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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화창한 날 라일락 향기를 맡으세요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화창한 날 라일락 향기를 맡으세요

    며칠 전 국립중앙박물관 정원의 미선나무 군락 앞에서 만개한 꽃을 관찰하던 중 내 옆을 지나던 관람객들이 큰 소리로 말했다. “어머 라일락 향기인가 봐. 향기가 정말 짙다.” 관람객들이 가리키는 향기는 분명 미선나무의 것이었으나, 모두 봄바람에 딸린 짙은 꽃향기의 주인공을 라일락이라 추측하고 있었다. 라일락은 우리 주변 아파트, 학교, 관공서의 화단, 공원, 식물원 등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나무다. 이들은 이른 봄 가지 끝에 보라색 꽃이 가득 달린 꽃차례를 매단다. 그러나 라일락은 꽃의 형태보다 향기로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개화 내내 상큼하고 화려하면서도 짙은 꽃향을 내뿜기 때문이다. 아까시나무의 꽃향이 도시 숲에 봄을 부른다면, 라일락은 도시 한가운데에 봄을 부른다. 우리에게 봄을 느끼게 하는 정체가 따스하게 간질거리는 봄바람인지 향긋한 꽃내음 때문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라일락이 강한 향기를 내뿜는 이유는 동물들을 불러들여 번식하기 위해서다. 라일락은 서양수수꽃다리를 가리키지만, 수수꽃다리속 전체를 아우르는 가족 이름이기도 하다. 수수꽃다리속에는 전 세계적으로 25~30종가량이 분포하며, 이로부터 2만 5000여 품종이 육성됐다. 라일락이라 하면 우리는 보라색 꽃을 떠올리지만, 라일락 중에는 흰색, 분홍색, 파란색 그리고 노란색 꽃도 있다. ‘프림로즈’라는 품종은 히어리꽃의 색과 비슷한 연노란색 꽃을 피운다. 우리 숲에도 다양한 수수꽃다리속 식물이 산다. 수수꽃다리와 개회나무, 버들개회나무, 꽃개회나무, 털개회나무 등이 중북부 산지와 석회암 지대에 분포하며, 증식돼 라일락이란 이름 아래 도시 정원과 화단에도 심어진다.어느 해인가 이맘때의 계절, 우리나라에 여행 온 미국 친구와 동네 공원을 산책하다가 털개회나무에 꽃이 핀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에게 우리 앞의 식물이 라일락의 일종임을 말해 주었더니, 자기 할머니가 라일락을 가장 좋아하셨다며 나에게 어릴 적 할머니 정원에서 본 라일락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러면서 미국 사람들에게 라일락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나무라고 말했다. 나에게도 봉선화, 맨드라미처럼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식물이 있다. 아마 라일락도 미국인들에게 옛 정취를 느끼게 하는 식물인가 보다. 작년 한 해 동안 식물 조사를 위해 오가던 정원에도 털개회나무 다섯 그루가 심겨 있었다. 그러나 이들 이름표에는 정향나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정원의 수수꽃다리속은 식별이 잘 되지 않아, 그저 라일락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불린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종만 해도 서양의 라일락 못지않은 향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1947년 미국인 엘윈 미더는 북한산국립공원에서 발견한 털개회나무를 채취해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했는데, 이것이 미스김라일락이다. 미스김라일락은 특유의 진한 향으로 라일락 재배종 중 가장 인기가 있다. 이들 존재가 너무 유명해져 봄만 되면 서양의 식물 커뮤니티에는 한국산 라일락을 어떻게 재배하면 되는지 그리고 한국의 라일락에서는 어떤 향기가 나는지에 관한 질문이 올라온다. 우리는 이 질문에 쉬이 답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연구에 따르면 식물에서 나는 향기의 강도는 식물의 종 혹은 품종, 개화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그리고 기상 조건과 하루 중 언제 향을 맡는지, 냄새에 대한 당사자의 민감도 등의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라일락은 햇빛을 특히 좋아하기 때문에 따뜻하고 햇볕이 강한 봄날 꽃향기가 가장 짙다. 반대로 추운 봄날엔 상대적으로 향기가 옅어질 수 있다. 수수꽃다리속 식물은 향기만 강한 것이 아니라 강건하고 오래 살기까지 한다. 영하 60도에서도 살 수 있으며, 나무의 크기는 작은 편이지만 100년을 넘게 산다. 다시 말해 라일락을 정원에 심고 관리하는 인간보다 나무가 정원에 더 오래 남아 있을 확률이 높다는 말이다. 유럽 시골 마을에서 오래 관리되지 않은 라일락 나무를 본다면 그곳에 지난 세대의 보금자리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수수꽃다리속 식물들은 짙은 보라색의 꽃봉오리를 맺고 있다. 이들은 몇 주 이내 꽃이 피고, 도시 곳곳에서는 라일락꽃 향이 날 것이다. 길어야 3주가량 꽃을 피울 테지만 우리에게 이 시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눈 깜짝할 새일 것이다. 그러니 이 계절을 누리자. 잠시 외근 나온 직장인들에게, 늦은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에게 봄바람을 타고 불어오는 라일락 향기가 잠시나마 고단한 현실을 잊고 봄을 느끼게 해 준다면 라일락은 이 도시에서의 역할을 충분히 다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 초고령 사회를 기회로… ‘은퇴자들의 천국’ 만들어 소멸 위기 탈출[대한민국 인구시계 ‘소멸 5분전’]

    초고령 사회를 기회로… ‘은퇴자들의 천국’ 만들어 소멸 위기 탈출[대한민국 인구시계 ‘소멸 5분전’]

    은퇴자마을이 지방소멸을 막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방은 인구 감소세를 줄일 수 있고 은퇴자는 안정적인 노후를 보낼 수 있어서다. 충북 괴산군은 칠성면 율원리 일원 3만 4866㎡에 은퇴자와 귀농·귀촌인 등을 위한 성산별빛마을을 조성한다고 2일 밝혔다. 준공은 2026년 말 예정이다. 임대와 분양형 타운하우스 각각 20가구, 단독주택필지 분양 15가구 등 총 55가구다. 공유주방, 헬스클럽 등을 갖춘 커뮤니티센터, 정원식물 스마트팜, 북카페 등도 갖춘다. 칠성면 사은리에는 인하대 동문을 중심으로 2010년 조성한 미루마을이 운영 중이다. 조성 당시 정부로부터 기반공사 자금을 지원받았고 괴산군이 진입로 공사를 해 줬다. 현재 35가구 100여명이 거주하고 있고 이 가운데 60%가 인하대 동문이다. KT 상무로 퇴직한 곽노관(64) 미루마을 이장은 “배달도 안 되고 마트 등 인프라도 없지만 느리게 사는 삶의 매력을 느끼며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졌다”고 말했다.경남 거창군은 2027년 말까지 거창읍 정장리에 지식-인(IN) 거창 아로리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최근 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266억원을 들여 3만 8900㎡ 부지에 짓는 아로리타운은 타운하우스 16가구, 단독주택 단지(32필지), 시니어형체육센터, 복합문화센터 등으로 구성된다. 조현보 거창군 공공시설담당은 “전문직, 지식인을 겨냥한 은퇴자마을로 만들어 은퇴자에게는 활동의 장을, 지역에는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역활력타운 사업을 통해 성산별빛마을과 아로리타운 조성을 지원한다. 지역활력타운 사업은 수도권 은퇴자, 청년층의 지방 이주와 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강원 인제군의 ‘인제부 : 터’, 충남 예산군의 ‘신(新)활력 업(UP)타운’ 등도 지역활력타운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은퇴자마을이 주목받는 것은 지방 중소 도시들이 인구 절벽을 넘어 소멸 위기에 놓여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1.19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8.4%를 차지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소멸위험지역 시군구 118곳 가운데 84.7%인 100곳은 지방에 몰려 있다. 석재은(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국사회복지학회장은 “은퇴자 유입으로 인구를 늘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산업을 만드는 은퇴자도시, 실버타운이 지방소멸에 대처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은퇴자마을의 롤모델로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근교에 세워진 선시티와 영국 하트리그 옥스 등이 꼽힌다. 은퇴자주거복합단지의 대명사인 선시티는 1960~1970년대 조성된 뒤 2010년대까지 확장을 이어 가 거대한 은퇴자 도시로 성장했다. 총면적은 여의도의 13배 수준인 38㎢에 이르고 거주 인구는 1970년 1만 3670명에서 2020년 3만 9931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들 중 약 80%는 65세 이상 노인이다. 하트리그 옥스는 1998년 요크시에서 4㎞가량 떨어진 곳에 조성됐다. 주거시설, 복지·편의시설, 여가활동시설 등으로 이뤄졌다. 근교에는 종합병원을 포함한 18개 병원과 쇼핑센터·영화관·골프클럽 등 생활편의시설이 분포해 있다. 전문가들은 은퇴자마을의 성공을 위해선 경제적 기반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민주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위층보다 소득이 낮은 중산층 은퇴자 베이비부머까지 입주 대상을 넓히고 정착률을 높이려면 생활비에서 오는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소득원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희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은퇴자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의료와 문화시설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를 만들면 지역과 융화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하게 된다”며 “은퇴자마을이나 실버타운이 지역에서 ‘섬’이 아닌 지역과 공생·공존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경기 안산·광명·부천·양평, ‘일회용품 줄이기’ 최전선

    기후변화 대응 방안으로 다회용품 사용을 강조하는 경기도가 4개 시군을 일회용품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특화지구로 선정해 눈길을 끈다. 경기도가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없는 특화지구 조성 사업’ 공모한 결과 안산·광명·부천시와 양평군 등 4곳이 뽑혔다고 2일 밝혔다. 일회용품 없는 특화지구는 공용 다회용기 사용 인프라를 구축해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도시를 만들고,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제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 등을 추진하는 곳이다. 이번 공모 결과에 따라 부천시 대학 4곳, 인접한 카페 148곳과 광명시 음식 문화의 거리 내 음식점 및 카페 등 192곳, 광명시 샘골로 먹자골목에 있는 점포 270곳, 양평군 용담지구 및 세미원 관광지 등에 있는 식당 등 72곳이 일회용품이 없는 특화지구가 됐다. 이들 지역의 카페와 음식점에는 다회용 컵을 대여하고 반납 및 수거와 세척 등이 가능한 체계가 구축될 예정이다. 커피전문점 안에는 텀블러 세척기를 설치해 텀블러 사용도 촉진한다. 장례식장에는 다회용기 사용을 위한 식기 대여 및 세척 대행 운영비를 지원하고 영화관과 체육시설 등에 있는 음식물 판매 업장에도 다회용기 사용 체계 운영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는 올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총 3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이 증가 추세를 보이는 등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 1950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0만t에서 2017년에 3억 4800만t으로 174배 급증했다”며 “이번 일회용품 없는 특화지구를 시작으로 경기도에 자원순환 사회를 조성하고 탄소중립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 ‘존엄한 죽음’ 선택권 늘린다

    ‘존엄한 죽음’ 선택권 늘린다

    #. 8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지병으로 쓰러져 응급실로 왔다. 금방 회복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급성 폐렴까지 겹쳐 상태는 빠르게 악화했다. 마지막을 직감한 A씨는 가족들에게 “퇴원해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를 포기할 수 없었던 가족들은 고민 끝에 인공호흡 치료를 결정했다. 그날부터 A씨는 각종 센서와 콧줄을 달고 병상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A씨가 삽입된 튜브를 떼려 하자 병원은 A씨의 손을 병상에 묶어 버렸다. 가족이 면회하러 올 때마다 그는 필담으로 “편히 죽고 싶다. 그만 보내 다오”라며 눈물을 흘렸다. 연명의료 보류·중단에 대한 의지가 강했지만 소용없었다. 관련 법률에 따라 말기 환자가 아닌 ‘사망이 임박한’ 임종 환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망 전까지 의식이 또렷했고 호전됐다가 악화하기를 반복했던 터라 의학적으로 A씨를 ‘임종기 환자’로 보기는 어려웠다. 집에서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길 원했던 A씨는 입원 한 달여 만에 차가운 병실에서 숨을 거뒀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가족들은 ‘그날’의 연명의료 결정을 두고두고 곱씹었다. 2018년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지 6년이 됐지만, 아직 많은 말기 환자는 자신의 연명의료 여부를 선택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말기’인지 ‘임종기’인지 구분하기 어렵거나, 의식이 없는 자신을 대신해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해줄 가족이 없는 무연고 환자들이다.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는 시기도 ‘말기 진단 이후’로 법에 규정돼 이미 의식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가족들이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연명의료 결정을 내릴 때가 잦다.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됐는데도 ‘죽음의 질’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 이유다. 보건복지부는 2일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를 열어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년)’을 심의·의결하고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임종기’에서 ‘말기’로 조정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연명의료 계획서’ 작성 시기도 말기 진단 이후에서 이전으로 당기기로 했다. 좀더 일찍 자신의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환자가 의식이 없어 연명의료 중단을 원하는지 알 수 없고, 대신 결정해 줄 가족이 없더라도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기로 했다. 또한 치매 환자도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대상 질환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호스피스 전문기관도 두 배로 늘린다. 호스피스는 임종을 앞둔 환자가 마지막 순간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고통을 덜어 주고 돌보는 서비스를 말한다. 서비스를 받는 환자와 가족이 종교인이면 영적인 돌봄도 받을 수 있고, 환자가 떠난 뒤 가족들이 슬픔을 극복하도록 도움을 준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서지 않았고 연명의료결정법도 개정해야 하지만 최근 여러 나라의 조력 존엄사 인정 추세에 발맞춰 존엄한 죽음에 대해 돌아볼 사회적 의제를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환자가 미리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리더라도 임종기에 접어들어야 이행된다. 즉 임종 직전까진 환자 의사와 상관없이 연명의료가 계속될 수 있다. 여기에 법의 사각지대가 있다. 법에서 규정한 임종 과정이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증상이 악화해 사망이 임박한 상태’를 말한다. 말기 환자는 수개월 내 사망할 것으로 진단받은 환자를 말한다. 수일 이내 사망이냐, 수개월 이내 사망이냐를 놓고 임종과 말기가 갈린다. 전문가들은 이 기준이 모호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2018~21년 서울대병원 의료기관윤리위원회에 의뢰된 60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연명의료 유보·중단 의뢰 환자의 66.7%가 임종 과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0명 중 6명이 연명의료 중단을 원하고도 기준에 맞지 않아, 혹은 가족들에게 등 떠밀려 고통스러운 치료를 이어 갔던 것이다. 조정숙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연명의료관리센터장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의사들조차 말기와 임종기를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일본·영국 등 여러 나라가 이미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연명의료 결정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대만·호주·스위스·네덜란드·캐나다·뉴질랜드·스페인 등은 식물인간 상태나 중증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도 연명의료 결정 제도를 운용 중이다. 조 센터장은 “보다 적극적인 행위인 ‘조력 존엄사’도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도입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저 치료하지 않을 뿐인 소극적 형태의 연명의료 중단이 임종기 환자만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환자의 가족들이 경제적 문제 때문에 섣불리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어 말기 환자부터 연명의료 중단을 적용하는 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종철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는 “말기 상태에서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고 법이 바뀐다 해도 현장은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며 “법 안에서 마치 퍼즐 맞추기처럼 탁상행정을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현장에서 보면 자녀들이 무력감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라 연명의료를 고수하는 사례가 훨씬 많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은 없다”며 “중환자실에 있다면 사실상 임종기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지친 자녀들이 ‘연명의료를 그만해 달라’고 하면 그때 연명의료 장치를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의사들이 ‘임종기’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체로 노인 환자들은 연명의료 중단을 원하나 가족들이 끝까지 치료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아 연명의료 중단 가능 시점을 ‘말기’로 앞당겨도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말기 환자로 연명의료 중단 대상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해 온 것은 상급종합병원이었다. 연명의료를 하지 않으면 중환자실로 가는 환자가 줄기 때문이다. 연명의료를 받지 않은 채 임종하려면 임종실이 있어야 한다. 종합병원과 요양병원 내 임종실 설치를 의무화한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지만 병원들은 요지부동이다. 관련 시행령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임종실이 없다면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갈 곳 없어진 환자들을 집으로 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명의료만 받지 않을 뿐 죽을 때까지 병원에서 살아야 한다. 그러나 1997년 가족들의 뜻에 따라 뇌출혈 수술 후 의식 없는 환자를 퇴원시켰다가 의료진에게 살인방조죄가 선고된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의사들이 퇴원 조치를 내리기가 쉽지 않게 됐다. 박 교수는 “존엄하게 임종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지 않고 법만 고치다 보니 ‘안락사’를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는 것”이라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 고민을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의 결정권을 강화하기 위해 직접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기를 당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가 연명의료 계획서 작성 시기를 말기 진단 이전으로 조정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대병원 조사에서도 의뢰 환자의 90% 이상이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였다. 환자가 의식이 없으면 가족이 환자의 뜻을 대신한다. 사전에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연명의료계획서 같은 문서가 있다면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지만, 문서가 없다면 가족 2명이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증언해야 한다. 환자의 의사를 모를 경우 가족 전원이 합의해야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여기서 가족은 배우자·자녀·부모, 조부모·손자녀, 형제·자매를 말한다. 조 센터장은 “문제는 가족이 없거나 연락이 끊긴 환자들”이라며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나 조카가 있어도 법률 대리인이 아니어서 아무 역할도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70대 남성 B씨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는 이혼하고 홀로 살다 사고로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유일한 가족은 수년째 연락을 끊은 아들뿐. 종종 친구들에게 ‘갈 때 되면 인공호흡기 달지 않고 편히 가고 싶다’고 했지만, 법적 권한이 없는 친구들은 B씨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대리해 줄 수 없었다. 그는 의미 없는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복지부는 이런 경우 3자에 의한 대리 결정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호스피스 서비스 대상에 치매와 파킨슨병, 신부전증, 심부전증(만성호흡부전의 하위개념) 등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암과 에이즈, 만성간경화증, 만성호흡부전,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환자에게만 제공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권고한 질환은 암, 에이즈, 만성호흡부전, 간경변증, 신부전, 심혈관질환, 당뇨, 다발성신경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치매, 류마티스관절염, 약제저항 결핵 등 13종이다. 호스피스 전문기관도 확대한다. 현재 188곳에 불과해 인프라 자체가 부족하다. 복지부는 2028년까지 360곳으로 확대해 호스피스 대상 질환자의 이용률을 지난해 기준 25%에서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한 의료기관도 650곳으로 늘린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곳에서만 가능하나 전국에 430곳뿐이다. 게다가 종합병원이나 요양병원에는 없는 곳도 많다. 특히 전남은 설치율이 31.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아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내리려면 다른 지역으로 전원을 가야 하는 실정이다.
  • 한수정, 신규·경력 직원 24명 채용

    한수정, 신규·경력 직원 24명 채용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한수원)이 올해 상반기 24명을 채용한다. 한수원은 세종 본원과 국립백두대간수목원·국립세종수목원·국립한국자생식물원 등 3개 소속기관에서 근무할 신규·경력직원 24명을 공개 채용한다고 2일 밝혔다. 채용 분야는 일반행정과 전시원·정원관리, 기술사업화, 산림생물자원연구, 시설관리, 고객지원, 교육 운영, 양묘 장비 등이다. 채용 인원은 신입 23명과 경력 1명으로, 근무지별로는 본원 및 세종수목원 10명, 백두대간수목원 13명, 자생식물원 1명 등이다. 순환 근무가 가능하다. 직급별로는 별정직 1명, 일반직 12명, 공무직 11명 등이다. 원서는 오는 9일 오전 11시까지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채용 홈페이지(https://recruit.incruit.com/koagi)에서 접수한다.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면접 등을 거쳐 최종 합격자를 선발해 5월 31일 임용할 예정이다.
  • 여의도 벚꽃길에 ‘제주왕벚나무’ 심는다

    여의도 벚꽃길에 ‘제주왕벚나무’ 심는다

    앞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벚꽃길인 여의동서로 일대에서 우리나라 고유종인 제주왕벚나무를 볼 수 있게 된다. 구는 현재 식재된 왕벚나무의 후계목으로 서울 식물원에서 식재하고 관리하는 한국 고유종인 제주왕벚나무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현재 여의도 일대에 심겨 있는 왕벚나무는 총 1365주로 일본 왕벚나무 또는 교잡종으로 알려졌다. 노령목이 많고 매년 고사목, 병충해 피해목 등 50여주를 교체하지만, 교체하는 왕벚나무도 현재 있는 왕벚나무와 같은 종으로 심어왔다. 여의도 일대에 우리나라 제주 왕벚나무를 점차적으로 교체 심으면서 앞으로는 한국 고유종 벚꽃을 볼 수 있게 된다. 서울식물원은 제주 한라생태숲에서 제주왕벚나무 증식묘를 2회에 걸쳐 분양받아 현재 총 200주를 관리 중이다. 이 제주왕벚나무가 가로수로 식재할 수 있는 규격이 되면 구에 공급할 예정이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여의도 일대에 우리나라 고유 수종인 제주왕벚나무를 후계목으로 삼아 서울을 대표하는 벚꽃 축제의 명성을 이어나가겠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천연기념물인 제주왕벚나무의 우수한 가치를 알리는 데에도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 김준혁 막말 파문… “김활란, 美장교에 이대생들 성상납”

    김준혁 막말 파문… “김활란, 美장교에 이대생들 성상납”

    김준혁(경기 수원정)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거 유튜브 방송에서 “김활란 전 이화여대 총장이 이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에게 성상납하도록 시켰다”고 주장했던 사실이 1일 드러났다. 한신대 교수이자 역사학자인 김 후보는 2022년 8월 유튜브 채널 ‘김용민TV’에서 “전쟁에 임해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위안부를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김활란이다.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시키고 그랬다”고 했다. 이어 “김활란이 일제강점기에도 친일파였는데, 독립운동가로 위장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측은 통화에서 “역사적 사실과 근거를 기반으로 한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가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발언을 여러 번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7년 9월 ‘수상한 이야기 1회-수원 화성, 욕정남매의 시작’이라는 인터넷 방송에서 영조가 숙종의 아들이 아니라는 의혹, 경종이 성(性)불구였다는 의혹 등을 언급했다. 진행자 김용민씨가 “모든 역사적 진실은 ××와 연관돼 있다”고 하자 김 후보는 “궁중 문화의 ‘에로 문화’가 내 전공”이라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궁중 에로 전문가인 김 후보는 저급한 언행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국민에게 모욕감을 준 과오를 반성하고 후보에서 사퇴하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김경율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김 후보가 논을 4필지 갖고 있는데 소재지는 천안, 여주, 강릉”이라며 “이분이 천안, 여주, 강릉에서 토지를 경작할 수 있을까. (자경 의무를 명시한) 농지법 위반”이라고 했다. 이에 김 후보 측은 천안 땅은 이미 팔았고, 여주 땅은 농업 관련 학업을 하는 자녀를 위해 준비했고, 강릉 땅은 생태교육을 하는 부인의 식물 연구용이라고 해명했다.
  • 내로남불 ‘보조금 전쟁’… 식물기구 전락한 WTO [뉴스 분석]

    내로남불 ‘보조금 전쟁’… 식물기구 전락한 WTO [뉴스 분석]

    미중(G2) 무역전쟁을 계기로 세계경제 질서가 ‘보호무역주의’로 재편되면서 수조~수십조 원의 ‘보조금’을 활용한 각국 첨단전략산업 육성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수출 산업에 대한 보조금은 과거 ‘자유무역’ 관점에선 명백한 반칙에 해당하지만 무역 분쟁을 조정해야 할 세계무역기구(WTO) 기능은 4년 넘게 고장이 났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시작된 WTO 위상 추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실상 형해화한 것이란 얘기마저 나온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네덜란드가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제조기업 ASML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총 25억 유로(약 3조 7000억원)를 긴급 투입하는 대책을 내놓은 데서 보듯 각국 정부는 반도체·전기차 등 전략산업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 이전을 막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 선진국만 보조금을 감당할 실탄이 있다는 점에서 ‘부익부’ 전략으로도 불린다.#선진국의 ‘부익부’ 전략각국 전략산업에 보조금 퍼주기자국기업 챙기기 보호무역 강화 미국은 2022년 반도체지원법 시행으로 5년간 527억 달러(71조원) 투자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직접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195억 달러(26조 2700억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60억 달러의 3배를 웃도는 규모다. 자국 기업 챙기기를 노골화하며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나선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했다가 10%대로 후퇴한 일본은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에 30억 달러(4조원) 이상 보조금을 주고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유치했다. 일본은 2021년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을 수립하고 약 35조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해 반도체 기업 보조금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강력한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 14년간 지급한 보조금만 1600억 위안(29조 7000억원)에 달했다. 2014년부터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3429억 위안(63조 6000억원)을 조성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도 본격화했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전기차 업체가 2009년부터 ‘보조금 특혜’를 앞세워 EU에 전기차를 ‘덤핑 수출’했다며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EU도 남 탓할 처지는 아니다. 독일은 2016년부터 8년간 전기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했고 프랑스도 올해부터 EU에서 생산한 차량에 보조금 우대 혜택을 준다. EU는 수입차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가 EU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다른 국가의 보조금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면서 자국의 보조금은 괜찮다는 ‘내로남불식’ 경쟁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2018년 G2무역전쟁 시작美 고율 관세·IRA 등 대중 압박다자주의 추구 WTO 유명무실 각국의 이러한 경쟁적 보조금 정책은 ‘자유무역’의 종말을 뜻한다. 시발점은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무역 갈등이 본격화했다. 그는 2017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등 다자 간 협정에도 회의적 모습을 보였다. 당은 다르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용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며 대중국 견제를 이어 갔다. G2의 무역 갈등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WTO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자국 우선주의 논리가 강화되면서 WTO의 분쟁 절차 회부 건수는 2018년 38건, 2019년 20건, 2020년 5건, 2021년 9건, 2022년 8건, 2023년 6건으로 급감했다. WTO는 공정 무역을 방해하는 보조금을 ‘금지보조금’으로 규정하는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상대 교역국의 보조금 효과로 수입·수출에 피해를 입을 국가는 WTO에 제소할 수 있다. #망가진 신자유주의 유물美, 2019년 상소위원 선임 거부WTO 분쟁 조정 기능 마비상태 하지만 미국이 2019년 12월 WTO 상소기구의 상소위원 선임을 거부하면서 현재까지 분쟁 조정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중국이 최근 “IRA의 차별적인 보조금 정책은 WTO 규칙을 위반한다”며 미국을 WTO에 제소한 건도 정상적인 절차 진행이 어렵다. 분쟁 조정 기능을 상실한 WTO를 향해선 ‘망가진 신자유주의의 유물’이란 비판이 쏟아진다. 미국의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대중국 압박이 거세지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WTO 개혁을 통해 자유무역과 진정한 다자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역시 보조금 살포로 자국의 전기차 산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놓은 터라 시 주석의 주장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31일 “미국을 WTO에 제소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 (중국이) 찔러 보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의롭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흠집을 내려는 것인데 실효성은 없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이후 총무역액이 10배 이상 늘어나는 등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국이다. #11월 美 대선에 쏠린 눈트럼프 재집권 땐 보호무역 강화동맹국 협력보다 양자 협상 전망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추세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더 강화될 전망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중국에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언급한 걸로 봐서 장벽은 더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트럼프 2기가 들어서면 바이든 정부와 달리 동맹국 간 협력이 덜 강조되고 양자 협상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으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내로남불’ 보조금 전쟁에 식물기구로 전락한 WTO

    ‘내로남불’ 보조금 전쟁에 식물기구로 전락한 WTO

    미중(G2) 무역전쟁을 계기로 세계경제 질서가 ‘보호무역주의’로 재편되면서 수조~수십조 원의 ‘보조금’을 활용한 각국 첨단전략산업 육성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수출 산업에 대한 보조금은 과거 ‘자유무역’ 관점에선 명백한 반칙에 해당하지만 무역 분쟁을 조정해야 할 세계무역기구(WTO) 기능은 4년 넘게 고장이 났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시작된 WTO 위상 추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실상 형해화한 것이란 얘기마저 나온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네덜란드가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제조기업 ASML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총 25억 유로(약 3조 7000억원)를 긴급 투입하는 대책을 내놓은 데서 보듯 각국 정부는 반도체·전기차 등 전략산업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 이전을 막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일부 선진국만 보조금을 감당할 실탄이 있다는 점에서 ‘부익부’ 전략으로도 불린다. 미국은 2022년 반도체지원법 시행으로 5년간 527억 달러(71조원) 투자에 나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직접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에 195억 달러(26조 2700억원)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60억 달러의 3배를 웃도는 규모다. 자국 기업 챙기기를 노골화하며 보호무역 기조 강화에 나선 것이다.1980년대 후반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했다가 10%대로 후퇴한 일본은 세계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에 30억 달러(4조원) 이상 보조금을 주고 구마모토현에 공장을 유치했다. 일본은 2021년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을 수립하고 약 35조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해 반도체 기업 보조금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강력한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009년부터 2022년까지 14년간 지급한 보조금만 1600억 위안(29조 7000억원)에 달했다. 2014년부터는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 3429억 위안(63조 6000억원)을 조성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도 본격화했다. 유럽연합(EU)은 중국 전기차 업체가 2009년부터 ‘보조금 특혜’를 앞세워 EU에 전기차를 ‘덤핑 수출’했다며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EU도 남 탓할 처지는 아니다. 독일은 2016년부터 8년간 전기차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했고 프랑스도 올해부터 EU에서 생산한 차량에 보조금 우대 혜택을 준다. EU는 수입차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가 EU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다른 국가의 보조금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면서 자국의 보조금은 괜찮다는 ‘내로남불식’ 경쟁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각국의 이러한 경쟁적 보조금 정책은 ‘자유무역’의 종말을 뜻한다. 시발점은 2018년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무역 갈등이 본격화했다. 그는 2017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등 다자 간 협정에도 회의적 모습을 보였다. 당은 다르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산 전기차 배터리 소재 사용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며 대중국 견제를 이어 갔다. G2의 무역 갈등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WTO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자국 우선주의 논리가 강화되면서 WTO의 분쟁 절차 회부 건수는 2018년 38건, 2019년 20건, 2020년 5건, 2021년 9건, 2022년 8건, 2023년 6건으로 급감했다. WTO는 공정 무역을 방해하는 보조금을 ‘금지보조금’으로 규정하는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관한 협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 상대 교역국의 보조금 효과로 수입·수출에 피해를 입을 국가는 WTO에 제소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이 2019년 12월 WTO 상소기구의 상소위원 선임을 거부하면서 현재까지 분쟁 조정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중국이 최근 “IRA의 차별적인 보조금 정책은 WTO 규칙을 위반한다”며 미국을 WTO에 제소한 건도 정상적인 절차 진행이 어렵다. 분쟁 조정 기능을 상실한 WTO를 향해선 ‘망가진 신자유주의의 유물’이란 비판이 쏟아진다.미국의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대중국 압박이 거세지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WTO 개혁을 통해 자유무역과 진정한 다자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역시 보조금 살포로 자국의 전기차 산업을 세계 1위로 올려놓은 터라 시 주석의 주장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31일 “미국을 WTO에 제소해 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면서 (중국이) 찔러 보는 것”이라면서 “미국이 의롭거나 공정하지 않다고 흠집을 내려는 것인데 실효성은 없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2001년 WTO 가입 이후 총무역액이 10배 이상 늘어나는 등 자유무역의 최대 수혜국이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추세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더 강화될 전망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가 중국에 60% 관세를 매기겠다고 언급한 걸로 봐서 장벽은 더 높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트럼프 2기가 들어서면 바이든 정부와 달리 동맹국 간 협력이 덜 강조되고 양자 협상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으려는 움직임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식물집사들의 제주 성지, 가시림 수목원의 강남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식물집사들의 제주 성지, 가시림 수목원의 강남춘 [지방을 살리는 사람들]

    “어릴 때는 제주 고사리를 꺾어 용돈을 벌었는데, 지금은 관상용 고사리를 애지중지 키우고 있습니다.” 제주 서귀포 안덕면 토박이인 강남춘(57) 가시림 대표는 그가 한평생 키워 온 나무를 닮은 사람이다. 조경 사업에 종사한 강 대표는 제주의 식생을 한 공간에 담은 공간을 남기고 싶었고, 나무가 잘 자라는 땅의 힘이 있는 가시리를 주목했다. 시간이 더해지는 곳이란 뜻의 가시(加時)리란 시적인 지명도 수목원을 가꿔 같은 이름을 붙이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강 대표는 “건설업 자체가 하향길에 접어들면서 조경회사가 서서히 후퇴하는 느낌에 평생의 꿈이었던 수목원을 일구었다”면서 “서민들이 이끼를 한 땀씩 심은 정원에서 차를 마시고 산책하며 대화할 수 있도록 가시림을 꾸몄다”고 밝혔다. 제주의 식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수목원인 가시림에서는 일 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2월 중순까지 동백이 ‘레드 카펫’을 만들며 가시림을 붉게 물들이면 이어 수선화, 삼지닥나무가 피고 황금 메타세쿼이아 나무의 순이 올라온다.‘애기 동백의 성지’로 불리며 겨울관광의 백미인 설국 속 동백의 화려한 아름다움을 자랑했던 가시림은 이제 벚나무의 은은함으로 물들고 있다. 산딸나무의 흰색 순결한 꽃이 피면 수국이 색색으로 정원을 물들이고, 배롱나무가 100일간의 개화기 동안 향기를 뽐낸다. 그가 “4300여평의 땅에 나무 하나하나마다 잘생긴 놈으로 잘생기게 크도록 심고 길렀다”고 강조하는 가시림에는 200여종에 가까운 제주 자생 수종이 있다. 강 대표가 가장 아끼고 정성스럽게 키우는 식물은 이끼와 고사리다. 이끼의 고사리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태초의 식물로 사시사철 푸르다”며 “양치식물을 잘 키우려면 무엇보다 물이 잘 빠지는 토양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모든 이끼도 손수 심어서 가꾼 강 대표는 가시림 방문객들에게 ‘식물을 잘 돌보는 집사’의 지혜를 아낌없이 베푼다.“이끼와 고사리는 식생과 습성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키울 때 혼란스럽기 쉽다”면서 양치식물도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햇빛을 피하는 것보다는 보습과 배수가 잘되는 토양이 중요하다고 가시림 방문객들에게 귀띔했다. 가시림이 있는 땅은 일조량보다 강수량이 많은 지역이라 과수 농사는 잘 안 되지만 나무 키우기에는 좋은 곳이다. 넓고 평평한 땅에 묘가 하나도 없고, 주거지로 주로 이용됐다. 때문에 민간인 학살 사건인 제주 4·3의 피해가 컸던 곳이기도 하다. 수목원은 동백나무 숲을 중심으로 주변에 봄에는 메타세쿼이아, 여름이면 능소화와 배롱나무, 가을에는 팜파그라스를 통해 사계절 푸른색의 싱그러움과 꽃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가시림의 카페는 제주 감귤창고 모양을 본떠 숲속에 건물이 내려앉은 포근하고 안락한 느낌을 줬다.지난해 11월 문을 열었지만 12월 한 달에만 1만명이 찾을 정도로 가시림에 쏟은 강 대표의 정성을 알아봐 주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매일 잡초를 뽑고 이끼에 물을 주는 강 대표의 손길에 제주 고사리의 연한 새순이 올라온다. 4월이면 고사리 장마라 불리는 짧은 봄장마가 온다. 식물을 가꾸는 ‘식집사’ 강 대표는 더욱 바빠질 터다.
  • 한라산 컵라면 인증샷 유행에… “제발 라면국물 남기지 마세요” 웃픈 캠페인

    한라산 컵라면 인증샷 유행에… “제발 라면국물 남기지 마세요” 웃픈 캠페인

    한라산 탐방객들 사이에서 등반 중 컵라면을 먹는 인증샷을 SNS에 올리는 게 유행처럼 번지면서 환경보호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한라산국립공원의 청정 환경 보전을 위해 올해 ‘라면국물 남기지 않기 운동’을 전개한다고 29일 밝혔다. 한라산 탐방객들에게 배낭에 가져온 ‘컵라면 먹기 인증샷’ 찍기가 번지면서 대피소 등의 음식물처리 통마다 먹다 버린 라면 국물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해발 1740m 윗세오름 등에서는 탐방객들이 보온병을 이용해 라면을 끓여 먹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특히 라면을 끓여 먹는 탐방객들이 늘자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윗세오름에 음식물처리기를 2대 설치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 역시도 환경보전 대책으로는 역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궁여지책으로 국물을 따로 버릴 수 있는 60ℓ 물통 5개를 비치했으나 이 마저도 넘쳐나 웃지못할 캠페인까지 벌이는 현실이 됐다. 실제 대피소 등의 음식물처리 통에 버려진 컵라면 국물은 관리소 직원이 직접 가지고 내려와 처리하고 있는데 그 양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관계자는 “라면 국물 물통은 모노레일로 산 아래로 운반한 뒤 톱밥으로 발효처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탐방객들이 화장실 또는 땅에 라면 국물을 버리는 지경까지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한라산국립공원은 ‘라면국물 남기지 않기 운동’ 홍보를 위해 현수막 및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탐방객들에게 알리는 한편, 봄철 성수기에는 국립공원 직원들이 어깨띠 착용 캠페인을 벌여 홍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쓰레기 처리 의식 전환을 고취하기 위해 탐방로 입구, 대피소 일원에서 라면국물 등을 남기지 않도록 안내할 방침이다. 김희찬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장은 “이번 운동은 한라산 탐방객들이 라면을 먹은 후 남은 국물로 인한 쓰레기를 줄여 청정 한라산을 보전하기 위해 마련됐다”면서 “한라산을 찾는 모든 탐방객이 컵라면 국물 등 오염물질을 남기지 않는 작은 실천으로 한라산을 보호해 달라”고 전했다.
  • 기후변화에도 안정적 채소 공급… ‘스마트팜’에 답 있다

    기후변화에도 안정적 채소 공급… ‘스마트팜’에 답 있다

    이마트는 잦아진 이상기후 속에서 물량 수급이 불안정한 채소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스마트팜’ 상품을 적극 운용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잦아진 이상기후 속에서 물량 수급이 불안정한 채소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스마트팜 채소 판매를 확대한다”고 말했다. 이마트가 협업하는 스마트팜은 환경 변화 속에서 미래 농업의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팜 채소는 내부 공기 순환, 기온 조절, 습도 조절 등을 통해 바깥이 아닌 내부에서 키우는 식물로,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하면 실내 환경을 제어해 계절이나 장소와 관계없이 연중 균일하게 좋은 품질의 채소를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팜 채소는 매년 반복되는 계절·기후 이슈를 극복할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여름에는 빠른 폭염이 진행되면서 농산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이례적으로 비가 많이 왔던 2020년과는 또 다른 풍경이지만,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여름 채소 가격이 크게 올랐다. 스마트팜 기술은 매 여름처럼 연이은 태풍, 장맛비로 농작물 작황이 부진하거나, 겨울철 한파에 따른 냉해 피해로 채소 시세가 폭등하는 경우 더 부각된다. 스마트팜에서는 작물 성장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고, 그간 축적된 빅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재배’가 가능해 사시사철 양질의 채소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팜은 토양을 사용하지 않고, 살충제 등 환경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아 환경 오염을 최소화한다. 물 사용량도 기존 노지 대비 94% 절감하고 스마트팜 운영에 사용하는 전기는 향후 태양광발전 등 클린에너지로 전환이 가능해 ESG 경영을 가능하게 해주고 스마트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준다. 유러피안 양상추류는 특히 폭염과 추위에 약한 작물이다. 여름과 겨울에는 기온 변화로 인해 보기 힘든 채소로, 이마트는 스마트팜을 통해 좋은 품질의 양상추류를 기후에 상관없이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다. 이런 장점으로,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 스마트팜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으며, 국내외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이에 이마트는 스마트팜 채소를 더욱 신선하게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스마트 팜 ‘애그테크’ 기업 ‘엔씽’과 협업 관계를 맺었다. 엔씽은 독자적인 기술로 인정받는 스마트팜 기업으로, 이마트와 뜻을 함께해 이천에 있는 이마트 후레쉬센터 옆에 스마트팜 ‘큐브’를 세웠다. 애그테크 산업은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말로, 첨단기술을 농산물 생산에 적용함으로써 획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어 심각한 식량 부족 현상의 대안으로 꼽히는 산업을 의미한다. 큐브에서는 로메인과 버터헤드, 바타비아 등 유럽형 상추와 스윗바질, 딜 등 허브를 재배하고 있다. 큐브에서 생산되는 채소는 연간 110t 규모로 전량 이마트 후레쉬센터로 공급된다. 특히 이곳의 단위 면적당 생산량은 일반 노지나 하우스에 비해 5배에 달한다. 또한 이마트 물류센터 옆에 스마트팜이 들어섬으로써 스마트팜 농작물의 물류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 소비자들은 더욱 신선하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이마트는 엔씽을 통해 스마트팜 채소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매년 반복되는 이상 기후로 농산물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자 이마트는 2021년 엔씽과 협업해 스마트팜 농작물 ‘뿌리가 살아있는 채소’를 선보였다. 지난해 4월에는 ‘스마트팜 스타트업’ 엔씽과 협업해 이마트 연수점에 실내 설치 소형 스마트팜인 ‘인도어팜’을 선보였다. 인도어팜은 생산지에서 유통과정을 거쳐 마트에 들어오는 방식이 아닌 재배 즉시 현장서 판매하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소비자 중 일부는 뿌리까지 제공되는 이마트 파머스픽 상품의 뿌리를 다시 심어 집에서 키워 먹는 영상을 SNS에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나아가 이마트는 지난해 7월 스마트팜 시스템 전 과정 환경영향평가(LCA) 지원사업으로 엔씽의 국내 최초 스마트팜 환경부 환경성적인증 취득을 지원했다. 이후 지난해 8월 LCA 평가 결과 및 전문가 의견들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고, 9월에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미래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스마트팜과 리테일러의 역할’이란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현재 이마트에서는 9개 종류의 스마트팜 상품을 운용 중이다. 관련 상품 매출은 최근 채소 가격 급등으로 인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팜은 연중 같은 단가로 공급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가격 이슈, 품질 이슈 없이 연중 공급이 가능하다. 1~3월 현재까지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매출 신장을 보이고 있다. ‘뿌리가 살아있는 로메인’, ‘뿌리가 살아있는 버터헤드’ 상품은 각각 25%, 35% 매출이 신장했다. 이마트는 향후 스마트팜 농산물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팜이 환경과 미래 식량에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도록 스마트팜 기술 연구 및 지원사업을 지속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 29년간 모든 사진우표는 그의 셔터서 시작됐다

    29년간 모든 사진우표는 그의 셔터서 시작됐다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설악산 설경, 전남 해남 송호해변, K푸드를 대표하는 떡볶이와 순대까지, 1996년부터 지금까지 정부가 발행한 거의 모든 사진 기반 기념우표는 셔터를 누르는 그의 검지에서 시작됐다.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우표를 위한 사진’을 찍는 김창환(52) 우정사업본부 전문경력관 얘기다. 한 해 수십 종의 기념우표가 발행된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우표디자인실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대는데 그중 김 전문경력관은 유일한 사진 전문가다. 첫 단계는 소재 선정이다. 전문가로 구성된 우표위원회가 소재를 고르면 디자인실에서 자료 수집과 사진 촬영, 디자인 편집 등을 한다. 이후 전문가 자문을 거쳐 도안을 확정하고, 위·변조 방지 기술을 활용해 인쇄하면 우리가 아는 우표가 탄생한다. 우리 산천과 동식물, 문화재 등이 주로 담기는데 외국인에겐 한국을 알리는 얼굴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껏 멋을 낸 작가주의 사진이 아니라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야 하는 이유”라고 김 전문경력관은 28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출사를 다녀오면 항상 조언을 구한다. 어떤 프레임이 가장 좋을지는 동료 디자이너들이 더 잘 안다고 믿어서다. 그만의 작가 정신은 보다 완벽한 한 컷을 포착할 때 발휘된다. ‘서울의 낮과 밤’을 주제로 한 우표에 담을 한강 다리를 에워싼 건물 조명, 구름이 마음에 들지 않아 두 달 동안 휴일을 반납했다. 눈 덮인 설악산을 찍기 위해 한겨울 네 번이나 산을 타기도 했다. 중·소형카메라 각 1대에 렌즈 7~8개, 삼각대까지 20㎏가량의 장비를 짊어지고 산에 오르면 군 복무 시절 행군 때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렇게 담은 주왕산과 태백산, 무등산, 북한산은 2018년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관광지(산)’ 시리즈로 완성됐다.2019년 해남 송호해변에서 수백장을 찍고 드론을 날려 봐도 나오지 않던 ‘베스트 컷’은 잠시 숨을 돌린 뒤 찍은 한 장에서 나왔다. 이국적인 파라솔 아래 은은하게 쏟아진 햇살과 일렁이는 물결이 우연히 포개진 장면을 본 그는 앞서 찍은 수백장을 지웠다. 고2 때 사진 전공 선배 집에 놀러 갔다가 인화를 직접 해본 뒤 사진의 매력에 빠졌지만 평생의 업이 될 줄은 몰랐다. 이제 정년까지 7년쯤. 그는 “누군가에겐 인생의 한 장면과 함께 각인될지도 모르는 멋진 우표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웃었다.
  • 눈 피로 개선·영양 공급… 하루 한 알로 해결하는 ‘한미루테인맥스’

    눈 피로 개선·영양 공급… 하루 한 알로 해결하는 ‘한미루테인맥스’

    한미약품 ‘한미루테인맥스’는 눈 피로 개선과 영양 공급을 하루 한 캡슐로 해결할 수 있는 약국전용 건강기능식품이다. 체내 루테인과 지아잔틴의 혈중 농도와 같은 비율로 혼합된 ‘루테인지아잔틴복합추출물’을 비롯해 눈 피로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스타잔틴이 풍부하게 들어 있는 ‘헤마토코쿠스’ 추출 성분이 함유됐다. 이와 함께 유해 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비타민E와 생체막 조직 구조와 기능 조절에 필요한 비타민A 등도 들어있다. 제품의 핵심 성분인 루테인지아잔틴복합추출물과 헤마토코쿠스추출물은 100% 천연 식물성 원료를, 화학용매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의 초임계 공법으로 추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언택트 문화가 확산하면서 스마트폰, 컴퓨터 등에 장시간 노출돼 눈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한미루테인맥스는 눈 피로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필수 영양성분을 균형감 있게 함유하면서도 복용 방법 또한 간편해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루테인맥스는 하루 한 번 한 캡슐만 복용하면 된다. 한 박스에 한 달 복용 분량인 30캡슐이 들어 있으며, 6캡슐씩 따로 보관할 수 있는 휴대용 약통이 함께 포함돼 있다. 이 제품은 약국 영업 및 마케팅, 유통 전문 기업인 온라인팜을 통해 전국 약국 등에 유통된다.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이기 때문에 쉽게 살 수 있다.
  • 위기의 생태계… 지구 온난화에 꿀벌이 사라진다[과학계는 지금]

    위기의 생태계… 지구 온난화에 꿀벌이 사라진다[과학계는 지금]

    미국 뉴멕시코대, 워싱턴주 농림부, 연방 농무부 농업연구청, 유타주립대 공동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꿀벌의 종 다양성이 위협받고 개체수도 급격히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3월 28일자에 실렸다. 꿀벌은 나비와 함께 꽃가루를 옮겨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돕는 대표적인 수분 매개곤충이다. 전 세계 주요 작물의 75% 이상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수분 매개곤충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수분 매개곤충의 개체수가 급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꿀벌의 경우 기후 변화로 인한 개체수 감소 추세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기온과 습도가 꿀벌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결과와 2002~2019년 꿀벌 개체수 변화 데이터, 기후 변화 관측 자료를 비교 분석했다. 이를 통해 지구 온난화로 꿀벌 개체군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측했다. 분석 결과 꿀벌 개체수는 습도에 특히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 243종 중 71%가 건조 지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조한 날씨는 꿀벌 군집 내 종 다양성을 저하하고, 가뭄 조건에 더 잘 견디는 몸집이 큰 꿀벌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멜라니 카제넬(수분 매개곤충 생태학) 뉴멕시코대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해 특정 성질을 가진 종만 살아남게 된다면 생태계 차원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식물 살해범 찾습니다” 부산 카페 행운목 꺾어 도주 (영상)

    “식물 살해범 찾습니다” 부산 카페 행운목 꺾어 도주 (영상)

    부산의 한 카페에서 문밖에 내놓은 행운목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안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19일 인스타그램에 ‘부산 광안동 식물 살해범’이라는 영상을 올렸다. 카페 앞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이었다. 영상에는 카페 앞을 지나던 중년 여성이 문밖 행운목을 보고는 줄기를 뚝뚝 꺾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모자와 마스크를 써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여성은 주위를 한번 살피더니 순식간에 행운목 줄기 3대를 뚝뚝 끊어 태연히 사라졌다. A씨는 “카페 처음 열 때 직접 식물원까지 가서 데려온 화분이라 정이 들었다. 이제 봄이라서 밖에 두고 퇴근했다가 출근했더니 이렇게 되어 있었다”고 분노했다. 이어 “광안동 식물 살해범을 찾는다”며 제보를 부탁했다.행운목은 꺾꽂이, 일명 삽목이 가능하다. 파인애플처럼 가지를 일부 잘라내어 다시 재배할 수 있다. 문제의 여성은 훔친 줄기로 행운목을 새로 번식시키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며 공분했다. 형법 제366조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 등을 손상하고 파괴하거나(손괴) 기타 방법으로 효용을 해치면 재물손괴죄가 적용된다. 재물손괴죄 인정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 기후 변화로 꿀벌 보기 힘들어진다 [과학계는 지금]

    기후 변화로 꿀벌 보기 힘들어진다 [과학계는 지금]

    미국 뉴멕시코대, 워싱턴주 농림부, 연방 농무부 농업연구청, 유타주립대 공동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고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꿀벌의 종 다양성이 위협받고 개체수도 급격히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네이처’ 3월 28일자에 실렸다. 꿀벌은 나비와 함께 꽃가루를 옮겨 식물이 열매를 맺도록 돕는 대표적인 수분 매개곤충이다. 전 세계 주요 작물의 75% 이상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수분 매개곤충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인해 수분 매개곤충의 개체수가 급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꿀벌의 경우 기후 변화로 인한 개체수 감소 추세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기온과 습도가 꿀벌 개체군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결과와 2002~2019년 꿀벌 개체수 변화 데이터, 기후 변화 관측 자료를 비교 분석했다. 이를 통해 지구 온난화로 꿀벌 개체군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예측했다. 분석 결과 꿀벌 개체수는 습도에 특히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 243종 중 71%가 건조 지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건조한 날씨는 꿀벌 군집 내 종 다양성을 저하하고, 가뭄 조건에 더 잘 견디는 몸집이 큰 꿀벌들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멜라니 카제넬(수분 매개곤충 생태학) 뉴멕시코대 교수는 “기후 변화로 인해 특정 성질을 가진 종만 살아남게 된다면 생태계 차원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자본주의 패션’ 청바지 뭉갠 北…“미 제국주의 상징” [포착]

    ‘자본주의 패션’ 청바지 뭉갠 北…“미 제국주의 상징” [포착]

    19세기 미국의 골드 러시(1848~1855) 때부터 본격 유행한 청바지를 북한은 ‘미 제국주의 상징’으로 간주, 1990년대부터 착용을 엄격히 금지해왔다. 다만 북한을 방문하는 서방 관광객에게는 이런 조치가 적용되지 않았다. 북한이 국영방송을 통해 방영하는 외국 프로그램에서도 청바지를 입은 출연자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감지됐다. 북한이 외국 프로그램 속 출연자 청바지도 검열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25일 조선중앙TV는 BBC방송이 2010년 제작한 ‘앨런 티치마쉬의 정원의 비밀’을 방영하며 진행자의 청바지를 흐리게 처리했다. 이날 조선중앙TV는 영국 유명 정원사인 앨런 티치마쉬가 청바지 차림으로 식물 가꾸는 법을 소개하는 장면을 내보냈는데, 이때 이미지 변조 기술인 블러(blur) 처리를 통해 청바지를 흐릿하게 뭉갰다. 다만 바지의 파란색은 그대로 드러나 그가 청바지를 입었다는 점은 식별할 수 있었다.북한은 2022년부터 조선중앙TV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방영해왔다. 하지만 청바지를 흐릿하게 뭉갠 것이 언론에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전문가인 피터 워드는 NK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이 TV 속 외국인의 청바지를 검열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북한의 청바지 검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부터 시작한 ‘악성적 서구 문화’ 퇴치 캠페인의 하나로 보인다고 짚었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외국 문화의 영향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부르주아 문화’와 ‘반사회주의적 행위’를 자본주의 국가들이 북한을 약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무기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2022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이 ‘자본주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을 단속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외국어가 적힌 스키니진과 티셔츠, 염색한 머리나 긴 머리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익명의 북한 소식통은 이 방송에 “주로 20~30대 여성을 (단속) 대상으로 한다”며 만약 순찰대에 잡히면 단속 대상은 그들이 해당 지역에 대한 단속을 모두 마칠 때까지 길가에서 기다려야 한다고 전했다. 통일부가 지난달 공개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보고서’에도 스키니진 등을 입을 경우 바지를 찢기거나 잘리고 벌금을 내야 한다는 탈북민의 전언이 담겨 있다.
  • 일자리 찾아 고향 등지는 청년들… ‘서울바라기’는 선택 아닌 생존 [대한민국 인구시계 ‘소멸 5분전’]

    일자리 찾아 고향 등지는 청년들… ‘서울바라기’는 선택 아닌 생존 [대한민국 인구시계 ‘소멸 5분전’]

    “대학 동기 30명 가운데 청주에서 직장을 얻은 친구는 고작 5명 정도입니다. 일자리 없는 지방은 청년들을 서울로 내모는 격입니다.” 충북의 한 대학에서 특용식물학과를 졸업한 김지훈(30·가명) 씨는 취업 시장에 나왔지만 고향인 청주에선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출퇴근이 가능한 충청권으로 시야를 넓혔지만, 그가 마음에 두었던 농업이나 화장품 계열 영업마케팅 분야는 끝내 찾지 못했다. 할 수 없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간 김씨는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제약회사에 취업했다. 취업의 기쁨도 잠시. 서울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생활비를 아끼려 5평짜리 오래된 빌라 단칸방에서 생활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삶에서 벗어나고자 귀향을 고민했지만, 문제는 또 일자리였다. 제약회사 근무 경력을 인정받고 들어갈 회사를 찾지 못한 그는 귀향의 꿈을 접어야 했다. 지난 2월 전남 순천에서 대학을 졸업한 서모(22·여)씨는 매주 일요일 밤 대전행 열차를 탄다. 그는 유아와 실버체육을 담당하는 ‘튼튼애듀’ 전문 강사다. 의료재활과 체육 등 2개 학과를 전공한 서씨는 3~7세 아이들과 60~80대 어르신들의 운동과 스트레칭 등 체육 수업을 진행한다. 순천에는 마땅한 직장이 없어 대전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그는 금요일 퇴근 후 3시간 걸려 집에 내려간다. 서씨는 “친구도 아는 사람도 없이 혼자 외롭지만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직장을 구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라고 말했다. 지역의 좁은 취업문이 청년들을 타지로 내쫓고 있다. 기업이 서울 등 대도시를 떠나지 않으니, 지역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등지고 대도시로 향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의 ‘서울바라기’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지방대 졸업생 지역 정착 원해도전공 살릴 직장 없고 저임금 다수 귀향의 꿈 접은 채 서울로 내몰려 최근 전북대 취업진로처가 학생 6875명을 상대로 희망 근무 지역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2.5%가 서울을 원했고 28.6%는 전북에 남길 원했다. 인문계열과 농업생명과학대 등은 전북에 정착하고 싶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지난 2022년 부산상공회의소 조사 결과 부산 지역 MZ세대의 77.5%는 지역에서 일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다만 이들이 기대하는 임금 수준과 실제 기업이 지급하는 임금의 격차가 컸다. 전경민 전북대 취업지원처 부처장(회계학과 교수)은 “취업 상담을 해 보면 학생 대부분은 지역에 남길 원한다. 그러나 막상 졸업할 때가 되면 대기업이 있는 수도권으로 갈지, 눈을 낮춰 지역 기업에 취업할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지역별 일자리 규모와 임금 격차는 수도권 집중화의 단초가 되고 있다. 청년층 노동 공급 감소는 지역 고용을 악화시키고 기업 유입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청년층 유출이 누적되면 지역 출생아 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향후 인구가 더 오랜 기간 감소하는 음(-)의 인구 모멘텀으로 진입하게 돼 지방 소멸도 더 가속화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4월 발표한 ‘지역 경제 현황과 전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방민의 41.1%는 미래에 거주지를 떠나 수도권으로의 이주를 희망한다고 응답했다. 세대별로는 20대(64.4%)와 30대(41.7%)가 평균 이상이었다. 이유로는 열악한 일자리 여건(47.4%)이라는 응답이 대다수였다. 실제 국내 사업체 중 절반가량인 49.1%(301만개)는 수도권에 자리잡고 있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으로 세분화하면 수도권 집중도는 유독 심각하다. 전주상의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중 74.2%(742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었다. 1000대 기업 중 74% 수도권 집중지역 간 불균형·인구 감소 불가피 “지방 이전 기업에 인센티브 필요” 더 큰 문제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다. 한경협이 지난 2022년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152개사 응답)으로 ‘기업의 지방 이전 및 지방 사업장 신증설에 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가운데 89.4%는 이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지방 이전의 장애요인으로는 ▲교통·물류 애로 ▲인력 확보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청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여건이 마련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당부한다. 전주상의 관계자는 “대기업의 7할 이상이 수도권에 쏠려 있는 형태에서는 지역균형 발전은 물론 지방소멸, 인구감소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지방이전 기업에 대한 보다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과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천구 대한상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 연구위원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산업 역동성 비교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기업과 지역 성장 연관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일차적으로 우수한 기업들이 지역에 설립되면 노동수요가 늘어나 인구 유입을 일으킨다”면서 “지역의 일자리 증가에 따른 주민들의 소득 증가는 숙박·음식업 등 또 다른 수요를 창출해 지역에 인프라가 확대되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게 만든다”고 밝혔다. 전남 광양, 기업 유치 성공 사례로포스코 계열사 일자리 대거 창출 2년간 28~35세 1600명가량 유입 지자체에서도 일자리와 인구 붙들기의 상관성에 주목하고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자리와 인구를 동시에 잡은 전남 광양시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광양제철소가 위치한 광양시는 포스코 관련 기업들이 들어서자 일자리가 늘면서 인구 증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2021년 15만 531명이었던 인구는 지난해 15만 2666명을 기록했다. 인구가 감소한 순천이나 여수와 달리 2년 연속 증가세다. 광양시의 인구 증가는 2022년 11월 준공된 포스코퓨처엠이 650명을 고용하고 지난해 7월과 11월 준공된 포스코HY클림메탈과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이 각각 200명, 230명을 채용한 것과 겹친다. 시는 지난해 26억원을 투자해 ‘이차전지 소재 채용약정형 인력 양성’ 등 사업으로 신산업 분야에 460여명의 일자리 창출도 이뤄 냈다. 광양시 관계자는 “포스코 그룹사 등으로부터 투자가 유치됨에 따라 일자리가 공급되면서 28~35세 청년들이 2022년 811명, 2023년 788명 등 1600명가량이 대거 유입되는 효과도 거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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