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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피플+] 결혼 75주년 맞은 ‘100세 동갑내기 부부’

    [월드피플+] 결혼 75주년 맞은 ‘100세 동갑내기 부부’

    흐뭇한 미소를 주는 한 노년 부부의 소식이다. 올해 100세가 된 동갑내기 부부가 가족과 친구들의 축하 속에 결혼기념식을 올려 화제에 올랐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케이턴즈빌시에 위치한 실버타운에서 한 부부의 75주년 결혼기념식이 열렸다. 올해 나란히 100세 시대를 연 동갑내기 부부의 이름은 월터와 레슬리 킴멜. 이들 부부는 78년 전인 22살 때 같은 교회에서 각각 성가대와 오르간 연주자로 처음 만나 사랑을 싹틔운 후 지난 1940년 8월 18일 결혼했다. 이날의 결혼기념식도 특별했다. 75년 전 결혼식이 열린 시간인 오후 2시에 맞춰 나란히 식장에 입장한 부부는 가족과 친구들의 박수 속에 함께 기념 케이크를 잘랐다. 100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한 부부는 세계대전 등 격변의 세월을 함께 동고동락했다. 그 과정에서 두 명의 아들이 태어나 '기쁨'이 됐고 4명의 손주와 4명의 증손주까지 얻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 말 그대로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이룬 비결을 묻는 질문에 부부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서로에게 진실되고 정직하게 함께 삶을 즐기세요. 그러면 매일매일의 삶이 행복해집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뉴스 분석] 동북아 다자회의 ‘선제적 외교’…美·中 사이 전략적 균형 시험대

    [뉴스 분석] 동북아 다자회의 ‘선제적 외교’…美·中 사이 전략적 균형 시험대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20일 청와대가 밝혔다. 이를 계기로 박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여섯 번째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참석은 불투명하지만 행사를 즈음해 중·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이 같은 일련의 양자 접촉은 연내 한·중·일 3국 회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10월 중순에는 한·미 간 정상회담이 개최되며 하반기에는 유엔 총회 등 각종 다자회의가 집중돼 있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펼쳐질 동북아 외교전에 선제적, 주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국의 전승절 행사 참석이라는 환경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집권 2기 시작과 함께하는 외교 각축에 많은 숙제가 놓여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우선 주변국들과 북한 및 북핵 문제를 다뤄야 하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과 균형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국과 일본, 미국 등과의 양자 간 현안도 적지 않고 이에 더해 3자, 4자 간 이해가 얽힌 복잡한 방정식도 풀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행동’을 주문했던 일본과 북한이 주요한 장애물이나 변수로 작용할 개연성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 지뢰 도발에 이어 이날도 포격 도발을 감행한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전후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전략적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 전승절 행사 참여의 반대급부로 중국에는 대북 외교의 약한 고리이자 급소이기도 한 ‘행동지향적 협력 관계’를 요구해야 하고, 미국에는 동아시아 안정과 평화를 위한 구상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와 병행되는 열병식에 참석할 것인지에 대해 청와대는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다음달 4일 예정된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한 뒤 귀국한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늘 개점…900여 브랜드 입점·축구장 2개 규모 식품관

    현대백화점 판교점 오늘 개점…900여 브랜드 입점·축구장 2개 규모 식품관

    걸어도 걸어도 끝없이 펼쳐지는 점포의 규모는 이곳이 서울·경기 지역 백화점 가운데 가장 넓다(연면적 23만 7035㎡, 영업면적 9만 2578㎡)는 점을 실감하게 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없는 게 없었다. 루이비통 같은 해외 명품 브랜드부터 뉴욕 여행의 필수 맛집인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까지 찾고자 하는 브랜드가 대부분 있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신분당선 판교역 건너편에 있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21일 문을 연다. 정식 개점에 앞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영태 현대백화점 사장은 “분당·용인 상권뿐 아니라 서울 강남권과 안양·수원·동탄 등 경기 남부 전역으로 상권을 넓혀 쇼핑과 문화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수도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점의 특징은 넓은 공간이다. 입점한 브랜드가 900여개나 되는데, 이는 15개 현대백화점 점포 가운데 가장 많은 수다. 판교점에 입점한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멀버리, 발리 등 46개 해외 명품 브랜드는 경기 남부 상권에 처음 등장한다. 프랑스 의류·잡화 브랜드 ‘이치아더’와 세계 3대 침대 브랜드 ‘사보이어’(영국) 등 37개 브랜드는 판교점에서 국내 첫선을 보인다. 판교점의 가장 큰 매력은 축구장 2개 넓이의 식품관이다.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자재 브랜드 ‘이탈리’가 판교점에 국내 처음으로 들어왔다. 이탈리 판교점은 정통 이탈리안 음식도 제공하지만 와인 등 1000여개 식재료도 판매한다. 해외여행을 가야만 먹을 수 있었던 유명 디저트 브랜드도 대거 들어왔다. 유명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에 나와 유명해진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와 뉴욕 브런치 카페 ‘사라베스 키친’, 덴마크의 대표 음료 체인점 ‘조앤더주스’는 판교점에서만 맛볼 수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월드피플+] 연쇄살인마와 결혼한 한 여성 국선변호사의 사연

    [월드피플+] 연쇄살인마와 결혼한 한 여성 국선변호사의 사연

    연쇄살인마를 변호하던 여성 국선변호사가 남편과 자식도 버리고 감옥에 있는 사형수와 결혼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마치 할리우드의 영화 소재로나 어울릴 법한 실화가 방송으로 공개된다. 최근 미국 ABC방송은 탐사보도 프로그램 '20/20'을 통해 방송 예정인 연쇄살인마와 변호사의 기막힌 사랑을 일부 공개했다. 믿기힘든 사연의 시작은 지난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트럭 운전사 출신인 오스카 레이 볼린 주니어는 플로리다 템파에서 3명의 젊은 여성을 강간, 살해한 혐의로 체포돼 이듬해 첫 피해자 재판에서부터 사형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판결 이후에도 줄기차게 무죄를 주장해 온 그는 10년이 지난 1995년 국선 여성 변호사인 로잘리 마르티네즈를 만나게 된다. 본격적인 사연은 여기서부터다. 운명적 만남인지 잘못된 만남인지 모를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졌다. 특히 당시 마르티네즈는 남편은 물론 슬하에 네 명의 딸도 있었던 상황.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듬해 결국 마르티네즈가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언제 죽을지 모를 사형수인 볼린과 옥중 결혼했다는 사실이다. 마르티네즈는 "처음 그를 봤을 때 외로움과 고독을 느꼈으며 무죄라고 확신했다" 면서 "지금까지 단 1초도 그가 3명을 살해한 살인마라고 생각한 적 없다" 고 주장했다. 이후 세간의 관심이 차츰 시들어지면서 두 사람의 사연은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근 20년이 지난 최근, ABC의 취재결과 놀랍게도 두 사람은 계속 부부로 사랑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결혼 이후 마르티네즈는 변호사 생활도 작파하고 탐정 면허까지 취득해 남편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지금까지 고군분투하고 있다. 또한 남편 역시 매일 그녀에게 편지를 쓰며 둘 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전하고 있다.   마르티네즈는 "남편이 자동차 오일을 갈아주고 쓰레기를 버려주고 함께 영화를 보러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면서 "남편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자유를 주기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朴대통령, 中 열병식도 참석 가능성… 막판까지 득실 ‘저울질’

    朴대통령, 中 열병식도 참석 가능성… 막판까지 득실 ‘저울질’

    청와대가 20일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3일 열리는 중국의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도 핵심 행사인 열병식 참석 여부에 대해 말을 아낀 것은 그만큼 결정이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여부에 말을 아끼는 것은 열병식이 갖고 있는 성격 때문이다. 오는 3일 오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릴 열병식에는 1만명 이상의 병력과 최신 무기가 동원될 것으로 보인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이 군사력 면에서도 힘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가 깔린 행사라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주요 서방국 정상은 대부분 열병식 행사에 불참한다. 열병식 참석이 확정된 국가는 러시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이다.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할 경우 거의 유일한 서방권 정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청와대가 공개한 일정만을 놓고 보면 열병식 참석 가능성을 높게 보기도 한다. 실제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박 대통령이 2일 저녁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최하는 국빈 만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방중 공식 일정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후 3일 오전 열병식과 점심에 리셉션 겸 오찬이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병식에는 참석하지 않은 채 만찬과 당일 오찬 자리에만 참석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중국의 전승절 초청을 받아 참석하는 마당에 전승절 행사의 핵심인 열병식 일정을 소화해 방중 의미를 확실히 해서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동북아는 물론 세계질서에 있어서 미국과 중국의 양자 구도로 지형을 새로 짜려는 중국의 의도가 명확한 상황에서 미국이 아닌 중국을 선택했다는 인상을 주는 만큼 열병식만큼은 불참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은 열병식 행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최대한 살펴본 뒤 참석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과 사전에 완전하고 충분하게 소통했다”며 “우리 입장이나 고려 사항을 전달했고 미국도 이를 충분히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방중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열병식 참석 여부에 대해서 “검토 중”이라고 답변한 것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100세 동갑내기 부부의 75주년 결혼기념일 화제

    흐뭇한 미소를 주는 한 노년 부부의 소식이다. 올해 100세가 된 동갑내기 부부가 가족과 친구들의 축하 속에 결혼기념식을 올려 화제에 올랐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케이턴즈빌시에 위치한 실버타운에서 한 부부의 75주년 결혼기념식이 열렸다. 올해 나란히 100세 시대를 연 동갑내기 부부의 이름은 월터와 레슬리 킴멜. 이들 부부는 78년 전인 22살 때 같은 교회에서 각각 성가대와 오르간 연주자로 처음 만나 사랑을 싹틔운 후 지난 1940년 8월 18일 결혼했다. 이날의 결혼기념식도 특별했다. 75년 전 결혼식이 열린 시간인 오후 2시에 맞춰 나란히 식장에 입장한 부부는 가족과 친구들의 박수 속에 함께 기념 케이크를 잘랐다. 100세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한 부부는 세계대전 등 격변의 세월을 함께 동고동락했다. 그 과정에서 두 명의 아들이 태어나 '기쁨'이 됐고 4명의 손주와 4명의 증손주까지 얻는 행복한 삶을 살았다. 말 그대로 백년해로(百年偕老)를 이룬 비결을 묻는 질문에 부부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서로에게 진실되고 정직하게 함께 삶을 즐기세요. 그러면 매일매일의 삶이 행복해집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朴대통령, 中전승절 행사 참석…열병식도에도 모습 드러낼까?

    朴대통령, 中전승절 행사 참석…열병식도에도 모습 드러낼까?

    朴대통령, 中전승절 행사 참석…열병식도에도 모습 드러낼까?  ’朴대통령 中전승절 참석’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공식 발표했다. 주 수석은 “박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다음 달 3일 목요일 베이징에서 개최될 예정인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2∼4일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이어 주 수석은 “구체적 일정은 현재 중국 측과 협의 중에 있으며 적당한 시기에 설명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주 수석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행사 참석 여부와 관련, “열병식 관련 상세 사항은 현재 검토 중에 있다”면서 “현재는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22) 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독박(讀博) 육아일기](22) 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지난해 이맘 때쯤이다. 스트레스는 쌓일대로 쌓였고 외로움과 우울함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다. 잠들기 전 남편에게 “내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얘기를 마침내 내뱉어 버렸다는 것과 그런 생각을 잠시라도 품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조금 후회가 되고 부끄럽지만 그 땐 그랬다. 막상 얘기를 하고 나니 정신이 퍼뜩 들었다. 그 때부터 혼자만의 해방구를 찾아 나섰다. 그냥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문화센터와 같은 놀이 프로그램에도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아이의 첫 사교육이 아이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시작한 것이었다. 외출할 핑곗거리를 자꾸 만들어야 했다. ”도대체 왜 아이를 데리고 엄마들이 밖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가?” “애를 데리고 왜 이렇게 돌아다니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 물론 나만의 경험일 뿐이라 전혀 객관적이라 할 수 없다. 다만 아기를 데리고 누구보다 식당과 카페를 자주 드나드는 아줌마로서 생각을 정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아이와의 외출과 외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약간 충격을 받아서다. 급기야 ‘맘충(Mom+蟲)’, ‘커피충’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졌다. ‘노 키즈존(No kids zone)’은 이미 내 아이가 세상에 나온 뒤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였다. 아기를 안고 나돌아니고 밥을 먹는 것도 늘 눈치가 보였다. ■ 도대체 왜 아이와 밖에 나와 밥을 먹을까? - 외로운 아기 엄마의 항변 그럼에도 나는 나가고 싶었다. 지금도 틈만 나면 나가고 싶다. 아이가 집에서도 재밌게 놀 수 있도록 열심히 중고 장난감을 사들였지만, 사실 아이는 그렇게 진득하게 놀지 않는다. 뭐든지 엄마가 같이 해줘야 한다. 당연하고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힘들다.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똑같은 책 열 번, 스무 번 읽어주다 보면 지친다. 아기만 바라보며 오롯이 집중을 하는 게 이상적인 엄마의 모습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아이하고 있다 보면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와 빨래가 걱정되고, 바닥은 또 왜 이렇게 지저분해 보이는지 아이 발바닥만 쳐다보게 된다. 바닥이라도 한 번 스윽 문지르려고 움직이면 아이는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설거지를 하면 다리를 붙잡고 빙글빙글 돌기만 한다. 6~7개월쯤 아기가 드디어 엄마의 얼굴을 구분하고 낯을 가리기 시작했다. 반갑고 기뻤지만, 나는 꼼짝도 못하게 됐다. 마침 새 집으로 이사를 간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환경이 더욱 낯설어서 그랬던 것 같다. 울거나 안기거나 둘 중 하나였다. 집에서도 아기를 안고 화장실에 가야했다. 언제든 한 몸이어야 아기가 울지 않았다. 종일 울면서 매달리고 내 옷을 붙잡고 늘어질 때면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나를 숨도 못 쉬게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밖에 나가면 얌전하고 잘 웃는 아기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기는 밖에 나가면 얌전해졌다. 모든 사람들이 “순하다”고 했다. 그 말이 어찌나 듣기 싫던지. 하루종일 몇 날 며칠을 엄마 얼굴만 보다가 여러 사람들을 보는 게 아기도 즐거운 것 같이 여겨졌다. 아기띠로 안고 돌아다니면 자고 싶을 때 알아서 조용히 잠들고, 사람들과 마주치면 방긋방긋 웃었다. 이유식도 더 잘 먹었다. 기저귀에 물티슈에 나중에는 이유식까지 아기를 데리고 나가려면 한 짐이었고, 몇 시간 안고 다니느라 어깨와 허리도 아팠지만 어차피 집에 있어도 그렇게 하루종일 안고 있어야 했으니 나가는 편이 좋았다. 나에게도 나가야만 하는 이유들이 있었다. 밥 한 끼 먹는 것도 엄청나게 큰 일이었다. ‘외식’에 집착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모유수유를 했지만 아기와 씨름하느라 밥을 제대로 챙겨먹을 수 없었다. 누군가 챙겨준다면 좋았겠지만 그럴 처지도 아니었고 내가 챙기려니 반찬을 만들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었다. 라면이나 즉석식품으로 때우든지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 일쑤였다. 1만원 이상을 시켜야 배달을 해주기 때문에 2인분씩 사서 반 이상 남겨뒀다가 다음 끼니 때 먹든지 아니면 버렸다. 그나마 남편이 퇴근한 뒤에 저녁을 함께 먹어야 했으니 그 때 겨우 요리를 했다. ●먹는 것 외에는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었다 먹고 자고 심지어 싸는 것까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지만, 이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아기의 얼굴과 웃음이 큰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과는 별개였다. 아기와 함께해서 즐거운 만큼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었지만 그걸 풀 곳이 없었다. 아기를 잠깐이라도 봐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한 시간 운동을 하거나 조용히 차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두어 시간 잠이라도 푹 자봤으면 하는 게 소원이었다. 하지만 정말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아무 데도 편히 갈 곳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먹는 걸로라도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다. 아니, 그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됐다. 커피는 워낙 중독 수준으로 좋아했던 데다 매일 잠을 제대로 못자 피로가 쌓여있다 보니 더 마시게 됐다. 시원한 커피 한 모금이 목구멍에 넘어가면 마치 링거 주사를 맞는 듯이, 몸에 아주 약간의 에너지라도 채워지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밖에 나가 ‘누구라도’ 만나고 싶었다 정말로 나가고 싶었던, 지금도 나가고 싶은 이유는 단지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다. 친정 가족들이 사는 곳은 시차가 13시간이나 난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몇 시간과 잠들기 전 몇 시간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친정엄마가 “이제 잔다”고 문자를 보내는 순간부터 “굿모닝”이라는 문자가 다시 올 때까지 아무하고도 대화를 할 수 없었다. 평일 낮에 아기 엄마를 만나줄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구라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 비슷한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에게 단체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저처럼 집에서 방바닥 긁는 분 계신가요? 저 좀 만나주세요” 딴에는 엄청난 용기였다. 5명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4명이 친정에 가 있다고 답이 왔다. 다른 곳도 아닌 하필 친정이라니. 그 말이 왜 그렇게 서럽던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어버렸다. 그렇게 몇 번을, 정신 나간 사람처럼 울고 난 뒤 거의 매일 밖으로 나갔다. 그냥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 매우 좋았다. 아기를 안고 다니니 몇몇 사람들은 궁금해서 한 번씩 더 쳐다보기도 하고 아기에게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그런 관심도 반가웠다. 아기가 몇 개월이나 됐느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드디어 남편이 아닌 사람과 제대로 문장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소비를 하고 먹고 마시며 살고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됐다. 커피 한 잔을 사 마시는 것에 고단했던 하루를 보상받는 것 같기도 했다. ■ 밖에서 밥 먹는 엄마와 아기들을 사람들은 왜 싫어할까? -엄마들이 지켜야할 것들 아기를 데리고 외식을 하면 요구할 것이 많아진다. 아기 의자부터 아기 식기, 그리고 휴지와 물티슈 등. 뭔가를 계속 달라고 해야 한다. 가게 주인이라면 1인분 밥 값도 안 내는 아기를 위해 그런 요구를 다 들어주기 짜증이 날 것도 같다. 그렇다고 아기가 가만히 앉아서 얌전히 먹는 것도 아니다.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뭘 떨어뜨리거나 정신을 쏙 빼놓는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면 바닥에는 밥풀이 흐트러져 있다. 물론 요즘에는 알아서 아기 의자를 챙겨주고 아기가 먹기 편하게 빨대컵에 물을 담아주는 식당도 아주 많다. 하지만 ‘노 키즈존’이라는 단어를 접한 뒤부터는 그런 배려에도 왠지 눈치가 보였다. 내 아이를 데리고 나가 나의 스트레스를 풀려면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도 스트레스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도 했다. ‘개념 있는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까지 자리잡았다. ●‘개념 있는 엄마’ 강박… “내 아이 욕먹이기 싫어서” 식당에 가면 두 자리를 차지하고 앉는 게 미안해 보통 2인분을 주문한다. 과하다 싶으면 아직 아기이지만 어린이 메뉴라도 주문한다. 아기 수저와 물통은 따로 준비해 간 것을 쓰고 물티슈는 늘 넉넉하게 가지고 다닌다. 그런데도 밥을 다 먹고나면 휴지가 수북하게 쌓이고 지저분하다. 요즘에는 아이가 직접 숟가락질을 하겠다고 우기면서 음식물을 바닥에 더 많이 흘려서, 식사를 하고 나면 바닥을 물티슈로 닦는다. 계산을 할 때면 무조건 “아기 때문에 정신 없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고 나온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한 번은 유모차를 세울 곳이 없어서 식당 안에 끌고 갔다가 곧바로 쫓겨난 적도 있다. 나름 신경써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쪽에 세웠다고 생각했는데 종업원 입장에서는 성가셨을 것도 같다. ●쓰레기 잔뜩 버리고 식당에서 기저귀 가는 엄마들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엄마들과 사귀고 어울리게 됐다. 그러면서 많은 상황들을 보거나 들으며 접한다. 같은 아기 엄마 처지인데도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이런 이유에선지 아이가 있는 엄마들조차 노 키즈존에 적극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엄마들은 나에게 대놓고 “아기를 데리고 왜 이렇게 밖으로 돌아다니느냐”, “왜 아기와 외식을 하느냐”고 질책을 한 일도 있다. 아기와 식당에 가는 것이 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권리라거나 특혜를 바랄 일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내가 밥을 먹고 싶은데 아기를 데려가는 것 뿐이다. 요즘은 아기와 함께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조금 달라졌지만. 아무튼 아기를 위한 배려를 넘어서 무리한 요구까지 너무 당당하게 하는 엄마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음식 1인분을 시켜놓고 아기도 같이 먹게 양을 더 많이 달라고 하거나 어린 아기의 이유식이 아닌 어느 정도 큰 아이가 먹을 외부 음식을 가져와 데워달라고 하는 것은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다. 배려를 해주면 좋은 것이지, 무리한 요구가 당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따로 가져간 간식거리의 쓰레기를 잔뜩 쌓아놓고 오거나 음식 부스러기와 휴지 등을 온통 바닥에 다 떨어뜨려 놓고 나오는 모습은 같은 아기 엄마가 봐도 불편하다. 심지어는 아기가 구토를 했는데 나 몰라라 하고 아르바이트생에게 닦으라고 하거나 식당에서 기저귀를 갈고, 또 그 기저귀를 식탁 위에 올려두고 나오는 게 허다하다고 하니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그것은 아기 엄마라는 점을 떠나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예의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이에게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고 싶다 아이들도 바깥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즐길 권리가 있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누려야 한다. 그런데 이런 권리를 빼앗기도록 하는 것, ‘노 키즈존’을 비롯해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을 결국은 엄마들이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내가 밖에서 욕을 먹지 않으려고 애쓰는 진짜 이유는 나 때문에 내 아이가 욕먹는 게 싫어서다. 내 자식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지만, 남들에게는 그렇지가 않다. 내 자식이 어디서든 귀한 대접을 받으려면 나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귀한 대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지켜주는 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엄마가 해야할 일이다. 나부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모습을 자꾸 보여야 아이가 보고 배울 것이다. 식당에서 뛰지 않는 것,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는 것은 아이가 공동체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가르치는 첫 걸음이다. 아이가 뛰다가 누군가와 부딪히면 엄마가 먼저 사과를 해야한다. 내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도 늘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함께하는 삶을 살게 하고 싶다. 그걸 가장 먼저 가르치는 건 바로 나다. ■ 애가 우는데 엄마들은 왜 가만히 있나? -아이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당부 다 안다, 엄마들도. 아이가 뛰지 말아야 하는 것, 떠들지 말아야 하는 것. 그런데 쉽지가 않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뛰어다녀도 아예 모른 척 하는 엄마들도 분명히 있다. 그것은 정말 문제다. 하지만 아이와 있다보면 갑자기 당황스러운 일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이도저도 못하는 순간, 뭘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는 일들이 곳곳에서 일어난다. 우는데 아무리 달래줘도 안 그치고 더 큰 소리를 내거나 가만히 있다가 먹은 것을 게워내거나 하는 등의 상황들이 닥칠 수 있다. 몸과 머리가 멈추는 듯한 경험을 수시로 한다. 어느 곳에 가더라도 아기가 소중한 인격체로 존중을 받으며 아기와 함께하는 문화가 녹아든 사회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아기를 낳은 이 사회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아기는 울고 흘리고 가만히 있지 않는 존재라는 것이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아기가 갑자기 울면 어디가 아픈지, 무슨 일이 있는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정 시끄럽다, 애 엄마는 뭐하냐는 따가운 눈초리가 나온다. 아기를 경험할 일이 없었고 그래서 아기의 특성을 접할 일이 없었고, 굳이 아기를 이해할 필요성도 전혀 없었던 이유에서다. ●내 자식이지만 마음대로 안 될 때가 있다 밖에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은 아기가 조용하고 방긋방긋 웃을 때에는 “예쁘다, 귀엽다”고 칭찬해주었지만 아기가 빽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인상을 쓰며 쳐다봤다. 아이들은 시끄러운 존재, 방해스러운 존재로 인식되는 듯 하다. ‘노 키즈존’이 더욱 불거진 것은 그런 경험과 생각을 가진, 함께 식사를 하던 손님들의 공감대가 확산되면서다. 아이들은 기분이 좋아도 소리를 지르고 기분이 나쁘면 울면서 소리를 지른다. 나도 즐겨찾는 식당에서 아기가 소리를 빽빽 질러대 당황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아무리 어르고 달래도 말이 안 통한다. 내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면 그 반응이 재미있는지 더 큰 소리를 낸다. 그럴 때 무시하거나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러면 나는 “애를 방치하는” 엄마가 된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중간에 자리를 뜬 적도 많지만 음식이 나온 초반부터 그러면 난감하다. 급기야 스마트폰으로 ‘뽀로로’를 보여준다. 잠시 조용해진다.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어휴, 식당에서 왜 저렇게 애들한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걸까” 혀를 찬다. 지하철을 탔을 때 아기가 갑자기 잠에서 깨 울기 시작했는데 어느 하나 “아기가 어디 아프냐?” “무슨 일이냐?”고 물어본 사람이 없었다. 젊은 사람들은 힐끔힐끔 흘겨봤고, 할머니들은 “엄마가 애를 힘들게 한다”고 핀잔을 줬다. 다섯 정거장만 가면 내릴 수 있는데 그 10분 남짓이 한 시간처럼 느껴졌다. 순간 짜증이 나서 “제발 그만 좀 울어”라고 아기에게 말했다. “애기한테 왜 짜증을 내냐”는 말이 들렸다. 결국 도착하기도 전에 다른 역에서 문이 열리자마자 내려버렸다. 자기 자식 하나 왜 어쩌지 못하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진짜로 어쩌지 못하는 순간들이 많다. ●누구나 아이였고, 부모가 된다 우리는 누구나 아이였고, 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될 것이다. 아이는 울음으로 말을 하고 큰 소리로 표현하는 존재라는 생각만 가져줘도 감사한 일 같다. 10분, 20분 내내 우는 아이를 방치해도 좋다는 게 절대 아니다. 아이 울음에 대한 반사적인 거부감을 조금만 거둬들여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학생일 때도 지하철에서 몇 년 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 인사를 나누다가 “좀 조용히 좀 하라”는 주의를 받은 적도 있다. 밤이 되면 술에 취한 아저씨들이 노래를 부르고 고성을 지르기도 한다. 무조건 아이라서 안 된다는 시각이 불편하다. 결국은 엄마들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모두가 한 걸음씩만 물러서서 생각해 보면 극단적인 갈등은 피해갈 수 있지 않을까. 아기 엄마는 외로운 존재라는 점을 이해해 준다면 금상첨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5)불어난 몸무게 만큼 고통과 행복이 함께 늘었다 (16)환상 속에’만’ 둘째가 있다 (17)엄마인 나의 육아를 존중받고 싶다 (18)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19)연예인 만삭화보, 그것은 꿈일 뿐… (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21)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1회부터 14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100세 시대 新노년]황혼 이혼·재혼의 명암

    [100세 시대 新노년]황혼 이혼·재혼의 명암

    황혼 이혼·재혼과 노인의 성 문제는 무관치 않다. 노인의 행복을 좌우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는 이 부분에 여전히 관심이 없거나 냉담하다. 노인의 성을 ‘무성’이란 말로 무시한다. 황혼 이혼과 재혼은 가족 분란을 낳기도 하고, 갇힌 성은 노인의 성범죄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지만 사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 노인은 재산 등을 둘러싼 갈등이나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동거를 선택하고, 은밀하거나 일탈적인 방법으로 성적 욕구를 해결한다. 전문가들은 노인 개인의 행복을 위해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자식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전에 사는 A(84) 할아버지는 얼마 전부터 네 살 많은 할머니와 동거하고 있다. 8년 전 구청 복지관에서 만나 노래교실 등의 프로그램에 동참하면서 정이 들었다. 재혼하고 싶었지만 양가 자녀들이 극구 반대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갑자기 심근경색 증세를 보였던 게 자녀들의 생각을 바꿔놨다. 할머니가 할아버지 집을 찾았다가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지는 할아버지를 보고 급히 119에 연락해 병원으로 옮겨 살린 것이다. 양가 자녀는 대부분 외지에서 산다. 둘은 고민 끝에 재혼이란 법적 굴레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동거를 선택했다. 노인의 이혼과 재혼이 느는 가운데 황혼 재혼 트렌드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동거하는 노인이 느는 것이다. 재혼하면 양가 자녀들이 한가족이 되는 게 불편하고 유산을 둘러싼 갈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8일 찾아간 대전 서구노인복지관의 박선정 대리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10명씩 단체 미팅을 주선하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재혼 등 사실혼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도 “노인들도 젊은이처럼 남녀 관계를 가볍게 가려 하고, 법적인 재혼보다 홀가분한 동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아무 조건 없이 동거에 들어가는 노인은 많지 않다. 서울에 사는 70대 할아버지 B씨는 최근 문화센터에서 만난 동갑내기 여자 친구와 ‘계약 동거’를 하기로 약속했다. 재혼까지 생각했지만 멀리 사는 자식들이 알면 반대할 게 분명해서다. B씨는 “나중에 유산 문제로 양쪽 자식들이 싸울 것이 걱정돼 동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동거에도 약간의 문제는 있을 것 같아 둘은 동거 계약서를 썼다. 계약서에는 ‘동거 중 한 사람이 먼저 죽거나 헤어지면 본래 재산은 그대로 나누고 동거 기간에 생긴 재산은 절반씩 나눈다’는 내용 등을 적었다. 권중돈 목원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조사 자료가 없어 동거 노인 숫자를 단정하기 어렵지만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동거는 재혼보다 갈등 관계에서 좀 더 자유롭지만 법적 규제를 덜 받아 안정성이 떨어지는 탓에 한쪽이 버려지거나 자식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쫓겨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노인의 법적 혼인·재혼은 여전히 강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남자의 혼인은 2010년 4800명에서 2011년 4900명, 2012~13년 각각 5100명에 이어 지난해 5200명으로 늘었다. 같은 연령 여자의 혼인도 2010년 1900명에서 2011년 2100명, 2012~13년 각각 2300명에 이어 지난해 2400명으로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배정원(세종대 겸임교수) 행복한 성문화센터 대표는 “외롭기도 하고 혼자 살다 옆에 아무도 없이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공포가 짝을 찾게 한다”고 봤다. 도시 주변 러브호텔에는 남녀 노인이 짝을 지어 찾는 일이 적지 않고, 콜라텍에서는 외제차를 끌고 온 노인이 인기를 끄는 등 젊은 층과 별반 다르지 않은 데이트 풍경을 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 대표는 “재혼은 합법적으로 떳떳하게 살고자 선택하는 것으로 문제는 자식들”이라고 밝혔다. 황혼 재혼은 개인의 자율성을 찾아 행복을 추구하는 장점이 있다. 동반자가 있어 안정감이 생기고 외로움과 성적 욕구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반면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황혼 이혼이나 재혼은 삶을 더 어렵게 하기도 한다. 배 대표는 “노인들은 이혼과 재혼을 합리적으로 생각한다. 자식도 합리적이지만 유산 등의 문제로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재산 있는 노인이 재혼하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황혼 재혼이 많은 것은 이혼이 그만큼 는다는 얘기다. 30년 넘게 살다 헤어진 부부 비율이 전체 이혼에서 2010년 7.5%, 2011년 7.9%, 2012년 8.6%, 2013년 9.4%, 지난해 10.3%로 갈수록 증가한다. 성격 차이, 장기 별거, 가출, 외도, 가정폭력 등이 주요인이다. 권 교수는 “수명이 길어지면서 황혼 이혼이나 재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식들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도울 수 있도록 생각을 바꿔야 한다”면서 “다만 황혼 이혼이나 재혼 모두 건강과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더 불행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연예기획사 팀장, 걸그룹 지망생에게 강제로 대마 피우게 해..“가수 하려면 필수?”

    연예기획사 팀장, 걸그룹 지망생에게 강제로 대마 피우게 해..“가수 하려면 필수?”

    연예기획사 팀장, 걸그룹 지망생에게 강제로 대마 피우게 해..“가수 하려면 필수?” 충격 ‘연예기획사 팀장’ 한 연예기획사 팀장이 10대 걸그룹 지망생들에게 강제로 대마를 피우게 한 사실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필로폰을 국내에 공급한 미국 갱단 출신 20대 남성과 10대 걸그룹 지망생들에게 강제로 대마를 피우게 한 연예기획사 팀장 등 마약 사범들이 대거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19일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상억)는 올해 1∼7월 마약사범 집중단속을 벌여 마약류를 공급·투약·밀수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등)로 연예기획사 팀장 등 16명을 구속 기소하고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소규모 연예기획사에서 가수 지망생들을 훈련하는 팀장급 트레이너로 일한 정모(33) 씨는 걸그룹 지망생 4명에게 “가수를 하려면 필요하다”면서 작년 8∼11월 8차례 강제로 대마초를 피우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연예기획사 팀장 피해자 중에는 16세와 18세 등 10대가 2명 포함돼 있다. 정씨는 피해자들이 흡연을 거부하면 소위 ‘왕따’를 시키는 등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대마초를 억지로 피우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부모가 딸의 대마 흡연 사실을 알고 항의하자 연예기획사 팀장 정씨는 경찰을 찾아가 자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모(23.구속기소)씨는 미국 영주권자인 아버지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할 때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과 함께 무기밀매 갱단 활동을 하다 2012년 2월 추방돼 국내에 들어와서는 필로폰을 유통하다 단속에 걸렸다. 홍씨는 2013년 9월 이후 1주일에 1∼3번씩 이태원 클럽에서 만난 낯선 외국인들로부터 필로폰을 공급받아 투약했으며, 이를 지인들에게도 팔아넘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홍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지인 5명은 작년에 이미 구속됐다. 검찰은 홍씨의 범행과 관련해 해외 범죄조직이 마약 밀수에 개입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검찰은 성관계할 목적으로 술잔에 몰래 필로폰을 타 여성에게 마시게 하는 속칭 ‘몰래뽕’을 한 혐의로 조모(58)씨 등 2명과 이들에게 필로폰을 공급한 또 다른 조모(61)씨도 구속했다. 이밖에 모텔에서 집단 혼숙하며 상습적으로 필로폰을 투약한 김모(43)씨 등 8명도 단속에 걸려 이 가운데 7명이 구속기소됐다. 이들 일당에는 조직폭력배도 포함돼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단속 결과 최근 마약류 거래가 공급자로부터 직접 건네받는 방식 이외에도 인터넷으로 마약을 주문해 국제우편이나 택배로 받아보는 비노출·비대면 방식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단속에서는 구매자나 투약자보다 판매자, 알선책을 집중 단속한 결과 공급사범을 작년 동기보다 2배 이상 증가한 16명을 붙잡았다. 투약사범은 12명, 밀수사범은 3명이었다. 마약류별로는 필로폰이나 프로포폴,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이 전체 적발 건(31명) 중 가장 많은 25건이었다. 양귀비나 아편, 코카인 등 전통적인 마약과 대마의 경우 각각 3건 단속됐다. 네티즌들은 “연예기획사 팀장 충격이다”, “연예기획사 팀장, 대체 왜 대마를 피우게 해?”, “연예기획사 팀장, 미쳤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서울신문DB(연예기획사 팀장)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시론] 청년 고용 ‘절벽’ 앞에서 노사정의 책무/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론] 청년 고용 ‘절벽’ 앞에서 노사정의 책무/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계약직으로 일했어요. 정말 바쁘게 일했죠. 그런데 임금이 너무 적은 거예요. 한가하게 신문 보면서 이래라 저래라 일만 시키는 정규직 간부들은 정작 월급이 엄청 많데요. 가끔 친구들끼리 얘기하죠. ‘야, 이거 월급이 바뀐 거 아니냐?’ 이렇게요.” 어느 청년의 이야기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또 다른 청년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정규직 되는 줄 알았죠. 근데 기간 끝났다고 나가래요. 그때 많이 울었어요. 엄마 생각나서….” 청년들의 솔직한 심정이 가슴에 다가왔다. 그리고 암담했다. 그런 청년들에게 기성세대들은 청년 취업 3종 세트만 내민다. “눈높이를 낮추세요.” “외국어 배우세요.” “기술 자격증을 따세요.” 안타까운 일이다. 이른바 ‘청년수난시대’다. 비정규직도, 구직난도, 산업재해도 유독 청년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해법은 단순하다.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대기업 일자리가 늘어야 하고,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대기업 못지않게 만드는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격차가 커도 너무 큰 상황에서, 그저 눈높이를 낮추라고만 할 수는 없다. 다그친다고 될 문제도 아니고, 남 탓만 해서 풀릴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개혁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렇다고 더이상 피할 수도 미룰 수도 없다. 그만큼 절박하다. 노사정이 각자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이유다. 우선 대기업의 과감한 개혁 참여를 당부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가장 많이 내어 줄 수 있는 이도, 중소기업의 일자리를 제법 괜찮은 일자리로 변화시킬 수 있는 이도 실은 대기업이다. 부디 청년 고용 문제만큼은 ‘경영효율성’만을 고집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 때로는 ‘경영 비효율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굳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사랑해요, OO”를 외치던 기업 이미지 광고처럼 진정한 경쟁력은 국민의 사랑에 있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청년 고용 문제에 나서 준다면 국민들은 그 몇 배로 보답해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타이밍도 중요하다. 무슨 일이 터지고 난 후에는 영 빛이 나지 않는다. 기업들이 노동개혁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어렵겠지만 노동계도 용기를 내줘야 한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들이 ‘기득권’ 고수에만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이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힘들고 위험한 일은 도맡아 하면서도 저임금에 허덕이고, 직장에서 소외감까지 감내해야 하는 비정규직 청년들의 고단한 현실을 오로지 사용자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투쟁적 노사 관계도 거두어야 한다. 지난 1980년대 이후 노동계의 투쟁과 희생은 오늘날 대한민국 민주화의 토대가 됐다.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다르다. 영세근로자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근로조건을 내걸고, 노사가 치열하게 다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계의 행동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국민은 기업의 미래를 노사가 함께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부디 노동개혁은 버릴 것은 버리고 바꿀 것은 바꾸는 자기 혁신의 기회가 됐으면 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번 개혁의 1차 당사자는 노도 아니고 사도 아니다. 바로 정부다. 청년 고용은 헌법상 국가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판에 박힌 정책을 되풀이하는 오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나를 따르라는 식’의 접근 방식도 지양해야 한다. 지금 산업현장은 공무원의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보다 더 빨리 변해 간다. 개혁에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노사의 고충에 공감하는 노력이 배어 나와야 한다. 노사의 양보를 구하는 일인 만큼 기업에 대한 지원과 근로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강화에도 과감히 나서야 한다. 훈수를 두기는 쉽다. 막상 이해관계 당사자가 되면 달라진다. 판단은 흐려지고, 결단은 느려진다. 서너 수는커녕 한 수 앞을 내다보기도 벅차기 마련이다. 매사가 그러할진대 노동개혁이야 오죽하랴. 그래도 희망은 있다. 노사정이 이 시대 청년들을 ‘내 자식’으로 여기고 노동개혁에 나서 준다면 말이다.
  • [사설] 안하무인 재벌가 3세의 갑질

    드링크제 박카스로 유명한 동아제약 회장 아들의 ‘갑질’이 도마에 올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의 모 병원 주차장 관리 직원의 노트북 컴퓨터를 부순 혐의로 동아제약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사장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에 이어 되풀이되는 재벌가 자제들의 안하무인격 행동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이들의 반사회적인 행동과 일탈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히 다스려야 할 것이다. 강씨는 병원에 세워 놓은 자신의 차량에 무단 주차 경고장이 붙자 항의하려고 주차 관리실을 찾았다가 노트북을 던졌다고 한다. 병원에 주차 등록을 해 놓지 않은 차량이어서 직원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었다. 그는 등록차량 주차 갱신을 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경고장을 붙이니까 화가 나서 그랬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그래도 주차 관리원의 값비싼 사무용품을 파손한 행위는 도가 지나쳐도 많이 지나쳤다.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돈 있고 힘 있으니 상대방을 하인 취급해도 된다는 알량한 선민의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재벌가 사람들의 일탈 행동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일상사가 되고 있다. 승무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 말고도 그동안 있었던 그들의 갑질을 꼽으려면 손가락이 모자란다. 모 제과회사 사장이 호텔 도어맨을 장지갑으로 폭행한 사건, 의류 회사 회장이 공항에서 항공사 직원의 얼굴을 신문지로 때린 일, 시위를 벌이던 사람을 야구방망이로 때린 뒤 매값 2000만원을 준 모그룹의 2세 사건 등이다. 능력 검증도 없이 오로지 부모 잘 만난 덕으로 일반인이나 직원들 위에 군림하고 횡포를 부려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던 이들이다. “사회 질서를 무시하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는 누리꾼들의 비난과 분노를 산 것은 당연한 결과다. 재벌 2, 3세들의 몰지각한 행태는 우리 사회에 ‘반재벌 정서’를 확산시킬 뿐이다. 기업 경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비자 불매 운동의 희생양이 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성을 잃고 장소를 불문하고 ‘분노조절장애’ 증세를 보이는 이들을 국민은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최소한의 양식도 없는 재벌 2, 3세들의 행태를 국민은 더는 용납하지 않는다. 돈과 권력을 자랑하기에 앞서 그에 걸맞은 도덕성부터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명인·명물을 찾아서] 야생화 흐드러지게 핀 반달곰 동산을 엿보다

    [명인·명물을 찾아서] 야생화 흐드러지게 핀 반달곰 동산을 엿보다

    세계적인 명품 도시를 꿈꾸는 세종시. 아직은 황폐한 모습이 상당히 남아 있지만 도시는 분명히 그 꿈에 점점 더 다가서고 있다. 이 도시에 걸맞은 휴식 공간으로는 중앙행정타운의 거대한 인공호수도 있지만 명품 수목원도 숨어 있다. 전동면 송성리에 있는 ‘베어트리파크’다. 아름다운 숲과 어우러진 세계적인 곰 테마 공원이다. 정문을 지나자 맨 먼저 ‘오색연못’이 관람객을 맞는다. 예쁜 연못이 물을 가득 담고 있고 그 속에서 총천연색의 비단잉어 500여 마리가 떼 지어 헤엄치는 장면이 시원하다. 먹이를 주거나 손뼉을 치면 단박에 몰려든다. 조금 더 들어가면 베어트리정원이 나온다. 통나무 폭포가 물을 뿜으며 뜨거운 열기를 허공으로 밀어 올리고, 그 주변으로 갖가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짙푸른 향나무와 소나무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그 뒤로 수목원의 백미인 반달곰동산이 있다. 반달곰 135마리가 이곳에 산다. 반달곰은 관람객들에게 자태를 뽐내며 재롱을 부린다. 몸집이 우람한 불곰 15마리는 느린 동작으로 쳐다보고 손을 비비거나 내밀어 관람객을 즐겁게 한다. 곰에게 먹이를 주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의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새끼 곰이 산책하는 것도 구경할 수 있다. 매년 1~2월 태어난 새끼 곰이 3개월간 어미 곰의 젖을 먹고 자라면 이후 2~3개월 동안은 사육사가 젖병을 물려 키우면서 간간이 산책을 시키려고 바깥으로 데리고 나온다. 1년 전 ‘새코미’라는 새끼 곰은 관람객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사람들을 잘 따르고 킥보드를 타기도 했다. 귀여운 재롱에 강아지만 한 새끼 곰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아이들은 이 곰이 나타나면 졸졸 따라다녔고, 사진을 찍으려고 난리였다. 그러나 이제 이 곰은 밖에서 볼 수 없다. 이효철 이사는 “1년이 지나면 사람에게 해코지를 할 수도 있어 바깥으로 데리고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불곰 새끼는 성질이 사나워 우리에 가둬 키운다. 반달곰동산 주변에는 꽃사슴사육장도 있다. 아름다운 꽃사슴 20여 마리가 뛰논다. 공작, 원앙, 앵무새, 금계와 은계를 기르는 사육장도 옆에 있어 곰 외에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러 동물을 손쉽게 볼 수 있다. 동물들이 먹어 치우는 사료, 당근과 배추 등 채소, 사과와 배 등 과일을 사는 데 드는 비용만 해마다 수천만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산천 여기저기에 핀 야생화를 모아 심은 야생화동산도 이곳에서 가깝다. 꽃이 만발한 산책로를 걸으면 시골 뒷동산 같은 정겨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더 올라가면 전망대가 우뚝 서 있다.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34만㎡의 수목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멀리 천안과 세종시도 보인다. 잠시 쉬어 가기 좋다. 내려오면 넓은 잔디밭도 있고 그 옆으로는 카페가 들어서 있다. 커피, 음료를 판다. 가까운 곳에 야외 식당도 있다. 또 정자와 연못이 그림 같은 송파정과 곰조각공원도 지척이다. 곰 조각 40점이 다양한 모습으로 세워져 있다. 그 아래로 식물원이 펼쳐져 있다. 수목원 자체가 나무와 숲의 천국이다. 대부분 주목, 소나무, 향나무 등의 상록수로 사시사철 푸르다. 기기묘묘한 분재로 가득 찬 ‘분재원’, 열대 조경과 한국의 산수 조경을 한 폭의 동양화처럼 담아낸 비밀 정원 ‘만경비원’, 아름다운 수형의 고목들을 만날 수 있는 ‘송파원’이 인기를 끈다. 돌과 이끼가 섞여 고풍스러운 멋까지 풍긴다. 특히 여름에 꽃이 피는 장미, 아이리스(꽃창포), 능소화로 꾸며진 하계정원도 있다. 열대식물원, 다양한 수련이 아름다운 경치를 만들어내는 수련원, 100년 이상 된 향나무가 빼곡한 향나무동산도 볼만하다. 1000여종에 모두 40만여 그루의 나무와 꽃, 분재가 반달곰 등의 동물과 한데 어우러져 수목원 풍경을 빛낸다. 곳곳에 휴식 공간이 있어 그늘에서 사색을 즐길 수도 있다. 관광지의 북적거리는 인파에 지칠 일이 없고, 구경거리가 단순한 자연과도 색다르다. 어른은 넉넉한 휴식을, 아이들은 교육적이고 이색적인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각종 문화 행사도 수목원 갤러리에서 열린다. 봄가을에 작은 음악회와 미술전시회가 두 번씩 열린다. 여름철에는 아이들을 위한 물놀이장도 문을 연다. 봄가을 피크철이 아니면 양가 합쳐 150명 이하 규모의 작은 결혼식도 자연 속에서 올릴 수 있다. 레스토랑과 곰 인형 및 허브용품 등을 살 수 있는 판매점도 있다. 매년 25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이곳을 찾는다. 자녀를 데리고 온 가족이 대부분이지만 연인들도 데이트를 즐기고자 찾는다. 세종시에 사는 김지혜(34)씨는 “곰이 호두과자를 받아 먹으려고 재롱을 부리는 모습을 아이가 너무 좋아해 과자를 두 번이나 샀다”면서 “이곳의 진짜 매력은 식물원이다. 또다시 찾고 싶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당초 개인의 비밀 정원이었다. 기업인 이재연(84)씨가 50여년간 땀 흘려 만들었다. 1963년 경기 의왕시에서 자신의 호를 따 만든 ‘송파원’이 원조다. 꽃과 나무를 좋아해 만들었지만 1991년 개발사업으로 토지가 수용되자 지금의 터로 옮겼다. 이씨는 주말마다 달려와 나무를 심었다. 마을 개발로 나무를 뽑아야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먼 시골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갔다. 어떤 마을은 “길을 내게 돼 수호목을 베야 하는데 꺼림칙하다”며 수목원에서 길러 달라고 맡겼다. 이 이사는 “마을 수호목을 보낸 주민들이 초기에 이곳을 찾아왔다가 잘 자란 나무를 보고는 기분이 좋아져 돌아가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씨는 지인에게 선물받은 반달곰 10마리도 지금처럼 번식시켰다. 이씨는 2009년 5월 ‘다른 사람들과 이 풍요로움을 나누겠다’며 수목원을 일반에 개방했다. 다만 입장료는 있다. 성인 1만 3000원이다. 개인이 기르던 나무를 수목원 안에 심고 팻말도 달 수 있게 했다. 이 이사는 “수목원이 지금과 같이 평화롭고 품격을 잃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문어, 생각보다 똑똑하네…인간과 유전자수 비슷

    문어, 생각보다 똑똑하네…인간과 유전자수 비슷

    ‘문어’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다름 아닌 ‘파울’이다. 일명 ‘점쟁이 문어’라고도 불렸던 파울은 2008년과 2010년 월드컵 당시 승패 여부를 높은 확률로 맞추면서 유명해졌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실제 문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품었는데, 최근 해외 연구진이 이러한 문어의 게놈을 해독하는데 성공해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학 클리프튼 랙스데일 박사 연구진은 문어가 우리의 생각보다 더 ‘똑똑하며’, 이번 게놈 해독을 통해 과거 무척추동물인 문어가 척추동물보다 더 빠르게 진화할 수 있었던 ‘비결’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랙스데일 박사는 “문어는 다른 연체동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뇌가 훨씬 크고 문제를 ‘똑똑하게’ 해결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과거 영국의 유명한 동물학자인 마틴 웰스는 ‘문어는 외계생명체’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문어는 포유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것보다 2억 3000만 년 전이나 이른 4억 년 전에 지구상의 바다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진화를 시작했다. 문어는 지구상에 등장한 최초의 원시 지능 동물이며, 인간의 유전자 개수와 비슷하거나 약간 더 많은 3만 3000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문어의 유전자 개수가 인간과 비교했을 때 이 같은 특징을 가질 수 있었던 까닭은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유전자를 출현시켰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연구진이 주목하는 유전자는 뇌에서 생성되는 세포접착 단백질의 일종인 프로토카데린이다. 프로토카데린은 신경세포를 발달시키고 뉴런과 뉴런의 상호작용을 돕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알려져 있다. 문어 게놈 해독 결과 문어에게는 총 168종의 프로토카데린 유전자가 존재하며, 이는 일반 포유류보다는 2배, 무척추동물보다는 무려 10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함께 연구를 이끈 캘리포니아대학의 다니엘 로크샤 박사는 “문어의 뇌는 식도로 둘러싸여있으며 이는 무척추동물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문어는 오징어 등과 달리 촉수가 없고 8개의 팔은 독립적인 ‘생각’과 행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게놈 해독을 통해 뛰어난 지능을 자랑하는 문어의 뇌가 어떤 형태로 진화할 수 있었는지를 밝혀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대북정책과 대일정책, 말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대북정책과 대일정책, 말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워싱턴 특파원이던 2006년 9월 14일 백악관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뒤 두 정상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식’에 합의했다고 우리 정부가 발표했다. 기자들이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식이 뭐냐고 묻자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한·미 양국 고위 실무선에서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추가적으로 협의해 만들 것”이라면서 “후속 협의가 빠르면 다음주 중에 개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언론은 그걸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라고 대서특필했다. 미국 언론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언과기실(言過其實) 대북 정책들 2009년 9월 21일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 외교협회(CFR) 오찬 연설에서 ‘그랜드 바겐’이라는 대북 정책을 제안했다. 북한이 핵 폐기를 이행하면 안전보장과 경제지원을 동시에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도 국내 언론은 ‘그랜드 바겐’을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미 국무부에서 한반도 문제를 총괄하는 커트 캠벨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공개적으로 속내를 드러내 논란이 됐다. 지금 돌아보면 공동의 포괄적 접근 방식도, 그랜드 바겐도 실체가 거의 없는 수사(修辭)에 불과했다. 그런 기억들 때문일까.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 구상’,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내놓았을 때 좀 걱정스런 느낌이 들었다. 언과기실(言過其實), 말이 실체를 앞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세 정책이 10년 뒤 또는 30년 뒤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2년 반이 지난 현시점에서 살펴보면 역시 말이 앞선 것 같다. 지난 70년간의 남북 관계를 돌아보자. 박정희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이 어떤 이름의 대북 정책을 갖고 있었는지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후락과 박철언이 평양을 다녀온 뒤 7·4공동성명과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이 나왔다.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 시절부터 ‘햇볕정책’을 주창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박지원이 베이징·상하이·평양 등지에서 협상을 거친 뒤에야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졌다. #정치도, 외교도 사람이 하는 일 1966년 한국과 일본이 국교를 정상화한 이듬해 우리나라 대학생 다섯 명이 국제 학생교류 프로그램에 따라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다. 훗날 다섯 대학생 가운데 둘이 공직을 선택했는데, 한 사람이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이고, 또 한 사람이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다. 2007년 우리 정부는 여수에 세계박람회를 유치하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이웃 나라인 일본이 여수가 아니라 경쟁 상대였던 모로코의 탕헤르를 앞장서 지지하고 있었다. 당시 일본 대사였던 유명환은 일본 정부에서 박람회 정책의 책임자였던 야치 쇼타로 외무성 사무차관을 찾아갔다. 이웃 나라의 ‘도리’를 강조하고, 향후 일본의 국제행사 유치 지원 등을 약속하며 여수 지지를 부탁했다. 야치는 유명환의 제안을 받아들여 정치권까지 설득해 가며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바꿨다. 46년생 동갑이었던 두 사람은 마음이 통했다. 함께 지방에 내려가 속옷만 입고 술을 마시는 사이가 됐다. 지난 6월 22일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서울과 도쿄에서 열린 두 나라 대사관의 국교정상화 50주년 행사에 교차 참석했다. 최근 한·일 관계에서 보기 드문 ‘순풍’이었다. 이병기 실장과 야치 국가정보국장이 막후 역할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실장이 2013년 주일본 대사로 부임했을 때 유명환 전 장관으로부터 가장 먼저 소개받은 사람이 야치 국장이다. 박 대통령이 오늘 광복 70주년 담화를 발표한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의 의미도 담길 것이다. 역사를 마주하는 박 대통령의 고뇌와 책임감이 담긴 말들이 나올 것이다. 그 말들을 존중한다. 그러나 말을 실현하는 것은 사람이다. 정치도, 외교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 말이 아니라 사람이 왔다 갔다 해야만 정책이 수행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그 점을 좀 더 염두에 뒀으면 한다. 편집국 부국장 겸 정치부장
  • 마녀사냥 성규, “요즘 아이돌끼리 연애 어렵다” 왜?

    마녀사냥 성규, “요즘 아이돌끼리 연애 어렵다” 왜?

    14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에는 그룹 룰라 이상민, 아이돌그룹 인피니트 성규, 배우 임수향, 유소영이 출연해 수위높은 입담을 뽐냈다. 이날 방송에서 MC 유세윤은 아성규에게 “아이돌들은 언제 썸을 느끼냐”고 물었다. 성규는 “사실 요즘에는 진짜 아이돌들끼리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성규는 “예전에는 끝나고 같이 회식도 가고 그랬다던데(요즘엔 아니다)”라고 연애가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성규의 말에 성시경은 “(연애가)제일 좋은데 사실 잘 안 됐을 때는 고통스러운 일”이라 말했다. 이에 성규는 “아이돌들끼리 연애하다 헤어진 후 음악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마녀사냥 성규, 아이돌 연애 언급

    마녀사냥 성규, 아이돌 연애 언급

    14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에는 그룹 룰라 이상민, 아이돌그룹 인피니트 성규, 배우 임수향, 유소영이 출연해 수위높은 입담을 뽐냈다. 이날 방송에서 MC 유세윤은 아성규에게 “아이돌들은 언제 썸을 느끼냐”고 물었다. 성규는 “사실 요즘에는 진짜 아이돌들끼리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성규는 “예전에는 끝나고 같이 회식도 가고 그랬다던데(요즘엔 아니다)”라고 연애가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성규의 말에 성시경은 “(연애가)제일 좋은데 사실 잘 안 됐을 때는 고통스러운 일”이라 말했다. 이에 성규는 “아이돌들끼리 연애하다 헤어진 후 음악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팀 seoulen@seoul.co.kr
  • [저자와 차 한잔]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저자와 차 한잔]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

    광복 70년. 반세기가 훨씬 넘는 긴 세월이 흘렀어도 일제 통치의 아픔과 그로 인한 후유증은 여전하다. 그 아픔의 큰 부분은 청산되지 못한 과거와 잔재의 지속이다. 이윤옥(56)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은 잔재의 청산을 통한 바람직한 미래를 앞당기자며 움직이는 글쓰기에 천착해 사는 문화게릴라이다. 그동안 낸 저술도 그 방향에 집중돼 있다. 그런 그가 이번엔 이 땅의 식물들을 뒤져 아픔과 오류를 파헤쳤다. 책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인물과사상사) 출간에 맞춰 서울신문 편집국에서 만났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요. 그 아름답고 예쁜 우리 풀꽃에 그토록 음흉하고 질 낮은 일제의 흔적이 숨겨져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4년 전 지인이 휴대전화로 보내온 ‘큰개불알꽃’ 사진을 본 게 시작이었다. “이 예쁜 꽃에 왜 이런 흉칙한 이름이 붙었을까.” 곧바로 국회도서관으로 달려가 1937년 일제치하 한글로 편찬된 최초의 식물도감 ‘조선식물향명집’을 이 잡듯이 뒤졌다고 한다. 그동안 출간된 각종 도감과 자료를 대조해가며 4년간 작업 끝에 일종의 고발서로 낸 셈이다 “‘조선식물향명집’의 2079종 식물을 일일이 조사했더니 번역도 제대로 못한 엉터리 이름이 수두룩했어요. 2079종의 식물 중 99종에 달하는 식물 이름에서 ‘조선’이 사라졌더군요.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만든 ‘한반도 고유종 총람’에 따르면 한반도 고유식물은 모두 33목 78과 527종인데 일본학자 이름으로 학명이 등록된 게 327종으로 무려 62%나 됐구요.” 그 오류와 악의의 증거는 일일이 말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개’자가 붙은 식물들은 대부분 일부러 격을 낮춰 부르거나 폄훼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를테면 개망초를 한번 보자. 개망초의 일본 이름은 히메조온(姬女)이다. 히메(姬)는 어리고 가냘프며 귀여운 것을 뜻하므로 애기망초나 각시망초로 옮기는 게 적당한데 개망초 등 일부 식물은 ‘히메’를 ‘개’로 번역해놓았다. “일본인들이 한반도 식물을 채집, 조사하면서 상당수에 ‘조선’‘고려’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지금 조선, 고려가 붙은 들꽃이름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식물 이름을 번역하는 사람들이 조선이나 고려를 빼고 옮겼기 때문이지요.” 실제로 봄을 대표하는 꽃인 개나리의 일본 이름은 조센렌교인데 번역자들이 조선 대신 ‘개’를 붙여 개나리라고 이름 붙였다. 개암나무, 개벚나무, 개비자나무등이 같은 경우이다. 큰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도 모두 외양을 폄하하거나 왜곡된 이름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우리 풀꽃에 제대로 된 이름을 붙이기가 쉽지 않았겠죠. 일제 압력 탓이 크고 식견과 지식도 일천했을 테니까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없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지금 야생화 도감이며 들풀, 꽃 사진집이 넘쳐나지만 대부분 아무 문제의식 없이 일제시대의 이름을 그대로 붙여 쓰고 있다. 개선에 앞장서야 할 학자나 대학교수들도 오래도록 써온 이름을 바꾸는게 옳지 않다며 뒷걸음질치기 일쑤라고 한다. “일제의 식민 침략은 단순한 영토 침략을 넘어 이 땅에 사는 수많은 사람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고 우리 고유의 이름마저도 창씨개명으로 없애버렸습니다. 식민의 쓰라린 역사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닙니다” 37년간 일본어와 고전을 연구하며 잔재 청산에 매달려 사는 그의 지론은 또렷해 보인다. “제대로 알고 바로잡아야 바람직한 관계가 형성되는 것 아니겠어요.” 인터뷰 말미에 한 마디를 붙였다. “고대 한국어의 영향을 받은 일본 식물 이름을 추적하고 있어요. 2년쯤 후에 책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성호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해방둥이 초청·총독부 철거… 그때 그 광복절 추억

    해방둥이 초청·총독부 철거… 그때 그 광복절 추억

    광복 70주년을 맞아 되돌아본 광복절은 일제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날인 만큼 갖가지 일로 빛났다. 8월 15일을 국경일로 결정해 광복절로 명명한 건 1949년 10월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부터다. 1955년 광복절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나라를 되찾던 날에 태어난 일명 ‘해방둥이’ 22명을 경무대(현 청와대)로 초청했다. 광복 10돌을 맞아 서울신문사가 12~16일 마련한 행사 가운데 하나였다. 11개 도에서 2명씩 뽑았다. 아이들은 대통령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로부터 선물 상자를 받고 기뻐하기도 했다. 앞서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1958년 광복절 경축식 땐 건국동(建國童·정부 수립일인 1948년 8월 15일 태어난 사람) 1만 2000명이 애국가를 열창해 뜻을 더했다. 육·해·공 3군 분열식도 곁들여져 온 국민을 환호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1975년 광복절 30주년 땐 서울 동작구 국립묘지에 무후선열제단(無後先烈祭壇)을 세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후손도, 묘소도 없이 서러움을 받던 애국지사들의 넋을 달랬다. 1995년엔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중앙청사로 쓰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기로 하고 광복절 행사에 맞춰 첨탑부터 걷어 냈다. 국가기록원은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한 광복절 관련 자료 32건을 14일부터 홈페이지(www.archives.go.kr)를 통해 공개한다. 동영상 7건, 사진 19건, 문서 2건, 우표 4건이다. 조국을 위해 희생한 선열을 추모하고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일할 땐 박력 있게”… 기업 ‘톡톡 아이디어’ 배운다

    “작은 꿈을 이룰 수 있어야 큰 꿈도 이룰 수 있다. 총대를 메는 사람이 되자. 일할 땐 박력 있게….” ‘배달의 민족’이란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잘 알려진 ㈜‘우아한 형제들’ 천세희(여) 이사는 13일 행정자치부 주최로 열린 제1회 ‘워크 스마트 포럼’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엔 정재근 행자부 차관을 비롯해 고용노동부, 미래창조과학부, 인사혁신처, 서울시, 경기·충남도, 농어촌공사 등 공공기관과 구글 등 기업체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했다. 포럼은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직장문화와 공간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만나 경험과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월 1회씩 주제를 달리해 현장을 방문하고 사례 발표와 토론회를 갖는다. 천 이사는 “자존감 높은 직원에게서 훌륭한 서비스를 볼 수 있다”며 성공한 기업으로 도약한 비결을 소개했다. 한 식구라 할 직원들이 만족하지 않으면 회사 고객에게 잘하기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직원 복리후생을 예로 들었다. 기념일엔 자율로 퇴근한다. 자기계발을 돕기 위해 도서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간식도 제공한다. 결혼휴가를 2주일이나 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거나 감동을 받아 한턱을 쏘도록 직원에게 재량권을 준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교육 앱 부문 1위 업체인 ‘스마트스터디’는 한 달에 걸쳐 직원 99명 모두에게 재택근무를 시키는 파격을 선보였다. 출퇴근, 휴가에 관해서는 무제한의 자유를 준다. 아울러 부서 파티션을 없애 직원들끼리 바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분업을 중요하게 여기던 시대를 넘어 협업을 통해 조직 역량을 높여야 하는 시대라는 논리다. 김민석 대표는 “1인 미디어에서 엿보이듯 혼자서도 많은 것을 생산할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한발 나아가 ‘함께 더 잘하기’가 유일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50만개 회사의 정보를 제공하는 ‘잡플래닛’은 각 팀이 하는 일을 회사 전체가 공유토록 해 팀원이 다른 팀 회의에도 참여할 수 있게 한다고 소개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4개 업체의 경우 직원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고, 보고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공직은 물론 업종과 특성이 다른 스타트업 벤처들에도 유용한 정보와 아이디어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현국 농어촌공사 이사는 “100여년 역사를 가진 농어촌공사는 지금 신입직원 100명이 주도해 앞으로 100년 후의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며 “젊은 직원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조직의 성과 창출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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