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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중국 對北정책,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정상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기고] 중국 對北정책,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정상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수호’, 그리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3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북한은 비핵화를 전제로 한 6자회담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환구시보는 1월 13일자 사설에서 대북 제재를 강하게 하면 김정은 정권이 “앉아서 죽을 수 없다”는 식으로 강력히 저항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 ‘죽이기식’ 안보리 결의에 반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대북 제재를 강하게 하지 않으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수호되지 않고 전쟁 같은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김정은은 2012년 8월 25일 ‘선군절’ 기념행사에서 ‘남반부 해방작전계획’의 최종 결재를 선언했다. 그리고 북한군에 ‘조국통일대전’ 준비를 철저히 하라며 김정일 때와 달리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2014년에 10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성능 시험을 했다. 이런 것들은 대북 제재와 전혀 별개로 진행된 것이다. 김정은의 머릿속에는 중국이 기대하는 것과 전혀 다른 계획이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중국이 강력한 대북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반도 안정과 평화가 수호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중국이 북핵 3원칙을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현상 변경이 시도되지 않는 한 김정은은 향후 핵무기를 더 많이 보유하게 될 것이고, 그럴수록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는 심각한 형태로 도전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근본 해결책은 김정은이 태도를 바꾸도록 실효적인 대북 제재를 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김정은 정권을 교체하는 것뿐이다. 현재 김정은 정권은 유일지배 체제를 확립하고 외견상 공고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많은 문제가 잠복해 있다. 김정은과 권력층 간 운명공동체 의식도 “김일성 시대를 100이라 하면 김정일 체제는 50~70, 김정은은 10 정도 된다”(국정원 국회 정보위 보고, 2015년 10월 20일)고 한다. 항간에는 중국이 이러한 북한의 붕괴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정 사태를 초래할 수준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의 붕괴가 곧 북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더 늦기 전에 핵무기로 위협하는 김정은 정권 대신 비핵화를 수용하는 개혁·개방 성향의 친중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 김정은 정권을 버리라는 것이지 북한을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거세지는 국제사회의 압력에 중국이 못 이기는 것처럼 실효적인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만 하면 된다. 겉으로 드러내 놓고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면서 교체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강도 높은 대북 제재로 북한 내부에서 더이상 김정은으로는 안 되겠다고 느낄 만큼 외부 환경을 조성하면 문제는 안에서 해결될 수 있다. 그동안 이런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포정치가 효력을 봤다. 그러나 공포로만 권력이 유지되진 못한다. 김정은 때문에 모두가 죽게 된다고 생각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김정은이 무너지면 객관적으로 친중 정권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 [건강을 부탁해]수면자세, 당신의 피부건강을 좌우한다

    [건강을 부탁해]수면자세, 당신의 피부건강을 좌우한다

    어릴 때부터 습관처럼 굳어진 당신의 수면 자세는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예를 들면, 왼쪽 옆으로 자는 자세는 나쁜 꿈을 꾸게 할 확률을 높이지만 반대로 속 쓰림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당신의 수면 자세에 따라 평균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일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심지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예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자세로 자는 것이 건강에 좋고 혹은 나쁜 것일까. 영국 BBC 헬스의 편집장 출신 프리랜서 기고가 맨디 프랜시스가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5가지 수면 자세가 건강에 미치는 장단점을 소개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어떤 수면 자세가 좋은지 파악하고 좋은 쪽으로 바꾸도록 해보자. 1. 왼쪽으로 누워 잔다 장점정기적으로 속 쓰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왼쪽으로 누워 자면 그 증상이 상당히 완화됐다고 보고했다. 바빌론헬스닷컴(babylonhealth.com)의 온라인 의학 상담가이기도 한 일반의(GP) 매튜 노블 박사는 “속 쓰림 증상은 종종 밤에 더 심해진다”면서 “속 쓰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확신할 수 없지만, 왼쪽으로 누워 자면 위에서 식도로 산이 역류하는 양을 크게 줄이도록 내부 장기가 제어돼 속 쓰림과 관련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점국제 학술지 ‘수면과 최면’(Sleep and Hypnosis)에 터키 유준쿠 일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악몽을 꾸는 사람 가운데 왼쪽으로 자는 사람 중 40.9%, 오른쪽으로 자는 사람 중 14.6%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 등을 대고 바로 누워 잔다 장점영국 런던 정골요법전문 병원 ‘호프 오스테오파시’(Hope Osteopathy)의 정골 의사(DO) 겸 자연요법 의사인 에이미 호프는 요통이 있으면 머리와 무릎 밑에 척추를 바로 유지하기에 충분히 두꺼운 베개를 놔두고 자면 통증을 완화하거나 적어도 이전보다 편히 잘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 성형외과 전문의 고셀 앤슨 박사는 바로 누워 자면 얼굴이 6시간 이상 베개에 눌리지 않아 주름과 반점이 덜 생길 수 있으므로, 당신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엎드려 잘 경우 얼굴에 땀이 나 모공이 막혀 피부가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점믿을 만한 몇몇 연구는 ‘앙와위’(仰臥位, supine position)라고도 불리는 배와 가슴을 위로 하고 반듯이 누운 자세로 자는 것이 옆으로 자는 것보다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을 배로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면 무호흡증은 기도에 근긴장이 부족해 잠잘 때 코를 크게 골아 10초 이상 호흡 정지가 일어나는 증상을 말한다. 바로 누운 자세는 중력이 기도를 축소하고 혀가 목 뒤쪽으로 쏠려 이런 수면 장애를 악화할 수 있다. 또한 바로 누운 자세는 이갈이 문제를 악화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 연구에서 이갈이 환자들은 바로 누운 자세에서 한 시간에 19번 이를 갈았지만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는 13번으로 줄었다. 3. 태아처럼 구부리고 잔다 장점의사 에이미 호프는 충분한 수면을 위해 태아처럼 몸을 구부리고 자는 것을 추천한다. 그녀는 “태아 자세는 잘 때 자세를 너무 고정하지 않고 바꾸게 되면 척추에 충분한 유연성을 제공해 쉽게 숨 쉴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수면평가와 조언 서비스’(Sleep Assessment and Advisory Service)의 관리자인 수면 전문가 크리스 이즈코우스키 교수가 수행한 수면 자세와 성격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태아 자세로 자는 사람들은 양심적이고 질서 정연한 유형으로, 종종 무의식적으로 태아처럼 편안하게 잠으로서 스트레스와 걱정에 대처한다. 따라서 태아 자세로 자는 많은 사람이 상쾌하게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단점경부통(목 통증)이 있다면 태아 자세는 두개저(머리뼈 바닥) 관절에 압력을 가해 통증을 악화할 수 있다. 에이미 호프는 “태아 자세는 대부분의 사람이 편안하게 느끼지만, 뻣뻣한 목이나 아픈 어깨로 깨길 원하지 않는다면 목과 척추 보호를 위해 머리 밑에 베개를 대어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베개는 상대적으로 단단한 질감을 찾아라”면서 “귀와 목 사이 공간을 채울 만큼 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태아 자세로 잘 때에도 머리는 척추와 어깨 선과 직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어깨가 넓은 남성은 날씬한 체격의 여성보다 두꺼운 베개를 필요로 한다. 만일 등이 아프면 무릎 사이에 얇은 베개를 넣으면 척추를 더 편안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4. 오른쪽으로 누워 잔다 장점고혈압이 있다면 오른쪽으로 자는 것이 좋다. 심장은 약간 왼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오른쪽으로 누으면 흉강에 여분의 공간이 생겨 혈압과 심장 박동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줘 심장 질환 문제를 지닌 사람들에게 건강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 또한 미 스토니브룩대학 연구진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자는 것은 뇌와 척수, 신경계에 불필요한 물질을 없애 알츠하이머병이나 다른 신경퇴행성질환을 예방하는 것을 돕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마취된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진의 실험에서 옆으로 누운 자세는 똑바로나 엎드린 자세보다 수면 시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을 더 활성화되고 뇌 혈관과 함께 작용하게 해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된 노폐물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제고하는 데 25%까지 더 효율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비슷하게 옆으로 자는 것이 인간 뇌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다. 단점임신부라면 임신 말기에 오른쪽으로 누워 자는 자세를 피해야 유산 가능성을 더 낮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연구진은 임신부 여성 155명과 그들의 태아 310명의 수면 행동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오른쪽 수면을 피해야 하는 이유로 태아에 가는 혈류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 머리를 옆으로 하고 엎드려 잔다 장점수면 전문가 크리스 이즈코우스키 박사는 팔을 양옆으로 올리는 자유 낙하 자세로 엎드려 자는 것은 과식한 뒤 편안한 소화를 촉진하는 이상적인 자세로 내부 장기를 두는 것이라고 말하며, 홍콩 수인(樹仁)대 전문가들은 엎드려 자는 사람들은 다른 자세로 자는 이들보다 결박된 상태로 성적인 것과 관련한 꿈을 포함한 ‘더 흥미진진한 꿈’(more exciting dreams)을 더 꾸는 경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엎드려 자는 것이 숨 쉬는 것을 더 어렵게 한다는 사실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단점영국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척추교정치료)협회 리시 로티 박사는 “머리를 한쪽 옆으로 돌리고 엎드려 자는 것은 근골격 관점에 수면 자세 가운데 최악이다. 편히 숨 쉬려면 머리와 목을 오랜 시간 한쪽으로 돌리고 있어야만 한다”면서 “이는 두통과 경부통, 굳은 어깨, 팔저림 등 통증을 유발할 수 있을 만큼 목 근육과 신경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엎드린 자세에서 머리를 옆으로 가누고 자는 것은 등허리를 휘게 할 수 있어 요통을 더 악화할 수 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건강을 부탁해] 잠자는 자세, 피부노화·치매·고혈압 막는다

    [건강을 부탁해] 잠자는 자세, 피부노화·치매·고혈압 막는다

    어릴 때부터 습관처럼 굳어진 당신의 수면 자세는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예를 들면, 왼쪽 옆으로 자는 자세는 나쁜 꿈을 꾸게 할 확률을 높이지만 반대로 속 쓰림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당신의 수면 자세에 따라 평균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일 수도 있고, 어떤 경우는 심지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을 예방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떤 자세로 자는 것이 건강에 좋고 혹은 나쁜 것일까. 영국 BBC 헬스의 편집장 출신 프리랜서 기고가 맨디 프랜시스가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5가지 수면 자세가 건강에 미치는 장단점을 소개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어떤 수면 자세가 좋은지 파악하고 좋은 쪽으로 바꾸도록 해보자. 1. 왼쪽으로 누워 잔다 장점정기적으로 속 쓰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왼쪽으로 누워 자면 그 증상이 상당히 완화됐다고 보고했다. 바빌론헬스닷컴(babylonhealth.com)의 온라인 의학 상담가이기도 한 일반의(GP) 매튜 노블 박사는 “속 쓰림 증상은 종종 밤에 더 심해진다”면서 “속 쓰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확신할 수 없지만, 왼쪽으로 누워 자면 위에서 식도로 산이 역류하는 양을 크게 줄이도록 내부 장기가 제어돼 속 쓰림과 관련한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점국제 학술지 ‘수면과 최면’(Sleep and Hypnosis)에 터키 유준쿠 일대학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악몽을 꾸는 사람 가운데 왼쪽으로 자는 사람 중 40.9%, 오른쪽으로 자는 사람 중 14.6%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 등을 대고 바로 누워 잔다 장점영국 런던 정골요법전문 병원 ‘호프 오스테오파시’(Hope Osteopathy)의 정골 의사(DO) 겸 자연요법 의사인 에이미 호프는 요통이 있으면 머리와 무릎 밑에 척추를 바로 유지하기에 충분히 두꺼운 베개를 놔두고 자면 통증을 완화하거나 적어도 이전보다 편히 잘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미국 성형외과 전문의 고셀 앤슨 박사는 바로 누워 자면 얼굴이 6시간 이상 베개에 눌리지 않아 주름과 반점이 덜 생길 수 있으므로, 당신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엎드려 잘 경우 얼굴에 땀이 나 모공이 막혀 피부가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점믿을 만한 몇몇 연구는 ‘앙와위’(仰臥位, supine position)라고도 불리는 배와 가슴을 위로 하고 반듯이 누운 자세로 자는 것이 옆으로 자는 것보다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을 배로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면 무호흡증은 기도에 근긴장이 부족해 잠잘 때 코를 크게 골아 10초 이상 호흡 정지가 일어나는 증상을 말한다. 바로 누운 자세는 중력이 기도를 축소하고 혀가 목 뒤쪽으로 쏠려 이런 수면 장애를 악화할 수 있다. 또한 바로 누운 자세는 이갈이 문제를 악화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한 연구에서 이갈이 환자들은 바로 누운 자세에서 한 시간에 19번 이를 갈았지만 옆으로 누운 자세에서는 13번으로 줄었다. 3. 태아처럼 구부리고 잔다 장점의사 에이미 호프는 충분한 수면을 위해 태아처럼 몸을 구부리고 자는 것을 추천한다. 그녀는 “태아 자세는 잘 때 자세를 너무 고정하지 않고 바꾸게 되면 척추에 충분한 유연성을 제공해 쉽게 숨 쉴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수면평가와 조언 서비스’(Sleep Assessment and Advisory Service)의 관리자인 수면 전문가 크리스 이즈코우스키 교수가 수행한 수면 자세와 성격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태아 자세로 자는 사람들은 양심적이고 질서 정연한 유형으로, 종종 무의식적으로 태아처럼 편안하게 잠으로서 스트레스와 걱정에 대처한다. 따라서 태아 자세로 자는 많은 사람이 상쾌하게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단점경부통(목 통증)이 있다면 태아 자세는 두개저(머리뼈 바닥) 관절에 압력을 가해 통증을 악화할 수 있다. 에이미 호프는 “태아 자세는 대부분의 사람이 편안하게 느끼지만, 뻣뻣한 목이나 아픈 어깨로 깨길 원하지 않는다면 목과 척추 보호를 위해 머리 밑에 베개를 대어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베개는 상대적으로 단단한 질감을 찾아라”면서 “귀와 목 사이 공간을 채울 만큼 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태아 자세로 잘 때에도 머리는 척추와 어깨 선과 직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어깨가 넓은 남성은 날씬한 체격의 여성보다 두꺼운 베개를 필요로 한다. 만일 등이 아프면 무릎 사이에 얇은 베개를 넣으면 척추를 더 편안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4. 오른쪽으로 누워 잔다 장점고혈압이 있다면 오른쪽으로 자는 것이 좋다. 심장은 약간 왼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오른쪽으로 누으면 흉강에 여분의 공간이 생겨 혈압과 심장 박동을 낮추는 데 도움을 줘 심장 질환 문제를 지닌 사람들에게 건강적인 혜택을 줄 수 있다. 또한 미 스토니브룩대학 연구진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자는 것은 뇌와 척수, 신경계에 불필요한 물질을 없애 알츠하이머병이나 다른 신경퇴행성질환을 예방하는 것을 돕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마취된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진의 실험에서 옆으로 누운 자세는 똑바로나 엎드린 자세보다 수면 시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을 더 활성화되고 뇌 혈관과 함께 작용하게 해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된 노폐물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을 제고하는 데 25%까지 더 효율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 비슷하게 옆으로 자는 것이 인간 뇌에서 노폐물을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하고 있다. 단점임신부라면 임신 말기에 오른쪽으로 누워 자는 자세를 피해야 유산 가능성을 더 낮출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연구진은 임신부 여성 155명과 그들의 태아 310명의 수면 행동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오른쪽 수면을 피해야 하는 이유로 태아에 가는 혈류가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5. 머리를 옆으로 하고 엎드려 잔다 장점수면 전문가 크리스 이즈코우스키 박사는 팔을 양옆으로 올리는 자유 낙하 자세로 엎드려 자는 것은 과식한 뒤 편안한 소화를 촉진하는 이상적인 자세로 내부 장기를 두는 것이라고 말하며, 홍콩 수인(樹仁)대 전문가들은 엎드려 자는 사람들은 다른 자세로 자는 이들보다 결박된 상태로 성적인 것과 관련한 꿈을 포함한 ‘더 흥미진진한 꿈’(more exciting dreams)을 더 꾸는 경향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엎드려 자는 것이 숨 쉬는 것을 더 어렵게 한다는 사실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단점영국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척추교정치료)협회 리시 로티 박사는 “머리를 한쪽 옆으로 돌리고 엎드려 자는 것은 근골격 관점에 수면 자세 가운데 최악이다. 편히 숨 쉬려면 머리와 목을 오랜 시간 한쪽으로 돌리고 있어야만 한다”면서 “이는 두통과 경부통, 굳은 어깨, 팔저림 등 통증을 유발할 수 있을 만큼 목 근육과 신경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엎드린 자세에서 머리를 옆으로 가누고 자는 것은 등허리를 휘게 할 수 있어 요통을 더 악화할 수 있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단순함에 끌리다

    단순함에 끌리다

    여성에게 그릇은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다. 맛없는 음식도 정갈한 접시에 담으면 유명 셰프의 요리처럼 감쪽같이 탈바꿈한다. 혼자 밥을 먹더라도 예쁜 접시에 소담하게 담아서 먹으면 최고의 한 끼 식사를 즐기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이 때문에 하나씩 그릇을 사 모으는 취미를 가진 이들도 많다. 요즘은 어떤 그릇이 여심을 저격하고 있을까. 최근 그릇 판매 경향을 보면 ‘실용주의’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2~3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북유럽풍 인테리어로 그릇 역시 북유럽풍 상품이 여전히 가장 잘 팔리고 있다. AK플라자는 24일 주부들이 많이 찾는 AK플라자 분당점의 북유럽풍 식기 매출이 전년 대비 24.4% 신장했다고 밝혔다. 반면 일반 수입 식기 매출은 전년 대비 5.8% 감소했다. AK플라자 분당점에는 북유럽 리빙 편집매장 ‘테이블5’가 있다. 주말 하루 평균 2000명의 고객이 방문하는 이곳에서는 채도가 높은 선명한 색이 특징인 꼬떼따블의 식기가 인기다. AK플라자 관계자는 “분당점에서 북유럽풍 소품이 인기를 끌자 수원점에도 관련 편집매장을 꾸며 놨을 정도”라고 말했다. 화려한 무늬나 꾸밈 없이 단순함 자체로 세련된 멋을 주는 게 북유럽풍 디자인의 특징이다. 김남제 롯데백화점 생활가전부문 바이어는 “섞어 쓰기 좋은 단순한 디자인이 인기”라면서 “최근 북유럽 인테리어가 각광받으면서 집안 분위기를 고려해 어울리는 식기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딸라나 로스트란드 같은 북유럽풍 식기나 영국산 덴비, 로얄알버트, 로얄코펜하겐, 포트메리온 등 수입 식기류가 인기이지만 한국도자기나 행남자기 등은 매출이 20% 이상 빠졌다”고 덧붙였다. 북유럽풍 식기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핀란드의 ‘이딸라’가 있다. 이딸라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떼에마 컬렉션’은 원, 정사각형, 직사각형 등 가장 기본이 되는 형태에 흰색, 청자색 등 기본 색상으로 구성해 음식을 가장 돋보이게 해주는 게 특징이다. 이딸라 관계자는 “떼에마 컬렉션은 화려한 색상의 한식과 잘 어울리고 화려한 테이블보와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면서 “꽃, 과일, 기하학적인 무늬가 들어간 접시와 섞어 쓸 경우 개성 있게 연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순한 디자인이 인기이다 보니 다른 식기 브랜드에서도 최대한 디자인을 절제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의 한식기는 백색 자기에 블루 핸드 페인팅 문양을 입혔다. 이로써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한식기의 멋을 살린 게 특징이다. 올해의 유행 색상을 단색으로 한 그릇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색채 기업 팬톤은 올해의 컬러를 핑크색과 하늘색으로 정했다. 이탈리아 명품 도자기 식기 브랜드 VBC까사는 고유의 레이스 문양이 들어간 상품에 파스텔톤 핑크와 블루, 화이트 등의 단색으로 만든 그릇을 선보여 주부들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광주요는 단순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젊은 층을 공략한 상품을 출시했다. 광주요의 ‘캐주얼라인’은 한국 전통 ‘사발’을 주제로 한 생활자기로 한국 고령토와 천연 광물에서 나오는 첨가물만 사용해 인위적인 첨가물 없이 구워 낸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자연스러운 아이보리색, 청자색, 연갈색이 나온다. 광주요 관계자는 “밥그릇, 국그릇, 접시 3~4개를 포함한 1인 세트가 11만원부터 시작해 다른 제품 라인과 비교해 가격이 4분의1 수준”이라면서 “하나의 자연스러운 색상으로만 된 그릇을 선호하는 젊은 층이 주로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유럽풍 식기의 열풍 속에서 역설적으로 재질부터 자기와 차별되는 ‘유기’가 젊은 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김남제 바이어는 “과거 유기라고 하면 옛날 그릇 같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요즘 유기 제품은 예전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서구식 식생활에 맞춘 깔끔한 디자인도 많이 나와 저가 대중화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활 유기 중에 인기 있는 대표 브랜드로는 토탈아트가 있다. 최민혜 토탈아트 과장은 “유기는 금속 재질이라 열 전도율이 뛰어나 뜨거운 음식에 대한 보온력이 있어 겨울철 안성맞춤인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과장은 “유기 자체가 시부모 예단 이미지가 강했는데 요즘 젊은 층의 소비 수준이 높아져 유기를 구입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더불어 종류도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궁중음식을 담는 듯한 전통적 디자인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파스타볼, 샐러드, 스테이크 원형 접시 등 다양한 용도의 유기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군침 도는 軍식단

    군침 도는 軍식단

    올해 군 복무 중인 병사들은 영내 식당에서 처음으로 광어찜과 탕수육, 팝콘형 치킨(뼈 없는 닭튀김의 일종)을 맛볼 수 있게 됐다. 병사들이 선호하는 메뉴인 삼계탕과 한우 갈비도 1년에 4차례 먹는다.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올해 장병 1인당 1일 기본 급식비를 지난해보다 144원 올린 7334원으로 편성함에 따라 장병 선호도를 고려한 급식 메뉴를 확대해 지난 1일부터 시행 중”이라며 “특히 외부 전문조사기관에 위탁해 신세대 장병들의 선호도를 객관적으로 확인해 반영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우선 장병 급식 메뉴를 다양화하기 위해 광어, 팝콘형 치킨, 탕수육, 냉동 새우 등을 새 메뉴로 선정했다. 광어(1회 80g)는 유통 및 보관 등을 고려해 회가 아닌 찜과 구이 등으로 연 2회, 팝콘형 치킨(1회 100g)은 연 4회, 탕수육(1회 100g)은 연 4회, 냉동 새우(1회 60g)는 연 2회 제공된다. 장병들이 즐겨 먹는 육류의 급식도 강화됐다. 기존에 공급해 오던 삼계탕(1회 500g)과 한우 갈비(1회 150g)는 각각 지난해 연 3회에서 올해 4회로, 오리고기(1회 150g)는 연 12회에서 16회로 늘었다.병사들이 한 달에 두 번 먹을 수 있었던 고등어(1회 80g)는 월 3회로, 연 3회 맛볼 수 있었던 전복(1회 15g)도 연 4회 급식으로 늘어났다. 국방부는 장병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오이, 호박, 버섯, 감자 등 채소류의 급식량도 지난해 대비 10%씩 늘리기로 했다. 특히 군은 후식으로 제공됐던 과일 주스의 급식량을 연 132일에서 126일로 줄이고, 대신 사과, 복숭아 등 국산 제철 과일의 급식 횟수를 233일에서 239일로 늘려 국내 과일농가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까지 민간업체 1곳의 주스만 급식했지만 올해부터는 시험 급식 후 장병들이 선호하는 업체의 주스를 선정해 급식하는 선택계약제도도 도입한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초등생 아들 시신 훼손 父에게 ‘살인죄’ 적용

    7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비정한 아버지에게 폭행치사가 아닌 살인죄가 적용됐다. 따라서 살인의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는 피의자와 검찰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유기 사건’을 수사한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22일 학대 피해자 최모(2012년 사망 당시 7세)군의 아버지(34)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최씨는 살인 혐의 이외에 사체 손괴·유기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최씨에게 살인죄의 근거로 폭행의 강도·지속성·횟수,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체 특징 등을 들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최씨는 아들이 5살로 어린이집에 다닐 당시인 2010년부터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2012년부터는 폭행 강도가 더 세졌다. 결정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그해 11월 7일 2시간에 걸친 폭행은 몸무게 16㎏의 7세 어린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경찰은 판단했다. 최군은 지속적인 학대로 사망 당시 2살 아래 여동생(2012년 당시 18㎏)보다 몸무게가 덜 나가는 등 발육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다. 이런 7살 아들을 90㎏의 건장한 체구의 아버지가 마구 때린 것이다. 따라서 경찰은 당시 최씨가 아들이 사망할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예상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인식도 있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최씨도 경찰에서 “권투 하듯이 세게 때렸는데 ‘이렇게 때리다가는 (아들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경찰의 판단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 그러나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살인 혐의는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형법상 살인죄로 기소돼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폭행치사죄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따라서 법조계에서는 최씨가 최종적으로 검찰 수사 후 살인죄로 기소되면 법원에서 충분히 혐의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의견과 사망 전 폭행이 죽음에 이르게 한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아 살인죄 인정이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한편 검찰은 ‘부천 초등생 시신 훼손·유기사건’에 검사 5명을 투입해 보강 수사를 벌이고, 앞으로는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검사가 직접 현장에 나가 검시하기로 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독자의 소리] 아동학대 신고는 간섭 아닌 의무다/박도형 강원 횡성군 우천면

    최근 들어 친부로부터 끔찍할 정도로 학대당하거나 심지어 숨진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아동학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년 전에는 청소년 체험시설에서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이 시설 운영자에게 맞아 숨진 사건이 있었다. 도벽 문제로 상담하는 동안 몸둥이로 여러 차례 때리고 어린이를 밤새 재우지 않고 하루 동안 음식도 주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어린이집에서는 김치를 남겼다는 이유로 네 살배기의 뺨을 때린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2014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51개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아동학대로 신고 접수된 사례는 1만 7791건이다. 2013년보다 30% 늘어났다. 이 가운데 최종 아동학대로 판단된 경우는 1만 27건, 66.7%이다. 매년 늘어나는 아동학대는 심각한 사회문제이며 어른들의 관심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력은 대물림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동학대를 당한 경험은 학교폭력으로 변질되거나 군대의 가혹행위와 직장·가정 폭력으로 무의식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언론과 경찰에서 사건사고 예방대책 등 나름 열심히 알리고 있지만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대책은 가까이에 있다. 우리 주변에 과연 학대받고 있는 아이는 없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사전에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는 간섭이 아니라 의무다. 박도형 강원 횡성군 우천면
  • [데스크 시각] 오죽하면 그랬겠는가만서도/안미현 금융부장

    [데스크 시각] 오죽하면 그랬겠는가만서도/안미현 금융부장

    1989년 ‘보통사람들’ 정부 때 얘기다. 보통 사람들의 염원과 다르게 주가가 뚝뚝 떨어졌다. 다급해진 노태우 정부는 12월 12일 3대 투신(한국투자신탁, 대한투자신탁, 국민투자신탁)으로 하여금 2조 7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이게 했다. 저 유명한 ‘12·12조치’다. 그럼에도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져만 갔다. 우리 증시 역사상 아주 흥미로운 상품이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원금보장형 수익증권 판매가 허용된 것이다. 굴린 만큼 이익 보거나 손해 보라는 투자상품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파괴적 발상이었다. 이 역사 속 장면의 끝은? 그렇다.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한은특융’이다. ‘빚테크’로 떠안은 깡통 주식과 ‘뒷감당 불가’인 원금 보장에 3대 투신은 너덜너덜해졌고, 한국은행은 그 싫어하는 발권력을 동원해 1992년 2조 9000억원의 특별융자금을 투입했다. 정부가 이른바 ‘전세금 펀드’를 만든다고 한다. 1억원을 맡기면 은행 이자(연 1.6%)가 월 13만원밖에 안 되는 때에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고 연 4% 수익(월 33만원)을 올려 보겠다고 하니 귀가 솔깃해진다. 벌써부터 이런저런 말이 많은 것은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어떤 이는 전셋값 인상분만큼을 월세로 돌리는 형태가 많아 전세보증금을 돌려받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설사 돌려받는다고 하더라도 빚을 내 전세금을 마련한 사람들은 빚 갚느라 정작 ‘굴릴’ 여력이 없을 수 있다. 굴릴 여력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거나 재테크에 밝은 사람들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과녁 선정이 잘못됐다는 비판이 따라다니는 ‘안심전환대출’ 2탄이 될 공산이 높다. 하지만 정말 걱정되는 것은 이런 게 아니다. 한 증권사 임원은 “12·12조치의 가장 큰 패착은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놓겠지’ 하는 잘못된 기대를 투자자들에게 심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청년희망펀드를 내놓았을 때도 한 증권사 대표는 “왜 하필 펀드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다. 청년희망펀드는 돈을 굴려 주는 일반 펀드와 달리 한번 기부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지적질’에 웃음이 터졌지만 “이런 왜곡이 혹시라도 펀드에 대한 오해를 야기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진지하게 걱정하는 통에 제대로 웃지 못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부랴부랴 전세금 펀드는 원금 보장형이 아니고 확정 수익률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믿는 속성이 있다. 손실난 펀드를 물어내라며 떼를 쓰는 세입자들과 정부가 바람 잡았으니 책임지라며 가세하는 정치권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다. 전세금 펀드가 히트할 수도 있다. 얼마 전 대어를 먹은 M사가 종잣돈을 척 내놓고 훌륭하게 운용해 정부에 ‘보은’할 것이라는 성급한 추론도 들린다. 그렇더라도 개운찮기는 마찬가지다. 전세금도 정부가 굴려 준다는, 심지어 ‘원금과 수익률 동시 보장’이라는 양립하기 힘든 기대까지 전파시키며 거둔 성공일 테니 말이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참신해도 이를 상품화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간의 판단 영역이다. 될 성싶으면 뛰어드는 것이고, 그래서 대박을 얻든 쪽박을 차든 민간이 책임질 일이다. 보험도 정부가 전부 모아 비교해 주고 은행 계좌도 알아서 척척 옮겨 주고 복잡한 연말정산 산식도 공짜로 계산해 주는 참 좋은 시절이다. 만능 정부 아래 민간이 설 땅은 어디인가. 모든 것을 정부가 해 줄 것이라는 통념을 깨는 데는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걸릴 것인가. hyun@seoul.co.kr
  • [2016 업무보고] 일반고 정원 줄이고 특성화·마이스터고 비중 30% 수준 확대

    [2016 업무보고] 일반고 정원 줄이고 특성화·마이스터고 비중 30% 수준 확대

    교육부가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내놓은 대학 정책의 핵심은 대학 입학생 감소 상황에서 대학 정원은 줄이고 사회가 요구하는 분야의 졸업생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추진하는 프라임(PRIME) 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2만명의 공학, 의학·약학 분야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 수급 전망’을 내놨는데 공학과 의약 분야는 2024년까지 21만 9000여명이 부족한 것으로 예상됐다. 교육부는 프라임 사업으로 기존 학과를 폐지하거나 정원을 줄여 사회가 요구하는 학과를 개설하거나 이동하는 대학 19곳에 올해부터 2000억원씩 3년 동안 모두 6000억원을 지원한다. 2017학년도 5000명 이상을 조정하면 2020학년도까지 모두 2만명의 구조조정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교육부는 기대했다. 대학 구조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교육부는 대학 정원을 2014~2016년 4만 7000명, 내년부터 2019년까지 5만명, 2020~2022년 7만명을 줄여 2022년까지 모두 16만여명을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 10년 동안 대학 입학 가능 인구가 14만명쯤 줄기 때문에 대학으로선 좋든 싫든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사회 맞춤형 학과 학생 수를 현재 4927명에서 내년까지 3배인 1만 50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 맞춤형 학과는 기업이 원하는 대로 학과를 개설하거나 운영하는 대신 학생의 취업을 미리 약정하는 학과를 일컫는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고교도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일반고를 줄이고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는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현재 전체 19% 수준인 이들 학교의 정원을 2022년 30% 수준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기준 직업계고 입학 정원은 11만 3000명이지만 수요는 14만 4000명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독일과 스위스 등에서 발달한 도제교육 모델을 우리 현실에 맞춰 학교와 기업이 함께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하는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도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9곳이었지만 올해 60곳, 내년에는 203곳까지 늘어난다. 올해부터 모든 중학교에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에도 힘이 실린다. 선도학교 100곳을 선정하고 학교 생활기록부 기재 방식도 바뀐다. 지필고사 성적에 따라 A~E로 기재하던 생활기록부는 P(성공) 또는 F(실패) 형태로 바뀌고 교사는 서술형으로 기재한다. 자유학기제 성적을 과학고나 외국어고 등 이른바 ‘특목고’ 입시에 반영하는 방법도 논의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이 입시를 치를 때 입시 지침 등에 자유학기제 성적을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김현회의 축구싶냐] 성남 황진성, “포항? 섭섭하면서 고마운 팀”

    [김현회의 축구싶냐] 성남 황진성, “포항? 섭섭하면서 고마운 팀”

    지난해 12월 초, 서울 모처에서 황진성을 만났다. 일본 생활을 마무리하고 국내 복귀를 노리던 상황에서 황진성의 진솔한 이야기를 한 시간 넘게 듣고 인터뷰 기사로 내려했다. 하지만 쭉 이야기를 듣고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적이 확정되면 그때 다시 인터뷰하자.” 원소속팀인 포항과의 이적료 문제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자칫 민감한 발언을 했다가 K리그 복귀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황진성의 K리그 복귀라는 ‘단독보도’가 눈앞에 있었지만 그래도 선수가 우선이었다. 민감한 사안을 속 시원히 털어놓은 황진성이 피해를 입는 걸 원치 않았다. 그때 황진성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요. 형. 대신 이적이 확정되면 다시 형한테 모든 걸 다 털어 놓을게요.” 그리고 한 달 뒤 황진성은 성남FC 유니폼을 입었고 약속대로 그는 가장 먼저 나에게 그간의 일을 상세하게 털어놓았다. 아직도 포항의 ‘검빨 유니폼’이 더 익숙해 보이는 그의 가슴에는 성남의 상징 까치가 새겨져 있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2012년 포항 유니폼을 벗고 벨기에와 일본 등을 거치며 우리 눈앞에서 사라졌던 황진성과의 인터뷰를 지금부터 공개하려 한다. 반갑다. K리그 복귀를 축하한다. 고맙다. 나도 한국이 너무나 그리웠다. 성남 유니폼을 입고 이제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전남 순천에서 동계훈련을 하고 있다. 프로에 와서 이렇게 힘든 동계훈련은 처음인 것 같다. 당신과 성남의 조합은 아직 어색하다. 이적 소식이 터졌을 때 당황한 이들도 많았다. 사실 K리그 클래식 몇 구단과 K리그 챌린지 구단 등 여러 팀과 접촉을 했었다. 그런데 성남 김학범 감독님이 나를 원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성남을 택했다. 국내 복귀를 원했던 가장 큰 이유가 경기에 많이 나서고 싶다는 점이었는데 김학범 감독님과 함께하면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적료 문제도 잘 풀렸다. 혹시 성남시의 산후조리비 지원을 노리고 성남을 택한 건 아닌가. 그건 아니다. 우리 부부는 아직 아이가 없다. 알겠다. 성남 이적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후 다시 자세히 나누기로 하고 그 동안의 근황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해보자. 좋다. 그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당신에게 털어 놓으려 한다. 사실 그 동안 국내에 복귀하려면 포항에 거액의 이적료를 줘야했고 포항과 적대적인 상황이 되는 걸 원치 않아 최대한 말을 자제했었는데 이제는 일이 잘 풀려 조금 솔직해져도 될 것 같다.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가 믿었던 나에게 낚이는 수가 있다. 일단 2012년 포항과 결별하고 벨기에에 갔을 때의 상황부터 이야기 해보자. 2013년 시즌이 끝난 뒤 당연히 포항과 재계약을 할 줄 알았다. 2003년부터 이 팀에서만 11년을 뛰었기 때문에 내가 포항을 떠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 당시 군대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상까지 당하고 말았다. 상황이 꼬여 포항 구단과 결별을 해야했고 어쩔 수 없이 다른 팀을 찾아야 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포항에만 11년을 있었고 유소년 때까지 포함하면 13년 동안 같은 유니폼만 입었는데 포항을 떠나야한다고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포항을 떠나 벨기에 2부리그 투비즈로 이적한 것도 참 생소한 일 아닌가. 내가 서울신문으로 이적한 것보다도 더 뜬금없다. 나는 2003년에 포항에 입단했는데 흔히 말하는 ‘계약금 세대’다. 국내의 다른 팀으로 이적할 경우에는 이적료가 발생한다. 나도 정확한 계산법은 잘 모르지만 뭐 전년도 연봉과 영입할 팀이 제시할 연봉에 몇을 곱하고 여기에 나이를 나누고 이런 복잡한 계산을 하면 내 이 이적료가 10억 원에서 13억 원 사이라고 하더라. 사실 포항과 결별할 때만 하더라도 K리그내 여러 빅클럽과 영입 이야기를 주고 받았었는데 이적료가 너무 컸다. 생각해보라. 당신이라면 나처럼 나이도 있는 선수를 10억 넘는 이적료를 주고 데려가겠는가. 당연히 안 데려간다. 10억이면 차라리 어리고 잘하는 문창진이나 이광혁 같은 선…. 조용히 하고 내 이야기를 더 들어보라. 알겠다. 결국 내가 갈 수 있는 국내 구단은 없었다. 이 이적료라는 게 국내 이적시에만 발생하는 거라서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눈을 돌려야 했다. 그때 나에게 연락이 온 곳이 바로 ‘스포티즌’이었다. 스포츠 마케팅과 매니지먼트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었는데 처음에는 사기꾼들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그런데 직접 그 회사의 심찬구 사장과 통화를 해보고는 믿음이 생겼다. 비전이 명확한 회사더라. 이 스포티즌이 인수해 운영하는 팀이 바로 벨기에 2부리그 투비즈였고 나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구단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어떤 선수를 영입할 것인가가 뚜렷하고 명확했고 성적도 벨기에 2부리그에서는 선두권을 유지할 만큼 좋았다. K리그에서만, 아니 포항에서만 11년을 뛴 내가 새로운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라고 생각하고 투비즈 입단을 확정지었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생선구이만 11년을 먹다가 벨기에 와플을 현지에서 먹는 기분은 어땠나. 영일대해수욕장이 어딘가. 처음 들어본다. 아, 2012년에 포항을 떠나서 잘 모르나본데 북부해수욕장이 2013년부터 영일대해수욕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거 참 포항에 대해서 이렇게 모르나. 그런가. 내가 없는 사이 포항도 변하고 있다는 걸 잘 몰랐다. 사실 처음 벨기에에 갈 때는 어느 정도 고생을 예상했다. 외국 생활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장도 한국 분이었고 한국 직원들도 많아 외지에서 외롭게 생활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한국 분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고 현지 선수들과도 금방 친해졌다. 그리고 선수는 원래 첫 경기가 굉장히 중요한 법인데 교체로 투입된 첫 경기 첫 터치로 어시스트를 했다. 운 좋게 첫 경기를 잘 치르니 많은 분들이 인정해 주시더라. 그렇게 처음 선수 등록 문제로 벤치를 지킨 두세 경기를 제외하고는 14경기에 나서 3골 4도움을 기록했다. 나에게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내 꿈이 벨기에 여행 한 번 가보는 것이다. 부럽다. 2부리그 팀이었고 경기장도 아담해 관중이 몇 만명씩 들어차는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항상 오시는 분들이 꼭 홈 경기마다 찾아오신다.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그날은 완전히 동네 축제가 열렸고 경기 전부터 다들 모여서 맥주를 마시며 웃고 즐기는 분위기가 대단했다. 경기가 끝나고도 관중들이 바로 집에 가는 게 아니라 구단 스태프, 선수들과 함께 모여서 맥주를 마시며 축구에 대해 대화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참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단장님이 브뤼셀 시내에 무척 좋은 집을 구해주셔서 편하게 생활했다. 운동을 하느라 현지에서 여행을 많이 다니지는 못했지만 그 생활 자체가 나에게는 여행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신은 짧은 벨기에 생활을 마치고 일본으로 떠났다. 교토상가가 다음 행선지였다. 투비즈에 처음 입단할 때도 그쪽에서 나를 위해 모든 조건을 양보했다.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고 나를 원하는 팀이 있다면 조건 없이 이적료도 받지 않고 보내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겨울 이적시장이 열린 뒤 일본 교토상가에서 제안이 왔고 투비즈 구단에 솔직히 말씀드렸더니 “우리 팀에서 몸을 잘 만들어 더 좋은 조건으로 팀을 옮겨 다행이다”라는 말과 함께 흔쾌히 내 이적을 허락해주셨다. 비록 교토가 J2리그 팀이었지만 1부리그를 오가는 실력이었기 때문에 내가 가서 잘하면 함께 승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J2리그행이 다소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정말 중요한 건 내가 어떻게 하느냐라고 믿었다. 그런데 희망을 품고 떠난 당신은 정작 교토에서 보여준 게 별로 없다. 휴, 말하자면 길다. 부상 이후 컨디션이 좋은데도 감독이 나를 쓰지 않고 교체로 넣는 것 아닌가. 이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몇 번이나 감독을 찾아가 면담을 했다. “내가 지금 컨디션이 좋다. 선발로 뛰고 싶다. 보여줄 자신이 있다.” 하지만 그러면 돌아오는 답변은 항상 같았다. “네가 잘하는 것도 알고 있고 좋은 선수라는 것도 인정한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그러다 나를 전반기 막판 세 경기 정도에 선발로 내보냈는데 전반기가 끝나고 그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이 됐다. 그런데 이후에도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나는 준비가 돼 있고 잘할 자신이 있는데 교체로나 조금씩 뛰니까 몸 관리도 힘들었다. 15분, 20분, 어쩔 때는 2분, 3분 경기에 나서는데 어떻게 계속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겠나. K리그에서 그렇게 인정받았던 당신이 J2리그에서 그런 대접을 받았다는 건 우리 집 귀한 자식이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고 고생하는 것 만큼이나 화가 난다. 그래서 지난해 여름에 다시 국내 복귀를 알아봤다. 그런데 역시나 이적료 문제가 큰 걸림돌이었다. 포항과 이야기를 나눠봤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결국 교토를 떠나 J2리그 파지아노 오카야마로 이적했다. 내가 교토를 떠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카야마 구단에서 제안을 해왔는데 이적료 문제로 국내에 돌아올 수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오카야마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오카야마에서의 활약은 어땠나. J2리그 소식은 우리나라에서 접할 기회가 별로 없다. 좋았다. 잘해보자는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고 감독도 나를 잘 챙겨줬다. 그런데 이 팀이 J2리그에서도 그리 강하지 않은 팀이다보니 전술이 상당히 수비적이었다.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는 3-4-3 포메이션을 썼는데 그러니 당연히 공격형 미드필더가 가장 잘 맞는 내가 장점을 모두 발휘할 수는 없었다. 윙포워드를 맡게 됐는데 일단은 안정적인 수비를 우선시하는 팀이어서 공격보다도 수비 가담이 더 중요했다. 그 와중에도 비록 공격 포인트로 연결되지는 못했지만 프리킥이나 슈팅이 골대에 맞고 나오는 등 나름대로 아까운 장면을 많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수비형 전술을 쓰고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어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긴 했다. 무려 13년 동안이나 포항에서 살던 당신이 3년 동안 팀을 세 번이나 옮기며 저니맨이 돼 가던 모습은 안타깝다. 이것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생활이었다. 포항에만 계속 있었는데 새 집도 알아보고 차도 좋은 차를 번갈아 타보는 경험은 그 동안 해보지 못했던 일들이었다. 투비즈에 있을 때는 한 달에 한 번씩 렌트카를 구단에서 바꿔주는데 이런 기분을 느껴본 것도 처음이었다. 어느 정도 급의 차를 랜덤으로 한 달에 한 번씩 교체해주는 방식이었고 타보지 못한 차도 바꿔가며 다양하게 타봤다. 이번 달엔 폭스바겐을 타고 다음 달에는 일본차를 타는 식이었다. 운이 좋으면 업그레이드도 해주더라. 투비즈에서 나름대로 여러 차를 타보며 자동차 전문가가 됐다고 생각하는 내가 보기에는 그래도 폭스바겐 골프가 제일 낫더라. 뭐 이런 경험은 저니맨이 아니면 해보지 못할 경험들 아닌가. 폭스바겐이 배출가…. 다음 질문은 뭔가. 반대로 첫 해외 생활이 생소했던 점은 없었나. 벨기에에 있을 때 깜짝 놀랐다. 훈련장에서 감독과 선수가 막 언성을 높이면서 싸우는 일도 종종 일어났기 때문이다. 서로 치고받기 직전까지 막 싸우다가 훈련이 끝나면 감독하고 선수가 어깨동무를 하고 웃으면서 돌아가더라.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운동 프로그램도 한국과 달라 신선했고 일본의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도 인상적이었다. 생소했지만 문화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도 내 몸이 K리그의 시계에 맞춰져 있다는 건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12월 말에 휴가를 어느 정도 보내면 이제 슬슬 포항 가는 비행기 티켓도 끊고 송라 클럽하우스로 돌아갈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10년 넘게 지속된 그 생활을 이제 하지 않게 되자 너무나도 어색하더라. 벨기에는 여름에 시즌을 시작해 그 다음 년도에 시즌이 끝나기 때문에 겨울에도 경기가 계속 있지 않다. 이때쯤이면 연말 연휴를 보내야 하는데 계속 운동을 하고 있는 건 내게 익숙한 경험이 아니었다. 10년 넘게 몸에 밴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거다. 하지만 당신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아예 짐을 다 챙겨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포항과의 이적료 문제 때문에 국내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상황 아니었나. 이전에 몇 번 포항 구단과 이야기를 했다가 무산된 적이 있는데 그래도 포항과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 나이도 있고 연봉도 있어 포항이 나를 영입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적절한 이적료만 받고 나를 풀어주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더라. 사실 정확한 계산대로 해 10억 원 넘는 이적표를 지불하고 나를 데려갈 구단이 있겠나. 포항 구단에서 이적료 문제를 많이 양보해줬고 어느 정도 합리적인 선을 정해줬다. K리그 클래식과 K리그 챌린지 구단별로 “이 정도 이적료라면 황진성을 풀어주겠다”고 한 것이다. 이때부터 몇몇 국내 구단과 구체적인 이적 협상을 벌일 수 있었다. 오카야마 구단 또한 계약 기간이 1년 더 남아 있었는데 처음 계약할 때부터 한국으로 복귀하게 되면 보내주는 걸로 이야기가 돼 있었다. 사실 포항이 재계약 불가 방침을 통보했을 때는 섭섭한 감정도 있었지만 이적료 문제와 관련해 많은 도움을 주고 협조해준 부분에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한다. 포항의 양보가 없었더라면 나는 국내에 돌아올 수 없었다. 하지만 성남은 정말 의외의 선택이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일단 김학범 감독님이 나를 원한다는 게 컸다. K리그 복귀에 대해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팀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김학범 감독님이 나를 원한다는 소식을 에이전트를 통해 듣고 확신이 들어 성남행을 결정했다. 이적료 문제는 포항과 성남이 원만하게 합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만난 김학범 감독은 어떤가. 물론 이미 계약서에 사인했으니 지금 후회해도 이거 빼도 박도 못한다. 사실 포항에 있을 때는 상대팀의 김학범 감독이 무척 무섭고 엄해 보였다. 그런데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고 같이 훈련해 보니 굉장히 장난도 잘 치시고 유쾌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훈련을 할 때면 정말 엄격하게 변한다. 지금 동계훈련이 프로 입단 후 가장 힘든 것 같다. 성남의 동계훈련을 겪은 이들은 모두 혀를 내두르더라. 도대체 어떤 훈련을 하기에 그렇게 다들 앓는 소리를 하는 건가.성남의 동계 체력 훈련은 K리그 구단의 동계 훈련 중 가장 힘들다고 정평이 나 있다. 체육관을 한 바퀴 도는 동안 곳곳에 마련된 19가지 훈련을 정해진 숫자대로 3회 연속 쉬지 않고 소화해야 하는데 사이클부터 시작해 트렘폴린, 다섯 가지 스텝 훈련, 모래주머니를 등에 진 채 갖가지 동작을 반복하는 스트레칭과 코스를 반복해서 뛰는 순서로 이어진다. 로프를 양손에 쥔 채 위아래로 흔드는 마지막 코스까지 소화하면 다들 쓰러질 정도다. 지금은 아직 공을 가지고 하는 훈련이 아니라 이런 체력과 근력 운동을 위주로 하고 있다. 여기저기 그동안 팀을 옮기면서 운동에만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을 벗어나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지금이 몸은 피곤해도 행복하다. 음식도 해외에 있을 때보다는 훨씬 잘 맞는다. 나같이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효과 만점이겠다. 당신은 아마 한 나절 훈련을 하고 도망갈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은 당신과 김두현의 호흡을 기대한다.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지만 포지션이 겹치는 걸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에서 (김)두현이 형과 처음으로 공을 찰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클래스가 다른 선수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한 2006년 성남과 수원의 K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 성남 홈 경기를 치를 때 관중석에서 두현이 형의 플레이를 지켜본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두현이 형이 중원의 장악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끄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었다. 아직은 체력 훈련 위주라 함께 공을 차지는 못했지만 예전부터 한 팀에서 꼭 한 번 함께 해보고 싶은 형이었다. 두형이 형과 한 팀에서 뛴다는 건 기분 좋고 설레는 일이다. 일단 지난 시즌 두현이 형과 (황)의조가 공격의 주축이었는데 내가 조금이라도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든다면 기쁠 것 같다. 두현이 형과 포진션이 겹친다는 지적도 있지만 나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익숙한 반면 두현이 형은 어느 포지션이건 소화가 가능하다.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성남 유니폼을 입은 당신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도 포항과의 맞대결을 벌써부터 상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많은 이들은 당신이 포항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칠지 기대하고 있다. 벨기에와 일본에 있을 때도 포항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은 꼭 챙겨봤다. 결별 과정에서 섭섭한 감정도 있었지만 그래도 내게는 프로 생활을 처음 시작한 의미 있는 팀이다. 포항에서 젊고 좋았던 시절을 보냈고 이적료 문제도 포항이 잘 풀어줬다. 오는 4월 2일 성남 홈에서, 그리고 6월 15일 스틸야드에서 맞대결이 예정돼 있는데 막상 포항과 경기를 하게 된다면 어떨지 아직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특히나 스틸야드에 서면 어떤 느낌일지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 전반전이 끝나고 습관적으로 홈 라커룸으로 들어가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포항은 나에게 특별한 구단이지만 이제는 내가 이겨야 하는 상대이기도 하다. 그래도 여전히 포항 팬들은 당신과의 좋은 추억을 많이 떠올린다. 그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내가 성남으로 이적한 뒤에도 많은 포항 팬들이 나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시더라. 그분들한테 보답하는 길은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분한 사랑을 보내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고 포항으로 돌아가 이 사랑을 다 보답해드리지 못하게 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제 새로운 성남의 선수로서 성남 팬들에게도 한마디 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성남 유니폼을 입었으니 성남의 전통에 누가 되지 않도록 멋진 플레이를 선보이고 싶다. 외국에 있으면서 다른 건 다 괜찮았지만 같은 언어를 쓰는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하나의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던 K리그 시절이 그리웠다. 외국에서는 내 플레이에만 집중했는데 나는 동료들과 하나로 뭉쳐 뛰는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이제 성남에서 동료들과 하나가 돼 즐겁게 축구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성남의 오랜 팬 ‘샤다라빠’에게도 한마디 해달라. 포항에서 내가 잘하고 있을 때 좋은 내용으로 만화에 한 번 등장시켜 주셔서 잊지 않고 있었다. 앞으로 성남 선수가 됐으니 더 잘 부탁드린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 이제는 살을 좀 뺐으면 한다. 당신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오래 오래 보고 싶어서 하는 말이다. 황진성은 더 이상 K리그에서 ‘원클럽맨’이 아니다. 11년 동안 포항 유니폼을 입고 스틸야드를 누볐던 그는 이제 성남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그가 포항을 대하는 감정은 참으로 미묘하다. 포항은 황진성에게 처음으로 기회를 준 곳이자 꿈을 키워준 구단이면서도 작별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황진성은 성남 유니폼을 입고 포항을 상대하게 됐다. 이 스토리가 K리그를 더 풍부하게 해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돌고 돌아 다시 K리그 무대에 선 황진성의 올 시즌 활약을 기대한다. 축구칼럼니스트 김현회 footballavenue@nate.com
  • [비즈 in 비즈] KAI 민영화 늦출수록 손해… 박수 칠 때 팔아라

    [비즈 in 비즈] KAI 민영화 늦출수록 손해… 박수 칠 때 팔아라

    지난 5일 한국항공우주(KAI)의 인수 유력 후보였던 한화테크윈이 보유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하겠다고 했을 때 시장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예상치 못한 발표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작 KAI는 무덤덤했습니다. 주가 하락에 일부 직원이 실망감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민영화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 대체로 안도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제 KAI 내부에는 내년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TX) 사업 수주 결론이 날 때까지 주인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확신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산업은행의 KAI 지분(26.75%)을 팔겠다고 해도 요지부동인 이유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지분을 들고 있어야만 수출이 가능한 것일까요. 전문가들은 민영화가 이뤄져야 매각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장기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때마침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매출 약 2조 8000억원)도 예상됩니다. 정부가 부르짖는 ‘매각 가치 극대화’, ‘조속한 매각’ 원칙에도 부합되는 만큼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주장이 힘을 얻습니다. 매각 타이밍을 놓치면 KAI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관리직군에서는 승진을 포기한 채 정년을 기다리는 ‘승포자’가 애를 먹이고 있다고 합니다. 제조원가를 부풀리거나 납품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비리 소식도 잊을 만하면 들립니다. 산은이 기업금융1실장을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에 파견했지만 견제가 되지 않는 거죠. 산은의 또 다른 자회사 대우조선해양이 연상되는 대목입니다. KAI는 1999년 대우중공업·삼성항공·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통합돼 만들어진 법인입니다.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여전히 출신 간 벽이 두껍습니다. 국내 최대 방산업체의 슬픈 현실이지요. 대기업에 파는 게 여의치 않다면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처럼 기관 투자가들에게 지분을 잘게 쪼개 파는 방법은 어떨까요. 물론 KAI는 발끈합니다. TX 공동파트너인 록히드마틴이 서신을 통해 지분 매각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하는군요. KAI 측은 “어려웠던 시절을 견뎌 낸 임직원들은 주인 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조기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헌주 산업부 기자 dream@seoul.co.kr
  • 이대로 떠나긴 아쉬워

    이대로 떠나긴 아쉬워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20)이 남자복식에서도 1회전 탈락했다. 정현은 20일 호주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복식 1회전에 라두 알보트(몰도바)와 호흡을 맞춰 출전했지만 파블로 안두하르-파블로 카레노 부스타(이상 스페인) 조에 1-2(6-3 3-6 4-6)로 역전패했다. 이틀 전 단식 1회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세계 1위·세르비아)에게 0-3으로 지고 이날 복식에서도 패한 정현은 당초 일정을 바꿔 정싸이싸이(중국)와 손을 맞춰 혼합복식에도 나서기로 했다. 정현-정싸이싸이 조는 1회전에서 브루노 수아레스(브라질)-옐레나 베스니나(러시아)와 맞선다. 정현은 호주오픈을 마친 뒤에는 다음달 1일부터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리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소피아오픈에 나설 예정이다. 남자단식에서는 조코비치가 캉탱 알리스(187위·프랑스)를 3-0(6-1 6-2 7-6<3>)으로 완파하고 32강이 겨루는 3회전에 안착했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도 알렉산드르 돌고폴로프(35위·우크라이나)를 3-0으로 제치고 17년 연속 대회 3회전에 진출, 다섯 번째 대회 정상을 노린다. 여자단식에서는 세리나 윌리엄스(1위·미국)와 마리야 샤라포바(5위·러시아)가 각각 셰쑤웨이(90위·대만)와 알리악산드라 사스노비치(105위·벨라루스)를 2-0으로 제압하고 사뿐히 32강에 올랐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정부 “정년 60세·임금피크제 대비 절박” 한노총 “쉬운 해고 될 것”

    정부 “정년 60세·임금피크제 대비 절박” 한노총 “쉬운 해고 될 것”

    한국노총이 19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정부는 노동단체에 속하지 않는 일반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해<서울신문 1월 14일자 12면> 양대 지침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노총 선언 뒤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노총이 1900만 근로자를 대표하는 역할을 포기하고 산하 일부 연맹의 기득권에 연연한다면 정부도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면서 “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현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조직·미조직 부문의 의견을 지역·산업별로 충실히 수렴해 이를 토대로 국민적 공감대를 이뤄 양대 지침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중으로 의견 수렴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정년 60세 시행과 국제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대 지침의 하나인 ‘취업규칙 변경 완화’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정부 인식도 깔려 있다. 한편으론 취업규칙을 변경하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그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기업들의 목소리도 높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공공기관을 제외한 매출액 상위 200대 기업 가운데 179곳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한 기업은 51.4%에 그쳤다. 25.1%는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성과급제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일반해고 지침을 통해 성과 중심 문화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특히 조선·기계·금융 등 주요 산업에 고용 한파가 닥치고 정년 연장이 시행되면서 ‘청년 고용 절벽’의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라고 고용부는 밝히고 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2%로 1년 전보다 0.2% 포인트 상승했다. 1999년 통계 기준을 변경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년 60세로 인해 향후 30만명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잔류하게 되지만 취업 애로 청년층이 116만명에 달해 세대 갈등이 빚어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15만명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노동개혁으로 총 37만명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장관은 “이번 선언을 초래한 공공·금융·금속·화학연맹은 한노총 내에서도 가장 근로조건이 양호한 곳”이라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개혁을 저지하려는 방패막이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노총은 계파 갈등이 촉발되자 지난 11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표결 대신 김동만 위원장에게 파기 선언과 관련한 전권을 위임한 바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노총은 민노총과 연대해 총파업 등의 형태로 힘을 과시할 테고 정부는 총선을 앞두고 성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사안을 돌파하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면서 “앞으로 1년 동안 대결 국면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 절벽과 경제 위기가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잦은 소통을 통해서 의견 차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이젠 주말에도 핸드볼… 김온아 미리 볼까

    이젠 주말에도 핸드볼… 김온아 미리 볼까

    핸드볼 리그가 이달 말부터 열전에 돌입한다. 대한핸드볼협회는 “오는 29일 서울 송파구 SK핸드볼 경기장에서 서울시청과 부산시설관리공단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2016 핸드볼 코리아리그가 시작된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시즌부터는 금·토·일에 경기가 열리는 주말 리그 방식이 도입된다. 최근 핸드볼 국가대표팀이 국제무대에서 부진을 거듭해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핸드볼 리그가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여자부는 8개팀이 출전해 1월 29일~9월 25일 기간 동안 총 84경기를 치른다. 다만 올해 8월 개막하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일정을 고려해 3월 20일부터 중간 휴식기를 가진 뒤 8월 26일부터 다시 남은 경기를 소화한다. 5개 팀이 나서는 남자부는 현재 국가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에 출전 중이기 때문에 여자부보다 다소 늦은 3월 5일부터 리그를 시작해 총 30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올해부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주말 리그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여자부는 매주 금요일 오후 5시와 일요일 오후 2시에, 남자부는 토요일 오후 2시에 경기를 펼칠 계획이다. 이전에는 평일에 경기가 진행돼 한 해 리그 총관중이 2만~3만명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주말 경기가 펼쳐지면 리그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부에서는 서로의 연고지를 방문해 경기를 펼치는 ‘홈앤드어웨이’ 방식도 강화됐다. 홈구장 사정이 좋지 않은 경남개발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연고지인 광주, 대구, 부산, 강원 삼척, 서울, 인천, 경기 의정부 등 7곳에서 경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시즌 여자부 우승후보로는 지난해 우승을 거머쥐며 대회 2연패를 기록한 인천시청이 다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국가대표 자매’ 김온아(28)·김선화(25)를 영입한 SK슈가글라이더즈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남자부에서는 남자 국가대표팀의 윤경신(43) 감독이 지휘하는 두산이 대회 2연패를 노리고 있다.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한 신협상무도 이현식(24·코로사), 백성한(25·인천도시공사)이 입대하면서 전력을 보강해 올해도 돌풍이 예상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우체국이 불지핀 알뜰폰 요금·서비스 경쟁

    우체국이 불지핀 알뜰폰 요금·서비스 경쟁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10% 고지를 넘긴 알뜰폰 업계가 올해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공짜 요금제’ 열풍을 이어받아 저변을 확대하고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다. 연초부터 알뜰폰 업계가 후끈 달아오른 것은 우체국 알뜰폰의 ‘공짜 요금제’ 덕분이다. 중소사업자 10곳의 상품을 위탁 판매하는 우체국 알뜰폰은 지난 4일 기본료 없이 50분 무료통화를 제공하는 에넥스텔레콤의 ‘A제로 요금제’ 등 초저가 요금제를 선보였다. 19일 미래창조과학부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5일까지 10영업일 동안 모두 6만 5571명이 우체국 알뜰폰에 가입했다. 지난해 1~5월 모집한 가입자(6만 2302명)보다 많은 셈이다. 특히 이 기간 가입자 중 20~40대의 비율이 47.9%에 달하면서 ‘알뜰폰=중장년층 서비스’라는 공식도 깨졌다. 우체국 알뜰폰에서 촉발된 공짜 요금제 열풍에 알뜰폰 업계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폰 전체가 주목받고 가입자가 느는 것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자칫 업계 전체가 출혈 경쟁으로 내몰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7월 제도가 도입된 알뜰폰은 지난해 11월 전체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했다. 업계에서는 올해가 알뜰폰 시장 성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알뜰폰 사업자들의 영업이익 적자는 596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 비해 적자 폭이 38% 줄었지만 중소사업자 대부분은 재무구조가 열악하다. 연간 300억원에 달하는 전파사용료를 감면받아 왔지만 올 9월에는 이마저 끝난다. 저가 요금제를 통한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에 주력해야 하는 이유다. 알뜰폰 업계는 올해 초부터 서비스 강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KT의 알뜰폰 전문 자회사 KT M모바일은 제주항공과 손잡고 알뜰폰과 항공 마일리지를 연계한 ‘M 제주항공 요금제’를 19일 내놨다. 요금제에 따라 매월 400~900포인트의 항공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적립된 마일리지로 항공권 구매와 좌석 승급을 할 수 있다. 전용태 KT M모바일 사업운영본부장은 “알뜰폰을 통해 통신비 절약뿐 아니라 부가적인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요금제”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동통신 3사에서만 가능했던 1일 무제한 데이터 로밍 서비스도 이르면 다음달부터 알뜰폰에서 제공된다. 하창직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사무국장은 “이동통신 3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저가 요금제가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서비스 강화가 병행돼야 한다”면서 “올해에는 사물인터넷을 접목한 최첨단 서비스와 다양한 요금제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반말·고함에 꼬리물기 경찰에게도 이러시나요

    반말·고함에 꼬리물기 경찰에게도 이러시나요

    18일 오전 8시쯤 서울 남대문경찰서 앞 차도. 모범택시 운전사 곽한복(73)씨가 경광봉으로 차량을 멈추자 운전자인 중년 여성은 “아저씨, 신호등도 똑바로 못 봐요? 저쪽에서 진입하는데 왜 막아요!”라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앞의 교차로가 막혀 꼬리물기를 막으려고 녹색 신호등임에도 정지를 요구했지만 설명할 틈도 없이 수신호를 무시하고 차량은 곽씨를 지나쳤다. 그는 오히려 “교통정리 봉사만 18년째인데 서울역 고가 폐쇄 후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거친 운전사들이 예전보다 늘었다”며 “정체가 심할 때는 용산역에서 서울역까지 1시간가량 걸리니 이해할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한파 때문에 차량이 평소보다 30%나 줄었지만 ‘러시아워’인 8시 30분쯤 동자동 교차로는 한강대로에서 통일로로 진입하는 차량으로 꽉 막혔다. 지난해 말 서울역 고가를 철거한 대신 통일로에서 퇴계로 방면으로 좌회전 차선을 만들면서 이 도로와 십자로 교차하는 한강대로가 막히는 것이다. 반말로 항의하는 운전자도 종종 있었다. 차도 옆 안전지대에 서서 교통정리를 했지만 막힌다며 안전지대를 침범해 주행하는 차 때문에 아찔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날카롭게 경적을 울리며 외려 봉사자들에게 비키라고 소리를 지르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모범운전자연합회 남대문지회 손광선(75) 회장은 “일부 ‘진상’ 운전자 중에는 정차 중인 차에 야광봉이 스치기만 해도 차에 흠집이 났으니 물어내라고 생떼를 부리는 일도 있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영하 5도의 매서운 날씨에 교통정리를 시작하기 전 모범운전사들은 저마다 권투 글러브를 방불케 하는 두툼한 장갑, 귀마개, 스누드 등 방한용품을 착용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칼바람을 맞으며 황량한 차로 한가운데에 서 있으니 한 시간도 안 돼 온몸이 어는 느낌이었다. 콧물이 얼굴에 차갑게 달라붙었다. 교통정리 경력만 21년차인 신선재(71)씨는 “통상 6시간 동안 화장실도 못 가고 추위를 온몸으로 맞으며 근무를 선다”며 “그나마 눈이나 비가 안 오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속한 모범운전자연합회는 경찰, 헌병 등과 같이 교통 수신호권을 갖고 있다. 서울시내에 31개 지부가 있으며 경찰서나 지자체 등과 협조해 아침 7시 30분에서 9시까지 무료로 교통정리 봉사를 한다. 단, 남대문지부는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료 근무 중이다. 서울역 고가를 폐쇄한 이후 생긴 교통 체증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교통정리를 요청했다. 하루 6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며 시급은 1만 3500원이다. 이날만 오전과 오후에 각각 14명의 봉사자가 당번을 섰다. 신씨는 “그래도 평생 운전대를 잡은 우리 말고 누가 운전자들의 고충을 이해하겠냐”며 “아무리 추워도 비번이 되면 꿀맛 같은 휴식도 마다하고 도로로 뛰어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hitit@seoul.co.kr
  • 태릉으로 돌아온 유영 “언니들 만나서 좋아요”

    태릉으로 돌아온 유영 “언니들 만나서 좋아요”

    나이 제한 규정 때문에 태극마크를 반납해야 했던 ‘피겨 샛별’ 유영(12·문원초)이 태릉선수촌으로 돌아와 첫 훈련을 했다. 유영은 18일 서울 노원구 태릉빙상장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 “국가대표가 안 돼서 속상하지만 태릉빙상장에서 대표팀 언니들과 다시 훈련하게 돼 아주 좋다”며 소감을 밝혔다. 유영은 지난해 1월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지만 올해부터 2003년 7월 1일 이전에 태어난 선수만 자격을 부여하도록 규정이 바뀌면서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지난 10일 치러진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시니어부에서 역대 최연소(만 11세 8개월)로 우승한 유영이 이러한 규정 때문에 태릉빙상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피겨영재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 17일 상임이사회를 열고 유영이 태릉빙상장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줬다. 유영은 “다시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 된 만큼 더 많이 훈련해서 좋은 선수로 거듭나겠다”며 “앞으로 올림픽에서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유영은 자신을 지도하고 있는 한성미 코치와 함께 일주일에 5~6차례씩 태릉빙상장을 방문해 훈련할 계획이다. 특히 유영은 이날 자신의 우상인 김연아(26)가 속한 올댓스포츠와 3년간의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도 전했다. 유영은 “롤모델인 연아 언니를 가끔 태릉빙상장에서 봤는데 이제 같은 소속사가 되면서 더 많이 볼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며 “연아 언니처럼 훌륭한 피겨선수가 되는 게 꿈인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무거워 못 살겠소…갑옷 좀 벗겨 주시오

    무거워 못 살겠소…갑옷 좀 벗겨 주시오

    “오른쪽 어깨에 걸쳐 놓은 지휘봉을 두 손으로 배꼽 있는 데까지 내리세요. 다시 눈까지 들어 올리세요. 수문장의 인사는 첫째도 절도, 둘째도 절도, 절도가 생명입니다.” 지난 14일 낮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의 왕궁 수문장 대기실. 인근 덕수궁에서 열리는 수문장 교대식 체험을 위해 20분 넘게 반복 연습을 하던 차였다. 맡은 역할은 60여명의 수문군을 대표하는 최고 장수(수문장). 교관은 서울시에서 교대식 행사를 위탁받은 전문 업체 직원 김용택(29)씨가 맡았다. 지난 1년간 수문장 역을 맡았던 베테랑이다. 김씨는 “긴장하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하라”고 했지만 잘해 보려는 마음과 따로 노는 몸은 헛심까지 들어가 경직돼 있었다. “차마(사회자)가 초엄이라는 구호를 외치면 궁궐 열쇠가 든 함을 열어 확인하세요. 중엄이라고 외치면 순장패(수문장의 신분을 증명하는 동그란 금속 패)를 받으면 됩니다. 삼엄이라는 구호가 떨어지면 수문군이 교대할 겁니다. 이때는 근엄한 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세요. 순장패를 받을 때 지휘봉을 겨드랑이에 바짝 붙여 올리지 않으면 칼에 부딪혀 떨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지휘봉 떨어뜨리면 완전히 웃음바다 돼 버립니다.” 20여분의 기초 교육이 끝나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 수염을 접착제로 붙이고 흰색 누빔 한복을 안에 입었다. 그 위에 황색 두루마기를 걸치고 그 다음에는 쇠비늘이 빈틈없이 박힌 갑옷을 입었다. 황금색 용이 갑옷의 양쪽 어깨 위에 달렸다. 마지막으로 금색 봉황을 새긴 투구를 썼다. 칼과 활을 왼쪽 허리에 차고 등에는 화살통을 멨다. 갑옷 무게만 15㎏에 투구 및 칼까지 합하면 몸에 걸친 게 20㎏은 족히 되는 듯했다. 마음의 무게에 갑옷의 무게가 더해지면서 멋진 수문장 역할을 하겠다던 초심은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이렇게 화려한 갑옷을 갖춰 입는 것은 장군뿐이다. 수문군 병졸들은 전통 군복을 입는다. 칼과 활, 화살도 장군에게만 지급된다. 병졸들은 각자의 임무에 따라 깃발이나 월도를 든다. 복장을 갖춘 뒤 대기실을 나와 시청 서소문별관 앞에 60여명의 수문군과 함께 도열했다. 초짜 수문장의 긴장한 표정을 읽었는지 옆에 있던 수문군이 “갑옷이 무겁긴 해도 1시간이면 끝나니까 순서만 잘 기억하면 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해 줬다. 이들은 모두 서울시에서 위탁받은 수문장 교체 재현 행사 업체의 직원이다. 북소리가 울리자 수문장으로 분장한 기자와 수문군 60명은 덕수궁 돌담길, 평성문, 덕수궁 석조전 등을 지나 10여분 만에 수문장 교대식이 열리는 대한문에 도착했다. 취타대는 북, 운라 등 전통악기를 경쾌하게 연주했다. 50여명의 관광객 앞에서 “초엄”이라는 구령이 울렸다. 앞서 근무한 수문장에게 받은 열쇠함을 확인했다. 이어 “중엄”이라는 구호에 순장패를 받아 들어 올렸다. 그때 옆에서 지켜보던 김씨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덕수궁을 보고 있으면 안 돼요. 관람객 쪽으로 돌아요. 반대쪽으로 도세요.” 곧이어 마지막 “삼엄” 구호가 떨어졌다. 배운 대로 따라 했지만 잘되고 있는 건지, 잘못되고 있는 건지 감도 오지 않았다. 김씨가 옆에 다가와 “이제 포토타임이에요”라며 다독여 줬다.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렸다. 베트남에서 왔다는 관광객 2명은 수문장 역할을 맡은 기자의 옆에 섰고 또 누군가는 팔짱을 꼈다. 아이들은 스스로 ‘장군’이 된 듯 칼을 휘두르는 척하며 뛰어다녔다. 근엄한 표정이 중요하다고 배운 터라 ‘이순신 동상’이 됐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늦게 도착하는 관광객을 위해 같은 교대식을 다시 한번 재현했다. 연신 스마트폰으로 교대식을 찍던 유연례(60·여)씨는 “의상과 무기가 화려하고 군인들의 움직임에 절도가 있어 상당히 재미있었다”며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행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 40분 수문군은 대한문에서 시청 서소문별관의 왕궁 수문장 대기실로 돌아갔다. 워낙 이옷 저옷 많이 껴입어 영하의 날씨에도 몸에서 땀이 흐를 정도로 추운 줄은 몰랐지만 투구와 갑옷에 짓눌린 어깨와 등, 목이 뻐근해져 왔다. 이마에는 투구 자국이 가로로 선명하게 남았다. 수염을 붙인 입 주변이 접착제 때문에 끈적거려 알코올 솜으로 여러 차례 닦아 냈다. 수문군이 입는 옷은 겨울에는 1주일에 1번, 여름에는 1주일에 2번씩 특수세탁업체에 보낸다. 오후 3시 탈의를 마치고 힘없이 앉아 있는데 “고생했다”고 말하며 위탁업체의 김철형(46) 팀장이 다가왔다. “지난달에는 겨울이 춥지 않아 괜찮았는데 갑작스러운 한파 때문에 많이 힘들어졌어요. 다음주에는 더 춥다는데 걱정이에요. 반면에 여름에는 긴팔 옷을 여러 벌 겹쳐 입어야 하니까 아무리 옷을 얇게 만들어도 땀으로 범벅이 돼요.” 옆에 있던 한 수문군은 “팔을 주물럭대는 중년 여성이나 품에 안기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지난해 여름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갑자기 볼에 뽀뽀를 해 놀라기도 했다”면서 “그래도 관광객들이 좋아해 주면 힘이 난다”고 말했다. 덕수궁에서는 휴일인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3시 30분에 수문장 교대식이 열린다. 오전 11시와 오후 3시 30분 교대식 후에는 수문군이 근처를 순찰하는 ‘순라 행사’를 한다. 지난해에는 덕수궁 대한문에서부터 서울광장까지 약 300m 구간을 돌았지만 19일부터 대한문에서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까지(약 1㎞)로 늘어난다. 경복궁에서도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수문장 교대식(경복궁 문 전체의 수문군 교대)이 열린다. 오전 11시와 오후 1시에는 광화문 앞 파수군만 교대하는 파수식도 연다. 교대식 체험은 덕수궁에서만 할 수 있다. 왕궁 수문장 교대 의식 홈페이지(www.royalguard.kr)에서 ‘나도 수문장이다’ 배너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선착순으로 하루에 2명까지 지원받는다. 12세 이상이면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어린이용 갑옷도 있다. 서울시는 1996년부터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을 시작했고 2002년부터 문화재청이 경복궁 교대식을 열고 있다. 시는 숭례문 교대식 부활도 검토하고 있다. 오는 4월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2007년에 시작한 숭례문 수문장 교대식은 2008년 2월 화재 이후 중단됐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청과 협의 중인데 숭례문 교대식이 부활하면 덕수궁 대한문에서 숭례문까지 순라 행사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추억여행-가족·이웃의 情… 우리 모두는 행복했다

    추억여행-가족·이웃의 情… 우리 모두는 행복했다

    지난 2개월 반 동안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던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1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무려 28년 전인 1988년 이야기에 신인들의 대거 기용으로 연출자인 신원호 PD조차 성공을 반신반의했지만 드라마는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렸고 마지막회는 역대 케이블 TV 최고 시청률인 19.6%를 기록해 방송계의 새 역사를 썼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요즘 시청자들이 아날로그적이고 촌스럽기까지 한 1980년대 이야기에 왜 이토록 뜨겁게 응답했던 것일까. 그 이유는 이 드라마가 기본적으로 지닌 따뜻한 휴머니즘에 기인한다. 경제 불황과 무한 경쟁 속에 앞만 보고 홀로 외롭게 달려온 한국인들은 사람 사는 냄새 가득했던 80년대를 추억했고 그 시절 서울 쌍문동 골목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이웃끼리는 작은 음식도 나눠 먹고 즐거운 일, 어려운 일을 함께 나눴으며 진심으로 서로를 아끼는 가족의 사랑과 친구들의 진한 우정이 있었기에 힘든 시절을 이길 수 있었다. ‘응팔’은 재벌 드라마에 지치고 ‘수저 계급론’에 상처받은 시청자들을 보듬고, 돈으로 살 수 없는 진짜 소중한 것의 가치를 일깨웠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시청자들은 팍팍하고 이기적인 삶 속에서 잊고 살던 인간의 따뜻한 본성과 착한 사람들의 휴머니즘을 강조한 ‘응팔’의 전반적인 정서에 응답한 것”이라면서 “디지털 문화에 단절되고 혼자 살아가는 데 외로움과 한계를 느낀 젊은층에게도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의미와 공동체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했다”고 말했다. 우리 시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응팔’은 쌍문동 골목 사람들 누구 하나 소외시키지 않았다. 특히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이야기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전 세대의 공감을 얻었다. 코미디를 책임진 라미란·김성균 부부와 가슴 찡한 부모의 사랑을 보여 준 성동일·이일화 부부에 이어 택이 아빠 최무성과 선우 엄마 김선영의 재혼 이야기를 비중 있게 다루며 중장년층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 결과 드라마가 방영되는 10주 연속 케이블, 위성, IPTV 통합 남녀 10~50대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결국 덕선(혜리)의 남편은 천재 바둑기사 택(박보검)으로 밝혀졌지만 올해는 더 알쏭달쏭한 ‘남편 찾기’에 관심이 집중되며 후반부에 들어 로맨스 추리극으로 변모했다. 초반에 정환(류준열)이 무뚝뚝해 보이고 평범한 외모지만 속 깊은 매력으로 인기를 누렸고 순수한 미소가 매력인 택이 인기의 쌍벽을 이루면서 인터넷에는 양측의 응원전이 팽팽했다. ‘응팔’은 80년대 소품은 물론 개그, 영화, 광고 등 당대 대중문화를 고스란히 불러내 거부감 없이 추억 여행에 빠져들게 했다. 특히 그 시대의 음악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드라마의 주제가 격인 ‘청춘’을 비롯해 ‘소녀’, ‘그대 내게 다시’, ‘어젯밤 이야기’, ‘나 항상 그대를’ 등 80년대 가요는 극의 주요 장면마다 흘러나와 감성 지수를 높였고 드라마 OST는 방영 내내 가요 음원 차트를 점령했다. CJ E&M 드라마사업본부 박호식 CP는 “‘응팔’은 사전 준비 기간이 길었고 3분의1 정도 촬영을 한 상태에서 방송에 들어가는 등 작품의 리얼리티에 공을 들였다”면서 “음악을 통해 드라마의 따뜻한 정서를 극대화하고 시청자들의 감성을 배가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김현회의 축구싶냐] ‘손흥민의 부진’ 여자 문제 때문일까?

    [김현회의 축구싶냐] ‘손흥민의 부진’ 여자 문제 때문일까?

    *안녕하십니까. 축구 칼럼니스트 김현회입니다. 오늘부터 [서울신문 나우뉴스]를 통해 독자 여러분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이 공간을 통해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이야기,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이야기, 남들과는 다른 이야기를 열심히 독자들께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토트넘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이 부진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5일 웨스트브롬위치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선발 명단에서 쭉 제외된 손흥민은 지난 주말에도 동료들의 경기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손흥민은 지난 주말 선덜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43분에서야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으며 8경기 연속으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굴욕을 맛봤다. 400억 원의 이적료를 지불하며 손흥민을 영입한 토트넘으로서는 손흥민의 부진이 답답할 수밖에 없고 한국의 축구팬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성장한 그가 부진을 이어간다면 이건 선수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축구 전체의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펄펄 날던 손흥민이 최근 들어 급격한 슬럼프에 빠지자 이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손흥민의 부진이 여자 때문일까? 손흥민의 부진 이유를 꼽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바로 여자 문제다. 그가 이성 친구에 푹 빠져 경기와 훈련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손흥민은 지난해 말 한 여자 연예인과의 데이트 장면이 언론에 포착돼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대충 그의 부진이 시작된 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손흥민이 부진한 이유를 여자 문제로 그럴싸하게 포장하면 이거 참 자극적인 그림이 된다.  하지만 나는 손흥민이 부진한 이유가 여자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가 정말로 누군가와 이성 교제를 하고 있는지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세상에 젊고 잘 생기고 돈도 잘 버는 미혼 운동선수 가운데 연애를 하지 않는 이를 찾는 게 더 어려울 것이다. 나같이 키도 작고 대출금에 허덕이는 남자 따위도 가끔씩 연애를 하는데 손흥민이 연애를 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손흥민의 이성 친구 문제가 두 번이나 언론에 포착된 것일 뿐 다른 해외파 선수들도 대부분이 이성친구를 만난다. 현재 해외에서 뛰고 있는 한 선수도 팀에서 3박 4일의 짧은 휴가를 받으면 곧장 한국으로 달려와 여자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돌아간다. 단지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이 선수는 여전히 큰 문제 없이 선수 생활을 잘 이어나가고 있다.  심지어 독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에서 뛰고 있는 박주호는 스위스인 여자친구와 결혼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5월 딸까지 낳았다. 아마도 박주호가 부진했더라면 결혼도 하지 않고 외국인 여성과 허튼 짓(?)을 했다고 대차게 비난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박주호는 이후 마인츠에서 더 큰 구단인 도르트문트로 이적하는 등 전혀 경기력에 문제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여자친구가 한국에서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났는데 당장 오늘 해외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경기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 축구선수는 무슨 24시간 축구만 해야 하는 축구 기계인줄 아나. 다 똑같은 사람이다.  손흥민이 만약 경기 도중에 경기도 포기하고 여자를 만나러 가거나 아니면 관중석의 예쁜 여자를 쳐다보느라 결정적인 찬스를 날려 먹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손흥민의 사생활은 철저히 존중되어야 한다. 비판하려면 그의 경기력만을 놓고 비판해야지 여기에 여자문제를 도마 위에 올려 놓을 이유는 없다. 직장인들도 다 퇴근하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손흥민이 훈련과 경기 외적인 시간에 여자친구를 만나건 <무한도전>을 다운로드 받아 보면서 낄낄거리건 그건 우리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유부녀를 만난다거나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만 않는다면 손흥민의 사생활은 온전히 존중되어야 한다. 그에게 여자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건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심지어 전성기 시절 안정환은 지금의 아내와 연애 당시 떨어지기 싫어 벌금 1000만 원을 내고 훈련을 불참한 적도 있다. 비판의 대상은 손흥민의 연애가 아니라 손흥민의 현재 경기력이어야 한다. 그가 부진한 진짜 원인은? 지금 중요한 건 우리가 손흥민의 여자 문제를 왈가왈부하는 게 아니라 과연 그가 왜 이렇게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선수처럼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지 원인을 찾는 것이다. 일단 손흥민이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과 위치가 상당히 좋지 않다. 짧은 출전 시간 동안 보여줘야 할 게 많지만 욕심이 과도해 상대 수비가 밀집된 곳에 박혀 공을 달라고 사인을 보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또한 레버쿠젠에서는 주로 측면에 기용됐지만 토트넘에서는 중앙에도 자주 배치되며 장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해리 케인은 최전방에서 폭 넓게 움직이며 손흥민의 공간과 자주 겹치는 현상까지 생겼다. 이뿐 아니다. 손흥민의 장점은 상대방 뒷공간이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로 치고 들어가는 플레이인데 점유율을 앞세워 지공으로 공격하는 걸 즐기는 토트넘 입장에서는 손흥민이 좋아하는 역습 상황이 자주 연출되지 않는다.  해법은 뭘까. 단순하지만 손흥민이 토트넘에 맞춰야 한다. 과거 잘 나가던 댄스 그룹 ‘터보’에서 김정남이 탈퇴한 뒤 새로 영입된 마이키에게 내려진 숙제는 딱 하나였다. “랩을 김정남처럼 하라.” 터보가 가진 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결국 마이키는 자신의 스타일을 포기한 채 김정남과 비슷한 스타일의 랩을 구사해야 했다. 자신에게는 불편할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토트넘과 김종국이라는 큰 축에 손흥민과 마이키가 맞춰야 한다. 그래야 명곡도 쏟아져 나오고 리그에서의 순위도 끌어 올릴 수 있다. 만약 새로 영입된 마이키에 맞춰 터보가 스타일을 바꿨더라면 아마도 지금의 터보는 없었을 것이다. 역습에서 화려한 드리블로 관중을 감탄케하는 플레이도 좋지만 손흥민은 상대를 후방에 가둬 놓고 패스를 통해 찬스를 잡아내는 토트넘의 플레이 방식을 따라야 한다. 손흥민이 축구를 한두 해 더 하고 말 게 아니라면 말이다. 경기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5분 남짓한데 일단은 죽기살기로 임해야 한다. 후반 교체 투입된 선수가 풀타임을 소화 중인 수비수와의 몸싸움에서 나가 떨어지면 선수로서의 가치는 없다고 봐야 한다.  내 분석이 정답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손흥민의 부진과 관련해 보다 생산적인 토론이 펼쳐졌으면 좋겠다. 여자에 빠져 있어 축구를 등한시 한다는 건 아주 유치한 발상이다. 애초에 여자 한 명 때문에 선수 인생이 흔들릴 정도로 정신력이 나약한 선수라면 지금 그 자리까지 올라가지도 못했을 것이다. 박지성처럼 손흥민도 은퇴할 때까지 여자를 멀리하라는 지적도 많은데 나는 이 말에도 의문이 든다. 박지성의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그가 성실했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지만 박지성이 은퇴할 때까지 여자를 멀리했다는 말에는 그 어떤 근거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의 아내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박지성은 지금의 아내가 첫 사랑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적어도 “손흥민도 박지성처럼 여자를 멀리하라”는 말은 이 둘의 사생활을 잘 아는 이들이 아니라면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손흥민 부진의 이유를 여자로 꼽고 조롱하지 말자. 그렇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면 직장 생활에 집중할 수 없으니 연애를 하지 말라는 상사의 핀잔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손흥민이 못하면 그건 실력 탓이지 여자 탓이 아니다. ‘사나이 손흥민’이 아쉬운 이유 물론 손흥민을 전적으로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사실 축구선수 손흥민의 부진에 대해서는 해결 방안을 찾고 더 응원하고 싶다. 하지만 남자의 입장에서 손흥민의 행동은 아쉬운 게 사실이다. 손흥민은 지난 번 여자친구로 지목된 여자 연예인과의 열애설이 났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열애설이 터졌을 당시 그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여자 연예인들은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다”면서 손흥민과의 열애를 인정했다. 아이돌 그룹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인기를 먹고 사는 여자 연예인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낸다. ‘누가 더 아깝네’라고 따지고 싶지도 않다. 그런 거 따지는 내 시간이 가장 아깝지 않을까. 어찌 됐건 나는 젊고 아름다운 선남선녀의 연애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그런데 손흥민은 두 번의 열애설 모두 사람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시점에 슬쩍 “사실은 사귄 적도 없다”는 이야기를 언론에 흘렸다. 졸지에 그녀들은 혼자서만 남자와 연애를 한 바보가 됐다. 고등학교 시절 옆 학교 퀸카와 사귀기로 해 기쁜 마음에 여기저기 소문을 냈다가 그녀가 돌연 마음을 바꿔 바보가 된 나로서는 그녀들의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안다. 더군다나 그녀들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는 유명인 아닌가. 이건 ‘축구선수 손흥민’의 문제가 아니라 ‘사나이 손흥민’으로서의 문제다. 손흥민의 말처럼 그가 그녀들과 사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차피 그녀들이 손흥민과 사귀지 않는다고 해서 나와 만나줄 것도 아닌데 나는 열애 사실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그랬다면 열애설이 터졌을 당시 어떤 해명이라도 했어야 한다. “열애설이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 한 마디면 끝날 문제였다. 그런데 손흥민은 상대방 측이 열애를 인정한 상황에서도 내내 조용히 있다가 열애설이 흐지부지될쯤 “사실은 사귄 적도 없다”는 말로 두 명의 여자 연예인을 졸지에 바보로 만들었다. “맞다”고 하건 “아니다”라고 하건 남자답게 당당히 앞에 섰으면 좋겠다. 골을 넣고 손으로 ‘S’를 그리는 세리머니를 하며 해당 여성과의 열애설에 온갖 추측이 난무하게 해놓고 그녀가 “좋은 감정으로 만나고 있다”고 용기까지 냈음에도 침묵하며 물러서 있다가 측근의 입을 빌어 “사실은 아무 사이도 아니었다”고 하는 건 남자다운 모습이 아니다. 손흥민이 다시 토트넘에서 부활했으면 좋겠고 앞으로는 사랑을 하는 방식도 더 당당해 졌으면 좋겠다. 축구 칼럼니스트 김현회 footballavenue@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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