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식인
    2026-07-22
    검색기록 지우기
  • 자막
    2026-07-2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0,987
  • 55인치 LCD TV 선보인 우남균 LG전자 사장

    55인치 LCD TV 선보인 우남균 LG전자 사장

    LG전자 디지털 디스플레이 앤 미디어(DDM) 사업본부장 우남균 사장은 6일 “LG전자가 세계 디지털TV 시장에서 2007년까지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55인치 LCD TV 신제품 발표회에서 이같이 다짐하고 “이를 위해 브라질·인도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진행했던 마케팅을 북미·유럽 등으로 전환,선진시장에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PDP TV는 42인치,LCD TV는 42인치와 55인치,DLP프로젝션TV는 52인치 이상을 각각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LCD TV는 2008년,PDP TV는 2007년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가 지난 7월 자회사인 제니스와 함께 개발한 차세대 DTV 전송방식인 EVSB(Enhanced VSB) 방식이 미국에서 표준으로 채택된 것과 관련,“2016년까지는 EVSB에 대한 특허수수료를 받고 이후에는 EVSB에 대한 특허사용료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대당 5달러의 수수료를 받되 업체별로 계약시기 등을 판단해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고가인 LCD TV(55인치 1950만원),PDP TV(50인치 700만원) 이외에 중산층을 위한 평면 디지털TV인 브라운관(CRT) TV(32인치 200만원)는 내년 상반기에 초슬림형으로 출시된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오죽하면 숲속에서 ‘볼일’ 볼까

    “코를 막아야 하나요,문고리를 잡아야 하나요.”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북한산 국립공원내 사기막골 계곡을 찾은 변옥수(53·여·서대문구 북가좌동)씨의 화장실에 대한 불만이다. 도심 속의 ‘허파’ 북한산 국립공원은 수도권 2000만 주민들이 즐겨 찾는 자연 휴식처.그러나 이같은 수식어구를 무색케 만드는 공간이 버젓이 자리잡고 있다.재래식 이동화장실이 바로 그곳이다. 면적만 2373만평(80㎢)에 달하는 북한산 국립공원은 우이령을 중심으로 북한산 지역과 도봉산 지역으로 나뉘어 있으며,모두 74개의 등산로가 조성돼 있다.대부분의 등산로는 왕복 3∼5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중간중간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설치는 필수.화장실은 매표소 인근에 마련된 건물 형태의 고정화장실 20곳,등산로 주요 지점에 설치된 이동화장실 106곳 등 모두 126곳에 불과하다.대략 20만평당 1곳인 셈이다. 특히 재래식인 이동화장실은 여름철 등 기온이 높은 날에는 악취가 심할 뿐만 아니라,문고리가 잘 잠기지 않거나 고장난 경우도 있어 이용객들이 당혹해 하는 일이 빈번하다.변씨는 “화장실 대신 계곡이나 숲속 깊숙이 들어가 ‘볼일’을 보는 등산객도 있다.”고 불평했다.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자연생태계를 보전하고,등산객들을 위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장실과 같은 인위적인 시설물을 들여놓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물론 국립공원이 생태계 보존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그러나 북한산 국립공원의 연간 최대 수용인원이 60만명으로 추산되고,현재 이보다 8배 이상 많은 연간 500만명의 방문객들을 위해 등산로 곳곳에 인공시설물인 돌·나무 계단을 만들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생태계 보전 방법의 우선순위가 재정립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기자 이지희 skkidess@hanmail.net
  • [노대통령 국보법 발언] 盧대통령 ‘시사매거진 2580’ 발언 요지

    [노대통령 국보법 발언] 盧대통령 ‘시사매거진 2580’ 발언 요지

    노무현 대통령이 5일 밤 9시45분 MBC ‘시사매거진 2580’에 출연해 국정현안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엄기영 앵커와 김은혜 앵커의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대담은 50분 동안 진행됐다.노 대통령의 TV 대담 출연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10개월 만이다.지난 6월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하려다 김선일씨 피살사건으로 연기했었다.이날 대담은 청와대내 상춘재에서 지난 4일 녹화된 것이다.노 대통령이 밝힌 국정현안에 대한 의견을 현안별로 정리한다. ●경제·부동산 2001년 3.8% 성장률이었지만 우리 경제가 다 죽는다고 아우성이 컸다.특히 곧 경제가 파탄날 것처럼 계속 보도돼 (정부는) 소비진작을 위해 무리하게 부동산 규제를 다 풀고 카드가 남발되도록 방치했다.그래서 2002년에 7% 성장했는데 이것이 무리한 성장이었다.주로 내수 기반의 성장이었다.운동을 심하게 하고 나면 몸살이 나 며칠 앓아눕듯이 너무 체력을 많이 소모해 버린거나 마찬가지였다.그게 2003년 우리의 3.1% 성장이고 올해의 어려움이다.부양책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 내수 진작을 위해 단기적으로 재정정책,금리정책,조세정책 다 쓰고 있다.재정지출은 대부분 서민에게 가도록 하고 있다.특소세 인하는 소비를 진작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부동산 값이 내리면 금융이 부실해지게 되고 작은 집을 가진 사람들의 상실감이 커진다.이사하고 싶은 사람도 엄두를 못내게 돼 부동산뿐 아니라 경기 자체에도 심각한 영항을 미칠 우려가 있다.경제를 안정되게 유지해 가자면 부동산 값이 현 수준에서 유지되는 게 좋다.재산세,토지와 건물의 보유세를 올려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오래 보유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로 가야 한다.성장과 분배는 선순환 관계로 가야 한다.내가 말하는 성장정책은 분배정책을 포함하는 것이다.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올바른 성장정책이고 분배까지 한꺼번에 해결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정부가 해야 하는 재분배에 관한 복지지출은 아주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큰 흐름에 있어 지금까지 역대 정부 중 가장 일관성 가진 정부라고 감히 자신한다.아파트 분양가 비공개가 내 소신이지만 정당 의견이 있어서 존중하다 보니까 부분 공개 쪽으로 갔다. ●과거사 진상규명 국가는 언제나 정당해야 한다.국가의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믿음없는 사회에서 국민은 도덕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따라서 국가가 저지른 과오는 철저히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할 건 사죄하고,부도덕한 범죄는 다시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해야 한다.과거 독재정권들이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억압할 때 자주 써왔던 것이 사회혼란,국가안보,경제개발이었다.어렵더라도 해야 할 때 할 일을 해야 한다. ●남북,한·미관계 주한 미군의 감축·재배치는 미국 스스로의 전략이다.가장 위험하다고 하는 최일선을 미군한테 의지하고,유사시 거의 전적으로 미군이 작전 통제를 맡는 이런 체제로 한국이 그냥 가서는 안 된다.한국이 매달린다고 안 갈지도,갈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굳이 매달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한국정부가 미국에 할 말을 좀 하는 편이다.이대로 5∼10년이 지나가면 한국은 완전히 미국과 적어도 국제사회에서 대등한 자주 국가로서의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미국이 빠지고 중국·일본이 패권경쟁을 하는 상태보다는 미국과 러시아가 포함되고 한국도 당당한 가운데 세력균형 상태가 유지되면서 과거와 같은 동서 대치선은 해소해 나가야 된다는 것이다.미국은 중요하다. ●행정수도 이전 60년대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던 문제 아닌가.많은 지식인도 그렇게 말해 왔고,박정희 전 대통령도 준비를 다 갖췄다가 돌아가셨고,전두환 전 대통령은 정부청사까지 다 지었다가 못가지 않았는가.저는 정치를 하고 지금까지 ‘왜 행정수도를 못 옮기고 있을까? 옮겨야 되는데‘하는 생각을 한번도 잊어본 일이 없다.지금 서울 수도권은 이대로 가면 사람이 살 수 없다.집값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행정수도가 다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도 또 하나의 노력 아닌가.아주 중대한 노력이다.설득하겠다. ●개혁·교육 한국의 개혁 속도는 아마 세계 어느 나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빠른 속도다.개혁의 경우 언론이 어떻게 쓰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국민이 언론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지금 정치 권력과 언론에 서로 봐주기 같은 것은 없죠?‘이해찬 세대’ 하는 얘기도 나왔지만 그것은 잘된 변화다.인생을 좀 여유있고 풍요롭게,교양을 갖추기 위해 과외를 하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과외를 안 해서 사회적 경쟁에서 낙오하는 일은 없도록 반드시 해나가겠다. 박정현 구혜영기자 jhpark@seoul.co.kr
  • 儒林(174)-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儒林(174)-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제2부 周遊列國 제2장 老子와 孔子 이는 역사가로서 냉정하게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는 직필(直筆)의 사마천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사마천은 차마 ‘공자세가’에서는 묘사하지 못했던 장면을 ‘노자열전’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 수천수만리의 여정을 거쳐 주나라의 낙읍으로 간 공자는 마침내 노자를 만나게 되자 마차에서 내려 노나라로부터 갖고 온 기러기 두 마리를 선물로 받쳐 올리고는 다음과 같이 물었다고 사마천은 기록하고 있다. “예에 대해서 가르침을 주십시오.” 공자를 만나기 위해서 소를 타고 온 노자는 공자를 맞아 며칠 동안 머물렀는데,인류사상 가장 극적인 이 장면을 사마천은 이렇게 증언하고 있다. “공자의 질문을 받은 노자는 머리를 흔들며 대답하였다. ‘예에 대해서라면 더구나 나는 할 말이 없네.’ ‘그렇지만 선생님 같은 분이 할 말이 없으시다니요.’ 그러자 노자는 말을 이었다. ‘잠깐만 기다려 보게나.딱 한 가지 얘기해 줄 말이 있기는 있네만.’ ‘어서 가르쳐 주십시오.’ ‘그대가 우러러보는 옛 성인들은 이미 살도 썩어지고 뼈마저 삭아 없어졌겠지.’ ‘그렇지만 말씀은 남아 있지 않습니까.’ 공자가 말하자 노자는 머리를 흔들며 다시 말을 이었다. ‘글쎄, 그것이 공언(空言)이란 말씀이오.들어보게.군자라는 작자도 때를 잘 만나면 호화로운 마차를 타고 그 위에서 건들거리는 몸이 되지만 때를 잘못 만나면 어지러운 바람에 흩날리는 산쑥 대강이 같은 떠돌이 신세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겠지요.’ ‘내가 아는 바로는 예를 아는 군자는 때를 잘 만나고 못 만나고의 문제가 아니란 말일세.’ ‘그렇다면 예란 무엇인지요.’ ‘내가 알기론 이런 것일세.’ 노자는 비로소 자신의 핵심 사상을 꺼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를테면 훌륭한 장사꾼은 물건을 깊숙이 감추고 있어 얼핏 보면 점포가 빈 것처럼 보이듯 군자란 많은 덕을 지니고 있으나 외모는 마치 바보처럼 보이는 것일세.그러니 그대도 제발 예를 빙자한 그 교만과 그리고 뭣도 없으면서도 잘난 체하는 말과 헛된 집념을 버리라는 말일세.’ 한방 맞은 공자는 그러나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예에 대해 묻는 것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것이 예입니까.’ 그러자 노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맺음을 하고 공자의 곁을 떠난다. ‘그런 건 나도 몰라.다만 예를 묻는 그대에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란 이것뿐일세.자,이제 그만 가보게나.’” 노자와 공자의 이 문답은 마치 인류가 낳은 성인이자 대사상가인 두 사람이 벌이는 이중창(二重唱)을 연상시킨다.전혀 화음이 맞지 않는 이 듀엣은 그러나 기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이 장면을 보고 혹자는 노자의 승리고,공자의 패배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는 피상적이고,대립적인 관점에서 본 유치한 발상이다.공자는 오히려 자기와 차원이 다른 노자의 사상을 솔직히 인정하고 존경하고 있는 것이다.자신의 사고방식과 생각의 각도가 다른 사람에 대해서 백안시하고,멸시하는 태도는 소위 지식인일수록 몸에 밴 습성인데,공자는 이를 초월하여 노자의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예에 대해서 끝까지 집요하게 묻고 또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류가 낳은 대성인이었던 노자와 공자가 벌인 이 듀엣은 어느 한쪽이 더 우월하고,어느 한쪽이 테너이며,어느 한쪽이 바리톤인가 하는 이분법을 벗어난 최고의 병창(竝唱)인 것이다.결국 노자도 이기고,공자도 이긴 환상의 2부합창인 것이다.
  • 책문 시대의 흐름에 답하라/김태완 지음

    책문(策問)은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이다.왕 앞에서 치르는 최종시험인 전시(殿試)에서 왕이 정치에 관한 계책을 묻고 이에 답하게 하던 과거시험 과목의 하나가 바로 책문이다.전시에서 왕이 제시하는 책문은 단순한 과거시험이 아니었다.그것은 한 시대의 절박한 물음이었다.그 시대에 다뤄야 할 가장 중요한 국가정책,즉 시무책(時務策)이었던 것이다.왕의 물음에 세상에 첫 발을 딛는 젊은 인재들은 목숨을 걸고 당당하게 답했다. ‘책문 시대의 흐름에 답하라’(김태완 지음,소나무 펴냄)는 ‘국가의 비전’이라는 화두를 놓고 왕과 예비 관리들이 나눈 열정의 문답을 들려준다. 책문은 정치적 현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조선 건국 초에는 국가의 기강을 확립할 방침을 이야기하는 책문이 많았다.반면 사화를 겪은 후에는 혼란한 사회를 수습하고 사림이 주도하는 이상사회를 건설하자는 내용이 많았고,전란을 겪은 뒤에는 국가체제를 재정비하자는 것이 주를 이뤘다.책문은 과거시험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정치주체로서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책문의 끝 부분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과거에 응시한 인재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진술했다.광해군 때 임숙영이라는 선비는 “나라의 병은 임금에게 있습니다.”라고 왕의 실정을 비판했다가 낙방될 뻔했지만 좌의정 이항복의 도움으로 간신히 병과에 급제할 수 있었다.이른바 ‘삭과(削科)파동’이 그것이다. 조선 전기의 세 학자 성삼문·신숙주·이석형은 문과 중시(重試)를 볼 때 세종의 책문에 각자 다른 식의 대책문을 남겨 눈길을 끈다.법의 폐단을 고치는 방법을 묻는 세종에게 성삼문은 법을 고치기 전에 마음을 바로잡을 것을 권한다.“뜻을 성실하게 하고 앎을 지극하게 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그래서 ‘대학’은 마음을 국가와 천하의 기틀로 삼았고,동중서는 마음을 조정 백관의 근본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한편 신숙주는 “법에 폐단이 없을 수 없으니 그것은 마치 오성육률(五聲六律)에도 음탕한 음악이 들어있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법의 속성을 설명하며 언로의 개방이 중요함을 역설한다.이석형 또한 중국 북송의 시인 소식의 말을 인용,깃털처럼 보잘것없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 것을 강조한다.절개의 상징인 성삼문과 변절의 대명사가 된 신숙주의 관리로서의 첫 출발이 어떠했는가를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책문 중에는 ‘섣달 그믐밤의 서글픔,그 까닭은 무엇인가’라든가 ‘술의 폐해를 논하라’ 같은 감성적이고 실생활에 밀착된 주제도 있었다.“왕안석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을 시로 탄식했다.소식은 도소주(屠蘇酒)를 나이 순에 따라 젊은이보다 나중에 마시게 된 슬픔을 노래했다.이것들에 대해 상세히 말해보라.” 이같은 광해군의 허를 찌르는 책문에 문신 이명한은 이렇게 답한다.“인생은 부싯돌의 불처럼 짧습니다.…사람이 세월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이지,세월이 사람가는 것을 안타까워하지는 않습니다.세월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부질없는 생각일 뿐입니다.” 율곡 책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 책에서 고전번역과 고전 다시쓰기라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자칫 딱딱하게 여기기 쉬운 고전을 보다 가깝고 부담없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저자의 이런 글쓰기 방식 때문이다.2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자”/여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암주

    남도의 들녘은 벌써 황금물결이다.알토란 같이 튼실한 벼들이 높디높아 끝을 알 수 없는 가을하늘의 햇살과 차가운 새벽이슬을 맞으며 안으로 익어가고 있다.들길을 지나며 농부처럼 한손안에 벼이삭 올려 보니 황금빛 윤기가 찰지게 흐르는 것이 손바닥을 간지럽힌다.알 수 없는 환희가 저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온다. 소용돌이치며 몰려오던 검붉은 흙탕물들,나무를 꺾고 기왓장을 들썩이며 울부짖던 그 태풍들도 여름 내내 집을 지키며 살집을 불려온 벼들의 무디고 무딘 살림살이를 어쩌지 못한 것이다.뜰 아래 풀벌레 소리 낭자하게 울려놓고,귀청을 찢듯이 왱왱대던 매미의 끝소리만 남기고 여름은 끝나 가고 가을이 우리곁에 오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세상은 지금 어지럽다.주머니가 비어버린 중생들의 몸부림이 산중 깊은 곳까지 울려 퍼진다.‘돈’ 때문에 가족을 잃고,자신의 생을 잃어버린 낙오자들이 도심곳곳에서 유령처럼 활보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또 다른 자화상인 것이다.‘위기론’이 사회 곳곳에 팽배해지고 있다. 얼마전 이곳 일지암에 손님이 왔다.그 손님은 정부의 주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관계자였다.그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위기’가 아닌 조장된 인위적인 ‘위기’라고 했다.사회내부의 근본적인 개혁을 통해 안정화된 국가시스템을 정착시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또 다른 손님도 일지암을 방문했다.그는 잘 나가는 기업을 책임지고 있는 전문 CEO였다.그는 현재의 위기는 국가적 위기이며 이렇게 나가다가는 모두가 공멸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우리의 불황은 국가경영의 위기적 측면에서 오는 심각한 불황이며 해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또 다른 손님이 왔다.아랫마을 사는 할머니였다.노 할머니 머리에는 햇찐쌀이 들려있었다.“스님 서울서 돈 버는 자식들 좀 편하게 살라고 부처님께 빌러 왔써라잉.어저께 손으로 타작을 해서 부처님께 올릴 찐쌀 좀 맹글어 왔어라.” 그 노 할머니에게는 서울 대처에 나가 살림을 꾸리고 있는 세 아들이 있다.그중 두 아들은 갑자기 기업이 도산해 지금 실업자 신세라고 한탄했다.아들의 먹고 살길을 걱정한 노 할머니가 부처님에게 축원을 하러 온 것이다.그리고 노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아직꺼정은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이 많은거 같은디.왜 이리 사는 것이 어렵다고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것소 스님” 우리에게 지금 짙은 패배의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처럼 어슬렁거리고 있다.‘위기론’도 아니며,‘위기를 조장하는 것’도 옳은 판단이 아니다.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렇듯이 ‘가진 사람’들은 늘 풍요로웠으며 ‘못가진 사람’들은 늘 빈곤했기 때문이다.그렇게 본다면 우리의 삶은 크게 변한 것이 없는 셈이다.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원’도 ‘기술’도 부족한 우리의 삶은 늘 위기였던 셈이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은 지금 간과하고 있다.5000년이란 긴 시간동안 축적해온 우리의 위기 대응력을 우리 스스로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정치 경제 사회학자들의 진단은 늘 틀렸다는 것을 과거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IMF탈출도 그렇고 국가적 재난을 맞아도 그렇다.학문적으로 진단하는 그들은 우리가 가진 ‘대단한 민족성’을 간과하고 있다.우리는 늘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어왔다.우리 속에 내재되어 있는 무디고 질긴 우리 민중들의 삶을 지금도 앞으로도 어쩌지 못할 것이다.우리는 늘 연꽃이 피어나듯 진흙탕속에서 희망을 피워올렸으니까 말이다. 여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암주
  • 김근태장관 힘 받을까

    경제,통일·외교·안보,사회·문화 분야 등 유관부처별 역할 분담 형식인 분권형 국정운영제가 조만간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분권형 국정운영제의 조기 정착을 위해 한 두 차례 유관부처별 회의를 직접 주재,부처별 팀제 운영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복안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1일 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가까운 시일 내 노 대통령이 주재하는 사회·문화분야 관계 장관회의가 열릴 것”이라면서 “회의에선 공통 의제를 발굴,국정을 책임있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사회·문화 분야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노동부,환경부,문화부,여성부가 서로 잘해야 사회통합과 국민 도약의 힘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담뱃값 인상과 관련,김 장관은 “경제부총리,기획예산처장관 등과 최근 간담회를 갖고 당초 합의한 대로 올해와 내년에 담뱃값을 올리기로 했다”면서 “다만 관련법 개정은 올해 인상분의 경우 올해 개정하고,내년도 인상분은 내년에 법을 개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北작가 최초 만해문학상 수상 홍석중 소설 ‘황진이’

    여성에게 참담한 굴욕을 강요했던 조선시대의 여비적(女卑的) 공간을 가장 자유롭게 누비다 간 여성 황진이.그가 북한 작가의 상상력으로 복원돼 송도가 아닌 서울 장안을 활보하고 있다.우리에게는 ‘임꺽정’으로 유명한 월북작가 벽초 홍명희의 손자 홍석중(63)씨가 살려낸 ‘황진이’(대훈닷컴 펴냄). 이 작품이 주목받는 것은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한 여성 자유주의자,어쩌면 그런 자유마저도 초탈한 한 도가적 이상주의자의 삶을 당대 문화의 원형질에 부합하는 소설적 서사로 복원시킨 점이다.작가는 당시의 대표적 지식인이자 사대부였던 화담 서경덕과 천기 황진이의 교유가 상징하는 신분상의 귀천의식,그리고 여기에서 배태되는 신분 파괴의 역설적 통념을 거부하는 대신 사대부에 맞서 당당하게 자신의 성적 담론을 실천하는 계급투쟁적 황진이를 그려내고 있다. 문학평론가 최원식(인하대 교수)은 이를 ‘화담마저 부정되는 절대자유의 경지’로 읽어낸다.체제와 반체제의 경계를 벗어나 그 이상의 자유를 갈구하며,그 이면에 당대의 시대적 한계이기도 했던 ‘신분’과 ‘계급’이 주는 억압과 이에 맞서는 이성의 고뇌를 담아 지금까지도 우리를 억압하는 체제 이상의 세상으로 사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진단이다. 홍석중이 그려낸 이런 매력은 남한의 권위있는 문학상을 수상한 최초의 북한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확인된다.만해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최근 이 작품을 제19회 수상작으로 선정하면서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탁월한 역사적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소설적 서사의 진수를 보여줬으며,사실과 야사,속담과 살아있는 비유,민중적 비속어와 품위있는 시적 표현을 풍성하게 구사하는 가운데 남북한 언어가 자연스럽게 융화함으로써 분단의 벽을 뛰어넘어….’ 이처럼 홍석중의 ‘황진이’는 그간 남한에서 생산한 동류 소설의 상업적 의도에도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소설적 상상력을 배제한 채 기존 콘텐츠를 되우리는 식상함과 안일함에 대한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이 작품이 갖는 또다른 매력은 현란하게 구사하는 우리말 어휘.‘개짐’,‘거쿨지다’ ‘나부시’ ‘덴겁’ ‘수삽하다’‘집난이’ 등 지금은 잊혀진 우리의 토속어가 즐비하게 늘어서 가히 어휘의 보물창고라 할 만하다.그렇다고 북한 체제의 교조성을 이겨내지 못한,재미없는 작품이라는 편견은 털어내는 게 옳다.지금까지 북한에서 산출된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노골적 성애장면은 이런 우려를 씻고도 남는다.전 2권 각 95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2일 TV 하이라이트]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오후 7시5분) 불을 향해 날아드는 파리,모기는 기본.메뚜기,매미,지네에 개구리까지 살아 있는 건 모두 먹는 엽기적인 식성의 사나이 이길용씨를 만나본다.사람만 보면 돌고 또 도는 개.1시간이 넘도록 멈추지 않고 도는 이유는? 삼식이의 돌고 도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본다. ●생방송 쟁점토론(YTN 오후 3시10분) 위기의 한국경제,해법은 무엇인가? 정부와 여당이 강력한 의지를 담은 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재정확대와 세금감면을 통해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강봉균 열린우리당 국회의원과 이한구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패널로 참석한다. ●아시아,전쟁과 평화(EBS 오후 5시)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이기수씨는 광복 이후 한국에 돌아와 방사능 피폭으로 몸에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일본의 무료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일본인 의사는 이씨가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에 자서전을 써볼 것을 권유한다. ●강원래의 미스터리 헌터(iTV 오후 10시50분) 연상연하 부부인 현수와 수아는 비록 재혼이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그러나 수아는 언제부터인가 운전대만 잡으면 알아들을 수 없는 헛소리를 하는 남편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그러던 어느 날,수아는 남편 아닌 또 다른 남자가 집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왕꽃 선녀님(MBC 오후 8시20분) 노방림네가 만나자고 한 줄도 모르고 시애는 호텔로비로 들어선다.자신들이 만나게 될 사람이 친구 한미녀의 자식인 시애인 것을 안 노방림은 놀라 호흡곤란을 일으킨다.초원이 얼마 전 무병으로 문제가 있었던 시애네 아이인 것을 알게 된 희강의 마음이 찢어진다. ●아름다운 유혹(KBS2 오전 9시) 기태는 등 뒤에서 노리는 사람이 있다며 성필을 협박한다.술에 취해 주정을 하는 정희에게 민우는 꼭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다짐을 하고,성필은 주란을 처치하라는 지시를 내린다.밤 늦은 시각 자신의 카페로 향하던 주란은 낯선 사내들에게 끌려 가고,그 뒤를 기태가 쫓는다. ●영상기록 병원 24시(KBS1 밤 12시) 트레처 콜린스 증후군이라는 선천성 안면기형 장애를 갖고 태어난 기쁨이.올 초,기쁨이의 병명을 알게 되면서 부모님은 수술을 통해 기쁨이의 얼굴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수술 후에는 또래의 친구들과 같은 얼굴이 될 수 있다는 기대에 수술날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 극단 목화 살풀이 굿 한마당

    극단 목화의 ‘백마강 달밤에’(오택석 작·연출)가 새달 3일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연극열전’ 열한번째 작품으로 공연된다.지난 93년 예술의전당 개관기념작으로 초연된 ‘백마강 달밤에’는 충청도 한 마을의 대동제를 배경으로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초현실적인 구성을 통해 우리 전통 연희 양식인 굿의 참맛을 되살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무대는 충청남도 선암리 마을의 사당.대대로 마을의 제사를 관장해 오던 할멈은 수양 손녀 순단이 백제 의자왕을 시해한 금화라고 믿고,살풀이를 하려 한다.그 과정에서 순단은 금화의 신이 내려 저승에 있는 의자왕을 만나러 가고,박수무당 영덕도 순단의 뒤를 쫓는다.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과거와 현재를 뒤섞고,생략과 비약을 거듭하는 오태석 고유의 작품 스타일은 이 작품에서도 펄펄 살아 숨쉰다. 이번 공연에는 목화 출신으로 영화와 TV에서 활발히 활동중인 배우 성지루와 손병호를 비롯해 정진각,이명호,황정민 등 내로라하는 목화 식구들이 총출동해 신명나는 앙상블을 펼쳐 보인다.첫날 공연장 앞마당에서 관객과 고사를 함께 지내고,추석 기간 중에는 한가위 잔치도 연다.60세 이상 노인들을 위한 할인 티켓도 마련했다.10월10일까지.(02)745-3966.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無방부제 빵’ 정말일까

    지금은 빵에 방부제를 쓰지 않는 게 거의 상식이 되었지만,10여년 전만해도 제빵회사나 제과점에서 ‘무(無)방부제’라는 슬로건이 주요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그 때 대부분의 국민들은 우리 사회도 이제 전근대적인 방부제를 쓰지 않는 선진 음식문화로 발전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다. 하여간 그런 시절을 거쳐 이제는 방부제를 쓴다는 것은 마치 콩나물에 농약을 치는 것인 양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볼 만한 점이 있다.방부제를 쓰지 않는다는 빵의 유통기한을 보면 대개 1주일은 족히 된다.부드러울 정도로 촉촉하여 병균이 살기에 알맞은 습도를 갖추고 있고,설탕,버터 등의 영양분이 충분히 있는데도 상온에서 상당 기간을 버틴다니 이상하지 않은가.여름날 밥과 빵을 똑같이 놔두면 밥이 먼저 상하는데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상할 게 하나도 없다.빵을 만드는 사람은 방부제를 쓸 필요가 없다.왜냐하면 원료인 밀가루에 이미 충분한 방부제가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통밀이나 밀가루는 대부분 선박을 통해 장기간의 유통기간을 거치면서 수입되는 농산물이고,그 과정에서 방부제,표백제,붕해제 등의 화학 첨가물의 ‘세례’를 받게 된다. 빵이 제과점에서 우리 가정으로 유통되는 데는 1주일이면 충분하지만,밀가루가 외국에서 제과점까지 유통되는 데는 최소한 몇 개월,길게는 몇 년이 걸린다.1주일 유통을 위해서는 방부제가 필요 없지만,몇 년의 유통을 위해서는 방부제가 꼭 필요해진다. 그러면 제빵회사나 제과점이 ‘無방부제’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인가,참말인가. 자신이 직접 방부제를 쓰지 않았다고만 항변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왜곡된 역사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이 “나는 교과서대로 바르게 가르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들은 ‘미필적 고의’에 의해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사실 방부제만이 문제는 아니다.곡류와 채소가 주식인 우리나라 사람은 그동안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를 해왔다. 그러나 수입 밀은 부드러운 맛을 위해 껍질을 상당히 깎아내는 관계로 섬유질과 많은 영양소가 제거된 상태로 가공되게 된다. 따라서 수입 밀로 만든 빵을 주식으로 할 경우에는 수십,수만년 동안 이루어온 우리나라 사람의 몸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또 빵의 설탕 함유량이 15∼20%라고 말하면 깜짝 놀랄 수 있을 것이다.이 또한 빵이 우리의 주식이 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빵이 주식인 경우는 중국의 꽃빵이나 프랑스의 바게뜨를 보아도 알 수 있듯 이렇게 달게 만들지 않는다. 사실 대부분의 유혹은 당의정과 같다.쓴 약을 달콤한 맛으로 감싼 알약처럼 달콤함에 끌리지만 결국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쓰디 쓴 결과일 수 있다. 빵의 그 부드럽고 달콤한 맛 속에는 영양소와 섬유질이 제거되고 설탕과 버터를 듬뿍 함유시킨 쓰라린 아픔을 안에 감싸안고 있는 것이다.우리밀로 만든 빵을 먹어본 사람은 빵맛이 거칠다고 한다.그럴 수밖에 없다. 밀의 겉 표면을 수입 밀처럼 깎아내지 않았기 때문에 거칠 수밖에 없다. 그 거칠음이 바로 건강이요,영양인 셈이다.또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봄에 심어서 가을에 거두는 수입밀은 잡초나 병충해가 심한 여름에 많은 농약을 사용해야 하는 반면,가을에 심어 봄에 거두는 우리밀은 겨울에 자라기 때문에 농약을 치지 않고도 좋은 수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거친 맛에 익숙하도록 해야 한다.부드러운 빵맛에 길들여지면 거친 빵에 손이 가지 않는다.부드러운 빵은 잘 씹지 않으므로 치아 발육이나 두뇌 개발에도 좋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빵을 구입할 때도 금방 구웠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원재료가 무엇이고 첨가물이 어떤 게 들어갔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그러니 꼭 뒷면의 재료 표시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이다.‘무방부제’는 덧씌워진 라벨에 불과하다. 이 라벨을 떼어내서도 ‘무방부제’라는 글씨가 선명한 것이야말로 진정 건강한 빵이다.이제 라벨을 떼어내자.그 라벨과 함께 빵의 부드러운 맛을 잃어버릴지라도 말이다.
  • [與野 ‘싱크탱크’ 대해부] 중장기 정책개발…국가·당 ‘업그레이드’

    [與野 ‘싱크탱크’ 대해부] 중장기 정책개발…국가·당 ‘업그레이드’

    ‘브루킹스와 헤리티지 재단을 꿈꾼다.’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이처럼 세계적인 싱크탱크의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열린우리당은 ‘열린정책연구원’이란 이름의 싱크탱크를 개설했고,한나라당은 기존의 ‘여의도연구소’를 확대개편한 싱크탱크를 곧 발족할 예정이다.물론 이렇게 해야만 하는 외부환경이 큰 이유다.지난 3월 정치자금법 개정에 따라 각 정당은 중앙당에 별도 법인으로 정책연구소를 설치해야 하며,국고보조금 총액의 30%를 정책연구소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돈 못쓰게 하기’ 일변도의 개혁바람이 정치권의 목을 조이는 시대에 연간 수십억원을 뭉터기로 쓸 수 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하지만,역으로 이것은 정치권이 ‘도덕적 해이’를 범하지 않도록 각별한 감시체제를 가동해야 하는 이유도 된다. ■ 우리당 ‘열린정책연구원’ “정말 피곤해서 못살겠습니다.안면 한번 없는 교수들이 맨날 이런저런 정치현안 관련 보고서를 들고 찾아와 읽어봐달라고 애걸하니….” 지난 2001년 어느 날 A당의 유력 대권주자이던 B씨의 한 비서관은 기자에게 이렇게 푸념했다.B씨의 눈에 들어 나중에 ‘자리’라도 하나 차지할까 싶어 찾아오는 교수들을 문턱에서 돌려보내는 게 일상이 됐다는 것이다.무차별 줄서기가 관행으로 지배했던 ‘1인 보스시대’ 우리 정치의 슬픈 자화상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26일 발족한 ‘열린정책연구원’을 통해 이런 구태를 내다버리겠다고 호언하고 있다.원장인 박명광 의원은 “진보성향의 학자는 우리당,보수적 학자는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에 연구위원으로 참여해 정책대결을 벌이고,대선 결과에 따라 그들이 자연스럽게 행정부로 진출하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그러면서 미국 민주당 성향의 브루킹스 연구소를 모델로 거론했다. ●진보성향 학자들 대거 참여 열린정책연구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이사회’다.당내 인사 7명과 외부 인사 7명으로 구성되며,이사장인 당의장(당연직)까지 합쳐 총 15명이다.연구원의 사조직화를 방지하기 위해 이사의 절반을 외부 인사로 구성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외부에서 온 이사에는 한상진·이태일·이호일·장하진·임혁백·조기숙 교수 등 진보적 색채의 학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실질적 업무는 원장과 부원장,연구위원장 등으로 이뤄진 ‘운영위원회’에서 관장한다.부원장으로는 ‘연구담당’과 ‘교육담당’ 등 2명을 둔다.연구원의 업무가 크게 연구와 교육으로 나뉜다는 뜻이다.연구담당 부원장 밑에는 통일·외교·안보 연구위원회,민생경제 연구위원회,정치행정 연구위원회,사회복지 연구위원회 등 4개 위원회가 포진한다. 각 위원회 별로 20명의 연구위원이 배속된다.이들 연구위원의 절반가량은 외부 학자·전문가로 구성된다.박명광 원장은 “많은 학자들이 앞다퉈 연구위원회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담당 부원장은 당원교육연수센터,정치아카데미,민주시민교육연수센터 등의 조직을 관장한다.상근 직원은 연구직 20명과 행정직 10명을 포함해 30명선이고 비상근까지 합하면 100명 규모다.여기에 외부 자문위원 300여명이 걸치고 있다.외연을 최대로 잡으면 400여명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독일식 대중 정치교육 주력 열린정책연구원은 미국식 싱크탱크보다는 독일식에 가깝다.브루킹스,헤리티지 등 미국식은 재원의 거의 전부가 기부금 등으로 운영되는 민간 재단이다.따라서 정당의 구속력이 절대적이지 않다.실제로 브루킹스 연구소는 최근 중도성향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어 민주당측을 긴장시키고 있다.반면 이념적 색채가 강한 독일식 싱크탱크는 거의 전 재원이 국고보조금이다.사회민주당의 에베르트 재단과 기독교민주당의 아데나워재단은 98% 이상이 국고 보조다.열린정책연구원이 지향하는 진보성향의 에베르트 재단은 1년 예산이 150억원에 이른다.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나 헤리티지 재단은 정책개발과 인재풀 양성 기능이 뛰어나지만,민간 자본의 지원을 받고 있어 정경유착 근절이 과제인 우리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업무면에서도 열린정책연구원은 독일식에 가깝다.미국식 싱크탱크의 업무는 주로 정책연구이지만,독일식은 전국에 수백개의 지부를 두고 대중 정치교육에 심혈을 기울인다.박명광 원장은 “우리가 정책 뿐 아니라 교육을 중시하는 것은 정책개발에 치중하고 있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와의 뚜렷한 차이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관련,정치권 관계자는 “독일의 싱크탱크는 재원을 국고에서 보조받는 대신 공공성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연구성과를 국민과 공유하며 시민들을 상대로 한 정치교육을 활발히 하고 있다.”면서 “열린우리당도 열린정책연구원을 당 조직이라기 보다는 공공재로 여기고 국민에 봉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지금은 공사중입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여연)의 홈페이지 문구다.하지만 ‘대공사’의 대상은 홈페이지만이 아니라 여연 전체다. 여연은 지난 95년 2월15일 ‘현안과 중장기 청사진 구축’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닻을 올렸다.그러나 예산 부족으로 일시적 여론조사나 한시적인 현안 처리 등 당 총재나 대통령후보를 보좌하는 기능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하지만 이제는 명실상부한 ‘싱크탱크’로 거듭날 예정이다.정치자금법 개정에 따라 당에 지급되는 국고보조금 총액의 30%를 1년치 예산으로 확보,안정적인 재원확보 시스템을 갖춘 게 큰 토대다. ●무엇을 하나 대한민국과 당의 선진화라는 종합적 청사진을 위해 중장기 비전과 정책,기획전략을 개발한다는 목표다.2007년 대선에서 51% 득표로 정권을 창출한다는 이른바 ‘5107’프로젝트에 걸맞은 다양한 중장기 전략을 준비한다.수시로 여론동향을 체크해 정세를 분석하면서 그에 어울리는 당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홍보에 주력하는 게 연구소의 기능이다. 박형준 여연 부소장은 “현안 중심의 대응보다는 당 안팎의 잠재력을 키워 다방면의 인프라를 구축,‘준비된 수권 정당’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또 외교·통일·안보,정치와 행정,경제,사회·문화 등 분야별 정책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당과 당의 외곽을 잇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가교 역할을 할 계획이다. 박재완 여연 부소장은 “그동안 당 정책의 사각지대였던 지역과 저소득계층에 대한 연구,거시적·중립적 관점에서의 정책 개발,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당 외부의 지식인과 전문가그룹,시민·사회단체들과 연계해 지식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청사진을 내놨다. ●누가 일하나 여연을 이끄는 사람은 박세일 소장과 박재완·박형준 부소장 등 이른바 ‘3박(朴)’.이들 모두 초선 의원이다.세 의원은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호흡을 맞췄다.박세일 소장이 94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맡은 뒤 재정경제원 세제실의 박재완 사무관을 보좌관으로 차출해 96년까지 함께 일했다.그 뒤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박세일)과 정책위원장(박재완)으로 호흡을 맞췄다.동아대 교수 출신인 박형준 의원 역시 박세일 수석이 주도했던 교육개혁,세계화 등 청와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박근혜 대표가 이사장을 맡은 이사진에는 당내외 주요인사가 포진했다.당내에서는 김형오 사무총장,이한구 정책위의장,박세일 소장,박진 국제위원장,유승민 제3정조위원장,원외의 곽영훈 ‘사람과 환경 그룹’ 회장 등이 이사로 활동한다.당외 인사로는 유임된 김태련 전 이화여대 교수에다 새로 홍성걸(국민대 행정학과)·안중호(서울대 경영학과)·김용호(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가세한다. 연구소 실무는 살림과 대외 협력을 맡을 운영본부와 정책기획실·정무기획실 2실 체제로 가동된다.운영본부장에는 지난 4·15 총선 때 안양에 출마했던 정진섭씨를 영입했고,9월에 20명 안팎의 연구원을 선발한다.정무기획실은 정세분석과 여론조사,홍보 등의 역할을 맡고 정책기획실은 외교통상·안보,재경,사회·문화 그리고 정치행정 등의 팀체제로 나눠 분야별 지식 인프라를 구축한다. ●당내 위상은? 당 정책위원회나 전략기획본부와 업무가 겹쳐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정책위원회나 전략기획본부는 현안 중심으로 여권에 대응,순발력있는 원내 정책을 결정하고 개발한다.반면 여연은 중장기 전략과 정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박형준 부소장은 “정책위가 현안을 분석하는 TF팀 같은 것이라면 연구소는 상시적 연구체제에 비유할 수 있다.”라면서도 “두 기구가 분리되지 않고 만날 수 있다.”고 일체감을 강조했다. 당 일부에선 여연에 대해 ‘초선의원 셋,게다가 모두 학자 출신이 모여서 뭘 할까.’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그러나 대부분은 여연의 튼실한 결과물이 어젠다 선점 기능이 약한 당의 치명적 약점을 메워주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비주류 탈당” 朴대표 발언에 충격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9일 당 연찬회에서 이재오·홍준표 의원 등 비주류를 겨냥해 ‘탈당’까지 거론하자 소속 의원들은 충격과 함께 주류-비주류간 갈등이 어떤 형태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웠다.분당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동안 박 대표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비판해오다 이날 박 대표로부터 ‘탈당’ 대상자로 지목된 이재오 의원은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웃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문 이 의원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 의원과 함께 비주류그룹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김문수 의원은 강도높게 박 대표를 비난했다. 김 의원은 “한마디로 충격적이다.방심하고 있다가 한방 얻어맞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며 당혹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대표를 비판하려거든 당을 나가라는 식인데,이 당이 개인의 당이냐.”며 “박 대표의 오늘 발언만 놓고 보면 ‘21세기의 유신’‘대를 이은 유신’을 꿈꾸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중도성향의 대다수 의원들도 이 의원의 지도부 비판 수위가 높았다고 지적하면서도 박 대표의 ‘신경질적’ 대응에 못마땅하다는 눈치였다.권오을 의원은 “이 의원의 비판 수위가 높긴 했지만 못할 말을 한 것도 아닌데 박 대표가 과민하게 반응한 것같다.”고 말했다. 전재희 의원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과로한 대표가 장시간에 걸쳐 아픈 얘기를 듣는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라고 이해하지만 모두가 애당심을 가지고 한 말인 만큼 시간을 두고 숙고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당내 보수진영에서조차 박 대표의 이날 발언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이방호 의원은 “연찬회에서 나온 말에 대해 대표가 조목조목 얘기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대표가 한 말에 대해 총장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대표도 허심탄회하게 심경을 털어놓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구례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세계를 바꾼 아이디어/페르난데스 아르메스토 지음

    인류 문명의 역사는 아이디어의 역사다.역사의 크고 작은 물줄기는 ‘마음 속에서 먼저 일어난 역사’,즉 아이디어에 의해 이뤄져 왔다.‘세계를 바꾼 아이디어’(펠리페 페르난데스 아르메스토 지음,안정희 옮김,사이언스북스 펴냄)는 인류의 역사를 아이디어라는 키워드로 살핀 대중교양서다.철학·역사학·심리학·생물학 등 각 분야에 걸친 178가지의 아이디어를 통해 인류 문명의 기원과 동향을 요약했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가 식인 아이디어다.식인이라는 아이디어는 50만년 전에 이미 실현됐을 만큼 보편적이었다.식인행위가 축제 등에서 이뤄졌음은 곳곳에 남아 있는 골편(骨片) 등으로 알 수 있다.모든 문명의 주춧돌 밑에는 물어뜯기고 골수가 빠진 인간의 뼈가 놓여 있다.적잖은 역사적 증거들이 식인행위가 지극히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행위였음을 보여준다. 지구환경사를 가르치는 저자(런던대 교수)는 놀랍게도 대부분의 식인종들은 윤리적이고 영적이고 미학적이고 정신적인 목적에서 사람을 먹었다고 주장한다.예컨대 파푸아뉴기니의 오로카이바족에게 식인행위는 전쟁에서 잃은 전사들을 아쉬워하며 ‘영혼을 붙잡는’ 의식이었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는 아이디어는 20세기에 진행되던 흑인 지위 재평가 작업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인종주의는 신뢰를 잃었고,보다 정교한 ‘흑인’ 중심의 역사이론도 등장했다.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설에 따르면 서구 문명은 아프리카에서 태어났으며 이집트를 거쳐 고대 그리스로 전해진 것으로 돼 있다.이에 대해 저자는 과장되고 지나치게 단순한 견해지만 서구의 전통적 세계관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인다.서양 지식인들이 흔히 범하는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여성이 선천적으로 열등하다는 의미가 담긴 ‘성차별주의’에 대해서도 저자는 특정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너무나 비이성적인 아이디어라는 균형잡힌 시각을 보인다.책은 600여장의 그림과 사진을 실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3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중국 각지 상인/천관런 지음

    중국 각지 상인/천관런 지음

    “중국 상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로 중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광둥(廣東)성의 인구만 해도 7800만,쓰촨(四川)성의 인구는 1억이 넘는다.이들은 서로 언어도 다르다.따라서 중국을 상대할 때 ‘하나의 국가’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수많은 민족,종교,문화를 상대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각지 상인들의 독특한 성격과 기호,문화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말도 물도 다른 중국… 상인들도 지역마다 달라 중국 신지식인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천관런(陳冠任·36)은 그의 저서 ‘중국 각지 상인’(강효백·이해원 옮김,한길사 펴냄)에서 이렇게 주장한다.기본적으로 다민족·다문화 국가인 중국 사람들,특히 중국 상인을 대할 때는 그 어느 나라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아는 이른바 지피지기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이 책은 중국의 24개 주요 성과 대도시,경제특구,행정특구로 나눠 중국 상인의 기질과 관습을 소상히 밝힌다. 중국 속담에 “한 지역의 물이 그 지역의 사람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땅이 넓은 만큼 각 지역마다 지리적 환경과 역사가 달라 사람들의 기질 또한 다르다는 것이다.책은 먼저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부터 다룬다.상하이는 ‘바다로 나아가자(上海).’라는 이름의 뜻대로 중국 대륙 1만 8000㎞의 해안선 한가운데에 있다.중국 사람들은 상하이라는 창문을 통해 서양을 바라보고,서양인들 또한 상하이의 눈을 통해 중국을 체험하고 인식해왔다.중국 전통문화와 계획경제의 흐름을 무시할 만큼 자유분방한 국제도시가 바로 상하이다.그러면 상하이 상인들은 어떤 기질을 갖고 있을까.서양 문물이 들어오는 창구 역할을 해온 상하이 상인들은 계산적이고 치밀한 성품과 실용주의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다.까다롭게 따지고 확인하지만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엄격히 지키며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다.저자는 상하이 상인에게는 매판(買辦,외국 상관이나 영사관 등에서 중국상인과 거래할 때 중개역으로 고용한 중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말한다.그것은 오늘날 ‘신(新)매판’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벌과 신분을 중시하는 베이징 상인 ‘황궁의 발치’에 있는 베이징 사람들은 중국에서 가장 정치를 숭배하는 사람들이다.일찍이 중국 작가 라오서(老舍)가 “베이징의 일반 서민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벼슬에 눈이 먼 ‘관료광’이다.”라고 개탄했을 정도다.상인들도 관료적인 풍모를 띤다.정치에 민감한 베이징 상인의 특징은 협상 상대방의 문벌과 배경,신분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은 누구나 체면을 중시한다지만 둥베이(東北) 사람들의 체면의식은 남다른 데가 있다.둥베이 상인들은 전형적인 중국 북방 기질을 지니고 있다.체면이 서는 일이라면 터진 바지 밖으로 엉덩이가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호방하다.하지만 이곳에서 사업할 때는 자신만만한 그들의 ‘허풍’을 조심해야 한다고 저자는 충고한다.통이 큰 만큼 그들의 속임수 또한 대담하기 때문이다. 광둥 사람은 돈을 벌지 못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어떤 격식에도 구애받지 말고 돈을 벌라.”는 것이 그들의 격언.하늘을 흔들어서라도 돈을 벌 수 있다면 주저없이 그렇게 할 사람들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안후이(安徽) 상인은 유상(儒商)의 본고장답게 장사를 하면서도 유학에 정진하는 모습을 보인다.한 손으로 돈을 만지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붉은 관모’를 쓰려 한다.불이익은 참아도 불의는 용서하지 못한다는 옛 유상의 상도와 선비의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들은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공부를 한다.‘주상야독(晝商夜讀)’인 셈이다.그런가 하면 쓰촨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농업을 중시하고 상공업을 천시해 경쟁 자체를 꺼린다.거래에서도 군자의 품위를 지키려 하며 한번 속인 사람은 절대로 믿지 않는다. 중국에는 “나라가 혼란에 빠지면 제일 먼저 후난(湖南)이 어지러웠다.”는 말이 있다.그만큼 후난 사람들은 시대의 흐름을 재빨리 읽어낸다.후난 상인들은 시장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며 반응도 빠르다.저자는 역사적으로 후난에는 상인은 있어도 동향 상인들의 친목을 다지는 상방(商幇)은 없다고 말한다.책은 이밖에 베이징으로 들어가는 ‘바닷나루’이자 관문인 톈진(天津) 상인의 선비 같은 기품,잔꾀를 잘 부리고 박리다매를 전략으로 내세우는 ‘중국의 유대인’ 원저우(溫州) 상인,한약재의 집산지로 유명한 산시(陝西) 상인 등의 면모도 소개한다. ●中상인 공략하려면 지역별 세분화 필요 중국의 상인들은 예로부터 ‘상인종(商人種)’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상술을 갖고 있다.책은 지금이야말로 중국 상인에 대해 ‘세분화’전략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추상적이고 표준적인’ 중국인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지역화된’ 중국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그들을 바로 알지 못하면 “잘 익은 오리가 하늘로 날아가버린다.”는 그들의 속담처럼 친분을 쌓을 수도,장사를 하기도 어려우며 애써 성사시킨 거래마저 자칫 허공으로 날려보내기 십상이다.이 책은 중국의 경제·역사 전문작가가 중국 전역 상인들의 특성과 기질을 분석한 최초의 조사 보고서란 점에서 우리로서도 참고할 만하다.1만 6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34)

    窮 奇(궁기) 儒林 163에는 ‘窮奇’(곤궁할 궁,기이할 기)가 나온다. 중국 고대 堯(요)임금 시대에 사방에는 渾敦(혼돈),窮奇(궁기),도올( ),도철()이라는 사악한 괴물이 살고 있었다.그 가운데 窮奇는 凶暴(흉할 흉,사나울 포)한 호랑이의 모습에 앞다리 겨드랑이에는 날개가 달려 있어 하늘을 날아다녔다.성격도 괴팍하여 사람들이 싸움을 하면 올바른 쪽을 잡아먹는가 하면 악인에게는 산 짐승을 잡아 보내주었다고 한다. 여기서 ‘窮’자는 穴(구멍 혈)과 躬(몸 궁)을 합하여 ‘다하다.’라는 뜻이 되었으나 점차 ‘궁구하다.’‘궁색하다.’‘난처하게 만들다.’와 같은 뜻이 파생되었다.窮餘之策(궁여지책),窮地(궁지),追窮(추궁)이나 ‘窮鼠齧猫’(궁할 궁,쥐 서,물어뜯을 설,고양이 묘)라는 成語(성어)에서 쓰인다.중국 漢(한) 武帝(무제)는 財政(재정) 危機(위기)극복과 기득권층 制壓(제압)을 위해 소금·철의 생산을 직접 국가가 管掌(관장)하였다.기득권 세력의 불만이 擴散(확산)되자 昭帝(소제)는 대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고급 관료들은 專賣制度(전매제도)와 엄정한 法治(법치)의 당위성을 주장하였다.반면 지식인들은 ‘쥐는 고양이만 보면 오금을 펴지 못하지만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서는 고양이를 물 수도 있다.’는 말로 反駁(반박)하였다. 이와 같은 연고를 담고있는 ‘窮鼠齧猫’는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뜻으로,‘아무리 약자라도 궁지에 몰리면 강자에게 必死的(필사적)으로 抵抗(저항)함’을 이르게 되었다. 다음으로 奇(기)자에 관해서 살펴보자.奇의 본래 뜻은 ‘절뚝거리다.’라고 한다.두 발을 뻗고 서있는 모습인 大(대)와 ‘할 수 있다.’는 뜻인 可(가)자가 조합된 데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이것이 ‘이상하다.’‘뛰어나다.’는 뜻으로 쓰이자 본 의미를 보존하기 위해서 만든 글자가 (절름발이 기)자이다.奇妙(기묘),奇想天外(기상천외),奇貨可居(기화가거)등에서 쓰인다.奇貨可居는 진기한 물건은 잘 간직하여 나중에 이익을 남겨 판다는 뜻으로,‘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함’을 이른다.‘史記(사기)’의 ‘呂不韋列傳(여불위열전)’에 나오는 고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국시대 말엽 秦(진)나라에는 큰 무역을 하는 呂不韋(여불위)라는 사람이 있었다.그는 사업상 趙(조)나라의 도읍인 邯鄲(한단)에 잠시 머문 적이 있었다.이곳에 진나라 昭襄王(소양왕)의 손자인 子楚(자초)가 人質(인질)로 잡혀 초라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안 여불위는 ‘이 사람을 잘 이용하면 커다란 이익을 챙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였다.자초를 찾아간 여불위는 본국의 상황을 소상히 설명하였다.머지않아 父君(부군)인 安國君(안국군)은 소양왕의 왕위를 계승할 것이고,안국군은 본부인 소생의 아들이 없기 때문에 庶出(서출)이 후사를 이어야 한다고 보고,자초가 왕위에 오를 수 있도록 後援(후원)을 약속하였다. 본국으로 돌아온 여불위는 화양부인을 비롯한 고관들을 매수하여 자초의 태자 책봉에 성공했다.자초가 왕위에 오르자,여불위는 재상의 자리에 앉아 無所不爲(무소불위)의 권력을 장악하고,이미 자신의 자식을 懷妊(회임)한 趙姬(조희)까지 왕에게 넘겼다.그리고 조희가 낳은 아들 政(정)이 始皇帝(시황제)가 되었다. 김석제 반월정보산업고 교사(철학박사)
  • [이런 책 어때요]

    ●영원한 재야,대인 홍남순/홍남순평전 간행위원회 지음 5·18광주민중항쟁의 산증인으로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홍남순(92) 변호사에 대한 평전.그의 치열한 삶은 아호 취영(翠英,푸른 꽃부리)에서,또 그의 사무실에 걸린 송나라 선비 문천상의 ‘시궁절내현(時窮節乃現)’이라는 정기가(正氣歌) 한 구절에서 그대로 엿볼 수 있다.힘들 때 비로소 그 사람의 굳은 심지를 알 수 있다는 말.그는 또한 “행복은 자유로부터 나오고,자유는 용기로부터 나온다.”는 고대 아테네 정치가 펠리클레스의 말을 금과옥조로 삼았다.책엔 1978년 전남대 교수들의 ‘우리의 교육지표’ 선언사건 변론 등이 실렸다.2만 5000원. ●제국의 시선/한상일 지음 일본의 다이쇼(大正) 데모크라시 시대를 대표하는 자유주의 지식인 요시노 사쿠조(吉野作造)의 사상을 재조명.메이지 시대와 쇼와 시대 사이에 끼어 있는 다이쇼 시대(1912∼1926)는 일본이 근대 국민국가를 건설한 후 사상적으로 가장 자유로웠고,정치적으로 민주주의가 실현됐으며,경제적으로 부를 축적한 시대였다.요시노는 ‘민본주의의 기수’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사상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메이지 헌법에서 천황주권을 명시하고 있는 이상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그의 주장은 공허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저자(국민대 교수)의 견해다.1만 6500원. ●명령의 기술/프란체스코 알베로니 지음 지도자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자기확신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다.유럽 최초의 파시스트 지도자 무솔리니는 지도자로서 탁월한 능력을 갖췄지만 당시 이탈리아 도시의 수많은 벽 위에 씌어진 “무솔리니는 항상 옳다.”라는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인 순간부터 심연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진정한 지도력은 남의 말을 경청하고 참된 명령을 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책은 자발적 복종을 이끌어내는 명령의 기술을 다룬다.세계적인 스포츠카 업체인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패션제왕 잔니 베르사체와 조르조 아르마니 등의 사례가 실렸다.1만 3800원. ●비만의 제국/그레그 크리처 지음 비만 관련 보건비용으로 매년 140조원을 쓰며 전체 인구의 61%가 과체중,20%가 비만인 나라 미국.‘비만종주국’인 미국의 비만 역사와 실상을 파헤쳤다.표를 얻기 위한 정치적 동기에서 탄생한 고칼로리 팜유,철저히 돈의 논리로 움직이는 패스트푸드 업계의 메뉴 개발 등 비만의 요인을 밝혔다.아이들의 음식과 건강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학교환경 전체를 바꾼 텍사스 샌안토니오 학교들의 학생 비만 감소 사례,스탠퍼드 대학의 의사 레너드 엡스타인이 제안한 아동 비만 감소 프로그램인 ‘스포트라이트 다이어트’ 등 성공사례도 소개한다.1만 5000원. ●황제내경 소문(素問)·영추(靈樞)/최형주 옮김 동양의 한의학은 기의 흐름과 조화를 중시하는 학문이다.질병을 치료하는 것 못지않게 병이 들지 않게 하는 양생을 최고 목표로 삼는다.총체적인 한의학 이론인 ‘소문‘과 침구학의 비조로 꼽히는 ‘영추’로 구성된 황제내경은 천지자연의 기와 인체의 기의 조화를 모색하는 한의학 최고의 고전.고대 중국의 성왕(聖王)인 황제헌원씨의 저술로 알려져 있다.양생과 병의 진단,치료뿐만 아니라 천문,지리,의학,복서 등 백과사전적 자료가 망라돼 있다.옮긴이는 사상의학자로 체질의학연구회 회장.전5권 각권 1만 8000원.
  • 드라마 블록버스터 바람

    드라마 블록버스터 바람

    ‘드라마야 영화야?’ 최근 드라마 열풍을 타고 안방극장에도 영화판 처럼 블록버스터 바람이 불고 있다.최고의 출연료를 책정해 당대 최고 톱스타들을 한꺼번에 등장시키는 것은 물론,상상을 초월하는 제작비가 투입되고 해외 올로케도 시도된다.기존 드라마 제작 시스템과 달리 외주제작사가 ‘펀드’등을 받아 자체 예산을 투입해 제작한 뒤 방송사와 계약을 맺는 100% ‘사전제작제’로 만들어진다. 방송사는 방영권만 갖고 저작권과 판권 등은 모두 외주제작사가 갖기 때문에 국내 방영 이후 DVD와 OST,인터넷·모바일게임 등 해외수출로 인한 부가수입을 모두 확보,‘겨울연가’ 이상의 ‘대박’을 노릴 수 있다. ‘모래시계’‘풀하우스’를 만든 김종학 프로덕션과 (주)포이보스,두손엔터테인먼트는 총제작비 70여억원을 들인 20부작 미니시리즈 ‘슬픈 연가’를 만들어 내년 1월 MBC를 통해 방영할 예정이다.주인공으로는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톱스타 권상우·송승헌·김희선이 캐스팅 됐으며,출연료는 사상 최고 액수인 2000만원선으로 알려지고 있다.오는 10월 촬영에 들어가는 ‘슬픈연가’는 한국 멜로드라마의 공식인 애정 삼각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축.작곡가(권상우)-가수(김희선)-음반제작자(송승헌)간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다. 외주 제작사 JS픽쳐스와 로고스 필름은 5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드라마 사상 최초로 미국 현지 올로케 촬영을 하는 16부작 미니시리즈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가제)를 공동으로 제작할 예정이다.미국 하버드대를 배경으로 한국 유학생과 현지 대학생 간의 사랑과 캠퍼스 생활을 주된 이야기로 다룰 이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에는 김래원이 확정됐다.상대역으로는 김태희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드라마의 초대형화를 두고 우려의 시각도 나오고 있다.한 방송사 간부는 “많게는 기존 드라마의 4∼5배에 달하는 제작비를 자체 충당하기 위해서는 노골적인 간접광고에 의지할 수 밖에 없어 드라마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초가을에 떠나는 꽃나들이

    초가을에 떠나는 꽃나들이

    영원히 이어질 것처럼 기세등등하던 폭염이 풀썩 주저앉았다.새벽녘 코끝을 스치는 찬 기운,살갗에 느껴지는 보송보송함.얼마만에 맛보는 상쾌함인가. 쉼없이 쏟아지는 땡볕에 축축 늘어졌던 식물도 생기를 되찾고 군데군데 꽃을 피운다.성급한 사람들은 벌써 가을을 찾아 나들이를 나선다.평창의 산기슭 한자락엔 보랏빛 벌개미취가 초가을을 알리고,고창의 한 농장 메밀밭은 벌써 하얗게 물이 들어간다.파란 하늘과 잘 어울리는 무안 백련지의 연꽃은 가을을 알리는 또다른 전령사다.강원도 평창과 전남 무안,전북 고창으로 초가을 여행을 떠난다. ● 오색꽃 물결 더위지친 맘도 花~ 비올 때 여행 취재기자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누가 올까?’비가 오면 어두워 사진을 찍기가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그림을 받쳐줄 ‘모델’이 없는 게 더 고민스럽다.경치만 수려하면 되는 사진작가의 풍경사진과 달리 신문의 여행면 사진은 사람냄새도 좀 풍겨야 하기 때문. 지난주 한국자생식물원을 찾았을 때도 그랬다.취재는 나섰지만 하루종일 오락가락하는 비에 사람구경 못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한데 의외로 사람들은 꽤 많았다.식물원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이들은 대부분 가족이나 남녀 커플들.오히려 우산을 받쳐든 채 꽃길을 거니는 연인들의 모습이 제법 운치를 자아낸다. 폭염 끝의 식물원은 아름다웠다.사람들의 발길을 가장 오래 붙드는 곳은 식물원 뒤편 산자락 아래의 벌개미취 군락.파란 가을하늘이 내려앉은 듯한 연보랏빛 꽃물결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그렇게 비가 쏟아졌지만 꽃들은 전혀 주눅들지 않고,빗방울을 머금은 꽃잎은 오히려 반짝반짝 빛을 낸다. 벌개미취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식물로 흔히 산국,구절초,개미취,쑥부쟁이들과 함께 들국화로 불리는 종류 가운데 하나다.강원도 이남의 산과 들에 자라며 키는 50∼100㎝ 정도다.꽃은 8월부터 10월 초순에 줄기와 가지 끝에 한 개씩 달리며 연한 자주색 또는 연보라색이다. 벌개미취 군락지에서 실내 식물원을 잇는 산책로 주변엔 마치 솜사탕을 달아놓은 것 같은 꽃이 눈길을 끈다.‘강활’이란 약초가 피운 꽃이다. 가지 끝에 작은 백색꽃이 총총하게 핀 모양이 우산을 펼쳐놓은 것 같다.주변엔 이 꽃이 내는 특유한 향이 가득하다.무어라고 설명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인 꽃향기와는 참 다르다. 늦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식물원엔 꽃이 풍부한 편이다.다람쥐가 즐겨 먹는 원추리를 비롯해 동자꽃,비비추,옥잠화,패랭이꽃,벌개미취,참나리,날개하늘나리,털중나리 등등. 김창열 원장은 “1년 중 7월과 8월에 식물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이 시기에 맞추어 식물원을 조성하다 보니 여름이나 초가을에도 꽃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내전시장인 주제원은 사람 및 동물 이름,독성,향기에 따라 식물을 구분해 놓았다.사람명칭식물원은 애기나라,동자꽃,며느리밥풀꽃,할아비꽃대 등 말 그대로 사람의 이름을 가진 식물을 전시한 곳. 동물명칭식물원에선 노루귀,노루오줌,범부채 등 동물이름을 가진 식물을 볼 수 있다.박새·독미나리 등 독이 있는 식물은 독성식물원에,향이 백리까지 간다는 섬백리향·구절초·감국 등 향을 지닌 식물은 향기식물원에 있다. 식물원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장료는 성인 5000원,중·고생 3000원,초등생 2000원.(033)332-7069.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빠져 주문진 방향의 6번 국도를 타고 15분쯤 가면 왼쪽으로 월정사,오른쪽으로 한국자생식물원 표지판이 나온다. 숙박 및 맛집 자생식물원 못미쳐 오대산관광호텔(033-330-5000)이 있다.월정사 진입로 주변으로 여관 및 민박도 많다.숲속 산방도 있다.황토굴사우나를 운영하는 방아다리산방(033-333-6987),이승복기념관 앞의 통나무와 황토로 지은 700리조빌(033-333-5341)도 묵을 만하다.숙박료는 3만∼5만원. 강원도 토속음식인 곤드레밥을 먹어보자.예전엔 흉년이 들면 산골 사람들이 뜯어다가 밥을 해먹었다고 하지만 요즘엔 건강식으로 인기다.진부에서 6번 도로를 타고 월정사 방향으로 가다가 방아다리 약수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해 10분쯤 가면 길 오른쪽에 ‘성주식당’이 나온다.쌀과 몇가지 잡곡,곤드레 나물을 넣고 지은 밥에 양념간장,된장찌개,게조림,버섯조림,백김치 등이 상에 오른다.곤드레는 4,5월에 뜯은 것을 생채로 삶아 냉동실에서 보관한 것을 쓴다.6000원.(033)335-2063. 평창의 5일장 평창엔 5일장이 많다.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등장하는 봉평장,대화장 등 평창의 5일장에 가면 시골장의 소박한 운치를 그대로 맛볼 수 있다.평창장(5,10일 평창읍 하리),미탄장(1,6일 마탄면 창리),계촌장(2,7일 방림면 계촌리),대화장(4,9일 대화면 대화리),봉평장(2,7일 봉평면 창동리),진부장(3,8일 진부면 하진부리) 등 6개가 운영되고 있다.문의 평창군 문화관광과(033-330-2399). ●초록물빛 하얀백련 고독을 띄워볼까 전남 무안은 요즘 연꽃이 한창이다.무더위 끝의 에메랄드빛 하늘 아래 소담스럽게 피어난 연꽃은 무안 초가을 풍광의 백미.산 밑 구릉지는 온통 황톳빛 세상이다.이밭 저밭 황토 속에서 실하게 영근 양파를 수확하느라 동네 아주머니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지난 23일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분다는 처서.무안으로 초가을 마중을 나갔다. 전남 무안군 일로읍 복용리의 회산 백련지(回山 白蓮池).연잎이 10만평 저수지를 가득 덮은 가운데,드문드문 흰 연꽃이 초록빛 수면을 장식하고 있다.나들이객이 제법 많다.누군가 ‘꽃이 별로 없다.’고 불평한다.하지만 서너달 동안 꾸준히 꽃이 피고 지면서 군자다운 풍모를 지키는 게 바로 백련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그는 모르는 듯하다.연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중국 송대의 유학자 주렴계(周濂溪)의 ‘애련설’(愛蓮說)을 한번쯤 음미해보아야 할 듯싶다. ‘나는 연꽃을 유독 좋아한다/진흙 속에 피어나면서 더럽혀지지 않으며,잔 물결에 흔들리면서도 요염하지 않다/…/멀리서 바라볼 수 있지만,가까이 두고 감상할 수 없다/여러꽃 가운데 연꽃은 군자이다.’ 백련지는 일제 때 한 주민이 백련 12주를 심은 것이 번식을 거듭하여 동양에서도 손꼽을 만한 백련 자생지가 되었다고 한다.저수지 가장자리엔 백련 말고도 화려한 자태의 홍련과 희귀식물인 가시연,꽃이 물 위에 뜨듯이 피는 아기수련 등 수련과 식물이 자라고 있다.연꽃은 해뜬 직후인 아침 8시쯤 가장 싱싱하고 소담스럽다. 무안읍 용월리 상동마을에서도 연꽃을 볼 수 있다.천연기념물 제 211호인 백로와 왜가리 집단 서식지인 청용산이 있는 곳.연꽃은 청용산 앞에 자리잡은 용연저수지를 덮고 있다. 매년 3∼4월이면 동남아지역에서 월동한 새 4000여마리가 이곳을 찾아와 집단을 이루어 번식한 뒤 10월이 되면 다시 동남아로 날아간다. 용연저수지는 백련지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홍련이 볼 만하다.아이 주먹만한 꽃봉오리가 불그스름하게 물이 오른 채 수면 위로 비죽비죽 나와 있는 것이 백련지와는 또다른 맛을 낸다.저수지 한가운데 조성된 인공섬과 산을 오가며 노는 백로들의 모습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연못 앞의 전망대엔 백로의 우아한 자태를 담아보려는 사진작가들이 진을 치고 있다. 가는 길 회산백련지는 서해안고속도로 일로IC에서 빠져야 가깝다.백련지 이정표를 따라 815번 및 811번 도로를 잇따라 타고 10여분쯤 달리면 저수지에 닿는다. 숙박 및 맛집 망운면 톱머리해수욕장에 위치한 무안비치호텔(061-454-4900),무안읍내 시외버스터미널 옆의 우광파크모텔(061-452-7980)의 시설이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백련지 주변엔 민박집이 많다. 돼지짚불구이는 무안이 자랑하는 먹을거리.암퇘지 목살이나 목등심을 숯불이 아닌 짚불에서 구워낸다.육질이 부드럽고 지방이 제거돼 담백한 맛이 난다.몽탄면 사창리의 ‘녹향가든’(061-452-6990)이 잘한다고 소문 나 있다.1인분 7000원. 무안읍 시외버스터미널 앞 낙지골목에도 가보자. 골목을 따라 늘어선 낙지집에서 그 날 무안해안에서 잡힌 세발낙지맛을 볼 수 있다. ●메밀꽃핀 하얀가을 가슴이 울렁 초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메밀꽃.늦여름 더위가 가실 무렵 산기슭 아래 마치 떡가루를 뿌려놓은 듯 흐드러진 메밀꽃 물결에 묻히면 가슴이 울렁거린다. 메밀꽃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봉평이 유명하지만,언젠가부터 전북 고창에도 꽃을 찾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학원농장.봄에는 청보리가 넘실댔던 밭고랑에 8월 하순이면 메밀꽃이 얼굴을 내민다.파란 하늘 아래 하얗게 넘실대는 꽃물결은 마치 구름이 내려앉은 것 같다. 지난해까지는 학원농장 17만평 중 4만여평에만 메밀을 심었으나,올핸 재배면적을 10만평으로 늘렸다.메밀밭을 한번 돌아보는 데만 1시간 정도 걸린다. 메밀꽃밭은 순백으로 환하다.하나씩 떼어내놓고 보면 마치 강냉이 튀밥처럼 보잘 것 없지만 들판을 뒤덮고 있는 메밀꽃은 눈 쌓인 들판 같다. ‘내마음 지쳐 시들 때 호젓이 찾아가는 메밀꽃밭/슴슴한 눈물도 씻어내리고/달빛 요염한 정령들이 더운 피의 심장도/말갛게 씻어준다//그냥 형체도 모양도 없이 산비탈에 엎질러져서/둥둥 떠내려오는 소금밭/아리도록 저린 향내/먼산 처마끝 등불도 쇠소리를 내며/흐르는 소리‘(송수권의 ‘메밀꽃밭’) 학원농장의 메밀꽃은 이번주부터 피기 시작했다.꽃머리부터 피기 시작해서 폭죽 터지듯 꽃대를 타고 내려오며 꽃망울을 터뜨린다.농장측에선 9월1일부터 10일까지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한다. 학원농장 주인 진영호(56)씨는 진의종 전 국무총리의 장남이다.진씨는 대기업 임원까지 지냈으나 어려서부터의 꿈인 농군이 되기 위해 지난 92년 사표를 내고 농장을 일구었다고 한다.어머니인 이학(83) 여사가 처음 개간했던 것을 그가 내려와 이어받았다.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에서 빠지자마자 법성포 방면으로 우회전해 15번 지방도를 타고 5분 정도 달리면 갈림길이 나온다.여기서 선운사 대신 무장 방면으로 좌회전한다.무장읍까지 간 뒤 읍내 6거리에서 좌화전해 공음 방면으로 4㎞ 정도 가면 한자로 쓰인 ‘학원농장(鶴苑農場)’ 돌 표지판이 서 있다.학원농장(063-564-9897). 숙소 및 맛집 학원농장에 객실 5개가 있다.4만원부터.인근 선운사 관광단지에 숙박시설이 많다.석정온천(564-4441)은 게르마늄 온천으로 피로를 씻기 좋다.선운사 입구의 풍천장어가 고창의 으뜸 먹을거리.연기식당(562-1537)은 29년째 풍천장어를 판다.예전엔 갯가의 허름한 집이었는데 몇해 전 새로 지었다.고창읍내 천변의 조양관(508-8381)은 이름난 한정식집.문을 연지 60년이 넘는다고 한다.7000원,1만 5000원,2만 5000원짜리가 있다.
  • [인권위 ‘국보법 폐지’ 권고] 정치권 ‘국보법 개폐론’ 힘 실릴듯

    국가인권위원회의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권리가 어느 가치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국가기관이 공식 확인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김창국 인권위원장도 24일 “흔히 국보법이라고 하면 이념 논쟁을 머리에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과 달리 전적으로 인권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강조했다. 국보법 제정 이후 인권·시민단체와 진보적 지식인 등이 끊임없이 폐지를 요구해 왔지만,정부나 국가 기관은 분단상황의 특수성 등을 이유로 묵살해 왔다.오히려 국보법 폐지 주장 자체를 국보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편의적이고 강압적인 잣대를 휘둘러 왔다. 이 때문에 국가기관인 인권위의 폐지권고 결정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정 및 폐지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권위는 “이번 권고가 실질적 구속력이 없는 말그대로 ‘권고’이기는 하지만,국가기관의 공식 의견표명이므로 법무부 등 관련 기관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 인권위가 국보법과 함께 3대 인권현안으로 지정,태스크포스팀을 꾸렸던 사회보호법상 보호감호제와 비정규직 문제의 연구의견도 폐지 법률 검토나 개선 추진 등으로 정책에 반영됐다. 인권위는 국보법을 폐지할 경우 사회적 혼란을 줄이기 위해 경과규정을 둘 것을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법률이 폐지되면 형법상 기소된 사람은 면소 판결을 해야 하고,이미 처벌받은 사람에게는 재심 사유도 된다.”면서 “기술적으로 이미 처벌받은 사람,기소된 사람과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은 어떻게 할 것인지 경과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위의 폐지권고가 받아들여질지는 예단키 어렵다.인권위원회법 25조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해 관계기관 등에 대해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하지만 “권고를 받은 기관은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만 명시했을 뿐 강제규정은 없다. 대상기관인 법무부나 국회가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들의 의견을 단순 공포하는 것만이 인권위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절차다. 특히 국보법의 폐지 주장만큼이나 존속 또는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 인권위의 폐지권고가 단시간에 폐지 쪽으로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과 일부 단체의 개폐 논의가 인권 차원에서 벗어나 이념적 성향과 맞물리게 되면 본말이 전도된 대치 상황이 형성될 수도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