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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써 두 번째…굶주린 러시아 식인곰 습격에 야영객 참혹사

    벌써 두 번째…굶주린 러시아 식인곰 습격에 야영객 참혹사

    러시아에서 야생곰이 사람을 잡아먹는 끔찍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28일 현지 매체 베스티는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 예르가키국립공원에서 야생곰 습격사건이 발생해 1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27일 밤 공원 산책로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묵은 야영객 4명은 28일 아침 6시쯤 짐을 정리하다 변을 당했다. 텐트를 덮친 야생곰은 야영객 중 한 명인 예브게니 스타코프(42)를 물어뜯고 훼손했다. 공포에 질린 나머지 야영객은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도망쳤다. 안톤 셸쿠노프(42)는 “텐트에서 하룻밤을 자고 배낭을 싸고 있었다. 그러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6m 앞에 침을 뚝뚝 흘리는 거대 야생곰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야생곰은 포효하며 야영객에게 달려들었다. 셸쿠노프와 예브게니 도브로드니(33), 파벨 젬추고프(32)는 간신히 몸을 피했지만, 모스크바에서 온 관광객 스타코프는 야생곰에게 붙잡혔다.셸쿠노프는 “50m 정도 산을 올라가 겨우 곰을 따돌렸는데, 아래를 내려다보니 곰이 스타코프를 잡아먹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끔찍한 사고를 겪은 야영객들은 맨발로 7시간을 걸어가 공원에 설치된 경보기를 울려 도움을 청했다. 공원 관계자는 “야영객들이 직접 사고를 신고했다. 하지만 폭우 등 기상악화로 헬기가 현장에 접근하지 못해 아직 시신은 수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원 야생동물관리과 세르게이 구쉬친은 “사고 현장은 산등성이 호수 주변이라 접근이 어려운 장소”라고 부연했다. 예르가키국립공원에서 야생곰 습격으로 사람이 죽은 건 올 여름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지난 달 21일에도 굶주린 야생곰이 16살 산악가이드를 잡아먹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곰은 사건 이틀 만에 사살됐다.당시 공원 관계자는 산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한 곰이 굶주림에 시달리다 마침 공식 경로가 아닌 지름길을 통해 나타난 가이드를 공격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는 “야영객들이 소지한 음식 냄새가 야생곰을 유인했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놨다. 잇단 야생곰 습격 사건에 공원 측은 루트를 일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28일 예르가키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생태 산책로 일부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등산로를 통한 입산을 오는 11월 1일까지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시베리아 동부에 서식하는 시베리아불곰(동시베리아불곰, 학명 Ursus arctos collaris)은 유럽불곰(유라시아불곰)보다 사람에게 더 공격적이다. 육식 비중도 높다. 유럽불곰보다는 크고 캄카차불곰보다는 작다고 하나, 수컷 성체 두개골은 최대 43㎝로 캄차카불곰보다 큰 경우가 많다.
  • 가슴 답답하고 한 달 이상 ‘콜록콜록’… 천식 의심하세요

    가슴 답답하고 한 달 이상 ‘콜록콜록’… 천식 의심하세요

    천식은 봄철에 유독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가루가 날리고 미세먼지와 황사 또한 심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절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나무나 풀이 있기 때문에 천식은 ‘봄철’이 아닌 ‘계절적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진드기나 반려동물 털, 바퀴벌레처럼 계절과 연관 없는 천식 원인 물질도 있다. ●알레르기에 의해 기관지에 염증 발생 천식은 알레르기에 의한 기관지의 염증으로 발생하는 병이다. 기관지는 코로 들이마신 공기를 폐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알레르기 원인 물질은 집먼지진드기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일반 가정의 80% 이상에서 검출된다. 이로 인해 기관지가 수축되면 공기가 지나가는 것을 막아 숨을 쉬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이재현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의 털과 비듬도 중요한 원인 물질”이라면서 “반려동물에 의한 천식인 경우 기본적으로 노출이 되지 않는 게 가장 좋고 키워야 한다면 철저한 공간 분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식은 호흡기 질환 중에서도 매우 흔한 만성질환으로 꼽힌다. 한번 발생하면 거의 평생 동안 괴로운 질병인 것이다. 전체 국민의 5~10%가 천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2018년 한 해 동안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보험통계를 보면 천식으로 인한 진료인원은 총 143만 8089명이었다. 어린 나이에 흔한 병이고 나이가 들어서 발생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알려져 있지만 성인이 돼서 새로 천식이 생기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특히 천식은 감기에 걸리거나 운동을 하면 증상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우선 천식 환자들은 감기에 걸린 후 처음 천식 증상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천식 환자들은 정상인에 비해 감기에 걸릴 가능성이 높으며 증상도 심할 뿐 아니라 천식 증상까지 악화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모든 천식 환자는 가을철에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좋다. 김상헌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기침을 오래 하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난다면 천식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외에도 감기를 앓고 나서 한 달 이상 기침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천식은 보통 쌕쌕거리는 소리보다 만성적인 기침이나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하는 경우에 더 흔하게 발견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운동 15분 전에 기관지확장제 꼭 흡입 운동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운동은 심폐기능과 근력을 강화시키지만 일부 천식 환자는 기관지 수축으로 인해 심한 호흡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천식을 잘 치료하고 있는 환자는 운동 15분 전에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하고 준비운동을 할 경우 천식 발작 예방이 가능하므로 운동을 피할 필요는 없다. 소아 환자는 체육 활동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친구들로부터 소외되는 경우도 있고, 운동은 성격 형성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므로 환자가 적극적으로 운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정신적·육체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일부지만 직업성 천식도 있다. 직장에서 노출되는 화학물질, 가스, 약품에 의해 생기는 경우다. 성인 천식 환자의 3~5%가 직업과 관련성이 있다고 추정된다. 가구나 자동차의 광택제, 옷감 염색에 쓰이는 반응성 염료, 전자공장에서 용접 시 발생하는 송진 연무 등이 직업성 천식의 유발물질이다. ●환자들 흡입기 사용 방법 정확히 몰라 천식의 진단은 폐활량으로 폐기능의 저하와 변화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방법은 알레르기의 원인물질을 찾아 이를 피하도록 하고, 기관지 염증을 다스리는 스테로이드, 좁아진 기관지를 넓혀 주는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기 형태로 흡입하는 약물을 사용한다. 흔히 흡입기라고 하는 약을 사용하는데 증상을 개선할 뿐 아니라 악화를 예방하고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천식 치료에 가장 먼저 추천되는 치료법이다. 그러나 많은 기관에서 폐기능검사를 시행하지 않아 천식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거나 흡입스테로이드 사용이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천식은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가 매우 중요한 질환”이라면서 “많은 환자들이 흡입기를 사용하면서도 사용 방법을 모르는 등 천식 악화의 예방 및 대처 방법에 익숙해져야 하는데도 이를 잘 모르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는 아토피피부염, 천식, 알레르기비염 등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학생이 학교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교 중심의 예방관리 프로그램이다. 보건복지부에서 2007년 5월 아토피·천식 예방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시행에 들어갔다. 천식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질환 중 하나는 비염이다. 비염이란 콧물, 재채기, 가려움증 및 코막힘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동반하는 염증성 질환을 의미한다. 알레르기 비염은 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알레르기 유발 항원이고, 이것이 만성적으로 고착되면 알레르기에 의한 만성 비염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특히 꽃가루의 경우 알레르기 비염을 악화시켜 천식에 악영향을 준다. 이상학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비염이 있는 환자 중에서 천식이 동반될 확률은 약 20~50%이고, 반대로 천식이 있는 환자에게서 비염이 동반될 확률은 약 70~90%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 오래 쓰면 호흡곤란·어지럼증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천식 환자들이 주의할 부분도 있다.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천식 환자에게 마스크 착용은 급성 악화의 원인이 되는 감염성 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다만 급성 악화를 동반한 천식 환자나 만성폐쇄성 폐질환 환자들에게 장시간 마스크 착용은 호흡곤란, 어지러움, 두통 등을 야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마스크 착용이 고려돼야 한다. 손소독제의 경우 일부 성분이 알레르기성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연구도 있지만, 아직은 연구 단계이고 앞으로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
  • 김윤석 “모가디슈, 평범한 사람들의 탈출기라 더 매력적”

    김윤석 “모가디슈, 평범한 사람들의 탈출기라 더 매력적”

    “특수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거대한 모험과 맞서서 싸우는 내용이었으면 매력이 아마 덜했을 겁니다. 육체적 능력이 평범하거나 오히려 떨어지기까지 한 사람들이 머나먼 아프리카 오지에서, 고립된 상태에서, 한 발짝 나가면 내란인 살벌한 곳에서 탈출한다는 이야기가 매력적이었습니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모가디슈’ 주연 배우 김윤석(53)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26일 기자들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영화 참여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김윤석은 영화 속에서 1991년 남한의 유엔(UN)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의 투표권을 얻고자 동분서주하던 한신성 대사 역을 맡았다. ‘타짜’의 아귀 역을 비롯해 ‘추격자’, ‘검은 사제들’, ‘남한산성’, ‘1987’, ‘암수살인’ 등에서는 강렬한 역을 주로 맡았지만, 이번엔 어깨에 힘을 많이 뺐다. 무게감은 덜하지만, 덕분에 오히려 여러 면을 보여준다. 특히, 티격태격하는 강대진(조인성 분) 참사관과 공수철(정만식 분) 서기관을 어르는 초반부 장면은 한 대사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강 참사관이 없을 땐 강 참사관 욕을 하며 공 서기관을 달래고, 공 서기관이 없을 땐 공 서기관 욕을 하며 강 참사관을 위로한다. 림용수 북한 대사(허준호 분)에게 핏대를 올리며 따지기도 하지만, 림 대사가 식구들을 끌고 남한 대사관으로 왔을 때 대범하게 품어주기도 한다. “한신성 대사는 굉장히 똑똑한 것도 아니고, 어떨 때는 능구렁이처럼 얼렁뚱땅 넘어가기도 합니다. 때로는 경박스럽기도 하고, 말을 번복하거나 화도 냅니다. 그렇다고 해도 극한 상황에 몰렸을 때 독단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고 판단합니다. 한신성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이 캐릭터가 참 인간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 대사관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힘을 합치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전개되지만, 김윤석은 남북 협력보다는 인간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에 주목하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지에 남아있는 말이 통하는 유일한 두 무리가 만나서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해 탈출하는 이야기”라고 영화를 설명하면서 “탈출 과정에서 참사관끼리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뭔가를 진하게 주고받고 이런 것도 없다. 마지막 부분의 감동을 느끼는 것은 관객의 몫으로 두는 게 영화의 매력”이라고 말했다.영화 촬영에 얽힌 뒷얘기도 이날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영화는 소말리아 현장을 그대로 살려내고자 모로코 현지에서 4개월 동안 촬영했다. 그는 긴장감이 폭발하는 후반부 카체이싱(자동차 액션) 촬영을 하면서 많이 고생했다고 했다. 특히, 구형 자동차에 책, 모래주머니 등을 달고 달리면서 자꾸 시동이 꺼져 애를 먹었다고 했다. “창문을 내리면 올라가지도 않고, 시트 밑에는 용수철이 튀어나와 있었다. 차가 막 달리면 모래주머니가 새서 차 안이 먼지 구덩이가 됐다. 미술·소품팀이 고생을 많이 했다”면서 “이런 게 다 굉장히 실감 나게 나왔다. 이 정도로 살벌하게 나올 줄 몰랐다”고도 했다. 류 감독과 배우 조인성은 앞서 시사회 때 “돼지고기를 먹을 수 없어 고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윤석은 그러나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4개월 내내 삼겹살 이야기만 하던데, 나는 로컬 음식 탐방을 좋아해 지역의 유명한 음식인 타진과 쿠스쿠스를 오히려 즐겼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지역이라 배우와 스태프들이 라면을 끓이는 전기냄비를 모두 가져온 것도 재밌는 일이었다. “밥 먹을 때면 다들 하나씩 전기냄비를 가져와 라면도 끓여 먹고 이것저것 다 끓여먹더라”며 웃었다. 현지에서 땀에 쩔어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자 얼굴에 글리세린을 항상 바른 것에 대해서도 “글리세린을 항상 바르는데, 끈적거리고 냄새가 나 파리와 모기 들끓어 힘들었다”면서도 “그래도 영화 속에서 잘 표현이 됐다면 다행”이라고 소개했다. 김윤석은 배우이면서 영화 ‘미성년’(2018)을 연출하기도 했다. 직접 감독을 해본 그는 이번 영화에 대해 류 감독의 연출력을 높이 평했다.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 (제작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거 무모한 도전 아니냐고 류 감독님에게 이야기했죠. 그런데 실은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유럽, 아프리카 각지에서 수백 명의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미술팀이 도시 전체를 세팅했는데, 그런 준비와 점검 등 제작 시스템 자체에 감탄했습니다.” 류 감독에 대해서는 “24시간 신발을 벗지 않는 것 같다. 크랭크인 이후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며 “어마어마한 준비와 각 팀을 조각을 맞추듯 이어 맞추며 현장을 이끌어 가는데, 이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참 감탄스러웠다”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함께 한 배우 조인성에 대해서는 “영화 ‘비열한 거리’를 보면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겉멋 안 부리고 진솔하게 연기를 한다 싶었는데, 만나보니 사람 자체가 원래 담백하더라. 상당히 좋았다”고 부연했다.
  • [금요칼럼] 남북한의 국경도시/황두진 건축가

    [금요칼럼] 남북한의 국경도시/황두진 건축가

    국경도시는 두 국가 간의 경계 인근에 위치하는 도시다. 그 성격은 복합적이다. 평소에는 경제 및 문화의 교역이 이루어지지만, 비상상황에서는 군사 및 안보의 최전방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국경도시는 쌍으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샌디에이고와 멕시코의 티후아나는 국경을 사이에 두고 빈부의 격차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러시아의 자바이칼스크와 중국의 만저우리는 서로 경쟁적으로 관문을 크게 지었는데, 그 모습이 자못 희극적이다. 독일과 네덜란드 간 국경은 너무나 일상적인 것 같지만, 2차 세계대전을 기억한다면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운송수단의 발달과 국제교역의 증가로 넓은 의미의 국경도시에는 공항이나 항만이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의미의 측면에서 육상의 국경도시에 비하기는 어렵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대한민국에는 본격적인 국경도시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남북 간 군사분계선은 교류를 허용하지 않으며 따라서 일반적 의미의 국경이 아니다. 즉 국경도시의 복합적 성격이 만들어질 수 없다. 세종의 4군 6진 개척 이후로 국한한다면 한반도의 전통적 국경도시들은 주로 압록강과 두만강 주변에 위치하고 있었고, 이 상황은 일제강점기까지 이어졌다. 분단 이후에도 북한과 인접국가, 즉 중국 및 러시아 간의 국경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대한민국은 군사분계선에 의해 한반도 이북, 그리고 그 너머의 대륙과 단절돼 있다. 앞으로 한반도 상황의 변화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경도시는 다음과 같은 개념적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1단계는 현 단계로서 본격적인 국경도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제한적 경제활동을 전제로 했던 개성공단이나 안보 기능에 초점이 맞춰진 군사분계선 인근의 군사도시들을 국경도시로 보기는 어렵다. 2단계는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기존의 군사분계선은 정상적인 국경에 준하는 기능을 회복할 것이며 그 일대에 일련의 국경도시들이 형성될 것이다. 평균 폭 4킬로미터의 비무장지대는 기본적으로 보전의 대상이겠지만 이들 국경도시를 연결하는 통로가 설치될 것이다. 3단계는 대담한 상상을 전제로 한다. 한반도가 다시 경제, 문화, 안보 공동체가 된다면 기존 북한과 대륙 간의 국경선은 한반도와 대륙 간 국경선으로 전환된다. 물리적 실체는 같다고 해도 국제질서상의 의미는 달라진다. 국경도시의 복합적 개념이 새롭게 해석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한반도에 대한 대륙의 침략 경로에 놓였던 도시들, 즉 압록강변의 신의주, 초산, 혜산 혹은 두만강변의 웅기, 경흥, 나진과 같은 도시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국경도시는 어떤 도시적, 건축적 특성을 가질 것인가? 우선 적극적인 지하 개발의 가능성을 들 수 있다. 극심한 한서의 차를 극복하고 토지를 입체적으로 활용하며 비상시의 대피나 물자 비축, 방어 등을 위해 지하화는 필수적이다. 간선도로가 도시를 우회하지 않고 도심을 통과하는 것 또한 비상시를 대비한 효과적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한 편 이들 국경도시는 근현대 도시계획의 전통적 방식인 용도별 구획을 지양하고, 주거와 일반 도시 기능이 유기적으로 복합된 새로운 개념의 생산도시로서 구성될 수 있다. 기타 모든 요소들 또한 복합적 관점에서 기획, 설계돼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평화와 대립이라는 종래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접근할 수 없다. 국경도시는 기본적으로 복합적 개념이며 고도의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건축과 도시, 경제와 문화, 국방과 안보에 이르는 사회의 모든 역량이 집결돼야 한다. 누군가, 어디에선가 연구하고 있어야 할 주제다. 지난해 12월 8일 통일부 주최 ‘신한반도체제, 공간확장과 삶의 변화’ 세미나 발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 ‘파오차이’ 대신 ‘신치’

    우리 고유 음식인 김치의 중국어 번역·표기가 ‘辛奇’(신기)로 바뀐다. 중국어 발음은 ‘신치’다. 중국이 김치를 자신들의 음식이라 주장하며 썼던 ‘파오차이’(泡菜)는 국내에서 더는 쓰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훈령 개정을 22일부터 시행한다. 개정 배경에 대해 문체부는 “최근 우리의 고유 음식인 김치가 중국의 절임 음식인 ‘파오차이’로 번역돼 논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식품업계 등 민간에서 김치의 중국어 표기 방안을 계속 요구했던 점도 이유로 들었다. 올해 초 ‘김치’의 중국어 번역 후보 용어 16개를 검토하면서 신치가 김치와 발음이 유사하며 ‘맵고 신기하다’는 의미를 나타내 적절한 용어로 선정했다. 개정된 훈령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하는 홈페이지, 국내외 홍보 자료 등에 적용된다.
  • 김치, 이젠 ‘파오차이’ 대신 ‘신치’로…문체부 훈령 개정

    김치, 이젠 ‘파오차이’ 대신 ‘신치’로…문체부 훈령 개정

    우리 고유 음식인 김치의 중국어 번역·표기가 ‘辛奇(중국어 발음 ‘신치’)’로 바뀐다. 중국이 김치를 자신들의 음식이라며 불렀던 ‘泡菜(중국어 발음 ‘파오차이’)’는 삭제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공공 용어의 외국어 번역 및 표기 지침’ 훈령 개정을 2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한국어와 달리 중국어에는 ‘김’, ‘기’ 소리를 내는 글자가 없어 김치를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지 못한다. 정부는 올해 초 김치의 중국어 번역 후보 용어 16개를 검토하면서 ‘신치(辛奇)’가 김치와 발음이 유사하며, ‘맵고 신기하다’는 의미를 나타내므로 김치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용어로 선정했다. 앞서 2013년에는 농식품부가 중국어 발음과 방언 등을 분석해 중국어 표기로 ‘신치(辛奇)’를 마련한 바 있다. 문체부는 이번 개정에 대해 “최근 우리의 고유 음식인 김치가 중국의 절임 음식인 ‘파오차이’로 번역돼 논란이 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최근 식품업계 등 민간에서 ‘신치(辛奇)’를 비롯한 김치의 중국어 표기 방안을 계속 요구했던 점도 이유로 들었다. 개정된 훈령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작성하는 홈페이지, 홍보 자료 등에 적용된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훈령에 제시된 원칙대로 해외 홍보 자료 등을 제작한다. 관계 기관은 김치 관련 중국어 홍보 콘텐츠 등을 제작할 때 김치를 ‘신치(辛奇)’로 표기한다. ‘파오차이’는 쓰지 못한다. 다만, 민간 부문에서는 해당 훈령 적용을 강제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김치를 판매하는 경우 김치를 ‘신치(辛奇)’로 단독 표기할 수 없다.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 등 현지 법령상 중국 내에서 유통·판매되는 식품에는 제품의 ‘진실 속성(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명칭)’을 반영하는 표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이와 관련, 김치수출협의회 등 유관 단체를 통해 우리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신치(辛奇)’ 용어의 한정된 사용 가능 범위를 안내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훈령 개정에서는 ‘순대’나 ‘선지’를 소리 나는 대로 번역한 ‘sundae’, ‘seonji’로 표기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태영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우리의 김치와 중국의 파오차이를 구분할 필요성이 있어 이번 훈령에 ‘신치(辛奇)’라는 표기를 명시했다. 한중 문화교류의 해(2021~2022)를 기념해 양국의 음식 문화를 포함한 다양한 고유문화에 대한 논의와 교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오바마 형도 국내방송 데뷔… 푸틴·빈라덴 ‘썰’ 좀 푸시려나

    오바마 형도 국내방송 데뷔… 푸틴·빈라덴 ‘썰’ 좀 푸시려나

    대통령 재임 당시 뒷이야기 등 공개케이팝·봉준호 영화 등에 관심 보여 공효순 PD “수개월 걸려 방송 확정그의 통찰 젊은 세대에 전달하고파”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6일 국내 TV 프로그램에 처음으로 출연해 재임 시절과 퇴임 이후의 삶을 이야기한다. 매달 세계 지식인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tvN ‘월간 커넥트’는 최근 오바마 전 대통령을 화상으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대통령 재임 당시의 삶과 뒷이야기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정치인이자 남편, 아버지로서 일과 가정에 모두 충실할 수 있었던 배경, 인지도를 높이고 대중과 밀접하게 소통하는 과정 등을 전한다. 제작진에 따르면 그는 케이팝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등 한국 대중문화에 관심을 보였고 한류의 영향력도 언급했다. 회고록 ‘약속의 땅’(A Promised Land)과 관련된 이야기도 한다. 회고록은 지난해 출간 후 북미에서만 약 500만부 이상 판매됐고 26개 언어로 발간됐다. tvN 관계자는 “회고록 국내 출판을 담당하는 출판사를 통해 섭외를 진행하게 됐다”고 했다. 연출을 맡은 공효순 PD는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터 염두에 둔 인사 중 한 명으로 방송 확정까지 수개월이 걸렸다”며 “‘젊은 세대들을 위해 회고록을 썼다’는 내용을 보면서 방송에서 그의 통찰을 잘 전달해 보고 싶었다”고 섭외 배경을 밝혔다. 앞서 ‘월간 커넥트’에는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 등이 출연했다. 한편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는 오바마의 회고록 ‘약속의 땅’을 오는 28일 출간한다. 책에는 오바마가 내각을 꾸리고 역사상 가장 친근한 백악관을 만들기까지, 세계 금융 위기로 씨름하고 의료보험 시스템인 ‘오바마케어’를 통과시킨 일 등이 담겼다. 이 밖에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갈등, 오사마 빈라덴 사살 등의 내막도 밝힌다. 김경림 웅진지식하우스 편집장은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서 백악관에 입성하기까지의 과정과 임기 첫 2년 반 동안의 고군분투를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담았다”고 설명했다.
  • 공수처, 이광철 민정비서관 靑사무실 압수수색

    공수처, 이광철 민정비서관 靑사무실 압수수색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왜곡·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청와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공수처 수사3부(부장 최석규)는 이날 청와대에 수사관들을 보내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9시간 동안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공수처는 전날 이 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청와대 민정수석실 압수수색도 시도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비서관의 부재를 이유로 압수수색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이 비서관은 이 검사가 윤중천 면담보고서를 왜곡하고 유출하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압수물 분석을 통해 이 비서관의 연루 여부를 파헤칠 전망이다. 만일 이 비서관의 관여 사실이 확인되면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번 압수수색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의제출 형식인 데다 전날 예고되면서 압수수색의 핵심인 신속성과 밀행성이 훼손된 탓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영장에 기재된 대로 임의제출이 충분히 이루어진 것인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사건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은 공수처는 이 검사를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정식 입건하고 세 차례 소환 조사했다. 최근에는 이 검사와 김학의 사건 조사를 담당한 검찰총장 부속실 소속 수사관 A씨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 더불어민주당 정치아카데미 4강 ‘인구 소멸, 지방 소멸, 사라지는 미래’ 줌으로 진행

    더불어민주당 정치아카데미 4강 ‘인구 소멸, 지방 소멸, 사라지는 미래’ 줌으로 진행

    경기도의회 교섭단체 더불어민주당 정치아카데미교육원(원장 박옥분·수원2)은 19일 ‘2021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정치아카데미’ 제4강을 진행했다. 이날 강의는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완전 비대면 방식인 ‘줌’ 방식으로 변경, 진행됐음에도 주제에 대한 의원들의 높은 관심으로 평소보다 많은 수의 의원들이 강의에 참여했다. 이날 정치아카데미는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마강래 교수가 강연을 맡아 ‘인구 소멸, 지방 소멸, 사라지는 미래’라는 주체로 사회통계학적 인구 변화와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강래 교수는 강연을 통해 “수도권의 자원집중화, 베이비부머의 급속한 고령화와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합계 출산율 감소를 청년세대와 지방 생존의 위기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현 수도권 집중 상황을 지방대도시권 거점의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상생·협력을 통한 행정통합과 지방 주요 거점의 메카시티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연을 준비한 정치아카데미 박옥분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강연을 통해 현안 사회 문제인 인구와 지방 소멸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참여해주신 의원님들과 강사님께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박근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강연을 통해 경기도의회 의원님들과 강사님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상황이 못 돼 안타깝지만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강연을 준비해주신 임원진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더욱 발전하는 정치아카데미가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강연 내용은 도의회 사진영상자료관에 공유할 예정이며, 올해 정치아카데미 마지막 강의인 제5강은 오는 27일 ‘정치의 미래, 나는 왜 정치하는가?’를 주제로 이탄희 국회의원이 진행할 예정이다.
  • [핵잼 사이언스] ‘바다의 폭군’ 상어도 사실은 서로 양보하며 공존한다

    [핵잼 사이언스] ‘바다의 폭군’ 상어도 사실은 서로 양보하며 공존한다

    일반적으로 백상아리 같은 대형 상어는 피도 눈물도 없는 식인 상어의 이미지가 강하다. 물론 영화 ‘죠스’처럼 상어가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상어가 무시무시한 바다의 포식자이고 대형 상어는 사람도 실제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상어의 모습은 서로 양보하며 공존하는 모습이 아니라 먹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방은 무조건 큰 입으로 물어버리는 사나운 육식 동물이다. 그러나 상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비슷한 크기의 대형 상어끼리 서로 다투거나 공격하는 일은 드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최상위 포식자끼리의 싸움은 이기든 지든 양쪽에 모두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서로 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크게 다칠 가능성을 생각할 때 영역이나 짝짓기 등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싸울 이유가 없는 것이다.하지만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 수 있는 육지와 달리 바다에서는 서로 영역을 나누기가 쉽지 않다. 대형 상어들은 어떻게 경쟁을 피할까? 호주 머독대학 연구팀은 지역으로 나눌 수 없다면 시간으로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멕시코만의 대형 상어 여섯 종(황소상어, 뱀상어, 샌드바 상어, 블랙팁 상어, 큰귀상어, 홍살귀상어) 172마리의 등 지느러미에 위치 추적 태그를 장착해 이들이 어떤 시간대에 주로 사냥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황소상어는 아침, 뱀상어는 정오, 샌드바 상어는 오후, 블랙팁 상어는 저녁, 큰귀상어와 홍살귀상어는 늦은 밤과 새벽에 사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밤에 곤충을 사냥하는 박쥐와 낮에 사냥하는 새처럼 밤과 낮에 시간대를 나누는 경우는 흔하지만, 상어처럼 시간대를 세밀하게 나눠 서로 경쟁을 피한다는 것은 드문 경우다. 이렇게 시간대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주로 사냥하는 먹이가 서로 달라서 일수도 있지만, 서로 경쟁과 다툼을 피하려는 의도가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강력한 포식자끼리는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가능한 충돌을 피하기 때문이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것 같은 야생에서도 사실 수많은 생물이 살아남기 위해 공존을 모색한다. 적극적인 공생 관계를 선택하는 생물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먹이를 달리하거나 서식 공간을 달리해 서로 경쟁을 피하고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경우가 흔하다. 상어 역시 무조건적인 공격이나 경쟁만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고 공존을 이룬 셈이다.
  • “BTS 조롱하고 거짓 사과까지...” 콜롬비아 라디오 DJ 논란

    “BTS 조롱하고 거짓 사과까지...” 콜롬비아 라디오 DJ 논란

    콜롬비아의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인종차별과 비하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이후 조롱성 엉터리 사과까지 하면서 해당 라디오 진행자들을 향한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콜롬비아 현지 언론과 BTS 팬클럽 SNS 등에 따르면, 해당 라디오 방송은 지난 9일 라메가 채널에서 진행된 ‘엘 마냐네로’라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 진행자인 알레한드로 비야로보스는 BTS의 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를 틀면서 BTS를 향해 ‘그 중국인들’(esos chinos)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돈을 엄청 쏟아부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돈으로) 차트 최상위에 오르고 돈으로 그래미 시상식에 갔다. 돈을 써서 중요한 행사들에 나간 후에 아무 상도 타지 못했다”고 말했다. BTS의 노래를 신청한 것이 한국대사관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진행자가 인종차별적 발언과 근거 없는 비하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팬들은 분노하며 성명을 내고 방송사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진행자는 방송을 통해 “우리가 꼭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우리 표현이 조금 거셌다면 그 부분은 사과해야 한다”며 한국어로 ‘공식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국가를 틀며 번역기에 돌린 듯한 기계음의 한국어로 중남미 음식인 엠파나다, 타말 등 단어가 들어간 의미 없는 문장을 읽었다. 팬들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13일 방송 당시 한 진행자는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도 입고 있었다. 논란이 커지면서 이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콜롬비아 일간 엘티엠포는 “BTS의 성공은 멤버 각자와 회사의 노력, 팬들의 사랑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BTS가 돈의 힘으로 성공했다는 문제의 발언을 반박했다.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1심 무죄...한동훈 “반드시 책임 물을 것”(종합)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1심 무죄...한동훈 “반드시 책임 물을 것”(종합)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여권 인사들의 비리 정보를 알려달라며 취재원에게 강압적인 취재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35) 전 채널A 기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전 기자의 행위는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에 해당하지만 사법처벌한 법 위반은 아니라는 판단이다.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16일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기자와 공범으로 함께 기소된 후배 백모 기자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기자는 신라젠 대주주였던 이철(56)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신라젠 관련 혐의로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할 것처럼 위협해 여권 인사의 비리 정보를 진술하게 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이 전 기자는 지난해 2∼3월 이 전 대표가 수감된 구치소에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내고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씨를 세 차례 만났다. 이 전 기자가 보낸 편지에는 ‘추가 수사로 형이 더해진다면 대표님이 75살에 출소하실지, 80에 나오실지도 모를 일’, ‘가족의 재산까지, 먼지 하나까지 탈탈 털어서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 등이 있었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다섯 차례 보낸 편지의 내용이나 지씨에게 한 말들이 강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강요죄가 인정되려면 피해자에게 ‘구체적인 해악’을 끼치겠다고 알린 점이 인정돼야 하는데, 재판부는 이 전 기자의 편지와 발언 등에서 구체적인 해악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 전 기자가 ‘신라젠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 등의 내용을 언급했지만, 이것만으로 검찰과 구체적으로 연결돼 있다거나 신라젠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피해자에게 인식하게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기자에게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가 특종 욕심으로 수감 중인 피해자를 압박하고 가족 처벌 가능성을 언급하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했고, 선처 가능성을 거론하며 회유하려 했다”며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고 도덕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언론의 자유는 우리 사회의 최후 보루인 만큼 취재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잘못을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피고인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진실과 정의를 쫓는 참된 언론인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이 사건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검언유착 사건’으로도 불렸지만, 검찰은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 한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는 적시하지 않았다. 한 검사장은 1심 무죄 판결 직후 낸 입장문을 통해 “지난 1년 반 동안 집권세력과 일부 검찰, 어용언론, 어용단체, 어용지식인이 총동원된 ‘검언유착’이라는 유령 같은 거짓선동, 공작, 불법적 공권력 남용이 철저히 실패했다”면서 “조국 수사 등 권력 비리 수사에 대한 보복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검사장은 이어 “추미애, 최강욱, 황희석, MBC, 소위 ‘제보자X’, 한상혁(방송통신위원장), 민언련, 유시민, 일부 KBS 관계자들, 이성윤, 이정현, 신성식 등 일부 검사들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고,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중앙지검은 “판결문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항소 제기 여부 등을 검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동네에 다 있다”…‘병점역 아이파크캐슬 단지내 상가’ 눈길

    “동네에 다 있다”…‘병점역 아이파크캐슬 단지내 상가’ 눈길

    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고 외출을 자제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동네 상권, 로컬택트에 수요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병점역 아이파크캐슬 단지내 상가’가 오는 22일 온라인 공개 입찰을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끈다. 경기도 화성시에 들어서는 ‘병점역 아이파크캐슬 단지내 상가’는 지상 1층, 근린생활시설 3개 동, 총 42개 호실 규모다. 이 상가는 2666세대의 대단지 아파트 ‘병점역 아이파크캐슬’을 고정수요로 품고 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인해 중심 상권은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반면, 단지내 상가는 아파트 입주민을 고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 상품으로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병점역 아이파크캐슬’은 지난 5월 입주가 완료된 단지로 입점 후 바로 임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전 호실이 집객력이 우수한 1층 대로변 상가로 조성된 것도 매력적이다. 대로변 상가는 주요 간선도로, 교차로 등 기본적으로 차량 통행과 유동인구가 많아 소비층 확보에 유리할 뿐 아니라 눈에도 잘 띄어 광고 효과와 집객 효과가 뛰어나다. 약 250m의 대형 스트리트몰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스트리트몰은 가시성이 뛰어나고, 이동에도 제약이 없어 고객 유입이 용이하다. 또 수도권 1호선 병점역 역세권에 자리해 풍부한 유동인구를 자랑한다. 한편, ‘병점역 아이파크캐슬 단지내 상가’의 공개 입찰은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방식인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입찰 신청은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병점역 아이파크캐슬 단지내 상가’ 공식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고, 개찰 및 낙찰자 발표는 같은날 오후 6시 이후에 진행된다. 입찰자는 입찰 참여를 위해 호실당 입찰 보증금을 납부 후 온라인을 통해 입찰에 참여해야 하며, 입찰 호실 수에 대한 제한은 없다. 낙찰자 선정은 내정가 이상 최고 금액을 입찰한 자로 하며, 최고 입찰 금액이 같을 경우에는 추첨으로 낙찰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10%, 잔금 90%다. ‘병점역 아이파크캐슬 단지내 상가’의 홍보관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다.
  • [책 속 한줄] ‘영초 언니’는 다시 와줄까/최여경 문화부장

    [책 속 한줄] ‘영초 언니’는 다시 와줄까/최여경 문화부장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이 차지한 면적은 한 뼘도 내놓지 않았다. 이른바 기득권을 움켜쥐고 남들만 교양 없다 나무라는 그네들의 행태가 가증스럽고 진저리가 났다. 하지만 데모꾼 티를 낸다고 할까봐 침묵을 택했다.(201쪽) ‘국정농단’과 ‘독재’를 규탄하며 추운 겨울 내내 기꺼이 촛불을 들고 칼바람에 맞섰던 민초들은 2017년 3월 대통령을 내려앉혔다. 새로운 민주 정치가 열린 듯 보였던 그해 5월 ‘영초언니’가 나왔다. 서명숙 제주 올레 이사장은 서문에서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때문”에 책을 마무리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썼다. ‘국정농단’의 핵심으로 구속된 최서원이 “더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외쳤을 때, 그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나쁜 언니’였고, ‘사회적 스승’이었고, 행동하는 ‘지식인의 모델’이던, 천영초(고려대 신문방송학과 72학번)씨다. 1970~1980년대 학생운동의 중심에 있던 그의 행보는 많은 여느 86세대들의 모험담을 뛰어넘는 생생한 민주화운동의 역사였다. 이해찬, 유시민 등 낯익은 진보인사들의 이름도 보인다. 4·19혁명과 광주민주화운동 사이, 현 정부의 시작점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하게 민주화를 열망했는지 아리도록 전달됐다. 70학번·586세대 운동권이 주류가 된 지금,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 “갓뚜기도 버틸 수 없었다”…원재료값 상승에 오뚜기, 라면값 11.9% 인상

    “갓뚜기도 버틸 수 없었다”…원재료값 상승에 오뚜기, 라면값 11.9% 인상

    오뚜기가 다음달부터 진라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인상한다고 15일 밝혔다. 인상률은 평균 11.9%다. 대표 제품인 진라면(순한맛·매운맛)은 684원에서 770원으로 12.6% 오른다. 스낵면은 606원에서 676원(11.6%), 육개장(용기면)이 838원에서 911원(8.7%)이 된다. 오뚜기는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 만에 라면 가격을 인상하게 된 데 대해 “최근 밀가루, 팜유 같은 식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인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오뚜기는 2010년 서민경제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취지에서 라면 제품군 가격을 최대 6.7% 전격 인하한 바 있다. 이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갓뚜기’(신을 뜻하는 영어 단어 God에 오뚜기 합성)로 불리기도 했다 라면의 생산단가를 좌우하는 팜유, 소맥분 가격은 지난해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그럼에도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 탓에 원재료 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오뚜기는 올 1분기 매출 6713억원에 영업이익 50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12.3% 떨어진 성적표를 받았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영업이익도 450억원으로 전년 동기(529억원)보다 14.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뚜기 관계자는 “앞으로도 가격은 물론,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 여름에 가장 무서운 동물은...?

    여름에 가장 무서운 동물은...?

    해마다 여름이면 상어들의 무시무시한 습격이 이어진다. 위협이 비교적 적은 우리 상황으론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도 있겠다. 아, 바닷가가 아니라 극장가 이야기다. 올 여름에도 상어가 주인공인 영화들이 찾아온다. 다음 달 ‘더 그레이트 샤크’ 개봉을 앞두고 과거 극장가를 습격한 인상적인 상어들을 꼽아봤다. 상어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1978년 작품 ‘죠스’다. 뉴잉글랜드 작은 해안 피서지에 나타난 상어의 습격을 담았다. 바닷가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일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여기에 스산한 음악을 입혔다. 인간이나 유령이 아닌 상어를 공포의 새로운 대상으로 설정해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선사했다. 최초로 흥행 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한 기록적인 영화로도 꼽힌다. 당시 초등학생은 상어가 영어로 ‘죠스’인 줄 알았을 정도. 상어 모양 아이스크림까지 나왔으니 그 기세 알 만하다. 메가폰을 잡은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화 이후 세계적인 감독으로 본격 자리매김했다. ‘언더 워터’(2016)는 해변과 불과 200m 떨어진 작은 암초 위에 고립된 여성이 살아남기 위해 상어와 극한 사투를 벌이는 공포 스릴러다. 주인공 낸시는 자신을 노리는 상어와 영리한 두뇌 게임을 펼친다. 한정된 공간이라 지루할 법하지만, 긴박감 있는 연출로 이를 극복해 호평을 받았다. ‘47미터’ 시리즈도 상어 하면 빠질 수 없는 영화다. 해양 47m 아래로 추락한 사람들이 상어 가두리 철창을 사이에 두고 사투를 펼친다. 산소가 부족한 상황 속 상어까지 피해야 하는 극한의 설정이 돋보인다. 특히 물속에서 벌이는 싸움의 몰입감이 상당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2017년 개봉한 1편이 북미에서 제작비 10배 이상 수익을 거두었고, 2년 뒤에 속편이 나왔다. 2018년 개봉한 ‘메가로돈’은 이빨보다 몸집으로 승부한다. 200만년 전 멸종된 줄 알았던 거대한 상어 메가로돈과 인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크기가 크니 존재감도 크다. 영화관 대형 스크린을 가득 채운 상어의 습격이 눈길을 끌었다. 상어에 맞서는 조나스 테일러 역에 액션 배우 제이슨 스타뎀이 출연해 역대급의 수중 액션을 펼친다. 상어 영화의 흥행 계보를 이을 ‘더 그레이트 샤크’는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비행기 사고로 바다 한가운데 표류하게 된 다섯 명의 여행객이 굶주린 식인 상어 떼의 습격으로부터 살아남고자 숨 막히는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언제 어디서 상어들이 공격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긴장감을 최대한 키운다. ‘47미터’ 시리즈, ‘아쿠아맨’, ‘고질라 VS. 콩’ 제작진이 참여해 생생한 그래픽을 선보인다.
  • [2021 쟁점 분석] ‘정석’ 아닌 차등의결권, 도입 하려면 규제의 틀 정교해야

    [2021 쟁점 분석] ‘정석’ 아닌 차등의결권, 도입 하려면 규제의 틀 정교해야

    2021년 상반기 자본시장의 핫이슈는 단연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이었다. 설립된 지 10년밖에 안 된 한국의 인터넷 기업이 네이버와 카카오를 훌쩍 뛰어넘어 글로벌 자본시장의 심장부인 뉴욕에서 100조원이라는 기록적인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모습에 감탄과 충격이 함께 왔다. 성숙기 저성장 사이클에 접어든 한국 경제, 특히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눈에는 충분히 꿈과 희망의 롤모델로 비쳤으리라. 이 와중에 느닷없이 차등의결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시작은 언론이었다. 몇몇 매체에서 “국내에서는 차등의결권이 허용되지 않아 쿠팡을 미국에 빼앗겼다”는 논조의 기사들이 등장하자 정치권도 이에 가세했다. 삽시간에 차등의결권이라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기업 때리기 정서가 충만한” 한국만 따라가지 못해 뒤처졌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반면 재벌 세습과 경영권 상속의 악습을 뿌리뽑기 위해 차등의결권 제도는 원천차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사업 ‘궤도’ 오르는 순간 경영권 방어 고민 차등의결권이란 간단하게 말해서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숫자에 차등을 두는 것이다. 현대의 주주 자본주의는 1주당 1의결권이 기본이다. 주주평등의 원칙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법 369조 1항에서 “의결권은 1주마다 1개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단, 이익배당에 우선을 두는 주식에 대해서는 무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는 있다.) 그런데 특정 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의결권을 1주당 여러 개를 부여해 해당 주주의 의결권 지분을 높이는 것이 차등의결권 제도의 핵심이다. 영미권에서는 흔히 ‘Dual Class Share Structure’라 부른다. 차등의결권이 미국에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1세대 닷컴 붐 시기이지만 그 전에도 존재하기는 했다. 유럽에서는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 스위스 등이 차등의결권 제도를 허용해 왔다. 미국의 포드자동차, 버크셔해서웨이, 프랑스의 LVMH 등이 비록 구조는 다르지만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그러나 차등의결권이 자본시장의 핫한 트렌드로 떠오른 것은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공이 크다. 구글(현 알파벳)의 IPO 이후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테크 기업 중 대부분이 차등의결권을 도입했다. 그 배경에는 이 회사들이 단기간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할 수 있게끔 자금을 쏟아부은 글로벌 투자자본이 있었다. 기업의 성장 속도와 창업자의 지분이 희석되는 속도가 비례했던 것이다. 투자를 유치하고 증자나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이 계속 희석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지분 희석의 속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한두 세대가 걸렸을 수준의 지분 희석이 이제는 10년 안에 현실이 되는 사례가 더이상 놀랍지 않다. 기업 공개(IPO)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지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는 순간 창업자들이 경영권 방어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이유다. 여기에서 차등의결권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물리적 지분이 10%밖에 남지 않은 창업자가 있다. 하지만 만약 이 주식이 1주당 1의결권이 아닌, 1주당 10의결권을 가진 차등의결권 종류주식이라면, 이 창업자의 의결권은 10%가 아닌 50%를 웃돌게 된다. 한국에서는 모바일 O2O 스타트업들이 폭발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2010년대 이후 차등의결권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순환출자로 대표되는 대기업 집단의 기형적인 지배구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강했지만, 단기간에 전통적인 대기업의 가치를 훌쩍 뛰어넘는 공룡 스타트업들이 나타나면서 “창업자의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장치를 일정 부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시각이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이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홍콩은 21세기 최대 IPO였던 알리바바가 뉴욕증시로 향하자 2018년 상장 규정을 개정해 ‘혁신 분야 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허용했다. ‘1주 1의결권’ 원칙을 단호하게 고수해 왔던 영국의 런던증권거래소 역시 2부 시장(스탠더드 섹션)에서 차등의결권 도입기업의 상장을 허용했지만, 1부 시장(프리미엄 섹션)도 허용하자는 정치권의 압력이 거세다. 다만 알리바바는 차등의결권 허용보다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되는 경영진의 선임·해임에서 창업자 등 소수의 의사가 절대적으로 반영되길 원했다. ●각국 거래소 허용 여부 두고 고민 깊어 하지만 차등의결권 이슈를 단순히 창업자의 경영권 보장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너무 편협한 시각이다. 같은 주식인데도 회사의 주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주주가 곧 주식회사의 주인이라는 주주자본주의의 뿌리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하는 문제다. 또한 기본적으로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려면 창업자도 회사의 장기적인 기업가치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경험이나 지식, 경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너 리스크에 의한 디스카운트가 발생한다. 경영 실적이 좋지 않은 경영자가 회사를 계속 지배하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고 회사의 이익과 경영자의 이익이 충돌할 때 후자를 선택해 사익 편취를 하는 등, 소위 ‘참호 효과’가 발생한다. 주주자본주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은 아니다. 주주자본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회사의 장기적 성장이 아닌 즉각적인 실적 개선과 그에 따른 주가 상승이 우선 가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들은 공개 시장에서 기업의 주식을 대량 매입한 뒤 당장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을 매각하거나 청산하고 배당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회사를 둘러싼 이해관계인은 창업자 외에도 주주, 임직원, 소비자 등 다양하다. 특정 시점의 주주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해서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는 할 수 없다. ●다양한 규제로 경영권 세습 원천 차단 한국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2018년부터이다. 수조원의 기업가치로 성장한 유니콘 스타트업들의 엑시트(투자 자금 회수)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시리즈 D, E 등 성숙기에 접어든 이들 스타트업 중에는 창업자의 지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곳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는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한 한국의 VC 투자 문화도 한몫했다. 운용 자산 규모가 작고 금융권 LP들의 입김이 센 한국 투자업계는 모험을 무릅쓰고 기업의 성장에 베팅하기보다는 안정적인 투자수익률과 안전한 자금 회수를 우선한다. 또한 한국형 유니콘들 중에는 외형적 성장을 위해 수익성을 과감하게 포기한 기업들이 많고, 이 과정에서 창업자의 지분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국 역시 앞서간 일본과 홍콩의 길을 따라 차등의결권 제도를 어떤 형태로든 도입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렇다면 합리적인 수위에서 차등의결권 제도를 수용해 창업자와 주주,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사회 전체에 이익이 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먼저 도입한 국가들의 제도를 연구해 벤치마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우선 미국을 포함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기존 상장회사의 차등의결권 주식의 신규 발행은 금지하고 있다. 기존 상장회사가 아니더라도 한국에서는 인적분할과 자회사 상장이 매우 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인적분할과 자회사 상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이러한 경우까지 범위를 아우를 수 있는 정교한 규제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와 상법 체계나 금융 관제가 가장 비슷한 일본의 경우 2005년 회사법을 상법에서 분리하고, 회사법과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규정을 정비해 차등의결권 종류주식의 상장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다만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회사들이 자유롭게 상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의 안보와 안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금융 당국이 인정한 기업”에 한해서만 상장 심사를 승인해 준다. 더 중요한 것은 선셋(일몰) 조항과 브레이크 조항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 심사 청구 시 반드시 차등의결권 주식의 일몰 기간을 명시하도록 한다. IPO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차등의결권 종류주식이 자동으로 1주 1의결권의 보통주식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특정 시점이 아닌 양도·매각 시로 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기간에 관계없이, 기업 경영에 필수불가결한 역량을 지닌 경영자가 안정적으로 경영에 집중하게 해 준다는 도입 목적이 사라지는 순간 차등의결권 역시 소멸된다는 원리이다. 이는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2세, 3세로의 경영권 세습을 막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미국 기관투자자협의회(CII)는 과거 10년간 S&P1500 기업을 분석한 결과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의 장기 실적이 부진하고 지배구조가 불량하다며, IPO 후 7년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1주 1의결권으로 전환되는 선셋 요건을 권고했다. 또한 브레이크스루 조항은 차등의결권 종류주식을 보유한 경영자의 물리적 지분율이 일정 수준(도쿄증권거래소는 25%, 싱가포르와 홍콩증권거래소 기준으로는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차등의결권 제도 전체가 소멸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각국 거래소는 엄격한 지배구조 요건을 구비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이사회의 사외이사 과반수 요건 외에도 사외이사만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이사보수위원회, 이사추천·지배구조 감독위원회 설치가 필수이다. 국내 상장기업들의 사외이사들은 무조건 찬성표를 던져 ‘거수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지만 해외의 사외이사들은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경영 참여가 기본이다.●투자자들 주총에 ‘제도 폐지’ 안건 올려 반대 경영진이 재신임을 받는 것과는 별개로, 차등의결권 제도 자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도전도 거세지고 있다.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많은 기업의 주주총회에 주주 제안으로 ‘차등의결권 제도 폐지’가 올라온다. 알파벳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1주당 10개의 의결권이 있는 클래스B 주식을 통해 전체 의결권의 51%를 보유하고 있는데, 올해는 브린과 페이지의 의결권을 제외하면 주주의 80%가 차등의결권 제도 폐지에 찬성했다. 페이스북도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다. 또한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지배구조 리스크를 이유로 2017년부터 미국을 대표하는 우량기업 주가 지수인 S&P500에서 차등의결권을 채용하고 있는 기업을 제외했다. 결국 차등의결권 제도란 어느 관점에서든 ‘정석’은 될 수 없다는 것이 먼저 도입한 시장들이 주는 교훈이다. 자본 시장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정직하고 다이내믹하다. 필요에 따라 임시방편에 의존할 수는 있으나, 결국 최고의 경영권 방어는 우수한 실적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경영진의 능력이라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2021년에 증시에 상장한 대표적인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은 한국의 쿠팡과 영국의 딜리버루이다. 두 기업의 주가는 현재 IPO 최초거래가를 훨씬 밑돌고 있다. ■ 박누리 스마트스터디㈜ IR&기업전략 리더. LG생활건강, 네이버, LINE, 야놀자를 거치면서 전략 투자, M&A, IPO 등 다양한 인하우스 자본시장 업무를 수행했다. LINE의 미일 동시상장 당시 자회사 상장과 차등의결권 도입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놓고 2년 넘게 도쿄증권거래소를 직접 대응했다.
  • “60년 전 美페미니즘 문학의 외침, 지금과 다르지 않죠”

    “60년 전 美페미니즘 문학의 외침, 지금과 다르지 않죠”

    섹스턴 ‘밤엔 더 용감하지’ 역자 정은귀영미문학 중심도 엘리엇 같은 男작가섹스턴, 작품에 본인 상처 그대로 담아삶에 밀착된 여성 목소리 소개 나설 것 리치 ‘우리 죽은 자들…’ 옮긴 이주혜2016년 문단 미투 통해 여성서사 갈구‘기획된 작가 ’리치도 생존 위해 애써타인 여성이 가족보다 더 이해할 수도지난해 출간된 두 권의 주목작. 미국의 여성 시인 앤 섹스턴(1928~1974)의 시집 ‘밤엔 더 용감하지’(민음사)와 에이드리언 리치(1929~2012) 산문집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바다출판사)다. ‘제2물결’이라 불리는 페미니즘 논쟁이 첨예했던 1960년대 이후 미국에서 열렬히 활동했던 두 시인의 행보는 그 자체가 ‘문제적’이었다. 아내이자 엄마, 가정의 천사로서 여성의 역할이 요구되던 시절 섹스와 낙태, 우울증, 불륜 등 금기의 소재를 가감 없이 건드린 섹스턴이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 이성애는 강제됐다고 주장하며 성애의 범위를 심화·확장한 ‘레즈비언 연속체’ 개념을 다룬 리치의 산문이 출간된 것도 처음이었다. 섹스턴의 시집은 정은귀(52) 한국외대 영미문학문화학과 교수가, 리치의 책은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이주혜(50) 작가가 각각 우리말로 옮겼다. 이 작가는 산문집에 나오는 리치와 페미니스트 여성 시인 엘리자베스 비숍이 만난 일화에서부터 출발해 가부장제하에서의 돌봄 노동을 말하는 소설 ‘자두’(창비)를 써서 역자 후기를 대신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여성상과 불화하다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시인(섹스턴)과 세 아들의 엄마로 남편이 권총 자살하고 나서 레즈비언으로 살다 간 페미니즘 사상가(리치). 이들의 삶을 옮긴 또 다른 두 여성을 만나 ‘번역하는 삶’에 대해 들었다.-왜 오늘에 와서 그 시절 미국 여성 시인들이 한국에서 새롭게 조명될까요. 이주혜 전적으로 2015년부터 시작된 ‘페미니즘 리부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여성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뭔가 나아진 줄 알았는데 아직 나아지지 않은 걸 그즈음 깨달은 거죠. 문학계에서는 2016년 말부터 문단 내 성폭력에 대한 폭로가 들불처럼 일어났잖아요. 문학 독자들은 2030 여성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데, 더이상 이런 식의 흐름을 용납할 수 없는 거죠. 여성 작가의 여성 서사에 대한 갈구가 당연한 흐름이어서 한국에서도 여성 작가들이 약진해 세계로 뻗어 나갔고요. 한켠에서는 1960~70년대 미국에서 페미니즘 문학이 전성기를 구가했던 시절 여성 시인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 건 당연하지 않았을까요. 정은귀 지금까지 그 부분이 제대로 들려지지 않았던 거죠. 저는 영미 시를 학교에서 가르치는데, 소위 정전화된 작가들은 다 남성 시인들이에요. 한국에서는 T S 엘리엇,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가 현대 시사에서 양대 산맥인 것처럼요. 미국에서도 로버트 프로스트가 퓰리처상을 네 번 받을 동안 리치는 한 번도 못 받았고, 앤 섹스턴은 한 번 받았어요. 그만큼 기울어진 지면이었고요. 사실 섹스턴은 제가 3년 이상 원고를 끌어안고 있느라 늦어진 면도 있는데요. 후기를 쓰면서 생각해 보니까 엄청나게 늦었지만 시기적으로는 가장 적절한, 적시의 도착이 아니었나 싶더라고요. 10년 전에 나왔으면 안 읽혔을 거 같아요. 이 ‘적절한 도착’이라는 말이 정말 적절한 거 같아요(웃음). 리치는 남편이 죽고 나서 생계를 책임지려고 나섰는데 교수 자리에 전부 남자 시인들만 있었던 게 불만이었대요. 그래서 자기가 교수가 됐을 때는 의도적으로 여성 문인, 차별받는 위치에 있는 작가들을 더 발굴하려고 했고요. 그때 연구한 작가가 산문집에도 나오는 에밀리 디킨슨, 뮤리얼 루카이저와 제임스 볼드윈(흑인 게이로 차별 타파에 앞장섰던 민권 운동가) 같은 인물이에요. 한국 출판계에도 영향을 미쳐 작년에 루카이저 시집(‘어둠의 속도’, 봄날의책)이 처음 나왔어요. 볼드윈도 다시 나왔고요. 한국의 출판 편집자들도 사실 독자니까 이렇게 연결이 되는 거예요.-두 분이 생각하는 앤 섹스턴과 에이드리언 리치는 어떤 사람인가요. 정 두 사람 다 살고 싶은, 생명에의 의지가 여성으로서 너무 컸던 사람들이죠. 리치가 시인이 되기 위한 훈련을 많이 받은 쪽이라면, 섹스턴은 전혀 트레이닝돼 있지 않았던 인물이고요. 출산 후유증으로 양극성 장애를 앓으면서 치유를 위한 시를 썼어요.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해 물질적으로는 남부럽지 않았지만 항상 사랑이 고팠고, 엄마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어요. 그게 또 딸과의 관계로 전이가 됐구요(알코올 중독이었던 섹스턴의 어머니는 딸에게 질투와 비난을 일삼았고, 섹스턴은 자녀들에게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번역하면서 힘들기도 하고 보람됐던 게 섹스턴은 자신의 통증을 시에 고스란히 가져오거든요. 그런 의미에서는 리얼리스트인데요. 아픈 목소리로 꺼끌꺼끌하게 표현해요. 그가 시를 써 나가는 과정 자체가 무너지고 일어나는 일상의 연속이에요. 저 또한 매일 여성으로서 부여받는 여러 역할에서 슬픔에 침잠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한 싸움을 벌이는데요. 섹스턴처럼 앓으면서 번역을 하는데, 이제서야 섹스턴을 소화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리치 산문집을 번역하면서 ‘정말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웃음). 리치는 중산층 지식인 가정에서 영재교육을 받은 ‘기획된 작가’거든요.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여성의 삶을 본격적으로 살기 전에는 아버지의 가부장적 인식을 고스란히 답습했던 인물이고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들 셋을 내리 낳으면서 삶이 흔들린 거죠. 내가 원한 건 시를 쓰는 것뿐이었는데 그것조차 보장이 안 되는 삶을 스스로 선택했다는 좌절감, 여성들은 다들 한 번씩 느끼잖아요. 거기서 분열이 시작되는 거죠. 저는 리치를 그 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자기 삶의 위치를 찾으려 했던 사람이라고 봐요. 미국의 백인 지식인 여성으로서 미국이 저지른 수많은 세계적 범죄들에 자신의 책임이 있으며, 인종차별, 인권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죠. 리치는 개인과 사회 사이에는 투과막이 존재하고, 그 사이에서 삼투압 작용이 일어나며 그걸 표현한 것이 시라고 얘길 해요. 생각해 보면 섹스턴도 정치적인 책을 쓰진 않았지만 사실 그 자체로 정치적이에요. 여성의 삶 자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그게 바로 ‘가장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잖아요. 그래서 리치도 섹스턴에 대해 “두뇌는 가부장적이지만 뼈와 피는 여성의 문제들을 익히 알고 있었던 시인”이라고 말해요. -이들의 글을 한국어로 옮기면서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 있을까요. 정 저는 학생들한테 번역은 시 비평의 처음이자 끝이라는 얘기를 항상 해요. 그러나 비평가로서 과도한 해석은 안 하려고 하고요. 그래서 저는 번역할 때 최대한 윤문을 자제해요. 원문에 모호하게 표현돼 있으면 그 모호함을 살리고, 풀어 쓰기를 안 해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윤문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그 긴장을 끝까지 줄타기하듯 가지고 가죠. 제가 느끼는 원래 시의 목소리 결을 한국어에 담으려는 노력을 최대한 많이 합니다. 이 산문은 문장도 중요하지만 그 글의 전체적인 아이디어를 잘 살리는 게 중요하죠. 이 책 번역하는 데만 5개월 정도 걸렸어요. 제가 했던 작업 중에는 가장 오래 걸렸던 거 같아요. 내용 자체가 어렵기도 했고, 참고해야 할 자료들도 많았고요. 아까 시 번역에서 중요한 게 비평이라고 하셨는데, 산문은 이해죠. 제 선에서 이해가 안 되면 엉뚱하게 독자에게 전달이 되고, 그게 바로 오역이거든요. 특히나 리치의 주요 개념인 레즈비언 연속체, 정치적 레즈비어니즘에 관한 논쟁이 트위터 등에 있어서 이 산문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존재가 실체감 있게 다가왔어요. 리치에 관해 번역된 쪽글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을 참고하며 그 번역이 갖고 있는 아쉬움을 한 번 더 극복하려고 신경을 썼죠. -여성 번역가로서 여성 문인들의 삶을 옮기는 일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정 역자로서 의식적으로 여성 시인만을 고르거나 하지는 않아요. 시를 너무 좋아하니까 번역을 하다 보면 그 시인의 시와 사랑에 빠지고 최대한 그 목소리로 갈아타는 거죠. 스스로의 경험이 언어화되는 게 시고, 가장 실험적이고 새로운 언어의 옷을 입는 게 시인데요. 남성 시인과 여성 시인의 시는 목소리가 달라요. 남성 시인들이 훨씬 더 초연한 입장에서 수사를 한다면, 여성 시인들의 시는 삶과 밀착된 정도가 다른 거 같아요. 같은 여성으로서 그 삶이 호흡하는 바를 훨씬 더 구체적으로 느끼게 되죠. 연구자·교육자로서 여성 시인들의 시를 많이 읽고 적극적으로 소개하려고도 해요. 이 저는 개인적으로 리치에게 많이 공감을 하는데요. 제가 처음으로 선택한 가족이자 가장 사랑하는 사람(남편)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결혼 생활이더라고요. 남편이 ‘나쁜 놈’이어서가 아니라 착한 사람인데도 태생적인 한계가 있는 게 결혼 제도이고 이성애 제도고요. 리치가 말하는 ‘제도로서의 모성’이 무엇인지를 제 생활에서 깨닫게 된 거죠. 그렇게 제 삶의 돌파구를 찾는 과정이 번역이었고 소설 쓰기였어요. 그래서 여성 작가들의 여성 서사를 읽었을 때 위안을 받고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있어요. ‘자두’에서도 하려고 했던 얘기지만, 정말 나를 이해하는 건 오히려 가족보다도 타인인 여성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요. 번역할 때도 그런 ‘보이지 않는 끈’을 느껴요. 제가 그랬듯이 누군가 이 글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하게 읽고 자기 삶에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싶어요. 그런 면에서 여성 작가의 여성 서사를 여성 번역자가 그나마 근접하게 틀리지 않고 옮길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작가님은 소설을 쓰고, 정 교수님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시와 산문을 쓰시죠. 두 분 인생에서 번역이라는 일은 나머지 다른 삶과 어떻게 연계돼 있나요. 이 저에게 번역은 읽기로 시작해서 쓰기로 완성되는 스펙트럼이 긴 작업이거든요. 읽고 해석하고 비평해서 다시 문장으로 쓰는 그 사이클이 익숙해질 때마다 희열을 느끼고요. 그러다 보면 리치와 비숍의 일화처럼 어떤 화소(모티프)들이 저에게 다가와요. 나중에 소설이나 에세이로 발전하는 것들이요. 번역은 제게 일종의 허브 같은 거예요. 읽기에서 쓰기로 가는 긴 과정들 속에 많은 것이 뻗어 나가는. 정 진은영 시인이 제게 “시와 시를 이어 주는 다리”라는 말을 했어요. 저는 시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저는 모든 시를 읽을 때 머릿속에서 매번 한국어와 영어를 가지고 더블플레이를 해요. 두 언어 사이의 한계를 항상 느끼고, 번역한 게 만족스럽지만은 않지만 그 생각에서도 놓여나려고 노력을 해요.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나면 번역은 번역의 운명이 있다고 생각해요. 번역도 딱 제 나이, 이 시점에서의 읽기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무거운 느낌에서 약간 놓여난다고 할까요. 읽는 경험을 나눔으로 만드는 게 번역이고, 그걸 조금 더 행복하게 하고 싶어요. 어렵지만.
  • [거리 미술관]6.서울 베를린 광장(Berlin Platz)

    [거리 미술관]6.서울 베를린 광장(Berlin Platz)

    독일도 한 때 우리와 같은 분단국가였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되면서 동서독으로 나라가 두동강이 난다. 패전 이후 1961년 8월 동독이 베를린에 동·서독간 왕래를 차단하는 인공장벽을 설치하기 전인 1950년부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11월까지 약 400만명의 동독인들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서독으로 이주한다. 그런데 1954년 이와 정반대로 서독에서 동독으로 옮기는 독일 가족이 있었다. 독일을 유럽의 강국으로 만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가족 이야기다. 메르켈의 아버지는 목사로 딸이 태어난 함부르크에서 고향인 동독으로 편입된 브란덴부르크에서 목회활동을 하기위해 동독으로 갔다. 당시 메르켈은 태어난 지 3개월된 갓난 아기였다. 메르켈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서독으로 다시 넘어와 독일 정계에 입문한다. 이후 메르켈은 2005년 독일의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되는 등 4번이나 총리직을 맡으면서 뛰어난 리더십으로 유럽의 경제위기 가운데 독일을 경제대국으로 만들고 유럽연합 창설도 주도하는 등 유럽의 정치지도자로 부상했다. 메르켈은 오는 9월 중순 연방하원 선거에서 16년만에 새로운 총리를 선출하면 정계에서 물러난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의 통일을 생각하며 서울에 있는 베를린 광장을 찾았다.서울 중구 청계천 삼일교 남단 장교빌딩 앞에는 30여평 규모로 ‘베를린 광장(Berlin Platz)’이라는 테마공원이 조성돼 있다. 독일 베를린 시를 상징하는 푸른색 바탕의 곰과 베를린 장벽 등이 있다. 이 곳은 베를린 시가 우리나라의 통일을 염원하는 뜻에서 2005년 예산을 부담하여 조성했다. 이 장벽은 원래 베를린 시 동부지역에 있는 마르짠(Marzahn) 휴양공원에 전시중 이었다. 장벽은 폭 1.2m, 두께 0.4m에 길이 3m, 높이 3.5m 크기다. 설치 이후 장벽에 그려진 낙서와 그림이 있는 실물 그대로의 조형예술품이다. 낙서나 그림은 사람 접근이 가능했던 서독 쪽 벽면에 주로 그려졌다. 가족을 그리워하거나 통일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낙서들로 통일을 향한 독일인들의 애잔한 마음이 담겨있다. 반면 완충지대가 조성되어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했던 동독 쪽은 벽면이 상대적으로 깨끗한 모습이다. 장벽은 L자형 모양으로 총 3개가 연결돼 있다. L자형 장벽은 동쪽에서 서쪽으로의 차량을 이용한 탈출을 막기위한 방지턱 역할을 했다.베를린광장에는 베를린 시를 상징하는 곰 한마리도 있다. 푸른색 곰의 몸통 한편에는 독일 통일을 환호하는 모습의 독일시민과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문이, 반대편 몸통에는 우리나라 숭례문과 통일을 기원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각각 그려져 있다.광장에는 베를린장벽을 중심으로 1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독일양식의 가로등과 벤치는 물론 독일산 갈참나무도 있다. 광장의 바닥도 독일 전통 정원의 바닥 양식인 사괴석(四塊石, 화강암을 사각형 모양으로 다듬은 돌)으로 포장해 놓았다. 이 사괴석 포장은 독일의 최고기술자가 직접 작업한 것으로, 빗물이 잘 빠져나가는 친자연공법으로 시공했다. 이 포장공법은 숙련된 기술자 한 사람이 하루 최대 20㎡밖에 포장하지 못하는 정교한 공법이라고 한다. 한편 독일 베를린 시의 마르짠 공원에는 서울시가 베를린광장 조성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은행 협찬을 받아 서울정원이 조성돼 있다. 언젠가 우리나라 휴전선의 철책선도 철거될 것이다. 그 날을 기다리며 동서분단의 아픈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역사의 현장을 찾아가보면 어떨까.
  • 상용화 2년 5G ‘품질 불만’에… LTE 가입자 17개월 만에 반등

    상용화 2년 5G ‘품질 불만’에… LTE 가입자 17개월 만에 반등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의 5세대(5G) 이동통신 품질 논란 탓에 오히려 한 세대 뒤진 방식인 롱텀에볼루션(LTE·4G) 가입자 수가 17개월 만에 반등했다. 상용화된 지 2년이 지나 한창 가입자를 끌어모아야 하는 5G는 이전 단계인 LTE의 기세에 눌려 오히려 가입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이동전화 사용자 중 LTE 가입자는 5116만 9843명으로 지난 4월(5092만 392명)보다 0.48% 증가했다. LTE 가입자 수가 앞선 달보다 늘어난 것은 2019년 12월 이후 17개월 만에 처음이다. 반면 5G 가입자 증가세는 둔화하는 경향이 뚜렸했다. 지난 5월 기준 국내 이동전화 사용자 중 5G 가입자는 1584만 1478명이다. 올 들어 5G 가입자는 전달 대비 증가폭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인을 5G에 대한 실망감에서 찾고 있다. 2019년 4월 상용화 이후 2년이 넘은 시점에도 여전히 5G가 제대로 안 터지는 지역이 상당한 데다, 막상 된다 한들 꼭 5G가 있어야만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지도 않기 때문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이나 클라우드 게임(스트리밍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게임)·자율주행 차량 등 5G 시대가 열리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분야들이 아직 충분히 무르익지 않았다. 또 이통 3사는 LTE보다 20배 빨라서 ‘진짜 5G’라 불리는 28기가헤르츠(㎓) 대역의 5G 기지국도 올해까지 4만 5215국 구축하기로 약속했지만 3월 말까지 91국을 설치하는 데 그쳐 빈축을 사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30일에는 5G 요금제 가입자 526명이 서비스 품질 불량에 따른 피해를 배상하라며 이통 3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반면 알뜰폰 업체들은 보통 월 2만원대면 데이터와 음성 통화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LTE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 5월 알뜰폰 LTE 가입자는 784만 2711명으로 4월(706만 3033명) 대비 11.03% 늘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구매할 수 있는 ‘자급제폰’을 온라인에서 산 뒤 알뜰폰 LTE 요금제로 가입해 통신비를 아끼는 것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9년 4월 상용화 직후에 5G를 개통했던 이들이 슬슬 통신사 2년 약정이 끝나가는 요즘 LTE로 회귀에 나선다면 5G 가입자 증가세가 지금보다 더 둔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체감 가능한 5G 콘텐츠가 있어야 5G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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