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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겨울도 힘들었수다, 폭싹 속았수다… 고단한 세월 버텨온 그대, 아픔 달래줍서[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지난겨울도 힘들었수다, 폭싹 속았수다… 고단한 세월 버텨온 그대, 아픔 달래줍서[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지나고 나면 알게 되는 진심들이 있습니다. 더러는 후회로 남고 더러는 미련을 떨치지 못해서 자꾸 뒤돌아보게 하지요. 봄날이 화사할수록 그리움은 깊어만 갑니다. 당신의 4월 이야기는 누구와 함께인가요? 그이에게 건네는 당신의 말은 연애편지인가요, 낙서인가요? 오늘은 봄날의 마음을 먼 남쪽 땅 제주로 유배 보냅니다. ‘폭싹 속았수다’ 보고 계신가요? 딸 금명(아이유)이 엄마 애순(문소리)과 전화하는 장면에서 눈물, 콧물 다 쏟고 말았어요. ‘폭싹 속았수다’는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의 제주말입니다. 드라마의 제목으로 쓴 이유를 알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우리는 백 번, 천 번 고마워해야 할 이의 가슴은 낙서장처럼 쓰고, 어쩌다 한 번인 타인의 친절에는 연애편지처럼 관대하게 답하지요. 그럼에도 정제되지 않는 말들은 가까운 사이라 가능한 투정이겠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있자니 자꾸만 잃어버린 얼굴들이 떠올라 가슴 한켠이 서걱거렸습니다. 그리고 제주의 봄이 그리워졌습니다. ●‘금명’처럼 사랑하는이에게 푸념하듯 저는 지금 제주 남서쪽 대정읍을 향하고 있습니다. 추사 김정희가 유배 살던 동네에 가려 합니다. 대정에는 그가 유배 시절 가장 오랜 시간 머문 집이 있고,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기념관이 있습니다. 유배가 무에 기념할 일일까 싶지만 추사의 일생을 두고 보면 제주 시절은 스스로 낮아지고 가벼워지는 시간이 아니었을까요. 그는 유배지에서 많은 편지를 썼습니다. 아내에게, 가족과 지인에게 고단함을 토로하곤 했지요. 저는 그가 글씨를 잘 쓴 사람이 아니라 편지를 자주 쓴 사람이어서 좋습니다. 편지 속에서 속내를 숨기지 않고 푸념하듯 뱉은 글들은 조선 최고의 명필 이전에 나 같고, ‘금명’ 같은 사람이었을 거라 믿게 합니다. “… 팔도의 다 있는 것이 여기 없으니… 북어 명태란 말을 듣지도 못하였사옵니다.” 명문가에서 태어나 탄탄대로를 걷던 그에게 유배 생활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적당히 연하고 무른 민어를 가려서 사 보내라거나, 겨자는 맛난 것을 넉넉히 보내라는 등 재촉하는 내용이 적잖습니다. ‘금명’이 ‘애순’에게 그랬듯 사랑하는 이여서 그랬겠지요. 꼬박꼬박 한글로 ‘~사옵니다’라고 존대해 적은 편지는 이를 짐작하게 합니다. 1842년 11월 14일, 그는 또 아내 예안 이씨에게 편지를 씁니다. 아내의 병환을 걱정하며, ‘소식을 자주 듣지 못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타는 듯하여 못 견디겠사옵니다’라고 적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습니다. 제주와 육지를 오가는 편지는 족히 몇 달이 걸렸고, 그 시차가 삶과 죽음 사이에 놓인 바다 같았겠습니다. 그래서 건축가 승효상은 제주추사관의 전시공간은 지하에, 진입로는 가파르게 설계해 추사의 절박함을 전하려 합니다. 제주추사관이 처음 지어졌을 때 마을 사람들은 ‘감자창고 같다’ 했다고 합니다. 단아한 1층 건물은 추사의 명성에 비하면 소박합니다. 계단 사이로 가파르게 난 갈지자(之)형 경사로를 지나 전시실로 내려갑니다. 먼저 두 개의 무량수각(無量壽閣) 현판 앞에 멈춥니다. ●세월의 풍상 견디며 뿌리내린 삶의 흔적 추사가 유배 오는 길(1840년)에 썼다는 해남 대흥사 무량수각과 유배 6년이 지나 예산 화암사에 보낸 무량수각 글씨입니다. 앞에 것은 힘차고 호쾌하며 뒤에 것은 여유롭고 담백합니다. 탁본일지라도 한 생의 증거를 이처럼 나란히 두고 마주할 기회는 많지 않을 겁니다. 저는 문 아래 사람이 지나는 듯한 화암사 현판의 ‘각’(閣) 자가 좋습니다. ‘각’(閣) 은 2층 이상의 큰 집에 붙이는 말인데 ‘문’(門)의 우측을 슬며시 기울여 썼습니다. 세월의 풍상을 견딘 문은 분명 그런 모양으로 점점 낮아지며 땅에 뿌리 내려 나이 먹었을 겁니다. 추사에게 제주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알겠습니다. 이 현판은 대흥사에 얽힌 전설 때문에 유명하지요. 추사는 유배 길에 대흥사에 들렀다가 원교 이광사의 현판을 떼고 자신의 글씨를 걸으라 했다고 하지요. 8년 3개월의 유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는 후회하며 이를 돌려놓았고요. 추사와 떼어놓을 수 없는 또 한 사람이 동갑내기 친구 초의선사입니다. 그는 우리나라 ‘차의 성인’(茶聖)이라 불립니다. 추사에게 ‘제주화북진도’를 선물하며 ‘서로 사모하고 아끼는 도리를 잊지 않은’ 사이라 했을 만큼 각별한 벗입니다. 추사가 대흥사에 들른 것 역시 초의선사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전시장 한쪽에는 ‘명선’(茗禪)이란 큰 글씨가 보입니다. ‘차를 마시며 선의 경정에 들다’라는 뜻입니다. 추사가 초의선사에게 선물한 호입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는 ‘완당전집’, ‘여초의’, ‘벽해타운’ 등에 알려진 것만 무려 70여편에 달합니다. 막역하고 개구진 벗들의 대화가 웃음 짓게 합니다. 추사는 제주에서 처음 말을 타다 살갗이 벗겨진 초의선사에게 사슴 가죽을 얇게 펴 밥풀로 붙이라 하며 ‘스님의 살가죽이 사슴 가죽과 비교해 어떤지 보자’며 놀립니다. 편지는 제주 유배가 끝난 후에도 이어졌는데요. 그때도 추사는 초의선사의 치통을 ‘혼자서 좋은 차를 마셨’기 때문이라 타박합니다. 저는 누구에게 이런 ‘낙서’ 같은 편지를 건넬 수 있을까요. 철없다 느껴지던 추사의 편지들이 조금씩 부러워지는 건 왜일까요. ●힘든 세월 잘 견뎌 낸 이들에게 전할 말 당신이 떠올리는 추사체는 어떠한가요? 제주추사관의 마지막 전시실은 우리의 선입견을 깨뜨립니다. 전시실 벽에 걸린 ‘판전’(板殿)의 현판은 그가 71세 병중에 마지막 쓴 글씨입니다. 비례나 균형이 맞지 않고 삐뚤삐뚤해 서툴러 보이기까지 해요. 추사의 글씨라 믿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서 대가의 글씨를 이미 마주했던 터라, 그 떨림을 더 오래 명상하듯 바라보게 됩니다. 끝끝내 잘 쓴다는 것,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까지 번져갑니다. 전시실을 나서기 전에는 어둠 속에서 추사의 흉상을 마주합니다. 흉상의 시선은 판전(板殿) 현판 위 동그란 창에 이릅니다. 그 너머로 소나무가 어리네요. 소나무와 잣나무 사이에 원형의 창을 가진 집 한 채. 제주추사관은 동쪽에서 보면 ‘세한도’의 정경을 닮았습니다. 추사의 유배가 5년 차에 접어들 때쯤, 북경의 귀한 책을 구해 준 제자 이상적에게 고마움의 표시로 선물한 그림입니다. 추사의 발문은 제자에게 전하는 편지이고, 댓글처럼 줄줄이 이어지는 20여명의 감상평은 후대의 사람들이 추사의 생에 바치는 헌사와 다름없겠습니다. 추사영실에서 길은 다시 건물 바깥의 추사적거지로 이어집니다. 적거지는 추사가 유배 시절 머물던 집으로 안채와 바깥채, 별채를 재현했습니다. 담장에는 제주말로 개탕쥐낭이라 불리는 탱자나무 울타리를 둘러 위리안치를 표현했고요. 가시덤불이 담장을 타고 올라갑니다. 아쉽게도 제주추사관에는 추사의 편지가 많지는 않습니다. 가족과 지인에게 건넨 편지 정도가 있지요. 그럼에도 추사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한 통 한 통에 깃든 마음은 대정이라서 한층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추사는 1848년, 8년 3개월의 유배를 마치고 돌아갑니다. 제주에 처음 다다랐을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겠지요. 추사체가 제주에서 비로소 얼개를 갖춘 것처럼 말입니다. 그는 점점이 멀어지는 바다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잘 견뎌 낸 자신에게, 먼저 떠난 아내에게, 굳건한 벗이 되어 준 초의선사에게 그리고 자신의 생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 제주와 그 땅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요. ‘폭싹 속았수다.’ ●곶자왈 숲이 보낸 생명의 소리 유배지의 날들은 외롭고 고된 세월이었을 겁니다. 늘 바쁜 우리는 정작 그 유배의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고요. 4월의 제주는 활짝 핀 유채꽃과 벚꽃도 좋겠습니다만 오늘은 당신에게 제주 숲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제주에는 곶자왈이 있습니다. ‘곶’은 숲이고 ‘자왈’은 돌과 나무들이 엉클어진 덤불을 뜻하지요. 곶자왈에는 열대 북방한계와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어울려 산다고 해요. 제주의 생태 콘텐츠 스타트업인 ‘더사운드벙커’의 ‘사운드 워킹’은 그 숲을 거닐며 가만히 제주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눈으로 좇고 혀끝으로 탐하던 제주를 귀로 맞아들이는 겁니다. 사운드 워킹은 제주추사관에서 멀지 않은 화순곶자왈에서 이뤄집니다. 전문가용 소형 녹음기와 헤드셋이 소리의 동반자입니다. 4월의 곶자왈은 초록이 한층 싱그럽게 피어납니다. 머리 위로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와 잎들이 부딪쳐 웅성거릴 때 그것은 잔잔한 파도 소리처럼 들립니다. ‘호오~휘리릭’ 하는 섬휘파람새 소리도 들리네요. 새들의 소리가 구애의 ‘송’(song)과 신호의 ‘콜’(call)로 나뉜다는 걸 아시나요? 이것은 봄날의 섬휘파람새가 짝을 찾는 소리이므로 노래일 겁니다. 그리고 헤드폰을 벗는 순간 우리는 그 숲에 작은 생명들이 살아 숨 쉰다는 걸, 사람이 가늠할 수 없는 자연의 소리로 넘쳐난다는 걸, 때로는 귓가에 닿았으나 미처 알아채지 못한 공기 같은 소리가 있다는 걸 알아챕니다. 우리에게 여행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감각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거지요. 사람과 자연은 글로는 소통할 수 없지만 그렇게 소리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갈 수 있다는 것도요. ●10년 지나 오는 ‘피그말리온 편지’ 다시 ‘폭싹 속았수다’입니다. 제주 푸른 바다가 눈물바다로 보이는 당신과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제주교육박물관은 ‘폭싹 속았수다’의 장면 장면이 겹쳐 흐르지요. 어린 금명이 등에 메고 인사하던 빨간 책가방, 시내버스 승차권, 구슬이나 딱지 같은 추억이 반짝입니다. 더구나 2층은 세트장이나 진배없습니다. 양은 도시락이 놓인 만화방,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이 된 양 옛 교복을 입어 볼 수 있는 교실 등에서 우리는 잠시 제주의 옛 시간을 살갑게 느껴 봅니다. “밥값. 시(詩) 써.” ‘폭싹 속았수다’에서는 딸 금명이 집을 떠나며 니베아 크림과 함께 엄마에게 엽서 같은 메모 한 장을 남깁니다. 저는 그 장면이 떠올라 2전시실 앞에서 한참 머물렀습니다. ‘어머님 보십시오’로 시작하는 1970년대 편지에는 어머니가 보내준 반찬거리에 ‘집의 냄새가 깃들여’ 있다 적혀 있습니다. 따라 스크랩해 붙인 편지였는데 제게는 어머니가 아들의 편지를 고이 간직했다는 증표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니 박물관을 쉬이 떠날 수 있을까요. 제주교육박물관에는 10년 후에 받아 보는 피그말리온 편지가 있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는 절실히 바라는 마음이 이뤄진다는 걸 뜻하는 심리학 용어지요. 누군가는 가족의 평안을, 건강을, 어떤 간절한 믿음을 글로 써나갔겠습니다. 지난해에도 10년 전 제주를 다녀간 이들에게 512통의 편지가 발송되었습니다. 저는 10년 후의 봄날을 떠올려 몇 글자를 눌러 씁니다. 제주교육박물관을 나와서는 4㎞ 남짓한 거리의 제주목관아와 관덕정을 찾아갑니다. ‘폭싹 속았수다’의 백일장 장면 촬영지입니다. 시인이 되고픈 애순과 그런 애순을 사랑하는 관식이 시를 쓰는 장면에 나오지요. 애순은 ‘가슴속에 식지 않은 돌 하나’를 엄마에 비유해 쓰고, 관식은 애순을 향한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을 ‘왱왱왱, 잉잉잉’이라고 표현하지요. 제주목관아는 탐라국 시절부터 제주 행정의 중심이었습니다. 제주목관아 앞 관덕정은 제주에서 가장 오랜 건물이고요. 신발을 벗고 관덕정에 오릅니다. 눈 앞에 오늘의 제주 거리가, 등 뒤로는 제주목관아의 옛 시간이 흐릅니다. 평화로운 한때입니다. 그러나 이맘때는 제주 4·3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제주에서 4월의 봄꽃은, ‘폭싹 속았수다’라는 말은 어쩌면 제주가 간직한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들에게, 그 시간을 견뎌 낸 당신들에게 건네는 위령의 말일지 모르겠습니다. ■ 여행수첩 ●제주추사관 -오전 9시~오후 6시(오후 5시 30분 입장 마감), 월요일 휴관, www.jeju.go.kr/chusa ●제주교육박물관 -오전 9시~오후 6시(오후 5시 30분 입장 마감), 월요일 휴관, www.jjemuseum.go.kr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식물스케일(박세미 지음, 시간의흐름) “우리는 좀처럼 식물이 변하는 그 순간을 목격하기 어렵다. 문득 돌아보면 어느새 뿌리가 자라 있고, 어느새 새순이 나 있고, 어느새 꽃을 피우고, 어느새 죽어 있기도 하면서 끊임없이 우리에게 성장과 생명이라는 진부한 주제를 상기시킨다.” ‘손바닥 소설’ 같은 느낌의 산문집. 시의 이미지보다는 다소 긴, 단편소설보다는 짧은 글들이 독자와 대화하듯 이어진다. 저자는 201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자 건축 전문지 기자다. 건축이 인체스케일 개념에 따라 인간의 몸을 척도로 공간을 설계하듯, 시인은 식물을 척도로 삼아 자신의 삶과 공간, 관계를 새롭게 측정한다. 132쪽, 1만 6000원. 호르몬 체인지(최정화 지음, 은행나무) “인간은 이제 노화가 무엇인지 모른다. 하얗게 바랜 머리카락, 깊게 파인 주름, 드문드문 검버섯이 올라온 피부, 굽은 등허리 같은 것들을 본 적이 없다. 만약 노인이 길거리를 지나다닌다면 동물원 우리를 탈출한 원숭이와 다름없는 볼거리가 될 것이다.” 호르몬 수술 전문 병원인 ‘호르몬 리버스’. 타인의 호르몬을 주입받아 생체 나이를 젊게 되돌리는 수술이 벌어지는 상상 속 근미래의 공간이다. 젊고 건강한 몸을 향한 욕망, 이를 부풀리는 기형적인 시스템. 사회의 방관을 숙주 삼아 빈곤의 악순환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 224쪽, 1만 6800원. 레스토랑 핑크(이지현 지음, 사계절) “역시 음식은 플레이팅이 제일 중요해. 다이아 플레이트는 기본이지. 이 정도가 이 집에서 최고급이라니, 실망인걸.” “다, 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시켰지? 나는 뭘 시켜야 하지?” ‘레스토랑 핑크’는 정해진 메뉴 없이 고객의 특별 주문대로 맞춤형 식사를 제공하는, 어디에도 없는 레스토랑이다. 어쩌면 ‘레스토랑 핑크’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자리한, 끝없는 욕망의 공간일 수도 있다. 과연 여기서 당신은 어떤 주문을 할까. 이지현 작가가 섬세한 색연필 작업으로 그려낸 실내 장식, 각종 요리와 식기들이 아기자기한 핑크빛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실상은 묘하게 꺼림칙하고 날카롭다. 56쪽, 1만 6800원.
  • 현생 인류의 성공적인 진화는 공유와 협력, 평등 지향성 덕분

    현생 인류의 성공적인 진화는 공유와 협력, 평등 지향성 덕분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출간 이후 과학을 바탕으로 우주, 지구, 생명, 인간의 역사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빅 히스토리’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다. 빅 히스토리에서는 인류가 지금처럼 지구 전체에 퍼져 살 수 있게 된 것을 신석기혁명, 농업혁명, 산업혁명, 과학기술의 발달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 인류의 혁명적 움직임은 빙하시대 수렵채집민의 성취이며 이때 이미 오늘날 인류 모두가 공유하는 가치와 근거가 마련됐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인류 문명이 야만 상태에 가까운 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시대로 넘어오면서 농업혁명이 일어나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하고 이후 금속 문명을 토대로 국가가 등장해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는 인식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그런데 성춘택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과학이 아닌 고고학이라는 창을 통해 “인류 공통의 토대는 빙하시대인 후기 구석기시대 수렵채집민이 만들었다”고 말한다. 성 교수는 신석기혁명의 거의 모든 요소라고 할 수 있는 토기, 간석기, 정주, 식물 재배 모두 빙하기 끝자락 수렵채집민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이때야말로 동굴벽화와 비너스상으로 대표되는 예술과 상징, 현대 사회 존속의 근간인 공유, 협력, 평등 지향 등 오늘날 인류라고 정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의 초석이 놓인 시기였고 진정한 글로벌 역사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현생 인류의 전 지구적 확산을 가능하게 한 요인을 크게 4가지로 꼽았다. 생물학적 진화, 문화적 진화, 수명 연장, 그리고 사회네트워크가 그것이다. 수렵채집민 중에는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들과도 무리를 구성하고 혼인 관계를 맺기도 했는데 이런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건강했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사회네트워크 형성 행동은 진화론에서 이야기하는 ‘안정된 전략’으로 자리잡고 일반적 양상으로 정착하면서 지구 생태계에서 인류가 지배종이 될 수 있게 했다. 성 교수는 “호모 사피엔스가 단일 생물종으로 가장 성공적인 진화의 역사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불평등보다는 공유와 협력, 평등 지향을 추구한 습속과 사회적 기제 덕분”이라고 짚었다.
  • 순천만국가정원 개장 90일 만에 관람객 60만 돌파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이 올해 개장 90일 만에 누적 관람객 수 60만명을 돌파했다. 2022년 대비 29일 앞당겨진 기록이다. 정원에 새로운 문화콘텐츠가 융복합된 결과다. 순천시는 웰니스관광지로 순천만국가정원이 소개됨에 따라 연간 관람객 5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한다고 3일 밝혔다. 정원경제를 통한 지역 상권 회복도 기대한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시민과 관람객이 자연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공간으로 ‘모두의 삶, 일상의 정원’을 선물한다. 자체 육묘장에서 튤립 등 구근 식물을 재배해 운영비를 절감했다. 지역 화훼농가와 계약 재배로 일자리 450개를 창출하는 등 지역경제 활력의 1등 공신 역할도 한다. 정원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며 지역과 정원이 함께 성장하는 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올해 글로벌 슬로건으로 ‘Go 순천, Take 가든’을 내세운 순천만국가정원은 형형색색의 꽃, 나무로 펼쳐지는 컬러풀 가든과 시기별 감성적인 문화콘텐츠를 결합해 더욱 젊어지고 다채로운 정원을 조성했다. 이를 킬러콘텐츠로 만들고 실시간 개화 상황 등 소셜미디어(SNS) 홍보를 강화해 20~30대와 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정원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일상에 스며드는 공간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원 쉼크닉, 가든 별핑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콘텐츠를 통해 정원으로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는 힘을 키워갈 것이다”고 밝혔다.
  • “산리오 테마존·굿즈에 캐릭터 쇼까지”… 에버랜드 튤립축제 20만명 다녀갔다

    “산리오 테마존·굿즈에 캐릭터 쇼까지”… 에버랜드 튤립축제 20만명 다녀갔다

    “엄마, 여기 쿠로미 너무 귀여워. 얼른 빨리 와 봐.” 지난 2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의 튤립축제가 한창인 포시즌스 가든에 마련된 산리오 캐릭터 테마존에서 꼬마 아이가 엄마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쿠로미는 헬로키티로 유명한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회사 산리오의 또 다른 인기 캐릭터로, 검은색 토끼를 모티브로 하는데 시나모롤, 마이멜로디, 포차코 등과 함께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1일 개막한 에버랜드 튤립축제에 이날까지 십여일간 20만명의 방문객이 찾은 것은 2회째를 맞은 산리오와의 협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에버랜드는 11곳의 산리오 캐릭터 테마존과 어트랙션(놀이기구), 먹거리, 굿즈 등을 마련한 것은 물론 국내 최초로 산리오 캐릭터가 출연하는 오리지널 공연(하루 2회)을 준비했다. 일본 현지 산리오 테마파크에서도 공연을 볼 수는 있지만, 야외에서 공연하는 건 에버랜드가 유일하다. 에버랜드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산리오 캐릭터 45종의 한정판 굿즈, 캐릭터와 협업한 식음료 13종도 방문객들의 눈길을 끄는 가운데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에버랜드의 마스코트인 판다 가족 ‘바오패밀리’와 삼성라이온즈가 협업한 팝업스토어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지난 2월 쌍둥이 아기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가 삼성라이온즈 어린이 회원으로 입단한 것을 시작으로, 양사 간 컬래버 프로젝트는 연중 이어질 예정이다. 튤립축제를 맞아 새롭게 론칭한 동물·식물 체험 프로그램도 봄의 에버랜드를 만끽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내년 장미축제 40주년을 앞두고 출시된 국내 최초의 정원 구독 서비스인 ‘가든패스’는 매월 새로운 꽃과 체험 콘텐츠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식물 특화 멤버십이다. 이달엔 매화와 벚꽃이, 다음달엔 장미가 흐드러지게 필 예정이다. 사파리를 도보로 탐험할 수 있는 ‘리버 트레일 어드벤처’에선 물 윗길을 걸으며 사자와 하이에나, 기린, 코끼리, 일런드(영양) 등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 불 키우는 소나무는 솎아내고 활엽수 많이 심어 구조조정해야[최악의 산불,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불 키우는 소나무는 솎아내고 활엽수 많이 심어 구조조정해야[최악의 산불,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36.9% 침엽수로 채워진 국내 산림 기름 성분 머금은 송진 탓 화마 불러1m 쌓인 낙엽층도 불쏘시개로 돌변인력·車 접근 어려운 지역 피해 확산과밀화된 나무·부산물 과감히 제거 산불에 강한 굴참나무 등 수종 교체 헬기 못 뜰 때 대비해 임도 구축 시급국가유산·전력 시설 주변 비워 둬야숲이 화약고로 변했다. 산불이 대형화되고 일상화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도 커지고 있다. 울창해진 산림으로 산불을 끄는 데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최근 경북·경남·울산 등 영남권 전역을 휩쓴 초대형 산불의 주불을 잡는 데 일주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됐다. 산림 과밀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의 치산녹화 사업으로 산림은 울창해졌지만 관리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접근이 어렵고 숲속에는 불에 탈 물질이 많아졌다. 특히 소나무의 송진처럼 식물체가 가진 기름 성분을 머금은 침엽수가 산림에 많아 산불을 확산시키고 피해를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부 숲의 밀도를 낮추고 수종을 다양화하는 동시에 숲에 접근할 수 있는 임도 개설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울창한 숲, 밀도 낮추고 혼합 식재해야 3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국토의 약 62.7%가 산지인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면서 전국 산림 88%가 황폐해졌다. 1960년대 산림 면적은 ㏊당 6㎥로 대부분이 민둥산이었다. 이에 정부는 1973년부터 치산녹화 사업에 착수했다. 이후 꾸준히 조림 정책을 펼쳐 2023년 기준 ㏊당 176㎥로 산림 면적이 29배 이상 늘어나는 등 울창한 숲을 회복했다.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산림녹화 성공 사례다. 하지만 속도에 초점을 맞췄던 조림 정책은 산불에 취약한 산림 구조를 만들었다. 1973년부터 1982년까지 시행된 정부의 ‘국토녹화 10개년 계획’을 보면 가장 많은 묘목을 공급한 건 미국산 외래종인 리기다소나무(6160만 그루)였다. 잣나무도 4900만 그루에 달했다. 2020년 기준 국내 숲 전체 면적(629만 8134㏊)에서 침엽수림은 36.9%를 차지한다. 이번에 산불이 발생한 지방자치단체 중 안동의 경우 전국 평균보다 침엽수림 비율이 16%나 높았다. 산에 심어진 나무는 5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과밀화되고 낙엽도 높게 쌓였다. 과밀화된 산림과 1m 가까이 쌓인 낙엽층은 산불이 나면 불쏘시개로 돌변한다. 솎아베기와 숲 가꾸기를 통해 나무 아래 쌓인 부산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나무 솎아베기 작업을 마친 소나무숲은 산불로 인한 피해가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수종인 소나무가 산불에 취약하다는 점도 대형 산불이 발생할 때마다 나오는 지적이다. 소나무 송진은 휘발성이 있어 불이 붙으면 불을 확산시킨다. 산불에 강한 내화수림대 조성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내화수림대는 산불의 확산 억제를 위해 띠 모양으로 조성되거나 산불에 강한 수종으로 조성된 숲이다. 이시영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나무 1g과 참나무 1g을 불에 태워 보면 소나무의 열 에너지가 약 1.5배 이상 높아 산불 확산이 빠르다”며 “침엽수 단일 수종으로 숲을 조성하기보다 산불에 강한 굴참나무 등 활엽수를 함께 심는 조림이 숲의 건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기능 복합 숲길로 진화 인프라 정립 경북 북부권, 경남 산청·하동 산불과 함께 발생한 울산 울주 산불 현장에서는 임도 유무에 따른 피해가 극명하게 갈렸다. 임도는 임산물 수송이나 산림 경영 등을 위해 산에 만든 도로인데, 산불 초기에는 발화 지점에 인력과 차량이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지난달 22일 발생한 울주군 대운산 산불은 주불을 잡는 데 닷새 이상이 소요됐다. 산세가 험하고 임도마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산불 진화차 등 장비가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같은 달 25일 대운산에서 직선 거리로 6㎞가량 떨어진 화장산 산불은 29시간 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이곳에 있는 폭 3m짜리 임도가 진화 속도를 높였다. 헬기가 뜨지 못하는 야간에 차량 등 장비 92대와 1200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물을 뿌리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했다. 이처럼 임도는 헬기가 뜰 수 없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임도 유무에 따라 산불 진화 효율이 크게는 5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게 산림청의 분석이다. 한국은 ㏊당 임도가 4.1m에 불과하다. 산불이 난 경북은 ㏊당 2.79m, 경남은 4.49m, 울산은 2.99m였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산청 산불 현장 브리핑에서 “산불을 끄려면 사람이 현장에 직접 가서 완전히 진화해야 하는데, 해발 900m의 높은 봉우리까지 접근할 임도가 없어 진화 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임도 개설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다기능 복합 숲길을 개설해 적극적인 숲 관리와 산불 예방·진화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국가시설·문화재 ‘이격 공간’ 필요 이번 산불로 인해 31명이 숨졌고 주택은 4000여채가 전소됐다. 국가유산급 문화재 30곳도 피해를 입었다. 고온건조한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불길이 순식간에 마을과 문화재로 번진 탓이다. 이에 민가나 문화재 주변에는 나무를 심지 않는 ‘떨어진 공간’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과거 배산임수를 기준으로 마을이 자연스레 형성됐고 사찰과 서원 등도 산자락에 자리잡아 산불 위험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과 청송으로 확산하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도산서원과 주왕산 국립공원 내 천년고찰 대전사에서는 긴급 벌목 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불씨가 문화유산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과거 영동 지방에서 발생한 산불의 원인이 전선 단선으로 밝혀졌을 때도 전력 시설과 수목 사이에 떨어진 공간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전력과 국립공원공단은 ‘국립공원 산불 예방과 전력 설비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력 설비와 수목 간 안전 이격 거리 유지 및 위험 수목 관리·제거 등을 추진키로 했다. 고기연 한국산불학회장은 “벌채는 중요한 산불 예방 방식 중 하나”라며 “민가나 문화재, 원자력발전소 등 주요 시설 주변에는 숲을 조성하지 않는 공간을 둬 산불 확산을 차단 및 지연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길섶에서] 목련 희비

    [길섶에서] 목련 희비

    아파트 2층에 산다. 해마다 봄이면 부엌 베란다 창밖에서 불꽃놀이하듯 봉오리를 터뜨리는 붉은 목련을 바라보면서 그저 흐뭇했다. 생각해 보니 이 집에 들어올 때도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붉은 목련에 반해 쉽게 결정했던 것 같기도 하다. 붉은 목련은 나란히 심어진 흰 목련보다는 조금 늦게 꽃을 피운다. 흰 목련이 지는 것이 섭섭할 때쯤 붉은 꽃을 내밀기 시작하니 더욱 기특하다. 햇볕이 조금도 들지 않는 북향 응달에서 어찌 그리도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는지 불가사의하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환경이 척박할수록 자손 번식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인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같다. 몇 해 전에는 창문을 열면 목련 가지가 집안으로 들어올 만큼 번성해 몽땅 잘리는 처지가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듬해에 다시 새로운 가지를 왕성하게 뻗어 냈으니 놀라웠다. 오늘 아침엔 꽃봉오리 대신 목련 나무의 굵은 아랫동만 보였다. 20년 남짓 벗하는 동안 붉은 목련의 키가 크게 자란 것이다. 커피를 마시며 목련꽃을 감상하는 특권도 사라졌다. 위층 이웃들은 내가 그랬듯 흐뭇한 마음일지 모르겠다.
  • 역대 최악 산불 ‘이 나무’가 문제?…“모두 없애야” 퇴출론까지 나온 LA

    역대 최악 산불 ‘이 나무’가 문제?…“모두 없애야” 퇴출론까지 나온 LA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가 올해 초 역대 최악의 산불 피해를 입은 가운데, LA의 상징과도 같은 야자수가 “화재에 취약하다”며 산불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산불 이후 LA에서 화재에 취약한 야자수의 약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앞서 올해 초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는 역대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1만 6000개가 넘는 건물이 불타고 최소 26명이 사망했다. 야자수는 LA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지역 전체에 퍼져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다른 나무에 비해 부족하다는 분석이 적지 않았다. 가지와 잎이 풍성한 활엽수에 비해 보행자들에게 제공하는 그늘 면적이 작고, 화재에도 훨씬 취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야자수의 나무 기둥을 감싼 갈색 껍질에 불이 붙을 경우 순식간에 나무 상단부까지 불길이 치솟고, 불씨가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 조경 건축가는 “소방서가 LA 주민들에게 건물에 가까이 있는 야자수를 제거하라고 말했다”면서 “공무원들은 화재 발생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의 야자수를 베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야자수는 소방관들의 작업에 상당한 걸림돌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야자수는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LA의 토착 식물도 아니라는 점도 퇴출론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애초 LA는 큰 나무가 자라지 않고, 관목과 풀밭이 대부분인 지역이었다. 그러나 1800년대 후반 부동산 업자들이 캘리포니아주(州)를 개발하면서 야자수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추운 동부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기후를 이점으로 부각한 뒤 땅을 팔기 위한 마케팅이었다는 것이다. 1932년 LA 올림픽도 야자수의 확산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LA시가 도시미관 작업의 하나로 수천 그루의 야자수를 심었기 때문이다. 현재 LA시는 약 10만 그루의 야자수를 관리하고 있다. 최근 LA시는 국제공항이나 다저스타디움 등 시의 일부 지역에만 야자수를 심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가로수로 활엽수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캘리포니아의 토착종인 참나무가 산불에 더 강하고, 야생동물에도 더 많은 먹이와 서식지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산불 피해를 야자수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이번 산불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된 이유는 강한 바람과 밀집된 건물이었고, 야자수의 탓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스테파니 핀세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최근 외래 해충과 질병 탓에 LA의 야자수가 대량으로 폐사했다면서 “무분별하게 야자수를 심어도 곤란하지만, 모든 야자수를 없애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대의 야자수 전문가 도널드 호델 또한 “야자나무 열매와 섬유질은 새와 다른 야생 동물에게 먹이와 둥지 재료를 제공한다”며 “죽은 잎을 제거하면 특별한 화재 위험은 없다. 야자수만큼 인기 있는 식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순천 연수단, 글로벌 기업 프랑스 록시땅 견학···E-Bio 밑거름 구상

    순천 연수단, 글로벌 기업 프랑스 록시땅 견학···E-Bio 밑거름 구상

    순천시가 미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문화, 우주·방산, 바이오산업을 3대 경제 축으로 설정하고, 글로벌 기업 유치와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도시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특히 시는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31일부터 6박 8일간 네덜란드, 덴마크, 프랑스의 선도 도시와 기관을 방문하고 있다. 이 기간 지역자원을 활용한 특화 품목 육성 현장과 바이오산업이 집적화된 클러스터 등을 시찰할 예정이다. 그린바이오 산업은 농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환경, 경제 성장, 삶의 질을 향상시켜 지역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산업이다. 시의 이번 해외 방문은 이 산업의 방향성과 전략을 구상하는 데 의미가 있다. 순천시 연수단은 1일 프랑스 아비뇽에서 펫산업 트렌드를 파악한 후 록시땅 본사를 방문했다. 록시땅은 프로방스 지역의 천연 자원을 활용한 화장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브랜드다. 지역 농민과의 계약 재배를 통해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추진하면서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또 브랜드 박물관과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산업과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있다. 프로방스 지방은 라벤더, 올리브, 로즈메리, 버베나 등 다양한 천연 식물이 풍부하게 자생하는 강점을 바탕으로 대표 브랜드 록시땅의 성장과 함께 천연 화장품 산업의 중심지가 됐다. 프로방스 지방의 록시땅 사례는 바이오산업이 생산에만 머무는 상황에서 지역자원을 활용한 특화 품목을 중심으로 문화, 관광 등이 결합해 경제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사례로 꼽힌다. 시가 추진하는 그린바이오 산업 육성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록시땅 관계자는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바이오산업은 지역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향후 미래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산업군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노관규 시장은 “록시땅 사례처럼 지역 내 여러 특산물을 활용한 방안을 강구해야한다”며 “순천시 바이오 재단을 통해 연구 개발해 소재화한 후 최종 생산물까지 생산하는 순천형 그린바이오 산업인 ‘E-바이오 순천’ 육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바이오 순천’은 시의 우수한 생태(Eco)와 환경(Environment)의 강점을 살려 지역경제(Economy)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 활력이 다시 생태와 환경으로 선순환하는 순천만의 차별화된 지속 가능한 바이오산업 육성 전략을 의미한다. 시는 남은 기간 동안 세계적인 식품산업 클러스터인 덴마크 ‘아그로 푸드파크’와 ‘농업의 하버드대’라고 불리는 ‘와게닝겐 대학교’를 방문, 그린바이오 산업 관련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 “음식물쓰레기 줄여요”…은평구, 공동주택 대상 폐기물 감량경진대회 연다

    “음식물쓰레기 줄여요”…은평구, 공동주택 대상 폐기물 감량경진대회 연다

    서울 은평구는 음식물류 폐기물 전자태그(RFID) 종·감량기를 설치한 1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음식물쓰레기 감량경진대회’를 한다고 2일 밝혔다. 구에 따르면 구내 음식물류 폐기물 총 발생량의 77%가 가정용 배출량에서 발생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감량경진대회는 이런 음식물류 폐기물 발생 억제와 감량 실천 의식을 조성하고 공동주택 219개 단지 중 118개 단지 설치 완료한 RFID 종량기의 보급 효과를 홍보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경진대회는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 중 희망하는 아파트 단지가 참가 대상이다. 평가 기간은 오는 5월부터 10월까지 6개월이다. 평가 분야는 전년도 대비 음식물류 폐기물 분야에서 평균 배출량 30점, 감량률 70점과 주민 홍보 및 실천 활동 분야에서 가점 3점으로 총 2개 분야 3개 항목이다. 시상 규모는 최우수 1개, 우수 2개, 장려 5개로 우수 공동주택 총 8개를 선정하며, 부상으로는 50만원부터 200만원 상당의 일반종량제봉투 등 청소 용품을 제공한다.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미래 성장을 목표로 1일 1세대 100g 쓰레기 줄이기인 111운동 등을 실천한 공동주택은 우수 단지로 선정되며, 음식물쓰레기 발생 억제, 분리배출, 버리기 전 물기 제거 등을 생활 속에서 실천한다. 신청을 원하는 공동주택 단지는 오는 30일까지 구청 자원순환과를 방문하거나 이메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김미경 구청장은 “구에서 하루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 양이 하루 평균 약 60t, 처리 비용이 연간 77억 원 소요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RFID 종량기 및 감량기 보급과 홍보 교육의 민관 협력사업 등 다각적으로 음식물쓰레기 감량화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 꺼지지 않는 산불의 비밀, 식물·나무는 답 알고 있지

    꺼지지 않는 산불의 비밀, 식물·나무는 답 알고 있지

    이번 토요일은 나무를 심는 날 ‘식목일’이다. 올해로 80회를 맞는 식목일은 2006년 휴일에서 제외되면서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잊혀 가는 기념일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가속화되고 산불도 잦아지면서 나무 심기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식목일이 가까워져 오면서 서점가에서도 식물 관련 책들이 화려한 표지와 재미있는 내용으로 독자를 유혹하고 있다. ●네 잎 클로버는 손상된 잎의 흔적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30가지 식물학 이야기’(사람과나무사이)는 민들레가 요가를 하듯 자세를 바꾸는 이유, 강아지풀에 그 이름이 붙은 이유, 질경이가 밟혀도 죽지 않는 비결 등 평소 친숙하면서도 그 특성을 잘 알지 못했던 식물 이야기를 삽화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행운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네잎클로버는 잎이 네 개가 되는 원인을 학자마다 여러 가지로 추정한다. 보편적인 가설은 잎의 바탕 부분이 손상되면서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운동장처럼 사람들의 발에 밟히기 쉬운 장소에서 네잎클로버가 상대적으로 쉽게 발견된다고 한다. 척박하고 혹독한 환경에서 네잎클로버가 자주 발견된다는 점은 진정한 행복은 밟혀도 죽지 않고 꿋꿋이 버티며 성장한다는 이치를 깨닫게 해 준다. ●우리가 만든 식물도감 현재 국내에서 발간된 식물도감 대부분은 100년 전 일본인 식물학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바탕으로 한다. 이에 반해 ‘한국의 산꽃’(돌베개)은 국내 학자들이 지난 30년 동안 한반도 전역과 주변 지역을 누비며 자료를 모으고, 국내외 문헌을 참고해 1210분류군의 초본식물을 사진 6000여장과 함께 수록한 국내 최고의 식물도감이다. 강계큰물통이, 금강포아풀, 꽃잔대, 설령사초, 얇은개싱아, 큰네잎갈퀴 등 국내 문헌에서는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희귀 식물과 국내 자생 분포를 최초 확인한 금강산엉겅퀴, 넓은잎갯돌나물, 설악분취, 제주등골나물, 한라쥐꼬리새 등 30종의 미기록 식물을 만날 수 있다. ●지구를 숨쉬게 해 주는 나무의 역할 그런가 하면 ‘1조 그루의 나무’(노엔북)는 전 세계의 산림 지역과 황폐해진 산림이 복원된 지역을 두루 들여다보면서 숲이 우리에게, 우리가 숲에 끼치고 있는 영향을 살피며 손상된 자연을 복구할 수 있는지 탐색한다. 나무는 지구를 식혀 주고 숨쉴 수 있게 해 주며 비를 내려 주고 종 다양성을 지속해 주지만, 지구온난화로 숲은 시들어 가고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나무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저자는 1조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자연 스스로 복구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 망가진 지구를 복원하는 데 필수 요소임을 강조한다.
  • 진료·빨래·나들이 도우미… 경남 구석구석 ‘돌봄버스’ 누빈다

    진료·빨래·나들이 도우미… 경남 구석구석 ‘돌봄버스’ 누빈다

    ‘통합돌봄버스’ 전 시군 확대 한방 진료·청소·청년 푸드트럭 지원섬 이어 정보소외지역까지 보듬어도민주치의 닥터버스 서비스 의료 접근성 낮은 28개 면 지역 대상월 3~4회… 1회당 50여명 검진 제공장애인 세상보기 버스 ‘부릉’ 휠체어 탄 채 서울·부산·경주 여행작년부터 올해까지 1500여명 혜택 경남도가 ‘자동차’를 앞세워 도민 복지서비스 폭을 넓히고 있다. 의료·교통·미용·정보 제공 등 종류도 다양하다. 도는 찾아가는 맞춤형 복지 확대와 안착으로 주민 체감도를 높이고 희망찬 경남 시대를 활짝 열어 간다는 방침이다. ●빨래·청소·진료… 통합돌봄 한 번에 경남도는 지난달 민선 8기 후반기 중점 과제인 ‘복지·동행·희망’을 실현하고자 ‘함께 찾아 가는 경남 통합돌봄버스’를 전 시군으로 확대했다고 1일 밝혔다. 경남 통합돌봄버스는 빨래∙청소∙정보∙무료 진료 등을 제공하는 버스가 정보 소외지역이나 복지서비스 제공기관이 부족한 지역으로 찾아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도는 통영 욕지도와 사천 신수도에서 시범사업을 벌였다. 주민들은 한자리에서 다양한 돌봄서비스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며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우울증 증세가 있는 주민은 정신보건센터와 연계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저장 강박이 있는 주민에게는 집 정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머리 손질과 간단한 스타일링까지 지원해 주민 체감도를 높였다. 올해 도는 참여 주민 의견을 반영해 전 시군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신규 사업까지 추가했다. 방문 지역을 섬에서 정보 소외지역까지 추가했고, 참여 대상도 노인에서 도민 모두로 확대했다. 미디어 체험 버스·찾아가는 산부인과버스도 운영한다. 이 사업은 오는 10월 양산시까지 차례대로 진행한다. 지난달 20일 올해 첫 방문지였던 거창군 마리면 영승마을에서는 주민 100여명이 통합돌봄서비스를 이용했다. 주민들은 똑띠버스, 빨래방버스, 클린버스는 물론 지역 사회 동참으로 한방 무료 진료, 청년 푸드트럭까지 폭넓게 지원받았다. 3일 함안군 법수면 백산마을에 이어 김해, 남해, 사천, 고성, 거제 등에서 지역 특성과 욕구에 맞는 맞춤형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허애린 경남도 통합돌봄과 주무관은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돌봄서비스 제공 버스를 통합·운영하며 수요자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과·이비인후과·비뇨의학과 ‘버스 검진’ 경남 ‘도민주치의 닥터버스’(마산의료원 무료검진사업)도 지난달 힘차게 출발했다. 경남 닥터버스는 도내 의료서비스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안과와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진료과목이 없거나 의료 접근성이 낮은 28개 면 지역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12월까지 월 3~4회씩, 1회당 약 50명에게 무료 검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닥버터스는 지난달 남해군과 통영시, 거창군에서 상반기 검진 일정을 시작했다. 이달 고성군·함안군·함양군·하동군, 다음달 산청군·김해시·의령군, 6월 거제시·창녕군·김해시·합천군 순이다. 검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낮 12시부터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한 지정한 장소에서 받을 수 있다. 검진 인력은 경상국립대병원 의사(교수진), 경남도마산의료원의 검사요원, 간호사, 행정요원 등 11명이다. 이들은 의료 장비 14종을 탑재한 특수제작 검진 버스에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검진과목은 안과, 이비인후과, 비뇨의학과 등 세 가지다. 이란혜 경남도 의료정책과장은 “찾아가는 도민 주치의 경남 닥터버스로 더 많은 도민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서비스 확대 추진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닥터버스를 통해 1462명에게 검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중 19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만족도 조사에서 100점 만점에 95점에 이르는 호응이 있었다. ●전국 곳곳 버스 타고 꿈꾸던 여행을 장애인 관광·여가 활성화를 도모하는 ‘장애인 세상보기 버스’(휠체어리프트 버스)도 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세상보기 버스는 여행과 여가 의지가 있으나 여건상 버스에 탑승하기조차 어려운 장애인 등 교통 약자를 위해 경남도가 마련한 관광버스다. 버스는 27인 고속버스를 개조했다. 일반 좌석 22개와 전동 휠체어 4대를 실을 수 있다. 장애인들은 장착된 리프트를 이용해 휠체어에 탄 채 버스에 오를 수 있다. 도는 2023년 ‘장애인 세상보기’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보행이 어려워 여행에 제약받는 장애인의 관광·여행 지원을 도모해 왔다. 사업비 6000만원을 들여 버스에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했고, 공모를 거쳐 서진항공여행사㈜를 운영 업체로 선정했다. 버스는 서진항공여행사가 마련했다. 지난해 4월에는 경남도청 앞에서 장애인 세상보기 버스 제막·시승식을 열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한 시민은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 보고 싶었는데 경남도 도움으로 그 바람을 이룰 수 있어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버스를 이용한 여행은 지난해 4월 16일 시작했다. 경남장애인종합복지관이 장애인들과 함께 지세포항, 거제씨월드, 거제식물원 등을 당일 일정으로 둘러봤다. 이후 여행은 장애인과 사회복지사가 머리를 맞대 만든 ‘감동 7코스’ 등을 따라 진행했다. 거창 코스가 예로, 이 코스를 선택하면 거창 창포원, 항노화힐링랜드, 가조온천 족욕체험장 등을 들른다. 일부 단체는 개별 여행 형식을 취했다. 덕분에 경복궁·청와대,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경주 엑스포대공원, 순천만국가정원 등 전국 곳곳으로 세상보기 버스가 달렸다. 지난해 세상보기 버스를 이용한 도민은 1309명에 이른다. 올해 역시 지난달까지 단체관광 12팀 213명이 세상보기 버스를 이용했다. 도는 도내뿐 아니라 경북 등 다른 시도를 오가는 장애 친화 여행코스를 지속해서 개발하는 동시에 홍보를 강화해 더 많은 장애인·단체가 세상보기 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좀더 편안하게 생활하고 여가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경남도는 돌봄이 필요한 곳에 직접 찾아가고 지역자원을 발굴·연계하는 등 능동적인 복지 모델 구축에 힘쓰며 지속적인 민관 협력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으로 복지 역량을 강화해 가겠다”고 말했다.
  • 보물 고운사 불상, 주왕산 계곡 화마에 피해…누적 33건

    보물 고운사 불상, 주왕산 계곡 화마에 피해…누적 33건

    영남권을 집어삼킨 대형 산불에 따른 국가유산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최근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국가유산이 피해를 본 사례는 1일 오후 5시 기준 33건으로 집계됐다. 나흘 전 파악한 것보다 3건 늘었다. 보물 ‘의성 고운사 석조여래좌상’도 일부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고운사 측은 앞서 불상은 불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겼으나, 받침인 대좌(臺座)까지 이동하지는 못했다. 불상과 광배(光背·빛을 형상화한 장식물), 대좌까지 함께 보물로 지정돼 있다. 경북 청송에서도 명승인 ‘청송 주왕산 주왕계곡 일원’은 북측 능선 일부가 불에 탔고, 수정사에서는 요사채가 전소됐다. 현장 조사 조사 이후 피해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보존 상태를 점검한 뒤 본래 위치로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도록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향후 방염포와 관련한 기준 및 지침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염포는 불꽃이 닿아도 일정한 넓이 이상으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처리한 천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방염포를 설치하는 구체적 기준이나 지침은 없는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산불로 국가유산 재난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올린 상태다. 국가유산청은 “산불 위험 수위가 낮아질 때까지 ‘심각’ 단계를 유지할 것”이라며 “추후 현장 조사를 거쳐 복구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안산시 “안산시티투어로 단체여행 즐기세요”

    안산시 “안산시티투어로 단체여행 즐기세요”

    안산시가 15인 이상 단체를 대상으로 안산시티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역사와 문화, 자연을 아우르는 다양한 코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안산시는 지역 관광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안산시티투어 버스 탑승 예약을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주요 관광지가 많은 시내권과 대부권으로 나눠 정기코스를 운영한다. 평일(목요일)과 주말(토요일)로 나눠 예약받고 15인 이상 모이면 투어가 가능하다. 여행 편의를 위해 안산 중앙역이 아닌 서울 광화문역에서 출발(8시 30분)을 선택할 수 있다. 평일(목요일) 시내권 코스에서는 안산갈대습지부터 다문화거리-산업역사박물관(로보카페)-호수공원 해양아카데미 카약체험을 진행한다. 대부권은 일일 여행코스로 인기가 많은 시화호조력발전소 전망대를 시작으로 대부향기테마파크(대송습지)-방아머리 먹자골목-구봉도(대부해솔길1코스)를 운행한다. 주말(토요일)에는 문화·예술 중심의 코스가 운영된다. 시내권은 김홍도길(김홍도미술관·노적봉폭포·단원조각공원·성호박물관·안산식물원)-관광두레취암히스토리-안산읍성(수암마을전시관) 코스를 운영하고, 대부권은 탄도항-어촌민속박물관·누에섬등대-바다향기수목원(상상전망대)-시화호조력발전소를 경유한다. 이밖에 안산시 주요 관광지 세 코스 이상을 구성해 20인 이상의 단체가 신청하면 안산시티투어 버스를 맞춤형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4월 1일부터는 안산시티투어 운행개시 이벤트 코스로 5일(토)과 6일(일) 안산의 벚꽃을 따라 운행하는 ‘핑크로드 in 안산’ 코스 예약을 진행한다. 이민근 안산시장은 “역사, 문화, 자연을 아우르는 매력적인 코스를 통해 방문객들이 안산의 다채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라며 “많은 관광객이 안산을 찾아 매력을 느끼고 힐링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 목포 고하도에 관속식물 431종 자생···멸종위기·희귀식물도 다수

    목포 고하도에 관속식물 431종 자생···멸종위기·희귀식물도 다수

    전남 목포시 고하도에 431종의 관속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가운데 멸종위기·희귀식물도 다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목포시 고하도의 관속식물상을 조사한 결과 모두 431종의 관속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일 밝혔다. 생물자원관은 또,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석곡과 지네발란의 고하도 내 분포가 처음으로 확인됐고 한반도 고유식물인 병꽃나무, 외대으아리, 좀땅비싸리뿐 아니라 왕자귀나무, 자란, 가는잎산들깨 등 보존 가치가 높은 희귀식물이 다수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생물자원관은 2021년 개관 이후 고하도 섬 지역 생물다양성 연구에 나서 멸종위기 야생식물, 희귀식물, 고유식물, 외래식물 등의 분포를 체계적으로 기록해 왔다. 고하도는 다양한 식물이 자생하는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육지와 가까운 입지 조건과 관광객 유입 등으로 인한 외래식물 침입 우려가 큰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되는 섬이다. 생물자원관은 이러한 특성을 반영해 개관 초기부터 고하도를 우선 조사 지역으로 설정하고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남보미 식물자원연구부장은 “고하도는 자원관이 연구의 첫걸음을 내디딘 상징적인 지역”이라며 “앞으로도 도서·연안 지역의 식물자원을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겠다”고 말했다.
  • 새로워진 금천 금빛공원… “문화·체육·휴식 다 누려요”[현장 행정]

    새로워진 금천 금빛공원… “문화·체육·휴식 다 누려요”[현장 행정]

    특색 있는 정원·피트니스센터 갖춰‘통유리’ 도서관엔 책 1만여권 비치야외극장 등 복합문화공간 차별화 “도서관, 피트니스센터와 함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 가겠습니다.” 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은 지난 27일 시흥동 금빛공원 준공식에서 “금천구가 30년이 되는 뜻깊은 해에 금빛공원이 오랜 재단장을 마치고 주민의 품으로 돌아와 반갑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요 전통시장이 인근에 있는 금빛공원은 야외공연장에서 각종 문화 행사가 열리는 등 많은 주민이 모이는 공간이다. 하지만 소음 문제가 제기되면서 야외공연장 철거를 포함한 리모델링 공사가 2023년 시작됐다. 새로운 금빛공원은 기존 야외무대 좌석 구조를 활용한 특색 있는 정원과 도서관, 피트니스센터 등 휴식이 있는 공간이 됐다. 곳곳의 금빛마당, 중앙장미 정원, 잔디마당은 누구나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특히 건축물 상층부에도 잔디 공원을 만들어 전체를 전망할 수 있는 입체공원 요소도 적용했다. 초봄을 알린 노란색 산수유를 시작으로 5월 노란 장미까지 노란색 식물들이 공원을 장식할 예정이다. 지상에는 ‘맑은누리작은도서관’이 이전하면서 자연 속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한 면 전체가 통유리로 돼 있어 공원의 자연을 감상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문학, 어린이,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책 1만여권도 있다. 외부에는 벤치에 앉아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야외극장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더 많은 이들이 도서관을 찾을 수 있도록 주말 운영 시간을 확대했다. 지하에 있는 금빛휘트니스센터는 헬스장, 골프연습장, 다목적룸 등을 갖췄다. 헬스장뿐만 아니라 줌바, 요가, 필라테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골프연습장에는 카메라 센서와 퍼팅연습장 등이 있다. 이날 준공식에는 주민들이 공원을 가득 채워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참가자들은 준공을 축하하는 테이프 커팅 대신 시흥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과 함께 로즈메리를 심으며 자연의 중요성을 되새겼다. 금천구는 지난해 호암산 자락에 오미생태공원을 조성하고 시흥대로 인근에 금천폭포공원을 새단장하는 등 공원 조성에 적극적이다. 호암산 명물 칼바위를 형상화한 인공폭포는 시설점검을 위해 4월에 시범가동된다. 유 구청장은 “앞으로도 도심 생활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주민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노년의 삶 좌우하는 치아 건강… 집에서 전문가 관리 받는다

    노년의 삶 좌우하는 치아 건강… 집에서 전문가 관리 받는다

    노년 치아·잇몸 아플 땐 식사 불편 영양 결핍·흡인성 폐렴 위험 커져 잇몸 질병 땐 치매·뇌졸중 가능성 60대 10명 중 4명, 치과 방문 꺼려2019년부터 천안시에서 사업 시작 6주 동안 전문인력이 자택 방문해 입 마사지·치간 관리·입 체조 진행 서울·경기 등 29개 지역 확대 시행 “어르신, 메롱 한번 해 보실까요? 백태가 많이 없어졌네. 저희 오기 전에 양치 열심히 하셨나 봐(웃음).” 지난 25일 오전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에 흰 가운을 입은 치과위생사 2명이 현순자(83)씨를 찾아왔다. 현씨가 거실에 눕자 치과위생사 이슬아(34)씨가 위생장갑을 낀 손으로 입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 줬다. 침샘을 자극해 침 분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치간 칫솔로 낀 음식물과 치석을 제거하고, 미세모 칫솔에 치약을 묻혀 위에서 아래로 치아를 닦아 냈다. 삼키는 힘을 기르기 위한 ‘입 체조’까지 마친 현씨는 “손이 시원치 않아 양치하기 힘든데 직접 와서 해 주니 입이 개운하고 침도 잘 나와 밥 먹기 편하다”며 활짝 웃었다. 구강 건강은 단순히 치아를 넘어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다. 치아가 빠지거나 잇몸이 내려앉으면 식사가 힘들어 영양결핍이 생기고 구강 내 세균이 기도로 넘어가면 흡인성 폐렴 위험이 커진다. 31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따르면 잇몸병을 앓는 성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위험이 2배, 뇌졸중 위험은 3배나 높다. 하지만 고령층일수록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료비가 부담돼 치과 치료를 미루는 일이 흔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21년)에 따르면 60대 인구 10명 중 4명은 치과에 가야 했지만 가지 않았다. 파킨슨병으로 손이 떨리고 거동이 불편한 현씨는 혼자 양치 한 번 하기도 어렵다. 고령으로 침 분비가 줄어 자다가 입이 말라서 깨는 일도 잦다. 이런 어르신들을 위해 천안시는 2019년부터 방문 구강 관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 인력이 6주 동안 매주 한 번 어르신 집을 찾아 입 근육 마사지와 치간 관리, 혀 닦기, 입 체조 등 구강 관리 프로그램을 30~40분 진행한다. 치과에서도 받기 힘든 구강 관리를 편안하게 집에서 받을 수 있다. 초진은 의사가 함께 보고, 추후 관리는 치과위생사가 주로 한다. 치과위생사 이씨는 “처음에는 (현순자) 할머니의 아랫입술 경직이 심하고 어금니 쪽에 치태(플러그)도 있었는데 많이 호전됐다”고 했다. 6년째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장종화 단국대 치위생학과 교수는 “구강은 신체 건강의 시작점이지만 생명에 직결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소홀하기 쉽다”면서 “구강 건강이 무너지면 영양 부족은 물론 전신 질환, 삶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리 관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30년 전부터 방문 치과 진료를 본격 도입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나 중증 장애가 있는 환자, 치매 환자, 뇌졸중 등으로 신체 활동이 제한된 환자들이 대상이다. 진료비는 치과 내에서 시행하는 것보다 3~4배 높은 수가가 적용되며 대부분은 건강보험과 개호보험(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 격)으로 해결된다. 현재 일본의 치과 의원 6만 6843곳 중 약 21%(1만 4000여곳)가 방문 치과 진료를 한다. 천안시가 하던 ‘방문 구강 돌봄 사업’을 올해부터 정부도 시작한다. 보건복지부는 4월 1일부터 서울 성동구, 경기 안성시, 강원 홍천군 등 29개 시군구에서 ‘노인 방문 구강 건강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대상은 구강 문제를 겪고 있는 거동이 불편한 65세 이상이다. 보건소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로 이뤄진 방문 구강관리팀이 자택을 찾아가고 별도의 본인 부담은 없다. 충치, 잇몸 상태, 혀의 염증 여부 등 구강 상태에 따라 일반군과 관리군으로 나눠 맞춤형 서비스를 받게 된다. 곽순헌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노인 방문 구강 건강관리 시범사업은 어르신들의 구강 건강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을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며 “사례 분석을 체계화해 내년 3월 통합돌봄 시행에 맞춰 본사업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 尹 선고 18일 넘어가면 ‘헌재 흔들’… 마은혁 임명돼도 7인, 정당성 논란

    尹 선고 18일 넘어가면 ‘헌재 흔들’… 마은혁 임명돼도 7인, 정당성 논란

    韓, 후임 재판관 임명 땐 법적 논란‘6인 체제’ 땐 무기한 선고 지연 사태공수처 ‘임명 보류’ 최상목 수사 착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선고가 지연되면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4월 18일까지 헌재가 선고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판관 공석이 발생하는 ‘18일 마지노선’마저 넘기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나 후임 재판관 임명 여부와 상관없이 헌정 질서가 흔들리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법 23조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7인 체제로 심리는 물론 선고까지는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헌재가 결국 18일까지 탄핵심판 결론을 내리지 못해 문·이 재판관이 퇴임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이론상 7인 체제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할 수는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8인 체제’보다 불완전한 ‘7인 체제’에서의 결정은 어떤 결론이 나든 정당성 논란이 일 수 있다. 또 한 대행이 국회 추천 몫인 마 후보자와 함께 대통령 추천 몫인 후임 재판관 2명을 임명하려 한다면 법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법조계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기에 대통령 몫의 재판관을 직접 선정, 임명해 헌재의 구성을 변경시킬 수 없다’는 주장과 ‘헌재의 마비를 피하기 위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아울러 한 대행이 후임 재판관 2명은 물론 마 후보자까지 임명하지 않는다면 헌재는 ‘6인 체제’로 사실상 ‘식물 헌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헌재는 6인 체제로 ‘선고’까지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헌재는 헌재법 38조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의 선고를 사건 접수일로부터 180일 이내인 오는 6월 11일까지 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조항에는 ‘재판관의 궐위(공석)로 7명의 출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궐위된 기간은 심판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어 6인 체제에선 선고를 무기한 미룰 수도 있다. 한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3부(부장 이대환)는 이날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혐의로 고발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 국회에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들을 임의 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 尹선고 4월 18일 넘기면… 마은혁 임명되든 안되든 논란 속으로

    尹선고 4월 18일 넘기면… 마은혁 임명되든 안되든 논란 속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선고가 지연되면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다음 달 18일까지 헌재가 선고를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판관 공석이 발생하는 ‘18일 마지노선’마저 넘기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나 후임 재판관 임명여부와 상관없이 헌정질서가 흔들리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법 23조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7인 체제’로 심리는 물론 선고까지는 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헌재가 결국 18일까지 탄핵심판 결론을 내리지 못해 문·이 재판관이 퇴임하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한다면 이론상 ‘7인 체제’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할 수는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마 후보자가 윤 대통령 탄핵 사건에 합류하려면 지난달 25일 종결된 변론이 재개돼야 해 선고가 일단 밀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8인 체제’보다 불완전한 ‘7인 체제’에서의 결정은 어떤 결론이 나든 정당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장기간 ‘7인 체제’로 운영하며 결정까지 낸 예도 있긴 하다”면서도 “8인 체제에서 결정을 못 내다가 7인 체제에서 낸다면 불복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 대행이 국회 추천 몫인 마 후보자와 함께 대통령 추천 몫인 후임 재판관 2명을 임명하려 한다면 법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법조계에서도 ‘대통령 권한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이 없기에 대통령 몫의 재판관을 직접 선정, 임명해 헌재의 구성을 변경시킬 수 없다’는 주장과 ‘헌재의 마비를 피하기 위해 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권한대행의 ‘후임 재판관 임명 권한’을 놓고 또 다른 헌법재판, 행정소송이 이어지며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한 대행이 후임 재판관 2명은 물론 마 후보자도 임명하지 않는다면 헌재는 ‘6인 체제’로 사실상 ‘식물헌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헌재는 심리정족수를 재판관 7명 이상으로 규정한 헌재법 23조의 효력을 중단하는 결정을 통해 6인 체제로도 ‘심리’는 가능하게 했다. 하지만 6인 체제로 ‘선고’까지 할 수 있는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헌재는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를 해야 한다’는 헌재법 38조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의 선고를 6월 11일까지 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조항에는 ‘재판관의 궐위(공석)로 7명의 출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궐위된 기간은 심판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6인 체제에서는 헌재가 선고를 6월 11일 이후까지 무기한 미룰 수도 있는 셈이다. 승이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6인 체제로도 선고를 할 수 있다고 유권 해석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정당성 논란 등을 우려해 현실적으로 선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기후 위기의 ‘창백한 푸른 점’… 문학, 생태학적 상상력 꿈꾸다

    기후 위기의 ‘창백한 푸른 점’… 문학, 생태학적 상상력 꿈꾸다

    화마가 금수강산을 집어삼켰다. 실화(失火)로 추정되는 직접적인 계기 너머에 있는 거대한 원인을 성찰해야 한다. 지구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고, 세계가 더는 이렇게 지속될 수 없으리란 경고가 빗발친다. 그러나 인간은 무심하다. “기후 위기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돌아왔다.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치는 트럼프와 함께 화석연료는 이전보다 더 ‘화끈하게’ 태워질 것이다. 검은 연기가 공기 중으로 흩어진다. 잠시나마 가졌던 우리의 경각심 역시 그것과 함께 사라진다. 절망이 몸으로 육박한다. 문학이 할 일은 없을까. 문학평론가 우찬제(63)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생태학적 상상력과 녹색 수사학’(사진·서강대학교출판부)은 그 고민의 결과다. 이청준, 조세희, 정현종, 김지하 그리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까지. 한국문학의 계보를 생태적 관점에서 새로이 상상한다. 연구년을 맞아 강원 횡성에서 지내는 우 교수를 30일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만났다. 그는 “세계가 공멸할 위기인데도 모두 각자의 성공과 승리만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고 일갈했다. “‘지금은 아니겠지’ 혹은 ‘내가 있는 곳은 괜찮겠지’. 인간 대부분이 이렇게 생각하며 안도한다. 기후 위기가 멀리 있는 일이라고 느끼는 거다. 그런 편의주의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자는 게 바로 ‘대전환’이다.” 헝가리 출신 경제철학자 칼 폴라니의 명저 ‘거대한 전환’에서 유래한 ‘문화적 밈’인 대전환은 1990년대 전후로 생태학적 맥락에서 쓰인다. 지구가 앞으로도 ‘생명의 보고’이기 위해서는 인간이 지금껏 살아왔던 방식을 ‘혁명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우 교수는 이를 위해 ‘제4부의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가 쓴 동명의 책(문학과지성사)을 인용하며 입법·사법·행정의 3부를 넘어 비(非)인간 존재도 정치적 주체로 끌어안는 ‘생태공화주의’를 제안한다. “최근 개헌 담론에서 이 논의는 빠져 있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당장 대통령의 권한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것만큼이나 미래 세대가 생존할 터전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고 시급하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에서는 “동물성의 현실에 대한 식물성의 저항”을 읽어 낸다. 정현종의 시를 읽고는 그를 “나무의 언어로 숨 쉬는 우주의 아이”라고 평한다. 소설가 이청준의 여러 작품을 가로지르는 글에서 우 교수는 ‘생태학적 무의식’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인간의 의식 아래에 있는, 생태와 생명을 향한 강력한 마음. 그는 “생태학적 무의식은 우리가 공유하는 집단 무의식”이라고 강조했다.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가는 ‘터보자본주의’ 시대다. ‘급발진’을 계속하면 결국 ‘폭삭’ 망할 수 있다. 여섯 번째 대멸종 담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 교수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과거 어느 강연에서 그는 ‘아이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가 한 청중에게 호된 질책을 당했다. 그는 “이토록 환경이 나빠지고 있는데 어쩌자고 무책임하게 아이를 낳았느냐”며 강연자를 몰아세웠다. 우 교수가 ‘생태문학’에 천착한 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절망만이 익숙한 지금, 희망을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기후 위기 앞에서 문학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 교수는 “문학은 원래 불가능한 일을 꿈꾸는 것”이라며 말을 이어 갔다. “칼 세이건이 환기했던 ‘창백한 푸른 점’인 지구는 점점 더 창백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푸른 꽃을 상상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인간이 중심이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반성하는 생태 윤리. 그런 마음이 하나둘씩 모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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