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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러시아」/「지역간 그룹」/옐친의 쌍두마차

    ◎옐친,그는 누구인가/그의 사람들/민주화·경제개혁,아이디어의 산실역/야코블레프·루츠코이·포포프등 「정치고수」 포진/야블린스키·샤탈린·실라예프등은 경제전문가 보리스 옐친을 도와 그에게 끊임없이 민주화와 개혁의 아이디어를 제공해온 사람들이 있다.새로운 러시아의 탄생은 옐친의 용기·결단력과 이들의 아이디어가 합쳐져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루츠코이러시아공 부통령,가브릴 포포프 모스크바시장,현정치국원 야코블레프 등 정치적인 동지들과 경제면에서 개혁 아이디어를 제공해온 그리고리 야블린스키,실라예프총리,우즈코프,볼스키 등이 모두 새로운 소련을 만들기 위해 옐친을 도운 숨은 공로자들이다. 옐친이 이들 개혁인사들과 관계가 깊어진 것은 1987년 공산당중앙위원회 회의석상에서 당시 보수파의 거두로 불리던 정치국원 리가초프를 비롯,보수파를 맹공한 뒤부터였다.옐친은 그 때문에 모스크바시당 제1서기와 정치국원직을 박탈당했다. 옐친은 그의 자서전 「고백」에서 공산당의 동지들이 모두 등을 돌릴때모스크바의 개혁파 지식인들이 자기를 도왔다고 했다.이들 개혁인사들은 지난 89년7월 인민대표회의 대의원선거에서 옐친을 도와 당선시킴으로써 그의 정치적 재기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이때 「지역간 그룹」이라는 단체를 조직,그를 도운 인사들이 고안드레이 사하로프박사,역사학자인 유리아파나셰프,가브릴 포포프 현모스크바시장 등이다. 러시아공 의회에서는 역시 개혁파 인사들로 구성된 「민주러시아」대의원들이 그를 지지,지난 90년4월 옐친이 러시아최고회의 의장에 선출될때 큰 역할을 했다.이 기간동안 만난 인사들이 5백일 경제개혁 입안자인 스타니슬라프 샤탈린,외교전문가인 게오르기 아르바토프,경제전문가 스비야토슬라프 표도로프 등이다. 옐친과 소련개혁 지식인들의 만남은 상당히 의외의 측면이 강하다.옐친은 노동자 출신에 공산당 당료로 평생을 지냈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개혁파 지식인들의 구미에는 맞지 않는 사람이다.그런데도 이들이 옐친을 선택한 것은 바로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대신 실현시켜줄 가능성을 그에게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개혁지식인들로서는 자신들의 이상실현을 위해 옐친을 대신 내세웠고 옐친은 이 아이디어의 실현 기회를 훌륭히 제공한 것이다. 이들중 최근 정치일선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사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다. ▲알렉산드르 야코블레프(68)=한때 「고르비의 분신」으로 불리었으며 쿠데타 발생 직전에 공산당 탈당과 함께 옐친 진영에 합류.IMEMO(세계국제경제관계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역사학자로 연방최고회의 대의원. ▲그리고리 야블린스키(39)=젊은 경제학자로 4인경제위에 임명돼 향후 옐친의 경제정책을 입안해 나갈 인물.옐친의 개혁경제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쳤고 5백일 계획 입안자중 한사람.지난해 러시아공 재무장관직을 사임,고르비의 지시로 미하버드대팀과 G­7회담에 제출할 고르비의 경제개혁안을 작성한 장본인.그러나 G­7 직후에 다시 옐친 진영에 복귀. ▲이반 실라예프(60)=앞으로 연방총리로서 옐친의 오른팔 역할을 할 인물.연방정부에서 산업부장관,부총리까지 역임.고르비의 측근으로 분류됐으나 러시아의회에 남아 싸움으로써 옐친과 급속히 가까워졌다는 후문.지난 21일 고르비 영접단 대표로 크리미아까지 갔던 인물. ▲가브릴 포포프=모스크바시장.인민대표회의내 개혁파 모임인 「지역간 그룹」발기인으로 급진개혁을 주장해온 경제학자.모스크바시의 독자 경제개혁을 추진,옐친의 신임을 받은 인물. 보수파에 몸을 담고 있다가 뒤늦게 옐친 진영에 합류한 인사로는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러시아공부통령과 바딤 바카틴 신임 KGB의장이 있다. ▲루츠코이(44)=공산당내의 개혁세력을 주도하다 지난 6월 러시아공 대통령선거때 옐친의 러닝메이트로 발탁.지난 3월 보수파공산당 출신 러시아의회 대의원들의 옐친 축출 기도때 옐친을 지지,이를 저지시킨게 결정적 인연이 됐다. ▲바딤 바카틴(54)=고르비 밑에서 내무장관재직때인 지난해 12월 발트해 공화국들에 대한 무력사용을 거부,내무장관직에서 해임되면서 옐친 진영으로 넘어갔다. 이밖에 하즈블라토프 러시아공 최고회의의장,옐친의 수석보좌관인 셰르게이 스탄케비치,경제전문가로 유리 루즈코프,아르카디 볼스키,블라디슬라 블라프등이 주목해야 될 옐친의 브레인들이다.
  • 교수들의 주민 설득(사설)

    예산도 확보하고 계획도 충분히 세워놓은 공공사업이 지역주민의 강경한 반대에 부딪쳐 시행도 못해보고 속수무책인 경우가 점점 늘어간다.쓰레기 매립이나 적환장,공해유발의 우려가 있다고 생각되는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이 이렇게 심한 거부를 당하는 것은 실제로 그것이 끼치는 피해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손실을 볼것에 대한 이기심때문이다.특히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되는 것이다.자세히 알지 못한채 대세에 편승해 버려서 일어나는 이런 종류의 갈등은 대응하는 노력에 따라서는 어느정도 해결의 길이 있다.제도와 행정기술의 지혜도 발휘해야 하지만 일차적으로 대화와 설득의 슬기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이른바 「님비현상」으로 지역주민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친 「쓰레기 매립장 건설의 차질」을 해소하기 위하여 대학교수들이 주민설득에 나선다는 소식(26일 서울신문보도)은 매우 긍정적인 기대를 걸게 한다. 최근,서울시에서는 집단민원이 사라졌다는 보도가 있었다.악성의 민원시위로 행정업무에차질이 빚어질 지경이었던 것이 서울시의 경우였는데 6개월동안 「적극개입」한 결과 극단적행동은 해소시킬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서울신문 8월16일보도).서울시의 이 집단민원 해소노력도 그 핵심은 『차분한 설득』이었다.할 수 있는 일은 적극적으로 해결해주고,안되는 일은 차선책으로,이도 저도 안되는 일에는 「불가」의 이유를 차근차근 설득해서 해결한 것이다. 막연한 상태로 피해에 대한 공포만을 접하게 된 사람들에게는 「미지」 그 자체가 공포를 확대시킨다.그것을 제거해주고 타당하고도 불가피한 실상을 호소해서 이해시켜야 한다.그런 노력을 위해서는 관만으로도 안된다.또한 합이적인 설명없이 우격다짐으로 강행하는 일은 민주사회를 역행하는 일이다. 해당부분을 전공하는 대학교수는 가장 확실한 해답에 접근해 있는 지식인이다.지식인은 그 속성 때문에 정직하고 가치중립적인 진이를 추구하고 표현한다.그런 기능을 발휘하여 시민을 올바르게 설득할 수가 있는 것이다.그런 역할은 또한 지식인에게 부여된 사회적 임무이기도 하다. 또한교수들에게 「설득역할」을 부과한 행정부에서는,그들 교수들의 발언이나 약속을 뒷받침하는 정책실행에 각별히 공을 들이지 않으면 안된다.결과적으로 「교수들이 거짓말을 한 결과」가 된다면 큰일이다.지식인을 향한 마지막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물론,그이상 믿을 것이 없는 무규범의 상황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교수들의 협조를 받아 지역주민의 설득에 나서는 환경처는 이런 일들에 유념하여 우리사회가 모든 어려운 일을 합의된 민의로 조화시켜 갈수 있게 이끌기를 당부한다.
  • 새 권력구조 어떻게 짜여질까(크렘린 대지진:5)

    ◎개혁파가 권부 전면에 등장한다/의회등 요직에 신진학자등 대거 등용/군부·KGB의 권한 대폭 제한할듯 실패로 끝난 쿠데타의 여파로 대규모 숙청과 함께 소련 권력구조의 대대적인 개편이 불가피하게됐다.쿠데타 주도세력인 연방총리와 KGB의장 및 국방·내무장관의 해임은 엄청난 개편작업의 신호탄에 불과하다. 이 권력구조개편은 KGB와 군부 등 과거 냉전시대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핵심기구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파블로프전총리를 중심으로 했던 경제팀도 시장경제로의 신속한 전환을 주장했던 학자와 관료들로 교체되는 등 신진 개혁파인사들을 대거 등용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공산당의 위상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이러한 개편과정에서 옐친 러시아공화국대통령을 비롯한 각공화국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대통령은 집무복귀 직후 쿠데타 주도세력인 3개부서의 책임자를 해임,잠정적인 후임자를 임명했다.그러나 하루만에 또다시 이들 3개부처의 책임자를 온건개혁파로 교체하면서 옐친의 의견을 따랐다.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했던 KGB와 군부의 권한과 역할을 법률에 의해 명백히 제한하는 입법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고르바초프는 후임자 인선과정에서 옐친러시아공화국대통령과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옐친은 고르바초프와 23일 회담을 갖고 KGB의장과 국방장관 등 요직의 정식인선문제를 논의했다.옐친은 이자리에서 「연정」을 제의,쿠데타 저지에 공로가 큰 러시아공화국의 인사들을 연방정부에 많이 참여시켜줄 것을 요구,고르바초프의 수락을 얻어냈다. 요직인선의 주도권을 잡기위해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고르바초프연방대통령과 옐친을 비롯한 각공화국 지도자들간에 어느정도 갈등이 예상됐으나 의외로 수월하게 해결됐다.오히려 연방과 공화국간의 위상정립과정에 더 큰 마찰요인이 도사리고있다.지난 20일 조인할 예정이었던 신연방조약이 조만간 정식으로 조인되면 그렇지않아도 공화국들의 권한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옐친이 독자적인 러시아공화국 군대를 창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있기 때문에 연방정부가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게되는데 대해고르바초프의 반발이 예상된다. 어쨌든 물갈이는 대폭이 될 수 밖에 없다.루키아노프최고회의의장이 이번 쿠데타의 배후인물로 지목됨에 따라 인사태풍은 연방정부에 국한되지않고 의회를 포함한 전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개편의 바람은 공산당에도 밀어닥칠 수 밖에 없다.이번 쿠데타에 동조한 인사들이 상당수 숙청되고 온건 개혁파 인사들이 대거 요직에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산당의 향후 위상정립방향은 아직도 불확실한 상황이다.대부분의 소련국민들은 공산당이 이번 쿠데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의심하며 격분하고있고 일부에서는 공산당 폐기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공산당의 입지가 약화될 것만은 분명하다.그러나 공산당이 개혁정당으로 변모할지 아니면 개혁파 인사들이 모두 빠져나가 버리는 가운데 유명무실한 3류정당으로 전락하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개혁신당 합류 가능성이 반반으로 예측돼오던 고르바초프는 복귀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1의 과제는 보수반동세력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혔으나 『나는 아직도 공산주의자이며 공산당은 앞으로 페레스트로이카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야한다』고 말해 혁신적인 메스를 가하면서 공산당과 운명을 같이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셰바르드나제전외무장관과 야코블레프전보좌관 등 개혁파 핵심인사들이 이미 상당수 공산당을 떠나 민주적인 개혁신당창당작업에 열을 올리고있는 가운데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인기가 앞으로 더해갈 것으로 보여 공산당이 환골탈태를 거쳐 국민정당으로 변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나자르바예프 카자흐공화국대통령도 겸직하고있던 공화국공산당 제1서기직을 포기하는 등 연방전역에 걸쳐 반공산당 분위기는 확산일로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르바초프가 공산당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공산당이 아직도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있는데다 그의 유일한 지지기반이며 이제와서 공산당을 버리고 민주신당으로 당적을 옮길 경우 남들이 차려놓은 잔치에 손님으로 끼어드는 결과밖에 안돼 결국 스스로 정치생명의 목줄을 끊는 셈이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대대적인 권력구조개편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과거 70여년간 권력주변에서 맴돌던 보수파들을 완전히 거세시키기는 어렵다.극심한 경제난이 지속될 경우에는 또다시 극적인 상황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결국 소련은 이제 본격적인 다원화사회로 접어드는 셈이다.새로운 다원화시대로 전환하는 혁명은 아직도 진행중이며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를 단정짓기에는 아직도 이른 시점이다.
  • 대학 「기여입학제」 어떨까

    ◎새 대입제 논쟁… 각계의 입장을 짚어본다 그동안 정부에 의해 강력히 억제되어 왔던 대학 「기여입학제도」에 대한 찬반논쟁이 다시 가열되고 있다.이는 교육부가 지난 12일 건국대 입시부정사건을 계기로 대학입시부정대책과 함께 기여입학제도를 적극 검토,추진하겠다고 발표한데 따른 것이다.교육부는 빠르면 오는 93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반대여론이 거세게 일 경우 이를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과연 예정대로 기여입학제도를 시행할 수 있을지,정부와 사학의 입장 및 일반국민의 여론,외국의 예 등을 살펴본다. ◎시기·방법 놓고 부작용 최소화 고심 ▷정부의 구상◁ 기여입학제도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절대불가」방침을 고수해 왔었다. 왜냐하면 이 제도가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이른바 일류대와 2∼3류대학사이에 대학재정의 「부익부」「빈익빈」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호하고 있는 연세대나 고려대·서강대·이화녀대의 경우 서울의 중위권대학이나 지방사립대학에 비해 재정형편이 훨씬 나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재정이 넉넉지 못한 2∼3류대학들은 기여입학제도를 실시하더라도 그다지 큰 혜택을 받지 못하리라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대목은 기여입학제도를 실시함에 있어 그 시기와 방법을 어떻게 구체화시키느냐에 달려있다고 하겠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 앞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한국대학법인협의회등 교육계의 이익단체들은 기회있을 때마다 사학재정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기여입학제도」를 허용해 줄 것을 건의한 바 있다. 또 교육부의 정책자문기구인 교육개혁심의회도 지난 87년부터 줄곧 각사립대학의 재정확충은 물론 대학발전기금조성을 위해 「기부금제도」를 양성화시켜줄 것을 교육부에 요청해왔다. 이같은 교육계의 요청을 계속 거부해온 교육부가 12일 발표를 통해 이 제도를 긍정적으로 검토·추진하기로 한 것은 사학의 재정이 해가 거듭될수록 악화되어가고 이로인한 입시부정등 비리가 파생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사학에 대해 국고보조를 무한정 늘려주는데도 한계가 있음을 감안할때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사학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의 운영비 가운데 납입금의존율은 74%에 이르고 있고 국고보조는 겨우 1%(2백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나머지 25%는 부채로 충당하든지 기부금이나 재단전입금으로 결손액을 보충해 온 것이 사학재단의 현실이다. 교육부는 우선 기여입학생은 일정수준이상의 수학능력이 있는 학생 가운데 공개심사를 통해 엄격히 선발하고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정원밖에서 일정비율로 입학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또 재정적기여를 할 경우 기부금의 용도를 사전에 밝히고 기부금총액과 지출내역도 상세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교육부가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기여입학제도는 청와대측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다 국회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국민여론의 강력한 반발이 없는한 예정대로 시행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등록금 의존 한계… “떳떳한 재원” 기대 ▷사학의 입장◁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사학은 이제도의 도입을 매우 고무적인 일로 받아 들이고 있다. 다시말해 부정입시등 비리나 편법을 쓰지 않고 기부금입학을 통해 떳떳하게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립대학들은 운영비의 대부분을 납입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기부금에 의한 재원확보는 대학의 재정을 원활하게 하는데 윤활유역할을 할 것임에 틀림없다. 또 이 제도가 정착되면 학기초마다 겪는 등록금인상을 둘러싼 갈등이나 재단전입금확대요구등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사학재단의 전입금비율은 12.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부채는 3.0%,기부금은 2.7%로 각각 집계됐다. 더욱이 사학의 부채액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부채총액이 3천2백억원을 넘어섰다. 선진국인 구미제국의 납입금의존도를 보면 미국 37%,일본 63%,프랑스 68%로 우리보다 낮은 반면 이들 사립대학에 대한 국고지원은 미국 20%,일본 15%,프랑스 32%로 우리보다 15∼32배나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모든 사립대학이 이제도에 대해 찬성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구병림대학교육협의회사무총장은 이날 『협의회소속 1백35개대 가운데 일부 지방사립대등은 이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지방대학에는 혜택이 거의 없다는 점등을 들어 그리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하고 『그러나 궁극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으며 앞으로 국고지원은 형평의 원칙에 따라 이들 대학에 우선할당해 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립대측은 기금이 모아지면 학교시설물에 대한 투자는 물론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등 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것이라며 이 제도의 도입을 기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립대학들은 당장 기부금을 받고 입학티켓(?)을 주는 방식을 지양하고 이미 오래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등과 같이 기부금을 낸 사람의 뜻을 살려 그 후손들에게 입학특전을 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위화감 조성”·“학생에 혜택” 찬반 팽팽 ▷일반의 반향◁ 앞으로 찬반토론이 있을 예정이나 현재로서는 반대론이 우세한 편이다. 사학의 재정난을 덜어주기 위해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소지가 매우 큰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물론 이같은 논리는 부유한 사람들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주장이긴 하나 훨씬 설득력을 지니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때문에 기여입학제도에 대해서는 대학관계자들사이에서도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연세대 박흥수기획실장은 『정원외 1%인 40여명만 기여입학해도 2만여 학생들의 등록금인상을 동결할 수 있고 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혜택을 줄 수 있다』며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 서강대 이덕호교수는 『한국의 1백26개 4년제대학에 대한 정부지원이 90년 한햇동안 4백억원인데 비해 이웃 일본정부는 지난 88년에만도 사립대인 일본대학에 5백78억원을 지원했다』고 상기시키고 『정부가 대학의 모든 수입원을 제도적으로 막아놓고 대학발전을 바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또 다르다. 한양대이해성총장은 『현상태에서 대학재정을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여입학제도이지만 기부금액수가 명문대학에 비해 낮을 것이 뻔한 군소대학들은 이 제도를 실시하는데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여서 김모씨(55·여·서울강남구 압구정동)는 『별다른 효과도 거두지 못한 과외비로 매달 3백만원씩 지출하고도 대학에 떨어졌는데 차라리 기여입학을 실시하면 이 돈으로 여러 학생들에게 장학금혜택이라도 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 학부모인 이모씨(48·여·동대문구 전농동)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내 아들이 과외를 받지 못해 대학에 떨어졌다는 죄책감에 밤잠을 못이루었는데 돈많은 사람의 자식만 대학에 들어간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랜 관행으로 「특별전형」 보편화/미/의대중심,잡음없이 자율로 시행/일 ▷외국의 예◁ 이 제도가 가장 잘 시행되고 있는 나라는 두말할 나위없이 미국이다. 물론 이 경우도 정부가 기여입학제도를 공식인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 관행에 의해 사실상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명문 하버드대는 해마다 입시전형에 이같은 내용을 공고하고 있으며 재학생의 10%는 특별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존 F 케네디 전미국대통령(프린스턴대학에 들어갔다가 졸업은 하버드대학에서 함)과 그의 아우인 에드워드 케네디 미상원의원,로버트 케네디 전미법무장관형제도 하버드대학에 거액을 희사한 할아버지 패트릭 케네디와 아버지 조셉 케네디의 후광으로 이 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이다. 또 일본 사립대들도 교육비가 굉장히 비싼 의과대를 중심으로 일부학생의 기여입학을 인정하고 있는데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신중히 해나가 별잡음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관련,일본문부성은 해마다 공문을 대학에 보내 『기여입학제가 사회적물의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기여입학제도가 가장 보편화된 미국의 경우 주립대는 전체운영자금의 4%를,사립대는 11%를 이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는 학교운영 예산의 16%를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는데 숱한 인재를 배출해낸 경영대학은 전체 운영예산의 35%를 기부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다른 대학에 비해 기부금액수가 많은 하버드대와 M·I·T대,스탠퍼드대등은 한해의 시설보완,교수확보 등에 소요되는 예산을 책정한뒤 일정비율의 금액을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 유엔시대가 더욱 보람찬 한국인들

    ◎저력의 코리안 160명 국제무대를 누빈다/“당당한 회원국… 이젠 위상 높일때”/현재 최고위직은 WHO 한상태처장/국장급 6명·과장급도 20여명 맹활약 조국 한국의 유엔가입을 예비하며 세계속의 한국인은 뛰고 또 뛰었다.그들에게는 활짝핀 미래의 「유엔한국」시대가 더욱 흐뭇하다. 유엔속을 누비며 일하고 있는 저력의 한국인은 현재 1백60여명,유엔바깥 국제기구에서 뛰고 있는 사람까지 합하면 2백50여명에 이른다.비회원국답지않은 막강한 맨파워다.오는 9월17일로 정식가맹국이 되면 더 늘어날 것이다.그들은 한결같이 근면·성실성과 뛰어난 전문지식인으로서 한국의 국제위상과 한국인들의 우수성을 더 높이고 있다.유엔내에서의 「한국」인상은 더없이 좋다.한국외교43년의 숙제였던 우리의 유엔가입을 위해 그들은 보이지않는 일조를 했다. 한국인 가운데 유엔내 최고위직에 올랐던 사람은 유엔 산하기구인 유엔개발계획(UNDP)아태지역 대표를 맡았던 김윤열박사(63)이다.지난 89년 정년으로 은퇴한 김박사는 우리나라와 국제기구와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는 교량역할을 하고 있다. 현직에 있는 유엔 고위직(국장급)으로는 세계보건기구(WHO)아태지역사무처 처장인 한상태박사(63),유엔 아동기금(UNICEF)홍보담당 부국장인 구삼열씨(50),인사담당부국장 김재희씨,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의 조영림·임영일씨,유엔환경계획(UNEP)의 박길씨 등을 꼽을 수 있다. 유엔 회원국은 자국인사들이 유엔내 각종 기구에 진출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다.그러나 우리는 아직 비회원국인데도 이들은 자력으로 유엔내 요직에 진출해 더욱 돋보인다고 외교소식통들은 말한다. 전세계 50억 인구의 보건문제를 총괄하고 있는 WHO의 아태지역총책임자인 한상태사무처처장은 지난 67년부터 WHO에서 근무해오다 사무처 차장을 거쳐 24년만에 처장으로 승진했다.김윤열박사에 이어 한국인으로서는 두번째 유엔국제기구의 지역책임자가 됐다. 19년동안 AP통신 기자를 하다 불우아동을 구원하는 UNICEF 의회담당조정관을 거쳐 홍보담당 부국장을 맡고 있는 구삼열씨는 지난87년 UNICEF 그란트총재에 발탁된 케이스로 세계적인첼리스트인 정명화씨의 남편이기도 하다.구씨는 최근 UNICEF 한국위원회 조직문제를 정부등과 협의하고 부인 정씨의 국내연주를 보기 위해 귀국해 있으며 오는 14일 중국으로 출장간다. 김재희 UNICEF 인사담당부국장은 서울신문기자출신으로 주시에라리온대표를 지냈다. 과장급으로는 WHO에 5명,국제원자력기구(IAEA)에 6명,UNICEF에 5명,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에 6명등이 있다. 정부가 유엔의 각종 기구에 파견하고 있는 공무원도 35명에 이른다. 유엔은 사무국을 비롯한 5개의 주요기구,1백6개의 산하기구,18개의 전문기구및 IAEA등 2개의 독립기구로 구성되어 있다.
  • 「인상」으로만 달리는 자보료/염주영 경제부기자(오늘의 눈)

    손해보험회사의 주종상품인 자동차보험은 「밑빠진 독」인것 같다.보험가입대상인 자동차대수가 급증하면서 보험료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보험사는 계속 적자타령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보험사의 적자타령에 못이겨 재무부는 결국 자동차보험료를 오는 20일부터 평균 9.4%,자가용승용차의 경우는 14%나 올려주기로 했다.보험료 수입이 늘어나면 보험료를 낮추어야 할텐데 오히려 올려 놓았으니 보험가입자들만 분통이 터질 일이다. 재무부는 줄곧 보험사의 수지에 관한 복잡한 수치만 제시하면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함을 역설했다. 그러나 도무지 현실과는 동떨어질뿐만 아니라 가입자들로서는 납득이 안가는 수치로 느껴져 일단 이들 통계자료는 덮어 두고 상식적으로 따져보자. 재무부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발표하기 하루전인 6일 경찰청은 「최근 교통사고통계」라는 간략한 자료를 발표했다.이 자료에 따르면 7월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2백90만대의 각종 차량이 굴러다니고 있다.올 상반기(1∼6월)중 하루평균 6백57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나 32명이 숨지고 8백9명이 부상을 당했다. 1년전(90년1∼6월)에는 하루평균 6백69건의 교통사고가 발생,31.6명이 숨지고 8백56명이 부상을 입었다. 1년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하루에 발생하는 교통사고건수는 12건(1.7%)이 줄고 부상자는 47명(5.5%)이나 줄어들었다. 물가상승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보험사가 지급하는 각종 보상금은 당연히 지난해보다 줄어들어야 한다는 단순계산이 나온다. 즉 보험사의 보험금 지출부문에서 1.7%만큼 인하요인이 발생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지난 1년동안 늘어난 자동차대수는 70만대(30%)에 이르고 있다.모든 차량이 보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어림잡아 보험가입자가 지난 1년동안 30%나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바꾸어 말하면 보험사의 보험료 수입이 30%정도 늘어났으며 따라서 이 정도 보험료를 내릴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한 것이다. 사고차량 수리비나 보험환자에 대한 의료비가 소비자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올라야 할 이유는 없다.때문에 보험금 지출은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인 9%만큼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요인들을 종합하면 자동차보험료는 지난 1년동안 발생한 인하요인합계(31.7%)에서 인상요인(9%)을 뺀 22.7%정도는 내려야 정상인 셈이다. 그런데도 9.4%를 올렸고 더구나 말없이 보험료를 꼬박꼬박 잘 내는 자가용 승용차에 왕창 부담시켰으니 말이 없을 수 없다. 더이상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인 보험료인상은 그만하고 빠진 독의 밑을 고치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 이라크/「알리바바시대」로 시침 후퇴(세계의 사회면)

    ◎전쟁후유증 심각,주민생활 피폐/행동규범 실종… 절도·약탈 만연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지 1년이 지난 지금 이라크국민들은 소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괴도 알리바바의 망령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에 따른 엄청난 파괴로 경제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다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가 아직도 풀리지 않아 이라크국민들의 생활수준은 극도로 처참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군에서 제대한 젊은이들은 할일이 없어 자포자기의 타락행위에 빠져들고 있는가 하면 바그다드를 비롯한 많은 도시들에서 알리바바의 후예들이 절도와 약탈을 자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그다드에 거주하는 한 외교관은 『현재 바그다드의 절도발생률은 사상 최악』이라며 『전에는 문이나 창문을 닫지 않고도 외출을 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처럼 절도행위가 만연하기는 처음』이라고 말한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유엔의 경제제재를 탓하고 있다. 생필품의 절대부족으로 배급제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자기자신과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절도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필요한 물건을 구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주민들은 이처럼 절도행위가 만연하는데 대한 이유를 다른데서 찾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국민들이 지난해 쿠웨이트를 강점하고 있는 동안 자행된 약탈등 무법행위에 익숙해져 행동규범을 잃은데 그 원인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법과 질서가 계속해서 무시되고 있다는 것은 큰 잘못이다. 특히 절도행위가 20∼30대등 젊은층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대해 많은 지식인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오랜 군생활을 마치고 제대했지만 돈도 없고 뚜렷한 기술도 없어 할 일이 없는 실업자들이다. 현재 가장 인기있는 절도대상 품목은 자동차다. 뚜렷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이라크에서 택시영업은 훌륭한 생계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절도대상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 절도가 극성을 부리자 부품구입이 용이한 자동차의 경우는 차값이 무려 50%나 뛰어오르는 등 생각지 못했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라크의 언론들도 차량절도등 절도행위를 문제삼기 시작했다. 이라크 국민들은 이제까지 자신의 재산을 보호기 위해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에는 익숙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도 이제 자신의 재산보호를 위해 갖가지 방안들을 강구하고 있다. 전세계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불러 일으켰던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이라크를 아라비안나이트속의 알리바바의 시대로 후퇴시키고 말았다.
  • 「캄」 민족회의 인정/중·소,공식 합의

    【콸라룸푸르 AP 연합】 소련과 중국은 20일 캄보디아 최고민족회의(SNC)를 공식인정키로 합의했다고 소련의 이고르 로가초프 동아시아 담당 외무차관이 밝혔다. 이같은 합의는 19·20일 이틀간 콸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연례 외무장관 회담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 유리 마슬류코프 소련 부총리와 전기침 중국 외교부장간의 회담에서 이루어졌다
  • “조만식선생,50년 평양서 총살당했다”

    ◎소 거주 전 북한 고위인사들 증언/유엔군 입성 하루전 5백여명과 함께/북한군,대동강변에 집단 매장후 도주 6·25이후 생사를 알길없던 민족주의자 고당 조만식선생은 전쟁중 북한당국에 의해 총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사실은 중앙일보가 당시 북한에서 당·정고위직을 지내다 그후 숙청돼 소련 등 해외로 탈출·망명한 인사들의 증언을 인용,19일 보도함에 따라 40여년만에 드러났다. 조만식선생은 6·25전쟁중 북한인민군이 유엔군에 밀려 평양에서 후퇴하기 전날인 50년 10월18일 공산정권에 반대하던 미족계열인사및 치안사범등 5백여명과함께 총살당해 대동강변에 가매장됐었다고 이들은 증언했다.이제까지는 조만식선생이 신탁통치 반대 등을 이유로 46년 1월부터 연금생활에 들어간 뒤 행방이 묘연해져 고령으로 자연사했거나 6·25전쟁을 전후해 북한정권에 의해 처형됐을 것으로 막연히 추측돼왔을 뿐 그의 사망시기 및 방법,동기와 배경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않고 있었다. 북한에서 조소문화협회부위원장,주동독·체코 초대대사 외무성부상 등을 지내다 지난 59년 소련으로 망명한 박길용박사(71·소련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 선임연구위원)등에 따르면 북한은 50년 6·25전쟁을 일으킨 뒤 남진을 계속하다가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역전되고 한국군과 유엔군의 평양입성이 임박하자 50년 10월 중순쯤 주요 정부기관을 평북(현재 자강도)강계로 이동시키기로 최종결정한 직후 형무소 등에 수감한 정치범 및 치안사범들을 그곳까지 끌고갈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유엔군이 평양에 입성하기 하루전인 10월18일 「특수가옥」에 연금시켜온 조만식선생(당시 68세)을 비롯,내무성 구치소(형무소)등에 가뒀던 지식인 기독교인 등 민족주의 계열인사와 치안사범 등 5백여명을 집단총살시킨 뒤 시체를 가매장하거나 일부는 그대로 둔채 후퇴했었다. 북한은 중국군의 참전으로 50년 12월초 다시 평양을 탈환하자마자 조만식선생 등의 시체를 파내 『전쟁을 도발한 이승만괴뢰군이 평양을 쳐들어오면서 조만식선생 등 수많은 민족지도자급 인사들을 죽여 구덩이에 파묻고 퇴각했다』고 선전했고 그후 북한주민들은 조만식선생 등이 한국군과 유엔군에 의해 처형된 것처럼 알고 있다고 박씨 등은 전했다. 북한 내무성부상까지 지내다 숙청돼 현재 레닌그라드에 사는 당시 북한노동당 강원도당 부위원장이었던 강상호씨(82)는『평양이북지역으로 후퇴하던 날밤 조만식 등 반동분자들이 총살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당의 3남인 조연흥씨(51·조선일보 총무국장)는 『60년대 중반 한 귀순자가 자료를 통해 자신의 부하로부터 45년 10월15일쯤 아버지를 총살했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으나 명확치 않아 그동안 아버지의 기일을 정하지못한 채 해마다 아버지의 생신일(2월1일)을 맞아 추모하고 있다』면서 『이번처럼 아버지를 비롯한 민족계열인사 등 5백여명이 북한당국에 의해 학살된 시기 방법 동기와 배경 등이 당시 북한의 고위관리에 의해 명확히 밝혀지기는 처음으로 매우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북한문제전문가인 이정식교수(미 펜실베니아대)는 『고당은 소련군정의 엄정한 감시하에 평양의 고려호텔에 연금된 이후 행방불명돼 한국전쟁중에 공산정권에 의해 살해됐다는 소문이 있으나 확실한 증거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1882년 평남 강서군 반석면에서 출생한 고당 조만식선생은 3·1운동과 물산장려운동에 앞장서는 등 일제때부터 해방정국에 이르기까지 민족주의자로 일관해왔으며 6·25전쟁이 나고 부터는 생사를 알길이 없었다.
  • “경찰의 「수사권 독립」 신중 검토”/12일 본회의(의정중계)

    ◎불로소득 중과세… 복지재원화 용의는/「통상임금기준 한자리 억제」 내년 철회 ◇최정식의원(민자)=6공화국의 민주화 추진과 관련,앞으로 남은 과제에 대한 일정계획을 밝히고 특히 5공청산과 광주사태의 미해결 부분은 무엇인가 밝히라.치유하기 힘든 상황까지 간 것으로 보이는 도농간 격차문제해결방안은.도덕성의 결여를 방지키 위한 교육개선책과 시위문화 치유책은 무엇인가.법질서확립을 통한 사회기강확립방안은 없는가. ◇최낙도의원(신민)=지역차별 인사행정이 지역감정의 골을 깊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보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광역의회선거기간중 장관을 포함한 공무원들이 지방출장을 통해 공약을 남발하는 등 탈법행위를 저질렀다.공명선거 감시단이 야당의 선거운동을 위축시켰다는데 대한 견해는.시국이 안정국면으로 들어가면 경찰관에게 지급한 총기를 회수해야 한다고 보는데 정부의 방침은.대학생 농촌봉사활동을 저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해구의원(민자)=국민정신질서를 바로잡기 위하여 정치인·지식인·종교인·언론인을 포함한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가칭 「국민정신운동연구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둘 계획은 없는가.우리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불로소득을 과감히 조세로 포착,복지소요재원으로 충당할 용의는.동북아 환경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해 나가기 위하여 가칭 「동북아 환경보전기구」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이를 추진할 용의는. ◇조찬형의원(신민)=수서사건 직후 한보의 주거래은행들이 총7백억원의 자금지원을 했고 최근에는 1백76억원의 신용대출을 해주는등 지금까지의 관례나 상식과 동떨어진 특혜조치를 계속하는 이유는.특히 주거래은행들의 이번 신용대출과 조흥은행이 이미 가압류해놓은 한보주택의 서울시에 대한 채권 1백7억원을 임의해제한 것은 은행측의 명백한 형사상 배임죄가 아닌가. ◇신하철의원(민자)=노동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과 노동정책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무엇인가.신도시아파트의 문화정책은 어떻게 수립되고 있는지.현재 산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사업주와 노동자간의 불신을 해결할 정부대책은.공무원 연봉제,토요일격주휴무제,해외인력수입,군방위병의 산업체근무,노동법개정 등에 대한 정부입장은. ◇정원식국무총리=민주화운동에 편승한 폭력·불법·무질서에 대해서는 행위자가 누구든 장소가 어디든 엄정 대처하겠다.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국민편의·인권·국가기능배분 등을 고려,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하겠다.지난 90년부터 북한과 공동으로 속초를 중심으로 한 청초호 개발사업이 진행중이나 대규모 항만시설개발사업은 검토된 적이 없다.광역의회선거에서 금품수수 소문이 언론에 보도되자 검찰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명단 등이 다시 언론에 보도됐으나 고의성이나 정치적 의도는 없었다.지자제단체장선거는 6·29선언의 완성이라는 역사적 의미에 유의하면서 공정하고 지역적 편향에서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수서사건관련 축소은폐 수사여론은 오해나 불신에서 온 것이며 특검제도입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금년도 추곡가와 수매량은 작황과 생산비 등을 고려,결정할 계획이다. ◇이상연내무부장관=지난해 10월13일 대통령특별선언으로 범죄와의 전쟁선포이후 강·절도와 폭력범 등 강력범죄는 전년동기대비 19% 감소됐고 112신고제도 정착으로 범죄신고율 및 검거율이 높아졌다.그러나 아직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에는 미달되어 있다는 판단아래 연말까지는 전경찰력을 민생치안에 투입,범인성 유해환경을 뿌리 뽑겠다.특히 7,8월 2개월간을 방범 및 특별검거기간으로 정해 여름철 행락질서를 확보토록 하겠다.지난 5월 국회에서 통과된 서울특별시행정특례법에 따라 서울시는 여타 시·도보다 큰 자율권과 수도의 특수성에 따른 행정권이 확보되었다. ◇김기춘법무부장관=한보에 대한 거래은행들의 금융지원이 배임죄에 해당하려면 객관적 임무위반과 주관적 고의성이 동시에 성립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 어느쪽도 입증되지 않고 있다. 광역의회 선거기간중 선거법위반사범은 총1천3백42건으로 금품선거사범은 3백92건이었다.선거기간중 서울에서 발견된 김정일사진이 인쇄된 유인물은 북한이 선전용으로 공중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도시부실공사에 있어 불량레미콘 공급은 컴퓨터조작상의 실수로 나타나 사기의 범의입증이 어려워 검찰권 발동이 어렵다. ◇윤형섭교육부장관=외대생의 정원식총리폭행사건과 관련,6명이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으며 사직당국에서 신중,적법하게 처리할 것으로 안다. 시국선언서명참여교사들의 처리문제는 각 시도교육감들이 전체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하리라 본다. ◇이어령문화부장관=조선총독부건물 철거는 현재 들어있는 중앙박물관의 이전이 결정된 이후에나 시행될 수 있다.광범위한 여론조사결과 78%의 국민들이 총독부 철거에 찬성입장을 표시하고 있으나 막대한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신도시 아파트건설시 단지내에 출판시설,민속공간,도서관 등 문화시설의 유치를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아파트단지의 이름도 정서와 문화적인 의미가 담겨지도록 명칭을 바꾸는 문제도 해당 부처와 검토하고 있다. ◇박철언체육청소년부장관=지금까지는 엘리트체육에 편중돼 왔으나 앞으로는 민주화,복지지향의 시대를 맞아 국민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생활체육진흥에 힘쓰겠다.8월에 열리는 세계잼버리대회에 소요되는 직·간접경비는 1천4백10억원이며 이중 정부가 1천3백7억원을 출연했다.이날 현재 1백29개국에서 1만9천62명이 이 대회 참가를 신청해왔다. ◇최병렬노동부장관=임금구조가 극도로 왜곡된 상황에서 통상임금(기본급+고정수당)기준 한자리수 인상억제지도방침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보고 내년부터는 고집하지 않겠다.우리가 유엔의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했을 때 1백71개 조약중 과연 얼마나 준수해야 하는가가 문제이다.현재 국내 변호사들에게 의뢰,우리가 비준할 수 있는 조약의 종류를 상세히 검토하고 있다.
  • 외언내언

    『남·북한이 예상할 수 있는 장래에 통일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겠지만 만약 통일이 된다면 무서운 반일국가가 일본의 바로 옆에 생겨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본 종합월간지 문예춘추(작년 3월호)좌담회에 참석했던 대표적인 한 일본우파지식인의 발언이었다.극히 한정된 일부 극우파의 소리이려니했다.◆미워싱턴타임스는 한반도 통일의 경우 한국이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것을 우려,일본은 국익상 한반도 현상유지를 바라며 이것이 통일진전에 걸림돌의 하나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일본은 한국 아닌 한반도의 안정을 바랄뿐이며 그것은 한반도 분단의 현상유지를 의미한다.최근의 한 국내잡지 일본특집내용의 한 대목이다.대북수교노력도 분단고착화 포석이라는 것.◆8일의 국방대학원 안보문제세미나서도 같은 경고의 소리가 나왔다.미해군대학원 국가안보연구부장 올슨교수의 진단.『일본은 한국에 대해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려는 혁신적인 외교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외견상 보이지만 이것은 분단의 현상유지를 확실히 하려는 계산된정책이며 일본엔 한국을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는 편집광적인 사람이 많다.◆독일은 몰라도 한반도 통일을 반대할 나라는 하나도 없을 것이고 없어야한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었다.우리의 분단은 일제와 냉전에 희생된 결과고 그것이 없어진 지금 통일은 당연한 순서이며 분단의 책임자인 미·일·중·소는 통일을 도와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속셈이야 어떻든 일본이 내어놓고 한반도 통일을 방해하고 나설순 없을 것이다.하지만 일본의 속셈을 철저히 감시하고 경계하지 않으면 안될 것같다.구실을 주어서는 안될 것이며 협조하지 않을 수 없도록 이끌어가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통일문제의 한국화,한국주도가 여기서도 중요한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 개혁바람에 고심하는 중국공산당/창당 70돌… 오늘의 위상

    ◎경제비능률 심화·제도적 부패등 만연/체제고수 속 “정치개혁” 국민욕구 외면 7월1일로 창당 70주년을 맞은 중국공산당이 나라 안팎에서 불어오는 심한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밖에서는 소련·동구의 탈공산주의 바람이 5천만 당원들의 사기를 꺾고 있는 데다 안에서도 6·4 천안문사태의 망령 때문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고희를 기념하는 학술대회나 각종 집회에서 예외없이 「당의 위대함」을 애써 강조하고 있으나 뜨거운 호응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차가운 시선을 보내거나 아니면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게 일반 주민들의 표정이다. 중국공산당이 오늘날 이처럼 사면초가에 빠진 것은 물론 마르크스·레닌주의 사상의 비현실성에서 찾을 수 있다. 볼셰비키혁명 이래 지금까지 세계 수십개국에서 실험해본 결과 이 사상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경제의 비능률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등소평을 정점으로 한 현 집권층이 경제에 관한 한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정치개혁에는 극구 반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등은 지난 79년부터 이른바 4개의 현대화(농업·공업·국방·과학기술)를 캐치플레이즈로 내세운 후 경제분야의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해왔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1인당 국민소득을 2배로 끌어올려 이제는 먹는 문제와 입는 문제는 거의 해결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붕 총리도 최근 중국은 최빈곤상태는 벗어났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정치개혁이다. 정치에 관한 한 4개 항의 원칙(사회주의·프롤레타리아 독재·공산당지도·마르크스 레닌주의와 모택동 사상 견지)을 굳게 고수,전혀 양보의 기색이 없다. 동구에서처럼 다당제를 채택,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정당 중에서 주민들이 원하는 정당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자유란 현재로선 상상할 수도 없다. 그보다는 강도가 훨씬 낮은 공산당내의 개혁을 촉구할 권한도 없다. 고위 당관료가 어떤 부정부패를 저지르든 이를 제지하고 규탄할 통로가 마련돼 있지 않다. 그래서 옳든 그르든 당의 지시에 순종할 수밖에 없다. 지난 89년의 6·4 천안문사태도 이같은 정치제도의개혁욕구 때문에 발생했었다. 당시 학생과 시민들은 좀더 많은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보다 성숙된 시장경제체제를 요구했던 것이다. 이 당시 좌절을 맛보았던 세력은 이제 지하에서 숨을 죽인 채 등소평 사후를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욕구분출을 기다리는 휴화산인 셈이다. 이같은 휴화산이 활화산으로 폭발하는 걸 막기 위해서는 정치분야의 개혁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동구와 같은 다당제까지는 못 가더라도 최소한 당관리의 부정부패나 과오 정도는 인민의 힘으로 시정해 나갈 수 있는 하의상달의 의사전달체계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개혁 역시 현정치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등의 사후 급진개혁파가 집권했을 경우 좀더 달라질 수는 있을 것이다. 1949년 공산당 집권 이후 통치형태는 누가 실권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져 왔다. 모택동을 비롯한 주은래 임표 등을 거쳐 양상곤 진운 이붕에 이르기까지 이념 중시의 정파가 집권했을 경우와 유소기 등소평 호요방 조자양등 실용주의자들이 집권했을 경우 통치양상은 크게 달랐다. 이념파 집권시대는 대약진운동(58∼60년)으로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고 문화대혁명(66∼70년) 때에는 실용주의파의 대거숙청은 물론 1천6백만명에 달하는 청년 학생과 지식인들을 시골로 내려보내(상산하향운동) 대학기능을 마비시키기도 했었다. 그러나 관용주의자들이 집권해서는 착실한 경제성장을 통해 인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보다 많은 자유를 허용해왔다. 그러나 실용주의자일지라도 자기들이 권좌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동구와 같은 혁명적 사태는 원치 않고 있다. 동구화의 단계에 접어들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의식이 좀더 깨우쳐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더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중국 공산당은 1921년 7월 어느날 50여 명의 당원들이 모여 창당했으며 정확한 날짜를 몰라 7월1일을 창당일로 정해 기념해오고 있다.
  • 6·25와 노병·모범 용사들(사설)

    또다시 맞은 6·25. 그때 아기로 태어난 사람이라도 이제는 40의 장년이 된다. 지금처럼 눈부시게 변하는 시대의 40년은 길고 긴 세월이다. 그러므로 「6·25」는 우리에게 화석이 되어버린 역사일만큼 세월이 지났다. 그러나 6·25가 아물어버린 상처로 보는 사람은 아직도 많지 않다. 약간 아문 정도로 보거나(42%) 전혀 아물지 않은 것으로 보는 사람(25%)까지 합하면 이 동족전쟁의 상처를 직접 간접으로,상처로 느끼는 것은 우리 국민의 대다수인 듯하다. 그러면서도 완벽하게 무방비한 상태에서 남침을 당하여 낙동강을 피로 물들이고서야 기사회생한 이 전쟁을 「북침」이라고 날조하고 싶어하는 시나리오에 동조하려는 상당수의 젊은이가 있기도 하다. 더러는 그런 논리가 진보적이고 새로운 것이어서 매력있는 것이기라도 하다는 듯 흥미본위의 이론을 추구하는 지식인 학자도 있다. 북측의 「남침」을 도와준 주변국 당사자들이 스스로 역사자료를 공개하며 회고록도 쓰고 고백도 하고 증언도 하면서 남침을 입증하는 데 의연하게 북침논리를 「주체사상」의 논리와 함께 신성불가침한 경전처럼 받드는 세력들이 우리 사회 속에 뿌리 내리고 성장해온 것은 애석하고 통탄스런 일이다. 그로 인해 우리 사회에 계속 안보의 불안한 그늘이 지는 일도 애석하지만,비뚤어진 지식에 오염되어 바람들어버린 나무처럼 상한 「재목」이 되어간다는 사실이 더욱 속상하고 가슴아프다. 23일에는 재향군인회가 벌인 평화통일대회가 있었다. 6·25참전용사 상이군경 전몰군경유족 우방국 참전용사 등이 참가하여 거리를 메우는 행진을 했다. 참전자들이 직접 증언하는 전쟁의 진상이 이 행진만으로도 역연했다. 우방국 참전용사는 「유엔군」으로 참전했던 사람들이다. 그들 중 전사한 유엔군을 위한 묘지도 우리땅에는 있다. 「걸프전」에서도 그랬듯이 평화를 침범하는 전쟁에만 유엔군은 참전한다. 「노병」도 거의 사라져 얼마남지 않은 그들이,그들이 지켜준 보람으로 번영하고 있는 한국을 대견해하며 행진하는 모습은 숭고했다. 이런 것 모두를 보면서도 여전히 「북침」 타령을 하는 지각없는 소수에 대해서는 그들의 병 깊음을 한탄할 뿐 이제 탓할 거리도 못되는 성싶다. 참전 노병들의 행진을 보며 다시 한 번 우리는 이 땅을 우리의 조국으로 살아남게 해준 장병들의 고마움을 생각한다. 북쪽을 고향으로 둔 한국인은,지금 그들이 「신음하는 북한인」이 아닌 것만으로도 삶의 큰 위로가 된다. 그것이 모두 장병들의 수호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이 땅에서 국군으로 산다는 일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직접 군인이든 그 가족이든 의무인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나라를 지키며 살아왔고 살아간다. 국군모범용사를 초청하여 우리는 그 뜻을 전하기도 한다. 6·25를 맞아 우리가 할 수 있는 따뜻하고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몸체 중에서 가장 수고하면서도 비바람치는 한데 내앉혀 놓은 지체에 대해 다시 한 번 위로를 보내며 마침내 유엔회원국이 될 만큼 능력있고 성숙한 나라가 된 우리 자신의 노고에 긍지를 함께한다.
  • 「다중볼모」가 된 시민(사설)

    택시가 파업한 1주일째 되는데 지하철이 파업하리라고 18일 현재 엄포중이다. 점잖은 신사숙녀의 모범생 같은 은행원들이 「준법투쟁」을 선언하고 12시만 되면 손을 탈탈 털고 일어나,점심시간을 이용해야만 은행에 갈 수 있는 직장인 시민들을 낭패하게 만들고 있다. 그뿐인가. 연예인들까지 파업2을 벌인 판이라 초저녁부터 재탕 필름만 돌려대는 TV 앞에서 시청자는 씁쓸하고 고약한 정서에 휩싸인다. 법적으로 우선은 근무처로 복귀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지만,한번 손을 놓고 나면 복원되기까지 1주일은 걸려야 하는 것이 연예프로그램의 제작이라 당분간 제대로 제작된 프로를 보게 될 가망은 별로 없다. 흡사 다중 차단장치 속에 갇혀버린 것 같다. 시민을 이렇게 여러겹 볼모로 삼아도 괜찮다는 것인가. 불쾌하고 고깝고 원망스러워서 짜증에 찬 시민을 택시 손님으로,지하철 승객으로,은행 고객으로,시청자로 만드는 것이 괜찮은 일이겠는가. 시민을 그렇게 만만히 여기는 행위는 누구에게도 결코 득이 되는 일이 아니다. 더구나 그 쟁의 방법이 너무거칠고 폭력적이다. 파업한 택시운전사들은 파업에 가담하지 않은 운전사들에게 심한 행패를 하고 있다. 차 유리창을 깨고 차를 부수고 동료인 운전사를 폭행하고 있다. 이런 식의 행패는 단순한 임금투쟁을 위한 것이 아니어 보인다. 택시기사에 대한 사회적 인상을 되도록이면 나쁘게 만들어 시민과 이간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든다. 그렇게 해서 임금이 조금 오른들,그런 찢어진 인심 속에서는 행복해지기 어렵다. 지하철도 그렇다. 해마다 다가오는 총파업 위협에 꼼짝없이 위축을 당하는 것은 시민이다. 출근시간이면 문이 안 당겨서 뒤에서 「푸시맨」이 밀어 넣어주어야 할 지경으로 많은 사람이 이 교통기관을 이용한다. 아름다운 여사원은 물론,대학에 강의하러 가는 석·박사급 지식인도 구두가 벗겨져 황당한 지경을 당하며 오르내리는 그런 교통편이,걸핏하면 「운행정지」를 무기로 사용한다. 적어도 이런 일은 도의적으로 잘못된 일이다. 시민의 절박한 생업권을 한정된 사람의 집단이기주의의 흥정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고의적으로또는 미숙하여 예사로 법이 묵살된 채 진행되는 이 같은 노사분규의 반복은 양측에 다같이 허물이 있다. 또한 시민은 협상만 시작되면 노동당국의 중재노력도 거부한 채 파업으로 먼저 줄달음치고 싶어하는 근로자측에는 이유 여하간에 원망스런 생각이 든다. 어쨌든 발을 직접 묶은 것은 근로자니까. 점심시간밖에 은행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싸악 비어 있는 어수선하고 황량한 은행점포는 배신감을 주었다. 시민 고객이 무슨 잘못이 있어서 이런 참담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분노 같은 배신감이다. 이런 느낌은 사회 어딘가에 괴어서 부글부글 끓어오를 것이다. 불포화성 기포처럼 괴어오르는 이 불쾌감은 사회의 정신건강을 파괴해갈 것이 틀림없다. 게다가 걸핏하면 출연거부를 하는 연예인들의 행동은 정말로 실망스럽다. 시민의 사랑을 양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사랑은 식물 같아서 물을 주고 가꿔야 한다. 보수를 흥정하기 위해 그렇게 쉽게 내던질 수 있는 것이 시청자의 사랑이라면 시청자가 애쓰며 우호적이려고 할 까닭이 없다.인기만 있으면 온갖 상상할 수 없는 영화로 치달아 오를 수 있는 특별한 가능성이 있는 재능인들이,그 대상인 시민을 이렇게 우습게 여긴다면 시청자도 그들을 외면해버리는 게 갚는 방법이다. 게다가 연예인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런대로 담백한 즐거움도 있어서 새로운 맛을 알게 되었다. 질도 의심스럽고 정성도 모자라는 연예 오락 프로그램의 비중을 이 기회에 좀 줄인다고 해도 아쉬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시민이란 본디 「볼모」가 되지 않는다. 시민을 볼모로 삼으려던 사람들이 항상 역의 함정에 빠진다. 다시 한 번 그 이치를 인식하고 신중을 다해 쟁의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국민」이 원치 않는 「국민대회」(사설)

    「부검」도 이루어졌다. 몸이 아파 입원한 환자들이 화염병과 최루탄의 위험 속에 갇혀 인질 같은 생활을 한 지난 며칠동안의 불편에서도 벗어났다. 그만해도 숨이 돌려지는 듯한 느낌이다. 바리케이드와 모래주머니로 참호 같은 저지선을 만들어놓고 시신사촌을 하던 시위학생들이 솔선해서 「장애물」들을 거둬내고 경찰력이 동원되어 청소도 했다. 결국 대화를 통해 노력하고 또 노력해서 이 귀한 화해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시위로 해결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한다. 그런데도 이 판국에 전국에서 「제5차 국민대회」가 또다시 열리고 있다. 명분을 「6·10 항쟁 계승」에 두고 노정권 퇴진을 위해 투쟁하겠다고 한다. 지난 5월9일부터 6월2일까지 4차례의 「국민대회」 동안 연인원 23만3천여 명의 학생·재야단체회원 등이 참가했으며 화염병 5만1천여 개,돌 32만여 개 등이 던져져 35곳의 공공건물이 피습되거나 방화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파괴대회」가 어째서 「국민대회」인가. 「국민」들은 이 시위대회에 넌덜머리가 나 있는데 여전히 「국민」을 칭하는 것을 누가 허락했는가. 지나간 4번의 「국민대회」가 너무도 지겹고 생업에 지장을 주어 이제는 「맨몸」으로 시위대 앞을 가로막는 중인 것이 국민이다. 고려대에서 「출정」한 시위꾼 수백명 앞을 시민들이 몸소 막고 앉았었음을 우리는 사흘 전에 목격했다. 그 시민들을 「돈 받고 동원된」 것으로 자극했다가 호된 분노를 사고 시위대는 쫓겨서 되돌아갔다. 「살기 위해서」 데모를 막으려고 나선 「국민」을 돈 받고 동원된 것으로 모욕하기를 서슴치 않는 「국민대회」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시위대회인가. 고대 앞에 이어서 서울대 앞에서도 시위대는 「국민」에게 야단맞고 쫓겨 들어갔다. 그런데도 여전히 「제5차 국민대회」라니,그런 「국민대회」를 무엇 때문에 하는가. 우선 「국민」을 사칭하지도 말라. 운동권이 그렇게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그걸 단속하는 치안책임자들도 덩달아 「국민대회」라고 부르는 것도 무신경한 행동이다. 사회주의 혁명운동권들의 전략에는 바로 그런 부분이 있다. 시민을설득해서 시위에 가담시킬 것을 기대하지 말고 시위운동을 먼저 저질러서 시민을 끌어들이게 하는 방법이다. 「국민」을 접두어로 계속 칭하는 것은 그런 효과를 위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런 집회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시위꾼의 정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정 총리 사건」 이후에는 자율적으로,솔선해서 소요와 시위를 거부하기로 하고 나서려는 것이 국민의 의지다. 그 시민(국민)의 목소리를,운동권은 알아듣도록 하라. 특히 「범국민대책위」라는 운동권의 지도부는 이 소리를 잘 새겨 들어야 한다. 한줌도 안 되는 환상적인 혁명운동세력이 「범」국민을 사칭하는 일부터가 정직하지 못한 일이다. 성숙하기 전의 어린 학생들을 끌어들여 이성능력을 마비시켜 편향적 이념에 고착시켜 놓고 그들을 하수인 삼아 극렬한 사회파괴운동을 벌이면서 그걸 「국민대회」라고 부르는 일에,정작 「국민」은 염증이 났다. 그 폭력에 다칠까봐 「시위학생의 도덕적 정당성」에 손을 들어주는 눈치 빠른 지식인들에게도 회의를 보낼만큼 「국민」들은 중심을 잡고 있다. 그러니 국민이 원치 않는 국민대회는 이제 끝내라. 그리고 실날같이 보이기 시작한 화해와 순리의 지혜를 발휘하도록 하라. 그것이 나라를 위하고 스스로를 구하는 길이다.
  • 정 총리를 존경합니다/송정숙 논설위원(서울칼럼)

    ◎참담하지만 영광스런 그 얼굴을 한 그릇의 정한수를 앞에 놓은 듯한 성심으로 정 총리께 위로를 드립니다. 그 소름끼치는 악몽에서 아직도 못다 벗어나셨을 총리를 생각하면 이런 위로가 허약하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뿐입니다. 지각한 「스승의 날」 선물인 빨간 카네이션 한 송이와 모시속옷 상자를 두 손에 치켜든 스승으로서의 정 총리가,천둥벌거숭이 망종 같은 학생폭도들에게 사형굿을 당하는 TV모습은 참으로 비통스럽고 절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참담하지만 영광스런 얼굴이었습니다. 법이 수호해주지 못하는 윤리의 수치가 담겨 있고 오늘의 우리가 처해 있는 비통함이,말없는 다수의 분노가,나라 생각하는 온당한 대학생들의 분노와 세계지성의 경악이 담긴,참담한 그 얼굴이 그날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우리에게 비쳐진 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인간의 의지로는 이렇게 완벽한 연출이 불가능합니다. 이 얼굴을 통해 우리는 폭력의 주박에 걸린 악령 같은 내란 음모꾼의 어린 앞잡이들의 정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불붙은 분신이 공중을 낙하할 때 마이크 앞에 서서 그것을 고무하듯 선동연설을 하던 「성직자」라는 노인의 얼굴이 있습니다. 시신을 발목잡고 「민주」니 「양심」이니 「정의」란 말을 선점했다는 환상 속에서 날이면 날마다 주먹만 흔들어대는 얼굴들이 오늘도 즐비합니다. 머리 속에 폭력환상을 주입하여 다른 이성은 마비되어버린 어린 앞잡이세력을 울타리처럼 둘러치고 성당마당에도,대학구내에도,병원 영안실에도 닥치는 대로 「해방구」를 만들고 늘어선 그 얼굴과 대비하면 고통스러움이 오히려 당당하고 떳떳해보이기까지 한 「총리의 얼굴」을 그날 확실히 보았습니다. 더러는 아직 「서리」도 떼지 못한 총리가 「겁도 없이 거기가 어디라고」 어정어정 강의를 하겠노라고 찾아갔더냐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도 있는 듯합니다. 「현실감」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이지적인 지적을 하는 똑똑한 여론도 상당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 총리는 교육자 총리입니다. 진심을 존중하고 순수함에 오염이 안 된 교육자로서의 심성이 없었다면 이런 「무모」한 곤경에는 들어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어떤 공직자도 이런 체험은 못 했습니다. 정원식씨가 총리로 지명되었을 때 이른바 「전교조」세력들과 그들의 뜻을 받드는 폭력세력들은 일제히 「강성인사」의 지명을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외대생 폭력」도 그 연장선상의 일이었습니다. 눈치빠른 정치세력,여론세력도 더러 그 구호에 편승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경호를 강화하기는커녕 일부러 따돌리듯하고 지하철로,도보로 살기가 등등한 소굴 속을 그렇게 성큼성큼 들어섰을 리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모든 적나라한 진상이 TV로 「중계」되고 말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아마도 역사의 뜻이거나 정 총리 자신이 믿는다는 어떤 초월적인 분의 뜻인 것 같습니다. 시국의 세례를 받고 영원히 기억될 영광의 얼굴을 보여주도록 선택된 「총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총리쯤 되어가지고도 맨몸으로 보도진까지 따돌리고 혼자서 자신이 의무를 다해야 할 교단도 찾아갈 용기가 없다면 그것은 우리의불행입니다. 정 총리에 의해 우리의 그런 불행은 극복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차가운 눈길로 비웃듯이 펼치는 냉소적 지식인의 「현실 인식론」에 대해서는 되도록 마음쓰시지 말아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총리께서 지니고 있는 아직 덞지 않은 그 진솔한 인간성이 우리에게는 지금 절박하게 긴요합니다. 「시가전」을 위해 시위지도까지 만들어놓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막대한 전투자금도 갖추고 「민중정부 수립」을 위해 정권을 접수할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운동권 집단에게 공권과 절반씩 나눠가질 만한 정당성이 있다는 논리를 펴는,혼미하고 비겁한 논리도 우리 사회에서는 버젓하게 출몰하고 있습니다. 시뻘건 깃발에 「사노맹」을 새겨넣고 시위를 독려하는 세력에게까지도 「한걸음씩 양보해야 할」 대등한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는 지극히 모순된 논리의 함정에 빠진 세력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 정황을 분명히해준 것이 그날의 정 총리 얼굴이었습니다. 그날 그 무도한 행패꾼들에 의해 곤욕을 치르는 총리의 모습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구호에서 드러난 「전교조」 소속의 전 교사들 중 한 사람쯤이 『그러면 못쓴다!』고 나서지는 않을까 하는 미미한 기대였습니다. 그들은 이른바 「참교육」을 내세우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을 편들기 위해 나선 젊은이들의 정신적 도치의 정도가 그만큼밖에 안 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라고 나서는 사람이 하나쯤 나오기를 기대해본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환상입니다. 그러나 이런 때 『…젊은이의 인성이 그토록 무지막지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우리가 운동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할 만한 교육자적 진정을 그들이 보인다면 그가 어떤 과거를 가졌든 그를 인정하고 그의 뜻에 귀기울이기를 저는 서슴지 않을 것입니다. 환상인 줄 알면서도 그런 생각을 해본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일당」을 요구하며 폭력을 휘두르는 폭력 시위꾼조차 「소외된 기층민」이므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그것이 옳다는 듯 침묵해버리는 매우 관대한 지식인들의 온정에 의해 꽹과리 치며 사형굿에 세월을 죽이는 젊은이들은 기승을 멈출 줄을 모릅니다. 그런 일들이 얼마나 걱정스럽고 잘못된 일인가를 우리에게 알려주기 위해 역사의 어떤 섭리가 아직도 서리의 꼬리가 붙은 정 총리를 그날 그 시간에 「단신이나 진배없는」 차림으로 그 자리에 서게 한 것 같습니다. 시국에 의한 그 혹독한 세례를 치르신 총리이므로 이제부터의 총리와 총리가 이끄는 행정부에 대해 우리는 결연하고도 확신에 찬 기대와 당부를 드립니다. 진심이 시키는 대로 소신껏 해주십시오. 그런 총리를 믿고 그리고 존경할 것입니다.
  • 「학원폭력」 단호 대응/체제 도전세력 일제 척결

    ◎총리폭행 주동·배후색출… 엄단/사회안정 종합대책 곧 마련/긴급 국무위원 간담 정부는 4일 정원식 국무총리서리에 대한 외국어대생들의 집단폭력사건을 국가와 정부에 대한 폭력으로 규정하고 학원폭력에 대해서는 공권력을 총동원,강력히 대응키로 했다. 정부는 특히 이번 사건의 배후에 반민주·반체제 좌경세력이 있다고 보고 체제 도전세력에 대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특별대책을 강구하는 등 법질서 확립을 결연하게 실천키로 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내무·법무·교육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학원폭력의 근원적인 해결과 체제 도전세력의 척결 등 국가사회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정부의 강력한 행동의지를 실천에 옮길 방침이다. 정부는 특히 만성적인 학원사태와 관련,정부차원의 학원폭력 척결대책과는 별도로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5일 열리는 전국대학 총·학장협의회와 이어 개최되는 전국대학 학생과장회의를 통해 이에 대한 지침을 시달하고 대학차원의 대책을 촉구키로 했다. 정부는 이날하오 정부종합청사에서 최각규 부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이 국가사회의 안녕과 법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판단,이같은 지침을 마련하고 우선 관련자와 배후를 철저히 추적,색출키로 했다. 회의가 끝난 후 최창윤 공보처 장관은 『현재의 시국은 정부가 법질서 확립을 주저없이,결연하게 행동으로 실천할 때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과 질서가 확립되지 않을 경우 정부와 법에 대한 신뢰에 엄청난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정부의 강경대응입장을 밝혔다. 최 장관은 또 『정부는 체제 도전세력에 대해 대증적인 대응보다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 사회의 체제 옹호세력인 지식인,사회 지도층이 용기있게 입을 열고 나설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김기춘 법무부 장관은 『정부는 나서야 할 때 주저하는 공권력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준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면서 『지금부터 행동으로 준엄한 법집행의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기본방침에 따라 내무·법무·교육·문화부 등이 중심이 돼 학원사태의 근원적인 해결과 체제 전복세력 척결,국민적인 도덕성 회복 및 사회 지도층의 적극적인 역할 등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추진,정 총리서리 주재의 관계장관협의 등을 거쳐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수립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4일 상오 청와대에서 윤형섭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정원식 국무총리서리 폭행사건 대책을 보고받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이같은 반인륜적 행위가 재벌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조속히 취하라』고 지시했다. 노 대통령은 『정 총리서리에 대한 폭행은 오늘의 대학 현실을 단적으로 내보인 통탄할 일』이라고 지적,학원의 잘못된 풍토를 고칠 수 있는 근본대책이 수립·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총리폭행」 국무위원 긴급간담 내용

    ◎“법질서 확립,결연한 정부의지 보일때”/폭력세력에 총체적 대응 시급/사도 파괴한 패륜행위로 규정/이번 사태계기 공권력 정당성 회복해야 4일 하오 최각규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주재로 열린 긴급국무위원간담회는 전 국무위원이 비통한 심정과 국민에 대한 송구그러운 마음을 표현한 가운데 2시간 넘게 정 총리서리 폭행사건에 대한 본질과 사회적 충격에 관한 진지한 의견을 나누고 정부의 대책방향을 토의했다. 다음은 이날 간담회에서 있은 국무위원들의 발언요지. ▲최각규 부총리=이번 행위는 국가와 정부에 대한 직접적 도전행위이고 사회윤리와 도덕을 짓밟는 행위이며 사도를 파괴한 패륜적 행위라고 규정지을 수 있다. ▲이종구 국방장관=국가와 정부에 대한 체제파괴세력의 계획된 도전이 아니고서는 이와 같은 지각없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겠는가 개탄스럽다. 이것은 국가의 수치다. 좌익 폭력세력에 대한 척결의지가 수차 천명됐음에도 아직도 그들이 뻔뻔스럽게 거리에서,학원에서 활개치고 있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더욱이지금은 범죄와의 전쟁선포 시점인 만큼 국가와 정부에 대한 도전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따라서 강력한 정부의 의지를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김동영 정무1장관=이번의 봉변은 나라전체의 위신에 대한 먹칠이다. 이를 계기로 사회안정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의 염원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과연 법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가. 불순세력에 대한 정확한 파악을 하고 있는가 등의 문제를 제기해 새로운 각오와 대책을 세워야지 또 다시 이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현재 사노맹 등 불법단체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이것이 안정을 바라는 국민 대다수의 염원이다. 지금 모처럼 이룩한 경제발전의 상황에서 이같은 사태가 방치되면 우리는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그 동안 민주주의의 대가를 많이 지불해왔는데 지금은 민주주의 자체가 위협을 당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제는 강력한 정부,강력한 법집행만이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 수호를 가능케 할 것이다. ▲김기춘 법무장관=패륜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부족할 정도로 학생들의 행동은 규탄돼야 한다. 우리사회를 파괴하려드는 세력이 아니면 어떻게 이같은 행동을 저지를 수 있었겠는가. 어떻게 생각하면 이같은 사태는 예견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 동안 수없이 파출소가 습격당하고 수많은 전경들이 부상당하고 목숨을 잃어도 누가 비분강개 했었는가. 이런 것을 우리 정부가 또 지식인·사회지도층이 간과해왔기 때문에 오늘 이런 상황이 된 것이다. 현시점에서 모두가 깊이 반성해야 한다. 국민은 공권력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을 비판하고 있지만 아울러 나서야할 때 주저하는 공권력에 대해서도 냉엄하게 비판한다는 것을 명심해 지금부터 행동으로 준엄한 법집행을 보여주겠다. ▲이상연 내무장관=운동권이 민주화로 미화되던 시대는 지났다. 민주화를 부르짖던 세력의 실체를 국민이 알게 됐으며 이들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가져줄 때 정부의 공권력행사가 뒷받침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제도권 정당,지식인,언론,사회지도층 등 각계가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할필요가 있다. 지난번 공권력행사의 차질로 공권력이 너무 위축당하곤 했는데 앞으론 확신과 자신감을 갖고 총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요망된다. 공권력도 중요하지만 배후세력,체제전복세력,용공세력을 이 사회에서 고립화시키는 노력에 모두 동참해야 한다. ▲윤형섭 교육장관=교육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내일 전국대학총·학장협의회가 열리는데 정부도 정부지만 학교차원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것이다. ▲최창윤 공보처 장관=폭력을 주도하고 이에 가담한 학생들을 철저히 가려내 학사적,형사적 책임을 묻고 학원폭력을 근절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장기적 해결책은 현행 교육제도의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 정치권,학교당국,사회각계가 학생운동을 선도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번 사태를 국면전환의 계기로 삼아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어령 문화장관=우리가 공권력만 얘기했지 공권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문화기반은 부재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지식인들이 보여준 역할은 몇 개 사단 이상의 위력을 보여줬다. 10명의 의인만 있었어도 소돔성이 망하지 않을 수 있었듯이 우리도 모든 지식인·지도층이 나서 입을 열고 용감한 의인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소수의 좌경세력이 무엇이 두려운가. 민주화를 부르짖던 이들의 진정한 실체를 국민이 알게 됐다. 법과 질서를 갈망하는 것이 국민의 합의사항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대책을 수립해 나가자. ▲김진현 과기처 장관=도덕성 회복이 시급하고 이를 통해 정부정책과 공권력의 정당성을 회복하자. 지금이야말로 정부·지식인·사회지도층 모두의 일대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해원 서울시장=이번 사태를 학원사태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사회 전반의 전환점을 찾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국민에 대한 정부의 신뢰도 회복돼야 한다. ▲최 부총리=결론적으로 대증적인 대응보다는 일관성 있고 장기적인 대책을 관계부처가 철저히 수립,시행토록 하자. 그리고 국민의 신뢰라는 차원에서 지금이야말로 엄청난 책임감이 정부에 부여돼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관계부처별로 단기·장기대책을 세워 확고한 대응을 해야 한다.
  • 조속한 시국수습 「민주」정착에 헌신/정 총리서리 파리회견 일문일답

    ◎“평소 신념대로 성심껏 국정수행” 「대화」 「순리」 「원칙」 「안정」 신임 정 총리서리의 제일성에서 사용된 단어들이다. 그런 어휘들에서 현사태를 보는 정 총리서리의 시국관과 대책,그리고 국정운영의 방향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그는 아직 공식적으로 임명통보를 접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안사범 문제,야당과의 관계 등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을 미루었으나 국정운영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스스럼없이 소신을 피력했다. ­우선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요. 『어려운 때 무거운 짐을 맡게 돼 두려운 감이 있지만 국가에 대한 마지막 헌신봉사의 기회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총리로 기용될 것을 예상하셨습니까.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여행도중 빨리 귀국하라는 통지를 청와대로부터 받았으나 총리 얘기는 없었고 단지 나라를 위해 중요한 일을 맡아달라는 얘기였으며 나 스스로 경험도 없고 그런 어려운 일을 맡을 만한 능력은 없지만 이 혼란한 시기에 사회가 나같은 사람의 헌신을 요구한다면 기꺼이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귀국하기로 마음을 굳혀 돌아가는 길입니다』 ­현시국을 어떻게 보며 어떠한 대책으로 이 시국을 풀어나갈 생각입니까. 『민주화를 위한 진통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루 속히 진통을 청산하고 민주화를 정착시켜야 할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번 아프리카 순방중에 느낀 점은 발전하는 나라는 안정을 기하고 있으나 내란·소요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국가는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어느 나라건 발전하고 민주화 하려면 안정을 기해야 합니다』 ­학생시위에는 어떻게 대처해나가시겠습니까. 『젊은이들이 분신하는 등 극렬한 방법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가슴아픈 일입니다. 이같이 극렬한 행동은 자제되고 근절되어야 한다는 많은 지식인들의 호소에 나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귀국해서 상황을 알아보고 대책을 세워나가겠습니다』 ­전임 노 총리는 재야와 야당권 등의 사퇴요구에 직면,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해석되는데 이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 전 총리가 그런 오해를 받는 것같으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안정을 되찾는 일입니다. 대결이나 제압보다는 순리로써 모든 일을 풀어가야 합니다. 이 상태가 계속되면 나라 앞날은 물론이고 국민과 정치인 모두에게 유리할 게 없습니다.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머리를 맞대고 대화와 협의로 풀어나가야 한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임명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야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며 또한 야당·재야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른바 양심수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것입니까. 『저는 기본적으로 교육자이며 정부에 들어가서도 교육에 몸담아 왔습니다. 때문에 정치문제에 대해서는 소양과 경험도 부족하고 충분한 준비도 되어있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아직 적절한 대답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며 연구할 기회를 주십시요』 ­최근 일선교사들의 움직임을 어떻게 보십니까. 『교직사회의 노조운동은 불법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또한 전문직으로서 교사들이 단체행동을 한다는 것도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민주화를 위해 정권퇴진운동을 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고 더구나 교직사회에서는 더욱 안됩니다. ­일부에서는 다시 「강성」 총리의 등장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만. 『문교장관시절 전교조사태 때의 대응자세를 두고 하는 말같은 데 이는 잘못 전해진 것입니다. 소신껏 행정을 이끌어 갔다고 생각하는데 이점 때문에 오해를 사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나 스스로 그들이 말하는 그런 강성인물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국정운영의 중점은 어디에 두실 것입니까. 『거듭 말씀드립니다만 당면문제는 아무래도 사회안정을 되찾는 일이라고 봅니다. 학원과 산업안정을 포함한 사회전체의 안정을 되찾는 데 우선적 역점을 둘 생각입니다』 ­광역선거 등 앞으로 닥칠 선거를 어떻게 치러나갈 생각입니까. 『지난번 기초의회선거에서 나타났듯이 국민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에 금권이나 관권이 개입할 여지가 없고 오히려 역효과뿐입니다. 앞으로 있을 선거는 순조롭게 잘 치러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 호미도 날이언마라난…/송정숙 본사 논설위원(서울칼럼)

    호매도 날이언마라난 낟가티 들리도 업스니이다 아바님도 어이어신 마라난 어마님가티 괴시리 업세라 아소 님하 어마님가티 괴시리 업세라 5월에 우리는 「사모곡」을 들었다. 『호미도 날이 있지만 낫의 날 만큼 들지 못하듯,아버님도 어버이이지만 그 사랑이 어머님 만하지는 못하다』는 내용을 지닌 이 고려가요를 우리는 고교시절의 고전문학 교과서 같은 곳에서 배워 시처럼 외긴 했었다. 「아소 님아,어머님같이…」라는 마지막 구절의 은은하고 애틋한 맛이 오랜 여운을 남기게 하던 고전이다. 이 가사에 사모곡 악보인 시용향약보를 원본 그대로 사용하여 국립국악원 연주단이 연주하고 노래했다. 가사와 악보가 완벽하게 전해오는 보물 제551호의 이 노래가 우리에게 「최초」로 들려지게 된 일이 미심쩍고 신기하다. 우리에게는 구슬이 서 말은커녕 삼천 말은 있지만 꿰지 못해서 보배가 못된 채 이리저리 구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 서러운 마음까지 들게 하는 노래다. 사모곡이 처음 연주된 자리는 「예술가의 장한 어머니」상인 사모곡상이 수여된 국립극장 소극장이었다. 이 상은 그 동안 숱하게 있어온 상과는 그 격이나 모양새가 달랐다. 부상도 대나무 마디 무늬로 세공한 비녀인 순금의 「죽절잠」이다. 2백만원어치 상당의 금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있어온 아름다운 것을 박물관의 유리상자 속에서 이끌어내어 생활의 볕쐬기를 하는 방법으로도 이 상품 아이디어는 좋아 보인다. 시상식장의 무대를 사모곡의 옛 악보 벽지로 장식하고 돗자리 깐 무대에서 옥색주의를 입은 창사가 『호미도 날이언마라난…』을 읊어내리는 그 광경은 아주 괜찮았다. 상 타는 자리가 소요스럽고 동도 서도 아닌 얼치기가 되어 수상자를 공연히 구차하게 만들고 하객은 하객대로 부담스러워 고역스럽게 하는 요즘의 급조된 시상식 습속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우선 이 시상식은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 우리가 지녀온 전통의 보옥들을 잘 살려 보배로 꿰어낸 성과 때문이라는 것이 반가웠다. 『풍속을 너무 푸대접하면 그 앙갚음이 우리 자식에게로 돌아간다』고 경고한 사람(듀켄)이 있다.우리는 어쩐지 지금 그런 징후를 느끼고 있다. 우리가 지녀온 좋은 것들을 헛간에,창고 선반에,묵은 책갈피 속에 쓰레기처럼 팽개치고 돌아보지 않아온 「푸대접」의 앙갚음을,품위없고 성급하고 거칠고 포악한 젊은이들에 의해 당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상이 만들어진 일이나,처음 상이 피아니스트 신수정씨 모녀로 정해진 일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말참견」에는 용훼할 생각이 없다. 다만 시상의 격식을 또 하나의 창작삼아 공들인 노력은 여간 반갑지 않다. 검둥개 멱감듯이 대강대강 해치우는 풍조가 너무 만연해서 진품에 접하기 어렵고 공들이고 정성들이는 행동이 어리석은 것처럼 여겨지게까지 된 오늘의 세태가 걱정스러운 우리에게는 이런 노력 자체가 반갑고 대견하다. 시국의 돌개바람이 5월 하늘을 뒤덮어 훈향도 희망의 기운도 앗겨버린 듯했지만 그래도 한편에서 문화를 가꾸는 발걸음은 이렇게 멈추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다. 시국의 돌개바람이 아무리 거칠고 집요해도 그것은 지나는 바람이다. 땅에 갈아놓은 문화의 싹이 다치지만 않는다면그것이 남는다. 5월에 꽤 자라난 문화의 싹으로는 도서상품권,연극의 「사랑티켓」 같은 것도 있다. 도서상품권에 대해서는 문화를 맡은 주무장관이 『이것만은 잘한 일이라고 인정받을 줄 알았는데 터무니없는 모함까지 받았다』며 노여워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일이 있다. 그 말을 들었을 때,앞뒤없이 터져나온 것은 실소에 가까운 웃음이었다. 재능과 자존심 때문에 자애가 승하고 폄하는 말에 병적으로 민감한 성정의 자연인이 관사라고 하는,특히 「구렁이 기질」이기를 요하는 고급관리의 직함에 자리했을 때 나타남 직한 모습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올해를 「연극영화의 해」로 정하고 갖가지 일들을 열에 떠서 꾸미는 동안에도 「공치사」대신 노여움을 자극하는 일만 많이 생겼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그런 것에 궤념하지 않고 밭갈고 씨뿌리며 수걱수걱 일해놓으면 싹은 돋아 정직하게 자란다. 도서상품권이 당초의 예상을 뛰어 넘는 성과로 호응이 확대되고 「사랑티켓」이 보름 만에 동이 나 매진되는 일 따위가 그런 것을 증거한다. 그 물증만큼 도서인구는 늘어나고 연극 붐에 기여할 것이다. 기업을 끌어들여 연극표 값을 나누어 물게 한 사랑티켓은 좀더 늘리기를 원하는 사람도 많다. 서초동에는 「예술의 전당」이 있다. 그 언저리의 자연환경이 아름답고 주변이 그런대로 품위있어 문화예술의 냄새가 그득하다. 묵향 풍기는 서예전도 이어지고 홀로그라피 같이 앞서가는 현대미술도 만난다. 음악당에서는 연주가 끊이지 않고 국악당도 이웃에 있다. 어린이랜드에 자가용을 이끌고 갔다가 가족이 지쳐 돌아오는 데 드는 비용 만큼만 투자하면 두고두고 즐길 수 있는 작은 그림을 장만할 수도 있다. 이런 것 모두가 우리의 성에 꽉 차는 것은 못될지 몰라도 오늘의 우리가 쌓아놓은 문화의 축적이다. 잘 꿰어서 가꾸면 보배가 되어 줄축적이다. 시위 연기가 초연처럼 가득해 보이는 그 한겹 겉껍질 밑에서 이만큼이라도 자라고 있는 싹들이 우리에게는 위로가 된다. 멀찌감치 팔짱을 끼고서 흰눈을 뜨고 지켜보는 비판적 지식인에 주눅들지 말고 잘못된 것은 고치라고 주장하고 잘된 것은 앞질러 누리노라면 심어진 나무는 자랄 것이다. 「건배!」대신 우리말로 「지화자!」라고 하자는 제의도 문화정책을 관장하는 부서에서 나왔다. 처음 듣기에는 어쩐지 스멀스멀해서 입에 담기가 어색하다. 그러나 「위하여!」라는 말도 어쩐지 군사문화 냄새가 난다고 싫다는 사람이 많았었다. 그래도 여러 번 해보니까 「위하여!」도 쉽게 동호할 수 있었다. 나라의 태평함과 국민의 평안함을 기원하는 뜻이 담겼다는 「지화자」도 부르다 보면 익숙해질지 모르겠다. 잡다한 것까지 들춰내면서 「문화운동」의 열에 떠 있는 사람들에게는 선선한 화답이 좋은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그런 뜻에서 문화운동을 한 번 더 부추겨본다. 지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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