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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세속주의/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근대 사회는 시민들에게 거의 무한정에 가까운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공적인 영역에서는 종교 활동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정교분리 혹은 세속주의 원칙이다. 그러나 개인들의 사적인 종교활동과 공적인 사회활동은 애초부터 깨끗하게 구분되기 어려운 일이어서, 실제로 이 원칙은 자주 흐려지고 흔들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원칙을 헌법으로 보장된 민주사회의 기본원칙으로 믿으며 살아왔다. 최근 발생한 사건들의 흐름 속에서 그 원칙은 어느 때보다 위기에 직면했다. 대광고 강의석 학생이 신앙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단식투쟁을 벌였으나, 학교와 재단은 아직도 그토록 당연한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지난 세기를 뒤돌아본다. 한국 학생들이 20세기 내내 헌법으로 보장된 이 자유를 박탈당한 채 학교에 다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건만, 우리는 어째서 그 부조리 혹은 거짓말에 눈을 감고 있었을까? 아직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근대적 민주 사회가 아니어서? 여기에 동의하기는 비교적 쉬워 보인다. 그러나 그 동의를 위해서는, 정교분리의 원칙이 일반적으로 보장되고 또 잘 작동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 전제는 애초부터 쉽게 충족되기는 어려웠다. 어쩌면 사정은 거꾸로다. 사람들은 그 원칙이 근대 민주주의가 자신없이 내건 명분이라는 것을 내심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개신교와 천주교계 세력들은 많은 사학재단을 장악하고 있고, 사학재단의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사학법 개정에 태연하게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교육사업을 빙자한 선교제국주의이며, 세속주의 원칙을 비웃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우리는 정교분리 혹은 세속주의 원칙을 비판적으로 다듬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사실 지난 세월 동안 모든 종교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정치적 역할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좋건 나쁘건 그랬다. 반독재 민주화 투쟁 과정에서 사람들이 여러 종교의 권위에 기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때 사람들은 종교의 역할이 마치 비정상적인 독재정치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당시 종교의 역할은 비정상적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비일비재한 정상적 상황의 중요한 단면이었을 듯하다. 종교집단들은 요즘도 다양한 방식으로 직접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 보수적 기독교세력은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냉전체계를 옹호하면서 미국의 힘을 추종하는 시위를 빈번하게 벌였다. 또 선거 때마다 여러 종파의 인사들이 정치적 개입을 도모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김진홍 목사 등의 인물들이 ‘새로운 보수’ 혹은 ‘새로운 자유주의’를 자처하면서 정치적 개입을 공적으로 선언하였다.‘뉴 라이트’를 자처하려면 기존의 우익에 대하여 진지하게 선을 그어야 할 터이나, 이런 노력은 별로 없는 듯하다. 어쨌든 정치적 개입을 위한 시도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종교 집단들의 공식적 정치세력화는 열린 민주정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종교의 정치화는 세속적이며 다원적인 민주주의의 틀 안에서 작동되어야 한다. 종교인들도 마치 자신들이 정치와 분리되거나 정치를 초월한 영적인 집단인 것처럼 숨어있으면서 정치에 개입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종교적 태도와 연결된 정치적 가치를 공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훨씬 낫다. 가장 자본주의적이고 세속적인 문명인 것처럼 보이는 미국이 오히려 신정(神政)국가의 성격을 띤다는 점은 드물지 않게 지적된 사실이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정교분리가 잘 유지되어 온 유럽에서도 종교집단 사이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유혈충돌이 빈번해지고 있다. 얼마 전에 네덜란드인 반 고흐가 살해되면서, 이슬람에 대한 관용은 이웃나라 독일에서도 부쩍 약화되는 형국이다. 어쩌면 유럽에서 정교분리가 잘 유지되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유럽이 기독교 일색이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특히 이슬람 시민들과 공존해야 할 다원화 사회가 본격적으로 등장하자, 유럽의 세속주의도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 교수
  • 31일로 4년 활동 마감 의문사委 한상범 위원장 인터뷰

    31일로 4년 활동 마감 의문사委 한상범 위원장 인터뷰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오는 31일 공식활동을 마감한다. 의문사위원회는 2000년 10월 출범한 이후 의문사 30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반면 허원근 일병 타살의혹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국방부와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비전향장기수의 민주화운동 연관성을 인정함에 따라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8일 대국민 보고서 발표를 앞둔 한상범(韓相範·68) 위원장을 만나 의문사위의 어제와 오늘을 알아보고,‘역사청산’과 관련한 앞으로의 과제도 들어보았다. 한상범 위원장은 인터뷰가 시작되자 대화내용을 모두 녹음하겠다고 ‘통보’했다. 언론과 만난 뒤 자신의 뜻이 왜곡되어 보도되는 일이 너무 잦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는 “40년 이상 지상논쟁 등을 무던히도 해왔는데 요즘 같은 경우는 없었다.”고 했다. 한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면서도 나중에 ‘딴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증거를 남겨야 하는 현실은 그에게도, 기자에게도 착잡한 일이었다. 한 위원장은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질문을 받기도 전에 “우리는 ‘7월 소동’에 대한 비망록을 다 만들어 놓았다.”고 털어놓았다.‘7월 소동’이란 지난여름 ‘불법 강제전향에 대한 항거는 민주화에 기여한 것’이라는 의문사위 결정에 뒤이은 일련의 논란을 지칭한다. 당시 그는 ‘빨갱이 한상범 체포조’ 수십명이 집으로 몰려오는 바람에 봉변을 당할 뻔한 일도 있었다. “어젯밤 윌리엄 블룸이라는 사람이 쓴 ‘불량 국가’라는 책을 읽었어요. 일본의 우익을 대변하는 오카사키 히사히코가 쓴 ‘요시다 시게루 전기’에 나오는 미·일관계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을 ‘빨갱이’로 규정해 놀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과 손잡았으니 빨갱이라는 것이지요. 그런 논법은 ‘네오콘’으로 불리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나 우리 보수진영과도 비슷해요. 자기 마음에 안들면 ‘타깃’을 가지고 조이는 것이 결국 빨갱이 논리더라고요.” ‘하지만 간첩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한다는 결정은 보수진영뿐 아니라 보통사람에게도 자극적으로 들렸던 것 같다.’고 살짝 끼어들었다. 한 위원장은 “그들의 전력을 두고 간첩이라고 하는데 우선 그 문제는 처벌이 끝났고, 또 빨갱이든 흰둥이든 최소한 생명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들에게는 사상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약하는 제도가 잘못됐다고 목숨을 걸고 주의를 환기시킨 나름의 노력이 있는 것”이라면서 “양심과 사상의 자유와 생명권을 함부로 침해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차분히 할 수 없도록 단순논리로 포장해 ‘빨갱이를 두둔했다.’고 하면 곤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이처럼 최근 우리사회에서 가장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조직의 수장에 오른 것은 1기 위원회가 활동기간을 5개월 남겨둔 2002년 4월. 양승규(梁承圭) 초대 위원장을 이은 그는 2기까지 연임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1961년 이후 동국대에 재직한 법학자이다.1964년 한·일협정 반대 교수단 서명을 주도한 이후 40년 이상 인권운동가로 사회 참여에 앞장섰다. 이 해에는 또 동국대 농업경제학과 학생이 대한극장 앞에서 한·일협정 반대시위를 벌이다 경찰봉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진상조사단 간사로 경찰에 타살의 불법성을 시인하고 사과·보상을 요구하다 정보기관의 추적과 감시를 당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인생에 있어 ‘의문사 진상규명’의 서막이었던 셈이다. 한 위원장은 취임한 직후 “반민특위처럼 겉핥기만 하다 끝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의문사위 활동이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그는 “내 가슴에 맺힌 응어리 가운데 첫째가 내 능력의 한계이고, 둘째는 이 기구의 태생적 한계”라면서 “그렇지만 우리 구성원들이 악조건 아래서도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한 위원장은 취임 당시 의문사위 조직이 ‘공중분해 일보직전’이었다고 돌아봤다. 국정원·기무사·헌병대·검찰·경찰·국정홍보처·행정자치부·외교통상부 출신에 민간조사관까지 가세한 ‘짬뽕’인력에 3년도 길지 않은 인권문제를 ‘6개월 안에 조사를 끝내야 한다.’는 규정은 속된 말로 ‘죽 쑤다 말라는 얘기’였다는 것이다. ‘국가기관의 비협조’에는 더욱 아쉬운 듯했다. 그는 “구 기득권 세력이 건재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도 국가기관에는 과거 의문사에 책임있는 사람이 상당수 있어요. 전·현직 불문하고 수백명의 명단을 뽑을 수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우리 활동은 음양으로 기분나쁠 수밖에 없겠지요. 자기 정치생명이나 공직자로서도 문제가 되니까 방해하는 것입니다.” 의문사위가 다하지 못한 과거사 규명은 ‘진실화해위원회’에 맡긴다는 것이 열린우리당의 복안이다. 그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지켜봐야 하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우리가 하던 일의 범위를 넓혀 도마에 올리는 것이니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에서 의문사위가 차지하는 위치는 어디쯤 되겠느냐.’는 질문에 한 위원장은 블룸의 ‘불량 국가’ 얘기를 다시 꺼냈다. 블룸은 국가가 자체적으로 과거사를 조사해서 화해하고 참회하고 청산한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미국 같은 강대국에는 전혀 없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몇 나라에만 있는 이런 움직임이 ‘인류 문명의 시험대’라고 기대를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광복 이후 60년 만에 시도되는 과거 청산은 아주 중요한 ‘터닝포인트’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새로운 위원회에 참여할 사람들에게는 “일제시대 친일파 문제도 현재진행형”이라면서 “기득권이나 권력을 자발적으로 포기할 사람이 없으니 어느 정도 갈등은 각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언했다. 그는 언젠가 “인간의 죄악을 함부로 용서해주는 것도 죄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이날도 “용서의 주체는 피해자”라면서 “납득할 만한 가해자의 참회가 있어야 용서하는 것이지, 피해자의 이해가 없다면 용서가 아니라 방치가 아니겠느냐.”고 되묻는 것으로 1시간30분에 걸친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글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사 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한상범 위원장 주요 약력 ●1960∼1961년 조선대 교수 ●1961∼2002년 동국대 교수 ●1995∼1999년 한국법학교수회장 ●1991년∼ 아시아태평양공법학회장 ●1995∼2003년 참여연대 고문 ●1999년∼ 인권정보센터 회장 ●2001∼2003년 민족문제연구소장 ●2001∼2003년 국제사면위원회 한국지회 법률가위원회 부위원장 ●2002년 4월∼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 ■ 의문사 규명 앞으로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해체되면 아직 밝혀지지 않았거나, 앞으로 발생하는 의문사는 어떻게 처리될까. 의문사위의 기능은 ‘진실화해위원회’(가칭)가 대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이 ‘4대 법안’의 하나로 입법을 추진하는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이 이 조직의 설립근거가 된다. 법안은 ‘새 위원회가 의문사위에서 해결되지 않은 사건을 승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당 안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새 위원회의 조사 범위와 권한은 크게 확대된다.‘정부수립 이후 권위주의 통치 아래서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사망·상해·실종사건’으로 넓혀 놓았기 때문이다. 의문사위는 ‘1969년 3선개헌 이후 공권력에 의한 직·간접적 위법 행사에 의해 사망했다고 추정되는 사건 가운데 민주화와 관련된 사건’으로 조사범위가 한정되어 있었다. 여기에 자료제출요구권, 압수수색영장 청구의뢰권, 청문회실시권, 통신자료요구권, 동행명령권이 부여되는 등 조사권한도 강화된다. 다른 국가기관에는 국가기관 상호간 협조 의무도 부과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조사기구의 성격을 학술원 산하 위원회로, 조사 권한도 출석요구, 자료제출요구 등으로 한정하고 있어 조사범위나 권한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정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새 법안에서 규정하지 않고 있는 최근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로 일부 넘겨질 가능성도 있다. 인권위 김창국 위원장은 “최근 발생했거나, 앞으로 일어날 군 의문사는 인권위가 직권조사할 수 있도록 권한이 확대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인권위법 개정안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씨줄날줄] 고난이도?/이용원 논설위원

    요 며칠새 수능시험 부정사건이 전국민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지난 17일 수능시험이 끝난 직후에는 출제 경향과 난이도,EBS강의의 반영률 등을 분석하는 기사가 넘쳐났다. 그런데 신문을 읽고 방송을 듣다 보면 ‘고난이도’니,‘난이도가 높다.’는 표현이 자주 나왔다. 고난이도? 난이도(難易度)란 ‘어렵고 쉬운 정도’이다. 그런데 ‘어렵고 쉬운 정도가 높다.’니 이 무슨 뜻인가. 난이도는 ‘조정하다’‘유지하다’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단어이지 그 자체가 높거나 낮은 성격의 것이 아니다. 앞에서 ‘고난이도’라고 한 것의 정확한 표현은 ‘고난도(高難度=어려움의 정도가 높음)’이다. 고난도란 단어는 실제로 체조 등의 경기에서 고도의 기술을 구현했을 때 사용한다. 고난이도보다 더욱 자주 쓰는 이상한 단어가 수량을 나타내는 접미사 ‘여’이다. 한자 ‘남을 餘’에서 나온 이 단어는 ‘앞에 나오는 숫자를 넘는다.’는 뜻을 갖는다. 따라서 ‘10여명’이면 10명이 넘는다는 의미이고,‘10여년 전’이면 10년도 더 지난 기간을 말한다. 그런데도 신문에는 “○○원예영농조합이 결성된 것은 10여년 전인 1995년.”(A신문 11월23일자)같은 표현이 버젓이 올라 있다. 그뿐이 아니다. 같은 날짜 신문을 몇가지 찾아 보니 “정돈된 수십여개의 강의실”“계좌 수는 1만여개가 훨씬 넘었다.”“교사 대기자가 30여명 이상 남아 있다.”라는 구절들이 있었다. ‘고난이도’가 등장하고 접미사 ‘여’를 마구잡이로 쓰는 까닭은 한자를 모르기 때문이다.高·難·易·度·餘는 게다가 기초한자에 속하는 글자들이다. 고려대가 24일 ‘한자 이해능력 인증시험’제도를 실시해 올해 입학생부터는 이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졸업을 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시험대상 한자는 모두 2100자라고 한다. 대학측은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해 한자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중국과의 교류도 중요하지만 한자를 배워야 할 근본적인 이유는 정작 우리 내부에 있다. 한자를 제대로 이해해야 우리 말글을 바르고 곱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부유세’ 도입 첫 걸음 뗐다

    ‘부유세’ 도입 첫 걸음 뗐다

    지난 16대 대선과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던 부유세 도입이 마침내 첫 걸음을 떼게 됐다.‘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슬로건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대표발의로 9일 국회에 제출된 ‘조세개혁 10대 법안’은 부유세 도입의 사전 포석이다. 소득세법·부동산등기법·금융실명법·부가가치세법 등의 개정안으로 금융자산의 정확한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부동산의 실거래 내역 및 자영업자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위해 부가가치세법을 개정해 간이과세제도를 폐지하게 되면 부유세 도입뿐 아니라 국민연금보험료의 불공평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연간매출액 4800만원 이하의 간이과세자는 전체 사업자의 46.5%를 차지하는 반면, 이들이 내는 부가가치세는 전체 부가가치 세수의 0.2%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4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춰지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과 부동산 실거래가 과세를 주내용으로 하는 부동산등기법 개정안 등은 유가증권, 금융자산, 부동산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 투명하고 체계적인 과세 시스템 마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이로써 3단계의 ‘부유세 도입 프로세스’를 본격화했다. 일단 1단계로 10대 법안을 시행한 뒤,2005년 2단계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함께 채권양도차익 과세를 이루고 이후 2006년에 마지막 단계로 부유세 전면 도입 법안을 낸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복안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10석 소수정당’이다. 두 거대 정당의 동의를 얻기도, 독자적인 힘으로 국회를 통과시키기도 어려운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심 의원은 “앞으로 두 달 동안 16개 시·도지부에서 토론회, 공청회, 집회 등을 통해 당원과 지지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한편 대중적인 힘을 결집시키는 기회로 삼아 이번 회기내에 반드시 통과시키기 위해 당의 총력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부시 2기… 한반도의 앞날은?

    부시 2기… 한반도의 앞날은?

    SBS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재선에 따른 한반도 정세 변화와 발전적 전망을 담은 창사특집 다큐멘터리 ‘한국과 미국’ 2부작을 9일과 16일 오후 8시55분 방영한다. 1부 ‘부시 2기의 주한미군’ 편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새로운 군사전략인 해외주둔군재배치(GPR) 계획의 첫 시험대에 오른 주한미군의 변화를 살펴본다. 국내 주한미군기지, 워싱턴 정가, 일본 오키나와 등 현장 취재를 통해 변화하는 주한미군의 실체를 밝히고 이에 따라 한반도 안보현실과 주변국의 군사정세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짚어본다. 핵개발에 나선 북한 김정일 정권에 대해 선제공격도 불사하겠다는 부시의 재선으로 한반도에 위기의 적신호가 다시 켜졌다.2부 ‘부시 2기의 한미동맹’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나가야 할지를 모색해본다. 미 국방부 롤리스 차관보를 비롯해 부시 행정부의 관료들과 한국 정부 고위 인사, 진보와 보수 진영의 한·미·일 전문가 등 30여명의 제언을 통해 한·미동맹의 발전적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씨줄날줄] 의원외교/오풍연 논설위원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입법(立法) 활동이다. 의원 각자에게 헌법기관의 지위를 부여한 것도 독립적으로 민의를 담아 법률 제·개정을 하라는 뜻에서다. 의안심사, 국정감사, 국정조사는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개방화·세계화에 따라 점점 더 요구되는 것이 의원 외교활동이다. 의원 외교는 대외 협상시 결정적 순간에 ‘물꼬’를 트기도 한다. 의원들이 평소 쌓아둔 상대국 정계 인맥과의 접촉을 통해 벽에 부닥친 문제를 풀 수 있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의원 외교는 세 갈래로 분류된다. 초청외교, 방문외교, 국제회의 참석 등이 그것이다. 의원 외교 활동이 활발한 나라는 영국. 전체 의원들은 1년에 400회 안팎의 여행을 한다. 정부 기관인 ‘외교 및 영연방 사무국(Foreign and Commonwealth Office·FCO)’에서 체계적인 지원을 해준다. 여기에다 의원들은 개인적으로 해외정보 수집망 등을 가동하고 있다고 하니 그 경쟁력을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미국 의회도 방문외교를 많이 한다. 일본 중의원도 1년에 120명 정도를 해외에 파견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한마디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의원들의 관심과 역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기초공사마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원들이 4년마다 너무 많이 교체되기 때문이다. 이번 17대 국회의 경우 3분의2가 바뀌었다. 전체 299명 중 초선은 187명.16대 때 의원외교를 담당했던 주역들은 대부분 낙마했다. 한·미의원외교협의회도 회장단 5명 중 2명만 당선됐다. 그래서 국회 출범 5개월이 지나도록 각종 의원외교단체 구성을 못하고 있다. 게다가 주요 단체 회장 자리를 놓고 볼썽사나운 싸움을 연출하고 있다. 잿밥에만 신경쓰는 꼴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과 함께 ‘한·미 의원외교’도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미국을 아는 전문가는 손꼽을 정도다. 미국 무대에 내보내려고 해도 마땅한 사람이 적다고 한다. 여야 모두 그렇다. 외교는 의욕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원은 일부 의원들의 무분별한 방미(訪美) 추진에 제동을 걸고 나왔을까.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외국에 당당하려면 그들을 알아야 한다. 국제무대에서 ‘통(通)’할 수 있는 ‘미국통’‘중국통’‘일본통’들을 길러내야 할 때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여야 7명 징계위 회부…‘윤리특위’ 관행깰까

    ‘과연 이번에는 제대로 할까.’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 1991년 말 구성된 이후 14∼16대 국회가 열리는 12년 동안 60건의 징계 발의가 있었지만 단 한 차례도 징계 사례를 내놓지 않았다. 의원 17명이 뇌물수수·횡령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를 당한 16대 국회에서도 윤리특위 차원의 징계는 전무했다. 동료의원 감싸기나 여야간 정치적 흥정의 산물로 전락해 ‘국회의 자정 능력 부재’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17대 국회 윤리특위(위원장 김원웅)에는 지금까지 여야 의원 7명이 제소된 상태다.‘징계 전무’라는 과거의 관행을 깰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윤리특위는 27일 전체회의를 갖고 국감 기간 중 ‘국가기밀 누설 논란’을 일으켰던 한나라당 박진 의원과 열린우리당 안영근 의원에 대한 제소건을 징계소위로 넘겼다.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과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에 대해서도 징계소위로 회부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김한길 의원과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은 윤리심사소위로 넘겨졌다. 징계소위는 의원 제명부터 자격정지, 공개 사과, 공개 경고 등 비교적 중징계 사안을 다룬다. 반면 윤리심사소위는 징계소위에 비해 비교적 징계 내용이 가벼운 ‘윤리강령 위반통고’ 수준의 안건을 논의한다. 각 소위에서는 다음달 12일 열릴 예정인 전체회의에 심사 결과를 보고하고 가결 여부를 통해 각 의원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검토하게 된다. 이날 윤리특위에서는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등 의원 7명으로 ‘윤리제도 개선소위’를 구성하고 ▲징계 발의 규정 20명에서 10명으로 완화 ▲의원체포동의안의 윤리특위 공식 보고서 제출 의무화 ▲징계소위와 윤리심사소위 기준 구체화 등 법규 개정 등의 내용을 다룰 예정이다. 윤리특위는 이미 지난달 14일 국회의원 윤리강화 방안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 교수, 언론인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갖는 등 개혁 의지의 일단을 내비쳤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전까지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국회가 동료 의원 감싸기만 하는 부도덕한 곳이 아니라 윤리적 자정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며 “제도개선소위를 통해 윤리특위가 실제로 윤리 강화에 구체적 역할을 하는 기구로 자리매김시킬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롯데그룹 ‘新 辛風’부나

    롯데그룹 ‘新 辛風’부나

    롯데그룹의 지휘권을 이어받은 신동빈 부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해외순방 동행과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롯데그룹은 19일 “신 부회장이 해외출장을 마치고 지난주 귀국, 그룹 정책본부의 조직정비와 그룹의 사업현안을 챙기고 있다.”면서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신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관계자들은 그러나 당분간은 신부회장이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롯데의 경영스타일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롯데가 신 부회장이 경영 수업에서 탈피, 실무경영을 시작한 이후 진출한 2개의 사업분야에서 짐작할 수 있다. 롯데는 지난 12일 일본의 유명 패션 의류 제조·판매 브랜드인 ‘유니클로’를 운영하고 있는 ㈜패스트리테일링사와 12월까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미국의 도넛 체인점인 크리스피 크림 도넛과 국내 사업을 하기로 했다. 이들 사업의 공통점은 위험성이 낮고, 이익을 가시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이라는 점이다. 신 부회장의 첫 시험대는 일본 대형 유통기업 ‘이온(AEON)’과 추진하고 있는 교외 쇼핑몰 건설사업이 될 전망이다. 사업규모가 크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롯데는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수도권에 백화점, 할인점, 아웃렛 등 판매 시설과 영화관 등 위락 시설을 완비한 5000평 규모의 쇼핑몰을 2007년까지 세운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새 사업 진출은 신중하겠지만 롯데의 기업문화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룹의 주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기획부문의 강화와 함께 그룹의 업무 프로세스가 ‘만만디’에서 ‘스피디’하게 바뀌고 주요 경영진이나 임원들의 면면이 젊어질 것으로 보인다.‘젊은 기업문화’는 지난달 30일 그룹 원로격인 임승남 롯데건설 사장이 퇴진한데서 그 단초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석유화학분야의 외형 확대와 제 2롯데월드 건설 등 롯데의 신규사업 및 해외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강동형기자 yunbin@seoul.co.kr
  • 한국어 강사 지망생 모임 ‘한국어참사랑’

    한국어 강사 지망생 모임 ‘한국어참사랑’

    “우리말에서 ‘굳이’란 단어가 왜 ‘구지’로 소리나는지 혹시 아시나요?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구개음화’가 원래 그런거니까 무작정 외우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우리말이라 하더라도 외국인에게 가르칠 때는 신중해야 해요.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먼저 제대로 배워야 합니다.” ‘한국어참사랑’모임의 황현종(53·자영업) 부회장은 ‘한국어 세계화’의 선결과제로 훌륭한 한국어 선생님을 많이 배출하는 것을 꼽았다.그리고 그것이 ‘한국어참사랑’모임의 목표라고 강조 했다. “영어도 가르치는 선생님에 따라 학생들의 실력이 천양지차입니다.실력도 실력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나라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도 언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죠.” ●회원들‘한국어교사’시험 도전 ‘한국어참사랑’모임(cafe.daum.net/koreantruelove)은 지난해 12월31일 만들어져 현재 회원 수가 440여명에 이른다.특히 최근 중국,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일대에서 부는 ‘한류’(韓流)열풍에 힘입어 한국어 배우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한국어참사랑’모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순수한 스터디모임인 만큼 처음엔 회원 수를 40명 정도로 제한할 방침이었어요. 회원이 많아봐야 공부하는데 부담만 된다는 생각이었죠.하지만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가입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받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습니다.다만 모임에서의 활동 성과와 성실성 등을 평가해 평생회원,특별회원,우수회원,정회원,준회원 등으로 등급을 구분하고 있어요.” 황 부회장은 가장 열심히 활동하는 20∼30여명은 주로 국·공립대학의 한국어강사들과 국내외에서 한국어 교육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이라고 귀띔했다. ‘한국어참사랑’회원들은 대개 국·공립 평생대학원 협의회에서 주관하는 한국어강사 자격시험이나 한국어 세계화재단에서 실시하는 한국어 교육능력 인증시험에 도전하고 있다.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사자격에 대해서는 아직 국가 공인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두 단체에서 주관하는 시험은 국가 공인자격 시험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회원들은 평소 온라인 상으로 한국어 교육 관련 자료와 시험에 대한 정보 등을 교환하며,매달 마지막주 목요일에는 정기 모임을 갖고 직접 만나 세미나를 열고 있다.특히 시험을 3∼4개월 앞둔 시점부터는 ‘시험대비 특별 세미나반’을 꾸려 집중 공부하기도 한다. 지난 9월 4일에 치러진 제6회 한국어강사 자격시험에도 서울지역 ‘한국어참사랑’회원 80여명이 도전했다. “평균 70점을 넘어야 합격인데 큰일났어요.아무래도 69점으로 떨어질 것 같거든요(웃음).” 시험을 치른 ‘한국어참사랑’임용관(47·회사원)씨는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는 “몇 달 전부터 회원들 10여명이 모여 시험대비 스터디,세미나를 해 왔는데 문제 적중률이 좀 떨어졌던 것 같다.”며 “새삼 한국어가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털어놨다.임씨는 이번 시험이 조금 까다로와서 시험을 치른 회원 중 30% 정도 합격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가르쳐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외국인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일이 쉬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한달도 지나지 않아서 깨닫게 되죠.” 모임의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제대로 배워야 가르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이 말이 곧 ‘한국어참사랑’의 슬로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씨도 다니던 교회에서 중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다 실력의 한계를 절감하고 이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요즘 말로 ‘원리 학습’이라는 거죠.근본 원리를 알고 있어야 배우는 사람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가 있는 겁니다.그래서 짬을 내서 이 모임에서 열심히 공부 중입니다.저만 바라보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에게 어설프게 가르치면 안되잖아요.” ‘한국어참사랑’모임을 만드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황 부회장도 조만간 자격시험을 볼 계획이다.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한국어에 대한 ‘전문지식’이 남다르지만 모임을 이끄는 중심인물인 만큼 자신이 먼저 자격증을 따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한국어에 대한 새로운 학설들도 공부해야 하고,실력이 녹슬지 않았는지 끊임없는 검증도 필요한 것 같아요.”그는 작은 기업을 이끌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한국어참사랑’모임에는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인터넷에 올라오는 각종 상담들도 황 부회장이 도맡아 답변을 해 주고 있기도 하다. ●“초급 한국어 교육 메카로 키울터” 황 부회장은 최근 회원들의 일본어 능력과 영어 능력을 배양시키는 일에도 몰두하고 있다.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때 교사가 그 나라 말을 알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서다. “다음 주부터 정기적으로 일본어 스터디가 있어요.최근 KBS드라마 ‘겨울연가’ 때문에 일본에서 한국어 바람이 거셌거든요.이 기회에 일본어가 가능한 한국어 교사를 대거 양성할 방침입니다.” ‘한국어참사랑’의 인터넷 카페에는 한국어 교육과 관련 다양한 자료들이 축적되고 있다. 특히 한국어강사 자격 시험과 한국어 교육능력 인증시험에 관한 자료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기출 문제는 물론 문제에 관한 정답과 해설 등이 자세하게 모아져 있다.또한 각종 한국어 관련 학설과 교수들의 한국어 교수법 등 유용한 자료들도 많다. “장기적으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인터넷만 접속하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입니다.지금은 초기단계라 문서화된 자료들 뿐이지만 앞으로 동영상 자료 등을 추가해 명실상부한 초급 한국어 교육의 메카로 키울 것입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유도요노 印尼대통령 당선자

    인구 2억 3800만명으로 중국과 인도, 미국에 이어 네번째의 인구 대국이자 세계 최대의 이슬람국가 인도네시아를 향후 5년간 이끌 대통령에 당선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인도네시아 역대 최초 대통령 직접선거에서 60%를 넘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그는 20일 공식 취임에 앞서 일부 각료들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도요노 당선자의 첫 시험대는 대선 기간 끊임없이 강조해온 부패 척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임기 초반 부패 척결에 집중하겠다는 공약에 따라 부패한 사법시스템 개혁을 위해 취임 직후 법무장관과 경찰청장을 새로 임명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9일 자카르타의 호주 대사관 밖 폭탄 테러로 국민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치안 유지도 시급한 과제.군 출신이어서 군 장악력과 그에 따른 치안 유지 능력에 있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분리독립세력을 정부군이 무력 진압해온 아체(Aceh)와 파푸아 문제도 얽혀 있는 만큼 국내외의 인권침해 논란도 피해가야 한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200달러에 불과한 상황에서 경제 발전 추진에 필수적인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 타개 해법도 찾아야 한다. 수하르토 정권의 부패 인사들이 즐비한 최대 야당 골카르와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대통령의 투쟁인도네시아민주당(PDI-P) 등 3개 야당이 전체 의회 의석 550석의 55% 이상을 갖고 있어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유도요노의 민주당은 8%의 의석을 갖고 있을 뿐이다. 1949년 자바섬 동부에서 태어나 73년 인도네시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유도요노는 야전사령관 등을 거쳐 2000년 압두라흐만 와히드 전 대통령 정부의 장관직에 오르면서 육군 대장으로 예편했다.메가와티 대통령 정부에서 다시 장관직에 올랐으나 지난 3월 대통령 부부와의 갈등을 이유로 사임한 뒤 대선에 출마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시장 지키기” 금융정책라인 ‘당당 新관치’

    “시장 지키기” 금융정책라인 ‘당당 新관치’

    ‘이헌재(경제부총리·6회)-윤증현(금융감독위원장·10회)-최중경(재경부 국제금융국장·22회)·김석동(재경부 금융정책국장·23회)’으로 이어지는 금융정책 라인업에는 공통점이 있다.시장의 힘을 존중하지만 무질서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소신이다.이를 밀어붙이는 카리스마도 있다.이 때문에 이들에게는 ‘신(新)관치 사단’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이 라인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시장의 질서가 잡혀가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시장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옛(舊) 관치의 폐해를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이 교차한다.시장과의 충돌 조짐이 엿보이는 ‘중소기업 대출 처리문제’는 신관치의 변별성을 가늠짓는 시험대로 여겨진다. ●“관치라고? 우리에게도 할말은 있다” 현 금융팀은 자신들의 시장철학이 부정적 어감이 강한 ‘관치’라는 한 단어로 매도되는 것을 마뜩잖아한다.과거 관치가 ‘정부 입맛대로 길들이기 위한 시장 비틀기’였다면,지금의 관치는 ‘최소한의 시장 지키기’라고 강변한다.이 부총리의 주장.“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시장이 불확실하다고 진단했지만 내 진단은 불안정하다는 것이다.불완전하긴 해도 웬만한 위험은 가급적 시장이 해결하도록 놔둬야 한다.그러나 그 위험이 시스템을 위협하거나 시장을 농락할 때는 (정부가)가차없이 개입한다.” 이 부총리와 색깔이 비슷하면서도 다소 달라 ‘이란성 쌍생아’로 불리는 윤 금감위원장 역시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은행들이 기업을 등쳐먹는다.”며 금융시장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질타한다.김석동 재경부 금융정책국장도 “1년 미만 단기 기업대출 비중이 73%를 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면서 “은행이 아니라 단자회사나 전당포”라고 신랄하게 성토한다. 최근 들어 ‘관치’가 아니라 ‘관리’라며 ‘물타기 표현’을 시도하고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관치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것도 현 금융팀의 공통점이다.김 국장은 “시장에 들어갈 때는 신속하면서도 단호해야 한다.”며 이 부총리에게 ‘사사한’ 관치 노하우를 공공연히 강조하기도 한다.‘LG카드 처리’가 후유증이 심했던 것도 “어설프게 관치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환율방어로 ‘최틀러’라는 별명을 얻은 최중경 국장은 “정부도 시장의 한 참여자”라며 “이를 부인하면 서로(정부·시장)가 피곤해진다.”고 주장한다.환차익을 노리는 국내외 투기세력에 “대한민국 관료를 우습게 보지 말라.”고 맞서기도 했다. ●시장에서는…中企처리가 시험대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현 금융팀이 공과를 떠나 역대 어느 팀보다 시장친화적인 것은 사실”이라고 역설적인 평가를 내렸다.반면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현 금융팀은 색깔만 강할 뿐 개혁 마인드가 약해 시장의 퇴출기능을 제대로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현장의 목소리도 엇갈린다.한 금융계 인사는 “전임 이정재 금감위원장이 부드러우면서도 소리없이 이 부총리를 보좌했다면 지금의 라인업은 너무 강(强)-강(强) 일색”이라고 우려했다.또 다른 인사는 “한때 시장에서 ‘금감위원장은 축구경기 시청중’(이 전 위원장이 축구광임을 빗대어)이라는 냉소가 돌았던 적이 있다.”면서 “시장이 어떤 의미에서건 당국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한 국책은행장은 “시장의 위계질서가 잡혀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너무 강하게 찍어누르면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라면서 “중소기업 대출문제만 하더라도 당국이 대출을 회수하지 못하게 하니까 애초 대출심사 때 종전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가뜩이나 돈이 남아돌아 걱정인데 멀쩡한 기업의 대출금을 회수하는 은행이 어디 있겠느냐.”고 공박했다.시장을 앞세워 시장 위에 군림하려 드는 오만함마저 엿보인다는 얘기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457개기관 국정감사 착수

    457개기관 국정감사 착수

    국회는 4일 법사·정무·재경·통외통·국방 등 14개 상임위별로 34개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착수하는 것을 시작으로,오는 23일까지 20일간 모두 457개 부처와 산하기관에 대한 국감에 들어간다. 이번 국감은 피감기관 수가 역대 최다이고,여대야소(與大野小)로의 국회 권력구도 재편과 세대교체 등 정치권의 커다란 변화가 실제 의정활동에 어떻게 투영될지 점검해볼 수 있는 첫 시험대여서 주목된다. 특히 국가보안법 개·폐와 과거사 진상규명 및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관제데모’ 논란 등 국정의 쟁점현안을 둘러싸고 여야간 그리고 국회와 행정부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열린우리당은 경제활성화 등 민생문제와 개혁입법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안 제시를 통해 정책중심 감사로 유도하고,야당의 폭로성 정치공세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인 반면,한나라당은 최근의 경제난과 여권이 추진중인 과거사 진상규명 등 개혁드라이브의 허구성과 정략성을 집중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시험대 오른 ‘자백’…증거 능력 첫 공개변론

    시험대 오른 ‘자백’…증거 능력 첫 공개변론

    서울중앙지법 ○○호 법정.사기 사건에 대한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다. 피고인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신제품이 나와 ‘대박’이 터지면 투자금의 3배를 갚겠다는 것이지 6개월 뒤에 반드시 3배로 갚겠다고 진술한 적은 없습니다. 검사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해 놓고 왜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합니까. 재판장 피고인이 검찰조서에 서명·날인한 것 맞습니까. 피고인 네. 재판장 재판을 마치겠습니다. 자신에게 투자하면 원금의 3배를 되돌려주겠다고 속인 뒤 원금을 가로채 사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그는 법정에서 검찰조서의 내용을 부인했지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재판부가 김씨에 대한 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대법원 판례는 검찰이 작성한 신문조서에 피고인의 서명·날인만 있으면 증거능력을 부여해 왔다.그러나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에 대한 정당성 여부가 논란이 되자 대법원은 오는 16일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여성이 종중(宗中)의 종원(宗員)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민사사건의 공개변론을 연 적은 있었으나 형사 사건 공개변론을 마련하기는 처음이다. ●형사사건 공개변론은 처음 현행 대법원 판례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가 쟁점이다.지금까지는 피의자가 검찰조사를 마친 뒤 조서를 읽어본 뒤에 서명·날인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법정에서 이를 부인하더라도 조서의 진정성을 인정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조국 서울대 교수는 “대법원이 조서 말미의 서명·날인을 과대신뢰하고 있다.”면서 “검찰조서가 법정에서의 조서보다 신뢰성이 약함에도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올바른 법취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신동운 서울대 교수도 “검찰에서의 자백이 조서에 기재되면 사실상 피의자는 더 이상 방어를 할 수 없다.”면서 “이 때문에 검찰이 보강증거보다는 자백을 얻기 위해 더많이 노력하는 잘못된 관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피의자가 신문조서를 열람한 후 틀린 부분을 수정하고 원하는 내용을 추가한 다음에야 서명·날인토록 하고 있는 만큼 서명·날인된 조서는 도장을 찍은 계약서와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법정에서 이를 부인한다고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판례 뒤집히면 물증없는 자백은 무의미 대법원이 고심을 거듭하면서 공개변론까지 개최한다는 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판례가 바뀔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만약 대법원이 종전의 판례를 뒤집을 경우 검찰수사는 상당부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법정에서 검찰진술을 부인할 것에 대비,범죄를 입증할 보강증거를 확보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검찰 조서에 상당한 신뢰를 둬왔던 법원도 조서가 아니라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와 진술을 최우선에 두고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법원이 추진 중인 공판중심주의의 실현과도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피고인이 검찰에서 쉽게 시인,검찰을 안심시켜 놓고 법원에서 부인하는 악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다 급박한 판례 변경으로 수사 실무의 혼선을 빚을 우려도 만만찮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이런 점에서 대법원이 기존 판례의 큰 틀을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 인정을 위해 현재보다 좀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거는 ‘절충형 판례’를 제시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재계 인사이드] 팬택 ‘박병엽 성공신화’ 계속될까

    [재계 인사이드] 팬택 ‘박병엽 성공신화’ 계속될까

    ‘신화는 계속될 것인가.’ 6일 대우종합기계 인수를 위한 대우종기 공동대책위원회와 팬택계열의 공동 컨소시엄 구성 합의가 알려지면서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종기 노조가 박 부회장을 파트너로 삼은 배경에는 그의 경영 철학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크게는 ‘직원들의 희생과 정경유착으로 기업을 키우지 않는다.’는 박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이,좁게는 대규모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이 대세인 상황에서 ‘완전 고용’을 보장한 점이 노조로부터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부회장은 사석에서도 오늘날 재벌로 성장한 오너 경영과 나는 다르다는 점을 줄곧 강조한다.그만큼 떳떳하고 투명경영을 했다는 자부심에서다.이는 2001년 12월 적자에 허덕이던 현대전자 휴대전화 사업부문 현대큐리텔 인수에서도 잘 드러난다. 박 부회장은 현대큐리텔을 인수할 당시 ‘수많은 점령군’ 대신 여직원 1명만 데리고 ‘입성’한 선례를 갖고 있다.또 현대큐리텔 임직원 1100명의 고용을 100% 승계한 데 이어 인수 첫해 임직원 급여를 무려 30%나 인상하며,직원 사기를 북돋는 경영 끝에 올 한해 매출 3조원을 바라보는 대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번 대우종기 입찰은 또다른 시험대.노조와의 ‘코드’가 일치했다는 점에서 1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본시험’인 최종 입찰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업계 주변에서는 박 부회장이 대우종기 인수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주인이 되기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고 강조한다. 국내 재벌그룹과 다른 재벌을 꿈꾸는 박 부회장에게 대우종기 인수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인 만큼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또 기계분야의 경험이 전무한 CEO(최고경영자)에 베팅한 대우종기 노조의 선택이 성공으로 이어질지 여부도 흥미진진한 대목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지방 5급승진시험 “예정대로”

    10월 말부터 치러질 지방공무원 5급 승진시험이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을까.행정자치부는 인사의 공정성을 들어 시험승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인사권의 침해라고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행자부는 낙관하는 분위기다.행자부 관계자는 5일 “구체적인 지자체 이름까지 거론하기는 어렵지만,현재까지 90%가량의 지자체가 시험승진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73개 지자체에서 시험대행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했고,자체 시험을 치르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기로 했다. 또 시험없이 심사승진으로만 100% 승진발령을 낼 경우 지방자치법 158조 규정에 따라 승진인사를 완전 무효로 처리할 계획이다.이 경우 승진인사 자체가 무효가 되기 때문에 심사승진 자체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동시에 감사부서에도 이같은 사실을 통보해 해당 지자체에 대한 감사도 벌일 예정이다. 행자부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지자체의 인사권 전횡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과,관련 법률에 기초한 실제 집행력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이다.행자부 관계자는 “이미 몇천 명이 시험승진을 대비해왔을 텐데 이제와서 안 하겠다면 정부의 공신력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올 상반기에 서울시와 일부 지자체의 행정직에 대해 시험승진을 실시했으나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다는 점도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인이다. 이에 반해 당초 인사권 침해라는 이유로 시험승진을 반대해왔던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측은 행자부의 압박에 대한 뾰족한 대응방법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지자체 가운데 몇 곳이 시험승진에 응하기로 했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협의회 관계자는 “법 집행기관에 몸담고 있는데 국가기관의 법집행을 막는 시험방해 행위를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라면서 “지금으로서는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고 토로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부시·푸틴 동병상련

    지난달 자살폭탄으로 인한 여객기 추락과 모스크바 지하철 폭탄테러,1일 발생한 학교 인질 사태 등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처지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비슷해졌다.테러 위협이 일상화됐고,이슬람권을 적으로 돌리지 않은 채 급진 이슬람 무장단체와 싸워야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게 됐다.테러범들의 요구사항인 중동과 체첸에서의 철수는 두 나라 모두 석유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점도 같다. 부시 대통령으로선 강화된 보안조치로 테러 발생지가 국내에서 외부로 이동했다는 점이 푸틴 대통령보다 나은 점이다.러시아 정부는 최근 빈발하는 테러로 인해 보안체계의 허점을 비난하는 국내 언론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테러범과의 타협은 없다.”고 강조해왔다.특히 푸틴 대통령이 독립을 요구해온 체첸에 취해왔던 방식이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고 비난받고 있다.북오세티야주에서 학교를 점거한 인질범들은 체첸 반군 내에서도 강경파다.푸틴 대통령은 90년대 이후 체첸 반군 내 온건파와의 대화마저 거부,강경파 등장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체첸 문제는 내정이라며 외부의 간섭을 배제해왔다.그러나 이번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소집을 요구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진압과정에서 무고한 인질 다수가 희생됐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의 무(無)타협과 외부간섭 배제 원칙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부시 대통령의 테러 대응방식도 논란거리다.부시 대통령은 ‘동지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을 적용,많은 동맹국의 반발을 샀다.이라크가 종전 이후에도 안정을 되찾지 못하자 듀늦게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나 유엔 등 외부의 도움을 요청한 것도 푸틴 대통령과 닮았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분권형 국정운영’ 본격 가동

    이해찬 국무총리가 30일 ‘5대 분야별 책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등 내치를 책임진 ‘분권형 총리’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총리 핵심 보좌기구로 신설된 정책상황실이 운영되는 등 분권형 시스템도 가동된다. 책임장관회의는 노무현 대통령의 ‘분권형 국정운영’ 방침에 따라 ‘대통령-총리-5대 분야별 책임장관’으로 역할분담이 이루어진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로,분권형 국정운영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정 참석자는 이 총리와 5개 분야를 책임진 이헌재 경제부총리,안병영 교육부총리,정동영 통일,김근태 보건복지,오명 과학기술장관 등 6명.여기에 사안별로 관계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와 총리실의 업무 조율을 위해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과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이기우 총리 비서실장 등이 참석하게 된다. 첫 회의 안건은 9월 정기국회 우선처리 법안과 10월 국정감사 및 2005년 예산심의 쟁점 등으로 국회 등에서 쟁점화될 수 있는 사안들을 미리 점검하고,이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우선처리법안의 경우 연기금의 주식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기금관리기본법 등 5개 경제관련 법안,과학기술장관의 부총리 승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안,교육대·사범대 출신자에게 가산점을 한시 부여하는 교육공무원법안 등으로 다음달 중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정치권의 이해와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 총리를 보좌할 정책상황실도 이정환 심사평가조정관을 초대 실장으로 내정하는 등 조직의 틀을 갖추면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정책상황실은 청와대 정책상황실과의 협조체제 구축을 통해 현안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총리 주재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와 고위당정회의에서 해결해 나가는 역할을 맡는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대법, 배심·참심제 모의재판 뜨거운 열기

    대법, 배심·참심제 모의재판 뜨거운 열기

    “존경하는 배심원 여러분,여러분만이 진실을 밝혀주실 수 있습니다.” 26일 오후 1시쯤 서울중앙지법 466호 대법정.시민들이 재판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배심·참심제’ 도입을 위해 대법원이 마련한 첫 모의재판에서 검찰측은 배심원들을 향해 마지막 설득작업에 나섰다.배심원들의 유·무죄 판단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 사법사상 처음으로 열린 배심·참심제 재판에 대한 관심은 이날 오전10시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뜨거웠다.200여명의 방청객들이 ‘법정드라마’를 지켜보기 위해 법정을 메웠다. 먼저 시작된 배심재판은 기존의 재판과 달리,검찰측과 변호인측의 좌석이 나란히 이웃해 있고 법정 왼편에 14명의 배심원들이 자리를 잡았다. ‘시험대’에 오른 사건은 이번 재판을 위해 각색된 40대중반 여성의 살인사건.피의자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확실한 물증도 없는 가운데 목격자,참고인들의 엇갈린 진술이 이어졌다. 검찰과 변호인측은 재판장이 아닌 배심원들을 바라보며 몽타주,성문(聲紋)분석자료 등 시청각 자료들을 총동원,의견을 펼쳐 나갔다.재판의 주체가 배심원들임을 명백히 보여주는 장면이었다.재판장은 재판 진행에만 관여했을 뿐 직접심문 등은 전혀 하지 않았다. 검찰과 변호인측은 ‘인정’에 대한 호소도 잊지 않았다.치열한 법리 싸움을 펼치면서도 배심원들을 향해 “피고인이나 증인이 느꼈을 감정을 생각해 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2명의 예비배심원을 포함한 14명의 배심원들은 검찰·변호인측의 최후 변론을 들은 뒤 실제 재판처럼 별도의 방에서 4시간여의 열띤 평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무죄판결을 내렸다.판결문은 재판장에게 전달했다. 배심원으로 참여한 김동헌(39·회사원)씨와 심묘수(54·주부)씨는 “2명의 배심원이 반대 의견을 내 최종 합의까지 진통이 있었지만 결국 만장일치로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배심제가 상당히 합리적인 제도란 생각이 들었고,잘 정착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모의재판은 스크린이나 마이크 등의 고장으로 인해 재판이 몇 분간 지연되기는 했지만 대체로 무난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일부 법조인들은 재판이 감정 호소에 치우치거나,비전문가인 배심원들이 판결을 내린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문을 제기했다.재판을 지켜본 한 중견 검사는 “각색된 사건이 너무 허술해 법정을 희화화했고,각 심판제도의 장·단점을 살피기에도 부족했다.”고 혹평했다. 반면 방청객들은 대부분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기회가 온다면 배심원으로 참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재판을 지켜본 박제준(20·연세대법대 1년)씨는 “법정영화 등에서 접했던 것을 직접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동표(56)씨는 “배심제가 도입되면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이 크게 발전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참심제 모의재판에서는 재판부가 앉는 법대의 판사석 양쪽 끝에 평상복 차림의 참심원들이 배석,피고인이나 증인을 상대로 자유로운 심문을 진행하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참심제 결과 역시 무죄였다. 모의재판은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위원장 조준희)가 지난 6월 21일부터 두 달간 준비했으며 재판장,검찰,변호인은 모두 현직 변호사가 맡았다.재판장은 김홍엽 변호사,검사는 김진·박형연·이경현 변호사,변호인은 진선미·최영동·한택근 변호사가 대역을 했다. 배심원 선발은 미국식을 따랐다.서울중앙지법 관내인 관악구,서초구,성북구의 선거인명부를 통해 무작위로 576명을 추려 참여의사를 밝힌 41명 가운데 20∼60대 연령층에서 골고루 배심원들을 선발했다. 특히 전날 진행된 배심원 선발 과정에서는 범죄피해 여부,공공기관에 대한 신뢰 여부,사형제도 등에 대한 찬반 여부 등 재판에 영향을 끼칠 편견을 갖고 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사개위는 이번 모의재판 결과 등에 대한 논의를 거쳐 연말쯤 배심·참심제 도입 여부 등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배심제와 참심제 배심제는 일반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에서 유·무죄를 평결하고 법관은 그 결과에 따라 재판하는 제도를 말한다.참심제는 일반인이 참심원으로 법관과 함께 재판부의 일원이 돼 법관과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사실문제와 법률문제를 모두 판단하는 제도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열린세상] 고구려사와 관념의 국제정치/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미래전략硏 공동대표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문제로 한국외교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고구려사 왜곡문제는 두 국가간 고대사가 과연 누구의 것이냐를 놓고 한판 벌이는 외교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데,이러한 독특한 사안의 외교전쟁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하고 어떻게 대응하여야 할 것인가.어쩌면 탈출구 없는 외교적 소모전이 될 수 있는 이 사안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하여 이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흔히 외교에 동원되는 수단을 생각할 때 우리는 군사력이나 경제력과 같은 물리적 힘을 떠 올린다.그러나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고의 구성물,즉 관념적인 것이 물리적 힘과 병행하여 외교의 수단으로 동원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대표적인 것이 인권,민주주의,과거사 등이다.이러한 외교의 관념적인 수단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상대국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사용된다.인권,민주주의,수치스러운 과거사 등을 무기로 하여 한 국가가 상대국의 국내정치나 외교행태를 변화 내지 억지하고자 하는 압력을 넣는다.인권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미국의 대 중동정책이나,대북 및 대 중국정책이 그러한 예이고,한국과 중국이 일본의 망언과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하여 보여온 외교가 또한 그러한 예이다. 둘째,이 수단들은 어느 정도 인류의 보편성을 담고 있다.인권과 민주주의라는 가치에 대하여 부정하는 사람이나 국가는 없을 것이며,과거의 잔혹행위가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라는 역사인식에 있어서도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러한 수단을 통한 압력은 어떤 의미에서 상당히 실효성이 있다.경제력과 심지어는 군사력에 있어서도 하위에 있는 한국과 북한이 일본에 대하여 외교적으로 큰소리 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과거사 문제의 보편성에 대한 인류 및 양국간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셋째,이러한 관념의 수단들은 보다 상위의 관념체계인 민족주의와 연결될 때 그 사안이 국내정치적인 폭발성을 가진다.특히 피해의 경험과 역사를 가진 국가에 있어서는 그 폭발성이 더욱 크다.자국민이 비민주적인 형태로 인권의 유린을 당한 경우가 발생하거나 역사적인 망언이 발생할 경우 국내정치적으로 폭발적인 여론의 반향이 생겨난다.미국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이나,중국에서의 일본인의 집단 매춘 관광,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이 피해국의 민족주의와 연결되어 국내정치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 때 고구려사 문제는 관념의 국제정치 사안이라는 동일한 범주의 사안이지만 그 성격이 앞에서 열거한 사안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우선 고구려사는 한국이 중국에 압력수단으로 사용하기에는 실효성이 적은 수단이다.왜냐하면 궁극적으로 인류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인 가치를 중국이 어기고 있는 그러한 문제라기보다는 아주 먼 옛날에 일어난 역사에 대한 해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근대민족국가와 그에 따른 민족주의의 성립이 역사적으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닐진대,근대적 의미의 국경선과 민족의식이 공유되지 않았던 아주 먼 옛날의 고대 국가가 우리의 역사인지 저들의 역사인지를 보편적으로 합의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리고 이 사안은 한국의 저항적 민족주의와 연결되어 국내정치적으로 폭발력이 큰 사안이다.따라서 외교적으로 탈출구를 찾기가 쉽지 않은 사안을 정부가 여론에 휩쓸려 밀어붙이다 보면,국내적인 비판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런 의미 있는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게 되어 스스로 국내외적으로 고립되는 결과를 보게 될 것이다. 이미 있었던 역사 해석을 중국 정부가 바꾸는 것은 일단 의구심을 가지고 보아야 한다.그리고 이러한 중국정부의 입장변화가 중국의 팽창적 민족주의로 연결되지 않도록 한국정부는 필요할 때마다 따지고 견제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정말 관념의 국제정치를 하고자 한다면 어떠한 경우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론적으로 따져서 적절히 해야 할 것이다.이 문제는 여론과 정치인의 감성에 이끌려 벼랑끝으로 시끄럽게 외교를 몰 그런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미래전략硏 공동대표
  • 현대캐피탈, 車할부금융 ‘1위 고수’ 시동

    현대캐피탈이 외국자본과 손을 잡고 국내 자동차할부금융시장의 ‘1위 고수’를 위한 발판 마련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파트너는 세계 최대의 할부금융사인 GE소비자금융(GE Consumer Finance)으로,양사는 자동차 할부는 물론 신용카드,보험 등 국내·외 소비자 금융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GE와 맞수인 삼성카드-GMAC(GM그룹의 할부금융사)의 한판 대결이 불가피해졌다.현대자동차그룹의 금융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현대캐피탈의 정태영 사장의 공격경영도 눈길을 끈다. ●GE-현대캐피탈 전략적 제휴 양사는 이날 전략적 제휴를 맺고 GE소비자금융이 오는 10월 현대캐피탈 지분 38%(4317억원)를 인수하고,2006년까지 현대캐피탈 지분 5%(568억원)를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현대캐피탈의 신규 유상증자 참여 등을 포함하면 모두 1조 515억원가량의 외자를 유치하는 것으로,현대자동차가 2000년 다임러크라이슬러에 자사 지분 10.4%를 매각하고 받은 48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다만 현대캐피탈의 경영권은 현대차그룹이 그대로 유지한다. GE소비자금융은 자산 규모 10조원가량으로 국내 자동차 할부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현대캐피탈과의 제휴로 당장은 자동차 할부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하지만 신용대출,보험중개업,신용카드 등으로 점차 사업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데이비드 니센 GE소비자금융 사장은 “한국의 신용카드 시장과 보험중개업 진출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대우,LG,쌍용 등 마이너 할부 금융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들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보험업 진출도 ‘적극적’ 한해 100만대의 자동차 내수시장을 고려하면 현대캐피탈의 이번 제휴는 회사는 물론 정태영 사장의 공격경영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정 사장은 현대모비스(옛 현대정공) 전무,기아차 부사장 등을 거친 금융통이다. 정태영 사장은 “이번 제휴는 투기 목적의 자본이 아닌 장기적 투자안목을 지닌 제조업 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면서 “현대캐피탈은 자금조달금리 하락과 함께 선진 금융기법을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현대차도 GE와의 제휴를 계기로 미국시장 공략에 큰 도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오는 12월 설립될 ‘삼성-GM’의 파트너에 어떤 카드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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