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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3회] 기억도 나지 않는 일상 속에서 오고 간 ‘재판 개입’ 의혹 정황들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33회] 기억도 나지 않는 일상 속에서 오고 간 ‘재판 개입’ 의혹 정황들

    “아마 구내식당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참고나 하라고 메일을 보낸 겁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들 가운데 이른바 ‘재판 개입’ 의혹은 피고인들은 물론이고 법관들도 불가능한 일이라며 믿지 못하는 대목이다. 법정에 나온 전·현직 법관들의 증언 속에서도 재판 개입 의혹이 있는 문건과 이를 주고받은 행위들은 매우 일상적이고 그리 별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졌다. 통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다소 부적절한 일들이 있었긴 했지만 다른 법관의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개입은 없었다는 것이다.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32회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설명도 비슷했다. 2013년 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연달아 지낸 뒤 2016년 2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으로 일한 홍 부장판사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있을 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재상고심과 관련한 외교부 의견을 전달받았다. 2013년 8월 9일 재상고심 사건이 접수되고 얼마 뒤 임 전 차장은 홍 부장판사에게 “외교부가 의견서를 제출하려고 하는데 절차적 만족감을 줄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어디서 들었는지 검찰이 묻자 홍 부장판사는 “장소는 기억나지 않지만 임 전 차장이 제가 연구관으로 근무하며 방으로 불러서 지시를 하거나 구내식당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고 답했다. 홍 부장판사가 말하는 대법원 구내식당은 행정처 실장 4명, 부장급 심의관 8명,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과 수석재판연구관 각 1명씩만 드나들 수 있는 전용식당이다. ●前수석재판연구관 “구내식당에서 임종헌에게 강제징용 사건 외교부 의견 전해들어” 평소와 같이 일을 하면서 또는 식사를 하면서였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일상에서 전해진 말이었지만 메시지의 핵심은 기억에 남겼다. 이날 법정에서 검찰이 “재판에 대해 거론된 게 드물어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에 대한 임 전 차장의 이야기를 지금도 기억하는 건가“라고 묻자 홍 부장판사는 “절차적 만족감이라는 단어가 기억에 남아있다”고 답했다. 임 전 차장의 그 말로 홍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외교부 사람들을 만나서 그쪽 의견을 듣고 있다”는 것과 “외교부는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재상고심에 접수된 강제징용 사건의 판결 취지에 찬성한다면 굳이 대법원에 의견서를 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임 전 차장이 ‘절차적 만족감’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기존 대법원 판결(2012년 파기환송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런 얘기를 할 필요 없어 임 전 차장도 기존 판결에 부정적이겠다고 생각했느냐”고 물었고 홍 부장판사는 “네”고 답했다. ‘일상적인’ 대화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2013년 12월 초 임 전 차장은 홍 부장판사에게 “종전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우리 대법원 판결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끌려갈 수도 있다고 하니 그 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행정처에서도 검토했고 사법지원실 박찬익 심의관이 관련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석재판연구관이던 홍 부장판사는 대법원 민사총괄재판연구관이던 황진구 부장판사에게 “박 심의관이 이미 검토를 했다고 하니 자료 받아 참고해 보라”며 검토를 지시했다. 검찰은 “당시 주심 대법관과 담당 연구관도 지정이 안 됐는데 그런 검토는 주심 대법관과 담당 연구관이 지정된 뒤 지시하면 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홍 부장판사는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임 및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재직 중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외에 대법원에 있는 다른 사건의 경우에도 주심 대법관과 담당 재판연구관이 지정되기 전 그 사건에 대해 재판연구관에게 검토를 지시한 적 있느냐”는 검찰의 물음에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했다. ●“임종헌, 행정처에서 검토한 문건이 있으니 참고하라며 강제징용 문건 전달” 홍 부장판사는 “정무적 판단이 기재된 문건들은 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증인신문 과정에서 밝혔다. “그 이유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받아보면 사건 당사자들이 재판 공정성에 의문을 갖고 해당 문건을 받거나 보고하는 담당연구관이 수석재판연구관이나 총괄재판연구관의 공정성도 의심하기 때문”이라고 했고, 그런 생각을 갖고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지내면서 연구관실에 정무적이나 편파적인 내용이 담긴 자료는 하나도 전달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그런데 왜 국제사법재판소는 뒷부분에 조금 있고 오히려 외교부 입장이 전체적으로 쓰여져 있던(검찰의 질문 표현)” 박찬익 사법지원실 심의관 작성의 ‘강제동원자 판결 관련’ 문건을 황진구 민사총괄연구관에게 전달했느냐고 검찰이 물었다. 그러자 홍 부장판사는 “문건을 보여줄 수 있느냐”면서 “방금 조금 있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와 임 전 차장의 재판에서 이 문건 내용을 이미 꼼꼼하게 확인해보지 않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을 끊고 “제가 황 부장판사에게 지시한 건 국제사법재판소 관련 자료가 있다고 하니 그걸 받아다 참조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검사는 거기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었다고 하는데 실제 보고서 내용 중 그에 대한 내용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작은지 필요한 내용이 상당히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정무적 판단이 아닌 판결에 대한 검토를 위해 자료를 참고하라고 지시한 것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홍 부장판사는 “이 문건은 수석재판연구관이 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할 경우 공정성을 의심받는 내용이 포함됐느냐”는 검찰의 물음에 “그렇다”며 결과적으로는 전달하지 않는 게 좋았을 것이라는 뜻을 드러냈다.홍 부장판사의 지시로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서 검토한 결과 우리 정부의 도움이 없이는 대법원 재판 결과가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한다. 이 결론을 임 전 차장에게 전달했느냐고 검찰이 묻자 홍 부장판사는 “보고파일을 메일로 보내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면서도 “다만 (국제사법재판소에) 끌려가지 않는다는 내용을 사석에서 얘기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4년 6월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제기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주심이 당시 김용덕 대법관으로 지정됐는데 이후에도 대법원에서는 이례적인 일들이 이어졌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김 전 대법관이 2014년 12월 파기환송된 강제징용 사건을 다시 재판연구관실에서 검토를 하라고 한 것이다. 홍 부장판사도 대법원 판결의 기속력에 따라 사실상 결론이 정해진 파기환송심에서 올라온 사건을 주심 대법관이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의 지시로 민사총괄연구관이었던 황 부장판사가 간이검토서를 작성했고, 홍 부장판사는 황 부장판사와 계속해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처리 및 검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홍 부장판사는 “2015년 상반기에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되 판결 시기는 신중하게 검토하는 방향”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자세한 기억도 나지 않을 일상…오고 간 대화와 메일 속에 ‘재판 개입’ 의혹 이 과정에서 강제징용 사건이 전원합의체에 보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홍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골치아픈 사건”이라고 황 부장판사에게 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쟁점은 개인청구권이 국가에 의해 소멸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데 그건 이미 소멸될 수 없다는 소부 판결이 나왔다. 기속력 있는 판결에 대해 다른 대법관이 바로 뒤집는 게 되는데 이건 소송법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전례가 전혀 없는 일이다. 법원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법원은 선배들의 종전 판결을 존중하는 방향을 취해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그 부분(재상고심에서 이전 대법원 판결이 뒤바뀌는 것)이 부담스러웠다는 거였나”라고 묻자 홍 부장판사는 그렇다고 하면서 “지난번 판결이 잘못됐다는 쪽으로 법률가가 생각해도 파기할 건가 아닌가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제가 황 부장판사에게 장시간에 걸쳐 심사숙고해 결론내자고 하는 건 절차적, 실정법적 문제가 얽혀 있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상급자와의 일상적인 대화 속에 오고 간 지시와 논의는 그 자체로도 누군가의 의중을 파악하거나 결론을 예측해 볼 수도 있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한다. 법원행정처와 대법원 재판연구관실 사이에 판결과 관련한 문건들이 오고가는, 결과적으로는 이례적이거나 부적절했다고 지목되는 행위들도 모두 일상적인 업무 과정에서 이뤄졌다. 2015년 1월 유해용 당시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은 수석재판연구관이던 홍 부장판사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존경하는 수석부장님께. 형님, 조금 전에 처장님(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께서 교원노조법 위헌 문제와 관련해 첨부파일과 같이 보고드렸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다음달에는 홍 부장판사가 임 전 차장으로부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재판 관련 검토 문건을 전달받아 유 전 선임연구관에게 보냈다. 해당 메일의 첨부파일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개입 사건의 1·2을 정리한 표와 판결을 요약한 보고서가 담겼다. 이에 대해 홍 부장판사는 “(메일에 대한 설명을 전달받은 방식이) 기억이 나지 않아 임 전 차장과 통화를 했을 것으로 추측할 뿐인데, 특별한 내용이 없는 걸로 봐서는 보내는 파일의 성격에 대해 얘기했을 것 같다. 말 그대로 250페이지 짜리 항소심 판결문을 요약한 게 있으니 참고하라고 말씀하셨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이 판결 분석 관련 자료들을 담당 재판연구관에게 전달하거나 참고하도록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는지 검찰이 물었더니 홍 부장판사는 “제 생각에는 임 전 차장이 틀림없이 말씀하시는 특색이 있다. ‘참고나 하세요’라면서 ‘~나’를 붙이는 말을 했다”며 구체적인 업무 지시가 아니라 그저 참고용으로 문건을 보라는 취지였다고 강조했다. “참고나 하라”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고 쟁점이 되고 있던 사건의 판결문을 분석한 보고서가 행정처에서 대법원으로 넘어간 것도 일상 속에서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최갑수 작가의 문장으로 떠나는 여행] 율리시스와 걷다… 펍의 성지 악사의 땅

    [최갑수 작가의 문장으로 떠나는 여행] 율리시스와 걷다… 펍의 성지 악사의 땅

    “더블린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면 세계 모든 도시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아일랜드 더블린.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꼭 가 보고 싶어 하는 이 도시는 아이리시해(海)를 사이에 두고 영국 리버풀과 마주하고 있다. 음악팬들에겐 세계적인 록밴드 U2를 배출한 도시, 영화팬이라면 음악영화 ‘원스’의 배경이었던 도시, 문학 애호가들에겐 노벨상 수상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스’의 무대가 됐던 도시로 알려졌다. 아 참, 주당들에게는 흑맥주 ‘기네스‘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다.●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소설 먼저 제임스 조이스를 이야기하자. 1882년 2월 2일 더블린에서 출생한 제임스 조이스는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금자탑을 이룩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20세기의 셰익스피어’라고도 불리는 그를 빼놓고는 20세기 문학을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다. ‘의식의 흐름’이나 ‘현현’(顯現: epiphany) 같은 말들은 조이스를 통해 문학용어사전에 새로 등재됐다. 그의 책은 아일랜드 가정마다 한 권씩은 비치돼 있다고 하니 아일랜드 국민들의 제임스 조이스 사랑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대표작은 ‘율리시스’다. 신문사 광고 판매인인 주인공 레오폴드 블룸의 하루 일상을 따라가는 소설이다. 정확히 말하면 1904년 6월 16일 아침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18시간 동안 블룸에게 일어난 일을 묘사한다. 블룸은 에클레스가 7번지에 있는 그의 집에서 아침 8시에 나와 아침거리를 사서 아내에게 식사를 차려 주고 9시 45분에 집을 나서 우체국과 약국, 묘지, 신문사, 주점, 도서관, 식당과 호텔 바 그리고 해변 모래사장과 병원, 사창가, 오두막 주점을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이튿날 새벽 2시에 집에 돌아온다. 그가 종일 다닌 거리가 18마일(약 30㎞), 발로 걸어 다닌 거리가 8마일(약 13㎞)이다. 그가 들른 곳들은 모두 소설 속에 손에 잡힐 듯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줄거리는 간단하지만 ‘의식의 흐름’을 따라 묘사한 까닭에 내용을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이 소설에 사용된 약 3만개 어휘와 수많은 인용, 은유는 독자를 진저리 치게 한다. ‘이 작품을 연구한 문학박사가 일반 독자 수보다 많다’는 농담이 전해질 만큼 어렵고 재미없다. 제임스 조이스 스스로도 1922년 출간된 ‘율리시스’의 서문에 “나는 이 작품 속에 너무나 많은 수수께끼와 퀴즈를 감춰 뒀기에, 앞으로 수세기 동안 대학교수들은 내가 뜻하는 바를 거론하기에 분주할 것이다. 이것은 나 자신의 불멸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적어 놓기도 했다. 메릴린 먼로는 이 책을 읽고 있는 사진을 찍으며 “철학적인 시인 같은 지성파 배우”의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블룸의 발자취를 따라서 제임스 조이스의 흔적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곳은 더블린 시내에서 남쪽 해안 쪽으로 8마일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는 제임스 조이스 센터다. 제임스 조이스의 서한과 사진, 작품 초판본과 희귀본, 개인 집기 그리고 소설 ‘율리시스’와 연관된 전시품들을 보관하고 있다. ‘블룸스 데이’(Bloomsday) 라는 기념일도 있다. ‘율리시스’에 블룸이 등장한 6월 16일이다. 이날 더블린에서는 ‘율리시스’의 의미를 되새기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마련된다. 제임스 조이스 센터에서 ‘블룸스 데이 브렉퍼스트’를 먹는 것을 시작으로 조이스 마니아들이 참가하는 ‘율리시스’ 낭독회와 연주회, 뮤지컬 등의 행사가 펼쳐진다.하이라이트는 워킹 투어다. 주인공 블룸의 발길을 따라 데이비 번스 펍, 스웨니 약국, 올먼드 호텔 바, 오코넬 다리, 그라스네빈 묘지, 마텔로 탑(조이스 탑), 벅 멀리건 찻집, 아일랜드 국립도서관 등 소설에 등장한 장소를 방문한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조이스의 열혈팬들이 줄지어 걷는 행렬은 또 다른 장관을 연출한다. 제임스 조이스 센터 가까운 곳에 더블린 작가 박물관도 있다. 조이스 외에도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묘비명으로 유명한 조지 버나드 쇼, 자신이 천재인 것 말고는 신고할 게 없다고 한 ‘진짜 천재’ 오스카 와일드,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너선 스위프트,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대의 부조리극을 쓴 사뮈엘 베케트, 199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셰이머스 히니 등을 만날 수 있는 이곳에서는 더블린이 왜 ‘유럽 문화의 수도, 세계 문학의 심장’으로 군림하는지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조이스 마니아라면 데이비 번스도 빼놓을 수 없다. 듀크가 21번지에 있는 이 펍은 블룸이 소설 속에서 점심을 들었던 곳으로 건너편에 있는 베일리 식당과 함께 조이스가 실제로 즐겨 찾았던 펍이기도 하다. ‘율리시스’ 때문에 장사가 잘돼 돈을 번 주인은 사례의 뜻으로 ‘데이비 번스 아일랜드 창작상’을 제정한 후 매년 2만 유로의 상금을 지원, 유능한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있다. 템플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이스의 또 다른 단골 펍이었던 스태그스 헤드도 있다. 22살에 노라 바너클을 만나 사랑의 도피를 떠난 제임스 조이스는 이탈리아 로마와 프랑스 파리, 스위스 취리히 등을 떠돌며 살았다. 하지만 그는 한순간도 “사랑하는 더러운 더블린”을 떠난 적이 없다. 그는 “나는 언제나 더블린에 대해 쓴다. 더블린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면 세계 모든 도시의 핵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블린의 중심가에는 더블린에 대한 그의 사랑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제임스 조이스의 청동 입상이 서 있다. 비쩍 마른 몸으로 지팡이를 짚은 채 턱을 들고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그의 표정은 고집스러우면서도 수수께끼처럼 보인다. 동상 뒤에는 그의 단골 카페였던 킬모어가 있다.●펍 명소 ‘템플바’ 더블린 여행에서 꼭 가 봐야 할 곳이 템플바 거리다. 파리가 ‘카페 문화’로 유명하다면 더블린은 ‘펍(pub) 문화’로 유명하다. 제임스 조이스는 “펍을 피해서 더블린을 걷는다는 것은 마치 퍼즐게임을 벌이는 것과 같다”고 했을 정도다. 인구 100만의 도시 더블린에 펍이 무려 1000개가 넘는다. 템플바 거리는 더블린을 관통하는 리피 강 남쪽 웨스트모얼랜드 거리와 피샘블가 사이의 세 개 블록을 일컫는데 이곳에 아이리시 펍이 잔뜩 몰려 있다. 한때 버스터미널로 재개발될 뻔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고 대신 예술가들이 몰려들었다. 저녁 무렵이면 사람들은 템플바 거리로 모여들어 기네스 맥주를 마신다. 펍은 곧 아일랜드 사람의 생활공간이다. 낮에는 점심을 팔기도 하고, 밤이면 친구들과 맥주 마시며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거나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댄다.템플바 거리에서도 가장 유명한 펍은 템플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거나 앉아서 다들 기네스 맥주를 한 잔씩 앞에 놓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와글와글하는 모습에 놀란다. 펍 한쪽에 마련된 무대에서는 밴드가 통기타 반주에 맞춰 아일랜드 민요를 부르고 있다. 노랫가락에 맞춰 낯선 이들도 금세 친구가 된 듯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맥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펍에서 반드시 마셔 봐야 할 술은 기네스다. 창업자 아서 기네스는 1755년 더블린의 북동쪽에 위치한 레이크스리프에서 처음 양조장을 시작했다. 대부(代父)가 유산으로 남겨 놓은 100파운드를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 자리를 잡자 그는 공장을 동생에게 맡기고 더블린으로 온다. 더블린에 도착한 아서 기네스는 더블린의 세인트 제임스 게이트에 방치돼 있던 낡고 허름한 양조장을 매년 45파운드의 임대료에 계약한다. 그런데 임대 기간이 무려 9000년이다. 기네스는 당시 영국에서 노동자들에게 인기 높았던 포터(Porter)를 발전시켜 스타우트(Stout)를 탄생시켰는데 맥아에 세금을 매겼던 조세 제도를 피하기 위해 볶은 보리를 사용했다는 설과 기네스가 맥아를 볶던 중 깜빡 졸다가 맥아를 까맣게 태운 것이 계기가 됐다는 설이 있다. 기네스는 51개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전 세계 150개 국가에서 매일 1000만잔씩 팔리고 있다고 한다.더블린 북쪽에 위치한 기네스 스토어 하우스는 기네스의 역사 및 제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방문객들은 입장료를 내고 기네스 맥주의 역사를 보여 주는 시청각 자료와 거대한 기네스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기네스 따르는 법’을 배울 수도 있다. 전용 잔에 2번 나눠 기네스를 따르는 것이 포인트. 먼저 45도로 기울인 잔에 80% 정도 기네스를 따른 후 질소가 충분히 섞이게 테이블에 놓은 뒤 약 2분(119.5초)을 가만히 두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고는 나머지 부분을 보드라운 거품으로 촘촘하게 채우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완벽한 한 잔’이 완성된다. 기네스를 즐기는 사이 아카데미에서 발급해 주는 ‘기네스 교육 인증서’도 맥주 마니아에게는 잊지 못할 선물이다. ●거리의 악사로 가득한 더블린의 저녁 문학도 문학이지만 음악을 이야기할 때도 아일랜드는 빠질 수 없다. 더블린은 1976년 이곳에서 결성돼 지금까지 전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록밴드 U2의 도시다. 멤버 보노, 디 에지, 래리 멀린, 애덤 클레이턴은 모두 더블린에서 나고 자란, 그야말로 뼛속까지 더블리너다. 벤 모리슨, 크랜베리스, 에냐, 시네이드 오코너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수들도 모두 아일랜드 출신이다. 우리에겐 예능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을 통해 친숙해졌다. 그보다 먼저 더블린의 음악을 알렸던 영화는 2006년 개봉한 ‘원스’다. 길거리 악사인 청소기 수리공과 그의 음악에 매료된 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거리 음악가들의 도시, 더블린의 분위기가 그대로 담겨 있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이 버스킹(길거리 연주)을 하던 그래프턴 거리와 악기점은 이미 유명한 관광지가 됐고 거리에서는 수많은 ‘원스’의 주인공들이 1년 365일 노래를 한다.더블린의 저녁 풍경은 영화 그대로다. 더블린 거리는 저녁 무렵이면 술렁이기 시작한다. 하루 일과를 마친 직장인들과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합류한다. 그리고 하나둘씩 등장하는 거리의 악사들. 이들은 거리 곳곳에 자리를 잡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이 모퉁이에서는 록이 흘러나오고 저 거리에서는 통기타 연주가 들려온다. 어느 모퉁이에서는 재즈가 연주되고 반대편 모퉁이에서는 타악기 소리가 흘러나온다. 색소폰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행인들은 걸음을 멈추고 그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인다. 여행자들은 마음에 드는 음악을 연주하는 밴드 앞으로 가 몸을 흔든다. 어떤 이는 눈을 지그시 감고, 또 어떤 이는 연인의 팔짱을 끼고, 또 어떤 이는 기네스 캔맥주를 홀짝거리며 악사들의 노래를 듣는다. 이 모든 풍경이 영화에서 봐 왔던 모습 그대로다. 간혹 경찰관들이 밴드 앞으로 가 다른 곳에서 연주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관객들의 야유에 어깨를 으쓱하고는 돌아가고 만다. 연주가 끝날 때마다 관람객들은 “We want more”(한 곡 더)라고 외친다.■여행수첩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의 주요 도시들을 거쳐 더블린으로 갈 수 있다. 시간은 한국보다 9시간 늦다. 오코넬 거리와 템플바 지구는 시내 중심부답게 숙박시설이 풍부한 편인데, 유명 펍들이 몰려 있는 템플바 지구의 숙소는 밤이 깊어도 좀 시끄러울 수가 있다. 트리니티 칼리지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로 아일랜드의 자랑이기도 하다. 1592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 때 설립됐다.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도서관 관람은 필수.
  • 강용석 “조국 딸 생일파티 71만원 영수증은 가짜”

    강용석 “조국 딸 생일파티 71만원 영수증은 가짜”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는 강용석 변호사가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씨가 고급 중식당에서 71만원을 사용했다며 영수증을 공개했다가 틀린 정보였다며 바로잡았다. 강 변호사는 26일 올린 동영상에서 “조씨가 생일날 중식당에서 먹은 요리 영수증을 제보받았는데 알고보니 역정보에 당했다”고 주장했다. 강 변호사와 김세의 전 MBC 기자 등은 전날 동영상에서 조 장관의 딸 조씨가 생일인 지난 23일 서울 한남동의 고급 중식당에서 지인들과 71만 4500원 어치 고급 요리를 즐겼으며 그 증거로 영수증 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영수증은 지난달 25일 조씨가 아닌 한 블로거가 먹은 식사 영수증으로 밝혀졌다. 강 변호사는 “해당 영수증은 6명이 먹은 식사로 보인다”며 “저희가 섣불렀다. 바로 공개할 게 아니라 좀 더 검토했어야 했다. 앞으로는 세세하게 철저히 검증해서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혼란을 준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대신 “가로세로연구소 지명도가 올라가면서 누군가 역정보를 흘려 신뢰도를 떨어뜨리려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부산교도소, 화성 용의자에 수사 관련 기사 뺀 신문 넣어줘

    부산교도소, 화성 용의자에 수사 관련 기사 뺀 신문 넣어줘

    경찰 수사 영향주거나 심경변화로 돌발행동 우려18일부터 독방 수감…규칙적으로 자고 세끼 식사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인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A(56)씨가 자신의 수사와 관련된 정보를 전혀 받지 못한 채 경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부산교도소에 따르면 A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지난 18일 오후 독방으로 옮겨졌다. 하루 한 차례 운동을 제외하면 줄곧 독방에서 생활한다. 교도소 측은 A씨가 평소처럼 잠을 규칙적으로 자고 세 끼 식사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고 교도소는 설명했다. 독방에는 텔레비전은 없으나 A 씨가 사비로 구독하는 신문은 매일 전달된다. 교도소 측은 화성 연쇄살인 수사 상황이나 A 씨 본인과 관련된 기사는 오려내고 신문을 넣어준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에 영향을 끼치거나 심경 변화로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을 우려해서다.개인 운동도 다른 수감자와는 마주치지 않게 혼자 하고 있으며 노역은 중단한 상태다. 부산교도소 관계자는 “A 씨는 18일 오후 화성 연쇄살인 용의자가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 이전에 독방으로 옮겨져 관련 기사 내용을 접하지 못했다”며 “경찰이 계속 찾아오고 오려진 신문이 들어가다 보니 상황을 궁금해할 수 있지만, 평상시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두 10차례 화성 연쇄살인 사건 중 5, 7, 9차 사건의 3가지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 A 씨는 4차례 경찰 접견 수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A 씨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과 별개로 처제 성폭행·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995년부터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백종원, 총체적난국 튀김덮밥집에 폭발 ‘이유 알고보니?’

    백종원, 총체적난국 튀김덮밥집에 폭발 ‘이유 알고보니?’

    지난 25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평균 시청률 1부 4.9%, 2부 6%(이하 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지켰다. 특히, 광고주들의 주요 지표인 ‘2049 타깃시청률’에서도 이날 방송된 예능, 교양 프로그램 통틀어 1위를 거머쥐었다. 이날 방송은 오피스 상권 지역인 ‘서울 둔촌동’ 편 두 번째 이야기로 꾸며져 초밥집의 첫 점검이 이뤄졌다. 부부 사장님이 운영하는 초밥집은 메뉴만 50가지에 달해 눈길을 끌었고, 남편은 17년 일식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요리사이자,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운영하던 레스토랑의 VIP 전담 헤드셰프 출신이었다. 부부는 장사가 잘되지 않아 가게를 내놓은 지 5개월이 됐다고 밝혔지만, 반전이 있었다. 백종원은 주문한 초밥을 먹더니, 김성주를 호출했고 김성주는 평소 즐겨 먹지 않는 연어초밥과 새우장 초밥까지 맛있게 먹었다. 백종원은 “먹어보니까 초밥을 잘한다”고 평했고, 평소 아기 입맛을 자처하는 김성주조차 “독보적인 맛”이라 호평했다. 백종원은 상권에 맞는 초밥 구성 고민과 메뉴 정리에 대한 숙제를 내줬다. 이밖에 옛날 돈가스집은 부부간의 소통 방식 차이로 문제점을 보였다. 남편은 주방 일을 혼자하면서도 아내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으려했고, 백종원은 “이럴 바에는 사람을 쓰는 게 낫다”며 안타까워했다. 백종원은 “음식 장사는 음식 파는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며 “다들 시작은 좋았으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이 프로그램하게 된 것도 이런 것 때문”이라며 대표메뉴 돈가스에 대한 변화와 함께 부부 간의 소통 방식을 바꿔보라고 조언했다. 튀김 덮밥집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점심 장사 도중 갑작스럽게 비가 가게로 들이닥치는가 하면, 튀김기의 문제가 생겨 손님들이 주문한 지 30분여 만에 식사를 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사장님은 손님 대응부터 요리 과정, 서빙 등 전반적인 부분들을 챙겨야 했음에도 초보적인 실수는 물론, 직원들(어머니, 남자친구)에게 떠넘기는 태도로 백종원을 실망하게 했다. 결국 백종원과 사장님이 마주 앉았다. 백종원은 “사장으로서 궂은일은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며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으로서의 기본자세를 강조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직원들 급여문제도 지적했다. 이어 일주일 동안 연구했다는 덮밥에 대해서도 “다 따로 논다”며 다른 메뉴를 고려하라고 권유했지만, 사장님은 거부했다. 결국 백종원은 “뭘 하고 싶은 거냐. 당신 인생이 걸린 문제”라며 답답함을 폭발했다. 이 장면은 분당 최고 시청률 7.5%까지 치솟으며 ‘최고의 1분’을 차지했다. 사진 = SBS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김포요양병원 화재 사망자 부검결과 연기 질식사로 판명

    김포요양병원 화재 사망자 부검결과 연기 질식사로 판명

    경기 김포요양병원 화재로 숨진 노인들은 연기 흡입 때문에 사망했다는 부검 결과가 나왔다. 당시 불이 나자 급히 대피하다가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해 숨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26일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번 화재 사고로 숨진 A(90·여)씨와 B(86)씨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모두 화재 연기 흡입으로 인해 질식사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1차 구두소견을 전달받았다. 사망자들은 화재가 발생한 요양병원 4층 내 집중치료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환자로, 당시 집중치료실에는 8명의 환자가 있었다. 이들은 요양병원의 자체 대피 매뉴얼에 따라 가장 마지막에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대한요양병원협회 측에 “매뉴얼 대로 소화반은 소화기로 불을 끄고 대피반은 환자들을 대피시켰다”며 “집중치료실 환자들을 마지막으로 대피시키던 중에 소방관들이 도착해 대피를 도왔다”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요양병원 건물은 오전 9시부터 전기 안전검사로 인해 전력 공급이 차단된 상태였다. 사망자가 발생한 집중치료실 등 일부 환자들은 수동으로 산소 공급을 받던 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 사인은 화재 연기에 의해 질식사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오늘도 병원 관계자들을 조사중으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요양병원 4층 보일러실내 의료용 산소공급장치를 수동으로 조작하던 중 산소 가스가 누출돼 착화한 뒤 불이 난 것으로 추정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또 4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김포요양병원 화재 당시 8개월 전 보수했다고 신고한 자동화재 신고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자동화재속보설비’로 소방당국에 접수된 신고는 없다. 요양병원이 있는 지상 5층짜리 건물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외부업체에 의뢰해 건물에 대한 자체 종합정밀점검을 벌였다. 이때 자동화재속보설비 불량 등 4건의 지적사항이 나와 지난 1월 보수를 완료했다고 소방당국에 신고했지만 이번 화재 때 해당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자동화재속보설비는 불이 난 것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119에 화재 사실을 신고하는 기기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안내견을 꿈꾸는 ‘고움이’는 1년간 함께 하는 엄마가 있다

    안내견을 꿈꾸는 ‘고움이’는 1년간 함께 하는 엄마가 있다

    판교에 사는 최종윤씨는 올해 2월생 래브라도 리트리버 ‘고움이’를 최근 가족으로 맞았다. 최씨와 고움이가 가족으로 지내는 기간은 딱 1년. 고움이가 예비 안내견 후보생이기 때문이다. 흔히 ‘안내견’ 하면 잘 훈련받은 대형견의 모습을 떠올린다. 보기만 해도 기특하고 든든한 안내견이지만, 훈련받기 전인 어린 시절에는 그저 일반 강아지와 같은 개일 뿐이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태어난 예비 안내견 강아지가 정식안내견이 되기 위해선 생후 7주부터 약 1년간 일반 가정에서 사회화 훈련을 받아야 한다. 예비 안내견은 사회에서 실제 부딪힐 수 있는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며 사람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퍼피워킹(puppy walking)’이라 하고, 이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를 ‘퍼피워커(puppy walker)’라고 한다.최씨는 “남편과 아이들이 대형견을 입양하고 싶어 했는데, 무작정 대형견을 데려오기에는 부담스러워 고민하던 차에 퍼피워킹을 알게 됐다”며 “개에 대해 배우고 싶고 봉사도 하고 싶은 마음에 퍼피워킹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퍼피워킹은 안내견으로서 적합한 품성과 자질이 형성되는 기간이기 때문에 퍼피워커 가정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배변훈련과 복종 훈련은 물론 식사 시간과 산책 시간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최씨는 “가족 모두가 고움이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면서 “장을 보러 가는 1시간 정도 외에는 항상 고움이 곁에 있는다”고 전했다.모든 훈련은 안내견이 시각장애인과 생활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이뤄진다. 가장 많이 반복하는 기본 훈련 3가지는 ‘앉아’ ‘엎드려’ ‘기다려’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 하우종 차장은 “기다려 훈련에 대해 ‘강아지가 불쌍하다’는 시선도 있지만, 나중에 시각장애인과 함께 생활할 때 안내견이 돌발행동을 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졌지만, 대형견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최씨 역시 고움이와 함께한 7개월 동안 버스탑승을 거부당하기도 하고, 도서관 출입이 거절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하지만 퍼피워커는 여기서 포기해선 안 된다. 예비 안내견이 많은 상황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부당한 상황에 끊임없이 맞서고 문을 두드려야 한다. 실제로 최씨는 도서관에서 거부당한 후 도서관 홈페이지 게시판에 자신이 당한 일을 알렸다. 이후 도서관 측은 정중한 사과글을 올리며 직원들을 교육시키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씨는 이 사건을 퍼피워커로 활동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라고 꼽았다.최씨와 고움이가 함께 생활한 지도 어느새 7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약 5개월 후면 고움이와 헤어져야 하는데 섭섭하지 않을까. 최씨는 “헤어질 때 눈물이 날 수 있겠지만 헤어짐이 있기에 만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고움이가 안내견이 되면 적응 잘해서 시각장애인과 잘 지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건강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줄 안내견을 꿈꾸는 예비안내견. 그리고 그런 예비안내견을 돌보는 퍼피워커로서 최씨는 사람들에게 거듭 당부의 말을 전했다. “예비 안내견은 훈련을 받는 중이기 때문에 아는 척을 하고 만지려고 하면 자기와 놀아주려는 반응으로 알아서 주의력이 산만해져요. 그게 나중에 시각장애인과 생활할 때 불편함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만지지 말고 부르지도 말고 지켜만 봐주시길 부탁드려요.” 글 김민지 기자 mingk@seoul.co.kr영상 박홍규 문성호 김민지 gophk@seoul.co.kr
  • 경찰 “고유정, 의붓아들도 살해” 잠정 결론

    경찰 “고유정, 의붓아들도 살해” 잠정 결론

    고유정(36)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고씨의 범행으로 잠정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수사를 일단락 지은 뒤 모든 서류를 검찰에 넘겼다”며 “검찰 지휘를 받아 조만간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피의사실 공표 논란 등을 의식해 누구를 가해자로 보는지 함구하고 있지만 고씨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와 법률전문가들은 그간 확보한 고씨와 현 남편 A(37)씨 부부의 진술, 수사 자료를 분석해 고씨가 현재 결혼 생활에 의붓아들 B(4)군이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살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수사 방향이 고씨를 향하는 것은 수상한 행적 때문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지난해 11월 수면제를 처방받았고, 아이 사망 추정 시간대에 잠을 자지 않았다. 또한 제주에서 진행된 아이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청주 아파트에서 아이 피가 묻은 이불 등을 버렸다. A씨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고씨 범행을 확신할 만한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정황 증거만을 갖고 고씨가 기소될 경우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경찰은 그동안 고씨와 A씨를 모두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를 벌여 왔다. B군은 지난 3월 2일 오전 10시 10분쯤 청주에 있는 고씨 부부의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집에는 고씨 부부뿐이었다. 제주도에 살던 B군은 고씨 부부와 살기 위해 지난 2월 28일 청주에 왔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함께 잠을 잔 아들이 숨져 있었고, 고씨는 다른 방에서 잤다”고 진술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군이 엎드린 채 전신이 10분 이상 눌려 질식사한 것으로 봤다. A씨는 사건 발생 3개월이 지난 6월 ‘고씨가 아들을 죽인 것 같다’는 취지로 제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당시 고씨는 전 남편 살해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였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절차 따라 수사” 입 연 윤석열

    “절차 따라 수사” 입 연 윤석열

    취임 두 달 만에 ‘마약퇴치’ 외부행사 참석 50여명 취재진 앞서 수사 자신감 내비쳐曺일가 수사 지휘 한동훈 검사장 함께해 대검 신임 검사장 법무부 교육 전원 불참현직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이후 첫 국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윤 총장은 25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주최국 대표로 개회사를 했다. 윤 총장은 지난달 9일 취임 인사차 헌법재판소를 방문한 뒤로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 진행되면서 외부 일정을 자제해 왔기 때문에 이날 행사에 관심이 쏠렸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 자격으로 공식 행사 무대에 오른 것도 지난 7월 25일 취임 이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윤 총장이 행사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호텔 로비에는 50명이 넘는 취재 기자와 카메라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호텔 직원들도 “총장님 때문에 호텔이 북적인다”는 얘기를 주고받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윤 총장은 행사장에 도착한 뒤 ‘장관 일가 수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론적 답변이지만 조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윤 총장은 이 행사가 1989년 대검찰청에서 마약류 문제를 세계 각국과 공동 대처하기 위해 창설한 회의라는 점을 강조하며 “마약류 퇴치를 위한 국제협력회의이고 외부 손님도 많이 오시니까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셀프 홍보’도 했다. 이 행사의 주관 부서는 조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다.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도 이날 행사장을 찾아 윤 총장을 보좌했다. 한편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법무연수원에서 열리는 검사장 승진자 교육의 마지막 일정으로 조 장관과 신임 검사장들의 저녁 식사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 승진한 한 부장과 조 장관이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법무부는 “한 부장은 현안 사건으로 자리를 비우기 곤란해 교육 참석 계획이 없다”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대검 관계자도 “이번에 승진한 대검 부장 7명 모두 이번 교육에 불참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검사 파견 최소화” 지시한 조국

    “검사 파견 최소화” 지시한 조국

    과로사 이상돈 검사 일한 천안지청 찾아 “30대에 매달 사건 수백건 처리하다 순직” 인력 부족 집중 거론되자 “개선안 만들 것” 수사 언급 있었냐 질문엔 “얘기 안 나와”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조 장관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개혁을 위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 장관은 25일 오전 대전지검 천안지청을 찾아 수사관 등 직원 20명이 모인 자리에서 검찰 제도, 조직 문화 등에 관한 의견을 들은 뒤 곧바로 평검사 13명과 2시간가량 식사를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20일 의정부지검에서 열린 첫 번째 ‘검사와의 대화’ 이후 5일 만이다. 천안지청에 소속된 평검사 16명 중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안, 인사 제도, 형사부 업무 과중, 사기 저하 문제 등에 관한 의견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과도한 검사 파견, 인력 부족 문제가 집중 거론되자 조 장관은 파견 검사 인력을 최소한으로 줄여 형사부, 공판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것을 지시했다. 천안지청은 지난해 9월 야근을 마치고 퇴근하던 중 과로로 쓰러져 숨진 이상돈 검사가 근무하던 곳이다. 조 장관은 간담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천안지청을 두 번째 간담회 장소로 정한 배경으로 이 검사를 언급하며 “30대의 나이에 매월 수백 건의 일을 처리했고, 한 건의 미제 사건만 남길 정도로 열심히 일하다가 순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 후 청사를 나서면서는 “제가 주로 경청했고, 들은 얘기를 취합해 법무부 차원에서 어떤 개선안을 만들 것인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1, 2차 간담회 내용은 조만간 열리는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첫 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조 장관은 자택 압수수색 등 검찰 수사와 관련된 기자들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간담회 중에) 이번 수사와 관련된 검사들의 언급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1차 간담회 때와 마찬가지로 간담회에 참석한 검사들과 단체 사진을 따로 찍지는 않았다. 조 장관은 간담회가 끝난 뒤 집무실이 있는 정부과천청사 대신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해 26일부터 열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비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절차 따라 수사” 입 연 윤석열

    “절차 따라 수사” 입 연 윤석열

    취임 두 달 만에 ‘마약퇴치’ 외부행사 참석 50여명 취재진 앞서 수사 자신감 내비쳐 曺일가 수사 지휘 한동훈 검사장 함께해 새달 신임 검사장 법무부 교육 전원 불참현직 법무부 장관과 그 가족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이후 첫 국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윤 총장은 25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주최국 대표로 개회사를 했다. 윤 총장은 지난달 9일 취임 인사차 헌법재판소를 방문한 뒤로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가 본격 진행되면서 외부 일정을 자제해 왔기 때문에 이날 행사에 관심이 쏠렸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 자격으로 공식 행사 무대에 오른 것도 지난 7월 25일 취임 이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윤 총장이 행사장에 도착하기 전부터 호텔 로비에는 50명이 넘는 취재 기자와 카메라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호텔 직원들도 “총장님 때문에 호텔이 북적인다”는 얘기를 서로 주고받으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윤 총장은 행사장에 도착한 뒤 ‘장관 일가 수사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수사는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론적 답변이지만 조 장관 일가 수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윤 총장은 이 행사가 1989년 대검찰청에서 마약류 문제를 세계 각국과 공동 대처하기 위해 창설한 회의라는 점을 강조하며 “마약류 퇴치를 위한 국제협력회의이고 외부 손님도 많이 오시니까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셀프 홍보’도 했다. 이 행사의 주관 부서는 조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강력부다.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도 이날 행사장을 찾아 윤 총장을 보좌했다. 한편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법무연수원에서 열리는 검사장 승진자 교육의 마지막 일정으로 조 장관과 신임 검사장들의 저녁 식사가 예정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올해 승진한 한 부장과 조 장관이 만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법무부는 “한 부장은 현안 사건으로 자리를 비우기 곤란해 교육 참석 계획이 없다”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대검 관계자도 “이번에 승진한 대검 부장 7명 모두 이번 교육에 불참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우아한 가’ 임수향X오승은X배종옥, 걸크러쉬 언니들의 막장 싸움

    ‘우아한 가’ 임수향X오승은X배종옥, 걸크러쉬 언니들의 막장 싸움

    MBN 역사상 최고 시청률을 연속 갈아치우며 큰 흥행 중인 ‘우아한 가(家)’ 9회 예고편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매우 폭발적이다. 지난주 방영된 8회에서 오승은(최나리 역)과 임수향(모석희 역)이 MC가문의 식사 자리에 우아한 드레스를 착용하고 깜짝 등장하며 앞으로 전개될 그녀들의 공동전선과 재벌가의 치열한 진흙탕 싸움을 암시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25일 방송되는 9회 예고편에서는 얇은 잠옷 차림으로 전원중(모철희 역)의 방에서 나오는 모습을 문희경(하영서 역)에게 고의적으로 보여주며 심기를 건드리는 등 회장의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오승은의 치열한 계획과 자극적인 행동들이 그려졌다. 또한 옛 남자에서 새 아들이 되어버린 이규한(모완수 역)과의 갈등과 오승은을 완전히 내쳐버리기 위한 새로운 계략을 꾸미는 배종옥(한제국 역)의 계획을 통해 오승은의 스토리 전개가 극의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흰 약물의 진실’을 알게 된 임수향과 ‘그날의 용의자’를 파헤치는 이장우, 그리고 MC그룹에 모든 것을 바쳐가며 충성을 다한 자신을 내치려는 정원중의 술수를 감지한 배종옥까지 과연 이 셋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통해 어떤 복수를 불러올지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이 예고편에서 고스란히 보여졌다. MBN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두 번이나 다시 쓰는 신기록을 터트리며 거듭 화제를 이어가고 있는 ‘우아한 가’ 제작팀은 이번 주 시청률 5%를 기록하기 위해 다양한 메이킹 영상을 공개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어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상위 1% 재벌가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과 거대한 기업의 부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물밑의 킹메이커 오너리스크 팀의 이야기를 다룬 우아한 가(家)’는 MBN-드라맥스를 통해 매주 수, 목요일 밤 11시에 방영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조국 부인 “딸 생일에 아들 소환, 피눈물 나…난 덫에 걸린 쥐새끼”

    조국 부인 “딸 생일에 아들 소환, 피눈물 나…난 덫에 걸린 쥐새끼”

    檢 “자녀 조사 절차대로 진행”檢 “개인 감정에는 할 말 없다”유시민, 정경심 PC 반출 옹호나경원·하태경, 유시민 맹비난조국 법무부 장관의 두 자녀가 입시 관련 의혹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데 대해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제(24일)가 딸아이 생일이었는데 소환됐다”면서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며 심경을 토로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상황을 놓고 “덫에 걸린 쥐새끼”라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날 소환 조사를 받은 아들(23)이 “오늘 처음 느낀 게 제가 참 ‘나쁜’ 놈으로 살았다는 거예요. 조서를 읽어 보면 저는 그런 놈이 되어 있네요”라고 했다면서 “아이의 자존감이 여지없이 무너졌나보다.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고 적었다. 두 차례 검찰에 소환된 딸(28)에 대해서도 “어제가 딸아이의 생일이었는데 아들이 소환되는 바람에 전 가족이 둘러앉아 밥 한끼를 못 먹었다”면서 “조사받으며 부산대 성적, 유급 운운하는 부분에서 모욕감과 서글픔에 눈물이 터져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매일매일 카메라의 눈에, 기자의 눈에 둘러싸여 살게 된 지 50일이 되어간다. 내 사진은 특종 중의 특종이라고 한다”면서 “8월말 학교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나는 덫에 걸린 쥐새끼 같았다”고 말했다.정 교수는 조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끝난 직후 기소됐다. 사모펀드 투기와 자녀 입시 등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앞둔 정 교수는 남편이 법무부 장관에 취임한 이달 9일 페이스북 계정을 열고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에 적극 반박해왔다. 자신이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 23일에는 “검찰발로 표시되는 명백한 오보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사실관계를 바로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정 교수에 대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원 사격에 나섰다. 유 이사장은 지난 24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 시즌2에 출연해 정 교수가 검찰의 압수수색 전 컴퓨터(PC)를 반출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압수수색해 장난칠 경우를 대비해 동양대 컴퓨터, 집 컴퓨터를 복제하려 반출한 것”이라면서 “검찰의 영장이 기각되면 최초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특수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5일 유 이사장을 겨냥해 “국민 선동의 전문 인사가 세 치 혀로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PC 빼돌리기를 증거보존으로 포장했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검찰을 증거 조작하는 범죄집단 취급하는 유시민은 정신줄을 놓고 있다. 듣도보도 못한 궤변”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검찰은 조 장관의 자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모욕감을 줬다는 등의 글을 올린 정 교수의 페이스북 내용과 관련해, 조 장관의 딸과 아들은 휴식 시간을 변호사와 협의해 적정히 할애받는 등 절차대로 조사가 이뤄졌다고 반박한 뒤 조사를 받다가 느낀 개인적인 감정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일부 비판을 감수하면서 비공개 소환 방식을 취했으나 조사는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면서 “조사 시간은 휴식과 식사, 조서 열람, 수정 등이 포함된 시간”이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휴식 등에) 수사 검사와 변호인 등이 협의해서 적정한 시간을 할애했다”면서 “조사 과정 중 느끼는 개인적 감정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아하! 우주] ‘삼시세끼 우주편’…하루 세번 식사하는 블랙홀 발견

    [아하! 우주] ‘삼시세끼 우주편’…하루 세번 식사하는 블랙홀 발견

    유럽우주국(ESA)의 과학자들이 사람보다 훨씬 규칙적으로 하루 세 번 식사를 하는 블랙홀을 발견했다. 대부분의 블랙홀은 강한 중력으로 끊임없이 물질을 흡수하면서 커진다. 과학자들은 블랙홀로 흡수되는 물질의 양을 직접 측정하지는 못하지만, 블랙홀로 흡수되지 못한 물질이 초고속으로 분출되는 현상인 제트(jet)를 관측해 간접적으로 알아낼 수 있다. 사실 많은 물질을 흡수하는 블랙홀은 그만큼 강력한 제트를 분출하기 때문에 이름과는 달리 매우 밝은 천체다. 스페인에 있는 ESA 우주 생물학 센터의 지오바니 미뉴티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찬드라 X선 위성과 역시 X선 관측 위성인 ESA의 XMM-뉴턴(Newton)을 이용해 은하 중심 블랙홀을 관측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지구에서 2억5000만 광년 떨어진 은하 GSN 069가 9시간 간격으로 밝기가 갑자기 20배 밝아졌다가 다시 본래 밝기로 돌아왔던 것이다. 이는 거의 하루에 세 번 정도인 9시간 간격으로 많은 물질을 흡수한다는 이야기다. NASA의 과학자들은 이를 빗대 하루 세끼를 챙겨 먹는 블랙홀이라고 소개했다. 참고로 블랙홀의 제트는 섭씨 수백만 도의 초고온 상태이기 때문에 X선 영역에서 관측이 용이하다. GSN 069의 은하 중심 블랙홀은 태양 질량의 40만 배 정도로 은하 중심 블랙홀 가운데서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역시 강력한 중력을 지닌 블랙홀로 주변의 큰 가스나 혹은 별을 규칙적으로 흡수하는 것이 이런 주기적 밝기 변화의 원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주변 물질 분포가 비교적 균등한 은하 중심 블랙홀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직 모른다. 동반성에서 물질을 흡수하는 항성 질량 블랙홀의 경우 주기적인 밝기 변화가 보고된 적이 있으나 은하 중심 블랙홀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송도-서울 광역급행버스 부활… 고양·화성발 M버스도 신설

    원당~서대문, 별내~잠실은 이달 시작 인천 송도와 서울 강남역, 공덕역을 오가는 광역급행버스(M버스)가 내년에 새로 생긴다. 또 경기 고양과 화성에서 출발하는 M버스 노선도 신설된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는 인천 송도와 경기 고양, 화성 등에 M버스 5개 노선을 신설한다고 24일 밝혔다. 신설된 M버스는 운송사업자 선정, 면허발급 등 과정을 거쳐 내년 초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천 송도에 신설되는 노선은 송도 6·8공구∼공덕역(10대)·삼성역(10대) 노선이다. 지난 4월 이삼화관광이 연간 5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M6635번(송도∼여의도)과 M6336번(송도∼잠실) 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대광위 관계자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송도 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인천시가 노선 신설을 직접 요청했다”면서 “출발지와 도착지 노선 조정을 통해 수요를 보완했고, 적자 발생 때 인천 연수구가 50%를 지원하기로 조례를 제정하면서 노선이 부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기 고양·화성발 M버스도 새로 생긴다. 화성 동탄2∼강남역(10대) 노선과 화성 한신대∼강남역(10대) 노선, 고양 일산동구 식사동 위시티∼여의도역(10대) 노선이 신설된다. 대광위는 현재 면허발급이 완료된 M7145번(고양 원당∼서대문역사거리)과 M2344번(남양주 별내∼잠실역) 버스는 이달 중, M7646번(고양 가좌마을∼영등포소방서) 버스는 연내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기주 대광위 위원장은 “대중교통 여건이 열악한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M버스 노선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허울뿐인 노동권 교육·근로감독… 노동착취·산재·임금체불에 무방비 노출

    허울뿐인 노동권 교육·근로감독… 노동착취·산재·임금체불에 무방비 노출

    [2019 이주민 리포트-코리안드림의 배신] (2) 두 얼굴의 한국사망 최대 2점 감점… 대수롭지 않게 여겨 정부 “사실상 고용 못하도록 점수제 개편” 산재 대처법 등 내실 있는 교육 이뤄져야 가족 동반 입국… 고용허가제 폐지 주장도 정부가 직접 이주노동자 수를 관리하는 고용허가제가 올해로 도입 15년을 맞았다. 이후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한 외국인은 꾸준히 증가해 100만명을 넘겼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는 노동시간, 임금체불, 산업재해 등 대부분의 노동 영역에서 여전히 온전히 보호받지 못한다. 서울신문은 인권 활동가, 변호사, 연구자 등 이주노동 전문가 11명에게 외국인 노동자가 겪는 고질적 차별과 갑질, 홀대 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대안을 물어 도입하기 쉬운 순서대로 정리했다. 고용허가제 사업장 평가 점수제 개편 이주노동자를 뽑아 쓰는 고용허가제 사업장들은 지속적으로 평가받는다. 이를 토대로 채용 가능한 외국인 수 등이 정해진다. 하지만 평가 기준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평가 점수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사업장에서 사망재해가 발생해 1명이 숨지면 1점, 2명 이상이면 2점 감점된다. 이주노동자가 직장 내 성희롱이나 폭행을 당해 사업장을 옮기면 5점 감점되고, 숙소가 정해진 기준을 못 갖추면 1~3점 감점된다는 점과 비교할 때 산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볼 수 있다. 노동권(인권·안전) 교육 강화 이주노동자들이 국내에서 일하다가 노동권 침해를 겪을 때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교육 프로그램이 개선돼야 한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오기 전 1~2주 정도 사전 취업교육을 받고, 입국 이후 2박 3일(16시간)간 교육을 더 받는다. 이주민센터 ‘친구’의 이진혜 변호사는 “형식적 교육이 아니라 산재 발생 때 대처 방법, 휴식권, 사업장에서의 안전장비 착용 등 내실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한숙 이주인권연구소 소장은 “영세 사업장이 통역을 써가며 안전·노동 교육을 하기는 어려운 만큼 노동당국이 전담 인력을 지정해 순회 교육하는 등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세사업장 근로감독 강화 지난 10일 이주노동자 4명이 질식사한 경북 영덕군 오징어 가공업체는 유해·위험 요인을 개선했다는 이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클린 사업장’ 인증을 받았던 곳이다. 이주노동자 고용 사업장들이 일반적으로 영세하다 보니 산재나 임금체불 관련 근로감독을 잘 받지 않아 발생한 황당한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국인 취업자 중 79.3%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한다. 이주연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근로감독 강화”라고 강조했다. 52시간제 예외 조항 삭제 현행 근로기준법 63조에 따라 농업 종사자, 경비원 등 일부 노동자는 휴일 등에 초과근무를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한다. 52시간제 특례업종이기 때문이다. 우삼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은 “농축수산업 분야에는 많은 이주노동자가 종사하고 있다”며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 사각지대의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족 동반 입국 제도 신설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로 최대 9년 8개월까지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살 권리는 없다. 인권 침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짧은 기간(3개월)이라도 가족을 초청해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가족 동반 입국(초청)제 도입 때는 우려도 따른다. 서선영 연세대 사회학과 전임연구원은 “가족들이 제한된 기간만 체류하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기에 어린 자녀들은 적응에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용허가제 폐지 시민사회단체들은 궁극적으로 고용허가제가 폐지돼야 이주노동자의 인권 문제가 풀린다고 주장한다. 우선 ‘독소조항’으로 불리는 사업장 이동 금지 제도를 폐지하거나 개선하고, 장기 체류를 허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고용허가제를 운영하는 나라 중 직업 선택의 자유를 부여한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도움 주신 분들 김철효(전북대 강사), 박혜영(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서선영(연세대 사회학과 전임연구원), 우삼열(아산이주노동센터 소장), 이경재(변호사), 이주연(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 이진우(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 이진혜(변호사), 이한숙(이주인권연구소장), 정영섭(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 최정규(변호사)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이주노동자로서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key5088@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단독] 이주민 산재 사망자 年 100명… 차별의 그늘 ‘위험의 이주화’

    [단독] 이주민 산재 사망자 年 100명… 차별의 그늘 ‘위험의 이주화’

    하루 평균 18.4명 일터서 죽거나 다쳐 전체 재해율 0.54%… 외국인 0.86% 제도 모르는 사람·불법체류 등 감안 땐 실제 죽거나 다치는 사람 훨씬 많을 듯 국내 산업 현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나 질병으로 숨지는 이주노동자가 매년 1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료나 유족 등이 끈질기게 다퉈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인원만 이 정도다. 이들은 대부분 내국인 노동자가 일하기 꺼리는 제조업, 농업 등 ‘3D’ 업종에서 일한다. 위험을 이주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죽음의 이주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서울신문이 24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신청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 최근 3년(2016~2018년) 간 산재 승인을 받은 외국인 사망자는 모두 305명이었다. 특히 2016년 71명, 2017년 108명, 2018년 126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국적별로 보면 한국계 중국인(174명), 중국인(37명), 네팔인(15명) 등이 많았다. 산재 인정을 받은 부상자까지 합치면 하루 평균 18.4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죽거나 다쳤다. 2016년 6560건에서 2018년 7314건으로 11.5% 늘었다. 또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산업재해율은 0.54%였는데, 외국인 임금노동자 재해율(산재 승인자 기준)은 0.86%로 더 높았다. 일터에서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업종별로는 건축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산재가 24.2%(4864건)로 가장 많았고, 음식 및 숙박업 11.4%(2299건), 기타건설공사 6.7%(1350건) 순이었다. 이어 플라스틱가공제품 제조업(5.3%), 기타 금속제품 제조업(4.8%) 등 제조업 분야도 산재 다발 업종이었다.최근 노동 현장에서 발생한 중대 사고만 살펴봐도 이주민을 둘러싼 살벌한 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6월 광주 서구의 한 호텔 공사장 13층에서 베트남 노동자가 추락해 숨졌고, 지난 10일에는 경북 영덕의 오징어젓갈공장 폐기물 지하 탱크에서 이주노동자 4명이 질식사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는 산재가 발생해도 해당 업체는 고용허가제 사업장 평가 때 미미한 수준인 1~2점만 감점될 뿐이다. 이 같은 위험에도 한국에서 일하려는 외국인은 매년 늘고 있다는 모순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몇 년간 일해 목돈을 마련하려는 개발도상국 이주노동자들과 구인난을 겪는 영세 자영업 및 농업 고용주 간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네팔·베트남 등 16개국에서 비전문취업비자(E9) 취득의 필수 요건인 한국어능력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28만 5459명으로 2년 전보다 2만 1000명 늘었다. 박경태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인구절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특정 산업들은 노동력 공백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이주민을 ‘혜택받은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내국인의 하위 파트너 정도로만 치부하는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보 부탁드립니다 서울신문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이 겪는 각종 문제를 집중적으로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이주노동자로서 임금체불, 산업재해 은폐 강요, 폭언과 폭행 등 부조리를 직접 경험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면 제보(key5088@seoul.co.kr) 부탁드립니다. 또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아동을 향한 폭언·폭행, 따돌림 등 혐오와 폭력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제보해주신 내용은 철저히 익명과 비밀에 부쳐집니다. 끝까지 취재해 보도하겠습니다.
  • 트와이스, 데뷔 4주년 앞두고 새 앨범… “미나 없지만 함께라는 마음”

    트와이스, 데뷔 4주년 앞두고 새 앨범… “미나 없지만 함께라는 마음”

    데뷔 4주년을 한 달 앞둔 그룹 트와이스가 9번째 미니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4년의 여정에서 힘들었던 순간과 그것을 버텨낸 기억을 타이틀곡 노랫말에 담아 또 한 번의 성장을 알렸다. 트와이스는 지난 23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에서 새 앨범 ‘필 스페셜’(Feel Special) 발매 쇼케이스를 열고 동명의 타이틀곡 무대와 뮤직비디오를 처음 공개했다. 트와이스의 히트곡 ‘시그널’(SIGNAL), ‘왓 이즈 러브?’(What Is Love?)를 만든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 박진영이 이번 타이틀곡을 또 한 번 선물했다. 트와이스는 박진영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이돌로 지낸 4년 동안 힘든 순간들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이야기했고, 박진영은 그때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필 스페셜’ 가사를 썼다고 한다.‘그런 날이 있어 갑자기 혼자인 것만 같은 날/ 어딜 가도 내 자리가 아닌 것만 같고 고갠 떨궈지는 날’이라며 아련한 노랫말로 시작하는 ‘필 스페셜’은 순식간에 듣는 사람의 가슴 한가운데에 와닿는다. ‘세상이 아무리 날 주저앉혀도/ 아프고 아픈 말들이 날 찔러도/ 네가 있어 난 다시 웃어’라고 반복해 말하면서 힘든 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준 주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이 가사는 특히 트와이스를 향한 ‘원스’(팬덤명)의 응원과 격려를 떠올리게 한다. 리더 지효는 “가사를 보면서 박진영 PD님이 저희를 잘 표현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며 “멤버들끼리 ‘우리 고생 많이 했구나’ 얘기하면서 ‘이번만큼은 의미 있는 앨범을 만들어보자’고 서로 얘기했다”고 말했다.데뷔 직후 최고의 인기 아이돌 반열에 올랐고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한류 열풍의 대표주자가 된 트와이스지만 나름의 고충이 없었을 리 없다. 나연은 아이돌 활동을 하며 힘든 점과 극복 방법을 묻는 질문에 “노출되는 직업으로 활동하면서 다칠 때도, 신체적으로 힘들 때도, 스케줄로 피곤할 때도 있었다”며 “‘필 스페셜’ 가사가 아무리 힘들고 주저앉고 싶을 때라도 주변 사람들한테 힘을 받는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다. 저희는 공연을 하고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아홉 멤버가 으?으? 하면서 힘든 걸 극복한다”고 답했다. 트와이스를 언제나 알뜰히 챙기는 박진영의 조언을 묻는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나연은 “요즘은 ‘지금 자리에 멈추지 말고 더 잘해야 한다. 실력이 더 좋아져야 한다. 더 잘해야 무대에서 오래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며 “멤버들도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앨범을 대표하는 타이틀곡 못지않게 강력하게 추천하는 곡이 있다. 지효는 “이번에 멤버들이 다 같이 작사한 팬송이 있다”며 6번 트랙에 수록된 ‘21:29’를 언급했다. 트와이스가 팬들에게 받았던 편지에 대한 답을 노래로 전하는 답가다. 지효는 “팬분들게 답장할 방법이 없어서 작사를 하게 됐다.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활동 목표로는 음원 차트 순위보다는 공감과 소통을 강조했다. 쯔위는 “박진영 PD님이 작곡·작사해주신 ‘필 스페셜’ 가사가 개인적으로 너무 공감되고 좋다”며 “활동을 통해 원스나 대중들도 공감하게 만들고 싶고 더 많이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연도 “모니터를 하면서 울컥했다”며 “많은 분들이 타이틀곡을 듣고 주변에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좀 더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트와이스 활동에서 빠진 미나는 이번 앨범 방송 활동 등에도 불참한다. 다만 앨범 녹음과 뮤직비디오 촬영 등에는 참여했다. 모모는 “이번에 미나는 없지만 언제나 아홉명이 같이 활동하는 마음으로 활동하겠다”며 우애 가득한 다짐을 밝혔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위험에 내몰린 이주노동자, 최근 3년간 인정받은 죽음만 305건

    위험에 내몰린 이주노동자, 최근 3년간 인정받은 죽음만 305건

    최근 3년간 인정받은 전체 산재는 2만여건전체 재해율 0.54%… 외국인 0.86%제조업·건설업 분야·소규모 사업장에서 주로 발생이정미 의원, “사업주 계도와 보호망 확대 필요“ 최근 3년(2016~2018년)간 이주노동자 305명이 한국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산재 제도를 알아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보상을 받은 숫자만 이 정도다. 불법체류자 신분이거나 제도를 잘 모르는 경우 등 특수성을 감안하면, 실제 죽거나 다치는 이주노동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신문이 24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함께 근로복지공단의 산재 승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주노동자 사망자는 한국계 중국인이 174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인 37명, 네팔인 15명, 베트남인 11명 순이었다. 주요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네팔 출신 A씨는 지난해 6월 경남 양산의 한 사료 제조공장에서 건조기에 원재료 투입하려다 가동 중인 건조기가 내뿜는 내용물에 맞아 전신 화상을 입고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5월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B씨가 전남 광양시 공사현장에서 후진하는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하기도 했다.이 밖에도 선반 작업을 하다 쇳조각이 목으로 튀어 과다출혈로 사망하거나 건설현장에서 추락사하는 등 업무 중 사고를 당하거나 병을 얻어 죽은 이주노동자는 2016년 71명, 2017년 108명, 2018년 126명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사망 산업재해를 포함한 전체 산재도 2016년 6560건, 2017년 6257건, 2018년 7314건로 집계됐다. 상세업종을 보면 건축건설공사에서 발생한 산재(사망 포함)가 4864건으로 전체의 24.2%로 가장 많았고, 음식 및 숙박업이 2299건(11.4%), 기타건설공사 1350건(6.7%) 순이었다. 이어 플라스틱가공제품 제조업(5.3%), 기타 금속제품 제조업(4.8%), 자동차부품 제조업(3.7%), 건설용 금속제품 제조업(2.9%), 각종 기계 부속품 제조업(2.7%), 기타 각종 제조업(2.3%) 등 제조업 분야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사고는 주로 규모가 작은 사업장을 덮쳤다. 5~30인 미만 사업장에서 전체 산재 중 42.2%에 달하는 8538건이 발생했으며, 5인 미만 사업장이 28.4%인 5713건을 차지했다. 3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가 10건 중 7건이다. 사고 유형별로 보면, 주로 손가락이 으깨지거나 손가락 마디 골절이나 손가락 절단 등의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기준 내·외국인을 포함한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재해율은 0.54%인 반면 외국인 임금노동자 수 대비 산재를 승인받은 이주노동자의 비율(재해율)은 0.86%로 분석됐다. 위험을 이주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죽음의 이주화’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굳이 통계에 드러난 숫자가 아니더라도 최근 발생한 사고들은 이주민 노동 현장의 살풍경을 잘 보여준다. 지난 10일 경북 영덕의 오징어젓갈공장 폐기물 지하 탱크에서 질식사한 노동자 4명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지난 6월 광주 서구의 한 호텔 공사장 13층에서 추락해 사망한 노동자도 베트남 출신이고, 서울 목동 빗물펌프장 수몰사고에서도 미얀마 출신의 노동자가 희생됐다. 이정미 의원은 “정부가 계획 중인 ‘산재신청 활성화 방안’을 통한 홍보 강화 뿐 아니라 사업주에게도 이주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적 안전조치 계도를 강화해야 한다”며 “농어업에서 5인 미만 사업장 등을 산재 보상에서 제외한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보호망을 확대하는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한국인 장모와 캐나다 사위의 좌충우돌 가사노동기

    한국인 장모와 캐나다 사위의 좌충우돌 가사노동기

    한국인 장모와 갈등을 거듭한 끝에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는 캐나다 사위의 글이 화제다.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는 리처드 스콧 애쉬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일간지 ‘글로브 앤 메일’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인 장모와 함께 머물면서 겪은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오래 전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도 일한 경력이 있다. 애쉬의 한국인 아내는 얼마 전 아들을 출산했다. 애쉬의 장모는 그런 딸의 산후조리를 돕기 위해 캐나다를 방문했다. 그러나 애쉬는 첫날부터 충격적인 장면과 마주했다. 그는 “장모는 농기계 같은 걸 앞에 두고 아내의 한쪽 가슴을 더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머니가 딸의 유축을 돕고 있었던 것. 애쉬는 “장모가 우리 집에 있는 동안 기억할 만한 많은 순간들이 있었지만 내 아내의 젖을 짜는 것만큼 기억 속에 깊이 박힌 건 없을 것”이라면서 “나는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 하겠다던 약속에 따라 그 기억을 날려버렸다”라고 밝혔다.이튿날부터는 또 다른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집안일을 두고 두 사람 사이에 이견이 생긴 것. 애쉬는 “어머니는 딸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기로 결심한 것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1~2주에 한 번 접어도 되는 빨래를 세탁이 끝남과 동시에 가지런히 접어두고, 다른 사람보다 일찍 일어나 더 오랫동안 집안일에 몰두하며, 하루에 두 번씩 바닥을 닦아댔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특히 장모가 식기세척기를 활용하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애쉬는 “장모에게 식기세척기는 그저 손으로 설거지한 접시를 말리는 선반에 불과했다”면서 “내가 한 발 빠르게 식기세척기에 그릇들을 넣으면 어느샌가 나타나 그릇들을 다시 꺼내 손으로 설거지를 하곤 했다”고 설명했다.식사 역시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아침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대부분 다시마와 멸치 육수로 만든 것이었는데, 아내는 그 냄새에 깨는 걸 좋아했다. 건강한 음식이었지만 나에게는 ‘뜨거운 퇴비’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제 몸으로 아기를 낳지 않은 사람으로서, 몇 달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던 자신은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도와주는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애쉬는 “나도 집안일을 도우려 했지만 어머니는 마치 어린아이나 멍청이와 이야기를 나누듯 내 실수를 지적했다”면서 “그녀가 매번 옳았다는 사실이 잔소리 듣는 걸 더 어렵게 만들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아내와 나는 모든 문화적 차이를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연애와 결혼은 그저 첫 번째 관문에 불과했다”면서 “출산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애쉬는 결국 장모와 타협점을 찾아나가기로 했다. 그는 “내가 아내와 결혼한 가장 큰 이유는 만약 내가 아이를 갖게 된다면, 아내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 아내 뒤에는 장모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애쉬는 이제 이따금 식기세척기가 아닌 손으로 직접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이 같은 글이 공개되자 독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클레어 트랑이라는 이름의 여성은 “식기세척기를 사용하지 않고, 즉시 세탁물을 정리하며, 냄새나는 음식을 만들고 있다고 불평을 늘어놓고 있는 거냐"라고 비판했다. 노아라는 이름의 남성 독자 역시 “저 사람은 그저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환상이 깨지자 화가 난 것”이라면서 “이 글은 ‘코리아부(Koreaboo, 극성 한국 팬)의 추억’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장모의 헌신에 고마움을 표한 캐나다 사위에 대한 지지 역시 눈길을 끌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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