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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대중문화 시장 주무르는 ‘스마트 팬덤’] 꽃 대신 쌀화환 기부… ‘팬질’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진화하다

    [커버스토리-대중문화 시장 주무르는 ‘스마트 팬덤’] 꽃 대신 쌀화환 기부… ‘팬질’이 사회공헌 활동으로 진화하다

    ‘오빠 바라기’는 노( NO)! 스타를 받쳐 주고 끌어 준다’ ‘구식 팬덤’과 ‘신식 팬덤’을 구분하는 바로미터 하나. 과거의 팬들은 스타들에게 비싸고 독특한 선물을 안기며 ‘날 한 번만 쳐다봐 달라’고 아우성쳤다. 그러나 요즘 팬들은 스타의 주변인을 먼저 챙긴다. 자신들이 손수 준비한 먹거리로 스타를 받쳐 주느라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격려한다. 팬들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타의 이미지 관리에 물심양면 팔소매를 걷는 것이다. 지난달 31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KBS 수목 드라마 ‘칼과 꽃’ 촬영장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은 배우 엄태웅의 팬들이 보내온 전복갈비탕과 화채 디저트로 몸보신을 제대로 했다. 팬들은 푹푹 찌는 무더위를 감안해 휴대용 손선풍기까지 준비하는 세심함까지 보였다. 인기 배우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의 관계자는 “기획사가 스태프들을 접대하기도 하지만 스태프들은 팬들의 접대를 훨씬 더 반긴다”면서 “촬영 현장에서 배우가 기죽지 말라는 의미도 있다”고 귀띔했다. 스마트해진 팬들은 스타의 홍보담당자를 자처한다. 드라마나 영화의 제작발표회, 뮤지컬의 기자간담회 등이 열리면 취재진의 손에는 팬들이 준비한 종이가방이나 상자가 하나씩 들려 있다. 쿠키나 빵, 음료 등 간단한 간식거리와 함께 “좋은 기사 부탁드려요”라는 애교 섞인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좋아하는 배우의 새 드라마가 시작되면 직접 홍보에 뛰어들기도 한다. 배우 이준기의 팬들은 MBC 새 수목드라마 ‘트윅스’의 첫 방송을 앞두고 지하철 역사 내부와 스크린 도어와 버스에 대형 포스터 광고를 붙였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자랑할 일이 생겼을 때 기자들에게 직접 제보 메일을 보내는 팬들도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 팬들은 스타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조언을 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20대 이상으로 전문적 지식과 정보력을 갖춘 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일부 팬들은 배우의 극중 역할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조언이나 선물을 해 주기도 한다. 최근 첫 방송을 탄 KBS 월화 드라마 ‘굿 닥터’의 주인공 주원도 그런 배려를 받았다. 의료계에 몸담은 팬들이 그가 맡은 의사 배역에 도움이 되도록 청진기 사용 요령 등을 직접 훈련(?)시켜 줬다. 스타들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 시작된 선행은 스마트 팬덤의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중반 시작된 팬들의 기부는 스타의 이름으로 복지시설이나 단체에 모금액을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최근에는 꽃 대신 쌀을 전시하고 행사가 끝난 뒤 이를 기부하는 아이템이 인기 있다. 기부 물품도 기저귀, 계란, 연탄 등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 6월 2PM의 공연 때는 팬들이 무려 28t이나 되는 쌀을 기부해 단일 행사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스타의 이름을 딴 숲을 조성하거나 개발도상국에 우물이나 화장실을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7월 2NE1의 월드투어를 기념하기 위해 팬들은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 망고나무 1300여 그루를 심은 ‘2NE1 숲’을 조성했다. 목적은 아프리카 숲을 조성해 사막화를 막는 동시에 망고로 식량난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였다. 소녀시대 팬들도 식수 개선을 위해 캄보디아에 소녀시대 멤버 이름이 새겨진 우물 9개를 만들었고, 가수 로이킴은 팬들이 만들어 준 ‘로이킴숲’에서 새 앨범을 녹음했다. 지난 3~4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신화의 콘서트에서는 팬들이 보낸 쌀, 연탄, 라면 등 각종 기부 선물이 공연장 입구를 빼곡히 에워쌌다. 이날 ‘쌀 화환’ 이벤트 작업에 참여한 한 팬은 “화환은 스타에게 축하와 응원의 뜻을 보여 주고, 대외적으로도 좋은 이미지를 선물하는 능동적 활동이다. 좋은 일에 쓰이기 때문에 팬들의 참여율이 높아 자연스럽게 기부문화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팬이라고 해서 마냥 ‘스타 좋고 나 좋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스타와 연예기획사에 쓴소리를 하기도 한다. 스타의 작품 선택이나 콘셉트, 홍보 활동 등 기획사에서 추진하는 일에 팬들의 지적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2PM, 원더걸스 등이 소속된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크리에이티브, 홍보, 마케팅, 의상 등 전방위에 걸쳐 팬들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이에 따라 최근 팬과의 온·오프라인 만남 등 커뮤니케이션 창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연예기획사 홍보담당자는 “방송이 나가고 나면 어떤 눈빛, 어떤 장면이 좋았으며 어떤 대사가 아쉬웠는지 등 방송 모니터링 내용이 팬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올라온다”면서 “방송에 입고 나온 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스타일리스트를 바꾸라는 지적이 빗발친다”고 말했다. 이처럼 팬들은 더이상 연예기획사가 만들어 낸 상품을 순순히 소비하는 ‘착한 소비자’가 아니다. 이제는 스타와 업계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한 유명 가수가 소속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요즘 팬들은 확실히 주도면밀해졌다”면서 “고맙기도 하지만 가끔은 부담스러울 번도 있다. 팬들의 목소리 하나하나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스마트 팬덤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집단지성’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1990년대 후반까지의 팬클럽은 기획사가 직접 조직하고 관리했으나 인터넷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팬들은 자신들의 관심과 취향에 따라 자체적으로 팬클럽을 만들고 운영하기 시작했다. 단 하나의 ‘공식 팬클럽’ 중심에서 자생적이고 점조직화된 ‘모임’의 개념으로 변화한 것. 이곳에 모인 팬들은 자체적으로 질서와 규칙을 만들고 소통하면서 머리를 맞댄다. 이런 변화에는 대중문화를 향유하며 ‘팬질’에 나서는 이들의 연령층이 다양해진 배경이 한몫한다. 지금의 40~50대는 조용필과 나훈아 등을 응원한 ‘오빠부대’의 원조였으며, 20~30대는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신승훈을 비롯해 H.O.T, 신화 등 1세대 아이돌로 촉발된 팬덤의 조직화와 거대화를 경험했다.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는 대상은 바뀌거나 늘어날 수 있지만 이들의 활동 경험과 노하우는 그대로 축적돼 인터넷과 SNS를 통해 더 어린 팬들에게 전수된다. 한 아이돌 그룹의 팬인 윤모(25·여)씨는 “새 앨범이 발표되면 10대들은 부지런히 음원 스트리밍을 하고 음악 방송에 찾아가 응원하며, 20~30대는 다양한 응원 이벤트를 준비하고, 40대는 음반을 다량 구매해 지인들에게 선물한다”면서 “20~30대는 1세대 아이돌 때의 경험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40~50대는 인맥과 재력으로 뒷받침해 주지만 행동력만큼은 10대가 최고”라고 치켜세웠다. 포털 사이트의 팬카페나 팬사이트, 디씨인사이드 등에서는 팬들이 무수히 글과 댓글을 올리며 활동에 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실행에 옮긴다. 디씨인사이드에서 활동하며 드라마의 팬 상영회, 책자 제작 등의 행사에 참여했던 정모(27·여)씨는 “활발히 활동했거나 유명하지 않은 팬이라도 아이디어와 의지만 있다면 나서서 ‘총대’를 멘다”면서 “디자인, 글솜씨, 아이디어, 현장 봉사 등 저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내놓고 참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팬들이 모여 스스로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고 귀띔했다. SNS는 걷잡을 수조차 없는 정보 전파를 가능하게 한다. 스타들의 소식, 팬클럽의 이벤트 공지, 심지어 다른 팬덤과의 분란과 갈등까지 SNS를 통해 무서운 속도로 퍼져 나간다. 10대에서 50대까지 걸친 광범위한 팬들이 인터넷과 SNS로 결집해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팬덤의 사회적인 영향력이 가장 극대화된 사례가 바로 공정거래위원회의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시정명령이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동방신기에서 독립해 결성된 JYJ가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등 제재를 받자 한 팬사이트의 주도로 팬 연합이 결성돼 구명 운동이 시작됐다. 팬들은 JYJ의 활동을 보장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광고를 기획해 지하철과 버스에 광고를 게재했고, 이들은 팬 연합의 이름으로 공정위에 SM엔터테인먼트의 외압을 고발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세계 각국의 팬들이 가세해 18만명이 넘는 팬들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결국 지난달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받아 냈다. JYJ의 소속사인 시제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팬들의 폭이 전 연령대로 확대되고 해외 팬들과 실시간 정보를 교류하는 제반 여건이 갖춰지면서 팬덤 조직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면서 “전 세계 팬들이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돼 스타의 모든 일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2013 세법개정안] 中企 정규직 전환땐 법인세 감면… 일자리 창출에 대규모 세제혜택

    [2013 세법개정안] 中企 정규직 전환땐 법인세 감면… 일자리 창출에 대규모 세제혜택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과세 기반을 확대해 더 어려운 국민에 대한 복지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내년부터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들에 법인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시간제 근로자 1명을 더 고용하면 1인당 750만원씩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상시근로자 1인당 1000만원)를 받는다.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1인당 100만원씩 법인세를 감면한다. 중소기업이 유망 서비스업과 연구·개발업에 사용하는 연구·개발(R&D) 비용에 대해 최대 50%까지 세액공제를 해 주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핵심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이 장기 근속 근로자 지원을 목적으로 핵심인력성과보상기금에 출연한 자금은 과세 대상 소득에서 빼준다. 세대주 이외의 세대원에 대한 전·월세 소득공제를 허용하고,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소형주택(85㎥ 이하, 3억원 이하) 전세보증금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다. 성인이 된 자녀에게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금액은 현행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1994년 이후 첫 인상이다. 증여 대상은 현금뿐 아니라 주식, 부동산 등도 가능하다. 개정안은 미성년 자녀에게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는 금액을 10년간 15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만 자녀가 부모에게 세금 없이 줄 수 있는 금액은 기존처럼 3000만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증여세 공제액 상향 조정은 원칙적으로 개정안 시행(내년 1월 1일) 이후 증여분부터 적용된다. 음식점 등에서 농수산물 매입액을 과도하게 공제받지 못하도록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를 받는 한도를 매출액의 30%로 정했다. 그간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중 일부는 농수산물을 사 올 때 지급한 부가가치세를 과도하게 신고하고 자신의 매출액은 낮춰 신고해 부가가치세를 적게 내는 경우가 있었다.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해외 금융계좌 신고 의무 위반자가 자금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그 금액의 10%를 과태료로 부과하기로 했다. 해외 투자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개인에게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현금영수증 의무 발급 기준 금액도 30만원에서 10만원으로 하향 조정한다. 정부가 채소, 화훼, 과실, 인삼, 묘목 등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 농가 중 연간 수입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하는 사람들에게 2016년부터 소득세를 과세키로 한 것은 농업 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2010년 세수 효과가 적다는 이유로 폐지했으나 어업·축산업 종사자는 소득세를 내는 데다 최근 들어 연간 소득 1억원 이상의 농업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과세에서 쌀, 보리 등의 식량작물은 제외된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베트남 父子, 전쟁 피해 정글 도망갔다 40년 만에 발견돼

    베트남 전쟁 중 정글로 도망간 아버지와 아들이 40년 만에 발견됐다. 베트남전쟁 때 습격을 피해 2살짜리 아들과 함께 정글로 숨었던 남성 호반탄이 40년이 지난 최근 발견됐다고 영국 일간지 미러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내와 다른 두 아들을 잃고 정글로 도망간 호반탄은 나무 틈에 굴을 만들고 살기 시작했다. 과일과 채소를 채집하고 옥수수를 키워 식량을 해결했다. 정글로 들어간 이후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두 사람을 발견한 것은 장작을 구하기 위해 나무를 하던 마을 주민이었다. 나무껍질로 만든 옷을 입고 있는 남성 둘을 발견해 신고했고 5시간 후에 그들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호반탄은 약간의 대화가 가능했지만, 아들인 호반랑은 언어를 전혀 습득하지 못했다. 현재 이 부자는 사회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교육과 훈련을 받고 있다. 정선미 인턴기자 j2629@seoul.co.kr
  • [극과 극](4)라면과 울고 웃은 50년…‘신라면’ 아성 뒤 비운의 ‘쌀탕면’ 아시나요

    [극과 극](4)라면과 울고 웃은 50년…‘신라면’ 아성 뒤 비운의 ‘쌀탕면’ 아시나요

    라면이 우리나라에 소개된지 꼭 50년이다. 1963년 9월 15일 삼양라면이 처음 출시됐다. 중량은100g, 가격은 10원이었다. 1961년 설립된 삼약식품이 2년만에 내놓은 첫 작품이다.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은 최근 “국민을 위해 애국하는 마음으로 라면을 생산했다”고 말했다. 전 회장에게 ‘라면은 기아(飢餓)로부터 탈출, 식량자급문제 해결 수단’이었다. “당시 남대문시장을 지나다 시민들의 미군들의 음식찌꺼기로 만든 5원짜리 ‘꿀꿀이죽’을 사먹기 위해 줄을 선 광경을 보고, 과거 일본에 갔을 때 라면을 시식했던 기억을 떠올렸다”는 게 전 회장의 회고담이다. 이후 일본 묘조(明星)라면의 오쿠이(奧井) 사장을 끈질기게 설득, 시설과 기술을 이전받았다. 한국 1인당 年69개,세계1위 라면소비국  라면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 자체였다. 곡식 위주의 생활을 하던 국민들에게 라면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제품이었던 까닭에서다. 게다가 담백한 국물도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식량 문제를 고심하던 박정희 대통령이 삼양라면에 관심을 보였다. “한국 사람은 맵고 짠 것을 좋아하니 고춧가루가 좀 더 들어갔으면 좋겠군”이라며 박 대통령은 제조 단가 탓에 사용하지 못하던 고춧가루 자금을 지원해주었다.(책:사물의 민낯) 일본식 라면과 다른 맵고 짠 맛으로 대표되는 한국식 라면이 탄생한 것이다. 라면은 적극적인 자사 홍보와 함께 정부의 혼분식 장려 정책에 힘입어 출시된지 1년쯤 지나자 소비자들의 반응이 나타났다.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라면 붐’의 시작이다. 라면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인스턴트 식품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에 본부를 둔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즉석라면 판매량은 1014억 2000만개이다. 1997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 1000억개를 돌파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된 라면은 무려 35억 2000만개다. 중국, 인도네시아, 일본, 베트남, 인도, 미국에 이어 7번째로 라면을 많이 먹었다. 하지만 1인당 라면 소비량은 우리나라가 69개로 1위다. 중국 32.6개, 일본 42.6개에 비해 월등히 앞섰다. 쌀이 부족했던 시기 대체식품으로 개발했던 국산 라면이 반세기만에 국민의 기호식품, 제2의 쌀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삼양, 농심, 한국야쿠르트, 오뚜기 등 주요 라면업계의 지난해 매출액은 무려 1조 98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2조 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물론 삼양라면이 첫 선을 보인 지 50년 동안 모든 라면이 국민들의 호응을 받은 것은 아니다. 제대로 소비자들의 손길을 받지도 못한 채 자취를 감춘 ‘비운의 라면’이 적잖다. [1968년 개발된 동명식품의 ‘풍년라면’ CF. 당시 라면은 기호식품이 아닌 배곯는 대다수 국민들의 훌륭한 먹거리였다. 1960년대부터 수많은 라면이 개발됐고 상당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자료=유튜브] 농심 야심작 ‘쌀탕면’, 최단명 불명예 국내에서 ‘최단명 라면’은 농심에서 나왔다. 농심은 1990년 2월 야심차게 쌀을 30% 함유한 ‘쌀탕면’을 내놓았다. 1989년 12월 삼양식품이 전격적으로 쌀라면을 출시, 초반에는 공급이 달릴 큰 인기를 끌던 쌀라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한국야쿠르트도 농심보다 약 한 달 전 쌀라면을 선보였던 터였다. 이른바 ‘쌀라면 전쟁’은 1989년 11월 사회적인 논란이 된 ‘우지(牛脂)파동’에서 촉발됐다. 삼양식품은 직격탄을 맞았다. 우지, 즉 공업용 쇠고기 기름으로 라면을 튀겼다는 것이다. 삼양식품은 우지파동 속에 ‘절대강자’의 위상 유지를 위해 대안으로 쌀라면을 신제품으로 내세웠던 것이다. 때 마침 쌀 소비량이 급격하게 감소, 쌀 소비 촉진도 쌀라면 전쟁을 부추기는데 한 몫했다. 농심은 ‘쌀탕면’의 흥행을 위해 최초로 ‘진공믹서공법’이라는 신 제조기술까지 도입, 면발을 부드럽게 만들었다. 또 기름에 튀기지 않은 ‘무지방 건면’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가격 역시 기존 쌀라면보다 30원 비싼 330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쌀라면에 대한 시장의 호응은 오래가지 못했다. 특히 ‘밀가루 라면’에 익숙해져버린 소비자들의 입맛을 돌리기에 역부족이었다. 쌀은 밀보다 비싸 가격경쟁력도 떨어졌다. 결국 뒤늦게 ‘쌀라면 전쟁’에 뛰어든 농심은 6개월 만에 ‘쌀탕면’ 생산을 중단했다. 쌀탕면은 농심 홈페이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사라진 것이다. 쌀라면은 현재 삼양식품 등이 건강식으로 생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84년 설립된 청보식품의 주력 ‘영라면’ CF.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이주일씨를 홍보모델로 내세워 ‘곱배기’라면과 함께 출시 4개월 만에 라면시장 점유율 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장기 성장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출시 2년 만에 결국 단종됐다. 자료=유튜브] 이주일 내세운 ‘영라면’도 불운 청보식품의 ‘영라면’과 ‘곱배기라면’도 생명이 짧았다. 1984년 식품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청보식품은 이듬해 ‘영라면’과 ‘곱배기라면’으로 라면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당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었던 고(故) 이주일씨를 모델로 발탁, 출시 4개월만에 시장 점유율 5%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청보식품 측은 이주일씨를 여러 차례 찾아가 “도와달라”고 읍소한 끝에 홍보모델 수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과는 다르지만 당시 라면 광고 모델은 대체로 인기 코미디언이 맡았다. 코믹하고 소탈한 서민 타겟의 광고가 대세를 이뤘기 때문이다. 1975년 ‘농심라면’의 광고 모델 구봉서, 곽규석씨가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광고 멘트로 히트를 친 것이 대표적인 예다. 1986년 코미디언 이홍렬과 이경규의 ‘짜짜로니’ 광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역시 문제는 ‘맛’이다. 곱배기라면은 이름 그대로 면의 양이 다른 라면보다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들로부터 “맛이 싱겁다”, “스프 양이 부족한 것 같다”, “특별한 장점이 없다”는 혹평을 받았다. 이후 1987년 경영난을 겪다 부도가 난 청보그룹의 식품사업 대부분은 오뚜기로 흡수되면서 두 라면은 2년만에 단종됐다. 라면업계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파격적인 맛을 내거나 새로운 기능을 곁들였지만 적잖게 쓴맛을 봤다.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카레라면(삼양·1971년 출시), 머그면(농심·1993년), 쇼킹면(팔도·1997년), 채식면(오뚜기·1998년), 케찹라면(팔도·1998년), 매운콩라면(빙그레·1998년), 랍스타맛 왕라면(한국야쿠르트·2000년) 등이 그것이다. 쇼킹면은 TV 광고에서 입에서 나온 뜨거운 열기 때문에 천장 스프링쿨러에서 물이 뿜어져 나와 방 전체가 물바다가 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자신있는 분만 드십시오’라는 다소 과장된 멘트로 청소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는 했지만 소비자들의 오랜 선택을 받지 못했다. “자신있는 분만 드십시오” 쇼킹면의 도발 최근 들어 출시된 제품 가운데 2011년 4월 농심의 ‘신라면블랙’은 쌀탕면보다 더 빠른 출시 5개월만에 잠정 생산 중단돼 ‘최단명 라면’이라는 새로운 오명을 쓸 뻔했으나 용기면인 ‘신라면 블랙컵’으로 부활한 동시에 봉지면을 재출시, 미국·일본·중국 등 해외 수출로 판로를 개척했다. ‘신라면블랙’은 ‘신라면’보다 두배나 비싼 1600원을 소비자가격으로 정하고, “설렁탕 한 그릇의 영양이 그대로 담겼다”는 광고 카피를 통해 프리미엄 라면 이미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출시 직후부터 “기존 제품을 개선한 ‘리뉴얼제품’에 불과한데 가격을 너무 많이 인상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끝에 출시 5개월만인 8월 30일 전격적으로 국내 봉지면 생산·판매를 중지했다. 농심은 지난해 봉지면 ‘신라면 블랙’을 국내에서 다시 내놓은 한편 월드스타 싸이를 용기면 ‘신라면블랙컵’ 홍보모델로 등장시키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더 통한 신라면 블랙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어도 소비자들이 선택한 라면 맛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한결같은 말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맛은 얼큰한 ‘매운 맛’이다. 장기적으로 성공한 라면을 단번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농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장기 히트한 신라면 같은 대부분의 주력 라면은 출시 이후부터 맛의 변화가 전혀 없다. 맛을 바꿀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전통적인 매운 맛이 아닌 실험적인 시도는 거의 실패로 돌아갔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라면 맛이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의미다. [빙그레가 1998년 개발한 ‘매운콩라면’ CF. 100% 콩기름을 사용해 라면시장에 ‘건강’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한 때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빙그레가 2003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라면시장에서 철수하면서 결국 퇴출됐다. 자료=유튜브] 라면요리대회에서 우승경력이 있는 라면매니아 이창헌(42·국방부 계룡대 조리원사)씨는 “과거에 새로운 시도가 많았지만 소수를 위한 시장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입맛에 어필하지 못하고 사라진 라면이 많다”면서 “각 회사마다 라면을 연구해서 새롭게 출시해도 대다수 소비자의 입맛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시장성이 떨어져 중도에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라면’, 단일품목 27년연속 1위 아성 반대로 우리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라면은 농심의 ‘신라면’ 이다. 1986년 10월 첫 출시돼 지난해까지 총 220억 봉지를 판매했다. 농심은 지금까지 판매한 신라면을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100바퀴 돌 수 있고 에베레스트산을 22만 7924회 왕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어떤 라면도 따라올 수 없는 실로 어마어마한 판매량이다. 단일 품목으로 현재까지 27년 연속 1위를 차지해 ‘라면계의 아성’으로 불린다. 한때 ‘하얀라면 돌풍’으로 점유율을 위협받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지금까지 이르렀다. 해외에서는 80여개국에 수출돼 효자수출상품으로 불린다. 농심은 국산 라면의 자부심을 높이기 위해 2009년부터 ‘한국의 빅맥지수’로 불리는 신라면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신라면 지수는 신라면이 판매되고 있는 주요 10개 지역의 신라면 1봉지 가격을 미국 달러로 환산한 것이다. 신라면 매출액은 국내외 판매를 합쳐 연간 8000억원에 달한다. 농심 전체 매출 2조원의 3분의 1에 가까운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최근에는 농심의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의 약진에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사로잡기에는 신라면 만한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라면매니아 이창헌씨는 “하얀 국물 라면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지만 역시 빨간 국물이라는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신라면은 주식은 물론 해장용으로도 많이 사용하는 빨간 국물 라면의 대표주자 격인 라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앞으로는 염도를 줄이고 건강을 생각하는 프리미엄 라면이 앞으로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염도가 낮아지면 특유의 맛이 변할 위험도 있지만 규제가 강화되고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조금이라도 염도를 낮춘 건강 라면 개발에 모든 연구자들이 사활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부고]

    ●이건범(한글문화연대 대표)씨 부친상 7일 건국대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2030-7901 ●최규성(삼성항공여행사 대표)규홍(전남일보 제작국장)규삼(사업)씨 모친상 주경숙(순천 왕운중 교사)이경은(광주 송원여상 교사)신희숙(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씨 시모상 7일 전남 순천 한국병원, 발인 9일 오전 (061)723-4444 ●김옥수(광주 서구의원)씨 모친상 6일 광주 천지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8시 20분 (062)670-0024~6 ●방효현(전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씨 별세 원(세영실업 대표)인(경북대 교수)씨 부친상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5시 (02)3410-6919 ●임현수(효성ITX 전무)씨 장인상 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5시 30분 (02)3410-6914 ●한성환(충주경찰서 강력5팀장)씨 장모상 7일 강원 속초의료원, 발인 9일 오전 7시 (033)630-6000 ●정성기(자영업)풍기(코지트 대표)준기(화인브릿지 대표)방기(지온컴 본부장)씨 모친상 7일 광주 KS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62)960-4444 ●곽성호(문화일보 사진부 기자)현(연세대 경영대학원 박사과정)씨 부친상 이두해(육군 중령)양정욱(농업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바이오에너지작물센터 연구사)씨 장인상 성윤진(롯데백화점 본점 롯데갤러리 큐레이터)씨 시부상 7일 서울대병원, 발인 9일 오전 5시 20분 (02)2072-2018 ●강민구(안전행정부 중앙공무원교육원 사무관)씨 부친상 7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3010-2233
  • WFP, 北수재민 3만 8천여명에 식량 지원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북한 수재민들에게 식량 지원을 시작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6일 전했다. 나나 스카우 WEP 북한 담당 대변인은 북한에서 수해가 심한 가정에 먼저 강냉이 지급을 시작했고 배급은 앞으로 30일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WFP의 식량 지원을 받는 북한 수재민은 3만 8067명이며 이들은 1인당 매일 400g의 강냉이를 받게 된다. 지원 지역은 이번 장마 기간 폭우로 도시의 80% 정도가 침수되는 등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평안남도 안주시를 비롯해 평안북도 정주시·운산군, 황해북도 토산군·연탄군, 함경남도 영광군 등 10개 시·군이다. 스카우 대변인은 또한 북한에서 홍수로 농지와 관개시설에 광범위한 피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인사]

    ■문화체육관광부 ◇과장급 파견△국가지식재산위원회 이해돈 ■농림축산식품부 ◇과장급 승진△외식산업진흥과장 김정주◇과장급 전보△기획통계담당관 강형석<과장>△농업정책 서해동△식량정책 박수진△식량산업 이재훤△유통정책 윤동진<농림축산검역본부>△식물검역기술개발센터장 이영구<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운영지원과장 안용덕△원산지관리과장 장맹수△경기지원장 최이규△강원지원장 윤영렬△전남지원장 구돈회 ■이데일리 △논설위원실장 직무대행 김병재◇통합뉴스룸 편집보도국△부국장(증권부장 겸임) 오성철△문화부장 오현주 ■스포츠월드 ◇편집국△기획국장(체육부장 겸임) 강용모△부국장(생활경제부장 겸임) 배병만
  • ‘설국열차’ 보려면 양갱 싸가야 한다? 단백질 블록 뭐길래

    ‘설국열차’ 보려면 양갱 싸가야 한다? 단백질 블록 뭐길래

    봉준호 감독의 신작 ‘설국열차’가 연일 최다관객 동원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영화 관람시 즐기는 주전부리로 양갱이 부상하고 있다. 이는 영화에 등장하는 식량 중 하나인 ‘단백질 블록’의 영향으로 연한 재질의 작은 고동색 벽돌 모양인 단백질 블록이 양갱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단백질 블록은 꼬리칸에 거주하는 하층민들에게 배급되는 식량으로 이들은 이 블록만 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설정됐다. 이 때문에 ‘설국열차’를 볼 때 양갱을 함께 먹으면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쉽게 이입될 수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양갱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단백질 블록의 재료가 무엇인지는 꼬리칸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가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그 정체가 드러난다. 봉 감독과 제작진은 스포일러를 막기 위해 이를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양갱은 일본의 대표적인 과자로 그 기원은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팥, 우무, 설탕이나 엿 등을 함께 쑤어서 굳힌 것으로 순화된 우리말은 ‘단팥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대중화됐을 것으로 보이며 요즘에는 노인들이 자주 찾는 시골의 작은 슈퍼마켓이나 대형마트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간식이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시대] 전쟁의 추억/배종하 국제식량농업기구 베트남국가사무소장

    [글로벌 시대] 전쟁의 추억/배종하 국제식량농업기구 베트남국가사무소장

    베트남은 거의 40년 가까이 전쟁을 치른 나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45년 9월 독립선언을 계기로 10여년간 프랑스를 상대로 전쟁을 치러 1954년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승리함으로써 프랑스를 물리쳤다. 그러나 제네바협정에 따라 북위 17도선을 경계로 남북이 갈라졌고 1965년 미국이 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하면서 1975년까지 10년 동안 베트남전을 치른 후 마침내 통일을 이룬다. 1978년에는 캄보디아를 침공해 폴포트 정권을 붕괴시켰고, 국경분쟁으로 거대한 중국과 전쟁을 하기도 했다. 우리는 60년이 흘렀음에도 3년의 전쟁이 남긴 상처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데, 베트남은 강산이 네 번이나 변하도록 전쟁을 했으니 국민들이 겪은 정신적·물질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전쟁이 종식된 지 30년이 지났고 한창 뻗어나는 젊은 세대들은 전쟁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지만 전쟁의 피해를 입지 않은 가정이나 집안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1972년 12월에는 B52 폭격기가 보름 동안 밤낮으로 하노이를 폭격했다. 그 속에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공포가 어떠했을까. 말할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희생되어 거의 모든 국민들이 부모 또는 친척이나 가까운 친구를 전쟁에서 잃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직도 전쟁의 그림자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깊게 드리워져 있다. 베트남에 오면서 궁금했던 것 중의 하나가 이 사람들은 과거 비참하고 힘들었던 전쟁의 역사에 대해서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베트남 사람들은 전쟁 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지난 수 십년 동안 전쟁이 그들의 삶이었기에 무슨 대화를 하더라도 자연스럽게 전쟁이 화제에 오르리라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도 그렇지 않다. 한국도 베트남전쟁의 가해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도 보지 못했다. 정부 관리들도 과거를 얘기하거나 베트남 전쟁에 대해 사과한다고 얘기하면 일관되게 그건 지나간 일이고 지난 일은 더 이상 논하지 말자, 앞으로 잘하자는 얘기만 한다. 더구나 베트남은 전쟁 피해에 대해서 배상을 요구하지도 않았고 누구에게도 사과를 요구한 적도 없다.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 등이 일본과 아직도 큰 외교 현안이 되고 있는 우리와 대비가 된다. 우리보다 엄청나게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과거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는 꼿꼿함을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국가 통치의 핵심에 있는 공산당 정부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베트남의 국민성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재미있는 일화 하나. 베트남전 당시 미국에도 반전운동이 심했고 영화배우 제인 폰다, 가수 조앤 바에즈와 같은 반전운동가들은 전시에 하노이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하노이 유명호텔을 리노베이션하다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지하 방공호를 발견했는데 그 방공호에서 그들이 남긴 메모들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수년 전에는 전쟁 중에 희생된 젊은 베트남 여인의 일기가 알려져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다. 사랑하는 연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전쟁에 대한 원망, 비참한 조국의 운명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이 일기는 한 미국인이 간직해 오다가 수년 전 책으로 출판되었다. 전쟁의 상흔은 이렇게 아직도 여기저기 남아 있다.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남아 있다. 그러나 베트남 사람들은 그걸 드러내지 않는다.
  • “세계가 인정한 농업한류, 한국만 몰라”

    “세계가 인정한 농업한류, 한국만 몰라”

    “많은 나라가 농업 한류(韓流)에 열광하고 있어요. 농업에서 그동안 한국이 보여준 놀라운 성취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정작 우리들이 그걸 잘 모르는 거죠.”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지구촌의 기아 퇴치와 농업·농촌 혁신 등을 담당하는 유엔의 대표적인 산하기구다. 우리나라도 배고픔에서 벗어나기까지 FAO로부터 커다란 도움을 받았다. 한국이 FAO 회원국이 된 것은 1949년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고위직에 진출해 전 세계 농정을 이끌어 본 인물은 없었다. 올 2월 김종진(53) 전 농림축산식품부 통상관(차관보급)이 이곳 남남(南南)협력·재원조달국장으로 가기까지는 그랬다. 개인적인 일로 한국을 잠시 방문한 김 국장은 2일 “최근 한국 농업의 경험과 기술, 특히 새마을운동을 전수받으려는 개발도상국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지금 개도국들이 겪는 문제를 절실하게 경험했던 한국은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고 했다. 예를 들어 카메룬의 쌀 소비량은 연간 8%씩 늘지만 생산량 부족 때문에 매년 40여만t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960~1970년대 같은 문제를 겪었다. 하지만 종자 개발 착수 5년 만에 통일벼 개발에 성공(1977년)하고 쌀 자급률 100%를 달성할 수 있었다. 우리 정부는 2010년부터 아프리카 17개 국가 및 아시아 10개국과 협의체를 구성해 우리 농업 기술을 전해 주고 있다. 올해 각각 24억원과 22억원의 예산으로 벼농사 기술이나 병해충 방제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가 극복한 나라가 아직 뒤처져 있는 나라를 지원하는 것을 ‘남남협력’이라고 한다. 주로 북쪽에 있는 선진국이 개도국을 지원하는 ‘북남(北南)협력’과 대비되는 용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남남협력 수준은 아직 초보 단계다. 중국은 2008년 3000만 달러(약 337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아프리카 국가들에 농업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농업을 매개로 경제 영토를 넓히는 셈이다. 김 국장은 “개도국에 농업을 지원하면 결국 우리 인력과 시설이 그 나라로 들어가기 때문에 여러모로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실적인 도움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은 개도국에 첨단 농업 기계와 기술을 지원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극빈국 농민들에게는 평범한 경운기 한 대가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하지요.”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北 홍수로 이재민 5만명… 식량난 커질 듯

    최근 북한 지역에 내린 폭우로 곳곳에 홍수가 나면서 5만명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의 식량 안보에도 장기적으로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이 평가했다. IFRC가 최근 발행한 북한 홍수 피해 소식지에 따르면 연이은 폭우로 지난달 12∼22일 북한 대부분 지역에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농경지 1만 3340㏊(133.4㎢)가 물에 잠기거나 파묻히는 피해를 봤다. IFRC는 장마가 길어지면서 감자 등 조기 재배 작물이 죽었고 비축분 일부는 홍수에 휩쓸려 갔다고 전했다. 벼와 옥수수 재배 지역도 둑이나 관개용수로가 훼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권태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경지 1만 3000㏊가 수해를 입을 경우 줄어드는 곡물 생산량은 1만t 정도로, 북한 연간 생산량의 2~3% 수준”이라고 밝혔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세계인이 감탄한 대한민국 ‘산림 녹화’의 기적

    세계인이 감탄한 대한민국 ‘산림 녹화’의 기적

    한국은 과거 민둥산 비율이 50%에 이를 정도로 산림이 극도로 황폐한 나라였다. 유엔조차 “산림의 황폐화가 고질적이라 도저히 어찌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렸던 터였다. 이랬던 나라가 어떻게 불과 수십년 만에 산림 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걸까. 세계인들이 기적이라며 감탄하는 대한민국 산림 녹화 성공의 역사를 KBS 1TV ‘다큐극장’에서 되짚어 본다. 3일 밤 8시 방영되는 ‘민둥산의 기적, 산림녹화’ 편이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흔히 흰색과 붉은색으로 표현됐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붉은 땅에서 흰옷을 입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당시 황폐한 산림은 육안으로 보기에만 비참한 것이 아니라 그 땅을 터전으로 사는 국민들의 삶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비가 조금만 와도 산에서 흙이 씻겨 내려와 하천과 강바닥이 높아지면서 홍수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전답이 매몰되면서 폐농이 속출했다. 반대로 조금만 가물어도 하천과 강의 발원지인 산과 계곡이 순식간에 마르면서 시도 때도 없이 흉년이 찾아왔다. 산의 저수 능력도 지금의 10분의1에 불과해 국민들은 일상처럼 물 부족에 시달렸고 생태계는 사막화 직전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승만 정부는 매년 식목일 행사를 주도하며 조림사업을 수도 없이 구상하고 실시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게다가 나무를 한 토막이라도 내다 팔면 현금을 쥘 수 있는 시절이었으니 생계형을 넘어 기업형 도벌까지 기승을 부렸다. 마침내 ‘한반도의 허파’라 일컬어지던 지리산마저 폐허의 민둥산이 될 위기에 놓인다.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산림 강국이다. 1969년 한국의 산림 황폐화는 고질적이라서 치유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렸던 유엔에서도 1982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고 했다. 전 세계 환경정책의 대부라 불리는 레스터 브라운은 자신의 저서 ‘플랜B 2.0’을 통해 “한국의 산림녹화는 세계적 성공작”이라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는 세계적 임목육종학자 현신규 박사 등 대한민국 산림 녹화의 선각자들, 그리고 녹화 조림에 열과 성의를 다한 국민들이 합쳐 만들어 낸 승리의 역사였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미쓰비시重, 日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라”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또 나왔다. 부산고법 민사5부(부장 박종훈)는 30일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된 피해자 5명의 유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피징용자 1인당 8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지난 10일 ‘신일본제철의 후신인 신일철주금은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4명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서울고법 판결에 이어 두 번째다. 재판부는 “옛 미쓰비시는 원고 등을 히로시마로 강제 연행한 다음 열악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하게 한 후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고 원자폭탄이 투하됐음에도 적당한 피난 장소나 식량을 제공하는 등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손해배상 책임 범위는 “강제노동에 종사한 기간, 노동의 강도, 근로 환경과 자유 억압의 정도, 임금 미지급, 불법행위 이후 60년이 넘는 기간 원고 등의 피해회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피징용자 1인당 8000만원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강제징용 피해자 박창환씨의 아들 재훈(66)씨는 “늦게 나마 우리 법원이 강제징용자에 대해 손해배상을 인정한 것에 고맙지만 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보상금을 받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장완익 변호사는 “법원이 식민지 강제 동원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명한 것은 존중한다”며 “다만 서울고법에서는 강제징용자에게 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는데 부산고법은 각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1965년 한·일협정으로 최종적으로 해결된 사안인데 이에 반하는 판결에 대해서는 일본국가의 입장에서 용인할 수 없다”면서 “외교 루트를 통해 한국 정부에 이런 입장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울끈불끈’ 수컷 캥거루 근육은 암컷 어필용?

    ‘울끈불끈’ 수컷 캥거루 근육은 암컷 어필용?

    울끈불끈 팔근육을 키워 이성에 매력을 어필하는 것은 남성 만이 아닌 듯하다. 수컷 캥거루 역시 우리 팔에 해당하는 앞다리 근육을 과도하게 키워 암컷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포즈까지 취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4일(현지시간) 호주 A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호주 머독대학 나탈리 워버튼 박사팀이 현지 퍼스와 던스브로그에 서식하는 여러 서부회색캥거루 무리를 조사한 결과, 암컷 캥거루의 앞다리 근육은 신체 크기에 비례했지만 수컷 캥거루의 경우 지나치게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수컷 캥거루의 앞다리 크기는 짝을 찾고 유지하는 능력의 중요한 요인”이라면서 “앞다리 근육이 강한 개체가 암컷에 의해 선별돼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 수컷 캥거루는 연적과 싸울 때 양쪽 앞다리를 펀치처럼 날려 제압하고 꼬리로 버티며 양 발차기까지 날리는 천부적인 싸움꾼들로 알려졌다. 또한 수컷들은 평소 근육이 잘 드러나는 포즈를 연습해 마음에 드는 암컷을 향해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즉 캥거루 세계에서는 큰 근육이 경쟁자를 물리치고 혈통을 유지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컷 캥거루들이 큰 근육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바디빌더’ 수컷 캥거루들은 상대적으로 가뭄과 식량 부족에 약해 생존율이 떨어진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리니언 소사이어티 생물학 저널(Bi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을 통해 발표됐다. 사진=자료사진(플리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南 ‘최후통첩성’ 제의 전달… 北 일단 침묵 속 역제의? 거부?

    南 ‘최후통첩성’ 제의 전달… 北 일단 침묵 속 역제의? 거부?

    정부가 29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마지막 회담 제의가 담긴 전화통지문을 북한에 전달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전통문을 받아간 뒤 오후 4시 판문점 연락채널 마감통화를 할 때까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개성공단이 존폐의 갈림길에 선 상황에서 우리 측 제의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전통문에서 회담 날짜와 장소를 제시하지 않았으며 북측에 조속한 답변을 요구했다. 회신 기한을 못 박지 않은 것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이 즉답을 피했다는 것은 자칫 ‘개성공단 완전 폐쇄’라는 최악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상황에서 숙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5일 6차 실무회담이 남북 회담관계자들 간 몸싸움 사태까지 빚으며 파국적 상황을 맞은데다, 우리 정부가 재발방지 방안 확약을 전제로 회담을 요구하고 있어 북한으로서도 선뜻 제의를 수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전날 긴급 성명에서 이번이 마지막 회담 제의라는 점을 강조하고, 북한이 재발 방지를 확약하지 않는다면 ‘중대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고개를 숙이고 회담에 나오지 않는다면 개성공단의 문을 완전히 걸어잠글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셈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장관 성명 내용을 재차 언급하며 “북한이 개성공단과 남북관계 정상화를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거듭 완강한 입장을 밝혔다. 우리 정부의 ‘최후통첩성’ 제의에 북한이 체면을 구겨가며 응해온 전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회담 불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북한이 회담 제의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진전된 결과가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섯 차례에 걸친 실무회담에서도 재발방지책에 대해선 매번 같은 입장을 보여온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꿀 가능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북한이 수석대표의 급을 기존 ‘국장급’에서 ‘차관급’ 또는 ‘장관급’ 정도로 높이는 역제안을 들고 나오고 우리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실무회담에서 풀지 못한 난제들이 정치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북한이 회담 제의를 거부하거나 회담에 나와서도 “남측이 먼저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 행위를 일절 하지 말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할 경우 정부는 공언한 대로 ‘중대결단’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전·단수를 시작으로 공단 완전 폐쇄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의 자체가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둔 ‘명분쌓기용’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이날 예고한 대로 ‘어린이 어깨동무’ 등 5개 민간단체가 신청한 분유, 이유식 등 14억 6900만원 상당의 인도지원 계획을 승인했다. 밀가루와 옥수수 등 식량이 포함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의 대북지원 신청 승인은 보류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100km 사막 달리는 ‘다카르 도보랠리’ 11시간 주파

    100km 사막 달리는 ‘다카르 도보랠리’ 11시간 주파

    목숨을 건 사막에서의 마라톤이 최근 페루에서 열렸다. 대회에선 페루와 칠레에서 참가한 남자 두 명이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페루 사막지대 이카에서 열린 이번 대회의 명칭은 울트라마라톤 100k. 하지만 대회는 ‘다카르 도보랠리’이라는 애칭으로 더 알려졌다. 생존을 건 게임이라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대회는 사막을 질주하는 100km로 코스가 정해졌다. 남자참가자 중에선 페루에서 출전한 마누엘 피게로아와 칠레를 대표해 나간 넬슨 세풀베다가 나란히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두 사람은 100km 사막코스를 11시간 16분38초에 완주했다. 여자부문에선 페루가 1위와 2위를 독식했다. 페루대표 리디아 콜로마가 13시간43분53초로 1위, 아이디 소토가 14시간16분으로 2위에 올랐다. 우승자에겐 1750솔레스(약 70만원)의 부상이 주어졌다. 페루사막을 무대로 처음 열린 이번 대회는 죽음의 랠리라는 다카르 랠리의 마라톤판으로 중남미 각국 언론에 소개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1회 대회지만 중남미 10개국에서 110명의 선수가 참가, 모래언덕을 오르내리며 열띤 경쟁을 벌였다. 주최 측은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밤에 스타트를 끊도록 대회일정을 잡았다. 밤새 달려야 하는 선수들에겐 머리에 전등을 부착하게 했고 붉은 빛 깜빡이등을 지참해 긴급상황 땐 SOS를 보내도록 했다. 선수들은 식량과 구급약이 든 무게 5.5kg 배낭을 짊어지고 사막을 달렸다. 사진=알디아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북한軍 병사, 감자 여섯알 훔쳐 맞아죽어”

    북한의 평양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식량난이 더욱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에서는 오는 27일 ‘전승(7·27 정전기념)’ 행사를 준비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쏟는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의 대북 소식통은 24일 “올해 들어 평양을 제외한 북한의 각 지방에서 식량난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군 부대 탈영자 뿐 아니라 가족 단위로 행방불명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북한 공안 당국이 식량난 때문에 사라진 가족 단위 주민들이 중국으로 탈북할 가능성에 대비해 색출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지난 5월쯤 지방의 한 북한군 부대에서 감자 여섯 알을 훔친 병사가 동료 병사들에게 맞아 죽은 참혹한 사건도 있었다”면서 “부대 식량 사정이 좋지 않으면서 훈련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탈영자 규모도 줄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군 고위 인사들은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는 하계훈련에 대비해 전방군단과 사단급 부대를 방문, 지휘 검열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방부대에 배치된 헬기가 평양에서 이들을 전방부대로 수송하고 있다. 한편 황해도와 강원도 지역에 집중된 이번 폭우로 북한군 부대 숙영지가 물에 잠기고 철책도 대거 무너져 보수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군주의 조건’ 펴낸 스피치 라이터 김준태

    [저자와의 차 한잔] ‘군주의 조건’ 펴낸 스피치 라이터 김준태

    “리더로서 최고의 덕목은 수신(修身)입니다.” 조선 왕들의 결단과 행적을 추적해 ‘군주의 조건’을 낸 스피치 라이터 김준태씨는 이렇게 말한다. 조선왕조실록에 천착해 온 그는 조선 군주들의 리더십을 수신, 의리(義利·명분과 실리), 용현(用賢·용인술), 공효(功效·공을 들인 성과), 건저(建儲·후계) 등 다섯 개로 압축했다. “리더는 장점과 강점, 약점과 단점 등 자신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아야 다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된다”고 배경설명을 한다. 이익집단 간의 갈등 조정 등이 날로 어려워지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도덕적·인격적 완성체로서의 이상적 군주론은 공허해 보인다고 하자 “그래도 리더가 어떤 마음을 먹고 결정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여전히 도덕성을 강조했다. 그렇다고 이상론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올바름의 이치를 뜻하는 ‘의리’(義理)가 아니고 올바름과 이로움이 결합된 ‘의리’(義利)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에서 이를 읽을 수 있다. ‘의’(義)와 ‘리’(利)는 명분과 실리, 이상과 현실, 동기와 결과를 가리키는 다소 대립적이고 상충되는 개념이어서 하나로 묶기가 쉽지 않다. 그는 “명분과 현실 사이에는 언제나 일정한 거리가 있기 마련”이라며 “그럴 때는 명분과 현실을 조율하여 지금 바로 이 상황에 알맞은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명분을 선택하더라도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준비는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명분과 의욕만 앞세워 청과 승산 없는 전쟁을 한 인조는 무모했다고 지적한다. 현실에서는 올바름과 이로움이 충돌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숙종 때 흉년이 계속되자 조정에서는 청으로부터의 식량 도입을 논의한다. 그러나 아직도 삼전도의 굴욕이 생생한 사대부들 사이에서는 반대의견이 높다. 하지만 숙종은 황제에게 감사인사만 표시하면 양식을 공급하겠다는 청의 제의를 받아들여 구호양식인 ‘서곡’(西穀)을 들여온다. 비록 원수의 나라라 하더라도 백성의 굶주림을 면하게 하는 이로움이 우선이라고 본 것이다. 그래서 그는 조선 중기 이후 사림파는 지나치게 교조적으로 흘러 현실을 도외시했다며 비판한다. “국가의 가장 큰 명분은 국가의 자존심이 아니라 구성원 자체입니다. 구성원들을 지켜내기 위해 어떠한 일도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군주의 도리이고 바로 진정한 명분을 따르는 일입니다.” 국가는 법(제도)과 사람(인사)의 양축으로 통치되고 법을 운영하는 것은 바로 사람이다. 그래서 흔히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세종의 통 큰 용인술은 오늘의 우리들에게도 울림이 크다. 집현전의 초대 책임자로 자신의 장인인 심온을 죽이는 데 앞장선 박은을 임명하고 사사건건 반대하는 허조에게 이조판서, 영의정을 맡기며 함께 간다. 세종이 고집불통이라고 불평하면서도 허조를 계속 요직에 중용한 것은 그의 반대를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들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정책이 더욱 튼튼해지며, 정치가 더욱 건전해지기 때문이었다고 분석한다. 포용력 있는 인사는 수신이 바탕이 됐음은 물론이다. 공(功)을 들여 효험(效驗)을 내는 공효는 개혁과 연관된다. 그는 “리더는 시대상황에 맞게 제도를 적절하게 변화시켜야 하며 공은 나누고 책임은 짊어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한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 매일 6000명 탈출… 시리아 끝없는 난민행렬

    매일 6000명 탈출… 시리아 끝없는 난민행렬

    하루 6000명의 국민이 국경을 넘고, 한 달 평균 5000명씩 죽어 가는 나라. 2년 4개월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에서 현재 벌어지는 참상이다. 국제사회의 방관 속에 악화일로를 걷는 시리아 내전이 역사상 최악의 난민 사태로 꼽히는 ‘르완다 대학살’ 수준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난민기구(UNHCR) 고등판무관은 16일(현지시간) 시리아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해 “유엔에 등록된 시리아 난민 180만명 가운데 3분의2가 올 초부터 발생한 숫자”라며 “르완다 대학살 이후 최근 20년간 이 같은 증가 속도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1994년 대통령 암살로 부족 간 다툼이 일어난 르완다에서는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80만명이 살해되고, 300만명이 인근 국가로 피난했다. UNHCR에 따르면 시리아를 떠난 난민들은 레바논과 요르단, 터키 등 인근 국가로 탈출하고 있다. 현재 레바논에 50만명, 터키와 요르단 등에도 약 100만명의 난민이 수용소에 기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과 영국은 시리아 내전 해법을 위해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방안을 유엔에서 논의했다. 하지만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와 중국의 잇따른 반대로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발레리 아모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HCA) 국장은 “내전 초에 발생한 난민 400만명을 포함해 당장 긴급구호가 필요한 난민은 시리아 국내외에 680만명에 이르고 이 중 절반이 어린이”라며 “이들을 돕는 데 연말까지 31억 달러(약 3조 4700억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현재 시리아 난민 400만명이 기초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식량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반 시모노비치 유엔 사무부총장은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2011년 3월 이후 26개월 만에 모두 9만 290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6500여명이 어린이라는 자료가 유엔에 보고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불법 고문과 즉결 처형까지 자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기고] 21세기 원조와 새마을정신/김재수 aT사장

    [기고] 21세기 원조와 새마을정신/김재수 aT사장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됐다.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진보를 주창했으나 정부의 밀가루 생산·공급 정책이 실패해 주식인 빵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것이 민심이 떠난 근본 원인이다. 이집트 사태를 보면서 우리나라 농업과 주식인 쌀을 생각해 본다. 쌀 생산기반 투자, 연구개발 강화, 기술혁신 등 피땀 어린 노력으로 안정적 생산 기반은 구축됐다. 웬만한 재해에도 끄떡없을 정도의 쌀 생산 능력은 유지되고 있으나 마냥 안심해서는 안 된다. 기상 이변이 수시로 일어나고 곡물시장에서 가격 파동도 잦으며, 개방이 전방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숙명적인 보릿고개의 어려움을 1970년대 통일벼 개발로 극복했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짧은 기간에 이룩한 식량자급은 많은 개발도상국으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G8 정상회의에서 “한국도 해냈는데 아프리카 국가들이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한국을 아프리카 국가들의 식량생산 ‘성공 롤모델’로 제시했다. 생산, 가공, 연구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농업에 대한 러브콜이 줄을 잇는다. 우리의 농업기술은 물론 새마을운동의 근면, 자조, 협동 정신을 배우고자 한다. 지난달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중국 상하이에서 ‘2013 한국식품전’을 개최했다. 3만여명이 넘는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중국인들이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농식품을 다시 보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정부도 농업인도 걱정이 많다. 가격이나 생산량 면에서 중국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우리 농업이지만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농산물을 가공하거나 고급 식품으로 만들어 중국 식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눈을 세계로 돌리면 우리 농업의 갈 길이 보인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의 경제가 꿈틀대고 있고 농업 발전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미국 자선재단인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록펠러 재단은 2006년 아프리카녹색혁명동맹(AGRA)을 만들어 아프리카의 빈곤 타파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 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원조자금이 부패한 관료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서는 안 되며, 담비사 모요 박사가 주장한 것처럼 일방적으로 퍼붓는 ‘죽은 원조’가 돼서도 안 된다. 이제는 ‘퍼주기’ 식의 지원 방식에서 탈피해 ‘21세기형 새로운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이 베트남, 캄보디아 등 세계 15개 국가에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센터를 설치해 많은 성과를 냈다. 1960년대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평화봉사단을 통해 가난한 나라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우리도 기술지원과 공동연구, 인재육성으로 상호 협력하는 ‘윈윈 모델’이 필요하다. 세계 농업연구상, 세계 농업지도자상 등을 제정해 개발도상국의 농업 발전을 독려해야 한다. 다시 제2의 녹색혁명을 이룩해야 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제2의 새마을운동’ 정신이 필요하다.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의 국격은 선도적인 농업 지원을 통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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