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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광명산단 데이터센터 착공 등 글로벌 AI시대 핵심 인프라 구축

    포항 광명산단 데이터센터 착공 등 글로벌 AI시대 핵심 인프라 구축

    경북 포항시가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첫 삽을 뜨는 등 글로벌 AI 시대를 선도할 핵심 인프라 구축에 본격 돌입했다. 시는 최근 광명일반산업단지에서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착공을 시작해 AI 기반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30일 밝혔다. 투자사는 네오AI클라우드, 시공사는 현대건설이다. 이번 사업으로 광명일반산업단지 내에 1단계로 총 2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통해 40㎿급 글로벌 AI 데이터센터를 조성한다. 2027년 준공이 목표다. 1단계 40㎿ 구축 이후에는 260㎿ 규모의 2단계 데이터센터 확장도 계획하고 있어 포항이 국내 AI 인프라의 새로운 거점으로 성장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초고성능 연산 인프라 확보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정부 역시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선정을 통해 정책적 지원을 쏟고 있다. 이번 데이터센터 착공은 이러한 국가적 흐름과 맞물려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계기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특히 시는 적극적인 행정 지원으로 이번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이끌어 왔다. 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인허가 패스트트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한국전력의 전력 계통 영향평가부터 산업단지계획 변경, 입주 승인, 건축허가 등 까다로운 주요 행정 절차를 체계적으로 지원했다. 이후 전력 계통 영향평가 비기술평가와 기존 건축물 철거, 시공사 선정 등을 거쳐 본공사 착공에 이르렀다. 글로벌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포항이 보유한 철강, 이차전지 등 세계적인 제조 기반과 포스텍·한동대,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인프라가 결합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연산과 클라우드, 데이터, 보안 관련 기업이 모이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철강과 로봇, 이차전지, 첨단신소재 등 지역 주력산업을 피지컬 AI 기술의 실증과 사업화가 이루어지는 현장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중소·중견기업도 고성능 연산자원과 AI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학과 연구기관의 역량을 기업의 기술개발과 인재 양성, 채용과 창업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이를 통해 전통 제조업의 AI 전환은 물론, AI 서비스와 데이터 비즈니스 등 신산업 생태계가 조성돼 우수 인재 유입과 청년 일자리 창출, 지방세수 확보 등 지역 경제 전반에 활력이 돌 것으로 기대된다. 박용선 포항시장은 “이번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착공은 포항의 산업 지형을 바꾸는 위대한 출발점”이라며 “기업과 기술, 인재가 선순환하며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해 포항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I 산업 거점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낱낱의 공간, 겹겹의 시간… 그 여름 묵호는 잔잔했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낱낱의 공간, 겹겹의 시간… 그 여름 묵호는 잔잔했다[박상준의 문장 여행]

    첫날 태풍을 만나지 않았다면, 감사함이 이리 컸을까. 잔잔한 묵호항과 두둥실 그림처럼 떠 있는 구름이 마음에 평화를 안겨줬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잠시 멈췄다가 내쉬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순간이 영원이 되었다. ‘여행이란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말처럼, 잊고 있던 내가 거기에 있었다. 채지형 ‘언제라도 동해’ 중에서 ‘여행이란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란 말은 익숙하다. 그런데 이 말은 잊고 있던 나를 발견하는 순간 마음에 콕하고 별처럼 박힌다. 잊고 있던 나는 꿈꾸는 나일 수도, 어느 한철의 뜨거운 생일 수도 있어서, 우리는 그 사실을 두 번 잊지 않으려 낱장의 마음 모서리를 표시 나게 접어두곤 한다. 겹과 겹의 시간이 쌓인 묵호에는 그런 표식이 많아서 걸음을 멈추고 거리의 풍경을 읽는 시간이 길었다. ●차곡차곡 쌓인 묵호의 시간 기차를 탔다. 묵호 가는 길이다. 막 정동진역을 지났다. 차창 밖으로 바다가 흐른다. ‘바다다!’ 하며 별일 아닌 척하지만 들뜬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이미 ‘와~’하며 기차 밖으로 뛰쳐나갈 기세다. 바다에 살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움튼다. 채지형 작가는 2020년 3월 동해시립발한도서관 강의를 위해 묵호를 찾았다. 처음 방문한 건 아니었는데 동해의 속삭임이 유독 크게 들렸다. 9월에는 묵호 논골담길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한 달의 첫날, 작가를 맞이한 건 ‘덜컹거리는 문, 방파제를 넘나드는 파도 소리, 그리고 바람의 울음소리’였다. 푸른 바다가 아닌 태풍의 ‘소리에 점령당한 밤’이었다. 다음 날, 아침은 거짓말처럼 맑고 고요했다. 결국 한 달 살기를 두 번 더 연장해 석 달을 살았다. 다음 해에는 ‘한 달’을 뗀 살기를 시작했다. 사진작가인 남편 브루스와 집을 구하고 ‘잔잔하게’라는 이름의 책방도 열었다. 어느새 5년째다. 그날, 작가가 논골담길 바람의언덕에서 만난 ‘잊고 있던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묵호는 2020년만 해도 인기 있는 여행지는 아니었다. KTX가 개통되며 막 여행자들이 찾기 시작하던 시기다. 불과 6년이 지났을 뿐인데 묵호의 여행 열기는 뜨거워도 너무 뜨겁다. 그럴 만도 하다. 묵호역에서 바다가 보이는 도째비골스카이밸리까지 고작 1.5㎞다. 바다가 이처럼 가까운 KTX역은 많지 않다. 더구나 번화하던 묵호의 옛 도심에 새로 자리 잡은 카페와 소품 가게가 역과 바다를 잇는다. 시간이 혼재한 거리는 이채롭기 그지없다. 두 사람은 여전히 묵호에 산다. ‘언제라도 동해(푸른향기)’는 여행기라기보다 그 여정의 기록에 가깝다. ●한의원 옆 소품 가게 동해시는 1980년 강릉시 묵호읍과 삼척시 북평읍이 합쳐 탄생했다. 그래서 묵호와 북평을 중심으로 큰 시가를 이룬다. 묵호는 동해시가 생기기 이전부터 이미 동해를 대표하는 항구였다. 일제강점기이던 1930~40년대에는 태백과 삼척의 무연탄이 기차로 옮겨진 후 묵호항에서 일본으로 빠져나갔다. 1963년에는 묵호등대가 불을 밝혔고 다음 해 묵호항은 국제항으로 승격했다. 명태와 오징어가 풍요를 더했다. 개들이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녔고 발한삼거리 땅값이 ‘강원도에서 으뜸’이었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90년대 이후로는 과거의 영화만이 낡은 네온사인처럼 길 위에 머물렀는데, 벽화마을을 지나 바다까지 걸어가다 보면 동해의 20세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 같은 풍경이 오히려 젊은 세대에게는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었나 보다. 묵호역에서 발한삼거리를 잇는 거리부터 독특하다. 실상 4차선 도로가 지나니 걷기 좋은 길이라기에는 폭이 넓다. 경북 경주시 황리단길이나 전북 군산시 근대역사문화거리는 좀 더 촘촘하고 호젓한 편이다. 대신 묵호역에서 묵호항까지 신호등이 없다. 사람들은 좌우를 살핀 후 횡단보도로 넘나들고 차들은 그에 맞춰 속도를 줄인다. 또한 여행과 삶, 옛것과 새것이 어울린 전경을 빼놓을 수 없다. 굳이 횡단보도를 건너게 하는 건 할머니와 손주처럼 나란한 상점들 때문이다. 묵호의 생활이 뒤섞인 낡은 상가에 카페와 소품 가게가 숨은그림처럼 존재한다. 묘한동해는 한의원 옆에 있고 작은 클래식 공연장 페르마타 2층에는 ‘노래빠’가 있다. 111호 프로젝트와 끼룩 등은 뉴월드상가 1층에 오밀조밀하다. 등대 모형이 있는 발한삼거리는 그 정점이다. 회전교차로 북쪽 건물은 ‘발리 관광룸클럽’이라는 큰 글자가 두드러진다. 지난 시절의 유흥을 상징하는 간판은 당당히 삼거리의 랜드마크다. 반면 건너편 서쪽 2층 타로 카페 이름은 ‘김수영을 위하여’다. 투명한 천장 위로 물결이 일렁이는 티룸 도야하우스의 옆인데, 1층 계단 입구에는 ‘정오가 조금 못되어 우리는 폐허를 지나 바닷가의 작은 카페로 돌아온다’라는 알베르 카뮈의 글이 적혔다. 동쪽 모퉁이에는 라운드어바웃 동해가 여행자의 핫플로 부상했다. 창밖으로 ‘발리 관광룸클럽’이 보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옛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읽힌다. 김수영이라는 이름조차 그러할 것이다. 1960~70년대를 살아온 이들에게는 위대한 시인이고 저항의 아이콘일 테지만, 21세기를 사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카페의 이름일 따름이다. 서로 다른 세대가 같은 거리에서, 서로의 시간을 읽어가며 이렇듯 어울리고 있다.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해도(그래봐야 발한삼거리에서 2.8㎞다) 어달삼거리 역시 마찬가지다. 채 작가가 책을 쓸 때는 무심히 지나는 바다 곁의 길이었다. ‘이렇게 좋은데 왜 모를까’ 했던 동네의 명소는 이제 동해 여행의 성지다. 길 끝에 펼쳐지는 푸른 바다가 마치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장면 같다. ●괘종시계로 이어진 공간 채지형 작가와 브루스의 여행책방 ‘잔잔하게’도 묵호의 일상에 밀착한다. 발한삼거리 못미처 은행365코너와 헤어숍의 사이의 책방은 안쪽으로 길쭉해 밖에서 보는 입면이 앙증맞다. 책 속의 지혜는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는 법이라는 은유일까. 잔잔하게 앞서 들른 만능열쇠기공이라는 가게 역시 그러했다. 묵호사거리 지하도의 출구 모퉁이에 자리해 지나치기 쉽다. 그럼에도 기어이 문을 연 건 쇼윈도에 적힌 ‘72년 기능올림픽 은메달(강원지방대회)’이라는 문구가 호기심을 자극한 까닭이다. 묵호에 아파트가 줄줄이 지어지던 1977년 문을 연 열쇠 가게에서는 열쇠만이 아니라 다양한 기기의 작은 부속품이 박상희 씨의 손에서 고쳐지고 만들어졌다. 피서철에는 자동차 열쇠를 잃어버린 여행객의 주문이 폭주해 덩달아 성수기였다고. 가게 벽면에는 이빨을 새기지 않은 원물의 열쇠가 종과 열을 맞춰 늘어서 있다. 그 가운데 옛날 자동차 열쇠가 여럿 보인다. 괘종시계와 악기도 시선을 끈다. 시계와 악기의 부품을 수리하는 것 역시 그의 일이었다. 정시가 되자 괘종시계는 시간을 맞춰 울렸다.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시간의 소리를, 시침처럼 멈춰 서서 여운이 사라지기까지 귀 기울인다. 만능열쇠기공을 나올 때는 복둥이(개)와 별이(고양이)가 무뚝뚝하게 배웅했다. 같은 해에 태어난 개와 고양이는 11년째 부부처럼 산다. 건너편 묘한 동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한 건 열쇠 가게의 별이 때문이 아니라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묘한 동해는 여행을 기억할 수 있는 다채로운 기념품과 소품을 판매한다. 대부분 고양이를 주제로 한 것들이다. 사람이 빚은 세상 모든 고양이의 형상을 한곳에 모은 듯하다. 묘한의 ‘묘(猫)’는 고양이를 이르는 말일 텐데 이 거리에서 동해는 한층 묘한 도시가 된다. 묘한 동해를 나와서는 이웃한 농산물 유통업체의 ‘먹을 복 福‘이라는 글자 앞에 멈춰서 웃고 말았다. 두 가게가 영락없이 복둥이와 별이인 셈이다. ●오늘도 여행의 날들 여행책방 잔잔하게는 묘한 동해에서 멀지 않은 길 건너편이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좌우를 살핀다. 묵호 사람에게는 익숙한 일상일 테지만 여행자에게는 무단횡단만큼이나 낯설다. 책방에서 역시 책보다 괘종시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제 막 익숙해진 시간의 소리, 괘종의 여운 탓이다. 여행책방 ‘잔잔하게’를 이루는 건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여행책이다. 책방의 슬로건은 ‘책과 함께 당신의 동해 여행이 시작되는 곳’. 채 작가와 브루스는 책방을 방문한 여행자들이 해변에 앉아 책장을 넘기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때 어울리는 책들을 책장에 큐레이션한다. 하지만 여행은 각자가 다르므로 여행자의 시선이 다시 큐레이션 주제로 돌아오기도 한다. 또 하나는 시간과 사연이 깃든 물건이다. 괘종시계는 채 작가 엄마의 약국에서 이미 한 생을 살았다. 괘종시계 옆에 놓인 카세트 플레이어는 그녀의 아버지가 쓰시던 것이다. 앞선 세대에게 카세트 플레이어는 여행의 필수품이었다지. 맨 안쪽 작은 방에는 채 작가가 여행에서 수집한 인형이 가득하다. 인형은 그 나라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그러니 이곳은 여행책방이지만 ‘여행+책방’이기도 하다. 거기에 묵호의 바다가 일상으로 스민 셈이다. 이를 표현한 말이 ‘잔잔하게’다. 채 작가는 “꽃이 참 잔잔해서 예쁘다”던 엄마의 말을 떠올려 책방 이름을 지었다. 잔잔한 파도, 잔잔한 음악 돌이켜보니 잔잔한 일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잔잔하게를 나와서는 동쪽바다중앙시장 북문을 지나 바다정원길을 오른다. 묵호의 벽화마을은 논골담길이 유명하지만 동쪽바다중앙시장부터 이미 벽화의 골목은 시작한다. 별빛마을전망대를 지나 묵꼬양치유카페까지, 묵호항과 바다를 오른편에 끼고 기슭을 오르내린다. 누군가의 생활 터를 지날 때는 발소리를 죽인다. 묵꼬양치유카페에서는 동쪽으로 논골담길 전경이 선물처럼 펼쳐진다. 묵호등대와 채 작가가 ‘태풍의 다음 날’을 맞은 바람의언덕이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이룬다. 그 너머에 도째비골스카이밸리와 도째비골해랑전망대 또 어달삼거리가 있을 것이다. 그리 이어진 풍경 안에서 마을과 바다는 다정한 이웃이자 삶의 동지다. 채 작가는 해가 지고 논골담길에 하나둘 불이 켜지는 순간을 무척 좋아한다 했다. 기슭에 촘촘한 집들 위로 별들이 고요히 내려앉은 듯한 시간, 저마다 다른 생김과 다른 사연을 간직한 반짝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풍경은 삶의 터전이 된 묵호에서 변함없는 여행의 날들을 선물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테지. 그러고 보면 여행은 풍경의 발견이 아닌 생활의 발견, 태도의 변화일 수 있겠다. 날 선 감각은 지우고 낯선 감각을 불러내며, 드러나지 않게 시간과 공간의 사연을 잇대는 여정, 순간이 영원이 될 수는 없지만 현재를 누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테다. 그래서 여행은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된다. 잊고 있던 어제의 내가 오늘은 거기에 있을지 모를 일이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거짓말(기원석 지음, 달) “인간은 호의와 긍정만으로 허용되고 발전하는 존재가 아니고, 동시에 처벌과 냉대와 박탈로도 나아지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2018년, 스물여덟 살에 등단한 시인은 문학을 등지고 교도관이 됐다. 교정상담사로 강력범들과 마주한 기록을 모아 산문집을 냈다. ‘왜 제가 상담을 받아야 하죠?’라는 반발로 시작된 자리에서 그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사라지는 드문 변화의 순간들을 목격한다. 책의 제목은 ‘사람은 변한다’는 반대 선언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다’는 단정이 가진 편리함을 경계하고 무관심을 지적하는 의미다. 가해자를 옹호하지도 피해자의 고통을 지우지도 않으려는 자리에서 시인은 ‘사람은 변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건넨다. 220쪽, 1만 6800원. 징후와 형식(오형엽 지음, 민음사) “시인의 창작 체험에서는 ‘시적 내용’이 ‘시적 형식’으로 전이되는 과정에서 전반성적이고 비규정적인 생성 원리인 ‘구조화 원리’가 작동한다. 비평가가 이 원리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시적 형식’을 경유하여 ‘시적 내용’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방향의 비평 체험이 필요하다. 시인의 창작 체험이 진행하는 경로와 평론가의 비평 체험이 진행하는 경로가 교차하고 충돌할 때 발생하는 내적 섬광 속에서 비로소 ‘구조화 원리’를 포착할 수 있다.” 199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며 비평 활동을 시작한 문학평론가 오형엽 고려대 국문과 교수의 다섯 번째 비평집이다. 개별 시인의 전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전작주의’에 입각한 시인론으로 2000년대 이후 등단한 한국 대표 시인 24명의 텍스트를 귀납적으로 분석했다. 604쪽, 2만 8000원. 동굴 안에 뭐야?(김상근 지음, 사계절) “동굴? 어두운 곳은 위험하단다. 뭐가 나올지도 모르고……. 그러다 뿔이 정말 많고 덩치도 엄청 큰 데다 꼬마 개구리쯤은 한입에 꿀꺽 삼키는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나면 어쩔래?”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을 담은 캐릭터로 이야기를 만드는 김상근 작가의 그림책. 어느 날 아기 개구리들이 어두컴컴한 동굴 앞에서 반짝이는 것을 발견한다. 엄마 개구리는 들어가지 말라고 말리지만 개구쟁이 아기 개구리들은 몰래 동굴로 들어간다. 동굴 안에서는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동굴을 가로지르는 아기 개구리들의 거침없는 발걸음을 따라가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마음을 만나게 된다. 48쪽, 1만 5000원.
  • [책꽂이]

    [책꽂이]

    상냥한 지옥(이리나 그리고레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사회주의 정권의 붕괴와 체제 전환을 목도한 유년 시절부터 체르노빌 사고의 여파, 자본주의 일본으로 떠나온 3대에 걸친 여성들의 유대까지. 루마니아 출신 문화인류학자가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사회와 역사를 기록했다. 역사에 이름 남기지 못한 존재들과 전환의 시대를 살아낸 개인의 신체적·감각적 변화를 시적이고 함축적인 문체로 풀어낸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저서 ‘설국’을 접한 뒤 일본으로 건너간 여정과 함께, 자본주의의 현실을 ‘상냥한 지옥’이라 부른 다섯 살 딸의 통찰이 담겼다. 264쪽. 1만 8000원. 뭉우리돌의 광야(김동우 지음/ 수오서재) 한국 국외독립운동의 흔적을 기록해 온 사진가 김동우의 세 번째 국외독립운동사 탐방기. 1937년 연해주에서 중앙아시아 황무지로 강제 이주당한 한인들과 독립운동가들의 잊혀간 삶을 추적했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의 20개 이상의 도시를 발로 뛰며 채집한 기록과 생생한 현장 사진 183컷을 담았다. 홍범도 장군의 말년과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증언을 조명하며 잊힌 역사의 퍼즐을 맞춘다.  460쪽. 2만 7000원. 나의 우아한 목기 시대(이정환 지음/ 시대의창) 30여 년간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어 온 방송국 프로듀서가 쉰 살에 만난 목공을 통해 삶을 돌아본 인문 에세이. 흑단, 유창목, 오크 등 다양한 나무를 직접 깎고 사포질하며 터득한 목재의 과학적 지식과 함께 역사, 신화, 심리학을 아우른다. 상처 입은 나무가 빚어내는 깊은 무늬처럼 인생의 시련과 나이테를 받아들이는 지혜를 전한다. 속도전의 시대에 변하지 않는 가치와 단단한 삶의 태도를 모색하게 한다. 336쪽. 2만 2000원. 기후로 보는 한국사(박정재 지음/ 바다출판사) 지리학자가 동굴 석순, 습지 꽃가루, 나이테 등 지구과학적 증거와 고문헌 기록을 결합해 한국사를 기후변화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중국 랴오허 유역의 한랭화로 인한 고조선의 형성부터 5세기 추위가 이끈 장수왕의 평양 천도, 고려의 중세 온난기 무역, 조선시대 경신대기근과 민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대전환의 이면에 작동한 기후의 영향력을 밝힌다. 312쪽. 1만 9800원.
  • 멈춰 선 日반도체 심장… 여진 공포 속 공급망 걱정에 ‘발 동동’

    멈춰 선 日반도체 심장… 여진 공포 속 공급망 걱정에 ‘발 동동’

    TSMC·소니 등 가동 못하고 점검만미세 흔들림에도 생산 차질 가능성2016년엔 재개하는 데 3개월 걸려물류 타격에 공급 불안 장기화 우려사망자 34명… 1만여명 대피소 생활 지난 28일 발생한 규모 7.1의 구마모토 강진으로 일본의 ‘실리콘 아일랜드’가 멈춰 섰다. 주요 반도체와 자동차 업체들은 지진 발생 이틀째인 30일까지도 재가동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채 설비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밤에도 규모 5.8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지진 활동이 계속되면서 업계는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처럼 더 큰 지진이 뒤따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제1공장의 생산 재개에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물 안전성과 용수·전력 공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강한 흔들림을 받은 제조 장비의 재점검과 정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일시 중단했던 제2공장 건설은 재개했다. TSMC 인근에서 이미지센서를 생산하는 소니세미컨덕터매뉴팩처링도 핵심 생산 거점인 ‘구마모토 테크놀로지 센터’의 가동을 멈추고 피해를 점검하고 있다. 반도체는 수백 개 공정을 거치는 초정밀 산업으로 건물에 큰 피해가 없더라도 장비의 미세한 흔들림만으로도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웨이퍼 투입부터 출하까지 통상 3개월가량 걸려 생산 중인 제품이 손상되면 폐기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구마모토를 핵심 거점으로 한 규슈는 TSMC와 소니 등 반도체 관련 사업장 743곳이 밀집한 ‘실리콘 아일랜드’로 불린다. 업계는 2016년 규모 6.5 전진 이틀 뒤 규모 7.3 본진이 발생해 피해가 커졌던 전례를 주시하고 있다. 당시 소니 공장이 정상 가동을 재개하는 데는 약 3개월이 걸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공장 피해뿐 아니라 물류·수송 인프라 차질까지 겹쳐 일본 반도체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도 생산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도요타는 후쿠오카현 도요타규슈 3개 공장, 혼다는 구마모토제작소의 생산 중단을 각각 31일까지 연장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는 부품 공급망 차질로 도요타 생산라인의 약 90%가 멈춘 바 있다. 이번 강진으로 규슈자동차도와 미나미규슈자동차도, 규슈중앙자동차도 등 고속도로 총 110㎞ 구간이 통제됐고, 반도체용 고압가스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남규슈 유일의 항만인 야쓰시로항에서는 액상화와 지반 침하, 균열이 발생했다. 구마모토공항은 활주로 운영을 재개했지만 일부 항공편 결항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구마모토현 당국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지진 관련 사망자가 34명이라고 발표했다. 현재도 지역 대피소 400여 곳에서 1만여 명이 대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 축구협회 청문회도 ‘전술 부재’… 정몽규 배려 문자로 발칵

    축구협회 청문회도 ‘전술 부재’… 정몽규 배려 문자로 발칵

    윤용근 의원 “정 선배한테서 연락”정 “신경써줘서 감사합니다” 답장언급된 ‘정 선배’는 정진석 前 실장질의 대부분 1년 10개월 전과 비슷홍 “빵집면접, 특혜 요구는 없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월드컵 졸전을 계기로 열린 국회 청문회가 결국 결정적 ‘한방’ 없이 이미 사퇴한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과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을 겨냥한 ‘망신 주기’로 끝났다. 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는 ‘월드컵 참패의 원흉’으로 지목된 정 전 회장과 홍 전 대표팀 감독이 증인으로 참석해 여야 의원들의 따가운 질타를 받았다. 두 사람이 국회 증인으로 함께 선 건 2024년 9월 문체위의 축구협회 현안 질의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여야 의원들은 태업과 전술 부재 등으로 경질됐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에 이은 홍 전 감독 선임 과정을 비롯해 협회 행정 전반에 대해 따져 물었다. 다만 질의 대부분은 2024년 현안 질의에서 다뤘던 사안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정 전 회장과 문체위 소속 윤용근 국민의힘 의원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대화가 서울신문 보도로 알려지면서 청문회 분위기가 급변했다. 윤 의원은 정 전 회장에게 “회장님, 국민의힘 윤용근 의원입니다. 어제 정 선배님한테 연락받았습니다. 더 잘 배려해 드려야 하는데... 송구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정 전 회장은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자리 말고 다른 자리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정몽규 드림”이라고 답했다. 윤 의원 의원실은 문자에 등장하는 ‘정 선배’가 누구인지를 묻는 본지 취재에 “정몽규 회장을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여당 의원들의 청문회 질의를 통해 거짓으로 드러났다. 정 전 회장은 이재정 문체위원장이 “문자에 언급된 ‘정 선배’가 누구냐”라고 묻자 “제가 이 자리에서 그런 것까지 말씀드릴 법적인 의무가 있느냐”라고 반문한 뒤 “현재 놀고 계신 분이다. 청문회 관련해서 특별한 부탁이나 편의를 요청한 사실은 전혀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맞느냐”라고 추궁하자 “프라이버시다. 말씀 못 드리겠다”라고 답했지만, 노 의원의 거듭된 압박에 “(정 전 실장과는) 학부는 같지만, 학번은 (그가) 선배다. 평소 뵐 일은 없었다”고 시인했다. 정 전 실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79학번, 정 전 회장은 같은 학교 경영학과 80학번으로 동문이다. 한편 홍 전 감독은 ‘심야 빵집 면접’ 논란과 고액 연봉 수령 의혹 등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는 “2024년 당시 감독 추천 권한이 없던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가 밤 11시에 빵집에서 면접하듯 만났다”라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집 앞(빵집)에서 만났다는 점에서 국민께서 불투명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어떤 특혜나 이익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홍 전 감독은 ‘프로 감독 시절 15억원대였던 연봉이 대표팀에선 38억원으로 늘었다’라는 지적에는 “세전으로도 38억원엔 미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 에이스 곽빈, 타자 김도영… AG 금메달 ‘본전’ 뽑는다

    에이스 곽빈, 타자 김도영… AG 금메달 ‘본전’ 뽑는다

    美 마이너 뛰는 대만 투수들 살펴CPBL·일본 사회인 야구까지 파악곽, 최고의 안정감… 金 타격 기대김주원·노시환·문보경 핵심 타선9월 21일 대만과 B조 1차전 대결WBC 석패 아쉬움 씻을 동기 부여 2026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이 50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스포츠팬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종목 중 하나가 바로 야구다. 아시안게임 5회 연속 우승을 노리는 야구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류지현 감독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상대팀 전력분석과 한국 선수들의 컨디션 체크로 눈코 뜰 새 없는 류 감독을 30일 만나 아시안게임 준비 상황과 각오를 들어봤다. 류 감독은 “미국으로 출장을 갔다가 25일 귀국했다.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대만 투수들을 좀 훑어보고 왔다. 원래 시차를 좀 타는 편이라 아직 몽롱하다. 갈 때도 힘들고 돌아와서도 힘들다”고 근황을 밝혔다. 8월엔 더 바빠진다. 8월 초에는 대만으로 건너가서 대만프로야구 경기를 지켜볼 예정이다. 8월 말에는 일본 대표팀 전력분석을 위해 일본 사회인야구 현장을 찾는다. 국내에 머무는 동안에는 각 팀에서 뛰고 있는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 류 감독은 “이전 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을 기반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명단은 갖고 있지만 확정된 상태는 아니었다. 정밀한 전력분석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대만과 같은 조에 속했지만 일본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어느 한쪽만 바라보고 전략을 짜면 안 된다”고 말했다. 류 감독의 시선은 대만 쪽에 조금 더 쏠려 있다.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에서 대만에 4-5로 석패했던 아쉬움을 씻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당시 대만 핵심 전력의 대부분을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출격시킨다. 류 감독은 “2023년 항저우 대회 때도 금메달 따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젊은 선수들이 기량 이상의 집중력을 보여줬다. 당시 문동주(한화 이글스), 최지민(KIA 타이거즈), 박영현(kt 위즈) 등은 KBO리그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태는 아니었는데 평소보다 더 나은 실력을 발휘했다. 이번에도 그런 부분들을 기대하고 있다. 동기부여의 요소가 있는 대회이기 때문에 조금 더 집중하면 젊은 선수들 특유의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류 감독은 대표팀의 키플레이어로 곽빈(두산 베어스)을 꼽았다. 그는 “에이스 구실을 해줄 수 있는 곽빈을 와일드 카드로 선택했다. 곽빈은 지금 KBO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투수다. 곽빈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타자로는 김도영(KIA), 김주원(NC 다이노스), 노시환(한화), 문보경(LG 트윈스) 등이 핵심이다. 국가대표 경험도 제법 있으니 이들이 중심타선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따도 본전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만큼 부담스럽고 어렵지만 국가대표라는 사명감은 어느 대회든 똑같다. WBC가 끝난 직후부터 아시안게임 체제로 신속하게 전환해 지속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남은 기간도 잘 준비해서 기대하시는 좋은 성적을 올리겠다”고 결의를 밝혔다. 야구 대표팀은 9월 13~14일쯤 소집돼 국내에서 손발을 맞춘 뒤 일본으로 건너가 9월 21일 대만과 B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은 9월 27일에 열린다.
  • 호반건설 시공능력 12위 유지… 삼성물산 1위

    GS건설 ‘빅3’ 재진입·현대건설 2위호반산업 한 계단 올라 30위 기록 현대엔지니어링도 6위→4위 상승호반건설이 올해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서 12위를 지켰다. 삼성물산은 13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GS건설은 5년 만에 3위로 올라서며 삼성물산·현대건설과 함께 ‘빅3’를 형성했다. 국토교통부는 30일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전국 건설업체 가운데 평가를 신청한 7만 433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도 시공능력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 신청 업체는 전체 건설업체 8만 8424개의 84.1%다. 토목건축공사업 시공능력평가 결과에서 호반건설의 평가액은 3조 4029억원으로 집계됐다. 호반건설은 2024년부터 3년째 12위를 유지 중이다. 호반산업의 평가액은 1조 469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한 계단 상승하며 30위에 올랐다. 삼성물산은 평가액 34조 8785억원으로 2014년부터 올해까지 13년 연속 1위를 수성했다. 현대건설은 18조 2714억원으로 2위를 유지했고, GS건설은 11조 668억원을 기록하며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GS건설을 비롯해 10위권 내에서는 순위가 변동된 기업이 많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6위에서 올해 4위로 두 계단 올랐다. 지난해 3위였던 대우건설은 5위로, 4위였던 DL이앤씨는 6위로 내려갔다. 지난해 7위 포스코이앤씨와 8위 롯데건설은 올해 서로 순위를 맞바꿨다. SK에코플랜트는 9위, 아이파크현대산업개발은 10위로 지난해와 같았다. 공사 종류별 지난해 실적을 보면 토목건축 부문은 현대건설이 10조 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물산(9조 7000억원), 현대엔지니어링(7조 8000억원)이 뒤를 이었다. 토목은 대우건설(1조 8000억원), 건축은 현대건설(9조 3000억원), 산업·환경설비는 삼성E&A(7조 4000억원), 조경은 우미건설(918억원)이 각각 1위를 기록했다. 주요 세부 공사 종류별 실적을 살펴보면 도로 부문은 GS건설(8382억원), 철도는 포스코이앤씨(3415억원), 아파트는 현대건설(7조원)이 가장 많았다. 시공능력평가는 최근 3년간 공사 실적과 경영 상태, 기술 능력, 신인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산정한다. 이번 평가 결과는 공사 발주 시 입찰 자격 제한과 시공사 선정 등에 활용된다. 신용 평가와 보증 심사 등에도 쓰인다. 적용 시점은 다음 달 1일부터다.
  • ‘깜짝 매출’에 MS 웃고 메타 울었다

    ‘깜짝 매출’에 MS 웃고 메타 울었다

    MS ‘애저 성장’ AI투자 효과 입증메타 대규모 투자로 현금흐름 부담저커버그 개인용 AI에이전트 제시시장, 투자보다 수익화 속도 관심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나선 마이크로소프트(MS)와 메타의 2분기 실적이 엇갈렸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은 시장 전망을 웃돌았지만, 대규모 투자가 수익과 잉여현금으로 이어지는 속도에서 갈렸다. MS는 클라우드 성장으로 투자 부담을 흡수한 반면, 메타는 비용 증가가 매출 증가를 앞지르며 이익과 현금흐름이 줄었다. MS는 29일(현지시간) 회계연도 4분기(4~6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한 900억 달러(약 130조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876억 2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기업이 서버와 데이터 저장, AI 연산 등에 쓰는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매출 증가율은 전 분기 40%에서 43%로 높아졌다. 연간 애저 매출은 처음 1000억 달러를 넘었고, ‘MS 365 코파일럿’ 유료 이용자도 3000만명으로 1년 전보다 50% 늘었다. 분기 자본지출은 410억 달러로 6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약 3분의 2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에 쓰였다. 잉여현금흐름은 196억 4000만 달러로 23% 줄었지만, 투자 확대 뒤에도 200억 달러에 가까운 현금을 남겼다. 애저와 코파일럿이 AI 투자비를 뒷받침한 결과다. 메타는 2분기 매출이 608억 달러(약 87조 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비용이 55% 넘게 증가해 영업이익은 8%, 순이익은 14% 감소했다. 자본지출은 310억 8000만 달러로 늘었고 잉여현금흐름은 1년 전 85억 5000만 달러에서 7억 8000만 달러로 90% 넘게 줄었다. 광고 매출은 늘었지만 데이터센터와 AI 모델 개발비가 더 빠르게 불어난 것이다. 메타는 개인용 AI 에이전트를 다음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5년 뒤에는 수십억명이 자신의 목표를 이해하고 이를 달성하도록 24시간 돕는 개인용 에이전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 재무, 인간관계, 경력 관리 등에 쓰이는 대중용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빅테크 중 MS는 기업용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AI 수요를 유료 매출로 연결한 반면, 메타와 알파벳은 광고 사업이 성장했음에도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로 현금흐름이 크게 줄거나 적자로 돌아섰다. 테슬라도 로보택시와 AI 인프라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의 관심이 투자 규모보다 이를 감당할 사업 구조와 수익화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애플과 아마존의 실적은 오는 30일에, 엔비디아는 다음달 26일 나올 예정이다.
  • [의정광장] 의회다움

    [의정광장] 의회다움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논어’ 안연편에 제경공이 공자에게 정치란 무엇인지 묻자 공자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고 답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저마다 소임을 다할 때 비로소 정치가 바로 선다는 뜻이다. 여기 나오는 접미사 ‘-답다’에는 그에 걸맞은 본분과 역할을 온전히 갖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지난 7일 제12대 서울시의회 개원사의 화두는 ‘의회다움’의 회복이었다. 의회다움이란 무엇인가. 지방자치법 제5장 제1절에는 지방자치단체에 주민 대의기관을 둔다는 의회의 설치 규정이, 제3절에는 의결권과 행정사무 감사권 등 의회의 권한이 명시돼 있다. 견제와 감시, 균형은 법이 지방의회에 부여한 본분이자 의회다움의 출발점이다. 6·3 지방선거에서 서울시민은 제12대 의회를 압도적 여소야대로 만들어 주었다. 118명의 의원은 시민의 선택이 언제나 옳고 준엄하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시정의 독주와 이탈을 막는 더 강하고 유능한 의회로 거듭나라는 명령으로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책이 시민 삶에 보탬이 되는지, 혈세를 투입할 정당한 근거가 있는지, 정당한 절차와 충분한 공감대를 거쳤는지를 더 냉철하게 따져 물으라는 요구인 것이다. 운행 중에도 안전성 문제가 제기된 한강버스, 공영방송의 기능 회복을 넘어 구성원 생존권이 걸린 교통방송(TBS) 문제, 세계문화유산의 가치를 해치는 종묘 앞 고층 개발, 시민 안전과 직결된 삼성역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철근 누락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많은 사업이 그동안 추진 과정에서 전시행정, 낭비행정, 위험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의회의 제대로 된 견제를 받지 못했다. 평범한 일상이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문제를 문제라 말하지 못하는 위기감이 여소야대 의회를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수적 열세라는 한계를 걷어내고 의회답게 일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줄 테니 의회 본연의 역할을 다하라는 것이 시민의 주문이었다. 제12대 서울시의회는 그 뜻을 받들어 마음 놓고 생업에 종사하고 안온한 일상을 이어 갈 수 있도록 오직 시민만을 기준으로 나아가겠다. 시민 공감을 얻지 못한 일방적인 정책에는 분명하게 제동을 걸고, 세금이 쓰이는 길목마다 멈춰 세워 집요하게 묻겠다. 그러나 진짜 시민을 위한 일이라면 여야 가리지 않고 두 손을 맞잡을 것이다. 그렇게 멈춰야 할 때와 나아가야 할 때를 분별하는 것, 그것이 의회다움의 본질이다. 나아가 의회다움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제도로 뿌리내려야 한다. 국회에는 국회법이 있지만 지방의회는 여전히 1949년 제정된 지방자치법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예산편성권과 조직권, 감사권 같은 핵심 권한이 집행기관에 놓여 있는 한 의회다움은 요원하다. 의회가 집행부 부속기구로 취급받던 과거를 끊어내고 지방자치의 한 축으로 당당히 바로 서려면 지방의회의 온전한 독립이 필요하다. 더 큰 지방자치 시대를 열기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도 반드시 앞당기겠다. 시정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이 때론 부딪히고 더딜 수도 있다. 그러나 흔들림 속에서도 시민이라는 중심만 잃지 않는다면 의회다움을 증명해 내리라 믿는다. 의회가 의회다울 때, 서울도 비로소 서울다워진다. 시민이 선거를 통해 명령한 의회다움의 회복에 실력과 성과로 답하는 제12대 시의회가 되겠다. 임만균 서울시의회 의장
  • 9월부터 서울도 ‘모두의카드’… 청년혜택 만 39세로 확대

    9월부터 서울도 ‘모두의카드’… 청년혜택 만 39세로 확대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종료 일정(8월 말)에 맞춰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모두의카드(기후동행패스)’를 9월 1일 출시한다고 30일 밝혔다. 교통카드 통합 방안을 놓고 충돌했던 양측이 협의를 통해 모두의카드에 서울시민을 위한 혜택을 더한 것이다. 시는 경기·인천·부산·세종·광주·경남·울산에 이어 8번째로 모두의카드 지역 특화사업에 합류한다. 앞서 시는 청년 유형의 연령 기준을 기존 만 19~34세에서 만 19~39세로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만 35~39세 서울시민도 청년 환급 혜택을 받게 된다. 정률형 환급률은 일반 이용자가 20%, 청년은 30%다. 정액형 환급 기준금액은 일반 6만 2000원, 청년 5만 5000원이다. 만 39세 이하 청년 이용자라면 사용 금액의 30%를 환급받거나 월 최대 5만 5000원의 정액제 중 더 유리한 방식을 자동 적용받게 된다. 다자녀 가구와 어르신, 저소득층에게는 유형별로 차등 환급 혜택을 제공한다. 고유가 대응을 위한 추가 환급 혜택은 9월까지 한시 적용된다. 기존 모두의카드를 이용하는 시민은 카드를 새로 발급받지 않아도 서울시 특화 혜택이 자동 적용된다. 시는 서비스 전환 과정에서 혜택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기존 기후동행카드 30일권 운영을 한 달 연장한다. 선불 기후동행카드는 8월 31일까지 충전할 수 있고 9월 29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기존 기후동행카드에 적용됐던 제대군인 할인 대상 연령을 만 42세까지 확대하고 따릉이 할인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후 적용할 예정이다. 모두의카드 가입자는 현재 600만명을 돌파했다. 앞서 서울시가 지난 6월 기후동행카드와 모두의카드의 장점을 결합한 ‘기후동행카드 플러스’ 출시 계획을 발표하자 국토부는 예산과 시스템 검증 등 협의가 끝나지 않았다며 서울시에 유감을 나타냈다. 이후 서울시와 대광위는 시스템 연계와 청년 환급 대상 확대 등을 협의해 이번 출시안을 확정했다. 정상훈 서울시 행정1부시장 직무대리는 “앞으로도 기후동행패스 혜택 확대로 시민 누구나 편리하고 저렴한 교통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석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은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기후동행카드 종료에 따른 시민들의 혜택 공백을 차단하고 이용 편의를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광진·영등포·은평 ‘신통’ 후보지 선정

    광진·영등포·은평 ‘신통’ 후보지 선정

    서울시는 지난 29일 ‘2026년 제3차 신속통합기획 주택재개발 후보지 선정위원회’를 열고 광진구 구의동 32일대(지도), 영등포구 신길동 113-5일대, 은평구 갈현동 510-1일대를 신속통합기획 주택재개발 후보지로 선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구의동 32일대는 사업 동의율 73%로 주민들의 재개발 추진 의지가 높은 곳이다. 아차산역과 천호대로 등 광역교통 접근성도 우수하다. 신길동 113-5일대는 노후도가 81%에 달해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한 지역으로, 인접한 기존 재개발 후보지와 도로 등 기반 시설을 연계 개발해 정주 여건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갈현동 510-1일대는 연신내 생활권계획과 연계해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해 대상지와 주변 지역의 정주 여건을 개선할 전망이다. 서울시는 선정 지역에 ‘신속통합기획 2.0’을 적용해 통상 18년 6개월이 걸리는 정비사업 기간을 12년으로 단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비계획 수립 보조금을 즉시 지원하고 올해 하반기 신속통합기획과 정비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해 2년 안에 정비구역 지정을 마칠 예정이다. 시는 갭투자 등 투기 목적 거래를 막기 위해 3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 지분 쪼개기 등을 차단하기 위한 권리산정기준일은 구의동·갈현동 일대가 7월1일, 신길동 일대가 4월24일이다. 명노준 시 주택실장은 “후보지는 기반 시설이 열악한 노후 불량주거지로 주거환경개선이 시급한 지역”이라며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 기간을 단축해 신속하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 반격만 하다 선공… 이란 전쟁 전략 바꿨다

    반격만 하다 선공… 이란 전쟁 전략 바꿨다

    트럼프·네타냐후 회담 의식한 듯확전 경고·주도권 쥐려는 목적도이란 책략에 美 방어지역 넓어져 이란이 중동 전쟁에서 미군을 상대로 선제공격에 나서면서 방어적으로 대응하던 그간의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중부사령부는 29일(현지시간) 전날 미군을 겨냥한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며 “미 동부 시간으로 오늘 오후 8시부터 이란을 상대로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이란과 대화가 진행 중이라며 지난 24일부터 중단한 공습을 엿새 만에 재개한 것이다. 이란은 전날 미군 기지를 선제공격하면서 잠시 소강상태였던 양측의 무력 공방은 재개 수순을 밟게 됐다.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후 양측의 충돌은 미군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상선 공격에 응징하기 위해 이란 군사 시설을 공습하면 이란이 걸프 지역 미군 기지에 보복하는 양상이 반복돼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군의 선제 타격이 없었음에도 이란이 기습적으로 먼저 공격하며 기존의 수동적인 대응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기습 공격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백악관 회담 직후 이뤄진 점에 주목한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추가 확전을 경고하는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하미드 레자 아지지 연구원은 엑스를 통해 “이번 공격은 네타냐후의 백악관 방문과 관련된 신호로 보인다”며 “이는 이란의 군사 전략이 바뀌었으며, 이제는 임박한 위협의 징후를 감지하면 선제공격할 준비가 됐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쟁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미국 내에서 미사일 재고 부족 우려가 나오는 등 전쟁 수행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과 대비해 이란이 자신들의 공격 능력을 과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전사자가 늘어나며 미국 내 여론이 악화하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미군 기지 공격은 ‘중동 내 미군이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공격에 격노하며 미군의 대이란 공습 강도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그간 참전에 소극적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의 친이란 세력 후티 반군과 충돌한 데 이어 미군과 함께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거점 공습에 나서며 교전 재개시 전장이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발리 나스르 미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관계대학원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전쟁 초기에 트럼프는 자신이 전쟁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란이 전장을 훨씬 더 확장해 미국이 방어해야 할 지역을 넓혔다”고 지적했다.
  • [이병률의 마음 만보(萬步)] 해에게서 소년에게

    [이병률의 마음 만보(萬步)] 해에게서 소년에게

    시(詩)를 지도하러 섬에 다녀왔다. 전남광주 신안군 도초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다. 1박 2일 동안 10시간을 가르치고 쓰는 시간이라니 일단 머리를 비워 둔다. 대상을 직접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이나 준비가 많으면 막상 닥쳤을 때 상황과 다를 수도 있으므로. 그렇지만 어떤 아이들이 수업에 들어올지는 여전히 설렜다. 10대 후반부터 섬에 매료되어 혼자 섬을 찾았던 여행 경험 덕분에 섬에 가는 일이 내겐 언제나 즐겁고 두근거린다. 교실에는 스무 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시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데 아이들은 집중을 하지 못했다. 아이들을 엄하게 대한다면 곧 시를 써야 될 아이들 마음이 굳어 버릴까 봐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전화기를 한 곳으로 모아 놓기도 하고, 크게 떠드는 아이를 일으켜 세워 선 채 수업을 들으라고도 해 본다. 써야 할 시의 주제는 ‘음식’ 혹은 ‘요리’에 관해서다. ‘음식에 대한 소중한 기억’ 혹은 ‘누구를 위해 요리를 해 준다면’…. 시로 쓸 내용을 몇 줄의 글로 촘촘하게 밑그림을 그리되 검사를 받을 것.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시를 쓸 것. ‘검사’라는 단어를 쓰니 아이들 눈빛이 달라졌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의 밑그림을 하나하나 검사하면서 밑그림이 좋은 아이들에게 ‘통과’라는 단어를 외쳤다. 엄격한 단어를 사용하자 비로소 아이들은 몰두하기 시작했다. 어찌 됐건 시 한 편을 쓰지 않으면 게임에서 탈출할 수 없는 아주 고약한 시 선생을 만난 것이다. 시를 처음 써 보는 아이도, 아주 오랜 시간 시를 쓰는 아이도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쓴 시를 전교생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는데 다 소개하고 싶었지만 시간상 네 편만 무대에 올렸다. 시 발표의 무대가 끝나자 한 학생이 빈 내 옆자리에 앉더니 말했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나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와 ‘다시 볼 수 없는가’라는 두 질문에는 상당한 울림의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숙소로 향하는 길에 헛헛한 기분으로 휴대전화를 켰다. SNS로 다른 학생이 말을 걸어온다. “저 기억하세요?” 이 친구는 기특하게도 좋은 시를 써서 나를 울컥하게 만들던 친구였는데 시의 몇 줄을 옮기자면 이렇다. “젊음이란 뙤약볕 아래에서 뜨거운 줄 모르고 달리는 것이지. 소나기가 와도 묵묵히 맞서며 몸을 키우는 것. 흙이 묻어도 금방 털어내는 것이야.” 다음 날, 그 친구가 사진을 보내왔다. 학교 친구들이 바닷가에 모여 물고기 잡는 체험을 하면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시를 가르쳤던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그 아이들 뒤로는 흔들린 사진 속에서도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수업 중에 내가 했던 말. 우리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건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야. 그게 없으면 우린 살아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반갑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겠지만 실컷 많이 불안해했으면. 그 불안을 장대 삼아 스무 살을 높이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꼭 알게 되기를. 이병률 시인
  • “민생경제 회복 최우선 과제”… 삶의 현장서 답 찾는 포항

    “민생경제 회복 최우선 과제”… 삶의 현장서 답 찾는 포항

    도의회 의정활동 행정 역량 쌓아소통·책임 행정 위해 쉼 없이 뛸 것철강·미래 신산업 투트랙 육성꿈의 신소재 ‘그래핀’ 선점 총력세입 감소·재정 악화… 체질 바꿀 것원도심 공동화 대비 청년밸리 추진“시민 삶의 현장 속에서 시정 운영의 해답을 찾겠습니다.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신속한 실천으로 옮겨 시민 모두의 일상이 나아지는 소통과 책임 행정을 펼치겠습니다.” 6·3 지방선거 이후 경북 포항시민들은 어려운 지역 사정 속에서도 기대감을 품고 있다. 12년 만에 포항을 이끌어갈 새로운 리더가 선출됐기 때문이다. 박용선(57) 시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3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시장은 시민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현장’을 먼저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선 9기 포항시장 당선 소감은. “저를 믿고 포항의 미래를 맡겨주신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오직 시민 행복과 포항 발전을 위해 쉼 없이 뛰겠다. 시정 운영의 해답은 반드시 시민 삶의 현장 속에서 찾겠다.” -3선 도의원 출신인 본인의 강점은. “가장 큰 강점은 오랜 현장에서 체득한 위기 극복의 경험에 있다. 철강 산업 현장에서 18년간 노동의 무게를 배웠고 12년간의 도의회 의정 활동을 거치며 행정과 정책을 다루는 역량을 쌓았다. 경북도와 깊은 신뢰를 쌓아온 만큼, 포항시의 시급한 현안들이 도정에 보다 신속하게 반영돼 필요한 예산을 적기에 확보하도록 하겠다. 또한 철강 산업 고도화나 신산업 육성과 같은 굵직한 현안들은 포항시 힘만으로는 풀기 어려운 과제들이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를 온전히 활용해 경북도와 중앙정부를 잇는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겠다.” -시정 최우선 과제는 무엇인지. “시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민생경제 회복’이 최우선 과제다. 포항의 뿌리인 철강 산업이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고 고물가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금융 지원·소비 활성화·상권 경쟁력 강화·전통시장 개선 등을 하나로 묶어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이고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함께 성장하는 지역 경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 -지역 산업 위기 해결 전략은. “핵심 전략은 ‘철강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산업의 흔들림 없는 육성’이라는 투트랙 전략이다. 먼저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와 수소환원제철 전환 등을 통해 철강 산업의 구조를 고도화하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 포항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미래 신산업의 생태계를 더욱 단단하게 다지겠다. 최근 가시화된 ‘전기추진선박 글로벌 혁신 규제자유특구’ 지정과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착공은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포항을 이끌어갈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사업은. “차세대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이다. 그래핀은 철강·배터리·반도체 등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융합형 전략 소재다. 포항은 그래핀 연구부터 상용화까지 ‘전주기 인프라’를 갖춘 유일한 도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그래핀 실증센터 건립’, ‘국가첨단전력기술 지정’, ‘포항 그래핀밸리 조성’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포항 그래핀밸리를 전·후방 기업 집적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기업 지원, 인력 양성 등이 연계되는 첨단소재 클러스터로 만들어 생태계를 선점할 계획이다.” -취임 후 직접 진단한 포항시의 현재는.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마주한 포항의 현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거웠다. 무엇보다 철강 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위기를 겪고 있음을 절감했다. ‘지역별 차등 요금제’의 조속한 시행 및 국회에 계류 중인 ‘K스틸법’과 ‘전기사업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정치권, 철강 도시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 고부가가치 특수강 중심 철강 산업 체질 개선과 글로벌 탄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조기에 실현될 수 있도록 정부에 투자를 건의하겠다.” -포항시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데. “현재 시 재정은 대내외 경제 여건 악화와 세입 감소로 엄격한 기준에 따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전체 사업을 면밀히 살펴 계속 이어갈 사업은 든든히 뒷받침하고 재검토가 필요한 부분은 다시 한번 원점에서 점검하겠다. 관행적으로 반복되는 행사성 예산이나 과도한 민간위탁 사업, 시비 부담이 큰 공모 사업 등을 꼼꼼히 따져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겠다. 이를 통해 확보한 소중한 재원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미래 성장 동력 육성 등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민생·경제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 -원도심 쇠락 문제 해결 방안은. “포항은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도시 개발로 주거지와 공공기관 등이 이전해 가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됐다. 평생학습원의 원도심 이전, 옛 포항역 부지 대형 주차장 건립, 버스 노선 개편 등을 추진 중이다. 또 청년창업밸리를 구축해 세대를 연결하고 문화·경제가 살아나는 원도심을 만들겠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시민 여러분들이 위기 때마다 보여준 저력과 성원이 함께한다면 포항의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시민 모두의 삶이 더욱 든든해지고 청년들이 다시 돌아오는 활기찬 포항,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포항의 내일을 함께 만들어 가겠다.”
  • 상처도 꽃으로 피워낸 시인… 그가 남긴 마지막 장을 펴다

    상처도 꽃으로 피워낸 시인… 그가 남긴 마지막 장을 펴다

    故안학수 미발표작 포함 109편벗들이 시편 고르고 목판화 더해 “몸에 온통 가시투성이인 나무가/ 아주 예쁜 꽃을 입었기 때문”에 해당화를 부러워했던 갯바위는 굴 딱지를 떼어낸 할머니가 다녀가신 뒤 알았다. “바위의 부스럼 같던 굴 딱지들이 모두/ 새하얀 꽃으로 피어난 것이었습니다. …참고 기다리면/ 바위도 꽃을 피우는 날이 오나 봅니다.”(‘바다 바위의 꿈’ 부분) 안학수(1954~2024) 시인은 어린 시절 사고로 척추 장애를 얻어 평생 아픈 몸으로 살았다. 굴 딱지가 “새하얀 꽃”이 되듯 시인은 아픔과 상처를 자기 연민으로 돌려세우지 않고 삶의 흔적이자 살아낸 시간의 무늬로 봤다. 권정생문학상과 한국작가상은 그 시선에 건넨 인사였다. 시인이 붙든 것은 기다림의 힘이다. “몸뚱이뿐인 굼벵이”는 “참을성 한 가지만을/ 팔 년간 모으고 모아// 어울리는 목소리에/ 멋쟁이 날개옷과/ 매미란 이름까지”(‘매미 허물’ 부분) 얻었다. 나무둥치에 남은 빈 껍질을 시인은 “황금색 저금통”이라 부른다. 요즘 매미가 시끄럽다 한들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온 것을 생각하면 참아 줄 만하다. 가족을 그린 시편들에서는 웃음이 먼저 난다. “결리는 허리도/ 쑤시는 무릎도/ “애고고고”/ 낮고 긴 기합으로 이겨”내는 할아버지는 힘겨운 논밭 일을 기합 하나로 거뜬히 하신다(‘할아버지의 기합’ 부분). “용돈 모아 나만 주고/ 누나랑 다투거나/ 엄마께 야단맞을 때/ 늘 내 편인 왕할머니”가 어느 아침엔 나를 오빠라고 불렀다(‘내 편 왕할머니’ 부분). 웃음 속에 가난하고 노쇠하며 보잘것없는 존재가 있지만 그 곁을 지키는 누군가 역시 함께한다는 데 위로도 남는다. 유고 시집에 담긴 109편은 생명을 향한 존중, 다름을 끌어안는 공감, 세상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고 기꺼이 마음을 여는 동심이 곳곳에 녹아 있다. 고인의 오랜 벗들도 손길을 보탰다. 이정록 시인이 미발표작을 포함해 109편을 골랐고, 김환영 화가가 따듯한 색채와 선이 돋보이는 목판화 27점을 실었다. 시인이 미처 매듭짓지 못한 마지막 장을 벗들이 대신 여민 셈이다.
  • TK 행정통합 다시 속도 낸다… 추경호·이철우 ‘맞손’

    추경호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행정통합을 조속히 재추진하기로 하면서 대구시와 경북도가 관련 조직을 정비하는 등 공조 강화에 나섰다. 30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시·도는 공동 태스크포스(TF) 단장을 기존 기획조정실장에서 행정부시장과 행정부지사로 격상하는 등 관련 조직 정비를 통해 공동 추진 체계를 갖추고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행정 통합 특별법안이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전력 대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다음 달 대구·경북 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특별법 처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는 추 시장과 이 지사가 전날 민선 9기 출범 이후 첫 공식 회동 자리에서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과 2차 공공기관 이전 등을 위해서는 행정통합이 필수적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두 사람은 2028년 치러지는 총선에서 대구경북통합자치단체장을 선출해 통합특별시를 출범하기로 약속했다. 대구시·경북도는 우선 이날 오후 대구 YMCA가 주최하는 행정통합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조만간 이 지사가 대구시를 방문해 행정통합 추진과 신공항 건설을 위한 후속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국회의원 연석회의뿐 아니라 국회 의장단 협조 요청, 공동성명서 발표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행정통합에 대한 두 단체장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각계 의견을 적극 수렴해 통합추진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며 “경북도와 지속적인 소통과 협조를 통해 정기국회 내 특별법 통과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홍해 선박들 보호하자”… 사우디, 국제연합 추진

    사우디아라비아가 홍해를 항해하는 선박을 예멘의 친이란 세력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국제 연합 창설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사우디 정부가 홍해를 지나는 선박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수십 개의 국가들과 국제 연합 창설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연합의 구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사우디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후티 반군이 홍해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후티 반군은 지난 20일 사우디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한 데 이어 홍해 남부와 아덴만을 잇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후티 반군은 지난 13일 자신들이 통제하는 수도 사나 공항 공습의 주체로 사우디를 지목하고 이후 홍해에서 사우디 관련 선박을 공격했다. 사우디도 후티 반군 지역을 상대로 보복 공습을 하는 등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호르무즈 해협이 닫힌 가운데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통제하면 사우디는 중요 석유 수출로를 잃게 된다. 세계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의 수출이 막히면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 금리 묶은 美, 증시는 하락… 한은, 8월 추가 인상 놓고 ‘고심’

    금리 묶은 美, 증시는 하락… 한은, 8월 추가 인상 놓고 ‘고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다섯 번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미국 장기 국채 금리는 오히려 급등했고 증시도 하락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부담은 다소 완화됐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되레 커지면서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미국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연준 위원 12명 중 9명이 동결에, 3명이 0.25% 포인트 인상에 표를 던졌다. 인상 소수의견이 예상보다 많아 매파적이라는 평가와 케빈 워시 의장의 완화된 기자회견을 근거로 비둘기적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 시장은 금리 결정 자체보다 기자회견과 향후 통화정책 신호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기자회견 직후에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완화되며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상승폭이 축소되고 주가가 올랐다. 그러나 연준의 물가 대응 의지가 약해졌다는 해석이 퍼지면서 장기 국채 금리가 다시 뛰었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0.1% 포인트 넘게 올라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실적 발표를 앞둔 경계심까지 겹치며 뉴욕 증시는 하락했다.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실질 국내총소득(GDI)이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등 국내 경기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이르면 8월 연속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일단 한미 금리 역전 부담은 덜었지만 이번 FOMC 이후 시장에서는 연준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횟수가 0~1회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한 만큼 국내외 금리가 높아질 우려가 있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여전하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채 금리, 특히 장기 금리가 많이 뛰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채권시장에 부담을 줬다”며 “한은의 추가 인상 가능성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로 국내 금융시장 불안 심리가 높아진 가운데 연준 통화정책과 중동 사태 관련 불확실성도 확대됐다”고 말했다.
  • [단독] 합동성 부족해 사관학교 합친다더니… 합동성 교육은 육사가 ROTC 140배

    [단독] 합동성 부족해 사관학교 합친다더니… 합동성 교육은 육사가 ROTC 140배

    국방부가 사관학교 통합의 핵심 명분으로 ‘합동성 강화’를 내세웠지만 육군 초급 장교의 70% 이상을 배출하는 학군장교(ROTC)·학사장교의 합동성 교육은 고작 2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30일 파악됐다. 반면 통합 대상인 육군사관학교는 총 280시간에 달해 우선순위가 바뀐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신문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선영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육군본부의 ‘장교 양성기관별 교육 현황’ 자료에 따르면 ROTC와 학사장교는 소위 임관 전에 총 640시간 교육을 받는다. 이 가운데 합동성 교육은 ROTC의 경우 ‘합동연합작전’, 학사장교는 ‘합동작전’이란 과목명으로 2시간(0.3%)을 받는 게 전부였다. 반면 합동성 강화를 명분으로 통합이 추진 중인 육사는 4년간 총 3825시간 교육 가운데 합동작전 교육이 280시간(7.3%)을 차지했다. 현재 육사·공사·해사 등 사관학교 생도들은 군사훈련 기간 중 1학년 때 육사에서 2주, 2학년 때 해사에서 3주, 3학년 때 공사에서 2주간의 합동교육을 받는다. 국방부는 3군 사관학교 통합의 핵심 이유로 합동성 강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들어 왔다. 앞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1일 전군지휘관회의에서 “합동성은 사관학교에서부터 함께 배우고, 함께 훈련하고, 함께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체질화시킨 후에 야전에서 더 다듬고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교육 커리큘럼을 살펴보면 합동성 교육이 사실상 형식적인 ROTC 등은 방치한 채 사관학교 통합부터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ROTC와 학사장교는 전체 초임 장교의 70% 이상을 배출한다. 지난 2024년 신임장교 임관 통합 현황에 따르면 육·해·공·해병 신임장교 5500명 중 ROTC가 약 2800명(약 50%), 학사장교가 약 1000명(20%)을 배출했다. 반면 통폐합 대상이 된 3군 사관학교 출신은 약 14%인 700명이었다. 그 외 육군3사관학교 8%, 특수사관 등 기타 6%였다. 군 내부에서도 합동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상은 앞뒤가 바뀐 사관학교 통합안을 두고 회의적 시각이 많다. 한 군 관계자는 “고위직으로 많이 진급하는 육사도 중요하지만 비육사의 양적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다”며 “진정으로 합동성이 중요한 가치라면 이들에 대한 교육부터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군에선 ‘차는 있는데 운전병이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인력 부족이 심각하다”며 “합동성 강화가 이 정도 논쟁을 감내하면서까지 현시점에 추진해야 할 일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관학교 통합이 추후 진급 시 사관학교와 다른 기관 출신 사이의 차별을 심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합동 작전 임무를 주로 수행하는 군단급 참모인 중·대령으로 진급할 때 ROTC 출신 등의 경쟁력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육사 출신 예비역은 2만~3만명이지만 나머지 50만 비육사 출신 예비역이 분노할 일”이라며 “그저 육사의 입지를 지워버리기 위한 핑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16일 대전 자운대에 3군 사관학교를 학부 개념으로 하는 통합 캠퍼스인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는 기본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의견 수렴 과정 등을 거쳐 오는 10월 세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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