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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채농가 농지 매입해 재임대

    농지보전과 식량수급 등 농정의 중장기 지표로 활용될 식량자급률 목표치가 올 연말쯤 발표된다. 또 정부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채·재해 농가의 농지를 사들인 뒤 이를 재임대해 농가의 부채 문제를 해결해 주는 농지은행제도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농림부는 15일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시장개방 확대에 대한 농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농정의 중장기 지표로 활용하기 위해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 연말까지 식량자급률 목표치를 설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의 쌀과 보리, 밀, 옥수수 등의 곡물식량 자급률(사료용 포함)은 1970년만 해도 80.5%에 달했으나 경지면적 감소 등으로 2003년에는 26.9%로 급락했다. 농림부는 또 내년부터 농지은행제도를 도입, 부채농가와 재해농가 등의 농지를 매입한 후 이를 농지 매각 농가에 다시 임대해 부채 문제를 해결해 주고, 환매권을 보장해 경영이 안정되면 매각한 농지를 재매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농지은행은 도시민 등으로부터 매입 또는 위탁받은 농지를 전업농들에 장기임대해 영농 규모화를 촉진하고 농지가격의 급락을 막는 기능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농림부는 올해부터 쌀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실효성이 떨어진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식량안보를 위해 600만섬의 쌀을 시장가격으로 매입, 판매하는 공공비축제를 도입하는 등 양정제도도 대폭 개편하기로 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백문일의 국제경제 읽기] 中경제의 걸림돌 ‘性比 불균형’

    1850년 중국의 한 북부지방에서 일어난 일이다. 가뭄과 기아로 식량이 부족하자 마을 어른들은 여자 아이들을 대거 살해했다. 이후 이곳 남자들의 25%는 신부가 없어 결혼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들은 범죄집단으로 무리를 짓다가 군벌에 편입됐다. 남자가 여자보다 많아 지역사회를 황폐화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렇다면 성비(性比)의 불균형이 중국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제발전의 초기단계에는 성비보다 인구 수가 관심이다. 머릿수가 노동력이자 소비의 원천이기 때문에 인구가 많을수록 성장 잠재력에 보탬이 된다. 그러나 경제구조가 고도화되면 인구 증가는 성장에 ‘짐’이 될 수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선 경제가 부양할 수 있는 ‘적정 인구선’을 넘으면 식량부족과 실업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중국이 10년간 9% 이상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면서도 ‘1자녀 갖기’ 정책을 추진한 것은 이 때문이다. 당국이 두 번째 아이를 강제 낙태시키는 끔찍한 ‘행정력’까지 불사해 인구 억제책은 부분적으로 성공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들을 얻는 것을 일종의 ‘노후 보장책’으로 보는 중국의 풍토에선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아들을 포함해 2자녀 이상을 두면 세금 등 각종 불이익을 받자 남아선호 사상에 물든 중국인들은 뱃속에 있는 아이의 성별부터 가렸다. 여아로 확인되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낙태시켰다. 그 결과 중국 어린이들의 남녀 성비는 지난해 119대100으로 나타났다. 세계 평균인 105대100보다 불균형이 훨씬 심하다.20년 이내에 중국 남성 3000만∼4000만명이 결혼할 짝을 못 찾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농촌지역의 초·중등학교에서는 75% 안팎이 남자다. 미 브리그햄 영 대학의 밸러리 허드슨 교수는 행동분석적 측면에서 ‘총각 신드롬’을 밝혔다. 기혼 남성들은 가족들을 위해 법과 질서를 지키지만 미혼 남성들은 살인과 강간 등의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고 했다. 이론에 불과하지만 미혼 남성들의 증가는 사회불안을 조장하고 재정부담을 높여 중국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중국이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딸만 둔 가정에 연 180달러씩 지급하려 하지만 별무신통이다. 선진국은 고령화와 낮은 출산율로 연 0.5% 포인트씩 성장이 둔화될 위기에 처했다. 지금은 인구가 많은 게 고민이지만 나중에는 ‘득’이 될 수 있다. 강압적이고 전근대적인 ‘1자녀 갖기’보다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성비 불균형이나 빈부격차 해소에 더 주력할 때인 듯싶다.
  • [삶과 경영 이야기] (38) ‘두산동아’ 제2 전성기 이끄는 최태경 두산출판BG 사장

    [삶과 경영 이야기] (38) ‘두산동아’ 제2 전성기 이끄는 최태경 두산출판BG 사장

    국내 출판업계의 선두주자인 ㈜두산 출판BG(Business Group)는 지난 20여년간 사용해온 ‘두산동아’라는 브랜드로 더욱 친숙하다.1985년 동아출판사를 인수한 뒤 탄탄대로를 걷다가 외환위기때 시련에 부딪쳤지만 이를 극복하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데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최태경(58) 사장의 남다른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게 출판계의 평가다. ●30년 두산맨, 출판사장으로 -68년 두산상사에 입사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무역이 최고로 중시되던 때라서 대학원 졸업 후 미쓰비시 뉴욕지사에 입사해 3년간 일했다.80년 다시 두산상사로 돌아왔다. 이후 두산컴퓨터와 오비씨그램, 두산제관 등에서 임원을 했고 97년 두산정보통신 대표를 맡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8월 두산동아 대표로 옮겨 99년 2월 사명이 두산출판BG로 바뀌면서 초대 사장이 됐다. 책을 읽는 것은 평소에도 좋아했지만 ‘두산맨’ 30여년간 출판쪽과 인연을 맺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출판업은 재고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DB)가 중요시되는 위탁산업이자 대리점 영업이다.DB를 통해 물량을 예측해야 반품을 줄일 수 있다. 대리점 관리 또한 중요하다. 이 때문에 컴퓨터·주류 계열사에서 DB 및 대리점 경험을 한 내가 출판사를 맡게 된 것 같다. ●50억원 들여 재고 사전 모두 회수 -외환위기 직후 외국 컨설팅사와 함께 회사를 살려낼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잡히는 것이 없었다. 고민하던 차에 고객 만족을 생각했다. 회사고객을 내부고객인 직원들과 외부고객인 대리점·학부모·학생 등으로 나눴다. 당시 회사가 적자에 허덕이며 매우 어려워 구조조정을 한다는 둥, 문을 닫는다는 둥 뜬소문이 많아 직원들이 굉장히 불안해했다. 외부고객들도 두산출판이 책을 계속 낼 것이냐, 어떻게 할 것이냐식으로 반신반의했다. 그런 와중에 98년 11월 양쪽 고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큰 결심을 했다. 단돈 1억원이 아쉬웠던 때, 대리점을 통해 재고 사전을 모두 반품받기로 한 것이다. 반품된 사전은 일부 기증하고 나머지는 폐기처분했다. 사전 반품에 30억원 투자키로 했으나 50억원 가까이 썼다. 그러나 효과는 엄청났다. 재고 사전을 거둬들임으로써 회사가 문닫지 않고 계속 영업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외부에서 “두산출판이 몇십억원이나 투자했으니 다시 한번 해볼 모양이다.”라는 평가가 들렸다. 직원들의 눈빛도 완전히 달라졌다. 다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였다. 대리점 사장들도 반품 처리에 고마워하며 우리 책을 더 많이 팔아줬다. 분위기가 확 달라졌고 신바람이 났다.99년 들어 매출이 어느정도 회복됐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직원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했으니 새로운 수익 창출이 관건이었다. ●직원의 자율성 강조 적중 -새로운 책을 준비하면서 ‘엉터리 책은 절대 안 낸다.’고 마음먹었다. 거래처들이 “두산출판에서 나온 책 맞아?”라고 할 정도로 내용은 물론, 디자인과 레이아웃, 컬러 등을 일대 쇄신했다. 직원들이 모든 과정을 미주알고주알 나한테 가져오는 관행도 없앴다. 사장이 기획안을 결재하면 그 다음부터는 직원들이 모두 알아서 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우왕좌왕했지만 고객의 니즈(요구)를 파악한 뒤 시장조사를 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책 한권이라도 마케팅·디자인·영업·편집팀 등에서 1명씩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TF에서 결론이 나면 끝까지 밀고 나가도록 했다. 위에서 지시만 받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책임지고 철저한 시장조사 결과에 따라 만드니까 반응이 훨씬 좋았다. 물론 직원들끼리 합의해 만드는 데 시간은 더 걸린다. 그러나 좋은 책이 나오는 과정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다. -직원들에게도 고객은 두가지다. 편집직원의 내부고객은 영업직원이다. 좋은 책을 만들어야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선생님·학부모·학원강사 등 외부고객이 뭘 원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고객의 마음을 알아야 성공할 수 있으며, 그것이 곧 마케팅이다.3년째 모든 직원들이 한양대 마케팅 교수들과 팀을 이뤄 마케팅 교육을 받고 있다. 일을 잘한다고 해서 스카우트해오면 우리 회사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나가기도 한다. 시키는 일만 하다가 능동적으로 하려니 못 견디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이 자산이다. 시키는 일만 해서는 어떤 경쟁에서도 이길 수 없다. ●투명경영으로 회사 비전 제시 -마케팅을 통한 핵심역량 강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수익 극대화도 중요하지만 투명경영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장이 되자마자 임직원 대상 분기별 경영설명회를 계획했다. 임원들이 “회사 치부까지 드러내면 타사에 들어가 곤란하다.”며 들고 일어났다. 그러나 직원들을 모아놓고 직접 매출·손익 등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정보가 외부로 많이 나갔지만 2∼3번쯤 하니까 유출이 싹 없어졌다.‘이 부문의 실적이 안 좋은데 우리끼리 숨길 것도 없고 얘기하고 반성하자. 이 부분은 잘 되는데 잘 되는 이유를 나눠보자.’는 식으로 토론을 했다. 지금은 경영설명회가 자연스럽게 기업문화가 돼 매년 4번씩 한다. 실적이 안 좋았을 때보다 지금이 효과 만점이다. 결국 투명경영이 이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장 취임 후 3∼4년 정도는 회사를 안정시키기 위한 시간이었다.4년째 되니 이익도 좀 났다. 그러나 이에 만족할 수 없다. 투명경영을 통해 회사 비전을 보여줘야 직원들이 따라온다. 직원들이 떠나지 않는 회사만이 희망이 있는 회사다. ●등산 통해 도전정신·끈기 길러 -지난 3년여간 백두대간을 종주한 것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경영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산을 타게 된 것은 회사가 적자에 허덕이던 98년. 하루종일 회의에 시달리다가 머리를 식히러 공원 등에서 매일 1시간씩 산보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99년 들어 남산·북한산 등을 타면서 ‘회사 식구만 200명이 넘는데 회사가 잘못되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 회사를 살리려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했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어려운 목표를 세워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53세의 나이에 백두대간 종주를 타깃으로 삼았다. 내 스스로 도전해서 이기지 못하면 직원들도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출판인산악회가 백두대간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습을 시작했다. 속리산 등을 헤매며 동계훈련을 끝내고 2000년 3월 소백산에서 첫 등정에 나섰다.3년3개월간 매월 한번씩 탔는데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하루 18시간 걷기도 했고 죽을 뻔한 고비도 많이 넘겼지만 종주를 끝내니 뿌듯했다. 당시 직원들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백두대간은 끝났지만 또다시 시작이다. 뭔가를 이뤘다고 해서 멈추면 안 된다. 변화와 도전을 위해 또 걷자, 또 오르자.’고 썼다. 매년 2번씩 직원들과 산을 탄다. 최근에는 설악산에서 분기설명회를 했다. 직원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끈기를 기르기 위한 교육에 따라와줘 고마울 뿐이다. -조직의 리더는 ‘페이스메이커’다. 돌격할 때도 있고 1보 전진했다가 2보 후퇴도 있다. 등산과 마찬가지로 경영도 좀 쉬면서 영양을 보충하기도 하고, 부상자도 치료해야 한다. 등산하기 전 장비와 식량을 준비하는 것도 경영과 같다.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이 최고 미덕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등산도 경영도 망치고 만다. ●책은 인생의 최고 스승 -책이라는 것은 제일 좋은 선생님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책을 읽는 만큼,‘평생교육을 통한 자아실현’이 우리 회사의 모토다.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초·중·고 학습물을 비롯, 유치·유아 부문의 교재를 새롭게 출시하고 있다. 강제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레고 등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학습물도 만들고 있다. 중등 온라인교육 및 전자사전 시장에도 뛰어들었으며, 토익·토플 등 성인 영어교재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랜 전통의 백과사전도 야생화 및 한국의 산, 세계의 문화유산 등을 가다듬어 펴내려고 한다. 일본의 대형 종합출판사를 벤치마킹해 임신·출산·육아 및 실버 관련 출판물도 기획해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올해는 기존제품 대비 신상품 비율이 95대 5 정도였지만 내년에는 85대 15로 만든 뒤 2007년 7대 3,2009년 6대 4 정도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최태경 사장은 회사 안팎에서 ‘카리스마 최’로 불린다는 최태경 사장을 만나 보니 나이에 비해 동안(童顔)인 데다가 캐주얼한 의상, 부드러운 눈웃음에 깜짝 놀랐다.‘고상한’ 출판사 사장의 이미지를 보여준 것도 잠시, 다양한 계열사를 돌며 쌓은 경험과 백두대간 종주 등의 인생 스토리에서 관록이 묻어나왔다. 연세대 경제학과와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에서의 한차례 ‘외도’를 제외하고 줄곧 두산그룹을 지켜온 최 사장. 지난 6년간 책과 등산에 관심을 쏟아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고 했다. 주중 야근은 물론, 주말·휴일에도 나와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 회사가 생기있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자랑한다. 대학교수인 아내가 미국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어 2년째 떨어져 살고 있지만, 영문학 전공인 아내의 교육컨설팅이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 日 니가타 지진대책 허점 많았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의 지진재해 대책이 니가타 주에쓰 지진을 통해 허점투성이임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휴대전화를 과신했다가 불통사태가 속출했다. 31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지난 23일 일본 니가타현 주에쓰 지방에서 발생한 지진의 최대 진도는 1995년 한신대지진 때와 같은 7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일본 기상청은 진앙에서 가까운 가와구치마치 사무소에 설치한 진도계의 기록이 지진 발생에 따른 ‘정전과 통신두절’로 확인되지 않았으나 30일 복구해 확인한 결과 진도 7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통신 두절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당초에는 진도 ‘6강’이었다고 발표했다. 지진 직후 2000여명의 주민이 암흑천지에 고립됐던 야마고시무라는 휴대전화를 믿고 내부방송, 긴급무선연락망을 가설치 않았다가 호되게 당했다. 지진으로 인공위성으로 연결돼 있던 방재용 행정무선망이 무력화된 뒤 믿었던 휴대전화를 이용하려 했지만 안테나탑이 허망하게 무너져 무용지물이었다. 전기가 불통되자 먹통이 된 가정용 전화기도 문제였다. 따라서 전기가 없어도 통화가 가능한 구형 전화기가 인기다. 휴대전화는 터널 안에서도 무력했다. 지진 당시 승객 401명을 태우고 터널 안에 멈췄던 다른 신칸센열차도 승객 대부분이 외부와 전화 연락을 못한 채 하룻밤을 차 안에 갇혀 지샜다. 이날 현재도 피난민이 7만여명에 이르지만 식량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주에쓰 신칸센은 복구에 장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어린이나 노약자를 중심으로 강력한 여진이 계속되면서 스트레스와 불안감, 절망감에 시달리고 있지만 적절한 정신과 치료를 해주지 못하고 있다. 젊은층이 빠져나가면서 폐교가 많이 생기자 대피시설이 부족한 것도 큰 숙제로 지적됐다. 지진 뒤 차 안에서 생활하다 숨지는 사고가 잇달아 니가타현이 차량생활가족 173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하자 대상자의 30% 정도가 “피난소가 만원이라 들어갈 수 없었다.”고 대답, 피난시설 부족이 심각하다는 점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한편 지진으로 돌과 흙더미에 묻힌 승용차에 갇혔다가 92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구출된 두 살배기 미나가와 유타군이 수시로 엄마를 찾아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유타군은 안정을 찾은 뒤 “엄마 언제 와. 엄마 병원에서 죽어 버렸어?”라고 묻거나 자주 큰소리로 울고 있다. 또 “왜 이렇게 어두워.”라고도 해 심리 치료를 하고 있다. taein@seoul.co.kr
  •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주스대신 과일을 통째로 먹자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주스대신 과일을 통째로 먹자

    얼마 전, 소아과 병원엘 갔더니 아이에게 “꾹 참고 치료 잘 받았다.”며 사탕을 건네 준다. 약국엘 갔더니 거기서도 사탕을 쥐어준다. 음식점에서도, 선생님이 칭찬할 때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이들을 귀여워 할 때도 사탕은 단골로 등장한다. 예전 아이들과 비교하면 요즘 아이들은 단 것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사탕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많은 식품에 설탕이 정말 많이 들어 있다. 빵에는 10∼30%의 설탕이 포함되어 있으며, 아이스크림에도 20∼30%, 탄산음료에도 10∼20%의 설탕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의 조사 결과를 보면 무가당(無加糖) 주스의 당도도 대부분 11∼12%로 안심할 수 없다. 원재료 자체에 충분히 포도당이 포함되어 있어 굳이 당 성분을 첨가하지 않았을 뿐이다. 일반인이 가장 좋아하는 당도가 12∼15%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중 제품들은 10% 이상의 당도를 포함하고 있게 마련이다. 설탕을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로 흔히 충치나 비만, 당뇨병 등의 위험을 든다. 그러나 이런 것 말고도 설탕의 위험은 상상 이상이다. 충치만 해도 그렇다. 단 것을 먹은 후 양치질을 충실히 하면 충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비타민 B1이 부족한 상태에서 설탕을 먹으면 몸은 산성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 몸은 뼈에 있는 칼슘을 빼내 산성을 중화시키게 된다. 이러다 보면 뼈가 약해질 수밖에 없고, 치아 역시 충치균의 공격에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양치질 이전에 설탕 자체를 먹지 말아야 충치를 예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설탕은 가공 공정을 거치는 동안 섬유질과 단백질은 모두 제거되고 칼로리만 남기 때문에 비만의 위험성이 항상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설탕류 섭취량을 전체 열량의 10% 미만으로 제한하지 않으면 비만 등 만성질환의 위험에 빠진다.”며 공동으로 경고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그 외에도 정서불안을 일으킬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설탕을 과다하게 섭취할 경우 혈당이 급속히 높아지게 된다. 이를 정상치로 끌어내리기 위해 많은 양의 인슐린이 빠르게 분비되고, 그러면 저혈당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렇게 혈당치가 급속히 오르내리면 쉽게 피곤해지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또 자제력이 없어져 작은 일에도 벌컥 화를 내기 쉽다. 물론 당분 섭취는 꼭 필요하다. 뇌를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는 것은 포도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도당을 굳이 설탕을 통해 섭취할 필요는 없다. 한국인은 우리 몸에 필요한 당 에너지를 밥, 잡곡, 국수, 감자 등과 같은 곡물 탄수화물을 통해 섭취하고 있다. 굳이 설탕을 먹지 않아도 필요 열량의 약 75%를 곡류 당분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설탕의 섭취를 자제해야만 한다. 백설탕 연구로 유명한 코다 미쓰오 박사는 체중 60㎏인 사람은 하루에 30g 이내,20㎏인 어린이는 6g 이내로 섭취량을 줄여야만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정도는 얼마만한 분량일까.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 결과 시판하는 음료수 한 병당 평균 37g의 당분이 포함되어 있다. 한 병만 마셔도 성인 기준으로 하루 권장량을 쉽게 넘어서게 된다. 어린이 권고량 6g은 각설탕 한 개 정도에 불과하다. 여간 주의하지 않으면 하루 권장량을 훌쩍 넘어서버릴 것이다. 우선 아이들 간식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한다. 대부분의 간식류가 상당한 설탕을 포함하고 있는 식품들이다. 구입 때 당 함유량을 확인할 수 있으면 좋으나, 불행히도 시중 제품에는 이러한 표시가 없다. 영양표시제도를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간식으로 가공식품 주는 것을 멀리할 수밖에 없다. 당분이 든 식품이라도 되도록 섬유질이 많은 것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섬유질이 당의 흡수 속도를 늦추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일주스 대신 과일을 통째로 먹는 것이 훨씬 좋다. 현미, 통밀빵, 생 야채 등을 통해 비타민 B1의 섭취를 늘리는 것도 좋다. 설탕이 체내에 흡수될 때 비타민 B1을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설탕을 가까이 하면 언젠가 ‘쓴맛’을 보게될지도 모른다. 이 ‘쓴맛’에서 가족과 자신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설탕을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다.
  • 아시아 또 조류독감 공포 확산

    조류독감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까지 나타나 우려가 더욱 크다. 태국 보건부는 28일 조류독감으로 최근 사망한 20대 여성이 같은 병으로 먼저 숨진 딸로부터 직접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수역기구(OIE)는 29일 조류독감을 “전지구적으로 중요한 위기”라고 규정했다. ●사람끼리 직접 전염 논란 차랄 트린웃티퐁 태국 보건부 질병통제본부장은 지난 20일 숨진 프라니 통찬(26)이 치명적인 조류독감 바이러스 H5N1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이어 프라니가 지난 12일 조류독감으로 사망한 딸 찬타나 사쿤탈라(11)를 간호하다가 전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사람이 동물로부터 조류독감에 감염돼 사망한 사례는 29일 베트남에서 사망한 2살배기 아기를 포함해 모두 29명.하지만 사람으로부터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조류독감이 사람끼리 직접 감염되는지는 확실치 않다.태국 보건당국은 프라니가 닭으로부터 전염됐을 가능성도 있고,설령 딸에게서 옮았더라도 이는 간호를 위해 하루종일 딸과 붙어있던 프라니에게서 일어난 ‘극히 제한적인 상황’이라는 입장이다.지난 27일 열린 태국 보건당국과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회의에서도 “조류독감의 사람 대 사람 전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WHO 독감 전문가 클라우스 슈토르 박사는 “우리가 태국에서 보고 있는 사태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도 아니고 아직 조류독감이 창궐할 조짐도 없다.”면서도 “하지만 광범위한 전염이 시작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변종 바이러스 출현 가능성에 촉각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아시아를 불안에 떨게 했던 조류독감은 중국과 베트남이 지난 3월 ‘완전 퇴치’를 선언하는 등 진정세에 접어든 것으로 기대됐다.하지만 이후에도 조류독감 의심 사례가 종종 보고되다가 7월 이후 중국·태국·베트남 등지에서 재발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조류독감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지 여부다.뉴욕타임스(NYT)는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조류독감이 새로운 바이러스로 바뀌어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1918년부터 20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의 원인균도 조류로부터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태국 보건당국은 프라니 사례와 관련,지금까지 바이러스가 변형된 조짐은 없다고 단언했다.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태국으로부터 프라니의 유전자 샘플을 받아 정밀 조사 중이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후진타오 시대] (하)한·중 관계의 미래

    |베이징 오일만특파원|평소 “인민의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진정한 통치자가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해온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는 북한 주민들을 기아 선상으로 이끈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해 그리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념에서 보다 자유로운 ‘후진타오 시대’의 대북 관계는 폭넓은 실용주의 노선이 향후 북·중 관계를 알리는 ‘나침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혈맹의 분위기가 지속돼 온 군사 분야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후원이나 지원보다는 국가 대 국가의 관계 속에서 국익이 주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중유와 옥수수 등 에너지·식량의 무상원조액도 서서히 줄어들면서 양국은 혈맹관계에서 ‘정상관계’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중국으로선 ‘북한 지렛대’를 활용,미국의 대중 압박을 돌파하려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또 경제성장과 2008년 올림픽을 준비하는 중국으로선 ‘한반도 현상 유지’라는 큰 틀에서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북한이 개혁·개방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피력한다면 비군사적 분야에서의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한·중 관계는 쾌청한 날씨 속에 ‘그림자’가 드러워진 형국이다.경제협력 분야에서는 수년 내 양국 교역액 ‘1000억달러 시대’가 도래할 정도로 더욱 강화될 것이란 전망에 이의를 제기할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상호보완의 관계 속에서 인적·물적 교류는 더욱 활발해지고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국간 협력의 틀도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그러나 중국 경제 자체의 진폭이 한국 경제의 사활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요소는 언제든지 상존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양국 관계 발전에 놓인 최대의 장애물은 ‘고구려사 왜곡’ 문제이다.고구려사 왜곡의 원천인 ‘동북공정(東北工程)’ 사업이 사실상 후진타오 등 4세대 지도부의 후원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회주의 이념의 퇴색 속에 지역·계층간 분열 요소가 더욱 확산되면서 중화민족주의는 오히려 강화될 개연성이 짙다.동북공정 자체가 강력한 민족주의적 성향에서 발현됐고 중화주의가 향후 통치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을 경우 한반도와의 갈등 요소가 지속적인 ‘상수’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동북공정 등의 변경 역사연구는 사회주의 이념 후퇴에 따른 민족주의 강화 차원에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면서 “13억 인구의 단결을 꾀하는 중국 정부로서는 중화주의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전략”이라고 진단했다. 총체적으로 한반도 특유의 ‘폭발 잠재성’을 감안할 때 후진타오 시대 역시 사안에 따라 양국이 협력과 갈등을 반복하는 불안정한 구도가 될 것이란 관측이 가능하다. oilma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쌀협상 농심부터 달래라/조명환 경제부장

    황금 들녘이 초가을 바람에 일렁인다.올해도 괜찮은 수준의 풍작이라는 게 농림부의 전망이다.‘밥 안 먹는 세상’이 돼버려 쌀의 의미를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에 견줄 수는 없지만 그래도 풍년은 여전히 우리를 기쁘게 한다. 하지만 농민들의 입에서는 풍년가 대신 탄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 이후 우리 쌀 시장의 방파제 역할을 해온 ‘관세화 유예조치’가 올해로 유효기간 10년을 마감하기 때문이다. 쌀 시장 개방 협상을 연내에 마쳐야 하고,그 결과에 따라 ‘제2의 개방파고’가 몰아칠 것이 분명해 걱정이 태산이다.더구나 정부의 협상 전략이 ‘일본식 전면개방’도 불사한다는 것이어서 농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정부는 그동안 관세화 유예를 고집해 왔다.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대신 일정한 양(MMA)만 수입해 그나마 우리 농민의 피해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다.그러나 이같은 방식을 포기하고,일본처럼 높은 관세를 부과하되 수입량은 제한하지 않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물론 정부의 이같은 고려 뒤에는 협상에서 중국 등 쌀 수출국들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만은 않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협상에서 관세화 유예가 몇년 더 연장되더라도 매년 양을 늘려가며 쌀 수입은 해야 한다.관세화 유예가 쌀 시장 개방을 막아주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쌀 수입량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경우 상응하는 대가는 치러야 한다. 새 카드로 떠오른 관세화는 일본이 1999년 예정보다 일찍 쌀 시장을 개방하면서 채택한 방식이다.일본이 다소의 잔꾀를 동원해 초기에 1250%란 고율의 관세를 매겨 쌀 개방 파고를 이겨냈지만 이제 우리도 이를 원용할 필요가 커졌다.전문가들은 일본을 ‘인접국 사례’로 활용할 경우 최소한 380∼450%의 관세율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렇게 될 경우 밥을 지으면 쉽게 퍼지는 중국산 쌀을 국산 일반미와 엇비슷하거나 오히려 비싼 값에 사야 하는 상황이 된다.중국 쌀이 국내에서 시장 경쟁력을 갖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고관세화가 중국 등 쌀 수출국들에 대한 ‘반격카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또 관세화를 시행하면 농업 전 부문에 걸쳐 협상하는 도하개발어젠다(DDA)가 타결될 때까지 MMA 물량을 더 이상 늘리지 않아도 되는 부수 효과도 있다. 정부 협상팀 주변에서는 “미국이 광우병으로 금지된 쇠고기 수입을 재개해 달라고 하고,중국이 마늘·참깨 등의 무제한 수입 허용을 요구하는 등 개방 압력의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말이 흘러나온다.사실 UR 타결 이후 10년간 수입된 쌀의 양도 만만치 않다.첫해인 지난 95년 국내 소비량의 1%인 5만 1000t이었던 것이 올해는 약 4%인 20만 5000t에 도달했다.이를 5t 트럭에 나눠 실으면 서울∼대구간을 이을 수 있는 양이다.정부가 농지제도개선 등 약 119조원이 들어가는 농촌종합대책을 수립해 두고 있지만 왜 농민들은 여전히 불안해하는지 짐작케 된다.자신들의 논을 트랙터로 갈아 엎은 농민들은 10일 전국 100여 시·군에서 “식량 주권의 보루인 쌀 시장만은 지켜야 한다.”며 대규모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어쨌든 이제는 관세화 유예와 일본식 개방의 갈림길에서 실익을 꼼꼼히 따져 내부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이를 위해 정부는 쌀 협상의 과정과 득실을 농민들과 투명하게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농심이 풀려야 쌀 협상도 합리적으로 풀리며,농업의 미래도 풀린다.정부와 농민이 머리를 맞대고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이유다. 조명환 경제부장 river@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27)중국의 신안보전략

    [차이나 리포트 2004] (27)중국의 신안보전략

    최근 중국이 새로운 안보개념의 정립과 이에 기초한 적극적인 대외정책 및 주변외교를 구사함으로써 그 배경,동향 및 영향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지난해 10월 방콕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지역협력을 위한 3가지 주장으로 ‘안정,발전 그리고 개방’을 강조했으며,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11월 한 국제포럼에서 “중국은 부단히 대외개방을 확대하는 동시에 ‘대외진출’ 전략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한 국가의 경제,무역 및 투자 규모의 증가는 곧 그 국가의 ‘대외성’ 확대를 의미한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발전은 이미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중국은 금세기 초 20년을 발전의 ‘중요한 전략적 기회’로 규정하고,경제적 함의의 극대화를 통한 외교적 및 전략적 함의의 충실화를 강조했다.일찍이 냉전종식 이후 수반된 전략적 질서의 변화 추세는 중국의 고려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했다.중국은 소련의 군사적 ‘위협’에서 벗어나게 됐으며,러시아와 이미 ‘전략적 동반관계’를 구축했다. 러시아와의 안정적인 협력관계는 중국의 대외정책에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중·러관계 발전은 대미 견제와 같은 공동의 대외 문제,그리고 체첸 및 타이완과 같은 각자의 대내 문제 대처에서 상호 ‘입지’ 강화에 기여할 것이다.동시에 중국의 주변 상황도 매우 호전됐다.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주변국들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이 지역경제에 대한 중요한 요소 및 기회로 부각되면서,주변국들은 중국에 대한 과거의 불신을 씻고 경제적 협력 및 전략적 동조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질서의 붕괴와 함께 중국은 대외적 취약성 및 한계가 감지되기 시작했다.중국에 보다 심각한 것은 걸프전 이후 미국의 ‘패권’으로 정의되는 ‘단극체제’ 세계의 출현 및 그것의 장기화 추세다.미국은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유지하였던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의 관계를 ‘전략적 경쟁’의 갈등으로 몰기 시작했다.그 주요 전제는 이른바 ‘중국 위협론’이다.미국은 중국에 대하여 일련의 단호한 행동들을 취해 왔다.최근 대테러 작전을 통하여 한층 강화된 미국의 ‘일방주의’ 또한 중국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중국 주변에 대한 미국의 신속한 지정학적 영향력 강화 달성은 중국에 대한 ‘봉쇄’ 시도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안보 및 발전을 위한 보다 광범한 그리고 원대한 대처가 요구됨으로써,현실을 감안한 이른바 ‘평화공존’의 원칙에 기초한 새로운 전략개념을 수립했다.이는 당면 현실적 상황,시대적 추세 및 지역적 특성 등을 반영함으로써,상호 신뢰 및 협력 증진을 통한 안보와 발전 추구를 강조한다.즉 당면 안보위협 요소의 광범화 추세 그리고 그에 따른 국가간 공동인식 및 상호의존 요구 증대로 말미암아 새로운 전략개념의 본질은 상호 신뢰,호혜,평등,존중 및 협력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에 따른 역내 경제협력 추진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한 가운데 역내 산업,무역 및 자본 구조의 상호 의존성 심화에 따른 협력의 잠재적 공간이 확대되면서,중국의 대외전략 중점 및 관건은 ‘지연경제(地緣經濟)’의 강화,즉 경제의 역내 의존 및 편입으로 수렴되고 있다.이는 중국의 안보 및 부상에 중요한 전략적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사실상 중국의 “상호 신뢰 및 협력에 기초한 새로운 국제질서 건설” 주장은 결국 중국의 역내 경제·정치·군사적 부흥의 필연적 추세를 예고하는 것이다.따라서 서방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중국의 새로운 안보 및 전략 개념은 아시아를 ‘인자한’ 중국의 영향권으로 건설하기 위한 ‘평화적’ 세력전이의 청사진이다. 중국이 이른바 평화적 부흥(和平起·화평굴기)을 위한 주변전략을 선택할 경우,그 원칙으로 우선 ‘기반 구축’ 그리고 그 위에서의 ‘적극적’ 진취 도모가 고려된다.중국은 역내 협력의 가속화 및 일체화 속에서의 중요한 역할발휘 및 위상강화가 기대되는 가운데,‘세계화 속에서의 지역화 의존 및 참여’라는 지정학적 선택이 요구된다.여기에는 역내 평화환경의 조성,경제교류의 강화 그리고 안보대화의 촉진 등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포함된다. 중국의 새로운 안보개념 및 전략정의는 대외정책 요소로 정착되면서 최근 주변국들과 이룩한 다양한 관계,선언 및 협정 속에서 진일보해 구현됐다.중국은 러시아를 비롯하여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광범한 지역적 대화 및 협력을 위한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창설하였다.한편 중국은 ASEAN ‘10+1’ 및 ‘10+3’ 연례 정상회의를 통한 주변관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중국과 ASEAN은 ‘자유무역지대’ 설치 합의에 이어,‘평화 번영을 향한 전략적 동반관계 공동선언’ 및 ‘동남아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하였다. 현재 주변국들과의 우호협력 및 상호의존 관계가 확대되면서,중국의 새로운 안보개념 및 주변정책은 가시적 효과를 낳고 있다.중국은 이미 역내 갈등들에 대하여 원만히 대처하는 한편,새로운 협력적 모델들을 창출함으로써,주변국들의 적극적인 행위 패턴을 유도하고 있다. 주변국들은 각자의 전략 속에서 중국의 위상 및 역할에 대한 재인식 과정을 반복할 것이다.중국의 발전 추세에 대한 기대가 만연되면서,그리고 중국의 행위 모델에 대한 신뢰가 증대되면서,주변국들은 중국과의 광범한 경제·정치·전략적 협력을 위한 새로운 경로 모색 및 개척에 더욱 진력할 것이다.지역적 ‘편입’을 경유한 세계적 ‘투사’ 행보를 가속하는 과정에서,중국은 보다 핵심적이고 건설적인 역할 발휘가 요구됨으로써,역내 장기적 안정 및 발전 촉진에 기여할 것이다. 이영길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yglee@kida.re.kr ■[기고]동북아 평화·발전 새동력 주도 동북아시아에서 중국이 추구하는 목표는 새로운 역사 시기에 맞춰 평화와 발전을 실현할 수 있는 동북아의 새로운 평화의 틀을 만드는 것이다. 이 목표가 실현되려면 한반도는 반드시 평화·번영의 지역이 돼야 하며 관련 국가 사이에 신뢰와 지지를 기초로 다자체제의 안전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면 외국 군대가 한반도에서 철수하고 한반도 쌍방은 완전히 화해,남북한 국민들의 염원에 의해 통일이 되는 것이다.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돼 관련 국가는 자체 평화 발전은 물론 국제경제와 적극 협력해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실현하려면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고 북한과 미국의 첨예한 대립이 사라져야 한다.북한을 지원,개혁·개방으로 이끌고 동시에 한국과 북한이 화해를 추진,북한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해야 한다.총체적으로 동북아 각국은 모두 새로운 평화구도 속에서 이익을 향유해야 한다. 중국은 정권(리더십)이 바뀌거나 외부 요인이 변화해도 이러한 동북아 목표를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다.본질상 중국의 한반도·동북아에 대한 기본 입장은 개혁·개방 정책에 토대를 둔 것이다.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반세기 전과 반대로 ‘화해를 촉진하고,불을 끄는’ 소방대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한반도 문제로 출병하지 않을 것이며 유엔안보리에서 외부세력의 강제진입도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중국은 북핵문제에 대해 특정 국가를 질책하거나 감싸주지 않으며 실사구시적 방법으로 해결에 노력할 것이다. 표면적으로 북한은 모순의 주요 원인이다.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거나 앞으로 갖겠다.’고 선포했는데 이는 이웃국가와 동북아,나아가 국제사회에 엄중한 도전이다. 북한의 식량부족과 에너지 위기는 동북아가 직면한 가장 큰 인도주의적 난제이다.북한과 미국의 불신은 양국의 이익에 손해는 물론 전 동북아에 안정과 경제협력의 악영향을 주고있다.북한은 외부세계,특히 미국에 대해 엄청난 위기감을 갖고 있다.이는 동북아 냉전구조와 관련이 있고 현재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대북한 적대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 정부가 교만한 태도를 버리고 김정일 정권을 전복하려는 목표를 바꾸는 동시에 무력으로 북핵위기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중국을 포함한 이웃국가와 국제사회는 북한을 설득시킬 수 있다. 동북아 각국은 모두 일정한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있으며 북한 적대 정책을 버리고 북한을 국제사회에 진입하도록 도와야 한다.동북아 안전보장의 실현도 주요한 목표이다.북핵문제에 대한 베이징 6자회담을 제도화시켜야 한다.핵동결에 이어 핵 위험을 없애는 것이 수순이다.중국은 미국·일본,미·한 안보 동맹간의 대화를 시작하거나 북한과 미국간 대화의 ‘다리’를 놓을 수 있다. 왕이저우 중국 사회과학원 경제정치硏 부소장
  • ‘6·15’ 4돌…정세현통일 인터뷰

    주한미군 감축 등 한반도 안보상황의 대변혁이 대북정책과 남북관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또 23일로 예정된 제3차 6자회담이 북핵 해결의 전기가 될 지 국내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가속화되고 있는 북한의 개방·개혁이 과연 되돌이킬 수 없는 자본주의적 변화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이에 통일정책의 사령탑인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을 만나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의 전망,북핵문제 해법,4주년을 맞는 6·15공동선언의 의미 등을 짚어봤다. 주한미군 감축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우리의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한마디로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남북관계는 이미 일상화,제도화되어 가고 있고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주한미군의 병력이 준다고 곧 대북 억지력이 약화되지 않는다.미국은 인력 감축 대신 향후 3년간 주한미군에 11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이 경우 한·미 연합방위 전력은 오히려 질적으로 개선될 것이다.다른 한편으로 북한 핵 문제도 해결 국면으로 가고 있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이 가능한가. -오는 23일 제3차 6자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입장이 유연해지고 있다.미국은 최근 한국의 3단계 해법에 찬성하고,‘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CVID) 핵폐기라는 용어도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북한도 경제난 때문에 핵문제를 해결해야 할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난 4월 중국방문 당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도높게 강조했는데,이는 레토릭이 아니다.무모한 선택을 하는 책임자는 없다.현실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 북한의 경제난 해결에 왜 핵문제가 관건인가.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세계은행(IBRD)이나 아시아개발은행(ABD) 등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장기 저리차관 등을 들여오는 길밖에 없다.우리나라가 1960∼70년대 경제개발 당시 거쳤던 방식이다.해외로부터 대규모로 자본과 기술을 들여와 노후화된 사회간접시설 현대화 등에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외자유치의 첫 걸음이 바로 북·미관계의 개선이다.북한이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해야만 테러국가 명단 제외,경제제재 해제,북·미 수교,국제금융기구의 융자 지원 등의 조치가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북한은 일괄타결을 요구하는데. -북한은 핵카드를 이용해 ‘단번에’ 북·미 수교로까지 나가겠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순서를 밟아서 꼼꼼하게 따져가며 차분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다.북한이 일괄타결의 환상을 버려야 한다. 남북경협이 북한경제 재건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나. -남북경협으로 북한경제를 살리거나 재건하는 것은 역부족이다.상황이 나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정도이다.다만 남북경협은 불신과 반목을 완화하고 신뢰와 화해를 조성함으로써 한반도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한다.안정적 관리를 넘어 비약과 발전을 위해선 핵 상황이 풀려야 한다.핵문제가 해소되어야만 대북 전략물자 반출규제도 풀리고,경협의 규모나 차원도 달라질 것이다. 북·일관계 개선 전망은. -북·일관계도 북·미관계가 개선돼야 풀릴 것이다.북·일 수교 과정에서 식민지 지배 배상은 북한경제 재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의 대북 경제지원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물론이다.남북간 상호의존성이 커지기 전에 일본의 자본이 먼저 들어가면 북한 경제가 일본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이 경우 남북경제공동체 형성에 장애가 조성될 가능성이 크다.민족의 비극이다. 대북 쌀지원에 대해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데. -북한의 식량 수요량은 연간 600만t인데 자체 생산량은 400만t에 그치고 있다.최근 몇년간 부족분 200만t 가운데 우리가 쌀 옥수수 비료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연간 100만t 안팎을 지원했다.북한 주민들은 남측의 식량지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동포애로 시작된 식량지원이 북한 주민들의 대남인식 변화를 가져오고,이는 남북관계 발전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일부에선 북한이 무너지도록 놔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북한이 갑자기 붕괴할 경우 우리에게 감당할 능력이 있나.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최소한 남측의 20∼30% 정도까지 보장해 줘야 하는데 그럴 돈이 있나.게다가 경제난 때문에 체제가 붕괴되지는 않는다.어려워질수록 체제를 옹호하는 단결력은 강화된다.전체인구의 10%만 충성하면 체제는 유지된다. 한·미간 북한에 대한 시각차가 있는 건 아닌가. -물론 혈통과 지리적인 입장 등이 다르다.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미국은 북한을 압박해서 굴복을 받아내겠다고 할 수도 있다.인구의 절반가량이 북한의 장사포 사정거리에 살고 있는 우리가 그런 대북 압박정책에 동의한다면 국제적으로도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그간 한·미동맹 관계를 토대로 미국을 꾸준히 성실하게 설명해 우리에게 접근토록 해오고 있다.이 결과 미국은 북핵 문제와 관련,모든 수단이 테이블 위에 있다던 입장에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로 선회했다. 주한미군 감축을 계기로 남북간 군축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기본적으로 병력 감축은 대북 억지력의 약화와는 별개이어서 당장 남북간 군축과 연계되기는 어려울 것이다.핵 문제가 해결되고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실질적 위협 감소,군비통제,군축 등의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은. -흔들리는 배 위에서 무슨 의미있는 잔치를 하겠나.핵 문제가 해결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후에 성사돼야 한다. 20여년간 참여했던 회담중 가장 힘들었던 회담은. -지난 4·15 총선 후 평양에서 열린 제14차 장관급회담이다.북측은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넘자 남측의 지원을 손쉽게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 등을 요구하며 장성급 군사회담 일정 협의를 거부했다.회담대표로서 성과없이 돌아오기는 싫었지만 13차 회담의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냥 돌아가겠다고 버텼다.결국 평양 출발 20분 전 장성급회담 일정에 합의하고,이후 두 차례 장성급 회담이 열리고 성과를 냈으니 옥동자를 낳기 위한 진통이었던 것 같다. 15일로 4주년을 맞는 6·15 공동선언의 의미는. -우선 남북관계 패러다임의 대 변화를 가져왔다.정상이 만난다는 것은 상호 체제를 인정하고,존중한다는 것이다.이후 남북은 월 2회 이상,연간 평균 26.5회 만나고 있다.작년에는 38회나 회담을 했다.회담이 회담을 낳고,남북교역량이 북한 대외무역의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이를 통해 북한은 체제 붕괴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하며 개혁·개방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북한의 변화는 이제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이런 북한의 변화는 남북 화해협력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성서에서 말하듯 시작은 미약하나 그 결과는 창대할 것이다. 대담 김인철 통일안보 전문기자 ickim@seoul.co.kr˝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3)흙사람이 보낸 편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강동동 4848-16,옛 김해평야의 낙동강 기슭 한 언저리에 소담재(小潭齋)라는 작은 전시실을 겸한 찻집.그 곁 창고같이 허름하고 귀신냄새가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것 같은 어두컴컴한 안쪽에는 뜻밖에도 한국인의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아프고 서러운 배고픔의 역사가 눈 뜨고 서 있다. ●‘소담재’에서 만난 ‘역사’ 배고픔만이 아니다.여자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차별받고 부대끼면서도 죽는날까지 참아야만 했던 한국의 어머니들이 모두 모여 서 계신다.모두가 일하는 모습이다.흔히 노동이라고 표현하는,육체를 수고롭게 움직여 식구들과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있는 동작은,멈춘 상태로지만 금방이라도 다시 움직일 것 같은 생동감과 긴장감이 짙게 느껴진다.얼핏 1900년 무렵 개항기를 전후한 시기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사회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고,외세와의 갈등과 시련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지고,한국인들의 생활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한국인을 인간의 길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껴안고,업고,다독여 오늘까지 데려오신 어머니 모습이다. 이같은 어머니 모습을 빚고 있는 허경혜씨도 여성이다.우연한 기회에 그의 작품전을 알리는 작은 신문기사를 읽고나서 그의 작품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그런지 몇 해를 지나서 또 우연히 그의 작품들을 보게 되었다.퍽 인상적이었다.그는 그의 작품을 토우(土偶)라 불렀는데,나는 토우라는 이름보다 ‘흙사람’이라는 말이 더 좋겠다고 했다.토우와 흙사람은 좀 다른 세계와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허경혜씨의 ‘흙사람’은 한국인의 역사와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한 미술양식이다.따라서 토우,토용(土俑),명기(名器)라고도 부르는 것들과 다르게 보아야 할 것 같다.중국,한국 역사 속에서 자리매김되어온 토우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른 세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또한 희랍 로마에서 발달한 테라코타(Terra-cotta)나 일본 문화인 하니와(埴輪)와도 다른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토우’와는 다른 ‘흙사람’의 세계 이른바 토우는 사람 모습을 갖춘 것과 여러 가지 동물,생활용구 등 모든 표상물들로서 주술적인 우상,무덤에 껴묻기 위한 부장용(副葬用)으로 만든 것들이다.특히 한국과 중국 고대 사회에서의 토우는 인간이 죽은 뒤의 세계와 영혼의 미래를 상징하는 신앙 체계와 관련되어 있다.또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주종관계를 전제로 하여 지배자의 시체와 함께 노비나 하인을 산 채로 파묻던 고대 국가의 습속과 일정한 관련이 있다.이 때 토우에 나타난 인물상들은 여성의 성적 특징을 과장하여 표현함으로써 다산신앙과 풍요를 나타내거나 공예적으로 두드러진 기법을 이용함으로써 그 시대의 우주관이나 사생관(死生觀)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그런 연유로 토우의 외형이 당시의 생활상·사회상을 짐작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한다.하지만 이 토우가 주술적 우상성과 주종관계를 위한 제물로서 인간을 희생시키는 몰인간성 이념을 유지한 채 현대사회의 한 미술형식으로 재현,혹은 답습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무의미한 낭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허경혜씨의 ‘흙사람’은 이런 전통사회에서 있어 온 토우들과는 선명하게 차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의 ‘흙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자유로움인데 그런 점에서 전통시대의 나한신앙(羅漢信仰)이 지닌 특징들과 일정한 소통관계를 지니고 있다.한국인들이 꿈꾼 자유로움이 나한신앙에 잘 나타나 있는데,이들 나한상은 다른 불상과 달리 엄격한 도상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자유롭게 바위 위에 앉거나 팔을 괴고 쉬는 자세,기분 좋게 서있는 자세 등으로 표현되는데 표정도 가지각색이다.눈을 내리뜨고 참선하는 얼굴,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거나 빙긋이 미소짓는 모습,찡그린 얼굴 등 다양한 인간의 표정을 보여준다.인간이 추구하는 이상화된 성격과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를 적절하게 융화시켜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그렇게 볼 때 흙사람은 유장한 한국인의 전통신앙체계를 근간으로 삼되 종교적으로 의존하거나 이미지를 억지로 끌어들이지 않으면서도 전통의 힘과 아름다움을 이용하여 한국인의 사랑과 믿음,갈등과 불안을 담백하게 형상화시키고 있는 점은 흙사람의 장점이자 미덕이다. 소백산맥 이남의 흙 중에서 산화철 성분이 적고 흙 알갱이가 굵으면서 내화도가 높은 흙을 이용하여 인간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점도 좋아보인다. ●노예노동보다 고통스러웠던 보릿고개 그가 집중하고 있는 20세기 초 중반 무렵의 한국 농촌의 여성상은 수많은 회화와 조각들로 표현되어온 기존의 미술적 혹은 역사적 평가와도 조금은 궤적을 달리해야 할 것 같은 문화다.가난과 질곡으로 압축되는 20세기 초중엽 농촌 사회에서 가장 부자유스럽고 무거운 노동과 정신적 중압감을 받으며 자식을 낳고 기르는 일과 가족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일들을 도맡아해 낸 것은 어머니였다.양반 사대부 가정과 달리 민중의 삶은 여성들의 희생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사회구조였다.의료시설과 의약품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가운데서 여러 명의 자식을 생기는 대로 낳아 기르는 일은 죽음에 가까운 위험하고도 무모한 생존 그 자체였다. 식량부족은 곧 산모와 여성들에게 영양결핍을 고질적인 일상으로 만들었고 대가족의 빨래와 식단차리기 등은 견디기 힘든 노예노동에 견줄 만했다.그 어떤 어려움보다 고통스러운 것이 보릿고개로 불려온,긴 긴 봄날의 굶주림이었다.토지 부족과 식량 부족이 일상화된 가운데서 해마다 반복되는 보릿고개는 특히 젖먹이를 키우거나 임신중인 어머니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천형과도 같았다. 그런 질곡의 세월은 적어도 보리농사가 시작된 18세기 무렵 이후부터 더욱 극심해진 한국 농촌의 비극이었다.한국 농민들이 하루 세 끼니의 식사를 하게 된 것이 1960년대 이후부터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보릿고개 시절에는 하루 한 끼니조차도 제대로 거치기가 쉽지 않았었다.굶주림과 고난중에도 어머니는 임신을 해야 하고 자식을 낳고 길러야만 집안과 사회가 이루어진다. 똑같이 굶으면서도 임신하고,젖 먹이고,어린 자식 품어 키워내야 하는 역할은 전적으로 어머니 몫이다.따라서 한국 어머니는 한국 역사의 절반이 아닌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온 몸으로 도맡아왔다.그런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역사 바깥이나 다름없는 홀대와 차별의 불길 속에 서서 살아왔다.그러다가 현대사회라는 이 알 수 없는 혼란 속으로까지 와버렸다.전통적 가치와의 충돌로 생기는 늙으신 농촌 어머니의 고독,깊은 상실감,소외와 박탈감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고백록을 쓰듯이 어머니의 수난사를 흙으로 표현하게 된 것 같다. ●‘강철문명’과 맞서는 흙의 힘 콘크리트와 강철 등 인공적 조형과 냉혈한 금속성,생명의 단절과 괴리를 멈추지 못하는 도시문명 속에서 허경혜씨가 들고나온 것은 흙이다.흙의 부드러움과 온유함,자연성과 생명성을 상징하는 흙 한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한국여성사의 한 단면을 조형해내는 그의 작업은 분명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어머니 마음으로 읽혀진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아름다움임을 묵시적으로 보여주는 ‘흙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잠시 우리가 걸어왔고 지향하고 있는 목표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 (43)흙사람이 보낸 편지

    부산광역시 강서구 강동동 4848-16,옛 김해평야의 낙동강 기슭 한 언저리에 소담재(小潭齋)라는 작은 전시실을 겸한 찻집.그 곁 창고같이 허름하고 귀신냄새가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것 같은 어두컴컴한 안쪽에는 뜻밖에도 한국인의 기억에서 지워버릴 수 없는 아프고 서러운 배고픔의 역사가 눈 뜨고 서 있다. ●‘소담재’에서 만난 ‘역사’ 배고픔만이 아니다.여자라는 이유로 끊임없이 차별받고 부대끼면서도 죽는날까지 참아야만 했던 한국의 어머니들이 모두 모여 서 계신다.모두가 일하는 모습이다.흔히 노동이라고 표현하는,육체를 수고롭게 움직여 식구들과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있는 동작은,멈춘 상태로지만 금방이라도 다시 움직일 것 같은 생동감과 긴장감이 짙게 느껴진다.얼핏 1900년 무렵 개항기를 전후한 시기부터 1950년대까지 한국 사회 곳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고,외세와의 갈등과 시련으로 나라가 위기에 빠지고,한국인들의 생활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때 한국인을 인간의 길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껴안고,업고,다독여 오늘까지 데려오신 어머니 모습이다. 이같은 어머니 모습을 빚고 있는 허경혜씨도 여성이다.우연한 기회에 그의 작품전을 알리는 작은 신문기사를 읽고나서 그의 작품세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그런지 몇 해를 지나서 또 우연히 그의 작품들을 보게 되었다.퍽 인상적이었다.그는 그의 작품을 토우(土偶)라 불렀는데,나는 토우라는 이름보다 ‘흙사람’이라는 말이 더 좋겠다고 했다.토우와 흙사람은 좀 다른 세계와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허경혜씨의 ‘흙사람’은 한국인의 역사와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한 미술양식이다.따라서 토우,토용(土俑),명기(名器)라고도 부르는 것들과 다르게 보아야 할 것 같다.중국,한국 역사 속에서 자리매김되어온 토우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른 세계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또한 희랍 로마에서 발달한 테라코타(Terra-cotta)나 일본 문화인 하니와(埴輪)와도 다른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토우’와는 다른 ‘흙사람’의 세계 이른바 토우는 사람 모습을 갖춘 것과 여러 가지 동물,생활용구 등 모든 표상물들로서 주술적인 우상,무덤에 껴묻기 위한 부장용(副葬用)으로 만든 것들이다.특히 한국과 중국 고대 사회에서의 토우는 인간이 죽은 뒤의 세계와 영혼의 미래를 상징하는 신앙 체계와 관련되어 있다.또한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주종관계를 전제로 하여 지배자의 시체와 함께 노비나 하인을 산 채로 파묻던 고대 국가의 습속과 일정한 관련이 있다.이 때 토우에 나타난 인물상들은 여성의 성적 특징을 과장하여 표현함으로써 다산신앙과 풍요를 나타내거나 공예적으로 두드러진 기법을 이용함으로써 그 시대의 우주관이나 사생관(死生觀)을 해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그런 연유로 토우의 외형이 당시의 생활상·사회상을 짐작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한다.하지만 이 토우가 주술적 우상성과 주종관계를 위한 제물로서 인간을 희생시키는 몰인간성 이념을 유지한 채 현대사회의 한 미술형식으로 재현,혹은 답습되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무의미한 낭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허경혜씨의 ‘흙사람’은 이런 전통사회에서 있어 온 토우들과는 선명하게 차별되는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의 ‘흙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자유로움인데 그런 점에서 전통시대의 나한신앙(羅漢信仰)이 지닌 특징들과 일정한 소통관계를 지니고 있다.한국인들이 꿈꾼 자유로움이 나한신앙에 잘 나타나 있는데,이들 나한상은 다른 불상과 달리 엄격한 도상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자유롭게 바위 위에 앉거나 팔을 괴고 쉬는 자세,기분 좋게 서있는 자세 등으로 표현되는데 표정도 가지각색이다.눈을 내리뜨고 참선하는 얼굴,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거나 빙긋이 미소짓는 모습,찡그린 얼굴 등 다양한 인간의 표정을 보여준다.인간이 추구하는 이상화된 성격과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를 적절하게 융화시켜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그렇게 볼 때 흙사람은 유장한 한국인의 전통신앙체계를 근간으로 삼되 종교적으로 의존하거나 이미지를 억지로 끌어들이지 않으면서도 전통의 힘과 아름다움을 이용하여 한국인의 사랑과 믿음,갈등과 불안을 담백하게 형상화시키고 있는 점은 흙사람의 장점이자 미덕이다. 소백산맥 이남의 흙 중에서 산화철 성분이 적고 흙 알갱이가 굵으면서 내화도가 높은 흙을 이용하여 인간의 감정을 절묘하게 표현해 내고 있는 점도 좋아보인다. ●노예노동보다 고통스러웠던 보릿고개 그가 집중하고 있는 20세기 초 중반 무렵의 한국 농촌의 여성상은 수많은 회화와 조각들로 표현되어온 기존의 미술적 혹은 역사적 평가와도 조금은 궤적을 달리해야 할 것 같은 문화다.가난과 질곡으로 압축되는 20세기 초중엽 농촌 사회에서 가장 부자유스럽고 무거운 노동과 정신적 중압감을 받으며 자식을 낳고 기르는 일과 가족들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일들을 도맡아해 낸 것은 어머니였다.양반 사대부 가정과 달리 민중의 삶은 여성들의 희생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사회구조였다.의료시설과 의약품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는 가운데서 여러 명의 자식을 생기는 대로 낳아 기르는 일은 죽음에 가까운 위험하고도 무모한 생존 그 자체였다. 식량부족은 곧 산모와 여성들에게 영양결핍을 고질적인 일상으로 만들었고 대가족의 빨래와 식단차리기 등은 견디기 힘든 노예노동에 견줄 만했다.그 어떤 어려움보다 고통스러운 것이 보릿고개로 불려온,긴 긴 봄날의 굶주림이었다.토지 부족과 식량 부족이 일상화된 가운데서 해마다 반복되는 보릿고개는 특히 젖먹이를 키우거나 임신중인 어머니들에게는 참으로 가혹한 천형과도 같았다. 그런 질곡의 세월은 적어도 보리농사가 시작된 18세기 무렵 이후부터 더욱 극심해진 한국 농촌의 비극이었다.한국 농민들이 하루 세 끼니의 식사를 하게 된 것이 1960년대 이후부터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보릿고개 시절에는 하루 한 끼니조차도 제대로 거치기가 쉽지 않았었다.굶주림과 고난중에도 어머니는 임신을 해야 하고 자식을 낳고 길러야만 집안과 사회가 이루어진다. 똑같이 굶으면서도 임신하고,젖 먹이고,어린 자식 품어 키워내야 하는 역할은 전적으로 어머니 몫이다.따라서 한국 어머니는 한국 역사의 절반이 아닌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온 몸으로 도맡아왔다.그런데도 여자라는 이유로 역사 바깥이나 다름없는 홀대와 차별의 불길 속에 서서 살아왔다.그러다가 현대사회라는 이 알 수 없는 혼란 속으로까지 와버렸다.전통적 가치와의 충돌로 생기는 늙으신 농촌 어머니의 고독,깊은 상실감,소외와 박탈감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고백록을 쓰듯이 어머니의 수난사를 흙으로 표현하게 된 것 같다. ●‘강철문명’과 맞서는 흙의 힘 콘크리트와 강철 등 인공적 조형과 냉혈한 금속성,생명의 단절과 괴리를 멈추지 못하는 도시문명 속에서 허경혜씨가 들고나온 것은 흙이다.흙의 부드러움과 온유함,자연성과 생명성을 상징하는 흙 한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한국여성사의 한 단면을 조형해내는 그의 작업은 분명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어머니 마음으로 읽혀진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아름다움임을 묵시적으로 보여주는 ‘흙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잠시 우리가 걸어왔고 지향하고 있는 목표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좋겠다.˝
  • 미군, 이라크 결혼식장 공습

    |워싱턴 백문일특파원|6월30일 주권이양을 앞두고 이라크 사태가 ‘악순환’에 빠졌다.유혈사태를 부른 미군의 팔루자 대공세에 이어 포로 학대에다 결혼식 오인공격 등으로 이라크 내에서 반미감정과 미군철수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그럼에도 이라크 저항세력의 끈질긴 공격으로 인한 치안불안으로 미군 증원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그러나 미국은 주한미군 등을 빼내 병력을 증강한다지만 ‘블랙 홀’마냥 빨려들어갈 뿐 현재로선 이렇다할 대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반미정서 극에 달해 19일 새벽 시리아와 요르단에 접한 이라크 서부마을의 한 결혼식장에 미군 헬리콥터가 공격,어린이들을 포함해 45명의 이라크인이 숨졌다고 현지 이라크 관리들이 밝혔다. 미군은 외국인 저항세력의 은둔지를 공격했으며 동맹군이 먼저 공격을 받아 헬기의 지원을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다만 댄 윌리엄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은 그같은 보고를 받지 못했으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포로 학대 여파로 미군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결혼식장이 공격받은 장면이 이라크와 중동지역에 크게 보도됐다는 점이다.친미 성향으로 차기 임시정부의 수반에 거론되는 아드난 파차치 과도통치위원회 의장조차 “이라크인이 희생되는 이같은 행동들이 끝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계 ‘제로’ 이라크 치안상황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19일 “정권이양 쪽으로 많은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며 현재 11개 부처가 이라크 민간인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존 애비제이드 미 중부군 사령관은 상원 군사위원회에 출석,이라크 상황이 주권이양 이후에도 더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애비제이드 사령관은 “이라크 저항세력을 과소평가했으며 임시정부가 출범한 뒤 연말까지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앞서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도 상원 청문회에서 저항세력의 반발이 이처럼 거셀 줄 몰랐으며 미군이 얼마 동안 이라크에 주둔할지 모른다고 밝혔다.이는 앞으로 불거질 미군철수나 임시정부로의 실질적 권한이양 등의 요구에 맞서 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지만, 당초 부시 행정부가 생각한 이라크 재건사업이 난관에 봉착했음을 말해준다. ●어제 찰라비 위원 가택수색 이라크 주둔 미군과 이라크 경찰은 20일 지금까지 미국의 입장을 대변해온 것으로 알려진 아흐메드 찰라비 과도통치위원회 위원이자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의 자택을 수색,문서 등을 압수했다.찰라비 위원의 측근들은 이번 수색이 이달말 주권이양 이후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에 대해 찰라비 위원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제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이에 대해 미군 관리들은 비공식적으로 찰라비 위원이 사담 후세인 정권시절에 이뤄진 유엔의 석유-식량 프로그램 실시도중 수백만 달러를 유용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찰라비 위원은 이날 밤 기자회견을 갖고 “미군이 이끌고 있는 연합군 임시행정처(CPA)와 더이상 관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CPA가 이라크 내에서 미국의 가장 좋은 친구였던 자신의 집을 직접 공격한 것은 현재 CPA와 이라크 국민이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mip@˝
  • ‘국제고시’ JPO가 뜬다

    외무고시보다 어렵다는 국제기구초급전문가(Junior Professional Officer·JPO) 시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국제고시’라 불릴 정도로 합격이 쉽지 않지만 국제기구로 진출하는 지름길로 통하기 때문이다.정부 지원까지 받으며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어 국제기구 진출 희망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로 꼽힌다. ●정규 직원과 동일한 특전 보장 해외취업 열기가 높아지면서 국제기구 역시 우수 인력들의 관심의 표적이 되고 있다.국제연합(UN) 등 국제기구는 공석 발생시 수시채용 또는 지리적 배분원칙을 적용한 유엔국별 경쟁채용시험 등을 통해 인력을 충원한다.하지만 현실적 제약으로 진입 문턱은 높기만 하다.때문에 JPO제도가 현실적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JPO는 유엔 회원국들이 자국민의 국제기구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선발,관련 기구에 수습 직원으로 파견하는 제도다.파견에 들어가는 비용은 일체 자국 부담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지난해까지 모두 36명의 JPO들을 배출했다.JPO로 선발되면 정부 지원 아래 국제기구로 파견돼 일정 기간 동안 정규 직원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실무를 맡게 된다.파견 기간 동안 기본급은 연 4만 5000달러(약 5200만원) 정도이고 그외 특전도 정규 직원과 동일하게 제공된다.이같은 대우도 대우지만 JPO제도의 장점은 기회 제공에 있다. 2002년 JPO로 선발돼 현재 유네스코(UNESCO) 네팔 사무소에 파견 중인 이소해(24·여)씨는 “세계의 인재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아무리 낮은 등급의 자리여도 자국의 외교력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반적인 채널로는 국제기구에 채용되기가 쉽지 않다.”면서 “한국 내의 국한된 경쟁시험을 통해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도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파견기간이 종료된 후에 정규 직원으로 채용되는 비율도 높다.현재 36명의 JPO 중 7명이 파견 중이고,파견기간이 만료된 JPO 22명 가운데 15명은 UN 본부 등에 정식 채용돼 활동중이다.70%에 이르는 진출률로 JPO라는 경력이 국제기구 진출에 그만큼 득이 된다는 얘기다. ●원어민 수준의 외국어 능력 필요 때문에 외교통상부 국제기구채용정보 게시판과 JPO 출신들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에는 JPO제도에 대한 문의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해마다 선발하는 JPO는 7명,파견기간은 최대 2년이다.지난 2002년까지 4∼5명을 뽑다가 지난해부터 7명으로 늘렸다. JPO 선발일정은 매년 2월부터 시작된다.해마다 일정이 조금씩 달라지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2월에 원서접수,3월에 1차 시험,4∼5월 중에 2차 시험이 실시된다.자격 요건은 만 30세 미만의 학사 학위 이상이면 전공에 상관없이 누구나 응시가능하다. 1차 시험은 텝스(TEPS)로 치러지며 합격선은 900점을 웃돈다.올해 합격선은 894점이었다.2차 시험은 국문면접,영어면접,영어작문 등으로 진행된다.경쟁률은 30대1 정도.현재 전형절차가 진행 중인 올해의 경우 222명이 지원,3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하지만 지원자들이 느끼는 실질 경쟁률은 그 몇 배에 달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합격자 대부분이 석사 이상이고 영어는 특히 원어민처럼 구사한다.”면서 “워낙 쟁쟁한 실력자들이 지원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것보다 경쟁률이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2001년 JPO로 파견됐다가 최근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정규 직원으로 채용된 임형준(32)씨는 “다른 자격시험처럼 단기간의 공부로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다.”라며 “뛰어난 어학실력과 국제현안에 대한 전문지식은 물론 국제기구 근무자로서의 소양도 요구되기 때문에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임씨는 또 “영어 등 외국어 공부도 필요하지만 국제기구에서 중시하는 것은 경험인 만큼 해외봉사활동 등을 통한 현장공부도 병행할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진로 불안이 고민” 하지만 JPO가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우리나라의 경우 선발인원도 적고 파견기간도 짧다.파견기간 만료를 눈앞에 둔 JPO들은 “파견기간 2년이 지난 후에는 진로가 보장되지 않아 불안하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JPO 기간이 끝난 후에 국제기구에 정식 채용되는 것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다. 또 파견기간이 길수록 국제기구에 공석이 생겼을 때 지원하기가 유리한데 우리의 경우 외국에 비해 파견기간이 너무 짧다는 불만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네덜란드 등에서는 매년 40∼50명씩의 JPO들을 파견하고 길게는 5년까지 지원한다.”면서 “우리의 경우 예산부족으로 선발인원이 적지만 차츰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8일 TV 하이라이트]

    ●장미의 전쟁(오후 7시55분) 재하는 처가에 들어와 살겠다고 밝힌다.정식 결혼식은 재하 부모의 허락 후에 올리기로 한 두 사람은 언약식을 올린 뒤 혼인신고를 한다.미연은 현우의 소개로 병원 상가를 세놓고 계약서를 쓴다.일이 수월하게 됐다는 생각에 미연은 다른 상가까지 현우에게 임대인을 소개받으려 하는데…. ●인사이드 월드(오후 1시25분) 영양,얼룩말,악어 등 모든 야생동물 고기를 맛볼 수 있는 케냐에서 야생동물의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인구가 증가하면서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한 사람들이 덫을 이용한 밀렵행위가 기승을 부린다.밀렵을 막고 야생동물 구별을 위한 환경단체의 노력과 환경 보호론자,밀렵꾼 등의 입장을 들어본다. ●모비 딕(오후 5시40분) 외국인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에이햅 선장은 백경을 발견하는 자에게 스페인 금화를 주겠다고 말한다.백경에만 집착하는 에이햅 선장에게 스타벅은 불안함을 느낀다.오랜 항해에 지친 선원들은 충돌이 일어나고,불의의 사고로 선원 퍼스가 죽는다.온 배가 슬픔에 잠겨있을 즈음,백경이 나타난다. ●최동호의 세상읽기(오전 7시) 2004 아테네 올림픽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이번 올림픽에선 국제대회 통산 5번째 남북 동시 입장이라는 쾌거를 이루기도 해 우리 체육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관심은 날로 뜨거워져 가고 있다.대한체육회 이연택 회장을 만나 아테네 올림픽 D-100을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일요일이 좋다(오후 6시10분) 강호동,신정환,이휘재,이성진,노유민,채연,정다혜,김지혜 등이 출연한다.기상천외의 희귀한 물건을 놓고 발 만으로 무엇인지 알아맞춰 본다.‘신동엽의 사랑의 위탁모’에서는 초보엄마 엄정화와 명랑아기 수진이의 돌잔치 현장을 공개하고,탤런트 김희애가 엄정화에게 한 수 지도한다. ●도전!지구탐험대(오전 8시30분) 탤런트 구자미가 그돈느 인디오의 생활속으로 뛰어들었다.원시생명이 살아 숨쉬는 정글속에서 나름의 전통을 일구고 지혜를 닦아온 그돈느족의 삶이 공개된다.척박한 자연속에서 유목민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몽골인들의 생활속으로 찾아간 탤런트 유퉁의 따뜻한 이야기도 펼쳐진다. ●무인시대(오후 10시10분) 최충헌은 명종에게 봉사십조를 올려 국정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청한다.최충헌의 이러한 정책은 명종의 불안감을 가중시키지만,문신들에게는 지지를 받는다.최충헌이 소군들을 황궁에서 쫓아내고,거병에 불만을 품은 자들을 참살하자,명종은 두경승에게 최충헌을 척살할 것을 명한다. ˝
  • [사설] 김정일 위원장 訪中효과 기대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1일 중국방문 일정을 마쳤다.김 위원장은 방중(訪中)기간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해 장쩌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과 우방궈 전인대 상무위원장,원자바오 총리 등 중국의 지도자들과 잇따라 만났다.이로써 2년전 중국의 양빈 신의주특별행정구 장관 체포 등으로 서먹해진 북·중간 우호관계가 전면 복원된 것으로 평가된다.그것만으로도 핵문제로 야기된 체제불안과 경제난에 시달려온 김 위원장에겐 성과일 것이다. 중국은 이번에 대규모 대북 에너지·식량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또한 다행이다.북한의 식량난을 덜어 탈북자 발생을 줄이는 것은 중국의 안보이익에도 도움이 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1일 오후 처음으로 김 위원장의 중국방문 사실을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풀기위해 6자회담을 지속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더 이상의 세세한 내용은 발표되지 않아 이번 회담이 북핵이나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크게 볼 때 전향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우리는 기대한다.특히 김 위원장과 중국 지도자들간의 허심탄회한 대화는 북핵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 지도자들은 북한의 핵 폐기를 적극 설득했고,김 위원장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토록 설득해줄 것을 중국측에 요구했다고 한다.이런 논의를 통해 무엇이 문제이며,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큰 틀의 방향이 제시된 셈이다.이제 관건은 북한과 미국이 서로에 대한 불신을 씻고 핵폐기와 체제보장 조치들을 취하도록 관련국들이 적극 설득하고 도와주는 것이다.나아가 김 위원장은 이번에 눈과 귀로 확인한 대변혁의 물결에 동참하기 바란다.˝
  • [Doctor & Disease] 이상일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 센터장

    물을 찾아 우물을 팔 경우 중요한 점은 한 곳을 파야 한다는 것이다.이곳저곳 옮겨 파다가는 끝내 물맛을 못볼지도 모른다.최근들어 ‘창궐’이랄 정도로 늘어난 아토피성 피부염 치료에도 이 ‘우물론’은 유효하다.이런저런 얘기에 귀가 솔깃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병을 키우거나,금방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이 병원,저 병원 기웃거리는 것은 금물이다. ●아토피, 문명과 인체가 충돌하는 병 “아토피성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기본’을 지키는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기본’이란 게 알고 보면 너무 쉬워 더러는 ‘이걸로 정말 치료가 될까?’하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지만,아직 이 ‘기본’을 능가하는 치료법은 없습니다.” 삼성서울병원 알레르기센터장을 맡고 있는 소아과 이상일(58) 박사의 아토피성 피부염에 관한 견해는 자신있고 명쾌하다.그가 말하는 ‘기본’이란 도대체 뭘까. “아토피성 피부염은 문명과 인체가 충돌하는 병증이라고 보면 됩니다.그걸 이해하면 답이 나오지 않습니까? 제가 말하는 기본이란 크게 3가지로 요약됩니다.첫째가 식품문화고,둘째는 주거문화,셋째는 위생문화입니다.이 안에 답이 다 들어있는데,너무 쉽습니까?” ●나쁘다고 무조건 안먹어도 문제 계속 그의 설명을 듣자.“사실,요즘은 상품화된 식품이 워낙 많고 첨가물도 다양해 이걸 대상으로 아토피성 피부염과의 상관성을 낱낱이 규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계란,우유,메밀,콩 등이 문제의 식품으로 꼽히는데,가족 중에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 계란을 갖고 시험해 해보세요.그걸 일정 기간 안먹였더니 증세가 호전됐다면 계란이 문제인거죠.이런 식으로 자주 먹는 식품을 검증해 나가면 자연스레 먹어도 되는 식품과 먹어서는 안될 식품이 구분됩니다.” 이 부분에서 그는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영양실조를 거론했다.“이런 검증없이 남의 말만 듣고 음식을 가리다 보면 애들 영양실조가 옵니다.그런 경우를 종종 봤어요.그런 방식은 불합리합니다.일정 기간 식품일지를 작성하면서 내 아이에게 안맞는 음식을 가려내야지,남의 아이가 닭고기에 이상반응을 보인다고 내 애에게도 그걸 먹이지 않으면 주먹구구지요.쉽게 말하자면,유아를 포함한 어린이들에게는 일반적·보편적인 것을 먹이는 게 좋습니다.비싼 수입식품이나 특별히 개발했다는 것들,대부분 문제가 있지요.그런 검증되지 않은 식품보다 예부터 먹여온 것을 먹이는 게 과학적이겠지요.” ●건조한 주거환경… 악순환 계속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가린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물론이다.계란만 하더라도 집에서 삶아 먹고,부쳐 먹는 게 전부가 아니다.전,튀김,오뎅,우동,소시지는 물론 튀김가루에도 계란이 들어간다.그걸 가려 먹는 게 지혜인데,그런 과정이 정 귀찮다면 아예 쌀로 된 식품만을 먹이는 것도 좋다.쌀은 알레르기 반응이 거의 없는 식품이다. 주거문화는 어떤가. -아파트 등 건조한 도시 주거가 문제다.생활환경이 너무 건조해 항상 피부가 바싹 말라 있다.또 이런 환경에서는 주요 알레르기 항원으로 작용하는 집먼지진드기가 왕성하게 서식한다.알다시피 집먼지진드기는 피부부스러기를 먹고 자란다.이 진드기가 가려움증을 유발하고,가려우니 긁고,긁으니 상태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위생문화는 아토피성 피부염과 어떤 상관성이 있나. -가장 최신 학설이 위생가설이다.인체의 면역에 관련된 T림프구에는 세균감염에 작용하는 TH-1과 알레르기에 작용하는 TH-2라는 세포가 따로 있는데,이 가운데 TH-2의 기능이 저하돼 아토피성 피부염이 발현된다는 것으로,학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안일한 대처… 의사들 반성해야 그는 이런 고백도 덧붙였다.“과거 우리나라에는 아토피를 전문으로 공부한 의사가 많지 않았어요.그래서 환자가 찾아오면 ‘그냥 놔두면 낫는 병’이라고 말하곤 했는데,그런 대응이 의학적 치료의 불신을 초래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우리나라의 발병 실태는 어떤가. -가장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학령기(초등학생) 아동의 10∼15%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갖고 있으며,12∼15세가 되면 7.3% 정도로 준다.인종적 차이는 있지만,학령기 유병률은 뉴질랜드의 30%,일본의 25%에 비해 낮다.다행인 것은 최근들어 증가세가 크게 누그러졌다는 점이다. 유전적 요인도 작용하나. -아토피라는 용어에서 보듯 유전적 소인이 강하다.그러나 유전적 소인이 있더라도 식품이나 주거 등 발병에 유리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으면 발현되지 않는다.도시화와 함께 환자가 급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진단 기준은 무엇인가. -그게 단순하지 않다.일반적으로는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움증이 심하다.또 거칠게 손상된 피부가 붉게 변하며 더러 진물이 나오기도 한다.예외도 있지만,이런 경우 검사를 통해 특정 음식에 반응하는 면역글로브린E와 백혈구의 증가 여부를 확인해 진단한다. 치료가 가능한 질환인가. -사실,성인이 되면서 100명중 99명은 자연치유되는 질병이다.더러는 이걸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불치병으로 여겨 불안해 하는데,그건 오해다.문제는 이걸 단번에,빨리 낫게 해준다며 이런저런 위험한 치료법으로 유혹하거나,거기에 현혹되는 사람이 뜻밖에 많다는 점이다.그런 치료법은 대부분은 병증을 최악으로 만들어 병원을 찾게 한다.당연히 치료도 어렵다.다시 말하지만 아토피성 피부염은 기본만 지키면 90%는 치료된다. ●기본론, 아토피 세대에의 경고 그의 ‘기본론’은 일견 상식적 얘기같지만,그 상식을 이해하지 못해 애는 애대로,어른은 어른대로 속앓이를 하는 이른바 ‘아토피 세대’에 보내는 하나의 준엄한 경고였다.그래서 ‘먹거리 때문에 요란을 떨기 보다는 부작용이 철저히 검증되지 않은 상품화된 식품을 피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신생아에게 분유 대신 모유를 먹이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운 것이 기본이고 상식이지요.” 글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사진 안주영기자 jya@ ■ 이상일 박사 △서울대의대 박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소아알레르기·면역학과 전임의 및 일본동애기념병원 소아호흡기·알레르기과 초청교환교수 △삼성의료원 알레르기센터장 △아시아태평양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장 △미국알레르기학회(ACAAI) 평의원 △미국알레르기천식학회(AAAAI) 국제위원 △국제천식 및 알레르기역학조사위원회 한국책임자 △세계보건기구 및 세계식량농업기구 유전자재조합식품 안전성평가 자문위원.˝
  • 추곡수매 폐지 이후-식량안보차원 필요량만 비축

    정부가 내년부터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대신 공공비축제도를 도입키로 한 것은 우리 농업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농림부는 그동안 추곡수매제를 통해 수매가와 시장가격과의 차액을 정부 예산으로 메워왔다.가령 쌀 80㎏ 한 가마의 시장가격이 10만원이라면 정부는 이보다 1만원쯤 비싼 11만원선에서 사들였다.농촌의 열악한 현실과 농업의 중요성을 감안해서다. 그러나 추곡수매제가 폐지되고 공공비축제로 대체되면 수매 및 출하시기만 조절할 뿐,시세대로 사들인 뒤 되팔게 된다.지금처럼 시장가격에 일정 금액을 더 얹어주지 않는다는 얘기다.그만큼 농가의 부담은 가중된다. 정부수매 제도는 WTO(세계무역기구) 농업협상에서 정부보조금으로 인정하고 있어,전면 폐지를 강요받고 있다.협상 무대에서 우리 정부가 이를 고집하다간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각국이 긍정적으로 여기는 DDA(도하개발어젠다) 의장 초안에서도 정부수매는 연간 27만t씩 수매량을 줄이도록 명시했다.추곡수매 비중도 1994년에 전체 생산량의 30%에서 올해에는 17%로 줄었다. 정부는 한해 1조 6000억원(2003년 기준)의 추곡수매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하지만 실제 농민들에게 돌아간 혜택은 800억원 정도에 그치고 있어 농가소득 보전 방안으로 이미 실효성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내년부터 실시될 공공비축제는 현재의 추곡수매와 같은 방식으로 수확기에 지역농협 등에서 단계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구매량은 식량안보 차원을 위해 필요한 물량을 정하게 된다.현재 추곡수매량보다는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이에 대해 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민수 정책실장은 “수매제 폐지는 국제협상에서 양보할 카드이고,국내 쌀시장의 가격안정 기능이 있으나 실익도 없이 섣불리 폐지했다.”고 비판했다. 전국농민단체총연맹 이영수 정책부장도 “쌀 수급과 관련,후속대책없이 수매제부터 폐지해 농민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15) 한국의 마음으로 빚은 사발(상)

    [정동주 역사문화 에세이 달빛의 역사 문화의 새벽](15) 한국의 마음으로 빚은 사발(상)

    양산 통도사 안 용화전(龍華殿) 앞 마당에는 돌로 만든 큼직한 그릇이 있다.봉발대(奉鉢臺)라 부르는 매우 귀한 그릇이다. 매표소를 지나 절 안으로 들어서면 아름드리 솔숲 사이로 두 갈래 길이 나온다.오른쪽 길은 걸어서 절에 오르도록 한 옛길이고,왼쪽 길은 자동차가 다니도록 새로 낸 길이다. 옛길을 따라 걸어서 일주문을 향한다.길 왼편 계곡으로 돌돌 맑은 물 흐르는 소리가 한낮의 고요를 씻고 있다.물 위엔 소나무 푸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흰구름 몇 조각이 소나무 그림자 위로 지난다.소나무는 미동도 않는다.마른 낙엽 하나가 떠내려 오다가 파문을 일으키자 잠시 소나무 그림자도 흰구름도 함께 흔들린다.잠시 뒤 소나무는 고요한 그림자로 다시 돌아와 나그네를 달랜다. 용화전까지 왔다.용화전 안에 모셔져 있는 불상은 흰 빛깔이다.황금색의 다른 불상들과는 퍽 대조적이다.희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석가모니가 미륵에게 남긴 발우 형상화 그 불상은 미륵불이다.그리고 용화전이라는 그 전각의 용화(龍華)라는 말은 미륵신앙에서 예언하고 있는 신성한 장소를 뜻한다.미륵은 인간의 미래와 인연된 구원불이다.용화전 앞 마당에 있는 봉발대도 이 미륵불과 직접 관련된 종교적 상징물이다.미륵신앙,즉 석가모니불에 의하여 구원되지 못한 사람은 석가모니불 다음의 부처로 인간세계에 강림할 미륵불에 의하여 구원될 것이라는 오랜 역사를 먹고 자라온 신앙이다. 용화는 용화수(龍華樹)를 말한다.미래에 미륵불이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구원의 법문을 하게 될 자리를 뜻한다. 옛 한국인들은 현재의 불행과 고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미래의 예언자를 상정해 놓고 기다리는 신앙을 전통으로 간직해 왔다.그 구원자는 지금 도솔천에 머무르고 있는데,그 분을 미륵이라 여겼다.옛 사람들은 미륵이 장차 인간세상에 강림하면 어떤 방법으로 인간을 구원해야 할 것인지를 명상하는 모습을 만들어 놓고 미륵신앙을 키워왔는데,미륵이 미래 일을 생각하는 모습을 미륵반가사유상이라 불렀다. 이렇듯 미륵신앙은 한국인이 대를 물리면서 기다리고 있는 구세주다.삼국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서양인들,특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들의 구원신앙과 매우 유사한 신앙체계라 말할 수 있다. 옛 한국인들은 미륵을 기다리는 세 가지 의식을 신앙으로 표현해 왔다. 첫째는 미륵삼부경,증일아함경 같은 경전을 중심으로 기도하면서 신앙을 키우는 것이다. 둘째는 향목(香木)을 땅에다 묻어 놓고 미륵이 오면 선물하리라 여기며 기다렸다. 셋째는 경전에 기록된 바에 따라 석가모니가 사용하던 발우(鉢盂)가 미륵에게 전해짐으로써 인간 구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석가모니가 미륵에게 전해주기 위하여 남긴 발우를 형상화하여 모시고 있는 것이 통도사 봉발대다. 이같은 미륵신앙은 삼국통일의 혼란기인 후고구려,후백제 때 크게 일어났고,신라와 고려의 교체기와 고려 조선의 교체기에 민중들의 불안과 고통을 달래기 위해 크게 번창했다는 특징이 있으며,조선 말엽의 개항기와 일제시대에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구원사상으로 자리잡아왔다. 현대사회에 와서도 핵의 위기와 불안,생태계의 교란과 생명사상의 혼돈,에너지와 식량부족의 두려움,치유가 힘든 각종 질병으로부터의 고통과 공포,기후변화의 심각성,전통을 생각하는 이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통도사 봉발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형태의 조형물이다.유일함만큼이나 그 생김새와 그곳에 안치된 역사적 배경 또한 예사롭지 않다. 보물 제471호인 봉발대는 봉발(奉鉢),바리,바릿대를 모시고 있다는 뜻이므로,봉발대는 발우를 보셔둔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어떤 특별한 목적에 따라서 돌로 발우를 만들어서 모셔두고 경배하면서 미륵이 강림하시기를 기다려 온 종교적 상징물인 것이다.특별한 목적이란 미륵불에 의하여 구원됨으로써 영원히 살 수 있는 하늘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다. ●봉발대는 1000년간 민중의 소망 응축한 걸작품 발우(鉢盂)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래된 승려들의 식기(食器)이면서 신성한 법물(法物)의 하나인데,산스크리트 파트라(patra)를 음역하여 발(鉢)이라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다.그런 다음 중국문화에서 그릇을 말하는 중국 고유의 글자인 그릇 우(盂)자를 덧붙여서 ‘발우’라는 말을 만들어 썼는데,이는 중국 문화가 외래 문화를 받아들여 중국화시키는 무서운 중화(中華)사상의 한 증거이기도 하다. 아무튼 통도사의 봉발대만큼 한국인의 역사와 정서,특히 민중들의 집단적인 소망과 시대의 표정을 한꺼번에 형상화시켜낸 조형물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고려 선종(宣宗,재위 1083∼1094)의 문화적 업적으로 평가되는 이 봉발대는 1000여년이라는 역사와 함께 이 땅의 주인이자 머슴으로 살아온 민중들의 간절한 소망인 농사의 풍년,자손의 번성과 건강,그리고 죄를 용서받고 하늘나라에 가서 영원한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응축되어 승화된 우리나라 민족 미술의 최고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봉발대가 사찰 경내에 있다하여 불교라는 특정 종교의 상징물로만 국한하는 견해는 이 조형물이 지닌 역사성과 예술성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통도사는 이른바 미륵도량이 아닌데도 한국 유일의 이 석조물이 통도사에 모셔진 것은 통도사가 만법을 통달하여 일체 중생을 구원한다는 뜻을 지녔을 만큼 높은 격조를 지닌 사찰이어서 당대에 크게 풍미했던 미륵신앙을 국가 차원에서 끌어안은 것으로 보인다. ●남해안 사발 1450년 전후 日로 전래 봉발대의 봉발,즉 돌로 만들어진 이 발우는 뚜껑을 포함하여 높이가 1m,지름은 90cm가량인데,발우의 굽에는 별다른 장식도 없지만 빼어난 균형감을 보이고 있으며 매우 아름다운 곡선을 지녔다. 뚜껑을 제외하면 실제 발우 높이는 90cm인데,굽의 높이가 발우 전체 높이의 3분의1에 가깝다.그만큼 굽의 형태가 강조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돌 발우의 형태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미륵신앙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일본 다도(茶道) 역사에서 ‘미(美)의 종교’로까지 추앙받는 조선의 사발(砂鉢)인 ‘이도차완(井戶茶碗)’과의 관계 때문이다. 이도차완의 조형적 기원이 이 돌 발우와 어떤 관련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면서부터다. 문제의 이도차완이라는 사발은 14~15세기 조선시대에 경남 남해안에 인접한 어느 가마에서 그 지역 흙으로 만들어졌는데,1450년을 전후한 시기로부터 일본으로 흘러나간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이름이 없었으나 일본에 가서 ‘이도(井戶)’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정확하게 1587년부터 ‘이도’라는 이름으로 사용된 이 사발은 일본 중세사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일본의 최고 권력자들과 지배계층으로부터 열광적인 사랑을 받아 전설적인 미술품이 되었으며,그 중 하나인‘기자에몬이도’는 일본의 국보로까지 지정되어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 일본 역사에서 차문화를 종교적 차원으로까지 승화시킨 다도는 곧 일본의 정신사이기도 하다.특히 13~15세기의 가마쿠라막부,무로마치막부 시대의 정치사회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영향을 끼친 조선시대 서민들의 가옥 구조와 청빈한 승려들의 생활문화에 뒤이어,15~16세기의 일본 통일에 기여한 초암차(草庵茶)의 상징적 도구인 이도차완은 그 후 일본 다도역사에서 불멸의 아름다움을 지닌 찻사발로 칭송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차문화 전통이 결정한 10점의 국보 찻사발은 한국의 이도차완 한 점,중국의 천목차완 6점,일본의 라쿠차완 3점인데,아름다움으로는 첫째 이도차완,둘째 천목차완,셋째 라쿠차완 순으로 꼽고 있을 만큼 이도차완의 명성은 놀랍다. 약 200여점이 남아 있는 이 신비의 사발 이도차완과 양산 통도사 봉발은 과연 어떤 연관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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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 통도사 안 용화전(龍華殿) 앞 마당에는 돌로 만든 큼직한 그릇이 있다.봉발대(奉鉢臺)라 부르는 매우 귀한 그릇이다. 매표소를 지나 절 안으로 들어서면 아름드리 솔숲 사이로 두 갈래 길이 나온다.오른쪽 길은 걸어서 절에 오르도록 한 옛길이고,왼쪽 길은 자동차가 다니도록 새로 낸 길이다. 옛길을 따라 걸어서 일주문을 향한다.길 왼편 계곡으로 돌돌 맑은 물 흐르는 소리가 한낮의 고요를 씻고 있다.물 위엔 소나무 푸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고 흰구름 몇 조각이 소나무 그림자 위로 지난다.소나무는 미동도 않는다.마른 낙엽 하나가 떠내려 오다가 파문을 일으키자 잠시 소나무 그림자도 흰구름도 함께 흔들린다.잠시 뒤 소나무는 고요한 그림자로 다시 돌아와 나그네를 달랜다. 용화전까지 왔다.용화전 안에 모셔져 있는 불상은 흰 빛깔이다.황금색의 다른 불상들과는 퍽 대조적이다.희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석가모니가 미륵에게 남긴 발우 형상화 그 불상은 미륵불이다.그리고 용화전이라는 그 전각의 용화(龍華)라는 말은 미륵신앙에서 예언하고 있는 신성한 장소를 뜻한다.미륵은 인간의 미래와 인연된 구원불이다.용화전 앞 마당에 있는 봉발대도 이 미륵불과 직접 관련된 종교적 상징물이다.미륵신앙,즉 석가모니불에 의하여 구원되지 못한 사람은 석가모니불 다음의 부처로 인간세계에 강림할 미륵불에 의하여 구원될 것이라는 오랜 역사를 먹고 자라온 신앙이다. 용화는 용화수(龍華樹)를 말한다.미래에 미륵불이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구원의 법문을 하게 될 자리를 뜻한다. 옛 한국인들은 현재의 불행과 고난을 극복하기 위하여 미래의 예언자를 상정해 놓고 기다리는 신앙을 전통으로 간직해 왔다.그 구원자는 지금 도솔천에 머무르고 있는데,그 분을 미륵이라 여겼다.옛 사람들은 미륵이 장차 인간세상에 강림하면 어떤 방법으로 인간을 구원해야 할 것인지를 명상하는 모습을 만들어 놓고 미륵신앙을 키워왔는데,미륵이 미래 일을 생각하는 모습을 미륵반가사유상이라 불렀다. 이렇듯 미륵신앙은 한국인이 대를 물리면서 기다리고 있는 구세주다.삼국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서양인들,특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들의 구원신앙과 매우 유사한 신앙체계라 말할 수 있다. 옛 한국인들은 미륵을 기다리는 세 가지 의식을 신앙으로 표현해 왔다. 첫째는 미륵삼부경,증일아함경 같은 경전을 중심으로 기도하면서 신앙을 키우는 것이다. 둘째는 향목(香木)을 땅에다 묻어 놓고 미륵이 오면 선물하리라 여기며 기다렸다. 셋째는 경전에 기록된 바에 따라 석가모니가 사용하던 발우(鉢盂)가 미륵에게 전해짐으로써 인간 구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석가모니가 미륵에게 전해주기 위하여 남긴 발우를 형상화하여 모시고 있는 것이 통도사 봉발대다. 이같은 미륵신앙은 삼국통일의 혼란기인 후고구려,후백제 때 크게 일어났고,신라와 고려의 교체기와 고려 조선의 교체기에 민중들의 불안과 고통을 달래기 위해 크게 번창했다는 특징이 있으며,조선 말엽의 개항기와 일제시대에도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구원사상으로 자리잡아왔다. 현대사회에 와서도 핵의 위기와 불안,생태계의 교란과 생명사상의 혼돈,에너지와 식량부족의 두려움,치유가 힘든 각종 질병으로부터의 고통과 공포,기후변화의 심각성,전통을 생각하는 이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통도사 봉발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형태의 조형물이다.유일함만큼이나 그 생김새와 그곳에 안치된 역사적 배경 또한 예사롭지 않다. 보물 제471호인 봉발대는 봉발(奉鉢),바리,바릿대를 모시고 있다는 뜻이므로,봉발대는 발우를 보셔둔 자리라고 할 수 있겠다.어떤 특별한 목적에 따라서 돌로 발우를 만들어서 모셔두고 경배하면서 미륵이 강림하시기를 기다려 온 종교적 상징물인 것이다.특별한 목적이란 미륵불에 의하여 구원됨으로써 영원히 살 수 있는 하늘나라에서 태어나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다. ●봉발대는 1000년간 민중의 소망 응축한 걸작품 발우(鉢盂)는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래된 승려들의 식기(食器)이면서 신성한 법물(法物)의 하나인데,산스크리트 파트라(patra)를 음역하여 발(鉢)이라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었다.그런 다음 중국문화에서 그릇을 말하는 중국 고유의 글자인 그릇 우(盂)자를 덧붙여서 ‘발우’라는 말을 만들어 썼는데,이는 중국 문화가 외래 문화를 받아들여 중국화시키는 무서운 중화(中華)사상의 한 증거이기도 하다. 아무튼 통도사의 봉발대만큼 한국인의 역사와 정서,특히 민중들의 집단적인 소망과 시대의 표정을 한꺼번에 형상화시켜낸 조형물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고려 선종(宣宗,재위 1083∼1094)의 문화적 업적으로 평가되는 이 봉발대는 1000여년이라는 역사와 함께 이 땅의 주인이자 머슴으로 살아온 민중들의 간절한 소망인 농사의 풍년,자손의 번성과 건강,그리고 죄를 용서받고 하늘나라에 가서 영원한 삶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응축되어 승화된 우리나라 민족 미술의 최고 걸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봉발대가 사찰 경내에 있다하여 불교라는 특정 종교의 상징물로만 국한하는 견해는 이 조형물이 지닌 역사성과 예술성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한계로 지적할 수 있다. 통도사는 이른바 미륵도량이 아닌데도 한국 유일의 이 석조물이 통도사에 모셔진 것은 통도사가 만법을 통달하여 일체 중생을 구원한다는 뜻을 지녔을 만큼 높은 격조를 지닌 사찰이어서 당대에 크게 풍미했던 미륵신앙을 국가 차원에서 끌어안은 것으로 보인다. ●남해안 사발 1450년 전후 日로 전래 봉발대의 봉발,즉 돌로 만들어진 이 발우는 뚜껑을 포함하여 높이가 1m,지름은 90cm가량인데,발우의 굽에는 별다른 장식도 없지만 빼어난 균형감을 보이고 있으며 매우 아름다운 곡선을 지녔다. 뚜껑을 제외하면 실제 발우 높이는 90cm인데,굽의 높이가 발우 전체 높이의 3분의1에 가깝다.그만큼 굽의 형태가 강조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돌 발우의 형태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미륵신앙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일본 다도(茶道) 역사에서 ‘미(美)의 종교’로까지 추앙받는 조선의 사발(砂鉢)인 ‘이도차완(井戶茶碗)’과의 관계 때문이다. 이도차완의 조형적 기원이 이 돌 발우와 어떤 관련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면서부터다. 문제의 이도차완이라는 사발은 14~15세기 조선시대에 경남 남해안에 인접한 어느 가마에서 그 지역 흙으로 만들어졌는데,1450년을 전후한 시기로부터 일본으로 흘러나간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이름이 없었으나 일본에 가서 ‘이도(井戶)’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정확하게 1587년부터 ‘이도’라는 이름으로 사용된 이 사발은 일본 중세사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일본의 최고 권력자들과 지배계층으로부터 열광적인 사랑을 받아 전설적인 미술품이 되었으며,그 중 하나인‘기자에몬이도’는 일본의 국보로까지 지정되어 특별한 보호를 받고 있다. 일본 역사에서 차문화를 종교적 차원으로까지 승화시킨 다도는 곧 일본의 정신사이기도 하다.특히 13~15세기의 가마쿠라막부,무로마치막부 시대의 정치사회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영향을 끼친 조선시대 서민들의 가옥 구조와 청빈한 승려들의 생활문화에 뒤이어,15~16세기의 일본 통일에 기여한 초암차(草庵茶)의 상징적 도구인 이도차완은 그 후 일본 다도역사에서 불멸의 아름다움을 지닌 찻사발로 칭송되기 시작했다. 일본의 차문화 전통이 결정한 10점의 국보 찻사발은 한국의 이도차완 한 점,중국의 천목차완 6점,일본의 라쿠차완 3점인데,아름다움으로는 첫째 이도차완,둘째 천목차완,셋째 라쿠차완 순으로 꼽고 있을 만큼 이도차완의 명성은 놀랍다. 약 200여점이 남아 있는 이 신비의 사발 이도차완과 양산 통도사 봉발은 과연 어떤 연관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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