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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우리는 모국어를 지키고 있는가/이종영 한국에스페란토협회 명예회장

    유네스코(UNESCO)는 자기 나라 글을 지키기 위한 국경일(한글날)을 가진 유일한 나라 한국을 본받아서,2000년부터 매년 2월21일을 ‘모국어의 날’로 정하여 민족어와 민족문화보존 활동을 하도록 각국 정부에 권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한글날이 퇴색되고 있는데…. 민족어에는 그 민족의 문화와 가치관이 포함되어 있다. 언어는 동일민족의 증표다. 한국어로는 동료 교수끼리 ‘김 교수’라고 해야 하고, 영어로는 ‘조지’,‘존’ 등 이름을 부른다. 한국말로는 마주 이야기를 하면서도 ‘당신’이라고 하면 큰일 나는데, 영어에서는 ‘You’면 누구에게나 통한다. 한국어로는 “아버님 생신 축하합니다.” 이지만, 영어로는 “Happy birthday,George!”가 된다. 이 영어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휩쓸고 있다. 모국어는 지키지 않으면 딴 언어에 잠식당하고 끝내는 사멸의 운명을 맞는다. 그 옛날 ‘국제화’에 의하여 한자가 들어왔는데 그 결과 ‘뫼’,‘밭’이라는 좋은 우리말이 ‘대구(大邱)’,‘대전(大田)’이 되어 이제 뫼,밭이라는 말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 미국 식민지 100년도 채 되지 않아 필리핀 말 타갈로그는 완전히 영어에 밀려 다방이나 집안에서만 쓰인다. 콧대 높은 인도의 대학교수들도 학술논문은 힌두어로 쓰지 못한다. 지금 인도사회는 영어전용 중등학교가 대인기라서 특권학교가 되어 그 학생들이 집에서도 영어를 쓰고 힌두어 사용학교 학생들을 멸시하는 풍조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한국에 ‘영어마을’과 외국학교가 경쟁적으로 생기고 있는데 우리는 꼭 인도의 전철을 밟고 있다. 벌써 공과대학 학술논문을 한글로는 쓰지 못하게 되어가고 있다. 어느 민족의 말이 특정분야에서 쓰이지 못하는 것은 그 말이 죽어가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100년 후에 우리말은 지금의 타갈로그처럼 술집이나 집안에서만 쓰이게 될 형편이다. 화교국가 싱가포르의 고민은 이제 중국 책과 신문을 읽을 수 있는 국민이 격감한다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공식적으로 민족의 자존심과 언어의 평등권이 관련되는 경우에는 모두들 자국어를 고집한다.1997년부터 프랑스는 프랑스어를 지키려 프랑스어사용국기구를 창설하고 전 유엔 사무총장 부트로스 갈리를 그 사무총장으로 임명하여 운영 중이며, 상업광고에 영어사용을 금지하고 있다.“중국은 위대한 나라이고, 위대한 민족의 언어는 존경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중국 외무성 정례브리핑에 중국말만 쓰고, 중국으로 돌아간 홍콩에서는 학교교육을 중국말로 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각국에서 유엔 대표로 올 정도의 지식인은 다 영어를 알면서도 공식회의 때에는 반드시 6개국 유엔공용어로 통역해 줄 것을 요구하고,EU의회에서는 연설을 15개의 공용어로 동시통역시키고 있다. 다 영어를 알더라도 공식적으로 영어를 국제공통어로 채택할 수 없는 것이 국제 언어정치학적 사정이다. 민족어를 지키면서 국제적으로 의사소통하기 위하여 중립적 국제공통어인 에스페란토가 110년 전에 창안되어 현재 120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매년 약 70개국 3000명이 1주일간의 국제대회를 에스페란토로 하고 있다.“국내에서는 자기나라 말을, 국제적으로는 에스페란토를 공통어로” 사용하자는 것이 이 운동의 취지다. 에스페란토는 민족이 없기 때문에 중립적이고 따라서 한국어를 영어의 침범에서 보호하는 방패역할을 한다. 유네스코가 정한 ‘모국어의 날’을 맞이하여 정부는 한글과 한국어 보호, 장려정책을 써야 한다. 영어 교육은 정부가 지원 안 해도 각자가 알아서 할 것이다. 그렇게 노력해도 2100년 새해 인사말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없어지고 “Happy New Year”가 될 것이 염려된다. 이종영 한국에스페란토협회 명예회장 Lee@esperanto.net
  • [코드로 읽는책] 지금, 여기의 유학/김성기·최영진등 지음

    사회·경제적 위기론이 불거질 때마다 유학은 뭇매를 맞기 일쑤다.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혈연, 지연에 의한 유착의 뿌리라느니, 성차별적 폐단의 주범으로서 타파되어야 한다느니, 자본주의적 경쟁원리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유물이라느니 등등. 조선 왕조 500년간 사회질서 유지의 근간이자 구성원들의 정신과 일상을 지배했던 유학의 위상은 이제 ‘호주제 철폐 반대’ 피켓을 든 갓 쓴 유림만큼이나 초라하다. 유학은 진정 폐기처분돼야 할까? 막스 베버의 주장처럼 유교적 관습은 동양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기만 한 것일까?‘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며 이미 반쯤 죽은 유학을 확인사살할 정도로 유학은 반사회적, 반진보적인 것인가? ‘지금, 여기의 유학’(김성기·최영진 등 지음, 성균관대출판부 펴냄)은 이처럼 팽배해 있는 유학에 대한 일방적 불신을 넘어 보다 객관적 시선으로 유교의 긍정과 부정의 이중성을 모색한 책이다. 경제위기의 주범이면서 경제발전의 동인이고, 비민주적 봉건윤리인 동시에 민권·정의 등 현대 민주주의와 양립 가능한 정치학이며, 여성을 억압하는 질곡인 동시에 양성 동반자적 윤리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해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조건적인 폐기처분을 넘어 유학의 태생적 본질을 이해하고,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면, 오히려 한계를 노출하고 있는 서구자본주의를 보완할 이론적 단초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이 책을 쓴,11명의 동양사상 연구자들이 이 시대에 ‘아직도 유학을 탐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지배층의 이데올로기로 비판받는 유교에서 이들은 공자·맹자의 민본사상을 끄집어내고, 민본사상과 도덕성이 없는 군주를 추방하거나 베어도 무방하다는 맹자를 통해 시민의식과 민주주의의 본질을 본다. 나아가 무한질주중인 자본주의가 천민자본주의로 내려앉지 않도록 경계하는 도덕성을 추출해낸다. 이들은 또 현대신학에서 초월적 존재가 퇴색되고 있는 시대를 맞아 유교에서 대안적 종교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유일신으로서의 초월적 존재 대신 자아수양을 통한 초월적 삶을 가꾸며 종교적 성찰을 달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과 기독교란 두 기둥을 버팀목 삼아 발전해온 서구문명이 20세기 이후 과학의 일방독주속에 비틀거리는 현실 진단에서 온 것이다. 이들은 또 여성 비하 사상으로만 일축되어온 유교사상 내에서 한가닥 페미니즘적 요소를 보고자 하며, 동아시아 예술 속에 담긴 유가사상, 서양의 근대지식인들이 이해한 유교의 모습도 꼼꼼히 뜯어본다.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지배·흡수논리로 비판받는 신자유주의의 병리현상 치유를 위해 꼭 필요한 공존의 논리를 유학이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에 기초한 공자의 인(仁)사상, 개체적 존재론에 바탕을 두어 항상 갈등의 여지를 품고 있는 서양철학과 달리 인간 관계론에 중심을 둔 동양적 패러다임이 그것이다. 유학은 기술발달이나 정보화의 속도를 증폭시킬 수는 없지만, 기술개발과 정보와의 물결에서 표류할 수 있는 개인과 그러한 개인들이 만들어낸 사회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침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1만 4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황장석 기자의 아시아 창] 필리핀에 때아닌 살생부 파문

    필리핀에 때 아닌 ‘살생부’ 파문이 일고 있다. 살생부를 작성한 단체는 필리핀공산당(CCP)이며 표적이 된 10여명은 CCP의 강경 노선에 반대해온 인사들로 그 가운데 수명은 이미 암살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작성된 이 살생부에 포함된 인물들의 제거 임무는 CCP 산하 무장조직인 신인민군(NPA)이 맡았다. 살생부에는 필리핀대학 사회학과 월든 벨로 교수가 포함돼 있다. 벨로 교수는 2002년 12월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 항의시위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방문했을 만큼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다. 강대국 중심의 세계화에 반대하며 자신을 좌파로 소개하길 주저하지 않았던 그를 CCP가 암살하려는 것은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지만 노선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체제 전복이 아닌 합법 투쟁을 전개하며 시민사회에서 폭넓은 지지를 확보해 가고 있는 눈엣가시 같은 인물을 없애려 했다는 것이다.CCP는 5%의 상류층이 80%의 토지를 소유할 만큼 필리핀의 빈부격차가 고착화된 이유를 자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부패 정권의 이익을 보장해준 미국과 그에 동조한 정부에서 찾고 있다. 그래서 정부와의 타협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16일 필리핀 현지 신문에 한탄과 분노가 교차하는 심정을 담은 벨로 교수의 기고문이 실렸다. 그는 기고문에서 “한때 혁신적 변화의 주체였던 그들이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힌 마피아가 됐다는 생각에 서글프다.”면서 “그들은 (누군가를)라이벌로 간주하면 반혁명적이라는 딱지를 붙여 암살자를 보내고 처단한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정치적 차이는 암살이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20세기 초 대지주의 토지 독점에 항거한 빈농들을 지지기반으로 삼았고 마르코스 독재에 맞서 투쟁도 했지만, 폭력적 강경 정책으로 기반이 무너져 버린 CCP를 위한 조문(弔文)인 셈이었다. surono@seoul.co.kr
  • [데스크시각] 극단은 피해야 한다/손성진 사회부 차장

    한국인들이 유별난 것 중의 하나가 극단(極端)을 따르고 극단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에 오르는 자살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한 이들의 사연은 읽기도 언짢다.10년 만에 자살률은 두 배로 높아져 45분에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끔찍한 세상이 됐다. 지도층의 자살이 잇따르자 국회의원에게서 자살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해외토픽감의 웃지 못할 캠페인도 벌어진다. 이혼도 부부임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몇 번째 안에 든 자살률보다도 더 부끄러운 세계 최고 기록이다. 연 증가율이 15%에 이를 정도로 초고속으로 늘어나는 이혼이 사회 기반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단식투쟁은 뜻을 이루기 위해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수단이 됐다. 정치인들의 저항 수단으로 인식되던 단식이 노조위원장이나 시민운동가에서 고위 공무원, 학생에게까지 전염병처럼 번졌다. 천성산을 살려야 한다는 지율 스님의 뜻에는 찬동하더라도 죽음을 담보로 한 단식투쟁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방송대 이필렬 교수가 환경 운동가들의 극단적인 투쟁 방식을 비판하고 나선 것은 그런 연유다. 그렇게 해서 목적을 이룰지는 모르나 멀리 보면 환경 운동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이 교수는 경고하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교수의 말처럼 부안 핵폐기장, 새만금, 천성산, 사패산 등의 환경 문제에서 운동가나 주민들은 모두 극단적인 방법으로 원하는 바를 얻어냈다. 그러나 이런 투쟁방식은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까지 점점 외면하도록 만든다. 실제로 환경단체의 회원 수는 최근 들어 줄고 있다고 한다. 극단, 또는 극의 추구는 환경보다는 이념 문제에서 더 심각하다. 반대 정파에게도 따뜻한 박수를 보내고 격려하는 모습을 우리 정치인들에게서 볼 수 없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다. 관용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이념논쟁가나 정치인들은 이기심으로만 똘똘 뭉쳐진 아귀 같다. 극단을 혐오하는 사람들은 중도적인 단체로 돌파구를 찾아 침묵하는 다수의 대변체가 되려 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시변(市辯)’이 생겼고 중도 성향의 ‘바른 교육권 실천행동’이 출범했다.‘신중도 포럼’‘자유지식인선언그룹’ 등의 단체들도 극단에 반감을 표시한다. 극단을 외치는 건 최소한이라도 얻으려면 최대한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인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얻으려면 무리한 요구라도 해야 한다는 그릇된 욕심 탓인가. 그렇지 않다면 자살을 하고, 단식투쟁을 벌이고, 좌우 이념에 지나치게 집착하도록 저들을 내모는 잘못된 사회구조 때문인가. 극단적인 선택과 양보 없는 충돌은 정이 메말라 버린 사회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정이라는 끈으로 서로를 보듬었던 우리들이 아니던가. 그 시절의 낭만과 정을 그리워하는 것은 춥고 건조해진 마음에서 나오는 반작용이다.50,60년대 시인들의 낭만적 생활을 극화한 EBS ‘명동백작’에 보낸 남녀노소의 박수는 아직도 가슴은 뜨거움을 보여준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에게 언제든 십시일반의 위력을 보여줄 준비가 우리는 돼 있다. 극단을 피하고, 피하게 할 따스함이 우리 피부 속에, 살 속에 스며 있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 양보가 있는 곳에서는 극단이 존재하기 어렵다. 극단을 피하려면 사회 안전장치의 확대와 제도 개선을 통한 병인(病因) 치유가 급하다. 그보다 더 급한, 정과 낭만이 넘쳐 나는 사회는 언제쯤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손성진 사회부 차장 sonsj@seoul.co.kr
  • 공무원교육 맞춤식으로 ‘혁신’

    공무원교육 맞춤식으로 ‘혁신’

    노무현 대통령 집권 3년차를 맞아 ‘혁신’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공직사회도 연일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그러나 혁신은 제도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공무원에게 혁신 마인드를 불어넣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중앙공무원교육원이 모든 교육 프로그램에 혁신 마인드를 불어넣도록 과정을 개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공무원에 대한 교육이 바뀌면 공무원이 바뀌고, 공무원이 바뀌면 국가가 바뀐다.’는 중앙공무원교육원의 모토에 모든 것이 함축돼 있다. ●개인에 맞는 맞춤식 교육 15일부터 시작되는 고위정책과정에 입소한 모 부처 K국장은 다음달부터 2개월 동안 개별적으로 ‘조정·통합능력’에 대한 집중교육을 받게 된다.10개월간의 교육과정 가운데 2개월 동안 개별교육을 받는 것이다. 교육원이 사전에 K국장의 선·후배와 동료를 상대로 9개 항목,360개 세부문항에 대한 다면평가를 실시한 결과,K국장이 조정·통합능력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K국장 외에도 고위정책과정에 입소한 다른 58명의 중앙부처 국장급 간부들도 다면평가 결과에 따라 부족한 역량에 대한 개별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교육원은 이 교육생들이 다면평가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17∼18일 ‘자기인식 워크숍’을 통해 자신의 현재 역량을 체감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본인이 수긍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교육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육원은 이들 교육생이 10개월 뒤 현직으로 복귀하더라도 부족한 역량에 대한 개별교육이 성과를 거뒀는지 여부를 교육생의 선·후배와 동료로부터 측정할 방침이다. 이것이 바로 교육원이 올해부터 고위정책과정에 처음 도입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의 골간이다. 과거처럼 일방적인 지식전달식 교육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을 평가하고, 개인에 맞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짠 것이다. ●사례 및 행동중심의 혁신과정 교육원은 올해부터 혁신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혁신리더 과정을 개설했다. 국장급을 대상으로 하는 혁신선도자 과정, 과장급의 혁신촉진자 과정, 사무관 이하를 대상으로 하는 혁신실행자 과정 등으로 세분화했다. 혁신리더 과정의 특징은 문제해결이나 정책제안형 교육에 기반을 둔 ‘액션러닝(Action-Learning)’에 있다. 성공사례 중심의 실천형 교육이다. 이같은 교육 프로그램은 미국 GE사 연수원은 물론 고위공무원연수원(FEI) 등을 철저히 벤치마킹했다. 민간기관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오는 23일부터 2박3일간 일정으로 실시되는 혁신선도자 과정에서는 국세청의 ‘공정하고 투명한 성과관리시스템’과 노동부의 ‘체불임금을 징수하는 최첨단 시스템’ 등 각 부처의 우수 혁신사례가 소개된다. 혁신에 대한 일방적인 강의보다는 실제 성공한 각 부처의 혁신사례를 공유한 뒤 자신의 부처에는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를 논의하고 토론하는 방식인 것이다. 지난달 19일부터 3일 동안 시범실시된 혁신리더 과정의 참가자들 가운데 90% 이상이 만족도를 나타낼 만큼 성과를 올렸다. ●고위공무원단 교육에 역점 교육원은 내년부터 도입될 고위공무원단제도에 맞는 ‘고위공무원단 후보자 과정’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의 경쟁력은 바로 선별된 2∼4급의 핵심 인재에 달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교육원은 이 과정이 지금까지 각종 교육 과정에서 거둔 성과의 결정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즉 고위정책 과정에서 도입한 개인별 역량평가는 물론 혁신리더 과정의 사례중심 교육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또 골프장 인허가 과정에 이들 고위공무원 후보자들이 직접 참가, 정책입안자가 간과할 수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다는 복안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교육원이 갖고 있는 강점 중 하나가 바로 외국공무원교육을 통해 얻은 인적 네트워크다. 교육원은 지난 1984년부터 외국공무원에 대해 교육을 시작, 최근까지 93개국 2200여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808명의 공무원이 교육을 받은 말레이시아는 중앙공무원교육원의 영문 이니셜을 딴 ‘COTI마피아’로 불리는 친한(親韓)·지한(知韓) 인맥이 형성돼 있다. 교육원은 앞으로도 교육대상 국가를 확대하고, 외국공무원교육 수료생들을 자료화해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서구 문명은 동양에서 시작되었다/존 M. 홉슨 지음

    카를 마르크스는 유럽 자본주의를 격렬하게 비판한 사람이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마르크시즘은 적어도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고 억압하기 위한 서양의 방식인 오리엔탈리즘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마르크스는 서양을 세계 역사의 능동적인 주체로 끌어올린 반면, 동양은 수동적인 객체로 격하시켰다. 실제로 그는 동양에는 아무런 (발전적인) 역사가 없다고 못 박기까지 했다. 예컨대 중극은 “시간의 톱니바퀴 속에서 빈둥거리는…부패 중인 어눌한 문명”이라는 식이다.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월 의식은 이같은 하나의 예만 봐도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 알 수 있다. ‘서구 문명은 동양에서 시작되었다’(존 M 홉슨 지음, 정경옥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는 바로 이런 서양중심적 사고에 일침을 가하는 책이다. 영국 셰필드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500∼1800년 사이 세계를 발견하고 주도한 것은 서양이 아니라 동양이라며 ‘선구적인’ 개발자로서의 동양에 초점을 맞춘다. 서양의 경제사가들은 흔히 산업화의 기원을 18세기 영국에서 찾는다. 하지만 저자는 최초의 산업적 기적을 11세기 중국 송나라의 철과 강철 혁명에서 발견한다.1788년 영국의 철 생산 수준은 1078년의 중국보다 훨씬 낮았다는 것. 또 영국이 18∼19세기에 이룩한 농업혁명을 중국은 이미 12세기에 이룩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동양이 5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전세계에 전파한 사상과 제도, 기술을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서양이 19세 이후 발전할 수 있었다고 결론 짓는다. 이 책의 논의구조는 ‘유럽중심주의 대 반유럽중심주의’로 지나치게 단순화돼 있다. 그런 만큼 그 자체가 ‘비(非)논쟁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저자의 지적대로 “유럽중심주의가 서양의 발흥에 대한 거의 모든 주류 서술을 발생시키는” 왜곡된 신화가 엄존하는 한 이 책은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미시사·생활사 시리즈 전6권/김주리·강심호 등 지음

    미시사·생활사 시리즈 전6권/김주리·강심호 등 지음

    일제 강점기, 식민지 조선의 사회는 지금까지 대개 어둡고 칙칙하게만 그려져 왔다. 그러나 아무리 암울한 역사라고 해도 그 이면엔 살아 꿈틀대는 사람들의 삶이 있는 법. 식민지 시기에도 사람들은 유행을 쫓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여성잡지를 보고, 도박을 하며 일확천금을 꿈꾸고 에로틱하고 엽기적인 것에 열광했다. 근대적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대중적 삶과 문화적 감수성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근대성을 띠기 시작했다. 도서출판 살림이 ‘살림지식총서’ 150호 출간을 기념해 펴낸 식민지 시절의 ‘미시사·생활사 시리즈’(전 6권)의 핵심은 이같은 다양한 문화적 흐름들을 미시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문학을 연구하는 젊은 연구자들은 낡은 잡지와 신문들을 뒤져 찾아낸 패션과 여학생, 에로와 그로, 가정, 문학과 유행이라는 미시사적 관점에서 우리 풍속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1930년대의 이런 문화들은 21세기인 지금 우리생활의 기원이란 점에서 단순한 옛 풍속이 아니며, 민족과 계급, 이데올로기 일색의 거시적 일제강점기 연구 틀을 깬다는 의미도 가진다. 풍속의 근대화로 몸살을 앓던 조선인들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본다. ●‘키스걸’ ‘스틱걸’등 이채로운 명칭도 모던 걸, 여우 목도리를 버려라(김주리 지음)근대적 패션의 풍경을 리얼하게 그려냈다.1930년대 경성에는 지금처럼 패션에 신경쓰는 사람이 많았다. 그 중심엔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있었다.‘모던 보이’의 전형은 신소설 ‘장한몽’에 등장하는 김중배다. 곱슬곱슬 지진 머리는 한 가운데를 좌우로 갈라서 기름으로 붙였고, 코엔 금테 안경이, 프록코트 속 조끼 한 가운데는 금시계줄이, 목엔 수달피 목도리가 감겨져 있었다. ‘모던 걸’들은 곱게 다려 입은 스커트가 구겨질까봐 전차에서 빈 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았으며, 금시계와 다아아몬드 반지를 위해 몸까지 파는 여성이 있었다. 키스를 파는 ‘키스걸’, 모던 보이의 산책에 동행이 되어주는 ‘스틱 걸’, 길거리를 오가며 아는 남자를 낚는 ‘스트리트 걸’, 남자가 해야할 사소한 일들을 대신해주는 ‘핸드 걸’ 등 이채로운 명칭까지 생겼다. ●‘연애 못하게 숙제 많이내자’ 궁여지책도 누가 하이카라 여성을 데리고 사누(김미지 지음)당시의 학생, 특히 ‘여학생’이란 단어는 많은 것을 내포한 ‘문제아’였다. 방학이 되어 고향에 내려가면 주변 어른들에게 ‘저런 하아카라 여성을 어떤 남자가 데리구 사누’라는 흉을 들었다. 이성교제가 자유로워지자, 여학생들이 연애를 하지 못하도록 숙제를 많이 내고 시험을 많이 보게 하자는 웃지 못할 궁여지책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학생’이란 꼬리표만으로도 호기심의 대상이자 문화의 아이콘었으며, 워낙 수가 적어 지금의 연예인처럼 실연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소문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신여성 무얼 입고·먹나도 관심거리 스위트 홈의 기원(백지혜 지음)패션 리더 신여성들이 무엇을 먹는지, 어떤 집에 사는지도 관심의 대상이었다.‘행복한 가정 만들기’는 지금뿐 만 아니라 그 당시도 마찬가지였으며, 잡지엔 최신 유행과 함께 젖먹이기, 아이 키우기, 옷 만들기도 비중있게 실렸다. 신여성은 패션감각과 함께 최신 교육법과 인테리어도 알아야 했던 것이다.1910년대 열린 ‘가정박람회’는 지금의 모델하우스 ‘원조’격으로, 전시된 중류 가정집엔 양로실 주부실, 하녀실, 그리고 아동실 등이 딸려 있었다. 또 마루, 큰 방 등이 아니라,‘식기방’,‘서재’‘객실’,‘흡연실’,‘수면실’ 등 방에 용도에 맞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당시 ‘문화주택’의 특징이었으며, 이같은 집들이 한 데 모여 ‘문화촌’을 이루기도 했다. ●상품광고·잡지·영화속 유행 따라가기 대중적 감수성의 탄생(강심호 지음)유행을 좇고 문화를 소비하는 대중적 감수성의 기원은 1930년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1926년 5월5일 순종황제의 인산일 애도의 행렬엔 깃옷을 입고 검은 댕기를 드린 여학생들도 가세했다. 한데 ‘신여성’ 6월호에 보면 여학생들이 깃옷을 입은 것이 조의가 아니라 ‘유행’때문이었다고 따끔하게 꼬집는 대목이 나온다. 궁핍과 수탈의 역사를 살면서도 우리 민족의 심성은 이때부터 근대적으로, 자본주의적으로 변해갔으며, 흰옷과 짚신에 만족했던 여성들은 백화점에서 쏟아내는 상품의 환각속에 빠져들었다. 또 많은 사람들은 쇼윈도의 상품광고와 잡지, 영화 등이 선도하는 유행을 허겁지겁 따라가게 되었다. ●당시 여배우 대다수 카페 여급출신 에로 그로 넌센스(소래섭 지음)에로틱하고 그로테스틱한 것들에 대한 욕망은 1930년대에 이미 본격화되었다. 당시 대중을 사로잡은 것은 정치·경제적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현상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었던 ‘에로 그로 난센스’라는 감각적 자극이었다. 당대의 지식인들은 ‘퇴폐적이고 외래의존적’이라고 경멸했고, 식민적 현상내지 소비자본주의적 부수물 쯤으로 치부해버렸지만, 오히려 1930년대 문학과 예술은 그러한 자극을 반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술취해 노파에게 성추행 당한 남자가 노파를 파출소에 신고했다는 기사가 잡지 ‘별건곤’에 ‘에로 백퍼센트 애욕극’이란 이름으로 실리는 등 당시 잡지사에서 ‘에로’는 꼭 들어가야 할 요소중 하나였다. 당시 경성의 유명 카페는 에로틱한 문화의 천국이면서 연애의 온상이었으며, 여배우들 중 상당수가 카페의 여급이었다. 각권 33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김홍신의 세상보기] 실패는 ‘성공예방주사’

    [김홍신의 세상보기] 실패는 ‘성공예방주사’

    한국의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진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당장에 불경기와 사회적 불안과 정치적 불신의 반사작용일 것이다. 더구나 위기를 진단하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걸 체감하기 때문에 더욱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 위기는 저절로 극복되지 않는다. 최소한 위기를 자초한 원인을 규명한 뒤에 가능한 것이다. 말하자면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대체로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편이다. 민생이 힘겨워도 변명거리부터 찾고 정책실패를 따지고 들면 남 탓을 먼저 하며 사회적 갈등도 핑계거리를 그럴듯하게 만들어 둘러대곤 한다. 한국인들의 자존심 속에 실패를 부끄러워하는 기질이 있는지도 모른다. 성공신화를 만들어낸 사람들의 자서전이 감동적인 까닭은 바로 실패에 대한 솔직한 고백 때문이다. 실패해보지 않는 인생이 있을까?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현수교가 완공 4개월 만인 1940년에 붕괴되었다. 초속 19노트의 산들바람에 다리 기둥 상판을 지지하는 버팀판이 움직이고 이 작은 움직임이 새로운 진동을 동반하는 공진 현상이 생겨 그 흔들림이 커지면서 붕괴된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붕괴장면을 생생하게 카메라에 기록한 덕에 바람의 진동메커니즘이 규명됐던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 다리를 사적으로 지정하여 실패의 교훈으로 삼았고 그 후에 다리공사에 관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었다. 현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실수를 배운다고 한다. 실패가 쌓이면 실력이 된다는 건 자명한 이치이다. 성공한 나라와 성공한 기업의 특징은 실패를 경험으로 성공한다는 점이다. 2차 대전에서 패망한 독일은 전쟁 패배에 대한 연구를 통해 실패보고서를 만들었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도전과 부흥을 모색하여 통일을 앞당겼다고 한다. 패전국인 일본 역시 선진국 대열로 뛰어오를 때 일본의 지식인들과 정부는 실패학을 연구하여 각양각색의 실패보고서를 만들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한다. 99번의 실패를 통해 100번째에 발명을 했다면 그 99번의 실패를 적나라하게 공개함으로 다음 세대는 적어도 50번쯤 실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실패는 성공에 대한 예방주사이자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교과서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의 위기관리 능력은 과연 어느 수준인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을 목전에 둔 채 강대국들의 목 죄기에 시달리고 갈등과 대립과 분열이 심화되는 국내 사정을 치유하지 않고 전진할 수 있을까?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실수를 자인하지 않는 대신 남의 실패와 실수를 집요하게 비난하는 우리의 정치행태로는 2만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수월찮다는 걸 알았으면 한다. 과거사를 진상규명하는 것도 면밀히 따져보면 실패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친일파와 애국자를 가려내는 것도 역사재조명 작업이며 그것을 통해 다시는 나라 잃는 서러움을 겪지 말자고 다짐하는 행위인 것이다.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니라 대범한 용기이자 미래를 걱정하는 현명한 방법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패를 뒤집는 것은 희망이고 희망을 일구는 것은 꿈이며 그 꿈을 갈고 닦는 것은 열정이다. 미래의 우리 모습을 걱정한다면 지금 바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실패보고서를 작성했으면 한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불과 10년 후에 대한민국이 어떤 모양일지 예리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때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해외에서 우리의 자존심을 드세우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성공 이면에 얼마나 뼈아픈 실패와 실수가 있었는지 우리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실패를 가치있는 성공의 자료로 사용한 열정 때문에 아름다운 성공을 이루어냈던 것이다. 희망을 잃어 가는 국민들에게 실패를 인정하고 안도감을 주는 배포 큰 나라 모습을 보고 싶다.
  • [기고] ‘야생동물 사랑 캠페인’ 펼치자/박명식 말씀인쇄그래픽스 이사·수필가

    얼마 전 호주의 한 해안에서 보트놀이를 하던 한 젊은이가 식인상어의 습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후 호주 해안 경비대는 백상아리 수색에 나섰다. 그런데 사망자의 부모는 자식의 생명을 앗아간 백상아리 수색을 중지해 줄 것과 문제의 상어를 사살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연유인즉 “우리 아이는 상어를 무척 좋아하고 사랑했으며, 우리 아이가 변을 당한 곳은 다름아닌 바다 생물의 삶의 영역이기 때문이다.”라고 밝혀 동물을 사랑하는 지구촌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겨울 수렵 철을 맞아 불법 밀렵이 기승을 부린다고 한다. 한 TV 고발 프로에서 고라니 한 마리가 억센 올무에 걸려 벗어나려고 피를 흘리며 고통을 받는 장면은 너무나 끔찍하여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또 어느 농장에서는 사육하고 있는 곰 가슴에 고무 호스를 삽입하여 생 쓸개즙을 빼 먹었다니, 구석기 수렵시대도 아니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가축들로부터 얼마든지 육류나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행해지는 잔인한 밀렵은 인간으로서 할 일이 못 되는 끔찍한 살육행위다. 현재 우리나라 야생동물 중 까치와 청설모, 멧돼지를 제외하면 인위적으로 개체수를 조절할 만큼 과잉 번식하는 동물은 거의 전무하다.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 산천에서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나비, 뱀, 개구리, 반딧불, 가재, 잠자리 등은 이제 산골이나 박물관에서 표본으로나 보아야 할 실정이다. 희귀 동식물들도 어디 어디에 좋다는 근거 없는 낭설들로 무분별하게 포획되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가뜩이나 개발과 환경오염 등으로 먹이와 서식지가 척박해진 우리의 야생동물들은 이래저래 딱한 처지가 된 것이다. 온 산천에 거미줄처럼 각종 도로와 교량이 건설되어 동물들의 이동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다간 정말로 이 땅은 탐욕 많은 인간밖에 살지 못하는 황량한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텃새가 아닌 제비가 이 땅에서 대접받는 것은 흥부와 놀부의 우화 속에 이롭고 신성한 철새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야생동물에 관한 잘못된 속설과 보신문화도 바로잡아야 한다. 야생동물의 혈액이나 고기를 아무렇게나 섭취할 경우 각종 기생충과 잠복성이 강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치명적인 해와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고되어야 한다. 또한 독극물이나 덫, 올무를 제작·판매하는 것은 강력한 법으로 금지하고, 그것을 사용하여 야생동식물을 포획하거나 유통, 구입, 식용, 밀수, 반입하는 사람에게는 더 엄중한 법을 적용해 단속해야 한다. 인간을 위협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그 존귀한 생명을 아무렇게나 빼앗을 권리는 없다. 얼마 전 필자가 찾았던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앞 호수에서 청둥오리들이 산책나온 사람의 손이나 어깨에 앉아서 친구처럼 어울려 지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물들이 그처럼 인간과 친화적인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여간 부러운 게 아니었다. 캐나다에서는 불법으로 연어를 잡은 사람에게 5년 동안 연어를 먹지 못하게 하고, 영국에서는 지렁이라도 이유 없이 학대하거나 해하면 처벌을 받는다. 그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야생동물 불법 포획이나 학대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와 다름없다. 또한 현재 제정된 야생 동식물 보호법이나 지리산 반달곰 방사와 같은 동물보호 노력은 일정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산야를 평화로이 날거나 달리는 야생동물을 보려면, 동물이 사라진 황량한 땅을 만들지 않으려면, 범국민적으로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동식물을 아끼고 보호하려는 성숙한 시민 의식도 뒤따라야 하겠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과 환경은 인간만이 살도록 주어진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명식 말씀인쇄그래픽스 이사·수필가
  • 소니 노트북 가격파괴 10만엔이하 판매 나서

    소니 노트북 가격파괴 10만엔이하 판매 나서

    |도쿄 이춘규특파원|세계적 가전업체인 일본 소니사가 인터넷 직판을 통해 10만엔(약 100만원) 이하의 노트북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전세계 컴퓨터시장에서 ‘가격파괴 무한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일 보도했다. 소니는 지난달 31일 인터넷 직판사이트 ‘소니 스타일’에 자사 노트북 ‘바이오’ 시리즈를 최저 10만엔 아래로 내놓았다. 1997년 출시된 이 시리즈는 음악과 영상 소프트웨어의 우수성을 내걸었던 품목이지만 이번 저가형에서는 이같은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지 않았다. 또 주문생산 형식인 인터넷 직판으로 유통비를 대폭 끌어 내렸다. 소비자에게 제품이 전달되는 기간도 크게 단축, 주문 뒤 최단 4일 이내에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직판가격은 MPU(초소형연산처리장치)의 성능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가장 싼 것이 9만 9800엔(약 99만원)이다. 물론 음악이나 영상용 통합소프트는 탑재하지 않은 것이다. 기존형에 비해 5만엔 가량 저렴하다. 일본 대형업체가 10만엔 이하의 개인용 노트북을 내놓기는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소니가 가격파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경쟁업체의 저가공세 때문에 이 시리즈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애플 컴퓨터는 지난달 500달러 미만의 컴퓨터 ‘맥 미니’를 출시했고 미국의 델과 휴렛 패커드, 후지쓰, 도시바 등도 주문생산식 인터넷 직판시장을 통해 잇따라 개인용 컴퓨터 저가공세에 가세하고 있다. taein@seoul.co.kr
  • 연휴 어디로? 외암리 민속마을

    연휴 어디로? 외암리 민속마을

    설에는 추억이라는 즐거움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어린 시절의 추억을 곱씹는 재미가 쏠쏠하다. 금방 동심으로 빠진다. 마을 앞 개울에서 썰매를 타며 뛰놀던 일, 마을 동산에서 그네타고 널 뛰던 일…. 기억 저편에 있던 아련한 추억으로, 향수로 젖어든다. 그러나 아이들에겐 전통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아득한 옛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고향 마을에는 이미 아파트 등 콘크리트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도심과 다를 바 없다. 이럴 때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민속마을이나 한옥마을을 돌아보면 어떨까. ‘엄마, 아빠가 어렸을 땐 이랬다.’며 어린시절을 아이들에게 들려준다면 아이들은 이번 설을 특별히 추억할 것이다. 어느때 보다 긴 설 연휴. 고향에서 돌아오는 길에 한옥마을을 체험하며 하루를 보내도 좋고, 자투리 시간으로 민속마을을 둘러봐도 좋을 듯하다. 설을 앞두고 옛 모습을 간직한 채 60여 가구가 다정하게 모여사는 충남 아산시 송악면 외암리 민속마을을 찾았다.500년 전의 정취가 살아 숨쉬는 외암리의 풍경속에 빠져보자. ●타임머신을 타고 500년전 과거 속으로 충남 아산시와 천안시의 경계인 광덕산 밑에 자리잡은 외암리 민속마을은 어린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옛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주민들이 충청지방 고유 격식인 반가의 고택과 초가, 돌담 등 옛 모습을 지켜나가고 있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외지인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소박한 충청도의 인심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개울 돌다리를 건너 마을에 들어서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의 환호성이 다정하게 메아리쳤다. 마을을 흐르는 개천에서 썰매를 지치는 아이들과 뒷산에서 그네와 널을 뛰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마을은 생동감이 넘쳤다. 겨울 민속마을은 쓸쓸하고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얼음판에서 썰매를 타던 전자홍(15·천안 목천중 2년)양은 “텔레비전에서 보던 초가과 장승, 연자방아를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배울 수 있어 좋았다.”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로 온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돌담장을 따라 들어가자 고향의 정취가 느껴진다. 일부러 만든 민속마을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을. 일부 고택을 빼놓고 모두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삶의 정취가 묻어난다. 어른 키 높이의 돌담 길이는 모두 5.3㎞. 가옥은 주인의 관직에 따라 참판댁, 병사댁, 감찰댁, 교수댁, 종손댁, 송화댁 등 택호가 정해져 있으며 곳곳에 있는 장승과 연자방아 등이 정겨운 장면을 연출했다. 메주가 널려있는 흙담벽의 초가에 들어가자 주인 내외가 반갑게 맞았다. 전형적인 농촌 가옥에 살고 있는 사람은 이군직(39) 이은숙(39)씨 부부. 마을 총무를 맡고 있다. 이 곳에서 자란 이씨 부부의 마을 자랑이 시작됐다. 이씨는 “옛 사람은 집터를 정하는데 바람과 물, 주변 환경과 지리, 나아가 인심까지 두루 살폈다.”면서 “외암마을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삶터를 정해 수백년을 살아왔는지 읽을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이 곳은 지난 2000년 1월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제 326호로 지정돼 보존중이다. 이씨가 마을을 안내했다. 먼저 찾은 곳은 참판댁. 조선말기 규장각 직학사와 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공이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아 지은 집이다. 이 집에서는 집안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민속주인 연엽주를 만들어 팔고 있다.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된 연엽주는 누륵에 연근과 솔잎을 넣고 발효시킨 술로 예전에는 매년 봄에 고종에게 진상되던 술이다. 인근의 송화댁은 최근 도둑이 들어 바깥 문짝을 떼가는 바람에 복원하는 홍역을 치렀다. 마을이 보존된 유래도 들을 수 있었다. 이씨는 “초가를 없애던 새마을운동의 개량사업 바람이 덜 미쳤기 때문에 원형이 잘 보존돼 있다.”면서 “당시 주민들은 초가지붕만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그대로 보존해 왔다.”고 설명했다. ●외암리에서는 시인이 된다 외암리의 아침은 고즈넉했다. 닭울음소리가 꿈결인 듯 들려왔다. 조금 뒤 개짖는 소리와 동네 아이들이 뛰노는 소리가 선잠속에 들렸다. 아침밥을 짓는 장작불의 연기가 구수했다. 늦잠을 청했으나 머리맡으로 다가온 햇살이 잠을 깨웠다. 따끈한 구들방을 뒤로 한 채 벌떡 일어나 방문을 나섰다. 초가지붕에 소담하게 쌓인 눈과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감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65가구가 모여사는 외암리에서는 초가 체험을 할 수 있는 민박집이 10여가구에 불과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집이 그리 넓지 않아 한 집에 1∼2가족만 묵을 수 있다. 가격은 4만원. 인심좋은 주인을 만나면 아침에 토종 청국장과 된장, 두부 등을 맛볼 수 있다. 예약은 마을 공방(041-541-0844)이나 외암리 민속마을 홈페이지(www.oeammaul.co.kr)에서 하면 된다. 때마침 마을에서 열린 ‘맹사성 시조캠프’를 찾았다. 인근에 조선시대 청백리로 이름난 맹사성의 고택이 있어 올해 처음 개최된 행사. 마을 서당에 모여 앉아 한복을 입고 한시 백일장에 참가한 아이들의 모습이 이채롭다.2박 3일간의 캠프가 끝나고 열린 백일장에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일곱살짜리 소년 윤무창군이 ‘신나는 겨울’이라는 제목의 시조를 지어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글을 깨치기도 어려운 나이에 운율에 맞춰 시조를 지어냈기 때문. ‘겨울에/친구들과/형들과/함께논다/눈싸움/하고놀고/눈사람/만들면서/너무나/재미있는날/춥지않은/겨울날.’ 무창군은 “형들과 초가에서 잠을 자고 썰매타며 논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내년에도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심사위원장인 한국시조문학진흥학회 김준 자문위원장은 “중학생들도 운율에 맞추지 못하는데 취학전 어린아이가 시조를 지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워했다. 무창군은 이날 심사위원들로부터 장원에 버금가는 ‘차상’을 받았다. 무창군의 형 무제(12·아산 송남초등교 5년)군도 ‘하얀 겨울’이라는 시조로 함께 차상을 받았다. ‘저는요/송이송이/눈같은/마음될래요/불타는/내가슴을/차갑게/지울래요/저같은/검은마음도/하얀마음/될래요.’ 외암리의 아름다운 풍광이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을 시인으로 만들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한편 이 곳은 넉넉한 충청도 인심만큼이나 후하다. 주차료와 입장료가 없다. 또 마을 주민들이 다른 민속마을처럼 상업화가 되는 것을 꺼려 흔한 음식점이나 토산품점도 없다. 마을 주차장 앞에는 전통음식인 솔뫼장터(544-7554)가 있는데 수수에 동부콩을 넣어 만든 수수부꾸미(4개 4000원)와 잔치국수(3000원)가 어머니의 손맛을 느끼게 해준다.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할 경우 아산(옛 이름은 온양)버스터미널에 내린 뒤 강당골행 버스를 타고 가다 외암리에서 내리면 된다.40분 간격이며 40분이 걸린다.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 천안IC와 서해안고속도로 평택IC에서 빠져나와 온양, 송악방면으로 국도를 따라 오면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문의는 외암리 민속마을 관리사무소(041)544-8290. 외암리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이곳도 들러보세요 민속마을에는 아련한 향수가 있다. 고향의 멋과 맛이 스며 푸근한 곳이다. 설 연휴 잠시 짬을 낸다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생활모습과 전통, 문화를 고소란히 만끽할 수 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남산골 한옥마을에서는 멋스러운 한옥을 돌아보며 신명나는 전통공연과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다. 이번 설에는 ‘만사형통만복래 설날 한마당’을 벌여 설 연휴기간인 8∼10일 민요 농악공연과 민속놀이 체험뿐만 아니라 차례상 차리기 강좌, 한복 입는 법, 세배하는 법 등도 배울 수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복을 입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게는 우리집 가훈을 써주는 행사도 열린다.(02)2266-6937. 강원도 고성군 왕곡마을은 북방식 전통한옥인 양통집 21동이 옹기종기 모여있다.19세기 전후에 지어진 가옥들은 송지호 호수 뒤편에 있어 풍광이 아름답다. 5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여 6·25때도 폭격 한번 당하지 않았다. 속초에서 7번국도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송지호를 지나 왕곡마을에 이른다. 문의는 고성군 홈페이지(www.goseong.org)나 대표농가(033)631-1902. 충북 제천의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댐이 생기고 마을이 물에 잠기자 청풍면 일대에 있던 유물을 옮겨와 재현한 마을이다. 마을에 사람이 살지는 않지만 옛 농가의 살림살이를 그대로 볼 수 있다. 보물 528호인 한벽루는 고려 충숙왕때인 1317년 연회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지어진 곳. 이 곳에서 보는 호수 풍경이 일품이다.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IC에서 82번 지방도를 따라 청풍방면으로 가면 된다. 제천시 홈페이지(www.okjc.net)나 관리사무소(043)640-5711. 조선시대 경주지방의 유교문화를 볼 수 있는 마을. 고풍스러운 가옥 150채와 정자와 비각, 강학당 등 전통 가옥 15곳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남부지방 가옥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중요민속자료 제 189호로 지정돼 있다. 관리사무소(054)762-4213.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속마을. 낙동강변의 기암절벽과 송림을 배경으로 양진당과 충효당, 북촌댁 등 사대부 전통가옥과 함게 흙벽 초가집 등 130호가 모여 있다.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탈인 하회탈로 유명하며 병산탈과 양반탈 등 9개의 하회탈이 국보 제 121호로 지정돼 있다. 문의는 홈페이지(www.hahoe.or.kr)나 관리사무소 (054)854-3669.
  • [CEO 칼럼] 대학도 AS에 적극 나서야/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CEO 칼럼] 대학도 AS에 적극 나서야/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여성학자인 박혜란 여성신문 편집위원의 산뜻한 주장이다.‘사랑받는 시어머니’가 되려면 김치를 담가서 며느리가 사는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놓고 와야 한다. 행여 집까지 올라갈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또 미리 갖다 주겠다는 전화도 하지 말고 그냥 말없이 맡겨놓고 돌아와서 전화를 해야 한다. “그렇게 며느리 심기 살피면서 구차하게 김치는 왜 갖다 주는데?”라고 물었다.“며느리가 예뻐서 줍니까? 아들 김치 못 먹을까봐 갖다 주는 거지!”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들이다. 일단 부모 곁을 떠난 다음에는 김치를 못 먹든 된장찌개를 못 먹든 상관할 바가 아닐 텐데 너무 걱정들이 많다. 그러고 보니 시어머니 노릇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엄마 노릇의 연장이다. 평생 훌륭한 엄마 노릇에 익숙해진 엄마들은 그 역할로부터의 졸업이 영 탐탁하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박 위원은 결단코 “졸업이 좋다.”고 세태를 비판했다. 부실한 상품을 팔아먹은 뒤 계속 AS를 한다는 통렬한 풍자다. 경영 칼럼에서 얘기가 빗나간 듯하지만 그게 아니다. 한국 엄마들은 과잉 AS를 멈추고 대학은 그동안 미흡했던 AS에 나서야 한다. 세계화·민주화·정보화 쇼크 속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기업을 이제 대학이 실질적으로 도와야 한다. 졸업생들을 AS 차원에서 적극 책임져야 한다.1년 중 긴긴 5개월 방학을 또 몇 년에 한번씩 오는 휴식년제를 한국에서 교수만 한가롭게 누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긴긴 방학을 연구생활이라는 명분아래 해외 세미나에 왔다갔다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제자의 일자리도 알아보고 또 이미 기업에 근무하는 제자들에게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데 나서야 한다. 그것이 학문적으로도 교육적으로도 유익하다. 대졸자 상당수가 원론과 비판, 그리고 입만 앞서 있지 각론과 실행, 그리고 일을 만드는 데는 부족했다. 방학때 새벽과 야간에 기업에 근무하는 제자들을 피와 땀으로 연마해 주기 바란다. 제 그래야 기업도 살고 대학도 설 자리가 있다. 기업 혼자 짐 질 여력이 사실상 없다. 대학도 정부도 국민도 기업을 각기 다른 형태로 도와야 한다. 그래서 기업이 살고 일자리가 생기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한다. 한국 CEO들의 제일 어려움은 돈 문제도 마케팅도 중국의 부상도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사람문제다. 대기업은 그래도 좀 낫다. 요즘은 실업자가 넘쳐나서 고르고 골라서 사람을 쓸 수 있다. 하지만 거의 대졸자들을 새로이 고치고 다듬어 쓰는 게 일상화되어 왔다. 그만큼 시간과 공이 드니 국제경쟁력에 부담이다. 이제까지 대학은 연구 중심이니 상아탑이니 하면서 상당히 엇나가고 있었다는 통렬한 반성이 긴요하다. 현대판 사농공상이란 귀족 놀음을 끝내야 한다. 오죽하면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는 책까지 나왔겠는가. 여하간 대기업은 여유가 좀 있지만 중소기업은 참으로 딱하다. 임금 문제가 아니고 사람 부리기조차 아니꼬워서 중국이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겠다는 CEO가 상당수다. 일이 좀 어려우면 이내 포기하는 게 다반사다. 야단이라도 칠 양이면 다음날 아무 소리 없이 사라져버린다. 임시로 취업한 대졸자는 호시탐탐 튀어나갈 ‘메뚜기족’들이다. 훈련이니 교육이니 할 겨를도 없다. 이들을 묶어서 대학이 헌신했으면 하는 거다. 또 상당히 성장하고도 어미의 새끼주머니에서 버티는 ‘캥거루족’과 ‘고시족’들을 용납하는 막연한 부모들의 의식변화도 긴요하다. 둘만 낳아 잘 기른 자식들을 밖으로 내쫓는 게 자식과 사회를 위하는 것이다.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무리수를 두는 정치집단과 정부의 호언장담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 그리고 늘 정부 탓에만 이골 난 지식인들의 입도 경계하는 사회 공감대 형성에 언론의 역할도 절실하다. 이해익 리즈경영컨설팅 대표
  • 황금광시대/전봉관 지음

    황금광시대/전봉관 지음

    일제시대는 몰락과 수탈의 시대로 각인되어 있다. 제대로 된 물건 하나 못 만들던, 아니 그나마 근근이 만들던 것마저 빼앗기며 살아온 세월이라는 생각이다. 그런데 해당 시대의 자료를 들여다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어쨌든 자본주의와 근대성이 우리 사회의 작동원리로 자리잡아 가던 시기였다는 관점이다. 일제시대 때 쌀과 농지를 수탈했다기보다 쌀값이 비쌌던 일본에 조선인 지주들이 쌀을 수출했다고 보는 게 맞다는 경제사학계의 목소리와 비슷하다. ●“일제때 조선인 지주 日에 쌀 수출” ‘황금광시대’(전봉관 지음, 살림 펴냄)는 이런 관점에서 우리의 1930년대를 훑어주고 있다.KAIST 인문사회과학부 교수인 저자는 원래 국문학 전공자다.1930년대 국문학 자료를 뒤적이다 보니 미국의 서부개척사에서나 들어왔던 골드러시(Gold Rush)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5년여 동안 관련 자료를 찾아 낸 책이다. 물욕으로 질주하는 시대에는 항상 신화적인 성공담이 나오게 마련이다. 바로 황금귀(黃金鬼) 최창학. 몰락한 양반가의 자손이었던 최창학의 인생은 평안도에서 조선 최대 ‘삼성금광’을 찾아내면서 완전히 바뀐다. 자객의 협박, 기관총 세례에도 불구하고 그는 삼성금광에서 얻은 자금으로 ‘금광 놓고 금광 먹기’를 해서 최고 부자의 반열에 오른다.‘최창학’은 단순히 금광을 개발한 부자가 아니라 돈이 돈을 부르는 자본주의의 모델, 그 자체가 된 것이다. ●몰락한 양반 최창학 ‘금광 놓고 금광 먹기’ 이 덕분에 몇 그램의 금을 얻기 위해 멀쩡한 집과 논밭을 망가뜨리는 무지렁이 농부, 항문과 성기에 금괴를 숨겨 국경을 넘나들며 금을 밀수하는 노파, 화장한 뒤 금니나 금반지를 챙기려고 화장장을 인수한 얌체꾼, 평범한 돌과 야산을 금과 금광이라고 사기쳐 돈을 빼돌린 금광 야마시(사기꾼)패 등.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이 즈음 불기 시작한 지식인의 패배주의다. 여기에는 일제의 유화정책으로 인한 타협적인 ‘실력양성론’의 부상,1929년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대공황 등이 영향을 끼쳤다. 현실적인 암울함 속에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던 지식인들은 이제 ‘혁명’이나 ‘해방’ 대신 ‘돈’이라는 유토피아로 내달렸다. 조선 프롤레타리아트 예술동맹(KAPF)을 이끌었던 사회주의 문학가 팔봉 김기진은 금광으로 제일 먼저 달려간 사람이었다. ●김기진·채만식도 금광 찾아 헤매 금광 부자 방응모가 조선일보를 인수하자 그 밑에서 일 못한다며 사표를 내던진 사람이었다. 당대의 소설가 채만식은 동아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논객이라 불리던 설의식과 함께 금광을 찾아 헤맸다. 이외에도 숱한 문인 작가, 지식인들이 금을 찾아 나선다. 매년 50% 이상 초고속 성장하면서 일제를 세계 5위의 금생산국으로까지 만들었던 식민지 조선의 황금광시대. 저자의 말처럼 “70년 전 이야기지만 70년 전에 ‘끝난’ 이야기는 아님”이 분명하다.1만 2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지식인의 죄와 벌/피에르 아술린 지음

    과거사, 특히 친일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우리 사회는 갈등의 악순환을 겪어왔다. 해방후 친일 부역자 청산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친일 지식인들은 그 추종자들이 여전히 대중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갈등의 골이 더 깊다. 이런 측면에서 프랑스의 과거사 청산 사례는 우리에게 거울과 같다. 프랑스는 1944년 8월 나치에서 해방된 후 즉시 과거 청산에 들어가 약 2년에 걸쳐 나치에 협력한 1만여명을 처형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가혹하게 처벌한 것은 부끄러운 과거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가 정체성을 확립할 수 없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울 수 없으며, 올바른 미래를 건설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죄와 벌’(피에르 아술린 지음, 이기언 옮김, 두레 펴냄)은 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에서 이뤄진 지식인 숙청을 다룬 책이다. 신문이나 일기, 회고록, 재판 기록 등 관련 자료들을 토대로 객관적·중립적인 관점에서 지식인 숙청의 실상을 정리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일방적으로 숙청의 정당성을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 프랑스에서도 과거청산문제를 놓고, 특히 나치에 부역한 지식인들의 숙청 문제를 두고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1944년 9월부터 1945년 2월까지 약 반년에 걸쳐 작가 프랑수아 모리악과 카뮈가 벌인 논쟁이다. 가톨릭 신자이며 부르주아 작가이자 언론인이었던 모리악은 저항운동을 펼친 지하신문 ‘프랑스 문예’에 카뮈, 사르트르 등과 함께 참여했음에도 우익 대변지 ‘르 피가로’를 통해 숙청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국민화합을 위해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카뮈는 레지스탕스 운동을 이끌어온 프랑스의 대표적인 지하신문‘투쟁’지를 통해 모리악의 자비론을 다음과 같이 강력 비판했다. “나는 증오에 대해 조금의 애착도 없다. 인간으로서의 나는 반역자를 사랑할 줄 아는 모리악을 존경하지만, 시민으로서의 나는 모리악을 불쌍하게 여긴다. 이러한 사람은 우리에게 반역자와 졸개들의 나라를, 우리가 원하지 않는 사회를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보수 지식인들이 숙청에 반대한 데는 자비론이나 국민들의 분열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 말고도 지식인들이 특히 가혹하게 처벌받고 있는 데 대한 동정과 저항도 작용했다. 문인이나 언론인, 출판인 등 지식인들이 다른 분야 부역자보다 더 엄중하게 처벌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식인의 역사적 범죄에 대한 가혹한 처벌은 지식인들에게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이며, 글쓰기의 책임이 얼마나 막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었다. 하지만 저자는 프랑스의 지식인 숙청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고의든 아니든 숙청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런 점에서 보면 숙청은 목표라기보다는 수단인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친일 청산에 대한 입장이 어떻게 갈리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책이다.1만 28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휴대전화 세계판매대수 삼성·LG 나란히 3·4위

    한국 휴대전화업계의 세계시장 확대 기세가 무섭다. 삼성전자가 2위인 모토로라와의 간격을 좁혀가는 가운데 LG전자가 지난해 4·4분기에 독일 지멘스를 처음으로 제치고 4위로 올랐다. 두 업체가 3,4위 자리를 나란히 했고, 삼성전자는 조만간 2위 자리도 뺏을 전망이다. 28일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IDC 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는 2004년 4·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55.3%가 늘어난 1390만대를 팔았다.1350만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한 지멘스를 40만대 차이로 따돌리고 처음으로 세계 4위가 됐다. 시장점유율은 LG전자 7.2%, 지멘스 6.9%다. 유럽형 이동통신 방식인 GSM과 3세대 단말기에 주력했던 것이 주효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는 디지털TV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만큼 이 기술을 이용한 차세대 휴대전화 부문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 확실시된다.”면서 “향후에도 지멘스가 LG전자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총 판매 대수는 지멘스가 4940만대(시장점유율 7.4%),LG전자는 4440만대(6.7%)를 팔아 지멘스가 앞서 있다. 삼성전자도 2위 모토로라와 격차를 좁혀가고 있어 역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4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총 8660만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2.7%를 기록했다.2003년(10.8%)보다 1.9% 올랐다. 특히 2위인 모토로라와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2003년 3.7%에서 2004 2.6%로 줄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말기 대수가 아닌 매출 기준으로 볼 때는 이미 지난해 2·4분기부터 세계 2위가 됐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주영하 지음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주영하 지음

    참 기발한 발상이 아닌가? 그림을 통해 음식의 역사를 보고, 음식의 역사를 통해 그 시대의 사회상을 엿본다는 것 말이다. 지금까지의 음식사 연구가 백과사전적 혹은 민족적 정체성 확보를 위한 계몽주의적 경향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림 속 음식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신선·발랄하기까지 하다. ●음식사의 계몽성 거부… 저자 상상력 덧칠 한국학중앙연구원(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민속학)인 주영하의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사계절 펴냄)는 음식사의 계몽성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도발적이고, 풍속화 속 음식에 돋보기를 들이댔다는 점에선 문화적이다. 저자는 ‘음식의 변화상은 이른바 ‘유행’이라는 풍속의 그릇에 시대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대부분 조선 후기에 그려진 23편의 풍속화에 담긴 음식과 인물들에게 돋보기를 대고, 그림 안팎을 넘나들며 나는 듯 펼쳐나가는 저자의 상상력이 유독 돋보인다. ‘앙상하게 말라버린 나무들 사이에 비석이 뽐내듯이 서 있다. 그 아래 난 길에 아이를 안은 아낙이 쓰개치마를 머리에 두르고 겸연쩍은 듯 황소의 등에 올린 등거리에 앉아 있다…. 그 옆에서 갓과 두루마기를 갖추어 입은 양반이 술 한 잔으로 들병이와 수작을 부리다가, 갑자기 나타난 젊은 양반 부부에 놀란 듯 오른손으로 하릴없이 귓밥을 만지작 거린다.’ 김홍도의 ‘행려풍속도병’(行旅風俗圖屛·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대한 묘사다. 지은이는 그림에 ‘노방노파’(路榜 婆)란 화제(畵題)를 붙였다. 그림의 주인공이 노방(길가)의 노파(술독을 지키는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술이다. 노파의 독에 담긴 술은 청명주나, 한산소국주 같은 ‘앉은뱅이’ 술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야 객지를 떠돌아 성읍에 다다른 과객의 호주머니를 훔칠 수 있지 않겠는가! 김홍도의 ‘벼타작’(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서 저자가 보는 것은 타작에 여념이 없는 농군들 옆에 돗자리를 펴고 비스듬히 누워 곰방대를 문 채 졸고 있는 양반, 아니 양반 같은 이다. 거드름이 잔뜩 밴 그는 ‘분명 소작인의 타작을 감시하기 위해 온 지주의 대행인 마름’이라는 게 저자의 상상이다. 그 옆엔 술병과 술잔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비록 소작인이라 ‘반타작’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타작은 즐거운 듯 얼굴마다 웃음이 가득하다. ●농군옆에 술병 놓고 졸고있는 양반… 이어 음식인 쌀에 대한 ‘수다’가 시작된다. 한국 음식의 반찬은 쌀밥을 먹기 위해 마련된 부식이라는 이야기부터 쌀로 만든 술과 과자, 제물로서의 쌀,‘쌀의 나라’이면서도 몰락해가는 현대의 쌀밥 등등. 19세기 작품인 ‘야연’(野宴·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이르면 소나무 아래서 기생들을 옆에 끼고 숯불에 쇠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양반들의 주연이 마냥 흥청거린다. 여기서 지은이는 동국세시기를 지은 홍석모(洪錫謨)를 떠올린다. 홍석모가 이 풍경을 보았다면 아마 “요사이 한양풍속에 화로에 숯불을 활활 피워놓고 번철을 올려놓은 다음 쇠고기를 기름·간장·계란·파·마늘·고춧가루에 조리하여 구우면서 화롯가에 둘러앉아 먹는다. 이것을 난로회(煖爐會)라 한다.”고 동국세시기에 기록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상상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남자 다섯에 여자 둘. 지은이가 보기에 이들은 권세가들과 기생이다. 어지간히 취했을 법한 남정네들이 기생들과 어우러져 즐겼을 듯한 걸죽한 입담을 지은이 또한 거침없이 펼쳐나가고 있다. 안중식의 작품인 ‘조일통상장정(朝日通商章程) 기념 연회도’엔 서양음식이 등장한다. 조선 관리 몇 사람과 일본 사람, 서구적 풍모의 인물들이 사각 식탁에 둘러앉아 있다. 각자 앞엔 접시와 나이프·스푼 등 서양식기가 세팅돼 있고, 상 중앙엔 꽃을 담은 조선꽃병이 서양식 촛대와 함께 놓여 있다. 마치 양복 입고 갓 쓴 어색함이 가득해 절로 웃음이 터진다. 이 그림은 1883년(고종 20) 6월22일 조선측 전권대신인 민영복과 일본측 전권대신인 다케조에 신이치 사이에 조인된 조일통상장정 조인식을 끝낸 뒤 있었던 연회를 그린 것이다. 재미 있는 것은 자리 배치인데, 양 협상 당사자가 마주 앉지 않고 상석에 앉은 민영목 오른쪽으로 다케조에가 아랫사람 입장에서 앉아 있는 모습이다. ●시대적·정치적 상황 곁들여 설명 저자는 당시의 복잡한 시대적·정치적 상황을 설명하며 그림의 의미를 풀어본다. 또 커틀릿과 포도주, 위스키가 당시 어떻게 조선 관리들에게 받아들여졌을지 다양한 시각에서 상상력을 발휘한다. 책은 다양한 풍속화에서 서민의 애환이 담긴 음식뿐만 아니라 국가적 행사 때 쓰인 궁중음식, 조선 관료들의 음식을 골고루 끄집어내 조선 사회를 엿손다. 거대담론이 아닌 시시콜콜한 음식이야기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만, 사소한 일상 자체로 역사와 대면하고자 하는 의미심장한 의도가 읽힌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학생독립운동기념일’ 학술대회

    ‘학생의 날’로 기념하고 있는 11월3일의 명칭을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바꾸기 위한 학술대회가 열린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 제정 추진위원회(회장 남상용)는 31일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학생독립운동과 지식인의 지성적 사명’이라는 주제로 학술회의를 연다. 학술회의는 다산연구소 등의 주관으로 열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즈엉 징 톡 대사와 함께하는 요리COOK 조리TALK

    즈엉 징 톡 대사와 함께하는 요리COOK 조리TALK

    맛있는 음식은 세계인들에게 통하는 ‘만국 공용’입니다. 파스타와 토르티야, 포가 우리의 일상 용어가 됐고, 키위와 두리안 등의 과일이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서울의 거리마다 외국 음식점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음식은 이제 문화·외교·경제·관광의 종합 사절로 당당히 자리잡았습니다. 나라마다 자국의 독특한 맛과 매력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려는 각축도 뜨겁습니다. 주방에서 벌이는 현장 외교입니다. 음식은 수천 수만년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음식을 통해 일상을 이해하게 되면 우리의 문화 역시 근본을 다지면서 한층 깊어질 것입니다. 웰빙 주말섹션 WE가 한국에 주재하는 각국의 대사들로부터 자국의 음식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들이 소개하는 음식을 함께 나누면 한결 따뜻한 이웃의 정을 쌓는 세계인이 되지 않을까요? 첫회로 요즘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외국음식 가운데 하나인 포로 유명한 베트남 대사관을 찾았습니다. 즈엉 징 톡 대사는 이웃집 할아버지와 같은 자상함으로 담백하면서도 건강에 좋은 베트남 요리에 대한 자부심을 들려줬습니다. ■ 쌀과 아오자이의 나라 베트남 요즘 한국에서 가장 뜨는 음식의 나라가 베트남이다. 남북 S자 모양으로 1600여㎞를 뻗은 베트남은 다양한 기후와 지형을 갖춰 먹을거리가 풍부하다. 조리법은 중국과 인도, 프랑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런 까닭으로 미식이 발달했고, 빵과 소시지 만드는 기술은 세계적이다. 해산물을 많이 쓰는 남부 음식이 우리 입맛과 잘 맞다. 베트남이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칠 수 있었던 힘을 음식에서 찾는 사람도 있다. 소식을 하는데다 보름에서 한달가량 불을 피우지 않아도 되는 요리가 많은 까닭이다. 대표적으로 라이스페이퍼와 베트남식 생선젓갈 느억맘 등을 들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보트피플’ 때문에 베트남 음식이 세계화됐다. 베트남 음식 돌풍의 중심축은 쌀국수 포다. 하늘하늘한 아오자이를 닮은 느낌의 쌀국수 포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담백한 게 우리의 입맛에 꼭 맞다. 또 칼로리는 낮은 반면 야채는 많이 들어가 웰빙 건강식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인기비결을 알아보자. 서울 삼청동 언덕위 감사원 맞은편의 베트남 대사관을 찾았다. 찬바람을 뚫고 헉헉대며 언덕을 올라 대사관저에 도착하자 즈엉 징 톡(63) 대사가 언손을 꼭 잡아주며 반갑게 맞았다.3년 반 전 한국에 부임한 그는 한국말이 능숙하다. 올 봄이면 베트남으로 돌아간다. 베트남 음식이 한국에서 인기가 높은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사는 “한국과 베트남 음식은 비슷한 점이 아주 많지요.”라고 친근감을 표현했다. 그가 말하는 한국과 베트남 음식문화의 공통점은 세가지. 주식이 밥이고, 젓가락을 쓰고, 김치와 떡을 만들어 먹는다는 것. 다만 베트남 김치 역시 배추로 만들지만 고춧가루는 넣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명절에 떡을 만들어 먹듯이 베트남은 명절이나 귀한 손님이 오면 찹쌀로 만든 ‘바잉쯩’을 내놓는다. 바잉쯩은 찹쌀과 녹두, 돼지고기, 파, 후춧가루를 섞어 밥을 만든 뒤 칡나무나 바나나 나무 잎에 정사각형으로 싸서 12시간 동안 물에 넣어 끓인다. 이렇게 만든 바잉쯩은 좋은 냄새가 나고 보름 이상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단다. ●포는 베트남 사람들의 간식 “바잉쯩은 독특한 맛이 있고 향기가 좋은 음식인 반면 쌀국수는 아주 일반적인 베트남 요리입니다.” 그는 아침·점심은 베트남 쌀국수 포를 먹고, 저녁에는 밥이나 쌈을 먹는다고 말했다. 낮에 간식으로도 포를 먹는다. 집에서는 국물과 고기만 만들어 구입한 쌀국수를 넣어 먹는다. 세계적으로 베트남을 상징하는 음식이 된 포는 100여년 전부터 내려온 음식이다.1880년대 베트남 북쪽 하노이를 점령한 프랑스 군대에서 유래됐다고도 한다. 베트남의 각 지역마다 포에 넣어 먹는 고기와 야채의 종류가 달라 맛도 갖가지다. 전세계에 퍼진 베트남 쌀국수 체인점 ‘포호아’에서 만드는 맛이 바로 이 남쪽 지방의 것이다. 포가 시작된 하노이쪽의 진정한 맛은 남쪽 지역보다 약간 달콤하다. 대사관의 요리사 둥씨는 “말린 쌀국수는 이미 한번 삶은 것이므로 오랫동안 끓이지 말고 먹기 직전에 육수에 넣어야 맛있다.”고 설명했다. 쌀국수 맛의 기본은 국물로 돼지·소·닭뼈를 넣고 오랫동안 끓인 뒤 버섯·계피 등으로 독특하고 좋은 향을 낸다. 화학 양념은 전혀 쓰지 않는다. ●베트남 사람들도 개고기 먹어 스프링 롤이라 불리는 냄은 라이스페이퍼에 돼지고기, 양파, 숙주나물, 계란 등을 싸서 튀겨낸다. 튀긴 냄은 마늘, 고추, 젓갈 등을 넣은 느억맘이란 소스에 찍어 먹는다. 냄을 느억맘에 찍어 먹어봤다. 느끼하지 않고 맛이 아주 깔끔했다.“소스에 젓갈을 넣기 때문인데 멸치젓이나 까나리 액젓을 쓰면 됩니다.”라며 느억맘 만드는 방법을 살짝 소개했다. 즈엉 대사는 고기보다는 채소, 생선을 많이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주재 베트남 대사관에서 근무한 적도 있다. 북한에는 베트남 음식이 전혀 알려져 있지 않지만 베트남에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쌀국수나 쌈을 대접하면 북한 사람들도 아주 좋아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사람들도 한국처럼 개고기를 먹지요.” 즈엉 대사의 말에 약간 놀라면서도 개고기를 먹는다고 지탄받은 우리에게 우군이 생긴 듯해서 반가웠다. 베트남에서는 개고기로 탕과 같은 국물요리 대신에 구이를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음식은 중국 요리처럼 기름지거나 태국 요리처럼 자극적이지 않았다. 쌀국수의 맛도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다채로웠다. 풍부한 식재료 덕에 다채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베트남 요리의 장점은 대부분 건강식이란 것. 활기찬 즈엉 대사처럼 건강하고 맛있는 베트남 음식의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uk@seoul.co.kr ■ 대사가 콕 찍은 베트남 음식점 즈엉 징 톡 대사가 “맛있는데 비싸다.”며 가장 먼저 추천한 서울의 베트남 음식점은 청담동의 빌라 드 하노이(www.villahanoi.com,3444-0101). 베트남 궁중음식을 선보이는 곳으로 쌀국수 외에 100여 가지의 베트남 요리를 내놓는다.2002년 베트남에서 3명의 경력있는 주방장을 데려와 문을 열었다. 응웬 휘 동(33) 요리사는 “하노이에서 내놓는 쌀국수는 10시간 이상 직접 육수를 끓여 국물을 만든다.”면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깔끔한 맛”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향신료 가운데 통관이 까다로운 것이 많아 현지의 맛을 제대로 내기가 힘들다며 안타까워 했다. 베트남 열매인 타오콰에 재운 닭다리에 파인애플 소스를 얹은 ‘가 솟 즈어(1만 7000원)’는 붉은색 닭다리가 식욕을 자극하고, 과일 소스가 향긋하다. 수입한 바삭한 쌀칩에 해산물 냉채를 얹어먹는 ‘고이 하이 산(1만 2000원)’은 신선하면서도 새로운 맛. 점심 코스는 2만∼2만 7000원, 저녁 코스는 2만 5000∼6만 9000원이다. 위치는 학동 사거리에서 캘리포니아 피트니스 뒤쪽이다. 즈엉 대사가 즐겨찾는 또 다른 베트남 식당은 대사관에서 가까운 광화문 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의 미세스 마이(778-7718). 모임을 위한 별실이 있어 비즈니스 점심을 하기에도 좋다. 다만 일정액 이상 주문을 해야 한다.‘런치의 여왕’이라 자부하는 직장 여성들이 맛있는 점심을 위해 즐겨찾는 곳이기도 하다. 쇠고기 볶음국수(8000원), 연두부 아몬드(1만 3000원) 등 베트남 음식을 응용한 퓨전 요리를 선보인다. 미세스 마이가 내놓는 쌀국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향이 약한 편이다. 국제적인 명성의 베트남 쌀국수 체인점인 포호아(735-6552)는 즈엉 대사보다 이른 1998년 한국에 상륙했다. 대사관에서 가장 가까운 종로점의 위치는 관철동 씨네코아 극장 바로 맞은 편이다. 즈엉 대사는 “호아는 호찌민시에 있는 인기있는 식당 주인 이름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포호아의 쌀국수는 초보자·보통분을 위한 메뉴, 모험가의 선택 등 입맛에 따라 10여가지 이상 준비돼 있다. 초보자를 위한 얇게 썬 안심 쌀국수 작은 것이 8500원, 월남쌈이 2만 5000원이다. ■ 베트남 요리조리 ●닭고기 쌀국수, 포 육수 재료 물 3ℓ, 돼지·닭뼈 1㎏, 새우(껍질벗겨 말린 것)30g, 말린 양파 2큰술, 양파(중자 4등분)1개, 생강(껍질 벗겨 살짝 구워 으깬 것)1톨, 닭가슴살 1㎏,수프(피시 소스(느억 맘) 3큰술, 소금 약간, 재빨리 삶아내 건져둔 쌀국수 2㎏),장식(송송 썬 파 5줄기, 고수풀, 바질, 곱게 썬 홍고추 1개(또는 칠리 페이스트), 라임 1조각, 다진 라임잎 3장, 후춧가루) 만드는 법 (1)곰국 냄비에 닭가슴살을 제외한 육수용 재료를 모두 넣고 끓이다가 불을 줄이고 3시간30분 동안 은근하게 끓인 뒤 뼈를 제거하고 체에 거른다.(2)체에 거른 육수를 다시 냄비에 담고 닭가슴살을 넣어 익을 때까지 25분간 가열한 뒤, 건져 식힌 다음 가늘게 썬다.(3)육수를 다시 체에 거르고 피시 소스, 소금으로 간한다.(4)삶아둔 쌀국수를 그릇에 담고 닭가슴살을 올린 뒤 육수를 붓는다.(5)고수풀 등 야채로 장식한다. ■ 스프링 롤 소 재료 소면국수(따뜻한 물에 15분간 담갔다 2.5㎝길이로 자른 것)45g, 버섯(따뜻한 물에 담갔다 곱게 다져 말린 것)30g, 말린 양파 1큰술, 깨끗이 씻은 게살 100g, 돼지고기 살코기 간 것 400g, 오리알(또는 달걀노른자)2개, 곱게 다진 양파 중간 것 ½개, 다진파 5대, 잘게 썬 숙주나물 200g,소스(피시 소스 4큰술, 씨를 빼고 다진 홍고추 1개, 라임즙 또는 식초 2큰술, 설탕 2작은술, 곱게 다진 마늘 3쪽, 물 2큰술),스프링 롤(물에 적신 투명한 라이스페이퍼 50장, 식용유 500㎖, 양상추, 신선한 민트 잎) 만드는 법 (1)커다란 볼에 모든 소 재료를 넣고 섞는다.(2)작은 볼에 모든 소스 재료를 넣고 젓는다.(3)촉촉한 라이스페이퍼 위에 소를 1큰술씩 올린 다음 단단하게 말아 4∼5㎝길이의 스프링 롤을 만든다.(4)커다란 프라이팬에 기름을 넣고 강한 중불에 달군 뒤 불을 약하게 줄이고 스프링 롤을 5∼6분 튀긴다. 가볍게 바삭이는 느낌이 나면서 너무 단단하거나 지나친 갈색이 나지 않아야 한다.(5)양상추와 신선한 민트, 소스와 함께 낸다.
  • ‘한국판 소칼 어페어’ 김동수씨 이메일 인터뷰

    ‘한국판 소칼 어페어?’ 90년대 초 현실 사회주의권 붕괴와 함께 카를 마르크스는 사라졌다. 그런데 아직 그의 부활을 꿈꾸는 이가 있다. 지난해 ‘자본을 넘어선 자본’을 펴낸 소장학자 이진경(연구공간 수유+너머)이 대표적인 예다. 서문에서 “나는 마르크스가 ‘죽지 않는 사람’임을 믿는다.”고 해, 책을 쓴 이유가 마르크스의 부활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포스트모던 사상가 들뢰즈의 시선을 빌려 마르크스의 대표작 ‘자본론(Das Kapital)’을 재해석했다. 이에 대해 “사실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진경식 재해석을 탄핵하는 주장이 나왔다.‘자본의 두 얼굴’(한얼미디어 펴냄)을 낸 재야학자 김동수다. ‘우파 중에 국부론 제대로 읽은 사람 없고, 좌파 중 자본론 제대로 읽은 사람 없다.’는 게 김동수의 문제 의식이다. 그래서 자본론 원전을 집어들고 직접 대차대조표를 작성한 작업이 바로 ‘자본의 두 얼굴’이다. 이 때문에 인용문이 줄잇는 600쪽짜리의 버거운 책이 됐지만 이 작업을 통해 이진경식 재해석이 마르크스를 되살리기는커녕 외려 ‘두 번 죽이는 일’이라 주장했다. 마르크스가 한 철 지난 유행가처럼 되어 버린 지금, 그래서 스스로 ‘보수주의자’임을 자처하는 김동수와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지식 독점자인 양 행동하는 지식인” 이렇게 많은 분량으로, 정면돌파하듯 반박하는 이유는. -마르크스 왜곡에 대한 비판뿐 아니라, 지나칠 정도로 많다가 90년대 초반 이후 감쪽같이 사라진 이론적 논쟁을 다시 촉구하는 데 목적이 있다. 또 지식인이라는 현학적인 사람들이 지식의 독점자인 것처럼 행동하는데 이것은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진경식 재해석의 맹점은 뭔가. -재해석하면서 고전파와 헤겔을 비난하는데 문제는 그가 고전파와 헤겔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때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왜곡되어 있다. 진보진영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킬 정도다. 이런 주장에 뉴라이트니 하는 움직임은 ‘구좌파’라고 비판하는데. -‘뉴’,‘네오’,‘포스트’ 등의 수식으로 장식된 이론은 대개 수식을 제외하면 별 내용이 없다. 좌파에 대한 비판은, 어쨌든 사회주의는 망했다는 것인데 이는 논리와는 별개다. 망했으니까 나쁘다면 모든 역사는 나쁜 것의 역사다. 구좌파라는 비판에는 관심 없다. 개인적으로 소련이나 북한에 대해 호의적이지도 않다. 그건 좌파가 아니어도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지금 다시 마르크스를 읽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예전부터 마르크스는 잘 읽히지 않았다. 어렵다, 혹은 방대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저임금 강요와 대량해고, 자본가에게는 제한책임을 묻고 노동자에게는 무한책임을 지우는 주식회사제도의 골간은 바뀌지 않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굳이 ‘새로운’이란 수식어를 달지 않아도 마르크스는 여전히 현실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다. ●마르크스 이론은 여전히 유효 그렇다면 마르크스를 되살리자는 뜻인가, 아니면 비판할 점은 있지만 이진경식 재해석은 안 된다는 말인가. -이 책의 주제를 벗어나는 질문이다. 그래도 답하자면 일단 혁명이나 변혁의 꿈은 유효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장기적 전망만큼 현실적 대응도 중요하다. 사실 ‘혁명’은 레토릭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을 드러냄으로써 진보운동이 처한 현실을 제대로 살펴보자고 말하고 싶었다. 민주노총이나 민노당의 주장은 지지자들을 한숨짓게 만든다. 진보진영이 어떤 대안이나 이론이 없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만드는 일에 나서야 한다. 사회주의권 붕괴 뒤 포스트모던이 유행인데 어떻게 보나. -항상 문제의식은 이론이 아닌 실천에 있어야 한다.‘포스트’ 이론의 문제의식은 좀 심하게 말하자면 뭔가 하긴 해야겠는데 무엇을 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라고 본다. 이럴 때는 개인적 반항이 저항으로 미화된다.‘자유로운 개인의 자유로운 연대’라는 코뮤니즘은 멋있기는 하지만 아나키즘 이상의 의미는 없다. 물론 역사·권위에 대한 도전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폭로는 희망이라는 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맹아는 어디까지나 맹아일 뿐이다. ●문제의식은 이론아닌 실천에 있어 그런 주장은 96∼97년의 ‘소칼 어페어’와 비슷한데 그 사건을 어떻게 보나. -참 재미있는 사건이었다. 소칼이 말하고자 했던 것은 프랑스 형이상학과 같은 유의 서술이 사회적으로는 수구의 기반을 다져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결론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통쾌하게 생각하고 소칼과 같은 입장이다. 소칼의 경우 또 다른 상업주의라는 비판도 받았는데 같은 비판이 가능하다고 보지 않나. -그렇게 보는 걸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런데 이런 책이 얼마나 팔리겠나. 마지막으로 ‘자본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자본론은 노동자의 중요한 무기라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런데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는 재벌 남자 주인공이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꼽을 정도로 호사를 누리고 있기도 하다. 지적 과시, 지식 장사용으로 탁월하다. 그러나 그건 자본론의 박제에 불과하다. 자본론이 이용되는 두 방식을 지적하고자 그런 제목을 정했다. ●소칼 어페어(Sokal Affair)란? 포스트모던 이론가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던 사건. 미국 물리학자 앨런 소칼이 96년 최첨단 물리학 이론이 해방이론으로 쓰일 수 있다는 논문을 학술지 ‘소셜 텍스트(Social Text)’에 발표한 뒤 사실 그 논문은 짜깁기 엉터리였다고 고백했다. 포스트모던 이론이 얼마나 겉멋에만 찌들어 있는지 폭로하기 위한 도발이었다. 소칼은 이어 장 보드리야르, 자크 라캉, 줄리앙 크리스테바 등 쟁쟁한 포스트모던 계열 학자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최신 물리학 개념을 아무렇게나 가져다 쓰고 있다는 내용의 ‘지적 사기’를 출간, 유럽 지성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우영희의 출동! 요리구조대]견과류 육수에 메밀국수 넣은 두부전골

    [우영희의 출동! 요리구조대]견과류 육수에 메밀국수 넣은 두부전골

    저는 초등학교 교사로 현재는 육아휴직 중입니다. 우선, 저희집 구성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채식주의자 시어머니, 육식주의자 남편,15개월이 지나 이유식을 하는 아기, 그리고 이들의 입맛을 맞추기 무지 힘들어하는 주부 저랍니다. 각기 식성이 달라 밥상차리기가 무척 힘듭니다. 아기 때문에 외출이 힘들어 특별히 요리학원에 다닐 수도 없거든요. 그렇다고 식구들마다 따로 식탁을 차릴 수도 없고….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신림동에서 사는 결혼 2년차 주부 김영주 드림. “이렇게 입맛이 서로 다르니 모두 좋아하는 상차림이 힘들 것 같아요.” 우영희씨가 걱정의 말로 인사를 건넸다. “정말 힘들어요.” 김영주씨는 우씨를 반갑게 맞으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그렇지만 걱정마세요.” 우씨는 자신감 있게 메밀국수를 넣은 두부전골을 권했다. 육수는 땅콩·호두 등을 갈아 넣어 아기들이 좋아하고, 고기 대신 씹는 질감이 비슷한 버섯을 쓰고, 그러면서 고기는 전혀 사용 안해 채식을 만족시키는 조리법이다. 우씨와 영주씨 두 사람은 단호박 껍질을 깎고 다듬으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두부도 썰고…. 이젠 육수를 만들 차례다. “견과류를 갈 믹서기 어디 있어요?”라는 우씨의 질문에 “믹서기, 없는데요…. 분쇄기로 하면 안 되나요?” 영주씨의 답변이다. “분쇄기는 곱게 갈아지지 않지만 어쩔 수 없지요.” 잣·땅콩·호두를 넣고 갈아 냄비에 물을 부었다. “선생님, 견과류는 위에 떠다니고 물은 아래로 층이 나눠지네요?” 음식이 될까하는 의구심이 섞인 영주씨의 질문이다. “이럴 땐 찹쌀가루를 넣어요. 견과류 입자에 찹쌀가루가 붙어 물에 고루 퍼지게 되거든요.…음, 그래도 견과류 입자가 마구 살아있네요. 역시 믹서기였으면 좋았을 텐데….” “선생님, 그러면 찹쌀가루를 많이 넣으면 되지 않을까요.” “찹쌀가루가 많이 들어가면 죽같이 되니 오히려 맛이 떨어져요.” 우씨가 말렸다. “먼저 불을 켜 끓기 시작하면 소금으로 간을 맞춰요. 맛소금이 아니라 굵은 소금을 이용하세요. 그리고 육수가 끓으면 불을 줄이고 소스를 만들지요. 소스는 매우 간단해요. 간장·설탕·생수·식초를 넣어 설탕이 녹을 때까지 저으면 돼요.” “육수가 정말 고소하고 너무 맛있어요, 선생님, 이것 ‘족보’가 있는 음식인가요?”영주씨는 처음 보는 음식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제가 개발한 음식이에요. 다니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어놓고 집에 가서 빨리 시험해보지요. 교사인 영주씨가 항상 교재 연구하는 것과 일맥상통할 것 같은데요.” 우씨는 요리연구가의 일면을 살짝 드러냈다. “호박은 5분간 익히지만 메밀은 반쯤 익혀요.” 우씨의 설명이 계속된다.“메일국수가 다 익으면 금방 붇거든요. 그렇게 육수에 넣으면 전분 성분이 육수를 죽같이 만들어버리지요…. 반쯤 익혀야 국수가 쫄깃하지요.” 호박이 익자 두부·시금치·버섯을 넣어 살짝 익혔다. 이때, 벨이 울리며 영주씨의 시어머니가 귀가했다. 흐뭇한 시어머니, 우선 육수 맛을 보고 버섯과 호박을 소스에 찍어 맛보면서 “너무 고소하고 담백하면서 맛있네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육수라면 다시마·멸치·가다랑어만 생각했는데 견과류 육수라니, 고소하면서 색다른 맛이 난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시어머니 칭찬에 자신감 100% 충만한 영주씨,“다음주에 시어머님 생신 때 다시 한번 해야지.”라며 결심을 다졌다. ■견과류 육수에 메밀국수 넣은 두부전골 재료두부 1모(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한다), 단호박 ½개(얇게 편으로 썬다), 시금치 200g(먹기 좋게 손질한다), 느타리 버섯 150g(손으로 찢어 준비한다). 메밀국수 200g(반쯤 익도록 삶아서 준비한다) 육수(잣·땅콩·호두·찹쌀가루 ½컵씩:물 7컵을 넣어 믹서에 곱게 갈아 준비한다),소스(간장·식초·설탕·물·양파즙 2큰술씩) ①믹서에 갈아 놓은 육수를 전골냄비에 넣고 저어 가며 끓여 준다. ②끓기 시작하면 메밀국수를 제외한 모든 채소를 넣고 끓인다. ③앞 접시를 준비하여 익힌 야채를 소스에 찍어 먹은 다음 메밀국수를 넣어 끓여 식사로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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