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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기~’서 언어장애인 어머니역 이영란 교수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었는데 다시 (영화로)살펴봐준 관객들이 고맙죠.우리나라가 한 식구가 된 기분이에요.” 영화 ‘태극기를 휘날리면서’에서 진태(장동건 분)·진석(원빈 분) 형제의 언어장애 어머니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 이영란(48)경희대 연극영화과 교수는 이번 주말 관객 1000만 돌파를 앞둔 탓인지 이제야 비로소 말문(?)이 트였다. 그러면서 극중에서,18세된 진석이가 징집당할 때 ‘가지마,가면 안돼’라는 대사만큼은 꼭 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 대목이 자신의 연기 중 ‘압권’이라고 귀띔해준단다. 또 여성관객들은 진석이가 전장에서 돌아와 엄마품에 안길 때 가장 눈물을 많이 흘린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고 부연했다. 그는 언어장애자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 대구의 한 언어치료소와 연세대병원의 언어장애치료센터 등 수십 곳을 찾아다니며 참고했다.이 과정에서 자신의 극중 증세가 ‘연발성 언어장애’라는 해답을 얻기도 했다.언어장애자가 내는 소리를 듣기 위해 어렵게 녹음테이프를 구해 수백번 반복해 듣기도 했다.시나리오 대본을 받아보니 왜 언어장애자가 됐는지 설명이 없어 발품을 많이 팔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비록 자신이 아무말도 못하는 장애자였지만 ‘어머니’라는 것은 늘 돌아올 곳이며 다시 시작하는 곳이 아니냐.”면서 “내속의 고향,삶의 둥지,목마를 때 갈증을 해소해주는 곳이 바로 어머니”라고 설명했다.자신도 이같은 내면의 세계를 표출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고 말했다. “길가다 보면 저를 보고 ‘진석의 엄마’라고 지칭하는 사람이 많아요.하기야 1000만명이 봤으니까요.” 그는 현재 경희대 예술디자인대학 연극영화학과에서 ‘연극개론’ ‘공연학’ 등을 강의하고 있다.지금까지 그가 출연한 영화는 1994년 16㎜ 단편영화 ‘빈방’을 시작으로 ‘꽃잎’(1996년)에서 어머니역,‘정사’(1999년) ‘연풍연가’ (1999년) ‘24세’(2001년) 등이다. 이 교수는 이화여대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교내 부활절 축제의 하나로 기획된 록뮤지컬 ‘가스펠’의 출연자 모집에서 합격한 것이 연기의 길로 나서게 됐다. 대학졸업후 미국 유학을 떠나 뉴욕대 대학원 공연학과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마쳤다. 비록 강단에 있지만 무대에 스스로 서는 배우적 욕심이 강한 그는 그동안 모노드라마 ‘자기만의 방’ ‘다시 서는 방’ ‘즐거운 이혼’ 등으로 많은 고정팬들을 확보해놓고 있다. 김문기자 km@˝
  • 송두율 15년刑 구형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오세헌)는 9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부장 이대경)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논고를 통해 “피고인은 73년 노동당 입당 이후 30년간 북한의 지령에 따라 대남 공작활동을 벌여왔다.”면서 “국가보안법이 적용돼 기소된 최고위급 인사인 데다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최후진술에서 “국보법은 지상유일의 분단국가가 통일된 민족국가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반통일적 장애물”이라면서 “학문적 양심에 따른 학술활동을 시대착오적 법률로 재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검찰은 “피고인은 91년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된 뒤 ‘경계인’이란 가면을 쓰고 주체사상을 남한사회에 전파하는 대남공작활동을 펼쳐왔다.”면서 저서·기고문 작성과 남북학술대회를 사례로 들었다.이어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명언을 들어 검찰은 “피고인은 남파공작원으로 남한 주요인사를 암살하진 않았지만,선전·선동 활동으로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해악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 변호인단은 이날 “황장엽 북한 전 노동당비서도 ‘외국인이 정치국 후보위원이 될 순 없다.’고 진술한 데다 국정원 자료에서도 북한은 ‘김철수’란 이름을 외부인사를 부를 때 흔히 사용했다.”며 정치국 후보위원이란 증거 또한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송두율교수 최후진술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국내외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진행된 이번 재판에 많은 노고를 기울여주신 재판부에 우선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 드려 여러 재판 과정을 거쳐 지금에까지 이른 저의 심정은 여러 가지로 착잡합니다. 한편으로는 악몽 같기만 했던 지난 일이 일단 끝난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분단시대를 뒤로하고 이제 바야흐로 통일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기뻐하며 가슴 가득 희망에 부푼 많은 분들에게 이번 재판의 결과가 어떤 의미를 던질 것인지를 가늠해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가 보안법의 실체 외국 땅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저로서는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하면 겨우 ‘반국가단체’, ‘고무-찬양’, ‘잠입-탈출’, ‘회합-통신’과 같은 단어정도를 연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넉 달 넘게 ‘국정원’ 조사로부터 시작해서 검찰의 심문조사를 거치며 지금까지 숨 가쁘게 이어져온 수 차례에 걸친 재판 과정을 통하여, 저는 ‘국가보안법’의 실체를 몸으로 터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국가보안법’을 저에게 적용하려는 검찰의 시도가 얼마나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는가 하는 것을 저의 변호인단 측에서 법적으로 충분히 지적했기 때문에 그것을 재차 여기서 반복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국가보안법’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에 대해서는 짧은 언급이나마 절실한 듯이 보입니다. 여러 가지 가운데 우선 두 문제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베를린 시의 중심에 있는 쇠네베르거 우퍼(Schoeneberger Ufer) 거리에는 재독 ‘대한민국’ 대사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자동차로 겨우 10분 정도 떨어진 글린카 거리(Glinkastrasse)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외국인이 평양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 대사관을 방문하여, 입국사증의 신청 등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의 ‘공소장’은 제가 이 대사관을 방문한 것이 “국가를 참칭한 반국가단체가 지배하는 지역”으로 들어가 ‘반국가단체’의 성원과 ‘회합-통신’한 죄를 범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지금 평양에 상주하는 독일대사관 직원들은 모두 ‘국가보안법’의 위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서울에 있는 괴테 문화원(Goethe-Institut) 원장은 평양에 있는 괴테 문화원의 ‘독서실’을 함께 관장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 평양을 방문해야 합니다. 검찰의 논리를 따른다면 이러한 행위 역시 당연히 ‘잠입-탈출’ 죄를 범한 것이 됩니다. 그래서 제 사건을 보고 충격을 받은 독일인들은 한국이 드디어는 ‘국가보안법’을 독일에까지 수출하려 하느냐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합니다. 뿐만 아니라 16년 전에 제가 독일말로 쓴 책의 내용을 문제삼아 역시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양 검찰이 논리를 세우는 것을 보고 모두 아연실색하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매년 10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제 도서박람회(Buchmesse)’가 열립니다. 이 행사기간 1871년 독일제국헌법을 제정 통과시킨 제국의회가 열렸던 파울교회(Paulskirche)에서는 인류문화의 지적보고인 책을 통해서 평화에 기여한 인사에게 유명한 평화상(Friedenspreis)도 수여됩니다. 내년 2005년에는 한국이 이 박람회 측에서 특별 선정한 ‘손님나라’(Gastland)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해서 ‘고금상정례문’이나 ‘직지심경’등을 인쇄해서 인류문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문화 국에 대한 당연한 예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나라임에도 아직도 사상 관련 저술에 중세 때나 가능한 마녀 사냥 식의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반문화적인 현실을 이 세계는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오늘의 세계는 문화를 존중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우리의 공안 검찰은 이러한 반문화적인 작태를 태연히 자행함으로써 한국의 국위를 너무나도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있습니다. 검찰은 ‘실정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국가보안법’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지상유일의 ‘분단국가’가 통일된 민족국가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반통일적 장애물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은 세계화의 기치아래 ‘세계 시민사회(Weltbuergergesellschaft)’를 지향하는 오늘의 국제적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대학이 있는 뮌스터 시에는 ‘30년전쟁(1618~48)’을 종결시킨 ‘베스트팔리아 평화조약(Westfaelischer Friedensvertrag)’이 체결된 회의실에 아직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근세 국제법적인 의미에서 최초의 평와 조약이라고 불리우는 이 평화조약의 정신은 칸트의 ‘영구평화론(Zum ewigen Frieden)’을 거쳐 나치 독일을 피해 미국에 망명, 법을 통한 평화를 설파해서 초국가적인 평화기구인 UN의 설립정신에 기여한 한스 켈젠(Hans Kelsen)의 법철학의 근간을 이루었습니다. 민족국가를 기초로 해서 국성 이러한 평화개념은 이제 민족 국가의 국경개념을 희미하게 만드는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국가대신에 ‘시민사회’에 근거한 보다 보편적이고 사해동포적인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탈현대적(postmodern)인 법 이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은 ‘남북기본합의서’가 이미 밝히고 있는 원칙, 즉 남북은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특수한 관계’도 인정치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에 말한 ‘베스트팔리아 평화조약’이 전제하고 잇는 국민 , 국토, 그리고 주권이라는 기본요건마저 무시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17세기 중반의 법 이해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법 아닌 법입니다. 나의 ‘통일철학’ 그러나 저는 이 기회에 -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심정으로 - 이러한 ‘국가보안법’이 이해하려고 시도하지도 않고 또 이해할 수도 없는 저의 통일 철학의 핵심을 간략히 밝히고자 합니다. 통일 문제를 말할 때, 언제나 저는 제일 먼저 ‘상생(相生)’의 원칙을 강조해 왔습니다. 불교적 용어로 이해되고 있는 ‘상생’은 ‘연기(緣起)’라는 개념을 전제합니다. 즉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이 가르침은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의 민족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는 ‘남이냐, 북이냐’라는 양자택일의 논리가 아니라 ‘남과 북’이 공유하는 관계를 중시하는 논리로서, 저는 큰 대나무와 저 작은 대나무가 실은 땅속에서 뿌리를 통하여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비유를 들어 이 관계를 설명합니다. 1989년 봄, 비엔나에 있는 유명한 ‘문학의 집(Literaturhaus)’에서 행한 ‘탈현대의 고고학(Zur Archaelogie der Postmoderne)’이라는 강연에서 저는 대나무와 도토리나무의 비유를 들어 현대의 인식론적인 문제를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어미 대나무(母竹)로부터 뿌리가 옆으로 퍼지면서 일정한 거리에 죽순이 나오는데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번식하면서 무성한 대나무밭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도토리나무는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떡잎이 나오고 어느 정도 성장하지만 어미 도토리나무의 무성한 잎의 그늘 때문에 이 어린 나무는 자라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습니다. 대나무는 ‘관계철학’, 도토리나무는’주관철학’을 각각 상징합니다. 또 ‘관계철학’은 ‘상생’을, ‘주관철학’은 나만이 옳다는 ‘아만(我慢)’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상생’의 원칙에 입각할 때, 비로소 남과 북은 서로를 ‘자기 속의 타자(他者)’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게 됩니다. 남과 북이 똑같다면 이미 통일이 이룩된 상태일 것이고, 남과 북이 완전히 다르다면 통일이야기를 꺼낼 필요조차 없는 상황일 것이기 때문에,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남북은 긴장 속에서도 계속 줄기찬 여유를 지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태도는 통일을 어떤 ‘사건’이 아니라, 끊임없이 전개되는 ‘과정’으로서 바라보는 훈련을 요구합니다. 왜냐하면 반세기 이상 서로 이질적으로 형성되어온 남북의 체험공간은 서로의 기대 지평을 달리 만들어 왔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라는 ‘과정’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서로가 ‘주인’과 ‘종’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는 그리하여 서로의 관점을 바꾸어 보는 ‘합리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폭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평화적 수단을 통해 갈등을 해결한다는 이러한 원칙을 우리의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록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체제의 수립이라는 ‘적극적’ 의미의 평화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전쟁이 없다는 의미에서는 ‘소극적’인 의미의 평화 정도만이라도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오늘의 한반도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상생’, ‘자기 속의 타자’, ‘과정’, ‘합리적인 대화’ 그리고 ‘평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제 스스로의 ‘통일철학’의 실현을 위해 ‘배제하고 동시에 통합하는 제3의 무엇’을 지향하고자 하는 ‘경계인’의 삶을 “기회주의적”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제 뇌리 속에는 초기 불교의 성전 ‘쌍윳따 니까야’의 함축적인 비유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즉, 흰 소와 검은 소가 서로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대개는 검은 소가 흰 소에, 또는 흰 소가 검은 소에 묶여있다고 보는데, 사실은 이 두 소를 서로 묶고 있는 것은 단지 ‘끈’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남과 북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비유는 남이 북에게, 또는 북이 남에게 묶여 있는 것으로 보기보다는, 이 남북의 ‘사이’를 생각해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이라는 ‘제3의 공간’이 전 한반도로 확장된다면, 위에서 지적했습니다만, 전쟁이 없다는 뜻에서의 소극적인 평화 정도는 가능하다는 발상으로 통하기 때문입니다. ‘경계인’의 의미 37년 만에 ‘경계인’으로서 제 조국 땅을 밟으면서, 저는 ‘조직 사회학’에서 종종 거론되는 다섯 마리 원숭이에 대한 우화를 생각했습니다. 원숭이 사육사가 매일 아침 나무 꼭대기에 신선한 바나나를 매달고, 그 근처에 전류를 통하게 했습니다. 첫 번째 원숭이가 바나나를 따먹으려고 나무에 오르다가 흐르는 강한 전기에 놀라 곧 포기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원숭이도 흐르는 강한 전기에 놀라 연이어 포기했습니다. 이튿날 새롭게 우리 안에 들어온 다섯 번째 원숭이가 걸려있는 바나나를 보고 나무에 오르려고 하자 이미 혼난 경험이 있는 네 마리 원숭이가 다 나서서 그를 말렸습니다. 그러나 이 다섯 번째 원숭이는 이 만류를 뿌리쳤습니다. 사육사가 이미 전류를 끊었는데도 네 마리 원숭이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이 우화는 지식의 역할이 사회에서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 것입니다. 즉 ‘지식은 조직을 멍청하게 만든다(Intelligenzmacht Organisation dumm)’는 역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를 항상 깨어있게 하는 지식은 기존의 선입견을 파괴하고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이른바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Andersdenkender)’을 요구합니다. 국가보안법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국가정보원’과 ‘공안검찰’ 및 이른바 ‘거대 언론’,그리고 이에 덧붙여 기존의 선입견을 ‘지식’으로 포장하고 확대 재생산시켜온 이른바 ‘지식인들’이 바로 위에서 지적한 네 마리 원숭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저는 동시에 이 사회를 항상 깨어있게 만드는 많은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다섯번째 원숭이는 ‘해방 이후 최대간첩’이니 ‘말 바꾸는 지식인’이라고 저를 매도하는 네 마리의 원숭이가 벌이는 그 시끄러운 굿판(Affentheater) 속에서도 달리 생각하고 행동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회를 건강하고 새롭게 만드는 지식체계의 구성은 사실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다. 특히 사회의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이를 예방하는 문제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복잡해질수록 더욱 어려운 과제로서 등장합니다. 또한 ‘위험사회’니 ‘보험사회’니 하는 말처럼, 위험이 항시적으로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우리들의 감각이 둔화하기 때문에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생태철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은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설명합니다.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에 넣어 점차적으로 조금씩 온도를 높여서 가열하면 이 개구리는 끊는 물 속에서 그만 죽습니다. 그러나 만약 끊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이 개구리는 펄쩍 뛰어 밖으로 도망치려고 시도합니다. 이 비유는 분단 시대를 오래 살아온 우리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국가보안법’이 민주화 진전에 따라 유명무실하게 되었다고 믿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저의 입국을 전후해서 생긴 소용돌이는 분명히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민족분단을 확대 재생산해온 우리의 의식구조 속에서 제 문제가 충격적이라면, 저는 차라리 이 충격이 지속적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놀라게 했던 모든 사건도 곧 잊혀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또 한번의 가능한 충격을 곧 있을 재판의 결과에서 기대해 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네 마리 원숭이가 벌였던 그 시끄러운 굿판이 결국 도깨비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몰고 올 또 한번의 충격을 기대해 봅니다. 그러한 충격은 우리의 정신적 위기상황을 적극적으로 깨닫게 하는 일종의 ‘정신 생태학(Oekologie des Geistes)’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러한 ‘정신생태학’은 자연환경을 문제시하는 ‘생태학’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저의 문제를 계기로 해서 분단된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그러한 아름다운 나라로 한 걸음 더 다가섰으면 하고 저는 바랍니다. 최후진술을 마치면서 저는 부모가 난 땅을 난생처음 밟았다가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뀐 엄청난 충격을 경험했던 저의 자식들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거는 기대도 같은 맥락이라고 믿습니다. 이 나라가 깨어있고 또 건강해서 바로 그 때문에 사랑할만하다는 확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판결을 저의 가족들이 기다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민족과 세계를 함께 생각하면서 걸어온 지난 40년 가까운 학자생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아 또 한번 비상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는 그러한 재판의 결과를 기대합니다. 온 나라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재판부의 미래지향적인 판결에 희망을 걸면서 저의 최후진술을 경청해주신 재판부에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2004년 3월 9일 송두율 ˝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일본인 달라진 씀씀이

    일본에는 ‘10억원 모으기’ 같은 유행은 없다.일본 돈으로 치면 1억엔(100엔=1054원)쯤이지만 평생 1억엔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일본인은 별로 없다.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3.5배쯤 되는 터라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그 “마음 먹으면”이 그리 쉽지 않고,악바리처럼 모으지도 않는다.만일에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정신은 여전해도 ‘저축벌레’들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견실한 중견기업에서 19년째 일하고 있는 화이트 칼라인 오베(44·도쿄 거주)는 연봉 950만엔가량을 번다.일본 국세청의 2002년 조사에 따른 일본 샐러리맨의 평균 연수입이 447만 8000엔(평균 43.3세)인 것과 비교해 평균을 훌쩍 넘어선 고소득자다. 일견 풍족해 보이는 그이지만 집 한칸 없다.‘무소유의 철학’같은 것도 없다.“독신인 탓에 집이 필요하지 않고,지금와서 25년짜리 장기대출로 주택을 구입해 늙어 죽을 때까지 갚는다고 생각하면 숨이 막혀 그냥 월세집에 사는 게 편하다.”는 설명. 도쿄 도심의 회사까지 50분쯤 걸리는 부도심권에 사는 그의 집은 공영주택의 방 두칸짜리 월세 10만엔의 30년 넘은 아파트다.이것저것 떼고 손에 쥐는 월급이 42만엔쯤되는 그는 월세 외에도 전기,가스,수도세를 뺀 가처분 소득이 27만엔 안팎인데도 남는 것은 제로다. 월급의 사용내역을 보면 월세 10만엔,광열비 5만엔,오사카(大阪)에 사는 부모님 용돈 6만엔과 자신의 용돈 5만엔 정도이다.16만엔 정도가 남지만 “잔업하고 피곤하면 택시를 타거나,낡은 아파트와 가전제품을 수리하거나 바꾸는 데 생각하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는 게 의외의 씀씀이에 대한 오베의 변이다. “일하는 게 재밌다.”는 그는 자동차도 없다.주말이면 집안 청소를 하거나 음악을 듣는 게 고작이다.용돈으로 정한 5만엔의 대부분도 CD나,책 구입에 쓴다.“독신이라 세탁이나 다리미질,요리 같은 귀찮은 일들은 돈으로 해결하고 만다.”는 그가 19년간 모은 저축이라곤 1000만엔을 조금 넘는다.특별히 몇살 때까지 얼마를 모은다거나 하는 계획은 없다.연금이 있어 딱히 노후가 불안하지도 않다고 덧붙인다. ●부부가 따로 벌어 각자 생활 즐겨 여유가 있기로는 맞벌이 부부도 마찬가지이지만 억척스럽게 돈을 모으겠다는 생각은 없다. 경찰 공무원인 다바타(37)는 조그만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는 부인(29)과 작년 어떤 모임에서 만나 결혼했다.그가 3년 전 장만한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다바타는 부인 아야의 월급이 얼마인지 모른다.자가(自家)라 월세가 들어가지 않는 만큼 월 생활비 15만엔 중 10만엔은 자신이,5만엔은 부인이 충당한다.그밖의 수입은 각자 알아서 관리한다. 월 5만엔 정도를 용돈으로 쓰는 다바타의 연수입은 700만엔 정도.다달이 하는 일이 달라 수당이 붙고 안붙고에 따라 손에 쥐는 월급은 40만엔이 되기도 하고 30만엔으로 줄어들기도 한다. 구입 당시 3500만엔하던 방 세칸짜리 집(72㎡)은 800만엔을 자신의 돈으로,나머지는 25년 장기대출로 장만했다.저금은 불과 500만엔밖에 갖고 있지 않은 그는 “아내가 곧 회사를 그만두고 캐나다로 단기유학을 떠나고 그 뒤 아이라도 갖게 되면 돈을 모으기란 사실상 어렵다.“고 예상했다. 재작년 취재현장에서 알게 돼 결혼에까지 이른 신문기자 부부인 미치코(30)도 부부가 생활비와 월세를 공동부담한다.“남편과 함께 공동의 지갑을 만들어 생활비를 절반씩 분담한다.”는 그녀는 “아파트를 구입할까 하고 저금도 슬슬 생각한다.”고 했다. 남편(33)은 연수입 650만엔,자신은 560만엔 정도인 이들 부부는 눈코뜰 새 없는 기자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30대 초반의 신혼부부인 만큼 여행하랴,취미생활에 필요한 물건 사랴 돈쓰기에 바쁘다. 이처럼 일본인들이 저축에 눈을 돌리지 않다 보니 작년 연말 내각부 발표의 ‘가계 저축률(가처분 소득 중 저축비율)’은 조사를 시작한 1955년 이후 최저인 6.2%를 기록했다. ●“악착같이 모으다간 따돌림 당하지” 8년 전 회사를 퇴직하고 지금은 연금생활을 하고 있는 스즈키(68)의 개인자산은 집(2500만엔 추산)과 저축(900만엔가량)이 전부다.연금은 월 27만엔.얼마전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조사한 “디지털 생활을 즐기는 일본인 60대”의 전형적인 경우이기도 하다.이 신문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인 대도시 60대의 세대당 평균자산은 현금과 부동산을 합쳐 3600만엔이었다. 스즈키는 수입이 전혀 없는 부인과 두 식구 생활에 27만엔이면 충분할 것 같지만 그것으로는 용돈(평균 5만엔),차량 유지비(2만엔) 외에 술친구와 어울리고,해외여행·독서 등 자신을 위해 들어가는 돈을 생각하면 턱없이 모자란다.그래서 지금은 저축을 매달 조금씩 헐어쓰고 있다. “일본인에게 1억엔을 모으라고 한다면 모을 수 있는 사람이 100명에 1명꼴쯤 될까.”라고 되묻는 스즈키는 “악착같이 돈만 벌고,쓸 때 제대로 쓰지 않고,책도 사읽지 않으면 필시 따돌림 당하기 십상이며 그런 점이 한국과 다른 문화가 아닐까.”라고 나름대로 분석을 한다. 7년 전 편집·교정 전문회사를 설립해 연 매출 7000만엔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이노우에(40)는 연수입이 1000만엔에 육박하지만 지금까지 저축은 1000만엔이 채 되지 않는다. “일본인들에게 저축이란 1년치 수입의 개념으로 혹시 실직하더라도 다른 일을 찾아볼 기간 동안의 월급 대신이란 의미”라는 그는 “돈을 많이 번다는 꿈은 중요하지만 1억엔이라면 너무 피곤할 것”이라고 손을 내젓는다. ●교육비에 등줄기 휘기는 한국과 마찬가지 돈벌고,쓰는 가치관에 다소 차이는 있어도 고물가와 교육비로 등골이 휘기는 우리와 사정이 비슷하다. 1000만엔에 조금 못미치는 연봉을 받는 가와무라(48)는 세 자녀를 두고 있다.4월이면 쌍둥이 두 아들이 중학교에 진학한다.사립학교를 보낼 생각이지만 1인당 연 100만엔이 넘게 들어가는 사립중학교의 교육비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말이 1000만엔이지 세금,보험,연금을 떼고 수중에 남는 수입은 700만엔쯤.교육비와 생활비,장기주택대출금 상환 등을 빼고 나면 자신의 용돈은 봉급쟁이 평균(4만 8000엔)을 밑도는 3만엔 정도이다.이도 모자라 “아내가 아르바이트에라도 나서야 할 형편이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생각하면 집에서 뒷바라지해야 하기 때문에 저축을 헐어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marry04@˝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공중에 붕 뜬 길

    4차선이나 되는 길을 빈틈없이 메운 차 속에서 사람들이 몇 시간씩 이런 불안과 고립무원의 소외감에 떨고 있는데 저 지상에선 어떻게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단 말인가. 충청지방의 폭설 피해가 막심한 모양이다.고속도로에 갇힌 사람들,특히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의 고통은 공포감에 가까웠으리라고 짐작된다.엊그저께 서울에 내린 20㎝ 가까운 큰 눈도 집 밖에서 경험하니까 천지가 개벽하는 게 아닌가 싶게 불안했는데 50㎝나 되는 적설량은 어느 만한 것일까 잘 상상이 안 된다.서울에 큰 눈이 오던 밤에 나는 공중에 붕 뜬 순환도로 위에 있었다.큰댁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오는 길이었다.저녁식사를 겸한 이른 제사였다.그래도 큰댁을 떠날 때는 이미 발이 빠지게 눈이 온 뒤였고,계속해서 목화송이처럼 탐스러운 눈이 난분분하게 하늘 땅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자고 가라고 붙들었지만 부득부득 떠난 건 큰길에 차들이 잘 소통되는 게 보였고,설마 같은 서울시인데 집에 못 가랴 싶어서였다.걱정하며 붙드는 큰댁 식구들한테는 가다가 못 가면 찜질방에서 자고 갈 거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아주 농담만은 아니었다.한번도 그런데 가볼 기회가 없었던지라 어떻게 생긴 데일까 하는 호기심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차가 꼼짝을 안 하게 된 건 하필 공중에 붕 뜬 순환도로상에서였다.도시 외곽에는 무수한 도로들이 공중에 붕 떠서 차들이 신호에 안 걸리고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그 위에서 소통이 잘 돼 차가 쌩쌩 달릴 때는 땅 위에서 엉금엉금 기는 차들이 딱해 보였지만 그 위에서 몇 시간 얼어붙어 보니 어떡하면 저 밑의 땅을 밟아 볼 수 있을까 하며 땅 위를 기는 차나 인간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찜질방도 호텔도 땅 위의 것일 뿐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의 일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무서웠다.내가 탄 차뿐 아니라 내 전후좌우로 4차선이나 되는 길을 빈틈없이 메운 차 속에서 사람들이 몇 시간씩 이런 불안과 고립무원의 소외감에 떨고 있는데 저 지상에선 어떻게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단 말인가. 교통방송을 틀어 봐도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어떤 도로 어떤 구간에서 작은 접촉사고로 소통이 원활치 못하다는 것까지 일일이 친절하게 알려주던 방송이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수난에 대해선 이렇게 시침을 떼고 딴청만 부리고 있는 것일까.교통방송이 이러하니 다른 방송은 말할 것도 없었다.잡담조의 정치 경제 얘기 아니면 노래나 농지거리는 분통만 더 터지게 만들 뿐 아무런 위안이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공중의 길 위에서 자정이 지나고 새날을 맞았다.단언컨대 그 시간에 그 순환도로상은 차바퀴 밑이 미끄럽다기보다는 질척해서 비올 때를 방불케 했다.생각해 보니 차간 거리고 뭐고 없이 빽빽하게 차가 밀려 있었으니 차 지붕 위에 내려앉은 눈이 더 많지 바닥에 쌓일 새가 없었을 것이다.전방 어딘가에서 대형사고가 있지 않고는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그렇다면 그걸 처리하기 위한 백차나 앰뷸런스 견인차 등 무언가 지상의 관심이 느껴져야 할 텐데 감감무소식이었다.만약 순환도로를 빠져나가는 출구쪽 내리막길이 미끄러워 통제를 하거나 통행이 불가능했다면 미리 진입을 막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여전히 불과 몇 미터 아래 지상에서는 쌩쌩까지는 아니라 해도 차들이 원활하게 잘 다니고 있었다. 그날 밤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40분 거리를 4시간 반이나 걸렸다는 것보다는 왜 그런지 영문을 몰랐다는 데 있었다.고립무원의 고독감 때문이었다.교통경찰이 길을 터주지는 못할망정 왜 막히는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알려줄 수는 없었을까.하긴 그걸 알려줄 만한 교통경찰이었다면 진입을 막았을 것이다.우리가 통과한 진입로와 출구 사이는 그 순환도로상에서는 극히 짧은 구간이었는데도 출구와 입구 사이에 전혀 소통이 안 됐던 것이다.마침내 차가 조금씩 서행을 시작하면서 그 공중에 붕 뜬 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빠져나오는 내리막길에서도 아무런 사고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왜 그랬는지 영 모르고 만 것이다.지상은 공중의 길보다 훨씬 더 미끄러워서 내가 탄 차의 운전자가 조심운전을 하니까 뒤차가 빵빵대며 신경질을 부려서 할 수 없이 지상의 흐름을 탔다.마침내 현실감이 돌아오고 간밤의 일은 비현실적인 악몽으로 남았다.˝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공중에 붕 뜬 길

    4차선이나 되는 길을 빈틈없이 메운 차 속에서 사람들이 몇 시간씩 이런 불안과 고립무원의 소외감에 떨고 있는데 저 지상에선 어떻게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단 말인가. 충청지방의 폭설 피해가 막심한 모양이다.고속도로에 갇힌 사람들,특히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의 고통은 공포감에 가까웠으리라고 짐작된다.엊그저께 서울에 내린 20㎝ 가까운 큰 눈도 집 밖에서 경험하니까 천지가 개벽하는 게 아닌가 싶게 불안했는데 50㎝나 되는 적설량은 어느 만한 것일까 잘 상상이 안 된다.서울에 큰 눈이 오던 밤에 나는 공중에 붕 뜬 순환도로 위에 있었다.큰댁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오는 길이었다.저녁식사를 겸한 이른 제사였다.그래도 큰댁을 떠날 때는 이미 발이 빠지게 눈이 온 뒤였고,계속해서 목화송이처럼 탐스러운 눈이 난분분하게 하늘 땅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자고 가라고 붙들었지만 부득부득 떠난 건 큰길에 차들이 잘 소통되는 게 보였고,설마 같은 서울시인데 집에 못 가랴 싶어서였다.걱정하며 붙드는 큰댁 식구들한테는 가다가 못 가면 찜질방에서 자고 갈 거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아주 농담만은 아니었다.한번도 그런데 가볼 기회가 없었던지라 어떻게 생긴 데일까 하는 호기심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차가 꼼짝을 안 하게 된 건 하필 공중에 붕 뜬 순환도로상에서였다.도시 외곽에는 무수한 도로들이 공중에 붕 떠서 차들이 신호에 안 걸리고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그 위에서 소통이 잘 돼 차가 쌩쌩 달릴 때는 땅 위에서 엉금엉금 기는 차들이 딱해 보였지만 그 위에서 몇 시간 얼어붙어 보니 어떡하면 저 밑의 땅을 밟아 볼 수 있을까 하며 땅 위를 기는 차나 인간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찜질방도 호텔도 땅 위의 것일 뿐 나와는 상관없는 세상의 일이라는 사실이 그렇게 무서웠다.내가 탄 차뿐 아니라 내 전후좌우로 4차선이나 되는 길을 빈틈없이 메운 차 속에서 사람들이 몇 시간씩 이런 불안과 고립무원의 소외감에 떨고 있는데 저 지상에선 어떻게 이렇게 무관심할 수 있단 말인가. 교통방송을 틀어 봐도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어떤 도로 어떤 구간에서 작은 접촉사고로 소통이 원활치 못하다는 것까지 일일이 친절하게 알려주던 방송이 어쩌면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수난에 대해선 이렇게 시침을 떼고 딴청만 부리고 있는 것일까.교통방송이 이러하니 다른 방송은 말할 것도 없었다.잡담조의 정치 경제 얘기 아니면 노래나 농지거리는 분통만 더 터지게 만들 뿐 아무런 위안이나 도움이 되지 않았다.공중의 길 위에서 자정이 지나고 새날을 맞았다.단언컨대 그 시간에 그 순환도로상은 차바퀴 밑이 미끄럽다기보다는 질척해서 비올 때를 방불케 했다.생각해 보니 차간 거리고 뭐고 없이 빽빽하게 차가 밀려 있었으니 차 지붕 위에 내려앉은 눈이 더 많지 바닥에 쌓일 새가 없었을 것이다.전방 어딘가에서 대형사고가 있지 않고는 이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그렇다면 그걸 처리하기 위한 백차나 앰뷸런스 견인차 등 무언가 지상의 관심이 느껴져야 할 텐데 감감무소식이었다.만약 순환도로를 빠져나가는 출구쪽 내리막길이 미끄러워 통제를 하거나 통행이 불가능했다면 미리 진입을 막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여전히 불과 몇 미터 아래 지상에서는 쌩쌩까지는 아니라 해도 차들이 원활하게 잘 다니고 있었다. 그날 밤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40분 거리를 4시간 반이나 걸렸다는 것보다는 왜 그런지 영문을 몰랐다는 데 있었다.고립무원의 고독감 때문이었다.교통경찰이 길을 터주지는 못할망정 왜 막히는지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알려줄 수는 없었을까.하긴 그걸 알려줄 만한 교통경찰이었다면 진입을 막았을 것이다.우리가 통과한 진입로와 출구 사이는 그 순환도로상에서는 극히 짧은 구간이었는데도 출구와 입구 사이에 전혀 소통이 안 됐던 것이다.마침내 차가 조금씩 서행을 시작하면서 그 공중에 붕 뜬 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빠져나오는 내리막길에서도 아무런 사고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왜 그랬는지 영 모르고 만 것이다.지상은 공중의 길보다 훨씬 더 미끄러워서 내가 탄 차의 운전자가 조심운전을 하니까 뒤차가 빵빵대며 신경질을 부려서 할 수 없이 지상의 흐름을 탔다.마침내 현실감이 돌아오고 간밤의 일은 비현실적인 악몽으로 남았다.
  • [조성완의 생생러브] 여자도 ‘고래’잡자

    흔히 비뇨기과를 가면 남자들만 앉아있어 금녀의 지역처럼 알고들 있지만,사실 비뇨기는 소변을 만들고 배출하는 신장,요관,방광,요도와 같은 기관들이 남녀에게 모두 있으니 당연히 이곳에 문제가 생기면 여성도 비뇨기과를 찾아야 하고,최근에는 여성의 성기능 장애도 여성비뇨기과학의 주요 관점으로 연구가 활발하다.어떨 때 여성이 비뇨기과를 찾아야 하는가? 가장 흔한 질환 몇 가지만 알아 보자. 갑자기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 볼 때 요도가 짜릿하거나 따가우며,아랫배가 불편하거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면 ‘방광염’일 가능성이 높다.부부관계를 하면서 요도 입구가 자극이 되어 생기기도 하지만 성관계와 무관하게 너무 피로하거나 외음부 세척을 너무 심하게 해도 생길 수 있다.흔히 ‘오줌소태’라고 알려져 있는 이 질환은 간단한 소변검사로도 진단되고 3∼7일간의 약물치료로 호전된다. 간단한 운동을 하거나,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흘리는 증상을 ‘요실금’이라고 한다.쉽게 말하면 소변을 자주 지려서 속옷이 찝찝하게 자주 젖는데,깔끔한 성격을 가진 주부라면 크나큰 스트레스가 된다.요실금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특히 임신에 의해 방광이 처지고 지지하는 근육이 늘어져 생기는 요실금은 ‘복압성요실금’이라고 해서 출산을 겪은 대다수의 여성이 조금씩은 경험하는 증상이다.정도에 따라 간단한 체조나 운동으로 호전될 수도 있고,골반근육을 수동적으로 운동시켜 주는 기계치료도 있다.심하면 수술로 교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복잡하고도 미묘한 여성들의 성기능 장애가 있다.흔히 오르가슴 장애라고도 하는데,부부관계를 하면서도 아무런 흥분을 느끼지 못하고,그냥 남편을 위해 참고 사는 여성들이다.물론 여성의 쾌감이 워낙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내가 느끼는 이 느낌이 오르가슴이 맞는지 아닌지 궁금해하는 여성이 무척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이러한 궁금증조차 전혀 없이 아무런 변화도 못 느끼는 여성들도 있다.그중 일부는 신체적인 원인이 나타나기도 하는데,대표적으로 남성의 포경처럼 여성의 음핵도 겉피부로 완전히 뒤덮여 예민한 감각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이때에는 남성의 포경수술과 유사하게 간단한 수술치료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대다수는 정신적인(심리적인) 원인에서 출발한다.부부 사이 또는 시댁식구와의 갈등,경제적인 문제,애들 문제 등등 기분을 좋게 하기보다는 성감을 떨어뜨리고도 남을 만한 문제들이 산더미 같은데 잠자리만 보채는 남편이 미워질 수도 있다. 이때에는 치료가 쉽지 않다.가능하다면 부부가 함께 심리적인 검사나 치료를 받아 보는 게 좋다.사랑해서 결혼한 우리 부부가 언제 어떤 문제부터 꼬이기 시작했는지도 찾아내고,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현재의 상황들이 해결될 것인가를 부부가 직접 해결하기 어려우면 전문가에게 맡겨서라도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아내가 말을 하지 않는다고 무시한다면,아내와 사랑을 나누고 있다고 느끼는 오늘밤에도 어쩌면 아내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는지도 모른다. 명동이윤수비뇨기과 공동원장˝
  • [김영희 이혼클리닉] ‘국제결혼’ 부모님 설득 어렵네요

    미국계 은행에 다니는 29세 청년입니다.아버지는 대기업 간부로 일하시고,어머니는 명품가게를 운영하며 여동생도 있습니다.2년째 사귀고 있는 미국 여성과 결혼하고 싶은데 어머니 반대가 완강합니다.아버지는 침묵으로 일관하시고요.설득할 방법이 없을까요? -정승국 정승국씨.인터넷에 올라온 사연을 접하고,제 경우와 똑같아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외아들인 승국씨가 미국 아가씨와 결혼하고 싶다 했을 때,어머니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을 저는 이해합니다.세상이 많이 변했어도 한국인 의식 속에 잠재하는 유교사상과 단일민족 선호사상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가 쉽지 않아서,아직도 국제결혼은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6년 전,제 아들도 미국 여성과 국제결혼을 했습니다.10여년 동안 미국에서 살다온 저도 아들이 국제결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눈 앞이 캄캄했습니다.국제결혼은 절대 안 된다는 부모 뜻에 철석같이 동의를 해 왔던 아들이 어느 날 “어머니,이제까지 불효해 본 적 없었는데….”라며 결혼 말을 꺼내더군요.‘하늘이 내려준 효자’라고 칭송받던 아들이,부모가 받을 충격 같은 건 염두에도 없는 것 같아 “저 녀석 내 아들 맞아?”라고 했습니다. 침묵으로 2년을 보낸 어느 날,나는 ‘사랑이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해 봤습니다.아들이 사랑하는 여성과 헤어져 가슴 아파 운다면,차마 못 할 짓이다 싶었습니다.결혼을 승낙키로 마음을 정하고 아들을 만났더니 “우리 헤어지기로 했어요.제겐 어머니가 더 소중합니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그 말을 듣는 순간 아들을 향한 제 사랑보다,아들이 제게 준 사랑이,훨씬 깊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이 미어졌습니다.“결혼 승낙하러 왔다.축하한다.”이 한마디로,그동안 우리집안에 자욱했던 안개가 일시에 걷혔습니다.“감사합니다.둘이서 더 많이 노력해서 평생 효도하겠습니다.”아들과 며느리는 우리 부부 앞에 무릎을 꿇고 울었습니다. 지금 미국 며느리는 집안 식구들 모두가 감탄할 만큼 잘 하고 있습니다.우리 부부가 그곳을 방문할 때면,인삼차에 잣을 띄워 두 손으로 공손히 대접하고,김치찌개,고추장 불고기,시금치나물을 만들어 내놓습니다.국제결혼에 대한 제 인식이 잘못됐었다는 것을,살아가면서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승국씨.미국 여성에게 외아들을 결혼시키고 싶지 않는 부모 마음,당연한 것입니다.문화와 풍습,언어와 생활습관이 전혀 달라서 한국 사람이 갖고 있는 ‘정’과,여자들끼리만 통할 수 있는 ‘공감대’를 외국 며느리와는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저도 했었으니까요.하지만 사람 마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같더군요. 승국씨.두 사람은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제 경우와 다를 수 있습니다.부모님께서 결혼 승낙을 하신다해도,결혼 전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승국씨는 영어를,결혼할 아가씨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할 것이며,한국인의 풍습과 예절도 익혀둬야만 문화적 갈등으로 오는 오해를 겪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인들끼리 결혼을 해도 살다보면 이러쿵저러쿵 탈이 많은데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해 온 두 사람의 결혼은,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아둬야 할 것입니다.뜨거운 마음만 앞세우지 말고,앞으로 생길 수도 있을 문제점을 잘 생각해 보고 충분한 대화를 나누길 바랍니다. 서두르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어머니를 설득하되,가족들의 협조를 구하세요.외할머니께서는 찬성하신다니 측면 지원을 받으시고,여동생의 협조도 구해야겠지요.또한 중립을 지키고 계시는 아버지를 두 사람이 밖에서 자주 만나 뵙고,신뢰받을 수 있는 행동을 보여드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을 십분 이용해 보세요.두 사람의 진실된 사랑과 노력의 자세가 보일 때,어머니께서도 생각을 달리 하실 수 있을 겁니다.‘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어머님을 자극하지 말고,변함없는 극진한 자식사랑을 보여드리세요.‘사랑의 여신’은 당신 편이 될 겁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여자가 본 여자] (상)일상에서

    “쯧쯧,여자들이란….” 남성들의 이 말 속에는 비하와 비난이 그득하다.여성들도 말한다.“저 여자,왜 저래?”,“저 여자 정말 (꼴보기)싫어!”.이는 남자들이 “저 남자 싫다.”라고 비난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왜 여자가 싫을까.남성들이야 자신과 달라 이해할 수 없어서 경원시할 수도 있다고해도,여성이 여성이란 사실을 콕 찍어 비난하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다. 물론 여성들도 여성을 전혀 이해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여자 팔자가 다 그렇지.”라는 여성 비하를 담았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일상에서,직장에서 여성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여성들 사이를 흐르는 거리감의 정체를 상,하로 나눠 해부해 본다. ‘시샘이나 하는 소인’이란 여성에 대한 편견은 유교에 뿌리하고 있는 것같다.칠거지악·씨받이·남아선호 등 여성을 억압하는 갖가지 풍습은 결국 이 땅의 여성들을 무능하게 만들었다.늘 약자는 강자의 논리에 휘둘리게 마련이었다. 그래서 ‘여성의 적은 여성’이란 지극히 남성적인 시각으로 본 편견의 말을 거리낌없이 여성들은 차용하면서 남성의 시각으로 여성을 보고 건너편 여성을 경멸한다. ●고부 갈등은 삼각 관계인가 여자가 싫은,싫을 수밖에 없는 연결고리는 고부 갈등이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하늘로부터 내려온다.’는 시어머니의 ‘심술’.이는 결혼생활을 ‘매운 시집살이’로 바꿔놓는다.20대 여성들이 모이면 주제는 ‘시집 흉’이고,30대는 ‘과외’라든가. 결혼을 하고나면 “나도 친정에서는 귀한 딸이었다.”는 넋두리가 연습이라도 한 양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은 바로 며느리로서 받게 되는 불평등 때문이다.그 불평등은 남성인 남편보다는 여성인 시어머니로부터 시작되게 마련이다. 김성자(68·서울 도봉구 수유6동)씨는 호된 시집살이를 이야기하면 지금도 어젯일인 양 넋두리가 나온다.“가난한 집안의 큰딸이라 7살부터 어머니를 도와 부엌일도 하고,동생도 키워 웬만한 고생엔 이골이 났지.그래도 17살에 시집 가서는 시어머니의 구박 때문에 못 살겠지 뭐야.이혼이나 가출은 언감생심 생각도 못했고 몇 차례나 아이를 들춰업고 목 맬 생각을 했는지 몰라요.그때마다 아이의 자지러지게 우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살았지.새벽같이 일어나 일해도 내 입에 들어가는 보리밥 한덩이를 아까워하는 시어머니를 내가 45년이나 모셨어.돌아가시면서는 그래도 ‘미안하다.’고 말씀해주시더만.나는 시집와서 웃음을 아예 잃어 버렸어요.요즘같은 세상이었으면,나…안 살았어.” ‘시어머니 노릇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는 김씨,그러나 그의 며느리 윤자혜(47)씨도 시어머니는 여전히 어렵다.“시할머니가 시어머니에게 유난했던 것은 저도 알아요.그래서 나는 우리 시어머니가 안됐고,잘 해드리고 싶어요.하지만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세요.‘무거운 것,아비에게 들게 하지 마라.’는 등 아들을 남편마냥 섬기시지요.나는 아들을 내 마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킬 생각이에요.그게 마음대로 될지….” 고부 갈등은 여전히 부부 갈등의 중요한 요소이자,이혼의 중요 변수가 되고 있다.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상담소의 이혼통계 가운데 가장 많은 이혼 사유가 되는 6호 사유(민법 제840조 6호)를 보면,고부갈등은 4.1%정도이지만 여기에 시가와의 갈등(2.6%),생활양식차이(0.9%),혼수시비(0.2%),마마보이(0.1%) 등을 합치면 8%에 이르는 내용들이 시가와 연결돼 있다.여기서도 시어머니로 대표되는 시가와의 갈등관계가 부부갈등의 중요한 원인임을 확인하게 된다.”고 일러줬다.한 남성을 사이에 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는 가히 ‘삼각 관계’라 할 만하다. ●남자가 되고 싶어 프로이트에 따르면 3∼5세의 여자 아이들은 자신에게는 오빠나 아버지가 갖고 있는 성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남성을 부러워 하는 한편 자신에게 남성 성기를 주지 않은 어머니를 원망한다고 한다.그래서 딸은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고 어머니를 경쟁자로 인식하여 반감을 갖는 경향이 생긴다는데,이를 ‘엘렉트라 콤플렉스’라 한다. 정신분석학자 이론의 틀에 우리를 가둘 필요는 없겠다.그러나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겪는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느낀 여성은 자신만은 여성이 처한 부당한 현실에서 빠져 나오고 싶은 이기심을 갖게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나는 여자로 살기 싫어.”라는 외침과 “여자가 싫다.”는 말은 어쩌면 동의어인지도 모른다. 폭력 가정에서 자랐던 김순진(가명·42)씨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다.어머니를 늘 구박했던 폭군 아버지를 보면서 자란 김씨.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어머니에 대한 미움이 먼저 떠오른단다.“아버지가 부당하다는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에요.엄마가 불쌍하기도 했고….그러나 내 속마음은 아버지보다 엄마가 더 싫었어요.고교시절까지 사회적으로 문제없는 아버지가 유독 어머니와의 관계에서만은 이렇게 이상하게 된 것은 처신을 제대로 하지 못한 어머니 탓이란 생각을 했고,어머니의 태도가 못마땅했어요.지나고 보니 폭력에 의해 어머니는 판단 능력을 잃었던 것인데….그래서 난 내가 여자인 것도 싫었고,아버지를 닮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요.”그는 결혼생활이 10년이 넘으면서,이제야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자신은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해도 남편의 가부장적인 태도 때문에 상처받을 때가 있다는 것이다.“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남편으로부터 독립하지 못했던 지난 시대의 내 어머니가 어떤 마음으로 사셨을지 조금은 알겠어요.” 사춘기의 딸들이 어머니의 잘못을 조목조목 짚어낼 때면,어머니들은 말했다.“너도 살아봐라.”.어머니의 말씀처럼 ‘(결혼해서)살아본’ 딸들은 이제사 여성의 지난했던 삶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그 이해란 ‘여자의,어머니의 희생이 오늘의 자신을 있게 했다.’는 것 일뿐,여성에 대한 자부심이나 애정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더욱이 성숙해졌다고 지난 시대의 여성을 좋아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요즘의 딸들은 어머니와 전혀 다른 삶을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경제력을 갖지 못한 채 살았던 어머니의 딸들은 “절대로 직장생활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살아간다.반면 일하는 어머니 때문에 사랑을 듬뿍 받지 못하고 자랐다고 생각하는 딸들은 “어머니와는 다른 삶을 살겠다.”고 선언한다.그래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선택하기보다 ‘어머니와 다른’ 삶을 택한다.반항하듯. 이혜정(4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씨는 결혼 후 병치레가 심한 아이를 위해 교사생활을 접었다.“아플 때,엄마가 내 곁에 없었던 외로움을 알기 때문에 아무런 미련없이 직장을 떠났어요.엄마로서의 역할이 가장 크다는 생각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겁니다.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제 행동은 어머니에 대한 반발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입니다.열심히 사신 내 어머니에 대해 왜 나는 긍지를 가질 수 없었을까,이제 돌이켜 보면 내 겉은 여자이지만 속은 남자인 채 살아온 것 같아요.”이씨는 중2 딸이 “나는 직장을 가진 멋진 엄마가 더 좋은데 1등만 했다는 엄마가 왜 직장도 없느냐?”고 물으며,자신은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말한단다.“내 삶이 ‘전면 부인’해야 할 만큼 무의미한 것이 아님을 딸에게 보여주는 것,그것이 딸의 인생을 행복하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동서,따지고 보면 남인데… 결혼한 여성들이 겪는 갈등 중 하나는 동서와의 갈등이다.어떤 의미에서는 시누이와 올케의 관계보다 더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부유한 집 출신으로 결혼할 때 시어머니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 동서가 시집온 후 시어머니로부터 적잖은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김진숙(38·서울 서초구 서초동)씨,그는 “‘동서’가 가족이냐.”고 물었다. “솔직하게 동서는 남이지 않아요? 전통 사회에서야 시집가면 친정 식구와는 모두 떨어졌고,한 울타리에서 설움받는 존재였던 동서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것일 뿐,현대 사회에서 동서지간을 가족으로 묶는 것은 우스운 것이죠.그러니 이 정도 떨어져서 서로 좋게 지내면 되는 것이지,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곤란한 것 같아요.” 4남매의 장남과 결혼해 동생들을 모두 결혼시킨 정유선(51·경기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씨는 아직도 큰아들네에서 얻어서 동생들에게 주려고 애쓰는 시어머니의 행동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고 했다.“남편이 어렵게 자랐지만,사회에 나와 빨리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그리 어려움 없이 우리는 집사고,재산불리고 살았어요.그래서 동생들에게도 잘 하려는 남편 마음에 맞춰 왔어요.하지만 이젠 동생들도 40대에 들어서면서 자리잡았는데도 여전히 시어머니는 내게 ‘뜯어서’ 동생들에게 갖다주는 게 낙이죠.그러면서 늘 나더러 욕심 많다고 흉보고….나 이렇게 말하면 나쁘지요? 하지만 제 속마음이에요.” 부모에게는 깨물어서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는 ‘자식’이지만,엄연히 며느리에게는 ‘남’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여성들은 알고 있다.다만 입에 올리면 나빠지기 때문에 쉽게 말하지 못할 뿐.이 역시 철저하게 남성 중심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물론 동서와 친자매 이상 가깝게 지낸다는 여성들도 있긴 했지만,이들도 ‘새로 만난 친구’정도라는 개념일 뿐,그것을 가부장적인 시각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부정의 뜻을 밝혔다. ●남성의 눈으로 보면 “여자는 참 이상해” ‘공자가 죽은’ 이 시대에 여전히 우리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고스란히 신봉하고 있다.남성들의 시각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비판하지만,정작 여성들의 시각 역시 남성의 시각과 다르지 않다.철저하게 남성의 눈으로 여성을 바라본다. 이에 대해 여성학자 박혜란씨는 명쾌한 답을 한다.“내가 여성학을 배운 39살 이전에는 내 주위에는 온통 ‘이상한 여자’투성이었다.그러나 내가 여성을 알고,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성들은 온통 당당하고,겸손하고,자신만만하면서도 결코 오만하지 않은 여성들이었다.그 여성들을 알게 된 것이 행복하다.여성들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남성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성을 보기 때문에 그런 편견이 생기는 것이다.” 허남주기자 hhj@˝
  • [김영희 이혼클리닉] ‘국제결혼’ 부모님 설득 어렵네요

    미국계 은행에 다니는 29세 청년입니다.아버지는 대기업 간부로 일하시고,어머니는 명품가게를 운영하며 여동생도 있습니다.2년째 사귀고 있는 미국 여성과 결혼하고 싶은데 어머니 반대가 완강합니다.아버지는 침묵으로 일관하시고요.설득할 방법이 없을까요? -정승국 정승국씨.인터넷에 올라온 사연을 접하고,제 경우와 똑같아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외아들인 승국씨가 미국 아가씨와 결혼하고 싶다 했을 때,어머니가 받았을 정신적 충격(?)을 저는 이해합니다.세상이 많이 변했어도 한국인 의식 속에 잠재하는 유교사상과 단일민족 선호사상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가 쉽지 않아서,아직도 국제결혼은 선뜻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6년 전,제 아들도 미국 여성과 국제결혼을 했습니다.10여년 동안 미국에서 살다온 저도 아들이 국제결혼을 하겠다고 했을 때,눈 앞이 캄캄했습니다.국제결혼은 절대 안 된다는 부모 뜻에 철석같이 동의를 해 왔던 아들이 어느 날 “어머니,이제까지 불효해 본 적 없었는데….”라며 결혼 말을 꺼내더군요.‘하늘이 내려준 효자’라고 칭송받던 아들이,부모가 받을 충격 같은 건 염두에도 없는 것 같아 “저 녀석 내 아들 맞아?”라고 했습니다. 침묵으로 2년을 보낸 어느 날,나는 ‘사랑이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해 봤습니다.아들이 사랑하는 여성과 헤어져 가슴 아파 운다면,차마 못 할 짓이다 싶었습니다.결혼을 승낙키로 마음을 정하고 아들을 만났더니 “우리 헤어지기로 했어요.제겐 어머니가 더 소중합니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그 말을 듣는 순간 아들을 향한 제 사랑보다,아들이 제게 준 사랑이,훨씬 깊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이 미어졌습니다.“결혼 승낙하러 왔다.축하한다.”이 한마디로,그동안 우리집안에 자욱했던 안개가 일시에 걷혔습니다.“감사합니다.둘이서 더 많이 노력해서 평생 효도하겠습니다.”아들과 며느리는 우리 부부 앞에 무릎을 꿇고 울었습니다. 지금 미국 며느리는 집안 식구들 모두가 감탄할 만큼 잘 하고 있습니다.우리 부부가 그곳을 방문할 때면,인삼차에 잣을 띄워 두 손으로 공손히 대접하고,김치찌개,고추장 불고기,시금치나물을 만들어 내놓습니다.국제결혼에 대한 제 인식이 잘못됐었다는 것을,살아가면서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승국씨.미국 여성에게 외아들을 결혼시키고 싶지 않는 부모 마음,당연한 것입니다.문화와 풍습,언어와 생활습관이 전혀 달라서 한국 사람이 갖고 있는 ‘정’과,여자들끼리만 통할 수 있는 ‘공감대’를 외국 며느리와는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저도 했었으니까요.하지만 사람 마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똑같더군요. 승국씨.두 사람은 앞으로 이 땅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제 경우와 다를 수 있습니다.부모님께서 결혼 승낙을 하신다해도,결혼 전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승국씨는 영어를,결혼할 아가씨는 한국말을 유창하게 할 수 있도록 공부해야 할 것이며,한국인의 풍습과 예절도 익혀둬야만 문화적 갈등으로 오는 오해를 겪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인들끼리 결혼을 해도 살다보면 이러쿵저러쿵 탈이 많은데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성장해 온 두 사람의 결혼은,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아둬야 할 것입니다.뜨거운 마음만 앞세우지 말고,앞으로 생길 수도 있을 문제점을 잘 생각해 보고 충분한 대화를 나누길 바랍니다. 서두르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어머니를 설득하되,가족들의 협조를 구하세요.외할머니께서는 찬성하신다니 측면 지원을 받으시고,여동생의 협조도 구해야겠지요.또한 중립을 지키고 계시는 아버지를 두 사람이 밖에서 자주 만나 뵙고,신뢰받을 수 있는 행동을 보여드려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는 말을 십분 이용해 보세요.두 사람의 진실된 사랑과 노력의 자세가 보일 때,어머니께서도 생각을 달리 하실 수 있을 겁니다.‘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어머님을 자극하지 말고,변함없는 극진한 자식사랑을 보여드리세요.‘사랑의 여신’은 당신 편이 될 겁니다.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 [1일 TV 하이라이트]

    ●특집다큐 ‘삶의 노래,정선아라리’(오전 11시10분) 강원도의 대표적 소리이자,우리나라 아리랑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정선아라리.첩첩산중 고단한 삶을 살아온 주민들에게 아라리는 힘든 산촌 생활을 견디게 해준 에너지이자 놀이이다.마을 주민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살아 있는 정선아라리를 소개한다. ●달려라 울엄마(오후 9시20분) 영애가 자리를 비운 사이 원종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대신 받은 영재는 의아해한다.한편 시골에서 개그맨이 꿈인 주희 오빠 남용이 찾아온다.그러나 남용은 주희의 구박을 받다 결국 집에서 나간다.어느날 주희와 말숙은 TV에서 사물개그를 흉내내는 남용을 보게 되는데…. ●대장금(오후 9시55분) 오겸호측의 움직임을 감지한 최 상궁은 사헌부로 향하던 민 상궁을 납치한다.결국 민 상궁은 최씨 집안에 의해 암살된다.한편 대비전으로 불려온 장금은 정윤수의 유서가 없음을 밝힌다.그런데 유황오리 사건의 전모를 밝힌 정윤수의 유서가 사헌부에 접수되고 오겸호는 다시 사헌부의 조사를 받는다. ●장군이네가 행복한 33가지 이유(오후 6시) 33명의 특별한 가족 장군이네.김성진·엄미자 부부와 중증장애를 가진 베컴 할아버지,그리고 많은 아이들.서로 남남으로 살아오던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이나 가정불화,경제적인 이유로 버려지거나 맡겨진 뒤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됐다.이들 가족의 특별한 사랑을 만나본다. ●경찰24시(오후 10시50분) 주택가에서 조선족 부부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다.단서는 용의자의 것으로 보이는 족적과 사라진 피해자들의 휴대전화.형사들은 면식범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에 나선다.사건 전날 피해자가 다른 조선족과 만났던 사실이 밝혀지고 그 중 행방이 묘연한 사람이 용의선상에 떠오른다. ●퀴즈 죽마고우(오후 6시45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청음회관은 청각장애로 재활치료가 필요한 친구들이 함께 사는 곳이다.이곳에서 학습지원을 받고 있는 10명의 친구들과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출연한다.본선게임은 일석이조 수화게임,결선퀴즈는 스무고개 퀴즈,교과서 퀴즈,연상퀴즈 등을 출제한다. ●백지연의 정보특종(오후 3시20분)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과 학벌주의 타파를 위해 공공기관 직원을 채용할 때 특정대학 출신이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명문대 쿼터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명문대 출신의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을 알아본다. ˝
  • 생명공학계의 거두 황우석 서울대 교수

    ‘하늘을 감동시키자.’ 생명공학계의 거두인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51) 교수의 좌우명이다.황 교수는 며칠 전 미국 시애틀에서 최고 권위의 ‘사이언스’지를 통해 인간의 복제된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연구결과를 발표,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감동’과 ‘놀라움’은 비단 생명공학계뿐만이 아니다.그의 일상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놀랄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생명공학과는 전혀 다른 서울대 미식축구부의 지도교수를 2년반 동안 맡고 있다.또 19년째 홀로 강화도 전등사를 찾아 대웅전에서 400배 이상 참배해오고 있다.국선도 수준이 득도의 경지에 이르러 ‘살아 있는 국선도의 전설’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일반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범상치 않은 ‘일’들을 그는 지니고 있다. 여기에 1년 365일 가운데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연구생활’에 몰두하는 부지런함이 철저하게 몸에 배어 있다.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미국에서 돌아오는 이튿날 새벽에도 그는 방진복을 걸쳐 입고 연구현장에 복귀할 정도로 장인정신으로 무장돼 있다.아마 세계적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원천이 아닐까. 황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도 10년 넘게 하루 서너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았고,연구팀 전원이 3년째 휴일과 명절을 반납한 덕분”이라고 말한다.그렇게 연구원들은 연중 무휴로 제각각 동물난자 채취,체외성숙,탈핵,체세포 핵이식,세포융합 및 활성화,체외배양,대리모 이식·착상 등에 몰두해왔단다.만일 주말에 쉬거나 자칫 정전이라도 되면 난자 채취나 체외성숙 등에 지장이 초래되기 때문이라고 황 교수는 설명했다. 이번처럼 ‘하늘을 감동시킬’ 제2,제3의 쾌거는 언제쯤이냐고 성급하게 물었더니 황 교수는 “세계 최초의 업적을 이루기 위해 다들 연구에 미쳐 있다.”며 웃었다. ●미국서 귀국 다음날도 실험실 달려가 지난 23일 이른 아침 충남 돼지농장의 실험현장으로 떠나기에 앞서 서울대 연구실에서 황 교수를 잠시 만났다.자리에 앉자마자 그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오나라∼가나라∼’ 인기 드라마 ‘대장금’의 배경음악이 흘러나왔다.“교수님,세계적 과학자께서 어떻게 장금이를?”하고 물었더니 황 교수 왈,“벨소리는 연구실 여직원이 다운받아준 것이고,요즘 방송이나 신문에 인터뷰를 해도 뭐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낸다.”며 ‘미소년’ 같은 웃음을 활짝 지어보였다.그저 앉으나 서나 오로지 ‘소,돼지’ 생각뿐이란다. “미식축구요? 2년반 전쯤 어느날인가 그래요.서울대 미식축구부 졸업생들이 벌떼같이 몰려오더니 다짜고짜 ‘미식축구부 지도교수로 선임됐다.’고 하더군요.부탁도 아니고 그냥 자기네들끼리 투표를 해서 그렇게 결정했다는 통보였습니다.” 생명공학에 몰두하던 그는 졸지에 미식축구부 지도교수가 된다.1965년 서울농대 미식축구부 창단 이래 비전공자가 지도교수가 되기는 처음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다.처음에는 달갑지 않았지만 미식축구부 멤버들의 끈끈한 인간애에 감복하면서 점점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특히 시합에서 승리했을 때 그 영광을 남에게 돌리는 양보정신이 가장 가슴에 와닿았단다. 황 교수는 “사회 일각에서,서울대 출신을 부정적 에고이즘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러나 미식축구부원들은 그 한계를 극복하고 배려와 양보·봉사의 정신 등 사회성까지 갖춘,정말이지 의리의 친구들이다.”고 치켜세웠다. 미식축구부의 자랑은 더 이어진다.경기가 있는 날이면 하던 일을 중단하고 쫓아가 목이 터져라 응원한다.경기의 전술·전략 등에서는 문외한이라 ‘코치역할’은 제대로 못해주고 있다.그러나 승패에 관계없이 선수들의 등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격려가 황 교수의 소중한 역할이다. 지난해 2월 OB(졸업생)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미식축구부원들의 가정형편이 대부분 넉넉하지 못한 데다 다른 체육부 학생들처럼 장학제도의 혜택도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고 황 교수는 장학금 50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그러자 ‘범서울대 동문’ 차원에서 시동이 걸렸고 곧 이어 서울대 미식축구부 사상 처음으로 장학금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바쁜 연구생활로 (경기에)자주 참석을 못해 아마 3월 새 학기가 되면 (지도교수직에서)‘잘릴’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19년째 전등사로 가는 까닭은’ 황 교수는 미국 출국 3일 전에 전등사를 찾아 예불을 올렸다.또 다녀온 뒤인 지난 22일 새벽 4시에 전등사를 찾아 400배를 올렸다.이번 ‘쾌거’를 시작으로 현재 진행 중인 ‘5대 프로젝트’(소,돼지,애완동물,백두산 호랑이,줄기세포)의 성공적 연구를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는 연구팀원들의 건강을 빌었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19년 전 건강이 지독하게 좋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절망적인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권유를 받았다.그는 우리나라 산 중에서 가장 기(氣)가 세다는 강화도 마니산의 전등사를 찾아 108배의 예불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건강이 조금씩 회복됐다. 생명의 존귀함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다.이후 매월 한차례씩 간편한 운동복 차림으로 전등사를 꼭 찾는 버릇이 생겼다. 2년 전 2월 어느날 전등사에 갔을 때였다.참배를 끝내고 대웅전을 막 나오는데 한 스님이 다가와 황 교수가 아니냐고 불쑥 물었다.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스님은 (전등사의)주지스님이 황 교수에게 곡차를 한잔 대접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생명공학자와 득도한 주지스님과의 만남이 우연히 이루어졌다.‘19년째의 전등사행’ 가운데 유일하게 만난 사람이었다. 황 교수에게 연구철학의 바탕에는 불교의 윤회사상이 담겨 있지 않느냐고 불쑥 물었다.“아마,그렇게 봐도 맞을 것”이라면서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철학이 담긴 글을 접할 때 가장 감명을 받는다.”고 대답했다. ‘전등사행’이 시작되면서 내친김에 그는 ‘국선도’를 배우기 시작한다.깊은 명상과 호흡,스트레칭….연구활동에도 도움이 되고 자신의 건강회복을 위해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곧 국선도에 빠져들었고 19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있다.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동네 대중목욕탕에 들른 뒤 5시면 어김없이 국선도장을 찾는다.그가 ‘국선도의 전설’로 불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릴적 가족 먹여살린 소에 보답하려 수의대 선택 그는 서울 논현동 35평 전세 아파트에서 전업주부인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다.요즘에는 군에서 막 제대한 아들이 합류해 한 식구가 더 늘었다.얼핏,35평 전세가 전 재산이라는 말에 세계적 업적을 남기려면 생활도 풍족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돌아오는 답변이 의외였다.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국가에서 봉급을 주고,또 아이들 교육까지 시켜주는데 더 이상 뭘 바라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또 “풍요 속에 나태가 오는 법이며 가용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연구비 없어 연구 못하는 그런 시대는 아니란다.봉급이 얼마냐고 슬쩍 물었더니 “내가 관리 안 해서 모르겠다.”고만 대답했다.(다른 교수들의 말을 빌리면 대략 수당까지 합쳐 연봉 8000만원쯤으로 추정된다.) 그는 어릴 적부터 ‘부유함’과는 거리가 멀었다.충남 부여의 ‘깡촌’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나 6살 때 부친을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랐다.초등학교 시절 방과후 가족의 재산목록 1호이기도 했던 소에게 풀을 먹일 때마다 ‘장차 소를 연구해야지.’ 하고 꿈을 키웠다. 그러다가 가끔 너무 배가 고프면 ‘소를 잡아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어머니는 어린 황 교수를 볼 때마다 “너는 면사무소 서기가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시 소 3마리가 우리 식구를 먹여살렸지요.나중에 꼭 소에 대해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는 대전고 3학년 때 성적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의대 진학을 권유받았다.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릴 때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대 수의학과에 입학했다. 이 때부터 그는 ‘소와의 춤’이 시작됐다.대학 시절 미팅 한번 하지 않았다.대신 도축장이나 가축병원에 드나들면서 소의 항문에 손을 집어넣어 장기를 만져 소의 상태를 진단하는 ‘직장검사’를 셀 수도 없이 했다.아마 국내에서 황 교수보다 직장검사를 많이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소를 키우는 전국의 어지간한 농장 주인들도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의 연구실과 집에는 농민들로부터 ‘우리 소가 아프다.’는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도 자주 걸려온다.그때마다 그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갔다.소를 키우는 축산농가 사람들은 그런 황 교수를 보고 ‘정말로 쇠똥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불렀다.일본 유학 중 연구비와 생활비가 모자랐을 때 결정적 고비를 넘기게 해준 이들도 그를 아끼는 농민이었다. ●‘이공계 기피’ 정부 안이하게 사회는 과도하게 우려 87년 일본에서 돌아온 그는 23명의 연구팀을 구성,본격적인 연구에 돌입했다.이후 최근 10년간 그는 줄기세포 추출 외에 국내 최초 시험관 송아지(93년),슈퍼젖소(96년),복제젖소와 복제한우(99년),세계 최초 광우병 내성 복제소와 장기이식용 무균돼지(2003년) 생산에 잇따라 성공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그의 연구에는 김수환 추기경의 주치의인 서울대 의대 신장내과 안규리 교수의 영향도 컸다.안 교수는 평소 황 교수에게 “세포를 복제하는 방법만이 장기이식시 타인의 면역거부를 완전히 해결하는 길”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화제를 잠시 돌려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치유책을 물었다.그는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 너무 과장해서도 안되고 또 덮으려고 해서도 안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세계적 조류라고 할 수 있지요.기피현상을 ‘암’으로 비유하면 사회에서는 ‘4기암’으로,정부에서는 ‘1기암’으로 각각 바라보고 있습니다.저는 ‘3기암’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그러나 올해가 새로운 전환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 ‘애정’이 있어야 모든 병이 빨리 완치되듯이 현재의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해서도 국가든 사회든 ‘애정’이 절실할 때라고 강조했다.다행히 최근 분위기로 볼 때 기피현상이 상승의 변곡점에 있으며 5년 후면 ‘완치’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그는 치유책으로 ▲세제 ▲병역특례 ▲공직진출 등의 제도적 개선을 뒷받침해줄 필요가 있다면서,과학기술의 진흥 없이는 미래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5년쯤 뒤엔 노벨상도 해낼것” 황 교수는 미국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한 직후 ‘노벨상 감’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그러나 황 교수는 “우리가 지금 노벨상을 받을 때도 아니고 받아서도 안된다.”면서 “연구결과를 더욱 심화시켜 실용화할 수 있는 확인작업이 더욱 중요하다.바로 그것을 이룬 사람이 노벨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현재 연구팀의 실력으로 봐서 5∼10년 후 정도면 반드시 그런 성과를 이룩할 것으로 장담했다. 그는 또 “새로운 학문에 대해 훨씬 더 전문성을 갖추고 전세계의 추이를 파악하고 역량도 뛰어난 후배교수 서너명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적절한 시점에 지휘봉을 넘겨야 우리 연구팀이 다음 단계로 점프 업할 수 있다.”고 의미있는 말을 했다.그 지휘봉을 이어받을 후배교수들 가운데서 한국인 최초로 노벨과학상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황 교수는 갖고 있다. 앞으로 시급히 해야 할 과제에 대해 그는 “전세계에는 정말 이 순간에도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난치병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이들의 눈과 귀가 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한민족의 얼로 상징되는 백두산호랑이를 복제하는 데 꼭 성공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입각설과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선정위원 명단과 관련,그는 “현재 전국의 13개 대학 184명의 분야별 연구진이 또다른 ‘세계 최초’의 개가를 올리기 위해 리더로 혼신의 힘을 쏟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 그가 걸어온 길 ▲1953년 12월 출생 ▲72년 대전고 졸 ▲77년 서울대 수의학과졸 ▲79년 동대학원 졸 ▲82년 서울대 수의학박사 ▲86∼97년 서울대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 ▲96∼97년 대한수의학회 학술위원장 ▲97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현) ▲99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정책자문위원(현) ▲2000년 일본수의학회 학술위원(현) ▲10년간 그가 이룩한 결과는 줄기세포 추출 외에 국내 최초 시험관 송아지(93년),슈퍼젖소(96년),복제젖소와 복제한우(99년),세계 최초 광우병 내성 복제소와 장기이식용 무균돼지(2003년) 생산 등이다. 김문기자 km@˝
  • [깔깔깔]

    ●남편에 대한 아내 변신 3단계 * 반찬 투정 애 하나 : 맛 없어? 내일 기다려 봐.맛난 것 만들어둘게. 애 둘 : 이만하면 괜찮은데,왜 그래? 애들도 아니고…. 애 셋 : (투정 부린 반찬을 확 걷어가며) 흥, 배 불렀군! * TV 채널 선점권 애 하나 : 당신 보고 싶은 것 봐.난 애기 재울게. 애 둘 : 남자가 어찌 TV에 목숨 걸어? 쩨쩨하게시리…. 애 셋 : (무심결에 아내가 보던 채널 돌려 놓으면,두말 없이) 셋 센다.하나,두∼울…. * 감기 걸린 남편 대하는 태도 애 하나 : 당신이 건강해야 우리 식구가 안심하죠.약 드세요. 애 둘 : 밤새 술 마시고,줄 담배 피우는데 안 아픈 게 용한 거지. 애 셋 :(콧물 훌쩍이는 소리만 들려도) 애들한테 옮기면 죽을 줄 알아!˝
  • [사설] 국회 동의안 처리 믿어도 되나

    ‘직무유기 국회’ ‘후안무치 국회’라는 지적은 일상사가 됐다.국회가 시급한 국정은 챙기지도 않고 ‘제식구 감싸기’에다 총선이라는 잿밥에만 눈이 멀어 닥치는 대로 치고 박고 폭로하고,끝간 데를 모를 지경이다.정당과 국회는 언제까지 국정과 개혁을 팽개치는 행태를 계속할 것인지 지겹다 못해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정당 원내 총무들이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을,16일에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한·칠레 FTA 비준동의안은 벌써 세 번째나 무산됐다.동의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동안 국가신인도는 물론 경제에 끼친 악영향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이렇듯 시간을 다투는 국정현안을 패거리 이해나 표심을 저울질하면서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는 소신도 아니고,정당의 정책이라고 보기도 어렵다.어느 쪽이든 결론을 내려줘야 할 것이 아닌가. 지난 9일 두 개의 동의안 처리가 무산된 뒤 정당들은 도대체 뭘 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당내 의견 수렴이나 국민설득 등 단 한 가지도 한 게 없다.기껏해야 열린우리당이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조건없이 찬성하기로 당론을 정했다는 것이 전부다.‘총선 올인 전략’에는 여당을 자처하면서 국정현안에는 당론도 없었다면 열린우리당이 과연 여당이 맞긴 맞는지도 의문이다.한나라당은 혼란을 틈타 구속 의원 석방 요구안을 기습처리했고,민주당은 구속의원들의 석방요청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한다.국정보다 불법 혐의를 받고 있는 제식구 챙기기가 더 중요한 일인가.상황이 이럴진대 지금 정당들 내부에서 터져나오는 지도부 퇴진 요구는 당연한 일이고,자업자득일 수밖에 없다. 오늘과 16일에 두 개의 동의안을 처리한다는 정당들의 약속이 지켜질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이번에도 처리하지 못한다면 16대 국회에서 매듭지어진다는 보장도 없다.그 피해는 국가 전체라는 점을 국회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오가닉푸드 먹어봐

    Q : 고기도 ‘찜찜’ 야채도 ‘찜찜’ 뭘 먹나 A : 유기농 식품 ‘오가닉푸드’ 있잖아 ‘깨끗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는 요즘 누구나 찾는 트렌드다.이런 추세는 단순히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well-being)’ 차원을 이미 넘어섰다.특히 최근의 광우병이나 조류독감 등과 맞물려 안전한 음식을 찾자는 것은 모두의 모토다. 이렇게 본다면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에서 제철에 나는 식품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거의 모든 농·수·축산물을 기르는 시대인 요즘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나오는 것은 턱없이 부족하다.순수 자연산으로는 일부 해산물과 산나물 정도다.나기수 한국유기농협회 사무국장은 “자연 환경과 비슷한 조건에서 기르는 먹을거리인 유기 농산물,즉 오가닉푸드(organic food)가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선 이를 친환경농산물이라 하여 4단계로 나누고 있다.1단계는 농약을 기준치의 절반으로 줄인 ‘저농약’,2단계는 비료는 사용하지만 농약은 쓰지 않는 ‘무농약’,3단계는 비료와 농약을 1년 동안 쓰지 않은 ‘전환기’,4단계는 3년 이상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은 ‘유기농’으로 구분한다.이런 농산물은 인증 기관의 마크가 붙어 있다. 이러한 단계 구별과 품질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한국유기농협회·흙살림·돌나라한농복구회 등이 인증한다.오가닉 푸드와 헷갈릴 수 있는 무공해·그린·내추럴(natural) 등의 이름은 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소비자들이 안전하고 깨끗한 먹을거리로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희영 유기농 식당 ‘마케 오’ 대표는 “유기 농산물은 부드럽고 향이 자연스러워 조리를 간단히 해야 최고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반면 유기 농산물은 소독 등을 하지 않아 세균 등에 쉽게 노출되는 것이 단점이다.또한 가격이 만만찮아 서민들이 사 먹기가 쉽지 않다.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친환경 재배농가는 3만여 가구.국내에서 생산된 농산물의 겨우 3%에 불과한 실정이다. 오가닉 푸드를 살 수 있는 곳은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이 대표적이다.일반 농산물과는 별도로 친환경농산물 코너가 마련돼 있다. 또 유기 농산물로 조리하는 오가닉 푸드 레스토랑도 덩달아 인기다.구수한 입담으로 사랑을 받았던 코미디언 김형곤씨가 서울 여의도에서 들뫼바다(02-6333-8500)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오가닉 푸드 예찬론자가 된 것은 지난 2001년 살빼기를 시작하고 부터.운동과 다이어트로 체중을 40㎏ 가까이 뺀 다음 오가닉 푸드를 계속 먹자 살이 도로 찌는 요요현상이 없었다는 설명이다.이 집에서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쌈밥(1만 2000원)과 재첩 국물을 쓰는 낙지 샤브샤브(3만원).새우죽(8000원)을 비롯해 생전복죽(2만 5000원)까지 죽 종류도 다양하다. 푸드 컨설턴트 노희영씨가 선보이는 마켓 오(02-548-5090) 역시 오가닉 푸드 레스토랑.당일 들어온 야채 등으로 가득찬 쇼 케이스가 인상적이다.쌀로 만든 다양한 롤 요리뿐만 아니라 전통 주먹밥인 오니기리,오곡 찰밥과 리조토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의 건강요리들을 두루 만나볼 수 있다.두유와 포도씨 기름·녹차 등을 넣은 면요리도 괜찮다. 뉴욕 베이커리 스타일의 반(02-511-9519)은 천연 유기 농산물을 이용해 만든 샐러드와 샌드위치,우리 밀로 만든 빵,다채로운 야채와 생선을 내놓고 있다.하루 4번 구워내는 베이커리 코너는 제품을 내놓자마자 동이 날 정도로 인기 절정이다.신선한 과일 주스와 홈메이드 요구르트도 인기가 높다.청담동의 본점과 함께 목동 현대백화점에도 매장이 있다. 쉐라톤 워커힐의 더뷰(02-450-4504)는 최근의 육류 파동을 넘기 위해 다음달 말까지 유기농 메뉴를 선보인다.풀무원의 자회사인 올가(02-596-0086)는 친환경 식품 매장이다.다양한 유기농 농산물과 유기농 가공식품을 갖추고 있다.서울에는 반포·압구정·대치·세검정에,분당에는 서현동·이매동에 매장이 있다. 유기농 원료만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매키스(02-522-2666)도 젊은이들 사이에 꼭 한 번은 찾고 싶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서울에는 신사·압구정·대학로점이 있다. 이밖에 수입 유기농 브랜드로는 뉴질랜드의 피닉스 오가닉(02-3446-1559)이 있고,독일 최대의 유기농 체인점인 구텐 모르겐(080-023-0062)도 다양한 수입 유기농 식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허봉수의 내몸에 맞는 오가닉푸드 ●버섯 감자 두루치기 재료 느타리·생표고버섯 적당량,송이버섯 1개,감자(중간 크기) 2개,소스(양파 15g,대파 5g,다진 파 1큰술,마늘 )큰술,고추장 2큰술,설탕 1큰술,참기름·깨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느타리,생표고,송이 버섯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놓는다.(2) 감자는 밤알 크기로 둥글게 썰어 놓는다.(3) 양파는 길이대로 굵게 채썰어 놓는다.(4) 고추장·설탕·후춧가루·마늘·참기름·깨소금 등으로 양념장을 만든다.(5)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감자를 먼저 넣어 볶다가 나머지 버섯·양파를 넣어 살짝 볶은 후 양념장과 물을 넣어 끓이면서 볶아준다.(6) 마지막에 참기름을 넣어 윤기가 흐르게 한다. 팁 버섯은 항암효과가 크며,면역력을 높여준다.혈당을 조절하는 데 효과가 있으므로 당뇨병 환자에게 좋다. ●당근 샐러드 재료 당근·치커리 적당량씩,메추리알 3∼4개,미니 토마토 5개,호두 약간,소스(파인애플 참깨 드레싱:올리브 기름·다진 파인애플·다진 양파 40g씩,식초 2큰술,다진 마늘 ½큰술,참깨·소금 약간씩) 만드는 법 (1) 당근·치커리는 깨끗이 씻어 보기 좋게 잘라놓는다.(2) 메추리알은 삶아서,미니 토마토는 깨끗이 씻어 반으로 갈라 놓는다.(3) 호두는 먹기 좋은 크기로 갈라 놓는다.(4) 준비한 (1),(2),(3)의 재료에 파인애플 참깨 드레싱을 뿌려 살살 버무린다. 팁 당근은 비타민 A의 주요 공급원으로 시력을 보호하는 데 좋다.피부질환 증상을 개선하며,변비에도 효과적이다. ●오징어말이 재료 오징어 2마리,적채·양배추·감 적당량씩,깻잎 6장,소스(초간장:간장 1큰술,식초 3큰술,설탕½큰술,다시마 국물 2큰술) 만드는 법 (1) 오징어는 배를 갈라 속을 깨끗이 씻어 내고 껍질을 벗긴다.(2) 오징어에 대각선으로 칼집을 촘촘히 넣는다.(3) (2)의 오징어를 물에 살짝 데친다.(4) 감·적채·양배추를 채썰어 놓는다.(5) 오징어에 칼집을 넣은 부분이 밖으로 나오게 편 다음 깻잎을 깔고 (4)의 재료를 넣고 돌돌 만다.(6) (5)의 오징어를 2㎝ 정도로 썰어 초간장 소스와 함께 차려 낸다. 팁 오징어는 혈액 중에 있는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 혈압을 정상화하며,당뇨병을 예방한다.또 시력회복과 근육의 피로 회복에도 효과가 있다. ●통도라지 무침 재료 통도라지 5뿌리,소금 약간,소스(초고추장,검은 통깨) 만드는 법 (1) 통도라지는 껍질을 벗기고 먹기 좋은 길이로 잘라 소금으로 문질러 씻은 뒤 물기를 짠다.(2) 초고추장을 만든다.(3) 먹기 직전 도라지에 초고추장을 뿌려 살살 버무리거나 끼얹은 다음 검은 통깨를 뿌린다. 팁 도라지는 가래를 제거하는 진해작용을 하는 동시에 성대보호와 해열,진통제로 사용한다.두통에 좋다. ●연두부 찜 재료 연두부 1모,데코레이션용 (깻잎 또는 상추,오이,오렌지 또는 감) 만드는 법 (1) 연두부를 살짝 찐다.(2) 오이와 오렌지를 슬라이스로 모양을 내어 가늘게 썬다.상추잎은 깨끗이 씻어 놓는다.(3) 접시에 상추를 깔고 위에 연두부를 얹은 후 오이,오렌지 슬라이스를 고명으로 얹어 모양을 낸다. 팁 두부는 동물성 단백질을 피해야 하는 고혈압,혈관 경화증에 알맞은 식품이다. ■허봉수씨는 한 집안 식구끼리 칼국수를 먹고도 배탈이 나는가 하면 안나는 사람이 있어 그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다가 음식 공부를 하게 됐다.대학에서 식품화학과 응용영양학 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동양철학과 체질론을 음식에 도입한 한국섭생연구원(02-3443-9707)을 설립,오가닉푸드로 메뉴를 설계하고 있다. ‘밥으로 병을 고친다’등의 책을 냈는가 하면 한양대·서강대 등에서 오가닉푸드 섭생법을 강의하고 있다. ●유기농식품 사이트 한국유기농협회(www.organic.or.kr) 한살림(www.hansalim.co.kr) 두레마을(www.ydoorae.com) 흙살림(www.heuk.or.kr) 초록마을(www.hanifood.co.kr) 무공이네농장(www.mugonghae.com) 올가(www.orga.co.kr) 이팜(www.efarm.co.kr) 유기농닷컴(www.62nong.com) 구텐모르겐(www.gutenmorgen.) 유기농델리마트(green.delimart.co.kr) 글 이기철기자 chuli@ 사진 이종원·강성남기자 jongwon@ ˝
  • [정치플러스] 구속의원 3명 석방탄원서 논란

    민주당이 11일 박주선·이훈평 의원과 박광태 광주시장 등 구속수감 중인 당 소속인사 3인의 석방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한나라당 서청원 전 대표 석방결의안이 통과한 데 따른 비난여론이 비등한 가운데,민주당도 소속 의원에 대한 석방 탄원서를 제출키로 함에 따라 각 당의 제 식구 감싸기에 대한 비판이 일 것으로 보인다.˝
  • 이헌재 3년6개월만에 재기용

    이헌재가 ‘또’ 돌아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참여정부 2대 경제부총리에 이헌재 전 재경부 장관을 임명했다.이 장관은 2000년 8월 재경부 장관을 물러난 뒤 3년 6개월 만에 다시 무대의 전면에 나서게 됐다. ●부침이 뚜렷한 수재형 관료 이 장관처럼 부침이 뚜렷한 관료도 드물다.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대학 때에는 고시와는 담을 쌓고 지냈다.결혼 후에도 특별한 직업없이 놀았다.‘직업을 갖는 게 어떠냐.’는 처가 식구들의 제의를 받고,행정고시를 몇달 준비했다.예상문제가 적중해 행시 6회에 수석 합격했다.서울대 법대에도 수석 입학했다.이 장관은 고(故) 진의종 국무총리의 사위다. 재무부 생활은 탄탄대로였다.가장 파워풀한 이재국에서 근무했으며 고시 동기중 선두주자로,1974년에는 금융정책과장을 지냈다.김용환 당시 재무부 장관의 신임이 두터워 ‘장관급 과장’으로 통했다.세상을 살다보면 어찌 좋은 일만 생길 수 있을까.1979년 ‘율산사태’로 재정금융심의관(부이사관)을 끝으로 10년간의 공직생활을 접었다. 이 장관이 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경기고 선배인 김우중씨가 회장인 대우그룹에 들어갔으나 좋은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이 장관의 측근은 “김 회장이 있는 사무실의 문앞에 이 장관의 자리가 있었다.”면서 “워치독(watch-dog·집지키는 개)이었다.”고 말했다. 대우반도체 전무시절 경쟁사보다 입찰가격을 엄청 썼다는 이유로 대우에서 물러난 것으로 후배관료들은 알고 있다. 이 장관이 대우를 떠나자,한 후배 관료가 한국신용평가를 만들어 이 장관을 사장으로 추대했다.이 장관은 야인시절에도 당시 재무부 장관을 만나 후배들의 민원을 챙겨줬다고 한다. ‘꺼진불’이었던 이 장관은 김대중 후보의 당선과 함께 화려하게 살아났다.1997년 말 김용환 의원의 추천으로 비상대책위원회 실무기획단장을 맡으며 김대중 당선자의 눈에 들었고,98년 3월 초대 금융감독위원장에 발탁됐다.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밀어붙여 ‘미스터 구조조정’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도 이 때다.2000년 1월 재경부 장관으로 21년 만에 금의환향했지만,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한 측근은 “금감위원장으로는 성공했지만 재경부 장관으로는 그렇지 못했다.”고 평가했다.당시 총선을 앞두고 공적자금 추가조성 문제와 국가부채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던 데다,실세였던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의 집중 견제를 받은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그는 7개월 만에 물러났다. ●현안 해결하는 명 구원투수될까 김대중 대통령 시절 재경부 장관과 금감위원장 때의 공과를 떠나 LG카드 사태,신용불량자 문제 등 발등에 떨어진 현안이 이 장관을 ‘구원투수’로 불러들였다.그의 경제정책 운용방안은 시장논리에 따른 강도높은 제2금융권 구조조정,내수회복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 같다.부동산안정대책 등 세제 중심의 정부정책의 수단도 금융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그는 참여정부들어 부동산시장을 세제로 너무 죄는 바람에 내수침체를 장기화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비판을 해왔다. 우선 400만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자 문제가 최대의 현안이다.특히 총선과 맞물려 있어 골칫거리다.LG카드를 비롯한 카드사 문제,수익률 저하로 고민하는 보험사들과 투신사들의 구조조정 등도 과제다.여기다 칠레·일본·싱가포르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체결,지역특화발전법 추진,동북아 중심국가 건설 등 현안이 한둘이 아니다.하지만 그의 활동반경은 그리 넓어보이지 않는다.제2금융권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쓸 무기가 거의 없다.제1금융권을 구조조정할 당시에는 공적자금 투입이란 무기가 있었다.청와대 참모들과의 관계 설정,이해관계에 얽힌 부처간의 조정 등도 능력을 검증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올해 60세.동갑내기 부인 진진숙 씨와 1남1녀. 곽태헌 주병철기자 tiger@˝
  • [사설] 국회, 이러고도 국민의 대표인가

    이러고도 국회가 국민의 대표기관이고,민의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국민들이 다시 한 번 국회의원 선거의 중요성을 가슴에 새기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믿는다.국가미래가 걸린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이라크 추가파병 동의안 처리는 또다시 유보한 채,하지 말아야 할 서청원 의원 석방결의안이나 처리하고 있으니 이렇게 민심을 거슬러도 되는 것인지 의아할 지경이다.그러니 물갈이가 아니라 판갈이가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게 아닌가. 특히 FTA 비준안 처리는 세계 이목이 집중되어 있던 터다.그동안 두 차례나 무산돼 국가신인도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판이다. 상원 만장일치로 FTA안을 처리한 뒤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칠레는 물론이고,세계에 뭐라고 설명할 것인지 난감하다.세계무역기구(WTO) 146개 국가중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와 몽골뿐이다.무역의존도 66%인 나라가 도대체 어디에 기대어 살려는 것인지 답답하다.여기에 FTA안과 함께 이라크 추가 파병동의안도 가부간 결론을 내지 못했으니 계속되는 국론분열을 어떻게 할 작정인지 걱정이다.정치개혁안 역시 시급히 처리해야 할 사안이지만 핵심 부분은 미결로 남겨 놓았으니 한심스럽기 그지없다.국회의 직무유기인 셈이다. 반면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서 의원의 석방결의안은 버젓이 처리한 것은 심각히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구속된 의원이 서 의원 외에 여럿인데,무슨 이유로 서 의원에게만 동료애를 발휘하느냐는 것이다.국회가 또다시 ‘제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게다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경선자금 수사 촉구안도 가결시켰다.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진 안건에는 힘을 합쳤으니 다수의 횡포 아닌가.국회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면 권위를 내세울 수 없다.오는 16일 본회의 때도 이래서는 안 된다.˝
  • 서청원 석방안 전격 가결

    한화로부터 10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있던 한나라당 서청원 의원이 9일 국회의 석방요구안 가결로 전격 석방됐다.이에 대해 검찰과 시민단체 등은 “정치권이 무소불위의 특권을 악용,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5면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 등 31명이 발의한 서 의원 석방요구안은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20명 중 찬성 158,반대 60,기권 2표로 가결됐다.한나라당 의원 대다수와 민주당 및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헌법 44조2는 국회의원의 경우 현행범이 아닌 한 범죄사실이 명백하더라도 회기 중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석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회기가 끝나면 재구속할 수 있다. 법무부는 이날 밤 국회로부터 석방요구서를 전달받고 송광수 검찰총장의 지시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서 의원을 석방했다. 대검측은 석방요구안이 가결되자 유감의 뜻을 밝히는 한편 다음달 2일 임시국회가 끝난 뒤 서 의원을 재수감하기로 방침을 세웠다.문효남 수사기획관은 “서 의원 석방안은 형사사건을 정치쟁점화하는 것”이라며 “임시국회가 끝나는 대로 재수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서 의원 석방안은 검찰의 편파수사를 입법부 차원에서 저지한 것”이라고 환영했으나,열린우리당 김부겸 원내부대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야합적 공조”라고 비난했다. 이에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국민의 법감정과 정치개혁 요구를 생각할 때 크게 잘못된 일”이라며 “그러나 이를 한·민 공조로 몰아가는 것이야말로 열린우리당의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노무현 대통령과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경선자금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재석의원 173명 중 찬성 167,반대 1,기권 5표로 가결했다. 민주당 소속의원 61명은 본회의에 제출한 수사촉구결의안에서 “경선자금 수사는 노 대통령과 정 의장에 대해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순리로,노 대통령은 과거 ‘합법의 틀에서 경선자금을 쓸 수 없었고 자료는 모두 폐기했다.’고 밝혔고,정 의장도 권노갑 전 고문으로부터 2000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만큼 이를 단서로 검찰은 이들의 경선자금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경호 박정경기자 jade@ ˝
  • [10일 TV 하이라이트]

    ●생로병사의 비밀(오후 10시) 흔히 이는 나이가 들면 빠지는 것이라 생각하지만,이는 죽어서도 남을 만큼 수명이 길다.구강건강의 중요성은 그동안 끊임없이 강조됐지만,우리 국민의 90%는 여전히 치과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잘못된 생활습관으로 늘어나고 있는 치과질환의 원인을 밝힌다. ●성녀와 마녀(오전 9시) 병원에서 기억상실을 회복하기 위한 최면 치료를 받은 국주는 물에 빠져서 죽을 뻔한 기억이 살아나자 혼란스러워 한다.한편 하란이 집을 나온 것을 알게 된 세준은 하란에게 수영과 헤어질 결심을 했냐고 묻는다.조금 더 기다리겠다는 하란에게 세준도 하란을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과학과 미래(오전 8시30분) 지구의 인구는 60억명.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 한 쌍도 없다.좋은 목소리를 타고난 성우나 가수가 있는 반면,타고난 음치도 있다.저마다 다른 목소리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기분을 드러내기도 한다.목소리 속의 과학을 살펴본다. ●자연다큐멘터리(오후 10시) 로키산맥은 겨울은 춥고 여름은 짧다.변덕스러운 겨울의 횡포 때문에 봄은 늦게 온다.로키산맥과 주변 초원에 사는 동물들의 봄맞이 풍경을 새끼를 낳은 늑대와 들소의 이야기를 통해 살펴본다.들소의 새끼는 40㎏이나 나간다고 한다.방울뱀은 왜 큰 먹이감을 기피하는지도 확인해본다. ●실제상황(오후 10시50분) 인적 드문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두 여자.개업식부터 이어진 인연으로 친하게 지내던 손님이 어느날 새벽녘까지 술을 마시다 갑자기 강도로 돌변한다.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온 두 여자.그날 새벽에 그 카페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현장속으로 들어가본다. ●왕의 여자(오후 9시55분) 조정신료들은 인목대비 문제를 놓고 팽팽히 맞선다.정인홍은 보위를 탐한 인목대비를 폐위할 것을 청한다.대세가 정인홍 쪽으로 기울자 인목대비는 영창대군을 살리고자 머리카락을 잘라 중전 유씨부인에게 보낸다.영창대군은 조정신료들의 뜻에 떠밀려 인목대비와 떨어져 홀로 거처한다. ●인간극장(오후 8시50분) 원룸에서 네 식구가 생활을 하다보니 불편한 점이 많다.상희는 공부할 때마다 귀마개를 하고,부부는 조금이라도 소리를 안내려고 안간힘을 쓴다.한편 포장마차촌이 철거된다는 소식에 종열씨는 새로운 일거리를 찾아나선다.어느날 계정씨의 부모님이 연락도 없이 포장마차를 찾아온다.˝
  • [박완서의 살아가는 이야기] 노망을 빙자한 한마디/박완서 소설가

    열흘가량 여행을 다녀왔다.여러 번 갔던 나라를 또 가니까 이왕이면 안 가본 나라를 가지 뭣 하러 가본 데를 자꾸 가냐고,식구들도 친지들도 의아해했다.하긴 그랬다.호기심 없이 떠나는 여행은 설레지 않는다.그건 여행의 기쁨의 절반쯤은 미리 잃고 떠나는 셈이니 굉장한 손해다.아무데나 여기 아닌 딴 곳에서 멍청하게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던 차에 마침 나에게 적당한 일정과 편안한 일행을 만나게 되었으니 행선지는 어디라도 상관 없었나 보다.그러나 막상 집을 떠나보면 쉬고 싶어 어디를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알게 된다.이 세상에 내 집처럼 편한 쉼터가 어디 있겠는가.늙어갈수록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고 적당히 따습고 적당히 딱딱한 내 집 잠자리에 다리 뻗고 눕는 것만큼 완벽한 휴식은 없다.현지의 일기는 불순했고 일행에게 노익장을 과시하고 싶은 객기까지 가세해 나에게는 고단한 여행이었다.겉으로는 재미있어하는 척하면서도 밤이면 친척집에 맡겨진 어린애처럼 우리 집에 갈 날이 몇 밤 남았나,손가락을 꼽아가며 헤아려 보곤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아무리 즐거운 곳에서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내 집밖에 없다는 진부한 감회와 안도감을 만끽하기도 전에 뭣 하러 텔레비전은 틀었던지.몸에 밴 습관 때문이었을 것이다.마침 뉴스시간이었다.뉴스시간에 제일 먼저 등장해 지지고 볶고 고함치고 삿대질하는 정치하는 사람들과 정치적인 사람들을 보면서 그동안 저 사람들을 안 보는 게 얼마나 달콤한 휴식이었던가를 비로소 깨달았다.다만 며칠이라도 저 사람들을 안 볼 수 있었으니 여행은 역시 좋은 거였다.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아니 달라진 게 있을 수도 있었다.돌을 던지던 사람이 돌을 맞는 사람이 돼 있을 수도,돌을 맞던 사람이 기사회생 돌을 던지는 사람이 돼 있는지도 모른다.내가 눈이 침침하여 그것을 분간 못할 뿐.나는 이제 눈 어둡고 정신도 예전만큼 명징치 못해 누가 옳은 사람이고 누가 옳지 못한 사람인지,누가 거짓말쟁이고 누가 정직한 사람인지,누가 믿을 만한 사람이고 누가 못 믿을 사람인지 분간하지 못한다.그들 스스로는 알까.워낙 서로 진흙탕을 많이 처발라서 내가 누군지 상대방이 누군지도 분간 못하는 게 아닐까.‘저 꼴 보기 싫어 못살겠다.’라고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게 그들의 이전투구는 정말이지 넌더리가 났다. 이나이까지 통과해온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회상해보면 빈곤도 빈곤이지만 정치판도 지금보다 훨씬 더 개판인 적도 많았다.오죽해야 ‘못 살겠다 갈아보자.’라는 선거구호가 만백성에게 회자되었을까.그러나 못살겠으면 갈아보면 된다고 믿을 수 있었던 때는 행복한 시대였다.갈아치운다는 건 요샛말로 하면 개혁이 아니었을까.개혁정부가 들어서고 개혁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국민의 표까지 조작하고 도둑질하던 더러운 시대에도 국민들은 선거에 의해 부패한 정권을 갈아보려는 착하고 정결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매번 좌절하고도 꿈을 버리지 않았고 다음 선거를 기다리곤 했다.정치가들이 저렇게 이합집산과 서로 흠집 내기에 열중하는 걸 보면 선거철이 가깝긴 가까운 것 같은데 저들을 갈아 치우고 새로 맞이하고 싶은 새얼굴이 도대체 떠오르지 않으니 어떡하나. 나처럼 희망을 잃거나 분별력이 시원찮은 사람이 선거에 불참하거나 표를 잘못 찍을까봐 염려해서 누구는 좋은 사람이고 누구는 나쁜 사람이라는 걸 가려주겠다는 친절한 단체까지 생겨나고 있다.고마운 노릇이지만 하도 정치가 혐오스럽다 보니 누가 단체를 만든다고 하면 정치적이 될까봐 경계하는 마음부터 갖게 된다.정치하고는 하등 상관없어 보이는 모임도 어느 정도의 영향력만 생겼다 하면 정해진 수순처럼 정치적으로 변질하고,기어코 진흙탕까지 묻히고 마는 걸 어디 한 두 번 보았나. 그러고 보니 이 난을 맡으면서도 정치얘기는 하지 말자 작심하고 시작했는데 나도 모르게 하고 말았다.아무리 더러워도 피할 수 없는 그 놈의 정치라는 것,그건 이 시대의 질병인가 악몽인가.산뜻하게 깨어날 수 있는 주문 어디 없을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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