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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올 김용옥 “이승만은 ‘거룩한 사기꾼’…분열만 일으켰다”

    도올 김용옥 “이승만은 ‘거룩한 사기꾼’…분열만 일으켰다”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는 16일 방송된 KBS1 ‘도올아인 오방간다’에서 완전한 독립을 위한 ‘해방’을 주제로 강연을 하던 중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립묘지에서 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압박으로부터 해방됐지만 해방의 주체는 우리가 아닌 미국이었다. 소련은 8월 24일 김일성을 데려왔고 미국은 하버드 석사학위에 프린스턴대학의 박사학위를 갖고 있던 이승만을 데려왔다. 김용옥은 “김일성과 이승만은 소련과 미국이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기 위해 데려온 인물들”이라며 “일종의 퍼핏(puppet), 괴뢰”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국제적으로 활동할 대표가 필요해 이승만을 정무관 최고 지위인 집정관총재 역할을 줬다. 이승만은 코리아공화국 대통령을 표방하며 명함과 엽서를 만들어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김용옥은 이승만이 사태를 파악하고 장악할 능력이 있었고 나쁜 방향으로 지식인이자 지식인임을 끊임없이 반성하게 하는 인물이라고도 평가했다. 김용옥은 저서에서 이승만을 ‘거룩한 사기꾼’이라고 비유했다. 한 방청객은 이승만이 부정선거로 인해 쫓겨났는데도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묘지에 안장돼 있는 것에 대해 김용옥의 의견을 물었다. 김용옥은 국립묘지에서 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국민이 일치단결해 신탁통치에 찬성했으면 분단도 없었을 것”이라며 “당연히 파내야 한다, 우리는 이 대통령 밑에서 신음하며 자유당 시절을 겪었고, 4·19혁명으로 그를 내쫓았다, 그는 역사에서 이미 파내어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열린세상] 지식이 권력이다/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열린세상] 지식이 권력이다/유종필 전 관악구청장

    세계의 도서관 중 가장 높은 24층 106m 높이를 자랑하는 중국 상하이도서관의 중앙 정원에는 큼직한 공자상이 서 있고, 그 옆에는 조경술을 활용한 ‘구지’(求知·지식을 추구하라)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세계의 도서관을 많이 가보았지만 이곳처럼 지식의 가치를 강조하는 곳은 보지 못했다. 복도를 걷다 보니 ‘아는 것이 힘이다’(지식이 권력이다) 같은 의미의 문장을 세계 20여개 언어로 새겨 놓은 커다란 벽이 나타났다. 한국어는 어디 있는지 물었더니 대형 화분을 밀쳐서 보여주었다. 그런데 ‘지식은 결코 힘이다’라고 잘못 새겨져 있기에 고쳐 주었다. 아무튼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면에서는 잊히지 않는 곳이다. 옛날부터 지식은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현대는 지식·정보혁명의 시대이므로 지식의 역할이 훨씬 중요해졌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인 2005년 전미국도서관대회 기조연설에서 “현시대는 지식이 권력이 되고 성공의 관문이 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나온다”고 말할 정도로 도서관과 지식의 중요성을 아는 인물이다. 미국인들은 도시를 조성할 때 학교, 경찰서, 소방서와 함께 도서관의 위치를 먼저 정할 정도로 지식의 전당인 도서관을 중시한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넓은 제국을 건설했던 몽골이 장기적 발전에 실패한 것은 유목민족의 특성상 늘 옮겨 다니느라 지식을 축적, 재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제도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랜 감옥 생활을 절호의 독서 기회로 활용함으로써 ‘지식의 힘’으로 자신을 철저하게 무장해 논리와 지성이 결여된 한국 정치에서 독보적 위상을 확보했으며, 결국 그 힘으로 대통령에까지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만년에 몇 시간씩 신장 투석을 할 때도 책 읽어 주는 사람을 통해 독서를 할 정도로 왕성한 지식욕의 소유자였다. 가난하여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닌 링컨은 책만 보면 닥치는 대로 읽은 덕에 오히려 명연설을 할 수 있었고, 그 힘으로 대통령까지 됐다. 의원 시절에는 의회도서관에서 마음껏 독서를 했으며, 도서관에서 터득한 군사학 지식은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내면의 힘이 됐다고 한다. 미국 4대 대통령 매디슨은 “지식은 영원히 무지를 지배할 것이다. 자기 자신의 통치자가 되려는 국민은 지식이 주는 힘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한복판 권력의 심장부 크렘린 바로 앞에는 러시아의 지적 무기고 역할을 하는 국가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도서관에는 크렘린을 위해 ‘지식 서비스’를 해 주는 부서가 따로 있을 정도로 권력과 지식은 밀접하게 공존하고 있다. 크렘린과 국가도서관은 지하도로 연결돼 있다. 세종과 정조도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왕실 도서관인 집현전과 규장각을 각각 운용했다. 세자(세손) 시절 선왕으로부터 ‘건강을 해치니 책을 그만 읽어라’는 금서령(禁書令)을 받을 정도로 지독한 독서광이었으며, 학문이 신하들보다 뛰어났다고 한다. 태종이 양녕을 폐세자한 후 충녕을 세자로 지명하면서 교지를 통해 밝힌 이유는 ‘공부하기를 좋아하고 밤새도록 독서를 한다’(好學終夜讀書·호학종야독서)는 것이었다. 정조 때 최고 지식인들의 집합소였던 규장각이 최고 권부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개혁은 ‘칼로 하는 개혁’과 ‘붓으로 하는 개혁’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정조는 규장각을 활용해 학문과 지식의 힘으로 개혁했다. 칼을 이용한 개혁은 주관적, 과거지향적인 반면 붓을 이용한 개혁은 객관적, 미래지향적이다. 이런 바람직한 개혁은 정조 자신이 뛰어난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식에는 비약이 없다. 어느 누구라도 날마다 하나둘씩 축적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기하학의 대가 유클리드에게 왕이 비결을 묻자 “학문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아무리 왕이라 해도 열심히 공부하는 것 외에 달리 비결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젊은 시절 얻은 지식은 두고두고 평생을 써먹는다. 이 불확실한 세상에 결코 녹슬지 않을 최고의 무기인 ‘지식근육’으로 무장하라.
  • “독립 향한 무한 도전… 임정, 계란으로 바위 깼다”

    “독립 향한 무한 도전… 임정, 계란으로 바위 깼다”

    세계 초강대국 일제 맞서 나라 되찾아 한반도 최초 국민이 국가 주인 된 사건 저평가된 독립운동가들 전수조사 필요 사라진 임정 문서 반드시 원본 찾아야“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말 그대로 계란으로 바위를 깬 기적을 일궜습니다. 세계 정복을 꿈꾸며 세를 넓히던 강대국 일본에게서 나라를 되찾았으니까요. 반만년 한반도 역사에서 처음으로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도 선언했어요. 문재인 정부가 임정의 참뜻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커요.” 임정 연구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한시준(65)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19일 경기 용인의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1919년 4월 11일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다음달로 100주년을 맞는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시원(始原)인 임정 설립을 기념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추진 중이다. 한 교수가 지적한 대표적 사례는 유관순(1902~1920) 열사의 서훈 등급 상향이다. 정부는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유 열사의 서훈을 독립장(3등급)에서 대한민국장(1등급)으로 높였다. 한 교수는 “이는 철저히 지금 사람들의 잣대로만 판단한 것”이라며 “유공자 전수조사를 통해 저평가된 독립운동가들을 모두 재평가했어야 했다. 유 열사 한 사람만 서훈을 높이는 바람에 다른 독립운동가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교수는 임정이 생산한 문서 원본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정 문서들은 모두 두 차례 사라졌다. 1932년 4월 일본 경찰은 윤봉길(1908~1932) 의사가 중국 상하이 훙커우공원에서 의거를 감행하자 임정 사무실에서 자료를 압수했다. 이후 만들어진 문서들은 임정 총무과장을 지낸 조남직이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보관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6·25 전쟁 중 유실됐다. 한 교수는 “올해 정부가 엄청난 비용을 들여 (임정 관련) 기념식과 전시회를 열고 있다. 하지만 임정 문서를 찾는 일처럼 정말 중요하고 기본적인 업무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임정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한다. 국가의 기본 요소(국민, 주권, 영토)를 갖추지 못했고 활동 기간 내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커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 교수는 “카이로회담(1943)이야말로 임정의 대표적 성과”라고 반박했다. 김구(1876~1949) 등 임정 요인들은 중국의 장제스(1887~1975)가 이 회담에 참여한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가 “대한민국 독립을 위해 중국 정부가 나서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장제스는 다른 열강의 반대에도 이를 관철시켜 한국 독립의 기틀을 다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임정 100주년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다. “계란으로 바위가 깨질 것으로 아무도 생각하지 않아요. 당시 한국의 지식인들에게 조국의 독립이란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냥 일본에 협력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쉬운 길이었죠. 임정이 추구한 독립정신이란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대의를 믿고 도전한 것이었어요.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그런 노력 끝에 결국 거대한 바위가 무너졌죠. 임정 100주년을 맞는 우리는 이런 정신을 새겨야 합니다.” 글 사진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씨줄날줄] 에키타이 안/이두걸 논설위원

    [씨줄날줄] 에키타이 안/이두걸 논설위원

    ‘성명: 안/에키타이(Ahn/Ekitai), 도쿄/일본 출생, 국적: 일본. 제국 영역 내 근로 허가 부여함.’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6월 독일 제국음악원(Reichsmusikkamer)은 한 일본인 지휘자이자 작곡가에게 회원증을 발급한다. 제국음악원은 나치의 선전장관이던 괴벨스가 음악을 통치의 선전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조직이었다. 에키타이 안은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의 일본 이름이다. 당시는 나치 독일이 여전히 유럽을 자신의 군화 밑에 두고 있던 때였다. 안익태는 극동 식민지 출신의 음악가가 오를 수 있는 최고의 지위에 오른 셈이다. 그는 출생지마저 원래 고향인 평양이 아닌 도쿄로 바꿔 버렸다. 안익태는 일본 도쿄 구니다치 고등음악학원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미국 신시네티 음악원을 졸업했다. 미국 거주 시절까지가 ‘공인’된 안익태의 모습이다. “지난 11월 어느 날 아침에 하나님의 암시로 애국가를 마무리했다. … 음악적 표현과 애국심 표현이 충실히 되었다는 세계적 음악가의 평과 동포 여러분의 충고로 대한국 애국가로 발표하기로 하였다.” 1936년 1월 미주 한인독립운동 단체 ‘대한인 국민회’의 기관지 ‘신한민보’에 실린 그의 인터뷰다. 이후 행적은 친일로 돌아선 당대 지식인들을 빼다 박았다. 안익태는 1937년 유럽으로 건너가 독일, 이탈리아 등 당시 일본의 우방국에서 ‘일본인 지휘자’로 명성을 날린다. 나치의 나팔수였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일본의 괴뢰국 만주국 건립 10주년을 기념하는 ‘만주국 환상곡’을 작곡한 것도 이때다. 그의 친일 행적은 2006년 음악계에 처음 불거지면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올 초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저서 ‘안익태 케이스’에서 그가 일제의 스파이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의 본래 모습이 에키타이 안과 안익태 중 어느 쪽이었는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에 대한 비판은 일본의 영향을 받은 한국 음악계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우려는 동의하기 어렵다. 안익태의 친일을 비판하더라도 그의 작품이나 영향까지 폐기 처분하자는 주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춘원이나 미당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빼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오히려 ‘홍위병식 역사 파괴’ 운운하며 ‘대한민국 국가법을 만들어 애국가에 공식적인 법적 지위를 부여하자’는 자유한국당 등의 주장이 더 위협적이다. 색깔론에 기대 자신에게 불리한 역사 해석을 막으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반민특위가 국론을 분열시켰다’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최근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미래의 역사가는 역사를 파괴하는 게 어느 쪽이라고 판단할까. douzirl@seoul.co.kr
  • [팩트 체크] ‘文케어’보다 빨라진 고령화·정부 부담금 미납이 더 큰 원인

    [팩트 체크] ‘文케어’보다 빨라진 고령화·정부 부담금 미납이 더 큰 원인

    7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오던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지난해 1778억원 규모의 적자를 내자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이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나라 곳간은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복지로 재정이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건강보험 적자는 일부 주장처럼 정말 문재인 케어가 불러온 것일까. 복지 포퓰리즘 논란으로 번진 이른바 ‘적자 논란’을 꼼꼼하게 따져봤다.●문재인 케어가 건보 적자 가져왔나 문재인 케어 때문에 지난해 건강보험이 적자를 냈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문재인 케어로 인해 총지출이 이전보다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정부의 분석 자료는 하반기에야 나온다. 즉 전문가들의 추정 외에는 ‘적자가 문재인 케어 때문’이란 주장을 입증할 근거 자료가 없는 셈이다. 다만 건강보험 보장성이 대폭 확대되면서 지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건강보험 적자는 더 빨라진 고령화, 건보재정 정부부담금 미납, 불법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고령화 속도가 가파르다. 2017년 건강보험 주요 통계를 보면 전체 건강보험 적용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1~2016년 해마다 0.4~0.5% 포인트씩 늘어나다가 2017년 0.7% 포인트 뛰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65세 이상 건강보험 적용 인구는 703만명으로 전체의 13.8%이며, 건강보험 진료비의 40.8%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줄고 있는데 고령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만성질환자도 증가세여서 재정 부담의 요인이 되고 있다. 정부의 건강보험 부담금 상습 미납도 재정 적자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국고에서 지원해야 할 부담금을 수년째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정부가 미납한 부담금은 모두 17조 1770억원(국고 7조 1950억원, 건강증진기금 9조 9820억원)이다. 특히 건보 재정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는 2조 4118억원을 미납했다. 의사 면허를 빌려 병원을 운영하는 이른바 ‘불법 사무장병원’으로 빠져나간 건보 재정도 적지 않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환수 결정이 난 금액은 2조 5490억원이나 거둬들인 금액은 1712억 4500만원뿐이다. 징수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다. 정부가 내야 할 부담금만 제대로 냈다면, 환수율을 1% 포인트라도 더 올려 재정 누수를 막았다면 지난해 적자를 면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건보 보장률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인가 아니다. 2017년 말 기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80%를 한참 밑돌고 있다. 2022년 목표치인 70%를 달성하더라도 평균에 못 미친다.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20조원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 20조원가량의 적립금이 있다는 것은 그간 국민에게 건강보험료를 걷어놓고서 가입자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데 쓰지 않고 그냥 쌓아만 뒀다는 얘기다. ●이대로 가다가는 건보 재정이 고갈될까 아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보장성강화정책 재정추계’에서 현행 정책을 유지하면 2026년 누적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적립식인 국민연금과 달리 그해 걷은 보험료를 그해에 지출하는 단기보험이다. 따라서 재정이 고갈돼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사태는 일어날 수 없다. 지출이 늘면 보험료를 올리거나 정부 부담금을 더 걷어 채워놓으면 된다. ●그럼 보험료가 더 오르나 그럴 수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누적 적립금이 고갈되지 않으려면 보험료율을 2026년 8.10%, 2027년 8.36%로 올려야 한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성형과 미용을 제외한 거의 모든 의료적 비급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굳이 민간 실손의료보험을 들지 않고 건강보험 하나로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즉 건강보험 보험료가 늘어날 수 있지만 민간 의료보험에 내던 보험료를 줄일 수 있어 가계의 이중 부담을 덜 수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쾌감과 좌절감 사이…가려졌던 北 만나다

    쾌감과 좌절감 사이…가려졌던 北 만나다

    북한★여행/뤼디거 프랑크 지음/안인희 옮김/한겨레출판/436쪽/2만원 ‘보여 주려는 데가 아닌, 그 이면에서 더 많은 걸 볼 수 있는 곳.’ 북한을 여행해 본 이들이 한결같이 털어놓는 소감이다. 이동과 접촉의 엄격한 통제에 따른 제한적 방문과 목격에 대한 불만일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서양인들은 북한 방문을 원한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 이후 그 욕구는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KDB 미래전략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원산·금강산을 비롯한 6개 관광개발구와 압록강·만포 등 5개 관광산업 관련 경제개발구를 지정했다. 북한 지역의 관광 기회가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이 책은 북한 지역의 가려진 모습을 냉정한 시선으로 보여 줘 눈길을 끈다. 저자는 30년간 북한 곳곳을 다닌 오스트리아 빈대학교 ‘동아시아 경제와 사회’ 교수. 1991년 평양 김일성종합대학에 유학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까지 매년 북한을 드나들며 이면의 실상을 추적해 왔다. 책은 그 끊임없는 발품의 결산이다. 북한 전문가 자격으로, 때로는 여행객으로 찾아가 드러낸 북한 9도 16개 대표도시의 이면이 생생하다. 중국이나 서해안에서 들어와 평양으로 가는 물품들이 전국으로 흩어지는 평성, 진짜 시장을 방문할 수 있는 라선, 전통 기와지붕과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그대로 보존된 그림 같은 개성…. 그곳들을 밟아 본 저자의 소감 역시 일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북한 여행은 감정적으로 매우 도발적이고 절묘한 줄타기이다. 방문객들은 쾌감과 좌절감 사이에서 정서적 롤러코스터를 탄다.” 그 소회대로 저자가 조심조심 훑어 낸 실상은 기존 지식에 비춰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전통 방식이 여전히 통용되는 쇼핑이 대표적이다. 구매자가 판매원에게 원하는 물건을 말하면 판매원은 종이쪽지를 구매자에게 주고 구매자는 쪽지를 들고 따로 떨어져 있는 계산대로 간다. 계산대에 돈을 내면 종이에 도장을 찍어 주는데 이 종이를 들고 판매원에게 돌아오면 이미 포장을 마친 상품을 종이와 바꿔 준다.평양에 퍼져 있다는 게릴라 식당도 눈길을 끈다. 눈에 띄지 않는 주택가의 게릴라 식당은 북한 사람들로 바글거렸고 음식은 전에 맛본 어떤 한국 음식보다 훌륭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잘 먹는 것이 중요한 사람들이 평양에 충분히 많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렵게 찾아간 찻집 인상기도 눈에 띈다. “주인이 있는 동안에는 모든 게 다 잘 돌아간다. 하지만 주인이 집을 비우고 가게 운영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서비스의 질과 기업가 정신은 사회주의 게으름에 자리를 내주고 이따금 뭔가가 없어지기도 한다.” 초코파이 이야기도 있다. 초코파이 한 개가 암시장에서 10달러에 팔린다는 소문은 서양의 미디어가 북한에만 존재하는 외화원(외환 계산을 위한 원)의 작동 원리를 몰랐기 때문에 일어난 사건임을 지적한다. 실제로 초코파이는 시장에서 대략 1200원(약 0.15달러)에 팔렸다고 한다. 그 숨은 이야기들은 어찌 보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있을 만큼 크게 놀랄 만한 것들이 아닐 수 있다. 그보다는 감춰진 장소와 그곳 사람들에 대한 냉정한 시선과 평가가 돋보인다. 이를테면 당창건기념탑을 방문하곤 이렇게 쓰고 있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처럼 북한에서 체제에 순응하지 않는 지식인은 가혹한 박해를 받았다. 하지만 중국의 문화혁명처럼 지식인 전체에 대한 무차별 박해는 없었다. 완전히 획일화되어 국가 노선을 따르는 예술계와 학계의 풍경을 보면 김일성과 투쟁 동지들은 지식인을 공공연히 배제하기보다는 통합할 만큼 영리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해부터 저자의 북한 방문이 막힌 이유는 이 책 때문이라고 한다. “머지않은 시기에 이 책이 한 시대의 기록물로만 남기를 바란다”는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 뼈 있는 말을 남겼다. “북한은 분명 낙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옥도 아니다. 일면적인 관찰은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위험하기도 하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정구’ 새 이름은 소프트 테니스

    ‘정구’ 새 이름은 소프트 테니스

    앞으로는 ‘정구’라는 종목 이름을 듣지 못하게 될 것 같다. 13일 체육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정구협회에서는 종목 이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이사회와 총회를 거쳐서 ‘정구’를 ‘소프트 테니스’로 바꾸기로 의견을 모았다. 종목명을 바꾸기 위해 협회 정관을 손질하는 중이며, 현재 대한체육회 검수를 받고 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과 후속 행정절차 등에 2~3개월 소요된다. 일본에서 유래된 정구는 본래 딱딱한 공을 이용하는 테니스와 구분해 무른 공을 쓴다는 의미의 ‘연식 정구’라고 불렸다. 1953년에 대한테니스협회와 완전히 분리될 때만 해도 대한연식정구협회가 공식 명칭이었다. 1989년에는 아예 연식이라는 말을 빼버렸다. 테니스가 더이상 ‘경식 정구’라 불리지 않으니 두 종목을 구분하기 위해 붙였던 ‘연식’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당에서 하는 공놀이‘라는 뜻의 정구(庭球)라는 명칭이 일본식인 데다가 정작 일본에서도 정구 대신 ‘소프트 테니스’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자 국내에서도 명칭 변경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망구(網球·그물을 놓고 하는 공놀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소프트 테니스라는 용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변경을 결심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종목명이 바뀌면 협회 이름도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가 된다. 김태주 대한정구협회 사무국장은 “바뀐 이름이 대중에게도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정구’ 새 이름은 소프트 테니스

    ‘정구’ 새 이름은 소프트 테니스

    앞으로는 ‘정구’라는 종목 이름을 듣지 못하게 될 것 같다. 13일 체육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정구협회에서는 종목 이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이사회와 총회를 거쳐서 ‘정구’를 ‘소프트 테니스’로 바꾸기로 의견을 모았다. 종목명을 바꾸기 위해 협회 정관을 손질하는 중이며, 현재 대한체육회 검수를 받고 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과 후속 행정절차 등에 2~3개월 소요된다. 일본에서 유래된 정구는 본래 딱딱한 공을 이용하는 테니스와 구분해 무른 공을 쓴다는 의미의 ‘연식 정구’라고 불렸다. 1953년에 대한테니스협회와 완전히 분리될 때만 해도 대한연식정구협회가 공식 명칭이었다. 1989년에는 아예 연식이라는 말을 빼버렸다. 테니스가 더이상 ‘경식 정구’라 불리지 않으니 두 종목을 구분하기 위해 붙였던 ‘연식’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당에서 하는 공놀이‘라는 뜻의 정구(庭球)라는 명칭이 일본식인 데다가 정작 일본에서도 정구 대신 ‘소프트 테니스’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자 국내에서도 명칭 변경에 대한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망구(網球·그물을 놓고 하는 공놀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소프트 테니스라는 용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변경을 결심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 종목명이 바뀌면 협회 이름도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가 된다. 김태주 대한정구협회 사무국장은 “바뀐 이름이 대중에게도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중국 창극 ‘패왕별희’가 판소리를 만났을 때

    중국 창극 ‘패왕별희’가 판소리를 만났을 때

    “저는 판소리를 무너뜨리려는 게 아닙니다. 저의 노력을 통해 판소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대만의 스타 연출가 우싱궈가 국립창극단의 신창극 ‘패왕별희’ 연출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우싱궈는 12일 서울 종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판소리는 가장 빛나는 보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패왕별희’는 중국 고전 초한지 속 항우의 마지막 순간을 모티브로, 그의 연인 우희와의 이별 이야기를 다룬 중국의 대표적인 경극 레퍼토리다. 국립창극단은 정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창극으로 새롭게 재해석해 선보인다. 대만의 유명 배우이자 연출가인 우싱궈는 1986년 대만당대전기극장을 창설하고 중국 전통극 양식인 경극의 현대화 작업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이 같은 시도는 전통 경극계에서 논란을 일으키며 스승에게 파면을 당하기도 했다. 우싱궈는 “경극은 충분히 다원화를 이뤘다”면서 “판소리 역시 많은 문화를 수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의 극본과 안무는 대만당대전기극장 행정감독인 린슈웨이가, 의상은 영화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 미술상을 수상한 예진텐이 함께했다. 작창과 음악감독은 이자람이 맡았다. 우싱궈는 2년 전 김성녀 국립창극단 전 예술감독의 제안으로 이번 작품을 연출하게 됐다. 그는 “서구의 예술을 경극화할 때 자신들의 작품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됐다는 서양 관객의 평가를 받았다”며 “전통적 요소를 새롭게 창작·각색함으로써 지금 관객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다음달 5~14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서 만날 수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미세먼지 필수템’ 삼성 전기레인지 인덕션 2019년형 출시

    ‘미세먼지 필수템’ 삼성 전기레인지 인덕션 2019년형 출시

    삼성전자가 12일 서울 중구 충무로 샘표 우리맛 공간에서 ‘2019년형 삼성 전기레인지 인덕션 쇼케이스’ 행사를 열었다. 미세먼지 경각심이 높아져 지난해 약 80만대 규모였던 국내 전기레인지 시장은 올해 100만대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열효율과 안전성이 뛰어난 인덕션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자기장으로 용기에 열을 전달하는 방식인 인덕션은 가스레인지에 비해 열효율이 2배 이상 좋아 한층 빠르게 조리를 할 수 있다고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품전략팀 양혜순 상무가 설명했다. 양 상무는 “가스레인지의 열효율은 40%로, 100만큼의 열 에너지를 냈다고 가정하면 이 중 40%가 가열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주변으로 발산된다”면서 “인덕션의 열효율은 90%여서 여름철에 인덕션을 쓰면 주변이 후끈해지지 않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이날 선보인 인덕션은 최대 6800W(와트) 또는 7200W의 화력이 가능하고, 1개 화구를 최대 4분할해 사용할 수 있는 콰트로 플렉스존을 탑재했다. 원래 인덕션은 불꽃 없이 용기를 가열시키지만, 삼성전자는 LED 가상 불꽃을 배치해 직관적으로 인덕션이 어떻게 작동 중인지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쇼케이스 도중 ‘셰프클렉션 인덕션’ 올 플렉스 제품을 활용해 요리를 선보인 삼성 클럽드셰프 소속 강민구 셰프는 “레스토랑 주방에 비해 다양한 요리를 한꺼번에 하기도 어렵고, 화력도 약해 셰프들이 집에서 요리를 할 때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았다”면서 “7200W로 화력이 세고 동시 조리가 가능해 집에서 새롭게 요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사용 소감을 밝혔다. 요리 문화 등의 차이 때문에 삼성전자 인덕션은 해외에서 먼저 판로를 연 제품이 됐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국내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유럽에서 전기레인지 인덕션을 판매했고, 2016년 미국에 진출했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미국 진출 2년 만인 2018년 삼성전자 인덕션이 시장점유율 2위(금액 기준)가 됐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꽃이여, 속내를 보여 다오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꽃이여, 속내를 보여 다오

    일제의 잔재라고 해서 지금은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밤 벚꽃놀이’라는 게 있었다. 놀이라고 해 봐야 별것이 아니고 밤에 벚꽃 구경을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전깃불이 휘황하지 않던 시절에는 깜깜한 밤에 하얗게 빛나는 벚꽃을 구경하는 것이 나름 운치 있고, 낭만적으로까지 여겨졌다. 일본인들이 심은 벚나무라고 벚꽃 보길 꺼리는 이도 있지만 꽃이야 무슨 죄가 있으랴.사실 일본에서도 꽃놀이의 풍속이 그리 오랜 역사를 갖는 것은 아니다. 소상공인이 등장하기 시작하는 17세기쯤에 기원을 둔 꽃놀이를 그린 당대 병풍 그림이 남아 있기는 하다. 하지만 꽃을 보고 설레며 즐거워하는 일은 일본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니 애꿎은 벚꽃에 눈을 흘길 일은 아니다. 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꽃을 즐겨 그려 집안을 장식했다. 멀리 갈 것 없이 사찰이나 궁궐의 단청, 기와에 표현된 꽃을 생각하면 된다. 물론 꽃과 관련된 그림을 독립 회화로 그려 완상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중국 남송(南宋)의 궁정에서 활동했던 마린(馬麟)의 ‘병촉야유도’(秉燭夜遊圖)는 13세기에 그려진 그림이다. 등불을 켜고 봄밤을 즐긴다는 제목 그대로 화면 가운데 뾰족한 지붕이 있는 건물 속에 주인이 앉아 밖을 내다본다. 앞마당에는 두 줄로 늘어선 높은 등잔이 보이고, 그 옆으로 잔잔하게 흰 꽃을 이고 있는 나무가 그려졌다. 빈 곳처럼 보이는 화면 상단 타원형의 도장 옆으로 작은 달이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게 떠 있다. 중국 그림에 찍힌 도장들은 수장가의 도장인지라 도장이 많이 찍힌 그림들은 매우 유명한 그림이라고 보면 된다. 어둠이 스며들기 시작한 어스름한 달밤에 꽃이 질까 노심초사하며 등촉에 불을 밝히고, 점점이 눈처럼 앉은 꽃들을 보는 사람의 정취가 아스라하다. 이 그림은 북송의 시인 동파(東坡) 소식(蘇軾ㆍ1036~1101)의 ‘해당’(海棠)이라는 시에서 화제를 가져왔다고 알려졌다. “밤 깊으면 꽃이 잠들어 떨어질까 두려워, 촛불 높이 들고 붉은 그녀 비춰 보네”(只恐夜深花睡去 故燒高燭照紅?)라는 구절이다. 결국 아름다운 꽃에 마음을 두다 보니 꽃이 질까 염려돼 불을 밝힌다는 뜻이다. 그래서 화가는 꽃의 현란한 자태보다 봄밤의 정취를 드러내려 꽃인지 아닌지 아득하게 느껴지도록 붓을 놀렸다. 흐르는 시간이 어지간히 야속했던 모양이다. 그 아련한 마음은 앞쪽의 진한 먹으로 그린 나뭇가지보다 뒤로 멀어지며 흐릿하게 보이는 꽃과 나뭇잎, 윤곽만 남은 산등성이에서 더욱 애틋하게 느껴진다. 마린은 아버지 마원(馬遠)과 함께 남송 황실의 총애를 받았던 화원 화가다. 그런데 남송은 여진족의 침입으로 화북 지방을 빼앗기고 항저우로 쫓겨가 재건한 나라다. 높은 수준의 문화를 지녔지만, 남송 그림은 후대 지식인들의 비판을 많이 받았다. 그림에서 지적인 세계를 추구하던 문인들의 눈에 마원과 마린의 그림은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이는 남송이 처했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겨졌다. 하노이에서의 북미 회담이 기대에 어긋난다고 실망하는 사람이 많다. 두 정상의 속내가 무엇인지 해석도 분분하다. 꽃이 피기 전 봉오리를 보면 무슨 색인지 알 수 없다. 때가 되면 피울 꽃을 피기 전에 아쉬워하며 등불을 밝힐 필요는 없다. 불을 켜지 않아도 환하게 화향과 아취를 만끽할 수 있도록 만산에 평화의 꽃이 흐드러지길 기대해 본다.
  • 죽음으로 항거했던 황현 유산 ‘매천야록’ 등 4건 문화재된다

    죽음으로 항거했던 황현 유산 ‘매천야록’ 등 4건 문화재된다

    일제의 탄압에 죽음으로 항거한 독립운동가 매천 황현(1855~1910)의 유산 4건이 문화재가 된다. 문화재청은 황현이 1910년 경술국치 후 순절하기 직전에 남긴 ‘절명시’가 수록된 ‘대월헌절필첩’(待月軒絶筆帖)을 비롯해 ‘매천야록’(梅泉野錄), ‘오하기문’(梧下記聞), ‘매천 황현 시문, 관련 유묵·자료첩, 교지·시권·백패통’ 등 황현 관련 자료 4건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조선말부터 대한제국기의 역사가이자 시인이며 독립운동가인 황현은 국권이 일제에 넘어가자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무력감을 토로하며 사랑채였던 대월헌(待月軒)에서 자결했다. ● 당시 위기상황·지식인 동향 파악 가능한 자료 황현의 대표 저서인 ‘매천야록’은 흥선대원군이 집정한 1864년부터 일제가 국권을 빼앗은 1910년까지의 역사를 정리한 글로 7책으로 구성됐다. 구한말 위정자들이 저지른 비리와 비행, 일제 침략상을 상세히 기술해 근대사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매천야록’의 초고로 추정되는 ‘오하기문’에도 19세기 후반부터 1910년까지의 역사적 사실과 항일활동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매천 황현 시문, 관련 유묵·자료첩, 교지·시권·백패통’은 뛰어난 문장가였던 황현이 지은 친필 시문과 저술, 그의 친구들이 보낸 편지, 1888년 생원시 장원급제 당시 작성한 시험지인 시권과 왕명서 교지, 이 자료를 보관한 백패통 등으로 구성됐다. 황현이 당대 문장가들과 교유한 편지와 그가 모은 신문기사는 당시 국가의 위기 상황과 지식인들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꼽힌다. ●여성 독립운동가 ‘윤희순 가사집’도 등록 예고 문화재청은 또 다른 항일문화유산인 ‘윤희순 의병가사집’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대한독립단에서 활동한 여성 독립운동가인 윤희순(1860∼1935)이 의병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지은 낱장의 친필 가사들을 절첩(折帖) 형태로 이어 붙인 순 한글 가사집이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문집이라는 점에서 희소가치가 있고, 순 한글로 기록돼 국어학·국문학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캐딜락 플래그십 세단 ‘리본 CT6’ 출시

    캐딜락 플래그십 세단 ‘리본 CT6’ 출시

    3.6ℓ 6기통 가솔린 엔진… 334마력배기량 3649㏄, 복합연비 8.7㎞/ℓ 캐딜락 코리아는 11일 대형 세단 CT6의 부분 변경 모델인 ‘리본(REBORN) CT6’를 공개했다. 캐딜락은 미래 핵심 기술력과 정체성을 함축한 ‘에스칼라’(Escala) 콘셉트를 리본 CT6 디자인에 처음으로 적용했다.차체 크기는 기존 모델보다 40㎜ 이상 길어진 5227㎜에 달한다. 전면부는 수직형 OLED 라이트와 그릴, 캐딜락 엠블럼이 조화를 이룬다. 실내 공간은 수작업 방식인 ‘컷 앤 소운’(Cut-and-Sewn) 공법을 적용한 최상급 가죽 소재로 마감이 이뤄져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파워트레인은 개선된 3.6ℓ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기본으로 탑재했다.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39.4㎏·m의 힘을 발휘한다. 배기량은 3649㏄이며, 복합연비는 8.7㎞/ℓ다. 구동은 사륜구동(AWD) 방식을 채택했다. 특히 캐딜락 세단 최초로 하이드로매틱 자동 10단 변속기가 장착됐다. 이는 전자식 변속 레버 시스템, 20인치 프리미엄 휠, 최첨단 사륜구동 시스템 등과 어우러져 여유롭고 정교한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아울러 노면을 1000분의 1초마다 감시해 서스펜션이 기민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과 주행 시 조향 각도에 따라 뒷바퀴를 함께 움직여 회전반경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 등의 주행보조기술도 적용됐다. 이밖에 반응성을 높인 차선 유지 및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전후방 추돌 경고 및 오토 브레이킹,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의 첨단 안전 사양이 탑재됐다. 정속 주행 시 2개의 실린더를 비활성화해 연료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갖췄다.편의사양으로는 열 감지 기술로 촬영한 전방 영상을 클러스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나이트 비전’이 모든 트림에 기본으로 장착됐다. 운전자의 후방 시야를 300% 이상 넓혀주는 ‘리어 카메라 미러’는 화질이 개선됐으며, 화면 확대·축소 및 각도 조절 기능이 추가됐다. 또 최대 5방향의 화면을 다양한 각도 조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서라운드뷰, 내비게이션이 연동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12인치 클러스터 등도 전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됐다.아울러 터치패드 조작만 가능했던 CUE(캐딜락 유저 익스피리언스) 인터페이스는 ‘조그셔틀 다이얼’을 기본으로 장착해 조작의 편의성을 높였다. 음향 장치로는 보스(BOSE)의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차량 내부에는 CT6 전용으로 튜닝된 34개의 스피커가 배치됐다.판매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반영해 ▲스포트 8880만원 ▲플래티넘 9768만원 ▲스포트 플러스 1억 322만원이다. 사전 계약은 11일부터 시작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오로지 국가·민생 위하여… 18년 유배생활서 ‘실사구시’ 꽃피우다

    오로지 국가·민생 위하여… 18년 유배생활서 ‘실사구시’ 꽃피우다

    다산은 유배된 후 할 일이 없어 고금을 연구하고 민생 문제와 국가의 대계에 유념하여 토론하고 저술하였다. 그는 근본적인 것을 규명하여 실제 사용할 수 있는 학문을 중시하였기 때문에 저술은 모두 후세의 법이 되었던 것이다. -황현, ‘매천야록’ 권1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조선조 후기 실학을 집대성하고, 민과 국가가 처한 위기를 타개하고자 개혁 사상을 내세운 실학자다. 그가 남긴 저술과 제시한 개혁안이 당대는 물론 후대에도 새로운 차원에서 기억되고 호출되고 있는 것은 어째서일까. 이는 그가 남긴 학문적 성취가 현재까지 남아 현재로 이월되었기 때문 아니겠는가. 그의 학술적 역량과 개혁적 사유는 ‘여유당전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천이 다산의 저술을 두고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범으로 주목한 것은 다산의 실사구시 정신을 주목한 것일 터이다.#시대를 아파하고 민을 노래한 거인 다산은 실학자이기도 하지만, 그가 남긴 시문은 여느 시인과 달리 현실 문제를 소재로 포착하고 있어 진한 울림을 준다. 더욱이 다산의 남시문은 그의 학술적 성취와 안팎을 이룰 정도로 조화를 이룬다.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요, 시대를 슬퍼하고 세속을 개탄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며, 높은 덕을 찬미하고 나쁜 행실을 풍자하여 선을 권하고 악을 징계한 것이 아니면 시가 아니다. -‘다산시문집’ 권21, ‘아들 연아(淵兒)에게 보냄’ 다산은 일찍이 “나는 조선사람. 조선시를 즐겨 지으리라”라고 해 ‘조선시 선언’을 주장하고, 한편으로는 한시 특유의 음풍농월과 달리 민의 삶을 포착하여 민을 위한 비가(悲歌)로 표출한 바 있다. 나라와 시대를 걱정하고 권선과 징악을 풍자하는 시만이 진실한 시라고 주장한 다산의 사유 속에는 항상 민과 나라가 자리잡고 있었다. 다산은 다른 글에서 “백성들에게 혜택을 주려는 마음이 없는 자는 시를 지을 수 없다”고 단언할 정도로 매우 단호한 문학인식을 보여 줬다. 그 문학적 단호함은 ‘애절양’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군적을 만들어 군포(軍布)를 거두는 폐단을 고치지 않는다면 백성들은 모두 죽을 것’이라고 확언하면서 ‘애절양’을 인용한 바 있다. ‘애절양’은 조선조 후기 백성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군포 착취로 농민이 스스로 자신의 남근을 자른다는 비참한 내용을 담은 한시다. 다산은 ‘경세유표’ 앞머리에서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야 말 것”이라고 발언하고 있거니와, 이는 남근을 스스로 자르는 비참한 현실을 개혁하려는 의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자 당대 현실의 정확한 진단이다.#좌절을 딛고 고뇌 속에 꽃핀 창조 다산은 유배 생활에서 숱한 좌절을 겪지만, 그 상황에 굴하지 않고 학단을 만들어 제자를 기르는 한편 그들의 학문적 역량을 빌려 저술활동을 하고 개인적 좌절도 이겨 내었다. 그는 유배 기간 내내 학문적 고뇌 속에 창조적 예봉을 마다하지 않았다. ‘경세유표’를 비롯해 ‘목민심서’와 ‘흠흠심서’ 등 500여권의 방대한 저술은 대부분 유배 시기에 구상하거나 저술했다. 학술적 두 축인 경세학과 경학의 성취가 모두 이 시기에 이루어졌음은 물론이다. 다산은 18년 동안 유배 생활을 창조적 시간으로 활용해 학술적 역량을 꽃피운 것이다. 유배를 마친 이후에도 다산은 저술을 보완하고 수정을 거듭하며 자신이 구상한 사회개혁과 새로운 국가건설의 대안을 녹여 내었다. 하지만 자신의 학술적 성취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을 항상 두려워했다. 내 죽은 뒤에 아무리 정결한 희생과 풍성한 안주를 두고 제사를 지낸다 하여도, 내가 진정 흠향하고 기뻐하는 것은 내 책 한 편을 읽고 내 책 한 장을 베껴 주는 일보다는 못할 것이니, 너희는 그 점을 기억해 두어라. -‘다산시문집’ 권21, ‘두 자식에게 보여 주는 훈계’ 유배지에서 학술 교류가 없던 상황이다 보니 자신의 성취를 외면하지 말 것을 자식에게 당부하지만, 언젠가 자신의 저술을 알아줄 사람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이는 민을 위하고 국가를 혁신하는 대안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산의 저술은 민과 국가를 자양분으로 사고한 학술적 꽃이다. 무엇보다 다산 스스로 유배지에서 넉넉한 민의 품성을 재발견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가를 개혁하려 한 역사적 전망을 지녔기 때문이다. 다산이 시문에서 ‘민’을 중심에 놓고 노래한 것이나, 사서삼경과 같은 경전을 재해석한 저술과 ‘경세유표’와 같은 경세서에서 국가를 중심에 놓고 혁신적 안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다산은 ‘자찬묘지명’에서 ‘낡고 오랜 우리 조선을 새롭게 혁신’(新我之舊邦)할 것을 주장했다. ‘경세유표’ 머리글에서는 “지금 곧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반드시 망하고야 말 것이다”라는 발언을 거리낌 없이 했다. #난세에 호출되는 ‘여유당전서’ 다산의 저술은 한국학의 거점이자 19세기 학술의 뛰어난 성과다. 그의 저술은 이후 역사 공간에서 비상한 주목을 받는다. 과거사가 아닌 현재진행의 역사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호출된다. 고종은 부강정책에 예의주시하여 경장을 서둘렀다. 그러나 많은 신하 중에서 누구 하나 의지할 사람이 없었으므로, 을유년과 병술년 사이에 ‘여유당집’을 올리라고 하였다. -‘매천야록’ 권1 고종이 부국강병을 위해 다산의 저술을 기억한 것은 새로운 국가체제의 구상에 필요한 대안을 다산의 경세서에서 찾으려 한 것임은 물론이다. 시대의 호출에 다산의 저술이 부활한 것이다. 다산의 혁신적 사유와 개혁적 여러 안들은 갑오농민전쟁 시기에도 다시 주목을 받는다. 1930년대 실학 연구의 선구자인 최익한은 ‘강진읍지’를 인용하면서 전봉준, 김개남 등의 갑오농민군 지도자들이 ‘경세유표’를 활용하였음을 밝힌 바 있다. 역사적 사실 여부를 떠나 우리는 정약용의 저술이 역사적 변혁기에 재발견되고 호출하고 있는 점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 다산의 저술은 일제강점기에 이월돼 조선학 운동을 추동하는 기제로 작동하기도 한다. 1930년대 중반 정인보, 안재홍, 홍명희 등은 ‘신조선사’라는 출판사에서 ‘여유당전서’와 ‘담헌서’ 등을 출간하면서 조선학 운동을 전개했다. 이는 근대적 학술이 식민지 조선에서 본격적으로 전개할 수 있도록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식민지학에 대응한 자국학의 정립에 방점이 있다. 자국학의 구체적 학술적 성과에 ‘여유당전서’를 그 중심에 둔 것은 지금의 한국학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처럼 다산의 저술은 시공을 넘어 수시로 기억된다. 진재교 성균관대 한문교육과 교수 ■ 여유당전서는 다산의 저술 정리한 문집 필사·목판본 등으로 간행 다산의 저술은 일찍이 필사본과 목판본, 연활자본 등으로 유통됐다. 다산의 자제와 제자들은 문집 간행을 위해 원고본을 만들었지만 500권 100책에 이르는 저술은 조선조가 끝날 때까지도 간행하지 못했다. 그의 저술 중에서 실용적인 문헌은 19세기까지 필사본으로 유통됐지만, 공식 출판은 19세기말 목판본인 ‘이담속찬’이 유일하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와 일부 학술단체의 일본인들이 다산의 저술을 필사하고 연활자로 간행한 바 있고 이후 장지연, 최남선, 정인보 등 지식인들은 다산의 저술을 재발견해 일부 저술을 연활자로 간행했다. 다산 서거 100주년을 전후로 1934~38년 신조선사에서 154권 76책 ‘여유당전서’를 간행했다. 이 ‘여유당전서’는 정약용 스스로 구상한 체재와 다르게 7집 체재로 돼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는 일찍이 ‘목민심서’와 ‘경세유표’를 번역했고 1982~94년 ‘여유당전서’ 중에서 시문집 22권 10책을 국역 간행했다.
  • 유럽인으로 북적인 전주… “한국 발효정신이 곧 내추럴와인의 정신”

    유럽인으로 북적인 전주… “한국 발효정신이 곧 내추럴와인의 정신”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서 1박2일 방문 미나리 등 한국 채소·전통 한식에 ‘흠뻑’ “신선한 로컬 재료·내추럴와인 잘 어울려” 된장·간장 숙성법 물으며 시종일관 진지“내추럴와인을 팔아야 장사가 된다.” 불경기에 신음하는 식음료·외식 업계에 최근 농담처럼 돌고 있는 말이다. 지난해부터 한국의 ‘힙스터’들은 내추럴와인에 열광하고 있다. 2030세대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인스타그램엔 #내추럴와인 해시태그가 쏟아져 나오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밀집한 와인바들은 내추럴와인 리스트를 보강하는 데 힘쓰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유럽에서 내추럴와인을 만드는 생산자들이 전북 전주에 왔다. 이들이 한식과 전통문화의 고장인 전주를 방문한 까닭은 무엇일까.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먼 길을 떠나 온 25명의 생산자들과 1박 2일간 동행했다. ●일반 와인과 달리 농약·산화방지제 안 들어가 “이 풀(미나리)은 뭐죠? 지역 특산 채소인가요? 독특한 향이 내추럴와인과 아주 잘 어울리네요.” 지난달 17일 전주대 본관에 있는 국제한식조리학교에서는 독특한 광경이 펼쳐졌다. 유럽 내추럴와인 생산자들이 와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한식 경연대회에 참가한 20개 팀이 선보인 메뉴들을 직접 맛보고 심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내추럴와인이란 일반 와인에 들어가는 농약과 산화방지제(이산화황), 인공효모 등이 아예 들어가지 않거나 극소량만 첨가된 와인을 뜻한다. 즉,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고 맛도 일정하지 않다. 이런 와인을 만드는 이들의 정체는 그래서 ‘와인 생산자’라기보다는 친환경 농부이자 발효 장인에 가깝다. 포도 재배부터 와인을 만드는 양조 과정까지 인위적인 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테루아’(땅)와 이에 맞는 포도 품종의 특징을 고스란히 살려 낼 수 있지만 쉽지는 않다. 포도나무가 농약이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하고 와인을 발효할 때도 적합하지 않은 균에 오염되지 않도록 발효의 미를 살려 내야 하기 때문이다. 농사와 발효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생태 다양성, 친환경 등 삶을 관통하는 ‘자연주의’ 철학이 없다면 힘겨운 일이다. ‘생태 도시’를 표방하는 전주시가 내추럴와인 행사를 열고 생산자들을 초청한 이유다. 이날 심사 기준은 ‘참가자들이 미나리를 비롯한 콩나물, 열무, 애호박 등 전주 지역을 대표하는 ‘8미(味)’를 주재료로 활용해 얼마나 내추럴와인과 조화로운 한국 음식을 만들었는지’였다. 관련 항목별로 점수를 기록하는 방식은 여느 요리 대회와 같았지만 내추럴와인 생산자들인 심사위원들은 대체로 “평가하기가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생산자 다비드(이탈리아)는 “심사위원으로 왔지만, 오히려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우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신선한 로컬 재료로 만든 한식이 우아한 산미와 가벼운 보디감이 특징인 내추럴와인과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우승은 ‘소갈비살을 이용한 육회 타르타르와 게살샐러드’를 선보인 초당대 ‘우희찬, 권기옥’팀에 돌아갔다.●거리낌 없이 홍어 먹으며 “와인과 만나니 달콤” 생산자 샤를(프랑스)은 대회를 마치고 열린 한식당에서의 저녁 만찬 자리에서 처음 먹어 보는 삭힌 홍어와 묵은지를 거부감 없이 입에 넣었다. 동시에 다비드의 와인을 한 모금 삼킨 그는 “홍어 특유의 톡 쏘는 암모니아 향이 내추럴와인과 만나니 달콤하게 변했다”면서 “한식과 내추럴와인의 조화를 체험했으니 이제 한식의 ‘비밀’을 빨리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주 방문의 하이라이트인 ‘발효 장인과의 만남’을 무척 기대하는 눈치였다. 다음날 오전 전주 음식 명인 함정희 대표가 운영하는 완산구 함씨네 밥상 건물 마당에 펼쳐진 장독대 앞에 선 이들은 함 대표가 직접 담그고 숙성 중인 된장과 간장, 고추장 등을 엄숙, 근엄, 진지하게 맛봤다. 함 대표가 콩 발효는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자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숙성 연도에 따라 맛은 어떻게 달라지느냐”, “간장을 만들 때 위에 뜨는 소금물은 어떻게 하느냐”, “된장과 일본의 발효음식인 낫토는 무엇이 다른가” 등 ‘발효 장인’들 간의 깊은 대화가 이어졌다. 거부감 없이 장류를 맛보고, 청국장 찌개 한 대접을 깨끗이 비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들을 방해하는 건 서울행 기차 시간이었다. 숨가쁜 일정이었지만 KTX 객실 안에서 눈을 붙이는 이는 거의 없었다. 니콜라(프랑스)는 내추럴와인 생산자로서 전주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그는 “좋은 장류는 어떻게 만들어지느냐”는 질문에 “착한 균과 나쁜 균이 서로 싸우다 착한 균이 이기는 것”이라는 함씨의 대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당시 함씨는 “길게 볼 때 착하게 사는 사람이 더 행복하고 잘되는 인생의 이치와 비슷하지 않으냐”고 덧붙였었다. 니콜라는 “좋은 와인을 만드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글 사진 전주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김정은 ‘레어’, 트럼프 ‘웰던’... 北-美 스테이크도 제각각

    김정은 ‘레어’, 트럼프 ‘웰던’... 北-美 스테이크도 제각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영변 핵시설 폐기 및 대북 제재에 대한 입장 차이 만큼이나 만찬에서 먹었던 스테이크의 굽기에 대해서도 제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회담 당시 두 정상의 만찬 메뉴를 준비했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의 총괄 주방장 폴 스마트는 3일(현지시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스테이크는 완전히 익힌(웰던·well done)채로, 김 위원장은 덜 익힌(레어·rare) 채로 제공됐다”고 밝혔다. 호주 출신인 스마트는 2017년 메트로폴 호텔에 총괄셰프로 부임했다 스마트는 이틀간의 정상회담 기간 김 위원장의 전속 요리사 북한인 두 명과 함께 일했다. 정상회담 첫날인 27일 만찬의 전채(애피타이저)로는 새우 칵테일, 메인 메뉴로는 양념된 등심구이와 배속 김치가 나왔다. 스마트는 등심구이 취향과 관련, “김 위원장은 약간 덜 익힌(미디어 레어) 상태에서 덜 익힌(레어) 또는 아주 덜 익힌(베리 레어) 스테이크를,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히 익힌(웰 던)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스마트는 김 위원장의 이런 취향에 대해 음식의 질을 감상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정말로 음식을 먹고 음식을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북한인 요리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값비싼 입맛’을 가지고 있다고 스마트는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은 캐비어(염장 철갑상어알)나 바닷가재와 같은 정말 호화로운 음식을 좋아한다. 푸아그라(거위 간)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메트로폴 호텔의 주방에서는 미국과 북한 양측이 각각 정상을 위한 음식을 준비했지만, 북한 요리사들은 스테이크용 고기를 포함해 모든 음식 재료를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에 실린 냉각된 금속 컨테이너에서 직접 가져왔다고 스마트는 전했다. 그는 “스테이크용 소고기는 아주 빨간 색이었다”면서 “일본의 와규처럼 소들도 북한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찬 메뉴가 나가기 전에는 양측에서 (안전을 위해) 정상들에게 제공될 음식을 미리 먹어보기도 했다고 스마트는 밝혔다. 스마트는 특히 북한 측 음식 재료들에 대해 “모든 것이 개별적으로 매우 위생적으로 포장 돼 있었다”고 언급하고, 특히 전용 요리사들에 대해서는 “조그만 알코올 면봉까지 가져와 칼과 도마 등을 닦아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청한 새우 칵테일을 본 적이 없던 김 위원장 전용 요리사들은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 맛에 흥미를 느껴 스마트가 드레싱 요리법을 알려줬고, 그들은 보답으로 한국 전통 음식인 김치 만드는 법을 전수했다고 AFP는 전했다. 정상회담 둘째 날 오찬에서는 북측 요리사들이 사과 푸아그라 젤리 전채를 담당하게 돼 역시 자신들이 직접 공수해 온 재료들로 이를 만들었지만, 제재 해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회담이 결렬되면서 두 정상 모두 이 음식을 맛볼 수는 없었다. 메트로폴 호텔은 양 정상 만찬 및 오찬 메뉴와 같은 음식을 호텔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싱가포르선 대구조림…북미정상 하노이 만찬 메뉴는?

    싱가포르선 대구조림…북미정상 하노이 만찬 메뉴는?

    싱가포르땐 업무오찬, 하노이 담판은 친교만찬배석인원 절반 이상 줄어 하노이선 3 대 3 참석26일 베트남 하노이에 입성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6시 30분(한국시간 오후 8시 30분) 단독회담에 이어 친교 만찬(social dinner)을 통해 역사적인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시작한다. 1박 2일간 전세계의 시선은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에 이어 8개월 만에 재회하는 두 정상에 쏠릴 전망이다. 더불어 두 정상이 마주 앉은 저녁 식탁 위에 어떤 메뉴가 오를 지도 관심사다. 두 정상은 당일치기로 진행된 지난 싱가포르 회담에서 점심을 함께 먹었다. 한식과 양식, 중식 요리가 적절히 어우러진 화합의 오찬이었다. 당시 백악관이 공개한 두 정상의 점심 메뉴는 전식, 본식, 후식의 3코스로 준비됐다. 먼저 전식으로는 ▲아보카도 샐러드를 곁들인 새우칵테일 요리와 ▲꿀, 라임 드레싱을 뿌린 그린망고, ▲신선한 문어회가 제공됐다.특히 고기와 채소 등으로 속을 채운 전통 한식요리인 ▲오이선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본식으로는 ▲감자와 삶은 브로콜리를 곁들인 소갈비에 레드와인(적포도주) 소스가 함께 나왔다. 본식에 곁들임 메뉴로는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린 돼지고기 튀김(탕수육), ▲수제 XO칠리소스를 얹은 중국 양저우식 볶음밥, 한식인 ▲대구조림이 제공됐다.달걀과 해산물 등을 밥과 함께 달달 볶아낸 양저우 볶음밥은 중국의 ‘인민 볶음밥’으로 널리알려져 있다. 백악관은 대구조림에 대해서는 생선 대구를 무와 아시아 채소와 함께 간장에 졸인 음식이라고 설명했다.후식은 ‘미국적인’ 재료로 준비됐다. ▲다크초콜릿 타르트 가나슈와 ▲체리를 올린 하겐다즈 바닐라 아이스크림, ▲트로페즈 타르트가 식탁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 식사에는 업무 오찬(working lunch)으로 소개됐다. 일 얘기를 하며 밥을 먹는 시간이란 뜻이다. 이번 하노이 만찬은 점심이 아닌 저녁에 진행된다. 또 ‘친교 만찬’이란 타이틀이 붙은 만큼, 두 정상이 업무 얘기는 내려놓고 상대적으로 편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하며 회포를 푸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식사 자리에 참석하는 인물의 면면도 싱가포르 업무오찬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친교 만찬은 오후 7시부터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되는데 양 정상 외에 북미 양측에서 2명의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3+3 형식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쪽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대행이 동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에서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참석이 유력하며 다른 참석 인사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날, 김 위원장의 여동생이자 비서실장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일 가능성이 거론된다.싱가포르 업무 오찬 당시에는 참석 인원이 더 많았다. 미국 쪽에서는 폼페이오 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세라 샌더스 대변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 대사, 매뉴 포팅거 아시아 담당 차관보 등 6명이 배석했다. 북한 쪽에서는 김영철 부위원장과 김여정 부부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한광상 당 중앙위원 등 7명이 배석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방탄소년단,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 “한국 대중음악 널리 알리겠다”

    방탄소년단,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 “한국 대중음악 널리 알리겠다”

    방탄소년단이 국내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인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에 올랐다. 26일 서울 구로구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는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시상식은 록, 포크, 재즈, 일렉트로닉, 힙합 등 장르를 망라한 국내 음악인들이 모여 서로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축제의 장이 됐다. 전 세계에 케이팝 신드롬을 일으킨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은 이날 시상식에서도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종합 부문 3개 부문을 포함해 총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5월 발표한 ‘페이크 러브’(FAKE LOVE)가 ‘올해의 노래’, ‘최우수 팝 노래’에 선정됐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음악인’까지 올라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시상식 초반 다른 일정으로 대리수상을 했던 방탄소년단은 시상식이 끝나기 전 나타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트로피를 직접 품에 안았다. 리더 RM은 “이 상이 가지는 품격과 권위에도 작년에 불참해서 가슴 속에 한이 컸는데 직접 뵙고 감사의 말씀을 드릴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한국 대중음악을 널리 알리라고 주신 걸로 알고 겸손하게 열심히 작업하고 공연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종합 부문 중 ‘올해의 음반’은 장필순에게 돌아갔다. 장필순은 앨범 ‘수니 에이트 : 소길화’로 ‘최우수 팝 음반’ 부문도 수상해 2관왕에 올랐다. 장필순은 “음반이 나올 때마다 음반이 팔리는 장소와 상관없이 여러분들, 특히 음악 하는 친구들의 애정에 힘입어 지금까지 노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 동지인 조동익을 언급하며 “30년 동안 저와 함께 숨 쉬고 불붙이고 그 붙은 불을 꺼주기도 하고, 제 음악 속에서 항상 살아 숨쉬는 동익이 오빠에게 이 상을 제주에 가서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종합 부문인 신인상은 싱어송라이터 애리가 수상했다. 무대에 올라 눈물을 펑펑 쏟은 애리는 “음악을 시작하면서 용기가 필요했다. 음악을 시작하고 힘든 일도 고마운 일도 많았다”며 “모든 음악가분들에게 수고하신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방탄소년단과 장필순 외에도 다관왕 수상자가 많았다. 라이프 앤 타임은 ‘최우수 록’ 부문, 세이수미는 ‘최우수 모던록’ 부문, 김사월은 ‘최우수 포크’ 부문 등에서 노래와 음반상을 모두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시상식에서는 지난해 세상을 먼저 떠난 선배 음악인들을 추모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한국 재즈 1세대 뮤지션 이동기, 한국 현대대중음악의 시작을 알린 최희준,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의 드러머 전태관을 추억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은 가수보다 음반과 곡에 주목하고, 판매량이 아닌 음악적 성취를 선정 기준으로 삼아 주류, 비주류의 경계 없이 한국대중음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한 토대를 만들고자 설립됐다. 이날 열린 시상식은 다음달 21일 EBS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방송된다.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23개 부문 수상자·작] 올해의 음반 : 장필순 ‘수니 에이트 : 소길화’올해의 노래 : 방탄소년단 ‘페이크 러브’올해의 음악인 : 방탄소년단최우수 랩&힙합(음반) : 뱃사공 ‘탕아’최우수 랩&힙합(노래) : XXX ‘간주곡’최우수 알앤비&소울(음반) : 제이클레프 ‘플로, 플로’최우수 알앤비&소울(노래) : 수민 ‘너네 집’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음반) : 공중도둑 ‘무너지기’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노래) : 예서 ‘허니, 돈트 킬 마이 바이브’칭따오 올해의 신인 : 애리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최우수 연주) : 송영주 ‘레이트 폴’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크로스오버 음반) : 니어 이스트 쿼텟 ‘니어 이스트 쿼텟’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재즈 음반) : 이선지 ‘송 오브 에이프릴’최우수 포크(음반) : 김사월 ‘로맨스’최우수 포크(노래) : 김사월 ‘누군가에게’공로상 : 양희은최우수 팝(음반) : 장필순 ‘수니 에이트 : 소길화’최우수 팝(노래) : 방탄소년단 ‘페이크 러브’최우수 메탈&하드코어(음반) 다크 미러 오브 트레지디 ‘더 로드 오브 섀도우스’최우수 모던록(음반) : 세이수미 ‘웨어 위 워 투게더’최우수 모던록(노래) : 세이수미 ‘올드 타운’최우수 록(음반) : 라이프앤타임 ‘에이지’최우수 록(노래) : 라이프앤타임 ‘잠수교’ 글·사진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교육부 ‘정시 확대’ 제동?…시·도교육감 “수시·정시 통합, 수능 절대평가” 주장

    교육부 ‘정시 확대’ 제동?…시·도교육감 “수시·정시 통합, 수능 절대평가” 주장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수능 위주의 전형(정시)을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반기를 들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회장으로 한 협의회는 “대입 전형에서는 수시(학생부종합전형)와 정시(수능)를 통합하고 수능은 전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2028학년도 대입 전형 개편안을 내놓았다.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을 고려하면 수능의 비중을 높이지 말고 학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은 26일 세종시 사무국에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 방안 1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지난해 8월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입전형에서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 전형을 전체 모집인원의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을 각 대학에 권고한 것에 반발해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을 발족하고 자체적인 대입제도 개편안을 연구해왔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이수하는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문제풀이’와 ‘줄세우기’ 방식인 수능을 확대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게 협의회의 지적이다. 연구단은 박종훈 경남교육감을 단장으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추천한 일반고 교사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연구단은 지난해 9월부터 총 7차례의 모임과 2차례의 포럼을 거쳐 이날 대략적인 방향을 담은 1차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연구보고서는 ▲수시와 정시 통합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정규 교육과정 중심으로 학생부 기록 방식 개선 등을 골자로 한다. 수시와 정시 통합은 고교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의 정상화를 위해서라고 협의회는 설명했다. 수시모집 시기를 수능 이후로 미뤄 수능이 끝난 뒤 대입 전형을 실시한다는 것이다. 또 수능은 전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해 학생의 선발을 위한 변별이 아닌 학업 역량을 평가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논술·서술형 수능을 도입하거나 공통과목-선택심화과목으로 이원화하는 등의 다양한 유형을 통해 절대평가 전환 이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수능을 고교 졸업시험 성격의 자격고사로 전환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나치게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수상 실적 등 비교과 영역을 줄이고 정규 교육과정 중심의 ‘교과 학습 발달상황’ 위주로 기재하도록 학생부 기록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담겼다. 수상 실적 등 비교과 영역을 줄이고 학교 수업에서의 적극성이나 과제 수행 등을 중심으로 기재한다는 것이다.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입학사정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학생을 선발한 뒤 대학이 선발 결과 자료를 공개하도록 한다고도 덧붙였다. 연구단은 정시와 수시의 통합과 학종의 안정적인 운영, 정시 확대 재고가 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 전형 개편안이 교육과정에 안정적인 작용을 했다면 협의회가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불안정했던 것을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비판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수시와 정시의 통합은 단순히 기술적인 통합이 아니라 교과와 비교과를 모두 준비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벗어나도록 한다는 것”이라면서 “수능이 절대평가로 개편되고 학종의 공정성이 높아지면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평가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지고 있는 수능 확대 여론을 불식시키기에는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종을 정규 교육과정 중심으로 개편하고 교사의 책무성과 전문성을 높인다는 큰 틀의 방향이 제시됐지만 세부적인 개편 방안은 이번 보고서에 담겨있지 않다. 또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고 학종이 개편되면 결국 각 대학들이 면접 등 자체 시험을 통해 변별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 연구단은 두 차례의 정책 포럼 등을 거쳐 오는 12월 최종 연구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국가교육회의의 당연직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 교육감은 “연구단이 도출한 결과를 국가교육회의에서 제안할 것인지는 논의 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왜 제사는 장남만 지내야 하나, 자식끼리 돌아가면서 지내면 안 되나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왜 제사는 장남만 지내야 하나, 자식끼리 돌아가면서 지내면 안 되나

    설 명절이 지난 지 채 한 달도 안 됐다. 제사 문제로 그렇게 시끌벅적하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다. 세대를 떠나 제사만큼 우리의 정서와 복잡한 내면을 가진 것도 없을 것이다. 제사는 그 시대의 약속이요 관습이다. 시대가 변하면 바뀌는 것이 이치인데 제례만큼 변화에 저항과 갈등을 야기하는 풍습도 없다. 오늘날과 같은 조상 제사는 고려 말에 시작됐다. 누구나 하고 싶다고 4대 봉사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선 중기까지만 해도 지위와 신분에 따라 차등을 두어 6품 이상은 3대, 7품 이하는 2대, 일반 백성들은 부모 제사만 지내도록 했다. 조선 말기에는 일반 백성들도 4대조까지 지냈다. 오히려 4대 봉사를 하지 않으면 상놈 소리를 듣기까지 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떤가. 필자의 집안은 부모 세대에서 자식 세대로 바뀌면서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제례문화의 변화와 문제점을 온전히 담고 있다. 필자는 6남 2녀에 아들로 막내다. 부모님 생전엔 설, 추석 차례, 기제사는 3대 모두 합쳐 1년에 여덟 번 제사를 지냈다. 1987년 양친이 돌아가시면서 큰형님이 제사를 모셨다. 2003년 설 명절 때 필자는 큰형수가 오랜 지병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자식은 다 같은 자식인데 장남만 제사를 지내란 법이 어디 있냐며 형제끼리 돌아가면서 지내자”고 했다. 갑작스런 제안에 큰형님께서 “기제사는 내가 맡고, 설?추석 차례만 동생들이 돌아가면서 지내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어느 누구도 가타부타 말이 없길래 모두 동의한 것으로 여겨 “안을 낸 막내인 제가 돌아오는 추석 차례를 모시겠다”고 했다. 갑자기 집사람이 필자의 옆구리를 꾹꾹 찌르면서 자기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막내가 제사를 지낼 수 있냐며 불평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타성은 빠지세요” 했다. 타성은 며느리들이다. 결국 기제사는 장남이, 명절 차례는 동생들이 돌아가면서 지내도록 하고, 둘째 형님은 교인이라 제외됐다. 그리고 형제들이 다 죽고 나면 장손이 다시 맡도록 했다. 2006년에는 1년에 여섯 번 지내던 기제사를 아버지 기일에 맞춰 한 번만 지내도록 했다. 필자는 이를 ‘모듬제사’, ‘합동제사’라 칭했다. 그리고 기제사를 모시던 큰형님 내외가 2010, 2015년 돌아가시면서 또 한번의 변동이 왔다. 당연히 장조카가 물려받아야 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부득이 필자가 차례와 기제사를 맡아 지내고 있다. 이처럼 형제가 제사를 나누어 지내는 것이 과연 예에 어긋나는 것일까. 아니다. 고려시대와 조선 중?후기까지도 장남이 제사를 전담하지 않았다. 경국대전에는 장남이 제사를 맡도록 했으나, 사대부는 물론 백성들도 아들딸 구별 없이 자녀들이 순서에 따라 돌아가면서 지내는 윤회봉사를 행했다. 16세기를 무대로 ‘묵제일기’를 쓴 이문건(1495~1567년)은 형제자매가 돌아가면서 제사를 지내고 심지어 외손봉사까지 행했다. 율곡도 7남매가 재산을 똑같이 나누고 제사도 돌아가면서 지내는 윤회봉사를 행했다. 부안군 우반동에 거주했던 선비 김명렬은 1669년 사위가 제물을 대충 차리고 제사를 빼먹는다고 딸에게 제사를 반납토록 하고, 재산은 아들이 받는 유산의 3분의1만 지급했다. 선비 김이성은 1637년 아내도 죽고 거주하는 곳도 멀어 처가의 제사를 지내기가 어렵게 되자 제사조로 받은 노비와 전답을 다시 돌려주었다. 윤회봉사는 재산상속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17세기 중엽부터 윤회봉사와 균분상속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18세기 중엽에 이르러 장남 단독봉사가 많아지고, 재산상속도 장자에게 더 주는 차등상속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윤회봉사는 19세기까지 해안 일부 지역에서 계속 시행됐으며, 지금도 제주에서는 형제끼리 제사를 나눠 지낸다.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형식은 시대적 상황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제사 또한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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