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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우건설 금호로

    대우건설 금호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됐다.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2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본회의가 끝난 뒤 설명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컨소시엄이,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프라임그룹 컨소시엄이 각각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금호는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할 경우 자산 규모가 급상승할 것으로 보여 재계 순위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캠코 김대진 이사는 “가격부문과 비가격부문, 감점부분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평가했으며 5개 컨소시엄 가운데 금호그룹이 종합적으로 가장 우수한 점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매각대상 주식수를 당초 50%+1주에서 72.1%로 변경했다는 주장에 대해 “지난해 11월 매각 안내부터 최종입찰 안내까지 일관되게 최소 50%+1주에서 최대 72.1%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캠코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한달 가량 정밀 실사와 계약 협상을 거쳐 9월 말까지 매각을 끝낼 예정이다. 한편 대우건설 노조는 이날 결정이 “특정업체 밀어주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한류통신] 말聯 목욕문화 바꾼 한국의 ‘찜질방’

    2006 독일월드컵 한국과 토고전이 벌어지는 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카페와 맥주 집에서는 “대∼한민국”이 신나게 울렸다. 업소가 마련한 대형 스크린 앞에서 다같은 아시아인으로서 한국이 이겨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현지인이건 교민이건 하나로 뭉쳤다. 2002년 월드컵때 보여준 한국 축구의 성장과 붉은악마의 응원은 말레이시아인 가슴 속에 한국을 새롭게 인식시켰다. 그래서인지 말레이시아에서는 드라마만큼 한국의 음식, 풍습, 전통, 문화 등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부쩍 늘어가고 있다. 그중 놀라운 것이 있다면 목욕 문화가 없고 샤워 문화만 있던 이곳에 휴식이 딸린 찜질방이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식수가 귀한 열대지방의 관습이 남아있는 말레이시아에서는 인심도 아주 야박하다. 공공장소의 화장실에서는 입장료를 꼬박꼬박 다 받는다. 지금도 물값이 휘발유보다 더 비싸다. 빗물을 받아 식수로 썼던 이들은 뒷마당에 얼마나 많은 물을 담을 항아리가 있느냐에 따라 그 집안의 부가 결정되었을 정도로 물이 귀했다. 그러기에 물을 받아놓고 몸을 씻기보다는 아끼고 조심스레 물을 다뤄야 하는 말레이시아 목욕 문화와 비교할 때 한국의 그것은 사뭇 다르다. 우리에게 과거의 공중목욕탕은 몸을 씻으러 가는 공간에서 이제는 휴식 공간으로 면모가 바뀌어 찜질방으로 다시 태어났다. 일과에 지친 사람들의 쉼터이자 사교장이기도 한 복합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한국 찜질방을 한국에 가면 꼭 체험해보라고 학생들에게 늘 권한다.어느덧 찜질방은 한국으로 유학 간 말레이시아 학생들이 유학 생활을 마치고 말레이시아로 귀국하기 전 꼭 갔다 와야 하는 ‘순례코스’의 하나가 되었다. 말레이시아에 돌아와서도 이들이 두고두고 찜질방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보면 찜질방은 그들에게 새로운 문화 체험인 셈이다. 이런 독특한 체험으로 다가오는 한국의 찜질방, 약간 변형은 되었지만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 ‘SPA&Relax’라는 이름을 달고 그 업소가 늘어나고 있다. 이슬람권인 말레이시아에서 한류 상품은 봇물처럼 퍼져들고 있다. 상품이라는 것은 사고파는 것으로 끝이 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생활 문화도 유형무형의 상품이 되어 이들의 생활에 친숙하게 스며들고 있어 놀랍기만 할 뿐이다.
  • [13일 TV 하이라이트]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5분) 이종격투기와 비슷한 레포츠가 등장했다. 흉기까지 사용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파이트클럽이다. 한 달에 한두 번 20∼30대 남성들이 모여 칼이나 막대기, 주먹을 휘두르며 1∼2분간 격렬한 싸움을 벌인다. 파이트클럽의 회원은 대부분 사무직이다 보니 이런 활동을 통해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다큐 맞수(EBS 오후 9시30분) 이연주 팀장은 박상천 팀장의 고객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으면서 전화번호를 메모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6월 초까지 30명을 채워야하는 두 사람으로서는 한명의 고객이라도 소중한데, 과열 경쟁에서 오는 예민함이 언쟁을 불러온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두 사람의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진다. ●물은 생명이다(SBS 오전 11시55분) 포항시의 동북쪽 끝자락인 하옥리는 82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산간 오지마을이다. 하옥리 마을에는 깊은 골짜기에서 흐르는 하옥계곡이 있다. 하옥계곡의 물은 이 마을 사람들의 식수, 생활용수로 두루 쓰인다.1급수의 물을 자랑하는 이곳은 노루도 쉽게 눈에 띌 만큼 생태계가 잘 유지되어온 곳이다. ●이제 사랑은 끝났다(MBC 오전 7시50분) 희재는 홍도에게 석재와 헤어져 달라고 한다. 전에 사귀던 남자에게 서방님이라고 부르면서 한 집에 산다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며 거칠게 홍도를 몰아붙인다. 태도가 돌변한 희재의 행동에 홍도는 놀란다. 한편, 홍도는 밤이 깊어도 집에 들어오지 않는 석재를 찾아 클럽으로 향한다. ●그 여자의 선택(KBS2 오전 9시) 공연장 식당에서 장우와 만난 진진은 어쩔 줄 몰라하고 영규는 두사람의 모습에서 묘한 느낌을 받는다. 화장실에 다녀오던 주리는 진진이 영규의 애인이라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반가워한다. 주리는 선영에게 진진이 영규의 애인이었다고 말하고 선영은 아직 형편을 말하지 못하는 진진을 안타까워 한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요즘처럼 땀을 많이 흘리는 때에는 전해질을 잃기 쉬워 갈증을 느끼고, 체력소모도 크다. 이럴 때 어울리는 음식이 바로 과일이다. 영양 좋고 맛도 좋은 과일로 무더위는 물론, 월드컵 응원 동안 소진한 체력을 회복해 보자. 색깔별로 다양한 과일의 효능과 과일을 활용한 요리를 만들어 본다.
  • 매리공단 다툼 결국 법정으로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공단 조성문제가 법정다툼으로 비화됐다. 박만준(55·동의대 교수)부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부산·양산 시민 300여명은 9일 김해시가 지난 6일 상동면 매리 일원에 내준 공장설립 허가와 관련, 김해시장을 상대로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또 공장설립에 따른 식수원 오염 피해가 예상된다며 김해시장을 피고로 하는 공장설립승인 처분 취소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시민들은 소장에서 “김해시가 낙동강 유역환경청과의 사전환경성 검토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장설립을 허가함으로써 환경정책기본법 위반과 취수장 주변 공장입지를 제한한 건설교통부 조례준칙 등을 무시했다.”고 밝혔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한화·예보 ‘大生매각 공방’ 왜?

    예금보험공사와 한화의 공방전이 점입가경이다. 예보는 도대체 얼마나 손해를 보기에 국가적 망신을 무릅쓰고 ‘대한생명 매각 무효’라는 초강수를 둔 것일까. 증시 전문가들은 ㈜한화가 대한생명 지분 16%(1억 1360만주)에 대한 ‘콜 옵션(사전에 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한다면 장부상으로 4500억원 정도 남는 장사를 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예보가 ‘헐값 매각’ 시비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비상장사인 대한생명의 주당순자산가치(BPS·기업의 순자산을 발행 주식수로 나눈 것)는 액면가(5000원)를 조금 밑도는 4000원 수준이다. 한화의 콜 옵션 행사 가격(주당 2275원)보다 1725원 정도 많아 최소 1959억원 정도를 더 벌어들이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또 현재 기준으로 대한생명을 상장한다면 주당 가치가 6000∼7000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럴 경우 한화는 4500억원 수준의 평가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 이철호 연구위원은 “대한생명의 순이익과 자기자본, 프리미엄 등을 고려하면 주당순자산가치(4000원)에 60% 가량을 더할 수 있다.”면서 “시가총액으로 4조∼5조원, 주당 가치는 6000∼7000원 정도가 합리적이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적자금 3조 5500억원이 투입된 대한생명에서 예보가 현재까지 거둬들인 돈은 한화컨소시엄에 매각한 8236억원. 예보가 한화의 콜 옵션을 받아들인다면 추가로 2584억원을 더 받을 수 있다. 대략 1조원이 조금 넘는다. 결국 예보가 대한생명의 나머지 지분(33%)으로 수지타산을 맞춰야 하는 만큼 한화의 양보를 위해서 지금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예보의 지금 행보는 비정상적”이라면서 “(헐값 매각)책임 문제를 덜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예보는 이날 “국제 중재가 종결될 때까지 한화의 콜 옵션에 응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3) 마음과 의식의 차이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23) 마음과 의식의 차이

    우리는 별로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생각이 마음이고, 의식은 분명하게 주제화하는 자의식이나 도덕적 논리적 자각의 깨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여긴다. 그 말이 대체로 옳다. 마음과 의식의 차이를 비교함은 사전적 의미의 개념을 하나 정리해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적 문명에 대한 비전을 숙고해 보는 깊은 뜻을 지녔다고 하겠다. 프랑스의 20세기 무신론적 실존철학자 사르트르는 확실한 의식의 철학자다. 그는 사물의 존재양식과 의식의 존재양식을 철저히 구별하여, 사물의 존재양식은 의식없이 멍청한 상태에서 자기와 자기자신 사이에 완전한 일치를 이루는 자기동일적 존재로서의 즉자(卽自)존재(being in itself)이고, 인간의 의식은 자기와 자기자신 사이에 늘 거리를 두고 반성하고 자기자신을 부정하면서 자기자신의 어제를 극복하려 애쓰고 있는 대자(對自)존재(being for itself)라고 규정하였다. 그는 또 인간은 매일 자기자신을 스스로를 만들어 가는 그런 투명한 의식의 존재로서 자기만족의 게걸스러운 존재방식을 거부하는 무한자유의 존재라고 인간의 의식을 높이 평가했다. 사르트르에게 명증한 자의식의 포기는 인간의 죽음과 같다. 의식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달리 자연스런 마음의 뜻을 가장 철학적으로 정교하게 밝힌 사유는 불교의 유식학(唯識學)이라고 보는 데는 별 이의가 없겠다. 불교의 유식학에 의하면 일체가 다 마음이고, 다 마음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집, 산, 구름, 자동차, 사람 등이 다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인가? 그렇다. 이것을 유식학의 용어로 만법유식(萬法唯識·모든 것은 마음이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과 같음)이라 부른다. 마음은 바깥으로 지향하는 탈자(脫自·자기를 벗어남)운동이고, 이 탈자운동으로 마음이 자기의 수준과 차원만큼 바깥에 그림을 무의식적으로 그린다. 이 그림이 바깥 경계로서의 집, 산, 구름, 자동차, 사람 등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면 집, 산 등의 개념이 다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것일까? 아니다. 저것들도 사람 마음의 욕망 수준이나 차원만큼 제각기 다르게 그려진다. 어떤 이는 집을 투기의 대상으로, 또 다른 이는 집을 낭만적 스위트 홈으로 여길 수도 있다. 산도 마찬가지다. 산을 자연의 온상으로 여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산을 이익을 위한 경제개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모든 것들은 마음의 욕망의 대상인데, 그 대상은 마음의 욕망이 그린 사이버에 불과하다. 유식학은 마음이 곧 식(識·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마음)이라고 하는데, 그 알아차리는 마음은 마음이 세상을 향하여 무의식적으로 탈자적인 운동을 하고 있는 욕망과 분리되지 않는다. 탈자운동은 내가 결심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탈자적인 운동을 이미 하고 있기에 무의식적이라고 한다. 눈이 색을 보면서 그냥 알아차리고, 귀가 소리를 들으면서 그냥 알아차리는 것은 눈과 귀가 각각 보고 들으려는 욕망의 운동을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더구나 눈과 귀는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만 보고 들으려 하는 무의식적 기호를 지닌다. 보고 들으려는 욕망이 사람마다 다르면, 색과 소리를 알아차리는 마음의 각도가 달라진다. 이런 자연적 마음의 알아차림과 욕망은 의식수준의 결심과 다르다. 도덕의식은 인간이 도덕적 양심을 실천하기 위하여 자각하려는 결의와 함께 가고, 과학적 의식은 인간의 의식이 대상을 과학적으로 인식하기 위한 명석하고 판명한 판단능력을 요구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제의식은 문제를 잘 해결하기 위한 문제파악 능력을 상정하고 있다. 이처럼 의식은 자의식의 자각을 촉구하면서 도덕적 과학적 대상에 대한 주관의 가치우위를 염두에 둔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cogito·코기토)는 철학이 의식 철학의 정상이다. 이 ‘코기토’의 출현으로 의식이 철학의 역사에 뚜렷이 부상하여 객체에 대한 의식의 주체가 세상에 도덕과 과학을 낳는 진원지로 여기게 했다. 그래서 서양철학이 대체로 의식 철학이 되었다.18~19세기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데카르트의 철학으로 의식과 주체가 철학의 영역에 솟아난 것을 콜럼버스의 신대륙의 발견에 비유했을 정도다. 이 말은 서양 철학사에서 데카르트의 ‘코기토’ 철학이 의식의 철학을 낳았고, 의식의 철학은 주체의 철학을 키웠고, 이 주체의 철학은 인간이 주인이 되는 새로운 삶의 지평을 개척하게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서양의 근대 400여년은 이 의식의 철학사였고, 의식의 철학사는 의식의 사회도덕적 자각과 과학적 눈으로 세상을 소유론적으로 지배하려는 강렬한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단적으로 의식의 철학은 세상을 자아의 보편적 의식으로 지배하려는 소유론의 철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사회도덕적 의식의 이상주의도 경제기술적 의식의 현실주의에 못지않은 소유론이라는 것을 우리는 앞글(1.2.7.8.9회)에서 여러 번 지적했다. 불교의 유식학에서도 의식이 취급된다. 그러나 그 의식은 신대륙의 발견처럼 자랑스런 성과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마음에 번뇌와 고통을 안겨다 주는 진원지로 여겨진다. 유식학에서 의식을 제육식(第六識)이라 부르는데, 이것은 의식이 오감(五感)의 지각인 안·이·비·설·신식(眼·耳·鼻·舌·身識=前五識)의 데이터를 나의 의식으로 통합하는 통각(統覺)의 기능을 수행하는 여섯 번째 마음의 알아차리기라는 뜻이다. 의식이 자기 홀로 공상처럼 생각하는 일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의식은 오감이 작용하지 않으면 쉰다. 신체의 오감이 작동하기에 그 오감의 지각을 늘 나의 생각으로 모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의식이다. 그러므로 의식은 늘 ‘나의 의식’이다. 동물도 감각이 있기에 동물도 알아차리는 마음이 있고, 따라서 마음의 욕망인 탈자운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모든 동물도 각자 마음의 차원만큼 살아가기 위하여 알아차리는 본능적 욕망을 지닌다. 아마도 식물도 생존하기 위하여 알아차리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봐도 되겠다. 왜냐하면 식물도 공격이 오면 그 공격을 알아차리고 자기 방어의 기제를 쓰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식물은 마음을 지녔지만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동식물은 ‘나의 의식’이란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다. 왜 인간만이 ‘나의 의식’이란 생각을 할까? 인간은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동물이고, 또 사회생활은 언어생활에 다름 아니고, 그 언어생활을 통하여 인간은 지능에 의한 소유론적 욕망을 성취시켜 나간다. 사회생활이 없으면, 즉 언어생활이 없으면 인간은 인간이 안 된다.17세기 독일 황제 프리드리히 II세는 갓 태어난 아기가 독일어를 전혀 듣지 않으면, 인류의 원초적인 언어인 신의 말인 히브리어를 말할 것이라고 공상했다. 병원에서 그는 간호원들에게 유아들이 독일어를 전혀 듣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 유아들은 신의 말인 히브리어를 말하기는커녕 얼마 후 다 죽었다고 한다. 언어생활은 사회생활의 길이고, 이 길은 인간의 길이다. 그리고 이 길에 지능이 동반된다. 지능은 사회생활을 통하여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 경쟁을 벌인다. 경쟁은 소유욕에서 발단한다. 인간의 언어생활은 동물의 생물학적 욕망의 마음을 사회학적 욕망의 마음으로 바꾼 것의 대가다. 생물학적 욕망의 마음은 자기생존을 위하여 타 생명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끝나지만, 인간의 사회학적 욕망의 마음은 타 생명을 먹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타 생명을 사회적으로 지배하기를 욕망한다. 여기서 나와 타자의 사이에 투쟁이 일어난다. 서양의 의식철학에서 아무리 도덕의식이나 과학의식을 강조해도 그 의식은 다 사회적 지배의지의 투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불교의 유식학은 의식이 마음의 평화와 지혜를 어둡게 하는 번뇌와 고통의 원천이라고 본다. 사회생활에서 언어생활은 이미 인간의 무의식적 마음에 깊은 골을 새겨놓은 것과 같으므로, 유식학에서 이 언어생활이 잉태한 자의식은 아상(我相) 아만(我慢) 아애(我愛)를 형성하여 자아중심적 무의식인 제7식 말나식을 형성했다고 말한다. 이 말나식은 이미 의식과 오감의 지각을 다 자기중심적 편견과 색깔로 채색하게 하는 진원지와 같다. 그래서 의식수준의 도덕적 결의가 무의식인 말나식의 이기주의를 전혀 바꿔놓을 수 없다. 모든 이성주의와 이상주의의 헛수고를 우리가 여러 번 앞글(11.12.16.17회)에서 지적했다. 원효 대사는 의식수준의 번뇌를 ‘기(起)번뇌’라고 부르고, 무의식 수준의 번뇌를 ‘주지(住地)번뇌’라고 그의 ‘이장의’에서 기술했다. 그의 비유를 옮기면 기번뇌는 풀과 같고, 주지번뇌는 풀을 자라게 하는 땅과 같아서 풀뿌리를 쉽게 뽑아도 다시 땅에서 풀이 자란다는 것이다. 그러면 주지번뇌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길이 무엇일까? 오감과 의식이 쉬면, 제7식인 말나식도 고요해지고, 말나식이 진정되어 평온해지면 제8식인 아뢰야식도 맑아지면서 여래장인 불성(佛性=神性)이 피어 오른다는 것이다. 아뢰야식이 사실상 마음의 궁극적 본질이다. 죽으면 딴 마음은 다 소멸하는데, 이것만은 불생불멸한다. 여기에 부처님(하느님)의 종자와 번뇌에 찬 중생의 종자가 함께 공존하고 있다. 본래 마음의 본질이 부처님(하느님)인데, 번뇌의 때가 사회생활(언어생활)의 와중에 끼어서 인간이 타인과 괴리되고 우주의 모든 동식물들과도 단절된 고립된 생활을 괴롭게 영위한다. 고립된 생활을 벗어나고자 타자를 욕망하지만, 소유론적 욕망만 하니까 서로 싸운다. 의식철학은 소유욕을 더욱 부채질하나, 마음의 철학은 우주의 만물로 향하는 존재론적 욕망의 길을 가르쳐 준다. 우주의 만물도 다 인간처럼 마음이다. 우주는 한마음(一心)이다. 인간의 마음에서 의식의 무게를 제거하면 우주의 동식물과 다 한 마음의 공명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광물까지도 잠자는 마음이라고 느껴야 하리라. 의식철학이 의식과 사물을 나눈다. 그러나 마음의 철학은 의식과 사물이 둘이 아니고, 한마음의 동기(同氣)라고 여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김해시 매리공단 설립 허가

    경남 김해시가 부산시민의 식수원인 낙동강 물금취수장 인근 ‘매리공단’ 설립을 지난 6일 전격 허가, 부산시와 시민단체 등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는 등 마찰이 심화되고 있다.<서울신문 5월17일자 10면 보도> 부산시와 부산시의회는 7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해시의 매리공단 허가는 사전환경성 검토완료 이전에는 개발행위를 허가할 수 없도록 한 환경정책기본법을 위반한 것이며, 취수장 상류 10㎞ 이내에 공장설립을 금지하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등에 반하는 행위여서 법적 대응조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중앙정부는 김해시에 대해 공장 허가처분 취소를 요구하고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는 등의 제재를 취하는 동시에 물금·매리취수장 인접지역을 특별대책지역으로 지정, 난개발을 방지하고 상수원 수질을 보전할 수 있는 조처를 빠른 시일 내에 취하라.”고 촉구했다.50여개 부산지역 시민·환경단체도 부산시민을 대리해 김해시를 상대로 조만간 ‘매리공단 허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허가취소 소송’을 동시에 제기할 계획임을 밝혔다. 김해시는 지난 6일 매리공단에 공장설립을 추진 중인 28개 업체에 대해 허가를 내줬다. 김해시는 “공장설립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다 은행에서 담보대출을 받은 업체들이 허가지연으로 공장부지를 경매처분당해 도산될 위기에 처해 허가를 해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부산에서 서울까지 다시 걷는 옛길] (4) 청도길

    [부산에서 서울까지 다시 걷는 옛길] (4) 청도길

    경남 밀양과 경북 청도의 경계인 청도천을 가로질러 놓인 징검다리를 어렵게 건넌 옛길이 청도 땅을 안내한다. 청도읍 유호리 상록수회관 옆을 지나 마을 북쪽 분능산의 노루고개로 향한다. 길섶에서 만난 촌로들에게 노루고개에 얽힌 사연이 있는지를 물어 봤다. 산세가 마치 한 마리의 노루가 다리를 포개어 앉은 듯한 형상을 한 데서 노루고개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들은 노루고개가 간직한 슬픈 사연도 들려줬다. 이 고개는 풍수지리학적으로 옛길상의 길지였으나, 일제가 철도를 개설하면서 노루의 목 부분에 해당하는 능선을 잘라 버렸다. 촌로들은 일제가 우리의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한 만행이었다고 믿고 있었다. ●전설 간직한 절벽바위 ‘동바우´ 노루고개 초입인 유호리 539 담벼락 한편엔 군수공덕비가 시멘트로 뒤범벅이 된 채 버티고 있다. 옛길의 표석이었음을 확인시켜 준다. 노루고개를 넘어선 옛길은 청도천 제방 앞을 지나 조들 한복판으로 이어진다. 들판을 지난 옛길은 국도 25호선과 만나 청도 시가지로 향한다. 약 1㎞쯤 오르면 도로 왼편에 깎아 지른 듯한 거대한 절벽바위가 버티고 있다. 이른바 ‘동바우’이다. 동행한 청도 향토사학가 이영도(63)씨가 이 바위의 유래에 대해 설명했다.“동바우는 옛날에 이 바위 인근에 동바우라는 사람이 저승사자의 눈을 피해 나이가 300살이 넘도록 오래도록 살자 옥황상제가 저승사자들에게 단단히 명을 내려 결국 동바우를 저승으로 데려갔다는 전설을 따서 지었다.”고 했다. 여기서 국도 25호선을 벗어난 옛길은 농로를 지나 새마을운동 발상지인 신도 1리앞 국도 25호선을 횡단한다. 이어 오른쪽 경부선 철로와 왼쪽 국도 사이로 2㎞쯤 가다 철도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옛날 원(院)이 있었던 청도읍 원동에 도착한다. 원은 고려·조선시대에 공적인 업무를 띠고 여행하는 관원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국영 여관이다. 이씨는 “원동에는 관청과 민간이 운영하는 제지시설이 성업해 양반계층의 숙박시설인 제생원과 하층민들을 상대하는 주막이 함께 번창했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주민들에게 수소문해 원터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마을에 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철저히 감추려 했다. 기자 일행이 마을 어귀에서 만난 60대 주민에게 원터를 묻자 “모르겠다.”며 연신 얼굴을 돌린 채 발길을 재촉했다. 이는 관원의 등쌀에 눌리고 하층민들을 뒤치다꺼리했던 조상들의 아픈 과거를 숨기고 싶은 심정 때문이라고 이씨가 귀띔했다. 원동교회 앞에 있던 군수공덕비가 어느 날 주민들에 의해 감쪽같이 사라진 것도 이 때문이란다. 결국 조선시대 청도를 지나는 옛길상의 첫번째 숙박시설이었던 제생원(濟生院) 터는 지금의 교회 자리로 확인됐다. ●원(院)마을 조상의 아픈 상처 원동마을 뒤로 난 ‘장등’이라는 언덕을 타고 수풀 속으로 넘어온 옛길은 다시 철로와 국도 사이로 접어든 뒤 마침내 청도읍 시가지에 도착한다. 길손들의 단골 휴식처였던 고수리 납닥바위를 지나 삼거리 육교 밑에서 경부선 철로와 갈라진 뒤 우체국 등 각종 관공서가 즐비한 청도읍 구도로로 향한다. 주민들은 아직도 이 도로를 ’구도로’라 부른다. 청도군청 앞에서 국도 20호선을 건넌 옛길은 군 농업기술센터 앞을 지나 지석묘 거리로 유명한 화양읍 범곡리로 들어선다. 이어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왼쪽으로 따라가면 조선시대 청도군 이방이었던 김응삼(金應三)을 기리는 비석과 용산의 정기를 받았다는 용정(龍井)이 있는 송북리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은 조선시대 옛길상의 대구길과 성내(청도읍성)로 갈라지는 분기점이었다. 읍성에 볼 일이 있는 길손들은 좌측 길로 에둘렀지만, 대부분은 대구로 바로 가는 우측 길을 이용했다. 일행은 두 갈래 길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 우측 길을 택했다. 합천리와 눌미리의 중간으로 난 과수원 길을 따라가다 청도천을 건넌 옛길은 어붕미들 경지정리 때 묻혀 흔적이 사라졌다. 청도읍성과 어붕미들을 지나온 옛길은 유등리 유등초교 동쪽에서 합쳐져 학교 뒤편 북쪽의 완산 비탈을 지나 연지(蓮池)까지 내닫는다. 이 못가의 옛길은 좁고 험했던 곳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은 “과거길의 선비들과 장터를 가던 백성들이 못가로 난 길을 가다 빠져 죽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슬픈 사연을 알 리 없는 강태공들이 연지에서 무심히 세월을 낚고 있었다. 청도 8경 중의 하나인 연지(2만 6000평)는 매년 8월이면 만개한 연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조선의 명물 영남 물고개 연지에서 이서면 장승박이 고개를 넘으면 숙박시설과 장터가 있었던 양원리가 나온다. 양원리는 조선시대 숙박시설인 양원(陽院)이 그대로 지명이 되었다. 특히 이 마을에 있었던 영남 물고개는 전국적으로 유명했다. 양원리 전체를 감싸고 있는 부곡산에서 흘러나온 물이 장승박이 고개를 넘어 연지까지 흘러들어가는 것을 신기하게 여긴 길손들이 이 수로를 ‘영남 물고개’라 이름 붙였다. 토박이 김봉진(86·양원리)씨는 “한국전쟁 당시 서울 피란민들이 영남물고개를 찾아 구경하기에 바빴다.”고 당시를 소개했다. 김씨는 “양원리에 보(湺)를 막아 가둔 물을 수로를 따라 장승박이 고개 너머 연지쪽으로 흘려 보냈기 때문에 마치 물이 역류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옛날의 수리기술로 보를 막아 물을 흘렸다는 것이 신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로는 현재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이서면 농산물직판장에서 지방도 911호선과 만난 옛길은 칠곡초교를 못미쳐 신촌리 앞들로 이어진다. 그러나 경지정리로 역시 흔적이 거의 사라지고, 일부만 농로로 남아 있다. 옛길은 팔조리 아래·윗마을을 지나 청도와 대구 경계지점인 팔조령(八助嶺)으로 나 있다. 팔조령이란 유래는 2가지 설로 전해진다. 하나는 산적과 큰 짐승들이 득실거려 8명이 조를 짜서 고개를 넘었다는 설과 길손들이 워낙 벅찬 오르막길의 경사도를 줄이기 위해 8개의 갈지자 굽이로 올랐다는 설이다. 팔조령으로 가는 옛길상의 팔조리 아랫마을에는 수백년 전부터 이 마을의 수호신으로 자리잡아온 성황당이 있다. 팔조령을 넘는 길손들에게 든든한 정신적 지주로 자리했다. 험난하고 산적들이 득실거리는 팔조령을 무사히 넘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던 곳이다. 그러나 팔조리 윗마을을 지난 옛길은 지난 1998년 팔조령 터널 공사로 완전히 끊겼다. 터널을 넘어 다시 이어진 옛길은 팔조령 산장휴게소 옆을 통해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으로 들어선다. 글 사진 청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동래~한양 오가던 길손의 ‘쉼터’ “납닥바위를 아십니까.” 옛길을 따라 동래와 한양을 오가던 길손들이 애용했던 ‘쉼터’가 있었다. 경북 청도군 청도읍 고수리 866번지에 위치한 납닥바위가 바로 그곳이다. 도주지(도주·청도군의 옛 이름)에는 ‘납닥바위는 60여명이 눕거나 앉아 쉴 수 있을 정도로 평평한 식판 모양의 큰 바위였다.’고 전하고 있다. 또 청도천의 맑은 물이 이 바위의 30척 밑을 흐르고 옆엔 수십 그루의 노송들이 들어서 쉼터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고 한다. 납닥바위는 이정표 구실도 했다. 청도군지에는 ‘납닥바위는 청·일 전쟁 당시 일본군들을 한양길로 안내하는 이정표 역할을 할 정도로 유명했다.’고 적고 있다. 납닥바위는 대구에서 걸어서 반나절, 밀양에서 반나절이 걸리는 곳으로 쉼터와 만남의 장소로 전국적으로 이름 높았다. 청도를 거쳐 가는 대부분의 길손들이 이곳에서 쉰 뒤 헤어질 때 ‘납닥바위에서 또 만나세.’라고 했던 것만 보아도 그 명성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영남의 선비들은 반드시 이 바위에서 휴식을 하고 인근의 찬물샘(冷井) 물을 마셨다고 한다. 당시 선비들 사이에는 이 물을 마셔야만 과거에 급제한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길의 명물 납닥바위와 냉정의 명성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납닥바위는 일제가 지난 1905년 경부선을 부설하면서 모두 부숴버려 현재 3평남짓만 남아 있다. 청도군은 1999년 6월 청도소재지 중심도로인 역전도로 4차선 확장공사 때 이 납닥바위의 흔적을 찾아 인근에 자연석을 놓고 향토수종을 심는 등 군민의 쉼터로 조성했다.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청도 주민들이 애음(愛飮)했던 냉정의 물도 이젠 더 이상 마시는 사람이 없다. 냉정은 마을 아낙네들의 빨래터로 전락해 버렸다. 토박이 김정치(65·청도읍 고수7리)씨는 “1990년대 들어 냉정의 발원지인 남산 자락 일대가 감나무 등의 과수원으로 바뀌고, 농약이 살포되면서 지하수가 오염돼 식수로는 불가능해 졌다.”고 아쉬워했다. 청도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팔당호·한강본류 의약품오염

    팔당호·한강본류 의약품오염

    수도권 2000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에서 항생제를 비롯한 각종 의약품 잔류물질이 대거 검출됐다. 잠실 취수장 주변을 비롯한 한강물도 항생제와 간질치료제·해열진통제 등 각종 약물로 오염돼 상수원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이들 약물은 다이옥신이나 유기염소화합물(PCB) 등 유독성 화학물질처럼 ‘환경호르몬’ 작용까지 하는 것으로 밝혀져, 생태계 교란은 물론 인체 위해성까지 크게 우려되고 있다. 이런 사실은 4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한강 물환경의 의약품 오염이 담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평가 보고서’(5월30일 한국학술진흥재단 발간)와 용인대 김판기 교수(산업환경보건학과)의 ‘경안천 의약품·항생제 잔류농도 및 분포조사’ 논문을 통해 밝혀졌다. 김 교수는 “그 동안 하수종말처리장에 흘러드는 오·폐수의 의약품 오염조사는 있었지만, 상수원과 한강 본류에 대한 오염실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조사에선 카페인(강심·이뇨제)과 카바마제핀(간질치료제), 딜티아젬(협심증·고혈압치료제) 등 일반의약품 6종과 설파메톡사졸·트리메토프림·설파티아졸 같은 항생제 6종 등 모두 12종에 대해 검출빈도 및 농도, 생태·생식독성 평가 등이 이뤄졌다. 조사결과, 경기 용인시 해실교∼팔당호 사이 경안천 지점에선 12종의 약물 중 9종이 검출됐다. 이 중 팔당호에서만 설파메타진·카바마제핀 등 7종의 약물이 최고 0.103ppb까지 검출됐다.1ppb는 물 1ℓ당 1㎍(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이 함유돼 있음을 뜻한다. 한강 본류의 잠실·한남·마포·행주 등 4개 지점에선 12종 가운데 9종이 검출됐다. 위염·궤양치료제인 시메티딘은 최고 1.338ppb까지 함유돼, 그동안 해외에서 확인된 최대 농도(0.58ppb)보다 2.3배 높았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위장 관련 약품이 많이 소비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의약품은 실험결과 수중생태계 파괴는 물론 물고기의 내분비계를 교란시켜 ‘생식독성’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드러나 큰 파장이 예상된다. 연구진은 ‘한강 보고서’에서 “카페인 등 4종의 약물을 송사리에 주입한 결과, 수컷의 암컷화 지표인 ‘비텔로제닌’ 단백질이 많게는 20% 이상 발현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나머지 8종 의약품 실험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환경단체는 “당장 수돗물 수질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시민환경연구소 최예용 실장은 “약물로 오염된 물이 하수처리와 정수처리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심층조사 및 대책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약품 잔류물질은 현재 수돗물 정수처리 조사대상 항목에서 빠져 있으며, 폐의약품 배출·수거와 관련한 관련 법규도 없는 상태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한강수계 ‘의약품 오염’ 생태계 파괴 우려

    한강수계 ‘의약품 오염’ 생태계 파괴 우려

    팔당호를 비롯한 한강수계가 각종 항생제·의약품으로 오염되고, 이들 약물이 환경호르몬 작용까지 하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특히 일부 의약품은 현재의 오염농도로도 한강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만큼 위해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의약품 환경오염 문제는 생태계 파괴는 물론 궁극적으론 수돗물 안전성 등 인체 위해 논란까지 부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오·남용과 의약품을 마구 버려온 관행이 결국 화를 부르고 말았다.”며 당국이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일반의약품·항생제 12종 조사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지난달 30일 펴낸 ‘한강 보고서’는 용인대 김판기 교수(산업환경보건학과)팀과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등이 2년 동안의 공동연구 끝에 내놓았다.‘경안천 논문’은 지난 3일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환경보건 이슈’란 국제 학술대회(한국환경보건학회·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공동주최)에서 발표됐다. 한강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의약품의 내분비계 교란 작용이다. 이같은 ‘생식 독성’은 거듭된 어류 실험을 거쳐 사실로 확인됐다. 연구진조차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을 만큼 뜻밖의 결과였다. 김 교수는 “송사리에 주입한 의약품의 농도는 한강에서 실제 검출된 농도보다는 크게 높지만, 일반적인 실험용량에 비해선 매우 낮은 편이었다. 그런데도 비텔로제닌 생성률이 예상외로 크게 높았다.”고 설명했다. 실험결과는 지난해 11월 국제학계에 처음 보고됐다. 김 교수는 미국 환경독성화학회(SETAC)가 개최한 학술대회 자료집에 요약문을 실은데 이어 “올해 중 정식 논문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약품의 환경오염은 해외에서도 현안으로 등장한 지 10여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생태계에 흘러든)의약품의 생식독성에 대해선 아직 국내외 연구사례가 없는 실정”이라고 김 교수는 전했다. ●“인체 내분비계 교란여부 조사해야” 카페인·딜티아젬 같은 일반 의약물질과 각종 항생제의 생식 독성이 실험으로 확인되긴 했지만, 수중 생태계와 인체에도 실제로 같은 작용을 할지는 미지수다. 하천 등 현실 생태계에 여러 경로를 거쳐 꾸준히 흘러들어오지만 저농도로 분포돼 있어 ‘만성적 영향’을 조사할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해선 정부와 국내학계 등이 이제 겨우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강도높은 경고를 내놓으며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박정임 박사는 “하수처리 과정에서도 잘 제거되지 않는 일부 의약품은 궁극적으로 식수원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면서 “범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민환경연구소 최예용 실장도 “음용수에 극미량이 들어 있더라도 성장기의 어린이나 임산부, 노인 같은 민감집단엔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이 체격은 좋은 반면 체력은 떨어지는데, 이 같은 의약품 오염의 영향 때문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대기환경 기준치 이하의 오염에서도 미숙아 출생률이 높아졌다.”는 최근 연구결과를 사례로 들기도 했다. ●한강·경안천 모두 ‘카페인’ 최다 검출 한강의 오염현황은 총 12개 지점에서 조사됐다. 한강을 따라 잠실∼행주까지 4개 지점, 그리고 한강 주변 4개 하수처리장(중랑·탄천·난지·서남)에서 유입수와 방류수의 오염농도를 각각 측정했다. 경안천 구간은 용인시 해실교∼팔당호까지 6개 지점이었다.(위치도 참조) 의약품 별 검출빈도는 한강·경안천이 비슷한 양상이었다. 일반의약품 중에선 카페인(강심·이뇨제)이 한강 시료의 97%, 경안천 시료의 92%로 가장 빈번하게 검출됐다. 항생제 중에선 설파메톡사졸이 각각 94%와 83%로 최고 빈도를 보였다. 간질치료제로 쓰이는 카바마제핀도 한강과 경안천에서 각각 78%,83%로 검출돼 높은 오염도를 보였다.(그래프 참조) 의약품 별 오염농도는 하수처리 전 단계인 하수처리장 유입수가 가장 높았고, 방류수-한강물 등 순이다. 탄천하수처리장 유입수는 의약품의 평균 오염농도가 11ppb로 한강 본류의 오염도보다 수 백배나 높았다. 의약품 잔류물질이 하수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크게 희석된 상태로 한강에 배출됐음을 뜻한다.(그래프 참조) 그럼에도 한강물 상태는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연구진은 아세트아미노펜·시메티딘 등 10개 의약품을 ▲발광미생물 ▲물벼룩 ▲송사리에 각각 주입해 생태독성을 평가했다. 일정 농도에서 관찰된 미생물 발광량 감소 및 물벼룩 움직임 둔화 등 현상을 바탕으로 ‘현재의 한강물 오염 상태에서 의약품별 위해성 평가’를 실시한 결과, 항생제인 설파메톡사졸에서 문제가 불거졌다.“당장 현 상태에서 한강생태계에 위해를 일으키는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설파메톡사졸은 한강물에 평균 0.193ppb, 최대 0.492ppb 함유돼 이미 생태계 위해기준치(0.15ppb)를 1.3∼3.3배 넘어섰다. 위해가능성이 높은 만큼 상세한 생태 영향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강의 오염 정도를 해외 조사결과와 비교해 보면 의약품 종류 별로 사정이 달랐다. 해열진통제로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은 미국 하천에서 검출된 최대 농도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카페인 최대농도는 캐나다보다 무려 8.1배나 높았다. 위염·궤양치료제인 시메티딘은 미국보다 2.3배 높은 반면 딜티아젬(협심증·고혈압치료제)은 27% 수준이었다. 한강변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오염농도는 “미국·캐나다·독일 등의 하수처리장보다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폐의약품 회수 프로그램 도입해야” 의약품의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연구조사는 국제적으로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유럽에선 1980년대부터, 미국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을 정도로 역사가 일천하다. 하지만 이후 미국환경청(EPA) 산하의 한 부서가 전적으로 이 문제를 전담할 만큼 높은 관심을 쏟고 있는 중이다. 영국에선 2004년 우울증 치료제인 ‘프로작’이 하천과 지하수에서 검출돼 큰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의약품 환경오염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거쳐 일어난다.▲제약공장 유출 ▲환자의 배설 ▲사용하지 않은 약을 병원·가정 등에서 하수구나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는 사례 등이다. 이 가운데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먹고 남은 약을 가정의 하수구로 버리는 행위는 국내외에서 흔하게 빚어지는 일이다. 박정임 박사는 “독일은 약품 판매량의 3분의 1 가량, 오스트리아는 4분의 1 가량이 생활쓰레기나 하수구로 버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더 높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용도나 사용기간을 알 수 없는 의약품’을 “그냥 버린다.”는 응답이 60%를 웃돌았다. 약국에 쌓여 있는 불용약 규모도 의약분업 이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대한약사회 집계에 따르면 전국 1만 9000여개 약국에서 무려 516억원어치의 의약품을 재고로 쌓아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란 지적이다. 서울대 약대 권경희 박사는 “부도난 제약회사나 도매상의 거래증빙 미비 등을 감안하면 실제 규모는 1000억원대를 웃돌 것”이라면서 “약국의 불용약을 줄이는 정책마련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캐나다와 호주 등지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제약사들이 폐의약품을 무료로 수거토록 하는 ‘회수 프로그램’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王자형 터널 500명수용 규모 “日본토~한반도 잇는 초계지”

    王자형 터널 500명수용 규모 “日본토~한반도 잇는 초계지”

    ■ 강제 동원된 거문도 생존자 증언 “비가 오고 파도가 높게 치는 날에도 배를 타고 다른 섬에 건너가야 했어. 조금이라도 쉬려고 하면 ‘십장’이라는 일본인들이 사정없이 우리들을 방망이로 내려쳤지. 나야 워낙 어렸지만 연세 많은 아저씨들까지 스무살도 안돼 보이는 십장들한테 얻어맞는데, 정말 비참하더라고.” 1944년 거문도 군사시설 건설에 강제 동원됐던 이성화(76) 할아버지는 격앙된 목소리로 당시를 회상했다.“일본군이 매일 필요한 인원을 요청하면 면사무소 직원이 나와서 ‘어느 집 누구 내일 나오시오.’ 하는 거야. 나가지 않으면 식량배급표를 안 주는데 안 나가고 배길 재간이 있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우리 집에 남자는 나뿐이라 고기잡이도 못하고 매일 끌려다녔지.” ●할아버지, 청소년 100여명 노력동원…몽둥이질 일삼아 16세 나이에 강제 부역을 해야 했던 이성화 할아버지는 “60년이 지났지만 당시 일본군이 섬에 머무르며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저지른 만행은 똑똑히 기억한다.”고 말했다. 1938년 5월 일제는 전국에 국가총동원령을 내려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전시체제에 맞춰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조선총독부는 1937년 300만명이던 조선 내 노동가능인구를 1941년 400만명으로 늘려잡는다. 노동가능 연령대를 20∼40세에서 14∼50세로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김윤미(26) 조사관은 “생업에 피해를 받으며 무임금으로 부역에 동원됐으면서도 강제동원이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견된 군사시설들은 1944년 12월부터 광복 직전인 1945년 6월에 걸쳐 지어졌다. 일본인의 관리감독 아래 황해도 옹진 등의 내국인 발파 기술자를 데리고 왔다. 동원된 100여명의 주민들은 돌을 옮기고 굴을 파는 등 단순작업을 시켰다. 거문도를 구성하는 3개 섬 중 동도에서만 9개의 터널이 발견됐다. 이중 7개는 해안가에 지어졌으며 배를 댈 수 있도록 콘크리트 접안시설까지 갖췄다. 터널은 폭 2.5∼3.0m, 높이 3m, 길이 15∼25m로 h·I·王·T자형의 다양한 형태로 지어졌다. 위원회 한흥수(45) 조사1팀장은 “전쟁이 났을 때 군수물자, 식량, 어뢰정 등의 보관·대피시설로 활용하거나 주변 정찰을 하기 위해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王자형 터널의 경우 최고 500명까지 수용할 수 있고 해안가 터널은 군용정 4∼5척까지도 동시에 보관할 수 있는 규모”라면서 “특히 콘크리트 벽의 두께가 30㎝ 이상으로 매우 견고하게 지어졌다.”고 말했다.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려 했을 가능성”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견된 가장 큰 일제시대 군사시설은 제주도의 터널 300여개였다. 그러나 거문도의 시설물은 제주도의 것과는 다른 관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있다. 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지영임 연구원은 “이번에 처음 학계에 알려진 거문도 군사시설은 일제가 한반도 자체를 전장(戰場)으로 삼으려 했음을 뜻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면에서 제주도 군사시설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서도리 불탄봉(해발 195m) 정상 근처에 있는 참호 2개는 군수물자 보관용이라기보다는 주변 정찰의 용도가 더 큰 것으로 파악됐다. 참호에서는 남동쪽 바다가 훤히 내려다 보여 지나는 선박의 움직임 등 주변 정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콘크리트로 입구 두 곳에는 철문을 달 때 쓴 경첩이 남아 있어 유사시 공격에 대비해 얼마나 튼튼하게 지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찰용 참호를 지을 때에는 주민들이 위치와 형태에 대해 알 수 없도록 비밀리에 진행했다. 이규동(81) 할아버지는 “우리는 중턱까지 시멘트나 목재 같은 물자를 올려주는 일만 했고 그 위로는 올라오지도 못하게 했다.”면서 “불탄봉에 주둔해 있던 육군들이 직접 짓고 포탄을 숨기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돌로 만든 80m 이상 전쟁용 방어벽도 건설 한 주민은 “일주일에 2∼3차례 수송용 비행기가 진해에서 물자를 날라 왔고 1944∼45년 사이에 함정 6∼7대가 항상 정박해 있었다.”고 증언했다.“해안가에 막사를 짓고 일본군과 기술자 100여명이 생활을 했지. 권총을 찬 해군이 군수물자를 지키고 있었는데 내게 권총을 보여주며 나를 귀여워하기도 했어. 나중엔 일본군이 집단 이질에 걸려 일본인 대위가 친구집에서 매실즙을 마시고 나았다고 들었어.”(70세 원용삼 할아버지) 가운데 섬인 고도 거문리의 회양봉 중턱에서는 돌을 쌓아 만든 높이 60∼80㎝의 방벽이 발견됐다. 산책로를 따라 섬의 북쪽을 두르고 있는데 눈으로 확인된 것만 80m 이상이었다. 거문리 신사터 뒤편에는 1938년 일본이 거문리에 130m에 이르는 방파제를 개축했다는 기념비가 있다. 1904년 일본군이 매설한 해저 케이블의 흔적도 볼 수 있다. 직경 약 1㎝의 구리선을 수십가닥 엮어 만든 케이블은 광복 전까지 일본군이 통신용으로 사용했다. ●일본식 건물, 신사(神社)터…황민화 등 일제 잔재 그대로 현재 거문도에서는 1000여명의 주민이 어업·양식업에 종사하거나 낚시꾼을 상대로 하는 민박·식당업을 하고 있다. 하루 두번 관광객과 주민을 실은 배가 오갈 뿐 조용한 모습이다. 그 속에 일제의 잔재가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고도에는 일본식 건물의 흔적이 많다. 고도는 원래 주민들이 살지 않던 곳이었으나 20세기 초 일본인들이 들어오면서 일본인 거주지역이 됐고 현재는 면사무소, 우체국 등이 있는 중심지다. 일본인들이 거문도에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말로 1897년 원양어업장려보조법을 만들어 국가차원에서 어업이민을 장려했다. 김윤미 조사관은 “연중 어장이 풍부하고 지리적 요충지인 거문도는 일본인을 이주시켜 정보를 수집하고 물자를 조달하는 목적으로 활용하기에 최적의 섬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1942년에는 87가구가 이주해 346명의 일본인이 살았다는 기록이 있으나 250가구 이상 살았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있다. 일본인이 황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세운 소학교 3곳과 신사 터도 그대로 남아 있다. 비석만 흉칙하게 남은 200여평 넓이의 신사터는 현재 헬기장으로 쓰이고 있다. 서도 소학교를 다닌 원용삼 할아버지는 “학생들에게 10장의 카드를 주고 한국말을 사용하면 친구에게 카드를 뺏도록 해 카드의 개수가 적으면 마구 때렸어. 정월 초하루와 해군이 출격하기 전날엔 동네사람들을 모아 억지로 신사참배도 시켰지.”라면서 60여년 전 기억을 더듬었다. 글 사진 거문도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하필 거문도에 왜 지었나 거문도는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중간 길목에 자리하고 있다. 제주도와 부산의 사이에 있지만 거리로 따지면 일본에 더 가깝다. 거문도∼부산이 198㎞인 반면 거문도∼규슈는 161㎞밖에 되지 않는다. 예부터 일본∼중국, 여수·부산∼제주를 오가는 선박들이 풍랑을 피하거나 식수를 얻는 중간 기항지로 이용한 이유다. 이 때문에 19세기 말부터 열강들은 호시탐탐 거문도를 점령할 기회를 노렸다.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1885년 ‘거문도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영국해군은 거문도에 무단으로 침입해 2년 동안 점령했다. 그래서 거문도에는 영국군이 만든 국내 최초의 테니스장과 영국군 묘지가 남아 있다. 일본은 1941년 12월 태평양전쟁이 터지면서 거문도에 해군과 육군을 1개 중대씩 배치했다. 그러다 1944년 말 군사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당시는 태평양전쟁 막바지로 이미 미군이 일본 오키나와까지 치고 들어가 있었다. 이런 정황을 감안할 때 일제는 최후의 항전을 앞두고 거문도를 본국과 한반도를 잇는 초계기지 겸 병참기지로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동도와 서도 사이 내해(內海)의 물결이 잠잠하고 외부의 눈에 띄지 않는 것도 활용하려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비슷한 시기 제주도에 건설된 군사시설은 지하갱도 300여개가 미로처럼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제주대 지영임 연구원은 “제주 해안가 갱도는 길이가 40∼60m에 이르며 함정을 출격시킬 수 있는 추진장치도 발견됐다. 실제로 사용하지는 못했지만 제주도에서의 전투를 염두에 두고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금융상품 백화점]

    ●하나은행 신꿈나무 적금 하나은행은 셋째 자녀가 적금에 가입하면 0.3%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제공하고 온라인교육서비스까지 가능한 어린이퓨전상품인 ‘신꿈나무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영어교실, 골프강좌 등 무료 온라인 교육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퓨전상품으로 18세 이하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최소 가입금액은 5만원 이상이며 만기 3년으로 금리는 연 3.9%이다. 셋째 자녀 가입시는 우대금리가 지급되므로 4.2%가 적용된다.5만원 이상 자동이체 때는 성장단계에 따른 보험을 무료로 가입해주며, 적금가입시에 가입자가 지정한 대학에 입학하면 축하금리 2%를 더 준다.   ●ING생명, 무배당 All-Round 다이렉트 보험 정기보험에 상해보험의 보장을 결합한 텔레마케팅 전용상품이다. 재해로 인한 사망시에는 일반 사망 보험금의 3배에 해당하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보험료 납입이 끝난 뒤 처음 돌아오는 계약 해당일에 이미 낸 보험료의 50%를 건강관리자금으로 지급하고 만기 때 나머지 주보험료를 환급한다. 연간 납입보험료는 최대 1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중요 질병에 대한 특약을 강화, 입원특약·질병입원특약·암진단특약·암수술입원특약 등 각종 특약을 고객의 필요에 맞게 고를 수 있다. 만 15∼55세면 가입할 수 있다.   ●현대증권, 히어로 노블레스 펀드 현대증권의 간판 펀드인 ‘노블레스 주식투자신탁’은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국내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해 10월17일 402억원 규모로 설정됐고 선풍적 인기로 지난 2월 120억원 상당의 2호가 설정됐다. 그동안 고수익을 달성하고 상환된 테마형 노블레스 펀드의 후속이다. 자산의 50%는 국내외 시장에 경쟁력을 갖췄거나 신제품 개발 등의 호재를 가진 기업들에, 나머지 50%는 시장상황에 따라 유망 우량종목에 각각 투자한다. 우량주는 주식수급 차원에서 품귀현상으로 인한 강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생명,‘사랑의 손’ 광고 론칭 대한생명은 5월 공익광고에 버금가는 ‘사랑의 손’ TV광고를 선보였다.‘당신의 내일과 함께(With Your Tomorrow)’라는 슬로건과 함께 평범한 일상생활을 소재로 한 광고다.“넘어질 것을 두려워 마라. 다른 세상도 주저하지 마라. 어른이 되는 것도 겁내지 마라. 잊지 마라, 너를 위한 따뜻한 손길이 곁에 있음을”이란 내레이션과 함께 성장해가는 딸의 모습을 단계적으로 보여주면서 장면마다 딸의 곁에서 잡아주고 보살펴주는 아버지의 믿음직한 ‘손’을 부각시켰다. 결혼식장에서 딸의 눈물을 닦아주는 장면으로 광고를 마무리했다.   ●현대캐피탈 오토플랜 중고차 보장서비스 현대캐피탈은 오토플랜 중고차 할부 고객에게 5개월·5000㎞의 중고차 보장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3개월·5000㎞까지 제공해 주던 기간을 5월부터 더욱 확대했다. 중고차 할부 이용고객 모두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보증기간 동안 구입 차량의 엔진이나 미션, 타이밍벨트에 결함이 생기면 수리 또는 교환해 준다. 이 같은 보장서비스는 건설교통부의 품질보증 의무기간 (30일·2000㎞)보다 다섯 배 가량 더 많은 것으로, 할부금 범위 내에서는 수리금액과 횟수에 상관없이 무제한 보장해 준다.
  • “새달 허가” vs “식수원 오염”

    “새달 허가” vs “식수원 오염”

    경남 김해시 상동면 매리공단 조성을 둘러싸고 부산시와 김해시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부산시와 부산시민단체 등은 부산시민의 젖줄인 낙동강의 물금취수장 인근에 공장이 들어서면 식수원 오염이 우려된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김해시는 무방류 시스템을 채택하는 등 환경오염에 충분히 대비한 데다가 입주 지연시 업체들의 부도가 우려된다며 사업추진을 강행할 태세다. ●낙동강 옆 공단 조성이 불씨 김해시는 지난 2003년 장유면에 택지가 조성되면서 이곳 율하리에 있던 공장들을 상동면 매리 일대로 옮기기로 하고,4만 3000여평 규모의 공단 조성을 추진해 왔었다. 이곳은 현재 부지가 조성된 상태. 이에 따라 공장이전을 원하는 업체들은 지난 2004년 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김해시에 공장설립승인 신청을 했으나 김해시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와 낙동강 환경청의 부적합 통보 등을 이유로 신청서를 반려했었다. 하지만 김해시는 석산개발지역에 대한 절개지 안전진단 및 복구실시설계, 사전환경성 검토 용역 등을 거쳐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전제 아래 최근 허가를 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부산 시민들 범대위 구성 저지 나서 부산시는 370만 부산시민의 젖줄인 물금취수장과 불과 2.7㎞ 거리에 공단이 들어서면 상수원 오염은 불보듯 뻔하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민단체와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김해시가 제출한 사전환경성 검토와 관련, 상수원 보호는 최소의 가능성이나 검증하기 힘든 문제까지 포함해 판단해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범시민대책위는 지난 10일 부산역 광장에서 상수원 보호 시민대회를 갖고 공단 조성을 허가하려는 김해시를 규탄하는 한편 환경부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이성근 처장은 “기업의 부도 방지를 이유로 부산시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해시·업체 ‘더 미루면 업체 부도’ 김해시는 현재 부산시의 요청으로 1개월간 교부시기를 늦추고 있으며 대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다음달 초 허가증을 교부할 방침이다. 김해시는 방류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3 이하 요구에 대해선 폐수를 방류하지 않는 무방류시스템을 도입, 해결했으며 이외에도 각종 환경오염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김해시 조종호 허가과장은 “이전 대상 기업의 경우 현재 공장임대료는 물론 대출받은 이전 예정지 부지 매입비도 제대로 갚지 못해 부지에 경매가 진행되는 곳도 있다.”면서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업체인 우림산업대표 정문홍씨는 “31개 업체 가운데 4개업체가 이미 부도가 났으며 대부분의 업체들도 도산직전에 직면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성동구 새 청사 입주 2주년 기념식 대신 매실나무 심기

    서울 성동구가 종합행정청사(성동종합행정마을)의 개청 기념식을 기념식수로 대신해 화제다. 성동구는 11일 성동종합행정동 개청 2주년을 맞이해 구청과 성동문화회관, 왕십리문화회관, 왕십리교통광장 등지에 매실나무 100여그루를 심었다. 이 매실나무는 경남 하동군이 기증한 것으로 매년 4월이면 연분홍 꽃망울을 터뜨린다. 향기가 진한 것이 특징이다. 성동구가 기념식수로 개청 기념식을 대신한 것은 1회성 문화행사는 한번 지나가면 잊혀지지만 식수는 훨씬 의미가 깊고 환경에도 보탬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날 기념식수에는 올해 말 정년퇴직을 앞둔 17명의 직원이 참가해 구청 앞 화단에 나무를 심었다. 이날 행사에는 퇴직예정자를 포함, 모두 130명의 직원들이 참여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김인성의 산울림] 천상화원 지리산 바래봉

    [김인성의 산울림] 천상화원 지리산 바래봉

    # 해발 500m에서 정상까지 철쭉꽃의 향연 매년 5월이 되면 지리산 국립공원 북서쪽에 위치한 바래봉(1165m)은 붉게 불타오른다. 바래봉 정상에서 남쪽편 팔랑치로 이어지는 능선에 옹기종기 핀 철쭉들이 연분홍꽃으로 ‘천상화원(天上花園)’을 만들어 놓는 것. 바래봉 철쭉은 다른 어느 곳보다 화사하다. 주변에 잡목 한그루 없는 초원 능선에서 철쭉이 피어나기 때문. 잎이 작고 유난히 꽃이 크다. 융단처럼 깔린 푸른 잔디 위에 붉게 피어 화원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 바래봉이다. 바래봉이 철쭉꽃으로 물들 때면 전국에서 등산객들이 몰려든다. 특히 꽃사진 촬영을 즐기는 사진 동호인들에게 가장 확실한 철쭉꽃 촬영 기회를 제공해 주는 곳이 바래봉이다. 숲이 울창했던 바래봉이 초지로 변한 것은 1970년대 초. 한국과 호주가 면양목장을 운영하면서부터다. 면양을 방목하기 위해 689㏊에 달하는 면적의 수목을 베어내고 초지를 조성했던 것. 이때 산철쭉 종자도 함께 들여왔다. 산철쭉은 독성이 있어 양이 먹지 않게 되자 자연적으로 철쭉군락지가 형성되었다. 바래봉 철쭉은 해발 500m부터 정상부까지 이어져 있다. 아래쪽부터 차례로 꽃을 피우기 시작해 5월 내내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산행 길잡이 산행시작은 전북 남원시 운봉읍 용산리 바래봉 주차장. 운봉읍에서 바래봉 주차장는 1.5㎞ 정도 떨어져 있다. 올해는 이곳에서 제1회 지리산 바래봉철쭉 가족등반대회가 열리기도 한다. 주차장을 지나 포장도로를 10여분 정도 오르면 운지사와 바래봉 등산로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바래봉을 오르는 방법은 3가지. 주 등산로와 다소 가파른 운주사길, 그리고 갈림길에서 40m 떨어진 능선길 등이다. 필자가 택한 것은 능선길. 차들이 지날 만큼 넓은 비포장길에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20분 정도 오르면 철쭉샘. 이곳에서 식수를 준비하면 된다. 철쭉샘을 지나 가파른 길을 20여분 오르다 보면 운지사 입구 능선길과 만난다. 운봉읍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이곳에서 15분정도 더 올라가면 등산로 왼쪽 철쭉능선 사이에 초지로 뒤덮인 바래봉 정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목책이 설치된 등산로 양쪽은 철쭉군락. 경치를 감상하며 20분 정도 가면 바래봉 식수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바래봉 정상에 오른 다음, 능선을 따라 내려오는 것이 좋다. 바래봉 정상에 서면 동쪽의 천왕봉, 남쪽의 반야봉, 그리고 서쪽의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 주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산 바래봉 정상에서 남서쪽으로 뻗은 철쭉 군락지를 따라 팔랑치까지 간다. 이곳에서 목책을 따라 헬기장 쪽으로 오르면 곧은 소로가 보인다. 한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좁은 능선 길. 사람키보다 큰 산죽과 철쭉, 진달래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꽃숲을 헤치며 25분 정도 내려가면 소나무 한 그루가 길을 막고 누워 있다. 울창한 터널을 이룬 잡목숲을 지나 산덕마을로 가는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바래봉 주차장으로 가는 길, 왼쪽은 산덕마을 가는 길이다. ●철쭉 군락지 철쭉이 가장 볼 만한 곳은 바래봉 아래 갈림길에서 팔랑치 방향으로 2㎞에 달하는 능선과 바래봉 정상 북서쪽. 기온차로 인해 예년보다 10일 정도 개화가 늦어지고 있다. 해발 900m까지는 5월15일쯤에, 정상 부근은 5월20일쯤 절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교통편 <승용차> 서울방면:호남고속도로 전주IC→17번국도 남원방향→장수·함양방면→요천검문소→운봉삼거리(좌회전)→ 북천삼거리(직진)→축산기술연구소(주차가능)→읍사무소삼거리 → 운봉중학교(주차가능)→주차장, 경남·경북 방면:서해안 고속도로 지리산IC→인월초등학교 사거리→옥계타운→소석마을입구(주차가능)→운지사. <대중교통> 고속버스:서울∼남원간 하루 17회운행.3시간 40분 소요. 인천∼남원간 하루 3회 운행. <현지교통> 남원시내버스 15분∼20분 간격으로 운행.25분 소요. 요금 1700원. 남원고속버스터미널과 남원역 앞에서 탈 수 있다.20인 이상 단체는 원하는 곳까지 시내버스를 대절할 수도 있다. 남원 시내버스(063)631-3116∼7.
  • [5·31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24時] (2) 경기지사-한나라당 김문수

    [5·31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후보 24時] (2) 경기지사-한나라당 김문수

    김 후보 “아니, 전 기자가 수원까지 어쩐 일인가.” 기자 “오늘 김 후보 차 타고 동행하며 좀 괴롭히려고요.” 김 후보 “선거기간엔 차 안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더 많은데 어쩌지. 선거기간에만 좀 봐주지. 이동하면서 모자라는 잠도 좀 자야 하고, 행사장 다니느라 못 받은 전화도 좀 해야 하니까. 먼 걸음했는데 미안하네.” 지난 8일 오전 9시 경기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에서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와 인사를 나눴다. 하루 종일 김 후보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며 이것저것 물어보겠다던 ‘희망사항’은 그의 완곡한 사양, 실제로는 단호한 거부에 막혀 수포로 돌아갔다. 어쩔 수 없이 김 후보의 승용차 꽁무니에 바짝 붙어 따라다니는 ‘위험한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어버이날인 이날 김 후보는 치매·뇌졸중 등으로 병상에서 누워지내야 하는 노인들을 돌아보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총 120병상 규모의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에 110명 정도의 중증 노인들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환자들을 일일이 어루만지며 병세를 묻는 그의 모습은 선거용 제스처만은 아닌 듯했다. 그는 어버이날을 맞아 자신의 홈페이지에 ‘눈물로 쓴 굼벵이 사모곡’이라는 글을 올렸다. 요지는 이렇다.“벌써 30년도 더 지난 일이군요. 제가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수배중이던 때였지요…. 위암 선고를 받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체포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갔지만 못난 자식이 해드릴 수 있었던 건 고작 초가지붕 굼벵이를 잡아 볶아 드린 것뿐이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제 품에서 숨을 거두셨지요.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뵐 수 없는 당신, 오늘따라 어머니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돌아가신 지 32년째 어버이날, 불효 문수 큰절 올립니다.” 김 후보는 “내겐 모시고 싶어도 모실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지 않는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로는 어버이날이면 열일 제쳐두고 양로원이나 요양원을 찾아다녔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요양원을 돌아본 뒤에는 기자에게 “도지사가 되면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이곳처럼 노인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요양시설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어 용인시장 후보 사무소 개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용인 수지로 향했다. 개소식에 앞서 경기지사가 되고자 하는 이유를 물어봤다.“대학 다닐 때부터 노동운동으로 잔뼈가 굵었다. 한때는 이념의 틀에 갇힌 적도 있었다. 어느 순간 노동운동의 본질은 노동자의 경제적 이익과 삶의 질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일자리를 늘리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과제다.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는 것이 참된 진보고,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들이 진정한 진보세력이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경기지사는 진정한 진보세력이다. 외국기업 100개를 유치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나 역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다. 도와 도민들을 위해 몸을 던져 일하는 머슴이 될 것이다.” 용인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했다. 이날 행사장에 참석했던 박희태 국회부의장과 이규택 최고위원, 한선교 의원 등과 함께였다. 김 후보는 ‘폭탄주의 원조’로 불리는 박 부의장에게 빡빡하게 짜인 오후 일정을 들어 “오늘은 폭탄주 없는 날”이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초밥을 다 먹기도 전에 매운탕부터 재촉하는 것을 보면 바쁘긴 바쁜 모양이었다. 다음 일정은 광명에 있는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아가는 일이었다. 몸이 불편한 중증 장애인들을 위로하고, 카네이션 달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광명엔 예정보다 15분가량 일찍 도착했다. 행사장에 들어가기 전에 공약과 포부를 물어봤다. 그는 “더 이상 서울의 그늘에 가려진 위성도시연합체로 머물 순 없다.”면서 “동북아의 중심도시로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와 당당히 경쟁할 ‘경기도 시대’를 열어젖히겠다.”고 포부를 털어놨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경기도에 포박해 놓은 수많은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면서 “특히 수도권정비계획법은 경기 개발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난개발과 공장이 많은 경기도는 환경문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도지사직을 걸고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인 팔당호 상수원 수질을 높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광명장애인 종합복지관 행사를 마지막으로 김 후보와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물어봤다. 열린우리당 진대제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의 답은 이랬다.“진 전 장관은 중학교·대학교 동창으로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다. 최고경영자(CEO)로서는 최고의 실력자다. 하지만 CEO가 공적인 영역으로 옮겨오면 종종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기업 마인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도지사는 도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땀흘릴 수 있는 내가 나을 것 같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주요 경력 경북 영천(54), 경북중·고, 서울대 경영학과, 전국금속노조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국장,15·16·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기획위원장·17대 총선 공천심사위원장 ●주요 공약 -수도권 규제 혁파 -지속적인 외자 유치와 일자리 확충 -수도권 광역교통망체계 확충 및 환승요금제 폐지 -교내 안전사고 및 학교 폭력 예방 위한 ‘미어캣 프로젝트’ -저소득층 노인 위한 주간보호시설 516곳 신설
  • ‘한국판 우드스톡’ 7년만에 부활

    ‘한국판 우드스톡’ 7년만에 부활

    1999년 7월31일 인천 송도에 마련된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 헤비메탈의 대부 딥퍼플은 장대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기를 뿜어내던 1만여 국내 음악 팬들에게 “판타스틱”을 연발하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튿날 당대 최고로 군림하던 프로디지와 레이지 에게인스트 머신 등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었지만 집중호우로 성사되지 못했다. 단군 이래 한반도 최대 공연이자 국내에서 열린 최초의 국제 록 페스티벌은 그렇게 좌초됐다. 7년 만에 다시 국내에서 국제 록 페스티벌의 깃발이 오른다. 오는 7월28일부터 30일까지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 부지(약 9만평)에서 열리는 ‘2006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이다. 이 페스티벌을 기획한 아이예스컴 등은 우드스톡(미국), 글래스턴베리(영국), 후지 록(일본)처럼 세계적인 야외 음악 잔치로 만들어간다는 계획. 영향력이 있는 기성 아티스트가 서게 되는 ‘빅 톱 스테이지’(2만명 수용)와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나오는 ‘펜타포트 스테이지’(5000명 수용)를 통해 국내외 40여개 팀이 참가하게 된다. 최근 확정된 1차 출연진(9팀)은 이전에 비해 파괴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 그러나 쟁쟁한 실력파들이며 록의 테두리를 벗어나 힙합까지 영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네오 글램록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영국 밴드 플라시보, 힙합계의 얼터너티브로 불리는 블랙 아이드 피스, 게러지록의 샛별 프란즈 퍼디난드, 한국계 여성 캐런 오가 보컬을 맡고 있는 예 예 예스, 브릿 팝의 숨은 꽃 스노 패트롤, 얼터너티브 록밴드 스토리 오브 이어, 크로스오버 뮤지션 정키 엑스엘, 일본 힙합의 선구자 드래건 애시 등 외국 밴드 8팀과 국내 밴드로는 넥스트가 출연을 신고했다. 7년 전처럼 폭우로 공연이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방수지붕 스틸러스(깊이 26m, 너비 40m, 높이 20m)를 호주에서 공수해온다. 또 자동차 길을 따로 내고, 땅을 다져 빗물에 관객 자리가 진흙탕이 되는 것도 막을 예정.3∼4인 기준으로 약 1000동의 텐트가 들어설 수 있는 대형 캠핑장과 화장실과 식수대, 샤워장 등 편의시설도 갖춰진다.1544-1555.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짐바브웨 ‘돈 마구 찍다’

    짐바브웨 ‘돈 마구 찍다’

    두루마리 화장지 ‘한 칸’이 현지 화폐로 무려 417달러인 나라가 있다.1롤의 가격은 14만 5700달러(미국 달러기준으로는 약 69센트). 아프리카 동남부의 내륙국 짐바브웨 얘기다. 이 나라에서 현금은 무조건 사용하고 보는 게 낫다. 자고 나면 화폐가치가 5%씩 떨어지기 때문이다. 짐바브웨의 물가상승률은 가히 ‘살인적’이다.1년새 914%가 뛰었다. 전시(戰時)국가에서나 볼 수 있는 ‘초인플레’다. 그러나 이 나라의 국경은 평온하다. 내전도 없다. 현지 언론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초현실주의’가 일상이 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수도 하라레의 현실은 무정부상태에 가깝다. 전기는 들어오는 날보다 끊기는 날이 많다. 수도는 오염과 악취로 수개월째 식수이용이 불가능하다. 쓰레기 수거가 이뤄지지 않아 거리마다 오물더미가 산을 이룬다. 해가 떨어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도시는 암흑에 휩싸이고 어둠을 틈타 시민들은 가족의 시신을 동네 공터에 묻는다. 한때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경제 모범국이었던 짐바브웨는 10년 넘게 이어진 경기침체와 재정적자, 정부의 무분별한 화폐증발로 세계 최악의 인플레 국가로 전락했다. 지난 1일 미국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 폴리시’가 발표한 ‘위태로운 국가’ 순위에서 이라크에 이어 5위에 올랐을 정도다. 결정적인 악수(惡手)는 2004년 민간 농장 2000여곳에 대한 압류조치였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폐업하는 공장들이 늘어났다. 소비재 생산이 위축됐고 부족한 생필품을 수입하느라 외환보유고는 곧 바닥이 났다. 정부는 외화 마련을 위해 수조달러(짐바브웨 화폐단위)를 무분별하게 찍어냈다. 결국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400%나 됐지만 올해에는 1000% 진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26년째 권좌를 차지하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은 연말까지 인플레를 200%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장기적 경기침체를 끝낼 비책을 갖고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전문가들은 ‘꿈 같은 얘기’라고 일축한다. 한 경제학자는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더 올리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의 유일한 선택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돈을 더 찍어내는 것뿐”이라면서 “짐바브웨 국민들은 더 극심한 인플레를 견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현금이 휴지조각이 되기 전 곡물가루와 설탕처럼 돈이 되는 생필품을 사 모으는 게 일상이 됐다. 외국에 나가 있는 친인척의 송금액에 생계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사람들도 수백만명에 이른다. 뉴욕 타임스는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살고 있는 짐바브웨인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돈은 한 달에 약 5000만달러(미화)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짐바브웨 국내총생산(GDP)의 17%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조직이식 수술뒤 에이즈 감염 파문

    미국에서 허가받지 않은 해부용 시신의 일부로 조직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10여명이 에이즈나 간염 등 치명적인 바이러스나 다른 병원균에 감염됐다는 주장을 제기해 파문이 일고 있다. 30일 관련 변호인들과 법원 문서에 따르면 이들 환자는 조직 이식수술을 받은 뒤 에이즈나 간염, 매독 등을 유발하는 병원균에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네브래스카 및 오하이오 출신의 두 남성은 등과 등뼈 수술에 이식된 조직으로 인해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뉴저지의 조직제공업체인 BTS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두 사람은 BTS가 해부용 시신에서 동의없이 뼈나 힘줄, 인대, 피부를 비롯해 다른 조직들을 적출해 냈다는 주장을 폈다. 이 밖에 다른 환자 10여명도 오염된 조직의 이식으로 에이즈나 간염, 매독에 양성 반응을 보이게 됐다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미국 연방법원에서는 약 20건의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미국 정부가 회수한 조직으로 이식수술을 받은 사람 수 백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례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동해심층수 내년 ‘먹는 물’로 개발

    해저 지명 문제로 일본과 마찰을 빚고 있는 동해의 심층수(深層水)를 개발해 제품화하는 새로운 사업이 본격 추진된다.또 독성 없이 난치병을 치료하는 천연물 신약 6개가 오는 2010년까지 개발되고, 국산 ‘디지털 액터’기술의 한국형 블록버스터 2편도 제작된다. 정부는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주재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해양심층수 실용화 추진계획’ 등 5개 안건을 심의, 확정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동해의 수심 200m 이상 깊은 곳에 위치하는 해양심층수를 적극 개발해 식수, 식품첨가제, 유용물질, 청정에너지자원 등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키로 했다.2010년까지 어류 양식, 상수도 수자원 개발, 해양환경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이 추진된다.이를 위해 정부는 올 6월 가칭 ‘해양심층수법안’을 국회에 상정해 올 12월 시행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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