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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순실에 특혜 주려 헌법위반” “언론 왜곡… 檢 중립성도 의문”

    “최순실에 특혜 주려 헌법위반” “언론 왜곡… 檢 중립성도 의문”

    5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은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작정하고 나온 듯한 모습이었다. 박 대통령 측은 북한의 노동신문 보도와 예수, 소크라테스까지 언급하며 장황하게 탄핵에 대한 부당함을 설명했다. 반면 소추인단은 박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근거를 중심으로 짧게 기존 탄핵소추의결서의 입장을 재강조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 단장인 권성동 의원은 “박 대통령은 공무상 비밀 문건을 최순실(61·구속기소)씨에게 전달해 국정을 최씨 등의 사익 추구의 도구로 전락하게 했다”면서 “대기업에 금품 출연을 강요하고 뇌물을 수수하거나 최씨에게 특혜가 가도록 해 헌법 준수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이어 “(박 대통령이) 국가적 재난인 세월호 참사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생명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도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 측은 소추위원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면서도 언론의 왜곡 보도와 검찰과 특검의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탄핵을 반대했다. 박 대통령 측 서석구 변호사는 북한의 노동신문이 촛불집회를 두고 ‘횃불을 들었다’고 보도한 점을 들어 “(노동신문의) 이런 언론 보도가 탄핵사유로 결정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라며 “촛불집회를 국민의 민심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박 대통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이었다”면서 검찰과 특검의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폈다. 그는 또 “국회에서 다수결로 탄핵된 사실을 강조하는데 다수결로 인해 소크라테스도 사형선고를 받았고 예수도 십자가를 졌다”면서 “부정확하고 부실한 자료에 의해 (의혹이) 증폭될 때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은 위험하다”는 장광설도 펼쳤다. 특히 서 변호사가 “일제 식민지를 해방하고 북한에서도 지켜준 신이 헌재도 보호하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복음을 주실 것을 부탁 드린다”고 말하자 방청석에서는 웃음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양측은 탄핵심판에서 형사재판의 절차와 원칙을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를 두고도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탄핵심판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려는 소추위원 측과 절차를 엄격하게 해 최대한 심판을 지연시키려는 박 대통령 측의 전략이 부딪친 셈이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재판은 사실상 유죄의 증거를 찾는 절차인 형사재판과 유사하기 때문에 엄격한 형사소송의 원칙 적용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소추위원 측은 탄핵심판은 기본적으로 헌법재판이기 때문에 헌법적 시각에서 사실관계를 확인·인정해 판단해야 하고, 모든 절차에서 형사재판의 증거조사 방식과 증거법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탄핵심판 주심 강일원 헌법재판관은 “탄핵심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지만, 형사소송은 아니다. 법원의 형사재판과 이 사건을 혼동해 변론의 쟁점이 흐려지지 않게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변론이 끝난 뒤 브리핑에서 재판부에 세월호 7시간에 대한 석명 제출이 늦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마지막 기회이니 최선을 다해 완벽하게 내려고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날 함께 증인으로 채택된 이재만(51)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51) 전 국정홍보비서관,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은 심판정에 불출석했다.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은 출석요구를 송달하지 못해 오는 19일 재소환하기로 했다. 이 전 행정관은 이날 불출석 사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헌재는 이날 류희인 전 4·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류 전 위원을 상대로 세월호 참사 당일 정부 대응의 적절성과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아울러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과 조현일 세계일보 기자도 류 전 위원과 함께 오는 12일 증인으로 불러 심문할 계획이다. 국회 소추위원단에서는 이날 단장인 권성동 의원과 이춘석·박주민·김관영 의원이 참석했다. 국회 소추위원 측 대리인단으로는 총괄팀장인 황정근 변호사를 비롯해 변호사 13명이,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이중환 변호사 등 11명이 나왔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색깔론’ 들고 나온 대통령 측 변호인…난데없이 “신의 복음” 발언

    ‘색깔론’ 들고 나온 대통령 측 변호인…난데없이 “신의 복음” 발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2차 변론이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어떤 논리로 탄핵의 부당함을 주장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지만 그들이 들고 나온 것은 ‘색깔론’이었다. 이 때문에 어린이와 청소년도 참관한 방청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과연 이것(국회 쪽이 증거로 제출한 언론 보도)이 증거가 될 수 있는가. 북한 노동신문은 남조선 언론을 가리켜 정의의 대변자, 진리의 대변자, 시대의 선각자 또는 ‘정의로운 행동에 나섰다’고 보도하고 있다. 또 ‘김정은 명령에 따라 남조선 인민이 횃불을 들었다’라고 하고 있다. 물론 탄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다 이렇게 남조선 언론, 북한 노동신문에 동조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그러나 어떻게 산업화와 민주화에 빛나는 전통을 가진 대한민국 언론이 12년 연속 유엔에서 인권 개선 촉구를 받는 북한의 언론에 의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극찬을 받는가. 이런 언론 보도가 탄핵 사유로 결정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중대한 헌법 위반이다.” “소크라테스도 배심재판에서 사형선고 받았고, 예수도 십자가를 졌다. 언론 등에 의해 다수가 선동될 때는 민주주의가, 다수결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광화문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주동하는 세력은 민주노총으로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고 태극기를 부정하는 이석기의 석방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한다. 또 집회에서 대통령을 조롱하며 부르는 노래의 작곡자도 김일성 찬양 노래를 만들어 네 번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촛불집회에서 경찰 병력 3명이 부상하고 경찰차 50대가 부서졌다. 사실상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인 민중총궐기가 민심이라고 할 수 있나.” 검찰과 특검의 정치적 중립을 문제삼기도 했다. “검찰 수사 결과를 발표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사정비서관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 “특검에 의해 임명된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은 노무현 정권 때 특채로 유일하게 임명된 검사다. 왜 하필 그런 사람을 팀장으로 임명했는가.” 대통령 측 변호인으로 나선 서석구 변호사가 이 같은 발언을 장황하게 이어가자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간략하게 하라”며 두 차례 제지를 하기도 했다. 방청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서석구 변호사는 마무리 발언으로 뜬금없이 ‘신의 복음’을 기원하기도 했다. “아무리 언론이 자유민주주의 헌법질서를 지키는 태극기를 외면하고 북한 언론이 극찬하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유언비어가 극도의 혼란을 주장하더라도 대통령 (세월호) 7시간과 관련해 인격살인과 온갖 모욕을 당하더라도 강하고 담대하게 한국을 지킬 것이다. 일제 식민지를 해방하고 북한으로부터도 지켜준 신이 헌재도 보호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복음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이 같은 대통령 측 변호인단의 주장과 논리보다 탄핵심판 진행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핵심 증인들의 잇따른 불출석이다. 헌법재판소는 ‘증인출석 요구서’를 청와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에게 보냈지만 이들의 행방이 묘연해 전달하지 못했다. 요구서를 받지 않으면 증인출석 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 헌재는 이들이 출석 요구서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또 요구서를 수령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이날 오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최순실의 가방을 들고 휴대전화를 닦아주는 등 수행비서 역할을 한 인물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의 헬스 트레이너로 알려진 윤전추 행정관의 출석만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측이 조직적으로 증인들을 불출석시켜 탄핵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포토] ‘세계문화유산이 잿더미로’

    [포토] ‘세계문화유산이 잿더미로’

    2일(현지시간) 칠레 중서부 항구도시 발파라이소 남부 교외 라구나 베르데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택 150채가 전소됐으며 19명이 부상했다.사진은 주민들이 화재 현장에서 서성이는 모습.천국의 골짜기‘라는 뜻을 지닌 발파라이소는 식민지 시대 유적이 많아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AFP 연합뉴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포토] 잿더미로 변한 삶터… 세계문화유산 칠레 발파라이소 화재

    [포토] 잿더미로 변한 삶터… 세계문화유산 칠레 발파라이소 화재

    2일(현지시간) 칠레 중서부 항구도시 발파라이소 남부 교외 라구나 베르데 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택 150채가 전소됐으며 19명이 부상했다. ‘천국의 골짜기’라는 뜻을 지닌 발파라이소는 식민지 시대 유적이 많아 200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사진은 한 주민이 전소된 주택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AP 연합뉴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하! 우주] 우주 이글루?…화성 인류가 살 집은 ‘얼음집’

    [아하! 우주] 우주 이글루?…화성 인류가 살 집은 ‘얼음집’

    2020~2030년 대 화성에 인류의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의 장애물은 하나 둘이 아니다. 머나먼 화성까지 인류를 안전하게 태울 로켓과 우주선은 기본이다. 가혹한 환경에서 살 집도 필요하다. 감자만 먹고 살 수 없으니 일용할 양식 역시 선결돼야할 과제다. 여기에 장시간 우주여행으로 야기될 신체적, 정신적 문제도 화성행을 가로막는 난제 중 하나다. 최근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에서 우주인들이 살 집에 대한 초안을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화성 인류 기지의 첫번째 조건은 바로 가혹한 온도와 방사능으로부터 인간을 지키는 안전한 집이다. 화성의 기온은 지역에 따라 다르나 최고 -140°C~20°C 정도다. 물론 남극과 북극에도 집을 짓는 현재의 과학기술로 화성에도 안전한 기지를 건설할 수는 있으나 문제는 '자재 배달'이다. 이 자재를 모두 지구에서 수송해온다면 그 비용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치솟고 시간 또한 오래 걸린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방법은 현지에서 최대한 물자를 조달하는 것. 이번에 NASA 산하 랭글리연구센터(LRC)가 내놓은 방법은 다름아닌 '얼음'이다. 마치 이글루를 연상시키는 '화성 얼음집'(Mars ice home)의 특징은 표면이 얼음으로 구성된다는 사실이다. 이 얼음이 화성의 유해한 방사능과 먼지를 차단하고 가혹한 온도를 견디게 해준다는 것이 NASA의 설명. NASA 측이 구체적인 화성 얼음집 건설 방법은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예상되는 방식은 이렇다. 먼저 핵심적인 거주공간이 될 팽창식 모듈을 우주선으로 화성까지 실어나른다. 이 모듈은 접혀있다가 화성 땅에 도착해 부풀어오른다. 화성 집 건설의 핵심은 안쪽 거주공간과 화성 대기 사이에 존재하는 두 겹의 빈 공간으로 이 안을 얼음으로 채우겠다는 것이 NASA의 복안이다. NASA는 화성 지하에 묻혀있는 얼음 층에서 물을 추출한 뒤 이 물을 빈 공간 내벽에 발라 여러 겹의 얼음 층을 덧씌우게 된다. 이렇게 화성에 그럴듯한 얼음집이 완성되지만 아직 단점은 남아있다. LRC 수석연구원 케빈 캠튼 박사는 "집을 건설하는 모든 물질이 햇빛이 투과되는 반투명인 탓에 집같은 아늑함을 느끼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집의 벽을 얼음으로 채우는 시간도 족히 400일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시론] 촛불, 혹은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한승원 소설가

    [시론] 촛불, 혹은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한승원 소설가

    정치적·경제적 혼돈 속에서 수많은 촛불들이 질서(코스모스)를 잡으려 나서는 것을 보면서 2017년 새해를 맞았다. 프랑스 비평가 바슐라르는 촛불을 통해 몽상의 미학을 이야기했지만, 나는 자기 몸을 태워 어둠을 살라 먹으며 고독하게 죽어 가는 위대한 실존과 심혼을 읽었다. 이 나라 각계각층 지도자들은 윤리의식이 희박하다. 그것은 탐욕 때문이다. 기업인들의 윤리는 자기들이 돈을 번 사회에 어떤 모양새로든지 환원시켜 주는 데에 있다. 의사들의 윤리는 돈을 벌어 건물을 높이 올리고 거대한 종합병원의 원장이 돼 의료 업계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데에 있지 않다. 히포크라테스선서에서 그랬듯 돈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있다. 법조인과 정치인의 윤리는 스폰서의 돈을 받고 권력을 나누어 쓰는 데 있지 않다. 범죄 없는 세상을 만들 뿐 아니라 억울하게 인권 유린을 당하는 자가 한 사람도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에 있다. 자본주의라는 정글에서 큰 기업의 돈을 뜯어 권력을 유지하고 호의호식하는 데에 있지 않고, 큰 기업들이 작은 기업들을 잡아먹거나, 해외로 돈을 빼돌리거나, 자기 자식들에게만 돈을 물려주고,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들을 매수하여 마피아 조직처럼 끼리끼리 잘 해먹는 것을 근절하고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에 있고, 사람들을 고루 잘살게 하는 데에 있어야 한다. 창조적인 문화 창달을 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념을 앞세우고,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능력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불이익당하게 하는 일들을 자행했다. 우리는 군사독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시인, 작가, 화가, 연예계 인사들의 카드를 만들어 그들의 활동 성향을 낱낱이 기록하고 그들을 관리하고 비위를 건드리는 짓을 하면 감옥에 가두기도 한 유신 독재 시대를 경험했는데 그 독한 뿌리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다. 모든 지도자들은 실패하고 스스로의 한계를 느꼈을 때, ‘자기 돌아갈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돌아가는 이의 뒷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이형기 시인의 ‘낙화’의 의미를 알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은 탐욕이 많고 비굴하면 실천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늘의 정치적·경제적 난맥상은 하늘이 내린 시련이다. 역사는 시련 극복의 궤적이고, 빛과 어둠의 충돌의 기록이다. 역사 속에서의 빛은 반드시 어둠을 살라 먹고 새로이 창조적인 빛을 만들곤 했다. 그 연장선상에 오늘의 대통령 탄핵과 앞으로 치러질 대선이 놓여 있다. 이 판국에 대선 주자들은 현란한 대사와 연기로 우리를 현혹하고 있다. 대선 날이 가까워질수록 그들 사이에는 중상모략과 흑색선전이 난무할 것이고, 마녀사냥질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부정부패에 편승했던 어떤 세력은 치마만 바꾸어 입고 북풍을 동원해 공포 분위기를 동원할지도 모른다. 이 판국에 우리를 안도하게 하고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은 평화롭게 타는 촛불이다. 정치지도자는 배이고 백성들은 물이라는 생각을 우리 선인들은 가지고 있었다. 물은 배를 띄워 주지만 그 배가 악을 행할 때 물은 배를 넘어뜨리고 새로운 배를 만들어 띄운다. 한반도는 도전받고 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구소련과 더불어 이 땅을 분단시키면서 아시아대륙을 향한 교두보를 마련한 미국은 6·25 한국전쟁에서 우리를 지켰고, 우리의 가장 든든한 동맹국이 됐다. 미국과 힘을 겨루고 있는, 동북공정의 거대 공룡 같은 중국과 구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는 북한을 감싸고 있고, 북한은 핵무기와 장거리 로켓포를 개발해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우리를 식민지배한 바 있는 일본은 죄를 인정하지 않은 채 미국과 손을 잡고 군사와 경제 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해운업과 조선업들이 무너지고, 수출은 잘 되지 않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조류독감으로 인해 닭과 오리들이 줄줄이 생매장되고, 서민들은 장사가 안되고, 농민들은 쌀값 하락으로 인해 맥이 빠져 있다. 그러나 절망하지 말자. 우리는 어려울수록 강해지는 전통을 가진 국민이다. 이런 때는 지혜를 모아 중심을 잡고 건강하게 나아가야 한다. 희망은 희망 없음 속에서 죽순처럼 솟는 법이다.
  • [사설] 신뢰와 혁신으로 새 대한민국을 열자

    탄핵되면 조기 대선 치를 새해 통합 리더십으로 국민 한뜻 모아 악재 많은 국내외 여건 극복하고 미래 비전을 위해 다같이 나서야 태평성대만 누리는 역사는 없다. 세계 어느 나라든 가난과 전쟁, 풍요와 평화의 시간이 교차했다. 대한민국은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이라는 참극을 겪고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선 나라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라는 고난도 슬기롭게 극복해 세계 주요국의 위상을 지키고 있다. 크고 작은 부침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국운은 계속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는 국정 농단이라는, 유례없는 정치적 역경에 부닥쳤다. 그 어이없는 파문은 지금도 갈 길 바쁜 우리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닭띠 해, 정유년 새해 새 아침에 태양은 어느 때와 똑같이 붉게 타올랐지만 국민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국정의 선두에 서서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가야 할 대통령의 궤도 이탈을 보면서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 대통령의 일탈에 대해 국민은 엄동설한에도 손에 손에 촛불을 들고 힘 모아 저항한 끝에 탄핵 의결을 이끌어 냈다.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주권재민의 헌법 정신을 확인했다. 새해 우리 앞에는 대통령의 탄핵과 선거라는 중차대한 국가적 대사(大事)가 놓여 있다. 탄핵이 결정된다면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강제 퇴진당할 것이다. 그에 따라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선거 기간이 짧아 4당 체제에서 다수의 지지를 얻는 훌륭한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우리의 앞날은 좋은 대통령을 뽑는 데 달려 있다. 결국은 국민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개헌이 된다면 5년 단임 대통령제의 ‘87년 체제’는 변경된다. 새 헌법의 ‘17년 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순탄치 않은 정치적 변곡점에 서 있는 셈이다. 올해는 정치적으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30년, 경제적으로는 1997년 11월 21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독재를 청산하고 자유민주주의 사회로 복귀했지만 이념 투쟁은 더 극렬해졌다. 국민 통합은 구호로만 남았고 정치적, 정신적 영토의 경계는 아직도 선명하다. 이념, 지역, 빈부, 노사, 세대 간에 사사건건 맞붙어 오로지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만 몰두했다. 이렇게 된 데는 국익과 화합은 내팽개치고 특권에 파묻혀 정략의 잣대로만 행동하는 정치인들의 구태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앞으로 대권을 놓고 후보 간, 정당 간에 소용돌이칠 이전투구, 아귀다툼을 생각하면 국민의 입에서는 한숨부터 나온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 정치인은 대오각성해야 한다. 삼류 정치에서 탈피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선진 정치의 실현은 요원하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우리 경제는 그에 못지않은 시련에 또다시 직면해 있다. 이웃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뻔히 보면서도 저성장과 장기불황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조짐이 보인다. 보수적으로 예측하는 정부조차 내년 경제성장률을 2.6%로 제시하며 앞이 어두운 한 해를 예고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여전히 한국에 장밋빛 점수를 주고 있지만 주변 여건은 그리 녹록지 않다. 급증하는 가계부채는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금리가 오르면 경제 전체를 뒤흔들지도 모를 위험한 뇌관이다. 세계 1위 또는 선두권을 유지하던 조선과 자동차, 전자산업은 이미 중국 등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등 제조업은 침체기에 들어섰다. 소비 심리는 가라앉아 생산 부진, 소비 둔화라는 악순환의 고리 속에 놓였다. 이 와중에 예고된 것과 다름없는 미국 트럼프 새 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은 수출산업에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내우외환의 정치·경제적 상황에서 한탄만 하고 있다면 이미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늘 극복의 힘을 보여 줬던 우리 국민 아닌가. 겉으론 갈등하고 싸워 왔지만 결정적인 어려움 앞에서 한민족은 대동단결의 역량을 보여 주었다. 서울신문이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소통·사회통합(34.3%), 청렴·도덕성(24.8%) 순으로 꼽았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이 차기 정권의 리더십은 사회를 통합하고 국민들로부터 신뢰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응답한 셈이다. 새로운 리더십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 등 갈등 구조를 해소, 통합하고 도덕적 권위로 신뢰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를 소망하고 있는 것이다. 위정자들은 국민의 바닥 심리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800만명으로 집계되는 빈곤층의 막막한 삶부터 살펴보기 바란다. 노인 빈곤은 상대적으로 더 심각한 상황이며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의 사정 또한 절박하다. 상위 10분위 계층이 국민 전체 자산의 42.1%를 차지하는 양극화는 부의 대물림과 계층 간의 이동 차단으로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결혼 적령기 청년층의 혼인 기피는 세계 꼴찌권의 출산율로 이어지고 있다. 포퓰리즘적 복지 정책은 경계하되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정부가 보장하는 양면 전략이 요구된다. 참석자 연인원 1000만명을 넘긴 촛불집회의 민심에는 이렇게 힘든 국민의 삶에 무관심한 채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정치인들과 부패한 기득권에 대한 항거 말고도 누적된 적폐를 개선하라는 여러 목소리가 담겼다. 이참에 정경유착의 악습은 고리를 끊어야 하며 권력 남용의 구태도 종언을 고해야 마땅하다. 밖으로 눈을 더 돌려 보면 상황은 더 복잡하다. 망명한 태영호 전 공사가 증언했듯이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을 포기하기는커녕 6, 7차 핵실험까지 계획하며 끊임없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이미 결정 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다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한·미 동맹의 굳건함은 그대로 유지돼야 하며 북핵에 대비한 미 전술핵의 재배치와 같은 효과가 있는 미 전략자산의 순환배치에 대한 협상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항공모함을 서태평양까지 진출시켜 무력시위를 벌이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동맹 관계를 맺은 전통적인 우방국인 미국과 또 하나의 강대국 중국의 사이에서 우리의 주도적인 외교적 대응책을 새롭게 가다듬을 때다. 미국의 대리인 격으로 패권 각축에 동참한 일본과의 관계 설정 또한 철저히 국익 차원에서 결정해야 한다. 오는 20일로 예정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새해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이다. 후보 시절의 돌출적 발언은 다소 수정됐지만 안보·무역 정책에서 변화가 따를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에게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거나 통상 압력을 가해 온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상황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벌써 맥스 부트 미국외교협회(CFR) 연구원은 한국의 어느 후보가 당선되면 두 정권이 충돌해 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다는 기고문을 미국 신문에 실어 경각심을 고취시켰다. 다행히 트럼프 당선자는 한·미 동맹의 공고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에 대비하는 전략을 면밀히 세워 두는 것은 우리 정부의 시급한 책무다. 국가든 기업이든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지난 몇 달 동안 우리 국민은 충분히 알게 됐다. 우리가 지금부터 할 일은 좋은 대통령을 뽑고, 뽑고 나서는 그 대통령을 믿고 따르며 휘청대는 한국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선거의 결과에 대해서는 설령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승복하고 인정하며 새 대통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만약 지지파와 반대파 간에 충돌하고 분열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대한민국의 중흥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낫다. 다수결로 당선된 인물에 대한 승복이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임을 깨달아야 한다. 신뢰와 긍정은 위기를 타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반대로 불신과 부정이 판치는 세상에서는 무슨 수단을 써도 난국을 피하기는 어렵다. 위기 상황에서 믿지 않고 나쁘게 생각하는 것만큼 더 큰 악재는 없다. 어렵다, 어렵다 하면 더 어려워진다. 우리 국민은 물론 그런 사람들은 아니다. 세계 최고의 근면성과 교육열로 전후의 폐허를 번영으로 탈바꿈시켰고 ‘금 모으기’로 대변되는 국민성으로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외환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것이 우리의 저력이요, 극복의 유전자다. 위기는 기회와 동의어다. 현재의 위기는 우리의 힘을 다시 시험해 볼 좋은 기회다. 난관을 뛰어넘고 도약할 시간은 충분하다. 도약을 위한 개혁이 소란한 시국에 슬며시 파묻혀서는 안 된다. 특정 계층의 이익이 아닌 국민 전체, 국가 전체의 이익을 위한 개혁은 부단히 추구해 나가야 한다. 정치,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를 찾아내 혁파함으로써 국격의 업그레이드를 달성할 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혁신에 힘을 모으자. 희망의 불씨를 키우며 국운을 개척해 나가자. 정유년 새해는 부흥의 서광이 비치는 해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 새벽 여는 ‘여명의 소리’… 귀신 쫓는 ‘빛의 전령’

    새벽 여는 ‘여명의 소리’… 귀신 쫓는 ‘빛의 전령’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1979년 10월 헌정사상 의원직 제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박정희 정권을 향해 던진 이 말은 유신 시대의 종언을 예고한 일성으로 오랫동안 회자됐다. 닭의 울음소리인 ‘계명성’(鷄鳴聲)은 우리 역사 속에서는 한 시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고, 민간에서는 밤을 떠돌던 귀신들이 사라진다는 ‘축귀’의 신앙이 됐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을 상징하는 십이지 동물인 ‘닭’은 고대로부터 우리 문화의 상징적 위상을 가진 동물로 가까운 존재였다. ●경주 천마총 망자 위한 제물 달걀 발견 삼국유사에 묘사된 박혁거세와 김알지 신화에서도 닭이 등장한다. 박혁거세의 왕비인 알영 부인은 계룡(鷄龍)의 겨드랑이에서 태어났고, 입은 닭의 부리를 닮았다고 전해진다. 금빛 찬란한 황금 궤 안에서 나온 김알지는 하얀 닭이 울어 그의 탄생을 알렸다. 신라의 국명이 한때 계림이었던 것도 신라인이 닭을 숭배했던 것과 연관돼 있다. 경주 천마총에는 수십 개의 달걀이 든 단지가 발견되었고, 여러 고분에서 닭 뼈가 발굴됐다. 가야 지산동 고분에서 발굴된 닭 뼈는 무덤의 부장품으로 망자를 위한 제물로 쓰였다. 무덤의 주인에게 전하는 내세의 식량인 동시에 부활이라는 종교적 의미도 담고 있다. 고구려 무용총 천장에는 닭이 한 쌍 그려져 있고, 신라가 고구려를 공격할 때 ‘수탉을 죽여라’고 외쳤다는 일본서기의 기록이 전해진다. 고구려는 천축에서 ‘계귀국’으로 불렸다. 닭은 전통적으로 귀신을 쫓는 영험한 동물이었다. 조선 시대 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는 새해가 되면 각 가정에서 닭이나 호랑이, 용을 그린 세화를 벽에 붙이고 액을 쫓는 풍속이 전해져 내려온다. 대보름달 꼭두새벽에 첫 닭이 열 번 이상 울면 그해는 풍년이 든다는 말이 있듯 정초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닭그림 그리거나 닭 피로 귀신 쫓기도 이렇듯 닭은 나쁜 정령을 쫓는 ‘빛의 전령’이었다. 민간에서 귀신을 쫓을 때 닭 그림을 그리거나 닭 피를 뿌리는 것도 모두 이 때문이다. 닭은 새벽녘 어둠을 가르고 길게 울음을 토해내면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시간의 존재이기도 하다. 시계가 없던 시절, 닭의 울음소리로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고 제사를 지냈다. 그래서 닭이 제때 울지 않거나 울 때가 아닌데 울면 불길하다는 말도 퍼졌다. 토속 신앙에서는 닭이 초저녁에 울면 재수가 없고, 한밤중에 울면 불행한 일이 벌어지며, 해가 진 후에 울면 집이 망한다고 했다. 조선의 선비들에게는 입신출세의 상징이었다. 수탉의 볏은 벼슬을 상징하는 관을 쓴 모양과 같아 선비들의 서재에는 닭 그림이 많이 걸렸다. 공명의 상징인 수탉과 부의 상징인 모란을 함께 그려 부귀공명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드러냈다. 집안의 큰 행사인 결혼식에서 닭은 반드시 초례상에 올려졌다. 신랑 신부가 마주 서서 백년가약을 맺을 때, 청홍 보자기로 싼 닭 앞에서 서약을 했다. 신부가 시댁에 폐백례를 드릴 때도 닭고기를 놓고 절을 했다. 일생의 가장 중요한 의례인 혼인에 닭이 등장하는 이유는 예로부터 닭을 길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닭고기는 우리 국민에게는 가장 대중적인 보양식이자 요리 재료였다. 우리 국민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15.4㎏이고, 1인당 연간 계란 소비량도 254개에 달한다. 닭이 여름철 보양식이 된 데는 매년 음년 6월 20일이면 닭을 잡아먹는 제주도의 풍속이 퍼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중국 ‘본초강목’에는 ‘조선 닭이 좋다 하여 중국의 세력가들은 조선에까지 가서 닭을 구해 간다’고 적혀 있을 정도로 약용으로서 한반도의 닭은 인기가 있었다. 토종닭의 경우 기름이 적고, 맛과 향이 탁월하며, 기를 보하는 약효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치킨 프랜차이즈 바람 타고 ‘치맥’ 열풍 현대에는 닭튀김인 ‘치킨’이 국민적 간식이 됐다. 닭고기는 1980년대부터 식육문화의 상징으로, 치킨이라는 국제화된 이름을 얻었다. 여름철 백숙과 삼계탕에 한정된 소비가 연중 소비로 확장된 출발점은 1960년대 초에 유명세를 얻은 ‘전기구이 통닭’이었다. 이는 닭고기를 삶는 요리에서 오븐 요리로 전환시켰고, 닭고기를 대표적인 겨울철 간식으로 만들었다.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닭은 튀겨지는 요리가 됐고, 1980년대 초가 되면 ‘후라이드와 양념 반’인 치킨 프랜차이즈가 본격화된다. 특히 1982년 프로야구 개막은 치킨 산업을 도약시켰다. 이른바 ‘치맥’ 열풍의 시발점이다. 이는 호프집들이 맥주 안주로 튀긴 닭들을 내놓게 된 계기가 됐다. 김종엽 한신대 교수는 “국내 치킨산업의 성공에는 닭고기가 가진 자질과 역사적·문화적 배경뿐 아니라 해방 이후 한국인의 미각이 걸었던 모든 행로가 응결되어 있는 양념치킨의 존재가 있다”고 분석했다. 양념치킨은 길거리 떡볶이 문화의 후계자 격이다. 식용유로 튀겨 닭의 무미함을 감추고, 튀김의 느끼함을 다시 고추장 양념으로 삭히고, 매운맛을 달콤한 설탕과 콘시럽으로 포장한, 그리고 그 위에 마늘을 다져 얹은 양념치킨은 식초에 절인 무로 완성된다. 우리의 양념치킨은 요리 산업과 미각이 서로 상승작용을 해온 맛의 역사가 담긴 증인이기도 하다. ●국내 치킨집 전 세계 맥도날드보다 많아 치킨 산업 연구자인 정은정씨는 국내 닭튀김 간식의 전쟁사를 “미국 프랜차이즈인 KFC(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와의 싸움에서 KFC(코리안 프라이드 치킨)의 승리”(대한민국 치킨전: 백숙에서 치킨으로, 한국을 지배한 닭 이야기·2014)로 요약한다. 한국식 닭튀김의 승리 요인으로는 미국 KFC가 하지 않는 배달과 맥주를 함께 판매하는 한국 고유의 전략이 꼽힌다. 김 교수는 “전자는 식민지 시대의 냉면 배달로부터 해방 후 짜장면 배달로 이어졌던 긴 문화적 전통의 활용이었고, 후자는 치맥이라는 새로이 창조된 문화가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한국에서 치킨은 자영업자의 상징이기도 하다. 국내 치킨 점포 수가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은 ‘치킨 공화국’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3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치킨 전문점 수는 10년간 연평균 9.5%씩 급증해 3만 6000여개에 이른다. 한 해 평균 7400개의 치킨집이 새로 생기고, 5000여개가 문을 닫는다. 저성장 시대로의 진입, 너도나도 창업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과잉 경쟁,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까지 한국의 치킨은 자영업자들에게는 눈물을 뿌리게 하는 존재다. ※도움말 주신 분: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김종엽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 이희훈 현대축산뉴스 발행인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김정은 신년사서 朴대통령 실명 첫 언급…“반통일 매국세력” 매도

    김정은 신년사서 朴대통령 실명 첫 언급…“반통일 매국세력” 매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새해 첫날부터 ‘미사일 위협’ 발언을 쏟아냈다. 또 현재 직무 정지 상태의 박근혜 대통령 실명을 처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된 신년사 육성 연설에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가 마감 단계”라면서 “지난해 주체 조선의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어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 강국, 군사 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육성 신년사에서 ICBM 시험 발사를 언급함에 따라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에 곧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는 또 “지난해 전(全) 조선반도를 저들의 영원한 식민지로 만들려는 미제와 그에 추종하는 남조선 괴뢰 패당의 무분별한 핵전쟁 도발 책동으로 말미암아 조선반도의 정세는 의연히 긴장하였다”면서 “그러나 적대세력들은 감히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지 못하였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박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 언급하면서 대남 위협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는 “남조선을 타고 앉아 아시아 태평양 지배전략을 실현하려는 미국을 비롯한 외세의 침략과, 간섭책동을 끝장내며 진정한 민족의 주적도 가려보지 못하고 동족대결에서 살길을 찾는 박근혜와 같은 반통일 사대 매국세력의 준동을 분쇄하기 위한 전민족적 투쟁을 힘있게 벌여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이어 “미국은 조선 민족의 통일 의지를 똑바로 보고 남조선의 반통일세력을 동족대결과 전쟁으로 부추기는 민족이간 술책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아야 하며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신년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날 낮 12시 30분(평양시 기준 12시)부터 시작됐다. 김정은은 2013년부터 매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해오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 장의 그림… 법이거나 맛이거나

    한 장의 그림… 법이거나 맛이거나

    그림 읽는 변호사/양지열 지음/현암사/368쪽/1만 6800원 그림의 맛/최지영 지음/홍시/336쪽/1만 5000원 그림과 법, 그리고 그림과 음식. 서로 관련 없을 것 같은 동떨어진 영역들이다. ‘그림 읽는 변호사’와 ‘그림의 맛’은 그 분리의 영역을 이어 색다른 재미를 던져 눈길을 끈다. ‘그림 읽는 변호사’가 일간지 기자 출신의 변호사가 그림과 법을 연결했다면, ‘그림의 맛’은 요리전문학교를 졸업한 셰프가 현대미술에 음식을 맛깔나게 버무려 냈다. 명화에는 인류 역사의 생생한 장면들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림 읽는 변호사’는 명화 속 시대상에서 법 운용과 가치를 건져 내는 흐름이 독특하다. 법도 그림처럼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림에 담긴 법적 이야기가 신기할 만큼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나 가치관들과 겹친다”고 말한다. 예술과 외설의 경계, 죄형법정주의, 정당방위, 폭력과 살인, 선물과 뇌물, 헌법의 의미…. 법 영역에서 이뤄지는 실제 상황과 모순, 법을 둘러싼 인식의 괴리 같은 문제들을 명화로 풀어내는 글쓰기가 녹록지 않다. 그 유명한 자크 루이 다비드의 ‘소크라테스의 죽음’(1787·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보자. 많은 사람은 이 작품에서 ‘악법도 법’이라 했다는 소크라테스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정작 소크라테스는 그 말을 남긴 적이 없다. 소크라테스는 재판 과정에서 ‘잘못을 인정하면 벌금형 정도로 끝내 주겠다’는 타협 제의를 받았지만 그런 불의를 행하는 것은 법과 제도일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악법도 법’이라며 따른 게 아니라 악법을 따르느니 죽음을 택하겠다고 한 것이다. 프란시스코 고야의 ‘옷을 벗은 마하’(1797~1800·스페인 프라도미술관)는 이 땅에서도 논란을 불렀던 그림이다. 침대에 드러누워 도발적인 시선을 보내는 여성의 누드화로 유명한 이 그림은 종교적 엄숙주의가 지배하던 당시 스페인에 큰 충격을 줬다. 고야는 이단 죄로 종교재판에 넘겨졌다. 1970년대 한국에선 법원이 이 그림이 인쇄된 성냥갑을 음란물로 규정, 모두 몰수했다. 예술이 아니라 영리 목적의 사용이라는 게 이유였다. 그런가 하면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1818·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세월호 사건을 연상케 한다. 1816년 세네갈을 식민지로 삼기 위해 떠난 프랑스 해군 군함 메두사호의 난파 사건. 선장과 상급 선원, 일부 승객은 구명보트를 타고 대피했지만 나머지 149명의 선원과 승객은 뗏목을 만들어 타야만 했다. 이 뗏목을 구명보트에 매달아 끌고 가기로 했던 선장은 이를 잘라 내고 도망갔다. 프랑스 정부는 이 비극의 전모를 은폐로 일관했다. 여기에서 저자는 이렇게 비판한다. “사고가 난 이후에 할 일을 제대로 못한 것이 국가의 잘못이 아니라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국가의 잘못이다. 국가는 사고 전부터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이에 비해 ‘그림의 맛’은 현대미술에서 건져 낸 음식과 맛의 향연으로 읽힌다. 셰프가 현장에서 부딪치며 쌓아 온 음식 이야기와 관심을 갖고 공부해 온 현대미술을 엮었다. 다니엘 스포에리, 잭슨 폴록, 프랜시스 베이컨, 수보드 굽타, 뱅크시, 뒤샹, 장 뒤뷔페, 페란 아드리아, 르네 마그리트…. 거론된 아티스트 말고도 소상히 풀어내는 음식들의 스펙트럼이 광범위하다. 다니엘 스포에리는 식탁을 아예 캔버스 위로 옮긴 아티스트로 꼽힌다. 한 끼의 식사에 수반되는 일련의 행동들을 그대로 예술로 만든 ‘잇 아트’의 면모가 흥미롭다. 그런가 하면 설치미술가 수보드 굽타는 관람객들에게 인도 가정식을 손수 만들어 주는 실연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런 작품들을 통해 식문화의 일상성과 그 이면의 잔혹한 진실까지 추적하는 구성이 독특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요리는 기술을 요할지언정, 먹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입에 맞는 것을 먹으면 즐겁다. 현대미술도 그럴 수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근대문명의 이식과정이었다”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근대문명의 이식과정이었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해 온 뉴라이트 계열 대표적인 경제학자 이영훈 서울대 교수가 최근 기원전 3세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경제적 측면을 중심으로 한 ‘한국경제사’를 펴냈다. 이번 책에서도 일본의 식민통치가 한국의 근대화에 결과적으로 기여했다는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을 펼치고 있다. 2권으로 구성된 이번 책의 1권 머릿말에서 이 교수는 “일본의 한반도 지배는 서유럽에서 발생한 근대문명이 이식되는 대전환의 과정이었다. 대한민국은 일본이 이식한 근대 문명을 계수해 건립된 국가”라고 명기했다. 친일사관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2권 머릿말에서는 “경박하게 제국주의의 시혜라고 해선 곤란하다”며 “일본이 그런 변화를 일으킨 것은 한반도를 그의 영토로 영구합병하기 위한 엄청나게 큰 도둑의 심보였다”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책의 전반에서 나타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탈색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일본을 중심으로 조선, 대만, 관동주(뤼순, 다롄에 설정된 일제시대 조차지역), 만주를 동아시아 자본주의 권역으로 설명하고 있다. 동아시아자본주의가 자족적 경제권으로 통합되면서 급속하게 성장해 조선도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이 동화의 목적으로 실행한 제도의 변혁은 조선에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온전하게 이식했다”며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거대한 경제적 순환은 조선에서 자본주의의 급속한 발전을 견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제 강점기에 ‘한국인들은 노예상태였다’는 통설에 대해서도 한국인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법과 정책이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한국인의 생활 수준이 개선됐기 때문에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했다. 이번에 펴낸 책에서 그는 ‘일제’라는 단어 대신 제국주의적 성격이 탈색된 ‘일본’이라는 용어를 쓰고 1910~1945년 일제강점기도 단순히 ‘일본이 통치한 시기’라는 의미의 ‘일정기’로 표현하고 있다. 또 최근 정부의 역사 국정교과서 발간을 둘러싸고 논란이 됐던 건국절 논란에 대해서 이 교수는 “조선왕조의 역사와 대한민국의 역사는 이승만을 매개로 해 연속성을 가진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은 조선왕조 개창 이래 오랫동안 한국인을 포섭해 온 성리학을 대신해 자유민주주의라는 외래 이념이 한국인의 정치 사회생활을 통합하는 새로운 원리로 자리 잡는 문명사적 대전환이었다”며 뉴라이트에서 주장하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지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中 “아베의 ‘영리한 쇼’… 난징·서울 찾아가 사과하라”

    중국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하와이 진주만 방문에서 전쟁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일본이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침략전쟁을 일으켰다”며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화해는 반드시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깊은 반성의 기초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 피해국 입장에서 수차례의 ‘영리한 쇼’가 한 번의 진정한 깊은 반성보다 못하다”면서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영리하지만 진정성은 보여주지 못했다”는 주요 외신의 평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화 대변인은 전날인 27일에도 아베 총리를 향해 “쇼를 하지 말고 침략의 역사를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 입장보다 언론은 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관영 환구시보는 ‘아베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하와이가 아니라 마땅히 난징에 와야 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번 하와이 방문 목적은 미·일 동맹 강화와 이를 통한 대중 견제력 강화에 있다”면서 “반성을 하려면 일제가 대학살을 자행한 현장인 난징과 7·7 사변의 현장인 베이징 루거우차오(溝橋), 식민지배를 했던 한국의 서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으로 미국보다 중국 등 아시아 국가가 더 깊은 상처와 타격을 받았다”면서 “이번 진주만 방문이 서양사회에서의 일본 이미지를 조금 개선해 줄 수는 있겠지만 아시아 국가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화통신도 트럼프와의 회동, 진주만 방문 등 아베 총리가 보여준 최근 외교 행보를 “죽은 말에 채찍질하는 무의미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사과와 반성이 없는 일본은 아베의 외교정책을 몽상 속의 정책으로 만들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민해방군 기관지인 해방군보는 “역사는 거래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니다”라면서 “아베의 행보는 세상 사람에게 꼼수를 부리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미국을 끌어들여 짜고 치는 연극을 하는 의도가 강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이 이 같은 거래에 응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미국에도 화살을 돌렸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열린세상] Winter Uprising/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Winter Uprising/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2008년 귀국할 때까지 7년 동안 미국 대학에서 한국의 근현대사를 강의한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조금은 무거웠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의 한복판에서 미국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의 근현대 역사를 강의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의 자체가 어렵다기보다는 다루는 주제가 썩 유쾌하지 않았다. ‘근대’를 선도하며 거대한 제국으로서 세계를 쥐락펴락한 미국과 달리 근대의 문턱에서 식민지로 전락한 한국은 해방 후에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엄청난 비극을 맞았다. 휴전 후에는 상식 이하의 독재와 구조적 부패가 기승을 부렸고, 배고픔은 끝없이 이어졌다. 설상가상 정치 군인들까지 등장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농단했다. 산업화에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냉전 시기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이라는 상위의 틀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니 미국이라는 거대 제국의 학생들에게 변방의 한국인으로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일이 즐거울 리 없었다. 그렇지만 강의는 해야 했고, 이왕 할 거라면 유쾌한 마음으로 하고 싶었다. 일단 한국 근현대사가 얼마나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역사인지 느낄 기회를 제공해 주고 싶었다. 또한 한국을 잘 드러내 보여 줄 게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두루 고민했다. 강의를 거듭하면서 미국 학생들에게 한국 근현대사를 역동적으로 소개하고 관심을 끌어낸 성공 사례가 하나둘 쌓여 갔다. 그 가운데 하나가 ‘History of Uprising Korea’라는 설명 틀이었다. 직역하자면 ‘봉기하는 한국의 역사’가 되겠지만, 번역 단계를 한 번 거쳐서 그런지 마음에 쏙 와 닿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영어 표현이 의미도 명료할 뿐 아니라 입에도 착착 감긴다. ‘Uprising Korea’라는 표현이 문득 뇌리를 스친 것은 한국 근현대사가 ‘uprising’(봉기)의 연속이었을 뿐 아니라 그런 uprising들 덕분에 가능했다는 데 생각이 미친 덕분이었다. 1919년 일제의 무단통치에 항거해 일어난 삼일운동의 영어 번역은 ‘March First Movement’이지만, 나는 그것을 ‘March Uprising’(3월 봉기)으로 명명하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1960년의 4월 학생혁명은 ‘April Uprising’(4월 봉기),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은 ‘May Uprising’(5월 봉기), 1987년의 6월 항쟁은 ‘June Uprising’(6월 봉기)으로 개념화해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이 ‘uprising’들의 기저에 흐르는 공통점을 통시적(通時的)으로 파악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 당시 내가 가르친 대학생들은 대개 1980년대 생이었는데, 무엇보다도 한국을 잘 모르는 그들 미국 대학생을 상대로 한국 근현대사를 아주 다이내믹하게 소개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인류문명사 최고의 격동기인 20세기에 3월부터 6월까지 매월 중요한 ‘uprising’을 경험한 나라는 아마도 한국뿐일 것이다. 그만큼 한국인의 저항 의식은 특별하다. 그렇다 보니 미국 대학생들이 보기에도 ‘한국의 봄’은 매우 특별했으며, 그런 역사가 있기에 끝내 민주화를 쟁취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가벼운 경외감을 표하는 학생도 있었다. 한국인도 잘 느끼지 못했던 ‘다이내믹 한국사’는 3월부터 6월까지 저 네 개의 uprising을 같은 선상에서 파악할 때 매우 역동적으로 살아났던 것이다. 그런데 2016년 지금 또 하나의 uprising이 추위를 녹이고 있다. 시민들의 촛불에 순순히 굴복하고 물러났다면, ‘November Uprising’(11월 봉기)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새 시대에 힘차게 발을 디뎠을 것이다. 그런데 말 바꾸기와 고집불통이 장난이 아니니 어느새 ‘December Uprising’(12월 봉기)으로 접어들었다. 헌정과 국정을 그렇게 농단하고도, 그래서 전국적으로 어마어마한 촛불의 파도를 맞고 국회의 탄핵을 당했는데도, 파란 집 대문이 열릴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정국이 길어진다면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Winter Uprising’(겨울 봉기)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하고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장식할 것이다.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를 종이에 적어 화살에 묶어 파란 집 안으로 쏘고 싶다. 을지문덕 장군의 저 시를 읽고 우중문은 바로 돌이켰는데, 우리 파란 집은 우중문만도 못한가? 아니면 독해력이 안 되는가?
  • [우주를 보다] 너무 가까운 죄… 화성의 달 ‘포보스’

    [우주를 보다] 너무 가까운 죄… 화성의 달 ‘포보스’

    인류의 식민지 후보인 화성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초미니 달’을 2개나 가지고 있다. 울퉁불퉁 감자 모양을 닮은 지름 27㎞의 포보스와 지름 16㎞의 데이모스가 그 주인공이다. ●5억㎞ 날아 찍은 인증샷 최근 유럽우주국(ESA)은 화성 궤도 탐사선인 TGO가 촬영한 첫 번째 포보스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달 26일 약 7700㎞ 거리에서 촬영된 포보스는 마치 누군가에게 얻어 맞은 듯 군데군데 파여 있는 여러 크레이터와 긁힌 자국이 선명히 보인다. 반죽하다 만 듯한 볼품없는 모양이 우리의 달과는 비교조차 안 되지만 이 사진 한 장에도 과학자들의 힘겨운 땀과 노력이 담겨 있다. 지난 3월 ESA와 러시아연방우주국은 화성 탐사를 위해 탐사선 ‘엑소마스’를 쏘아 올렸다. 7개월간 4억 9600㎞를 날아가 화성에 도착한 엑소마스는 이후 TGO와 착륙선 스키아파렐리로 분리됐다. 안타깝게도 스키아파렐리는 화성 표면에 착륙하던 중 추락해 폭발했으나 TGO는 단 한번에 화성 궤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엑소마스가 달 인증샷이나 찍으러 머나먼 화성까지 간 것은 아니다. 엑소마스는 ‘화성 우주생물학’(Exobiology on Mars)의 줄임말이다. 곧 엑소마스의 임무는 화성 궤도를 돌면서 대기 속에 포함된 메탄 성분을 찾는 것이다. 메탄은 주로 미생물이 배출하기 때문에 강력한 생명체의 증거가 된다. 이제 홀로 남은 TGO는 4일을 주기로 길쭉한 타원형 궤도로 화성을 돌며 탐사를 벌일 예정이다. 지난 1877년 미국 천문학자 아사프 홀에 의해 발견된 포보스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갖고 있는 위성이다. 포보스는 화성 표면에서 불과 6000㎞ 떨어진 곳을 돌고 있는데 이는 태양계의 행성 중 위성과 거리가 가장 가깝다. 지구와 달의 거리가 평균 38만㎞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얼마나 가까운지 알 수 있는 대목. ●중력 못 이기고… 결국 찢겨 사라질 운명 이같이 붙어 있는 특징 때문에 결국 포보스는 화성의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점점 가까워져 짧으면 수백만 년 내에 갈가리 찢겨 사라질 운명이다. 그리스 신화의 쌍둥이 형제에서 이름을 따온 포보스는 ‘공포’를 뜻한다. 자신의 운명과 가장 어울리는 명칭을 가진 셈이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단절을 넘어 소통의 유배섬으로

    [양진건 유배의 뒤안길] 단절을 넘어 소통의 유배섬으로

    유럽의 유형은 유배형(流配刑)의 준말이기는 하지만 우리 조선시대의 유배와는 좀 다르다.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어떤 특정 지역으로 죄인을 쫓아낸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유럽의 유형이 집단적이라면 동양이나 조선의 유배는 개인적이다. 유형은 강제 노동의 수단으로 18세기 식민지를 가진 유럽 국가들이 대부분 ‘사회의 쓰레기’들을 청소한다는 명분으로 활용했다. 영국의 존 힐이라는 사람은 6펜스짜리 리넨 손수건 한 장을 훔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오스트레일리아로 7년 유배형에 처해졌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제임스 바틀릿이라는 사람은 밧줄용 실 1000파운드를 훔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7년 유배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영국에서 오스트레일리아로 유배된 사람의 수가 무려 16만명 정도였다. 18세기 유럽은 많은 사회적 변화를 겪었고, 그로 인해 범죄가 증가했다. 당국에서는 이를 억제하려고 엄격한 법과 형벌을 도입했다. 특히 죄수를 식민지로 보내는 법령이 통과되면서 해마다 약 1000명이 미국으로 유배를 갔다. 그러다 1776년 미국이 독립하자 영국은 런던의 템스강에 감옥선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탐험가 제임스 쿡 선장의 도움으로 1786년부터 오스트레일리아를 영국의 유형 식민지로 활용하기 시작하게 됐다. 이 때문에 오래지 않아 유형수 정착지가 오스트레일리아에 여러 곳에 생겨났는데 그중에는 시드니에서 북동쪽으로 1500킬로미터 떨어진 노퍽섬도 마찬가지였다. 노퍽섬은 면적이 34㎢, 인구가 약 2000명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화산섬으로 1774년 제임스 쿡이 발견한 이후 유형지로 이용됐다. 1914년 이래 오스트레일리아령이 됐으며 1960년대 중반 이후 관광이 중요한 산업이 됐다. 관광산업의 일환으로 노퍽섬의 유배문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노퍽섬과 태즈메이니아를 포함한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요 유배지들 또한 오스트레일리아 중앙정부와 노퍽섬 지방정부에 노력에 의해 세계유산 등재 신청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지낸 넬슨 만델라의 유배지로 유명한 로벤섬이 1999년 12월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예가 있다. 이를 위해 노퍽섬 지방정부에서는 매년 ‘유배의 섬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이 콘퍼런스에서는 노퍽섬을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와 태평양에 있는 많은 섬과 유배지로서의 유산을 공유할 것을 제안했다. 대표적인 섬으로 태즈메이니아, 뉴칼레도니아, 괌, 파나마의 코이바섬, 칠레의 도슨섬, 페루의 이슬라고르고나, 하와이의 몰로카이, 러시아의 사할린섬 등이 있다. ‘유배의 섬 콘퍼런스’는 오늘날 유배지로서의 이 섬들이 갖는 중요한 역사와 유산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각 유배지들의 유산을 보호보존하고 이해하여 다음 세대들이 지속적으로 찾을 수 있는 장소로 만들기 위한 관련 이슈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이런 연장선에서 제주도에서도 제주학회를 중심으로 2017년 1월 12일 ‘단절을 넘어 소통으로: 유배 섬의 역사와 문화교류’라는 주제로 이색적인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는데 11일에는 제주도 유배지를 견학할 예정인, 매우 뜻깊은 행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 만주 그리고 일본과 유배문화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고 나아가 유배문화를 어떻게 교류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퍽섬처럼 이런 자리가 계속 마련되기를 바라며 많은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제주대 교수
  • ‘화성 가는 길’ 가로막는 건 우주비행사 고독감·곰팡이

    ‘화성 가는 길’ 가로막는 건 우주비행사 고독감·곰팡이

    인류의 시선이 달을 넘어 화성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9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IAC)에서 테슬라·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화성 식민지 개척’을 선언했다. 2018년 무인 화성탐사선을 발사하고 2022년 유인 화성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어 10월에는 ‘100년 안에 100만명을 화성으로 보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제시했다. 비단 머스크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러시아 같은 전통적 우주선진국들이 지금 화성 탐사에 앞을 다투고 있다.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제2의 지구’를 찾겠다는 게 목표다. 그런데 화성으로 가는 길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모양이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이달 초 화성과 그 너머 우주공간을 여행할 때 발생할 수 있는 5가지 걸림돌을 지적했다. 바로 ▲우주방사선 ▲고독감 ▲우주곰팡이 ▲미세중력 ▲인적 오류다. 1 우주방사선대기권 등 보호막 없어 피폭 우주방사선은 태양 흑점폭발로 인해 발생하는 태양방사선(SEP)과 초신성 폭발과 같이 태양계 밖에서 생기는 은하방사선(GCR)을 말한다. 지구는 지자기와 대기권으로 감싸여 있기 때문에 지표면과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우주 밖에서는 이런 보호막이 전혀 없기 때문에 우주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UC어바인) 의대 연구진은 지난 10월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생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6개월 이상 우주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전두엽 피질의 뉴런 연결과 중추신경계의 밀도가 약해지고 뇌세포에 변형이 발생해 기억력 저하와 치매 같은 각종 인지기능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2 고독감고립된 공간·장시간 여행 탓 좁은 공간에 갇혀 먼 거리를 오랜 시간 여행할 경우 생기는 고독감도 큰 걸림돌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비행사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행동을 관찰한 미국의 문화인류학자 잭 스투스터 박사는 “우주선에서는 행동과 심리적 제약으로 인해 지구에서라면 하찮았을 것조차 사람을 괴롭히고 미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유럽우주기구, 중국이 공동으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우주공간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실험자들을 생활하도록 한 ‘마스 500’ 프로젝트나 나사가 하와이에 화성 기지를 모방한 돔 모양 구조물을 설치하고 과학자 6명을 상주시킨 ‘하이 시즈’ 프로젝트도 고립된 공간에서는 나타날 수 있는 인간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다. 3 곰팡이면역력 약화돼 병원균 감염 높아 또 다른 우주여행의 문제는 ‘곰팡이’다. 달 탐사를 위한 아폴로 계획이 시작될 때 이미 일부 미생물이 극저온과 고온, 높은 방사선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우주공간에서는 인체 면역력도 약화하기 때문에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병원균에 쉽게 감염될 수 있는 만큼 우주선은 청정공간으로 설계돼야 한다. 이와 관련,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 연구진은 국제우주정거장(ISS) 내에서도 지구에서 쉽게 발견되는 ‘아스페르길루스 푸미가투스’라는 곰팡이가 서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 10월 말 미국 생물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에 발표했다. 호흡기관을 통해 침투해 폐렴을 비롯한 각종 호흡기 질환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이 곰팡이는 우주 공간 내에서 변이를 일으켜 인체에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4 미세중력뼈·근육 약화시켜 디스크 우려 무중력에 가까운 미세중력은 우주비행사의 뼈와 근육을 약화시켜 각종 디스크 질환을 쉽게 일으킬 뿐만 아니라 시신경과 안구에도 영향을 미쳐 시력 약화를 가져온다는 사실도 우주여행의 걸림돌 중 하나다. 우주인들은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매일 2시간 정도 운동을 하도록 권고받지만 골밀도가 낮아지는 것은 운동으로도 막지 못한다. 5 인적 오류예측가능한 위험 철저한 대비를 이와 함께 우주여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위험에 대한 사소한 판단오류 또한 화성탐사에 있어서 가장 치명적이면서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사이언스는 지적했다. 우주 과학자들은 “영화 ‘마션’의 주인공처럼 예측 가능한 위험에 철저히 대비하고 과거의 자료를 통해 오류를 줄일 수 있다면 화성 탐사뿐만 아니라 그 너머의 공간 여행까지도 안전하게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마션’의 주인공이 현실이 아니라 스크린 속에 존재한다는 점일 것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우주를 보다] ‘화성의 달’ 포보스…ESA 탐사선 첫 포착

    [우주를 보다] ‘화성의 달’ 포보스…ESA 탐사선 첫 포착

    인류의 식민지 후보인 화성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초미니 달’을 2개나 가지고 있다. 울퉁불퉁 감자모양을 닮은 지름 27km의 포보스(Phobos)와 지름 16km의 데이모스(Deimos)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유럽우주국(ESA)은 화성 궤도 탐사선인 TGO(Trace Gas Orbiter)가 촬영한 첫 번째 포보스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달 26일 약 7700km 거리에서 촬영된 포보스는 마치 누군가에게 얻어 맞은 듯 군데군데 파여있는 여러 크레이터와 긁힌 자국이 선명히 보인다. 반죽하다 만 듯한 볼품없는 모양이 우리의 달과는 비교조차 안되지만 이 사진 한 장에도 과학자들의 힘겨운 땀과 노력이 담겨 있다. 지난 3월 ESA와 러시아연방우주국은 화성 탐사를 위해 탐사선 ‘엑소마스'(ExoMars)를 쏘아올렸다. 7개월 간 4억 9600㎞를 날아가 화성에 도착한 엑소마스는 이후 TGO와 착륙선 스키아파렐리로 분리됐다. 안타깝게도 스키아파렐리는 화성 표면에 착륙하던 중 추락해 폭발했으나 TGO는 단 한 번에 화성 궤도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물론 엑소마스가 달 인증샷이나 찍으러 머나먼 화성까지 간 것은 아니다. 엑소마스는 ‘화성 우주생물학'(Exobiology on Mars)의 줄임말이다. 곧 엑소마스의 임무는 화성 궤도를 돌면서 대기 속에 포함된 메탄 성분을 찾는 것이다. 메탄은 주로 미생물이 배출하기 때문에 강력한 생명체의 증거가 된다. 이제 홀로 남은 TGO는 4일을 주기로 길쭉한 타원형 궤도로 화성을 돌며 탐사를 벌일 예정이다.   한편 지난 1877년 미국 천문학자 아사프 홀에 의해 발견된 포보스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를 갖고 있는 위성이다. 포보스는 화성 표면에서 불과 6000km 떨어진 곳을 돌고 있는데 이는 태양계의 행성 중 위성과 거리가 가장 가깝다. 지구와 달의 거리가 평균 38만 ㎞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얼마나 가까운 지 알 수 있는 대목. 이같이 붙어있는 특징 때문에 결국 포보스는 화성의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점점 가까워져 짧으면 수백만 년 내에 갈가리 찢겨 사라질 운명이다. 그리스 신화의 쌍둥이 형제에서 이름을 따온 포보스는 '공포'를 뜻한다. 자신의 운명과 가장 어울리는 명칭을 가진 셈이다. 사진=ESA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경성 변천사 통해 본 한국 도시의 원류

    경성 변천사 통해 본 한국 도시의 원류

    서울의 기원 경성의 탄생/염복규 지음/이데아 펴냄/416쪽/2만 2000원 서울 종묘와 창덕궁·창경궁을 가로질러 안국동에서 이화동으로 넘어가는 율곡로. 이 도로 때문에 창덕궁·창경궁과 공간적으로 분리된 궁궐의 뒤뜰을 최근까지 비원이라 불렀다. 약 20년 걸려 1932년 완공된 이 도로는 창경궁 내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지으며 조선의 궁궐을 유원지 격인 창경원으로 격하시킨 일과 함께 흔히 일제의 패악으로 여겨지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이 도로 건설을 놓고 조선 황실과 일반인의 시각이 달랐다는 점이 흥미롭다. 조선의 지배 세력은 종묘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로 봤지만, 일반 백성들은 교통의 편리를 늘리는 일로 받아들였다. 1910년대 남대문과 을지로 일대 개발이나 1920년대 종로 일대 도시 개발을 당시 경성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이나 친일파들이 반대하며 조선인을 대변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토지 보상 등을 둘러싸고 일반 일본인들의 사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된 결과였다. 도시사 전공자로 서울을 집중 탐구하고 있는 저자는 ‘현대 서울’의 기원을 일본 제국이 설계한 식민지 시기 경성의 청사진에서 찾는다. 일제는 다양한 제도와 질서를 근대와 문명의 이름으로 한반도에 이식했는데 그중 하나가 도시 계획이다. 저자는 1910년 8월 병합에서 1945년 8월 해방까지 일본이 도입한 서구, 또는 일본을 경유한 서구와 대면한 경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찬찬히 살핀다. 우리 근대성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나 마찬가지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일제 잔재의 상당 부분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는 것은 우리가 품었던 탈중세에 대한 열망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저자는 “식민자가 주도한 다양한 개발이 전개된 경성의 도시 건설과 변용, 그에 대한 도시 사회의 대응과 변화는 이 과정에서 내면화된 한국적 근대의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또 “20세기 한국에서 도시의 발달은 전국 도시의 ‘서울화’”라면서 “식민지 시기 경성의 변화는 해방 이후 현대 한국 도시 일반의 변화를 선행적으로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인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진주만 방문 아베, 동북아 장악력 확대 야심

    진주만 방문 아베, 동북아 장악력 확대 야심

    트럼프 시대 평화적 대미행보 전략 韓·中·러 압박 복잡한 셈법 카드 아베 신조(얼굴) 일본 총리는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이란 ‘패’를 던짐으로써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권과 더 유리한 환경에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고 동북아 국제관계에서도 전략적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됐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침략전쟁 사죄 요구 등 역사 문제에 대한 미국 및 국제사회의 관심과 개입 수준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아베 총리가 진주만 방문 과정에서 직접 전쟁 사죄를 하지 않더라도 희생자 추모 등의 행보를 통해 “사실상 사죄했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6일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이 “(2차대전을 일으키는 데 대한) 사죄를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문은 전쟁 희생자의 위령(죽은 자의 넋을 위로함)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대변인이 이런 발언을 하게 된 것은 아베의 진주만 방문 행보가 진주만 기습 등 2차 대전에 대한 일본의 가해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우려를 차단하고 일본 내 극우세력의 반발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아베 총리 등은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전쟁 범죄를 부정하면서 정당한 교전이란 인식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도쿄재판 등을 통해 단죄된 전쟁범죄자가 억울하게 처형당한 애국자라는 인식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특히 트럼프 정부의 출범 직전 진주만에 방문해 트럼프에게도 선물과 메시지를 함께 전달됐다. 트럼프는 그동안 트위터에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수천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히로시마를 방문한 오바마를 비판했었다. 이 때문에 진주만 방문 결정은 일본에 강경 발언을 이어 간 트럼프의 등장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아베 총리는 “두 번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방문 의의를 강조했지만 아시아 국가와의 역사적 관계를 고려하는 균형감각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 대한 침략 및 식민지배, 위안부 강제동원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그의 발언과 행동은 진정성 없는 대미관계를 위한 전략적 수식어로 이해된다. 스캇 시먼 유라시아그룹 선임연구원은 “이번 방문에 대한 아시아의 반응은 엇갈릴 것”이라며 “중국과 한국의 많은 사람은 그들 국가에 있는 2차대전 기념비 등을 아베 총리가 방문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와이라는 아·태지역의 요충지에서 벌이는 아베 총리의 화해 행보는 최근 이 지역에 대한 군사적 진출과 영유권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 메시지로서도 풀이된다. 또 오는 15일 일본 야마구치를 방문해 일·러 정상회담을 갖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한 압박용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산케이신문은 “러시아에 대해 진정한 화해를 지향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석우특파원 jun88@seoul.co.kr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국정교과서 ‘비선 검토진’도 우편향…“전두환은 뛰어난 지도자”

    국정교과서 ‘비선 검토진’도 우편향…“전두환은 뛰어난 지도자”

    교육부가 ‘올바른 역사교과서’라고 홍보하는 국정 역사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이 시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국정교과서 검토를 위해 위촉한 외부 전문위원들이 과거 대통령이었던 전두환씨를 미화하거나 시민들의 촛불집회를 폄하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머니투데이>는 국편의 ‘중등 역사과 국정교과서 내·외부 전문가 위원’ 목록을 입수해 국편이 국정교과서 제작 당시 해석에 논란이 있는 시대사별 내용을 검토하기 위해 선사·고대사, 근대사, 현대사, 세계사 등 4개 분야 외부전문위원 13명을 위촉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외부전문가 위원 중 현대사 부문에는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인사가 집중 포진됐다. 현대사 외부전문위원은 김인섭 법무법인 태평양 명예대표 변호사, 김충남 한국군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전 육군사관학교 교수), 주익종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 총 3명이다. 이들은 모두 ‘우편향’ 논란의 중심인 한국현대사학회에 몸 담았으며, 주 실장은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다. 김인섭 명예대표 변호사는 한국현대사학회가 지난 2011년 발족할 당시 고문을 맡았다. 그는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재단법인 ‘굿 소사이어티’가 건국 60주년을 맞아 개최한 한 토론회에서 “촛불집회와 같은 광장민주주의의 기능은 국가 기본 법질서의 메커니즘을 보완할 수 있을 뿐 대체할 수는 없다. 스스로의 한계와 분수를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법천지의 약육강식이 판을 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김충남 연구위원 역시 한국현대사학회 발기인이다. 그는 지난 2014년 저서 ‘성공이냐 좌절이냐 박근혜의 외로운 줄타기’에서 목차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원칙주의를 선택한 승리의 여신’ ‘시련을 이겨낸 철의 여인’ 등으로 소개했다. 또 2006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제3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성공할 뛰어난 지도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선진국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부분은 인정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주익종 실장은 뉴라이트 인사들이 만든 ‘교과서포럼’이 제작한 한국근현대사 대안교과서 편집에도 참여했다. 그는 또 2014년 대한민국 건국절 제정 범국민 1000만 서명운동 추진연합회가 진행한 ‘건국절 제정 학술대회’에 참석해 “김구, 김규식과 같은 통일 추구 세력이 권력을 잡아 통일 국가를 세웠으면 그 후 한민족 국가는 세계적인 냉전 체제에서 미국과 소련 중 그 어느 쪽도 편들지 않는 비동맹주의를 택했을 것이며, 제3세계의 일원이 돼 빈곤에서 탈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태헌 한국사연구회장(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편이 국정교과서 현대사 집필진에 이어 또 역사전공자가 아닌 이들을 현대사 부문의 검토위원으로 내세웠다”면서 “결국 검토진들은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할 뿐더러 최근 학계 연구도 폭넓게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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