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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7) ‘육식 토끼’의 항변

    [어른들을 위한 동물원 이야기] (17) ‘육식 토끼’의 항변

    브라질 ‘리우 카니발’처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축제를 일컫는 말이 ‘카니발’(carnival·사육제)이다. 그런데 ‘cani’(carni)라는 접두어가 라틴어로 ‘식육’(食肉)이란 말이기 때문에 이 말을 축제라고 부르는 게 수의사인 내 귀에는 좀 이상하게 들린다. 우리 발음으로 카니발과 비슷한 ‘캐니벌’(cannibal)은 식인종을 나타낸다. 또 축제를 가리키는 카니발은 ‘식육을 끊다’라는 뜻이다. 천주교에서는 사순절을 앞두고 고기를 끊기 전 실컷 먹고 즐기는 파티 기간을 카니발이라고 불렀다. 아직까지도 세계의 오지에는 이 축제처럼 갖가지 식인 관습을 지닌 카니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어느 식인 부족은 적의 용기를 흡수하고 그들에게 두려움을 주기 위해 적의 사체를 먹는다. 심지어 자기 편을 먹는 부족도 있다. 이들은 주로 죽은 가족의 사체 일부분을 먹는데 이는 그 사람의 영혼을 간직하려는 의식이라고 한다. 사람이 이럴진대 본능에 죽고 사는 동물은 더 하리란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캐니벌리즘’(동종 간 살육)이 육·초식 동물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벌어진다. 토끼나 쥐가 주변이 시끄러울 때 새끼를 잡아먹는 이야기는 거의 고전으로 통한다. 더구나 토끼는 극초식동물인데도 그렇다. 토끼장에서 새끼의 부분 사체들이 나올 때 사람들은 경악하게 된다. 토끼처럼 심하진 않지만 개들도 새끼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이거나 자기 몸이 극도록 쇠약할 때는 새끼를 몽땅 잡아먹는 경우가 있다. 지배권을 획득한 수사자의 새끼 살해는 동물세계에서 당연한 현상으로 치부된다. 이런 동물들의 새끼 살육은 사실 살해가 아니라 새끼가 죽었거나 죽게 되었을 때의 슬픔을 이기지 못해 벌이는 일종의 의식행위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새끼의 죽음’을 먹는 것이란 얘기다. 동물원에 사는 개코원숭이 한 마리는 죽은 새끼를 한참 품고 다니다 결국 머리 부분을 먹어 버렸다. 호랑이가 이미 병으로 죽은 새끼를 흔적도 없이 먹어 치운 경우도 있었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잔인하지만 그건 분명 새끼가 죽은 후에 일어난 행동이다. 특히 머리를 먹는(원래 머리는 잘 먹지 않는다) 특이 행동으로 보아 다른 무언가가 있는 의식적인 동작으로 볼 수 있다. 그들도 새끼를 먹고 나면 한동안 넋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인간세계에서도 정신이상자들에 의해 가끔 살인이 벌어지듯 동물들도 미칠 듯한 환경에 놓이면 동족을 살해하는 일이 일어난다. 특히 어린 육계용 닭들에서 이런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이런 증세는 아예 ‘캐니벌리즘’이라는 병명으로 굳어져 있는 상태다. 원인은 밀폐된 사육 공간과 환기 불량이다. 동물원의 사자나 호랑이들이 오랜 병마에 시달린 동료의 꼬리를 절단해 과다 출혈로 단명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만으로 그들에게 단순히 살인자라는 꼬리표를 붙일 순 없을 것 같다.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이춘규 선임기자 정치 레시피] 친박 “그의 권력의지 엄청 강하다”

    [이춘규 선임기자 정치 레시피] 친박 “그의 권력의지 엄청 강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각종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30%대 지지율을 기록하는 부동의 1위다. 여권에는 현재 필적할 주자가 없다. 경선 흥행 상대로 꼽혔던 오세훈 서울시장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야권 상대로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이 엎치락뒤치락한다. 현재 손 대표와 문 이사장이 선두를 다투지만 지지율은 박 전 대표의 반도 안 된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텃밭 부산·경남(PK)의 이상 조짐에 신경을 쓰고 있다. PK는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이후 균열이 생겼다.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부산시장 선거에서 고전하고 경남지사를 내주었다. 여기에 문재인 바람, 문풍(文風)도 일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 측 한 인사는 “PK 본류인 경남고 출신 문 이사장은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강적이다. 파괴력이 있는 것 같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총선에서의 PK 사수를 위해 특별한 공천을 준비하고 있다. 문풍 조기 차단도 꾀한다.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 진영은 문 이사장이 권력 의지가 부족하다는 시각도 수정했다. 분석을 통해 권력 의지가 대단한 것으로 결론냈다. 불쏘시개가 아니라 대선까지 완주할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청와대 비서직만 수행해 리더십이 부족할 것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문 이사장이 경희대 내에서뿐 아니라 서울시내 연합 학생운동에서도 탁월한 기획력과 조정력, 실행력으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파악한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노 전 대통령이 문 이사장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문 이사장이 노 전 대통령을 만들어낸 킹 메이커라고 봤다. 문 이사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정치의 눈을 뜨게 했다는 것이다. 그가 한꺼풀씩 권력 의지를 드러내고 리더십이 회자되면서 PK 지역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최근 문 이사장 지지 움직임이 시나브로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인물 연구도 시작했다. 친박 진영은 문 이사장을 260여년간 지속된 일본 에도 막부를 세운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같은 정치가로 봤다. 도쿠가와는 어린 시절의 인질 생활과 장남을 할복하게 한 엄청난 시련을 견뎌냈다. 권력 의지를 숨긴 채 소수의 친위부대만으로 일본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가 됐다. 문 이사장도 도쿠가와처럼 권력 의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혹은 오다 노부나가에 비유되기도 한다. 오다는 어렸을 때 형제 간의 경쟁 속에 목숨을 지켜내기 위해 모자란 사람처럼 행동했다. 바보로 위장한 채 말을 타고 다니며 일본 중부 아이치현 주변의 지형을 샅샅이 정찰했고, 정보를 수집했다. 은밀히 힘을 기른 뒤 차례로 경쟁자들을 제압해 전국시대를 평정했다. 문 이사장의 최근 행보도 이와 닮아 있다는 것. 때문에 비슷한 시대를 산 오다와 도쿠가와를 합성한 인물형이라고도 본다. 물론 문 이사장의 약점에도 주목한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민주당 전통 지지자들, 특히 지식인층이 고민하는 것 같다. 노무현 학습 효과다. 노 전 대통령은 집권 뒤 민주당 지지 기반을 홀대했다. 문 이사장에 대한 생각도 유사한 것 같다. 그가 PK를 강조하는 것도 민주당 전통 지지층을 고민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노풍과 함께 움직이는 15% 안팎의 지지율이 한계일 것으로 분석했다. 박 전 대표 측의 문재인 경계령은 일시적인 것일까. 고도의 야권 흔들기 전략일까, 아니면 엄살일까. taein@seoul.co.kr
  • [동물원]새끼의 죽음을 먹다.

    [동물원]새끼의 죽음을 먹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처럼 세계 여러나라에서 축제를 일컫는 말이 ‘카니발’(carnival·사육제)이다. 그런데 수의사인 내 귀에는 ‘cani(carni)’라는 접두어가 라틴어로 ‘식육(食肉)’이란 말이기 때문에 이 말을 축제라고 부르는 게 좀 이상하게 들린다. 우리 발음으로 카니발과 비슷한 ‘캐니벌’(cannibal)은 식인종을 나타낸다. 축제의 카니발은 ‘식육를 끊다’란 뜻이다. 천주교에서 사순절 고기를 끊기 전에 실컷 먹고 즐기는 파티기간을 이 카니발이라고 불렀다. 아직까지도 세계의 오지에는 이 축제마냥 갖가지 식인관습을 가진 카니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어느 식인 부족은 적의 용기를 흡수하고 그들에게 두려움을 주기위해 적의 사체를 먹는다. 심지어 자기 편을 먹는 부족도 있다. 이들은 주로 죽은 가족 사체의 일부분을 먹는데 그 사람의 영혼을 간직하려는 의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식인 행위가 전염병을 부족 내에 전파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사람이 이럴진대 본능에 죽고 사는 동물은 더 하리란 예상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역시 예상대로 ‘캐니벌리즘’(동종간 살육)이 육·초식 동물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벌어진다. 토끼나 쥐가 주변이 시끄러울 때 새끼를 잡아먹는 이야기는 거의 고전으로 통한다. 더구나 토끼는 극초식동물인데도 그렇다. 토끼장에서 새끼의 부분사체들이 나올 때 사람들은 경악하게 된다. 토끼처럼 심하진 않지만 개들도 새끼를 키울 수 없는 환경이거나 자기 몸이 극도록 쇠약할 때는 새끼를 몽땅 잡아먹는 경우가 있다. 지배권을 획득한 숫사자의 영아 살해는 동물세계에서 당연한 현상으로 치부된다.  이런 동물들의 영아살육은 사실 살해가 아니라 새끼가 죽었거나 죽게될 경우의 슬픔을 이기지 못해 벌이는 일종의 의식행위라고 보는 편이 더 타당할 것 같다. ‘새끼의 죽음’을 먹는 것이란 얘기다.  동물원 개코원숭이는 죽은 새끼를 한참 갖고 다니다가 결국 머리부분을 먹어 버렸다. 호랑이가 이미 병으로 죽은 새끼를 흔적도 없이 먹어 치운 경우도 있었다. 사람들이 보기에 잔인해 보이지만 그건 분명히 새끼 사후에 일어난 행동이다. 특히 머리를 먹는(원래 머리는 식육으로 잘 먹지 않는다.)특이적인 행태로 보아 분명 다른 무언가가 있는 의식적인 동작으로 볼 수 있다.  그들도 새끼를 먹고 나면 한동안 넋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사람 역시 정신이상자들에 의해 가끔 살인이 벌어지듯 동물들도 미칠듯한 환경에 놓여지면 동족살해 행위가 종종 일어난다. 특히 어린 육계용 닭들에서 이런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이런 증세는 아예 ‘캐니벌리즘’이라는 병명으로 굳어져 있는 상태다. 원인은 밀폐된 사육공간과 환기 불량이다.  동물원의 사자나 호랑이들도 오랜 병마에 시달린 동료의 꼬리를 절단해 과다출혈로 단명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만으로 그들에게 단순히 살인자라는 꼬리표를 붙일 순 없을 것 같다. 최종욱 광주우치동물원 수의사 lovnat@hanmail.net
  • “北 군대·경찰·보위부도 식량난 허덕 국제사회 원조 취약계층 전달 안 돼”

    “北 군대·경찰·보위부도 식량난 허덕 국제사회 원조 취약계층 전달 안 돼”

    #1 김정일 총서기나 요직에 있는 사람들의 경호 전문부대인 호위사령부의 장교를 만나 물어보니, 하루 식량공급량은 옥수수 300g, 즉 한 끼에 100g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양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영양실조가 걸리는 양이다.…어린 병사가 집에 와서 “얼마라도 좋으니 식량을 좀 달라.”고 빌어먹으러 와 놀랐다. “상관의 명령으로 집들을 돌고 있다. 먹을 것을 가지고 가지 않으면 맞는다.”고 했다. 이 10년 동안 1월에 이렇게까지 군대에 식량이 없었던 해는 없었다. (올 1월 평안북도) #2 병사들의 한 끼는 옥수수쌀 160g에 반찬이라고는 고체형 간장을 물에 푼 ‘말린 간장’뿐이라고 한다. 일반 부대에서는 한 끼에 옥수수쌀 130~140g과 소금물만 나온다고 한다. (2월 말 양강도 여단 지휘부 장교) #3 올 들어 배급이 한꺼번에 감소해 지난 3~4월에는 본인분 배급만 한 달에 10~15일분밖에 나오지 않았다. 탄광 노동자의 평균 식사는 한 끼는 옥수수밥, 나머지는 옥수수가루로 만든 국수나 죽이 전부다. 빈곤층은 하루 두 끼를 옥수수 죽으로 때우고 있다. (평안남도 순천지구 탄광) 군대, 경찰, 보위부, 우량탄광 종사자 등 북한의 이른바 ‘우선배급대상’도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어 국제사회가 식량을 지원해도 취약계층에까지 혜택이 돌아가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 잠입취재로 유명한 일본 언론사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공동대표가 최근 세종연구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우선배급대상’은 김정일·김정은 체제 유지를 위한 최중요 조직으로 군대, 경찰, 보위부, 당·행정기관의 간부, 지식인, 탄광·군수산업 등의 부양가족과 평양시민 일부로 북한 인구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우선배급대상’은 공동농장이나 기관에서 경작하는 농지 등을 통해 식량을 충족해 왔으나, 여기에서 식량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이시마루는 지적했다. 또 식량배급이나 급료도 거의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도시주민들, 즉 ‘배급두절그룹’도 전체 인구의 40~5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식량원조를 호소하는 것은 우선배급대상 계층에 줄 식량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국제사회가 식량을 지원하면 북한은 우선배급대상에게부터 나눠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일 정권이 주민들에게 배급해야 할 국가보유 식량을 확보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한 뒤 “실제 시장에 가면 쌀, 옥수수, 밀가루, 돼지고기, 술 등 식량이 팔리고 있는데, 이는 민간소유 식량이 팔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마루는 이어 “식량지원이 취약계층에까지 전달되게 하려면 북한이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우선지원대상’을 수용하고, 한정된 식량이 약속대로 분배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반기문총장 ‘동해병기’ 각별한 관심 둘 듯

    반기문총장 ‘동해병기’ 각별한 관심 둘 듯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국제수로기구(IHO)의 동해 표기 문제와 관련, 역할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 총장은 방한 이틀째인 10일 오후 국회를 방문, 박희태 국회의장 주최 오찬 및 ‘유엔 새천년 개발목표’(MDG) 포럼에 참석한 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 의장이 “IHO에서 동해 표기가 일본해로 돼 있는데 최소한 동해(East Sea)와 병기되도록 각별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하자 “잘 알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阿 지원에 감사… MB 유엔총회 초청 반 총장은 박 의장과의 오찬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욱일승천하고 있는 기분”이라며 “내가 사무총장 연임에 성공한 것도 이런 배경과 능력에 대한 믿음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또 “유엔이 모든 국제적인 일을 처리해 나가는 데 있어 (각국) 의회의 지원과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서 “기후변화와 에너지·물·식량 부족, 생필품 가격 앙등,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제적인 경제위기 등을 처리하는 데 의회의 리더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이어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대통령 부부와 환담하고, 만찬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반 총장의 재선을 축하하며 “나는 반 총장의 덕을 보고 있다.”고 덕담했다. 이어 “(반 총장은) 더 어려운 일, 헌신적인 일을 해야 한다.”면서 “유엔 사무총장이 앞장서 역할을 하고 대한민국이 역할을 하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인식을 올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평창올림픽 유치의 중심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솔선수범 리더십이 있었다.”고 화답했다. 반 총장은 우리나라가 최근 동부 아프리카 가뭄에 신속한 지원을 한 데 감사를 나타내고,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기여를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UNGC에 많은 기업 가입 당부 반 총장은 앞서 오전에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유엔 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 참석, “유엔이 해결하고자 하는 세계 여러 문제를 풀어 가려면 기업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 의식 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또 “오는 2020년까지 UNGC 회원 기업 수를 2만여개로 확장하고자 한다.”며 한국 기업의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반 총장은 이어 교육과학기술부와 외교통상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2011 유엔 아카데믹 임팩트(UNAI) 포럼’에 참석, 국내외 대학 총장, 국제기구 관계자 등 300여명과 만났다. 반 총장은 개회사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처럼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면 세상을 더 지혜롭고 공평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성실·존중이라는 세 요소를 토대로 식량과 영양 안보, 지속가능한 개발, 인류 번영이라는 과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유엔과 정부, 학계와 교육계가 공동의 목표를 갖고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김미경·김효섭기자 chaplin7@seoul.co.kr
  • 조선은 왜 근대화 실패했나

    조선은 왜 근대화 실패했나

    ‘일본, 한국 병합을 말하다’(열린책들 펴냄)는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 학자들이 “일본, 도대체 왜 이래?”라는 질문을 던지는 논문집이다. 지난해 한·일 병합 100년을 맞아 병합조약의 불법성을 인정했던 일본의 진보적 학자들이 낸 19편의 글이 실렸다. 일본 잡지 ‘사상’(思想)에 ‘한국 병합 100년을 묻다’를 주제로 발간한 특집호와 뒤이어 열린 심포지엄 내용을 정리한 단행본을 번역한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논문은 미야지마 히로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의 ‘일본사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이다.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고리타분한 유교에 젖지 않아 우뚝 설 수 있었다는 ‘탈아론’(脫亞論) 자체를 겨냥한다. 미야지마 교수가 보기에 이는 거꾸로다. 유교에 젖지 않아 일본이 우뚝 설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유교 문화권이 아니어서 일본은 내내 주변부 외톨이로 지내야 했다. 미야지마 교수는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통감으로서 추진한 사법개혁 작업을 한 예로 든다. 일본에 근대 민법과 상법을 도입한 법학자 우메 겐지로를 조선에 불러들였는데 그는 조선을 연구한 뒤 “소유권이라 할 수 있는 권리가 한국의 인민에게는 적어도 수백년 전부터 인정돼 왔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미개했던 일본은 서구문명 무조건 수용 쉽게 말해 우매한 조선에 한 수 가르쳐 주려 했더니, 조선은 이미 두세 수 앞서 가고 있더라는 얘기다. 조선은 어떻게 근대적 소유권 제도를 수백년 전에 이미 확립했을까. 미야지마 교수는 “그게 바로 (일본이 끝내 거부한) 유교문명권의 특징”이라고 답한다. 1871~1873년 메이지 정부가 단행한 일본의 근대 개혁 작업에 대해서도 미야지마 교수는 평가절하한다. 그때서야 일본에 도입된 호적·징병제도, 토지매매나 직업·이주의 자유, 군현제는 이미 조선에 있었다는 것이다.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이 추진했다는 근대적 개혁의 상당 부분은 조선에는 필요 없었다.”면서 “조선에 이미 있었고, 그 까닭은 유교 모델을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왜 근대화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있던 조선이 일본에 역전당했는가. 미야지마 교수는 “서구와 일본에서 근대 들어 비로소 실현됐던 상당 부분이 조선에 이미 실현돼 있었다는 조건” 그 자체가 걸림돌이었다고 본다. ●유 교문명 앞섰던 조선은 비판적 수용… 日에 역전당해 즉 이미 어느 정도 그런 제도가 뿌리내리고 있다 보니 “근대적 변혁을 실시하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불명확해지고, 이로 인해 서구 문명 수용이 절실하게 인식되기 곤란해졌으며, 동시에 서구문명을 상대화하려는 움직임이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구 문명을 접한 조선·일본 양국 지식인이 남긴 기록을 보면 일본은 ‘매료’가 분명히 드러나는 반면, 조선은 ‘비판적 수용’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봤다. 뒤집으면 워낙 밑천이 없었던 일본은 남의 것을 금세 주워 먹을 수 있었지만, 유교 문명권 속에서 오랜 중앙집권적 관료제의 전통을 지닌 조선은 가진 게 워낙 많아 움직임이 굼뜰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미야지마 교수는 이 문제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한 사례로 “일본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정체”를 들었다.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이행을 계기로 사회제도적 차원에서의 진보가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는 반면,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서구적 전통을 근대화의 목표로 급속하게 수입한 것과 다소간 뒤틀림이 있고 전진과 후퇴가 있더라도 그 이전 사회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수용하는 것과의 차이라는 뜻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잘나가던’ 조선, 왜 일본에 역전당했을까?

     ‘일본, 한국병합을 말하다’(열린책들 펴냄)는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 학자들이 “일본, 도대체 왜 이래?”라는 질문을 던지는 논문집이다. 지난해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병합조약의 불법성을 인정했던 일본의 진보적 학자들이 낸 19편의 글이 실렸다. 일본 잡지 ‘사상’(思想)에 ‘한국병합 100년을 묻다’를 주제로 발간한 특집호와 뒤이어 열린 심포지엄 내용을 정리한 단행본을 번역한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논문은 미야지마 히로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의 ‘일본사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이다.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고리타분한 유교에 젖지 않아 우뚝 설 수 있었다는 ‘탈아론’(脫亞論) 자체를 겨냥한다. 미야지마 교수가 보기에 이는 거꾸로다. 유교에 젖지 않아 일본이 우뚝 설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유교 문화권이 아니어서 일본은 내내 주변부 외톨이로 지내야 했다.  미야지마 교수는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통감으로서 추진한 사법개혁 작업을 한 예로 든다. 일본에 근대 민법과 상법을 도입한 법학자 우메 겐지로를 조선에 불러들였는데 그는 조선을 연구한 뒤 “소유권이라 할 수 있는 권리가 한국의 인민에게는 적어도 수백년 전부터 인정되어왔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쉽게 말해 우매한 조선에게 한 수 가르쳐주려 했더니, 조선은 이미 두세수 앞서 가고 있더라는 얘기다. 조선은 어떻게 근대적 소유권 제도를 수백년 전에 이미 확립했을까. 미야지마 교수는 “그게 바로 (일본이 끝내 거부한) 유교문명권의 특징”이라고 답한다.  1871~1873년 사이 메이지 정부가 단행한 일본의 근대 개혁 작업에 대해서도 미야지마 교수는 평가절하한다. 그때서야 일본에 도입된 호적·징병제도, 토지매매나 직업·이주의 자유, 군현제는 이미 조선에 있었다는 것이다.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이 추진했다는 근대적 개혁의 상당 부분은 조선에는 필요 없었다.”면서 “조선에 이미 있었고, 그 까닭은 유교모델을 수용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왜 근대화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있던 조선이 일본에게 역전당했는가. 미야지마 교수는 “서구와 일본에서 근대에 들어 비로소 실현됐던 상당 부분이 조선에 이미 실현되어 있었다는 조건” 그 자체가 걸림돌이었다고 본다.  즉, 이미 어느 정도 그런 제도가 뿌리 내리고 있다 보니 “근대적 변혁을 실시하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불명확해지고, 이로 인해 서구 문명 수용이 절실하게 인식되기 곤란해졌으며, 동시에 서구문명을 상대화하려는 움직임이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구문명을 접한 조선·일본 양국 지식인이 남긴 기록을 보면 일본은 ‘매료’가 분명히 드러나는 반면, 조선은 ‘비판적 수용’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봤다. 뒤집으면 워낙 밑천이 없었던 일본은 남의 것을 금세 주워 먹을 수 있었지만, 유교문명권 속에서 오랜 중앙집권적 관료제의 전통을 지닌 조선은 가진 게 워낙 많아 움직임이 굼뜰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미야지마 교수는 이 문제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한 사례로 “일본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정체”를 들었다.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이행을 계기로 사회제도적 차원에서의 진보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반면,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서구적 전통을 근대화를 목표로 급속하게 수입한 것과 다소간 뒤틀림이 있고 전진과 후퇴가 있더라도 그 이전 사회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수용하는 것과의 차이라는 뜻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음~ 맛보다 이미지로 승부

    음~ 맛보다 이미지로 승부

    커피 전문점들의 고객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국내 상위 8개 브랜드 커피 전문점 수만도 2800여개에 달한다. 제과, 패스트푸드, 아이스크림 업체까지 ‘커피 전쟁’에 대거 뛰어들고 있다. 대학가나 지하철역 주변의 메인 상권을 벗어나 아파트단지, 이면도로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에도 속속 점포가 개설되고 있다. 그 수가 급증하는 만큼 업체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컨셉트’로 영역 확장에 나서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약 3조원에 달한다. 인스턴트커피가 1조 2000억원대, 원두를 사용하는 커피 전문점이 1조원대, 캔커피류의 RTD(Ready-To-Drink) 커피 시장이 7000억원대 규모다. 커피 전문점 매장 수는 카페베네가 630곳으로 가장 많고, 엔제리너스커피가 480곳, 스타벅스가 360곳으로 뒤를 잇고 있다. 커피숍, 다방, 카페 등을 모두 합하면 2만 8000여곳으로 추산된다. 업계는 커피 시장이 매년 20%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춰 봤을 때 2015년 커피 관련 전체 점포 수는 3만곳, 국내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점포 수는 매년 1200곳이 늘어 1만 1500곳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직영점 방식인 외국계 브랜드 점포 개설이 둔화되는 반면 프랜차이즈(가맹점) 방식의 국내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 전문점들은 제품 가격, 맛, 향, 원두의 신선도, 서브 메뉴(샌드위치, 와플, 젤라토 등) 등을 달리해 차별화를 꾀하던 초기 전략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특화된 컨셉트’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엔제리너스커피는 지역 특색을 살린 ‘지역 특설 매장’을 연이어 개점했다. 부산의 경우 달맞이길, 해운대 청사포, 광안리 해수욕장 등에 바다 전망을 보며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매장을 열었다. 스타벅스는 고객·사회 환원 등 ‘착한 경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국내에서 입지를 굳힌 만큼 착한 이미지를 특화해 미래 고객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경상 이익의 4.3%에 달하는 9억 5000여만원을 장학금 등의 형태로 지역민과 단체에 돌려줬다. 맥세스실행컨설팅 현운성 선임연구원은 “2015년에는 커피 시장이 4조 4000억원대로 성장하고, 이 중 커피 전문점의 매출액이 약 3조원으로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앞으로는 친환경적인 ‘가든 컨셉트’ 등 기존 커피 전문점과는 다른 컨셉트의 매장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 中 고속철도 건설 ‘브레이크’

    ‘속도전’ 양상으로 내달려온 중국의 고속철도 증설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브레이크를 움켜 쥔 ‘기관사’는 성광쭈(盛光祖) 철도부장이다. 40명의 희생자와 200명 가까운 부상자를 낸 고속철도 추돌참사로 ‘철도부 해체론’이 비등해지고 있는 가운데 철도부 수장이 결국 ‘안전우선’을 요구하는 여론에 백기를 든 셈이다. 성 부장이 최근 열린 철도부 간부회의에서 “앞으로 고속철도를 포함한 신규 노선을 건설할 때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놓고 엄격하게 공기(工期)를 지키라.”고 지시했다고 4일 경화시보 등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성 부장은 “안전은 하늘과 같이 크고, 책임은 태산과 같이 무겁다.”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마치 ‘대약진 운동’을 하듯 고속철도 건설에 매진해왔다. 지난 2월 부패 혐의로 낙마한 류즈쥔(劉志軍) 철도부장의 실적 욕심과 ‘세계 최고’에 도취된 최고 지도부의 묵인 속에 공기를 앞당겨 조기 개통하는 것을 당연시해 왔다. 지난 6월30일 개통한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도 원래 연말쯤 개통 예정이었지만 공산당 창당 90주년 기념일(7월 1일)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개통을 앞당겼다. 시공 도중에 ‘부실 콘크리트 타설’ 등의 우려가 제기됐고, 한달 여의 시험운행 기간이 턱없이 짧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누구도 조기 개통을 막을 엄두를 못냈다. 이렇게 무리하게 개통한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는 한달여 동안 크고 작은 고장으로 자주 멈춰서 전 세계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베이징~상하이 고속철도의 잦은 고장과 원저우(溫州) 고속철도 추돌 참사 등으로 중국 내부에서도 팽창 위주의 고속철도 건설을 중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철도부 수장의 ‘공기 준수’ 선언이 나옴에 따라 중국 고속철도 노선의 확장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질 수밖에 없게 됐다. 철도부의 부채가 2조 위안(약 33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철도부 해체론’은 더 큰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철도부는 7만여명에 이르는 자체 공안(경찰)과 16개 지방철도국, 2개의 직영 철도공사, 3개의 운수자회사, 신문사 등을 거느린 매머드 조직이다. 차관급 이상 간부가 9명, 전체 직원은 211만명이 넘는다. 지난 2008년 대부제(大部制) 정부개편 당시 항공, 육로교통과 함께 교통운수부에 통합될 예정이었지만 철도부만 살아남아 막강파워를 과시했다. 통폐합을 막은 당시 류 부장 뒤에 덩샤오핑과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인맥이 버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원저우 참사를 계기로 건설도 스스로 하고, 감사도 자신이 하는 기형적 조직에서 부패와 부실이 싹텄다는 진단과 함께 이제는 ‘공룡 철도부’를 해체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지식인들은 철도부 문제를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철저하게 조사해달라는 청원을 제기해놓고 있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군사기밀 유출] “대장 출신이… 예비역 방산업체 취업 제한을”

    [군사기밀 유출] “대장 출신이… 예비역 방산업체 취업 제한을”

    3일 군사 기밀 누설 혐의로 김상태 전 공군참모총장이 불구속 기소되자 군은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창군 이래 가장 수치스러운 사건”이라면서 “국민에게 ‘4성 장군 출신조차 돈 때문에 정보를 팔아먹었다’는 인식을 남기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군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피했다. 공식 대응한다는 자체가 군의 고질적인 병폐나 국방획득사업의 전반적인 비리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 우려하는 모습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무기중개상과 무기업자 간에 빚어진 문제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전관들이 방산업계에 재취업해 현역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 속에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일부에선 국방획득사업이 갖는 기밀성이 방산 비리를 남기는 한 원인이라고 거론된다. 방산업체로선 비밀사안인 군의 획득정보를 빨리 뽑아내기 위해 전관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방산업체들이 3~5년 주기로 예비역 출신 중역들을 갈아치우는 이면에는 군과의 연줄을 이어 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귀띔했다. 제한적인 방산 시장 규모가 도리어 무기중개상의 활동 범위를 넓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린다 김 로비 사건이 빌미가 돼 2006년 창설된 방사청조차도 정부 간 거래 방식인 해외군사판매(FMS)와 함께 무기중개상이 개입할 여지가 있는 직접상업판매(DCS) 방식을 병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사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구매 거래에서 FMS구매는 7000억여원어치였던 것에 비해 DCS구매는 1조 2000억여원어치였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많은 행정 비용과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FMS거래보다 DCS거래로 싼 가격에 원하는 물자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외국 업체의 대행이나 대리점 격인 예비역 출신 무기중개상들이 로비스트로 변질될 때는 비리와 직결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대령급 이상 군인이나 2급 이상 공무원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업종으로의 취업이 제한된다. 정부는 최근 국방부와 방사청의 군수품 관리 및 방위력 개선 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소령급 이상까지 취업 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방사청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대령급 이상 퇴직자 40명 가운데 11명이 방산업체에 취업했다. 취업 제한 대상이 아닌 중령급 이하 퇴직자들 상당수도 방산업체에 취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자본금이나 외형거래액이 적은 무기중개업체로의 취업은 제한을 받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전관 출신을 이용해 방산업체로 이직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취업 승인 심사과정에서 직무 관련성을 보다 엄격히 따질 필요가 있다.”면서 “사회적으로도 제대 군인에 대한 처우를 제고해 로비스트로의 변질을 막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솜방망이 처벌 관행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08년 스웨덴 사브그룹에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관련 정보를 넘겨준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공군 소장 김모(57)씨는 지난 3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확정받았다. 2009년 록히드마틴사의 한국 대리점 부사장으로 영입돼 공대지 미사일 구매 계획을 빼돌려 기소된 예비역 공군 대령 장모씨 역시 집행유예형을 받고 철창행을 피했다. 1996년 미 해군정보국 컴퓨터분석관으로 근무하다가 강릉 지역 무장공비 침투 사건 관련 정보를 우리 정부에 알려준 혐의로 기소된 로버트 김이 미 연방교도소에서 9년간이나 수감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지구촌 물가폭등 주범 제각각

    지구촌 물가폭등 주범 제각각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추값이 쇠고기값보다 비싸다.” 우리나라 7월 소비자물가를 연중 최고치로 끌어올린 ‘주범’이 배추라면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추가 당국을 괴롭히고 있다. 지난해 평년보다 많은 비가 온 탓에 ㎏당 1만 5000~2만 루피아(약 1900~2500원) 하던 고추 가격이 한때 10만 루피아(약 1만 2500 원)까지 치솟았다. 결국 정부는 10만 가구에 고추씨를 나눠 주면서 ‘직접 길러서 먹으라.’는 고육책을 쓸 수밖에 없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서 매달 발표하는 식품가격지수가 지난 2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식량 가격 상승은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각국의 독특한 식생활 문화로 물가를 끌어올리는 식품은 천차만별이다. 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주요국 식품 가격 상승의 의미 및 시사점’에 따르면 인도는 양파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인도는 대표적인 양파 수출국이면서 동시에 소비국이다. 하지만 지난해 대홍수로 양파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매주 가격 상승세가 두 자리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고 인근 파키스탄에서의 수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역시 물난리 피해가 컸던 파키스탄도 양파 수출을 중단했고, 인도는 파키스탄으로의 토마토 수출을 금지하는 등 맞불을 놓았다. 뭄바이 테러 이후 가뜩이나 불편한 양국 관계가 양파로 더욱 경색됐다. 콩도 인도 식량 가격 상승에 한몫하고 있다. 식량정책연구소(FPRI)가 FAO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인구의 42%가 채식주의자로, 단백질 보충을 위해 콩을 소비하고 있다. 매년 1인당 8.7㎏의 돼지고기를 소비하는 중국의 경우 6월 돼지고기 가격이 전달에 비해 57.1% 오르면서 가뜩이나 높은 물가를 더욱 끌어올렸다. 중국 정부는 일단 양돈장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 1월 북동부 대홍수로 바나나 가격이 급등했다. ㎏당 2.5호주달러인 바나나가 15호주달러로 올랐다. 멕시코의 경우 이미 2007년 옥수수 가격 상승으로 주식인 토르티야 가격 급등을 겪은 바 있다. 결국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업체에 가격 동결을 명령했다. 재정부는 바이오 연료가 중장기적으로 곡물 가격 추세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동방예의지국이 어쩌다가… 노인학대 급증

    동방예의지국이 어쩌다가… 노인학대 급증

    인천시 계양구에 사는 정미자(가명·80·여)씨는 10여년 전 아들과 며느리를 교통사고로 잃고 사춘기에 접어든 손자와 둘이 살고 있다. 손자가 지난해 중학교 2학년이 된 뒤 불량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난폭하게 변했다. 걸핏하면 돈을 요구하며 소리치고, 돈을 주지 않으면 정씨를 발로 차고 물건을 부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정씨는 왼쪽 집게손가락이 부러져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정씨는 손자를 경찰에 신고하라는 이웃 주민들의 권유에도 불구, “유일한 피붙이를 어떻게….”라며 손자를 감싸고 있다. 부산시 사상구 김정순(가명·68·여)씨는 직물공장에서 일하며 평생 번 돈을 아들의 사업 자금으로 줬다. 2006년 일을 그만두자 아들과는 연락이 끊겼다. 그런데도 주민등록상 등재된 아들이 근로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김씨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8만원 정도의 노령 연금으로 겨우 입에 풀칠만 하고 있다. 노인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은 “김씨의 아들은 노인학대 가운데 전형적인 방임”에 해당한다며 경찰 신고를 권유했다. 그러나 김씨는 “내가 죽는 게 낫지 아들을 신고해서 뭐하겠느냐.”며 눈물지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노인학대’가 묻히고 있다. 가족들의 무관심 속에 내팽개쳐지거나 폭행당하는 노인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지만 신고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는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이는 실정이다. 학대 상황에 놓였어도 “내 자식인데…”라는 혈연관계의 특수성 탓에 가족이 피해를 입을까 봐 신고하지 못하거나 가족사를 남에게 알리기를 부끄러워하는 전통적인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가족 문제에 미온적인 경찰의 태도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노인학대의 조기 발견과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 관계 당국 간의 협조 시스템 구축, 경찰 차원의 노인 보호활동 강화 등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복지부에 접수된 노인학대 신고는 2007년 4730건, 2008년 5254건, 2009년 6159건, 2010년 7503건으로 3년만에 58.6%나 증가했다. 지난해 발표한 ‘노인학대 실태조사’에서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13.8%인 72만명이 신체적·정신적인 폭력 등 가혹행위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노인학대 경찰접수는 2007년 249건, 2008년 213건, 2009년 190건, 2010년 111건으로 해마다 줄었다. 복지부 집계의 1.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복지부의 집계가 많은 이유는 노인보호전문기관 등 노인들만 모인 공간에선 가족들에 대한 불만을 비교적 쉽게 털어놓을 수 있고, 고백해도 가족이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노인복지법에 따르면 노인에 대한 폭언·폭행뿐 아니라 경제적 착취, 유기·방임도 노인학대의 범주에 해당한다. 노인학대자는 최장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낮은 경찰 신고율에서도 보듯 형사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유지웅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이와 관련, “신고체계에만 의존하는 관행을 바꾸고 경찰과 지역단체 간 공동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면서 “법 조문에 명시된 노인학대의 정의, 노인의 연령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희명 남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보호기관을 통한 다양한 교육·홍보활동도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현대·기아 하이브리드車 판매량 두달연속 2000대 넘어 ‘대중화’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차종 판매가 두달 연속 2000대를 넘어서면 대중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 쌍용차가 3월부터 5개월 연속 1만대 판매 고지를 넘어서면 ‘부활의 날갯짓’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내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지난달 판매 실적은 국내 12만 7237대, 해외 49만 8823대(부품을 수출해서 현지에서 조립·판매하는 방식인 CDK 제외)로 총 62만 6060대이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내수 판매는 6.2%, 수출은 10.9% 늘었으며, 총 판매 실적은 9.9% 증가했다. 지난달 현대차는 국내 6만 21대, 해외 26만 3616대 등 세계 시장에서 32만 3637대를 판매했다. 내수 시장에서는 아반떼가 1만 1051대가 팔려 2개월째 내수 판매 1위에 올랐으며, 그랜저는 9019대가 팔렸다. 쏘나타는 8922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는데 이 중 하이브리드 모델이 1500대를 차지했다. 기아차는 국내 4706대, 해외 16만 5894대 등 총 20만 6600대를 판매했다. 지난달 판매된 K5는 모두 7051대였고 그 중 729대가 하이브리드 차량이었다. 한국지엠은 7월 한달간 내수 1만 3003대, 수출 5만 3550대 등 작년 같은 달보다 1.0% 줄어든 총 6만 6553대를 판매했다. 지난달 내수 판매는 쉐보레 스파크와 올란도, 크루즈 등 인기 차종의 꾸준한 수요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26.1% 증가했으나 수출은 5.9% 줄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지난 7월 한달간 내수 1만 1대, 수출 8506대 등 작년 대비 12.7% 줄어든 1만 8507대를 팔았다. 쌍용차는 지난 7월 내수 3506대, 수출 7257대(CKD 제외) 등 총 1만 763대를 판매해 5개월 연속 1만대 고지를 넘었다. 한편 완성차 5개사의 지난달 내수 점유율은 현대차 47.2%, 기아차 32.0%, 한국지엠 10.2%, 르노삼성 7.9%, 쌍용차 2.8% 순으로 나타났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중부 또 폭우] 산림청 ‘산사태 위험관리시스템’ 보완 목소리

    서울 우면산 산사태를 계기로 주먹구구식인 정부의 산사태 위험관리 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산사태 예보발령 시스템의 허점이다. 산림청은 2006년 지자체의 산림재해 예방을 위해 산사태위험지관리시스템(산사태관리시스템)을 구축, 산지 공간정보와 산사태 예측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무관심 속에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산림청은 기상청의 기상정보를 토대로 산사태 위험기준에 맞으면 단문문자메시지(SMS)를 해당 시·군·구에 자동으로 전송한다. 하지만 전송 이후 피드백 시스템은 없다. 이번 서초구의 경우처럼 문자가 발송이 됐다면 해당 지역에서 사후처리는 어떻게 했는지를 관리하지 않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26일 오후 5시 24분, 7시 31분, 8시 24분, 27일 오전 2시 30분 등 4차례나 SMS를 자동 발송했으나 서초구는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한 상태다. 이 때문에 산림청이 산사태관리시스템 등록대상인 지자체의 산림부서 공무원들의 등록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들은 소속기관의 ID와 비밀번호로 시스템에 접속한 뒤 휴대전화 번호만을 올리고 있다. 이를 담당자 이름도 함께 올리는 방식으로 변경, 문제가 생길 경우 산림청에서 유선통보 등 다른 수단을 강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산사태위험 등급 재평가 및 관리조치도 시급하다. 현 등급은 2006년 정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우면산 일부는 산사태 위험 1등급 지역으로 분류돼 있으나 산림청이나 관할 지자체인 서초구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산림청은 이와 관련, 도심 산지 등 산사태 발생 시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등급을 재평가하는 한편 주택가와 인접한 산림에 대해서는 지자체, 산주와 협의를 거쳐 폭우 시 유속과 침식을 줄일 수 있는 계류보전사업 등 안전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김경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방재연구과장은 “도시지역은 상대적으로 산사태 위험지역이 적어 대책 마련이 용이하나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사방구조물 설치 등이 미흡하다.”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게릴라성 집중호우 증가가 예상되므로 대도시 주변 산에 대한 산지토사재해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LA 빌딩 숲에 미친 ‘21세기판 식인종’ 출현?

    LA 빌딩 숲에 미친 ‘21세기판 식인종’ 출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엔젤레스 시 번화가에서 한 여성이 유모차를 탄 아이를 나꿔 채 팔을 뜯어먹으려다 미수에 그친 엽기적 사건이 일어났다. 미국 일간지 뉴욕 데일리 뉴스는 28일(현지 시간) LA 경찰이 이같은 일을 저지른 여성을 체포한 뒤 사진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나타샤 허바드(36)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가족 단위 쇼핑객들로 붐비는 LA 중심가에서 어머니가 미는 유모차에 탄 아기의 다리를 나꿔 챈 뒤 인근 트럭의 쇠기둥에 패대기 치려고 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경찰에 따르면 허바드는 생후 4개월 짜리 아기의 팔을 먹기 위해 이런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허바드가 아기의 어머니, 이모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다 체포되는 바람에 실제로 아기의 팔을 뜯어먹은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알렉산더라는 이름의 아기는 이 와중에 심한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허바드는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데 현지 경찰은 “또 다른 (식인)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라고 허바드의 얼굴 사진을 공개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 뉴욕 데일리 뉴스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열린세상]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열린세상]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지난주에 미국 동부에 위치한 명문 대학 몇 군데를 방문하였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세계 대학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명문 대학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노벨상 수상자가 진행하는 강의, 수백만 권의 장서를 자랑하는 도서관, 일년 내내 캠퍼스 곳곳에서 벌어지는 학생들 간의 논쟁과 다양한 공연 등 대학이 자유와 진리의 전당임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 상황은 분야 간 속도의 충돌 때문이라고 주장하였다. 경제 발전의 속도를 사회 제도나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은 시속 160㎞의 속도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부와 관료조직, 대학은 50㎞도 안 되는 속도로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런 속도의 차이는 결국 상호 충돌을 야기하고 변화와 발전의 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지적하였다. 몇 달째 등록금 논쟁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 2010년도 우리나라 교육예산은 약 40조원 중에서 약 12%가 대학에 지원된다. 정부지원만 가지고는 건물 하나 제대로 짓기 어렵다. 하버드대의 대학발전기금은 35조원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전체 교육예산과 맞먹는다. 서울대학교 발전기금의 100배를 넘는다. 이렇게 모은 발전기금은 훌륭한 교수를 영입하고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는 데 사용한다. 동부 명문 프린스턴대는 2010년 전체 학부학생의 60%인 3000명에게 1300억원을 재정 지원하였다. 1인당 지원 액수는 평균 4000만원으로 학비 및 생활비의 약 80% 정도이다. 학생이 받는 재정지원은 학생 가정의 소득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가정 전체 소득이 일년에 7000만원이 되지 않을 때는 학비 및 생활비 전액을 지원한다. 특이한 사항은 가정형편이 학생 선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배려하여 같은 조건에 있는 어려운 학생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장치해 놓은 것이다. 상위소득 가정에까지 반값 등록금을 주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학발전기금 모금의 주요 대상은 동문들이다. 거금을 기부하는 동문들의 공통점은 젊은 시절 대학에서의 경험이 본인의 현재 성공에 중요하게 기여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명문대학 학부교육은 매 학기 모든 강좌가 엄청난 분량의 읽을 거리와 과제 발표 등으로 학점을 따기가 힘들기로 유명하다. 혹독한 학문적인 단련과 더불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과 국가와 세계에 대한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대학시절에 끊임없이 가르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 대학생은 어떠한가. 입학 당시부터 취업이나 취직이 잘되는 인기학과에 학생들이 몰리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전공보다는 고시준비나 대기업 취직을 위한 스펙 쌓기와 학점관리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보낸 대학생활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뻔한 일이다. 열린 세상을 향한 도덕적인 인간이 되기 위한 대학 교육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명문대학의 또 다른 특징은 교수의 연구업적이다. 정년보장 트랙에 들어간 교수들의 연구는 치열하다 못해 처절하다. 정년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양적인 성과 못지않게 질적인 우수성을 보여 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내 명문 의대 교수 중에서 1년에 논문을 한편도 안 쓴 사람이 15% 정도라고 한다. 환자 진료와 임상 실습 교육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교수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새로운 전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 강의 또한 훌륭한 연구에 기반을 두었을 때 충실히 내용이 전달된다. 세계 유수 대학은 변화의 속도와 전쟁을 하고 있다. 미국 명문대학들은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에, 아랍에 캠퍼스를 세우고 교수들을 파견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총장에 임명된 다트머스대 김용 교수는 서울대학교의 법인화는 우리나라 대학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 주고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꼭 성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이 바로 국가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 ‘시스템 대사공학’ 새 기술체계 제시

    ‘시스템 대사공학’ 새 기술체계 제시

    세계적으로 신생 에너지원에 대한 연구가 한창인 가운데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훈교수팀이 미생물을 활용해 석유제품을 대신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체계를 제시했다. 이 교수팀은 26일 “바이오매스(biomass·생물학적 물질)에서 화학물질 및 제품을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 리파이너리’에 대한 기법과 전망을 세계적 학술지 ‘생명공학동향’ 8월호 표지논문으로 소개했다.”고 밝혔다. 현재 세계 과학계는 바이오매스를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보고 연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진은 해조류나 비식용 생물자원 등 바이오매스 원료를 활용해 기존 석유화학산업에서 원유 등 원료물질을 정제해 나프타·아스팔트 등 생활에 필요한 갖가지 제품을 생산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 같은 기술의 통칭이 바이오 리파이너리(생물을 활용한 정제)다. 이 교수팀은 바이오 리파이너리의 상용화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대사공학의 한 방식인 ‘대사 시스템 교체’라고 밝혔다. 유전자를 조작한 미생물이 에너지를 스스로 증식하거나 소비하는 데 쓰지 않고 연구진이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는 데 쓸 수 있도록 대사구조를 바꾸는 게 대사공학이다. 시스템 대사공학은 세포 속의 모든 유전자·단백질 등의 종합정보와 가상세포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세포의 상태를 다각적으로 규명, 이를 활용해 맞춤형 대사 조절을 시도하는 것이다. 미생물을 게놈 수준에서 관찰 및 조작하기 때문에 미생물로부터 원하는 기능을 유도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팀의 설명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스페인팀 피라냐 수영복 패션은 금메달감

    스페인팀 피라냐 수영복 패션은 금메달감

    ”수영복과 수영모자가 이상해요.” 박태환의 자유형 400m 금메달로 서막을 연 2011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식인 물고기인 피라냐를 연상케 하는 수영복을 입고 출전한 팀이 화제에 올랐다. 지난 23일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루틴(free routin) 경기에 참가한 스페인팀은 수영복 배 부분과 수영모자에 거대한 이빨을 드러낸 물고기 디자인의 수영복을 입어 전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스페인팀은 이날 톡톡튀는 수영복에 못지 않은 박력있는 무대를 선보이며 경기장을 찾은 관객은 물론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스페인팀은 러시아, 중국에 이어 동메달을 차지했다. 한편 지난 24일 남자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한 박태환은 26일 오후 7시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전에 출전해 대회 2관왕에 도전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통풍

    [Weekly Health Issue] 통풍

    한번 통풍을 경험한 사람은 그 고통을 “지긋지긋하다.”거나 “섬뜩하다.”고 표현한다. 이해가 될지 모르지만 이 병을 가진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소스라치듯 놀란다. 순식간에 강한 통증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통풍은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잘 먹고 편히 살아서 생기는 대표적 질환으로 꼽힌다. 통증을 유발하는 물질인 퓨린이 음식을 통해 섭취되어 체내에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통풍은 남성에게서 발병 빈도가 유의하게 높아 한때 국내에서는 남성들이 즐기는 술에 퓨린이 얼마나 함유됐는지를 조사, 연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통풍이 술 때문인 것은 아니다. 퓨린은 혈중 요산(퓨린의 대사로 만들어진 물질)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생기는데 요산은 육류의 과다한 섭취가 원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통풍에 대해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훈 교수로부터 듣는다. ●통풍은 어떤 병인가. 통풍(痛風)은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뜻을 가진 한자어로, 몸 속의 세포, 즉 DNA가 죽으면 최종 산물인 요산으로 대사되는데, 이 요산이 주로 관절에 축적되어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통풍의 위험인자가 따로 있나. 요산이 증가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는 흔히 대사증후군으로 구분되는 비만·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을 동반한다. 따라서 대사증후군이 위험인자라고 볼 수 있다. ●이 질환의 유병률과 발병 추이의 특이성을 설명해 달라. 국내에서는 정확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조사자료를 근거로 보면 고요산혈증 인구가 전체의 10% 정도이고, 통풍의 유병률은 0.26∼0.84% 정도로 파악된다. 그러나 식생활 조건이 좋아져 비만 인구가 급증하면서 고요산혈증 인구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비만한 중년 남성의 경우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통풍이 잘 생기며, 최근에는 20∼30대 젊은 남성들에게서도 자주 발병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혈중 요산 농도가 높은 사람에게서 갑자기 요산 수치가 높아지거나 낮아지는 등 변동이 생기면 관절 부위에 응축된 요산 결정이 서로 들러붙어 늘어나면서 급성 염증이 생기게 된다. 이 경우 평상시에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아무렇지도 않은 듯 생활하지만 요산 수치에 급격한 변동이 생기는 생활, 즉 음주나 육식을 한 후에 특정 관절에 급성 염증이 생겨 붓고 통증이 생긴다. 일단 통증이 나타나면 정도가 매우 심해 대부분의 환자들은 걷지 못해 목발을 짚거나 누군가의 부축을 받아 병원을 찾는다. 이런 통풍 관절염의 특징은 초기에는 관절·엄지발가락·발등·발목·발·무릎 등 단관절 형태를 보이거나 여기에 손가락 관절 또는 손목 등 두 곳 이상에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의 특이성은 급성 발작이 있을 때는 목발을 짚어야 할 정도로 아프지만 급성기가 지나면 씻은 듯이 통증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통증이 없다고 방치하면 요산 결정이 관절에 쌓여 결국 관절 변형으로 이어지게 된다. ●진단 방법을 소개해 달라. 관절염 증상이 나타났을 때 관절액을 뽑아 요산 결정을 편광현미경으로 확인하면 진단이 가능하다. 하지만 요산 결정이 상온에서 잘 녹아 없어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임상적 증상으로 진단을 많이 하는 게 일반적이다. 혈액검사에서 요산이 증가해 있으면서, 관절염의 양상이 24시간 이내에 발생하여 통증이 최고도로 심한 급성 양상이면서, 이전에 같은 증상의 과거력이 있고, 다발성이 아니라 발이나 발가락 한두개에 나타나며, 1주일 정도 경과 후 증상이 씻은 듯 좋아지면 통풍으로 본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급성 염증은 항염제로 쉽게 가라앉힐 수 있다. 치료의 목적은 급성 염증의 치료보다 합병증을 막는데 두는데, 이를 위해 요산 혈중농도를 6∼5㎎/㎗ 미만으로 유지한다. 정상적인 요산 혈중농도가 7∼8㎎/㎗이므로 이보다 훨씬 농도를 낮춰 합병증 발생을 차단하는 것이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부작용이 심각할텐데…. 통풍은 관절염 형태로 시작되지만, 원인이 고요산혈증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다량의 요산이 혈관을 떠돌다 신장을 통해 배설되는 과정에서 여러 장기에 손상을 준다. 신장으로 배설되면서 생기는 신결석과 이로 인한 신장투석, 혈압 상승 등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통풍 환자에게 심근경색이 왔을 때는 사망률이 16%, 만성심부전일 때는 9%나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고요산은 뇌출혈이나 뇌경색을 무려 47%나 증가시키고, 사망률도 26%나 늘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통풍 관절염도 문제지만 고요산혈증을 조절하는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음식 조절로도 치료가 가능한가. 적극적으로 체중을 줄이고, 혈압을 낮추며, 고지혈증과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조절하면 요산 수치도 떨어지기는 한다. 그러나 요산이 많이 든 음식인 육류나 단백질 섭취를 줄여도 혈중요산은 고작 1㎎/㎗ 정도 밖에 낮아지지 않는다. 결국 치료를 위해서는 요산을 떨어뜨리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치료와 관리는 평생 해야 하나.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통풍도 만성 질환이라 근본적으로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이상 투약을 중단하거나 치료를 멈출 수 없다. 약 없이도 혈중요산이 조절될 때까지는 투약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치료의 1차 목표는 혈중요산을 6㎎/㎗ 미만으로 낮출 때까지 약을 꾸준히 투여하는 것이다. 급성기에는 염증이 사라질 때까지 항염제를 간헐적으로 복용하면서 일반적인 치료를 병행한다. 통풍도 초기에 체중을 잘 조절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면 재발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초기에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이제는 공공외교다] 장기적 콘텐츠로 외국인 공감 얻어야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달 10일 열렸던 한국 아이돌 그룹 공연장 주변은 아침부터 몰려든 유럽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기대를 뛰어넘은 공연 성공에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을 ‘점령’했다는 보도가 한국의 신문과 방송을 도배했다. 한국 정부까지 나서서 ‘한국문화교류의 전당(가칭) 건립’을 내세우며 호들갑에 동참했다. 정부가 장기전략 없이 한류 바람에 편승해 단기 실적만 챙기려는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9일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선 K팝 팬들이 한국 아이돌그룹 공연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당시 현장을 지켜본 한상희 건국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카세트를 설치하는 한국 사람과 그가 ‘팀장님’이라고 부르는 한국 사람, 한국문화원에서 나온 사람들 … ‘에이 왜 안 모여’라고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상당수였다.”고 꼬집었다. 프랑스 라호쉘 대학 에블린 셸리키에 교수(한국어·문화 과정)는 유럽 한류의 수준을 냉정하게 진단한다. 그는 “K팝 팬 대부분이 한국에 대해 아는 건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기성세대의 현실은 더 냉정하다. “삼성이나 현대가 일본 브랜드인 줄 아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 대한 인식 수준은 북한보다도 떨어진다.” 한국사회가 ‘한류’에 유럽보다 더 취해 있을 때 파리 에펠탑 인근에 위치한 일본문화원은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하게 일본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일본문화원이 눈길을 잡는 건 에펠탑 바로 옆 노른자위 땅에 자리한 건물이 아니라 1층 기념품 가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프랑스어로 된 일본 관련 단행본 때문이었다. 유럽 어느 한국문화원에서도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유럽내 일본 문화의 저력은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일본 전통시인 하이쿠(俳句) 시집을 내고,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 등 각계에 포진한 친일인사 등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부가 관심을 쏟고 있는 ‘한류’는 공통점이 있다. 음식, 영화, 드라마, 음악. 모두 당장 ‘돈’이 되는 것들이다. 당장 돈이 안 되는 한국문학 번역지원사업은 “대부분 자비출판 형식인데다 조악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는 한 스페인 유학생의 지적처럼 조급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수십년의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일본학과 지원자가 오히려 더 늘었다는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사례는 한국을 알리는 작업이 얼마나 ‘인내와 끈기’를 필요로 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높이고 외국 시민 개개인의 ‘이해와 공감’을 얻어 한국의 품격을 높이자는 담론은 넘쳐나지만 장기적이고 큰 그림에 입각하지 않으면 한때 잘나가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 ‘홍콩 영화’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장기적 안목과 일관성을 강조하는 ‘공공외교’가 한국에 필요한 이유다. 파리·런던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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