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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7) 질풍노도의 아이콘 ‘괴테’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37) 질풍노도의 아이콘 ‘괴테’

    18세기의 끝자락, 독일의 청년들은 자신의 영혼이 세상과 불화한다고 느꼈다. 종교전쟁과 30년전쟁 등 장장 2세기에 걸친 소란 상태를 접고 독일은 간만에 평화를 맞이했지만 청년들은 도리어 미칠 지경이었다. 여전히 구시대의 귀족이 지배하는 강력한 신분제 사회에서 그들은 갈 길을 잃었다. 부모 세대들은 출세를 강요했고, 귀족과 법률가들은 궁정생활에 몰두할 뿐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다. 새로운 삶, 자유와 독립의 길은 어디 있는가. 당시 청년들은 ‘망령을 본 것도 아니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할 것도 아닌데’ 하나같이 햄릿의 독백을 암송했고, 망령에 찬 분위기와 망한 영웅들의 이야기, 비극적 로맨스에 탐닉했다.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대. 괴테가 24세에 발표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바로 이 거대한 폭풍우의 한가운데 선 청년의 이야기다. ●질풍노도에서 부르는 노래 베르테르는 낯선 고장을 떠돌던 중 로테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약혼한 상태. 좌절한 베르테르는 새로운 삶을 시도해 보지만 허례허식으로 가득 찬 사회에 더욱 절망한다. 당시 독일의 청년들은 베르테르를 자신의 대변자로 느꼈다. 마음만이 “모든 행복과 불행의 원천”이라는 베르테르의 목소리는 계몽주의적 이성에 반발하고 자연과 순수한 마음으로의 회귀를 외치던 독일 젊은이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베르테르와 함께 절망했다. 그들 모두 베르테르와 같은 병을 앓고 있었던 것이다. 이 병은 한편으로는 위선과 가식으로 점철된 구세대가 만든 것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열정을 쏟아낼 어떤 출로도 만들어 내지 못한 베르테르 자신이 만든 것이었다. 베르테르는 로테에게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지만, 그녀는 어떤 출구도 찾지 못한 베르테르의 열정이 도달한 막다른 골목이었다. 외부와 교감하지 못하는 열정은 결국 내파하여 베르테르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당시의 괴테 역시 그랬다. 그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구세대에 대한 반항심으로 넘쳤고, 두 번에 걸쳐 배반당한 사랑에 절망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절망에 빠진 자신의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괴테 스스로가 시도한 가상 여행이자 저 자신에게, 아니 길을 잃고 주저앉은 세상 모든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 깊은 공감의 노래다. 베르테르는 자살하지만 괴테는 살아간다. 1776년, 아우구스트 대공의 초청으로 신흥 공국 바이마르의 추밀외교관으로 일하게 된 괴테에게 온갖 업무들이 쏟아졌다. 그는 엄밀한 규칙과 질서가 작동하는 세계에 적응해 질풍노도기의 자기중심적 태도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나 1786년, 그는 돌연 10년간 머물렀던 바이마르를 빠져나와 이탈리아로 떠난다. 갇혀 있던 열정이 그를 어린 시절부터 꿈꾸었던 고전의 세계로 이끌었던 것이리라. 괴테는 다짐한다. 나 자신을 기만하지 말자. 부지런히 배우면서 나 자신을 수양시키자. 지중해의 자연은 괴테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폐허가 된 폼페이 유적, 팔라디오의 건축물, 미켈란젤로와 라파엘의 그림들은 그를 울렸다. 편협한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대로 사물을 포착하기를 멈추고 사물을 있는 모습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괴테의 마음에 풀 한 포기, 돌 조각 하나, 무엇보다 무너진 과거의 잔해들이 어떤 ‘전체’로서 새롭게 들어왔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위대한 것과 하찮은 것, 자연과 예술이 빚어내는 질서와 조화의 세계. 이탈리아는 괴테에게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선물했다. 약 2년 뒤 바이마르로 돌아온 괴테는 한층 단단해져 있었다. 그는 바이마르 국정에 참여하여 광산사업과 문화 예술 업무에 집중했다. 그러다 천한 신분 출신인 크리스티아네와 동거해 아이를 낳았고, 고전적이면서도 관능적 사랑으로 충만한 ‘로마의 비가’를 발표했다. 사람들은 괴테가 타락했다고 비난했다. 베르테르의 음울함을 벗어 버리고 시대적 습속을 무시한 이 중년의 사내를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괴테는 흔들리지 않고, 그에게 새로운 빛을 보여 주었던 예술 및 자연과학 연구에 힘을 쏟기 시작한다. 이 무렵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이 독일 청년들을 뒤흔들 때도 정작 괴테는 담담했다. 전체의 조화와 사물의 유기적 변화, 발전을 믿었던 그에게는 오히려 혁명에 수반되는 폭력과 유혈사태가 저주스럽기만 했다. 바스티유의 파괴와 루이 16세 처형에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괴테는 당부한다. 스스로의 삶에 충실하라. 1792년, 프랑스 혁명군이 독일을 침공하자 바이마르의 공무원이었던 괴테 역시 출정에 동참해야 했지만, 그는 전장에서도 관찰자로서의 태도를 견지하면서 이렇게 질문한다. 폭력 없는 혁명, 평화로운 변화란 진정 불가능한가. 이런 문제의식은 실러와의 만남으로 심화된다. 실러 역시 혁명을 회의하며 ‘미적 교육’을 통한 인간 성장의 길을 모색하고 있었던 것. 두 사람은 공히 고대에서 그 길을 찾고자 했다. 그들은 1000통이 넘는 편지를 교환했고, ‘크세니엔’을 비롯한 공동작업에 착수한다. 특히 자연 전체의 고려 속에서 개별적인 것을 해명하려는 괴테의 비전에 끌렸던 실러는 그것이 작품으로 형상화될 수 있도록 괴테를 도왔다. 실러가 죽자 괴테가 “내 존재의 절반을 잃었다.”고 했을 만큼 실러는 또 다른 괴테였다. 실러와의 교류 속에서 탄생한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1796)에서 괴테는 인간의 삶이란 결국 ‘수업’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우리 삶에 무엇이 닥쳐올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것들의 상호작용 가운데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나듯 인간 역시 온갖 사건과 관계들 속에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인류’니 ‘자유’니 하는 사명들은 내려놓고 오직 내적 충동에 몸을 맡긴 채 당당히 세상 속으로 향하라. 모든 것은 “오직 모든 사람을 합해서만”, “모든 힘을 통합함으로써만” 성장한다. 주인공 빌헬름이 그의 연극체험과 ‘탑의 결사’라는 공동체와의 만남을 통해 성장했듯이 괴테는 실러와 헤르더, 셰익스피어, 호메로스, 그리고 이탈리아의 무수한 사물,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성장했다. 중년의 괴테는 그렇게 모든 만남이 그를 성장시키는 위대한 사건일 수 있음을 깨닫는다.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다” 세상은 여전히 소용돌이쳤다. 1806년, 프랑스 황제로 등극한 나폴레옹은 전 유럽을 압박했고, 라인동맹 가입을 거부하는 프로이센을 공격했다. 괴테는 홀로 남아 피난민들과 약탈자들로 혼란한 바이마르를 지켜보았다. 사람들은 그가 나폴레옹의 총애를 받으며 프랑스에 대해 침묵하고 있음을 비난했다. 하지만 “증오심이 없는데 어떻게 무기를 들 수 있겠나.”라며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삶을 바라보았던 괴테는 민족적 편견이 만들어내는 선악 시비에 동요하지 않았다. 조국을 사랑하는 방법은 오히려 그러한 편견들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묵묵히 바이마르 예술극장을 꾸렸고 예술과 고전, 자연의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60살이 넘어 출간한 ‘색채론’과 ‘동물의 변형’에는 노년의 괴테가 깨우친 자연의 비밀이 담겨 있다. 그리고 ‘파우스트’. 사람들은 신과 같이 자연을 향유하고자 하였던 파우스트 박사가 인간의 한계에 절망하여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꼬임에 빠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악마와 계약하여 “자유로이 자연의 혈관 속을 흐르며 창조적으로 신의 삶을 향유”할 수 있었다. 오류와 시도, 성공과 실패, 선과 악은 약동하는 생명의 에너지가 매순간 만들어 내고 또 무너뜨리는 한 가지 형태일 뿐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이 순간적인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지속시키고자 하는 열망이다. 그러한 열망 너머 자연의 힘에 몸을 맡긴 자, 영원히 푸른 소나무로 살리라. 괴테는 오래 살았다. “사랑했고 증오했고 무관심했던 사람들과 왕국들, 수도들”보다도, “젊을 때 씨뿌리고 심은 숲의 나무들”보다도. 그는 그 모든 것들의 삶과 죽음을 지켜보아야 했다. 때로는 아팠고, 분노하고 절망한 날들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깨닫는다. “순간이여, 너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부패는 생명의 한 과정이며 죽음은 탄생이다. 가장 천한 것, 가장 혼란하고 절망스러운 것 속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것들이 함께 있으니, 이 혼돈 속을 첨벙거리며 계속 가는 것, 그 자체가 우리들의 숙명이며 또한 참된 기쁨이다. 그러니 부디 살아가기를, 천천히, 하지만 멈춤 없이 길을 나서기를. 우리, 세상 모든 베르테르들에게 주는 괴테의 가르침이다. 박수영 남산강학원 연구원
  • [물가통계 조사방식 개편] 새 지수 앞당겨 적용 ‘꼼수’ 논란

    [물가통계 조사방식 개편] 새 지수 앞당겨 적용 ‘꼼수’ 논란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 개편 방식에 따르면 올해 1~10월 물가상승률은 0.4% 포인트 하락한다. 새 지수를 적용한 결과 이전 방식대로 계산할 때 4.4%이던 올해 물가상승률이 4.0%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는 공교롭게도 정부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4.0% 안팎에 가까스로 걸린다. 통계청이 새 지수 적용을 11월로 앞당겨 적용해 ‘물가 꼼수’를 부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길 만하다. 개편 전만 해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10월을 제외하고 매월 4%를 웃돌아 정부의 물가목표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이었다. 8월에는 5.2%까지 치솟았다. 이번 개편으로 인한 소비자물가 하락 효과는 근 20년 만에 가장 크다. 1991년 -0.3%, 1996년 -0.1%, 2001년 -0.3%, 2006년 -0.2% 등이다. 직전 개편인 5년 전에 비해 2배 수준이다. 물가가 많이 오른 품목들의 가중치가 줄어든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가격이 크게 오른 쌀의 가중치는 2005년 14.0에서 2010년 6.2로 크게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쌀 소비량이 많이 줄어든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금반지는 아예 대상에서 제외됐다. 금반지를 조사항목에서 제외하면서 물가지수는 0.25% 포인트 낮아졌다. 우기종 통계청장은 “금반지 값이 2005년에 비해 무려 3배나 뛰었다.”면서 “가중치를 조정하지 않아 물가지수를 왜곡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편 과정에 참여한 이한식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4%대의 고물가가 이어진 상황에서 물가하락 효과가 있는 지수개편을 꼭 지금 했어야 했느냐는 비판이 있다.”면서도 “지수개편을 비판이 있다고 해서 미루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통계청은 올해 남은 두 달 동안 새 지수와 함께 구 지수를 별도로 발표한다. 새 물가지수 적용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한 달 앞당겨 발표한 것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친구와 함께 차안에서 아내에 몹쓸짓 한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 4) 살해당한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 잔인한 위장 살인의 실체는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여성의 사연 6) 천안 母女살인범, 현장에서 대변만 보지 않았더라도…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사건의 진상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변태성욕 30대 살인마의 아주 특별한 핏자국 혈흔속 性염색체의 오묘한 비밀 9) “그날 조폭은 왜 하필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소변 참으며 물 마시던 20대女, 갑자기 몸을 뒤틀며… 생명을 앗아가는 ‘죽음의 물’ 11) 자살한 40대 노래방 여주인, 살인범은 알고 있었다 생활반응이 알려준 사건의 진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이 범인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증거는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백골로 발견된 미모의 20대女, 성형수술만 안 했어도… 가련한 여성의 한 풀어준 그것 15) 무참히 살해된 20대女…6년만에 살인범 잡고보니… 274만개의 눈이 잡은 연쇄살인범의 정체 16) 이태원 옷집 주인 살인사건…20대 여성이 지목한 범인은? 찢어진 장부의 증언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토막살인범 잡고보니 바다에서 건진 시신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로 조강지처 살해한 50대의 계략… 몸에 남은 ‘전류반’은 못 숨겼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女 시신 2구…잔인한 ‘진실게임’ 결과는?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자다가 갑자기 세상을 뜨는 젊은 남자들…누구의 저주인가? 청장년 급사증후군의 비밀 22) 70% 부패한 시신 유일한 증거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에 남은 별무늬 운동화 자국의 비밀 60대 노인의 치밀한 트릭 24) 택시 안에서 숨진 20대 직장女 살인범은 과연… 돈 버리고 납치한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 감식결과 놀라운 사실이 살인 현장에 남은 립스틱의 반전 26) 목졸리고 훼손된 60대 시신… 그것은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40대 여인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29) 살인자가 남기고 간 화장품 향기, 그것은 ‘트릭’이었다 강릉 40대女 살인사건의 전말 30) 동거女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시신이 물속에서 떠오르자… 살인후 물속으로 던진 사건 그후 31) 최악의 女연쇄살인범 김선자, 5명 독살과 비참한 최후 청산염으로 가족, 친구 무차별 살해
  • “오늘은 꼴찌지만 우리에겐 내일이 있어요”

    “오늘은 꼴찌지만 우리에겐 내일이 있어요”

    김동현(20·용인대)은 눈동자에 초점이 없었다. 얼빠진 표정이었다. 이창용 코치에게 다가가 “코치님, 신발을 신어야 하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몸이 붕 떠있는 것 같아요.”라고 느릿느릿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난생처음 출전하는 공식대회, 그것도 국제루지연맹(FIL) 월드컵이었다. 동영상으로만 봤던 쟁쟁한 외국 선수들이 옆을 지나가자 ‘초보 썰매쟁이’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김동현, 갈비뼈 부상도 잊고 스타트 긴장은 얼음 위까지 이어졌다. 1번 주자인 여자 1인승 최은주(13위·42초 621)가 도착했다는 신호로 스타트 게이트가 열리자 출발대에 앉아있던 김동현은 ‘빛의 속도’로 얼음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스타트 기록 6위. 너무 긴장했을 뿐인데 올림픽 메달리스트보다 기록이 더 좋았다. 일주일 전 썰매가 뒤집혔을 때 부러진 갈비뼈가 아픈 줄도 몰랐다. 스타트는 훌륭했지만 이어진 코스에서 중심을 잃고 부딪치길 몇 차례, 결국 도착순위는 꼴찌였다. 배턴을 이어받은 남자 2인승 박진용-유승현 조도 커브에 부딪치는 악전고투 끝에 피니시 라인을 끊었다. 지난 28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치러진 루지대표팀의 역사상 첫 ‘팀 릴레이’(단체전) 경기장면이다. 한국은 13개 참가국 중 11위(2분 16초 350)를 차지했다. 스위스는 썰매가 뒤집혔고, 이탈리아는 게이트가 열리지 않았는데 출발해 실격당했다. 사실상 꼴찌인 셈. 이창용 코치는 풀이 죽어 있는 선수들을 모아놓고 “우리는 새 역사를 썼다. 오늘 첫발을 디뎠으니까 다음부터는 다 쓸어버리자.”고 했다. 어린 선수들은 금방 생기를 되찾았다. 1993년부터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한국 루지 역사에 2011년은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 그동안 고독하게 명맥을 이어오던 남자 1인승은 물론, 올해는 여자 1인승·남자 2인승·팀 릴레이(여자-남자-남자 2인승 단체전)까지 루지월드컵 전 종목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성적은 월드컵 예선전 격인 네이션스컵 하위권을 맴도는 수준이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5명(남 3·여 2)으로 구성된 루지대표팀은 이름은 ‘국가대표’이지만 경험이 아직 1~3년 정도다. 대부분 태극마크를 달기 전까지 루지가 뭔지도 잘 몰랐다. 시즌 전까지 낮에는 평창 알펜시아 아스팔트 위에서 롤러썰매를 타며 흉내를 냈고, 밤에는 경기 동영상을 보며 이미지를 익혔다. 무게가 많이 나가야 가속이 붙기 때문에 ‘무지막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중을 불렸다.(실제로 주장 최은주는 10㎏ 이상을 불렸다.) 얼음을 달린 ‘절대 시간’에 비하면 완주 자체로도 칭찬해야 마땅하다. ●루지연맹 “가능성 확인… 지원 약속” 한국은 이번 대회에 ‘초보자용 썰매’를 들고 나섰다. 어깨 사이즈, 팔 길이, 몸무게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맞춤썰매’를 제작한 다른 나라들과는 출발부터가 달랐던 것. 일주일간 월드컵 현장을 지켜본 정재호 대한루지연맹 회장은 우리나라의 발전가능성을 확신하고 든든한 지원을 약속했다. 가장 시급한 건 전문기술을 보유한 외국인 코치 영입과 두꺼운 선수층 확보다. 이창용 코치는 “세계 썰매의 ‘들러리’는 싫다. 12월 일본 아시안컵에 출전하는데 전 종목을 석권하자고 결의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해 아시안컵 주니어 부문에서 남녀 1인승 모두 금메달을 땄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루지란 썰매에 누운 채 얼음 트랙을 활주해 시간을 겨루는 겨울 스포츠다. 스위스·오스트리아 등 알프스 산지의 썰매놀이에서 유래했으며 1964년 제9회 동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업무 난이도 상관없이 동일 대우

    앞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상여금, 복리후생과 관련한 차별이 엄격히 금지된다. 고용노동부는 동일 사업장 내 근로자 간 근로조건 등에서의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 개선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9월 발표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서 사업장 내 차별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한 결과다. ●명절선물·식대·보육시설 등 구체적으로 보면 근무복과 명절선물 등 복리후생적 현물급여, 식대·경조사비·건강검진비·피복비 등 복리후생적 금품, 상여금, 구내식당·통근버스·보육시설·주차장 등 편의시설 이용, 명절휴가 등 법정휴가 이외의 휴가 등이 포함된다. 기본적인 복리후생은 업무의 내용이나 난이도 등과 관계없이 같은 사업장에서 일한다면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아울러 가이드라인은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 비정규직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했다.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정규직 채용과 관련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채용 시 우선순위도 주도록 했다. 사업주에게는 차별과 관련한 고충을 제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고충을 처리하도록 했다. 고충 제기를 이유로 한 불이익 조치는 금지된다. 이와 함께 단체교섭·노사협의회 등에서 차별 해소 방안에 대해 지속적 협의를 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노사협의회 등에서 의견 개진 기회를 보장하도록 했다. 고용부는 2007년 7월 기간제·시간제·파견 근로자에 대한 차별시정제도를 도입했으나 이 제도는 차별을 받은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하는 등 사후적인 조치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노사 차별개선 지속협의 고용부는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장 지도·감독 시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사용자·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차별예방 교육을 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근로감독관에게 차별시정을 지도·감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다. 고용부 조재정 노동정책실장은 “노사가 가이드라인을 준거로 자율적으로 차별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해 사회 전반에 차별 개선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새음반]

    ●‘파트 라이스, 파트 하트, 파트 트루스, 파트 가비지, 1982-2011’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것을 팬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모든 것은 끝이 있는 법이고 우리는 우리 방식대로 제대로 끝내고 싶었다.” 지난 9월 해체를 발표한 칼리지록의 상징인 미국의 3인조 밴드 R.E.M.의 30년을 담은 베스트앨범이 나왔다. 인권과 환경, 사회·정치 현안에 누구보다 목소리를 높였던 위대한 밴드의 역사를 정리하는 앨범답다. 데뷔 미니앨범에 수록된 ‘가드닝 앳 나잇’(Gardening At Night)을 시작으로 ‘루징 마이 릴리전’(Losing My Religion) 등 전설이 된 히트곡과 ‘할렐루야’ 등 3곡의 신곡까지 총 40곡을 2장의 CD에 담았다. 워너뮤직. ●‘그레이티스트 힛츠’ 14년 동안 전 세계 소녀팬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영국의 4인조 보이 밴드 웨스트라이프는 지난달 해체를 선언했다. 내년 마지막 세계 순회공연만을 남겨놓은 이들이 고별 베스트앨범을 지난 22일 전 세계 동시 발매했다. ‘마이 러브’ 등 히트곡은 물론, ‘라이트하우스’(Lighthouse) 등 4곡의 신곡도 담았다. 소니뮤직.
  • [씨줄날줄] 사관(史官)/김종면 논설위원

    전란이 이어지고 도적이 들끓던 11세기 일본 헤이안 시대. 폭우가 쏟아지는 라쇼몽(羅生門) 아래 나무꾼과 스님이 뭔가 입속으로 웅얼거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모르겠어, 모르겠어.” 잠시 비를 긋기 위해 들른 남자가 그 소리를 듣고 궁금해하자 이들은 남자에게 마을에서 일어난 기이한 일을 들려준다. 무사 다케히로가 숲속에서 말을 타고 아내 마사코와 함께 지나간다. 낮잠을 즐기던 산적 다조마루는 마사코의 미색에 반해 그녀를 차지할 흑심을 품는다. 속임수로 다케히로를 포박한 다조마루는 마사코를 겁탈한다. 한참 뒤 나무꾼은 다케히로의 가슴에 꽂힌 칼을 발견하고 관청에 신고한다. 심문이 벌어진다. 얼핏 봐도 범인이 누구인지 뻔한 살인사건이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 혐의를 벗기 위해 제 방식대로 현장을 증언한다. 결국 무엇이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은 이처럼 불가해한 인간 내면의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우리는 상황은 하나인데 사건은 완전히 재구성되는 ‘기억의 조작’을 흔히 본다. 인간은 결코 진실만을 기억하지 않는다. 아니 진실은 얼마든지 이기심에 의해 왜곡될 수 있다. 지난 18대 총선 때 뉴타운 공약을 놓고 서울시장이 동의를 해줬느니 안 해줬느니 유력 정치인과 시장이 논란을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실은 하나인데 이들은 자신의 이익 때문에 해석을 달리했다. 기록으로 남겼어야 했다. 최근 서울시가 ‘사관(史官)제도’를 도입했다. 시 역사상 처음이다. 시장이 집무실에서 업무보고를 받거나 공식, 비공식 면담을 할 때 주무관이 배석해 모든 대화 내용을 기록하도록 한 것이다. 행정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만하다. 그동안은 시장이 집무실에서 업무를 볼 때 기록을 남기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다. 예술하는 사람은 행복해선 안 된다고 한다. 안주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지독한 역설은 행정하는 사람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기록비서관‘제도가 자유로운 발언 분위기를 해치는 보신주의 행정을 가져오지는 않을까. 일각에선 기록비서관을 조선시대 사관에 견주기도 한다. 임금도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사초를 쓰는 추상같은 역사기록관 말이다. 조금은 지나친 비유다. 하지만 최소한 사관의 기본 덕목인 춘추필법의 정신을 시정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라면 바람직한 일이다. 아무쪼록 그 정신 그대로 대의명분을 밝혀 세우고 시시비비를 가려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서울실록’을 써나가기 바란다. 김종면 논설위원 jmkim@seoul.co.kr
  • [월드투어파이널스] 나달, 힘쓸 새도 없었다

    미국의 평판연구소(Reputation Institute)가 올해 초 “전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믿을 만한, 호감 가는 유명인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했다. 1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인권운동가였던 넬슨 만델라가 차지했다. 3위는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 2위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차지했다. 페더러는 설문조사 톱 15에 든 유일한 스포츠 선수였다. 페더러는 데릭 지터(야구), 르브론 제임스(농구), 데이비드 베컴(축구)을 제치고 ‘글로벌 설레브러티’의 반열에 올랐다. 페더러는 테니스 역사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1998년 프로에 데뷔한 뒤 메이저대회 타이틀만 16개를 챙겼다.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이뤘다. 통산성적은 802승 186패. 2004년 2월 처음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랭킹 1위를 찍은 뒤 줄곧 ‘언터처블’로 군림했다. 모든 샷이 기계처럼 깔끔했고 경기 운영은 얄미울 만큼 영리했다.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얼굴로 경기를 치르다가도 우승컵을 들어 올릴 때면 매번 어린아이처럼 눈물을 글썽거렸다. 코트에서의 완벽함, 그리고 코트 밖에서의 인간적인 모습에 전 세계는 열광했다. 그 흔한 추문이 한 번도 없었다. 좋은 일에는 씀씀이도 크다. 어머니가 남아공 출신인 페더러는 2003년 ‘페더러 재단’을 세워 아프리카 어린이를 지원해왔다. 지난여름에는 향후 10년 동안 말라위 어린이 5만여명을 교육시킬 지원금 33만 달러 기부도 약속했다. 올 들어 하락세가 완연한, 세계 랭킹 4위까지 처진 30살 페더러는 서서히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23일 영국 런던의 오투(O2)아레나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페더러와 라파엘 나달(2위·스페인)의 단식대결. 둘의 경기는 몇 년 뒤면 ‘추억’이 된다. ‘세기의 라이벌’은 ATP 랭킹 1~8위만 참여하는 ‘왕중왕전’ 월드투어파이널스에서 만났다. 경기는 싱겁게 끝났다. 페더러가 나달을 2-0(6-3 6-0)으로 꺾었다. 전성기 못지않게 완벽한 경기력으로 62분 만에 나달을 케이오시켰다. 나달을 상대로 거둔 1년 만의 승리. 페더러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하는 대로 다 됐다.”고 기뻐했다. 4명씩 A·B조로 나누어 치르는 월드투어파이널스 조별예선에서 페더러는 2승으로 일찌감치 4강행을 예약했다. 두둑한 랭킹 포인트와 상금도 ‘찜’했다. ‘별들의 전쟁’인 만큼 다른 대회와 스케일부터 다르다. 조별리그에서 1승을 챙길 때마다 200포인트와 12만 달러가 주어진다. 준결승에서 이기면 400포인트와 38만 달러, 우승을 확정 지으면 500포인트와 77만 달러를 챙긴다. 전승으로 우승하면 1500포인트와 163만 달러(출전 상금 12만 달러 포함)를 받는다. ‘디펜딩챔피언’ 페더러가 2011년도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보조금은 ‘눈먼 돈’

    서울시 생활체육회 간부진들이 서울시생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로부터 연간 100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교부받고서 납품 단가를 조작해 수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거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수억원대의 공금을 빼돌려 개인적 용도 등으로 사용한 서울시 생활체육회 간부 5명을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사무처장 김모(57)씨 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조사결과 2008년 4월 서울시 생활체육회에 부임한 김씨는 본부장 정모(45)씨 등과 결탁해 연간 지원받는 보조금 100억원 중 최근까지 149회에 걸쳐 3억 9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자원봉사자 식대 및 교통비와 행사진행 요원 일일수당 등 행사관련 비용지급 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운동용품·현수막·인쇄물 업체 등으로부터 계약 단가를 높여 차액금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공금을 횡령했다. 특히 김씨는 범행 지시 및 총괄, 정씨는 차액금 관리 등 각각 역할을 분담해 맡았으며 추적을 피하고자 차명통장 4개를 만드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적이고 관행적인 수법으로 관련 문서를 조작해 관리·감독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관련 업체들로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직원들이 법인카드로 지난 5년간 술집과 노래방 등에서 3억원 넘게 결제한 것으로 서울시행정사무감사에서 최근 드러났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알짜’ 토마토·제일저축銀 누구품에

    ‘알짜’ 토마토·제일저축銀 누구품에

    6개 금융지주가 참여한 저축은행 인수전의 결과가 이르면 21일 발표된다. 가장 좋은 가격을 써낸 곳이 가져 간다는 인수·합병(M&A) 공식대로라면 새 주인의 윤곽은 이미 나온 상태다. 금융지주사들은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저소득·저신용 고객층을 발굴하고, 서민금융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저축은행 부실이 예상보다 클 경우 추가적인 자본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골칫덩어리’ 계열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예금보험공사와 금융권에 따르면 토마토저축은행은 신한금융지주가, 제일저축은행은 KB금융지주가 가져 갈 가능성이 높다. BS금융지주는 프라임저축은행과 파랑새저축은행을 묶은 패키지의 유력한 인수후보로 알려졌다. 이들 저축은행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부실금융기관으로 드러나 지난 9월 영업정지를 당했다.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토마토저축은행의 순자산(자산과 부채의 차)은 마이너스 4419억원에 달했고, 제일저축은행의 순자산은 마이너스 2070억원으로 나타났다. 프라임저축은행(-489억원)과 파랑새저축은행(-300억원)의 순자산은 마이너스 789억원으로 집계됐다. 예보는 지난달 이들을 자산부채이전(P&A) 방식으로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인수자가 우량한 자산을 골라서 가져가게 하고, 순자산이 부족한 부분은 예보가 메워주는 방식이다. 예보로서는 부족분 지원금을 적게 써낸 인수자에게 저축은행을 넘기는 것이 금전적 부담이 적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입찰에서 상당히 낮은 수준의 지원금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인수 대상인 저축은행을 정밀실사한 결과 부실 규모가 예상보다 커서 장부상의 기업가치는 높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수도권에 점포가 집중돼 있어 영업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해 전향적으로 입찰에 응했다.”고 말했다. 토마토저축은행은 경기 성남, 인천 등에 7개의 점포를 갖고 있고, 제일저축은행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과 안양 평촌 등에 6개의 점포가 있어 알짜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토마토저축은행에, 하나금융지주는 제일저축은행과 프라임·파랑새 패키지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신한과 KB에 못 미치는 가격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전수일감독 “드러날 듯 말듯한 아픔에 더 큰 울림 있다오”

    전수일감독 “드러날 듯 말듯한 아픔에 더 큰 울림 있다오”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는 전수일(52). 영화철학자로 불리는 그가 신작 ‘핑크’(27일 개봉)로 돌아왔다. ‘핑크’는 가족에 의해 파괴된 삶을 살던 여자가 ‘핑크’라는 선술집에 살게 되면서 자기 방식대로 버텨내고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 수작이다. 지난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 사옥에서 전 감독을 만났다. →‘핑크’라는 발랄한 제목과 달리 영화가 전반적으로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다. -원래는 한 여자가 남도를 전전하면서 자신이 받은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우연히 군산 쪽에서 ‘핑크’의 배경이 되는 해운 노조 사무실을 발견했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곳이지만, 공간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주변의 회색 갯벌과 산동네 분위기도 소외되고 버려진 사람들의 정서를 표현하기에 적격이었다. 영화는 아픔과 상처의 정서를 쭉 따라가면서 공간과 리듬, 소리 등이 어우러진 영상시에 가깝다. →영화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당했던 성폭력 기억 때문에 정신적 외상에 시달리는 수진(이승연)이 ‘핑크’에 머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원래는 역사의 상처로 인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지만, 가족의 상처로 바꿨다. 수진은 본인의 상처와 억압을 스스로 드러내지 못하는 인물이다. 자료를 조사하면서 근친 성폭력을 당한 사람은 조바심과 두려움으로 인해 30대에 들어서 어린아이처럼 퇴행적인 증세를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픔이 치유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문제와 결부시키기보다는 아픔을 지닌 수진이 ‘핑크’라는 공간과 사람들을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수진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선술집 ‘핑크’의 여주인 옥련(서갑숙)이다. 수진과 대조적인 캐릭터로 극의 또 다른 중심축인데. -옥련은 자신이 사는 산동네가 철거 대상이 되자 고장을 지키기 위해 당당하게 요구도 하고 공권력에 맞서 투쟁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물론 옥련은 사회적 권력 앞에 나약한 소시민의 체념을 대변하고 있지만, 수진은 자기 의지가 강한 옥련의 모습을 보고 조금씩 닮아가면서 현실에서 도망치지 않고 스스로를 치유하게 된다.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서갑숙의 전라 노출신 등이 화제다. 상당히 사실적으로 표현했는데. -섹슈얼리티를 강조하기보다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그리고자 했다. 옥련이 산동네 사람들의 삶에 잘 녹아들게끔 하는 장면이었다. 서갑숙씨도 노출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영화에 필요한 부분이라는 데 생각이 일치해 오히려 자유로웠다. 해외 영화제에서 처음 만났는데, 서갑숙씨가 내 영화에 관심이 많아 출연하게 됐다. →자유로운 방랑객 역으로 가수 강산에가 등장한다. -원래는 음악감독만 맡으려고 하다가 출연까지 하게 됐다. 방랑객은 음악으로 인물의 아픔을 달래주는 인물이다. 생생함을 주기 위해 강산에씨가 직접 노래하는 모습을 화면에 담았다. 사람들의 아픔을 관조하고, 바라보는 제3의 눈이다. 다시 말해 관객의 시선과 일치한다. →인물들의 연기가 과장되지 않고 상당히 사실적이다. -감정을 내면에 억누르고 오히려 겉으로 드러날 듯 말듯 하는 연기가 더 울림이 있다고 본다. 희로애락은 쉽게 표현할 수 있지만, 그 아픔을 감추는 것이 더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것을 표현할 때 연기를 하려고 하거나 뭔가 해 보려고 하는 배우들이 많다. 하지만 이번에는 감정을 폭발하기보다는 억누르면서 마치 연기가 아닌 것처럼 사실적으로 표현하도록 주문했다. →롱테이크(길게 찍기)가 자주 쓰이고, 미장센(화면구도)이 강조돼 마치 사진첩을 보는 것 같다. -빛에 대한 컨트롤을 많이 했다. 조명을 쓰기보다는 은은한 역광을 사용해 인물과 공간이 입체적으로 보이게 했다. 대신 조명의 색감은 자제해 영화가 전반적으로 무채색에 가깝게 표현되도록 했다. 음악도 과장된 것을 자제했다. 평소에 사진과 그림을 좋아하고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 혹자는 내 영화가 너무 미적으로 흐른다고 말하지만, 나는 구체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간도 하나의 이미지라고 보기 때문에 공간을 파헤치고 해부하면서 해석하는 것이다. →영화 제목인 ‘핑크’가 의미하는 바는. -핑크라는 색은 화려함을 갖고 있지만, 빛바랜 핑크는 우수, 상실 등의 가치가 공존한다. 흔히 여성들의 꿈을 ‘핑크빛’이라고 많이 표현하는데 상처라는 양면성도 담고 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데 아쉽지 않나. -영화제용 영화를 만들었다기보다는 보편적인 정서에 나의 색깔을 얹었다. 해외에서는 작가로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시공간을 해석한 것에 대해 평가를 해주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요즘 충무로에는 다양한 색깔의 영화들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다. -비슷한 유형, 비슷한 이야기가 너무 많다. 영화를 표현 매체로 본다면 사회의 한 모습이나 삶의 태도를 반영한 것이고 세계관을 투영한 것인데, 재미를 위한 액션이나 과장된 멜로로 이야기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등 너무 상업적으로 흘러가는 점이 아쉽다. →구상 중인 작품은.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로드무비를 좋아한다. 다음 작품은 사랑에 관한 멜로드라마다. 남미 페루에서 작업을 하게 될 것 같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삼성·LG 이번엔 스마트폰 ‘화질전쟁’

    삼성·LG 이번엔 스마트폰 ‘화질전쟁’

    LG전자가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앞세운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을 공개하며 삼성전자에 또 한 차례 선전포고를 했다. 올해 초 3차원(3D) 입체영상 TV에 이어 두 번째 ‘디스플레이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3D TV 때와 마찬가지로 경쟁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3D TV 때와 달리 즉각적인 대응을 피하는 대신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 소식을 내놓으며 기술 우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 TV 이어 스마트폰도 도발 LG전자는 10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최초의 고해상도(HD)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LTE’를 공개했다. 이 제품에는 4세대(4G) 네트워크의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를 활용해 고화질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4.5인치 ‘광시야각(IPS) 트루 H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이날 LG전자는 행사장에 IPS 트루 HD와 삼성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비교할 수 있도록 블라인드 테스트 시연관을 마련하는 등 자사 스마트폰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LG 측은 “IPS 트루 HD 디스플레이는 자연에 가장 가까운 색 재현율을 자랑할 뿐 아니라 삼성 스마트폰에 채택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보다 해상도와 밝기, 소비전력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LG전자가 삼성 스마트폰을 직접 거론하며 논쟁에 나서는 것은 올해 두 회사의 첫 번째 디스플레이 전쟁인 3D TV의 입체영상 구현방식 논쟁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시 LG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한 필름패턴 편광안경(FPR) 방식을 채택한 제품을 내놓은 뒤 삼성전자와 여러 차례 기술논쟁을 벌여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삼성, LG에 별다른 공식대응 안해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선전포고’에 대해 별다른 공식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LG전자 발표회와 같은 시간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리창을 조명이나 전광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난 3분기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오른 것이 확실시되는 등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후발주자인 LG전자의 도발에 맞서지 않고도 자연스레 ‘삼성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비정질 유리기판 위에 단결정 수준의 질화갈륨(GaN)을 성장시켜 유리기판에 질화갈륨 발광다이오드(GaN LED)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GaN LED는 질화갈륨을 발광물질로 사용하는 LED로, 현재 사용되는 LED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유리는 만들기 쉽고 가격도 저렴해 가장 이상적인 기판 재료 가운데 하나로 꼽혔지만, 원자의 배열이 불규칙해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데 기초가 되는 단결정(결정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고체물질) 수준의 LED를 구현하지 못했다. 삼성의 새 공법을 활용하면 기존 2인치 기준 사파이어 기판(LED 생산을 위한 증착기판)을 사용할 때보다 최대 400배, 현재 기술을 개발 중인 실리콘 기판보다는 100배 크기의 LED 생산이 가능해진다. 기술 개발을 주도한 삼성종합기술원 관계자는 “이 기술은 앞으로 10년쯤 뒤 상용화돼 유리창이 곧바로 조명과 디스플레이로 활용될 것”이라면서 “이제 건물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표정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삼성·LG 이번에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전쟁

     LG전자가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앞세운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을 공개하며 삼성전자에 또 한 차례 선전포고를 했다. 올해 초 3차원(3D) 입체영상 TV에 이어 두 번째 ‘디스플레이 전쟁’을 선언한 것이다. 3D TV 때와 마찬가지로 경쟁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3D TV 때와 달리 즉각적인 대응을 피하는 대신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 소식을 내놓으며 기술 우위를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 TV 이어 스마트폰도 삼성에 도발  LG전자는 10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내 최초의 고해상도(HD)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LTE’를 공개했다. 이 제품에는 4세대(4G) 네트워크의 빠른 데이터 처리속도를 활용해 고화질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4.5인치 ‘광시야각(IPS) 트루 H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이날 LG전자는 행사장에 IPS 트루 HD와 삼성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비교할 수 있도록 블라인드 테스트 시연관을 마련하는 등 자사 스마트폰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LG 측은 “IPS 트루 HD 디스플레이는 자연에 가장 가까운 색 재현율을 자랑할 뿐 아니라 삼성 스마트폰에 채택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보다 해상도와 밝기, 소비전력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LG전자가 삼성 스마트폰을 직접 거론하며 논쟁에 나서는 것은 올해 두 회사의 첫 번째 디스플레이 전쟁인 3D 입체영상 TV의 3D 구현방식 논쟁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시 LG전자는 세계에서 유일한 필름패턴 편광안경(FPR) 방식을 채택한 제품을 내놓은 뒤 삼성전자와 여러 차례 기술논쟁을 벌여 시장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나영배 LG전자 MC사업본부 한국담당 전무는 “옵티머스 LTE는 속도는 기본이고, 차원이 다른 초고화질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야심작”이라며 “그룹 내 역량을 총집결해 본격화한 LTE 시대 최강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맞불 대신 차세대 기술 발표로 대응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선전포고’에 대해 별다른 공식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LG전자 발표회와 같은 시간에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유리창을 조명이나 전광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지난 3분기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오른 것이 확실시되는 등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후발주자인 LG전자의 도발에 맞서지 않고도 자연스레 ‘삼성의 디스플레이 기술이 세계 최고’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비정질 유리기판 위에 단결정 수준의 질화갈륨(GaN)을 성장시켜 유리기판에 질화갈륨 발광다이오드(GaN LED)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GaN LED는 질화갈륨을 발광물질로 사용하는 LED로, 현재 사용되는 LED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유리는 만들기 쉽고 가격도 저렴해 가장 이상적인 기판 재료 가운데 하나로 꼽혔지만, 원자의 배열이 불규칙해 반도체 소자를 만드는 데 기초가 되는 단결정(결정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고체물질) 수준의 LED를 구현하지 못했다. 삼성의 새 공법을 활용하면 기존 2인치 기준 사파이어 기판(LED 생산을 위한 증착기판)을 사용할 때보다 최대 400배, 현재 기술을 개발 중인 실리콘 기판보다는 100배 크기의 LED 생산이 가능해진다.  기술 개발을 주도한 삼성종합기술원 관계자는 “이 기술은 앞으로 10년쯤 뒤 상용화돼 유리창이 곧바로 조명과 디스플레이로 활용될 것”이라면서 “이제 건물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표정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사설] ‘먹튀’논란 접고 이젠 론스타 떠나 보내자

    서울고등법원이 어제 파기환송된 유회원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 등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양벌 규정에 따라 론스타에도 유죄가 선고됐다. 파기환송된 사안이라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는 은행법상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금융위는 유죄판결이 내려지는 즉시 론스타에 대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향후 일정을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론스타에 대해 외환은행 보유지분(51.02%) 중 10%를 초과하는 41.02%에 대해 강제매각 명령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11월 론스타와 외환은행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한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마무리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8월 2조 1548억원에 외한은행을 인수한 뒤 고율 배당과 일부 지분매각 등을 통해 원금 회수 외에도 7000여억원을 더 챙겼다. 여기에 매각대금 4조 4000여억원을 더하면 5조원 이상의 차익을 남기게 된다. 론스타가 한국 철수를 결정한 뒤 지난 4년여 동안 ‘먹튀’(먹고 튄다)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이유다. 이러한 국민정서에 편승해 일부 시민단체 등은 론스타가 차익을 챙기지 못하도록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고, 금융당국은 책임 추궁을 우려해 몸사리기에만 급급했다. ‘국민정서법’과 ‘변양호 신드롬’이 론스타 처리의 발목을 잡으면서, 오히려 론스타의 배만 더 불려주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 와중에 외환은행은 시장점유율과 주가가 폭락하는 등 경쟁력이 곤두박질쳤다. 대규모 국부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정서는 너무도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을 뛰어넘어 징벌적 매각명령을 내려야 한다든가, ‘먹튀’를 돕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저지해야 한다는 일부의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속이 쓰리더라도 법 절차를 따라야 한다. 우리식대로 살겠다고 문을 닫아 걸지 않는 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이젠 론스타를 떠나보내는 게 현실적이다. 다만 천문학적인 비용을 치른 만큼 론스타 사태가 남긴 교훈만은 반드시 되새겨야 한다. 무엇보다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하루빨리 끌어올려야 한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놀이터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 실력을 쌓는 길밖에 없다.
  • 統攝인가 通涉인가… ‘사회생물학 대논쟁’ 통해 본 통섭의 개념

    統攝인가 通涉인가… ‘사회생물학 대논쟁’ 통해 본 통섭의 개념

    統攝이냐, 通涉이냐. 최재천(57)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지식대통합을 위한 방편으로 제안해 한국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용어 ‘통섭’ 얘기다. 거느릴 통에 몰아잡을 섭을 써서 무언가가 중심에 서서 한데 몰아잡아 거느리느냐, 아니면 통할 통에 건널 섭을 써서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건네주고 받느냐다. 쉽게 말해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계열화냐, 아니면 수평적이고 대등한 융합이냐다. 통섭이라는 단어가 널리 힘을 발휘하게 된 근원은 후자에 가깝다. 통섭이란 단어가 대개는 분과학문의 벽을 뛰어넘은 소통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또 대개 그런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는 한 가지 의문을 낳는다. 통섭을 그런 의미로 쓸 경우 분과학문의 폐쇄성과 비효율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간(間)학문적 태도, 혹은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트랜스(Trans)적인 태도와 어떤 차이가 있느냐다. 단지 조금 더 멋져 보이는 단어일 뿐인가. 최근 나온 ‘사회생물학 대논쟁’(이음 펴냄)은 이 의문을 둘러싼 논쟁이다. 최 교수 주도로 과학철학, 과학사, 과학사회학 분야 학자들이 2009년 발표한 학술논문들을 담았다. 발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한 논거들이다. 명쾌한 결론은 없다. 하지만 통섭이란 용어, 그리고 사회생물학이 어떤 맥락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통섭이란 단어는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82)이 썼다. 원어는 ‘콘실리언스’(Concilience)다. 모든 학문에 공통되는 사실을 언급하는 19세기 때 단어를 복구한 것이다. 윌슨의 제자로 이 개념을 번역한 최 교수도 스승의 예를 따라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통섭’(統攝)이란 단어를 골랐다. 주목할 점은 윌슨이 ‘Concilience’를 상위개념인 사회생물학이 다른 인문사회과학을 하위 분야로 포괄하는 개념으로 썼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생물학제국주의, 유전자결정론, 우생학으로 연결되면서 인종주의를 정당화한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덕분에 윌슨은 학술대회장에서 마이크를 빼앗기고 물세례를 맞는 수모까지 당했다. 최 교수는 이런 논란에 애매한 태도를 유지한다. 우선 윌슨의 관점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 번역자로서 원저자의 의도에 맞는 단어를 고르다가 ‘統攝’을 선택했을 뿐, 자신의 견해는 通攝(두루 소통하며 쥔다), 혹은 通涉에 가깝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그럼에도 인간의 모든 행위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내보인다. 인간에게는 유전자 수준을 뛰어넘는 창발성(Emergence)이 있다는 반론에 대해 그는 “창발성 자체도 언젠가 분석되고 설명될 개념이라는 내 입장에는 일말의 변화도 없다.”면서 “그 과정에서 자연과학이 가장 크게 기여하리라는 기대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앞에선 부인해 놓고 뒤돌아서서는 ‘도로 윌슨’을 외치는 격이다. 이쯤 되면 ‘대논쟁’이란 말이 자가발전적이라는 ‘의심’이 슬쩍 든다. 때문에 시선을 제대로 자극하는 것은 통섭반대론자들의 논거다. 전통적인 문화론 입장에서 통섭을 통한 지식대통합에 부정적인 이정덕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통섭이란 개념은 자연과학자와 인문사회학자를 화해시키기보다 오히려 더 대립시키기 때문에 차라리 영국 철학자 앨프리드 화이트헤드의 합생(合生·Concrescence) 개념을 쓰자는 김환석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의 제안이 눈에 띈다. 가장 결정적인 비판은 김동광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의 통섭 논쟁의 특징은 ▲번역어가 무슨 뜻이냐에만 관심이 쏠렸지, 수직적이냐 수평적이냐 하는 논란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으며 ▲따라서 사회생물학 논쟁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정작 생물학자들은 논쟁에 그다지 참여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여기서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한국에서 다위니즘(진화론)에 대한 깊은 논의가 없다는 점을 한탄하지만, 김 교수가 보기에 한국에서 오히려 부족한 것은 우생학에 대한 논의다. “사회생물학자들은 또 그 이야기인가 하고 손사래를 치겠지만”이란 전제를 깔고 얘기를 시작하는 김 교수는 “서구에서는 오랜 기독교적 전통에 홀로코스트(대학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과학으로 위장된 정치사회적 주장에 대한 반감이나 견제가 강하다.”고 상기시켰다. 윌슨이 통섭을 주장한 것은 바로 이런 반감을 뚫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즉, 일반대중이나 인문사회과학도가 아닌, 사회생물학 후예들에게 걱정 말고 앞으로 전진하라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 “과학이 곧 경제성장과 경쟁력 강화라는 말과 동의어로 인식되면서 독특한 국가주의적 성격”이 짙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때문에 과학에 대한 반감이나 견제보다는 쉽게 열광으로 휘몰아쳐 간다는 것이다. 과학적이라고 말하면 곧 중립적이고 위해가 없으리라는 판단,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고용부가 ‘고용 차별’

    고용노동부의 한 지청 고용센터에서 사무원으로 근무하는 이모(52)씨는 처음 입사했던 1998년부터 현재까지 13년째 취업알선과 실업급여 등 고유(상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고용부 무기계약직 관리규정에는 사무원들이 보조업무를 담당하도록 돼 있지만, 공무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다. 그는 입사 초기에는 1년 단위로 계약하는 비정규직이었지만 지금은 정규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정년 57세)으로 일하고 있다. 200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에 따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8월 19일자로 내부직원 사기진작을 내세워 이들의 명칭을 ‘행정보조원’에서 ‘사무원’으로 바꿨다. 하지만 기존 정규직에게 지급하는 상여금과 가족수당, 교통비, 식대 등은 제외됐다. 임금 인상도 전혀 없었다. 기획재정부가 동종업종인 사무원들에게 명절상여금 100%, 매달 교통비 12만원과 급식비 13만원, 가계지원비 등을 지급하는 것과 명백히 차이가 난다. 지난 9일 고용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에는 유사·동종업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할 것을 담고 있지만, 주무부서인 고용부는 정규직인 무기계약직마저 홀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처우 개선 요구에 대해 지난 1일 고용부는 각 지청 소속 고용센터에 이채필 장관 명의로 “공무원 외 직원들의 채용 목적에 맞게 업무분장을 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채용 목적에 맞는 업무분장이란 사무원 등에게 서류편철과 전화응대 등 보조업무만을 전담토록 하라는 뜻이다. 이들은 같은 무기계약직인 직업상담원과 비슷한 고유업무를 하고 있지만, 고용부의 이번 조치로 보조인력으로 격하될 처지에 놓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부 센터에서는 사무원 가운데서도 고유업무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무원은 원래 상시적인 보조를 위해 채용한 인력”이라면서 “업무분장을 채용 목적에 맞게 구분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일본통신]日 주니치 드래곤스 감독 오치아이 히로미쓰 퇴단

    [일본통신]日 주니치 드래곤스 감독 오치아이 히로미쓰 퇴단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스 감독인 오치아이 히로미쓰(58)가 올 시즌을 끝으로 퇴단한다. 오치아이 감독은 올해가 3년 계약의 마지막해, 덧붙여 지난 2004년부터 주니치 지휘봉을 잡았던 오치아이 감독은 이번 시즌이 8년째다. 오치아이는 지난해까지 리그 우승 3회를 비롯, 2007년에는 2위로 클라이맥스 시리즈부터 일본시리즈까지 제패하며 53년만에 주니치에게 우승을 안겨주기도 했다. 22일 구단으로부터 퇴단 소식을 들은 오치아이 감독은 ‘원래 이 세계가 그런것’이라며 구단측의 방침에 수긍했다. 오치아이 감독은 당장 퇴단되는게 아닌 올 시즌까지(11월 30일) 감독직을 수행한다. 주니치 구단측은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팀이 선두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악형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우승 헹가레를 치기 위해 전력을 다해줄것으로 믿는다” 며 시즌 중 감독 퇴단 소식에 대한 잡음을 일축했다. 오치아이 감독의 퇴단 이유는 독선적인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알려졌다. 오치아이는 현역시절부터 오레류(オレ流) 즉 내 방식대로의 스타일로 주류선수들과 거리를 뒀던 선수로 유명했다. 주니치 OB들사이에서도 이러한 오치아이 감독의 성향이 마냥 좋았을리 없다. 고분고분한 감독보다는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그것도 현역시절 최고의 선수중 한명이었던 오치아이를 다루기란 쉽지 않았을 터. 이날 감독의 퇴단 소식을 들은 선수회장 모리노 마사히코는 ‘아무것도 말할수 없다’며 복잡한 심기를 드러냈다. 오치아이 하면 일본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1979년 롯데 오리온스(현 지바 롯데)에 입단 한 오치아이는 타격의 정석과 상식을 파괴한 대표적인 선수다. 대부분의 타자들이 타석에서 배트를 어깨선 위쪽으로 치켜 드는 것에 반해 오치아이는 미리 배트를 어깨선 아래에 두며 스윙을 했는데 이것이 마치 신주단지를 모시는듯해 오치아이 하면 ‘신주타법’이 가장 먼저 떠오를 정도다. 원래 현역시절 오치아이는 스윙이 큰 타자였다. 그를 가르켜 ‘도어스윙’ 즉 마치 빌딩 회전문과 같다고 붙여진 이 스윙은 그러나 많은 코치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수정하지 않았다. 아마때부터 익숙해진 이 타격폼을 바꾼다는게 쉽지 않았지만 더 큰 이유는 자신만의 독특한 타격폼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다. 프로 초창기에 부진했던 이유를 경험부족으로 생각한 오치아이는 결국 이 타격폼으로 한시대를 풍미했다. 오치아이는 일본야구 역사상 2년연속 50홈런(1985,1986)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이자, ‘트리플 크라운’ 역시 역대 최다인 3차례나 기록한 바 있다. 또한 한 시즌 최다타점(146) 퍼시픽리그 신기록, 장타율 .773 역시 퍼시픽리그 신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출루율 .478(1986년) 역시 일본 신기록, 한경기 6볼넷 기록 역시 일본 기록이다. 또한 최단 경기(1284)만에 1,000타점, 최단 경기(1257)만에 350홈런, 양대리그에서 홈런왕과 타점왕을 차지한 유일한 선수, 양대리그에서 200홈런 이상(센트럴 263개, 퍼시픽 247개)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이자 현재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덧붙여 통산 타율 .311로 우타자를 기준(5,000타수 이상)으로 일본 토종선수 중 타율 1위 기록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오치아이는 은퇴 후 명구회 입회자격이 충분했음에도 스스로 입회를 거부했다. 프로 입단 초창기시절 자신의 타격폼에 대한 혹평을 했던 명구회 회원들에 반기를 든 그는 야구에서 기록된 숫자만으로 판단(명구회 입회자격 2,000안타)하는게 자신의 뜻과 맞지 않다는 이유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독특한 그의 마인드지만 야구의 본질적 성격으로만 보면 진정한 오레류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하지만 타격은 자신이 느끼기에 가장 편안한 자세가 최고라는 그의 외골수 같은 철학이 결국 현역시절 오치아이를 최고의 타자로 이끈 원동력이다. 한편 오치아이 후임 감독으로는 주니치 OB출신이자 과거 4년동안(1992-1995) 주니치 감독을 역임한바 있는 타카키 모리미치(70)로 내정됐다. 타카키는 현재 주니치 OB 회장직을 맡고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일본야구통신원 윤석구 http://hitting.kr/
  • 아이폰5로 찍은 첫 사진? 4와 비교해보니…

    아이폰5로 찍은 첫 사진? 4와 비교해보니…

    아이폰5 출시가 오는 10월로 알려진 가운데, ‘아이폰5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한 장이 해외언론에 소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흰색 접시에 스시가 가지런히 놓인 이 사진은 지난 7일,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알려진 앤톤 도리아가 사진공유사이트인 플리커(Flickr)에 처음 올린 것이다. 앤톤은 이 사진을 아이폰4로 촬영한 것이라고 기재했지만, IT전문웹진인 ‘포켓나우’(Pocketnow)가 EXIF 데이터(디지털로 촬영한 사진에 담겨있는 정보)를 확인한 결과 다른 점 몇 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폰4 카메라의 해상도는 2592×1936 픽셀이지만, 앤톤이 올린 사진은 3296×2448픽셀로 훨씬 선명한 것. 또 사용된 렌즈 또한 4.3㎜로, 아이폰 4의 3.85㎜와 차이가 났다. 애플사는 그간 차세대 아이폰 제작시 유독 카메라 렌즈 장치의 업그레이드에 고심해왔다. 아이폰5가 아이폰4보다 업그레이드 된 8메가픽셀의 이미지 센서를 장착할 것이라는 소문은 이미 파다하다. 숱한 루머에도 함구정책을 고수하는 애플은 이번 ‘아이폰5 첫 사진’ 보도 역시 공식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테마로 본 공직사회] (17)업무추진비(판공비) 공개

    [테마로 본 공직사회] (17)업무추진비(판공비) 공개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부처에 배당되는 업무추진비란 공무(公務) 수행에 쓰이는 예산으로 통상 ‘판공비’로 불린다. 2003년 6월 총리 훈령과 2004년 정보공개법 개정 등에 따라 정보공개 청구 없이도 자발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제한적이고 부처별 공개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국민의 알권리 확대 및 예산집행의 투명성 제고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하다. 업무추진비 공개방식에 대한 세부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판공비는 1990년대만 하더라도 감시 대상이 아니었다. 이른바 ‘통치자금’으로 통하던 시절이 불과 몇년 전의 일이다. 예컨대 박광태 전 광주 시장이 2006년 시의회 보좌관, 출입기자, 선거구민 100여명에게 업무추진비로 백화점 상품권 등을 돌린 혐의로 기소된 일을 떠올리면 짐작할 수 있다. ●‘통치자금’에서 ‘업무추진비’로 변신 판공비 공개가 처음 논란의 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이 시행된 뒤 시민단체들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지출에 대한 감시활동을 펴면서다. 당시만 하더라도 정보공개 청구에 순순히 응하는 지자체나 정부 부처는 거의 없었다. 1999년말 ‘전국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는 판공비 정보공개를 유보하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2000년 ‘판공비 공개운동 전국네트워크’가 결성되는 등 전국적으로 판공비 공개운동의 불이 댕겨졌다. 결국 2003년 6월 고건 총리 당시 국무총리실은 ‘행정정보 공개 확대를 위한 국무총리 훈령(안)’을 공포,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기로 했다. 2004년 정보공개법이 개정되면서 주요 정책 정보의 경우 공개 청구가 없더라도 공개의 범위·주기·시기·방법을 미리 정해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면서 지자체 및 정부 부처의 업무추진비 공개를 위한 기본 틀이 갖춰졌다. 공개되는 업무추진비 예산이 판공비의 전부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업무추진비 이외에도 특수활동비(정부 부처만 해당), 직무수행경비, 특정업무경비 계정의 예산도 사실상 넓은 의미의 업무추진비로 인식된다. 시민단체들이 “정부가 증빙 서류가 필요 없는 특수활동비를 업무추진비 비슷하게 쓰는 게 문제라며 특수활동비 인정 기관과 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공식적인 판공비인 업무추진비의 공개마저도 제멋대로다. ●근거없이 쓰는 ‘쌈짓돈’ 인식 여전 업무추진비의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데다 공개 주기, 공개 내용 등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혼란만 주고 있다. 근거 없이 쓰는 ‘쌈짓돈’이란 인식을 지우기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행정정보공개 확대를 위한 총리훈령의 부처별 이행을 독려·감독해야 할 주무기관인 국무총리실의 경우, ‘유관기관 및 관련단체와의 회의 및 업무 관련 간담회 주재경비’ 등 4개 항목에 사용일자나 행사명 같은 기본적인 세부 사항은 하나도 없이 반기별 사용총액만을 덩그러니 공개하는 식이다. 행정안전부도 사정이 비슷하다. 일자별 내역을 공개하는 기획재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등 다른 부처와 차이가 난다. 총리실은 정부부처 중 업무추진비 공개도 가장 늦게 한다. 대부분의 부처는 일자별 사용내역 공개를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다. 각 부처에서 일자별 사용 내역과 함께 사용액을 올리지만 참석자, 목적 등 세부 내용은 알 수 없고, 증빙 문서도 빠져 있어 행정감시 욕구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이는 행정정보공개 확대를 위한 국무총리 훈령이 업무추진비 등의 자발적 공개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나 주기·시기·방법 등을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부내역 제대로 공개해야 의미 있어” 국무총리 및 16명의 장관들이 사용한 2010년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결과, 회의·행사(43.9%) 및 업무협의(35.8%)라는 명목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것으로 공개됐다. 사실상 ‘밥값’이나 ‘선물값’으로 쓴 것이다. 예를 들어 국방부 장관의 2010년 2월 업무추진비 ‘회의·행사’ 항목을 보면 ‘리투아니아 국방장관 방한행사 및 선물, UAE총참모장 방한행사 및 선물 등 1403만원’, ‘업무협의’ 항목에 ‘국방위원 업무협의, 고위공무원 퇴직 오찬, 원로장성 및 역대 국방장관 설 선물 등 1024만원’이라고 밝혔는데 내용이 식대와 선물비용 성격이다. 본래 용도가 ‘밥값’인 만큼 전문가들은 업무추진비의 공개 금액보다 그 사용 내역을 외부에서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제대로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투명한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하승수 소장은 “지자체나 부처들이 실제 쓴 것을 공개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면서 “의미있는 정보공개가 되려면 행사 날짜, 참석자 명단, 행사 목적, 증빙 서류 등을 세세히 공개하고 공개 내역의 통일성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잦은 비에 산림근로자도 울었다

    잦은 비에 산림근로자도 울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는 비에 공공산림가꾸기로 어렵게 생활을 꾸려 가는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도로변과 생활권 주변 산림정비 및 산림바이오매스 수집 등을 수행하는 산림가꾸기 근로자는 전국적으로 60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오는 12월까지 10개월간 고용돼 주 5일(일당 4만~4만 5000원)을 근무하고 한달 평균 100만~112만 5000원(식대와 교통비 포함)을 받고 있다. 산림가꾸기는 저소득층과 실업자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우선적으로 고용하는 공공근로 성격이 강하다. 사업비는 국비(60%)와 지방비(40%)로 충당하는데, 일부 지자체는 자체 예산까지 들여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7월부터 연일 이어진 비로 ‘작업’에 나서지 못하면서 이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7월 강우량은 474.8㎜로 평년(288.2㎜)보다 1.64배나 많았다. 때문에 지역별 작업일은 평균 15~20일에 불과했다. 총 1000여명을 고용한 강원도는 연초의 폭설로 사업 개시마저 늦어졌다. 충북지역도 7월 한달 중 비가 온 날이 24일이나 됐다. 경남도는 작업일수가 18일에 불과했다. 이에 따른 지자체들의 고민도 크다. 오전에 작업을 시작해 중간에 비가 오면 반나절 또는 하루 일당을 주고 있지만, 아침부터 비가 내려 아예 작업을 시작하지 못하면 일당 지급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비가 오는 날에는 안전교육이나 실내 작업, 장비 수리를 실시하는 등 고용일수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을 동원하고 있다. 공공산림가꾸기 참여자들도 비가 오지 않는 토·일요일에 작업을 자청하고 나섰다. 대체근무 규정은 없지만 근로자들의 어려운 사정을 뻔히 아는 지자체들도 이들의 요청을 눈감아 주고 있는 형편이다. 강원도 산림부서에 근무하는 김진성 주무관은 “작업 참가자 대부분이 60대 이상이고 경제적으로 어렵다 보니 하루 일자리가 아쉬운 이들이 대부분”이라며 “때문에 비가 많이 오지 않으면 풀베기 등 단순 작업이라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서 숲가꾸기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모(64)씨는 “지난달 비가 많이 와 작업에 나가지 못하면서 임금이 70여만원에 불과했고 8월 들어서도 사정이 비슷하다.”면서 “야채 등 생필품 가격까지 많이 올라 생활고가 너무 큰데, 수년째 3000원과 2000원으로 묶여 있는 식대와 교통비라도 좀 올려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시민들 ‘식판정쟁’에 냉정했다] 한 “사실상 오세훈 승리” 민 “즉각 사퇴하라”

    [시민들 ‘식판정쟁’에 냉정했다] 한 “사실상 오세훈 승리” 민 “즉각 사퇴하라”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끝내 유효 투표율 미달로 막을 내리면서 여야의 표정도 엇갈렸다.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의 청신호’로 설정했던 투표율 25%를 넘겼다며 애써 실망감을 감추면서도 내부적으로 정국 주도권 상실과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폭풍 전야의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사필귀정”이라며 내년 총선, 대선에 대비한 무상 복지정책의 공론화에 탄력을 붙이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투표율 ‘25.7%’도 여당과 오세훈 시장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표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개함을 못해 참으로 안타깝지만 민주당의 비겁한 투표거부, 방해운동이 자행되고 평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 투표는 사실상 오 시장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발적인 시민 210만명의 투표 참여는 놀라운 수치로, 개함했다면 90% 이상 찬성했을 것이다. 정상적인 투표가 진행됐다면 오 시장의 정책이 맞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된 민심을 적극 반영해 무상 포퓰리즘을 저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의 사퇴시기에 대해서는 “사실상 승리한 게임에 즉각 사퇴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종구 서울시당 위원장도 “당초부터 투표율 25%가 승부수였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보수층 결집 실패와 책임론, 출구 전략을 놓고 당내 갈등은 깊어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준엄한 심판의 결과”라고 자축했지만 홍 대표의 민주당 책임론, 오세훈 승리론이 전해지자 비난을 쏟아냈다. 손학규 대표는 투표가 완료된 오후 8시 서울 민주당 영등포당사에 마련된 서울시당 주민투표 상황실을 찾아 당직자, 관계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개표 무산 방송을 지켜보던 3층 대회의실은 들뜬 지역위원들 수십명으로 가득 찼다. 손 대표는 “복지는 민생, 시대흐름이고 서울 시민들이 길을 가르쳐 주셨다.”고 투표 결과를 자축했다. 무상급식대책위원장인 이인영 최고위원은 “학교급식법 개정 등 국가가 제도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순 의원은 투표율과 관련, “정책투표가 아닌 이념·정치투표로 변질됐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오 시장의 신속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상수 무상급식대책위 공동위원장은 “오 시장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카드를 스스로 선택해 무리하게 일을 추진했다.”면서 “민주주의를 낭비한 오 시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최고위원은 “정치·도덕적 책임을 오 시장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라면서 “홍 대표는 자기집 애가 불장난해 옆집에 피해를 줬는데도 사과는커녕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용섭 대변인은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데 대한 진정한 사죄도 없는 홍 대표와 오 시장은 오만방자하다.”고 비판했다. 강주리·이재연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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