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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아이 고향’ 이스터섬 몰락 원인은 바로 유럽인”

    “’모아이 고향’ 이스터섬 몰락 원인은 바로 유럽인”

    넓고 넓은 태평양 남동부에는 오랜 시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신비의 섬'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모아이의 고향' 이스터섬이다. 최근 미국, 칠레 등 공동연구팀이 이스터섬 문명의 몰락 이유를 밝힌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끌고있다. 우리에게도 사람 얼굴을 한 거대 석상인 모아이로 잘 알려진 이스터섬은 한 때 그들 만의 정교한 문명을 이뤘던 사회였다.   원래는 숲이 우거진 풍요로운 공간이었던 이스터섬은 서기 1200년 이후 인구가 2만 명에 이를만큼 커지며 수준 높은 문명이 자리잡았다. 그러나 지난 1722년 이들과 첫 조우한 네덜란드인들은 이스터섬이 황량한 모래로 가득차 있으며 3000명 정도의 원주민들이 힘들게 살고있다고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풍요로운 자연 환경에 찬란한 문명이 꽃폈던 섬이 불과 수백년 만에 몰락의 길을 걷게된 셈. 이에 학자들은 원인 규명에 나섰고 그 이유를 무분별한 벌채와 카니발리즘(인육을 먹는 풍습)에서 찾았다. 거대 석상인 모아이를 운반하기 위해 수많은 나무를 베며 숲이 사라졌고, 점점 먹을 것이 부족해진 원주민들이 사람까지 해치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지금까지 정설로 받아들여진 이같은 이론이 이번 공동연구팀의 논문으로 뒤집어졌다. 미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등 연구팀은 "이스터 문명의 몰락 원인은 벌채와 식인문화가 아닌 바로 유럽인들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의 이같은 결과는 섬 곳곳에 산재한 농기구와 예술작품, 토양, 기후 등의 분석을 종합해 얻어졌다. 연구를 이끈 크리스토퍼 스티븐슨 박사는 "유럽인들이 이스터섬에 도착하면서 천연두와 매독을 옮겨왔다" 면서 "이 때문에 원주민들은 관련 질병에 시달리기 시작했으며 일부는 노예로 끌려가 자연스럽게 인구수가 감소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섬의 마지막 나무가 베어진 후에도 원주민들은 꽤 오랫동안 잘 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칠레령인 이스터섬은 본토인 칠레까지 무려 3,700km나 떨어져 있어 ‘세계에서 가장 외딴 곳’이라고 불린다. 이스터섬의 원주민은 폴리네시아인으로 남태평양 섬 곳곳에 살았던 그들은 11~13세기 카누를 타고 나침반도 없이 망망대해를 건너 다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라면버거 파비앙 원조 논란 해명 “농담한 건데요?”…롯데리아만 황당

    라면버거 파비앙 원조 논란 해명 “농담한 건데요?”…롯데리아만 황당

    ‘라면버거 파비앙 원조 논란 해명’ 외국인 방송인 파비앙이 롯데리아 ‘라면버거’ 원조 농담으로 가벼운 곤욕을 치렀다. 파비앙은 6일 자신의 트위터에 “두달 전에 제가 개발한 라면버거. 왜 이제야 롯○○○에서 판매하는 걸까요? 허락 없이”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다. 파비앙이 공개한 사진은 MBC 에브리원 ‘100인의 선택-최고라면’에서 받은 ‘최고셰프’ 수상패와 함께 자신이 만든 라면버거와 롯데리아 ‘라면버거’를 비교한 사진이었다. 파비앙은 지난달 29일 방송된 ‘100인의 선택-최고라면’에서 라면을 이용한 미국식 퓨전버거 ‘아메리칸 누들버거’를 선보였다. 당시 파비앙이 만든 ‘아메리칸 누들버거’는 심사위원의 호평을 받으며 1위에 올랐다. 파비앙의 글과 사진에 대해 이에 한 트위터 이용자가 “파비앙 그냥 지우는 게 나을 듯 일본에서 먼저 만들었음..롯데리아에서 라이스버거만든 뒤에 나중에 밥버거 만든 것도 베낀 건가 그럼?”이라고 말하자 파비앙은 “농담식으로 올린 건데요?ㅎ”라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롯데리아는 2015년 첫 한정 제품으로 ‘라면버거’를 출시했다. 지난 99년 출시되어 두터운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야채라이스 불고기 버거 이후 약 16년 만에 출시되는 이색 제품으로 단품은 3400원, 세트 메뉴는 5400원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라면 버거는 국민의 대표 간식인 라면을 모티브로 활용한 제품으로, 기존 햄버거의 정형화된 틀을 벗어난 이벤트 제품이다.”며 “출시 이전부터 지속적인 고객들의 관심을 갖고 있는 제품으로 향후 제품 판매와 고객의 반응에 따라 정식 제품을 운영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치킨으로 전투기도 살 수 있다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치킨으로 전투기도 살 수 있다

    포클랜드를 두고 영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지난 2일(현지시간) 러시아로부터 12대의 전투폭격기를 임차하기로 합의하면서 현지 언론과 누리꾼들의 화제가 되고 있다. 최신형도 아닌 구식 전투기 12대를 임대하는 것이 현지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아르헨티나가 빌려오는 전투기가 ‘러시아판 F-111’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다양한 정밀유도무기를 운용할 수 있어 포클랜드에 배치된 영국군에게 큰 위협이 된다는 것도 있지만, 거래 방식이 특이했기 때문이었다. -전투기 임대료는 ‘쇠고기’와 ‘밀’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아르헨티나는 유럽에서 ‘아르헨티나 드림’을 꿈꾸며 이주할 정도로 부유하고 살기 좋은 나라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만화영화 '엄마 찾아 삼만 리'의 원작인 '아페니니 산맥에서 안데스 산맥까지'라는 아동 단편소설 역시 아르헨티나로 일자리를 찾아 떠난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이탈리아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었을 만큼 20세기 초 아르헨티나는 강대국이자 희망의 나라였다. 1920년대 세계 대공황의 여파로 줄곧 내리막길을 걷긴 했지만, 넓은 영토와 탄탄한 1차 산업이 유지되고 있었던 아르헨티나의 군사력은 ‘썩어도 준치’였다. 1980년 포클랜드 전쟁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과 함께 남미의 양대 강국으로 항공모함과 순양함, 중형 잠수함, 당시 기준으로 최신 전투기를 다수 보유한 군사강국이었다. 그러나 포클랜드 전쟁에서 무려 100여 대의 항공기와 8척의 군함을 상실하면서 군사력이 크게 약화되었고, 전쟁 이후 패전에 의한 정치적 혼란과 경제 위기 등으로 인해 20년 가까이 제대로 된 무기 도입을 하지 못해 현재는 육·해·공군을 막론하고 노후 장비만 보유한 나라로 전락했다. 아르헨티나 주변에는 안보를 위협할만한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노후 전투기나 군함만으로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이제는 전투기와 군함이 너무 낡아 부품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신형 무기 도입이 필요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아르헨티나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포클랜드에 영국이 지난 2008년부터 전투기와 구축함을 증강 배치하면서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 도입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형 전투기 도입 사업을 시작했다. 아르헨티나가 가장 먼저 손을 내민 곳은 이스라엘이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스라엘제 크피르(Kfir) 전투기 18대 도입을 추진했고, 지난해 1월 도입이 성사되는 듯 했으나, 협상 타결 직전 영국의 압력으로 협상이 유야무야되면서 전투기 도입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웨덴과 접촉해 최신형 전투기인 JAS-39E 그리펜(Gripen) NG 전투기 도입을 추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전투기는 전체 부품의 약 28%가 영국에서 생산되고 있었고, 당연히 영국은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아 그리펜 전투기 도입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영국의 집요한 방해공작을 피하기 위해 아르헨티나가 눈을 돌린 곳은 러시아였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10년부터 러시아제 무기 도입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돈 없는 고객인 아르헨티나 보다는 돈 있는 국가인 영국과의 관계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수송헬기 몇 대 도입하는 것 말고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사이가 급격히 틀어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러시아와의 무기 도입 협상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러시아에 중고 전투기와 군함을 임대 또는 판매해 줄 것을 요청했고, 러시아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변수는 ‘결제방식’이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해 여름 디폴트를 선언했고,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치고 있으며, 대외 부채가 1320억 달러를 넘는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상 무기 대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돈은 없어도 무기 도입은 절실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가 러시아에 제시한 결제 방식은 ‘바터 무역(Barter trade)' 즉, 물물교환이었다. 아르헨티나는 돈은 없지만 콩과 밀, 쇠고기 등 농축산물은 풍부한 나라이고, 세계적인 농축산물 수출국이기도 하다. 아르헨티나는 자신들에게 풍부한 밀과 쇠고기로 전투기 임대료를 내겠다고 러시아에 제안했다. 전투기 임대 계약은 스위스와 체코, 스페인 등의 국가가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종종 썼던 방식인데, 계약 기간이 길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단시간 내에 전력 증강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돈은 없는데 전력공백 문제가 시급한 아르헨티나에게 농축산물과 전투기 물물교환은 매력적인 결제 방식이었다. 러시아는 세계 3위의 밀 수출국이기 때문에 아르헨티나로부터 밀을 수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나, 쇠고기는 이야기가 달랐다. 러시아는 과일과 채소류, 육류 등을 매년 400억 달러 이상 수입하는 세계 5위의 농축수산물 수입대국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미국과 캐나다, EU, 호주 등 주요 농축수산물 수출국들이 대러시아 경제제재 조치를 발표하자 이에 격노한 푸틴 대통령이 이들 국가로부터의 농축수산물 수입을 1년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해버리면서 러시아 국내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해 버렸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축수산물의 수입선 다변화를 모색하던 중 돈은 없지만 농축수산물은 풍부해 현물로 대금을 지급하고 무기를 도입하려는 아르헨티나와가 물물거래를 제안해 온 것이었다. 러시아는 입장에서는 도태 장비인 Su-24를 아르헨티나에 빌려 줌으로써 노후 항공기 운용에 필요한 유지비를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대 대금으로 농축산물을 들여와 국내 식료품 가격 안정도 도모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 역시 강력한 정밀유도무기 운용이 가능한 Su-24 도입을 통해 공군력 강화를 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 위축되고 있는 국내 축산업계에 활력을 불어 넣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태국도 ‘닭’으로 전투기 구매한 적 있어 물물교환을 통해 전투기를 도입한 사례는 아르헨티나 이외에도 태국이 있다. 사실 ‘먹을 것’으로 전투기 대금을 지급한 원조는 핀란드였다. 핀란드는 지난 1992년 64대의 F/A-18 전투기를 구매하면서 약 30억 달러에 달하는 전투기 구매 대금에 상당하는 절충교역을 요구했고, 이 가운데 일부는 순록고기도 있었다. 여담이지만 순록고기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이나 독일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거의 소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팔리지 않았고, 이 때문에 핀란드에 F/A-18 전투기를 판매했던 맥도널 더글러스 공장의 구내식당의 메뉴로 순록고기가 질리도록 올라왔다는 일화도 있다. 그러나 핀란드는 전투기 대금으로 순록고기를 직접 지불했던 것이 아니라 일정 금액의 순록고기의 미국 시장 판매를 요구했던 것이고, 이 물량 일부를 전투기 제작사가 떠안은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순록고기로 전투기를 구매했다고 볼 수는 없다. ‘먹을 것’으로 물물교환을 통해 무기를 구매한 대표적 케이스는 태국이다. 동남아시아 지역에는 지난 2000년대 이후부터 중국 위협론이 대두되면서 군비 증강 열풍이 불고 있는데,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인접한 국가들이 전투기와 호위함, 잠수함 등을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경제가 어렵던 태국은 이러한 무기 대량 구매를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중국의 위협 때문에 군사력 현대화는 절실했고, 우선 노후화된 F-5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한 신형 전투기 도입에 착수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태국은 미국의 F-16, 러시아의 Su-30과 MIG-29, 프랑스의 라팔(Rafale) 등을 후보 기종으로 놓고 신형 전투기 구매를 계획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환위기를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태국은 대당 1억 달러에 가까운 고성능 전투기를 구매할 여력이 없었지만, 당장 전투기는 급했기 때문에 지난 2004년부터 ‘닭 물물교환’을 통해 전투기를 구매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세계 4위의 닭 수출국인 태국은 2004년 여름 아시아를 덮친 조류독감으로 인해 닭 수출길이 막히자 “닭을 시장에 팔 수 없다면 물물교환이라도 해서 시장에 진입해야지 언제까지고 닭을 태국에 썩혀둘 수 없다”는 탁신 총리의 강력한 지시에 따라 물물교환 방식으로 무기 도입을 추진했다. 태국이 가장 먼저 물물교환 의사를 타진한 나라는 러시아였다. 태국정부는 Su-30MK 전투기와 MIG-29를 저울질 하다가 인접국인 미얀마와 말레이시아가 MIG-29를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MIG-29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고 Su-30MK를 도입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곧 모스크바 주재 대사관을 통해 “닭 25만 톤을 Su-30MK 전투기 6대와 바꾸자”고 제안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러시아는 이미 브라질에서 대량으로 닭을 수입하고 있었고, 조류독감이 유행하는 태국에서 닭을 구입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국은 포기하지 않고 미국에게 매달렸다. 2005년 미국 정부에 냉동 닭 8만 톤을 제공하는 대신 F-16 전투기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2006년 봄에 쿠데타가 일어난 직후 미국이 군사정권에 대한 무기 수출을 거부하면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러시아와 미국에게 퇴짜를 맞은 태국은 프랑스에 닭 - 전투기 물물교환 의사를 타진했으나 애초에 유럽 최대의 닭 생산국 가운데 하나였던 프랑스가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했고, 태국이 마지막으로 눈을 돌린 곳이 스웨덴이었다. 2006년부터 본격화된 협상에서 태국은 냉동 닭고기와 고무, 쌀 등으로 대금을 결제하고 JAS-39C/D 전투기 6대와 Saab 340 조기경보통제기 1대, 각종 미사일 등을 받아오는데 합의하고 2008년과 2010년에 비슷한 조건으로 총 12대의 전투기를 계약하는데 성공했다. 냉동 닭 1마리에 평균 1kg 안팎인 것을 고려하면, 약 8,000만 마리의 닭이 희생되어 6대의 전투기로 돌아온 것이었다. 이 전투기는 체급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의 FA-50과 비슷하지만, 전체적인 성능은 최신형 F-16에 버금가는 강력한 수준을 자랑하는 기종이기 때문에 태국의 공군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실제로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인 운용에 들어간 태국공군 역시 이 전투기의 성능에 크게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2013년 말부터 6대 추가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그런데 태국은 이번에도 물물교환 방식의 거래를 원하고 있어 스웨덴 정부가 과연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일우 군사 통신원(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 [시론] TPP 참여 실패, 아마추어 통상외교의 결과/최원목 이화여대 교수·싱가포르국립대 방문교수

    [시론] TPP 참여 실패, 아마추어 통상외교의 결과/최원목 이화여대 교수·싱가포르국립대 방문교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광역경제공동체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은 체결할수록 경제 영토가 넓어지지만, 교역 규범들이 서로 달라 복잡다기한 FTA들이 초래하는 거래 비용도 늘어난다. 수많은 국가들이 공통 규범을 탄생시킴으로써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광역 FTA다. 미국, 유럽, 중국, 아세안과 서로 다른 형태의 FTA 체제를 형성한 우리에게 이런 광역 FTA의 혜택은 크다. 그럼에도 대외 무역 의존도가 우리의 반밖에 안 되고 국내 농업 문제가 더 심각한 일본도 참여하고 있는 TPP 협상에 우리는 빠져 있다. 협상 초기에 참여를 선언했으면 쉽게 들어갈 수 있었는데도 중요성을 간파하지 못하고, 농민들 반대에 신경 쓰고 양자 FTA의 손쉬운 전리품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던 정부의 판단착오 결과다. 정부가 뒤늦게 TPP 협상 참여에 관심을 표명하자 미국은 먼저 “한·미 FTA의 완전한 이행”을 요구해 왔다. 실제로 미국 측이 요구한 것은 저탄소차 협력금제도 도입 중단, 미국산 오렌지 주스 원산지 검증 완화, 금융정보 해외이전 허용, 유기농 제품 상호인증 등 4대 선결 조건이다. 이에 정부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도의 시행을 2020년까지 유예했고, 미 농무부가 발행하는 품질보증서를 원산지 입증 서류의 하나로 인정해 주었으며, 일부 민감 정보를 제외한 금융정보의 해외 이전을 허용했다. 그리고 유기농 제품에 대한 한·미 상호인증제도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했다. 저탄소차 협력금제도는 기후변화 원인인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부담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환경주권에 관한 필수 사항이라 한·미 FTA에서도 예외로 허용된 환경보호 조치에 해당한다. 한·미 FTA에서 채택하고 있는 원산지 검증 방식은 직접 검증이어서 미 농무부가 발행하는 품질보증서를 원산지 입증 자료로 인정해 주는 것은 한·미 FTA 이행 차원을 넘어 미측에 유리하게 협정을 개정해 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방미해 미무역대표부(USTR)로부터 받아낸 답변은 TPP가 출범하면 나중에 가입을 지지해 주겠다는 것이다. 한·미 FTA에서 합의하지 않은 사항들까지 정부가 자발적으로 양보하고 얻어 낸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TPP가 출범하고 나서 한국은 나중에 가입하면 된다고? 영국과 터키의 유럽공동체 가입 과정을 보라. 오늘날 가장 선진적인 경제 통합을 이루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출범(1958년)에 영국은 참여하지 않았다. 구식민지 국가들과의 양자 특혜무역협정에 집착하고, 국내 농업 기반이 취약해 공동농업정책의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다 뒤늦게 광역 경제 통합이 대세임을 알아차리고 1961년 EEC 가입 신청을 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거부로 가입 시도가 번번이 좌절했다. 결국 수출입 정책 및 파운드화 문제에서 크게 양보한 뒤에야 프랑스와 최종 합의에 도달해 EEC에 가입(1973년)하는 데 12년 이상이 걸렸다. 터키는 EU에 가입하기 위해 더욱 혹독한 조건을 수락해야 했다. EU는 터키의 인권보호 강화, 사형제 폐지, 쿠르드어 방송 및 교육 허용 등은 물론 영토 문제인 키프로스섬의 독립적 지위 인정까지 선결 조건으로 요구했다. 2002년 대부분의 요구를 들어준 뒤 터키는 협의를 진행할 수 있었으나 아직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협상에 참여하지도 못하고 이미 마련된 제도에 가입한다는 건 기존 TPP 협상국들이 결정해 놓은 무역규범과 통합 원산지 규정을 그대로 따르자는 것이다. 더 나아가 가입을 위해 개별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니, 또다시 칼자루를 쥘 미국이 내놓을 요구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야 한다. 협상에 참여하는 것보다 나중에 세팅된 경제 블록에 가입하는 것이 훨씬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은 역사적 상식인데 한국엔 후자의 길만 남았다. 그것도 벗어 줄 것은 다 벗어 주었는데도 말이다.
  • [오피셜] AC 밀란, 체르치 임대 영입 발표

    [오피셜] AC 밀란, 체르치 임대 영입 발표

    이탈리아 세리에A의 명문 AC 밀란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부터 이탈리아 국가대표 알레시오 체르치 입단을 발표했다. AC 밀란은 5일(현지시간) 구단의 공식 SNS 채널을 통해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는 체르치의 모습을 팬들에게 공유하며 그의 입단을 알렸다. 현지 언론에 의하면 그의 입단 형식은 기존에 알려졌던 대로 18개월 임대 형식인 것으로 보이며 그는 즉시 AC 밀란 경기에 출전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할 예정이다. 한편 체르치는 계약서에 서명함과 동시에 AC 밀란 구단 박물관 등을 돌아보며 구단에서 첫 행사를 가졌다. 자신에게 익숙한 이탈리아 무대로 돌아온 그가 얼마나 좋은 활약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부고] 현대사회학 고전 ‘위험사회’ 남기고 떠나다

    [부고] 현대사회학 고전 ‘위험사회’ 남기고 떠나다

    독일의 세계적인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가 지난 1일(현지시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현지 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70세. 고인은 1980년대부터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회학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같은 독일 출신의 위르겐 하버마스, 영국의 앤서니 기든스와 함께 현대 사회학의 흐름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8개 대학에서 명예 박사학위를 받고 도이치빌레 등 7개 매체에 칼럼을 연재해 왔다. 1986년 출간한 저서 ‘위험사회’는 세계 35개국 언어로 번역돼 ‘위험사회론’을 이론화했다. 현대 사회학의 고전 반열에 오르며 한국 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고인은 이 책에서 서구 중심의 산업화와 근대화가 위험사회를 낳는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 ‘정치의 재발견’, ‘지구화의 길’, ‘적이 사라진 민주주의’, ‘경제 위기의 정치학’ 등 다양한 저서를 통해 기후변화, 테러리즘, 재정 위기 등을 다뤘다. 고인은 한상진 서울대 교수 등 비판적 사회학 이론을 이끌던 한국 지식인들과 빈번하게 교류했다. 지난해 7월에는 학술대회 강연차 방한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담했다. 그는 “1990년대 들어 본격화한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민주주의를 재창조하기 위해 국가 간 연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자유로운 사고의 근간에는 독특한 성장 배경이 자리한다. 1944년 독일 슈톨프(지금의 폴란드 스웁스크)에서 태어난 고인은 하노버에서 성장했다. 1960~1970년대 뮌헨대에서 공부해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6~7곳의 독일 대학을 전전하다 1992년에야 뮌헨의 루드비히 막시밀리안대에서 정식 교수로 임용됐다. 영국 런던정치경제대에선 교환교수로 일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가치관 녹아든 다산·연암의 서재 엿보기

    가치관 녹아든 다산·연암의 서재 엿보기

    서재에 살다/박철상 지음/문학동네/320쪽/1만 7000원 여유당(與猶堂). 다산 정약용의 서재 이름이다. “여(與)가 겨울에 시내를 건너는 것처럼 하고, 유(猶)가 사방에서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듯 하라”는 경구에서 따왔다. 노자가 말한 ‘도덕경’ 제15장에 나오는 문장이다. ‘여’는 큰 코끼리다. 덩치 큰 동물이 살얼음 언 시내를 건너면 얼음은 깨지고 코끼리는 물에 빠지게 될 것이다. 당연히 조심스레 걷거나 아예 그 상황을 피해야 한다. ‘유’ 또한 아주 조심스러운 동물이다. 사전적으로는 원숭이를 뜻하는데 사방에서 자신을 노려보기라도 하듯 매사 신중하게 행동한다. 촉망받는 젊은 학자에서 유배지를 전전하는 죄인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다산은 남은 생을 조심스레 살피며 갈고닦겠다는 다짐에서 이 같은 이름을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벼슬 자리 하나 못 했던 시골 선비 황상의 당호도 곱씹어 볼 만하다. 일속산방(一粟山房). 좁쌀 한 톨만 한 집이란 뜻이다. 한데 후대의 문사 김류가 당호에 닮긴 뜻을 꿰뚫어 봤다. 그는 “방 안에 담긴 웅지는 불가에 전하는 ‘수미산을 담은 겨자씨’처럼 크고 넓다”고 했다. 작은 방에 온 세상이 들어 있다는 얘기다. 새 책 ‘서재에 살다’는 이처럼 서재라는 공간을 통해 19세기 북학과 개혁의 시대를 살다 간 지식인 24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연암(박지원), 완당(김정희), 담헌(홍대용) 등 귀에 익은 이름들은 사실 서재의 이름이다. 이들은 서재 이름을 자신의 호로 삼아 그 안에 평생 기억하려 했던 삶의 방향과 가치관을 담았다. 저자는 “19세기처럼 외래문화에 노출된 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실마리가 바로 당대 지식인들의 서재”라고 설명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군데리아’ 크고 맛있어진다

    ‘군데리아’ 크고 맛있어진다

    일명 ‘군데리아’(군대+롯데리아를 합성한 은어)로 불리는 군 급식 햄버거(빵식)가 기존보다 커지고 맛도 개선된다. 신세대 장병들의 입맛과 높아진 권장열량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조치로, 군은 올해부터 장병들의 급식비를 5% 인상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2일 장병 급식 개선을 위해 1인당 기본 급식비를 지난해 하루 6848원에서 올해 7190원으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군은 인상된 급식비로 일반인(2600㎉)보다 높은 장병 권장열량(3100㎉) 기준을 충족하고 장병들의 선호도를 고려한 메뉴를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한 달에 여섯 번 제공하는 햄버거는 빵 크기가 지름 9㎝에서 12㎝로 시중에서 파는 햄버거와 비슷해진다. 불고기와 새우 패티도 45g에서 80g으로 늘어나고, 시리얼과 감자튀김을 사이드메뉴로 추가하기로 했다. 불고기와 치킨 위주로 돼 있던 내용물도 각각 햄+치즈 버거 월 2회, 불고기 버거 1.5회, 새우버거 1.5회, 핫도그 1회로 다양화된다. 식판에 햄버거 패티와 빵, 잼(딸기맛, 포도맛), 불고기, 소스, 샐러드, 치즈, 우유, 수프 등과 함께 제공되는 군 급식 햄버거는 입대 초기 허기진 훈련병들에게는 인기 메뉴로 통했으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하는 시중 햄버거와 달라 자대에서는 장병들의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이다. 예비역 병장 출신인 직장인 권태오(28)씨는 “군대에서는 별식인 ‘군데리아’를 대부분 좋아하지만 시중에 파는 것에 비해선 맛이 많이 떨어져 아쉬웠다”면서 “특히 말년 병장들은 맛을 좋게 하기 위해 ‘군데리아’에 새로운 재료를 넣어 먹기도 했는데, 이번 조치로 맛과 양이 개선돼 현역병들이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 밖에 장병들의 돼지고기 급식은 하루 60g에서 69g으로 늘리고, 1회 150g인 한우갈비 급식 횟수는 연 1회에서 3회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특식의 연간 급식 횟수도 오리고기(1회 150g)는 9회에서 12회로, 낙지(1회 80g)는 4회에서 5회로, 스파게티는 3회에서 4회, 생우동은 2회에서 3회로 각각 늘었다. 반면 나트륨이 많이 함유된 인스턴트 식품인 라면의 급식 횟수는 월 4회에서 3회로 줄어든다. 국방부 관계자는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 병사들의 급식 안전을 위해 알레르기 유발식품을 병영 식당 메뉴판에 표시하도록 했다”면서 “장병들의 급식 만족도와 질을 개선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급식 만족도 조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맞춤 다이어트’ 아니면 효과 없다”

    “’맞춤 다이어트’ 아니면 효과 없다”

    2015년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 계획이 있다면 다음의 연구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만약 자신의 정확한 다이어트 타입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 빼기에 돌입한다면 실패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옥스퍼드대학과 캐임브리지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누구에게나 완벽하게 잘 맞는 다이어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호르몬과 유전자, 심리학적 측면에서 살이 찌는 원인을 분석한 뒤 이에 적절한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75명을 먹는 성격에 따라 3그룹으로 분리한 뒤 3개월간 추적·관찰했다. ▲첫 번째 그룹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두 번째 그룹은 먹는 생각 혹은 음식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세 번째 그룹은 고민이나 문제가 생기면 먹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 등이다. 이 세 가지 그룹의 공통점은 단순히 먹는 양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살을 빼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고 느끼는 첫 번째 그룹의 경우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으로 알려진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것이 살이 찌는 원인이다. 이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뇌에서 ‘그만 먹어라’ 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음식물을 섭취한다. 이런 경우 고단백 음식인 고기나 생선, 콩 요리 등을 주로 섭취하고 빵이나 감자 등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은 줄이는 것이 호르몬 분비를 정상화 하는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음식이나 먹는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그룹의 경우 유전자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요리사나 식도락가가 두 번째 경우에 속하며, 특별한 비만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경우 먹는 것에 유독 즐거움을 느끼고 식탐이 있어 쉽게 살이 찔 수 있다. 비만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경우 일명 ‘5:2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것이 좋은데, 이는 일주일 중 이틀은 하루 800칼로리 이하의 음식만 섭취하고 나머지 5일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은 심리적인 불만을 줄이면서 몸무게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세 번째로 고민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즉 행복하지 않을 때 음식을 먹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정서적·감정적 섭식(식사)’(Emotional Eating)을 한다고 말한다. 감정적 식사 때문에 살이 찐다면 주위의 도움이 절실하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사회적인 활동 및 만남을 통해 음식에 집중된 마음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연구를 이끈 반 툴레컨 박사는 “자신이 살이 찌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효과적인 다이어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춘향이가 이몽룡에게 대접한 이별주 나도 먹어 볼까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춘향이가 이몽룡에게 대접한 이별주 나도 먹어 볼까

    우리나라의 전통주는 삼국 시대부터 중국에 명성이 전해질 만큼 역사가 깊다. 지역마다 주 재료인 곡식이 다르고,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누룩으로 술을 빚는 방법도 달라 맛과 향이 다양하다. 일제강점기에 맥이 끊어졌던 전통주가 최근 들어 부활하면서 우리 술에 취하는 애주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맛과 붉은색이 특징인 ‘감홍로’(甘紅露)는 ‘이강주’, ‘죽력고’와 함께 조선 시대의 3대 명주로 꼽힌다. 용안육, 계피, 정향, 진피, 방풍, 생강, 감초, 지초 등 8개 한약재를 넣고 숙성한 약주로 한식 때 조상께 올렸다. 판소리 수궁가에서 별주부가 토끼를 보고 용궁에 가면 좋은 술이 있다고 꾀는 장면에 등장하며, 춘향가에서 이몽룡과 이별하는 춘향이가 향단에게 이별주로 내오라고 했던 술도 감홍로다. 강원 홍천의 ‘옥선주’(玉鮮酎)는 효자주로 유명하다. 조선 후기 괴질에 걸린 부모에게 자신의 허벅지를 떼어 국을 끓여 먹인 선비 이용필의 집안에서 내려오는 술로 고종이 이 이야기를 듣고 정3품의 벼슬을 내렸다. 40도의 높은 도수와 시원한 맛이 특징이며 강원도 전통 음식인 오징어순대와 찰떡궁합이다. 서울의 대표 전통주는 ‘삼해주’(三亥酎)다. 순조의 둘째 딸인 북온 공주가 안동 김씨 가문에 시집가면서 전해진 궁중의 술로 고려시대부터 이어져 왔다. 빚는 기간이 100여일이나 걸려 백일주라고도 한다. 18도로 다른 전통주에 비해 알코올이 적고 신맛, 쓴맛, 감칠맛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다. 충북 보은에는 ‘송로주’(松露酒)가 대대로 이어져 온다. 소나무 줄기를 주원료로 생밤, 멥쌀, 누룩을 섞어 빚은 송절주(松節酒)를 다시 증류해 만들어 속리산의 솔 내음을 그대로 담고 있다. 전남 담양의 양씨 가문에서 5대째 명맥을 지켜 온 ‘추성주’(秋成酒)는 13개 한약재가 들어가 쌉싸래한 맛과 은은하고 달콤한 향이 함께 나는 것이 특징이다. 고려 초에 세워진 천년 고찰 연동사의 스님들이 건강을 위해 빚었던 곡차에서 유래했고, 술 맛이 워낙 좋아서 마시면 신선이 된다는 뜻의 ‘제세팔선주’(濟世八仙酒)로도 불린다. 전북 완주의 ‘송화백일주’(松花百日酒)는 유일한 사찰 법주다. 신라시대 진덕여왕 때 처음 빚었고 송화 가루가 들어가 투명한 황금빛이 나는 게 특징이다.
  • 中, 30년 만에 정치국 위원급 통전부장

    中, 30년 만에 정치국 위원급 통전부장

    반(反)시진핑(習近平) 쿠데타 ‘신(新) 4인방’으로 통하는 링지화(令計劃) 통일전선공작부장의 후임으로 쑨춘란(孫春蘭·64) 톈진(天津)시 당서기가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30년 만에 지도부인 정치국위원급 통일전선공작부장이 탄생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31일 보도했다.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는 소수민족·종교는 물론 대만·홍콩·마카오, 지식인, 화교 등 공산당과 입장이 다른 주요 집단 전반을 관리하는 중앙부처로 중앙선전부(언론), 중앙조직부(인사), 중앙대외연락부(타국 공산당) 등과 함께 4대 중앙 직속 부처로 꼽힌다. 그러나 정치국위원급 가운데 통전부장이 나온 것은 1977년 이래 처음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전임자인 링지화도 중앙위원(205명)급이었다. 정치국위원은 시진핑 국가주석 등 상무위원 7인을 포함해 총 25명으로 중국 공산당 최상층부를 말한다. 신문은 전문가를 인용, “정치국위원급에서 통전부 관리에 나선 것은 홍콩과 대만 업무의 중요도가 커졌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홍콩 행정장관의 민주직선제를 요구한 홍콩 시위의 잔불이 살아있는 데다, 친중국계인 대만 국민당이 지난 11월 총선에서 대패함에 따라 통전부의 홍콩·대만 관리 문제가 공산당 전체의 핵심 업무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독립을 요구하는 티베트 내 자살 시위가 이어지고 있고,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의 분리 독립 테러도 끊이지 않는 등 통전부가 담당하는 소수민족 문제도 골칫거리가 되면서 통전부의 중요도가 한층 커졌다는 관측이다. 쑨춘란은 랴오닝(遼寧)성 안산(鞍山)공업기술학교에서 기계를 전공한 뒤 시계공장 노동자로 시작해 랴오닝성 부녀연합회와 총공회 주석(회장), 다롄(大連)시 당서기, 푸젠(福建)성 당서기 등을 거쳐 4대 직할시인 톈진시 당서기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병든 앨리스 떨어뜨리기-황정은의 소설 - 이한나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병든 앨리스 떨어뜨리기-황정은의 소설 - 이한나

    1. 황정은, “그녀가 누릴 수 있었던 최고의 호사는 세로글씨로 조판된 세계문학전집을 탐독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작가가 세계문학전집 중 무엇을 가장 아껴가며 읽었을지 제법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그녀의 소설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말이다. 잿빛 털을 가진 토끼들이 만화 주제가를 부르며 머리를 짓밟고 가고(「문」), 집이 커진 게 아니라 내가 잠시 줄어든 것이며(「오뚝이와 지빠귀」), 그림자가 일어나고(『백』), 지금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오롯이 설명해줄 말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적혀 있다(「야행」). 토끼 굴을 낙하하는 앨리스를 보고, 꿈속에서 버섯 규모로 작아져서는 용케 밟히지 않은 채로 길 위에 서며(『나나』), 동생에게는 때마다 앨리스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야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그리고 연작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구성하는 여러 모티브들은 황정은의 소설 속에서 꾸준히 반복 등장한다. 황정은은 이를 변형하여 차용하기도 하는데, “그냥 모자가 됐을 뿐인데요”(「모자」, 41쪽), 혹은 “그림자가 일어났다고 말하자 여씨 아저씨는 눈을 깜박였다”(『백』, 30쪽)와 같은 구절 따위가 이에 해당한다. 아버지가 갑자기 모자로 변해도, 그림자가 슬그머니 일어나도,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은 결코 당황하는 법이 없다. “그냥 모자가 됐을 뿐인데요”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이와 동일하게 이상한 나라(wonderland)에서 앨리스는 이상해(wonder)하지 않는다. 모든 게 지극히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만 한다. 오히려 소녀는 엄숙하게 골무를 수여하는 도도새를 보고 그 꼴이 우스워 웃음을 터뜨리고 싶지만 그들이 너무나 진지해서 웃음을 참는다. 이로써 황정은 특유의 환상성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처럼 그녀의 환상성 일반을 차지하도록 초기작부터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끈질기게, 앨리스를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의 인용문이 그 단서를 제공할지도 모르겠다. 오래전 길에서 만난 사람에게 나무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커다란 나무와 앨리스 소년에 관해서. 앨리스 소년은 그 나무 아래에서, 해가 뜨고 달이 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가만히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자는 나무 바깥으로 나가면 되지, 라고 말했다. 모든 일은 그 새끼가 나무 아래 서 있기를 고집했기 때문 아닐까? 나무 바깥으로 나가면 상황 끝, 오케이? 그렇구나. (…) 하지만 그건 마치 갤럭시와도 같은 대답.(『야만』, 158~159쪽) 끝내는 여장 노숙자가 된, 매일을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가난한 소년의 이야기, 라고 황정은의 두 번째 장편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는 요약될 수(도) 있다. 소년의 이름은 앨리시어. 동생이 죽은 뒤 모든 걸 놓아버린 그는 동생에게 들려주곤 했던 이야기의 끝자락만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앨리스 소년은 나무 아래에 자리한다. 앨리스 소년이 나무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두고 한 남자는 간단히 “나무 바깥으로 나가면 상황 끝, 오케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갤럭시와도 같은 대답이라 한다. 황정은의 용어 사전에서 ‘갤럭시’란 ‘타인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는 좆같은 거’다. 이를 통해 앨리시어에게(그리고 황정은에게) 앨리스 이야기란 ‘고통’과 관련 있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것이란 걸 유추해낼 수 있다. 어쩌면 그녀의 소설이 품고 있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드러낼 수도 있음이다. 다만 섣불리 접근했다간 “그건 마치 갤럭시와도 같은 대답”이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르니 신중해야 한다. 소설 속에서 가난한 이들의 환상은 보통 현실을 도피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도피할수록 현실의 나,는 희미해진다. 그러나 황정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었다. 환상이 되레 현실의 자아를 첨예화할 수 있음을 안다. 환상이 현실에 대한 고뇌로부터 그들을 멀어지게 하기보다는 가까워지도록 도울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그녀는 대담하게도 부르주아지인 앨리스의 방식을 몰래 이용하여 가난한 이들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도록 한다. 이상한 나라로 이어지는 토끼 굴에 슬쩍 가난한 이들 역시 떨어뜨린다. 2. 먼저 아까부터 괜히 낯이 익던 ‘앨리시어’(Alicia)라는 이름에 주목해보자. 이는 ‘앨리스’(Alice)와 그 형태가 유사하다. 그러나 단순히 앨리스의 남성형 정도에 해당한다고 정의 내릴 수만은 없다. 필자의 추론은 이렇다. 앨리시어(Alicia)는 앨리스(Alice)에 어미 ‘-ia’를 더한 것과 같다. 어미 -ia는 그리스어로 ‘국가’(nation) 또는 ‘병’(illness)을 뜻한다. 이 중 후자를 따르자면 앨리시어는 앨리스에 ‘병’을 더한, 즉 ‘병든 앨리스’가 된다. 이 글에서는 황정은 소설의 주요 인물들을 앨리시어, 즉 병든 앨리스로 칭하고자 한다. 우선 저기 “떨어지고 떨어지고 떨어지”(「낙하하다」, 78쪽)고 있는 앨리시어에게 다가가 보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채 몇 장 넘기지 않더라도 앨리스(Alice)와 앨리시어(Alicia) 간의 큰 차이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앨리스는 토끼 굴 속으로 떨어지지만 앨리시어는 떨어지지, 다시 말해 바닥에 닿지 못한다. 갑자기 쿵! 쿵! 하고 잔가지와 낙엽 더미 위로 떨어진 앨리스와 달리 그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는 채 “검은 공간을 하염없이 떨어져 내릴 뿐이”(「낙하하다」, 61쪽)고, “발밑을 내려다보지만 거긴 너무 멀고 텅 비어 있”(「파씨의 입문」, 219쪽)으며, “아직도 떨어지고, 여태 떨어지고 있는 거다”(『야만』, 132쪽). 둘째로, 토끼 굴 속을 떨어지는 와중에 보이는 물건들이 다르다. 먼저 앨리스는 굴 속에서 양 옆을 살피는데, 그 곳엔 ‘찬장’, ‘책꽂이’, ‘지도’, ‘그림’들이 잔뜩 걸려 있다. 반면 앨리시어가 떨어지는 와중에 곁에 보이는 것들은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종이들, 구멍이 세 개 뚫린 단추, 젓가락 한 짝과 호두를 부술 수 있는 가위 따위”(「파씨의 입문」, 219쪽)이다. 우선 이 중 후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인용문을 읽어 두는 것이 좋다. “‘얘야, 어서 올라와!’ 해도 그냥 올려다보면서, ‘내가 누군데요? 그걸 먼저 말해 줘요. 내가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올라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누군가가 될 때까지 여기 이 아래서 살 거예요.’ 하고 대답해야지.”(『이상한』, 27쪽) 토끼 굴을 통과하여 이상한 나라에 당도한 앨리스는 곧바로 알 수 없는 액체를 마시고는 키가 작아지고, 건포도 케이크를 먹고는 키가 커지는 경험을 한다. 그러곤 외친다. “지금의 나는 누구인 거지? 아, 이건 대단한 수수께끼다!”(『이상한』, 25쪽)라고. 실로 이와 같은 외침 이후에 이상한 나라 안에서의 여러 모험들(adventures)은 이 대단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한 여정으로 둔갑한다. 위의 인용문에서와 같이 앨리스는 당신이 말하는 사람, 정확히 말하자면 ‘나’와 ‘당신’(으로 지칭되는 무언가)의 바람을 충족하는 다른 누군가가 되지 전까지는 굴 밖으로 나가지 않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다른 누군가’는 도대체 누구를 의미하는가. 이는 아직 불분명하다. 하지만 추측은 가능하다. 의식적으로 고상한 어휘를 사용하려 노력하고(대부분 잘못 사용하지만), 가정교사와 하인들이 있고, 학교에선 불어를 배우며, 때로는 오빠의 라틴어 문법책을 훔쳐보곤 하는 이 소녀는 결말부에 이르러 바로 이렇게 말한다. “그렇게 교양 없이 굴려면 나머지 이야기는 네가 하는 게 좋겠다.”(『이상한』, 104쪽) 즉 ‘교양’을 강조한다. 독일 인문주의의 맥락에서 ‘교양’(Bildung)이란 쉽게 말해 사람 각자가 생득적으로 가진,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을 최대한 현실화하도록 유도·계몽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는 필연 ‘자아형성(self-formation)’과도 관련이 있다. 자아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란 거다. 이는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많은 규범들을 의식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 생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기행 이후 “나는 주체성을 잃었으나 세계를 발견했다”고 고백한 괴테 역시 자아의 형성이 ‘주체성’이라는 단어보다는 ‘사회화’라는 단어와 더 어울림을 미리 알았다고 볼 수 있다. 앨리스는 토끼 굴 안에서 이런 용어를 내뱉은 것이다. 키가 작아졌다 커졌다 반복되어도, 동물들이 사람 꼴을 하고 말을 건네도, 틈만 나면 “저놈의 목을 치시오!”라고 말하는 여왕을 만나도 소녀의 머릿속은 “지금의 나는 누구인 거지?”라는 물음과 ‘교양’이라는 단어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이 둘은 연관되는데, 앞서 공백으로 남겨둔 ‘당신’의 자리에 ‘교양’이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굴 안에 떨어져 “내가 당신이 말하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올라가겠지만”이라고 말했던 부분에서 ‘당신’을 ‘교양’으로 바꾸면 이는 쉽게 “내가 교양이 말하는 사람(=교양의 지향점을 따르는 사람=교양을 갖춘 사람)이 되고 싶으면 올라가겠지만”이 된다. 앨리스는 본래 무식한 꼬마 취급 받는 것을 두려워하던 인물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소녀는 계속해서 (자기보다도 더) 터무니없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 이들 틈에서 “교양 없는 짓이잖아”, “정말 야만적이군요!”와 같은 말들로 무례함, 교양 없음을 지적해 나가며 그들에게 휩쓸리지 않는다. 이렇듯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 안에서의 모험 내내 ‘교양’을 기준으로 ‘교양 있음/없음’을 나누고 ‘교양 있음’의 편에 자신을, ‘교양 없음’의 편에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을 놓는다. “지금의 나는 누구인 거지?”라는 대단한 수수께끼의 해답은, 고로 자아를 찾기 위한 해답은, 자신을 자신 아닌 것과 구별하는 의식 속에서 생겨나는 법이다. 그리고 마침내 너희들은 카드 묶음에 불과하다는, ‘너희는 기껏해야 (나와 달리) ○○에 불과하다’는 깨달음과 동시에 소녀는 잠에서 깨어난다. 교양에 기반한, 앨리스의 이 모든 행동을 가능토록 만든 것들에 대한 힌트는 이미 이 장의 앞부분에 제시되어 있다. 그것은 ‘찬장’, ‘책꽂이’, ‘지도’, ‘그림’. 앨리스가 토끼 굴로 떨어지며 본 것들이다. 유추하건대 대대로 물려온 접시를 보관하는 찬장, 희귀본들이 가득한 책꽂이, 18세기 제국들의 정복지를 표시한 지도, 고조할아버지쯤 되는 윌턴 경의 초상화 등이었을 것이다. 즉 모두가 부르주아지인 앨리스의 자아를 첨예화하는 데에 도움을 주어 소녀로 하여금 잠에서 깰 수 있게, 토끼 굴에서 다시 빠져나올 수 있게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앨리시어가 본 것들은? 아아, 그것은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종이들, 구멍이 세 개 뚫린 단추, 젓가락 한 짝과 호두를 부술 수 있는 가위 따위”이다. 이 잡동사니들을 움켜쥐고 이상한 나라로 들어간다면 앨리스와 같이 쉽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이것들로 자아를 첨예화하여 나와 그들을 구분해낼 수 있을까? 글쎄. 턱도 없다. 앨리시어는 모험이 아닌 방황을 할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3. 한 번 이상한 나라에 당도하면 다시는 빠져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앨리시어는 떨어지지 못한다(않는다). 앨리스가 안락한 자아 형성의 과정을 즐기는 동안 앨리시어는 “풉풉 풉풉 풉, 풉, 풉풉풉풉풉풉풉풉풉풉풉”(「무지개풀」, 101쪽)하며 다소 엉뚱한 곳에 자신의 에너지를 소진한다. 또는 TV를 시청한다. 물론 교양 프로그램을 시청하지는 않는다. 한 목격자가 말하길 “단 하나의 채널을 수신할 수 있었는데 몇 번 채널인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노이즈가 심했다. 진동하는 모자이크로 탈색된 화면에서 아마도 남자로 보이는 해체된 얼굴이 바직파직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뼈 도둑」, 187쪽). 그나마 한 채널뿐이고, 그나마 해체된(deconstructed) 얼굴만이 바직파직 떠 있다. 알아들을 수 없다. 이로썬 자아를 견고히 할 수 없다. 이미 절단된 사지는 붙을 가능성마저 잃는다. 유기체(有機體)가 되지 못할 것을 직감한, 교양이라는 ‘틀(機)’이 없는, 병든(-ia) 앨리스인 그는 머리, 팔, 다리, 등, 배로 각기 나뉘어 생각하기 시작한다(「일곱시 삼십이분 코끼리열차」). 그러곤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해 보세요, 가마. 가마. 가마. 가마. 가마. 이상하네요. 가마, 라고 말할수록 이 가마가 그 가마가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죠. 가마. 가마.(『백』, 37~38쪽) “가마, 가마, 가마, 가마, 가마” 하고 “슬럼, 슬럼, 슬럼, 슬럼” 한다.(『백』) 앨리시어가 보기에 가마는 사람마다 전부 다르게 생겼는데도 그걸 전부 가마, 라고 부르는 건 가마의 처지에서 ‘상당한 폭력’이다. 그러므로 이 ‘상당한 폭력’을 무력화시킬 방법을 강구해낸다. ‘반복 말하기’가 그것이다. 그는 이어서, 말이라는 현상은 B라는 점이 아니라 A에서 B로 이어지는 가느다란 선분이기에 이 A와 B 사이에 숨겨진 무수히 많은 맥락들을 고려해본다면, 정말로 쓸 만하거나 할 만한 말이라는 것은 없다고 설명한다.(「곡도와 살고 있다」) 즉 A라는 한 단어가 B만을 지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는 B도, C도, F도, Z도 뜻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상당한 폭력”은, ‘B’는 희미해진다. ‘반복 말하기’는 기존의 어휘들을 무력화한다. 그간의 ‘맥락’을 끊는다. 동시에 ‘보통’에 대한 강박 역시 누그러뜨린다. A가 B도 F도 될 수 있다면, ‘보통’ 역시 이것도 저것도 다 그 기준이 될 수 있다. 이는 B에 의해, 보통에 의해, 어쩌면 교양에 의해 절단된 사지만을 덩그러니 끌어안고 있던 앨리시어로 하여금 유기체적인 매끄러운 몸을 가지고 다시 “세계의 저편”(「파씨의 입문」, 219쪽)을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저편에는 찬장, 책꽂이, 지도, 그림들이 아니라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종이들, 구멍이 세 개 뚫린 단추, 젓가락 한 짝과 호두를 부술 수 있는 가위 따위가 있다. 이것이 앨리시어의 ‘보통’이라면 보통이다. 숟가락 뒷면의 뒤집혀진 상(像)으로, 혹은 방금 깎은 연필로 막 써낸 글로 세상을 바라보아도 괜찮다. 다 괜찮다. 그것으로 처참히 찢긴 제 몸이 다시 온전해질 수, 오롯이 그 유일함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말이다. 4. 앨리스가 ‘교양’이라는, 선대로부터 켜켜이 쌓아온 그것에 기댄다면 앨리시어는 오로지 자기 자신(또는 자기와 동일시하는 대상)에 흡착한다. 흡, 착, 한다. 있는 힘껏 빨아들이고 착 달라붙는다. 흐읍, 하고 착! 그리고 나서는? ‘나’ 위에 ‘나’를 쌓는다. 그가 말했듯 “세 개의 점이 하나의 직선 위에 있지 않고 면을 이루는 평면은 하나 존재하고 유일하다.”(「대니 드비토」, 52쪽) 이것은 평면이 아닌 ‘나’에 대한 정의이기도 하다. 이 유일한 나, 가 쌓이고 쌓이고 또 쌓인다면? 부족이 되나,라고 나는 물었다. 부족민이고 뭐고 없는데? 네가 있잖아. 라고 나기는 말했다. 족장이자 부족민인 네가 있잖아. 나 하나뿐인데? 하나뿐인 부족도 있는 거지, 세상엔.(『나나』 1366쪽) “하나뿐인 부족”이 된다. 하나뿐인 부족도 있는 거다, 세상엔. 『소라나나나기』는 가난한 세 인물 소라, 나나, 나기가 등장하는 소설이다. 남편을 잃고 반쯤 정신을 놓고 있는 애자, 그리고 그녀의 자식인 나나와 나기를 소라의 어머니가 거두게 되면서 이들은 거의 함께 살아간다. 이 중 성인이 된 나나는 예기치 않게 연인의 아이를 임신한다. 연인과 결혼을 하면 보다 윤택한 삶으로 편입할 수도 있다. 잘 사는 집. 그러나 (잔병도 없는)아버지가 요강을 사용하고 어머니가 요강을 비우고, 가장 좋은 날짜가 7일이니 아기는 바로 그날에 태어나야 한다고 말하는 집. 그걸 모두가 당연히 여기는 집에 그녀는 진입하기를 관둔다. 말했듯, 하나뿐인 부족이 될 것이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세상이 그렇게 끝나버리면 너무 억울할 것 같은 거야. 아이나 나나 말이지. 모처럼 낳았고 모처럼 태어났는데. 그냥, 세계가 끝나버리면.…공룡이 사라졌잖아. 멸종이라서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것 같지만 실은 천만년이 걸렸대. 천만년에 걸쳐서 서서히 사라진 거야. 그렇게 금방 망하지 않아. 세계는. 천만년이면 나나가 십만명.…하지만 그 십만번 안에 웃는 나나가 있고 우는 나나가 있고 화를 내는 나나가 있고 그리워하는 나나가 있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나나가 있고 두려워하는 나나가 있고 수줍어하는 나나가 있고 토라진 나나가 있고 기다리는 나나가 있고…(『나나』 3271~3272쪽) 하나뿐인 종(種)이 될 것이다. 공룡도 실은 천만년이나 걸려서 멸했다. 나나는 그러니까 “길게 망해”갈 것이다. “그렇게 금방 망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나나』 3272쪽) 이것이 병든 앨리스의 생존법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순조로이 빠져나오기를 가능케 할 수 있는, ‘나’와 ‘남’을 구분할 그 무엇이 부재한 그는 이 ‘병’을 고치려 하지 않는다. 병든 채로라도 오래 버티길 원한다. 이렇게 버티고 버티고… 떨어지고 떨어진다. 떨어지며 ‘나’를 쌓는다. 앨리시어 위에 앨리시어가 떨어지고 떨어진 앨리시어 밑엔 앨리시어가 깔리고 앨리시어가 떨어지고 앨리시어가 포개지고…. 쌓인 앨리시어는 천만년 동안 십만 명의 앨리시어로 살아남을 것이다.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종이들, 구멍이 세 개 뚫린 단추, 젓가락 한 짝과 호두를 부술 수 있는 가위 따위”여도 좋다. 나, 앨리시어가 유일한 존재임을 상기시키는 거라면. 앨리시어는 모자가 되고(「모자」) 오뚝이가 된다(「오뚝이와 지빠귀」). 나를 쫙 흩뜨려 나와 동일시하는 대상에 가 달라붙거나(「대니 드비토」), 하나 존재하는 평면에 대해 되뇐다.(「낙하하다」) 집중한다. 그렇게 살아남는다. 토끼 굴 속에서 낙하하며 ‘나’를 생각한다. ‘나’를 쌓는다. 5. 근대의 실상에 대해, 마르크스는 “단단한 것은 모두 녹아 날아간다”고 했고, 니체는 “토대라는 토대는 모두 미쳐서 날뛰듯이 산산이 부수고 엉망으로 만드는 것, 모든 토대를 녹여서 부단히 흘러가는 진화를 계속하게 하는 것, 존재하는 것이라면 모두 쉼 없이 해체하고 역사화시키는 것”이라 했다. 이 두 정의를 바탕으로 버만은 근대성(modernity)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샬 버만, 『현대성의 경험』, 윤호병·이만식 역, 현대미학사, 1994. 그에 의하면 근대성은, 자족적이고 비연속적인 개체로써 ‘지금, 여기’를 바라보며 기존의 모든 가치를 덧없게 하는 것이다. 진정 이런 거라면, 앨리시어는 근대성을 자신의 유일한 실존적 조건으로 삼은 자라 할 수 있다. 다시 돌아가, 한국 소설 안에서 환상이 가난과 같은 현실의 문제를 도피하는 수단이 아닌 극복하는 방안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환상 속에서 끝없이 현실의 ‘나’를 버리기보다 현실의 ‘나’를 세워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황정은은 (앨리스의) 환상을 이용하여 소설 내내 그가 자신이 유일한 존재임을 깨닫기를, 하나의 부족이 되어 망해도 길게 망해가기를 바란다. 그녀가 “그럼 길게 망해가자”(『나나』 3272쪽)라고 했을 때는 ‘망함’의 상태를 길게 지속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최대한 미루자는 것이다. 백년도, 천년도 아닌, 천만년씩이나. 그러므로 길게 망하자는 건 길게 살아남자는 말과 같다. 천만년을, 그것도 근대성을 자신의 유일한 실존적 조건으로 삼은 자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니체의 다음 발언을 유념해야 한다. 개인은 대담하게 자기 자신을 개별화시키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 이와 같이 대담한 개인은 필사적으로 그 자신만의 일련의 규범을 필요로 하고 자아의 보전, 자아의 고양, 자아의 각성, 자아의 해방을 위한 기술과 책략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현대성의 경험』, 35~36쪽) 자신만의 ‘규범’과 자아의 해방을 위한 ‘기술’과 ‘책략’이 필요하다. 앨리시어는 아직 이를 갖추지 못했다. 자기 자신에 흡착하는, 위 인용문에 따르면 ‘자아의 보전’ 단계에 간신히 다다랐을 뿐이다. 최근의 소설들에서 가난한 연인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는 “모두를 당혹스럽고 서글프게 만든 것은 내가 아니라고 말”(「상류엔 맹금류」, 33쪽)하고, “아무도 없고 가난하다면 아이 같은 건 만들지 않는 게 좋아. 아무도 없고 가난한 채로 죽”(「양의 미래」, 146쪽)으라고 소리치곤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읽는 사람들, 한권의 책을 펴고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은 어쨌거나 이런 현실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고 그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며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는 것도 물론. 그러니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한다. 앨리시어가 자아의 보전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아의 고양, 각성, 나아가 기존의 모든 것들로부터의 해방에까지 이르게 될 가능성은 높다. 황정은이 “모든 토대를 녹여서 부단히 흘러가는 진화를 계속하게 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고 부르주아지인 앨리스의 환상을 녹여서 기꺼이 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기, 진작 교양을 무기로 토끼 굴 바닥에 떨어져 환상의 나라를 누비고 있는 앨리스를 눈앞에 고정시켜 두고, 앨리시어를 토끼 굴 속으로 쉼 없이 밀어 넣고 있기 때문이다. 병든 앨리스는, 병들었기에, 무섭다. 그는 교양이라는 틀이 없는 환자인 동시에 병원체(病原體)이므로. 일단 앨리시어가 저만의 틀을 구축한다면, “숟가락, 바닥이 두꺼운 유리컵, 방금 깎은 연필” 등을 의미화해 나간다면, 그는 토끼 굴 바닥에 가볍게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틀은 병원균의 번식 속도처럼 재빨리 퍼져나가 천만년 동안 이어질 것이다. 그때쯤이면 ‘병든’(-ia)이라는 형용사는 지금과는 다른 의미를 지닐지도 모르겠다. 이어질 소설들에서 황정은이 어떠한 기술과 책략을 선보일 것인지 궁금하다. 그러나 다음의 문장을 되뇌며 하루하루 기다리는 수밖에. “내일은 어제와 같지만 어제와는 다를 것이다. 세계의 귀퉁이가 약간 뒤집혔고 점차로 더 뒤집힐 것이다. 앨리시어는 이제 그것을 안다.”(『야만』, 149쪽) <끝>
  • [신년 여론조사-차기 대선 후보군] 男- 김무성·문재인·김문수 女- 박원순·안철수·반기문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대선 후보도 달랐다. 남성은 주로 강인한 이미지의 후보를, 여성은 부드러운 이미지의 후보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의 31일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남성 응답자로부터 더 많은 지지를 이끌어 냈다. 반면, 안철수 새정치연합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여성 응답자들로부터 더 많은 선택을 받았다. 성별 선호도에서 김 대표는 남성 5.1%, 여성 2.9%씩 기록했다. 김 위원장은 남성 5.2%, 여성 3.2%씩이었다. 문 의원도 남성 10.4%, 여성 9.3%를 기록하며 남성 선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안 의원은 남성 3.6%, 여성 4.1%, 박 시장은 남성 6.3%, 여성 8.5%로 여성 선호 후보가 됐다. 반 총장은 남성 38.1%, 여성 39.3%를 기록하며 남녀 모두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여성 지지율이 남성보다 1.2% 포인트 더 높았다. 김 대표는 선이 굵은 정치인으로 통한다. 무뚝뚝하면서도 속정이 많은 이른바 ‘나쁜 남자’ 스타일이다. 문 의원은 특전사 출신이기 때문인지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시 끝까지 고인의 곁을 지키며 의리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김 위원장은 진지하고 소탈하면서도 진중한 편이다. 남성 지지자들은 세 사람의 남성적이고 형님 같은 이미지에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세련된 지식인의 면모와 함께 샌님 같은 이미지도 갖고 있다. 박 시장은 옆집 아저씨같이 푸근하고 서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 총장은 차분한 성격에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세 사람의 이런 부드러운 면모가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조금 더 어필할 수 있었던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보들은 이런 점을 토대로 향후 자신이 취약한 성별을 위한 공약 개발과 이미지 개선 등을 통해 표심 얻기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마야문명 멸망 원인은 100년 간 극심한 가뭄 때문” (美 연구)

    “마야문명 멸망 원인은 100년 간 극심한 가뭄 때문” (美 연구)

    그간 수많은 추측을 불러 일으켰던 마야 제국 멸망의 원인이 드러났다. 최근 미국 라이스 대학 연구팀이 과거 마야문명은 약 100년 간에 걸친 지독한 가뭄 때문에 사라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의 이같은 결과는 중미 벨리지 공화국에 위치한 해저동굴 '그레이트 블루홀'의 바위 샘플 침전물을 분석해 얻어졌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현재의 멕시코 남동부, 과테말라, 유카탄 반도 등을 중심으로 약 600년 간 번창한 마야 문명은 천문학과 수학이 발달해 수준 높은 문명을 자랑했으나 특별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채 멸망했다. 이에대해 학자들은 전염병과 외부 침입설, 주식인 옥수수의 단백질 부족설, 성행위 부진에 따른 자손번식 실패설, 화산폭발 원인설 등 다양한 이론들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학자들은 마야 문명 멸망의 '범인'이 '가뭄'이라는 연구결과를 속속 발표해 왔다. 이번에 라이스 대학 연구팀은 '기록의 보고'와도 같은 블루홀 속 침전물들의 성분을 분석해 800-900년 사이 극심한 가뭄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이 시기가 마야 문명의 쇠퇴기와 일치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 연구를 이끈 안드레아 드록슬러 교수는 "각 침전물 층은 수세기에 걸친 기후 변화를 과정을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면서 "당시 오랜시간에 걸친 극심한 가뭄이 마야 문명에 기근과 사회·정치적인 불안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물부족' 사태는 왕권을 약화시켜 제국의 붕괴를 앞당겼으며 일부 주민들은 그들의 거주지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야문명 멸망의 원인이 가뭄이라는 연구결과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미국 콜롬비아 대학 연구팀은 마야 제국이 멸망한 이유는 삼림 훼손으로 인한 가뭄때문이라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같은 해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팀 역시 마야문명의 발상지인 멕시코 일대 동굴에서 수집한 석순에서 강수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가뭄이 수백 년간 지속되면서 멸망에 이르게 됐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식인 들개떼, 20대 청년 잡아먹어 ‘충격’

    식인 들개떼, 20대 청년 잡아먹어 ‘충격’

    "개떼가 사람을 잡아먹고 있어요." 아르헨티나의 한 지방 경찰서는 최근 한 남자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신고를 한 남자는 "개를 쫓아보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빨리 출동해야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다급하게 말했다. 믿기 어려웠지만 긴박한 목소리를 보면 단순한 장난전화 같지는 않았다. 경찰은 사람이 잡아먹히고 있다는 곳으로 순찰차를 보냈다. 잠시 후 순찰차는 "들개들이 떼지어 20대 초반의 청년을 잡아먹고 있었다. 개들을 쫓았지만 청년이 위독하다"고 보고했다. 아르헨티나의 지방 리오 네그로에서 식인 들개떼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그란데캠프라는 곳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사건을 경찰에 신고한 주민은 "외진 공터에서 개떼가 달려들어 무언가를 뜯고 있길래 살펴보니 사람이었다"며 전율했다. 경찰이 도착했을 때 이미 청년은 신체 상당 부분을 공격당한 상태였다. 주변엔 피가 난자했다. 청년은 아직 숨이 붙어 있지만 제정신은 아니었다. 경찰은 "청년이 무언가 중얼거렸지만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청년을 병원으로 옮겼지만 의사들은 이미 손을 쓸 수 없다며 치료를 포기했다. 청년을 본 의사는 "개들이 물어뜯은 상처가 워낙 치명적이라 의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의사는 "팔과 다리는 물론 얼굴, 목 등 성한 곳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끔찍한 죽음을 맞은 청년은 곤잘레스라는 성의 21세 남자였다. 청년은 24일 밤(현지시간) "친구들과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겠다"면서 집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가족들은 청년이 귀가하지 않자 실종신고를 냈다. 경찰은 "청년이 왜 들개떼의 공격을 받게 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술에 취해 쓰러졌다가 공격을 당했거나 강도를 만난 뒤 들개떼의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엘인트라시헨테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글로벌 시대] 자멸의 길로 들어선 북한/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자멸의 길로 들어선 북한/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일찍이 맹자는 “사람들이 스스로 업신여길 만한 짓을 했을 때 사람들이 그를 업신여기고, 스스로 자기 집을 헐어 버릴 만한 일을 했을 때 사람들이 헐어 버리고, 스스로 자국을 침탈할 만한 실책을 저질렀을 때 사람들이 침탈한다”고 했다. 이는 모든 수모와 고통은 자초하는 것임을 뜻한다. 필자는 이 난을 통해 북한 스스로 초래한 체제 붕괴 조짐에 관한 글을 게재한 바 있다. 글의 요지는 ‘지식인들의 탈주 내지 이반 현상’,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무원’, ‘피폐한 경제기반’, ‘도덕적인 불감증’에 관한 것들이다. 이 같은 동시다발적인 체제 붕괴 조짐들은 북한이 자초한 것들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조짐 외에도 북한이 그간 정책적으로 자행한 문제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가 매우 엄중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11월 18일(현지시간) 제69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된 ‘북한인권결의안’이 이달 18일 유엔 본회의에서는 찬성 116표, 반대 20표, 기권 53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고, 같은 달 22일 유엔 안보리에서도 찬성 11표, 반대 2표, 기권 2표로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북한은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정도로 인권을 개선하지 않는 한 유엔과 국제사회로부터의 수모와 고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북한은 5900명(1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기도 함)의 사이버 전사를 확보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의 임무는 주로 사이버상에서 개인정보 절취와 같은 사이버 범죄, 특정 정부나 기관의 전산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해킹 및 사이버 테러 그리고 군사시설 마비나 파괴와 같은 것들이다. 우리 정부는 2009년 ‘7·7 디도스 공격’과 ‘3·20 사이버 테러’는 물론 최근의 원전 도면 등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자료 유출도 북한의 소행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리고 미 연방수사국(FBI)은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 해킹에 대해 지난 19일 북한이 해킹의 배후라고 단정 지어 발표했다. 이제 피해 당사국, 특히 미국의 보복과 반격이 만만치 않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이른바 ‘최고 존엄’은 백일하에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특히 소니 픽처스가 ‘인터뷰’를 미국 내 300개 극장에서 이번 크리스마스 하루 전부터 11일간 연속 상영과 동시에 온라인을 통해 무료 배포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위에서 말한 북한의 인권 문제를 비롯한 사이버 테러와 해킹을 체제 붕괴의 조짐으로 보는 까닭은 ‘최고지도자’가 자신의 지도와 지배 유지에서 자신감을 잃음으로써 히스테리 환자 같은 발작적 행태를 보인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러한 병적 행태는 물리적인 폭력 이외에는 기댈 만한 지배 수단이 없다고 믿은 나머지 폭력 일변도로 기울게 되고, 그 결과 지도부는 윤리적인 정당성의 상실과 함께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마저 상실함으로써 드디어 체제 붕괴가 현실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의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오는 외적 압력을 상쇄시킬 만한 내재적 힘(외교력·경제력)의 결핍 정도가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물론 핵이 체제 유지의 수단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없지 않으나, 핵 개발이나 보유가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마침내는 핵 개발과 보유 자체를 어렵게 만들 개연성이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체제 붕괴가 언제 현실로 나타날 것인가 하는 시기 문제는 단정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북한이 이미 돌아설 수 없을 만큼 자멸의 길로 들어섰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고 하겠다.
  • 국가 권력에 무너진 가족의 눈물

    국가 권력에 무너진 가족의 눈물

    현실의 고통을 정면으로 직시해 온 작가 권여선(49)이 1970년대 대표적인 사법 살인인 ‘인혁당 사건’을 작품화했다. 사건 자체를 집중 부각하기보다는 국가나 사회 폭력이 개인과 가정에 미치는 고통에 초점을 맞췄다. 세 번째 장편소설 ‘토우(土偶)의 집’(자음과 모음)에서다. “예전 인혁당 사건에 대해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모양이 갖춰지지 않았었다. 어떤 식으로 접근해서 어떻게 쓸지를 계속 고민했다. 지식인이나 신념이 있는 인물이 아니라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평범한 여성이나 아이들에게 닥친 불가해한 고통에 집중했다.” 소설은 삼악산 남쪽을 복개해 만든 가상의 동네 ‘삼벌레고개’ 사람들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마을 곳곳의 비밀을 밝혀 나가는 일곱 살 동갑내기 ‘원’과 ‘은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험담은 소설 후반의 비극을 극대화한다. 제목 ‘토우의 집’은 작품 내용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토우는 흙으로 빚은 인형을 말한다. “사람은 몸에 피와 온기가 흐른다. 공포 앞에서 몸과 마음이 ‘흙인형’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시절, 서로 보듬으며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올봄부터 가을까지 계간 ‘자음과모음’에 연재됐다. 글을 쓰는 도중에 ‘세월호 참사’ 사건이 일어났다. “이야기 틀이 바뀌진 않았지만 수정할 때 ‘세월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호 전에도 세상에 만연한 고통을 느껴 보고자 했는데 세월호 사건으로 누가 당했어도 아팠을 고통의 세세한 결까지 구체적으로 느끼며 작품 속 인물들의 아픔을 형상화했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쓰면서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아파하면서도 동시에 희열도 느꼈다. “고통스러운 장면이나 고통받는 인물에 대해 쓸 때면 똑같이 고통을 느낀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 사람의 고통에 가깝게 표현됐을 땐 역설적으로 기쁨을 느낀다. 고통 속에서도 무언가 이뤄지고 언어화돼 갈 때 느끼는 희열 때문에 계속 글을 쓰는 것 같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다음 중 당신이 살찌는 원인은?

    다음 중 당신이 살찌는 원인은?

    2015년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 계획이 있다면 다음의 연구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만약 자신의 정확한 다이어트 타입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살 빼기에 돌입한다면 실패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 연구의 핵심이다. 옥스퍼드대학과 캐임브리지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누구에게나 완벽하게 잘 맞는 다이어트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호르몬과 유전자, 심리학적 측면에서 살이 찌는 원인을 분석한 뒤 이에 적절한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75명을 먹는 성격에 따라 3그룹으로 분리한 뒤 3개월간 추적·관찰했다. ▲첫 번째 그룹은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 ▲두 번째 그룹은 먹는 생각 혹은 음식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세 번째 그룹은 고민이나 문제가 생기면 먹는 것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 등이다. 이 세 가지 그룹의 공통점은 단순히 먹는 양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살을 빼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고 느끼는 첫 번째 그룹의 경우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으로 알려진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것이 살이 찌는 원인이다. 이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면 뇌에서 ‘그만 먹어라’ 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음식물을 섭취한다. 이런 경우 고단백 음식인 고기나 생선, 콩 요리 등을 주로 섭취하고 빵이나 감자 등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은 줄이는 것이 호르몬 분비를 정상화 하는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로 음식이나 먹는 생각을 멈추지 못하는 그룹의 경우 유전자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요리사나 식도락가가 두 번째 경우에 속하며, 특별한 비만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경우 먹는 것에 유독 즐거움을 느끼고 식탐이 있어 쉽게 살이 찔 수 있다. 비만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경우 일명 ‘5:2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것이 좋은데, 이는 일주일 중 이틀은 하루 800칼로리 이하의 음식만 섭취하고 나머지 5일은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방법은 심리적인 불만을 줄이면서 몸무게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세 번째로 고민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즉 행복하지 않을 때 음식을 먹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정서적·감정적 섭식(식사)’(Emotional Eating)을 한다고 말한다. 감정적 식사 때문에 살이 찐다면 주위의 도움이 절실하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사회적인 활동 및 만남을 통해 음식에 집중된 마음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연구를 이끈 반 툴레컨 박사는 “자신이 살이 찌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효과적인 다이어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단두대’ 오른 경제규제 114건 대폭 손질

    “창의적 아이디어에 기반한 숙박·음식점업에 대한 벤처기업 인증 허용 및 창업자금 지원대상 확대”(내년 2월 및 6월 관련 시행령 등 개정 예정), “벤처기업의 정부 연구개발(R&D) 참여 시 부채비율 관련 요건 완화”(내년 1, 2월 관리규정 및 운영요령 개정 예정),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을 설립할 경우 면적에 관계없이 환경영향평가 면제”(내년 3월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개정 예정) 국무조정실이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 등 8개 경제단체로부터 지난달 접수한153건의 규제개선 과제 가운데 수용을 결정한 114건 중 일부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28일 8개 경제단체 부단체장들과 관계부처 차관 등이 참여한 ‘규제기요틴 민관합동 회의’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고 “법령개정 등 후속 절차를 내년 상반기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수용한 규제 개선 내용에는 하루만 연체해도 1개월분의 연체금을 부과하던 4대 보험료 연체금 산정방식을 1일 단위로 연체일 수에 따라 물게 하는 내용 등이 들어 있다. 산업단지 내 공원면적이 1만㎡ 미만이면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할 수 없었으나 앞으로는 도시공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설치할 수 있게 한 것도 있다. 세척하지 않은 달걀도 이물질을 제거하면 등급 판정을 받아 유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나 건설현장 내 덤프트럭, 콘크리트믹서트럭에 대한 석유 이동판매를 허용키로 한 것 등은 영세 사업자의 편의를 위해서라고 정부 관계자는 밝혔다. 영세사업자 및 중소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부담금면제기준을 매출액 10억원 미만에서 30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매출액 100억원 미만은 70%를 감면토록 개선한 내용도 들어 있다. 114건의 개선 과제 가운데 감기약 등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장소를 24시간 운영소매점 이외의 장소로 확대하는 내용을 비롯해 18건의 과제는 규제개혁신문고 등을 통해 개선 요구가 반복적으로 접수돼 왔지만 수용되지 않았던 고질적인 규제들이다. 국조실 관계자는 “18건은 불합리한 규제를 단기간에 대규모로 개선하는 규제개혁 방식인 ‘규제기요틴 방식’으로 처리됐다”고 전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2014와 썸 타는 2015

    2014와 썸 타는 2015

    ‘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유경제, 옴니채널, 직구족, 빅데이터, 정부3.0, 정보 공유….’ 2015년 한국 사회의 흐름을 보여주는 열쇠말은 크게 몇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어? 올해에도 다 있었던 것들이잖아?’ 하고 반응할 수 있다. 맞다.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 갑자기 확 바뀔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의 경향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그 정체는 더욱 분명해진다. 올해도 세밑 서점가에는 새해 트렌드 예측서들이 쏟아졌다. 새해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트렌드는 무엇일지, 정보통신기술의 측면에서 미리 엿본다. 객관적인 지표가 밝지 않기에 개인과 사회가 행복의 가치 자체에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표출한다. 페이스북 등 SNS에 경쟁적으로 자신의 행복을 과장해 드러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맛있는 것을 먹고 특별한 일을 경험한 뒤 이를 남들과 공유하기 위해 페이스북 등에 글을 올리지만 이는 다른 이들에게는 부러움과 시기를 낳게 하고, 다른 사람 역시 자신이 겪은 일을 더욱 즐겁고 행복한 일로 포장해서 SNS에 올리는 식이다. 여러 트렌드 전망 출판물들은 이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 중 생활·경제적 측면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뉠 것으로 분석한다. 이도향촌 현상 역시 주체적인 의지에 따른 선택은 아니지만 삶의 질 제고와 무관하지 않다. 1988년 1000만명을 넘어선 서울 인구는 1992년 109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997만명이 되며 처음으로 1000만명 이하로 떨어졌다. 2015년에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거비용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이도향촌이지만 느린 삶을 지향하는 추세와 맞닿아 있다. 제주도에 정착한 가수 이효리가 ‘소길댁’으로 불리며 느린 삶의 상징이 됐듯 많은 이들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소비의 만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이들은 해외 직구족, 옴니채널 쇼핑 등 소비 유통 혁명의 주체로 전면에 나서게 될 것이다. 직구족은 해외 판매 사이트를 직접 찾아 누비며 책, 장난감, 가구, 옷 등의 각종 물품을 구매하는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미 어느 정도 자리 잡았지만 직구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직구의 과정 자체가 제2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거나 활용할 수 있다는 타인과의 차별성이라는 측면, 그리고 합리적이고 경제적으로 소비한다는 측면에서 자기 만족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쇼핑 방식인 옴니채널 쇼핑 역시 합리적 소비의 연장선상에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들을 꼼꼼히 살펴본 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쇼루밍(showrooming)족’이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최저가 상품을 찾은 뒤 오프라인 매장에서 당당히 할인을 요구하는 ‘역쇼루밍족’까지 출현하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그래 왔듯 노인 문제가 사회의 관심사안으로 적극 제기될 전망이다. 결혼한 젊은 세대들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자녀를 교육시키고 살림을 꾸려 갈 수 없다. 올해 서울시 조사 결과 60세 이상 노인 중 45.2%가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중 가장 많은 응답(39.7%)이 ‘건강·경제적 이유로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라고 했다. 이러한 추세는 한국 사회만의 얘기가 아니다. 일본 디즈니랜드는 지난해 ‘부모님께 연간 입장권을 선물하자’는 캠페인을 벌였고, 노인들에게 각종 할인 혜택도 제공했다. 그 결과 40대 이상 고객 비율이 20%까지 올랐고 사상 최고치 영업이익을 올렸다. 또 하나의 큰 갈래는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의 흐름으로 공동체를 지향하는 방식이다. 효율성과 개인주의 등의 날 선 논리가 횡행하는 세상이지만 그에 맞서는 움직임 또한 힘 있게 진행된다. 정부가 인정한 사회적 기업은 2007년 55개에서 지난해까지 1165개로 크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사회적 기업의 종사자 수 역시 2539명에서 2만 1574명으로 늘었다. 전 지구적 자본주의가 실현되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는가 싶을 정도로 정부의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등에 대한 지원책은 다양하고 풍성하다. 사회적 기업을 위한 공공구매 예산 약 1조원 등 세금을 투입하고, 고용노동부는 2017년까지 3000개의 사회적 기업을 육성할 예정이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사회적 경제를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역설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이미 시대의 화두가 된 ‘더불어 사는 삶’이 2015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치 부문에서는 2015년은 총선, 지방선거 등 굵직한 이벤트가 없는 해다. 대신 정치권은 나름의 방식으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을 치열하게 준비할 것이다. 시민사회 역시 정치가 시민들의 삶에서 유리되지 않도록 감시 활동을 철저히 해야 할 때다. 2015년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것이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다.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정부3.0’은 실제적인 집행, 진전과는 별개로 그 자체가 정보 공유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정보 공유의 핵심은 방대하게 축적된 빅데이터다. 서로 상관관계에 있는 요소들이 얽혀서 행운에 의존하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적인 현상’이 된다. 다만 개개인에게 관련된 데이터들을 하나하나 축적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도 상존한다. 또한 확률의 문제라는 점을 간과하게 되면 의학 분야 등에서 맹신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디지털 기술 발전의 또 다른 면은 ‘사물인터넷’이다. 사물인터넷은 이미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고속도로 하이패스, 내비게이션 등이다. 2015년 더욱 각광받게 될, 금융과 소비가 결합되는 ‘핀 테크’도 사물인터넷에 의해 가능해진다. 지난해 말까지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의 수는 약 170억개다. 이 중 약 80%인 140억개가 컴퓨터, 태블릿, 스마트폰이다. 나머지가 본격적인 사물인터넷 기기들이다. 2020년이 되면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의 수가 300억개에서 800억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가려면 숨이 턱에 찬다. 쉼 없이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한 걸음 벗어나 느긋이 지내도 별일은 없다. 대신 감수해야 한다. 구세대 혹은 ‘루저’로 놀림받을 수 있다. 숨 가쁘게 변하는 세상, 복잡하기까지 하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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