠올랐다”며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조희연 “늘 야단 맞을까봐 조마조마” 86그룹의 선배 세대인 서울대 77학번인 유기홍 의원은 “백기완 선생을 처음 본 건 1978년 4월 성공회 서울성당에서”라면서 “‘제1회 민족문학의 밤’ 행사에서 시를 힘차게 낭송하던 청년 백기완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제가 의장을 맡았던 민청련, 한청협에서 지도위원을 역임하는 등 함께 활동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저는 백 선생님과 대화를 할 때면, 언제나 ‘야단 맞을까봐’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며 “왜냐하면 우리말을 제대로 쓸 줄 모르고 미국말을 한국말처럼 사용한다고 매번 주의를 받고 때로는 야단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핸드폰이라는 말이 나오면 왜 손전화라고 하지 않느냐고 야단치시고, ‘화이팅’ 하면 ‘아자아자’ 또는 ‘지화자’라고 말하라 야단치셨다”고 설명했다. 백 소장은 1986년 ‘권인숙 부천 성고문 진상 폭로 대회’를 주도한 혐의로도 체포된 바 있다. 당사자인 권인숙 의원은 “부천서 성고문 사건규탄대회를 여시려다 감옥에 갇히시기도 했다”며 “80년대 말 몇 번 뵙고 제 결혼식에도 오셨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가깝게 안부를 묻지 못하고 지냈다”고 고인과의 인연을 꺼내놨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경험한 사람 중 가장 특별한 연설능력을 가지신 분이셨다”며 “논리력, 선동력, 이야기하듯 엮어내는 구수한 문장력과 멋진 목소리가 엄청난 조화를 이루었고 87년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왔을 때 많은 지지자와 함성을 모으셨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권영길 “백기완은 혁명을 꿈꾸는 로맨티스트”1997년 2002년 2007년 진보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며 백 소장의 뒤를 이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대표는 “저는 백기완 선생님을 혁명을 꿈꾸는 로맨티스트라고 늘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선생님은 자본주의의 지배로 소외되고 탄압받고 하는 민중들을 고통해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큰 사상을 갖고 있고 그것을 몸으로 거리에서 실천해온 분”이라며 “그래서 단순히 민주화 운동가다. 단순한 통일운동가라고 하는 건 백기완 선생님에게 너무 폭 좁은 그런 예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소장의 별세한 후 민주화와 통일운동에 주목한 추모가 계속되자 마지막까지 진보운동을 함께한 권 전 대표가 이렇게 말한 것이다. 권 전 대표는 “이제 길거리로 쫓겨나서 생존권 투쟁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을 누구에게 기댈 것인가.. 이런 걱정이 먼저 앞선다”며 “노동자, 농민, 힘없는 사람들의 버팀목인 백 선생님께서 가셨으니 이걸 어떻게 하느냐는 슬픔과 걱정이 태산같이 밀려온다”고도 했다.정의당 의원들은 진보정치의 맥락을 담아 고인을 추모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역사가 곧 자기의 거울이라며 빗으로 머리를 빗는 것조차 삼갔던 꼿꼿한 혁명가의 의기를 기억한다”며 “수많은 진보 정치인, 운동가, 지식인들이 선생의 둥지에서 태어나 진보정당의 초석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초들이 생존을 다투는 현장에는 늘 선생님이 계셨다”며 “백기완 선생님은 민중들의 광장을 지키는 하얀 수호신이셨다”고 덧붙였다. 이은주 의원은 “전설 속의 선생님이 내 삶 속으로 들어오신 건, 내가 지하철노동자가 되었을 때부터였다”며 “내가 나갔던 모든 투쟁의 현장에 검은 두루마기, 흰 민복의 회오리 머리칼을 휘날리며 선생님은 항상 그곳에 계셨다. 언제까지나 늘 그곳에 계실 거라 생각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진보정치 3세대 장혜영, 다시 읊는 ‘묏비나리’ 진보정치 3세대로 불리는 장혜영 의원은 20년 전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리프트가 추락한 후 장애인들이 벌인 이동권 투쟁을 백 소장의 ‘묏비나리’ 시에 비유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는 “맨 첫발. 딱 한발 떼기에 목숨을 걸어라. ‘임을 위한 행진곡’의 모태가 되는 선생의 시, 묏비나리의 첫 두 줄”이라며 “늘 삶의 모순을 드러내는 싸움의 현장에 계시던 백기완 선생을 다시금 추모한다. 그리고 맨 첫발, 딱 한발 떼기에 목숨을 거는 그런 정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美선 벌금 1000억원인데 韓선 ‘푼돈 과태료’… 자금세탁방지법 있으나 마나”

    자금세탁방지법 표창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으로 내부에서 추천해 ‘깜깜이 선발’을 한다는 얘기다. 민 의원은 “금융위원장 표창은 개인을 넘어 금융기관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들에겐 표창을 주지 않는 방식의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과태료 산정 기준도 주먹구구식인 데다 징계액도 미미해 ‘안 지켜도 되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U 제재 현황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징계액이 천편일률적으로 240만원이다. 신한은행(67건·1억원)만 건당 약 149만원이고 삼성카드(2건·480만원), 우리카드(21건·5040만원), 동양생명(19건·4560만원), 농협생명(14건·3360만원) 등은 모두 건당 240만원이다.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소 37만원에서 최대 84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11건·410만원)이 건당 약 37만원으로 가장 적었고 농협은행(21건·1760만원)이 건당 약 8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대 6000만원,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900만원, 의심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1800만원이다. FIU 관계자는 “고의성, 피해 규모 등을 따져 건별 과태료를 정한다”고 밝혔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FIU 입맛대로 건당 징계액이 산정된다”고 맞받았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미국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금융기관에 1000억원대 벌금을 부과하는데 우리는 많아야 고작 240만원”이라며 “금융기관엔 푼돈 수준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제재인 과태료는 소액 부과로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부과하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단독] ‘자금세탁’ 美 벌금 1000억원… 韓 ‘푼돈 과태료’

    [단독] ‘자금세탁’ 美 벌금 1000억원… 韓 ‘푼돈 과태료’

    신한은행·우리카드 업계 최고 징계액담당 책임자들에게 ‘금융위원장 표창’ 최고 과태료 240만원·포상규정 깜깜이일각 “개인표창·기관제재 동일시 안돼”금융위원회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업계 최다 징계액을 받은 은행·카드사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에게 ‘자금세탁 방지를 잘했다’며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세탁방지법이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이나 됐지만 자금세탁방지 공로자에게 주는 포상 관련 규정조차 없다. 징계액도 고무줄 잣대로 들쑥날쑥하고 건당 최대 240만원에 그쳐 ‘무늬만 자금세탁방지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서울신문 취재와 국회 정무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금융기관 제재 현황’을 종합하면 지난해 신한은행과 우리카드는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FIU로부터 각각 동종업계 최고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신한은행은 고객확인의무 위반 67건으로 1억원을, 우리카드는 고객확인의무 위반 21건으로 5040만원을 징계받았다. 그런데도 FIU는 신한은행과 우리카드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을 자금세탁방지 공로자로 선정해 지난해 ‘자금세탁방지의 날’(11월 28일)에 금융위원장 표창을 줬다. 자금세탁방지법은 2001년 도입됐다. 금융기관들은 계좌 등의 실소유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고객확인의무, 1000만원 이상 고액거래는 30일 안에 FIU에 보고해야 하는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의심거래보고의무와 같은 세 가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위는 FIU 설립일을 자금세탁방지의 날로 지정하고 2007년 이후 매년 유공기관과 유공자 표창을 해오고 있다. 일각에선 개인 표창과 기관 제재를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징계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는 검토 과정에서 걸러냈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직 FIU 출신 한 인사는 “금융기관 제재 내용은 자금세탁방지의 날 이전에 FIU 내에서 논의된다”며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책임자들이 표창을 받은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선 “징계받은 곳도 잘한다며 할당식으로 상을 주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상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표창 업무 지침에 따라 선발한다”고 했다. FIU 관계자는 “표창 관련 내부 규정 같은 건 따로 없고 FIU 내 각 부서에 추천을 요청해 수상 대상자를 찾는다”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법 표창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으로 내부에서 추천해 ‘깜깜이 선발’을 한다는 얘기다. 민 의원은 “금융위원장 표창은 개인을 넘어 금융기관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들에겐 표창을 주지 않는 방식의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과태료 산정 기준도 주먹구구식인 데다 징계액도 미미해 ‘안 지켜도 되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U 제재 현황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징계액이 천편일률적으로 240만원이다. 신한은행(67건·1억원)만 건당 약 149만원이고 삼성카드(2건·480만원), 우리카드(21건·5040만원), 동양생명(19건·4560만원), 농협생명(14건·3360만원) 등은 모두 건당 240만원이다.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소 37만원에서 최대 84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11건·410만원)이 건당 약 37만원으로 가장 적었고 농협은행(21건·1760만원)이 건당 약 8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대 6000만원,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900만원, 의심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1800만원이다. FIU 관계자는 “고의성, 피해 규모 등을 따져 건별 과태료를 정한다”고 밝혔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FIU 입맛대로 건당 징계액이 산정된다”고 맞받았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미국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금융기관에 1000억원대 벌금을 부과하는데 우리는 많아야 고작 240만원”이라며 “금융기관엔 푼돈 수준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제재인 과태료는 소액 부과로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부과하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단독] ‘자금세탁’ 美 벌금 1000억원… 韓 ‘푼돈 과태료’

    [단독] ‘자금세탁’ 美 벌금 1000억원… 韓 ‘푼돈 과태료’

    신한은행·우리카드 업계 최고 징계액담당 책임자들에게 ‘금융위원장 표창’ 최고 과태료 240만원·포상규정 깜깜이일각 “개인표창·기관제재 동일시 안돼”금융위원회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업계 최다 징계액을 받은 은행·카드사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에게 ‘자금세탁 방지를 잘했다’며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세탁방지법이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이나 됐지만 자금세탁방지 공로자에게 주는 포상 관련 규정조차 없다. 징계액도 고무줄 잣대로 들쑥날쑥하고 건당 최대 240만원에 그쳐 ‘무늬만 자금세탁방지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서울신문 취재와 국회 정무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금융기관 제재 현황’을 종합하면 지난해 신한은행과 우리카드는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FIU로부터 각각 동종업계 최고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신한은행은 고객확인의무 위반 67건으로 1억원을, 우리카드는 고객확인의무 위반 21건으로 5040만원을 징계받았다. 그런데도 FIU는 신한은행과 우리카드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을 자금세탁방지 공로자로 선정해 지난해 ‘자금세탁방지의 날’(11월 28일)에 금융위원장 표창을 줬다. 자금세탁방지법은 2001년 도입됐다. 금융기관들은 계좌 등의 실소유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고객확인의무, 1000만원 이상 고액거래는 30일 안에 FIU에 보고해야 하는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의심거래보고의무와 같은 세 가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위는 FIU 설립일을 자금세탁방지의 날로 지정하고 2007년 이후 매년 유공기관과 유공자 표창을 해오고 있다. 일각에선 개인 표창과 기관 제재를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징계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는 검토 과정에서 걸러냈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직 FIU 출신 한 인사는 “금융기관 제재 내용은 자금세탁방지의 날 이전에 FIU 내에서 논의된다”며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책임자들이 표창을 받은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선 “징계받은 곳도 잘한다며 할당식으로 상을 주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상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표창 업무 지침에 따라 선발한다”고 했다. FIU 관계자는 “표창 관련 내부 규정 같은 건 따로 없고 FIU 내 각 부서에 추천을 요청해 수상 대상자를 찾는다”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법 표창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으로 내부에서 추천해 ‘깜깜이 선발’을 한다는 얘기다. 민 의원은 “금융위원장 표창은 개인을 넘어 금융기관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들에겐 표창을 주지 않는 방식의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과태료 산정 기준도 주먹구구식인 데다 징계액도 미미해 ‘안 지켜도 되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U 제재 현황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징계액이 천편일률적으로 240만원이다. 신한은행(67건·1억원)만 건당 약 149만원이고 삼성카드(2건·480만원), 우리카드(21건·5040만원), 동양생명(19건·4560만원), 농협생명(14건·3360만원) 등은 모두 건당 240만원이다.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소 37만원에서 최대 84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11건·410만원)이 건당 약 37만원으로 가장 적었고 농협은행(21건·1760만원)이 건당 약 8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대 6000만원,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900만원, 의심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1800만원이다. FIU 관계자는 “고의성, 피해 규모 등을 따져 건별 과태료를 정한다”고 밝혔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FIU 입맛대로 건당 징계액이 산정된다”고 맞받았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미국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금융기관에 1000억원대 벌금을 부과하는데 우리는 많아야 고작 240만원”이라며 “금융기관엔 푼돈 수준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제재인 과태료는 소액 부과로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부과하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美선 벌금 1000억원인데 韓선 ‘푼돈 과태료’… 자금세탁방지법 있으나 마나”

    자금세탁방지법 표창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으로 내부에서 추천해 ‘깜깜이 선발’을 한다는 얘기다. 민 의원은 “금융위원장 표창은 개인을 넘어 금융기관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들에겐 표창을 주지 않는 방식의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과태료 산정 기준도 주먹구구식인 데다 징계액도 미미해 ‘안 지켜도 되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U 제재 현황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징계액이 천편일률적으로 240만원이다. 신한은행(67건·1억원)만 건당 약 149만원이고 삼성카드(2건·480만원), 우리카드(21건·5040만원), 동양생명(19건·4560만원), 농협생명(14건·3360만원) 등은 모두 건당 240만원이다.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소 37만원에서 최대 84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11건·410만원)이 건당 약 37만원으로 가장 적었고 농협은행(21건·1760만원)이 건당 약 8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대 6000만원,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900만원, 의심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1800만원이다. FIU 관계자는 “고의성, 피해 규모 등을 따져 건별 과태료를 정한다”고 밝혔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FIU 입맛대로 건당 징계액이 산정된다”고 맞받았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미국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금융기관에 1000억원대 벌금을 부과하는데 우리는 많아야 고작 240만원”이라며 “금융기관엔 푼돈 수준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제재인 과태료는 소액 부과로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부과하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단독] ‘자금세탁방지법’ 최다 위반 금융기관에 賞까지 줬다

    [단독] ‘자금세탁방지법’ 최다 위반 금융기관에 賞까지 줬다

    신한은행·우리카드 업계 최고 징계액담당 책임자들에게 ‘금융위원장 표창’ 최고 과태료 240만원·포상규정 깜깜이일각 “개인표창·기관제재 동일시 안돼”금융위원회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업계 최다 징계액을 받은 은행·카드사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에게 ‘자금세탁 방지를 잘했다’며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세탁방지법이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이나 됐지만 자금세탁방지 공로자에게 주는 포상 관련 규정조차 없다. 징계액도 고무줄 잣대로 들쑥날쑥하고 건당 최대 240만원에 그쳐 ‘무늬만 자금세탁방지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서울신문 취재와 국회 정무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금융기관 제재 현황’을 종합하면 지난해 신한은행과 우리카드는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FIU로부터 각각 동종업계 최고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신한은행은 고객확인의무 위반 67건으로 1억원을, 우리카드는 고객확인의무 위반 21건으로 5040만원을 징계받았다. 그런데도 FIU는 신한은행과 우리카드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을 자금세탁방지 공로자로 선정해 지난해 ‘자금세탁방지의 날’(11월 28일)에 금융위원장 표창을 줬다. 자금세탁방지법은 2001년 도입됐다. 금융기관들은 계좌 등의 실소유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고객확인의무, 1000만원 이상 고액거래는 30일 안에 FIU에 보고해야 하는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의심거래보고의무와 같은 세 가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위는 FIU 설립일을 자금세탁방지의 날로 지정하고 2007년 이후 매년 유공기관과 유공자 표창을 해오고 있다. 일각에선 개인 표창과 기관 제재를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징계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는 검토 과정에서 걸러냈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직 FIU 출신 한 인사는 “금융기관 제재 내용은 자금세탁방지의 날 이전에 FIU 내에서 논의된다”며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책임자들이 표창을 받은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선 “징계받은 곳도 잘한다며 할당식으로 상을 주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상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표창 업무 지침에 따라 선발한다”고 했다. FIU 관계자는 “표창 관련 내부 규정 같은 건 따로 없고 FIU 내 각 부서에 추천을 요청해 수상 대상자를 찾는다”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법 표창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으로 내부에서 추천해 ‘깜깜이 선발’을 한다는 얘기다. 민 의원은 “금융위원장 표창은 개인을 넘어 금융기관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들에겐 표창을 주지 않는 방식의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과태료 산정 기준도 주먹구구식인 데다 징계액도 미미해 ‘안 지켜도 되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U 제재 현황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징계액이 천편일률적으로 240만원이다. 신한은행(67건·1억원)만 건당 약 149만원이고 삼성카드(2건·480만원), 우리카드(21건·5040만원), 동양생명(19건·4560만원), 농협생명(14건·3360만원) 등은 모두 건당 240만원이다.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소 37만원에서 최대 84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11건·410만원)이 건당 약 37만원으로 가장 적었고 농협은행(21건·1760만원)이 건당 약 8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대 6000만원,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900만원, 의심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1800만원이다. FIU 관계자는 “고의성, 피해 규모 등을 따져 건별 과태료를 정한다”고 밝혔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FIU 입맛대로 건당 징계액이 산정된다”고 맞받았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미국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금융기관에 1000억원대 벌금을 부과하는데 우리는 많아야 고작 240만원”이라며 “금융기관엔 푼돈 수준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제재인 과태료는 소액 부과로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부과하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단독]‘자금세탁방지법’ 최다 위반 금융기관에 賞까지 줬다

    [단독]‘자금세탁방지법’ 최다 위반 금융기관에 賞까지 줬다

    법 도입 20년... 금융위 ‘고무줄 상벌’ 신한은행.우리카드 업계 최고 징계액해당기관 직원들 금융위원장 표창 받아위반 건당 최고 과태료 고작 240만원포상 규정도 ‘깜깜이’... 입맛대로 뽑아 금융위원회가 일명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업계 최다 징계액을 받은 은행·카드사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에게 ‘자금세탁 방지를 잘했다’며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금세탁방지법이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이나 됐지만 자금세탁방지 공로자에게 주는 포상 관련 규정조차 없다. 징계액도 고무줄 잣대로 들쑥날쑥하고 건당 최대 240만원에 그쳐 ‘무늬만 자금세탁방지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15일 서울신문 취재와 국회 정무위원회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금융기관 제재 현황’을 종합하면 지난해 신한은행과 우리카드는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FIU로부터 각각 동종업계 최고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신한은행은 고객확인의무 위반 67건으로 1억원을, 우리카드는 고객확인의무 위반 21건으로 5040만원을 징계받았다. 그런데도 FIU는 신한은행과 우리카드의 자금세탁방지 담당 책임자들을 자금세탁방지 공로자로 선정해 지난해 ‘자금세탁방지의 날’(11월 28일)에 금융위원장 표창을 줬다. 자금세탁방지법은 2001년 도입됐다. 금융기관들은 계좌 등의 실소유주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고객확인의무, 1000만원 이상 고액거래는 30일 안에 FIU에 보고해야 하는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의심거래보고의무와 같은 세 가지 의무를 지켜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위는 FIU 설립일을 자금세탁방지의 날로 지정하고 2007년 이후 매년 유공기관과 유공자 표창을 해오고 있다. 일각에선 개인 표창과 기관 제재를 동일시하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징계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는 검토 과정에서 걸러냈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전직 FIU 출신 한 인사는 “금융기관 제재 내용은 자금세탁방지의 날 이전에 FIU 내에서 논의된다”며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책임자들이 표창을 받은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금융권에선 “징계받은 곳도 잘한다며 할당식으로 상을 주는 것 같은데, 이게 무슨 상이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표창 업무 지침에 따라 선발한다”고 했다. FIU 관계자는 “표창 관련 내부 규정 같은 건 따로 없고 FIU 내 각 부서에 추천을 요청해 수상 대상자를 찾는다”고 밝혔다. 자금세탁방지법 표창 규정이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고 알음알음으로 내부에서 추천해 ‘깜깜이 선발’을 한다는 얘기다. 민 의원은 “금융위원장 표창은 개인을 넘어 금융기관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면서 “제재받은 금융기관의 자금세탁방지 담당자들에겐 표창을 주지 않는 방식의 공정한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금세탁방지법 위반 과태료 산정 기준도 주먹구구식인 데다 징계액도 미미해 ‘안 지켜도 되는 법’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FIU 제재 현황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징계액이 천편일률적으로 240만원이다. 신한은행(67건·1억원)만 건당 약 149만원이고 삼성카드(2건·480만원), 우리카드(21건·5040만원), 동양생명(19건·4560만원), 농협생명(14건·3360만원) 등은 모두 건당 240만원이다.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소 37만원에서 최대 84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11건·410만원)이 건당 약 37만원으로 가장 적었고 농협은행(21건·1760만원)이 건당 약 8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고객확인의무 위반 과태료는 건당 최대 6000만원, 고액현금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900만원, 의심거래보고의무 위반은 건당 최대 1800만원이다. FIU 관계자는 “고의성, 피해 규모 등을 따져 건별 과태료를 정한다”고 밝혔지만 금융권 관계자들은 “FIU 입맛대로 건당 징계액이 산정된다”고 맞받았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미국은 자금세탁방지법 위반으로 금융기관에 1000억원대 벌금을 부과하는데 우리는 많아야 고작 240만원”이라며 “금융기관엔 푼돈 수준이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제재인 과태료는 소액 부과로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위법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부과하는 과징금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라’던 백기완 선생”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라’던 백기완 선생”

    “나는 한 마디로 소개하면 됩니다. 나는 내 눈앞에서 마음에 안들면은 그냥 놔두지 않았어.” 2019년 3월 13일. 그의 마지막 저서가 된 ‘버선발 이야기’의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1950년대부터 농민·빈민·통일·민주화운동에 매진한 그의 평생은 부조리에는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15일 투병 끝 별세한 그를 수많은 여성 정치인들도 기렸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천서 성고문 사건규탄대회를 여시려다 감옥에 갇히시기도 했다”며 “제가 경험한 사람 중 가장 특별한 연설능력을 가지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백 소장은 권 의원이 성고문 피해를 입었던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 규탄대회’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 일을 회상하며 권 의원은 “논리력, 선동력, 이야기하듯 엮어내는 구수한 문장력과 멋진 목소리가 엄청난 조화를 이루었고 87년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왔을 때 많은 지지자와 함성을 모으셨다”며 조의를 표했다. 선생의 뒤를 이어 진보진영의 대선 후보로 나섰던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그의 뜻을 기렸다. 심 의원은 페이스북에 “심상정이, 비틀거리지 말고 똑바로 가. 이 썩어 문드러진 세상, 뒤집어엎어버리란 말이야!”라던 선생의 생전 호령을 적었다. 이어 “수많은 진보 정치인, 운동가, 지식인들이 선생의 둥지에서 태어나 진보정당의 초석이 되었다”고 썼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전직 이사장을 지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요시위에 나섰던 백 소장의 모습을 기억했다. 그는 “수요시위에 참석하시고 김복동 할머니 떠나시던 날 빈소에 들러 할머니 명복 빌어주시며 함께 해주시던 모습들, 가슴에 찡하게 남아있다”며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래서 너도 나도 잘 살되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했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는 대학로에 있는 통일문제연구소에 들렀던 기억을 소환했다. 박 후보는 “저에게 ‘시원시원하고 단호해서 좋다’고 하셨던 선생님. 참 고생 많으셨습니다”라며 “선생님 영전에 ‘임을 위한 행진곡’ 원작시를 바칩니다”라고 썼다.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 원작자가 백 소장이다. 선생의 맏딸 백원담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는 1979년 선생이 출간한 책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를 언급했다. 책에서 선생은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말을 타고 달리는 고구려의 여성상을 예로 들며 현모양처의 허상과 수동적 역할을 벗고 역사의 전면에 나서는 여성이 될 것을 강조했다. 백 교수는 “1979년 딸에게 주는 편지를 책으로 엮어 평생을 살아가는 길라잡이를 일러주셨다”며 “예순 두 해 동안 아버님과 맏딸로, 사회운동의 선후배로, 끊임없는 긴장의 일상이 쉽지 않았지만 더없이 빛나고 참으로 벅찬 세월이었다”고 말했다. 2019년 그날의 간담회에서 선생은 자기 소개에 이어 별안간 ‘미투’ 이야기를 꺼냈다. 소싯적 술을 먹다가도, 여성 옆에서 추태를 부리려는 남성들에 대한 일갈이었다. “‘야, 이 자식아. 술 먹고 술에 취하지. 왜 여성이라고 하는 특수한 사람에 취하려고 그래. 집어치워, 인마.’ 말 안들으면 술상 뒤집어 엎고 그랬어. 내가 그런 것도 실천인 줄 알았다니까. 내 젊은 날에 그랬어.” 젠더연구소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미술과 문학의 ‘브로맨스’… 암울한 시대 예술로 허기를 채우다

    미술과 문학의 ‘브로맨스’… 암울한 시대 예술로 허기를 채우다

    화가 구본웅이 그린 단짝 친구 시인 이상화가가 되고 싶었던 이상이 그린 삽화들 예술적 동지로 교류한 김용준과 이태준 일제강점·해방기 문학·미술인 관계 조명날카롭게 빛나는 눈, 창백한 낯빛, 파이프 담배를 문 선홍색 입술. 강렬한 색채 대비와 자유로운 필치가 인상적인 화가 구본웅의 대표작 ‘친구의 초상’(1935)이다. 그림 속 주인공은 동네 단짝 친구 시인 이상이다. 이상의 작품에도 구본웅이 등장한다. 소설 ‘봉별기’에서 ‘나와 농(弄)하는 친구’로 묘사한 ‘화우 K군’이 그다. 차분히 아래로 향한 시선과 단정한 입매, 우수 어린 표정. 근원 김용준이 1928년에 그린 근대 대표 소설의 대가 상허 이태준의 청년 시절 모습이다. 이태준은 미술학도를 꿈꿨을 정도로 그림에 관심이 많았고, 화가 김용준은 ‘근원수필’을 펴내는 등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다. 일본 유학 시기에 만난 두 사람은 평생 절친한 친구이자 예술적 동지로 자극과 영감을 주고받았다. 서양화를 그리던 김용준이 한국화로 전향한 배경도 전통의 아름다움을 예찬한 이태준의 영향이었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시대에도 이들이 있었기에 예술은 빈곤하지 않았다. 식민지 지식인의 비애와 고뇌를 무겁게 짊어진 채 시대정신을 공유하며, 새로운 길을 탐색하는 문인과 화가들의 끈끈한 교유와 창조적인 교감은 어둠을 밀어내는 한 줄기 빛처럼 척박한 토양에서도 풍요로운 예술을 꽃피웠다. 국립현대미술관이 덕수궁에서 열고 있는 기획전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는 이처럼 일제강점기와 해방의 시기에 문학과 미술의 특별했던 관계를 조명한다. 미술 작품 140여점과 서지 자료 200여점을 펼치는 방대한 규모다. 전시는 1930년대 글과 그림을 넘나드는 융합형 예술가들의 실험적 시도를 살펴보는 ‘전위와 융합’, 1920~1940년대 문인과 화가의 만남을 매개한 신문소설과 책에 집중한 ‘지상(紙上)의 미술관’, 예술가들의 남달랐던 우정에 주목한 ‘이인행각’, 그리고 화가이면서 글솜씨도 탁월했던 작가들을 소개하는 ‘화가의 글·그림’으로 짜여졌다. 각각의 전시 공간을 주제에 맞게 구성한 노력이 돋보인다. 이를테면 ‘전위와 융합’ 전시실은 1934년 이상이 경성 종로에 열었던 다방 ‘제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이곳에서 박태원, 김기림 등 문인과 구본웅, 길진섭, 김환기 등 화가들은 문학과 미술, 음악과 영화에 대한 담론을 펼쳤다.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지상의 미술관’이다. 그림은 한 점도 없고, 진열대에 신문 자료와 책들이 빼곡하다. 도서관 같은 풍경이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라는 전시 주제를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이다. 신문소설의 삽화, 문인과 화가의 공동 작업인 화문(畵文), 아름다운 장정이 매혹적인 책들의 원본을 감상할 수 있다. 원래 화가가 되고 싶었던 이상은 박태원이 ‘소설 구보씨의 일일’을 연재할 때 삽화를 그려 주었다. 시인 정지용은 화가 길진섭과 평양과 안동현 등을 돌며 ‘화문행각’을 연재했다. 신문소설과 화문은 이처럼 문인과 화가를 이어 주는 만남의 장이었다. 백석의 유일한 시집 ‘사슴’은 아무런 꾸밈이 없어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장정으로 꼽힌다.화가 이중섭이 그린 ‘시인 구상의 가족’(1955), 시인 김광균이 사무실에 걸어 뒀던 김환기의 ‘달밤’(1951) 등은 예술적 동지애로 서로를 보듬은 문인과 화가의 절절한 우정을 엿보게 한다. 문학 애호가였던 김환기는 여러 시인들과 교유했는데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구절에서 제목을 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는 캔버스 전체를 점으로 채우는 ‘전면점화’의 완성을 알린 작품으로 꼽힌다. 전시는 5월 30일까지.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재계 온라인 주총 ‘뉴노멀’로… 삼성전자 첫 생중계

    재계 온라인 주총 ‘뉴노멀’로… 삼성전자 첫 생중계

    코로나19의 여파가 여전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재계에 온라인 주주총회가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중순에 열리는 주주총회를 오프라인 개최하는 동시에 온라인에서도 생중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를 지난해 도입했지만 주주총회를 중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준법감시위가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온라인 주주총회를 병행할 것을 권고했는데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개인들이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동학개미 운동’이 벌어지며 2019년 연말에 56만명이었던 삼성전자의 주주가 2020년 연말에는 215만명으로 급증한 것도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자동차와 SK도 올해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최근 주주 권리 보장을 위해 주주총회를 온라인과 병행해 열어달라고 현대차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상장사에 공문을 보냈는데 현대차로부터 온라인으로도 진행하겠단 답변을 받았다. SK하이닉스에서는 ‘온라인 병행 방식을 세부 검토중’이라고 회신했다. SK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온라인 주주총회를 했던 SK텔레콤은 올해도 이를 유지한다”면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에도 이를 적용할지 여부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올해부터 13개 상장사에 모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계열사 중 롯데하이마트만 전자투표제를 실시했던 롯데는 올해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등으로 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네이버도 올해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 전자투표제는 2010년에 생긴 제도이지만 특정 세력이 ‘악의적 루머’를 퍼트려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주요 기업들의 참여가 미진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비대면 방식인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늘어났다. 올해는 환경·사회와 더불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 기업들처럼 온라인으로만 주주총회를 해도 된다는 현행법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아직 오프라인과 온라인 중계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기업들이 주주들과 소통을 활발히 하려 노력하는 것이기에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다만 온라인 주주총회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기술적 문제나 온라인 접근이 어려운 고령자에 대한 배려 등 시행착오를 겪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재계 ‘뉴노멀’로 자리잡는 온라인 주총…‘동학개미’ 권리 강화된다

    재계 ‘뉴노멀’로 자리잡는 온라인 주총…‘동학개미’ 권리 강화된다

    코로나19의 여파가 여전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재계에 온라인 주주총회가 ‘뉴노멀’로 자리잡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다음달 중순에 열리는 주주총회를 오프라인 개최하는 동시에 온라인에서도 생중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를 지난해 도입했지만 주주총회를 중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준법감시위가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온라인 주주총회를 병행할 것을 권고했는데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개인들이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하는 ‘동학개미 운동’이 벌어지며 2019년 연말에 56만명이었던 삼성전자의 주주가 2020년 연말에는 215만명으로 급증한 것도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현대자동차와 SK도 올해 주주총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최근 주주 권리 보장을 위해 주주총회를 온라인과 병행해 열어달라고 현대차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상장사에 공문을 보냈는데 현대차로부터 온라인으로도 진행하겠단 답변을 받았다. SK하이닉스에서는 ‘온라인 병행 방식을 세부 검토중’이라고 회신했다. SK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온라인 주주총회를 했던 SK텔레콤은 올해도 이를 유지한다”면서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에도 이를 적용할지 여부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올해부터 13개 상장사에 모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계열사 중 롯데하이마트만 전자투표제를 실시했던 롯데는 올해 롯데제과와 롯데쇼핑 등으로 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네이버도 올해 처음으로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전자투표제는 2010년에 생긴 제도이지만 특정 세력이 ‘악의적 루머’를 퍼트려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주요 기업들의 참여가 미진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비대면 방식인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늘어났다. 올해는 환경·사회와 더불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소액 주주들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다만 우리나라는 미국 기업들처럼 온라인으로만 주주총회를 해도 된다는 현행법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아직 오프라인과 온라인 중계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기업들이 주주들과 소통을 활발히 하려 노력하는 것이기에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다만 온라인 주주총회가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기술적 문제나 온라인 접근이 어려운 고령자에 대한 배려 등 시행착오를 겪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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