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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광장] 정치가 주도하는 사회

    사회의 선진과 후진 여부를 가늠하는데 종종 경제성장,소득분배,복지시설,정치문화 등에 연관된 지표를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그러나 국민생산은 높아도 분배정의가 나쁜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도 있고,복지제도는 좋아도 정치균열이 심한 이탈리아같은 나라도 있다.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국가발전이바탕하고 있는 사회의 개방성, 다원성, 자율성의 수준에서 그 성숙도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한국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가 사회 전체를 쥐었다폈다 하는데 있다.그간 민주화과정에서 우리 사회도 상당히 개방되었고,여러분야들 사이에 다원적 공존의 원칙이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노동,문화,언론,법률,종교,교육 등을 보면 아직도 자율적으로움직이기보다 정치라는 중앙의 구심력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부인키어렵다. 이러한 정치 주도현상은 특히 대선이나 총선과 같은 정치계절이 가까이 올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나곤 한다.‘사람뽑아가기’나 ‘사회길들이기’가 그좋은 보기다.최근여야 사이에서 신당이다,재창당이라는 미명아래 벌어지고있는 신진인사 영입,조세형평과 부패척결이라는 명분아래 이루어지고 있는국가권력기관에 의한 편파사정에서 그 사태의 일면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를 무엇보다 안타깝게 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현실정치에 대해 염증을 느끼면서도 이러한 정치주도현상을 밀어내기보다는 받아들이는 모순된 성향이다.정치계절이 오면 적지 않은 중요인사들이 정치인이나 정당을기웃거리다 못해 각종 연(緣)을 찾아 줄서기에 나선다.이러다 보니 군간부,언론인,변호사,교직자,의약사,종교인,기업인,연예인 등 가릴 것없이 자기 본업은 제쳐놓고 정치권에 들락거리는 사람이 많이 나타나게 된다.이러한 들락거림이 자기가 속한 분야의 자율성을 침식할 뿐만 아니라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지닌 자긍심에 상처를 주는 것은 물론이다.자신의 본업에 충실한 사람들이 사회의 중심에 서야 나라가 잘되는 법인데 그 반대의 경우다. 물론 그들에게 정치하지 말라는 금기는 없다.현실정치를 순화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서전문성을 갖춘 개혁적 인사들이 적극 나설 필요도 있다.그러나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현실정치에 대한 참여 이전에 여러분야에 전문가들이 많이 나타나고 이들을 주축으로 발언권이 세지면서 각 분야의 실질적 힘이 커져야 한다. 아직 한국사회는 제도분화와 다원경쟁의 기반위에 민주주의가 터를 잡고 있지 못하다.진정한 의미의 문화권력,언론권력,노동권력,경제권력,지식권력,종교권력,법률권력은 존재하지 않는다.우리사회에 역사에 정죄하는 성직자,진리를 탐구하는 지식인,경제를 고민하는 기업인,진위를 가려내는 언론인,시비를 판단하는 법조인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이유이다.다산 정약용은 일찍이“인재를 키우는 정책은 소홀하면서 사람을 쓸 곳은 넓어지고,인재를 가리는방법은 거칠면서 사람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은 많아졌다”라고 개탄한 바 있다.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고 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눈치안보고 자기소임에 충실한 인재들에 대해 적절한 대우를 해주고 있는가.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살아 숨쉬게 해주어야 한다.어디를 둘러 보아도 한국사회는 오너사회다.정당,기업,언론,대학만 해도 일인지배에 의한 권력독식을 볼 수 있다.의사결정이 위계화되어 있는 곳에선 창의와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 이런 체제로는 새 천년은 커녕 새로운 백년조차 맞이할 수 없다.한국사회의조직및 운영원리를 바꾸는 것이 패러다임의 교체라면 우리의 화급한 과제는사회 모든 영역의 개방성과 다원성과 자율성을 키우려는 스스로의 환골탈태에 놓여 있다. [林 玄 鎭 서울대교수·정치사회학]
  • [김삼웅 칼럼] 율곡의 개혁론과 지식인

    흔히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한국사에서 개혁이 거의 성공하지 못한 데서도 그 어려움은 입증된다.조선왕조나 대한제국에서 몇차례 시도된 개혁이 성공했다면 역사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조선시대 대표적 개혁론자는 율곡(栗谷)이다.그는 선조에게 올린 ‘성학집요’(聖學輯要)에서 역사의 변천과 시무(始務)를 창업기·수성기·경장기로나누면서 시대의 상황판단과 대응책을 제시했다.이것은 토인비가 ‘역사의연구’에서 문명의 발생·성장·쇠퇴·소멸 4단계를 제시한 것과 비슷하다. 율곡은 “시무는 어느 때나 한결같지 않고 각각 마땅한 것이 있으니,요약하면 창업한다는 것과 부조(父祖)의 업을 지키는 것과 개혁한다는 것 세 가지뿐”이라 전제하고 “창업의 도는 요·순·탕·무의 덕으로 개혁할 세태를당하여야 하되 천리(天理)와 인사에 순응하지 않으면 아니되기 때문에 이는더 논의할 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개혁과 관련해서는 “개혁한다는 것은 나라가 극성하면 나라가 미약해지고법이 오래되면 폐가 생기고 마음이 안일에 젖으면 고루한 것이 인습이 되고백가지 제도가 해이해지면 나날이 어긋나서 나라를 다스릴 수 없기 때문에현명한 임금과 현철한 신하가 개연히 일어나 근본을 붙들어 혼탁한 것을 다시 일으키고 묵은 인습을 깨끗이 씻어 숙폐를 개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율곡은 특히 수성과 개혁의 시점을 제대로 살필 것을 제시한다.“마땅히 부조의 업을 지키기만 해야 할 때인데 개혁에 힘을 쓴다면,이것은 병도 없는데 약을 먹는 것과 같아서 도리어 병을 얻게 되고 마땅히 개혁해야 할 때인데준수에 힘을 쓴다면 이것은 병에 걸렸는데 약을 물리치는 것과 같아 누워서죽음을 기다리는 격이다”라고 지적한다. 일천한 건국사에서 격동과 혼란이 거듭되는 동안 창업·수성기가 지나고 경장기로 접어들었다.시기별로 보면 이승만·박정희 정부의 창업기,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부가 수성기라면 김대중 정부는 경장기라 할 수 있다. 율곡의 주장대로 ‘마땅히 개혁해야’할 때에 준수에 힘을 쓴다면 어찌될까.DJ정부가 개혁의 구호아래 추진한 금융·기업·공공·노동부문 등 4대개혁과재벌개혁을 제외한 정치·교육·언론개혁 등 산적한 개혁과제가 소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개혁은 ‘합법’의 울타리 안에서 추진하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시간이 걸리고 설득과 동참의 과정에서 잡음과 저항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혁명적 방법은 ‘쇠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게’된다. 더디더라도 개혁의 방법밖에는 달리 경장의 길이 없다.조선왕조는 율곡과다산(茶山) 등의 개혁론을 수용하지 못해 국가위기로 이어지고 대한제국도동학의 폐정개혁이나 갑오경장 등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해 나라를 송두리째일제에 빼앗겼다.“해가 묵어서 재목이 썩어 무너지려고 하는데 대목(大木)을 만나지 못하면 개수할 수 없기 때문에 집주인은 천리길이라도 멀다하지않고 가서 대목을 구하겠습니까.아니면 대목을 얻지 못한다는 핑계로 앉아서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겠습니까?” 율곡의 질문이다. 개혁의 ‘대목’은 지식인이어야 한다.관료나 정치인은 이해관계나 정파의식 그리고 기득권 때문에 변화와 개혁에 적극적이기 어렵다.이해·정파·기득권에서 초월하는 위치의 지식인들이 ‘대목’의 역할을 해야 한다. 독일 철학자 게오르크 짐멜은 지식인(철학자)의 종류를 ①만물의 심장 고동을 들을 수 있는 사람 ②인간의 심장만을 들을 수 있는 사람 ③개념의 심장고동만을 듣는 사람 ④책의 심장 고동밖에 듣지 못하는 사람으로 분류했다. 우리 지식인들이 ‘역사의 심장 고동’을 듣는 지식인으로서 경장과 개혁의 전도사가 돼야 한다.“교수들은 보장된 교수직을 타고 앉아 ‘시체해부’에 매달려 있거나,외국철학의 특파원 노릇을 하거나,끼리끼리 모여 ‘학회놀이’로 어깨를 부풀리면서 우리 사회의 이방인처럼 살아가”(김광수 교수)서는 안된다.조선왕조나 대한제국시대 지식인들도 그러다가 국난과 국망기를 맞게 됐다. 4·19나 6월항쟁 같은 혁명기에 지식인이 앞장섰듯이 경장과 개혁과 변화의 시대에도 개혁의 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여론을 형성하고 반개혁을 설득하면서 참여해야 한다.그리하여 영광스러운 새 천년을 설계했으면 한다./주필
  • [문명자 회고록] 비화 3공의 실세들 (6)반대자들의 변신

    5·16 직후 워싱턴에 있던 한국학생·지식인·예비역 장성 가운데 5·16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백악관앞에서 연일 ‘5·16 반대시위’를 벌였다.이는 미국정부가 5·16을 인정하지 않도록 압력을 넣기 위한 것이었는데 이 일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5·16후 ‘한국인 정치망명 1호’를 기록한 내 남편 최동현(崔潼鉉)이었다. 5·16 반대시위에 열성적으로 참여한 사람들로는 당시 주미대사였던 장리욱(張利郁·작고)박사,주미대사관 참사관 신병현(申秉鉉)전 부총리,최경록(崔慶祿)·강문봉(姜文奉·작고)·김웅수(金雄洙)장군과 국회의원 양일동(梁一東·작고)씨 등이었다.강영훈(姜英勳)전 국무총리는 5·16직후 시골에 있어시위에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워싱턴으로 온 뒤부터는 이 모임에 항상 참여했다. 5·16 당시 강씨는 육사 교장이었는데 쿠데타세력이 요구한 육사 생도들의5·16지지 시가행진을 거부했다.강씨와 처남 매부간인 김웅수 장군(전6군단장),장면(張勉) 정권에서 육참총장을 지낸 최경록씨도 5·16을 반대했다.당시 2군사령관이던 최씨는 자기밑에부사령관으로 있던 박정희(朴正熙)가 쿠데타를 일으켰으니 하극상 사태를 당한 셈이었다.최씨는 조선일보 등에 “군은 절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글을 발표하는 등 5·16을 반대했다.이 세사람은 5·16이 기정사실화된 후 미국측 배려로 미 국방부 장학생으로 미국에 왔다. 백악관앞 시위에는 워싱턴 조지타운대학에 재학중이던 한국유학생도 많이참여했다.당시 열심이던 학생으로는 오세응(吳世應·전 국회부의장)씨와 한광년이 기억에 남는다.그때 오씨는 워싱턴지역 한국학생회 회장이자 ‘한국인 택시운전사 1호’였다.한광년은 초지일관하지 못하고 70년대 들어 중앙정보부의 공작에 넘어가고 말았다. 5·16 직후 박정희는 민주당 정권이 임명한 주미 대사관 공관원들을 모두해임시켜버리고 그 자리를 온통 자신의 수족들로 채웠다.그가 특히 신경을썼던 주미대사 자리에는 당시 하버드대학 청강생으로 있던 정일권(丁一權)을 ‘미국통’이라고 해서 앉혔다. 정일권이 주미대사로 앉게 되자 백악관앞 5·16 반대시위 참여자 중 여러사람이 입장이 난처하게 되었다.남편 최동현부터 정일권의 하버드시절 그의 영어가정교사를 했던 사람이었다.영어선생과 학생이 데모대장과 진압대장으로만난 셈이었다.또 강문봉 장군은 정일권과 같은 함경도출신으로 현역때부터형님,동생 해온 사이였다.그런 그가 백악관앞에서 반(反) 5·16 시위를 하니 정일권이 닦달할만도 하였다.그때마다 그는 “골프치러 가려고 운동화 신고 나서는데 최경록이가 와 같이 가자고 해서 할 수 없이 따라갔어요”하는 식의 변명으로 모면하곤 했다. 한편 백악관 앞에서 5·16 반대시위를 벌인 사람들의 그후 행적을 살펴보면 여러가지 생각되는 바가 많다.박정희는 이들을 한 사람씩 회유해 한국으로불러들였다.민주당정권때 주미대사관 경제담당 참사관으로 있던 신병현씨는5·16이 나자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백악관앞 시위에는 그의 부인까지도 참여했던 것으로 기억된다.이후 미국에서 세계은행 이사로 있던 신씨는 그의 후배 김정렴(金正濂)이 박정희의 비서실장이 된 후 회유공작에 넘어가 귀국,청와대 경제특별보좌관을 거쳐한국은행 총재를 지냈다.최경록장군도 “선배님,그러실 것 없이 한국에 와서 손잡고 일합시다”하는 박정희의 간청에 결국 귀국해 주영대사,교통부장관 등을 지냈다. ‘백악관앞 시위동지’들 중 가장 부끄럽게 처신한 사람은 강영훈이라 하겠다.강영훈도 초기에는 깨끗하고 꿋꿋하게 살았다.그의 부인은 미장원에서 일했는데 독한 파마액때문에 손가락이 모두 헐 지경이었다.그런 생활고 때문이었던지 70년대 들어 강씨는 결국 중앙정보부의 돈으로 ‘한국문제연구소’라는 것을 설립,미국 언론계·학계에 친박정희세력을 심는 역할을 담당했다. 백악관 앞 시위에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5·16을 반대한다고 떠들던 사람들의 행적도 기억해둘 만하다.장면 정권하에서 민주당 원내총무를 지낸 이석기(李錫基·작고)씨와 나중에 야당 당수를 지낸 이철승(李哲承)씨가 그들이다. 이석기는 주미대사관 국정감사를 위해 워싱턴에 왔다가 5·16소식을 듣고는장리욱 대사 방에 달려와서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대사님,미군을 동원시켜야 합니다”하면서 열을 올렸다.그런데 5·16이 기정사실화되고 미 CIA부장 매쿤의 초청으로 당시 김종필(金鍾泌·현 국무총리) 중앙정보부장이처음 미국에 왔을 때의 일이다. 주미 대사관 중앙정보부 공사 김동환의 집에서 김종필 부장 환영파티가 열려 다른 특파원들과 함께 갔더니 뜻밖에도 이석기와 이철승씨의 모습이 보였다.나는 이석기에게 대뜸 물었다.“이의원,와이셔츠 걷어붙이고 미군 동원시키라던 분이 웬일이세요? 번지수를 잘못 알고 오신 것 아닙니까?” 이석기는 당황한 표정으로 변명했다.“김 부장하고 나는 한 고향 출신이라 옛날부터잘 아는 사이입니다.게다가 김 부장의 춘부장도 제가 잘 알고,김 부장의 형님도 내가 은행에 취직시킨 처지라 먼길 오셨는데 몰라라 할 수도 없고….” 뒷날 김종필이 정계에 진출할때 이석기는 자신의 지역구인 부여를 주고 자신은 서울로 옮겨갔다.그 점에선 이철승도 마찬가지다.그토록 열렬히 5·16을 반대한다던 그가 왜 그자리에 왔었겠는가.정리 정운현기자 jwh59@kdaily. com
  • 가을 독서가에 서구철학 선풍

    가을을 맞아 독서가에 ‘철학’붐이 일고 있다.현대 서구철학자의 대작들이 속속 선을 보이면서 고급독자의 구미를 당기고 있는 것이다.이는 20세기말의 혼란과 방황 속에서 사상의 새로운 좌표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이중 가장 눈길을 끄는 서적은 이정우 전 서강대교수가 옮긴 질 들뢰즈(1925∼1995)의 ‘의미의 논리’(한길사 펴냄,2만5,000원).들뢰즈는 ‘금세기 최대의 형이상학자’‘현대의 위대한 스콜라철학자’ 등의 찬사를 받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후기구조주의 철학자이다. 들뢰즈 철학을 한마디로 압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다만 ‘순간적으로 생성되는 사건은 물리적으로는 아무런 변화를 가져오지 않지만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데서 들뢰즈의 철학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들뢰즈의 철학이 요즘 한국지식인 사회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80년대 마르크스,90년대 푸코에 이은 대안으로 들뢰즈 읽기 열풍이 한창인 것이다.들뢰즈의 저술은 이번 ‘의미의 논리’발간으로 대부분 국내에 번역됐다.지금까지 ‘반오이디푸스’ ‘감각의 논리’ ‘칸트의 비판철학’ ‘프루스트와 기호들’ ‘니체와 철학’ ‘스피노자의 철학’ ‘베르그송주의’ ‘영화’ ‘소수집단의 문학을 위하여’ ‘들뢰즈의 푸코’ 등이 나왔다.이정우 전교수는 들뢰즈 철학을 풀이한 ‘시뮬라크르(사건)의 시대’를 펴낸 바있다. 들뢰즈에 못지않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책이 있다.퀘틴 스키너의 사상사연구 방법론을 둘러싼 논쟁을 다룬 ‘의미와 콘텍스트’. 제임스 탈리 영국 맥길대 교수가 묶은 ‘의미와 콘텍스트’(유종선 울산대교수가 옮김,아르케 펴냄,2만5,000원)는 ‘사상사란 무엇인가,사상사는 어떤 방법론과 문체로 기술돼야 하는가’등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스키너는지난 78년 37세 때 케임브리지 대학의 정치학교수에 선임된 석학.그는 역사적 저술의 해석,이데올로기 형성과 변화,이데올로기와 정치행위의 관계 분석으로 분석틀을 나누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비판자들은 사상사연구에 특별한 방법이 있을 수 없으며 스키너의 방법은 연구의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반박한다.이는 방법론에 관한 논쟁이 전무하다시피한 우리 지식사회에 큰 교훈을 준다.유교수는 “그들의 논쟁은 우리가 얼마나 학문에 습관적으로 매달리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고 말한다. 이밖에 독일 철학자인 베르크마이스터가 쓴 ‘가치론의 역사적 조명’(최병환 대전대 교수 옮김,서광사 펴냄,2만6,000원)과 김상환 서울대 교수가 지은 ‘예술가를 위한 형이상학’(민음사 1만5,000원) 등도 지식에 관심있는 독자를 매료시킬 만하다. 박재범기자 jaebum@
  • 오늘 동대문 ‘구민의 날’ 행사

    동대문구(구청장 柳德烈)는 7일 제8회 구민의 날을 맞아 주민과 함께 하는다채로운 행사를 갖는다. 구민회관에서 열리는 기념식과 구민상 및 신지식인상 시상을 필두로 각 동별로 경로잔치가 벌어지고 구민회관 운동장에서는 승부킥차기,공굴려 이어달리기 등 체육행사가 펼쳐진다. 이어 오후에는 동대문문화원 주최의 국악대공연이 마련된다.코미디언 곽규호씨의 사회로 진행될 공연에서는 화관무,경기민요 합창,부채춤 등의 화려한 무대와 함께 코미디언 백남봉씨가 진행하는 구민노래자랑도 이어진다. 문창동기자 moon@
  • 유서같은 유고소설-장용학 ‘빙하기행’

    “아픔에는 어디까지라는 한계가 없었다.숨이 끊어지지 않는 한 어디까지라도 아파질 수 있는 육신이 저주스러웠다.그런 육신과 인연을 끊고 싶었다.비명을 흘리면서 뒹구는 자기 자신을 거기에 떼쳐 버리고 도주하고 싶었지만아픔은 놓아주지 않았다” 지난 8월31일 타계한 장용학(張龍鶴·사진)의 유고(遺稿)소설 ‘빙하기행(氷河紀行)’의 일부다.‘문학사상’이 발굴하여 10월호에 실은 이 작품은 미발표작 ‘천도시야비야(天道是也非也)’의 초고에 해당한다. 장용학은 ‘요한시집’과 ‘역성서설(易姓序說)’‘비인탄생(非人誕生)’등 실존주의적 색채를 띤 일련의 우의(寓意)적 작품들로 한국 지식인 소설의개척자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들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어 읽기가 쉽지않은 편이다. ‘빙하기행’은 그러나 이례적일 정도로 정치체제의 비판이라는 현실적인문제를 다루고 있다.특히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고문에 대한 묘사가 매우 사실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전작들과 차별적이다. 장용학은 1962년 ‘원형의전설’ 이후 반절필상태에 들어가 1987년 ‘하여가행’ 이후로는 침묵해 왔다.그런 그가 왜 이런 작품을 썼으며,왜 발표하지않았을까. 문학평론가 박창원(청양대교수)이 말년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눈 데 따르면장용학은 1960년대 ‘경향신문’과 ‘동아일보’의 논설위원을 지냈으나 박정희정권에 대한 부정적 입장 때문에 해직됐다. 당시 그는 ‘남산’에 두차례 끌려갔고,이후 감시를 받는 생활을 했다.이런와중에서도 ‘문학실천협회’ 초대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이런 제3공화국이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칩거를 시작했으나,임종 때까지 이어질줄은 몰랐다고 한다. “개 돼지처럼 취급되는 수모에서 오는 수치감에 자기 혐오의 수렁에 빠졌고,늘 자기를 보고 있는 누구의 눈을 느껴야 했는데 암만 해도 그것은 자기의 눈인 것 같았다.그 눈앞에서 그는 나날이 비굴해지고 천해져갔고 그 눈이두렵고 부끄러워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그는…겨울만 있는 세계로쫓겨났고,자기를 보고 있는 눈을 의식하면서 살아야 했다” ‘빙하기행’의 한 대목이다.바로 장용학이 왜 수모를 당한 이후 오랜 칩거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고,작품활동도 이어갈 수 없었는지를 밝힌 대목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그런 점에서 ‘빙하기행’은 유고이자,유서라고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 [서동철기자]
  • 상지대총장 韓完相씨 추대

    강원도 상지대 총장추대위원회는 4일 신임 총장후보로 한완상(韓完相·63)전 부총리를 만장일치로 추대했다.상지대 교수협의회와 노동조합,총학생회,총동문회장으로 구성된 총장추대위는 이날 임시총회를 열어 인준절차를 마무리하고 오는 12일 이사회를 개최,신임총장으로 한 전부총리를 선임하기로 했다. 총장추대위는 한 전부총리를 추대한 이유로 “민주화운동에 헌신해온 실천적 지식인으로서의 명망과 방송통신대 총장으로의 대학운영 경험 등으로 미뤄 가장 적임자”라고 말했다. 원주 조한종기자 hancho@
  • 日, 바다에 ‘떠있는 공항’ 건설

    일본 도쿄 앞바다에 ‘떠있는 공항’이 건설된다. 일본 운수성과 집권 자민당은 하네다(羽田),나리타(成田)에 이은 수도권 제3의 공항을 도쿄만에 건설키로 방침을 굳혔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가 4일 보도했다. 21세기초 수용능력을 초과하는 하네다 공항을 보완하는 국내선 공항으로 도쿄 시내에서 이동이 쉬운 곳에 짓겠다는 구상이다. 건설은 매립보다 바다를 덜 오염시키고 비용도 적게 드는 부양식 해양 구조물(메가 플로트)을 활용한다.3년 안에 착공,2010년 전후 완성 계획이다.건설후보지로는 지바(千葉)현 앞바다와 도쿄만이 거론되나 도심에서 접근이 수월한 도쿄만쪽이 유력하다. 바다를 메울 필요가 없어 건설비를 크게 줄일 수 있고 생태계파괴도 막을수 있다.오사카(大阪) 앞바다를 메운 간사이(關西)공항이 1조4,000억엔 들었는데 비해 이 떠있는 공항은 1조엔이면 너끈하다. 메가 플로트는 해상에 거대한 철제 구조물로 일본의 17개 조선,철강 회사가컨소시엄을 구성,공동연구를 하고 있다.대형 선박의 건조기술을 응용해 거대한 철제 상자를 해상에 잇는 방식인 셈이다. 강도는 인공 지반과 비슷할 만큼 튼튼하다. 다만 지진, 태풍에 따른 해일의극복이 큰 걱정거리지만 이는 해일이 밀려올때 해일 높이만큼 구조물을 들어올리는 방법으로 해결하게 된다. 이같은 해상공항이 세계에 실용화된 사례는 없다.지난 6월 공동연구단이 해공항의 실용화를 위해 실험용으로 길이 1,000m,너비 60m(약 1만8,000평)의활주로를 도쿄 인근의 요코스카(橫須賀) 앞바다에 설치했다.대형 철제상자 6개를 이어 붙인 이 활주로에서의 실험비행은 내년 6월 이뤄진다.비행이 성공하면 이 ‘떠있는 공항’ 구상은 빠른 속도로 추진될 전망이다. 황성기기자 marry01@
  • 제2건국의 출범 1주년 심포지엄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대표공동위원장 邊衡尹)는 4일 오후 한국언론재단 국제회의장에서 ‘제2건국운동의 평가와 새로운 비전’이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출범 1주년을 맞아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제2건국운동의 성과와 문제점을 평가하고 범국민운동으로 뿌리내릴 수 있는 여러가지 방안이제시됐다.다음은 주제발표 내용 요약. ●제2건국운동의 반성적 고찰(韓相震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 제2건국운동기구의 법적 위상과 장단점에 대한 개방적인 토론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최초의중대한 단견이 있었다.8·15경축사와 제2건국위원회 발족때까지 조직 검증을 했다면 시행착오와 방황은 어느정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조직방식이 구태의연했다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고 추진위원의 인선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제도개혁과 의식개혁의 쌍두마차인 정부와 시민단체들이 비틀거리는 양상을보였다. 시민단체는 제2건국운동이 제도개혁에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하지만이를 수용하자 제2건국위가 초권력기구로 바뀌고 있다는 시비가 일어 제도개혁에 제동이 걸렸다.제2건국위를 민간 위주로 완전히 탈바꿈시키고 나자 정부의 지원업무에 대한 시비가 일어났다. 이런 오해와 혼란의 와중에서 제2건국운동의 상징은 점점 왜소하고 무력화된 느낌이다.여기에는 정부·민간·제2건국위의 할 일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리가 부족한데 원인이 있다.타이밍을 놓쳐 제2건국운동이 국민적 관심으로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하지 못했다.제2건국위는 확실한 민간기구로의위상정립이 바람직스럽다.하지만 제2건국운동은 민과 관의 유기적인 협력의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그 교량역할을 대통령이나 자치단체장이 하면 된다.그러나 제2건국운동을 이용해 정치적인 이권을 챙기려는 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된다. ●제2건국운동의 활성화 방안(金祥根 제2건국추진위 기획단장) 제2건국운동이 진정한 국민운동이 되려면 추진위원들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스스로의 의식과 관행을 고쳐야 한다.제2건국위는 운동과제를 국민들 사이에서 직접 실천하고 국민들의 바람을 반영하면서 운동을 활성화해야 한다.운동의 전국화와 지방화가 조화를 이뤄야하고,민과 관(官)이 상호 불신과 대립을 극복해민·관 협력관계를 이뤄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제2건국운동은 관이 가진 정책결정과 집행의 전문성,민의 창의적 역동성과독립성을 합해 새로운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생활개혁과 함께 제도개혁도 해야 한다.앞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목표와 실천 프로그램을 구체화해야 한다.운동추진 경로도 다양화해야 한다. 첫째 신지식인 운동은 제2건국위가 직접 추진할 수 있으며,민간단체의 조직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에서 고려할 만한 일이다.둘째는 과제에 따라 민간 운동체를 지원하는 방안이다.제2건국운동은 민간역량을 발전시키도록 노력하는 운동이 돼야 한다.마지막으로 과제별로 범국민운동본부같은 자율적인 추진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제2건국운동은 우리사회의 적폐를 청산하고 미래를 열자는 국민운동이고,국민들 사이에서 국민들로부터 일어나는 운동이다. 박정현기자 jhpark@
  • [20세기 문명기행] 2. 인간의 시대, 대중의 시대

    20세기가 열리고 역사의 무대에 새 얼굴이 등장했다.대중이라는 인간군(群)이었다. 지난 100년을 이끌어온 역사의 동력으로,때로는 무기력한 군상의 동의어(同義語)로 대중은 ‘인간의 시대’라는 종착역을 향해 질주해왔다. 1917년 러시아 10월혁명.협소한 계급적 울타리의 ‘민중’을 넘어서 포괄적 의미의 대중의 탄생과 승리를 가져온,에릭 홉스봄의 말대로 ‘금세기의 중심적 사건’이었다. 대중은 인도,터키 등에서 열병처럼 번진 식민지 민족해방운동,전후 유럽의신 사회운동,미국의 반핵·반전운동을 끌어가는 주력군이었다.소외됐던 대중은 스스로의 힘을 자각하면서 정치와 사회를 움직이는 주체로 탈바꿈해갔다. 폴란드 자유노조의 승리,잇단 동유럽 공산주의 붕괴,87년 한국의 ‘6월 항쟁’을 이끌어낸 힘도 분노한 대중이었다. 그들은 경제의 주역으로도 나섰다.대량생산,대량소비는 이들 대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소비주체로서 대중은 자본주의와 그 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이런 폭발적 힘,그 이면에는 무력하고 탈색된 군중으로서,대량소비의 대상으로서의 우울한 모습도 숨길 수 없었다.대중정치,대중문화,대중매체에 이르기까지 대중과의 수많은 결합체가 만들어지면서 대중의 소외도 한편으로 빠르게 진전되어 갔다. 대중화 시대를 이끈 요술상자,라디오의 정시방송이 미국에서 시작된 20년을 전후로 TV,영화,컴퓨터는 대중을 발전시키기도 하고,혹은 대중을 어리석게퇴보시켜온 상징물이었다. 이런 대중의 시대를 또 한번 뒤집어 보면 어떤 모습일까.그것은 인류가 태초부터 목표로 삼아온 인간 본위의 삶,즉 인본(人本)지향의 모습이었다. 인류의 대다수는 19세기까지 봉건적·전통적 틀에 얽매여 있었다.미국에선노예제가,한국에선 반상제(班常制)가 공동체의 내용과 형식을 꽁꽁 묶어놓고 있었다.20세기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속박을 푸는 인간의 시대로 변모했다. 세계 곳곳에서 신분제의 사슬이 풀리고 세상의 절반인 여성과 흑인,어린이들에게 권리가 주어졌다.1918년 영국은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다.75년 멕시코에서 유엔 세계여성대회가 열렸다.흑인의 인종차별도 점차철폐됐다.63년 워싱턴에선 마틴 루터 킹 목사가 30만 흑인 대중 앞에서 흑인의 자유를 선언했다. 그러나 위대한 대중의 시대는 인류에게 공헌을 한 시대만은 아니었다. 조지 오웰이 ‘1984년’에서 예언했듯 대중은 소수에게 이용되는 세뇌된 우중(愚衆)으로 전락하기도 했다.이탈리아의 무솔리니,나치 독일의 히틀러는대중을 교묘하게 통제하고 억압하면서 사악하게 대중을 변모시켰다.냉전의비극인 50년대초 미국의 매카시즘도 소수가 대중을 부추킨 광기의 산물이었다. 20세기는 여러가지 지표로 볼 때 분명 대중의 정치·경제적 권리가 확대되고 인간의 삶이 개선됐다.그러나 형식적 권리만 확장됐을 뿐 실질적 권리가완전히 보장된 것만은 아니라는 비관론(앤서니 기든스)도 적잖다.무한경쟁이란 억압의 새 틀에 놓여진 신 인류,노동시장에 철저히 종속된 위기의 시대라는 해석이다. 심각한 불안정과 영속적 위기의 시대에 살면서(미카엘 스튀르머) 대중이길거부하는 몸짓도 있다.어떤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대중에 머물기보다는 자아와 주체의 발견과 실현에 적극적인 ‘소중’(少衆)으로 분화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1일 미국 앰허스트.노벨상 수상자 7명 등 세계의 석학 100여명이 ‘인도주의자 선언 2000’을 발표했다.폴 쿠르츠 교수(미 버팔로대학)는 선언문에서 미래가 암울하고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21세기는 ‘더 나은 세상’이가능하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들의 전망대로 신 인류는 새 세기에 과연 희망과 행복을 기대해도 좋을까. 황성기기자 marry01@ * 오늘의 한국을 일군 피플파워 ‘탑골공원’‘4·19’‘빛고을’‘6·29’….한국 20세기 역사 고비고비의 상징어들이다.그 단어들 속에서 꿈틀거리는 에너지는 바로 사회모순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대중의 승화체 ‘민중’. 전반기를 일제의 혹독한 식민지상태로,후반기를 남북으로 분단돼 대립하며불행한 한 세기를 보낸 한국의 오늘을 있게한 힘은 바로 근대사회의 태동과함께 전면에 나선 민중이었다. 이땅에서 사회개혁의 주역으로 대중이 등장한 것은 19세기 봉건의 암운이가시지 않은 때.봉건사회의 해체와 함께 태동하기 시작한 민중은 한반도를침탈한 외세와 집권층의 부패에 맞서 뭉치기 시작했다.1894년 동학 농민운동은 20세기 한국사에서 대중의 힘을 처음으로 담아안은 사건이다. 이후 한국의 대중,민중들은 1919년 3·1운동 등 반외세 운동으로 결집했고60년 4·19혁명,64년 6·3 굴욕적 대일 외교 반대시위,70년대 노동자 항쟁및 계엄반대 시위,79년의 부마항쟁,그리고 80년 광주민주항쟁에 이르렀다.‘한사람의 열걸음 보다 열사람의 한걸음…’ 80년 광주 항쟁의 아픔을 겪고 난지식인 그룹이 처절하게 경험한 대 원칙도 ‘대중과 함께하는 운동’이었다. 이것이 87년의 6·29선언,나아가 국민의 정부를 탄생시켰다. 김수정기자 crystal@
  • 한국경제 위기‘지식의 빈곤’서 비롯

    IMF를 겪은 한국경제의 비전을 제시하고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연구서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이들 책은 한국경제의 위기를 한마디로 ‘지식의빈곤’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책은 ‘기업엘리트의 21세기 경제 사회 비전’(문학과지성사 1만원).‘동아시아 자본주의 정신비교 연구’를 진행중인 김경동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등 3명이 기업가 24명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를 분석했다. 이 책은 그동안 IMF와 관련된 기존의 연구가 경제적 측면에 치중한 것과는달리 사회학적 관점에서 폭넓게 문제를 살펴본다. 이들은 IMF이후 기업가 정신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특히 기업가들이 반성할 것은 철저히 반성하고 변화에 대응하려는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설파한다.또 기업 등에 대해 갖가지 주문을 한다.우선 앞으로 기업부문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질 것이지만 모든 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수 없다고 지적한다.아울러 기업과 사회의 관계라는 점에서 시민사회와 정부와 기업, 3자간의 조정과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와함께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고주장한다. 저자는 “기업엘리트들이 협소한 이해나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지않고 미래를 내다보고 변화를 인정하는 열린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 등 3명이 펴낸 ‘지식인과 한국경제’(자유기업센터 7,000원)와 이선 산업연구원장 등이 쓴 ‘경제개혁의 이론과 실제’(산업연구원 1만원)도 경제현실의 이해에 큰 도움을 준다.‘지식인과…’는 재벌개혁과 전문경영인제,경제력집중과 경제의 균형발전,규제완화,금융기관 구조조정,부실금융기관 지원문제,노동시장의 유연성,환율과 외환정책등 현안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대안도 제시한다. ‘경제개혁의…’는 경제개혁과 관련된 세계각국의 경험을 담았다. [박재범기자]
  • 공정위 부당내부거래 제재 안팎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발표한 5대 재벌의 부당내부지원 행위는 계열금융기관을 사(私)금고화하거나 특수관계인을 동원하는 등 지원 유형과 수법이 고도화되고 지능화된 것이 특징이다. 당초 공정위는 재벌들이 계열사나 특수관계인의 지원으로 부실 계열사를 연명시켜 구조조정을 늦춘다고 보고 칼을 대기로 했다.이에 따라 지난 5∼7월간 재벌들의 내부거래를 98년 초까지 추적,교묘한 내부지원 행위를 적발하는개가를 올렸다. 재벌들의 조사 방해와 압력이 거센데도 이런 실적을 거둔 것은 지난 2월 도입된 금융거래정보요구권 덕이 크지만 공정위의 집요한 추적 의지의 결과이기도 하다.다만 내부거래 제재가 과징금 부과로 끝날 뿐 경영자는 책임을 지지 않는 것 등은 공정위의 과제로 남는다. 과징금 부과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과징금은 당초 현대 362억원,대우 227억원,LG 82억원 등으로 많았지만 과징금은 매출액의 2% 이내여야 하는데다공정위는 조만간 구조조정으로 합병할 기업에는 과징금을 면제,실제 과징금은 크게 축소됐다.즉 현대는 125억원이 감해진 242억원,대우는 92억원 적은135억원,LG는 26억원 적은 56억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문제점 내부거래 조사 후 드러난 법적 미비사항 중 일부는 정부가 이미내부거래의 이사회 결의 의무화나 변칙 상속·증여 방지대책 등으로 보완했다. 그래도 문제는 남는다.공정위가 5대 재벌 계열사에 거액의 과징금을 매겼지만 과징금은 회사 차원에서 부과됨으로써 주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부당내부거래를 지시한 대주주나 경영자 개인에 대한 제재가 없어 자칫 ‘솜방망이 제재’라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다. 부당내부거래 제재가 지원을 제공한 측에만 적용될 뿐 지원 수혜자에는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것도 허점이다. 이상일기자 bruce@ *5대그룹 부당 내부거래 유형 공정위가 적발한 5대 그룹의 내부거래는 계열금융기관을 이용하거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지원,부실계열사와 친족독립회사 지원 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특히 삼성SDS가 이건희(李健熙)회장의 자녀들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저가에 넘긴 것은 공정위 조사 사상 처음으로 특수관계인에대한 대규모 지원을 적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하지만 비상장주식으로 인해 정확한 지원금액을 산정하기가 어려워 이로 인한 실제 과징금 규모는 150억원대에 그쳤다. 공정위는 그러나 이 조사자료를 관례대로 국세청 등에 넘길 예정이기 때문에향후 증여세 추징 등이 이루어질지가 주목된다. 이외에도 은행이나 종금사를 중간에 끼워넣거나 역외펀드까지 동원해 계열사를 지원한 것은 공정위의 조사를 피해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계열금융기관 사금고화 현대투신운용은 현대투자신탁증권에 2조4,770억원을 저리로 대출해줬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대출한도를 7,393억원이나 초과했다.대우계열인 다이너스클럽과 대우캐피탈은 비계열사인 서울캐피탈의 어음을 7,339억원 매입했다. 서울캐피탈은 바로 대우㈜를 비롯해 대우중공업, 대우자동차와 대우통신 등 4개사 어음을 샀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지원 삼성SDS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230억원을 삼성증권 등을 통해 이 회장의 자녀인 재용(在鎔)씨 등 자녀 4명과 이학수,김인주씨 등구조조정본부 임원들에게 싸게 넘겼다. 이들의 BW 인수가격은 주당 7,517원으로 현재 장외시장 가격인 14만∼15만원보다 크게 낮다.따라서 재용씨를 비롯한 삼성그룹 특수관계인들은 실거래가기준 2,000억원 이상,상속세법상의 기업가치 기준 225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부실계열사와 친족독립회사 지원 LG전자 등 7개사가 대한투신 등 비계열금융기관에 돈을 예치해 2년 연속 적자로 자본잠식인 LG금속의 기업어음을 5,976억원어치나 사줬다.또 SK텔레콤 등 9개사는 SK증권에서 모두 1조3,091억원의 기업어음을 매입,자금을 지원했다. 이상일기자
  • 경산 신지식인·마을 선정

    경북 경산시(시장 崔喜旭)는 30일 자신의 분야에서 창의적으로 노력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한 신지식인 3명과 신지식인마을 1곳을 선정,발표했다. 시는 새 천년을 앞두고 주민들의 창의성을 높이고 신지식운동을 확산시키기위해 신지식인과 신지식인 마을을 분기별로 추천과 심사를 거쳐 자체 선정,시장 명의의 인증패를 주고 시상할 계획이다.시는 이들의 생산품 판로를 개척하고 관련정보를 지원하며 각종 교육때 이들을 강사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1차 신지식인으로 뽑힌 김진수(47·남산면 전지리)씨는 12년동안 4,500여평에 거봉 포도를 시설재배해 연간 1억2,000여만원의 고소득을 올리고,생장 조절제 처리와 씨없는 무핵 비대화 기술 등을 해당 농가에 보급해 농가소득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화의(64·남천면 하도리)씨는 선진 영농기법에 의한 아콰리쿠스버섯 재배로 연간 2억여원의 안정된 수입 확보와 일본 시장 판로 개척,버섯효소를 추출해 만든 고부가 보조·가공식품 개발 등이 높이 평가됐다. 중졸 학력으로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김종암(40·사동)씨는 지난 92년 자장면에 야채를 면(麵)처럼 잘게 썰어 넣어 음식찌꺼기를 90%이상 줄인 환경자장면과 항암효과가 있는 된장 자장면(97년 특허출원) 개발 노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신지식인 마을로 선정된 남천면 산전리는 농가 77호가 기후와 토질 등 지역 여건을 최대한 감안한 MBA포도 재배로 연간 25억원(농가당 3,200여만원)의 고소득을 올리는 마을로 지난 97년 새마을중앙회장상 등 13차례 수상했고올해 제5회 세계농업인상 수상후보로 추천돼 있다. 경산 김상화기자 shkim@
  • ‘빠리의 택시운전사’ 조선일보에 일갈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사진)씨가 ‘대(對) 조선일보전(戰)의 투사(鬪士)’로 나섰다.현재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홍씨는 ‘인물과 사상’ 10월호에 실린 ‘한국지식인에게-극우 조선일보의 진지전과 한국의 지식인’이라는 글에서 ‘지식인 전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에서 오랜 망명생활을 한 홍씨가 조선일보 비판의 첫 접근점으로 삼은 것은 100년전에 발생한 ‘드레퓌스사건’.홍씨는 “당시 프랑스의 극우신문들은 뻔한 진실을 외면한 것은 물론 유언비어까지 퍼뜨리며 드레퓌스가 반역자라고 떠들어댔는데,요즘 조선일보가 그런 셈”이라면서 “결국 프랑스와 한국은 100년의 시차가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홍씨는 이어 “그럼에도대다수 한국인들은 ‘시차’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이유로▲극우 헤게모니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극우언론의 진지전 ▲극우 헤게모니와 싸우지 않고 오히려 ‘조선일보’의 진지(구축)전에 놀아나는 한국의 지식인 등을 들었다. 홍씨는 또 “‘보수’는 간직해야 할 가치를 전제한다”며 “‘사상검증’을 일삼는 조선일보는 보수도,자유민주주의도 아닌 극우”라고 단언한다.특히 “조선일보를 비롯한 극우세력의 목적은 극우 헤게모니를 지키는데 있으며 그들이 가진 무기는 반공주의·반북(反北)주의”라면서 “최근 냉전의식의 약화,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등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사냥전략’을 두고 그는 “‘조선일보’는 ‘한국논단’처럼계속 기동전을 펴지는 않으며 오직 극우헤게모니에 영향을 미칠 ‘사건’이나 ‘인물’만을 골라 공격한다”면서 조선일보가 최장집 교수를 사상검증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본격적인 ‘조선일보 불매운동’을 제안하고 있는 홍씨는 “조선일보와의싸움이 쉽지 않겠지만 목표물이 정확히 보인다는 점에서 이미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면서 “조선일보는 ‘조선일보를 사지 않고 읽지 않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말했다.홍씨는 시인 김정란씨,비평가 진중권씨 등과 함께 11월경 격월간으로 비평전문지 ‘아웃사이더’를 창간한다. 정운현기자 jwh59@
  • 창립1돌 제2건국위 변형윤 공동위원장 인터뷰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의 변형윤(邊衡尹)공동위원장이 오는 10월2일 창립 1주년을 앞두고 28일 서울 적선동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제2건국위는 특정 정파의 이해에 서서 활동하는 기구가 결코 아니며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 변 위원장은 앞으로의 계획과 관련,“예산을 늘려 민간단체의 활동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다음은 일문일답. ■창립 1주년 소감은. 과거적폐 청산과 21세기 준비를 위해 범국민운동이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을지난 1년간 구축했다.그러나 지난 1년은 위원회 활동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그럴 때마다 험한 산을 오르려면 처음에는 천천히 걷는 것이 필요하다는 경구를 되뇌면서 국민을 믿고 인내해 왔다. ■제2건국운동이 권력기구라는 비판이 있었다.그리고 활동범위가 포괄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초권력기구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성격이 바뀌었다.제2건국운동의 활동범위도 처음보다 훨씬 좁아졌다.다만 의식개혁을 느끼기에는시간이 필요하다.앞으로는 부정부패추방운동,국민화합운동,신지식인운동,한마음공동체운동,21세기문화시민운동 등 국민이 실감할 수 있는 일을해나갈 것이다. ■제2건국과 국민 및 시민운동단체와의 관계는.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등의 국민운동단체들은 고유의 업무를 하면서 제2건국운동에 동참할 의지를 밝혀왔다.사회단체들도 오해가 풀려 제2건국운동에적극 협조할 것이다.사회·시민운동단체들과 함께 의식·생활개혁운동을 하나씩 해나갈 것이다. ■제2건국운동이 정치적 오해를 받아왔는데,지방의 자문기구들이 정치활동을 한다면 통제가 어려울 텐데.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시·도의 추진위원장 회의 등을 통해 정치활동을 한다는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내년 총선이 끝나면 제2건국운동의 성격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한편 제2건국위는 29일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창립 1주년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박정현기자 jhpark@
  • ‘2여(與)합당’ 성사 여부따른 여야 득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합당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선거구제’가 다시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선거구제’와 ‘2여(與)합당’은 불가분의 함수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중선거구(1구3인제)+권역별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1인2표)’를 단일안으로 마련해 놓고 있다.그러나 국민회의 내부에서 회의론이 있는 게 사실이다.자민련도 중선거구제보다는 소선거구제와 ‘도농(都農)복합선거구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반면 한나라당은‘소선거구제’당론을 강하게 고수하고 있다. 각 정파의 이해가 엇갈려 선거구제의 종착역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합당’이라는 새 변수를 대입해보면 보다 구체적인 전망이 가능해진다. ?2여 합당 성사 경우 여권의 카드가 다양해진다.중선구거제,소선거구제,도농 복합선거구제 등 어느 제도나 선택할 수 있다.그러나 한나라당 입장을 고려할 때 ‘소선거구제’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권은 지역구 선출방식보다는 비례대표 선출방식인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1인2표제)관철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합당으로 내년 총선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섰다고 판단,지역구도 극복에 주력한다는 방침에서다. 여야 협상에서 여권이 중선거구제를 포기하고 소선거구제를 받아들이는 대신,한나라당이 1인2표제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받아 들일 여지가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선거공영제’라는 반대 급부를 얻을 수도 있다.하지만 한나라당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에 끝까지 반대할 경우 여권으로서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여권 내부에서는 선관위에서 제시한 ‘소선거구제+권역별 비례대표제(1인1표)+중복입후보 허용’방안을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여 합당 무산 경우 여권은 중선거구제를 최상의 카드로 생각할 것이다.이를 뒤집으면 중선거구제가 채택될 경우에는 2여 합당의 필요성이 반감된다는논리가 성립된다. 자민련 비합당파들이 “중선거구제를 도입하고 합당을 포기하자”고 말하는것과 맥을 같이한다. 여권이 ‘소선거구+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1인2표)’로 총선을 치른다면 일부 지역구에서 후보를 내지 않아도 ‘정당 득표’는 얻을 수 있다.그러나 소선거구제 아래서는 여권 후보의 난립을 막지 못해 고전할 것이 뻔하다.합당이 안된 여권이 소선거구제 아래서 선거를 치르기 힘든 중요한 이유다. 반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여권이 합당하지 않는 방안이 최선이다.이러한 사정때문에 여야가 중선거구제 도입을 놓고 더욱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다.도농 복합선거구제도 갈등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강동형기자 yunbin@
  • [밀레니엄 탐방] 과기원 醫科學연구센터

    지난 5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과학연구센터.흑염소의 젖을 분석하던 유욱준(兪昱濬)교수팀은 연구소가 떠나가라 환성을 올렸다.연구에 나선지 5년여만에 어미 흑염소 ‘메디’의 젖에서 백혈구증식인자(G-CSF)를 발견하는데성공한 것이다. 이 물질은 1g에 9억원이나 하는 고가의약품.유교수는 “젖에물질이 포함돼있을 확률이 너무 낮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운좋게 물질을 빨리 찾아냈다”면서 “2001년쯤 물질의 임상실험을 가질 예정이며 현재는 산업화에 대비해 형질변경된 흑염소를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KAIST팀이 연구에 나선 것은 지난 95년.당시 유교수와 생명공학연구소(생명연) 이경광(李景廣)박사,충남대 신상태(申相泰)교수 등이 “고가의 의약품을만들자”고 의견을 모은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들의 계획을 21세기를 대비하기 위한 G-7프로젝트로 선정,조건없이 연구비를 댔다. 이들은 우선 KAIST,생명과학연구소,충남대의 3각협동연구체제를 구성했다. 충남대는 수정란의 추출과 이식을,생명연은 수정란의 조작을 맡았다.KAIST는전체적인 연구흐름을 총괄하면서 유전자 개량 등의 연구를 수행했다.물질의정제와 판매는 한미약품이 떠맡았다. 이에 따라 충남대는 흑염소 500두를 확보,1,000여차례 이상 수정란의 채취·이식 수술을 펼쳤다.생명연은 충남대에서 보내온 수정란에 조작된 유전자를 주입했으며,KAIST는 40여명의 석박사 연구원이 유전자 조작에 매달렸다. 마침내 연구에 나선지 4년만인 지난해 4월 인공 수정방식에 의해 형질변경된 암컷 흑염소 ‘메디’가 선을 보였다.인공수정으로 태어난 19번째 흑염소였다.이어 같은해 8월 수컷 ‘메디Ⅱ’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론상 메디가 태어날 확률은 3∼5%.게다가 그 메디의 젖에 신물질이 함유돼 있을 확률은 더 낮았다.그러나 연구진은 언젠가는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대부분 휴가도 없이 1년 365일을 연구실에서 보냈다. 高正浩 연구원(27)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었음에도 정부가 5년동안 연구비10억원을 지원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이론이 현실화되는 걸 보면서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들었다”고 말했다. 유교수는 “이번과 같은 신물질개발은 기초과학의 두터운 바탕 위에서만 꽃필 수 있다”면서 “21세기에는 기초과학을 더욱 중시하는 풍토가 이루어져야 새로운 발견과 개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재범기자 jaebum@
  • [발언대] 댐 건설은 용수난·홍수 막는 최선책

    인간은 잉태되는 순간부터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물을 필요로 한다.물은 생명수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문화생활 그리고 시각적 아름다움도 준다. 그러나 물은 인간에게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비가 많이 오면 홍수피해가발생하고 비가 오지 않으면 가뭄으로 끝내 땅을 사막으로 바꿔 버리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다.물부족은 식량부족으로 이어진다.미국의 환경단체 월드워치연구소는 멀지 않아 ‘식량대란이 온다’고 경고하고 있다.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우리의 주식인 쌀은 물이 없으면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또 우리나라는 계속된 인구증가로 물부족을 겪고 있다.우리나라의 연평균강수량은1,274㎜로 세계평균 973㎜의 1.3배나 많다. 그러나 높은 인구밀도로 물부족국가로 분류돼 있다.이런 물부족은 댐 건설로 해소할 수 있으나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로 인해 댐 건설이 어렵다. 물부족을 극복하고 홍수피해를 막으려면 댐 건설은 불가피하다.우리나라는다른 나라와 다른 지형과 기후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지형상 산이 많아 비가 오면 급한경사도나 빠른 유속,짧은 강에 의해 3∼4일이면 바다로 흘러가버려 물관리가 어렵다.또 장마철인 6∼9월에 1년간 내리는 비의 3분의2가 집중적으로 내려 해마다 홍수피해를 입고 있다. 비가 오지 않는 겨울이나 봄철에는 가뭄으로 물부족을 겪는다.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댐을 건설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댐 건설이 환경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걱정한다. 그러나 9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에서도 환경친화적 차원을 많이 고려하고 있다.오히려 홍수가 환경변화를 일으킨다.산에 있는 토사가 흘러나와 나무를 덮치고 뿌리째 나뒹구는 게 댐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보다 심각하다.홍수피해 통계에도 가옥피해와 달리 나무 피해는 집계되지 않지만 이는 심각하다. 중국의 예를 보자.중국은 부족한 용수확보와 홍수피해 방지를 위해 싼샤(三峽)댐 건설을 시작했는데 전세계 언론에서 이를 대서특필하며 반대했다.그러나 대홍수를 입고 난후 댐건설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철규(한국수자원공사 부산권관리단 총무과)
  • [20세기 문명기행] (1) 지구촌의 탄생

    *과학이 이룬 지구촌 한가족 시대 대한매일은 새 천년 D-100일이 되는 23일부터 금세기를 정리하는 ‘20세기문명기행’을 연재합니다.이 시리즈는 매주 월요일 10회에 걸쳐 금세기 1백년동안에 이뤄진 인류의 진보와 거대사건들을 분석,정리하게 됩니다.독자여러분의 애독을 바랍니다. [편집자주] 1901년 12월12일 캐나다 뉴펀들랜드.22세의 이탈리아 청년 귈레모 마르코니는 자신이 만든 한 기계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영국 그리니치 표준시로 정오가 되는 순간.“톡톡톡”작은 반응이 기계를울렸다.수초도 걸리지 않은 짤막한 신호.2∼3m 떨어진 곳에서라면 들리지도않을 작은 소리였지만 마르코니에겐 지축을 흔드는 희망의 함성으로 귓전을울렸다.1,600마일 떨어진 대서양너머 영국에서 보낸 전파신호가 도착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수신한 전파는 모르스 부호로 S자.무선통신 시대의 개막이었다.물리적인 ‘거리공간’을 압축시키면서 인류문명 사상 최초로 전지구를 하나로 묶어나가는 신호였다.지구촌 시대의 서곡은 이렇게 울려퍼졌다. “타임스 빌딩의 타임스 캐논이 힘차게 종을 12번 쳤다.지난해와 지난세기의 종언을 알리고 새해와 새로운 세기를 반갑게 맞아들였다.이를 신호탄으로 종소리와 휘파람 소리,총소리가 폭죽처럼 울려 퍼졌다.군중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환호와 박수로 새해와 새 세기를 환영했다.”(LA타임스,1900년1월 1일자). 무선통신의 발명은 20세기 역사의 출발점에서 온 인류가 걸었던 기대와 희망에대한 작은 반영이었을 뿐이다.스페인의 노벨상수상 과학자인 세베로 오초아는 “20세기의 가장 근본적 특징은 엄청난 과학의 진보”라고 말했다. 인류는 1백년을 통털어 시간과 공간을 획기적으로 압축시켜 나갔다. 1900년 체펠린,1901년 화이트 헤드, 1903년 라이트 형제의 노력에 이어 1927년 5월20일 아침 8시 지구촌시대의 가시화를 위한 또하나의 열매를 맺었다. 린드버그는 ‘세인트루이스 정신’을 타고 뉴욕을 떠나 파리로 향했다.결과는 대성공.33시간 30분 후 그는 파리의 루 부르제 비행장에 무사히 착륙했다.그로부터 12년뒤 판 아메리칸 항공이 미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최초의 상업비행을 시작,전 세계인의 거리개념에 통렬하게 메스를 가했다. 앞 세기말까지 지구를 한바퀴 돌기위해서는 천재의 머리속에서마저 최소 80일이 걸려야했다. 런던-수에즈 7일(철도나 우편선),수에즈-봄페이 13일(우편선),봄페이-캘커타 3일(철도),캘커타-홍콩 13일(우편선),홍콩-요코하마 6일(우편선),요코하마-샌프란시스코 22일(우편선),샌프란시스코-뉴욕 7일(철도) 뉴욕-런던 9일(우편선 및 철도).1872년,미래학자이자 공상소설가였던 쥘 베른이 그의 소설‘80일 간의 세계일주’에서 제시했던 지구일주의 가장 빠르고 기발했던 타임테이블이다.그러나 이 천재의 구상도 이미 20세기 초입에 전설의 화석속에 매몰되고 만다. 육지에서 시속 300㎞까지 달리는 고속전철,시속 1,000㎞를 오르내리는 대형여객기 덕택에 지구촌은 1일 생활권이 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구상중인 하이퍼 X계획이 실현되면 제트여객기는마하 10,시속 9,000km의 속도로까지 비행하게 된다.토요일 점심때 김포공항을 출발하면 오후 2시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1박2일간 마음껏 즐긴후 돌아온다.그래도 서울은 아직 일요일 오후 3∼4시인게 이 계획의 목표인셈이다. 시·공간적 압축 (time-space compression)이라는 표현이 전혀 무색하지않다. 미국의 과학사학자 토머스 쿤은 1962년 펴낸 ‘과학혁명들의 구조’에서 패러다임(Paradime)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다.이 말은 한 시대,한 공간의 가치 체계의 총체적 구조를 의미하며 ‘인식의 틀’로 번역된다.지금 가장 널리쓰이는 어휘다.패러다임은 금세기들어 지구의 총체적구조가 변화했음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숱한 지식인들은 지구촌의 존재의미에 대해 의문 부호를 던진다.‘지구촌 시민은 단지 첨단 전자게임을 즐길 뿐이다‘‘전세계와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 속으로 빨려들어가 인간 생존의 최소단위인 가족간 단절까지를 야기한다’고 말한다. 석학 앤서니 기든스는 ‘제3의 길’에서 문화적,인종적 다원주의에 기초한‘세계주의적 민족’을 부르짖었다.지구촌의 인류라면 금세기가 가기 전에그 의미만은 다시 한번 새겨 봐야 할 것 같다. 김병헌기자 bh123@ *인터넷 여권·비자없이 세계를 맘대로 전세계를 하나의 지구촌으로 묶은데는 ‘제3의 혁명’이라 불리는 정보통신 발달의 힘이 컸다. 이중 위성통신의 발달은 제도,이념,국경,장소의 제한없이 지구를 하나로 연결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57년 10월4일 소련은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지구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1945년 영국의 과학자 A.C 클라크가 ‘무선세계’라는 논문에서 인공위성을 무선통신에 이용하자고 한지 12년만의 일이었다. 위성의 등장은 지구상에 더이상 ‘공간적 개념’의 오지를 남겨놓지 않게 되었다. 아프리카와 아마존의 밀림탐험을 안방에서 시청할 수 있게 됐다.남극과 북극의 동물생태계에 관한 현장 다큐멘터리 역시 TV 생중계로 지켜볼 수 있게됐다.미 CNN방송이 24시간 전세계를 커버하면서 인도네시아 한 섬에서 일어나는 유혈사태를 현지시간으로 생중계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위성의 위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위성에 의한 통신발달은 현재 지상망의 모든 통신망이 두절되어도 어느 누구와도 통화가능한 세계최초의 단일통신서비스 개인휴대통신(이리듐 서비스)의 개막,바로 그 코앞까지 와있다. 정보통신 혁명은 문명사의 새 지평까지도 열고 있다.인터넷은 지구촌을 하나의 그물망으로 엮으며 세계화의 ‘첨병’노릇을 하고 있다.30년전 미국의군사정보통신망이 시초가 됐던 인터넷은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유일무이한지구촌 통신망으로 자리잡았다. 지구촌 통신망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터넷은 사용자로 하여금 자신의 PC안에서 ‘전세계’를 실시간으로 경험할 수 있는 혜택을 부여했다.외국인 회사에 투자를 해놓은 사람이 미국의 다우존스에서 제공하는 주가(株價)정보를실시간으로 찾아볼 수 있고 지구 반대편 유럽소식이 궁금한 이는 그쪽 미디어의 홈페이지만 찾아가면 쉽게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야말로 원하는 정보를 찾아 전세계를 여권과 비자없이도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인터넷 세상’.그 것이 20세기 인류가 만들어낸 지구촌의 모습이다. 이경옥기자 ok@ * '새즈믄해' D-100일 실행체제로새천년준비위원회(위원장 李御寧)가 새천년 D-100일인 23일을 기해 실행체제로 완전 전환한다. 지난 4월12일 발족한 준비위는 그간 평화,환경,새인간,지식창조,역사 등 5대분야의 천년화(기념) 사업을 구체적으로 기획하면서 이의 실천을 위한 기구 정비에 힘써왔다.60개가 넘는 5대분야의 사업은 10월 초쯤 최종 결정될예정이지만 몇몇 사업은 이미 공식적인 발표 단계를 거쳐 진행중에 있다. 사업시행이 거의 확정된 주요사업 가운데 평화의 열두 대문 건립,비무장지대 문화특구 선포,한중일 반도성 회복 문화회의 개최 등이 평화 부문에 들어 있다.하남 국제환경박람회장 안에 ‘새천년의 숲’을 개관한 환경부문에는새천년을 기념하고 살아있는 생활공간인 도시와 거리를 밝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새즈믄해(새천년) 거리’ 조성 사업이 포함된다. 새인간 부문사업의 핵심은 2,000명의 ‘사이버 프런티어’ 선발사업으로 새천년의 미래 주역인 젊은이들을 비트 공간인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모집한다. 이 프런티어들은 인터넷 홈페이지 활동 등을 통해 세계화,천년화의 인간고리로 육성된다.지식창조 부문에선 문자가 없는 민족인 인디언 오난다가족 추장인 라이어스 교수와 연계해 한글을 발음기호로 보급하여 한글의 세계화,정보화 사업의 인프라로 삼으며 예술인과 창조적 지식인을 보호육성하고 새천년을 의미있게 준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조성을 위해 ‘밀레니엄법’ 제정을 추진한다. 역사 천년화사업에선 국가기록보존의 디지털화를 위해 10만명의 주부들이시범적으로 디지털 가계부 작성을 선언한다. 준비위는 1999년 12월31일 일몰,자정 및 2000년 1월1일 일출 의 ‘새천년맞이’ 국가 공식행사를 주관한다.이때 초박막 액정화면 카드섹션과 일몰·일출지역 햇빛 채화 등을 통해 국민단합의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특히 준비위는 새천년 기념사업의 핵인 평화의 열두 대문(‘천년의 문’)건립에 힘을 쏟고 있다.월드컵이 열리는 서울 상암동 근처 옛 쓰레기 매립지인 난지도에 2000년을 시작으로 10년마다 한개의 대문을 세워나가 한 세기 백년 동안 모두 12개(통일되는 해 하나 추가)의 문을 완성하는 이 사업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지난달 말 재단법인 ‘천년의 문’을 설립했다.이 새천년 기념조형물 ‘천년의 문’ 설계시 참고자료로 활용할 아이디어를 D-100일부터일반으로부터 받는다. 준비위는 지난 8월 상임위원회를 설치했다.정부 17개 부처와 16개 시·도에 이관,실행해 오고 있는 사업에 대해 조정,기획지원 및 자문활동 등의 업무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것이다. 김재영기자 kjykjy@
  • 제2건국위 예산 대폭 증액 논란소지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눈에 띄는 대목 가운데 하나는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의 예산이 크게 늘어난 점. 제2건국위의 예산은 올해보다 50%나 늘어난 30억원이 책정됐다. 이는 지난해의 20억원보다 10억원이 늘어난 규모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이와 관련,22일 “제2건국위의 홍보사업비가 올해의 7억원에서 10억원으로 늘고,신지식인보고대회 개최비용 1억원이 추가되는 등예산증액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제2건국위의 예산 대폭 증가는 다른 위원회 예산이 소폭 증가한 것과 크게대비된다.지방자치단체를 포함,각급 행정기관이 별도 책정한 사업예산까지감안하면 제2건국운동 관련 예산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사업추진과 예산집행에 있어서 보다 엄정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노사정위원회도 올해보다 3억원 증액된 25억원의 예산을 책정받았다. 위원수가 15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난데다 업무추진비,연구용역비 등이 다소증액된 때문이라는 것이 기획예산처의 설명이다. 최근 출범한 반부패추방특별위원회에는 홍보비 5억원을 비롯해 모두 13억원이 책정됐다. 진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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