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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다속 괴물과 더위 식혀볼까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TV에는 벌써부터 더위를 식혀줄 납량특집물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액션채널 수퍼액션이 28일부터 매주 수·목 오후 8시50분 방송하는 해양 미스터리 시리즈 ‘서피스’(SURFACE)는 바다속 괴생명체와 인간의 승부를 다룬 시리즈물로 눈길을 끈다. 이 시리즈는 미국 NBC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 초까지 방영된 최신물로, 방영 당시 저녁 시간대 성인 시청률에서 비스포츠 부문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보통의 미스터리 시리즈들이 생물체의 정체를 밝히는 데 초점을 두는 데 반해 이 시리즈는 괴생명체의 정체뿐 아니라 이것을 대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잠수정 하나가 산산조각이 난 장면으로부터 시리즈는 시작한다. 이어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해양생물학자 로라 도트리가 잠수 탐사에 나섰다가 깊은 바다 속에서 처음 보는 생명체를 목격한다. 한편 뉴올리언스에 사는 보험설계사 리치 코넬리는 동생과 함께 멕시코만으로 잠수 여행을 갔다가 괴생명체에게 동생이 끌려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게 된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14세 소년 마일스는 바다에서 젤리 같은 알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와 부화한 생명체를 식구들 모르게 은밀하게 키운다. 시리즈는 이들 3명의 주인공이 괴생명체의 비밀에 접근하는 방식을 추적한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괴생명체에 의한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정부기관의 태도는 모호하다. 정부기관 소속 과학자인 알렉산더 서코 박사와 펜타곤 요원인 데이비스 리는 철저하게 이 비밀스러운 생명체의 보안을 지키려 한다. 시리즈는 괴생명체가 바다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기형적인 포유 동물인지, 인간에 의해 DNA 변형이 일어난 재앙적인 생명체인지, 아니면 외계에서 온 또 다른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시청자들의 상상을 유도한다. 미스터리 요소뿐 아니라 비밀을 찾고 있는 쪽과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요원 사이의 화끈한 추격전도 볼 만하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씨줄날줄] 도시락/우득정 논설위원

    콩자반, 멸치볶음, 어묵, 감자조림, 가지무침…. 지금도 선뜻 손길이 가지 않는 반찬이다. 초·중·고교시절 아들의 투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머니가 도시락 반찬으로 고집한 탓이다. 젓가락 한번 대지 않고 퉁명스럽게 어머니에게 도시락을 반납하는 시위를 벌인 끝에 고교 2,3학년 때에는 도시락 대신 구내식당의 우동으로 점심 메뉴가 바뀌었다. 당시 식성이 워낙 까다로워 꽁치, 마른 오징어, 신김치 3가지밖에 먹지 않았으니 어머니로서는 애간장이 녹아내렸으리라. 지난해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병상에서 도시락 얘기를 꺼냈다. 다른 아이들은 보리쌀도 적었고 똑같은 반찬이라도 훨씬 더 맛깔스러웠다며 은근히 어머니의 음식 솜씨에 문제가 있었다는 투로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4남매의 도시락을 거르지 않는 것이 중요했지 맛이나 쌀밥을 따질 계제가 아니었단다. 그러면서 아버지의 쥐꼬리만한 봉급으로 일곱식구가 굶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했다. 어머니는 그렇게 하루하루 끼니를 거르게 될까봐 속을 태우고 있었는데 막내놈은 계속 반찬타령만 했으니.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어머니의 품에 안겨 때늦은 회한의 눈물만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그날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도시락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러자 아내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도시락이 식을까봐 점심시간마다 파출부가 학교로 도시락을 배달했다고 한다. 어쩌다 배달과정에서 김치 국물이 흘러 밥에 묻은 날에는 장인에게 신경질을 내며 난리를 피웠단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어김없이 장인이 학교로 나타나 외식을 했다며 아들이 싫다는 반찬을 고집한 어머니를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도시락 가지고 까탈스럽게 굴었던 것은 부부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지난달 초 꼬마녀석이 학교 급식업체가 바뀌면서 1주일간 도시락을 싸 가야 한다고 했다. 몇년 전 학교 급식이 시작되면서 도시락 스트레스에서 해방됐다며 쾌재를 불렀던 아내가 순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아이들이 쓰던 보온 도시락은 이웃의 손에 넘어간지 오래다. 아내는 꼬마녀석에게 동네 가게에서 김밥을 사줄테니 그걸로 1주일을 떼우자고 꼬드긴다. 식중독 사태로 일부 학교의 급식이 중단되면서 갑자기 도시락을 싸야 하는 학부모들은 어떤 마음일까.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시어스 타워 폭파기도 혐의 기소 7명 사건조작 논란

    9·11보다 더 광범위한 테러 음모를 꾸민 혐의로 기소된 미국의 자생적 테러조직이 단순한 종교집단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연방 대배심은 2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카고의 110층짜리 시어스 타워와 마이애미의 연방수사국(FBI) 등 건물 6곳을 폭파하려 한 용의자 7명을 기소했다. 소장에 따르면 주모자 나실 배티스트는 지난해 11월부터 다른 미국인 4명과 아이티인 1명, 아이티 국적 불법체류자 1명을 끌어들여 군사 훈련을 시키는 한편,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위장해 접근한 FBI 요원에게 ‘이슬람 군대’를 만들어 미국에서 지상전을 펼치겠다고 서약했다. 그는 현금 5만달러와 군복, 기관총, 차량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용의자 5명이 소속된 종교단체 ‘다윗의 바다’ 회원인 브러더 코리는 CNN 인터뷰에서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섞어 가르치는 평화로운 단체”라며 “시카고에 병사를 두었지만 이는 하느님의 병사를 의미할 뿐”이라고 말했다.6명이 체포된 마이애미의 빈민가 창고도 기도 장소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애틀랜타에서 체포된 리글렌슨 레머린의 여동생은 “오빠가 4개월 전에 집에 돌아와 식구들과 잘 지내고 있었다.”며 어이없어했다. 스탠리 패노르의 누이도 “그는 가톨릭 신자로 성서 읽기 모임에 나갔으며 금식과 금욕, 금주, 금연을 실천하고 고도의 수련 생활을 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창고 근처 이웃들은 “이들이 터번을 두르고 다녀 눈밖에 볼 수 없었으며 말을 걸면 고개만 끄덕였다.”고 증언했다. 또 밤늦게 훈련하고 보초를 서 마치 병영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전했다.FBI 급습 때 무기나 폭탄 재료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그러나 앨버토 곤살레스 법무장관은 “(진짜) 알카에다와 접촉하지 않았다고 해서 덜 위험하진 않다.”며 “그들의 메시지에 고무받은 느슨한 소규모 점조직이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서울 자치구 새얼굴] 신영섭 마포구청장 당선자

    신영섭 마포구청장 당선자를 처음 봤을 때 영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180㎝의 키에 농구와 조깅, 수영으로 다져진 외모도 그렇지만, 말도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다. 경제 전문가, 언론인으로 쌓은 다양한 경험이 외모와 언행에서 배어 나왔다. ●사회문제에 눈을 뜨다 신 당선자는 전북 옥구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뒤 서울로 이사를 왔다. 고향에서 손꼽히는 부자였던 터라 마포구 서교동 고급 주택가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이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집 주변 판자촌에서 악다구니를 쓰는 모녀를 만났다.“어머니가 딸의 머리를 감겨주는데 거의 ‘물고문’수준이었습니다.” “고급 주택가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면 판자촌이 나왔는데 시골에서는 보이지 않던 빈부의 차를 목격한 뒤 차별, 빈곤 등 사회문제에 눈을 떴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부친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이러한 고민은 더 깊어졌다. 그때 윤재수 사회 선생님을 만났다. “토요일이면 선생님의 지도로 학교 주변을 청소하고, 선배님이나 다른 선생님을 모셔놓고 토론회를 가졌습니다. 선생님의 애국심과 향학열, 그리고 봉사 정신에 깊은 감화를 받았습니다.” 신 당선자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기로 마음 먹었다.6식구가 13평짜리 주공아파트에서 살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지만 서울대 경제학과를 들어갔다. 재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며 공장에서 일을 하다 실명 위기를 맞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장학금을 받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박사 논문은 윤 선생님에게 헌정했다. 선생님은 그가 대학 재학때 이미 돌아가셨다. 그는 산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다 2004년 정치계에 입문했다. ●짠돌이 구청장? 신 당선자는 ‘짠돌이’라는 평을 듣는다.‘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는다.’는 경제 논리를 실천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는 주로 지하철을 애용한다. 승용차는 대학 강의가 많은 아내 몫이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뒤 지역구만 챙기며 백수로 살았는데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사무실을 철거를 앞두고 있는 가정집을 골랐다. 다른 곳과 비교해 월세가 4분의1 수준이었다. 사무실 가구는 모두 중고품이다. 신 당선자가 쓰는 책상에 유리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대학 때부터 식사는 구내식당에서 주로 해결한다. 저렴한데다 길거리에서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어 즐겨 찾는다. 수돗물이 조금이라도 새거나, 사람 없는 방에 전등이 켜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신 당선자는 “구청 살림을 할 때도 예산을 방만하게 운영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꼼꼼히 따져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것이라고 했다. ●까다롭고 철저한 사람 그는 스스로 ‘까다롭고 철저한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자신을 다그치고 자신에게 엄격한 편이다. 구청장에 당선된 후 구청 공무원들이 업무보고차 사무실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자주 찾아오지 마십시오. 저랑 가까워지면 오히려 손해입니다. 제가 주위 사람을 다그치고, 많이 요구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멀리 떨어져 그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게 훨씬 나으실 겁니다.” ‘원칙대로’는 신 당선자가 가진 최대의 덕목이며 행정 노하우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프로필 ▲출신 전북 옥구(50) ▲학력 서울대 경제학과 졸,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경력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고려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재정경제부 금융산업발전 심의위원, 산업연구원(KIET)책임연구원 ▲가족관계 김윤경(겸임교수)씨와 1남 1녀 ▲종교 천주교 ▲애창곡 해바라기 ‘행복을 주는 사람’, 이문세 ‘난 널 사랑해’ ▲취미 독서 ▲기호음식 찰밥, 찰떡 ▲존경하는 인물 고 윤재수 선생님 ▲유언장에 넣을 한마디 ‘삶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깨닫고자 했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
  • 보통 주부가 쓴 특별한 자서전

    보통 주부가 쓴 특별한 자서전

    자서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일기 쓸 시간도, 책 한 권 읽을 여유도 없이 버겁게 살아온 탓이다. 그런 ‘평범한’ 주부 정춘자(60)씨가 신길종합사회복지관에서 ‘특별한’ 자서전 ‘아주 작은 용기’를 펴냈다. “자서전 집필반에 친구따라 등록했는데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첫 시간에 자기소개를 하는데 대부분 석·박사 출신이고…. 저는 이름만 겨우 말했어요.” 2005년 12일, 복지관 입구에 서서 그는 ‘포기할까.’고민했다. 그 때 멋진 승용차 한 대가 그의 앞을 스르르 지나쳐갔다. “저 운전자가 아무리 비싼 승용차를 몰아도 내가 딴 바로 그 운전면허증을 갖고 있는 거잖아. 화려한 인생도 있지만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잖아.” 정씨는 용기를 내서 자신의 인생을 되짚어 보기로 했다. ●6·25때 아버지 총 맞고 숨지는 모습 목격 정씨는 4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모습을 목격했다.6·25 전쟁이 발발해 서울 고향집 주변이 총성에 휩싸였다. 가족과 집마당에 나왔던 아버지는 “북아현동 북성초교가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피란을 떠나야겠다.”고 말했다. 그때 대문 밖에서 총성이 들렸다. 그리고 아버지의 가슴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어머니가 3남 2녀를 홀로 키웠다. 형편은 어려웠지만 막내인 정씨는 귀여움을 받으며 자랐다. 스물네살되던 해 육군 대위와 맞선을 봤다. 적극적인 애정 공세에 일주일 만에 약혼했다. ●맞선 일주일만에 결혼… 힘겨운 나날 그러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모질지 못한 6남매의 맏이인 남편은 아랫사람들을 돕는다며 월급을 제대로 가져 오지 않았다.‘임신 중이라 먹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러나 돈이 없어 쌀 한 말에 콩나물 10원어치를 넣어 한솥 끓인뒤 사흘씩 먹었다.’고 회상했다. 맏며느리 노릇은 더욱 고달팠다. 시어머니는 아침에 한 사람이 일어나면 그 사람 밥만 냄비에 안치라고 하셨다. 열 식구를 위해 아침에 7번씩 밥상을 차리는 시집살이를 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 성격이 못 됐다.’며 친정어머니를 불러놓고 ‘이혼을 시키겠다.’고도 말했다. 정씨는 다시 용기를 냈다. 남편을 설득해 분가한 것이다. ●60세에 난생 처음 식당 냉면 매식 제대한 남편은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했다. 세모난 단칸 방에서는 자녀 3명을 키우며 그는 절약하고 또 절약했다.‘길가를 지나가다 나뭇가지 하나만 떨어져 있어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주워다가 연탄불이 꺼지면, 번개탄 대신 피웠다.’ 가족끼리 외식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입학식·졸업식 때도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었다. 정씨는 지난달에 냉면을 식당에서 처음 먹어 봤다고 했다. 그렇게 몇 십 년을 알뜰살뜰 모아 집도 마련하고 건물도 샀다. ●망설임, 그리고 6개월 만에 자서전 탄생 가슴속에서 이야기가 쏟아지자 신들린 사람처럼 글을 써내려 갔다. 컴퓨터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다 배가 고파 시계를 보면 7∼8시간씩 지나가 있었다. 고생한 시절이 어제 일처럼 너무나 생생해 목놓아 한참이나 울었다. 과로로 쓰러져 병원에서 영양주사를 맞기도 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161쪽짜리 자서전이 탄생했다. 정씨는 지난달 13일 신길종합사회복지관에서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자녀들은 어머니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축하했다. 남편은 ‘장하다.’며 기념수건까지 돌렸다. 험난한 삶을 묵묵히 동행해준 아내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인내하며 살았더니 이런 좋은 날이 오네요. 꿈꾸지도 못한 자서전을 펴내다니 가슴 벅차서…. 정말 행복합니다.” 눈물 가득한 눈이 빛났다. 그리고 그는 활짝 웃었다. ●나에게도 - 정춘자 지음 살다 보니 나에게도 이런 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겠지 배운 것도 아는 것도 별로 없는 내가 어떻게 감히 이런 용기를 꿈이여 제발 깨지 마라 잘나고 잘생김도 없이 내세울 만한 아무 것도 없지만 어떻게 내가 글을 쓴다고 조리 있고 진솔하게 멋지고 아름다운 깊이 있고 소중하게 잘 살려 글로 표현을 잘 할 줄 모르겠지만 쓸 수 있는 특별한 기회야말로 더 없는 행운이라 생각하고 이 황금 같은 시간은 내 자신이 신기하고 신비로워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 올 줄은 꿈에도 생각질 못했는데 마냥 고맙고 행복하구나. 글 사진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씨줄날줄] 종자은행/육철수 논설위원

    지구 종말에 대한 예언은 믿을 만한 게 별로 없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소행성과의 충돌, 핵전쟁, 환경오염은 언젠가 인류에게 대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어서다. 러시아의 과학자 빅토르 샤오는 ‘2004 MN4´라는 소행성이 2035년쯤 지구와 충돌할 것이며, 지구상의 생명체가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예상한 바 있다. 이 소행성의 지름은 약 320m이고, 지구 안쪽에서 323일 공전주기로 태양을 돌고 있다고 한다.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높은 날은 2035년 4월14일,2036년 4월13일,2037년 4월13일이란다. 그러나 충돌을 피할 방안이 있다니 천만다행이다. 소행성을 요격으로 부숴 버리거나, 강력한 충격을 가해서 궤도를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핵전쟁에 의한 지구와 인류의 파멸도 가능성 있는 얘기다. 핵보유국 중 어떤 나라가 무모하게 장난이라도 치면 전면적인 핵전쟁이 터질 수 있어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핵무기 개발에 참여했던 시카고대학 과학자들이 만든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는 눈여겨 볼 만하다. 이 시계는 핵전쟁으로 인류가 사라지는 시점을 자정으로 표시한다. 분침이 자정에 가까울수록 핵전쟁의 위험도가 높다는 뜻이다. 제작 후 지난 60년 동안 자정 17분 전(1991년 미·러 전략무기감축협상)과 2분 전(1953년 미국 수소폭탄 실험) 사이를 16차례나 왔다갔다하며 경고신호를 보냈다. 핵보유국들에 이성을 호소하는 데 기여했음은 물론이다. 이렇듯 인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대재앙은 닥칠 수 있다. 하지만 어디선가 이에 대비하는 사람들이 있어 든든하다.19일(현지시간) 노르웨이에서는 종자(種子)은행인 ‘스발바르 국제종자 저장고’를 착공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쌀 10만종, 바나나 1000종 등 200만종의 씨앗이 보관된다. 영구동토층에 첨단시설로 만들기 때문에 핵폭발이 있어도 씨앗을 끄덕없이 지켜낼 수 있단다. 지구가 망해서 단 몇사람이 살아 남더라도 그들을 위해 식량을 준비한다는 사업이라니 그 마음이 참 갸륵하다. 지구촌 식구들이 아무리 지지고 볶아도 이처럼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인류의 복(福)인가 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아내가 가출(家出)해버려-Q여사에게 물어보셔요(47)

    저는 이곳 광주(光州)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나온 40세전후의 남자올시다. 지난 5·8총선(總選)때 모당(某黨) 공천으로 입후보해서 낙선(落選)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그뒤 68년과 69년을 통해서 사업을 좀 해보았으나 잘되지 않아 설상가상으로 몇백만원을 탕진하고말았습니다. 결국 10여년 동안을 지출위주의 살림을 해오던 아내는 이젠 더 해낼 길이 없음을 깨달았는지, 끝애를 데리고 가출(家出)한지가 2개월 남짓 되었습니다. Q여사, 저와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더욱이 집에는 두 애들이 중학교와 국민학교에 다니고있기에 더욱 저의 거취가 속히 취해져야 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될는지? Q여사의 여성세계에서의 능동적인 교시(敎示)를 기다립니다. <광주(光州)시 충장(忠壯)로5가 은전「빌딩」 5층 김관(金寬)> <의견> 「사랑의 작전(作戰) 아닐까요」 당신은 가출한 부인을 왜 찾으셨습니까? 다섯식구의 생계와 아이들 학비 그리고 아마 당신 자신의 용돈 주선을 다시 떠맡기고 싶어서였나요? 조그마한 구멍가게라도 차리고 두 애의 좋은 아버지로서 착실한 생활인이 돼보시죠. 행방이 묘연한 부인의 가출은 당신에게 어떤 계기를 주려고 꾸며진 「사랑이 작전」이 아닐까요. 당신의 인생관과 생활태도가 변하기를 기다리며 부인은 어디선가 당신의 일거일동을 주시하고 있을 거예요. 요구하신대로 저의 여성적(女性的)인 직관(直觀)은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Q> [선데이서울 69년 10/19 제2권 42호 통권 제 56호]
  • 한덕희씨 여섯째딸 한은자양

    한덕희씨 여섯째딸 한은자양

    철문안에 들어서면 정원이 가을뜰 답잖게 풍성한 서울 화곡동의 韓씨댁. 한가한 은퇴생활을 정원가꾸기와 독서로 한가하지 않게 보내고 있는 한덕희씨(韓德熙· 전 朝鮮醬油 주식회사 전무이사)댁은 이 풍성한 정원보다 더 풍성하게 인화초(人花草)를 가꾼 댁으로 동네에서 이름이 났다. 1男 7女의 인화초(人花草)중 아버지의 귀염동이 은자(銀子)양은 방년 20세. 『여럿이 자라서 그런지 자기일은 자기가 알아서 척척 처리합니다. 그것이 부모 마음에는 언제나 흐뭇하고 자랑스럽죠. 아무말썽도 없이 건강하게 자라면서 그 힘들다는 입시(入試)들을 모두 무사통과 했어요. 옛날 같으면 자랑 될것도 없겠지만 이런 일도 요즘 부모로서는 복(福) 아닐까요? 』 아버지 한덕희(韓德熙 )씨를 쳐다보며 동의(同意)를 구하듯 어머니 노(盧)여사가 말문을 연다. 말썽없이 건강히 자라난 미끈한 몸매의 梨大3년 이화여고를 거쳐 이대영문과(梨大英文科)에 재학중인 3년생. 싱싱한 구릿빛 피부가 이 아가씨의 활동적이고 발랄한 생활을 묻지 않을도 알게끔 한다. 『저희 애들이 거의 다 그랬지만 이 애는 특히 바빠요. 늘 하는 일이 그렇게 많답니다. 요즘은 학교에서 속기를 배우기 시작했다나요. 그런데 내 「코피 」시중은 꼭 들죠』 아버지 기호에 딱 맞추어 「코피 」를 끓인다. 7공주 중에도 아버지와 단짝이 된 이유는 이 손재간이 아닐지. 네째언니 혜자양은 「올림픽」수영선수고 그위 언니는 음악가고 세째언니는 미술가고 …. 은자(銀子)양은 음악을 하지는 않고 「디스크」수집을 한다. 『주로 「팝·송 」 』이란다. 『 요리솜씨가 꽤 있는 편인가봐요. 제 어머니한테 칭찬을 듣거든요』 불고기하고 「 카레 ·라이스」 는 요리전문가 뺨치는 자랑 「 메뉴」란다. 국민교 땐 『느티나무 있는 언덕』에 출연도 『애들이 모두 「스포츠 」를 조금씩은 해요. 은자(銀子)는 「스케이트」를 썩 잘타죠. 수영도 곧 잘하고-』 미끈하단 말이 바로 이 아가씨의 몸매를 두고 생긴 것 아닌가 싶다. 1백 62cm의 키. 귀여운 「쇼트·커트」며 싱싱한 표정. 「스포츠 맨십」이 뭔지를 이 아가씨는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지금 회사원인 오빠는 왕년 연세대(延世大)의 「아이스 하키 」선수란다. 이 댁 유이(唯二)의 남성이 모두 은자(銀子)양의 「팬」이다. 『말을 시작한 김에 모두 털어 놔야죠. 은자(銀子)는 또 바느질하는게 취미랍니다 』 「스커트」같은 것은 수시로 「리폼」해 입고 나타나서 식구들을 놀래켜 준다. 갑자기 온 식구가 깔깔 웃으면서 『 마지막으로 공개하는 비밀이 한가지』있단다. 『 국민학교 때 「느티나무 있는 언덕」이라는 영화에 나갔어요. 학교 선생님이 추천을 하셨죠. 박노식씨가 그때는 날씬한 「핸섬」이었는데 공연을 했어요』 처녀 촬영을 말썽 안부리고 잘 해 냈다고 어머니 노여사는 덧붙인다.『 그게 겁이 없고 당당한 저 애 성격탓이었던가봐요. 지금도 겁이 없는 편이죠』 [선데이서울 69년 10/19 제2권 42호 통권 제 56호]
  • [19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35분) 과학은행, 첨단 연구에 필수적인 실험소재를 국내 연구자들에게 지원해주는 특수 소재은행을 말한다.95년 과학기술부가 시작한 특수연구소재은행 지원사업은 ‘과학연구의 핵심 보급창’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이항 교수의 야생동물 유전자은행과 인천대 이태수 교수의 야생버섯균주은행을 찾아가 본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집에서 해먹은 요리를 취미 삼아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것을 계기로 알려진 문성실 주부. 그녀만의 요리비법은 누구나 따라하기 쉽고, 간편하면서도 가족들을 위한 웰빙 요리라는 점. 방문자 수는 배로 늘고, 게시물 스크랩도 무섭게 늘어갔다. 매일 업데이트되는 그녀의 행복한 요리 세상으로 들어가 본다.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8시40분)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아내. 아이 때문에 이혼을 선택할 수 없었던 아내는 남편과 이혼을 전제로 각서에 공증까지 받고 별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얼마 후, 남편은 아내 소유의 집에 허락 없이 드나들며 아내의 생활을 방해했다. 참을 수 없는 아내는 남편에게 각서대로 별거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데….   ●넌 어느 별에서 왔니(MBC 오전 11시) 승희는 내일부터 자기와 계속 일하자고 하고, 복실은 좋아서 정말이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복실은 혜수 동생이어서 직접 데리러 왔다는 승희의 말에 표정이 굳어버린다. 한편 진희는 복실에게 생일을 알려주고, 지금까지 못 챙긴 것을 한꺼번에 보상하겠다며 가까운 사람들을 초대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45분) 철쭉이 한가득 길을 메우고 있는 지리산 바래봉. 해발 600m 고지대에 훈장님인 이학규씨와 안주인 김미옥씨 부부가 서당을 지어 살고 있다. 밭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는 아버지를 모시고 아이 셋, 수련생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들 부부. 식구가 많다보니 안주인이 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우경을 생각하던 윤정은 우경의 휴대전화를 집어온 뒤 돌려받고 싶으면 운전연수를 해달라고 떼를 쓴다. 혜숙은 홍영감에게 일부러 옥금이 만든 수수부꾸미가 먹고 싶다고 말하고, 옥금은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만들어준다. 한편, 국화의 촌스러운 옷차림이 못마땅한 윤후는 국화에게 새 옷을 사준다.
  • 미래의 태극전사들 희망을 쏜다

    미래의 태극전사들 희망을 쏜다

    ‘13일 독일 월드컵 대한민국-토고전. 대한민국이 토고에 1대 0으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천수의 프리킥이 골문을 가른다. 이천수는 대표팀에서 하차한 스트라이커 이동국의 골세리머니를 흉내내며 그라운드를 달린다. 잠시후 안정환이 역전 골을 폭발시키자 박지성과 태극전사들은 안정환을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다. 수문장 이운재의 환호는 감격 그 자체다.’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들은 꿈을 꾼다. 지성이형, 천수형, 정환이형…. 형들처럼 태극전사가 돼 멋진 골 세리머니를 하고 싶다. 부모의 꿈과 소망도 아이들과 비슷하다. 박지성 같은 선수가 되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길이라는 것은 알지만 ‘행복한 꿈’을 버리고 싶지 않다. 태극전사가 안 된다고 해도 꿈을 가슴에 품고 공을 차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어린이 축구교실엔 꿈이 가득하다. ‘꿈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 이들 중에 누군가는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또 다른 꿈을 향해 그라운드를 달리겠지….’이러한 생각만으로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월드컵 꿈나무들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글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코흘리개 발끝에도 월드컵 야망 월드컵 열기로 어린이들도 덩달아 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골목마다 축구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 올해 어린이축구교실에 참가한 어린이들은 지난해보다 평균 20% 늘었다고 한다.‘미래의 박지성’을 꿈꾸는 어린이들이 뛰는 동심의 현장을 찾아갔다. 지난 9일 은평구 구파발동 은평축구장. 이곳에서는 매주 화·금요일 저학년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은평어린이축구교실 어린이들이 연습을 한다. 이날 14명의 어린이들이 모였다. 먼저 가볍게 몸을 풀었다. 굵은 테이프를 이어 만든 사다리를 축구장 위에 올려놓고 어린이들이 사다리 사이 빈 공간을 밟으며 2∼3차례 뛰었다. 이번엔 삼각패스. 세 명씩 짝을 지어 15분가량 공을 주고받았다. 다시 골문 쪽으로 움직였다. 삼각패스를 한 뒤 마지막 공을 받은 어린이가 슛을 날렸다. #전반전-포지션 싸움 드디어 경기 시작. 편을 나누기 앞서 어린이들이 신경전을 펼친다. 김창희(31) 코치가 실력에 따라 편을 나누기 때문이다. 강예찬(10)군이 “선생님 어제 13골 넣었어요. 너무 많아서 귀찮았어요.”라고 말하자 김동진(8)군은 “형 3골 넣었잖아.”하며 깎아내린다. 강군은 이에 “아니야,5골 넣었어.”라며 버럭 큰소리를 쳤다. 편이 A와 B팀으로 나눠지자 어린이들끼리 서로 포지션을 정했다. 한동민(8)군이 “나 수비하기 싫어.”라고 말하자, 나이가 많은 예찬이가 “그럼 수비형미드필더 해.”라고하자 얼굴이 펴진다. 하지만 휘슬이 울리자, 포지션은 아무 소용이 없다. 모두 공을 따라 우르르 몰려다닌다. 갑자기 신부갑(9)군이 날아오던 공에 가슴을 ‘퍽’소리나게 맞았다. 순간 아픈 표정을 잠시 짓더니 바로 빙그레 웃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열심히 공을 향해 달려간다. 김 코치도 열심히 공을 쫓아다니며 “공을 띄워.”“헤딩.”을 외치며 아이들을 지도한다. 동준이가 골문을 향해 어시스트를 정확히 했다. 실점 위기 직전. 급한 나머지 공격수인 혁찬이가 공을 손으로 잡아버렸다.“휙∼∼.” 휘슬이 바로 울렸다.‘핸들링’. 상대편 7명 어린이들이 ‘가위 바위 보’를 했다. 결국 ‘가위 바위 보’에서 이긴 박지민(8)군이 페널티킥을 했다. 다른 친구들은 부러운 표정…. 하지만 공이 어이없는 방향으로 나가자 동민이는 “너 뭐해.”하며 소리친다. #후반전-나도 공격수 후반전 시작 직전. 전반전에서 2점을 실점한 A팀의 맏형 예찬이는 3점을 내기가 걱정스러운지 “선생님 승부차기 있어요.”라고 묻는다.A팀이 모여 “하나 둘 셋 파이팅!”하고 구호를 외치자,B팀도 질 수 없다며 “우리도 하자. 하나 둘 셋 파이팅!”하고 손벽을 맞부딪쳤다. 후반전 들어 골문이 서로 바뀌자 A팀에 문제가 생겼다. 예찬이는 깜짝 놀라며 “야! 골키퍼∼.”라고 소리쳤다. 평소 골키퍼를 자주 보던 김동민(8)군이 전반전에 골키퍼를 본뒤 후반전이 시작되자 슬그머니 공격수로 옮겼기 때문이다. 동민에게 이유를 묻자 “저도 공격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키득 키득’ 웃었다. 다시 골키퍼가 된 동민이는 강슛을 무릎을 모아 정확히 받았다. 선방이다. 그러자 동민이는 신이 난 나머지 무릎 사이를 벌이고 양손을 양무릎 위에 얹어놓고 “호호”하면서 펄쩍펄쩍 뛰었다. 공이 다시 상대팀 방향으로 날아갔다. 공을 잡은 예찬이가 주장답게 슛을 차 골문의 왼쪽 그물망에 넣었다. 예찬이는 양팔을 벌리고 손을 ‘V’자를 만들어 그라운드를 누볐다. 꼭 선수처럼. TV를 통해 축구경기를 꽤나 많이 본 모양이다. #“겨우 한골 넣었어” 경기를 마치고 어린이들은 부모님이 준비한 토스트와 음료수를 먹었다. 이날 골키퍼를 해 골을 넣을 기회가 없었던 동민이는 엄마 안선미(38)씨에게 이렇게 말했다.“엄마 나 오늘 겨우 1골 넣었어.” 안씨는 “어이구 잘했네. 우리 아들이.”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경기는 끝났지만 간식을 먹은 아이들은 그라운드를 떠날 줄 몰랐다. 다시 삼삼오오 끼리끼리 모였다. 한 친구가 드리블을 하며 공을 몰면 다른 친구가 뒤쫓아가 공을 빼앗고 또 다른 친구가 슛을 날리면 골키퍼가 양팔을 벌리고 점프를 해 이를 막았다. 어린이들은 어머니들이 한동안 재촉을 하고 손을 잡자 하나 둘씩 자동차에 올랐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몇달만 뛰면 자신감·건강 만점 ●소극적→적극적 김민성(9)군은 4개월 전까지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면 가만히 있었다. 민성이는 저절로 친구들과 멀어졌다. 자신감도 잃었다. 이를 본 어머니 최순선(37)씨는 속상했다. 그리고 최씨는 민성이가 축구를 잘해 친구들과 잘 어울리도록 어린이 축구교실의 문을 두드렸다.4개월이 지난 요즘 민성이는 체육시간마다 공을 쫓아다닌다. 자신감도 찾았다. 최씨는 “아이들은 실력이 없어도 공을 몇 번 차기만 해도 대단히 잘 하는 줄 안다.”며 미소를 지었다. 김지훈(7)군은 TV와 게임만 좋아했다. 그래서 어머니 박성숙(37)씨가 축구를 시켰다. 지훈이는 워낙 소심해 두달 동안 축구장에 와도 흙만 만졌다. 그래도 일주일에 2차례씩 계속 보냈다. 그 뒤 아이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 유치원 선생님이 “물어봐도 아무 말 안 하던 지훈이가 요즘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박씨는 “처음엔 축구장에 오는 월·금요일에만 TV와 게임을 안 하다가 요즘은 그게 일상화돼 아예 TV와 게임을 안 한다.”고 말했다. ●감기 안 걸려요 학부모들은 축구를 시키니까 감기에 안 걸린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현재숙(38)씨는 “축구를 시작하기 전에는 한달에 한번은 감기 때문에 병원에 갔었다.”면서 “1년 동안 겨울에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축구를 시켰더니 감기가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임금(46)씨도 “예전엔 몸이 약했는데 2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축구를 시켰더니 저항력이 강해졌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김미영(36)씨와 유연하(35)씨, 안선미(38)씨도 1년 이상 축구를 시켰더니 감기에 안 걸리고 건강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축구 해설가 변신 “박지성 선수 몰고 갑니다. 태클에 걸렸군요.” “조재진 골 넣었습니다. 오프사이드입니다. 안타깝습니다.” 형제인 김동준(8)군과 동민(6)군. 각각 어린이 축구교실에서 2년과 1년을 배웠다. 요즘 TV에서 축구 경기를 중계할 때 어머니 김미영(36)씨는 웃음보가 터진다. 동준이와 동민이가 나란히 앉아 축구 해설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형인 동준이는 ‘프리킥’과 ‘드로잉’ 등 축구 규칙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이다. 따라서 동준이는 동생 동민이에게 축구에 대해 곧잘 가르친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신부갑(9)군이 중시하는 포지션은 미드필더. 부갑이는 원래 공격수인 안정환 선수를 제일 좋아했다. 하지만 최근 박지성 선수가 뜨면서 미드필더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부갑이는 “공격을 이어주고 수비에도 가담할 수 있는 미드필더가 튼튼해야 우리나라도 강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축구단 어린이들은 1∼2년씩 축구를 배우면서 축구 전문가가 됐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나름대로 근거있는 축구해설을 할 때 식구들이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축구 잘 하면 인기 짱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김민수(8)군은 학교에서 축구로 떴다. 민수는 원래 운동 신경이 좋은 데다 어린이 축구단에서 2년 동안 축구를 배워 반에서 또래 친구 누구보다도 축구를 잘한다. 요즘 월드컵 붐으로 체육 시간이면 축구를 하는데 그때마다 친구들로부터 같이 하자는 ‘러브콜’이 이어진다. 경기 때마다 단연 움직임이 돋보여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받는다. 민수는 “운동을 잘하면 성격도 좋아진다.”면서 “여자 아이한테도 인기가 좋다.”고 자랑한다. 신부갑군은 형들과 친하다. 축구 실력이 좋아 4∼5학년 형들이 동네에서 축구를 하면 먼저 같이 하자고 말을 건넨다. 그러면서 부갑이는 ‘잘나가는 아이’가 됐다. 부갑이는 “공터에서 또래 친구들이 아닌 형들하고 놀면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영기(8)군은 반에서 달리기 대표주자다. 영기는 “축구를 하면 많이 뛰어 달리기 실력도 는다.”고 말했다. 어머니 양순임(37)씨는 “달리기 대회 때 반 대표로 나가 여자 친구들로부터 주목을 받아 아들의 어깨가 올라갔다.”고 좋아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이런점 챙기세요 ●5세 이하 유아 시작 늦춰야 전문가는 유아 시절 축구를 시작하면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드리블과 패스할 때 순발력과 민첩성 등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유의할 점도 적지 않다.5세 이하 어린이는 축구를 시작하지 않는 게 낫다.5세 이하 어린이는 거친 운동인 축구를 감당하지 못 한다. 오히려 공에 대한 두려운 기억 때문에 공과 멀어질 수 있다. ●태클 금지, 헤딩 주의 축구는 거친 운동인 만큼 부상에 유의해야 한다. 태클을 할 때는 다칠 수 있다. 따라서 태클을 하는 아이는 바로 퇴장시켜야 한다. 또 헤딩을 할 때 상대 선수와 머리를 부딪치기도 한다. 또 저학년은 넘어질 때 머리부터 땅에 닿아 머리를 다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재능은 초등 4학년 돼야 아이를 축구 선수로 키우고 싶어 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한다고 잘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질이다. 보통 축구 선수로서 재능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나타난다. 그 전엔 너무 어려 구분하기 힘들다. 따라서 그 전엔 못 해도 실망하지 말고 잘해도 자신할 수 없다. ●월드컵의 해, 가입 어린이 늘어 2002년 월드컵 열기로 어린이 축구교실 선수가 확실히 늘었다고 한다. 은평어린이 축구교실뿐 아니라 전반적인 현상이다.2002년 월드컵 개막식 때까지도 인원에 별로 변동이 없었는데 우리나라가 16강 진출 뒤 한 경기를 이길 때마다 가입자가 늘어 결국 월드컵 전 50명에서 8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올해는 초부터 가입자가 늘었다. 지난해 50∼60명이었는데 현재 75∼80명이다. 김창신 코치는 “학부모들이 겉으론 아이 건강을 위해서 축구를 시킨다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내면 ‘혹시 우리 아이도’라는 심리도 깔려 있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길섶에서] 호프집 응원/이용원 논설위원

    우리 태극전사들이 토고에 역전승을 거둔 밤, 우리 네 식구처럼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가족이 또 있을까. 대학가 호프집에서 100명 넘는 대학생들 틈에 섞여, 함께 함성 지르고 박수 치며 승리의 순간을 즐겼으니. 한국-토고전 시청 장소로 호프집을 찾은 건 우연이었다. 그날은 마침 아버지 기일(忌日)이었다. 형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서둘러 귀갓길에 올랐지만 경기 시작 전에 집에 도착하기는 불가능했다. 무작정 대학가에 차를 세우고 호프집으로 밀고 들어갔다. 호프집은 이미 만원이었다. 알고 보니 모두들 예약을 해 일찌감치 자리를 잡은 것이다. 염치 불구하고 젊은이들에게 합석을 청했다. 어색함이 흘렀지만 잠깐이었다.“대∼한민국” 두어번 같이 외치고 “짜작작 짝짝” 박수 함께 치니 그 다음에는 서로 술을 권하고 덕담을 나눌 만큼 급속히 친해졌다. 50줄에 든 우리 부부는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고 중학생인 딸도 20대 젊음의 박력과 열정에 그대로 동화된 듯했다. 다음 프랑스전 시작은 새벽4시. 자, 그땐 어느 곳에서 어떤 사람들과 더불어 우리 팀의 승리를 목메게 외쳐볼까나.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박준석 특파원의 월드컵 편지] ‘희멀건 김치’로 뜨거운 환대 어느 베트남인의 “대~한민국”

    독일에 온 지도 여러 날이 지나 자연스레 한국음식이 그리워지던 어느 날 50대 교민으로부터 점심식사 초대를 받았다. 숙소 인근 슈퍼마켓에서 우연히 만났다. 숙소가 쾰른 시내에서 자동차로 40분은 족히 가야 하는 아주 작은 마을이라 교민 수도 3명에 불과하다. 그냥 고추장만 내놓겠다던 약속과는 달리 진수성찬이 나왔다. 돼지고기 볶음, 오이무침, 그리고 소고깃국까지. 그 중에서도 으뜸은 깻잎무침이었다. 상큼한 향기가 한국음식에 메말라 있던 입맛을 더욱 자극했다. 올해는 무슨 생각에선지 텃밭에 깻잎을 심었단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이었는데 그냥 귀한 손님이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깻잎을 따서 여태껏 냉장고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식구들이 몇번이나 버리라고 했지만 꼭꼭 간직했다.28년 전 한국을 떠나 현재의 독일인 남편과 결혼한 뒤 이곳에 정착했다. 최근 몇년 동안은 한국인과의 교류가 없었다며 한국말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데 너무 기뻐했다. 그는 점점 잊혀져가는 고국의 기억을 되살려준 대가라며 주저없이 깻잎을 내놓았다. 숙소 인근에 위치한 중국식당의 주인인 베트남인에게는 정말 뜻하지 않은 김치를 얻어 먹을 수 있었다. 주인은 독일에 오기 전 한국에서 3년 동안 살았다고 했다. 처음 그곳을 찾았을 때 그는 마치 고향사람을 만난 듯이 너무 기뻐했다. 두번째로 음식점을 찾았더니 그는 고춧가루가 듬성듬성 뿌려진 허연 김치를 내놓았다. 뜻모를 환대에 어리둥절해하며 깔끔하게 김치 한 접시를 해치웠다. 한국에서 생활할 때 주위분들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줘 꼭 은혜를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제 여동생이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지금도 조르고 있다.”면서 “돈을 조금 벌면 다시 한국으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pjs@seoul.co.kr
  • [12일 TV 하이라이트]

    ●사이언스+(YTN 오후 1시35분) 과학기술부 지정 전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NIS-WIST)는 여성 과학인의 재취업을 돕기 위해 2004년부터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SC) 양성과정’을 운영 중이다. 양성과정 중에서도 과학 연극은 단연 호응이 돋보인다. 과학의 전도사로 대중과 과학자의 다리가 되는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를 만나본다.   ●살림의 여왕(EBS 오전 11시)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 쫓겨 마음의 여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한 춤 ‘댄스테라피’. 최근 각광받고 있는 댄스테라피는 몸의 움직임을 통해 심리를 변화시켜주는 표현예술이다. 좀 더 즐겁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주는 댄스테라피를 다솜예술치유연구소 윤혜선 소장에게 배워본다.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8시40분) 아파트 부녀회 운영에 불만이 생긴 여자. 여자는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으로 뽑혔고, 부녀회 아파트 수익 사업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그 후 여자는 앞으로 아파트 수익 사업은 입주자 대표회의가 맡아 하겠다고 주장하고 부녀회는 이를 거부한다. 아파트 내 수익사업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 있을까?   ●이제 사랑은 끝났다(MBC 오전 7시50분) 신욱이 예전에 사귀던 여자가 홍도라는 사실을 식구들 앞에서 털어놓자 병언을 비롯하여 용실, 홍도, 석재는 모두 충격으로 얼어붙는다. 희재는 신욱이 거짓말을 하는 거라며 날뛰고, 신욱은 희재의 행동에 당혹스럽기만 하다. 한편, 희재는 계속해서 홍도에게 신욱이 한 말이 거짓임을 확인하려고 한다.   ●그 여자의 선택(KBS2 오전 9시) 본격적인 데이트를 하기로 한 영규와 진진은 영규의 누나가 하는 공연을 보러 가기로 한다. 영규는 무대연출인 주리에게 공연 예약을 부탁하고 주리는 장우와 함께 오겠다고 말한다. 한편, 수정의 엄마가 진모를 한식당에 취직시켜준다는 말에 고무된 수정과 진모는 양복을 사입으며 꿈에 부푼다.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술김에 윤후의 차에 흠집을 낸 국화는 수리비를 갚기로 하지만,300만원이나 되는 돈을 어찌 갚을지 막막하다. 풍구는 홍영감이 미끼로 던진 양복 한 벌에 넘어가 맘에 들지도 않는 여자와 선을 보러 나간다. 한편, 국화가 한국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홍영감은 당장 국화를 집으로 데려오라고 불호령을 내린다.
  • [World cup] “인권 등에 월드컵 만한 관심을”

    유엔 사무총장은 월드컵을 어떻게 바라볼까. 코피 아난 총장은 월드컵을 좋아하는 이유를 말하면서 자신의 바람을 실은 글을 발표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주말호(10·11일자)에 실린 기고문 요지다.유엔 사무총장이 축구에 대한 글을 쓴다면 혹시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월드컵은 나와 유엔 직원들에게 부러운 생각을 들게 한다. 월드컵은 종족과 종교를 넘어선 지구촌 모든 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보편적인 운동의 정점에 서 있다. 이 점에서 월드컵이 유엔보다 더 보편적인 존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유엔 회원국은 191개국이지만 세계축구연맹(FIFA)은 207개 회원국을 갖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을 부러워하는 데에는 더 중요한 이유들이 있다. 우선 그 진행과정을 많은 이들이 상세하게 아는, 모든 이들의 관심을 끄는 행사란 점에서다. 언제 경기가 열렸는지, 어떻게 진행됐는지, 누가 골을 얻었고, 누가 실수 했는지…. 나는 지구촌 국가들이 더 많은 선의의 경쟁에 뛰어들었으면 하고 바란다. 인권을 위한, 유아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초등교육의 확대를 위한…. 월드컵에서와 같이 세계인들의 뜨거운 주목 속에서 말이다. 월드컵의 위상을 어찌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 다른 이유는 온 인류의 화제의 중심에 서 있고 뜨거운 분석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남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카페에서부터 베이징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적잖은 지식으로 각 경기와 선수들을 평가하며 열변을 토한다. 인류의 당면 현안도 월드컵처럼 지구촌 식구들의 화제 중심이 됐으면 좋겠다. 배출가스를 줄이고, 에이즈 감염자를 막고, 인류발전지수를 높이는 데 내 조국이 뭘 했는지를 놓고 월드컵처럼 많은 이들이 이야기를 나누기를 나는 고대한다. 월드컵을 부러워하는 세번째 이유는 같은 규칙 아래 원하는 이들이 동등하고 자유롭게 자웅을 겨룬다는 점이다.참가자들의 재능과 협동심이 구비해야 될 필요한 자격일 뿐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규칙 아래 더 많은 국가와 개인간의 교류가 이뤄졌으면 한다. 네번째는 월드컵이 국경을 넘어선 이동과 취업의 장점을 많은 이들에게 일깨우고 있다는 점이다. 더 많은 나라 국가대표팀들이 다양한 국적의 감독과 코치를 모셔오고, 다른 국적의 선수들을 입양해 온다. 이들은 입양된 나라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꽃이 피려면 나비와 벌이 다른 꽃에서 꽃가루를 옮겨오듯 국경을 넘어선 취업·이민의 역할을 월드컵은 이해하게 한다.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다른 국적의 감독과 코치, 이적 선수들을 바라보는 그 따뜻함과 호감의 태도로 이민과 국경을 넘는 인구 이동의 장점 및 공헌을 더 많은 이들이 바라봐주기를 나는 소망한다. 한편 어떤 국가들에는 월드컵 본선 출전은 가슴 벅찬 국가적 자부심이 된다. 처녀 출전 국가들에, 내 조국 가나에 그랬던 것처럼, 명예로운 훈장이 된다. 오랜 고난을 이제 겨우 넘어선 앙골라는 월드컵 본선 출전으로 국가 전체가 새 출발의 활기찬 분위기를 갖게 됐다. 최근 폭력과 갈등으로 상처난 코트디부아르에서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대표팀은 국가적 화합과 단결의 상징이 되고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 무엇보다 나를 부럽게 하는 것은 ‘골(목표)의 완성’이다. 모든 지구촌 나라들과 온 인류가 큰 가족의 일부분으로 함께 기뻐하고 공동의 축제를 즐기면서 하나됨을 확인하는 것이다.정리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요리조리 명사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박형식 사장

    [요리조리 명사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박형식 사장

    도심 속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쉬는 어느 월요일. 출근한 50여명의 직원들이 사랑의 밥상을 받고 감동 짱∼. 다름 아닌 이곳 부대시설의 운영책임을 맡고 있는 박형식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사장이 앞치마를 두르고 맛난 요리를 하나 둘 선보인 것. 생긋한 미나리 무침, 입안에 살살 녹는 갈비찜, 시원한 얼갈이된장국이 차례로 입안에 들어가자 여기저기에서 탄성을 지른다.“와, 정말 사장님 솜씨 맞아요.” 경영도 요리도 모두 사랑의 손길에서 빚어진다는 게 박 사장의 철학이다. ■ 프로필 ▲1953년 대전출생 ▲78년 한양대 음대 성악과 졸업 ▲86년 단국대 대학원 음악과 졸업 ▲97년 이탈리아 니노로타 국제음악학교 및 피치니음악원 졸업 ▲86∼2002년 서울시립합창단 기획실장 및 단장 직무대리 역임 ▲2000∼2004년 정동극장 극장장 역임 ▲04∼현재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사장 서울 용산구 용산동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 박형식(53)사장. 그를 보면 요리 잘하는 사람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지 않은 경우는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요리 솜씨가 대단하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솜씨를 보여달라.”는 부탁을 했다. 몇번의 사양 끝에 놀랍게도 “그동안 직원들 고생만 시켰다.”면서 “직원 50여명에게 내손으로 따뜻한 밥한끼 해먹이겠다.”며 아예 큰판을 벌인다. 조용히 몇가지 음식 자랑에 그칠 줄 알았더니 이번 기회에 직원들을 위해 사랑의 밥상을 차리겠다고 나선 것. 50여명분의 음식을 하기에는 그의 자택 부엌이 너무 좁아 박물관내 한식당 주방에서 그는 요리사로 변신했다. 박물관이 쉬는 지난 월요일에. 국립중앙박물관 안에 있는 공연장 ‘극장 용’을 비롯, 식당 4개, 카페 3개, 아트숍 4개 등의 부대 시설을 총괄하고 있다. # 평소 손수 밥 지어 직원들한테 한끼 먹이고 싶었어요 엷은 팥죽색 티셔츠에 파란색 앞치마를 두른 박 사장의 눈이 빨갛게 충혈됐다.“지난 금요일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토·일요일 이곳 주방에서 갈비찜 준비를 했거든요. 우선 고기 핏물부터 빼고 난 뒤 양념 재우고, 반찬까지 준비하느라 매일 밤 12시에 들어 갔어요.” 박물관은 지난해 문을 열었지만 준비 관계로 그 이전에 구성된 문화재단이 출범한 지 딱 2년이 됐단다.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에게 밥한끼 해 먹이고 싶었다는 그의 작은 소망을 이루기 위해 며칠 밤을 고생했다. 갈비찜의 간을 최종 맞추어 뚝배기에 담아내고, 감칠맛 나게 미나리 무침도 뚝딱 해냈다. 얼갈이 배추 국맛이 예사롭지 않다. “다시마, 조개, 무, 표고버섯, 새우가루 등을 넣고 1∼2시간 끓여낸 다시국물에 된장 풀어 얼갈이 데친 것과 파를 넣고 다시 끓였어요.” 그는 집에서도 이렇게 주말에 다시국물을 만들어 냉동실에 얼려 놓고 각종 국을 만들때 사용한다고 했다. 명절 때 가족들 위해 늘 자신이 만든다는 갈비찜은 가히 환상적이다. 육질이 부드러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명절에는 갈비찜 20여명분을 만드는데 50여명분을 만들기는 처음입니다. 사태 12㎏을 양념했는데 간맞추기가 어려웠어요.” # 사장님 요리 짱이에요 아침 일찍 출근해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이마에 송송 땀이 맺혔다. 이날 출근한 50여명의 직원이 식당으로 초대됐다, 영문도 모르고 자리에 앉아 사장님의 서빙까지 받아가면서 식사를 마친 직원들,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구수하면서도 깊은 된장국과 부드러운 갈비찜은 우리 부인 음식 솜씨보다 나은 것 같아요.”(정안식 사무국장) “사장님이 손수 만든 음식이 믿기지 않을 만큼 맛도 있지만 무엇보다 직원들 모두 한식구 같은 느낌이어서 좋네요.”(문화상품팀 강정은씨) 음식 장만하느라 돈 많이 썼겠다고 한마디 건네자 정색을 한다.“밖에서 회식하면 더 들어요. 무엇보다 음식은 정성이잖아요. 가족 같은 직원들에게 한끼라도 제 손으로 해먹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데요.” 동갑내기 부인 박명숙(강남대 유아교육학과 교수)씨와의 사이에 장녀 민아(26·대학원생), 장남 민욱(22·군복무)씨를 두고 있는 그는 평소에도 부인을 도와 요리를 즐겨 한다. 부친을 한집에서 모시며 청소까지 직접 하는 효자로 소문났다. # 박물관과 공연장은 서로 시너지 효과 내야 그가 직원들을 위해 손수 요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동극장 극장장 시절에도 콘도에서 단합대회를 가진 후 술먹고 곯아떨어진 직원들을 위해 다음날 일찍 일어나 뜨끈한 떡국을 만들어준 일화는 유명하다. 직원들을 내 핏줄처럼 여긴다는 그의 ‘정(情) 경영’ 덕분인지 성악가 출신으로는 드물게 성공한 문화예술 경영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뭐든지 열과 성을 다하는’성격에다 뛰어난 친화력, 겸손한 자세까지 두루 갖춘 이유도 있다. 하지만 성공비결을 묻자 “자신은 복이 많은 사람”이라면서 “저같이 부족한 사람을 직원들이 열심히 따르는 것을 보면 고마울 따름”이라며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박물관의 공연장 ‘극장 용’은 그동안 영화 ‘왕의 남자’원작인 연극 ‘이’를 비롯해 국내외 정상급 클래식 음악가를 초청, 굵직굵직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열면서 빠른 시일에 자리를 잡았다는 평이다. 박물관이 단순히 유물을 보는 곳이 아닌 다양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관람객들에게 알리고자 한 덕분이다. 최근 공연장 뒷마당에서 줄타기 공연을 벌이고, 곧 야외 연못가에서 ‘재즈 페스티벌’을 여는 것도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기 위해서다. “박물관 왔다가 공연을 보러 오게 되고, 또 공연장을 찾았다가 나중에 박물관 전시회를 둘러보러 오도록 박물관과 공연장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가 박물관 안에 공연장을 하나 더 지어 명실상부한 복합문화공간이 되도록 꾸며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박형식사장이 만든 ‘한상’ 받아볼까 ●얼갈이된장국 재료:얼갈이 200g, 멸치10개, 다시마 1장, 된장 2큰술, 대파 반쪽, 붉은 고추 반개, 다진 마늘 1쪽, 새우가루 2큰술, 양파조금, 북어대가리, 모시조개, 무 만드는 법:(1)멸치, 다시마, 새우가루, 양파, 파, 북어대가리, 모시조개, 무를 넣고 육수를 만든다.(2)육수에 된장을 넣고 끓으면 얼갈이와 양파, 붉은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넣고 2∼3분 정도 더 끓인 후 불을 끈다. ●미나리무침 재료:미나리 한주먹 정도, 당근 반개, 깻잎 8장, 통깨,양념장(고추장, 고춧가루, 마늘, 식초, 설탕) 만드는 법:(1)미나리는 엄지손가락 크기로 썰고 당근도 엄지손가락 크기로 잘게 썬다.(2)깻잎도 적당한 크기로 썬 뒤 양념장과 통깨를 뿌린 뒤 골고루 무친다. ●갈비찜 재료:갈비 600g, 당근 20g, 은행10알, 무 50g, 파1대, 밤10개, 양파 50g, 대추 10알,양념장(간장, 설탕, 육수, 다진 생강, 깨소금, 다진 마늘, 다진파, 다진양파, 참기름, 후춧가루, 키위, 파인애플, 배, 무) 만드는 법:(1)갈비는 사방 5cm 크기로 썰어 기름기를 제거한다.(2)기름기를 없앤 갈비살에 칼집을 낸 다음 찬물에 30분쯤 담가 핏물을 뺀다.(3)끓는 물에 핏물을 뺀 갈비와 토막낸 양파, 파를 넣어 속까지 익을 때까지 삶아낸다, 중간에 젓가락으로 고기를 찔러보아 핏물이 나오는지 확인한다.(4)고기가 익으면 체에 밭친다, 이 국물은 양념장의 육수로 이용한다.(5)생강, 마늘, 파, 양파, 키위, 파인애플, 배, 무를 믹서에 넣고 간다.(6)(5)에 간장, 설탕, 등 양념장 재료를 섞는다. 단, 참기름과 깨소금은 남겨둔다.(7)삶아낸 갈비살에 양념장을 반만 넣어 끓인다. (8)(7)에 마늘, 파, 양파를 넣어 조리다가 건져낸다.(9)조림국물이 반쯤으로 줄면 반 정도만 익힌 무, 당근, 밤과 은행, 나머지 양념장을 넣고 조린다. ●무쌈 재료:쌈무30개, 맛살3줄, 계란3개, 오이1개, 팽이버섯, 파프리카 3개, 소금 약간 만드는 법:(1)쌈무는 물기를 빼고 체에 밭쳐둔다. 쌈무는 고추냉이, 식초, 설탕에 절여진 것으로 준비한다.(2)맛살과 오이, 파프리카는 엄지손가락 크기로 가늘게 썰고, 팽이버섯도 엄지손가락 크기로 썬다.(3)계란은 소금으로 간을 한 후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가늘게 썬다.
  • [남성&여성] “온세상 삼키는 월드컵이 싫어요”

    2002년 ‘4강 신화’ 재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온 국민이 하나됐던 열광적인 축제의 기억 때문일까. 아니면 기업들의 대대적인 마케팅 전략이 빚어낸 과열현상일까. 월드컵 열기가 온 나라를 달구고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두 손 들어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이 달갑지 않은 남녀들의 속사정을 들어봤다. ■ 남성 - 시험 코앞에 둔 고시준비생·최전방 철책근무 병사들 “어쩌면 좋아” 오는 20∼23일 사법시험 2차를 보는 최청희(29)씨는 월드컵이 지금 열리는 게 너무나 싫다. 군대도 미뤄가며 5년째 고시공부를 하고 있는 최씨. 올해 또 낙방하면 영락없이 군입대 행(行)이다.1분 1초가 아까운 지금, 월드컵이 아니라 ‘월드컵 할아버지’를 한다해도 TV 시청은 엄두를 못낸다. 문제는 최씨가 지독한 스포츠광(狂)이라는 것. 그것도 가장 좋아하고 잘 하는 운동이 축구다. 본격적으로 고시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는 동네 조기축구회에서 뛰었을 정도로 실력을 자랑한다. 최씨는 4년 전 “이번 월드컵을 놓치면 평생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은 경험해 보지 못할 텐데 고시가 문제냐.”는 생각으로 광화문 거리응원에 동참했다. 그러다 공부시간이 많이 축났고 시험에 보기 좋게 떨어졌다. “고시촌에서는 2002월드컵이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성들의 합격률을 높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어요. 올해도 시험을 코앞에 두고 많은 고시생들이 월드컵을 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최씨는 시험이 23일 끝나면 24일 새벽 4시에 있을 예선 마지막 경기 스위스전은 볼 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행정고시 수험생들은 어림없다.2차 시험이 26∼30일 치러지기 때문이다. 최전방에서 철책근무를 하고 있는 육군 모사단 중대장 남모(30) 대위도 월드컵 때문에 골치 아프다. 프랑스전, 스위스전이 열리는 새벽 4시는 최전방에서 가장 취약한 시간대다. 이 시간에 근무자들이 TV를 보도록 하기엔 위험부담이 크다. 근무를 서지 않는 병사들이라도 새벽에 일어나 TV를 보면 다음 근무에 지장을 받을 게 불보듯 뻔하다. 하지만 월드컵 경기 TV시청을 금지하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질 것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남 대위는 공식적으로는 TV를 볼 수 없다고 못 박았지만 경기 당일 TV 시청을 철저하게 막지는 않을 생각이다. 철책근무의 중요성과 병사들의 사기진작 사이에서 나름대로 ‘중용’을 찾은 셈이다. 이렇게 병사들을 배려하면서도 정작 남 대위 자신은 재방송을 봐야할 판이다. 월드컵 기간에 새벽 취약시간대 순찰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 대위는 “다음달이면 후방에 배치될 예정”이라면서 “월드컵이 한 달만 늦게 열렸어도 비교적 여유있게 TV를 볼 수 있었을 텐데 정말 아쉽다.”고 말했다. 회사원 박혁(33)씨는 상업적인 월드컵 열풍에 짜증이 난다. 얼마 전 대표팀 평가전에 앞서 연예인들이 축하공연을 할 때에는 TV를 꺼버렸다가 경기 시작때 다시 켰다. 축구는 그냥 축구일 뿐인데 이를 지나치게 돈벌이에 활용하려는 대기업들과 신문·방송의 행태가 얄밉기까지 하다.“2002년에는 자발적 거리응원이었지만 이번에는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사람들을 모으고 있잖아요. 심하게 말하면 거리응원에 나온 사람들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기업행사에 동원되고 있는 거예요. 그런 데 휩쓸리면 나 스스로 세상 물정 모른다는 자괴감이 들 것 같아서 조용히 가족들과 집에서 TV중계나 보며 우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할 생각입니다.” 광화문 주변 가로정비를 맡고 있는 환경미화원 윤모씨도 월드컵이 달갑지 않다. 응원단에는 응원이 커다란 즐거움이겠지만 윤씨에게는 그야말로 살인적인 업무량 폭증으로 이어진다. 윤씨는 “모쪼록 응원이 끝나고 쓰레기를 자진수거하는 등 성숙된 문화시민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여성 - 남편·남자친구 맹목적 열광… 정작 중요한 일 보지못해 안타까워 여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게 축구와 군대 얘기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여성이라면 아마도 남편과 애인이 연신 쏟아내는 ‘원치 않는 월드컵 뉴스’는 정말 고문의 수준일지도 모른다. 새내기 주부 김현미(가명·26·여)씨가 딱 그런 경우다. 김씨는 남녀노소 모든 국민이 열광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에도 무감각하게 보냈던 사람이다. 축구를 안 좋아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모든 사람이 월드컵에 빠져 맹목적인 열광을 보내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때 축구광인 애인에게 월드컵에 흠뻑 젖어살라고 ‘자유’를 줬고 자기도 미뤄뒀던 일을 하거나 학교동창들을 만나는 등 역시 ‘자유’를 즐겼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4년 전 그때의 축구광과 결혼을 하고 맞은 첫번째 월드컵.“남편은 우리나라 대표팀 경기뿐 아니라 모든 주요 경기의 일정을 꿰뚫고 있어요. 축구사랑은 이해되지만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는 큰 고통이죠. 왜 새벽 4시 경기가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대학생 김모(22·여)씨도 월드컵에 대한 대한민국의 ‘이성(理性) 상실’이 이해되지 않는다.“남자친구도 집안식구들도, 학교친구들도 모든 업무나 고민을 월드컵 이후로 미뤄두고 있는 것 같아요.”김씨는 “2002년 대선 때처럼 젊은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것 아니냐, 월드컵을 이용해 현실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려는 것 아니냐, 그런 얘기도 친구들끼리 해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주부 김경아(34·여)씨도 “사람들이 대낮부터 월드컵 광풍에 휩싸여 있는 모습이 좀 딱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5·31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인데도 그런 문제들이 월드컵에 묻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러다 한국이 예선에서 탈락이라도 하면 그 허탈감을 어떻게들 이겨낼지 걱정이에요. 아마 부진한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물어 언론 같은 데서 희생양을 찾으려 할 거고 온 국민이 그 장단에 맞춰 누군가를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이지 않을까요.” 취업준비생 서현진(24·여)씨는 요즘 신경쇠약 증세가 심해졌다. 지난해 취업에 실패한 그는 올해 꼭 직장을 잡아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주위가 너무 산만하다. 독서실, 도서관 가릴 것 없이 월드컵으로 어수선해 집중력이 너무 떨어진다. 귀마개를 사서 끼우기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 토고전을 빼고는 예선 두 경기가 새벽에 열려 천만다행이다. 대대적인 응원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광장 주변건물에서 일하는 이수진(37·여)씨는 “월드컵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효율이 크게 떨어진다.”고 볼멘 소리를 냈다. 이씨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후배나 선배들 모두에 불만이다.“새벽까지 프랑스나 스위스 등 다른 나라들의 평가전을 봤다며 지각하는 후배들도 있어요. 우리 대표팀의 평가전이라면 몰라도 그것까지 이해를 해달라니. 월드컵이 국민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걸 인정한다 쳐도 현재 상황은 분명히 과열입니다.” 건물청소를 하는 박모(38·여)씨는 월드컵이 국민의식을 높였다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 평가전을 치르고 나면 술집 화장실은 난장판이 된다. 박씨는 “아무도 보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 쉬운 새벽에는 아무 데나 쓰레기 버리고 지저분하게 용변을 보는 등 행동이 더욱 심해질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儒林(618)-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

    儒林(618)-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

    제6부 理氣互發說 제1장 相思別曲(1) 1568년 선조원년 춘3월. 도산서당 정문 앞에 행색이 남루한 노인 하나가 이제 막 도착하여 문 안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서 있었다. 아직 초봄이라곤 하지만 한기가 가시지 않은 쌀쌀한 날씨임에도 노인의 이마에 땀이 배어 있었고, 피로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허리에 메고 있는 걸망에는 해질 때 갈아 신을 짚신이 대롱대롱 매어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 먼 길을 내쳐 걸어온 모양이었다. 정오가 지나고 어느덧 짧은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가고 있었다. 이 무렵 도산서당은 이퇴계가 완전히 퇴거계상(退居溪上)하여 살고 있었던 은둔처였다. 단양과 풍기군수를 끝으로 고향으로 돌아온 퇴계는 고향에 ‘계상서당’을 지어서 제자들을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계당시대는 10여 년간 계속되었는데, 청년 이율곡이 스승 퇴계를 만나러 와서 2박3일의 운명적인 상봉을 하였던 바로 그 곳이었다. 그러나 계당은 좁고 허술하였으므로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적당치 않았으므로 퇴계는 그의 나이 57세 되던 1557년 도산 남쪽 기슭에 서당을 새로 짓기로 결심하였던 것이다. “여기는 작은 골짜기가 있어 앞으로 산과 물을 굽어보고 있고 골짜기 속은 깊숙하고 넓으며 바위기슭이 선명하고 돌우물의 물이 감미로워서 머물러 살기에 아주 적당한 곳이다.” 퇴계 스스로가 쓴 ‘도산기’에 나와 있는 묘사 그대로 머물러 살기에 아주 적당한 땅을 발견한 퇴계는 ‘그 안에서 밭농사를 짓고 사는 농부가 있어 대금을 치르고 사서 토지를 확보한 후’ 1558년 3월 도산서당을 짓기 시작하는 착공식을 거행하였던 것이다. 서당을 짓는 일은 퇴계 집안의 종택으로부터 서쪽으로 4㎞ 지점에 자리잡고 있는 용수사라는 절의 법연스님이 도맡아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사이 퇴계는 잠시 명종에게 불려 한양에서 공조판서라는 중책을 제수하고 있었는데, 퇴계는 그동안에도 법연에게 서당의 설계도를 그려 보이는 등 서당의 건립에 온갖 정성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서당을 맡아 짓던 법연은 1년 만에 입적하고, 뒤를 이어 역시 용수사에 있던 정일스님이 뒤를 이어 공사를 이끌어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신유년(1561년)에 이르는 5년 동안 서당인 도산과 살림집인 농운정사 두 집이 대강 이루어져 퇴계는 마침내 평생소원이었던 자신의 서원을 얻을 수가 있었던 것이었다. 퇴계는 온 식구들을 이끌고 정사로 이주하였으며, 그의 가문을 비롯하여 모든 제자들이 머물면서 공부하는 대학사(大學舍)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의 즐거움은 퇴계가 지은 ‘도산서당’이란 시에 다음과 같이 묘사되고 있다. “순임금은 그릇을 구우면서 즐겁고 편안했고, 도연명은 농사를 지으면서 즐거운 얼굴이었네. 성현의 마음을 내 어찌 알겠냐만 백발의 나이에 돌아와서 숨어 사는 즐거움을 맛보노라.” 스스로 노래하였던 대로 퇴계가 꿈에 그리던 도산서당으로 돌아와 숨어사는 즐거움을 맛보게 된 것은 그의 나이 61세 때의 일이었다.
  • [토요일 아침에] 소유권과 관리권 사이에서/원철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북관대첩비는 일제시대 때 반출되어 그 유명한 야스쿠니 신사에 있다가 일본과 한국의 두 노스님의 관심과 열정에 힘입어 100여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하여 남한을 거쳐 북한의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아갔다. 이를 지켜보면서 유물은 제자리에 있을 때 가장 의미가 있다는 원론에 동의하면서도 새삼 관리와 소유의 경계선이 어딘가를 되묻게 한다. 지난 5월 한달동안 국립박물관의 기획전인 ‘사리함(舍利函)’전시회를 접한 느낌도 마찬가지이다. 절집의 소유물임이 분명한데 어떤 경로를 밟아 박물관의 관리를 받으면서 국가의 소유 아닌 소유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소유자와 관리자의 한계마저 모호해졌다. 경천사지 10층석탑을 용산의 신축 박물관에 복원하면서 탑이 가지는 예배대상으로서의 종교적 의미는 무시한 채 사리공(舍利孔)에 사리도 없이 ‘이건기(移建記)’만 넣겠다는 안목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리함을 맡기기에는 원소유자로서 별로 내키는 일은 아니다. 마치 남의 무덤 앞에 있는 무인석을 뽑아다가 정원장식물로 쓰는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는 의미는 무시한 채 눈에 보이는 미적 조형물로만 인식하는 의식구조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것이다. 문화재 관리자가 원소유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계속 관리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소유자의 관리능력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그건 유물보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지극히 프로다운 생각이니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또 그동안 유물 관리비용을 적지 않게 투자하다 보니 내 소유물이 된 양 착각하는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오랜 세월 관리하다 보니 거기에 묻은 손때와 정성 그리고 유물과의 교감으로 인한 집착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런 경우 원소유자가 그동안의 복원관리비용을 모두 지불하겠다고 해도 돌려받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최근 조선왕조실록 오대산본의 반환소식을 접하면서 또 소유와 관리의 경계선을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역으로 불교계가 관리자의 입장에 속하는 문화재이다. 월정사 경내의 영감사는 오대산 사고(史庫)를 지키기 위하여 지어진 암자이다. 임진란 이후 1913년 일본으로 반출될 때가지 몇백년을 사찰에서 관리해 왔다. 보존을 위해 시설관리는 말할 것도 없고 승군까지 조직해 외곽을 지켰다. 물론 소유자는 조선왕조였다. 왕조가 망한 후 대리 관리를 자처하며 가져갔으나 결국 일본에서 대지진을 만나 거의 소실되었다. 마침 그 무렵 대출된(빌려간 연구자가 누구인지 그 후손에게라도 감사패를 드려야 할 것 같다.) 74책만이 무사하여 27권은 일제말기 경성제국대학으로 이미 돌아온 상태였고, 나머지 43권은 도쿄대학에 현재까지 보관되어 있던 것이 저간의 사정이다. 이를 알고서 오대산 월정사 스님네들이 반환을 위하여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런데 그 결과는 기존 관리자인 사찰이 아니라 서울대 규장각으로 반환된다고 한다. 도쿄대학이 관리자와 소유자 사이에서 반환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를 줄타기하다가 나름대로 고심하여 내린 결론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규장각에는 같은 종류의 완질본이 남아있다. 물론 이본(異本)이니 똑같을 수는 없다. 그래도 대동소이할 것이다. 따라서 산질(散帙)인 오대산본을 부분적으로 중첩하여 가지고 있는 것은 ‘소유’라는 욕심 충족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따라서 기존 27권과 이번에 돌아오는 43권을 포함한 오대산본 74권 모두를 원소재지에 두는 것도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길이 아닌가 한다. 왜 북관대첩비가 휴전선을 넘어 자기 자리로 가야 했는지 우리는 그 도리를 알아야 한다. 현재 오대산에는 두 채의 텅빈 사고(史庫)가 복원되어 있다. 건물은 있는데 내용물이 전혀 없는 것은 사리없는 탑을 보는 것만큼이나 허전하다. 그리고 이끼 낀 석물들이 도굴로 실려 나가버린 오래된 큰무덤을 바라보는 것처럼 안쓰럽기까지 하다. 원철 조계종 포교원 신도국장
  • [이주일의 어린이책] ‘죽은 얘기꽃’ 다시 피우기

    TV, 컴퓨터 탓일까. 요즘 아이들은 서사에 목말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이야기 하나만∼”이라며 보채는 풍경이 사라진 현실은 어째 서글프고도 삭막하다. 상상의 그릇이 밑바닥에서부터 말라버리는 것같으니 말이다.성의있는 어린이책 만들기로 소문난 보리출판사가 새 시리즈를 내놓았다. 시리즈에 붙여진 이름은 ‘보리피리 이야기꽃’.“‘아동문학’이라는 딱딱한 표현 대신 ‘이야기꽃’이란 단어로 독자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는 게 출판사측의 귀띔이다. 책은, 어린이책을 꾸준히 써온 작가들이 직접 겪었거나 현장에서 들은 실제 이야기를 구수한 입말체로 풀어나가는 전개방식을 택했다.시리즈의 첫째권은 ‘달걀 한 개’(박선미 글, 조혜란 그림).“야야가 너거만(너희들만) 했을 때 이야기야.” 사투리로 운을 떼는 첫장에서부터 책의 색채가 선명히 드러난다. 고장마다 서로 다른 자연공동체의 분위기를 최대한 생생히 전달하겠다는 게 이 시리즈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맘때쯤에는 아직 이른 봄이라 농사일이 덜 바빠서 마을이 좀 한가하고 조용해. 이런 조용한 마을에서 가끔 소란을 피우는 놈들이 바로 장닭이란 놈들이야.” 경남 신평초등학교 선생님인 작가는 달걀 한 개가 너무나도 소중했던 어린시절 기억을 꼼꼼히 되짚었다.주인공으로 내세운 소녀의 이름은 야야. 일인칭 관찰자가 된 야야는 암탉과 병아리 식구들이 햇살 아래 엮는 소담스러운 풍경, 암탉이 낳은 달걀이 밥상에 오르는 풍경 등을 정겨운 정물화로 묘사했다.“달걀 한 개를 깨어서 뜨물에 풀고, 새우젓을 조금 넣어 간을 해서 밥을 할 때 같이 솥에다 넣고 찌거든. 야야는 그게 얼마나 먹고 싶은지….” 먹거리가 지천에 널린 요즘 아이들에게 음식 소중한 줄 알게 만드는 미덕도 있는 책이다. 장닭, 씨암탉, 장독, 탱자나무, 장날, 설거지통, 할배, 할매…. 듣기만 해도 코끝으로 시골길 흙냄새가 폴폴 끼쳐올 것만 같은 ‘토종’단어들에 어린 독자들은 연방 물음표를 찍을 듯하다. 이 점, 시리즈의 큰 노림수이기도 하다. 맛깔난 입말투의 이야기 전개 덕분에 순식간에 책 한권을 다 읽어내릴 수 있겠다.자연과 공동체, 일과 놀이. 요즘 아이들에게 딴나라 이야기로만 들릴 글감들을 앞으로 나올 책들에서도 꾸준히 만나 볼 수 있다.전북 변산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박형진 시인의 바다소년 이야기 등 행간에서 자연을 느끼게 해줄 책들이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초등생.8000원.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2회전] 한솥밥 식구끼리의 대결

    [제16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본선2회전] 한솥밥 식구끼리의 대결

    제1보(1∼24) 이희성 6단과 허영호 5단은 모두 한국바둑리그에서 영남일보팀의 선수로 활약 중이다. 이6단은 2지명을 받았고, 허5단은 와일드카드로 5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한솥밥을 먹고 있을지라도 그것은 한국바둑리그에서의 얘기이고, 다른 기전에서는 모두 적이다. 이런 점 때문에 바둑은 단체전보다는 개인전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것이다. 이6단은 2004년 오스람코리아배 신예연승최강전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는 강호. 그 전까지는 ‘찐드기’라는 별명처럼 장고파로 유명했는데, 그 이후에는 속기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대기사(大棋士)’라는 멋진 별명이 생겼다. 유연하면서도 끈질긴 기풍이 대기사의 면모가 보인다는 뜻이다. 한편 허영호 5단은 ‘꽃미남 기사’로 유명하다. 바둑텔레비전에서 대국하는 모습을 보고 박치문씨는 영화배우 이준기씨를 닮았다고 했을 정도로 수려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실제로 허5단은 귀걸이까지 하고 다니는 멋쟁이이다. 돌을 가리니 이6단의 흑번. 일반적으로 속기 시합에서는 흑이 백보다 훨씬 편하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두 기사는 모두 공격형이 아니라 실리파이기 때문에 계가바둑으로 간다고 생각하면 꼭 흑이 유리한 것만도 아니다. 흑1,3,5와 같은 포진이면 과거에는 무조건 백이 우변을 갈라쳤는데 최근에는 백6과 같이 빈 귀를 굳히는 수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흑7을 허용하더라도 백8로 다가서면 흑돌이 우변에만 편중됐다는 뜻이다. 물론 그렇다고 흑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백의 포석 구상도 다양해졌다는 얘기이다. 백20으로 우변에 침투했을 때 흑21은 이런 정도. 아마추어들은 (참고도) 흑1로 씌워서 공격하곤 하는데 이것은 백8까지 살고 나면 실속이 없다. 백22,24는 날렵한 행마. 흑의 세력이 강한 곳이므로 가볍게 두는 것이 행마의 요령이다. 유승엽 withbd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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