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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영 “MB, 불교계에 사과…어청장 퇴진해야”

    주성영 “MB, 불교계에 사과…어청장 퇴진해야”

    불교계가 정부의 종교편향을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의 공개사과와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독실한 불자로 알려진 주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홈페이지와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대통령은 불교계에 사과하고,경찰청장은 사퇴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불교계의 분노를 마주하는 대통령과 정부의 모습에서,촛불시위 때와 마찬가지로 안이하고 무사안일한 자세가 읽힌다.”며 또 다시 국정에 심각한 위기를 자초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간 이 대통령이나 일부 공무원,특정 종교인들이 보인 발언과 행동은 불교계의 오해와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다.”며 이 대통령과 정부가 그간 불교도들의 불만을 자초했다고 평가한 주 의원은 “김영삼 전 대통령도 충현교회 장로였지만 다른 종교를 자극하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정 종교를 믿는 공직자와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려는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이 종교를 앞세워 대통령에게 아첨하려는 언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 대통령이 빨리 사과해야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한편 주 의원은 어청수 경찰총장을 향해 “기회주의적 처신의 전형”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어 청장이 지난 6월 24일 ‘제4회 전국경찰복음화 금식대성회’ 포스터에 등장한 것을 문제삼았다. 주 의원은 “어 청장은 촛불시위가 나라를 뒤흔드는 동안 대통령 뒤에 숨어 있다가 이제와서 힘 있는 특정 종교인의 곁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힐난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불교계의 반발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당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인 주 의원이 대통령의 사과와 어 청장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주장함에 따라 성난 불교계를 달래기 위한 한나라당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서울광장] 남은 4년 6개월 뭘 할 건가/김인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남은 4년 6개월 뭘 할 건가/김인철 논설위원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을 넘기면서 새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촛불도 기세가 꺾였고,10%대로 떨어졌던 지지율도 30%를 넘어서고 있다. 지지율 회복에 올림픽 거품이 끼어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로서는 액면 그대로 믿고 싶을 것이다. 덩달아 자신감을 되찾은 양상이다. 엔도르핀이 돈다거나 좌고우면 않겠다는 등의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대통령의 강한 의욕이 잘못일 수는 없다. 문제는 지난 6개월을 어떻게 정리했느냐이다.‘잃어버린 6개월’을 반성하고, 실패원인을 찾고, 오답노트를 만들어 남은 4년 6개월 펼칠 국정운영의 ‘수정본’을 마련했는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게 아닌 듯하다. 우선 진정성 있는 반성의 기미가 느껴지지 않는다.“대통령과 당이 올바른 평가를 받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고 걱정이 컸을 것”이란 대통령의 편지나,‘대내외의 어려움 속 삶의 선진화를 준비한 6개월’이라는 청와대의 자평은 지난 6개월의 소용돌이를 무색하게 한다. 반성이 없으니 오답노트도, 제대로 된 국정운영의 수정본도 없다. 지난 6개월을 그저 없었던 것으로 하고, 원안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태세다. 그런데 그 원안이 기실은 시대착오적 과거회귀다. 정치는 유신독재와 군사정권 시절의 권위주의를, 경제도 1960,70년대 성장주의를 답습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규제 완화는 전국적인 투기 광풍을 촉발했던 수년전의 정책 실패와 닮아 있다. 이 대통령이 부쩍 ‘법치’를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시위피해 집단소송제나 사이버모욕죄 등의 신설 움직임과 맥이 닿아 보인다. 행여 법으로 제2, 제3의 촛불의 싹을 아예 잘라 버리겠다는 계산이라면 오산이다. 국민이 바라는 건 박정희 유신독재나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의 권위주의적 법치가 아니라, 통합과 소통의 정치다. 민주적 정당성이 전무했던 독재정권의 부끄러운 유산을 왜 이 대통령이 물려받으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는 지난달 28일 미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우리는 경제의 힘을 억만장자들의 숫자나 포천 500대 대기업의 이익으로서 평가하지 않는다.… 우리는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경제를 이루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자본의 가치가 아니라 중소기업·서민·근로자를 존중하는 경제를 주창했다. 이에 질세라 존 매케인도 이제 44살의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를 미 대선 사상 두번째인 여성 부통령 후보로 내세우며 ‘공화당식’ 변화와 개혁의 맞불을 놓았다. 변화와 개혁이 작금의 시대정신임을 보여준다. 정몽준 최고위원이 얼마 전 “변화하지 않는 보수는 수구다. 진보보다 더 진보적 가치를 수용해 나가야 한다.”고 한나라당에 한 주문은 액면 그대로 이 대통령에게도 전해져야 한다. 내가 눈을 감는다고 앞에 있는 사물이 없어지지 않는다. 이 대통령이 남은 4년 6개월 촛불을 곁에 끼고 살 작정이 아니라면, 지난 6개월의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이 내려준 ‘첨삭지도’를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첨삭지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찢어버리고 옛 방식대로 문제를 푼다면 좋은 점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운이 좋으면 20점에서 30점대로 조금 오르겠지만, 낙제점이긴 마찬가지다.4년 6개월 뒤면 이 대통령도 역사 속으로 돌아간다. 그 역사가 이 대통령이 상위 1%를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려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기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인철 논설위원 ickim@seoul.co.kr
  • PD들 ‘비리 연출’ 기가 막혀

    연예기획사들이 소속 연예인 출연을 위해 방송사 PD들에게 도박 자금, 주식, 향응을 제공하는 등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그동안 입소문으로 떠돌던 PD와 연예기획사 간 ‘검은 커넥션’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밝혀졌다. 지난 28일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된 MBC 예능국 책임프로듀서(CP) 고재형(46)씨가 연예기획사에서 헐값에 주식을 제공받고, 매주 룸살롱 등지에서 기획사 관계자들과 판돈 수백만∼수천만원의 도박판을 벌인 사실이 구속영장을 통해 29일 확인됐다.1986년 MBC에 입사해 ‘음악캠프’,‘놀러와’,‘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간판 프로그램을 연출해온 스타급 PD 고씨는 연예기획사의 돈을 그야말로 제 돈인 것처럼 긁어모았다. 고씨가 소속연예인 출연 등의 명목으로 연예기획사 4곳에서 받은 금품은 6000만원이 넘는다. 고씨는 해외여행 경비로 한번에 1만달러를 받기도 했고, 승용차 열쇠를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건네주고 현금 다발이 든 쇼핑백을 승용차 안에 넣어 가져오게 하는 고전적인 수법도 썼다. 고씨는 또 팬텀엔터테인먼트 대표 이도형씨에게 ‘조만간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해 우회 상장한다. 주가가 급등할 것이니 주식을 사두라.’는 정보를 얻어 시세보다 30%나 싸게 장외에서 주식을 매입했다. 고씨는 이씨의 조언으로 투자 원금 3000만원으로 2억원대 시세차익을 얻었다. 투자금 3000만원마저도 유명 가수의 아들이자 J기획사 대표인 조모(도주 중)씨에게 받은 것이고, 주식계좌도 조씨 명의로 관리해 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고씨는 다른 연예기획사 대표 박모씨에게서도 우회상장 정보를 얻어 20% 할인가에 주식을 넘겨받아 수익을 얻었다. 고씨는 2004년 6월부터 3년 동안 매주 1∼2차례씩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을 서울 강남의 호텔 사우나, 룸살롱 등지로 불러 한 사람당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2000여만원씩의 판돈으로 접대 도박판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기획사 대표들과 함께 중국 마카오호텔 카지노에서 6차례에 걸쳐 원정도박을 벌인 사실도 파악됐다. 도박빚 때문에 기획사에 손을 뻗은 PD도 있다. KBS의 간판 PD로 ‘비타민’,‘대한민국 1교시’,‘일요일은 101%’,‘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을 담당했던 이용우(46)씨는 강원랜드에 수백회 출입하면서 17억원을 잃어 자금압박을 받게 되자 기획사들에 손을 벌렸다가 이날 구속기소됐다. 이씨는 2004년 3월 ㈜스타제국 소속 신인가수 VOS를 ‘일요일은 101%’에 출연시켜 주는 대가로 1550만원을 받았고, 같은 해 9월에는 ㈜에이스미디어 소속 연예인 지석진씨를 ‘여걸파이브’ 등에 고정 출연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 1000만원을 받았다가 KBS를 퇴사한 뒤 갚아 배임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또 ‘윤도현의 러브레터’ 제작을 맡은 2004년 10월부터 가수 KCM의 소속사 해피엔터테인먼트로부터 출연대가로 2000만원,JYP엔터테인먼트로부터 가수 비와 god의 신규앨범 홍보용 출연 명목으로 1000만원, 팬텀엔터테인먼트로부터 가수 이수영, 리즈 등의 출연대가로 3000만원을 잇달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씨는 이와 함께 이효리·옥주현의 소속사인 DSP엔터테인먼트로부터도 ‘비타민’,‘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의 출연대가 명목으로 3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공매도검사 전 증권사로 확대

    증시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판받아온 공매도에 대해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금융감독원은 26일 증권예탁원과 7개 증권사에 대해 올해 1∼7월까지의 주식대차거래와 공매도 수탁영업의 적정성을 점검한 결과 10조원대 거래에서 공매도 규정 위반 가능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기간 공매도 총액인 26조원의 38%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다음달 19일까지 45개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공매도 규정 위반에 대해 검사를 확대 실시하기로 했다. 공매도란 대차거래를 통해 빌려놓은 주식을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다시 매입해 갚는 거래를 뜻한다. 그래서 공매도는 주가 하락기에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기법이기도 하지만 공매도 자체가 매도에 포함돼서 통계에 잡히다 보니 시장 전체적으로 지나친 매도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비난도 받아왔다. 이 때문에 현행 유가증권업무규정은 공매도를 하더라도 실제 차입이 이뤄져야 하고 증권사에 대차계약을 확인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감원 조사 결과 차입계약이 아예 없거나, 대차거래로 들인 주식을 공매도로 표시하지 않고 매도 주문을 내는 사례 등이 적발됐다. 또 미리 결제가능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면제되어 있다는 이유로 증권사가 적격 기관투자가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확대 검사 결과 위반사항이 적발되면 해당 증권사에 대해 제재조치를 내릴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매도와 관련된 실질적인 검사와 처벌이 이번이 처음인 만큼 관련 규정의 문제점이나 허점까지 면밀히 검토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증시가 하락세를 보였던 올해 상반기만 해도 주식 대차거래액(체결기준)은 59조 97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조 9435억원보다 두배 가까이 급증했다. 대차거래의 90%이상은 외국인 투자자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공매도 거래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종교 편향 시비] 상임 봉행위원장 원학스님 “기독교 단체등 참여 범종교적 행사”

    [종교 편향 시비] 상임 봉행위원장 원학스님 “기독교 단체등 참여 범종교적 행사”

    “범불교도대회를 통해 2000만 불자의 노여움과 염원이 정부에 전해지길 바랍니다.” 27일 열리는 범불교도대회의 상임 봉행위원장을 맡은 원학 스님(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은 2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종교 편향이 종교간 갈등 조장은 물론 사회 전반의 갈등을 불러 일으킨다.”면서 “사회통합을 위해서라도 정부의 편향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학 스님은 범불교도대회에는 불교계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인도 함께 참여하는 범종교적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독교 단체나 대한성공회쪽에서 참여의사를 밝혀 왔다.”면서 “불교계는 이들의 참여를 환영하며, 행사식순에 이들의 참여를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학 스님은 대회가 평일 낮에 열리기 때문에 약 30만명의 평신도가 참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학 스님은 “범불교도대회는 기본적으로 현정부를 규탄하는 성격을 띠지만 불교계가 주도하는 엄숙한 종교행사인 만큼 종교의식 절차에 따라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행사의 마무리는 거리행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뒤 조계사까지 평화적인 거리행진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스님은 “예기치 않은 돌발상황을 대비해 조계종 내 호법부가 호법스님 500∼1000명을 동원할 것”이라면서 “이들은 질서유지 관련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원학 스님은 범불교도대회까지 준비하게 된 이유로 국토해양부와 교육과학부의 지리정보시스템 내 사찰이름 누락, 전국경찰복음회 금식대성회 포스터에 어청수 경찰청장 사진 게재, 대통령의 종교관 등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지리정보시스템에서 교회나 성당의 정보는 자세히 기록한 반면 사찰의 이름을 누락한 점은 다분히 고의성이 있어 보인다.”면서 “이는 청와대에 교회 성직자를 불러 예배하는 등 자신의 종교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준 대통령의 종교관이 공직사회에 그대로 전이됐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학 스님은 “범불교도대회를 통해 종교 차별 행위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어청수 경찰청장 파면과 관련자 문책, 종교차별 방지를 위한 입법화, 국민화합을 위한 촛불집회 구속자 석방과 수배자 해제 등을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범불교도대회 이후에도 정부가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에는 영남권을 시작으로 지역 범불교도대회를 지속적으로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李대통령 취임 6개월] “국민의 목소리 경청… ‘정치형 리더십’ 필요”

    [李대통령 취임 6개월] “국민의 목소리 경청… ‘정치형 리더십’ 필요”

    어느 정부도 집권 초기에 이처럼 지독하게 ‘신고식’을 치르지는 않았다. 비록 ‘허니문’ 기간에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사상 최대 표차로 당선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국론은 분열됐고, 국정은 마비됐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6개월에 대한 평가는 혹독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전문가 일각에서는 ‘충격’과 ‘좌절’이라는 말로 표현하기까지 했다. 지난 6개월동안 국정운영, 정책조정, 홍보관리, 위기관리 등 무엇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안일한 현실인식에 따른 초동대처 실패(위기관리 시스템), 대통령 ‘원맨쇼’·손 놓은 관료사회(국정운영·정책조정 시스템), 일방통행식 전달(홍보관리 시스템) 등의 문제점이 연일 지적됐지만 ‘촛불’에 당황한 정부는 우왕좌왕하다 6개월을 그냥 보냈다는 평가가 대세다. 보수나 진보 진영 할 것 없이 전문가 그룹은 이같은 시스템 붕괴의 원인을 소통의 단절에서 찾았다. ●美쇠고기 파동은 ‘종속변수´ 불과 손혁재 성공회대 교수는 “시끄럽거나 능률이 떨어져도 국민들이나 심지어 반대 세력의 목소리까지도 듣고, 포용하는 게 민주주의의 가장 큰 덕목인데 현 정부는 그걸 싫어하는 것 같다.”면서 “촛불시위 당시 ‘명박산성’으로 불리며 광화문을 가로막은 컨테이너 박스는 대통령과 국민들간 소통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진단했다. 보수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의 공동대표인 박효종 서울대 교수도 “국민을 섬기겠다고 공언했지만 소통부재의 덫에 걸려 민심에 귀를 기울이는 정성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소통의 단절과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정권의 자만심이 한 덩어리로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박 교수는 “압도적 지지의 정권교체 이후 ‘내가 과거에 잘했고 또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고 믿고 국민들이 나를 뽑아주었는데, 내 방식대로 못할 것이 무엇인가.’라는 은밀한 자만심을 갖게 되었다.”고 진단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도 “근거없는 자신감 때문에 오만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을 보였다는 것이 큰 문제”라면서 “특히 대통령 혼자 모든 것을 끌고 나가는 모습이나, 조언하는 측근보다는 수발 드는 측근의 모습 등은 결국 리더십 문제를 제기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소통부재가 민심이반 불러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종속변수’에 불과했다.”며 “국민들이 정부의 능력에 대한 총체적인 의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국정운영도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 정부가 중요하게 내세운 ‘실용’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김 교수는 “추진하려는 정책의 방향과 가치를 설정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현 정부는 방향이나 가치는 없고,‘실용’이라는 방법만 이야기해 지지 근거인 보수세력조차도 불안하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실용’이야말로 좌우를 아우르는 완충과 통합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겠지만 실용의 의미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다가오지 못한 데다 실용을 통한 선진화에 관한 로드맵이나 청사진도 없었다.”며 “그 결과 ‘실용’은 원칙이나 중심도 없는, 기회주의·임기응변 등의 부정적 의미로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해법이나 개선방안은 없을까. 이와 관련된 전문가 그룹의 견해는 같으면서도 달랐다. 손 교수는 “국민들이 정부에 대해 기대감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큰 문제”라며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때로는 설득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선택한 이유를 다시한번 돌아보고, 무엇을 약속했는지 취임사를 꼼꼼하게 독회하라고도 했다. 전 교수는 “경청하고, 속내를 드러내고, 진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붕괴된 국정운영시스템 등을 복원하려면 권한의 위임을 통한 ‘서포팅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탈 이념보다는 헌법정신에 맞는 시대이념을 제시해 국민통합을 일궈내고 정치력과 지도력을 보여야 한다.”며 “‘CEO형 리더십’에서 덧셈의 ‘정치형 리더십’으로 변하라.”고 주문했다. 전문가 그룹은 최근의 지지율 상승에 자만해서는 향후 4년반도 결코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서민·소외층 ‘눈맞추기 정책’ 위주로” 국정운영 우선순위 지난 6개월간 ‘MB노믹스(이명박 경제철학)’는 방향타를 잃고 흔들렸다. 경제여건 악화가 단초를 제공했지만, 민심과의 소통 소홀로 자초한 ‘촛불’에 데어 국정운영의 우선순위를 성장에서 물가와 민생 쪽으로 급선회했다. 그러면 앞으로 경제정책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추진해야 할까. 경제전문가들은 국정 운영의 철학·목표를 재정립하고, 정책을 통해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도록 하는 실천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경제·사회는 물론 정치적 양극화 해소에도 주안점을 둬야 국민적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한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책 추진 성공의 열쇠는 ‘일관성’과 ‘실천력’”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인수위원회와 정부 출범 초기에 마련한 ‘정책 밑그림’을 절반 이상 사장시킨 과거 정권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공기업 민영화 같은 핵심 과제들의 경우 당초 공약과 달리 말만 앞선 채 흐지부지되는 측면이 강한데, 국민들에게 실천으로 옮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정책 우선순위를 물가와 민생에 두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말뿐인 ‘쇼맨십’이 아닌 실제 정책 집행까지 연결시키는 실천 능력이 관건”이라고 했다. 송 연구위원은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문제도 말만 꺼내놓고 추진력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력의 발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서민과 소외된 계층을 향한 ‘눈 맞추기’가 정책 추진 성공의 선결조건으로 제시했다. 권영준 경희대 교수(국제경영학)는 “최근 지지율이 오르고 있지만, 국정철학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면 ‘촛불 저항’에 다시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종부세 완화 등 대기업과 부유층 중심의 정책은 피하고, 일자리 비중의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전국민의 70∼80% 이상인 서민층에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정책 발굴이 내수 진작에 더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성장 드라이브’정책의 재추진은 필요하지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 4분기부터는 성장에 다시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황 연구위원은 “내수부진의 원인은 투자 부진인데, 현재 기업은 소비 여력이 없으므로 기업 투자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국책사업 등을 통해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중도진영까지 포용 노력 보여줘야” MB리더십과 인사 지난 6개월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현대건설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서 ‘탈(脫) 여의도 정치’를 외치며 효율과 실용을 앞세웠으나 ‘소통 부재’라는 한계 속에 ‘독주’ ‘일방통행’이라는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5월부터 두 달 동안 정국을 뒤흔든 쇠고기 촛불시위의 배경에도 그의 이런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강한 거부감이 담겨 있다. 특히 인사에서 나타난 그의 리더십은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주저없이 등을 돌리도록 했다. 국민 정서를 간과하고, 국민 통합을 소홀히 한 채 특정 학맥과 지연을 중시한 그의 인사는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S(서울시)라인’ 등 숱한 비아냥을 만들어내며 국정 지지율을 10%대로 끌어내렸다. 쇠고기 촛불시위에 청와대 참모진 전원과 장관 3명을 교체하는 비상처방을 내린 이 대통령은 이후 더는 ‘실용’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 않았다. 대신 ‘소통’을 꺼내들었다.CEO형 리더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불도저형 리더십’을 버리고 ‘타협과 섬김의 리더십’으로 다가서려는 시도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진정 변화하고 있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이명박 리더십의 위기를 비전 부족에서 찾았다.“경제대통령으로서 비전과 구체적 정책은 내놓지 못한 채 ‘747’‘저탄소 녹색성장’과 같은 슬로건만 앞세운 것이 결국 민심을 떠나게 했다.”고 지적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자수성가형에서 종종 나타나는 자기과신의 일방독주”라고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혹평했다. 그는 “종종 이 대통령이 자기 안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쇠고기 파동 이후 변신을 시도하는 듯 하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학습효과를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인사에 있어서도 노무현 정권 때의 회전문 인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집토끼를 불러 모으는 데만 진력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중도진영까지는 끌어안으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경호기자 jade@seoul.co.kr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1+1=∞’ 새코드 이해는 학문간 벽 허물기부터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1+1=∞’ 새코드 이해는 학문간 벽 허물기부터

    ‘통섭(統攝)’은 왜 필요한가. 통섭을 둘러싼 많은 논의들에 문제점은 없을까. 통섭이 안정적으로 한국 사회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법이 필요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서울신문은 6회에 걸친 ‘21세기 신(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를 마감하며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대표하는 석학들의 대담을 마련했다.‘인간을 공부하는 동물’로 스스로를 칭하는 경희대 영어학부 도정일 명예교수(책읽는사회만들기 국민운동 대표)와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으로 꼽힌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거침없는 생각을 쏟아냈다. 서강대 철학과 엄정식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아 대담을 진행했다. 두 교수는 ‘통섭’이 더 이상 스쳐 지나가는 유행이 아닌 중요한 사회적 과제라는데 동의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해 학과간의 벽을 허무는 단계에서부터 천천히 접근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1 통섭은 왜 화두로 떠올랐나 엄정식 교수 대학 사회와 언론 등 곳곳에서 통섭이 화제다. 일각에서는 유행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학문적 필요성이나 학문 구분의 발전 방향을 놓고 볼 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분명하다. 오랫동안 통섭에 대해 고민해 오신 도 교수께서 왜 한국 사회에서 통섭이 화두가 됐는지를 진단해 달라. 도정일 교수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연구영역의 독자성뿐 아니라 유사하거나 연관이 있는 분야간에 대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분과(分科) 현상이 오랫동안 진행되다 보니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단절현상이 당연시되고 있다. 학문발전은 물론이고 사회발전이나 정책개발 및 시행 과정에서 단절현상은 매우 좋지 않다. 이런 반성에서 통섭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덕환 교수 통섭을 처음 주창한 에드워드 윌슨의 본거지인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절실한 필요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학문간의 분과는 이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장벽의 정도가 아니라 서로를 비하하고 폄하하는 일도 다반사로 이뤄지고 있다. 자연과학에서는 인문사회학 무용론이 나오고, 인문사회학에서는 거꾸로 자연과학 무용론이 나온다. 급속히 발전한 한국사회의 문제를 과학기술의 책임인 것처럼 몰아가는 분위기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문사회 분야와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다행히 과학계 내부에서는 현실적인 필요성에 의해 융합연구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를 인문사회까지 연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엄 교수 통섭에 관한 논의와 시도는 20세기 초부터 상당히 활발하게 있어 왔다. 물리학을 중심으로 학문을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철학계에서도 논리실증주의자들이 보편언어를 찾고자 했다. 윌슨은 이 시도를 생물학으로 옮겨 좀 더 발전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통섭이 수입학문이라는 점이다. 기술은 그냥 수입하면 되지만 학문은 배경과 사연이 더 중요하다. 지적·문화적 풍토를 수입하지 않으면 나중에 또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좋은 담이 좋은 이웃을 만든다’가 통섭에 적용되면 좋을 것 같다. 담이 낮으면 도둑이 생기고, 담이 높으면 이웃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 이 같은 마음가짐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교수 통섭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통섭학이라는 별도의 학문이 아니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다. 어느 한 가지 학문이 모든 것을 흡수할 수 있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곤란하다. 물리학이나 생물학 등에서 비롯된 자연과학의 객관적인 방법론이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다만 이 방법론을 모든 분야에 적용해 보려는 시도 자체는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이니만큼 어려움도 있고, 기존 영역에서의 부정적인 비판도 있다. 그러나 자연과학의 객관화된 시각을 인문학에서 활용하는 것은 분명히 기초적인 통섭의 단계가 될 것으로 본다. 거꾸로 자연과학에서 인문학적인 상상력과 주관성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활발해지고 있다. 도 교수 문제는 통섭이 ‘이렇게 하자.’고 정해 놓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통섭이 정말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야 한다. 언어를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말하자면 유전학, 진화론, 진화심리학 등의 학문도 언어 연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통섭을 궁극적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관건은 기준을 어떻게 세우느냐는 것이다. 즉 연구대상을 새로 발견하고 확장할 수 있는가, 대상에 대한 통찰을 더욱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으로 깊이있게 할 수 있는가 등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같은 실제적이고 학문적인 이득의 유무가 통섭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정당성을 결정해 줄 것이다. 이 교수 100% 동감한다. 학문의 발전을 위한 통섭은 근원적인 이유가 있는가를 짚어봐야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더욱 낮은 수준의 통섭을 생각해야 한다. 지금의 학생들과 교수들은 모두 분화된 학문에 익숙해져 있다. 상당히 혼란스러운 일이다. 인문사회 관련 교양을 들을 때는 자연과학의 부정적인 인식을 듣고, 자연과학을 들을 때는 인문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듣는다. 학문이 아닌 단지 골고루 아는 낮은 차원에서의 통섭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2 통섭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을 것인가 엄 교수 두 가지를 합치다 보면 아무래도 어느 한쪽이 더 힘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특히 강자는 식민지적으로 취합하려는 경향이 있다. 인문학의 경우 과학과 통합되면서 과연 ‘학문’으로 존립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제우스의 불칼’이나 ‘이카루스의 날개’와 같은 신화는 이미 아무도 믿지 않는다. 과학기술이 인문학의 근거인 상상을 앞서가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마찬가지로 천문학자들의 방식대로만 별을 보면 알퐁스 도데, 생텍쥐베리, 윤동주의 별은 볼 수 없다. 통섭의 시도에서 염려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학문의 영역이 가만히 있어도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학문 분야가 떼를 써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철학의 경우 현재는 수세기 전의 철학과 달리 ‘철학사’적인 측면만 남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학을 논하기 위해 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공간, 시간, 죽음 등의 개념은 과학기술의 등장으로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자연과학이 철학이라는 학문의 근간을 흔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도 교수 어느 한쪽으로의 일방적인 통섭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인문학이 과학을 이해하고, 과학이 인문학을 이해할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인문학과 과학이 통섭하자고 해서 함부로 합칠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예술을 포함한 인문학과 과학은 엄연히 시각이 다르고, 분야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르다는 전제 위에서 시작해야 한다. 과학은 일단 자연현상에 대한 보편적인 진실을 추구한다.‘도정일은 세포로 되어 있다.’는 말은 사실이지만 나라는 인간에 대해 아무 것도 설명하지 못한다.‘세계는 입자로 구성돼 있고, 우주를 지배하는 힘은 네 가지 밖에 없다.’는 말도 분명히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낼 수 없다. 이 교수 통섭과 비슷하지만 좀 다른 개념인 융합의 경우 공학 분야에서는 상당히 오랜기간 모색돼 왔다. 로봇공학을 하는 사람은 심리학, 미학, 전자공학, 기계공학을 모두 시도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로봇공학은 수많은 학문들과 연관을 맺으며 발전해 왔고,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발전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융합의 결과는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분화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물론 융합 과정에서 사멸하는 분야도 있다. 도 교수 학문융합, 통섭은 인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간에 전혀 몰랐던 탐구의 영역을 생산해낼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인문학 분야가 ‘진화론’으로 대표되는 생물학적 발견을 참조하지 않고서는 진행이 되지 않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것을 두고 생물학이 모든 학문을 점령하는 제국주의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은 말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지나친 분화의 결과가 교육에도 반영돼 있다는 점이다. 통합적 감성이나 세계관을 가질 기회도 없이 기능적인 전문인이 되고 다문화적인 세계관을 가질 수 없는 파편적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문학이 변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학의 교양교육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인문학이다. 인문학이 통섭적 사고를 가져야 교육이 변하고 사회가 변할 수 있다. 3 통섭의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엄 교수 통섭이 본격화되면서 용어에 대한 논란도 있다. 통섭이나 ‘컨실리언스(Consilience)’라는 말을 쓴 윌슨의 성향 때문인지 환원주의나 제국주의적인 느낌을 갖기도 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문진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는데, 통섭을 궁극적인 목적이 아닌 방법의 하나 정도로 취급하고 싶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나루터 가는 길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다. 나루터까지 함께 쉽게 간다면 자신들의 목표들도 좀 더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통섭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지만 방법론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다양하지 않을까. 요즘 대학가에서는 통섭학과, 통섭대학원을 만든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교수 통섭에서 방법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연과학에서 탐구의 문제는 끊임없이 변해 왔다.19세기 말 한국에 처음으로 서양의 자연과학이 도입됐는데, 지금까지 계속 새로운 방법이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자연과학에서도 확실한 것은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방법에 초점을 맞춰서 통섭을 얘기한다면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시각을 공유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통섭이나 융합과 관련된 문제 가운데 하나가 ‘획일화’다. 여러 단계의 통섭이 있을 수 있는데 단 하나의 기준만 세우고 ‘여기서부터 통섭’이라고 한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통섭학과나 통섭대학원을 만든다는 얘기들이 있는데 통섭의 첫 단계를 시각과 인식의 공유라고 본다면 하나로 합치는 것이 아니라 합쳐서 여러 개가 다시 나와야 한다. 도 교수 통섭학과나 통섭대학원은 희극적이다. 통섭학과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학문과 학문사이의 결합이나 통합은 필요하고, 가능하겠지만 통섭을 전문적으로 다룬다는 것은 통섭의 기본 정신과 전혀 맞지 않는 사고방식이다. 가장 자율과 객관적이 강조되는 문학에도 통합적 접근이 시작되고 있다. 그러나 하루 아침에 된 것이 아니다. 문학비평에 정신분석과 언어학이 들어오는 데만 40∼50년이 걸렸다. 필요한 일이라면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서 진행되게 마련이다. 다만, 활발한 논의를 통해 진행한다면 좀 더 효과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엄 교수 통섭을 논의하면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많은 것을 시도하고 말할수록 얻는 것도 많겠지만, 비난이나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언제나 자기 반성은 중요하다. 그것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고, 궤도를 수정할 수도 있도록 해준다. 가능하다면 모두 함께 모여 논의하고 격려한다면 분명히 통섭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엄정식 교수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미국 미시간 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아메리카학회 회장, 철학연구회 회장, 한국 철학회장을 지냈다. 서강대 재직 시절 ‘행복한 철학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고전철학부터 과학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강의를 진행했다. 특히 과학철학 강의를 통해 과학기술과 현대인의 행복에 대한 분석을 시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저서로 철학 입문서로 유명한 ‘철학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지혜의 윤리학’‘확실성의 추구’‘분석과 신비’‘자아와 자유’ 등이 있다. ■이덕환 교수 서강대학교 화학과, 과학커뮤니케이션 협동과정 교수. 비선형 분광학, 양자화학, 과학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고 미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구와 대외활동 모두에서 주목받는 흔치 않은 과학자로 2006년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기술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과학지식으로 사회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확실성의 종말’‘먹거리의 역사’‘거의 모든 것의 역사’ 등 베스트셀러 과학서적을 번역했다. ■도정일 교수 문학평론가. 경희대학교 영어학부 명예교수. 대한민국 전역에 세워진 ‘기적의 도서관’을 기획하고 감독한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상임대표다. 잡지 편집장, 동양통신 외신부장을 거쳐 미국으로 유학,1983년부터 경희대학교에서 비평이론 강의를 시작했고 이론교육에 힘을 쏟았다. 특히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와 4년 동안 만나 나눈 논쟁을 담은 책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대담’은 한국 사회 최초의 본격적인 통섭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 中언론 “중국 관중 매너는 금메달 감”

    中언론 “중국 관중 매너는 금메달 감”

    중국 관중은 금메달 감이다? 중국 런민르바오 자매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가 19일 “해외 언론이 중국 관중에게 금메달을 줬다.”는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다. 환추스바오는 “중국 관중들의 열띤 응원과 함성이 각국 해외매체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면서 “프랑스 및 해외 여러 언론들이 중국 관중들의 반응을 매우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언론에 따르면 지난 17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중국 관중은 매우 공정하며 쇼비니즘(배타적 애국주의)적이지 않다’는 기사에서 “‘중궈찌아요’(中國加油·’중국 파이팅’의 뜻)라는 응원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중국 관중은 자국이 메달을 획득할 때 마다 미친 듯이 기뻐했지만 지난 봄 성화 봉송 당시에 보였던 과도한 민족주의는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들은 단순히 즐길 뿐이며 때문에 이곳의 분위기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과 미국의 농구 경기 때에는 중국 관중들이 야오밍과 미국 선수의 이름을 번갈아 부르며 응원했다.”고 덧붙였다. 환추스바오는 또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를 인용하며 “올림픽 시작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중국 관중들의 지나친 응원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그러나 일본의 수영선수가 시상식대에 서자 중국 관중들은 큰 소리로 환호를 해주었고 일본 국가가 울려 퍼질 때에도 중국 국기를 함께 흔들며 축하해주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독일 언론도 인용해 “중국 관중들도 금메달을 받아야 한다.” 며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선수들에게도 큰 응원을 보냈다. 중국 관중들의 응원소리에는 인간미가 가득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환추스바오는 “지난 여자 양궁 개인전 이후 한국 언론은 중국 관중에 ‘복수’를 했다.”면서 “경기장 관리인이 관중들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 등의 한국 언론을 인용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렇듯 중국 언론의 ‘자국관중 감싸기’ 노력에도 불구, 지나친 응원과 비매너로 한국 선수들에게 피해를 끼친 중국 관중의 태도에 중국 선수들도 ‘발끈’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 테니스 선수 리나(李娜)는 중국 관중들의 지나친 응원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지자 관중석을 향해 “Shut Up”(입 다물어)라고 소리쳐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news.sports.cn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中언론, 당예서 동메달에 “자랑스럽다”

    中언론, 당예서 동메달에 “자랑스럽다”

    중국은 당예서가 자랑스럽다? 지난 17일 열린 탁구 여자단체전 3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3-0으로 완파하고 동메달을 획득한 김경아·당예서·박미영 중 귀화선수 당예서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중국명 탕나(唐娜)인 당예서는 지난 2000년 대한한공의 훈련 파트너로 한국에 온 뒤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고군 분투해왔다. 2007년 10월 당당히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뒤 2008년 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0전 전승을 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배신자’라며 온갖 야유를 퍼붓던 중국인들과 일부 언론이 당예서가 이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하자 “중국인의 실력은 역시 뛰어나다. 자랑스럽다.”며 칭찬하기 시작한 것. 중국 QQ.com 스포츠는 “시상식대에 올라간 9명의 선수 중 7명이 중국인이었다.”며 “중국인의 높은 실력이 세계를 놀라게 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선수 3명과 싱가포르 선수 3명, 그리고 한국의 당예서까지 모두 중국인이거나 중국 국적이었다 귀화한 선수들인 것. 이 언론은 “은메달을 획득한 싱가포르 소속 중국 선수들 뿐 아니라 동메달을 획득한 탕나도 팀의 승리에 큰 도움을 준 뛰어난 선수”라며 “이는 중국의 탁구 실력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을 설명해준다.”고 전했다. 이는 ‘배신자’를 운운하며 당예서를 비난하던 것과 매우 상반되는 태도일 뿐 아니라 애초 당예서가 한국으로 귀화할 수밖에 없었던 중국 탁구계의 비합리적인 체계에 대한 설명은 전혀 덧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당예서의 선전을 지켜본 중국 네티즌들은 “하필이면 한국에 귀화해 중국과 적수가 됐다.”며 아직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포털 사이트 163.com의 한 네티즌(221.2.*.*)은 “탁구가 그렇게 좋았다면 홍콩으로 이주할 수도 있었다. 왜 하필 한국인지 모르겠다.”고 올렸고 또 다른 네티즌(222.170.*.*)은 “어떤 국가든지 상관없다. 차라리 북한에 갔었더라면 지금처럼 욕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국 국적으로 동메달을 취득한 당예서를 비난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HAPPY KOREA] 주민 ‘마을정체성 세우기’ 한마음

    [HAPPY KOREA] 주민 ‘마을정체성 세우기’ 한마음

    주민들끼리 뜻을 모아 마을의 환경이나 이미지를 바꾸는 ‘참살기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은 정부 지원금이 2000만원으로,‘푼돈’에 가깝다. 하지만 사업 시행 첫 해인 지난해 1198개 마을이 참여한 데 이어 올해에는 1218개 마을로 늘어났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증가하는 이유는 이 사업을 통해 전통·역사·문화 등 마을의 정체성을 바로세우는 계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배’(정부 지원)보다 ‘배꼽’(사업 효과)이 더 큰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다. ●문화로 깨어나는 고창 미당시문학마을 야트막한 고개인 질마재를 넘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미당 서정주(1915∼2000년) 시인이 태어나고 뭍힌 전북 고창군 부안면 미당시문학마을이다. 진마·신흥·안현 등 3개 자연부락으로 이뤄진 마을은 2001년 미당시문학관 개장을 계기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폐교된 선운초등학교 부지에 시문학관이 조성된 이후 매년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나, 지금은 15만명 이상이 찾는다. 때문에 복분자·오디·된장·소금 등 주민들이 생산한 농·특산물 대부분은 직거래를 통해 소화될 정도다. 서동진 마을가꾸기 사무국장은 “미당의 작품세계는 자신이 몸담았던 고향 마을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작품을 이해하는 데 공간이 중요하다.”면서 “공간이 갖는 의미를 부각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미당 선생의 조카가 마을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등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이에 자극받은 주민들은 지난해 ‘참살기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을 통해 미당의 생가·외가를 복원했다. 미당의 선산 주변에는 15만㎡ 규모의 국화꽂밭도 조성했다. 마을 담장 곳곳에는 국화 등을 소재로 벽화를 그렸다. 이어 올해부터는 미당의 시구에 반영된 마을 곳곳의 의미를 일일이 부여하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마을 전체를 미당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체험 현장’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김갑성 마을만들기추진위원장은 “간척사업이 이뤄지기 전만 해도 마을 앞 바다에서 짭짤한 농외소득을 올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문화 콘텐츠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면서 “마을일을 하다 보면 주민끼리 자주 만날 수밖에 없어 ‘어울림’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 것도 큰 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전통을 되살리는 곡성 합강마을 전남 곡성군 옥과면 합강마을은 3개군 5개면의 경계지역에 위치한 오지이다. 주민은 57가구,154명이 전부이고, 면소재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보건진료소를 설치해 줬을 정도다. 하지만 마을을 되살리겠다는 열정은 어느 마을에도 뒤지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주민들은 장승이나 당산나무처럼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간주됐던 조탑을 복원했다.1970년대 새마을운동 과정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30여년 만의 일이다. 또 마을의 유래를 담은 표지석도 세웠다. 임진왜란 당시 최초의 의병장인 유팽로 장관의 탄생지라는 의미를 살려 마을 담장 곳곳에 벽화도 새겨넣었다. 여기에 마을 진입로 1㎞ 구간은 꽃길을 조성하고, 마을 중심부 공터는 소공원을 만들었다. 정오균 이장은 “관리되지 않는 특징은 잊혀지게 마련”이라면서 “마을 일을 위해 이렇게 많은 주민들이 힘을 합친 것은 70년대 새마을운동 이후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이 모든 일을 하기 위해 정부가 합강마을에 지원한 예산은 2000만원뿐. 나머지는 주민들이 모두 자체 해결했다. 이팽노 옥과면장은 “기존 사업 방식대로 했다면 2억원 넘게 예산이 필요했을 것”이라면서 “특히 기존 사업은 주민들을 구경꾼으로 만들었지만, 이번 사업은 주민이 주체로 참여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했다. ●역사 바로세우기에 나선 군산 원당마을 전북 군산시 나운3동 원당마을은 군산대 후문과 맞닿아 있다. 원룸과 하숙집이 마을 곳곳에 들어서 있지만, 농촌 형태가 유지되는 한적한 마을이다. 하지만 이같은 겉보기와 달리 ‘6·25전쟁’ 당시 동족 상잔의 비극이 벌어졌던 대표적 현장으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뿌리깊은 갈등과 불신이 있었다는 것. 참살기좋은 마을가꾸기 사업이 주민간 50여년의 간극을 좁히는 계기가 됐다는 게 중론이다. 주민들은 우선 지난해 마을 입구에 자리잡은 ‘전설의 샘’을 복원했다. 샘은 큰 일이 닥치면 물이 세번 넘친다는 전설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1945년 ‘8·15해방’,1950년 ‘6·25전쟁’ 등 두번 넘쳤다. 이병종 이장은 “샘은 80년대 후반 마을에 상수도가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300년 이상 식수원으로 활용됐지만, 이후 쓰레기가 쌓이는 등 방치되다시피 했다.”면서 “이번 복원 작업을 계기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통일이 되면 물이 마지막으로 넘칠 것이라는 믿음도 싹트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또 마을 뒷산에 위치한 석실고분의 원형도 되살렸다. 동네 개구쟁이들의 놀이터나 다름없던 곳이었지만, 전문기관에 의뢰해 확인한 결과 500여년 전 조상들의 장례문화를 알 수 있는 석실고분군이 위치한 곳이었다. 이 이장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기존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의 골은 어느정도 극복됐다.”면서 “다만 원룸·하숙집 등 마을로 새롭게 들어온 외지인들과의 소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곡성·고창·군산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백지숙의 미술산책] 없을수록 풍부하다, 그리고 진실은 디테일에 있다

    [백지숙의 미술산책] 없을수록 풍부하다, 그리고 진실은 디테일에 있다

    아무래도 너무 많은 모양이다. 우리가 하루 동안 봐야 할 것들이 말이다. 폭주하는 이미지 속에서 우린, 아주 기본적인 정보조차 놓치고 사는 게 아닌가 싶다. 며칠 전 서울역에 갔을 때 내가 바로 그랬다. 매표 입구를 찾지 못해 한참 헤매다가, 나중에 보니 거의 사람 등신대 크기로 안내판이 서 있는 거였다. 대체 뭘 보고 다니는 걸까? 잠깐 생각해 봤다. 서울역에 갔던 것은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돌에 새긴 선사 유목민의 삶과 꿈’,8월10일까지)를 보러 가기 위해서였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시원하게 펼쳐진 몽골초원 위에 비스듬히 박힌 사슴돌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면의 대형사진 속에는 그거 딱 하나였다. 모르긴 해도 예나 지금이나 그 너른 초원에서라면 우리가 집중해서 봐야 할 ‘이미지’는 오로지 이거 하나가 아닐까? 부드러운 사슴돌 모서리들이 땅과 하늘과 돌을 유연하게 연결하면서, 불쑥 솟아 있는 그 자태는 당연히 숭고했다. 그러나 기념비적인 사슴돌을 그저 저 멀리 있는 원시적인 유물로만 치부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그 위에 새겨져 있는 문양의 동시대적인 울림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선사시대 유적이라는 이 사슴돌 중앙에는 긴 몸통 위에 리드미컬하게 뻗어나간 뿔과 특히 ‘크고 뚜렷한 눈’을 특징으로 하는 사슴 무리들이 새겨져 있고, 그 위 아래로 해와 달 그리고 당시의 무기와 도구들이 배치되어 있다. 같이 전시되어 있는 암각화나 튀르크 비문도 마찬가지지만, 이 ‘이미지’들의 형태와 구성은 사태의 핵심을 장악하는 능력과 그에 기초한 간명성에 의거, 대단한 심미적 파워를 갖게 된다. 사슴돌의 현대적인 문양 사이로 도드라지는 바탕의 디테일 또한 주목할 만하다. 물론 이 디테일은 사슴돌 자체의 특성이라기보다는 거기에 반응하는 동시대 ‘유목민’들의 실천 덕분에 새삼 부각된 것이다. 직지성보박물관,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와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의 연구원들이 그들인데, 전시회에는 현지에서 이들이 공동으로 진행한 탁본조사의 결과물들이 출품되어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전시장에서 보는 것은 사슴돌 위에 직접 종이를 부착해서 먹으로 떠낸 지표(index)들인데, 이 탁본화는 돌 표면 위에 자연스럽게 남겨진 비바람의 터치 하나하나까지 생생하게 전달해 준다. 자료를 보면 이는 훌륭한 탁본기술에 더해, 종이를 대는 배첩과정을 공들여 처리한 덕분이라 한다. 어쨌거나 내 눈에는 이 디테일들이 오돌토돌 되살아나면서 사슴의 문양과 더불어 사슴돌 전체가 보다 당대적인 것으로 보이게 된다. 확실히 이 사슴돌은, 나름의 방식대로 모더니즘 건축의 대표주자 미즈 반 데어 로에가 했다는 저 유명한 말들을 다시 메아리치게 한다.“없을수록 풍부하다(Less is more).” 그리고 “진실은 디테일에 있다(God is in details).”고. 아르코미술관장
  • [NOW 현장①] 송해 “전국노래자랑 이야기 들어볼래?”

    [NOW 현장①] 송해 “전국노래자랑 이야기 들어볼래?”

    원조 국민 MC 송해. 그는 25년째 KBS 1TV ‘전국노래자랑’의 MC로 활약 중이다. ‘전국노래자랑’하면 송해의 구수하고 친숙한 입담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로 송해는 ‘전국노래자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올해 82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MC 송해를 전라남도 영광에서 만나봤다. 84년부터 ‘전국노래자랑’의 MC를 맡았다. 남다른 기분이 들 것 같은데? 오랜 시간 MC를 봐서 그런지 단순히 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생각하기 보다는 나와 같이 인생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25년이란 세월 동안 전국은 물론 평양, 일본, 미국 등 안 다녀 본 데가 없다.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공개프로그램으로서 대단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할 뿐이다. 자주 녹화를 다니는 것이 힘들지는 않는가? 타 프로그램의 MC는 스튜디오에서 녹화를 하지만 우리는 특성상 한 컷을 찍더라도 전국을 다녀야 한다. 평균 일주일에 한 번씩 다니는데, 요즘 같이 날씨가 좋을 때는 미리 녹화를 해 더 자주 다닌다. 하지만 힘 안 드는 일이 어디있겠는가. 그러나 ‘전국노래자랑’은 내 스스로 희망을 가지고 떠나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다. 오늘은 또 어떤 분이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 줄까 하는 기대와 희망이 나를 설레게 한다. ‘전국노래자랑’의 MC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MC가 빨리 풀어야 하는 것이 바로 돌발상황이다. 무대에 오르는 이들은 프로가 아니고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돌발상황을 MC가 빨리 감지해야 한다. 녹화 전 출연자와 대화를 통해 그들의 장기를 발굴해줘 무대에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MC의 몫이라 생각한다. 오랜 기간 MC를 할 수 있는 송해 만의 비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오랜 시간 진행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난 사람들을 많은 아는 것 자체가 최고의 재력가라 생각하고 그 사람이 바로 송해다. 차를 타도 차비를 받지 않고, 식당에 가도 식대를 받지 않는다. 아마도 그동안 기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많은 이들에게 엔드르핀을 뿌려 주는 것이 바로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 ‘전국노래자랑’은 평소 우리 생활을 그대로 옮겨 시청자들에게 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다 보니 돌발상황도 많이 생긴다. 출연자들이 스타킹을 머리에 씌우기도 하고 음식을 입에 쑤셔 넣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나를 무시하거나, 골탕을 먹이려는 게 아니다. 그렇기에 출연자들의 이런 행동 또한 그들이 무안하지 않게 도와준다. 출연자도 만 3세부터 103세까지 다양한 세대가 노는 프로그램이 바로 ‘전국노래자랑’이 가진 특징이다. 요즘 후배 MC들이 존경하는 MC로 많이 뽑는데 기분이 어떠한가? 사실 그 이상 뿌듯한 게 없다. 선배로서 모든 후배들이 대견스럽다. 그런데 고정적으로 MC를 하고 있는 후배들을 보면 아쉬운 점이 있다. 그들이 조금 더 극성이었으면 한다. 단순히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극의 재미를 더할 수 있는 행동이 있었으면 좋겠다. ‘전국노래자랑’을 사랑하는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실로폰과 함께 사는 인생이라고 할 만큼 오랜 시간을 ‘전국노래자랑’과 함께해 왔다. MC는 정년퇴직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력이 다할 때까지 전국을 누비며 출연자들과 호흡하고 싶다. 기계도 10년 만 안 쓰면 수리해야 하지만 난 늘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녹슬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서울신문NTN(영광) 서미연 기자 / 사진 = 한윤종 기자@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세계 최고의 비보이 현실은 반지하 월세방”

    “세계 최고의 비보이 현실은 반지하 월세방”

    “세계 최고의 한국 비보이, 현실은 반지하 월세방입니다.” 23일 오후 비보이(B-Boy) 세계에서 알아주는 ‘춤꾼’으로 통하는 리듬몬스터의 최지민(25) 팀장을 찾았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서울 면목동의 반지하 월세방. 세종문화회관 등 그가 활약하는 화려한 무대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브레이크 댄스에 ‘미쳐’ 살기를 10년. 그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5만원짜리 방에서 후배들과 살고 있었다. 최 팀장의 한 달 수입은 100만원이 채 안 된다. 지난주에는 배틀(다른 비보이팀과의 춤 대결)을 하다가 골반근육이 늘어나 2주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상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병원 치료는 꿈도 못 꾼다. 비보이 팀에 들어가 1년의 수습기간을 거친 정규 멤버의 월급은 60만원에 불과하다.“부업으로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는 친구도 있어요. 하루 5시간도 못 자는 생활에 2명이 떠나 이젠 4명만 남았습니다.” 최 팀장은 홍보·회계·공연연출·음악제작·영상제작까지 혼자서 도맡아 한다. 공연을 위해 100여개 기획사에 계획서를 보내지만 한 군데에서 연락이 오면 그나마 다행이다. 경쟁이 치열해 차량비·식대도 안 되는 회당 20만원에도 공연하는 팀들이 생겼다. 대부분의 고용주들이 비보이의 춤을 예술이 아닌 묘기로 생각하는 탓이다.“우리 세계에선 30대가 되면 은퇴를 합니다.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죠.” TV 광고 등을 통해 세계 최고의 춤꾼이라는 찬사가 쏟아졌지만 비보이들은 비인간적 ‘스타 만들기’ 시스템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지난 16일 알아주는 비보이그룹 라스트포원의 주니어 팀인 라스트마스에서 활약했던 양모(23)씨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신의 집에서 목숨을 끊었다. 경찰 조사에서 양씨는 6개월 전 무릎 부상으로 팀을 나오면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보이 세계에서는 이 사건이 비단 양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뼈마디를 꺾는 격한 춤을 추기 때문에 항상 부상에 시달리지만 보험을 들 수가 없다. 현재 전업 비보이로 활동 중인 1000여명 가운데 보험 혜택을 받는 춤꾼은 50명도 안 된다. 보험사도 이들이 목·허리 디스크를 달고 살기 때문에 좀처럼 보험 가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세계 챔피언을 거머쥔 팀은 15분 공연에 많게는 500만원도 받지만 이런 팀은 7개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팀은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수입으로 꾸려가고 있다. 참가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배틀을 포기하는 팀도 많다. 일부 비보이들이 광고·영화·뮤지컬 등에 진출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 중·고등학생들이 너도나도 비보이팀을 찾아오지만 스타가 되는 이들은 100명에 1명꼴이다.30대에 은퇴한 뒤의 진로도 막막하다. 세계 타이틀을 거머쥐고 교수가 되거나 일류 비보이팀을 이끄는 경우는 극소수다. 한 30대 비보이는 “하다 못해 댄스 아카데미 자격증이라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쇠고기 추가협상 이후] 野 “검역주권 포기한 졸속·편법협상”

    야권은 한·미 양국의 쇠고기 수입 추가협상 결과에 대해 쇠고기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한 졸속 협상이라고 22일 일제히 비판했다. 특히 ▲미 정부의 직접 보증보다 검증 수위가 낮은 품질시스템평가(QSA) 채택 ▲월령 확인조치 불가 ▲뼈·내장 등 특정위험물질(SRM) 부위에 대한 수입금지 미해결 등을 거론하며 ‘편법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야권은 정부가 장관 고시수정안을 23일 확정할 예정인 데 대해 관보 게재 중단을 요구하며 전면적인 재협상을 촉구했다. 통합민주당 차영 대변인은 “정부가 미 정부의 직접보증 방식인 수출증명(EV) 프로그램보다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QSA를 택한 것은 생색내기용 조치”라고 지적한 뒤 “검역주권 확보와 SRM 배제 문제도 명쾌하게 해결하지 못했다.”고 공격했다. 차 대변인은 “민주당은 정부의 관보 게재 저지와 재협상 관철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QSA는 인증 마크도 주어지지 않는 미국 정부의 간접보증 방식이라는 점에서 실효성이 매우 의심스럽다.”면서 “미국 수출 작업장에 대한 승인 권한이 90일 이후면 미국 정부에 양도되는 검역주권 포기 조항도 개선하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이제 정부대표단의 항공료와 식대, 호텔 숙박료에 대한 세금반환 청구소송에 착수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관보가 게재되는 그날은 이명박 정권의 퇴진일이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야권은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서울대 우희종 교수에게 광우병 관련 연구계획서와 실험노트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데 대해 ‘신(新)권력형 탄압’이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김주한 부대변인은 “손 의원의 태도는 정부 입장에 비판적인 연구자에 대한 재갈 물리기”라면서 “연구의 독립성과 학문의 자율성을 침해한 어처구니없는 처사”라고 공격했다.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씨줄날줄] 청와대 뒷산/임태순 논설위원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출구로 나와 7016,7022,1020,0212번 버스를 타고 자하문에서 내리면 서울성곽 가는 길이 나온다. 이끼 낀 성곽을 끼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금세 숨이 찬다.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면 올망졸망한 인왕산과 함께 서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600년 전 이곳을 도읍으로 정해 살아왔다는 생각을 하면 서울이 한층 새롭게 보인다. 역사의 두께가 더해서일 것이다. 길을 재촉하면 잠시후 백악산 표지석과 함께 백악(白岳)마루가 나온다. 백악마루에서 내려다보면 경복궁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악산인 백악산이 경복궁의 주산(主山)이었음을 절로 알게 된다. 문화해설사는 풍수지리에 입각, 서울은 남산을 안산으로 삼고, 낙산과 인왕산이 왼쪽과 오른쪽에서 호위하고 있다며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누르기 위해 남대문의 정문을 서울역쪽으로 비켜 세웠다고 설명한다. 또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입지를 만들기 위해 청계천을 만들었다고 덧붙인다. 설명을 들으면 경복궁이 천하의 명당이라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서울성곽은 조선 초인 1395년 태조가 한양으로 수도를 옮기고 방위를 위해 쌓은 도성(都城)이다. 세종 4년인 1422년 흙으로 쌓은 부분을 돌로 개축하고 숙종 30년인 1704년 정사각형의 돌을 다듬어 벽면이 수직이 되게 쌓았다. 서울성곽을 걷다 보면 당시 방식대로 성곽을 쌓은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1968년 북한 무장공비침투사건 때 총격전이 벌어진 소나무도 만나게 된다. 그 앞에 청와대가 있었으니 침투로로 제격이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담화를 발표하면서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촛불시위를 본 소회를 털어놓았다. 그는 촛불시위가 한창인 6월10일 밤 캄캄한 산중턱에 앉아 광화문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행렬을 바라보면서 국민을 편하게 모시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청와대 뒷산은 닫힌 공간이다. 울타리가 쳐진 폐쇄된 공간이다. 청와대를 나와 시민들이 오가는 서울성곽을 걸으며 민심과 소통하면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열린 공간인 청계천과 서울광장에도 나가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기로에 선 화물파업]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호소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경유값 폭등, 주선업체와 알선업체의 다단계 하청구조, 물량을 초과하는 차량 공급, 운수회사의 번호판 장사 횡포 등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소속 트레일러 차주 오진석(40)씨는 “의왕 컨테이너기지에서 부산까지 운행할 경우 운송료는 65만원에서 70만원선인데, 경유값만 50만원(250ℓ 기준) 정도 든다.”면서 “식대나 고속도로비, 차량유지비까지 생각하면 절대 운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기지부 안병철 부지부장은 “운수회사에서 수수료 10%가량을 챙긴 뒤 물량을 주선하는 주선업체나 알선사무실로 남는 물량을 넘겨주는 다단계 구조가 문제”라면서 “이들은 다단계가 불법인데도 차주들에게 전화를 걸어 배차하는 방식으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다.”고 말했다. 이봉주 지부장은 “근거리를 운행하는 차량들은 적어도 짐을 싣고 2∼3회전은 운행해야 수지가 맞는데, 물량부족으로 1회전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열악한 시장 상황을 지적했다. 포항과 경기 지역을 왕복하는 트레일러 차주 김성일(48)씨는 ‘페이퍼컴퍼니(서류회사)’라고 불리는 운송회사들의 번호판 장사도 화물차주들을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차주가 운송 경로나 주소지를 바꾸면 번호판을 교체해야 하는데, 운수회사 측은 새로 교부받은 번호판을 다른 차주에게 팔아넘긴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입차주들은 번호판에 대한 재산권을 행사할 수가 없기 때문에 번호판을 뺏겨도 구제받을 수 없다.”면서 “‘페이퍼컴퍼니’들이 번호판을 이용해 장사를 하다 보니 번호판값이 올라가고 1000만원씩 주고 새로 번호판을 구입하는 등 억울하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본부 김한민 조직국장은 “정부가 운송료 현실화와 불법 알선소 근절을 위한 대책을 세우는 게 급선무”라면서 “수급조절에 실패한 정부가 화물차량 매입을 통해 시장에 적극 개입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사설] 차주 화주 고통분담으로 물류대란 풀어야

    수출입용 컨테이너 차량이 주축인 화물연대가 어제부터 파업에 돌입해 물류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파업원인은 치솟는 기름값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탓이다. 현재 서울∼부산 이틀간 왕복에 90만원쯤 운송료를 받고 있다. 이 중 기름값이 70만원이다. 고속도 통행료, 화물알선 수수료, 식대 등을 빼면 손에 쥐는 돈이 고작 5만원가량 된다. 이런 실정이니 차주들이 파업에 나서는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 화물연대는 요구조건으로 경유보조금 지급 확대, 표준요율제 도입, 운송료 30% 인상 등을 내세웠다. 모두 만만치 않은 과제다. 경유보조금 확대만 해도 현재 ℓ당 1800원 이상 기름값이 될 때 초과분의 절반을 보조해주는 것을 1500원으로 낮추라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재정부담을 초래하게 된다. 또 표준요율제는 내년 7월까지 연구 중이다. 운송비 인상 역시 쉽지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컨테이너 차량의 운송중단으로 인한 물류대란만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컨테이너 운송중단은 치명적이다. 이는 2003년에 확인한 바 있다. 당시 불과 5000여대였던 화물연대 회원차량이 2주간 멈춰서자,65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현재는 컨테이너 차량 1만 2000대가 수출입 화물수송의 20%를 떠맡고 있다. 이번에는 전국 37만대 화물차량 모두가 기름값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무역협회는 자칫 하루 1조원의 피해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정부, 차주, 화주 3자 모두가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차주와 화주 양자가 서로의 고통과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차주들은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지 말아야 하고, 화주도 차주의 고통을 감안해 운송료를 조속히 적정폭 인상해줘야 한다. 물류대란은 차주와 화주의 고통분담을 통해 풀어낼 수 있다.
  • 촛불에 놀란 정치권… 새국회 개원 급물살 타나

    촛불에 놀란 정치권… 새국회 개원 급물살 타나

    18대 국회 등원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6·10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등 장외집회에 주력했던 통합민주당이 원내 대여투쟁으로 전략수정에 나섰고, 한나라당이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공청회에 참석키로 결정하는 등 등원 여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1. 여야 이틀동안 머리 맞대 11일 여야 4당 정책위의장 회동에 이어 한나라당 홍준표·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첫 회담을 갖는다. 지난달 30일 18대 국회 임기 시작 후 여야간 첫 공식대화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국회 등원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등 18대 국회 개원과 관련한 문제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여야 지도부의 잇단 회동이 쇠고기 파동으로 인한 경색 정국의 돌파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2 한나라 ‘가축법’ 공청회 참석 여야간 대화의 물꼬를 튼 것은 한나라당이 이날 오전 국회 정상화를 위해 야 3당이 제안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 공청회에 참가할 뜻을 밝힌 게 계기가 됐다.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회에서 “어제(10일) 야당이 쇠고기 문제에 대한 공청회를 하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고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기 위해 참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가축법 개정을 놓고 ‘수용 불가’ 입장이었으나 “민주당이 등원할 경우 개정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쪽으로 한발 물러나 있는 상태다. 3 대선 고소·고발전 종료 여야간 경색조짐의 해빙 무드는 민주당 쪽에서도 감지됐다. 민주당은 이날 지난해 말 대선과정에서 한나라당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고발 9건을 모두 취하·취소키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5일 민주당에 대한 대선 고소·고발 25건을 취하한 데 이어 민주당도 같은 조치를 취함에 따라 대선과정에서 빚어진 양당간 고소·고발 사건은 정치적 해결을 보게 됐다. 4 민주당 복귀 목소리 높아 민주당 내에서도 등원론이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0일 촛불집회에 나온) 많은 분들로부터 제1야당으로서의 다른 역할과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며 “우리 당 의원들은 국회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의 발언은 더 이상 장외투쟁을 이어갈 경우 국회 복귀 명분도 못 찾고, 복귀 시기도 실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장외투쟁만 고집할 경우 오히려 비판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5 선진 등원 결정 야당 분열 자유선진당이 지난 10일 독자 등원 방침을 결정한 것도 야권이 국회 등원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으로서는 ‘캐스팅 보트’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선진당의 결정을 무조건 외면할 수 없는 처지다. 등원을 거부할 경우 향후 원내에서 이뤄질 야 3당의 공조에 균열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종락 김지훈기자 jrlee@seoul.co.kr
  • [서울광장] 인적쇄신, 콘텐츠가 중요하다/이목희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인적쇄신, 콘텐츠가 중요하다/이목희 편집국 부국장

    대선후보 시절의 이명박 대통령을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연설과 관련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처음 정치권에 들어오니 주변에서 연설이 시원찮다는 얘기를 해서 골치가 아팠다고 했다. 음성이 허스키한 데다, 연설이 분절적이라는 지적이었다. 측근들에게 매끄러운 연설문을 준비토록 시켰다. 현장에서 기성정치인 흉내를 내면서 멋진 연설을 하려니 도리어 혀가 꼬였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내 식대로 하는 게 낫겠다.”였다. 투박하지만 메시지를 주는 쪽으로 노력했다. 이후 연설이 능란하다는 말은 못 들었지만, 나름의 메시지는 있다는 평가가 나오더라고 했다. 지금 이 대통령은 기로에 서 있다. 그간 살아온 행동 양식을 싹 바꾸고 새 사람이 되라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한때 칭송의 이유가 되었던 ‘CEO형’조차 결점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일정 부분 바뀌지 않고는 난국 타개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그 나이에 근본이 쉽게 변할까. 정치인의 연설 흉내조차 힘들어한 이 대통령이다. 국정운영 양태와 철학을 하루아침에 뒤집으려 하다가 나라가 더 어지러워지지는 않을까. 이 대통령에게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 또 CEO형 자질을 빼버린 이 대통령이 과연 어떨지도 생각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자각과 함께 내각과 청와대 보좌진이 대통령의 결점을 보완해줘야 한다. 그러한 시스템 구축에서 쇠고기 파문이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외교통상부는 원래부터 쇠고기 시장 개방에 적극적이었다. 지난 정권에서는 청와대와 농업 관련 부처가 견제함으로써 그나마 전면개방이 늦춰졌다. 새 정부 들어 이 대통령은 실용주의를 앞세워 쇠고기 문제를 빨리 풀려는 쪽이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도 효율을 따지는 벤처농업인 출신이다. 민승규 청와대 농수산비서관 역시 벤처농업을 강조했던 인물이다. 이 대통령의 기업가적 판단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할 이가 정책 계통상에 없었다. CEO형 판단이 옳을 때도 있겠지만, 허점도 있다. 국가라는 큰 배를 움직일 때는 특히 그렇다. 대통령과 외교부가 기업경영식의 이익을 추구한다면, 그로 인해 소외되고 불편해하는 층을 보듬는 목소리를 내는 이가 있어야 한다. 농식품부 장관이나 청와대 농업정책 참모 중 한두명은 그런 타입으로 인선이 되었어야 했다. 새 정부 주요직 인선이 이 대통령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컨셉트로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 도덕성을 갖춘 인사를 찾는 노력이 더 필요했다. 서민과 농민, 노동자를 대변하는 이를 몇명이라도 포함시켜야 했다. 청렴하고, 따뜻한 성품을 가진 원자바오 중국 총리처럼 말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중국을 이끄는 데 원자바오 총리가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가. 새 정부 내각이나 청와대에 원자바오 같은 이가 있어야 했다. 그랬다면 이 대통령과 새 정부가 이처럼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을 것이다. 내각과 청와대의 인적 쇄신이 예고되어 있다. 이제라도 인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폭도 관심이지만 콘텐츠가 중요하다. 새 정부 이미지를 새롭게 할 정도로 쇄신하면서, 주요 정책 라인을 전반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다. 쇠고기 협상을 이토록 허술하게 한 잘못이 다른 분야에서 또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위기의식 아래 인선작업을 해야 한다. 다소 코드가 안 맞는 인사라도 과감하게 발탁하는 용단을 내리길 바란다. 이목희 편집국 부국장 mhlee@seoul.co.kr
  • [주말탐방] 전남 신안 병어 위판장을 가다

    [주말탐방] 전남 신안 병어 위판장을 가다

    얼음물 뚝뚝 떨어지는 고기상자, 통통거리는 엔진소리, 탱크에 기름을 채우고 어구를 챙기는 선원들, 경매사와 중매인의 중얼거리듯 빠른 음성과 손놀림, 터지는 웃음소리….5일 남서해안 섬들의 관문인 전남 신안군 지도읍 송도항 위판장 모습들이다. 기름값이 올라 사는 게 팍팍해도 항구는 ‘퍼덕거리는’ 고기처럼 생기가 넘쳐난다. 살이 오른 은빛 병어가 잿빛 시멘트 바닥을 가득 채워 시름에 잠긴 어민들의 희망처럼 빛났다. 송도위판장의 5∼6월 두달치 병어 위판액은 110억원대다. ●중매인 26명이 110억원대 거래 “어이, 모자 번호 잘 보이게 하고, 거기 왜 모자 없어.” 빨간조끼 차림의 경매사(이홍석·55·신안수협유통과장)가 보조경매사 서넛을 대동하고 점령군처럼 위풍당당하게 섰다.“자, 시작하게 모여.”라는 소리에 중매인 26명이 빙 둘러섰다. 보조경매사가 잽싸게 병어상자를 들추어 가며 크기대로 개수를 불렀다.“20미(마리) 3개,30미 6개,40미 17개.” 부른 순서대로 경매가 시작됐다. 중매인들이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13번,16만원, 더 없어!” 바로 옆 중매인 17번이 손가락 두개를 폈다가 손목을 빠르게 오른편으로 돌렸다 풀었다.16만원에 6000원을 더 낸다는 뜻이다.“좋아! 낙찰 17번!” 바닥에 줄지어 놓인 병어 50여상자가 10분만에 낙찰됐다. 경매된 상자 위로는 낙찰 중매인 번호가 적힌 노란 딱지가 붙여졌다. 요즘 송도위판장의 하루 위판량은 1700여상자로 2억 3000여만원어치다. 지난해 이맘때는 2200상자에 2억 9000여만원이었다. 이 달 중순까지는 날이 갈수록 물량이 더 많아진다. ●하루 2000~3000상자 위판 작년보다 줄어 위판장은 온종일 시끄럽고 붐볐다. 경매는 매일 오전 9시30분∼오후 6시에 이뤄진다. 병어 운반선이 들어올 때마다 수십차례 열렸다. 병어는 신선도가 생명이다. 바다에서 잡자마자 상자에 넣고 얼음조각으로 채워진다. 은빛 비늘에 상처가 없고 어른 두손바닥 합친 크기쯤 돼야 최상품이다. 그래서 병어잡이는 잡는 작업선과 이를 모아 위판장으로 나르는 운반선이 따로 있다. 작업선은 300여척이고 송도항에 드나드는 운반선은 17∼20척이다. 작업선에는 선장을 포함해 4∼5명이 탄다. 작업선 7.9t급 재성호가 미끄러지듯 항구로 들어왔다. 김명수(38) 선장은 “낙월도 앞에서 고기를 잡는데 바닷물이 3월처럼 차갑기 때문에 병어 움직임이 느려 덜 잡힌다. 곧 수온이 높아지면 은빛 고기떼를 만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오후에 잇따라 운반선인 은진호와 JS-61호가 배를 댔다. 은진호 갑판에서 크레인이 들어올린 상자는 20미 38개,30미 12개,40미 8개 등 모두 58개였다. 위판장으로 상자를 나르던 인부들이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줄었다.”고 한숨지었다. 병어가 위판장에 쏟아지는 시기는 5월 하순∼6월 중순 한달이다. 이때 하루에 2000∼3000상자씩 위판된다.20미짜리가 지난해 14만∼15만원에서 올해 16만∼19만원대로 올랐다. 나오는 물량이 달리다 보니 좀 비싸졌다. 제주∼진도를 거친 병어 떼는 지금 임자·비금·허사·안마·낙월도 등 신안과 영광 앞바다에 몰려 있다. ●20마리 한 상자 19만원… 서울서 원정까지 위판장 바로 옆에는 중매인들이 직영하는 직판장이 23개다. 일반인들은 여기서 병어를 산다. 위판장 안팎이 온통 전국에서 몰려든 차량들로 북새통이다. 서울에서 왔다는 노부부는 “병어가 너무 곱고 싱싱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값이 비싸다.”고 말했다. 주부 서넛은 실랑이 끝에 5000원을 깎아 19만원에 1상자를 샀다.“너무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워 사서 나누기로 했다.”며 웃었다. 여기저기서 병어값이 비싼 편이라고 수군댔고 파는 가게는 남는 게 없다고 응수했다. 중매인 10년째인 장천석(49·지도읍 읍내리)씨는 “하루에 20∼40상자를 경매받아 서울, 경기, 전남 등으로 보낸다. 상자당 경매가에다 5%를 더 붙여 판다.”고 말했다. 중매인 대표인 진미봉(48)씨는 “하지만 올 들어 경기위축 탓에 택배 주문량이 지난해보다 4분의 1가량 줄었다.”고 걱정했다. 동진수산과 미진수산, 해태수산 여주인들은 “병어가 위판되면서 항구에 사람들이 모이고 덩달아 어민들도 얼굴이 밝아졌다.”고 말했다. ●어획량 줄고 기름값 올라 어부들 한숨 이렇듯 송도항은 붐볐다. 운반선은 그렇다 치고 고기잡이를 해야 할 작업선까지 들락거렸다. 이유는 단 하나. 기름값이 더 오르기 전에 기름 탱크를 가득 채우기 위해서다. 작업선 주종인 7.9t배에는 15드럼이 들어간다. 지난달 드럼당 17만 5860원이던 면세 경유는 이달 들어서 20만 2000원으로 2만 6140원이 올랐다. 갑판에서 만난 40대 선장은 “작업선이 하루에 쓰는 경비는 경유(1∼3드럼), 인건비, 식대 등 71만원꼴”이라며 “요즘 하루에 20미 기준으로 6상자(110만원)를 잡지만 이보다 못할 때도 가끔 있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선장들은 기름값 때문에 출어가 버겁다고 입을 모았다. 운반선 강기원(39) 선장은 “조업 중인 허사도 부근에서 고기를 실어오는데 작업선들마다 고기가 안 잡힌다고 아우성”이라고 전했다. 다행히도 병어잡이 기름 걱정을 분홍빛 새우젓이 채웠다. 위판장에는 새우젓 드럼통(300ℓ·42만원)이 600∼1000개가량 즐비하게 늘어섰다. 통안의 비닐자루를 묶어 트럭에 싣는 기사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얼굴엔 환했다. 신안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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