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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젝의 ‘신체없는 기관 해본 ‘들뢰즈의 정체’

    “손쉬운 정치적 번역이 아니라 들뢰즈 본연의 철학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가 노마디즘을 비판<서울신문 6월1일자 보도>한 뒤, 들뢰즈의 ‘정체’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이정우 철학아카데미 대표와의 논쟁을 통해 홍 교수는 들뢰즈를 ‘마르크스·엥겔스의 후계자’로 규정한 뒤 그럼에도 ‘탈 영토화’로 상징되는 들뢰즈의 변혁전략이 현실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멋들어진 아나키즘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들뢰즈는 이제 폐기돼야 하는가. 이때 ‘신체없는 기관’이 번역·출간된 것은 적절한 시점으로 보인다. 저자는 영화판에서부터 소문이 퍼지기 시작해 상당한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동유럽의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그는 들뢰즈 사상의 핵심은 초기의 단독 저술에 담겨 있다면서, 가타리와 함께 쓴 후기 저술(‘앙티-외디푸스’,‘천개의 고원’)이나 미국식 정치적 번역이 담긴 ‘제국’(네그리·하트)을 통해 알려진 들뢰즈의 모습은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아예 가장 대척점에서 서 있는 헤겔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철학자가 들뢰즈라고 규정한다. 번역을 맡은 이성민 도서출판b 기획위원에게 이번 책의 의미에 대해 들었다. ▶최근 노마디즘 논쟁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들뢰즈 본연의 철학과 그 정치적 번역은 다르다.‘유목주의’나 ‘자율주의(아우토노미아)’는 본연의 철학과는 거리가 있다. 홍윤기·이정우 논쟁에서 주목해볼 점은 이정우 대표가 시중의 해석 대신 들뢰즈 본연의 철학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이다. 지젝도 후기 들뢰즈적 경향을 ‘손쉬운 정치적 번역’이라 폄하한다. ▶지젝도 들뢰즈적 실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 아닌가. -지젝도 평가하듯 들뢰즈는 스피노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냈다. 그러나 이 해석은 중립적이다. 예컨대 지젝은 “‘제국’에서 다수성(다중·multitude)은 저항의 힘이지만, 스피노자에게는 근본적으로 애매하다.”고 말한다. 저항도 야만적 폭력일 수 있다. 그래서 유목주의자 혹은 자율주의자는 좀 더 ‘따분한’ 이론적 작업을 해야 한다. 동시에 ‘구좌파’,‘독단주의자’,‘원칙주의자’가 들뢰즈를 받아들였으면 한다. 인간 주체가 여전히 집단적으로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들뢰즈와 진정으로 만났을 때, 변화를 위한 작은 공간이 열릴 것이다. ▶결국 들뢰즈가 헤겔을 부활시켰다는 것인데, 이게 들뢰즈의 의도인가. -궁극적으로 들뢰즈를 ‘다르게’ 읽는다면, 헤겔을 부활시킬 수 있다. 지젝은 헤겔이, 들뢰즈가 견디기에는 너무 가깝다고 한다. 그는 둘이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들뢰즈를 다시 읽는다. 물론 여기에는 헤겔을 재해석하는 지젝의 작업이 깔려 있다. 조만간 지젝의 동료 돌라르가 헤겔의 ‘정신현상학’의 해설서를 낸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이번 책에서 이미 우리는 ‘새로운’ 헤겔을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들뢰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내가 느끼기에 지젝은 동유럽 지식인임에도 ‘유럽주의자’다. 지젝은 유럽을 사랑하고 유럽의 가치를 높이려 한다.‘낡은 유럽’이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들뢰즈를 받아들일 때 한국적 현실을 고민하는 것은 패배적인 관점이다. 들뢰즈의 보편성을 껴안아야 한다.‘손쉬운 정치적 번역’ 대신 ‘본연의 철학’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으로, 가장 과감하게 끌어안아야 한다. ☞아래는 이성민씨 인터뷰 전문입니다. ▶최근 들뢰즈의 노마디즘 개념에 대한 혼돈이 많습니다.대개 철학하시는 분들은 어떤 추상적인 관념으로 이해하시는 반면,다른 분야에 계신 분들은 실제적인 측면에 주목하는 듯 합니다.즉 무조건 대규모의 이동이 일어나야 노마디즘 현상으로 파악한다는 겁니다.단적인 예가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천규석의 “유목주의는 침략주의다”겠지요.천규석의 문제의식만이 아닌 것이 노마디즘 관련된 토론장에 들렀더니 모든 분들이 천규석의 문제의식과 비슷한 질문을 던졌습니다.대체,철학적인 개념을 넘어섰을 때 유목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해석되고 이해될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종종 한 철학자의 위대함은,진정으로 새로운 개념을 우리에게 선물한 사실에 있습니다.그 점에서 들뢰즈는 위대한 철학자입니다.들뢰즈와 관련해서 우리는 두 가지를 가지고 있습니다.하나는 들뢰즈 본연의 철학입니다.그리고 다른 하나는 들뢰즈 철학의 정치적 번역들입니다.제 생각에,“유목주의”나 “자율주의” 등은 후자에 속하는 것입니다. 들뢰즈는 자신의 철학이 정치적으로 번역되는 데 스스로 협조한 적이 없지 않습니다.우리는 그것이 가타리와 협력한 들뢰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하지만 우리가 그곳에서,즉 ‘안티-오이디푸스’나 ‘천개의 고원’에서 보는 것은 들뢰즈 철학 본연과는,들뢰즈의 독창적인 철학적 성취와는 거리가 있습니다.그것들은 그러한 성취가 정치적으로 번역될 수 있는 한 가지 길을 가리킵니다.그것도 매우 손쉬운 길을 말입니다. 유목주의와 관련된 최근의 논쟁에서 이정우 씨는 분명 들뢰즈-가타리의 개념을 들뢰즈 본연의 철학적 관점으로,예컨대 ‘의미의 논리’의 들뢰즈의 관점으로 환원시켜 해석하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저는 이러한 시도를 통해 이정우 씨가,비록 들뢰즈 철학의 또 다른 정치적 번역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는 않지만,적어도 그러한 길을 열기 위한 작은 이론적 틈새를 열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우리는 그러한 틈새가 보일 수도 있는 곳에서 그의 말을 경청해야 합니다.우리는 그가 천규석 씨를 정념적으로 비판하는 곳에서 그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그가 최근에 유행하는 들뢰즈적 개념들의 해석적 경향성을 비판하면서,그것을 본연의 철학적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하는 지점에서 그의 말을 경청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천규석 씨와 이정우 씨가 둘다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없지 않다고 봅니다.왜냐하면 들뢰즈 본연의 철학과 들뢰즈와 가타리의 협력적 작업 사이에는 어떤 간극이 있기 때문입니다.예를 들어 ‘안티-오이디푸스’나 ‘천 개의 고원’이 최근에 한국에서 쟁점이 된 “유목주의”나 아니면 네그리-하트 식의 “다중”과 관련해 내용적으로 전혀 무관할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지젝은 이와 같은 후기의 들뢰즈적 경향을 비판합니다.그것을 손쉬운 정치적 번역이라고 폄하하면서 말입니다.저는 그의 말에 동의합니다. ▶이에 대해 홍윤기는 들뢰즈는 영락없이 맑스와 엥겔스의 후계자이지만,그 문제의식은 높게 평가해도 구체적인 실천의 효과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지젝이 하고 있는 작업이 홍윤기의 주장과 비슷해 보이는데,그렇게 이해해도 될까요.차이가 있다면 어디서 차이가 날까요. -들뢰즈 사상의 핵심적 측면은 전통적 맑스주의자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볼 수 있게 해줍니다.그는 스피노자의 사상을 현대적인 것으로 재해석해내는 데 성공함으로써,오늘날의 사회를 분석하려고 하는 사람이 무엇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지젝은 들뢰즈의 그러한 공헌을 인정하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예컨대 존재의 일의성이나 정서적 강도 같은 개념들은 그 자체로 매우 강력한 개념들입니다.지젝은 우리가 오늘날 일상생활에서조차 그러한 개념들을 매번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현실은 추상적 개념과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우리가 반지성적 분위기에 맞서 싸워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이러한 개념들이 그 자체로 좋은 것이거나 나쁜 것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지젝의 말처럼 그것들은 그 자체로 “중립적인” 것입니다.예컨대 지젝은 ‘신체 없는 기관’ 76쪽에서 “‘제국’에서 다수성(다중)은 저항의 힘으로 찬양되는 반면,스피노자에게서 군중으로서의 다수성 개념은 근본적으로 애매하다”라고 말합니다.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적실한 통찰들입니다.다수성이랑 권력에 대한 저항인 동시에 야만적이고 비합리적인 폭력의 폭발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대중들의 이와 같은 “유목적” 특성을 곧바로 정치적으로 긍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지만,우선은 그 지점에서 멈추어서,좀더 고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유목주의자들이나 자율주의자들은 제 생각에 바로 그렇게 사색을 위해서,“따분하고” 순수한 이론적 작업을 좀더 밀고 나아가기 위해서,사유의 근본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잠시 멈추어 설 필요가 있습니다. 들뢰즈의 성취는 우선은 “철학적으로” 흡수되어야 합니다.우리가 오늘날 아쉬워해야 하는 것은 들뢰즈 사상의 정치적 해석이 다양한 논쟁들과 더불어 풍요로운 가운데,들뢰즈 본연의 철학적 측면이,다시 말해서 “현대성 그 자체”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들뢰즈는 현대의 바로 그 철학자입니다.따라서 저는 맑스주의자들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다고 봅니다.다시 말해서 저는 구좌파적 문제의식을 놓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이제라도 들뢰즈를 이론적으로 읽기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들은 오늘날도 역시 간단한 세미나나 포럼을 마치고 그 유명한 뒤풀이에 몰두하고 있습니다.제가 보기에 그들은 공부하지 않습니다.하지만 들뢰즈는 피해갈 수도,간단히 정치적으로 번역할 수도 없습니다.저는 저 유명한 “포스트모던적” 주체들이 들뢰즈를 받아들이기를 바라지 않습니다.저는 여전히 구좌파적인 사람들이,“독단주의자들”이,“원칙주의자들”이 들뢰즈를 받아들이기 바랍니다.사회의 거시적 변화를 아직도 믿고 있는 사람들이 들뢰즈와 진정으로 조우할 때,인간 주체가 여전히 집단적으로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들뢰즈와 진정으로 조우할 때,그때 진정한 변화를 위한 작은 공간이 열릴 것입니다. ▶그렇다면 들뢰즈는 헤겔의 부활을 꿈꾸는 또 다른 헤겔의 얼굴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까.들뢰즈가 궁극적으로 의도한 것은 헤겔을 죽이겠다는데 있는게 아니라 철저하게 죽이는 액션을 취함으로써 헤겔을 부활시키는 것이었습니까.그렇다면 진정한 의도였을까요 아니면 고려하지 못한 역풍이라고 봐야 할까요. -흥미로운 물음입니다.들뢰즈가 결국 그러한 일을 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군요.헤겔을 부활시킨 것이 지젝이 아니라 들뢰즈일지도 모른다는 물음은 우리로 하여금 시간의 변증법을 성찰하게 만드는군요.시간의 경과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어떤 “운명”이나 어떤 “필연성” 같은 것을 말입니다.저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우리가 궁극적으로 들뢰즈를 “다르게” 읽는 데 성공한다면,그로써 헤겔을 부활시킬 수 있다고 말입니다.지젝의 말처럼 헤겔은 들뢰즈가 견디기에는 들뢰즈에게 너무 가까운 철학자였습니다.지젝은 바로 그 지점에서,그 둘이 가장 가까운,혹은 거의 차이가 없어지는 지점에서,들뢰즈를 다시 읽기 시작합니다.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지젝의 독자적인 공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들뢰즈가 헤겔을 부활시키기 전에 헤겔 그 자신이 재해석되어야 했습니다.그것은 지젝의 몫이었습니다.라캉도 그것을 해내지는 못했지요.오늘날 라캉주의가 철학과 그 자체를 장악하고 있는 유일한 대학인 류블랴나 대학에서 그들은 그것을 해내고 있습니다.조만간 지젝의 동료 돌라르가 헤겔의 ‘정신현상학’을 해설한 책을 낸다는 소식이 들립니다.하지만 이미 이루어진 지젝의 작업을 통해서도 우리는 “새로운” 헤겔을 맛볼 수 있습니다. ▶감히 추론입니다만은,들뢰즈를 이런 방식으로 읽는 것은 지젝이 동유럽 지식인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걸까요.하트가 들뢰즈를 미국식으로 독해해버리는 것처럼 말입니다.그런 차원에서 보자면,지젝이 시사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서구 선진국의 잣대를 함부로 끌어들이지 않는다는 점이 될 수 있을까요.그리고 그런 측면,즉 맥락의 차이를 간과해버린 것이 한국에서의 들뢰즈 열풍이 놓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인상”만을 가지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이 경우는 그래야 하겠군요.그러니 제 말이 그 이상으로 읽히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하지만 제 인상이 “독서”에서 나온 것이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제가 받은 인상으로,지젝은 “유럽주의자”입니다.오늘날 진정한 유럽주의자가 서유럽이 아닌 동유럽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입니다.하지만 여하간 지젝은 유럽의 유산을,유럽의 문명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입니다.물론 정신분석도 유럽에서 탄생한 것이 사실이지만,그보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철학을,라캉과는 달리,비판하지 않고 궁극적으로 껴안는 것은 그가 유럽주의자이기 때문입니다.조 기자 님의 말씀처럼,그는 “서구 선진국의 잣대”를 함부로 끌어들이지 않습니다.그 대신 그가 하는 일은 역으로 바로 그것의 가치를 높이는 일입니다.그는 “낡은 유럽”이 스스로의 가치를 바로 그 유럽적 방식으로 재창안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민주주의를 창안했듯이 말입니다.그는 지성적 영역에서 스스로 그 과제를 떠맡고 있습니다. 들뢰즈를 우리가 수용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것을 한국적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서는 안 됩니다.그것은 패배적인 관점입니다.오히려 우리는 들뢰즈 사상의 가장 보편적인 측면을 껴안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제가 들뢰즈 사상의 “철학적” 논의를 강조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좀 역설적이게 들리겠지만,서구 선진국의 잣대를 함부로 끌어들이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가장 근본적으로,가장 과감하게 끌어들이는 것입니다.“적용”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지젝은 들뢰즈를 해석하는데 있어 알랭 바디우를 지속적으로 인용하고 있는데,지젝이 알랭 바디우에서 벗어나는 지점은 어디 입니까.아니면 전적으로 바디우적 해석 위에 서 있다고 봐야 합니까. -바디우는 라캉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몇 안 되는 철학자 가운데 한 명입니다.그렇기 때문에 바디우와 지젝 사이에 공통점이 생기는 것이지요.하지만 지젝의 해석은 바디우에 토대하고 있지 않습니다.오히려 라캉과 헤겔에 토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지젝과 바디우의 차이에 대해서는 제가 아직 답변을 드리기 곤란합니다.저는 바디우의 철학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지 못합니다.그리고 관통하고 있지 못한 그 무엇에 대해,이 경우라면 입을 다물고 있겠습니다.하지만 이 경우에라도 어떤 인상에 근거해서 말하자면,바디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진지한 철학자인 반면,지젝은 진지하지 않은 것에서도 내기를 걸 줄 압니다. ▶도서출판b와 자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 -저는 현재 도서출판b에서 기획일을 하고 있습니다.공식적인 직함은 “기획위원”입니다.제 관심사는 한국에서 진정한 지적인 전통이 “부활”하는 것에 일조하는 것입니다.그래서 현재는 이와 관련하여 지적인 담론의 장을 심화시키기 위해 번역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가끔씩 기고를 하거나 강의를 하거나 하지만 말입니다. 저는 대학(서울대 영어교육과)에서 언어학에 매료되어 있었습니다.그 당시 촘스키의 언어학이 유행이었지요.덕분에 저는 언어학과 분석철학에 입문하게 되었고,당시의 맑스주의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하지만 졸업을 하면서 맑스주의와 유럽의 철학에 몰두하게 되었지요.분석철학의 장점은 그것에 매료된 사람으로 하여금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동시에 깨닫게 해주는 데 있습니다.제가 마이클 하트의 들뢰즈에 대한 책을 번역하게 된 것은 그 무렵이었습니다.저는 일정정도 자율주의자인 조정환 씨와 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하지만 궁극적으로 저는 라캉에게 귀착하게 되었습니다.저는 서울대 미학과 대학원을 진학하면서,라캉을 알게 되었고,그것이 궁극적인 학문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서 말한 지적인 전통의 부활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에 있다기보다는 선생들을 길러내는 데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라캉이 말하는 “주인담론”의 시대에,혹은 권위주의의 시대에,권위자들은 선생을,즉 가르칠 사람을 키우는 데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그 때문에 더욱 혹독한 도제 시절을 겪게 했지요.오늘날 이러한 연결고리는 무너졌습니다.저는 이러한 연결고리를 다시 소생시키는 일이라면 바로 그곳에 기여하고 싶습니다.그리고 우리가 “생산”이 아닌 “재생산”을 강조해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생산은 생산물을 만들어냅니다.잘 교육받은 교양 있는 학생들을 말입니다.하지만 재생산은 선생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능한 선생들입니다. 저는 제가 번역한 책들이 앞으로 선생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원합니다.저는 제가 번역한 책들이 대철학자를 꿈꾸면서 언제까지나 학생으로 남아 있을 운명인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원하지 않습니다.얼마전 도서출판b는 출판사를 확장했습니다.그래서 작은 세미나 공간이 생겼지요.그곳은 신림동 혹은 난곡에 위치하고 있는데,저는 그곳을 “난곡연구소”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합니다.저는 거기서 학생들을 데리고 세미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저는 거기서 선생들을 키우는 작업에 헌신할 생각입니다.라캉주의의 교조적인 모습이 저를 매혹시키는 것은,바로 이러한 오래된 진리를 새롭게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책꽂이]

    ●경계를 넘는 여행자(지명관 지음, 다섯수레 펴냄) 전쟁과 혁명의 시대를 살아온 저자(전 한림대 교수)의 자서전. 저자는 해방의 날의 한 풍경을 이렇게 적고 있다.“…주어진 해방이라는 상황에 감사할 뿐이었다. 이미 교실에는 중국 동북부 만주에서 철수해온 일본인들이 거처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교실 벽에서 ‘가미다나(神棚·집안에 신을 모셔놓은 감실)를 끌어내려 운동장에서 불태웠다.” 정주보통학교에 입학해 공산주의자인 정품인 선생과 인연을 맺었지만 이데올로기 문제로 결별한 일, 한·일협정 반대운동의 중심에 섰던 ‘사상계’를 창간한 장준하와의 인연 등을 들려준다.1만 2000원.●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지음, 정은주 풀어씀, 풀빛 펴냄) 루소, 톨스토이의 ‘고백록’과 더불어 세계 3대 고백록으로 꼽히는 작품. 로마제국 말기 청년시절을 보낸 아우구스티누스는 서른 네 살에 세례를 받고 기독교로 회심하기까지 마니교, 회의주의, 신플라톤주의 등 만만찮은 사상적 여정을 거쳤다. 육체적 쾌락에도 흠뻑 빠졌다. 이 책은 그 젊은 날의 방황과 아름다운 구원을 보여준다. 기독교 사상의 핵심인 삼위일체 문제, 천지창조에 대한 해석, 예정설 등을 다룬다.9000원.●유럽의 폭풍, 게르만족의 대이동(페터 아렌스 지음, 이재원 옮김, 들녘 펴냄) 일반적으로 게르만족의 대이동은 훈족이 유럽에 침입한 서기 375년에 시작돼 롬바르드족이 이탈리아를 정복한 568년에 끝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이미 기원전부터 북유럽에 살던 게르만족들이 척박한 환경을 피해 로마를 침략하는 일이 빈번했으며, 갈리아지방을 비롯한 로마제국의 영토에 정착해 동화된 부족들도 많았다. 이 책은 게르만족이 역사에 등장한 초기부터 서기 800년 프랑크 왕국의 샤를마뉴 대제가 신성로마제국 황제에 즉위함으로써 유럽이 탄생할 때까지 대략 1000년에 걸친 유럽의 초기 역사를 다룬다.1만 3000원.●일연을 묻는다(고운기 지음, 현암사 펴냄) 고려 충렬왕 때의 승려 보각국사 일연은 칭기즈칸이 몽골을 통일하고 황제에 즉위한 해인 1206년에 태어났다. 나면서부터 준수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의표가 단정하고, 걸음걸이는 소와 같고, 호랑이의 눈을 지녔다고 하니 예사 소년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세상 밖으로 벗어나기를 꿈꿨던 소년은 고향 경산을 떠나 광주 무등산의 무량사로 들어갔다. 그리고 학문과 신앙을 두루 갈고 닦아 삼국유사라는 기념비적 대작을 남겼다. 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약소국의 비애를 절감한 13세기 지식인 일연의 일대기를 다룬다.1만 5000원.●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거버넌스와 개혁(남궁근 등 지음, 한울아카데미 펴냄) 스칸디나비아 국가는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 3국을 일컫는 말로, 보통 핀란드는 여기서 제외된다. 핀란드를 포함한 4개국을 묶어 북유럽국가(Nordic Countries)라 부르기도 한다. 이 책에선 국내에 널리 알려진 대로 핀란드까지 포함한 4개국을 스칸디나비아 국가라 부른다. 발트해와 북해 주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지난 20여년간 진행해온 거버넌스 개혁 사례들을 소개.2만 5000원.●인류의 미래사(워런 와거 지음, 이순호 옮김, 교양인 펴냄)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전 세계가 극단적인 자본주의 체제로 뒤덮인 1995년부터 2200년까지의 역사를 다뤘다. 대부분의 미래학 책들이 과학기술문명을 중심으로 하는 것과 달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을 포괄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의 미래학자인 저자는 탐욕스러운 자본주의체제에 뒤이어 인류의 염원이 담긴 두 사회가 차례로 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1만 8000원.
  • [e-키친 e-세프] 두부스낵

    [e-키친 e-세프] 두부스낵

    “안녕하세요~. 예쁜 두 딸을 두고 있는 평범한 주부이고, 네이버에서 ‘미애’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블로거이기도 하지요. 서울신문의 주말 매거진 ‘We’를 통해 여러분을 만날 수 있어 행복합니다.  ” 지구촌 전체가 뜨거운 월드컵의 열기에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개최국 독일과 우리나라와의 시차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우리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기원하는 뜨거운 응원을 보냅니다. 주변에서 월드컵 때문에 몸무게가 늘었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자주 듣습니다. 당연하지요. 새벽에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안주 삼아 맥주, 치킨 등을 먹다 보면 어느덧 늘어버린 허리띠. 보기만 해도 원망스럽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저칼로리 영양식인 두부로 요리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두부는 밭에서 나는 고기인 콩으로 만들어 영양도 만점이고 포만감을 쉽게 느끼게 해줍니다. 칼로리가 낮아 월드컵을 위한 음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또한 두부스낵은 맥주와도 궁합이 잘 맞습니다. # 재료는 강력분(밀가루) 300g, 설탕 90g, 달걀 1개, 소금 5g, 생강가루 1 작은술(또는 생강즙 1작은술), 두부 200g, 검정깨 200g # 만들기 1. 두부를 으깨서 면 보에 넣어 물기를 짜준 후 달걀을 넣고 고루 섞어준다. 2. 설탕, 소금, 검정깨, 생강가루를 넣고 혼합한다. 3.(2)에 밀가루를 체쳐서 넣는다. 4. 모든 재료가 한 덩이가 되도록 뭉쳐 준 후에 30분가량 놓아둔다. (반죽이 마르지 않도록 비닐이나 랩으로 잘 덮어주세요.) 5.30분 정도가 지나면 반죽을 밀대로 밀어 두께 1㎜ 정도로 얇게 밀어 놓는다. (되도록 얇게 밀어야 튀기고 나서 바삭하답니다.) 6. 너비 1㎝, 길이 3㎝ 정도 마름모 모양으로 자른다. 7.180℃ 정도의 튀김기름에 1분 정도 튀긴다.(노릇한 색깔이 나면 얼른 꺼내야 타지 않는다.) 바싹 바싹 고소한 두부 튀김과 함께 태극전사 파이팅!!!.
  • SK텔레콤 ‘글로벌 행보’ 가속

    SK텔레콤 ‘글로벌 행보’ 가속

    ‘베트남에서 미국으로, 다시 아시아의 중심 중국으로…그 다음은?’ SK텔레콤의 글로벌 전략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달 미국 어스링크사와의 합작법인인 ‘힐리오’라는 이름으로 미국 전역에 이동통신 상용 서비스를 하고 있는 SK텔레콤은 21일 중국내 2위 이통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과의 배타적 제휴를 통해 중국 이통사업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SK텔레콤이 해외진출한 곳은 베트남, 미국, 몽골, 일본 등 5개국에 이른다. ●단말기등 6개 분야 전략적 제휴 SK텔레콤이 차이나유니콤에 투자하는 규모와 방식은 10억달러(9600억원)로 차이나유니콤 홍콩상장법인 CUHK 전환사채(CB)를 매입하는 것이다.3년 만기 사모 CB다.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CUHK 외국인 지분 중 가장 많은 6.63%에 해당한다. 제휴 분야는 ▲단말기 ▲플랫폼 ▲마케팅 ▲부가가치 서비스 ▲인프라 ▲네트워크 등 6개 부문이다. 김신배 사장은 “세계 최대의 시장과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결합함으로써 세계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시장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고 중국에서도 CDMA 사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B 인수는 단순한 자금 투자가 아니라 ‘배타적·포괄적 제휴’를 의미한다. 내년 말까지 18개월 동안 배타적 제휴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즉, 차이나유니콤이 SK텔레콤에 타 업체의 사업 침범을 허용치 않는 배타적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지분 투자와 CB 매입을 놓고 막판까지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의 3세대(3G) 이동통신 기술표준이 확정되지 않는 등 시장의 불확실성 때문이다. 다시 말해 차이나유니콤이 올 12월 통신시장 개방과 함께 추진할 3G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되는가의 문제다. 서진우 신규사업부문장(전무)은 “지분투자 등 추가투자는 3G의 모습이 어떻게 펼쳐질지 등을 면밀히 분석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사업 시너지 효과 기대 이번 제휴는 차이나유니콤이 연초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유니콤 가입자 1억 3100만명 중 9700만명이 GSM 방식을 쓰고 있다. 그만큼 차이나유니콤은 CDMA 사업이 약한 편이다.CDMA의 발전적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차이나유니콤 입장에선 CDMA 세계 최고수준인 한국의 기업이 필요했다고 SK텔레콤측은 설명한다. 기술이나 사업 역량, 지리·문화적 근접성, 양사간 관계 등도 고려됐다. 양사는 1차로 CDMA와 중국 독자방식인 TD-S CDMA 사업에 주력하고 2차로 유럽형 3세대 서비스인 ‘WCDMA’ 시장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어 우리가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와이브로(휴대인터넷),HSDPA(고속하향패킷전송),DMB 등 한국의 기술을 전파할 수 있다. 단말기 부문은 팬택과 함께 중국에 설립한 단말기 제조업체를 통해 3년간 400만대를 공동 구매해 1500억원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SK텔레콤은 또 부가가치 서비스 협력에서도 자사 중국법인인 ‘UNI SK’와 공동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부가가치 부문에서는 자동로밍 등 무선인터넷 서비스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포괄적 협력에 대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했다.”는 평가와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엇갈렸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맥도널드, 中입맛 잡나

    #2008년 4월. 올림픽 개막을 넉달 앞둔 베이징 거리에서 가장 흔한 건 맥도널드의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색 ‘M’자가 아닐까.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기업인 미국 맥도널드가 중국 대도시뿐 아니라 시골 주유소의 풍경마저 바꿀 기세이다. 중국인에게는 아직 생소한 승용차 안에서 주문하는 방식인 ‘드라이브 스루(drive-through)’ 점포가 대량으로 생기기 때문이다. 맥도널드는 20일(현지시간) 중국 최대 국영 정유그룹인 시노펙(Sinopec)과 패스트푸드점 사업을 합작한다고 발표했다. 맥도널드 마이크 로버츠 최고경영자는 “이번 합작은 중국 맥도널드의 차세대를 기념할 진전”이라고 자부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국언론들은 16년 전 중국에 처음 문을 연 맥도널드가 ‘패스트푸드와 주유소의 결합’으로 중국의 자동차 문화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도널드가 현재 중국에서 운영하는 점포는 762개로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의 2.5%이다. 그러나 운영 중인 ‘드라이브 스루’ 점포는 상하이 푸둥 등 3곳에 불과하다. 맥도널드는 베이징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까지 매주 2개씩,1년에 100여개의 점포를 늘릴 계획이다. 중국 전역에 있는 시노펙 주유소 3만여곳과 매년 새로 만드는 500여곳의 주유소에 점포를 유치한다는 전략이다.드라이브 스루는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톈진, 우한, 청두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대된다. 중국 내 드라이브 스루 규모는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타이완 등 4개 나라를 합친 1000여개와 거의 맞먹게 될 전망이다. 맥도널드가 대량으로 점포를 확보하게 됨에 따라 강력한 경쟁업체인 KFC에는 비상이 걸렸다. 현재 중국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는 KFC. 중국의 KFC 점포는 맥도널드보다 2배 이상 많은 1600개다.KFC의 최대 해외 시장은 중국이다. 맥도널드는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고용된 중국인은 5만명. 비용 절감과 중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식재료의 95%를 중국산으로 쓰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전년보다 30% 늘어난 419만대. 올 1·4분기 판매량은 173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8%나 늘어났다. 중국에서 자동차 구입이 가능한 6만위안(약 710만원) 이상을 저축한 소비층은 1억명이나 된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사서 가지고 가는(take-out)’ 음식보다는 식당에서 앉아 먹는 걸 즐긴다. 중국의 ‘테이크 아웃’ 시장은 전체 패스트푸드의 10%에 불과하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대도시의 바쁜 중산층 식생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대 경제도시인 상하이의 회사원 스자칭은 “종종 승용차 안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중국 대도시의 삶은 매우 빠르다.”고 말한다. 맥도널드 중국법인의 제프리 슈워츠 회장은 “중국의 자동차 보급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드라이브 스루가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월드 리포트] 인기 더하는 中애창곡 ‘칭짱고원’ 티베트의 대중화권 순응 메시지

    [월드 리포트] 인기 더하는 中애창곡 ‘칭짱고원’ 티베트의 대중화권 순응 메시지

    “나는 보았네. 첩첩이 이어지는 산, 첩첩이 겹쳐진 산천을….” ‘칭짱 고원(靑藏 高原)’이란 노래의 일부다. 나온 지 여러 해지만 인기가 날로 더해간다. 중국 각급 기관의 간부급 인사들이 노래를 부르는 자리에서라면 어김없이 신청되는 곡이다.“웅혼(雄渾)하고, 큰 기상이 넘치며 (중화)민족의 특색을 잘 드러냈다.”는 칭찬이 따라 붙는다. 이 노래는 음역이 엄청나게 넓다. 아무나 소화해내기 어렵다.“가수 지망생들의 성량과 음역을 테스트할 때 쓰인다.”는 정도다. 누군가 이 노래를 선택했다면, 자신도 ‘중국 전통식 발성법’이 가능하다는 걸 자랑하고 있는 것쯤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노래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칭짱고원이 가진 ‘상징성’과, 노랫말의 ‘함축성’ 때문이다. 칭짱고원은 시짱(西藏)고원이라고도 한다. 창장(長江)과 황허(黃河)의 발원지이다. 평균 해발고도 4500m로 ‘세계의 지붕’으로도 불린다. 북으로 쿤룬(崑崙)산맥, 남으로 히말라야산맥과 잇닿으며 대부분 시짱자치구, 즉 티베트 지역에 펼쳐진다. 때문에 칭짱고원의 이미지는 ‘티베트’가 연상시키는 많은 것과 겹쳐진다.‘소수민족’ ‘달라이라마’ ‘분리운동’ ‘탄압’과 ‘인권’ 등이 그것이다. 중국이 극도로 꺼려하는 이 상당수 단어 가운데 ‘분리 움직임’은 티베트가 갖는 핵심 이미지랄 수 있다. 사실 노랫말은 이 모든 걸 비유로 담고 있다.“첩첩이 이어진 산천, 누가 가져다 준 태초의 외침인가. 누가 남긴 천년의 기원인가.” 산 위에 산, 물 뒤에 물을 들어 분리 움직임을 작은 몸부림으로 치부했다. 대자연에, 큰 흐름에 순응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셈이다. 오는 7월1일이면 이 곳에 기차가 들어간다. 세계 철도 사상 제일 높은 곳에 부설된 칭짱 철도는 ‘하늘의 길’로도 불린다. 티베트에 연결되는 첫 철도라는 의미가 심대하다. 달라이 라마나 인권단체들은 티베트에 더 많은 압력이 더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목소리는 노랫말처럼 ‘태초의 외침’에 묻히고 말 것이다. 그리고 철마는 달릴 것이다. 동서(東西)의 많은 것들을 실어나르며 중국 정부의 기대대로 중국을 더욱 융화시켜 나갈 것이다. 노래의 웅장함은 이 ‘거대한 화합’을 앞서 찬미한 것이다. 중국의 지식인들이 감탄해 마지않는 노랫말과 곡은, 군인 출신 장천일(張千一)의 작품이다. 60년생으로 조선족이다. jj@seoul.co.kr
  • [꽂혔다 STAR] 가나 아사모아 기안

    주름진 얼굴만 보면 영락없는 백전노장이다. 상대 수비 1∼2명이 에워싸도 흑인 특유의 흐느적거리는 드리블로 제쳐 버리고, 때로는 폭넓은 시야로 반대편의 동료에게 쑥 넣어주는 날카로운 패스를 보면 베테랑의 여유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검은 별’ 가나의 스트라이커 아사모아 기안(21·모데나)은 아직 스물 한 번째 생일도 지나지 않은 ‘영건’이다. 물론 축구천재에게 나이 따위는 무의미하다.18일 새벽 열린 가나-체코전에서 기안은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 체코의 포백라인을 ‘데리고 놀다’시피 했다. 전반 2분 상대 문전을 호시탐탐 엿보던 기안은 미드필더 스티븐 아피아(페네르바체)가 크로스를 올리려는 순간, 체코 수비의 위치를 확인했다. 오프사이드를 피한 채 수비보다 한 발 뒤에서 아피아의 크로스를 연결받은 기안은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주저없이 왼발 땅볼슛을 날렸다. 후반 20분 기안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두 번째 득점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관중석에 울리는 호각소리를 심판의 휘슬과 혼동해 킥을 날려 옐로카드를 받았다. 순간 심박동이 너무 올라간 탓일까. 경고를 받은 뒤 재차 날린 기안의 페널티킥은 오른쪽 골포스트를 때리고 튀어나왔다. 로베르토 바죠(이탈리아)나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 등 슈퍼스타들도 비켜가지 못한 ‘PK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 하지만 아프리카인 특유의 낙천성을 간직한 기안에겐 예외가 될 것 같다. 기안은 경기 뒤 공식인터뷰에서 “내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지 못해 실망스럽다. 돌아가서 더욱 열심히 훈련하겠다.”면서도 시종 웃음을 잃지 않았다. 기안은 ‘축구수재들의 인큐베이터’인 가나에서도 일찌감치 주목받은 준비된 킬러다. 열여덟번째 생일을 3일 앞둔 2003년 11월19일 독일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1라운드 1차전 소말리아와의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고 그라운드를 밟은 지 5분 만에 데뷔골을 쏘아올려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듬해 기안은 이탈리아 세리에A 우디네세에 입단했다. 물론 열아홉 풋내기에게 세리에A는 높은 벽. 세리에B(2부리그) 모데나에서 부지런히 재능을 갈고 닦는 틈틈이 대표팀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아프리카 예선에서만 4골을 잡아냈고 평가전에서도 골폭풍은 계속됐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스피드, 용수철 같은 탄력, 찬스에선 얼음장처럼 차가운 심장으로 변하는 기안이 월드컵 이후에도 세리에B에서 머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기안의 시대가 오고 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열린세상] 주류 매체, 몸통언론으로 거듭나라/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새가 잘 날기 위해서는 원심력을 최대화할 좌우 날개와 구심력을 최대화할 몸통이 다 건강해야 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대안이 제기되지만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어렵지 않게 결론에 다다라 통합을 이루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 사회가 그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언론이 존재하되, 기간 언론이 확고하게 중심을 잡고 사회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언론 구조는 이런 이상적인 모형과는 거리가 멀다. 주류 신문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기보다 반(反) 진보의 기수가 되어 있다. 기간 방송은 정권이 바뀌면 언제나 때맞춰 바뀔 개연성 위에 존재한다. 주류 언론에 대한 대중적 불만 덕분에 급성장한 인터넷 매체는 객관성·균형성·공정성이라는 전통적인 언론 규범조차 무시하며 특정 정파를 편들고 있다. 이밖에도 여러 요인이 작동해 우리 사회의 공론장은 하버마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권력화한 투기장(鬪技場)이 되고 말았다. 언론이 정파적이고, 공론장이 싸움판이 되었다면 그 원인은 사실은 대중이 제공하고 있다. 대중이 정파성에 함몰되어 자기 정파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언론에만 박수를 보낸다. 대중은 정파적 이해관계가 다른 언론이나 견해에는 아예 귀를 막고 산다. 이런 경향은 지식인 사회에서 오히려 더 두드러져 보인다. 겉으로 중립적이고 고결해 보이는 분들과도 정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10분도 못 되어 서로 얼굴을 붉히기 십상이다. 그럴 때면, 대화를 하자는 이야기가 싸움을 하자는 이야기로 들리던 젊은 시절의 부부생활이 생각나 씁쓸해진다. 흔히 민주주의가 천민성을 극복하려면 숙의 민주주의(熟議 民主主義)로 이행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생각이나 이해관계가 다른 의제(agenda)에 대해 차분하게 토론을 펴 결론을 찾는 그런 사회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언론이 그런 숙의를 주도해야 한다. 그러나 지성인마저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감정을 감추지 못하니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품격있는 숙의를 이끌기란 매우 어렵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이제라도 사회는 사상의 다원성을 인정해야 한다. 다양한 언론이 좌우로 나뉘어 활기차게 제 주장을 펴되 스스로 품격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주류 언론은 그 열외에 비켜서서 통합의 매체로 거듭나야 한다. 이것이 여러 종류의 언론이 함께 사는 길이며, 우리 사회가 품격을 갖추어 숙의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전제 조건이다. 가장 시급하고도 절실한 것은 주류 언론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 주류 언론은 어느 이데올로기의 전도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언론을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교과서로 돌아가자면, 공론장을 객관적이고 균형있고 공정하게 관리하여 바람직한 공론을 창출함으로써 국민통합을 이루는 일이 주류 언론의 본령이다. 이번 지자체 선거를 분석하면서 어느 주류 신문은 “20대가 이념코드를 버렸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렇다면 이제 주류 언론도 냉전적 이념코드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주류 매체의 언론자유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중을 위한 것이다. 그들에게 자유란 자기 주장을 거리낌 없이 말하는 권리가 아니다. 그들의 자유는 공중의 알 권리, 공중이 다양한 의견을 들을 권리를 보장하는 의무에 지나지 않는다. 주류 매체 언론인이 공중을 위해 봉사하고, 주류 매체가 날개언론이 아닌 몸통언론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역동적인 사회에서 역동적이고도 품격있는 사회로 이행할 것이다. 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 [유림 속 한자이야기] (126)敎育(교육)

    儒林 (616)에는 ‘敎育’(가르칠 교/기를 육)이 나오는데,孟子(맹자)‘盡心上(진심상)’편의 ‘得天下英才而敎育之’(득천하영재이교육지: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한다)에서 나온 말이다. ‘敎’는 ‘가르치다’라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爻’(효)와 어린아이를 본뜬 ‘子’(자)와 ‘ ’(복:오른손에 막대기를 들고 있는 모양)을 합친 글자이다.用例(용례)에는 ‘敎權(교권:스승으로서의 권위),敎鞭(교편:교사가 수업이나 강의를 할 때 필요한 사항을 가리키기 위하여 사용하는 가느다란 막대기),宗敎(종교:신이나 초자연적인 절대자 또는 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인간 생활의 고뇌를 해결하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문화 체계)’등이 있다. ‘育’은 ‘毓’의 略字(약자)로,‘出産(출산)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育의 윗부분은 모체서 나오고 있는 아기의 형상을 나타낸 것이며, 아랫부분은 音符(음부) 역할을 하는 肉(육)의 변형이다.‘飼育(사육:가축이나 짐승을 먹이어 기름),育成(육성:길러 자라게 함),育英(육영:영재를 가르쳐 기름),訓育(훈육:품성이나 도덕 따위를 가르쳐 기름)’등에 쓰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敎育이란 용어는 被敎育者(피교육자)의 潛在(잠재) 可能性(가능성)을 啓發(계발)하여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作用(작용)이란 뜻으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政治(정치)·經濟(경제) 從事者(종사자)들은 교육을 해당 부문의 발전 手段(수단)으로,官僚集團(관료집단)은 국가적 목표의 달성을 위한 교육의 집약적 힘을,知識人(지식인)들은 주로 理智的(이지적)으로 탁월한 인재의 선발에,學父母(학부모)들은 자기 자녀의 不利益(불이익) 없는 敎育制度(교육제도)의 공정한 운영에,敎育者(교육자) 集團(집단)은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교육의 과정과 활동에 관심을 둔다. 이런 입장 차이가 복잡하게 얽혀 우리교육 현장은 難航(난항)을 계속하고 있다.孔子(공자)가 ‘後生可畏’(후생가외)라고 한 것처럼 젊은이의 可能性(가능성)은 無窮無盡(무궁무진)하다. 그 가능성을 현실적 인재로 완성해 가는 牽引車(견인차)는 교육이라는 주장에 異義(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스승의 회초리조차 暴力(폭력)으로, 법령으로 寸志(촌지) 收受(수수)는 부도덕의 차원을 넘어 범죄행위로, 제자를 스승의 손으로 告發(고발)하고, 교사가 학부모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 엄청난 세상이다. 교육이 없이는 미래가 없는 것이라면 어느 일방이 아닌 우리 사회 성원 전체의 覺醒(각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禮記(예기) ‘學記(학기)’ 편에는 ‘敎學相長’(교학상장)이라는 말이 보인다. 스승은 학생에게 가르침으로써 成長(성장)하고, 제자는 배움으로써 進步(진보)한다는 말이다. 스승은 부족한 곳을 더 공부하여 제자에게 익히게 하며 제자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더욱 훌륭한 人才(인재)로 成長(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禪家(선가)의 公案(공안)중에 ‘ 啄同機’(지껄일 줄/쪼을 탁/같을 동/때 기)가 있다. 병아리가 알 속에서 나오려면 먼저 스스로 알을 깨기 위해 부리로 알을 쪼아야 한다. 그러면 알을 품던 어미닭이 소리를 알아듣고 동시에 밖에서 알을 쪼아 안팎에서 서로 쪼아댄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송준태 성균관대 교수 ‘21세기 저명 지식인’에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송준태교수가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인명사전인 영국의 ‘국제인명센터(IBC·International Biograpical Centre)’가 발표하는 ‘21세기 저명 지식인 2000인’으로 선정됐다. 송교수는 미국 RPI, 영국의 서리대, 중국 베이징대와 국제공동연구를 수행했고 국내외 학회지에 전자재료분야 논문 200여편을 발표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는 또다른 국제 저명 인명사전인 ‘마르퀴스 후즈후’ 2006년 판에도 등재된 바 있다.
  • [World cup] 현대중공업은 ‘獨월드컵 축소판’

    [World cup] 현대중공업은 ‘獨월드컵 축소판’

    요즘 울산 현대중공업내에 있는 외국인 사택의 바(Bar)에서는 밤마다 응원 함성이 터져나온다. 한국전뿐만 아니라 거의 전 경기마다 각국 언어로 응원이 한창이다.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가운데 무려 22개국 사람들이 현대중공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 회사에 파견나와 있는 외국인은 1500여명. 현대중공업은 세계 50여개국에 선박과 해양설비, 엔진 등을 수출하고 있는데 주문제작방식인 조선업의 특성상 다른 업종과 달리 발주사 직원이 상주하며 제품 생산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우승후보 브라질을 비롯해 멕시코, 에콰도르, 미국, 일본, 이란, 앙골라, 튀니지 등 국적도 다양하다. 유럽에서는 개최국 독일은 물론 스페인, 영국, 스웨덴, 스위스, 프랑스, 폴란드, 네덜란드, 우크라이나,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세르비아-몬테네그로까지 총 14개 본선 진출국 가운데 포르투갈과 체코를 제외한 12개국 관계자가 머물고 있다. 잉글랜드와 파라과이의 경기를 지켜본 영국 BP사의 칼라일(45)은 “낯선 땅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지켜본 월드컵이라 더욱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꽃을 피우기보다 씨를 뿌려라”

    “꽃을 피우기보다 씨를 뿌려라”

    “사람은 머리만 있어서는 안 되고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가져야 합니다. 비판적인 담론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인간적인 애정이 함께 담겨 있을 때에만 진정한 의미의 담론과 사상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신영복(65) 교수가 오는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8일 교내 대성당에서 고별강의를 했다. 신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했다.1988년 가석방돼 이듬해부터 17년간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성당에는 재학생, 졸업생, 시민 등 300여명이 그의 마지막 강의를 들었다. 강의주제는 ‘희망의 언어 석과불식(碩果不食)´. 동양고전 주역(周易)에 나오는 ‘석과’란 앙상한 나뭇가지에 마지막 남은 과실이다. 석과불식은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사회는 쉽게 변화되는 것이 아닙니다. 노력하는 과정 그 자체가 인간적이고 보람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꽃은 최후가 아니고 씨를 만들기 위한 무수한 과정의 연속이지요. 꽃을 피우기보다는 씨를 묻으세요.” 신 교수는 “세계무역기구(WT O)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상징되는 세계화의 물결로 야기된 지금의 위기상황이 석과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마지막 과실의 씨가 이듬해 봄에 새싹이 되어 땅을 밟고 일어서듯 진정한 희망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상을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라.”고 했다. 강연 후 기자간담회에서 신 교수는 회고했다.“89년 첫 강의 때에도 느티나무가 보이는 2층에서 강의를 했는데 그때도 오늘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였어요.20년 감옥살이하고 어떻게 말하는지 보러 온 것 같았지요.”그는 “내 인생은 감옥에 들어가기 전 20년, 감옥에 들어가 있는 20년, 그리고 나온 뒤 20년”이라면서 “감옥도 학교로 치면 나는 평생 학교와 관련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억울하게 감옥에 있었던 이유에 대해 ‘양심론’을 들었다. 감옥에 있을 때 왜 여기 있을까 곰곰이 고민한 적이 있었지만 이념이나 사명감 때문이었다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고통당하고 있는 데 대한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다고 했다. 퇴임 후 계획에 대해 신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사회적 이슈에 대해 저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격리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현안을 따라가는 데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아요. 무대 위 한복판에 서는 것이 서툴러서 조용히 할 수 있는 저술활동 같은 일들을 계속 하겠습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동아시아 인식의 공동체 만들자”

    요즘 지식인들의 화두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한·중·일 시민사회의 연대’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동북공정 문제 등으로 한·중·일 3국간의 역사전쟁이 불거져서다. 이렇게 가면 대립과 갈등밖에 남지 않으니 국가나 민족의 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시민사회공간을 찾아보자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행동’이라기보다 ‘목소리’에 가까웠다. 목소리를 행동으로 바꾸기 위해 계간 ‘창작과 비평’(편집인 백낙청)과 ‘세교연구소’(이사장 최원식)가 자리를 마련했다.9∼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동아시아의 연대와 잡지의 역할’을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연다. 주제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중국과 일본·타이완에서 영향력이 큰, 진보성향의 잡지 13개사에서 16명의 편집위원이 참가한다. 중국 ‘두수(讀書)’의 왕후의 편집주간,‘민젠(民間)’의 주젠강 편집위원, 타이완 ‘인터아시아 문화연구’의 천쾅싱 편집위원, 그리고 일본 ‘젠야’(前夜)의 서경식·고화정 편집위원,‘세카이’(세계)의 오카모토 아쓰시 편집장,‘겐다이시소오(現代思想)’의 이케가미 요시히코 편집장 등이 참가했다. 한국에서는 ‘시민과 세계’ 이병천 편집인,‘황해문화’ 김명인 편집주간,‘창작과 비평’ 백영서 편집주간 등이 나선다. 이들은 미리 배포된 발제문을 통해 동아시아에서의 민족주의 분출에 대해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공통점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특히 동아시아 경제블록화와 같은 식의 ‘이익’을 좇는 방식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인식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교류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구체적으로 각 국의 잡지사들이 콘텐츠를 교류하는 방안 등을 의논한다.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서산 뽕밭의 유혹

    서산 뽕밭의 유혹

    6월 초여름.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한 대지만큼이나 남녀간 애정의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곳이 있으니, 다름아닌 뽕나무밭.7살짜리 어린아이들조차 남녀를 구별해 앉혔던 옛날, 뽕나무밭은 뽕잎을 따러온 처녀총각들의 밀회장소였다. 어른키보다 웃자란 뽕나무숲이 시원하기도 하려니와 주변의 시선을 완벽하게 가려주는 은신처였던 것. 오죽하면 남녀간 음행의 즐거움을 상중지희(桑中之喜)라 하고 음풍(淫風)을 상풍(桑風)이라고 했을까. 그러나 하늘이 내린 곤충과 나무란 의미에서 각각 천잠(天蠶), 신목(神木)이라 불렸던 누에와 뽕나무를 ‘남녀상열지사’의 소도구쯤으로만 보아서는 곤란하다. 동의보감 등 각종 의서에서 지적했듯, 우리 몸에 더없이 유익한 약리작용을 하기 때문. 누에농사가 절정을 이루는 6월에 우리가 ‘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뽕나무와 누에가 전하는 건강의 세계로 초대한다. 글 사진 서산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실크보다 건강식품으로 단군 이후 근세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전통산업이었던 양잠의 주목적은 비단, 즉 실크의 생산이었다. 그러다 비단의 수요가 줄면서 한때 침체기를 맞았던 양잠산업이 부활하게 된 것은 누에와 뽕나무가 갖고 있는 각종 의학적 효능들이 검증되면서부터. 실크보다는 건강식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양잠산업의 패턴이 바뀌면서 양잠농가들도 짭짤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뽕나무와 누에를 이용해 각종 건강보조식품들을 생산하고 있는 충청남도 서산의 성원누에농장(041-663-0599)을 찾았다. 예전엔 ‘마누라 팔아서 장화를 사 신을 만큼 지세가 험했다.’던 곳. 대표인 윤맹한(65)씨와 아들 윤성원(38)씨가 대를 이어 누에를 치고 있다. 실제로 뽕밭이 남녀의 밀회장소였는지가 가장 궁금했다.“예전엔 그랬지. 우리집 뽕밭에서 일하다 결혼한 사람이 세 쌍이나 돼.” 윤씨의 아내 조순하(66)씨가 주저없이 대답했다.“이맘때면 동네 처녀들을 불러다 뽕잎을 따는데, 총각놈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아침부터 찾아와서 얼쩡대는 겨. 일손 필요없냐고. 그리곤 돈도 안 주는데 처녀들 옆에서 뽕잎 따는 일을 도와주더라고.” 그 다음일은 불을 보듯 뻔한 것. 양잠업협회의 최고위 인사중 한 사람인 장모씨도 이 집에서 뽕잎 따는 일을 ‘돕다가’현재의 부인을 만났단다. 요즘은 누에의 식성이 왕성해지는 시기. 마치 소나기 내리는 소리랄까. 수십만마리의 누에가 “쉐∼엑”하는 소리를 내며 먹성 좋게 먹어댄다. 농부들의 일손이 최고조로 바빠지는 것은 당연지사. 윤맹한 대표를 따라 뽕나무밭으로 나가 보았다. 어른키를 훌쩍 뛰어넘을 만치 울창한 뽕나무숲. 밖은 초여름 더위가 기세를 떨치고 있었지만 숲속은 더할나위없이 시원했다. 그늘을 찾아 날아든 산새소리와 함께 잘익은 뽕나무 열매를 따먹으며 희희낙락했을 조상들을 생각하니 실소가 비집고 나왔다. “뽕나무숲에 들어와 1시간 정도 지나면 몸에 생기가 돌고, 자꾸 딴생각이 난다.”는 것이 윤씨의 단상. 동양전통의 음양사상에 비춰보면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뽕나무는 양기(陽氣)의 원천인 태양이 뜨는 동방의 나무. 경옥고 같은 보양제를 만들 때 뽕나무 장작으로 달인 것도 그 때문이다.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주변에서는 보양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해 뽕나무로 양고기를 구웠다는 말도 전해진다. 따라서 양기 가득찬 뽕나무숲에 들어가서도 몸에 생기가 돌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그럼 도대체 뽕나무나 누에가 우리 몸의 어디에 어떻게 좋고, 또 용법은 어떻게 써야 하는 것일까. # 뽕나무 중국의 고서, 본초강목에 적혀 있듯,“뿌리부터 잎, 껍질, 열매까지 어느 하나 약으로 쓰이지 않는 것이 없다.”는 뽕나무. 나무를 태운 재마저도 한약재로 쓴다니, 신목(神木)이란 별칭이 헛되지 않은 듯하다. ●뽕잎 누에가 먹는 유일한 음식인 뽕잎은 50여종의 각종 미네랄과 20종이 넘는 아미노산이 함유된 영양의 보고. 특히 모세혈관을 강화시켜 뇌출혈을 예방하는 루틴(Rutin)과 고혈압을 치료해 주는 가바(Gaba)가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어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 인체에 쌓인 카드뮴 등 중금속을 몸밖으로 배출시켜주는 작용을 하기도 한다. 카드뮴에 중독된 쥐에게 뽕잎을 투여한 결과 간조직에 축적된 카드뮴이 61꽦沮?감소되었다는 것.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와 다이어트에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 흔히 뽕잎은 서리 맞은 것을 최고급품으로 친다. 이른바 상상엽(霜桑葉). 본초강목에서는 음력 시월 서리를 맞고도 지지 않은 뽕잎만을 골라 응달에서 말린 가루를 신선약(神仙藥)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뽕잎차를 만들 때 삶거나 찌면 유익한 성분이 손실될 수 있다. 맑은 물에 씻어 그늘에 말린 다음 차처럼 우려내 마시거나, 보리차처럼 끓여 마신다. 마른 기침을 자주하는 사람은 꿀에 재서 먹기도 한다. ●뿌리 단단한 흙을 뚫고 힘있게 뻗어나가는 목(木)의 기운을 지녀 간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동쪽으로 뻗은 뿌리일수록 효험이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농업진흥청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동맥경화의 주원인인 콜레스테롤 수치를 크게 저하시킨 물질을 뽕나무 뿌리에서 추출해내기도 했다.15∼30g씩 달여서 복용한다. 뿌리의 껍질인 상근백피(桑根白皮)는 오장의 막힌 곳을 뚫어 운행을 원활하게 하고, 특히 풍을 잘 다스린다.10∼15g을 꿀에 섞어 먹는다. ●가지 동의보감에 보면 유독 뽕나무 가지를 이용해 처방을 내린 것이 많았다. 쭉쭉 뻗어가는 기운을 가진 뽕나무가지는 막힌 곳을 뚫어주는 효험이 있다. 특히 담이 들거나 경락이 막혀 통증을 유발할 때,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봄에 잎이 피지 않은 뽕나무 가지를 썰어서 볶은 다음, 물에 끓여 먹는다. 최근에는 음식점 등에서 고기의 잔맛을 없애기 위해 뽕나무 가지를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오디 허준은 동의보감을 통해 “뽕나무의 정령이 모여있는 오디는 당뇨와 오장에 이롭다.”는 내용과 함께 “귀와 눈을 밝게 해주고, 백발을 검게 한다.”며 오디의 노화 억제효과를 강조한 바 있다. 핵심은 안토시아닌이라는 물질. 오디에는 이 물질이 흑미의 4배, 검정콩에 비해서는 약 9배 이상 많이 함유되어 있다. 남성이라면 주목해야 할 또하나의 효과가 강정작용. 박정민(31) 자향한의원(jahyang.net)원장은 “오디는 정자와 난자 등 인체의 정(精)을 보관하는 신장에 영향을 미친다.”며 “날것으로 먹거나 술에 담가 마시면 정력증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 누에의 일생 예로부터 비단을 얻기 위해 길러온 누에. 최근들어 비단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우리나라나 일본 등 양잠 선진국들은 누에가 가진 또다른 재능에 주목하게 된다. 약용이나 건강식품으로서의 기능에 눈을 돌리게 된 것. ●누에 수명 50~60일 알에서 태어난 누에가 나방이 되어 알을 낳고 죽을 때까지의 기간은 기껏해야 50∼60일 정도. 그 중 약 25일가량 되는 누에로서의 일생동안 4번 껍질을 벗으며 체중을 1만배 이상 불린다. 마지막 네번째 껍질을 벗는 때가 5령. 국내 대부분의 양잠농가들은 5령에서 사흘정도 지난 누에가 고치를 만들기 전에 액화질소에 넣어 급속냉각 시킨다. 중국산 누에고치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몸속에서 실을 뽑아 누에고치가 되면 무게와 부피는 늘어도 단백질은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이다. 나방이 되어 일생에 단한번뿐인 짝짓기를 해보지도 못한 채, 또 자신의 장기인 비단실을 뽑아보기도 전에 유명을 달리하는 것. ●누에그라를 아십니까 누에고치에서 다음날 새벽 숫나방이 될 번데기들을 재료로 만든다. 성호르몬은 33%, 정자수는 41%, 지구력은 60%나 증가, 증진시키는 효과를 가진 것으로 농업진흥청의 실험결과 확인됐다. 원래 동의보감에 강정제로 소개된 것은 교미를 하지 않은 숫나방. 성능력이 별나게 왕성한 숫나방은 고치에서 나오기 무섭게 암컷을 찾아가 몸이 쇠잔해질 때까지 짝짓기를 벌인다. 그래서 예로부터 남자의 성기능을 왕성하게 하는 약재로 사용되어 왔던 것. 최근엔 숫나방이 혐오식품으로 분류돼 거래가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나방의 형태를 거의 갖춘 번데기가 그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천연 혈당강하제 누에가루 농업진흥청 농업생물부장을 역임하고 있는 류강선(52)박사 연구팀은 누에가 뽕잎에서 나오는 혈당강하물질인 데옥시노지리마이신을 자신의 몸속에 모아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물질은 작은창자(소장)에서 당분해효소를 억제해, 식후 혈당조절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냉동건조된 누에가루를 환으로 만들어 식사후 바로 복용한다. ●기억력 증진효과 예전부터 양잠농민들 사이에는 “누에를 세마리 이상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이 있었다. 그러나 이젠 과학적으로 입증될 단계에 와있다.“누에를 먹으면 기억의 지속시간이 10∼20% 증진된다.”는 류박사의 연구결과가 곧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 ●항암효과 잠사(蠶砂)라고 불리는 누에의 똥은 예전부터 중풍과 고혈압을 다스리는 약재로 사용돼 왔다. 최근엔 폴피린이라는 광과민활성물질을 분리해 암치료제등으로 이용하려는 연구가 진행중이다. 폴피린은 특이하게 암세포에만 침착되는 성질을 가진 물질. 빛에도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이런 특이한 성질을 가진 폴피린을 암세포에 주사해 침착시킨 다음, 빛을 쏘여 암세포만을 죽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 # 자신의 체질에 맞게 사용해야 마치 만병통치의 영약처럼 여겨지는 뽕나무와 누에.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바로 자신의 체질에 맞게 먹어야 한다는 것. 박정민 원장은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데도 남들이 먹는다고 따라하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물론,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며 “복용하기전 반드시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체질을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3) 마음과 의식의 차이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3) 마음과 의식의 차이

    우리는 별로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생각이 마음이고, 의식은 분명하게 주제화하는 자의식이나 도덕적 논리적 자각의 깨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여긴다. 그 말이 대체로 옳다. 마음과 의식의 차이를 비교함은 사전적 의미의 개념을 하나 정리해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적 문명에 대한 비전을 숙고해 보는 깊은 뜻을 지녔다고 하겠다. 프랑스의 20세기 무신론적 실존철학자 사르트르는 확실한 의식의 철학자다. 그는 사물의 존재양식과 의식의 존재양식을 철저히 구별하여, 사물의 존재양식은 의식없이 멍청한 상태에서 자기와 자기자신 사이에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 자기동일적 존재로서의 즉자(卽自)존재(being in itself)이고, 인간의 의식은 자기와 자기자신 사이에 늘 거리를 두고 반성하고 자기자신을 부정하면서 자기자신의 어제를 극복하려 애쓰고 있는 대자(對自)존재(being for itself)라고 규정하였다. 그는 또 인간은 매일 자기자신을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그런 투명한 의식의 존재로서 자기만족의 게걸스러운 존재방식을 거부하는 무한자유의 존재라고 인간의 의식을 높이 평가했다. 사르트르에게 명증한 자의식의 포기는 인간의 죽음과 같다. 의식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달리 자연스런 마음의 뜻을 가장 철학적으로 정교하게 밝힌 사유는 불교의 유식학(唯識學)이라고 보는 데는 별 이의가 없겠다. 불교의 유식학에 의하면 일체가 다 마음이고, 다 마음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집, 산, 구름, 자동차, 사람 등이 다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그렇다. 이것을 유식학의 용어로 만법유식(萬法唯識·모든 것은 마음이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과 같음)이라 부른다. 마음은 바깥으로 지향하는 탈자(脫自·자기를 벗어남)운동이고, 이 탈자운동으로 마음이 자기의 수준과 차원만큼 바깥에 그림을 무의식적으로 그린다. 이 그림이 바깥 경계로서의 집, 산, 구름, 자동차, 사람 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면 집, 산 등의 개념이 다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것일까? 아니다. 저것들도 사람 마음의 욕망 수준이나 차원만큼 제각기 다르게 그려진다. 어떤 이는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또 다른 이는 집을 낭만적 스위트 홈으로 여길 수도 있다. 산도 마찬가지다. 산을 자연의 온상으로 여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산을 이익을 위한 경제개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모든 것들은 마음의 욕망의 대상인데, 그 대상은 마음의 욕망이 그린 사이버에 불과하다. 유식학은 마음이 곧 식(識·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마음)이라고 하는데, 그 알아차리는 마음은 마음이 세상을 향하여 무의식적으로 탈자적인 운동을 하고 있는 욕망과 분리되지 않는다. 탈자운동은 내가 결심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탈자적인 운동을 이미 하고 있기에 무의식적이라고 한다. 눈이 색을 보면서 그냥 알아차리고, 귀가 소리를 들으면서 그냥 알아차리는 것은 눈과 귀가 각각 보고 들으려는 욕망의 운동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더구나 눈과 귀는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보고 들으려 하는 무의식적 기호를 지닌다. 보고 들으려는 욕망이 사람마다 다르면, 색과 소리를 알아차리는 마음의 각도가 달라진다. 이런 자연적 마음의 알아차림과 욕망은 의식수준의 결심과 다르다. 도덕의식은 인간이 도덕적 양심을 실천하기 위하여 자각하려는 결의와 함께 가고, 과학적 의식은 인간의 의식이 대상을 과학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명석하고 판명한 판단능력을 요구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제의식은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한 문제파악 능력을 상정하고 있다. 이처럼 의식은 자의식의 자각을 촉구하면서 도덕적 과학적 대상에 대한 주관의 가치우위를 염두에 둔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cogito·코기토)는 철학이 의식 철학의 정상이다. 이 ‘코기토’의 출현으로 의식이 철학의 역사에 뚜렷이 부상하여 객체에 대한 의식의 주체가 세상에 도덕과 과학을 낳는 진원지로 여기게 했다. 그래서 서양철학이 대체로 의식 철학이 되었다.18~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데카르트의 철학으로 의식과 주체가 철학의 영역에 솟아난 것을 콜럼버스의 신대륙의 발견에 비유했을 정도다. 이 말은 서양 철학사에서 데카르트의 ‘코기토’ 철학이 의식의 철학을 낳았고, 의식의 철학은 주체의 철학을 키웠고, 이 주체의 철학은 인간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삶의 지평을 개척하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서양의 근대 400여년은 이 의식의 철학사였고, 의식의 철학사는 의식의 사회도덕적 자각과 과학적 눈으로 세상을 소유론적으로 지배하려는 강렬한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단적으로 의식의 철학은 세상을 자아의 보편적 의식으로 지배하려는 소유론의 철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사회도덕적 의식의 이상주의도 경제기술적 의식의 현실주의에 못지않은 소유론이라는 것을 우리는 앞글(1.2.7.8.9회)에서 여러 번 지적했다. 불교의 유식학에서도 의식이 취급된다. 그러나 그 의식은 신대륙의 발견처럼 자랑스런 성과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마음에 번뇌와 고통을 안겨다 주는 진원지로 여겨진다. 유식학에서 의식을 제육식(第六識)이라 부르는데, 이것은 의식이 오감(五感)의 지각인 안·이·비·설·신식(眼·耳·鼻·舌·身識=前五識)의 데이터를 나의 의식으로 통합하는 통각(統覺)의 기능을 수행하는 여섯 번째 마음의 알아차리기라는 뜻이다. 의식이 자기 홀로 공상처럼 생각하는 일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의식은 오감이 작용하지 않으면 쉰다. 신체의 오감이 작동하기에 그 오감의 지각을 늘 나의 생각으로 모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의식이다. 그러므로 의식은 늘 ‘나의 의식’이다. 동물도 감각이 있기에 동물도 알아차리는 마음이 있고, 따라서 마음의 욕망인 탈자운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동물도 각자 마음의 차원만큼 살아가기 위하여 알아차리는 본능적 욕망을 지닌다. 아마도 식물도 생존하기 위하여 알아차리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봐도 되겠다. 왜냐하면 식물도 공격이 오면 그 공격을 알아차리고 자기 방어의 기제를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식물은 마음을 지녔지만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동식물은 ‘나의 의식’이란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다. 왜 인간만이 ‘나의 의식’이란 생각을 할까? 인간은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동물이고, 또 사회생활은 언어생활에 다름 아니고, 그 언어생활을 통하여 인간은 지능에 의한 소유론적 욕망을 성취시켜 나간다. 사회생활이 없으면, 즉 언어생활이 없으면 인간은 인간이 안 된다.17세기 독일 황제 프리드리히 II세는 갓 태어난 아기가 독일어를 전혀 듣지 않으면, 인류의 원초적인 언어인 신의 말인 히브리어를 말할 것이라고 공상했다. 병원에서 그는 간호원들에게 유아들이 독일어를 전혀 듣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 유아들은 신의 말인 히브리어를 말하기는커녕 얼마 후 다 죽었다고 한다. 언어생활은 사회생활의 길이고, 이 길은 인간의 길이다. 그리고 이 길에 지능이 동반된다. 지능은 사회생활을 통하여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경쟁은 소유욕에서 발단한다. 인간의 언어생활은 동물의 생물학적 욕망의 마음을 사회학적 욕망의 마음으로 바꾼 것의 대가다. 생물학적 욕망의 마음은 자기생존을 위하여 타 생명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끝나지만, 인간의 사회학적 욕망의 마음은 타 생명을 먹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타 생명을 사회적으로 지배하기를 욕망한다. 여기서 나와 타자의 사이에 투쟁이 일어난다. 서양의 의식철학에서 아무리 도덕의식이나 과학의식을 강조해도 그 의식은 다 사회적 지배의지의 투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불교의 유식학은 의식이 마음의 평화와 지혜를 어둡게 하는 번뇌와 고통의 원천이라고 본다. 사회생활에서 언어생활은 이미 인간의 무의식적 마음에 깊은 골을 새겨놓은 것과 같으므로, 유식학에서 이 언어생활이 잉태한 자의식은 아상(我相) 아만(我慢) 아애(我愛)를 형성하여 자아중심적 무의식인 제7식 말나식을 형성했다고 말한다. 이 말나식은 이미 의식과 오감의 지각을 다 자기중심적 편견과 색깔로 채색하게 하는 진원지와 같다. 그래서 의식수준의 도덕적 결의가 무의식인 말나식의 이기주의를 전혀 바꿔놓을 수 없다. 모든 이성주의와 이상주의의 헛수고를 우리가 여러 번 앞글(11.12.16.17회)에서 지적했다. 원효 대사는 의식수준의 번뇌를 ‘기(起)번뇌’라고 부르고, 무의식 수준의 번뇌를 ‘주지(住地)번뇌’라고 그의 ‘이장의’에서 기술했다. 그의 비유를 옮기면 기번뇌는 풀과 같고, 주지번뇌는 풀을 자라게 하는 땅과 같아서 풀뿌리를 쉽게 뽑아도 다시 땅에서 풀이 자란다는 것이다. 그러면 주지번뇌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길이 무엇일까? 오감과 의식이 쉬면, 제7식인 말나식도 고요해지고, 말나식이 진정되어 평온해지면 제8식인 아뢰야식도 맑아지면서 여래장인 불성(佛性=神性)이 피어 오른다는 것이다. 아뢰야식이 사실상 마음의 궁극적 본질이다. 죽으면 딴 마음은 다 소멸하는데, 이것만은 불생불멸한다. 여기에 부처님(하느님)의 종자와 번뇌에 찬 중생의 종자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본래 마음의 본질이 부처님(하느님)인데, 번뇌의 때가 사회생활(언어생활)의 와중에 끼어서 인간이 타인과 괴리되고 우주의 모든 동식물들과도 단절된 고립된 생활을 괴롭게 영위한다. 고립된 생활을 벗어나고자 타자를 욕망하지만, 소유론적 욕망만 하니까 서로 싸운다. 의식철학은 소유욕을 더욱 부채질하나, 마음의 철학은 우주의 만물로 향하는 존재론적 욕망의 길을 가르쳐 준다. 우주의 만물도 다 인간처럼 마음이다. 우주는 한마음(一心)이다. 인간의 마음에서 의식의 무게를 제거하면 우주의 동식물과 다 한 마음의 공명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광물까지도 잠자는 마음이라고 느껴야 하리라. 의식철학이 의식과 사물을 나눈다. 그러나 마음의 철학은 의식과 사물이 둘이 아니고, 한마음의 동기(同氣)라고 여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FTA는 美기업 세계시장 장악 수단”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자유무역협정(FTA)은 미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려는 수단일 뿐이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의 백악관 앞에서 시작된 한국 농민·노동자 단체들의 한·미 FTA 반대 시위 현장에서 만난 미국인 글로리아 라 리바는 “FTA의 문제점들을 한국인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싶어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반전(反戰) 및 반 인종주의 단체의 회원인 리바는 이번 시위에 참가하려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날아왔다고 한다. 부모님이 멕시코 출신이라는 리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멕시코 일부 기업은 큰 이익을 얻었지만 대다수 국민은 빈곤이 심화됐다.”면서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국 사회도 심각한 빈부의 격차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리바는 또 “매년 농업 분야에 수백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미국 정부가 한국의 농업 시장을 개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특히 주식인 쌀 생산은 한국인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리바는 30여년 전 대학에 다닐 때 반전 시위에 참여하면서부터 사회운동에 발을 들여놓았다. 특히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한국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리바는 한국의 농업 운동과 경제적 정의 문제 등을 파악하기 위해 5년 전 방한하기도 했다. 또 이에 앞서 1989년에는 평양에서 열린 세계청년축전에 참석하기 위해 북한도 방문했다. 리바는 “평양을 방문한 뒤 북한이 원하는 것은 경제개발과 통일, 한반도 평화라는 것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가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전하자 리바는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정치·경제적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FTA를 저지하고 주한미군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dawn@seoul.co.kr
  • 휴대전화 전자파 또 유해 논란

    한 대학 연구팀이 5일 휴대전화의 전자파가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해 전자파 유해 논란이 또다시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보통신부는 연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전자파로 인한 PMP 리콜 사태 등 IT기기 전자파 문제가 연이어 불거져 소비자 불안은 커지고 있다. 연세대 의대 의학공학교실 김덕원 교수팀은 청소년과 성인 각 21명(남 23명, 여 19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이용방식인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휴대전화의 전자파에 15∼30분씩 노출시킨 결과, 청소년의 손바닥에서 땀 분비량이 증가하는 유해성이 일부 확인됐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헤드폰의 한쪽에 전자파(300㎽)가 방출되는 휴대전화를 붙이고 15∼30분이 지났을 때 혈압과 맥박수와 땀 분비 관련 피부 저항 변화를, 전자파가 방출되지 않는 휴대전화를 부착했을 때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혈압·맥박수·호흡수는 성인과 청소년 모두 변하지 않았지만, 청소년의 경우 손바닥의 땀 분비량이 늘면서 피부 저항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휴대전화 전자파가 교감신경을 자극해 손바닥의 땀 분비량이 증가됐고, 땀 분비량 증가는 전자파 노출을 중지하자 10여분 지나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통부는 이 실험 결과에 대해 “휴대전화 전자파의 유해성을 입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정구 전파방송산업팀장은 “2002년부터 4년간 휴대전화 전자파 실험을 한 결과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면서 “이 실험이 어느 정도 신뢰성이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정통부 산하 전파연구소 오학태 연구원도 “땀이 많이 났다고 해서 인체에 유해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통부측은 또 ▲수십명 실험 자원자의 연구▲수백명을 대상으로 한 역학 연구▲생쥐 연구 등으로 나눠 서울대, 고려대, 단국대의 연구팀을 지정해 인체 실험을 진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유해성이 밝혀진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통부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 휴대전화 이용자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휴대전화를 오래 사용하면 어떤 형태로든 신체 변화를 느낀다는 이용자들의 견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정선 서울의대 유전자이식연구소장은 “휴대전화 전자파가 거의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게 세계적인 연구의 결과”라면서 “그러나 예민한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을 찾아내기 위해 연구 중이므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따라서 세분화된 전자파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양한 IT기기 보급이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현재 전자파 기준은 2001년에 만든 기준치를 적용하고 있다.정통부 관계자는 “전파연구소 및 관련 학회와 새 기준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공청회를 거쳐 올해 말까지 세분화된 인체보호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경제정책 돋보기] 농촌공사 ‘농지매입 사업’ 큰 호응

    [경제정책 돋보기] 농촌공사 ‘농지매입 사업’ 큰 호응

    위기에 빠진 농가를 돕기 위한 한국농촌공사의 농지매입 사업에 농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한달동안 농촌공사 93개 지사를 통해 접수받은 결과,364가구가 농지를 매입해 달라고 신청했다. 농촌공사를 통해 농지를 사들이는 농지은행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 나온 실적이다. 올해 농림부가 농촌공사 농지은행에 배정해 준 예산은 422억원. 하지만 농민들이 신청한 금액은 농민들 스스로가 정한 ‘호가기준’이라고 하더라도 2배가 넘는 860억원이다. 농촌공사는 농업 이외의 사유로 대출이 연체됐는지 여부 등 부적격자를 가려내 이달 말까지 매입 대상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예산 부족으로 올해 대상에서 탈락한 농가들은 예비 후보자로 남겨 뒀다가 내년에 우선적으로 농지를 사주기로 했다. 농림부와 농촌공사는 첫해 실적으로는 ‘성공작’으로 평가하면서 내년에 예산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농가부채 해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올라 지난 4월 30일 발효된 ‘한국농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에 따라 농촌공사는 5월 한달동안 대출금이 연체됐거나 자연재해 등으로 위기를 맞은 농가로부터 농지매입 신청을 받았다. 지역별로는 경북이 66개 농가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경기 25개, 강원 32개, 충북 24개, 충남 50개, 전북 65개, 전남 48개, 경남 38, 제주 16개 농가 등이다. 이들 농가들은 일단 연체된 대출금이 5000만원 이상이거나 지난 3년간 태풍이나 폭설, 서리 등으로 인한 재해 피해율이 50%를 넘어야 한다. 농촌공사에 농지를 팔더라도 5년간 농지 매도가격의 1%를 임대료로 내고 같은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3년간 연장도 가능하다. 김종훈 농림부 농지과장은 “예상보다 많이 신청했다.”고 말했다. 농촌공사 안효양 경영회생팀장도 “농민들이 바라는 매도가격이지만 농가당 2억 3600만원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라면서 “농민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 확대·조기집행 올해 422억원으로는 신청자들을 모두 지원할 수 없다. 물론 농민들이 신청한 매도가격 가운데에는 공시가격의 4배로 쓴 땅도 있다. 농촌공사 관계자는 “공시가격이 평당 4만∼5만원인데 희망 매도가격을 20만원으로 적는 등 거품이 적지 않다.”면서 “신청금액을 점검하면 860억원보다 낮아지겠지만 올해 예산으로는 신청한 농지 모두를 사들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 농지를 팔겠다는 신청자 가운데에는 농사 때문에 빚을 진 게 아니라 가정문제나 노래방 등 다른 사업이 원인일 수도 있다. 또한 재해 피해율이 50% 미만일 수도 있다. 다만 자격이 되는데도 올해 대상에서 제외된 농가들을 위해 농림부는 내년 예산을 확대하는 동시에 상반기에 조기집행, 탈락자들을 우선 구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예산이 집행되기 이전까지는 연 13∼16%인 대출연체 금리를 다소 낮춰주도록 농협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또한 채권보전을 위한 경매처분도 유보해 줄 것을 관계당국과 협의하기로 했다. 농협은 대출이 연체될 경우 보통 6개월 이내에 담보로 잡힌 농지를 공매처분한다.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는다. ●환매시 매입가격 아닌 해당 시점의 감정가액으로 농지은행에 땅을 판 농가는 5년 뒤 매각농지를 되살 수 있다. 문제는 환매가격이다. 당초 농민들은 땅 값이 오를 경우를 상정해 처음 팔았던 매도가격에 ‘정상이자’만 더해 되살 수 있게 해 달라고 당국에 건의했다. 하지만 땅 값이 떨어질 경우 농민들이 5년 뒤 감정가액보다 비싼 매도가격으로 땅을 되살지는 의문이다. 때문에 농림부는 환매시에도 처음 땅을 팔 때와 같은 방식인 감정가액으로 정하기로 했다. 농촌공사 관계자는 “환매가격이 농지매각의 결정 요인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당장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공매에 부쳐져 감정가액의 68% 수준에서 농지가 낙찰돼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 게다가 미래의 불확실한 땅값을 담보로 농지를 팔지 않는 것보다 팔 경우 기존의 땅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꼭 땅 값이 오른다는 보장도 없다. 농림부 관계자는 “농민들도 이점을 충분히 감안해서 농지매입 신청을 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책꽂이]

    ●공부의 즐거움(임형택 등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한문학자 임형택은 “공부하는 것이 노는 것이요, 노는 것이 공부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공부도 재미있어 지속적으로 할 수 있고 노는 것도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신학자 김경재는 “나의 붓대롱으로 본 하늘이 ‘하늘의 전부’가 아님을 아는 것이 공부하는 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겸손의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시대 ‘공부 달인’ 30명의 즐거운 공부분투기.1만 1000원.●죽기 전에 가봐야 할 1000곳(페트리샤 슐츠 지음, 김기영 등 옮김, 이마고 펴냄) 쿠스코에 가본 적이 있는가? 카리브해의 뱃놀이는? 아라비아의 황금시장에는? 푸슈카르 낙타시장에는? 여행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직접 아프리카 사막 사파리 여행을 하고, 멤피스에서 갈비를 먹고, 스웨덴 얼음호텔에서 보드카를 마시며 7년간 세계 각지를 누볐다. 이 책은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여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무스탕왕국에서 아프리카 오카방고 삼각주의 탐사에 이르기까지 대륙을 넘나들며 세계 곳곳의 참모습을 보여준다.2만 3000원.●영문과 교수도 몰래 보는 영어상식사전(구경서 지음, 길벗 이지톡 펴냄) 남자를 virgin이라 부르고, 여자를 handsome하다고 할 때는 언제일까. 전자를 남성에게 사용하면 동정남이란 뜻이 되고, 후자의 말이 여성에게 쓰이면 늠름하고 기품있는 여자라는 뜻이 된다. 나의 영어상식 지수는 얼마나 될까. 영어를 둘러싼 흥미롭고 알쏭달쏭한 161개의 이야기를 질문과 답 형태로 풀어썼다.9800원.●런던·비엔나·파리에서 만난 예술가의 거리(전원경 지음, 시공아트 펴냄) 초록색 대문에 서양 오얏나무가 덮인 영국 시인 존 키츠의 집,‘젊은 비엔나파’ 작가들과 예술가들의 아지트인 카페 첸트랄, 오페라 ‘라보엠’의 원작인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의 생활정경’이 태어난 파리 대학촌 카르티에 라탱…. 유럽의 문화수도에는 유명박물관이나 갤러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술가들이 살던 집도 거리도 함께 살아 숨쉰다.‘오래된 친구’ 런던, 쇤부른 궁전과 미술사박물관이 있는 황금빛 도시 빈, 냉정과 열정의 두 얼굴을 지닌 파리의 예술혼을 더듬은 예술기행기.1만 5000원.●축구, 그 빛과 그림자(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음, 유왕무 옮김, 예림기획 펴냄) ‘수탈된 대지’‘사랑과 전쟁의 낮과 밤’‘불의 기억’ 등 역사문명비평서의 저자로 잘 알려진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 좌파 지식인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축구 에세이집. 우루과이 몬테비데오 태생인 저자는 100년 축구사를 통해 세계사의 이면을 엿본다.1942년 키에프공화국 팀이 점령국 나치 독일과의 대결에서 이겨선 안 된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독일팀을 격파하자 키에프공화국 팀 11명이 모두 사살된 사건 등 영광의 그림자 속에 숨겨진 사건들도 소개.1만 6000원.
  • ‘중국판 개똥녀’

    “지성인이라는 대학생이 어떻게 버젓이 남편 있는 여자와 놀아날 수 있습니까. 이 분노와 절망을 누구에게 호소해야 할까요.” 지난 4월 중순 중국의 한 인터넷 전자게시판에 ‘얼어붙은 잎새’란 필명으로 한 남성이 글을 올렸다. 자신의 아내와 ‘푸른 수염’이란 닉네임을 쓰는 한 대학생의 혼외관계를 비난하는 글이었다. 곧바로 격한 반응들이 이어졌다. “확실하고 만족할 만한 참회를 하기 전까지 모든 회사와 사무실, 학교, 병원, 쇼핑몰에 ‘푸른 수염’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자.”,“키보드와 마우스를 무기 삼아 간통자들의 목을 베자.”●“키보드와 마우스를 무기삼자” 인터넷 사용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중국이 나날이 확산되는 ‘사이버 집단폭력’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1일 뉴욕타임스가 소개한 중국 네티즌들의 ‘인터넷 사냥’은 강도와 집요함에 있어 한국 네티즌들을 넘어선다.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유명인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파헤치는가 하면 오래된 미제 범죄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수사팀을 꾸리기도 한다. 배우자들의 부정을 조사하는 사이버 모임도 있다. 이 같은 인터넷 사냥은 대부분 전자게시판 사이트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전자게시판은 인터넷 초창기에 활발하게 운영되다가 웹 브라우저가 보편화되면서 쇠퇴했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인터넷 문화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부모 집까지 찾아가 피켓시위도 지난해 한국의 ‘개똥녀’ 소동을 연상시키는 ‘푸른 수염’ 사건 역시 중국에서 인기있는 사이트인 톈야(天涯·www15.tianya.cn)의 대화방을 통해 확산됐다. 당시 네티즌들은 ‘푸른 수염’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온라인 모임을 결성했다. 얼마 안가 ‘푸른 수염’의 개인정보가 낱낱이 공개됐다. 네티즌들은 당장 그를 제적시키라며 대학의 홈페이지로 몰려가 게시판을 ‘도배’했다. 부모들이 살고 있는 집까지 찾아가 피켓시위를 벌이는 네티즌도 있었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푸른 수염’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6분짜리 동영상을 제작, 게시판에 올렸다. 이 동영상에는 처음 문제를 제기한 ‘얼어붙은 잎새’도 출연해 자제를 호소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결국 ‘푸른 수염’은 학교를 자퇴한 뒤 모든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사건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달 톈야 게시판의 하루 조회수는 4000만건을 넘어섰다. 평소보다 10% 가까이 늘어난 수치였다.●“인터넷이 유일한 토론마당” 중국 내에도 ‘인터넷 마녀 사냥’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일부선 네티즌들의 행태가 ‘사이버 인민재판’에 가깝다며 1960년대 문화혁명 당시의 홍위병들과 비교했다. 중국정부도 최근 인터넷 카페 이용자들에게 실명등록을 의무화하는 등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식인들은 온라인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부 움직임이 가뜩이나 취약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하이 통지대학의 저우다케 교수는 “인터넷은 중국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유일한 통로”라며 규제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중국청년대학 정치학과의 찬 지앙 교수는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동은 규제돼야 하지만 그것이 다수가 누리는 표현의 자유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사회의 타락을 막고 규범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푸른 수염’을 비난하는 장문의 글을 게시판에 올렸던 한 네티즌은 “우리 사회가 그처럼 저열한 상태로 추락하는 것을 어떻게 두고볼 수가 있는가.”라며 자신의 행동을 적극 두둔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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