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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구 수사’ 괴로운 검찰

    대검이 지난해 아태재단 전 상임이사 이수동(李守東·수감중)씨에게 대검의 수사정보를 누출한 내부인사에 대한수사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김대웅(金大雄) 광주고검장이 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보고있지만 소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9일 이수동씨가 김 고검장과 여러 차례 통화를 했다고 발표한 뒤에도 김 고검장은 “수사 정보를 유출한 적이 없고,잘못한것이 없기 때문에 거취를 고민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현직 고검장을 조사해야 하는 전례없는상황을 맞을 수도 있게 됐다. 93년 슬롯머신 사건 당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이건개(李健介) 대전고검장,전재기(全在琪) 법무연수원장,신건(辛建) 법무부 차관 등 고검장급3명은 소환 하루 전에 모두 사표를 제출했었다.지난해 임휘윤(任彙潤) 당시 부산고검장이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해 현직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수사가 아닌 감찰이었다는점에서 차이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거취 문제는 전적으로 본인이 판단할 일”이라면서도 “김 고검장이 현상황을 자신의 운명으로받아들여 줬으면 하는 것이 검찰의 솔직한 바람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 고검장에게 정보를 알려준 내부 인사에 대한 수사도불가피해 수뇌부와 수사팀의 심경은 더 괴롭다.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은 최근 공식일정 외에는 외부와의 접촉을거의 끊은 채 중수부의 보고를 받으면서 연일 대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 수사팀 관계자는 “밤에는잠이 오지 않고,아침에는 눈을 뜨기가 괴롭다.”고 토로했다.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이 출국하기 직전의 이수동씨와 통화한 것으로 밝혀져 신 전 총장에 대한 의혹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도 수사팀을 곤혹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검찰이 서울시정신문 전 회장 도승희씨를 11일밤 긴급체포해 주목된다.이용호씨에게 5000만원을 받아 이수동씨에게 전달한 도씨는 특검팀에서 “신 전 총장이 이수동씨에게 전화를 해 나에 대한 수사 정보를 알려줬다.”고 진술했었다. 검찰은 긴급체포한 도씨에 대한 조사를 통해 정보유출 사건의 실체와 이수동씨-김대웅 고검장-신승남 전 총장의 관계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장택동기자 taecks@
  • 여성학자의 시골 살림살이

    ▲아줌마 밥먹구 가(오한숙희 지음/여성신문사 펴냄). 페미니즘과 전원주택.뚜렷한 연결핀이 없어보인다.하지만오한숙희씨에겐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아줌마 밥먹구 가’(여성신문사)는 한 여성학자가 전원주택에서 가족,이웃들과 꾸려가는 살림이야기를 살붙여 들려주는 책. 김포 고촌면 외길 깊숙이 들어앉은 그의 집은 거창한 전원주택이라기 보단 시골집에 가깝다.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이곳에 둥지를 튼지 7년.그와 식구들은 촌냄새 풀풀나는 내지인이 다 됐다. 마을을 빙빙도는 마을버스 한 대가 대중교통의 전부인 이곳에서 텃밭을 일구고 가축들을 키우며 그는 생명,농심(農心)과 가깝게 사귄다.흙과 자연은 알면 알수록 여성적이다.아무리 땡볕이어도 여름내 김매기를 거르지 않는 늙은 농군 부부에서 자식키우는 모성을 엿보고,짝을 못만나면 그대로 자가수정해버리는 벼꽃을 통해 여성 종속적 세상에홀로서는 꿋꿋함을 배운다.오숙희로 알려진 그가 어머니성을 같이 쓰는 것도,가축들 출산을 목격하며 ‘자연은 원래 모계’란 믿음을 굳히게 된 것과무관치 않다. 남성중심 문명에 대한 그의 비판은 이처럼 체험에서 우러난 것.여성적인 것을 불온시하고 소외시켜온 지배문화가생명과 섭리에 대한 경시를 낳고 결국 문명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그는 안타까워 한다. 에코페미니즘(여성주의와 환경의 연계)이 더이상 신조어가 아닌,여성주의에 대한 담론이 넘쳐나는 세상이다.그런데도 ‘…밥먹구 가’는 여전히 새롭다.당위나 관념이 아닌,한 수더분한 아줌마가 가슴 밑바닥까지 내보이며 토해내는 체험의 호소력 때문.아내,예비아내들이 한나절 집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살지 궁금할 남성들에게 특히 읽어보기를권한다.말미에는 여성주의 평화운동 모임,웃는 명절 만들기 지침,호주제 폐지나 한부모 가정을 위한 사이트 등도안내,어려움 겪는 여성들을 위한 정보길잡이 노릇도 잊지않았다.8500원. 손정숙기자 jssohn@
  • 신한증권·굿모닝증권 ‘한식구’

    신한증권과 굿모닝증권이 합병한다. 금융감독원은 4일 “신한증권을 자회사로 둔 신한금융지주회사가 굿모닝증권의 대주주 지분을 인수한 뒤,신한증권과 합병시키려 한다.”면서 “신한지주회사는 다음주 이사회를 개최,두 회사의 합병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병은 증권분야의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신한금융지주회사와,자본차익을 실현하려는 굿모닝증권 대주주간의 이해관계가 일치돼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한금융지주회사가 굿모닝증권의 대주주인 아시아퍼시픽그로스 펀드 등으로부터 지분 35%를인수하기로 했다.”며 “합병인가 신청이 들어오는대로 심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증권사가 합병하면 자산규모 기준으로 업계 6위 수준이 된다.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두 회사의 총 자산은 굿모닝증권이 1조 3976억원,신한증권이 6314억원이다.합병하면 총 자산이 2조 290억원으로 늘어나 현재 6위인 동원증권(1조 9181억원)보다 많아진다. 외환위기 직후 경영난에 처한 굿모닝증권을 싼 값에 인수했던 아시아퍼시픽그로스 펀드는 이 증권사가 신한지주사에 팔리게 돼 막대한 자본차익을 거둘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그동안 증권사 구조조정 방침을 밝혀 온 터라 이번 인수합병이 또 다른 증권사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수장 바뀐 韓銀 ‘독립만세’

    총재 교체 등으로 뒤숭숭하던 한국은행에 모처럼 생기가돌고 있다. 새 수장(首長)을 대면한 데 따른 안정감 덕분도 있겠지만 단지 그 요인만은 아니다.한은 ‘독립성’에 대한 신임총재의 관심표명과 조직에 대한 애정표현이 임직원들의 기대치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박승(朴昇) 신임총재가 내정됐을 때만 해도 한은맨들은‘친정식구’(한은 출신)인 탓에 내놓고 표현은 못했지만내심 재경부와의 유착 가능성을 염려했다.그러나 박 총재는 취임 첫날부터 예산권 독립과 은행감독권 환원,금융통화위원 선임방식 등 민감한 현안들을 두루 ‘건드렸다’. 박 총재는 “법을 고치는 문제라 쉽지 않겠지만 시간을두고 개선방향을 모색해 보겠다.”고 밝혔다.임기 초창기으레 나타나는 ‘의욕 버블’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신임총재의 문제제기에 한은맨들은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한은 현안과 관련없는 경제장관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겠다.”며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단호히 거부한 것도 한은맨들이 내심 시원해하는 대목. 신임 총재의 이같은 의욕적인행보에 힘입어 노조는 2일부터 신임 금통위원 출근저지투쟁에 돌입했다.노조측은 “새 금통위원까지 포함하면 금통위원 6명중 5명이 범 재경부 출신”이라며 이같은 여건에서 통화정책 독립성 수호는 난센스라고 주장했다. 안미현 김태균기자 hyun@
  • [우리고장 NGO] 광주 ‘시민생활환경회의’

    ‘맑은 물,집에서 합성세제 안쓰면 됩니다.’ 환경보호단체인 사단법인 ‘시민생활환경회의’(이사장 최준식 조선대 약대교수)가 10여년째 외쳐온 밥상머리 가족 실천론이다.쉽게 말하면 내집 식구들부터 합성세제 대신 폐식용유로 만든 ‘재활용 순비누’를 써서 죽어가는 시냇물을옛날 물장구치던 시절로 되돌리자는 취지다. 지난 92년 8월 닻을 올린 이 단체는 광주 북구 용전동 북구청 재활용센터를 빌려 재활용 비누공장을 돌리고 있다.원료는 시민들이 모아준 폐식용유가 전부다.하천과 강이 오염에찌들고 환경 호르몬 성분이 검출되는 주범으로 합성세제가낙인찍힌 지 오래다. 그러나 편리하다는 이유로 세탁비누와샴푸 등 합성세제는 사용량이 더 늘고 있다.소주잔 1개의 폐식용유를 정제하려면 물 5t이 들어간다.라면 국물 1그릇(1.4t)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시민생활환경회의는 투명한 회계를 바탕으로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다.회원 650여명 가운데 달마다 거르지 않고 회비(5000∼2만원)를 내고 필요할 때 호주머니를 터는 회원이 절반이다.광주지역의언론계와 학계·재계·정계 등에서 참신한인사 28명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비누공장도 이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9000여만원으로 차렸다.지난해 회비로만 3500만원,비누 판매액도 2억 6600만원에 달했다. 환경회의가 광주시내에서 한달에 모으는 폐식용유는 12t으로 광주시내 전체 발생량의 20%선이다.이 양이면 네모 빨랫비누(300g)를 자그마치 3만 5000여개나 만든다. 주로 초등학교 식당 60여곳과 하남과 평동공단내 대형 급식소에서 폐식용유를 거둬온다.가정에서 버리는 양이 가장 많지만 수거율이 가장 낮아 고심하고 있다.튀김 음식이 많은중국집에서의 수거율도 거의 ‘0’에 가깝다. 순비누는 폐식용유를 끓이는 정제과정에서 불순물을 걸러내고 식기전에 수산화나트륨(양잿물)을 넣으면 그만이다.현재이 공장에서 나오는 비누는 4가지.손빨래용 네모비누,세탁기용 가루비누,그릇 씻는 가루비누이다.여기다 다음달 항균작용을 하는 치자를 넣어 만든 세숫비누가 상품으로 나온다. 주부 김모(45)씨는 “순비누는 손빨래를 하면 거품이 적지만 때가 잘빠져 물 사용량도 적고 냄새도 없어 1석3조의 효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비누공장은 또한 살아있는 환경 교육장이다.지난해 유치원생 5000여명이 다녀갔다.환경보호 교육 프로그램과 합성세제의 폐해와 독성 등을 비디오로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 94년 일본·중국·태국·말레이시아 등 아시아지역환경단체와 힘을 합쳐 ‘아시아 생활환경회의’를 결성,회원국을 돌면서 정보를 나누고 조사와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회원 동참(062)572-3980. 최낙선(35) 사무국장은 “주부들이 인식을 바꿔 순비누를쓴다면 돈도 덜 들고 우리의 금수강산을 지키는데도 도움을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퍼주기’의 유래와 남북관계(Ⅰ)

    며느리가 시집식구 몰래 친정에 식량을 보낸다는 뜻의 ‘퍼주기’라는 말이 대북지원의 대명사처럼 되었다.대량의 대북지원의 시작은 7년 전의 일이다.1995년 북이 수재를 당한 후 식량이 부족해지자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지원운동이 시작되었다.그런 가운데 일본쌀 40만t의 북송설이 나왔고,당시 김영삼 대통령도 대북 쌀지원을 적극 추진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국제사회에서 우리쌀이 맨 먼저 북한에 들어가게 되었다.첫 항차로 2000t을 실은 배가 ‘95년 6월25일 오후 동해항을 출발해서 청진으로 향했다.“6·25동란 45주년되는 날 북에 쌀을 보내다니.정신이 있는 것이냐.”는 비난도 있었고,이틀 후의 지방자치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포석일것이라는 의심의 눈길도 있었다.일본의 인도주의 입장과 차별화하기 위하여 당시 정부는 동포애를 강조하면서 북에 쌀을 보냈었다. 사실 그때 김영삼 대통령이 북에 쌀을 보내지 않아도 누가비난할 수는 없었다. 김일성 조문문제로 북이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서 험한 표현의 인신공격을 연일 해대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김영삼대통령은 2억 3000만달러 상당의 우리 쌀 15만t(t당 1500달러)을 북에 보냈다. 왜 김영삼 대통령이 일본(40만t,일본시가 7억 6000만달러)보다 먼저 북에 쌀을 보냈을까? 동포애를 강조했던 것으로 미루어,도리상 그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물론 그렇게 해서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려는 의도도 있었으리라. 그런데 지원 취지나 기대와는 정반대의 엉뚱한 문제가 생겼다.원래 당시 남북당국간 협의에 따라 우리 배는 인공기를게양하지 않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쌀을 싣고 간 우리 배에 북이 강제로 인공기를 게양하도록 했던 것이다.선원이 청진항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10여일 억류되었던 사건도 있었다. ‘쌀받고 뺨때리기’,‘쌀주고 억류당하기’ 등의 사설이 나오고 일반국민들의 대북정서가 아주 나빠졌지만,그래도 약속한 쌀 수송은 10월초까지 계속되었다. 96년과 97년에도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비록 양은 줄었지만,계속되었다.김영삼정부 후반부 3년 동안 2억 8400만달러(정부:2억 6170만달러),3년간 국민 1인당 약 5,000원을 부담했다. 김영삼정부 후반부터 시작된 대북지원이 김대중정부 출범후에는 ‘퍼주기’로 지칭되는 일이 벌어졌다.그러면 과거에 비해 대북지원과 경협에 과연 돈이 얼마나 들어갔기에 퍼주기논쟁이 계속되고 있는가? 혹시 외국보다 북을 적게 지원하면서도,낯뜨겁게,퍼주기논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구체적인 수치를 비교해가면서 차분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정세현 통일부장관
  • 새천년세대 “논쟁은 싫어”

    “논쟁,불화,토론은 싫어!” 뉴욕 타임스는 최근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함께펴낸 저서 ‘새천년 세대의 부상(Millennials Rising)’을 소개하며 새천년 세대의 특징으로 논쟁을 싫어하는 점을 꼽아 눈길을 끌고 있다. 저자들은 1980년 이후 출생한 20세 안팎의 이들 젊은이가“이전 X세대보다 자기 주장이 약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귀를 더 기울이는 경향을 보인다.”고 정리했다.이들은 전세대에 비해 덜 반항적이며 개인의 가치보다는 집단의 가치를,권리보다는 의무를,감정보다는 명예를,말보다는 행동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지닌 것으로 평가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다른 사람의 견해와 종교관,인종문제,성문제에 대해 그 이전 세대보다 관용적인 태도를 보이며 전후 세대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주장을 강력히내세우지도 않는다는 것이다.이 신문은 이같은 태도를 ‘조용한 수긍’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들 세대는 다른 사람의 견해를 존중하는 대신,타인의 견해에 자신의 의견이 속박되는 것에 대해서는 혐오감을 드러내곤 한다고 분석했다.즉,자신의 주장이나 소신이 반박당하는 것을 원치도 않고 또 남의 견해에 ‘토를다는’ 행동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미국 민주주의 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겨온 토론에 대한 혐오감이 이들의 의식구조에 뿌리박혀있다고 본다. 이같은 태도는 이들 세대가 성장하며 지켜본 공화·민주당의 당파싸움,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 시비,지난 2000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대립 등에 대한 환멸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저자들은 분석한다. 제프 누노가와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들 세대에게 논쟁이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힘이 아니라 상대방을 두들겨패는 ‘야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런 이유로 새천년의 대학 기숙사나 식당에서는 떠들썩한 논쟁을 찾아볼 수 없고 대신 적막감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저자들은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이 신문은 새천년 세대가 다원화 사회에서 서로 화합하며 생활할 수 있는 것은 장점이지만 논쟁을 통해갈등 상황을 분석하고 합의를 도출해나가는 과정이 점점더 어려워지게 된 것은 문제라며 우려를 표시했다. 임병선기자 bsnim@
  • 의왕 정원고 ‘텅빈 교실’ 르포

    “교육당국의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한 학교를 붕괴로 내몰고 있습니다.이러다가 진짜로 학교문을 닫게 되는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원거리 학생들에 대한 전학이 허용된 후 첫 등교일인 11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의 정원고교 3층 1학년 교실.8개 교실 중 2개 교실에서 10명과 8명의 신입생이 수업을 시작했다.나머지 6개의 교실은 텅 빈 책상과 의자들만이 언제 찾아올지 모를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현재 이 학교 1학년에 적을 둔 학생은 총 35명.그나마 이중 일부는 태권도대회 참석과 가정사정 등을 이유로이날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애초 이 학교가 추첨을 통해 배정받은 신입생 정원에 비춰보면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장면이다. 정원고의 당초 신입생 배정인원은 총 258명.하지만 배정과정에서의 컴퓨터 오류가 터지면서 배정이 무효화되고 이어 재배정→학부모 반발→전학 허용→등록 거부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거치면서 학생들이 뿔뿔이 흩어졌다.114명은 학군내 타지역으로,7명은 관외 지역으로 전학을 갔고104명은 전학허용을 요구하며 아예 등록을 거부하고 있는상태. 듬성듬성 앉은 학생들은 교사의 강의에 몰입하고 있었지만 왠지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이다. 맥이 빠지기는 교사들이 더하다. “결국 시골 분교장에서나 있을 수 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단 한 명만 남더라도 수업은 진행할 각오지만 내년에도 이런 일이 되풀이될까 걱정입니다. ” 1학년을 맡은 담임교사 8명 가운데 6명은 학생이 없어 텅빈 교실을 바라만 볼 뿐이다. 이모 교사는 “남은 학생이나 떠나간 학생 모두 피해자입니다.그런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요.지금은 등록을 거부하고 있는 학생들이 모두 등교해 정상수업이 이뤄지기 만을 바랄 뿐입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한 학생은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학교운영 프로그램을 보고 나쁘다 좋다 해야 할 것 아닙니까.무조건 안된다는 식으로 버티는 어른들이 원망스럽습니다.우리는 너무나 참담하고 허탈한 심정입니다.”라고 울분을 삼켰다. “신입생 가운데 상당수는 학력고사 130점 이하였지만 올해 대학진학률이 92%이고 4년제대학에만 112명이 합격했습니다.도서관,멀티미디어실,강당 등 모든 교육여건이 구비돼 있는데 이런 점을 평가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한혜자 교감은 “신입생들을 위해 버스노선을 신설하는한편 우수 교사를 1학년에 배정하고 타지역의 명문고에서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새식구 맞이 준비에 정성을 쏟았고 기대도 컸지만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갔다.”며눈물을 보였다. 당국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이를 기화로 삼은 학부모들의 교육 이기주의가 멀쩡했던 한 학교를 얼마만큼 초토화시키고 있는지를 이날의 정원고 교실은 웅변으로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의왕 김병철기자 kbchul@ ■왜 기피하나. 정원고에 배정받은 의왕지역 학부모들이 개학 열흘이 지나도록 자녀들의 등록을 거부하는 이유,즉 기피학교로 지목하고 있는 배경은 뭔가. 학부모들은 우선 열악한 교육환경을 꼽는다.역사가 일천한 사립학교인데다 바로 옆에 혐오시설인 소년원이 들어서 있고 교통편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1차배정 때 안양지역에서 온 120여명이재배정을 통해 대거 빠져나간 것이 기피심리를 증폭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비교적 성적이 좋은 안양지역 학생들이 빠진 뒤 의왕지역학생만으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힘들고 결국 자기 자녀들만 피해를 입게 된다는 막연한 불안감에 등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외견상 컴퓨터배정 오류에서 촉발된 이번 기피 사태는 지난해 6월 평준화 확대도입 정책이 결정될 당시부터 이미 예견됐었다. 안양지역 학부모들은 이 학교를 계속 특수지로 묶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의왕지역 학부모들과 학교측은 평준화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하는 등 지역을 달리 하는 학부모들간에 심한 갈등을 노출했다. 결국 이같은 불씨가 학생 배정과정에서 발생한 당국의 실수를 계기로 들불처럼 번져 오늘의 ‘학생없는 학교’ 상황을 불러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도교육청 관계자는 “변두리였던 이 학교는 주변 개발로 교통편이 좋아졌고 학생들의 학력 향상으로 대학에 많은 학생이 합격하고 있음에도 학부모들의 선입견때문에 기피대상이 되고 있다.”며 사태의 본질을 학부모들의 편견으로 돌렸다. 의왕 김병철기자
  • [사라지는 것을 찾아] 소 쟁기질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소치는 아이놈은상기 아니 일었느냐.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나니….’ 봄을 맞는 농촌의 풍경을 노래한 조선 후기의 문신(文臣) 남구만의 시조다.여기서 보듯 밭갈이는 봄을 맞은 농촌의 대표적 풍경화였다.농부가 소몰이 쟁기질로 묵은 땅을 갈아 엎으면 어느새 나타났는지 노고지리(종달새)가 벌레를찾아 연신 깡총춤을 추며 우짓는 장면이 방방곡곡 어디에서나 연출됐다. 하지만 이런 목가적인 풍경화도 이제는 기억속의 잔상으로만 이어질 뿐 실제로는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 원래 3월이 되면 소 치는 아이뿐 아니라 허리 굽은 촌로도 일찍 일어나야 했다.겨우내 차가운 날씨에 얼어붙은 논과 밭에서 돌멩이를 주워내며 슬슬 농사일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여섯살배기 누렁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광 속에 넣어둔 쟁기를 손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쟁기는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았던 우리 할아버지·할머니에게 없어서는 안될 농기구였다. 지난 7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 하면 소 쟁기질하는 농부가 연상됐고 이는 동양화에도 곧잘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다. “이랴 이랴,워어 워어” 신기하게도 소는 이 소리만 들어도 쟁기를 끌고 앞으로 나아가고 멈췄다.겨우내 묵혔던땅은 쟁기질로 땅을 갈아엎어야 땅심이 살아난다.얼마 전만 해도 산 발꿈치 다락논에선 소를 앞세운 논갈이가 경운기보다 훨씬 나았다.밭에 콩과 팥을 심는 촌로도 호미질을 하기 전에 누렁이의 쟁기질을 필요로 했다. 소 쟁기를 많이 사용하던 경북 봉화군 명호면 북곡리 청량골에도 이제 쌀농사에는 경운기가 동원된다.기껏 콩·팥·고추 등을 심는 밭농사 정도가 소쟁기의 몫이다.그래서이 마을 50가구중 농사를 짓기 위해 소를 키우는 집은 손을 꼽을 정도다. 청량골 김장수(71) 할아버지도 40년 이상 소 쟁기로 농사를 지었으나 3년전에 소를 팔아버렸다.나이들어 소여물을챙기는 것도 여간 힘에 부치지 않는데다 2000평 남짓한 밭에 농사를 지어봐야 겨우 자신과 할머니 두 식구 먹고 살기에도 빠듯해서다. 김 할아버지는 “그래도 누렁이가 쟁기로 갈아 엎은 밭에서 나는 흙냄새를맡으며 봉초 담배 한대를 말아 피우던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지긋이 눈을 감는다. 한찬규기자 cghan@
  • 美 교환학생 노크해볼만

    “아이에게 1년쯤 해외유학 경험을 시켜주고 싶지만 너무 비싸고 현지에 믿고 맡길 만한 친척도 없어서….” 이런 고민을 하는 학부모라면 미국 공립 중·고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눈여겨 보는게 좋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국무성이 지난 81년부터 외국 학생들에게 자국의 문화를 알리려는 취지로 도입했다.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6개월∼1년 동안 미국 학생들과 함께 수업하고 현지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언어와 문화를 쉽게 체득할 수 있다.매년 세계 각국에서 2000명 이상이 참가하고 있다. 교환학생 프로를 대행하는 ‘즐거운 학교’ 권재현 팀장은 “미국의 학기는 9월부터 시작되므로 3월 말까지 어학시험 등 사전준비를 마쳐야한다.”고 말했다. 대행업체별로 학기 시작에 맞춰 영어 듣기·읽기 시험,인터뷰 시험을 치른 뒤 입학허가서와 비자 신청을 일괄적으로 처리해 준다.지역과 학교도 현지 대행업체에서 지정한다. ?자격 및 비용 대상 연령은 15∼18세로 특히 중학교 3년생,고교 1년생이 많이 참가하고 있다.참가자격은 최근 3년간 학교 평균성적이 70점을 넘어야 한다.악기 연주,운동실력 등 다양한 특기를 갖추는 것도 심사에 유리하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갈 수 있어야 하므로 토익식 영어 시험인 ‘SLEP’(67점 만점)에서 45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SLEP’은 비영어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회화,작문,독해 등 종합능력 측정시험.듣기 45분,독해 45분 등90분 동안 총 150개 문항으로 돼 있다. 학비는 대행업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1년에 7200∼7800달러선이며 항공료를 포함하면 연간 1만달러 정도다.사립학교 연간 학비가 2만5000∼3만 달러인 점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된다. ?자원봉사 가정에서 홈스테이 숙식은 자원봉사자로 등록한 홈스테이 가정(Host Family)에서 무료로 제공한다.규율은 엄격한 편이어서 호스트 패밀리의 동의 없이는 외박,여행 등 개인적인 행동을 할 수 없는 등 철저한 보호가 이루어진다. 배치받는 학교는 유학생들이 몰리는 도시가 아닌 중소도시가 대부분이다.때문에 한국 학생이 많지 않아 현지 적응이 빠르고 효과적인 영어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비자는 일반학생용이 아닌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교류 방문자용 비자(J-1)가 발급된다. ?진로는 교환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미국 체류증명서,공립학교 재학증명서,성적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1년간의 교환유학을 인정해준다.그러나 학기제가 달라 몇달간의 ‘유급’은 각오해야 한다. 교재를 가지고 가서 국내 수업을 병행했다가 귀국 후 편입학하거나,내신성적 불이익을 우려해 국내 출발시와 같은 학년으로 편입학하는 경우가 반반씩이다. 미국 고교의 졸업 자격을 취득할 수는 없다.졸업장을 얻으려면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끝난 뒤 사립학교 상위 학년으로 진학해 고교 과정을 마쳐야 한다.흔치는 않지만 일부 우수한 학생의 경우 현지 대학에서 스카우트하는 사례도있다. 프로그램 대행업체인 ‘쿨스텝스’의 한송이씨는 “단순히 영어공부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면서 “한국을 알리는 ‘민간 외교관’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도전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윤주기자 rara@ ■미주리주 교환학생박지현양 인터뷰. 경기도 부천에서 중학교 3학년을 마친 뒤 미국으로 건너간 박지현(16)양은 지난 1월부터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 시내의 ‘타세오 예술학교’ 12학년에 다니고 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대개는 일반계 고교로 배정되지만 단소는 물론,피아노,플루트 등을 연주하는 등 다재다능한 재능을 높이 산 학교측이 ‘러브 콜’을 보냈기때문이다. 지현이는 기자와의 국제 통화에서 “6개월 과정이 끝나면 귀국하려고 했는데 여기서 생활하다 보니 이곳의 수업방식이 더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면서 사립학교로 진학해계속 공부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중학교 다닐 때 반에서 3∼5등을 유지했던 지현이는 지난해 9월 미국 공립학교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알았다.경험삼아 응시한 SLEP 시험에 외동딸인 지현이가‘덜컥’ 합격하자 어머니는 ‘정말 할 수 있겠냐.’며 몇번씩이나 다짐을 받고서야 보내기로 결심했다고 귀띔했다. “학교에 한국인 학생은 저밖에 없어요.친구들과 선생님들이 ‘한국어를 좀 가르쳐 달라.’면서 엄청관심을 보여요.” ‘호스트 패밀리’는 50대 중반의 인쇄업자 부부.슬하의두 딸은 이미 독립해 분가해 살고 있다. 하루의 일과는 오전 5시30분에 기상하면서 시작한다.다른 아이들은 스쿨버스로 통학하지만 지연이는 ‘호스트 파더’(Host Father)가 차로 학교까지 데려다 준다. 오후 2시쯤 수업이 끝난 뒤 집에 돌아와 숙제부터 해치우면 자유시간이다.함께 기거하면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일본인 언니와 수다도 떨고 식구들과 외식을 하기도 한다.주말에는 박물관,인디언 보호구역 등에도 간다. “한국 생활은 틀에 맞춘 것 같아요.수업이 끝나면 학원을 떠도는 등 모두가 대학이 목표잖아요.이곳에서는 공부하고 싶은 사람만 해요.” 지현이는 “여기 오기 전에는 영어를 어떻게 해야할지 무척 걱정했는데 막상 오니까 생각나는 대로 하면 되더라.”면서 “많은 걸 꼭 얻어가야겠다는 욕심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웃었다. 허윤주기자.
  • 뭉칫돈 은행·투신으로 대이동

    증시활황으로 시중 뭉칫돈이 단기 부동화하면서 증시주변으로 대이동하고 있다.투신쪽으로 크게 쏠리고 있으며,은행의 초단기 상품 등 언제든 이동 태세를 갖춘 대기성 자금도 급증하는 추세다.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실세총예금(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은 10조원이 늘었다.투신권의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도 5조원이 불었다. ●투신권에 돈 몰린다= MMF는 지난해 12월만 해도 5조원이빠져나가면서 맥을 못췄다.그러나 올들어서는 매달 5조원씩 불어나고 있다. 주식형 상품에도 서서히 돈이 들어오고 있다.지난 1월에는 1500억원이 줄었으나 2월에는 4200억원이 늘면서 증가세로 반전했다.은행신탁상품의 수신고가 시들한 것도 투신권이 살아나고 있다는 반증.은행권 금전신탁은 1월(-1조 6000억원)에 이어 2월에도 (-2조 5000억원) 약 2조∼3조원씩 빠져나가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신노후연금신탁의 인기에 힘입어 은행권 신탁상품 수신잔액이 100조원을 넘어섰으나 최근 투자자들의관심이 안정성에서 수익성으로 옮겨가면서 투신권으로 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은행신탁상품 수익률은 투신권보다 낮은 편이다. ●은행자금 초단기화,대이동 신호탄= 지난 1월 1조 4000억원 증가에 그쳤던 은행권 실세총예금은 2월들어 10조원으로 7배나 늘었다.한은 금융시장국 김민호 조사역은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 등 단기 시장성 상품에 돈이 크게 몰렸다.”면서 “은행에도 돈이 계속 들어오고 있는 만큼 시중자금의 흐름이 증시와 투신쪽으로 완전히 쏠렸다고 보긴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그러나 은행권 자금유입 종목의 대부분이 초단기성 상품이어서 언제든 움직일 태세는 갖췄다고 덧붙였다. ●선순환 유도가 관건= 주식을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4일 현재 전일보다 4797억원 늘어난 11조 3053억원을 기록했다.사흘째 증가세다.시중자금이 투신권을 거쳐 증시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탄이다.3월들어 현대백화점 매출이 전달 대비 60% 급증하는 등 백화점 매출도 완연히 살아나는 추세다. 이렇듯 경기회복 신호탄이 잇따르고 있고,증시가 계속 힘을 받고 있어 본격적인 자금 대이동의 여건은 성숙됐다는관측이다.그러나 아직은 시중 여윳돈이 부동산시장과 은행권 주변에 더 머물고 있어 자금 선순환 유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하나은행 가계금융팀 홍필희 과장은 “주식구입 자금마련을 위한 신용대출 수요는 아직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
  • [씨줄날줄] 피해자學

    1966년 7월13일 밤 미국 시카고에 있는 간호사 기숙사에 괴한이 침입했다.그는 간호사 9명을 권총으로 위협해 한 침실에 몰아넣고 결박한 뒤 한 명씩 끌고 나갔다.첫 여자가 끌려가자 코라손 아무라오가 끈을 풀고 범인을 습격하자고 제안하지만,“그를 화나게 해서 좋을 게 없다.”는 반대에 부딪쳤다.아무라오는 침대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마지막 간호사가 끌려가고도 범인이 한참 동안 나타나지 않아 아무라오가나와 보니,침실 밖에는 나머지 8명 모두가 싸늘한 시신이 돼 있었다. 이것이 미국 범죄사에 유명한 ‘리처드 스페크 사건’이다. ‘아웃사이더’ 개념을 만들어내 각광받은 콜린 윌슨은 저서 ‘살인의 철학’(원제 A Casebook of Murder)에서 이 사건을 피해자학의 한 사례로 소개했다.피해자가 9명 인데도 한명뿐인 범인을 기습하자는 제안을 거부한 데다 범인이 방에서 나갔을 때 이웃이 알아 듣게끔 비명을 지르는 등 적극적인 방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윌슨은 “착하지만 수동적이고 패기가 없는” 태도는 피해자가 되기에 알맞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피해자학(被害者學·victimology)은 아직 일반인에게 생소한 학문이다.범죄학이 범죄의 행태와 예방책,범죄자 의식구조 등을 연구하는 데 견줘 피해자학은 범죄의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춘다.1948년 독일 학자 한스 폰 헨티히는 ‘범죄자와 그 피해자’라는 책에서 피해를 입기 쉬운 유형이 따로 있다는 전제 아래 그 분류를 처음 시도했다.그 뒤 독립된 학문 체제를 점차 갖춰,지금은 ‘범죄를 유발하는 피해자의 요소’말고도 형사절차 과정에서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는 일,피해자의 사회 복귀를 돕는 일 등 연구 영역을 넓혀가는 분야다.국내에서는 1992년 ‘한국피해자학회’가 생겼고 일부 대학이 강좌를 열고 있다. ‘범죄가 성립되는 데는 피해자에게도 일정한 책임이 있다. ’는 피해자학의 기본 전제는 오싹하리만치 불쾌하지만 그현실성을 무시할 수 없다.최근 해외에 나간 우리 국민이 화를 입는 일이 잇따른다.중국에서는 올들어 벌써 3명이나 살해됐고 며칠전 태국에서도 피살자가 나왔다.관계당국의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국민 개개인이 안전수칙부터 준수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
  • [사라지는 것을 찾아] 참빗

    ‘참빗 얼레빗 가슴에 품고 가도 제 복 있으면 잘산다.’ 가난한 시절,입던 옷과 쓰던 빗만 딸려 시집보내야 했던어머니의 안타까운 심정이 절로 묻어난 속담이다.대나무로손재주 부려 만든 참빗.지난 60년대 말까지 우리 여인네들의 필수품이었다. 어른 손바닥 크기로,가운데 대나무 양편으로 부챗살처럼촘촘하게 빗살을 박았다.3년된 참대만을 골라 육질부는 버리고 겉쪽만을 써 빗살 하나하나가 탄력성이 좋고 부러지지 않는다.집안 식구들이 수십년동안 쓰지만 고부(姑婦)간에 대물림할 정도로 단단했다. 70년대 화두인 ‘잘살아 보세’라는 종소리가 봄날 들불번지듯 하면서 잘나가던 참빗이 뒷방 신세로 전락했다. 뒤통수에서 땋아 틀어올려 비녀를 지른 쪽머리가 ‘거추장스럽다.’며 앞다퉈 잘라내면서부터다.미장원에서 연탄불에 달군 쇠로 지져 구불구불 라면가락으로 모양을 낸 퍼머는 빗질안해도 몇달동안 머리가 풀어지지 않았다. 지난 시절 참빗과 머릿니는 실과 바늘 같은 불가분이었다. 할머니는 고추달린 손주 녀석만을 불러 참빗질을 하면서 거리감을 좁히려 애썼다. 어머니가 쓰는 참빗은 빗살이 100여개로 좀 성긴 편이다.일에 파묻혀 닷새장 나들이가유일한 즐거움으로 경대 앞에서 동백기름을 손바닥에 부어 머리에 바르고 이마에서 정수리로 가르마를 탄다.참빗으로 긴 머리를 양편으로 빗어 내리면 반질반질 윤기가 돌았다. 물과 함께하는 참빗질은 비누나 샴푸를 대신했다.이때 빗살 사이사이에 끼어 있던 비듬이나 때도 말끔히 씻겨 나갔다.또 머릿니나 서캐를 잡는 참빗은 빗살이 130개로 촘촘히 박혀 실 한오라기 들어갈 틈밖에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 전남 영암에서 조상대대로 참빗만을 만들어 참빗장이 된무형문화재 제15호인 이식우(李植雨·60)씨는 “60년대에한달에 1000개 이상 참빗을 팔았는데 우리집에서 참빗을떼다가 시장에서 참빗 좌판을 하던 할머니도 서너명이나됐다.”고 회고한다. 남기창기자 kcnam@
  • 학부모 시교육청앞 이틀간 밤샘 대기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는 고등학교 입학에 맞춰 자녀를 전학시키려는 학부모 100여명이 장사진을 이뤘다.이들은 2일 오전까지 기다려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입학식이 끝난 2일 오전 9시부터 서울시내 고교 신입생 전학 신청서를 선착순으로 접수하기 때문이다.제출 서류는 학교장이 발급하는 전입학 배정원서와주민등록등본 등이다.정원을 초과해 받아들일 수 있는 전학생은 정원의 3% 이내로 1학급당 1명꼴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3월1일 오후부터 줄을서기 시작했는데 올해는 이틀이나 빨라졌다.”면서 “학급당 정원 35명을 맞추기 위해 인근지역으로 밀려가는 ‘릴레이 배정’이 늘고 경기도 재배정 여파 등으로 인해 작년보다 전학 신청이 30% 정도 늘어 4000여명에 이를 듯하다. ”고 내다봤다. 지난 27일 오전 10시쯤에 도착,맨 앞줄을 차지한 할머니는 “손자가 배정받은 서초구 지역의 학교가 집에서 너무멀다.”면서 “며느리의 전화를 받고 전주에서 급히 올라와 집안 식구들과 교대하면서 자리를 지키고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중에는 올해부터 비평준화가 폐지된 경기도 일산,분당 등에서 온 사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지난해에는 3월2일 첫날에만 1352명이 몰리는 등 3월 한달 동안 3111명이 전학을 신청했다. 서울시교육청 이용운 총무과장은 “위장 전입자를 색출하기 위해 전학자 배정이 끝난 뒤 학교별로 거주지 가정방문을 실시하고 거주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윤주기자 rara@
  • ‘클린 구직투어’ 대장정 올랐다

    “저거 위험하지 않나요?” “안전장치 센서가 완비됐기때문에 작업자의 손이 프레스 안으로 들어가면 기계가 자동으로 멈추게 됩니다.” 22일 막을 올린 클린사업장 구직 투어 현장.구직자들은인천시 남동구 고잔동의 한라정공 작업장에서 김장원(46)대표의 공정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처음에는 프레스의 굉음과 생소한 공장 분위기에 다소 놀란듯 했지만 현장을 둘러보고 설명을 듣고 나자 고개를 끄덕였다. 클린사업장 1호로 선정된 한라정공은 금형제작,조립·검사직에 5명의 신입사원을 모집할 계획인데 이날 투어에는대졸자 4명 등 12명의 구직자가 몰렸다.클린사업장 1호답게 깔끔한 작업장 환경과 완벽하게 갖춰진 자동설비에 구직자들은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10년동안 프레스 공장에서 금형 일을 하다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일자리를 찾아 나선 정동명(38)씨는 “그동안다녀본 프레스 공장중 제일 깨끗하고 안전해 보인다.”면서 “기회가 닿으면 꼭 일해보고 싶은 욕심이 난다.”고말했다. 즉석에서 이뤄진 면접은 여느 대기업의 신입사원 면접 못지 않게 꼼꼼하게 진행됐다.김 대표가 “대학에서 4년간금형 설계를 전공했다는 사람도 막상 일을 시켜보면 3년이 지나도록 현장 업무를 해내지 못한다.”며 기선을 제압하자 인천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병원(27)씨는 “실무쪽 경험은 없지만 이론에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금방 배울 수 있을 겁니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영어,일본어 구사 능력이 있는지 여부와 희망하는 급여수준,실무 경력 등이 주요 점검 사항이었지만 감명깊게 읽은 책이나 존경하는 인물 등 인성에 관련된 질문도 빠지지않았다. 경인지방노동청 고용안정센터 김금자(48) 선임연구원은“구인업체와 구직자간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해 구인난과실업난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클린사업장 구직 투어가 활발해져 많은 중소기업들이 훌륭한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경인을 비롯,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 등 6개지방노동청 주선으로 구인을 원하는 전국 60여개 클린 사업장과 구직 희망자들간의 사업장 즉석 면담이 이뤄졌다. [클린취업 투어] 취업을 원하는 구직자들의 신청을 받아노동부·한국산업안전공단과 대한매일이 공동으로 구직 희망자들을 직접 클린 사업장으로 안내,자신이 원하는 직종별로 취업을 알선하는 사업이다. 구인을 원하는 클린 사업장 역시 노동부·산업안전공단 또는 대한매일에 신청·접수하면 된다. 인천 류길상기자 ukelvin@ ■한라정공 김장원 대표 “인재 고르느라 행복”. “회사 창립이래 이렇게 많은 사람을 면접해본 건 처음입니다.” 클린사업장 구직 투어 참가단을 맞은 김장원(46) 한라정공 대표는 갑자기 몰려든 우수한 구직자들을 고르느라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김 대표는 “젊은 사람을 뽑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서 늘안타까웠는데 다 뽑을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라면서면접자들의 신상명세서와 각종 자격증,이력 등을 꼼꼼히살폈다. 자동차 브레이크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한라정공은 최근자동차 경기가 좋아 물량이 쇄도하는데도 인력이 부족해애를 먹었다.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쓰고 회사 임원의 부인이 생산현장에서 일을거들어서야 겨우 납품을 맞출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새로운 식구가 들어오면 공장이 클린사업장을 넘어 ‘스마트사업장’으로 변신할 것”이라고 기뻐했다. ■구직자 박천희씨 “깔끔한 작업환경 만족”. “실무 경험은 부족하지만 전문대에서 금형 설계를 전공했고 휴학중 정밀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클린사업장에 취직하기 위해 멀리 충남 금산에서 올라온박천희(25)씨는 한라정공을 둘러본 뒤 중소기업에 대한 선입견을 버렸다.깔끔한 작업환경과 샤워실,체육시설,기숙사등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시설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모 대기업에 입사 지원을 했지만 서류도 받아주지 않았다.이곳에서 경험을 쌓아 보란듯이 금형 전문가로거듭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김장원 대표는 “대학에서 배운 것과 현장 일은 큰 차이가 있다.”며 겁을 줬지만 전자기기 기능사,오토 캐드 2급자격증 등 6개가 넘는 박씨의 자격증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 독자의 소리/ 초저황 경유 보급 전국 확대를

    환경부에서 월드컵기간에 서울과 수원 등 수도권지역에공급되는 자동차용 경유를 황 함량이 거의 없는 초저황 경유로 보급한다고 한다.초저황 경유를 사용하면 대기오염물질이 감소하는 등 환경개선에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그러나 그 사용지역을 수도권지역으로만 국한시킨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가정에서도 내식구들의 건강이 중요하듯 월드컵 기간에만 반짝 실시할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위해 그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지속적으로 실시했으면 한다. 정재헌 [경북 의성군 의성읍]
  • ‘산’ 소주 광고사 교체 싸고 촌극

    두산이 자사 히트제품인 ‘산(山)’ 소주의 광고 제작사를돌연 교체키로 했다가 잡음이 일자 슬며시 없던 일로 해 뒷말이 무성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 주류BG(비즈니스 그룹)는 설 연휴 직전에 산소주의 광고제작사를 웰커뮤니케이션즈(웰컴)에서 오리콤으로 바꿨다.두산측은 웰컴과의 계약기간이 지난달말로 끝난 데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그러나 이달 초 두산 주류BG의 전풍(全豊) 부사장이 오리콤의 신임 사장으로 자리를옮긴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지난해 두산은 산소주를 출시하면서 광고 제작사를 계열사인 오리콤이 아닌,웰컴에 맡겼었다.이 때문에 두산은 “무조건 집안식구(계열사)에 몰아주던 구태를 깼다”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그러나 이번에 능력보다 연(緣)이 우선시되는 관행의 재연됐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뒤늦게 광고제작사 변경계획을 철회한 것.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전 부사장이 오리콤으로 옮겨가자 광고제작사도 자연 바뀌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기정사실로 와전된 것”이라며 “처음부터변경계획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안미현기자 hyun@
  • [대한포럼] 그래도 노사정 가동해야

    어느 그룹 회장은 최근 “(종업원들을)식구로 보고 화합하는 우리나라 회사 분위기에서 노사 관계는 대립위주로잘못 돼 왔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노사 관계에 다른 세력이 개입하는 것을 막아주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다른 세력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아마도 전국적 조직인 노조나 운동권의 개입을 뜻한 것이리라. 사실 노동문제를 3자가 아닌 노사 양측에 맡겨야 한다는주장은 오래된 것이다.요즘에는 정부가 훈수나 간섭을 하지 말라는 주장도 나온다.심지어 정부와 노·사 대표의 합의기구인 노·사·정 위원회의 무용론(無用論)까지 제기되고 있다.한 학자는 “노사정 합의는 노사간 ‘자율’로 포장하고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폭력’이며 정부가 환상에서 깨어나 용도 폐기된 이 위원회를 버리라.”는 극단론을 폈다. 노사정위는 뒤통수도 맞고 있다.노사정위가 지난해 말까지 주 5일 근무제 합의를 이루어 내지 못하자 민주당 의원 30명이 주 5일 근무제 입법안을 올 연초 국회에 제출했다.그렇다고 노사정위가 ‘폐기’될 것 같지는않다.신임 방용석(方鏞錫) 노동부장관은 취임 직후 “주 5일 근무제는노사정위의 합의사항”이라고 강조해 노사정위에 의미를부여했다. 물론 주 5일 근무제를 합의해 놓고도 수년간 구체적인 시행과 관련,노사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은 노사정위가 무기력한 증거일 수 있다.재계 역시 노사정위에 적지 않은불만을 갖고 있다.즉 △노사정위에 참여하는 정부가 노동계만 끼고 돈다 △의제 선택 역시 재계보다 노동계 관심위주로 짜여진다 △노사정위가 법조문까지 지나치게 세세한 내용에 개입해 노동부의 옥상옥 역할을 한다는 지적이다.더욱이 노사정위가 협의기구가 아니라 합의기구로 의견도출이 어려운 데다 상설기구여서 ‘의제 양산에 주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근본적인 문제로는 과연 노사정과 같은 전국적인 노사 협의를 벌일 필요성이 있느냐는 의문도 있다.무엇보다 근로자의 노조 조직률이 12%선에 불과하다.100명 가운데 88명이 비 노조원인 셈이다.그나마 전국 양대 노조 가운데민주노총은 빠지고 한국노총만 참여하는 반쪽 대표성은 노사정의문제점이다.기업들은 노조원 눈치를 보지 않고도웬만한 결정을 다 하는 실정이다.노사 대표가 매년 결정하는 임금 가이드라인만 해도 연봉제가 늘어나는 기업 사정에서 별 효력이 없다. 그래도 노사정위의 역할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노사정위가 작동한 배경의 하나로 고려해야 할 것은 전국적인 대립이 특징인 우리 특유의 노사 풍토다.노조도 범 산업,전국 단위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 조직이버티고 있다.‘노조에 맞선다.’는 명분으로 재계도 경총이란 노사 문제만 전담하는 전국 조직을 갖고 있다. 게임이론을 인용하지 않아도 “네가 힘을 행사하니 나도맞서야겠다.”며 조직을 정비하고 이론을 무장하는 국내노사 대립구조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법 개정 등 현실적인 노사 문제가 불거질 때 적어도 이런 전국적인 거대조직들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진정 노동 문제가 개별 사업장 단위로 내려오려면 전국 단위 노사 조직의 한쪽 또는 양쪽이 아주 약화되거나 없어져야 한다.그런데 노사 어느 쪽도 먼저 해체하지 않으며기회만 있으면 힘을 과시하려 한다.따라서 노사정위라는 전국 협의기구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노사의 전국적인 대립구도라는 현실을 도외시하고 노사정위를 탓하는 데 골몰하기보다 이 기구를 잘 활용해 노사갈등을 조정하고 대립을 완화하면 좋을 것이다.다만 노사정위가 과연 상설기구로 ‘관료조직화’하는 데 따른 문제점이 없는지 재검토해 볼 만하다.노동계 출신 장관이 2명이나 입각하고 선거철을 맞아 노조의 목소리가 높아지는현실에서 재계의 우려도 커지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주 5일제 등으로 뒤통수 맞는 노사정위가 빨리 재가동해 역할을 다해 주기를 기대한다. [이 상 일 논설위원 bruce@
  • 특검 눈치보는 검찰/ “”특감결과 뒤집히나””

    차정일 특별검사팀이 이용호씨에 대한 검찰의 비호 의혹에대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을지를 놓고 검찰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특별감찰본부까지 설치, 이 부분을 조사한바 있어 특감본부의 수사마저 뒤집힐 경우 치명타를 입을것이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이용호씨의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해서는 이형택·신승환·김영준씨 등 핵심 인사를 잇따라 구속,‘정·관계 로비는 없었다.’고 결론내린 검찰을 머쓱하게 만들었다.검찰의 비호 의혹과 관련,특검팀은 이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지었다.2000년 당시 서울지검 특수2부장이덕선씨,3차장 임양운씨,지검장 임휘윤씨 등의 계좌를 광범위하게 추적한 뒤 이들을 차례로 소환,조사했다.이씨측변호사들에 대한 계좌추적과 소환도 마무리됐다.남은 사람은 검찰총장 출신인 김태정 변호사뿐이다. 사법처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특검팀은 “지난해 특감본부의 조사 결과가 충실하다.”고 밝혀 별다른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지는 않았음을 시사했다.이에 따라 특검팀이 무리해서 이들을 기소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종 결정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들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따라서 법률해석을 달리해 일부 관련자들을 기소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특별감찰본부 역시 ‘제 식구 감싸기’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이덕선씨는 불구속기소되고임휘윤·임양운씨는 사퇴하는 선에서 특감본부의 수사는 마무리됐었다.이미 특검은 이용호씨로부터 받은 6666만원의성격을 다시 해석해 신승환씨를 구속한 전례도 있다. 더욱이 신승남 전 검찰총장이 이용호씨측의 압박을 받아신승환씨 부분을 특감본부의 조사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으로 드러날 경우 검찰의 위신은 더욱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것으로 여겨진다. 조태성기자 cho1904@
  • [민주 예비주자에 듣는다] 유종근

    유종근(柳鍾根) 전라북도 지사는 22일 대한매일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지지도가 낮긴 하지만 경제 대통령,CEO(최고경영자) 대통령을 앞세워 선거인단에 호소하면 열세를 뒤집을 수 있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중도포기 가능성을 일축했다.유 지사는 구체적으로 “다른 주자들과 연대를 하지 않고 당당히 혼자서 해낼 것”이라면서 “국민절대다수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경제 대통령을 원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모든 약점을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내 경선에서 강조할 점은 무엇인가. 이제 경제다.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절대 다수는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한다.그것도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 국가를 경영하는 ‘CEO대통령’을 원한다.경제대통령,CEO대통령으로 승부하겠다. ■실물경제에 약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목청을 높여)7년간 전북경제를 다루어 왔고,미국서도 11년간 주지사자문관을 했다.IMF(국제통화기금) 때도 외채만기연장협상을 잘했는데 실물을 모르고 어떻게 하나. ■여론지지도가 낮은데극복할 수 있나. 대선출마를 선언한 지 달포밖에 안 됐다.선언 때는 지지도가 1%대였으나 최근에는 4%대로 상승했다.상승세를 타고 있어 각종 미디어 접촉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면 빠른 속도로상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확신한다. ■지지도가 안 올라가면 중도포기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흑색선전이다.절대 그런 일 없다. ■도지사에 3연임할 자신이 없자 대권으로 눈을 돌려 입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그것은 아니다.오래전부터 도지사 3선은 안 한다고 생각했다.대권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즉 IMF 때 지명도가 높아지고,특히 외국언론에서 나의 활약상을 높이 평가하고 국가경제를 걱정하면서 생겼다. 다만 이른바 고관집 절도사건으로 한때 꿈을 접어버리기도했으나 작년 8월 법원에서 명예회복이 돼 대권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일 뿐이다. ■전라북도 도정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다. 작년에 전북도 사업 다 해냈다.딱 하나 동계올림픽(주개최지 무주 유치)을 못했지만 그것도 절반의 성공이다.도정은할 만큼 했다.예결위때는 위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예산을 부탁했다.50명이 넘는 예결위원들의 보좌관들도 해마다 찾아가 머리 숙여 부탁하기도 했다. ■경선에 전념키 위해 도지사직을 사퇴할 의사는 없는가. 그럴 필요는 없다.도청에서는 필요이상으로 사람을 만나느라 생각할 시간이 없다. ■장기간 외국생활로 국내 실정에 어둡다는 우려가 있다. 외국생활 경험은 세계화시대엔 오히려 강점이다.국내적 시각과 외국 시각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윤태식게이트도 정부기관이 (벤처기업의)제품을 평가하니 로비가들어오고,제일 힘있는 데가 청와대이니까 선이 뻗친 것이다. 하지만 선진국은 민간기업 제품을 정부기관이 평가하는 일이 없다.민간기관이 인증을 한다.정부역할을 많이 축소해야한다. ■열세만회를 위해 후보간 연대는 생각해 보았는가.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1등이라고 생각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특별수사청 신설 방침을 비판했는데 김 대통령과 차별화하겠다는 것인가. 차별화가 아니다.앞으로 우리당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에 힘쓰겠다. ■동교동 해체론은 어떻게 보는가. 동교동이 결사체도 아닌데 어떻게 해체하나.나는 동교동계도 아니고 한번도 동교동 식구로 인정받지도 못했다.하지만누구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도 되고, 누구는 안 된다면문제가 있다. 그렇게 하겠다면 차라리 당에서 쫓아내는 게낫지. ■최근 빅딜(대규모 기업맞교환) 등 경제정책에 대해서 비판을 했는데 본인도 김 대통령 집권 초기 경제고문으로서책임이 있지 않은가. 나는 빅딜을 막으려다 못막은 사람이다.빅딜은 단 한번도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시스템에 의한 결정이 아니었다는 얘기다.나는 대통령 방미중 청와대비서실장이 발표해버린 빅딜정책을 바로잡으려고 7개월이나 노력했지만 대통령의 이름으로 발표된 정책이라 시정이 안 되더라. ■독자적인 색깔이 없어 한나라당 후보와 차별화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무슨 소리인가.나는 재벌 개혁 완화는 안된다는 신념이 확고한 개혁론자다.오히려 우리당 후보들 중에 한나라당과 비슷한 재벌개혁 후퇴론자들이 있어 문제다. ■다른 후보들이 본인의 어떤약점을 공격할 것으로 보는가.그리고 대비책은 마련해 놓고 있는가. 내 약점을 내가 공개할 필요는 없다. ■정치자금의 애로를 자주 호소하는데 후원회도 못여는 실정에서 당내경선과 본선을 치를 자금은 넉넉한가. 경선에서 이기면 본선은 걱정 없다.법규정 때문에 후원회는 국회의원은 할 수 있지만 도지사는 못한다.이 문제로 헌법소원도 제기됐으나 합헌판결났기 때문에 지키겠다.돈 안드는 미디어 선거운동에 주력하겠다. ■호남후보 불가론을 어떻게 생각하나. 참으로 우리나라가 불행한 나라라는 걸 보여준다.영남출신은 내놓고 ‘해야 한다’하고,호남은 ‘안 된다’고 한다.21세기인데 큰 불행이다.그렇지만 현실이란 점도 인정한다. 그렇긴 해도 모든 국민들이 경제대통령을 원한다.경제가 발전하면 주식투자를 많이 하는데,대통령을 잘 뽑으면 주식시세가 오른다. 선거 때도 주가가 영향 받는다.대통령을 잘만 뽑으면 주가가 올라간다.혜택을 호남,영남 골고루 다 받는다는 얘기다. 검은 고양이든,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 이 메시지로 국민들에게접근하면 큰 호응을 얻을 것이고당내 경선도 반드시 뒤집을 수 있다.유종근을 찍으면 경제가 산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춘규기자 taein@ ■다른 주자들이 보는 유종근. “경제 전문가이지만 중앙정치 경험이 부족하다.” 유종근(柳鍾根) 지사에 대한 평을 구하자,민주당 대선 예비주자들은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이같이 말했다. ‘국민대통합론’을 주창하는 김중권(金重權) 고문측은 “경제전문가로서 역량이 있고 지방행정을 경험했다는 장점을가지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나라를 운영한다는것이 경제전문가만으로 되는 게 아닌 만큼, (중앙정치)경험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김근태(金槿泰) 고문측도 “IMF의 해결사로서 역할을 다하는 등 경제적 마인드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며 “그러나아직 중앙정치 경험이 없고 능력도 검증되지 않았다.”고토를 달았다.정동영(鄭東泳) 고문측은 “경제분야에 대한철학과 식견은 탁월하나,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하고화합형 이미지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대중지지도를 기반으로 하는 노무현(盧武鉉) 고문측에선“후발주자라는 점에서 인지도가 미약하다.”며 색다른 평을 내놓았다.장점으로는 “경제를 알고 지방광역단체를 이끈 경험을 가지고 있다.적극적인 성격,창의력을 갖췄다.”고 밝혔다.이인제(李仁濟)고문측은 “경제회복을 하는 데큰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 가장 많은 영향을미치고 있는 미국 경제를 잘 안다.”면서 “성실,근면한 것도 장점 중 하나”라고 평했다.그러나 “학자의 범주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행정가로서는 괜찮지만,정치인의 기질이 다소 부족한 게 흠”이라고 단점을 지적하며 평가절하했다.특히 “성품이 보기와는 달리 나약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홍원상기자 ws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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