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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변희재 밥값 디시 논란’ 낭만창고 점장의 반박글

    [전문]‘변희재 밥값 디시 논란’ 낭만창고 점장의 반박글

    이른바 ‘밥값 디시’ 논란에 휘말린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반박 기사를 내놓으며 “낭만창고 회장이란 인물은 친노 종북 편향의 평론가 정관용씨와 함께 어울리는 등의 행보를 보여왔다”며 ‘종북 색깔론’을 덧씌우자 창고43 본점 점장이자 창고43 회장의 아들인 고영국씨가 반박글을 올려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한편 변희재 대표는 트위터에 “창고에 오늘 300만원 입금시킵니다. 그리고 서비스 부실로 저희들 행사를 망친 것과 한겨레와 함께 거짓선동한 부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합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또 변희재 대표는 “설사 200명이라 해도 서빙 직원 세명 배치해놓고 뭘 잘났다고 떠들어댑니까. 창고 아들의 글을 보니 철저히 계획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더군요”라고 비난해 향후 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다음은 고영국씨의 반박글 전문. 안녕하십니까... 창고43 본점 점장직을 맡고 있는, 그리고 창고43의 고운 대표의 아들 고영국입니다. 현재 보도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 글을 적습니다. ’낭만창고’는 ‘창고43’ 에서 운영중인 돼지구이전문점입니다. 몇개월 전만 하여도 ‘광장주점’이었지만 거듭되는 적자로 인해 한달에 수천만원의 적자를 버티며 현재 수없이 업종변경을 반복하고 있는 곳이 다름아닌 낭만창고 입니다. 변희재 대표님이 알고 계시는 창고43 과는 다르게 400석이 넘는 넓은 규모에도 하루 평균 매출 100만원을 못 넘기는 업장입니다. 전부터 저희는 서비스할 능력이 되지 않을 시에 정중하게 예약을 거부해왔습니다. 200명 예약기준 주방과 홀 직원을 포함한 8명이 미리 200인분 이상의 고기를 초벌하고, 상 셋팅을 해놓습니다. 언제나 식당은 그렇습니다. 예약시 고객 수가 미달될 때보다 초과될 때 더욱 당황스럽습니다. 업장에 200인 예약을 하셨고 업장 전체사용 예약이시라면 저희는 기본 300인분을 미리 셋팅해놓습니다. 초벌구이 형식이다보니 당연히 600분이 갑자기 오셨으니 부랴부랴 굽는 것이 시간이 엄청 걸리겠구요. 하여, 낭만창고에서 서비스를 포기했다는 말씀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초벌할 시간이 없으니 생고기로 그냥 내어준 것은 낭만창고 측의 입장이 아니라 변대표님측에서 급하신 가운데 요구하신 게 사실입니다. 두번째로, “창고43 대표님과 연락을 취하길 원하셨지만 거절당했다” 현재 한달이 넘도록 아버지는 필리핀에서 요양 중이십니다. 중간에 귀국한 일도 물론 없습니다. 아버지는 단 한번도 이념이란 것에 관심을 둔 적이 없는 분입니다. 정관용씨를 언급하신 부분도 상당한 억측이라 보입니다만. 아버지 주위의 친분있는 지인들 중에는 흔히 말하는 극우, 극좌 모두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념적인 갈등이 없는 관계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아버지는 그냥 평범한 장사꾼에 불과합니다. 정치에 ‘정’ 자도 모르는, 오로지 음식장사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에게 ‘종북’ ‘종북식당’ 이라니 너무 극단적인 판단을 하고 계신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세번째로 어떠한 노이즈 마케팅의 의도도 없었다고 제가 책임지고 말씀드립니다. 현재 창고43은 정직과 좋은 식재료의 고집만으로 어떠한 별도의 광고도 없이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음식점입니다. 그런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마케팅을 해야 할 필요도 없는 음식점입니다. 잔여금을 받는 과정에서 “돈을 줄 수 없다, 법으로 대응하겠다.” 라고 말씀하신 것이 변대표님입니다. 저희는 일개 식당입니다. 음식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입니다. 마땅히 받아야할 식대를 법으로 지불하겠다는 말을 듣고 분개하지 않는 장사꾼은 세상에 단 한명도 없습니다. 언제부터 약자에게 철퇴를 내리치는 게 이 나라의 ‘법’이 되었습니까... 창고43과 낭만창고를 대표해서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변대표님께 백번이고 천번이고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허나, 저희가 노이즈 마케팅을 해야할 정도의 비겁한 식당이라는 의견, 저희 아버지께서 한쪽으로만 쏠린 이념이나 사상을 가진 종북이라는 비판 함께 사과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는 그냥 정직하게 한우를 팔고 있는 순진한 장사꾼들입니다. 더 훌륭한 일을 하시고 계실 텐데 이런 사소한일로 불미스러운 일이 더 크게 번지지 않게 되길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념조차 없기 때문에 이념을 운운할 필요성은 없다고 느껴집니다. 오직 장사꾼의 상식으로만 글을 적고 마치겠습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밥값 디시’ 변희재에 낭만창고 점장 반박 “‘종북식당’ 사과하길”

    ‘밥값 디시’ 변희재에 낭만창고 점장 반박 “‘종북식당’ 사과하길”

    이른바 ‘밥값 디시’ 논란에 휘말린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반박 기사를 내놓으며 “낭만창고 회장이란 인물은 친노 종북 편향의 평론가 정관용씨와 함께 어울리는 등의 행보를 보여왔다”며 ‘종북 색깔론’을 덧씌우자 창고43 본점 점장이자 창고43 회장의 아들인 고영국씨가 반박글을 올려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창고43 본점 점장인 고영국씨는 창고43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낭만창고는 업종 변경 끝에 시작한 돼지구이전문점”이라면서 “400석 넘는 규모에도 하루 평균 매출 100만원을 못 넘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서비스 능력이 되지 않으면 정중하게 예약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200명 예약 기준 주방과 홀직원을 포함한 8명이 미리 200인분 이상의 고기를 초벌하고 세팅한다”고 전했다. 고영국씨는 ‘보수대연합 발기인대회’ 예약과 관련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당시 (보수대연합 측은) 200명 예약을 하고선 600명이 갑자기 왔다”면서 “부랴부랴 고기를 구웠지만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전했다. 변희재씨가 운영 중인 미디어워치의 기사가 주장한 “식당 회장이 ‘친노종북’ 정관용씨와 어울린다”는 ‘종북론’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고영국씨는 “아버지는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장사하는 사람일 뿐”이라면서 “종북식당은 극단적인 판단”이라고 반박했다. 그 밖에도 “직화구이가 아닌 생고기가 나왔다”는 변희재의 주장에 “생고기를 급하게 요구한 건 변희재 대푝 측”이라고 반박했고 “노이즈 마케팅할 어떠한 의도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고영국씨는 “저희가 노이즈 마케팅을 해야 할 정도의 비겁한 식당이라는 의견, 저희 아버지께서 한쪽으로만 쏠린 이념이나 사상을 가진 종북이라는 비판 함께 사과주셨으면 한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다음은 고영국씨의 반박글 전문. 안녕하십니까... 창고43 본점 점장직을 맡고 있는, 그리고 창고43의 고운 대표의 아들 고영국입니다. 현재 보도된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 글을 적습니다. ’낭만창고’는 ‘창고43’ 에서 운영중인 돼지구이전문점입니다. 몇개월 전만 하여도 ‘광장주점’이었지만 거듭되는 적자로 인해 한달에 수천만원의 적자를 버티며 현재 수없이 업종변경을 반복하고 있는 곳이 다름아닌 낭만창고 입니다. 변희재 대표님이 알고 계시는 창고43 과는 다르게 400석이 넘는 넓은 규모에도 하루 평균 매출 100만원을 못 넘기는 업장입니다. 전부터 저희는 서비스할 능력이 되지 않을 시에 정중하게 예약을 거부해왔습니다. 200명 예약기준 주방과 홀 직원을 포함한 8명이 미리 200인분 이상의 고기를 초벌하고, 상 셋팅을 해놓습니다. 언제나 식당은 그렇습니다. 예약시 고객 수가 미달될 때보다 초과될 때 더욱 당황스럽습니다. 업장에 200인 예약을 하셨고 업장 전체사용 예약이시라면 저희는 기본 300인분을 미리 셋팅해놓습니다. 초벌구이 형식이다보니 당연히 600분이 갑자기 오셨으니 부랴부랴 굽는 것이 시간이 엄청 걸리겠구요. 하여, 낭만창고에서 서비스를 포기했다는 말씀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초벌할 시간이 없으니 생고기로 그냥 내어준 것은 낭만창고 측의 입장이 아니라 변대표님측에서 급하신 가운데 요구하신 게 사실입니다. 두번째로, “창고43 대표님과 연락을 취하길 원하셨지만 거절당했다” 현재 한달이 넘도록 아버지는 필리핀에서 요양 중이십니다. 중간에 귀국한 일도 물론 없습니다. 아버지는 단 한번도 이념이란 것에 관심을 둔 적이 없는 분입니다. 정관용씨를 언급하신 부분도 상당한 억측이라 보입니다만. 아버지 주위의 친분있는 지인들 중에는 흔히 말하는 극우, 극좌 모두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이념적인 갈등이 없는 관계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아버지는 그냥 평범한 장사꾼에 불과합니다. 정치에 ‘정’ 자도 모르는, 오로지 음식장사만 생각하며 사는 사람에게 ‘종북’ ‘종북식당’ 이라니 너무 극단적인 판단을 하고 계신것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세번째로 어떠한 노이즈 마케팅의 의도도 없었다고 제가 책임지고 말씀드립니다. 현재 창고43은 정직과 좋은 식재료의 고집만으로 어떠한 별도의 광고도 없이 11년째 이어오고 있는 음식점입니다. 그런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마케팅을 해야 할 필요도 없는 음식점입니다. 잔여금을 받는 과정에서 “돈을 줄 수 없다, 법으로 대응하겠다.” 라고 말씀하신 것이 변대표님입니다. 저희는 일개 식당입니다. 음식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입니다. 마땅히 받아야할 식대를 법으로 지불하겠다는 말을 듣고 분개하지 않는 장사꾼은 세상에 단 한명도 없습니다. 언제부터 약자에게 철퇴를 내리치는 게 이 나라의 ‘법’이 되었습니까... 창고43과 낭만창고를 대표해서 불만족스러운 서비스에 변대표님께 백번이고 천번이고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허나, 저희가 노이즈 마케팅을 해야할 정도의 비겁한 식당이라는 의견, 저희 아버지께서 한쪽으로만 쏠린 이념이나 사상을 가진 종북이라는 비판 함께 사과주셨으면 합니다. 저희는 그냥 정직하게 한우를 팔고 있는 순진한 장사꾼들입니다. 더 훌륭한 일을 하시고 계실 텐데 이런 사소한일로 불미스러운 일이 더 크게 번지지 않게 되길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념조차 없기 때문에 이념을 운운할 필요성은 없다고 느껴집니다. 오직 장사꾼의 상식으로만 글을 적고 마치겠습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2014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타자를 소유하는 두 가지 방식/고광식

    1 ‘소유’라는 욕구 모든 주체들, 즉 소유욕에서 자신의 삶을 출발시켰던 세상의 ‘나’는 본질적으로 ‘타자’를 찾아 방랑하는 보헤미안(bohemian)이다. 소유의 주체는 타자를 만나면서 비로소 기쁨과 쾌락의 감정을 깊이 내면화한다. 그러므로 타자를 소유하는 과정에서 온전한 ‘나’가 세상에 드러나며, 타자에 대한 주체의 접촉은 자연스럽게 목적 자체가 된다. 소유욕에 있어서 김선우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2007)’의 시는 놀이하는 인간인 호모루덴스(homo ludens)의 몸짓으로 타자를 포착하기도 하고, 대상과의 합일하는 행위로 타자와 하나 되기를 시도하기도 한다. 시적 주체는 “달과 지구의/포개진 다리 아래 // 그대의 다음 세상 첫 울음 놓일 자리까지 / 이미 보아버린 자여”(‘월식 파티-처용, Shall we love?’)처럼 달과 지구가 포개진 파티를 보게 된다. 대상과 합일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서로 하나가 되어버린 달과 지구를 보며 ‘나’는 춤을 춘다. 달빛 아래 춤을 추고, 다리 아래 춤을 춘다. 춤은 소유욕에 대한 이해이며 환상이다. 때로 소유욕은 “이글거리는 불덩이, 굶주린 호랑이의 둥그렇게 벌린 입속으로 무릎걸음으로 기어들면서야 알았네”(‘여러 겹의 허기 속에 죽은 달이 나를 깨워’)와 같이 두려움의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현시한다. 이때 시적 주체는 “살거나 죽었거나 내 몸속으로 들어와 나를 살린 것들 다 이렇게 두려웠겠구나”라고 타자에게 심리적 상태를 투사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나’는 “자옥이 피어오르는 화염을 내려다보며 연꽃을 먹는 사람들이 산다는 어느 평화로운 부족의 마을을 떠올린 적이 있다”(‘주홍 글씨’)고 메타인지(metacognition)적 연민에 빠진다. 자아가 타자를 소유했는지, 타자가 자아를 소유했는지의 불가해성 상태는 “수통 속의 물 부어진/내 몸이 수통인지/수통인 내 몸이/내가 들고 마신 수통인지”(‘水桶’)에 이르러 서로 교차하며 접합되는 휴지 상태가 된다. 반면에 강정(‘키스(2008)’)의 시는 소유하는 과정을 섹슈얼리티하게 그려내어, 대상과의 합일로 소유하기보다는 파토스(pathos)적인 행위로 체현하려 든다. 욕구를 채우기 위해 시적 주체는 타자를 받아들이는 통로인 입을 최대한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입술이 닿는 곳, 타자의 내재성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다. 소유욕은 말라붙은 창공 속에서도, 불탄 돌들이 四海의 포말로 부서져 날릴 때에도 타자의 입을 통해 드러난다. 때로는 허공 한가운데 거대한 물고기의 아가미로 고정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소유로 가고자 하는 욕구는 섹슈얼리티한 감응의 상태에서 “태양이 죽은 자리에서/통째로 바스러진/하얀 밤을 들이마시고”(‘죽은 몸에 白夜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발현된다. 시적 주체는 소유욕에 대한 세상의 순례기를 보여주는 것처럼 하혈하는 어머니, 젖은 땅 위에서 “시인이 울 때, 여자는 시인의 눈물을 받아 마신다”(‘영화’)고 감정의 감염을 토로한다. 보드리야르에 의해 그 자체로 현실을 대체한다고 지적된 원본 없는 이미지가 시뮬라크르(simulacre)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입은 끊임없이 시뮬라크르를 생성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육감적이다. 입은 이처럼 타자를 소유하기 위한 도구이며 통로이다. 여자의 총총걸음을 따라 시적 주체는 “꽃들이 오랫동안 빨판 같은 주둥이를 벌려/내 몸을 나눠 받았다”(‘나비 떼가 떠 있는 방’)고 타자인 꽃들의 소유욕을 적시한다. 자신의 존재 안에 타자를 가두려 하는 욕구는 꽃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꽃내음에 취하고 꽃의 모습에 현혹되는 순간 꽃은 언제든지 주둥이를 들이댈 준비를 하고 있다. 강정의 시적 주체는 “이 오래된 바람의 내력엔 서로 피를 나눠 먹던 종족의 역사가 흐른다”(‘死後의 바람’)고 구명하여 그의 시가 소유욕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김선우의 시는 호모루덴스의 몸짓으로 춤을 추며 타자와 하나 되기를 시도하고, 강정의 시는 섹슈얼리티한 감응의 상태에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자신이 생존하기 위해 대상과의 합일을 시도하는 방식이나, 현란한 시뮬라크르로 타자를 소유하는 방식 모두 타자와 하나 되기를 꿈꾼다는 점에서 동일한 의의를 지닌다. 2 타자와 하나 되기-김선우의 시 존 로크는 오크나무 아래에서 주운 도토리와 숲속의 나무에서 따 온 사과를 먹고사는 사람은 확실히 그런 것들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소유라는 것은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즉 도토리를 줍는 노동과 사과를 따는 노동에서 당위성이 부여된다는 의미이다. 이 경우 타자인 도토리와 사과는 인간에게 희생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사실 이것은 도토리, 사과가 타자와 하나 되기를 원해서 나타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식물은 동물과 하나가 되었을 때 자기 자손을 널리 퍼트리고, 동물은 그 식물과 하나 돼야 생존할 수 있다. 알수록 무서운 소유욕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밥이어야 한다. 식물은 동물의 밥이 되고, 동물은 결국 식물의 밥이 된다. 이왕 밥이 돼야 한다면, 멜랑콜리(melancholy)한 감정이나 연민을 벗어버리고 따뜻한 밥이 돼야 할 것이다. 때로는 환각제를 복용했을 때처럼 그대와 나 동시에 입을 벌릴 수 있지만, 타자라는 밥상 앞에서 나는 내 몸속의 부드러움이나 딱딱함을 점검해야 한다. 내 몸속에서 그대가 아주 편안히 누워 있을 것에 대한 걱정이다. 내 몸속은 아주 아늑하고 부드럽다. 타자와 하나 되기 위해 준비된 몸이다. 그래서인가 내 몸속에 받아야 할 타자가 이 별에는 끊임없이 태어나고, 나는 그들이 소름 끼치게 그립다. ‘나’는 아, 대상과의 합일을 위해 입을 벌리고 사뭇 괴로운 시늉만 한다. 그러므로 김선우에게 있어서 소유 행위는 타자와 하나 되는 호모루덴스적인 동일시의 몸짓이다. 내 몸속 어디에서 내가 나를 향해 아, 입 벌리네 자기 해골을 갈아 만든 피리를 불면서 몸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같이 그대가 아, 입을 벌린 순간에 내가 아, 입 벌리네 어둠 깊으니 그 어둠 받아먹네 공기 속에 살내음 가득해 아아, 입 벌리고 폭풍 속에서 비리디 비린 바람의 울혈을 받아먹네 그대를 사랑하여 아, 아, 아, 나 자꾸 입 벌리네 -‘그 많은 밥의 비유’ 부분 문제는 내가 떨림을 잃어간다는 것인데, 일테면 만년 전의 내 할아버지가 알락꼬리암사슴의 목을 돌도끼로 내려치기 전, 두렵고 고마운 마음으로 올리던 기도가 지금 내게 없고(시장에도 없고) 내 할머니들이 돌칼로 어린 죽순 밑둥을 끊어내는 순간, 고맙고 미안해하던 마음의 떨림이 없고(상품과 화폐만 있고) 사뭇 괴로운 포즈만 남았다는 것. -‘깨끗한 식사’ 부분 시적 주체인 ‘나’는 나를 향해 내 몸속 어디에서 아, 입 벌려 “해골을 갈아 만든 피리”를 불고 있다. 미칠 것 같은 영속성으로 드러나는 대상과의 합일을 위한 소유라는 욕구는 불쌍하고 가련하다. 해골을 갈아서 만든, 피리를 부는 전경화로 ‘나’를 투사하는 모습이 연민을 부른다. 말하자면 유전자 속에 배어 있는 소유욕이 주체의 참된 실체다. ‘자기 해골’이라는 피리는 ‘나’도 한때는 타자의 소유였다는 감각적 지각인 아이스테시스(aisthesis)이다. 이러한 전체성을 바탕으로 주체인 ‘나’는 몸 사막을 건너는 순례자같이 “그대가 아, 입을 벌린 순간에/내가 아, 입 벌리네 어둠 깊으니 그 어둠 받아먹는”다고 진술한다. 입을 벌려 타자를 받아들이는 통로를 자궁처럼 활짝 열고 간절히 드러내는 주체의 욕구는 “그대를 사랑하여 아, 아, 아, 나 자꾸 입 벌리는” 환각적인 상태가 된다. 이것은 타자와 하나가 되기 위한 눈물겨운 호모루덴스적인 소유의 방식이다. 타자와 하나가 되는 방식은 그 당위성을 만들기 위해 자아 성찰의 모습으로 지평을 확장한다. ‘깨끗한 식사’의 시적 주체는 “문제는 내가 떨림을 잃어간다”고 ‘나’의 퍼스낼리티를 규명한 후, 어떤 대상에 대한 의식 작용인 노에시스(noesis) 속으로 잠입한다. 따라서 시적 주체는 “내 할아버지가 알락꼬리암사슴의 목을 돌도끼로 내려치기 전, 두렵고 고마운 마음으로 올리던 기도가 지금 내게 없음”을 골똘히 생각한다. 그것은 무조건적인 하나 되기가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자연의 한 조각이 되는 역동성이다. 그 두렵고도 미안한 감정은 타자의 죽음이 상품으로 쌓여 있는 시장에도 없음을 확인하고 시적 주체는 빤히 ‘나’를 쳐다보기 일쑤이다. 천 년 전이나 만 년 전이나 한결같았던 “내 할머니들이 돌칼로 어린 죽순 밑둥을 끊어내는 순간, 고맙고 미안해하던 마음의 떨림”이 ‘나’에게 없어 괴롭다. 즉 시장은 타자와 내가 마주 쳐다보며 꿈틀거리던 욕망이, 고마움이, 두려움이 ‘상품과 화폐’로 거래되는 공간이다. 이런 성찰로 인해 주체는 타자를 현재의 프레임에 가두는 것을 경계한다. 이렇게 정신적 유전자 속에 잠재된 의식을 정치하게 드러내는 것은, 타자와 하나 되기의 당위성에 방점을 찍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필연적으로 동반하게 되는 타자에 대한 메타인지적 연민 때문이다. 또한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는 나와 타자가 즉자와 대자의 모습으로 고정되게 놓아두지 않는다. 이것은 누가 먼저 소유를 하느냐에 따라서 결정되는 유동적인 관계이다. 내 밥상 위 “육중한 접시가 언제쯤 깨끗하게 비워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처럼 나도 타자(식물)의 밥상 위에 언젠가는 얹힐 것이다. 시인은 양가적 고민에 빠져 소리친다. “이 무거운, 토막 난 몸을 끌고 어디까지!”라고. 잊고 지난 세월 동안 홀로 된 종이 쓸쓸해서 나무가 쇠종을 품어준 것인지 철사 줄 묶여 어금니 깨물며 오래 아팠던 나무가 팔짱 끼듯 자기의 겨드랑 살 같은 곳을 잠가버린 것인지 겨드랑에 종을 품고 나무가 종 대신 몸을 울어준 것인지 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그 나무가 삼킨 종 이야기’ 부분 어린 새끼를 입에 물고 옮기는 호랑이를 보았다 천천히 클로즈업으로 잡은 호랑이 입속의 호랑이를 보다가 밥 먹던 숟가락을 놓치고 말았다 먹잇감을 물었을 때나 새끼를 물었을 때나 이빨! 잡아먹거나 사랑하거나 드러내거나 숨기거나 그곳에 이빨! 입에 물고 옮기는 호랑이나 입속의 호랑이나 어떤 서늘한 갈등이 등골을 버티고 있으리라는 예감이 지나갔다 -‘카르마, 동물의 왕국’ 전문 입이 없는 식물들은 어떻게 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들까. 입이 있는 동물들이야 타자를 입에 넣고 강한 이빨로 저작한 다음 위장에 넣고 소화하면 타자와 ‘나’는 완전한 하나가 될 수 있다. 입이 없는 나무가 타자를 소유하려는 방법은 그것을 바라보는 시적 주체를 아프게 한다. 주체는 입이 없는 나무와 종이 하나가 된 기사를 아침에 본 후, 보름이 지나도록 자신의 몸속이 아픈 것을 자각하느라 괴롭다. 입이 없는 것들은 둘이 하나 되는 관계 속에서, 온전한 자신을 드러내려는 욕구를 꿈꾸는 데 열중이다. 자신의 몸에 철사줄로 매단 종을 잊었다는 듯 “나무가 쇠종을 품어준 것인지”, 아니면 “겨드랑에 종을 품고 나무가 종 대신 몸을 울어준 것인지” 실은 아무도 모르지만 둘은 하나가 돼 있다. 이렇게 둘은 나에게 네가 없으면 내가 없다는 관계를 형성해서 한 천 년을 견디려는 모습을 취한다. 둘의 존재가 하나로 보완 관계가 돼 특별해졌기 때문이다. 입이 존재하는 동물들은 타자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있어서 밀착과 얼룩이라는 데칼코마니(decalcomanie)적 행위를 사용한다. 나의 입을 타자에 밀착시킴으로써 소유에 대한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고, 이는 현실 속에서 때때로 부자연스럽고 흉측한 의미체가 되어 시적 주체는 “천천히 클로즈업으로 잡은 호랑이 입속의 호랑이를/보다가 밥 먹던 숟가락을 놓치고”마는 상태에 빠진다. 이처럼 타자와의 관계에서 입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의 입이 밥이라는 타자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통로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호랑이’의 입은 어린 새끼를 입에 물어 자신과 하나라는 것을 체현적으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내’가 ‘너’에게로 다가가든지, ‘네’가 ‘나’에게로 다가오든지간에 ‘입’이 차지하는 위치는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나와 타자가 하나가 되기 위해서 “먹잇감을 물었을 때나 새끼를 물었을 때나” 입은 중요한 상징체이며 동시에 실제적 기능을 하는 도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동물의 왕국을 시청하고 있는 시적 주체는 하얗게 드러나는 입속의 ‘이빨!’을 보며 “잡아먹거나 사랑하거나 드러내거나 숨기거나” 하는 입을 기능적인 측면에서 사유한다. 이때 주체에게 다가오는 서늘한 갈등은 나와 타자의 관계성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유동적인 관계에서 올 수 있다는 대등적 관계의 깨달음이다. 그러므로 “등골을 버티고 있으리라는 예감”을 할 수 있다.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전문 꽃이 핀다. 봄에도 꽃이 피고, 여름에도 꽃이 피고, 가을에도 꽃이 핀다. 이처럼 꽃들은 시기를 달리하여 경쟁하지 않고 차례대로 그 아름다운 모습을 세상에 드러낸다. 시적 주체는 꽃이 피는 것을 보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그대가 피는 것인데/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라고 의아해한다.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너’의 행위가 나를 떨게 하는 이유가 못내 궁금하여 견딜 수가 없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꽃으로 꽃벌 한 마리가 날아들었는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꽃이 나이고, 내가 꽃 같은 상태에서 나는 아득하다. 부버가 ‘너’ 혹은 ‘그것’이 없이는 ‘나’가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처럼 이 세상의 모든 ‘나’는 ‘너’라는 대상과의 합일을 추구함으로써 충만한 존재가 된다. 그러므로 김선우의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에 대한 물음의 끝에는 타자인 ‘꽃’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이 있는 것들의 진정한 삶은 대상과의 합일인 소유이고, 소유는 나와 타자의 관계에서만 온전하게 성취될 수 있다. 대상과의 합일을 시도할 때의 ‘나’는 자연의 한 조각으로 모자이크돼 생명력을 얻게 된다. 이렇게 타자와 하나가 된다는 것은 진정한 ‘나’를 드러내는 본능적 행위이다. 나와 너의 관계는 언제나 주체와 객체가 바뀔 수 있는 관계이다. ‘너’를 소유할 때의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나’지만 그것은 너와 내가 하나가 된 전혀 다른 내적으로 충만한 ‘나’이다. 타자를 소유한 나는 존재 속에 존재자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꽃 피는 것이 내 일임을 이제 알겠다. 3 ‘시뮬라시옹’(simulation)하는 느낌-강정의 시 맥루언에 따르면 시대를 주도하는 매체가 무엇인가에 따라 인간의 ‘감각비’(sense ratio)가 달라지고,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예로 들면, 각종 노마딕(nomadic) 기기들로 인해 인간의 감각비는 시각 중심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강정의 시적 주체가 ‘입’을 섹슈얼리티하게 사용하여 ‘시뮬라크르 하기’인 시뮬라시옹하는 느낌으로 타자를 소유하는 것도, 인간은 시대를 주도하는 매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보드리야르가 맥루언의 영향을 받아 시뮬라시옹이라는 이론을 만들었듯이, 강정은 시적 주체들로 하여금 이전과 달라진 감각비를 사용하여 지금-이곳의 타자를 시뮬라시옹하고 있다. 너는 문을 닫고 키스한다/ 문은 작지만 문 안의 세상은 넓다/ 너의 문으로 들어간 나는 너의 심장을 만지고 내 혀가 닿은 문 안의 세상은 뱀의 노정처럼 굴곡진 그림들을 낳는다/ 내가 인류의 다음 체형에 대해 숙고하는 동안 비는 점점 푸른빛과 노란빛을 섞는다/ 나무들이 숨은 눈을 뜨는 장면은 오래전에 읽었던 동화가 현실화되는 순간이다/ 미래는 시간의 이동에 의한 게 아니라 시간의 소멸에 의한 잠정적 결론, 나의 문 안에서 나는 모든 사랑이 체험하는 종말의 예언을 저작한다/ 너는 내 혀에서 음악과 시의 법칙을 섭취하려 든다/ 나는 네게서 아름다운 유방의 원형과 심리적 근친상간의 전형성을 확인하려 든다/ 그러니까 이 키스는 약물중독과 무관한 고도의 유희와 엄밀성의 접촉이다 -‘키스(1)’ 부분 나는 문을 닫고 너의 몸을 받는다/ 내 안으로 들어온 너는 사뭇 여장부스러운 근골과 큰 키를 과시한다/ 뒷굽이 십 센티미터에 달하는 하이힐을 또박또박 디디며 혓바늘 사이를 배회한다/ 몸 밖으로 빠져나온 네 혀가 나라는 한 세상을 뒤집어 오랫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길몽과 흉몽 사이의 아득한 절대치의 추상화를 구상화한다/ 너는 무용에 어울리는 몸을 가졌다/ 그러나 나는 건축에 어울리는 몸을 가졌다/ 그리하여 너는 내 몸이라는 凶家에서 춤추는 무희가 된다/ 내 혀는 너의 동선을 따라하며 네 가족들의 불편한 심기를 박물화한다/ 이 키스는 한 아이가 태어나고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초현실적 리포트다 -‘키스(2)’ 부분 입은 너를 받아들이는 유일한 통로이다. 단단한 이를 사용하여 타자를 힘으로 소유할 수도, 부드럽고 달콤한 혀를 사용하여 타자를 시뮬라시옹하는 느낌으로 소유할 수도 있다. ‘너’는 주체가 되어 타자인 ‘나’를 소유하기 위한 의식인 ‘키스’를 실행한다. 외부의 문은 이 의식을 치르기 위해 닫혀 있지만, 너로 가는 내부의 문은 아주 넓게 열려 있다. 네 안의 세상에서 나와 너는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분간할 수 없는 “나는 너의 심장을 만지고 내 혀가 닿은 문 안의 세상은 뱀의 노정처럼 굴곡진 그림들”인 카오스의 세계를 경험한다. 우리는 모두 주체가 되어 “나무들이 숨은 눈을 뜨는 장면은 오래전에 읽었던 동화가 현실화되는 순간”인 것처럼 너를 지각하고 소유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를 보고 있는 순간 너도 나를 보고 있으며 우리 과거의 시간은 소멸해 간다. 이렇듯 달콤한 키스는 뼛속을 파고드는 이빨에 의한 강제적 소유의 확인이 아닌 스스로 충만해 오는 파토스로 서로에게 투사되어 나타나는 현실감을 제공한다. 그러니까 키스는 타자를 시뮬라시옹하는 느낌으로 이미지인 허상을 소유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그것(‘키스(1)’)은 입을 접촉하므로 생성되는 생존의 뜨거운 법칙이다. ‘너’에게만 뜨거운 법칙이 있는 것이 아니다. ‘나’도 세상의 주체인 대자 존재가 되어 세상의 “문을 닫고 너의 몸을” 받을 수 있다. 대상을 깊게 바라보며 몸과 정신을 하나로 통일하여 “하이힐을 또박또박 디디며 혓바늘 사이를 배회”하는 너를 내가 이룩해낸 견고한 프레임 안에 가두는 행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는 하나였던 아주 오래전의 공간으로 돌아가 “길몽과 흉몽 사이의 아득한 절대치의 추상화”를 구상화한다. 나와 너의 경계는 무너지고 무화되어 얽힌 혀로 세상의 맛을 음미하는 존재로 우리 둘은 거듭난다. 이를 통해 세상의 존재자는 세상에 존재하기 위해 튼튼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경계를 허문 자리에서 너는 “내 몸이라는 凶家에서 춤추는 무희가” 되고, 나는 “너의 동선을 따라 하며 네 가족의 불편한 심기를 박물화”하는 존재가 된다. 키스는 폭력으로 타자를 굴복시켜 만들어내는 일체가 아니라, 그것(‘키스(2)’)은 “한 아이가 태어나고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초현실적 리포트”인 느낌의 시뮬라시옹인 것이다. 실제로 타자에 대한 소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부드럽게 열려 있는 교감 속에서 정신적인 소유가 일어났음을 느낀다. 보드리야르식으로 말한다면 현실은 키스라는 이미지에 의해서 지배받게 된다. 나와 너는 이미지를 통해 “인생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탕진”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을 것이므로. 하늘에서 번쩍 갈라진 번개의 크기는 원근법과 아무 상관없다 내가 본 그대로의 모습과 크기로 지구의 틈이 벌어진다 또 이가 가렵다 최초거나 최후거나 나는 분명 처음과 끝을 한 번의 포효로 발설하는 인류의 조상을 임신한 것이다 번개가 빠져나간 항문, 내 턱이 지구의 문지방에서 깊게, 출혈 중이다 -‘번개를 깨물고’ 부분 시적 주체는 하늘에서 번쩍 갈라지는 번개가 너무 크고 강렬해 원근법과는 아무 상관없다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 자신이 본 그대로의 모습과 크기로 지구의 틈이 벌어지는 놀라운 자연현상을 보게 된다. 이는 주체가 상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이때 시적 주체의 이가 가렵다. ‘나’는 번쩍 갈라진 번개를 보고 있었을 뿐인데, “또 이가 가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정신적 유전자 속에 잠재된 소유욕이 타자를 받아들이는 통로의 근육을 움직이게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도끼날처럼 강인한 ‘이’로 번개를 깨물고 저작하고자 하는 불가해성의 소유욕이 ‘나’를 흥분하게 한다. 시적 주체가 번개를 자기 몸속으로 받아들이며 “나는 분명 처음과 끝을 한 번의 포효로 발설하는 인류의 조상을 임신한 것이다”라고 한 진술은 한순간 우리를 지배한 시뮬라크르다. ‘나’는 그렇게 이미지에 지배당하여 “번개가 빠져나간 항문”을 감각적으로 인식하고 번개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상처입은 “내 턱”을 보고 있다.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선 그녀의 일부를 내 안에 결박해야 한다 만 명의 남자가 입을 댔던 그녀 유방 앞에서 만 명 중의 하나가 되는 일은 만 명의 그녀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일 그녀라는 허구의 몸통 안에서 온몸을 친친 감고 나는 그녀의 바깥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녀라는 커다란 숨구멍, 혹은 시선의 감옥’ 부분 여자는 입술을 핥던 혀로 내 얼굴을 핥았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가 심장에 넘쳐흘렀다 여자는 일그러진 내 얼굴을 향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시간이라는 평상에 톡톡 금이 가고 있었다 발라낸 고등어 뼈를 냄새 맡던 고양이와 고등어 냄새를 물씬 풍기는 내가 한 프레임 안에서 여자의 밥이 되었다 -‘고등어 연인’ 부분 첫 번째 시에서는 그녀를 사랑하기 위한 ‘나’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소중한 것은 ‘내’가 그녀를 소유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것은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선 다른 무수한 타자와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그녀’는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닌 상태에 있다. 그녀는 내 앞에 있는 즉자 존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의식을 가지고 있는 대자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녀를 ‘내’가 소유하기 위해선 무수한 경쟁자를 물리친 뒤에, 그녀로 하여금 스스로 모호성에서 벗어나 열정적으로 나를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그녀를 소유하기 위해선 “만 명의 남자가 입을 댔던 그녀 유방 앞에서/만 명 중의 하나가 되는 일”에 두려움을 가져선 안 된다. 그녀에게 있어서 ‘나’는 만 명 중의 한 명일 뿐이고, 나는 그녀의 몸 위에서 태어나는 만 명의 남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숙명적인 존재다. 그녀의 커다란 숨구멍 안에서 내 혀가 가장 부드럽고 달콤하다는 것을 입증시키는 데 실패한다면, 온몸을 친친 감고 있던 내 혀는 그녀에 의해 몸 밖으로 던져지고 말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그녀의 혀에 남아 있던 약간의 침방울을 그리워하며 되새김질하다가 아포리아 속에서 새로운 길을 만드는 데 열중할지 모른다. 그녀라는 허구의 몸통 안을 그리워하며. 그녀가 ‘나’를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반응은 두 번째로 인용한 시에 나타난다. 서로에게 영원한 미지의 소유물로 남을 것 같은 순간, “여자는 입술을 핥던 혀로 내 얼굴을 핥”는 것으로 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너와 내가 껴안은 틈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햇빛이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가 심장에 넘쳐” 흐르는 순간을 클로즈업시키고 있다. 이때 시각적으로 잡히는 지구 밖의 모든 미장센은 심장박동 소리로 대체되었다. 이제 고등어 냄새를 물씬 풍기는 내가 “한 프레임” 안에서 “여자의 밥”이 되어 다시 태어난다. 결과적으로 ‘여자’의 웃는 모습은 소유로써 완벽해지는 인간의 진정한 삶이다. 이는 타자를 소유하는 데 있어서 ‘힘’에 의한 폭력이 아닌 ‘혀’의 달콤함으로도 얼마든지 상대 속에 잠입하여 소유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힘을 사용한다면 한순간에 끝낼 수 있지만, 입속의 ‘이’가 아닌 ‘혀’를 사용한다면 서로가 마주한 밥상처럼 행복해질 수 있다. 이처럼 강정의 ‘키스’는 소유하고자 하는 대상을 달콤한 욕구로 이미지화한다. 그것은 주체와 객체가 바뀌어 전개될 수 있는 역동적인 의식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세상의 존재자는 유전자 속에 잠재되어 꿈틀대는 자기 안의 소유욕에 대한 내밀한 외침을 들을 것이며, 소유의 과정은 키스로 시작되어 시뮬라크르인 키스로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4 소유 이후, 주(객)체들 세상의 주체인 ‘나’는 오랫동안 격정적인 파토스로 활동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하며, 세상에 널려 있는 객체인 ‘너’와 하나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다. 밀착의 행위를 통해 ‘너’를 ‘나’로 동일시하고 죄를 짓고, 몸을 탐하고, 참회하고, 때로는 마음의 평화를 약속하는 동의를 얻어낸다. ‘나’는 밀착 행위가 미치는 객체인 ‘너’를 찾아 세상 속에서 수없이 많은 ‘너’를 소유하고, 그때마다 나와 너는 암수 구별이 없는 생물처럼 접합되는 바람에 애증의 희로애락을 경험한다. 김선우의 경우, 소유가 중요한 것은 소유하는 방식 또는 행위라는 결과가 진정한 자신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서다. 나와 너의 거리를 최대한 좁히기 위해 ‘나’는 입을 벌려 살 내음 가득한 너를 내 몸속으로 받아들여 하나가 되는 행위를 한다. 그때, 강력한 흡입력을 갖고 있는 입은 너를 온전한 나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하게 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김선우 시의 주체는 객체인 ‘너’ 앞에서 촉각적 감각에 의지해 피리와 노래를 부른다. 식사하는 순간은 아이온의 공간과 시간이 ‘나’에게 열려 있었으므로, 타자의 괴로운 표정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처럼 대상과의 합일을 추구한 주체는 내 행위의 대상인 객체에게 입을 드러내는 것으로 소유의 과정을 정당화한다. 그러므로 김선우 시의 주체에게 소유 행위는 대상과의 합일을 위한 호모루덴스적인 놀이다. 하지만 강정의 경우는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로 객체인 ‘너’를 ‘나’로 동일시하는 호모루덴스적인 놀이를 포기하고, 객체를 시뮬라시옹하는 정신적 소유를 지향한다. 이런 소유의 행위도 ‘소유’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이미지 생산으로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소유의 방식이 된다. 직접적인 소유로 인한 포만감보다는 새로운 감각비로 대상을 달콤하게 시뮬라시옹함으로써 객체인 ‘너’를 ‘나’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현실 속에 드러난다. 대상을 소유하기 위해 객체를 낱낱이 분해하고 동일시하는 것보다는 문을 닫고 키스하는 섹슈얼리티한 행위로 소유를 실재화한 것이므로 강정이 소유하는 방식은 쾌락적이다. 이렇게 탄생한 주체는 타자를 소유하는 각기 다른 방식대로 접합된 상태에서 소멸의 법칙을 견딘다. 바라보는 대상인 객체를 대상과의 합일로 소유했거나, 아니면 쾌락적으로 소유했거나 모두 동일하게 주체와 객체는 존재의 흔적을 지우는 과정을 밟는다. 존재자의 위치에 따라 빠르고, 느리고, 돌발적이고, 순간적으로 다양한 몸짓을 하며 소멸한다. 마음을 찌르는 푼크툼(punctum)을 통해서 아주 완벽하게.
  •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동물 인식이 동물들에 미치는 영향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동물 인식이 동물들에 미치는 영향

    야생동물들은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서 대부분 책이나 영화로 만난다. 동화엔 사람보다 많은 동물이 등장한다. 동물들은 사람처럼 이야기하고 웃기도 하며, 친구가 되어 세상을 함께 여행한다. 무서운 악당도 된다. 동물에 대한 사람의 인식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아이들은 동화 덕분인지 동물을 친숙하게 여긴다. 하지만 친숙한 듯한 동물들이 실제론 다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곰돌이 푸’ 인형을 받고 한껏 들떴던 아이가 실물을 보고 그렇게 귀엽지 않다는 걸 깨닫고 동물원 곰 앞에서 울기도 한다. 테디베어의 모델 ‘불곰’은 시속 56~64㎞까지 달릴 수 있고 큰 발톱으로 사냥감을 공격해 죽이기도 한다. 사람과 맞닥뜨리면 매우 위험하지만 곰이 친근하다고 여기긴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을 무서워하지 않고 다가오면 과자며 사탕이며 먹을거리를 줬기 때문에 곰들은 썩은 이빨로 돌아와야 했다. 그래서 종복원센터의 산길 안내 현수막에 그려진 곰은 귀엽지 않다. 사람들에게 ‘곰돌이’로 비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무섭고 나쁜 동물이라는 누명을 쓴 동물도 있다. 하이에나는 만화영화 ‘라이언킹’에서 주인공 사자를 괴롭혀 아이들의 미움을 샀다. 다른 동물이 사냥한 먹이를 하이에나가 빼앗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자가 먹이 곁으로 오면 떠나거나 30~100m쯤 떨어져 기다렸다가 남은 먹이를 먹는다. 줄무늬하이에나는 아프리카, 아시아, 유럽 일부에 살며 사바나처럼 빽빽한 풀 속에 숨기 위해 털에 줄무늬를 가졌다. 얼룩무늬하이에나는 아프리카에 살고 털에 점을 지녔다. 동물원에 오면 줄무늬하이에나가 자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게을러서가 아니라 야행성이기 때문이다. 낮엔 굴에 숨어 지낸다. 식사 시간을 늘리려고 동물행동풍부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쇠사슬에 뼈를 매달아 주면, 강력한 이빨로 뼈를 떼어 야생에서처럼 특정 장소로 들어가 먹는다. 라이언킹에서 얼룩무늬하이에나 한 마리의 지능이 좀 낮게 그려지긴 했지만 매우 똑똑하다. 사회적 행동과 관련 있는 전두엽 피질이 발달했다. 협동적인 문제 해결 능력은 침팬지를 앞선다는 연구도 있다. 먹이를 얻기 위해 두 마리가 함께 밧줄을 끌어야 하는 실험에서 훈련 없이도 과제를 풀었고, 다른 동료에게 가르쳐 주기도 했다. 먹잇감마다 다른 사냥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70만년 전 인류의 유적 근처엔 하이에나의 배설물과 뼈가 있다. 인류가 하이에나와 경쟁하며 살았다는 증거다. 늑대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줄어들었다. 늑대는 이솝우화에서 양을 훔쳐 가는 나쁜 동물의 역할을 도맡고 있다. 음흉한 남자를 ‘늑대’라고도 한다. 서구에서는 17~19세기 늑대의 수가 크게 줄었는데 예전부터 늑대에 관한 종말론적 신화나 전설이 많았다. 일본 ‘아이누 설화’는 인간과 흰 털을 가진 늑대가 소수민족인 아이누족의 조상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만화영화 ‘원령공주’에서 다뤄졌다. 1970년대 이후 야생에서 발견되지 않는 우리나라 늑대는 호랑이와 똑같이 큰 동물을 먹이로 하기 때문에 숲 속의 호랑이와 달리 숲 가장자리에 산다. 사람들이 숲의 가장자리에 터를 잡으며 점차 야생동물들과 마주치게 됐는데, 특히 자신의 가축을 죽이는 늑대를 싫어하기에 이르렀다. 요즘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 고라니 등에 대한 농민들의 인식과 맞물린다. 오창영(1928~2013) 초대 서울동물원장의 ‘오창영 동물기’에 1960년 봄, 새끼 늑대가 경북 영주에서 창경원으로 들어오게 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1964~1967년 영주에서 온 다섯 마리의 늑대가 창경원에 있었고, 이들의 후손 한 마리가 1996년까지 살았다고 한다. 현재 서울대공원의 늑대는 말승냥이로도 불리는데, 이는 북한 말로 똑같은 ‘늑대’다. 멸종 위기의 한국 늑대를 복원하려고 2005년 북한 평양동물원에서 한 쌍을 들여왔다. 이들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늑대나 하이에나와 달리 아이들에게 좀 더 친숙한 동물이라면 만화영화 ‘쿵푸팬더’나 ‘뽀로로’의 주인공을 꼽을 수 있다. 쿵푸팬더의 판다나 뽀로로의 펭귄은 매우 유명해 잘 알지만, 쿵푸팬더 ‘포’에게 무술을 전수하는 ‘시푸 사부’나 뽀로로의 친구 ‘에디’는 어떤 동물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관람객에게 시푸 사부가 ‘레서판다’, 에디는 ‘사막여우’라고 알려 주면 그 동물을 더욱 친숙하게 느낀다. 레서판다는 세계적인 멸종 위기종이며, 서울대공원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 1위로 뽑힐 만큼 귀여운 외모를 자랑한다. 만화영화에서는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사부님이지만 실제론 굉장한 동안(童顔)이다. 야생에서는 8~10년을 산다. 판다는 네팔어로 ‘대나무를 먹는다’는 뜻이다. 레서판다도 대나무를 먹지만 곰과가 아니라 레서판다과다. 뽀로로에 나오는 에디는 큰 귀를 가진 사막여우다. 더운 사막에 살아 열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 귀가 크다. 발에 털이 많아 모래에 빠지지 않고 잘 걷는다. 서울동물원 사막여우는 정확히 말해 ‘페넥여우’다. ‘페넥’은 아랍어로 ‘여우’다. 페넥여우는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으로 허가를 받아야 반입할 수 있어서 동물원에만 있다. 다른 사막여우는 CITES에 속하지 않아 반려동물로 인기를 끈다. 동물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미디어에 나오는 동물 이미지는 왜곡되고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오랑우탄은 해마다 숱하게 ‘애완용’으로 밀렵된다. 타이완에선 1986년 텔레비전 쇼에서 오랑우탄을 ‘이상적인 친구’로 소개한 뒤 큰 문제를 낳았다. 다 자란 오랑우탄은 워낙 강한 힘 때문에 통제하기 힘들어 주로 한 살 미만의 오랑우탄이 야생에서 사라졌으며, 크면 철창 안에 갇히게 됐다. 야생동물을 소유하려는 욕심과 동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 준 미디어 탓이다. 우리는 텔레비전 속 동물들의 모습을 보고 즐거움과 위안을 느낀다. 인간 이외에 다른 생명체가 있다는 게 우리를 안심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생명체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그저 마음에 안 들어서, 왠지 기분 나빠서 지나가던 고양이를 때리기도 하고 동물원의 동물을 괴롭히기도 한다. ‘알면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동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면, 이 세상의 동물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새해엔 내 방식대로의 사랑이 아닌, 그 대상 자체를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enrichment@seoul.go.kr
  • 실탄에 참배까지… 정부 ‘판단 미스’

    실탄에 참배까지… 정부 ‘판단 미스’

    정부의 당혹감이 깊어지고 있다. 유엔평화유지군 일원으로 남수단에 파병된 한빛부대가 지난 23일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을 통해 일본 자위대로부터 실탄 1만발을 빌리는 과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전격 참배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한·일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위대의 실탄 지원을 적극 홍보(?)한 배경과 ‘적극적 평화주의’로 포장된 집단적 자위권 강화 행보, 신사참배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정부가 실탄 지원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데 대해 공식대응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사람 간에도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다 할 수 없는 것인데 국가 간에도 예가 있고 도가 있는 것”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휘발성 강한 이번 사안을 놓고 정부의 정무적·전략적 판단이 부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혈사태가 확산일로인 상황에서 한빛부대장(고동준 대령)이 예비탄약 확보를 위해 UNMISS에 실탄 지원을 요청한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현장지휘관은 정무적 판단을 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해서도 안 된다. 문제는 상대가 일본이란 보고를 받고도 외교적인 파장까지 감안해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할 합동참모본부(합참)와 국방부가 선뜻 승인을 했다는 점이다. 일본의 ‘무기 수출 3원칙’ 파기 가능성과 집단적 자위권 강화에 빌미를 제공할 우려 등을 고심한 흔적은 엿볼 수 없었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추구하면서 앞세운 논리가 평화유지활동(PKO) 도중 우방이 위험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대목이었는데 졸지에 우리가 사실상 첫 케이스가 돼 버렸다. 더군다나 23일 일본 정부의 지원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NHK를 통해 ‘한국군에 실탄 지원’ 보도가 나가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될 조짐이 있었는데도 정부의 대응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자위대의 실탄 지원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당시 밀실추진 논란 끝에 중단된 한·일 정보보호협정과 한·일 상호군수지원협정 문제도 다시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 정부 차원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했다는 목소리가 설득력 있게 들린다. 한편 한빛부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주둔지인 UNMISS 기지에 120㎜ 박격포탄 두 발이 떨어진 이후 현재까지 특이 동향은 없다고 합참이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유엔 기지 외곽의 교전 상황은 더는 없고 총성이나 포성도 들리지 않는다”면서 “한빛부대는 격상된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경기 中企 육성자금 대출금리 ‘꿈의 1%’ 되나

    경기도가 전국 처음으로 중소기업육성자금을 완전경쟁체제로 전환하면서 현행 5%에 달하는 대출금리가 최대 1%대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도는 16일 11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육성자금 대출금리를 경기도중소기업육성자금서비스(g-money.gg.go.kr)를 통해 고시했다. 중소기업육성자금 대출은 지금까지 한 은행이 독점 운영했는데 시중금리보다 높아 융자 실적이 2011년 1조 1011억원, 지난해 8880억원, 올해 들어 10월까지 7417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도는 이에 따라 11개 은행에 대한 경쟁체제를 도입하기로 하고 은행별로 ‘최고금리’(신용이 낮은 기업에도 대출할 수 있는 가장 비싼 금리)를 제출받았다. 그 결과 사회적 기업 자금의 경우 가장 낮은 최고금리가 4.65%로, 현재 운용 중인 금리 5.22%보다 0.57% 포인트 내려갔고 소상공인자금은 4.69%로 현재 6.00%보다 1.31% 포인트 하락했다. 강희진 도 기업지원1과장은 “도가 중소기업육성자금 이자보전금 1~2.5%를 지원하므로 기업은 2~3%대 금리만 부담하면 된다. 신용이 좋은 기업은 추가로 이자 할인을 더 받으므로 기대했던 1%대 꿈의 금리 실현이 가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연간 1조원의 도 중기자금을 이용하는 기업은 유리한 금리를 제시한 은행을 골라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농협과 단독으로 정한 협약금리로 대출이 이뤄졌다. 도와 농협이 맺은 협약금리는 5월 운전자금 부동산 담보의 경우 6.74%로, 외환은행에서 제시한 금리 4.91%와 비교해 1.83%나 높았다. 앞으로 금리는 매월 1일을 기준으로 은행이 변경한 내용으로 고시된다. 도는 실제로 기업이 이용한 금리도 취합해 내년 2월 15일 도 홈페이지에 게시할 예정이다. 황성태 도 경제투자실장은 “첫 번째 고시 금리라 각 은행 방식대로 정한 이자이기 때문에 격차가 크지만 금리가 공개되면 다음 달에는 이자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도만 잘 이용하면 필요한 자금을 1%대 금리로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허탈 우즈

    허탈 우즈

    ‘1m짜리 퍼트에 날아간 100만달러.’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가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사우전드오크스의 셔우드골프장(파72)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이벤트 대회인 노스웨스턴 뮤추얼 월드골프 챌린지 연장홀에서 1m짜리 퍼트를 놓치는 바람에 준우승에 그쳤다. 2타 앞선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했지만 4타를 줄이며 맹추격전을 펼친 잭 존슨(미국)에게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로 동타를 허용한 뒤 연장 첫 홀 짧은 파퍼트가 홀을 훑고 나왔다. 2001년 대회를 시작으로 2004년, 2006~2007년, 2011년에 이어 대회 여섯 번째 정상도 물거품이 됐다. 우즈는 지난 2010년에도 그레이엄 맥도웰(북아일랜드)과 치른 연장 첫 홀에서 패해 준우승에 머문 적이 있다. 우즈의 공식 PGA 투어 대회 통산 연장 기록은 11승 1패, 해외 투어와 비공식대회를 포함해도 그동안 16승 4패의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해 왔다. 공식대회 유일한 연장 패배는 1998년 닛산오픈에서 빌리 메이페어(47·미국)에게 우승을 내준 게 유일하다. 존슨은 2011년 이 대회 마지막 날 선두를 달리다 역전패, 우즈에게 우승컵을 내줬던 아픔을 되갚으며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0억 6000만원)를 챙겼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출퇴근길 스마트 기기로 음악 듣고 웹서핑하는 당신 데이터 용량은 알고 쓰십니까

    출퇴근길 스마트 기기로 음악 듣고 웹서핑하는 당신 데이터 용량은 알고 쓰십니까

    ‘스마트 기기 중독’ 논란은 여전하지만 지루한 출퇴근길이나 여가 시간에 스마트 기기로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보고, 또 웹서핑을 즐기는 일은 상당수 사람들에겐 생활의 일부가 됐다. 최근에는 이동통신사들이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트(LTE-A), 광대역LTE 같은 보다 빠른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데이터 통신 환경은 더 쾌적해졌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빠른 속도에 편하게 쓰고 있는 각종 모바일 서비스들은 대체 데이터 용량을 얼마나 잡아먹는 걸까. 앞서 KT의 ‘2배 혜택’에 이어 최근 SK텔레콤(SKT)도 저가 요금제 데이터 제공량을 늘렸지만 덮어놓고 이를 마구 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서비스별 데이터 사용량을 정리해봤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단 사용량이 가장 큰 서비스는 동영상이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1시간 분량 드라마를 보면 저화질(SD) 영상은 400~450MB가, 고화질(HD)은 그 2배인 800~900MB 데이터가 소모된다. 2시간 분량의 영화 한편을 고화질로 본다고 하면 1.6~1.8GB가 소모되는 셈이다. 데이터 용량 5GB를 기본 제공하는 6만원대 요금제를 쓴다고 해도 한달에 고화질 영화 3편이면 데이터가 바닥난다. 이 때문에 이통사들은 고객들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동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특화된 별도 요금제를 두고 있다. SKT는 월 9000원만 내면 하루 2GB씩 월 최대 62GB까지 쓸 수 있는 ‘T모바일라이프팩’을 지난 9월 내놨다. LG유플러스도 이와 비슷한 ‘100% LTE 데이터팩’이 있다. 사실 동영상 서비스는 화질과 길이가 같더라도 인코딩 방식, 파일 압축률에 따라 데이터 사용량이 조금씩 다르다. 때문에 어떤 곳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느냐에 따라 같은 콘텐츠도 데이터 사용량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3분짜리 뮤직비디오를 본다고 하면 유튜브에서는 저화질이 3MB가량, T스토어에서는 저화질이 10MB가량, 고화질은 20MB가량이 소모된다. 다음TV팟에서는 저화질 영상이 1분당 6~7MB가량 데이터 용량을 잡아먹는다. 음악 스트리밍 역시 품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분가량 노래 1곡이 5MB 내외 데이터 용량을 소모한다. 출퇴근길 1시간 동안 노래 20곡을 듣는다고 하면 100MB가량을 쓰는 셈이다. 지루한 일상에 활력소가 돼 주는 웹툰은 어떨까. 네이버에 따르면 웹툰 역시 분량에 따라 데이터 소모량이 좌우된다. 인기 웹툰인 조석의 ‘마음의 소리’ 같은 경우 1회 4MB 정도다. 모바일 환경으로 접속한 네이버 메인 화면은 어떨까. 네이버 관계자는 “메인 화면 데이터 소모량은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데이터 사용량 측정기로 측정해본 결과 네이버 메인 화면은 500KB정도가 소모됐다. 동영상 등에 비교하면 텍스트의 데이터 소모량은 미미하다. 컴퓨터 기초 상식대로 한글 1음절은 2Byte다. 그러나 하루 수십, 수백개씩 주고받으며 각종 이모티콘까지 더해진 모바일 메신저라면 얘기가 다르다. 많이 쓰는 카카오톡의 경우 ‘카톡’ 100개를 주고받으면 약 1MB가 소진된다.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주고받을 경우는 사진 화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개에 4MB가량이 든다. 또 지도로 위치 검색을 할 때도 데이터가 소모되는데 구글 지도로 5회 정도 위치를 검색하면 약 2MB 데이터 용량이 소모된다. 최근 모바일 통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데이터 사용량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2세대(2G), 3세대(3G), LTE, 와이브로 등을 모두 합친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8만 3469TB(테라바이트·GB의 1024배)로 전월 대비 4.7%가 늘었다. 또 이통사들이 초고화질(UHD) 영상 서비스, 원음에 가까운 고품질 음원(HQS) 서비스 등 고용량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데이터 사용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모바일로 콘텐츠를 이용할 때 데이터 용량을 얼마나 소모하는지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다운로드 받는 콘텐츠뿐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에도 소모 데이터량을 명시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소비자가 요금제에 맞춰 콘텐츠를 소비하고 또 수시로 ‘모바일 고객센터’에 접속해 남은 데이터 제공량을 체크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모바일 고객센터 접속시에는 데이터 요금이 부과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최지우 “제 별명이자 한계 ‘멜로의 여왕’ 이젠 넘어섰어요”

    최지우 “제 별명이자 한계 ‘멜로의 여왕’ 이젠 넘어섰어요”

    “이제 ‘멜로의 여왕’이라는 한계를 깬 듯한 느낌이에요. 앞으로 한 가지에 국한되지 않고 새로운 캐릭터에 꾸준히 도전하고 싶어요.” 최근 종영한 SBS 월화 드라마 ‘수상한 가정부’로 연기 변신에 도전한 최지우(38).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숱한 작품에서 ‘눈물의 여왕’으로 멜로의 중심에 서 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무표정한 미스터리 가정부 박복녀 역을 맡아 새로운 연기 전환점을 맞았다. 3일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드라마를 끝낸 소감부터 물었다. “복녀는 철저하게 캐릭터로 승부해야 했기 때문에 참 힘들었어요. 대사도 거의 없는 데다 눈빛 연기가 대부분이었죠. 심하게 무표정하다 보니 심통 나고 화난 사람같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중저음의 말투가 편하고 익숙해지면서 초반의 들뜬 목소리가 잡히기 시작하더군요.”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은 드라마 ‘가정부 미타’를 리메이크한 이번 작품에서 그는 상처 입은 한 가정을 해부한 뒤 회복시키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특히 회색 패딩점퍼를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표정도 없이 ‘네, 그것은 명령입니까’의 단답형 대답만 하는 최지우의 연기는 큰 화제를 모았다. “예전에는 잘 울고 또 주로 내면을 표출하는 캐릭터였지만 이번엔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다 나중에 터뜨려야 했죠. 물론 여배우로서 손해 보는 점도 많았어요. 늘 모자를 쓰고 있어서 조명이 제대로 닿지 않는 데다 심지어 눈이 퀭해 보이기도 했어요. 삼복더위 때부터 패딩점퍼 네다섯벌을 입고 촬영을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모자를 쓰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더라고요.” 원작 드라마를 보고 가슴에 파고드는 메시지와 가슴 아픈 과거를 지닌 복녀의 캐릭터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는 최지우. 그는 “일본 원작의 주인공 미타보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박복녀를 저만의 방식대로 살리고 싶었다”면서 “특히 후반부에 해결과의 장면에서 모성애가 있고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려 애썼다”고 말했다. ‘지우히메’라는 별명으로 올해 10년을 맞은 일본 내 한류를 촉발시킨 주인공인 그는 사실 국내 활동은 다소 주춤했다. 혹시 ‘한류스타’라는 명예가 굴레로 작용한 것은 아닐까. “어느 순간 한류스타로서의 입지를 내려놓고 자유로워졌어요. 그런 수식어에 발목이 잡힌다면 그건 교만이죠. 제가 와 닿지 않는 연기를 해서 평가가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한류 배우들이 그렇지만 저도 우리나라에서 먼저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이 컸고, 선택에 신중하다 보니 공백이 길어졌어요. 그런데 공백이 너무 커지면 저도 보시는 분들도 적응하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꾸준히 제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느라 국내 활동이 뜸한 사이 주변에서 연기를 그만뒀냐는 이야기까지 들었다는 그는 “모든 여배우가 언제까지나 꽃이기를 바라지만 선배 연기자들을 보면서 세월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받아들이고 내려놓으려 애쓴다”며 “앞으로 겁내거나 움츠리지 않고 다양하게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후 수많은 후배 한류스타가 나와도 꾸준히 응원해 주는 한류팬들이 고맙다는 최지우. 이제 후배들을 챙기는 맏언니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는 그에게 결혼 계획을 묻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웃는다. “저는 독신주의자는 아니에요. 아이도 좋아하고요. 하지만 결혼에 안달하거나 조바심 내지 않고 현재를 즐기고 싶어요.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거잖아요. 물론 눈가에 주름은 생기겠지만 그 나이에 어울리는 연기로 대중과 소통하는 배우로 거듭나고 싶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내년부터 모르는 계좌로는 소액이체만 허용

    이용 실적이 더딘 입금계좌지정제가 내년 중 일부 개선돼 미리 지정하지 않은 계좌로는 소액 이체만 허용될 방침이다. 해킹에 이용된 증권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계좌도 지급이 정지된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3일 이런 내용의 신·변종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최근 메모리 해킹 등 날로 다양해지는 금융사기에 기존 대책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정된 계좌로만 이체할 수 있는 입금계좌지정제는 은행권에서 시행 중이지만 금융거래가 다소 불편해 10만여명만 가입한 상태다. 정부는 새로운 입금계좌지정제를 내년에 도입해 지정계좌는 기존 방식대로 거래하고 미지정계좌는 소액이체만 허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사기 피해는 주로 피해자가 이체한 적이 없는 대포통장으로 이체된다”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해킹은 현행법상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아 은행권에 대해서만 금융감독원의 지도에 따라 지급정지가 이뤄졌다. 금감원은 2금융권에 대해서도 행정지도 등을 통해 지급정지를 요청할 예정이며 금융권 전반의 지급정지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이달부터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스미싱(문자메시지사기) 의심 문자를 분석해 악성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등이 발견될 경우 이동통신사에 악성 앱 다운로드 서버 차단을 요청하게 된다. 돌잔치, 청첩장 사칭 문자 등 개인의 전화번호를 도용해 인터넷으로 대량 문자를 발송하는 금융사기를 막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현재 공공·금융기관에만 번호도용 차단 서비스가 시행되지만 앞으로는 개인과 기업도 ‘번호도용 피싱 문자 차단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휴대전화 소액 결제 시 개인인증단계를 추가해 결제 금액 및 자동결제 여부 등을 명확히 알리는 표준결제창 적용도 의무화된다. 또 인터넷뱅킹 시 보안프로그램의 메모리 해킹 방지 기능을 보완해 거래정보 변경이 의심되는 경우 추가 인증을 하도록 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완도 청산도·부산 남형제섬 등 해양보호구역 지정

    해양수산부는 전남 완도군 청산도 주변 해역과 부산 사하구 다대동 남형제섬 및 나무섬 주변 해역 등 3곳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한다고 28일 밝혔다. 청산도는 원시적 자연 생태와 경관이 우수한 섬으로 2007년 12월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인증됐다. 해안에는 할미꽃, 회양목 등 10종의 한국 특산 식물이 자생하고 바다에는 해양 화석종인 세로줄조개사돈과 보호 대상 해양생물인 둔한진총산호가 서식한다. 다대포에서 남쪽으로 약 19㎞ 떨어진 남형제섬은 가파른 암벽으로 이뤄진 해안과 부산 인근 해역에서는 유일한 아열대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수중에는 다양한 산호류와 해면류가 서식하고 대황, 감태 등 해조 군락이 발달했다. 나무섬은 다대포에서 남쪽으로 4.8㎞ 떨어진 무인도로 원시적 자연 경관과 뚜렷한 주상절리가 형성돼 있다. 파도가 침식한 해식동, 파식대, 해안단구 등이 발달했으며 주변 해역은 온대성 해역의 특징을 보인다. 해양보호구역은 해양 생태계, 해양 경관 등을 필요에 따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해역을 뜻하며 추가 지정한 3곳을 포함해 모두 21곳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해수부는 새로 지정된 해양보호구역 주변 해역의 생물 서식지 및 자원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보호해양생물종 및 어업 자원의 서식처 보전을 위한 관리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새로 지정한 해양보호구역 담당 지자체와 지역 주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자율형 해양보호구역 관리협의회를 운영해 보호구역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양성평등진흥원 황당한 호화 회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원장 문숙경)이 특급호텔에서 이사회 회의를 열면서 1인당 20만∼30만원짜리 식사를 하는 등 혈세를 낭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박완주 민주당 의원이 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이사회 진행비용 및 개최 장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6년부터 최근까지 32번의 이사회 회의 중 28번을 서울시내 특급호텔에서 열었다. 진흥원에서 열린 것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나머지 세 차례 중 두 차례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고, 한 번은 서면으로 대체됐다. 특급호텔에서 개최된 이사회 회의 비용은 모두 4900만원으로 이 가운데 2550만원은 회의 수당(이사 1인당 10만∼15만원)으로 지급됐고 나머지는 식비 등으로 지출했다. 특히 지난 7월 2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이사회 회의에는 5명의 이사가 참여해 식비 등으로 161만원을 사용했다. 이사 1인당 30만원이 넘는 식사를 한 셈이다. 지난 8월 14일에도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이사 10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사회 회의를 열어 밥값으로만 275만원을 지불했다. 박 의원은 “회의 장소가 마땅치 않아 특급호텔에서 열 수밖에 없었다는 답변은 궁색하기 그지없다”면서 “황당한 이사회 회의 비용을 줄여 양성평등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효섭 기자 newworld@seoul.co.kr
  • 휴게소 밥그릇까지 간섭하는 도로공사

    휴게소 밥그릇까지 간섭하는 도로공사

    한국도로공사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그동안 영업 마케팅 차원에서 버스 기사에게 무료로 제공하던 식사를 유료로 바꾸도록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도로공사는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기조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지만 ‘집주인이 세입자의 영업 행위까지 간섭한다’며 도로공사의 오지랖 넓은 행보를 지적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버스 기사들은 “도로공사의 일방적인 횡포에 실질 임금이 하락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6일 도로공사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5월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업체에 ‘휴게소 비노출 식대 매출 양성화 방안 공문’을 보내 기사들의 무료 식사 관행에 제동을 걸고 식대를 휴게소 매출에 포함시켜 그에 따른 세금을 내라고 통보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승무원 식당 등을 운영하며 고속버스와 관광버스 기사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 왔다. 경부고속도로의 휴게소 운영 업체 관계자는 “기사들이 어느 휴게소에서 정차하느냐에 따라 승객 30~40명이 휴게소 매출을 올리는 고객이 되기 때문에 기사 유치 전략으로 무료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던 것이 관행으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각 휴게소는 도로공사의 지시로 지난 7월 1일자로 기사들에게 밥값을 받기 시작했다. 중부고속도로 상행선의 한 휴게소에서는 ‘그동안 일부 휴게소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식사를 무료로 제공해 왔으나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 시행과 함께 부득이하게 유료화한다’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이 휴게소 관계자는 “도로공사는 돈을 받으라고 하고 기사들은 불만을 제기하니 중간에 낀 우리만 난감한 상황”이라면서 “원가 수준인 2500원으로 식대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 끼에 부가세 250원의 세수가 확보될 전망이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버스 기사들의 밥값 비용으로 연간 65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승무원 식당 유료화 정책에 대해 휴게소 운영 업체와 버스 기사들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비판한다. 휴게소 운영 업체 관계자는 “수익을 올리기 위한 영업 행위까지 제재를 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도로공사가 휴게소 평가와 재계약 업무를 맡고 있어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충남 정안 등 일부 휴게소에서는 마케팅 차원에서 여전히 밥값을 받지 않고 있다. 버스 기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H관광버스회사에서 ‘지입차량’(대여버스)을 운전하는 기사 최용만(48)씨는 “운임을 받아서 기름값 하고 소개비 떼 주고 나면 남는 돈이 몇 푼 안 된다”면서 “관광버스는 노선도 일정치 않아 이젠 값싼 밥집을 찾는 게 일이 됐다”고 씁쓸해했다. 18년 경력의 고속버스 기사 이모(51)씨는 “승무원 식당의 식사 제공은 일종의 판촉 행위인데 도로공사가 휴게소 홍보를 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꼴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는 “휴게소 회계를 투명하게 해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어 “휴게소 간 과열 경쟁을 막고 매출 부문을 비용으로 처리해 결국 그 부담이 손님들에게 전가됐다”면서 “이번 기회에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입맛 돋우는 먹방, 화만 돋우는 먹방

    2013 방송계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바로 ‘먹방’(먹는 방송)이다. 처음에 재미로 한두 번 했던 ‘먹방’은 어느새 방송 전반을 관통하는 대세가 됐다. 요즘 예능은 ‘먹방’을 빼놓고는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일명 ‘군대리아’를 유행시킨 MBC ‘진짜 사나이’를 비롯해 데프콘 등 혼자 사는 남자들의 먹방이 이슈가 된 ‘나 혼자 산다’, 야간 매점으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KBS ‘해피투게더’, 오지에서의 일명 ‘야생 먹방’이 빠지지 않는 SBS ‘정글의 법칙’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다소 일차원적인 콘셉트의 ‘먹방’이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의 정신적 허기를 달래 주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다이어트 열풍에도 아랑곳없이 ‘식욕 유발’ 프로그램이 선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프로그램들을 일별해도 먹방의 선전은 눈에 띈다. 전국 8도 요리 배틀이라는 콘셉트의 tvN ‘한식대첩’은 연예인이 나오지 않는데도 20~40대 여성들의 눈길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트렌디한 맛집을 소개하는 올리브의 ‘테이스티 로드’도 젊은 여성층을 공략해 장수하고 있다. tvN에서 이달 말부터 방영되는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는 싱글족의 일상을 다룬 드라마로, 일명 ‘먹방 드라마’라는 별명이 붙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 스타들은 ‘먹방’을 이미지 변신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여배우들의 도도하고 깍쟁이 같은 이미지를 소탈하고 친근하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고아라는 첫 회부터 자장면, 라면을 가리지 않는 ‘먹방’ 투혼을 펼쳐 친근감을 주는 데 성공했고, 여배우 수애도 영화 홍보차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먹방 콘셉트로 기존의 차가운 이미지를 완화시켰다. ‘정글의 법칙’에 민낯으로 나와 야생 먹방을 선보인 전혜빈과 조여정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입맛 까다로운 중견 여배우들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 바로 요리 프로그램이다. 신애라, 유호정은 모두 케이블에서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결혼 후 활동을 하지 않았던 이영애도 음식 다큐 ‘이영애의 만찬’으로 8년 만에 복귀한다. 최근 남자 스타들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 요리 솜씨로 여성을 매혹시키는 남자라는 뜻의 ‘게스트로 섹슈얼’이 유행하면서 다정다감하고 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기에 적격이기 때문이다. 배우 윤계상, 김지훈, 윤건 등 배우와 가수들은 각종 음식 프로그램 MC를 맡아 요리 솜씨도 뽐내고 여성 팬도 늘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젊은 여배우가 털털하고 거리감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먹방’을 선호하는 한편 중견 여배우들은 결혼 이후 집안 살림도 잘하고 음식이나 라이프 스타일을 선도한다는 이미지를 주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먹방’의 나쁜 예도 있다. SBS 주말 예능 ‘맨발의 친구들’의 집밥 프로젝트는 시청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두달째 스타들의 집을 돌아다니면서 집밥 먹기 미션을 수행하고 있는데 시청자들로부터 “재미도 감동도 없는 ‘숟가락 예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아침 방송도 아니고 화려하게 사는 스타들의 집을 소개하는 것도 모자라 연예인들의 먹는 장면만 내보내는 것은 전파 낭비”라면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김현중은 스케줄상의 이유로 결국 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스토리나 맥락도 없이 단순히 식욕만을 자극하는 인위적인 먹방은 시청자를 소외시키고 결국 역효과를 낳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erin@seoul.co.kr
  • 한·미 환율전쟁 조짐… 칸 “가능성 있다” 경고

    한·미 환율전쟁 조짐… 칸 “가능성 있다” 경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하락세(원화 가치의 상승)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 간에 환율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미 재무부가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자 우리 정부는 “우리 방식대로 할 것”이라고 맞섰다. 상황에 따라 환율전쟁 양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보인다. 미국 정부는 30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국의 경제·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과 일본의 외환시장 정책을 공격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원화가 경제 펀더멘털보다 2~8% 저평가됐다고 전제하면서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은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뤄져야 하며 외환시장 개입 이후에는 내용을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의 주원인 중 하나인 경상수지 흑자폭을 줄이라고 요구했다.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은 미 재무부의 일관된 요구사항이었지만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 입장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1일 “우리는 우리의 갈 길을 가는 것이고 우리의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환율이 일방적으로 쏠림현상이 있으면 경제 충격이 크기 때문에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54.3원으로 연저점을 경신한 지난 24일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공동명의의 구두 개입을 통해 “정부와 한은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일방적인 하락 움직임이 다소 과도하다고 본다”면서 “당국은 과도한 쏠림이 계속되면 이를 완화하기 위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도미니크 스트로스칸(64)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이날 미국의 양적완화(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돈을 푸는 것) 축소가 현실화되면 전 세계적으로 ‘환율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트로스칸 전 총재는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창립 20주년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환율전쟁을 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양적완화가 축소되면 많은 자본이 미국시장으로 다시 흘러들어 가면서 신흥국들이 영향(자본 유출)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신흥국에 투자됐던 달러가 미국으로 다시 돌아가면 신흥국은 달러화가 줄면서 환율이 오르게 되고 그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비정규직 평균 143만원…정규직과 112만원 차이

    비정규직 평균 143만원…정규직과 112만원 차이

    전북 전주에 사는 오모(47·여)씨는 3명 아이들의 학비라도 보충하자는 생각에 전주대학교에서 청소를 하고 있다. 비정규직인 그의 월급은 4대 보험을 떼고 나면 96만원이다. 대학생인 장녀의 학기당 등록금은 305만원, 고3 딸과 초등학생 아들의 월 교육비는 150만원이다. 저축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는 “전업주부로 있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나오게 됐다”면서 “그래도 휴일이 불규칙한 마트 계산원보다 주 5일 근무인 청소원이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모(43·여)씨는 올 1월부터 경기도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교사로 일하고 있다. 첫 월급은 세후 79만원이었다. 노조가 생기면서 최근에 106만 6000원으로 올랐다. 월급은 정규직의 35% 수준이고 식대나 성과급, 상여금 등은 없다. 결혼 전 방문교사로 일했지만 경기 침체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는 힘들었다. 4년째 중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이모(49)씨도 같은 연봉을 받고 있다. 그는 “학교 비정규직의 가장 큰 문제는 호봉이 없는 건데 30년을 일한 분도 나와 월급이 같다”면서 “정규직은 수시로 하는 회식마저 1년에 단 2차례에 불과한 것은 차별”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및 비임금 근로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142만 8000원으로 정규직(254만 6000원)보다 111만 8000원(43.9%)이나 적었다. 이 격차는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4년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해 비정규직 평균 월급 인상률은 2.5%였고, 정규직은 3.5%였다.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 폐지 정책으로 나아지기는 했지만 4대 보험 가입률 등도 아직 저조한 수준이다. 국민연금 가입률은 39.3%였고,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가입률은 각각 46.2%, 43.6%였다. 시간외 수당을 받는 비정규직은 24.9%에 불과했고, 유급휴가를 가는 이들은 33%였다. 퇴직금을 받게 되는 비정규직은 39.9%, 상여금이 있는 비정규직은 40.2%였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은 대부분 임금이 동결되고, 교육비와 공공요금 인상으로 가계 지출은 많아지니 전문성 없는 사람들도 시장에 나와 비정규직에 종사하게 된다”면서 “그간 정부가 장려했던 창업은 레드오션이 됐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결혼때 신혼집 빼고도 비용만 ‘억’ 소리 나네

    결혼때 신혼집 빼고도 비용만 ‘억’ 소리 나네

    신랑·신부 1인당 평균 결혼 비용이 5000만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봉 3000만원대 서민·중산층의 결혼 비용은 4000만원 수준인 반면 1억원 이상 고소득층은 7000만원대로 집계됐다. 신혼 집을 마련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은 주택 구입 2억 7200만원, 전세 1억 54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2년 이내에 결혼식을 치른 부부 500명, 혼주 500명 등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식, 신혼여행 등에 쓴 1인당 평균 비용(주택 마련 비용 제외)은 5198만원으로 집계됐다. 성별로 남자 5414만원, 여자 4784만원으로 신랑 쪽 부담이 더 컸다. 결혼에서 가장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항목은 ‘혼수’로 신혼 살림 장만에 1594만 3000원이 들었다. 예식 비용은 총 1239만 8000원으로 피로연 식대 573만 8000원, 식장 대관료 197만 7000원, 비디오·드레스·턱시도·메이크업 181만 2000원, 꽃·케이크·축포 102만 3000원, 폐백 96만 3000원, 주례·축가·사회자 비용 88만 5000원 순이었다. 예식장별 평균 비용은 호텔이 2414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일반 예식장 1528만원, 관공서 등 공공시설 1441만원, 교회나 성당 등 종교시설 1418만원이다. 시댁과 처가에 주는 예물과 예단의 비용도 각각 737만 4000원과 665만 6000원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응답자의 85%가 결혼의 호화사치 풍조가 존재한다고 밝혔다”면서 “사회 지도층의 모범적 결혼 확산은 물론 작은 결혼식 모델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결혼 문화의 확산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아들이 北시스템 오해… 제발 집으로 보내달라”

    “아들이 北시스템 오해… 제발 집으로 보내달라”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45·한국명 배준호)씨의 어머니 배명희(68)씨가 아들이 북한에서 악의 없이 전도 활동을 했다면서 석방을 거듭 호소했다. 21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최근 북한을 방문한 배씨는 “아들은 북한과 북한 주민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항상 그들을 돕고 싶어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배씨는 “아들의 기독교에 대한 신앙심은 매우 깊었으며, 이를 자신의 방식대로 북한에 전하고 싶어 했다”면서도 “(아들이) 북한의 시스템을 오해했고 결과적으로 북한에 피해를 입히게 된 셈”이라고 전했다. 배씨는 이어 현재 아들이 당뇨병, 담석증, 고콜레스테롤혈증 등의 질환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된 상태라면서 북한에 대해 조속한 사면과 석방을 촉구했다. 그는 “아들이 또다시 특별교화소(교도소)로 보내진다면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면서 “가족으로서 아들을 대신해 사과한다. 제발 그에게 자비를 베풀어 집으로 보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방북 기간 중에 아들과 총 6시간 동안 만난 배씨는 아들과 헤어지는 것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면서 “아들을 다시 보기 위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배씨는 “가족들이 아주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아들을 위해서 편지를 보내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에 가족 모두 무기력함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전임자 복귀명령 못따라… 해직 불사”

    “전임자 복귀명령 못따라… 해직 불사”

    “법외 노조가 돼도 엄연한 노조다. 필요한 부분은 당당히 요구하겠다.” 1999년 합법화 이후 14년 만에 다시 법 밖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김정훈 위원장은 2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법외 노조가 돼도 정부가 재정·인사 등에 불합리한 탄압을 하면 저항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특히 ‘법외 노조화 이후 학교로 복귀하지 않는 전임자를 징계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인사 탄압도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전교조 조합원의 대규모 징계와 충돌이 예상된다. 지난달 26일부터 단식 농성을 벌이던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이를 풀고 투쟁 모드에 돌입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총투표에서 ‘고용노동부의 해직조합원 배제 명령을 거부하자’는 의견이 68.59%나 됐다. 어떻게 해석하나. -이 정도로 압도적인 결과가 나올 줄 몰랐다. 해고 노동자 보호가 노조의 기본 임무이기에 조합원들도 해직자 9명과 함께 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 같다. 또 설령 노동부의 이번 요구를 따른다 해도 박근혜 정부의 전교조 탄압은 지속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노동부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당장 23일 이후 ‘노조 지위 박탈’ 통보가 예정돼 있다. -법외 노조가 당장은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노동부가 23일 이후 통보를 한다면 당장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조치 취소 소송을 낼 것이다. 노동부의 해직조합원 배제 요구의 바탕이 된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9조 2항이 위헌 소지가 있어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법외 노조가 되는 상황도 대비하고 있다. →정부는 ‘전교조가 법만 지키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시행령은 법률을 따라야 하지만 노동조합법 어디에도 노조의 설립을 취소시킬 근거가 없다. 위법한 행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정부 쪽이다. →법외 노조가 돼 정부 지원이 끊기면 재정적 압박이 클 텐데. -전교조는 전임자 임금을 조합비로 충당하는 등 정부 지원에 크게 의지하지 않았다. 다만 사무실 임대비용(52억원) 등을 일부 지원받았는데 100억원 규모의 투쟁기금 모금이 본격화되면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 또 시민단체나 사단법인 등이 정부 보조금을 받듯 각종 행사를 위한 지원 등 필요한 부분은 당당히 요구할 생각이다. →교육부는 법외 노조가 되면 전교조 전임자(77명)를 바로 학교로 복귀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법외 노조도 분명한 노조다. 우리는 교육부로부터 지난 3월 1일자로 전임자에 대한 (휴직) 허가를 받았다. 노동법상 노조 지위를 잃는다고 해도 노조법 등에 대한 헌법소원이 진행 중인데 전임자에게 일방적인 복귀명령을 내리면 노동 탄압이다. 내부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이미 중앙집행위원회 위원들은 해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저항할 수밖에 없다. →학교 현장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나. -상황을 오판한 일부 교장이 과거 방식대로 전교조 탈퇴 종용, 노조 분회 모임에 대한 간섭 등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전교조 가입을 빌미로 개개인을 탄압하면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로 구제 대상이 된다. →노동부의 명령이 정권 차원의 전교조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한국노총의 기업별 노조와 민주노총 산별노조 대부분이 해고자를 조합원으로 두는 규약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노동부는 유독 전교조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만 규약을 문제삼고 있다. 노동부의 잣대대로라면 우리나라에는 노조가 존재할 수 없다. →향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전교조 내부의 단결을 강화하고 기존 사업을 꾸준히 전개하는 일이다. 동시에 부당한 노조법과 교원 노조법 등의 개정에도 나설 예정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2013 국정감사] “곽병선, 정진후 의원 전교조 전력 거론하며 협박성 전화”

    [2013 국정감사] “곽병선, 정진후 의원 전교조 전력 거론하며 협박성 전화”

    18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소관 공공·유관 기관 12곳에 대한 국정감사는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되며 이른바 ‘낙하산’ 논란을 빚은 기관장과 야권과의 기싸움 때문에 파행을 빚었다. 공교롭게도 피감기관 12곳 가운데 새 정부 출범 이후 6개월 동안 수장 교체작업이 이뤄진 한국학중앙연구원(이배용 원장), 한국교직원공제회(이규택 이사장), 한국장학재단(곽병선 이사장) 모두 ‘측근 인사’ 지적을 듣고 있다. 곽병선 이사장은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로 참여해 ‘친 정권 인사’로 분류됐다. 곽 이사장과 정진후 정의당 의원 간 언쟁이 오전 국감 파행의 단초가 됐다. 곽 이사장이 전날 정 의원 보좌관에게 전화해 정 의원의 전국교직원노조 전력을 거론하며 “(이경숙 전 이사장의 업무추진비 자료 요구는) 지도급 인사를 깎아내리고 기존 질서 체계나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정 의원이 공개했다. 이에 곽 이사장이 사과했지만, 야권이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국감이 중단됐다. 오후 국감에서는 이배용 원장의 천만원대 취임식 경비가 도마에 올랐다. 박혜자 민주당 의원은 “이 원장 취임식 비용이 식대 800만원을 포함해 1512만 2000원”이라면서 “교육부 산하 17개 기관장 평균 취임식 비용인 162만 4112원의 9.3배”라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앞으로 절약하겠다”고 답했다. 이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했다. 친박(친박근혜)계 4선 의원 출신인 이규택 이사장은 선정 과정에서 특혜를 입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이 이사장이 일반 지원자가 접근할 수 없는 내부 정보를 인용한 지원서를 작성했다”면서 “친박 올드보이 선임을 위해 다른 지원자가 들러리를 선 꼴”이라고 주장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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