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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탐방] 쩐의 전쟁 ‘0.1초의 승부사’

    [주말탐방] 쩐의 전쟁 ‘0.1초의 승부사’

    “지금 올라온 것 체결해 주세요. 네.8만 5500원이에요.14만주.” 지난 22일 오후 2시30분. 증시 장 마감을 30분 앞두고 수화기를 든 박재영(36) 팀장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투신운용 15층 운용지원팀 트레이딩룸.5명이 일하는 이 곳의 분위기는 미국발(發) 경기침체의 여파로 주가가 온통 곤두박질쳐 ‘난리’가 난 바깥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한결 느긋해 보였다. 박 팀장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오늘처럼 장이 크게 빠지는 날에는 여유가 있는 편”이라면서 “주가가 오를 때 훨씬 바쁘다.”고 했다. ● “펀드매니저는 작전부장, 트레이더는 보병” 그는 트레이더(trader)다. 국내에선 일반인들에게 아직 낯설다. 트레이더는 자산운용사에 소속돼 주식을 사고파는 주문행위를 하는 사람이다. 펀드매니저가 고객이 맡긴 돈을 어떻게 운용할까 중·장기적으로 전략을 짜고 매매 여부를 결정한다면, 트레이더는 증시 상황을 체크하면서 시시각각 매매 여부를 판단한다. 펀드매니저가 (주식 매매)‘전투 작전’을 짜는 작전부장이라면 트레이더는 실제 주식시장이라는 전장의 최전선에서 빗발치는 총알 속을 내달리는 보병이다. 큰 틀에서 매매를 결정하는 것은 펀드 매니저의 몫이지만 트레이더는 급변하는 증시 상황을 빠르게 판단, 매매의 방향과 규모 등에 영향을 미친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컴퓨터 모니터 안에서는 초 단위의 시간 싸움을 벌여야 한다. 박 팀장의 임무는 주식과 채권의 매매 주문을 총괄하는 것. 이날 하루에만 900억원에 가까운 주식매매를 체결했다. 팀장인 그는 자신의 매매는 물론 팀원들의 중요한 매매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박 팀장의 일 평균 매매 규모는 900억∼1000억원 수준이다. 그는 “시간과 가격, 거래량에 따른 다양한 기준에 따라 매매를 한다.”면서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중요한 매매는 펀드매니저와 상의해 매매 방향을 순간순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 장중엔 휴대전화 거둬 자물쇠 채운 사물함으로 정보와 돈을 다루는 업무 특성상 트레이더에 대한 사내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시스템)는 엄격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인 주식 투자는 일절 금지돼 있다. 장중에는 휴대전화를 거둬 사물함에 넣고 자물쇠를 채워 둔다. 박 팀장은 “개인적으로는 펀드 등 간접투자만 한다.‘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투자를 아주 잘 할 것 같아도 그렇지 못하다.”며 머쓱해 했다. 트레이더의 하루 일과는 정말 빡빡하다. 오전 6시에서 밤 11시까지 주식에서 시작해 주식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점심 때는 자리를 비우기가 쉽지 않다. 바쁠 때는 주로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다.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는 가끔 밖에서 먹기도 한다. 그러나 일이 터지면 밥 먹다가 숟가락을 내던지고 다시 들어와야 한다. 저녁 약속이 있어도 과음은 금물이다. 다음날 업무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그래도 내가 생각했던 매매 전략과 시장의 움직임이 일치하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숨막히는 업무 특성에 따른 스트레스와 건강 관리는 이젠 습관이 됐다. 새내기 트레이더 시절 매일 점심을 햄버거와 자장면으로 해결했더니 몸무게가 금세 10㎏ 늘어나고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이상 신호가 나타났다. 이후부터는 아침은 꼭 챙겨 먹고, 주말마다 등산을 하고 있다. 매매가 잘 안될 때는 잠시라도 밖에 나가 찬 바람을 쐰다. 요즘에는 마라톤에 재미를 붙였다. 올해 목표는 하프 마라톤 완주다. 거액을 주무르지만 연봉은 일반인들의 생각처럼 대단하지는 않다. 그는 “개인적인 연봉은 회사 규정상 밝힐 수 없지만 국내 자산운용사 과장급에 준하는 연봉에 업무 성과에 따른 성과급을 따로 받는다.”고 귀띔했다. ● 전공제한 없고 자격증도 필요 없어 현재 국내 50개 자산운용사에 소속된 트레이더는 약 100여명에 이른다. 경영·경제학 전공자가 많지만 전공에 제한은 없다. 보통 자산운용사에 입사한 뒤 교육을 받고 트레이더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운용전문인력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펀드매니저와는 달리 자격증도 필요 없다. 박 팀장도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공학도 출신이다. 모의투자라는 개념이 생소했던 1996년 ‘전국 대학생 모의투자게임’에서 은상을 받으면서 트레이더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아직 트레이더라는 개념 자체가 국내에선 정착되지 않은 걸음마 수준이다.8년 경력의 박 팀장이 1.5세대 정도다. 그만큼 가능성도 많다. 업무 특성상 펀드매니저나 증권사 브로커로 자리를 옮겨 활동 영역을 넓히는 트레이더들도 적지 않다. 그는 “앞으로 트레이더의 역할은 국내 주식 매매는 물론 세계 시장 매매를 동시에 수행하는 방향으로 확산될 것”이라면서 “전문성을 키울 만한 미개척 분야”라고 소개했다. 요즘처럼 증시가 요동칠 때 트레이더인 그의 생각은 어떨까. 박 팀장은 “매일 스트레스 받으면서 주식 투자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환경에서 개인이 기관보다 투자를 잘 하기는 어려운 만큼 멀리 내다보고 펀드 등 간접투자상품에 장기투자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고 충고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수익률대회 1위’ 그들은 지금 증권사들의 실적 수익률 대회에 입상한 사람들은 누구이고 어디에 있을까. 대회 당시 직업은 다양하지만 그 이후 대부분 전업투자자의 길을 걷고 있다. 잠깐 증권사에 근무하기도 하지만 조직에 매이기보다는 자유로운 매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입상한 수익률 대회를 개최한 증권사의 재테크 설명회에 강사로 등장, 투자기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때로는 수익률 대회 입상자끼리 투자자문사를 차리기도 한다.2006년 말 출범한 나눔투자자문이 대표적이다.2005년 한화증권 수익률 우승자인 박진섭 사장,2003년 동원증권(현 한국증권) 수익률 대회 출신의 유수민 이사,2002년 메리츠증권 수익률 대회 김동일 이사로 이뤄져 있다. 수익률 게임의 원조는 한화증권이다.1999년 1회 대회를 시작으로 1년에 두번씩 개최하기도 해 지난해 18회까지 대회를 치렀다.‘주식 살 때와 팔 때’라는 책을 쓴 최진식 마이다스 주식투자연구소장이 이 대회를 통해 유명해졌다. 최 소장은 1999년 열린 1회 한화증권 수익률 대회에서 두개의 계좌에서 두달 만에 각각 2850%와 1600%의 수익률을 냈다.2000년 열린 한화증권 수익률 대회에서도 1771% 수익률로 다시 1등을 거뒀다. 한 때 한화증권에 입사했으나 전업투자자의 길을 걷고 있다. 젊은 층 전용의 수익률 대회로는 2003년 12월에 시작된 동양종금증권의 영파워랠리가 있다. 이 대회 3위 입상자까지 특별채용된다.5회까지 대회가 치러졌고 지금까지 13명이 입사했다. 지난해 열린 영파워랠리에서 우승한 한승훈씨는 현재 신입사원 교육 중이다. 가족 전체가 전업투자자로 활동, 수익률 대회를 휩쓰는 경우도 있다. 광주광역시에서 전업투자자로 활동 중인 박현상씨와 처가 식구들은 ‘여수 고래 패밀리’라고 불린다. 그들 가족은 각종 대회 입상은 물론 우승도 휩쓸고 있다. 수익률 대회는 특정 기간에 최고의 수익률을 거두는 사람이 우승한다. 그러다 보니 참가자들은 장기투자보다는 단기투자에 집중하게 된다. 증권사가 매매수수료를 거두기 위해 수익률 대회를 연다는 비판도 있다. 수익률 대회 입상자는 “평소에는 장기투자를 하는데 대회에서는 입상해야겠다는 생각에 단타매매를 하게 된다.”고 털어 놓았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손실에도 인내는 필수 장기분산 투자가 최고” 예상과는 달리 연초부터 주가가 폭락하면서 증권포털 사이트인 ‘팍스넷’(paxnet.moneta.co.kr)에는 주식시장을 떠나는 개미 투자자들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36세의 결혼 5년차 학원강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남자는 주식시장에서 자진퇴출을 선언하고 “두려움과 공황상태”라고 심경을 밝혔다.2006년 4월 들어와서 지금까지 날린 돈은 수천만원. 주변에서 ‘누가 돈 벌었다더라.’는 얘기에 현혹돼 3000만원을 들고 주식 투자에 ‘입문’했다. 그러나 기다리기 싫어하는 초조함이 투자를 실패로 이끌었다. 그는 “꿈에 거지꼴을 하고 있는 악몽을 자꾸 꾼다. 이젠 정말 떠나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한 전업투자자는 “전업투자는 도박과 다름없는 짓”이라면서 “전업투자를 하는 동안 어딜 편히 가지도, 다른 것을 편히 해본 기억이 없다.”고 돌이켰다. 또 “1000만원 정도 잃고 나가는데 무엇보다 이 정도에서 정신차려서 이 바닥 뜨는 것이 다행이고 행복하다.”며 자신의 처지를 ‘성공담’으로 소개했다. 25살의 한 복학생은 지난해 9월에 주식을 시작, 다행히(?) 최근 1700∼1720선에서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았다. 그는 “이젠 주식에 매달리는 시간에 충분한 휴식과 운동도 하고 영어공부도 하고 싶다. 앞으로 어떤 곳에 투자하더라도 여유자금으로 냉정하게 하겠다.”며 증시에 작별을 고했다. 개미 투자자들의 위로와 충고도 이어졌다.7년 동안 주식 투자를 했다는 한 투자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정한 투자자라면 회사를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정석이며, 그것이 자신에게도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것임을 빨리 깨닫기 바란다.”면서 “좀 더디더라도 장기분산 투자가 최고”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투자자도 “손실을 보았을 경우 초조함을 극복하지 못하면 이 바닥에서 승자의 편에 서기 힘들다.”면서 “적어도 눈 앞에 아른거리는 수익의 가능성을 포기하더라도 손해를 보지는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몇 년을 버텨내면 수익은 저절로 찾아온다.”며 인내를 당부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트레이더란 자산운용사에 소속돼 주식을 사고파는 주문행위를 하는 사람이다. 펀드매니저가 고객이 맡긴 돈을 어떻게 운용할까 중·장기적으로 전략을 짜고 매매 여부를 결정한다면, 트레이더는 증시 상황을 체크하면서 시시각각 매매 여부를 판단한다.
  • 李당선인·한국노총 간담회

    “분명히 말하지만,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적)는 비즈니스맨 프렌들리(기업인 친화적)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노동계에 각별한 애정을 과시했다.‘노동계=한식구, 기업=손님’이란 논리까지 동원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한국노총을 방문, 이용득 위원장 등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당선 후 기업인을 찾아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가 되겠다고 얘기해서 (노동계가)왜 우리를 먼저 찾아오지 않을까, 왜 기업에 프렌들리일까를 의아하게 생각하고 섭섭함을 가진 분도 없지 않다고 들었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란 말엔 노사가 다 들어가 있다. 노동자 없는 기업인도 없고 기업인 없이는 노동자도 없다.”고 했다. 또 대선 때 한국노총이 자신을 지지했던 사실을 들어 “여러분과는 정책연대를 했고, 선거운동을 함께 했던 조직이니 부탁을 해도 손님(기업)에 먼저 가서 하는 게 맞다. 그렇게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에 이용득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어용인 것처럼 이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확히는 사용자와 노동자가 상호 협력적인 주체로서 거듭나겠다는 것”이라며 양대노총과 경총, 상공회의소 등 노사주체 4자의 회동을 주선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자 이 당선인은 “4자가 대화하면 직접적인 대화가 될 것인 만큼 앞으로 한나라당에서 실무적인 협의를 하면서 만들어나가겠다.”고 즉석에서 수락했다. 이 당선인은 그러면서 “(새 정부의 노동 정책은)일방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이 정책연대를 확고히 한다는 것을 오늘 확인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이번 총선에서)비례대표를 포함해 각 지역의 경쟁력 있는 후보를 추천할 테니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했고, 이 당선인은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선인은 이달 말엔 민주노총을 방문할 예정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전 세계 생물 종의 10∼12%가 서식하는 멕시코는 다양한 생태계를 갖춘 나라 가운데 하나다. 철새 보호론자들은 철새가 멕시코를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도록 습지대를 보존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습지대는 철새가 이동하거나 먹이를 얻고 번식하는 곳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 여자가 무서워(SBS 오후 7시20분) 백회장과 통화하던 영림은 백회장이 빨리 오라고 재촉하자, 자기가 가면 가족들과 함께 대문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다. 잠시 후 영림은 백회장의 집에 도착한다. 영림은 백회장을 위해 준비한 007가방에서 영림이 입사시험 당시 면접보던 녹음 테이프를 꺼내 틀어놓는다.   ●인간극장(KBS2 오후 7시30분) 지난해 막내 경우의 뒤를 이어 동생 덕우가 태어났다. 어느새 훌쩍 자라 군입대 영장을 받은 경한이와 덕우의 나이 차이는 스무살. 이제 모두 열두 남매, 열네 식구가 된 가족. 서로 다른 얼굴처럼 성격도 제각각인 열두 아이들과 함께 산 20년 세월 동안 엄마, 아빠는 아이들만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산(MBC 오후 9시55분) 영조의 돌변에 괴로워하던 산은 뭔가 떠오른 듯 어린 시절 사도세자가 전하라고 했던 그림을 찾아낸다. 남사초는 송연이 살피면 이 그림에 숨겨진 뜻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한편 홍국영은 영조에게 드리는 한약의 재료로 매병(치매) 여부를 알아보려 한다. 달호는 내관복장을 한 채 내의원에 들어간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생선 중에서 값이 싼 편이고 오메가3·불포화지방산 등 영양도 풍부해 밥반찬으로 자주 올라오는 생선 고등어. 구이나 조림에 회까지 그 쓰임새도 다양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비린내나 기름진 맛을 말끔히 없애고 집에서 해먹을 수 있는 간편한 고등어 요리법과 다양한 영양성분을 알아본다.   ●세계명작드라마 와신상담(EBS 오후 8시50분) 부차가 진나라 등과 협의를 하고 있을 때 공손웅이 고소성 함락 소식을 부차에게 알려준다. 되도록 빨리 성으로 돌아가 지원을 하기 위해, 부차는 즉각 황지를 포위하고 무력으로 진공을 협박해 맹약을 맺으려 한다. 패주가 된 부차는 고소성으로 돌진해 오고, 왕손락은 자결해 사죄한다.
  • 조직 ‘빅뱅’ 지휘 행자부 ‘귀하신 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 조직개편 발표 이후 행정자치부의 위상이 급부상하고 있다. 인수위가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다면 세세한 조직개편 후속 실무 작업은 행자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직개편이 큰 폭의 ‘빅뱅’이 되다보니 챙겨야 할 후속 조치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도 한 요인이다.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던 초반에만 해도 행자부는 참여정부의 ‘큰 정부’를 만든 주역으로 지목돼 축소·폐지설까지 들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행자부에서 떨어져 나갔던 중앙인사위원회를 흡수하는 위력을 발휘하는 등 오히려 과거보다 힘이 쏠린 분위기다. 그러다보니 관가에서는 “역시 행자부 공무원”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특히 인수위가 최근 “각 부처의 실·국도 대국, 대과주의로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행자부 내부뿐만 아니라, 각 부처 내부 조직 개편의 조정자로서도 나서 이래저래 할 일이 태산이다. 따라서 행자부 직원들은 부처 통폐합 등으로 일손을 놓고 있는 다른 부처와는 달리 밀려드는 업무로 밤잠을 설칠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초반과는 달리 위상이 올라간 것을 감안하면 즐거운 비명인 셈이다. 게다가 통폐합되는 부처들은 향후 내부 조직개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도록 행자부에 로비를 벌이는 것은 물론, 인수위 등의 실세를 통해 압력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통폐합되는 부처의 경우 향후 실·국 등 내부 조직을 짤 때 자신들이 속한 부처의 ‘파워’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통폐합되는 부처간 청사 조정도 행자부의 역할이다.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산자부와 정통부의 통폐합 등으로 포화상태인 광화문 청사, 과천 청사는 이제 ‘사무실 전쟁’을 벌일 태세다. 가뜩이나 좁은 공간에 새 식구까지 맞아야 하다보니 청사 관리를 맡고 있는 행자부에 사무실 확보, 공간 재배치 등 교통정리를 요청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나아가 부처 통폐합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이전해야 하는 중앙 기관에 대한 재조정 작업까지 챙겨야 한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샐러리맨 설… 설… 설렌다

    샐러리맨 설… 설… 설렌다

    설(2월7일)을 앞둔 샐러리맨들의 표정이 밝다. 설 연휴가 주말과 겹친 탓에 맥이 풀렸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주중에 연휴가 끼여 황금연휴가 가능해졌다. 최장 9일을 쉬는 기업도 있다. 큰 폭은 아니지만 상여금도 지난해보다 두둑해졌다. 귀성비와 선물꾸러미를 따로 챙겨주는 기업도 있다. ●르노삼성차·두산 파격적 연휴 20일 재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기업들은 법정연휴 사흘(2월6∼8일)과 주말(9∼10일)을 붙여 5일을 쉰다. 가장 파격적으로 쉬는 곳은 ‘외국계’인 르노삼성차와 ‘토종’ 두산이다. 프랑스 르노그룹 계열인 르노삼성차는 창립기념일 휴가(5일)를 하루 더 보태 공식적으로 6일을 쉰다. 샌드위치 데이인 4일은 연월차를 쓰도록 했다. 여기에 앞 뒤 주말을 각각 붙이면 최장 9일을 쉴 수 있다. 두산그룹도 공식휴가는 5일이지만 개인에 따라 2월4일과 5일을 연월차 휴가로 쓸 수 있게 했다. 삼성그룹은 아직 설 휴무 계획을 확정하지 못했다. 닷새가 유력하지만 계열사별로 두산처럼 샌드위치 데이 이틀을 연월차로 쉬게 할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귀향길이 수월하도록 공식연휴를 6일(5∼10일)로 정했다. 일감이 폭주해 제대로 ‘못 쉬는’ 기업도 있다. 조선업계가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은 공식연휴를 5일로 정했지만 주문이 밀려 일부 부서 직원들은 3일만 쉰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설 연휴에 상당수 직원이 출근한다. 롯데와 신세계그룹도 ‘대목 장사’를 해야 하는 유통 계열사(백화점·할인점 등)는 하루이틀만 쉰다. ●귀성비·선물도 푸짐… 빈손 기업도 30% 설 특별상여금을 따로 주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정기 상여금을 설 때 지급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종업원 수 100인 이상의 기업 206개를 대상으로 설 상여금 지급계획을 조사한 결과, 평균 액수는 한달 기본급의 91.3%로 지난해(83.1%)보다 8.2%포인트 늘었다. 조사대상 3곳중 1곳은 상여금 지급계획이 없었다. 삼성그룹은 기본급의 100%를 귀성여비 성격으로 준다. 연봉에 포함된 돈이어서 감흥은 별로 없다. 대신 매년초 나오는 초과이익분배금(PS)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던 정보통신과 액정화면(LCD) 사업부는 최고 몇천만원 상당의 PS가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실적만 놓고 보면 사상 처음 PS를 손에 쥐게 되지만 ‘태안 사고’로 여론이 좋지 않아 좌불안석이다. 현대·기아차는 상여금(통상급의 50%)과 별도로 귀성비(현대차 85만원, 기아차 80만원)와 15만원 상당의 인터넷쇼핑몰 사용 포인트를 준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엔진은 통상급의 50%, 두산인프라코어는 귀성비 50만원을 각각 준다. 한 집안 식구라 해도 계열사별로 표정이 엇갈리기도 한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증권은 귀성비(평사원 30만원, 대리 이상 40만원)를 따로 준다. 이 회사의 강성 노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사설] 재판 장사한 부장판사 법조계 떠나라

    수도권의 모 부장판사가 자신이 맡았던 재판과 관련해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재판 장사’를 했다는 얘기다. 그는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사표를 냈고, 대법원이 이를 수리했다. 문제의 판사가 사실 관계를 인정하자, 법원측이 서둘러 마무리하려 한 음습한 행태라 유추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권의 마지막 보루인 판사마저 이렇게 타락할 수 있단 말인가. 국민들로서는 이제 어디서 사회 정의의 판단과 실현을 기대한단 말인가. 참담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가 된 판사는 지난해 또 다른 사건에서도 청탁을 받고 유리한 판결을 내려, 정직 10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판사가 법원의 그늘 속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법부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사법부는 그동안 사안별 양형 기준 마련, 사건 수임 변호사와의 개인적 접촉 제한 등 시스템에 의한 재판 공정성 확보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같은 주장이 얼마나 위선이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케 하는 작은 예에 불과하다. 일찌감치 사법처리를 통해 이같은 인물은 더이상 법조계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했어야 마땅했다.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는 근절돼야 한다. 판사의 독직, 수뢰 등 의혹이 제기됐을 때마다 당사자를 현직에서 떠나도록 하는 것만으로 적당히 넘어가는 관행이 이번 사태를 낳지 않았는가. 재판 결과를 뒤집거나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비리를 저지를 경우, 법조계를 영원히 떠나도록 하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사태가 그 출발이 되길 기대한다.
  • [정부조직 개편안] 산자,지식경제부로 확대

    [정부조직 개편안] 산자,지식경제부로 확대

    ■국토·자원 인프라 분야 ●정보통신부→해체 정보통신부는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행정안전부, 문화부 등 4개 부처로 기능이 이관됐다. 정보기술(IT) 및 정보보호 산업 정책과 정보통신진흥기금은 지식경제부가 맡게 된다. 인수위측은 “IT는 다른 산업과 만날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지식경제부와의 통합 배경을 설명했다. 기존에 정통부와 통신위원회가 갖고 있던 통신서비스 정책과 통신규제 기능은 새로 생길 대통령 직속 방송통신위원회가 담당한다. 전자정부와 정보보호 기능은 행정안전부가 담당한다. 행정안전부는 전자정부의 구축과 보안은 물론이고 개인정보 보호,2003년 ‘1·25 인터넷대란’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네트워크 보호 기능까지 함께 담당한다. 디지털 콘텐츠 정책은 문화부의 문화 콘텐츠 정책에 흡수됐다. 우정사업본부는 단계적으로 공사(公社)로 바뀐다. 공사화가 완료되면 직원 3만 1654명의 국내 최대 공기업으로 탈바꿈한다. 예금 40조원, 보험 20조원 등 60조원의 금융자산을 운영하는 공기업이 전면적으로 등장하게 되면 금융시장에도 적잖은 판도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원부→지식경제부 산업자원부는 IT와 원자력 정책을 통합, 지식경제부로 확대개편됐다. 정통부의 IT산업을 대거 이관받으면서 관련 정책 전반을 아우르게 됐다. 과학기술부로부터는 인재양성·기초과학·원자력 안전(이상 인재과학부 이관)을 뺀 일반 원자력 정책과 응용과학을 총괄하는 연구개발(R&D) 업무를 넘겨받는다. 원자력의 특성상 ‘정책’과 ‘안전’을 이원화해 분리 견제하겠다는 게 인수위의 의도다. ●농림부→농수산식품부 농림부는 해양수산부의 어업수산 정책과 보건복지부의 식품산업진흥 정책을 넘겨받아 농수산식품부로 개편됐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개방에 대비, 농업과 수산업 부문에서 식품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식품산업본부가 신설된다. 식품산업 육성 외에 식품안전까지 포함한 ‘식품행정의 일원화’는 점진적으로 추진하기로 해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기존에 외청으로 갖고 있던 산림청은 신설되는 국토해양부로 넘어갔으며 농업통계 작성 기능은 통계청으로 이관됐다. 산하 농촌진흥청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전환돼 첨단기술의 연구·개발을 맡게 된다. ●해양수산부→해체 해양수산부는 ▲해양정책·항만·물류 ▲수산 ▲환경 등 3개 기능으로 쪼개져 각각 관련 부처에 흡수됐다. 해양정책본부와 해운물류본부, 항만국 등 3개 국이 신설된 국토해양부로 이관됐다. 이 가운데 해양정책본부에 속해 있던 해양환경정책팀·보전팀·생태팀 등 3개 팀은 새롭게 보강되는 환경부로 통합됐다. 수산정책국·어업자원국 등 2개국은 농림해양식품부로 간다. ●건설교통부→국토해양부 건설교통부는 기획재정부에 버금가는 ‘공룡부처’가 됐다. 지금도 국토 건설과 교통을 아우르는 대형 부처인 상황에서 이번에 해운물류를 흡수하고 산림청까지 산하기관으로 두게 됐다. 해운물류와 항만 기능은 1995년 해양수산부가 생기기 전 건교부 산하 해운항만청이 맡았던 업무다. 이로써 육상 물류와 항공 물류는 건교부, 해운물류는 해양수산부로 나뉘어 있던 기형적 물류정책이 하나의 컨트롤타워로 통합됐다. 산림청을 산하 기관으로 묶어 행복도시건설청과 함께 2개의 외청까지 거느리게 됐다. 조직은 기존 물류혁신본부를 개편해 해양정책물류본부를 따로 두는 방안과 물류혁신본부 아래 해운항만정책기획관(국장급)을 두는 방안을 두고 세부논의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류찬희 안미현 김태균 이영표 김효섭기자 windsea@seoul.co.kr ■교육·문화·복지분야 ●교육인적자원부→사실상 해체? 1948년 문교부라는 이름으로 현재의 교육부가 출범한 이래 60년 만에 부처 명칭에서 처음으로 ‘교육’이란 용어가 빠지게 됐다. 때문에 결국 예상했던 대로 교육부 해체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인수위 측은 조직개편안을 설명하는 자료에서 “정부가 오히려 교육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인수위는 “교육부는 대학입시 등 단기 현안에만 매몰돼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육성에는 실패했다.”면서 지금의 교육부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일단 개편 형식만 놓고 보면 교육부는 폐지가 아니라 다른 부서의 기능을 흡수·통합하는 쪽에 가깝다. 외형 면에서도 신설 인재과학부는 지금의 교육부보다 몸집이 비대해진다. 과학기술부와 산업자원부의 일부 기능이 넘어오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인력 양성, 기초과학정책과 산업자원부의 산업인력 양성 기능이 인재과학부로 이관된다.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던 인적자원 개발업무를 모두 묶어 일원화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과학기술부→인재과학부 과학기술부가 교육부와 산업자원부로 분리 통합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위상 변화다.2004년 과학기술부총리 체제가 출범한 이후 각 부처간 연구·개발(R&D) 예산을 총괄하던 혁신본부가 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경제부로 흡수되면 조직 변화는 물론 부처별 예산 배분 원칙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과기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초연구국’과 ‘원자력국’이 어떤 변화를 겪을지도 주목의 대상이다. 단기적인 성과가 나올 수 없는 기초연구 분야는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기 힘들기 때문에 인재과학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이명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과학비즈니스벨트’가 기초과학중심단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현재 50여개가 넘는 각종 정부출연 연구소의 통폐합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기초과학중심단지는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가 모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자력국의 경우에는 발전부문은 지식경제부로, 안전 및 통제는 인재과학부로 분산흡수되면서 내부 총괄 기능은 줄어드는 대신 산하단체의 위상강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문화관광부→문화부 문화관광부는 국정홍보처와 정보통신부의 일부 기능을 넘겨받아 ‘문화부’로 명칭이 바뀌면서 조직이 확대됐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콘텐츠산업을 이끌 정책기능이 통합돼 경제적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통부와의 통합으로 영화, 가요, 캐릭터 등의 주요 문화콘텐츠 산업과 디지털 콘텐츠 산업의 주체가 일원화됨에 따라 정책의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또 국정홍보처의 해외홍보 기능까지 확보함으로써 한류 등 문화산업진흥정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통부 기능 가운데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정책의 집행과 규제기능이 신설되는 대통령 직속 방송통신위원회로 넘어가 미디어 정책 일원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문화부 소속기관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은 관장의 직급을 1급으로 낮춰 문화재청으로 통합됐다. ●보건복지부→보건복지여성부 보건복지부는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 기획예산처 양극화민생대책본부를 통합한 ‘공룡부처’로 거듭난다. ‘보건복지여성부’ 인력은 26개 소속 기관과 본부를 합한 복지부 3450여명, 여성부 180여명, 청소년위 130여명 등을 합해 3900여명에 육박한다. 매년 예산이 20%씩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통합부처 예산도 30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복지부는 지난 5년간 430명(14.2%)의 인력이 늘었지만 통합부처의 조직은 1실4본부15국 체제의 현행 복지부 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총괄하는 복지부와 아동·청소년·여성 등을 주로 다뤘던 여성부 사이에 중복이 심하다는 지적에 따라 여성부는 1실2국 정도로 편입될 전망이다. 여성부의 양성평등위원회 및 청소년위원회는 부처 산하 의결기구로 존속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성부 출신을 배려하기 위해 제2차관을 신설,‘여성’ 업무를 전담시킬 계획이다. 여성 관련 ‘실’은 1급 상당이 맡게 된다. 현재 복지부 내 1급 관료는 3명뿐이다. 정부 관계자는 “행자부에서 큰 틀을 잡고 세부사항은 향후 부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수 오상도 이문영 박건형기자 sskim@seoul.co.kr ■희비 엇갈린 부처들 표정 국정홍보처를 비롯해 정통, 통일, 해수, 과기, 여성부 등 다른 부처로 통폐합되는 부처들은 16일 “설마 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며 초상집 분위기다. 반면 이 부처들을 끌어안으며 조직이 확대되는 외교부, 문화부, 산업부 등은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들 부처는 새 식구를 맞아 기존과는 다른 ‘지식경제부’‘인재과학부’‘국토해양부’‘행정안전부’등으로 새로 문패를 내걸었다. ●철퇴 맞은 홍보처, 통일·정통·과기부 홍보처 직원들은 “올 것이 왔다.”며 체념한 듯 자신들의 진로를 걱정했다. 한 관계자는 “기자실 대못질 등으로 조직을 망쳐 놓은 이들은 배가 침몰하기도 전에 주미대사관 홍보관 등으로 가버리지 않았느냐.”며 일부 간부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한때 기사회생설이 나돌다가 다시 폐지 쪽으로 방향이 바뀐 통일부 직원들은 망연자실하며 말을 아꼈다. 한 관계자는 “신당이 정통부 등의 폐지에 강하게 반발, 통일부를 일종의 대야협상용 카드로 활용, 살아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향후 입법과정에서 존치될 것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출범 14년 만에 간판을 내리게 된 정통부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정보기술 강국을 만든 업적이 있는데도 부를 없애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기부는 일본의 문부과학성을 모델로 교육부와 산자부로 분산 통합되자 충격에 휩싸였다. 해양수산부 직원들은 농림부와 합쳐질 것이란 소문과 달리 해양부 본부와 지방조직이 뿔뿔이 쪼개져 더 허탈해했다. 해양부 관련 지방 단체들은 17일부터 서울에서 ‘해양부 해체안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한 농성’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표정 환한 농림·산자·외교부 기획예산처와 합치는 재경부는 정책기획·총괄조정 등 업무 효율성면에서 바람직하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획예산처에 재경부가 흡수되는 것으로 발표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통부와 과기부의 새 식구를 맞이하게 된 산자부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해수부의 수산부문을 맡게 된 농림부는 12년 만에 ‘잃어버린 한쪽’을 찾았다는 반응이다. 홍보처 등을 흡수하는 문화부는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일로 사필귀정”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금융감독기구 개편과 관련, 금융위원회로 확대개편되는 금감위는 희색이 만면한 반면 민간조직인 금융감독원은 역할·기능 위축을 우려해 희비가 엇갈렸다. 국토해양부의 외청으로 소속이 바뀐 산림청도 당황스러워하고 있다. 외교통일부로 확대되는 외교부는 역할 강화를 반기면서도 통일부 흡수에 따른 기능 재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 당국자는 “남북관계와 대외정책을 잘 조율,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숙기자·부처종합 bori@seoul.co.kr
  • [11일 TV 하이라이트]

    ●영상앨범 산(KBS1 밤 12시25분) 히말라야의 동쪽 끝을 외로이 지키고 있는 해발 8586m의 캉첸중가. 티베트어로 ‘다섯개의 보물창고’라는 뜻을 가졌지만, 이 곳을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번 칸첸중가 클린마운틴에 함께 하는 대원들은 모두 11명. 계속되는 강행군과 변덕스러운 날씨, 그리고 고산병이 점점 그들의 힘을 빼놓는다.   ●다큐10(EBS 오후 9시50분) 가상의 인물 ‘안나’의 삶을 돌아보면서, 우리 인간이 태어나서 노년기를 맞을 때까지 인간의 섭식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본다. 사업가로서, 또 남편과 헤어지고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녀에게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음식을 즐기는 일. 과연 섭식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중소기업UP 한국경제UP(YTN 오전 10시40분) 더 편안한 삶, 더 좋은 삶을 위해 사회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 시작됐다. 환경을 생각하는 차세대 에너지 개발로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하는 중소기업.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로봇으로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주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찾아가 본다.   ●그래도 좋아(MBC 오전 7시50분) 효은은 석우와 함께 서 회장의 집에 저녁식사를 하러 가게 된다. 명지의 방을 구경하던 효은은 명지가 바람을 피우던 상대가 석경의 남편인 준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석우는 윤 사장에게 분가를 허락받으려 하지만 유 사장은 거절한다. 한편, 석빈은 석우와 누리제화의 토털 브랜드화 문제로 충돌한다.   ●미워도 좋아(SBS 오전 8시30분) 현수에게 전화를 한 정팀장은 일주일 안에 중국으로 다시 나가야 하며 안 그러면 식구들이 위험하다고 한다. 또 황준혁 사장은 아주 교활하고 무서운 사람이며 강명진 사장의 교통사고에 그가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정팀장은 현수에게 강사장 교통사고에 대한 자료를 이메일로 송부하겠다고 한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KBS2 오후 11시5분) 늘 극적인 삶을 꿈꾸는 선영은 사내커플의 남자를 빼앗아 결혼한다. 집안 격차로 반대할 줄 알았던 시댁이 순순히 받아들이자 시시하게 느껴진 나머지 결혼식날 웨딩드레스를 입고 뛰쳐나온다. 이 일로 현철은 이별을 선언하고, 선영은 울며불며 매달리지만 내심 그런 상황을 즐긴다.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스턴트맨 출신 영화감독 원신연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스턴트맨 출신 영화감독 원신연

    흔히 ‘스턴트맨’으로 불린다. 온몸을 던져 각종 위험한 연기와 묘기를 직접 실연한다.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결코 드러내지 않는다. 말 그대로 ‘대역 인생’이기 때문. 그래서 목숨 걸고 열연을 해도 빛을 보지 못한 채 그저 그렇게 영화계를 떠나간다. 하지만 여기 예외가 있다. 스턴트맨 출신 영화감독 원신연(40)씨가 바로 주인공. 그는 한국영화가 한참 침체 속에 빠져 있을 지난해 11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븐데이즈’라는 영화를 불쑥 내놓았다. 결과는 전혀 예상 밖이었다. 개봉 한 달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원신연’이라는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세븐데이즈 관객 200만 대박 그럴 것이 최근 네티즌들이 2007년 최고의 작품을 뽑은 결과 ‘화려한 휴가’(18.0%),‘디워’(12.2%),‘밀양’(10.2%)에 이어 ‘세븐데이즈’(8.3%)를 4위에 올려놓았다. 또 기대를 안 했으나 뜻밖에 재미있었던 영화로 ‘세븐데이즈’(5.9%)를 1위로 꼽았다. 아울러 2007년 말 시나리오작가들에 의해 ‘올해의 시나리오’에 뽑혀 시나리오의 중요성을 새삼 부각시켰다. 평론가들은 ‘세븐데이즈’가 영화적 재미와 작품성을 동시에 절묘하게 배합하는 데 성공했으며 한국 스릴러 장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탄탄한 시나리오와 함께 침체일로의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관심을 끄는 것은 야간 고등학교를 겨우 나온 스턴트맨 출신이 온갖 역경과 좌절에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점. 해외 유학파들조차 여전히 감독 데뷔를 못하고 있을 정도로 고학력 인재들이 많은 충무로 바닥에서 촉망받는 감독으로 어엿하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고졸출신이 해외파 제치고 충무로 우뚝 원 감독은 이에 대해 “그저 하고 싶었던 일이고, 단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세븐데이즈’는 그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갈고 닦은 내공을 응집해 ‘발사대’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희망을 쏘아올리는 새로운 길, 즉 나이 마흔에 영화인생 제2막을 시작할 것이라고 새해 포부를 곁들인다.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지난 12월부터 강화도 마니산 자락에 마련한 작업실에서 두문불출, 시나리오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스턴트맨 생활을 해서인지 얼핏 보아도 단단한 몸매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우선 새해를 맞는 소감이 어떤지 물었다. 새로 준비하는 작품이 간단치 않다는 소문을 들어서였다. 그랬더니 “새해 첫날 마니산 정상에 올라 ‘삼고’를 목놓아 외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니 무슨 삼고? ‘목숨 걸고’‘(시나리오)쓰고’‘(영화를)만들고’ 등 세 가지란다. 준비 중인 영화는 어떤 것이냐고 하자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못지 않다. 한국적인 정서가 충분히 녹아 있는 그런 영화가 될 것”이라면서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아직 내용을 밝힐 단계는 아니며 예산도 많이 투입되고 또 한국영화의 새로운 위상을 보여줄 것이라고만 했다. 아울러 올 여름에 크랭크인된다는 귀띔이다. ●“올여름 크랭크인… 한국영화 위상 보여줄 것” “관객들의 시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아져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시각적·청각적으로 즐거움과 또 뭔가를 남겨줘야 합니다. 한국영화는 그동안 어떤 틀이나 공식에 얽매여 있다고나 할까요? 예를 들어 코미디 영화인 경우, 처음에는 웃기다가 나중에 감동을 주는 식이지요. 이제는 좀더 자유로운 의식으로, 자유로운 영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우리 영화계의 현실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그는 “별로 공들이지 않은 영화들이 400만∼500만 관객이 드는 것을 보고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 “그러다보니 창의적인 텃밭과 그 밑거름이 무너져 우리 영화계가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 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또 여기에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제작자들도 이런 것에 익숙지 않다는 것. 결국 새로움을 추구하는 창의성이 고갈되면서 홍콩영화처럼 아류작을 양산하다보니 우리 영화가 스스로 몰락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관객들이 변하는 것처럼 감독이나 제작자들도 변해야 한국영화가 살아나갈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화제를 돌렸다. 왜 스턴트맨 생활을 했는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여주에서 다섯 형제 중 넷째로 태어난 그는 1976년 부모를 따라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집이 워낙 가난해 서울에 가면 입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딱히 갈 곳도 없던 식구들은 서울 중랑천 인근에 ‘방공 방첩’이라고 씌여진 빈 초소 등을 떠돌며 살았다. 이런 생활 때문인지 원신연은 초등학생 때 또래 아이들에게 놀림을 자주받았다. 하지만 원신연은 평소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이겨냈다. 도봉중학에 진학하면서 그는 기계체조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 무렵 88서울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면 포상이 푸짐하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즉, 배고픔을 벗어나겠다는 일념으로 기계체조를 하게 됐던 것. 하지만 제대로 된 코치한테서 정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책 보고 응용하면서 철봉과 평행봉 등을 접했다. 마루운동 연습은 아스팔트나 땅바닥이었다. 넘어지고 깨어지는 것이 부지기수였다. 나중에 도봉중학의 대표선수에 뽑히기는 했지만 시합에는 나가지 못했다. 보성고교 야간에 입학하면서 체육관에 다니던 선배들한테 쿵후와 종합무술 등을 익혔다. 그러던 어느날 한 선배의 권유로 스턴트맨 역할을 하게 된다. 때마침 아르바이트 일을 구하던 참이었다. 이때부터 낮에는 영화 촬영장에서, 밤에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생활이 연속됐다. 시간이 지나자 공부하기가 싫어 결석하는 날도 많아졌다. 어쩌다가 학교에 가면 담임선생한테 호된 야단과 함께 매맞기 일쑤였다. 한때는 아예 가출까지 해버렸다. 공부도 싫고 충무로에서 스턴트맨 생활이 그저 좋았다. 주위 설득으로 3개월만에 퇴학을 각오하고 다시 학교에 갔지만 다행히 담임 선생의 배려 덕분에 ‘없었던 일’로 됐다. 원신연의 솔직한 대답과 어려운 생활환경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달려오는 자동차에 몸을 던지고 높은 다리에서 떨어졌을 때 다들 박수를 쳤지만 촬영이 끝나 뒤돌아섰을 때 밀려오는 허무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지요.” ●시나리오도 독학…100여편 탈고 그래서 마음 먹은 것이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었다. 독학으로 시나리오 작법을 터득하면서 낮에는 촬영현장에서 몸을 굴리고 밤에는 시나리오 작업에 미친 듯이 매달렸다. 그러는 한편, 스턴트맨 일당으로 필름을 사고 카메라를 빌려가며 단편 영화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고층빌딩에서 뛰어내려 번 돈으로 필름 사고, 돈 떨어지면 다시 뛰어내려 영화를 찍고 또 찍었던 것. 이런 열정으로 각종 단편영화·독립영화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어려서부터 소외계층에서 자랐다고나 할까요. 가난과 질시, 여러 고난이 생길 때마다 제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 감자 몇개 들고 도봉산으로 들어가 며칠 밤낮을 견디곤 했지요.” 2003년에 각본 쓰고 감독했던 영화 ‘빵과 우유’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소외계층을 다룬 작품이다. 원 감독은 감성이 여린 편이다. 어려서부터 소외되다보니 희로애락을 잘 흡수하게 됐으며 오히려 영화를 만드는 데 장점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 지금까지 100여편의 시나리오를 직접 쓰게 된 까닭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2008년 ‘삼고’의 결과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글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68년 경기도 여주 출생 ▲89년 보성고 졸업 ▲87∼98년 ‘49일의 남자’‘여고괴담’ 등 100여편의 영화에 스턴트 출연 ▲90년 ‘꼭지딴’ 단역출연 ▲91년 ‘밥풀데기 형사와 전봇대 형사’ 조연 출연 ▲97년 ‘넘버3’ 무술지도 ▲99년 ‘카라’ 무술감독 ▲2001년 ‘적’‘세탁기’ 감독 ▲02년 ‘자장가’ 감독 ▲03년 ‘빵과 우유’ 감독 각본 ▲05년 ‘가발’ 감독 각본 ▲06년 ‘구타유발자’ 감독 각본 ▲07년 ‘세븐데이즈’ 감독 각색 # 주요 수상 제29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상, 제2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단편영화상,2004년 영화 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최우수작품 ‘구타유발자’
  • 메스꺼운 국·공립병원 제식구 챙기기

    대부분의 국·공립병원이 적자를 보면서도 소속 임직원, 친인척에게는 최고 100% 진료비를 감면해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선택진료의사의 법정비율을 초과하여 운영하는 등 과도하게 영리활동에 치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가청렴위원회에 따르면 34개 지방의료원 및 12개 국립대학병원에 대해 진료비 감면 및 선택진료 관련 부패영향평가를 실시한 결과 국립대병원들은 모두 직원 본인과 배우자에게 선택진료비를 100% 감면해주고 있다. 또 존비속은 50∼100%, 친인척은 0∼100%,퇴직직원은 0∼100%의 감면혜택을 주고 있었다. 이 밖에 보험진료비도 본인은 80%, 배우자는 30% 감면해 주고 있으며, 비보험 진료비, 종합검진,CT·MRI검사비도 최고 60% 감면해주고 있다. 일부 지방의료원은 심지어 직원 지인 및 소개자에 대해서도 일반진료비·종합검진비를 10% 감면해주고 있다. 지난해 46개 국공립병원이 이렇게 감면해준 진료비 총액은 255억1200만원에 달했다.청렴위에 따르면 2006년 이들 국공립병원에 대한 정부 예산 보조금은 총 1584억 4400만원에 이른다.이에따라 청렴위는 진료비 감면규정 제·개정에 대해 감독기관(보건복지부 등)과 사전 협의하게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한편, 감면 대상도 직원 본인과 직계가족에 한해 50% 이내로 제한하는 감면관리규정을 제정하도록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권고했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별방/이양구

    [서울신문 신춘문예-희곡당선작] 별방/이양구

    등장인물 남자, 여자, 아들, 모(母), 부(父) 배경 단풍이 절정에 이른 가을, 오후, 외딴 산 속, 폐가, 마당 한가운데 튀어나온 바위 하나, 지붕과 마당·헛간에 낙엽 1 남자가 마당으로 들어온다. 고요히 폐가를 바라본다. 천천히 걸어가서 봉당에 앉는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여자와 아들이 들어온다. 여자 : 아이구 다리야… 이 먼 데를 오자고…. 남자 : …. 아들 : 평소에 운동 좀 하세요. 많이 걸어야 건강하대잖아요. 요샌 웰빙이라고 다들 일부러도 많이 걸어요.(다리를 주물러 주며) 미국에서도 저녁만 되면 파크에 조깅하러 나온 사람들 많아요. 세상이 아무리 살기 좋아지면 뭐해요, 내 몸이 건강해야지. 여자 : 우리 아들 미국 갔다 오더니 유식해졌네. 그래도 건강하자고 이 산골을 오니? 남자 : …. 아들 : 좋은데요… 아버진 여기에서 초등학교까지 다니신 거예요? 남자 : …. 여자 : 그 놈의 별방, 별방, 술만 먹으면 말 안 하디? 아들 : 별방… 아버지 회사 이름… 이 동네 이름에서 따오신 거예요? 남자 : …. 여자 : 뭐 좋은 기억이라고… 이 산 구석에서 살았던 기억을 잊고 싶지 않대나 뭐래나. 저래 뵈두 니 아버지가 감상적인 데가 있다. 아들 : 자기 뿌리를 잊지 않는 건 좋은 거죠. 전 미국에 가 있으니까 도리어 조국에 대해서 생각하게 돼요. 나를 있게 해준 것에 대한 감사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요. 엄마는 어린 시절이 그립지 않으세요? 여자 :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이 뭐 그리울 게 있어. 그런 건 빨리 잊어버려야지. 먹고 살기도 바쁜데. 쓸 데 없는 생각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 아들 : …아버지. 별방이 무슨 뜻이에요? 남자 : …. 아들 : 별… 방… 떨어져 있다는 뜻인가? 어쨌든 느낌이 좋아요. 왠지 별이 내려와 쉴 것 같은… 아랫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단풍 한 장 줍는다) …아버지. 아까부터 왜 그렇게 말이 없으세요? 무슨 걱정이라도…. 남자 : …조금 피곤해서. 여자 : 그렇게 한 번 와 보자더니. 와 봐야 뭐 있어. 그냥 폐가지. 근처에서 놀다 가자니까. 기어이 끌고 와서는… 다리만 아프지.…어머니도 어떻게 이런 데서 사셨을까…. 아들 : 할머니 할아버지 살아 계셨으면 같이 오고 좋았을 텐데…. 남자 : …. 여자, 뒤란으로 간다. 여자 : (소리) 웬 우물이래… 어머 대추 좀 봐. 아들, 뒤란으로 들어갔다 나온다. 손에는 대추 몇 알. 아들 : 이것 좀 드세요. 달아요. 남자 : …. 남자, 먹는다. 아들 : 달죠? 남자 : 그래…. 아들 : 어렸을 땐 많이 드셨겠네요. 남자 : 가을마다…. 여자, 나온다. 가방을 뒤진다. 아들 : 뭐 찾으세요? 여자 : …. 아들 : …놔두세요. 다람쥐들 먹게. 여자 : 두면 뭐해, 어차피 썩을 거. 아들 : 엄마…. 여자 : 시장 가서 사려고 해 봐. 얼마어친데. 여자, 두리번거리더니 막대기도 찾아서 뒤란으로 간다. 아들 : 엄마… 짐승 먹게 둬요…. 아들, 뒤란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남자 :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휴가 왔습니다. 아들이 미국 유학 갔다가 잠시 귀국해서요. 가족끼리 단풍 구경 왔습니다. 예… 우리가 고비 한 두 번 넘겼나요… 곧 결제하겠습니다. 아들 : 누구…? 남자 : 거래처. 결제해 달라고. 아들 : …요새 건설 경기 많이 안 좋다던데. 남자 : 밥걱정은 안한다. 아들 : …중견 건설회사 몇 개 무너졌다고. 남자 : 아버진 아직 괜찮아…. 아들 : …. 아들, 바위로. 바위를 발로 툭툭 찬다. 아들 : 마당 한가운데 바위라니… 흉물스럽게. 이거 왜 안 뽑았어요? 남자 : 생각보다 뿌리가 깊어. 아들 : 뽑아 봤어요? 남자 : 할아버지가. 너무 깊어서 다시 덮었대. 아들 : 어디… (뽑으려고 한다. 바위는 끄떡없다) 정말이네. 남자 : …. 아들, 바위에 걸터앉는다. 침묵 아들, 뭔가를 발견했다. 헛간 쪽으로 걸어간다. 동화책을 줍는다. 아들 : (툭툭 턴다) 동화책이에요… 전래동화.(넘겨본다) 아버지 건데요….5의 1 박상철…. 남자, 다가온다. 아들 : 기억나요? 남자 : …. 아들 : …. 남자 : …할아버지가 사다 주신 거야. 아들 : …. 남자 : …. 남자 봉당에 앉는다. 아들도 옆에 앉는다. 아들, 책을 읽는다. 뒤란에서 대추 터는 소리. 아들 : …밑줄이 있어요. 남자 : …. 아들 : (읽는다) 바위를 들추자 눈앞이 훤히 트이며 별세계가 펼쳐졌다… (뒤진다) 여기도 있어요. 눈을 떠보니 어느새 별세계에 와 있었다… 별세계… 별방… 별세계란 뜻이에요? 남자, 동화책을 받아서 넘겨본다. 아들, 바위로. 아들 : 어디, 다시 한 번. 힘을 준다. 꿈쩍 않는다. 남자가 온다. 아들 : 해보시게요? 남자, 바위로. 남자가 힘을 주려고 할 때 여자의 비명. 여자가 뛰어온다. 아들, 여자에게. 아들 : 왜요? 여자 : 쥐…. 아들 : 난 또…. 남자 : …. 여자 : 흰쥐였어…. 남자 : …. 아들 : 흰쥐가 이런 데? 남자 : …. 여자 : 여보. 남자 : …. 여자 : 뭐 해요? 아들 : 그게… 동화책. 여자 : 동화책? 아들 : 아버지가 어렸을 때 읽은 동화책에… 바위를 들추면… 남자가 바위를 힘껏 들춘다. 갑자기 쏟아져 나오는 백색의 햇살. 차차 빛이 사라지며 시간과 공간이 응고된다. 남자 : (소리) 밤마다 꿈을 꿨어. 자고 있으면 누가 날 자꾸 깨워. 일어나 보면 흰쥐가 한 마리 서 있어.…따라가 보면 하얀 길이야. 사위는 캄캄한데 멀리서 불빛이 한 점 보여… 어릴 때 학교 갔다 늦게 올 때면 엄마가 처마 밑에 달아놓고 나를 기다리던 불빛 같아… 엄마가 있나 싶어 걸어가면 자꾸만 내가 녹아내려서… 더 걸을 수가 없었어… 내 가슴 한 복판에 얼음처럼 꽁꽁 얼어 있던 것이 자꾸만 녹아내려서…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어… 눈을 뜨면 나는 이 바위 앞에 와 있었어… 여기서 누가 날 부르는 것 같아서 오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 남자, 쓰러진다. 암전 2 밤 같은 장소 남자가 바위 앞에 쓰러져 있다. 흰 옷을 입은 모가 방에서 나온다. 모 : …누구? 남자 : …. 모, 다가온다. 모 : …누구세요? 모, 깨운다. 남자, 정신을 차린다. 모 : …괜찮으세요? 남자 : 여보…? 모 : …. 남자 : 승우는…. 모 : …. 남자 : …우리 아들 못 보셨나요?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모 : 누구… 같이 오셨어요? 남자 : 예… 아들하고 아내하고…. 다들 어디 갔나요? 모 : 못 봤어요. 소리가 나서 나와 보니까… 이렇게…. 남자 : 소리가 나서…. 모 : 예… 큰 소리가 났어요…. 남자, 주위를 둘러본다. 남자 : 그럼… 여기 계셨단 말인가요? 모 : 예… 우리 집이니까…. 남자 : 우리집… 그럼 아직도 사람이… 분명히 폐가였는데…. 모 : 폐가였어요. 그런데 바깥양반이…. 남자, 주변을 돌며 찾는다. 남자 : (큰소리로) 여보… 승우야…. 모, 화급히 남자에게 다가가서 모 : 애기가… 남자 : …. 모 : 애기가 깨요…. 남자 : …. 모 : 방에 애기가 있어요. 남자, 방문을 열어본다. 남자 : …방금까지 여긴 아무도 없었는데…. 모 : (근심) 애기가… 남자 : 예…. 남자, 집밖으로. 돌아와서 뒤란으로 갔다가 다시 마당으로. 손에 대추 한 알. 대추알을 씹어본다. 남자 : 그대로야…. 남자, 돌로 간다. 뽑으려고 한다. 안 된다. 남자 : 이걸 들었는데… 이걸…. 다시 힘을 준다. 모 : 안 뽑혀요. 바깥양반도 뽑으려고 했다가… 뿌리가 너무 깊어서…. 남자 : …뿌리가 너무 깊어서…. 남자, 모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모 : …왜? 남자,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난 듯 헛간으로. 뒤란으로. 다시 돌아온다. 다시 한 번 모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봉당에 가서 쓰러지듯 앉는다. 남자, 고개를 숙인 채 긴 침묵. 모, 부엌으로 가서 냉수 한 그릇 떠 온다. 모 : 이거…. 남자, 모를 빤히 바라본다. 냉수를 받아서 마신다. 한동안 말이 없다. 남자 : 이 물 맛… 기억나요. 어떻게 잊겠어요…. 모 : …. 남자 : …흰쥐를 따라서 왔었어요…. 모 : …. 남자 : 밤마다… 여길 왔어요…. 모 : …. 남자 : 꿈을 꿨죠…. 모 : …. 남자 : 어쩌면 이것도 꿈일지도 모르죠…. 모 : …. 남자 : …믿지 못하시겠지만… 전 아주 먼 데서 왔어요…. 모 : 먼 곳… 어디? 남자 : …아주 먼 데요…. 모 : …. 남자, 모에게 그릇을 준다. 모 그릇을 가지고 부엌으로. 남자, 마당을 거닌다. 모가 나온다. 남자 : 아버지는… 아니, 바깥 분은요? 모 : …아직 산에요…. 남자 : 그러시겠죠… 오늘도 찬합에 술빵을 넣어서 가셨나요? 모 : 그걸 어떻게? 남자 : 달이 중천은 지나야 돌아오시겠죠…. 모 : …. 남자 : …당신은 상철일 재워놓고 처마밑에 앉아서 기다리셨을 테고…. 모 : 어떻게 우리 애 이름을? 남자 : …. 모 : …누구세요? 남자 : 절 보세요. 모 : …. 남자 : 자세히 보세요. 누굴 닮았는지…. 모, 남자에게 가까이.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본다. 모 : (떨림) 닮았어요… 아버님? 남자 : …그런가요? …아버지도 할아버지를 닮았을 테니까…. 모 : …. 남자 : …. 모 : 그렇지만 아버님은 돌아가셨어요… 형제도 없으시고…. 남자 : …. 모 : 누구세요? 남자, 마당을 걷는다. 남자 : …저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이게 꿈이 아니라면… 아니, 꿈이라 해도… 당신이 지금 내 눈앞에 있고… 당신이 꾸는 꿈이든 내가 꾸는 꿈이든…. 모 : …. 남자 : …간절히 바랐어요. 꿈이어도 좋으니까… 꼭 한 번 어머니를 다시 만나고 싶다고요…. 남자, 모를 본다. 남자 : 늙으신 어머니 대신, 이렇게 젊은… 우리 어머니를 만나다니…. 모 : …. 남자 : …어릴 적 아버지가 사다 주신 동화책 속에나 나오는 얘기가… 애기 적 나를 키우는 어머니를 만나다니…. 남자, 바위로. 돌을 들추려고 한다.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남자, 다시 힘을 준다. 모, 남자에게 다가온다. 모 : …그러니까, 당신이 내 아들이란 말인가요? 남자 : …어머니께서 오십 년 넘게,…십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사십 년 넘게 키운 아들이… (다시 돌에 힘을 준다) …이걸 들추고…. 남자, 안간힘을 쓰다가 넘어진다. 모 : …. 남자 : …. 모, 남자를 본다. 침묵 모 : …밤마다 같은 꿈을 꿨어요…. 남자 : …. 모 : …놀라서 잠을 깨면… 포대기에 싸둔 애기가 사라지고 없었어요… 문밖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났어요… 아직 걷지도 못하는 애기가 먼 길 다녀온 사람처럼 지친 어깨로 서 있었어요….…얼굴이 늙어 있었어요…. 남자 : …. 모 : 늙은 애기가… 밤마다 찾아와서… 잘못했다고, 잘못했다고… 빌었어요…. 말도 못하는 우리 상철이가…. 남자 : …. 모 : …어떻게 이런 일이…. 침묵 모 : …그게 사실인가요? 남자 : …. 모 : …상철이가 빌었어요… 용서해 달라고…. 남자 : …. 모 : …돈이 필요했다고.…아니면 식구들 데리고 자기가 죽었을 거라고…. 남자 : …. 모 : …우리 상철이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끔찍한 짓을… 모, 손으로 입을 막는다. 모, 남자 옆에 쓰러지듯 앉는다. 침묵 모 : …애들은 몇이나 돼요? 남자 : …. 모 : …몇이나 돼요? 남자 : 하나…. 모 : …공부는 잘 해요? 남자 : …. 모 : …건강하고? 남자 : …. 침묵 모, 남자 쪽으로. 모 : …손 한 번만 잡아 봐도 돼요? 남자 : …. 모, 천천히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손을 잡는다. 모 : …이상해요.…정말 내 아들인 것 같아요…. 모, 남자의 손을 더 따뜻하게 쓰다듬어 준다. 천천히 머리로, 어깨로. 남자, 벌떡 일어선다. 헛간으로. 도끼를 찾아서 쥔다. 남자, 방으로 뛴다. 모 : 안 돼! 남자, 문 앞에서 멈춘다. 모 : …그 애가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겠어요…. 그 애를 죽이는 건 나를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남자 : …. 모 : (손을 내민다) …어서. 남자 : …. 모 : 이리…. 침묵 모 : 어서…. 남자, 도끼를 떨어뜨린다. 모, 남자에게 다가온다. 도끼를 들고 밖으로. 남자, 힘없이 주저앉는다. 모, 빈손으로 돌아온다. 침묵 모 : …진지는? 남자 : …. 모 : …들어가세요. 남자 : …. 모 : …시장하실 텐데…. 남자 : …. 모 : 어서…. 모, 부엌으로. 주루막을 둘러멘 부(父) 들어온다. 남자와 부, 마주본다. 모, 나온다. 세 사람, 그 자리에. 암전 3 방안 호롱불 켜져 있고 세 사람 밥상에 둘러앉아 있다. 한쪽에는 포대기에 덮여 잠든 애기. 부 : …잡수세요…. 남자 : …말씀을…. 부 : …. 모 : …. 남자 : 말씀을 낮추셔야…. 부 : 그래도 어떻게…. 남자 : …. 모, 젓가락으로 더덕을 집어서 남자에게. 모 : …이것 좀…. 남자 : 이 귀한 걸…. 남자, 더덕을 집어서 모에게. 다시 한 젓가락 집어서 부에게. 모 : …. 남자 : …내다 파시지…. 부 : 또 캐면 되니까…. 부, 한 젓가락 집어서 남자에게. 남자 : …돌아가면 매일 먹을 텐데…. 남자, 한 젓가락 집어서 모에게. 모 : …. 남자 : …이보다 더 좋은 것도 매일 먹으니까…. 모 : …. 남자 : …고기도 매일…. 모 : …. 모, 남자에게 한 젓가락. 남자 : …. 부 : 귀한 손님인데…. 모 : 어서…. 남자, 망설이다가 한 입 떠 넣는다. 남자 : …두 분도…. 부 : …. 모 : …. 남자 : 두 분이 드셔야 저도…. 부모 : …. 부모 각자 한 숟가락씩 뜬다. 모, 숟가락을 놓는다. 남자 :…. 모 : 입맛이…. 침묵 남자, 수저를 놓는다. 부, 밥상을 옆으로 치운다. 침묵 남자, 지갑을 꺼낸다. 지폐를 꺼낸다. 부모, 손사래. 남자 : 전… 돌아가면 또 있으니까…. 남자, 다시 건넨다. 실랑이. 부, 돈을 받는다. 돈을 들여다보다 방바닥에 내려놓는다. 남자 : …. 모, 남편 가까이 와서 돈을 내려다본다. 모 : …. 부 : …. 남자, 돈을 다시 지갑 속으로. 침묵 남자 : …정말 그리 가면 돌아갈 수 있을까요? 부 : …가보기는 해야지요…. 모 : 옛날에도 그 굴로 들어간 사람이 있었다고…. 남자 : …. 부 : …온 뜻이 있으면 가는 뜻도 있을 테니…. 모 : …. 부, 일어선다. 부 : …한시라도 빨리…. 남자, 엉거주춤 일어선다. 모, 따라서 일어선다. 부 : 당신은…. 모, 애기 옆으로. 남자 : …어머니…. 남자, 절한다. 모, 어정쩡한 자세로 맞절. 남자, 일어선다. 남자 : 그럼…. 모 : …저기. 남자 : …. 모, 보따리를 내민다. 모 : 이걸…. 남자 : …. 모 : …승우를 만나면…. 남자 : …. 모, 남자의 손을 잡아준다. 모 : …다 잊고… 남자 : …. 모 : …우린 괜찮으니까…. 남자 : …. 모 : …승우를 생각해서…. 부와 남자 밖으로. 모, 마당으로 나와 둘이 사라진 쪽을 본다. 암전 4 같은 장소 황혼 여자와 아들 마당에. 남자, 집밖에서 들어온다. 보따리를 들었다. 여자 : 여보…. 아들 : 아버지. 남자 : …. 여자 : 어떻게 된 거예요? 남자 : …. 여자 : …당신 얼굴이… 머리에 웬 흰머리가? 남자 : …. 여자 : 그건 웬 보따리예요? 남자 : …. 여자, 보따리를 푼다. 더덕, 약초 등. 여자 : …이게 얼마어치야? 남자 : …. 여자 : 어떻게 된 거예요? 남자 : …어머니가…. 여자 : …. 남자 : 나… 당신한테 할 말이…. 아들 : …. 여자 : …. 남자 : …십년 전… 어머니 아버지 그 사고…. 여자 : 여보. 아들 : …. 남자 : 사실은…. 여자 : 여보! 아들 : …. 침묵 여자 : …너는 먼저 내려가. 아들 : …. 여자 : 어서. 아들 : 아버지. 하실 말씀이…. 여자 : 내려가라고. 아들 : …. 여자 : 아버지랑 내려갈 테니까. 아들, 밖으로. 남자 : …못 믿겠지만…. 여자 : 지나간 일이에요. 남자 : …. 여자 : 잊어요. 남자 : 당신…? 침묵 여자 :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았어요…. 남자 : …. 여자 : 그렇게라도 살아야 했으니까…. 남자 : …. 여자 : 우리 여길 떠나요. 남자 : …. 여자 : …승우가 있잖아요. 남자 : …. 여자 : 먼저 내려가 있을 게요. 남자 : …. 여자, 보따리를 챙겨서 밖으로. 남자 그 자리에. 남자, 마당 한 가운데 튀어나온, 바위를 본다. 막
  • [서울신문 신춘문예-시당선작] 가벼운 산/이선애

    태풍 나리가 지나간 뒤, 아름드리 굴참나무 등산로를 막고 누워 있다. 오만상 찌푸리며 어두운 땅속을 누비던 뿌리 그만 하늘 향해 들려져 있다. 이젠 좀 웃어 보라며 햇살이 셔터를 누른다. 어정쩡한 포즈로 쓰러져 있는 나무는 바쁘다. 지하 단칸방 개미며 굼벵이 어린 식구들 불러 모아 한 됫박씩 햇살 들려 이주를 시킨다. 서어나무, 당단풍나무, 노각나무 사이로 기울어진 채 한 잎 두 잎 진창으로 꿈을 박고 있는 굴참나무 제 뼈를 깎고 피를 말려 숲을 짓기 시작한다. 생살이 찢겨 있는 굴참나무, 그에게서는 고통의 향기가 난다. 살가죽의 요철이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기탁한 밥장수 할머니의 손등만 같다. 끝내 허리를 펴지 못하는 굴참나무가 세로로 서 있어야 한다는 것은 편견이다. 굴참나무가 쓰러진 것은 태풍 나리 때문이 아니다. 나무는 지금 저 스스로 살신성인하는 중이다, 하늘 가까이 뿌리를 심기 위해.
  • [서울신문 신춘문예-시당선작] 당선 소감

    [서울신문 신춘문예-시당선작] 당선 소감

    매년 이맘때면 문학을 좋아하는 엄마들끼리 모여서 자그마한 ‘여성문학지’를 만든다. 아이를 낳아 본 적이 있는 엄마들의 곱고 섬세한 손길로 엮은 이 책은 지역사회의 정서를 순화시키고 책 읽는 습관, 문학의 저변확대를 꾀하고자 함이다. 어언 여섯 번째 세상에 나올 우리들의 아기를 기대하면서 출판사 편집실에서 최종교정을 마치고 OK 사인을 내던 찰나에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당선소식이다. 떨리는 손끝과 가슴에 또 하나의 산통이 스친다. 몸속 아기가 앉았던 자리에 시를 앉히고 자신을 낳기 위해 주저하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다. 지금 수많은 언어들이 시간의 벽을 허물며 웅웅 메아리친다. 이제 비로소 내가 나를 낳은 엄마란 느낌이 든다. 세상에 갓 던져진 갓난아기인 나를 위하여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 엄마가 된 것이다. 당장 배고픈 나를 위하여 옥타비오파스의 말을 빌린다. “시는 앎이고 구원이며 힘이고 포기다. 시의 기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시적 행위는 본래 혁명적이지만 정신의 수련으로서 내면적 자기 해방의 방법이기도 하다.” 시시각각 파고드는 죽음 앞에서도 아르테미르 여신처럼 즐겁게 시를 낳는 풍요와 다산의 힘을 기르고 싶다. 시를 쓰기 위하여 늦은 나이에 진학한 광주대학교 문창과 대학원이 고맙다. 열심히 지도해주신 이은봉, 신덕룡 교수님, 외에도 문예창작과 교수님들 모두에게 깊은 감사드린다. 그리고 아내이기보다는 공주이기를 소망한 나를 탓하지 않고 묵묵한 눈길로 지켜봐 주신 남편과 함께 공부한 지선, 성희, 인드라망 문학모임 식구들과 이 기쁨 함께 나누고 싶다. 예기치 않은 기쁜 소식 주신 서울신문사와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고려대 최동호 교수님을 비롯한 여러 심사위원님들께도 큰 절을 올린다. 좋은 시로 갚아야 할 너무 큰 빚이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치열하게 시를 낳는 엄마가 되기를 자청해본다. ■ 이선애 약력 -1955년 전남 여수 출생 -2006년 방송대 국문과 졸업 -광주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재학
  • 「미스·내무부」장계옥(張桂玉)양 - 5분데이트(129)

    「미스·내무부」장계옥(張桂玉)양 - 5분데이트(129)

    갸름한 얼굴에 유난히 검은 눈동자, 웃을 때마다 옴폭 파이는 보조개가 매력적인 아가씨. 「미스·내무부」장계옥(張桂玉)양(25)은 직장생활 5년의「베테랑」급. 인천 시청 공보실에서 2년 근무했고 현재 내무부 지방국 재정과「타이피스트」로 일한지는 3년이 넘었다. 경북 예천여고 출신. 집에는 홀어머니 김순애(金順愛)여사(45)와 단 두 식구뿐. 오빠 한분과 여동생이 있지만 직장 때문에 지방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계옥양도 이젠 결혼을 해야겠다는 긴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돈 많은 사람보다는 착실하고 부지런한 사람, 그리고 안정된 직업을 가진 남성이면 충분해요』 그녀는 신랑감의 조건에 대해 까다롭지 않다고 밝힌다. 취미는 무용과 영화감상. 학교 다닐때부터 무용에 재질을 보여 선생님들로부터 칭찬을 많이 들었고 교내공연이 있을 때마다 주역으로 뽑혔을 정도. 164cm의 큰키에 48kg의 날씬한 몸매가 아름답다. 영화중에선 특히 서부영화를 좋아한다고. 친구 사이의 강한 의리를 그린『돌아온 장고』같은 영화는 무척 감명깊었단다. [선데이서울 71년 4월 25일호 제4권 16호 통권 제 133호]
  • “마음 주고 몸도 주고…돌아버렸네”

    “마음 주고 몸도 주고…돌아버렸네”

    『사랑주고 마음주고 님은 멀어져 갔네. 마음주고 몸도주고 님은 멀어져 갔네…』싸움을 하다말고 곧잘 유행가가락에 맞춰 이상한 노래를 부르던 50대의 여인이 같이 살던 남편이 가출하자 20살이나 손아래인 그의 배다른 아들을 육체의 노예로 사로잡아 5년동안 뜨거운 관계를 맺어오다 며느리에게 들켜 쇠고랑을 찼다. 20세 연상(年上)의 불붙은 정열…감쪽같이 “오 내사랑” 5년 그는 젊은아들을「섹스」의 노예로 만들어 한껏 즐기다가 아들이 결혼하자 새로 들어온 며느리까지 학대하며 아들의 국부를 잡고 황혼질투전(?)을 벌이기도 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 15일 서울용산경찰서에 간통혐의로 구속된 전금례(全錦禮)여인(53·가명·서울용산구 용산동)과 그의 배다른 아들 김순성(金純星)씨(31·가명·회사원). 이들이 눈이 맞고 정이 들어 육체가 불덩어리로 변한 것은 5년전 일. 9년전 전여인을 세째번 부인으로 맞게된 김씨의 아버지 김노인(64)은 4년동안 함께 살다가 세상이 싫다며 어느 이름모를 절간으로 들어갔다. 주인없는 집에는 전여인과 그의 배다른 아들이 남게됐다.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학의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모회사에 취직했다. 64년 4월하순께.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취해 집에 돌아온 김씨는 여느때처럼 전여인과 한방에서 잤다. 새벽녘이었을까? 술이 깨기 시작한 김씨는 이상한 체온을 느꼈다. 전여인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벌거숭이로 김씨의 그곳을 매만지고 있었다. 김씨는 조용히『왜 이러십니까?』하고 떠밀었다. 김여인은 대답대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김씨의 뭄뚱이를 터질듯이 껴안는 것이었다. 그 순간 김씨도 이성을 잃고 말았다. 그날부터 두사람의 관계는 한남자와 여자로 불륜의 정부 사이가 됐다. 전여인은 직장에서 돌아오는 김씨에게 깍듯한 대접을 했다. 나이는 비록 20살 위이지만 전여인의 정열은 대단했다. 하룻밤에도 몇번씩이나 김씨에게 뜨거운 육체를 식혀달라고 요구했다. “나혼자만 팽개쳐 두기냐”…침실 덮치고 망칙한 행패 김씨는 50대여인의 몸뚱이를 식혀주기에 힘이 벅찼다. 그러나 불륜의 관계는 5년동안 이웃에 들키지 않고 탈없이 계속됐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는 비록 배다른 사이지만 어엿한 모자관계로 행세해온 이들에게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 것은 김씨가 지난해 11월 25일 모여대를 졸업한 강칠숙(姜七淑)여인(24·가명)을 아내로 맞아들이면서부터. 결혼은 했으나 따로 방을 얻을 돈이 없었던 김씨는 계모와 함께 한집에서 살았다. 전여인은 벽하나를 사이에 둔 오른쪽 방을, 김씨는 왼쪽방을 썼다. 전여인은 아내를 새로 맞이한 아들이 자꾸만 멀어져가자 질투의 불길을 태웠다. 눈치를 챈 김씨도 전여인의 질투가 폭발할까봐 몹시 조심하며 아내몰래 드나들며 몸으로 시중(?)들기를 잊지않았다. 그러나 50대여인의 질투는 드디어 폭발했다. 지난해 12월 14일 밤이었다. 전여인이 술에 취해 아내와 함께 자고 있는 방에「팬티」만 입고 뛰어들어 며느리 강여인이 신혼여행때 입던 잠옷으로 갈아입고 김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왜 나를 두고 너희들끼리 먼저 왔느냐』며 한바탕 고함을 치던 전여인은 그래도 분을 가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씨에게 달라붙어 김씨의 국부를 붙잡으며『너를 꽁꽁 말려서 죽이고 말겠다』고 막무가내였다. 이들 세식구는 이날낮 김씨친구의 초대를 받고 나들이를 갔다고 전여인만 남겨놓고 부부가 먼저 돌아왔던 것. 엉겁결에 이 광경을 목격한 김씨의 아내 강여인은 깜짝 놀랐다.(아무리 모자간이지만 성장한 아들의 그 부분을 붙잡고 앙탈을 하다니…) 노래속에 비밀이? 방문 연 새댁은 봤다 강여인은 세상에 흔히 있는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질투려니하고 넘겨버렸다. 그러나 남편의 행동은 날이갈수록 수상쩍기만 했다. 남편은 집에 돌아와 초저녁에는 자기와 자리를 같이하고 새벽녘이면 잠옷차림으로 시어머니방에 들어가 잠자고 아침에 돌아오곤 했다. 그래도 모자간의 정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강여인이 의심을 품기 시작한 것은 김씨 가 외국에 가는 수속을 한 구청에서 교부받아다 놓은 호적등본을 우연히 본뒤부터였다. 지금까지 자기에게 친어머니라고 해왔던 전여인이 남편의 계모인 사실을 알게됐다. 이와 더불어 남편이 잠자리를 비우는 습관은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됐다. 한편 전여인은 남편이 잠자고 나온날 아침이면 발을 씻는다며 세숫대야에 물을 떠오라고 했다. 또 강여인이 시어머니의 이부자리를 치우러 들어가면 이불과 방바닥에는 남자의 음모가 떨어져 있을 때도 있었다. 의심은 더욱 짙어만 갔다. 남편 전씨는 강여인과 잠자리를 함께 하다가도 옆방에서 전여인이 벽을 툭툭치며 어디가 아프다고 소리치면 곧장 옆방으로 들어가 자고왔다. 그러다가다도 두사람은 싸움을 하기가 일쑤였다. 아들과 대판 싸움을 벌이다가도 전여인은「히트·송」 에 가락을 맞춰 노래하며 빈정됐다. 『사랑주고 마음주고 님은 멀어져 갔네 마음주고 몸도주고 님은 멀어져갔네…』 노래속에 전여인의 비밀의 숨겨져있는 것 같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강여인이 못볼 것을 보고야마는 비극의 날은 오고야 말았다. 지난 2월 20일 새벽 2시쯤, 여느때처럼 밤중에 잠자리에서 빠져나가는 남편의 뒤를 강여인은 숨죽여 밟았다. 강여인이 방문을 열었으나 서로 엉킨 두몸뚱이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였다. 강여인의 가슴은 내려앉고 폭발하는 분노를 누를길없어 자기방으로 되돌아 오고말았다. 차마하니 있을 수 없는일, 못볼것을 보고야만 며느리 강여인은 그저 눈물만이 어이없이 얼굴을 적셨다. 며느리의 고발로 경찰신세를 지게된 전여인은 8·15때 남동생과 월남, 서울시내 모요정에서 접대부를 하며 착실히 돈을 모았다. 전여인이 김씨의 아버지 김노인과 재혼한 것은 9년전일. 주벽이 심한 김노인은 두번째로 아내를 여의고 세번째로 전여인을 맞았으나 4년동안 함께 살다가 훌쩍 집을 나가버린 것. 아마도 미치광이처럼 육정으로 기승을 떨어 견디다 못해 홀연히 사라져버렸는지도 모를 일…. 불륜의 육정은 끝내 백일하에 드러나고 법의 판가름을 받게 되었지만 그 이전에 악몽을 깨칠만한 한가닥 양식이나마 없었던게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태석(安泰錫) 기자> [선데이서울 71년 4월 25일호 제4권 16호 통권 제 133호]
  • 25일만에 출항준비 태안 ‘연일호’선장 지연상씨

    25일만에 출항준비 태안 ‘연일호’선장 지연상씨

    충남 태안 천리포의 고기잡이배 선장인 지연상(66)씨는 1일 눈바람이 뺨을 때리는 매서운 추위 속에서 자신의 배에 올랐다. 기관실로 내려간 그는 언 손으로 녹슨 엔진을 헝겊으로 닦아냈다. 기름 유출사고가 지난달 7일에 났으니 25일 만이다. 지씨의 손길에는 칠십을 앞둔 40년 바다 생활의 회한도 묻어 나왔다. “고기잡이를 그만둘 수 있나. 죽으나 사나 뱃일로 먹고 살아야 하는디.” 이날 지씨는 출항 준비를 어느 정도 끝냈다. 그는 참으로 오랜만에 ‘만선(滿船)’의 꿈을 가슴에 담았다고 했다. 방제 작업이 막바지이고 서해안 수산물에 문제가 없다는 소식이 있어 눈이 그치면 곧 고기잡이배의 엔진 시동을 걸 참이다. 지씨는 보따리로 싸 뱃전에 쌓아 뒀던 그물을 풀어 추리고 두레박으로 바닷물을 퍼 갑판에 뿌려 배를 말끔히 청소했다. 기름오염 사고가 난 뒤 허둥지둥 막아뒀던 물칸(배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바닷물이 드나들게 해 물고기를 살리는 창고)도 마개를 따낸 뒤 깨끗이 닦아냈다. ●“간자미철… 예전같으면 하루 100만원 수입” 지씨는 이곳에서 태어나 40년이 넘게 배를 부려온 베테랑 어부다. 그는 “전에는 바다에 나가면 물칸 2개에 고기를 꽉꽉 채워 돌아왔다.”고 기름오염 전의 풍요로웠던 고기잡이를 떠올렸다. 지금은 간자미 철이라고 했다.“앞바다가 간자미 밭인디….”라며 아쉬워도 했다. 사고 전에는 4.9t급 어선 ‘연일호’를 끌고가 겨울철 별미인 간자미를 하루 300∼400㎏씩 잡았다. 펄펄 뛰는 팔뚝만 한 우럭, 광어도 10∼30㎏씩 잡아 100만원은 거뜬히 벌어들였다. ●“봄까지 조업 못하면 수천만원 빚더미” 그의 말대로 천리포 앞바다는 ‘황금어장’이었다. 물고기가 많아 경기와 전라도의 배까지 이곳으로 몰렸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어릴 때는 시제상에 올랐던 민어, 준치도 흔했다.”고 회고했다. 농어나 조기는 지금도 부지기수로 잡힌다. 지난 가을에는 꽃게가 지천이었다. 하루 300만∼400만원은 족히 벌었다. 지씨는 “5년간 안 나던 꽃게가 올해부터 잡혔다.”며 “올가을에만 집집마다 1억∼2억원은 벌었다.”고 귀띔했다. 봄·여름에도 나가기만 하면 우럭은 물론 놀래미, 붕장어 등을 배에 가득 잡아 돌아오곤 했다. 식구미(그물값, 기름값, 식비 등 출항에 따른 비용 일체) 등 이것저것 빼면 그의 수입은 절반도 안 되지만 전기세와 전화료도 꿔서 내는 지금과 비교가 안 됐다. 지난 가을 빚을 겨우 갚은 지씨는 봄까지 조업을 못하면 선원 채용 및 장비 구입비, 고기를 잡아 파는 횟집 운영비 등으로 다시 수천만원의 빚을 져야 할 처지다. 지씨는 “천리포 앞이 대산항 입구여서 늘 조마조마했는데 일이 터지고 말았다.”고 혀를 찼다. 어떤 때는 이곳에 유조선 30대가 정박했다. 유조선이 아무데나 닻을 놔 그물은 물론 통발과 주낙도 걸려 피해가 컸었다. ●“자원봉사자 없었다면 고향 떠났을 뻔” 지씨는 “자원봉사자들이 아니었으면 마을을 떠날 판이었을지도 몰라. 고기잡이를 다시 생각하게 한 것도 모두 그들 덕”이라고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노 어부의 얼굴엔 새해에 힘차게 솟아오른 햇살만큼 희망으로 부풀었다. 글 사진 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첼로 된장’ 만드는 첼리스트 도완녀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첼로 된장’ 만드는 첼리스트 도완녀

    우리나라 전통음식에 된장이 안 들어가는 요리가 어디 있을까. 된장에는 다섯가지 덕이 있다고 한다. 다른 것과 섞여도 자신의 맛을 고수하는 단심(丹心),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없애는 불심(佛心), 매운 맛을 부드럽게 하는 선심(善心), 어떤 음식과도 조화를 이루는 화심(和心) 등을 간직한 영원불변의 고귀한 식품이다. 예부터 된장 중 가장 으뜸은 음력 정월 된장이라고 했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 시골에서는 콩을 삶아 메주를 쑤고 정성스레 말리고 담그느라 분주하다.‘장맛이 변하면 집안에 불길한 일이 생긴다.’며 장맛 관리에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장 담그는 여인들은 3일 전부터 외출을 삼가고 부부관계도 갖지 않았다고 한다. 올곧은 고집과 노력이 있어야 ‘진짜배기’ 예술작품을 빚어낼 수 있음이다. 여기에다 첼로연주까지 감상하는 된장이 있다. 얼핏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적어도 하루에 한번씩 첼로음악을 들으며 익어가는 행복한 된장이다. ●강원도 정선에 자리잡은 된장마을 정선아리랑의 고장,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으로 가는 길은 태백의 준령을 어김없이 넘어야 했다. 태백산의 주봉 두타산(1353m) 북쪽 끝자락, 백봉령을 굽이굽이 돌아 부수베리 골짜기로 향하면 가목리가 나온다. 여기가 바로 된장마을로 소문난 곳. 냇가를 바라보는 넓은 벌판에 성인 키의 반만 한 많은 항아리들이 쭉 줄지어 있어 장관을 이룬다. 날씨가 제법 추웠지만 개량한복을 입은 한 여인이 장독대에서 홀로 첼로를 연주하고 있었다.‘그리운 금강산’ 선율이 귓전에서 가슴을 뭉클하게 건드린다. 듣는 이라곤 아무리 둘러봐도 된장, 간장들이 가득한 장독들뿐이었다. 황량스러울 것 같은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장독대를 중심으로 잣나무, 두메 산골, 청아한 하늘이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 사이로 아름다운 첼로 화음이 넘나들고 있었다. 또 고소한 된장냄새가 오히려 정겹게까지 느껴졌다. 마치 생명의 찬란함으로 모진 겨울을 견뎌내는 것처럼…. 낯선 방문자를 보자 잠시 연주를 멈춘 여인이 “여기까지 오느라고 고생 많았지.”라며 반긴다.(평소 얘기할 때 ‘자기, 그랬구나.’라는 식으로 친근감을 자주 표현한다.) 그는 이어 “음악과 된장의 공통점을 알아?” 하고 불쑥 질문을 던진다. 어리버리 머뭇거리자 여인은 “그럴 줄 알았어. 된장과 음악, 둘 다 인내를 필요로 해. 급한 마음에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 장맛이 안 살지. 음악과 된장, 둘 다 기다림의 연속이야.”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된장 담그는 여인의 철학을 잠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독일서 만난 남편 덕에 메주에 흠뻑 서울대 음대를 나온 첼리스트 도완녀(53)씨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시작했다. 그는 한때는 독일 브람스 음악원에서 강사로 활동할 만큼 잘나가던 연주자였다. 그러던 1993년 학승이던 돈연 스님과 결혼하면서 정선 산골짜기에 들어가 직접 가꾼 콩으로 메주를 쑤는 등 무공해 청정원료와 전통적인 제조방법으로 된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스님과 첼리스트가 산골에서 된장을 빚는다고 하니 소문이 쫙 퍼졌다. 그럴 것이 도씨는 콩을 키우고 메주를 쑬 때나, 항아리에서 숙성시킬 때에도 매일같이 첼로를 연주하며 음악을 들려주었다. 채소나 과일을 키울 때 모차르트 음악을 틀어주는 데에 착안, 나름대로 차별화된 기법을 도입했던 것. 그러자 ‘첼로 된장’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처음에는 10여개의 장독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3280개에 이르니 장류 전문기업으로도 성공한 셈이다.‘메주와 첼리스트’라는 브랜드로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등을 생산, 전국 각지에 주문배달을 하고 있는 것. 이곳에서 가장 오래된 된장은 20년, 간장은 42년 전의 것도 있다. 장인(匠人)이 만든 항아리마다 담근 날짜가 표시돼 있다. ●“내년 개관하는 명상센터에 주주로 모십니다” 잠시 후 장독대 옆에 위치한 다실 ‘너와지붕’으로 자리를 옮겼다. 황토로 지은 통나무 집 안에는 6,7개의 찻상이 놓여 있었다. 지나가던 나그네들이 이곳에 들어와 차를 마시고 가라는 열린 다실이다.“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짜에 겁이 많나봐. 그냥 마시고 가라고 해도 주저하는 사람이 많거든.”이라고 말한다. 문득 다실 창에 걸린 메주들이 눈에 들어왔다.1년에 장을 담그는 콩의 분량이 어느 정도냐고 했더니 “그동안 정선군에서 생산되는 콩 6000가마를 매년 사용해 왔으나 지금은 경기도 연천군에서 생산된 콩이랑 반반씩 쓰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장박물관 등을 세우고 콩의 다양한 파생식품을 만들기 위해 몇가지 계획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우선 최근에 경기도 연천군 횡산리에 청국장 공장을 완공했다. 또 내년 여름에는 연천군 옥계리에 한옥으로 된 갤러리를 열어 음악을 감상하고 차를 마시는 공간도 아울러 마련할 예정이다. 또 된장마을에 새해 1월4일 명상센터를 개관한다. 된장을 컨셉트로 몸과 마음을 비우는 ‘비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아침에 효소물을 타서 먹고 산책을 한다. 점심에는 청국장 쌈으로 먹고, 오후에는 된장과 쑥찜질을 하며, 저녁에는 청국장환으로 식사한 뒤 음악감상을 하는 프로그램이란다.‘여래의 길’이라 이름 붙여진 약 500m의 전나무 숲길에서는 산책을 하며 명상도 즐길 수 있다. 소원을 담은 쪽지를 나무에 매달거나 놋쇠로 만든 밥그릇을 마음껏 두드려도 뭐라고 시비거는 사람이 없다는 것. 국내 최초의 ‘된장 명상센터’가 되겠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그러면서 “지금 주주를 모집하고 있으니 기사에 꼭 넣어달라.”고 당부했다. 된장마을이 15년째를 맞아 제2의 도약을 하고 있다는 귀띔이다. ●“호젓한 ‘완녀정´에 꼭 들르세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남편 돈연 스님의 안부를 물었더니 지체없이 “우리 남편, 아주 훌륭한 분이야. 한국대표로 중국의 장류연구소 국제세미나에 참석했어.”라고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원래 1975년 독일문화원에서 함께 수업을 들으며 시작됐고 평소 범어경전 번역가로 이름난 돈연 스님의 농촌사랑과 된장사랑에 반해 이곳으로 와 된장아줌마로 변신했다. 돈연 스님의 부인사랑도 자랑거리. 장독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시냇가가 있다. 이곳에 정자를 하나 지었는데 남편이 부인의 이름을 따 ‘완녀정’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매년 첼로 연주회를 연다. 이들은 슬하에 3남매를 두었다. 이름이 여래(14), 문수(13), 보현(11)이다. 부처의 이름에서 빌려왔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다섯식구가 두메산골에 살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터. 불교의 ‘고집멸도(苦集滅道)’를 인용한 그는 “고통은 모이게 마련이며 모인 것은 또 사라진다. 참기 어려운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없어질 고통을 한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훈련을 한다.”고 의미있는 말을 허공에 던진다. km@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54년 서울 출생. ▲77년 서울음대 졸업. ▲85년 독일 뤼벡음대 졸업. 독일 브람스음악원 강사. ▲이후 충남대, 전북대 강사, 한국예술기획 대표 역임. ▲93년 돈연 스님과 결혼. 된장마을 정착. ▲2008년 2월 강릉대 식품과학과 대학원 졸업예정. ●주요 저서 메주와 첼리스트, 남편인 줄 알았더니 남편이 아니더라, 된장을 연주하는 여자, 도완녀의 된장요리 등.
  • 인수위가 무엇이기에…

    인수위가 무엇이기에…

    “애국적 발상이 있다면 모를까 행여 인수위에 오는 게 부서내 처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여기 왔다고 차별적 우대를 받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고 실제 있을 수도 없다는 것을 (공무원들에게)알려주는 게 좋다.”(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에서 일하는 게 출세나 자리를 보장하는 개인영달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해 두고 싶다. 두 달이 안 되는 기간에 밤낮 없이 나라를 위해 봉사한 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다.”(이경숙 인수위원장) ●현역의원들도 공천 안정권 인식 지난 29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워크숍에서 이 당선자와 이 인수위원장은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한 얘기를 했다. 공개석상에서 이런 민감한 얘기가 제기될 만큼 인수위 입성 로비가 치열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공무원들은 인수위 입성을 고속승진 등 출세의 보증수표로 여기고, 한나라당 내 경선에서 이 당선자 편에 섰거나 본선에서 기여했던 현역의원들과 출마 예정자들은 인수위 참여를 공천 안정권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선거캠프 실무 요원 중에서도 청와대 비서실이나 정부조직 등에 진입하려면 인수위 실무진이나 당선자 비서실에 우선 합류해야 안심이라고 보고 치열한 로비전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진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줄대기를 넘어 상대방을 음해하는 ‘투서 전쟁’까지 펼쳐졌다. 지난 28일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있는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에게 ‘정보통신부의 모 공무원은 정치관료로서 최경환 의원이 간사로 있는 경제2분과에 들어가선 안 된다. 그러니 최 의원에게 그런 얘기를 전해 달라.’는 취지의 비방 쪽지가 전달된 장면이 기자들의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또 이 당선자의 핵심 측근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자신을 홍보하는 양태도 나타났다. 모 공무원이 “인수위의 ○○공약은 서민들의 반발을 사기 쉽다. 대신 ○○방향이 더 좋을 것이다.”는 식이다. 한 인수위원은 임명된 지 하루 만에 200통의 전화를 받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과열경쟁은 ‘학습효과’에서 기인한다. 노무현 정부에서만 해도 인수위 출신들이 줄줄이 영전하는 등 사실상 ‘예비내각’ 역할을 했다. 노무현 정부 인수위원 26명 가운데 6명이 장관을 지냈고, 인수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노준형, 김영주씨 등도 해당부처에서 고속승진 끝에 장관까지 오르는 등 인수위 멤버의 81% 정도가 차기 정부에 참여했다. ●盧정부 인수위 81%가 요직 진출 우선 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임채정 의원은 17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으로 ‘낙점’됐다. 특히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참여했던 김진표 의원은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와 같은 중책을 섭렵하는 등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그는 17대 총선에서 지역구 공천을 받아 배지까지 달았다. 또 윤영관 통일외교안보 분과 간사는 외교통상부장관으로 발탁됐고, 이종석 통일외교안보 분과 위원은 통일부장관을 지냈다. 김병준 정무분과 간사와 이정우 경제1분과 간사는 돌아가며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했다. 김대환 경제2분과 간사와 권기홍 사회문화여성분과 간사도 차례로 노동부장관을 지냈다. 당시 정보통신부 국장으로서 인수위에 참여했던 노준형 전문위원은 새 정부에서 정통부 기획관리실장, 차관, 장관 등으로 승진을 거듭했다. 뇌물수수 혐의로 최근 낙마한 전군표 전 국세청장도 현 정부의 인수위 멤버로서 고속 승진한 케이스다. 인수위 식구들이 새 정부에서 ‘잘나가는’ 것은 대통령으로부터 신뢰와 능력을 동시에 인정받은 인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 당선자는 물론 정권 실세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맺은 인간관계로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덕을 보기 쉽다는 분석도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국립극단 배우들이 만든 ‘겨울 해바라기’

    국립극단 배우들이 만든 ‘겨울 해바라기’

    댕∼댕∼댕. 제야의 종이 울리자 울고불고 자신을 향해, 서로를 향해 악다구니 부리던 사람들이 돌연 감정을 추스르고 함께 앉아 메밀국수를 먹는다. 조금 전까지 죽겠다고 협박하던 여자는 국수 한 가락을 입에 넣다가 흐느낀다. “또 울어?” “메밀 국수가 맛이 없어서….” “죽는다 산다 법석을 떨던 사람이 불만은….” “이렇게 비참한데 식욕이 생기는 것이…바보 같아요.” 순간 팽팽했던 극장 안에 웃음소리가 퍼진다.27일 서울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연극 ‘겨울 해바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가운데 하나다. 이번 공연은 국립극단 특별기획공연 ‘스튜디오 배우열전’의 첫 작품. 철저히 배우들의 주도 하에 올려진 공연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늘 선택만 되다 보니 창작 욕구가 사그라지는 게 아닌가 우려했던” 배우 이상직과 이은희가 연출과 조연출로 데뷔를 했다. 이상직은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 연극 ‘행인두부의 마음’으로 잘 알려진 재일교포 작가 정의신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의 첫 연출 데뷔작으로 ‘겨울 해바라기’를 골랐다. 시골 바닷가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히토시는 심하게 말을 더듬는 동성애자. 언제부턴가 단역 배우로 활동하는 애인 미즈키의 관심이 딴 데 가 있어 히토시는 속을 끓인다. 히토시의 엄마 아야메, 그녀와 불륜 관계에 있는 포르노 소설가 구니야스, 트렌스젠더 쓰유코 또한 히토시에게 ‘기생하는’ 사람들이다. 제 꼴도 변변치 못하면서 엄마와 쓰유코는 미즈키에게 절절매는 히토시를 보며 혀를 끌끌 차고 미즈키를 조롱한다. 이들의 기인한 동거는 난데없이 한 여자가 미즈키를 찾아오면서 더욱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인다. 겨울 해바라기. 이 형용 모순은 등장인물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비유다. 아야메가 남편을 잃은 슬픔을 달래려 추운 겨울 해바라기 조화를 꽃밭에 심었었다. 어릴 적 엄마 때문에 거짓말쟁이가 됐었다는 히토시에게 아야메는 “겨울에 해바라기가 피면 안 되는 거니? 예쁘잖아. 늠름하고…용기를 주잖아.”한다. ‘하자 있는’ 인생들의 공동체. 매일 아옹다옹 다투지만 이 민박집은 이들에게 버티고 살아갈 힘을 주는 ‘겨울 해바라기’인 셈이다.“왜 우리는 같이 모여서 살면 안 되는 거니? 예쁘잖아. 늠름하고…서로에게 용기를 주잖아.” 연극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소리 지르고 싸우다가도 다같이 모여서 밥을 먹는 행위는 영화 ‘비열한 거리’의 명대사 “식구가 뭐여? 함께 모여서 밥 먹는 입구멍이여.”를 떠올리게 한다. 가족이 된다는 건 이렇게 쉬울 수도 있다는. 객석에 앉으면 다다미가 깔린 소박한 민박집 거실로 초대된 느낌이 든다.70석 규모의 극장은 첫 공연인데도 꽉꽉 들어찼다. 우울한 인생들의 이야기지만 극의 분위기는 밝고 왁자지껄한 폭소도 여러 번 터진다. 한윤춘은 작품이 끝난 뒤에 말을 더듬게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억눌려 있는 히토시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연극 ‘햄릿’에서 타이틀롤을 맡았던 서상원은 여성적인 쓰유코로 나와 천연덕스런 연기로 관객들의 배꼽을 여러 번 잡았다. 내년 1월6일까지. 전석 2만원.(02)2280-4115∼6.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희망을 본 사람들] (5) 영구귀국 사할린 동포 1.5세대 박준석씨 부부

    [희망을 본 사람들] (5) 영구귀국 사할린 동포 1.5세대 박준석씨 부부

    여섯 살 소년에게 사할린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배를 타고, 기차로 갈아타고, 개썰매까지 타고도 꼬박 석 달이 걸렸다. 박준석(72)씨는 그후 66년을 사할린 동포 1.5세대로 살았다. 러시아인도 한인도 아닌 무국적자의 서러움은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 지난 10월 한국적십자사의 도움을 받아 한국으로 영구귀국한 그는 내년 봄 처음으로 주민등록증을 받는다. ●배고픔과 국적 없는 이중 설움 27일 인천 남동구 논현고잔동의 한 아파트. 정부에서 마련해준 56㎡(17평)짜리다. 박씨는 부인 이인숙(68)씨와 러시아산 차를 마시며 서투른 한국말로 얘기하고 있었다.“내가 그 시대에 태어났으니 누구를 원망하겠나.”라는 박씨의 눈에 지난날이 하나둘씩 스쳐 간다. 1940년에 사할린으로 징용된 아버지를 따라 박씨 가족은 사할린의 주도(主都)인 유즈노사할린스크시에 정착했다. 단칸방에 다섯 식구가 모여 살았다.1945년 해방이 되자 일본인은 모두 떠나고 조선인만 남았다. 농사도 잘 안 되는 동토(凍土)에서 쌀을 구할 데가 없어 배를 곯았다. 장남인 박씨는 조선인 학교를 7학년(지금의 중학교)까지 마치고 자동차 수리센터에 취직해 수리공으로 일했다. 엄격한 사회주의 국가에서 무국적자로 사는 건 녹록지 않았다. 이동할 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했다.3개월에 한 번씩 신분증을 갱신해야 하는 것도 불편이었다. 부인 이씨도 어느새 말을 거든다.“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무국적 신분이 들통나면 내려야 했다. 시장에서 물건을 팔다가 들켜도 우리만 벌금을 냈다. 잘못한 일이 없어도 경찰서만 보면 벌벌 떨고 살았다.” 부인 이씨는 사할린에서 태어났다. 나이부치 탄광으로 끌려온 할아버지를 따라 온 가족이 사할린에 정착했다. 홀어머니 밑에서 소학교 4학년까지 마치고 17살에 출가했다. 입을 하나라도 덜기 위해서였다.8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지금의 남편 박씨와 만나 새로 가정을 꾸렸다. 한국으로 와서 살고 싶다는 뜻이 맞아서였다. ●“봄엔 일자리도 구할 것” 둘은 2005년에 결혼하고 지난 10월에 영구 귀국했다.“한국에 오면 생활형편도 좋고 연금 받아서 풍족히 살 수 있다고 해서 왔다.”고 했다. 부부는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받아 매달 각각 31만원씩 지원받는다.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생활비로 30만원쯤 남는다.“그래도 사할린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형편이 낫다.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박씨는 말한다. 하지만 사할린에 두고 온 자식들이 늘 마음에 걸린다. 매일 전화하지만 곁에 두고 보는 것보단 못하다. 날이 풀리면 한번 가보고 싶지만 비용이 만만찮아 걱정이다. 봄이 되면 박씨는 자동차 수리센터를 찾아다니며 일자리를 구해 볼 생각이다. 박씨는 “주민등록증 나오는 것만 기다리고 있다.55년간 자동차 수리를 했으니 기술은 자신 있다.”고 했다. 박씨의 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글 사진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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