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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벌·나비 없고 새가 노래하지 않는 봄

    [뉴스 전에 책이 있었다] 벌·나비 없고 새가 노래하지 않는 봄

    아내가 풀어 놓은 장바구니에서 생소한 상품 하나가 눈에 띈다. 사양벌꿀. 재빠르게 검색해 보니 설탕을 먹은 벌이 만들어낸 꿀이란다. 도시화와 살충제 과다 사용 등으로 꿀벌이 감소하면서 양봉이 어렵다는 뉴스를 언젠가 들은 적 있다.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진다. 설탕 먹은 벌이 만든 꿀은 꿀일까, 설탕일까.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엄청난 뉴스들 틈바구니로 ‘나비’에 관한 이야기도 눈에 박힌다. 지구온난화로 지난 5년 사이 나비 개체수가 34%나 감소했고, 궁극에는 식량난을 부추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나비 감소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지구온난화지만, 도시의 가로수를 소독하기 위해 빈번하게 뿌리는 살충제 때문에 나비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농약을 접촉한 나비 유충들은 조직이 액체처럼 흐물흐물해져 1~3주가 지나면 몰살한단다.꽃이 피지 않는, 나비와 벌이 사라진, 더욱이 새가 노래하지 않는 봄을 일찍이 예견한 사람이 있다. “환경운동의 역사이자 현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레이첼 카슨이다. 이제는 고전 반열에 오른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코리브르 펴냄)이 출간된 것은 1962년. ‘침묵의 봄’은 한 편의 ‘잔혹 우화’로 시작된다. “낯선 정적이 감돌았다. 새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새들이 모이를 쪼아 먹던 뒷마당은 버림받은 듯 쓸쓸했다.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아름다운 한 마을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으로 초토화된 후, 더이상 새가 노래하지 않는 봄이 왔다. 생명이 만개할 봄이건만, 꽃은 피지 않았고 벌과 나비도 사라졌고, 그들을 먹이로 삼았던 새들은 더이상 노래하지 않는다. “이런 마을이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미국이나 세계 곳곳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불길한 망령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슬그머니 찾아오며 상상만 하던 비극은 너무나도 쉽게 적나라한 현실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50여년 전 미국에서 벌어진 침묵의 봄은 이제 한반도에서도 시작되었다. 벌과 나비가 사라졌으며, 하늘을 덮은 미세먼지는 찬란한 봄을 기억 저편으로 밀어버렸다.카슨이 밝힌 “침묵의 봄”의 원인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다. 곡물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곤충을 잡으려던 살충제는 곤충의 내성만 키웠고, 이내 더 강력한 살충제를 탄생케 했다.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땅은 물론 지표수, 지하수 모두 오염되었다. 오염된 땅에서 오염된 물과 살충제 범벅인 곡물을 먹는 인간은 온전할 것인가. 유독물질은 모체에서 자식 세대로 고스란히 전해지는데, 특히 살충제는 동물실험 결과 “태아를 해로운 물질로부터 보호하는 방어벽인 태반을 자유롭게 통과”한다. 그래서 카슨은 살충제 오용을 방사능 낙진 위험만큼 위험하다고 경고했던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침묵의 봄’ 출간 이후 세계 각국이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을 줄였다. 하지만 살충제 사용이 줄었다고 능사는 아니다. 인류가 고안해낸 살충제보다 더 독한 화학물질은, 더하여 탐욕으로 충만한 자본으로 뿌려 놓은 악마적 소산은 이미 도처에 차고 넘친다. 녹색 외투 지구를 파괴하는 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그것을 막을 방법은 신통치 않다. 카슨의 말을 빌리자면 “고속도로를 달릴 것이 아니라 좀 낯설더라도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 곧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일찌감치 자본이라는 고속도로에 편입된 우리의 몸과 마음은 과연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소군원’(昭君怨)에서 노래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은 오늘 우리 현실이 되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20번째 딸 기다리는 영국 대가족

    영국의 출산율 상승에 기여하는 대가족이 탄생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영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래드퍼드 가족에게 20번째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북서부 랭커셔주 헤이샴에 거주하는 수와 노엘 래드퍼드는 소셜 미디어에 막내 딸의 초음파 사진을 올리면서 ‘거대한 가계도에 추가 될 새식구를 기다린다’고 밝혔다. 래드퍼드 가족은 출산 예정일을 알리는 사진도 함께 공유했다. 사진에는 ‘10명의 아들과 9명의 딸, 그리고 2017년 9월에 태어날 아기가 20번째가 된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들은 친구들과 많은 주변인들로부터 넘치는 축하의 메시지를 받았다. 사진을 통해 래드퍼드 가족의 행복한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축하한다. 깜짝놀랄 만한 아이들의 수에 경의를 표한다”라거나 “가족들이 잘 되길 기도하겠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 지난해 7월에 가진 막내 딸 피비가 태어나면, 부부는 장남 크리스(27)를 필두로 총 20명의 자녀를 둔 부모가 된다. 애석하게도 그들은 2014년 7월 임신한지 23주째에 아들 알피를 잃었다. 그래서 아들을 잊지 않기 위해 19번째 아이 할리의 가운데 이름을 ‘알피아’(Alphia)라고 지었다. 이미 장성한 아들 딸들은 엄마 아빠가 20번째 아이를 가지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한 적이 없다. 지난 여름 피비가 생긴지 며칠 후 힌트를 주기도 했다. 래드퍼드는 “우리 친구들과 가족은 짝수를 얻으려면 내게 한 명을 더 낳아야 한다고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이제 숫자 20에 달하게 됐다”면서 “나 역시 20번째 아이를 가지는 것을 배제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이 피비와 함께 할 수 있게 되서 행복하고, 지금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치 하늘을 두웅 떠다니는 듯하다. 초음파 사진 속 피비는 건강하고 굉장한 미인이었다”고 전했다. 아내가 14살이었을 때 첫 아이를 임신하게 되면서 부부는 아이를 지우지 않고 키우기로 결심했다. 둘 모두 출생과 함께 입양 보내졌던 아픈 기억이 있어서였다. 4년 후 그들은 결혼을 감행했고, 결혼 직후 둘째 아이 소피를 갖게됐다. 또 한 해가 지나 부인은 임신을 하게 됐고, 그 이후로 ‘임신’은 가족 내에서 되풀이되는 주제가 되고 있다. 한편 가족들의 일상은 전쟁터와 같다. 래드포드는 매일 아침 5시에 가족이 운영하는 빵집으로 출근했다가 7시45분경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의 상황을 정렬하고 탁아소로 보낸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아내는 깨끗한 옷을 위해 하루 12번의 빨래를 돌린다. 아침식사는 2교대로 먹게 하고, 9명 이상이 탈 수 있는 작은 버스에 자녀들을 태워 등교시킨다. 또한 가족은 하루 소비량인 우유10L, 쥬스3L, 시리얼 3박스와 같은 식량구매에 일주일 300파운드(41만6600원)를 쓴다. 아이들의 생일 선물에 100파운드(13만8000원)예산을 책정하고, 크리스마스에는 100파운드~250파운드(34만7100원) 사이를 비축한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순댓국, 북방음식에서 국민메뉴로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순댓국, 북방음식에서 국민메뉴로

    순대는 평안도, 함경도 등 우리나라 북부지방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칭기즈칸의 몽골 기마군단이 돼지 창자에 곡식, 채소 등을 넣어 말리거나 얼려서 전투식량으로 활용했던 데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전통적인 순대는 찰밥에 숙주나 우거지 등 채소, 돼지고기와 선지 등을 고루 섞어 돼지창자에 밀어 넣은 다음 삶아서 만든다. 순댓국은 돼지 뼈를 푹 우려내어 육수를 만들어 뚝배기에 담고 순대, 머리고기, 내장 등을 고루 넣은 후 밥을 더해 끓여 먹는 음식이다. 아마도 어렵던 시절 구하기 쉽지 않은 순대를 여러 사람이 나누어 먹을 수 있도록 탕으로 개발한 것이 아닐까 한다. 순댓국에는 다진 양념장, 새우젓, 부추, 들깨, 파 등을 식성에 따라 넣어 먹으면 제격이다. 또 비슷한 음식으로 돼지 뼈 육수에 편육과 밥을 넣어 끓이는 돼지국밥이 있다. 6·25전쟁의 피란길에 저렴하고 구하기 쉬운 재료를 활용할 수 있어서 부산, 대구, 밀양 등을 중심으로 널리 퍼졌다. 순댓국은 이제 누구나 즐기는 서민 메뉴가 된 만큼 맛깔나게 잘하는 집들이 곳곳에 있어 맛집이 큰 의미가 없을 수 도 있으나 그래도 순댓국 하면 떠오르는 집들이 있어 몇 군데 소개한다. 서울 대림동 대림중학교 옆 골목에 ‘삼거리 먼지막 순대국’이 있다. 1959년에 개업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순댓국집이다. 근처 처음 가게를 하던 곳이 예전 시흥의 과수원이 있던 삼거리 ‘원지목’이어서, 부르기 쉽게 ‘먼지막’으로 이름 지었다. 진한 육수에 직접 만든 순대, 머리고기, 내장을 푸짐하게 넣어주는 구수한 옛날식 순댓국이다. 착한 가격으로, 창업 이래 순댓국 가격변동 내용을 가게에 써서 붙여 놓고 있다. 신대방동 보라매역 인근에는 20년 이상 영업해 온 ‘서일순대국’이 있다. 작고 허름한 가게였는데, 지금은 확장해서 꽤 커졌다. 시래기, 당면 등을 넣어 만든 야채순대가 특색이다. 육수가 진하고 구수하지만 잡내가 전혀 없어 깔끔하다.강남 뱅뱅사거리 인근에 있는 ‘남순남순대국’은 20여년 전 ‘서초순대국’이란 상호로 조그맣게 시작했는데 지금은 큰 점포로 이전해 깔끔하게 단장했다. 진한 탕국에 당면을 넣은 쫄깃한 찹쌀순대와 돼지고기, 머리고기 등을 고루 넣어 준다. 중림동 약현성당 골목 입구에 있는 ‘황성집’은 아바이왕순대로 알려져 있으며 40년 넘는 역사와 맛을 자랑하는 집이다. 돼지국밥집도 서울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소문 충정로역 인근에 부산 출신 사장이 하는 ‘밀양돼지국밥’이 있다. 길에서는 잘 안 보이나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예쁜 노랑색 집이 나타난다.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이용되는데, 지나는 기차소리도 들리고 테이블, 인테리어도 옛 멋이 나는 분위기다. 큰 뚝배기에 돼지고기를 푸짐하게 넣고 부추와 다진 양념을 얹어 주는데, 원조의 맛이라 한다. 필운동 서촌 초입에 있는 ‘송원가마솥 국밥집’은 잘 우려낸 육수에 돼지고기 편육을 듬뿍 넣고 부추를 더해 국밥 맛을 자랑한다. 이렇게 소개하다 보니 지금은 없어져 아쉬운 집이 더 생각난다. 을지로4가역 부근에 ‘전통아바이순대’라는 작은 집이 있었다. 순대, 고기, 밥을 푸짐하게 담아 토렴해서 내는데 시골장터를 떠올리게 했다. 그 맛과 분위기에 취해 언제나 긴 줄을 섰었는데 얼마 전 문을 닫았다. 가난했던 피란 시절 많은 이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 주던 순댓국과 돼지국밥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인 지금도 대표적인 서민 메뉴로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
  • 갈비뼈 드러난 베네수엘라 코끼리…영양실조 심각

    갈비뼈 드러난 베네수엘라 코끼리…영양실조 심각

    앙상하게 마른 베네수엘라 코끼리의 모습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루페르타라는 이름의 이 암컷 코끼리는 베네수엘라의 동물원에 살고 있는 유일한 아프리카 코끼리다. 귀한 몸이지만 코끼리의 모습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지금의 베네수엘라를 보는 것 같다. 바짝 마른 코끼리의 갈비뼈가 드러나고 가죽은 축 늘어져 있다. 한눈에 봐도 심각한 영양실조에 걸린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루페르타가 이렇게 초췌한 모습이 된 건 경제난 때문이다. 재정이 부족하고 먹이도 구하지 못하는 동물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코끼리에게 정량의 먹이를 주지 못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루페르타는 매일 먹어야 하는 먹이는 약 200kg. 하지만 동물원이 주는 먹이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 그나마 먹이도 호박과 파파야뿐이다. 제대로 먹지 못한 루페르타는 육중한 몸을 가눌 기운조차 없는지 최근 우리 안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소방대가 출동해 기중기로 코끼리를 들어 올리는 등 한바탕 소동이 났지만 여전히 동물원은 루페르타에게 충분한 먹이를 대주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베네수엘라 주민들은 루페르타 살리기에 나섰다. 베네수엘라의 유일한 아프리카 코끼리를 살리자며 당근, 호박, 파라야, 오렌지, 파인애플 등 채소와 과일을 들고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루페르타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 경찰이 "무단으로 동물원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건 불법"이라며 채소와 과일을 들고 루페르타를 찾아간 사람들을 막고 나선 것. 한 주민은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먹지 못한 코끼리를 위해 사람도 못 먹는 채소와 과일을 챙겨왔지만 경찰 때문에 동물원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동물원 역시 "코끼리를 비롯한 동물들들은 동물원이 주는 먹이만 먹어야 한다"고 원칙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동물원은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사료와 먹이가 부족해 영양실조에 걸리는 동물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 동물원에선 버펄로와 말이 영양실조로 쓰러져 결국 목숨을 잃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北 반인권 증거보존소 설치 추진” 유엔 인권이사회, 인권 결의 채택

    유엔 인권이사회(UNHRC)는 23일(현지시간) 북한 정권의 반인도적 범죄를 다룬 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 근거해 국제사회가 책임 규명에 협력할 것을 권고하는 북한인권결의를 표결 없이 컨센서스로 채택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해 북한 정권의 책임을 규명하는 전문가그룹 설치를 규정한 북한 인권결의를 채택한 데 이어 올해는 전문가그룹 건의와 COI 보고서를 국제사회가 이행할 것을 권고하며 북한을 압박했다. 올해 결의는 2년 동안 북한 인권사무소를 비롯한 유엔 인권최고대표 사무소의 역량을 강화할 것과 증거보존소 설치, 책임 규명 절차에 이용될 수 있는 정보·증언 관련 법률 전문가 임명 등 북한 정권에 책임을 묻는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이 담겼다. 증거보존소 설치 경과는 2019년 3월 제40차 인권이사회에서 보고서로 제출할 것을 인권최고대표에게 요구했다. 유엔 사무총장에게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 서울에 설치된 북한인권사무소에 최대한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김정남 피살 사건도 ‘해외에서 일어난 인권침해’로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공식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정남의 이름이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해외에서 저질러지는 북한 정권에 의한 정치적 암살 등을 간접적으로 비판하며 국제사회에 이를 공식화했다. 북한 정권에 착취당하는 외국 북한 노동자 문제와 온라인 표현의 자유 보장 등도 결의에 담겨 북한 인권 문제 영역이 확대됐다. 향후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책임 규명을 위한 구체적 절차가 담긴 데다 북한 인권 문제의 영역이 확대돼 이번 결의는 2003년 이후 유엔 인권이사회가 채택한 북한 인권결의 중 가장 실천적이고 강력한 형태를 갖추게 됐다. 북한 인권결의는 또 수십 년 동안 북한 최고위층 및 통제 기관에 의해 북한에서 반인도 범죄가 자행됐다는 충분한 근거를 COI가 제공했다고 평가하면서 우려를 나타냈고 북한이 책임자를 기소하지 못한 점을 강조하면서 국제사회가 책임 규명에 협력할 것을 권고했다. 북한이 인권침해를 인정하고 표현·종교·결사의 자유를 확보할 것과 이동의 자유, 식량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 보장, 정치범 수용소 폐쇄, 납북 및 강제 실종자 문제 해결, 이산가족 상봉, 연좌제 폐지 등에 나설 것도 촉구했다.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쿠바, 중국 등이 북한인권 보고서 관련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결의안은 표결 없이 의결됐다. 북한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여기는 남미] 베네수엘라 군대, 국경 넘어 화적떼로 변신?

    [여기는 남미] 베네수엘라 군대, 국경 넘어 화적떼로 변신?

    단순한 착각일까, 화적떼의 출현일까. 베네수엘라 군이 국경을 넘어 콜롬비아에 군영을 설치했다고 현지 언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콜롬비아는 현지에 군을 급파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군이 국경을 넘은 곳은 아라우키타 지역이다. 베네수엘라 육군 60여 명이 군막을 치고 베네수엘라 국기까지 계양했다. 현장을 몰래 접근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는 아라우키타 관계자는 "베네수엘라 군이 주둔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중앙정부에 국경침범 사실을 긴급 보고했다"고 말했다. 콜롬비아 국방부와 외교부엔 비상이 걸렸다. 현지 언론은 "콜롬비아의 국방장관과 외교장관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와 접촉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현지에는 콜롬비아 군이 급파돼 경비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대한 신중하게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치를 착각한 베네수엘라 군이 특별한 의도 없이 국경을 넘은 단순한 사고로 볼 수도 있겠지만 주민들의 고발은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라디오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군 100여 명이 지난 주말 국경을 넘어 마을로 와 가축을 훔쳐갔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바나나를 재배하는 콜롬비아의 몇몇 섬에 베네수엘라 군이 상륙한 적도 있었다"며 베네수엘라 군의 출현이 식량난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은 "불안한 주민들이 국경경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의 국경 길이는 2219km에 이른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IS 7살 소년, 첼시 유니폼 안에 ‘자살폭탄’ 충격

    IS 7살 소년, 첼시 유니폼 안에 ‘자살폭탄’ 충격

    우리나라로 따지면 이제 초등학교 문턱을 넘어설 어린 소년이 자살폭탄 조끼를 입은 끔찍한 모습이 공개됐다.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 등 해외언론은 이라크 모술 지역 외곽에서 붙잡힌, 폭탄으로 무장한 7살 소년의 영상을 일제히 전했다. ‘우다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소년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축구선수 에당 아자르 유니폼을 입고 이라크 정부군 진영을 돌아다니다 군인들에게 발각됐다. 한 군인이 소년의 유니폼을 벗기자 보이는 것은 놀랍게도 허리춤에 차고 있는 폭발물 장치. 군인은 소년에게 무서워하지 말라며 다독인 뒤 폭발물 장치를 안전하게 해체했다. 이라크 정부군에 따르면 영상이 촬영된 것은 지난 18일로, 소년은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 삼촌의 지시로 정부군 지역에 들어왔다. 곧 IS가 영문도 모르는 7살 소년을 자살폭탄 테러에 동원하는 극악한 짓을 벌인 것. 이처럼 IS는 자신들의 최후 거점인 모술 방어를 위해 어린이까지 자살폭탄 테러에 동원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군 측은 현재 모술 지역의 60%를 장악했으나 IS는 아직 남아있는 60만명의 민간인을 방패 삼아 극렬히 저항하고 있다. 아랍매체인 알자지라는 "이라크 정부군이 모술 서부 지역에 진입해 IS와 격전을 벌이고 있다"면서 "IS로부터 해방된 주민들은 안전지대와 식량, 식수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탈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사령관을 판 배신의 대가/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사령관을 판 배신의 대가/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호랑이 없는 골에 토끼가 왕 노릇한다’는 속담이 있다. 기원전 323년 그리스 최고의 영웅 알렉산드로스(BC 356~323) 대왕이 33세 꽃다운 나이로 서거하자 꼭 그런 형국이 됐다. 대왕이 건설한 대제국의 지배자를 노린 부하 장군들은 왕을 칭하고 치열한 내전을 벌였다. 대왕이 생전에 후계자를 지명해 놓지 않은 탓이다.마케도니아 출신 장군들은 대왕의 왕실 가문을 무시하고 자기 군대와 영토를 키우기에 골몰했다. 오히려 왕실에 충성을 다하겠다는 사람은 외국인 장군 에우메네스였다. 그는 생전의 알렉산드로스로부터 깊은 신임을 받았던 측근이었다. 그는 온유한 성격이었지만 군사 전략과 리더십이 뛰어난 장수로 존경을 받았다. 그는 소아시아 지역을 차지하고 왕실을 무시하던 야심가 안티고노스와 맞섰다. 안티고노스는 왕실에 충성 서약을 한 에우메네스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죽이려 했다. 그러나 에우메네스는 전투마다 승리했다. 그 과정에서 존경받는 명장이자 옛 친구였던 크라테로스를 죽게 했다. 에우메네스는 진심으로 슬퍼했지만, 그 승리로 마케도니아인들이 주력인 자신의 군대와 적 모두에게서 미움을 샀다. 사령관 에우메네스를 따르는 군대는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동고동락하던 최고의 정예 은방패 부대였다. 그들은 60세 미만 병사가 한 명도 없었지만, 무패를 자랑하는 백전노장들이었다. 그들은 아들뻘 되는 안티고노스 보병들을 패퇴시켰다. 큰 승리였다. 그런데 적 기병의 기습을 받아 후방의 군량과 물자를 모두 빼앗겼다. 전리품이야 전투에서 이기면 다시 얻을 수 있을 터. 그러나 사나흘 배를 주린 병사들은 사령관 몰래 안티고노스에게 사절을 보내 군량과 물자를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안티고노스는 사령관을 사로잡아 넘겨주면 군량을 주겠노라고 현혹했다. 동요한 군사들은 사령관을 기습적으로 사로잡았다. 에우메네스는 사령관을 재물과 바꾸려는 마케도니아 병사들의 비겁함을 꾸짖었다. 그리고 “적의 진영에서 죽으면 세상 사람들이 여러분을 탓할 것”이라며 차라리 자기를 죽여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사령관 에우메네스를 적장 안티고노스에게 바쳐 사형당하게 했다. 그 후 에우메네스 부대 장졸들은 약속대로 풍족한 군량을 지급받고 처자식을 만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안티고노스는 그들을 자신의 사령관을 배신한 흉측한 놈들이라며 모조리 죽였다. 무적의 전사였던 그들은 식량과 물욕 때문에 스스로를 패자로 만들고 목숨마저 잃었다. “고귀하고 확고한 정신은 재난과 불운에 처했을 때에도 참고 이겨낼 때, 그 가치가 나타나는 법이다.” 플루타르코스(46?~120?)가 ‘비교열전’에서 전한 이야기와 유사한 사례를 오늘날 흔히 보면서 마음이 씁쓸하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 “승부처 호남을 잡아라”… 安·孫 나란히 출격

    “승부처 호남을 잡아라”… 安·孫 나란히 출격

    安 “어르신 행복한 노후생활 보장” 孫 “식량 주권” 농촌 공약 맞불 박주선은 조계종 찾아 득표 활동국민의당 대선 경선에서 맞붙은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1일 첫 순회 경선지인 호남으로 나란히 출격해 맞춤형 정책 공약을 내놨다. 이번 주말 국민의당 호남 현장 투표가 사실상 판세를 결정짓는 만큼 호남 공략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안 전 대표는 이날 하루 9개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안 전 대표는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우정연수원 개관식에 참석해 기존 경로당을 어르신 건강생활 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하고 ‘독거노인 공동생활가정 사업’도 시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어 오후에는 광주 갑·을 당원간담회를 열고 “무원칙한 연대론은 국민의당을 약화시킨다”면서 자강론을 재차 강조했다. 또 광주 권역별로 지역당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손 전 대표는 전북도의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식량 주권시대를 열겠다”면서 농촌 정책공약을 발표했다. 비축미를 수입 옥수수 대신 사료로 사용하는 방안 등을 통해 안정적인 쌀 생산량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주선 국회부의장은 이날 수도권에 머물며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을 예방했다. 국민의당 대선 후보 경선은 25일 광주·전남·제주, 26일 전북 경선 등 7대 권역에서 진행된 후 다음달 4일 최종 결정된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두는 만큼 사실상 이번 주말 경선 결과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선룰도 여론조사 비율이 20%인 데 비해 현장투표는 80%로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도 이번 주말 경선 결과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방송 중 망신 당한 이유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방송 중 망신 당한 이유

    민생현장을 둘러보던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망신을 당했다. 민망한 장면은 TV로 생방송돼 전국으로 송출됐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베네수엘라 미란다주에 있는 국립유전의학센터를 방문했다. 장애인을 지원하는 국가프로젝트 9주년을 맞아 정부가 기획한 행사다. 마두로 대통령은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시설을 둘러보며 센터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을 직접 만났다. 돌발(?) 상황은 마두로 대통령이 한 젊은 여성환자와 마주치면서 발생했다. 생중계된 당시의 상황을 보면 여성환자는 "지금 이 순간을 이용해서…"라고 말한다. 무언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 그에게 마두로 대통령은 "물론이죠"라고 하면서도 "지금 생방송으로 나가고 있습니다"라고 경고(?)한다. 무언가 심상치않은 말이 나올 것으로 짐작한 듯하다. 여성환자는 "4년째 이런 시설에서 신세를 지고 있다"고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당장 해결해야죠. 담당자 어디 있나?"라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그런 마두로 대통령에게 뼈아픈 말이 이어진다. 여성환자는 "4자녀를 두고 있는 미혼모인데요. 경제적으로 어려운데…자식들이 영양실조에 걸렸어요"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순간 얼굴색이 변하면서도 영양실조가 진짜 있는 줄 몰랐다는 듯 "정말이요? 그런 문제도 모두 해결해야죠"라면서 황급히 화제를 바꾼다. 방송이 나가자 야권에선 "국난급 경제위기와 식량난, 이젠 더 이상 숨길 수 없다" "현실을 감추는 데만 급급한 정부, 이래도 거짓말만 늘어놓겠는가"라는 등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로 경제위기와 이로 인한 식품-의약품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지만 마두로 정부는 "빈곤이 줄고 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의 주장과 거리가 멀다. 현지 일간 엘나시오날이 최근 보도한 생활비조사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선 5인 가구가 1달간 먹을 기본식품을 사려면 18개월치 최저임금이 필요하다. 이렇다 보니 영양실조에 걸리는 사람이 늘어나는 건 당연하다. 베네수엘라 중앙대학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영양실조에 걸리는 취학 전 아동이 3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 늘어난 수치다.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군산복합체’를 통해 세계 최강의 군사력 꿈꾸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군산복합체’를 통해 세계 최강의 군사력 꿈꾸는 중국

    중국 정부가 군사용 기술에 민간 기술을 접목해 미국의 보잉이나 록히드 마틴과 같은 거대한 군산복합체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관영 신화통신,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들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겸 중앙군사위 주석이 지난 12일 군사용 기술을 발판으로 산업 발전을 꾀하는 국가전략인 ‘군민융합’을 가속하라고 지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군민융합(軍民融合)은 군사용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고 민간 업체들이 군수품을 공급하고 인민해방군 연구·개발(R&D)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설명했다. 시 주석은 이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인민해방군 대표단 분과회의에 참석해 미국처럼 군산복합체를 육성함으로써 최첨단 기술을 획득해 ‘제4차 산업혁명’의 중핵 역할을 맡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인민해방군에 강대한 과학기술의 토대를 제공하기 위해 군민융합의 혁신적인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당중앙이 군민융합을 주도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를 신설했다”고 강조했다. 그가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군민융합을 또다시 강조함에 따라 중국의 군산복합체 육성이 가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시 주석이 군민융합을 들고 나온 것은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속에서 경쟁력 있는 세계적인 기업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지도부의 군산복합체 본격 추진이 중·장기적으로 미국과의 군사력 균형을 목표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얘기다. 현재 세계 최강 전력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군사력이 보잉이나 록히드 마틴과 같은 군산복합체를 통해 가능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현실적으로 국방비를 증액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중국은 경제와 함께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7%가 넘는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국방비를 늘려왔다. 이 같은 상황이 10여년 이상 지속될 경우 민간분야의 기술력이 보태진다면 미국과의 전력 균형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게 중국 정부의 구상이다.   중국은 지난 2012년부터 군산복합체 추진에 나섰지만 그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는 비판적 평가 속에 향후 구체적인 로드맵을 시 주석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장루밍(姜魯鳴) 중국 국방대 군민융합심도발전연구센터 교수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군사력과 경제력 증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장기적 국방 안보를 실현하기 위해 군민융합 또는 군민일체화를 추진 중”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시 주석은 지난해 3월 인민해방군 전인대 대표단 전체회의에서 “혁신 능력이 군대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앞서 8일 쓰촨(四川)성 전인대 대표단 분과회의에서 나가 “군민융합의 하이테크 산업기지 건설을 서두르라”고 주문했다. 쓰촨성에는 방산업체가 밀집하고 있으며 지난해 방산관련 생산 규모는 2800억 위안(약 46조 4268억원)을 넘어섰다. 군민융합 산업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쓰촨성 당국은 12개 방산업체와 12개 협약을 체결하고 150개 중점 방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이 군민융합을 통한 연구에 착수한 분야는 전투기와 우주개발에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제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을 포함하고 있다.중국 공산당은 지난 1월 당중앙 정치국 산하에 중앙군민융합발전위원회를 신설해 시 주석이 이를 이끌도록 결의한 바 있다. 당시 이를 두고 시 주석이 직접 나서 군산복합체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시 주석도 군민융합을 통해 중국의 군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는 만큼 군민융합발전위원회가 중국판 군산복합체 탄생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군민융합 체제의 실현을 국가시책으로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 주석이 이미 지난해 인민해방군 전인대 대표단 전체회의에서 “혁신 능력은 군대의 핵심 경쟁력”이라며 군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군민융합 발전전략 등을 거론, 국방·무기 분야의 신기술 개발 필요성도 역설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에도 군수 산업에서 민간의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촉구하며 강군 육성의 의지를 거듭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인민해방군 장갑병공정학원을 방문해 ‘군민융합 발전 첨단기술 성과 전시회’를 참관한 뒤 민간의 첨단기술을 군수 산업에 활용하는 ‘군민융합’의 필요성을 당부했다. 이런 까닭에 시 주석이 양회 기간 중 군민융합을 반복해 강조한 것은 군민융합에 대한 당 차원의 결정을 공식화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군민융합은 중국의 13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13·5규획, 2016~2020년)의 중요 목표 중의 하나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인민해방군이 필요로 하는 기술·장비·서비스를 공지해 민간업체들과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국방과기공업국도 방위산업 분야에서 민간 업체들의 진입 제한을 점차 풀고 국영 군수업체들이 민간 업체들과 협력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했다. 특히 중국이 조선업에서 한국, 일본 등을 제치고 수주량 세계 1위에 올라있는 점은 군민융합의 대표적인 성공사례꼽힌다. 해군 함정 건조를 수십 년간 지속해온 끝에 전체 조선업 발전에 강력한 동력을 제공했고 거대 조선업이 강한 해군 건설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군산복합체에 대한 최초의 구상은 쉬치량(許其亮) 중앙군사위 부주석이 2015년 수필집에서 중국이 국제 위상에 맞는 강한 군대를 확보하기 위해 미국이 한 것처럼 군산복합체를 발전시키는데 한층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표면화됐다. 쉬 부주석은 “더 큰 힘을 갖게 된 중국이 세계무대의 중심으로 나아가면서 늘어나는 도전에 직면했다”며 “경제와 기술, 국방을 동시에 강화하지 않으면 민족 부흥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가 방위 구축이 막대한 경제와 사회적 혜택을 가져올 수 있다며 “미국의 맨해튼 프로젝트와 아폴로 프로그램, 중국의 선저우(神舟) 우주선, 창어(嫦娥) 달 탐사 등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쉬 부주석은 이어 해양과 우주, 인터넷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군민융합이 이뤄질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문이 인민해방군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현대화된 군으로 발전시키려는 시 주석 노력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쉬광위(徐光裕) 인민해방군 예비역 소장은 “시 주석이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뿐 아니라 중앙군사위 수장이며 민군 통합은 이 두 부문이 겹치는 지점”이라며 시 주석의 당내 핵심적인 역할 때문에 민군 통합 작업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군산복합체는 정부의 국방비 지출에 깊이 관여하는 군부나 군수회사, 정치인, 언론이 각각의 이익을 위해 제휴해 국방예산 증액을 통해 유착 세력을 뜻한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인물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1961년 1월 17일 퇴임 연설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거대하고 음험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그것은 군산공동체라고도 할 수 있는 위협이다”라고 밝히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 업체는 세계 원자력사업은 물론 무기사업, 석유, 식량, 철도, 전기통신, 철강, 컴퓨터, 인터넷, 언론, 금융, 영화, 스포츠, 대학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깊숙이 개입해 백악관과 군부, 정부기관을 뒤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과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만, 제너럴 다이내믹스, 레이시온 등 군수업체들은 이 막대한 국방예산을 따내기 위해 선거가 있었던 2000년 한해에만 9000만 달러의 로비 자금을 워싱턴 정가에 뿌렸다. 이 용어는 냉전 시절 군비 경쟁에 전력을 기울이던 미국 체제를 비판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거미는 고래보다 먹이를 더 많이 먹는다

    거미는 고래보다 먹이를 더 많이 먹는다

    엉뚱한 질문 같지만 전 세계에 있는 거미와 고래가 먹는 양을 합치면 어느 쪽이 더 많을까? 고래가 아무리 커도 거미가 숫자가 훨씬 많은 만큼 거미 쪽이 좀 더 유리해 보인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젤대학 및 룬드대학의 연구팀은 거미의 생물량(biomass)과 거미가 섭취하는 먹이의 양을 추정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거미는 1x1m 면적당 개체 수가 1000마리에 달할 만큼 흔한 절지동물로 지구 위에 매우 널리 분포한다. 하지만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냥을 한다. 우리의 눈에 띄는 것은 사실 거미 가운데 매우 소수에 불과하다. 거미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4만 5000종에 달할 만큼 다양하며 그 무게를 모두 합치면 2500만t에 달할 만큼 생물량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들이 연간 섭취하는 먹이의 양은 4억~8억t에 달할 정도로 많다. 고래가 먹는 총량인 2.8억~5억t보다 더 크다는 결론이다. 동시에 세계식량기구가 추산한 인류의 연간 육류 및 어류 섭취량인 4억t보다 많다. 거미가 먹는 먹이의 90%는 곤충 같은 다른 절지동물이다. 그런데 다행하게도 거미는 먹이를 두고 인류와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보기 징그럽다는 점을 제외하면 오히려 인류에게도 유익한 면이 있다. 거미가 먹는 절지동물 가운데 일부는 작물을 갉아먹는 해충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메뚜기나 혹은 나방(그 애벌레가 작물에 해를 끼친다)을 잡아먹는 거미는 해충의 개체 수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거미가 먹이로 삼는 일부 모기, 파리, 진드기 역시 인간에게 질병을 옮길 수 있으므로 거미의 개체 수 조절 기능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다. 더 나아가 거미 자체도 새 등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어 먹이사슬과 생태계 유지에 기여한다. 사실 다른 모든 동식물과 마찬가지로 거미 역시 건강한 생태계 유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우리는 거미를 포함한 여러 동식물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 안에서 살아간다. 비록 우리가 별다른 이유 없이 거미를 싫어하지만, 사실 우리는 거미의 덕을 보고 사는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화성 감자’, 똑같은 조건 재배 성공했다 (연구)

    ‘화성 감자’, 똑같은 조건 재배 성공했다 (연구)

    '마션'은 화성에 고립된 우주 비행사의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다. 당연히 영화 자체는 허구지만,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러 설정은 과학계에서도 여러 가지 흥미로운 논쟁을 일으켰다. 그 가운데 하나는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는 부분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영화처럼 감자를 재배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화성같이 극한적 환경에서도 작물 재배가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2015년 나사와 국제 감자 센터(International Potato Center)의 과학자들은 화성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는 감자를 개발하기 위해서 합동 연구를 시작했다. 이들이 감자를 선택한 이유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작물일 뿐 아니라 현재 세계의 주요 식량 자원이기 때문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랄 수 있는 감자 품종을 만들어낸다면 당장에 화성에서 재배가 어렵더라도 식량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존에는 작물 재배가 어려웠던 지역에서 추가로 감자를 재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우주 환경에서 작물을 재배할 때 여러 가지 가능성을 테스트할 수 있다. 합동연구팀은 페루의 팜파스 데라 요야(Pampas de La Joya) 사막에서 화성의 토양과 가장 비슷한 흙을 구해 큐브 셋(CubeSat)이라는 작은 격리 상자에 담고 감자를 재배했다. LED를 이용해서 화성의 약하지만, 방사선이 강한 태양 빛을 대신하고 지구와는 크게 다른 화성의 대기 조건을 흉내 낸 가스를 넣어서 감자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이고 기압이 낮은 대기 조건과 약한 빛, 낮은 기온에서도 감자가 자랄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연구를 이끈 줄리오 발디비아-실바는 "이 감자가 화성에서도 자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화성 표면에 감자를 심으면 잘 자란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환경이 갖춰진 화성 기지에서 화성 대기를 이용해서 감자를 재배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미래 화성 유인 탐사에서는 화성 감자 재배가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지금 우주 정거장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것처럼 미래 우리의 후손들은 화성 감자의 맛을 보고 지구의 익숙한 맛과 비교할지도 모른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명예기자가 간다] 일진이 안 좋다, 산꼭대기다… 그러나 산불씨, 내 다리근육 무시마라

    [명예기자가 간다] 일진이 안 좋다, 산꼭대기다… 그러나 산불씨, 내 다리근육 무시마라

    “또 너야?” 이제 그만 만나고 싶다. 주말 오후 휴대전화 진동소리에 가슴이 철렁한다. 설마 산불인가? 아니나 다를까. 전 직원 산불 현장 출동 문자다. “이번엔 또 어떤 놈이야” 욕이 절로 튀어나온다. 한껏 차려입은 원피스와 구두를 벗어던지고 산불 진화복으로 갈아입는다. 진화도구와 소중한 비상식량이 든 가방을 들쳐메고 차량에 올라탄다. 출동하는 차 안에서 세상 모든 신들께 기도한다. 소나기라도 내려주기를, 오인신고였기를, 정상에서 난 불만 아니기를….건조한 날씨에 주말마다 산불 현장으로 출근도장을 찍다 보니 도로 근처에서 난 산불은 고마워서 넙죽 절이라도 할 판이지만, 오늘은 틀렸다. 산꼭대기란다. 힘든 여정이 예상된다. 현장이 가까워질수록 매캐한 연기가 코를 찌른다. 빨갛게 불타고 있는 나무, 까맣게 그을린 나무들이 눈에 들어온다. 수십년 자란 나무들이 눈앞에서 힘없이 쓰러진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이렇게 물거품이 되나 싶어 안타깝다. 이제 긴장을 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돌이 굴러올지, 나무가 쓰러질지 바람에 날린 불씨가 내 옷을 구멍낼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늘에서는 산림 헬기가 부지런히 오가며 물을 뿌린다. 신입 시절에는 괜히 조마조마했던 적도 있었다. 아까운 물을 애먼 곳에 뿌리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 기우란 걸 금세 알게 됐지만 공중에서 정확히 뿌려주는 실력이 감탄스럽다. 땅에서도 분주하다. 흙을 뒤엎어 방화선을 구축하고 잔불을 정리하고 고목에 붙어 있는 불길을 잡는다. 체력 하나는 자신 있지만 능선과 계곡 사이를 부지런히 오르내리다 보면 다리는 후들거리고 연기로 인해 속이 답답하다. 그래도 내 손끝에서 사그라드는 불씨를 보면 뿌듯하고 발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불씨를 정확하게 조준해 꺼뜨릴 때는 왠지 모를 쾌감도 느껴진다.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어두워진다. 헤드랜턴에 의지해 깜깜한 산을 내려온다. 치열한 전투를 치뤄내며 전우애(?)가 쌓여 간다. 다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각자 현장에서 있었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고단함을 웃음으로 넘겨본다. 그리고 고생했다며 서로를 위로한다. 다음 주말은 제발 큰 산불 없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기원한다. 불은 소방서에서 끄는 거지 왜 네가 끄냐고, 헬기가 끄는 거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산불은 산림청 소관이다. 큰불은 헬기가 잡아주지만 잔불 정리는 사람이 직접 한다. 산불진화대가 있지만 규모가 커지면 예외없이 현장에 투입된다. 유난히 건조했던 작년 봄,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업무를 중지하고 뛰쳐나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주말의 마무리는 산불 현장이었던 것 같다.질리도록 먹었던 김밥과 주먹밥, 김밥과 생수 10인분을 메고 낑낑대며 정상까지 배달하던 일, 나날이 튼튼해지던 하체 근육, 산불현장에서 부모를 잃고 떨고 있던 아기다람쥐 장평이를 만난 기억, 날리는 불씨에 머리카락이 그슬리고 나무에 부딪히며 생겼던 수많은 멍들, 화마로 까맣게 타버린 나무들, 동시다발적 산불 발생으로 동분서주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실수로 낸 산불에 소중한 자산인 숲이 사라지고, 동물들은 집을 잃는다. 누군가는 그 불을 끄기 위해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 연인과의 오붓한 데이트를 포기해야 한다. 사고는 예고없이 찾아온다. 자나 깨나 산불을 조심하자. 김경화 명예기자(산림청 대변인실 주무관)
  • 김제 토마토 농장 청년 사장님 도시 근로자 1.6배 소득 비결은

    김제 토마토 농장 청년 사장님 도시 근로자 1.6배 소득 비결은

    의무 기간 年소득 9000만원 자금 지원·해외 연수 등 도움전북 김제에서 토마토를 키우는 허정수(28) 하랑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청년 스타’ 농부다. 2010년 국립한국농수산대 채소학과를 졸업한 뒤 정책자금을 지원받아 2만㎡ 땅에 유리온실을 지었다. 장미를 키워 일본에 수출하던 그의 아버지가 엔화 가치 하락으로 농사를 접을 무렵이었다. 허 대표는 대학 2학년 때 10개월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현장실습을 다녀온 경험을 바탕으로 생산성 좋은 유리온실과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해 사업을 키웠다. 연 1200t의 토마토를 출하하는 허 대표는 햄버거 체인점 맥도날드에 슬라이스 토마토를 납품하는 등 안정적인 직거래 선을 확보한 덕에 지난해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순수입만 7억원이다. ‘농업사관학교’로 불리는 농수산대 졸업생의 2015년 평균 소득이 9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9일 조사됐다. 전년(8594만원)보다 4.7% 증가했다. 일반 농가(3722만원)의 2.4배이자 도시근로자 소득(5779만원)의 1.6배 수준인 고소득이다. 1997년 개교해 올해 20주년을 맞은 농수산대는 지난해까지 404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85%(3251명)가 농수산업에 종사한다. 이 대학을 나오면 최소 6년 동안 의무적으로 영농활동을 해야 한다. 김남수 농수산대 총장은 “현재 의무 영농 중인 졸업생 1896명의 연평균 소득 조사 결과가 9000만원인데 의무 기간이 지난 졸업생 소득은 더 높을 것”이라면서 “농수산업이 청년 취업난 해결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학과별로 보면 양돈·양계와 관련된 중소가축학과 졸업생의 소득이 1억 9904만원으로 가장 많고 축산학과(1억 9491만원),수산양식학과(1억 4428만원),한우·젖소 관련 대가축학과(1억 2285만원), 식량작물학과(7372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동백꽃이 붉은 이유

    [양진건의 유배의 뒤안길] 동백꽃이 붉은 이유

    동백꽃이 끝물이다. 남해 동백은 엄동설한에 피어난다. 그러나 제주 동백의 배경은 엄동풍한(嚴冬風寒)이다. 바닷바람이 매서운 추운 겨울에 핀다는 말이다. 정말이지 제주 겨울의 바닷바람은 맵차다. 삼다의 섬이라고 해서 풍다(風多)를 들지만, 겨울바람이 특히 그렇다. 이규보는 “여기에 좋은 꽃 달린 나무가 있어 눈 속에서도 능히 꽃을 피우도다”(此木有好花 亦能開雪裏)라고 동백꽃을 노래했다. 그러나 그가 제주도 동백을 보았다면 “바닷바람 속에서도 능히 꽃을 피우도다”라고 바꿨을 것이다. 그만큼 제주 동백은 거친 바닷바람을 견디며 피어난다. 그래선지 꽃 생김이 단단하다. 그런데 유배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꽃이 동백이었다고도 한다. 그 단단하던 동백꽃이 통째로 지는 풍경이 어쩐지 모가지가 잘리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여 유배지 근처의 동백나무를 아예 모두 잘라 버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듯 동백꽃에 얽힌 사연이 많다. 1840년부터 제주 유배 생활을 하던 추사 김정희에게 아내는 정성스레 입을거리, 먹을거리를 보내곤 했다. 그런데 한양에서 제주까지 물건이 도달하기까지 서너 달은 걸렸다. 언젠가 봄에 보낸 물건이 겨울에 도착했던 모양이다. “오늘 집에서 보낸 서신과 선물을 받았소. 당신이 봄밤 내내 바느질했을 시원한 여름옷은 겨울에야 도착했고, 나는 당신의 마음을 걸치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머리맡에 병풍처럼 둘러놓았소”라고 했다. 참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사연이다. 입을 거야 그렇다지만 먹을거리는 온전할 리 없다. “당신이 먹지 않고 어렵게 구했을 귀한 반찬들은 곰팡이가 슬고 슬어 당신의 고운 이마를 떠올리게 하였소”라며 추사는 섭섭해한다. 얼마나 그리웠기에 반찬에 곰팡이가 하얗게 핀 모양이 아내의 이마처럼 보였겠는가. 그래도 도저히 먹을 수 없어서 “내 마음은 썩지 않는 당신 정성으로 가득 채워졌지만 그래도 못내 아쉬워 집 앞 붉은 동백 아래 거름 되라고 묻어 주었소”라며 반찬들을 동백나무 아래 묻는다. 마침 동백이 피어 있었던 모양이다. 이를 본 추사는 “동백이 붉게 타오르는 이유는 당신 눈자위처럼 많이 울어서일 것이오”라고 했다. 추사도 그 동백꽃을 보며 분명 울었을 것이다. 그리움이란 그런 것이다. 그런데 그 붉은 동백꽃을 유심히 보고 있으면 틈새로 문득 동박새를 만나게 된다. 겨울 식량인 동백꽃의 꿀을 찾고 있는 것이다. 동백꽃은 제 몸을 열어 동박새들에게 먹을거리를 준다. 날이 거칠수록 동백꽃이 붉어지는 이유도 식량을 놓치지 말라는 표시일지 모른다. 덕분에 동박새는 수정을 도와 동백꽃을 피게 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공생 관계다. 공생에도 종류가 많다. 한쪽만 이익을 얻는 편리공생도 있지만, 동박새와 동백꽃은 쌍방이 이익을 얻는 상리공생이다. 우리 사회는 이런 상리공생의 삶을 잊은 지 오래다. 온통 편리공생의 갑을관계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수평적 거래 관계인 갑을관계가 갑의 독점적 힘을 바탕으로 수직적 신분 관계인 종속관계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모두가 갑이 되고자 용쓰는 사회가 돼 버렸다. 삶의 존재 이유가 갑이 되고자 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 여겨질 정도다. 조금만 애정을 갖고 동박새와 동백꽃의 상생을 배울 수 있었다면 그 유배인도 통꽃으로 지는 동백꽃이 아무리 자기 처지와 닮았다 하더라도 동백나무들을 모두 잘라 내는 우를 범하진 않았을 것이다. 추사도 붉은 동백꽃을 보며 아내의 울음을 떠올렸다. 이것이 바로 배려이고 공감이고 동정심이다. 배려와 공감, 동정심이 없는 사회야말로 농단(斷) 사회인 것이다.
  • 옥스팜-셰프 샘킴, 주한영국대사관서 자선 푸드트럭 행사 개최

    옥스팜-셰프 샘킴, 주한영국대사관서 자선 푸드트럭 행사 개최

    세계적인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코리아와 셰프 샘킴이 지난 4일 주한영국대사관에서 영국 대학 동문들을 대상으로 자선 푸드트럭 행사를 열었다.이번 행사는 오랜 내전과 인플레이션, 슈퍼 엘리뇨 피해 등으로 식량 위기가 심각한 아프리카 지역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영국 국비 장학금 취브닝 동문들은 셰프 샘킴이 직접 만든 ‘오일 라구 파스타’를 먹으며 전 세계 식량위기지역의 실태를 깨닫고 정기후원을 독려받았다. 행사를 개최한 대사관 측에서는 장소협조와 행사에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했다. 셰프 샘킴은 “셰프들이 전국 주요 도시를 직접 찾아가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누며 식량위기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금도 아프리카에서 2000만명 이상이 굶주림으로 사망할 수 있는 위기에 놓여있기 때문이다”라며 “푸드트럭 행사를 통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관심과 도움을 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옥스팜코리아 지경영 대표는 2011년 동아프리카 기근 후 6년 만에 아프리카 최악의 기근이 발생했다”며 “푸드트럭 행사를 통한 후원금을 피해지역에 지원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전했다. 옥스팜과 샘킴이 함께하는 푸드트럭 행사는 지난 2015년부터 시작돼 서울, 부산을 비롯한 전국 8개 도시 21개 지역에서 이전까지 8번의 캠페인을 펼치며 모두 8800인분의 음식을 나눴다. 행사를 통해 1100명의 후원자가 가난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약 3만 가구에 10일 간의 식량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해적 차단 전문’ 청해부대 EU 연합 작전에 첫 참가

    ‘해적 차단 전문’ 청해부대 EU 연합 작전에 첫 참가

    우리 청해부대가 유럽연합(EU) 주관으로 실시된 대(對)해적작전 ‘아탈란타’(Atalanta)에 최초로 참가했다. 합동참모본부는 5일 “청해부대 23진으로 아덴만 해역에서 국내외 선박의 안전항해 지원 임무를 수행 중인 최영함(4400t급)이 지난달 27일부터 ‘아탈란타’에 최초로 참가했다”고 밝혔다. 대해적작전은 연합해군사령부(CMF)와 EU 소말리아 해군사령부(CTF465)가 주관하고 있다. 식량 등 물자운송과 선박 호송, 정찰 및 해적활동 차단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이번 작전은 지난해 12월 발효된 ‘한·EU 위기관리활동 참여 기본협정’에 따른 것으로 2018년까지 계속된다. 청해부대 23진 전대장 김경률 대령은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해적활동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홍환 전문기자 stinger@seoul.co.kr
  • 이틀간 110명… 소말리아 땅도 생명도 말라 버렸다

    이틀간 110명… 소말리아 땅도 생명도 말라 버렸다

    극심한 가뭄으로 식량난을 겪는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지난 48시간 동안 110여명이 굶어 죽었다고 AP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극심한 가뭄에 여성·어린이 굶어죽어 하산 알리 카이레 소말리아 총리는 이날 국가가뭄위원회 모임에서 “가뭄 피해가 심각한 남서부의 농촌 지역에서만 여성과 어린이 11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사망자 수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카이에 총리는 “기아와 물 부족 등으로 죽어가는 우리 국민에게 전 세계의 관심과 사랑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 소말리아는 지난해 우기 강우량 부족이 가뭄으로 이어지면서 식수·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 곡물 생산량과 가축 수도 급격히 줄었다. 지난달 28일 모하메드 압둘라 모하메드 소말리아 대통령은 국가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엔은 소말리아 인구 절반 이상인 620만여명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원 없으면 6년 전 26만명 사망 재현” 앞서 유엔 구호기구들은 소말리아가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시간이 2개월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현재 소말리아에서는 심각한 영양실조로 어린이 36만 3000명이 고통받고 있으며 이 중 7만 1000명은 치료와 영양 지원이 절실한 상태다. 유엔의 피터 드 클라크 소말리아 담당관은 “소말리아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되고 핵심적인 국가 계획까지 훼손될 수 있다”면서 “2011년 26만여명이 사망한 소말리아 대기근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록한 위대함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기록한 위대함

    세상 끝 최악의 탐험, 그리고 최고의 기록/로버트 팔콘 스콧/박미경 옮김/나비의 활주로/540쪽/2만 5000원“당신과 아이의 초상이 내 가슴에서 발견될 거요.” 누가 이런 글을 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길 수 있을까. 죽음이라는 원초적 두려움 앞에서 이런 용기를 낼 수 있다면 그는 필경 초인적인 인내력과 완벽한 통제력을 갖춘 사람일 것이다. 새 책 ‘세상 끝 최악의 탐험, 그리고 최고의 기록’의 저자가 그랬다. 영국의 탐험가였던 저자는 자신의 삶과 남극 원정을 맞바꿨다. 저자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지 않았던 건 삶에 대한 미련이 아니라 도전에 대한 기록이었다. 책은 500여일에 달하는 저자의 탐험 일기와 뒤이은 수색팀의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다. 1901년, 한 차례 남극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저자는 1910년 두 번째 원정을 벌인다. 이른바 ‘테라노바호 탐험’이다. 당시 영국 해군 대령이자 탐험대장이었던 저자는 원정대를 세 팀으로 나눠 운영했다. 자신이 속한 극점팀(남극점 공략팀)과 북부팀, 서부팀 등이었다. 결과적으로 극점팀은 남극점을 정복하는 것엔 성공했지만, 귀환엔 실패했다. 불과 800m 옆에 구조팀이 와 있었지만,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극심한 눈보라로 두 팀은 엇갈리고 말았다. 그 처절했던 하루하루를 저자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기록했다. 그게 책의 핵심 가치다. 당시 5명으로 구성됐던 극점팀 대원들은 편히 최후를 맞을 수 있는 약을 각자 소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자연사를 택했다. 동료 한 명의 죽음은 곧 식량 배급의 증가로 이어졌다. 냉혹하지만 남극에선 그게 현실이고 최선이다. 최후의 순간이 왔다고 생각되면 스스로 발걸음을 늦추거나, 살아남아야 할 이들을 위해 짐짓 편한 말을 남기고 텐트를 떠나야 했다. 이 같은 이야기들이 담담한 필치로 적혀 있다. 일 년 뒤 수색팀이 다시 남극을 찾았다. 항공기로 물자를 수송하는 요즘과 달리 당시엔 여름철에만 남극 탐험이 가능했기 때문에 수색팀 투입도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수색팀이 극점팀 일행을 찾았을 때 대원 셋은 최후의 순간 그대로였다. 저자가 가장 나중에 숨을 거뒀고 양 옆에 대원들이 잠자듯 누워 있었다. 저자는 필경 두 대원의 죽음을 지켜보며 최후의 글을 남겼을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지만 몸은 점점 더 쇠약해지고 있다. 끝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안타깝게도 더이상 글을 쓸 수가 없다. R 스콧.” 당시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저자는 죽기 전 왼손을 평생지기이자 탐험 동지였던 윌슨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그대로 최후를 맞았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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