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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천구 음식물쓰레기 감량기 보급

    음식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음식물류폐기물 가정용 감량기기 보급사업’이 본격화된다. 14일 양천구에 따르면 ‘음식물류폐기물 가정용 감량기기 보급사업’은 각 가정에서 음식물 감량기기를 구입할 경우 구입비 일부를 구청에서 지원해 주는 사업이다. 먼저 각 가정에서 음식물 감량기기를 사면 구에서 20만원 한도에서 비용의 50%를 현금 지원한다. 가정용 감량기기 사용 시 연간 한 가구당(4인 가족 기준) 발생하는 음식물폐기물 329㎏을 100㎏까지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일일 발생량 132t, 연간 총 4만 8849t에 달하는 음식폐기물의 70% 이상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시범적으로 감량기기를 사용하는 500가구를 대상으로 앞으로 6개월간에 걸쳐 감량효과 및 감량기기 사용상의 편리성, 위생성 등 제반사항에 대해 모니터링을 실시한 후결과를 토대로 사업 확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김종구 청소행정과장은 “음식물폐기물 감량기기 보급이 음식물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태안 두웅습지 보호 ‘유명무실’

    태안 두웅습지 보호 ‘유명무실’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두웅습지는 지난해 12월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국제 보호지역이다.6만 5000㎡의 작은 면적에도 금개구리·애기마름·배체레잠자리 등 희귀동식물 400여종이 모여 있는 이곳은 2002년부터 정부의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특별 관리를 받아왔다. 그럼에도 현재 이곳은 예산 부족과 법규상 허점 등으로 생태계 파괴를 겪고 있어 우리나라 습지 관리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 두웅습지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황소개구리. 지난해 관리소홀로 습지 안에 두 마리가 들어가면서 이들의 먹이인 표범장지뱀, 무자치 등이 절반 넘게 사라졌다. 주민들이 손으로 6000여마리를 잡아내며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지만 황소개구리의 번식력이 워낙 좋다 보니 올봄에도 또 한 번 ‘전쟁’을 각오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뱀의 활동기간이 늘면서 먹잇감인 금개구리도 찾기 어려워졌다. 희귀종인 금개구리를 보호하기 위해 뱀을 잡고 싶어도 야생뱀 포획을 일절 금지하는 현행 야생동물보호법 때문에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있다. 습지보호를 위한 예외요구에도 당국의 입장은 변화가 없다. 오염물질 유입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 보호구역이지만 습지 바로 옆에서는 아직도 논농사가 지어지고 있다. 농약·화학비료 등이 습지로 그대로 흘러들어 가면서 터줏대감이던 파랑새마저 4년 전 이곳을 떠났다. 환경부에서 오염물질 유입을 막기 위해 습지 주변 논 600여㎡를 사들이려 했지만 고가매수를 요구하는 일부 농지 주인들이 ‘버티기’로 일관해 발만 구르고 있다. 습지를 둘러싼 신두리 해안사구(천연기념물 431호)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종 복원을 위해 들여왔던 쇠똥구리들이 주변 가로등 불빛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졌다. 주민들이 “곤충에 덜 유해한 나트륨등을 설치해 달라.”고 지자체에 요구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희귀식물 초종용도 “몸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외지인들이 뜯어가버려 씨가 거의 마른 상태다. 두웅습지와 신두리사구를 지키는 ‘푸른태안 21’ 임효상(60) 회장은 “지구온난화와 함께 사람들의 인식 부족 때문에 두웅습지 생태계가 급속하게 파괴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에는 이처럼 보호지역으로 지정되고도 허술한 정부 관리와 시민들의 인식 부족으로 생물다양성을 여전히 위협받는 습지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말부터 습지보호지역 확대와 체계적인 습지관리방안을 담은 ‘습지보전기본계획’을 시행하고 있지만 오는 10월 경남 창녕에서 열리는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둔 면피성 행정이라는 비판도 많다. 태안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람사르습지 생물·지리학적으로 독특하거나 희귀 동식물이 분포해 국제적으로 보호 가치가 큰 습지이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람사르협약 사무국이 지정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두웅습지와 함께 현재 대암산 용늪, 창녕 우포늪, 신안 장도습지, 순천만 보성벌교 갯벌, 남제주 물영아리오름 습지, 울주 무제치늪이 지정돼 있다.
  • 한국판 ‘침묵의 봄’ 오나

    한국판 ‘침묵의 봄’ 오나

    지난해 12월7일 충남 태안에서 원유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새 한달이 흘렀다. 이 사고로 태안반도 어장 5000여㏊가 사라지는 등 극심한 피해를 보았지만 국민들의 자원 봉사 열기에 힘입어 현재는 청정 해역이 점차 복원되면서 예전의 옥빛 바다를 되찾고 있다. 하지만 완전히 파괴된 서해안 생태계 복원이라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동식물 500여종 피해 환경부에 따르면 이번 기름 오염으로 인해 지난 11일 현재 태안해안국립공원 내에서만 저서무척추동물 257종, 해양어류 46종, 해조류 144종 등 554종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 국립공원 내 2500여종의 5분의1가량이 직·간접 영향을 받은 셈이다. 만리포·천리포 등 서해안 일대 해수욕장과 해안사구 23곳이 오염되면서 주변지역 펜션 1400여개도 영업이 어려운 상태다. 양식업·어업 등에 종사하던 주민 2369명도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면서 10일에는 60대 어민이 자신의 굴양식장 피해를 비관해 목숨을 끊기도 했다. 섬 51개(무인도 47개 포함)도 기름에 오염됐지만 인력부족으로 무인도 25개는 아직까지 방제 한 번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종관 환경부 해양생태계회복추진팀장은 “태안 바닷가에는 구멍갈파리나 총알고둥류 등 오염된 환경에서 번식력이 강해지는 종들만 늘고 있다.”면서 “어떤 생물은 지나치게 많아지고 어떤 종은 폐사해 사라지면서 먹이사슬 체계가 근본적으로 무너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팔 환경부 자연자원과장은 “이번달까지 기초적인 조사를 마친 뒤 2018년까지 10년에 걸쳐 태안지역에 대한 장기 모니터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태계 회복 예측 어려워 하지만 전문가들은 “태안반도 생태계의 본격적인 피해는 지금부터”라고 입을 모은다. 겉보기에는 멀쩡해도 오염물질이 몸 속에 쌓이면서 나타나게 될 생물체의 폐사는 2∼3대가 지난 뒤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염려되는 부분은 바로 갯벌 오염으로 발암물질이 생태계 전체로 퍼져가는 것.1g에도 10억 마리 이상의 생명체가 살고 있어 ‘생명의 보고’로 불리는 갯벌이 오염되면 오염물질이 미생물에서 곤충류로, 파충류로, 조류로 광범위하게 확대된다. 과다한 농약 사용으로 생태계가 파괴돼 새들이 사라질 미래를 상징하는 ‘침묵의 봄’(레이첼 카슨 저)처럼 태안 지역 또한 기름 오염으로 생태사슬이 무너져 갈매기를 포함한 대부분 생명체가 사라지는 비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태안해안국립공원 측은 해변지역 갯벌에 서식하던 게 중 40%가량이 죽었으며, 살아남은 게 역시 상당수가 체내에 기름 속 발암물질을 축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초기부터 방제작업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 ‘푸른태안 21’의 임효상(60) 회장은 “기름사고 후 신두리에만 갈매기가 2∼3마리 목격됐을 뿐 더 이상 이곳에선 새를 보기 힘들다.”면서 “갈매기들이 먹이가 사라진 이곳을 다시는 찾지 않을 수도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기환 태안국립공원사무소 소장은 “이르면 1년, 늦어도 3년 정도면 태안지역에서 기름의 완전 제거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기름유출 피해지역의 경우 보통 10∼20년 정도면 생태계가 회복되지만 이번 사고는 피해지역이 워낙 넓어 얼마나 걸릴지 예측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원봉사자는 우리사회 새 희망 하지만 이러한 환경재앙에도 ‘태안의 기적’으로 평가받는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은 우리사회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 대책 상황실에 따르면 유조선 충돌사고가 발생한 지 35일째인 지난 11일까지 서해안 일대에 투입된 방제인력은 102만 1222명을 기록했다. 지역 주민과 경찰·의용소방대·자율방범대·민방위 인력이 약 34만명 동원됐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자원봉사자들은 66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한국환경기자클럽이 시상하는 ‘2007년 올해의 환경인’ 시상식에서 자원봉사자 대표로 상패를 받은 구수라(여·충남 홍성군 대평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는 “작은 손길 하나 하나가 더해질 때 태안 바닷가가 하루 빨리 살아날 것으로 믿는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태안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밤이 깊은 고궁에서 자알하는 짓이냐

    밤이 깊은 고궁에서 자알하는 짓이냐

    5월이 오면 싱숭 생숭 특히 젊은이들은 봄바람에 들뜨기 마련. 그래서 이맘때가 되면 풍속 단속경찰관의 수를 늘려야 할판. 언제부터 인지 춘정(春情)을 발산하는 장소로 고궁(古宮)의 밤이 이용되고 있는데 고궁 경비원들의눈에 비친 춘심백태(春心百態)를 엮어 보면-. “비원·덕수궁이 참 좋아요” 소풍객 거의 반은「아베크」 벚꽃이 만발하는 3월중순부터 고궁이나 명소를 찾는 상춘객의 수는 서울의 경우만도 하루에 몇십만명. 제철을 만난 고궁은 이때부터 공개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연장, 톡톡이 재미를 보고 있는데, 고궁을 찾는 많은 사람중「아베크」족이 3분의1 정도로 차지하고 있다니 이들「아베크」족이 문화재관리국 살림에 기여하는 바 자못 크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아베크」족들은 구경하기위해 고궁을 찾는게 아니라 은밀한 산책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는 것입니다』 창경원 식물원의 최상호(崔相昊)씨의 얘기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식물원이나 동물원 근방엔 되도록 피하려는게 이들「아베크」족들의 공통된 심리라고. 『창경원엔「데이트」하는 젊은이들이 많지않은 편입니다. 시골에서 모처럼 서울구경 온 사람과 어린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찾아오는 사람외엔 별로 없어요』 서울 생활 30년에 창경원이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말을 상기시키며 하는 얘기다. 창경원은 대중적이어서 모처럼「데이트」를 즐기려는 젊은 사람들은 즐겨 찾지않는다고. 『뭐니 뭐니해도 젊은이들의「데이트」장소로 이용되기는 비원과 덕수궁이 제일일겁니다 』 서울의 고궁경비원 경력 8년이 된다는 비원 수위장 하동근(河東根)씨의 말인데, 하씨의 경험에 의하면 덕수궁과 비원은 20대와 30대의「아베크」족이 수위를 차지하고 종묘와 경복궁은 주로 10대가 즐겨 이용하더라고. 또하나 재미있는 일은 20대, 30대는 주로 연인을 동반하고 들어오는 반면 10대는 현지「헌팅」하는 예가 많다는 얘기. 마치 여관이나 안방처럼 불빛이 비쳐도 사랑에만 고궁의 공개시간을 밤 10시까지로 잡고 있지만 대개의 경우 밤 9시면 관람객은 다 빠져나가기 마련, 그런데 여기 경비원들이 골치를 싸매는 사태는 이때부터 벌어진다고. 창경원의 경우엔 주로 술취한 40대쯤의 남성이 세상 모르고 코를 골며 잠을 자고있어 이런 취객 색출이 주임무가 되지만 담 하나 건너 비원에서는 밤이 깊어가는 줄모르고 달콤한 밀어를 속삭이는 연인들 색출작전이 경비원들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저희 비원의 경우 하루 아무리 적게 잡아도 2백쌍의 그렇고 그런 사이의 짝짜꿍들이 들어오는데 이 양반들 도통 시간 가는줄을 몰라요…』 대개 이 연인들은 상오보다 하오에 들어와「엔조이」하기에 바쁜데, 개중에는 경비원들이 비추는「플래시」불빛도 느끼지 못할정도로 오직 사랑에 도취된 선남 선녀가 수두룩하다는 얘기. 『물론 연애 하는것도 좋지만 우리 경비원들의 입장도 좀 생각해줘야 할텐데 이거 밤새는 줄도 모르고들 있으니…』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작전을 바꾸어 휴대용「마이크」를 들고 잠좀 자게해 달라고 애걸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비원의 한 경비원은 울상이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백이면 백이 다 사람눈에 잘띄지 않는 으슥한 수풀속을 택하기 때문에 문을 닫기위해 이들을 색출해야하는 경비원들의 노고는 이루 말 할수 없을 정도라고. 『고궁을 마치 자기집 안방이나 아니면 여관 정도로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이제 날이 좀 더 더워지면 별의별 사태가 다 벌어 집니다』 작년 여름 이곳 비원의 수위장 하씨가 경험한 예 한토막. 『대낮 2시쯤 이었을 겁니다. 수위실로 신고가 들어왔어요.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길 바로 옆 풀숲에서 남녀가 대담하게도 뒹굴고 있다지 뭡니까. 뛰어가보니, 나참… 헛 기침을 하며 다가서도 약간 술기가 있는 이 친구 일에만 열중하고 있더란 말입니다…』 달려들어 잡아 끌수도 없고 난처하기 이루 말할 수 없더라고. “「키스」쯤이야” 청소부들 잔류품(殘留品)엔 질색 대낮에도 이러는 판이니 어두운 한밤중까지 붙어 앉아있는「데이트」족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으리라는건 뻔한 일이 아니냐는 말투다. 이 말을 뒷받침하는 청소부의 얘기를 들어보자. 『새벽 한 5시께면 청소를 하게 되는데 쓰다버린 고무제품이 수두룩 해요. 간혹 돈이라도 떨어져있으면 좋으련만 아침부터 재수없게 고무제품만 주워들게 되니 나참…』 올해 나이 50이 된다는이 청소부는 씁쓸하게 웃는다. 비원의 경우 한여름일 경우 아침마다 쓸어 버리는 이 고무제품이 평균 30개가 넘을 정도라니 고궁을 정사장소로 이용하는 빈도수를 짐작할 수 있을 듯. 『요새 중고등학생들 깜찍하기 이루 말할수 없어요. 교복을 입은채 대낮에 술이 취해 비틀대는 일이 없나, 같은 또래의 여학생을 낚는데 천재적인 소질을 발휘하는데는…아뭏든 세상은 많이 변했어요』 들어 올땐 생판 모르던 이 남녀 학생들이 말 한마디로 어울려「고고」춤을 신나게 추는것 까지는 애교로 보아준다고 하겠지만, 간혹 뽀뽀까지도 공공연하게 하는 대담한 친구까지 있더라고 종묘의 어느 경비원은 한심한 표정. 『가만히 보면 성(性)문제는 확실히 계절과 관계가 있는것 같아요. 겨울엔 주로 조용히 팔짱을 끼고 걷는가 하면 기껏해야「키스」정도인데 이거 날이 무더워지기 시작하면 행동적으로 나온다 이겁니다』 하기야 한겨울 알몸이 되어야하는 대담한 정사는 어려울거라는 주석을 달기까지 하는 덕수궁 한 경비원은 이제 수풀이 우거질 한 여륾이 오면 금년에도이곳을 이용하려는 연인들이 많아질거라고. 『요새 여자들도 상당히 대담해졌어요』 남자야 그럴수 있다고 하겠지만 여기에 응하는 여자들을 보면 한심해요. 이제는「키스」하는것 쯤은 하도 보아와서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로 면역이 되었다는게 경비원들의 공통된 대답. 사랑도 좋지만 민족의 얼이 서린 고궁에서의 지나친 행동만은 제발 삼가해 달라고 한 문화재관리국 직원은 들뜨기 쉬운 계절을 맞아 간곡하게 당부하고 있었다. [선데이서울 71년 5월 9일호 제4권 18호 통권 제 135호]
  • 서울대공원, 태국동물원과 ‘동물빅딜’

    서울대공원, 태국동물원과 ‘동물빅딜’

    동물원간의 이례적인 ‘빅딜’이 이뤄진다. 서울대공원은 13일 태국 ‘사무트프라칸’ 동물원과 모두 70종 373마리의 동물을 교환하는 초대형 거래를 한다고 밝혔다.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특별 항공편이 마련된다. 서울대공원은 24,25일 이틀 동안 1차로 한국의 늑대, 사자 등 13종 63마리의 동물을 태국 사무트프라칸 동물원으로 보내고 몽구스, 나일악어 등 16종 100마리를 태국 동물원에서 들여온다. 또 2차로 6월 안에 20종 126마리를 보내고 21종 84마리를 들여오는 등 두 동물원이 6월까지 모두 70종 373마리의 동물을 교환한다. 특히 태국에서 들여오는 동물 중에는 세계적인 희귀동물 19종 108마리가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는 사이티스(1973년 멸종 위기에 있는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으로 야생동물의 과도한 포획·채취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 협약)에 올라 있는 멸종위기 동물이자 유일하게 구대륙에서 살고 있는 ‘말레이테이퍼’와 세상에서 가장 큰 악어로 몸길이 6m, 몸무게 680㎏이 넘는 ‘나일악어’, 세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그린아나콘다’ 등 진귀한 동물들이 우리나라로 보금자리를 옮긴다. 1차로 반입된 동물들은 오는 26일부터 서울대공원 동양관과 남미관 등에 특별 전시장을 마련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대공원은 1983년 개장할 당시 동물 78종 418마리를 한꺼번에 들여와 국내 최대 운송기록을 세웠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국내연구팀 ‘엽록체생성 필수 유전자’ 첫 규명

    국내연구팀 ‘엽록체생성 필수 유전자’ 첫 규명

    식물의 광합성 효율을 높여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대폭 줄이는 친환경 식물을 만들 수 있는 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열렸다. 포스텍 황인환 교수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 셀 바이올로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애기장대의 AKR2 유전자가 식물세포의 엽록체 생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식물의 광합성을 담당하는 기관인 엽록체는 식물 자신뿐 아니라 모든 생물이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엽록체가 광합성에 관여한다는 사실만 밝혀냈을 뿐, 엽록체의 생성과 기원 규명에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엽록체의 형성 및 광합성과 같은 식물의 생장활동을 위해서는 3000∼5000종의 엽록체 구성 단백질이 필요하며, 이 단백질들은 세포질에서 만들어진 후 엽록체로 이동한다. 황 교수팀은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 애기장대를 이용해 엽록체를 구성하는 외막 단백질(OEP)이 식물의 세포질에서 생성된 후 AKR2 유전자와 결합해 이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험결과 AKR2 유전자는 세포내에서 단백질을 생성하는 리보좀 구성물질 중에서 유독 엽록체 외막 단백질에만 결합하는 특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AKR2 유전자의 기능을 유전적으로 차단하자 엽록체가 생성되지 않아 광합성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황 교수는 “외막 단백질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만큼 내부 단백질에 반응하는 유전자도 곧 규명될 것”이라며 “엽록체 생성원리를 모두 밝혀내면 새로운 식물의 광합성 과정에 관여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일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팀은 우선적으로 성장호르몬 등 고부가가치를 가진 단백질을 식물 내에서 생산하는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 또 장기적으로 유전자조작을 통해 광합성 효율을 대폭 높임으로써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식물도 조합할 예정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난초는 모두 멸종위기식물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난초는 모두 멸종위기식물

    난초는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식물이다. 동양에서는, 꽃향기가 은은하고 사시사철 유연한 잎을 뽐내는 심비디움 계열의 난초를 즐겨왔다. 사군자의 하나로서 선비들이 가까이 두어 즐긴 난초가 바로 이 심비디움인데, 이런 종류의 난초로서 대표적인 것은 보춘화와 한란이다. 보춘화는 보통 춘란이라고 부르는 여러해살이풀로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지의 따뜻한 지역에서 산다. 한란도 제주도와 남해안 섬 등 따뜻한 곳에서 나지만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멸종위기종으로서 우리나라 식물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종 자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밖에도 대흥란, 죽백란, 녹화죽백란 같은 난초들이 심비디움 계열에 속한다. 심비디움(Cymbidium)은 이들 난초의 라틴어 속명(屬名)이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한반도에는 남방계와 북방계 난초들이 함께 자라고 있어, 비교적 다양한 종류의 난초들을 만날 수 있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 지방에는 차걸이난, 섬사철난, 금새우난초 등의 남방계 난초가 분포하며, 지리산이나 설악산 같은 고산 지역에는 손바닥난초, 구름병아리난초, 털개불알꽃 등의 북방계 난초가 생육하고 있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난초는 100종류쯤이다. 이들 가운데는 지네발난, 나도풍란, 콩짜개난, 탐라란 등의 착생란이 있고, 붉은사철란, 흑난초 등의 상록성 난초가 있으며, 으름난초, 무엽란, 천마 등의 부생(腐生) 난초도 있다. 이들보다 조금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난초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특징과 겨울에 줄기와 잎이 죽은 후 봄에 새싹에 나는 특징을 가진 난초들이다. 감자난초, 나리난초, 병아리난초, 금난초, 은대난초, 해오라비난초 등이 여기에 속한다. 난초의 꽃은 모양이 특이하다. 꽃잎처럼 생긴 것이 6장이지만 이들 중 3장만이 꽃잎이고, 나머지 3장은 꽃받침이다. 꽃받침도 꽃잎처럼 화려한 색깔과 모양을 하고 있어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3장의 꽃잎 가운데 아래쪽 하나가 특별히 발달하여 모양이 특이하고 크기도 다른데 이를 입술꽃잎이라 부른다. 입술꽃잎은 입술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갈래가 진 것, 무늬가 있는 것, 구부러진 것, 꿀샘이 있는 것, 복주머니처럼 생긴 것 등 모양이 다양하다. 입술꽃잎이 다른 꽃잎이나 꽃받침보다 특별하게 발달한 것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서다. 난초의 씨는 싹이 잘 트지 않는다. 싹이 틀 때 이용되는 양분이라 할 수 있는 배젖이 씨에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난초가 자연 상태에서 싹을 틔우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데, 곰팡이가 공생을 하여 양분을 공급해 줄 때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식물 가운데 가장 진화한 것으로 일컬어지는 난초가 이처럼 까다롭고 어려운 종족번식법을 택한 이유는 불가사의하다. 난초의 씨는 먼지처럼 보일 정도로 매우 작아서, 열매 하나에만도 수십만에서 수백만 개씩 들어 있다. 배젖이 없기 때문에 썩지 않아서 수 백 년 동안 땅속에 묻힌 채 잠을 자고 있다가 새싹을 틔울 수도 있다. 작고 가벼워서 멀리 퍼질 수 있고, 오랫동안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은 난초가 진화한 식물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새끼는 잘 만들어지지 않고, 예부터 채취의 대상은 되어 왔기 때문에 대부분의 난초는 현재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의 사정만 이런 것은 아니어서, 난초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멸종위기식물이다. 이 때문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난초과(科) 자체를 국가간 금지 품목으로 정함으로써 야생난초는 어떤 종이든지 국제거래가 금지되어 있다. 아름다운 꽃과 향을 선물하는 난초들이 자연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연에 있는 그대로 두는 것이다. 불법채취는 난초를 멸종으로 몰고 가는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코튼 로드/에릭 오르세나 지음

    우선 일러둬야겠다. 황금가지가 펴낸 ‘코튼 로드’(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는 제목으로 내용을 넘겨짚지 말아야 할 책이다. 부지런한 독서가들이 오히려 목화의 문화사쯤으로 오해하기 좋은 표제이다. 하지만 책은 프랑스의 대표적 좌파 지식인이 ‘세계화’의 진행과정과 지구촌 역학관계를 고찰한 일종의 테마 여행기이다. 책의 화두는 일상용어가 돼버린 ‘세계화’에 고정돼 있다. 전 세계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세계화를 놓고 과연 그것에 의문없이 일방적으로 순응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되짚는 탐색기인 셈이다. 그 주제에 접근해 가는 방식이 무척 새롭다. 지은이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로 잘 알려진 프랑스학술원의 대표주자. 문학가이자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그가 세계화의 허실을 따져 보는 작업에서 부표로 삼은 것은 목화밭이다. 지구촌의 대표적 목화 재배국으로 꼽히는 6개 나라를 집중조명하며 목화를 둘러싼 세계가 어떤 역학논리로 돌아가고 있는지를 파악했다. 프랑스의 기업 CMDT가 목화에 관한 모든 것의 실권을 쥐고 있는 아프리카 말리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추수를 한 날 저녁이면 시골에서는 당나귀들이 끄는, 수도 없이 많은 짐수레들을 만나게 된다.(…)이윽고 하얀 꽃 더미 위로 밤이 내려앉는다.” 어깨힘을 빼고 여행 수필처럼 써내려간 글에, 세계화를 둘러싸고 국가들이 벌이는 치열한 잇속 경쟁 등을 포착해 넣는다. 그런 아이디어가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매력이다. 부드러움의 상징, 목화의 이면에 발톱을 숨긴 세계화의 그늘은 서늘하다. 가난을 벗으려 온 나라가 통째로 목화 생산에 매달리다시피 하는 말리에서는 지금 거대목화 기업인 CMDT가 민영화의 기로에 서 있다. 기업의 부패와 목화시세 폭락으로 적자가 늘자 대주주인 말리 정부의 재정적자도 급등해 세계은행에 기댈 수밖에 없는 사정을 현장고발한다. 외국(프랑스)자본 덕분에 목화 생산국으로 성장은 했으되 면직산업의 기반은 전무한 말리의 사정은 그대로 ‘세계화’의 미명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인 것이다. 반미·반자본적 시각을 견지한 저자는 또 세계 최대 목화대국 미국을 겨냥했다. 전체 인구의 고작 2%가 목화생산에 참여해 세계 목화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그런데도 왜 정작 목화를 생산하는 그 나라의 농민들은 부자가 아닐까. 역시 목화대국으로 꼽히는 브라질 노동자들은 왜 행복해 보이지 않을까. 다리품을 팔아 현장을 탐색한 지은이는 느낀 대로 물음표를 찍고 그곳에서 듣고 본 내용을 신랄히 지면에 옮겼다. 로비스트와 국회의원이 결탁해 유전자 변형 목화를 만들어 내는 현장의 주체가 돼버린 미국의 목화 농가도 정책의 피해자이기는 크게 다를 바 없다. 식물 유전학계의 세계적 권위자인 닐 스튜어트 교수와의 대화를 소개하며 이런 사정을 은유적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뒤늦게 목화시장에 뛰어들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목화대국을 노리는 브라질, 품질은 최고로 통하면서도 오랫동안 목화생산이 주춤할 수밖에 없었던 이집트, 사회주의를 벗어나 목화산업에 명운을 걸고도 여전히 허덕이는 우즈베키스탄, 도시(다탕) 전체가 면양말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중국. 노동 경쟁력 하나를 무기삼아 세계 면직산업계를 위협하는 중국의 가족중심 노동체계는 그 자체로 지은이의 눈에 경이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세계 6개국 목화밭에 주목한 지은이의 시선은 그러나 단정적이지 않다. 관계자 인터뷰, 통계수치 등 현장답사의 자료는 정확하고 풍성하지만 세계화의 허실에 대한 일방적 진단은 끝까지 유보했다. 지은이는 독자들에게 의문부호를 넘긴다. 세계화라는 이름의 심판 없는 게임에서 당신은, 당신의 나라는 지금 승리하고 있는가 아니면 소리소문 없이 승기를 뺏기고 있는가.1만 3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잡식동물의 딜레마/다른세상 펴냄

    잡식동물의 딜레마/다른세상 펴냄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마이클 폴란은 지 메이스(Zea Mays)라는 열대 출신 식물이라고 단언한다. 바로 옥수수다. 예컨대 치킨 너깃은 닭이 아니라 옥수수 덩어리다. 너깃에 쓰인 닭은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랐고, 반죽의 접착제로는 옥수수 전분, 코팅제로는 옥수수 가루가 쓰인다. 너깃을 옥수수 기름으로 튀기는 것은 물론 너깃을 먹음직스럽게 보이게 하는 금빛 착색제, 선도를 유지시켜 주는 구연산도 모두 옥수수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청량음료도 역시 옥수수 덩어리다.1980년대 이후 거의 모든 탄산음료와 과일주스는 고과당옥수수시럽으로 단맛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청량음료 대신 맥주를 주문해도 마찬가지인데, 맥주 역시 옥수수에서 정제한 포도당으로 발효시킨다. 따라서 패스트푸드점에서 치킨 너깃을 먹으며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면 옥수수에다 옥수수를 먹고 있는 꼴이라는 것이다.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폴란은 ‘잡식동물의 딜레마’(조윤정 옮김, 다른세상 펴냄)에서 독자들에게 ‘무엇을 먹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유칼립투스처럼 생긴 이파리를 먹으면 되는 초식동물 코알라나, 아프리카 초원을 뛰어다니는 거의 모든 동물이 먹잇감인 육식동물 사자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잡식동물은 자연이 제공하는 많은 먹을거리 가운데 어떤 것이 안전한지 알아내고자 뇌의 많은 공간과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눈 앞에 놓여 있는 먹을거리가 질병을 일으키거나 목숨을 앗아갈 가능성이 있을 때는 특히 더 그렇다. 그것이 인간을 포함한 잡식동물이 가진 딜레마라는 것이다. 옥수수의 사례는 ‘나는 지금 무엇을 먹고 있는가?’라거나 ‘이 음식은 어디서 온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이 책은 고전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산업적 음식사슬’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종의 탐험기이기도 하다. 맥도널드에서 출발하여 냉동트럭, 창고, 도살장, 공장식 농장, 목장, 식품과학 실험실, 조미료회사, 석유 정유소, 곡물창고를 거치면 결국에는 아이오와주의 망망대해 같은 옥수수밭에 이르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유기농 산업은 믿을 만한가. 폴란은 유기농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에도 경고를 보낸다. 유기농 전문점에 있던 수송아지 스테이크에는 다음과 같은 라벨이 붙어 있었다. 이 소는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곳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충분한 공간과 적절한 시설을 제공받았고, 같은 홀스타인 소들과 함께 지냈다.’는 것이었다. ●유기농 산업은 믿을 만한가? 폴란은 이 대목이 무척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순간 완전히 가공되지 않은 원유를 파는 다른 낙농업체의 제품에 씌어 있는 ‘일년 내내 푸른 방목장에서 풀을 뜯어먹고 살았다.’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갑자기 수송아지 스테이크에는 왜 ‘방목장’이 빠져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방목되지 않고, 초원의 풀을 뜯어먹지 않고 자란 ‘유기농 송아지’라니…. 유기농 상점에서 식품을 고르는 사람이야말로 문학평론가나 저널리스트의 능력을 갖추어야 할 판이라고 푸념한다. 폴란은 ‘잡식동물의 딜레마’가 먹는 즐거움에 관한 책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어떤 음식이 즐거움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는 이 탐험의 끝에서 사냥총을 들고 숲으로 달려가 야생 돼지를 잡고 버섯을 캔 뒤 농장에서 얻어온 수확물들로 저녁 식탁을 준비한다. 그는 이를 두고 “내가 마지막으로 찾은 음식은 완벽한 식사라고 할 만했다.”고 술회했다. 그것이 진수성찬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많은 노동이 집약되어 있는 식사를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지금 먹고 있는 음식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2만 5000원.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베리타스·에듀PSAT硏과 함께하는 PSAT 실전강좌] 13. 논점의 분석과 논리적 판단-2

    ●전제의 발견 (예제 1) 다음 문장을 읽고 이 실험결과로부터 이 결론을 이끄는 데 있어 전제가 된 것으로서 적당한 것을 고르시오. 어느 기업에 있어 새롭게 개발된 2종류의 화학비료 X·Y 중, 어느 쪽이 보다 식물의 발육에 효과가 있는가를 조사하고, 어느 쪽을 상품화하여 매출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 실험을 하였다. 같은 식물을 두 가지 화분에 나누어 심고 각각의 비료를 3주간 지속적으로 주어 그 성장을 관찰하였는 바, 비료X를 준 식물 쪽이 비료Y를 준 쪽보다 더 성장하고 있음을 알았다. ☞ [PSAT실전강좌]논점의 분석과 논리적 판단 2(이론 및 실전문제) 바로가기 이 결과에 의해 비료X 쪽이 비료Y보다도 식물의 발육에의 효과가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 (1) 식물의 성장은 3주간으로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차이가 난다. (2) 기업으로서는, 보다 효과가 높은 비료를 제조할 책임이 있다. (3) 비료X 쪽이 만드는 데 보다 고도의 기술이 요청된다. (4) 식물은 비료를 주지 않아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5) 보다 효과가 있는 비료 쪽이 잘 팔릴 것이다. 정답 : (1) ●주장의 약화 (예제 1) 다음 문장을 읽고 이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면 이하 중 어느 것이 이 의논에 대한 가장 유효한 반증이 될 수 있는가? 고령자는 시력이 약하고 또 운동능력 전반이 쇠약하므로 고령자에게 차의 운전을 시키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여, 고령자의 운전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올해 지방의 한 도시에 있는, 차를 운전하는 고령자가 많은 지역에서 조사한 결과 고령자가 10㎞마다 사고를 일으킬 확률은 고령자가 아닌 사람이 10㎞마다 사고를 일으킬 확률의 전국평균보다도 낮았다. 그러므로 고령자의 운전은 고령자가 아닌 사람의 운전보다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1) 그 지역에서 차를 운전하는 고령자는 경찰서에 고령자이지만 운전한다고 하는 것을 신고할 것을 의무로 하고 있다. (2) 고령자는 고령자가 아닌 사람에 비해 반사속도가 늦은 것이 통상이며 일반 인간과 함께 운전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3) 고령자는 스피드를 내는 일이 적으므로 큰 사고의 당사자가 되는 일은 비교적 적다. (4) 그 지역에서 고령자가 일으키는 사고의 비율은 5년 전에 비해 상승하고 있다. (5) 그 지역은 인구가 적으므로 차가 그다지 많지 않고 한국의 전국적 평균에 비해 상당히 안전하다. 정답 : (5) ●주장의 강화 (예제 1) 다음의 글 속에서 나타난 모순된 뇌의 상태에 가장 적합하게 타협 지을 수 있는 문장을 고르시오. 인간의 뇌는 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관이고 그것이야말로 온종일 활동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간이 활동하고 있는 한 뇌도 활동하게 되는데, 그러면 뇌도 피로해진다. 그와 같은 뇌의 피로를 회복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이 수면이고 수면 중에는 뇌도 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와 같이 뇌가 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꿈을 꾼다. 그것은 옛날에 만난 친구의 꿈이라든지 아직 보지 못한 곳의 풍경이라든지 대개 황당무계한 이야기까지도 있다. 이와 같은 꿈을 꾸는 것도 뇌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1) 꿈을 꾸는 것은 뇌의 활동 중에서도 피로가 적다. (2) 꿈을 꾸는 것에 의해 뇌의 피로가 회복되어 쉴 수 있다. (3) 뇌전체가 쉬고 있다고 하더라도 꿈을 꾸는 기관 자체는 깨어 있다. (4) 꿈을 꾸는 것과 뇌의 활동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 (5) 황당무계한 꿈을 꿀 때는 뇌는 쉬고 있지 않다. 정답 : (2) 이승일 에듀PSAT 연구소 소장
  • [이종현의 나이스 샷] 도핑테스트 도입 우리도 대비해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골프 도핑테스트가 올해부터 미국 남녀프로골프(PGA·LPGA)에 도입된다. 도입에 앞서 선수들은 찬반으로 갈려 설전을 벌였다. 일각에선 “골프는 자신의 양심에 충실한 매너와 에티켓의 스포츠”라며 도입을 반대했다. 다른 한쪽에선 “느닷없이 20∼30야드씩 거리가 늘고 평균 퍼팅 수가 좋아지는 건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적극 찬성을 하고 나섰다. 결국 도핑테스트가 도입됐다. 물론 현재 한국 남녀프로골프협회는 도입의사가 없지만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국내 도입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우선적으로 PGA와 LPGA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선수들부터 대처해야 할 일이다. 한국 음식은 서양음식에 견줘 도핑 양성반응을 보일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본의 아니게 섭취한 음식물이나, 복용한 약재가 문제가 된다면 이보다 억울한 일은 없을 것이며 자칫 선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추 신경흥분제와 스테로이드계 약물 등을 조심해야 한다. 가장 신경써야 할 것은 보약 종류다. 감기 처방을 위해 한약을 먹었다가는 에페드린이라는 중추 신경 흥분제가 들어 있어 도핑에 검출될 수 있다. 이외에도 보약재 인삼에는 소량의 흥분성 성분이 들어 있으므로 각별하게 주의해야 한다. 건강식에서도 예기치 않은 금지 성분이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골프가 멘틀 게임이기 때문에 약물로 인해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오면 정확도와 퍼트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양궁 선수가 심장박동 수가 낮아진 상태에서 과녁을 맞히는 상태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어찌 됐든 2008년부터는 불시에 도핑테스트를 실시한다. 대회 1라운드가 시작되기 전 각국의 출전 선수를 무작위로 골라 도핑테스트를 벌인다. 대상자는 골프공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뒤 추첨으로 결정하게 된다. 도핑테스트는 선수를 보호하려는 차원에서 실시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군가를 잡아내기 위한, 동전의 양면 같은 제도적 장치다. 때마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육상과 야구, 농구, 축구 선수들이 이 테스트에 발목을 잡혀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빼앗겼다. 이번에는 골프에까지 ‘반도핑’바람이 불어닥친다. 도핑 도입 이후 톱스타 선수들의 성적이 나빠질 경우 본의 아닌 오해를 받을 것이고, 톱스타들의 활약이 계속된다면 도핑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수그러들 것이다. 골프에서의 도핑 시대. 누가 몰락한 영웅 1호가 될지, 아니면 스타들의 전성 시대가 이어질지 자못 궁금해진다.레저신문 편집국장huskylee1226@yahoo.co.kr
  • [열린세상] 형광고양이/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열린세상] 형광고양이/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얼마 전 경상대와 순천대 연구팀에서 적색형광 고양이의 복제에 성공했다. 듣자 하니 고양이에게는 약 250가지의 유전병이 있는데, 그 상당수가 인간의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때문에 이 기술은 앞으로 유전적 난치병의 연구, 인간의 질환모델 동물의 복제 등에 응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호랑이나 표범, 삵 등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을 복원하는 데에도 쓰일 거란다. 형광동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형광을 발산하는 제브라피시는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팔리고 있다. 물고기에 형광 쥐와 형광 닭이 등장했다.1999년에는 브라질 출신 미국작가 에두아르도 칵이 어둠 속에서 푸른 빛을 발하는 형광토끼 ‘GFP 바니’를 선보였고,2006년에는 타이완의 연구자들이 녹색형광단백질(GFP) 유전자를 첨가해 돼지를 복제한 바 있다. 동물의 몸에 형광색을 집어 넣는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다. 원래 형광단백질은 어떤 유기체 속에 해당 유전자가 제대로 발현되었는지 시각적으로 보여 주는 마커로 사용되던 것. 하지만 이런 기술적 용도를 떠나 색 자체에 매료되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이제 동물이 예술작품이 된다. 에두아르도 칵의 ‘GFP 바니’는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은 최초의 동물이다. 애초의 용도에서 떨어져 나와 감상의 대상이 될 때 도구는 작품으로 간주된다. 가령 고려청자가 더 이상 술을 따르거나 꽃을 꽂는 데에 사용되지 않을 때, 그것은 순수한 미적 감상의 대상으로서 작품이 된다. 형광단백질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실용성에서 떼어 내어 감상의 대상으로 삼자, 그것은 예술의 재료가 되고, 그것으로 복제한 동물은 예술의 작품이 된다. “왜 개는 아직 붉은 점에 푸른 털을 갖고 있지 않으며, 왜 말은 아직도 저녁 초원 위로 형광 색채를 발산하지 않을까? 왜 동물의 사육은 여전히 주로 경제적 관심사일 뿐, 미학의 영역으로 옮겨 오지 않았을까?” 90년대 초 미디어 이론가 빌렘 플루서는 이렇게 물었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동물의 사육은 이미 미학의 영역으로 넘어 왔고, 상업화의 단계에 이르렀다. 푸른색과 국방색을 보는 데에 지친 전방의 병사처럼, 지상에 사는 동식물의 색채가 무척 지루했던 모양이다. 이 미디어 이론가는 언젠가 분자생물학자들이 지상생물들 색채를 열대바다 속의 물고기들처럼 화려하게 바꿔 주기를 기대한다. 그 세계는 얼마나 멋있을까? 파란 개, 노란 쥐, 빨간 고양이, 녹색 비둘기, 보라색 까치, 주황 참새, 분홍 파랑새, 연두 돼지, 세피아 소, 코발트블루 말…. 과거의 예술가들이 색채를 내기 위해 물감을 사용했다면, 미래의 예술가들은 색채를 내는 데 유전자를 사용한다. 과거의 예술가들이 화폭에 풍경을 그렸다면, 미래의 예술가들은 글자 그대로 새로운 풍경을 창조한다. 유전자로 생명을 작곡하는 이 새로운 예술을 플루서는 일종의 ‘대지예술’로 간주한다. 하긴, 이거야말로 진정으로 대지의 풍경을 바꿔 놓는 작업이 아닌가. 성서에 따르면 하나님은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다. 그 ‘말씀’을 요즘은 유전자 코드라 부른다. 게놈을 해독했다는 것은 곧 창조의 암호를 풀었다는 얘기. 이는 인간이 마침내 신의 자리에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인간은 이미 동물과 식물을 디자인해 쓰고 있다. 여기에는 어떤 섬뜩함이 있다. 이 불안감, 이 두려움은 대체 어디서 비롯되는 걸까? 바벨탑 얘기에는 아직 신의 자리를 엿보는 인간의 죄책감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니체가 신에게 사망선고를 내려 인간을 죄책감에서 해방시켜 주었다.‘도덕’이라는 이름의 신을 대신하는 것은 ‘예술’이라는 이름의 우상. 아름다우면 모든 죄가 용서된다. 현대인은 점점 더 유미주의자가 되어가고 있다. 거대한 디즈니랜드로 변한 세상에서 그들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 [월드 사이언스] 물 부족,벼농사에 치명적

    지구 온난화로 인한 물 부족이 아시아 지역의 벼농사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 농업환경기술연구소는 최근 지구온난화가 벼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해 발표했다. 선임연구원 도시히로 하세가와는 “식물 성장 단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온이지만, 수분 부족은 성장이 후반부 벼가 익는 과정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힌다.”면서 “실험결과 섭씨 36도보다 높은 환경에서는 수분 부족으로 벼가 제대로 여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구소측은 온실가스가 증가하는 환경에서 수확량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품종의 벼를 개발하는 데 힘쓰는 한편 농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양을 억제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 논을 개간하기 위해 이용되는 물이 이동할 때 발생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의 온실가스 효과보다 20배 이상 큰 영향력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사이언스 선정 2008 주목할 과학 분야

    사이언스 선정 2008 주목할 과학 분야

    올 한 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할 과학계의 연구성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또 어떤 과학자들이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할까? 세계 최고의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2008년 주목할 과학분야로 마이크로 RNA와 인공 미생물, 새로운 컴퓨터 칩 소재, 인간박테리아와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인간의 신경회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강입자가속기 등을 꼽았다. ●유전자 기능 조절 가능해진다 마이크로 RNA 연구는 최근 생물학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새로운 분야다.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료된 후에도 해명되지 않은 생명의 신비에 마이크로 RNA가 각 유전자의 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규명됐기 때문이다. 원래 RNA(리보핵산)는 DNA가 자체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 사용되는 중간자 정도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초부터 단백질의 발현 과정에서 세포의 기능을 총괄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학계의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단백질 합성과정에 참여하는 ‘RNA 간섭현상’은 암과 유전질환 등을 치료하는 데 응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전자의 단백질 합성을 막는 역할을 하는 RNA를 만들어 몸 속에 주입하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면서 암이나 유전질환, 에이즈 등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설명이다. 또 핵을 가지고 있는 진핵세포에서 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식물 유전자기능 연구에 적용하면 병충해 예방이 가능한 새 품종도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가 RNA 분야의 거장으로 꼽힌다. 김 교수는 세포 분화와 발생, 대사를 조절하는 마이크로 RNA가 형성되는 주요 단계를 규명해 ‘네이처’,‘셀’ 등 세계 유수의 과학저널에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유전자 선택 합성 통해 우량 박테리아 생성 지난해 미국의 생명공학벤처업체인 세레라 제노믹스의 크레그 벤터 박사가 논란을 일으킨 인공미생물 역시 올해 주목받는 분야다. 벤터 박사는 지난해 ‘미코플라스마 라보라토리움’이라는 인공생명체를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실험실에서 각종 화학물질을 합성해 381개의 유전자를 가진 염색체를 만든 다음 이 염색체를 ‘미코플라스마 게니탈리움’이라는 박테리아(전립선염균)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종’을 만들어냈다. 특히 염색체가 바뀐 박테리아는 유전적 특성이 완전히 달라진 상태에서 자기복제를 하게 되고, 개체수도 늘릴 수 있다. 벤터 박사는 아직까지 이 인공생명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충분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생명체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유전자를 어떻게 합성해 이식하느냐에 따라 인간이 원하는 특성을 가진 박테리아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벤터의 연구 역시 온실가스는 전혀 배출하지 않으면서 햇빛을 바이오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 생명체를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 ●미니 블랙홀 존재 입증될까? 입자물리학자들이 고대해온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도 올여름 완공된다. 한국도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이 가속기를 이용하면 가설적으로만 존재해온 초대칭 입자와 힉스 입자의 실존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입자들의 존재가 확인되면 초끈이론과 표준모형이 옳다는 결론을 낼 수 있지만, 반대로 존재를 찾지 못하면 새로운 이론의 등장이 예상된다. 또 실험 과정에서 강한 에너지 입자들이 부딪칠 때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미니 블랙홀’을 관찰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계가 가까워진 반도체 소자의 대체재를 찾는 일도 시급하다. 현재 사용하는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크기가 작아지면서 전류의 크기가 작아져 트랜지스터로 작동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따라 나노기술 및 바이오 기술을 이용해 차세대 반도체 소자를 찾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서울대 서광석 교수가 일본 기업 제품보다 우수한 갈륨비소계 나노트랜지스터를 개발한 상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모래 퍼먹어”…흙먹는 노인 中서 화제

    중국에서 19년째 모래를 먹는 할아버지가 있어 화제다. 장시성(江西)성 상라오(上饒)시에 사는 60세 청서우둥(盛寿东)씨는 ‘모래 먹는 할아버지’로 유명하다. 청씨는 19년 전부터 매일 3번씩 모래를 먹어왔으며 지금까지 먹어온 모래의 양이 무려1200kg정도다. 그는 19년 전 코와 목에 난 종기로 고생하고 있던 차에 심각한 위궤양까지 얻어 큰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병원을 찾았지만 별 차도가 없던 청씨는 치료를 위해 각종 자료를 살피다 우연히 ‘모래요법’을 접하게 되었다. 청씨는 “너무 굵거나 가늘지 않은 모래를 선별해 잘 씻은 후 먹는다.”며 “처음에는 적은 양만 먹었지만 점차 양을 늘려 현재는 식후 4스푼 정도를 먹는다.”고 전했다. 이어 “약 2년 정도 먹자 코와 목의 종기가 점차 작아지고 통증도 줄어들었다.”며 “기력도 생겨 일자리도 찾게 되었다.”고 밝혔다. 또 “모래를 먹는 것은 일종의 건강 유지 비법”이라며 “습관이 되어 이제는 모래를 먹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씨를 진단한 상라오시 한 병원의 의사는 “종기 및 위궤양이 호전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청씨는 일종의 ‘이식증’(異食·음식물이 아닌 것을 섭취하는 병)에 해당한다. 절대 일반인은 따라하면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6@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교과서의 꽃에 대한 오해

    [현진오의 野, 야생화다!] 교과서의 꽃에 대한 오해

    학교에서 ‘꽃’에 대해서 잘못 가르치고 있다. 광복 이후 발행된 모든 초등학교 교과서가 꽃에 대한 잘못된 정의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과서뿐만이 아니다. 현재의 교과서로 바뀌기 전에는 중학교 교과서도 마찬가지였으며, 고등학교 생물교과서는 제대로 된 것도 극소수가 있지만 많은 출판사의 검인정교과서에서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서가 이러니, 시판되고 있는 아동도서나 교양서적의 오류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교과서에서 오랫동안 꽃에 대한 개념이 바로잡히지 않고 있는 것은 교육부의 편수지침이 고쳐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각종 교과서 및 교사용 지침서는 물론이고 관련 참고서적들이 잘못된 내용을 담은 채 제작되어 왔고,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에 잘못된 지식이 만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꽃의 정의는 ‘씨식물(종자식물)의 생식기관’이다. 이에 따르면, 소나무와 은행나무도 꽃이 피는 식물이 된다. 실제로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교과서에는 ‘소나무꽃’이 등장한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런 정의와 내용은, 근대 서양교육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일제시대부터 잘못된 것으로서 지금까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청산되어야 할 일제잔재가 교과서에는 아직 남아 있는 셈이다. 외국에서는 유치원생들이 보는 책에서조차 식물을 이끼류, 고사리류, 소나무류, 꽃이 피는 식물 등으로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다. 대학의 모든 생물학 교재에도 제대로 된 정의,‘꽃은 속씨식물(피자식물)의 생식기관’이라 명시되어 있다. 씨식물은 겉씨식물(나자식물)과 속씨식물로 나뉘고, 속씨식물은 꽃을 피우고 겉씨식물은 꽃을 피우지 않는 식물이라는 생물학적 개념과는 전혀 다른 개념으로 초·중등교과서가 씌어진 채 오랫동안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우리말 연구에 있어서 최고 권위기관이라 할 수 있는 문화관광부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이런 오류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희승 편저의 ‘국어대사전’ 같은 몇몇 우리말사전에서 제대로 된 꽃의 정의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식물은 이끼류, 양치식물, 겉씨식물, 속씨식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순서는 발달의 정도도 함께 나타낸다. 이끼류가 가장 하등한 식물이고, 속씨식물이 가장 고등한 식물이다. 양치식물부터 물관과 체관, 즉 관다발이 발달하므로 유관속(有管束)식물이라 한다. 겉씨식물과 속씨식물은 씨를 만들므로 씨식물이라고 한다. 속씨식물은 꽃이 피는 식물로서 꽃식물이라고도 부른다. 이끼류에는 우산이끼와 솔이끼 종류들이 포함되며, 양치식물에는 솔잎난·쇠뜨기·물부추·고사리 등이, 겉씨식물에는 소철·소나무·은행나무 등이 속한다. 속씨식물은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로 구분되며, 현재 지구상에 가장 번성한 식물이다. 속씨식물인 쌍떡잎식물과 외떡잎식물에서만 ‘꽃’이 필 뿐, 겉씨식물인 소나무와 잣나무, 양치식물인 고사리와 고란초, 이끼류인 솔이끼에서는 꽃이 피지 않는다. 이끼류와 양치식물의 생식기관은 홀씨 또는 포자라고 하는데, 이들은 꽃 대신 홀씨를 만들 뿐만 아니라 씨앗도 만들지 않는 공통점이 있다. 소나무나 은행나무 같은 겉씨식물에서는 스트로빌루스라는 기관이 꽃이나 포자를 대신하는데, 암·수포자수, 밑씨솔방울·꽃가루솔방울, 암·수솔방울 등으로 부르고 있지만 아직 마땅한 우리말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속씨식물에서만 볼 수 있는 꽃은 꽃잎, 꽃받침, 암술, 수술 등 4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 부분이 모두 갖추어진 꽃이 있는가 하면 이들 가운데 몇몇 부분이 없는 꽃도 있다. 수술 없이 암술만 있는 암꽃, 암술 없이 수술만 있는 수꽃이 따로 피어 성(性)이 분화되어 있는 식물도 많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시작된 꽃에 대한 잘못된 정의가 학교 교육은 물론 사회에 파급된 채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참으로 웃지 못 할 일이다. 창피한 일이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 겨울방학 탐험교실 참가자 모집

    서울대공원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해 오는 7일부터 겨울방학 탐험교실 참가자를 홈페이지(grandpark.seoul.go.kr)를 통해 선착순 모집한다고 3일 밝혔다. 5일부터 참가접수를 받는 겨울방학 탐험교실은 동물탐험교실과 열대우림탐험교실, 겨울식물탐험교실, 곤충 골든벨 등 모두 4가지 프로그램이다. 우선 동물탐험교실에서는 동물들의 소화기관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보고 아름다운 뿔과 눈을 가진 사슴과 즐거운 만남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 또 원 동양관에서 열리는 열대우림탐험교실에선 원숭이, 악어, 거북, 뱀 등 열대우림지역 동물들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이 마련된다.겨울식물 탐험교실은 열대식물과 야외에서 추위를 이겨내며 살아가는 식물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작게…작게… 작게

    작게…작게… 작게

    밝은 색 진바지와 손바닥만 한 핸드백, 얇은 벨트와 깃털 머리 장식용품…. 멋쟁이라면 올해 눈여겨봐야 할 패션 아이템들이다. 여기에 화려한 색상의 MP3플레이어와 재활용 유리 물병을 두 손에 든다면 금상첨화다. 미국 abc방송이 1일(현지시간) 2008년 유행할 패션 트렌드와 라이프 스타일을 소개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색상의 변화. 단색의 진이 유행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밝고 화려한 색상의 진바지가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의상뿐만 아니라 랩톱, 휴대전화,MP3플레이어 등 첨단 IT제품에도 다채로운 색깔이 입혀질 전망이다. 크기를 줄이는 것도 올해의 새로운 유행 코드. 지난해 미 전역을 휩쓸었던 대형 가방 대신 올해는 작고 앙증맞은 핸드백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갑을 비롯한 액세서리의 크기도 가방의 크기에 맞춰 줄어들 듯하다. 한동안 유행했던 와이드 벨트가 사라지고 폭이 좁은 벨트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머리띠 대신 깃털 장식 헤어용품의 유행도 점쳐지고 있다. 현대인의 주 관심사인 건강과 친환경 관련 제품 역시 인기를 모을 전망이다.100㎈ 단위의 포장제품에 이어 올해는 60㎈로 낮춘 간식이 대거 등장할 것 같다. 포장 단위와 지방 함량 등을 동시에 줄인 제품이다. 항산화제가 녹차보다 50배나 많은 홍차도 녹차의 인기를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플라스틱 생수통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병이 선호되고, 가정용 음식물 쓰레기 분해기에 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당선작] ‘여수’에서 식물성의 세계로, 그 타자 찾기 - 한강론/주지영

    1.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서 우리네 일상은 끝을 가늠할 수 없는 경계의 반복적인 명멸과 대면하는 자리에 인간을 위치시킨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들에 의해 일상의 공간은 구획되고 짜여진다. 주어진 공간의 구획을 넘어서는 순간에도 경계 짓기는 끝없이 지속된다. 안주와 일탈의 길항은 일상의 작은 균열들 속에서 내파되고, 일탈의 가능성을 지속시키는 새로움을 향한 갈망조차 이미 기획된 미시적인 욕망의 파편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번번이 실패한다. 그러기에 ‘가지 않은 길’을 향한 욕망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하다.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한다면 일상을 전복시킬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 위험을 고스란히 떠맡은 것, 그것이 소설의 운명이 아닐까? ‘길이 시작되자 여행은 끝났다.’는 루카치의 명제는 소설의 발생론적 배경을 논하는 자리에서 도출된 것이지만, 그것은 현대의 소설이 처한 위상을 거론할 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 소설의 문법 속에는 고향으로 가는 길을 비추는 작가의 ‘별빛’이 있어야 하고, 또한 현실사회의 고해를 건너는 ‘모험’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모험을 통한 별빛 찾기, 이를 달리 잃어버린 타자 찾기라 명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적 인식이 현실을 지배하기 시작한 후, 인간은 이가 빠진 동그라미 같은 불구자로 전락해 버렸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는 자신의 반쪽을 찾아 끊임없이 벌판을 방황한다. 그 벌판은 근대자본주의로 인해 황폐화된 불모지이다. 그곳은 산업사회일 수도 있고, 후기산업사회일 수도 있다. 동그라미는 그런 삭막한 곳에서 자신의 반쪽인 타자(the other)를 찾아 온전한 존재가 되고자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반쪽을 찾지 못하는 한 동그라미는 영원한 불구자일 수밖에 없다.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나서는 고독한 탐험가, 그가 작가이다. 잃어버린 타자는 인간이 황폐화시킨 자연일 수도, 남성에 의해 도구화되어 억압받는 여성일 수도, 도시에 의해 황폐화된 농촌일 수도, 자본가에 의해 착취당하는 노동자일 수도, 이성에 의해 감금된 비이성일 수도 있다. 소설은 잃어버린 타자를 되찾고 타자와의 합일을 이뤄내고자 하지만, 당연히 그러한 지향은 실패한다. 그러나 실패할 줄 알면서도 그 세계를 강렬하게 지향한다. 그래서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이 얼마나 황폐한가, 또 얼마나 폭력적인가를 깨달을 수 있게 한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것에 가치를 두어야 하고, 어떠한 삶을 영위해야 하는가를 뼈저리게 깨우쳐 주는 것, 그것이 소설이 짊어져야 할 비극적 운명이다. 어떤 타자를, 어떻게 지향하는가, 바로 그 점에서 소설의 색채와 작가가 이뤄내고자 하는 세계는 다른 빛깔을 띠게 된다. 소설사적 흐름에서 위대한 작가로 평가받는 이들은 바로 이 잃어버린 타자를 찾기 위해 모험을 시도했고, 그 모험의 결과로 산출된 별빛들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 앞에 빛을 밝혀준다. 인간에게 불을 내어 준 프로메테우스가 그 대가로 자신의 심장을 독수리에게 내맡기듯 그들은 우리에게 ‘지금, 여기’를 밝혀 줄 소설을 쓰기 위해 벌판을 고독하게 방황한다. 그렇다면 최근 소설에서 프로메테우스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천형으로 짊어지고 가는 작가는 얼마나 되는가. 오히려 우리는 이러한 소설의 운명을 포기하는 경우를 더 많이 보고 있지는 않은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매스미디어적 메시지들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재생산함으로써 소설의 고독한 운명을 방기하고 현상적이고 피상적이며 찰나적인 것에 쉽게 자리를 내어주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결여한 채 일상에 안주하여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쾌락들을 경탄해마지 않는 그런 소설들을 대하는 일은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프로메테우스의 천형처럼 소설의 비극적 운명을 짊어지고 고독한 방랑의 길을 떠나는 작가가 더욱 고귀해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한강은 ‘모험을 통한 타자 찾기’에 충실한 작가이다. 한강의 ‘모험’은 현실사회 모순의 해부보다는 그 현실사회에서 불구자로 전락한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작품은 죽음과 광기, 소통의 법칙을 뒤집는 침묵이나 몸짓, 욕망의 금기를 위반하는 근친상간, 동물성에 대비되는 식물성 같은 언표들을 공적인 영역 속에서 가시화한다. 뼛속부터 밝음의 영역에 속해있던 기획된 욕망들을 삭제하려는 충동질로 가득한 그의 소설에서 인위적인 모든 것들은 부정된다. 제도나 관습 일반에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하고, 획일화된 것들을 거부한다. 먹고 마시는, 삶을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욕망들조차 깡그리 부정하고 난 뒤에서야 비로소 인간존재의 진정한 의미들을 힘겹게 터득해 나간다. 폭력적인 일상에 휘둘릴수록 본래의 육체에 깃들이고 있었을 법한 영혼에 대한 갈급이 더욱 증폭되는 것이다. 그 공간에서 가라앉았던 감정의 앙금들을 분출하고, 토해낼 때 비로소 영혼의 정화는 일단락된다. 의식(儀式)과도 같은 파토스가 지나가고 난 빈 자리에 ‘타자’를 향한 존재의 갈망이 채워진다. 그렇다면 한강 작품에 나타나는 ‘모험’은 무엇이며, 그 모험을 통해 찾고자 하는 ‘타자’는 무엇인가. 초기 작품에서는 죽음의 기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가 설정된다. 타자의 자리가 설정된 이후 그 타자와의 합일 방법을 탐구하는 쪽으로 나아가는데, 그것이 ‘가면벗기와 맨얼굴 찾기’에서부터 출발하여 ‘언외언과 관의 사유’를 거쳐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으로 이어진다. 그 과정이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1995)에서부터 ‘내 여자의 열매’(창작과비평사,2000)를 거쳐,‘채식주의자’(창비,2007)로 전개되는 바, 이에 대한 검토를 통해 한강 작품의 의의를 탐색하고, 나아가 ‘지금 여기’에 대해 고민하는 소설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지평이 무엇인지를 점검하고자 한다. 2. 관념으로서의 여수(旅愁), 행(行) 일곱 편의 단편이 실린 첫 창작집 ‘여수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일상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채 병적 징후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자살 같은 극단적 행위를 통해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한강 소설에서 다루어지는 죽음은 인간의 육체에서 숨이 빠져나가는 생물학적 의미의 죽음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죽음은 그 기억 속에 유폐된 인물들이 좌절하고 절망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면서, 한편으로는 그 인물들이 삶의 영역으로 나오도록 이끄는 통로이다. 그 통로의 끝에서 인물은 좌절과 절망 같은 심리의 장막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타자와 조우한다. 그런데 여기서 작중 인물의 병적 증후나 자살 등을 유발하는 가족의 죽음을 두고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가를 물음으로써 현실에 내재한 모순이 무엇인가를 밝혀내는 일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죽음의 기억은 인물의 내면에 일상에 적응할 수 없을 만큼의 정신적 상흔으로 남겨져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어린 시절 농약을 먹고 자살한 아버지와 동네 아이들에게 매맞아 죽은 동생 진규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질주’의 인규, 생모의 죽음에 대한 기억으로 일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저녁빛’의 제헌,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동반 자살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심각한 결벽증을 앓는 ‘여수의 사랑’의 정선 등을 보면 그렇다. 누군가의 죽음이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부적응이라는 요인을 촉발하는 정신적 상흔으로서 작동한다면, 그것은 작가의 인식이 현실의 모순에 대한 인식이 아닌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조건을 문제 삼는 쪽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말하자면 한강의 관심은 불행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드러내는 측면에 놓인다. 따라서 작가는 가족의 죽음을 인물의 기억 속에 저장해 두고,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 용서와 증오 등과 같은 보편적 주제와 연결시킴으로써 특정 시대, 특정한 상황을 뛰어넘어 인간의 보편적인 존재 조건을 탐색하려 한다. 어린 시절 가족의 죽음과 관련된 기억, 그러한 정신적 상흔으로 인한 병적 징후, 죽음과 같은 음울한 기운이 만연한 일상에의 부적응, 기억을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 등으로 구성된 서사가 ‘여수의 사랑’ 전편을 관통한다. 이러한 서사구조를 깔고 작가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다. 어둡고 침울한 어조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설정된 타자는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수묵화 안에 오롯이 담긴다. 가령,‘여수의 사랑’을 보자. 이 작품에서는 정선과 자흔이라는 두 명의 인물이 서사를 이끌어 나간다. 먼저, 정선의 경우. 여수에서 보낸 어린 시절, 어머니가 죽자 아버지는 술에 찌들어 살다가 결국 정선과 어린 동생과 함께 바다로 뛰어들어 동반자살을 꾀한다. 혼자 살아남은 정선은 서울에 살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으로 인해 일상에 적응하지 못한다. 정선은 서울을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이 만연하고, 온갖 병균이 득실한 곳으로 여긴다. 그곳에서 정선은 ‘결벽증’과 같은 병적 증세에 시달린다. 다음 자흔의 경우. 그녀는 두 살 때 서울역에 버려져 고아가 된 뒤 보육원 생활을 거쳐 입양이 된다. 돈에 대한 욕심도, 행동거지에 조심성도 없다.‘모든 것을 생각 없이’ 다루는 그녀는 아무 희망도 없이 도시를 옮겨 다닌다. 자흔은 일상의 ‘나’와 또 다른 ‘나’의 두 가지 모습으로 존재한다.‘핏기가 없는 데다가 입가와 뺨에 온통 하얗게 버짐이 피어 흡사 분가루를 뒤집어쓴 광대 인형’ 같은 것이 일상의 ‘나’이고, 늘 떠돌아다니면서 세상사에 무관한 채 ‘견고한 평화가 어른거리는 얼굴’,‘무구하고도 빛나는 웃음’,‘천진한 영혼’을 가진 것이 또 다른 ‘나’이다. 또 다른 ‘나’는 여수에 대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고향도 모르는 자흔은 성인이 되어 문득 찾게 된 여수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여수를 고향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상의 ‘나’를 버리고 또 다른 ‘나’로 거듭 태어나고자 한다. 그녀에게 여수는 풍경이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진정한 아름다움을 품은 공간으로 인식된다. 죽음과 같은 음험한 기운, 온갖 병균으로 득실한 ‘서울’에 대비되는 여수란 과연 어떤 곳인가. 길 여기저기에 소들이 쟁반만 한 똥을 갈겨놓은 진짜 시골이었어요.(중략) 그냥 ‘아름답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는 거예요. 마을 앞 버려진 부두에는 누더기 같은 천막이며 더러운 판자때기들이 뒹굴고, 검푸른 물결은 갯벌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가 밀려가고……염소 울음 소리, 새소리, 바람, 두엄 냄새, 일하는 아낙네들……그 가운데 어느 하나도 낯익은 것이 없었는데도 마치 내가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품속에 돌아와 있는 것 같았어요.(‘여수의 사랑’,50∼51쪽) 따뜻한 산수화 한 폭을 보고 있는 듯한 여수의 풍경은 자흔에게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진 곳으로 각인된다.‘푸른 실 하나하나를 촘촘히 엮어 놓은 것같이 잔잔한 만’에 염소 울음소리와 새소리가 있고, 바람이 불고, 두엄 냄새가 나며, 그런 자연적인 것들과 어우러져 백발 성성한 노인과 머릿수건을 쓴 아낙네, 상고머리 소년들이 일을 하는 곳,‘무덤’마저 ‘착하고 둥글둥글’하게 생긴 곳, 그곳이 바로 자흔의 기억 속에 자리한 ‘여수’이다. 고향도 모른 채 고아로 자란 그녀에게 여수는 ‘어머니 품속’처럼 아늑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의 고향으로 살아 숨쉰다. 여수로 표상되는 이 세계야말로 자흔에게 인간다운 삶을 가능토록 하는 타자이다. 그녀가 여수를 갈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는 도시의 삶을 견디기 위해 어항에 물고기를 키우기 시작한다. 그녀가 물고기 키우는 일에 정성을 들이는 까닭은 자신이 물고기가 되고 싶어서이다.“세상에 있는 모든 물은 바다로 흘러가고, 그 바다는 여수 앞바다하고 섞여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서 물고기가 되고자 하는 일이란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로 흘러들어 가는 일에 다름 아니다. 일상의 ‘나’를 거부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품속 같은 ‘여수’와 일체가 되고자 하는 또 다른 ‘나’를 지향하는 자흔을 통해, 정선은 어린 시절의 정신적 상흔으로부터 힘겹게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정선에게 죽음의 기억이 서린 여수는 병적 증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자흔은 그런 정선에게 여수를 이야기하고, 그럴 때마다 정선의 결벽증은 심해진다. 그러다가 정선은 차츰 자흔을 통해 환기되는 여수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자흔이 그녀의 곁을 떠나자 정선 역시 여수행 기차를 탄다. 정선의 여수행은 자흔처럼 일상의 ‘나’로부터 벗어나 아름다운 여수를 사랑하는 ‘나’로 거듭 태어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여행이다. ‘여수의 사랑’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품속’ 같은 타자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 여기’라는 현실에 작가가 천착한 결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인간은 불행한 존재다.’라는 관념의 영역에서 설정된 것이어서 이 작품은 삶에 대한 리얼리티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지적을 면할 수 없다.‘여수’라는 타자가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몸피를 얻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작가의 천착이 심화되어야 하며, 더불어 그렇게 얻어진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탐구해 들어가야 한다. 3. 맨얼굴에 담긴 관(觀)의 사유 실현가능한 것으로서의 ‘타자’가 되기 위해 작가의 인식이 구체적인 현실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타자와 합일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어둠의 사육제’와 ‘아기부처’에서 이뤄진다. 이들 작품에서 ‘여수’로 상징되는 타자에 대한 직접적인 지향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신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는 데 주력한다. 그 방법은 ‘가면 벗기를 통한 맨얼굴 찾기’와, 용서라는 마음이 우러나오도록 하는 ‘관’의 사유로 구체화된다. ‘어둠의 사육제’를 보자. 먼저 주목할 것은 ‘서울’을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다. 작가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여전히 ‘어둠’이자,‘인간들의 더러운 그림자’가 지배하는 ‘무덤’으로 인식한다. 죽음의 기억이 이러한 인식을 이끌어내었던 초기작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서울의 구체적 현실에 천착하여 그 속에 내재된 동물적 폭력성을 감지해내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인식이 현실에 밀착해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나 세상에 밟히고 뒤둥그러지면 저렇게 되는 것일까, 하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여자의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을, 번들거리는 눈과 기차 화통 같은 목소리를, 그 이상 철면피할 수 없을 되바라진 억양을 묵묵히 관찰하며 나는 연민이나 환멸이라고만은 설명하기 힘든 야릇한 슬픔에 사로잡히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0쪽) 중년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실수로 때린 여대생에게 ‘동물적인 분노와 보복’으로 폭력을 휘두르고, 전철에서 뻔뻔스럽게 자리 양보를 요구한다. 비단 중년 여자뿐만이 아닌 이 작품의 여러 인물들에게서 모두 감지되는 동물적 폭력성은 이후 전개되는 한강의 소설에서 현실 인식의 한 증좌가 된다. 나(영진)와 인숙 언니는 같은 고향 사람으로 둘 다 서울로 상경한다. 영진은 ‘세상에 대해 좋은 것만 생각’하고 ‘착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인숙 언니는 ‘커다랗고 감정이 풍부했던 눈이며 부드럽기만 했던 입매’를 가진 사람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로 올라와 변화한다. 여직공이던 인숙은 ‘거친’ 말씨를 내뱉고 ‘나쁜 쪽만 생각’하는 ‘독한 사람’으로 변한다. 무역회사 경리를 하면서 돈을 모아 대학 영문과에 진학할 생각을 하던 영진은 인숙이 전세금을 빼들고 도망가자,‘악하게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잘 벼린 오기 하나만을 단도처럼 가슴’에 품고 ‘인간에게 살의를 느끼는 사람’으로 변한다. 명환 역시 ‘본래 선한 사람’이었으나, 교통사고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고 ‘모든 인간들에게 살의’를 품는다. 간암을 치료하기 위해 전세금을 갖고 도망간 인숙이나, 그 인숙으로 인해 ‘독기’를 품은 ‘나’나, 돈으로 용서를 구해온 가해자에게 복수를 꾀하는 명환이나, 모두 중년 여인처럼 동물적 분노와 보복심으로 폭력을 휘두른다. 어둠 속에 꼿꼿이 네 발을 세운 채로, 경련하는 암고양이의 모습을 소리없이 주시하고 있는 검은 수고양이의 모습은 흡사 악령 같았다.(‘여수의 사랑’,223쪽) 쥐약을 먹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암고양이를 냉혹하게 주시하는 악령 같은 수고양이는 동물적 폭력성이 난무하는 현실을 환유하는 장치이다. 영진과 인숙, 명환 등은 바로 이 동물적 폭력성에 길들여진다. 이러한 동물적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선 가면을 벗음으로써 맨얼굴을 찾는 것이 그 첫 번째 방법이다. 동물적 복수심으로 남을 괴롭혀 온 명환이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통스러워하다가 ‘빈손’,‘완전한 빈 몸뚱이’가 되기 위해 자살하는 모습을 보고, 영진 역시 그런 복수심을 버리고 간암 치료를 받는 인숙 언니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서한다. 바로 이 과정에서 가면 벗기와 맨얼굴 찾기가 이뤄진다. 지하철 창문에 비친 객실의 음산한 풍경 속에 내 얼굴은 어딘가 낯설어 보였다. 나는 그 가면 같은 얼굴을 뒤집어쓴 사람이 더 이상 눈물 따위를 흘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여수의 사랑’,231쪽)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상에 길들여진 자들의 뻔뻔스러운 얼굴을 표상하는 ‘가면 같은 얼굴’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은폐한다. 그 얼굴은 인간의 것이라기보다는 폭력적인 동물성을 표상하는 수고양이의 것에 가깝다. 작가는 가면을 쓴 비정한 일상의 인간들에게서 발견한 물질만능주의, 출세지향주의, 가족이기주의와 같은 현실의 모순을 비판의 목록에 등재한다. 동물적 폭력과 복수심에 길들여진 일상의 가면을 벗고 또 다른 ‘나’의 맨얼굴을 획득할 때 비로소 용서와 화해를 품을 수 있고, 또한 타자와의 합일이 가능하다. 요컨대, 맨얼굴 찾기가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일차적 방법인 셈이다. 맨얼굴로 도심의 일상에 나서는 영진에게서 현실을 향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가 엿보인다. ‘어둠의 사육제´가 동물적 폭력성이 길들여진 가면을 벗고 그것에 오염되지 않는 맨얼굴을 되찾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면,‘아기부처´는 그 맨얼굴이 어떤 마음을 지녀야 하는지를 ‘언외언(言外言)´과 ‘관(觀)´의 사유를 통해서 강조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타자와의 합일을 가능케 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주인공 선희는 프라임타임의 앵커인 남편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한다. 남편은 어릴 적에 입은 화상 흉터를 감추려고 철저하게 긴 옷을 입는다. 선희가 감기에 들자 자신에게 감기를 옮길까봐 병원에 가보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그는 말실수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이고, 독단적인 인물로서 출세를 위해 자기관리를 철저히 한다. 선희는 처음엔 남편의 흉터를 보고 고됐을 그의 삶을 연상하지만, 결혼 후 이기적이고 권위적이고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남편의 실체를 알고부터는 남편의 화상 흉터를 싫어하게 된다. 자신의 흉터를 보듬어 줄 사랑을 찾아 남편은 외도를 하고 선희는 남편으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는다. 나는 한갓 짐승이었다. 땀에 젖어 산비탈에 엎드린, 누더기 같은 한겹 가죽만 남은 병약한 짐승이었다. 그 가죽 안에서 악취나는 거품처럼 부글거리고 있는 것은 오래 묵은 분노와 후회와 증오, 억울함과 자책감과 부끄러움이었다. 그것들이 내 살을 속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부식시켜 왔다(‘내 여자의 열매’,111쪽) 현실의 동물적인 폭력성에 선희는 철저히 희생당한다. 그 결과 남편과 세상을 향해 분노와 증오를 쌓아간다. 그렇지만 분노와 증오는 앞서 ‘어둠의 사육제’의 인물들처럼 스스로를 동물적 존재로 만들 뿐이다. 그런 동물적 삶으로 인해 선희는 황폐해져 간다. 그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선희의 모습은 꿈 속 아기부처의 얼굴에 비춰진다. 아기부처가 짓는 표정들은, 음흉한 입꼬리와 날카로운 눈초리를 하거나, 차갑게 빈정대는 눈꼬리를 한 그녀의 내면과, 진흙이 끈적이며 달라붙기도 하고, 모래가 되어 부서지기도 하는 남편과의 현재 관계를 거울처럼 되비친다. 아기부처의 얼굴은 선희가 병약해가는 것이 “마음속에 맺힌 악취 나는 감정들” 때문임을 깨닫게 하는 경고의 스크린인 셈이다. 그렇다면 아기부처로부터, 동물성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그것은 ‘말’이 아니라 ‘침묵이나 몸짓’ 속에 현현하는 ‘언외언’에 있다.‘몸짓’으로서의 ‘언외언’은 ‘말’이 야기하는 폭력성으로부터 벗어나 있다. 남편, 어머니, 아기부처와 선희는 ‘말’이 아니라 ‘몸짓’으로 소통함으로써 화해한다. 어머니의 불화 그리기, 아기부처의 얼굴 빚기, 혹은 언어 장애 아동을 위한 삽화 그리기 등이 ‘언외언’의 도정에 가로놓인다. 아이, 까르르 웃는다. 처음으로 입을 열어 외친다. ‘가자!’ (중략) 아이의 손을 번쩍 들게 하고 엉덩이도 약간 띄워서 아이가 펄쩍 날아오르는 것처럼 해야겠다. 아빠의 몸까지 함께 날아오르려는 것처럼 해야겠다.(‘내 여자의 열매’,102쪽) 언어장애아동처럼 언어를 거부하는 것은 말의 논리와 체계, 즉 말을 배우면서 사회로 편입되는 사회화과정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말하자면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일상 현실의 ‘말’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아버지의 노력에 힘입어 자기 안의 성벽을 허물고 드디어 입을 연다. 선희는 그들이 느꼈을 법한 기쁜 감정을 몸짓에 담아 삽화로 그려내야 한다. 아이와 아버지의 “날아오르는” 듯한 몸짓에 ‘기쁘다’는 말로는 전할 수 없는 마음이 담긴다. 삽화를 그리며 깨닫게 된 ‘언외언’은 남편의 흉터를 어루만지는 몸짓에 담긴다. 남편이 다른 여자로부터 마음의 상처를 입고 머리를 짓찧을 때 선희가 남편의 머리를 감싸안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몸짓’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이다. 그 마음은 ‘말’ 그 자체에는 은폐된 ‘무엇’이며,‘침묵’의 빈 공간에, 말없이 이루어지는 ‘몸짓’ 속에 실재한다. 결국 언표화 되지 않는 마음을 환기시키는 방법은 ‘언외언’에 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인가. 이 작품에서 ‘언외언’의 심층을 ‘관(觀)’의 사유가 가로지른다.‘말’의 폭력성 때문에 갇혀 있던 용서와 화해의 마음은 ‘관’의 사유에서 풀려난다. 이쪽과 저쪽의 경계를 나누는 구분 자체를 초월한 곳에, 그리고 속물적인 욕망을 넘어선 자리에 “관”의 사유가 존재한다. 일상을 지배하는 논리규범에는 담길 수 없는 진정한 마음이 “관”의 사유 속에서 우러나온다. (i) “그 스님이 그러더라. 관세음보살은 내 속에 있다고. 내 몸이 용서하는 마음으로 그득해지면 그게 바로 관세음보살이라더라.” (‘내 여자의 열매’,104쪽) (ii) 관음의 입술은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귀가 퍽이나 예민한 이인가 보았다. 빗소리를 듣다가 깨달음을 얻었고, 늘 세상사람들의 소리를 관(觀)하고 있어 괴로이 부르는 음성을 듣는 즉시 곧 구제해 준다고 어머니는 말했다.(‘내 여자의 열매’,105쪽) 삶의 고통을 인내하고, 마음속에 관세음보살을 잉태하듯 용서와 사랑과 화해의 마음을 잉태하는 것, 그럼으로써 일종의 해탈의 경지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관’의 사유이다. 선희는 남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자신이 바라는 진정한 부부 관계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깨닫는다. 자신이 그동안 봐왔던 남편의 모습은 실은 화상을 입은 그의 껍질에 지나지 않음을, 정작 남편의 마음은 화상으로 일그러진 피부 밑에 고통스럽게 감추어져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마음을 가질 때,“목련은 나무에 핀 연꽃이라 목련(木蓮)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올려다보자, 하오의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그 봉오리들은 마치 꽃잎 안에 흰 등불들을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117쪽)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겨울 나무에서 봄의 생명력을 감지할 수 있는 경지로 나아갈 수 있다. 겨울부터 저 날카로운 솔잎들은 초록빛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보니 같은 푸른색이지만 분명히 달랐다. 방금 나온 어린 싹 같은 연푸른빛이 생생하게 차올라 있었다./ 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내 여자의 열매’,125쪽) ‘아기부처’의 마지막 장면이다. 겨울 지나 봄으로 가는 문턱에서 자연을 보고 느낀 감상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리 단순하지 않다.‘같은’ 푸름에서 ‘다른’을 간취하고, 겨울부터 ‘지속’되는 것들 가운데 ‘방금 나온’ 생명의 시작을 발견한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낙엽이 떨어진다는 획일적인 공식이 아닌, 한 나무 안에서도 서로 다른 색의 잎들이 공존하고 있음을 긍정하는 사유, 앙상한 겨울나무에서도 미세한 생명의 떨림과 그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는 사유, 그것이 바로 ‘관’의 사유이다. 이 관의 사유를 마음속에 지닐 때, 동물적 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의 삶을 극복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는, 보다 인간다운 삶을 지향할 수 있다.‘겨울에는 견뎠고 봄에는 기쁘다.’라는 잠언과 같은 감탄은 아무나 도달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다. 4. 식물성을 향한 욕망의 존재론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서의 맨얼굴과 ‘관’의 사유는 작가가 죽음의 기억으로부터 벗어나 구체적 현실의 삶에 뿌리내리면서 발견한 중간 경유지이다. 이 방식들은 의식의 층위, 마음의 층위에서 이루어진다. 이 층위는 평면의 동심원에서, 외원을 이루는 동물적 폭력성이 강렬한 외파로 밀고 들어올 때 위태롭게 흔들리는 내원과도 같다. 그 어떤 외파도 견딜 수 있기 위해서는 의식과 마음이라는 동심원의 평면 저 아래 깊은 심연에 자리한 무의식의 영역으로 그것을 심화시켜야 한다. 요컨대 타자와의 합일을 향한 무의식의 강렬한 욕망이 있다면, 그래서 의식의 수면을 꿰뚫을 정도로 강렬하다면, 그럴 때 현실의 외파에 맞설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한강은 ‘내 여자의 열매’를 거쳐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 연작에 이르는 도정에서 욕망의 영역으로 작가 인식을 심화시킨다.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이 그것이다. 이 순간 타자와의 합일을 이루는 방법으로 무의식의 심연에 자리한 욕망의 영역이 설정되고, 그 결과 관념에 지나지 않았던 ‘여수’ 대신 ‘식물성’의 세계가 새로운 타자의 자리에 위치한다. 이 타자는 여수처럼 현실과는 동떨어진, 현실 저 너머의 또 다른 공간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욕망 속에 살아 꿈틀거리는 것이자, 현실 속에서 실현 가능한 타자이다. ‘내 여자의 열매’는 식물성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식물적 상상력이 길어내는 삶의 진실은 그 힘이 아직 미약하다. 현실도피의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일상이 싫어서, 도심의 똑같은 아파트가 싫어서, 지긋지긋한 피를 갈고 싶어서, 어머니처럼 되기 싫어서, 어디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어서 결국 식물이 된다는 가정이 단순한 현실도피를 방증한다. 그리고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인물의 욕망 역시 미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식물성의 세계를 강렬히 욕망하는 인물에 의해 식물성의 세계가 온전히 개화하는 작품은 ‘몽고반점’이다. 이 작품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와, 몽고반점을 가진 처제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근친상간을 예술적 시선과 현실 윤리의 시선 속에서 포착해낸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처제의 욕망과 그의 욕망이다. 우선 처제의 욕망을 보자. 그 욕망은 그의 눈에 포착된 몽고반점 속에서 엿볼 수 있다. 약간 멍이 든 듯도 한, 연한 초록빛의 분명한 몽고반점이었다. 그것이 태고의 것, 진화 전의 것, 혹은 광합성의 흔적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는 것을, 뜻밖에도 성적인 느낌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식물적인 무엇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채식주의자’,101쪽) 처제의 몽고반점은 ‘순수성’ 혹은 ‘순수한 영혼’을 표상한다. 곧 ‘어린아이’처럼 처제는 일상의 폭력성에 물들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의 붓칠에 의해 ‘순수한 영혼’이 육체에 새겨진 ‘몽고반점’으로 가시화된다. 꽃을 그려 넣는 행위는 폭력적인 일상에 의해 상처받은 인간의 몸에 ‘순수한 영혼’이라 할 수 있는 식물성을 부여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처제는 “뱃속의 얼굴”에 대한 무서움을 이겨낸다. “뱃속에서부터 올라온 얼굴”은 그 자신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진정한 욕망을 의미한다. 뱃속의 얼굴이 낯설고 무섭게 느껴진 까닭은 일상의 질서에 자신이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질서로부터 벗어날 때 그 얼굴은 자신의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처제는 자신의 “순수한 영혼”을 가시화한 꽃 그림에 힘입고, 그녀 자신에게 내재해 있던 진정한 욕망을 발견함으로써,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로 풍겨 나오는 처제의 “배냇내”는 타자와의 합일이 뿜어내는 식물성의 ‘향기’인 셈이다. 몽고반점, 즉 꽃잎 그림자로서의 순수한 영혼과, 몸 혹은 꽃으로서의 진정한 욕망이 유기적 통일성을 이루는 세계, 그것이 ‘색채의 세계’로서의 식물성의 세계이다.“색채의 세계”는 “격렬한 세계”이자,“마술적” 세계이고,“전혀 다른 세계”이다. 식물성에 대비되는 동물성의 세계는 일상에 만연해 있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폭력성을 함축한다. 그것은 육식성,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으로 점철된 일상이자 문명의 세계를 표상한다. 반면에 식물성은 순수성과 공존의 세계이자, 가족의 윤리마저 붕괴되는 탈일상이자 탈문명의 세계로 압축된다. 인간의 몸과 꽃, 그리고 짐승이 뒤섞인 교합에서도 드러나듯, 식물성의 세계는 “추악하면서도 아름답고” 동시에 “삶의 시작이자 끝”이기도 하고,“모든 것이 담겨 있는” 동시에 “모든 것이 비워진 곳”이기도 한, 차별상을 가진 일체의 것이 존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인 것이다. 하기에 처제가 욕망하는 식물성의 세계는 처제와 형부의 불륜관계처럼 제도의 금기마저 초월한 곳에 있다. 현실 제도의 금기를 위반하는 욕망이 존재할 수 있는 방식은 오로지 ‘죽음’과 ‘광기’의 영역 안에서이다. 곧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은 금기의 위반에서 맛본 죽음과도 같은 향유(jouissance)를 안은 채 죽음을 향해 돌진할 것인가, 아니면 ‘광기’로 내몰려 사회로부터 배제당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그것이 어떤 선택이건 모두 일상에서의 ‘죽음’과도 같은 귀결로 치닫는다. 처제는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자신의 욕망을 끝까지 치열하게 표출한다. 그렇다면 그의 욕망은 어떠한가. 그의 욕망은 육체적 욕망과 예술적 욕망 사이의 긴장 속에서 유동한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모되고 찢긴 인간의 일상”을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강직한 성직자”로 불릴 정도로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그러다가 처제의 자해사건을 겪으면서 그가 작업했던 것들 역시 일상에서 자행되는 폭력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는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그가 찾았던 “더 고요한 것, 더 은밀한 것, 더 매혹적이며 깊은 것”으로서의 실재를 현현하고 있었다. 처제의 ‘몽고반점’은 비디오아티스트인 그에게 이미지가 갖는 재현의 한계를 깨닫게 한다. 그는 지금까지 작업해 온 일상의 폭력성을 담은 이미지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재현했든 간에 상관없이, 실재의 고통과 감정을 사라지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한계는 삶의 여러 국면에서 용솟음치는 욕망과 대면할 때마다 현실과 욕망의 경계 선상에서 그가 느꼈을 법한 환멸과도 같다. 그는 근친상간이라는, 현실의 금기를 위반하며 욕망의 극단에 잠시 도취된 결과, 잡으려 했던 욕망의 실재가 허망하게 스크린 너머로 사라지는 것을 보아야 한다. 그의 욕망은 처제가 보여주었던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온 욕망의 시선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 욕망은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하다 결국 자신의 육체적 쾌락 앞에 예술적 욕망을 무릎 꿇린 결과를 낳고 만다. 여기서 ‘그’의 욕망을 작가 한강의 글쓰기의 욕망과 연결시킬 수 있다. 처제와의 근친상간을 통한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 작가의 애초의 글쓰기의 의도이다. 이 의도대로라면, 작중 인물은 ‘그’와 처제만으로 충분하다. 두 인물의 근친상간을 담은 캠코더의 화면처럼, 근친상간 그 자체만을 다루면서 식물성의 세계를 오롯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 그것이 작가의 본래 기획이고, 작가가 생각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그것은 밀실에서나 가능하다. 그것이 공적인 장으로 나올 때(발표될 때), 현실로부터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로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비난을 피하고, 작가가 생각한 본래의 의도를 어느 정도 형상화하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그것이 ‘아내’이다.‘아내’는 현실 사회의 제도적이고 관습적인 윤리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이 ‘아내’의 등장에 의해 ‘그’와 ‘처제’의 근친상간은 작품 속에서 불륜으로 비판된다. 작가는 ‘아내’를 작품 결말 부분에 등장시켜 이 작품이 포르노그래피 혹은 외설이라는 비판을 비껴나가게 하고, 그러면서 자신이 본래 지향하는 예술(식물성의 세계를 형상화한 것)의 측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한편으로는 작가 한강의 영민한 균형 감각에 기인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식물성의 세계를 전면화한 예술을 공적 영역으로 드러내기에는 아직도 현실의 억압과 금기가 완강하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작가의 비판 의식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본래적 욕망과 안전장치가 균형을 이루면서, 식물성의 세계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으로 이어지는 연작이다. 이들 소설에서 영혜라는 인물은 그녀의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 속에서 포착된다. 세 인물은 각각 독특한 인물형을 표상하며, 그 인물형이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드러낸다.‘채식주의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녀의 남편(나)은 속물을,‘몽고반점’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부(그)는 예술가를, 그리고 ‘나무불꽃’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언니(그녀)는 일상에 함몰되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을 표상한다. 그들은 모두 길들여진 욕망에 사로잡힌 채 진정한 욕망을 추구하려는 영혜를 경계 밖으로 일탈한 인물로 취급하고 폭력을 휘두른다. 광인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영혜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라도 자신의 욕망을 지켜내려 한다. 연작에서 교직된 인물들이 그려내는 삶의 진실은 무엇인가. 그들은 어떠한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인식하는가. 혹시 그것은 우리에게 진정한 욕망이란 ‘광기’와도 같은 것, 정상의 영역을 벗어난 것, 그래서 죽음과도 같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가.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로 영혜는 죽음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간다. 그런 영혜에게 작가 한강의 깊고 고통스러운 숨결이 느껴지는데, 그것은 한강의 고민이 바로 진정한 욕망의 탐구 위에 있음을 방증한다. 5. 텍스트의 독법, 타자를 향하여 한강의 소설은 탄탄한 서사구성으로 인정받는다. 거기에 더해 텍스트 간의 긴장관계까지도 탄탄하게 조여 낸다. 그런 까닭에 한강의 소설 전체를 하나의 텍스트로서 파악하는 독법이 필요하다. 일종의 텍스트 간 소통의 재구성 방식이다. 그 하나로 고통스러워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내밀하게 파헤치는 방식.‘여수의 사랑’에서 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둘, 둘 이상의 고통스러워하는 인물들이 서로의 고통을 마주 보기.‘저녁빛’이나 ‘진달래능선’,‘어둠의 사육제’에서는 서로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보듬어주는 중층적인 시선들이 교직된다.‘내 여자의 열매’에서는 식물 되기를 꿈꾸는 인물의 내면을 편지 형식으로 삽입하고 지켜보는 시선에 남편을 배치한다. 셋, 동일한 사건을 겪는 인물들의 다중초점화.‘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불꽃’이 만드는 연작 형식. 영혜라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채식주의자’는 그녀의 남편의 시선에,‘몽고반점’은 형부의 시선에,‘나무불꽃’은 언니의 시선에 초점을 맞추고, 영혜를 바라보는 중층적인 시선들을 세 작품에 나누어 배치한다. 그럼으로써 식물성의 세계를 지향하는 영혜의 욕망을 보여주고, 그녀의 욕망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부각시킨다. 더불어 텍스트마다 화자를 바꾸어 조명함으로써 각 인물의 내면을 포착하고 그 인물이 다른 인물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 결과 각 인물들은 세 텍스트 안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선에 의해 입체적으로 살아 움직이면서 ‘지금, 이곳’의 리얼리티를 무수히 직조한다. ‘여수의 사랑’에서 자흔이 꿈꾸는 ‘여수’에서부터 출발하여 ‘채식주의자’ 연작에서 영혜가 꿈꾸는 ‘나무 인간의 세계’로 나아가는 한강의 소설들은 궁극적으로 인간 존재에게 결여된 빈 공간이자 잃어버린 ‘타자’를 찾아가는 지난한 행보를 보인다. 한강은 그러한 타자와의 합일을 지향함으로써 폭력적인 일상 속에서 위협당하는 나약한 인간 존재를 보듬고자 한다. 작가 한강이 어두움의 세계, 즉 은밀하고도 사적인 영역들에 은폐되어 있는 죽음, 성, 욕망 등을 공론화의 장으로 내어 놓고, 그럼으로써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마련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더욱 값진 의미를 갖는다.
  • 겨울방학 한강 생태프로그램 풍성

    겨울방학 한강 생태프로그램 풍성

    신나는 겨울방학을 맞은 초등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생태체험 및 만들기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2일 서울시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철새 교실, 다양한 동·식물의 겨울나기 관찰 교실, 자연소재를 이용한 만들기 교실 등 22종의 프로그램이 한강 생태공원에서 진행된다. 고덕수변생태공원에서는 매주 토요일 오전에 ‘새들의 비밀’ 저자와 함께하는 새 이야기를 들려 준다. 강서습지생태공원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후에 식물의 씨앗을 관찰하고 이동방법을 알아 보는 ‘씨앗의 여행’이 진행된다. 선유도공원에서는 물재생공원의 특성을 살려 ‘재미있는 물과 흙이야기 교실’이 격주로 수요일 오후에,‘종벌레와 수생식물 현미경 관찰교실’ 이 매주 토요일 오전에 각각 진행된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에서는 가족과 함께 참여하기 좋은 ‘가족과 함께 전통매듭 배우기’가 매주 토요일 오후,‘나뭇잎·열매로 액자만들기’가 매주 수요일 오후에 진행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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