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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치검찰’ 논란 공정수사만이 해법이다

    검찰이 여야 의원 11명의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정국이 시끄럽다. 검찰은 매서운 사정 칼날을 들이대고, 야 5당은 국정조사와 특검 카드로 맞서면서 전면전 양상이다.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지만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태의 발단이 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입법 로비 의혹을 명백히 규명하면 된다. 그러자면 검찰이 당당해져야 한다. 그 길은 모든 수사에 하나된 잣대를 적용해 형평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뿐이다. 이번 사태에 대해 당위론과 방법론을 구분해서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당위론 측면에서 볼 때 검찰 행위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 검찰은 일부 의원들에게서 대가성을 포착했다고 한다. 검찰이 조사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다. 다만 의원들이 입법 로비의 대가인줄 알고 받았는지, 아니면 몰랐는지를 놓고 옥석을 가려야 할 것이다. 뇌물죄를 적용할 부분이 있다면 검찰이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만일 서울 북부지검이 청와대나 검찰 지도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있다면 오히려 권장하고 칭찬해줄 일이다. 불법 행위가 있다면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 여든, 야든 행여 소속 의원의 구린 구석까지 비호하려고 했다가는 국민들의 저항을 면치 못할 것이다. 청와대나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수사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많다고 한다. 이를 방법론까지 동조한 것으로 보면 곤란하다. 검찰은 민간인 사찰, 청와대 대포폰 논란, 대통령 측근 천신일씨 의혹 등에 대해 엄한 잣대를 들이댔다고 자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랜저 검사·성접대 검사 수사는 어떠했나. 살아 있는 권력에 미온적인 수사로 일관하고,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지 않았는지 검찰 스스로 곱씹어봐야 한다. 이런 마당에 정치인에겐 철퇴 수사로 나서니 야당의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 검찰 수사를 첫 단추부터 다시 꿰어야 한다. 불법에는 성역이 없음을 보여주려면 천신일씨부터 소환하라. 일관된 수사 잣대는 김준규 검찰총장 등 수뇌부의 몫이다. 검찰이 자정 노력을 게을리하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면 국민이 나서야 한다. 검·경 기소권 분리나 공수처(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으로 검찰을 개혁하는 길밖에 없다. 정치권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장기적으로 근본 방안을 모색해주길 당부한다.
  • 韓赤부총재 ‘오바마 건배사’ 물의

    韓赤부총재 ‘오바마 건배사’ 물의

    지난 3~5일 열린 남북이산가족 2차 상봉 행사에서 우리 측 상봉단장을 맡은 경만호(58·대한의사협회 회장) 대한적십자사 부총재가 상봉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성희롱’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 부총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해 건배사를 한 것”이라며 뒤늦게 사과했지만,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중요한 행사에 단장으로 참가한 인사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경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 부총재는 지난 2일 오후 금강산으로 가기 위해 경유한 속초의 한 횟집에서 2차 상봉 행사 기자단 25명을 초청, 만찬 기자간담회를 주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건배를 제안하며 “요즘 뜨는 건배사 중 ‘오바마’가 있다. 아시느냐.”며 “‘오바마’는 ‘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뜻이다. 그럼 내가 ‘오바마’를 외칠 테니 여러분도 모두 따라 외쳐 달라.”고 말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나온 경 부총재의 황당한 건배사에 한적 등의 스태프들과 기자들이 마지 못해 잔을 들었으나, 분위기가 가라앉는 바람에 기자간담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경 부총재는 이어 기자단장 등 여기자 2명과 함께 한 테이블에서 아들 이야기를 하며 분위기를 바꿔보려 하던 중 옆자리에 앉은 단장 특보(한적 본부장)의 딸 이야기가 나오자 “여자는 예쁘기만 하면 되지.”라며 또 다시 여성 비하 발언을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 부총재의 잇단 성희롱 발언으로 분위기가 악화되자 그는 서둘러 특보 등과 함께 간담회 자리를 떠났다. 기자단은 3일 금강산으로 옮긴 뒤 이 문제를 묵과할 수 없다며 협의를 시작했고, 상봉 행사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남측으로 돌아간 뒤 대응 수위를 결정하기로 했다. 기자단의 입장이 전해지자 경 부총재는 4일 오후 뒤늦게 기자실을 찾아 “제 발언이 문제가 됐다는 것을 어제 들었다. 제 말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사과 말씀 드리겠다.”며 “한 식구로 같이 가야 한다는 마음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잡기 위해 건배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통일부 기자단은 8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기사화 여부는 각 사가 판단하되 한적 측에 공식 항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간사단은 이날 오후 유종하 한적 총재를 만나 공식 입장을 전달한 뒤 재발 방지 등을 요청했다. 유 총재는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한적이 여성 인력이 많은 조직인데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연탄의 부활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연탄의 부활

    판잣집들이 오밀조밀 무리지어 있는 달동네 저 너머로 도심의 야경이 그려질 무렵. 매듭 지은 새끼에 연탄 한 장을 끼워 들고 언덕길을 오르던 어머니. 연탄을 몇백 장씩 배달시킬 돈이 없었던 1960~70년대의 가난한 동네에서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창고 가득 연탄을 쌓는 것으로 월동 준비를 끝냈던 시절, 연탄은 ‘땔감의 지존’이었다. 그동안 석유와 가스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연탄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찾아간 곳은 서울의 마지막 남은 연탄 공장. 새벽부터 육중한 기계들이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연탄을 찍어내고 있었다. 하루 10시간 이상 새까만 석탄 가루와 기계 소음 속에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까맣게 윤이 나는 연탄이 줄지어 쏟아져 나온다. 삼천리 E&E 김두용(59) 전무는 “70년대에는 서울에 대형 공장만 9곳이나 됐다.”고 설명했다. 연탄 산업이 그렇게 호황을 누렸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서울시내에서 단 두 곳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기름 값이 크게 오르면서 연탄산업은 제2의 호황기를 맞고 있다. 공장도 분주해졌다. 삼천리 E&E 손종대(66) 작업반장은 “온종일 기계를 돌리는데도 주문량이 일주일치나 밀려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또 하나의 연탄 공장인 고명산업 신희철(57) 상무는 “하루 30만장이 나가는데 트럭 100여대가 수차례씩 수도권 전역을 오가며 날라야 한다.”고 말했다. 기름에 비하면 연탄값은 무척 싸다. 몇 년 새 좀 올랐다지만 소매가격은 장당 500백원 선. 기름 값의 3분의1 정도면 한겨울을 훈훈하게 날 수 있으니 서민 동네에서는 연탄이 불티나게 팔릴 수밖에 없다. “한 번만 갈면 밤새 방을 따뜻하게 덥혀주고 물도 데울 수 있고 여러모로 좋죠.”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에서 만난 이복순(74) 할머니의 연탄 자랑이다. 서민들에게 연탄을 기부하며 이웃 사랑의 기쁨도 나누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원봉사단체인 ‘연탄은행’의 기부운동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연탄은 늘 아련한 추억의 대상이다. 식구들끼리 순번을 정해 새벽에 연탄을 갈던 일이며 눌어붙은 연탄 두 장을 식칼로 떼어 내던 일, 꼬챙이로 쑤셔서 불구멍을 맞추던 기억도 생생하다. 추억 속에 묻힐 뻔했던 연탄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 연탄은 서민들의 몸을 녹여주며 곧 찾아올 동장군의 기세를 꺾을 준비를 하고 있다. 글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 지방공기업 임직원 공금횡령·금품수수 200만원 이상땐 형사고발

    앞으로 지방공기업 임직원들도 공금횡령 등 업무상 비리를 저지를 경우 자체징계와 별도로 의무적으로 형사고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공무원과 달리 지방공기업은 부실경영 책임은커녕 직원의 횡령 등 범죄행위가 발각돼도 제식구 감싸기식으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시정 여론이 높았었다. 4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방공기업 임직원의 공금횡령 등에 대한 범죄 고발기준’을 마련해 이번 주중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기준안은 공금횡령·뇌물수수·배임 등 직무관련 금품수수 금액이 200만원 이상일 경우 내부 징계와 상관없이 형사고발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이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마련해 운영 중인 공무원 직무관련 범죄 고발지침에 준한 것이다. 또 ▲부당거래 등 업무관련 불법행위를 저지르거나 ▲범죄내용이 업무와의 연관성이 커 보일 경우 ▲수사를 통해 비위규모가 밝혀질 여지가 있을 경우에도 고발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구체적인 고발대상 범위를 확정하기 위해 이번 주까지 지자체로부터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공기업은 지금껏 관련 고발기준이 없어 자체 인사규정 또는 정관에 따라 처리해왔다.”면서 “횡령 등 비리가 드러나도 온정주의로 일관해 부패방지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규정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지방공기업 관할은 소속 지자체이지만 중앙정부가 지방공기업 지도·감독권을 갖고 있는 만큼 만연한 비리를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준안이 확정되면 지자체 소속 공기업들은 이사회 내부 의결을 통해 고발지침을 만든 뒤 경과 기간을 거쳐 운영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공무원들은 공무원 직무관련 범죄 고발지침에 따라 형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공직자윤리법, 기타 의무규정을 위반한 범죄행위 시 소속부처 징계 외에 별도로 형사고발 조치된다. 공금횡령·금품수수 등의 경우 기준금액은 200만원 이상이다. 하지만 이 역시 강제력은 없어서 지자체는 올해 경남도를 시작으로 경기도 등 일부 광역단체가 자체기준을 마련하고 시행을 시작한 단계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문화마당] 노인을 위한 나라가 행복한 나라다/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노인을 위한 나라가 행복한 나라다/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가을이 깊어간다. 가을의 꽃인 단풍을 보면서 한해가 저물어 간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인생무상을 느낀다. 사계절을 몇번 지냈느냐로 사람의 나이가 세어지므로 춘추라는 말이 생겨났다. 나이가 많아지면 늙고, 그러면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인간의 삶은 모래시계에 비유된다. 모래시계 위에 있는 모래가 밑으로 떨어지듯이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줄어든다. 이처럼 인간에게 시간은 흘러가기보다는 없어진다. 그런데 왜 내게 주어진 시간이 점점 적어지는 것을 나이의 많음으로 표시하는 걸까. 어렸을 때는 세월이 너무 천천히 간다고 불평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점점 적어진다는 걸 느끼는 순간부터 세월의 빠름을 한탄한다. 인간은 어렸을 때는 앞으로 가는 시계를, 늙어가면서는 뒤로 가는 시계를 갖기를 원한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모든 인간은 늙고 죽는다. 타자의 죽음으로 나의 죽음을 알듯이, 노인을 보면서 나의 늙음을 깨닫는다. 얼마 전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 갔다가 나의 노년에 대해 생각했다. 그야말로 그곳은 ‘노인 공화국’이다. 이 많은 노인들이 어디서 왔고, 밤이 되면 어디로 돌아갈까. 그리고 거기에 계신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왜 할아버지들뿐일까. 통계적으로는 여성 노년인구가 훨씬 더 많은데, 그 많은 할머니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어느 분께 물어보니, 할머니들은 오라는 데가 많지만 할아버지는 갈 데가 없어서 거기로 출퇴근한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아들집이 싫으면 딸집에 가서 집안일도 거들고 애들도 봐 줄 수 있지만, 할아버지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어쩌다 세상이 “불쌍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로다.”로 바뀌었는가. 남자와 여자가 상대적인 것처럼, 노년과 상대적인 것이 유년이다. 근대 이후에는 점점 전자에서 후자로 사회적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전통시대 가부장적인 유교는 연장자 중심의 위계질서로 사회를 구성했다. 내가 어렸을 적 온 식구가 밥상에 앉았을 때 할아버지가 먼저 수저를 드셔야 식사가 시작되고 좋은 반찬은 그분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한 집안 내에서 할아버지와 자식 가운데 누가 더 귀한 대접을 받는가. 사회가 점점 노령화돼 갈수록 노인 문제는 심각해진다. 이건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운명이다. 원시시대 원로의 죽음은 공동체의 도서관이 없어지는 상실이지만, 지식정보사회에서 노인은 점점 무용지물이 되어 간다. 하지만 모든 인간이 노인이 된다는 걸 각성한다면, 인류는 ‘사회를 위한 노인’이 아니라 ‘노인을 위한 사회’로 문명사적인 전환을 해야 한다. ‘이솝 우화’는 인간에게 노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만든다. 태초에 신은 인간과 동물에게 똑같이 30년의 수명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당나귀는 그중 18년, 개는 12년, 원숭이는 10년을 없애달라고 신에게 간청했다. 그러자 인간은 그 동물로부터 거둬들인 시간을 자신에게 달라고 해서 70년의 수명을 얻었다. 하지만 인간이 덤으로 얻은 40년은 고통과 노쇠의 시간이었다. 30년을 산 인간은 18년 동안 당나귀처럼 일해야 하고, 12년은 개처럼 여기저기를 배회하며, 마지막 10년은 정신이 혼미해서 원숭이처럼 조롱을 당하며 살아야 했다. 오늘날 과학의 발달은 인간 수명을 거의 100세까지 연장시켜 나가고 있다. 이렇게 연장된 인간의 수명은 결국 다시 자연 속의 누군가의 삶을 약탈한 것이다. 수명이 길어진 만큼 인간은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가. 이제 인류에게 필요한 건 오래 살 수 있는 지식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지혜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지식을 많이 가진 자는 젊은이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노인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원로가 없음을 안타까워하는 이유는 지식이 낳은 갈등을 화해시킬 수 있는 건 지혜이기 때문이다.
  • [심재억 기자의 건강노트]음식궁합

    사람이 그렇듯 음식에도 상생의 조합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서로 잘 어울려 미각을 돋우고 몸에도 좋은 그런 짝지움이겠지요. 직장 근처에 꽤 유명한 낙지볶음집이 있어 가끔 들러 땀을 쫙 빼곤 합니다. 그날도 지인을 만나 선택한 메뉴가 낙지볶음이었는데, 그날따라 맛있어 잘 먹고, 땀도 뺐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같이 자리한 분이 대뜸 “이거 하나씩 더 시켜 가져가지요.” 해서 그러자고 했는데, 그만 일이 꼬였습니다. 신나게 집으로 가는 중에 휴대폰이 울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받아보니 식사를 같이 한 그 분이었습니다. “뭐가 좀 이상한데요. 집에서 낙지를 먹으려고 포장을 열었더니 제게 낙지 두 몫이 다 온 것 같아요.” 지하철에서 음식 포장을 뜯어볼 수도 없고 해서 “기왕 그리됐으니 맛있게 드세요.” 하고는 집에 와 포장을 열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내 포장봉지 속엔 삶은 콩나물 두 봉지와 단무지만 들어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식구들하고 그걸 보며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얼마 후 그분을 만나 “낙지 잘 드셨느냐.”고 물었더니 “삶은 콩나물과 단무지 없는 낙지볶음은 낙지볶음이 아니더라.”며 “콩나물과 단무지만 챙겨간 것 보담야 나았겠지만 영 아니더라.”고 하더군요. 그 말이 맞을 겁니다. 음식이란 모름지기 어우러져서 맛의 상승효과를 내는 법이어서 하찮은 콩나물이라도 그게 없으니 낙지볶음이 영 우습게 되고 만 것이지요. 음식도 사람 같아서 홀로 좋기만 한 식재료는 없습니다. 이것저것 어우러져야 맛도 좋고 건강에도 유익하지요. 애들에게 편식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도 기실은 음식 맛있게 먹으라는 말인데, 애들이 그걸 알까요. jeshim@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40)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고전 톡톡 다시 읽기](40) 마르셀 프루스트 ‘스완네 집 쪽으로’

    1913년 말의 파리. 프랑스 문학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화자가 불분명하고, 중심 사건이 뭔지 도통 알 수 없는 전대미문의 소설이 출현했기 때문이다. 어린 마마보이 마르셀이 겪는, 인과가 불분명한 사건들의 연속에,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긴 문장! 문단의 신인 마르셀 프루스트는 이 작품 ‘스완네 집 쪽으로’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연작의 첫 부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프루스트는 어떤 혹평과 칭찬에도 흔들림 없이 차근차근 작품을 발표해 나갔다. 그리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1919), ‘게르망트 쪽’(1920~1921), ‘소돔과 고모라’(1921~1922), ‘갇힌 여인’(1922), ‘사라진 알베르틴’(1925), ‘되찾은 시간’(1927) 이렇게 7개의 부분으로 구성된 대작이 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연작 첫 부분 프루스트가 작품을 처음으로 구상하게 된 것이 1909년 무렵부터라고 하니 구상에서 완성까지 무려 19년이나 걸린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이 작품의 완간을 보지 못한 채 1922년 11월 18일 파리 자택에서 숨을 거두었다. 봄에 밭을 바라보는 사람은 농부가 어떤 씨앗을 뿌려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 가을이 되고 열매를 맺고 나서야 ‘아 지난봄에 바로 이것이 싹트고 있었구나.’ 알게 된다. 프루스트는 ‘스완네 집 쪽으로’ 안에 농부가 씨를 뿌리듯 이야기의 씨앗을 뿌려놓았다. 그래서 ‘스완네 집 쪽으로’의 진정한 맛을 느끼려면 독자는 제7권 ‘되찾은 시간’을 읽고 나서 돌아와 다시 읽어야 한다. 이렇게 두 번 읽어야 하는 책. ‘스완네 집 쪽으로’는 프루스트가 숨겨놓은 8번째 책이 된다. ●콩브레-시간 여행의 출발지 ‘스완네 집 쪽으로’는 다시 제1부 ‘콩브레’, 제2부 ‘스완의 사랑’, 제3부 ‘고장의 이름’으로 나뉜다. 사실 제1권의 배경은 스완네 집만이 아니라 마르셀네 집 안, 마을의 시냇가, 들판, 성당 등이다. 게다가 스완네 집이 있는 콩브레에는 대부르주아인 스완네 집보다 훨씬 더 멋지고 화려한 대귀족 게르망트네의 영지가 있다. 프루스트가 ‘스완네 집 쪽으로’를 강조한 것은 스완이라는 인물의 사랑과 예술적 취향이 어린 마르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전체 이야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주인공 마르셀의 가족은 지방 부르주아에 불과하다. 마르셀 식구들은 언제나 스완네 집 쪽과 게르망트 쪽 중 어느 쪽으로 산책할 것이 좋은지 고민한다. 한쪽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평야”가, 다른 쪽에는 “전형적인 강가 풍경”이 펼쳐지고 있어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제1권에서 스완과 게르망트라는 이름은 이렇게 뒤섞일 수 없는 사회의 두 계급을 상징한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전혀 다른 이 두 세계가 만나서 섞이고 뒤바뀌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다. 마르셀은 여기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는 스완의 딸 질베르트를 만나면서 부르주아 세계로 곧장 진입하게 되며, 게르망트 대공 부인을 쫓아다니면서 귀족 사회의 이면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두 가문의 문지방을 넘나들면서 평범한 시골 소년에서 파리의 모던 보이로 성장한다. 마르셀은 두 가문 사람들과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그들의 배신과 죽음을 겪은 후 고향에 돌아와 안착한다. 그리고 우연히 산책하다가 스완네 집 쪽으로 난 길이 결국 게르망트네 쪽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전혀 달라 보이던 두 풍경이 실은 맞닿아 있었으며, 함께 콩브레의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루스트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통해, 겉으로 달라 보이는 세계의 이면에는 다른 세계로 향하는 또 다른 길들이 있음을 말하고자 했다. 결국 ‘스완네 집 쪽으로’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 모든 장소는 낯선 인생의 진리를 보여주게 될 길의 입구가 된다. ●시간 여행자여, 마들렌 과자 타임머신을 타라 어떻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을 수 있을까? ‘스완네 집 쪽으로’에서 우리는 프루스트가 설명해주는 시간 여행 방법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마들렌 과자 먹기 장면은 이 소설에서 가장 감각적이고 신비롭다. 추운 날 밖에서 귀가한 마르셀에게 어머니가 몸을 녹이라며 홍차와 마들렌 과자를 준다. 아무 생각 없이 한 입 맛보았을 뿐인데 감미로운 행복감이 엄습한다. ‘이건 무슨 느낌일까? 과자 안에 어떤 비밀이 있는 거지?’ 그러다 마르셀은 자신이 느낀 만족감이 과자 때문이 아니라 유년의 기억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콩브레 시절, 일요일 아침마다 침상에 누워만 계시던 레오니 고모가 늘 홍차와 함께 마들렌 과자를 주던 기억을 끄집어낸 것이다. 마르셀의 머릿속으로 유년의 고향 콩브레 마을 전체가 서서히 펼쳐졌다. 레오니 고모네 정원에 핀 꽃, 스완 아저씨네 넓은 뜰의 온갖 꽃들, 대귀족 게르망트네 영지 옆을 흐르던 비본느 강의 연꽃…. 놀랍게도 마들렌 과자 한 모금의 맛이 이 모든 추억을 되살려낸 것이다. 타임머신 마들렌! 마르셀은 과자 맛을 음미하며 자신의 유년과 청년 시절을 왕복하고, 갖가지 사건 사고들을 생생하게 다시 체험하게 된다. 그렇다면 프루스트는 왜 이런 시간 체험에, 잊고 있었던 것들을 다시 불러내어 미지 세계의 진리를 찾아가는 것에 매달렸던가. 프루스트는 우리가 현재 놓치고 있는 세계에 관심이 있었다. 스완의 사랑을 간직한 콩브레의 들판, 마들렌 과자를 좋아했던 고모의 개성, 해질녘 콩브레 성당이 보여주는 멋진 뒤태! 그는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이런 것들을 생생한 현재로 떠올릴 수 있다면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루스트는 마들렌 과자가 촉발한 상상 작용을 일본 종이꽃 놀이에 비유한다. 물이 담긴 사기 그릇에 형체 없는 종이꽃을 넣으면, 윤곽이 생기고 색깔이 선명해지면서 집이며 물건이며 감춰진 부분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런 종이꽃 놀이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들의 다양한 측면들이 드러나고 의미가 분기한다. 그러나 프루스트가 집중하는 것은 종이꽃이 다 펼쳐진 상태가 아니다. 종이꽃 놀이를 진정 즐기려면 종이가 퍼지면서 형체를 갖추는 ‘순간’에 집중해야 하듯이, 프루스트에게 중요한 것은 사건의 시작과 끝이 아니라 사건의 ‘중간’이었다.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어디로 갈 것인가가 아니라, 타임머신을 타고 있는 그 순간에 무엇을 보고 겪게 되는지를 쓰려고 했다. ‘스완네 집 쪽으로’ 이후 사건은 더욱 일관성 없이 확장되고,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두서없이 공존하는 중층적 구조로 전개된다. 하지만 독자들이여, 당황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들은 지금 보이지 않는 법. 그저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살아내듯이, 종이꽃 놀이를 즐기듯이, 천천히 한 장면 한장면을 음미하며 풍요롭게 증식하는 이야기를 읽으면 된다. 오선민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서울신문 · 수유너머 공동기획
  • 다듬잇돌·양은 도시락… 정겹게 불러내다

    예전 여인네들은 다듬이질을 하면서 이런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씨에미 마빡 뚝딱, 씨누이 마빡 뚝딱, 씨할미 마빡 뚝딱, 씨고모 마빡 뚝딱’. 모진 시집살이를 시키는 식구들의 이마를 연상하며 다듬이 방망이를 힘껏 내리쳤을 며느리들의 불경(?)스러우면서도 해학적인 노랫말이 미소를 머금게 한다. 친정아버지가 시집간 딸 집에 처음 갈 때 다듬잇돌을 메고 갔다는 얘기까지 있는 걸 보면 다듬이는 옷을 다듬는 본래 기능 못지 않게 며느리들의 스트레스 해소용 도구로 꽤 유용하게 활용됐던 것 같다. 전기 다리미가 들어오고, 합성섬유가 지천에 널리면서 다듬이는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깊은 겨울밤, 머리맡에서 자장가 삼아 듣던 다듬이 소리도 아련한 향수로만 남았다. 이젠 민속박물관에나 가야 보고 들을 수 있는 게 어디 다듬이 소리뿐일까. 거뭇한 그을음을 남기며 한줄기 빛을 전해주던 호롱불, 울타리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조롱박, 한겨울 교실의 조개탄 난로 위에서 까맣게 타던 양은 도시락,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겨 신던 검정 고무신의 추억은 불과 반세기도 안 돼 역사속에 묻혀버렸다. ‘옛 것에 대한 그리움’(김종태 지음, 휘닉스 펴냄)은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모하는 도시의 삶에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이름들을 정겨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불러낸다. 산업화와 현대화, 풍요로움과 편리함의 물결에 휩쓸려 속절없이 떠내려가야했던 전통문화와 전통놀이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킨다. 1만 5000원.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엄마·아빠 이혼 시켜주세요

    엄마·아빠 이혼 시켜주세요

    “이혼이라는 말은 쉽게 하는 게 아니지만, 엄마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 싶습니다. 엄마랑 아빠가 이혼하게 되면 아직 한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막내동생을 유치원에 보낼 수 있을 테니까요.” 아버지가 사실상 가출 상태인 한 여중생이 부모의 이혼을 허락해 달라며 법원에 눈물로 호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부모가 이혼해 한부모 가족이 되면 학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어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진정서 내… 법원 위로금 전달 27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올해 중학교 3학년인 A(15)양은 최근 부모가 이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진술서를 가사2단독 이주영 판사에게 제출했다. 진술서에서 A양은 “어릴 적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소리를 많이 듣고 살았지만, 비교적 화목하고 평화로운 가정이었다.”고 글을 시작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2008년 직장을 구한다며 지방으로 내려가면서부터 단란했던 가정에 시련이 닥쳤다. 아버지의 연락은 점점 뜸해졌고, 지난해 말부터는 A양이 전화를 해도 아예 받지를 않았다. 가장이 떠나버린 A양 가족은 막막한 어둠 속에 버려진 처지와 다를 게 없었다. 할머니와 어머니, A양과 세 동생 등 모두 여섯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어머니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식당과 편의점 등에서 허리가 휘도록 악착같이 일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처음에는 “곧 돌아오시겠지.” 하고 기다렸으나 배고픔과 경제적 곤궁을 막연한 기다림이 해결해 주지 못했고, 결국 아빠의 무책임에 지치고 말았다. “아빠라는 사람이 우리 가족에게는 버팀목이고 의지해야 할 곳인데, 그 버팀목이 사라져 정말로 충격이 컸습니다. 항상 일하고 돌아오는 엄마의 등을 보면 저와 동생들은 친구와 놀러 가고 싶어도, 사고 싶은 것이 있어도 차마 말을 못 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시기가 다가오자 A양의 걱정은 더 커졌다. 가족들이 학비 부담 때문에 더 힘겨워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슴을 짓눌렀다. 그러던 차에 “한부모 가족이 되면 정부가 대학생 때까지 지원해 준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결국 어머니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고, A양도 법원에 진정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어디 가서 아빠 없다는 소리 듣지 않고, 아주 조금만 더 나은 형편에서 살게 도와주세요. 판사님, 엄마뿐 아니라 저와 제 동생들을 위해서라도 제발….” 재판부는 A양의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아 현재 공시송달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으며, 가능하면 A양 가족의 입장을 헤아릴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또 이혼소송과 별도로 A양 가족에게 30만원의 위로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여가부 “학비 등 도움줄 수 있을 것” 한편 여성가족부는 A양 부모가 꼭 법적으로 이혼하지 않더라도 학비 등은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한부모가족지원법 제4조에 따르면 부모 한쪽으로부터 유기(遺棄)된 청소년도 고등학교 학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세대공감]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

    [세대공감] 생애 최고의 생일 선물

    내가 다른 누구의, 또는 누군가가 내 생일을 기억한다는 것은 내 출생의 의미를 되새기고, 타인과는 다른 나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인식한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명절이나 공휴일처럼 모두가 즐기는 날이 아니라 나와 관계한 가족·친구와 즐기는 날이 바로 생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 내 생일을 챙긴다는 것은 세상 풍파 속에서도 굳건하게 견디며 스스로의 존재감을 알리는 나에 대한 칭찬이거나 애정의 표시로 삼을 수도 있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일을 더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세대가 달라지면서 이런 생일에 대한 기대와 세태도 덩달아 달라졌다. 하지만 생일에서 느끼는 감동의 원천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느꼈을 때다. 아무리 큰돈을 들인 선물로도 이런 감동을 완전히 전달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때론 치킨 한 마리만 뎅그렇게 놓인 때늦은 생일상일지라도 가족이나 연인 등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자리라면 의미가 남다를 수 있다. 김양진·윤샘이나기자 ky0295@seoul.co.kr 그래픽 이혜선기자 okong@seoul.co.kr ■ 자정에 맞은 눈물의 파티 서울 구로동에 사는 고교 1학년 김중호(가명·16)군은 올 6월 13일 생일을 잊을 수 없다. 밤 12시, 생일이 막 지난 시간. 엄마, 중학교 2학년 남동생과 셋이서 식탁에 앉아 배달시킨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와 콜라를 놓고 함께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다. 조촐한 파티였지만 엄마도, 아들도 하루종일 속이 새까맣게 타도록 속을 태운 특별한 파티였다. 세 식구는 서로 부둥켜안고 왈칵 눈물까지 쏟았다. 이날 아침, 파출부 일을 하시는 어머니는 김군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한 채 그냥 일을 나가셨다. 김군은 “솔직히 섭섭한 마음도 들었지만 동생이랑 저랑 둘을 혼자 힘들게 키우시는 엄마한테 그런 걸 말할 형편이 아니었다.”고 돌이켰다. 학교에서는 친한 친구 몇몇이 작은 생일 케이크를 가져다가 생일을 축하해 줬지만, 가족들이 자신의 생일을 잊어버렸다는 생각에 쓸쓸한 마음을 지우기 어려웠다. 사실 지난해까지 김군은 아버지와도 함께 살았다. 해마다 생일날엔 많지 않지만 용돈도 받았다. 하지만 김군은 “(아버지가) 차라리 용돈을 안 줘도 좋으니 때리지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엄마는 술에 빠져 살며 걸핏하면 아이들을 때리는 남편과 이혼, 아이 둘을 데리고 따로 살림을 차렸다. 이번 생일은 김군이 엄마, 동생과 따로 산 뒤 처음 맞는 생일이었다. 김군의 어머니는 “그날 온종일 마음이 쓰여 실수도 많이 했다.”면서 “정말 미안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군도 “엄마가 고생하는 거 다 아는데 밤늦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치킨까지 사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울먹였다. ■ 쌀 팔아 코티분 사준 아버지 “아버지가 귀한 쌀을 돈바꿔 사다 주신 ‘코티분’을 잊을 수 없죠.” 서울 발산동에 사는 송정근(60·여)씨는 1971년 스물셋 생일날 받은 코티분을 일생일대 최고의 선물로 꼽는다. 흔히 코티분으로 불리는 이 화장 파우더는 본래 이름이 ‘코티 에어스펀 파우더’로, 퍼프형 파운데이션의 한 종류였다. 당시 여성들은 이 ‘요술분’을 얼굴에 바른 날이면 저절로 턱이 치켜올라가고 발걸음이 도도해졌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정도로 귀한 화장품이 코티분이었다. 지금 보기에는 좀 크고 투박한 이 원통형 화장품이 당시 젊은 여성들에게는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다. 송씨는 1968년 충북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의 한 봉제공장에서 일을 했다. 맏딸이어서 번 돈으로 중·고등학생이었던 동생들의 학비를 댔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했기 때문에 멋 내고 싶고 가꾸고 싶은 평범한 생각은 아예 접고 살아야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런 맏딸을 늘 안타깝게 생각했다. 1971년 겨울 어느 날, 아버지는 도정한 쌀 몇 말을 직접 읍내로 가져가 돈을 바꾼 뒤 그 돈으로 귀한 코티분을 샀고, 서울로 찾아와 그걸 딸 손에 건넸다. 평생 농사만 지은 탓에 나무껍질처럼 거칠어진 손에 쥐고 계신 코티분을 보고 윤씨는 죄송한 마음에 손사래부터 쳤다. 하지만 아버지가 다녀가신 뒤 손에 들려 있는 코티분을 보면서 껑충껑충 뛰기까지 했다고 돌이켰다. 송씨는 코티분을 장롱 속에 숨겨 두고 중요한 날에만 조금씩 얼굴에 발랐다. 일을 할 때나 집에 있을 때는 절대 바르지 않았다. 그는 “코티분 덕분에 남자친구도 생겼고, 시집도 잘 갈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 “요즘은 중·고생들도 아무렇지 않게 비싼 화장품을 사서 마구 쓰는 걸 보면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 손빨래 고생 날려준 세탁기 경기도 파주에 사는 주부 이경순(54·여)씨는 세탁기를 두 대나 가지고 있다. 최신형 드럼세탁기와 26년 된 12㎏짜리 구식 통돌이 세탁기. 새 아파트의 멋진 실내장식과 어우러지는 붙박이 드럼세탁기보다 빛바랜 아이보리색 촌스러운 이 구식 세탁기를 버리지 못하는 것은 28년 전 결혼하고 처음으로 맞는 생일날 남편에게 받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1981년 결혼해 서울 상수동 단칸방에서 사글세부터 시작한 이씨 부부의 신혼살림은 넉 자짜리 장롱·이불·브라운관 흑백 텔레비전·다이얼 전화기가 전부였다. 단둘이 사는데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세탁기는 혼수에서 제외했다. 이씨는 찬 겨울에도 세탁물을 손으로 빨았다. 얼음물에 손빨래를 하면서도 동(冬)장군 탓은 했어도 삶을 불평하지는 않았다. 이씨에게 세탁기가 선물로 들어온 것은 결혼한 지 3년이 지난 1984년 8월, 이씨의 생일날이었다. 말은 안 해도 매일 마당에 쪼그려 앉아 빨래하는 아내에게 못내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남편이었다. 남편은 아내의 생일에 맞춰 깜짝 선물로 세탁기를 집으로 배달시켰고, 이를 맞이한 이씨는 너무 기쁜 나머지 펑펑 울었다. 곧이어 남편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당신….” 그는 한참을 말을 잊지 못했고 끝내 “고마워요.”라는 말 한마디만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사실 지금 사는 큰 아파트엔 구식 세탁기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아요. 하지만 남편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세탁기를 버릴 수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 계좌이체로 용돈선물 경기 분당에 사는 고교 2학년 최영민(가명·17)군은 올 7월 생일날 출장을 간 아버지·어머니로부터 용돈 10만원씩을 계좌이체해 받았다. 두 분이 국내에 안 계시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일하는 최군의 아버지는 국내·외 출장을 자주 다닌다. 최군의 생일날도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 어머니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며, 최군의 생일날 마침 유럽으로 연수를 나가 계셨다. 최군은 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줄곧 생일선물로 용돈을 받아왔다. 학교도 늦게 끝나고, 학원도 다녀야 해 따로 생일파티를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찍 출근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아침에 머리맡에 용돈 봉투를 놓고 가더라도 생일 축하만은 빠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계좌이체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버지는 미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 내년 생일엔 꼭 유럽 배낭여행을 하자고 약속까지 했다. 하지만 최군의 서운한 마음을 달래지는 못했다. 그는 “다른 친구들도 요즘은 다 용돈을 받아요. 어차피 선물을 사줘 봐야 마음에 안 들 수 있으니까 부모님들이 돈으로 주는 거죠. 애들도 더 좋아하고요.”라면서 “그래도 계좌이체라는 말에 친구들이 “너 진짜 짱이다.”라고 하던 걸요.”라고 하면서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 딸이 사준 렌즈로 담은 가족 전남 장흥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우지수(29)씨의 아버지 우인식(58)씨는 가장 인상깊었던 생일선물이 뭐냐고 묻자, 조용히 카메라 가방에서 렌즈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는 “딸이 교사가 돼 첫 월급으로 사준 이 표준 줌렌즈가 내겐 최고의 선물이었다.”고 말했다. 1997년 한국사진작가협회에 입회해 작가 자격을 얻은 우씨의 요즘 사진 주제는 ‘가족’이다. 그동안 수많은 렌즈를 다뤘고 다양한 주제의 사진을 찍었지만 가족이라는 주제는 딸이 사준 렌즈로 찍겠다고 다짐했다. 딸이 퇴근할 때 몰래 숨어 논두렁을 따라 걷는 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다. 자신의 사랑이 딸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는 “아버지와 딸이 소통하기가 쉽지 않아요. 제 또래 친구들도 대개 자식들과의 소통이 안 돼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고요.”라면서 “그래도 우리 딸은 제가 찍어준 사진들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낀대요. 렌즈라는 생일선물과 그 렌즈로 작업하는 제가 나눌 수 있는 소통의 한 사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에는 딸을 보면 시간이 지남을 느껴요.”라면서 “아무것도 모르던 소녀가 이제 제법 숙녀 향기를 풍기니 기분은 좋은데 언젠가는 저를 떠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 서운하기도 하고요. 그런 게 인생이겠지요.”라고 덧붙였다. ■ 나만의 ‘사랑해’ 프로그램 김은경(23·여)씨는 지난해 5월 남자친구로부터 특별한 생일선물을 받았다. 전공이 컴퓨터학인 김씨는 같은 과 남자친구와 함께 프로그램을 만드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명령어를 입력하면 답이 나오게 하는 그런 프로그램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남자친구는 생일선물이라며 수업시간에 만든 프로그램을 김씨에게 건넸다. “나는 은경이를”이라고 입력하면 “사랑해.”라는 답이 나오는 프로그램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모두 “염장 지른다.”면서 펄쩍 뛰었다. 하지만 김씨는 “학과 특성을 살린 선물이었어요. 그 프로그램을 받고 한참 동안 웃었어요.”라고 말했다. 그해 생일 며칠 전, 김씨는 사소한 일로 남자친구와 말다툼을 했었다. 무뚝뚝한 경상도 출신 남자친구는 사과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속 깊은 남자였다. 사과의 마음을 직접 전하지는 못했지만 장난기 섞인 프로그램 선물로 김씨의 마음을 달랬던 것이다. 김씨는 “남자친구는 그저 표현이 서툰 것뿐이었어요.”라면서 “그래서 더 좋아요.”라며 팔꿈치로 남자친구의 옆구리를 툭, 쳤다. 둘은 서로 장난을 걸며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 [황진선칼럼] 마지막 시험대에 선 ‘공정 검찰’

    [황진선칼럼] 마지막 시험대에 선 ‘공정 검찰’

    이명박 대통령이 ‘공정 사회’라는 화두를 던졌을 때 가장 가슴이 뜨끔했던 조직은 검찰이 아닐까 싶다. 검찰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 즉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바로 여기에 검찰의 책임이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특권과 반칙이 횡행한다. 현재 검찰은 한화·태광·C&그룹의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을 의욕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비자금 규모도 각각 수천억원에서 1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재계 순위 10위 안팎의 A그룹 등의 비자금 조성 의혹도 내사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을 바라보는 눈은 곱지만은 않다. 공정성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검찰이 공정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바로 설 수 없다. 검찰이 갖춰야 할 제1 덕목은 공정성이다. 국민은 오랫동안 검찰에 기회를 주고 기다려왔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김준규 검찰총장은 공정성과 신뢰 회복을 다짐했다. 하지만 신뢰는 더 떨어지고 있다. 거의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까지 이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검찰권은 자신에게도 공정하게 행사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믿는다. 최근의 ‘스폰서 검사’ 의혹과 ‘그랜저 검사’ 사건은 모두 용두사미로 끝나고 말았다. 검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거나, 물증이 없다거나, 대가성이 없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와 치부를 감추는 데 급급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자신에게 엄격하지 않으면 신뢰 회복은 공염불이다. 공정성을 의심 받으면 신뢰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혹자는 스폰서에게 향응이나 ‘떡값’을 받는 것이 관행이었다는 이유로 관대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대의 흐름을 모르는 어불성설이다. 아울러 권력형 비리는 여야와 재벌기업을 불문하고 성역 없이 파헤쳐야 한다. 검찰이 수사하는 C&그룹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해 김대중 및 노무현 정부 때 급성장했다가 지금은 거의 파산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래서 살아있는 권력이 아닌 죽은 권력, 즉 과거 정부나 야당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그같은 오해를 불식하지 못하면 공정성을 의심받거나 부메랑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2006년 4월 취임한 뒤 ‘국민재판론’을 제기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일각에서는 법과 양심에 따르지 않고 여론 재판을 하라는 것이라며 비난하기도 했지만, 사법 권력의 본질을 꿰뚫는 혜안이었다. 이 대법원장의 취지는 사법 권력 역시 주권자인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되거나 공정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었다.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재판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검찰 역시 기소권과 수사권의 주체는 국민이라는 생각으로 거듭나야 한다. 국민을 바라보고 수사하고 기소해야 한다. 정권의 안위를 중시하고 정권의 구미에 맞게 사건을 처리했다가는 정권이 바뀐 뒤 개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지난 8월 기소 결정에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검찰시민위원회를 발족했다. 검찰권의 핵심인 기소독점주의를 스스로 견제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검찰시민위원회는 임의기구에 불과해 그 역할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검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만 고위공직자 비리 사건이나 중요 강력사건 등에 대해 시민의 의견을 들어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는 시민은 불기소 처분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검찰이 자체 개혁에 실패하면 독립적이고 상시적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나 상설특검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현재 검찰 내부의 자정 및 정화 능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는 시각이 점점 늘어나는 게 아닌가 싶다. 검찰의 신뢰 회복은 공정성, 즉 자신의 치부를 찾아내 정화할 수 있는 능력과 권력형 비리의 성역 없는 수사에 달려 있다. 검찰은 이제 벼랑 끝 마지막 시험대에 서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특임논설위원 jshwang@seoul.co.kr
  • [일자리 UP 희망 UP] 경북 칠곡 제일산업

    [일자리 UP 희망 UP] 경북 칠곡 제일산업

    “비장애인들도 제대로 갖지 못하는 어엿한 직장을 가졌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21일 경북 칠곡군 지천면 창평리 ㈜제일산업. 장애인 근로자 20여명이 종이컵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작업장 정면에는 ‘불량은 암(癌)보다 무서운 병이다’라고 새겨진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매일 300만개 생산… 최고 품질 이곳은 장애인들이 1회용 종이컵을 생산해 소득을 올리는 사회적 기업이다. 전체 직원 49명 중 42명이 중증 장애인이다. 청각·지적·정신·발달·뇌병변·언어·지체 등 장애를 지녔다. 전국의 장애인 학교 및 복지관의 추천을 받아 취업에 성공한 이들이다. 근로자들은 하루 8시간, 2교대 근무를 하면서 매일 300만개의 종이컵을 생산하고 있다. 비록 장애인들이 생산하는 제품이지만 품질 만큼은 전국 최고를 자랑한다. 롯데그룹에 연간 30억원 어치를 납품하고 있다. 정범수(48) 사장은 “영업 직원을 뺀 모든 직원이 장애인들이라서 생산속도는 늦지만 제품은 비장애인들이 생산한 것 보다 오히려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직원 모두가 ‘암은 치료할 수 있지만 불량품은 치료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정성스럽게 종이컵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일터를 갖기까지는 장애인 복지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정 사장이 1999년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기에 가능했다. 그는 첫 해 장애인 2명과 함께 종이컵 생산을 시작했다. 정 사장은 회사 설립 초기부터 하루 빨리 회사를 키워 보다 많은 장애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일념으로 제품 생산 및 판매활동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을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지난해 매출 40억… 올 25% 증가 예상 고진감래였던가. 갈수록 회사가 발전하면서 장애인 새 식구들도 계속 불었다. 매출도 늘었다. 지난해에는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2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증가는 곧바로 장애인들의 복지로 이어졌다. 장애인들은 매달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150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작업장 한켠에는 장애인 30명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번듯한 기숙사도 마련됐다. 때문에 이직률은 거의 없다. 10년째 일하고 있는 이경미(30·여·뇌성마비2급) 품질검사반장은 “장애인들이 함께 일하며 즐겁게 사는 행복이 비장애인들보다 몇 배나 된다.”면서 “앞으로 회사 일도 열심히 하며,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정 사장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보다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 주기 위해 정부는 시설 투자비를 좀 더 지원해 주고,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장애인 사업장에서 생산되는 제품 구입에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글 사진 칠곡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20일 TV 하이라이트]

    ●수요기획(KBS1 오후 11시 30분) 미국 예일대 ‘명물‘ 교수 함신익. 그가 지난 세월 자신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악보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쉰셋의 나이에 오케스트라 무대 위의 주인공은 지휘자가 아니라 음악과 단원들이란 사실을 깨달았다는 그. 지휘자 함신익의 삶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마에스트로상과 리더십은 무엇인지 되새겨본다. ●라이브 음악창고(KBS2 밤 12시 25분) 기타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자신만의 음악 색깔로 연주하는 국내 유일한 멀티 기타리스트 이병우. 1980년대 중반부터 많은 앨범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기타 연주뿐만 아니라 작사, 작곡, 편곡, 앨범 프로듀싱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의 라이브 연주와 기타 인생 이야기를 들어본다. ●주홍글씨(MBC 오전 7시 50분) 경서는 하니를 데려가기 위해 순임과 몸싸움을 하게 되고, 몸싸움 끝에 녹초가 되어 하니를 집에 데려온다. 혜란은 자신의 딸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진주와 함께 여행을 간 성준은 화장실을 가려다 쓰러져 괴로워한다. 경서가 대본을 쓰기 위해 프로덕션에 간 사이, 혜란은 재용의 집을 찾아간다. ●세자매(SBS 오후 7시 20분) 한복을 입은 은영이 재석과 함께 차에서 내려 선물을 들고 집에 들어간다. 순애를 비롯한 식구들은 둘을 반기며 인사를 받는다. 손 대리는 지애에게 왜 전화를 안 받느냐며 한마디하고, 지애는 수업 중이라 못 받았다고 둘러댄다. 그러자 손 대리는 자신의 마음이 끌리는 대로 하면 안 되느냐고 묻는다. ●한국기행(EBS 오후 9시 30분)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이곳엔 평균 수령이 200~300년 된 금강송이 가득하다. ‘금강송’이라 불리는 소나무는 나이테가 사람 살같이 붉고 누르다 해서 황장목이라 불리기도 하고, 붉은 껍질을 갖고 있어 적송이라 불리기도 한다. 왕의 나무이자, 사람들의 삶을 비춰주는, 긴 세월을 견뎌온 금강송을 만나본다. ●메디컬 다큐 생명(OBS 오후 11시5분) 65세 장근수씨는 2007년 미국 이민 당시 폐암 말기에 2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건강하고 활기차게 살았으나 30년 가까이 피운 담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장근수씨는 미국에서의 치료를 과감하게 거부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민간요법과 병행하며 항암 치료를 시작하는데….
  • 새식구 스리랑카 코끼리 한쌍 공개

    새식구 스리랑카 코끼리 한쌍 공개

    “사드라인 필리가무! 알리야.”(스리랑카어:대단히 환영합니다! 코끼리) 서울대공원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스리랑카 코끼리 한 쌍이 13일 공개됐다. 서울대공원은 지난달 30일 스리랑카 정부로부터 기증받은 5살 수컷 코끼리 ‘가자바’와 6살 암컷 ‘수겔라’를 이날 오후 2시 경기 과천시 대공원 내 동물원에서 일반에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 코끼리들은 동물원 방사장에 자리를 잡은 뒤 검역과 건강 검진을 받아 왔으며,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공개 일정이 결정됐다. 서울대공원은 이 코끼리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스리랑카 현지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고 별도의 사료를 준비하는 한편 전문 조련사를 채용해 훈련 계획을 세우는 등 특별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이 코끼리들이 기존에 있던 코끼리에 비해 나이가 어리고 덩치가 작아 당분간은 별도의 방사장에서 지내도록 하고 추후 다른 코끼리들과의 합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 코끼리들은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인 ㈔지구촌사랑나눔의 김해성 대표와 스리랑카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의 개인적 인연으로 기증이 성사됐다. 이번 기증으로 코끼리 멸종위기로 고심하던 서울대공원은 코끼리 대를 이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국감 현장] 여야 ‘4대강 임신 5개월’ 날선 공방으로 파행

    12일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전날 ‘막말 국감’의 여진이 이어졌다. 민주당 김진애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국감 시작 전에 11일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의 ‘낙태발언’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고, 여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20여분간 파행을 겪었다. 장 의원은 전날 국감장에서 “4대강 사업은 임신 5개월이 지난 여성과 같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임신 못하게 하다가 지금은 낙태하라고 소리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에서 “장 의원의 발언은 전체 시어머니와 여성을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생명을 경시하는 비유”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선호 의원도 “야당의 역할을 이렇게 평가하는 것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들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장 의원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도로공사 감사인 만큼 목적에 맞지 않는 발언은 막아야 한다.”고 반박했고, 여야 간 공방으로 국감이 잠시 중단됐다. 발언 당사자인 장 의원은 정작 오전 감사에는 출석하지 않은 상태였다. 재개된 국감에선 도로공사의 과잉 복리후생과 퇴직 임직원 챙기기에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도로공사에선 다수 공기업들이 폐지한 대학생 자녀 학자금 무상지원과 체육행사비, 경로효친비, 간담회비 지급 등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도로공사가 퇴직자 모임인 도성회와 도성회의 출자사인 한도산업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7000억원에 달하는 계약을 몰아줬다.”면서 “이는 제 식구 감싸기로 사실상 노후보장제를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질타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은 “한도산업이 고속도로 전체 휴게소 및 주유소 160곳 중 16곳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비스트, ‘숨’으로 2NE1 잠재워..‘뮤뱅’ 1위 후 눈물

    비스트, ‘숨’으로 2NE1 잠재워..‘뮤뱅’ 1위 후 눈물

    비스트가 투애니원(2NE1) 신드롬을 잠재웠다. 컴백 1주일 만에 가요프로 정상에 오른 것. 비스트는 10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공개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KBS 2TV ‘뮤직뱅크’에서 ‘숨’으로 K-차트 1위를 거머쥐었다. 트로피를 거머쥔 비스트는 "항상 우리를 위해 고생하는 소속사 식구들 그리고 팬들에게 이 영광을 돌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비스트는 수상 직후 대기실에서 모두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 했다. 사진 = 큐브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정병근 기자 oodless@seoulntn.com ▶ ’슈스케’ 강승윤, 과거 얼짱신청 이력 공개 ‘풋풋’▶ 신동, ‘슈퍼스타K’ 박보람 분장…100% 싱크로율▶ ’지연 위로’ 정가은, 네티즌 비난에 트위터 중단 선언▶ 정윤돈 "’슈퍼스타K 2’낙방?…방송에 희생됐죠"▶ 전도연 파격드레스…네티즌 "최고 시스루룩" 극찬
  • 법사위 ‘그랜저 검사’ 부실수사 질타

    7일 서울고등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정모(51) 전 부장검사의 그랜저 승용차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 부실 수사가 도마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 행태에 대해 한목소리로 매섭게 질타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검찰 공무원 범죄 및 비위 처리 지침’에는 비위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없이 보고하도록 돼 있는데도 노환균 중앙지검장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직무유기에 대해 엄격히 따져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또 “정 전 부장검사가 고급차 외에 사례비 1500만원도 받았고 합의를 종용했다.”며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의 박우순 의원도 “검찰은 정 전 부장이 변제를 위해 넘긴 중고차가 400만원이라 봤지만, 양도증서에서 가격이 80만원으로 돼 있다.”며 자료를 제시했다. 여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았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이런 식으로 제 식구를 감싸면 검찰·법원에 아는 사람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법의 보호를 받겠느냐.”고 몰아붙였다. 김무성 의원은 “이 상황에서 야당 의원들이 특검을 요구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 지검장은 “고검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불찰이지만 검찰총장에게는 취임 즉시 보고했다.”고 밝혔다. 사례비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과정에서 그런 진술이 나온 바 없다.”고 해명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했으나 노 지검장은 “추가로 단서가 나오지 않는 한 지금으로서는 재수사를 검토할 사안이 아니다.”고 답했다. 한편 박지원 의원은 ‘50억 차명계좌’로 조사를 받고 있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노 지검장이 같은 경북 상주 출신이라는 점과 관련, ‘상촌회’(상주 촌놈 모임)의 존재에 대해 추궁했다. 하지만 노 지검장은 “라 회장이 고향 선배라는 것은 알지만 한 번 정도 만났을 뿐이고, 상촌회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임슬옹, 애견 토이푸들 “한 손에 쏙- 이름은 원빈?”

    임슬옹, 애견 토이푸들 “한 손에 쏙- 이름은 원빈?”

    그룹 2AM의 임슬옹이 새 식구로 맞아들인 애견을 공개했다.임슬옹은 7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손에 쏙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작은 갈색 푸들 강아지 사진을 공개했다.임슬옹은 “우리 애기에요”라고 말문을 열며 “우리집 새 식구- 너무 예쁘다! 내 한손에 쏙 들어옴ㅠㅠ”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자신의 방에서 찍은 듯한 배경의 사진 속 강아지는 임슬의 한 손에 꼬옥 들어가 주먹보다 작은 앙증맞은 크기를 뽐내고 있다.새 식구에게 푹 빠진 듯한 임슬옹도 지인들에게 “까만 털색이 진짜 예쁘다”, “얘는 좀 고급이다”, “원빈이, 옹아지, 수철이 등등 많은 이름 리스트들이 올라오고 있다” 등의 답글로 새 식구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견종 ‘애플푸들’로 보이는 이 강아지의 깜찍함에 임슬옹의 지인들도 열렬히 환호했다. 미스에이 멤버 민도 “찬성 오빠 고양이 봤어? 완전 귀여움. 그런데 오빠 강아지도 완전 귀엽다”는 메시지를 보냈다.사진을 본 팬들은 “너무 귀엽다”, “임슬옹+강아지=옹아지 좋네요”, “부숴 질 것 같아요 조심조심”, “강아지가 되고 싶다”, “오빠도 SS501 형준오빠처럼 개사기 당한거 아니죠?”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한편 임슬옹은 7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배우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다.사진 = 임슬옹 트위터서울신문NTN 오영경 기자 oh@seoulntn.com ▶ ’마르지 않는 샘’ K-POP 걸그룹▶ 김종국 "여행, 이효리보다 옥주현이 편해"▶ 지연 소속사 ‘음란 채팅 동영상’ 해명 "닮은 사람일뿐"▶ [PIFF 2010] 레드카펫 패션, 2009년 ‘고전미’…올해는?▶ ’배추값 폭등’ 농협, 포기당 2천원 배추 예약판매
  • [사설] 검사가 그랜저 받았는데 대가성 없다니

    후배 검사에게 부탁해 피고소인들을 기소하게 하고, 고소인에게 그랜저 승용차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부장검사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동안 검찰은 제 식구가 수뢰 의혹을 받을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대가성을 내세웠다. 검찰은 이번에도 고소인이 그랜저 값을 대납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가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차 값은 빌린 것이며 모두 갚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달 ‘스폰서 검사 특검’에서도 검사들이 향응과 촌지는 받았지만 대가성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그랜저 값 대납 사건은 비교적 대가성이 분명해 보인다. 부장 검사도 후배에게 “사건기록을 잘 검토해달라.”고 한 사실은 인정했다고 한다. 게다가 경찰에서 무혐의 의견으로 송치된 피고소인들은 기소된 뒤 1·2·3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무리하게 기소한 것으로 판명난 것이다. 검찰은 두 검사를 기소하더라도 무죄가 나올 것이 분명한데 기소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혐의 처분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검찰은 대가성이 없다고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관련자를 기소해 판결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대가성 유무 결정은 법원이 내리는 것이다. 검찰은 먼저 피고소인들의 항고를 받아들여 무혐의 여부를 다시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면 최근에 발족한 검찰시민위원회의 의견을 듣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더 나아가서는 피고소인들로 하여금 재정신청을 하도록 함으로써 법원의 판결을 받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최근 검찰의 권위와 신뢰는 더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검찰이 국민의 건전한 법감정과 상식에 위배되는 결정을 내리면 불신만 더 키울 뿐이다. 이제 읍참마속의 결기가 없어서는 신뢰 회복의 전기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사람&이슈] Rh-B형 혈액없어 아들 잃은 전정우씨

    [사람&이슈] Rh-B형 혈액없어 아들 잃은 전정우씨

    “피 구하느라 피가 말랐습니다.” 서울 공덕동에 사는 전정우(44)씨는 올 4월 하나뿐인 아들(19)을 잃었다. 직접 사인은 퇴행성 T세포 림프종. 하지만 항암치료에 필수였던 혈소판을 구하지 못했던 것도 아들을 잃은 이유다. 전씨의 아들은 Rh- B형으로 국내 0.1%도 안 되는 사람만이 가진 희귀혈액형 보유자였다. 때문에 혈액을 돈을 주고 살 수도 없었고, 기증받는 것은 더더욱 어려웠다. 결국 전씨의 아들은 올 3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던 35일 동안 단 하루만 혈소판 2유닛을 정상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다. ●혈액관리 기관 아무런 도움 못 줘 5일 만난 전씨는 “혈소판이 없어 치료조차 못 받고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을 그냥 지켜봐야 했던 것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마저도 낮에는 아들의 병상을 지키고 있을 수 없었다. 한 방울의 혈액이라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 혈액관리본부에 도움을 청했지만 ‘Rh-봉사회’라는 민간단체를 소개 받았을 뿐 혈액을 공급 받지는 못했다. 인터넷이나 트위터를 통해 기증자를 찾았고, 기증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만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Rh-형의 혈액 기증자를 찾기 어려웠다. 어쩔 수 없어 전씨는 외국인에게 눈을 돌렸다. 서양인에게는 Rh-혈액형이 상대적으로 흔하기 때문이다. 서양인 중 15~20% 정도가 Rh-보유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막상 서양인이 혈액을 기증하겠다고 나서도 헌혈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대한적십자 혈액관리본부가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인간 광우병) 헌혈금지지역’인 영국, 프랑스 등 43개 유럽국가 출신의 헌혈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광우병이 전파될 우려 때문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인들도 헌혈이 쉽지 않았다. 말라리아 위험 지역인 베트남·인도·중국 등 108개국의 일부 혹은 모든 지역에 여행을 했다면 2년간 헌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씨는 “자식은 병상에서 죽어가는데 기증자가 나타나도 헌혈이 안 되니 답답했다.”면서 “기증자 열명 중 두 명 정도만 간신히 헌혈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과다출혈 무서워 둘째 임신 포기 외국인에게 소개할 헌혈 관련 안내문이 영어로 번역돼 있지 않은 것도 발목을 잡았다. 결국 정씨는 지난 6월 직접 헌혈 안내 책자를 영문으로 번역해 혈액관리본부로 보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희귀혈액 수형 시스템은 환자 가족이 직접 발벗고 나서지 않으면 혈액을 구할 수 없는 시스템”이라면서 “일본처럼 기증자를 확보하든, 외국인의 헌혈을 쉽게 하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h-형 혈액 보유자는 심각한 병에 걸리지 않아도 늘 죽음의 공포를 안고 살아간다. 서울 우장산동에 사는 양문영(36·여)씨는 2002년 딸 여민주(8)를 출산한 뒤 아직까지 둘째를 가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료진은 출산 직후 Rh+에 대한 항체 형성을 억제하는 글로블린 주사를 맞아 둘째를 가져도 된다고 했으나 가족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양씨는 “과다출혈이 올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며 시댁 식구들이 걱정해 둘째를 못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섭 Rh-봉사회 사무국장은 희귀혈액 관리가 정부 차원이 아니라 당사자들끼리 서로 돕는 후진적 형태”라면서 “정부 차원의 기증자를 모집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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