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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걸음마 뗀 딸 팔고, 7살 시집보내 연명… 벼랑 끝 아프간

    걸음마 뗀 딸 팔고, 7살 시집보내 연명… 벼랑 끝 아프간

    아프간 서부 헤라트의 한 마을. 굶주림에 시달리던 가족은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딸을 한 남성에게 보내기로 하고 500달러(약 58만원)를 받았다. “밀가루며, 기름이며 집에 아무것도 없다.” 아직 아기인 딸을 팔지 않기를 바랐지만 다른 아이들이 굶고 있어 어쩔 수 없었다는 가족. 최소 백만 명의 아이들이 죽음의 위험에 처해있는 아프간에서는 내전, 가뭄, 경제난 등이 겹치면서 딸을 팔거나 조혼을 시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이미 결혼한 15살 딸에 이어 7살짜리 딸을 시집보낼 예정인 비비 옐레흐는 “가뭄이 계속된다면 두 살, 다섯 살 딸도 뒤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마을에서만 20가구가 식량 때문에 어린 딸을 결혼시켰다. BBC는 25일(현지시간) 기아에 내몰린 아프가니스탄의 참상을 전했다. “돈이 없어서 아이 중 2명이 죽음에 직면했다”며 울먹이는 어머니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6개월 된 아기의 모습. 아기가 있는 병원 의료진은 4달째 월급을 받지 못했고, 의료용품을 살 비용도 고갈된 상태였다.긴 내전 끝나고 들이닥친 경제난 탈레반은 지난 8월 15일 아프간 집권에 성공하면서 긴 내전을 끝냈지만 이후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등에 예치된 아프간 중앙은행의 외화 90억 달러(10조5천억원)가 동결됐고, 국제사회의 원조도 크게 줄었다. 물가 폭등, 실업자 폭증이 이어지는 데다 심각한 가뭄까지 겹쳐 마실 물이 없어 죽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들판은 파괴됐고, 사람들은 굶어 죽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아프간 인구 3900만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280만명이 극심한 식량 불안정과 기아 상태에 맞닥뜨렸다며 인도적 지원을 위한 자금 동결 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이륙할 땐 쿼드롭터, 비행할 때는 쌍엽기?…신개념 수직 이착륙 드론

    이륙할 땐 쿼드롭터, 비행할 때는 쌍엽기?…신개념 수직 이착륙 드론

    항공기 개발자들의 꿈 가운데 하나는 고정익기 같은 비행 성능을 지닌 수직 이착륙기를 만드는 것이다. 헬리콥터는 수직 이착륙이라는 큰 장점이 있으나 비행 속도와 거리에 있어 고정익기보다 불리한 점이 많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V-22 오스프리 같은 틸트로터기나 F-35B 같은 수직 이착륙기가 개발되었지만, 구조가 복잡해 일부 군용기에만 사용되고 있다. 드론 개발자들 역시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면서 고정익기 같은 비행 성능을 지닌 다양한 형태의 드론을 연구했다. 미국의 벨(Bell)사는 APT(Autonomous Pod Transport, 자율 포드 수송)라는 독특한 개념의 수직 이착륙 드론을 개발했다. APT 드론은 로터를 회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동체를 90도 회전하는 방식으로 수직 이착륙과 수평 비행을 구현했다. 이런 방식은 90도 방향을 틀어 이착륙할 때 매우 불안정할 수 있다. 벨의 해결책은 두 개의 날개와 네 개의 로터를 붙여 네 다리를 지닌 책상처럼 안정적인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APT 드론은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며 최대 45㎏의 화물을 56㎞ 떨어진 거리까지 수송할 수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160㎞에 달한다. 비슷한 크기의 수직 이착륙 드론 가운데서는 상당히 우수한 성능이다. APT 드론의 성능은 미 해병대의 관심을 끌었다.미 해병대는 하루에 450㎏ 화물을 10~20㎞ 정도 거리에 수송할 수 있는 공중 무인 수송 드론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적 내륙에 가장 먼저 상륙해서 전투를 수행하는 해병대의 특성상 바다에 있는 함정에서 바로 보급이 가능한 무인 드론 수송 시스템의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APT 드론은 미 해병대의 유마 비행 기지에서 이미 420회의 시험 비행을 수행하면서 성능을 검증했다. APT 드론의 목표는 기존의 헬리콥터나 중대형 수송기의 임무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소대나 중대 단위의 소규모 부대에 신속하게 물자를 공급해 작전 수행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따라서 군용 야전 식량이나 생수, 탄약 등을 소규모로 자주 수송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APT 드론은 착륙하지 않아도 낮은 고도에서 물자를 투하할 수 있으며 바다에 대기하고 있는 아군 함정의 좁은 비행 갑판에도 쉽게 착륙할 수 있다. 벨사는 이 드론을 군용은 물론이고 민수용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APT 드론은 올해 초 텍사스에서 택배 배송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항공기 개발 역사 초기에 유행한 쌍엽기 디자인이 다시 부활한 셈인데, 드론에서도 복고풍 바람이 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70년 뒤 사과 재배면적 0.9%뿐… “대 이은 과수원은 기억에만”

    70년 뒤 사과 재배면적 0.9%뿐… “대 이은 과수원은 기억에만”

    [세아네 사과밭] 먹음직스러운 사과가 빨갛게 익어 가는 경남 함양군의 사과농장. 이곳은 화가도, 만화가도, 마술사도 되고 싶은 ‘꿈 부자’ 마세아(9)양의 놀이터이자 곤충과 지렁이를 관찰하는 생태공원인 동시에 조부모 시절부터 3대가 살아온 터전이다. 하지만 폭염과 폭우, 따뜻한 겨울과 이른 봄 등 기상이변이 반복되면서 사과농장은 생기를 잃어 가고 있다. 세아의 부모님은 세아가 어른이 될 때면 사과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한다. 세아 부모님은 11년째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윗대부터 치면 60년 가까이 사과를 키운 대물림 장인의 농장이다. 세아는 이곳에서 잘린 사과나무 가지로 동생과 칼싸움도 하고 친구들과 술래잡기도 한다. 가을에는 부모님을 도와 사과 따는 일을 돕는다. 기후위기가 세아네 사과농장을 덮치기 시작한 건 10년 전인 2010년대 중반부터다. 세아의 부모님은 이때부터 겨울이 따뜻해지고 봄이 일찍 오면서 사과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졌다고 기억했다. 일찍 개화한 사과꽃은 꽃샘추위를 피하지 못하고 냉해를 입었다. 2018년 폭염, 2019년 태풍, 2020년 기록적인 장마와 2021년 가을장마를 연이어 겪으면서 세아네 농사는 지난해 대비 올해 생산량이 20% 감소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짧은 인생의 전부를 사과농장에서 살아온 세아는 이상기후가 사과를 병들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지면 사과나무가 스트레스를 받는대요. 열매가 잘 크지 않고 예쁜 색으로 익지도 않아요. 비가 많이 오면 병에 걸리고 벌레도 많이 꼬이고요. 썩은 사과가 떨어지고 잎이 노랗게 변하는 걸 자주 봤어요.” 이상기후가 몰고 온 피해를 겪으면서 세아네 가족은 자연스레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사과를 포장할 때 쓰는 난좌도 스티로폼 대신 종이로 바꿨다. 한반도를 대표하는 과수작물인 사과는 기후변화로 재배지가 급격히 변하고 면적도 줄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1980~2010년 과거 30년간 우리나라 땅의 68.7%에서 사과농사가 가능했으나, 2020년대 들어서는 36.0%로 줄어들고 2050년에는 10.5%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2090년에는 사과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0.9%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아의 부모님은 이 땅을 물려받을 세아와 세아의 동생,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앞날을 걱정한다. “20~30년 후에는 저희 지역에서 더는 사과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거예요. 우리 과수원은 세아의 흐릿한 기억 속에만 남겠죠.”[헤스본네 농장] 불타는 태양, 메마른 강한 바람, 난생처음 듣는 ‘끼르륵 끼르륵’ 소리…. 아프리카 케냐 북서부 투르카나주에 사는 헤스본 로쿠웜(12)은 메뚜기떼가 농장을 덮친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아이는 세아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은 기후변화로 직접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헤스본의 식구 6명을 책임지는 약 4000㎡의 농장은 지난해 5월 메뚜기떼의 습격으로 80% 이상의 농작물이 파괴돼 폐허가 됐다. 메뚜기떼가 습격할 당시 헤스본은 여느 날과 같이 농장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다. 메뚜기떼가 몰려오자 헤스본의 부모님은 숯에 불을 피워 메뚜기를 쫓아내려 했다. 헤스본도 소중한 농장을 지키기 위해 조그마한 손으로 나무막대기를 들고 메뚜기떼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그러나 메뚜기떼는 3~5일간 우악스럽고 집요하게 배를 채운 뒤에야 농장을 떠났다. 메뚜기떼는 주로 건기에 찾아온다. 과학자들은 메마른 초원에서 먹이 활동이 어려워진 메뚜기들이 무리를 지어 인간의 농장을 약탈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헤스본이 사는 투르카나주는 케냐에서도 건조지역으로 손꼽힌다. 원래도 건조했던 헤스본의 마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척박해졌다. 헤스본의 아버지 마크 에쿠웜은 “내가 어릴 때는 지금보다 식량도 풍부했고 곡물 가격도 저렴했다”고 기억했다. 현지 활동가들은 케냐의 건기가 혹독해진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는다. 비영리기구 활동가인 패트릭 로퀘옌은 “케냐의 강수량은 전보다 더 불규칙해지고 예측이 어려워졌으며 가뭄의 빈도가 증가했다”면서 “현지 전문가들은 메뚜기떼 습격이 기후변화와 극심한 변동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기후 위기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세아와 헤스본을 포함한 많은 아이가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 가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기후 위기가 계속될 경우 204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식량 생산량이 30%가량 감소하고, 연간 약 7억명의 사람들이 6개월 이상의 장기 가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식량 부족으로 죽거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소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 과장은 “기후변화는 아이들의 식탁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아이들의 오늘이 기후변화로 계속해서 바뀌다 보면 아이들의 미래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폭염·장마에 시달리는 사과밭, 메뚜기떼가 쓸어간 케냐의 농장…기후위기로 생계까지 위협받는 아이들

    폭염·장마에 시달리는 사과밭, 메뚜기떼가 쓸어간 케냐의 농장…기후위기로 생계까지 위협받는 아이들

    [편집자주]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 당신들이 좀 무서워했으면 좋겠다”며 세계 지도자들을 질타한 스웨덴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 불타고 있는 건 툰베리의 집만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집이고 미래다. 자연은 기후변화를 통해 지속적으로 경고를 보냈지만, 어른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외면했다. 환경학자들은 “미래 세대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고,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공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과 이기심을 위해 지구를 계속 채찍질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언제든 인류의 ‘마지막 세대’로 전락할 수 있다. 우리가 함께 불을 꺼야 하는 이유다. 오는 31일부터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생존 보고서를 통해 답을 찾는다. 기획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그린피스가 함께했다.먹음직스러운 사과가 빨갛게 익어 가는 경남 함양군의 사과농장. 이곳은 화가도, 만화가도, 마술사도 되고 싶은 ‘꿈 부자’ 마세아(9)양의 놀이터이자 곤충과 지렁이를 관찰하는 생태공원인 동시에 조부모 시절부터 3대가 살아온 터전이다. 하지만 폭염과 폭우, 따뜻한 겨울과 이른 봄 등 기상이변이 반복되면서 사과농장은 생기를 잃어 가고 있다. 세아의 부모님은 세아가 어른이 될 때면 사과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한다. 세아 부모님은 11년째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윗대부터 치면 60년 가까이 사과를 키운 대물림 장인의 농장이다. 세아는 이곳에서 잘린 사과나무 가지로 동생과 칼싸움도 하고 친구들과 술래잡기도 한다. 가을에는 부모님을 도와 사과 따는 일을 돕는다. 사과농장의 경사진 비탈에서 눈썰매 타는 것도 좋아하지만 최근 몇 년간 눈이 오지 않아 썰매를 못 꺼낸 지 꽤 됐다. 기후위기가 세아네 사과농장을 덮치기 시작한 건 10년 전인 2010년대 중반부터다. 세아의 부모님은 이때부터 겨울이 따뜻해지고 봄이 일찍 오면서 사과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졌다고 기억했다. 일찍 개화한 사과꽃은 꽃샘추위를 피하지 못하고 냉해를 입었다. 2018년 폭염, 2019년 태풍, 2020년 기록적인 장마와 2021년 가을장마를 연이어 겪으면서 세아네 농사는 지난해 대비 올해 생산량이 20% 감소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짧은 인생의 전부를 사과농장에서 살아온 세아는 이상기후가 사과를 병들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날씨가 더워지면 사과나무가 스트레스를 받는대요. 열매가 잘 크지 않고 예쁜 색으로 익지도 않아요. 비가 많이 오면 병에 걸리고 벌레도 많이 꼬이고요. 썩은 사과가 떨어지고 잎이 노랗게 변하는 걸 자주 봤어요.” 이상기후가 몰고 온 피해를 겪으면서 세아네 가족은 자연스레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 농약 사용을 최소화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사과를 포장할 때 쓰는 난좌도 스티로폼 대신 종이로 바꿨다. 한반도를 대표하는 과수작물인 사과는 기후변화로 재배지가 급격히 변하고 면적도 줄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1980~2010년 과거 30년간 우리나라 땅의 68.7%에서 사과농사가 가능했으나, 2020년대 들어서는 36.0%로 줄어들고 2050년에는 10.5%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2090년에는 사과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0.9%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세아의 부모님은 이 땅을 물려받을 세아와 세아의 동생,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앞날을 걱정한다. “20~30년 후에는 저희 지역에서 더는 사과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올 거예요. 우리 과수원은 세아의 흐릿한 기억 속에만 남겠죠.” 집요한 메뚜기떼가 지나간 자리… 배고픔과 가뭄이 남았다 불타는 태양, 메마른 강한 바람, 난생처음 듣는 ‘끼르륵 끼르륵’ 소리…. 아프리카 케냐 북서부 투르카나주에 사는 헤스본 로쿠웜(12)은 메뚜기떼가 농장을 덮친 그날을 이렇게 기억했다.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아이는 세아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은 기후변화로 직접적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헤스본의 식구 6명을 책임지는 약 4000㎡의 농장은 지난해 5월 메뚜기떼의 습격으로 80% 이상의 농작물이 파괴돼 폐허가 됐다. 메뚜기떼가 습격할 당시 헤스본은 여느 날과 같이 농장에서 잡초를 뽑고 있었다. 메뚜기떼가 몰려오자 헤스본의 부모님은 숯에 불을 피워 메뚜기를 쫓아내려 했다. 헤스본도 소중한 농장을 지키기 위해 조그마한 손으로 나무막대기를 들고 메뚜기떼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그러나 메뚜기떼는 3~5일간 우악스럽고 집요하게 배를 채운 뒤에야 농장을 떠났다. 메뚜기떼는 주로 건기에 찾아온다. 과학자들은 메마른 초원에서 먹이 활동이 어려워진 메뚜기들이 무리를 지어 인간의 농장을 약탈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헤스본이 사는 투르카나주는 케냐에서도 건조지역으로 손꼽힌다. 원래도 건조했던 헤스본의 마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척박해졌다. 헤스본의 아버지 마크 에쿠웜은 “내가 어릴 때는 지금보다 식량도 풍부했고 곡물 가격도 저렴했다”고 기억했다. 현지 활동가들은 케냐의 건기가 혹독해진 원인을 기후변화에서 찾는다. 비영리기구 활동가인 패트릭 로퀘옌씨는 “케냐의 강수량은 전보다 더 불규칙해지고 예측이 어려워졌으며 가뭄의 빈도가 증가했다”면서 “현지 전문가들은 메뚜기떼 습격이 기후변화와 극심한 변동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기후 위기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은 부족하다”고 우려했다.세아와 헤스본을 포함한 많은 아이가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 가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왕립국제문제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기후 위기가 계속될 경우 204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식량 생산량이 30%가량 감소하고, 연간 약 7억명의 사람들이 6개월 이상의 장기 가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식량 부족으로 죽거나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소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남아동옹호센터 과장은 “기후변화는 아이들의 식탁은 물론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아이들의 오늘이 기후변화로 계속해서 바뀌다 보면 아이들의 미래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그플레이션 부채질 하는 기후변화 기후변화가 불러온 식량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세계 곳곳에서 가뭄, 산불, 폭우, 태풍 등 이상기후가 반복되고 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려 세계 곡물 생산량이 급감한 영향은 한국 소비자의 식탁까지 위협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가격 급등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30.0 포인트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2.8% 오른 수치다. FAO는 24개 식량 품목의 국제가격 동향을 살펴 매월 5개 품목군(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별 식량가격지수를 발표하는데, 2014~2016년 가격 평균을 기준(100)으로 한다. 세계의 곡물 생산량과 가격의 변화는 식량자급률이 낮은 한국의 식탁 물가에도 직격탄이 됐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3월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2% 올랐다. ‘금(金)파’, ‘파테크’라는 신조어를 양산한 파값은 305.8% 급등했고, 사과(55.3%), 고춧가루(34.4%), 쌀(13.1%)도 크게 올랐다. 한국은 2019년 기준 식량자급률이 45.8%, 사료를 포함한 곡물의 자급률은 21.0%에 불과하다. 필요한 먹거리의 절반조차 우리 스스로 생산하지 못하는 셈이다. 이런 낮은 식량자급률은 먹거리를 절대적으로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한국은 세계 5위의 식량 수입국이다. 곡물 가격의 상승이 일반 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는 애그플레이션(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지난 3월 1.5%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부터 9월까지 2.3~2.6%를 넘나드는 등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 중이다. 소비자가 피부로 느낄 만한 가격 변화도 있었다. 올해 13년 만에 라면 가격이 11.9% 인상됐고, 즉석밥도 6~7% 가격이 올랐다. 올해도 세계 각지에서 이상기후가 끊이지 않은 만큼 애그플레이션은 다음 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농업 환경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크게 달라지면서 식량 생산에 악영향을 가져왔다. 폭염과 가뭄 일수가 늘어나고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농민들이 떠안고 있다. 2011년 약 169만 8000㏊였던 경지면적은 지난해 약 156만 5000㏊로 지난 10년간 7.8% 감소했다. 이창표 그린피스 생물다양성 캠페이너(활동가)는 “우리나라의 폭염 일수는 지난 10년 사이 150%, 가뭄 일수는 15%나 증가했다”면서 “정부가 유통망의 다각화로 식량을 확보하는 정책에만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기후변화 대책과 농가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IMF, 세계경제 성장률 5.9%로 소폭 하향 전망…“한국은 4.3% 유지”

    IMF, 세계경제 성장률 5.9%로 소폭 하향 전망…“한국은 4.3% 유지”

    미국 1%p·중국 0.1%p 하향 조정한국은 4.3%로 이전과 동일“인플레 불확실성 커” 국제통화기금(IMF)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공급망 교란 등을 반영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5.9%로 소폭 하향 수정했다. 12일(현지시간) IMF는 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기간인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내년 성장률은 4.9%로 예측됐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4월과 7월 각각 예상한 6.0%에 비해 0.1%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내년 전망치는 7월과 동일하다. IMF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재발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은 지속하고 있다며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빠른 확산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위협은 대유행이 얼마나 빨리 극복될지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말했다. 세계경제는 느린 고용 증가, 물가 상승, 식량 불안, 인적 자본 축적 후퇴, 기후 변화 등 다차원적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정책 선택이 더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IMF는 올해 성장률을 종전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에 대해 선진국의 경우 공급망 교란을, 개발도상국은 코로나19 대유행의 악화를 요인으로 꼽았다.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5.2%로 7월에 비해 0.4%포인트 내려갔다. 국가별로는 코로나19 재유행의 몸살을 앓는 미국의 예상 성장률이 6.0%로 1.0%포인트나 깎였다. 일본과 영국의 성장률은 2.4%, 6.8%로 7월에 비해 각각 0.4%포인트, 0.2%포인트 내려갔다. 반면 유로 지역(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럽의 19개 회원국)은 올해의 경우 프랑스(0.5%포인트↑), 이탈리아(0.9%포인트↑)의 선전에 힘입어 5.0%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돼 7월보다 0.4%포인트 올라갔다. 유로 지역의 작년 성장률은 -6.3%였다.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올해 예상 성장률은 6.4%로 0.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이 중 중국은 8.0%로 0.1% 하향 조정됐고, 지난해 7.3% 역성장한 인도는 7월과 동일한 9.0%로 예상됐다. 저소득 개발도상국은 3.0%로 0.9%포인트 내려갔다. 한국은 4.3%로 이전과 동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3%로 7월 전망치와 같았다. IMF는 한국 전망치를 4월에 3.6%로 잡았다가 7월 전망 때 0.7%포인트 상향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로그에서 선진국의 총생산은 내년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겠지만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은 2024년에도 대유행 이전 예측치보다 5.5% 낮은 상태일 것이라며 이런 국가 간 차이가 주요한 우려 사항이라고 평가했다. 소비자 물가는 선진국 2.8%,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5.5%로 예상돼 7월 전망치보다 각각 0.4%포인트, 0.1%포인트 올라갔다. IMF는 물가 상승의 요인에 대해 대부분 전염병 대유행과 관련한 수급 불일치, 수준이 낮았던 지난해의 기저효과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내년에는 물가 상승 압력이 진정되겠지만 전염병 대유행의 추이, 공급 교란의 지속, 인플레이션 기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IMF는 경제성장의 경우 광범위한 접종이 이뤄지기 전 더 공격적인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우려를 들어 하방 위험이, 물가는 수급 불일치 등으로 인해 상방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국제사회를 향해 백신 접근성 확대, 유동성 제공과 부채 경감,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주문했고, 미중 간 고율의 무역 관세를 염두에 둔 듯 무역 긴장의 해결과 2018~2019년 부과된 무역 제한 조처를 되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 커피·아몬드·알루미늄 들썩… 기후대응이 인플레 부른다

    커피·아몬드·알루미늄 들썩… 기후대응이 인플레 부른다

    약 3주 뒤인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다. 각국 정치지도자들이 모여 새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다. 당사국총회가 처음 열린 건 1995년 독일 베를린에서다. 각국 정부가 과학자들과 한자리에 모여 “기후변화의 세계적 성격”이란 공감을 도모했지만, 당시에도 이미 기후변화에 대한 정치적 개입이 때늦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었다. 과학이 온실가스 배출 속도를 경고한 게 1970년대 부터인데, 이후 20여년이 더 지나서야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정치가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만시지탄이 섞인 비판이었다. 그리고 다시 20년 넘게 지난 지금 정치를 넘어 또 다른 분야의 리더들이 기후변화 대응의 최전선에 서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각국의 경제 리더인 중앙은행장들이 그렇다. 기후변화 관련 의제들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요인으로 작동함에 따라 생긴 요구다.●친환경 원재료 가격 급등… ‘탄소중립의 역습’ 9조 달러(약 1경원)를 다루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올해 초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블랙록은 앞으로 기업이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는지를 염두에 두고 투자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지난여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핑크 회장은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고강도 정책 도입 시기를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 한꺼번에 적용한다면 저성장과 함께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이 야기하는 물가 상승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각국 정부와 규제 당국이 친환경 녹색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압박을 얼마나 용인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이 원가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핑크 회장의 우려는 최근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친환경 경제 전환을 위해 필수적인 소재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그린플레이션’(그린+인플레이션·greenflation)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배터리용 수산화리튬의 9월 말 가격은 연초 대비 약 3배가 됐다. 역시 배터리와 태양광 패널에 쓰는 알루미늄의 지난달 가격은 올 초보다 40% 상승했다. 각국이 나서서 전기차·태양광 육성 정책을 펴는 통에 알루미늄의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고, 최대 생산지인 중국이 탄소중립 목표 완수를 위해 알루미늄 제련 공장 가동을 줄이며 공급을 조이는 과정에서 알루미늄 가격은 급등했다. 알루미늄뿐 아니라 리튬, 구리, 니켈 등 친환경 산업용 원자재들이 모두 수요는 늘어나지만 오염 문제 때문에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탄소중립의 역설’ 궤도에 올랐다. 심지어 탄소중립 정책의 기피 대상 소재인 화석연료의 값마저 뛰었다. 기존 화석연료 위주 발전량을 대체에너지가 모두 대체하지 못한 시기에 벌어진 급등이다. 유럽은 2015년 파리기후협정 이후 석탄 가동 화력발전소를 많이 없애고 풍력발전 비중을 높였는데, 최근 풍력 발전량이 급감함에 따라 급하게 천연가스 쪽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수요가 늘면서 유럽연합(EU)의 천연가스 재고량은 최근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중국은 인도와 함께 석탄 부족이 야기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데,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전력난은 전 세계 물가를 들썩이게 만들 요인으로 지목된다.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은 제조물 원가를 높일 뿐 아니라 가계 생활비에 직격탄을 가한다. 지난달 말 독일의 전력 도매가는 2018~2020년 평균보다 74% 높은 수준인 메가와트시(㎿h)당 65.16유로를 기록했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 각국의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는 유럽 각국이 공공요금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을 받고 있다는 뜻과 같다. 결국 지난 5일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스, 체코, 루마니아 등 5개국 재무장관이 “급격한 물가 폭등에 대한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내며 EU 차원에서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EU에서 탈퇴해 독자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하는 영국 정부는 원자력 발전 비중을 줄이려고 하던 기존의 국가 에너지 수급 정책을 뒤집어 원전 개발계획을 다시 수립하려는 정책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탄소중립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권 국가들조차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화석연료 확보전에 앞다퉈 몰리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기후변화가 일으킨 재해… 식량 가격 높인다 지금보다 기후변화 대응 속도를 늦춘다면 당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줄일 수 있을까. 상황은 이미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당장 올해 들어 북반구 곳곳이 이상한파, 폭설, 홍수, 대형산불 등 기후재해를 겪고 있는데, 이 같은 재해들이 국지적인 물가 상승 압박 요인이 된다.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독일경제연구소 등에 의뢰, 1996~2021년 유럽에서 발생한 자연재해 227건이 야기한 물가변화를 조사해 지난달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재해는 가격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다. 다만 그동안 유럽의 자연재해들이 야기한 인플레이션 문제가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는 재해 발생 뒤 투입되는 재정 규모에 비해 재해로 인한 가격 상승 정도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지난 8월 독일 서부 지역에서 대홍수가 발생한 이후 독일 정부가 투입한 구호자금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1%인 300억 유로에 달한 반면 대홍수로 인한 국지적 물가상승률은 약 0.37%로 미미했다. 뿐만 아니라 이마저 일시적 현상이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그러나 플랜테이션 지대처럼 특정 지역에서 세계 공급량의 상당 부분을 대는 작물의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대표적으로 요즘엔 커피가 위기다. 세계 최대 원두 생산국인 브라질의 커피 산지가 폭우, 한파 등 이상기후 피해를 잇따라 입으면서 원두 가격이 치솟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는 “이대로라면 소비자들은 내년에 질 낮은 커피를 더 비싸게 사게 될 것”이라면서 “기후변화는 이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 후생의 문제가 됐다”고 했다. 커피뿐 아니라 설탕, 옥수수, 콩, 아보카도, 아몬드, 감귤류 등이 기후변화 여파로 최근 가격이 급상승한 품목으로 꼽혔다.물류 역시 기후변화의 여파로 이미 변화하기 시작한 분야 중 하나인데, 대표적인 지역이 카리브해와 태평양을 잇는 파나마운하 지역이다. 파나마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비가 많이 내리는 나라이지만, 지난 7년 중 4년이 1950년 이후 가장 건조한 해로 꼽힐 정도로 최근 강수량이 줄었다. 파나마 수위 유지를 위해 끌어오는 인공호수인 가툰 호수의 담수량이 줄게 되자 파나마 당국은 지난 6월 운하 수위 유지에 20억 달러(약 2조 3000억원)를 들여야 했다. 비용은 파나마운하 통행료 인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파나마운하의 처지와 정반대로 기후변화 때문에 극지대를 통과하는 북극항로가 개척되고 있다. 항로의 흥망은 기후변화가 진행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유불리가 위도 또는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모습을 방증한다.
  • 탈레반 장악 한달…학교 문 닫고 은행은 “현금 바닥”

    탈레반 장악 한달…학교 문 닫고 은행은 “현금 바닥”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다시 잡은 지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과도정부 내각을 발표한 탈레반은 앞으로 국제사회로부터 정상 국가로 인정받겠다는 계획이지만, 정작 자국 내 시민들을 강경하게 억압하면서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톨로뉴스 등에 따르면 중고교 학생들이 한달째 학교에 가지 못하며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한 뒤 전국적으로 휴교령을 내렸다. 탈레반 고등교육부장관 압둘 바키 하카니는 지난달 말 “아프간 국민은 남녀가 분리돼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고등 교육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했고, 이에 따라 일부 대학교 수업과 6학년 이하 초등학교 수업이 시작됐다.하지만 7학년 이상 중고등학교 수업에 대해서 탈레반 과도정부는 “추후 통지가 있을 것”이라며 기다리라고 지시한 것이다. 중고교생과 학부모는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몇 달간 수업에 지장이 있었는데, 이제는 정치적 상황 탓에 휴교가 이어지고 있다며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이전 아프간 정부의 교육부 고문이었던 파르위지 칼릴리는 “전체 학생 900만명 중 70%가 정치 사회적 문제로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교육뿐 아니라 경제 분야도 위태롭다. 시중 은행들은 외화가 거의 바닥났다며 정부와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야 한다며 거듭 요청하는 상황이다. 그동안 아프간 중앙 은행은 미국이 조달하는 달러화에 크게 의존했는데, 미군 철수 이후 자금 흐름이 중단된 것이다. 은행들은 현금 부족 사태가 식량, 전기 등 필수요소의 가격을 폭등시키고 있다며 이미 파탄 직전인 경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린다고 우려한다.아프간 내 외교 공관 대부분이 폐쇄하면서 불법 비자 가격도 폭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전에 암시장에서 15달러(약 1만 8000원)면 살 수 있던 파키스탄 비자는 현재 350달러(약 41만원)까지 올랐다. 가장 비싼 건 유럽 진입 길목에 자리 잡은 터키 비자로, 무려 5000달러(약 589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가격은 120달러(약 14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정상적인 비자를 구하기 어렵지만 여전히 탈레반 체제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시민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국제사회에 자국 내 기존 외교 공관을 다시 열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대부분 국가가 응하지 않는 상황이다.해외에 체류 중인 아프간 정부 소속 외교관 수백명도 난감한 신세다. 본국 자금 지원이 사실상 중단돼 경제적 어려움이 커졌고, 탈레반이 정식 정부로 인정되지 않는 만큼 아프간 외교관으로서 현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또 이들은 보복 우려 때문에 귀국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에 발이 묶인 아프간 외교관과 대사관 소속 직원과 가족은 3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 “미군, ‘물통’을 폭발물로 오인해 공습…어린이 등 민간인 사망” NYT 보도

    “미군, ‘물통’을 폭발물로 오인해 공습…어린이 등 민간인 사망” NYT 보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가 완료되기 직전이었던 지난달 29일, 미국 국방부(펜타곤)가 카불 공항 인근 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시행한 드론 공격이 무고한 남성과 그의 가족, 어린이들을 사망케 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군의 드론 반격이 있었던 당시, 국방부는 흰색 세단 차량이 카불공항 북서쪽에서 5㎞ 떨어진 지점의 한 건물에서 나오는 것을 포착했다. 미군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종합한 결과 이 건물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 국가 호라산(IS-K)의 은신처이고, 테러를 계획 중인 조직원들이 숨어있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차량은 공항 남서쪽에서 8~12km 가량 떨어진 건물로 들어갔고, 운전자와 남성들이 매우 무거워 보이는 짐들을 트렁크에 싣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차량은 다시 건물을 빠져나와 공항 서쪽 2.5km 지점의 다른 건물 안뜰로 들어갔다.미군은 차에 실린 것이 테러용 폭탄이라고 판단하고 4시 50분 드론에 장착된 헬파이어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2차 폭발이 발생하면서 어린이 7명을 포함한 아프간 민간인 10명이 사망했다. 문제는 당시 차량 안에 폭발물이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5일 뉴욕타임스는 “군의 보고를 받은 펜타곤 관계자들도 확실한 증거가 아닌 ‘폭탄이 실렸을 가능성’을 토대로 공습을 감행했다는 증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현지시간으로 11일, 뉴욕타임스는 당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사망자 중 한 명이 테러범이 아닌, 현지 구호활동가라는 것을 입증하는 동영상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펜타곤의 공격 대상 중 한 명이자 사망자인 제라미 아마디는 IS-K 대원이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자선단체 소속 기술 엔지니어였다. 해당 자선단체는 굶주린 아프간 사람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있었고, 아마디는 이 단체에서 14년 간 일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자선단체 측은 아마디에게 미국으로 건너와 난민신청을 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NYT "테러범 아닌 美 자선단체 직원, 폭발물 아닌 물통"미국의 드론 공격이 있기 몇 시간 전, 아마디와 회사 동료들은 상수도 공급이 불안정한 이웃을 위해 사무실에서 물통에 물을 채웠다. 물로 가득 찬 물통을 차에 실은 뒤 이를 이웃에게 나눠주기 위해 이동했을 때, 미군은 아마디와 동료들을 테러범으로, 이들이 옮긴 무거운 물통을 폭탄으로 ‘추측’한 뒤 공습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당시 문제 차량의 운전자와 남성들이 트렁크에 싣고 내렸던 무거운 짐들은 폭탄이 아닌 물통이었다. 이는 당시 아마디와 동료들의 동선을 따라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통해 확인된 사실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숨진 아마디의 형인 로말 아마디는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동생과 동생의 자녀 7명 등 가족 9명은 8월 30일 미국으로 건너가 난민 신청을 할 계획이었다”며 펜타곤의 테러범 주장이 거짓이라고 일축했다.그러나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지난주 숨진 아마디가 IS-K의 조력자이며, 미군의 당시 공습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군 당국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2차 폭발의 원인이 차량의 연료탱크 폭발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량에 실려 있던 테러범들의 폭탄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내렸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마디가 나오는 영상을 분석한 무기 전문가 3명은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불에 탄 자동차 근처에 부서진 벽이나 타버린 식물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타깃이 된 차량 아래에서 드론에 장착된 헬파이어 미사일의 흔적과 일치하는 작은 분화구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가 나오면서 어린이 수 명을 포함한 다수의 민간인 사상자를 낸 미군의 무리한 공격에 비난이 쏟아지는 가운데, 펜타곤은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 탈레반에 다시 넘어간 혼돈의 아프간… 정상국가로 인정받을까

    탈레반에 다시 넘어간 혼돈의 아프간… 정상국가로 인정받을까

    탈레반, 韓美 등 100국과 주민 이주 약속허가 대로 외국 이동 보장할지는 미지수 예산 80% 원조 의존, 외환 94억弗 동결돼물가·에너지값 급등, 국민 33% 끼니 걱정 中도 테러단체와의 단절·포용정치 주문IS-K 제압·합법정부 국제승인 쉽지 않아 파키스탄 “난민 수용 못한다” 국경 폐쇄EU는 이웃 국가에 6억 유로 지원책 강구9·11테러 20주년에 맞춰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를 완료하고 ‘국익 없는 전쟁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려던 미국의 계획은 실패했다. 미군이 철수하고 아프간군이 3~6개월, 아니 최악의 경우 한 달은 버틸 것이라는 미 정보 당국의 분석은 크게 빗나갔다. 탈레반은 주요 도시들에 대한 공세에 나선 지 보름 만인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했고 결사항전을 천명했던 아프간 대통령이 이튿날 외국으로 도망가면서 아프간은 20년 만에 다시 탈레반 치하로 돌아갔다. 미국이 예정보다 하루 앞당겨 지난달 30일 완전 철수할 때까지 국제사회는 카불을 떠나려는 사람들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들로 극도의 혼돈에 빠진 아프간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하늘길은 막혔고, 국경 경비도 강화됐다. 탈레반 통치가 시작된 아프간 사회가 어디로 향할지 국제사회는 주시하고 있다. ●국제사회, 여성 인권 개선 등 살피며 입장 신중 탈레반은 3일(현지시간) 최고 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가 이끄는 아프간 새 정부 구성을 발표할 것이라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이 아프간 톨로 뉴스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을 비롯해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탈레반이 테러 세력과의 단절 및 여성 등 인권 개선 약속 등을 이행하는지 봐 가며 일원으로 받아들일지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탈레반의 최우선 과제는 사회 안정을 회복하고 악화할 대로 악화한 경제를 어떻게든 되살리는 것이다. 또 탈레반을 적 내지 미국의 꼭두각시로 여기며 지난달 말 카불 공항에 대한 폭탄 공격을 감행했던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을 제압해 명실상부한 아프간의 합법정부로 인정받는 일이다. 그 어느 것도 녹록지 않다. 특히 미국의 지원 없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 이란 등이 미국이 빠진 자리를 차지하려고 눈독 들이고 있지만, 이들 국가 역시 테러단체와의 단절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아프간의 새 정부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치체제, 온건한 대외정책, 테러 세력과의 단절 등을 주문했다. 탈레반과 서방과의 중재자 역할을 하는 카타르는 탈레반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면 불안정만 증폭된다며 국제사회와 탈레반의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신 탈레반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 100여개국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자국민과 이들 나라로부터 이동허가를 받은 아프간 주민이 아프간 밖으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탈레반이 보장했고, 이를 이행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사회는 탈레반에 대피 보장 약속의 이행을 계속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탈레반이 외국인은 몰라도 아프간 주민들까지 아프간 밖으로 나가는 것을 약속처럼 허용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美 ‘20년 적’과 바로 관계 개선·지원 어려워 탈레반이 필요한 국제사회의 경제적·외교적 지원을 위해 미국의 역할이 중요한데, 20년간 적으로 싸워 온 데다 최대의 외교적 실패를 안겨 준 상대를 미국이 하루아침에 파트너로 인정하고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미국 내 여론과 의회의 반대도 거세다. 미국이 베트남과 국교를 정상화하기까지 사이공에서 철수 후 20년이 걸렸다. 그사이 비공식적인 교류는 이어져 왔다. 아프간을 베트남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자국민의 안전과 안보, 아프간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해 탈레반과 협력할 수 있지만 새 정부로 인정하기까지는 수년에서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프간은 미국이 20년 동안 지원했지만 최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은 정부 관료들의 부정부패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아프간은 전체 국가 예산에서 해외 원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달했다. 해외 원조가 끊기거나 줄면 타격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면서 미국은 현재 아프간 정부의 외환 94억 달러(약 10조 8000억원)를 동결했다. 탈레반 통치에 불안해하는 아프간 사람들이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하려고 하지만 잔고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美 “국제적 의무 준수 조건 인도적 지원 계속” 아프간은 또 대부분의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프간의 외환 보유 규모는 18개월 동안 수입을 감당할 수 있는 액수이다. 하지만 이 돈이 묶여 있고, 동결이 장기화한다면 통화 위기와 식량 및 연료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아프간에서는 탈레반의 장악 이후 물가와 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아프간에 인도적 재앙이 닥칠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촉구했다. 아프간 인구의 절반인 1800만명에게 긴급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며 3명 중 1명이 끼니 걱정을 하고 있다고 심각성을 경고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적 지원은 계속 하겠지만, 탈레반의 국제적 의무 준수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다. 지원하더라도 탈레반이 아닌 비정부기구나 국제기구를 통할 것임을 강조했다. 탈레반의 집권으로 아프간에서 탈출하려는 난민 문제가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경을 완전 폐쇄했다. 유럽 국가들은 시리아 등 중동에서 100만명의 난민이 쏟아져 들어왔던 2015년 난민 위기를 떠올리며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아프간 난민을 직접 수용하기보다 파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이웃국가들이 수용하도록 하고 대신 6억 유로(약 8212억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전했다. 지원금은 10억 유로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EU는 1차 난민 위기 직후인 2016년 터키가 시리아 난민을 수용한 사례를 들고 있다. EU는 당시 터키와 난민협정을 맺고 터키가 유럽으로 가려는 시리아 난민을 자국 내 수용하는 대신 60억 유로(약 8조원)를 지원했다. 파키스탄 등이 EU의 제안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아프간 현지에서 전하는 외신들에 따르면 탈레반 통치가 시작되고 인권, 특히 여성의 인권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여성 언론인 상당수가 더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구타나 정치적 보복행위도 목격되고 있다고 한다. 탈레반 지도부의 방침이 일선의 탈레반 대원들 사이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현지 주민들의 증언을 외신은 전하고 있다. ●“언론이 외면한 전쟁, 지속적 관심·보도 중요” 아프간 상황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8월 31일까지 미군을 완전 철수한다고 발표할 때까지 미국 언론에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탈레반의 진격 속도가 빨라진 8월 이후 늘어나기 시작해 최근 2주간 폭증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전쟁 패배와 미 언론의 역할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한창이라고 온라인매체 악시오스가 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벤저민 홉킨스 미 조지워싱턴대 남아시아 역사 교수는 “아프간 전쟁은 2차 세계대전 이래 미 언론에서 가장 덜 다뤄진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은 대부분 아프간 전쟁 패배와 혼란스러웠던 탈출 과정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하지만 역사학자와 언론학자들은 누구의 책임보다 왜, 무엇이 잘못됐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얻은 교훈을 다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프간 전쟁은 20년 동안 지속되면서 국제적 관심사에서 점점 멀어졌다. 특히 주둔 미군 규모와 희생자가 줄어들면서 미국 일반 시민이나 정치인들조차 선거 때만 잠깐 관심을 보일 뿐이었다. 유럽이나 한국 등 아시아 언론도 사정은 비슷했다. 아프간 기사는 언론 입장에서는 팔리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 당분간은 아프간의 인권 상황과 탈레반과 테러단체들과의 관계 등이 외신을 통해 외부 사회에 전달되겠지만, 언론과 국제사회 관심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있다. 홍콩과 미얀마 기사가 급감한 것처럼. 국제사회와 언론의 공적 책임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 [시론] 코로나19 이후 새 중동 관계 모색해야/김중관 동국대 사회과학대 교수

    [시론] 코로나19 이후 새 중동 관계 모색해야/김중관 동국대 사회과학대 교수

    중동 국가들이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진출할 길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 관점에 보면 디지털, 인공지능(AI), 원전, 농업, 교육, 의료보건, 수소산업 등의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중동의 주요국가들과 우리의 협력확대 유망 분야로 꼽을 수 있다. 이 분야들과 관련된 주요 협력 과제를 선택하고 우리 기업이 각 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시장조사 및 정책수립이 이뤄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될수록 한국의 대(對)중동 산업 협력은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에너지, 인프라건설 분야에 단선적으로 치중됐던 중동과의 산업협력 경향이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바뀔 수 있다. 에너지 분야 의존도는 낮아지고, 대신 다양한 산업에서 협력 기회가 새로 생길 것이란 뜻이다. 즉 포스트 코로나와 포스트 오일이 함께 도래하는 시대 한국에는 중동 국가들과의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미래형 첨단 산업, 에너지, 식량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방식의 궤도 수정에 나서는 일이 필수적이다. 에너지 위주에서 협력 분야를 넓히는 일은 특히 염두에 둘 일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세계 석유의 35%를 담당하는 중동과의 협력이 에너지, 인프라 건설 분야에 치중되는 게 당연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중동 내부갈등과 국제패권 구도의 현실 파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 둘 사이 협력 분야가 어떻게 확장되어야 하는지가 보인다. 첫째로 걸프의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과 탈석유화 시대에 대비해 추진해 온 산업다각화 정책의 동력을 유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이들 국가와 추진하던 산업다각화 정책을 가속화하며, 미래 협력 파트너 관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권역별 실용적인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중동 핵심국가와의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중동 지역의 정치·사회적 관계의 질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 한·중동 경제교류 및 협력의 변화 방향을 타진하는 한편 아프리카 진출 교두보 마련을 위해 우리 기업의 마그립 지역 진출 지원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세 번째로 적절한 대중동 정책기조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탈석유화 시대 및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한국의 대외정책 개발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대중동 협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우리나라의 전략과 논리개발이 필요하다. 걸프지역을 중심으로 미국, 이란, 중국, 러시아 등의 글로벌 패권투쟁 혹은 순니 지역과 시아 지역의 중동역내 내부경쟁을 면밀히 숙지해야 한다. 또 아시아 주요 경쟁국의 입장과 현황 분석을 기반으로 실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시점에서도 중동지역의 에너지 수급 상황을 다층적으로 파악하는 일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동 내에서도 저마다 다른 각국의 에너지 정책 및 탈에너지 정책을 면밀히 살펴야겠다. 아랍 및 이슬람의 가치에 대한 다양성을 인식, 기본에 충실하면서 각국의 정치적 상황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4차 산업혁명 중점산업을 중심으로 실리적 가치를 제고할 여지가 생긴다. 중동의 복잡다단한 정치·경제적 측면을 잘 알고 분석할수록 이들 나라에 접근할 논리 개발이 가능하다. 이후엔 신성장 산업 진출 협력 모색을 통한 제2의 대중동 국가발전 실현에 한 발 가까워질 수 있다. 다섯째 한국의 수준과 시각에서 미래형 협력과제를 도출해 이 과제가 한국의 경제적 충격과 공급환경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검토해야 한다. 최근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장악과 같은 이슬람권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포스트 코로나와 포스트 오일 시대는 21세기 중반기의 트렌드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중동 협력의 새로운 판을 짜는 신성장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정량적 평가와 한·중동 협력시스템 구축을 제안한다. 한편 정부부처별로 실리를 꾀할 수 있는 정책수립이 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현재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적·사회적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대중동 경제협력의 해법이 제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지역에 집중하여야 하지만, 중동의 에너지 요충지의 안정을 위한 국제정치, 소비국의 경제적 조건을 다층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결국 격변하는 중동에 대응하는 방법은 이슬람권의 급변 상황을 분석, 중동의 격변 사정에 따라 단계적인 정책 궤도 수정을 이르는 길뿐이다.
  • “북한에 ‘평화의 쌀’ 53만t 보내자” 모금 운동…이인영 “인도적 협력”

    “북한에 ‘평화의 쌀’ 53만t 보내자” 모금 운동…이인영 “인도적 협력”

    3000억 모으기 위해 범국민 캠페인 실시“추석 전 10만t 대북 지원”…19일 발족식이인영 “北, 하반기 매우 중요…‘평화 뉴딜’ 제안”한미훈련에 김여정·김영철 잇단 비난 성명김영철 “엄청난 안보 위기 느끼게 해줄 것”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가 대북제재 속에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에 ‘평화의 쌀’을 보내자며 쌀 50여만t 조성에 필요한 성금 3000억원 모으기 운동에 돌입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대북 인도적 지원의 진정성 있는 일관성을 강조하며 북한에 대선 정국에 들어가기 전인 하반기에 대화 재개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주권자전국회의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10여 단체는 18일 ‘한반도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평화의 쌀 나누기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민간 차원의 대북 쌀 나눔 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한의 올해 쌀 부족분 53만 5000t을 오는 11월까지 북한에 지원하되, 이 가운데 10만t은 추석 전에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기금 3000억원은 범국민 캠페인을 통한 재계·노동계·시민사회계 성금 모금과 코리아 피스 펀드, 해외동포·해외인사의 참여 등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19일 오전 서울 명동 한국YWCA연합회에서 발족식을 열 예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이 85만 8000t이며 이 가운데 쌀 부족량은 53만 5000t이라고 추산했다.이인영 “인도적 협력 일관되게 추진” 이날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고려대에서 열린 ‘2021 한국정치세계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지속가능한 평화의 결실을 만드는 과정이 시작되는 시점으로 올해 하반기가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에 조속한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이 장관은 정부의 정책 방향은 ‘진정성 있는 일관성’이란 점을 강조하며 “남북의 인도적 협력은 정치·군사·안보적 상황과 분리해 정치적 수요가 아니라 오로지 인도적 수요 따라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원칙도 거듭 확인했다. 또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뉴딜·그린뉴딜·휴먼뉴딜로 구성되는 한국판 뉴딜을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는, 남북협력을 통한 평화경제 구상인 ‘평화뉴딜’을 제안한다”면서 “평화뉴딜을 추진하려면 남북이 현재의 교착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우리의 대선 정치 일정, 또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미국의 중간선거 등의 영향, 그리고 어쩌면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는 등의 변수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동력이 약화할 소지도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내 남북 간 실질적 대화가 재개된다면 오는 9월 남북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 10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12월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30주년,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남북협력 재개와 신뢰 구축의 중요한 계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여정 “반드시 대가 치를 자멸적 행동”北 “우리 선의에 적대한 대가 알게 해야” 한편 북한은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지난 10일 오후부터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군 통신선을 통한 통화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남북이 통신연락선을 전격 복원한 지 2주 만이었다.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당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군은 끝끝내 정세 불안정을 더욱 촉진시키는 합동군사연습을 개시했다”면서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면서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미국과 남조선 측의 위험한 전쟁 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는 담화를 내고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면서 “북남관계개선의 기회를 제손으로 날려 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하여 똑바로 알게 해주어야 한다”고 밝혔다.앞서 김 부부장은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살포가 이뤄진데 대해 탈북자와 한국 정부를 맹비난하며 한국의 혈세 180억원이 전액 투입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시켰다. 그는 남북정상이 맺은 남북 군사합의서를 파기할 것이라며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김 부부장은 당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 대통령 암살 이어 대지진… 최빈국 ‘아이티의 비극’

    대통령 암살 이어 대지진… 최빈국 ‘아이티의 비극’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기본적인 물자조차 부족합니다. 수술장갑이나 주삿바늘이요.” 카리브해 가난한 섬나라 아이티의 소도시 레카이에서 일하는 의사 제임스 피에르(38) 박사는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이렇게 전했다. 피에르 박사는 “많은 동료들이 앞서 주말을 맞아 수도 포르토프랭스로 가면서 현재 내가 이 도시에서 수술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일 것”이라며 “의사들과 의대생, 병원 인턴 등이 지내던 건물까지 무너지면서 현재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갇혀 버렸다”고 말했다. 전날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수백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다치거나 실종된 아이티에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14일 오전 8시 29분쯤 아이티 남서부 도시 프티트루드니프에서 남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수도에서 서쪽으로 125㎞ 떨어진 곳이고 진원의 깊이는 10㎞로 얕다. 현재까지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은 최소 304명이다. 확인된 부상자도 최소 1800명이라 사망자는 계속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진은 2010년보다 규모도 크고 진원 깊이도 얕다. 다만 당시 지진이 수도 인근에서 발생해 피해가 컸던 반면 이번 진앙 부근은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다.외신과 소셜미디어 등에선 지진 당시 공포스러운 장면이 속속 전해졌다. 진앙에서 가까운 도시 레카이와 제레미에서 피해가 컸는데, 건물과 도로가 붕괴하며 사상자가 속출했다. 레카이의 아비아드 로자마 부주교는 “거리가 비명으로 가득 찼다”며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찾아 나서고 응급 치료와 식수를 달라고 호소한다”고 했다. 아리엘 앙리 총리는 한 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당국은 피해 지역에 대응팀을 보내기로 했다. 특히 빈곤율이 60%에 달하는 극빈국 아이티는 11년 전 대지진의 상처도 아물기 전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망자가 최대 30만명으로 추정되는 대지진 이후에도 콜레라와 허리케인, 코로나19 등 대규모 자연재해가 덮쳤고, 정치권 부패로 국민들은 빈곤에 계속 허덕였다. 지난달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은 이런 혼란스러운 정국에 정점을 찍었다. USGS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3%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아이티 출신을 지원하는 단체 상트라의 이사 젭시 메텔루스는 NYT에 “이 모든 상황은 깡패들이 미쳐 날뛰는 국가, 아무 기능도 없는 정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며 “모두가 불안과 좌절, 공포와 데자뷔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지진 이후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도미니카공화국과 칠레, 아르헨티나 정부 등 인근 국가에선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인구의 절반가량이 이미 심각한 식량 불안에 시달리는 데다 지진 피해 지역을 관통하는 도로는 갱단이 밀집해 구호 단체의 접근이 쉽지 않다. 17일에는 열대 폭풍 그레이스도 상륙할 것으로 보여 폭우로 인한 추가 피해 위험까지 겹쳐 있다.
  • 대통령 암살 이어 대지진… 최빈국 아이티의 비극

    대통령 암살 이어 대지진… 최빈국 아이티의 비극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기본적인 물자조차 부족합니다. 수술장갑이나 주삿바늘이요.” 카리브해 가난한 섬나라 아이티의 소도시 레카이에서 일하는 의사 제임스 피에르(38) 박사는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이렇게 전했다. 피에르 박사는 “많은 동료들이 앞서 주말을 맞아 수도 포르토프랭스로 가면서 현재 내가 이 도시에서 수술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일 것”이라며 “의사들과 의대생, 병원 인턴 등이 지내던 건물까지 무너지면서 현재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갇혀 버렸다”고 말했다. 전날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해 수백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다치거나 실종된 아이티에서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14일 오전 8시 29분쯤 아이티 남서부 도시 프티트루드니프에서 남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수도에서 서쪽으로 125㎞ 떨어진 곳이고 진원의 깊이는 10㎞로 얕다. 현재까지 지진으로 사망한 사람은 최소 304명이다. 확인된 부상자도 최소 1800명이라 사망자는 계속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진은 2010년보다 규모도 크고 진원 깊이도 얕다. 다만 당시 지진이 수도 인근에서 발생해 피해가 컸던 반면 이번 진앙 부근은 상대적으로 인구 밀도가 낮다.외신과 소셜미디어 등에선 지진 당시 공포스러운 장면이 속속 전해졌다. 진앙에서 가까운 도시 레카이와 제레미에서 피해가 컸는데, 건물과 도로가 붕괴하며 사상자가 속출했다. 레카이의 아비아드 로자마 부주교는 “거리가 비명으로 가득 찼다”며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찾아 나서고 응급 치료와 식수를 달라고 호소한다”고 했다. 아리엘 앙리 총리는 한 달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당국은 피해 지역에 대응팀을 보내기로 했다. 특히 빈곤율이 60%에 달하는 극빈국 아이티는 11년 전 대지진의 상처도 아물기 전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망자가 최대 30만명으로 추정되는 대지진 이후에도 콜레라와 허리케인, 코로나19 등 대규모 자연재해가 덮쳤고, 정치권 부패로 국민들은 빈곤에 계속 허덕였다. 지난달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암살 사건은 이런 혼란스러운 정국에 정점을 찍었다. USGS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3%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아이티 출신을 지원하는 단체 상트라의 이사 젭시 메텔루스는 NYT에 “이 모든 상황은 깡패들이 미쳐 날뛰는 국가, 아무 기능도 없는 정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며 “모두가 불안과 좌절, 공포와 데자뷔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지진 이후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도미니카공화국과 칠레, 아르헨티나 정부 등 인근 국가에선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인구의 절반가량이 이미 심각한 식량 불안에 시달리는 데다 지진 피해 지역을 관통하는 도로는 갱단이 밀집해 구호 단체의 접근이 쉽지 않다. 17일에는 열대 폭풍 그레이스도 상륙할 것으로 보여 폭우로 인한 추가 피해 위험까지 겹쳐 있다.
  • 7월의 지구 142년 만에 가장 뜨거웠다

    7월의 지구 142년 만에 가장 뜨거웠다

    폭염이 유달리 심했던 지난 7월은 세계 기상관측 142년 역사에서 지구가 가장 더웠던 달로 기록될 전망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달 지구 표면온도가 20세기 평균 15.8도보다 0.93도 높은 16.73도를 기록했다고 지난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지구 표면온도의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후 최고치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6년과 2019년, 2020년으로 모두 16.72도였다. 올해를 포함해 지난 3년 연속 가장 ‘핫한’ 7월을 보낸 셈이다. 리처드 스핀래드 해양대기청 부청장은 “올해 7월은 그동안 기록된 가장 더운 7월을 넘어섰다”며 “이번 신기록은 기후변화가 전 세계에 설정한 불안하고 파괴적인 경로를 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등 아시아가 가장 뜨거웠다. 지난달 아시아 지표면 온도는 평균보다 1.61도 높아 2010년 기록을 뛰어넘으며 19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유럽은 지난달 지표면 온도가 평균보다 2.37도 높아 2018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50도를 넘은 북아메리카뿐 아니라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도 지난달 지표 온도가 역대 10위 안에 들었다. 해양대기청는 “미 북서부와 유럽 및 아시아 일부 지역의 온난화가 기록적 폭염을 이끌었다”며 “다른 지역들에서의 기온은 (종전)기록보다 조금 높은 정도에 그쳤지만 북반구의 육지 기온이 2012년 7월 수립된 종전 기록보다 0.19도나 오르며 큰 차이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앞서 지난 9일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담은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하며 전 지구적 1.5도 온난화를 돌이킬 수 없게 됐다는 암울한 결론을 내놓은 바 있다. 전 지구적으로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가 증가하고 식량·식수 문제로 인한 인류 생존 위기가 도래할 수 있으며 이런 위험은 3년 전 연구 때보다 10년 더 앞당겨졌다고 경고한 것이다.
  • 목욕하다, 신발도 못신고 대피…7.2 강진 덮친 아이티

    목욕하다, 신발도 못신고 대피…7.2 강진 덮친 아이티

    토요일 아침 대규모 지진이 카리브해의 아이티를 또다시 뒤흔들었다. 14일(현지시간) 오전 8시 29분쯤 아이티 프티트루드니프에서 남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웃 도미니카공화국과 자메이카, 쿠바에서도 지진이 감지될 정도여서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현재까지 304명 사망에 최소 1800명 부상으로 집계됐지만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이티에서는 지난 2010년 대지진으로 최대 30만명이 목숨을 잃은데다 지난달 대통령이 총격으로 암살된 충격까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티 남서부 인구 3만명의 도시 제레미에서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한 랄프 시먼은 많은 집과 건물이 무너지거나 파손됐다며 잔해 속에서 2구의 시체를 봤다고 말했다. 진원에서 가까운 해안도시 레카이에서 시민보호를 담당하는 셀베라 기욤은 “끔찍한 상황이다. 잔해 밑에 사람들이 있다”며 잔해를 제거하기 위해 응급요원들을 보냈지만 충분치 않다고 우려했다. 이곳 주민인 장 마리 시먼도 “내가 지나는 모든 곳에서 고통의 비명을 들었다”고 말했다.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면 레카이의 도로에 잔해가 널려 있고 먼지가 공기에 가득 차 있는 등 광범위한 파괴가 이뤄진 모습들이 보인다. 또 폭삭 내려앉은 주택가에서 시신을 끌어내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잔해를 걷어낼 장비가 없어 주민들이 망연자실한 채 콘크리트 더미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12만 6000명이 사는 레카이에선 지진 발생 후 한때 물이 범람해 쓰나미 공포도 일었지만 얼마 후 사라져 주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이곳에서 가장 큰 병원의 관리자는 병원이 피해자들로 넘쳐나지만 모두 대처할 수 없다면서 인력과 약품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병원 공간이 부족해 마당에 텐트를 치거나 트럭에 환자를 눕혀 치료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구호단체 ‘세이브 더 칠드런’의 아이티 담당 국장은 수많은 부상자와 사망자가 있다면서 “피해 규모를 완전히 평가하는데 수일이 걸리겠지만 대규모의 인도적 비상사태임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지진 당시 황급한 상황에 대한 증언도 나온다. 레카이에 거주하는 학생인 자빈 폰투스는 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밖으로 나왔다며 어머니와 한 형제는 대비하다 떨어지는 파편에 찰과상을 입었다고 말했다.레카이의 한 주민은 아내와 2살 난 딸이 목욕을 하다 집이 무너지기 직전 벌거벗은 채로 밖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은 125㎞ 떨어진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도 진동을 느낀 주민들이 공포에 질려 거리로 뛰쳐나올 정도였다. 34세의 여성 나오미 베르네우스는 “신발을 신을 시간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달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인구의 46%가 이미 심각한 식량 불안에 시달리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지진으로 구조 및 구호 활동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아이티에는 오는 17일 오전 열대 폭풍 그레이스가 상륙할 것으로 보여 폭우로 인한 추가 피해 위험까지 겹쳐 있다. 가뜩이나 아이티의 치안이 불안한 상황에서 지진의 직접적 여파를 받은 지역을 관통하는 도로는 갱단이 밀집한 지역이어서 구호 단체의 접근이 쉽지 않다. 선교 활동을 하는 가톨릭 신부인 프레디 엘리는 범죄조직 탓에 지진 지역으로 접근이 방해받고 있다면서 “도움을 바라는 이들에게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이티의 한 기업가는 트위터에 “이 나라는 결코 쉴 틈을 주지 않는다”며 “누적된 효과로 우리는 모든 것에 취약해졌다. 바로잡으려면 수년이 걸리지만 아직 시작도 못했다”고 한탄했다.
  • 밥상물가 10년 만에 최고… 상승률 OECD 26위→3위 ‘악화’

    밥상물가 10년 만에 최고… 상승률 OECD 26위→3위 ‘악화’

    작년 기저효과 농축수산물값 급등 여파식품·비주류음료 작년 동기比 7.3%나↑채소류·곡물값 상승세에 하반기도 ‘불안’개인서비스 가격은 4개월째 2%대 상승최근 밥상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우리나라 식품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도 2년 반 만에 가장 크게 올라 물가상승 압력을 더하고 있다. 8일 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우리나라의 식품(식료품·비주류음료)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상승했다. 이는 2011년(7.8%)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OECD 전체 평균(1.6%)의 4.5배에 달하고, 38개국 회원국 가운데 터키(18.0%)와 호주(10.6%)에 이어 세 번째다. 지난해 2분기 한국의 식품물가 상승률은 2.5%로 37개국 가운데 26위 수준이었으나, 1년 만에 23계단 뛰어올랐다. 한국에 이어 콜롬비아(7.3%), 멕시코(6.0%), 칠레(4.8%), 아이슬란드(4.2%) 순이다. 이처럼 높은 식품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저물가에 따른 기저효과와 올해 배추·사과·계란 등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세가 함께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특히 농축수산물 물가는 2분기에만 11.9% 상승하면서 1991년 2분기(12.5%) 이후 30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정부는 올들어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자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조했지만, 하반기에도 식품물가가 불안하다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 폭염으로 잎채소 가격이 급등하고, 작황 부진으로 쌀 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시금치 소매가격은 1㎏당 평균 2만 796원으로 평년(1만 1272원)보다 84.5% 뛰어올랐다. 여기에 빵, 식용유 등 가공식품이나 사료 가격에 영향을 주는 국제곡물 가격도 불안정하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UN FAO)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곡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9.6% 상승한 125.5포인트를 기록했다.밥상물가뿐 아니라 영화관람료, 택배 이용료, 외식비와 같이 일상 생활에서 소비되는 개인서비스 물가도 크게 오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서비스 가격은 2018년 11월(2.8%) 이후 2년 반 만에 최고인 2.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개인서비스는 지난 4월(2.2%) 이후 꾸준히 2%대를 유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영화관들이 영화티켓 가격을 인상하면서 영화관람료는 1년 전보다 22.9% 올랐고, 공동주택 관리비(6.2%), 택배 이용료(6.2%), 대리운전 이용료(6.0%) 등도 크게 상승했다. 외식비는 2.5% 뛰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농축수산물 가격은 여름철이 지나 작황이 개선되면 진정될 여지가 있지만, 서비스 가격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하반기에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고작 모기 때문에 멸망한 문명이 있다?

    [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고작 모기 때문에 멸망한 문명이 있다?

    환경 파괴에 이은 기후변화, 멈출 기세가 없는 전염병까지. 인류는 지금 역사상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 영국의 한 연구팀은 각종 원인으로 불안한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뉴질랜드를 꼽았다. 아이슬란드, 호주 태즈메이니아 등 온대 기후 섬나라이면서 인구 밀도가 낮은 곳이 뒤를 이었다. 전력과 식량 생산 능력, 물밀듯 밀려온 난민 유입 저지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혔다. 과거에도 기후적 요인, 전염병, 전쟁 등 오늘과 다르지 않은 이유로 문명들이 사라졌다. 독일의 언어학자이자 문화학자인 하랄트 하르만은 ‘문명은 왜 사라지는가’에서 인류 역사에서 사라진 25개 문명을 돌아본다. 20세기 중반 터키 아나톨리아에서 발굴된 차탈회위크는 특이하게도 모기 때문에 멸망했다. 이곳은 기원전 7500~5600년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도시다. 1만명이 넘게 살았고, 무려 18층의 취락지를 건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온이 상승하면서 말라리아모기가 창궐했다. 고고학자들은 무덤 속 유골에서 말라리아에 따른 일련의 기형적 뼈를 다수 확인했다. 비교적 최근 소멸한 남태평양의 이스터섬은 기후 변화가 원인이었다. 700~1100년 이주자들이 들어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자신들만의 상징인 거대한 석상 ‘모아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섬 전체에 흩어져 있는 석상은 대략 880여개로 높이 4m에 지름 1.5m, 무게 50t에 달한다. 바다를 등지고 마을을 바라보는 석상은 ‘죽은 조상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계에 영원히 함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큰 바위를 산기슭의 채석장에서 평지로 운반하는데, 굴리든 썰매를 이용하든 많은 나무를 벌목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1650년 무렵 시작된 소빙하기에 식용 식물 재배가 줄고 생필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내분이 일어났고, 문명도 쇠퇴했다. 소빙하기의 도래가 지구적 활동이긴 하지만, 심각한 벌목 또한 이스터섬의 멸망을 앞당긴 게 분명하다. 이 외에도 로마제국에 맞선 팔리마 제국, 스키타이 기마 유목민, 흑해의 여전사 공동체 아마조네스 등 다양한 문명의 흥망성쇠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멸망의 원인을 하나씩 떠올려 보면, 오늘 우리가 겪는 바로 그 이유들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반대로 책은 우리에게 조곤조곤 알려준다. 오늘날 우리는 무엇을 경계해야 할지.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 “곡물·백신 부족” 北 이례적 자인

    “곡물·백신 부족” 北 이례적 자인

    북한이 곡물 생산 계획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백신 등 필수 의약품도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을 이례적으로 인정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봉쇄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우호적인 국가’와의 관계 발전에만 치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3일(현지시간) 주유엔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이날 화상회의로 진행된 유엔 고위급 정치포럼(HLPF)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발적 국가별 검토’(VNR)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는 2015년 제70차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회원국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이행 현황을 자발적으로 평가·발표하는 제도로 북한이 VNR 보고서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태풍·코로나 국경 폐쇄로 상황 악화 북한은 박정근 내각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제출한 보고서에서 “곡물 700만t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2018년 495만t 생산으로 10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간 계속된 식량 부족 사태는 특히 지난해 태풍과 코로나19 이후 국경 폐쇄로 더욱 심각해졌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 인구의 40%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식량 수급 상태도 심각한 실정이다. 보건 분야 역시 위험 수준이다. 보고서는 “식수·위생 문제로 인한 사망률 통계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의료인력, 제약기술, 장비와 필수의약품이 부족하다”고 자인했다. 백신 공급의 대부분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의존한다고 전했다. 이상고온과 태풍, 황사, 우박, 홍수 등 자연재해가 잇따르며 에너지 문제도 과제로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체 전력 생산량과 1인당 전력 생산량 모두 감소 추세”라며 “에너지와 원자재 부족으로 제조업 생산이 불안정하다”고 했다. ●“북한과 우호적인 나라들과 협력” 국가 간 파트너십 방안에 대해선 “독립, 평화, 우정의 기치 아래 북한과 우호적인 모든 나라와의 협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고 남남협력(개도국 간 국제 협력)을 증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적대시 정책으로 주권과 개발권이 도전받고 있다”며 제재 및 봉쇄 문제를 재차 거론했다.
  • 한국, G20 외교·개발장관회의서 “식량연합 가입 검토”

    한국, G20 외교·개발장관회의서 “식량연합 가입 검토”

    G20 추진방향 제시한 ‘마테라 선언’ 채택韓, 다자주의 강화 위한 협력 확대도 강조최종문 외교부 2차관은 29~30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7) 외교·개발장관 합동회의에서 식량연합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식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정부도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 차관은 외교·개발장관 합동회의에서 식량 교역에 정당화되지 않는 제한 조치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외교부는 30일 밝혔다. 그는 농업 및 식품 체계 분야에서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의 중요성, 녹색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계획, 식량 불안정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분쟁의 근본원인 해소 노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식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 시민사회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활동 조율이 필요하다고 했다. 식량연합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식량연합은 지난해 이탈리아와 식량농업기구(FAO) 주도 하에 발족됐으며, 식량 분야에서 도움이 필요한 국가의 코로나19 대응 및 회복을 지원한다. 합동회의에서는 ‘마테라 선언’도 채택됐다. 이 선언은 식량안보, 영양 및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 구축을 위해 식량 교역, 기후변화, 투자 및 공적개발원조 확대, 취약계층 보호 등 분야에서 G20 협의체의 추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최 차관은 또 외교장관회의에서 다자주의 강화를 위해 ▲G20 협의체 차원의 실질적인 성과 도출을 위한 후속조치 강화 ▲지역별 협력 및 공조 강화 ▲기후변화 등 당면 과제에 대한 전 지구적 합의 도출 필요성을 위한 민간 부문 등 입장을 같이 하는 당사자 간 협력 확대를 강조했다. 외교부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선도국으로서 이번 논의 결과를 이행해 나감은 물론, 주요 현안 해결을 위한 G20 협의체 차원의 노력에 지속적으로 기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서울광장] 민간인 국방장관이 필요한 이유/김상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민간인 국방장관이 필요한 이유/김상연 논설위원

    1950년 10월 중공군이 한국전쟁에 개입하며 인해전술을 펴자 12월 이승만 정권은 급히 법을 만들어 17세 이상 40세 미만을 예비 병력으로 모집한다. 애국심 넘치는 청년들이 대거 지원해 50만명 규모의 ‘국민방위군’이 탄생했다. 하지만 부대가 채 자리잡기도 전에 적군이 밀고 내려오면서 국민방위군도 남쪽으로 이동해야 했다. 그런데 남하 과정에서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 병사가 속출했다. 알고 보니 군 고위층이 병사들에게 지급해야 할 식량과 의복 예산을 착복해 벌어진 비극이었다. 이로 인해 숨진 병사가 수천명에 달했고, 후유증으로 죽은 사람까지 합치면 사망자가 9만명이 넘는다. 길가에 쓰러진 병사들의 시체에 가마니를 덮어 둔 참혹한 모습을 보고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럼에도 당시 신성모 국방장관 등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하자 분노한 여론이 폭발했고 결국 김윤근 사령관 등 5명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절체절명의 전쟁 중에도 부정을 저지르는 우리 군의 놀라운 부도덕성은 강산이 일곱 번이나 변한 지금도 그 DNA가 면면히 살아 있는 것 같다. 부하 부사관을 사적인 술자리에 참석하도록 강요한 뒤 다른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버젓이 성추행하고 상관들은 조직적으로 은폐·회유에 나선다. 천문학적 국방 예산은 다 어디에 쓰는지 편의점 도시락만도 못한 급식을 한창 먹을 나이의 병사들에게 거리낌 없이 준다. 대한민국 다른 분야의 수준이 모두 완벽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군대처럼 이상한 짓을 대놓고 하는 조직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랜 폐쇄성과 상명하복 문화로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죄의식이 둔감해졌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비판 여론이 들끓자 국방장관이 사과하고 압수수색을 펼치는 등 뒤늦게 호들갑을 떤다. 그러면서 개혁을 다짐한다. 하지만 미덥지 않은 게 사실이다. 무슨 사건만 터지면 반복적으로 들었던 레퍼토리이기 때문이다. ‘개혁’이란 단어는 원래 살가죽을 벗겨 낸다는 뜻이다. 스스로 자신의 살가죽을 벗길 수 있는 인간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 개혁하겠다는 다짐은 사실 거짓말이다. 평생 밥 먹는 습관 하나 고치기 힘든 게 인간인데 무슨 수로 그 방대한 조직의 살가죽을 스스로 벗길 수 있다는 말인가. 검찰이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고 결국은 외부에 의해 개혁을 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흥미롭게도 검찰 개혁을 밀어붙인 여당 안에서도 검사 출신 국회의원들은 개혁안에 반대했는데, 그들이 특별히 반개혁적이어서가 아니라 친정(검찰)과 같은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검사는 검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판사는 판사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마찬가지로 군인은 군인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따라서 군을 정말로 개혁하고 싶다면 민간인 출신이 국방장관을 맡아야 한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지 30년 가까이 됐지만 이 나라의 국방장관은 여전히 군인 몫이다. 북한이라는 호전적 집단과 대치하고 있는 안보 불안을 명분으로 들먹인다. 과연 맞는 말일까. 미국은 세계 곳곳에서 상시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매일같이 전사자가 나오는 나라다. 하지만 건국 이후 200년이 넘도록 군 출신이 국방장관을 맡은 적은 거의 없다. 한국전쟁 때도, 본토를 핵전쟁 위험에 빠뜨린 쿠바 미사일 위기 때도 미국의 국방장관은 민간인 출신이었다. 자동차 회사 사장 경력을 가진 국방장관도 있었다. 그러니 한국에서 안보를 핑계로 국방장관을 군 출신이 도맡아야 한다는 논리가 군인들의 ‘밥그릇 지키기’로 의심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 대목에서 군에 묻고 싶다. 국방장관이라는 밥그릇은 정말 그토록 악착같이 지켜야 할 가치가 있는 자리일까. 이순신 장군의 압도적 아우라는 마지막 보직이 삼도수군통제사였던 데서 온다고 생각한다. 만약 장군의 커리어가 병조판서로 끝났다면 지금만큼의 카리스마가 있을까. 미국의 전쟁 영웅 더글러스 맥아더도 마지막 자리가 사령관이 아닌 국방장관이었다면 지금만큼 카리스마를 가질 수 있을까. 군인에게 국방장관이라는 직함은 커리어의 사족(蛇足)과 같다. 눈부신 제복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장군 출신이 무슨 영광을 더 보겠다고 어울리지도 않는 양복을 입고 국회의원들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야 하나. 성우회 등 군 원로들이 앞장서 ‘민간인 출신 국방장관’을 요구했으면 한다. 계속 이대로 가서 군이 더 망가지면, 그래서 국민적 혐오 집단이 되면 군 출신이라는 명함도 차마 못 돌릴 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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